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e _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뮤지컬 특유의 리듬이 살아있는 앨범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 영화 <나인>은 영화를 보는 순간 사운드트랙의 구매를 떠올렸던 작품이었다.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지난 번에 리뷰를 통해 밝혔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본 매우 극소수 중의 한 명이다;;;) 무대 뮤지컬의 호흡과 더불어 정상급 배우들의 연기만큼 만족스런 노래를 만나볼 수 있는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단일 앨범으로도 제법 완성도가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사운드트랙 가운데는 작품과 연관시키지 않으면 별로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앨범이 있는 한편, 앨범 자체로도 독자적인 성격을 내는 앨범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개인적으로는 전자를 선호!),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뮤지컬 영화임에도 후자의 성격이 좀 더 강한 편이라고 하겠다.




<나인>은 오프닝부터 임팩트 있는 선율을 들려준다. 'Overture Delle Donne'는 오프닝 치고는 상당히 극적인 편인데, 특히 여성 합창단이 부르는 코러스 라인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 코러스 라인에 매혹되어 이 앨범을 구매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별 것 아닌것 같지만 이탈리아라는 나라 특유의 분위기와 더불어 극의 초반 설정을 무리없이 전하는 곡으로, 영상 없이 듣기에도 괜찮은 곡으로서 후반부의 케이트 허드슨의 곡과 함께 가장 많이 듣는 트랙이라 하겠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부르는 'Guido’s Song' 은 그 치고는 상당히 얌전한 곡이다. 그리고 상당히 장난스런 곡이기도 하다. 평소 영화 속 그를 떠올린다면 목에 핏대 세우며 힘주어 열창 할 것 같지만, 이 곡은 상당히 장난스럽고 편하게 부른 편에 속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많은 관객들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던 페넬로페 크루즈의 'A Call From The Vatican'은 그녀의 귀여운 영어 발음과 더불어 섹시함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트랙이다. 물론 곡도 매력적이지만 역시 이곡의 매력을 100% 느끼려면 영화 속 장면과 함께 해야 함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듯.




블랙 아이드 피스의 퍼기가 부른 'Be Italian'은 가장 뮤지컬스러운 시퀀스이자 곡이다. 영화 리뷰를 하면서 퍼기에게 무리하게 연기를 강요하지 않고, 뮤지컬의 영역에서만 활약하도록 둔 것이 참 잘한 결정이란 얘기를 했었는데, 뭐 가수답게 강약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파워풀한 보이스를 들려준다. 마리온 꼬띨라르의 'My Husband Makes Movies'는 잔잔하면서도 멜로디 라인이 상당히 대중적인 곡인데, 마리온 꼬띨라르의 가창력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차우진씨는 음반 속지를 통해, '<라비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답게...가창력을 선보인다'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쓰셨는데, 잘 아시다시피 <라비앙 로즈>에서 마리온 꼬띨라르는 직접 노래하지 않고 '립싱크'로만 연기를 했었다. 워낙에 리얼한 연기라 많은 이들이 속아넘어간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어쨋든 그녀의 노래 실력을 <라비앙 로즈>와 연결 시킨다는 것은 조금 무리인듯;; (참고로 립싱크 연기를 했음에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더욱 이색적이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런 트랙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오프닝 곡과 함께 케이트 허드슨이 부른 바로 이 곡 'Cinama Italiano'를 들 수 있겠다. 이 곡은 상당히 흥겨운 리듬 속에서도 이탈리아어 특유의 억양을 잘 살린 가사와 운율이 돋보이는 곡인데, 케이트 허드슨의 노래 실력도 인상적이다. 특히 '귀도, 귀도귀도'하는 후렴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니콜 키드먼의 'Unusual Way'는 차분한 곡임에도 오히려 너무 뮤지컬스러운 곡이라 할 수 있는데, 키드먼의 무게 있는 나즈막한 보이스가 인상적이다. 'Take It All'에서 마리온 꼬띨라르는 앞선 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들려주는데, 브라스 파트의 반주가 '끈적함(?!)'을 더한다. 어느 곡이 안그렇겠지만서도 이 곡은 꼭 밴드와 함께 라이브로 들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곡이었다.




참고로 'Guarda la Luna', 'Cinema Italiaon' , 'Take It All' 이 3곡은 영화만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곡으로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과 곡이었다(하지만 그 반대로 오리지널에는 있었지만 영화화 과정에서 빠지게 된 곡도 있다).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인상깊게 본 이들이라면 추후 발매될 DVD/BD와 함께 필 구매 타이틀임은 물론, 평소 뮤지컬 사운드트랙에 관심이 많은 음악팬들에게도 한 번쯤 권해볼 만한 음반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Al Green
Lay It Down


이 앨범이 발매된지는 사실 오래되었지만 한동안 수입반 재고가 없어서 구매를 못하고 있다가 두 달 전쯤인가 입고되자마자 바로 질렀던 그 앨범. 알 그린의 이번 앨범은 두 말 할 것 없는 최고의 앨범이다. 이 앨범을 늦었지만 소장하게 된 것은 올해에 가장 잘 한 일중 하나이며, 내 아이폰에 담긴 수 많은 앨범 중에 유독 자주 듣게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몇 일 전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알 그린이 있어 따듯하기만 했다.






Belle and Sebastian
The BBC Sessions


분명 이들이 데뷔했을 때부터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벨 앤 세바스찬의 앨범은 꼬박꼬박 챙겨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앨범 역시 별 고민없이 집어 들었는데, 고민할 필요 없었다는 건 사실로 드러났다.






Alicia Keys
The Element of Freedom


알리샤 키스는 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뮤지션 중 하나이다. 알리샤 키스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매번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지난 앨범에 비해 임팩트가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인데, 다음 앨범이 벌써 부터 기다려지는 것은 이런 양면적인 이유 때문이리라.





John Mayer
Battle Studies


존 메이어는 물론 데뷔 당시부터 '천재'소리 듣던 뮤지션이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 차원 높은 뮤지션으로 거듭난 것 같다. 곡을 만드는 능력 외에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도 지속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그의 이번 앨범도, 역시나 베스트다.





김책 정재일
The Methodologies

사실 지인에게 이 앨범을 소개 받기 전에는 발매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던 앨범이었는데, 만약 소개 받지 않았더라면 참으로 후회스러웠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든 귀한 앨범이었다. 아이돌이 지배하는 국내 음반 시장에서 이런 프리 재즈 앨범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단순히 어려워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 설득력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 말재주가 아쉬울 뿐이다. 정재일의 음악활동은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






Evangelion : 2.0 - You Can (Not) Advance

아마 <에반게리온 : 파>를 본 이라면, 자연스레 이 앨범에 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Beautiful World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말해 무엇하랴. <에반게리온 : 파>인데.






잔혹한 천사의 테제 (2009 ver)
(残酷な天使のテーゼ)

이 앨범은 '파' 사운드트랙을 사려고 들어갔다가 우연히 검색에서 걸린 에바 음반이라 할 수 있는데, 제목처럼 에반게리온 TV시리즈의 오프닝 곡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의 2009년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원곡만한 편곡은 없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준 버전이긴 하지만, 말해 무엇하랴. <에반게리온>인데.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明治剣客浪漫譚)

며칠 전 신촌에 새로 생긴 북오프에 갔다가 덥썩 집어온 앨범. <바람의 검심>사운드트랙은 언젠가 하나쯤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이 앨범이 되었다. 켄신 관련 다른 음반들도 있었지만, 가능하면 리믹스 버전이 수록된 앨범보다는 오리지널이 수록된 앨범을 고르다보니, 이 앨범을 선택.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姬)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이미 소장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아시타카가 음반 표지 모델인 이 음반을 구매하고 싶었었는데, 역시 북오프에 들렀다가 충동구매 하고 말았다. 원곡과는 조금씩 악기 사용이나 편곡이 다른 곡들과 새로운 곡들이 담긴 음악들도 좋고, 무엇보다 저 자켓 이미지 만으로도 200% 만족스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바스터즈 (Inglorious Basterds)
Motion Picture Soundtrack


일반 앨범들도 그렇지만 사운드트랙이야 말로 영화를 딱 보고 나오는 순간 구매여부를 거의 100% 가깝게 결정하게 되는 듯 하다. 특히 일반 아티스트의 정규 앨범들은 나중에 좋아지거나 천천히 좋아지기도 하는 반면, 사운드트랙은 나중에 좋아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고, 영화의 감동이 아직 몸속에 살아 숨쉴 때 사운드트랙의 감동 역시 특별히 강한 생존력을 보인달까. 하긴 영화의 장면과 느낌과는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사운드트랙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의 사운드 트랙 역시 처음 듣는 순간 '이건 물건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번 <바스터즈>의 사운드 트랙 역시 기존 타란티노의 사운드 트랙이 자주 그러하였듯, 이 영화를 위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곡들이 수록되기 보다는 기존에 존재했던 곡들이 기가 막힌 선곡으로 이루어진 경우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앨범 수록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곡의 경우, 모두 이미 영화에 사용된 적이 있는 곡들이다. 하지만 <바스터즈>에서 얼마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터. 엔니오 모리꼬네의 대한 타란티노의 애정과 존경은 이번 사운드 트랙에서도 여전하다.




많은 곡들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곡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렇다고 모리꼬네의 곡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앨범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소울 뮤지션인 빌리 프레스톤(Billy Preston)의 곡 'Slaughter'도 만나볼 수 있으며, 1982년 작 <캣 피플>에 수록되기도 했던 데이빗 보위의 'Putting Out The Fire'도 수록되었다.




북클릿은 비교적 심플한 디자인으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 색이 바랜듯한 느낌의 컬러가 인상적이다. 여러 공개 스틸샷 들을 통해 미리 만나볼 수 있었던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다.




언제부턴가 음반 속지들을 거의 한상철씨가 독점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아니면 내가 사는 음반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상철씨의 속지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매우 잦은데, 다양한 시각이 살짝 그립기도 하지만 한상철씨의 리뷰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속지는 음악적인 평가 외에 수록된 한 곡 한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 (오리지널이 존재하는터라 본래 삽입되었던 영화 등에 대한 소개)이 담겨 있어 매우 유익한 편이다. 또한 타란티노가 빌보드지와 가졌던 인터뷰 내용이 곳곳에 인용되어 있어 색다른 재미가 있기도 하다.





타란티노의 사운드 트랙은 확실히 다른 영화 혹은 감독의 사운드 트랙을 듣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감흥을 준다. 그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사실 아무 걱정없이 그가 선곡해 준 곡들에 다시 한번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참 새삼스럽지만, 엔니오 모리꼬네는 정말 장인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음반의 이미지는 직접 촬영하였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아마도 마이클 잭슨의 팬들에게는 그가 남긴 가장 큰 선물이 되었을 영화 <디스 이즈 잇>의 사운드 트랙 역시 팬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일찌감치 구매를 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소니뮤직에서 발매된 이번 디스 이즈 잇 앨범은 얼핏봐선 (물론 잭슨의 최근 음반을 구매하셨던 분들께서는 '얼핏'봐도 100% 파악이 가능하실테지만;;) 2CD로 발매된 일종의 '디럭스 에디션' 쯤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역시 기존 소니뮤직에서 발매된 마이클 잭슨의 음반들처럼 음반의 퀄리티 보다는 상술에 기댄 음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구매할 수 밖에는 없었죠(이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소니뮤직은 역시 -_-;;). 일단 안좋은 얘기를 한 김에 마무리 짓고 가보자면, 기존 소니뮤직에서 출시된 마이클 잭슨의 음반들은 그야말로 '사골'기 넘치는 음반들로 우려먹기에 레퍼런스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번 '디스 이즈 잇' 앨범은 그 중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들 정도의 퀄리티입니다. 일단 첫 번째 CD에 수록된 16곡 가운데 14곡은 기존 잭슨의 곡들인데 혹시나 영화 속 처럼 리허설 때 부른 버전이 수록된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도 해보았지만 ('I Just Can't Stop Loving You'같은 곡이 리허설 버전으로 실렸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말이죠 ㅠ), 역시나 기존 앨범에 수록된 버전 그대로 담겼고 신곡인 This is it의 경우 오케스트라 버전을 추가하여 두 곡이 수록되었는데, 일단 이 오케스트라 버전이라는 것이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기존 마이클이 생존에 들려주었던 다양한 리믹스와 비교하자면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This Is It'은 곡 자체로도 완전한 신곡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미공개 곡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폴 앵카와 관련하여 저작권 문제도 완전하지 않으며 (저도 첨에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아...폴 앵카, 저 다 누리신 할아버지가 보기 안좋네'하며 혀를 찼었는데 좀 알고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어느 정도 문제가 있긴 한 것 같더라구요), 마이클 잭슨 본인이 별로 공개되길 원하지 않았던 곡이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곡에는 백보컬로 잭슨즈가 참여하고 있는데, 마이클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확실히 아주 예전에 녹음된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소니 측에서는 정확한 녹음 시점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튼 완벽주의자인 마이클 잭슨의 생전이었다면 아마도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2번째 디스크에는 몇몇 데모 버전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데모(demo) 버전이라는 것 역시 어쩌면 상술에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기존 소니에서 발표된 각종 디럭스 버전에 수록된 데모 버전들도 그러한데, 마이클 본인이 수록을 원했다기 보다는 소니 측에 음원의 권리가 (음반으로 발표할 수 있는 권리)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항상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 했던 마이클이 이렇게 대충 가이드 하듯 부른 데모 버전을 자의로 수록했다고는 보기 어렵거든요. 팬들에게 이런 숨겨진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어느 것이 더 마이클을 위한 것이냐를 따져보았을 때 좀 더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곧 블루레이로도 출시될 예정이라는 광고 문구! 뭐 블루레이야 무조건 필구죠!







사실 수록곡들에 대한 (신곡이나 미공개 곡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퀄리티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이번 앨범 수록곡에 크게 실망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이젠 너무 상술에 익숙해졌나봐요 ㅠ). 이번 앨범은 분명 컬렉팅 하는 입장에서 구매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부클릿의 종이 질이나 잭슨이 마지막 모습 덕분에 여러 불매할 만한 이유가 있음에도 그럭저럭 만족한 앨범이었던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음반의 이미지는 직접 촬영하였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다이나믹 듀오 (Dynamic Duo) - 5집 - Band Of Dynamic Brothers

01. 그림에 떡(dynamic sinsa rangers)
02. 돈이다가 아니야(get money) feat. 강산애
03. 두꺼비집(one more drink) feat. 0cd
04. 잔돈은 됐어요(keep the change) feat. Garie of leessang, bumky of komplex
05. 죽일 놈(guilty)
06. 왜 벌써가(be my brownie) feat. Bumky of komplex
07. biggestmagicalvision
08. 불꽃놀이(fireworks)
09. 사우나(sauna) feat. e-sens of supreme team
10. 월광증(moonstruck) feat. Simon D
11. 퉁 되는 brothers(the toong bros) feat. Topbob of komplex
12. ugly
13. 끝(apoptosis)
14. 청춘(spring time) feat. 김C


1. 리쌍의 신보에 이어서 또 한 번 반가운 국내 힙합 신보를 만날 수 있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개코와 최자. '다이나믹 듀오'. 뭐 힙합 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들의 음악을  CB MASS 때부터 좋아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CB MASS보다는 다듀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여기에는 물론 이 둘 말고 다른 멤버가 저의 여신 효리양과 사귀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니 맞아요).

2. 이번 다듀의 신보는 잘 알려졌다시피 군대가기 전에 마지막 정규 앨범으로서 팬들과 다듀 스스로에게는 좀 더 의미가 큰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죠. 평소에 센스 만점인 이들이 입대라는 사건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역시나 센스 만점인 자켓 이미지나 마지막 무대였던 M.NET무대의 피날레를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퍼포먼스로 마무리 한 것은 정말 기가 막혔던 것 같습니다. 무대에 와있던 십대 소녀들은 '뭥미?'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그들의 팬이자 전후사정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역시 다듀!' 했던 퍼포먼스 였습니다. 아, 그리고 이 자켓은 얼핏보면 그냥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군입대를 다큐 스타일로 패러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잘 보면 이 것 외에도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프라모델의 대표회사인 '아카데미'의 프라모델을 패러디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실제로 저런 밀리터리 프라모델 들을 참 많이 가지고 놀았던 저로서는 딱 보는 순간 '엇, 아카데미!' 했지요 ㅎㅎ

3. 다듀의 음반을 들을 때 마다 매우 새삼스럽게 느끼는 거지만, 개코의 목소리는 정말 보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리쌍의 게리의 목소리도 그렇지만, 개코의 목소리는 아마도 지금보다 플로우가 좋지 못했더라 하더라도 충분히 인상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독특한 보이스 컬러 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퀄리티를 들려준다 해야겠죠. 비슷한 비교대상이 없다는 것 만으로도 개코의 랩은, 다듀의 음악은 강점을 갖는다 생각되네요.

4. 다듀는 플로우도 정말 좋지만 가사 역시 정말 좋은 힙합 뮤지션이죠. 리쌍의 가사가 굉장히 구구절절 현실적이라면 다듀의 가사는 현실적이면서도 센스가 넘친 달까요. 비슷한 나이의 리스너라면 너무도 쉽게 공감할 만한 내용들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동시에, 마치 인터넷에서 센스 넘치는 카툰을 보았을 때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것처럼, '아, 맞아, 그랬었어'라고 공감하게 되는 공감대와 세련됨을 동시에 갖춘 가사인 것 같아요.

5. 자꾸 리쌍과 비교해서 좀 그렇지만, 적어도 피처링 요소만큼은 다듀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싶네요. 강산에가 참여한 ''돈이다가 아니야' 같은 경우 완벽히 강산에의 독특한 보컬이 다듀의 음악에 스며든 느낌이고, 마지막 트랙인 '청춘'의 경우 원곡이 뜨거운 감자의 곡이긴 하지만 다듀 만의 느낌으로 완벽히 편곡된 경우죠.

6. 다듀가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들어왔었는데, 이번 앨범에도 칸예의 색깔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네요. '두꺼비 집' 같은 경우는 시작부터 완전 칸예 스타일이죠. 칸예 앨범에 수록되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죠 ㅎ

7. 이번 앨범에서 딱 듣는 순간 '이게 바로 다듀 스타일이다'라고 느꼈던 곡은 바로 '잔돈은 됐어요'죠. 한 때 국내 힙합은 너무 라임(각운) 맞추기에 열을 들여서 촌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냈는데, 이 곡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그냥 이야기를 술술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라임은 다 포함하고 있는 매우 세련된 곡 구조를 보여주죠. 이 곡은 또한 완벽한 컨셉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상황에 맞는 가사와 한 명 씩 치고 빠지는 구조가 완벽한 곡으로서, 개인적으론 이번 앨범에 베스트 트랙으로 꼽고 싶습니다.

8. '왜 벌써가' 같은 곡도 상당히 세련된 느낌인데, 세련되었다는 것은 잘못하면 해외의 어떤 어떤 곡과 비슷하다는 느낌과 직결되어 있기도 한 듯 합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의 힙합 곡은 상당히 많거든요. 힙합을 조금이나마 들으셨던 분들이라면 '오~ 다듀가 세련되게 만들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너무 익숙하다'라고 느끼기도 할 듯 싶네요. 그 정도를 다듀는 비교적 잘 지키는 편이라고 생각되는데, 매번 아슬아슬 한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이런 아슬아슬함을 잘 보완해주는게 바로 유니크한 가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구요.

9. 매번 그랬던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역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려는 다듀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그저 말랑한 힙합과 강한 힙합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으로 (또한 그에 어울리는 가사로)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고 있는데, 몇몇 곡은 장르에 취한 나머지 좀 심심한 느낌이 있기도 하지만, 모든 트랙을 킬링 트랙으로 만들 필욘 없잖아요 ㅎ

10. 어쨋든 매 앨범 빼놓지 않고 들었던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을 몇 년간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좀 허전한 마음이 벌써부터 몰려오네요. 그런데 한 편으론 벌써부터 군대 제대하면서 센스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그들이 떠오르네요! (아니 휴가 나와서 휴가 퍼포먼스를 웹상에서라도 보여줄라나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리쌍 _ 6집 - Hexagonal


01. Intro[HEXAGONAL] (Feat. Enzo.B)
02. 우리 지금 만나 (Feat. 장기하와 얼굴들)
03.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Feat. 정인)
04. Carousel (Feat. 이적)
05. 변해가네 (Feat. 정인)
06. 부서진 동네 (Feat. Lucid Fall)
07. 일터 (Feat. Bizzy)
08. Journey (Feat. Casker)
09. Dying Freedom (Feat. 김바다)
10. skit-벌칙
11. 운명 (Feat. Malo)
12. Canvas (Feat. Tiger JK, Dynamic Duo, Bizzy)
13. Run (Feat. YB)
14. To. LeeSSang
15. skit-내 몸은 너를 지웠다
16. 내 몸은 너를 지웠다 (Feat. Enzo.B)



1. 리쌍은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국내 오버그라운드 힙합씬에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고 꾸준히 좋은 앨범을 들려주고 있어, 매 앨범마다 출시일에 꼭꼭 음반을 챙겨 들었던 팀 중 하나입니다. 사실 그들의 음악을 나름 좋아했었기에 최근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길의 모습을 볼 때면 재밌는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뮤지션으로서의 포스를 잃은 것 같아(아니 다른 사람들이 잘 못알아볼까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죠.

2. 실제로 최근 리쌍의 새앨범과 관련된 글들을 보다보면 글이나 리플들을 통해 '무한도전에 길이 리쌍이었어?'하는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더군요. '윤종신이 가수였어?'하는 반응들과 같이, 이런 반응들을 보면 사실 예능인보다 뮤지션으로 먼저 알았던 이로서는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것이 사실인데, 온전한 '리쌍'이 아닌 '무한도전으 길이 멤버로 있는 리쌍'으로만 받아들여질까봐 걱정되기도 하네요.

3. 힙합 앨범의 특성상 피처링이 많기는 하다지만(사실 리쌍의 경우는 다른 힙합팀들과는 다르게 피처링 없이도 보컬이 포함된 곡을 완성시킬 수 있는 팀이죠. 길은 래퍼라기 보다는 거의 보컬에 가까우니까요), 이번 리쌍의 신보는 이것이 과연 리쌍의 앨범인지 V.A(Various Aritsts)의 앨범인지 모를 정도로 피처링이 많습니다, 아니 스킷과 14번 트랙 'To. LeeSSang'을 제외하면 전부 피처링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4. 개인적으로 피처링이라는 것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과하게 쓰면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리쌍의 앨범은 이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몇몇 곡은 피처링 아티스트와 리쌍의 음악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지만, 일부 곡들은 리쌍의 곡에 다른 아티스트가 피처링 했다기 보다는 다른 아티스트의 온전한 곡에 오히려 리쌍이 피처링한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특히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한 '
우리 지금 만나'의 경우가 가장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거야말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에 리쌍이 피처링한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리쌍의 음악에 장기하의 색깔이 더해지면 어떨까를 기대했었기 때문에 그 반대의 경우라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5. 거의 반은 리쌍의 멤버라고도 볼 수 있는 정인과 함께한 '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의 경우, 여전히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너무 익숙한 느낌인 것도 사실입니다. 베이스가 되는 리듬은 자신들의 곡인 'Rush'와 크게 다르지 않고, 전체적인 곡 구성과 스타일은 JAY-Z의 'Song Cry'라고 할 수 있거든요. 물론 이런 스타일의 곡들 가운데 과연 어떤 곡이 'Song Cry'의 구성과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도 있겠지만, 무언가 더 새로운 정인과의 호흡을 원했던 팬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6. 이적과 함께한 '
Carousel'은 레드제플린의 유명한 곡인 'Stairway to Heaven'의 코드구성을 따라가고 있는데, 깔리는 빗소리와 이적의 보컬이 잘어울리는 편입니다.

7. 리쌍의 앨범을 비롯한 힙합앨범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플로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진솔하고 솔직한 가사 때문이기도 한데, 특히 게리가 쓴 가사들은 참 '날 것'의 느낌이 나서 좋아하는 편이죠. 이번 앨범에서도 게리의 현실적이고 날 것 느낌나는 가사는 여전하네요. 몇몇은 수위를 넘나들기도 하는데, 특별히 못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사실 10대 걸그룹들이 쏟아내는 성적인 은유의 가사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8. 루시드 폴과 함께한
'부서진 동네' 역시 루시드 폴의 인상이 너무 강한편이긴 합니다. 루시드 폴의 음악을 워낙에 좋아하는터라 개인적으론 좋았지만, 앨범이라는 측면에서는 장기하의 곡처럼 너무 독립적인 컨셉이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드네요.

9. 그 외에, 공개된 이후 가장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마지막 곡 '내 몸은 너를 지웠다' 같은 경우 리얼한 19금 가사와 찐득한 곡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뤄 색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 이 곡에서 게리의 랩은 거의 내레이션에 가깝더군요.

10. 개인적으로 이번 리쌍의 앨범은 새 앨범을 기다렸던 팬으로서는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리쌍의 느낌보다는 피처링한 뮤지션들의 분위기가 더 인상깊게 와닿은 탓에 리쌍의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니크한 맛이 조금 덜했고, 각자의 색깔들이 다들 너무 다른 탓에 앨범에 타이틀로서 확 오는 1,2곡이 없었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구요.

11. 어쨋든 오랜만에 TV에서 라이브하는 리쌍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얼마전 놀러와를 보니 게리도 예능을 탐내고 있던데 무대에서의 포스는 남겨두었으면 좋겠어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타루(TARU)라는 뮤지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물론 더 멜로디 (The Melody)로 활약하던 시절이었다. 2006년 당시 인디씬에서 더 멜로디를 비롯해 여성 보컬을 위주로 한 아기자기한 밴드들이 여럿 등장했었고, 더 멜로디는 보컬 타루가 유난히도 돋보이는 밴드였다. 더 멜로디에 대한 소식들을 얼핏 들어오다가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던 건 2006년인가 홍대 롤링홀에서 열렸던 인디 록 페스티벌이었다. 당시는 더 멜로디라는 밴드가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는데, 처음 보았을 때는 사실 큰 인상을 받지 못했었으나 같은 해 내한공연을 가졌던 에드윈 모제스 (Edwin Moses)의 게스트로 공연했을 때야 비로소 이 밴드와 리드 보컬인 타루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끌었던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함께 주목을 받다가 2007년 초 1집 '더 멜로디'를 내놓고 어느 정도 활동을 하는가 싶더니 한 동안 기억에서 멀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더 멜로디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 때쯤, 더 멜로디 출신의 타루가 솔로로 활동한다는 소식이 조금씩 전해져왔고, 점점 각종 공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다. 그렇게 천천히 자신을 알려오던 타루는 어느새 '홍대 여신 3인방'으로 불릴 정도로 인디씬에서 자신의 이름 두자를 선명하게 알렸고, 연약한 듯 하면서 힘입는 보이스와 더 멜로디 시절보다 좀 더 자유스러운 듯한 음악으로 드디어 올해 솔로 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어쨋든 속했던 밴드의 초창기부터 어렴풋이 기억하는 입장에서, 이번 타루의 솔로 정규 앨범은 반갑다는 말부터 해야겠다.




사실 많은 음악팬들은 타루 하면 그녀의 솔로 프로젝트나 더 멜로디 시절을 기억하기 보다는, 드라마 OST에 참여한 곡이나, 다른 가수의 음반에 피처링한 것을 더 기억하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런 활동들에 관심을 거의 갖지 못해서 더 멜로디에서 바로 '타루'로 건너온 느낌이다. 타루의 이번 솔로 앨범의 가장 특징적인 점이라면 역시 '스윙잉 팝시클 (Swinging Popsicle)'이라는 밴드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언밀히 말하자면 이 앨범에 기대를 하게 된 이유 중 조금 더 많은 비중은 바로 '스윙잉 팝시클'에 있었다. 디 사운드 (D' Sound)나 스완 다이브 (Swan Dive)의 음악에 한참 빠져있을 때쯤, 그리고 시이나 링고 (Shiina Ringo)를 비롯한 일본 뮤지션들의 음악을 가장 왕성하게 들었을 때, 좋아하게 된 밴드 중 하나가 스윙잉 팝시클과 '스무스 에이스 (Smooth Ace)'였는데, 이들의 음악은 다른 J-POP들과는 틀리게 일본색이 강하기보단 서양의 세련된 음악을 들려주었고, 듣기 편하고 무국적적인 팝 음악이었다.

이번 타루의 앨범은 스윙잉 팝시클이 전곡을 프로듀싱하고 있는데, 타루와 스윙잉 팝시클의 교류 사실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앨범 전곡을 프로듀싱하게 될 것 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두 뮤지션이 서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이전 부터 해왔던터라 이번 앨범은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곡 'Night Flying'은 예전 '더더'시절 박혜경을 연상시키는 타루의 경쾌한 보컬로 산뜻하게 앨범을 시작하는 곡이다(더더가 연상되었던 건 가사 중 'Delight'라는 단어가 나와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간주 부분에 기타 솔로도 시원한 곡의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두 번째 곡 '세탁기'에서는 더 완연한(?) 모던 록 사운드를 들려준다. 한 편으론 임팩트가 좀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기타 팝 사운드와 미풍 같은 코러스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세 번째 곡 '연애의 방식'은 좀 더 타루 다운 곡이다. 기존 곡들보다는 좀 더 타루다운 발성과 말투로 노래하고 있는데 (이건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 여튼 이렇게 샤방샤방한 느낌이 타루에게는 조금 더 어울리는 편이다. 하지만 타루의 목소리에만 정신을 팔려서는 곤란하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스윙잉 팝시클이 만들어내는 아기자기 말랑말랑한 사운드가 귀를 간지럽힌다. 이번 타루의 앨범에서 이런 점을 간과하면 앨범을 100% 즐겼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네 번째 곡의 제목은 'Sad Melody'인데, 아무래도 그녀가 활동했던 밴드 이름이 The Melody이다 보니 약간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추억은 조각나 붙잡으려 해도' 라던가 '언젠가 떠올라 슬퍼지려 해도' 등등. 의도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문득 곡의 가사를 생각하며 듣다보니 이런 생각도...




다섯 번째 곡 'Talk & Play'는 일렉트로닉한 소스들과 브라스 사운드가 은근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쾌한 곡이다. 후반부에 나루(naru)와의 합창이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Just Go'는 스윙잉 팝시클이 불러도 좋을 법한 곡인데, 반대로 타루가 쓴 가사는 가장 소박하고 감성적이어서 타루의 보컬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기도 하다. 일곱 번째 트랙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아주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제목이 '쥐色귀, 녹色눈'이었기 때문이다. 한자를 빌려 직접적인 표현을 (어쩌면 이게 직접적일 수도 있겠지만) 살짝 우회하기는 했지만 이건 누가봐도 반MB 정서를 이야기하는 메시지가 담긴 곡이다. 가사를 보면 더더욱 이런 의지를 엿볼 수 있는데, '명예롭지 않은 왕관 행복을 강요하는 TV', '눈과 귀를 가리고서 입을 틀어막을 권리', '뭘 더 얼마나 원해 지금도 부족해 그렇게 안달해' 등 가사의 대부분이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전에도 자신의 홈피 등을 통해 소견을 밝혔던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음악으로서 전달하는 모습이 흐뭇하기까지 하다. 음악적으로도 기존 곡들이 조금 샤방샤방 했던 것에 비해 가장 록적인 사운드가 강하다.




No Reply의 권순관과의 듀엣으로 전하는 '내일이 오면', 그리고 이어지는 'Daydream'. Daydream의 그 아련하고 조금은 나른한 정서가 마음에 든다. 후렴구 타루의 솔로는 정말 스윙잉 팝시클의 앨범에서 바로 뛰쳐나온 듯한 느낌이다. 비틀즈의 곡과 같은 제목의 'Don't Let Me Down'은 'Don't Let Me Down x2'를 반복하는 후렴구가 금새 익숙해질 것만 같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 대부분에는 간주 부분에 기타 솔로가 담겨 있는데, 타루의 여린 보컬과 상반되는 듯하면서도 간주 부분에서는 또 다른 록적인 감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고보니 또 한 번 비틀즈의 곡과 제목이 같은) 'Yesterday'는 예전 미니 앨범을 통해 선보였던 곡을 좀 더 비트를 강조한 뉴 버전으로 선보이고 있다. 보너스 트랙으로는 모바일 RPG게임 '크로노스 윙'에 수록되었던 '시간의 날개'가 수록되었는데, 가사나 곡의 분위기가 얼핏 들어도 판타지 게임 주제곡을 연상시키는 곡으로, 타루의 보컬과 판타지 게임과의 싱크로율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타루의 이번 새 앨범은 사실 냉정하게 보자면 '스윙잉 팝시클'에게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더 멜로디를 거쳐 처음으로 발표하는 솔로 정규 앨범이라는 점에서 스윙잉 팝시클이라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은, 더 안전하고 좋은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자면 진정한 타루 만의 홀로서기로 보기는 어려운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찌보면 이 같은 사실은 솔직히 드러내고 있는 점에서 그녀의 뮤지션으로서의 진정성을 엿볼 수도 있었다. 단순한 홍보전략으로 스윙잉 팝시클이라는 이름을 노출하려한 것보다는, 마치 '타루 1집' 이라는 느낌 보다는 '타루+스윙잉 팝시클 프로젝트'로 느껴지기 충분한 크레딧과 자켓에서 볼 수 있었던 '프로듀스 바이 스윙잉 팝시클'의 비중은, 이번 앨범에 대한 솔직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아마도 오롯이 타루만의 홀로서기가 될 그녀의 정규 2집을 기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 정규 1집 앨범에서 2집을 기대해버리는 나는 욕심쟁이 우후훗!
2. 타루는 왠지 꼭 '타루짱'이라고 불러줘야만 할 것 같은 이 압박;;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한 때는 신보란 신보는 모조리 다 들어보고, 혹은 들어보지도 않고 구매하고, 혹은 구매하고도 들어보지 못할 정도로 음반 속에 파 묻혀 살 때가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요 근래는 죽고 못살던 밴드의 신보마저 발매 당일이나 언저리에나 알아차릴 정도로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여도 기존에 좋아하던 뮤지션들의 앨범은 어찌 되었든 찾아 듣고 구매하곤 하지만, 이렇게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은 역시나 신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처럼 직접 옥석을 가려낼 시간이 없는 관계로 아무래도 누군가의 추천이나, 음반사에서 내놓는 유혹적인 홍보 문구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데, 'BBC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이라는 홍보 문구는 '어랏'하는 궁금증과 함께 한 번쯤 속는 셈 치고 들어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인 음악 취향 덕에 'BBC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이란 문구보다는 'Pitchfork 선정 베스트 앨범'이 더 혹하기는 하지만, 아직 한 해가 반도 지나기 전에 (이 앨범의 발매시기는 올해 5월이다) '올해의 앨범'이라는 찬사를 보냈다는 것은 '어찌되었든' 이유는 있겠다 싶은 생각에 음반을 찬찬히 들어보게 되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음반 역시 듣기 전에 많은 정보를 미리 습득하는 편은 아닌데, 패션 핏(Passion Pit)의 앨범을 듣기 전에는 이들이 완전한 록 밴드인줄로만 알았다. 물론 라디오헤드(Radiohead)로 인해 록 밴드라는 정체성 자체가 아주 폭넓게 확장되기는 했지만, 추측하기로는 '악틱 몽키스 (Arctic Monkeys)'나 '필링 (Feeling)' 같은 밴드가 아닐까 무심코 생각했었으나 왠걸, '비치 보이스가 MGMT를 만났을 때'라는 앨범 속지의 설명처럼 신스팝과 일렉트로니카, 화려한 코러스라인 등으로 이뤄진 상당히 재기 발랄한 밴드였다. 간단하게 이들의 음악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장르적 매력을 담고 있는데, 꼭 하나로 뭉뚱그려야 한다면 '신스팝'이 가장 어울릴 듯 싶다. 사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수용한 음반들을 보면 비트 하나는 기똥 차더라도 멜로디 라인은 건질 것이 없다거나, 멜로디는 뽕짝 가요마냥 단 번에 기억되지만 비트는 심심하기 그지 없는 경우가 많은데, 패션 핏의 음악은 기똥 찬 비트는 물론 자신들의 말처럼 '멜로디 위주의 팝밴드'로도 손색 없는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미카 (MIKA)가 얼핏 연상되기도 하지만(아무래도 가성 때문에) 미카의 음악과는 또 다르다. 미카가 'Killer Queen'을 부르는 프레디 머큐리라면 패션 핏은 'Mr. Blue Sky'의 E.L.O에 가깝다.




첫 번째 트랙 'Make Light'부터 패션 핏은 확실히 '달려'준다. 반복적인 베이스 라인을 깊게 깔고 성별을 알기 어려운 가성과 점진적으로 울려대는 비트는, 패션 핏의 음악을 처음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중반부 부터 베이스 라인과 함께 이어지는 여성 코러스라인도 복고스러움 가득함이 인상적이다. 'Little Secrets' 도입부에 들려주는 완연한 신스팝 사운드와 그루브 넘치는 스내어는 또 다른 느낌이다. 복고적인 사운드들이 많이 사용되긴 했지만 단순히 복고적이라고 보긴 어려운데 아마도 그루브 넘치는 리듬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 목소리처럼 들리는 후반 부의 코러스는 마치 'Go! Team'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The Reeling'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또 완전 일렉트로니카다. 다른 곡들도 모두 마찬가지지만, 패션 핏의 음악은 틀언 놓고 마냥 춤추기에도 더 없이 적절한 앨범이지만 소리 하나하나를 귀기울여 들으면 참 '재미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The Reeling'은 뭐랄까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절로 뮤직비디오 한 편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Eyes in Your Hands'의 도입부는 평범한 록음악 같은데 중반부 부터는 마치 이들이 심하게 장난을 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하이라이트의 '나나나나나나~' 하는 코러스를 듣고 있노라면 그 어느 러브 송 못지 않은 감정도 느낄 수 있다.

'Swimming in the Flood'는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의 비트와 극적인 요소를 잘 담아내고 있으며, 박수 만으로도 바로 비트를 타게 되는 'Folds in Yours Hands'는 앨범 내내 보여준 패션 핏의 밀고 당기기를 다시 한번 유감없이 들려주는 곡이다. 이 곡의 후반부는 한창 일렉트로니카가 유행할 때 클럽에서 가장 성행하던 그런 비트와 흥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앨범 후반부에 가면 아무래도 전반부 보다는 조금 더 실험적인 비트와 악기 사용을 살펴볼 수 있는 곡들이 많다. 앞선 곡들도 충분히 좋지만 후반부를 채우고 있는 이런 곡들은 좀 더 패션 핏이라는 밴드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음악은 화려한 듯 하지만 그 내면에는 소박함이 엿보이는 패션 핏의 'Manners' 앨범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John Frusciante _ The Empyrean

01. Before the Beginning
02. Song to the Siren
03. Unreachable
04. God
05. Dark/Light
06. Heaven
07. Enough of Me
08. Central
09. One More of Me
10. After the Ending


많이 늦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의 기타리스트이자 솔로 뮤지션으로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한 명의 기타리스트로서 많은 록 음악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새 앨범 'The Empyrean'에 관한 글 말이다. 사실 앨범 발매 당시에는 국내에 수입된 물량도 적었거니와 1차 수입 시기를 놓쳐 한 동안 기다려야만 했기에 실제로 음반을 손에 넣을 수 있던 것은 발매된지 몇 달 뒤었으며, 그로 부터 또 몇 달이 흐른 뒤에야 짧게 나마 글로 정리해보게 되었다.




일단 인상적인 자켓 이미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실제로 존 프루시안테의 이전 솔로 앨범 자켓들은 하나 같이 심플하면서도 무언가 심미함이 가미된 이미지들로 꾸며지기도 했었는데, 이번 앨범 '
The Empyrean'의 자켓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품'스럽다.



(왼쪽 위에서 부터 시계방향으로, Curtains (2005) / Shadows Collide with People (2004) / The Will to Death (2004) / A Sphere in the Heart of Silence (2004) )


이번 앨범 타이틀인 'The Empyrean'을 우리 말로 해석해보자면 '가장 높은 하늘', 고대 우주론에 등장하는 '불과 빛의 세계로서 후에는 신과 천사들이 사는 곳으로 믿어진 곳' 으로 해석할 수 있을텐데, 일단 자켓이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와 앨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얼핏 수록곡들의 제목을 보아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efore the Beginning' 'God' 'Heaven' 'After the Ending' 등 이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하나 같이 일맥상통하는 곡 제목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 곡
'Before the Beginning'은 9분이 넘는 연주곡이다. 이 곡에서는 프루시안테의 와우 기타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데, 정말 미친듯이 울어대는 기타 소리에 내 눈물이 절로 동할 정도다. 존 프루시안테는 상당히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기타리스트로도 정평이 나있는데, 이 곡에서도 그런 존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앨범에 실리긴 했지만 아마도 똑같은 버전으로는 다시는 연주하지 않을 듯한 이 곡. 존의 나른한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Song to the Siren'을 지나면 이번 앨범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Unreachable'을 만나볼 수 있다.




6분 10초짜리 이 곡은, 초반에는 참 평범하게 시작한다. 평범한 리듬과 편안하게 노래하는 존. 중간 몇 번 리듬의 변화를 주고 난 뒤, 후반 부쯤 가서 본격적인 솔로가 시작되면서 곡은 급변하게 되는데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하다. 존 프루시안테의 많은 곡을 들으며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었지만, 정말 그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이 곡 후반부의 솔로와 전개부분은 정말 최고. 최고다. 기타 솔로가 전자 오르간 사운드와 합쳐지면서 계단식으로 발전하는 이 부분은 마치 King Crimson의 곡에서나 들었을 법한 전개로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이 앨범을 통틀어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God'에서는 존 특유의 가성을 잔뜩 만나볼 수 있으며, 'Dark/Light'의 중반 부 코러스는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실험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당히 드라이한 보컬과 기타 사운드와 선굵은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Heaven',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이 의외스럽기까지 했던 'Central', 후반 부 현악기로 이뤄진 연주마저 만나볼 수 있었던  'One More of Me', 그리고 일렉트로니카적인 사운드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After the Ending'까지. 전체적으로 앨범으로서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으며, 단순한 기타 연주를 넘어서서 다양한 실험으로 접목시키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음반 활동이 잠정 중단 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의 새 앨범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물론 R.H.C.P 보다도 (어쩌면) 더 존을 좋아하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존과 함께 R.H.C.P가 다시 한번 무대 위로 날아오를 그 날도 기다려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일본 음악을 즐겨 들은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번 앨범을 받아들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왜 그 동안 히라이 켄의 앨범을 단 한번도 제대로 들어보려고 시도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었다. 차라리 그 이름을 몰랐다면 얘기가 될 텐데, 히라이 켄이라는 이름은 매우 자주 들어왔었고 지인 가운데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이도 있었을 정도로 가깝다면 가까운 아티스트였는데, 왜 그랬는지 별로 제대로 들어보려고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그 이유를 떠올려보자면 아마도 그가 흔히 말하는 '발라드' 가수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텐데, 아무래도 일본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주된 이유가 록 음악이었다보니, 그리고 그 이후에 좋아하게 된 뮤지션들은 거의 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아니면 블랙뮤직을 주로 하는 팀들이다보니 점점 히라이 켄과는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서야 들어보게 된 히라이 켄의 음악은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짐작해오던 그런 '발라드'는 아니었으며 (절대 발라드를 폄하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남자가 들어도 달콤한 (각트처럼 느끼하지 않고 달콤한) 보이스는 특히나 커버 곡으로 이뤄진 앨범 'Ken's Bar'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앨범 속지의 해설서에 따르자면 이 'Ken's Bar'란 프로젝트는 실제 히라이 켄이 지점장 겸 보컬을 맡고 있는 라이브 까페에서 벌어지는 라이브이자 'Bar'이며, 입소문이 커져 극장 라이브로 발전되기도 했고, 2003년에는 'Ken's Bar'의 컨셉을 하나로 엮은 음반을 이미 발매하기도 했으며, 이번에 발매된 앨범은 그 2탄 겪으로서 Ken's Bar의 개점 1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많은 뮤지션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되면 커버 곡으로 (리메이크 곡으로) 이루어진 컨셉 앨범을 종종 내곤 하는데, 대부분이 상업적인 성격이 짙거나 앨범의 완성도보다는 그저 자신의 팬들만을 위한 성격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실 이 앨범의 성격을 알게 되었을 때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었는데, 막상 들어본 'Ken's Bar'는 왜 이 프로젝트가 많은 일본인들과 음악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절로 알 수 있는 매력적인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커버 곡으로 이뤄진 앨범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두 가지를 고르라면 하나는 보컬의 역량이 될 수 있겠고, 다른 하나는 곡의 해석을 어떻게 달리하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성공한 리메이크 앨범의 경우 완전히 장르를 파괴하여 자신들만의 것으로 곡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가 좀 더 많다고 할 수 있을텐데, Ken's Bar는 이런 케이스가 아니라 보컬의 역량에 좀 더 촛점을 맞춘 프로젝트라 하겠다. CD플레이어에 CD를 넣고 처음 히라이 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기존에 잘 알고 있던 곡이라 하더라도 그의 보컬이 곡을 압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는 어떨 때는 송가처럼, 어떨 때는 러브 송처럼 가슴 깊은 곳을 이른바 '후벼 파는' 감성적인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잘 알고 있는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특별한 곡해석 작업이 없었음에도 보컬 만으로 곡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트로와 경음악 트랙을 지나 그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첫 번째 곡 'New York State of Mind'는 이미 수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이미 익숙해질 만큼 불려진 곡이지만, 독특한 미성의 히라이 켄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다. 4번째 곡 '僕がどんなに君を好きか、君は知らない (내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 너는 알지 못해)'를 듣고 있노라면 장소가 어디든 그 차분함과 따듯한 분위기에 금새 빠져든다. 다른 곡들을 듣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이 앨범은 듣고 있는 그 장소를 한껏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5번째 곡은 하마사키 아유미의 곡으로 더 유명한 'Love ~Destiny~'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히라이 켄 보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듯 악기의 사용이나 추가 장치들은 가능한한 배제하고 있는데, 이 곡 역시 피아노 반주 만이 그의 목소리를 받쳐줄 뿐이다. 6번째 곡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Eagles의 명곡 'Desperado'이다. 개인적으로 데스페라도는 너무 많은 뮤지션의 너무 많은 버전을 겪은터라 신선함이 확실히 덜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




역시 너무나도 유명한 'Moon River'를 지나면 Neyo의 곡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모았었던 'Because of You'가 히라이 켄의 목소리로 전해진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로 편곡된 'Because of You'는 네요의 느낌과는 또 다른 담백하면서도 히라이 켄의 보컬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워낙에 원곡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히라이 켄의 애절한 보컬과도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일본 공연시 게스트로 출연한 적도 있었던 스티비 원더의 곡 'Lately' 역시 히라이 켄 같은 보컬이라면 한 번쯤 불러볼 만한(도전해 볼만한) 곡이라고 생각된다. 원곡보다는 훨씬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로 편곡된 것이 이채로웠다. 이 이후로도 정말 'Ken's Bar'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게 될 만큼 편안한고 아늑한 그의 곡들이 더 수록되어 있다.




히라이 켄의 Ken's Bar를 듣고 난 가장 첫 느낌은 '참 따듯하다'와 '참 편안한다'라는 것이었다. 정말 부담없이 한 낮 햇살 가득 내려 쬐는 방안에 홀로 앉아 듣고 싶은 앨범. 바람이 살랑살랑 머릿 결을 스치는 공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듣고 싶은 앨범.

아, 그리고 언제 한번 그의 바에 놀러가서 히라이 켄과 함께 차 한잔, 맥주 한잔 하며 듣고픈 앨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서태지 - Atomos
그의 여덟 번째 소리

이미 앞서서 두 장의 싱글 앨범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서태지의 정규 앨범이 7월 1일 발매되었다. 서태지가 싱글이라는 개념으로 본격적인 음반 발매를 시도하면서 음반의 가격이나 수록곡에 대한 논쟁 혹은 질타 들이 많이 있어왔는데, 이번 정규 앨범 역시 이런 연장선에서 (그리고 더 추가되어) 또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는 듯 했다. 이런 음악 외적인 논쟁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조금 보태보기로 하고, 일단 드디어 '정규 앨범'에 모습을 갖춘 그의 여덟 번째 소리 'Atomos'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이번 정규 앨범에는 총 12곡이 수록되었고, 그 중 8곡은 기존 두 장의 싱글을 통해 선보였던 곡들을 새롭게 믹싱과 재녹음 작업을 더해 수록하였고, 2곡은 기존 싱글을 통해 공개되지 않았던 리믹스 버전이, 그리고 나머지 2곡은 신곡이 수록되었다. 기존에 수록된 곡들에 대한 각각의 평들은 이미 싱글 발매 당시에 이야기했었기 때문에 추가로 더할 말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곡들은 다를 것이 없지만 음반 소개에 따르면 새롭게 믹싱작업을 하고 악기와 보컬까지 재녹음을 거쳤다고 하는데, 간단히 얘기하자면 일반 음악팬들 입장에서 이 믹싱과 재녹음 작업에 결과물을 몸으로 체험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즉 딱 들어봤을 때 기존 싱글들과 확연히 달라진 사운드를 느낄 수는 없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예전에 발매된 앨범들이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발매되는 경우는 세월의 거리 만큼 달라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반면, 이번 서태지의 정규 앨범 같은 경우는 싱글 앨범이 발매된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그리고 싱글 앨범 자체도 사운드 퀄리티 측면에서 서태지답게 엄청나게 신경 쓴 앨범이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그 차이를 쉽게 실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전 이승환이 새앨범을 발매할 때 곡을 만들고 쓰는 작업만큼이나 앨범에 사운드를 담아내는 과정에 엄청난 비용과 정성을 쏟는 다며, 질 낮은 MP3나 스트리밍이 음악 감상에 주가 된 현실에서는 뮤지션 자신의 자기만족 외에는 헛수고가 되고 마는 현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음반을 수백, 수천장씩 모으는 음악 팬의 입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앨범이 더 좋은 퀄리티로 재녹음 되었다거나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새롭게 발매된다는 사실은 분명 매력적인 유혹이다. 실제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같은 앨범을 중복으로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현재 발매 예정인 비틀즈의 리마스터링 앨범들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태지의 이번 정규 앨범의 성격은 약간 미묘한 측면이있다. 싱글에 수록된 버전의 사운드 퀄리티와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의 퀄리티의 차이가 일반적인 음악 감상 환경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을 온전히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고가의 시스템 환경이라던가 더 나아가 아예 스튜디오에서 싱글과 정규 앨범을 비교해서 들어본다면 아마도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지 않을까도 싶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저질의 MP3로 듣는다던가, 스트리밍 사이트 혹은 미니홈피의 배경음악, 더 나아가 핸드폰 벨소리 등으로 사용되는 것이 위주이다 보니 이런 뮤지션 본인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퀄리티 적인 장점이 빛을 발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되어버린 것 같다.




일단 기존 곡들의 향상된 사운드 퀄리티는 재쳐두고 가장 기대가 되었던 건 역시 이번 앨범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2곡의 신곡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서태지는 다른 어떤 뮤지션들보다 새 앨범 발매시 '어떤 곡일까?'하는 궁금증이 큰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이번 앨범의 경우는 앞서 싱글 발매 방식을 통해 앨범의 성격이나 곡들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예전 앨범들보다는 궁금증이 덜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었고, 발매일 매장으로 달려가 구매한 따끈따끈한 신보에 수록된 2곡의 신곡 'Replica'와 '아침의 눈'을 들어볼 수 있었다. 'Replica'를 처음 들었던 느낌은 상당히 '가요'같다는 느낌이었다. 나쁜 뜻으로 가요같다는 것이 아니라(언제부턴가 가요 같다는 것이 나쁜 뜻으로 훨씬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무언가 약간은 서태지스럽지 않으면서 일반적이라고나 할까. 전반적인 진행이나 보컬이나 상당히 평범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좀 더 들어봐야 알일이고, 이 곡은 어디까지나 12곡이 수록된 정규 앨범 중 한 곡이니 이런 점을 감안해야 될 듯 하다.




'아침의 눈'은 그에 비해 훨씬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아, 그전에 음반 쇼핑몰들을 보니 수록곡들을 늘어놓고는 '아침의 눈'에 타이틀 곡이라고 표시를 해두었던데, 서태지의 정확한 의도를 듣지는 못했지만 일반적으로 싱글이 선행되고 음반이 발표되는 시스템에서 보았을 때, 정규 앨범을 통해 공개된 2곡 중 하나가 타이틀 곡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싱글을 통해 공개되었던 'MOAI'가 서태지의 여덟 번째 앨범에 타이틀 곡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싶다.

이 앨범을 여덟 번째 정규 앨범으로 보지 않고 또 하나의 싱글 앨범같이 보게 된다면 많은 아쉬움이 들 것 같다. 일단 새롭게 공개된 2곡의 신곡이 기존 발표되었던 싱글 곡들보다는 임팩트나 감흥이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한데(개인적으로), 이는 어쩌면 그럴 수 밖에는 없는 것이 이 정규 앨범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곡들은 첫 번째, 두 번째 싱글 공개 되었던 곡들일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12곡이 담긴 정규 앨범에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그리 나쁜 구성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MOAI'나 'Bermuda [Triangle]', 'Human Dream'같은 곡은 서태지답게 새로운 사운드와 감성을 엿볼 수 있었던 멋진 곡들이었으며, 'T'ikt'ak'과 'Coma'역시 3번과 6번 트랙으로서 손색이 없는 곡이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온전한 정규앨범으로 보더라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싱글에 수록되었던 B-Side 곡들까지 정규 앨범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이다. 이렇게 됨으로서 싱글 만의 가치는 패키지나 또 하나의 아이템으로서의 기능만을 갖게 되어버렸으며, 예전에 특히 거세었던 가격 논쟁으로 미뤄봤을 때 한 장의 음반을 3장으로 나누어 판매했다는 얘기를 들을 만한 빌미를 주게 되어버린 것 같다. 본래 싱글과 정규 앨범의 경우 싱글에 수록되었던 곡들이 정규 앨범에 그대로 수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B-Side곡들 마저 수록되면서 리믹스를 제외하면 신곡이 2곡 뿐이었다는 점은 분명 그를 공격하려고 만반에 준비를 하고 있는 안티팬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된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새로운 리믹스 버전 곡들을 수록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한 때 댄스음악에서 무분별하게 트랙 늘리기를 위해 진행되었던 작업들 때문에 '리믹스'라는 것에 대한 신뢰도가 심각하게 떨어져있기는 하지만, 서태지가 내놓는 리믹스라면 이런 우려를 갖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생각해서인지, 차라리 또 다른 편곡의 리믹스 곡들을 담았더라면(신곡을 담을 것이 아니었다면) 하는 팬으로서의 아쉬움이 남는다.




서태지의 오랜 팬된 입장에서 보았을 때 사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태지'여서 더 큰 질타를 받게 되는 일들이 분명 있었다. 안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그랬고, 팬 된 입장에서도 '서태지니까'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더 컸던 경우가 많았었다. 그것이 어쩌면 서태지라는 아티스트의 숙명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객관적인 시각으로 욕할 것은 욕하고 칭찬 할 것은 칭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러붙어서 좋다 나쁘다, 별로다 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다 관심과 유명세 때문일테니까.

여튼 분명 앞선 싱글들과 연관지었을 때 아쉬운 점이 있는 정규앨범이었다.
음악 자체로서는 '역시 서태지!'였지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것이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음을 밝힙니다.









Kebee - The Passage
거품 싹 뺀 힙합앨범

소울컴퍼니(Soul Company)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키비(Kebee)의 세 번째 앨범 'The Passage'가 발매되었다. 소울컴퍼니를 알게 된 이후부터는 언제부턴가 무브먼트 크루나 부다 사운드 같은 그래도 나름대로의 메이저 힙합 음악들 보다도, 오히려 이들의 참신하고 새로운 사운드에 더 주목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참 Nujabes에 빠져 있을 때 The Quiett이 만들어낸 비트들은 단번에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키비의 곡들 역시 라임과 비트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듣기 시작한 소울컴퍼니의 앨범들은 각자의 솔로 앨범들과 프로젝트 앨범 그리고 소울컴퍼니가 모두 참여했던 'The Bangerz'앨범들까지 관심을 갖게 했고, 결국 키비의 세 번째 앨범은 나름 기다리기까지 하는 앨범이 되었다.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첫 트랙 'Soulport'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약간 의외였다. 빠르고 경쾌한 비트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조화를 이뤄 마치 해변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인스트로멘탈 곡은, '여정'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 수 있는 곡이었다. 곡 말미에 우주적인 사운드를 삽입한 것은 자켓 디자인과 연관되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트랙 'Diving'의 베이스가 되는 백킹 사운드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감'이다. 이런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공기가 있는데 이 곡을 통해서도 이런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다.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곡으로 이번 앨범에 전체적인 퀄리티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Wake Up'은 스크래치 사운드와 일렉트릭한 사운드가 강한 비트와 라임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곡이다. 그 다음 트랙 '사진기'는 여성적인 분위기와 소년의 감성으로 다루고 있는 곡으로 후렴구의 lady Jane의 피쳐링이 돋보이는 곡이다. 굉장히 팝적인 곡으로서 이 정도면 충분히 대중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퀄리티의 저하는 겪지 않고 있으니 안심해도 될 듯 싶다.

다섯 번째 트랙 '불면제' 역시 샛별의 피쳐링이 더해진 곡으로 키비의 멈추지 않는(?) 랩핑이 돋보이는 곡이다. 전체적으로 비트나 사운드가 만족스럽다보니 오히려 인스트루멘탈 버전으로 앨범을 통으로 발매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키비의 라임이나 랩핑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비트가 만족스럽다는 쪽의 반영이다. 넋업샨, Loptimist, Jinbo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화가, 나'는 각각의 개성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한 곡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각의 다른 컬러를 맛볼 수는 있지만 각각의 매력이 최대한 발휘되지는 않는 다는 느낌이었다.




'Go Space'는 역시 경쾌한 기타 사운드와 일렉트로닉한 사운드 소스가 결합해서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곡이다. 예전 키비의 음반을 들었을 때는 느린 비트의 감성적인 곡들에 더 잘 어울리는 랩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약간은 생각이 틀려진 편이다. 빠른 비트의 팝적인 곡에서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랩핑을 선보이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는 아무래도 타블로가 참여해서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랩이 아닌 노래하는 키비의 보컬을 들어볼 수 있고, 역시 우주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소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곡으로 전체적인 앨법 컨셉에 부합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아홉 번째 트랙 'Goodbye Boy'는 역시 키비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심플하면서도 가사의 집중력이 높은 곡이다. 앞서서 빠른 비트의 곡에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느린 비트의 아기자기한 곡에 어울리지 않는 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소년 같은 감성과 분위기는 역시 키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 번째 트랙 '그림자'를 지나 'Where is the Claps?'를 듣고 있노라면 점점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 보다는 좀 더 디테일한 면을 찾아들어보게 되는데, 잘 들어보면 상당히 세심한 면까지 신경쓰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음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단순히 보컬과 반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악기 하나하나, 소스 하나하나를 들어보면 이 음악에 창작자가 얼마나 많은 공을 쏟았는지 알 수 있는데, 키비의 음반에서도 이런 노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열 세번째 트랙 'Still Shining'은 더 콰이엇과 D.C가 피쳐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곡이다. 이 곡은 세 번째 앨범을 발표하게 된 키비의 자전적인 심정이 담긴 곡으로서 '달라질건 없지'라는 가사처럼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긴 곡이기도 하다. 마지막 트랙 '이 별에서 이별까지'는 첫 번째 트랙과 대구를 이루고 있는 인스트루멘탈 곡인데, 첫 번째 곡에서 말미에 살짝 우주적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맛만 보여주었었다면 마지막 트랙에서는 본격적으로 이 사운드를 이용해 곡을 진행하고 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곡 곡이 아니라 하나의 앨범으로서 평가받으려는 키비의 의지가 담긴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이번 앨범은 키비 특유의 장점을 잘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접근성이 용이한 음악이 수록되었다고 생각된다. 샘플링을 최소화 하고 심플한 악기 구성과 플로우 만으로 세련되고 퀄리티 높은 음악을 만들려는 키비의 노력은 앨범에 잘 묻어나있다. 하지만 이것이 힙합 씬에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이라고까지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새롭다기보다는 미니멀하면서도 그들만의 장점을 잘 살려낸 괜찮은 힙합앨범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서태지 - Atomos Part Secret (SINGLE)

01. Bermuda [Triangle]
02. Juliet
03. Coma
04. Bermuda [Triangle][RMX]


짧은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굳이 밝히고 넘어가자면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광신도이자 오랜 팬으로, 서태지의 팬 대부분이 그렇듯이 일반적인 팬 이상으로 추억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존재로서 서태지를 인식하고 있다. 싱글 형식을 취하면서 더더욱 욕을 많이 먹고 있는 듯한 서태지의 새 싱글 'Atomos Part Secret'을 언제나처럼 예약을 통해 손에 쥐게 되었다. 먼저 음반에 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다른 얘기를 좀 늘어놓자면, 발매 당일 아침에 교보문고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팬들,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한 시라도 빨리 들어보기 위해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CDP를 일부러 구매했다는 팬들까지. 이 광경이 나에게는 오버스럽거나 유치해보이지 않았다. 나도 한 때는 서태지 음반이 나온다는 소식을 전국에서 누구보다 먼저 접하고 주변에 알려주었던 사람이었고, 음반 가게에 가서 선불을 내고는 그냥 메모지에 번호와 예매권이라고만 써있는 종이를 받아가며 앨범발매를 손꼽아 기다려 본 적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음악일까 궁금해 잠못 이룬적도 있었고, 정말 CD혹은 테입을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들어본 적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런 열정을 가지고 앨범 발매일 새벽에 문을 열지도 않은 음반샾앞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반을 구매하고는 미처 집까지 가는걸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에서 부랴부랴 음반을 들어보는 광경이 부러운 한편, 아련하게도 느껴졌다.

여튼 개인적인 회상은 뒤로 하고, 항상 논란이 되고야 마는 서태지의 새 싱글이 드디어 발매가 되었다.





이번 싱글을 잘 알다시피 일단 '싱글 앨범'으로서 정규 앨범과는 차이가 있고, 지난 번 'Moai'가 수록되었던 싱글 'Atomos Part Moai' 이후 발매된 두 번째 싱글이다.
(서태지 - Atomos Part Moai 리뷰 보기 : 서태지와 아이들의 향수를 느끼다! http://www.realfolkblues.co.kr/688)

일단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번 싱글과 첫 번째 싱글을 동일선상에서 1:1 비교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을 듯 싶다. 첫 번째 싱글
'Atomos Part Moai'는 추후에 발매된 앨범에 대한 전체적인 컨셉과 분위기를 소개하고 알리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던 싱글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임팩트 면이나 신선도 면에서 두 번째 싱글인 'Atomos Part Secret'보다는 더 유리할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 싱글이란 포맷은 정착되지 못한 탓에 일반 대중들은 '싱글=앨범'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군다나 서태지라면 매 앨범 마다 확확 달라져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추가되어 이번 싱글은 조금 아쉽다는 평을 더 듣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논란이 되고 있는 싱글 음반 가격에 대해 짧게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도 정규앨범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은 조금은 불만이다. 서태지 본인은 그 정도 값을 하는 음악을 수록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는데, 서태지 본인도 알다시피 국내 음반 시장은 물론 싱글 시장은 아예 개념조차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초월하는 개념을 등장시킨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일본 처럼 싱글 시장이 자리잡은 상황이었다면, 기존 가격과 다른 가격대의 싱글을 내면서 '나는 자신있다'라는 데에 큰 거부감들이 생기지 않았겠지만, 앞선 이유들처럼 이런 상황을 너무 초월한 방법이 아니었나 하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가격이 비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격이 싸더라도 음반을 사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냥 서태지가 싫은 사람은 제외하더라도, 음반 구매해본지는 백만년도 넘은 이들이 음반 가격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그 만큼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소수가 된 현실이 한탄스럽기도 하고.





이번 싱글에는 보다시피 총 4곡이 수록되었는데, 이미 디지털 싱글로 공개되었던 'Bermuda [Triangle]'과 이 곡의 리믹스를 제외하면 신곡은 2곡 뿐이다. 일단 첫 번째 곡 'Bermuda [Triangle]'은 이미 뮤직비디오로도 자주 접해서 인지 매우 익숙함을 넘어서 반가움이 느껴졌다. 예전 곡이 공개된 이후로 몇몇 팬들 사이에서는 'Moai'보다 좋다는 평을 듣기도 했던 곡으로, 전체적으로 네이쳐 파운드 사운드 보다는 'Heffy End'가 수록되었던 7집의 음악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론 곡을 뒷받침하고 있는 소스들에서는 네이처 파운드 사운드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피아노 선율과 록 사운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곡으로서 후렴구도 몇 번 듣게 되면 외울 정도로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은 여전하다. 두 번째 곡 'Juliet' 역시 드럼 사운드가 초반 부터 강조된 곡임을 알 수 있다. 초반 인트로가 지나면 연약한 태지의 보이스가 신비한 느낌을 주는데, 이 시퀀스와 록 사운드 부분은 계속 맞물려 진행된다. 전체적으로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곡으로 후반부 역시 너무 고조되지 않고 절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 번째 곡 'Coma'는 서태지 음반에 꼭 한 곡 씩은 들어있는 암울함과 슬픈 감정이 드러나고 있는 곡이다. 서태지의 이런 곡들엔 거의 흡사한 감성과 분위기가 있는데, 이곡 'Coma'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곡을 듣고 있노라면 대충 어떤 분위기의 뮤직비디오가 그려진달까. 상실과 허무함, 그리고 외로움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에도 피아노 선율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어쿠스틱 배킹이 깔려있어 좀 더 위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극적인 요소도 느낄 수 있지만 '죽음의 늪'이나 '기억나니'등 처럼 이 부분만 강조된 경우는 아니다. 네 번째 트랙은 'Bermuda [Triangle][RMX]'로 'Bermuda [Triangle]'의 리믹스 트랙이다. 일단 일반적인 리믹스 트랙하면 그저 반주 조금 틀려진 같은 곡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팬이 아니더라도 이번 리믹스 트랙의 수준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본래 트랙이 좀 더 록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이번 리믹스 트랙은 좀 더 네이쳐 파운드 사운드의 요소를 적극 가미한 곡으로, 기본적인 리듬 구조자체가 틀리다. 물론 개인적으론 원곡이 좀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공간감이 느껴지는 태지의 보이스를 만나볼 수 있는 리믹스 버전도 스쳐 듯기엔 아쉬운 트랙이다.




서태지의 팬으로서 사실 무조건 구매한 앨범이긴 하지만, 확실히 전작이었던 'Atomos Part Moai'와 비교하자면 임팩트면에서는 조금 심심한 싱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팬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할 수 밖에는 없는 또 하나의 싱글이 되겠지만 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한철 3집 - 순간의 기록

01. User's Manual
02. 동경의 밤
03. 차이나
04. 시내버스 로맨스
05. Carnaval
06. Sevilla (세비야)
07. Milano S. (밀라노 S.)
08. 안아주세요
09. 인생
10. Leaving City Havana


'지퍼'와 '불독맨션' 등으로 활동했던 이한철의 솔로 앨범 3집이 최근 발매되었다. 사실 이한철은 국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한 명으로서 그의 여러 프로젝트들에도 항상 관심이 많았었고(그런데도 '주식회사'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솔로 앨범들 역시 항상 빼놓지 않고 챙겨들어 왔었다. 일단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뮤지션 이한철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매끄러운 멜로디를 뽑아내는 작곡가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록에 기반을 둔 그의 음악은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슈퍼스타' 등에서 알 수 있듯 대중들에게 단번에 곡을 인식시킬 만한 후렴구를 만들 수 있는 특출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며, 불독맨션 시절부터는 이국적인 음악 스타일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무엇보다 '흥'을 낼 수 있는 리듬들을 만들어내는 한 편, 매 앨범마다 한 두 곡 씩은 가슴을 후벼파는 슬로우 템포의 곡들도 수록해, 재미와 감동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고 있는 뮤지션이라 하겠다.

이번 앨범 '순간의 기록'은 그의 솔로앨범 3집인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가 하는 프로젝트 밴드들이(프로젝트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퍼'도 그렇고 '불독맨션'도 그렇고 너무 단발로 끝나버린 것을 들 수 있겠다. '불독맨션'의 경우 현재는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팬들 자체도 여러 팀으로 그리고 솔로로 등장하는 이한철의 모습에 조금은 혼란을 겪게 되는 것도 같다. 그래도 어쨋든 새로 발매한 그의 새 앨범은 역시나 만족스럽다. 이한철의 음반을 선택하면서 한 번도 부담을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는 어떤 프로젝트 앨범이던 EP던, 솔로 앨범이던 항상 어느 정도의 퀄리티와 전반적인 '들을 만한' 음악을 항상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순간의_기록'이란 타이틀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조합이기도 하고, 자주 쓰는 단어이기도 한데 이번 그의 앨범에서도 이 같이 좋은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첫 번째 트랙 'User's Manual'은 인트로로 기획된 짧은 곡으로서 펑키한 리듬과 랩핑에 가까운 보컬로 진행된다. 두 번째 곡 '동경의 밤'부터는 본격적으로 이한철의 음악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전개와 익숙한 후렴구는 여전하다. 한 뮤지션의 음악을 오래 듣게 되면 분명히 그들만의 '톤'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텐데, 이 곡을 비롯한 이번 앨범에 수록된 여러 곡에서도 이런 '톤'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트랙 '차이나'는 앨범 발매 전에 지난해 열렸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공연을 통해 미리 만나볼 수 있었던 곡이라 무엇보다 반가웠다.

(2008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후기 - http://www.realfolkblues.co.kr/678)
(2008 펜타포트 '이한철과 런런런어웨이즈' 사진 보기 - http://www.realfolkblues.co.kr/683)

공연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우가차카'하는 후반 간주부분과 후렴구의 '차이나~~~'만으로도 귀에 쏙들어오는 곡이다. 소스들은 굉장히 복고한 소스들이 사용되었는데 마치 90년대 공일오비의 곡 혹은 이승환의 재기발랄한 곡을 듣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네번째 트랙 '시내버스 로맨스'는 이한철 앨범에 꼭 한 곡씩은 들어있는 감성적인 곡이라 할 수 있겠다. 가사도 그렇고 무엇보다 후렴구의 멜로디는 듣는 이로하여금 한 번쯤 불러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매우 보편적인 곡 전개라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서 계속 새로운 다른 버전을 내놓는 것도 분명 재주일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아마 곡을 쓰게 되면 이한철의 곡들처럼 될 가능성이 제일 높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들에서 상당한 동질감도 느껴지는 것 같다. 'Carnaval'은 제목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다양한 드럼 사운드로 템포가 있는 곡이다. 이 곡에서는 전체적으로 불독맨션 시절의 느낌이 짙게 묻어났다. 그 다음 곡 'Sevilla (세비야)'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으로, 부담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리듬의 전개와 보컬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가사의 아련함이 잘 전달되는 편이다. 'Milano S. (밀라노 S.)' 는 스카리듬이 돋보이는 곡으로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흥겨운 곡이다(음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흥겹다'란 뭐라 설명하긴 좀 어려운데 기존의 '흥겹다'와는 조금 차별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성 코러스도 귀에 감키고 브라스 사운드도 흥겨웁게 들려온다. 전체적인 임팩트가 없는 편이긴 하지만, 템포와 리듬 변화등 다양한 시도들이 담긴 곡으로서 그냥 지나치면 아쉬울 것이다. '안아주세요'는 전주 부분에서 그가 예전에 참여했던 '리아' 2집에 수록되었던 곡들의 느낌이 묻어난다 (리아의 2집은 정말 버릴 곡 없는 소소한 명반이었다). 이 곡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는 브라스 부분이 강조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홉 번째 트랙 '인생'은 '슈퍼스타'와 마찬가지로 어느 CF에 어울릴 듯한 곡이다. 듣기 편하고 가사의 내용도 긍정적인 곡. 개인적으로 너무 착한 곡들은 좀 싫어하는 편이라 베스트 트랙으로 보긴 어렵겠지만, 대중들에게 가장 먼저 어필할 곡이 어쩌면 이 곡이 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곡 'Leaving City Havana'은 제목이나 마지막 트랙인 것만으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앨범 전체를 차분히 마무리 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 실은 이한철의 보컬도 감미롭지만, 그가 좋아하는 하바나의 평화로운 느낌과 더불어 스페인어 특유의 강점을 잘 살린 후렴구도 사랑스럽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니 마치 하바나의 어느 노을 지는 해변가에서 그물 침대에 누워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그림이 절로 연상된다. 그만큼 피스풀 한 곡이랄까 ㅎ

이번 이한철의 3번째 솔로 앨범 '순간의_기록'은 월메이드 대중음반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들도 그렇지만, 이한철의 곡들도 너무 쉽게 사라지거나 너무 인정과 주목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번 앨범 역시 어쩌면 소수 팬들만 즐기고 마는 음반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앨범 타이틀처럼 내게는 또 하나의 '순간의 기록'을 남긴 좋은 앨범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