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임파서블 : 블루레이 리뷰 (The Impossible : blu-ray review)

남겨진 이름들을 위한 진짜 재난영화

 


2004 년. 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12월 26일. 사상자만 무려 30만명 이상을 기록했던 동남아 쓰나미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충격과 고통으로 남아있는 안타까운 재난이었다. 바로 이 실화를 바탕으로 나오미 왓츠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이다.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라고 하면 엄청난 볼거리와 스케일이 동반 된 '재난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기 쉬운데, 스페인 출신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극적인 요소와 볼거리 위주의 블록버스터가 아닌 거대한 재난의 한 가운데 놓여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담아낸 진짜 재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더 임파서블'은 선입견과 싸워 이겨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재난영화 = 재난 블록버스터를 연상하기 쉽고, 실제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거대한 재난 그 가운데 한 가족이 있었다'라는 홍보 문구로 인해 이미 익숙한 흔한 영화를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홍보 문구는 잘못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같은 문구를 사용했던 다른 작품들로 인한 선입견이 문제다). '더 임파서블'은 그 동안 오락적인 요소로만 활용되던 재난, 자연 재해 등의 소재가 본래 담고 있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현실을 담아내는 데에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그것은 아마 실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그 엄청난 재난을 겪었던 이들을 앞에 두고 어찌 볼거리 중심의 오락 영화를 만들 수 있었겠는가.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껴진 감정은 감동 이전에 고통이었다. 공포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몇 번이나 그 참혹함에 눈을 감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 정도로 영화는 이 재난이 실제 하는 것이었고, 그 재난을 겪은 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도록 고통의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꿔 이야기하면 보통의 오락 영화가 재난을 다룰 때, 그 엄청난 파도나 쓰나미가 몰려오는 순간의 스케일과 공포를 주목하는 방식이라면, '더 임파서블'은 그 쓰나미가 실제 인물들에게 고통을 주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을 할애한다. 쓰나미에 휩쓸리기 전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는 시각적 공포가 아니라, 그 파도에 휩쓸려 이리 저리 부유물들과 함께 떠다니는 가운데 각종 부유물과 구조물들에 부딪혀 찔리고 둔탁하게 부딪히고 상처 입는 묘사는 경험하지 않았지만 경험적 공포를 제공한다. 아마도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관객들이 이 재난의 공포를 '와...'하며 느끼기 보다는 '으...'하고 떨며 몸으로 체감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을런지 모른다. 적어도 이 1차 목표는 성공적이다. '더 임파서블'은 근래 본 재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재난의 공포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연출이었다. 3D나 4D의 기술적 지원 없이도 말이다.






가족이 중심이 된 이야기라는 점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 속 부부와 세 명의 어린 아들들이 재난을 겪게 되면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또 찾고, 성장하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 속 가족의 이야기에 감동 받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담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엄청난 재난을 함께 겪고 나면 (함께 겪도록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누구나 극 중 가족이 아니라 내 가족의 소중함을 적어도 한 번쯤은 간절하게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용이한 조건을 갖고 있는 재난 영화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라는 점에서, '더 임파서블'이 더 의미 있는 재난 영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더 임파서블'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 당시 쓰나미를 겪었던 이들인 알바레즈 벨론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재난에 관한 실화가 있는 그대로 영화화 되기 어려운 것은 당사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를 비롯해 당시의 기억이 재현되고 반복되는 것에 더 큰 고통을 느끼기 때문인데, '더 임파서블'은 감독이 알바레즈 벨론 가족을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야 가능했다고 한다. 아마도 벨론 가족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화 하는 것에 동의했던 이유는 첫 째는 이 재난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힘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었을 것이고, 둘 째는 자신들이 재난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신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바로 그 신뢰는 영화 내내 짙게 깔려 있는 미안함. 재난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게 된 수 많은 이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니 었을까.






재난을 배경으로 한 가족 혹은 인물이 중심이 될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경우에도 그 주인공의 이야기에만 집중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 이유는 주인공이 겪은 고통 만으로도 충분히 누군가를 신경 쓰거나 홀로 생존하기에도 벅찬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임파서블'은 재난을 겪게 되는 순간부터, 자기 가족을 다 찾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자기 몸 조차 성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주변에 함께 재난을 겪게 된 이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시선이 짙게 깔려있다. 어쩌면, 아니 반드시 짐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어린 아이를 그럼에도 꼭 함께 돌보는 것이나, 아직 자기 가족도 다 찾지 못한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도 또 누군 가의 가족을 찾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이 재난도 결코 빼앗아 갈 수 없었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더 임파서블'은 끔찍한 재난을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 가족들과는 다르게 구하지 못한 수 많은 이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더 깊은 감동과 가족, 재난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


 

오픈 케이스






Blu-ray : Menu








Blu-ray : Video & Audio

 

2.35:1 화면 비 MPEG4 AVC 코덱의 블루레이 화질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구현으로 우수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뒤의 장면에서는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부유물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노출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복잡한 부유물들의 디테일도 나쁘지 않고 색 온도 역시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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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크게 단점이 발견되지 않은 우수한 퀄리티로 수록되었다. 앞서 영화 소개 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품의 특성상 재난 영화이지만 재난 블록버스터는 아니기에 후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케일의 사운드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퀄리티 측면으로 보면 아쉬울 것 없는 음질이다. 과장되기 보다는 좀 더 사실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중 가장 눈 여겨 볼 만한 것은 음성해설 트랙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를 비롯해 작가와 제작자의 참여는 물론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실화의 주인공인 마리아 벨론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음성 해설하면 감독이나 배우들이 참여한 버전을 기대하곤 하는데, 작품의 특성상 실제 주인공이 참여하고 있는 음성해설은 꼭 한 번 들어볼 만한 트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 부가 영상은 전체적으로 영상의 길이가 길지 않고 내용도 단촐 한 편인데, 북미 버전 역시 동일한 부가 영상을 수록하고 있기도 하다. 메이킹 영상은 약 6분 분량으로 짧게 나마 촬영장에서의 모습과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 실제 주인공인 마리아 벨론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으며, 특히 비교적 저 예산 스페인 영화인 이 작품이 거대한 쓰나미를 실제처럼 구현하기 위해 어떠한 뒷 이야기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캐스팅에서는 나오미 왓츠와 이완 맥그리거 그리고 아역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데, 새삼스럽지만 나오미 왓츠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었으며, 더 현실감을 주기 위해 실제 당시 쓰나미를 겪었던 이들을 최대한 단역 및 엑스트라로 출연시키고자 했던 점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삭제 장면과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 평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 영화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한 진정성과 감동을 담은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재난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공포와 교훈,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서 온몸으로 재난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가운데 실제 주인공이 재난을 겪고 난 뒤 다른 이들에게 (아마도) 전하고 싶었을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자녀가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바로 자신의 자녀들과 동반자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으로, 부족함 없이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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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ust Go On

2001년 작으로 개봉한지 10년 가까이 된 바즈 루어만의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 (Moulin Rouge!)’는, 뮤지컬 영화의 오랜 계보를 통해 보더라도 무척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뮤지컬 영화의 황금기였던 1940년대를 지나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올리버’ 등 아직까지도 사랑 받는 걸작 뮤지컬들이 선을 보였던 196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 노래하며 춤추는 뮤지컬 영화는 점차 헐리웃의 주류에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노래하고 춤추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호주 출신의 바즈 루어만 감독은,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2001년에 자신 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뮤지컬 한 편을 탄생시켰으니 그 작품이 바로 이 작품 ‘물랑 루즈’다. 이제와 더 확고해진 생각이지만, 2001년 이라는 시기에 내놓은 새롭고도 고전미 넘치는 이 뮤지컬 영화는 참으로 적절했던 것 같다. 결국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들에게도 사랑 받는 작품이 되었으니 말이다.




일단 다들 아는 바와 같이 ‘물랑 루즈’만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극중 사용된 노래들이 모두 유명한 팝 넘버들이라는 점이다. ‘물랑 루즈’가 성공한 지금이야 팝을 사용한 이 영화의 노래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지만, 사실 제작 전 이런 아이디어를 바즈 루어만이 냈을 때만 해도, 이 아이디어는 기발하다기보다는 비아냥을 더 자주 들었던 위험한 시도였다. 다시 말해 신선한 기획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조차 선뜻 진행해보기는 쉽지 않은 시도였다는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바즈 루어만의 이 시도는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뮤지컬 영화의 그 흥분과 감동을 다시 한번 깊게 새기는 성공 사례가 되었으며, 영화적 성공은 물론 바즈 루어만 본인과 그 스텝들의 작업에 대한 신뢰 그리고 사운드 트랙에 엄청난 히트로 이어졌다.




아마 바즈 루어만이었다면 유명한 팝들을 편곡한 뮤지컬 영화를 내놓지 않았더라도 뮤지컬 골수 팬들에게는 제법 만족할 만한 영화를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와는 멀어진 일반 대중들마저 끌어 앉기에는 아마 힘에 겨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이런 선택은 더 중요했다고 볼 수 밖에는 없겠다. 바즈 루어만은 그 화려한 미술 만큼이나 곡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다양한 장르와 비틀즈, 엘튼 존부터 U2와 스팅, 마돈나를 거쳐 데이빗 보위와 너바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와 음악 팬들을 아우를 만한 종합선물 세트 같은 선곡과 편곡으로 새로운 뮤지컬 넘버를 완성해 냈다. 그 정점에는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이 부르는 ‘Elephant Love Medley’가 있다. 마치 한 곡 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각기 다른 가수와 장르, 시대의 곡들은 쉴새 없이 몰아치며 요새 유행하는 예능 자막형식에 비유하자면 ‘내가 바로 물랑 루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 환상적인 메들리와 오버스러운 판타지를 ‘느껴지도록’ 만들어낸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의 공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런데 바즈 루어만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많은 뮤지컬 영화들이 시도했던 바와 같이 무대 뒤 광대의 이야기, 즉 뮤지컬을 만드는 자신들의 이야기까지 완벽하게 녹여냈다. 이를 대변하고 있는 캐릭터는 짐 브로드벤트가 연기한 ‘지들러’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을 텐데,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있음에도 무대 위에서는 웃고 그 무대가 지속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Show Must Go On’을 노래하는 지들러의 모습에서는, 캐릭터들의 애환을 넘어서서 스크린 밖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절실함마저 느껴진다. 이 긴 여정의 시작과 마지막에 툴루즈 (존 레귀자모)의 쓸쓸한 모습을 배치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뮤지컬의 세상은 무대 위에서는 항상 즐겁고 모든 것이 다 이뤄질 것만 같지만, 무대 뒤에 항상 아픔이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Blu-ray 메뉴







오랜만에 보는 메뉴의 완벽한 한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기본 메뉴 언어는 물론 스페셜 피쳐 메뉴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모두 한글화가 되어 있다. 아래에 계속 설명하겠지만, 이번 ‘물랑 루즈’ 블루레이는 완벽한 현지화의 승리다.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코덱의 1080p 블루레이 화질은 2001년 작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화질을 보여준다. 최신작과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종종 디테일이 아쉬운 장면을 발견할 수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우수한 퀄리티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참고로 이번 ‘물랑 루즈’ 블루레이 작업은 부가영상에 수록된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최신 기술을 통해 더 좋은 최고의 화질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관객이 극장을 나오며 느꼈던 당시의 느낌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DTS-HD MSTR의 사운드 역시 DVD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디테일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랑 루즈’는 액션 영화처럼 화끈한 효과음들은 없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하는 탓에 멀티 채널을 통해 흥겨운 뮤지컬 시퀀스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중간중간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오버스런 효과음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섬세한 사운드 효과들을 좀 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STR의 사운드 역시 DVD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디테일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랑 루즈’는 액션 영화처럼 화끈한 효과음들은 없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하는 탓에 멀티 채널을 통해 흥겨운 뮤지컬 시퀀스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중간중간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오버스런 효과음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섬세한 사운드 효과들을 좀 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완벽한 현지화, 승리의 부가영상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물랑 루즈’ 블루레이 부가영상은 완벽에 가깝다기 보다는 그냥 완벽하다. 그간 블루레이 리뷰를 통해 아쉬움으로 지적해 왔던 모든 부분들이 모두 보완된 버전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기본에 충실함은 물론 ‘이것도 지원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것까지 모두 지원하고 있다.




(참고로 위의 이미지를 보면 검은 박스가 나와 있는데, 이는 캡쳐 시에만 발생하는 문제이며 실제 BD플레이어나 BD-ROM을 통해 감상할 때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일단 음성해설의 우리말 자막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최근 발매된 타이틀을 비롯해 국내에 발매된 타이틀 중에는 유독 가장 중요한 스페셜 피쳐라 할 수 있는 음성해설에 한국어 자막이 수록되지 않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았던 점을 미뤄봤을 때, 분명 반길 만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사실 음성해설이 시작되자마자 이 부가영상의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자막 지원 여부를 떠나서 음성해설에 참여하고 있는 감독과 스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본인의 이름과 사진이 포함된 소개 이미지까지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호사스런 친절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 만큼 만족스러웠다는 얘기. 하지만 만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음성해설의 한국어 자막지원 조차 많지 않은 터라 pip형태로 제공되는 부가영상에 대한 자막의 경우 ‘그래, 음성해설과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이것까지 지원하긴 어렵겠지’하며 스스로 위로하곤 했었는데, ‘물랑 루즈’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 점을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다. 위 두 장의 캡쳐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음성해설에 대한 자막과 더불어 pip형태로 제공되는 부가영상과 하단에 이미지 형태의 pip로 제공되는 정보 부분 역시 완벽한 한글화로 제공되고 있으며, 노래가 나오는 장면의 경우, 곡의 제목과 아티스트의 이름까지 별도로 한글화 되어 제공되고 있다 (아, 이 대목에서는 울컥할 뻔했다). 너무 한꺼번에 이런 것들이 모두 한글화가 지원되니 적응이 안되 어지러울 정도였는데, 한 편으론 모든 타이틀이 응당 이와 비슷한 퀄리티의 현지화가 되어야 했었다는 또 한 번의 아쉬움도 드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결론은 음성해설의 한국어 자막은 물론, pip 형태의 부가영상에도 완벽하게 한글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음성해설과 함께하는 pip 형태의 ‘장엄, 장엄’은 위의 캡쳐 이미지처럼, 화면 좌측 하단에 ‘비하인드 신’이라는 아이콘이 나타날 경우 이를 리모콘의 엔터를 클릭하면 추가 장면을 별도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들어간 추가 장면에서도 자막이 완벽하게 지원된다.




‘바즈 루어만의 한 마디’에서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블루레이 포맷으로 새롭게 작업을 하게 된 바즈 루어만 감독의 간단한 소개말이 수록되어 있다. 새롭게 블루레이로 작업을 하며 어떤 부분들을 더 신경 썼고, 어떤 부분들이 보강되었는지 친절한 소개가 이어진다.




‘창조적인 모험’에서는 바즈 루어만과 이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인 및 코스츔 디자인을 맡은 캐서린 마틴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첫 만남부터 첫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조금 특이한 점은 이 부가영상은 단순히 ‘물랑 루즈’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즈 루어만의 필모그래피를 총괄하는 의미를 갖는 인터뷰로서, 이 작품 외에 ‘댄싱 히어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완성되는 레드 커튼 3부작 작품들과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장면과 이야기도 조금씩 전해들을 수 있다.




‘예술의 사실’에서는 이 작품의 대부분의 작업이 이뤄진 ‘House of Lona’의 곳곳을 소개하고 있다. 예술의 산실이라는 이름답게, 이 집안에서 기획, 연습 및 대본 리딩은 물론 녹음마저 이뤄졌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아, 참고로 이번 ‘물랑 루즈’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의 경우 기존 DVD에 수록되었거나 새롭게 수록되었으나 예전 자료여서 4:3의 SD비율로 촬영된 영상의 경우, 일반적인 경우처럼 4:3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BD의 와이드 화면 비율은 유지하되 위의 캡쳐 이미지와 같이 프레임 디자인 속에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취할 경우 4:3 풀스크린 방식으로 보여줄 때보다 보여지는 화면의 크기가 조금 작아질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화면 크기의 변동 없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는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이 외에도 배우, 음악, 댄스, 미술 등의 분류를 통해 각각의 부가영상을 가득 수록하고 있다. 특히 몇몇 영상은 이번 블루레이를 위해 새롭게 추가된 영상들로서, 말 그대로 자료실에서 꺼내온 소중한 영상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주요 장면의 리허설 장면들과 팝 넘버를 뮤지컬화 하게 되었던 음악 제작과정, 이완 맥그리거, 니콜 키드먼, 짐 브로드벤트, 존 레귀자모, 리차드 록스버그의 인터뷰 그리고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삭제 장면들과 니콜 키드먼의 첫 번째 보컬 테스트 장면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영화 ‘물랑 루즈’는 바즈 루어만의 최고의 작품으로서 뮤지컬 영화를 대중들에게 다시금 다가가게끔 만든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런 작품에 걸맞게 우수한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무엇보다 음성해설의 pip형태 부가영상까지 한글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소장가치 면에서는 현재까지 출시된 타이틀 가운데 손 꼽힐 정도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국내 블루레이 시장에도 ‘물랑 루즈’ 블루레이와 같은 완벽한 현지화 타이틀이 출시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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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모리스 (I Love You Phillip Morris, 2009)
유쾌 절절한 러브 스토리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 '아이 러브 필립 모리스 (개봉제목 '필립 모리스)'에 대해 처음 접했던 소식은 이 영화가 게이 영화라는 점이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여기서 '게이 영화'란 단순히 주인공이 게이인 것 뿐, 다른 의미는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가 펼치는 로맨스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했던 영화였는데, 개봉소식이 들려오고 포스터가 공개되었을 때쯤 '엇, 이 영화가 내가 아는 그 필립 모리스가 맞나' 싶었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 포스터와 헤드 카피들을 보면 전부 코미디 혹은 코믹 탈출극 정도로 묘사되어 있었는데, 뭐 그런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관객에게 가장 전달해야할 코드 중 하나인 부분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참 아이러니인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게이라는 점은 그냥 안경을 쓴 정도 밖에는 안되는, 즉 게이 라는 자체가 영화의 주된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자, 이 영화는 게이 영화에요' 라고 홍보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만, 이런 의미에서 이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흥행 측면에서 안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게이' 대신 '코믹'이라는 점을 전면에 부각시킨 면이 있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낚였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는 없었다. 

서론이 길어졌다. 여튼 개인적으로 낚이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영화 '필립 모리스'는 실화라는 점에서 의미와 재미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임팩트는 조금 부족한 그럭저럭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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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작품이다. 가끔 슬프고 진지한 분위기로 몰아가기도 하지만 결국은 유쾌한 마무리로 가벼운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사건의 개연성 보다는 인물들에 더 촛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극중 스티븐 러셀 (짐 캐리)이 어떻게 매번 감옥을 탈출하는 지에 대해 '프리즌 브레이크'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 장면, 스쳐가는 한 장면 정도로 밖에는 묘사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첫 눈에 반한 필립 모리스 (이완 맥그리거)와의 러브 스토리 부분은 좀 더 비중있게 그려진다. 하지만 이 둘의 러브 스토리는 우리가 너무 많이 본 전형적인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준다(그런데 전형적이라고 뭐라하기 그런 것이 '진짜' 실화가 아니던가). 한 때 둘 만 있으면 그 어떤 것도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뜨거운 두 연인과, 그들이 겪게 되는 권태기 그리고 다시 눈물의 화해. 스티븐 러셀의 기이한 사건들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이 남녀가 아닌 남남일 뿐 너무 전형적인 줄거리를 보여준다. 사랑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나중에는 주객이 전도되어 일이 우선이 되 사랑에 금이 가고, 갈등하고 헤어지고 화해하는. 

하지만 '필립 모리스'는 어느 한 편을 선택하지 않은 채 두 가지 이야기를 비슷한 비중으로 이어간다. 이 부분이 이 영화에 대한 가장 큰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일 지도 모른다.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험난한 러브 스토리로도, 배꼽빠지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로도, 천재적인 주인공이 펼치는 탈출과 사기극으로도, 영화는 더 나아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한편으로 그냥 확 성격을 갖는 작품을 더 선호하는 편이긴 한데, '필립 모리스'는 그런 면에서 조금 심심한 작품이긴 했다. 그런데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에 등장하는 구름 동동 뜬 파란 하늘이나, 그 편안한 음악을 보았을 때 영화의 의도자체가 그리 무겁고 복잡한 것을 바라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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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객들이 단순한 코미디 정도로 알고 극장을 찾았기 때문에 두 주연배우의 키스 씬이 나올 때마다 소리 내어 '안돼~' 및 탄성을 질렀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단 오히려 두 주연 배우의 연기 자체에 몰입하여 볼 수 있었다. 특히 금발의 미소년에 가까운, 그야말로 아름다운 이미지로 등장하는 이완 맥그리거의 경우 속으로 '야, 정말 게이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이완 맥그리거에게 반할 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 앵글이나 묘사에 있어서 일반적인 남녀 로맨스를 다룬 영화가 여자 주인공을 다루는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즉, 이 영화를 볼 때 이완 맥그리거의 캐릭터를 보통의 여성 캐릭터로 생각하면, 필립 모리스의 이야기는 조금 특별한 로맨스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현존하는 배우들 중 최고의 연기력을 갖고 있는 배우 중 하나인 짐 캐리 역시, 자신이 그 동안 맡은 캐릭터들과 종종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 시원시원한 기럭지가 유난히 돋보였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자체의 재미는 조금 심심한 편일지 몰라도 두 배우의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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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0'과 '러브 액츄얼리' 등에서 그 미모(?)를 뽐낸 로드리고 산토로가 조연으로 출연합니다. 그 역시 이 영화와 캐릭터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2. 뒤늦게 찾아보니 실화의 주인공인 진짜 '필립 모리스'가 깜짝 출연하는 장면이 있었네요. 

3. 따지고보면 참 절절한 러브 스토리인 것 같기도 해요. 주객이 가끔 전도되기도 했지만, 결국 스티븐에게 이 모든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사건들은 다 사랑하는 필립 모리스를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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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작가 (The Ghost Writer, 2010)
고전미 넘치는 폴란스키의 스릴러



사실 개인적으로 로만 폴란스키의 작품들을 다른 감독들에 비해 유달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이번 그의 신작 '유령작가'가 크게 기대되는 작품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완 맥그리거도 나오겠다 안보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극장을 찾았다.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나듯 유명 정치인의 대필작가에 관한(의한) 이야기를 다룬 '유령작가'는 (처음엔 단순히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고스트 라이더'와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쓴 우리말 제목이 아닐까 싶었지만, 보고 나니 '유령'작가라는 제목이 썩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최근 극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그래서 그것이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되버리는, 매우 고전적인 방식의 스릴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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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의 '유령작가'는 어쩌보면 이야기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 아닐지 모른다. 반전이 주가 되곤 하는 스릴러 장르에서 이야기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니, 이것은 '유령작가'를 단정 짓는 가장 큰 잣대가 될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분명히 커다란 줄거리에서 서서히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이 등장하고, 그 가운데 약간의 속도감을 주기도 하고, 누구를 정녕 믿어야 할지 관객들로 하여금 한 편을 선택하게도 하지만, 이 모두가 극적이거나 과장되게 그려지지 않는다. 아니, 과장이 안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도 보인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반전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지만 커다란 반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반전 자체의 임팩트가 그리 크지 않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반전 자체를 묘사함에 있어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큰 임팩트를 일부러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단서를 얻게 되고 의심을 갖게 되는 장면들 역시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에 비하면 훨씬 불친절한 동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불친절 하다는 것은 반전이나 미스테리를 위해 반드시 관객이 인지해야만 할 정보들이 나오는 장면에서조차, 이것을 보여주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유령작가'가 말하려고 한 것은 정치적인 메시지였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 이 영화가 겉으로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인 이야기들은 너무 단순하다. 반전의 임팩트가 부족하듯 여기까지 이끌어 온 정치적인 음모들은 기존 우리가 봐왔던 정치적인 영화들에 비해 너무 간단하고, 그 뒤에 숨어있는 메시지조차 큰 울림을 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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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로만 폴란스키의 '유령작가'는 온갖 자극적인 것들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의 관객들에게 보내는 폴란스키의 작가주의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폴란스키는 못해서 안했다기 보다는 일부러 갈 수 있는 길을 피해가면서, 최근 자극적인 스릴러에 (자극적인 스릴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무언가 더 나올 것 만 같은, 무언가 더 있을 것만 같은 느낌만 살짝 주면서 결국 그 이상은 보여주지 않는, 좀 '다른' 스릴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며 최근 보았던 임상수의 '하녀'가 문득 떠올랐다. 극중 이완 맥그리거가 대필작가로 활동하게 되는 섬과 아담 랭 (피어스 브로스넌)의 공간으로 묘사되는 요새와 같은 곳의 미장센은, 세련되었지만 매우 고전적이고 1층과 2층, 방과 방, 방안에서 밖의 인물들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 구조 등, 은근히 이 공간과 구조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인물들의 의상들도 그렇고, 비바람이 새차게 부는 날씨도 그렇고, 영화를 보고 나면 전체적으로 '회색'의 느낌을 받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유령 (Ghost)'이라는 것과 회색의 느낌으로 가득한 작품의 분위기는 관객에게 무언가 메시지 그 이상의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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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맥그리거의 영국식 억양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는데, 최근 '언 애듀케이션'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올리비아 윌리엄스의 연기도 매우 인상깊었다. 외모가 꼭 닮아서도 아니었는데, '유령작가'에서 올리비아의 연기는 마치 샬롯 램플링을 보는 듯 했다. 언제나 맡은 역할의 무게감을 실어주는 톰 윌킨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아멜리아 역의 킴 캐트럴은 얼굴을 보고도 끝까지 과연 내가 아는 그 킴 캐트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이라 잘 적응이 안되더라. '섹스 앤 시티'를 열심히/제대로 본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지나가다 스쳐본 기억과는 다르게 너무 진지한 캐릭터와 연기라 많이 놀랐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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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 2009)
쏠쏠한 재미의 미스테리 로드무비


너무나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 <천사와 악마>는 <다 빈치 코드>를 썼던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로, 영화화된 <다 빈치 코드>와 마찬가지로 론 하워드가 연출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고 있다. 책이 그러하였듯이 영화적인 것보다 원작에서부터 계속되온 종교적 논란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던 <다 빈치 코드>와는 달리, <천사와 악마>는 이런 면에서 훨씬 조용한 편이다(영화나 책을 읽어본 분들을 아시겠지만, 이 작품에는 그다지 종교적으로 크게 논란이 될 정도의 묘사는 -결과적으로- 없다). <다 빈치 코드>가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탓에 영화에서 많이 힘이 빠져버린 경우였다면, <천사와 악마>는 책을 일찌감치 사두긴 했지만 사실상 내용이 거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읽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거의 댄 브라운의 원작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영화를 관람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개봉일에 보게 된 <천사와 악마>는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미스테리 스릴러로서 나름 쏠쏠한 영화였으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던 오락영화였다.

(참고로 본 리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쓴 리뷰라는 점을 참고해주세요~)





영화의 알려진 줄거리는 간단하다. 교황이 죽자 바티칸에서는 전통대로 교황을 선출하는 모임인 '콘클라베'를 갖게 되는데, 이와는 다른 줄기의 이야기로 세계 최대의 과학연구소 'CERN'에서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인 반물질이 도난되면서 이 두 가지 사건이 하나의 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주고는 여느 때처럼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이 등장해 이 사건들을 풀어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신념을 떠나서 이런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약한 사실에 근거하여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워낙에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전작 <다 빈치 코드>보다는 더 흥미로운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두 작품의 이야기가 크게 다를 것이 없기도 하지만,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다음 장이 궁금해서 휙휙 읽어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이 영화의 전개와 구성은 '오락영화'로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어느 다른 리뷰에서 보았던 표현인데, 이렇게 책을 '휙휙'넘기듯 영화를 만들어내는 측면에서는 원작자인 댄 브라운도 그렇지만 이 영화의 각본을 담당한 아키바 골즈먼과 연출을 맡은 론 하워드의 재능이 십분 발휘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내용의 깊이가 그리 깊거나 디테일하지는 않지만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며 딱 보여주고 설명해야 할 것만(오락영화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설명하고 지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영화의 디테일을 따지고 든다면 사실 미흡한 측면이 참으로 많다. 이런 영화에서 흔히 생략하고 마는 언어 문제만 봐도 바티칸의 경찰들이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부 장면만으로 이 영화가 '제대로'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주인공인 랭던이 라틴어나 이탈리아어를 전혀 모른다는데 더 문제가 있다고 해야겠다. 책을 쓸 정도의 관련 지식을 번역본으로만 접한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전혀 다른 언어를 모르는 랭던의 모습은, 안그래도 비중이 덜한 그의 캐릭터의 깊이를 더 깍아먹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오락영화'로 볼 때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되는 영화라 이렇게 깊이 디테일을 따지고 들만한 '필요'가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오락영화 임에도 이런 소소한 디테일들과 아는 만큼 더 보이는 설정들을 여기저기 배치해 두었다면 더더욱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기대치까지 짋어져야할 영화는 굳이 아니라고도 생각된다.

그래서 부제목에 '쏠쏠한 재미'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치밀한 스릴러라던가 아니면 원작에 좀 더 충실한 작품이었다면(원작을 보신 분들의 평에 빗대자면) 아마도 쏠쏠한 재미보다는 실망스런 느낌을 더 받았겠지만, 좀 더 편한 자세의 오락영화로서 관람하기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스테리 요소들도 적절히 녹아있고, 극 전개도 빠르고, 좋아하는 배우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들은 역시 로마 시내의 멋진 풍광들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흠뻑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4K 상영으로 관람하였는데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로마시내의 풍광은 우리가 이런 영화에서 느낄 수 있고, 기대하는 스케일 측면을 만족시켜주고 있으며, 스케일을 더 돋보이게 하는 카메라 워킹도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초반 연구소 장면도 그렇고 후반부에 몇 장면도 그렇고 굉장히 이질적인 카메라 쇼트가 등장한다. 초반 연구소 장면은 영화라기보다는 마치 HD다큐에서나 볼법한 앵글이 많았으며, 후반 부 랭던을 잡는 앵글 가운데는 영화 내내 보여주었던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앵글도 만나볼 수 있었다).

엔딩 스탭롤을 보면 컴퓨터 그래픽에 상당히 많은 스탭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로케이션 촬영과 CG가 결합된 영상은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영화의 마지막 반물질과 관련된 하늘 묘사 장면을 들 수 있을텐데(스포일러 없이 써보려니 어렵네요 ^^;), 마치 '천지창조'그림의 배경에나 등장할 법한 하늘의 묘사는 굉장히 환상적이면서도 한 편으로 현실적이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 그 어느 장면보다 종교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로버트 랭던 역할의 톰 행크스의 비중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것은 단순히 연기 측면이라기보다는 내용적인 문제로서, 주인공이 능동적이기 보다는 약간 수동적에 가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의 캐릭터자체가 별로 부각되지 못한 것 같다. 그 반대로 이완 맥그리거는 본래 팬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역시 강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와 억양을 너무도 사랑(?)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음 껏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긴 했다 ^^;

<밴티지 포인트>를 통해 낯이 익었던 여배우 아예렛 주어 역시 매력적인 얼굴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 이상의 감흥은 없었으며, 스텔란 스카스가드 역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크게 얘기할 부분은 없을 듯 하다. 아미 뮬러-스탈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이런 양면의 이미지를 갖은 캐릭터를 연기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선과 악을 다 갖은 얼굴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작을 읽으신 분들의 평을 들어보면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긴장감이나 짜릿함은 영화에서 많이 사라진 듯 하다. 얼핏 들어보니 예전에 살짝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 영화와 비교해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영화는 소설과는 방법론이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천사와 악마>는 원작을 읽은 사람들이 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일찍이 사두고 거의 보지 못한 내 신세는 다행이랄까 ^^:


1. 신촌 메가박스 M관에서 디지털 4K상영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콜롬비아 픽쳐스 로고 나올 때 확 화질 차이를 느낄 수 있더군요. 그런데 정작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워낙에 어두운 장면이 많아서인지 4K를 100% 즐겼는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이 드네요. 물론 필름상영보다는 훨씬 월등한 화질이었습니다.

2.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연구소 'CERN'은 실제로도 있는 곳 인것 같더라구요. 크래딧에 로고 사용 라이센스들이 나올 때 CNN과 몇몇 다른 회사들과 함께 CERN의 이름도 나오더군요.

3. 영화의 마지막 아민 뮬러-스탈의 대사 같은 경우, 확실히 종교적 논란을 염두에 둔 일부러 대사가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4. 엔딩 크래딧을 언제나처럼 다 보고 나오는데, 마치 클래식 공연을 보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크래딧에 흐르는 곡이 상당히 박력있었거든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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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 (Deception, 2008)
끝까지 심심한 '스릴러'


국내에는 <더 클럽>이란 제목으로 개봉한 'Deception'. 'Deception'이란 해석해보자면 사기, 속임 뭐 이런 정도의 뜻인데,
제목 자체가 좀 스포일러스럽기는 하지만, 반대로 '더 클럽'이라는 제목 때문에 영화를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로 알고
접하게 되었고, 나 뿐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스릴러 라기 보다는 사교계의 비밀 클럽을 둘러 싼 섹스 스캔들을 다룬
성인 드라마로 알고 극장을 찾게 되었던 것 같다. 이것이 마케팅 적인 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릴러 적인 재미보다는 배드씬이 자주 등장할 것만 같은 홍보 방법은 많은 '어른'분들을 당혹스럽게 했을 듯 하다
(실제로 <색, 계>나 <권태>같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나이 지긋하신 어른 분들이 극장을 오랜만에 찾으신 경우가 많았었는데,
아마도 영화 초중반부터는 적잖이 당황하셨을 듯 하다).

어떻게 보자면 제목에서부터 '속임'이라고 광고하는 것 보다는, 전혀 다른 제목으로 스릴러 본연의 재미를 100%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도적이진 않지만) 좋기도 했지만, 영화는 스릴러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부터 대략적으로
마지막까지 예상이 가능한 평범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 그 이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심지어 장르가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도 해보지 않은채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주연을 맡은 세 명의 배우 때문이었다.
이완 맥그리거와 휴 잭맨, 그리고 미셸 윌리엄스, 이렇게 세 사람을 한 영화에서 만나보는 것 만으로도 나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영화는, 일단 그 뿐으로 마무리 된 듯해 아쉬움이 있다. 휴 잭맨의 경우 우디 알랜의 영화 <스쿠프>에서 이와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를 맡은 적이 있는데, 선과 악을 모두 갖은 듯한 그의 양면적인 마스크는 분명히 매력적이기는 하나,
빈틈이 많은 영화에서는 그리 빛을 발하지 못한 것 같다. 휴 잭맨은 정작 액션 영화인 <엑스맨>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데,
이 영화처럼 일반 드라마에서 멀쩡히 정장을 입혀놓으면 그 엄청난 기럭지와 덩치를 실감하곤 한다. 이 영화에선 
그리 크지 않은 키의 이완 맥그리거와 작은 체구의 미셸 윌리엄스가 상대역으로 등장해서 더 그런지 몰라도, 그의 엄청난
덩치와 엄청난 손 크기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완 맥그리거 또한 그리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다. 그 멋진 발성과 음색, 억양은 여전하지만, 별로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 탓에 그 만의 장점을 찾아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미셸 윌리엄스의 출연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했던
부분이었는데, 캐릭터 자체거 너무 뻔한 터라 몇몇 장면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모습 그 자체 외에는 별 다른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다.
배우들 만 믿고 보러갔던 영화인데, 역시 영화는 시나리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계기가 된 듯 하다.


스릴러임에도 전혀 새로울 것이 없고, 그렇다고 그 과정의 긴장감이 두근 두근 하는 것도 아니며, 이렇다할 볼거리가 있던 것도
아니라 아쉬운 점만 많았던 영화였다. 누가 배신을 하겠구나, 마지막엔 어떻게 되겠구나 하는 것이 너무 쉽게 예상되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 때문에 김이 쉽게 빠지는 식이었으며, 차라리 마케팅 차원에서 선택했던 바로 그 사교클럽에 집중한
다른 이야기였다면 오히려 더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도 싶다.


1. 샬롯 램플링과 매기 큐가 깜짝 등장한다. 두 캐릭터 모두 깜짝 이외에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2. 낚이신 어른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대신하고 싶은 심정...;;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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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 루즈 (Moulin Rouge) O.S.T

1. Nature Boy (David Bowie)    
2. Lady Marmalade (Christina Aguilera, Lil` Kim, Pink, Mya)    
3. Because We Can (Fatboy Slim)    
4. Sparkling Diamonds (Nicole Kidman)    
5. Rhythm Of The Night (Valeria)    
6. Your Song (Ewan Mcgregor, Alessandro Safina)  
7. Children Of The Revolution (Bono, Gavin Frday, Maurice Seezer)  
8. One Day I`Ll Fly Away (Nicole Kidman)    
9. Diamond Dogs (Beck)    
10. Elephant Love Medley (Nicole Kidman, Ewan Mcgregor)    
11. Come What May (Nicole Kidman, Ewan Mcgregor)    
12. El Tango De Roxanne (Ewan Mcgregor, Jose Feliciano)  
13. Complainte De La Butte (Rufus Wainwright)    
14. Hindi Sad Diamonds (Nicole Kidman)    
15. Nature Boy (David Bowie, Massive Attack)
 

흥행한 사운드트랙은 대부분 2가지로 나뉜다.
첫 째는 그 영화의 사운드트랙만을 위해 만들어진 곡, 즉 신곡으로 채워져 히트하는 경우가 있고,
둘 째는 기존의 곡들을 수록하여, 그 곡으로 하여금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면서 큰 사랑을 받게되는
경우가 있다. 얼핏 생각해서는 아무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첫 번째 경우가 훨씬 고된 작업이며,
더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해야할 것이,
기존에 아무리 좋았던 곡도 무턱대고 영화에 삽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이미 발표되었으나 당시에는 크게 히트치지 못했던 곡들도 사운드트랙으로서의 삽입으로 새롭게 조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 곡들을 사용하는 방법이 결코 쉬운 작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물랑 루즈 사운드트랙은 이런 점에 있어서 매우 훌륭한 두 번째 방법의 경우라 하겠다.
일단 수록된 곡들을 슬쩍 살펴만 보아도, 팝, 록의 팬들이라면 제목 만으로도 익숙한 곡들이 즐비하다.
냇 킹 콜의 보컬로 유명한 'Nature Boy'를 데이빗 보위와 메시브 어택이 각각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연주해낸 것을 비롯하여, T-렉스의 히트곡 'Children Of The Revolution'을 U2의 리더 보노와
개빈 프라이데이, 모리스 시저가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데이빗 보위의 'Diamond Dogs'는
벡에 의해 새롭게 불려지고 있으며, 루퍼스 웨인와잇은 'Complainte De La Butte'를 자신만의 나른한 보컬로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렇듯 물랑 루즈 사운드트랙은 기존의 곡들을 사용하긴 하되, 원곡을 그대로 수록한 것이 아니라,
능력있는 뮤지션들이 새롭게 다시 편곡하여 수록함으로서,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사운드트랙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Lady Marmalade'역시 고전 디스코 넘버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릴 킴, 마야, 핑크 이렇게 당시 활발한 활동을 하던 4명의 디바들이 완벽하게 스타일을 바꿔서 노래하였는데,
이 곡은 영화 만큼이나 화려한 뮤직비디오로도 굉장히 큰 사랑을 받았었다.

이렇게 장점들을 늘어놓았지만, 누가 뭐래도 이 사운드트랙의 가장 큰 장점은 주연인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이 직접 부른 곡들에 있다 하겠다. <물랑 루즈>라는 영화가 뮤지컬과 올드팝을 결합한
바즈 루어만의 명작으로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오래된 팝송들의 재해석에 있었다. 엘튼 존의 곡으로 유명한 'Your Song'은 이 원곡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신곡으로 생각될 만큼, 극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이고 있는데,
아마도 이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는 순간은 바로 'Your Song'이 시작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사운드트랙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라면 아마도 이 곡 'Elephant Love Medley'를 들 수 있을 텐데,
비틀즈의 'All Yoy Need is Love', 키스의 'I Was Made For Lovin' You', 필 콜린스의 'One More Night',
U2의 'Pride', 데이빗 보위의 'Heres', 그리고 엘튼 존의 'Your Song'과 <보디 가드> 사운트랙으로 유명한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등등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이 마치 원래 한 곡이었던 것처럼
완벽한 메들리로 불려지고 있다.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이 장면은, 물랑 루즈란 영화를 한 마디로
정의할 때 가장 적합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영화 내내 몽환적인 영상을 선보였던 <물랑 루즈>
그 몽환적인 영상 만큼이나 우리를 꿈꾸게 했던 사운트랙도 영원히 기억에 남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lephant Love Medley (Nicole Kidman, Ewan Mcgregor)  




* / 얼마전 부터 기획해 오던 건데, 영화 만큼이나 음악을 사랑하는 저로서,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운트랙에 관한 연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내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라는 거창한 제목 아래 앞으로 제가 갖고 있는 음반들을 기반으로
  연재를 계속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순번에 의미는 없습니다 ^^



'오래전 멀고 먼, 은하계에...(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자막과 이후 터지는 존 윌리엄스의 유명한 테마곡, 그리고 어두운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스타워즈의 로고와 함께 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대단원, 그야말로 대단원의 막은 클래식 트릴로지와 프리퀄 시리즈의 중요한 연결 고리인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이하 에피3)’로 끝을 냈다(에피 3가 개봉하기 전에 일부에서는 스타워즈가 본래 9부작으로 계획되었고 이후에 어떤 방법으로든 에피소드 7,8,9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았지만, 이 둘을 빼고는 스타워즈를 상상할 수도 없을, 감독인 조지 루카스와 음악을 맡은 존 윌리엄스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이후 시리즈는 불가능 할듯하며, 이를 무시하더라도 조지 루카스는 한 인터뷰를 통해 ‘스타워즈 시리즈는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의 관한 이야기이며,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없는 스타워즈는 없을 것이라며 못 박은 예도 있듯, 더 이상의 스타워즈 시리즈는 없을 듯하다).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이 개봉할 즈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등 친한 감독들에게 먼저 선을 보였던 조지 루카스는 유치하다는 이야기와 실패할 것이라는 핀잔을 더 많이 들었어야 했다(스티븐 스필버그만이 이 대단한 시리즈를 시작부터 적극 반기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에피소드 4가 개봉하고 이후 5,6편을 거치며 스타워즈 시리즈는 단순한 영화를 넘어서 전 지구를 아우르는 하나의 문화 코드를 형성하였으며, 우주의 크기만큼이나 방대하고 무궁무진한 세계로 인해 수많은 이야기 거리와 궁금증을 낳았고 완구나 게임 등 캐릭터 상품도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였으며, 스카이워커 사운드나 I.L.M등의 기술 팀들은 헐리웃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독립적인 회사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루크 스카이워커 3부작으로도 불리는 클래식 3부작의 엄청난 성공은 프리퀄 3부작에 대한 기대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는데, 제작 당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선사한 그래픽과 영상은 누구라도 압도당할 만큼 완벽한 퀄리티를 선사하였지만, 스토리 구조의 빈약함과 일부 캐릭터의 어설픔(?)으로 인해 팬들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았었다. 에피소드 1에 주요 캐릭터였던 ‘자자’는 팬들에 집중 공세를 받았던 대표적인 케이스(‘자자’가 극의 분위기를 깨는데 일조하였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스토리 구조가 비약했다는 점에는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동의하지는 않는 편이다). 에피소드 2에서는 아나킨 스카이워커 역할을 맡은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연기와 한 솔로와 레이아의 은근한 러브 스토리와는 달리 파드메와 아나킨의 대놓고 벌어지는 풀밭의 러브 씬 등이 자주 도마에 올랐었는데, 이 역시도 팬들에 엄청난 사랑이 만들어낸 하나의 반증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된다. 이렇듯 호평과 혹평이 갈렸던 에피소드 1,2편에 평가는 시리즈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피 3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이어졌고, 안 그래도 이제 마지막 남은 한 편에 남은 모든 이야기와 클래식 3부작과의 연결 고리를 완성해야 하는 제작진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 분명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에피 3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헤이든의 연기가 한 층 성장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극의 흐름 자체가 숨 가쁘고 심하게 집중할 수밖에는 없는 구조인지라 완벽하게 극에 빠져들 수 있었다. 많은 팬들이 궁금해 했을 이야기. 어떻게 해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속칭 ‘그 분’으로 불리 우는 ‘다스 베이더’로 변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 제다이 중에 최고 실력자인 요다는 어떻게 해서 황폐한 데고바 행성으로 은둔하게 되었을까, C-3PO와 R2D2는 왜 클래식 시리즈에서 오비완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다스 시디어스는 누구이며 어떻게 등장하게 되는가 등등 시리즈를 보며 궁금해 하던 모든 것들(대부분의)의 해답이 에피 3에 있다.



에피 3를 보면서 내내 들었던 개인적인 감정은 어느 애절한 로맨스 영화에서도 느껴볼 수 없었던 슬픔이었다. 시스 군주의 치밀한 계획(긴급명령 66) 아래 하나 둘씩 죽어가는 제다이 들의 모습과 파드메가 죽음으로 치닫는 악몽(단순 악몽이 아닌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제다이의 능력으로 인한)으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변절할 수밖에 없었던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고뇌(많은 이들이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가 되는 것에 대한 동기가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미 ‘샌드 피플’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처음부터 제국을 건설하여 온 은하계를 지배할 생각도 없었을 뿐 더러, 파드메를 지키기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하였다는 점, 그리고 윈두를 베고 나서 몹시도 후회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점, 무스타파에서 분리주의자를 제거하고 홀로 남아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았을 때, 한정된 러닝 타임 속에서 이 정도의 묘사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부분이라고 생각된다)가 그것.



에피 3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슬펐지만 더 슬퍼졌던 것은 에피 3에 등장하는 장면들로 인해 클래식 3부작의 장면들이 다시금 생각났기 때문이다. 에피3에서 윈두와 황제와의 대결 중에 아나킨은 누구를 도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데, 물론 황제를 도와 윈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장면은 에피 6의 마지막 장면과 정확하게 교차하는데, 역시 황제에게 루크가 당하고 있을 때, 끝내 고민하다가 황제를 들어 죽음에 이르게 한다. 에피 6을 볼 당시에는 그저 선한 마음이 다시 살아났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했지만, 에피 3를 보고 난 뒤에는 아마도 황제와 루크가 대립할 당시 예전 윈두와 황제가 대립했던 때를 떠올리고 다시는 후회할 짓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무스타파 듀얼 마지막에 너무도 슬픈 오비완과 아나킨의 대화가 이어지는데, ‘넌 우리의 희망이었어’ ‘사랑했다’ 라고 말하던 장면과 타들어가는 아나킨을 차마 다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던 오비완에 모습을 통해, 에피 4에서 (물론 루크에게 탈출할 기회와 자극을 주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지만)다스 베이더와의 대결 중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것은, 아나킨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마지막 파드메의 유연이 아니더라도 결코 자신의 손으로 동생과도 같은 아나킨을 해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어느 것 보다 감동으로 다가 왔던 것은 엔딩 장면인데, 오비완으로부터 루크를 건네 받은 타투인의 가족들이 두 개의 태양이 노을 지는 배경을 지긋하게 바라보는 장면에서 흐르던 루크 스카이워커의 테마곡은 말 그대로 ‘새로운 희망’을 예언하는 동시에 클래식 3부작의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사실 스타워즈라는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에 대해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처럼 전율이 몸서리 칠정도로 감동적으로 마무리할 줄은 몰랐었다). 아마도 스타워즈 시리즈와 쭉 함께 해온 팬들이라면 이 장면에서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밀려오는 듯한 깊은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에피 3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큰 줄기에 궁금증들은 대부분 해소가 되었으나 팬들이라면 몹시도 궁금하고 부족하다 여겨질 만한 사실들이 곳곳에 내재하고 있다. 사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 같은 끝없는 궁금증은 너무나도 광대한 스타워즈 세계의 구조 때문일 것이다. 이 중 몇 가지의 해답을 갖고 있으며 에피 2와 에피 3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 ‘클론 워즈 (Clone Wars)’ 일 텐데, 아직까지 국내에서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 중 에피 3와 연관되는 클론 워즈의 몇몇 사실들을 나열해볼까 한다. 에피 3에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 가운데 ‘그리버스 장군’은 가장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으나 비교적 쉽게 사라진 캐릭터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리버스의 관한 중요한 이야기들은 클론 워즈에 수록되어 있다. 그의 놀라운 활약상이나 제다이들을 처형해가며 광선 검 수집을 취미로 삼게 된 일, 두쿠 백작에게 수련을 받는 장면, 그리고 윈두와의 대결에서 부상을 입는 장면 등이 그것이다(영화 내내 그리버스가 기침을 하듯 콜록 대는 것이 원래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윈두에게 당한 부상으로 인한 것이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광선 검 대결의 스킬만으로는 요다 마저도 능가한다고 알려진 윈두의 활약도 에피 3에서는 두드러지지 못하는데, 클론 워즈에서는 그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클론 워즈 외에도 게임으로 발매된 ‘제다이 아카데미’시리즈나 ‘배틀프론트’ 시리즈에서도 영화의 스토리와 연계되는 이야기와 설정들로 인해 좀 더 세세한 주변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이제 영화 얘기에서 조금 벗어나 배우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아나킨 스카이워커 역할을 맡은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연기는 에피 3에 와서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극적으로 치닫는 아나킨의 심리 상태를 연기하기에 신인 급 배우인 헤이든이 팬들에 마음에 들기에는 조금 부족했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된다. 아나킨 만큼이나 중요한 역할로 프리퀄 3부작에 중심을 이루고 있는 역할이 오비완일텐데, 사실 처음에는 그저 껄렁하면서도 스마트한 이미지를 풍기는 이완 맥그리거가 알렉 기네스로 비교되는 오비완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아니 소화라기보다는 어울릴까 걱정을 했었지만, 이완은 점점 은근히 오비완에 모습이 되어 갔고, 에피 3에서는 다른 오비완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이완 맥그리거 특유의 스코틀랜드 식 영어 발음은 대사 전달에 있어서도 다른 배우들보다 더 효과적이었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에피 3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는 펠퍼타인 의장 역할을 맡은 이안 맥디아미드가 아닐까 한다. 이미 예고편에서 보여줬던 것처럼(몇 번 본 팬들은 그 대사를 외울 정도로) 그의 대사 전달 능력은 누구보다도 뛰어나, 보는 이의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또한 펠퍼타인 의장에서 시스 군주로의 1인 2역 아닌 2역을 맡아 그야말로 아카데미 조연상 감으로도 손색이 없는 연기를 펼친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에 이어 또다시 초반부에 짧은 시간 출연으로 아쉬움이 남는 두쿠 역할의 크리스토퍼 리와 역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대로 강력한 이펙트를 선사하였던 윈두 역할의 사무엘 L.잭슨, 그리고 많은 사람이 주목하진 않았지만 모나지 않게 자연스런 연기를 펼쳤던 나탈리 포트만까지. CG와 화려함에 가려져 우리가 흔히 잊고 있는 사실이지만, 스타워즈의 출연진들이 펼친 연기는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AV적으로는 절대 부족함을 용납하지 않는 조지 루카스 덕에 매번 출시 때 마다 화제가 될 정도로 놀라운 스펙과 퀄리티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에피소드 1,2는 놀라운 화질과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국내 출시된 코드 3번의 경우 음성해설과 서플먼트 등에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팬들에 아쉬움을 사기도 했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지만 에피 3는 음성해설과 서플먼트 모두 한글 자막이 지원됨으로 안심해도 될 듯.



먼저 2.35:1의 화질부터 살펴보자면, 전작들이 그러하였듯 역시나 티끌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영상을 수록하였다. 일단 촬영 자체가 필름 카메라가 아닌 100% 디지털로 작업되어 일반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의 DVD들 보다는 한 단계 높은 화질을 선사한다. 일부에서는 디지털 영상이 너무 날카롭게 느껴진다며 조금은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에피 3의 화질은 디지털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위와 같은 거부감마저 최소화할만한 화질이라 할만하다. 어두운 극의 분위기만큼이나 어두운 배경에 장면이 많이 등장함에도 화질에 부족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운드 역시 DTS 부럽지 않은 돌비디지털 5.1EX의 음질을 수록하였다. 영화의 초반 전투 장면에서는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폭발음등과 광선 포 소리가 채널을 골고루 사용해가며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동시에, 버즈 드로이드가 기체 위를 걸을 때 나는 세세한 소리까지 선명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마지막 무스타파 듀얼에서는 스타워즈 하면 떠오르는 광선 검 특유의 사운드 역시 화려하게 수놓는다.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 또한 강력한 웅장함을 전달하며 극적인 분위기를 더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인상적인 사운드를 꼽으라면 다스 베이더 특유의 숨소리를 들 수 있겠는데,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가 된 직후 매우 고요한 가운데 숨소리가 울려 퍼질 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으며 탄성을 지를 정도였다. 에피소드 4~6편에는 내내 들었던 숨소리 이지만 이번 에피 3만큼이나 인상적인 숨소리는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이번 출시된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DVD는 방대한 서플먼트와 음성해설 모두에 한글자막이 지원되어 전혀 감상에 무리가 없이 흥미로운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 편과 감독인 조지 루카스, 제작자인 릭 맥칼럼 등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다. 조지 루카스가 참여한 음성해설은 개인적으로 반지의 제왕 확장판에 수록된 피터 잭슨과 배우들이 참여한 음성해설 이후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던 코멘터리인데, 팬들도 다 알지 못했던 스토리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들과 극중에서는 다 노출되지 않았던 캐릭터들의 행동에 대한 감독의 의도, 제작자가 이야기하는 장면 장면에 얽힌 뒷얘기 등 스타워즈의 팬이라면 영화를 감상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방대한 양의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일단 가장 흥미롭고 눈길을 끄는 것은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삭제장면이다. 삭제 장면에서는 본편을 뒷받침해줄만한 장면들과 많은 팬들이 기대했을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파드메가 의장에 독재에 반대하는 의원들과 뜻을 모으고 의장에게 가서 의견을 타진하는 장면 등이 수록되었는데, 이를 통해 파드메가 그저 아나킨과의 로맨스뿐만 아니라 잘못된 의회를 바로 잡기위해 정치적인 노력도 계속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제작자인 릭 맥칼럼이, 삭제되어 너무 아쉬웠다는 코멘트와 함께 소개되는 장면은 요다가 은둔에 들어가기로 한 뒤 데고바 행성에 도착하는 장면인데, 에피소드 5와 연결되는 장면으로 데고바 행성에 모습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흥분되는 일이긴 하지만, 엔딩 부분에 위치하게 됨으로 새로운 희망을 의미하는 루크와 레아로 마무리되는 전체적인 마무리에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아쉽지만 본편에서 삭제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부가영상으로는 제작과정에 관한 스텝과 기술적인 면을 중심으로 한 영상과 배우들과 스토리, 캐릭터에 관한 영상이 담겨있는데, 그 중 'Within a Minute : The Making of Episode III'에서는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무스타파 듀얼 장면을 중심으로 제작과정을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약 1분도 채 안 되는 장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스텝들과 기술, 노력이 투여되는지를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각 스텝의 파트별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이 외에 특작단편으로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 에피소드 III의 스턴트’를 통해 스턴트와 관련되어 배우들이 트레이닝을 받는 모습 등이 담겨있고, ‘선택된 하나 (다스베이더)’를 통해 시리즈의 핵을 이루는 캐릭터인 ‘다스 베이더’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밖에도 뮤직비디오 'A Hero Falls'와 웹 다큐멘터리, 예고편, 비디오 게임에 예고편과 데모 영상, 스틸 갤러리 등이 수록되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DVD는 스타워즈의 감흥을 함께 했던 이들이라면 전혀 고민할 필요조차 없을 최고의 선택이다. 물론 더 나은 매체인 HD DVD 포맷이 대중화되면 분명 새 포맷으로 출시가 될 것이며, 그전이라도 에피소드 1~6편을 모두 담은 박스세트가 출시될 것 또한 확실하며, 애니메이션 클론 워즈까지 포함하거나 새로운 다큐라던지 관련 영상을 담은 디스크를 추가 수록한 버전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하물며 그 모든 것이 기정사실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기 전까지만 활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만큼 스타워즈 팬들에게 또 DVD마니아들에겐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 또한 감히 확신한다.

글 / 아시타카

200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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