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팀 버튼 & 대니 엘프만 영화음악콘서트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독과 영화 음악 감독(작곡가) 콤비를 꼽으라면, 아마도 팀 버튼과 대니 엘프만 일 것이다. 이 둘의 조합은 초기부터 아주 독특한 이미지와 캐릭터, 세계관을 보여주던 팀 버튼의 작품이 눈길을 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신비스럽다 못해 가끔 기이함을 보여주는 팀 버튼의 영화를 더 판타지스럽고 귀엽게 만드는 것이 바로 대니 엘프만의 영화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 부턴가 이 둘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가끔 다른 감독 작품에서 대니 엘프만이라는 크래딧을 보게 되면 당황하게 되는 것처럼) 이 둘의 공동 작업은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이들의 작품을 콘서트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가.





정확히 영화 음악은 아니었지만 애니메이션 관련하여 예전 칸노 요코가 내한 했을 때 콘서트를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느꼈던 감정은 뭐랄까, 무언가가 실제로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영화나 애니와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팀 버튼 & 대니 엘프만 영화음악콘서트도 몹시 기대가 된다. 아무래도 콘서트라는 특성 상 좀 더 영화 음악 자체에 귀 기울이게 되면서 미처 영화를 볼 땐 다 느낄 수 없었던 음악 자체의 유려함과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속 장면들이 자연스레 떠오를 순간이 벌써 벅차 오른다.





이번 공연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대부분의 곡은 로열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에서 지휘를 맡았던 존 마우체리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이끌고 공연할 예정이지만, '크리스마스 악몽' OST는 특별히 대니 엘프만이 직접 무대에 올라 연주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해당 공연은 2013년 런던 로얄 알버트홀에서 초연을 가졌던 공연으로 월드 투어 중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을 갖게 되었는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휘는 존 마우체리가 맡게 되며 연주는 국내 오케스트라인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을 예정이다.


예상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다.


Act 1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PEE WEE'S BIG ADVENTURE
BEETLEJUICE
SLEEPY HOLLOW
MARS ATTACKS
BIG FISH
BATMAN/BATMAN RETURNS


Intermission


Act 2

PLANET OF THE APES
TIM BURTON’S CORPSE BRIDE
DARK SHADOWS
FRANKENWEENIE
EDWARD SCISSORHANDS
TIM BURTON’S NIGHTMARE BEFORE CHRISTMAS
Encore
ALICE IN WONDERLAND


(프로그램은 연주자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음)





이제 공연까지 딱 한 달 정도 남았는데, 한 여름 밤 무더위를 날려줄 팀 버튼의 영화들과 대니 엘프만의 영화 음악 콘서트. '크리스마스 악몽'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신부' '앨리스 인 원더랜드' '다크 쉐도우' '배트맨' 그리고 '빅 피쉬'까지. 아...기대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 포스팅은 제작사로부터 초대권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을 밤, 심하게 젖 들게 만든

버스커버스커 콘서트를 다녀와서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은 해외, 국내를 가리지 않고 꼭꼭 챙겨보았었는데, 올해는 정말 여름에 락페도 하나도 못 갔을 만큼 정신 없이 (나는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나) 보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버스커버스커 콘서트 예매가 방금 열렸다는 모 커뮤니티의 글을 보고서는, 별 다른 생각도 없이 그냥 예매하기를 몇 달 전. 지난 주말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버스커버스커의 콘서트에 다녀오게 되었다.


예매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난 버스커버스커의 열정적인 팬은 아니다. 물론 그들의 음악이야 음반을 사서 들을 만큼 좋아하지만 일부러 예매 오픈 시간 맞춰서 좋은 자리를 예매할 만큼의 팬은 아니었는데, 맨날 내가 좋아하는 이상한(?)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에 따라 다니느라 (이를 테면 bjork 같은;;;) 남들 못하는 경험들을 여럿 해본 여자친구를 위해, 아는 노래가 무척 많을 이 공연을 아마도 예매했던 것 같다.


버스커버스커 콘서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점이었다. '아는 노래가 무척 많다는 것'. 이번 공연을 보고 새삼 느낀 거지만, 디지털 싱글이 대세가 된 요즘, 버스커버스커 만큼 일반 대중들이 앨범 형태로 듣는 뮤지션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음반을 싱글 보다는 아직도 앨범 형태로 고집해서 듣는 나로서는, 최근 아니 이제 최근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디싱 시장은 아쉬움이 많은데, 그런 측면에서 버스커버스커는 참 대단한 게 이런 시장을 상대로 소수가 아닌 다수의 대중들이 '앨범' 듣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뭐 결국 답은 좋은 음악이었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디싱 위주의 곡들이 좋지 않은 음악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결책이 좋은 음악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다른 콘서트와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조금은 덜한 설레임으로 보게 된 버스커버스커의 공연은, TV를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참 소박 아니 순박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장범준 이라는 캐릭터는 참 국내 가요계에서 이 정도로 성공하기 힘든 캐릭터가 아닐 수 없겠는데, 어찌 되었든 그를 알아본 슈스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만약 슈스케가 없었다면 버스커버스커라는 팀을 이렇게 많은 대중들이 알기는 시스템의 현실 상 어려웠을 테니.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버스커버스커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 동안 쉴세 없이 달렸음에도, 거의 모든 곡을 거의 모든 관객들이 따라 부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정말 열혈 팬들 위주로 찾는 고가의 내한 공연을 가봐도 이렇게 거의 전 곡을 다 따라 부르는 일은 흔치 않은데, 버스커버스커의 공연은 관객 대부분이 이들의 열혈 팬이라기 보다는 일반 관객(다른 말로 하면 그들의 팬 대부분은 일반 관객이라는 얘기)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놀라운 광경이었다. 중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아주머니도, 젊은 연인도 모두 각자가 좋아하는 곡 들을 여러 곡 신 나게 따라 부르는 광경이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처음 여러 명의 스트링 악단이 무대 뒤에 배치 된 것을 보았을 때 버스커버스커 특유의 소박함이나 아날로그함이 그 웅장함에 가려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했었는데, 오히려 체조 경기장이라는 공연장에 딱 맞는 스케일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극적인 요소가 더해지기는 했지만 본질을 해치지 않아 좋았고, 새삼 이번 새 앨범의 곡 들이 스트링 편곡과 제법 잘 어울린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을 예매할 때의 목표는 일부러 앞자리를 선택하지 않고 가장 멀리 있는 좌석을 예매해서 편안하게 노래나 감상해야지, 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즐기기에 참 좋은 공연이었다. 가을 밤과 너무 잘 어울렸던 버스커버스커의 콘서트.



1. 거의 모든 곡이 다 좋았지만, 특별히 이번 새 앨범에서 좋아하는 곡인 '잘할 걸'은 역시나 좋았으며, 타이틀이라 오히려 너무 익숙해 이제는 조금 지나쳐버렸던 '처음엔 사랑이란게'가 참 좋은 곡이란 걸 새삼 깨닫기도 했던.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데미안 라이스 내한공연 (Damien Rice)

기타 하나로도 가득했던 전율 그리고 재미



펜타포트에서 거의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최종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만남의 기회가 미뤄졌었던 데미안 라이스 (Damien Rice)의 내한 공연이 바로 엇그제 있었다. 개인적으로 데미안 라이스는 포크 뮤직에 서서히 빠져들 때쯤 2002년 자연스럽게 알게 된 뮤지션이었는데, 남들처럼 영화 '클로저 (Closer. 2004)'로 인해 알게 된 경우는 아니었지만 인상 깊게 본 영화로서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까지는 말 못 하겠다. 어쨋든 U2나 Radiohead 같은 밴드들의 내한 공연은 매번 꿈꾸면서도, 정작 그 만큼이나 좋아하는 데미안 라이스 같은 포크 뮤지션의 내한공연은 별로 꿈꿔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스케일과 임팩트를 자랑하는 대형 록밴드나 뮤지션들의 경우야 '라이브'에서만 전달 받을 수 있는 감흥이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금만 좋아하더라도 '꼭 한 번 실제로 보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음반만으로 전달하는 감성의 순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는 포크 뮤지션의 경우는 아마도 조금 덜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이 예상이 빗나갈 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긴 했지만, 이건 그냥 빗나간 정도가 아니었다. 데미안 라이스는 '라이브'에서만 전달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식들을 모두 걷어낸 채 홀로 무대에 섬으로서, 라이브가 전달하는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만들어 냈다.





퇴근하고 겨우 시간을 맞춰 도착한 저 끝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 대부분의 내한공연이 그러하듯 정시에 시작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고 오프닝 게스트가 누가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오프닝 게스트가 나올 법한 시간 (8시 10분쯤?)에 누군가가 어두운 무대 위로 홀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준비된 기타를 매고 첫 곡을 부르기 시작했으니, 바로 데미안 라이스였다. 뭐랄까. 아직 예열도 다 안끝난 상황에서 등장한 탓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런 분위기는 그가 노래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바로 진정되었다. 멘트 없이 바로 Delicate를 연달아 불렀는데, 이 때 부터 급격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몇 곡을 거의 멘트없이 바로 이어서 홀로 불렀는데, 이 때 까지만 해도 '아, 계속 이렇게 멘트 없이 노래만 듣는 공연도 괜찮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한 데미안 라이스. 그 본격적인 시작은 'Volcano'였다. 자신과 함께 노래부르고 싶은 사람은 무대 위로 올라오라는 말에 처음에는 다들 동요하지 않자, 나는 50명이 넘는 사람과도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해 봤다고 관객들을 부추겼고, 결국 이를 넘은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 그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Volcano'를 나눠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올림픽 홀 같은 큰 공연장 보다도 이렇게 사람들에 둘러쌓여 부르는 그림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었기에, 이 장면은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예전 지산에 벨 앤 세바스찬이 왔을 때 관객들을 무대 위로 올려 함께 춤추던 그 날의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을 정도로, 소박하지만 너무나 행복한 장면이었다.





이후 피아노 연주로 들려준 'Rootless Tree', 그리고 이 곡이 어떤 이야기를 통해 탄생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한참이나 들려준 후에야 시작된 'Amie'까지. 이 때부터 앞서서 예상했던 '그냥 멘트없이 노래만 들어도 좋겠다'라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영어로 진행되었음에도 상당히 자세하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결국 데미안 라이스는 단순히 에피소드를 설명해주기 보다는 '사랑 (Love)'이라는 가치에 대해 남녀가 겪게 되는 일들, 가슴을 떨리게도 혹은 가슴을 찢어 놓을 때도, 화를 내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오묘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재미있는 건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었고 그냥 멘트 수준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준이었는데도 짧은 영어 실력으로 거의 다 알아들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는데 95% 이상 이해해버린 자신에게 놀라는 계기이기도 했다 ㅋ 어쨋든 그래서인지 그냥 음반으로 듣던 Amie와는 전혀 다른 Amie를 이 날 듣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이 좋았는지 아니었는지는 각자 달랐을지언정 말이다 ㅎ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이 경이로웠던 것은, 그 구성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포크 뮤지션들의 공연을 가본 적이 있긴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완전히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가는 공연은 데미안 라이스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드럼을 비롯한 세션 한 명 없었으며, 그렇다고 미리 사운드를 깔고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정말로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 데미안 라이스와 피아노 연주, 이렇게만 구성된 공연이었다. 공연에 오지 못한 분들은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저렇게 진행되었다면 몹시 심심했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텐데, 믿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무대에 비해 큰 홀이었던 올림픽 홀이 데미안 라이스 한 사람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가득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오히려 락 적인 요소가 강한 곡에서는 가끔씩 조명이 조금 화려하게 구성되었었는데, 이마저도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충분한 공연이었다. 특히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곡들 간의 느낌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 그의 음악으로 미뤄봤을 때, 두 시간을 혼자 가득채운 라이브는 경이롭다고 밖에는 할 수 없겠다.





공연을 가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쓸쓸함에 흠뻑 취해 눈물을 흘리고 오겠다'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오롯이 전하는 그의 울림에 눈물이 글썽였다. 이런 경험은 흔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올림픽 홀 정도의 규모 공연장에서 관객 거의 전부가 완전히 숨을 죽인 채 슬픔의 감동을 받고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뮤지션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공연과는 다르게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오는 임팩트는 조금 덜했다. 이건 곡들을 잘 몰라서도 아니고, 감동을 덜 받아서도 물론 아니었다. 다른 공연들에서 받았던 감동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지. '와~'하는 감동이 아니라 이미 곡을 들으며 마음으로 울게 만든 그의 곡에게 보내는 또 다른 찬사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본 공연 마지막 곡으로는 'Cannonball'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이크도 쓰지 않고 기타도 엠프에 연결하지 않은, 이른바 '쌩톤'으로 전해졌다. 그 큰 올림픽 홀이 무대 위 데미안 라이스의 작은 목소리에 집중한 탓일까. 전혀 작지 않은 울림이 전해졌고, 행여나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아주 작게 속삭이듯 따라부르는 목소리가 더해져 나오는 소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포크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고, 아직 'The Blower's Daughter'가 나오지 않았기에 관객 모두는 이 곡을 기다리며 조용히 앵콜을 외쳤다.





아무것도 없는 쌩톤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앵콜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 속에서 'Cold Water'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무릎을 쳤다. '이런 구성이라니!' 완벽하게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연주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구성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앵콜은 커버곡 'Halleluja'로 이어졌고, 그의 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는 'The Blower's Daughter'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곡들을 더 좋아하기에 이미 더 큰 감동을 흠뻑 받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이 곡이 주는 임팩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당연히 이 곡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공연은 이 때부터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렀다. 갑자기 기타를 내려놓은 데미안은 무대 위 미리 마련되어 있던 테이블에 앉았고, 한 여성이 무대 위로 나와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이야기와 함께 둘이서 와인을 한 잔씩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건 하나의 꽁트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서정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했던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꽁트 마무리라니! 눈물이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웃음마저 터져나오는 상황. 그리고 이 꽁트는 'Cheers Darling'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말로 와인 반병을 무대 위에서 마신 데미안은 비틀 거리는 연기까지 하며 이 곡을 완벽한 '라이브'로 승화시켰고, 끝까지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뒤 웃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무대를 떠났다.

아...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이런 마지막을 볼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였지만, 공연 내내 흘렀던 감동을 깨거나 방해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에 또 다른 재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아주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기대보다도 더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이루말할 수 없는 감동과 재미까지 선사한 그의 음악과 무대를 만난 것은, 내 생에 가장 큰 보람된 일 중 하나로 기억될 듯 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깊은 여운과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1. 공연이 모두 끝나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밖으로 나온 데미안 라이스는 공연장 복도에서 팬들에 둘러쌓여 함께 노래하고 놀았다는 후문이 ㅠㅠ 매번 겪는 일이지만, 내한 공연의 경우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보면 뮤지션과 함께 하는 행운을 종종 얻을 수 있지요.

2. 그리고 그 다음 날 홍대에 와서 몇몇 뮤지션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노래하고, 술값까지 카드로 계산했다는 후문도 ㅠㅠ 나도 그 시간에 홍대에 있었는데 ㅠ 어찌어찌해서 물어물어 가볼 수도 있었던 터라 더욱 큰 아쉬움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사진으로 보는 나는 꼼수다 콘서트 후기

버라이어티 가카 헌정콘서트 - 나는 꼼수다 (2011.10.30일. 오후 6시. 블루스퀘어 콘서트홀)



요즘 장안의 화제라 할 수 있는 가카 헌정방송 '나는 꼼수다'의 서울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경찰 추산 아닌 자체 공식 추산으로 2분 만에 매진되어 버린 콘서트를 신의 손으로 예매할 수 있어서 2일차인 30일 공연에 다녀오게 되었어요 (참고로 저는 예매에는 단 한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예달'이라 이 날 제꺼하고 오후에는 다른 분들꺼 까지도 예매를 해드렸더랬죠 ㅎ - 이거슨 내 깔때기 ㅋㅋ).


'나는 꼼수다' 방송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것도 정말 할 얘기가 무궁무진 할 거에요.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그렇고, 장단점에 대해서도 그렇고, 나꼼수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응들에 대해서도 그렇구요. 이런 얘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다면 해보고, 오늘 포스팅에서는 미처 공연 예매에 성공하지 못하신 많은 나꼼수 팬분들을 위해 콘서트 현장의 사진 소개 위주로 써내려 가고자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사진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콘서트였어요. 왜냐하면 이들은 21세기 라디오(podcast)스타니까요 ㅎ


혹시 지방 공연이나 나중에 혹시 있을 서울 앵콜 공연 관람을 예정 중이시라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 분들은 과감하게 스킵해주세요 ^^;







가카의 정겨운 사진들을 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공연 시작을 기다립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탁현민 씨가 공연 전에 나오셔서 간단한 소개를 하는 모습. 결국 그는 모든 것을 기획했지만 그 어느 것도 준비한 것을 이루지 못한 공연이 되었습니다 ㅋ 일례로 모든 가수가 2곡 만을 하기로 했던 공연이었는데, 박혜경 씨가 필 받으셔서 너무 귀여워지신 나머지 앵콜곡을 하셨거든요. 이 순간에는 본래 다른 영상을 트는 기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앵콜곡으로 인해 '역시나' 기획이 소용없어지는 순간이었으나 박혜경 씨의 노래를 배경으로 본래 준비했던 영상을 배경으로 까는 순발력을 보여주시더군요! 이 장면이 의외로 잘 맞아 떨어졌어요 ㅋ 




가카 헌정 공연다운 인트로.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등장! 왼쪽부터 시사돼지, 목사아들 돼지 (돼지아들 목사 아님) 김용민 전교수, 스캔들로 아이돌 급으로 급상승(?)한 김어준 총수, 이 날 깔때기의 진수를 여지없이 보여준 정봉주 전의원, 그리고 누나들의 함성 소리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던 주진우 기자까지. 짧게 개인평을 하자면 김용민 전교수는 확실히 에어컨의 인기는 넘어선 모습이었고 (하지만 이날은 에어컨이 참여하지 않았다는게 함정), 김총수는 방송보다는 오히려 더 진지한 모습이라 가끔씩 방송에서 나오는 '닥치고' 성향이 나올 때마다 빵빵 터졌으며, 정봉주 전의원 님은 정말 깔때기라는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시더군요. 다들 1시간이 넘어갈 때까지는 웃고 즐기는 모습이었는데, 나중에는 하도 심해져서 객석 여기저기서 '그만해!'가 터져나올 정도였어요 ㅋㅋ 그리고 우리의 주진우 기자는 이 날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역시 누나(도) 전문 다웠습니다.
















'내곡동 가까이'를 열창하는 모습. 김용민 전교수는 정말 열심히 신심으로 부르셨어요. 진심이 전해지는 무대였습니다.


사실 트위터 등을 통해 29일 1일차 공연을 다녀오신 분들께 스포를 당한 터라 어떤 분이 특별 초대가수로 나오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초대된 특별 가수는 '이순신'이 아니라 바로 이 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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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싸늘하게~'

아, 이 곡을 라이브로 들을 줄이야 ㅠ TV토론에서 보고 음원이 언제나오나 기다렸던 곡이었는데,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은 예상 못했던 터라 소름마저 돋았어요. 관객의 호응에도 굴하지 않고 1절을 거의 끝까지 다 부르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뭐랄까. 이건 좀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내 손으로 바로 며칠 전에 뽑은 서울 시장을 얼마 안되서 바로 만나게 된 거잖아요. 무언가 잡힐 것 같지 않고 멀리 있는 것만 같았던 것이 '실제'한다는 느낌을 받았달까요. 무언가 꿈틀하게 하는 경험이었죠.





그리고 우리의 미중년 송호창 변호사 님도 깜짝 출연을. 하지만 이 날 객석은 대부분 주진우 기자 팬이여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는 적은 환호성이 ㅋㅋㅋ





이런 돌림판도 준비하기는 했는데 (나름 나가수를 의식한 듯한 기획;;) 전혀 써먹지는 않았습니다 ㅋ 뭐 이 분들이 그렇죠 (탁현민 씨만 고생 ㅠㅠ)





관객들이 직접 남긴 질문들에 답하는 시간도 있었어요. 포스트 잇에 남긴 질문들 말고 객석으로 직접 마이크를 돌려 질문을 받기도 했었죠. 웃음과 감동이 함께 하는 질문답 시간이었습니다.






누나들 보시라고 주진우 기자 사진만 몇장 더~








총 3시간이 넘는 가카 헌정 공연은 그렇게 이한철 님의 공연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한철씨는 제가 평소에도 워낙 좋아하는 뮤지션이라서 더 좋았어요!

'나는 꼼수다'를 바라보는 저의 가장 기초적인 시각은 이렇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라는 것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내 생활에 아주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쉽게 전달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정치에 평소 관심이 많아서 예전부터 관련 뉴스와 정보들을 계속 찾아보고 언론이 점령당한 세상에서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었지만, 제 주변만 해도 정치는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로 보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저는 그냥 관심을 갖은 것 뿐인데 그 분들이 보기에는 마치 '운동권' 보듯이 보게 되는 희한한 일들도 있었죠. 그런데 '나꼼수'가 이 벽을 많이 허물었다고 생각해요. BBK나 한나라당, 가카의 의혹과 문제들은 계속 있어왔고 오히려 새로울 것이 없을 정도지만, 이제는 더 많은 (운동권 아닌 일반 국민들이) 이들이 이 문제에 귀기울이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4대강을 반대하는 건 환경운동가라서가 아니잖아요. 상식적인 일이죠).

예전에는 좋고 나쁘고를 이야기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아무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제는 제 주변만해도 많은 분들과 (그 동안에는 정치 얘기를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던 분들과) 정치/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 기회를 '나꼼수'가 열어준 것이죠.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 이제 기회는 마련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나의 일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나꼼수'에 대해 찬양도 좋고 까는 것도 좋아요. 이런 기회를 갖게 된 것이 어딥니까. 이제 그 기회를 더 이상 잃지 않고 계속 참여하고 관심을 갖는 데에 '나꼼수'가 더 많은 이들을 끌어당기는 매개체가 되길 바래봅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존 레전드 내한공연 (John Legend)

전설 형과 함께하는 Slow Dance!



존 레전드는 그의 첫 앨범 'Let's Get Lifted'를 들었을 때부터 그의 이름처럼 '이 남자는 전설이 될꺼야'라고 촉이 바로 섰을 만큼, 듣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는 깊이와 내공의 앨범이었다. 그 때부터 한결 같이 좋아했던 존 레전드의 내한 공연. 몇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내한공연인데, 첫 번째 내한 공연은 아쉽게 못갔었던 것을 떠올리며 이번 공연은 절대 놓치지 않을리라는 대쪽과도 같은 결의하에 할부신공을 발휘, 존 레전드를 내 눈과 귀로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존 레전드의 곡들은 공연을 위해 미리 예습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하나 같이 많이 들었던 곡들 그리고 버릴 곡이 없는 앨범이었던 터라 별다른 준비없이도 공연을 100% 즐길 수 있었다. 최근 저질로 바닥을 치고 있는 체력 탓에 스탠딩으로 예매하지는 못하고 2층 좌석으로 예매하였지만,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악스홀이라 2층에서 관람하기에도 크게 부족함은 없었다 (물론 이건 스탠딩으로 관람하지 않은 이의 이기적인 변명이다. 당연히 스탠딩에서 보았다면 적어도 3배는 좋았을듯 ㅠ). 두근두근 기다리는 시간이 별로 길지도 않았는데 그는 마치 첫 앨범 'Let's Get Lifted'의 자켓 사진처럼 실루엣으로 스윽 등장했다. 이미 실루엣 만으로도 아우라를 만들어낸 존 레전드는 팬들이 미처 다 현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히트곡 퍼레이드를 시작. 이 때부터 멘트도 없이 쉴세 없이 그의 공연은 이어졌다. 


초반이 특히 그랬고 후반 부에도 중저음이 사용되는 부분에서는 심하게 울리거나 밸러스가 맞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여주었는데, 사운드의 문제 탓에 존 레전드의 보컬이 조금 씩 묻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래서인지 오히려 피아노 한 대만을 두고 노래하는 곡들에서 그의 진가가 더 발휘된 느낌이었다. 하긴 존 레전드는 본래 피아노 한 대만 있으면 상대가 누구든 사로잡는 것이 가능한 훈훈한 오빠(?)가 아니었는가. 이번 공연은 남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훈훈한' 공연이었다. 시종일관 아빠 미소가 아닌 오빠 미소로 관객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곡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편하게 소화하는 그의 표정에서, 관객들은 '이곳이 지상낙원인가 ㅠ'라고 절로 느낄 정도였다. 'PDA'나 'Let's Get Lifed', 'Green Light' 같은 빠른 곡들에서는 정말 라이브 영상으로만 보던 그 공연에 내가 와있구나! 라는 걸 100%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흥겨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선보였던 'Number One'도 좋았고. 'Green Light'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것 같다. 레전드 형의 꿀렁이는 미묘한 댄스도 좋았고 ㅎ





정말 쉬는 시간 없이 피아노와 무대를 오가며 (무대 아래까지!) 공연을 이어가던 존 레전드는 'Green Light'로 정점을 찍고 팬들의 앵콜을 받고 다시 나타났는데, 그저 민소매 런닝 셔츠로 갈아입었을 뿐이었지만 공연장은 열광에 도가니. 나도 모르게 열광할 수 밖에는 없는 분위기와 열기였다. 그리고 그가 조용히 시작한 곡은 다름 아닌 'Ordinary People'. 개인적으로 너무 유명한 곡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버릇이 있지만, 이 곡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 노래방 18번 중에 한 곡이기도 한 'Ordinary People'을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이야 ㅠ 존 레전드의 피아노 연주와 풍성한 소울(Soul)을 느낄 수 있는 이 곡에서, 존 레전드는 그가 왜 이름 뿐만이 아니라 전설로 불리는 지 여지없이 보여줬다. 팬들과 함께 부르는 후반부는 그 자체로 감동.


이번 공연은 특이하게(?) 사진 촬영을 전혀 막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찍어볼까 하다가 그 것보다는 살아있는 라이브를 가슴 속에 더 담자! 라는 생각에 공연만 신나게 즐겼다. 하지만 그렇게 참던 나도 맨 마지막 'Ordinary People' 나올 땐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John Legend - Ordinary People from ashitaka on Vimeo.


모든 내한공연이 다 그러하지만, 존 레전드의 공연도 꿈만 같이 흘러갔다. 바쁜 아시아투어 일정 속에서 소홀히 하는 공연은 물론 아니었으며, 특별히 보여주기 식의 공연도 아닌 존 레전드 그대로를 만날 수 있는 멋진 라이브였다. 아...언제 또 전설 형을 만나볼 수 있으려나?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히사이시 조 내한공연 후기 (Joe Hisaishi - Asia Tour 2010-2011)
늘 꿈꿔왔던 황홀한 판타지



누구에게나 늘 꿈꿔오는 판타지가 있을 것이다. 많은 꿈만 같은 일 가운데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즐기는 것으로만 한정해도,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그 수가 적게는 몇에서 많게는 수백개에 이를 것이다. 내게 있어 꿈에 그리는 라이브 가운데 손을 꼽을 만한 공연이 있다면, 록 밴드 'Red Hot Chili Peppers'와 여성 뮤지션 'Bjork', 그리고 슈퍼밴드 'U2'를 들 수 있겠다. 이 가운데 너무 운이 좋게도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뷔욕의 경우 내한했을 때 모두 라이브를 (정말로 코앞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세 팀은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꿈에 그렸던 공연이었다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아무래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에 흠뻑 빠져들게 되면서 꿈꿔왔던 공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던, 그리고 지금의 닉네임인 '아쉬타카 (아시타카의 변형이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항상 히사이시 조가 있었다. 사실 이렇듯 감독과 음악감독의 관계를 좋아하게 된 건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가 더 먼저였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면 내 취향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 콤비에게 조금 더 마음이 쏠리는 것 같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지난 10년 넘는 세월 동안의 고민이었고, 여차하면 큰 결심을 하고 일본으로 날아가 공연을 관람할 용의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2010년 12월, 그의 내한공연 소식이 들려왔고 나는 비싼 티켓가격과 그에 반해 한없이 빈약한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고 말았다. 아마 지금보다 더, 아니 더 어려운 상황이었더라도 어떻게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그냥 보고 싶은 공연이 아니라 내 나름대로 평생을 통틀어 가장 보고 싶었던 공연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히사이시 조의 공연에 대한 미칠듯한 욕구를 품게 된 것은 바로 이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함께한 25주년 기념' 공연 실황이었다. NHK를 통해 방영한 공연을 보고서는 후에 블루레이가 발매되자 마자 역시 고민할 것도 없이 구매했던 공연이기도 한데, 이 공연은 정말로 나처럼 지브리와 히사이시 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단 한 곡도, 단 한 순간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주옥같다라는 표현으로도 다 형용할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연을 보고서는 다시금 히사이시 조 공연에 대한 갈증이 더더 깊어지고 있던 차에, 내한공연이었으니 어찌 맨발로 뛰쳐나가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말이다.






그렇게 고대했던 공연이었는데 하마터면 공연 당일 회사에서 늦어서 공연을 제 시간에 관람하지 못했을 걸 떠올리니, 다시 생각해도 참 아찔한 일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지하철과 지하철 사이 그리고 그 사이에 달릴 수 있는 곳에서는 거의 모두 달려야만 했다). 그렇게 헐레벌떡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에 들어섰고, 아주 잠시 숨을 고르자마자 히사이시 조, 그가 무대 위에 올랐다. 영상으로만 보았던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 마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음악을 접한 것이 대부분 애니메이션 위주였기 때문이었다. 히사이시 조는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이번 공연 컨셉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는데, 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아시아 투어 전체를 마무리하는 가장 마지막 회차 공연이라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그의 다짐에, 공연이 시작도 하기 전에 몹시 달아오를 수 밖에는 없었다.
이번 공연은 1부와 2부로 진행되었는데, 1부의 프로그램은 '미니멀리즘'과 'The End of the World'로서 특히 미니멀리즘의 경우 하나의 테마를 다양한 악기와 리듬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주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사실 2부의 내용을 훨씬 더 기대하고 온 터라 조금 지루해질 수도 있는 1부였지만, 오히려 1부를 통해 히사이시 조가 추구하는 음악 세계와 음악의 참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히사이시 조가 평소에 좋아하는 악기들이 자주 등장한 탓에 계속 그의 음악 세계를 쉽게 공유해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결코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얘기지만, 주로 사운드트랙으로 삽입된 멜로디포니의 곡들을 듣는 순간, 1부에 선보인 그의 음악세계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미션을 지나 드디어 오랜 세월을 기다려온 2부의 막이 올랐다. 2부 '멜로디포니'에서는 다름 아닌 지브리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을 비롯,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곡들을 차례차례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만나보게 된 곡은 히로스에 료코가 출연했던 타키다 요지로 감독의 영화 '굿,바이'의 사운드트랙 'Departures'였다.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첼로의 선율이 인상적인 곡이었다. 그리고 나서 나온 곡은 무려 'Kiki's Delivery Service' ㅠ 너무도 익숙한 '마녀 배달부 키키'의 그 선율이 딱 한 음 들려오는 순간, 정말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감동의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키키의 사운드트랙을 라이브로 듣는 순간,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동시에, 애니메이션 속 장면이 그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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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의 감동에서 아직 빠져나올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바로 다음 곡이 이어졌는데, 이 곡을 듣는 순간 정말 눈물이 핑돌았다 ㅠ 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사운드트랙인 'One Summer's Day' 때문이었는데, 바로 이 테마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음은 물론, 그 장면들이 하나같이 찡하고 뭉클한 장면들이어서인지, 바로 그 피아노 선율을 듣는 순간 눈가에 절로 눈물이 고였다. 키키를 지나 센과 치히로의 그 유명한 테마를 라이브로 듣는 순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제 비싼 티켓값 따위는 벌써 초월해 버렸다. 이 두 곡을 들은 것만으로도 보람이 넘치는구나!'라고. 실제로 그랬다. 예전 칸노 요코의 공연을 가면서 '카우보이 비밥'의 사운드 트랙인 'The Real Folk Blues'를 라이브로 듣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One Summer's Day' 이후에도 너무 익숙한 곡이 이어졌는데, 한동안 내 휴대폰의 벨소리이기도 했던 (하긴 다른 곡들도 대부분 한번씩은 벨소리로 사용되었던 듯), '기쿠지로의 여름' 사운드트랙인 'Summer'였다. 정말 내 인생에 가장 유쾌한 영화 (감동은 재쳐두고라도)중 하나인 기타노 다케시의 이 영화에 사용된 너무 유명한 이 곡. 영화 속 그 들판과 두 남자가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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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의 사운드트랙을 지나 최근작 '벼랑위의 포뇨'의 'Ponyo of the Cliff by the Sea'가 연주되었다. 포뇨의 경우 워낙에 노래와 율동을 외우고 있었던터라, 노래가 없는 연주였음에도 나도 모르게 자꾸 따라하려고 하는 걸 억지로 참아야했고 특히 율동이 절로 나와 몸을 억눌러야만 했다 (왜 그, 손을 쭈욱 뻗었다가 접는 바로 그 동작 ㅋ). 'Oriental Wind'까지 마치고 나서 또 한 번 기절할 만한 일이 발생했는데, 그 다음 연주된 곡 때문이었다. 사실 이번 공연 소식이 처음 알려지고 프로그램이 공개된 뒤, 몇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꼭 듣고 싶었던 몇몇 곡들이 리스트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곡들 가운데 몇 곡을 꼽자면 '붉은 돼지'의 사운드트랙 중 한 곡인 '帰らざる日々' (아, 피아노 솔로인 이 곡 너무 듣고 싶었었는데 ㅠ) 이 곡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메인 테마인 '인생의 회전목마 (Merry-go-round)' 이렇게 두 곡을 정말로 꼭 듣고 싶었었다. 하지만 이 곡들이 빠져있어서 아쉬워하던 찰나, 갑자기 하울의 그 선율이 들려왔다. 나는 속으로 '아니 하울은 안한다고 했었잖아 ㅠㅠ' 하며 돋는 소름과 터져나오는 눈물을 훔친 채 왈츠 선율에 절로 몸을 맡겼다. 진짜 '인생의 회전목마'를 라이브로 듣게 된 건 이 날의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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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추가된 대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들을 순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회전목마'를 너무도 좋아하는 터라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식적인 마지막 곡인 '이웃집 토토로'의 테마곡 'My Neighbor TOTORO'가 이어졌다. 아까 포뇨와 마찬가지로 이 곡도 워낙에 노래로 더 익숙한 곡이나 몇번이나 노래가 나오는걸 참아야 했는데, 정말 나중에 기회가 또 있다면 합창단과 함께 하는 공연으로, 다같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토토로 연주가 모두 끝나고 객석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히사이시 조는 오케스트라를 자리에 남겨둔 채 피아노 솔로 곡을 한 곡 더 연주하고 다시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관객들의 기립박수는 계속 되었고 다시 무대에 인사를 하러 나온 그는, 피아노 쪽을 가리키더니 다시 앞에 앉아 너무나도 익숙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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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 역시 프로그램에 없던 곡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였는데, 바로 '모노노케 히메'의 엔딩 테마인 'Ashitaka and San'이었다 ㅠ 아쉬타카라는 닉네임을 쓰는 내가 어찌 이 곡을 반기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말이다 ㅠ 이 곡을 앵콜 곡으로 듣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듣고 있노라니 만감이 다 교차하더라. 그랬다. 공연이 이제 정말 끝이 나는구나 라는 생각에서부터, 내가 지금 과연 꿈을 꾸는 것인가, 꿈이 나를 꾸는 것인가를 비롯, 다시금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 꿈결 같은 판타지에서 과연 나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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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유저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 실황을 차세대 화질과 음질로 즐길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특히 국내 뮤지션의 경우 워낙에 시장이 작아 블루레이 출시는 커녕 DVD 출시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듯 매번 자신의 콘서트를 블루레이로, 그리고 팬들이 소장할 만한 패키지로 출시해주는 서태지라는 뮤지션의 팬인 것은 뭐 더 말할 것 없는 축복 콤보 쯤 되겠다. 특히 이번 '뫼비우스'투어는 직접 콘서트 장에 가보지 못한 탓에 아쉬웠던 마음을 극장 상영을 통해 달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블루레이를 통해 완전한 소장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처음 가졌던 아쉬움이 거의 다 녹아내린 (하지만 공연을 직접 가 본 사람들은 알 수 있듯이, 직접 체험과 간접 체험을 1:1 비교하기는 불가다)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프리오더 시작 공지가 떴고, 작은 예약 전쟁을 거쳐 손에 얻게 된 '2009 서태지밴드 라이브 투어 '더 뫼비우스' DVD & BLU-RAY 패키지.




(다른 물건과의 비교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 보통 패키지들보다 훨씬 위아래로 긴 크기의 패키지는, 아래처럼 북클릿이 제공되어 있어 공연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참고로 공연사진만을 원한다면 지난 번 포스팅을 통해 소개했던 화보집이 더 적격이겠다!










북클릿을 관람한 뒤 패키지를 보면, 뫼비우스 이미지를 형상화한 DVD와 Blu-ray 디스크 수납함을 각각 확인할 수 있다.




디스크 수납함을 각각 빼고나면 요런 모양.







이렇듯 DVD와 Blu-ray 가 각각 수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패키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해지는데, 라이브 영상을 블루레이로 볼 생각을 하니 훈훈하다 못해 후끈해지는군하!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보니(Boni)의 첫 번째 콘서트
i am Boni

보니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역시 015B의 앨범에서 피처링을 통해 참여했던 '잠시 길을 잃다'였다. 당시에는 '보니'라는 이름대신 본명인 '신보경'으로 참여했었는데, 확실히 소울풀한 보컬 때문에 많은 리스너들에게 '신보경이 누구냐?'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나서 올해 초가 되서야 다시 '보니'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미니앨범 'Nu One'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가수로서 당연한 덕목이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가수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인 보니의 데뷔는 당연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녀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쨋든 길게 말하다보면 공연 리뷰가 아니라 앨범 리뷰가 되어버릴테니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Nu One'은 R&B를 기본으로한 보니의 보컬 소스와 스킬을 비교적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던 앨범이었다. 즉 파격적이거나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잔재주보다는 보컬을 믿고 익숙한 진행들로 꾸며진 정통성이 엿보이는 앨범이었다는 얘기다.




그렇게 그녀의 앨범 'Nu One'을 뒤늦게 다시 듣고 있을 때쯤, 그녀의 첫 번째 콘서트 소식이 들려왔고 고맙게도 초대받아 콘서트를 즐겨볼 수 있었다. ANSWER의 오프닝이 끝나고 비교적 갑작스럽게(!) 등장한 보니! 처음은 댄서블한 곡으로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보컬에 집중한 공연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전체적인 구성을 위해 안무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나중에 다시 쓰겠지만 전체적으로 노력한 모습이 그대로 엿보이는 공연 구성이었다. 여성 댄서들과 함께한 보니의 곡이 이어진 뒤, 잠시 댄서들만의 타임을 갖은 후 의상을 갈아 입은 보니가 다시 등장. 공연장을 찾은 팬들에게도 익숙한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보니의 공연에 오면서 또 하나 궁금했던 것은, 아직 자신의 곡이 그리 많지 않은 아티스트라 1시간 넘는 공연 시간을 어떤 곡들로 채워넣을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일단 첫 번째로 선보인 것이 바로 비욘세를 비롯한 댄스 곡들이었다. 확실히 전공분야가 아닌 느낌은 들었지만 (^^;) 안무를 완벽하게 공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하는 생각은 절로 들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안무의 스킬을 떠나서 확실히 흑인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뮤지션이라서인지 그루브를 타는 것이나 안무를 느끼는 그 표정(!)에서 확실히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공연의 초반은 이렇게 보니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번 댄스 광풍(?)이 몰아친 뒤 게스트인 '소울맨 (SOULMAN)'이 등장, 다시 한번 공연장을 흥겨운 그루브로 가득차게 했다. 소울맨에 이어 등장한 또 다른 게스트는 바로 '버벌진트 (Verbal Jint)'.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보니의 공연 만큼이나 좋았던 시간이었달까. 새 앨범에 수록될 곡들을 처음으로 선보였기 (그것도 앨범에 수록될 것과는 다른 버전으로 편곡으로) 때문이었는데, '기름 같은 걸 끼얹나'와 '우아한 년' 모두 딱 취향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건반 앞에 앉아서 조근조근 불러대는 버벌진트의 신곡들은 둘다 매우 맛깔스러운 가사와 그루브를 갖고 있었다. 실제 앨범에서는 어떤 버전으로 수록되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버전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다시 등장한 보니의 무대. 여기서부터는 본래 기대했던 보니라는 아티스트의 매력적인 보컬을 좀 더 만끽할 수 있었다.






보니양의 다양한 표정들~ 사실 더 다양하고 역동적인 동작과 표정들도 많았는데, 워낙에 역동적(!)이다보니 어두운 실내에서 플래쉬없이 포착해내기가 역부족 ㅎ 뭐, 이런건 공연장에 직접 오신 분들 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으로 남겨두는 것이 더 예의일듯!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꼽기도 했던 어쿠스틱 타임. '남자의 자격' 오디션 때 불러서 화제가 되었던 T의 '시간이 흐른 뒤'를 비롯해, 여기가 소녀시대 공연장인지 보니의 공연장인지 1초 정도 착각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때창이 가능했던 'Gee'는 함께 부르면서도 스스로 웃기기도 했던 장면이었으며, 코린 베일리 래의 'Like a Star'는 평소에도 너무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보니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보니라는 아티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이런 보컬적인 측면 때문이었기 때문에, 이런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어쿠스틱 타임이 가장 마음에 들 수 밖에는 없었다. 그 어떤 곡들보다 보니와 그녀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순간.





역시 '남자의 자격'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던 개그우먼 신보라 씨가 게스트로 출연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열창했는데, 이 곡 역시 평소 좋아했던 곡이라 함께 따라부르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날 공연장에는 윤형빈, 정경미 커플과 서두원 씨를 비롯해 남격 멤버들을 만나볼 수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의 곡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너를 보내도'가 드디어 등장! ㅠㅠ 결정적으로 보니라는 아티스트를 각인시킨 곡이 바로 이 곡이었는데, 아주 충실한 R&B곡이자 익숙하지만 세련된 진행 그리고 보컬의 스킬을 잘 나타내면서도 과하지 않은 애드립이 아주 적절한 곡으로서 'Nu One'에서 단연 돋보이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후렴구에 애드립 부분은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라 라이브에서는 어떻게 소화해낼지 기대가 되었었는데, 마치 음반을 듣는 것과 거의 흡사한 가창을 보여줘서, '아, 이래서 다들 노래 잘한다, 잘한다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그 '보내려 해도~ 부터 시작하는 그 부분의 애드립말이다;;). 이 곡을 라이브로 들은 것만으로도 보람있었던 이 날의 공연!

그리고 앵콜 없는 마지막 곡으로는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싱글 'Jane Doe' 였는데, '너를 보내도'와는 또 다른 감성의 곡이었다.

그렇게 보니의 첫 번째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의 활동보다 앞으로가 훨씬 기대되는 보니의 음악! 이번 콘서트를 통해 이런 기대가 더욱 커졌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김윤아 콘서트
공작부인의 비밀화원

지난 4월 자신의 세 번째 솔로 앨범 '315360'을 발표했던 자우림의 리드 보컬 김윤아가,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하며 오는 7월 솔로 콘서트를 갖을 예정이다. 김윤아의 새 앨범과 콘서트 소식을 듣고 보니 문득 예전 한참 록 페스티벌을 다니던 시절 보았던 자우림의 그녀가 떠올랐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살짝 비오던 쌈지의 거의 마지막 무대 (그 날 마지막은 아마 이승환이었다)에 오른 자우림, 아니 자우림의 김윤아는 엄청난 포스를 갖은 록 밴드의 보컬이었다. 김윤아의 라이브를 실제로 본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카리스마는 강한 것 보다는 오히려 부드러움에서 나온다. 무대 위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웃으며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절로 '와~' 소리가 나곤 했었는데, 이렇게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장면이 기억나는 걸 보니 그녀의 기가 대단하긴 대단했던 것 같다.

팬들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자우림의 김윤아 만큼이나 솔로 김윤아를 기대하고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사실 그녀가 처음 내놓았던 솔로 앨범은 평소 그녀가 동경하던 해외 여자 뮤지션들의 스타일이 (bjork 등) 깊이 묻어나 아주 조금 실망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녀의 솔로 1집이 아주 별로 였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2집을 발표하며 그녀의 홀로서기는 더욱 견고해졌고 최근 발표한 3집 앨범 '315360'을 듣고 나니, 이제는 정말 김윤아 아니면 하기 어려운 그녀 만의 음악 세계를 거의 완성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김윤아 만의 것이라면 '강한 것'보다는 역시 '묘한 것'을 들 수 있을텐데, 이런 면이 이번 앨범에는 아주 잘 담겨 있다. 곡 자체 역시 단순히 서정적이고 시적인 것을 넘어서서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 깊고 따듯한 분위기로 듣는 이를 젖어들게 하는 보컬과 동시에 마치 고양이처럼 앙칼지지만 애교스러운 그녀 특유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앨범이 더 깊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면 이전 솔로 앨범들과는 다르게 누군가의 아내임은 물론, 누군가의 엄마인 김윤아가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그녀의 솔로 앨범에서는 물론 성찰이라는 테마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번 앨범이 가장 깊은 성찰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하겠다. 따지고보면 그녀가 속한 자우림도 자주 그랬고, 솔로 앨범들은 더더욱 일종의 컨셉 앨범이었던 적이 많았다. 이런 면에서 그녀가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과 전체적인 컨셉에 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는 이 앨범은 그녀의 깊이가 가장 잘 묻어난, 31만 5160시간을 살아온 김윤아가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부터 김윤아에게는 왠지 모를 '공작부인'의 포스가 느껴졌었는데, 이번 단독 콘서트의 컨셉은 이를 그대로 반영한 '공작부인의 비밀화원'이다. 콘서트의 제목을 처음 듣는 순간, '아! 이건 너무 김윤아스럽다!' (요즘 표현으로 '너무 김윤아 돋는다!')싶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항상 컨셉 성격이 강하고, 스토리텔링이 강한 그녀의 음악으로 미뤄봤을 때 어쩌면 앨범 만큼이나 효과적인 것이 콘서트가 아닐까 싶었다. '비밀화원'이라는 제목답게 무대 가득 꽃과 풀이 만발한 가운데,(이거슨 상상;) 그 한 가운데 앉아서 나즈막히 또는 고양이처럼 노래하는 김윤아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서태지 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 : 극장관람기
(2009 Seotaiji Band Live Tour - The Mobius)


태지매니아라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연 실황을 또 한 번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이번 '서태지 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를 지난 금요일 관람하였다. 그 어떤 해외 뮤지션의 내한 공연 인터넷 예매에도 실패해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도, 이번에는 제법 위험하게(?) 겨우겨우 예매에 성공! 나쁘지 않은 좌석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역시 같은 상영관인 메가박스 서태지 M관에서 볼 수 있었던 '서태지 심포니 실황' 이후 태지의 공연을 극장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뫼비우스 실황이 훨씬 좋았다 ㅠ 그도 그럴 것이 심포니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심포니는 공연 자체가 컨셉이 강한 작품이었고 이번 뫼비우스는 그와는 다르게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과 더불어 서태지 밴드의 새로운 투어 브랜드로서 훨씬 더 보여주고 들려줄 것들이 많은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아, 갔어야 했어. 무리를 해서라도 갔어야 했어' 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 만큼 뫼비우스 투어는 (특히 용산에서 갖은 공연은) 다양한 무대 장치와 효과들로 스케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은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자유롭게 열고 닫히는 병풍 스크린(ㅋ)을 통한 영상들과 마치 마이클 잭슨의 'Beat It' 공연을 연상시키듯 리프트를 타고 객석 가까이로 다가가는 무대 연출이나, 이제는 두말하면 입 아픈 'Take 5'의 노란 종이비행기 퍼포먼스까지. 기존 태지 공연의 레퍼토리들은 적절히 살리면서도 대형 무대만의 효과들에도 상당히 신경 쓴 공연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극장에서본 '뫼비우스 투어'가 더 좋았던 건 곡 중간중간에 바로 이어질 곡의 리허설 장면을 짧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서태지를 비롯해 밴드 멤버들의 평소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그야말로 '팬서비스'였다.




곡들에 대한 짧은 평을 해보자면, 지난 번 직접 보았던 'WORMHOLE' 콘서트를 통해 명곡으로 재 발견된 '내 맘이야'를 비롯해, 45RPM과 함께한 새로운 '하여가' 그리고 태지의 연기마저 돋보이는 '제킬박사와 하이드', 오랜만에 함께한 락과 탑의 트윈 기타를 만나볼 수 있었던 '대경성'과 '슬픈 아픔'. 특히 '슬픈 아픔'은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깊은 곡이라 더더욱 반가웠다!! (여기서 개인적 추억이란 고등학교 축제 때 이 곡과 '널 지우려해'를 엮어서 불렀던 추억). 그리고 이스터섬으로 떠나는 'Moai'. Moai는 장담하건데 세월이 가면 갈 수록 나중에 가서 명곡으로 더평가(재평가 아님) 될 것이다. 들으면 들을 수록 참 대단한 곡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한 10년쯤 뒤에 다시 집중해서 듣고 글을 써보리라.

이번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곡들은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곡들이었다. '서태지 심포니' 상영은 극장에서 본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뫼비우스 투어'는 진짜 공연장에 가서 보고 난 느낌이 들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후반부를 장식한 아이들 시절의 곡들 때문이었다. 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했겠지만 어찌나 찡하게 만드는 선곡들인지.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는 (그저 쓰려고 생각만 했는데 소름이 돋았다 ㅠ) 팬들이라면 아마 누구나 글썽이지 않았을까 싶다. 뭐랄까 점점 서태지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공연을 공연 자체로 즐기는 것 외에, 추억을 함께 공유했던 뮤지션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측면이 더욱 강해져 가는 것 같다. 아이들 시절의 영상과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도 찡하지만 그 당시의 학생이었던 내가 떠올라 더 찡해진달까. 그렇게 태지와 나는 깊이 연관되어 있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공연장에서 그리고 또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행운아고, 서태지의 영원한 팬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서태지 심포니 (The Great 2008 Seo Tai Ji Symphony with Tolga Kashif & Royal Philharmonic)
극장에서 만난 서태지


(서태지 관련 글은 참 이유없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다시 한번 밝히고 시작하자면, 나는 뼈속까지 태지 팬이다)

2008년 열렸던 서태지 심포니 공연은 못 가본게 참 아쉬웠던 공연 중 하나였다. 그것이 단순히 서태지라서가 아니라 서태지가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공연이기도 했고, 본격적인 클래식 편곡으로 새롭게 써진 곡들에 대한 궁금함과 경기장 공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의 사운드 문제가 걱정/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때를 놓쳐버린 공연 관람은 그 이후 DVD와 블루레이(!)까지 출시 예정이라는 소식에 잔뜩 기대를 하게 만들었는데, 영상물 출시 이전에 극장에서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작은 예매전쟁을 치룬 후에 극장에서 태지의 공연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관람의 포인트라면 첫 번째 포인트는 서태지였고, 두 번째는 극장에서 만나는 태지, 세 번째는 극장에서 즐기는 콘서트 정도가 되겠다. 일단 서태지 심포니 공연 자체를 TV방영시 보기는 했었지만, 아무래도 실제로 보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극장 상영이라는 이번 기회, 그러니까 좀 더 실제 공연장에서 보는 것에 가까운 느낌(TV관람시 보다 가까워졌다는 것이지 라이브를 실제로 즐기는 것에 가까워 졌다는 의미는 아니다)을 받을 수 있는 이번 극장 상영은 그것만으로도 두근대는 경험이었다. 사실 록밴드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메탈리카 등 이전에 몇 차례 있어왔던 것이라 그 자체로 획기적인 것은 아닐테지만, 내게 익숙한 태지의 음악들이 어떻게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를 이뤘을까에 대한 기대, 그리고 본래 클래식 곡이었던 3집 수록곡 '영원'을 드디어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오늘을 위해 이 곡을 만들었나봐요'라는 태지의 한 마디는 그의 오랜 팬으로서 찡하지 않을 수 없었다 ㅠ)라는 점이 관람 포인트였다.





극장에서 콘서트 무비 혹은 다큐멘터리를 즐겨본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때의 희열은 확실히 일반 극영화를 볼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다른 감동을 주곤 했었다. 롤링 스톤스의 <샤인 어 라이트>같은 경우는 진짜 거의 공연을 통째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그들의 공연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고, 퀸의 'Rock Montreal' 같은 경우도 마치 콘서트 장에 온 것처럼 다같이 환호하며 볼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리허설 장면을 촬여한 다큐였음에도 이를 넘는 감동을 주었음은 굳이 또 말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서태지 심포니 극장 상영의 특징이라면 사운드 측면에서 거의 쉴틈없이 몰아친다는 점이다. 메가박스 서태지 M관의 사운드는 분명 좋은 편인데, 공연 자체가 워낙에 사운드의 볼륨이 높다보니 마치 시너지 이수 5관에서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극장 상영만의 장점이라면 공연장(특히 경기장)에서는 완벽하게 커버되지 않은 사운드가 아니라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사운드로 오히려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일텐데, 이번 서태지 심포니의 경우는 그 중간지점 쯤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아마도 공연장에서는 미처 다 캐치 되지 못했을 사운드들이 살아있는 동시에, 록 사운드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공연장과 같이 엄청난 볼륨감으로 몰아쳐 '크기'의 임팩트는 있지만 '정교함'의 임팩트는 음반 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점을 가지고 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얘기해보자면, 보통 같으면 그저 볼륨감으로 디테일을 압도하는 사운드에 아쉬움이 더 많이 들었을테지만, 이런 AV적인 퀄리티 측면보다는(이렇게 계속 얘기하면 사운드 퀄리티가 무척이나 떨어지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평균은 당연히 넘는 퀄리티이다) 팬들을 위한 선물에 가까운 극장 상영이기 때문에(서태지 팬이 아니고서야 이 공연을 굳이 비싼 돈 내가며 극장에서 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좀 더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운드가 오히려 적절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연 내내 감동 때문 만이 아니라 Only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 때문에 소름이 돋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인상적인 몇 곡을 꼽아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심포니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영원'이었고, 'Take One'의 서곡도 기존 곡의 색채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록 넘버들은 오케스트레이션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곡들이 많았기 때문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담당하거나, 합창단의 코러스가 더해지는 정도) 원곡들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을 느끼기 어려운 점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Moai'같은 곡은 클래식 편곡으로 더욱 아름다운 선율이 살아났고, 'T'ik T'ak'같은 곡 역시 메인 테마가 굉장히 극적으로 연출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처음 들을 때 보다 들으면 들을 수록 좋아지는(슬퍼지는) 보너스 트랙 'Zero'까지.




이번 극장 상영의 특징이라면 짧은 심포니 공연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영상이 모두 끝난 뒤에, 공연과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제법 긴 시간 상영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추후 DVD나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수록될 영상으로 여겨지는데, 극장에서 서플먼트를 만나다니!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기서는 영국에서 서태지 밴드와 로열 필하모닉이 처음 리허설을 맞춰보는 장면, 태지 밴드의 짧은 일상 등 팬이라면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들이 담겨있다(이거야 말로 진정한 팬서비스, 서비스!). 짧지 만은 않은 부가영상이 모두 끝이 나면 마지막으로 보너스 트랙인 'Zero'의 공연 실황이 이어지고 서태지 심포니는 마무리 된다.


1. 사실 많은 환호성과 합창을 예상하고 갔는데, 제가 본 회차의 매니아분들은 의외로 얌전하셔서 거의 숨죽이고 보았다는 ㅎ
2. 새삼 엔딩 크래딧에 Blu-ray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국내 최초, 국내 뮤지션 블루레이 실황 타이틀이 되겠군요!



글 / 음반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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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어 라이트 (Shine A Light, 2007)
멈추지 않고 구르는 빛나는 돌들!


롤링 스톤스 (The Rolling Stones). 그들의 이름이 록 씬에서 전설로 추앙받고 있고, 그들의 가치나 몇몇
유명한 곡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한참 활동할 때(물론 그들은 지금도 한참 활동중입니다!)
의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 번 마음먹고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미처 아직까지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밴드 중의 하나가 바로 '롤링 스톤스'였죠. 최근엔 이렇게 이전 세대에 활동했던,
혹은 전성기를 보냈던 밴드들을 차근 차근 들어보는 기회를 못갖고 있는데, 아마도 몇 년전 도어즈 (Doors)를
이런 식으로 제대로 느껴보았던 뒤로는 없었던 것 같네요. 영국출신으로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비틀즈와는
그 색깔을 달리하는 그룹으로서(재미있게도 실제 노동자 계급 출신인 비틀즈는 여성적이고 팝적인 음악을
선보였고, 중산층 출신으로 쉽게 말해 부유하게 자란 롤링 스톤스는 반대로 굉장히 반항적이고 남성적인
록음악을 들려주었죠), 개인적 취향으로로 그 간 롤링 스톤스를 제대로 들춰보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인데,
이 영화 <샤인 어 라이트>를 보게 된 뒤로는, 이들의 발자취를 훑어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네요.
너무나 상투적인 표현이라 정말정말 쓰고 싶지 않지만 딱 한 번만 눈 딱 감고 써보자면,
이들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신화이며 전설입니다. 그들이 발표했던 주옥같은 앨범들이 신화와 전설을 말해주고,
무려 45년을 지나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그들의 활동기간이 바로 '살아있음'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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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설명한 말들 가운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바로 '콘서트 영화 (Concert Movie)'라는 장르에 관한
설명입니다. 콘서트면 콘서트고 영화면 영화지 '콘서트 영화'는 무엇인가 싶기도 한데, 일단 가볍게 살펴보자면,
<샤인 어 라이트>는 뮤지션이나 음악을 다룬 여타 영화들과는 달리 다큐멘터리가 주가 된 영화가 아니라,
밴드의 콘서트 자체가 90% 이상 주를 이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초반 리허설 장면 몇 분과 중간 중간 예전
TV인터뷰 클립등이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마치 콘서트 실황 DVD의 서플먼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미미한 것이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롤링 스톤스의 '비거 뱅 투어(A Bigger Bang Tour)' 가운데
2006년 10월 29일과 11월 1일 뉴욕의 비콘 극장에서 가졌던 콘서트 실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밴드가 공연하는데에 있어 최대한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배려하면서,
총 16대의 카메라를 공연장 여기저기에 배치하였고, 객석 가운데서, 드럼 가까이에서, 무대와 아주 가까이서
담아낸 그들의 공연 모습은 일반 콘서트 실황 영상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었던 진짜 밴드의 모습,
진짜 '롤링 스톤스'의 모습을 체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초반 리허설 장면에서 공연 전에 민감해져 있는
믹 재거를 비롯한 밴드 멤버들이 스콜세지의 영화화 작업에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물론 이것은 실제 상황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편집에 의해 연출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샤인 어 라이트>를 단순히 콘서트 영상이 아니라 '콘서트 영화'로 만들기 위해,
초반에 이런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하고, 자신이 감독의 역할로 직접 등장하여 영화의 시작과 마무리를
명확히 지음으로서 이것이 '콘서트 영화'임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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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라스트 왈츠>나 '더 블루스' 프로젝트의 <고향으로 가고 싶다>, 그리고 밥 딜런에 관한
<노 디렉션 홈 : 밥 딜런>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뮤지션에 관한 깊이 있는 시각과 애정을 보여주었던
마틴 스콜세지이기에, <샤인 어 라이트>는 더 특별하면서도 의미있는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잘 알려진대로 음악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은 영화 감독인데,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팬레터
성격에 그치지 않고 뮤지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상당히 전문적인
음악영화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예전부터 자신의 작품에서 롤링 스톤스의 음악을 자주 쓰기도 했었고,
오래전 부터 팬이었던 스콜세지는, 이번에도 색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애정을 갖고 있는 이 전설이 밴드를
그려냅니다.

45년에 활동기간을 굳이 감안하지 않는 만행을 저지르더라도, 롤링 스톤스에게는 영화나 다큐로 만들 만한
무수한 이야기 거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화 작업에 있어서 단지 공연 실황만을 담은 것은,
어느 리뷰에서 보았듯 라이브 자체가 바로 롤링 스톤스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사건들과 일화들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릴 수도 있겠고, 전기영화 방식으로 좀 더 서사적으로
그려낼 수도 있겠지만, 마틴 스콜세지는 롤링 스톤스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에 다른 거 다 재쳐두고 그들의
라이브 실황을 관객으로 하여금 2시간 동안 즐기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설명 방법인 동시에,
롤링 스톤스 멤버들에게도 가장 올바른 헌정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결국 그 방법은 옳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그 어떤 다큐나 음악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에너지와
진짜 '롤링 스톤스'를 만나볼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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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롤링 스톤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사람이 있겠느냐만은)이
<샤인 어 라이트>를 본다며, 이들이 좀 나이 먹어 보이기는 하지만 45년을 활동해온 60대의 멤버들로 구성된
밴드라고는 절대 생각지 못할 겁니다. 그 만큼 이들의 라이브는 '아직도'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하고 미안할
정도로 너무 열정적입니다. 믹 재거는 여전히 섹시하며 젊은 여성들도 혹할 만한 몸매와 카리스마, 댄스 실력을
보여줍니다. 키스 리차드는 또 어떻습니까. 아마도 요즘의 어린 팬들은 거꾸로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페로우'
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키스 리차드를 알게 된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카리스마는 정말 무대를
압도합니다. 젊은 시절 무대 위나 인터뷰 시에 뿜어나오던 포스도 대단했지만, 나이를 먹은 지금에 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연주는, 감히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인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정말 대단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 콘서트에는 세 명의 게스트가 등장하는데(오프닝을 맡은 클린턴은 빼고요),
첫 번째는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s)의 잭 화이트(Jack White)가 등장해 'Loving Cup'을 함께
노래, 연주합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와, 잭 화이트가 게스트로 등장하다니!' 하고 좋아만 했겠지만,
이번 경우는 그저 '와, 믹 재거와 한 무대에서 함께 노래하고, 키스 리차드와 마주보며 연주를 하다니,
잭 화이트, 너무 부럽다' 뭐 이런 느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잭 화이트도 나름 카리스마와 포스를 갖고 있는
까칠한 뮤지션인데, 믹 재거와 키스 리차드 앞에선 그저 착한 후배로 밖에는 보이질 않더군요 ^^;
두 번째로 등장하는 뮤지션은 바로 버디 가이(Buddy Guy)입니다. 앞선 잭 화이트의 출연에서 잭 화이트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면, 버디 가이와의 협연에서는 정말 고수들의 엄청난 아우라를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샤인 어 라이트>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버디 가이와 함께한 'Champagne & Reefer'를
꼽지 않을 수 없겠네요. 버디 가이와 키스 리차드가 함께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온몸에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우리만큼 강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콜세지가 버디 가이를 오랜 시간 동안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롤링 스톤스와 버디 가이가 함께 연주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그 어떤 훌륭한 배우가 열연을 펼친다 하더라도 미처 도달할 수 없는 '실연'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경지에 다다른 두 팀의 뮤지션이 협연을 펼치는 장면은, 왠만해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동이었습니다(키스 리차드 역시 이 협연에 감동했는지 자신이 연주한 기타를 그 자리에서 버디 가이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등장하는 게스트는 의외일 수도 있으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아길레라가
그녀의 실력에 비해 가쉽과 부수적 요소들에 의해 과소평가 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은데, 이번 공연에서는
믹 재거와 함께 'Live With Me'를 열창합니다. 믹 재거에 포스에도 주눅들지 않고 무대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해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동년 배의 여자 가수들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가창력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나이로만 보면 할아버지와 딸에 듀엣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공연을 본 사람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믹 재거는 아직도, 아니 그냥 섹시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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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했던 거지만, 참 밴드 이름 잘 지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구르는 돌들이라. 영화 속에 삽입된 예전 인터뷰처럼 2년이나 활동할지도 몰랐던
이들이, 하지만 한 편으론 60대에도 당연히 노래하겠다라고도 했던 이들이, 진짜로 이렇게 오랫동안이나
활동하게 될 줄은 아마 그들은 물론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구르는 돌들이라는 밴드 이름이 처음 만들 떄는
그저 자신들이 존경하는 밴드의 곡 제목을 따온 것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세월이 지나고 이리도 오래
활동하고 있는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정말 운명적인 밴드의 이름이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롤링 스톤스의 공연을 대한민국 땅에서 보기가 여간 힘든일이(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실감 나는 공연 실황을 단돈 7천원으로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기회이며,
롤링 스톤스라는 록 계의 전설적인 밴드에 관한 중요한 필름으로서 극장에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소중한 기회이기도 한 것이 바로 이 영화 <샤인 어 라이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동안 롤링 스톤스 음악에 빠져 살 수 밖에는 없겠네요.




1. 극장에서 보는 내내 너무 답답했습니다. 이런 라이브를 딱딱한 좌석에 앉아서 2시간 내내 조용히 관람해야
   하다니 말이에요. 마음 맞는 록 팬들끼리 단관해서 함께 신나게 춤추며 보면 정말 좋을 것 같더군요.
   박수치며 환호하며 말이에요. 이런 '콘서트 영화'가 애니메이션 만큼의 비중만이라도 된다면 특별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바램이라도 가져보겠지만, 이런 영화가 워낙에 드물다보니 그것도 어렵겠네요.
   여튼 맘 속으로만 환호해야 하다보니 많이 아쉬웠습니다.

2.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이고, 특히 국내팬들에게 더욱 친숙한 'Paint Black'은 영화에는 누락되었습니다.
   사운드트랙에서는 만나볼 수 있구요.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DVD에는 수록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3. 블루레이가 이미 해외에서 출시된 거 같던데, 이 타이틀은 별다른 자막이 어차피 큰 필요없으니
   기회되면 질러봐도 좋겠네요.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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