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 이즈 잉글랜드 (This is England, 2006)
그대로 응시하다


해외 영화제를 통해 호평을 받았다는 홍보문구들로 먼저 알려진 셰인 메도우스 감독의 2006년작 <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유난히도 영화제 수상이라던가 '평단과 관객을 모두 만족시킨..' 이런 식의 문구들이 많은 경우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를 끄는 문구는 '<트레인스포팅>이후, 영국 영화의 재습격' 이라는 문구였다. 이 영화를 표현하는 설명들 가운데는 얼핏 훑어보아도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걸 보고는 '적어도 번지르르하게 포장하지는 않겠구나'하는 믿음은 가질 수 있었다. 저 힘없어 보이는 하늘색이 이리도 강렬하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라는 걸 실감했던 포스터처럼, 영화는 1983년 영국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영화 속 장면에는 아예 대놓고 응시하는 컷이 나오기도 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영국인 감독이 자국인 영국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강렬한 두 눈으로 응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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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100%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 당시 영국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현실들에 대한 몇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와 그녀의 정책들,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벌인 '포크랜드 전쟁'에 대한 사실들은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라 할 수 있는데, 영화는 이 같은 사안들은 아주 직접적으로 파고든 정치 영화는 아니지만, 결국 이런 정치, 사회적 요인들이 당시 영국을 살았던 사람들(소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가감 없는 솔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숀 (토마스 터구즈)'은 아버지가 전쟁에서 돌아가시고 엄마와 둘이 사는데, 가정 형편 역시 그리 좋지 못해 촌스러운 바지를 입고다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 그렇다고 숀이 <렛 미 인>에 나오는 오스칼처럼 소극적인 소년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그는 그럴 수록 더 달려들어서 싸우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숀이 어느 날 우연히 스킨헤드 무리를 만나게 되면서 이 영화는 서서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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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디스 이즈 잉글랜드>의 주된 이야기 방식은 주인공인 어린 소년 숀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 가에 대한 것이다. 숀이 처음 만난 스킨헤드들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인종차별적인 '스킨헤드'와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그들은 그저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이고 약간 모자라보이기 까지 하는 고작 '비행청소년'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이들이었다. 처음 숀과 이들이 만나 전쟁 놀이를 하며 노는 장면은 한 편으론 정치적인 당시 사회의 분위기 속에 소년들의 놀이 문화마저 폭력적이고 전투적인 것들이 되어버린 현실을 엿볼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영화적으로 보았을 때 단순히 숀의 행복했던 한 때로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런데 여기서 의미심장한 건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던 숀이 이들을 만나면서 이 무리 속에서 다른 한 명을 그들과 함께 따돌림 시키면서 해방감을 얻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나중에 콤보를 만나면서 더 확장된다.

숀이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 첫 번째 지점이라면, 두 번째 전개가 시작되는 지점은 바로 이들 무리와 예전에 함께 했었던 콤보가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다소 급진적이고 우리가 현재 흔히 알고 있는 '스킨헤드'에 가까운 성향을 갖고 있는 콤보가 숀과 접촉하게 되면서, 숀 역시 급격하게 변하게 되고 그의 변화를 주목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변해가는 숀을 나무랄 수 만은 없는 현실 역시 담아내고 있다.

(이후부터는 내용에 대한 미약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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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보는 숀이 어울렸던 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권력화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인종차별주의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데, 흥미로운건 자기 자신 스스로도 굉장히 가치관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겪는 다는 것이다. 친구들 중 흑인인 밀키 와의 장면들에 엿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세력에 힘을 보태기위해 밀키 역시 흡수하려는 것으로 보았으나, 결국 인종차별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던 콤보는 밀키를 인정하지 못하고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그런데 저지르고나서 콤보가 보여주는 행동은 무차별적, 냉정한 행동이 아닌 굉장히 스스로 혼란스러움을 겪는 듯한 행동을 보여준다.

이렇듯 영화는 계속해서 변화의 과정을 주목한다. 그냥 동네 불량배들 정도였던 이 무리가 사회적인 요건들로 인해 변화를 겪으며 각자로 나뉘어지는 과정, 그리고 이들 무리에 합류하게 된 어린 숀이 어른이 되기도 전에 겪게 되는 수많은 변화의 과정들은, 어쩌면 겪지 않았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숀은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 다시 홀로 돌아와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했던 벌판의 버려진 배가 있는 곳에 나타난다. 아버지 없이 외로움을 겪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항상 홀로 지내던 숀은, 결국 영화의 마지막,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혼자로 돌아왔다. 숀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았던 잉글랜드의 국기를 스스로 던져버리는 장면은, 결국 국가가 국민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고, 오히려 빼앗아만 갔던 당시 영국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숀의 성장영화로 보긴 어렵다. 숀은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어른이 된 것이 아니다. 그는 아직도 소년이고, 소년으로서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고 만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것은 이런 경우엔 불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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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면 누구나 주인공 '숀' 역할을 맡은 어린 배우 토마스 터구즈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가 보여주는 연기와 그 표정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어린 눈으로도 잘 반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토마스의 얼굴 생김새가 폴 메카트니와 너무 닮아서 (특히 그 쳐진 눈!) 살짝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

콤보 역을 맡은 스테판 그레이엄의 경우 <스내치>와 <갱스 오브 뉴욕>을 비롯해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도 출연하여 정확히 무슨 역할인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얼굴은 익은 배우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확실히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음악과 카메라 워킹이었는데, 초반 숀이 스킨헤드 무리와 처음 어울리는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과 카메라가 이들을 비추는 앵글은 정말 감각적이고 인상적이었다. 특히 음악은 영화를 통틀어 상당히 감정선을 건드리는데 작용하고 있고, 전체적인 화면의 색감 역시 이 영화를 기억하는데 더 좋은 소스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강렬함이 만족스러웠던 영화인 동시에,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아도 온전히 영화 내에서 모든 것을 설명 가능했던 <그르바비차>의 경우와는 다르게, 당시 사회적 배경을 잘 알지 못한다면 좀 더 즐기기 어려운 작품이라 조금은 아쉬운 감도 없지 않았다.


1. 참고로 이 작품은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씨네큐브로서의 마지막 개봉작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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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Blu-ray)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제는 어쩌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기능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의외로 많은 유저들이 아예 잘 사용하려조차 하지 않는 것이 바로 'BD-Live' 기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블루레이 초기 시절만 하더라도 '블루레이만의 장점이 뭐냐?'라는 점에서 BD가 가장 앞다투어 홍보했던 기능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과 바로 연결하여 부가영상의 다운로드가 가능하고, 채팅이나 퀴즈 등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BD-Live 기능이었죠. 실제로 각 가전업체들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내놓으면서 '우리가 최초로 BD-Live 기능을 제공한다' 혹은 '자사의 플레이어만이 BD-Live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등의 홍보문구를 빼놓지 않았었구요.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 기능이 그야말로 '신기술'이었을 때에는 다들 호기심에 관심을 갖곤 했지만, 어느 정도 보편적이 된 이후에는(벌써 BD-Live에 보편적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남지만요) 정작 별로 사용하게는 되지 않는 기능이 또한 BD-Live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인터넷을 연결해야 한다는 조건이 '의외로' 번거로움으로 작용하여 매번 BD플레이어에 랜선을 연결해두지 않은 유저들 입장에서는 따로 연결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하고, 코멘터리 및 부가영상을 죄다 꼼꼼히 챙겨보지 않는 일반적인 경우 역시 조금 딜레이가 있는 BD-Live기능을 잘 살펴보게 되지 않는 것이 다수인데, 저조차도 리뷰를 위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자주 보게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네요.

<그랜 토리노>를 리뷰하려고 캡쳐를 위해 BD-ROM을 통해 감상하다보니 유난히도 'BD-Live' 메뉴가 돋보이더군요. 그래서 '그래, 오랜만에 워너브라더스의 BD-Live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 좀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어, 간단하지만 BD-Live 기능이 대략 어떤 것들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정말 '간단하게'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


ⓒ2009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워너브라더스 블루레이 타이틀의 시작 메뉴 가운데, BD-Live를 클릭하며 위의 스크린 샷처럼 워너의 로고 주위로 로딩 되는 표시가 등장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접속을 하게 됩니다. BD-Live 기능은 일반적으로는 타이틀 개별마다 수록된 내용이 틀리다기 보다는 (정확히 얘기하자면 타이틀에 수록된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이다보니), 각 회사의 BD-Live 사이트로 접속하게 되기 때문에, 같은 제작사의 타이틀이라면 거의 동일한 BD-Live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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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속하면 위의 그림처럼 로그인 화면이 등장하고, 가입이 되어 있지 않은 유저들을 위해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가입이 가능한 사이트 주소로 연결이 되는 링크가 이메일로 발송이 됩니다. 사실 예전에도 이 부분이 제일 불안전 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그렇게 썩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더군요. 가입절차대로 기입하고 완료 버튼을 눌러도 서버상의 이유를 들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대략적인 기능들은 즐기실 수가 있습니다. 제가 이번 리뷰를 통해 소개하는 것들 역시 모두 로그인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한 것들이라는 것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가입을 위한 이메일주소를 넣는 란을 보면, 이메일 주소를 기입한 뒤 로그인 창으로 바로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한정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 (일종의 가 로그인 상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걸 누르고 들어가도 아래와 같은 예고편들은 모두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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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MEDIA CENTER를 클릭하시면 위와 같이 세가지 메뉴를 확인하실 수 있는데, 일단 오늘은 가운데 Trailers 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그대로 워너브라더스에서 출시될 블루레이들의 예고편을 만나볼 수 있는 메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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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처럼 워너에서 출시될 블루레이들의 예고편들을 골라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오른쪽 화살표 버튼을 누르면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는데, 꽉 찬 한 페이지가 더 있으며 반 쯤 있는 한 페이지로 총 3 페이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출시된 <예스맨>을 비롯해 국내 최근 개봉한 '오펀 : 천사의 비밀'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음악 타이틀인 <레드 제플린>등 여러 타이틀의 예고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역시 저 예고편들 가운데 가장 0순위로 보고 싶은 타이틀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블루레이이겠지요 ^^; 바로 선택하여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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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의 자켓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타이틀의 간단한 작품/스펙 소개와 더불어 'Download Video'라는 버튼이 있어 예고편을 다운 받을 수 있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1080p와 Dolby TrueHD 5.1로 즐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 하네요. 아 물론 BD-Live에서 제공하는 예고편의 경우가 아니라 추후 출시될 본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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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가 시작되면 위의 그림처럼 진행상황을 직접 실시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이나 예고편의 용량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운로드 받는 동안에도 다른 상위 메뉴들을 둘러보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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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다운로드가 완료되면 우측 액션 버튼 가운데 'Play'버튼이 활성화 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참고로 이 다운로드는 PC나 플레이어의 하드디스크에 파일형태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BD-Live에 접속해서만이 즐길 수 있는 형태의 다운로드 입니다. 그럼, 그렇게 다운로드 받은 <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블루레이 예고편의 스크린 샷을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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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크린 샷의 정보표시 같이 1080p의 풀HD 영상이 아니라 720p의 화질로 예고편이 제공됩니다. 그렇다고해도 확실히 DVD 화질보다 좋은 화질이라는 점은 따로 설명드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아래 5장의 스크린 샷은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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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예고편이기 때문에 반지원정대와 두개의 탑, 왕의 귀환까지 모두 하이라이트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장면들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일부러 캡쳐하지 않았으니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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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블루레이가 출시된 것도 아닌데(적어도 1년 이상 출시일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예고편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훈훈해지는 영상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어서 빨리 반지의 제왕을 차세대 화질과 음질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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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만 감상하기 아쉬워서 한 작품 더 봐야겠다하고 둘러보았는데, <그랜 토리노> 블루레이라서 그런지, 최근 영화제를 통해 <더티 해리>를 감상할 수 있어서인지, 유난히 <더티 해리>블루레이 자켓이 눈에 띄더군요. 바로 다운로드 받아서 재생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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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해리> 역시 5부작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1편부터 5편까지의 작품들을 짧게 나마 만나볼 수 있으며, 리마스터링에 관한 홍보 멘트들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아래 3장의 스크린 샷은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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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ahead, make my day"  / 
"Do you feel lucky, 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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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터뷰 등이 담긴 서플먼트 소개도 잊지 않고 있구요.

이 모든 예고편들은 워너브라더스 블루레이 타이틀에 수록된 BD-Live 기능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BD-Live를 통해 지원하는 기능들로는 예고편 감상은 물론이고, 채팅이나 퀴즈, 나만의 메뉴를 만드는 기능들도 제공하고 있어 이용 환경이 좀 더 쾌적해진다면 자주 이용해볼 만한 블루레이만의 기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끔씩 들어가서 또 어떤 것들이 새롭게 업데이트 되었나만 확인하더라도 종종 흥미로운 부가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블루레이 리뷰는 이번 주내에(그래야 할텐데;;;) 리뷰를 하려고 드디어 작정한 <그랜 토리노> 블루레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랜토리노> 블루레이 리뷰도 기대해주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에 있습니다.





피쉬 스토리 (Fish Story, 2009)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의 힘


이번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었던 <피쉬 스토리>는, 곧 정식 개봉한다는 소식을 미리 접했기 때문에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다른 영화들을 보고, 정식 개봉한 이후에야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가장 이유라면 역시 감독인 나카무라 요시히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전작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주연을 맡았던 에이타에 끌려 보게 되었다가 그 복잡하면서도 따듯한 이야기에 한껏 만족했었던 작품이었는데,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다시 한번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화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사카 코타로는 일본 내에서 '천재' 작가로 불릴 정도로 책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주가 탁월한 작가로 유명한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피쉬 스토리> 역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화제작임과 동시에 과연 영화화가 가능할까 하는 의견과 영화화를 바라는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줄을 서기도 했던 작품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계속 영화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손을 거쳐 또 한 번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는 아주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 2009 'Fish Story' Film Partner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혜성 충돌로 지구 종말을 앞둔 일본의 어느 레코드 가게에서 시작된다. 하늘 위에 커다랗게 보이는 혜성과 곧 있을 종말로 인해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 텅빈 거리. 그리고 지구 종말이라는 시련 앞에 담담한 인물들의 대화는, 좀 처럼 영화의 분위기를 엿보기 힘들 정도다. 그 후 영화는 한 밴드의 스튜디오 녹음 장면을 보여주며 마치 다큐멘터리 마냥 전개된다. 실존 했던 밴드인 섹스 피스톨즈나 비틀즈 등과 함께 구체적인 연도를 언급하면서 이 이야기에 좀 더 빠져들기 쉽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또 전혀 상관없는 듯한 차 속의 세 남자 이야기, 그리고 그 다음엔 수학여행 동안 잘못하는 바람에 홀로 배에 남게 되 선상납치극을 경험하게 되는 소녀,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는 다시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밴드의 이야기를 주목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별로 친절한 편은 아니다. 뭐랄까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는 아마도 이야기의 맨마지막에 온전한 그림을 위해 필요한 퍼즐 조각들을 어지럽게 하나하나 펼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 조각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이 이야기들의 연관성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 연관성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개별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살짝 의심이 들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만화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다큐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또 드라마 같은 서로 다른 분위기에 살짝 혼란스럽기도 한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마지막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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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영화는 밴드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사실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은 이렇게 이야기로서 감동을 주어야 할 영화라는 점에서는 분명 거추장스러운 옷이 될 수도 있는데, <피쉬 스토리>를 보고나면 '그래, 세상을 구할 수 있지'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영화는 홍보전단이나 각종 문구들을 통해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구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 '이야기'가,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자들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메시지였다. 이 영화의 이야기를 거꾸로 거슬러가본다면, 지구를 구하게 되는 소녀는 정의의 사도로 자란 한 소년의 도움과 그가 전한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에 우주선에 올라 세상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고, 멸망에도 피난하지 않고 음반 가게를 지켰던 한 남자는 어린 시절 들었던 한 밴드의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에 지구의 멸망 앞에서도 처연할 수 있었던 것이며, 정의의 사도가 되어 소녀와 여러사람을 구하게 된 한 소년은, 정의의 사도로서 항상 수련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믿고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었고, 항상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 못했던 소심한 한 남자는, 노래에 담긴 메시지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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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의 모티브가 된 밴드가 이 곡을 만들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일까. 밴드의 리더인 시게키는 자신들의 마지막 녹음이 될 곡의 가사를 고민하다가 프로듀서가 놓고 간 한 책의 문구를 인용하게 된다. '나의 고독이 물고기라면...'
시게키와 밴드 멤버들은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저 무엇인가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가사에 자신들의 혼을 불어넣게 되고, 이 곡의 제목마저 책의 제목인 '피쉬 스토리'로 정하게 된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전하는 이 책의 진실은 사실 '피쉬 스토리(Fish Story)'의 영어 뜻과도 같은 '허풍'에 가까운 것이라는게 밝혀진다. '나의 고독이 물고기라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내용은 사실 엉터리 번역으로 탄생하게 된 아무 의미없는 문구라는 점을 듣게 되지만, 밴드 멤버들은 그냥 이 곡의 제목과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이 순간 이미 이 '피쉬 스토리(허풍)'라는 본래 뜻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이제 '피쉬 스토리'라는 단어 속에는 그들이 믿었던 그 순간과 혼이 담기게 된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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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확히 서두에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에 답변을 전하는 방식에 충실한 작품이다. 영화 초반 밴드 보컬은 이렇게 물음을 던진다. '과연 이 노래가 누군가에게 전해질까?' '이 마음이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전해질까?' 하고 말이다. 사실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질문은 굉장히 뜬구름 처럼 들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의 퍼즐이 한 조각씩 등장하고 마지막 이것들을 하나하나 제자리로 맞추게 되면, 이 노래의 힘, 이 이야기의 힘이 어디까지 전해졌는지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람들이 눈에 바로 보이는 것만, 직접 만져지고 계산해봐서 딱 답이 나오는 것만 믿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와 나카무라 요시히로는 누군가에 진심이 담긴 이야기의 힘을 믿었고 결국 이야기의 힘이 세상을 구하기 까지 이른다는, 과장스러운 듯 하지만 역시 진실인 이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세상을 구하는 건 이야기가 가진 힘이고, 그 이야기를 믿었던 사람들의 힘이라는 걸 영화는 흥미로운 구성 방식과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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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 중 밴드의 레코딩 장면이나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연주하는 장면의 임팩트는 상당합니다. 마치 이언 커티스의 이야기를 했던 영화 <컨트롤>의 한 장면 같았을 정도로 강렬한 이미지였어요.

2.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는 음악을 매개체로 사용하길 참 선호하는 작가 같아요. <집오리..>에서 밥 딜런의 곡을 사용한 것도 그랬고, 이번 작품역시요.

3.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다음 작품도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한 것이라고 하던데 제목이 무려 <골든 슬럼버>더군요. 그렇다면 비틀즈의 그 곡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인건가요?

4. <골든 슬럼버>에는 하마다 가쿠가 또 다시 출연하다고 하더군요. 이 정도면 완전히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겠군요.

5. 국내에 사운드트랙은 발매가 되지 않았는데 일본 내에서는 영화 속 FISH STORY와 동일한 자켓으로 발매가 되었군요. 일본가면 꼭 구해봐야 겠습니다 ^^;

6. 이 영화를 보고나서 지금까지 하루 종일 무한 반복하고 있는 이 곡 'Fish Story'.


(역시 펑크는 항상 옳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09 'Fish Story' Film Partner에 있습니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
예고편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기는 방법


개인적으로 '지.아이.조' 그러니까 '지아이 유격대'에 대한 추억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어린 시절 가장 흥미롭게 가지고 놀았던 (컴퓨터 등장이전에) 장난감을 고르자면 단연 지아이 유격대 장난감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텐데, 다른 장난감들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운 동작 연출과(아마 다 관절 때문이었으리라;;) 다양한 캐릭터들, 그리고 탈 것들은 남자 아이들이 '피융~' '피융' 하면서 놀기에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장난감이었으며, 가장 선물 받고 싶은 장난감이기도 했다. 지아이 유격대와 관련한 추억이라면 너무 허리를 돌린 탓에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있는 고무밴드가 끊어져서, 집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노란 고무줄로 수선하여 놀곤 했던 기억과, 어린 시절 성당 선생님에게 선물로 비행기 (탈 것은 아무래도 개별 캐릭터들 보다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특별한 날 선물이 아니면 좀처럼 얻기 힘든 것이었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영화를 보면서 반가웠던 것 하나는 바로 그 비행기가 영화 속에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장난감 외에 AFKN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도 본 기억이 있는데, '지 아이 조~~' 하는 주제가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렇게 때문에 개인적으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이병헌의 출연작이라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으로 보게 된 영화였다. 물론 감독이 스티븐 소머즈라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본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으나 그런 점을 감안해도 많이 아쉬움이 남는 팝콘무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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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용, 블록버스터, 액션, 팝콘무비 등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라면 일단 볼거리가 충분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지.아이.조>는 예고편의 수준을 살짝 넘어서는 정도랄까. 개인적으로는 너무 과도하게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들과 스토리를 간과해도 너무 간과하는 수준의 전개와 재미없는 유머(사실 이게 좀 제일 별로였다. 화장실 유머라서도 아니고, 미국식 유머여서도 아니고, 분명 웃으라고 넣은 장면인데 재미가 없더라)는 아무리 앞서 언급한 성격을 갖고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파리에서의 액션씬은 분명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가 보여주어야 할 화끈함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외에 액션 시퀀스들은 긴장감이나 임팩트면에서도 부족했고, 대결 구도나 전개방향도 너무 전형적이라 심심하게 느껴졌다. 나름 반전요소라고 준비한 듯한 두 가지 정도의 비밀은 '설마 저걸 반전으로 쓰려는건가?'싶을 정도로 간단한 수준이었다. 파리에서의 액션씬에서는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와의 조합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후반부 해저 액션씬이라던가 기지에서 벌어지는 액션씬에서는 CG와 실사와의 이질감이 너무 크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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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에는 은근히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장군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데니스 퀘이드는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 만의 매력을 전혀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수 많은 군인 중에 한 명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 주인공인 채닝 테이텀은 캐릭터 적으로는 거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고 립코드 역할로 나온 말론 웨이언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였는데 유머가 결국 먹히지 않아 없어도 큰 무리는 없을 정도의 캐릭터로 느껴졌다. 대통령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조나단 프라이스의 경우는 조금 의외의 출연이었는데, 아마도 영화의 구성상 2편이나 3편에서 더 큰 활약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기대를 했던 이병헌의 연기와 캐릭터는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타국의 관객들이 보아도 그가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영어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으며 감정연기도 오버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영화 개봉전에 연기 자체보다도 궁금했던 건 분량이 어느 정도 일까 하는 것이었는데, 거의 주조연에 가까운 비중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이 아직 개봉전임을 감안했을 때 한국배우의 헐리웃 진출작으로서는 가장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전지현 주연의 <블러드>는 헐리웃 진출작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모호한 감이 있음으로 제외).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주인공들만 한다는 '회상' 씬을 여러 차례나 반복하기도 하고, 감정의 대립점도 분명하며 나름 스토리도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주인공에 비해 크게 비중이 뒤쳐진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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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와 대립을 이루는 캐릭터는 '스네이크 아이즈'인데,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레이 파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서 다스 몰을 연기하기도 했던 배우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결국 본인의 얼굴을 노출하는 일은 없었다. 사실 출연 사실을 알고 그나마 기대했던 건 조셉 고든-레빗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마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왜 <이온 플럭스>에 출연했을까 했던 것 처럼). 그가 맡은 렉스 캐릭터 역시 2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모양이지만, 왠지 이런 영화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여주인공을 맡은 시에나 밀러는 머리 색이 달라서인지 처음에 포스터만 보고는 알아보지도 못했었는데(염색인줄 알았는데 가발이라고 한다), 가끔 회상씬에서 등장하는 금발 시절이 그리울 만큼 썩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던 캐릭터였다. 특히 캐릭터 자체가 조금 공감을 얻기 힘들다보니 더욱 이질감도 커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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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국 이 영화는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전작들을 아주 재미있게 본 이들에게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겐 <지.아이.조>가 <미이라>시리즈과 비교해 보자면 훨씬 더 아쉬운 작품이었네요.

2. 누가 스티븐 소머즈 감독 영화 아니랄까봐 브래든 프레이져와 '이모텝'이 출연합니다. 이모텝은 누가 이모텝 아니랄까봐 사막에서도 한 장면 등장하고 ^^;

3. 하스브로 로고가 따로 제작된 건가요? <트랜스포머> 때는 그냥 텍스트로만 나왔던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따로 로고 영상이 나오더군요.

4. 메가박스 신촌점에서 디지털로 관람하였는데, 디지털 상영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화질은 참 좋더군요~

5. 이 작품은 3부작으로 계획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뭔가 허전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캐릭터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 편도 아니에요.

6. '지금까지의 적들은 잊어라 모두가 실패해도 우리는 성공한다', 이 대사 바로 다음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이 말은 바로 틀린 말이 될듯.

7. 예전에 서양사람들이 중국사람들은 전부 이소룡처럼 쿵푸 고수인줄 알았던 것처럼, 이제 한국남자들은 전부 복근에 왕자 있는줄 알겠네요. 본 남자들이 비와 이병헌 뿐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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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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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Up, Digital 3D, 2009)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배려깊은 이야기


아..픽사 (Pixar). 이젠 굳이 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대한 구구절절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니모를 찾아서> <월-E> <라따뚜이> 등 작품 이름만 대면 깔끔하게 정리될 정도로, 픽사라는 이름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거둔 대중적, 예술적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겠다. 그 렇기 때문에 최대한 서론을 줄이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픽사의 2009년 신작 <업>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을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이미 <월-E>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넘볼 정도의 작품성을 보여주었던 그들의 신작이라 이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역시 이런 점은 불필요한 기우에 불과했다(그렇다고 <업>이 반드시 <월-E>를 비롯한 픽사의 전작들 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것은 아니다). <월-E>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집필하고 <몬스터 주식회사>를 연출하기도 했던 피트 닥터 감독은 마치 이누도 잇신 감독이 생활 속 평범한 것들로 부터 진리와 따듯함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여러 영화들을 통해 굉장히 익숙해진 클리셰들을 담고 있음에도 또 한 번의 감동과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전달해주는 놀라운 결과물을 선보였다. 역시 누군가의 말처럼, '픽사는 항상 옳아요' 인 것일까? ^^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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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 초반 5분여, 그러니까 주인공인 칼 프레드릭슨이 홀로되기 전까지의 이야기 전개는 조금은 의외였다. 의외라는 것은 전개가 갑작스러워서라기 보단, 과연 이런 어른 취향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극장 내에서 이 부분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극장내 아이들이 모두 숨죽이듯 조용했던 것 같다. 모험을 꿈꾸는 칼이라는 소년이 엘리라는 소녀를 만나 결혼하고 삶의 행복과 아픔을 모두 함께 겪고 결국 엘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이 오프닝 시퀀스는 굉장히 짧고 빠른 전개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슬퍼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이상하게 처음 관람했을 때보다 내용을 이미 다 알고 본 두 번째 관람시에 더 눈물을 참기 어려웠는데, 단 5분 간의 오프닝 시퀀스 만으로 '칼'이라는 주인공에게 공감하도록 만드는 이 작품의 위력은 정말 당하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고 영화는 홀로 남은 칼을 조명한다. 모든 것을 함께 했던 그 집에 이제는 홀로 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유리창을 닦는 칼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엘리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는지 단숨에 알 수 있게 해준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칼에게 이 집의 의미는 단순히 엘리와 함께 한 인생이 담긴 것이 아니라 '엘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고집을 부려가며 이 집을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던 칼은 점점 이 집을 지키려는 자신의 행동에서 집착을 발견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인정하고서는, 예전부터 엘리와 함께 떠나기로 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들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로 엘리(=집)와 함께 떠나기로 맘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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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이 여정의 의미가 단순히 엘리가 평생 이루지 못한 꿈을 이제라도 이루어줘야겠다 라는 결심만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이 여정에는 이것 이상의 결심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칼은 더 이상 엘리 없는 삶과 엘리의 분신과도 같은 이 집을 현실로부터 지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는, 엘리와 함께 꿈꾸던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정을 자신의 삶의 '마지막'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칼은 파라다이스 폭포로 가서 엘리와 함께 하려고(삶의 마지막을 맞으려고) 이 여정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마지막 여정에 '러셀'이라는 소년이 불쑥 끼어들게 되면서 이야기의 양상은 180도 틀려지게, 아니 칼의 계획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게 된다.

칼이 러셀에게 그리 따듯하게 대하지 않는 것은 물론 러셀이 필요 이상으로 성가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ㅎ), 반드시 그것 때문만이라고 보긴 어려울 듯 하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칼은 이 여정을 '마지막'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를 애써 거부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이후 등장하는 강아지 '더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칼이 본래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파라다이스 폭포의 반대 쪽에 불시착하는 바람에, 칼은 어쩔 수 없이 러셀과 동행하게 되고 러셀로 인해 도요새 '케빈'과 말하는 강아지 '더그'와도 일행을 이루게 된다. 칼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려보았을 때 이렇게 둘 이상의 누군가와 일행을 이루게 된다는 점 역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평소 내성적이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칼의 성격을 미뤄봤을 때(이런 말 없는 성격은 집안 내력임을 그의 결혼식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칼에게 엘리는 전부였고 그 외에 인간관계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걸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다. 서로에게 서로 밖에는 없었던 칼과 엘리의 관계는 엘리가 먼저 이별을 고하게 되면서 칼은 혼자 남는 방법을 배우지도 못한채 홀로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칼이 지속적으로 무리를 짓게 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과 앞서 언급한 '마지막'의 의미가 더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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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러셀'이라는 캐릭터가 '칼'이라는 캐릭터의 들러리를 서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중간중간 언급되지만 러셀에게는 불우한 가정 환경이라는 아픔이 있다. 러셀은 시간이 날 때마다 칼에게 자신이 아버지와 함께 했던 일들, 아버지가 해주었던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나중에 '그냥 그 때가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우울하게 추억하는 걸 보면 현재는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마지막 우수대원으로 표창을 받는 자리에 보면 결국 새엄마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러셀이 그렇게 우수 대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버튼을 모으는데에 목숨을 거는 것은 이런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대견한 (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운) 행동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칼 역시 처음에는 그냥 성가신 꼬마로만 알았지만 러셀의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되면서 가슴 한 켠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키워가게 된다.

처음에는 <월-E>가 그랬던 것처럼 칼과 엘리의 러브스토리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도 했었는데, 보면 볼 수록 이 영화의 주된 주제는, 가슴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지만 결국은 놓아주어야 할 것들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아주 배려깊게 다루고 있는 이야기임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이 '놓아준다'라는 개념은 분명 '버린다'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버린다'는 것은 필요 없는 것이나 짐이 되는 것을 떨쳐내는 것이 되겠지만, '놓아준다'라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들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랄까, 좀 더 감정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업>은 바로 이런 '놓아준다'라는 개념에 대한 배려 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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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게 놓아주어야 할 대상은 당연히 엘리다. 영화 속에서 칼과 엘리의 관계는 매우 짧게 묘사되지만 칼이 먼저 간 엘리에게 못해준 것이 많다고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장 가고 싶어했던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행을 결국 가지 못했던 점은 칼에게 평생 후회로 남는 일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칼은 중간 중간 이 여정을 잠시 멈춰야만 할 일이 발생했을 때 쉽게 이를 택하지 못한다. 칼은 잠시 러셀과 일행들의 뜻을 따랐다가 집이 불타버리는 일에까지 이르자, 러셀과 더그에게 심한 말까지 하며 잠시나마 이들과 함께 했던 여정에 크게 후회하게 된다(나쁜 개야, 하는 부분은 감정적으로 가장 폭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엘리의 모험책을 우연히 읽게 된 칼은 그 동안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만 알았던 엘리의 모험 이야기가 자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알고는 크게 깨우치게 된다(아..이 장면은 정말 신파인데 정말 눈물이 많이 나더군요). 칼이 엘리를 놓아주려고 해도 놓아주지 못했던 것은 엘리가 자신의 모험책을 자신 때문에 채우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자책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엘리의 여정이 자신과 함께 했던 것이었음을 알고는, 드디어 엘리를 놓아줄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이런 칼을 너무 잘 알고 모든 것을 준비해 둔 엘리의 애틋한 마음씨에 또 한 번 울컥 ㅠ).

이 순간부터 칼의 행동이나 말투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전까지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던 칼이 이제는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앞으로 누구와도 인연을 맺거나 소유하지 않으려던 칼은 더그에게 '내가 니 주인이야, 너는 내 개잖아'하며 180도 바뀐 마음을 전하는 한편, 러셀을 구하기 위해서 어떤 위협에도 주저하지 않는 용기도 보여준다. 칼이 엘리를 완전히 놓아주는 순간은 역시 칼이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엘리로 의미되는 집 대신에 러셀과 더그와 케빈을 선택하는 지점이다. 구름 아래로 멀어져가는 집을 바라보는 칼의 심정에서 안타까움만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칼이 엘리와 보낸 시간들로 인해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전 아직 이렇게 놓아줄 용기가 없어서인지 구름 아래로 사라져가는 집을 보니 짠한 마음이 더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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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작품에서 또 하나 꼭 언급해야할 인물이 있는데 그는 바로 '찰스 먼츠'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어린 칼이 동경하는 인물이자 미대륙을 개척한 개척자이며, 사람들의 편견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는 스스로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떠났던 인물이 바로 그다. 사실 찰스 먼츠를 일반적인 악당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그가 이렇게 그 큰 새에 집착하게 된 것은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고, 이를 사람들의 방식대로 증명하기 위해 아직도 인간 사회에 돌아오지 못한 채 남미 대륙에 홀로 남게 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찰스 먼츠는 칼의 또 다른 모습, 즉 놓아주어야 할 것들을 놓아주지 못한 경우의 칼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찰스 먼츠는 오로지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증명해야 된다는 그 강박관념 탓에 다른 모든 것을 잃게 되었고, 아이를 비롯한 칼 일행에게 공격을 가하는 등 '악당'같은 일도 서슴치 않는다. 물론 그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한편으론 칼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칼과는 달리 '러셀'과 같은 주변 환경은 갖지 못했던 불우한 캐릭터라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초반 칼이 러셀을 줄로 묶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애한테 그럴 수야 없지'하는 부분은 바로 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넘어서는 안될 지점을 알려주는, 그래서 찰스 먼츠와는 대비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바로 '찰스 먼츠'의 퇴장 부분의 묘사를 들 수 있겠다. 찰스 먼츠는 분명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집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던 이로 볼 수 있는데, 그냥 칼과의 대결 끝에 추락하고마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다른 곳도 아닌 픽사라면 어떻게든 찰스 먼츠를 더 따듯하게 보듬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결국 본편에서는 이것이 정말 찰스 먼츠의 마지막이라 아쉬웠다(물론 풍선을 달고 떨어졌으니 '번-E'의 경우처럼 나중에 추가 에피소드가 나올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본편에서 해결해 주지 않았으니 이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찰스 먼츠가 칼과의 만남을 통해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마무리가 있었다면 더 따듯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먼츠는 멀리하고 칼과 러셀만 행복하면 되는 것이 현실인가 하는 씁쓸함도....(그래서 이 작품은 더더욱 어른을 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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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픽사 최초의 3D버전으로 상영되기도 했는데, 3D 자막버전은 상영되지 않아 3D버전을 만끽하려면 반드시 더빙 버전을 볼 수 밖에는 없어 많은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인데, 더빙의 만족도는 거의 100%에 가까웠다. 특히 이순재 씨의 더빙의 경우 가장 우려했던 것은 '칼'이 아니라 익숙한 '이순재'가 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는데, 딱 첫 대사에서만 이순재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나 할까. 전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이순재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을 정도로 '칼'과의 싱크로율은 실로 대단했다. 확실히 수십년 간의 연기 내공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새삼스러운 생각도 하게 되었을 정도로 이순재씨의 더빙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으며, 다른 캐릭터들 역시 김기현, 장광 씨를 비롯해 전문 성우분들이 맡아 평균 이상의 훌륭한 퀄리티를 선보였다.

3D의 경우 확실히 아이맥스가 아니다보니(역시 3D는 아이맥스와 결합해야 훨씬 더 시너지 효과를 낸다!) 화면에 꽉차는 느낌이 없어서 입체감이 좀 덜한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전체를 입체안경을 쓰고 관람한 것에 비해 3D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 꼭 전체였던 것만은 아니었다(참고로 이번 <업> 3D버전은 입체 안경을 쓰지 않고 보아도 화면이 두겹으로 보인다거나 하지 않더군요. 모든 장면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더군요). 혹시나 해서 추가하자면 이런 느낌은 어디까지나 3D영화를 비교적 많이 본 입장에서(그 중 대부분이 아이맥스 3D였다는 점, 그리고 4D마저 체험한 점)의 느낌이라 아쉬운 부분이 발생했다는 것이지, 3D를 처음 접하거나 자주 접하지 않은 관객들은 다들 너무 신기해하고 즐겁게 관람하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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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개봉일 관람했을 때는 초반 5분을 보며 그냥 울컥하기만 했었는데, 오히려 두 번째 관람에서 와락 쏟아지더군요.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 오히려 더 ㅠㅠ

2. 자막 버전을 주중에 꼭 볼 예정이지만, 확실히 이순재씨의 더빙은 정말 만족스러운 편이며 몇몇 장면은 우리말 더빙이어서 더욱 느낌이 사는 것 같아요. 특히 '멈춰라, 이 개들아' 하는 것들은 자막보다는 어감에서 주는 재미가 더 있는 부분일듯. 개가 말한다는 설정을 더 실감나게 체감하기 위해서는 역시 우리말로 얘기해주는게 더욱 실감날 것 같아요.

3. 극 중 등장하는 파라다이스 폭포는 실제로 베네수엘라에 있는 '엔젤 폭포'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극 중 칼이 구매했던 비행기 티켓을 보면 '베네수엘라'라고 써있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러셀과 칼이 찰스 먼츠에게 식사 대접을 받을 때 나온 요리를 보고는 혹시 '라따뚜이'에 나온 음식이 아닐까 했었는데, 정말 맞군요 ㅎㅎ

5. 픽사의 거의 모든 작품에 까메오로 등장하고 있는 '피자 플래닛 트럭'은 이번 작품에도 여전히 등장합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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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고는 '스타워즈'를 바로 떠올리긴 했었는데, 개인적으론 루크 일행을 쫓아온 다스 베이더와 타이 파이터를 패러디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그 대형이 너무 흡사했음), 트리비아를 보니 스타워즈는 맞으나 X-Wing 파일럿들과 레드 스쿼드런을 패러디한 것이더군요. 본래는 레드 스쿼드런인데 개들은 색맹이라 그레이 스쿼드런으로 했다는 것이 재밌더군요 ㅎㅎ 참고로 마지막 에필로그에 칼과 러셀이 '스타워즈'를 보러가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7. 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 많더라구요. 탐험대원 러셀은 보이스카웃인 어린 인디를 닮았고, 열기구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개들에게서 도망치다가 절벽을 건너는 장면에서 개들이 절벽아래 강가에 떨어지는 장면은 마치 '인디아나 존스 - Temple Of Doom'의 마지막,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적들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사다리를 위아래로 오르며 발아래로 먼치를 차는 칼의 모습도 그렇고, 심지어 줄에 의지해 사라진 러셀 일행을 칼이 내려다보는 것이나 러셀이 모자가 벗겨진채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최후의 성전'에서 인디가 아버지 존스와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과 너무 닮았더라구요.


8. 처음 관람했을 때는 찰스 먼츠 씨의 이야기 부분이 조금 아쉬워 별점을 4개 반 줄 작정이었는데, 두 번째 관람하고나서는 어쩔 수 없이 만점을 줄 수 밖에는 없는 나 자신을 발견 ^^;;

9. 개봉날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보았을 때는 없었는데, 어제 용산 CGV에서 관람할 때는 상영전에 토이스토리 3의 예고편이 나오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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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 -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함께한 25년간
블루레이 리뷰

영화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공연들이 한 두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라이브로 직접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물론,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의 사운드트랙 공연 실황을 보고 싶다는 바램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만큼이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터라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수록된 곡들을 직접 라이브로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하는 생각을 한 두번 해본 것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보고 싶은 두 가지 공연을 꼽으라면 첫 번째로는 <카우보이 비밥> <신세기 에반게리온>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등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만들었던 칸노 요코의 공연을 들 수 있을텐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몇 해전 국내에서 가졌던 내한 공연에 참석할 수 있었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황홀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으로 느낄 수 있었던 건 확실히 그냥 일반 뮤지션의 콘서트와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 공연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가수의 노래를 직접 듣는 것과 애니메이션의 수록곡을 직접 듣는 경험은 같은 종류로 비교되기 어려울 정도로 분명 '다른' 체험이었는데, 뭐랄까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었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칸노 요코의 공연 보다 조금 더 보고 싶었던 공연이 있었다면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서 항상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의 공연을 꼽을 수 있겠다. 헐리웃에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콤비가 있다면, 일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 콤비를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없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히사이시 조는 지브리의 작품들 외에 여러 극영화들과 개인 음반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었지만, 가장 빛을 발하고 가장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것은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히사이시 조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한 25년의 세월을 정리하며 기념 공연을 가졌다는 소식은 팬으로서 당장 일본으로 날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의 반가운 소식이었으며, 지난해 NHK를 통해 방영했던 공연을 스트리밍 영상으로나마 접한 뒤 하루 빨리 블루레이나 DVD로 출시를 고대했었는데, 드디어 올해 일본 내에서 반갑게도 블루레이 포맷으로 발매가 되어 이 미칠듯한 고환율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타이틀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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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4일과 5일 양일간 무도관에서 열렸던 '히사이시 조 in 무도관 _ 지브리 아니메와 함께 걸어온 25년간' 공연 실황은 지난 해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벼랑위의 포뇨> 개봉에 촛점이 조금 더 맞춰져 있기는 하지만 '함께 걸어온 25년간'이라는 제목처럼 그 간의 작품들 속에 담긴 주옥같은 곡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200인조로 이뤄진 뉴 저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800명에 달하는 합창단으로 이뤄진 이번 공연에서 히사이시 조는 기존 곡들을 조금씩 편곡하여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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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에는 미아쟈카 하야오가 감독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모든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1984년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風の谷の ナウシカ)>이다. 오프닝 테마 속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솔로를 듣는 순간 관객은 순식간에 애니메이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대규모 코러스가 함께하는 레퀴엠이 이어진 뒤 공연장 가운데를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 나우시카의 한 장면이 나옴과 동시에 'The Battle Between Mehve And Corvette'이 이어진다.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과 더불어 삽입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그 특유의 아이들 코러스가 매력적인 레퀴엠이 이어지며, 나우시카의 엔딩곡 'The Bird Man : Ending'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섹션은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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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만나게 되는 작품은 바로 내가 10년 가까이 쓰고 있는 닉네임인 '아쉬타카'의 어원이 된 '아시타카'가 등장하는 1997년작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이다. 'The Legend Of Ashitaka'의 웅장한 사운드를 듣는 순간 숨이 멎을 듯 했다. 그 다음은 <모노노케 히메>속 장면들과 함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는 메인 테마곡 '모노노케 히메'가 하야시 마사코에 의해 불려진다. 하야시 마사코는 <벼랑 위의 포뇨>의 주제곡에도 참여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본래 이 곡을 불렀던 요시카즈 메라가 불렀다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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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섹션은 1989년작 <마녀 배달부 키키 (
魔女の宅急便)>가 이어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좀 더 애잔하고 감성적인 느낌의 편곡으로 이뤄져있는데, 특히 두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마음 아픈 키키' 같은 곡은 '키키가 이렇게 슬펐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공연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마녀 배달부 키키>의 경우 스크린 속 영상과 음악이 더 멋지게 조화를 이루어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바이올린 솔로 역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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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의 섹션이 끝나면 이 공연의 주요 테마라고 할 수 있는 <벼랑 위의 포뇨 (
崖の上のポニョ)> 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때 쯤 되서야 히사이시 조가 처음으로 마이크를 들고 무대 앞에서서 자신과 오케스트라, 합창단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벼랑 위의 포뇨>에는 무려 8곡이 포진되어 있는데 중간 중간 보컬 곡이 포함된 관계로 크게 지루하지 않은 편이다. 첫 번째 보컬 곡은 앞서 '모노노케 히메'의 메인테마 곡을 불렀던 하야시 마사코의 '바다의 엄마 / 海のおかあさん'이다.  '파 도 타는 물고기 포뇨 / 波の魚のポニョ'에서는 브라스의 활약이 돋보이며, 두 번째 보컬 곡은 후지오카후지마키가 등장해 '후지모토 / フジモト'의 테마곡을 들려준다. 세 번째 보컬 곡은 '폭풍 속의 해바라기 집 / 嵐のひまわりの家 '인데 이 곡을 부른 '마이'는 다름 아닌 히사이시 조의 친 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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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포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포뇨 포뇨 포뇨~'하는 메인테마곡이다. 후지오카후지마키와 어린 소녀 오오하시 오조미가 부르는 이 곡은 한 번 들은 사람들은 입에서 땔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 있는 곡으로 라이브를 많이 본 이들이라면 율동마저 외우게 되는 곡이다(길을 가다 이 곡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율동이 나와 당황스러웠던 적도 -_-;;). 참고로 오오하시 오조미와 함께 이 곡을 부른 후지오카후지마키를 그냥 '아저씨들'로 알고 있는 이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은 이전 70년대에 방송금지곡을 연달아 발표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밴드 '마리챤즈'의 멤버인데, 이들이 이렇게 어린 꼬마와 '포뇨 포뇨~'하는 곡을 부르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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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또 하나의 대표작인 1986년작 <천공의 성 라퓨타 (天空の城ラピュタ)>이다. 고적대가 객석 뒤에서부터 등장해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연출이 인상적이며, 라퓨타의 메인 테마라 할 수 있는 '合唱 君をのせて (합창, 너를 태우고)'도 인상적이다. 마지막 곡은 오케스트라가 모두 퇴장한 가운데 고적대의 반주로만 이뤄진다. 합창이 이뤄질 때 무도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숨죽이듯 감상하는 자세도 또 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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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야자키 작품들 중 하나인 1992년작 <붉은 돼지 (
紅の 豚)>이다. 특히 여기서 히사이시 조가 피아노 솔로로 연주하는 마르코와 지나의 테마곡은 지브리 사운드트랙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번 공연에서는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와 더불어 섹소폰 및 브라스의 연주로 들려주고 있는데, 작품이 그러한 것처럼 성인 취향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편곡이었다. 이번 공연에 <붉은 돼지> 관련 곡은 마지막 앵콜 곡을 포함하여 딱 두 곡 뿐인데, 마지막 엔딩 테마인 '때로는 옛 이야기를'을 들을 수 없어 살짝 아쉽기도 했다. <붉은 돼지> 섹션이 끝나고 나서는 스크린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자신과 예전부터 작품을 함께 해온 히사이시 조의 대한 감사와 추억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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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작품은 2004년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ハウルの動く城)>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Merry- go-round'는 역시 지브리 사운드 트랙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테마이기도 한데, 오케스트라를 통해 만나니 더욱 웅장하고 후반부에는 박진감마저 느껴진다. 특히 왈츠 리듬의 '따라라라~ 따라라라~따라라라~라 라라라라라~'로 이어지는 후렴구는 언제들어도 행복해진다. 하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는 극 중에서 하울이 처음 켈시퍼를 만나게 되는 그 장면, 소피가 그 광경을 목격하던 순간에 흐르던 곡인데, 이번 공연에서도 바로 그 장면과 함께 만나볼 수가 있었다. 'Merry- go-round'는 피아노 솔로가 메인이 되어 다시 한번 들려주는데, 이 곡의 왈츠 리듬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몸을 가만히 있기 힘들 정도다. 극중 하울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기무라 타쿠야의 목소리도 절로 떠오르고 그 공중을 걷던 장면도 생생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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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2001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千と千尋の神隱し)>인데, 처음 만나게 되는 곡은 본래는 경음악 곡인 '어 느 여름날(あの夏へ)'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히라하라 아야카의 보컬 곡인 '생명의 이름(いのちの名前)'으로 편곡되어 불려진다. 두 번째 곡 '또 다시 ( ふたたび )' 역시 본래는 경음악이었으나 히라하라 아야카의 보컬 곡으로 편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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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만나볼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인 1988년작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 トトロ)>이다. 하프 연주가 인상적인 '風 のとおり道 (바람이 지나는 길)'이 흐르면 어느 덧 무도관은 일본 시골의 어느 마을로 변해버린다. 다양한 코러스 파트의 합창이 돋보이는 'さんぽ (산책)'의 후렴구에는 지금까지 출연했던 출연진이 모두 무대 위에 등장해 합창으로 마무리한다. 이 곡이 끝나고 나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와 픽사 스튜디오의 존 라세터가 함께 토토로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영상이 잠시 나온 뒤, '토토로! 토토로' 하는 <이웃집 토토로>의 메인 테마곡이 연주된다. 토토로가 끝나고 나면 무대 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꽃을 들고 나타나 히사이시 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데, 이 장면은 정말 뭉클해 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25년간을 함께 해온 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 팬으로서도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마지막 앵콜 곡으로는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인 <붉은 돼지>의 삽입곡 'Madness'와 <모노노케 히메>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ashitaka and san'이 연주된다. 대단원의 콘서트를 마무리 하는 곡으로는 사실 조금 의외의 선곡이었는데(그래서 더 좋았지만), 차분하게 정리하며 마무리할 수 있어서 더 뜻 깊었던 것 같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부가영상으로는 메이킹 필름이 담겨있는데 2008년 8월 2일과 3일 가졌던 전체 리허설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히사이시 조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으며,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소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공연 당일 이뤄진 출연진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다. 이 역시 모두 HD영상으로 제공된다. 그 밖에 공연 중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의 영상을 따로 감상할 수 있는데, 흥미로운건 이 작품들이 아직 블루레이로 출시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HD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거의 최초의 기회라는 점이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마도 스튜디오 지브리의 팬이라면 이번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그야말로 '꿈'같은 공연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함께 해온 지브리 작품들과 그리고 히사이시 조의 음악들과의 추억들을 되새겨 볼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무엇보다 다시금 책장에 꽃혀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DVD들을 꺼내보게 했던 매력적인 타이틀이었다. 아마도 이번 공연 실황 타이틀은 지브리 타이틀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무 때나 불쑥 꺼내어 봐도 언제든 행복해질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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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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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내 이름은 브루스 (My Name is Bruce, 2007)

브루스 캠벨의 자화상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선보인 수많은 신작들 사이에서 유난히 흥미를 끄는 구작이 있었다면 (2007년 작이니 어쨋든 구작;;) 바로 이 영화 <내 이름은 브루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호러 영화의 팬이라면,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에 열광했던 이들이라면 '브루스 캠벨'이라는 이름을 모를리 없을 텐데, 이 영화는 바로 브루스 캠벨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오롯이 그 만의 브루스 캠벨 영화이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느냐(이 영화에는 특히나 '즐긴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그렇지 못하느냐는 바로 브루스 캠벨이라는 배우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여히 따져봤을 때 이 영화는 B급 영화에 추억을 되살린 <플래닛 테러>나 <드래그 미 투 헬>보다 만듦새나 짜임새 부분에서 많이 뒤쳐지고, 일부 유머는 B급 영화라 하더라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는데(물론 그 지점이 유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브루스 캠벨이라는 인물과 결합시킨다면 그럭저럭 볼 만한 코믹 영화가 된다. 그야말로 '깔깔' 대며 웃을 수 있는 B급 호러 무비 말이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런데 이 영화가 마냥 웃기고 모자라 보이기만 하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웃기는 것도 브루스 캠벨이어서 이지만 짠해 지는 것도 다 브루스 캠벨이기 때문이리라. 이 영화는 굉장히 자전적인데, 일단 은퇴를 한 것도 아니고 (어쨋든) 현역에 있는 배우의 이야기를, 그것도 자신 스스로가 거침없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묘한 짠~한 감정이 올라온다. 영화 속 브루스 캠벨은 한 때 유명했던 B급 영화배우로 지금은 완전히 퇴물취급을 받고 싸구려 트레일러에서 생활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아직도 '무비 스타'라는 거품을 안고 사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브루스 캠벨은 <이블 데드> 이후 수 많은 영화들에 출연하기도 했었지만 그 자신이 주인공으로서 화제가 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으며, 까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된 적이 오히려 많았었다(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는 모두 까메오로 출연하고 있다). 극 중 퇴물로 그려지는 B급 영화배우 브루스 캠벨과 실제 브루스 캠벨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자학적이기 까지한 이런 묘사는 그의 팬이라면 가슴 한 켠이 짠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자신을 연출하고 연기한 브루스 캠벨이 이런 부분을 아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쾌한 한 편 '내 처지가 참 씁쓸하다'라고 회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이런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솔직하게 조명하는 것에 즐기는 듯한 (해탈한 듯한!) 경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적절히 이용하고 드러내면서 '브루스 캠벨'이라는 영화 속 캐릭터를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간다. 그의 전작들에 장면이나 캐릭터를 인용하는 한편, 그의 오랜 팬들이라면 반길 만한 설정들과 까메오들은 이 영화가 단순히 씁쓸한 현재를 보여주거나 즐거웠던 '한 때'를 추억하기 위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실 공포영화로서나 아니면 B급 호러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편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빵빵 터트려 주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봐서는 so so에 가까운 것이 사실. 어딘선가 이 영화 리뷰를 읽으면서 '브루스 캠벨이 전기톱을 쓰지 않은 것은 반칙처럼 느껴진다'라는 평을 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 속에 전기톱이 '짜잔!'하고 등장했을 때 영화 속 팬보이의 모습처럼 마지막에 브루스가 중국에서 온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전기톱을 최종 무기로 사용하길 바랬었지만, 브루스는 허무할 정도로 단 칼에 '그건 실용적이지 않아'라는 식으로 무시해버린다. 이는 한 편으론 아쉬운 부분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그 스스로 더 이상 <이블 데드>에 얽매여서는 배우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일종의 고백이 아니었나 싶다.

여튼 이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영화다. 그 허접함과 말도 안되는 설정들, 뻔히 보이는 유머코드는 귀엽기 까지 하다. <이블 데드>의 '애쉬'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의무감에 봐줘야할 영화가 아닐까 ^^


1. 영화 속 컨트리 송은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 못지 않게 중독성이 강합니다.

2. 샘 레이미의 동생이기도 한 테드 레이미와 댄 힉스 등의 모습도 반갑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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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더 마인호프 (The Baader Meinhof Complex, Der Baader Meinhof Komplex, 2008)
혁명, 그 현실의 이름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 <바더 마인호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무언가 정치적이라는 것과 독일을 배경으로(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서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포스터를 통해 <롤라 런>과 <뮌헨>등에 출연했었던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와 (이 영화와 여러모로 관련이 있는 <뮌헨>에 그가 출연했었다는 점도 이채롭다) <타인이 삶>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마르티나 게덱이 출연한다는 것 정도가 이 영화의 사전정보라면 정보였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는 비슷한 영화들이 그러하듯 소규모 작업으로 이뤄진 이른바 '작은' 영화인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영화는 독일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와 63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는 등 상당히 큰 규모의 영화였고,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 만큼이나 영화적인 완성도도 높았던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다시 말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정치/사회적 '메시지'도 매우 중요하지만, '정치적인 영화는 별로야'하며 섣불리 외면하기에는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도 상당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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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독일적군파 (RAF : Red Army Faction)'라 불리는 혁명단체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 단체는 영화의 제목이기도한 '안드레아스 바더'와 '울리케 마인호프'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급진적 혁명단체로서, 반자본주의 아래 미국의 베트남침공에 반대하며 폭탄테러와 방화, 비행기 납치 등을 일으켜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단체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다. 영화 속에서 독일적군파가 일으킨 테러 행위들도 실제 있었던 사건들이며 그들이 겪는 일들도 대부분 실화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형식을 갖고 있는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접근방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뉘앙스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극영화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두 가지 요소가 서로를 잘 보완하고 있는 경우다. 실제로 영화 속 주요 사건들을 전하는 영상들은 실제 사건을 보도했던 당시의 뉴스 영상들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이 영화 속에서는 검은 구월단이 주축이 되었던 뮌헨 올림픽 참사에 대한 영상들도 등장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의 몇몇 장면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하여 만든 장면인지를 이 영화 속 영상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대부분 역사 속 사건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전체적인 맥락도 맥락이지만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사건'에 더욱 집중하곤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더 마인호프>역시 초중반 까지는 비슷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어떻게 독일적군파 라는 단체가 조직되게 되었는지와 그들의 주장하는 바는 어떤 것인지, 그들이 혁명 단체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실제 역사 속 사건들을 배경으로 그려낸다. 이 부분들의 디테일이나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논쟁 거리들만 해도 충분히 좋은 영화였으나 <바더 마인호프>는 여기서 한 발 더나아가 혁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어서 어떻게 사라져가는가에 대해, 혹은 반대로 한 가지 사건의 종결로 끝나버리지 않고 계속 반복될 수 밖에는 없는 혁명의 원인과 현상들에 대해 아주 현실적이고 깊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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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보통 영화같았다면 '바더'와 '마인호프'가 사실상 사라지는 지점에서 영화 역시 막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봐야 하는 가로 마무리 지었겠지만(이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와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라는 큰 줄기에서 이 혁명이 갖는 의의와, 혁명과 테러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일단 이들의 행동이 보다 혁명스러웠을 때에는 그들이 싸워 승리하려고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대한 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을 때, 우리는 미국인도 아니었고 베트남인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이 부당한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삶을 던졌던 서독인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지점은 영화 초반 TV토론을 보는 한 가족의 대화에서 잘 드러나는데, 부모는 남의 일처럼 얘기하며 비아냥거리지만, 후에 독일적군파가 되는 딸은 부모의 무관심함과 무지에 대해 분노하며 자신의 의견을 쏟아낸다. 영화 속에 드러난 것만 보자면 독일적군파의 행동들은 다른 혁명이나 테러들과는 달리 본인들의 이익이나 해방을 위한다기 보다는 더 넓은 인류의 해방에 가치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자신의 안위에 직접적 관련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의 모습은 분명 현실에 놓인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최근 국내 정세는 단순히 정치적인 것에 한정되는 일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가치관의 문제여서 광장으로 참여를 해야만 했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신념과 현실에 관계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영화 초반 이란의 전제군주 방문 반대집회에서 시민, 학생들이 경찰들에 의해 몽둥이로 맞고 밟히고, 물대포에 맞고 하는 강경진압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을 영화 속 장면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 고통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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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통해 가장 깊게 고민해볼 것 중 하나라면 '그 깟 돌 좀 던진다고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는것도 아니잖나?
' 하는 질문의 대답과 혁명이 테러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에 있겠다. 첫 번째 질문은 비단 이번 영화에서 뿐 아니라 최근 국내 상황 탓에 각종 커뮤니티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번이나 고민을 해보았던 문제였는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것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더 알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돌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대답이었다면, 영화를 보고나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답처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즉 나중에 후세에 그래도 나는 돌이라도 던지며 '행동'했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위해 어쩌면 거대한 변화를 이루지 못할 지라도 계속 돌을 던져야 한다는 대답을 추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혁명을 다루면서 사건에만 집중하게 되면 놓치게 되는 부분이 많을 수 밖에는 없는데, 영화라는 대중적 매체에서 사건 그 이후에 겪게 되는 일들까지 다 담아내기는 그릇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바더 마인호프>는 2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통해 사건 그 이후에 대한 얘기를 더 집중적으로 들려주려 한다. 즉 혁명의 주체가 그 구심점을 잃고 사라진 이후에는 어떻게 변해가는지, 과연 초창기의 의도대로 혁명은 계속 지속되는지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이 영화는 비교적 객관적인 편이다. 초중반까지만 보자면 독일적군파에 편에 서 있는 듯 하지만, 바더와 마인호프가 활동하지 못하게 되는 시점부터 테러를 위한 테러가 되어버린 이들의 모습과 그리고 본말이 전도되어 그 의도마저 퇴색되어 버린 다음 세대의 혁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그대로 보여준다. 왜 그들이 이 단체에 가담하고 있는가 물었을 때 '영웅심' 이라고 답하는데, 이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2세대, 3세대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리고 '바더'와 '마인호프' 및 독일적군파의 주요인물들을 잡아들였다고 테러를 모두 종식시켰다고 믿는 정부관리들의 생각이나,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테러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테러라는 것이 왜 계속되며 눈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면사라져버리는 그런 단발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고 접근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독일적군파를 소탕하기 위해 주민등록에 의한 색출 방식등 서독 사회가 발전하게 되는 점은 아이러니다). 이 영화가 진정으로 힘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은 제목과는 다르게 '바더'와 '마인호프'가 모두 사라진 다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2,3세대가 맹목적인 (테러를 위한 테러에 가까운) 신념을 행동에 옮겼다가 나중에야 자신들이 사실마저 외곡하고, 아니 듣지 않으려고 했었다는 걸 알았을 때 공황상태에 빠져버리는 상황도 잘 표현되고 있다. 이 영화는 결국 '독일적군파'의 행동이 혁명이었는가 테러였는가 라는 선택의 질문보다는, 혁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진화, 발전, 퇴색 되는지에 대한(혁명이 반드시 진화해서 발전되고 퇴색된다는 말은 아니다) 매우 현실적인 (굳이 실화라는 설명이 없어도 말이다)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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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답게 장면 장면의 영상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으며, <뮌헨>에서 느꼈던 당시의 의상이나 색감 등도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여러나라가 등장하는 로케이션 촬영을 통한 장면들도 인상적이고, 당시를 좀 더 체감할 수 있는 록넘버 들도 인상적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이것이 과거에만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갈수록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영화들을 피하지 말고 봐야 하겠지만.


1. 당시에 대한 관련 역사적 사실들을 더 풍부하게 알고 있다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 되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영화 속 정보만을 가지고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2. 국내 개봉제목은 '바더 마인호프'지만 원제는 '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더군요. 제목에 '컴플렉스'라는 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영화를 다보고 나서야 깨달았네요.

3. 상영관이 적은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하이퍼텍 나다에서 관람했네요.

4. 배우들의 연기도 캐릭터도 참 인상적입니다.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요.

5. 엔딩 크래딧과 함께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가 흐릅니다.

6. 나중에 DVD/블루레이로 출시된다면 관련 자료들이 서플에 가득담겨 출시된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Constantin Film Produktion에 있습니다.








이글 아이 : 블루레이 리뷰 (Eagle Eye : Blu-ray Review)
http://dvdprime.paran.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801&master_id=1


극장에서 보았을 때 보다블루레이를 보며 좀 더 만족스러웠던 영화.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A Good Night Sleep for THE BAD, 2009)
폭력과 사회가 만들어낸 청춘의 자화상


이미 몇 번의 관련 포스팅을 통해 밝혔던 것 처럼 이 영화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는 연출을 맡은 권영철 감독님과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인해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으며, 조금이나마 오늘 이렇게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까지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제를 통한 최초의 공개가 더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상영직전 상영관 밖에서 감독님과 잠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자신이 연출한 첫 번째 장편영화가 처음 관객들에게(배우들에게도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공개되는 날이라 그런지 분명 긴장되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실 감독님에 비하면 천 분의 1도 안되겠지만 극장안이 컴컴해지고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라는 타이틀이 스크린 가득 펼쳐지니 나도 덩달아 무척 흥분이 되었다. 그렇게 90분 남짓 진행된 영화는 장르영화적 성격이 짙은 영화일 것이라는 본래 예상과는 달리 폭력과 가족 그리고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한 편의 드라마였으며, 무엇보다 비슷한 메시지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영화들 과는 달리 주인공 캐릭터에게서 다른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신선한 영화이기도 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는 아마도 마지막에 임박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되는 자동차 사고 장면으로 시작된다. 윤성(김흥수)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가지고서는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큰 가방을 가지고는 함께 있던 영조(오태경)를 따돌리고 길가로 나온다. 멀리서 차 한대가 오자 타고가려고 하지만 차는 서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그러자 윤성은 이렇게 한 마디 한다. '에이씨, 뭐 타고 가지?'. (이 대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깊게 와닿았는데 나중에 한번 더 등장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처음 등장하는 서울 근교 어느 동네 쯤으로 보이는 황량한 로케이션 장소를 보는 순간, 일단 참 장소 선택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면 <살인의 추억>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그 들판을 떠올리게도 하는 곳이었는데,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찾아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이었지만 그 황량함과 영화 속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스틸 컷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대한 신뢰는 그리 크지 않았었다. 하지만 스틸 컷이 공개된 이후에는 특히 김흥수 씨에게서 '살아있는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이런 그의 혼란스러움과 절박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동안 김흥수 씨가 출연한 작품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확실히 이번 작품을 통해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그가 연기한 '윤성'이라는 캐릭터는 이렇게 피범벅이 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과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단순히 모든 것을 다 걸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캐릭터가 아니라 무언가 계속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그저 내던지는 것 만으로는 표현이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었을 듯 하다. 그런 면에서 김흥수 씨의 연기는 바로 그런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게 할 만큼 인상적인 연기였으며, 그 청춘의 불완전함을 비교적 잘 표현해 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는 내내 가장 놀라웠던 것은 '영조' 역할을 맡은 오태경 씨의 열연이었다. 아역 배우때의 작품들부터 적지 않은 출연작을 보아왔던 입장에서 이번 그가 연기한 '영조' 캐릭터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이질감 마저 느껴질 정도였는데, 불량스러운 표정과 말투에 나이를 몇 살은 더 먹은 듯한 그 얼굴은 과연 오태경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마치 <똥파리>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양익준 감독의 모습에서 전혀 '양익준'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처럼, '영조'에게서는 전혀 '오태경'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다음 스틸컷이 나오기까지 이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까 줄거리를 얘기하면서 언급한 '에이씨, 뭐 타고 가지?'(정확한 건진 모르겠네요)는 후반 부에도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이 대사는 윤성이라는 캐릭터와 맞물려 상당히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던져주었다. '어떻게 가지?'가 아니라 '뭘 타고 가지?'라는 건 수단의 개념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청춘의 자화상은 뭘 해야 좋을지 모르는 혼란의 시기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사회와 가족을 비롯한 본인 외적인 요소들 때문에 갇혀있는,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수단(=길)을 찾고 있는 청춘이라 할 수 있겠다. 윤성은 감옥에 가 있는 아버지 그리고 동생 둘과 함께 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유학을 계획하고 있고, 동생 해경(조안) 역시 지금의 가정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교내 선배들에게 아부해가며 연예인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어찌보면 해방과 더 나은 삶을 위해 길을 찾던 주인공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는 결국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일 수 밖에는 없으며 이 길을 선택하면서 윤성은 더,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강수를 두게 되는 영화들과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의 윤성의 캐릭터는 분명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앞서 피범벅이 되 돈가방을 들고 빠져나가기 위해 차를 세우려던 윤성은 다른 영화의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총으로 운전자를 위협한 뒤 차를 뺏어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리고 은행을 털고 나서 자신만 홀로 남겨져 돈을 독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굳이 돌아와서 다시 본래 계획했던 대로 몫을 나누고는 헤어진다. 그리고 가장 핵심은 보통 같았으면 이런 지옥같은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홀로 홀연히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윤성은 해경이 원하지 않는대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족들을 다 데리고 해외로 떠나려고 한다. 이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영화가 끝나고나서 감독과의 대화 도중 비슷한 질문에 대한 감독의 대답에, '아!'하는 외마디 탄성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나조차 굉장히 모든 것에 무뎌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윤성의 행동을 설명하는 단어들을 다시 보자면 '굳이 돌아와서' '원하지 않는대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건 분명 선입견이 가미된 표현들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 공감을 하게 되면, 그리고 이 영화처럼 종극으로 치닫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어느 정도 그 과정 중에 겪게 되는 행동들에 대해 적당히 묵인하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우한 가정환경과 어려운 경제사정을 극복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할 수 밖에는 없었던 캐릭터들에 대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용인해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라고 모두 나쁜 이들은 아니다, 아니 나쁜 선택을 쉽게 하는 것은 아니다 혹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꼭 더 나쁘게 자란다는 법은 없다 라는 당연한 명제를(하지만 다른 편에 놓인 명제에 비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보여주려 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윤성이 하는 위와 같은 행동들은 '굳이'나 '불구하고'가 아니라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측면이 분명 있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만연해있는 잘못된 것들에 의해 당연한 것을 너무 잊고 사는 것이 이런 캐릭터와 이야기에 잠시나마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영화 중간에도 그랬지만 영화가 끝난 뒤 감독의 대답을 직접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멍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윤성은 극한으로 치닫지만 그 과정 속에서 그가 지키려고 했던 가치들은 아마 '잘 자는 나쁜 놈'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순전히 개인적으로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가운데 삼촌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와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의 분위기였는데, 이것이 마치 감독님과 내가 예전에 자주 함께 즐기던 XB0X360 게임 GTA4의 분위기가 느껴졌다는 점이다 ㅎ 특히 '삼춘'이라는 존재는 이 게임에 비유하자면 '커즌(cousin)'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만약 이 영화가 라틴계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면 좀 더 GTA분위기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삼촌의 하와이안 셔츠도 이런 느낌에 크게 한 몫을 하기도 했다 ^^;

하나 아쉬운 점을 들자면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 조금은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도 꾸려갈 수 있는 장면에서 약간 재미를 유발하는 소품스러운 음악이 삽입된 장면이 몇몇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계속 인물들에게 집중하고 있던 터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음악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객관적인 평가를 스스로 했다고 자평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젊은 배우들의 열연을 맛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었으며,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이런 종류의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진정을 새삼 떠올려보게 했던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했다(개인적으로는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아무쪼록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좋은 반응과 입소문이 흘러나와 꼭 개봉관에서도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 아, 본문에는 미처 못썼는데 감독님 평소 스타일대로 주옥같은 대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스크린에서도 여전하시더군요! '자러서 나무나 되라' 이런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ㅎㅎ

2. 그래도 조금 아는 사람이라고 엔딩 크래딧 마지막에 '권영철 감독 첫번째 작품'이라는 크래딧을 보니 마음이 찡하더군요 ㅠ

3.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화이팅 입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인터뷰(?)라도 하고 싶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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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더도 덜도 아니었던 딱 윤제균표 영화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한국형' 재난영화가 탄생한다 라는 식의 홍보 방식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윤제균 감독의 신작 <해운대>를 어쩌다보니 개봉일에 챙겨보게 되었다.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편견이 없는 편이지만('전혀'라고 쓰려다가 바로 해당되는 경우의 예를 들 참이라 '거의'로 수정하였다), 딱 하나 케이블에서 가끔 할 때도 재빠른 리모컨 조정으로 피해다니는 영화가 있다면, 바로 '조폭 코미디' 물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저질 섹시 코미디를 시종일관 보여주다가 막판에는 갑자기 눈물 짓게 만드는 이상한 영화들도 들 수 있을텐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에서 드디어 선보이는 제대로 된 재난 영화임에도 '윤제균' 감독의 이 영화는 분명 기대작은 아니었다. 그런데 워낙에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악평이 쏟아져 나와서인지(보지도 않고 악평 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여기서 악평이란 '별로일 것 같애'라는 예상과는 다른 의미다) 시사회와 개봉일 본 이들의 '의외로 괜찮다'라는 평들은 말그대로 '의외'였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아주 낮은 기대감을 갖은 채 개봉일 극장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낮은 기대감을 갖게 되면 대부분은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윤제균 감독의 신작 <해운대>는 여전히 윤제균 영화라서 내 취향과는 맞지가 않았다. 재난 영화의 익숙한 구성과 제법 볼만한 볼거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성과 운명적이라기 보단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전개 때문에 여전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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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난 영화이니, 재난 영화에 포커스를 둔 CG나 구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구성은 매우 전형적이었지만 재난 영화로서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헐리웃의 경우도 그렇고 대부분의 재난 영화는 재난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은 중반 부가 지나서부터다. <해운대> 역시 '메가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은 거의 러닝 타임의 반 정도가 지난 다음부터인데, 후반부 인물들의 감동 포인트와 전개를 위한 서두의 드라마가 구성상 전형적인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늘어지게 느껴졌다. 감독이 어떤 것을 처음에 의도했는지는 대략 엿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후반부에 엄청난 높이로 몰려오는 쓰나미를 바라보면서 생존을 혹은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여러 캐릭터들의 장면을 의도했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쓰나미에 한 복판에 놓일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서두에 풀어놓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압축하고 재난이 좀 더 일찍 찾아와 재난을 겪는 과정이 더 비중있게 그려졌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극중 설경구와 하지원의 관계 설정은 첫 장면(하지원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과 그 이후의 하나 정도 에피소드면 충분할 듯 했고, 상가 번영회와 쇼핑센터 입점 같은 이야기는 없어도 무방할 듯 했고 무엇보다 김인권이 연기한 캐릭터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도 놀라웠다. 그의 이야기만 해도 비중이 상당한데 그의 어머니의 에피소드까지 끼어 넣는 바람에 서두가 너무 길어졌고, 서울에서 온 부자집 아들녀석의 시퀀스도 더 짧게 압축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캐릭터들과 에피소드들은 각각 후반부에 한 장면씩 부여받아 기능을 발휘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짧은 비중으로도 충분히 후반부의 임팩트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반부의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유머인데, 개인적으로는 야구선수 이대호가 출연하는 시퀀스를 제외하면 사실 별로 재미있게 느껴지질 않았다. 특히 이민기와 강예원의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표적 케이스 중 하나였는데, 이런 장면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면 전반부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이처럼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영화 자체도 '별로'라고 느껴질 확률이 높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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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미스라고 생각된 부분은 바로 드라마 부분에서 흐르던 쌩뚱맞은 음악이었는데(뭐랄까 너무 포장된 듯한 시트콤 스타일의 음악), 마지막에 엔딩 크래딧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을 맡은 이가 바로 이병우 음악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스펙터클과 감동적인 스코어도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저 손발이 오그라드는 음악은 과연 이병우가 만든 음악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는데, 여튼..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음악보다 더 손발이 오그라드는 점이 있었다면 바로 박중훈 씨의 연기와 마지막에 등장한 에필로그였다. 박중훈이 베테랑 배우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지만 캐릭터에 따라 기복이 크다는 것은 앞으로 인정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그가 연기한 '김휘'라는 캐릭터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한 캐릭터였는데, 그의 대사처리 부분은 솔직히 베테랑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것이었다. 후반 부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대사의 대부분이었던 평서문을 연기할 때는 너무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라 역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후반 에필로그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내용적으로는 이들이 너무 상처를 금방 잊고 갑작스레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다 잘 될거야'라고 순진하게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현장에서 농담과 장난을 치며 마무리되는 영화는 무엇보다 '갑작스러'워서 이상했고, 동의하기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쓰나미가 휩쓸고간 해운대의 모습에서 '잔혹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거대함'만이 느껴졌던 것 역시 이런 공감대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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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차이 덕택에 안좋은 말들만 줄줄 늘어놓았지만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쓰나미가 해운대에 닥치는 장면에서의 CG는 일부는 너무 티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특히 도심으로 물길이 새어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실제 물을 동원한 촬영분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촬영분이 잘 융합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재난 영화의 전형적 구조를 잘 따르고 있음도 이 영화에 분명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반 부에 감동을 이끌어 내는 부분에서도 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울릴 만큼 성공적이었으며, 재난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극한 상황에서 나보다는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야만 했던 이들의 순간을 잘 포착해 낸 것 또한 재난영화라는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나 '윤제균'감독의 영화와는 코드가 전혀 맞지 않는구나 라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 영화였지만, 대중적으로는 재난 영화라는 블록버스터 측면의 요소와 감동의 드라마라는 정서가 맞물려 흥행에도 쏠쏠한 성공을 거두게 되지 않을까 싶다.


1.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던 컨테이너 박스 씬은 '재난'이라기 보다는 '코믹'하게 느껴졌습니다.

2. <제국의 역습>의 그 명대사를 <해운대>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ㄷㄷㄷ

3. 동물들이 떼지어 이동하는 장면이 더 있었다면 좀 더 장르영화스러웠을텐데 말이죠 ^^;

4.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화질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5. 후시녹음인지, 인물들의 목소리와 연기의 싱크가 유독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6. 역시 제 취향은 대중적이진 못한듯 윽..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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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유리의 날 (Yuri's Day, Yuryev Den, 2008)
차갑게만 변해가는 이야기


이번 제 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관람한 작품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연출한 러시아 영화 <유리의 날>이었다. 가끔 영화제에서는 영화를 선택할 때 정말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관람작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유리의 날> 역시 미스테리라는 점, 그리고 평소에 보기 힘든 러시아 영화라는 점이 영화를 보기 전 정보의 고작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조금은 후덥찌근한 날씨를 달래며 보기 시작한 영화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눈 덮인 영상을 배경으로, 영상 만큼이나 차가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의 주인공인 오페라 여자 가수는 아들과 고향으로 보이는 마음에 도착했다가 어느 순간 아들을 잃어버리고 만다. 도대체 왜 아들이 사라졌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는다. 사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 얻었을 때는 미스테리나 스릴러 장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분명 아들이 실종된 사건 자체는 미스테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포인트는 사라져 버린 아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큰 변화를 겪게 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다.

크세니야 라포포트가 연기한 주인공의 변화는 실로 놀랍다. 영화에 시종일관 집중하고 있음에도 과연 초반 오페라 가수로서 품위있던 모습의 그 여자가 중반 이후의 그 여자와 같은 인물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정말로 중간에 곰곰히 따져보기도 했다) 사건을 겪으면서 이 여성은 아주 심한 변화를 겪게 된다. 나중에 가서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 이유마저 완전히 잊어버린 듯한데, 이쯤 되면 아들을 찾고 못 찾고는 벌써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미스테리 영화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은 편이다. 화면 구성이나 극의 구성은 굉장히 무언가가 나올 듯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움츠리고 있지만 영화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그렇게 마무리 되는 편이다. 미스테리로 보지 않으려 했음에도 이런 의견을 얘기하게 된 것은,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불러일으킬만한 아주 매력적인 영상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눈 덮인 설원과 고립되어 있는 마을이라는 설정은 그런 요소를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했고, 장면 자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크세니야 라포포트는 최근 개봉한 <언노운 우먼>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유리의 날>에서의 연기는 어느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어미니와 여성의 경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의 특성을 잘 표현해 내고 있으며, 오페라 가수 역할로서 노래하는 장면의 약간 어색한 립싱크 조차 크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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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혼혈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IMAX DMR 3D, 2009)
마지막 '준비'에 충실한 작품


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좋아하는 순서를 꼽으라면 정확히 시리즈의 역순이 될 것 같다. 사실 1,2편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극장에서 물론 다 꼭꼭 챙겨보기는 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경쟁을 했었던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영향력을 제외하더라도, '아이들'에 촛점이 맞춰진 이 시리즈에 별로 특별한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해리와 아이들은 영화 속 캐릭터들의 나이보다도 더 무서운 속도로 노화(?)가 진행되었고, 한 편에선 '과연 이 아이들이 완벽한 어른이 되기전에 시리즈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새로운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두워졌고,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소년, 소녀의 성장이야기로 변해갔으며, 그런 점들은 더더욱 이 시리즈를 마음에 드는 시리즈로 탈바꿈 시키게 되었다.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잘 알려졌다시피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Harry Potter :
Deathly Hallows)>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데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파트 1,2로 나뉘어 개봉할 예정이며 각각 2010, 2011년 개봉될 예정이다). 그 말은 고로, 만약 이러한 '준비'의 성격을 어느 정도 미리 알고 있거나 혹은 받아들이게 된다면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는 조금 당황스런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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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을 전혀 읽지 않은, 흔치 않은 순수(?)한 영화 관객으로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화로서도 갈수록 매력적으로 변모하는 시리즈라고 생각된다(아, 아까 시리즈의 선호도를 얘기하면서 정확히 역순이라고 했었는데,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했던 <아즈카반의 죄수>도 성장영화로서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한 시리즈로서 썩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 시리즈가 갈수록 매력적인 이유는 해리가 구사할 줄 아는 마법이 늘었기 때문이라던가, 헤르미온느의 외모가 점점 훈훈하게 성장해 간다던가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물론 훈훈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 아이들이 점점 소년, 소녀로 성장해가고 시리즈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이야기는 점점 어두워지기 때문이었다. 어두운 판타지를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갈 수록 해리의 얼굴에서 귀여움 보다는 그늘이 발견되는 이야기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다른 한 편으론 아이였던 해리가 소년이 되는 과정을 통해 아이였던 관객들이 함께 소년으로 성장해 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는 성장영화 측면에서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유머러스한 면이 부각되었고 현실적인 사춘기의 감정을 잘 담아낸 동시에, 볼드모트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음에도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기도 했다. 일단 유머러스한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춘기를 넘어서서 거의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운 설정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살짝 더 나아간 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이외의 이야기는 상당히 어둡기 때문에 론을 중심으로한 사춘기를 그린 이야기는 좀 더 밝게 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로맨스의 핵심이 론이기 때문인지 론의 비중이 그 어느 시리즈보다 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그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해리보다 더 훈남이 되고 있는 사실도 작용된 것이 아닐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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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의 개그와 활약을 즐기는 것은 이번 작품에 또 다른 재미!)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이들 삼총사 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바로 말포이였다(기존에는 거의 '말포이'라고 90%이상 사용했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유난히 그의 성이 아닌 이름 '드레이코'가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실 이전 시리즈에서는 그냥 얄미운 넘 정도로 묘사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쩌면 해리보다도 더 고뇌하고 더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 시종일관 우울하고 고통받는 표정을 연기했다. 이런 말포이의 모습과 학생시절 볼드모트의 모습을 한 작품에 등장시키면서 볼드모트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우회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말포이 역시 동등한 비중으로 설명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 영화를 통해 미뤄 짐작했던 말포이의 모습과는 달리 볼드모트의 선택에 마냥 기뻐하지 않고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은 오히려 불쌍해보이기 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얼굴이라면 울듯 말듯 고통받는 말포이의 표정이랄까.

이렇게 얘기가 흘러가고 보니, 이렇다면 볼드모트를 그리는 방식이 마치 다스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와 같은 방식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물론 원작을 다 읽은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이미 훤히 알고 있겠지만(제발 스포만은 말아주세요 ㅠㅠ),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를 통해 드러난 볼드모트와 말포이의 묘사는 분명 지금까지 이들을 그려왔던 것과는 다르게 본래 악한 존재가 아니라 해리처럼 선택받은 자였지만 너무 뛰어난 재능 탓에 악에 유혹에 빠지고만 캐릭터로 그려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할 수 있었다. 기대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해보자면 자신이 혼혈왕자임을 밝힌 스네이프 역시 막판에 가서는 다시 한번 해리의 편에 서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보게 되었다. 마치 <제다이의 귀환>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보통 같으면 이 같은 예상들이 하나에 재미있는 '설'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해리포터의 경우는 이미 소설이 완결된 터라 다 아는 입장에서 본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도 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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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코 말포이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그의 눈빛에선 슬픔마저 느껴진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지만 아마도 더 어두워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비중은 둔 듯한 사춘기 로맨스의 분량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굉장히 현실적인 사춘기의 감정들에 대한 묘사들은 마음에 들었지만 차라리 이쪽 비중을 조금 더 줄이고 말포이나 불사조 기사단의 비중을 높였다면 더 '내 취향'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아마도 더 어두울 마지막 2편의 작품에 대한 부담도 높아질 것이고, 직접적으로는 이번 작품에 흥행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는 부제목에 남긴 것처럼 상당히 '준비'에 철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렇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하면 확실히 클라이맥스나 임팩트가 부족한 편인 것도 사실이다. 해리와 덤블도어가 호크룩스를 가져오는 장면이 뒷부분에 포인트라면 포인트일텐데 그 분량이나 임팩트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덤블도어의 모습은 너무도 간달프 스러웠다 ㅎ). 3D 아이맥스로 펼쳐지는 첫 액션 시퀀스가 오히려 임팩트 면에서는 더 크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이 두 시퀀스보다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바로 위즐리의 집이 공격 당하는 장면이었다. 갈대 숲을 배경으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공포감을 주는 이 장면만 놓고 보자면 호러 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손색이 없을 연출로 이 장면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갈대 숲을 누비다가 해리와 기사단이 가운데 모이게 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에서의 조명과 카메라 워킹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의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이 장면을 주저없이 꼽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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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간달프)

적당한 시간대가 일산 CGV 밖에는 없어서 일부러 찾아가 아이맥스로 관람하였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부분적으로 3D를 지원하는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예전 <슈퍼맨 리턴즈>도 비슷한 방식이었는데,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중간 중간 3D 장면을 지원했던 <슈퍼맨 리턴즈>와는 달리 이 작품은 초반 20여분 정도에 3D 장면이 모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극장에 온 많은 관객들은 아마도 조금은 당황했을 싶다(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3D상영작과 동일한 가격을 책정한 티켓 가격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남는다). 3D 시퀀스는 입체감을 더 만끽할 수 있을 만한 장면들로 채워져있었는데, 거리를 빠르게 누비는 연출은 마치 관객으로 하여금 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실감이 났다. 개인적으로 초반 20분에만 3D 시퀀스가 몰려 있는것에 큰 불만은 없지만, 퀴디치 장면 같은 것도 3D로 즐길 수 있었다면 좀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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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부턴가 해리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론 위즐리 역할의 루퍼트 그린트는 본격 로맨틱 코미디 물의 주인공이나 아니면 아예 '히어로즈' 같은 SF미드물에 출연해도 어울릴 듯한 모습으로 자라 준 듯 하다. 반대로 해리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그럭저럭 평균적인 연기를 보여주다가 '행운 충만한' 그 장면에서는 오랜만에 객석을 빵터트릴 정도의 재미있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왠지 다니엘에게는 멋있는 모습보다 이런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엠마 왓슨은 전작들 보다는 아주 살짝 비중이 줄긴 했지만(그 비중은 고스란히 론에게;) 깜짝 드레스 장면으로 2시간 반의 대장정에 졸음으로 대처했던 많은 남성 관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으며, 다른 한편으론 '론이 뭐가 좋다고'하는 원성을 듣기도 했다 ^^;

헬레나 본햄 카터는 참~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걸 짧은 분량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었고, 슬러그 혼 역할의 짐 브로드벤트는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으며, 루나 러브굿 역할의 이반나 린치는 그 사자탈 쓰고 나온 장면 만으로도 제 역할은 다 수행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1. 안봐도 시리즈의 마지막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 1,2>는 가장 좋아하게될 시리즈의 작품이 될 것이 거의 확정적이네요.

2.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인데 '혼혈왕자'에 대한 이야기가 양념처럼 등장합니다.

3. 아마도 이 작품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공개되고 나면 좀 더 가치가 높아질 작품이 아닐까도 생각되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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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발키리 : 블루레이 리뷰 (Valkyrie : Blu-ray Review)
http://dvdprime.paran.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797&master_id=11


영화도 물론 영화대로 재미있었지만, 오랜만에 스페셜피쳐의 덕을 톡톡히 보았던 타이틀. 강추.







리뷰할 거리가 계속 생긴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특히 나에게 극장에서 보는 영화 외에 집에서 혼자 즐기는 블루레이나 DVD 감상이 주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겠다.

또한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원고료를 받아가며 쓸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혜택이다. 평소 때 보다 더 많은 자료조사와 분석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일로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취미로서 접근하려는 것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한다.

만약 글 쓰는 일이 더 이상 재미도 없고 일로만 느껴진다면 그 때부터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말아야겠지.


* <이글 아이>는 극장에선 몰랐는데 감독과 스텝들이 숨겨진 노력이 상당한 영화더라. D.J. 카루소는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괴로운 영화이기도 했는데(너무 괴로워서 리뷰를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을 정도) 과연 블루레이로 다시 감상하고 글 다운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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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My Bloody Valentine 4-D, 2009)
4D로 즐기는 진짜 공포


<블러디 발렌타인>을 보게 된 거의 유일한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3D도 아니고 3D 아이맥스도 아닌, 무려 디지털 4D로 국내 상영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맥스 3D의 경우만 해도 <베오울프>나 <폴라 익스프레스>등을 통해 극장에서 영화와는 별개로 만족스러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4D라 하면 과연 어디까지 체험할 수 있을지가 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가장 큰 궁금증이자 기대를 갖게 하는 점이었다. 4D라고 하면 극장용 장편 영화는 아니지만 놀이공원 등에서 비슷한 포맷의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화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는 것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이런 영상들은 영화라기보다는 놀이공원에 걸맞게 체험에 포커스가 맞춰진 영상들이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재미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예전에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개썰매의 꽁무니를 낮은 시점에서 쫓아다니는 것, 레프팅, 롤러코스터 등등 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일반 장편 영화가 무려 4D로 개봉한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외 포스터를 보니 기본적으로는 입체포맷인 3D로 제작되고 홍보되는 듯 했는데, 국내에서는 상암 CGV의 스마트 플렉스 관을 통해 디지털 4D로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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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라는 포맷답게 가격도 무려 1인 15,000원(참고로 3D 아이맥스로 개봉예정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역시 15,000원이다).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가격이 크게 비싸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정도로 4D라는 관람환경은 영화 관람의 색다른 환경을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었다. 특히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는 점에서 이 효과는 더욱 극대화 되지 않았나 싶다. 극장을 들어서자 마자 뭔가 일반 극장과는 다른 장치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이키 조명도 있었고, 놀이공원에서나 볼법한 좌석 배치와 의자 머리 받이의 앞뒤로 알 수 없는 구멍들, 상영관 좌우측 벽에는 대형 선풍기 같은 것도 있었고, 맨 앞에도 뭔가 장치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관객들이 '도대체 4D는 어떤걸까?'라고 미처 궁금해하기도 전에 좌석이 미칠듯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처음 놀이기구를 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좌우 상하로 제법 격(?)하게 움직이는 의자는 일단 관객들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오게 했다(전체적으로 일반 영화와 놀이공원 그 중간 쯤에 반응들이 극장에서 터져나왔다). 그리고는 피가 튀는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스팀! 바로 의자 머리 받이의 알 수 없는 구멍들은 이 스팀을 위한 것이었다. 뒤에서도 역시 장면에 따라 분출되었는데 이것이 단순히 바람이 아니라 말그대로 스팀이라 차가운 느낌과 더불어 약간의 물기를 느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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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살인마의 주 무기는 바로 곡괭이 인데, 이 곡괭이로 피해자들의 신체를 사정없이 내려 칠 때마다 마치 내 얼굴을 내려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스팀효과가 동반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살인마에 쫓겨 급하게 도망갈 때는 내가 뛰어가는 듯이 좌석이 요동치고, 피가 튈 때 역시 내 얼굴에 피가 튀는 것처럼 스팀이 얼굴에 분사된다(걱정할 정도로 물기가 남거나 하진 않는다. 그냥 차가운 바람이 찰삭 하는 정도의 느낌. 그런데 장면이 피가 튀는 장면이라 그런지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ㅎ).

그리고 초반 주인공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 속 플래쉬에 맞춰 극장에도 사이키 조명이 반짝 한다. 그리고 후반 교통사고가 나서 차에서 연기가 피어 오를 때는 극장 안에도 연기가 피어오른다(그런데 이건 실제로 관객 중 일부는 거의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만큼 극에 몰입해 있었다는 증거). 그리고 스팀 외에 전체적으로 바람이 부는 장면에서는 상영관 천정과 벽에 장치된 대형 선풍기를 통해 바람을 느낄 수도 있었다(이건 정말 좀 리얼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01분인데, 한 60분 정도는 각종 효과를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과한 감이 없이 적당한 수준이었으며, 필요없는 요동이나 효과도 거의 없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듯 했다. 4D관람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D-BOX 의자에 앉아 블루레이를 관람하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D-BOX보다는 약간 부족한 움직임이지만(움직임 자체가 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장면과의 연관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다양한 효과가 더해져 임팩트는 더 큰 경우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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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4D'라는 관람 환경이 빛을 발했던 더 큰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는 점이었다. <블러디 발렌타인>은 제법 고어한 장면들도 많이 나오고 잔인한 신체 회손 장면들도 많이 나오는 등 그냥 일반 포맷으로 관람하여도 눈뜨고 보기 쉽지 않은 장면들이 나오는 영화이기도 한데, 여기에 4D라는 방식이 더해지면서 이 영화 속 공포를 좀 더 관객의 입장에서 실감나게 받아들이는데 큰 효과를 주고 있다. 실제로 공포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관람하였지만 이렇게 극장 내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공포에 넘쳐났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관객들이 그저 눈을 가리거나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정도가 아니라, '무서워...'라고 소리내어 이야기하는 관객들도 많았으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어떻하면 좋을지 몰라 반응하는 관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일반적인 공포 영화 같은 경우 아무리 무서워도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일텐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극장의 분위기는 마치 놀이기구처럼 안전바가 있어서 나갈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빨리 탈출하고 싶은데 못나가는 듯한 힘겨움마저 느껴졌다 ^^;

반대로 말해서 과연 이 영화를 일반 포맷이나 더 나아가 3D로 관람했더라도 이 정도의 감흥이 있었을까 싶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저 의자가 좀 움직이고 바람 좀 나오는 것 뿐인데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의문을 갖을 수도 있겠는데, 막상 체험을 해보면(이건 관람이라기 보다는 분명 '체험'이다)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포 영화를 많이 본 이들을 공포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영화적 장치들에 익숙할 텐데, 예를 들면 카메라의 시점이 극중 인물의 시점과 동일하게 설정되어 마치 자신의 얼굴을 향해 공격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앵글은 어쩌면 너무 전형적이라 자주 접한 이들이라면 크게 무섭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같이 전형적인 것들을 '4D'라는 환경이 보완해주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고어한 표현을 더해가며 날카로운 것들이 얼굴과 신체 여기저기를 뚫고 나오는 회손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4D로 관람하다보면 단순히 잔인해서 무서운 것을 넘어서서 실제 내 눈을, 몸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진짜로) 든다(완전히 진짜 같다라고 하면 오버겠지만, 진짜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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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4D가 예상외로 너무 허접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작품 자체가 너무 싱거우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호러 영화로서 나쁘지 않은 이야기와 줄거리를 갖고 있고, 장면 장면도 18세관람가의 호러영화에 어울리는 장면들이 많아 이야기에도 조금은 집중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블러디 발렌타인>을 만약 보려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디지털 4D로 관람하길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그냥 3D로만 관람한다해도 별로 큰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만약 이 영화가 다른 관람환경을 지원하지 않는 영화였다면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면, 그리고 어차피 볼 것이라면 꼭 어렵더라도 4D관람만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다.


1. 고어한 장면들의 수위도 제법이지만, 일부 노출 장면이 수위도 상당(?)했는데, 이런건 어떻게 한 번에 심의를 깔끔하게 통과했는지가 또 의문이네요ㅎ

2.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며 다른 좌석들을 둘러봤는데, 실제로 많이들 놀라 팝콘등을 많이 놓쳐버린 모양이더라구요. 여기저기에 널부러져있는 팝콘의 잔해들이...(실제로 영화보기전에 농담으로 '이거 혹시 '웰컴투 동막골'의 한 장면 연출되는건 아니겠지? ㅎ'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었는데 말이죠ㅋ)

3. 주인공을 맡은 잰슨 애클스는 미드 <슈퍼 내츄럴>로 더 유명한 배우인데, 재미있는건 슈퍼 내츄럴과 이 영화 속 코디가 같은지, 후드티를 자켓 속에 껴입는 모습마저 닮았더군요 ㅎ

4.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건 3D용 입체안경의 사이즈가 아이맥스용 안경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라 안경을 쓰는 저 같은 경우, 안경 위에 입체 안경을 고정시키기가 여간 골치아픈 일이 아니더군요. 더군다나 의자가 요동치는 터라 단단히 고정해야 되는데 초반에 고생을 좀 했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Lionsgate에 있습니다.






ⓒ 반두비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반두비 (Bandhobi, 2009)
제발 좀 마음을 열어


지난해 평단에서 최고의 한국영화로 꼽힌 <나의 친구 그의 아내>를 연출했던 신동일 감독의 신작 <반두비>는 <나의 친구 그의 아내>를 보지 못했음에도 분명 기대작이었다 (이 영화를 보았다면 좀 더 폭 넓은 리뷰를 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다른 이들에게도 기대작이었는지, 이 영화는 개봉전 부터 영화 내적 외적인 이유들로 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영화가 갖고 있는 정치적인 메시지 혹은 장면들 때문이기도 했고, 그로 인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청소년 관람불가로 등급 판정이 나게 된 것도 또 한번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논란에 대한 이야기들은 차차 하기로 하고 영화 자체에 대한 얘기만 풀어보자면, <반두비>는 상당히 진부하리만큼 평범하고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가지고, 사회적인 문제에 무관심하지 않은 자세로 가능한 객관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한 의미있는 영화였다. 잘 생각해보면 <반두비>가 정치적이다 혹은 사회적이라고 평가 받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아직은 미성숙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하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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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나 알려진 시놉시스를 통해 대충 유추할 수 있는 영화의 줄거리는, 외국인 노동자와 소녀와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로, 아마도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한국사회에 잘못된 시선들에 대한 지적과 이를 뛰어넘어 순수하게 우정으로 대하는 소녀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겠구나 생각할 수 있는데, 일단 여기서 크게 벗어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만, 신동일 감독은 여기에 본질적으로 우리가 흔히 잊고 있었던 중요한 메시지를 빼놓지 않는 동시에, 말그대로 사회적인 공기를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 양면적이면서도 결국은 하나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카림은 우리가 TV나 뉴스를 통해 접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는 열심히 일했지만 일부러 부도를 내고 잠적한 사장 탓에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고, 이 임금을 받기 위해 사장의 집을 수소문 하는 중이다.  한 편 여고생 민서는 또래 친구들이 다 다니는 영어 학원에 다니고 싶어하지만, 가정 사정이 그리 넉넉치는 않은 평범한 소녀다. 민서의 엄마는 무능력한 남자와 동거중이고 결혼할 예정이라지만 진희는 이 남자를 아버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민서라는 소녀의 상황이 조금 특별한 것은 있지만 또래 친구들에 비해 유별나다고 할 정도는 아닐텐데, 이런 민서가 우연한 기회에 카림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더 넓은 세계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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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림과 민서가 아주 특별하다거나 깨어있는 인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영화 초반 이 둘의 첫 만남을 통해 알 수 있다. 민서는 카림이 버스에 흘리고간 지갑을 카림에게 찾았노라 알려주지 않고 그냥 돈을 훔칠 셈이다. 민서가 지갑을 가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 카림 역시 다가가서 지갑을 돌려달라고 말하는 대신 바로 쫓아가 가방을 빼았아 지갑을 찾고나서는 경찰서로 가자고 한다. 이 첫 만남을 통해 알 수 있는건 민서는 본래부터 외국인에 대해 거리낌이 없거나 특별히 차별하지 않는 소녀도 아니었고, 카림 역시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들에게는 역시 호의적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둘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게 되면서 딱딱했던 첫 만남과는 달리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카림은 임금을 주지 않은 사장의 집을 함께 찾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민서는 불편한 집을 나와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 줄 친구가 없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는데 어찌보면 이 둘이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처음 가까워 지게 된 것을 문제 삼을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접근 방식이었다고 생각된다. 만약 애초부터 편견없던 사람들이 만나 순수하게 서로를 돕고 관계를 이어가는 이야기였다면 오히려 판타지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반두비>는 촛불소녀로 흔히들 상징되는 민서의 성장영화이며, 민서의 성장을 통해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가 잘 담겨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리뷰에서 민서를 촛불소녀로 지칭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진희에게서 '촛불'을 지워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촛불 소녀로 볼 수 있는 몇가지 요소들은 어쩌면 부가적인 것이며 주가 되는 것은 역시 카림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하는 소녀의 올바른 성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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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가 여고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서의 행동에 거침이 없는 것은 다르게도 해석될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보자면 마음에 들지 않는 엄마에 대한 반항에 근거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돈이 없어서 카림과,  엄마가 일하는 노래방에 놀러 간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엄마에게 보란 듯이 '나 외국인 친구랑 놀러왔어' 라고 얘기하고 싶은 투정도 있는 것이다. 친구들 다하는 원어민 영어학원비를 벌기 위해 주유소에서도 일하고, 가불이 안되자 주유소 사장 아들에게 기름을 뿌리는 한편,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윤락업소에 취직하는 것들을 분명 좋게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쉽게 말해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다 설명되기에는 부족한 잘못된 행동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어쩌면 굳이 민서의 이런 행동들을 보여준다. 이런 행동들을 삽입한 감독의 의도는 마지막 장면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데, 감독은 원칙적으로 민서라는 캐릭터의 성장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약간은 과장되어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민서에게 부여했던 것이다.


잠시 카림의 이야기로 넘어와서, 카림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힘든 한국생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는 특별히 표현하지 않지만(가끔 표현하기도 하지만), 자신들보다 후진국에서 온 피부색이 다른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며, 카림 자신도 한국인들에게 이런 부당함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냥 인정할 수 밖에는 없음을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이 영화는 아주 단적으로 한국인이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오류를 보여주고 있는데, 영어 강사와 카림이 대화하는 장면이 바로 그 장면이다. 둘 다 똑같은 이방인이지만 미국인인 영어 강사는 한국 생활을 즐기기까지 하는 반면 카림의 한국 생활은 하루하루 힘든 나날일 뿐이다. 민서 역시 이 장면에서는 오류를 범하고 마는데 나중에 카림이 무슨 얘기였는지를 알려주고 난 다음에야 '마법의 손'을 사용해 이를 응징한다. 민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이렇게 다른 외적인 조건들을 따지지 않고 부당한 것에는 부당하다고 응징할 수 있는 순수한 용기에서도 알 수 있다. 민서에게 영어 강사는 미국인이라서 혹은 그 이후에 겪게 될지도 모를 어려움들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어른들의 계산'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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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비>가 외국인 노동자를 그리는 방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면 이들을 외국인이라는 조건 이전에 '인간'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영화에는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등장하는 영화들에서는 굳이 등장하지 않았던 소소한 장면묘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영화를 평가하면서 '그 장면에 의미는 무엇이냐?' 혹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냐?'라고 묻게 되는 일도 발생하게 되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장면들에 주인공이 한국인이었다면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 장면들인 경우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단적인 예로 카림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민서는 윤락업소에서 배운대로 카림에게 위로(?)를 해주려고 하는데, 카림은 이 순수한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영화는 집에서 잠들기 전 자위를 하는 카림의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이 장면에 주인공이 카림이 아니라 한국인이었다면 크게 의도를 궁금해 하지 않았을 장면이었겠지만, 그가 우리와는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카림의 성욕에 대해 복잡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여기서 만약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면 바로 이런 시선을 역으로 노린 것이라고 해야겠다. 


관객들은 무의식 적으로 이 둘의 관계를 볼 때, 민서와 카림으로 보지 않고, 여고생과 외국인으로 보게 되는데, 쉽게 말해 카림이 아니었다면 아름다운 로맨스로 기억될 장면들이 카림이어서 무언가 다른 시각으로(불편한 시각) 보게 된다는 점이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일부러 카림 역할의 배우에 미남을 캐스팅했다고 했는데, 보는 관객들이 이 둘의 로맨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대로 받아들인 이들에게도 의미가 있었지만, 불편하게 받아들인 관객들에게도 '내가 여기서 불편해 할 이유가 사실 없다'라는 점을 새삼 깨우치게 해주는 의미있는 장면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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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객관적으로 느껴졌던 것 가운데 중요한 포인트는 민서의 엄마와 그 애인에 대한 묘사였다. 더 뻔하게 몰고 갈려고 했다면 엄마의 애인은 폭력적이기까지 하고 그저 나쁘기만한 존재, 엄마 역시 민서에게는 무관심하고 집안은 돌보지 않는 존재로 그려졌을 테지만, <반두비>에 등장하는 이 두 인물의 묘사는 굉장히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엄마의 애인의 행동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쁘다라는 생각보다는 불쌍하다는 생각과 정말 엄마를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어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능력한 존재이기 때문에 민서의 막말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취직을 하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민서를 무시하거나 할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런 감독의 묘사는 영화의 마지막 카림을 불법체류자로 신고한 이들의 행동에 크게 화가나기 보다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에서 행한 일이라고 이해하게 되기에 이른다. 만약 지금까지는 상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진행되던 영화가 막판에 가족이 모두 카림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넷이서 잘 살게 된다로 끝나게 된다면 그야말로 쌩뚱맞은 판타지가 되었을 것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성폭행 범죄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사회 현실을 돌이켜 보았을 때 부모의 이런 조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 카림과 실제로 결혼하지 못한(않은) 민서의 현실도 오히려 현실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민서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카림을 위해 고향과 풍경이 비슷한 바닷가로 데려가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무척이나 상징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닷가를 찾아 간 것이지만 '썰물인가?'하는 민서의 대사처럼 바닷물은 하나도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카림은 민서가 못 알아듣게 자신의 언어로 크게 소리친다. '이럴려고 한국에 온 건 아니잖아!'라며. 이 대사와 이 공간의 의미는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진다. 민서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바닷물이 빠져나간 곳이었던 것처럼, 카림에겐 한국이란 나라도 사실 기대와는 달랐던 허탈함 만이 남는 공간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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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비>에는 '마음을 열어'라는 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의 줄거리를 비춰보았을 때 '마음을 열어'란 문구는 굉장히 진부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나 역시 리뷰의 부제목으로 '제발' 까지 붙여가며 이 문구를 사용한 이유는, 아직까지도 진부하지만 마음을 여는 것이 더 필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단계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기본 줄거리를 가지고 좀 더 복잡하거나 좀 더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냈을 수도 충분히 있었겠지만, 어쩌면 모범 정답 같은 메시지를 포인트로 삼은 이유는, 감독 역시 아직까지는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외국인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큼 당연한 논재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을 피부색이나 그 나라의 경제사정이 아니라 인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또한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서양인과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또한 존재하고 있다. 차라리 피부색이 다른 인종이라 좀 무서워서 꺼려진다면 그건 이해하겠다. 하지만 서양인은 선호하고 동남아시아인은 무시하는건 도대체 어떤 근거인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별로 정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씁쓸한 뒷 맛이 느껴졌다. 감독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거의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이슈를 끄집어내서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인터넷이며 뉴스며 다들 얘기하는걸 영화에서 살짝 언급했을 뿐인데, 정치적이다라고 여겨지고 몰아가는 분위기는 분명 씁쓸한 것이었다. 물론 반대로 생각해서, 이렇게 영화에서 평소에 하는 얘기를 거리낌없이 시원하게 해줘서 통쾌한 점은 있었다. 너무 현실적이라 정치적이라는 것은 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를 한탄하며 술이 취한 아저씨가 나라를 욕하면서 '대통령님의 정책이 잘못 되신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라고 얘기할리 없지 않은가. 그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설치류를 언급해가며 욕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한우 장조림 먹고 싶어'라는 대사를 반복한 건 분명 의도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냥 장조림도 아니고 '한우' 장조림이었으니 말이다. 마지막에 민서가 임금을 주지 않은 사장집에 쳐들어가 모 신문을 보고서는 '이딴 거나 보니까 그러고 살지'라는 식으로 얘기할 때는 나도 모르게 박수까지 칠뻔할 정도였다. '만수야~' 할 때도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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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비>가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될 이유는 아마도 마지막 장면 때문일 것이다. 이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다. 결국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카림은 결국 불법체류자가 되어 한국을 떠났고, 민서는 학교를 관두고 사회인이 되었으며(민서가 영화에 첫등장한 장면이 학생으로서 교문 앞을 내려오는 장면이었음을 떠올려 보자면, 학교를 자퇴하고나서 교문 앞을 내려오는 장면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겠다), 티격태격하던 부모와는 그대로 잘 살고 있다. 결국 부당한 사회는 바뀌지 않았고 바뀐 것은 민서라는 존재 뿐이다. 이런 점은 민서가 혼자 방글라데시 음식점을 찾아가 그들의 방식대로 손으로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장면이 씁쓸했던 이유는 결국 밥을 먹고 있는 건 민서 혼자라는 점과 한참이나 계속되는 식사 장면처럼 한참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지도 모를 사회의 편견들이 떠올라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1. 마지막 장면에 신동일 감독님이 까메오로 등장하는데, 극장에서는 저만 혼자 알아보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알아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거에요 ^^;

2. 크라잉 넛에 룩셈부르크 가사가 이렇게 잘 들렸던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전쟁을 많이하는 아메리카'

3. 15세 관람가였다면 감독의 의도대로 더 많은 청소년들이 편견없이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4. <반두비>에 반대세력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성폭행 당했던 피해자 모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절대 성폭행범을 옹호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영화 속 등장하는 그들은 가해자도 아니구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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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 Atomos
그의 여덟 번째 소리

이미 앞서서 두 장의 싱글 앨범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서태지의 정규 앨범이 7월 1일 발매되었다. 서태지가 싱글이라는 개념으로 본격적인 음반 발매를 시도하면서 음반의 가격이나 수록곡에 대한 논쟁 혹은 질타 들이 많이 있어왔는데, 이번 정규 앨범 역시 이런 연장선에서 (그리고 더 추가되어) 또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는 듯 했다. 이런 음악 외적인 논쟁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조금 보태보기로 하고, 일단 드디어 '정규 앨범'에 모습을 갖춘 그의 여덟 번째 소리 'Atomos'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이번 정규 앨범에는 총 12곡이 수록되었고, 그 중 8곡은 기존 두 장의 싱글을 통해 선보였던 곡들을 새롭게 믹싱과 재녹음 작업을 더해 수록하였고, 2곡은 기존 싱글을 통해 공개되지 않았던 리믹스 버전이, 그리고 나머지 2곡은 신곡이 수록되었다. 기존에 수록된 곡들에 대한 각각의 평들은 이미 싱글 발매 당시에 이야기했었기 때문에 추가로 더할 말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곡들은 다를 것이 없지만 음반 소개에 따르면 새롭게 믹싱작업을 하고 악기와 보컬까지 재녹음을 거쳤다고 하는데, 간단히 얘기하자면 일반 음악팬들 입장에서 이 믹싱과 재녹음 작업에 결과물을 몸으로 체험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즉 딱 들어봤을 때 기존 싱글들과 확연히 달라진 사운드를 느낄 수는 없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예전에 발매된 앨범들이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발매되는 경우는 세월의 거리 만큼 달라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반면, 이번 서태지의 정규 앨범 같은 경우는 싱글 앨범이 발매된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그리고 싱글 앨범 자체도 사운드 퀄리티 측면에서 서태지답게 엄청나게 신경 쓴 앨범이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그 차이를 쉽게 실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전 이승환이 새앨범을 발매할 때 곡을 만들고 쓰는 작업만큼이나 앨범에 사운드를 담아내는 과정에 엄청난 비용과 정성을 쏟는 다며, 질 낮은 MP3나 스트리밍이 음악 감상에 주가 된 현실에서는 뮤지션 자신의 자기만족 외에는 헛수고가 되고 마는 현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음반을 수백, 수천장씩 모으는 음악 팬의 입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앨범이 더 좋은 퀄리티로 재녹음 되었다거나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새롭게 발매된다는 사실은 분명 매력적인 유혹이다. 실제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같은 앨범을 중복으로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현재 발매 예정인 비틀즈의 리마스터링 앨범들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태지의 이번 정규 앨범의 성격은 약간 미묘한 측면이있다. 싱글에 수록된 버전의 사운드 퀄리티와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의 퀄리티의 차이가 일반적인 음악 감상 환경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을 온전히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고가의 시스템 환경이라던가 더 나아가 아예 스튜디오에서 싱글과 정규 앨범을 비교해서 들어본다면 아마도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지 않을까도 싶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저질의 MP3로 듣는다던가, 스트리밍 사이트 혹은 미니홈피의 배경음악, 더 나아가 핸드폰 벨소리 등으로 사용되는 것이 위주이다 보니 이런 뮤지션 본인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퀄리티 적인 장점이 빛을 발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되어버린 것 같다.




일단 기존 곡들의 향상된 사운드 퀄리티는 재쳐두고 가장 기대가 되었던 건 역시 이번 앨범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2곡의 신곡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서태지는 다른 어떤 뮤지션들보다 새 앨범 발매시 '어떤 곡일까?'하는 궁금증이 큰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이번 앨범의 경우는 앞서 싱글 발매 방식을 통해 앨범의 성격이나 곡들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예전 앨범들보다는 궁금증이 덜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었고, 발매일 매장으로 달려가 구매한 따끈따끈한 신보에 수록된 2곡의 신곡 'Replica'와 '아침의 눈'을 들어볼 수 있었다. 'Replica'를 처음 들었던 느낌은 상당히 '가요'같다는 느낌이었다. 나쁜 뜻으로 가요같다는 것이 아니라(언제부턴가 가요 같다는 것이 나쁜 뜻으로 훨씬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무언가 약간은 서태지스럽지 않으면서 일반적이라고나 할까. 전반적인 진행이나 보컬이나 상당히 평범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좀 더 들어봐야 알일이고, 이 곡은 어디까지나 12곡이 수록된 정규 앨범 중 한 곡이니 이런 점을 감안해야 될 듯 하다.




'아침의 눈'은 그에 비해 훨씬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아, 그전에 음반 쇼핑몰들을 보니 수록곡들을 늘어놓고는 '아침의 눈'에 타이틀 곡이라고 표시를 해두었던데, 서태지의 정확한 의도를 듣지는 못했지만 일반적으로 싱글이 선행되고 음반이 발표되는 시스템에서 보았을 때, 정규 앨범을 통해 공개된 2곡 중 하나가 타이틀 곡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싱글을 통해 공개되었던 'MOAI'가 서태지의 여덟 번째 앨범에 타이틀 곡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싶다.

이 앨범을 여덟 번째 정규 앨범으로 보지 않고 또 하나의 싱글 앨범같이 보게 된다면 많은 아쉬움이 들 것 같다. 일단 새롭게 공개된 2곡의 신곡이 기존 발표되었던 싱글 곡들보다는 임팩트나 감흥이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한데(개인적으로), 이는 어쩌면 그럴 수 밖에는 없는 것이 이 정규 앨범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곡들은 첫 번째, 두 번째 싱글 공개 되었던 곡들일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12곡이 담긴 정규 앨범에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그리 나쁜 구성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MOAI'나 'Bermuda [Triangle]', 'Human Dream'같은 곡은 서태지답게 새로운 사운드와 감성을 엿볼 수 있었던 멋진 곡들이었으며, 'T'ikt'ak'과 'Coma'역시 3번과 6번 트랙으로서 손색이 없는 곡이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온전한 정규앨범으로 보더라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싱글에 수록되었던 B-Side 곡들까지 정규 앨범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이다. 이렇게 됨으로서 싱글 만의 가치는 패키지나 또 하나의 아이템으로서의 기능만을 갖게 되어버렸으며, 예전에 특히 거세었던 가격 논쟁으로 미뤄봤을 때 한 장의 음반을 3장으로 나누어 판매했다는 얘기를 들을 만한 빌미를 주게 되어버린 것 같다. 본래 싱글과 정규 앨범의 경우 싱글에 수록되었던 곡들이 정규 앨범에 그대로 수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B-Side곡들 마저 수록되면서 리믹스를 제외하면 신곡이 2곡 뿐이었다는 점은 분명 그를 공격하려고 만반에 준비를 하고 있는 안티팬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된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새로운 리믹스 버전 곡들을 수록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한 때 댄스음악에서 무분별하게 트랙 늘리기를 위해 진행되었던 작업들 때문에 '리믹스'라는 것에 대한 신뢰도가 심각하게 떨어져있기는 하지만, 서태지가 내놓는 리믹스라면 이런 우려를 갖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생각해서인지, 차라리 또 다른 편곡의 리믹스 곡들을 담았더라면(신곡을 담을 것이 아니었다면) 하는 팬으로서의 아쉬움이 남는다.




서태지의 오랜 팬된 입장에서 보았을 때 사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태지'여서 더 큰 질타를 받게 되는 일들이 분명 있었다. 안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그랬고, 팬 된 입장에서도 '서태지니까'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더 컸던 경우가 많았었다. 그것이 어쩌면 서태지라는 아티스트의 숙명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객관적인 시각으로 욕할 것은 욕하고 칭찬 할 것은 칭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러붙어서 좋다 나쁘다, 별로다 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다 관심과 유명세 때문일테니까.

여튼 분명 앞선 싱글들과 연관지었을 때 아쉬운 점이 있는 정규앨범이었다.
음악 자체로서는 '역시 서태지!'였지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것이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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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반전으로 일약 전 세계적 주목과 관심을 받게 된 감독이 있다. 'I See the Dead People'이라는 명대사와 함께 많은 관객들을 반전에 재미에 흠뻑 빠지게 했던 감독 바로 M. 나이트 샤말란이다. 1999년작인 <식스 센스>는 그에게 큰 주목과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기도 했지만 결국 일종의 독과 같은 작품이 되어버렸다. <식스 센스> 이후 그의 영화를 보는 대부분이 관객들은 '또 어떤 반전을 보여줄까?' '식스 센스보다는 훨씬 충격적인 반전을 들려주겠지'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이 후에 만든 작품들은 모두 다 어느 정도 평가절하 된 부분이 '분명히' 있으며 그 자체로 평가받지 못한 부분이 많든 적든 '분명히'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식스 센스>가 없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마치 록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에게 'Creep'이 없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 처럼. 이런 측면에서 보면 또 하나의 충격적인 반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1994)를 만들었던 브라이언 싱어는 참 영리한 감독이라고 해야겠다. 물론 샤말란과는 취향이 틀린 것도 있겠지만, 싱어는 바로 자신이 원하는 <엑스 맨>시리즈를 통해 이 '반전'이라는 꼬리표가 생기기도 전에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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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말란의 작품 들은 그렇게 모든 평가를 <식스 센스> 혹은 '반전'이라는 키워드와 묶어서 평가받곤 했다. 사실 따지고보면 작품 완성도에 따라 각각의 작품이 비교당하는 것도 억울한 마당에 단순히 반전 만을 가지고 '더 충격'과 '덜 충격'으로 나뉘는 평가는 분명 억울한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샤말란 영화 가운데 <식스 센스>가 가장 심심했다는 평가에서 기초한 '억울함'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겠다 ^^; 그렇게 <언브레이커블> <싸인> 등을 거쳐 2008년작 <해프닝>이 선을 보였다. 샤말란(동료들은 그를 '나이트'라고 부르지만 우리에겐 역시 '샤말란'이라는 어감이 주는 친숙도가 더하기 때문에 이 리뷰에서는 계속해서 '샤말란'으로 부르도록 하겠다)은 결코 반전에 중점을 두고 있는 작가가 아니다.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들이 그렇듯이 하나의 이야기와 결말을 두고 그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즉 서스펜스를 통해 인간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즐기는 작가다. <해프닝>은 극 초반에 아주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이 영화가 깜짝 놀랄 반전이나 충격으로 흐르지 않을 것임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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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선생님인 엘리엇 (마크 월버그)은 꿀벌들이 한 순간에 모두 사라진 이유에 대해 학생들에게 묻는데, 수업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 한 학생이 흥미로운 대답을 한다. '인간은 이해 못할 자연 현상이겠죠' 라고 답하자 엘리엇은 좋은 의견이라며 이를 받아 학생들에게 인간이 모든 자연현상에 대해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는 없다는걸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대사와 장면은 상당히 직접적이다. 샤말란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거대한 자연에 속하는 존재로서 인식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인간으로서 모두 이해하거나 알아낼 수는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자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라기 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을 수 있다'라는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매우 당연한 설정이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해프닝>은 매우 흥미로운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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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스릴러 영화에서 주인공은 처음에는 다른 주변 인물들처럼 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 마찬가지로 무지하지만, 점점 영화가 진행될 수록 비상한 두뇌와 '주인공다운' 모습으로 실마리를 풀어가며 종국에 가서는 이 사건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모두 꿰뚫게 되어 사건을 해결하곤 한다. <해프닝>의 주인공들도 처음에는 다른 스릴러 영화들의 주인공들처럼 자신만의 무기를 사용하여 이 현상을 풀어내려고 한다. 수학교사인 줄리안 (존 레귀자모)은 이런 캐릭터들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딱 떨어지는 정답이 존재하는 수학자에게 이해할 수 없고 풀 수 없는 현상이 닥치는 것 자체가 메시지이며 결국 다 막았다고 생각했지만 차 위 조그맣게 벌어진 틈을 막지 못해 목숨을 잃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리고 이 틈을 한참이나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장면만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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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공장의 굴뚝을 통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 장면 역시 상당히 의도적이다. 만약 좀 더 논리적이었다면 식물을 누구보다 아끼는 이 남자가 아무리 튼튼한 하우스 내에서 식물들을 기르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공장이 가까운 곳에 터를 잡았을리 만무하다. 이 장면 설정은 분명히 이 두 가지 대비되는 이미지를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부분이 크다.)


마크 월버그가 연기한 엘리엇 캐릭터도 흥미로운데, 앞선 수업시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벌어질 수 있음을 적극 인정한 그이지만, 정작 사건에 중심에 놓였을 때는 그도 줄리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무기를 꺼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논리적이고 실험적인 사고 방식으로 왜 이 일들이 주로 공원에서 시작되었는지 또한 대도시, 작은 도시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지 등을 마치 학문을 풀어가듯 군을 나누어 결론을 이끌어내게 된다. 얼핏보면 <해프닝> 역시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의 룰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엘리엇의 결정대로 자연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 소수로 나뉘어 이동하자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음에도 독성에 전염되지 않는 장면을 보여주며 어느 정도 이 문제를 해결할 만한 단서를 잡은 것처럼 잠시 극을 이끌지만, 엘리엇의 공식대로라면 혼자 들판을 거닐던 존스 부인은 죽음을 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존스 부인은 분노에 찬 상태였기 때문에 식물들이 공격적으로 반응했다는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사실이던 아니던 주인공인 엘리엇이 제시한 공식에서는 분명 벗어나는 일이다. 이처럼 영화는 결국 주인공이 만들어낸 공식대로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서두에 언급한 명제를 다시 한번 끄집어 관객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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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무슨 외계인이나 미지의 존재 혹은 누군가가 다 조작한 일이다 라는 식의 반전을 기대했기에(실제로 영화를 보면 외계인을 얼핏 연상시킬 만한 카메라 앵글이나 장치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인간에게 성난 자연이 자신들 만의 방식으로 인간에게 경고를 한 것이었다라는 영화의 결말이 허무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결말이 상당히 마음에 든 것은 물론 객관적으로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그런데 재미있는건 실제로 다른 영화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정작 배후에 외계인이 있었다 라는 식으로 마무리 해 버리면, '또 외계인이야'하면서 허무해하는 반응이 또 지배적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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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엘리엇 일행이 중반에 차를 얻어타게 되는 부부는 아예 대놓고 영화 중반에 정답을 얘기해 주는데, 이들을 영화가 그리는 방식은 상당히 의도적이다. 식물들을 마치 인간처럼 대하는 이 남자의 약간은 우스꽝스런 표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 엘마(조이 데샤넬)의 표현처럼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하기에 충분한데, 결국 정답을 이야기 한 것이 되는 인물을 이렇게 약간의 오해가 가능하도록 묘사한 것은, 관객들의 이러한 일반적 심리를 비판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중개인이 갈 곳을 이야기할 때 모든 사람들이 경청하는 장면을 연결지어 보여주는 것 역시 상당히 의도적인 부분이었다. 이처럼 영화는 마치 반전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영화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듯, 시작할 때 한 번 그리고 중반이 되기 전에 다시 대놓고 한 번, 결말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노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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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델 하우스 장면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유머러스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다른 감독이나 다른 장르의 영화였다면 단순히 웃고 넘어갔겠지만, 장르와 감독이 그러한지라 모델하우스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음에도, 혹시?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묘한 시퀀스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해프닝>에는 한 가지 다른 시퀀스와 한 가지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전자는 존스 부인이 등장하게 되는 시퀀스이고, 후자는 엘리엇과 알마의 가족의 탄생이야기다. 의문의 사건을 겪고 혼란스러워 하던 주인공들은 어느 외딴 집에서 홀로 사는 존스 부인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되는데, 존스 부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전체를 다 드러내도 극의 흐름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영화 속 또 하나의 다른 시퀀스라 할 수 있겠다.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홀로 오래살아온 듯한 존스 부인은 과도한 신경 과민 증세를 보이는데, 존스 부인의 등장 시퀀스만 보면 여느 공포 영화 못지 않은 긴장감과 공포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존스 부인 역할을 맡은 배티 버클리(Betty Buckley)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공포영화 <캐리>에도 출연했었고 최근에는 주로 TV시리즈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브로드웨이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 그의 출연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 임팩트 하나 만은 단연 최고 였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복도에 서서 '뭘 그렇게 숙덕거려'라고 말하는 장면은 압권. 참고로 그녀는 올 여름 HBO를 통해 제작되는 기대작 '퍼시픽 (The Pacific)'에도 출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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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숙덕거려? (I Hear You Whispering))


영화 속에 담긴 또 다른 이야기는 바로 부부 사이인 엘리엇과 엘마가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의 이야기다. 엘리엇과 엘마는 영화 초반부터 그리 좋지 않은 사이로 묘사가 되는데, 얼핏보면 이 둘이 부부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 둘의 간극은 멀게만 느껴진다(블루레이에 수록된 삭제장면을 보면 이 둘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다). 엘리엇과 엘마는 하나의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여기에 하나 추가되는 점은 줄리안의 딸인 '제스'가 이 둘과 함께 하게 된다는 점인데, 이 둘의 틀어진 관계를 봉합하는데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이 '해프닝' 외에 '제스'의 역할도 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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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의 마지막, 제스는 이 가족의 일원으로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인 줄리안을 간직한 채로 함께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엘마가 임신을 하게 되는 것을 보여주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통해 또 하나의 가족의 탄생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가족의 탄생 외에 엘리엇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도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는데, 중간중간 나이 답지 않은 행동들을 보여주며 미성숙함을 드러냈던 엘리엇은, 제스를 돌보면서 어른이 되어갔고 결국 아빠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비로소 성숙한 어른이 되는 과정 역시 이 영화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엘리엇의 어른스럽지 못해 알마와 겪는 불화 역시 삭제장면을 통해 좀 더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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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에 가장 정성을 들이고 있는 20세기 폭스사 답게 이번 <해프닝> 블루레이 메뉴 디자인은 깔끔한 한글화가 이루어져있다. 메뉴 디자인 자체는 굉장히 심플한 편이다.


Blu-ray : Pictures & Sound Quality


1080p 풀HD 영상과 MPEG-4 AVC 포맷을 지원하고 있는 화질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이 영화는 작품의 85% 가량을 로케이션 촬영을 했을 정도로 세트 촬영은 거의 없고 야외 촬영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약간의 아쉬운 점들도 수긍할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과감한 클로즈업 장면들이 많은 것도 화질 여부를 측정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


(아래 4장의 그림은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의 그림으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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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쨍한 화질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필름 그레인 현상이 발견되는 화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는 예전 영화같은 스타일을 선호하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바람에 들판이 일렁일 때도 잔상이 거의 남지 않으며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보다는 약간 뭉뚱그려지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크게 신경쓰거나 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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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ster 5.1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만든 영화음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효과음 보다는 영화 음악에 사용 빈도가 더 큰 영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사운드 측면에 강력한 임팩트가 있는 장면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스코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들이라 하겠다. 부가영상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샤말란과 제임스 뉴튼 하워드는 <식스 센스>이후 여러 작품을 함께 해오면서 단순한 영화음악 감독을 넘어서서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파트너급의 영향을 주고 받고 있기 때문에, 음악에서 기초된 아이디어들이 실제 영화의 분위기나 장면에도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HD급 화질의 영상과 충실한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는 서플먼트 역시 만족스러운 편이다. 일단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트리비아 트랙의 한글자막 지원과(드디어!) PIP로 제공되는 부가영상을 따로 감상할 수 있는 메뉴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일단 트리비아 트랙의 한글자막 수록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아마도 국내 발매된 블루레이 타이틀 가운데 최초가 아닌가 싶다(적어도 개인적으로 본 타이틀 가운데는 최초였다;). 지금까지 리뷰했던 타이틀 가운데 코멘터리부터 pip의 영상들까지 꼼꼼히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던 타이틀들도 모두들 트리비아 트랙에는 자막을 전혀 지원하지 않곤 했었는데 <해프닝> 블루레이는 드디어 이 기능에도 자막을 지원하고 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트리비아 트랙으로 설정을 하게 되면 여기에는 자막이 지원되지만 정작 본편의 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한 가지가 해결되니 또 다른 문제가. 한 번에 해결해주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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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부 타이틀의 경우 PIP를 통해 제공되는 부가영상들은 별도로 볼 수는 없고 단지 기능을 설정해 두었을 때만 작은 화면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 타이틀은 PIP로 제공되는 영상들은 별도로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도록 따로 메뉴가 마련되어 있어 훨씬 더 쉽고 빠르게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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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장면 촬영'에서는 보통 영화 같았으면 기차 내부 세트를 만들어서 촬영했을 장면을 실제 열차와 레일에서 촬영하게 된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다. 이것 만 봐도 그렇지만 샤말란은 상당히 고전적인 촬영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전작들에서는 가능한한 시대를 가늠할 수 없게 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50년 전의 이야기로 보이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는데, <해프닝>은 여기에서는 조금 벗어나는 작품이었지만 역시 그의 고전적인 취향은 여기저기서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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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조절'은 샤말란 감독의 최초의 R등급 영화라는 점을 주목한다. 처음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을 때만 해도 언제나 처럼 P-13 등급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R등급으로 만들었으면 한다는 영화사의 요청에 결국 본인 최초의 R등급 영화들 만들게 되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R등급' 다운 장면들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독성에 감염되어 스스로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들의 묘사에서 좀 더 잔인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은 영화의 주제와도 같은 '바람'에 대한 이야기,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와 영화 속에서 바람을 더 효과적으로 보이기 위해 어떤 장치들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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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숙덕거려'는 극 중 존스 부인의 대사로서 그녀가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과정과 존스 부인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역할을 맡은 배티 버클리의 인터뷰와 더불어 만나볼 수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배우답지 않게 오디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얼마나 이 작품에 정성과 열정을 갖고 임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NG 모음'은 말그대로 NG장면들을 담고 있는데, 마크 월버그와 샤말란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두 사람의 장난 치는 장면들이 거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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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장면'에서는 총 4가지 삭제된 시퀀스를 만나볼 수 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엘리엇과 알마가 다투는 장면이 확장판으로 담겨있어서 이 둘 간의 갈등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아이팟 동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동물원에서 사자가 공격하는 장면 역시 본편 보다는 좀 더 잔인한 장면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현관에서 소년들이 사고를 맞게 되는 장면 역시 잔인한 묘사가 추가된 확장판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역시 아이팟 동영상을 통해 전해지는 영상으로서 연주회 비디오가 추가되었는데, 이 장면은 확장판 개념이 아니라 새롭게 추가된 시퀀스로 삭제 장면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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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의 시각 : 제작과정' '나이트의 하루' '장면의 구성 요소' 등에서는 전반적인 제작과정과 인터뷰 영상들을 담고 있다. 이번 <해프닝>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들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저렇게 많이 웃는 감독이었던가? 하는 것이었다. 부가영상에 담긴 그의 인터뷰가 만약 1시간 분량이라면 거의 50분은 웃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것도 매우 해맑게!) 거의 인터뷰 내내 웃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해프닝>은 그가 본인의 작품임에도 관객의 입장에서 완전히 빠져들어서 볼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라고 인터뷰를 통해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게 촬영한 영화라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해맑게 웃으면서 에피소드나 장면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행복해질 정도니 말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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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샤말란이 연출한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그가 까메오로 등장하지 않는 작품인데, 재미있는건 모습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목소리로는 출연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엘마에게 전화하는 '조이(Joey)'의 목소리가 바로 샤말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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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의 마지막 제스가 학교갈 준비를 하면서 가방을 챙길 때 넣는 책은 다음 아닌 2010년 개봉예정으로 샤말란의 다음 작품인 'The Last Airbender' 이다. 참고로 버스 번호 역시 2010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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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해프닝>은 개봉 당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팬들 사이에서도 제법 호불호가 갈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혹자에게는 샤말란 영화를 앞으로 보지 않겠다고 결심할 정도의 실망을 안겨준 졸작이기도 했고, 또 다른 이에게는 '역시 샤말란!' 하며 그에게 더 흠뻑 빠지게 된 수작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싸인>과 더불어 또 한 번 샤말란의 스토리텔링과 과정을 그리는 재주에 만족했던 작품이었다.



작 품
화 질
음 질
스페셜 피쳐
소장가치
8
8
8
8
8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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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步いても 步いても, Still Walking, 2008)
진리를 다루는 방법


고레에다 히로카즈. 한 때는 일본 영화 감독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이를 꼽으라면 볼 것도 없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등을 연출한 이누도 잇신을 꼽곤 했었는데, 어느 새 부턴가 마치 그의 작품들처럼 조금씩 조금씩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 가장 좋아하는 일본 감독 대열에 은근히 자리하고 있는 감독이 바로 그가 아닐까 싶다. <원더풀 라이프>나 <환상의 빛> 같은 작품들은 나중에야 챙겨본 경우고 리얼타임으로 본 영화라면 <아무도 모른다> <하나> 등이 있었다. 그의 작품들은 참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무언가 형용하기 어려운 공기로 가득차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번 작품 <걸어도 걸어도>는 이미 영화제를 통해 접한 지인들의 극찬들을 재쳐두더라도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기대작이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감독이나 출연 배우 정도의 정보 이상은 얻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에 포스터를 보고 미뤄 짐작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걸어도 걸어도'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메시지와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포스터는, 가족 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고레에다 히로카즈 만의 방식으로 또 조용히 풀어가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는 훨씬 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훨씬 더 깊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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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박 2일 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같은 공간에 모이게 된 (넓은 의미의) 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래전 소년을 구하려다가 먼저 목숨을 잃게 된 장남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요코하마에 위치한 부모님 집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이게 되는데, 집을 떠난 료타(아베 히로시)는 남편과 사별하여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여자와 결혼하였고, 출가했던 딸은 다시금 친정으로 돌아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준페이의 기일을 맞아 모이게 된 이들의 모습에서는 조금 특수한 상황은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새롭거나 한 설정들이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만나볼 수 있는 가족들 간의 미묘한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료타는 형인 준페이에게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는데, 집안의 모든 관심과 기대를 받던 형과는 달리 지금은 사별한 경험이 있는 여자와 함께 살고 있고 변변한 직업도 없는터라 가족들과의 만남이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다. 딸인 지나미(유) 역시 여러가지 일들 때문에 다시금 친정집으로 가족이 들어와 살려고 하지만 이를 두고 어머니와의 미묘한 갈등 때문에 역시 그리 편하기만한 만남은 아니다. 부모 역시 자식들에게 못 마땅한 점을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1박 2일은 분명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모두들 불편함을 마음 한 구석에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그리 짧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어머니(키키 키린)는 시종일관 푸근하게 웃는 얼굴로 자식들을 대하지만 툭툭 던지는 유머 섞인 말들엔 자식들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담겨져있으며, 비교적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아버지(하라다 요시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겠다. 료타는 자신이 어린 시절 저지른 사소한 일들마저 아버지가 형 준페이가 저지른 일들로 생각하고 있는 것에 다시 한번 컴플렉스를 실감하게 되고, 그저 성격 좋게만 보였던 료타의 안내 역시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결국 무의식적으로 가족 외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속상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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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료타와 결혼한 아내의 아들인 아츠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아츠시는 따지고보면 이 가족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는(료타와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있다. 친척 관계인 다른 두 아이들과도 어느 정도 거리가 느껴지고, 시종일관 이 가족에게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츠시의 엄마는 성인으로서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이 가족에 물들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순수한 아이인 아츠시에게는 이 거리가 있는 그대로 느껴질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걸어도 걸어도>의 영화적 공간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거의 모든 영화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소비하고 있고 집 밖을 나서서 진행되는 장면 역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한정적 공간일 뿐이다. 공간을 한정적으로 제한한 것은 아무래도 다른 부가적 요소가 아니라 가족 본연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었음은 물론, 부모가 오래 살아왔고 가족들이 예전에 다 함께 살았었던 공간이라는 특수한 측면에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설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집 곳곳에는 끊어져 있는 가족들을 이어줄 추억들과 이야기 거리들이 녹아있는 장소들이 여기저기 있으며, 이런 소소한 거리들로 인해 이 '가족'은 자신들의 가족으로서의 고리를 새삼 깨우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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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은 바다가 멀리 보이는 찻길까지 산책을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영화 중반 이후에 이 길은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자가 함께 하는 길로 다시 등장한다. 료타의 가족이 오르던 가파른 계단 길은 3부자가 바닷가로 가는 길에도 등장하며 마지막에 자식들이 모두 떠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부모의 여정에도 다시 등장한다. 또한 한정된 공간은 같은 인물들이 다른 상황에서 혹은 다른 인물들이 같은 공간에서 겪게 되는 것으로 자주 반복된다. 이 영화에서 반복과 함께 쓰이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설정은 바로 일종의 '타이밍'이다.

반복되는 설정이 조금은 은유적이라면 이 타이밍적인 설정은 매우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옥수수 튀김은 바로 먹어야만 맛이 있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쓰이고 있고, 어머니가 계속 생각해내려던 스모 선수의 이름이 어머니와 헤어지고 나서야 떠오른 것 역시 이런 엇갈림을 의미하고 있으며, 고치겠다고 한 타일을 결국 고치지 않은 것도 태워주겠다던 차를 한 번도 못 태워 준 것도 결국 이 '타이밍'과 '엇갈림'인데 이 것은 곧 이 영화에 가장 큰 정서인 '후회'와도 결부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은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특히 어머니의 대사 중 절반 가까이는 실제 감독의 어머니가 했던 말들이라고 한다. 극 중 등장하는 엔카 '걸어도 걸어도' 역시 감독의 어머니가 자주 불렀던 곡이었다고), 그래서인지 이 작품엔 감독 자신이 부모에게 다 하지 못한 '후회'에 대한 측면이 아주 강하게 녹아있다.

여기서 후회란 단순히 '아쉽다'가 아니라 '자책'의 의미가 더 깊다 하겠는데, 아들차를 타고 쇼핑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어머니의 말에 언제든 하면 되지 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결국 단 한번도 그러지 못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바로 연결하여 보여주고, 그와는 정반대로 SUV를 권하던 매부의 제안에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묘지를 내려오며 떡하니 SUV에 승차하는 료타 가족의 모습은 이 후회를 더 자책에 가까운 것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 내내 별로 직접적인 묘사를 하지 않다가 료타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자 부모는 '올해 설에나 보겠군' 하고 말하는 반면 아들은 '올해 설에는 안와도 되겠네'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다시 한 번 이 '후회'와 '자책'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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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세트 적인 측면이나 영화 적인 장치들에 대한 것들도 매우 흥미로운 영화가 아닐 수 없겠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인물들의 동선을 살펴보는 재미나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어떻게 서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접근 하는 것도 물론 흥미롭지만, 의미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부모님 계실 때 잘해라' 라는 너무 진부한 명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매우 인상적인 텍스트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항상 죽음과 죽음 이후에 대해 이야기해왔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이런 연장선에서 볼 수 있겠지만 어찌보면 죽음 이후를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후회'라는 정서가 내면 깊이 깔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걸어도 걸어도>는 굉장히 직접적이기도 한 작품으로 볼 수 있겠다.

<걸어도 걸어도>를 보면서 앞선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 때문에 깊은 인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는 후회할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라는 결심만 하게 되어도 이 영화는 충분히 의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여운이 오래 남는 것은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의 나의 역할에 대한 반성은 물론, 무엇보다 '나중에 하면 되겠지'가 결국 실현될 수 없음을 가슴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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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ontiti의 음악은 이번에도 정말 좋네요. 정말 좋습니다.

2. 전 오프닝에 할아버지가 산책하는 장면이 왠지 울컥했어요. 그 거리거리, 골목골목과 음악이 왜 이리 울컥한지 ㅠ

3. 키키 키린의 연기는 정말 훌륭하더군요.

4. 흔히 장르를 분류할 때 '드라마'라고 많이들 쓰는데, 이 영화야 말로 진정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5. 형인 준페이의 물건들 가운데 'Joy Division'의 커다란 판넬이 있는걸 보고 혼자 속으로 '형이 음악 좀 들었는데?'하고
    생각하기도 ㅎㅎ

6. 이 영화 역시 무언가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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