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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The Age of Shadows, 2016)

아름다워.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을 보기 전,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격이라 할 수 있는 황옥의 이야기에 대해 먼저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아주 자세하게 살펴본 것은 아니었지만 황옥의 삶은 지금까지도 역사가들에게 조차 그가 끝까지 의열단 단원이었는지 아니면 일본 경찰이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황옥이라는 인물의 삶과 그가 당시 행했던 행동과 결과들은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이라는 시대를 설명하는 존재인 동시에 몹시 영화적인 인물로서 아마도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라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황옥의 이야기가 영화화된다고 했을 땐 그 존재의 모호함을 어떻게 시대와 함께 그려낼 것인지 큰 기대를 갖고 보게 된 작품이 바로 김지운의 '밀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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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기대와는 다르게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이라는 인물 (영화 속에서 황옥과 같은 인물)이 과연 어느 편에 섰었는지 모호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의열단과 뜻을 함께 했다는 확신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 황옥의 삶을 보면 의열단으로서는 결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을 했다던가 반대로 일본 경찰이라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을 일제 시대와 해방 이후까지 번갈아 가며 행했었기 때문에 그가 과연 어느 편에 섰었는지가 매우 불확실한 인물인데, 영화 속 이정출로 분한 황옥의 모습은 초반에는 살짝 모호한 느낌을 주기는 했으나 중반 이후부터,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아주 확고한 시선으로 조선을 위해 행동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었다. 


물론 이 같은 영화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실명으로 등장시키지 않았을뿐더러 다큐멘터리도 아니니까), 황옥이라는 인물을 영화화하고자 했을 때 그리고 '밀정'이라는 제목 역시 그러하듯, 일제 강점기라는 특수한 시대의 상황 속에서 영어 제목처럼 시대의 그림자처럼 존재했던 이정출이라는 인물의 위태로움에 대한 묘사와 영화가 끝났을 때 극장을 나오며 '과연 이정출은 어느 편에 섰던 것일까?'라고 되묻게 되는 영화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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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러한 선택과 별개로 192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이미지, 미장센은 역시 기대한 대로 매혹적이었다. 당시 상해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미장센이 스크린 가득 펼쳐졌을 땐, 아마도 김지운 감독이 이 영화를 처음 선택했을 때 바로 이런 장면들을 표현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평소 김지운 감독의 영화에서 기대대는 바와 영화적 시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모습이었다. 기차 씬도 전체적인 긴장감의 묘사가 흥미로웠고 후반부의 볼레로를 배경으로 한 씬은 반어적인 음악이 적중한 매력적인, 또 보고 싶은 멋진 씬이었다.


김지운 감독의 인터뷰를 나중에 읽어보니 처음에는 존 르카레의 스파이 영화들처럼 차갑고 건조한 스파이 영화를 만들고자 싶었으나 후반부가 되었을 때 독립운동을 한 인물들에 대해 감화되어 감정적인 측면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보았는데, 그래서인가. '밀정'은 매력적인 요소가 충분했음에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땐 조금 아쉬운 점이 남는 작품이었다. 


내가 가장 아쉬웠던 지점은 두 군데 정도인데, 장면으로 두 곳 정도이지만 아쉬웠던 이유는 사실 같다. 하나는 중반쯤 독립군들이 밀정으로 인해 함정에 빠져 참혹하게 사살될 때 스윙 재즈 곡인 'When you’re smiling'이 반어적인 느낌을 주며 배경에 흐르는 장면이다. 이런 반어적 음악의 사용은 참혹함을 강조시키기거나 혹은 정반대로 풍자할 때 사용되기도 하는데, 특히 선과 악이 모호한 주인공 혹은 인물이 또 다른 악을 처단하거나 할 때 비극적인 느낌이 아닌 음악을 활용함으로써 그 인물의 선악의 모호함과 함께 그 행위 자체의 선악의 불분명함을 강조하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밀정'에서 독립군들이 총격을 당해 살해당하는 장면에서 리듬감 있는 재즈 음악이 흐를 땐, 반어적 활용에서 오는 재미나 메시지보다는 1차적인 불편함이 더 컸다. 이러한 반어적 음악의 활용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 액션 (폭력, 살인 등)을 행하는 인물이나 당하는 인물의 선악이 불분명하거나 특히 가하는 쪽이 분명한 정의라고 말할 수 없는 경우에 성립된다고 볼 수 있는데, 독립군들이 살해당하는 장면은 명확한 슬픔과 아픔의 역사이기에 아직은 반어적으로 표현하기엔 보는 입장에서 불편함이 더 앞섰다. 더군다나 독일의 경우와는 다르게 아직까지도 확실한 전후 처리, 그러니까 친일 세력에 대한 벌과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에서는 더욱더 불편한 영화적 기술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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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유로 기차 씬에서 이정출과 김우진 (공유)이 대화를 나누는 씬들도 불편함이 느껴졌다. 이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매우 중요한 상황으로 밀정, 그러니까 배신자가 누구인지가 드러나는 동시에, 경성에 잠입하려는 의열단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일본 경찰이 서로 교차하기를 반복하는 장면으로서, 사실상의 클라이맥스로 볼 수 있는 씬이다. 이 가운데 이정출은 김우진과 몇 차례 조우하게 되는데, 그 대화 시퀀스를 보면 공유가 연기한 김우진은 밀정을 색출해 내고 또 무사히 경성에 도착하기 위한 말만을 전하는 반면,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출은 이 대화 속에서 배우 송강호 특유의 말투와 유머를 구사한다. 


예를 들면 김우진이 어떻게 하라고 이정출에게 말하자 이정출이 지나가는 말처럼 대답하기를 '저 새끼는 나한테 자꾸 명령을 하고 그래'라며 투덜대는 장면 같은 거다. 이런 생활감, 현실감 있는 대사들로 관객의 웃음을 만들어 내는 연기는 오달수 배우나 송강호 배우 등이 많은 영화를 통해 자주 보여주었던 스킬인데, 그런 대사들이 적절한 곳에 사용되었을 때는 아주 반가울 일이지만 이 중요한 순간에서의 웃음 포인트 (실제로 여기서 관객들이 제일 많이 웃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웃을 만한 장면이 없는 내용이기도 하고)는 긴장감을 완화시켜 준다기보다는, 긴장감을 떨어 뜨리는 동시에 이정출이라는 캐릭터의 무게감마저 떨어 뜨리는 역효과가 있었다. 너무 내용이 무겁다고 판단된 탓에 긴장을 덜어주고 재미를 주려 했다면 이러한 대화 시퀀스는 사건이 전개되는 시점에 삽입되는 편이 좋았을 텐데, 그 중요한 그 기차 씬 중간에 벌어지는 코미디 아닌 코미디는 분명 아쉬운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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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결과적으로 그 스스로 조금 모호한 지점에 놓여 버린 영화가 아닐까 싶다. 감독이 애초 그리고 싶었던 것처럼 황옥이라는 인물의 삶을 냉전 시대의 스파이 영화처럼 차가운 분위기로 그려내거나 아니면 의열단의 독립운동을 중심으로 더 감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영화를 만들었어도 좋았을 텐데, 그 두 가지를 적절히 섞으려 했던 것이 오히려 조금은 어중간한 영화로 남는 결과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역사를 다룰 땐, 특히 일제 강점기와 독립운동 같은 정의롭지 못한 자들과 정의로운 자들의 결이 분명한 역사를 다룰 땐 행여 더 투박할지언정 포기해서는 안 되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밀정'은 영화적으로만 놓고 보았을 땐 이미지 적으로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작품이었지만, 역사적 측면으로 보았을 땐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1. 써놓고 보니 마치 프로불편러가 작성한 글 같은데 영화의 전부가 그런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건 물론 아니에요. 오히려 몇 가지 지적한 부분들이 전체적인 그림을 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그 부분을 특별히 콕 집어 얘기한 경우죠. 


2. 비슷한 주제를 다룬 '밀정'과 '암살'을 비교했을 때 영화적으로만 보면 '밀정'이 훨씬 매력적이지만, 역사를 대하는 태도나 신중함에 있어서는 '암살'이 더 낫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암살은 맞고 밀정은 틀렸다가 아니라, 암살이 밀정보다 역사를 다루는 측면에서는 더 나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얘기.


3. 전 개인적으로 일제 시대 그리고 독립운동의 근 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로 풀어내기에 매력적인 소재인 동시에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역할을 영화가 할 수 있는 경우이기도 하고요.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영화와 프로그램 등으로 만들어져서 많은 억울한 독립운동가들의 넋을 위로하는 동시에, 권력을 쥐고 있는 많은 친일파 세력들을 더 자주 불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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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3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감독판



이미 지난 11월 개봉해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로는 상당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이 무려 50분 분량이 추가 된 '디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의 감독판으로 다시 개봉했다. 만약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고민할 것 없이 '디 오리지널'을 선택했을테지만, 이미 2시간 10분 버전의 '내부자들'을 보았고 아주 만족하지는 않았던터라 이 감독판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들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극장을 잘 못 찾아가서 시간이 되는 영화를 고르다보니)결국 이 3시간 분량의 감독판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내부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는 지난 글을 참조하고, 이번에는 간단하게만 소감을 추가하고자 한다.




내부자들 _ 뜨거운 연기로 살려낸 암울한 현실 -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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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가 된 분량의 대부분은 안상구 (이병헌)와 이강희 (백윤식)에 관한 내용으로 특히 안상구가 어떻게 이강희를 형님으로서 믿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었고, 이강희를 중심으로 한 조국일보의 기획회의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일반판을 보고 가장 아쉬웠던 것은 내러티브에 대한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 충분한 시간을 부여 받은 감독판에서는 이러한 부족한 점이 확실히 보완된 느낌이었다.


2. 전체적으로 내러티브의 완성도가 높아지다보니 3시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은 물론, 이미 그 가운데 2시간 10분의 내용을 보았음에도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오프닝을 조상구의 인터뷰 장면으로 시작한 것이 좋았고, 추가된 장면에 권력자들의 과한 접대 장면이 더 추가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 정도면 이미 충분했기에.


3. '디 오리지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조국일보를 배경으로 편집위원(?) 5인이 참여하는 기획회의 혹은 밀실회의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본편에서 아예 빠져 있던 시퀀스였는데, 그렇다보니 여기에만 등장하는 배우들은 아예 첫 출연이나 다름 없었다. 이 중에는 동룡이 아버지이자 학주 역할을 맡았던 유재명 배우도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명백히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오마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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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리고 메시지가 더 직접적이었다. 이전 리뷰를 하면서 말미에 '과연 우장훈이 강 건너로 가지 않을까?'라고 했었는데, 이번 감독판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이강희의 전화 통화 장면이 추가되었는데, 여기서 더 직접적으로 암울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객들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이 마지막은 아마 '내부자들'이 가장 말하고자 했던 추악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일 것이다.


5. 감독판에서도 달라지 않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이병헌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끝내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는 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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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Inside Men, 2015)

뜨거운 연기로 살려낸 암울한 현실



아마 '부당거래'를 본 관객이라면 '내부자들'을 보고 난 뒤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은 조폭, 검찰, 언론, 정부, 기업 등이 연루 된 이른바 권력 범죄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뭐 아시다시피 이 이야기는 결코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 가운데 누구 하나 마음껏 응원하거나 공감할 만한 캐릭터는 찾아 보기 어려우며, 권선징악을 무작정 바라는 것보다는 오히려 씁쓸한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영화로는 역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을 들 수 있을 텐데, '베테랑'이 똑같이 암울한 현실을 유쾌한 방식으로 그려냈다면 '내부자들'은 그 암울한 현실의 커넥션과 세기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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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런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의 관계와 범죄를 다룬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익숙한 시점에서 이 같은 영화가 인상적이려면 일반인들은 쉽게 예상하거나 상상하기 어려운 커넥션의 디테일과 판세를 뒤집을 만한 카드를 영화가 얼마나 잘 숨기고 또 잘 꺼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내부자들'은 그런 측면에서는 완성도가 조금 아쉬웠다. 이 꼬인 현실 만큼이나 영화가 다루고 있는 권력 범죄의 구도는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퍼져있는데, 그렇다보니 이 각각의 관계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에 조금은 버거움이 느껴졌다. 액션이나 감동이 아니라 전적으로 이야기가 주는 반전이나 전개 과정의 긴장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는 이 같은 장르의 경우, 끝까지 그 짜임새를 유지하지 못하면 관객들 입장에서 쉽게 이탈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되는데 '내부자들'은 중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은 완성도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내부자들'은 짜임새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받거나 호평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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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내부자들'을 볼 만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확실하다. 이미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의 배우들이 그 확실한 이유다. 올해 한국 영화에서 연기 측면으로만 보았을 때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이 대단한 배우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대단한 연기를 펼친다. 앞서 권력 범죄를 다룬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익숙하다는 점과 마찬가지로, 조폭, 언론, 정부 관계자, 검찰 등 전문직 인물의 생활 연기 역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인데, 아주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한 것이 아님에도 '내부자들'의 배우들은 연기력만으로 그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살려낸다. 조연들의 연기들도 마찬가지다. 흔히 이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경우도 어느 정도 관성화 된 연기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조연들의 연기도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서 보는 맛이 있었다. 특히 새삼스럽지만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참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을 또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뭐,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점도 있고 (이번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안상구라는 캐릭터는 묘하게 배우 이병헌을 겹쳐지게 하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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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부자들'을 제 2의 '부당거래' 혹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금 기대치를 낮추다면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 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겠다.



1. 참고로 CGV에서 관람하였는데 상영 전 나오는 '자랑스러운 나라' 광고와 이 영화가 보여준, 실제와 좀 더 가까운 현실의 괴리감은, 다시 한 번 이 광고를 하는 것이 홍보 측면에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을 또 하게 만들었음.


2. 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권력자들의 접대 장면의 수위가 조금 센데, 예전 같으면 '영화가 좀 심하네'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으나 언제부턴가 '현실은 더하겠지'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씁쓸한 현실이랄까.


3. 엔딩과 관련해서도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더군요. 우장훈 (조승우)이 과연 강 건너로 가지 않을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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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칼의 기억 (Memories of the Sword, 2014)

내면의 소용돌이는 표현 못한 반쪽의 무협영화



처음 전도연과 김고은이 긴 옷자락을 휘날리며 검을 휘두르고 있는 스틸컷을 보았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 '협녀'라는 제목 때문이라도 박흥식 감독의 신작 '협녀, 칼의 기억'은 무협 영화의 팬으로서 몹시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무협 영화를 찾아보기란 흔치 않은 현실에서 '협녀'라는 제목으로 개봉하는 작품이라면, '협녀'라는 제목의 무게를 스스로 견딜 준비가 될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연기력으로보나 1차원적인 이미지로보나 이병헌과 전도연의 캐스팅은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이 쉽게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는 점도 기대에 큰 몫을 했다. 하지만 개봉일 챙겨보게 된 '협녀, 칼의 기억'은 우려했던 대로 무협의 정수를 제대로 담아내지는 못한 채 드라마와 이미지에 기댄 반쪽의 무협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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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영화가 꼭 이래야만 한다는 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정통 무협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이 작품은 많은 한국 혹은 한국형 영화가 그러하듯이 드라마의 비중이 몹시 강한데, 무협이라는 장르와 세계관을 묘사하려는 영화하면 드라마를 중심에 두더라도 이 경우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영리하지 못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지금까지 인상 깊게 보았던 무협 영화들을 돌이켜 보자면 그 안에도 물론 드라마가 모두 존재했으나, 그 표현 방법에 있어서는 확실히 다른 장르 영화의 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인물들 간의 갈등이나 그 갈등이 깊어지고 해소되는 과정을 그리 되,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는 아주 함축적이고 담백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영화적 감동과 멋을 느낄 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협녀, 칼의 기억'은 이미지 측면의 무협 요소를 모두 제외하면 과연 이 영화를 무협 영화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 핵심의 요소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극 중 인물들의 행동들은 무협 영화의 인물들이라고 보기엔 조금은 사사롭고, 사사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때에도 그 감정을 스스로 격하 시키는 듯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복수와 복수. 야망과 사랑이라는 감정들의 구도는 나쁘지 않았는데, 무언가 그 이음새가 그 감정의 무게를 견디기엔 너무 가벼운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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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우들의 연기 자체는 모두 인상적이었다. 특히 유백 역을 맡은 이병헌의 연기는 마치 장예모의 '영웅'에 등장하는 한 인물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무협 영화의 캐릭터로서 강렬한 인상을 전달했다 ('영웅'에 대한 영화적 평가와는 별개로 그 만큼의 무게감을 줄 정도였다는 것). 사실상 악당이 등장하지 않고 세 인물 (유백, 월소, 홍이)이 서로 얽히는 구조에서, 악당이 등장하는 영화와 큰 차이 없이 끝까지 긴장감을 줄 수 있었던 건 이병헌의 연기가 만들어 낸 유백이라는 인물의 무게감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캐릭터를 로맨스 드라마 중심의 이야기에 놓는 것 보다는 강력한 악당 성격의 캐릭터와 대립하는 구조의 드라마에 두었다면 더 강렬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또한 전도연이 연기한 월소라는 캐릭터 역시 이 독특한 삼자 구도에서 빛을 발하는 캐릭터라기 보다는 둘 중 한 명과 1:1 구도를 가졌을 때 더 돋보일 만한 캐릭터라는 점도 비슷한 아쉬움이었다. 전도연의 연기는 이번에도 나쁘지 않았으나 이병헌과는 다르게 월소라는 캐릭터의 한계가 분명해 연기로 살려내기엔 어려워 보였다. 김고은이 연기한 홍이의 경우, 그녀의 연기를 제대로 본 건 처음이라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에서의 임팩트는 나쁘지 않았는데, 역시 몇몇 대사에 있어서 시대를 넘나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 것은 장점이라기 보다는 단점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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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는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을지라도 또 한 번 슬픈 감정을 전하기엔 충분한 이야기였으나, 이 복합적인 3자 구조와 드라마가 강조된 연출 방식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던 것 같다. 사실 박흥식 감독의 전작들의 면면을 보자면 어느 정도 예상된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래도) 무협 영화라는 점에서 매혹될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은 존재했다. 만약 이 기구한 인생에 놓인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소용돌이를 표현하는 것에 성공했더라면 더 좋은, 더 매력적인 무협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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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런데 제목이 '칼의 기억' 보다는 '검의 기억'으로 해야 맞는 것 아닌가 싶은...

2.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가 선택되지 않는 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배우 이전의 사람 이병헌 때문일 수 있겠는데,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고 잘한 배우는 이병헌이라는 사실.

3. 이경영씨가 또! 나옵니다. 저번에 누가 그랬죠. '어벤져스 2' 보는데 이경영이 여기도 나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ㅋ

4. 김고은의 전작은 아직 보질 못했는데, 예고편이나 스틸컷 들만 봐도 어느 정도 이미지의 중복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음 작품 선택이 중요할듯 (치즈 인더 트랩에서의 연기가 그래서 더 중요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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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2012)

우린 어떤 왕을 뽑아야할까



'마파도 (2005)'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0)'를 연출했던 추창민 감독의 신작, 이병헌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익숙한 '왕자와 거지'의 설정을 조선의 15대왕 '광해'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처음 이 작품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이병헌의 심각하고도 멋진 이미지와 포스터에, 광해를 둘러싼 음모와 미스테리가 담긴 작품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심각함 보다는 웃음이 시종일관 함께하는 오락영화였다. 이병헌이라는 걸출한 배우와 '왕'이라는 설정의 만남은 사뭇 기대되는 조합이었는데, 그 가능성과 아쉬움을 모두 보여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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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한다.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있던 광해군 8년, 안전을 위해 자신과 꼭 닮은 이를 찾아 가끔씩 대역을 세우던 광해는, 어느날 반대파의 음모로 인해 목숨이 위태롭게 되고 이에 허균은 가끔 왕의 대역을 하던 '하선'을 왕의 대역으로 세우게 된다. 하선은 처음에는 그저 왕이라는 자리에 신기해하기도 불편해하기도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고 주변 상황(조선이 처한 상황까지)을 알게 되면서 점차 그저 대역이 아닌 자신의 '의지'를 갖게 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 영화의 그 다음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단순한 대역이었던 하선을 통해 진정한 왕과 정치, 나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끔 하는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시기적절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가볍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본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심각함 보다는 시종일관 유머가 섞여 있는 무겁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그 유머가 겉돌지는 않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아직도 한국영화에서는 극과 너무 무관한, 누가 봐도 저 캐릭터는 웃길려고 나왔구나 하는 캐릭터가 그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서 극에 녹아들지 못한 채 혼자 개그를 해서 관객을 민망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적어도 '광해'의 유머는 극의 분위기와는 잘 녹아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국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기에 그 균형이 중요하다 하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균형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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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이유가 앞서 얘기한 '시기' 때문인 듯 한데, 평소 같으면 너무 진부한 하선의 정의로운 울부짖음에 '그래,  말을 다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라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겠지만, 대한민국의 중요한 선거를 앞 둔 시점에서는 이 순진무구라고 해도 좋을 누구나 다 아는 정의의 메시지가 그냥 들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어느 누가 정의를 모르겠는가. 하지만 최근의 대한민국은 그른 것이 옳은 것으로 둔갑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잘못을 당당하게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또 용인되는 (혹은 설득되는) 세상이다보니, 보통 때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었을 아주 기본적인 정의 구현이 울컥할 정도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왕이 되고자 한 하선의 사자후는 결국 '백성을 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 하겠는데, 그것이 왕과 정치의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런데 워낙 백성을 위해주는 왕과 정치를 최근 접하지 못하다보니, 이 뻔하디 뻔한 진리가 감동적일 만큼 팍팍 뇌리에 꽂혔다는 것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문제이지만, 이런 시대를 잘 겨냥한 영화의 촉이라면 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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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는 12월 어떤 왕을 뽑아야 할까? 아니 과연 누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자일까.



1. 여기서 '왕 = 대통령'은 당연히 비유입니다. 대통령이 무슨 왕 같은 자리냐고 하시면 얘기가 산으로 가요. 그런데 더 씁쓸한 건 영화 속 광해는 왕이면서도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던 것에 비해, 우리가 겪었던 대통령은 영화 속 광해를 넘어서는 권력을 휘둘렀죠. 참.


2. 이 영화의 포인트는 누가 뭐래도 이병헌이라는 배우입니다. '왜 그랬어요?'라는 대사들을 땐 소름이;;;;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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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I Saw The Devil, 2010)
악마를 본 자의 대답


비가 추적추적 내리길 오락가락하던 지난 13일의 금요일. 우연치 않게 이 날에 딱 들어맞는 영화 한 편을 보았으니 바로 김지운 감독의 신작 '악마를 보았다'였다. 박찬욱, 봉준호 등과 함께 국내 감독 중 신작을 낼 때마다 기대를 갖게 하는 감독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이전 작품들을 앞서 언급한 감독들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널 뛰듯 만족스러움의 정도가 각각 달랐고 느끼는 완성도의 차이도 그러했다. 그의 전작들에게서 느껴지는 첫 번째 감정이라면 무언가 조금 부족한 듯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래서 항상 기대는 갖게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고나면 또 허전함을 느끼게 되곤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제한 상영판정과 삭제 뒤 개봉 등으로 화제가 된 그의 신작 '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김지운 감독의 전작들에서 느껴지던 그 부족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과잉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의미없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의미없지 않은' 이야기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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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악마를 보았다'라는 제목과 이병헌, 최민식이라는 두배우 그리고 분위기를 암시하는 포스터의 문구와 배치 등을 통해 대략적으로 이 영화가 단순히 악마같은 상대와 주인공의 대결 구도가 아닌, 관객에게 누가 악마인지를 묻는 다던가, 혹은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 더한 악마가 되어가는 일반적인 구조로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보면 이 영화는 포스터의 홍보문구처럼 분명 '광기의 대결'이자 '복수의 두 얼굴'이라고 볼 수 있으나 내가 본 시점은 오히려 악마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일방적인 구조로 받아들여졌다. 즉, 악마는 최민식이 연기한 '장경철'이고 그를 본 사람은 이병헌이 연기한 '김수현'인 것이다. 영화는 일단 '악마'로 불리는 장경철의 캐릭터를 관객에게 설명한다. 대부분 이런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처럼, 장경철 역시 악마적인 행동들을 먼저 보여준 뒤 그가 어떤 개인적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천천히 알려준다 (물론 이 영화는 장경철의 캐릭터에 대한 연민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개인사를 묘사함에 있어 이런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 

그와 반대로 김수현을 설명하는 방식은 그가 국정원의 요원임에도 이 특수한 사실보다는 오히려 평범한 한 여인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다시 말해 그가 국정원 요원이라는 배경 설정은 있으면 이야기에 큰 도움이 되지만 (캡슐로된 GPS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나 강력계 형사 여럿을 무기력하게 만들 정도의 격투실력) 반대로 말하면 요원이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충분히 끌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이다 (똑같은 예로 들자면 캡슐 GPS는 암시장을 통해 구하고, 본래 격투에 능하다고 설정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장경철을 압도하는 것으로 설정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영화는 애초부터 악마가 또 다른 악마를 상대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악마를 만나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를 하려한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도 악마가 되어버리는 것에 집중하지만,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는 그 제목처럼 '보았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악마가 되어가는 듯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던 한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김지운 감독의 작품들은 항상 미장센은 돋보이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굴곡이 있다고 여겼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악마를 보았다'에 와서야 미장센이 그저 보기 좋은 그림으로만 활용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공간에 미적인 매력만이 아니라 영화의 감성과 분위기를 담아낸 좋은 결과물로 느껴졌으며, 장면을 그리는 방법 역시 작정하고 만든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마치 수현의 '이제 시작인데' 라는 대사처럼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 붙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존의 느껴졌던 아쉬움이 훨씬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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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처음부터 지독한 복수를 결심한다. 그냥 총을 구해 한 방에 죽음으로 이끄는 방식이 아닌, 그리고 무엇보다 단 한번의 고통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지속적이고 상대가 공포에 벌벌 떨게 만들 복수를 구상한다. 그래서 장경철을 흠씬 두들겨 패고 난 뒤 풀어주고, 또 그가 나쁜 짓을 저지르려고 하면 나타나 몸을 부숴트리고 또 놔주기를 반복한다. 장경철의 친구인 태주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냥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김지운 감독이 정말 복수를 위해 사냥을 즐기게 까지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려 했다면 좀 더 그럴 듯한 설정이 있었어야 했을 것이다. 필요 이상의 폭력이나 간섭으로 일을 그르친다거나 확대시키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구성이 있었다면, 정말 악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더한 악마가 되어가는 흐름에 따라가게 되었겠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흐름은 없다. 

수현은 치밀하고 무엇보다 복수의 뜨거움보다는 차가운 머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 딱 필요 만큼의 고통만 주고 풀어주는 것에 계속 성공한다. 마지막에 한번 실수 하지만 (사실 이 실수도 그의 부하 요원이 경철이 잠든 줄 알고 했던 말을 경철이 들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겠다), 그 이후에도 재빨리 상황을 수습한 뒤 '니 말대로 너를 과소평가 했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본인이 준비한 복수의 마지막을 치뤄내는 것을 보면, 이는 분명 '악마' 그 자체가 되는 것보다는 악마에게 복수하기 위한 차가운 감정이 더 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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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자신의 방식대로 복수를 성공한 수현의 오열은 이 영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훌륭한 엔딩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오열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첫 째로 약혼자를 처참한 죽음으로 잃게 된 슬픔과 자신의 복수 때문에 역시 처첨한 고통을 당한 장인어른과 처제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감정이라면 복수를 하기 위해 스스로도 악마처럼 변해버린 모습 (장경철에게만 복수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전혀 상관없는 가족들에게 똑같이 고통을 돌려주는 방식을 택한 것)과 이제는 절대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버린 것에 대한 후회도 담겨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감정이라면 이 '악마'를 잡기 위해 자신이 예상한대로, 원했던 방법으로 모두 복수를 행했음에도 결국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자괴감과 여기서 오는 진정한 공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택한 이 마지막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런 구조의 이야기가 갖는 마지막에는 몇 가지 선택의 옵션이 있는데, 하나는 대부분의 '착한' 영화들처럼 주인공이 마지막에 악마를 죽음으로 응징하지 않고 법의 잣대로 판결하게 되는 것이고 (대부분 이런 이야기의 경우 주인공이 경찰인 경우가 많다), 다른 하나는 마치 '세븐'의 경우처럼 법이 아닌 죽음으로 응징하였으나 이것조차 악마의 의도였다는 것 때문에 더 황량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전자의 경우는 주인공과 한 편이 되어  '법대로 처리하지 말고 저 악마를 그냥 죽여버려'라는 내 안의 악마성을 드러내게 되고, 후자의 경우는 그런 악마성의 결과물로서 황폐함을 얻게 된다고 볼 수 있는데, '악마를 보았다'는 후자와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 다른 결말을 택했다고 볼 수 있겠다.

언급한 '세븐'과는 다르게 영화 속 장경철의 죽음은 그가 스스로 계획한 것이 아니라 모두 수현이 계획한 것 그대로였다. 즉, '세븐'의 브래드 피트는 제 손으로 악마를 제거하고서도 결국 악마의 손에 놀아난 것에 대한 후회와 이겨내지 못한 자괴감에 빠져들었다면, '악마를 보았다'의 수현의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복수를 다 행했음에도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대로 복수를 다 이룬다 한들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고, 그걸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자신과 이 상황에 대한 공포가 서린 오열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보여준 가장 큰 메시지는 이것이라고 생각된다. 끝을 알면서도 갈 수 밖에는 없었던 주인공이 그 끝을 만났을 때 예상했음에도 겪게 되는 공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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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 상영판정 논란과 더불어 고어한 표현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일단 극장에서 본 '악마를 보았다'의 고어 수준은 분명 일반 관객에게 있어 (고어 영화를 즐기는 팬들이 아닌)서는 '고어'라 부를 만한 수위의 것이었다. 매번 변하는 등급위원회의 평가 잣대 때문에 이번 제한 상영판정 논란은 '도대체 얼마나 고어하길래?'하는 다른 감상 포인트를 일부에게 제공하고야 말았는데, 물론 '호스텔' 등을 비롯한 고어 영화들에 비해서는 그 수준이 심심한 것도 사실이나, 스타 감독과 배우들이 출연하는 국내 영화에서 표현된 수준으로는 분명 고어한 수준이 맞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이 정도가 뭐가 고어냐?'라는 논란은 전혀 의미가 없다. 이 영화의 핵심은 고어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악마를 보았다'에 담긴 고어한 장면들이 중요한 이유는, 다른 영화에서는 굳이 보여주지 않으려 했던 장면들을 굳이 보여주었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그냥 안보이는 것으로 처리하거나, 소리나 효과로만 처리할 수도 있고, 컷 전환을 통해 결과만 알려주어도 될 것을, 이 영화는 굳이 여러 차례 내리치는 장면이라던가 찢어지는 입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터져나오고 뭉게지는 신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것은 이 장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가학적이고 공포스러운 표현과 장면들을 통해 영화는, 과연 이 복수가 성공한 것인가 아닌가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 대신에 마지막의 오열과 더불어, '이 복수는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악마에게는 복수를 성공할 수 없다'라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요즘은 뉴스에서 이 보다도 더한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뉴스들을 접하게 된다. 만약 그것이 내 가족, 내 약혼자의 이야기였다면 누구든지 마음만은 영화 속 수현과 같았을 것이고, 그 중 몇은 수현처럼 복수를 결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이미 그런 일을 겪은 한 남자, 즉 악마를 본 남자의 대답을 들려준다. 여기서 아이러니하면서 공포스러운 점은, 영화 속 수현처럼 이 대답을 충실히 들은 관객이라 할지라도 똑같은 상황에 닥친다면 수현처럼 끝을 알면서도 이 길을 택할 수 밖에는 없을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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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장에 관객들이 정말 견디기 어려워하더군요. 이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그래서 극중 수현에게 '그냥 차라리 빨리 끝내'라고 소리내어 말하는 분도 계셨던 것 같구요. 이런 몰입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2. 장경철의 학원버스 안 그 천사날개 조명도 인상적이었어요. 이 조명이 처음에는 악마의 눈처럼 보인다는게 흥미로웠죠.

3. 가제였던 '아열대의 밤'이나 '사냥꾼의 밤'보다 '악마를 보았다'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만약 이 제목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글의 부제목으로라도 이 제목을 자연스레 썼었을 것 같아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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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이 꿈꾸던 만주 웨스턴

김지운 감독의 2008년 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하 놈놈놈)'은 작품성이나 흥행여부를 떠나서 일단 지난해 최고의 기대작이자 화제작이었다. 지난 해는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감독들의 신작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던 한 해였는데,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 이전에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선을 보이게 된 것이 바로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었다. 물론 '놈놈놈'이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난해 최대 기대작에 꼽혔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를 들자면 하나는 캐스팅이요 다른 하나는 장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의 캐스팅은 이 세 명의 남자배우를 한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팬들로서 흥분되는 것이 사실이었고, 한국영화에서는 (적어도 근래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웨스턴 장르라는 점에서 어쩌면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미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듯이 감독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웨스턴 영화를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이만희 감독의 1971년 작 '쇠사슬을 끊어라'였다. 만주를 배경으로 한 이만희 감독의 웨스턴 영화를 보고서 김지운 감독은 캐릭터가 중심이 된 웨스턴 영화를 구상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영화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이른바 '때깔' 좋은 영상을 만들어냈다.




사실 개봉 당시 기대가 너무나 컸던 탓인지 짜임새나 완성도 면에서 기대치는 못 미친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당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세르지오 레오네의 회고전이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뒤라 더더욱 레오네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석양의 무법자)'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고 ('놈놈놈'이라는 제목 뿐만 아니라 레오네의 다른 작품인 '석양의 건맨'을 오마주하는 듯한 장면들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오마주인지 패러디인지 설정만 가져다가 쓰는 것인지 모호한 장면들이 많아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기대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블루레이에 담긴 서플먼트를 통해 김지운 감독의 의도에 대해 듣고 나니,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김지운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캐릭터'와 '오락영화'라는 점이었다. 확실히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그리 꼼꼼한 편은 아니다. 감독 스스로가 '말이 안되고'라고 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딴 얘기를 했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을 듣고 조금 놀랍기까지 했는데, 말이 안 되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그냥 작품을 내놓은 것은, 감독의 의도는 내러티브를 통한 치밀 함이나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 그리고 장면들을 구현하는 데에 더 노력한 오락영화적인 측면에 포커스를 두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확실히 '놈놈놈'이 주는 영화적 쾌감은 한국영화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정우성 같이 멋지게 생긴 배우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코트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장총을 한 손으로 돌려가며 쏘는 장면은, 어쩌면 '놈놈놈'의 가장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이런 장면을 배경으로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의 경쾌한 리듬마저 흐르니 그야말로 '희열'이다!). 아마도 송강호 만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몸 개그와 언어 유희가 더해진) 태구라는 캐릭터는 반대로 송강호가 아니더라도 상당히 매력적이었을 '이상한 놈'이었으며, '나쁜 놈' 창이는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연기 변신이 더해지면서 좀 더 그럴싸한 캐릭터가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깊이가 아쉬웠던 캐릭터 역시 창이였다. 굳이 리 반 클리프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지금까지 거의 같은 장르의 영화를 두 번 만들지 않았던 김지운 감독에게 '놈놈놈'은 분명 웨스턴이라는 꿈꾸던 장르의 실험이자 도전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감독과 스텝들의 도전과 꿈이 영화에 100% 반영, 아니 관객에게 100%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도전의 과정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었던 블루레이 혹은 DVD 감상이 더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Blu-ray Menu





세피아 틱한 색감과 3D로 구현된 인트로 영상은 높은 해상도로 단번에 눈을 사로 잡는다. 메뉴 네비게이션은 우측 하단에 나침반 이미지와 함께 구현되고 있는데 하나 아쉬운 점은, 넓은 여유 공간에 비해 폰트의 크기가 작은 편이라 멀리서는 일일이 메뉴의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좀 더 시원한 폰트와 크기로 구현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Blu-ray | Picture Quality

<놈놈놈> 블루레이가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은 개봉 전 HD급 예고편에서부터 시작된 화질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스크린 샷을 보시다시피 상당히 우수한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클로즈업 장면에서 배우들의 피부를 통해 확인되는 표현력은 블루레이의 우수한 화질을 그야말로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느낄 수 있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매트릭스’ 시리즈의 모피어스 역할을 맡은 로렌스 피쉬번의 피부가 한 때 DVD와 블루레이의 화질을 가늠할 만한 척도로 사용되었던 점을 떠올려보자면, 온갖 먼지를 뒤집어 쓴 피부와 수염, 다양한 표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잔주름 등으로 꽉 채워진 극중 태구의 얼굴은 ‘놈놈놈’ 블루레이의 화질을 체크해 볼 만한 좋은 도구가 된다. (유독 송강호가 등장하는 장면 캡쳐가 좀 더 화질이 좋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는 듯 하다 ^^).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웨스턴 특유의 질감을 살리기 위함이었는지 칼 같은 샤프니스 보다는 약간의 노이즈 섞인 질감이 중간중간 엿보이기도 한다. 그리 많지 않은 밤 장면 같은 경우는 배경이 CG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블루레이의 차세대 화질로 감상하면 미묘한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장면 마다 약간의 화질 편차가 존재하는 편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우 우수한 화질이며 만족스러운 화질이라 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사실 화질만큼이나 기대되었던 것은 바로 차세대 사운드였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는 말 달리는 소리, 총소리, 기관총 소리, 부서지는 소리 등 굉장히 다양한 사운드가 등장하고 또 한꺼번에 몰아치기도 하는 등 사운드 측면에서 귀가 매우 즐거운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DTS-HD MA 7.1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화질만큼이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수한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일단 총소리의 경우 굉장히 다양한 총기들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데, 그 격발 음들의 만족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의 다양한 소음들이나, 빗속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에서의 사운드, 그리고 대사 전달 역시 깔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놈놈놈’ 블루레이 사운드의 하이라이트라면 아무래도 후반부 'Don't let me be misunderstood'가 배경에 흐르면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을 꼽을 수 있을 텐데, 이 장면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다양한 소리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있는 복잡한 시퀀스이다. 일단 수많은 무리들이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으며, 일본군은 기관총을 발사하고, 도원은 말을 타고 재장전을 해가며 총을 쏘고 있으며, 태구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치고 있고, 이후에는 폭발들도 일어난다. 사실 이 부분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이라이트라고 보았을 때 조금은 아쉬운 사운드였는데, 일단 너무 많은 소리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나오다 보니 개별적인 사운드는 아무래도 조금씩 죽는 느낌이었으며 특히 배경음악의 비중이 큰 관계로 나머지 (더 임팩트 있을 수 있었던) 사운드들은 조금은 소외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우퍼를 비롯한 스피커들의 강렬한 활약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조금은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개인 취향 차를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는 블루레이의 걸 맞는 차세대 사운드를 잘 표현해내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앞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것처럼 ‘놈놈놈’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들은 관객이 잘 알지 못했던 스텝들의 기술적인 도전과 감독의 의도, 그리고 배우들이 솔직하게 전하는 촬영 뒷이야기들을 많은 영상들을 통해 수록하고 있다. 그 많은 양의 내용에 비해 아쉬운 점이라면 DVD에 수록되었던 부가영상들과 동일한 영상이 담긴 탓인지 모두 4:3 화면비의 SD화질로 수록된 점을 들 수 있겠다. 촬영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가 개봉한 뒤에 별도로 부가영상을 위해 만난 자리 같은 경우는 HD화질로 수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놈놈놈’ 블루레이에는 DVD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종류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는데, 첫 번째 트랙은 김지운 감독, 이모개 촬영감독, 오승철 조명감독, 조화성 미술감독이 참여하고 있고, 두 번째 트랙에는 감독과 주연배우 세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음성해설의 경우 DVD에 담긴 국내 개봉버전과 블루레이에 수록된 인터네셔널 버전의 러닝타임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수록되었을 지가 궁금했었는데, DVD에 수록된 음성해설 트랙을 가지고 씽크를 맞춰 편집한 경우로 결론적으로는 DVD와 동일한 - 즉, 추가되거나 새롭게 녹음된 것은 아닌 - 음성해설이라고 보면 되겠다.





‘질주’는 일반적인 메이킹 필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김지운 감독의 인터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인터뷰들을 통해 감독이 ‘놈놈놈’을 통해 이뤄내고자 했던 비전을 엿볼 수 있다.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에서 가능성을 보고 만주 웨스턴에 도전하게 된 것이나, ‘매드맥스’ ‘벤허’등 CG로 만들어진 영상들 보다는 이른바 ‘생짜’ 영상에 매력을 느껴 그와 같은 영상을 만드는데 주력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스텝들의 인터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촬영감독을 맡은 이모개 감독의 이야기였다. ‘놈놈놈’을 보면 장면에서도 느껴지지만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촬영 방식들은 물론 기존에는 해본 적이 없었던 방식들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런 장면은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찍어야 될지 몰랐다’라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이모개 촬영감독의 말은, 번지르르한 말보다 오히려 더 진솔하게 느껴졌다. 와이어에 매달려 배우의 뒤를 똑같이 날면서 촬영하는 방식이나, 카메라를 원통형 구조물에 부착해 굴려서 촬영하는 방식, 달리는 말들을 촬영하기 위해 크레인을 사용한 방식 등을 보니, 이모개 촬영감독을 비롯한 스텝들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연출해서 촬영했다기 보다는 실제상황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는 그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놈놈놈 그리고 독한 놈’은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 따로 감독과 주연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함께 자리해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담고 있는데, 정말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여서 그런지 이런 공식 영상에는 걸맞지 않은(?)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었다. 늦게 합류하게 된 이병헌이 최종적으로 창이 역을 맡기까지 고심했었던 이유도 들을 수 있었고, 사실상 ‘놈놈놈’으로서 갖는 마지막 공식 스케줄이라는 점에서 각자 돌이켜보는 시간이라고 보면 되겠다.






‘아날로그’에서는 촬영과 조명, 액션, 사운드 메이킹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정두홍 무술감독이 액션 장면에 대해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중국 로케 촬영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중현 무술감독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그의 인터뷰는 더 인상적일 수 밖에는 없었다. 참고로 영화의 엔딩 크래딧을 통해 지중현 무술감독을 추모하고 있기도 하다.






‘공간’에서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 세트 디자인에 관한 영상이 담겨있는데, 의상의 경우 유니폼이라고 할 만큼 중복되는 의상이 거의 없는 관계로, 보통 다섯 작품에 소비되는 정도의 새로운 의상을 이 한 작품을 위해 제작했다고 한다. 미술 역시 웨스턴이라는 한국영화에서는 흔히 다루기 어려운 장르였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접근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는 스텝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었다.




‘삭제 장면’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좀 더 흥미로운 점은 많은 조연 캐릭터들의 대부분의 분량이 바로 이 삭제 장면에 들어있기 때문인데, 김지운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몇몇 장면들은 너무 인상적이라 분위기를 해치는 관계로 할 수 없이 삭제했다고 한다. 박사장 역할을 맡은 오달수의 중요한 장면 역시 삭제장면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도원의 꿈 이라는 제목으로 도원이라는 캐릭터의 에필로그성 영상도 수록되었으며 무엇보다 이청하가 연기한 캐릭터의 많은 분량도 확인할 수 있다.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뺄 수 밖에 없었다며 이청하씨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김지운 감독의 코멘트도 담겨있다. 또한 짧지만 너무 강렬해 뺄 수 밖에 없었다는 김인권의 출연 분량도 삭제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알~놀았다’에서는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각기 다른 엔딩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추가로 국내 개봉버전의 엔딩 장면이 본편과 동일한 풀HD 화질로 수록되었다.




[총평] 극 영화로서는 최초로 국내에서 직접 오소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는 타이틀이지만, 처음 이 영화의 제작 소식이 전해왔을 때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 이라는 세 배우를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설레었던 것처럼 그 작품을 차세대급 화질과 사운드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은 또 한번 설렐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글 I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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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
예고편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기는 방법


개인적으로 '지.아이.조' 그러니까 '지아이 유격대'에 대한 추억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어린 시절 가장 흥미롭게 가지고 놀았던 (컴퓨터 등장이전에) 장난감을 고르자면 단연 지아이 유격대 장난감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텐데, 다른 장난감들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운 동작 연출과(아마 다 관절 때문이었으리라;;) 다양한 캐릭터들, 그리고 탈 것들은 남자 아이들이 '피융~' '피융' 하면서 놀기에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장난감이었으며, 가장 선물 받고 싶은 장난감이기도 했다. 지아이 유격대와 관련한 추억이라면 너무 허리를 돌린 탓에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있는 고무밴드가 끊어져서, 집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노란 고무줄로 수선하여 놀곤 했던 기억과, 어린 시절 성당 선생님에게 선물로 비행기 (탈 것은 아무래도 개별 캐릭터들 보다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특별한 날 선물이 아니면 좀처럼 얻기 힘든 것이었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영화를 보면서 반가웠던 것 하나는 바로 그 비행기가 영화 속에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장난감 외에 AFKN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도 본 기억이 있는데, '지 아이 조~~' 하는 주제가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렇게 때문에 개인적으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이병헌의 출연작이라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으로 보게 된 영화였다. 물론 감독이 스티븐 소머즈라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본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으나 그런 점을 감안해도 많이 아쉬움이 남는 팝콘무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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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용, 블록버스터, 액션, 팝콘무비 등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라면 일단 볼거리가 충분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지.아이.조>는 예고편의 수준을 살짝 넘어서는 정도랄까. 개인적으로는 너무 과도하게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들과 스토리를 간과해도 너무 간과하는 수준의 전개와 재미없는 유머(사실 이게 좀 제일 별로였다. 화장실 유머라서도 아니고, 미국식 유머여서도 아니고, 분명 웃으라고 넣은 장면인데 재미가 없더라)는 아무리 앞서 언급한 성격을 갖고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파리에서의 액션씬은 분명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가 보여주어야 할 화끈함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외에 액션 시퀀스들은 긴장감이나 임팩트면에서도 부족했고, 대결 구도나 전개방향도 너무 전형적이라 심심하게 느껴졌다. 나름 반전요소라고 준비한 듯한 두 가지 정도의 비밀은 '설마 저걸 반전으로 쓰려는건가?'싶을 정도로 간단한 수준이었다. 파리에서의 액션씬에서는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와의 조합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후반부 해저 액션씬이라던가 기지에서 벌어지는 액션씬에서는 CG와 실사와의 이질감이 너무 크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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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에는 은근히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장군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데니스 퀘이드는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 만의 매력을 전혀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수 많은 군인 중에 한 명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 주인공인 채닝 테이텀은 캐릭터 적으로는 거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고 립코드 역할로 나온 말론 웨이언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였는데 유머가 결국 먹히지 않아 없어도 큰 무리는 없을 정도의 캐릭터로 느껴졌다. 대통령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조나단 프라이스의 경우는 조금 의외의 출연이었는데, 아마도 영화의 구성상 2편이나 3편에서 더 큰 활약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기대를 했던 이병헌의 연기와 캐릭터는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타국의 관객들이 보아도 그가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영어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으며 감정연기도 오버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영화 개봉전에 연기 자체보다도 궁금했던 건 분량이 어느 정도 일까 하는 것이었는데, 거의 주조연에 가까운 비중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이 아직 개봉전임을 감안했을 때 한국배우의 헐리웃 진출작으로서는 가장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전지현 주연의 <블러드>는 헐리웃 진출작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모호한 감이 있음으로 제외).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주인공들만 한다는 '회상' 씬을 여러 차례나 반복하기도 하고, 감정의 대립점도 분명하며 나름 스토리도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주인공에 비해 크게 비중이 뒤쳐진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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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와 대립을 이루는 캐릭터는 '스네이크 아이즈'인데,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레이 파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서 다스 몰을 연기하기도 했던 배우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결국 본인의 얼굴을 노출하는 일은 없었다. 사실 출연 사실을 알고 그나마 기대했던 건 조셉 고든-레빗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마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왜 <이온 플럭스>에 출연했을까 했던 것 처럼). 그가 맡은 렉스 캐릭터 역시 2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모양이지만, 왠지 이런 영화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여주인공을 맡은 시에나 밀러는 머리 색이 달라서인지 처음에 포스터만 보고는 알아보지도 못했었는데(염색인줄 알았는데 가발이라고 한다), 가끔 회상씬에서 등장하는 금발 시절이 그리울 만큼 썩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던 캐릭터였다. 특히 캐릭터 자체가 조금 공감을 얻기 힘들다보니 더욱 이질감도 커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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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국 이 영화는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전작들을 아주 재미있게 본 이들에게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겐 <지.아이.조>가 <미이라>시리즈과 비교해 보자면 훨씬 더 아쉬운 작품이었네요.

2. 누가 스티븐 소머즈 감독 영화 아니랄까봐 브래든 프레이져와 '이모텝'이 출연합니다. 이모텝은 누가 이모텝 아니랄까봐 사막에서도 한 장면 등장하고 ^^;

3. 하스브로 로고가 따로 제작된 건가요? <트랜스포머> 때는 그냥 텍스트로만 나왔던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따로 로고 영상이 나오더군요.

4. 메가박스 신촌점에서 디지털로 관람하였는데, 디지털 상영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화질은 참 좋더군요~

5. 이 작품은 3부작으로 계획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뭔가 허전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캐릭터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 편도 아니에요.

6. '지금까지의 적들은 잊어라 모두가 실패해도 우리는 성공한다', 이 대사 바로 다음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이 말은 바로 틀린 말이 될듯.

7. 예전에 서양사람들이 중국사람들은 전부 이소룡처럼 쿵푸 고수인줄 알았던 것처럼, 이제 한국남자들은 전부 복근에 왕자 있는줄 알겠네요. 본 남자들이 비와 이병헌 뿐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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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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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The Good, The Bad, The Weird, 2008)
좋은 점, 나쁜 점, 이상한 점.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 기대를 갖게 된 것은,
일단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의 캐스팅 소식이었다. 물론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이렇게 되었다면 더
기대했겠지만,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이라면 무언가 볼거리(?)는 확실히 책임져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웨스턴 장르라니 더더욱 그러했었고. 예고편에서 보여준 그 리듬감과(물론 이 리듬감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킬 빌>의 OST로도 사용되었었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였다),
때깔 좋은 액션은 이러한 기대를 최고조로 이끄는데 한몫을 톡톡히 했었다. 하지만 기자 시사회와 전야제에서
흘러나오는 so so나 기대이하라는 감상기들을 보고는 '그래, 배우들 본인들도 오락영화임을 강조하잖아,
오락영화 이상에 것을 기대하지는 말자'라는 생각으로 개봉일 날 조조로 관람하게 되었다.


(아래 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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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 (The Good)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 제대로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던(웨스턴 장르에 한해) 볼거리, 이른바 '때깔' 면에서는
만족할 만 했다. 정우성이 맡은 박도원 캐릭터는 좋은 놈으로 등장하는데, 말을 타며 장총을 휙휙 돌려가며
장전 뒤 사용하는 장면이나, 도르레 원리를 적절히 이용하여 줄을 타고 건물 위를 휙휙 날아다니며
마적단을 소탕하는 모습들은 물론 다른 배우들이해도 참 멋있었을 장면이었겠지만, 멋있는 남자 배우의
대명사인 '정우성'이 맡아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았나 싶다.

송강호가 맡은 (영화의 사실상 주인공인) 윤태구 캐릭터의 연기는 가장 큰 볼거리이다.
사실상 이 영화가 액션 영화보다는 코미디 영화에 가까웠던 것은 모두 윤태구 캐릭터가 보여준 대사와
몸개그 때문이었으며, 이런 것들은 송강호라는 배우를 거치면서 좀 더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보여지고 있다.
특히나 액션도 좋지만 코믹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국내 관객들을 생각해 봤을 때, 흥행적인 면에
있어서도 이 같은 코믹한 요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나도 재미있는 장면이 많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관객이 10번 웃었다면 난 3번 정도 웃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재미있어 하는 분위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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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점 (The Bad)

송강호가 맡은 윤태구 캐릭터를 제외하면 캐릭터 적인 면에서 다른 두 캐릭터는 아쉬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정우성이 맡은 박도원의 경우, 좋은 놈이라 한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그저 폼나는 모양새와 장면 외에는 별 다른 깊이라던가 생생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면은 이병헌이 맡은
박창이 역할도 마찬가지인데, 이병헌이 악랄한 악역을 맡아 어느 정도 선전한 것은 인정하지만,
마적단의 두목스럽지는 않았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그냥 좀 더 깊이를 더해 혼자 활동하는 악랄한 놈 정도로
그려졌다면 오히려 지금의 분위기가 더 살지 않았을까 싶은데, 만주를 호령하는 마적단의 두목으로서는
쉽게 말해 '두목 포스'가 조금 부족해 보였다. 특히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에서 나쁜 놈을 맡았던 리반 클립과는
비교조차 힘들 듯 하다.

이 영화는 한국형 웨스턴을 표방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좀 더 한국화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극 중 배경이 만주라고는 하지만, 특별히 만주만의 독특한 느낌이 묻어난다기 보다는 특정 색을 찾아보기
어려운 애매하고 잡다한 색이 혼합해 있는 장소로 느껴졌다. 캐릭터들도 윤태구를 제외한다면 다른 캐릭터들은
한국형 웨스턴이 아니더라도 볼 수 있는 웨스턴의 일반적인 캐릭터들로서, 좀 더 토착화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 영화에는 상당히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송영창, 윤제문, 류승수, 손병호, 오달수, 이청하, 엄지원 등
주조연급 배우들이 예고도 없이 계속 등장한다(오히려 그래서 개인적으론 좀 관람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누가 나오면, '어 누구다' '쟤, 누구 아니야'하면서 나올때 마다 웅성거려서 --;). 근데 일단 안습인
것은 특별출연이라는 엄지원 보다도 분량이 적은 이청하를 들 수 있겠으며(그래도 나름 <동갑내기 과외하기 2>
에서 주연도 맡았던 배우인데), 이 조연급 캐릭터들이 전부 맛이 없고 그냥 스쳐가는 정도로 묘사되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오달수의 경우 거의 까메오에 가까운 터라 상관없겠지만, 윤제문, 손병호 같은 배우들은
상당히 포스가 있고 연기력이 있는 배우들임에도 이 영화에서는 이러다할 자신만의 색이나 깊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이건 단순히 분량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나리오나 배우의 능력 탓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상한 점 (The Weird)

이 영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역시 레오네의 영화인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역시 연상되는
영화인데, 이 부분이 참 이상하다.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은 레오네 영화에 대해 오마주를 하려는 것인지,
그냥 차용정도로 하려는 것인지 그 수준이 참 애매하게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태구가 모자를 떨어트리자
도원이 총으로 모자를 맞춰 계속 멀리 보내는 장면은 <석양의 건맨>에서 이스트우드가 리 반 클립에게 했던
바로 그 장면이고, 이상한 놈을 묶고 끌고 다니거나(물론 그 상하관계는 바뀌었지만), 좋은 놈과 이상한 놈이
잠깐 연합을 하게 되는 설정이나, 마지막에 가서 보물을 찾아낸 이상한 놈에게 좋은 놈이 나타나 삽을 주며
파라고 시키는 것이나, 마지막에 세 명이서 그 유명한 구도로 서서 결투를 벌이는 것 등 레오네의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장면과 설정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 것들이 앞서 얘기한것 처럼 애매한 정도로 삽입되고 재현되었다는 점에 있다. 송강호의 '누구냐 너'
처럼 아예 제대로 비틀어 버리거나, <슈렉>처럼 아예 패러디로 가거나(웨스턴을 표방했으니 이럴리는
없겠지만), <킬 빌>처럼 제대로 된 오마주를 보여주었거나(이 것이 가장 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었을까
싶다) 했어야 했는데, 애매한 입장을 취한 결과가 되어버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틀전
2008 시네 바캉스 세르지오 레오네 특별전에서 <석양의 무법자>와 <석양의 건맨>을 본 뒤였기 때문에
비교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물론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많은 아쉬운 평을 받은 것은 엄청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정말 많은 영화팬들이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았을 만큼 엄청난, 그야말로 엄청난
기대가 있었던 영화였고, 정말 멋진 예고편을 보여주었기 때문에(이 영화는 예고편 만든 회사에 보너스 줘야한다)
더 큰 기대를 갖게 되었고, 200% 보여주어야만 만족할 기대에 80~90% 밖에는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평들이 쏟아져 나오는 듯 하다.

딱 더도 덜도 아닌 오락영화로서는 큰 손색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된다(물론 러닝 타임이 좀 길어 오락영화로서
지루한 면도 있다). 김지운 감독과 웨스턴 장르라면 무언가 좀 더를 기대하게 되 아쉬운 것도 있지만,
큰 기대와 부담없이 본다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레오네 영화와의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이 영화의 아쉬움은 커질 수 밖에 없으니, 가능하면 <놈놈놈>을 먼저 보고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
를 보는 방법도 추천한다).



1. 칸 영화제용 사인 포스터를 준다길래 조조로 부모님과 3장 예매해서 갔는데, CGV직원들은 내용도
  잘 모르고 있고, 포스터 이벤트를 한다는데 포스터를 접어두고 고무밴드도 준비해두지 않은점은 분명히
  아쉬웠다.

2. 아...세르지오 레오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예전에 만든 것인가. 이번에 극장에서 다시 보니
    리 반 클립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3. 15세 치고는 상당히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그래서 인지 내 옆자리 여자분은 모든 액션 장면에
    감탄사와 신음으로 반응하여 아주 괴로웠다).

4. 독립군과 일본군 시퀀스는 <석양의 무법자>의 남북전쟁을 보고 삽입한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 깊이가 하늘과 땅 차이랄까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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