풍경 (Scenery, 2013)

한참을 멈춰서서 바라보다



장률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풍경'을 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되긴 했지만, 기존 그의 작품 세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은 물론, 극영화와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건 반대로 그의 이전 극영화들이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는 이유도 있다) 딱 장률 감독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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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방인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그들의 삶을 '꿈'이라는 매개체로 전달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할 때 의례 생각하게 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이었는데, 아마도 그건 장률 감독 스스로가 대한민국에게 있어 이방인이라는 위치에 서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카메라 앞에 선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이 꾼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것들은 직간접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 같이 고향 혹은 지금 일하고 있는 이 곳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은연 중에 담고 있다. 어떤 꿈은 너무 직접적이어서 구슬프고, 어떤 꿈은 너무 의외의 것이라 오히려 더 감정을 일으키기도 한다. 감독은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풍경'이라는 제목을 관통하는 '바라본다'라는 테마를 완성해 낸다.


이 영화의 대부분의 샷은 그 공간과 인물을 한참을 바라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인물의 이야기가 그 인물의 입을 통해 흘러 나오기 까지 한참의 시간을 기다려준다. 그리고 그 인물이 존재하는 공간 역시 한참을 멈춰 서서 응시한다. 그것은 풍경이 되기도, 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말이 없다. 그저 바라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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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의 이전 작품들 '경계' '이리' '두만강' 등을 보면 그가 주목한 것들은 항상 공간과 경계였다. 보통의 작법과는 달리 장률 감독은 그 안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그 공간과 경계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풍경' 역시 마찬가지다. 장률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려 하기 보단, 그런 이야기를 담고 꿈을 꾸고 있는 이들이 존재하는 공간을 더 주목한다. 우리는 흔히 풍경이라고 하면 곧바로 '장관'을 연상하곤 하는데, 장률이 보여주고자 하는 풍경들은 그런 의미의 장관은 아닐지 모르지만, 더 많은 이야기와 꿈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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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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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The Wolf of Wall Street, 2013)

기회의 땅의 그림자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신작 '월가의 늑대'를 보았다. 이미 여러 번 좋은 작품을 만들었던 콤비라 세 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임에도 다른 보고 싶은 개봉작들을 제쳐 두고 가장 먼저 선택하게 되었는데, 영화는 역시 스콜세지가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미국의 역사에 관한 또 다른 버전의 '좋은 친구들'이었고, 그의 페르소나인 디카프리오 역시 한껏 과장되고 힘이 들어간 캐릭터로 강렬한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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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90년대 월 스트리트의 주식 중계인으로 큰 돈을 벌었던 조던 벨포트라는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할 만한 교훈 적인 삶을 살았거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연을 갖고 있는 경우인데 이 작품은 그 두 가지에 다 해당하지 않는 작품이다. 즉, 이야기는 조던 벨포트의 흥망성쇠를 따라가지만 스콜세지가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조던 벨포트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 라기 보다는 미국이라는 한 국가이자 사회의 역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월가의 늑대'는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다룬 '에비에이터 (The Aviator, 2004)'보다는 '좋은 친구들 (Goodfellas, 1990)'이나 '갱스 오브 뉴욕 (Gangs of New York, 2002)'에 더 가깝다.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회의 나라 미국에 대한 이면을 그렸었다면, 미국의 가장 상징적인 곳 중 하나 인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성공과 실패를 겪게 되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스콜세지는 또 한 번 이 기회의 땅이 어떤 꿈과 좌절을 주는지, 그리고 그 기회라는 것 이면에 얼마나 많은 추악한 것들이 숨겨져 있는 지를 한참이나 늘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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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최근 본 어떤 작품들 보다 도 노출이나 선정성의 빈도가 잦은 작품이었다. 강도로 따지면 제일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빈도 만을 놓고 보면 3시간의 러닝 타임 가운데 거의 2시간은 노출과 욕설, 마약과 섹스로 점철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과장과 답답함, 불편함이 섞여 있는 영화였다. 마초 적이어서 불편 하다기 보다는 이 영화가 이를 다루는 방식이 농담이나 친근함이 아니라 비판적이고 한 편으론 조롱이라고 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조던 벨포트의 개인 사에 집중하기 보단 그가 본격적으로 월 가에 뛰어 들면서 부터의 이야기를 다룬 것도, 영화가 전반적으로 지니고 있던 과장과 불편함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영화의 마지막 세미나 장면에서 벨포트의 얼굴이 아닌 그의 강의를 초롱 초롱 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로 끝 맺음을 지은 것은, 겉으로 보기엔 누구 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고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심어주는 기회의 나라 미국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고자 하는 듯 했다. 이렇게 3시간 내내 이야기했음에도 관객 중 적지 않은 수는 벨포트가 극 중에서 누렸던 그 부를 한 번 쯤은 누려보고 싶거나, 벨포트와는 달리 폭주하지 않고 적당히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런 관객들을 영화가 바라보는 시점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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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확실히 과장되어 있어요. 그의 연기가 과장되었다기 보다는 이 캐릭터 자체가 과장되었다고 봐야겠죠. 그의 얼굴과 연기는 점점 더 잭 니콜슨을 닮아가네요. 다음 작품은 좀 더 힘이 빠진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작품이어도 좋을 것 같아요.


2. 매튜 매커너히는 출연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반가웠어요. '아티스트'의 장 뒤자르댕도 그랬구요~


3.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극 중 벨포트를 소개해주는 사회자가 실제 조던 벨포트 인 것 같더군요.


4. 국내 용 영화 제목은 그냥 '월가의 늑대'로 했어도 좋았을 텐데;;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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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사운드트랙

코엔 형제의 첫 번째 음악영화에 해설지로 참여 완료!



최근 제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코엔 형제의 첫 번째 음악 영화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의 사운드트랙이 국내에도 정식으로 오늘 발매되었습니다. 워너뮤직을 통해 발매되었는데 좋은 기회에 이 음반에 제 글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사운드트랙 해설지 작성을 위해 지난 해 시사회를 통해 미리 관람하였는데, 코엔 형제를 사랑하는 팬 분들은 물론이고 음악 영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그 묘한 매력과 분위기에 쉽게 젖어 들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글은 대부분 OST 해설지를 통해 남긴 터라 다시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와 음반 모두 주저 없이 추천할 만 합니다. 사실 처음 코엔 형제가 음악 영화를 만든 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음악 영화'가 될까 궁금했었는데, 역시 코엔 형제 다운 음악 영화를 만들었더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보고 난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생각나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국내 정식 개봉은 1월 29일인데, 이 추운 겨울에 딱 어울리는 영화일 것 같네요.






인사이드 르윈 OST에는 기본적인 영문 버전의 속지와(왼편), 관련 글이 담긴 해설지(오른편)이 각각 수록되었습니다.





해설지에는 첫 번째로 뉴욕 타임즈 매거진 등의 기고가이자 하퍼스 매거진 등의 객원에디터인 작가 John Jeremiah Sulivan의 글이 먼저 수록되었습니다. 깔끔하게 번역되어 있어 음반에 관한 그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제가 쓴 글 '코엔 형제 최초의 하지만 완벽한 음악 영화 -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수록되었습니다. 평소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과 사운드트랙 해설지인 만큼 음악과 관련된 소개와 감상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도 음악도 정말 좋아서 어렵지 않게 술술 써내려 갔던 기억이.




좋아하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글을 담는 건 정말 흥분되고 기쁜 일인 것 같아요. 지난 해에도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와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미드나잇' OST에 글을 실었었는데, 올해도 '인사이드 르윈'을 시작으로 더 많은 OST로 제 글을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들 어여 주문하세요~



YES24 구매링크 - http://www.yes24.com/24/goods/11796028?scode=029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블루레이] Muse _ Live at Rome Olympic Stadium

최고의 스케일+퀄리티의 라이브!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현존하는 최고의 록 밴드 중 하나인 뮤즈 (Muse)의 공연 실황을 담은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었다. 1997년 결성하여 1999년 앨범 'Showbiz'를 발매하며 당시 수 많은 포스트 라디오헤드 밴드 중 하나로 주목 받기 시작했던 그들은, 이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존 하는 최고의 록 밴드 중 하나이자, 가장 대중적인 영향력을 가진 밴드, 그래서 스타디움 공연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몇 안 남은 슈퍼 밴드가 되었다. 그들의 초기 앨범들은 매튜 벨라미 특유의 날카롭게 절규하는 보컬과 멜랑콜리하면서도 극적인 임팩트가 담긴 곡들로 록 매니아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었는데, 이후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주제곡 (Survival)을 부르는 등 명실공히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도 포스트 라디오헤드로 분류되었던 밴드들 가운데 트래비스 (Travis)와 함께 가장 좋아했던 밴드라 모든 앨범을 소장하고, 뮤직비디오 DVD도 빼놓지 않았으며 2007년 단독 내한공연 때도 공연장을 찾아 그 감동을 만끽하기도 했었다. 어떤 밴드, 뮤지션을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공연 실황을 찾아보게 마련인데, 뮤즈는 글래스톤베리에서 가졌던 공연을 담은 'Absolution Tour' 등 몇 편의 공연 실황 DVD를 발매하기는 했으나, 공연 실황의 매력을 100% 전달하기에는 (물론 100% 전달이란 불가능 하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화질과 사운드로 AV측면에는 추천하기 힘든 타이틀들이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최근 출시된 'Live at Rome Olympic Stadium'은 현재까지 출시된 그 어떤 라이브 타이틀과 비교해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드디어 차세대에 와서야 제대로 된 라이브 실황 타이틀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라이브 실황 타이틀 최초로 수록된 4K 초고화질의 영상은 흔히 말하는 '접대' 영상으로 손색이 없으며,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스타디움 공연의 스케일은 최대한 흡입력 있게 전달해 낸다.





Blu-ray : Menu








Blu-ray : Video


기존 라이브 실황 타이틀 (특히 DVD)를 리뷰할 때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이 바로 화질이었다. 최신 영화 타이틀과는 다르게 라이브 실황 타이틀은 최신작이라고 하더라도 화질을 별로 신경 쓰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원인은 두 가지라 할 수 있을 텐데, 촬영 자체도 추후 영상물 제작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촬영된 경우가 많아 소스 자체의 퀄리티가 좋지 않거나, DVD나 블루레이 제작 시 영상의 퀄리티 보다는 그저 수록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뮤즈의 이번 타이틀은 두 가지 모두를 근본적으로 만족시키는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4K 소스로 만들어진 블루레이 영상은 그렇기 때문에 실황 타이틀 가운데 최고의 화질을 보여준다. 사실 4K의 초고화질 영상이라는 말은 현재의 블루레이 매체에서는 어폐가 있는 표현인데, 그럼에도 왜 의미가 있는가 하니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추후 발매될 2차 영상물의 퀄리티를 별로 생각하지 않고 촬영되었던 공연들 과는 달리, 이번 뮤즈의 공연은 4K 소스로 담아냈을 만큼 처음부터 화질과 영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처음 블루레이를 재생 시키는 순간, 잠깐이나마 대형 TV를 판매하기 위해 틀어 놓은 이른바 접대용 영상들이 떠올랐을 정도로, Live at Rome Olympic Stadium의 화질은 누군 가에게 블루레이 화질을 설명할 때 보기 좋은 예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공연장의 화려한 조명의 색들도 전혀 부족함 없이 표현되며,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모습을 하나 하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라이브 타이틀의 영상이 쉽게 놓치는 부분들이 조명의 질감이 부서지듯 흐리게 표현되는 것이나, 블랙의 표현에 있어서 깊지 못하게 표현되는 부분들인데, 그런 면에서 모두 아쉬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레퍼런스의 화질을 보여준다.


Blu-ray : Audio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기존 라이브 실황 타이틀이 들려주었던 것 보다 훨씬 진일보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라이브를 수록한 타이틀, 특히 이번 공연처럼 대형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라이브를 수록한 타이틀이라면 사운드 측면에서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하나는 얼마나 스타디움 공연의 스케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얼마나 밴드의 연주와 보컬의 사운드를 깨끗하게 뽑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타이틀이 현장감은 실감나게 전하지만 그 관중의 소리가 너무 압도한 나머지 밴드의 라이브 전달이

아쉽거나, 반대로 밴드와 보컬의 사운드는 또렷하지만 현장감이 너무 없어서 라이브를 보는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과는 달리, 뮤즈의 이번 라이브 블루레이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서브 우퍼도 과장되지 않고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어 만족스러웠고, 관중 하나 하나의 작은 외침들과 뮤즈의 공연에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Starlight'의 감동의 떼창과 하나 된 박수의 감동도 사운드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은 아주 조금 수록되어 있는데, 본 공연 외에 라스베가스와 달라스에서 펼쳤던 라이브의 일부 곡과 'The Road'라는 제목의 짧은 투어 영상이 수록되었다.






[총평] 뮤즈의 라이브 블루레이 타이틀 'Live at Rome Olympic Stadium'은 오랜만에 공연의 퀄리티와 AV적 만족도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기존 라이브 타이틀이 흔히 보여주었던 아쉬운 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화질과 사운드는 뮤즈의 팬을 넘어서 일반 블루레이 유저들도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더 훌륭한 건 이 블루레이 타이틀과 라이브 음반이 하나의 패키지로 발매되었는데 (1CD+1BD), 그 가격도 참 퀄리티에 비해 무척이나 저렴한 편이니 뮤즈의 팬이라면 무조건 구매해도 되겠다.





[Blu-ray List]


01. [Rome] Intro
02. Supremacy
03. Panic Station
04. Plug In Baby
05. Resistance
06. Animals
07. Knights Of Cydonia
08. Explorers
09. Hysteria
10. Feeling Good
11. Follow Me
12. Madness
13. Time Is Running Out
14. Guiding Light
15. Undisclosed Desires
16. Supermassive Black Hole
17. Survival
18. The 2nd Law: Isolated System
19. Uprising
20. Starlight
21. [*Bonus: Us Arena] Stockholm Syndrome
22. The 2nd Law: Unsustainable
23. Liquid State
24. Roa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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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そして父になる, 2013)

가족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적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최근 작을 보면 대부분 가족과 관련된 영화들이었다. 2008년 작 '걸어도 걸어도'는 아들로서 부모를 바라보는 시각이었고, 2011년 작 '기적'은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바라보려고 애쓴 또 다른 가족 영화였으며, 제작을 맡았던 '엔딩노트' 역시 한 가족이 가장과 이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의 신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역시 또 한 번 가족의 관한, 그 가운데서도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아버지라는 존재의 탄생 혹은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은 단 한 번도 자극적이었던 적이 없는데, 이번 작품 역시 결코 관객을 향해 소리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일어난 사건 자체는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의 중대한 사건이지만, 영화는 이를 내적으로 삼켜내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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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버지가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까지 후쿠야마 마사히루가 연기한 료타를 아버지로 부를 수 있을 까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영화는 철저하게 료타에게 맞춰져 있다. 사실 이 작품은 고레에다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내게 자리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을 만큼의 감흥을 전달한 작품이었지만, 조금의 석연치 않은 부분들도 있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철저하게 아버지 역할인 료타에게만 맞춰져 있다. 같은 크기의 충격을 맞게 된 두 가정이고, 한 가정으로만 한정 지어도 료타의 아내의 이야기가 있지만 영화는 오로지 료타의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가 극을 이끈다 는 것 보다는 극이 그 만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너무도 직접적인데, 결국 영화는 료타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는지 바로 그 과정인 '그렇게'를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석연치 않았던 부분은 바로 그 점이었다. 너무 료타의 이야기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 영화 속 인물들과 영화 자체가 러닝 타임 내내 료타가 아버지가 되길 기다려주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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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의 다른 이야기와는 달리 '그렇게 아버지가..'에서 료타가 겪게 되는 사건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른 인물들도 똑같은 세기로 겪게 되는 사건이었기에, 극 중 인물들 모두가 (심지어 상대가 되는 가족까지도) 료타가 자신을 극복하고 아버지가 되길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한 편으론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판타지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희망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료타가 아버지가 되었다고 과연 두 가족이 겪은 이 고통이 해소되었나? 라는 물음에 조금은 우울함 마저 들었다.


참고로 나는 이 영화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이창동 감독이 참여한 GV로 한 번, 그리고 나중에 개봉관에서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관람하였는데, 단순 재 관람의 이유 때문 만이 아니라 다시 보고 나서 달리 느낀 부분이 생겼다. 바로 석연치 않게 여겼던 료타와 이를 기다려주는 영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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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료타와 영화의 관계가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들어오는 생각은, 어쩌면 그것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료타가 아버지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그 자신의 자각이나 극복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말 없이 기다려주는 가족이었다는 얘기다. 료타가 결정적으로 다시 금 이 잘못된 상황을 재 자리로 돌려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는 장면) 장면을 봐도 그렇다. 울고 있는 료타를 본, 이제 막 잠에서 깬 그의 아내는 그가 울고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음에도 아무런 이유를 묻지 않고 그저 '아침 먹을까?'라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면 역시 그렇게 돌아온 료타를 아무 말 없이 받아주는 또 다른 가족 역시 그런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즉, 판타지라고 생각했을 정도의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 역시 가족이라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것. 그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 '기적'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또 다른 기적이 아닐까 하는 것. 이 영화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1. 영화를 본 지는 제법 지났는데 리뷰가 늦었네요;


2. 아래 사진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이창동 감독님이 함께 했던 씨네토크 현장.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과 영향을 주는 관계라는 걸 그 분위기만 봐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참 귀한 시간이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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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새 해가 실감나지 않아 써보는 글


업무의 특성상 스케쥴을 짜야하는 일이 많아서 2014라는 숫자를 쓴 것이 이미 11월 부터 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언제부턴가 (아마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해가 바뀔 때마다 설레임보다는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아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2014년의 시작은 참으로 실감이 나질 않는다. 보통 실감이 나질 않는다는 표현은 감격스러울 때 나오곤 하는데, 이번은 정말 문자 그대로 실감이 나질 않는 현실에 대한 표현이다. 그래서 뭘해볼까 하다가 2013년을 글로나마 간단하게 정리하고 2014년의 근 미래 정도만이라도 예상해보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2013년은 아마도 내가 직장인으로 데뷔한 이래 가장 바쁜 한 해였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그랬고, 물리적인 일의 양으로도 그랬다. 말이 나온 김에, TV에서 가수나 배우들이 데뷔 10주년 혹은 20주년을 기념하는 것을 보고는 나도 문득 직장인으로 데뷔한지 얼마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다가 10주년을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10주년을 놓쳤다기보다 데뷔라는 개념자체를 적용할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더 맞겠으나, 어쨋든 그래서 머지 않아 맞게 될 15주년에는 잊지 않고 기념하길 (기념할 일인지는 모르겠다만은) 무작정 바라기로 했다.


일단 직장인으로서의 2013년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참 힘들었다. 새롭게 구성을 달리 한 회사는 중요한 역할로서 시작부터 다시 해야했기에 부담도 일도 많았으며, 여기에 집중한 탓에 내가 본래 더 소중하게 생각한 다른 개인적인 것들을 상상 이상으로 많이 잃어야 했다. 그리고 이 중 대부분은 아직도 다 되찾기 못하기도 했다. 2013년을 시작할 땐 참 본격적인 마음으로 여러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길 예정이었고, 몇몇은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회사의 사정 속에 많은 것들을 포기할 수 밖에는 없었다. 실제로 지난 해에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책 한 권을 내보려고 계획도 세웠고, 몇 몇 출판사와 얘기도 시작하는 단계였으나 중간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어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되다니!) 포기해야만 했고, 블로그를 통해 야심차게 연재하려고 했던 몇가지 프로젝트 들도 전혀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사실 2013년 연초에 세웠던 야심찬 연간 계획은 '글 쓰는 이'로서의 진일보였다. 하지만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직장인으로서의 진일보를 이룬 한 해가 되었다. 뭐 잃는 것도 얻는 것도 있었으니 다행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 쓰는 이로서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기회들도 있었다. 2012년에 이어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의 국내 블루레이 타이틀 다섯 작품에 내 글을 실을 수 있었다 (트리 오브 라이프, 러브레터, 늑대아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멜랑콜리아). 이건 나에게는 책을 낸 것 만큼이나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일 중 하나라서 이 것만으로도 참 의미있는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늑대아이' 같은 경우 수록된 글 외에도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더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블루레이 글 수록 외에 또 다른 의미있는 일이라면 역시 국내 발매 된 사운드트랙 앨범에 해설지를 쓸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2006년인가 7년 쯤에 bjork 앨범에 해설지를 거의 쓸 뻔 했다가 못 쓴 이후로 정말 오랜 만의 기회였는데, 고맙게도 워너뮤직을 통해 두 편의 OST앨범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나는 '늑대아이' 사운드트랙이었고, 다른 하나는 '비포 미드나잇' 이었다. 두 편 모두 그 해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을 만큼 절대적 선호도를 갖고 있던 영화라 음반 해설지 참여가 영광일 수 밖에는 없었는데, 내게는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영광되고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참고로 올 1월에 발매될 또 다른 사운드트랙 앨범의 해설지 원고도 지난 달 이미 넘긴 상태. 이 작품 역시 올 해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았던 코엔 형제의 작품이라, 너무 참여 자체가 기쁘고 흥분되었던 사운드트랙이었다.


아, 그리고 하나 빼놓을 수 없었던 일은 박찬욱 감독님과 통화했던 일과 류승완 감독님과 가까워지게 된 그야말로 사건. 박감독님과 처음 통화할 때 두근 거려서 한 참이나 할말을 연습했던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잘하면 올해에도 뵐 일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때는 좀 덜 떨면서 준비한 얘기들을 해봐야겠다. 류승완 감독님과는 몇 해 전 인터뷰를 한 인연도 있었고, 올 해는 '베를린' 개봉 때와 이후 다른 일로 몇 번 뵙거나 연락드릴 일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단순히 일이나 인터뷰 만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앞으로는 좀 더 친숙하게 가끔 연락드릴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 무척이나 행복한 사건이었다. 좋은 거 별로 티안내려고 했지만 정말 좋았던, 근데 티를 잘 안내려고 해서 그런지 실감도 잘 안 났던, 그런 사건이었다.


다시 직장인의 이야기로 돌아와, 작년 한 해 우리 회사는 참 롤러코스터를,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롤러코스터라기 보다는 일정한 상승곡선만을 그린 한 해를 보냈다. 난 참 많은 직원들을 부사수 혹은 팀원으로 맞이 했었으며, 중반 부터는 회사의 반이라고 할 수 있는 한 팀을 본격적으로 맡아 운영하게 되었는데, 내 마음대로 완전히 주도권을 가지고 팀을 이끌 수 있었던 기회와 미션이 주어졌던 터라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런 면에선 더 수월한 점도 많았다. 진짜 공개된 장소인 이 글에 다 쓸 수는 없지만,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만 했던 극도의 불안함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 할 때에는 역대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수치의 초과 성과를 거두기까지 우여곡절도, 어려움도 참 많았다. 예전 회사 동료에게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하며 했던 얘긴데, 이런 얘기는 마지막에 성공해야 결국 할 수 있는 얘기다. 즉, 어떤 회사나 어려움을 겪지 않는 회사는 없다. 하지만 그런 힘든 시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회사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한 회사들 뿐이다. 그래서 아직은 여러가지 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며 안주하기엔 시기상조다.


이 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요 근래 몇 년간의 내 인생은 어쩌면 전혀 상반되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모두 다 정력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한 편으론 이중인격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직장인으로서의 내 삶은 그 누구보다 냉정하고 계산적이어야 하지만, 회사를 나서는 순간 내 삶은 그 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마인드로 돌아와 순진하리만큼 이상적인 생각과 프로젝트들을 꿈꾼다. 이렇게 두 가지를 모두 다 100% 이상으로 병행하는 삶은 2014년에도 계속될 듯 한데, 언제까지 가능할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점점 더 회사를 다니면서 그 외에 글 쓰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 힘이 든다. 잠을 덜자는 것 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순간들이 더 많아졌다. 더군다나 2014년에는 결혼도 해야하고 더 큰 대소사가 이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2014년은 정반대로 하나씩 내려놓는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것들은, 그것들을 내려놓고 나면 무엇이 남나 싶을 정도의 것들이기는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2014년의 이 블로그의 색깔이 아주 조금 달라질 지도 모르겠다. 이 글만 봐도 달라짐을 눈치챘을 수도 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주로 영화 이야기만 했던 것과는 달리,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나 생각들을 글로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 편으론 이젠 블로거로서 영향력에 대해 정말 신경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꼭 정리해서 써야하는 글 외에 그냥 해소차원에서의 글 쓰기가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마 이 글처럼 두서없는 글이 더 잦아질 것 같다.


이렇게나 썼는데도 실감은 안나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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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


2013년은 저에게 정말 정신 없이 바쁜 한 해 였습니다. 이 블로그에는 영화 관련된 이야기만 주로 올리다보니 얘기할 기회가 없었지만,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지금까지는 제 직장 경력을 통틀어 가장 정신 없이 바쁜 한 해였으며, 그 만큼 중요한 일들과 역할을 맡다보니 본래 좋아하던 영화보고, 음악듣고, 글 쓰는 일을 병행하는 것이 정말 더 더 어려워만 지더군요.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전보다 더 많은 영화를 보진 못하고, 영화제에 가는 건 꿈도 못 꿀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잠을 덜 자가며 어렵게 본 영화들과 써내려간 글들이라 더 뿌듯하기도 한 한 해 였기도 했네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는 자주 하는 말인데, 이렇게 잠을 못 잘 정도로 바쁘고 피곤해도 영화보고 쓰는 일을 잠시 쉬거나 멈추지 않는 건, 한 번 멈추면 절대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만 같아서에요. 올해는 정말 중간에 쉬고 싶은 유혹이 많았었는데, 그 때 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버텨냈던 것 같습니다. 올해 본 '잉투기'를 보면 그런 대사가 나와요.


'계속하는 것은 힘이 된다'


제게 올해는 이 말을 새삼 깊이 새겨보았던 한 해였습니다.

자, 그럼 제가 올 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10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제가 극장에서 본 순서입니다.







1. 라이프 오프 파이 / 이안


올해 초 본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3D의 놀라운 영상도 대단했지만,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놀라움이 더 큰 작품이었어요. 믿음에 관한 영화 가운데 아마도 오랫동안 회자될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믿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믿고 싶어 하는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 작품.


라이프 오브 파이 _ 믿음을 말하는 거대한 이야기

http://realfolkblues.co.kr/1781







2. 가족의 나라 / 양영희


올 해 초 보았던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는 당시 너무 일찍 올해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고 바로 말할 수 있었을 만큼,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우리와 관련이 있는 제3자 혹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나라, 내 가족의 대한 이야기로 전달한 수작.


가족의 나라 _ 내 가족이 살고 있는 나라

http://realfolkblues.co.kr/1760






3. 월플라워 / 스티븐 크보스키


올 해의 청춘영화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엠마 왓슨 주연의 '월플라워'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청춘 영화가 흔히 담고 있는 무모함과 아름다움을 가장 높은 수준의 진심을 담아 전달하고 있는 영화였어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습니다.


월플라워 _ 청춘, 그 뜨거운 무한함에 대해

http://realfolkblues.co.kr/1784






4. 테이크 쉘터 / 제프 니콜스


올 해의 청춘영화가 '월플라워'라면 올 해의 가족영화는 '테이크 쉘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처음엔 약간 미스테리한 SF적 요소에 관심이 있어 보게 된 영화였는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가장 진한 가족에 대한 내용이었네요.


테이크 쉘터 _ 불안을 이기는 가족의 힘

http://realfolkblues.co.kr/1794






5. 비포 미드나잇 / 리차드 링클레이터


전 물론 제가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좋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좋아하는 지는 바로 이 작품을 보고나서야 알 수 있었어요. '비포 미드나잇'은 뭐랄까, 극도로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가 존재하는 그런 영화였는데, 삶의 아름다움과 현실로 인해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이 드는 참 이상한 영화였어요. 저도 그들처럼 어른이 되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비포 미드나잇 _ 세월의 무상함 보다는 성숙함

http://realfolkblues.co.kr/1803






6. 일대종사 / 왕가위


한 동안 다른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던 왕가위가 엽문을 주제로 한 무협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화려하고 기술이 주가 된 액션 영화보다는 정수를 담은 영화가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가 있었어요. 그 기대를 넘어설 만큼 왕가위 감독은 정수에서도 최고 지점을 간파하는 무협 영화를 만들었으며, 양조위는 기대 만큼 해주었고 장쯔이는 왜 그녀가 중화권 최고의 배우인지를 몸으로 보여준 정말 멋진 연기였어요. 굳이 여우주연상을 꼽자면 그녀.


일대종사 _ 왕가위의 21세기 동사서독

http://www.realfolkblues.co.kr/1829






7. 그래비티 / 알폰소 쿠아론


알폰소 쿠아론이 언젠가 일을 낼 줄 알았어요. 제가 해리포터 시리즈에 애착을 갖게 된 것도 그가 연출을 맡았던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때문이었거든요. '그래비티'가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것에는 전혀 이견이 없습니다.


그래비티 _ 당연하다고 여겼던 존재의 발견

http://www.realfolkblues.co.kr/1847







8. 사이비 / 연상호


'사이비'는 가장 흥미롭고 재미 없기 힘든 주제와 (하지만 반대로 그 가운데서 돋보이긴 힘든) 악인이 더 나쁜 악인과 싸우는 익숙한 구조 속에서도, 진정성과 다른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수작이었어요. 맹신이라는 것을 일 방향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의 다른 방향을 열어둠으로서, 같은 주제지만 새롭게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 준 영화이기도 했구요. 전작 '돼지의 왕'보다 모든 면의 진 일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 감독 중에서 가장 먼저 아카데미를 수상하게 될 감독은 아마도 연상호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9.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 코엔 형제


아직 국내 정식 개봉하지 않았지만 특별 시사회를 통해 먼저 보게 된 코엔 형제의 첫 번째 음악 영화는, 음악을 소재로 하되 코엔 형제스러운 영화가 될 것이라는 뻔한 예상과는 달리, 코엔 형제 영화이면서도 가장 완벽한 음악 영화의 경지에 오른 작품이었네요. 포크뮤직과 우연, 로드무비와 코엔 형제. 극장을 나오면 더 생각나는 영화였어요.







10.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최근 몇 년 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을 보면 그는 가족이라는 것 안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듯 보여요. 본인 스스로도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부모를 잃게 되는 등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늘어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신작도 여지없이 좋았어요. 아마도 최근 일본 영화 감독들 가운데 이렇게 편차 없이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감독은 그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제가 올해의 영화를 꼽으면서 홍상수 영화를 꼽지 않은 적은 최근 드문 것 같은데, '우리 선희'와 '누구의 딸도 아닌 해'은 둘 다 참 좋았지만 10편에 넣기에는 아주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그 밖에 여기에 언급하지 못했지만 좋았던 영화들로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마스터', 강진아 감독의 '환상 속의 그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더 헌트' 등이 있었네요.


올해도 여전히 몇 편의 블루레이에 제 글을 실을 수 있었고, 몇 편의 음반에 해설지를 쓸 수 있었고, 몇 몇 기대하지 않았고 복에 겨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 부분은 따로 한 번 글로 정리하려구요. 매번 드리는 말씀이지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올해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누군 가가 내 글을 정성껏 읽어주고 있다는 느낌은 생각 외로 삶에 큰 힘이 되거든요 ^^;


감사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변호인 (2013)

이름을 걸고 함께 할 수 있는 용기



양우석 감독의 데뷔작 '변호인'은 故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 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맨 처음 지문으로 밝혔듯이 실제 인물을 배경으로 하긴 했지만 허구의 인물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그런 인물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유혹은 그 감정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것인데, 일단 '변호인'은 여기서 영리하게 비켜나 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는 직접적인 실명이나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그 시대와 인물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는 없는 태생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그 감정을 자극하려 들면 더 촌스러워지고, 그 전달 하려던 본심마저 곡해될 정도로 역효과를 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변호인'은 최대한 영화 속 이야기에 집중하려 애썼고, 일부러 자극하지 않으므로서 더 감정적인 영화가 되었다.



ⓒ 위더스필름. All rights reserved


'변호인'은 지극히 상식적인 영화다. 하지만 그 누구나 아는 상식이 통하지 않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상식대로 행동하기 위해선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솔직히 최근 이런 영화를 보게 되면 섣불리 '그래,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지!'라고 말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점점 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일 것이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변호인'을 보고 나오며 든 생각은, 과연 내가 저 당시 송우석 (송강호)의 입장에 처했더라면 혹은 송우석의 주변 인이었다면 과연 영화 속 인물 (하지만 실존했던 인물)처럼 용기내어 행동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속좁은 이야기지만 제발 내게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만을 바라는 것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송우석을 비롯해 당시 80년대를 살았던 이들은 그냥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그들은 애초부터 사명감이 있었다거나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을 목적으로 살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 다른 세상의 일인줄로만 알았던 부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용기와 부끄러움 가운데 한 가지의 선택을 강요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부끄러운 삶 대신 용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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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당시 80년대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용기와 부끄러움의 선택지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비록 자신은 내 몸과 마음, 가족을 고통받게 하는 공권력과 상대할 용기를 내진 못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끄러운 줄은 알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항상 부끄럽고 죄의식을 갖고 불합리한 시절을 살아왔던 이들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는 용기를 내기는 커녕 부끄러움 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아직도 눈에 보일 정도로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그저 남의 일이라고 피하려고, 피하려고만 애쓴다. 예전에는 용기나 안나서, 지켜야할 것들이 많아서 혹은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무서워서 피하려 했다면, 지금은 그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서 피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그런 현실의 상처가 더 깊이 욱신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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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영화는 슈퍼 히어로의 가까운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저런 상황에 닥쳤을 때 우리들도 저런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큰 그릇이 되자 라는 식이라면, '변호인'은 이와는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의 마지막, 재판장에 피고로 서 있는 송우석을 지지하고 변호하기 위해 부산 지역 수십명의 변호사들은 자신의 이름 한 자 한 자를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영화는 희미한 미소를 남기고 끝이 난다. 결국 '변호인'은 치열한 삶을 살았던 송우석의 삶을 기리려는 것이 아니라, 그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함께 하고자 했던 수 많은 변호사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렇게 외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정의로움을 위해 싸울 때, 최소한 그 뒤에서 그를 지지하고 함께할 수 있는 용기를 내어 달라고.

2013년 대한민국에게는 함께하는 용기가 더 간절하다.



1. 전 사실 최근 몇 작품을 통해 송강호 배우의 연기가 어느 정도 패턴이 읽혀져 새로움을 못 느껴가고 있었는데, 이번 '변호인'의 연기는 왜 그가 대단한 배우인지를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의 연기였네요. 오열할 때보다 감정을 숨기고 속으로 삼킬 때의 연기는, 이 영화가 다 담아내지 못한 정서까지도 표현해내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연기였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위더스필름 에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감동과 분노를 다 잡은 웰메이드 영화



내가 영화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두 가지는 감독과 배우가 누구냐 라는 것과 포스터 이미지가 어떤 기대감을 주느냐 인데, 방은진 감독의 신작 '집으로 가는 길'은 배우도 배우지만 이 강렬한 포스터 한 장의 이미지에 끌려 관심을 갖게 된 영화였다. 이미 포스터를 통해 적잖은 감동을 전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영화는, 역시 예상대로 감동 아니 감정적이었고, 다른 한 편으론 시종일관 분노를 일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했다. 전자는 예상했던 바이지만 후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방은진 감독은 이 두 가지를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을 만큼, 단순히 감동과 신파에만 기댄 그런 작품은 아니었다.



ⓒ CJ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집으로 가는 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 보았던 영화 가운데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던 소더버그의 '쇼를 사랑한 남자'와는 실화라는 자체가 관객에게 받아 들여지는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쇼를 사랑한 남자'는 리뷰에도 남겼던 것처럼 실화라는 사실은 제거해도 영화 관람에는 전혀 변화가 발생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실화라는 이유 때문에 관객이 분노하게 끔 만드는 지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의 포스터나 분위기를 보았을 때는 전도연의 열연이 돋보이는, 그래서 감정적으로 눈물을 쏟게 만드는 휴먼 드라마 일 것 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 것 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일 수 있었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여기에 왜 정연 (전도연)이 그런 외롭고 고통스러운 처지에 놓였어야 했는 지를, 그녀가 겪는 고통 만큼이나 주목한다. 이런 시선은 자칫하면 너무 건조하게 흐르거나 극적인 요소와 구분되어 딱딱한 느낌을 (다큐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었으나, 이 작품은 오히려 이를 잘 활용하여 정연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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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TV에서 가끔 보게 되는 사회 고발 프로그램들이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이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실화이기에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에 적합한 소재이기도 했는데, 방은진 감독은 여기서 주인공과 그 가족의 심리를 어색하고 오버 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끌어내, 사회 시스템이 야기 시킨 이 불행한 사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실화 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를 통해 더 큰 감정의 동요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후반부 정연의 이야기가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등장하는 네티즌들의 이야기는 조금은 낯 뜨거운 연출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수긍할 수 있는 연출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만큼 주인공의 감정과 이 사건을 바라보는 제 3자 및 가족의 분노를 적절히 다루어 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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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도 그렇고, 이렇게 현재를 살고 있는 한 인간이 어떠한 거대한 시스템의 오류 혹은 무관심으로 인해 소 외 받고 고통 받게 되는 영화를 보게 되면, '어떻게 든 이 시스템을 개선 해야해! 라는 생각 보다는 '제발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하지 않길 바라자'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과연 내가 영화 속 정연 혹은 그 남편이었다면 이 상황을 다르게 해쳐나갈 수 있었을 까를 질문해 보면 답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하고, 극장을 나설 때면 다시금 씁쓸해 지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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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씁쓸해...



1. 전도연의 연기는 이제 더 이상 대단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외로움과 막막함, 슬픔, 그리움 등의 감정을 오로지 그녀의 몸을 통해 관객에게 100% 전달하고 있어요. 관객이 이 영화에서 쉽게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는 건, 절대적으로 전도연의 공이 컸어요.


2. 프랑스 영사관 직원을 연기한 두 분의 연기가 참 좋더군요. (참나!) 관객을 울린 것이 전도연의 공이라면, 관객을 분노케 한 공은 이 두 분에게로~


3. 무대 인사 사진 한 장!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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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 HFR 3D, 2013)

또 다른 삼부작의 가운데



피터 잭슨의 호빗 두 번째 작품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를 정말 오랜 만에 시사회에서 보았다 (개인적인 이유로 시사회를 피하다보니).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팬이지만, 전작인 '호빗 : 뜻밖의 여정'은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이미 기존에 글을 통해 설명했으니 간단하게 만 다시 이야기하자면, '호빗'은 원작이 그러한 이유도 있긴 하지만, 영화 작법으로 보았을 때도 너무나 '반지의 제왕'과 거울처럼 그대로 겹쳐졌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보다 진 일보한 영화를 기다렸던 나로서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는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두 번째 작품인 '스마우그의 폐허'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반지의 제왕'의 두 번째 작품인 '두 개의 탑'이 그러 했듯이, 이번 작품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나 인물의 구성, 갈등 요소까지 거의 '두 개의 탑'과 유사한 구성으로 진행되고, 두 번째 작품으로서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세 번째 작품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데에 더 충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편에 이어서 이번에도 실망스러웠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 이유를 명확히 들 수는 없으나, 분명 전 편보다 재미있었고 3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도 거의 지루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황당해 한 엔딩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아마도 전 편을 통해 익숙해진 드워프들과 새롭게 등장했으나 '반지의 제왕'을 통해 익숙한 캐릭터들의 등장 덕에, 조금은 쉽게 따라갈 수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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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은 아라곤과 겹쳐지지만, 그보다 더 노골적이고 충동적이며 이루고자 하는 바가 처음부터 뚜렷하다)


전작인 '뜻밖의 여정'도 그랬지만 '스마우그의 폐허'는 이보다 더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엘론드나 골룸 등의 캐릭터의 등장으로 그 연장선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엔 좀 더 절대 반지의 비중이 높아지고 '반지의 제왕'의 주된 캐릭터라 할 수 있는 사우론의 존재가 점점 드러나면서, 직접적으로 '반지의 제왕'을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확장해서 이야기하자면 호빗 3부작, 반지 3부작으로 각각 나누기 보다 거의 중간계 6부작으로 봐도 좋을 만큼, 전반적인 톤이나 캐릭터, 구성, 음악까지 통일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나온 뒤에 한 번 더 생각해볼 부분이긴 한데, 이렇게 생각하면 전작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을 대부분 긍정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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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프는 이번에도 원정대를 떠나 홀로 퀘스트를 수행한다)


'반지의 제왕'과 구성은 유사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각 인물들의 성숙 도를 들 수 있겠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캐릭터들은 '호빗'에 비하자면 상당히 안정되고 이미 성숙된 캐릭터들이 많았다. 아라곤과 소린을 비교해도 그렇고, 엘론드와 스란두일은 말할 것도 없으며 (물론 이건 성숙도의 차이라기 보다는 성격으로 인한 부분이 크긴 하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레골라스는 그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올랜드 블룸이 연기한 레골라스의 등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반지의 제왕' 속 여유 넘치고 위트까지 있는 레골라스와 '호빗'의 레골라스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다르다. 훨씬 더 거칠고 날카로우며, 아직 날 것의 느낌이 충만하다. 개인적으로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아직 성장 중인 레골라스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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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눈 깜빡 할 사이의 시간이었을 텐데, 그래도 조금이 나마 젊은 레골라스의 거칠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캐릭터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부분의 명 장면은 레골라스가 다 만들어 낸다. 그가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를 보는 것 만으로도 '스마우그의 폐허'를 극장에서 볼 이유는 충분하다. 그 정도로 이번 작품 역시 멋진 장면은 대부분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기적으로) 독식하고 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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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사회는 본래 3D ATMOS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사정 상 변경되어 HFR 3D로 감상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더 괜찮은 관람이었다. 사실 아직도 HFR 영상의 그 실제 같은 이질감에는 잘 적응이 되지 않는데, 그래도 처음 보았을 때 보다는 좀 나아진 느낌이다. 특히 액션 시퀀스에서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오르크들과 강을 따라 추격 및 전투를 벌이는 시퀀스에서는, 정말 영화스러운 동작 들과 구성들이 좀 더 실감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어 HFR 영상이 가장 잘 맞아 떨어진 경우였다. 더 이상 필름으로 제작되는 영화가 없는 것처럼, 앞으로는 HFR 촬영이 대세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는데, 아직 까지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 기술이 어떻게 영화라는 매체와 더 자연스럽게 융합될지 좀 더 지켜봐야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확실히 전작에 비해서는 HFR 영상에 대한 이질감이 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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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영화사와 극장 간의 부율 문제로 인해 서울 지역에서 제대로 된 관람이 어렵게 된 점은 분명 안타까운 점이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아이맥스, HFR, ATMOS 등 최상의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소스인데, 여러가지 다른 이유로 인해 최상의 관람을 할 수 없게 된 것 또한 아쉬운 점이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고 있어 지금 시점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의미 없을 듯 하지만, 아무튼 극장과 영화사 측이 관객을 좀 더 생각해서 더 나은 결정과 협의에 이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1. 이번 작품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배우는 다름 아닌 피터 잭슨 입니다 ㅎ

2.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간달프와 그 분이 만나는 장면!

3.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과연 말 미에 얘기했던 것처럼 좋은 관람 환경을 찾을 수나 있을지 걱정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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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리덕스

그리고 왕가위 감독과의 GV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은 많은 그의 팬들이 그러하듯이, 내게도 그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어린 시절 좋아하는 배우들이 여럿 나온다는 이유로 비디오 테입을 통해 보았던 '동사서독'은, 설명할 수는 없어도 정말 좋아할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었다. 그런 '동사서독'을 재편집한 '동사서독 리덕스'를 극장에서, 그것도 왕가위 감독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일단 극장에서는 처음 보게 된 '동사서독 리덕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그대로인대 내가 변해서 그런가, 나이를 먹은 탓인지 오히려 더 좋았다. 사실 처음 보았을 때는 한창 영웅문에 빠져있을 때라, 왕가위의 영화 자체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김용의 사조영웅전 속 인물들과의 접점을 찾느라 집중했었던 기억인데, 이번에야 말로 오롯이 인물들의 감정과 고민, 번뇌에 더 빠져들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무협의 최고 수준은 몸으로 겨루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마음 속으로) 겨루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왕가위는 최근 작 '일대종사'를 통해서도 보여주었던 것처럼 바로 그 단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미 '동사서독'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동사서독 리덕스'는 1:1 대결 장면이 없는 것처럼, 상대와 마음 속으로 겨루거나 혹은 나 자신과 겨루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영화 내내 등장하는 사막과 파도치는 바다의 장면이 바로 그런 의미다. 물론 이렇게 영화가 나오기 까지는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환경적 요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부분들도 없지 않겠지만, 결론적으로 왕가위 감독은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무협 영화를 완성해 냈다.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장국영, 임청하, 장만옥, 양가휘, 장학우, 양조위, 양채니 등 멋진 배우들을 스크린 가득 만나볼 수 있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특히 장국영, 임청하, 장만옥 이 세 사람은 정말 좋아하는 배우들인데,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만나보니 그것만으로도 울컥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시작된 GV.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의 진행으로 왕가위 감독을 모시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GV가 진행되었다. 정성일 씨의 말처럼 왕가위 감독이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한국 관객들을 위해 본인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물론 정성일 씨의 무거운 질문을 슬쩍 피하면서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지금 들어도 정말 재밌고, 이 우여곡절 많기로는 손꼽힐 만한 영화인 '동사서독'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그 제작 과정에 대한 웃지 못할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었다 (시사회 시작 시간까지 편집이 완료되지 않아, 일단 상영을 시작하고 마지막 필름 릴이 담긴 차가 배송되는 시간에 따라 어느 지역에서는 90분짜리 영화를, 어떤 곳에서는 80분, 70분 짜리 영화를 보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는 참 ㅎ).







그렇게 왕가위 감독과의 GV는 참 귀하고 값진 경험, 아니 시간이었다.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왕가위 감독 작품들에 대한 사랑이 다시 금 피어오르는 것은 물론, '동사서독'이란 영화를 두고두고 다시 봐야 할 의미를 다시 찾게 되기도 했다.


아... 은퇴한 임청하도,

먼저 세상을 떠난 장국영도 보고 싶구나.


1. GV에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newsType=&page=&contain=&keyword=&mi_id=MI0099917222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마셰티 킬즈 (Machete Kills, 2013)

우주로 가기 위한 예고편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그라인드하우스'의 가짜 예고편에서 시작된 (결국 가짜가 아니게 된 건가) 대니 트레조 주연의 '마셰티' 시리즈의 속편 '마셰티 킬즈'를 보았다. '마셰티'는 그 시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상 로드리게즈의 장난 같은 프로젝트 (하지만 누구보다 진지한)가 거대한 농담이 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는 '분명' 아니지만 로드리게즈의 그 독특한 유머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약간의 저질 관객이라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시리즈가 되었다. 전편인 '마셰티'는 이 가짜 예고편에서 시작한 작은 농담이 얼마나 진지하고 그럴싸하게 장편 영화가 될 수 있는지 스스로 뽐낸 작품이었다면, 속편인 '마셰티 킬즈'는 그에 비하자면 좀 아쉽고 심심하지만 3편을 기다리게 끔 하는 거대한 예고편으로 볼 수 있겠다.



ⓒ  Quick Draw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마셰티'의 세계관에서는 누구도 목숨을 장담할 수가 없다. 그 어떤 네임 벨류 있는 배우가 등장하더라도 예외는 없으며, 저 유명한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까 하고 궁금해 할 쯤이면 이미 그는 사지 절단되어 사라지기 일쑤다. '마셰티' 시리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을 보고 있노 라면, 마치 홍상수나 우디 앨런 영화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 결과 물은 전혀 다를지 모르지만, 구성이나 방식만 놓고 보면 배우들 스스로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고, 특히 배우로서의 자신을 완전히 즐겁게 소비하는 모습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즈의 '마셰티'는 그런 면에서 완전히 작정한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들 역시 매우 진지하게 임하지만 그래서 더 '큭큭'거리게 만드는 저렴한 재미가 있다. '마셰티 킬즈' 역시 마찬가지다.



ⓒ  Quick Draw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전작에 비해 '마셰티 킬즈'는 조금 이야기가 느슨한 편이다. 뭐 전작도 이야기가 얼마나 있었겠냐 만은, 전반적으로 이번 영화는 낄낄 거릴 만한 부분도 좀 적은 편이고, 사지 절단도 줄었으며 혼자만의 심각함이나 장르 적 유희도 조금은 심심한 편이다. 물론 기존 배우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장르의 팬들이라면 더 유쾌해 할 만한 농담 들이 존재하지만, '그라인드하우스'나 전편 '마셰티'에 비하면 확실히 심심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가 끝나기 직전인데, 이미 또 다른 가짜 예고편을 통해서 공개된 것처럼 마셰티가 우주를 무대로 펼치는 속편을 암시하는 장면들과 짧은 예고 영상은, 조금은 밋밋했던 영화를 다시금 뛰게 만든다. 즉, 이 작품만 놓고 보자면 아쉬운 점이 많은 편이지만, 좋게 평가하자면 우주를 무대로 펼칠 마셰티 3편에 대한 거대한 예고편으로서의 의미를 둘 수 있겠다.



ⓒ  Quick Draw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예고편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의외로) '마셰티 킬즈'의 이야기와 다음 속편이 매우 깊은 연관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뭐 미 시리즈에 연관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만은, 왜 마셰티가 우주를 배경으로 또 한 번의 활극을 펼치게 되었는지 에 대한 나름 논리적인 이유와, 각 캐릭터들의 사연 들이 이 작품 '마셰티 킬즈'에서 시작된 다는 점에서, 언젠가 나올 (나와야 할) 속편을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 될 듯 하다. 말을 이렇게 그럴싸하게 했지만, 나중에 속편이 나온다 해도 이 작품을 안봐도 전혀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부담 없이 낄낄 거리며 보는 게 이 작품의 묘미고, 로드리게즈의 취향이기 때문에. 아마도 로드리게즈는 이 작품의 형편 없는 평점을 보고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래 이건 그런 영화야!' 하면서!



1. 본래 로드리게즈의 영화들은 트러블메이커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제작했었는데, 이번 작품에는 Quick Draw Productions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이름이 바뀐 것인지, 각각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Quick Draw Productions 있습니다.


 




R.I.P 폴 워커 (Paul Walker)


일요일 아침, 아직 덜 깬 눈으로 트위터를 보다가 정신이 번쩍 드는 비보가 있었으니, 바로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유명한 폴 워커의 사망 소식이었다. 최근엔 워낙 이런 식의 오보가 많기에 처음에는 제발 오보이길 바랬었는데, 결국 사실로 밝혀지고 말았다 ㅠ Reach Out Worldwide라는 이름의 필리핀 자연재해와 관련된 자선행사 참석차 친구와 함께 자동차로 이동 중 사고를 당해, 친구와 폴 워커 모두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아.... 폴 워커는 개인적으로 많은 작품을 보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특별히 애정이 있던 배우였다. 특히 '러닝 스케어드'는 그에게 빠지게 된 결정적인 작품이었는데, 그 이후 생각보다 주연급으로 발돋움 하지 못해 팬으로서 아쉬움이 많기도 했었다. 그 이후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주요 캐릭터로 캐스팅되면서 많은 대중들에게도 더 큰 인상을 주고 있었고, 계속될 시리즈에서도 더 좋은 모습이 기대되었었는데, 아.... 이건 정말 너무나 갑작스러운 비보였다.




('러닝 스케어드'에 출연한 폴 워커의 모습.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http://realfolkblues.co.kr/331)


1973년 생으로 올해 나이 겨우 40세이다. 배우로서 아직 보여줄 것이 많고, 어쩌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것보다 앞으로 더 잘 될 수도 있는 배우였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 정말 아쉽다.

아... 너무 허무하다


관련 기사 - http://www.imdb.com/news/ni56490147/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쇼를 사랑한 남자 (Behind the Candelabra, 2013)

이토록 아름다운 엔딩



사실 이 포스터를 처음 보았을 때 '맷 데이먼 말고 다른 주인공이 참 마이클 더글라스를 닮았네' 라고 생각했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암 진단을 받아 활동이 어렵지 않을까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초 적인 연기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라고 보기에는 너무 '예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이클 더글라스라는 존재를 분명히 확인하지 못한 채 보게 된 '쇼를 사랑한 남자 (Behind the Candelabra, 2013)'는 그냥 퀴어 영화로 불리기엔 참 좋은 영화였다 (뭐 하긴 대부분의 퀴어 영화는 '그냥 그런' 영화로 머무는 경우가, 그러니까 게이 라는 그 자체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하다). 참 좋은 영화인 동시에,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엔딩 장면을 선사한 작품이기도 했다.



ⓒ  HBO Films. All rights reserved


앞서 포스터 속 주인공이 마이클 더글라스인지 잘 몰랐던 것과 마찬가지로, 난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이 영화 같은 이야기가 사실은 실화라는 것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실화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관객을 흔들어 놓는 감동이 존재한다. 아, 만약 실화라는 것에 가까운 외부적인 감동 포인트가 있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실제로 암을 극복하고 다시 이토록 멋진 연기를 펼친 마이클 더글라스라는 배우의 이야기일 것이다. 본래 연기를 잘하는 베테랑 연기자이긴 했지만, 실제 암 투병을 겪은 이후 만나게 된 '리버라치'는 캐릭터를 연기함은 분명 이전과 달랐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마이클 더글라스가 복귀 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정말 더할 나위 없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가 겪었던 실제의 경험이 더 극적인 요소로 과장되어 표현될 수도 있었지만, 리버라치의 삶은 어쩌면 그런 아픔들이 겉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더 농도 짙은 캐릭터를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  HBO Film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어쩌면 참 뻔한 사랑이야기다. 리버라치 (마이클 더글라스)와 스콧 (맷 데이먼)의 관계에는 다양한 평범하지 않은 환경들이 존재하지만, 영화는 그 특별함 보다는 이 두 사람의 애정에 더 집중한다. 그 보편적 감성은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사실 이 영화에서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부분은 이들이 게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 일텐데,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과 닮길 원하는 이나 역시 사랑한 나머지 상대의 요구대로 성형을 하는 이의 모습, 그리고 더 나아가 서로가 연인이자 부자 관계인 모습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전반적으로 담고 있는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정서의 표현으로 인해, 이들의 특별할 수 있는 관계와 행동들조차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담고 있어, 조금도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영화가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  HBO Films. All rights reserved


마지막으로 가끔 영화를 보다 보면 감독이 어느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영화 전체를 만들었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는데, 이 영화의 경우는 엔딩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엔딩 장면만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하는데, 그냥 슬퍼서 울컥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아름답고 한 편으론 행복해서 울컥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러닝 타임 내내 들려주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아름다운 엔딩이었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 작품과 '사이드 임팩트'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결정은 번복해도 좋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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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블루레이 리뷰 (Pacific Rim : Blu-ray review)
눈 앞에서 펼쳐지는 거대 로봇의 육박전


올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 인 길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이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퍼시픽 림'을 극장에서 보기전 이 작품에 대한 기대 포인트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그가 본격적으로 대규모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거대 로봇과 괴수가 대결을 펼치는, 일종의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실사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 등이었다. 후자 만으로도 이 영화는 기대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지만, 전자인 '길예르모 델 토로'라는 이름 때문에 기대치가 더해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만든다면 좀 더 스토리 측면이나 완성도에 있어서 더 나은,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물론 이런 과한 기대치는 그의 팬이기 때문에 발동되었던 것인데, 결론적으로 이 높은 기대치가 독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 정도로 '퍼시픽 림'은 충분한 만족감과, 적당한 수긍,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퍼시픽 림'은 규모와 스케일이 그 자체인 영화다. 많은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그 크기에 포인트를 두곤 했는데, 그 어떤 영화도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카이주와 예거의 크기에는 비할 바가 안될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작품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동시에 그 표현이 가장 중요 포인트인 작품이기도 했다. 즉 이 영화의 핵심은 이 엄청난 크기를 관객이 실감할 수 있도록 표현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면에서 극장 상영을 통해 체험할 수 있었던 아이맥스 3D의 관람 환경은 적극 추천할 만 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앞서 언급한 엄청난 규모의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었는데 (워낙 거대한 두 존재가 결투를 하다 보니), 그렇다 하더라도 보는 내내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올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음은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그 엄청난 크기의 두 존재가 미사일 등의 무기를 통해 장거리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주먹질을 통한 육박전을 벌인다는 것 만으로도 이 작품의 볼거리는 사실 충분한 편이다. 이 정도 크기의 괴물을 주먹으로 때려잡는 영화라니! 이것 만으로도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많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팬들이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이라면 전반적인 이야기의 구조나 전개에 관한 것일 텐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필자 역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델 토로라면 뭔가 이 로봇/괴수 액션 블록버스터의 구조 속에서도 더 색다르거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퍼시픽 림'은 일반적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개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고, 한 편으론 바로 그 점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도 더 나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판의 미로' 같은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런 여름 블록버스터에 녹여 냈다면 아마 그의 팬들에게는 인정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외면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이 작품의 인트로였다. 아마 보통 같으면 영화 한 편을 할애할 수도 있었던 이 시기의 배경과 카이주라는 괴물의 등장, 예거 시스템의 탄생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단순히 그런 것이 있었다는 정도의 설명이 아니라, 한참이 전개된 다음의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한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 저 부분을 그냥 저렇게 한 줄로 넘기기엔 너무 아까운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한 전개였다. 하지만 만약 이 부분을 천천히 다 설명했더라면 (아마도 시리즈의 1편이 되었을) 이 영화에서 지금과 같은 본격적인 육박전을 보기는 무리였을 것이다. 반대로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전형적인 전개와 캐릭터들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손발이 오그라들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덕후의 입장으로는) '아, 그래도 멋있다!'라고 수줍게 속으로 외치게 되는 부분도 분명 있었다.






블루레이를 통해 본편을 다시 보고 다양한 부가영상을 보고 알게 된 점은, 극장에서 볼 때 느꼈던 아쉬움 들을 해소해 줄 만한 요소가 본래의 기획에는 없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부가영상에 대해 소개할 때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퍼시픽 림'을 기획하고 연출한 길예르모 델 토로는 관객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디테일과 설정에 이르기까지 확고한 비전과 이야기를 갖고 있었고, 그 부분들을 최대한 본편에 녹여내려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신이 나서 들려주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의 이런 확고한 비전이 좀 더 영화에 표현되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신나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상대적일 수 밖에는 없는 아쉬움일 텐데, '퍼시픽 림'은 그 자체로 흥분되고 꿈과 같은 영화화이지만, 감독인 길예르모 델 토로가 카이주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신나게 이야기하는 인터뷰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보다도 더 신나는 영화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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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블루레이의 화질은 레드에픽으로 촬영된 소스답게 큰 단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레퍼런스라 부르기에 충분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볼 때와 비교해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바로 어두운 장면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극장에서 아이맥스 3D를 통해 감상할 때는 그 규모는 만족스러웠으나 어두운 장면들의 표현은 조금 아쉬운 편이었는데, 블루레이는 바로 이 점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하고 있다. 특히 '퍼시픽 림'은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장면들이 많은데, 극장에서 볼 때 상당히 어둡다 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과 비교하면, 블루레이의 화질은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전반적으로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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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처음 폭풍우가 치는 밤,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카이주와 예거의 결투 장면은 가장 처음 카이주와 예거가 등장하는 장면임에도 어두운 배경인 나머지 100% 확인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던 극장 관람 시와는 달리, 블루레이에서는 예거의 메탈릭 한 질감은 물론 형광물질처럼 발광하는 카이주의 일부 피부까지 선명하게 표현해 낸다.






상대적으로 밝은 장면에서는 시원시원한 표현력과 마치 HFR로 촬영한 영상을 보는 듯한 입체감과 선명함을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퍼시픽 림'이 규모의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정에서 감상하는 것이 극장 관람에 비해 부족한 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텐데, 화질과 사운드의 퀄리티만 놓고 보자면 그 규모의 부족함을 충분히 극복할 만한 수준이다.


Blu-ray : Sound


DTS-HD MA의 사운드 역시 10점을 주는 것에 부족함이 없다. 사운드 측면에서 '퍼시픽 림'은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거대 로봇들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사운드는 트랜스포머 못지 않으며, 무엇보다 카이주라는 거대 괴수가 만들어 내는 포효하는 사운드는 블루레이의 차세대 사운드를 통해 방 안 가득 울려 퍼진다.






사운드 역시 극장 관람 시 보다 훨씬 더 디테일 한 작은 소리들을 확인할 수 있는 사운드 디자인이 돋보였으며, 서브우퍼가 과하게 사용될 수 있는 사운드 임에도 무조건 서브우퍼로 파워를 몰아줘서 무겁게 들리기 보다는, 적절한 분배로 임팩트와 밸런스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는 사운드를 담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총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퍼시픽 림' 블루레이는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부가영상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 만이 수록되어 있다. 이런 형태로 나뉘어 수록되었을 경우 본편이 수록된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별 다른 부가영상이 수록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이번 '퍼시픽 림' 블루레이는 첫 번째 디스크에도 제법 볼 만한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A Film By Guillermo Del Toro'에서는 길예르모 델 토로의 구상이 이 작품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디테일 한 소품과 배경 설정에 이르기까지 그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것들이 얼마나 많은 수에 달하는 지를 확인시켜주면서, 그렇기 때문에 '퍼시픽 림'이 그가 아니고서는 영화화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A Primer On Kaijus & Jaegers'에서는 일본 고전 장르라 할 수 있는 카이주의 특성을 들려주는데, 서구의 괴물들과는 차별되는 카이주 만의 독특한 구조와 크기 등을 소개하며 그 카이주를 너무도 사랑한 길예르모 델 토로의 애정 어린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예거 역시 일본 스타일의 메카에서 가져왔는데, 카이주와 예거를 비롯해 이 작품이 얼마나 아니메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를 길예르모 델 토로의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다. 그가 아니메에서 발견했던 매력적인 포인트들이 무엇이며, 그것들을 어떻게 '퍼시픽 림'에 녹여 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Intricacy of Robot Design' 에서는 예거의 디자인 적 특성에 대해 들려주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예거 자체가 일본 아니메의 메카 디자인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아니메를 이해하고 있는 디자이너를 섭외하는 것이 처음부터 목표였다고 한다. 또한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를 통해 길예르모 델 토로가 로봇 디자인에도 얼마나 독특하고 디테일 한 주관과 철학이 있었는지를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Honoring The Kaiju Tradition'에서는 길예르모 델토로 감독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인 독특한 이미지의 다양한 크리쳐들에 대한 탄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카이주 역시 최대한 다른 작품 속 괴수를 연상시키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 기상 천외하고 독특한 모양새와 기능을 갖춘 카이주들이 탄생될 수 있었다. 카이주는 외계에서 온 존재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을 연상시킬 만한 이미지들을 녹여 실제 하는 듯한 느낌을 더 전달할 수 있었다.





'The Importance Of Mass And Scale'은 이 작품의 거대 스케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데, 영화가 개봉한 뒤 예거와 카이주의 규모를 다른 영화 속에 등장한 다양한 괴수들과의 크기 비교를 통해 표현한 그림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것처럼, '퍼시픽 림'의 또 다른 미션은 바로 이 엄청난 규모를 실감나도록 표현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영화 속에서 다루는 규모의 방식과는 다른 차원으로 접근한 스텝들의 작업 방식을 엿볼 수 있다.





'Shatterdome Ranger Roll Call'에서는 상대적으로 카이주와 예거에 가려져 있던 캐릭터들에 관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각각의 캐릭터를 다국적으로 설정하게 된 이유와 캐릭터의 특징을 배우와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길예르모 델 토로는 한 국가가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가 아닌 전 세계가 함께 구하는 방식의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 호주,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의 다국적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 액션 연기를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이 거친 훈련에 관한 이야기와 물리적 현실감을 구현하기 위해 고안된 대형 세트 제작기, 그리고 새끼 카이주가 등장한 촬영 세트와 도쿄 골목 촬영 세트의 모습과 사운드 트랙에 관한 이야기도 각각 만나볼 수 있다.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각각 5분 남짓의 짧다면 짧은 영상들이지만, 각각 주제 별로 잘 분류가 되어 있고 겹치는 내용 들도 거의 없어 하나 하나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서 첫 번째로 확인해볼 부가영상은 'The Director's Notebook'이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퍼시픽 림'을 구상할 때 작업했던 노트를 메뉴화 한 것으로, 노트 형식의 메뉴 구성이 정말 내용이나 델 토로 감독의 블루레이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노트에 적어놓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카이주의 성격이나 배경 그리고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에서 특별히 더 주목해야 할 각종 크리쳐 들의 컨셉 아트 갤러리는 물론, 직접 감독의 설명이 곁들여진 부가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감독의 설명과 함께 소개되는 영화 속 다양한 장치들과 배경 그리고 건축물 들에 대한 내용은, 사실 영화를 보면서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너무 단순한 것이 아닌가 싶었던 영화의 내용이 실제로는 상당히 깊은 각자의 이야기와 고민이 담겨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토리텔러로서 길예르모 델 토로의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오히려 최종 버전에는 그의 초기 컨셉이나 구상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 직접 언급하기도 한 것처럼, 더 많은 제작비가 있었다면 더 디테일 한 내용이나 설정에 대해 보여주고자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길예르모 델 토로는 '퍼시픽 림'이라는 작품을 통해 본인 만의 취향이자 특기인 독특한 크리쳐와 그 뒤에 숨겨진 세세한 이야기들까지 들려주고자 했으나, 제작비는 물론 여러 가지 여건들로 인해 양보해야 했음을 한 번 더 알 수 있었다.





영화 속 주요 설정 중 하나인 드리프트를 블루레이를 감상하는 사용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컨셉 부가영상이 'Drift Space'인데, 상대의 과거와 현재,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드리프트를 마치 실제 경험하는 것과 같은 화면 구성을 통해 영화 속 두 주인공의 과거와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내용들만으로는 다 소개할 수 없었던 마코와 롤리의 자세한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사실들에 대한 좀 더 깊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The Digital Artistry of Pacific Rim'에서는 가장 처음 가졌던 델 토로 감독을 비롯한 스텝들의 시각 효과 회의 장면을 시작으로, 이 장면에 사용된 디지털 시각 효과에 대한 여정을 들려준다. 특히 특수효과 팀 출신의 델 토로가 이 부분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 동시에, 논리적으로 계산하고 평가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대한 물리학에 근거한 논리를 통해 장면의 구성과 액션 안무가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화려한 시각 효과를 통해 '보여 주기식' 액션이 아닌, 이 엄청난 규모의 로봇과 괴수과 대결을 벌일 때 실제로 가능한 작용과 반작용, 파급 효과에 엄청난 신경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시각 효과를 위해 길예르모 델 토로가 스텝들에게 자신의 머릿속에 든 구상과 디자인을 설명할 때를 보면, '퍼시픽 림'의 아주 많은 부분이 그의 머릿 속에서 만들어졌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당히 디테일 한 설정까지 원하는 바가 확실했던 그의 비전이, 우리가 최종적으로 극장에서 본 '퍼시픽 림'을 완성하는 데에 청사진이 되었음은, 이 부가영상을 통해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었다.




△ 델토로 감독 "여기선 카이주의 앞 발 모양이 이렇게 되야 해요!"


그리고 역시나 예상했지만 (사실 이 부분이 '퍼시픽 림'을 보기도 전에 가장 먼저 예상했던 부분이었는데), 장면 하나 하나를 설명하며 잔뜩 신이 난 길예르모 델 토로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퍼시픽 림'은 감독이 정말 신나게 (신나서) 만든 작품이다. 감독의 '신남'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부가영상을 통해 그 신나 하는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The Shatterdome'에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카이주들과 예거 그리고 코스춤과 배경에 대한 컨셉 아트와 몇몇 주요 장면의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아마도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팬이라면 다른 감독의 작품과는 다르게 그냥 지나치기는커녕 기다렸을 컨셉 아트 (갤러리) 메뉴일 것이다. 다른 작품의 갤러리 메뉴가 찬밥 신세인 것에 비해, 본래 컨셉 아트만으로도 팬들의 충분한 수요가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컨셉 아트를 선보이는 길예르모 델 토로답게, 부가영상에는 다양한 컨셉 아트들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카이주들과 예거의 다양한 모델들을 각각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각자가 선호하는 모델들에 대한 컨셉 아트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지막으로 총 4개의 삭제 장면과 일종의 NG 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 'Blooper Reel' 이 수록되었다.



[총평] 길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 블루레이는 극장에서 볼 때만큼의 임팩트를 전달하는 강력한 사운드와 오히려 더 선명해진 화질로 AV적 쾌감을 최고로 선사하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이 작품에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가 얼마나 많은 영향과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는 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부가영상은, 극장에서 보면 조금은 아쉬웠던 스토리에 대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어 더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마 길예르모 감독의 팬이라면 '퍼시픽 림' 블루레이의 부가 영상은 꼭 하나도 빼놓지 말고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부가영상을 다 보고 나면 아마도 조금 더 그의 팬이 되어 있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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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 (Mud, 2012)

사랑에 관한 사실



'테이크 쉘터'는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 적인 작품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연출을 맡은 제프 니콜스의 다음 작품인 '머드' 역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포스터를 가득 채운 매튜 매커너히의 거칠어 보이는 모습은 '테이크 쉘터'와는 또 다른 어떤 영화일까 기대하게 만들었다. '머드'의 국내 포스터에 가장 도드라지게 표현되어 있는 문구는 바로 '이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인데, 이 문구 덕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그 예상보다도 더 직접적이고 순수한 사랑에 관한 영화였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머드'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사실'에 가까운 영화였다.




ⓒ  Brace Cove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몹시 건조하다. 나른하고 매 마른 듯한 분위기가 도는 가운데 엘리스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가 조용하게 시작되고, 엘리스는 우연히 버려진 보트 곁에서 '머드'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후부터 영화가 엘리스와 머드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조금 특이한 편인데, 어느 한 편에 서 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둘 사이의 비중을 자유롭게 오간다. 처음엔 머드의 편에 서서 그가 만나게 된 어린 소년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꿈꾸고 쫓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는데, 극장을 나오면서는 머드가 아닌 엘리스의 편에 더 서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오히려 엘리스라는 한 소년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처음 겪게 되는 희열과 아픔, 고통과 실망, 상처에 대한 과정을 머드라는 한 남자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들려주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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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니콜스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 소년과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면서 두근거림과 아픔을 동시에 표현해 냈다. 여러가지 장면을 통해 머드와 엘리스는 마치 서로의 거울처럼 겹쳐지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점에서 '머드'는 관객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머드는 오로지 사랑 만을 위한 로맨티스트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강가의 외딴 섬에 홀로 갇혀 있고,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쫓기는 신세이기도 하다. 엘리스의 경우도 그 순수한 사랑이 상대에게도 전해진 것 같았지만 사실은 혼자 만의 착각이었고, 머드에게 바랬던 바 역시 엘리스의 기대와는 좀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즉, 엘리스와 머드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봤을 때, 한 없이 순진하기만 한 과거이거나 한 없이 영리하지 못한 미래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가 머드와 엘리스를 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은 참 인상적이었다.


결국 머드와 엘리스가 겪게 된 일들로 미뤄봤을 때, 그렇다면 이 영화는 우울하고 쓸쓸한 영화인가 하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이 영화엔 묘한 희망이 있다. 마치 미신 같이 머드를 지켜주는 그 노란 셔츠처럼, 거짓말 인줄 알면서 믿고 싶은 정서가 있다. 그것은 곧 상처 받을 줄 알지만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사랑에 관한 '사실'이 아닐까.



ⓒ  Brace Cove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Brace Cove Productions 있습니다.


 





올드보이 10주년 (Old boy 10th Anniversary)

다시 보니 완벽한 우진의 영화더라



2003년 극장에서 보았던 '올드보이 (Old boy, 2003)'의 강렬함은 지금도 그대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미스테리와 에너지, 쓸쓸함에 휘둘리며 마지막 미도의 왈츠가 나오며 막이 내릴 땐 좌석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만큼 '올드보이'는 강렬한 영화였고 박찬욱 이라는 이름을 전세계에 널리 알린 작품이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도 한국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점에 놓여 있는 '올드보이'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올드보이'는 10주년을 맞아 단순 재 개봉이 아닌 디지털 리마스터링 (색보정 및 일부 장면 보정)을 거쳐 다시 선보이게 되었는데, 좋은 기회에 초대를 받아 박찬욱 감독님의 GV까지 더해진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일단 리마스터링 된 부분은 전반적으로 색보정을 감독님이 원하는 형태로 진행되었고, 개봉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몇몇 장면의 실수들을 바로 잡았다고 했다. 개봉 당시는 왜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의 장면들을 이번 기회에 수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감독님이 말한 이번 리마스터링의 가장 큰 의의는 '올드보이'라는 영화 자체가 여러 해외에서 상영되는 등 필름의 보존 상태가 좋지 못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업데이트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블루레이 리뷰어로서 본 '올드보이' 리마스터링 버전은 확실히 10년 전 영화라 세월의 흔적이 아주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화질이라고 (현실적으로 보자면 더더욱) 할 수 있을 것 같아 블루레이가 정식 발매된다면 화질 측면에서 좀 더 나은 환경이 갖춰 졌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렇게 다시 보게 된 '올드보이'는 예상은 했지만 완벽한 우진 (유지태)의 영화로 받아들여 졌다.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땐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최민식이 연기한 오대수 역할이 주는 강렬함과 영화의 미장센에 매혹 되었었는데, 10년이 지나 다시 보니 오대수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이우진의 이야기가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즉, 15년 동안 갇혀 지냈던 사람의 이야기보다, 누군 가를 15년이나 감금해야 했던 사람의 사연이 더 강렬했다는 얘긴데, 이유도 모른 채 감금되었다가 풀려난 이의 분노 보다는, 어쩌면 15년이 넘는 세월을 복수로 보내버린 한 남자의 슬픔이 더 쓰라리게 다가왔다.


그런 측면에서 이전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던 대사들이 와 닿았는데, '아무리 짐승 만도 못한 놈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니냐'는 식의 대사와, '그냥 잊어버린 거에요' 라는 대사는 이번 재 관람에서 비로서 발견한 중요한 포인트였다. 우진이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주된 사건은 누군 가의 인생을 통째로 앗아갔음에도, 다른 누군 가는 정말로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잊어버린 일이기도 했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우리도 살면서 스스로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지나 치는 일들 가운데에는 누군 가 (그 누군 가가 설령 짐승 만도 못한 이 일지라도)의 인생을 빼앗아 갈 정도로 커다란 일을 저지르는 것은 아닌 지를 떠올려 보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진의 마지막이 더 슬프고 더 쓸쓸하고 더 무기력했다. 오대수의 입장에서 보면 '올드보이'는 강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로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이우진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미 시작할 때부터 끝이 보이는, 죽음의 그림자와 내내 무기력함이 짙게 깔린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인지 이번 재 관람에서는 한 없는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오대수는 15년 간 갇혀 있다 풀려 났지만, 우진은 이미 학생일 때부터 자신의 삶으로부터 갇혀 버린 것이 아닌가.





극장에서 DVD로. 몇몇 버전의 DVD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그리고 블루레이로. 여러 번을 본 '올드보이'였지만 10주년을 맞아 극장에서 다시 본 '올드보이'는 또 달랐다. 새삼스럽지만 확실히 좋은 영화란 세월이 흘러도 좋은, 각 시기에 따라 다른 의미와 감흥을 전하는 것이라는 걸 또 한 번 깨닫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후 박찬욱 감독님과 주성철 기자님이 함께 한 GV는 예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최근 화제가 된 유연석 씨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까지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분의 GV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중화권 배우와 '올드보이'의 연관성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도 주성철 기자님 GV만의 특징이었고 ㅎ







10년 전 극장에서 혹은 다른 매체로 이미 '올드보이'를 인상 깊게 보았던 이들이라면, 10주년을 맞아 재 개봉한 '올드보이'를 극장에서 다시 관람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누군 가에게는 또 다른 영화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잉투기 (2013)

계속하는 것은 힘이 된다



'잉투기'를 보았다. 이미 시사회를 통해 관계자들로부터 신선하다, 제2의 류승완 류승범 형제다 라는 등 (이런 표현 개인적으로는 제일 안 좋아하지만;;)의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으로 보기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결론적으로 기대 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언제부턴 가 '청춘'이나 '젊은이'들의 현실을 논하는 작품들은 모두 다 전형적인 전개로 이어졌고 캐릭터들도 너무 전형적이라 오히려 그 작품이 추구하려 던 현실 감과는 전혀 다르게, 비현실적이고 만들어진 캐릭터 같은 이야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런 측면에서 '잉투기'의 청춘은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어쩌면 가장 특이하고 긱(Geek)한 청춘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그럼에도 과장하지 않고 판타지로 나아가지도 않으며 그냥 있는 그대로를 감싸 안는 듯한 이야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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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많은 부분을 실화에 근거하고 있는데, '칡콩팥' '젖존슨' 등의 닉네임도 그렇고, 디씨인사이드를 통해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과 지명, 장소 등을 최대한 고려하고 있다. 디씨인사이드를 이용하는 갤러 들이라면 또 다른 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잉투기'는 결코 그들 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가끔 단편 들을 통해 TV에서 보여주는 것 말고 실제 젊은이들이 즐기고 있는 독특하지만 그리 생소하지는 않은 문화에 대해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그저 특이한 문화를 소개하거나 그 생경 함을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잉투기'는 역시 같은 생경 함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그것의 디테일에 집중하다가 잘못된 방향으로 몰락하거나 반대로 너무 거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욕심을 부리다가 무너져 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고 있다. 제목 만 놓고 보았을 땐 현실에서 잉여로 불리는 청춘들이 벌이는 작은 사건에 기반하여 현재의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메시지까지 전개 되는 것이 아닌가 했으나, '잉투기'는 참 담백했고,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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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장르적 매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엄태화 감독은 이 작품을 완전한 장르 영화에 두려 하지 않으면서도 장르 영화 만이 갖는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장치들을 배치하고 있다. 서부 영화를 연상시키는 음악 사용도 그렇고, '젖존슨'을 찾아가는 미스테리 구조는 얼핏 이 영화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음에도 은근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자칫 미스테리로 인해 본래의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흔들릴 수도 있었으나 딱 매력적일 정도로만 장르를 활용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한 영화 안에 다양한 이야기, 그러니까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나, 인물, 설정을 찾아보고 싶게 끔 만드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잉투기'에도 그런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특히 '젖존슨'을 추적하다가 발견하게 되는 아이돌 그룹 '볼케이노'는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는데, 그들의 곡 '데칼코마니'와 그 뮤직비디오는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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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가 중반까지 진행될 때까지도 '아, 무언가 좀 아쉽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태식과 영자, 희준의 이야기는 분명 나아가고 있었으나 갈 곳을 잃은 듯도 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답답함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 수록 이 영화의 작법이 이해되기, 아니 공감 되기 시작했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땐 무언가 뭉클 하는 감정 마저 느낄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잉투기'는 쉽게 부릴 수 있는 욕심을 끝내 부리지 않는 절제하는 영화처럼 보이는데, 보통의 이런 데뷔 작이 주체하기 힘든 에너지를 발산하는 데에 포커스와 매력이 있는 것과는 달리, '잉투기'는 상당한 절제가 엿보였다. 만약 그냥 에너지를 끝까지 쏟아내는 방식이었다면, 아마 영화는 겉으로 보여지는 힘은 더 갖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태식의 분노와 심정은 더 큰 공감을 얻었을 수도 있고, 영자의 행동 역시 오히려 더 큰 통쾌함을 주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잉투기'는 거기서 멈췄다. 아니 세상이 바라는 방식대로 나아가지 않았다. 현실에서 소외되어 잉여로 불리는 이들은 세상이 주목하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응어리를 해소하는 대신, 비록 세상이 이해하지 못할 지라도 자신 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계속하는 것을 택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그들 만이 이해하는 작지만 큰 통쾌함이 있는 동시에 한 편으론, 서로가 서로를 끌어 안을 수 밖에는 없는 쓸쓸한 정서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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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마지막은 참 인상적이었다. 결국 그들을 둘러 싼 현실이 이들을 바라보기엔 처참하게 무너져 버린 모습이지만, 태식과 영자, 희준이 과연 무너졌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들은 자신 만의 방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어쩌면 반드시 나아갈 필요조차 못 느끼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그렇게 계속 했고, 영화 속 문구처럼 계속하는 것은 그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잉투기'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좀 울컥했다.



1. 본문에도 썼지만 볼케이노의 데칼코마니는 꼭 한 번 라이브로 듣고 싶어요 ㅎ

2. 영자 역을 연기한 류혜영 배우는 단연 눈에 띄네요. 다른 작품도 기대됩니다!

3. 무드살롱의 '한강블루스'도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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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폭력적인 글 쓰지 않기



우리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 받는 표현들 가운데는 상당히 폭력적인 내용들이 많다. 글의 의도 자체가 누군 가에게 폭력을 가하기 위해서 쓰여진 것은 아니지만, 이미 너무 익숙해 버려서 쓰는 이조차 이 표현이 폭력적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게 된 경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전쟁이나 재난과 관련된 폭력적인 단어들을 우리는 은연중에 너무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언론은 물론 개인이 글을 쓸 때에도 더 더 자극적인 표현을 우선시하다 보니 이런 풍조가 자연스럽게 생겨버렸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한 발 물러나 생각해보면 이런 전쟁과 폭력에 물든 표현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주 경미한 것부터 이야기하자면 무슨 무슨 사단, 무슨 무슨 군단 같은 군사 용어로 시작하여, 핵폭탄, 융단 폭격, 포화를 퍼붓다, 확인 사살 등 직접적인 전쟁과 관련된 용어들은 물론, 쓰나미 같은 재난 용어 역시 일상 속에서 자주 목격된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전 국민이 거대한 군사 작전 중에 있는 것 마냥,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하고 폭력적인 표현들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흔한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표현들을 별다른 생각 없이 자주 사용했었고, 특히 무언가 헤드라인을 뽑아 낸다 거나, 더 자극적인 표현을 필요로 할 때는 자연스럽게 이런 폭력적인 표현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되었던 것 같다. 또한 별 의미 없이 그냥 재미나 선호에 따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이렇게 글을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이유로는 실제 전쟁이나 폭력에 피해를 받았던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이들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 작은 표현과 단어 하나 때문에도 그 끔찍했던 순간을 고통스럽게 떠올리게 된다는 이유였다. 특히 '쓰나미'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아주 쉽게 무언가 대규모를 표현해야 할 때 쓰나미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쓰나미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규모의 의미 뿐만 아니라 그 규모가 앗아간 고통과 피해를 고스란히 담고 있지 않은가. 과연 쓰나미를 겪은 이들이 '아, 진짜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네'라는 표현에 '하하하'라고 웃을 수 있을까.


이건 단순한 예다. 그리고 매우 구체적인 예다. 모든 표현을 쓸 때 마다 이 단어가 누군 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고민해 보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말 글 쓰는 것 자체가 나 스스로에게 폭력에 가까운 행위가 될지도 모르니).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알 만한 전쟁, 재난, 폭력과 관련된 표현을, 굳이 그런 의도를 갖고 있지 않은 글에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언급한 것처럼 그런 의도를 가졌을 때는 예외의 경우겠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굳이 더 자극적으로 쓰려고 혹은 그냥 그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글을 쓸 때 이 부분을 최대한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좀 더 염두에 두면 좋겠다. 대단한 글 쓰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글을 쓰는 한 사람 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의 글과 말이 얼마나 많은 폭력성을 담고 있는 지를 돌아보는 것도 한 번쯤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나부터 더 노력해야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맨 오브 스틸 : 블루레이 리뷰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액션 영웅, 슈퍼맨


브라이언 싱어의 2006년 작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가 있었지만, 이를 뒤엎고 다시 리부트를 시도한 새로운 잭 스나이더의 2013년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 잭 스나이더의 연출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특히 강한 편이지만, 어찌 되었든 DC코믹스의 또 다른 히어로인 배트맨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표 히어로라 할 수 있는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든든한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의 화려함과 액션 연출이 더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몹시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즉,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에게 기대되고 예상되는 바와 우려되는 바도 분명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은 물론, 데이빗 S.고이어와 함께 스토리에도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은 분명 잭 스나이더의 영화라는 점부터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그렇게 기대와 설레 임을 모두 들게 했던 잭 스나이더의 새로운 슈퍼맨 영화는, 예상 그대로 만족스러움과 아쉬움이 조금씩 교차하는 영화였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한 번쯤은 이런 액션 영웅 슈퍼맨을 보고 싶었다는 얘기다.






일단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전개였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새로운 슈퍼맨 시리즈를 시작하는 리부트의 첫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빠른 전개였다. 그 속도는 놀라움을 넘어서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건 슈퍼맨이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호 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일 듯 하다.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이 워낙 흥행하고 주목 받다 보니 조금 가려진 측면이 있긴 하지만, 본래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와 콘텐츠는 '배트맨' 못지 않은 이야기와 다양한 텍스트가 가능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이야기의 측면에서 '맨 오브 스틸'은 스토리와 영화가 갖고 있는 철학에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클락 켄트가 슈퍼맨이 되는 과정에서의 오랜 시간은 이 텍스트에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에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이 갖는 갈등은 클락 켄트와 칼엘 이라는 두 존재 사이 에서의 갈등, 즉 외계인으로서 지구인을 구해야만 하는 구세주로서 칼엘의 운명과 그저 스몰빌에서 부모님과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은 클락 켄트로서의 삶 사이에서 오는 괴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것이 바로 슈퍼맨으로서의 능력을 각성하고 사용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클락이 어떻게 크립톤인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신과 같은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 지는 오랜 갈등과 고민 끝의 결정이기에 소중히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인데, '맨 오브 스틸'에서는 이런 과정 적인 면이 상당히 생략되어 있었다. 따지고 보자면 '맨 오브 스틸'은 그 제목처럼 클락 켄트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칼엘 혹은 슈퍼맨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초반 크립톤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로 대표되는 가족에 대한 부분도 슈퍼맨이라는 텍스트가 얼마나 익숙한 가에 따라 조금은 호 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이 부분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맨 오브 스틸'에는 사실상 없는 클락 켄트이기에 더불어 비중이 축소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안 레인의 연기와 캐릭터는 모두 좋지만 그 비중이 이 캐릭터와 스토리의 정수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비중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스몰빌'에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는 클락에게 칼엘로서의 운명도 물론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너는 그냥 우리 아들 클락이야'라고 말하는 쪽에 가까운데, 이번 작품에서 조나단이 '너는 외계인이고 너를 낳아준 친 부모가 어딘가 있을 거야' 라는 말을 단번에 꺼낼 땐 조금은 급작스럽기도 했다. 물론 '스몰빌'의 조나단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영화 초반에 이렇다 할 설명이 다 오가기도 전에 어린 클락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조나단의 모습을 보니, '맨 오브 스틸'이 얼마나 클락 켄트의 비중을 적게 두고 있는지를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맨 오브 스틸'에도 슈퍼맨의 텍스트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클락 켄트로서의 요소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방금 아쉬운 점으로 지적한 조나단 켄트와 마사 켄트와의 따듯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도 있고, 그 몇몇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드와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만큼이나 (어쩌면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에게는, 너무 빠르게 전개되고 생략되는 클락 켄트의 부분이 조금은 아쉬울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슈퍼맨 영화임은 분명하다. 아니 정반대로 앞서 얘기한 아쉬운 점은 다른 취향을 갖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맨이라는 이야기에 특별한 애정보다는 극장 판 영화로서 2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 만으로 충분한 이해와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대부분의 관객에게, '맨 오브 스틸'의 전개 과정은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 액션 블록 버스터 영화로서 딱 어울리는 정보 량과 속도였으며, 긴 시간을 들여 일반인이 슈퍼 히어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물론 슈퍼맨의 경우는 태생부터가 다르지만) 바로 날기도 하고 슈퍼맨으로서의 등장도 빠른 것이 오히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전개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리즈로 제작된 많은 히어로 영화들의 1편을 보면, 그가 영웅이 되기 전까지의 평범한 이야기를 비중 있게 묘사하고 있는데, 반대로 이 부분은 많은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선사하는 측면도 분명 존재했었다는 점에서, '맨 오브 스틸'의 과감함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작품이라 하겠다. 






더군다나 그 짜임새에는 100% 동의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리부트에 걸맞게 처음부터 그 과정을 절반 이상 소개하고, 본격적인 액션은 그 다음으로 미뤘었던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가 당시 관객들과 스튜디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상황까지 더해진 마당이라면 (브라이언 싱어의 리부트를 다시 뒤엎는 데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의 대성공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런 액션 히어로로서의 면면이 강조된 슈퍼맨의 탄생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솔직히 슈퍼맨이라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히어로에 비하면 그 동안 슈퍼맨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 크기가 무언가를 들어 올리거나 막아 내는 데에 집중된 편이긴 했다. 그런 측면에서 한 번쯤은 '맨 오브 스틸'과 갖은 액션 영웅 슈퍼맨을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맨 오브 스틸'은 그런 액션 영웅 슈퍼맨을 가장 잘 묘사한 액션 시퀀스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맨 오브 스틸'의 액션 시퀀스는 정말 현란하다. 현란하고 화려한데 그저 화려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표현 자체가 좀 아이러니지만 슈퍼맨이 등장한 영화의 액션 장면 가운데 가장 '현실감' 넘치는 액션이었는데, 슈퍼맨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갈 때의 묘사나 조드 장군 일당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 만약 실제로 저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이가 전투를 벌인다면 아마도 저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액션 묘사가 많았다.


특히 슈퍼맨처럼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캐릭터를 담은 영상의 경우, 너무 그 속도 감을 담으려 한 나머지 현실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맨 오브 스틸'의 비행 장면은 카메라 웍이 살짝 동원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장 설득력 있는 비행 시퀀스가 아니었나 싶다. 결론적으로 벽이 부서지고 건물이 셀 수 없이 부서지고 관통 되고 하는 액션들이 오버스럽기 보다는, 저런 능력자들이 전투를 벌인다면 저 정도가 맞겠다 싶은 연출로서, 잭 스나이더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갈등 하는 영웅이 아닌 분노하고 싸우는 액션 영웅으로서 관객들이 슈퍼맨에게 기대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영화 내내 클락 켄트를 사실상 피해왔던 '맨 오브 스틸'은 속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클락 켄트의 이야기를 꺼낼 듯한 제스처를 한다. 기존 시리즈와는 로이스 레인과의 관계도 전혀 다르고, 성장 과정에 대한 묘사의 비중도 전혀 달랐으며, 지구인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달랐는데, 과연 속편은 어떤 이야기와 속도로 전개될지 더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또 반응에 따라 뒤엎지 말고 잭 스나이더의 비전을 좀 더 응원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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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블루레이 화질은 날카롭고 쨍 한 화질 보다는 거친 입자 표현이 두드러진 영상을 보여준다. 잡티 하나 없는 클리어 한 화질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 있겠는데,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나 좀 더 선명한 화질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레드원 카메라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여 출시한 Red Epic (5k) 카메라로도 일부 촬영된 것을 감안한다면 역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인데, 장면에 따라 편차가 좀 있는 편이고 정적인 장면보다는 빠른 액션이 주가 되는 장면이 많다 보니 화질 측면에서는 역시 좀 아쉬움이 남는다.




Blu-ray : Audio


DTS-HD MA 7.1 채널의 사운드는 영화가 추구하는 박력 넘치는 액션의 쾌감을 배가 시킨다. 임팩트나 채널 분리도, 극장에서는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미세한 소리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건 역시 블루레이 만의 장점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임팩트 부분에서 사운드가 날카롭게 빠져 나오기 보다는 조금 뭉뚱그려 표현되고 있어, 화질과 마찬가지로 날카롭고 선명하게 뻗어나가는 사운드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답답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맨 오브 스틸'의 부가영상은 크게 세 가지로 확인해볼 수 있다. 첫 번째 'Strong Characters, Legendary Roles....'에서는 약 30분 간의 영상을 통해 슈퍼맨이라는 캐릭터의 의미와 특성 그리고 75년 간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슈퍼맨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슈퍼맨이라는 스토리는 가장 대표적인 영웅 담인 동시에 가장 미국 적인 요소를 핵심적으로 담고 있는 텍스트인데, 영웅으로서 가져야 할 면모와 그 영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그리고 친부모와 양부모 즉, 출산과 양육을 구분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무한한 줄기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구성이기 때문에, 각 시대에 따라 어떤 형태로 표현 되었는지를 만나볼 수 있다.






신과 같이 강력한 힘을 갖은 영웅이 필요했던 시기의 슈퍼맨은 물론, 더 이상 영웅이 필요 없어 죽음을 맞기도 했던 슈퍼맨의 역사는, 곧 미국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새삼스럽지만 미국 문화 내에서 슈퍼맨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한 부분을 엿볼 수 있어 좋았는데,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많은 이들에게 실제로 희망이 되는 존재이기에, 주인공을 연기한 헨리 카빌의 마음 가짐은 물론, '맨 오브 스틸'을 만드는 이들도 결코 가벼운 자세로 임하지 않았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새로운 슈퍼맨인 헨리 카빌의 슈퍼맨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는데, 그저 강한 액션과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 근육을 키우고 운동을 하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에이미 아담스의 말처럼 '슈퍼 히어로 되기'라는 제목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는 것처럼, 진정한 의미의 슈퍼맨이 되기 위해 몸과 정신을 함께 단련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결과 촬영장에서 다른 스텝과 배우들이 보았을 때, 헨리 카빌이 아닌 '와, 진짜 슈퍼맨이잖아'라고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비주얼과 내면을 모두 만족 시키는 슈퍼맨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All-Out Action'에서는 영화 속 액션 장면을 위해 '300'을 함께 작업했던 '짐 존스'의 마크 트와이트와의 재작업을 통해 헨리 카빌을 비롯한 크립톤 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어떻게 영화 속 캐릭터로 만들어 졌는지 그 과정을 소개한다. 앞서 잠시 소개한 것처럼 트레이너 마크 트웨이트의 방식은 단순히 몸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배우를 캐릭터로 변화 시키는 역할까지 하고 있어 헨리 카빌이 슈퍼맨이 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힘든 단련의 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헨리 카빌 뿐 아니라 조드 장군 역할의 마이클 섀넌과 피오라 역의 안트예 트라우에의 훈련 과정도 만나볼 수 있다.






'Krypton Decoded'에서는 클락 켄트의 어린 시절 역할을 연기한 딜런 스프레이베리의 소개로 극 중 크립톤 행성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과 디자인적인 측면에 대해 소개한다. 시각 효과를 담당한 존 'DJ' 데자뎅과의 간단한 대화 형식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크립톤 행성의 기반이 되는 기술에 대한 소개와 크립톤 인들의 갑옷 디자인과 무기 디자인들이 어떤 컨셉으로 만들어 졌는지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Superman 75th Anniversary Animated Short'는 제목 그대로 75주년을 맞아 그 동안 슈퍼맨의 모습들을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홍보 영상인데, 최초의 슈퍼맨의 클래식한 모습은 물론 각 시대별로 달라졌던 모습, 작가에 따라 달라졌던 얼굴들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과 이 작품 '맨 오브 스틸'의 헨리 카빌의 모습까지 명료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워너브라더스의 또 다른 최신작 '호빗'의 제작과 관련된 부가영상 'New Zealand : Home of Middle-earth'가 수록되었다.





[총평] 잭 스나이더의 새로운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은 확실히 호불호가 강한 영화일 것이다. 화끈한 액션 영웅으로 돌아온 슈퍼맨에 환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좀 더 철학적으로 파고 들길 원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슈퍼맨이라는 텍스트의 매력에 비해 조금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한 번쯤은 이렇게 화끈한 액션을 펼치는 액션 영웅으로서의 슈퍼맨을 보고 싶었다는 점에서 잭 스나이더의 비전을 응원하고픈 바람이다. 헨리 카빌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슈퍼맨이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이 그러하였듯, 좀 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아 오래 지속되어 '어벤져스' 못지 않은 '저스티스 리그'도 머지 않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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