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로게이트 (Surrogates, 2009)
브루스 윌리스도 못살린 심심한 SF

반신반의하며 <써로게이트>를 보게 된 첫 번째 이유는 그래도 '브루스 윌리스'인데 하는 것과, <터미네이터 3>를 연출한 조나단 모스토우의 SF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라 할 수 있겠는데, 많은 이들이 혹평을 퍼부으며 시리즈 최악의 작품으로 꼽히곤 하는 <터미네이터 3>의 엔딩을 나름 좋아하는 편이라 조나단 모스토우라서 크게 불안한 점은 없었다(불안한 점이 없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러 갈 때 조나단 모스토우에게 알렉스 프로야스 급을 기대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그 만큼 기대치를 낮췄다는 얘긴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써로게이트>는 이렇다할 새로울 것도 없고 임팩트가 부족하여 88분 밖에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도 길게만 느껴졌던 그럭저럭 SF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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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써로게이트'의 존재와 정확히 같은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새로운 설정이라고 보긴 어려운, SF영화팬들이라면 제법 익숙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공각기동대>의 '전뇌'를  연상시키는 설정인데, 로봇도 아니고 인조인간도 아니고 마네킹에 가까운 로봇의 기체(혹은 인체)를 주인인 인간이 방안에 누워 분신처럼 조종하는, 아니 조종을 넘어서서 이 '써로게이트'가 곧 그 사람이 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설정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더라도 분명 흥미로운 설정인 것도 사실인데, 조나단 모스토우는 정말 웃음기를 싹뺀 (단 한 장면도 웃음을 유도한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 SF 암울 스릴러를 만들려고 했으나, 스릴러 다운 긴장감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긴박감은 많이 부족했고, 브루스 윌리스 역시 액션도 약하고 추리도 약한 심심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우울한 SF를 좋아하는터라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기본 줄거리를 파악한 뒤에는 조금 기대를 하기도 했었는데, 몇몇 설정들은 조금 유아스러움마저 느껴졌다. 특히 써로게이트를 반대하는 인간들의 무리를 이끄는 예언자(빙 라메즈) 캐릭터 묘사의 경우, 너무 원초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의 모습이라 아쉬웠는데 흑인에 레게머리, 커다란 목걸이 등의 묘사는 차라리 그냥 양복 입은 회사원으로 설정하는 것보다도 수준 낮은 캐릭터 설정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의 몰입도가 부족하다면 캐릭터라도 살아나야 하는데, 아무리 브루스 윌리스가 찰랑찰랑 머리를 날리며 연기해도 뭐 이렇다할 만한 인상을 주기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다. 브루스 윌리스 출연작들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재미를 주는 경우와 기대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이미지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써로게이트>는 전자라 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브루스 윌리스'가 보일 뿐이지 극 중 캐릭터인 '그리어'는 이름도 기억 못할 정도로 거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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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몇몇 장면에서는 여기서 이렇게 했으면 더 좋겠다 라고 생각되는 설정들이 많았었는데,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할 망정 그마저도 보여주지 않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쉬웠다(이 영화는 분명 더 좋아질 만한 여지가 있다. 알렉스 프로야스가 맡았다면 좀 더 좋았을 듯 한데 아쉽다). 아예 SF액션으로 가서 <아이, 로봇>처럼 브루스 윌리스 형님이 써로게이트들과 벌이는 화끈한 액션을 선보였다거나, 아니면 더 우울한 SF스릴러로 가서 <12 몽키스>같은 분위기를 냈다면 좋았을 텐데 그 중간 지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영화의 모습이 너무 역력하게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매번 영화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거지만,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바에야 욕을 시원하게 먹더라도 화끈하게 갈 때까지 가보는 영화들이 훨씬 더 나을 듯 싶다.


1. 제임스 크롬웰은 <아이, 로봇>에 이어 또 '**의 아버지'로 등장하는군요. <써로게이트>에서의 컨셉은 '병주고 약주고' 같더군요 ^^;
2. 왜 저는 여자주인공을 맡은 라다 미첼을 보면서 계속 '나타냐'라는 이름이 떠올랐던 걸까요 -_-;;
3. 그렇게 과학이 첨단으로 발달한 세계인데도, 다들 써로게이트로 활동해서인지 아무리 차 사고가 나도, 그 어떤 좋은 차도 에어백 한 번 터지는 차가 없더군요.
4. 국내에는 브루스 윌리스 = SF = 액션 = 추석대작 등으로 홍보한 듯 한데, 거의 액션이 없습니다. 액션 영화는 분명 아니에요.
5. 영등포 타임스퀘어 THX인증관에서 관람하였는데 THX 트레일러는 역시나 감동이었습니다. 예전 명보극장에서 보고 몇 년만에 보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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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상영전 예고편으로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예고편을 볼 수 있었는데 온 몸에 소름돋았습니다 ㅠㅠ
7. 혹시 10월2일 영등포 CGV THX관에서 보신 분 계신가요. 화질이 너무 안좋더군요. 처음에는 의도적인 화질인가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끝까지 않좋은 화질이더군요. 분명 프린트나 상영에 문제인 것 같은데, 뭐랄까 마치 디빅 파일을 HDTV에서 TV아웃으로 보는듯한 화질이었습니다. 자막도 예전 느낌 물씬나는 흐릿한 느낌이었고, 전체적으로 뿌옇고 너무 좋지 않은 화질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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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되면 극장을 찾아 보고 싶던 영화를 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가끔씩 TV에서 방영해주는 특선 영화들이 더욱 반가울 때가 있는데, 이번 추석 역시 많지는 않지만 몇 작품 다시 보고 싶은 작품들이 있어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연휴가 주말과 겹친터라 평소 명절 때보다는 라인업이 많이 줄고 눈에 확 띄는 작품들의 수도 적긴 하지만, 몇몇 작품은 이미 극장에서 보신 분들은 물론 아직 감상 전이신 분들께는 꼭 추천하고픈 작품들이 안방극장을 통해 방영될 예정입니다. IPTV가 많이 보급된 탓에 예전 같이 메가톤급 신작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며, 언제부턴가 명절에도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진 성룡 형님의 영화가 이번 추석 역시 보이지 않는 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운 점이네요.

10월 1일 (목)
좋지 아니한가  00:35 (KBS2)
쏜다  00:25(MBC)

나는 전설이다 - 22:00 (OCN)
매트릭스 2 - 02 :00 (OCN)
궁녀 - 11:00 (CGV)
영화는 영화다 - 00:00 (CGV)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하루 전날 밤인 오늘 밤, 공중파에서는 두 작품을 방영하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역시 <좋지 아니한가>입니다. 제목 만큼이나 독특한 감성의 작품이며, 최근 드라마 '스타일'에서 엣지있는(아..이말 제일 싫어하는데 -_-;;) 캐릭터로 등장하는 김혜수의 전혀 상반되는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으며, 황보라, 천호진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독특한 시트콤들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아마 좋아하실 것 같아요.


10월 2일 (금)

사랑하니깐 괜찮아 - 02:00 (KBS1)
올드미스 다이어리 - 극장판 00:00(KBS2)
최강 로맨스 - 00:50 (MBC)
브루스 올 마이티 - 24:10 (EBS)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13:00 (OCN)
트럭 - 00:00 (OCN)
아이스 에이지 2 - 09:00(CGV)
미션 임파서블 3 - 17:20 (CGV)

2009 서태지 ETP 페스티벌 - 24:35 (SBS)

TV 무비 선덕여왕 - 21:55 (MBC)

사실 둘 째날 방영작 가운데 개인적으로 적극 추천할 만한 작품은 없네요;; 아, 짐 캐리 주연의 <브루스 올 마이티>를 아직 못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짐 캐리 영화는 어쨋든 기대하는 바가 분명하니까요 ^^;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해리포터와 미션 임파서블은 첫 방영이 아니기에 큰 의미가 없을 듯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밤 늦은 시간에 SBS에서 방영하는 '2009 서태지 ETP 페스티벌'과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 '선덕여왕 특별판'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서태지의 팬분들과 선덕여왕 애청자 분들께서는 놓칠 수 없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10월 3일 (토)
울학교 이티 - 22:15 (KBS2)
적벽대전 1 - 11:10 (MBC)
바르게 살자 - 00:30 (SBS)
마강호텔 - 01:45 (MBC)
주만지 - 10:00 (EBS)
와호장룡 - 23:00 (EBS)

판타스틱 4 - 11:00 (OCN)
캐리비안의 해적 3 - 02:30 (OCN)
프리즌 브레이크 4 - 10:00~ (슈퍼액션)
스파이더맨 3 - 10:00 (CGV)
다이하드 4.0 - 14:40 (CGV)


이번 추석 연휴 방영작 중에 그대로 눈길이 가는 작품은 바로 <적벽대전 1,2>라고 할 수 있을텐데, 최근 블루레이로 출시되기도 했던 이 작품을 제법 빠르게 안방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군요. HD로 볼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됩니다! <울학교 이티>는 개봉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과속 스캔들>이후 박보영의 출연작으로 오히려 뒤늦게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 보영양의 팬들께서는 아마도 주목하지 않으실까 생각됩니다 ^^; <와호장룡>도 블루레이 구입을 아직 못한 상태인데, 이번에 HD로 방영해준다면 꼭 보고 싶네요(와호장룡과 경쟁해야겠군요!)


10월 4일 (일)

테이큰 - 23:45 (KBS2)
적벽대전 2 - 22:35 (MBC)
워낭소리 - 23:10 (SBS)
즐거운 인생 - 24:40 (
SBS)
마스크 오브 조로 - 22:50 (
EBS)

본얼티메이텀 - 15:20 (OCN)
미인도 - 22:00 (OCN)
히어로즈 시즌 3 - 10:00~(슈퍼액션)
공공의 적 2 - 12:00 (CGV)
인사동 스캔들 - 14:40 (CGV)
아포칼립토 - 22:00 (CGV)


연휴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가장 많이 기대작이 몰린 것 같습니다. 이번 추석연휴 공중파 방영작 가운데 가장 추천할 만한 액션영화인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과 독립영화의 붐을 이끌었던 <워낭소리>가 각각 방영될 예정입니다. <워낭소리>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보시게 될 것 같구요, <테이큰>같은 경우도 극장에서 재미있게 관람했던 분들은 물론, 아깝게 관람하지 못했던 분들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이번 추석 연휴 단 한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테이큰>입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자유! 아니 프리~ (Freedom)!

 

어떤 배우에 대해 이야기할 , 가장 번째로 떠오르는 작품이 있기 마련인데 개개인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깁슨의 경우는 아마도 작품 브레이브 하트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중학교 극장에서 브레이브 하트 감동이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어서 당시 극장의 시스템을 이용해 (지정 좌석제가 아니라서 영화 편을 보고 극장 내에 남아있으면 있었다) 자리에서 이상 관람했던 기억이 있을 정도다. 사실 어린 마음에 보았던 브레이브 하트 잘은 몰라도 그냥 눈물이 나는 감동적인 영화였던 것이 사실이다(중학생이 자유 의미에 대해 얼마나 깊게 공감할 있었겠나). 그래도 항상 마음 속에는 어른이 되어서도 명작으로 자유라는 것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되던 작품을, 블루레이 출시를 앞두고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알려졌다시피 작품은 동안 배우로서 더욱 유명했던 깁슨에게 감독으로 아카데미를 안겨준 작품이며 (작품상과 촬영, 분장, 음향편집까지 5 부문을 수상하였다), 동안 러브등으로 많은 남학생들의 책받침 주인공이 되었던 소피 마르소의 영어권 영화의 데뷔 작이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전설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를 주인공으로 13세기 잉글랜드 국왕 섕크가 지배하던 스코틀랜드의 이야기를 서사시로 엮은 작품은, 말한 것처럼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실제 역사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를 가진 펙션(Faction)’ 가까운 작품이라고 있을 것이다.





실제 역사 인물들의 설정이나 전투에 관한 장면들의 경우, 영화로 가져오면서 극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조금씩 변형이 되었는데, 역사적 사실과 내용들을 하나하나 비교해 가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따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듯싶다. 하지만 깁슨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윌리엄 월레스 일생이라기 보다는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윌리엄 월레스와 그가 이루려던 자유라는 것이 (우리가 현재 나도 모르게 누리고 있는 자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번쯤 생각하게 되는 영화라는 점에서 브레이브 하트 명작이라고 있겠다.





사실 아무리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영화의 마지막 윌리엄 월레스의 자유 (Freedom)’라는 외침이 얼마나 다시금 감동을 일으킬지 반신반의했던 것도 있었다. 왜냐하면 영화의 마지막 월레스의 외침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어린 마음에도 대단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같은 강한 인상을 ( 알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다시 느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반신반의 했음에도 다시 브레이브 하트’, 그리고 프리덤 외치는 순간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의 모든 감정과 메시지를 마디에 담아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영화사에 남을 정말 엄청난 마디의 대사였다. 리뷰를 읽는 이들 가운데서도 과연 이런 감정을 느낄 있을까?’하고 생각할 있을 텐데, 장담 하던데 그런 끓는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낄 있는 것은 물론, 어쩌면 예전에는 몰랐던 자유라는 의미에 대해 깊게 공감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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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폭스의 타이틀답게 메뉴의 한글화가 이루어져 있다.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투박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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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p HD 화질은 작품의 제작연도를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화질이지만, 복원된 수준급의 화질을 원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감상에 지장을 준다거나 차세대에 걸맞지 않은 화질 정도는 아니지만, 최신작들의 화질과 비교하자면 노이즈가 조금 발견된다거나 같이 쨍한 선예도는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개인 취향에 따라 조금 선호도의 차이가 있을 하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만족할 만한 화질을 보여주지만, 대규모가 동원된 전투 장면 같은 경우에는 명이 뚜렷하게 구분될 정도의 화질은 아니라고 있겠다. 참고로 북미에서 출시된 사파이어 에디션 (Sapphire Edition)’과는 다른 판본으로서 버전과 화질을 스크린 샷을 통해 1:1 비교해 보았을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있었다(사파이어 에디션이 조금 나은 화질을 보여주었다).

 

Blu-ray : Sound Quality

 

돌비 True-HD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강약 조절은 물론 작은 소리들도 놓치지 않고 있는 블루레이에 맞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좋은 사운드란 단순히 크고 임팩트가 강한 보다는 장면이 갖고 있는 소리 정보를 모두 100% 구현해 내는 경우를 말할 있을 텐데, 평원에서 영국군과 맞서 싸우는 장면의 경우 활이 발사될 나는 소리와 방패와 사람들에게 꽂히는 소리 그리고 검을 기사들이 말을 집이 안장과 다리에 부딪히는 소리까지 모두 표현해 내고 있다. 물론 우퍼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말들이 달려오는 소리와 하워드 쇼어의 음악도 뭉뚱그려짐 없이 훌륭하게 전달되고 있다. 특히 달려오던 말들과 월레스 군대가 처음 만났을 나는 울음 소리들과 둔탁한 효과음들은 절로 볼륨 버튼을 줄일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월레스가 산을 넘을 흐르는 스코틀랜드 전통악기로 연주되는 메인 테마 역시 인상적이며,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터져 나오는 코러스와 현악기 위주의 사운드트랙은 마치 멀티채널의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들로 공간이 둥글게 감싸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에 반해 센터 스피커를 통해 주로 전달되는 대사의 경우는 아주 뚜렷하다는 느낌은 주지 못한다.

 

Blu-ray : Special Features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브레이브 하트블루레이의 번째 디스크에는 깁슨 감독의 음성해설과 스코틀랜드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라는 제목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깁슨 단독으로 진행되는 음성해설에서는 제작과정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있다. 혼자 진행하는 음성해설이라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존의 음성해설들 보다는 그리 정보량도 많지 않고( 코멘터리 없이 편의 사운드가 그대로 진행되는 시간들이 상당히 편이다)짤막하게 전하는 편이라서 재미 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음성해설인 편이다. 






스코틀랜드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 pip형식으로 수록되었는데, 기존 pip 형식으로 제공되는 정보들이 종종 메뉴 언어의 한글화나 자막이 지원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조금 보기 불편한 폰트이기는 하지만 메뉴 언어까지 한글화 되어 제공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점이다(하지만 pip 영상이 수록되지 않은 일반 재생 시에는 편의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자막 변경 없이 계속 관람할 없다는 점은 조금 불편한 점이다).

하나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유니버설 타이틀의 pip 메뉴처럼, 장면마다 pip 수록여부를 확인할 있는 네비게이션 메뉴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영화 편의 흐름을 따라가며 장면이 발생한 실제 장소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와 관련 역사적 사실 등에 대한 코멘터리 등도 확인할 있고, 중간중간 직접 선택을 통해 정보를 얻을 있는 메뉴도 제공된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촬영이나 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실제 역사 이야기들에 관한 정보들이 담겨 있어, 당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역사와 역사 인물들의 관계들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들을 잔뜩 만나볼 있다.






2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모두 DVD 출시되었던 Definitive Edition 스페셜 피쳐와 동일한 내용이 담겨있다. 사실 새로운 부가영상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운 점이라고 있을 텐데, ‘신화가 윌리엄 월레스 이야기 일부분을 제외하면 DVD 동일한 SD 화질로 수록이 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브레이브 하트 DE DVD 접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가지만 설명해보자면, ‘신화가 윌리엄 월레스 이야기에서는 월레스가 진정한 브레이브 하트였는지, 아니면 야만인이었는지에 대한 논쟁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전설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각본가와의 밀착 대화에서는 각본을 랜달 월레스의 인터뷰를 주로 담고 있는데, 처음부터 윌리엄 월레스와 스코틀랜드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나서야 자신의 뿌리가 되는 역사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스코틀랜드를 찾게 되었고, 윌리엄 웰레스의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있고, 처음 깁슨을 만나 작품의 함께 하기로 결심하게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또한 영화에 사용된 대사 대본을 바탕으로, 이를 쓰게 의도 혹은 그럴 밖에는 없었던 상황이, 마치 코멘터리를 듣는 수준의 정보량으로 수록되었다.





[총평] 깁슨의 브레이브 하트 누가 뭐래도 많은 영화 팬들의 뇌리 속에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윌리엄 월레스가 목놓아 외치는 자유의 울부짖음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가슴 속에 울리고 있다는 것을 이번 타이틀을 통해 새삼 확인할 있었다. 블루레이로서는 북미에서 출시된 사파이어 에디션의 유혹을 단호하게 거절하기엔 조금 아쉬움이 남는 타이틀이었다.


글 I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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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
Inglourious Basterds, 2009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브래드 피트, 멜라니 로랑, 크리스토프 왈츠, 다이앤 크루거, 틸 슈바이거, 다니엘 브륄

타란티노가 만든 2차 세계대전 영화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 (국내 개봉제목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가 10월 29일 개봉될 예정입니다. 타란티노가 2차 세계대전 영화를 만든 다는 소식, 그리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기대를 가졌던 영화였는데, 미국 개봉당시 평론가들의 평들을 살펴보니 이거 호평도 이런 호평들이 없군요! '<펄프 픽션>이후 타란티노 최고의 작품'이라던가 '2009년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까지 호평들 뿐이군요. 굳이 하나 호평아닌 것을 골라본 것이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지만 진정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거부하기 힘들 것'일 정도네요. 생각보다 폭력적이고 거친 영화일 듯도 싶은데 그것보다는 2차 세계대전과 타란티노의 접점이 더욱 기대됩니다. 약 한 달 정도 꼬박 기다리면 확인할 수 있겠네요.





나인
Nine, 2009

감독 : 롭 마샬
출연 : 다니엘 데이-루이스, 마리온 꼬띨라르, 페넬로페 크루즈, 니콜 키드먼, 주디 덴치, 케이트 허드슨, 소피아 로렌, 스테이시 퍼거슨(퍼기)

저 출연진을 보고도 이 작품을 기대하지 않는 영화팬이 있을까요? 전 아마 저 중에 아무나 둘 만 나와도 기대했을 듯 합니다(퍼기는 아직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우선 반가운 점은 이 영화가 바로 뮤지컬 영화라는 점이죠! <시카고>를 연출했던 롭 마샬 감독이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꺼내놓은 뮤지컬 카드인데, <시카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여성들이 위주가 되는 드라마인것 같습니다. 배우진은 화려하지만 저 중에서 블랙 아이드 피스 출신인 스테이시 퍼거슨을 제외하면 노래 실력이 검증된 배우는 거의 없다는 점도 이 영화를 기대 혹은 걱정하게 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참고로 <라비 앙 로즈>의 마리온 꼬띨라르와 <귀향>의 페넬로페 크루즈 모두 립싱크였죠. 이 정도 립싱크는 경지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마도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노래도 무섭도록 잘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무섭도록요 ㅎ). 여튼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몹시도 흥분되는 영화 <나인>이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 상영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네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2009

감독 : 스파이크 존즈
출연 : 맥스 레커즈, 캐서린 키너, 마크 러팔로, 포레스트 휘태커, 제임스 겐돌피니

개봉 전부터 보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귀엽고 신비스런 포스터와 스틸컷들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스파이크 존즈는 예전부터 bjork, R.E.M등의 뮤직비디오로 인기를 끌었으며, <어댑테이션> <존 말코비치 되기>등 인상적인 영화들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한데, 이번 작품 역시 얼핏봐도 범상치 않은 작품인듯 합니다. 이 작품은 모리스 샌닥이 1963년에 출간한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 역시 당시에는 파격적인 (일반적인 동화에 비해서)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네요. 전작들에서 알 수 있듯이 '상상력'하나 만큼은 기발한 작가인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을 맡았음으로, 동화 속 이미지가 어떻게 스크린에 투영될지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북미에서는 아이맥스 포맷으로 개봉을 하였는데, 국내에는 아직 구체적인 개봉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더 로드
The Road, 2009

감독 : 존 힐코트
출연 : 비고 모텐슨,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로버트 듀발

원작이 된 퓰리처상 수상한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는 워낙에 유명해서 사실 책이 한 참 인기를 끌 때 쯤 볼까 말까를 엄청나게 고민했었는데, 이 영화 때문에 끝까지 참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특히나 인기소설인 경우) 영화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만족보다는 아쉬운 점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영화로 먼저 비교대상없이 접하고 싶어서 이날까지 기다렸던 작품입니다. 언제부터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믿음을 주기 시작한 비고 모텐슨(<히달고>는 좀 그랬지만요;; 크로넨버그와 함께한 두 작품은 정말 최고였죠!)도 기대되지만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가이 피어스의 모습과 연기가 더 궁금해지네요. 감독인 존 힐코트는 2005년 가이 피어스와 <프로퍼지션>이라는 영화를 함께 했었는데 하나 뿐인 연출작인 이 영화를 보지 못한 것이 딱 하나의 걱정거리일 것 같네요.





휴먼 팩터
Invictus (The Human Factor, 2009)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모건 프리먼, 맷 데이먼

동림 선생님의 신작입니다! 무엇을 더 형용하겠느냐만은 조금만 이야기해보면, 1994년 남아공에서 있었던 럭비 월드컵 개최를 배경으로 인종갈등을 해결하려는 넬슨 만델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얼핏 시놉시스를 보면 이 영화는 너무도 진부한 소재들로 이루어져있는 듯도 합니다. 인종갈등과 스포츠 영화. 권투 선수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아무도 스포츠 영화로 기억하지 않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처럼, 럭비월드컵 경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마 이 영화도 스포츠 영화는 아닐 듯 싶습니다. 샛 노란 머리의 맷 데이먼이 살짝 어색하기도 한데 이스트우드의 연출 속에 또 한번 멋진 연기를 펼치리라 의심치 않으며, 왠지 넬슨 만델라 역할을 언젠가 했던 것으로 착각마저 드는(했었나요?) 모건 프리먼의 연기도 기대됩니다. 북미 기준으로 12월 11일 개봉예정이며 국내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마도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네요.





살인자들의 섬
Shutter Island, 2009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 벤 킹슬리, 막스 본 시도우, 미쉘 윌리엄스, 잭키 얼 헤일리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한 신작 <살인자들의 섬> 역시 기대작입니다(하반기 인줄 알고 넣었는데, 북미개봉 예정일도 내년 2월이네요 -_-;;). 데니스 르헤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서 <디파티드>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 <샤인 어 라이트>를 빼면 약 3~4년만에 만나는 스콜세지의 신작입니다. 전기영화나 리메이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오랜만에 미스테리 스릴러와 드라마로 선보이는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기대되며, 이제는 연기 잘 한다는 칭찬이 거추장스럽기까지한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물론 기대되는 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쉘 윌리엄스의 출연이 몹시도 반갑고, 마크 러팔로도 좋아하는 배우라 기대가 되네요. 국내에도 내년 초에나 만나볼 수 있을 듯 하니 조금 편하게 기다려도 될 것 같네요.





공기인형
空気人形, 2009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배두나, 오다기리 죠

최근 <걸어도 걸어도>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공기인형>도 올 하반기 개봉될 예정입니다. 이번 부산영화제제서 상영될 예정이기도 한데, 아직 정식개봉일은 잡혀있지 않지만 올해 한에 개봉될 수 있기를 일단 기원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도 동림 선생님의 작품처럼 약간 무조건 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네요. 멜로 판타지라는 장르가 자칫하면 상당히 유치하게 흐를 수 있는 위험(?)한 장르인데, 이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이 어떻게 이뤄지질지가 무척이나 기대가 되네요. 거기에다가 배두나와 오다기리 죠가 함께 연기한다고 하니 이 역시도 기대되구요. 배두나의 경우 이미 일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를 통해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독특한 소재의 이번 영화에서도 동년배 여배우들에게는 없는 배두나 만의 독특함이 잘 살아날지 기대해 봅니다.





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 2009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샬롯 갱스부르, 윌렘 데포

올해 칸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 역시, '어쨋든' 기대작입니다. 칸 영화제를 통한 반응은 혹평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라스 폰 트리에야 어차피 극과 극을 오가는 감독이니 호평이든 혹평이든 큰 상관은 없을 듯 하네요. 공개된 포스터나 예고편만 보아도 이 영화가 얼마나 '불편한' 영화일지 조금이나마 예상이 되는데, 알려진바로는 국내 수입사인 마스엔터테인먼트에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을 취소'하는 것으로 수입을 했다고 하네요. 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겠죠. 그런데 이 수입한 버전 역시 오리지널이 아니라 강도가 낮은 클린 버전이라고 합니다. 사실 불편한 영화들도 꾹 참고 잘 보는 편이긴 한데, 이번에 라스 폰 트리에는 또 어떤 이야기와 영상을 가지고 나왔을지 참 기대가 됩니다. 샬롯 갱스부르는 배우로서는 물론 뮤지션으로서도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그래서 더 보기 불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클린 버전이라도 개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라더스
Brothers, 2009

감독 : 짐 쉐리단
출연 :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홀, 나탈리 포트만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연출했던 짐 쉐리단 감독의 신작 <브라더스>도 북미 기준 12월 4일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출연진을 알기 전에 일단 포스터를 보고 끌렸는데, 세 명의 주인공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주네요. 작품은 2005년 선댄스 관객상을 수상했던 수잔 비에르 감독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짐 쉐리단도 쉐리단이지만 각각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었던 젊은 세 배우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가 더욱 기대됩니다. 가벼운 이야기는 아닐 듯 한데, 먹먹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네요.


1. 1부는 급하게 하느라 메인 이미지를 너무 발로 만들어서 이번에는 '두 발'로 만들었습니다!
2. 사실 대충 정리해보았는데 아마 이 영화들 외에도 아직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기대작들이 더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더 기대되구요! (그 사이 벌써 우에노 주리의 신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3. 한국영화는 아예 언급하지도 못했는데(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을 일단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 까지 감안한다면 남은 3달도 무척이나 바쁜 날들이 될 것 같습니다.


2009년 하반기 극장가 기대작 미리보기 (상) (http://www.realfolkblues.co.kr/1098)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에 있습니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2009

감독 : 테리 길리엄
출연 : 히스 레저,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

<브라질> <바론의 대모험>등을 연출했던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 오는 10월 개봉될 예정입니다(포스터 하단에 '2009년 6월 전세계 동시 개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되었군요). 이 작품이 테리 길리엄 감독의 팬들 외에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역시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점이겠지요. 이미 알려졌다시피 히스 레저는 이 작품의 촬영을 다 마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작품의 특성상 캐릭터의 모습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설정을 통해 조니 뎁과 주드 로, 콜린 파렐 등이 이 역할을 나누어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히스 레저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은 항상 기대작이라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좋아하는 배우들마저 가득하니 상상 극장으로 달려가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은 취향을 좀 많이 타는 편이니 배우만 보고 덥석 선택하는 것은 금물일 것 같네요.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감독 : 닐 브롬캠프
출연 : 샬토 코플리, 바네사 헤이우드, 제이슨 코프

시사회라는 특수한 환경 탓에 별로 이를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도 몇 년만에 시사회 이벤트에 응모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 <디스트릭트 9>이 오는 10월 15일 드디어 개봉합니다. 저는 운좋게 시사회를 통해 먼저 감상할 수 있었는데, 사실 '피터 잭슨 제작'과 '피터 잭슨 연출'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기대하는 동시에 걱정도 많이 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피터 잭슨 연출'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아마도 올해의 영화 10선을 꼽게 될 때 반드시 꼽게 될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며, 기존 영화들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시거나 아니면 오랜 만에 극장에서 박수 한 번 쳐보고 싶은 신 분들께 추천할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 스포일러 없는 시사회 감상기도 추가합니다.

디스트릭트 9 _ 올해의 발견! (http://www.realfolkblues.co.kr/1084)





디스 이즈 잇
This Is It, 2009

감독 : 케니 오티가
출연 :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의 끝내 이루지 못한 라이브 공연의 리허설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디스 이즈 잇>도 10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잭슨의 공연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몹시도 흥분되는 일이지만, 단연코 이런 감상의 기회를 박탈 당하더라도 이 공연이 실제로 영국에서 치뤄졌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직도 아쉬움이 쉽게 가시질 않네요. 케니 오티가는 뮤지컬 영화 <하이 스쿨 뮤지컬> 시리즈를 감독하기도 했으며, 마이클 잭슨의 추모식 역시 연출하기도 했던 감독입니다. 다시는 예전처럼 춤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이미 공개되었던 예고편이나 클립 들을 보자면 아직도 여전한 춤사위를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극장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보게 될 것 같네요.

이제야 내 안에 마이클 잭슨을 돌이켜보며 (R.I.P. Michael Jackson) (http://www.realfolkblues.co.kr/1016)





아바타
Avatar, 2009

감독 : 제임스 카메론
출연 : 샘 워싱턴, 시고니 위버, 미셸 로드리게즈


역시 많은 영화 팬들이 신작을 기다렸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가 오는 12월 개봉될 예정입니다. <아바타>는 개봉을 훨씬 앞둔 지난 8월에 '아바타 데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상영회를 갖기도 했었는데, 이 작품의 주요 장면 20분여를 미리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죠. 3D 아이맥스로 감상했던 <아바타>는 당시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화려한 게임 같은 영상, 게임 속 세계를 스크린에 그려낸 듯한 이미지가 일단은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아바타>는 어쩌면 의외로 올해 가장 호불호가 갈릴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아바타>의 가장 큰 적은 바로 '기대치'라 할 수 있겠네요.

아바타 (AVATAR) _ IMAX 3D 프리뷰 짧은 감상평 (http://www.realfolkblues.co.kr/1069)





닌자 어쌔신
Ninja Assassin, 2009

감독 : 제임스 맥테이그
출연 : 비, 릭 윤, 랜달 덕 김

헐리웃에 진출한 비(정지훈)의 첫 번째 주연작 <닌자 어쌔신>도 올해의 남은 기대작 중 하나입니다. 사실 <스피드 레이서>에 캐스팅 되었을 때만 해도 그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차기작(그것도 주연으로!)에 캐스팅 될 줄은 사실 예상치 못했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닌자 어쌔신>은 워쇼스키 형제와 조엘 실버가 제작을 맡고 있는 '비중'있는 작품이며, 비가 명실상부한 주연으로 출연하는 작품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영화죠. 감독인 제임스 맥테이그는 <브이 포 벤데타>를 연출했던 감독이기도 한데, 이를 인상깊게 보았던 입장에서 괜찮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2012
(2009)

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 존 쿠삭, 탠디 뉴튼, 우디 해럴슨, 대니 글로버, 아만다 피트

재난 영화 혹은 스케일이 있는 영화를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더 화끈한 재난 블럭버스터 <2012>도 11월 경 개봉될 예정입니다. 재난 영화 가운데도 메시지에 포인트를 둔 영화가 있고, 오락적인 측면에 더 포인트를 둔 영화가 있을텐데,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들은 아무래도 후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가 그랬고 최근작 <투모로우>가 그랬으니까요. 혹자들은 오락영화라고 하면 무턱대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 오락영화는 오락영화로서의 미덕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2012>에게 기대하는 바는 재난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철학적 메시지를 찾는다기 보다는(물론 이런 면도 없지는 않겠지만요), 관객을 앞도하는 스케일과 영화라는 매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순간의 쾌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2012>는 올 하반기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정말 영등포 CGV 스타리움 관에서 보고 싶어요.





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2009

감독 : 가이 리치
출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레이첼 맥아담스, 주드 로, 마크 스트롱

너무나도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를 소재로한 영화 <셜록 홈즈>가 미국 기준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사실 셜록홈즈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라는 소식과 이미지는 일찍이 접해서 나름 익숙한 편인데, 감독이 바로 가이 리치 였군요. <스내치>로 단 번에 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었던 가이 리치는 후속작들을 통해 좀 기복을 보인 편이긴 한데, 일단 이번 작품은 소재 측면이나 출연 배우들 때문이라도 기대가 되는군요. 영화를 보기 전이긴 하지만 셜록 홈즈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시대극에서 가이 리치의 재능이 어떻게 발휘될지도 궁금해 집니다.



* 한 번에 끝내려고 했는데 너무 스크롤이 길어질 것 같아 2부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
* 곧 업데이트 될 2부도 기대해주세요~


2009년 하반기 극장가 기대작 미리보기 (하) (http://www.realfolkblues.co.kr/1102)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에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맨체스터 시티
맨유 4:3 맨시티

1. 올해 맨체스터 더비는 역시 최근 벌어졌던 더비들 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죠. 그 동안 맨시티의 팀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던 것에 비해 올 시즌 맨시티는 일종의 갈락티코 정책을 펼치며 빅4를 위협할 만한 선수단을 갖췄고, 올 시즌 치른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는 등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요.

2. 그 외에 또 하나 이번 맨체스터 더비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카를로스 테베즈였죠. 지난 시즌까지 맨유에서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테베즈가 지역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뒤 처음으로 올드 트래포트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기였기 때문인데, 과연 야유를 할까 아니면 혹시나 다른 대우를 해줄까 했으나, 역시나 압도적인 야유를 퍼부어 주더군요.

3. 이 날은 시작하자마자 맨유가 루니의 골로 앞서가면서 강한 압박과 함께 맨시티를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벤 포스터와 퍼디난드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어이없는 실수를 해 결국 베리에게 골을 헌납 1:1이 되었죠. 나중에 또 이야기하겠지만 이 날 맨유의 문제점은 오로지 수비진이었다 할 수 있겠네요.




4. 박지성은 중요한 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몇 차례 좋은 슛찬스에서 골로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오히려 팬들에게 '역시 골 결정력이 부족해'라는 이미지를 조금 더 심어준 계기가 되어버렸네요. 이 날 맨유의 다른 미드필더 들이 펄펄 날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좀 더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박지성이 꼭 골을 넣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꼭 골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5. 최근 맨유 경기를 리뷰하면서 데런 플래쳐에 대한 칭찬을 항상 늘어놓았었는데, 이거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정말 잘하는군요. 플래쳐는 이 날 무려 2골이나 성공시키면서 홀딩 미드필더 or 패스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넘어서서 결정력마저 갖춘 선수로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2골이나 성공시키면서 사실상 이 날의 MOM의 가까운 활약을 펼쳤죠.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로테이션 시스템을 갖춘 맨유의 미들진에서 최근 폼이 가장 좋은 선수는 역시 플래쳐입니다.

6. 하지만 이 날 경기에서는 긱스를 빼놓을 수 없겠죠. 정말 긱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날도 못지 않은 돌파력과 사이드에서 지속적으로 상대를 교란하는 움직임, 그리고 크로스에 결정적인 어시스트까지! 특히나 전후반을 풀로 뛰며너도 후반 말미까지 별로 폼이 떨어지지 않는 체력마저 보여주었는데, 확실히 레전드의 클래스란 어떤 것인지 스스로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7. 맨시티의 MOM을 꼽으라면 맨유의 결정적 골들을 슈퍼 세이브로 막아낸 기븐 골키퍼와 부상으로 많은 선수들이 빠진 공격진을 훌륭하게 이끈 벨라미를 꼽을 수 있겠네요. 기븐 골키퍼가 아니었다면 이 날 맨유는 쉽게 승리를 거두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기븐의 선방은 정말 벨바토프를 나락으로 빠트릴 만큼 환상적인 플레이였습니다(벨바토프가 너무 안쓰러울 정도로;;;). 이 정도면 홈팬들도 인정해줄 수 밖에는 없을 정도였죠. 벨라미 같은 경우 3:3 동점을 만드는 골 장면은 정말 맨체스터 더비에 어울릴 만한 멋진 골이었습니다. 골키퍼가 각을 다 줄이고 나온 상태에서 한발 더 나간 뒤 사각으로 골을 넣는 장면은 정말 대단했죠.

8. 그리고 후반 인저리타임. 이건 분명 논란의 여지는 있는 것 같아요. 인저리 타임을 4분으로 정하고 공표하자마자 벨라미의 골이 성공되었고(그러니까 벨라미의 골 세러머니 시간은 포함되지 않은 인저리 타임이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1분 정도 더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마이클 오웬의 골은 55분 30초 즈음에 터졌으니까요. 물론 홈 어드벤티지와 당시 흐름상 맨유가 계속 공격을 끊지 않고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심판이 종료 시킬만한 타이밍을 놓친 점도 있지만, 맨시티 팬으로서는 분명 부당하게 여길 만한 인저리타임의 적용이었습니다. 맨유 팬으로서도 프리킥 상황이 실패하고나서는 '아, 이젠 정말 끝났다' 했으나 그 이후에 조금 더 진행되어 골이 터졌으니까요.




9. 하지만 어쨋든 원더 보이의 골 (그리고 긱스의 어시스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을 정도로 극적이었습니다. 오웬은 이 한 방으로 맨유 팬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고, 맨유 7번의 자격을 단 번에 승인 받았달까요 ㅎ

10. 전반 끝나고,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 테베즈와 맨유 선수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경기장을 나서는 장면은 팬들의 야유와는 상관없이 참 흐뭇한 장면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친박연대로 다시 결성되었구요 ㅎ (참고로 친박연대릐 새 멤버로는 안데르손이 고려되고 있죠 ㅎㅎ)

11. 인저리 타임의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김지운 감독이 꿈꾸던 만주 웨스턴

김지운 감독의 2008년 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하 놈놈놈)'은 작품성이나 흥행여부를 떠나서 일단 지난해 최고의 기대작이자 화제작이었다. 지난 해는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감독들의 신작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던 한 해였는데,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 이전에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선을 보이게 된 것이 바로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었다. 물론 '놈놈놈'이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난해 최대 기대작에 꼽혔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를 들자면 하나는 캐스팅이요 다른 하나는 장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의 캐스팅은 이 세 명의 남자배우를 한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팬들로서 흥분되는 것이 사실이었고, 한국영화에서는 (적어도 근래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웨스턴 장르라는 점에서 어쩌면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미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듯이 감독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웨스턴 영화를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이만희 감독의 1971년 작 '쇠사슬을 끊어라'였다. 만주를 배경으로 한 이만희 감독의 웨스턴 영화를 보고서 김지운 감독은 캐릭터가 중심이 된 웨스턴 영화를 구상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영화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이른바 '때깔' 좋은 영상을 만들어냈다.




사실 개봉 당시 기대가 너무나 컸던 탓인지 짜임새나 완성도 면에서 기대치는 못 미친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당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세르지오 레오네의 회고전이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뒤라 더더욱 레오네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석양의 무법자)'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고 ('놈놈놈'이라는 제목 뿐만 아니라 레오네의 다른 작품인 '석양의 건맨'을 오마주하는 듯한 장면들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오마주인지 패러디인지 설정만 가져다가 쓰는 것인지 모호한 장면들이 많아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기대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블루레이에 담긴 서플먼트를 통해 김지운 감독의 의도에 대해 듣고 나니,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김지운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캐릭터'와 '오락영화'라는 점이었다. 확실히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그리 꼼꼼한 편은 아니다. 감독 스스로가 '말이 안되고'라고 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딴 얘기를 했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을 듣고 조금 놀랍기까지 했는데, 말이 안 되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그냥 작품을 내놓은 것은, 감독의 의도는 내러티브를 통한 치밀 함이나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 그리고 장면들을 구현하는 데에 더 노력한 오락영화적인 측면에 포커스를 두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확실히 '놈놈놈'이 주는 영화적 쾌감은 한국영화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정우성 같이 멋지게 생긴 배우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코트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장총을 한 손으로 돌려가며 쏘는 장면은, 어쩌면 '놈놈놈'의 가장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이런 장면을 배경으로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의 경쾌한 리듬마저 흐르니 그야말로 '희열'이다!). 아마도 송강호 만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몸 개그와 언어 유희가 더해진) 태구라는 캐릭터는 반대로 송강호가 아니더라도 상당히 매력적이었을 '이상한 놈'이었으며, '나쁜 놈' 창이는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연기 변신이 더해지면서 좀 더 그럴싸한 캐릭터가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깊이가 아쉬웠던 캐릭터 역시 창이였다. 굳이 리 반 클리프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지금까지 거의 같은 장르의 영화를 두 번 만들지 않았던 김지운 감독에게 '놈놈놈'은 분명 웨스턴이라는 꿈꾸던 장르의 실험이자 도전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감독과 스텝들의 도전과 꿈이 영화에 100% 반영, 아니 관객에게 100%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도전의 과정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었던 블루레이 혹은 DVD 감상이 더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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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 틱한 색감과 3D로 구현된 인트로 영상은 높은 해상도로 단번에 눈을 사로 잡는다. 메뉴 네비게이션은 우측 하단에 나침반 이미지와 함께 구현되고 있는데 하나 아쉬운 점은, 넓은 여유 공간에 비해 폰트의 크기가 작은 편이라 멀리서는 일일이 메뉴의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좀 더 시원한 폰트와 크기로 구현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Blu-ray | Picture Quality

<놈놈놈> 블루레이가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은 개봉 전 HD급 예고편에서부터 시작된 화질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스크린 샷을 보시다시피 상당히 우수한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클로즈업 장면에서 배우들의 피부를 통해 확인되는 표현력은 블루레이의 우수한 화질을 그야말로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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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시리즈의 모피어스 역할을 맡은 로렌스 피쉬번의 피부가 한 때 DVD와 블루레이의 화질을 가늠할 만한 척도로 사용되었던 점을 떠올려보자면, 온갖 먼지를 뒤집어 쓴 피부와 수염, 다양한 표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잔주름 등으로 꽉 채워진 극중 태구의 얼굴은 ‘놈놈놈’ 블루레이의 화질을 체크해 볼 만한 좋은 도구가 된다. (유독 송강호가 등장하는 장면 캡쳐가 좀 더 화질이 좋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는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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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특유의 질감을 살리기 위함이었는지 칼 같은 샤프니스 보다는 약간의 노이즈 섞인 질감이 중간중간 엿보이기도 한다. 그리 많지 않은 밤 장면 같은 경우는 배경이 CG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블루레이의 차세대 화질로 감상하면 미묘한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장면 마다 약간의 화질 편차가 존재하는 편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우 우수한 화질이며 만족스러운 화질이라 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사실 화질만큼이나 기대되었던 것은 바로 차세대 사운드였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는 말 달리는 소리, 총소리, 기관총 소리, 부서지는 소리 등 굉장히 다양한 사운드가 등장하고 또 한꺼번에 몰아치기도 하는 등 사운드 측면에서 귀가 매우 즐거운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DTS-HD MA 7.1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화질만큼이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수한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일단 총소리의 경우 굉장히 다양한 총기들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데, 그 격발 음들의 만족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의 다양한 소음들이나, 빗속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에서의 사운드, 그리고 대사 전달 역시 깔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놈놈놈’ 블루레이 사운드의 하이라이트라면 아무래도 후반부 'Don't let me be misunderstood'가 배경에 흐르면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을 꼽을 수 있을 텐데, 이 장면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다양한 소리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있는 복잡한 시퀀스이다. 일단 수많은 무리들이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으며, 일본군은 기관총을 발사하고, 도원은 말을 타고 재장전을 해가며 총을 쏘고 있으며, 태구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치고 있고, 이후에는 폭발들도 일어난다. 사실 이 부분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이라이트라고 보았을 때 조금은 아쉬운 사운드였는데, 일단 너무 많은 소리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나오다 보니 개별적인 사운드는 아무래도 조금씩 죽는 느낌이었으며 특히 배경음악의 비중이 큰 관계로 나머지 (더 임팩트 있을 수 있었던) 사운드들은 조금은 소외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우퍼를 비롯한 스피커들의 강렬한 활약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조금은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개인 취향 차를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는 블루레이의 걸 맞는 차세대 사운드를 잘 표현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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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s

앞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것처럼 ‘놈놈놈’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들은 관객이 잘 알지 못했던 스텝들의 기술적인 도전과 감독의 의도, 그리고 배우들이 솔직하게 전하는 촬영 뒷이야기들을 많은 영상들을 통해 수록하고 있다. 그 많은 양의 내용에 비해 아쉬운 점이라면 DVD에 수록되었던 부가영상들과 동일한 영상이 담긴 탓인지 모두 4:3 화면비의 SD화질로 수록된 점을 들 수 있겠다. 촬영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가 개봉한 뒤에 별도로 부가영상을 위해 만난 자리 같은 경우는 HD화질로 수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놈놈놈’ 블루레이에는 DVD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종류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는데, 첫 번째 트랙은 김지운 감독, 이모개 촬영감독, 오승철 조명감독, 조화성 미술감독이 참여하고 있고, 두 번째 트랙에는 감독과 주연배우 세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음성해설의 경우 DVD에 담긴 국내 개봉버전과 블루레이에 수록된 인터네셔널 버전의 러닝타임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수록되었을 지가 궁금했었는데, DVD에 수록된 음성해설 트랙을 가지고 씽크를 맞춰 편집한 경우로 결론적으로는 DVD와 동일한 - 즉, 추가되거나 새롭게 녹음된 것은 아닌 - 음성해설이라고 보면 되겠다.





‘질주’는 일반적인 메이킹 필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김지운 감독의 인터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인터뷰들을 통해 감독이 ‘놈놈놈’을 통해 이뤄내고자 했던 비전을 엿볼 수 있다.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에서 가능성을 보고 만주 웨스턴에 도전하게 된 것이나, ‘매드맥스’ ‘벤허’등 CG로 만들어진 영상들 보다는 이른바 ‘생짜’ 영상에 매력을 느껴 그와 같은 영상을 만드는데 주력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스텝들의 인터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촬영감독을 맡은 이모개 감독의 이야기였다. ‘놈놈놈’을 보면 장면에서도 느껴지지만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촬영 방식들은 물론 기존에는 해본 적이 없었던 방식들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런 장면은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찍어야 될지 몰랐다’라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이모개 촬영감독의 말은, 번지르르한 말보다 오히려 더 진솔하게 느껴졌다. 와이어에 매달려 배우의 뒤를 똑같이 날면서 촬영하는 방식이나, 카메라를 원통형 구조물에 부착해 굴려서 촬영하는 방식, 달리는 말들을 촬영하기 위해 크레인을 사용한 방식 등을 보니, 이모개 촬영감독을 비롯한 스텝들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연출해서 촬영했다기 보다는 실제상황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는 그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놈놈놈 그리고 독한 놈’은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 따로 감독과 주연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함께 자리해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담고 있는데, 정말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여서 그런지 이런 공식 영상에는 걸맞지 않은(?)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었다. 늦게 합류하게 된 이병헌이 최종적으로 창이 역을 맡기까지 고심했었던 이유도 들을 수 있었고, 사실상 ‘놈놈놈’으로서 갖는 마지막 공식 스케줄이라는 점에서 각자 돌이켜보는 시간이라고 보면 되겠다.






‘아날로그’에서는 촬영과 조명, 액션, 사운드 메이킹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정두홍 무술감독이 액션 장면에 대해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중국 로케 촬영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중현 무술감독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그의 인터뷰는 더 인상적일 수 밖에는 없었다. 참고로 영화의 엔딩 크래딧을 통해 지중현 무술감독을 추모하고 있기도 하다.






‘공간’에서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 세트 디자인에 관한 영상이 담겨있는데, 의상의 경우 유니폼이라고 할 만큼 중복되는 의상이 거의 없는 관계로, 보통 다섯 작품에 소비되는 정도의 새로운 의상을 이 한 작품을 위해 제작했다고 한다. 미술 역시 웨스턴이라는 한국영화에서는 흔히 다루기 어려운 장르였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접근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는 스텝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었다.




‘삭제 장면’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좀 더 흥미로운 점은 많은 조연 캐릭터들의 대부분의 분량이 바로 이 삭제 장면에 들어있기 때문인데, 김지운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몇몇 장면들은 너무 인상적이라 분위기를 해치는 관계로 할 수 없이 삭제했다고 한다. 박사장 역할을 맡은 오달수의 중요한 장면 역시 삭제장면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도원의 꿈 이라는 제목으로 도원이라는 캐릭터의 에필로그성 영상도 수록되었으며 무엇보다 이청하가 연기한 캐릭터의 많은 분량도 확인할 수 있다.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뺄 수 밖에 없었다며 이청하씨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김지운 감독의 코멘트도 담겨있다. 또한 짧지만 너무 강렬해 뺄 수 밖에 없었다는 김인권의 출연 분량도 삭제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알~놀았다’에서는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각기 다른 엔딩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추가로 국내 개봉버전의 엔딩 장면이 본편과 동일한 풀HD 화질로 수록되었다.




[총평] 극 영화로서는 최초로 국내에서 직접 오소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는 타이틀이지만, 처음 이 영화의 제작 소식이 전해왔을 때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 이라는 세 배우를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설레었던 것처럼 그 작품을 차세대급 화질과 사운드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은 또 한번 설렐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글 I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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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루(TARU)라는 뮤지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물론 더 멜로디 (The Melody)로 활약하던 시절이었다. 2006년 당시 인디씬에서 더 멜로디를 비롯해 여성 보컬을 위주로 한 아기자기한 밴드들이 여럿 등장했었고, 더 멜로디는 보컬 타루가 유난히도 돋보이는 밴드였다. 더 멜로디에 대한 소식들을 얼핏 들어오다가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던 건 2006년인가 홍대 롤링홀에서 열렸던 인디 록 페스티벌이었다. 당시는 더 멜로디라는 밴드가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는데, 처음 보았을 때는 사실 큰 인상을 받지 못했었으나 같은 해 내한공연을 가졌던 에드윈 모제스 (Edwin Moses)의 게스트로 공연했을 때야 비로소 이 밴드와 리드 보컬인 타루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끌었던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함께 주목을 받다가 2007년 초 1집 '더 멜로디'를 내놓고 어느 정도 활동을 하는가 싶더니 한 동안 기억에서 멀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더 멜로디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 때쯤, 더 멜로디 출신의 타루가 솔로로 활동한다는 소식이 조금씩 전해져왔고, 점점 각종 공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다. 그렇게 천천히 자신을 알려오던 타루는 어느새 '홍대 여신 3인방'으로 불릴 정도로 인디씬에서 자신의 이름 두자를 선명하게 알렸고, 연약한 듯 하면서 힘입는 보이스와 더 멜로디 시절보다 좀 더 자유스러운 듯한 음악으로 드디어 올해 솔로 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르렀다. 어쨋든 속했던 밴드의 초창기부터 어렴풋이 기억하는 입장에서, 이번 타루의 솔로 정규 앨범은 반갑다는 말부터 해야겠다.




사실 많은 음악팬들은 타루 하면 그녀의 솔로 프로젝트나 더 멜로디 시절을 기억하기 보다는, 드라마 OST에 참여한 곡이나, 다른 가수의 음반에 피처링한 것을 더 기억하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런 활동들에 관심을 거의 갖지 못해서 더 멜로디에서 바로 '타루'로 건너온 느낌이다. 타루의 이번 솔로 앨범의 가장 특징적인 점이라면 역시 '스윙잉 팝시클 (Swinging Popsicle)'이라는 밴드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일 것이다. 사실 언밀히 말하자면 이 앨범에 기대를 하게 된 이유 중 조금 더 많은 비중은 바로 '스윙잉 팝시클'에 있었다. 디 사운드 (D' Sound)나 스완 다이브 (Swan Dive)의 음악에 한참 빠져있을 때쯤, 그리고 시이나 링고 (Shiina Ringo)를 비롯한 일본 뮤지션들의 음악을 가장 왕성하게 들었을 때, 좋아하게 된 밴드 중 하나가 스윙잉 팝시클과 '스무스 에이스 (Smooth Ace)'였는데, 이들의 음악은 다른 J-POP들과는 틀리게 일본색이 강하기보단 서양의 세련된 음악을 들려주었고, 듣기 편하고 무국적적인 팝 음악이었다.

이번 타루의 앨범은 스윙잉 팝시클이 전곡을 프로듀싱하고 있는데, 타루와 스윙잉 팝시클의 교류 사실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앨범 전곡을 프로듀싱하게 될 것 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두 뮤지션이 서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이전 부터 해왔던터라 이번 앨범은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곡 'Night Flying'은 예전 '더더'시절 박혜경을 연상시키는 타루의 경쾌한 보컬로 산뜻하게 앨범을 시작하는 곡이다(더더가 연상되었던 건 가사 중 'Delight'라는 단어가 나와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간주 부분에 기타 솔로도 시원한 곡의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두 번째 곡 '세탁기'에서는 더 완연한(?) 모던 록 사운드를 들려준다. 한 편으론 임팩트가 좀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기타 팝 사운드와 미풍 같은 코러스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세 번째 곡 '연애의 방식'은 좀 더 타루 다운 곡이다. 기존 곡들보다는 좀 더 타루다운 발성과 말투로 노래하고 있는데 (이건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렵다;;), 여튼 이렇게 샤방샤방한 느낌이 타루에게는 조금 더 어울리는 편이다. 하지만 타루의 목소리에만 정신을 팔려서는 곤란하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스윙잉 팝시클이 만들어내는 아기자기 말랑말랑한 사운드가 귀를 간지럽힌다. 이번 타루의 앨범에서 이런 점을 간과하면 앨범을 100% 즐겼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네 번째 곡의 제목은 'Sad Melody'인데, 아무래도 그녀가 활동했던 밴드 이름이 The Melody이다 보니 약간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추억은 조각나 붙잡으려 해도' 라던가 '언젠가 떠올라 슬퍼지려 해도' 등등. 의도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문득 곡의 가사를 생각하며 듣다보니 이런 생각도...




다섯 번째 곡 'Talk & Play'는 일렉트로닉한 소스들과 브라스 사운드가 은근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쾌한 곡이다. 후반부에 나루(naru)와의 합창이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Just Go'는 스윙잉 팝시클이 불러도 좋을 법한 곡인데, 반대로 타루가 쓴 가사는 가장 소박하고 감성적이어서 타루의 보컬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기도 하다. 일곱 번째 트랙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아주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제목이 '쥐色귀, 녹色눈'이었기 때문이다. 한자를 빌려 직접적인 표현을 (어쩌면 이게 직접적일 수도 있겠지만) 살짝 우회하기는 했지만 이건 누가봐도 반MB 정서를 이야기하는 메시지가 담긴 곡이다. 가사를 보면 더더욱 이런 의지를 엿볼 수 있는데, '명예롭지 않은 왕관 행복을 강요하는 TV', '눈과 귀를 가리고서 입을 틀어막을 권리', '뭘 더 얼마나 원해 지금도 부족해 그렇게 안달해' 등 가사의 대부분이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전에도 자신의 홈피 등을 통해 소견을 밝혔던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음악으로서 전달하는 모습이 흐뭇하기까지 하다. 음악적으로도 기존 곡들이 조금 샤방샤방 했던 것에 비해 가장 록적인 사운드가 강하다.




No Reply의 권순관과의 듀엣으로 전하는 '내일이 오면', 그리고 이어지는 'Daydream'. Daydream의 그 아련하고 조금은 나른한 정서가 마음에 든다. 후렴구 타루의 솔로는 정말 스윙잉 팝시클의 앨범에서 바로 뛰쳐나온 듯한 느낌이다. 비틀즈의 곡과 같은 제목의 'Don't Let Me Down'은 'Don't Let Me Down x2'를 반복하는 후렴구가 금새 익숙해질 것만 같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 대부분에는 간주 부분에 기타 솔로가 담겨 있는데, 타루의 여린 보컬과 상반되는 듯하면서도 간주 부분에서는 또 다른 록적인 감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고보니 또 한 번 비틀즈의 곡과 제목이 같은) 'Yesterday'는 예전 미니 앨범을 통해 선보였던 곡을 좀 더 비트를 강조한 뉴 버전으로 선보이고 있다. 보너스 트랙으로는 모바일 RPG게임 '크로노스 윙'에 수록되었던 '시간의 날개'가 수록되었는데, 가사나 곡의 분위기가 얼핏 들어도 판타지 게임 주제곡을 연상시키는 곡으로, 타루의 보컬과 판타지 게임과의 싱크로율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타루의 이번 새 앨범은 사실 냉정하게 보자면 '스윙잉 팝시클'에게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더 멜로디를 거쳐 처음으로 발표하는 솔로 정규 앨범이라는 점에서 스윙잉 팝시클이라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은, 더 안전하고 좋은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자면 진정한 타루 만의 홀로서기로 보기는 어려운 앨범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찌보면 이 같은 사실은 솔직히 드러내고 있는 점에서 그녀의 뮤지션으로서의 진정성을 엿볼 수도 있었다. 단순한 홍보전략으로 스윙잉 팝시클이라는 이름을 노출하려한 것보다는, 마치 '타루 1집' 이라는 느낌 보다는 '타루+스윙잉 팝시클 프로젝트'로 느껴지기 충분한 크레딧과 자켓에서 볼 수 있었던 '프로듀스 바이 스윙잉 팝시클'의 비중은, 이번 앨범에 대한 솔직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아마도 오롯이 타루만의 홀로서기가 될 그녀의 정규 2집을 기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 정규 1집 앨범에서 2집을 기대해버리는 나는 욕심쟁이 우후훗!
2. 타루는 왠지 꼭 '타루짱'이라고 불러줘야만 할 것 같은 이 압박;;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제노바 (Genova, 2008)
불안함으로 말하는 영화

<코드 46> <관타나모로 가는 길>등을 연출했던 영국출신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의 2008년작 <제노바>를 지난 8월 31일,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씨네큐브의 마지막날 마지막 회차로 관람하였다. 사실 마이클 윈터바텀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익숙한 편인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내가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 뿐인 것 같다(<쥬드>나 <웰컴 투 사라예보>같은 작품은 발로 보았기 때문에 제외 -_-;). <제노바>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극장의 특수한 사연 때문에 보게 된 것이라는 점을 고백할 수 밖에는 없겠는데, 영화를 보기 전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굉장히 불안하면서도 기승전결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고 시종일관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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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다 보고 가장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역시 '불안함'이었다. <제노바>는 첫 장면부터 불안함을 계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 차를 타고 가면서 눈을 가리고 차의 색깔을 맞추는 게임을 하고 있는 모녀의 모습에서 단란함 보다는 불안함이 더 들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차소리가 시종일관 불안하게 하고 더군다나 눈을 가리는 게임은 지속적으로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결국 사고가 나고 엄마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 (이 부분은 시작하자마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내용상 스포일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버지(콜린 퍼스)는 딸들과 함께 이탈리아 제노바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극중 이 가족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대사처럼 '제노바'라는 곳으로 떠나는건 분명 아내와 엄마를 잃은 가족의 슬픔을 잊고 새출발하기 위함일텐데, 영화 제목이 '제노바'인 것처럼 잊고 새출발하려 떠난 곳에서 결국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가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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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차사고가 나고 제노바로 떠나고 그 이후 한 동안은 약간은 지루한 느낌이 들 정도로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부터의 전개인데 계속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장면들이 등장한다. 어린 딸은 밤마다 악몽을 꾸는데 악몽에서 비명과 함께 깨어나는 장면들 다음에는 꼭 이 아이에게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이며, 자매가 피아노 레슨을 받고 돌아오는 위험한 골목길들에서는 험한 일이라도 꼭 당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가득 전한다. 그리고 언니가 남자친구를 만나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 역시, 맨 첫 장면의 차사고 장면과 연관되어 계속 사고가 날듯 말듯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런데 흥미로운건 결국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런 불안감은 단 하나도 실제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앞서 복선을 깔아둔 것으로 예상되던 장면들은 이후에 아무런 사건으로도 연결되지 않으며, 불안함은 그냥 '불안함'으로 남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일어날듯 말듯한 분위기에 불안해 할 때쯤, 전혀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정작 불안함을 실컷 조성한 장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사고가 일어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지점에서 큰 사고를 겪게 된다. 그리고 나서 한참 공황을 겪지만 다른 영화들처럼 큰 비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영화의 후반부 역시 마찬가지다. 마지막에 이르러 드디어 큰 사고가 일어나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결국 이 가족이 스스로 결핍되어 있던 것이 무언인지를 말하려고 했을 뿐 더 큰 잔인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지막 제노바를 떠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다니고 싶지 않아하던 학교를 다니고 데려다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 무언가 깔끔하지 않은 뒷 맛이 남는다. 불안불안 하지만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결국 이 가족에게 문제가 되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해결되지 않은채 '그냥 살아가는' 느낌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해보면 아버지나 언니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결핍된 가족이라는 굴레 때문에 본인을 희생할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을 돌이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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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상당히 지루하거나 모호한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무언가가 일어나기만을 바라는 관객에게는요.

2. 켈리 역할을 맡은 윌라 홀랜드의 모습은 참 우월합니다. 이탈리아 제노바라는 공간과 어울리게 이건 완전히 프레타포르테가 따로 없더군요 @@

3. 이 영화를 보고 왠지 모르게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보았던 <유리의 날>이 살짝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4. 어떤 기자가 이 영화를 보고는 장르를 '미스테리 호러'라고 한 걸 보았는데, 글쎄요...무서웠나봐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Revolution Films 에 있습니다.





일단 본론만 간단하게!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의 역순으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1. 온라인 광고 마케팅 전문잡지이자 블로그와 IT업계의 이슈를 주로 다루는 월간 'IM' 9월호에 제 블로그가 작게나마 소개되었습니다 ^^; 문화관련 블로그의 하나로 작게 소개된 것인데요, 예전에 잡지에 글을 써본적은 여럿 있지만 블로그로서 소개되기는 많지 않았던 일이라 뿌듯하네요 ^^



2. 두 번째는 이벤트 당첨 소식인데요, 얼마전 티스토리에서 '상상마당'과 관련한 포스트나 댓글을 모으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제 글이 1등으로 선정되어 '오사카 왕복항공교환권 (1매)'를 받게 되었습니다!
http://notice.tistory.com/1403

사실 오랜만에 이벤트 응모라 써놓고 조금 기대하기는 했었는데 막상 떡하니 당첨되고 보니 잘 실감이 안되네요 ^^;
이번 휴가는 안그래도 도쿄로 갈 예정으로 차곡차곡 준비중이었는데 오사카도 가야겠군요!!


(오사카로! 고고고~)


3. 세 번째 자랑할 거리는, 이 셋 중에서 가장 개인적으로 자랑하고 싶고 뿌듯한 일인데요 바로 다음(Daum) 영화 메인페이지에 마니아섹션에 제 블로그가 고정으로 소개되게 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쟁쟁한 분들 혹은 커뮤니티와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일시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고정으로 섹션을 담당하게 되어 적잖이 부담도 되네요 (쉽게 말해 뻘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쓰게 되더라도 심하게 고민될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 좀 더 영화/음악/BD/DVD 리뷰 관련해서 심도 깊은 글을 쓰도록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상 블로그 자랑 3종세트
끝!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염장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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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신보란 신보는 모조리 다 들어보고, 혹은 들어보지도 않고 구매하고, 혹은 구매하고도 들어보지 못할 정도로 음반 속에 파 묻혀 살 때가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요 근래는 죽고 못살던 밴드의 신보마저 발매 당일이나 언저리에나 알아차릴 정도로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여도 기존에 좋아하던 뮤지션들의 앨범은 어찌 되었든 찾아 듣고 구매하곤 하지만, 이렇게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은 역시나 신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처럼 직접 옥석을 가려낼 시간이 없는 관계로 아무래도 누군가의 추천이나, 음반사에서 내놓는 유혹적인 홍보 문구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데, 'BBC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이라는 홍보 문구는 '어랏'하는 궁금증과 함께 한 번쯤 속는 셈 치고 들어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인 음악 취향 덕에 'BBC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이란 문구보다는 'Pitchfork 선정 베스트 앨범'이 더 혹하기는 하지만, 아직 한 해가 반도 지나기 전에 (이 앨범의 발매시기는 올해 5월이다) '올해의 앨범'이라는 찬사를 보냈다는 것은 '어찌되었든' 이유는 있겠다 싶은 생각에 음반을 찬찬히 들어보게 되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음반 역시 듣기 전에 많은 정보를 미리 습득하는 편은 아닌데, 패션 핏(Passion Pit)의 앨범을 듣기 전에는 이들이 완전한 록 밴드인줄로만 알았다. 물론 라디오헤드(Radiohead)로 인해 록 밴드라는 정체성 자체가 아주 폭넓게 확장되기는 했지만, 추측하기로는 '악틱 몽키스 (Arctic Monkeys)'나 '필링 (Feeling)' 같은 밴드가 아닐까 무심코 생각했었으나 왠걸, '비치 보이스가 MGMT를 만났을 때'라는 앨범 속지의 설명처럼 신스팝과 일렉트로니카, 화려한 코러스라인 등으로 이뤄진 상당히 재기 발랄한 밴드였다. 간단하게 이들의 음악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장르적 매력을 담고 있는데, 꼭 하나로 뭉뚱그려야 한다면 '신스팝'이 가장 어울릴 듯 싶다. 사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수용한 음반들을 보면 비트 하나는 기똥 차더라도 멜로디 라인은 건질 것이 없다거나, 멜로디는 뽕짝 가요마냥 단 번에 기억되지만 비트는 심심하기 그지 없는 경우가 많은데, 패션 핏의 음악은 기똥 찬 비트는 물론 자신들의 말처럼 '멜로디 위주의 팝밴드'로도 손색 없는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미카 (MIKA)가 얼핏 연상되기도 하지만(아무래도 가성 때문에) 미카의 음악과는 또 다르다. 미카가 'Killer Queen'을 부르는 프레디 머큐리라면 패션 핏은 'Mr. Blue Sky'의 E.L.O에 가깝다.




첫 번째 트랙 'Make Light'부터 패션 핏은 확실히 '달려'준다. 반복적인 베이스 라인을 깊게 깔고 성별을 알기 어려운 가성과 점진적으로 울려대는 비트는, 패션 핏의 음악을 처음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중반부 부터 베이스 라인과 함께 이어지는 여성 코러스라인도 복고스러움 가득함이 인상적이다. 'Little Secrets' 도입부에 들려주는 완연한 신스팝 사운드와 그루브 넘치는 스내어는 또 다른 느낌이다. 복고적인 사운드들이 많이 사용되긴 했지만 단순히 복고적이라고 보긴 어려운데 아마도 그루브 넘치는 리듬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 목소리처럼 들리는 후반 부의 코러스는 마치 'Go! Team'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The Reeling'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또 완전 일렉트로니카다. 다른 곡들도 모두 마찬가지지만, 패션 핏의 음악은 틀언 놓고 마냥 춤추기에도 더 없이 적절한 앨범이지만 소리 하나하나를 귀기울여 들으면 참 '재미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The Reeling'은 뭐랄까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절로 뮤직비디오 한 편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Eyes in Your Hands'의 도입부는 평범한 록음악 같은데 중반부 부터는 마치 이들이 심하게 장난을 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하이라이트의 '나나나나나나~' 하는 코러스를 듣고 있노라면 그 어느 러브 송 못지 않은 감정도 느낄 수 있다.

'Swimming in the Flood'는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의 비트와 극적인 요소를 잘 담아내고 있으며, 박수 만으로도 바로 비트를 타게 되는 'Folds in Yours Hands'는 앨범 내내 보여준 패션 핏의 밀고 당기기를 다시 한번 유감없이 들려주는 곡이다. 이 곡의 후반부는 한창 일렉트로니카가 유행할 때 클럽에서 가장 성행하던 그런 비트와 흥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앨범 후반부에 가면 아무래도 전반부 보다는 조금 더 실험적인 비트와 악기 사용을 살펴볼 수 있는 곡들이 많다. 앞선 곡들도 충분히 좋지만 후반부를 채우고 있는 이런 곡들은 좀 더 패션 핏이라는 밴드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음악은 화려한 듯 하지만 그 내면에는 소박함이 엿보이는 패션 핏의 'Manners' 앨범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올해의 발견!

올 후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피터 잭슨 제작, 신인 네일 브롬캠프 감독의 작품 <디스트릭트 9 (District 9)>을 시사회를 통해 한 달 정도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북미개봉 반응과 국내 시사회의 압도적인 반응들을 보기 전까지 이 정도 기대작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여기서 이 정도란, 시사회가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까지 심장이 떨리고 두근거리는 정도입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호평 만큼이나 기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는 계속 해서 '기대치를 낮추자'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시작 전까지 되새기곤 했습니다. 일단 이번 감상기는 시사회를 통한 감상기인 점과 무엇보다 저처럼 아무런 정보 없이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의 정보라고는 '피터 잭슨 제작' '비교적 저예산' '호평 난무' 이 정도가 다였거든요) 감상하는 것이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 없이 간단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평소의 감상기와는 달리 스틸컷도 사용하지 않으려구요. 몇가지 본문에 포함시키려고 찾아봤는데 의외로 스포일러성 스틸컷들이 너무 버젓이 노출되어 있더군요. 아직 영화 감상전이신 분들께서는 영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틸컷들도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영화의 구성이나 줄거리에 대한 대략적인 시놉조차 읽지 않고 보게 되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외계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 외계인이 나오는 것조차 스포라면 죄송합니다 ㅠ). 보통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었으며, 이런 구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신선한 방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방식을 기본으로 CCTV, 핸드 헬드, CNN의 걸프전 중계 같은 촬영 방식으로 이뤄져 있는데, 페이크 다큐라는 구성은 내러티브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훌륭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으며, 핸드 헬드 촬영 방식 같은 경우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좀 더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고, 뉴스 중계나 CCTV를 통한 장면 같은 경우 역시 미칠듯한 화질의 디테일보다 오히려 더 리얼함을 전달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이 영화는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알려져있는데, 이런 구성 방식들은 저예산으로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데에 아주 적절한 장치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뭐랄까, 관객이 느끼는 장면의 퀄리티나 실감 정도는 크게 차이가 없는데, 실제 투입된 자본의 규모는 5분의 1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나머지는 아이디어로 채워나간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중에 영화가 정식 개봉되고 나면 스포일러를 포함한 좀 더 본격적인 감상기를 쓰겠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나 구성 곳곳에서는 정치적인 비판적 텍스트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후반 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액션 장면이 있기 전까지는 외계인을 그대로 인간으로 바꾸어 놓아도 충분히 이야기가 될만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특히 '디스트릭트 9'이라는 공간의 이미지나 이를 훑는 카메라의 위치, 그리고 음악까지 더해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정치적인 텍스트를 슬며시 깔고 있는 동시에 메시지 자체도 '옳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이렇게 끝까지 긴장감 잃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감독의 능력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습니다.

외계인의 모습도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얼굴은 왠지 범블비 같기도 하고, 전체적인 모습에서는 바이오니클 같은 분위기가 살짝 들기도 하고, 그 말소리는 마치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아나킨과 아미달라가 잡혔던 그 행성의 무리들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구요 (그 '딱 딱' 거리는 소리 있잖아요 ㅎ).

사실 <디스트릭트 9>을 보면서 감정이 동요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죠. 기대 이상이라 하더라도 피터 잭슨과 웨타 워크숍이 만들어낸 창작물에 대한 놀라움이나 볼거리에 대한 감탄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내러티브를 따라가면서 주인공과 캐릭터들에게 공감하게 될 줄은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은근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 액션 시퀀스가 그 구성 측면에서도 참으로 익사이팅 했지만, 감정적으로 동시에 폭발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소리내어 '와!'하고 몇 번이나 외쳤을 정도로 심하게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20분? 30분?(그 만큼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얘기;;)간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정말 올해 최고의 시퀀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일리언 2>와 <로보캅>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관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액션 구성과 (객석에서 여러번이나 탄성이 터져나왔죠;)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힘내!'하고 외치고 싶은 이 공감대! 그리고 외계인의 병기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잘 보여준 각종 무기의 표현들은, 특히 SF영화의 매니아분들이라면 혹할 만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진짜 나중에 블루레이 나오면 몇 번이고 돌려볼 것 같아요.

그리고 후속편을 예상하게 하는 여운과 떡밥. 전 나오지 않는게 더 안전(?)하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역시나 이런 우려를 가볍게 불식시키면서 보란듯이 2편을 만들어낼지도 모르겠죠. 3년 뒤에 말이에요 ㅎ


1. 얼른 정식개봉을 해서 좀 더 좋은 환경의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얼마나 불을 환하게 켜주셨는지 엔딩 크래딧을 확인하기 조차 어렵더라구요;;;

2. 피터 잭슨과 네일 브롬캠프는 본래 게임 원작인 <헤일로>를 영화화하려다가 이 작품으로 선회한 것으로 아는데, 이 정도라면 <헤일로>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콤비가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3. 크리스토퍼 존슨! 참 조종 잘하더군요. 조종 실력에 절로 감탄이!

4. 영화를 분명 보았음에도 정식 개봉일이 너무도 기다려지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riStar Pictures에 있습니다.








나무없는 산 (Treeless Mountain, 2008)
사실적이어서 더욱 아름다운 순간


사실 김소영 감독의 작품 <나무없는 산>을 보러 극장으로 가는 내 마음 속에는 기대되는 것과 예상되는 것이 있었다. 한국영화임에도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 유수의 영화제들의 수상내역으로 더 알려진 이 영화의 이야기는, 영화를 다 보고나서 든 생각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말 영화나 TV다큐 혹은 뉴스들을 통해 수백번도 더 접한 이야기 그 자체였다.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부모에게 버려지다시피 타인에게 맡겨진 한 자매. 떠나면서 엄마가 남기고 간 돼지 저금통이 가득 찰 때쯤이면 돌아온다는 말에 열심히 동전을 모으는 아이들과, 엄마가 떠난 그 자리에서 엄마가 오기 만을 기다리는 모습. 이렇게만 보면 <나무없는 산>은 '아, 또 눈물, 콧물 짜게 하는 신파 드라마가 한 편 나왔나보다'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얘기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데 진부하다거나 지루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무없는 산>을 표현하는 말들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라면 '사실적'이라는 말을 꼽을 수 있을텐데, 언제부턴가 '사실적'이라는 말은 '극적'이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것이 되어버렸지만, 김소영 감독은 이 무서운 현실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과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자연의 순간들로 이 자매의 이야기를 따듯하게 감싸 안고 있다.


ⓒ With Cinema.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 언니인 '진'이의 성장영화라는 점이었다. 고모네 집에서 잘 때, 처음 오줌을 지리고 나서 진이는 동생인 빈이가 그랬던 것처럼 하려고 몰래 자리를 바꾼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빈이를 혼내는 고모를 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빈이도 물론이지만 진이 역시 그냥 '어린 아이'다. 이불에 오줌을 싸고 나면 고모에게 혼날까봐 무섭고, 동생을 돌봐야 한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아직 누군가를 돌본다기 보다는 본인 역시 부모에 돌봄이 더 간절한 나이다. 영화는 이점을 계속 부각하려고 한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진이와 빈이는 아직 어린 아이라는 점을 말이다. 이런 묘사는 나중에 왜 이런 아이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로 작용한다.

이렇게 자신이 혼날까봐 잘못을 동생에게 뒤집어 씌우기도 했던 진이는, 고모네 집에서 한참을 지내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고, 결국 고모집을 떠나 할아버지 집으로 가게 되면서 점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재밌게 잡고 놀아도 될 메뚜기 잡기는 저금통에 채워넣을 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수단이 되고, 마냥 맛있는걸 먹고 싶고 친구와 놀고 싶어하는 빈이 와는 달리, 주변에 친절한 손길에도 본능적으로 미안함을 갖기도 하고 할머니의 손길도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빈이에 비해 진이가 점점 더 고민을 많이 해야만 하는 상황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왜 어린 아이가 이런 고민을 겪어야만 하는가에 대해 조용히 묻고 있다. 정말로 영화에서는 진이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클로즈업으로 진이의 얼굴과 눈동자를 비출 때면 저 자그만한 눈, 코, 입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무슨 생각을 할까?'가 정말 궁금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나이가 아닌데'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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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없는 산>의 템포는 굉장히 느린 편이다. 어쩌면 현실 속 시간 보다도 더 느린 것만 같이 느껴진다. 체육복과 공주복단벌로 초가을부터 겨울까지 겪게 되는 자매의 시간에서는 계절의 흐름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들었던 다른 생각은 감독이 '시간'보다는 '순간'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시간상의 전개는 매우 극적이지만 한 편으론 언젠가는 끝난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순간'에 집중한다. 아주 짧은 순간들에서 이 자매가 겪고 있는 현실을 문득 문득 느낄 수 있게 되고, 영화 속 마지막 보금자리인 할아버지의 시골마저 어쩌면 영원한 안식처라고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할아버지의 식사를 가지고 간 일터 바로 옆에 중장비들을 동원하여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장면은 상당히 상반적인 장면으로서, 어쩌면 이 산과 들이 (따듯한 할머니와 함께 하는 날들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영화 속에는 중간중간 장면의 전환시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비추고 있는 컷을 삽입하였는데, 이런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이 떠올랐다. 신카이 마코토가 하늘로 표현하려는 아련한 감성과 정확히 맞지는 않지만, 김소영 감독은 중간중간 삽입한 이 장면들로 인해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 With Cinema. All rights reserved

사실적인 표현을 내세우고 있는 영화답게 극적인 요소를 유도하려는 장치들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그 현실에 놓인 진이 빈이의 모습이 안쓰러워서이지, 보통 영화들처럼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도 없다(있다면 진이가 단 한번 폭발하는 그 장면 뿐이리라). 감정을 고조시키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화적 장치라면 역시 음악을 들 수 있을텐데, 영화는 러닝타임내내 음악을 거의 들려주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보니 음악이 채워야할 공간을 하늘을 담은 장면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엔딩 크래딧에 가서야 노래를 들려주는데, 진이 빈이의 노래로 시작한 이 곡의 원곡은 다름아닌 'Grandaddy'의 'The Nature Anthem'이었다. <나무없는 산>에서 그랜대디를 만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엔딩 크래딧이 흐를 때 상당히 놀랐었는데, 그랜대디의 곡을 아이들에게 번역해서 부르게 했다니 이것 참 기발한 생각이 아닐 수 없겠다.


1. 그리고 보니 계속 아이들이 멀어지고 있네요. 서울에서 지방으로 또 시골로.

2. 감독의 데뷔작 <방황의 날들>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네요.

3. 후반부 할머니가 먹을 것을 주며 진이를 부를 때의 와이드 샷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와'하고 탄성을 질렀지요.

4.
'Grandaddy'의 'The Nature Anthem' 뮤직비디오. <나무없는 산>덕에 그랜대디를 몇년 만에 다시 듣게 되었네요.




5. 정말 얼핏 잘못 생각하면 다큐멘터리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의 연기가 대단합니다. '아, 맞아 연기였지'하고 생각할 정도로요. 그만큼 사실적이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ith cinema에 있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My Beautiful Laundrette, 1985)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를 통해 만나게 되는 영화들 중에는, 정작 영화는 제대로 본 적이 없으나 그 제목만은 익히 들어왔던 작품들을 여럿 만나볼 수가 있었는데, 지난 상영작들 가운데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등과 같이 이번 상영작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출연작이라는 점과 그 제목만은 매우 익숙한 작품이었다. 어찌보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출연작이라는 것 외에는 (그리고 여러 영화제들을 통해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다시피 했던 작품이었는데, 막상 2009년에야 처음 접하게 된 영화는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최근 개봉작으로 씨네큐브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디스 이즈 잉글랜드>였다. 영화의 시기적인 배경이나 다루는 내용의 일부분이 <디스 이즈 잉글랜드>와 동일한 지점을 갖고 있었는데, <디스 이즈 잉글랜드>가 마가렛 대처 수상 시절 당시를 배경으로 영국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모습이었다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인도/파키스탄 등 영국을 사는 이민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영국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실 전혀 내용을 모르고 본 영화였기에 동성애 코드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내용은 조금 의외이기도 했는데, 어쨋든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당시 영국 사회를 이민자의 입장에서 그려내면서 사회가 용납하지 않았던 금기시 되는 요소로서 동성애 코드를 추가로 삽입한 듯 했으며, 전혀 의외의 공간일 수도 있는 '세탁소'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가족과 이민자, 이를 받아들이는 영국인들의 현실을 실험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듯 했다.

사실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기대보다 못 미친다고 생각된 데에는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물론 주제나 풀어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가까운 기간 내에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겹치는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1985년작인 이 영화가 너무도 1985년스러운 영화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말이 무슨 말인고하니, 예전 영화들 가운데서도 금새 빠져들게 되는 영화들을 보면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비롯하여 보편적인 접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너무도 당시의 영화 기술이나 연출 스타일을 반영하는 구성과 장치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주제에 빠져들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아닌가 싶었다.

특히 음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텐데, 너무도 80년대 틱한 이른바 '촌스러운' 음악들은 지금와서 보기엔 주제마저 잠식하는 듯한 이질감을 주고 있으며, 세탁소가 등장한다고 시종일관 물방울 터지는 효과음으로 구성된 배경음악은 확실히 그 촌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를 한 영화음악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시대를 넘어 공감을 얻을 만한 시도까지는 못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로 묘한 느낌을 주는 음악 탓에 마치 테리 길리엄 감독의 <브라질>을 연상시킬 정도로, 마치 SF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한스 짐머가 영화음악을 직접 맡은 것은 아니지만 프로듀서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채로웠다).


1.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뽀송뽀송한 얼굴은 참 어색할 정도로 어리더군요 ㅎ 지금이 무서우리만큼 인상적인 연기보다는 쿨한 미소년 정도의 모습이 색다르더군요 ^^

2. 이 타이틀은 무려 워킹 타이틀의 작품입니다. 워킹타이틀이 정말 생각보다 오래된 스튜디오였군요.

3. 그런데 정말 당시에는 그렇게 세탁소가 문을 열면 모두들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있었던 걸까요? 영화 속 묘사를 보면 세탁소에서 게임도 하고 전화도 하는 등 거의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4. 주인공 아마르 역할을 맡은 고든 워넥키는 생김새나 바바리를 차려 입은 모습이 마치 <영웅본색>을 자꾸 떠올리게 하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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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리뷰] 장면과 대사들로 다시보는 <마법에 걸린 사랑> 블루레이

2007년작으로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던 월트디즈니의 실사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은, 픽사나 드림웍스 등에 왕좌를 내준 뒤 이렇다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던 제작사 월트디즈니의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이었다.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역시도 '와! 재밌다!'를 넘어서는 디즈니의 야심과 반성이 엿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블루레이로 다시금 찬찬히 감상해보니 역시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새로워 진' 혹은 '변해야 할' 디즈니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블루레이 리뷰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장면과 대사에 집중하여 이야기해볼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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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은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들을 연상시키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다. 이는 설정 상으로 동화책 속 주인공이 마녀의 계획으로 인해 현실로 오게 되면서 겪는 사건들을 위한 구성상의 꼭 필요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월트디즈니 하면 익숙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서두에 깔고 시작하는 것은 '본래 디즈니는 이랬다'라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이렇게 간단하게 얘기하고 나면 '그러면, 기존 디즈니는 다 나쁘다는 말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는데, 물론 디즈니가 추구하던 가치가 다 좋지 못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전 <피노키오> 블루레이를 리뷰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월트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 많은 것을 가장 먼저 이뤄낸 선구자적인 존재였으며, 세계 수 많은 아이들에게 그야 말로 '꿈과 희망을' 안겨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였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겠다. 

개인적으로 그런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월트디즈니 였기에 후기 작품들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선입견이 짙은 설정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작고 예쁜 동물들은 친구 같은 존재이지만 덩치 큰 육식동물(혹은 공룡)들은 무조건 악당으로 설정되는 점이나, <슈렉>에서 이미 잘 비틀어 주었듯이 못 생긴 것은 곧 저주라는 공식을 은연 중에 심어버린 이야기 들은, 어른들이 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로 보는 것이기에 더 큰 위험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보수적인 구조를 완전히 다 바꾸려고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는 '더이상 이대로 있다가는 안되겠다'라는 변화에 대한 디즈니의 절박함마저 엿보인다. 사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하면 다른 스튜디오는 하나도 모르고 오직 '= 디즈니'이던 시절이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그 입지가 픽사나 드림웍스에 비해 상당히 위축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두에 애니메이션 부분은 최대한 기존 클래식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백마탄 왕자와 공주, 성, 마녀, 동물친구들, 뮤지컬 시퀀스는 디즈니를 구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왕자가 공주를 보자마자 '결혼합시다'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이런 디즈니스러움을 노골적으로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대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 서두에는 이들이 모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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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이야기는 주인공인 지젤 (에이미 아담스)이 현실 세계인 뉴욕으로 오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뉴욕으로 온 만화 속 주인공 지젤은 사람들과 처음 만나게 되면서 역시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자신의 장신구를 뺏어간 할아버지에게 하는 그녀 최대의 나쁜 표현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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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 정도다. 그런데 이 대사를 할 때도 잘 보면 조금 머뭇거리고 부자연스러워 하는 지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동화 속에서 지젤은 한 번도 누구에게 나쁜 말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욕으로 오자마자 그는 누군가에게 나쁜 말을 해야만 할 상황에 닥치게 되고, 부자연스러운 말투로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라는 본인 최대의 악담을 하게 된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건,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 라는 말조차 부자연스러웠던 지젤이 뉴욕에 더 오래 머물게 되면서 점점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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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로버트 (패트릭 뎀시)의 집에 와, 욕실에서 샤워를 끝낸 지젤은 이 신비로운 샤워 시설에 감탄하며 '마법 같아요'라고 한다. 이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지젤이 대표하는 바가 '디즈니'이고 뉴욕으로 표현되는 현실의 모습은 역시 현재 애니메이션 계의 현실이라고 볼 때, 현대의 애니메이션들이 추구하는 바와 갖고 있는 가치들은 디즈니 입장에서 보아도 마법처럼 매력적이고 동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다르게 말하면 이 마법 같은 요소들이 주변에 널려있는데 이것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여도 될지 주저하는 디즈니의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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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지젤의 모습이 현실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Happy Working Song' 장면을 들 수 있겠다. 동화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래로 동물들을 불러모아 신나게 청소하는 지젤의 모습은 장소만 동화 속에서 뉴욕으로 바뀌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과 '노래하며 일을 하면 피곤하지 않다네'하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디즈니가 영원히 동화같은 이야기로 들려주고 싶은 것은 즐겁게만 하면 힘들지 않다, 어려운 일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라는 진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마냥 행복함'을 점점 세상에서 '바보 같음'과 동일하게 생각하면서 디즈니도 함께 어려워 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디즈니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약간의 보수적인 색체는 있었지만, 동심에서나 이해할 수 있는 순수함 측면에 있어서는 사실 가장 선구적인 존재라고 생각되는데, <마법에 걸린 사랑>은 바로 이 디즈니적 순수함(동심에 가까운)과 현실의 괴리감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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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서 막 뛰쳐나온 지젤에게는 너무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은 것이 사실. 로버트는 화내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해주지만 마치 아이같은 지젤에게 어른 같은 현실의 이야기는 인정할 수 없다기 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아, 뉴욕이란 곳에서는 이럴 수도 있군요' 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안달라시아는 안 그래요'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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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괴리감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영화의 하이라이트 라고 할 수 있는 'That's How You Know' 시퀀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처음 지젤이 노래하려고 할 때 자꾸 노래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로버트의 대사에서나, 지젤의 노래를 거리의 악사들이 따라하자 '처음 드는 노랜데...' '엇, 이 노래를 아네? 하고 이야기하는 로버트의 대사를 굳이 삽입한 것은 예전 같으면 아무 설명없이 '디즈니 세계에선 다 가능해' 라고만 해도 되었던 것이, 로버트의 시각처럼 '어, 이거 말이 안되잖아'라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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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은 단순히 메시지적인 측면이나 대사의 삽입을 넘어서서 장면의 구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센트럴 파크에서 벌어지는 'That's How You Know'시퀀스의 경우, 위의 스샷처럼 다양한 신세대 댄서들과 최신의 댄스 장르들이 결합된 단체 댄스장면을 볼 수 있다. 이는 감독의 말처럼 짧게는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는 뉴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면 새로운 조류를 적극 수용해야만 하는 현실을 수렴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고전의 오리지널리티를 간직하려는 움직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시퀀스에서 노인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기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은 대부분 예전에 <메리 포핀스>같은 뮤지컬 영화에서 댄서로 출연한 경험이 있거나,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댄서/연기자들로서 영화 속에서는 잠시 등장할 뿐이지만, 감독은 이 장면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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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통해 디즈니의 변화와 변화하려는 노력을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극 중 로버트와 같은 친절한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연이 얘기해서 로버트라는 캐릭터는 지젤과 관객 사이에서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중간자적 입장으로 활약하는 메신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가 지젤에게 하는 대사들을 들으면 지젤이 이해 못할 현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데, 보통 이런 구성의 영화에서 주인공에 관객이 100% 공감하게 되는 것에 반해 가끔 관객은 로버트의 입장에서 '맞아, 지젤. 너의 얘기는 너무 황당하잖아' 라고 생각하게 까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해서 지젤 입장에서 보면 로버트라는 존재는, 너무나 갑작스런 현실에서 '만화'처럼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존재이며, 이해가 안되는 일들을 조금이나마 그럴 수 있겠다는 정도로 수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는 패트릭 뎀시에 따듯한 인상이 크게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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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따듯한 인상???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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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마스덴이 연기한 에드워드 왕자를 그리는 방식도 기존 디즈니 월드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에드워드 왕자라는 캐릭터는 지젤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애매한 존재다. 기존 작품들처럼 확고한 악당도 아니지만, 분명 사랑하는 다른 이가 있는 상황에서 별로 원치 않은 존재이며 무언가 지키고 싶지 않은 약속 혹은 예절이랄까. 그런 관계에 놓인 존재다. 아마 보통 디즈니 월드였다면 에드워드 왕자와 지젤이 연결되어야 했을 것이다. 지젤은 현실에서도 계속 왕자를 만나기만을 고대하고, 왕자 역시 현실 속으로 들어와 지젤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고난들을 이겨내 결국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냈다는 식의 결론 말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에드워드 왕자라는 캐릭터의 존재는 분명 기존 디즈니의 작품들과는 다르다. 이런 식의 전개라 하더라도 보통 같으면 배신 당한 에드워드 왕자가 악당으로 변모하게 된다거나 하는 것으로 흘러가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너무도 쿨하게 지젤과 로버트의 관계를 받아들이고 있어서 오히려 바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출연 작품들에서 연이어 이런 역할을 맡은 제임스 마스덴에게 '지.못.미'가 쏟아진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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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지젤과 마찬가리로 에드워드 역시 현실로 건너오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후반 부에 결정적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전까지 다람쥐가 그렇게 얘기를 전할려고 노력했어도 단 한마디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던 에드워드는, 동화 속 이야기와는 다르게 지젤을 로버트에게 양보(?)하고 나서부터는 더 악조건임에도 다람쥐의 말을 단 한번에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 어찌보면 지젤과 마찬가지로(어쩌면 더 한) 에드워드 역시 기존의 디즈니를 상징하는 캐릭터로서, 틀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행동 이후 바보 같은 모습을 벗는 구성은 역시나 의미심장할 수 밖에는 없다(영화 내용상 그렇다고는 하지만, 너무 해맑게 웃는 제임스 마스덴의 모습을 보며 여간 가슴 한 켠이 아려왔던 것이 아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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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는 뉴욕에서 지젤을 처음 만나자마다 반가움에 서두의 애니메이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노래를 부른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뮤지컬 세상에서 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세상에서 노래하는 것은 전혀 어색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노래란 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도 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행복한 동화 속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드워드의 노래에 맞춰 함께 노래해야 할 지젤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며 오히려 별로 노래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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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제법 충격이었다. 이런 장면이 디즈니 영화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제대로 파고든 경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노래하는 것을 어색해 하는 디즈니 캐릭터라. 특히나 지젤이 애니메이션에서 뛰쳐나온 캐릭터라는 점에서 노래하지 않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전면에 부각시킨 이 장면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 대한 메시지는 아마도 그 틀안에만 있었을 때에는 몰랐으나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 이후부터는 그간 본인이 해오던 것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관객들이 그냥 주인공들이 노래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믿는 때가 아니라는 점을(그러니까 인과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마냥' 그러려니 하는 구성은 봐주지 않음을) 깨달아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극중 인물들이 갑자기 노래하거나 하더라도 크게 이질감이 없는 편이라, 이런 세계도 계속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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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젤의 변화는 로버트와 헤어지고 에드워드와 다시 안달라시아로 돌아가기 직전에 다시 한번 등장한다. 이미 안달라시아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지젤은 아무 의심없이 돌아가려는 에드워드에게 데이트 등에 핑계를 대며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당장 갈 필요는 없잖아요' 라는 대사는 일반 영화 같으면 사실 별 큰 의미없는 대사일테지만, 하루 만에 만나 첫 눈에 반해 결혼까지 약속하는 동화 속 지젤에게서 나온 대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언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분명 커다란 변화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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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들어온 마녀와 결투를 벌이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역시 기존 디즈니의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일단 더 이상 공주를 구하기 위해 마녀와 대결을 벌이는 왕자의 모습은 없으며, 오히려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마녀에게 맞서는 지젤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용감한 공주가 구출하러 온다'라는 대사를 마녀가 일부러 해주는 것 역시 이 장면이 그간 보여주었던 구성과 전혀 다른 장면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기 위한 장치이며, 지젤이 로버트를 구하러 가기 전에 구두를 벗어던지고 나가는 장면에서 구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앵글은, <신데렐라>처럼 실수로 벗겨진 구두를 누군가가 찾아주길 기대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아니라,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구두를 벗어던진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이자 역시 의미심장한 앵글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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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의 결투가 끝나고 나서, 그 결투가 벌어졌던 건물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카메라를 발견할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 성과 같은 건물은 월트디즈니의 상징인 로고 속 그 성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계속 얘기한 바와 같이 <마법에 걸린 사랑>이 단순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월트디즈니가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영화임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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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점들이 많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런거 다 제쳐두더라도 <마법에 걸린 사랑>은 월트디즈니의 마법이 아직까지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디즈니가 추구해오던 가치관을 어떤 감각으로 그려내느냐에 따라 다시 한번 마법같은 순간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디즈니 스스로 변화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듯한 작품으로 상당히 많은 고민과 혼란을 겪는 듯한 모습마저 발견할 수 있었다.

글의 성격이 달라 다 소개하지 못했지만, 주연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는 그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화 속 지젤을 완벽하게 소화해 다시 한번 '에이미 아담스가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인어공주>를 비롯해 디즈니의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의 수록곡들을 만들었던 Alan Menken이 만들어낸 음악은, '그래, 영화 속에서나마 이렇게 마냥 행복한 걸 굳이 거부할 필욘 없잖아'라는 생각과 더불어 뮤지컬 영화의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LT DISNEY VIDEO에 있습니다.








John Frusciante _ The Empyrean

01. Before the Beginning
02. Song to the Siren
03. Unreachable
04. God
05. Dark/Light
06. Heaven
07. Enough of Me
08. Central
09. One More of Me
10. After the Ending


많이 늦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의 기타리스트이자 솔로 뮤지션으로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한 명의 기타리스트로서 많은 록 음악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새 앨범 'The Empyrean'에 관한 글 말이다. 사실 앨범 발매 당시에는 국내에 수입된 물량도 적었거니와 1차 수입 시기를 놓쳐 한 동안 기다려야만 했기에 실제로 음반을 손에 넣을 수 있던 것은 발매된지 몇 달 뒤었으며, 그로 부터 또 몇 달이 흐른 뒤에야 짧게 나마 글로 정리해보게 되었다.




일단 인상적인 자켓 이미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실제로 존 프루시안테의 이전 솔로 앨범 자켓들은 하나 같이 심플하면서도 무언가 심미함이 가미된 이미지들로 꾸며지기도 했었는데, 이번 앨범 '
The Empyrean'의 자켓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품'스럽다.



(왼쪽 위에서 부터 시계방향으로, Curtains (2005) / Shadows Collide with People (2004) / The Will to Death (2004) / A Sphere in the Heart of Silence (2004) )


이번 앨범 타이틀인 'The Empyrean'을 우리 말로 해석해보자면 '가장 높은 하늘', 고대 우주론에 등장하는 '불과 빛의 세계로서 후에는 신과 천사들이 사는 곳으로 믿어진 곳' 으로 해석할 수 있을텐데, 일단 자켓이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와 앨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얼핏 수록곡들의 제목을 보아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efore the Beginning' 'God' 'Heaven' 'After the Ending' 등 이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하나 같이 일맥상통하는 곡 제목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 곡
'Before the Beginning'은 9분이 넘는 연주곡이다. 이 곡에서는 프루시안테의 와우 기타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데, 정말 미친듯이 울어대는 기타 소리에 내 눈물이 절로 동할 정도다. 존 프루시안테는 상당히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기타리스트로도 정평이 나있는데, 이 곡에서도 그런 존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앨범에 실리긴 했지만 아마도 똑같은 버전으로는 다시는 연주하지 않을 듯한 이 곡. 존의 나른한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Song to the Siren'을 지나면 이번 앨범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Unreachable'을 만나볼 수 있다.




6분 10초짜리 이 곡은, 초반에는 참 평범하게 시작한다. 평범한 리듬과 편안하게 노래하는 존. 중간 몇 번 리듬의 변화를 주고 난 뒤, 후반 부쯤 가서 본격적인 솔로가 시작되면서 곡은 급변하게 되는데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하다. 존 프루시안테의 많은 곡을 들으며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었지만, 정말 그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이 곡 후반부의 솔로와 전개부분은 정말 최고. 최고다. 기타 솔로가 전자 오르간 사운드와 합쳐지면서 계단식으로 발전하는 이 부분은 마치 King Crimson의 곡에서나 들었을 법한 전개로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이 앨범을 통틀어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God'에서는 존 특유의 가성을 잔뜩 만나볼 수 있으며, 'Dark/Light'의 중반 부 코러스는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실험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당히 드라이한 보컬과 기타 사운드와 선굵은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Heaven',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이 의외스럽기까지 했던 'Central', 후반 부 현악기로 이뤄진 연주마저 만나볼 수 있었던  'One More of Me', 그리고 일렉트로니카적인 사운드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After the Ending'까지. 전체적으로 앨범으로서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으며, 단순한 기타 연주를 넘어서서 다양한 실험으로 접목시키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음반 활동이 잠정 중단 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의 새 앨범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물론 R.H.C.P 보다도 (어쩌면) 더 존을 좋아하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존과 함께 R.H.C.P가 다시 한번 무대 위로 날아오를 그 날도 기다려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일본 음악을 즐겨 들은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번 앨범을 받아들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왜 그 동안 히라이 켄의 앨범을 단 한번도 제대로 들어보려고 시도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었다. 차라리 그 이름을 몰랐다면 얘기가 될 텐데, 히라이 켄이라는 이름은 매우 자주 들어왔었고 지인 가운데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이도 있었을 정도로 가깝다면 가까운 아티스트였는데, 왜 그랬는지 별로 제대로 들어보려고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그 이유를 떠올려보자면 아마도 그가 흔히 말하는 '발라드' 가수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텐데, 아무래도 일본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주된 이유가 록 음악이었다보니, 그리고 그 이후에 좋아하게 된 뮤지션들은 거의 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아니면 블랙뮤직을 주로 하는 팀들이다보니 점점 히라이 켄과는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서야 들어보게 된 히라이 켄의 음악은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짐작해오던 그런 '발라드'는 아니었으며 (절대 발라드를 폄하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남자가 들어도 달콤한 (각트처럼 느끼하지 않고 달콤한) 보이스는 특히나 커버 곡으로 이뤄진 앨범 'Ken's Bar'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앨범 속지의 해설서에 따르자면 이 'Ken's Bar'란 프로젝트는 실제 히라이 켄이 지점장 겸 보컬을 맡고 있는 라이브 까페에서 벌어지는 라이브이자 'Bar'이며, 입소문이 커져 극장 라이브로 발전되기도 했고, 2003년에는 'Ken's Bar'의 컨셉을 하나로 엮은 음반을 이미 발매하기도 했으며, 이번에 발매된 앨범은 그 2탄 겪으로서 Ken's Bar의 개점 1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많은 뮤지션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되면 커버 곡으로 (리메이크 곡으로) 이루어진 컨셉 앨범을 종종 내곤 하는데, 대부분이 상업적인 성격이 짙거나 앨범의 완성도보다는 그저 자신의 팬들만을 위한 성격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실 이 앨범의 성격을 알게 되었을 때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었는데, 막상 들어본 'Ken's Bar'는 왜 이 프로젝트가 많은 일본인들과 음악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절로 알 수 있는 매력적인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커버 곡으로 이뤄진 앨범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두 가지를 고르라면 하나는 보컬의 역량이 될 수 있겠고, 다른 하나는 곡의 해석을 어떻게 달리하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성공한 리메이크 앨범의 경우 완전히 장르를 파괴하여 자신들만의 것으로 곡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가 좀 더 많다고 할 수 있을텐데, Ken's Bar는 이런 케이스가 아니라 보컬의 역량에 좀 더 촛점을 맞춘 프로젝트라 하겠다. CD플레이어에 CD를 넣고 처음 히라이 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기존에 잘 알고 있던 곡이라 하더라도 그의 보컬이 곡을 압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는 어떨 때는 송가처럼, 어떨 때는 러브 송처럼 가슴 깊은 곳을 이른바 '후벼 파는' 감성적인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잘 알고 있는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특별한 곡해석 작업이 없었음에도 보컬 만으로 곡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트로와 경음악 트랙을 지나 그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첫 번째 곡 'New York State of Mind'는 이미 수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이미 익숙해질 만큼 불려진 곡이지만, 독특한 미성의 히라이 켄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다. 4번째 곡 '僕がどんなに君を好きか、君は知らない (내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 너는 알지 못해)'를 듣고 있노라면 장소가 어디든 그 차분함과 따듯한 분위기에 금새 빠져든다. 다른 곡들을 듣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이 앨범은 듣고 있는 그 장소를 한껏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5번째 곡은 하마사키 아유미의 곡으로 더 유명한 'Love ~Destiny~'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히라이 켄 보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듯 악기의 사용이나 추가 장치들은 가능한한 배제하고 있는데, 이 곡 역시 피아노 반주 만이 그의 목소리를 받쳐줄 뿐이다. 6번째 곡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Eagles의 명곡 'Desperado'이다. 개인적으로 데스페라도는 너무 많은 뮤지션의 너무 많은 버전을 겪은터라 신선함이 확실히 덜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




역시 너무나도 유명한 'Moon River'를 지나면 Neyo의 곡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모았었던 'Because of You'가 히라이 켄의 목소리로 전해진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로 편곡된 'Because of You'는 네요의 느낌과는 또 다른 담백하면서도 히라이 켄의 보컬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워낙에 원곡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히라이 켄의 애절한 보컬과도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일본 공연시 게스트로 출연한 적도 있었던 스티비 원더의 곡 'Lately' 역시 히라이 켄 같은 보컬이라면 한 번쯤 불러볼 만한(도전해 볼만한) 곡이라고 생각된다. 원곡보다는 훨씬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로 편곡된 것이 이채로웠다. 이 이후로도 정말 'Ken's Bar'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게 될 만큼 편안한고 아늑한 그의 곡들이 더 수록되어 있다.




히라이 켄의 Ken's Bar를 듣고 난 가장 첫 느낌은 '참 따듯하다'와 '참 편안한다'라는 것이었다. 정말 부담없이 한 낮 햇살 가득 내려 쬐는 방안에 홀로 앉아 듣고 싶은 앨범. 바람이 살랑살랑 머릿 결을 스치는 공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듣고 싶은 앨범.

아, 그리고 언제 한번 그의 바에 놀러가서 히라이 켄과 함께 차 한잔, 맥주 한잔 하며 듣고픈 앨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

1950년대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본, 그들의 이상과 현실

리처드 예이츠(Richard Yates)의 소설을 원작으로 '아메리칸 뷰티'를 연출했던 샘 멘더스와 '타이타닉'의 커플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지금까지 언급한 이유만으로도 일단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잘 알다시피 샘 멘더스와 케이트 윈슬렛이 부부관계인 것 또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이었으며 이 둘이 함께 처음으로 작업하게 된 작품이라는 점과, '타이타닉'의 커플이 11년 만에 다시 커플로 스크린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영화 팬들에게는 분명 설레 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재미 있는건 이들 외에 역시 '타이타닉'에 함께 출연했었던 케시 베이츠 역시 '레볼루셔너리 로드'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문학작품인 예이츠의 원작을 읽었던 이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결코 만만한 영화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올해는 물론 근래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무겁고 괴로운 영화였으며, 냉소적인 시선과 희망적인 시선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부부관계에 대해 더 나아가서는 남녀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그 어느 영화보다 현실적이고 치밀한 묘사를 보여준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배우들인 레오와 케이트의 열연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당시 미국사회의 문제 거리였던 급속한 경제 성장과 맥카시즘에 관한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정치/사회적인 영화는 결코 아니다. 1950년대 미국 코네티컷에 사는 중산층 부부인 프랭크와 에이프릴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이 둘의 이야기는 결국 지금의 것으로 그대로 가져와도 전혀 문제가 없음을 -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기까지 한 - 몸소 보여주고 있으며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미국사회의 단면을 비교적 희망적으로 조명했던 샘 멘더스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가 만들어낸 어두운 면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견뎌내야만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그려내고 있다.


(이후 네 단락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극중 휠러 부부가 사는 거리의 이름이다. 잘 사는 중산층을 대변하는 일종의 상징으로서 인식할 수 있을 텐데, 이 거리와 언덕 위의 하얀 집은 전형적인 보기 좋은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영화에서 하나 흥미 깊게 지켜볼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던 이 언덕 위의 집이(=휠러 부부가) 점점 어떻게 감옥 같은 공간으로 변해가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 휠러 부부는 이 가운데서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선망에 대상이며, 그들 스스로도 이를 인지하고 보여지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생계를 위해 하고 싶지 않은 뻔한 세일즈 일을 해오고 있는 프랭크(디카프리오)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가사를 꾸려가고 있는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은 우연한 기회에 파리로의 여행이 아닌 이민을 계획하게 된다. 현재의 삶에 무력함과 공허함을 느끼던 에이프릴은 예전 사진을 정리하다가 파리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던 프랭크의 말을 떠올려 급작스레 이를 계획하게 된다. 프랭크도 처음에는 이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도 현실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터라 이 비현실적으로만 보이는 계획에 함께 하게 된다.




이 계획이 있기 전 프랭크가 기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하는 장면은 그의 삶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출근 시간 다른 사람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똑같은 양복과 모자, 무엇보다 표정으로 무의미하게 회사 건물로 들어서는 프랭크의 모습은, 프랑스 이민을 결정하고 나서 180도 달라진다. 분명 똑같은 옷과 시간이지만 현실에서의 탈출구를 계획하고 있는 프랭크에게는 유난히 빛이 나게 마련이다 - 이 말은 그대로 장면으로 표현되는데, 정말 놀랍기만 하다 - . 휠러 부부는 친한 부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데, 이 부부는 이들 앞에서는 말하지 못했지만 이들이 가고 나자 말도 안되게 유치한 계획이라며 서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들 부부의 행동과 설정은 휠러 부부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그 앞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말하고 싶은 건 이상이고, 그럼에도 말 못하고 나중에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현실이다. 이 친구 부부의 남편은 자신의 집 마당에서 휠러 부부의 집을 멀찌감치 동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는 오래 전부터 에이프릴에게 연정을 품었지만 이를 고백하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조차 믿어주지 못하는 거품으로 덥힌 관계 속에 영화는 현실과 이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휠러 부부의 이야기를 - 가식이 아닌 -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이 정신적 병을 갖고 있는 '존 (마이클 섀넌)' 뿐이라는 점은, 이 부부와 이들을 둘러싼 사회의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매우 직접적인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서 존은 휠러 부부의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이 그들의 행동과 관계에 대해 거칠게 몰아치는데, 이는 존의 이야기가 '너무' 직언이기 때문이다. 뭐라고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치부를 꿰뚫고 있는 말들은 거칠게 반응한다 해도 뒷 맛이 깔끔할 리가 없다.



(좁은 방안에서 여러 명의 캐릭터들을 서로 겹치지 않게 배치한 이 쇼트는 가히 압도적이다. 마치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 이 장면은, 그 대사들과 캐릭터가 갖는 의미들로 인해 더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영화가 가장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판단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이뤄내기 위해 떠나는 '파리' 행이 이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를 차근차근 보다 보면 과연 이들이 이상향으로 설정한 '파리'가 이상인지 혹 현실은 아닐지, 반대로 '코네티컷' 역시 벗어나고만 싶은 현실이 맞는 건지 아니면 이상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러움을 겪게 된다. 즉 이상으로만 꿈꿔 왔던 것과 현실은 사실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며, 이상을 택하는 것으로 완전 해결되는 현실의 문제는 없다는 진리를 깊은 곳에 숨겨둔 텍스트라고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스포일러 끝)



사실 이 작품을 처음 극장에서 접했을 때에는 바로 리뷰를 쓸 수 없었을 정도로 괴로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내용 때문에 다른 것들이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블루레이로 재차 감상을 하면서 배우들이 열연만큼이나 돋보이는 영화적 미학의 순간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요즘 영화들로는 매우 드물게 세트 촬영이 거의 없이 100%에 가까운 장면들을 로케이션 촬영으로 소화했다는 점이 이색적인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코네티컷 주의 한 집을 실제 모델로 하여 그 공간 내에서 인위적인 장치들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영화적으로 너무 아름다운 장면들을 완성해냈다. 세트가 아닌 실제 집을 무대로 촬영을 하다 보니 조명장치를 좀 더 활용할 수 없었고, 동선 등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톤 핑크’ ‘쇼생크 탈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촬영했던 명 촬영 감독 로저 디킨스가 창조해낸 영상들은 색감이나 조명 부분에 있어서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조명에 대한 찬사들은 감독과 작가가 함께한 코멘터리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주로 코엔 형제와 작업을 해왔던 로저 디킨스는 감독인 샘 멘더스와는 ‘자헤드 ? 그들만의 전쟁’을 함께 했었고, 케이트 윈슬렛과는 ‘더 리더’를 통해 함께 작업하기도 했었다)




촬영만큼이나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은 바로 음악이다. ‘월-E’와 ‘아메리칸 뷰티’ 등 여러 흥행작들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던 토마스 뉴만은 이 절제와 폭발이 공존하는 영화에 무섭도록 냉정한 차분함과 서글픔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그 테마 몇 마디만 들어도 영화의 전반적인 메시지와 색감이 떠오를 정도로 토마스 뉴만이 만들어낸 선율은 또 다른 의미에서 중독적이다. 토마스 뉴만은 역시 감독과는 ‘자헤드 : 그들만의 전쟁’을 함께 했었고, 케이트 윈슬렛과는 ‘리틀 칠드런’을 통해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다.




차 안에서 심하게 다투는 이 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서, 만약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가 죽지 않고 계속 함께 지내왔다면 프랭크와 에이프릴과 같은 시간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그 만큼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이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두근대는 영화였지만, 영화 속에서는 ‘타이타닉’ 당시에는 그저 외모가 더 돋보였던 이 두 배우가 현재는 어떻게 당대를 대표하는 남녀 배우라고 불리 우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케이트 윈슬렛은 ‘더 리더’로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리더’가 아닌 이 영화로 수상을 했어야 더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통해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언제나 그렇듯 신뢰가 가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에 더해 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등이 출연했던 ‘다우트’와는 또 다른 의미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이제 이렇게 미묘한 감정과 심리를 다룬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그를 최우선으로 꼽게 될 정도로 아카데미가 부럽지 않을 최고의 열연을 펼쳤다.




존 기빙스 역할을 맡은 마이클 섀넌 역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석 같은 존재다. 그는 일반적인 정신 질환자로 보기 어려운 존 기빙스 역할을 맡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두 주연 배우를 압도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영화의 중요한 줄기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 그의 분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닌데 영화를 다 보고 관객이 느끼는 비중은 두 배우 못지 않을 정도이니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임팩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이 밖에 기빙스 부인 역할을 맡은 케시 베이츠와 하워드 기빙스 역할을 맡은 리차드 이스튼은 왜 그들이 베테랑 연기자인지 연기로 증명하고 있으며, 조 카잔이 깜찍한 얼굴도 기억에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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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s Quality

1080p 풀HD영상과 MPEG-4 AVC포맷을 수록한 화질은 영화 속 1950년대를 고스란히 안방극장으로 전달하고 있다(그렇다고 50년대의 오래된 화질은 절대 아니니 안심하시길 ^^;). 사실 이렇게 조용한 드라마 장르 영화에서는 액션 블록버스터나 SF 영화들에 비해 차세대 화질을 체감하는 정도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레볼루셔너리 로드’ 블루레이의 화질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

(아래 4장의 그림은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의 그림으로 확대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100% 로케이션 촬영과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부분이 촬영되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풍부한 조명보다는 제한된 광량이 효과적으로 사용된 장면들이 많은데, 옅은 그림자들이나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볕 같은 부분이 블루레이의 화질로 잘 표현되고 있는 편이다. 또한 클로즈업 시에는 캐릭터의 고뇌가 더 와 닿을 정도로 피부의 질감 표현도 만족스러운 편이고, 1950년대를 완벽하게 복원해 낸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색감들도 잘 드러나고 있다.



Blu-ray : Sound Quality

돌비 True-HD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기술적인 면에서 크게 아쉬울 것은 없는 사운드지만, 작품의 특성상 차세대 사운드를 실감할 만한 부분이 비교적 적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몇 가지 소소한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운드 임팩트는 대사와 스코어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세대 사운드답게 대사 전달은 또렷하게 전해지고 있으며, 토마스 뉴만의 스코어가 흐를 땐 좀 더 깊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레볼루셔너리 로드’ 블루레이 타이틀이 반가웠던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감독인 샘 멘터스와 시나리오를 각색한 저스틴 헤이시가 참여한 음성해설이 수록된 점이었다. 보통은 배우들이 참여하는 코멘터리를 선호하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 같은 경우는 감독과 작가의 코멘터리가 예이츠의 원작과 비교하며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되고 있는 듯 하다(배우들의 코멘트는 메이킹 영상으로 충분히 보완되고 있다). 코멘터리를 통해 195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기 전 촬영 감독인 로저와 함께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와 교외의 모습을 묘사한 영상들을 많이 참고했다는 이야기와, 실제 로케이션 장소에서 촬영 함으로서 얻게 되는 영화적 이득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의 끔찍한 결말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감독과 배우라지만 그 이전에 남편인 샘 멘더스가 어떻게 자신의 아내에게 이런 연기를 시킬 수 있었을까 - 참 독하다 - 하는 생각과 의문이 있었는데, 자신의 평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촬영이었다는 코멘터리를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Lives of Quiet Desperation : The Making of Revolutionary Road’는 제목 그대로 전반적인 메이킹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프리 프로덕션과 캐스팅, 촬영, 프로덕션 디자인 등 전분야의 배우와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영화화가 기획되면서 주연인 케이트 윈슬렛이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되었고 그 다음에 감독인 샘 멘더스가,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무려 케이트가 2년 반을 설득하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점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실제 로케이션 촬영을 고집하다 보니 프랭크의 일터인 녹스 빌딩이나 부부가 사는 언덕 위의 집 같은 경우 비슷한 조건의 건물을 찾지 못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도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집 뒤편에서 휠러 부부의 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캠벨 부부의 집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한 그 위치에 그대로 있는 집을 이용하여 촬영한 경우다.




‘The Wages of Truth‘는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을 쓴 리처드 예이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후 미국소설 중 최고의 작품으로 추앙 받는 그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인간 예이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그의 친구들과 딸들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다. 상당히 많은 분량의 인터뷰로 이어진 영상으로서 리처드 예이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Deleted Scenes’ 을 통해서는 비교적 많은 분량의 삭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감독인 샘 멘더스의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삭제 장면의 특이할 점이라면, 장면과 감독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삭제 장면들이 본편에 수록된 장면들 보다 도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다는 점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설명할 때마다 ‘이 장면은 정말 제일 마지막에 회의를 거쳐 삭제하기로 한 장면이에요’ ‘이 영화만큼 좋은 장면들을 삭제한 영화는 없습니다’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등 샘 멘더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본편 장면들이 잠시나마 ‘초라’해질 정도다 ^^; 그 만큼 본편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지닌 삭제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꼭 놓치지 말고 감상하길 바란다. 그 밖에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지도에 비하면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한 작품이지만 단연코 올해 개봉한 작품들 가운데 최고 수준에 있는 드라마이자, 깊은 현실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생각해 볼만한 작품이었다. 영화가 그리고 있는 현실은 견디기 힘들 정도지만, 영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장면들과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열연은 상투적인 표현일지언정 거짓은 아님을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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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2009)
마이클 만의 실험적인 갱스터영화


<히트> <콜레트럴> <마이애미 바이스>등을 연출했던 마이클 만이 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 등과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 '등'에는 상당히 많은 거론할 만한 배우들이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 작품 <퍼블릭 에너미> (원제목은 'Enemies'임으로 우리말 제목으로 하자면 '공공의 적'이 아니라 '공공의 적들'이 맞겠다)는 기대작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필몰그래피 가운데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협연한 1995년작 <히트 (Heat)>를 최고의 작품을 꼽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999년작 <인사이더 (The Insider)>부터, 아니면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가 출연했던 2004년작 <콜레트럴 (Collateral)>에서야 본격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으로 꼽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그가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갱스터 '존 딜린저'를 영화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점들은 분명 몇 가지가 있었는데 (최신형 총기들의 격발음의 디테일을 선보였던 마이클 만이, 시카고로 대표되는 기관총의 사운드는 어떻게 차별화하여 들려줄 것인가 등등), <퍼블릭 에너미>는 그런 점들도 물론이거니와 기존에 <콜레트럴>과 <마이애미 바이스>를 통해 사용 빈도를 높여왔던 HD카메라의 사용을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한 상당히 실험적인 영상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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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고나서 솔직한 심정은 조금은 의외였다. 마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빌>에서나 볼 법한, 아니면 역시 그의 작품인 <어둠 속의 댄서>의 HD버전을 보는 듯한 영상은, '정말 이대로 끝까지 다 담으려는건가?'하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마이클 만은 작정을 한 듯 이렇게 조금은 관객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이질감이 느껴지는 화면으로 영화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특히 초반 장면들 같은 경우 실외 장면에서는 그 미치도록 파란 하늘에 혼이 팔려 감각을 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외 장면보다 실내 장면에서 더욱 크게 그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HD다큐멘터리르 보는 듯한 화면의 질감과 전혀 필름 라이크하지 않은 이 영상은 확실히 몰입도 측면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만은 <퍼블릭 에너미>를 소개하는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1930년대를 구경하기 보다는, 그 안에 진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는 소견을 밝히기도 하였는데, 그런 그의 의도를 단 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카메라 워킹과 영상이었다. 이 작품의 카메라 워킹을 보다보면 화면 속 배우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저리 비켜요'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완전히 VJ가 된마냥 인물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특히 법정 장면에서의 앵글은 완벽하게 방청석에 앉아 있는 시점에서 이를 빠져나가는 주인공들을 뒤 쫓고 있다(그렇다고 <클로버필드>마냥 완벽한 촬영자적 입장에서 본다고만은 볼 수 없는 영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핸드헬드 기법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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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카메라 워킹은 '그 속에 진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HD카메라만을 통한 그 필름 라이크하지 않은 화면의 질감은 확실히 실험적인 것이었다. <마이애미 바이스>에서도 이런 식의 장면들이 몇몇 있긴 했었지만 전체적으로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커버하리고는 생각지 못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HD카메라로 담은 영상은 한 편으론 정말 그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일반적인 영화적 화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무언가 떨어져 보이는 영상으로 오해되기 쉬운 것도 사실일 것이다. 특히나 만약 이 영화를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이 운명의 적수로 만나는 대결구도(.vs)의 액션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 관객들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런 경험이었을 것이다.

<퍼블릭 에너미>는 실존 인물인 존 딜린저와 그와 관련된 실제 있었던 일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종류의 다른 영화들처럼 '이것은 실화입니다'라고 강조하는 편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마도 따로 자막을 통해 관객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실제 있었던'이 아닌 '실제하는' 이야기로 전달하려는 욕심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확실히 영화의 영상은 다큐멘터리라고 봐도 좋을 정도인데, 마치 유명한 뮤지션들의 투어를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투어필름 감독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영화 속에는 실제로 당시 경찰들이 영화 상영 전 홍보를 위해 촬영한 영상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만약 존 딜린저가 이런 작업을 진행했었다면 이런 비슷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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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시에는 굉장히 카메라를 인물에게 타이트하게 들이대는데, 이런 방식은 정말 라스 폰 트리에가 자주 썼던 방식으로, 관객들이 극중 인물에 심리상태를 더욱 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마치 극중 인물의 숨이 내 얼굴에 와 닿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또한 정경을 멀리서 촬영하거나 카메라가 먼 곳으로 빠지는 장면 같은 경우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실제하는 공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 감상기를 쓰면서 스포일러 걱정없이 술술 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에는 별로 스포일러가 될만한 요소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존 딜린저가 매우 유명한 실존 인물임을 감안했을 때 이 영화의 결말은, 히틀러의 암살작전을 다룬 <발키리>와 다를 바 없으며 (그렇다고 해놓고선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센스 ^^;), 그 과정의 이야기들도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뿐이다. 존 딜린저는 시대를 풍미했던 갱스터로서 은행털고, 세력 다툼도 있었고 그를 잡으려는 경찰들은 더욱 조직화 되었으며, 운명 같은 사랑도 나누었다는 이야기 가운데 적어도 마이클 만은 내용 안에 특별한 메시지나 논란거리를 던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만은 이 처럼 얼마든지 영화적으로 상상력을 더해(더하지 않더라도) 극적인 스토리로 만들 수 있었던 소재를 그저 다큐처럼 조명하는데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 속 총격씬에는 기술적인 구현 외에 극적인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있다면 윈스테드 경관의 앞구르기 정도!), 총격전 사이에도 긴장감은 별로 찾아볼 수 없고 각각의 인물들에게도 정말 진심으로 우러나서 공감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단 하나 이 영화에서 극적인 부분을 조장하려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음악일텐데, 마치 <다크 나이트>의 스코어와 살짝 흡사한 음울한 스코어는 장면 장면 분위기를 만들려고 끼어드는데, 무언가 담백하게 가려는 영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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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이 이런 무거운 갱스터 영화에 어울리까도 싶었었지만, 터프하기보다는 섬세하고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존 딜린저 역에 그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던 것 같다. 살짝 살이오른 그의 얼굴은 은근히 네모내 보이기도 하는데, 확실히 '넌 이제 내 여자야' 라는 대사를 그나마 덜 어색하게, 그래도 어느 정도 수긍 가능하게 만든 것은 '조니 뎁'의 역량이지 않았나 싶다. 크리스찬 베일은 역시나 크리스찬 베일이었다. 씨네21 리뷰에서는 그의 연기를 평하면서 <다크 나이트>보다도 오히려 이 영화의 등장한 멜빈 퍼비스
를 연기하기 위한 배우같았다고 짧게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정말 더 꽉 다문 입에서 브루스 웨인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그래도 첫 대사를 할 때 그 목소리는 마치 변조된 배트맨 목소리가 살짝 연상되긴 했다).

마리온 꼬띨라르는 <라비 앙 로즈>에 이어 또 한 번의 시대극이라서 그런지 에디뜨 피아프의 잔상을 다 지우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조니 뎁과 은근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버를 연기한 빌리 크루덥은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연기 자체가 인상적이었다기 보다는 자꾸 <왓치맨>의 닥터 맨하탄이 생각나서 집중되지 않기도;; (닥터 맨하튼이 갱스터 하나 못잡아서 곤란해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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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급 연기자들 외에도 이 작품엔 참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서 배우들 얼굴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다. '파라미르' 데이빗 윈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고, 며칠 전 <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스테판 그레이엄 역시 '참~ 맘에 안드는' 캐릭터를 맡아 열연하고 있고,
<블레이드>에 출연했던 스티븐 도프, 따져보니 본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데 얼굴만은 참 익은 지오바니 리비시, 마지막에 잠깐 등장했지만 얼굴을 보고는 반가웠었던 <딥 임팩트>의 그녀 릴리 소비에스키까지. 예상치 못했던 조연급 연기자들이 다수 출연해 그것만으로도 반가운 작품이기도 했다. 물론 그 중 가장 놀라웠던 출연자는 UFC와 프라이드에서 활동했었던 격투선수 돈 프라이였다. 대사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존재감은 어느 정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돈 프라이를 마이클 만 감독 작품에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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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마이클 만의 <퍼블릭 에너미>는 예상하던 장르 영화로서의 갱스터영화는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영화 장인으로서의 마이클 만의 야욕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1.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HD카메라의 의도적 영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2. 초반 클럽에서 노래하는 여가수는 다름 아닌 다이애나 크롤이더군요. 깜놀.
3. 누가 조니 뎁 아니랄까봐, 이름이 뭐냐는 물음에 '잭'이라고 하더군요 ㅎ
4. 극장 장면은 하나는 참 재미있었고, 다른 하나는 참 영화적으로 인상적이더군요. 셜리 템플 지못미.
5. 무언가 더 할말이 있었는데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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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이 그렇게 떠나고나서 그의 예전 앨범들의 LP들을 구하던 중에 마이클 잭슨의 자서전이라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약간 반신반의할 수 밖에는 없었죠. 아마도 그의 죽음에 발맞춰 상업적인 목적이 짙은 급작스런 프로젝트가 아닐까 하는 것과, 자서전이라는 의미와는 다르게 상당부분 마이클의 의도와는 다르게 '만들어진' 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그것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잭슨!' 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한 번 보자는 양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일단 전체적으로 책을 읽어본 느낌은 상당히 마이클 잭슨의 입장에서 그를 대변하는 방식으로 쓰여져있으며(물론 1인칭으로), 솔로 데뷔 이후 'Thriller' 앨범이나 'Bad' 앨범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소소한 이야기들도 담겨져 있어, 그의 팬으로서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마이클 잭슨의 인생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고 있는 이 책 'MOONWALK'는 마이클이 잭슨 5로 데뷔하기 이전의 일들부터, 데뷔하고나서 '모타운 레코드'와 계약하기까지 각종 경연대회를 전전하던 이야기, 모타운에 입성하게 되면서 베리 고디 주니어와의 만남과 다이애나 로스와의 인연에 대한 일들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잭슨 5 활동 말미와 콜럼비아 레코드와 계약하고 솔로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그리고 퀸시 존스를 만나 팝 역사에 전설로 남을 'Thriller' 앨범, 그리고 'Bad'앨범의 제작에 관한 이야기들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예전 미국에서 방영했었던 특선TV시리즈 '
잭슨 가의 사람들 (The Jacksons : An American Dream, 1992)' 이 참 자세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구나 하는 것이었죠. 이 책에서 마이클 잭슨이 모타운 25주년 기념쇼에서 'Billie Jean'을 부르기까지의 일들은 거의 '잭슨 가의 사람들'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 TV시리즈를 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당시의 일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기타에 손도 못대게 했던 아버지 몰래 형제들이 처음 기타 연주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나중에 아버지가 형제들의 재능을 알아차리고는 본격적으로 팀을 구성하게 되는 에피소드들은, 거의 TV프로그램 대본에 가까울 정도에요.




이 책은 어디까지나 마이클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이기 때문에, 그가 언론이나 메스컴에 느껴왔던 불신들이나 각종 루머들에 대한 견해들이 연대기적인 것과 무관하게 등장하곤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형 의혹에 대해서도 코 수술을 2번 한 것과 턱에 홈을 만든 것 이외에는 절대 한 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히고 있고, 더불어 다른 헐리웃 스타들 역시 모두 성형수술을 하는데, 왜 나에게만 이렇게 집중 공격을 퍼붓는지 알 수 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죠. 실제로 마이클 잭슨 스스로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신의 외모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백인이 되려했다'라는 건 분명 틀린 얘기죠. 실제로 펩시 광고 촬영 당시 머리에 화상을 입으면서 나중까지 고통을 받아왔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것이 백반증에 원인이 될 수도 있었다는 의견들도 나왔었죠(참고로 마이클은 이 사고로 인해 받게 된 보험금과 펩시로 부터 받게 된 돈을 모두 기부하여 화상환자들을 위한 기금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메스컴에 대한 불평만큼이나 불쑥 불쑥 등장하는 한 가지는 바로 다이애나 로스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애정의 표현들이죠. 다이애나 로스와 마이클 잭슨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진 바처럼 너무나도 유명한데, 그녀는 마이클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자 어머니였죠. 참고로 유서 내용에 어머니의 부제시에 아이들의 양육권을 맡아줄 차선책으로 다이애나 로스의 이름이 기제되어 있어 또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잭슨의 오랜 팬들이라면 너무나도 당연스런 일이었어요. 마이클이 그녀를 후견인으로 점찍었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이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 가난하고 병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연민, 자신들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이들은 아이들 밖에 없었다고 밝히는 그를 아동성추행자로 몰고간 언론에 다시 한번 분노가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솔로 앨범 작업 에피소드들 가운데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마이클의 작곡 실력에 관한 언급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수의 팬들 조차 마이클의 히트곡 대부분이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의 공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가 곡을 작업하는 방식은 마이클이 일단 곡을 써오면 퀸시 존스가 더할 것, 뺄 것만 정해주는 식이었죠. 말그대로 프로듀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죠. 그리고 믹싱하고 녹음하는 프로듀싱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팬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마이클은 뮤직 비지니스에 40년 가깝게 활동했던 만큼 이런 기술에 있어 누구보다 숙련자였고, 이는 최근 신보 작업을 함께 했던 현 최고의 프로듀서들 중 하나인 윌 아이 엠이나 카니예 웨스트 등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기도 했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마이클이 어떻게 곡을 만들고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도 어떻게 제작되게 되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마이클의 오랜 팬이라면 절반 이상은 이미 알고 있는 얘기일 수 있겠지만, 일반 팬들에게는 그 동안 잘못된 언론의 루머들로 인해 오해하고 있었던 진정한 '마이클 잭슨'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팬들 역시 흥미를 끌만한 내용들도 적지 않게 담겨있어 그를 추억하며 읽어내려가기에 만족스러웠던 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Rest In Peace, MJ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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