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렐 윌리엄스 내한공연에 다녀와서!

Pharrell Williams _ Audi Live 2015 Korea



퍼렐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그가 이렇게 슈퍼스타가 될 줄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 솔로 활동과 N.E.R.D 활동, 그리고 유명 동료 뮤지션들 앨범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었지만, 사실 Happy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얻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블랙뮤직을 듣는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스타인 뮤지션이었다. 그래서 처음 그가 '해피피트'의 사운드 트랙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오~ 퍼렐이 이런 메이저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하네?' 싶었었다 (비슷한 경험으로는 슈렉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Dashboard Confessional이 있다). 'Happy'가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순간부터 어느새 음악과는 별개로 패션의 아이템으로도 부상하기 시작한 퍼렐. 정말 칸예보다 퍼렐의 내한공연을 먼저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ㅎ

내한 공연 리뷰랄 건 없고, 간단하게 후기를 남겨본다.


1. 심플한 구성과 쉴새없이 진행되는 라이브


퍼렐이 내한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무대는 어떻게 진행될까 하는 부분도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다른 블랙뮤직 뮤지션들과 비슷하게 퍼렐과 백댄서, 코러스 싱어, 백밴드로 이뤄진 비교적 심플한 구성이었다. 코러스도 2명이 전부였고 (이 코러스는 가끔 댄서팀과 합체하기도), 댄서팀 (Baes)은 여성 5명으로 이뤄졌고, 밴드도 기타, 베이스, 드럼 정도로 이뤄진 듯 했다. 퍼렐의 솔로 곡들이 대부분 기승전결이 분명한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루틴하게 리듬이 반복되는 형태인데, 그래도 댄서들의 안무가 더해져서 조금은 보는 재미가 더했다. 본인이 직접 목상태가 좋지 않다고 얘기했을 만큼 100%라고 보기는 어려웠는데 (결과물이 그런 것 보다도 퍼렐의 표정이 뭔가 좀 피곤한 듯 했다), 간혹 문제가 되었던 해외 뮤지션들의 성의없는 라이브와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그저 120%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은 좀 덜했다는 정도.


2. 관객들이 너무 'Happy'만 알고 있다


사실 올림픽체조 경기장을 거의 가득 채울 정도로 관객 수는 대단했는데, 솔직히 대다수의 관객들은 'Happy'를 비롯한 최근 몇 곡 (그가 피처링한 곡들 위주)으로 그를 인지하고 팬이 된 경우였다고 봐야겠다. 그게 잘못된 건 (당연히) 아닌데, 그가 비교적 덜 알려진 곡을 노래하거나, 특히 N.E.R.D 시절의 노래를 할 땐 전반적으로 호응도가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퍼렐이 몇 번이나 객석으로 마이크를 돌려 'Say What?'을 외쳤지만 기대 만큼은 떼창은 나오질 못했던 것이 사실. 체조경기장의 사운드 시설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보니 녹음된 코러스와 관객들의 코러스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이후 엄청난 떼창이 나왔던 (퍼렐이 가슴에 손을 얹고 감동하는 바로 그 장면) 'Get Lucky'와 비교해보자면 분명히 그 외에는 다 조금씩 아쉬운 떼창이었다.





3. 클라이맥스는 'Happy'가 아닌 'Get Lucky'


이미 Happy가 앵콜 곡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Get Lucky'였다. 사실 이 곡을 한동안 얼마나 많이 들었나. 많이 들은 걸로만 치자면 아마 해피에 30배는 더 들었을 터. 그 익숙한 전주가 나올 때 부터 그 때까지도 그럭저럭 버텨오던 지정석의 일부 관객조차 모두 일어나게 만드는 임팩트를 보여주었던 겟 럭키의 떼창은 그야말로 내한공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앞선 곡들에서 비교적 떼창이 잘 안나와서 '잘 모르나...' 싶었었던 퍼렐이기에 더 감동이 배가 되었을지도 ;;). 진짜 겟 럭키는 훨씬 더 오래 연장해도 좋았을 법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내서 아쉬울 정도였다.



Daft Punk - Get Lucky ft. Pharrell Williams (First Live Performance HD @ HTC live)



4. 'Freedom'. 퍼렐은 광복절을 알고 있었다.


물론 관계자가 알려주었겠지만, 퍼렐이 광복절을 언급하며 앵콜에 다시 한 번 'Freedom'을 열창한 장면은 소름 돋을 정도로 감동이었다 (참고로 프리덤은 이 공연의 첫 곡이기도 했다). 처음 뮤직비디오를 보았을 때도 이 곡이 얼마나 임팩트 있는 곡인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지만, 광복절을 앞두고 이 곡을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최근 본 영화 '셀마'도 떠오르고. 공연 끝나고 돌아오면서부터 지금까지, 입에 '뿌리덤!' 붙었다 ㅋ



Pharrell Williams - Freedom (HDH Entertainment)


5. 관객들과 함께 한 무대는 라이브의 묘미를 보여주기도...


몇몇 곡들에서 무작위로 남자관객 여럿, 여자관객 여럿, 그리고 아이들 여럿을 무대 위로 올려서 함께 춤추는 구성이 있었는데, 확실히 무작위라는게 느껴질 정도로, 생각보다 무대와 잘 녹아들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ㅋ 특히 'Happy'를 부를 땐 아이들 여럿이 무대 위에 올라왔는데 아마도 기획한 대로하면 아이들이 해피에 맞춰서 막춤도 추고 신나게 놀아야 하는데, 전부 얼어서 그냥 그자리에서 서있기만해서 (심지어 박수도 안치고) 오히려 뻘쭘한 분위기가. 퍼렐이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하이파이브를 하는데 그것도 겨우 하는 정도로 ㅋ


6. 패셔니스타 퍼렐이 이럴 수가...


라이브 만큼이나 기대되었던게 그가 무슨 옷을 입고 나올까 하는 거였는데, 심플한 티셔츠와 엉덩이에 크게 아디다스 로고가 새겨진 바지로 등장한 퍼렐은, 놀랍게도 그 의상으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노래했다. 중간에 퍼렐이 빠지고 백댄서 팀이 등장해 댄스타임을 갖길래, 이번에 다른 옷을 입나 보다 했으나 아니었고, 한 번 더 그런 타이밍이 있었으나 아니었고, 마지막 앵콜 뒤 다시 나올 땐 드디어 갈아입겠거니 했으나 그대로였다. 저 'DRY ALLS' 티셔츠 꼭 찾아서 사고 싶을 정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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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입니다.
사실 올해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라디오헤드가 오느냐 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법 있었는데, 이런 걱정은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릴 정도로 충격적인 헤드라이너 발표 소식이로군요!!

록 팬들이 최소 10년 전부터 계속 노래를 노래를 했던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지산에 오다니! 정말로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가 아닐 수 없네요!

평소 블로그에 뭔가 긴 글이 아니면 뉴스 같은 건 올리지도 않는데, 이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식이네요. 라됴헤드라니! 거기에다가 스톤 로지스까지! 겨우 헤드라이너 두 팀 발표했을 뿐인데도 올해 지산은 안갈 수 없게 되어버렸네요. 올해도 무조건 갑니다! 암요. 톰 요크의 졸린 목소리를 라이브로 들어야지!








데미안 라이스 내한공연 (Damien Rice)

기타 하나로도 가득했던 전율 그리고 재미



펜타포트에서 거의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최종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만남의 기회가 미뤄졌었던 데미안 라이스 (Damien Rice)의 내한 공연이 바로 엇그제 있었다. 개인적으로 데미안 라이스는 포크 뮤직에 서서히 빠져들 때쯤 2002년 자연스럽게 알게 된 뮤지션이었는데, 남들처럼 영화 '클로저 (Closer. 2004)'로 인해 알게 된 경우는 아니었지만 인상 깊게 본 영화로서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까지는 말 못 하겠다. 어쨋든 U2나 Radiohead 같은 밴드들의 내한 공연은 매번 꿈꾸면서도, 정작 그 만큼이나 좋아하는 데미안 라이스 같은 포크 뮤지션의 내한공연은 별로 꿈꿔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스케일과 임팩트를 자랑하는 대형 록밴드나 뮤지션들의 경우야 '라이브'에서만 전달 받을 수 있는 감흥이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금만 좋아하더라도 '꼭 한 번 실제로 보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음반만으로 전달하는 감성의 순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는 포크 뮤지션의 경우는 아마도 조금 덜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이 예상이 빗나갈 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긴 했지만, 이건 그냥 빗나간 정도가 아니었다. 데미안 라이스는 '라이브'에서만 전달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식들을 모두 걷어낸 채 홀로 무대에 섬으로서, 라이브가 전달하는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만들어 냈다.





퇴근하고 겨우 시간을 맞춰 도착한 저 끝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 대부분의 내한공연이 그러하듯 정시에 시작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고 오프닝 게스트가 누가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오프닝 게스트가 나올 법한 시간 (8시 10분쯤?)에 누군가가 어두운 무대 위로 홀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준비된 기타를 매고 첫 곡을 부르기 시작했으니, 바로 데미안 라이스였다. 뭐랄까. 아직 예열도 다 안끝난 상황에서 등장한 탓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런 분위기는 그가 노래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바로 진정되었다. 멘트 없이 바로 Delicate를 연달아 불렀는데, 이 때 부터 급격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몇 곡을 거의 멘트없이 바로 이어서 홀로 불렀는데, 이 때 까지만 해도 '아, 계속 이렇게 멘트 없이 노래만 듣는 공연도 괜찮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한 데미안 라이스. 그 본격적인 시작은 'Volcano'였다. 자신과 함께 노래부르고 싶은 사람은 무대 위로 올라오라는 말에 처음에는 다들 동요하지 않자, 나는 50명이 넘는 사람과도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해 봤다고 관객들을 부추겼고, 결국 이를 넘은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 그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Volcano'를 나눠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올림픽 홀 같은 큰 공연장 보다도 이렇게 사람들에 둘러쌓여 부르는 그림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었기에, 이 장면은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예전 지산에 벨 앤 세바스찬이 왔을 때 관객들을 무대 위로 올려 함께 춤추던 그 날의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을 정도로, 소박하지만 너무나 행복한 장면이었다.





이후 피아노 연주로 들려준 'Rootless Tree', 그리고 이 곡이 어떤 이야기를 통해 탄생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한참이나 들려준 후에야 시작된 'Amie'까지. 이 때부터 앞서서 예상했던 '그냥 멘트없이 노래만 들어도 좋겠다'라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영어로 진행되었음에도 상당히 자세하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결국 데미안 라이스는 단순히 에피소드를 설명해주기 보다는 '사랑 (Love)'이라는 가치에 대해 남녀가 겪게 되는 일들, 가슴을 떨리게도 혹은 가슴을 찢어 놓을 때도, 화를 내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오묘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재미있는 건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었고 그냥 멘트 수준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준이었는데도 짧은 영어 실력으로 거의 다 알아들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는데 95% 이상 이해해버린 자신에게 놀라는 계기이기도 했다 ㅋ 어쨋든 그래서인지 그냥 음반으로 듣던 Amie와는 전혀 다른 Amie를 이 날 듣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이 좋았는지 아니었는지는 각자 달랐을지언정 말이다 ㅎ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이 경이로웠던 것은, 그 구성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포크 뮤지션들의 공연을 가본 적이 있긴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완전히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가는 공연은 데미안 라이스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드럼을 비롯한 세션 한 명 없었으며, 그렇다고 미리 사운드를 깔고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정말로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 데미안 라이스와 피아노 연주, 이렇게만 구성된 공연이었다. 공연에 오지 못한 분들은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저렇게 진행되었다면 몹시 심심했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텐데, 믿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무대에 비해 큰 홀이었던 올림픽 홀이 데미안 라이스 한 사람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가득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오히려 락 적인 요소가 강한 곡에서는 가끔씩 조명이 조금 화려하게 구성되었었는데, 이마저도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충분한 공연이었다. 특히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곡들 간의 느낌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 그의 음악으로 미뤄봤을 때, 두 시간을 혼자 가득채운 라이브는 경이롭다고 밖에는 할 수 없겠다.





공연을 가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쓸쓸함에 흠뻑 취해 눈물을 흘리고 오겠다'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오롯이 전하는 그의 울림에 눈물이 글썽였다. 이런 경험은 흔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올림픽 홀 정도의 규모 공연장에서 관객 거의 전부가 완전히 숨을 죽인 채 슬픔의 감동을 받고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뮤지션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공연과는 다르게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오는 임팩트는 조금 덜했다. 이건 곡들을 잘 몰라서도 아니고, 감동을 덜 받아서도 물론 아니었다. 다른 공연들에서 받았던 감동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지. '와~'하는 감동이 아니라 이미 곡을 들으며 마음으로 울게 만든 그의 곡에게 보내는 또 다른 찬사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본 공연 마지막 곡으로는 'Cannonball'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이크도 쓰지 않고 기타도 엠프에 연결하지 않은, 이른바 '쌩톤'으로 전해졌다. 그 큰 올림픽 홀이 무대 위 데미안 라이스의 작은 목소리에 집중한 탓일까. 전혀 작지 않은 울림이 전해졌고, 행여나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아주 작게 속삭이듯 따라부르는 목소리가 더해져 나오는 소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포크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고, 아직 'The Blower's Daughter'가 나오지 않았기에 관객 모두는 이 곡을 기다리며 조용히 앵콜을 외쳤다.





아무것도 없는 쌩톤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앵콜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 속에서 'Cold Water'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무릎을 쳤다. '이런 구성이라니!' 완벽하게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연주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구성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앵콜은 커버곡 'Halleluja'로 이어졌고, 그의 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는 'The Blower's Daughter'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곡들을 더 좋아하기에 이미 더 큰 감동을 흠뻑 받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이 곡이 주는 임팩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당연히 이 곡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공연은 이 때부터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렀다. 갑자기 기타를 내려놓은 데미안은 무대 위 미리 마련되어 있던 테이블에 앉았고, 한 여성이 무대 위로 나와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이야기와 함께 둘이서 와인을 한 잔씩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건 하나의 꽁트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서정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했던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꽁트 마무리라니! 눈물이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웃음마저 터져나오는 상황. 그리고 이 꽁트는 'Cheers Darling'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말로 와인 반병을 무대 위에서 마신 데미안은 비틀 거리는 연기까지 하며 이 곡을 완벽한 '라이브'로 승화시켰고, 끝까지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뒤 웃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무대를 떠났다.

아...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이런 마지막을 볼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였지만, 공연 내내 흘렀던 감동을 깨거나 방해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에 또 다른 재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아주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기대보다도 더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이루말할 수 없는 감동과 재미까지 선사한 그의 음악과 무대를 만난 것은, 내 생에 가장 큰 보람된 일 중 하나로 기억될 듯 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깊은 여운과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1. 공연이 모두 끝나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밖으로 나온 데미안 라이스는 공연장 복도에서 팬들에 둘러쌓여 함께 노래하고 놀았다는 후문이 ㅠㅠ 매번 겪는 일이지만, 내한 공연의 경우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보면 뮤지션과 함께 하는 행운을 종종 얻을 수 있지요.

2. 그리고 그 다음 날 홍대에 와서 몇몇 뮤지션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노래하고, 술값까지 카드로 계산했다는 후문도 ㅠㅠ 나도 그 시간에 홍대에 있었는데 ㅠ 어찌어찌해서 물어물어 가볼 수도 있었던 터라 더욱 큰 아쉬움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존 레전드 내한공연 (John Legend)

전설 형과 함께하는 Slow Dance!



존 레전드는 그의 첫 앨범 'Let's Get Lifted'를 들었을 때부터 그의 이름처럼 '이 남자는 전설이 될꺼야'라고 촉이 바로 섰을 만큼, 듣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는 깊이와 내공의 앨범이었다. 그 때부터 한결 같이 좋아했던 존 레전드의 내한 공연. 몇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내한공연인데, 첫 번째 내한 공연은 아쉽게 못갔었던 것을 떠올리며 이번 공연은 절대 놓치지 않을리라는 대쪽과도 같은 결의하에 할부신공을 발휘, 존 레전드를 내 눈과 귀로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존 레전드의 곡들은 공연을 위해 미리 예습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하나 같이 많이 들었던 곡들 그리고 버릴 곡이 없는 앨범이었던 터라 별다른 준비없이도 공연을 100% 즐길 수 있었다. 최근 저질로 바닥을 치고 있는 체력 탓에 스탠딩으로 예매하지는 못하고 2층 좌석으로 예매하였지만,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악스홀이라 2층에서 관람하기에도 크게 부족함은 없었다 (물론 이건 스탠딩으로 관람하지 않은 이의 이기적인 변명이다. 당연히 스탠딩에서 보았다면 적어도 3배는 좋았을듯 ㅠ). 두근두근 기다리는 시간이 별로 길지도 않았는데 그는 마치 첫 앨범 'Let's Get Lifted'의 자켓 사진처럼 실루엣으로 스윽 등장했다. 이미 실루엣 만으로도 아우라를 만들어낸 존 레전드는 팬들이 미처 다 현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히트곡 퍼레이드를 시작. 이 때부터 멘트도 없이 쉴세 없이 그의 공연은 이어졌다. 


초반이 특히 그랬고 후반 부에도 중저음이 사용되는 부분에서는 심하게 울리거나 밸러스가 맞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여주었는데, 사운드의 문제 탓에 존 레전드의 보컬이 조금 씩 묻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래서인지 오히려 피아노 한 대만을 두고 노래하는 곡들에서 그의 진가가 더 발휘된 느낌이었다. 하긴 존 레전드는 본래 피아노 한 대만 있으면 상대가 누구든 사로잡는 것이 가능한 훈훈한 오빠(?)가 아니었는가. 이번 공연은 남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훈훈한' 공연이었다. 시종일관 아빠 미소가 아닌 오빠 미소로 관객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곡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편하게 소화하는 그의 표정에서, 관객들은 '이곳이 지상낙원인가 ㅠ'라고 절로 느낄 정도였다. 'PDA'나 'Let's Get Lifed', 'Green Light' 같은 빠른 곡들에서는 정말 라이브 영상으로만 보던 그 공연에 내가 와있구나! 라는 걸 100%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흥겨운 분위기였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선보였던 'Number One'도 좋았고. 'Green Light'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것 같다. 레전드 형의 꿀렁이는 미묘한 댄스도 좋았고 ㅎ





정말 쉬는 시간 없이 피아노와 무대를 오가며 (무대 아래까지!) 공연을 이어가던 존 레전드는 'Green Light'로 정점을 찍고 팬들의 앵콜을 받고 다시 나타났는데, 그저 민소매 런닝 셔츠로 갈아입었을 뿐이었지만 공연장은 열광에 도가니. 나도 모르게 열광할 수 밖에는 없는 분위기와 열기였다. 그리고 그가 조용히 시작한 곡은 다름 아닌 'Ordinary People'. 개인적으로 너무 유명한 곡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버릇이 있지만, 이 곡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 노래방 18번 중에 한 곡이기도 한 'Ordinary People'을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이야 ㅠ 존 레전드의 피아노 연주와 풍성한 소울(Soul)을 느낄 수 있는 이 곡에서, 존 레전드는 그가 왜 이름 뿐만이 아니라 전설로 불리는 지 여지없이 보여줬다. 팬들과 함께 부르는 후반부는 그 자체로 감동.


이번 공연은 특이하게(?) 사진 촬영을 전혀 막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찍어볼까 하다가 그 것보다는 살아있는 라이브를 가슴 속에 더 담자! 라는 생각에 공연만 신나게 즐겼다. 하지만 그렇게 참던 나도 맨 마지막 'Ordinary People' 나올 땐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John Legend - Ordinary People from ashitaka on Vimeo.


모든 내한공연이 다 그러하지만, 존 레전드의 공연도 꿈만 같이 흘러갔다. 바쁜 아시아투어 일정 속에서 소홀히 하는 공연은 물론 아니었으며, 특별히 보여주기 식의 공연도 아닌 존 레전드 그대로를 만날 수 있는 멋진 라이브였다. 아...언제 또 전설 형을 만나볼 수 있으려나?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히사이시 조 내한공연 후기 (Joe Hisaishi - Asia Tour 2010-2011)
늘 꿈꿔왔던 황홀한 판타지



누구에게나 늘 꿈꿔오는 판타지가 있을 것이다. 많은 꿈만 같은 일 가운데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즐기는 것으로만 한정해도,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그 수가 적게는 몇에서 많게는 수백개에 이를 것이다. 내게 있어 꿈에 그리는 라이브 가운데 손을 꼽을 만한 공연이 있다면, 록 밴드 'Red Hot Chili Peppers'와 여성 뮤지션 'Bjork', 그리고 슈퍼밴드 'U2'를 들 수 있겠다. 이 가운데 너무 운이 좋게도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뷔욕의 경우 내한했을 때 모두 라이브를 (정말로 코앞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세 팀은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꿈에 그렸던 공연이었다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아무래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에 흠뻑 빠져들게 되면서 꿈꿔왔던 공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깅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던, 그리고 지금의 닉네임인 '아쉬타카 (아시타카의 변형이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항상 히사이시 조가 있었다. 사실 이렇듯 감독과 음악감독의 관계를 좋아하게 된 건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가 더 먼저였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면 내 취향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 콤비에게 조금 더 마음이 쏠리는 것 같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지난 10년 넘는 세월 동안의 고민이었고, 여차하면 큰 결심을 하고 일본으로 날아가 공연을 관람할 용의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2010년 12월, 그의 내한공연 소식이 들려왔고 나는 비싼 티켓가격과 그에 반해 한없이 빈약한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고 말았다. 아마 지금보다 더, 아니 더 어려운 상황이었더라도 어떻게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그냥 보고 싶은 공연이 아니라 내 나름대로 평생을 통틀어 가장 보고 싶었던 공연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히사이시 조의 공연에 대한 미칠듯한 욕구를 품게 된 것은 바로 이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함께한 25주년 기념' 공연 실황이었다. NHK를 통해 방영한 공연을 보고서는 후에 블루레이가 발매되자 마자 역시 고민할 것도 없이 구매했던 공연이기도 한데, 이 공연은 정말로 나처럼 지브리와 히사이시 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단 한 곡도, 단 한 순간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주옥같다라는 표현으로도 다 형용할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연을 보고서는 다시금 히사이시 조 공연에 대한 갈증이 더더 깊어지고 있던 차에, 내한공연이었으니 어찌 맨발로 뛰쳐나가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말이다.






그렇게 고대했던 공연이었는데 하마터면 공연 당일 회사에서 늦어서 공연을 제 시간에 관람하지 못했을 걸 떠올리니, 다시 생각해도 참 아찔한 일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지하철과 지하철 사이 그리고 그 사이에 달릴 수 있는 곳에서는 거의 모두 달려야만 했다). 그렇게 헐레벌떡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에 들어섰고, 아주 잠시 숨을 고르자마자 히사이시 조, 그가 무대 위에 올랐다. 영상으로만 보았던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 마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음악을 접한 것이 대부분 애니메이션 위주였기 때문이었다. 히사이시 조는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이번 공연 컨셉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는데, 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아시아 투어 전체를 마무리하는 가장 마지막 회차 공연이라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그의 다짐에, 공연이 시작도 하기 전에 몹시 달아오를 수 밖에는 없었다.
이번 공연은 1부와 2부로 진행되었는데, 1부의 프로그램은 '미니멀리즘'과 'The End of the World'로서 특히 미니멀리즘의 경우 하나의 테마를 다양한 악기와 리듬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주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사실 2부의 내용을 훨씬 더 기대하고 온 터라 조금 지루해질 수도 있는 1부였지만, 오히려 1부를 통해 히사이시 조가 추구하는 음악 세계와 음악의 참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히사이시 조가 평소에 좋아하는 악기들이 자주 등장한 탓에 계속 그의 음악 세계를 쉽게 공유해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결코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얘기지만, 주로 사운드트랙으로 삽입된 멜로디포니의 곡들을 듣는 순간, 1부에 선보인 그의 음악세계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미션을 지나 드디어 오랜 세월을 기다려온 2부의 막이 올랐다. 2부 '멜로디포니'에서는 다름 아닌 지브리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을 비롯,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곡들을 차례차례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만나보게 된 곡은 히로스에 료코가 출연했던 타키다 요지로 감독의 영화 '굿,바이'의 사운드트랙 'Departures'였다.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첼로의 선율이 인상적인 곡이었다. 그리고 나서 나온 곡은 무려 'Kiki's Delivery Service' ㅠ 너무도 익숙한 '마녀 배달부 키키'의 그 선율이 딱 한 음 들려오는 순간, 정말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감동의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키키의 사운드트랙을 라이브로 듣는 순간,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동시에, 애니메이션 속 장면이 그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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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의 감동에서 아직 빠져나올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바로 다음 곡이 이어졌는데, 이 곡을 듣는 순간 정말 눈물이 핑돌았다 ㅠ 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사운드트랙인 'One Summer's Day' 때문이었는데, 바로 이 테마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음은 물론, 그 장면들이 하나같이 찡하고 뭉클한 장면들이어서인지, 바로 그 피아노 선율을 듣는 순간 눈가에 절로 눈물이 고였다. 키키를 지나 센과 치히로의 그 유명한 테마를 라이브로 듣는 순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제 비싼 티켓값 따위는 벌써 초월해 버렸다. 이 두 곡을 들은 것만으로도 보람이 넘치는구나!'라고. 실제로 그랬다. 예전 칸노 요코의 공연을 가면서 '카우보이 비밥'의 사운드 트랙인 'The Real Folk Blues'를 라이브로 듣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One Summer's Day' 이후에도 너무 익숙한 곡이 이어졌는데, 한동안 내 휴대폰의 벨소리이기도 했던 (하긴 다른 곡들도 대부분 한번씩은 벨소리로 사용되었던 듯), '기쿠지로의 여름' 사운드트랙인 'Summer'였다. 정말 내 인생에 가장 유쾌한 영화 (감동은 재쳐두고라도)중 하나인 기타노 다케시의 이 영화에 사용된 너무 유명한 이 곡. 영화 속 그 들판과 두 남자가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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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의 사운드트랙을 지나 최근작 '벼랑위의 포뇨'의 'Ponyo of the Cliff by the Sea'가 연주되었다. 포뇨의 경우 워낙에 노래와 율동을 외우고 있었던터라, 노래가 없는 연주였음에도 나도 모르게 자꾸 따라하려고 하는 걸 억지로 참아야했고 특히 율동이 절로 나와 몸을 억눌러야만 했다 (왜 그, 손을 쭈욱 뻗었다가 접는 바로 그 동작 ㅋ). 'Oriental Wind'까지 마치고 나서 또 한 번 기절할 만한 일이 발생했는데, 그 다음 연주된 곡 때문이었다. 사실 이번 공연 소식이 처음 알려지고 프로그램이 공개된 뒤, 몇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는데 꼭 듣고 싶었던 몇몇 곡들이 리스트에서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곡들 가운데 몇 곡을 꼽자면 '붉은 돼지'의 사운드트랙 중 한 곡인 '帰らざる日々' (아, 피아노 솔로인 이 곡 너무 듣고 싶었었는데 ㅠ) 이 곡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메인 테마인 '인생의 회전목마 (Merry-go-round)' 이렇게 두 곡을 정말로 꼭 듣고 싶었었다. 하지만 이 곡들이 빠져있어서 아쉬워하던 찰나, 갑자기 하울의 그 선율이 들려왔다. 나는 속으로 '아니 하울은 안한다고 했었잖아 ㅠㅠ' 하며 돋는 소름과 터져나오는 눈물을 훔친 채 왈츠 선율에 절로 몸을 맡겼다. 진짜 '인생의 회전목마'를 라이브로 듣게 된 건 이 날의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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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추가된 대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들을 순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회전목마'를 너무도 좋아하는 터라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식적인 마지막 곡인 '이웃집 토토로'의 테마곡 'My Neighbor TOTORO'가 이어졌다. 아까 포뇨와 마찬가지로 이 곡도 워낙에 노래로 더 익숙한 곡이나 몇번이나 노래가 나오는걸 참아야 했는데, 정말 나중에 기회가 또 있다면 합창단과 함께 하는 공연으로, 다같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토토로 연주가 모두 끝나고 객석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히사이시 조는 오케스트라를 자리에 남겨둔 채 피아노 솔로 곡을 한 곡 더 연주하고 다시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관객들의 기립박수는 계속 되었고 다시 무대에 인사를 하러 나온 그는, 피아노 쪽을 가리키더니 다시 앞에 앉아 너무나도 익숙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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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 역시 프로그램에 없던 곡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였는데, 바로 '모노노케 히메'의 엔딩 테마인 'Ashitaka and San'이었다 ㅠ 아쉬타카라는 닉네임을 쓰는 내가 어찌 이 곡을 반기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 말이다 ㅠ 이 곡을 앵콜 곡으로 듣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었는데, 듣고 있노라니 만감이 다 교차하더라. 그랬다. 공연이 이제 정말 끝이 나는구나 라는 생각에서부터, 내가 지금 과연 꿈을 꾸는 것인가, 꿈이 나를 꾸는 것인가를 비롯, 다시금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 꿈결 같은 판타지에서 과연 나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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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P(ランプ) 내한 콘서트 ‘봄의 환상(幻想)’ 후기
부제 :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생일이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14일, 최근 앨범을 즐겨 듣고 있던 일본 밴드 LAMP(ランプ)의 내한공연에 초대 받아 생일선물 겸, 오랜만에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LAMP의 음악을 이전에도 몇번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제대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은 이번 뿐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최근 앨범이어서인지 지난 앨범들과 비교해도 이번에 파스텔뮤직을 통해 라이센스된 앨범 'ランプ幻想(램프환상)'은 가장 와닿는 앨범이었다. 공연과 앨범 리뷰를 겸한 글이지만 공연장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공연 컷이 추가되지 못한 점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그런데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연은 정말 정신이 없고 통제 불가능 상태이긴 하다;).





먼저 공연 얘기를 해보자면, '루싸이드 토끼'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된 LAMP의 라이브는 시종일관 활기차면서도 따스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아, 그전에 오프닝을 장식한 루싸이드 토끼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라이브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첫 곡으로 커버한 Jamiroquai의 'Love Foolosophy'는 평소에도 좋아하는 곡이라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편곡된 무대가 인상적이었고, 이후 들려준 그녀들의 곡도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보컬만의 소박한 구성과 분위기가 인상적인 음악들이었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 LAMP의 무대는 비교적 멘트 없이 빠르게 연결되었다. 특히 곡과 곡 사이의 텀은 박수를 충분히 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급하게 연결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이것도 다 이들의 수줍음 때문이리라. 의외로 드럼과 퍼커션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곡들도 많았고 빠른 리듬의 곡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빠른 리듬의 곡들은 정말 이제야 봄을 제대로 느껴볼 만한 따스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이 날도 비가 왔고, 오늘은 갑자기 겨울 날씨로 눈이 올지도 모르는 이 요상한 3월 날씨에, 음악으로 나마 봄을 느껴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역시 LAMP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박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의 곡들이었다. 어쿠스틱 기타 혹은 건반과 아코디언, 플룻 등으로 이뤄진 곡들은 사카키바라 카오리의 속삭이듯 보컬과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과 만나, 다시 한번 객석을 또 다른 봄으로 빠져들게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음반으로 들을 때는 단순하게 카오리의 보컬이 더욱 기억에 남았었는데, 공연에서는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이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많은 곡들이 다 좋았지만 특히 나가이 유스케가 어쿠스틱 기타 하나 매고 들려준 '密やかに'의 무대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기도 하거니와 이 곡을 들을 때 만큼은, 다른 장치들 없이도 완전하게 기타와 보컬에게만 빠져들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번 공연은 초중반까지는 이전 앨범들의 수록곡을 주로 들려준 반면, 중반 이후 부터는 이번 앨범의 곡들을 주로 들려주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앨범을 인상 깊게 들어서인지 중후반부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LAMP는 새 앨범 작업 중이라고 했는데, 작업 중인 신곡들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첫 라이브 무대라며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하던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공연 내내 느껴진 LAMP의 인상은, 매우 수줍다는 것이었다. 자신들끼리 일본어로 이야기할 때 조차 몹시도 수줍어 하며 말을 아끼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그들의 소박한 음악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LAMP는 공연장을 한껏 봄의 활기찬 기운으로 들뜨게 했다가도 다시 낮잠을 부르는(좋은 의미로) 안락함을 주었다가, 새벽의 어슴푸레함을 전하는 등(하지만 따스한), 여러가지 모습의 봄의 환상을 들려주었다. 아, 그리고 환상과 더불어 여러가지 다른 꿈의 환상도 들려주었다. 앞서 언급한 낮잠과 같이 달콤한 꿈과 백일몽 같이 환상에 빠져드는 꿈, 그리고 현실을 꿈처럼 만드는 꿈까지.

그러고 보니 LAMP가 말하는 '봄의 환상'이란 결국 '꿈'이 아닐까도 싶다.




LAMP의 네 번째 앨범 '봄의 환상'은 듣는 순간 쉽게 빠져들만한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그것이 봄이 되었건, 꿈이 되었건 LAMP가 전하는 환상은 은근한 매력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녹음 중인 그들의 새로운 음반에는 또 어떤 환상이 담겨있을지, 이번 앨범과 공연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바이다.

급작스럽게 겨울로 돌아간 듯한 우리의 3월. 봄의 전령사 LAMP로 한층 따듯해졌음에 감사한다.
에잇,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지난 11월이었던가. 이 때 내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턱 밑까지 차다 못해 혀끝으로 뛰쳐나오기 직전이었던 이 때. 내게는 2007년 최고의 영화였던 <원스 (Once)>의 주인공이자, 이미 음반으로 더욱 익숙해진 존재이기도 했던 그들 'The Swell Season'의 내한 공연 소식이 들려왔다.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도 많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돈이 어찌되었던 누리고 보자는 성격인 나는 이들의 공연에 한치에 주저함도 없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예매 시작일 컴퓨터 앞에 앉아 예매를 하기에 이르렀다(할부는 아직도 계속된다!!). 2007년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 주인공들의 내한 공연 이라고는 하지만, 이 당시 비슷한 시기에 예매를 했던 다른 공연들과 비교해 보자면, 내가 The Swell Season의 공연을 택한 것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이들 가운데는 거의 10년을 기다려온 Jamiroquai의 내한공연 관람 포기가 있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일 수 있겠다.





이토록 기다려왔던 그들의 공연이 바로 어제와 그제 이틀간에 걸쳐 있었다. 나는 18일(일) 공연을 함께 할 수 있었는데, 공연장인 세종문화 회관에 들어서자마자 일종의 포토존에 그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제서야 아주 조금 실감할 수 있었다. 아, 참고로 이번 내한 공연을 한 The Swell Season은 잘 알려졌다시피 영화 <원스>의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로 이뤄진 프로젝트 밴드이며, 영화 사운드 트랙 외에도 앨범을 따로 발매하기도 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이들 외에 글렌 한사드가 소속된 아일랜드의 인기밴드 '더 플레임즈 (The Frames)'도 함께 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의미가 깊었던 공연이었다. 사실 영화 <원스>를 접하기 이전부터 플레임즈를 알고 그들의 음악을 듣게 되었던 나로서는, 또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저번 bjork 내한공연 때 기념 티셔츠를 공연 끝나고 사야지 했다가는 결국 못사고 말았던 기억을 되살려, 이날은 도착하자마자 티셔츠 부터 구매했다. 아, 그리고 내한공연 기념 포스터도 추가로 구매했다. 그런데 구매하려고 보니 현금이 모자라 세종문화회관 밖의 인출기로 향했는데, 근처 일식음식점 앞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모여있길래 보았더니, 다름 아닌 글렌 한사드가 일행과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부터 나는 마치 파파라치 같은 습성을 스스로 자극하여 그의 모습을 밀착 촬영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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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이렇게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의외의 장소에서 글렌 한사드를 만나 크게 동요되기 시작한 내 심장은 공연장에 들어서면서 더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공연장 내부의 모습은 대략 이러했다. 사실 많은 이들이 공연장이 세종문화회관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려했던 것처럼 이들의 공연과 세종문화회관은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일단 사운드 자체가 별로 좋지 못했는데, 피아노를 비롯한 대부분의 악기들을 단순히 볼륨만 강조하다보니 전체적인 사운드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았고, 몇몇 곡에서는 귀가 불편할 정도였다. 그리고 스탠딩이 아니라 좌석제인 점도 불만스러운 점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클래식 공연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암묵적으로 전하는 공연장의 구조가 불만스러웠다 해야겠다. 지난해 펜타포트에 플레임즈가 내한한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이들의 음악을 2시간 내내 의자에 앉아서만 관람하려니 역시나 좀이 쑤실 수 밖에는 없었다. 단순히 앉아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활동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공연을 함께 즐긴다기 보다는 이들의 일방적인 공연을 그저 감상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물론 감상만으로도 황홀하지만 @@). 아마도 스탠딩으로 이뤄지는 다른 공연 이었다면 더 자연스럽게 노래들을 따라부를 수 있었을 것이고, 더 크게 호응할 수도 있었을 텐데 분위기 자체가 조용하게 흐르다보니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여튼 아쉬운 점은 이 정도로 하고 본격적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 날 공연에는 수 많은 명장면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연의 첫 장면이 가장 인상깊지 않았나 싶다. 길거리에서 통기타를 연주하며 절규하듯 노래하는 영화 <원스>의 첫 장면처럼, 자신이 아끼는 낡은 기타를 홀연히 들고 나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기타반주 만에 의지하여 'Say It To Me Now'를 불러주었는데, 아, 절로 소름이 돋았다. 글렌 한사드의 매력은 서정적인 감성과 폭발하듯 터지는 가창력이라 할 수 있는데, 세종문화회관을 몇 바퀴는 돌고도 남을 가창력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이 곡의 임팩트는 실로 대단했다.




노래가 끝나고 짧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한 글렌 한사드의 옆으로 빨간색 치마를 입은 마르케타가 걸어나왔다. 초반에는 영화 속에 삽입되었던 곡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Lies'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예전 영화를 인상 깊게 보고 난 이후에 한동안은 유튜브를 전전하며 이들의 공연 클립들을 일일이 다 찾아 하나하나 감상했던 때가 있었는데, 실제 눈 앞에서 글렌과 마르케타가 서로 눈을 맞추며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꿈만 같았다. 영화에 수록된 곡 외에 'This Low', 'The Moon'같은 Swell Season의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연주하였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영화에 수록된 곡들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When You Mind's Made Up'이 이어지고, 그 다음에는 '원, 투'하는 곡 시작 전 글렌의 준비 신호마저 외워버린 곡 'Falling Slowly'가 드디어 연주되었다. 이 곡은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부족한 실력으로 연주도 해보고 했던 곡이라 특히 기대되기도 했는데, 정말 수천번도 더 듣고 본 노래와 장면이지만, 또 한 번 감동스러울 뿐이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이지만 글렌이 곡 중간중간마다 곡에 담긴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참 '착한' 그들처럼 노래 속에 담긴 메시지들도, 관계를 맺는 과정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그 속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그 상처를 달래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행복해 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들처럼 참 착하기만 했다. 공연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영화 속 장면처럼 글렌이 즉흥적으로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를 부르던 순간이었는데, 영화 속 처럼 처음에는 감미롭게 들려주다가 그 헤비하게 변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연출해 주었다. 자신도 재미있는지 참을 수 없는 록커의 본능을 살짝 살짝 표현해주곤 했다. 공연장의 사운드 시설이 별로 좋지 못해 그가 디스토션을 걸고 연주할 땐 사운드가 별로 좋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 느낌만은 제대로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사실상의 1부라고 봐도 좋을 순서가 끝난 뒤부터는 마르케타가 먼저 홀로 나와 'The Hill'을 불러주었는데, 아...ㅠㅠ 이 장면은 그대로 영화였다. 마르케타의 라이브가 이리도 감동적일 줄이야. 정말 5분이 안되는 시간 동안 완전히 얼어 붙은 듯이 멈춰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는 '건전지송'으로 더욱 익숙한 'If You Want Me'
가 이어졌는데, 확실히 국내에서는 더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영화 엔딩 크래딧에 삽입되었던 'Once'가 이어졌고, 앵콜 요청이 있은 뒤 다시 무대로 나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모두가 (드디어) 함께하는 분위기 속에 흥겨운 피날레가 이어졌다.




행복해하는 더 플레임즈 멤버들의 표정도, 살랑살랑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노래하던 마르케타의 모습도, 그리고 항상 따듯했던 글렌의 모습도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보통 같으면 카메라 촬영 제제가 조금은 허술해지는 마지막에는 카메라를 꺼내들어 몇 컷이라도 건지려고 안간힘을 썼었겠지만, 이 날 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뭐 비매너이기도 하고, 수십명이 카메라를 꺼내 사진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와중에도 계속 제지하러 여기저기 동분서주하는 세종문화회관 직원이 안쓰러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진 찍느라 이 순간을 찰나일 지언정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모든 내한 공연이 그러하듯, The Swell Season의 공연도 어느덧 추억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들의 온기는 영화가 그러했듯, 음악이 그러했듯, 내 맘 속을 영원히 따듯하게 해줄 것만 같다.







AS I AM Tour 2008 알리시야 키스 내한공연 예매!!!

내가 미쳤지 --;
지금 현재 나의 자금 사정은 내 평생 최악이라고 단연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들른 까페에서 그녀의 내한공연 안내 엽서를 보고는 집으로 달려와 스탠딩을
얘매할 수 밖에는 없었다.

이미 지난 몇년전의 내한 공연에서 보고 지금까지도 그날의 기억을 하루하루 더듬으며
살아왔던 나에게, 이번 내한 공연은 사실 자금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8월 7일!

아.....그녀를 또 만날 생각을 하니 @@




보너스로 'No One' 라이브 영상~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질 않는다.
내 생애에 꼭 보고야 말리라 마음먹었던 3개의 공연.
bjork, Red Hot Chili Peppers, U2. 이 가운데 레닷은 지난 2002년 내한했을 대 미친듯이(역시 실감못하며)
즐긴 바가 있었고, bjork과 U2는 특히 bjork은 '과연 죽기 전에 볼 수나 있을까(특히나 이 한국 땅에서!)'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배적이었는데, bjork을 안지는 10년이 되었으나, 어찌보면 이리도 빠른 시간내에 그녀를
한국 땅에서 보게 될 줄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었고, 믿겨지지도 않던 일이었다.
하지만 어제 2월 16일, 이 일은 실제로 일어났으며, 나는 마치 손을 뻗으면 만져질 듯한 거리에서
그녀의 공연을 만나볼 수가 있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녀가 내 눈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었다니. 내가 내 눈을 볼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내 생애에 가장 오랫동안 깜빡이지도 않고, 가장 미칠듯이 초롱초롱했던 눈망울이었을 것이다.
그 만큼 단 1초도 놓칠 수가 없었던 그녀의 공연이었다.



공연의 시작은 7시. 스탠딩 입장은 5시라고 알려진바.
어차피 입장 순서가 이미 예매로 정해져있던터라 일찍 가 있는다고 더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비요커들은 2~3시 부터 와서 공연장 주변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어제는 올림픽 공원의 매서운 바람과 더불어 제법 추운 날씨였는데, A구역 스탠딩 35번째 입장순서였던 나는,
한 4시쯤 스탠딩 관객들을 위한 대기장소인 지하 주차장에서 약 1시간 반을 넘게 대기한 뒤,
차례로 입장할 수 있었다. 나는 맨앞 팬스에서 바로 다음줄, 그러니까 사실상 거의 맨 앞에서 관람하였는데,
맨 앞줄이 거의 다 여성분들이었음으로, 시야확보는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자리에서는
정말 손을 뻗으면 거의 bjork이 만져질듯한 거리였다(그래서인지 막 만지려는 손길이 내 앞뒤로 마구
뻗어나왔다). 그녀의 표정 하나 하나를 느낄 수 있었으며, 작은 미소도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었던
너무나도 가까운 위치였다.


(공연 시작전 판매하던 티셔츠. 공연이 끝나면 사야지 했는데, 끝나고서는 사람들이 하도 몰려나와 결국
구매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Volta'투어로 이뤄진 이번 공연답게 첫 번째 곡은 역시 이 앨범의 첫 번째 싱글인 'Earth Intruders'였다.
미친듯이 쿵짝거리는 비트로 공연의 시작을 알린 'Earth Intruders'. 혼 연주자들이 입장하고 그 뒤에
bjork 내 쪽에서 입장하는데, 이 때까지도 전혀 눈 앞에 상황을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공연장은 이때부터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이번 bjork 공연의 특징이라면 다른 뮤지션들의 공연과는 달리,
(물론 내가 그 최전선인 스탠딩의 맨앞에 있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열혈 비요커들이
가득 모인 공연이었기 때문에, 다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몇몇 여자 관객들은 눈물을 보였을 정도로,
눈 앞에 펼쳐진 bjork의 모습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 특유의 영어인사 '쌩큐'를 현장에서
듣게 될 줄이야! 이어서 'Hunter'와 'Aurora'가 이어진 뒤, 다시 한번 장내를 감동으로 물들이게 했던
그녀의 대표곡 중 하나인 'All is Full of Love'. 나도 이 곡의 전주가 흘러나왔을 땐 눈물이 글썽거렸다.
모두가 함께 부르는 후렴구는 더욱 더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이 곡 보다 조금 더 감동적인 곡이있었다면
바로 'Jóga'. 많은 비요커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Jóga'의 그 익숙한 현으로 연주하는 전주가 흐를땐
정말 입이 떡 벌어져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Army of Me'와 'Innocence'에서 공연은 다시 한번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사진의 저작권은 NEWSIS에 있습니다)

사실 최근 'volta' 투어에 대한 정보는 잘 찾아보질 못하고, 그녀의 풀 버전 공연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Vespertine'투어 DVD였기 때문에, 이번 공연이 이리도 격렬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굉장히 정적이었던 'Vespertine'투어에 비해 이번 'Volta'투어 공연의 수록곡들은, 이번 앨범의
강력한 비트와 어울리게 정적인 곡들과 함께 상당히 하드한 일렉트로닉 곡들이 배치되었는데,
앵콜곡에서 모두를 미치게 만들어버린 'Declare Independence'를 비롯하여, 'Pluto'와 콩콩 댄스를
만들어낸 바로 그 곡 'Hyper-ballad'까지! 그녀 특유의 손동작과 발동작, 독특한 춤사위를 오랜만에
마음껏 볼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bjork이 원래 공연에서 저렇게 많이 웃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중간 중간 객석을 살짝 보고는 수줍은 미소를 짓곤 했는데, 분명 그녀도 한국에 비요커들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마지막에 앵콜을 부르러 나와서는 혼 연주자 가운데 한 명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관객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등, 확실히 팬들과 완전히 하나가 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혼 연주자들의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중에 무대 앞에 나와서 연주할 때에는,
이들 역시 무대 위에 연주자라기 보다는 그저 함께 공연을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흠뻑 빠져들어있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 물론 bjork역시도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로 모든 이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사진의 저작권은 NEWSIS에 있습니다)

'Jóga'나 'Hyper-ballad'만큼이나 좋아하는 'Bachelorette'가 나왔을 땐 또 한 번 어쩔 수 없이
빠져버렸으며(사실 어느 한 곡 미칠듯이 빠지지 않은 곡이 없었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인
'Pluto'가 끝난 뒤 bjork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관객들은 모두 한 소리로 앵콜을 외쳤으며,
이내 나타난 bjork과 스탭들은 앵콜 송으로 'The Anchor Song'과 'Declare Independence'를
연주했는데, 마지막에 엄청난 종이 눈이 내리는 가운데 다같이 하나가 되어 공연장을 들썩일 정도로
춤추게 만들었던 'Declare Independence'는 정말 흥분 그 자체였다.
참 우스운 일이지만, bjork의 워낙 독특한 음악성 탓에 정작 그녀의 가창력에 대해서는 별로 깊게
생각해본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어제 공연을 보며 정말 그녀가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라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쉽지도 않은 그 노래들은 정말 거의 CD와 똑같이 모두 소화한 그녀의 가창력은
일렉트로니카 디바로서는 독보적인 수준이 아닌가 싶다.


(사진의 저작권은 뉴스엔에 있습니다)


그렇게 내 생애에 가장 흥분되었고 믿겨지지 않았던 bjork의 내한공연은 거짓말 처럼 끝이났다.
bjork의 팬은 아니지만 나 때문에 같이 갔던 여자친구는 '마치 사이비 교주와 신도들 같다'라고 했었는데,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공연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그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죽기전에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정말 황홀했던
꿈만 같은 순간이었다. 앞으로 또 언제 그녀를 볼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다시한번 '나=비요커' 라는 공식을 확인시켜준 공연이었으며, 집에 올 때는 다리가 풀리고 목이 뒤틀리고,
등이 뻐근할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다 소비했던 상태였지만, 앞으로 살아갈 엄청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벌써 추억이 되다니! 아쉽다 ㅜㅜ
고마워요 bjork!!!



Set List

1.Earth Intruders
2.Hunter
3.Aurora
4.All Is Full Of Love
5.Hope
6.Pleasure Is All Mine
7.Vertebrae by Vertebrae
8.Jóga
9.Desired Constellation
10.Army Of Me
11.Innocence
12.Bachelorette
13.Vökuró
14.wanderlust
15.Hyper-ballad
16.Plu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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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The Anchor Song
18.Declare Indepen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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