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임파서블 : 블루레이 리뷰 (The Impossible : blu-ray review)
남겨진 이름들을 위한 진짜 재난영화
2004
년. 크리스마스가 하루 지난 12월 26일. 사상자만 무려 30만명 이상을 기록했던 동남아 쓰나미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충격과 고통으로 남아있는 안타까운 재난이었다. 바로 이 실화를 바탕으로 나오미 왓츠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2012)'이다. 일반적으로 재난 영화라고 하면 엄청난 볼거리와 스케일이 동반 된 '재난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기 쉬운데, 스페인 출신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극적인 요소와 볼거리 위주의 블록버스터가 아닌 거대한 재난의 한 가운데 놓여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담아낸 진짜 재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더 임파서블'은 선입견과 싸워 이겨내야만 얻어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재난영화 = 재난 블록버스터를 연상하기 쉽고, 실제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거대한 재난 그 가운데 한 가족이 있었다'라는 홍보 문구로 인해 이미 익숙한 흔한 영화를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홍보 문구는 잘못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같은 문구를 사용했던 다른 작품들로 인한 선입견이 문제다). '더 임파서블'은 그 동안 오락적인 요소로만 활용되던 재난, 자연 재해 등의 소재가 본래 담고 있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현실을 담아내는 데에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그것은 아마 실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그 엄청난 재난을 겪었던 이들을 앞에 두고 어찌 볼거리 중심의 오락 영화를 만들 수 있었겠는가.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껴진 감정은 감동 이전에 고통이었다. 공포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몇 번이나 그 참혹함에 눈을 감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 정도로 영화는 이 재난이 실제 하는 것이었고, 그 재난을 겪은 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도록 고통의 묘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꿔 이야기하면 보통의 오락 영화가 재난을 다룰 때, 그 엄청난 파도나 쓰나미가 몰려오는 순간의 스케일과 공포를 주목하는 방식이라면, '더 임파서블'은 그 쓰나미가 실제 인물들에게 고통을 주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을 할애한다. 쓰나미에 휩쓸리기 전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는 시각적 공포가 아니라, 그 파도에 휩쓸려 이리 저리 부유물들과 함께 떠다니는 가운데 각종 부유물과 구조물들에 부딪혀 찔리고 둔탁하게 부딪히고 상처 입는 묘사는 경험하지 않았지만 경험적 공포를 제공한다. 아마도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관객들이 이 재난의 공포를 '와...'하며 느끼기 보다는 '으...'하고 떨며 몸으로 체감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을런지 모른다. 적어도 이 1차 목표는 성공적이다. '더 임파서블'은 근래 본 재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재난의 공포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연출이었다. 3D나 4D의 기술적 지원 없이도 말이다.
가족이 중심이 된 이야기라는 점은 가장 강력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 속 부부와 세 명의 어린 아들들이 재난을 겪게 되면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또 찾고, 성장하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 속 가족의 이야기에 감동 받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담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엄청난 재난을 함께 겪고 나면 (함께 겪도록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누구나 극 중 가족이 아니라 내 가족의 소중함을 적어도 한 번쯤은 간절하게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용이한 조건을 갖고 있는 재난 영화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라는 점에서, '더 임파서블'이 더 의미 있는 재난 영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더 임파서블'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 당시 쓰나미를 겪었던 이들인 알바레즈 벨론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재난에 관한 실화가 있는 그대로 영화화 되기 어려운 것은 당사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를 비롯해 당시의 기억이 재현되고 반복되는 것에 더 큰 고통을 느끼기 때문인데, '더 임파서블'은 감독이 알바레즈 벨론 가족을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야 가능했다고 한다. 아마도 벨론 가족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화 하는 것에 동의했던 이유는 첫 째는 이 재난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힘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었을 것이고, 둘 째는 자신들이 재난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신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바로 그 신뢰는 영화 내내 짙게 깔려 있는 미안함. 재난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게 된 수 많은 이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니 었을까.
재난을 배경으로 한 가족 혹은 인물이 중심이 될 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경우에도 그 주인공의 이야기에만 집중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 이유는 주인공이 겪은 고통 만으로도 충분히 누군가를 신경 쓰거나 홀로 생존하기에도 벅찬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임파서블'은 재난을 겪게 되는 순간부터, 자기 가족을 다 찾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자기 몸 조차 성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주변에 함께 재난을 겪게 된 이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시선이 짙게 깔려있다. 어쩌면, 아니 반드시 짐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어린 아이를 그럼에도 꼭 함께 돌보는 것이나, 아직 자기 가족도 다 찾지 못한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도 또 누군 가의 가족을 찾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이 재난도 결코 빼앗아 갈 수 없었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더 임파서블'은 끔찍한 재난을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 가족들과는 다르게 구하지 못한 수 많은 이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더 깊은 감동과 가족, 재난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영화.
오픈 케이스
Blu-ray : Menu
Blu-ray : Video & Audio
2.35:1 화면 비 MPEG4 AVC 코덱의 블루레이 화질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구현으로 우수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뒤의 장면에서는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부유물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노출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복잡한 부유물들의 디테일도 나쁘지 않고 색 온도 역시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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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크게 단점이 발견되지 않은 우수한 퀄리티로 수록되었다. 앞서 영화 소개 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품의
특성상 재난 영화이지만 재난 블록버스터는 아니기에 후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케일의 사운드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퀄리티
측면으로 보면 아쉬울 것 없는 음질이다. 과장되기 보다는 좀 더 사실적인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중 가장 눈 여겨 볼 만한 것은 음성해설 트랙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감독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를 비롯해 작가와 제작자의 참여는 물론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실화의 주인공인 마리아 벨론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음성 해설하면 감독이나 배우들이 참여한 버전을 기대하곤 하는데, 작품의 특성상 실제 주인공이 참여하고 있는 음성해설은 꼭 한 번 들어볼 만한 트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 부가 영상은 전체적으로 영상의 길이가 길지 않고 내용도 단촐 한 편인데, 북미 버전 역시 동일한 부가 영상을 수록하고 있기도 하다. 메이킹 영상은 약 6분 분량으로 짧게 나마 촬영장에서의 모습과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 실제 주인공인 마리아 벨론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으며, 특히 비교적 저 예산 스페인 영화인 이 작품이 거대한 쓰나미를 실제처럼 구현하기 위해 어떠한 뒷 이야기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캐스팅에서는 나오미 왓츠와 이완 맥그리거 그리고 아역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데, 새삼스럽지만 나오미 왓츠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었으며, 더 현실감을 주기 위해 실제 당시 쓰나미를 겪었던 이들을 최대한 단역 및 엑스트라로 출연시키고자 했던 점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삭제 장면과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 평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더 임파서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 영화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한 진정성과 감동을 담은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재난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공포와 교훈,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서 온몸으로 재난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가운데 실제 주인공이 재난을 겪고 난 뒤 다른 이들에게 (아마도) 전하고 싶었을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품이기도 했다.
자녀가 있는 이들이라면 아마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바로 자신의 자녀들과 동반자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으로, 부족함 없이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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