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smo Films. All rights reserved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처음의 설레임이 가득한 음악영화



'원스'와 '비긴 어게인'을 연출했던 존 카니의 신작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는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한 또 한 번의 음악 영화다. 너무나 완벽했던 영화 '원스'와 그 그늘 아래 존재할 수 밖에는 없었던 '비긴 어게인'의 아쉬움 이후 만든 이 영화는 음악 영화의 장점과 청춘 영화의 발랄함과 동시에 진지함도 잊지 않고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존 카니의 세 작품은 모두 음악(노래)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탄생의 순간을 관객 또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사명처럼 느껴지는데, 뭐랄까 존 카니는 단순히 '음악이 이렇게 마법같이 탄생한단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봐, 누구나 좋아하면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듯 하다. '싱 스트리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이 10대 어린 소년들이 밴드를 이루고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과연 누가 '제대들이 갑자기 어떻게 저런 실력을 가지게 된거야?'라고 개연성을 따지겠는가.




ⓒ Cosmo Films. All rights reserved



반복되고 새롭지 않아도 매번 매력적인 소재가 있는데 바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걸 가장 잘하는 감독 중 하나인 존 카니의 재능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싱 스트리트'는 이 과정을 묘사함에 있어서 '원스' 보다도 더 솔직하고 직접적인 영화다. 주인공 코너는 악상이 떠오르거나 혼자 곡이 잘 안써질 때마다 두 번 고민하지 않고 바로 친구인 에먼의 집을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곡 쓰는 것 좀 도와줄래?'. 그렇게 하나 둘 의견을 더해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보고 또 봐도 놀랍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이건 관객의 입장에서 음악을 잘 아는가 모르는가, 곡을 써 본 경험이 있는가 아닌가와 무관하게 발견할 수 있는 놀라움이다. 즉, 매일 프로로서 곡을 쓰는 뮤지션의 입장에서 보아도 누군가가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또 다시 매력적일 수 밖에는 없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뮤지션이 계속 곡을 쓰고 노래하는 이유 중 하나일테고). 


'싱 스트리트'는 단순한 소년의 밴드 영화, 음악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가족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사실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서 이 같은 진지함은 급작스러운 이질감을 주기 쉽지만, '싱 스트리트'는 과장하지 않은 이야기로 진정성도 가질 수 있었다. 코너의 형의 이야기가 그러한데, 계속 주변에 머물렀던 형의 이야기가 한 순간 중심에 들어 왔을 때 그간 영화가 보여주었던 정서와 이질감이 느껴졌다면 영화 후반 완성도를 크게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을 텐데, 형 이야기의 진심이 통했다고나 할까. 우리가 음악 영화에서 흔히 놓치곤 하는 주인공 외의 주변 인물. 즉, 주인공은 이런 저런 역경에도 결국 극복해내 원하는 음악을 하게 되지만, 주인공과 같은 삶을 그저 주변에서 동경할 수 밖에는 없는 인물에 대한 배려가 엿 보이는 장면이라, 더 좋았다.



ⓒ Cosmo Films. All rights reserved



'싱 스트리트'는 1980년대 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더 환장할 만한 영화다. 듀란듀란을 필두로 더 클래시, 모터 헤드, 더 큐어 등의 음악을은 물론 당시의 음악 스타일을 온몸으로 구현하는 '싱 스트리트'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고 즐거워 진다.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영화다.


1. 밴드 멤버들 한 명 한 명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특히 베이스 치는 멤버의 그 시크한 귀여움이란 ㅎㅎㅎ

2. 사운드트랙도 바로 구입해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Cosmo Films 에 있습니다.



원스 어게인 (The Swell Season, 2011)

원스의 그와 그녀, 그대로의 이야기



영화 '원스 (Once, 2007)'의 두 주인공 '그' 글랜 한사드와 '그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주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The Swell Season'을 보았다. 참고로 Swell Season은 이 두 사람이 함께 활동한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이기도 한데, 국내에서는 좀 더 영화 '원스'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어필하기 위해 '원스 어게인'이라는 제목을 달고 개봉했다 (그래서 혹자들은 후속편으로 알고 있기도;;;). 개인적으로 영화 '원스'로 인해 이들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글렌 한사드가 프론트맨으로 있는 밴드 '더 플레임즈 (The Flames)'의 앨범들과 그녀와 함께한 The Swell Season의 앨범 그리고 이들의 내한공연에도 다녀왔으며, 이후 마르케타의 솔로 앨범 'Anar'에 이르기까지, 이 두 사람의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이 영화 'The Swell Season'은 음악적인 이야기보다는 바로 그와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영화 '원스' 역시 실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작품에 비하면 완전한 극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영화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원스'였다면, '스웰 시즌'은 현실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Elkcreek Cinema.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바로 거기서 부터 시작한다. 아일랜드에서 음악만 해오던 남자 글렌 한사드와 체코에서 역시 소박하게 음악만을 해오던 한 여자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에 출연하게 되고 이 영화로 인해 전 세계인에게 주목 받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광의 수상자가 된 이후, 그들이 겪게 된 새로운 변화로 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이야기가 단순히 급작스러운 성공 후에 겪게 되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단정짓기엔, 이들에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글렌과 마르케타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고 이 성공이 둘 사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으며, 연인에서 친구로 남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오히려 음악보다 남녀간의 이야기가 더 중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정도로 스타가 되었음에도 아직 '스타'라는 것과는 분명히 거리를 두고 있는 이들답게, 극 중 예상치도 못하게 훌렁 옷을 벗어던지는 마르케타의 모습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듯한, 진짜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 다큐는 엄밀히 말해서 현실이라기 보단 만들어진 극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쨋든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들의 모습에 비춰봤을 때 카메라를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 Elkcreek Cinema. All rights reserved


그렇게 결국 이 이야기는 둘의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다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다시 둘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각자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이 말만 보면 마치 만나고 헤어지는 것만에 대한 영화로 생각할 수 있겠는데, 이 둘의 이야기는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이 둘 사이에는 그것이 위로이던 분노이던 간에 음악이라는 공감대가 있고, 영화는 그와 그녀 그리고 이 둘을 둘러싼 음악에 대한 의미까지 조용히 담아낸다. 영화 '스웰 시즌'은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에 비해서도 굉장히 심심한 구성, 그러니까 별로 극적 요소를 담고 있지 않은데 아마도 이 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며, 보편성을 갖을 수도 있지만 그럴려고 일부러 노력하지는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음악적으로 계속 그들을 응원하고픈 나로서는, 좀 더 그들을 알게 된 것 같아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 Elkcreek Cinema. All rights reserved



1. 저 마지막 스샷. 실제로 내한에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을 때의 시작도 저 레파토리였죠. 마이크를 빌리지 않고 기타도 앰프와 연결하지 않은 채, 글렌 한사드가 홀로 무대에 나와 'Say it to me now'를 열창하던... 그 때의 감동이 떠오르더군요 ㅠ


2. 스웰 시즌 내한공연 후기는 여기서 - http://www.realfolkblues.co.kr/844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Elkcreek Cinema 에 있습니다.






지난 11월이었던가. 이 때 내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턱 밑까지 차다 못해 혀끝으로 뛰쳐나오기 직전이었던 이 때. 내게는 2007년 최고의 영화였던 <원스 (Once)>의 주인공이자, 이미 음반으로 더욱 익숙해진 존재이기도 했던 그들 'The Swell Season'의 내한 공연 소식이 들려왔다.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도 많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돈이 어찌되었던 누리고 보자는 성격인 나는 이들의 공연에 한치에 주저함도 없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예매 시작일 컴퓨터 앞에 앉아 예매를 하기에 이르렀다(할부는 아직도 계속된다!!). 2007년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 주인공들의 내한 공연 이라고는 하지만, 이 당시 비슷한 시기에 예매를 했던 다른 공연들과 비교해 보자면, 내가 The Swell Season의 공연을 택한 것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들 가운데는 거의 10년을 기다려온 Jamiroquai의 내한공연 관람 포기가 있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일 수 있겠다.





이토록 기다려왔던 그들의 공연이 바로 어제와 그제 이틀간에 걸쳐 있었다. 나는 18일(일) 공연을 함께 할 수 있었는데, 공연장인 세종문화 회관에 들어서자마자 일종의 포토존에 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제서야 아주 조금 실감할 수 있었다. 아, 참고로 이번 내한 공연을 한 The Swell Season은 잘 알려졌다시피 영화 <원스>의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로 이뤄진 프로젝트 밴드이며, 영화 사운드 트랙 외에도 앨범을 따로 발매하기도 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이들 외에 글렌 한사드가 소속된 아일랜드의 인기밴드 '더 플레임즈 (The Frames)'도 함께 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의미가 깊었던 공연이었다. 사실 영화 <원스>를 접하기 이전부터 플레임즈를 알고 그들의 음악을 듣게 되었던 나로서는,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저번 bjork 내한공연 때 기념 티셔츠를 공연 끝나고 사야지 했다가는 결국 못사고 말았던 기억을 되살려, 이날은 도착하자마자 티셔츠 부터 구매했다. 아, 그리고 내한공연 기념 포스터도 추가로 구매했다. 그런데 구매하려고 보니 현금이 모자라 세종문화회관 밖의 인출기로 향했는데, 근처 일식음식점 앞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모여있길래 보았더니, 다름 아닌 글렌 한사드가 일행과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부터 나는 마치 파파라치 같은 습성을 스스로 자극하여 그의 모습을 밀착 촬영하기에 이른다.--;

0123



그랬다..
이렇게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의외의 장소에서 글렌 한사드를 만나 크게 동요되기 시작한 내 심장은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더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공연장 내부의 모습은 대략 이러했다. 사실 많은 이들이 공연장이 세종문화회관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려했던 것처럼 이들의 공연과 세종문화회관은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일단 사운드 자체가 별로 좋지 못했는데, 피아노를 비롯한 대부분의 악기들을 단순히 볼륨만 강조하다보니 전체적인 사운드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았고, 몇몇 곡에서는 귀가 불편할 정도였다. 그리고 스탠딩이 아니라 좌석제인 점도 불만스러운 점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클래식 공연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암묵적으로 전하는 공연장의 구조가 불만스러웠다 해야겠다. 지난해 펜타포트에 플레임즈가 내한한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이들의 음악을 2시간 내내 의자에 앉아서만 관람하려니 역시나 좀이 쑤실 수 밖에는 없었다. 단순히 앉아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활동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공연을 함께 즐긴다기 보다는 이들의 일방적인 공연을 그저 감상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물론 감상만으로도 황홀하지만 @@). 아마도 스탠딩으로 이뤄지는 다른 공연 이었다면 더 자연스럽게 노래들을 따라부를 수 있었을 것이고, 더 크게 호응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분위기 자체가 조용하게 흐르다보니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여튼 아쉬운 점은 이 정도로 하고 본격적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 날 공연에는 수 많은 명장면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연의 첫 장면이 가장 인상깊지 않았나 싶다. 길거리에서 통기타를 연주하며 절규하듯 노래하는 영화 <원스>의 첫 장면처럼, 자신이 아끼는 낡은 기타를 홀연히 들고 나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기타반주 만에 의지하여 'Say It To Me Now'를 불러주었는데, 아, 절로 소름이 돋았다. 글렌 한사드의 매력은 서정적인 감성과 폭발하듯 터지는 가창력이라 할 수 있는데, 세종문화회관을 몇 바퀴는 돌고도 남을 가창력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이 곡의 임팩트는 실로 대단했다.




노래가 끝나고 짧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한 글렌 한사드의 옆으로 빨간색 치마를 입은 마르케타가 걸어나왔다. 초반에는 영화 속에 삽입되었던 곡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Lies'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예전 영화를 인상 깊게 보고 난 이후에 한동안은 유튜브를 전전하며 이들의 공연 클립들을 일일이 다 찾아 하나하나 감상했던 때가 있었는데, 실제 눈 앞에서 글렌과 마르케타가 서로 눈을 맞추며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꿈만 같았다. 영화에 수록된 곡 외에 'This Low', 'The Moon'같은 Swell Season의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연주하였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영화에 수록된 곡들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When You Mind's Made Up'이 이어지고, 그 다음에는 '원, 투'하는 곡 시작 전 글렌의 준비 신호마저 외워버린 곡 'Falling Slowly'가 드디어 연주되었다. 이 곡은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부족한 실력으로 연주도 해보고 했던 곡이라 특히 기대되기도 했는데, 정말 수천번도 더 듣고 본 노래와 장면이지만, 또 한 번 감동스러울 뿐이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이지만 글렌이 곡 중간중간마다 곡에 담긴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참 '착한' 그들처럼 노래 속에 담긴 메시지들도, 관계를 맺는 과정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그 속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그 상처를 달래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행복해 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들처럼 참 착하기만 했다. 공연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영화 속 장면처럼 글렌이 즉흥적으로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를 부르던 순간이었는데, 영화 속 처럼 처음에는 감미롭게 들려주다가 그 헤비하게 변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연출해 주었다. 자신도 재미있는지 참을 수 없는 록커의 본능을 살짝 살짝 표현해주곤 했다. 공연장의 사운드 시설이 별로 좋지 못해 그가 디스토션을 걸고 연주할 땐 사운드가 별로 좋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 느낌만은 제대로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사실상의 1부라고 봐도 좋을 순서가 끝난 뒤부터는 마르케타가 먼저 홀로 나와 'The Hill'을 불러주었는데, 아...ㅠㅠ 이 장면은 그대로 영화였다. 마르케타의 라이브가 이리도 감동적일 줄이야. 정말 5분이 안되는 시간 동안 완전히 얼어 붙은 듯이 멈춰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는 '건전지송'으로 더욱 익숙한 'If You Want Me'
가 이어졌는데, 확실히 국내에서는 더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영화 엔딩 크래딧에 삽입되었던 'Once'가 이어졌고, 앵콜 요청이 있은 뒤 다시 무대로 나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모두가 (드디어) 함께하는 분위기 속에 흥겨운 피날레가 이어졌다.




행복해하는 더 플레임즈 멤버들의 표정도, 살랑살랑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노래하던 마르케타의 모습도, 그리고 항상 따듯했던 글렌의 모습도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보통 같으면 카메라 촬영 제제가 조금은 허술해지는 마지막에는 카메라를 꺼내들어 몇 컷이라도 건지려고 안간힘을 썼었겠지만, 이 날 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뭐 비매너이기도 하고, 수십명이 카메라를 꺼내 사진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와중에도 계속 제지하러 여기저기 동분서주하는 세종문화회관 직원이 안쓰러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진 찍느라 이 순간을 찰나일 지언정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모든 내한 공연이 그러하듯, The Swell Season의 공연도 어느덧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들의 온기는 영화가 그러했듯, 음악이 그러했듯, 내 맘 속을 영원히 따듯하게 해줄 것만 같다.







요즘 Jamiroquai, the Roots, DJ Shadow 등 연일 추가되는 내한 공연들 소식에 몸둘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이런 겨운 행복함에 정점을 찍어줄 밴드의 내한공연이 확정되었군요.

바로 영화 <원스>의 그들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의 프로젝트 그룹 'The Swell Season'의 내한 공연이
내년 1월 17일과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네요!

지난해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은 물어볼 것도 없이 'Falling Slowly' 였고,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은 '원스 OST'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올해 펜타포트에서 더 플레임스(The Flames)가 내한 한다는 루머에도 엄청나게 흔들렸었는데,
마르케타가 함께한 'Swell Season'이 내한한다니 이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이렇듯 'Falling Slowly'를 가까운 곳에서 들을 수 있고,




국내에선 '건전지송'으로 더 유명했던 마르케타의 솔로곡 'If You Want Me'도 라이브로 만나볼 수 있으며,




영화의 시작을 강렬하게 알렸던, 글렌 한사드의 절규가 아직도 가슴을 울리는 'Say It To Me Now'까지...


라이브로 만나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 부터 가슴이 너무 뛰는군요!
세종문화회관이 이런 작은 공연을 하기에 딱 어울리는 공연장이 아니라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와준다는게 어딥니까!
아......오늘부터 하루하루 세어야 겠습니다.
몇 밤만 더 자면 만날 수 있다. 아.......ㅠㅠ



.
.
.
.



이건 그냥 팬으로서 예전에 불러봤던 동영상을 보태봅니다~ ^^;;




영화 <원스>의 주인공이자 음악감독인 글렌 한사드가 프론트맨을 맡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의 록밴드
더 플레임즈 (The Frames)가 올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참가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뉴스 원본 보기

국내에서 워낙에 <원스>의 인기가 대단했으니 그들의 섭외가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 익숙한 팬들로서는 너무 영화 속 장면만 생각하고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부터 든다.
국내에는 <원스>를 통해 더 플레임즈도 덩달아 소개가 되긴 하였지만, 포크를 기반에 둔 록밴드로서
플레임즈의 아일랜드 내의 인지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플레임즈가 온다면 올해 펜타포트를 가야할 가장 큰 동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해 데미안 라이스의 경우도 그렇고(물론 데미안 라이스는 낚시였다기 보다는 확정은 되었는데
막판에 가서 데미안 라이스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경우이지만), 페스티벌이 임박하기 전에는
워낙에 낚시성 밴드들의 이름들이 거론되는 것이 그 동안의 관례(?)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올해도 벌써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는 밴드들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는데,
플레임즈의 경우는 그래도 낚시가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아마도 마르케타는 함께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Falling Slowly'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대한민국 땅에서 생긴다면, 만사 재쳐두고 가야하지 않을까.

 


80th Academy Awards

이번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골든 글로브나, 미감독조합 시상식의 결과 등을 통해
미리 쉽게 점쳐볼 수 있었던 시상식이었다. 일어날 수 있는 이변들도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시상식이었으나, 그래도 이변은 있었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각각 여러부분을 나누어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남우주연상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주요부분을 수상하지 못하였다.

일단 이변의 첫 번째 조짐을 보여준 것은 예상 외의 복병 <본 얼티메이텀>이었다.



물론 기술상이고 음악편집상이나 음향효과상 중 하나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던 바였지만,
이 두 가지 부분을 모두 수상할지는 몰랐었고, 더군다나 더더욱 예상하지 않았던 편집상까지
가져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이번 시상식의 숨겨진 승자라고나 할까



작품상과 감독상에서는 사실상 이변은 없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예상되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경쟁작이었던 <데어 윌 비 블러드>와
이변이 일어난다면 가장 유력했을 <주노>를 재치고 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코엔 형제 역시 드디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그들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감독인데, 코엔 형제를 만난 것이 불운이었던 듯 싶다.






뭐 누구도 다른 수상자를 염두하지 않았던 남우조연상의 하비에르 바르뎀.
그 역시도 워낙에 압도적인 지지여서 그런지, 첫 번째 아카데미 수상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담담한 모습이었다. 사실 압도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의 수상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하비에르 바르뎀의 경우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이변.
남우조연상의 하비에르 바르뎀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전문가들과 매체들이 예상했던
<어웨이 프롬 허>의 줄리 크리스티를 재치고 <라비 앙 로즈>의 마리온 꼬띨라르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여우주연상 역시 이변이 일어난다면 <주노>의 엘렌 페이지에게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했었지만, 이 프랑스 영화에서 열연을 펼친 외국 배우에게 아카데미가 주연상을 안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개인적으로 <어웨이 프롬 허>는 못보고, <라비 앙 로즈>는 보았지만,
<라비 앙 로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그녀의 여우주연상 수상에 반대하지는 못하리라.



또 하나의 이변이라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틸다 스윈튼.
우리나라 관객들이 흔히들 케이트 블란쳇(블랑쉐)과 많이들 해깔려 하는 틸다 스윈튼은, 흥미롭게도
그녀와 함께 후보로 올라 수상을 하였다. 이 역시 <아임 낫 데어>에서 밥 딜런으로 분한 케이트 블란쳇의
수상이 점쳐졌던 부분이었는데(더군다나 여우주연상에도 동시에 노미네이트 되었었기 때문에),
그녀의 수상은 하나의 작은 이변이었다. 그 동안 참 여러 영화에서 다양하고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을
연기해온 틸다 스윈튼이었기에, 개인적으론 케이트 블란쳇의 팬이지만, 그녀의 수상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내가 뽑은 오늘 아케데미의 승리자! 원스의 그와 그녀!
사실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다 이글로바가 주제가상 후보로서 'Falling Slowly'를 공연한 것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벅차올랐었다. 마치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그들의 공연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펼쳐질 줄이라고는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공연 만으로도 흥분된 상태였는데, 주제가상 마저 수상을
하다니!! <마법에 걸린 사랑>이 3개나 후보에 올리기도 했지만, 미국적인 정서가 가득한 디즈니식 곡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 <마법에 걸린 사랑>이 수상하지 않을까 했지만, 원스가 수상자로 불려지고
눈물을 글썽이는 글렌 한사드를 보니까 나도 절로 눈물이 글썽거렸다.
예전 할리 베리가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스필버그가 드디어 감독상을 받았을 때, 포레스트 휘태커가
수상했을 때도 감동적이었지만, <원스>가 수상했을 때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마치 내가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인냥 이 편에서 응원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르케타가 미처 수상소감을 다 하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왔었는데, 나중에 다시 그녀를 불러
소감을 말하게 하는 장면은, 아카데미를 여러번 보았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 만큼 아카데미와 미국영화계가 이 작은 영화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알 수 있었던 작은 해프닝이었다.


코엔 형제의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탄 것도 좋았고, 나의 <원스>가 주제가 상을 받은 것이
무엇보다 기뻤으며, <주노>가 이변을 못 일으킨 것이 조금 아쉬웠던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




p.s - OCN은 81회 부터는 진행자를 바꿔야 할듯.
        이무영씨는 너무 자주 틀려서 더 말할 것도 없고, 정지영씨 역시 논란을 잠재우며 컴백하기엔
        실수가 많았다.


올 한해는 특히나 지난해에 비하면 음악을 많이 듣지는 못한 한해였다.
어찌됬든 음반과 관련된 업에 종사하면서 남들보다 한 발 먼저 정보도 얻고
좋은 음반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기에 보통 자금을 생각지 않고 지르곤 하였으나
올 하반기 부터는, 그 업계를 영영 떠나게 되면서 음반을 찾아 듣는 것에도 조금 소홀해지지
않았나싶다. 그래서 인지 2006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의 앨범을 선정하다보니 확실히 폭넓게 많이
듣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2007년을 마무리하면서 남들 과는 전혀 상관없게
완전히 내맘대로, 내가 좋았던 앨범들을 꼽아보았다.
예전처럼 10장을 선정해보았으나, 앨범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탓인지 라디오 헤드가 빠져있음을
나중에 알게 되어, 부득이 하게 11장이 선정되었으며, 1위부터 10까지 순위는 없고
아티스트의 알파벳 순으로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지난해와는 달리 몇몇 특수 분야를 따로 선정해보았다.
시간을 좀 더 투자한다면 장르별로 다양하게 해 볼 수도 있겠으나 역부족...--;

그럼 올 한해, 내 귀를 즐겁게 해주었던 음반(음악도 중요하지만, 음반도 중요하기에)을
소개해본다.
그래도 나름 어워드 답게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센스!




Alicia Keys - As I Am

구관이 명관.
어느새 구관이 되어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리시아 키스는 요즘같이 R&B/Soul 음반들이
많이 쏟아져나오는 이때, 그래도 음반의 전체적인 퀄리티 면에서나, 음반을 거듭할 수록
점점 향상되는 능력을 볼 때, 이번 앨범도 개인적으로선 만족스러웠던 앨범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지난 앨범에 비해 기대에 못미치는 성공을 거두었을지는 모르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음악을 계속 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과,
좀 더 가스펠 적인 느낌이 강한 곡들과 기교를 많이 섞지 않은 기본에 충실한 곡들로
다시 한번 만족스러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구입한 버전은 일본반으로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2번째 디스크에는 2곡의 보너스 곡과 'Superwoman'의 라이브 버전, 그리고 'No One'의 레게믹스와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어 있다.




Andrew Bird - Armchair Apocrypha

지난해 파스텔에서 엄청난 패키지로 출시되며 국내 포크팬들에게 필소장 패키지로 손꼽혔던
앤드류 버드의 새 앨범.
사실 그 패키지는 좀 요란스럽긴 했지만, 앤드류 버드의 음반을 미리 소장하지 않고 있던
이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었으리라.
그래서 더더욱 기대를 갖게된 이번 앨범은, 개인적으로는 올해 초 Denison Witmer와 함께 나를 다시금
포크의 세계에 빠지게 했던 멋진 앨범이었다.
상당히 멜로디컬한 멜로디 라인과 나른한 그의 목소리, 그리고 어떨땐 마치 가야금 소리처럼 들리는
기타연주와 다양한 악기와 효과를 부담스럽지 않게 적절히 사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우울하지 않고 리듬감있는 포크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3번 트랙에 위치한 'Heretics'는 한국사람이라면 듣고서 어떤 한 곡의 멜로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텐데
그래서 자꾸 웃음이 나서 약간 집중이 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다 ^^;
(그 곡은 키다리 미스터김 인데, 완전히 같은 멜로디 라인을 듣고 있노라면, 과연 앤드류 버드가
모르고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ㅋ)

(음반은 친구에게 빌려줘 오랫동안 못 돌려받고 있는 관계로 CG로 처리 -_-;;)



Bjork - Volta

그리고 나의 사랑 뷔욕.
얼마나 기다렸던 신보였는가.
거기다 또한 얼마나 뷔욕다운 패키지였던가!
대중들은 이 앨범이 역시나 또 한번 난해하다고 했으나, 나 같은 뷔요커를 포함해 팬들은
그녀의 이번 앨범이 많이 대중적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지난 앨범들이 팬들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실험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뷔욕에게 기대했던 바로 그 내지르는 보컬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고
유쾌하면서도 재기발랄한 비트가 돋보이는 곡들이 많았으며, 그녀의 발라드(?)를 기다렸던 팬들도
만족할만한 넘버들도 수록이 되었다. 또한 얼마전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앨범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팀버랜드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놓쳐서는 안될 포인트.

완벽하진 않아도 처음 뷔욕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느꼈던 요소들로의 일부 회귀라는 점에서
팬의 입장에서 매우 반가웠던 앨범!
내년에 내한공연이 드디어 확정되어, 이미 팬클럽만의 스탠딩 맨 앞자리를 일찌감치 예매해두어
두근두근 기대중!

음반은 일본반으로서 엄청나게 뷔욕스러운 패키지로 채워졌는데,
열기도 힘든 디지팩 케이스와 그 안에 갖가지 뷔욕스러운 것들이 담긴 패키지로
CD+DVD로 이루어져있다. DVD는 영상이 아닌 앨범의 수록곡들이 모두 5.1채널로 담겨있다.




Chrisette Michele - I Am

처음 이 음반을 들었을 때 느낄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알리시아 키스를 대신할 수 있는 뮤지션이 등장했구나!
알리시아 키스나 존 레전드의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처럼, 소울풀한 보컬과 그루브에 완전히
빠져버렸던 앨범이었다. 빌리 할리데이와 메이시 그레이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깊은 보컬과
소울과 힙합에 모두 어울리는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그루브한 리듬을 바탕으로 세련되면서도
상당히 멜로디컬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올해의 블랙앨범 가운데 단연 손꼽히는 작품중 하나.

음악과 외모를 동시에 중시하는 이들이라면 저 자켓 사진에 속지 말길....
속지에 사진을 확인해보면 바로 알 수 있겠지만, 아마도 저 자켓 사진은
크리셋 인생에 최고로 잘 나온 사진이 아닐까 싶다 -_-



Kanye West - Graduation

드디어 졸업을 하게 된 칸예 웨스트!
그가 요즘 힙합씬에서 가장 잘 빠진 곡을 만드는 프로듀서라는 사실은(윌 아이엠과 함께)두말 하면 잔소리인듯.
워낙에 기대가 커서인지 처음 'Stronger' 및 다른 곡들을 들었을 때 일본색이 많이 묻어나기도 하고,
무언가 확 와닿지는 않는 느낌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반복청취 결과 역시나 뛰어난 '앨범'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앨범들에 비해 강력한 멜로디 라인이 없는 것이 국내 팬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웠을 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칸예의 실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입증해준 괜찮은 앨범이었다.

구매한 버전은 일본반으로, 다른 버전과 틀리게 모스 뎁이 참여한 'Good Night'와
존 메이어가 참여한 'Bittersweet Poetry'가 추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존 메이어가 참여한 곡은
보너스 트랙으로 남기엔 아쉬울 정도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곡이다.




루시드 폴 - 국경의 밤

루시드 폴의 음악은 예전부터 좋아했었지만, 이른바 '좋아했던'것이었을 뿐, '사모하는'것은 아니었는데
이번 앨범으로 인해 분명히 사모하게 되었다 ^^;
오랜만에 가사가 확확 와닿는 앨범이었으며, '국경의 밤'과 이적이 참여한 '가을 인사'는 물론이고
이미 여러 블로그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이었네'는 그야말로 이 앨범의 백미.
글쎄 마치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기분도 들고,
추운 겨울 외딴 작은 방에서 난로에 불을 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애잔하면서도 쓸쓸하고
따뜻한 곡들로 채워져있다.

혼자들으면 완전히 빠져버리게 되는 그런 곡들이 온통 담겨있음.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 O.S.T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올해 음반을 별로 못들었다는 결과가 들어나는 선정 -_-;;
하지만 사운드 트랙임에도 영화와 별도로 따져보아도 상당히 수준 높은 곡들,
특히나 잡다한 영화의 장르 특성상 록, 힙합, 엔카, 재즈, 뮤지컬 등 다양한 곡들이 수록되었는데,
이들이 전부 수박 겉핥기 정도의 퀄리티가 아니라 각 장르의 특성을 그대로 잘 살린 수준급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 놀랍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마이클 부브레는 이 음반을 통해
그의 음반을 다시 들어보게 되는 계기를 갖게 했으며, 보니 핑크의 곡도 그녀의 기존 스타일과
전혀 다른 곡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국내에는 수입/라이센스 되지 않은 관계로 HMV에서 거금을 주고 구입 --V



원스 (Once) - O.S.T

뭐라 더 설명이 필요하랴!
나중에 올해의 영화를 선정할 때 다시금 언급이 되겠지만,
이 사운드트랙은 올해 가장 많이 들은 '다청취'부분의 유력한 후보자이며,
기타 하나와 보컬 만으로도(물론 피아노도 있었지만-_-) 얼마나 멋진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음반이었다.
플레임즈(The Frames)의 프론트맨인 글렌 한사드와 그와 함께 2006년 'The Swell Season'이라는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곡들은, 영화가 만들어낸 놀라운 흥행성적 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여운을 남겼다. 아일랜드 포크 송을 전세계에 알린 작품.



Radiohead - In Rainbows

개인적으로는 암네시악도 좋았고, 키드에이도 괜찮은 시도라 여겼기에 큰 거부감이 없었으나
대부분의 라됴 헤드의 팬들이 오케이 컴퓨터를 최고로 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새 앨범은 오랫만에 팬들이 함께 적극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였다고 하겠다.

록밴드이지만 비트에 상당히 민감한 그들의 음악답게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상당히 리드미컬한 비트를 수록하고 있으며, 몽환적이면서도 나른한 보컬과 분위기도 잘 살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OK Computer와 비교하곤 하는데, 역시 그 이유는
이번 앨범이 드디어 이를 넘어설 수 있을만한 걸작이라는 것 때문일 것이다.
라됴 헤드를 쭈~욱 좋아했던 이들은 물론, 키드에이에서 좌절을 맛봤던 팬들도(특히)
매우 기뻐할만한 작품인듯!

CD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사진은 역시 CG로 처리 -_-;
홈페이지에서 파는 엄청난 버전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자금사정으로 사실상 포기했음 -_-;;



Tori Amos - American Doll Posse

이 자리에서 밝혀두자면, 보통 사람들은 뷔욕을 좋아하니깐 토리 에이모스도 좋아하는 구나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 토리 에이모스를 더 먼저 알았기 때문 ;;
이번 앨범은 먼저 엄청난 가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물론 수입 한정판으로서 1CD+1DVD로 구성되었고
디지팩에 포스트 카드와 36페이지의 컬러 부클릿까지 수록된 소장가치 높은 버전이긴 했지만
거의 3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은 실로 부담스러웠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과감히 구매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역시 당연히 오브코스 음악이 좋아서였다.
이번 토리 에이모스의 음반은 일종의 컨셉 앨범으로서 포스트 카드에 나온 5명의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
토리 에이모스가 각각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적인 주제서 부터 개인성찰같은 극히 개인적인 소재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으며,
음악적으로도 뷔욕의 이번 새앨범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처음 좋아했을 때 갖고 있던 요소들을
가득 담고 있어 더욱 반가웠던 앨범이었다.




World's End Girlfriend - Hurtbreak Wonderland

사실 이들의 음악을 알게 된 것도 올해였다. 올해 초 파스텔 뮤직에서 모노(Mono)와의 내한공연
소식을 접하고서야 이들의 음악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때 모노보다 이들에게 꽂히면서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뭐랄까 굉장히 일렉트로닉하면서도 클레식컬한, 이 두 장르의
극적인 장점을 잘 가져와 하나로 소화하고 있는데, 이번 앨범이 특히나 더욱 강조된 일렉트로닉 효과와
오케스트라의 사용으로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연주음반이라 할 수 있는 이 음반을 들으며
영화 사운드 트랙이 아니라 일반 인스트루멘탈 곡을 들으며 눈물 찡하긴 실로 오랜만인듯 하다.
엠비언트나 극도의 우울함 혹은 그 끝에 오는 정화된 느낌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하는 앨범.

이 앨범은 파스텔 뮤직에서 라이센스되어 쉽게 구할 수 있음




올해의 앨범 10선(11선 --;)에는 포함이 되지 못했지만 아쉽게 탈락한 후보들.
왼쪽부터
Ed Harcourt - From Every Sphere
Common - Finding Forever
이승열 - In Exchange
Shena Ringo x Saito Neko - 平成風俗 (평성풍속)
Alexi Murdoch - Time Without Consequence
Will. I. Am - Songs About Girls


Ed Harcourt는 잘 몰랐으나 이번에 알게 되어 급속히 빠졌었던 앨범이고
커먼의 경우는 10선에 올라갈 칸예의 앨범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아쉽게 탈락한
수준급의 앨범이었으며, 이승열은 이적과 더불어 올해 가요 음반 가운데 마음에 드는
앨범이었고, 시이나 링고와 사이토 네코와의 합작 앨범은 한정판으로 역시
음악과 더불어 부담스런 가격이 기억에 남으며, 알렉시 머독 앨범은 엄밀히 말하면
올해 발매된 앨범은 아니지만, 구매를 올해 했으므로 포함했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헤이와이어가 자살하는 순간 흐르던 곡이 수록된 앨범으로 이 장면에서
필받아 찾아가게 되어, 결국 이 음반을 해외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포크 앨범으로 만족스러웠음. 그리고 역시 10선에도 충분히 낄 수 있었던
윌 아이 엠의 솔로 프로젝트! 잭슨 형의 신보 잘 만들어 주시길!




올해의 패키지!
서태지 15주년 기념 한정판

태지 매니아로서 안 살 수 없었던 앨범.
리마스터링 된 음반과 미공개 영상이 수록된 DVD.
무엇보다 하여가 레게 믹스가 수록되어 너무 반가웠던 콜렉션!

내가 태지 매니아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고가의 컬렉션.




그냥 좋았던 앨범

Carl Orrje Piano Ensemble - Studio Ghibli Works vol.2

재즈 피아노 앙상블인 Carl Orrje Piano Ensemble이 우리가 잘 아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수록곡들을
재즈로 재 편곡하여 수록한 앨범.
vol.1도 좋았지만 vol.2에는 내가 좀 더 좋아하는 곡들이 수록되어 너무 좋았던 앨범.
재즈로 재 편곡된 터라 음악적으로도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좀 더 극적이고 샤방샤방하게 편곡된 터라
이어폰을 통해 내 귀로 넘어올때 눈물이 아니 흐를 수 없었던 앨범.
지브리를 좋아하고, 그 주옥같은 사운드 트랙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소장할만한 앨범.




올해의 실망 앨범.

임정희 - Thanks
이효리 - If In Love Like Them (Single)


임정희의 1집을 사고 매우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도 좀 가요스럽지 않고 스타일이 나는 보컬리스트라고 생각되었고
무엇보다도 수록된 곡들이 세련된 곡들이라 매우 기대를 했었는데
2집은 전형적인 가요 앨범이었고, 3집은 아웃케스트가 참여했다고해서 혹시나했으나
역시 가요앨범이었다. 가요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임정희에게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은
가요가 아니었기에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었다.

이효리의 이 싱글 앨범은 정말 최악이었다.
전제사실을 깔고 가자면 난 이효리의 광팬이다. 앨범은 물론, 화보집까지 소장하고 있고
핑클의 블루레인 시절부터 팬인 자다. 하지만 이번 싱글 앨범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냥 톡톡톡만 정규 앨범에 수록하고 내지 말았어야 할 앨범이었다.
소몰이 창법을 어설프게 시도하다가 완전히 망한 '그녀를 사랑하지 마'의 충격은 역과.
올해 최악의 가사로 꼽히는(역대도 최악일듯 --;)잔소리의 가사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이효리 쯤의 톱스타라면 이 정도 가사는 스스로 걸러낼 수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화려하지만 부족했던 2007년 앨범 오브 더 이어를 마무리해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원스(Once) _ 영원히 기억될 그 순간


지난해 한해가 거의 마무리 될 무렵, 평소에 좋아하던 포크 뮤지션 Sufjan Stevens의 곡이 영화에 삽입되었다는 간단 정보와 인상적인 포스터에 끌려 극장에서 <미스 리틀 선샤인>을 볼 수 있었던 건, 조금 오버스럽게 표현해보자면 나에겐 왠지 이것만으로도 2006년을 흐뭇하게 보낸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2007년의 끝 언저리에 와서 올해 본 영화들을 하나 둘 돌이켜 보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라따뚜이>, <조디악>, <바벨>, <드림걸즈>등 ‘이 맛에 살아가는 구나’싶을 정도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오감을 자극시키며, 삶의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소박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특히 나에게!), 바로 이 영화 <원스>가 아닐까 싶다. 음악, 로맨스, 삶 등 결국은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간단하지만 가슴 깊이 파고드는 음악과 화법으로 풀어낸 이 영화 <원스>. 단연 올 한해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다. 





<원스>란 영화를 알게 되고 처음 접하게 된 정보는 바로 아일랜드 출신의 밴드 '플레임즈 (The Frames)' 출신의 감독과 배우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과 주옥같은 포크 음악이 흐르는 영화라는 점이었다. 플레임즈는 <원스>를 알기 전부터 이미 개인적으로 좋아했었고 특히나 영화 개봉 얼마 전에는 그들의 올해 초에 발표한 'The Cost' 앨범에 흠뻑 빠져있던 터였다(참고로 이 앨범에는 영화 속에 삽입되었던 'Falling Slowly'가 플레임즈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래도 이때까지만 해도 뭐랄까 분명 좋아할 것만 같은 영화이긴 했지만 이 정도의 감흥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프레임즈 얘기를 자꾸 하게 되는데, 자꾸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의 감독인 존 카니는 1991년부터 93년까지 이 밴드의 베이시스트였고, 주연과 음악을 맡은 글렌 한사드는 이 밴드의 프론트 맨이기 때문이다(DVD의 수록된 서플을 보다보면 글렌 한사드의 인터뷰 중에, 플레임즈 당시에는 자신이 감독의 역할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존 카니가 감독의 역할을 맡아 그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레임즈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가 화제를 모으면서 더불어 자주 화제를 모았으나 이들에 관해 조금 더 알아본 결과 플레임즈 보다 더 관심을 모을 만한 밴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의 콜라보레이션 앨범이 그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이미 마르케타가 13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며 음악적 교류를 해오다 2006년 'The Swell Season' 이라는 합작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몇 곡은 영화에도 그대로 쓰이기도 했다(Falling Slowly는 물론, Lies와 Leave, When Your Minds Made Up이 그렇다). 이 둘은 이 앨범으로 투어 공연을 갖기도 했는데, 역시 아일랜드 출신의 포크 뮤지션인 데미안 라이스 (Demian Rice)와 함께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참고로 영화의 성공으로 속속 라이선스 발매된 플레임즈의 음반들처럼 이 들의 콜라보레이션 앨범도 곧 라이선스 예정이라니 참을 성 있는 이들이라면 기다려 봐도 좋을 듯 싶다).





이 둘이 영화 제작 이전에 이미 이런 음악적 교류를 가졌다는 것은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한다. 이 영화의 내용이라는 것이 사실상 두 남녀가 만나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소박한 일들인데, 현실에서 이미 이 두 남녀는 이런 과정을(완전히 같지는 않더라하더라도) 겪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인지 서플먼트에 수록된 글렌 한사드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이 영화로 인해 마르케타와의 소중한 추억을 영상으로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우정의 소중한 순간을 담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 이후 이 둘의 관계가 더 진전되어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는 말도 있지만, 이 인터뷰에서 글렌 한사드는 ‘우정’을 강조하고 있다 ^^. 감독은 영화를 처음 구상했을 때 음악을 글렌 한사드에게 맡기기로 하고 아일랜드 출신의 노래가 되는 배우들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 중 가장 유력했던 후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킬리언 머피(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플루토에서의 아침을)였으나, 이후 글렌 한사드가 소개한 마르케타와 함께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 두 사람의 모습이야 말로 바로 영화 속의 그와 그녀와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하여, 바로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스>가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바로 이 영화가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점에 있었다. 이는 감독이 제작 초기부터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로 만들겠다는 의도에서부터 나온 것이며, 이로 인해 대형 자본이 투입된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소박함과 의도하지 않은 순간들이 담긴 영화가 되었다. 저예산 영화답게 이 영화는 대부분의 장면이 두 대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되었으며, 의상들도 자연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배우들이 직접 평소에 입던 옷들이 사용되었고, 로케이션 장소들도 실제 배우들의 집이나 영화의 스튜디오 등이 사용되었다(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인 그가 그녀를 자신의 친구들의 파티에 데리고 가는데, 이 파티 장소는 사실 실제 글렌 한사드의 집이며, 그와 마르케타의 친구들을 초대해 벌인 파티를 자연스럽게 촬영한 것이고, 이 파티에서는 그의 어머니와 동생의 얼굴도 찾아볼 수 있다. 어머니의 경우는 직접 노래를 하는 장면이 영화에 삽입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녹음을 마치고 카오디오 테스트를 하기 위해 나올 때 뒤로 보이는 스튜디오는 실제 이 영화를 만든 스튜디오인 ‘삼손 스튜디오(Samson Studio)’이다).





이 영화에는 독립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도와 장치들도 엿볼 수 있는데, 노래가 되는 배우가 아닌 연기가 되는 뮤지션이 캐스팅 된 영화인만큼 배우들에게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우러나는 자연스러움을 끌어내기 위해 카메라가 배우들에게 멀리 떨어져서 촬영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길을 가는 주변 사람들이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거추장스러운 붐 마이크를 사용하는 대신 배우들의 목도리 속에 마이크를 숨겨 대사를 녹음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이 때문에 평소에는 거의 목도리를 하지 않는데, 대부분의 장면에서 목도리를 하고 있어야 했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인위적이지 않은 장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여러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녀가 건전지를 가게에서 사서 집으로 돌아오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자세히 보면, 가게 앞에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동네 꼬마들을 볼 수 있는데, 설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카메라를 보고 신기한 듯 따라오는 아이들의 반응을 그대로 영화에 담았으며, 앞서 언급한 파티 장면도 그렇고 카메라를 거의 숨겨 놓듯이 하고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를 담아(본인들도 어디까지 촬영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경우가 있을 정도로), 일부에서는 이 영화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알게 할 정도로 매우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담기게 되었다(실제로 다큐멘터리인줄 아는 관객들이 마르케타를 만나면 아이는 잘 있느냐, 나중에 런던에 가서 그를 다시 만나보았으냐 등을 물어본다고 한다). 





<원스>하면 뭐니뭐니해도 음악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음악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올 한해 가장 많이 판매된 사운드트랙이기도 한 이 영화의 음악들 가운데 인상깊었던 몇 곡을 살펴보도록 하자.





1. Falling Slowly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미 플레임즈의 앨범과 두 사람의 콜라보레이션 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과 감정의 변화를 피아노 샾에서의 이 한 곡으로 모두 설명해 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나 이 곡과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두 사람이 서로 같은 곡을 연주할 때만이 느낄 수 있는 두 사람의 교감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두 사람이 실제 뮤지션이기에 가능했을 장면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보면, 주된 멜로디 라인이 ‘도레미레, 도레파미, 도레미레도’ 이렇게 매우 단순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2. If You Want Me

국내 팬들에게는 이른바 ‘건전지송’으로 더욱 유명한 이 곡. 많은 사람들이 이 곡도 영화의 대부분의 곡을 만든 글렌 한사드가 만든 곡으로 오해하곤 하는데, 이 곡은 마르케타가 직접 쓴 곡으로 그녀의 감성이 잘 드러나는 곡이기도 하다. 





3.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

감독은 그의 예전 여자 친구의 관한 이야기를 영화 속에 어떻게 풀어놓을 까에 대해 고민하던 중 대사가 아닌 노래로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에 글렌 한사드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컨츄리와 메틀이 혼합된 곡을 만들어 내게 되는데, 영화 속처럼 즉흥적으로 만들어 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실제로 현장에서도 이 장면이 끝나고 모두 박장대소 했다고 한다(참고로 이 장면은 버스 안에서 진행되는데, 감독과 두 배우가 실제 버스에 타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했으며, 좌석에 앉아있던 그 할머니도 실제 승객이었다고 한다).





4. Lie

영화 속에서 그와 그의 예전 여자 친구의 관한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이 곡.

이 곡이 흐를 때 흐르는 영상은 영화 속에서는 그와 그의 예전 여자 친구의 추억이 담긴 것으로 표현되었으나, 사실은 감독인 존 카니와 그의 연인(음성해설에서는 직접적으로 연인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의 이야기로서, 감성적인 글렌 한사드의 보컬과 홈비디오 스타일의 영상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 아름다운 장면이다.





5. The Hill

이 곡 역시 마르케타가 직접 쓴 곡으로, 그녀의 여린 보컬과 클래식 적인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곡이다. 극 중에서 남자 주인공이 심리가 잘 드러난 곡이 'Lie'라면 그녀의 심리가 잘 드러난 곡은 바로 이 곡 일 듯.





6. Say It To Me Now

영화의 처음 이 영화가 이런 영화다 라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곡. 실제로 글렌 한사드는 더블린의 거리에서 기타 치며 노래를 한 경험이 있기도 했다. 이 곡은 플레임즈의 1996년 발표된 앨범 'Fitzcarraldo'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이기도 하다. 





개봉 당시 의외로 성공한 덕에 몇 번 극장을 찾아 관람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DVD의 출시를 기다려온 것이 사실. 1디스크의 디지팩으로 출시된 타이틀은 일단 퀄리티를 떠나서 만족스럽다. 화질의 경우 아무래도 영화 자체가 저예산 영화로서 디지털 캠코더로 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즉 원본 소스의 퀄리티가 우수한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화질의 퀄리티를 따지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오히려 칼 같은 화질이었다면 이질감마저 느껴졌을 분위기라 이 같은 점은 전혀 단점이 되지 못한다. LPCM 2.0의 사운드의 경우도 굳이 5.1채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만족할 만하다. 결국 영화가 좋으면(특히 이런 장르의 영화인 경우 더!)화질이나 사운드의 퀄리티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타이틀 인듯.





서플먼트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역시 2종류의 음성해설 트랙인데, 첫 번째는 음악에 관련된 뮤지컬 트랙이고 두 번째는 영화에 관련된 전반적인 트랙이다. 뮤지컬 음성해설이란 즉 영화 속에 음악이 삽입된 장면에서 그 곡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트랙인데, 곡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는 소중한 트랙이긴 하지만, 챕터 자체가 곡의 구분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음악이 흐르는 장면에만 수록된 이 음성해설을 듣는 데에는, 조금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싶다. 2번째 음성해설 트랙에서는 감독과 두 주연배우가 참여하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감독의 의도는 물론, 캐릭터의 관한 이야기, 촬영장의 뒷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아마도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이들이라면 음성해설을 별로 지루하지 않게, 함께 테이블에 앉아 차 한 잔하며 이야기하듯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음성해설 외에 보편적인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수록되어 있는데 감독과 두 주연 배우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음성해설을 모두 들은 이들이라도 크게 겹치지 않는 내용이라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외에 'Falling Slowly'의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일반적인 서플먼트의 수록된 뮤직비디오들과는 다르게 노래의 가사가 한글자막으로 담겨있다는 것이다. 글자 폰트를 보면 아무래도 제작 후기에 추가로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된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었지만, <원스>를 보고 느꼈던 감흥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음악이 왜 위대한지, 영화가 왜 위대한지, 음악과 영화가 어떻게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고 듣고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으며,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영화는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이치를 새삼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음악과는 별개로 아일랜드 더블린의 소소한 풍경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 제목인 '원스 (Once)'의 뜻처럼,
음악으로 기억될 한 때.
그 순간.

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