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사운드트랙

코엔 형제의 첫 번째 음악영화에 해설지로 참여 완료!



최근 제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코엔 형제의 첫 번째 음악 영화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의 사운드트랙이 국내에도 정식으로 오늘 발매되었습니다. 워너뮤직을 통해 발매되었는데 좋은 기회에 이 음반에 제 글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사운드트랙 해설지 작성을 위해 지난 해 시사회를 통해 미리 관람하였는데, 코엔 형제를 사랑하는 팬 분들은 물론이고 음악 영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그 묘한 매력과 분위기에 쉽게 젖어 들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글은 대부분 OST 해설지를 통해 남긴 터라 다시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와 음반 모두 주저 없이 추천할 만 합니다. 사실 처음 코엔 형제가 음악 영화를 만든 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음악 영화'가 될까 궁금했었는데, 역시 코엔 형제 다운 음악 영화를 만들었더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보고 난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생각나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국내 정식 개봉은 1월 29일인데, 이 추운 겨울에 딱 어울리는 영화일 것 같네요.






인사이드 르윈 OST에는 기본적인 영문 버전의 속지와(왼편), 관련 글이 담긴 해설지(오른편)이 각각 수록되었습니다.





해설지에는 첫 번째로 뉴욕 타임즈 매거진 등의 기고가이자 하퍼스 매거진 등의 객원에디터인 작가 John Jeremiah Sulivan의 글이 먼저 수록되었습니다. 깔끔하게 번역되어 있어 음반에 관한 그의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는 제가 쓴 글 '코엔 형제 최초의 하지만 완벽한 음악 영화 -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수록되었습니다. 평소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과 사운드트랙 해설지인 만큼 음악과 관련된 소개와 감상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도 음악도 정말 좋아서 어렵지 않게 술술 써내려 갔던 기억이.




좋아하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글을 담는 건 정말 흥분되고 기쁜 일인 것 같아요. 지난 해에도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와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미드나잇' OST에 글을 실었었는데, 올해도 '인사이드 르윈'을 시작으로 더 많은 OST로 제 글을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들 어여 주문하세요~



YES24 구매링크 - http://www.yes24.com/24/goods/11796028?scode=029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 아니 그 전에 영화의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흐르던 주제곡 '어머니의 노래 (

おかあさんの唄)'의 테마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던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hmv를 뒤졌고 결국 '늑대아이'의 사운드트랙 앨범과 Ann Sally가 부른 '어머니의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을 구매하고야 말았다. 환율 계산기를 두드려보지도 않은 채 빛의 속도로 이뤄진 구매였으며, 배송 역시 EMS를 타고 빛의 속도로 도착. 도착하자마자 아이튠즈에 저장하고 들어보기 시작하는데....아....... 또 눈물이 ㅠㅠ







정말 장면 하나 하나가 감동이다.






영화 속에서 인상 깊었던 스틸 컷들이 아주 소박하게 담겨있다. 영화의 소박함이 잘 묻어난 엹은 베이지색 속지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디스크 프린티은 테이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마치 극중 하나가 어린 유키와 아메에게 들려주고자 직접 녹음한 것 혹은 어린 유키와 아메의 육성이 담겨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사실 사운드트랙 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이미 '늑대아이'에 푹빠져 사리 판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나는, '어머니의 노래'가 담긴 싱글 앨범까지 함께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과 동일한 컨셉이지만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싱글 앨범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호소다 마모루가 직접 작사한 '어머니의 노래' 가사는 마치 하나가 유키와 아메에게 직접 쓴 편지와도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운드트랙도, 앨범 디자인도 이리 따듯하다니.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기회가 있을 때마다 써야지 써야지 했던 글 중에 하나가 바로 김건모 2집에 대한 이야기였다. 뭐 대단한 얘기는 아니고 그냥 내가 왜 이 앨범을 김건모의 주옥같은 앨범 가운데서도 가장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백 정도일텐데, 최근 방송에서 우연히 2집 수록곡 '얼굴'을 듣는 순간, 더 늦으면 또 못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드디어' 써보게 되었다는 프롤로그.

1. 혼자만의 사랑
2. 핑 계
3. 서랍속의 추억
4. 나 그대에게 준 것은
5. 버려진 시간
6. 어떤 기다림
7.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8. 사랑이란
9. 얼굴
10. 우리 스무살 때
11. 첫인상


너무 잘 알다시피 김건모 2집에는 '핑계'라는 히트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핑계'는 본래 타이틀 곡이 아니었고 타이틀 곡은 1번 트랙인 김창환 작사, 천성일 작곡, 김형석 편곡의 '혼자만의 사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김건모가 2집을 내고 '혼자만의 사랑'을 타이틀로 냈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반대로 '핑계'가 엄청난 국민적 인기를 끌게 된 것이, 이후 김건모의 앨범 방향마저 결정짓게 된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김건모가 2집을 통해 하고자 했던 것은 대중적 레게라기 보다는 좀 더 소울풀한, 흑인음악 감성에 기댄 보컬 위주의 R&B 발라드였다. 당시 라인 기획에서 발매된 이 음반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이 앨범의 퀄리티를 엿볼 수 있는데, 당시 최고의 프로듀서였던 김창환과 노이즈의 천성일 그리고 김형석과 박광현의 이름까지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대 대부분의 히트 곡에 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창환의 '센스'는 '핑계'라는 곡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으며, 노이즈의 음악은 물론 라인 기획의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좋은 곡을 선사했던 인기 작곡가 천성일의 감각은 당시 최고조였으며, 김건모와 함께 대부분의 곡을 편곡한 김형석 역시 든든한 지원자였다.

참여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다른 길로 빠졌는데, '혼자만의 사랑'은 당시 김건모 스타일의
R&B 발라드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곡이었다. 그런데 내가 김건모 2집을 최고로 뽑는 이유는 단순히 핑계보다 혼자만의 사랑을 더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 앨범에 수록된 다른 발라드 곡들 때문이다. 2집 역시 발라드와 댄스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데 (이 당시는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앨범'을 염두하고 음악을 쓰고 만들던 시대였기 때문에, 모든 음악이 '앨범' 구성에 최적화 되도록 선별되었다. 지금의 디싱 시장 위주의 음반 시장에서는 많이 사라져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댄스 곡들도 참 좋고 김건모의 보컬은 정말 매력적이지만, 발라드 곡들의 감성이야말로 김건모 2집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감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 그대에게 준 것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얼굴' '우리 스무살때', 이 곡들은 화려함보다는 '소울(Soul)'에 포커스를 맞춘 간결한 곡들이었다. 특히 박광현 작곡, 도윤경 작사, 김건모 편곡의 '얼굴'은 개인적으로 김건모의 곡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이 곡 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마치 '술취한 깊은 밤에 흔들리는 연필로' 써내려 간 듯한 고독함과 아날로그함이 묻어있는 명곡이다. 난 아직도 김건모라는 가수가 가장 빛을 발할 때는 '잘못된 만남'처럼 (당시)속사포 같은 랩을 쏟아내는 댄스 곡도 아니고, '핑계'처럼 자유롭게 노는 모습도 아닌, 피아노 하나에 김건모 특유의 음색 만을 더한 미니멀한 구성의 곡이라고 생각한다. '얼굴'같은 곡에서는 김건모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리스트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새삼스럽지만 이 특별한 음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사실 그래서 이후에도 김건모의 앨범이 이런 감성을 지닌 음악으로 더 나아가기를 개인적으로 바랬으나, 대중들은 물론 김건모 본인도 슬픔보다는 재미있고 자유로운 것을 더 선호하였기 때문에, 이런 감성의 곡을 종종 만나볼 수는 있었으나 이것이 메인이 되는 앨범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김건모라는 아티스트의 팬으로서 한 번쯤은 완전 소울풀한 것만으로 꽉꽉 채워진 앨범을 내길 바래본다. 단순한 비트와 피아노 한 대의 반주 만으로 이뤄진 평범한 곡이, 김건모라는 보컬을 얹는 순간 'Soul'로 변하게 되는 그런 앨범 말이다.

1. 이 앨범 수록곡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추억들도 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이었는지 중학교였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때 장기자랑 시간에는 절반 이상의 팀이 '어떤 기다림'에 맞춰 군무를 췄던 기억이 난다. 한 반이 끝나고 다음 반이 소개될 때 여자 아이들이 우루루 나와서 '어떤 기다림'의 춤을 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 아, 그리고 저 위의 장기자랑 때 나도 '혼자만의 사랑'을 열창했던 기억이 있다. 이 때를 왜 못있냐면 내가 초등학교 부터 고등학교 축제 때까지 모든 공식적 장기자랑 시간을 통틀어 딱 한 번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가 아닌 다른 노래를 부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당시 못 불렀던 것 같지는 않은데, 나 빼고는 전부 댄스팀이어서 생각보다는 무대가 묻혔던 것 같다. 아마 김건모의 2집 앨범처럼 후대에 다시 재평가 되겠지....(응??)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Red Hot Chili Peppers - I'm With You (2011)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새앨범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다. 수 많은 밴드가 내 훼이보릿 리스트를 거쳐갔지만 그 가운데 RHCP와 몇몇 밴드 만이 10년 넘게 잊혀질 줄 모르고 가장 뜨거운 곳에서 항상 나를 기다리는데, RHCP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히는 밴드다. 그 가운데서도 밴드의 기타를 맡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 (John Frusciante)는 레닷을 떠나서도 완전 사랑할 정도로 (그의 솔로 앨범들을 국내, 아마존, 일본 등을 통해 어렵사리 수집하는 과정 속에 사랑은 더욱 싹 텃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Stadium Arcadium' 앨범 이후 오래 기다렸던 새 앨범이 드디어 나온다는 소식에도 뛸 듯 기뻐하기 보다는 충격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바로 프루시안테 때문이었다. 아니 얼마나 기다렸던 레닷의 신보였는데 프루시안테가 없다니!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닷이라니! 솔직히 선뜻 인정이 되지 않는 소식이었다.




그런 충격을 잠시 잊게 되었을 때 쯤 내 손에는 어느새 'I'm with you'가 들려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커다란 진화의 움직임은 없으나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음악이며 프루시안테의 공백이 생각보다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음악이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는' 이다). 릭 루빈이 프로듀싱한 앨범은 전체적으로 레닷 만의 사운드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색깔이 여전하며, 리듬과 속도, 멜로디컬함과 어쿠스틱부터 펑키함까지. 그들의 이전 앨범들이 담고 있던 그들의 다양한 색깔을 이번 앨범에서 역시 한 발 나아간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의 오랜 팬으로서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전체적으로 모두 한 발 더 나아간 성숙한 느낌은 있지만, 강력한 한 방이나 발랄함은 조금 약해진 듯 하다. 30년 가까이 활동한 밴드만이 갖을 수 있는 사운드의 퀄리티는 대단하지만 그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BSSM'나 'Califonication' 때 처럼 빛을 발하는 순간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완전히 레닷 만의 재기 발랄함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아니다. 비중에 있어서 그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던 상당 부분을 성숙함과 노련함이 차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런 경향은 'By the way' 앨범부터 조금씩 시작되기도 했고.




플리의 베이스라인은 더욱 멜로디컬해졌고, 채드의 드럼은 여전히 얇게 채로 썬 듯 치밀한 섬세함을 담고 있으며, 앤서니의 보컬에서는 아직 그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아직도 더 빠른 곡의 소화도 가능해보인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 (Josh Klinghoffer)의 기타는 확실히 레닷의 세션 기타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우려보다는 훨씬 잘 밴드에 녹아들고 있다. 특별히 존 프루시안테의 사운드를 기억하는 이가 아니라면 기타리스트가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좋던 나쁘던 조시 클링호퍼는 자연스럽게 칠리 페퍼스의 일원이 되었다 (얼핏보면 생긴 것도 프루시안테와 비슷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처럼 존 프루시안테를 레닷보다도 더 좋아하는 이에게는 확연한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기타 외적인 면에서 보자면 앤서니를 물심양면(?)으로 돕던 프루시안테만의 매력적인 가성 코러스의 빈자리가 전체적인 사운드측면에서 간절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음악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을 보자면 프루시안테의 코러스가 하나 같이 매력을 발하는 곡들이었다는 것을 그가 없는 이번 앨범을 들으며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코러스는 간간히 들을 수 있지만 프루시안테의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하다.





앨범 속지를 쓴 배순탁 씨는 프루시안테를 밴드 기타에 도사급인 기타리스트라고 했는데, 물론 그가 도사급인 것 맞지만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밴드에 기타 사운드를 녹이는 것에만 목적을 둔 기타리스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말이 좀 어패가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프루시안테의 독창적인 기타가 밴드에 최적화 된 결과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반드시 전제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밴드가 다름 아닌 레드 핫 칠리 페퍼스라는 점이다. 플리와 채드 그리고 존 프루시안테라는 조합은 연주와 앙상블 측면에서 정말 도가 튼 뮤지션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밴드 사운드에 최적화 하는, 즉 전체적으로 밴드 사운드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능력이 출중한 이들이라는 점이다. 프루시안테의 기타는 플리의 화려하지만 독선적이지 않은 베이스와 채드의 완벽에 가까운 드럼 라인 위에서 (채드의 드럼을 차근차근 들어보다 보면 소름이 돋는다. 순전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수록 말이다) 밴드 기타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활용해 왔다. 클링호퍼에게도 이런 자질이 보이지만 아직 그가 프루시안테를 대신할 순 없을 듯 하다. 여기서 존이었으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Red Hot Chili Peppers - The Adventures of Rain Dance Maggie

존 프루시안테의 열혈 팬 입장에서 그가 떠난 레닷의 새 앨범이라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 밖에는 없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더 좋을 수 있었는데'하는 식의 평가이다. 여전히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이며, 이번 앨범 역시 그런 사랑을 확인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음악이었다. 프루시안테와 레닷이 서로 원수지고 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그들의 재결합에 대해서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 막 밴드에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에게는 미안하지만, 존 프루시안테가 다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서 기타 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Dok2 - Hustle Real Hard

힙합씬의 10년 내공이 어디가랴



도끼(Dok2)의 드디어 발매된 데뷔앨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벌써 이 아이가, 아니 그가 힙합씬에 등장한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좀 뻔한 수식어를 들자면 도끼는 '힙합신동'이었다. 12살 어린 나이에 아이답지 않은 플로우와 캐릭터는, 적어도 겉 멋만 들어서 잠시 힙합바지 좀 끌다가 사라질 아이는 아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했었는데, 솔로 데뷔앨범은 이제야 선보이게 되었지만, 그의 10년은 결코 그냥 보낸 것은 아니었다. 사실 10년이라는 시간이 '엇? 벌써?'라고 느꼈던 이유도 그 동안 도끼의 활약이 왕성하지는 않았더라도 꾸준히 다른 앨범의 참여를 통해 있어왔기 때문이었는데, 그 간의 활동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고 이번 앨범 'Hustle Real Hard'를 들어보면 '힙합씬 10년 내공이 어디가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여러 MC와 프로듀서들과 작업을 해오던 도끼는 올해 초 소울컴퍼니를 나온 더 콰이엇 (The Quiett)과 일리네어레코즈 (Illionaire Records)를 설립, 'Hustle Real Hard'를 발표했다. 드디어 나온 첫 데뷔 앨범답게 'Hustle Real Hard'에는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이야기를 넘치는 자부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뭐 힙합에서 이 정도의 프라이드는 거슬린다기보다는 당연한 것에 가까울 정도인데, 내가 도끼라고해도 10년 만에 내는 데뷔앨범이라면 이런 비슷한 내용들의 가사들로 채우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이야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터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비트와 사운드의 경우는 '역시'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앨범은 도끼가 전곡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곡의 비트와 가사까지 맡고 있는데, 사실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어린 아이가 랩을 잘한다로 인상적이었다기 보단, 어린 아이가 만든 비트치고는 수준급이다 라는 이유로 인상 깊었던 그였기에 어쩌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 퀄리티와 비트의 만족스러움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 어둡고 무거운 사운드가 주를 이룬 음악이 아닐까 했지만, 그 가운데에 달콤하고 가벼운 비트의 곡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재범 (JayPark)이 피처링한 'My Love'도 좋았고, '음악을 멈추지마' 같은 곡은 훅도 제법 인상적이었다. 하나 좀 아쉬운 부분이라면 Soulja Boy가 피처링한 'Hustle Real Hard'였는데 (동명 타이틀 곡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솔자보이의 피처링의 퀄리티도 그렇고 전반적인 도끼와의 시너지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는 전체적으로 Jay-Z의 음악에서 느꼈던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곡들이 많았는데, 비트나 플로우도 조금 그렇지만 브라스를 적절하게 사용한 음악 때문인 것 같다. 브라스의 적절한 사용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백킹을 담당하는 비트의 세기가 임팩트있게 담겨있어서 전반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즐길 수 있었던 앨범이기도 했다. 역시 이런 분위기를 담은 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라면 더 콰이엇과 Beezino가 피처링한 'Mr.Independent 2'를 들 수 있겠다. 훅도 좋고 세 명의 MC의 색이 각각 잘 표현된 곡이었다. GD를 비롯해 현 아이돌 힙합그룹들에 대한 디스가 포함되어 있어 아마도 이 것이 더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 곡이 표현하려는 것은 디스라기 보다는 독립적인 그들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점을 더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새삼 생각해보게 된 것은 역시 MC나 프로듀서는 피처링만으로는 자신의 역량을 100% 표현하기 어렵고, 자신의 앨범이 되어서야 마음껏 재능을 펼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단점을 더 부각하는 것이 될지언정, 드디어 제대로 된 도끼(Dok2 Gonzo)의 음악을 만났다는 점에서 
'Hustle Real Hard'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Hee Young - So Sudden (EP)
 
깊은 멜랑꼴리의 늪


파스텔에서 발매하는 여성 뮤지션 앨범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치와 만족감이 항상 함께 하는데, 희영 (Hee Young)'의 EP 'So Sudden'은  지난번 박준혁의 앨범이 예상 외였던 것 경우와는 또 다른, 기대보다 더 깊은 음악을 담고 있었다. 사실 희영이라는 뮤지션을 알게 된 것은 이번 EP를 통해서가 처음이었는데, '브루클린에서한국으로 날아든'이라는 수식어가 예상케 하듯 기존의 국내 뮤지션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공기와 성격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앨범 리뷰의 부제를 '깊은 멜랑꼴리의 늪'이라고 했을 만큼, 내게 있어 'So Sudden'은 한참 동안이나 헤어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깊이 있는 음악이었다. 그 늪은 우울함, 멜랑꼴리, 서정성, 아련함의 정서를 모두 갖고 있는 것이었는데, 짧은 EP임에도 거의 정규 앨범에 맘먹는 깊이라고나 할까. 사운드는 세련됬고 정서는 가슴을 파고든다.





이번 EP는 총 다섯 곡과 한국어로 다시 부른 두 곡 이렇게 총 7곡이 수록되었다. 도약하는 기운의 첫 곡 'Are You Still Waiting'은 박자 맞춰 깔리는 박수 소리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휘파람 소리처럼, 부담 없이 바람흐르듯 솔솔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심플하지만 사운드의 세련됨을 느낄 수 있는 구성이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이번 EP의 동명 타이틀 곡이기도 한 'So Sudden'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들으면 들을 수록 한 없이 빠져드는 매력적인 곡이다. 숨소리가 더해진 희영의 보컬의 매력이 한껏 도드라진 동시에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스트링까지 곁들여진 이 곡은 마치 데미안 라이스의 곡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정서를 얻을 수 있는 감정의 굴곡과 극적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클래식한 코러스라인은 이 곡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며, 후반부로 갈 수록 극적으로 흐르며 그 간절함이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구성은, 담담하고 매마른 듯한 희영의 보이스와 대조를 이루며 더 큰 감정의 흔들림을 이끌어 낸다.





'Solid On The Ground' 역시 담백하고 경쾌한 리듬과 동시에 코러스 라인이 매력적인 곡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희영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강점을 드러내는 곡은 'So Sudden'과 같은 곡이라고 생각하지만, Are You Still Waiting'이나 'Solid On The Ground' 같은 빠르고 경쾌한 템포의 곡에서는 또 색다른 정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런 곡들 역시 희영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On The Wall'은 짧지만 멜랑꼴리한 희영의 목소리와 빠른 템포가 만난 중간 지점의 곡 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우리말로 부른 'So Sudden'을 듣고 있노라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영어와 우리말로 각각 불려진 곡들을 듣게 되면 어느 한 가지 버전은 조금은 덜 좋은 느낌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So Sudden'은 각각의 싱크로율이 너무 좋아서랄까. 두 언어로 불려진 이 곡이 정말 완벽한 하나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조금의 이질감이나 흔들림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겹쳐진 경우였다. 그래서 보통의 다른 곡 같았으면 둘 중 하나만 자주 듣게 되었을 테지만, 'So Sudden'은 두 버전을 모두 똑같이 좋아하게 된 흔치 않은 곡이 되었다. 

한 동안 수 많은 다른 앨범들을 재치고 내 귀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희영의 'So Sudden'. 이런 멜랑꼴리의 늪이라면 언제든지 흠뻑 빠져도 좋다.


 
Hee Young (희영) - So Sudden (Korean Ver.) Music Video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박준혁 - Human Life
아름다운 노이즈



박준혁의 두 번째 앨범 'Human Life'를 막상 듣기 전까지는 일종의 편견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이 앨범이 파스텔에서 나왔다는 사실 때문이었는데, 최근에는 조금 덜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머릿 속에 파스텔이라 함은, 항상 샤방샤방하고 뽀샤뽀샤한 아름다운 멜로디와 감성을 들려주는 레이블이었기에 박준혁의 앨범도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음악이 아닐까 했던 것이다 (말랑말랑한 것이 결코 별로라는 것이 아님;; 예전부터 파스텔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말랑함이었으니!).

그런데 CD를 넣고 첫 곡이 흘러나왔을 때 속으로 '어랏'하고 조금은 놀랐다. 예상했던 말랑함과는 달리 살짝 거칠게까지 느껴지는 노이즈 가득한 음악이 들렸기 때문이다. 조금은 의외다 싶은 마음으로 천천히 듣기 시작한 'Human Life'는 별다른 막힘없이 술술 넘어갔다. 박준혁의 음악을 들으면서 연상된 다른 뮤지션이라면 이승열을 들 수 있을텐데, 노이즈를 다루는 방식이나 그 나른하면서도 힘 있는 보컬에서 좋아하는 이승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국내 앨범의 경우 수록곡 전체를 몇 번씩 들어본 경우가 몇몇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는데, 그 반대로 박준혁의 'Human Life'는 어떤 곡을 콕 찝어서 들었던 적은 거의 없고 듣게 되면 항상 1번부터 10번까지 거르지 않고 주욱 들었던 것 같다. 뭐 요새같이 후크송과 후렴구가 전부인 가요계에서 이런 스타일은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곡보다는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내 입장에서는 제법 괜찮은 앨범이었다.

엠비언트 스타일의 공간감있는 사운드서부터 슬로우 템포와 빠른 템포를 넘나드는 곡들에서 모두 박준혁만의 보컬 맛이 잘 살아있는 느낌이다. 빠른 템포의 곡들은 마치 예전 015b가 간혹 들려주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하는데, 전체적으로 보컬과 코러스 그리고 이펙터의 절묘한 사용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도나웨일의 유진영이 피처링한 '웃음'은 마치 감성적인 일본영화의 엔딩 크래딧에 흐를 법한 감성을 담고 있는데, 아주 극적으로 흐르지 않아도 충분히 감성을 표현해내고 있다. '향' 같은 곡도 흥미로운 곡인데 피아노와 스트링을 배경으로 상당히 극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 곡을 비롯해 이번 앨범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흥미로운 점은 보컬이 아주 인상적인 앨범인 동시에 보컬을 제외하더라도 괜찮은 인스트루멘탈 앨범이 될 것만 같은 음악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앨범 'Human Life'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의 첫 번째 앨범인 'Private Echo'까지 찾아듣고 있다. 이제 막 2집이 나왔을 뿐이지만 벌써 3집이 기다려지는 뮤지션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노다메의 피아노 데뷔 앨범 (nodame DEBUT)
NODAME, piano

비록 그 엽기적인 표정과 행동, 그리고 클래식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취미와 성향 덕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치아키 센빠이 보다(어쩌면 그 보다 더!) 더 천재 뮤지션인 노다 메구미(노다메)의 피아노 데뷔 앨범이 정식 발매되었다. 이번 노다메의 데뷔 앨범은 극장판 유럽편 Vol.2를 통해 (일본 개봉) 노다메 칸타빌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을 기념하여 Epic 레이블을 통해 전격 발매가 이루어졌으며, 그 동안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와는 달리 웃음끼를 싹 제거한 노다메의 깊은 피아노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중략)

이렇게 속지와 함께 출시되었더라도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넘어갈 법도 한 컨셉 앨범이 발매되었다. 마치 노다메가 실제로 피아노 데뷔 앨범을 발매한 듯한 것을 가장하여, 자켓 이미지와 앨범 구성을 가져간 앨범인데, 아마도 평소에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거나 음반을 종종 구매하는 이들이라면 이들의 재치에 미소지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클래식 수입반(특히 일본반)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겉종이가 추가되었으며, 여기에 설명이 기입된 방식 역시 클래식 음반을 그대로 모사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우에노 주리, 아니 노다메가 열심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앨범 커버이미지는 완전한 컨셉 이미지라고 볼 수 있을텐데, 실제로 내 주위에서도 몇몇이 '엇, 우에노 주리가 피아노도 잘 쳤었어?'라고 물어보았을 정도니 이 페이크 앨범은 일단 성공적이다.




뒷면 역시 컨셉에 충실하고 있는데, 3곡의 수록곡을 클래식 앨범의 기입 방식과 동일하게 적어내려간 부분이나, 마치 실제로 노다메가 연주회를 가졌던 것처럼, 신문에 기사가 난 방식을 차용한 이미지는 '역시 노다메!'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속지 내에서 역시 끝까지 진지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 앨범에 수록된 피아노 곡들은 모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이 연주한 것이다. 극장에서 극장판 Vol.1을 볼 때도 엔딩 크래딧에서 랑랑의 이름을 발견하고서는, '와! 노다메 이 정도면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었는데, 아예 이런 랑랑의 연주를 따로 만나볼 수 있는 컨셉 앨범이 발매된 셈이다. 물론 역시 우에노 주리가 출연했던 '스윙 걸즈' 처럼 그녀가 직접 연습하고 연주한 곡이 수록되거나 라이브된 앨범도 의미가 있지만, 이렇듯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노다메라는 컨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앨범도 색다른 의미가 있는 듯 하다.






노다메의 데뷔 앨범과 함께 구매한 앨범은 그간 노다메 칸타빌레에 등장했던 클래식 곡들을 모두 집대성한 '노다메 칸타빌레 : 최종악장 (Nodame Cantabile: Final Movement)' 이다. 이 앨범은 최종악장 이라는 부제답게 총 3장의 CD에 '치아키 편 오케스트라'와 '노다메 편 피아노' 그리고 극장판에 등장하는 '마루레 오케와 동료들 편 실내악, 오케스트라 BGM곡'이 각각 수록되었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위해 새롭게 녹음 된 버전이 수록되었으며, 노다메의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랑랑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즐길 수 있다. 각 CD마다 70분 이상의 클래식 곡이 꽉꽉 채워져 있는터라, 노다메 시리즈의 팬은 물론이고,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어려워하는 일반적인 리스너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반이 아닐까 싶다.






원작의 다양한 스틸컷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 국내에도 어서 노다메 칸타빌레 Vol.2가 개봉하길 기다리며, 그 때까지는 영화 속 풍성한 클래식 음악들로 귀를 달래주어야 겠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Kero One _ Kinetic World
질감이 느껴지는 비트


케로원 (Kero One)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한참 언더그라운드 힙합, 인스트루멘탈, 재즈 힙합에 관심이 많아 Madlib이나 Nujabes의 음반을 구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을 때였다. 아마도 처음 케로원의 음악을 들었던 이들이라면 그의 국적은 오히려 나중에 알게 되어 인식하게 된 경우가 많았을텐데, 나 역시 조금 나중에야 그가 한국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음악에 있어서 국적이라는 것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케로원의 경우처럼 사실상 가요의 영역에 한 번도 속하지 않은 뮤지션이라면 더욱) 어쨋든 본토의 힙합과 전혀 공기가 다르지 않은 비트에 살짝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케로원의 음악은 그냥 본토의 힙합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에게 '한국계'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조차 그의 음악에 또 다른 선입견을 주는 것이 아닐가 싶기도 하다. 

그의 데뷔작 'Windmills of The Soul'은 당시 즐겨듣던 다른 유명 뮤지션들의 음반과 비교해도 크게 감흥이 떨어지지 않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재즈힙합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따듯함과 아날로그의 공기가 느껴졌으며, 역시 랩핑이나 피처링보다는 비트가 더욱 돋보이는 앨범이었다.




그리고나서는 한 동안 케로원의 음악을 잊고 지냈었는데, Nujabes가 떠난 올해 그의 새 앨범 'Kinetic World'를 만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피처링한 것으로 더 화제가 되고 있는데, 에픽하이의 최근 앨범을 리뷰하면서 Nujabes를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음악적 교류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사실 앨범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가장 많이 좌우하는 순간은 처음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 때 흘러나오는 그 첫 경험의 순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Kinetic World를 플레이어에 넣고 처음 흘러나오는 'Let Me Clarify'를 들었을 때 저절로 '와!'하는 짧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처음 재즈힙합을 듣게 되었던 그 때보다는 훨씬 경쾌해진 분위기였지만, 심플하면서도 따듯한 '그 느낌'이 단번에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느낌은 앨범 전반에 걸쳐 드리워져 있어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앨범과 동명 타이틀곡인 'Kinetic World'는 후렴구의 브라스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다. 요 몇년 사이 들었던 힙합 곡 가운데 인상적인 곡에는 거의 모두 브라스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는 기억을 되짚어 볼 때, 이번 케로원이 사용한 브라스 파트도 매우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따듯함 하면 이 곡을 떠올려야 할 것 같은데 바로 'On Bended Knee'이다. 재즈 기타의 선율은 '따.듯.함' 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절로 그루브를 타게 하는 (담 넘는 듯한) 이 잘게 나눈 비트는 세련됨을 더한다. 언제 어떤 기분에서 들어도 청자를 위로해줄 그런 곡이 아닐까.




'My Devotion'은 일렉트로닉한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이 곡 역시 기타리프가 곡을 이끌고 있는데, 기존 케로원 하면 떠오르던 따듯함은 조금 사라진 느낌이지만, 새로운 케로원을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이라 하겠다. 'Missing You'는 간결한 피아노 선율과 역시 간결한 드럼 비트가 인상적이며, 'Time Moves Slowly'는 케로원의 곡이라기 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힙합 뮤지션의 앨범 그 어디에선가 들어봤음직한 인상을 풍긴다. 왜 힙합 앨범을 여럿 들어본 이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지만, 5~9번쯤 사이에 이런 분위기의 꼭 한 곡이 수록되곤 한다 ㅎ 

'Asian Kids'는 굉장히 의식적으로 만든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목부터가!) 타블로를 비롯해 케로원 처럼 한국계 미국인 힙합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이다. 한 가지 이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있었다면, 어차피 'Asian Kids'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면 전체는 아니더라도 우리말로 된 플로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The Fast Life'는 아날로그한 느낌의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끈적한 여성 보컬과 어우러져 있는 곡인데, 확실히 이 곡은 미래적이라기 보단, 미래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음에도 결국은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신디사이저를 사용해도 아날로그를 살려내는 것이 케로원의 장점이 아닐까. 




한국판에는 11곡 외에 'Goodbye Forever'의 리믹스 곡이 보너스트랙으로 수록되었는데, 전작을 인상 깊게 들은 팬이라면 좀 더 특별했을 보너스 트랙이 아니었나 싶다. 

마치 앨범 커버의 그 따듯한 질감과 색감처럼 전체적으로 따듯함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케로원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앨범이었다. 해설지에 있는 것처럼 확실히 기존 앨범들보다는 보컬이 추가된 부분이 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시 금 예전의 재즈힙합의 전성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인스트루멘탈로만 꽉 차여진 케로원의 새 앨범도 기대해본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09 서태지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
공연장과 극장에서의 감동을 라이브 앨범에서도


지난해 팬들을 몹시도 두근거리게 그리고 감동스럽게 했던 서태지밴드의 라이브 투어 '뫼비우스 (The Mobius)'의 라이브 앨범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참고로 이 공연은 올해 서태지 M관을 통해 극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공연장에서는 못보고 극장에서나마 즐겨보았던 라이브라 이번 출시된 라이브앨범에도 기대가 많았다. 총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라이브앨범은 일단 패키지부터 약간 큰 사이즈로 속에는 주황색으로 디자인된 케이스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뭐 소장하는 측면에서는 다른 사이즈의 패키지가 살짝 부담스러운 것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좀 더 유니크한 컬렉션이 될 수 있겠다.






극장 상영분과 비교해보자면 '널 지우려해' 'Human Dream' 'Free Style' 등 몇 곡이 더 추가되었으며 (추가되었다기보단 극장상영에서 제외되었다는 편이 맞겠다), 두 장의 CD에 총 24곡이 가득 담겨있다. 이번 뫼비우스 라이브는 지난 라이브들 보다 비교적 태지의 멘트가 더 적극적이었던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되는데, 라이브 앨범에서도 이런 멘트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팬들은 아마 이런 멘트를 더 좋아할테지만 (ㅋ), 라이브 앨범의 특성상 아무래도 멘트 부분은 좀 제외되거나 페이드 아웃되는 방식으로 삽입되었다).





극장에서 볼 때도 그랬었지만 이번 뫼비우스 공연은 유난히 (태지의 공연이 언제부턴가 즐거움보다 감동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슴 한 편이 아려오는 공연이었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곡들은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을 더 떠올리게 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널 지우려해'나 이미 지난 웜홀 공연을 통해 레전드 곡임을 새삼 입증한 '내 맘이야' 같은 곡도 그랬고, Rock과 함께한 '슬픈 아픔'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도 가장 뭉클하게 했던 것은 앵콜 곡으로 불렀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였다. 곡 자체가 찡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예전에는 가사에 공감하지 못했다면 (그저 좋았다면), 이제는 정말 가사 하나하나를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되는 추억이 생긴 것만 같아 기쁜 동시에 짠해졌다. '너희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라는 가사가 어찌나 와닿던지.







정규 앨범과는 다르게 라이브 앨범은 확실히 팬서비스의 성향이 강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연주가 주가 된 앨범은 다른 경우라 하겠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서태지밴드의 라이브 앨범 역시 공연장과 극장에서 뫼비우스 투어를 함께 했던 혹은 그렇지 못했던 팬들을 위한 또 하나의 선물이라 볼 수 있겠다. 태지 팬이라 그래서 행복하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공연장에서 그리고 극장에서도, 라이브 앨범으로도 만나볼 수 있으니 말이다. 자, 이제 블루레이 출시만을 고대해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가요계의 표절 얘기가 하루이틀이 아닌 것은 맞다. 하지만 너무 성행하는 것, 특히 별로 죄의식 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이효리의 앨범에 많은 곡을 담당했던 'BAHNUS'의 곡들이 표절인 것으로 최종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표절 의혹들 가운데는 진짜 표절이지만 의외로 이슈화 되지 않는 것들과 표절까지는 아닌데, 이른바 '그냥 던져보는' 표절들이 있는데 이번 이효리의 곡들에 대해 처음 표절 의혹이 들려왔을 때는 팬으로서 후자라고 생각했었으나 결국 전자인 것으로 최종 밝혀지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듣는 순간 무엇보다 예전 이번 이효리의 새 앨범에 대해 정성껏 썼던 리뷰글이 떠올랐다. 나는 당시에 이 앨범에 대한 리뷰 글을 통해

물론 지금까지 김도현의 곡 외에도 여러 프로듀서의 곡들을 타이틀로 내세우기도 하는 등 여러 변화를 주긴 했었지만, 어쨋든 매번 핵심에 있던 그와의 작업을 제외한 것은 분명 '과감함'이 엿보인다(무언가 결심한 듯한 부분은 영어 이름 표기 - HY0RI - 에서도 눈치 챌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 프로듀서들의 곡을 골고루 받은 것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곡을 'BAHNUS'라는 프로듀서의 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컨셉으로 이뤄져 있는 또 다른 이유다.

위의 글 처럼 'BAHNUS'라는 프로듀서와 함께한 이번 시도에 용감하다며 박수를 보냈었다. 기존 가요들 보다는 거칠고 이질감도 느껴지지만 좀 더 색깔있는 음악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탑에 위치한 이효리가 적극 수용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라는 측면에서 보냈던 박수였는데, 결국 이 박수는 안하니만 못한 것이 되어버렸다. 




이번 표절 사건은 나에게도 여러가지 의미를 갖게 했는데, 첫 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점점 죄의식을 잃어가는 창작활동에 대한 공포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내 최정상에 있고 가장 많은 화제와 주목을 받는 이효리에게 곡을 주면서 어떻게 자신있게 표절 곡을 7곡 씩이나 줄 수 있었는지, 그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사실 이것은 용기라기 보다는 죄의식이 없다는 편이 맞겠다. 용기는 죄의식을 느껴서 불안한 상태에서 감행된 일이었을 때, 그 불안을 이기고 한 경우에만 성립될테니. 그러니까 그냥 '이 정도는 되겠지' '이거 뭐 설마 들키겠어' 라는 식이 아니었나 싶다. 알고보니 한 명이 아니라 유학파로 이뤄진 7명의 팀이라는데, 최근 표절의혹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이라면 바로 이 '팀 작곡가'체재 일 것이다. 이 시스템이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쨋든 한 두명도 아니고 그 이상의 여러명으로 구성된 작곡팀은 이런 죄의식도 7등분 해서인지 그 무게가 너무 가벼워졌다(그것도 좀 그렇다. 7명이면 한 마디씩 각각 작곡하는건가. 이건 아이디어 제공이지 작곡은 아니잖아!)

두 번째는 이를 면밀히 살피지 못한 이효리와 그 팀에 대한 실망이다. 물론 이효리 역시 사기 당한 입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의 팬을 비롯한 대중들은
'BAHNUS'의 곡을 산 것이 아니라 이효리의 음반을 산 것이다. 그러니가 최종 책임도 이효리가 지는 것이 당연한데, 그렇다면 좀 더 면밀하게 곡을 살펴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안좋은 의미로 이효리가 새 앨범을 내면 흠집을 내려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이슈 메이커들이 있는 존재라면, 더더욱 미리 이런 의혹이 없도록 잘 살펴보았어야 했다. 이효리는 물론 그녀의 음반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업계의 전문가들이 아닌가. 오히려 이런 의혹곡을 들었을 때 대중들에 앞서 자신들이 먼저 파악하고 작곡가에게 의문을 제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무개념 작곡팀인, 아니 표절팀인 'BAHNUS'는 허허실실 병법을 쓴 것인지 대놓고 표절 곡을 잔뜩 선사했고 이효리는 그냥 덥썩 걸려들고 만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그동안 많은 표절 의혹이 있어 왔다는 것을 잘 알았다면, 오히려 더 검증을 했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고스란히 그녀에게 화살로 돌아와버렸다.

세 번째는 어쨋든 나에게 돌아온 화살이었다. 처음 보는 순간 '아, 내가 칭찬했던 리뷰글이 무색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을 정도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더라.

표절이 절반 이상인 앨범에 꽤나 만족하셨나 보우

말투에 기분은 상했지만 '저도 몰랐어요'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 말조차 하고 싶은 의욕이 들지 않을 정도로 허탈해서 그냥 두기로 했다. 아마도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었을 사람은 이효리 자신인 동시에 그녀의 팬들이 아닐까 싶다. 나처럼 워낙 압도적인 채찍들 때문에 왠만하면 당근으로 임하려고 했던 팬들조차 많은 허탈함을 겪었을 것이다. 나서서 방어했던 가치가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만큼 허무한 것은 없다.





김윤아 콘서트
공작부인의 비밀화원

지난 4월 자신의 세 번째 솔로 앨범 '315360'을 발표했던 자우림의 리드 보컬 김윤아가,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하며 오는 7월 솔로 콘서트를 갖을 예정이다. 김윤아의 새 앨범과 콘서트 소식을 듣고 보니 문득 예전 한참 록 페스티벌을 다니던 시절 보았던 자우림의 그녀가 떠올랐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살짝 비오던 쌈지의 거의 마지막 무대 (그 날 마지막은 아마 이승환이었다)에 오른 자우림, 아니 자우림의 김윤아는 엄청난 포스를 갖은 록 밴드의 보컬이었다. 김윤아의 라이브를 실제로 본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카리스마는 강한 것 보다는 오히려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무대 위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웃으며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절로 '와~' 소리가 나곤 했었는데, 이렇게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장면이 기억나는 걸 보니 그녀의 기가 대단하긴 대단했던 것 같다.

팬들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자우림의 김윤아 만큼이나 솔로 김윤아를 기대하고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사실 그녀가 처음 내놓았던 솔로 앨범은 평소 그녀가 동경하던 해외 여자 뮤지션들의 스타일이 (bjork 등) 깊이 묻어나 아주 조금 실망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녀의 솔로 1집이 아주 별로 였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2집을 발표하며 그녀의 홀로서기는 더욱 견고해졌고 최근 발표한 3집 앨범 '315360'을 듣고 나니, 이제는 정말 김윤아 아니면 하기 어려운 그녀 만의 음악 세계를 거의 완성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윤아 만의 것이라면 '강한 것'보다는 역시 '묘한 것'을 들 수 있을텐데, 이런 면이 이번 앨범에는 아주 잘 담겨 있다. 곡 자체 역시 단순히 서정적이고 시적인 것을 넘어서서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 깊고 따듯한 분위기로 듣는 이를 젖어들게 하는 보컬과 동시에 마치 고양이처럼 앙칼지지만 애교스러운 그녀 특유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이 더 깊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면 이전 솔로 앨범들과는 다르게 누군가의 아내임은 물론, 누군가의 엄마인 김윤아가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그녀의 솔로 앨범에서는 물론 성찰이라는 테마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번 앨범이 가장 깊은 성찰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하겠다. 따지고보면 그녀가 속한 자우림도 자주 그랬고, 솔로 앨범들은 더더욱 일종의 컨셉 앨범이었던 적이 많았다. 이런 면에서 그녀가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과 전체적인 컨셉에 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는 이 앨범은 그녀의 깊이가 가장 잘 묻어난, 31만 5160시간을 살아온 김윤아가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부터 김윤아에게는 왠지 모를 '공작부인'의 포스가 느껴졌었는데, 이번 단독 콘서트의 컨셉은 이를 그대로 반영한 '공작부인의 비밀화원'이다. 콘서트의 제목을 처음 듣는 순간, '아! 이건 너무 김윤아스럽다!' (요즘 표현으로 '너무 김윤아 돋는다!')싶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항상 컨셉 성격이 강하고, 스토리텔링이 강한 그녀의 음악으로 미뤄봤을 때 어쩌면 앨범 만큼이나 효과적인 것이 콘서트가 아닐까 싶었다. '비밀화원'이라는 제목답게 무대 가득 꽃과 풀이 만발한 가운데,(이거슨 상상;) 그 한 가운데 앉아서 나즈막히 또는 고양이처럼 노래하는 김윤아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승환 10집 : Dreamizer
High Quality Pop Album



이승환의 10집 앨범 'Dreamizer'가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 국내 뮤지션 가운데 지금까지 꼬박꼬박 앨범을 모아온 몇 안되는 뮤지션 중 한 명인 이승환의 새 앨범이라 발매 전부터 기대되었던 신보였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후반기 이승환 앨범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 그러니까 팬들과 대중 모두가 만족할 만한 POP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은 잘 알겠지만 그 동안 이승환은 앨범을 구성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들을 위한 음악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간 그가 발표했던 대표 발라드 곡이 그가 하고 싶지 않은 음악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좀 덜 대중적인 록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했단 얘기다)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실험을 해왔었는데, 적어도 이번 10집 앨범 'Dreamizer'는 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Human'과 'Cycle' 앨범을 2010년 현재에 걸맞는, 아니 현재 최고 수준의 퀄리티로 업그레이한 익사이팅한 POP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승환 하면 '환장'할 만한 라이브 무대 만큼이나 물량과 정성, 사운드의 집착이 돋보이는 앨범 사운드 퀄리티로도 유명한데, 이번 앨범은 그런 그의 욕심이 (요즘 같이 국내 뮤지션들의 사운드 욕심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수년간 외롭게 사운드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승환의 행보는 박수 그 이상의 찬사가 필요하다!) 또 한번 아주 잘 나타난 작품이라 하겠다. 국내외 스튜디오를 오가며 최고의 사운드를 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은 예전 앨범부터 계속되고 있는 그 만의 장인 정신인데, 이번 앨범 역시 그래미를 16번이나 수상한 험 베르토 가티카(Humberto Gatica)를 비롯해 그들의 이름 혹은 그들과 함께 작업한 이들의 이름이나 경력만 들어도 화려함이 느껴지는 아티스트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무엇보다 사운드 퀄리티에 치중하고 있다. 대부분 해외의 누가누가 참여했다 라는 문구는 언제부턴가 '뭐 그럭저럭' 정도의 감흥 밖에는 못주는 문구가 되어 버렸는데, 그 질을 따져본다면 이승환의 이번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면면은 '그럭저럭'으로 간주하기엔 더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하겠다.

일반 대중들은 피처링에 내가 아는 어떤 유명 뮤지션이 참여했나가 더 궁금하고 끌리는 점일 수 밖에는 없겠지만, 이승환의 사운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팬들이라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에 이승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믹싱 엔지니어 외에 브라스 편곡자, 드러머 등 전반적이고 디테일한 측면까지 더 깊은 사운드를 내기 위한 그의 비용 투자와 정성은 앨범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 앨범을 100% 즐기려면 좀 더 사운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곳을 방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것까지는 어려운 일이니 최소한 반드시 CD로는 즐겨야 이 엄청난 공을 들인 앨범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p3나 스트리밍으로는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첫 번째 곡 '이별기술자'는 이승환 특유의 그루브가 잘 살아있으면서도 백코러스나 전체적인 구성에서 훨씬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이다. 보컬도 보컬이지만 이런 가벼운(?) 팝 넘버치고는 굉장히 고퀄리티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 수록 다양한 악기들과 효과들이 들려올 것이다. '반의 반'은 이승환표 대표 발라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그대가 그대를'을 통해 발라드의 정점을 찍었던 이승환은 그 이후 타이틀이 되는 발라드 곡에서 강약조절과 감성적인 면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데, 이 곡 역시 첨에 들을 때 좋고 듣다보면 금새 익숙해져 버리지만 어느 순간 다시 들으면 '역시' 다시 좋아지는 그 만의 깊은 발라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정지찬이 곡을 썼다. 

'A/S' 는 곡 제목처럼 재기발랄함이 엿보이는 곡인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벼운 가사 내용에 걸맞지 않게(?), 수준급의 브라스 편곡과 백그라운드 기타 백킹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승환, 황성제 콤비의 작품인데, 확실히 브라스 사운드가 곡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Dear Son'은 제목처럼 아버지가 화자가 되어 아들에게 보내는 곡인데, 앨범마다 가족에 관한 곡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이승환의 새로운 '가족'에 관한 곡이다. 흑인 가스펠을 연상시키는 후렴구 코러스 라인과 정말 편지 한 줄 한 줄을 읽어내려가는 듯하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귀와 가슴에 와닿는다. 맨 마지막의 '사랑하는 아들아 네 안에 항상 힘세고 뭐든 잘 하는 아빠가 있게 해 주렴'하는 부분은, 아마도 이승환의 앨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감성이 아닐까 싶다.




'롹스타되기'는 제목처럼 록밴드 보컬들의 피처링으로 더욱 돋보이는 곡이다. YB의 윤도현, PIA의 요한, 노브레인의 이성우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힙합 곡의 피처링 처럼 한 소절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들의 목소리를 쉽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워낙에 개성 강한 목소리들이라 잘 들어보면 코러스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독전쟁'은 어쩌면 앞선 곡보다 더 강한 록넘버 일지도 모르겠다. 간결한 기타 백킹을 베이스로 후렴구에는 이승환이 좋아하는 특유의 록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곡인데, '단독전쟁'이라는 제목 답게 전쟁을 연상시키는 효과들도 귀에 들어온다. 

'reason' 은 말랑말랑한 보컬과 진행이 돋보이는 '세가지 소원' 등을 작곡했던 이규호의 곡이다. 절로 몸을 좌우로 흔들게 되는 멜로디와 더불어 남성의 가성과 여성의 진성이 교묘히 결합된 코러스가 달콤함을 더한다. '완벽한 추억'은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의 곡인데, 기존 이승환의 곡들과 살짝 차별점이 보여 오히려 더 신선한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인 '반의 반' 다음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곡이 아닐까 싶다. 'my fair lady' 는 이승환의 지난 앨범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풍의 곡인데, 최근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서우가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구식사랑'은 제목처럼 '하오체'의 가사로 진행되는데, 브라스와 더불어 퍼커션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거의 곡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쯤 린(LYn)의 보컬과 함께 새로운 진행으로 다시 시작된다는 점인데, 여기서도 역시 트럼팻과 트럼본의 사운드가 곡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격상시켜주는 느낌이다. 'wonderful day'는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구성이 인상적이다. 뭐랄까 뮤지컬의 한 시퀀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후반부 아이들이 함께하는 코러스가 더해지면 더더욱 '짜잔!'하고 한 시퀀스가 끝난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곡은 이런 느낌이 너무 명확해서 언젠가 공연에서 뮤지컬 구성으로 공연하지 않을까도 싶다.

'내 생애 최고의 여자'는 강약조절이 생명인 발라드 곡인데, 후반부 진행에서는 대곡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사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유머가 담긴 곡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진짜 제목 그대로 밀고 나가려는 곡이라 오히려 놀랍고 인상깊기도 했다. 13번째 마지막 트랙 '개미혁명'은 이승환 특유의 화려한 록 사운드에 좀 더 비트를 담아낸 곡이다. '개미혁명'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화려하고 록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해도 이전 앨범에 수록되었던 '나의 영웅'같은 곡처럼 극한까지 가지는 않는다. 이런 면이 이번 앨범의 POP적인 요소, 그러니까 좀 더 대중적인 친화력있는 앨범이라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아, 이렇게 끝난 줄 알았지만 13번째 트랙이 끝난 뒤 한참의 기다림을 보내면 조금 다른 '이별기술자'를 히든 트랙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앞서 이 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사운드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곡이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묘한 듯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이별기술자'를 히든 트랙으로 수록했다. 그리고 히든 트랙 답게 이승환의 오랜 절친인 뮤지션의 유치발랄한 피처링도 만나볼 수 있다.




이승환의 오랜 팬으로서 이번 앨범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앨범'이었다. 그의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도 쉽게 어필할 만한 (그렇지만 높은 수준의 사운드를 수록한) 곡들마저 수록한 인상적인 POP앨범이었다. 마지막으로 새삼스럽지만 이렇게 앨범의 사운드에 정성을 들이는 뮤지션의 앨범을 계속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요즘 같은 현실에선 참 고맙기까지한 일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스튜디오를 방문할 날이 있다면 꼭 이 앨범 'Dreamizer'를 다시 들어보리라!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DEEZ - Get Real
Soul을 아는 싱어송 라이터


선입견이라는 것은 항상 무섭다. 무언가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않은채 마음대로 결론지어 버리기 때문이다. 처음 Deez의 앨범을 건네 받았을 때도 그랬다.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R&B를 (특히 정통이라는 문구) 담아냈다고 하는 국내 뮤지션들의 앨범을 들어보면, 진짜 Soul이 살아있는 R&B 라기 보다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가요 풍의 노래에 살짝 분위기만 낸 정도의 앨범이 많았다는 선입견이 작용했었다. 그렇게 들어보게 된 Deez의 앨범 'Get Real'은 'Intro' 트랙부터 '어라? 이거 분위기가 좀 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결국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Soul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매우 세련된 R&B 뮤지션이자 싱어송 라이터인 Deez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은 2가지에 놀랐는데, 첫 번째는 앨범의 퀄리티 - 본토의 블랙뮤직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질감 - 가 상당한 수준으로 느껴졌다는 것과 보컬 만이 아니라 혼자 작사와 작곡은 물론 앨범의 프로듀서까지 맡고 있다는 점이었다. Deez를 수식하는 홍보 문구 가운데 단연 맨 앞에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비의 작곡가'라는 점이었는데, 뭐 대중들에게 어필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은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싱어송 라이터라는 점을 좀 더 부각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Soul Tree'를 듣는 순간 '와, 이 앨범 꼭 끝까지 정독, 아니 제대로 들어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컬의 느낌도 물론 좋지만 그것 보다도 전체적인 어레인지나 흑인음악 특유의 그루브와 익숙한 올드한 악기들의 사용이 전체적으로 곡의 퀄리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코러스 라인도 아주 맛깔나고 그 안에서 보컬도 화려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삽입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깔끔한 곡 진행이 돋보인다. 




타이틀 곡이라 할 수 있는 4번째 수록곡 'Sugar'는 제목 처럼 아주 달콤한 미디엄 템포의 곡이다. 사실 국내 정서에 비교적 잘 어울리는, 발라드에 가까운 슬로우 템포의 곡들보다 이 곡처럼 미디엄 템포의 곡들이, 실제 흑인음악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곡들이긴 하지만, 그만큼 국내에서는 제대로 표현해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Sugar'는 Maxwell이나 Musiq Soulchild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끈적하면서도 깔끔한 곡이다. 이 곡에서는 보컬과 코러스라인을 주목해서 들을 필요가 있는데, 라인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설계되어 있어 신경 써서 들을 수면 들을 수록 퀄리티가 느껴진다. 'Skit'같은 경우도 어설프게 해외 뮤지션의 그것을 따라하려는 것이 아니라 Skit의 성격을 잘 이해한 Deez만의 'Skit'을 제대로 표현한 흥미로운 곡이다 (2:48초나 됨으로 곡이라고 해도 되겠다).

'Devil's Candy', '나의 빛', '너 하나면 돼'는 지난 해 발표했던 본인의 앨범 'Envy Me'에 수록되었던 곡들을 2010 리마스터 버전으로 다시 수록했는데, 3곡 모두 지난 앨범에 수록된 버전과 곡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지는 않고 리마스터링에만 차이가 있는 경우로 보면 되겠다. 뭐 겨우 1년 전이니까 오버하기는 뭐하지만, 어쨋든 그 만큼 지난해 발표한 그의 곡들의 퀄리티가 괜찮았다는 것도 되겠다.




'너 하나면 돼' 같은 곡을 듣고 있노라면 한 편으론 참 평범하고 대중적인 곡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앞서 자주 얘기했던 코러스 라인과 보컬의 퀄리티가 좋다보니 평범한 진행 속에서도 퀄리티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보컬 만이 아닌 프로듀서 답게 앨범 곳곳에 인스트루멘탈 트랙을 삽입하였는데, 'Interlude - 8 Bit'같은 곡은 얼마전 세상을 떠난 Nujabes를 살짝 연상시키는 동시에 Deez가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 세계를 좀 더 깊이 엿볼 수 있다. 'Intro'나 중간 삽입곡들에 비해 'Outro - Free'는 조금 'Outro'스럽지 않았다는 것이 살짝 아쉬운 점. 오히려 인스트루멘탈 곡으로 채웠다면 좀 더 깔끔한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앨범을 듣고 하나 아쉬운 점은 이제 겨우 괜찮은 Soul 뮤지션을 알게 되었는데, Deez가 이 앨범을 내고 바로 군입대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앨범이 만족스러워 앞으로의 활동 등을 찾아보려고 했던 참이었는데, 어쨋든 한동안은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 같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는 없었다. 국내에는 수 많은 뮤지션들이 '정통 R&B' '정통 흑인음악'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홍보를 한다. 그 중에서 진짜 제대로 된 뮤지션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 Deez는 그 가운데 추천할 만한 진짜 R&B/Soul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효리 _ H-Logic
자유로워진 효리의 새 앨범


이효리의 새 앨범이 최근 발매되었다. 핑클 1집 '블루레인' 시절부터 단 한번도 한 눈 팔지 않고 좋아했던 그녀의 신보라 이번에도 역시 일단 소장하고 보자는 작정이었다. 이렇게 음악에 관계 없이 음반을 구매하는 국내 뮤지션은 몇 있는데, 서태지의 경우가 음악과 소장욕구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경우라면 이효리의 경우는 전자의 경우의 기복이 좀 있는 경우였다. 사실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에 대한 평범한 평가 때문에 기대치를 많이 낮춘 편이었는데, 일다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만족' 스러운 앨범이다. 영화나 음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종종 하는 말이지만, 평가라는 것은 어차피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그 대상에 따라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 평가가 될 수 없다.




렇다면 내가 가수 이효리에게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의 대중들이 그럴 텐데 이효리에게 엄청난 수준의 음악적 결과물을 바란다던가 전 지구적으로 압도할 만한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이도 별로 없을 것이다. 종종 이효리의 지향점을 얘기할 때 해외로는 마돈나를 국내로는 엄정화를 거론하곤 하는데, 이 부분은 적절한 부분도 있고 살짝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사실 '마돈나'라는 존재는 댄스 여자가수라면 누구나 최종 목표 정도로 거론하는 뮤지션일텐데, 마돈나의 음악을 얘기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그녀도 분명 앨범마다 기복이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레전드 겪인 '마돈나'라는 이름만 보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만 마돈나, 레이디 가가, 아무로 나미에 등등을 거론하며 따라했네, 더 못하네 얘기하는 사람들 중에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이가 몇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그 최고 수준의 결과와 우리의 스타 이효리를 비교하곤 하는데, 사실 최고 수준의 그녀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이효리가 당해내기에는 벅찬 수준이다. 이것은 비단 이효리 뿐 아니라 역시 비교대상이었던 레이디 가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이효리는 종종 스스로도 엄정화에 대해 자신의 롤모델이라는 점을 밝힌 적이 있는데, 확실히 엄정화가 이뤄놓은 것들에게서는 이효리가 가야할 길이 보이는 편이다. 일단 가장 닮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연기자로서의 성공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이 부분은 개인적으론 과감히 포기하고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에 더욱 힘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연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효리는 뮤지션으로서는 충분히 엄정화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엄정화의 전성기를 이루던 곡들은 모두 흥겨웠지만 '가요'라는 트랜드에 묶여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엄정화가 대단한 것은 나중에 현재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적 색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뽕필 댄스곡과(국내 댄스 가요의 대부분은 트롯트 풍의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고 그것이 대중들에게 어필한다) 발라드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지만, 8집 'Self Control' 에서 보여준 일렉트로니카는 자신 만의 색을 잘 보여준 예였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그렇다면 뮤지션 이효리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그녀의 솔로 데뷔곡 '10 Minutes'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 곡이 타이틀이 아니었더라도) 그녀에게 음악적인 기대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냥 단순한 핑클 시절부터 팬의 입장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와 적당한 곡들로 인기를 얻는 정도였어도 만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10 Minutes'도 그렇고 종종 드러나는 그녀의 음악적 욕심과 국내 가요계에서 '이효리'라는 브랜드가 갖는 기회와 영향력을 살펴보았을 때, 그녀에게 단순히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만을 기대하는 것은 무언가 성에 차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효리의 앨범들을 살펴보았을 때 그녀는 분명 개인적인 욕심과 대중적인 요구 사이에서 매우 갈팡질팡 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본인이 좋아하는 힙합이나 흑인음악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는 싶지만,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요소가 가미된 '가요'였고 특히나 발라드라는 장르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 어떤 앨범이든 전체적인 앨범 컨셉과는 무관하더라도 발라드 곡을 넣을 수 밖에는 없었다. 물론 이렇게 넣은 발라드 곡이 대 히트를 쳐서 아예 이효리라는 뮤지션의 컨셉 자체가 바뀌어버리는 결과가 생겨버릴 수도 있지만, 어쨋든 효리의 발라드 곡들은 전부 성공적인 결과는 보여주지 못했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앞선 다른 외부적 요인들 때문에 이런 것들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이번 새 앨범 'H-Logic'에서 이효리는 과감히 하나의 컨셉으로 된 앨범을 만들어냈다. 따지고보면 이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영향력 있는 팝가수는 국내에서 이효리 만한 이가 없다고 생각된다(너무 당연한 거지만 인기에 집착하지 않고 음악성을 중요시하는 대부분의 국내 뮤지션들은 이런 것들에서 이미 자유로운 상태다).




일단 앨범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프로듀서진에 김도현의 이름이 빠진 것이 이채롭다(오로지 Special Thank's에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효리의 솔로 대표곡인 '10 Minutes'을 비롯해, 솔로 이효리와 대부분을 함께 했던 프로듀서 김도현의 곡이 하나도 없음은 물론 프로듀싱을 한 곡도 하나도 없다는 것부터가 무언가 작정한 듯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 김도현의 곡 외에도 여러 프로듀서의 곡들을 타이틀로 내세우기도 하는 등 여러 변화를 주긴 했었지만, 어쨋든 매번 핵심에 있던 그와의 작업을 제외한 것은 분명 '과감함'이 엿보인다(무언가 결심한 듯한 부분은 영어 이름 표기 - HY0RI - 에서도 눈치 챌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 프로듀서들의 곡을 골고루 받은 것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곡을 'BAHNUS'라는 프로듀서의 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컨셉으로 이뤄져 있는 또 다른 이유다.

그리고 가사 역시 이효리가 욕심을 버림으로서 더 나아진 결과를 나았다. 사실 국내 가수들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오르면 새 앨범에 자작곡을 수록하곤 하는데, 그저 '저, 이제 제가 직접 만든 곡과 가사도 담았습니다'라는 한 마디 이상은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 편임을 미뤄봤을 때, 오히려 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이효리의 이러한 선택은 짚고 넘어가야겠다(재밌는건 가장 효리가 썼을 법한 'Scandal'의 가사도 다른 이가 썼다. 물론 많은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어쨋든 작사가의 이름은 다른 이가 올렸다).





일단 말들 많은 스타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확실히 이효리는 아이콘이다보니 음악보다는 패션/컨셉 스타일에 더 큰 주목을 받는가 보다. 이미 티저에서부터 레이디 가가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다 말들 많았던 스타일은, 결국 레이디 가가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물론 얼핏봐도 레이디 가가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긴 하다. 일단 금발 머리만 봐도 그런데, 사실 정확히 레이디 가가라고 할 만한 부분은 없다. 그냥 레이디 가가스럽다 볼 수는 있어도 말이다(오히려 나는 보고서는 G-Dragon이 더 떠오르더라 ㅎ). 이효리의 스타일링이라는 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기 보다는 국내에 막 도입되려는 시기에 놓인, 전 세계적으로 막 붐을 일으키려는 스타일을 좀 더 먼저 캐치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장점들을 결합하여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는 여러가지 스타일이 녹아 있을 수 밖에는 없다. 다시 말해 누구를 따라했네 라고 작정하고 보면 보일 수 밖에는 없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똑같은 잣대는 누구에게나 불리함으로 작용할 수 밖에는 없다. 여기서 또 예를 들면 그 각각과 싸워야 할지도 몰라 다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그 어떤 뮤지션도 직간접적으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는 없는데, 그것을 어떻게 자신만의 것으로 표현해 내는가가 각각의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점들은 사실 '이효리'라서 당할 수 밖에는 없는 집중 포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몇몇 제법 유명한 가수들은 앨범이 거의 표절이 확실시 되는 경우도 많았으나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대중이 표절이던 아니던 별로 관심이 없고, 표절이라 하더라도 이슈가 될 확률이 적기 때문에 언론도 여기에 별로 달려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효리의 경우는 다르다. 작은 건수라도 터트리면 이슈가 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악세서리 하나까지 다 누구 거네를 비교하려 들고, 더 문제는 정작 레이디 가가가 누구인지도 몰랐던 사람들 마저, '레이디 가가 따라했다며'라고 확인 절차 없이 그냥 '또 그랬구만'하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진짜 노래 가사처럼 '기가 막힌 스캔들'이 아닐 수 없다.




팬으로서는 이런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으론 '이효리'니까 이를 압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기도 한다. 이효리 본인도 이효리의 스타일리스트 팀 역시, 자신들이 만들어낸 스타일이 레이디 가가를 연상시킬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밀어 붙인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것은 '레이디 가가'가 아니라 여러 트랜드를 종합한 효리 스타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효리라면 한번 그 다음 단계를 더 고민해보고 실험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사실 그 지점은 굉장히 어렵다. 그냥 세상에 없는 스타일을 만드는 건 어쩌면 크게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트랜드를 앞서면서도 대중들이 따라올 수 있어야하고 새로운 것도 추구해야 한다. 그렇게 중간지점에 놓이다보니 표절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완전한 새로운 것에도 못미치는 게 되는 것 같다(이게 못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를 해내는 아이콘은 국내에 효리 밖에 없다).

사실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스타일링에서는 조금 부족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앨범은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그 만족에 대부분은 노래의 취향을 떠나서 하나의 스타일로 끝까지 밀고간 끈기 때문이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솔로 이효리 최악의 곡은 누가 뭐래도 '잔소리'다. 언젠가 가요의 사이클이 되어버린, 그러니까 댄스 다음 발라드 혹은 발라드 뒤 강한 댄스 아니면 요정 다음 여전사로 이어지는 컨셉 말이다. '잔소리'는 그런 풍토에서 나온 최악의 작품이었다. 이효리에게 그런 어설픈 소몰이 발라드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고, 그 가사는 국내 가요사를 통틀어 최악의 가사 후보로 꼽힐 정도다 (그 싱글 앨범을 사고 얼마나 눈물 흘렸던가 ㅠ). 그런데 이번 H-Logic에는 이런 짜맞추기 발라드가 없다. 전체적으로 컨셉에서 어긋나는 곡이 하나도 없다. 이건 사실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가요는 '앨범'이 아닌 '곡'에 모든 촛점이 맞춰지다보니 매번 안지켜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텐데, 효리의 새 앨범은 이런 풍토에서 자유로워지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첫 곡 'I'm Back'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내가 돌아왔다, 다 꿇어'라는 식의 곡이다 (이번 앨범은 이런 뉘앙스의 곡들이 제법 많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허세찬 가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효리나 비 정도라면 해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우리말 가사와 외국어 가사의 라임 결합이 자연스럽게 리듬 위에 놓여지는 구성이 인상적인 곳이다. 마이티 마우스의 '상추'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Love Sign' 같은 곡은 사실 이효리의 이전 앨범에서도 항상 있어왔던 분위기의 곡이긴 한데, 그 컨셉이나 퀄리티가 훨씬 좋아진 경우다. 이런 곡은 누구나 들어도 타이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냥 '색이 좀 틀리다' 정도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정도의 퀄리티는 들려준다. 상추의 피처링 부분은 마이티 마우스의 곡보다도 좋았던것 같다. 그리고 타이틀곡이라 할 수 있는 'Chitty Chitty Bang Bang'은 역시 타이틀 곡 치고는 상당히 색깔이 깊은 곡이다. 색이 깊다는 얘기는 국내 가요 앨범에서 타이틀 곡으로 쓰이기에는 조금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효리가 가야 할 길을 이런 스타일이 아니었나 싶다. 레이디 가가 논하며 스타일의 표절을 논하는 이들 조차, '어랏, 이거 좀 괜찮은데' 혹은 '이건 좀 의왼데' 할 정도로 기존 가요들 보다는 훨씬 더 컨셉에 충실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 곡 'Feel The Same' 같은 경우가 슬로우 템포의 곡, 즉 발라드가 오는 구성에 포함된 곡이라 할 수 있는데, 들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건 발라드라기 보다는 그냥 '슬로우 템포'다. 이건 아무래도 프로듀서의 역량이라 해야할텐데, 말도 안되는 발라드 대신 이런 슬로우 템포의 퀄리티 있는 곡을 삽입한 것은 이번 앨범의 쾌거다. 곡이 좋고 덜 좋고를 떠나서 말이다.




다음 곡 'Bring It Back'도 그렇고, 이번 앨범을 쭈욱 듣다보면 이제서야 이효리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즉 모든 대중을 다 끌어 안으려는 노력보다는 (이런 노력은 예능을 통해 필요 이상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뮤지션 이효리로서는 좀 까칠하고 성격있는 캐릭터를 내세우려는 것이다. 사실 국내 정서상 친근한 이미지, 곡도 요정이 아니면 여전사(여기서 여전사는 요정이었기에 수긍이 된다)만 가능한 실정인데, 이 정상에 서 있는 이효리가 이른바 '껄렁한 언니' 컨셉으로 나서려는 것은 아마도 망설여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효리가 추구하는 장르는 힙합, 블랙뮤직이다. 요정으로서는 하기 힘든 장르라는 것이다. 이번 앨범은 여러번 이야기하지만 철저히 컨셉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앨범이기 때문에 좀 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이 더 많은 대중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뮤지션 이효리로서 가고 싶은 길이라면 여기에 만족하는 사람만 함께 가면 되는 것 아니겠나.

리쌍의 '게리'와 함께한 '그네'는 사실 살짝 위험한 곡이다. 뭐랄까 컨셉에서도 살짝 벗어나고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을 대비해 준비한 느낌도 있는데 (더군다나 연막으로 먼저 공개하기도 했고), 여튼 살짝 위험하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는 'Scandal'이다. 곡도 괜찮지만 좋아하는 건 역시 그 가사 때문이다. 이효리가 자신을 둘러 싼 스캔들에 대해 시원스럽게 이야기하는 걸 들을 수 있는데, 곡 후반부에 스킷으로 들어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 부분은 내가 다 후련하더라.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씨익'하고 웃을 수 있었던 통쾌한 곡이었다. 그래, 이효리는 이래도 된다. 더 자유롭게 할말 하는 편이 좋다! 이번 앨범의 의외의 곡 중 하나는 대성과 함께한 'How Did We Get'이었다. 음악을 듣기전 대성이 피처링했다는 것만 보았을 때는, '야, 이거 패밀리 스타일로 웃고 즐기는 곡 아니야?' 했었는데 웬걸. 괜찮은 듀엣곡이 나왔다. 사실 많은 가수들이 앞선 분위기로 이런 관계를 이용하여 피처링 곡을 수록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잘했다. 오히려 대성이 보컬이 빛나는 순간이다.





'Get 2 Know' 역시 효리의 앨범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컨셉의 곡인데,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지만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역시 앨범으로서 만족스러우려면 타이틀 곡 만큼이나 다른 곡들의 퀄리티가 받쳐 줘야하는데, H-Logic은 이런 점에서 충실한 앨범이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MEMORY' 역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슬로우 템포의 곡이고 오버할 수 있는 곡이었는데, 깔끔하게 마무리 한 느낌이다. 확실히 이번에 참여한 프로듀서들은 블랙뮤직 앨범을 많이 들어본 티가 난다. 어떤 곡들을 어떻게 배치시키는 가를 봐도 말이다.

써놓고 보니 칭찬만 한 것 같지만 (워낙에 악플에 시달리는 그녀라 나라도 칭찬만 해야겠다는 일종의 '쉴드' 글이기도 하다), 칭찬 받을 만한 점이 분명한 앨범이었다. 이효리는 자신의 위치 때문에 그 동안 자유스럽지 못한 부분이 분명 있었는데, 이번 앨범 역시 100%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자신에게 지워진 짐에서 해방되어 스스로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대중가수는 (특히 이효리 같은 위치에 있다면) 대중들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반대로 너무 의식하게 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 'H-Logic'은 그녀의 자유로움과 당당함을 엿볼 수 있어서, 팬으로서 만족스런 앨범이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LAMP(ランプ) 내한 콘서트 ‘봄의 환상(幻想)’ 후기
부제 :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생일이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14일, 최근 앨범을 즐겨 듣고 있던 일본 밴드 LAMP(ランプ)의 내한공연에 초대 받아 생일선물 겸, 오랜만에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LAMP의 음악을 이전에도 몇번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제대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은 이번 뿐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최근 앨범이어서인지 지난 앨범들과 비교해도 이번에 파스텔뮤직을 통해 라이센스된 앨범 'ランプ幻想(램프환상)'은 가장 와닿는 앨범이었다. 공연과 앨범 리뷰를 겸한 글이지만 공연장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공연 컷이 추가되지 못한 점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그런데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연은 정말 정신이 없고 통제 불가능 상태이긴 하다;).





먼저 공연 얘기를 해보자면, '루싸이드 토끼'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된 LAMP의 라이브는 시종일관 활기차면서도 따스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아, 그전에 오프닝을 장식한 루싸이드 토끼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라이브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첫 곡으로 커버한 Jamiroquai의 'Love Foolosophy'는 평소에도 좋아하는 곡이라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편곡된 무대가 인상적이었고, 이후 들려준 그녀들의 곡도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보컬만의 소박한 구성과 분위기가 인상적인 음악들이었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 LAMP의 무대는 비교적 멘트 없이 빠르게 연결되었다. 특히 곡과 곡 사이의 텀은 박수를 충분히 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급하게 연결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이것도 다 이들의 수줍음 때문이리라. 의외로 드럼과 퍼커션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곡들도 많았고 빠른 리듬의 곡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빠른 리듬의 곡들은 정말 이제야 봄을 제대로 느껴볼 만한 따스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이 날도 비가 왔고, 오늘은 갑자기 겨울 날씨로 눈이 올지도 모르는 이 요상한 3월 날씨에, 음악으로 나마 봄을 느껴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역시 LAMP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박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의 곡들이었다. 어쿠스틱 기타 혹은 건반과 아코디언, 플룻 등으로 이뤄진 곡들은 사카키바라 카오리의 속삭이듯 보컬과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과 만나, 다시 한번 객석을 또 다른 봄으로 빠져들게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음반으로 들을 때는 단순하게 카오리의 보컬이 더욱 기억에 남았었는데, 공연에서는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이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많은 곡들이 다 좋았지만 특히 나가이 유스케가 어쿠스틱 기타 하나 매고 들려준 '密やかに'의 무대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기도 하거니와 이 곡을 들을 때 만큼은, 다른 장치들 없이도 완전하게 기타와 보컬에게만 빠져들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번 공연은 초중반까지는 이전 앨범들의 수록곡을 주로 들려준 반면, 중반 이후 부터는 이번 앨범의 곡들을 주로 들려주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앨범을 인상 깊게 들어서인지 중후반부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LAMP는 새 앨범 작업 중이라고 했는데, 작업 중인 신곡들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첫 라이브 무대라며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하던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공연 내내 느껴진 LAMP의 인상은, 매우 수줍다는 것이었다. 자신들끼리 일본어로 이야기할 때 조차 몹시도 수줍어 하며 말을 아끼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그들의 소박한 음악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LAMP는 공연장을 한껏 봄의 활기찬 기운으로 들뜨게 했다가도 다시 낮잠을 부르는(좋은 의미로) 안락함을 주었다가, 새벽의 어슴푸레함을 전하는 등(하지만 따스한), 여러가지 모습의 봄의 환상을 들려주었다. 아, 그리고 환상과 더불어 여러가지 다른 꿈의 환상도 들려주었다. 앞서 언급한 낮잠과 같이 달콤한 꿈과 백일몽 같이 환상에 빠져드는 꿈, 그리고 현실을 꿈처럼 만드는 꿈까지.

그러고 보니 LAMP가 말하는 '봄의 환상'이란 결국 '꿈'이 아닐까도 싶다.




LAMP의 네 번째 앨범 '봄의 환상'은 듣는 순간 쉽게 빠져들만한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그것이 봄이 되었건, 꿈이 되었건 LAMP가 전하는 환상은 은근한 매력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녹음 중인 그들의 새로운 음반에는 또 어떤 환상이 담겨있을지, 이번 앨범과 공연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바이다.

급작스럽게 겨울로 돌아간 듯한 우리의 3월. 봄의 전령사 LAMP로 한층 따듯해졌음에 감사한다.
에잇,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pik High - Epilogue
아날로그의 따스함

1. 서랍
2. Run
3. 바보 featuring Bumkey
4. Wordkill
5. Blossom
6. 비늘 featuring Yankie
7. 잡음
8. Coffee featuring 성아
9. Over
10. 숲



에픽하이가 지금과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전, 그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은 '평화의 날'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에픽하이가 지금과도 같은 범대중적인 힙합 그룹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어쨋든 '평화의 날' 이후 계속 주의 깊게 들어보았던 에픽하이의 음악은 언더스러움과 대중적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자신들만의 브랜드 입지를 점차 넓혀나갔다. 한참 그들이 음악프로에 나오던 시절의 대중적인 음악들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었다. 음악이 대중적이어서 실망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에픽하이에게 기대하던 바는 그 이상이었기 때문에 '힙합'이라기 보다는 '가요'에 가까운 대중적인 곡들을 들고 나왔을 때는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 'Epilogue'는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에픽하이의 지난 앨범들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이라 부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힙합 음악을 듣는 취향이 그리 대중적인 편은 아니라서 이번 앨범이 얼마나 대중적으로 성공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적 완성도나 퀄리티 역시 '앨범'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느껴진다.

이번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Nujabes'를 떠올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로듀서 중 한명인 'Nujabes'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하겠다. 'Nujabes'의 비트를 연상시키는 에픽하이의 비트는 심플하지만 감성적이고 아날로그하면서 무척이나 감성적이다. 타블로와 미쓰라의 플로우도 비트위에 과하지 않게 드리워져 있다.

앨범의 인트로라고 할 수 있는 '서랍'으로 앨범의 전체 분위기를 엿보기는 사실 쉽지 않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반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한 방향성은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인 'Run'은 전형적인 에픽하이 스타일의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픽하이의 곡들 가운데는 유난히 이렇게 '달리는 리듬'의 곡들이 많은데, 적어도 이런 '달리는 리듬'의 곡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다. 특히 후렴구 바로 직전에 삽입된 마디의 느낌이 매우 신선했다. 일반적인 전개에서 살짝 벗어나면서 곡에 전체적인 긴장감을 주고 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Bumkey의 보컬이 간드러지는 곡 '바보' 같은 곡은, 전체적인 앨범 구성에서 그저 구색에 머물러 버릴 수도 있는 곡이었음에도 적절한 피처링의 멜로디 부분이 곡을 살리고 있다(그렇다고 다른 부분이 미흡하다는건 아니다).

앨범을 딱 한 번 들었을 때 가장 뇌리에 남는 곡은 '
Wordkill'이었다. 마치 기타 연주에서 커팅효과를 주듯, 끊어지는 리듬과 그 사이에 위치한 묘한 효과음 만으로도 이 곡의 세련됨이 전해진다. 후렴구에서 다른 verse로 넘어갈 때의 샘플링도 참 좋다. 'Blossom'은 'Nujabes'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다 그렇게 느끼겠지만 가장 'Nujabes' 스러운 인스트루멘탈 곡이다. 이 정도면 'Nujabes'의 앨범 중 한 트랙이라고 해도 믿겠다(표절이라는 것이 아니다). 타블로가 'Nujabes' 팬임이 분명하다;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임팩트 있는 랩플로우를 만나볼 수 있는 '
비늘'과 Kanye를 연상시키는 백그라운드 사운드와 곡 구성이 엿보이는 '잡음'을 지나, 피처링 보컬의 우리말 가사가 왠지 모르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Coffee'가 이어진다. 'Coffee' 같은 곡이 국내 대중음악에 힙합음악을 좀 더 깊이 뿌리내리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되는 곡이 아닐까 싶다. 대중적인 요소를 여럿 갖췄지만 너무 뻔하지만은 않고, 블랙뮤직 본연의 느낌을 대중적인 코드 속에서 잘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적절한 정도의 곡이 아닐까 싶다. '성아'가 피처링한 멜로디의 가사는 왠일인지 정말 쏙쏙 들어온다. 다시 들어도 참 쏙쏙 들어온다.

'Over'는 앨범이 마지막으로 달리며 다시
'Nujabes' 풍의 감성을 전한다. 이런 감성은 흉내내기는 쉬워도 (사실 쉽지는 않다) 제대로 우려내기는 쉽지 않은데,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은 이런 감성을 담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이것이 이번 앨범이 마음에 드는 가장 큰 이유다. 인스트루멘탈 곡 '숲'을 끝으로 앨범 'Epilogue'는 마무리 된다. 사실 요즘 앨범들은 '앨범'의 구성 면에서 보자면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에픽하이의 'Epilogue'는 마치 한 권은 작은 책을 읽고 덮어두게 되는 듯한 구성을 느낄 수 있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버벌진트 - The Good Die Young
대중을 포용하려는 버벌진트의 음악


사실 '버벌진트'라는 이름을 들은지는 매우 오래된 편인데, 그의 대한 첫 느낌이라면 '솔로 앨범은 과연 언제나올까?' 싶을 정도로 오버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에서 종종 피처링으로 만나볼 수 있는 MC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의 첫 솔로앨범이 발매된게 2007년이니 어쨋든 '버벌진트'라는 이름을 알아온 것은 제법 오래된 듯 하다. 하지만 정말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버벌진트의 음악을 들어본 건 솔직히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다. 음악을 듣는 취향은 어떤 사이클이 있기 마련인데, 버벌진트를 처음 알았을 때는 한참 해외에 다양한 음악분을 섭취하느라 미처 들어보질 못했었고, 몇년 전 부터 시작된 Soul Company를 비롯한 국내 인디 힙합씬의 음악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결국 그 관심은 버벌진트에게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그렇게 큰 기대없이 듣기 시작한 그의 앨범 'The Good Die Young'은 언더 힙합 리스너들에게도 '큰' 디스 없이 즐길 만한 월메이드 힙합 음반이었다.





사실 단순히 포지셔닝에 따라 뮤지션을 언더와 오버로 구분하는 것은 우습지만(인디의 개념은 이것과는 다르다), 어쨋든 요 몇년 사이에 국내 힙합씬은 언더와 오버의 거리가 상당히 많이 좁혀졌다. 랩을 하는 댄스는 모두 힙합으로 오인 받던 시절을 떠올려본다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다. 어쨋든 무브먼트 같은 크루는 이런 거리를 좁히는데 어찌되었든 큰 역할을 했고, 언더 씬에서 활동하는 수 많은 창조적인 MC들이 오버 뮤지션의 앨범에 피처링으로 그리고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되면서 점점 그 입지를 넓혔다. 이번 버벌진트의 앨범은 이런 선상에서 양쪽을 다 그럭저럭 만족시켜 줄만한 괜찮은 앨범이 아닐까 싶다.





휘성이 피처링한 '무간도(無間道)'는 그런 좋은 예 중 하나이다. 피처링을 맡은 휘성도 휘성이지만 곡의 분위기 자체가 가요 앨범에 이른바 '타이틀 곡' 느낌이 단 번에 느껴지는 곡으로서 (이것은 단순히 나쁘다는 표현은 아니다) 일렉트로닉한 사운드 역시 대중적인 느낌이 강하다. 현재 힙합씬에서 유행하는 요소들은 적절히 배치하고 있는 동시에 너무 오버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곡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휘성 이라는 뮤지션의 네임벨류와 더불어 좀 더 많은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만한 곡이 아닐까 싶다.

'Inspiration'은 가사도 소박하고 분위기도 상콤한 곡이다(물론 가사가 꼭 상콤하지 만은 않다;;). 어찌보면 힙합 에서는 매우 익숙한 소스들과 전개인데 나름의 분위기로 잘 소화한 느낌이다. The Quiett이 피처링한 'Searchin''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좀 심심한 편이다. 콰이엇의 라임은 나쁘지 않지만 약간 계속 중첩되는 느낌이 강하다. 콰이엇의 곡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다 콰이엇에 대한 기대 탓일터.





'을지로5가 (양고기 찬가)'는 별다른 꾸밈 없이 무거운 비트에 랩이 실린 곡인데, 힙합 음반을 많이 들어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여느 힙합 음반에 꼭 한 곡씩은 포함되곤 하는 분위기의 곡이다. ' Yessir'은 제목을 보는 순간 페럴이 자연적으로 떠올랐는데, 뭐 꼭 그런 분위기만은 아니더라(그런데 들으면 들을 수록 그런 끼가 보이기도 한다;). 피처링을 맡은 조현아의 경우 얼핏 한 귀로 흘려들으면 '정인'으로 오해하겠더라. 그리고 이 곡 가사에는 또 한번 '양고기'가 등장하는데 정말 버벌진트는 양고기를 찬양하나보다 싶기도 했다 ㅋ

'Ordinary'는 리스너들이 좋아한다기보다는 곡을 만든 그들의 취향이 더 반영된 곡이 아닐까 싶은데, 앞서 대중적인 곡들이 많았으니 이 쯤에서 이런 곡의 수록에 놀랄 것은 없겠다. 좀 더 매드한 힙합을 즐기는 이들에게 권하고픈 곡이다.




'Check the Rhime'은 자전적인 가사 내용을 담고 있는데, 버벌진트의 먼 역사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가까운 역사까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곡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는 개인적으로 예전에 같은 반 친구들과 많이 했던 게임과 비슷해서(그렇지 않지 않진 않어;;;) 나름 인상적이었는데, 이걸 끝까지 한 곡의 호흡으로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R.E.S.P.E.C.T.'는 제목 그대로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들에게 리스펙트를 바치는 곡인데, 디스로 유명해진 버벌진트라는 점에서 새롭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사를 잘 들어보면 기존에 '디스 = 버벌진트'라는 이미지를 억울해하는 동시에 여전히 리스펙트할 가치가 없는 x들이 있다는 식이라 완전히 다른 버벌진트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ㅎ




타이거 JK가 피처링한 '나쁜 교육'은 가사 자체의 주제 의식도 강하고 분위기도 무거운 편이지만, 비트는 오히려 조금 심심하고 곡의 전체적인 느낌도 조금 장황한 느낌이다.

마지막 곡 까지 들어본 느낌은, 인디 힙합 앨범들이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을 쉽사리 잃지 않는 것과는 달리 초중반까지는 신선함을 갖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후반부로 갈 수록 약간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맨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앨범의 색깔은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으로 대변되듯이, 일반 가요 팬들과 일부 힙합 리스너들에게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괜찮은 앨범이 아닐까 싶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서태지 심포니 (The Great 2008 Seo Tai Ji Symphony with Tolga Kashif & Royal Philharmonic)
극장에서 만난 서태지


(서태지 관련 글은 참 이유없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다시 한번 밝히고 시작하자면, 나는 뼈속까지 태지 팬이다)

2008년 열렸던 서태지 심포니 공연은 못 가본게 참 아쉬웠던 공연 중 하나였다. 그것이 단순히 서태지라서가 아니라 서태지가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공연이기도 했고, 본격적인 클래식 편곡으로 새롭게 써진 곡들에 대한 궁금함과 경기장 공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의 사운드 문제가 걱정/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때를 놓쳐버린 공연 관람은 그 이후 DVD와 블루레이(!)까지 출시 예정이라는 소식에 잔뜩 기대를 하게 만들었는데, 영상물 출시 이전에 극장에서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작은 예매전쟁을 치룬 후에 극장에서 태지의 공연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관람의 포인트라면 첫 번째 포인트는 서태지였고, 두 번째는 극장에서 만나는 태지, 세 번째는 극장에서 즐기는 콘서트 정도가 되겠다. 일단 서태지 심포니 공연 자체를 TV방영시 보기는 했었지만, 아무래도 실제로 보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극장 상영이라는 이번 기회, 그러니까 좀 더 실제 공연장에서 보는 것에 가까운 느낌(TV관람시 보다 가까워졌다는 것이지 라이브를 실제로 즐기는 것에 가까워 졌다는 의미는 아니다)을 받을 수 있는 이번 극장 상영은 그것만으로도 두근대는 경험이었다. 사실 록밴드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메탈리카 등 이전에 몇 차례 있어왔던 것이라 그 자체로 획기적인 것은 아닐테지만, 내게 익숙한 태지의 음악들이 어떻게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를 이뤘을까에 대한 기대, 그리고 본래 클래식 곡이었던 3집 수록곡 '영원'을 드디어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오늘을 위해 이 곡을 만들었나봐요'라는 태지의 한 마디는 그의 오랜 팬으로서 찡하지 않을 수 없었다 ㅠ)라는 점이 관람 포인트였다.





극장에서 콘서트 무비 혹은 다큐멘터리를 즐겨본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때의 희열은 확실히 일반 극영화를 볼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다른 감동을 주곤 했었다. 롤링 스톤스의 <샤인 어 라이트>같은 경우는 진짜 거의 공연을 통째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그들의 공연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고, 퀸의 'Rock Montreal' 같은 경우도 마치 콘서트 장에 온 것처럼 다같이 환호하며 볼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리허설 장면을 촬여한 다큐였음에도 이를 넘는 감동을 주었음은 굳이 또 말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서태지 심포니 극장 상영의 특징이라면 사운드 측면에서 거의 쉴틈없이 몰아친다는 점이다. 메가박스 서태지 M관의 사운드는 분명 좋은 편인데, 공연 자체가 워낙에 사운드의 볼륨이 높다보니 마치 시너지 이수 5관에서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극장 상영만의 장점이라면 공연장(특히 경기장)에서는 완벽하게 커버되지 않은 사운드가 아니라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사운드로 오히려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일텐데, 이번 서태지 심포니의 경우는 그 중간지점 쯤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아마도 공연장에서는 미처 다 캐치 되지 못했을 사운드들이 살아있는 동시에, 록 사운드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공연장과 같이 엄청난 볼륨감으로 몰아쳐 '크기'의 임팩트는 있지만 '정교함'의 임팩트는 음반 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점을 가지고 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얘기해보자면, 보통 같으면 그저 볼륨감으로 디테일을 압도하는 사운드에 아쉬움이 더 많이 들었을테지만, 이런 AV적인 퀄리티 측면보다는(이렇게 계속 얘기하면 사운드 퀄리티가 무척이나 떨어지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평균은 당연히 넘는 퀄리티이다) 팬들을 위한 선물에 가까운 극장 상영이기 때문에(서태지 팬이 아니고서야 이 공연을 굳이 비싼 돈 내가며 극장에서 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좀 더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운드가 오히려 적절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연 내내 감동 때문 만이 아니라 Only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 때문에 소름이 돋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인상적인 몇 곡을 꼽아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심포니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영원'이었고, 'Take One'의 서곡도 기존 곡의 색채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록 넘버들은 오케스트레이션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곡들이 많았기 때문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담당하거나, 합창단의 코러스가 더해지는 정도) 원곡들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을 느끼기 어려운 점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Moai'같은 곡은 클래식 편곡으로 더욱 아름다운 선율이 살아났고, 'T'ik T'ak'같은 곡 역시 메인 테마가 굉장히 극적으로 연출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처음 들을 때 보다 들으면 들을 수록 좋아지는(슬퍼지는) 보너스 트랙 'Zero'까지.




이번 극장 상영의 특징이라면 짧은 심포니 공연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영상이 모두 끝난 뒤에, 공연과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제법 긴 시간 상영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추후 DVD나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수록될 영상으로 여겨지는데, 극장에서 서플먼트를 만나다니!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기서는 영국에서 서태지 밴드와 로열 필하모닉이 처음 리허설을 맞춰보는 장면, 태지 밴드의 짧은 일상 등 팬이라면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들이 담겨있다(이거야 말로 진정한 팬서비스, 서비스!). 짧지 만은 않은 부가영상이 모두 끝이 나면 마지막으로 보너스 트랙인 'Zero'의 공연 실황이 이어지고 서태지 심포니는 마무리 된다.


1. 사실 많은 환호성과 합창을 예상하고 갔는데, 제가 본 회차의 매니아분들은 의외로 얌전하셔서 거의 숨죽이고 보았다는 ㅎ
2. 새삼 엔딩 크래딧에 Blu-ray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국내 최초, 국내 뮤지션 블루레이 실황 타이틀이 되겠군요!



글 / 음반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500)Days of Summer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영화를 보기 전에도 느껴지는 기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사운드트랙을 구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인데 (하지만 일반인이 음반을 사는 수보다는 나의 이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_-;), 이런 경우 구매의 이유는 약 2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영화 자체가 워낙에 기대작이라 좋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 두번째는 영화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지만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이 역시 좋아질 것이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 이렇게 일텐데, 조셉 고든-레빗과 조이 데샤넬이 주연을 맡은 영화 <500일의 썸머 ((500)Days of Summer)>의 사운드트랙은 이 두 가지가 다 포함된 경우였던 것 같아요.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영화에 대한 기대야 말할 것도 없겠고(개봉 못하는 줄 알았었어요 ㅠ),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은 조이 양이 멤버로 있는 'She & Him'을 비롯해, Doves, The Smith, Feist, Wolfmother 등이 포진되어 있음은 물론 이 밖에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밴드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기에, 영화를 미처 보기도 전에 사운드트랙을 집어 들게 되었네요.





지난 번 뮤지컬 영화 <나인>의 사운드트랙을 리뷰하면서, 사운드트랙의 장점은 역시 노래를 들을 때 장면이 저절로 연상되는 것이 최고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저에게 있어 <500일의 썸머> 사운드트랙과의 첫 만남은, 분명 100점짜리는 아니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접한 사운드트랙은 이런 감점을 충분히 감안했음에도 음악만으로 만족스러운, 더 나아가 영화를 한껏 상상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 앨범이었어요.

독특하게 영화 속 남녀를 소개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앨범은 두 번째 트랙인 Regina Spektor의 'Us'부터 본격적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합니다.
Regina Spektor라는 뮤지션에 대해 평소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 곡만으로도 그녀에 대해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을 정도로 매력적인 보컬이자 곡이었어요. 특히 이 곡에서 Regina Spektor의 보컬은 마치 한창 때 bjork의 창법을 연상케 하는데, bjork의 광팬인 저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보컬이더군요. 예전 'Human Behaviour' 시절의 뷰욕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좋았어요. 앨범을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The Smith의 곡은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과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 이렇게 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후자는 She & Him의 리메이크 버전으로도 만나볼 수 있어요. Black Lips의 'Bad Kids'는 복고풍의 리듬과 멜로디 라인의 가벼운 록큰롤 곡이고, Doves의 'There Goes The Fear' 역시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곡으로 전체적으로 듣기 편한 곡 구성을 담고 있습니다.

<500일의 썸머> 사운드트랙에서는 브릿 팝, 인디 록 곡들과 더불어
Hall & Oates의 'You Make Me Dreams'나 Simon & Garfunkel의 'Bookends'같은 올드팝들도 수록이 되었는데, 영화에 삽입된 올드 팝들이 여럿 그렇듯이 이 곡들에게서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운 편입니다. 이 곡들이 무척이나 세련되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앨범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물흐르듯 자연스런 진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불어 발음 만으로도 색다른 분위기를 전하는 Carla Bruni의 'Quelqu’un M’a Dit'은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분위기를 전하고, Feist의 'Mushaboom' 같은 곡은 마치 조이 데샤넬이 부르는 듯한 착각 마저 느껴질 정도로(Feist의 음악을 이전에 여럿 들어보았음에도) 이 앨범과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곡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앞서 bjork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했던 Regina Spektor는 'Hero'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을 또 한번 수록하였는데, 이 곡을 듣고나니 더욱 명확해 지더군요. Regina Spektor의 솔로 앨범을 어여 구입해 봐야겠다고 말이죠. 참 심플하고 담백한 악기구성과 보컬이지만 무언가 애절함과 진심이 전해지는 보컬이었어요. 그녀의 앨범은 언제고 구매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Simon & Garfunkel의 'Bookends'는 이렇게 들으니 마치 Eels처럼 느껴지기 까지 하네요. 하긴 Eels 비롯한 수 많은 뮤지션들이 사이먼 앤 가펑클에게서 이런 감성을 배워온 것이겠지요.

Wolfmother의 Vagabond는 살짝 우울해졌던 앨범에 다시금 활기를 불러옵니다. Andrew Stockdale의 보컬은 역시나 매력적이구요. 앨범을 통틀어 가장 강한(?) 곡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크게 튀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는 아니에요. 이런 곡들이 어떤 장면에 사용되었을지 새삼 궁금해지는 순간이군요. Meaghan Smith의 'Here Comes Your Man'은 마치 미란다 줄라이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전주가 먼저 반기는 곡이에요. 후반부의 진행은 컨트리에 가까운데 묘하게 장르를 다루는 재미있는 곡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The Smith의 곡인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를 She & Him의 조이 데샤넬의 보컬로 만나볼 수 있어요. 기존 She & Him의 곡들보다 훨씬 고전적인 방식으로 노래하고 있는 조이 양의 곡을 듣는 것도 인상적이네요. 'Please, Please, Please'하는 후렴구의 애절함은 (팬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 쪽이 더 애절하네요 ^^;





사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사운드트랙에 대한 감상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 될지도 모를 일이에요. 어찌 되었든 사운드트랙이란 영화와 별개로는 생각해볼 수 없는 부분이 다분하고, 어떤 장면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따라 곡이 본래 지닌 매력을 더 배가 시킬 수도 감소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영화를 더더욱 (아직도 '더'가 남았다면!) 보고 싶어졌다는것!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고나서 사운드트랙에 대한 짧은 감상을 다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