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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2016)

버티는 삶에 대하여


케네스 로네건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2016)'는 평범한 한 가족을 둘러싼 조금 특별한 이야기다. 여기서 조금 특별하다는 표현에는 '특별하다'에 맹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에 있다. 캐시 애플렉이 연기한 리 챈들러를 중심으로 한 이 가족에게는 다른 평범한 이들에게는 흔히 벌어지지 않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영화는 이 사건 자체에 집중하거나 이를 클라이맥스로 포장해 극적인 요소를 불러일으킬 맘이 없다. 오히려 이 비극적인 사건이 이들 가족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혹은 정반대로 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이 가족에게는 어떤 갈등이 있어 왔는지를 조심스레 들여다보고자 한다. 


가족이라는 존재 혹은 매개체는 영화를 통해 평범하지만 아주 극적인 존재로 또 아주 극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존재로 그려지곤 하는데,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이 둘 중 딱 잘라 어떤 하나다라고 규정하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가족과 삶을 흐르는 대로 묘사하려 한다. 흐르는 삶 속에서 가족은 어떤 의미로 또 상처와 위로가 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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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리 챈들러를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엄청나게 참아내고 있구나, 버티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아마 다른 영화였다면 그와 비슷한 사건, 상처를 겪은 인물들이 흔히 표현했을 감정의 폭발이나 행동들이 리 챈들러에게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려는 것과도 다르다. 리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사고에 대해 스스로를 어쩌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완전히 손을 내밀지도 못하는 와중에 또 다른 부제를 맞게 된다. 그러면서 한 동안 떠나 있던 고향과 가족, 사회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른 영화 속 떠났다가 돌아오는 주인공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리는 주변과 연락을 완전히 끊은 것도 아니었고 형의 죽음 소식에 바로 돌아온 것처럼 완전히 벽을 쌓은 것도 아닌 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남겨진 쪽에 가깝다), 형의 장례를 준비하게 되면서 미처 다 낫지 않은 자신의 상처를 자극받는 일들과 마주하게 된다.


리 챈들러의 이야기는 한 편으론 답답하리 만큼 평범하게 흘러간다. 마치 주변에 산재하고 있는 극적인 요소들을 일부러 지나치려고 하는 것처럼 영화는 그의 주변에 감정적 위험 요소들을 늘어놓지만 리는 결코 그것들의 자극에 맞대응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오히려 아주 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만약 리와 같은 일들을 겪고 현재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경우 실제로는 그다지 특별한 행동이나 대단한 결심 등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최대한 그냥 흘러가기를, 또는 더 이상의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길 바라며 최대한 버텨내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엄청난 속죄의 행동을 하기에도 죄스럽고 또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훌훌 털어 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현실에 빗대어 보자면 너무 극적인 방식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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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에서는 거대한 폭풍에 흔들리고 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버텨내며 덤덤하게 흘려보내려는 그의 이야기는, 흔히 평범함 속에서 진리를 발견해 내는 일본 영화들과 유사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일본 영화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케이시 애플렉의 섬세한 내면 연기다. 그저 모든 주변의 것들을 받아 내며 견뎌내고 있는 리 챈들러의 모습은 케이시 애플렉의 디테일한 감정 연기로 현실감과 감정의 동요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감정의 흐름을 위로하듯 퍼지는 스트링 중심의 영화 음악도 큰 몫을 한다. 


다만 이 영화의 유일한 옥에 티가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최고의 연기를 펼친 케이시 애플렉이다. 영화를 보기 전 알게 된 그의 성추행 사건은,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알게 된 이상 관람에 있어 캐릭터 몰입에 분명한 방해 요소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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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Oz: The Great and Powerful, 2013)

마법같은 '영화'로의 초대



너무도 익숙한 '오즈의 마법사'를 가지고,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오즈에 오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 샘 레이미의 '오즈 :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하지만 기존 '오즈의 마법사'나 이와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는 뮤지컬 '위키드'를 전혀 무시해도 될 만큼 스토리나 캐릭터에 치중하고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렇다고 디즈니 영화 답게 마냥 행복하고 순진하기만 한 어린이용 영화라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봐도 무방하다). 처음 포스터와 스틸컷만 보고는 왜 샘 레이미가 이 영화, 이 시나리오에 끌렸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는데, 특히 디즈니라는 스튜디오가 그랬고 전체관람가의 너무 착하기만한 영화가 그랬다. 하지만 극중 오즈(제임스 프랭코)가 켄터키를 떠나 오즈에 도착하기 전까지 풀스크린의 흑백으로 펼쳐지는 영화 장면을 보고선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영화의 말미에 가서는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비로소 수긍할 수 있었다. 샘 레이미는 마치 마틴 스콜세지가 '휴고'를 통해 그러했듯, 이 작품 '오즈 : 그레이드 앤드 파워풀'을 통해 '영화'라는 것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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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굳이 '오즈의 마법사'의 이야기를 꺼내들지 않더라도 몹시 단순한 편이다. 주인공 오즈가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은 물론 그 주변의 캐릭터들과 선과 악으로 나뉘어진 캐릭터들의 묘사도 디즈니 영화의 전형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펼쳐지는 오색 찬란한 오즈의 모습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놀라운 장관을 만나게 되는 편도 아니다. 오히려 CG수준은 이전 작품들 보다 좀 못해서 마치 예전 영화들에서 배경을 그림으로 활용했던 것에서 느꼈던 이질감과 같은, 블루스크린을 통해 표현된 배경과 인물들 간의 이질감이 느껴진다 (혹시 일부러??).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샘 레이미 감독보다도 미셸 윌리엄스, 제임스 프랭코, 레이첼 와이즈, 밀라 쿠니스 등의 화려한 출연진 때문이었는데,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배우들의 매력 측면에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특히 밀라 쿠니스의 팬들이라면 실망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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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설명을 들어보자면 샘 레이미의 '오즈'는 볼 이유가 하나도 없는 작품이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사실 영화가 종반에 이르기까지 내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이르기 전까지 가장 매력적인 장면이 오즈가 켄터키에서 마술하던 흑백 시절이었을까. 하지만 그래서인지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가서 바로 그 흑백 장면에서 보여주었던 매력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영화 속 오즈가 그러했듯 이 가짜 아닌 가짜 마술이 갖는 매력 즉, 영화라는 것에 대한 매력에 대한 표현이 그것이었다. 오즈에 도착한 이후 시골의 마법사이던 오즈의 모습은 마치 한 명의 영화 감독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해 스스로도 만족이나 자신감을 갖지 못해 영화를 만드는 일을 포기하려고까지 마음 먹은 영화 감독. 어쩌면 이 영화는 영화 팬들은 물론 아직까지 빛을 발하지 못한 수 많은 영화 감독들에게 '너는 이미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영화 감독이야'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극 중 오즈의 모습은 분명 그렇게 보였다. 결국 이렇다할 개봉기회조차 얻지 못하던 영화 감독 오즈는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조력자들과 함께 자신 만의 영화를 완성해 내고, 영화 감독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에 비로소 용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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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영화 감독 오즈에 대한 이야기로 빠졌지만, 서두에 말했듯이 이 영화는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마법 같은 경험에 대한 샘 레이미의 환기이다. 클라이맥스에서 오즈가 펼치는 마법은 은유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영화라는 매체를 지칭하고 있다. 즉,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마법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 샘 레이미는 다시 한 번 '오즈의 마법사'라는 판타지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이 '오즈'의 이야기는, 영화가 끝난 뒤 제법 매력적인 이야기로 느껴졌다. 물론 그렇게보아도 아쉬운 점이 여럿 발견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했던 그 메시지와 방식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1. 본문에도 있지만 레이첼 와이즈와 밀라 쿠니스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아쉬운 점이 특히 많은 영화였네요. 디즈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말이죠. 전 미셸 윌리엄스의 광팬인데 물론 이 측면에서 봐도 아쉽기는 했어요.


2. 마지막은 미셸 윌리엄스의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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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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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아니, 사랑이란 감정을 믿을 수 있을까



순전히 미셸 윌리엄스의 팬이라서 관심이 갔던 영화. 알고 보니 '어웨이 프롬 허 (Away from Her, 2006)'를 연출했던 사라 폴리의 작품이었다. 최근 본 작품 가운데 역시 미셸 윌리엄스가 출연했었던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과 연관지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는데, '우리도 사랑일까'는 좀 더 여성의 심리에 서서 '사랑'이라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오만가지 감정을 섬세한 손길로 다루고 있다. '우리도 사랑일까'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한 영화를 다 보고 난 소감은 뭐라 정리되지 않는 답답함과 미묘함이었는데, 그 가운데 저 제목과도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아니, 사랑이란 감정을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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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는 여주인공 마고 (미셸 윌리엄스)가 결혼한 상대인 루 (세스 로건)와의 사랑과 새로운 사랑인 대니얼 (루크 커비)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사라 폴리는 이 현재의 사랑과 새로운 사랑을 묘사하면서 다른 영화들에서 흔히 보여주는 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고 있다. 현재의 남편인 루와의 관계는 권태가 살짝 느껴지기는 하지만 둘은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더 나아가 루는 결코 나쁜 남자라 보기 어렵다. 새롭게 다가온 대니얼과의 관계 역시 첫 눈에 반하는 사랑과도 같은 연결 고리로 시작되지만, 번쩍 하고 불타오르기 보다는 다칠까봐 조심스러워하는걸 더 비중있게 묘사한다. 앞서 이 영화가 마고를 중심으로 그녀의 감정에 충실한 영화라고 했던 것처럼, 마고의 갈등은 남편인 루가 나쁜 사람이라 떠나고 싶어서도 아니고, 대니얼이 단순히 더 끌리기 때문도 아니다. 마고는 루냐 대니얼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더 깊은 지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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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을 묘사함에 있어서 결코 밝은 면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사라 폴리는 확실히 사랑이라는 감정의 아름다운 지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어웨이 프롬 허'도 결국은 사랑 그 이상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두 노년의 부부를 통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마고가 루와 그리고 대니얼과 만들어내는 사랑의 감정과 순간들은, 그 어느 불타 오르는 사랑 영화보다도 아름다운 순간을 담고 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바로 이 사랑의 아름다운 순간이 결국 알고 보면 사랑을 모두 떠나보낸 순간이었음을 모두 가능하도록 만든 연출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미셸 윌리엄스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연기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미셸 윌리엄스는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갈수록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하나인데, 이 작품에서는 사랑스러움을 한껏 표현하다가도 또 그 묘한 표정으로 초월한 듯한 감정을 표현해내는데 쉽게 말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만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연기만 놓고 보자면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보다 이 작품의 연기가 훨씬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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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결말을 해피엔딩이라 해야할지 그 반대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판단이 각자 다르 듯,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믿음도 결국 사랑을 하고 있는 그 본인 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판단을 하든지 사랑이라는 것은 항상 그대로 일 것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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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너무 좋았어요. 아마도 토론토 어딘가 인 것 같은데 혹시라도 그 곳에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을 정도로요. 올해의 명장면 후보.


2. 대니얼 역할을 맡은 루크 커비는 Dashboard Confessional의 Chris Carrabba를 너무 닮아서 (스타일도 비슷하고), 보는 내내 크리스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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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

있는 그대로의 러브 스토리



'블루 발렌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손 꼽는 여배우 미셸 윌리엄스와 최근 가장 핫한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함께 출연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극장을 찾은 절대 이유였던 두 배우와 함께 너무나도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낸 예고편에 홀려 보게 된 '블루 발렌타인'은, 그저 사랑의 아름다운 순간만을 담은 영화는 아니었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것의 무서우리만큼 현실적인 이면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래서 한 편으론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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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딘 (라이언 고슬리)과 신디 (미셸 윌리엄스)의 러브 스토리를 그 시작과 현재의 모습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묘사한다. 처음 느꼈던 두근거림과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사랑의 감정을 아름답게 담아내는 동시에, 현재 아이의 부모로서 현실과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의 힘겨운 관계를 그린다. 기본적으로 이런 교차 구조는 다른 관계나 감정이 아니라 동일한 관계와 감정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발견할 수 있는 동시에 현재의 힘겨운 관계나 처음에는 어떠했는지를 보여줌으로서 힘겨운 현재의 긍정적 변화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블루 발렌타인'의 교차 구조는 단순히 이러한 변화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관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즉,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은 그 순간 자체로 아름답게 담아내고, 지금의 현실은 현실 그대로 식어버린 사랑 그대로를 그리되 반드시 둘 간의 상관관계를 엮으려는데에 큰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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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이라는 제목의 뉘앙스처럼 영화는 아름다움과 슬픔을 조금씩 다 담아내는데, 일단 그 각각이 너무도 충실하다. 예고편으로도 만나볼 수 있었던 신디가 딘의 노래와 연주에 맞춰 쇼윈도 앞에서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올해 스크린에서 만나본 수 많은 장면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사랑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딘과 신디가 다툼을 겪는 과정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하나하나 일일이 묘사하지 않았음에도 얼마나 깊은 감정의 골이 생겨버렸는지 아픔이 뼈속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감정의 골이 깊어져버린 딘과 신디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힘겨울 정도로 영화의 무게가 대단했다. 자극적으로 그려내지 않으면서도 식어버린 사랑, 감정의 골이 깊어져 회복이 어려운 관계가 주는 힘겨움은 사랑과 이별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 감정의 무거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딘과 신디를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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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발렌타인'을 보며 한 편으론 사랑의 아름다움보다는 아픔을 더 뼈져리게 공감하는 나를 보면서, 어떤 의미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겪어버린 자신을 돌아보게 됬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은 맞지만, 아프지 않고도 성숙할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현실을 겪어버린 이에게는 순간의 빛나는 아름다움도 물론  느껴지겠지만 그보다는,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을 다시 되새기는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 되새김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채 말이다.


1.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엔딩 크레딧이었어요.



Blue Valentine Title Sequence from Jim Helton on Vimeo.


2. 라이언 고슬링과 미셸 윌리엄스는 이 관계를 더 효과적으로 그리기 위해 어린 딸을 연기한 아역배우와 함께 셋이서 영화 촬영 전 1달 간을 함께 살았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두 배우는 출연 외에도 모두 프로듀서로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3.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정말 또 보기 힘든 영화였는데, '블루 발렌타인' 역시 그렇지만 묘한 아름다움이 있어 매력적인 영화였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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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My Week with Marilyn, 2011)

이해에 닿기 위한 온도의 차이



마릴린 먼로라는 배우에게 '세기의 섹스 심볼'이라는 수식어 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더 있을 것이라고, 재평가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과 기대는 갖고 있었지만 이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My Week with Marilyn, 2011)'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미셸 윌리엄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목 자체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마릴린 먼로의 숨겨진 실제 로맨스를 다른 시각에서 소소하게 그린 작품이 아닐까 했던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리, 최대한 마릴린 먼로라는 한 여자이자 배우를 부각하면서도 보편화가 가능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만약 마릴린 먼로만을 위한 내용이었다면 그녀의 팬들이라던가 당시 그녀의 작품들에 추억을 갖고 있는 영화팬들만을 위한 영화가 되었을 테지만,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마릴린 먼로라는 누구나 다 아는 배우의 이야기를 빗대어 역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해'의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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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마릴린 먼로가 로렌스 올리비에의 영화 '왕자와 무희'의 출연하기 위해 낯선 영국 땅에 도착하여 우여곡절을 겪으며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최근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고전 '클레오파트라'의 뒷 이야기를 블루레이를 통해 자세히 알게 된 것처럼, 예전 영화를 촬영하던 과정에는 무언가 시스템이 정착하기 이전이어서인지 스타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 영화 전체가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상당했었고, 이런 스타 배우들과 감독들의 기싸움들도 직간접적으로 있어서 이런 촬영장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영화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이 영화를 '왕자와 무희'의 촬영장 뒷 이야기 정도로 보기엔 어울리지 않는 점들이 많다.


마릴린 먼로 역할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는 누구보다 그녀를 고증하는데에 상당한 노력을 한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억양이며 말투에서 벌써 달랐다), 다른 배우들 역시 당시의 실존 인물들을 연기하는 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방향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마릴린 먼로의 에피소드를 들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화두인 '이해'의 이야기를 꺼내들고 있었다. 이 영화가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 영화가 마릴린을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그리는 전개 방식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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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중반에 이르기까지 극중 마릴린 먼로의 행동은 사실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오히려 자신도 스타 배우이자 감독이면서도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마릴린 먼로에게 최대한 맞춰주려는 로렌스 올리비에 (캐네스 브레너)의 고민이 더 공감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이해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영화는 작은 배려의 틈을 열어둔다. 일단 중요한 건 처음부터 영화가 마릴린의 편에 서 있는 상태로 시작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해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 시작된다는 점 역시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아주 작은 이해의 가능성으로 시작해 조금씩 이 이해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마릴린 먼로의 행동과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노력한다는 것이 중요한데, 극중 콜린 (에디 레드메인)과 마릴린의 러브 스토리는 물론 '노팅 힐'처럼 스타와 일반인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끝까지 마릴린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콜린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해의 노력이 반드시 인간 대 인간의 것이라기 보다는 스타를 향한 사랑에 감정이기도 하지만, 콜린 역시 이 짧고 강렬한 사랑을 겪고 서는 그녀에게 필요한 건 이해라는 것을 어느 정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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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이 사랑의 감정이 섞인 이해라고 한다면 극 중 주디 덴치가 연기한 '시빌'의 경우는 거의 무한 이해의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렇게 영화는 마릴린 먼로를 둘러싼 이해의 온도가 다른 여러 캐릭터를 통해, 처해진 상황과 사람에 따라 이해가 닿기 위한 필요 거리가 다름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렇게 닿게 된 이해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도 그녀의 경우를 들어 보여준다. 그리고 그제서야 영화는 우리가 기억하는 전설의 무비 스타 마릴린 먼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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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셸 윌리엄스만 믿고 보게 된 영화였는데 캐스팅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주디 덴치, 캐네스 브레너, 엠마 왓슨(!!!), 줄리아 오몬드(!!!!), 도미닉 쿠퍼, 데렉 자코비까지. 한 명 한 명 등장할 때마다 '어? 어?하며 보는 재미가 ^^


2. 미셸 윌리엄스의 마릴린 먼로 재현 역시 대단했어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먼로의 모습을 재현하는 동시에 우리가 잘 모르는 그녀의 내면까지 표현해야 했는데, 둘 다 성공한 것 같네요.


3. 이 영화를 다 보고나니 자연스럽게 '왕자와 무희 (the prince and the showgirl, 1957)가 보고 싶더군요. 올레TV에 있던데 이 작품도 바로 연결해서 봐야겠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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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 (Deception, 2008)
끝까지 심심한 '스릴러'


국내에는 <더 클럽>이란 제목으로 개봉한 'Deception'. 'Deception'이란 해석해보자면 사기, 속임 뭐 이런 정도의 뜻인데,
제목 자체가 좀 스포일러스럽기는 하지만, 반대로 '더 클럽'이라는 제목 때문에 영화를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로 알고
접하게 되었고, 나 뿐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스릴러 라기 보다는 사교계의 비밀 클럽을 둘러 싼 섹스 스캔들을 다룬
성인 드라마로 알고 극장을 찾게 되었던 것 같다. 이것이 마케팅 적인 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릴러 적인 재미보다는 배드씬이 자주 등장할 것만 같은 홍보 방법은 많은 '어른'분들을 당혹스럽게 했을 듯 하다
(실제로 <색, 계>나 <권태>같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나이 지긋하신 어른 분들이 극장을 오랜만에 찾으신 경우가 많았었는데,
아마도 영화 초중반부터는 적잖이 당황하셨을 듯 하다).

어떻게 보자면 제목에서부터 '속임'이라고 광고하는 것 보다는, 전혀 다른 제목으로 스릴러 본연의 재미를 100%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도적이진 않지만) 좋기도 했지만, 영화는 스릴러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부터 대략적으로
마지막까지 예상이 가능한 평범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 그 이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심지어 장르가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도 해보지 않은채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주연을 맡은 세 명의 배우 때문이었다.
이완 맥그리거와 휴 잭맨, 그리고 미셸 윌리엄스, 이렇게 세 사람을 한 영화에서 만나보는 것 만으로도 나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영화는, 일단 그 뿐으로 마무리 된 듯해 아쉬움이 있다. 휴 잭맨의 경우 우디 알랜의 영화 <스쿠프>에서 이와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를 맡은 적이 있는데, 선과 악을 모두 갖은 듯한 그의 양면적인 마스크는 분명히 매력적이기는 하나,
빈틈이 많은 영화에서는 그리 빛을 발하지 못한 것 같다. 휴 잭맨은 정작 액션 영화인 <엑스맨>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데,
이 영화처럼 일반 드라마에서 멀쩡히 정장을 입혀놓으면 그 엄청난 기럭지와 덩치를 실감하곤 한다. 이 영화에선 
그리 크지 않은 키의 이완 맥그리거와 작은 체구의 미셸 윌리엄스가 상대역으로 등장해서 더 그런지 몰라도, 그의 엄청난
덩치와 엄청난 손 크기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완 맥그리거 또한 그리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다. 그 멋진 발성과 음색, 억양은 여전하지만, 별로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 탓에 그 만의 장점을 찾아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미셸 윌리엄스의 출연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했던
부분이었는데, 캐릭터 자체거 너무 뻔한 터라 몇몇 장면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모습 그 자체 외에는 별 다른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다.
배우들 만 믿고 보러갔던 영화인데, 역시 영화는 시나리오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계기가 된 듯 하다.


스릴러임에도 전혀 새로울 것이 없고, 그렇다고 그 과정의 긴장감이 두근 두근 하는 것도 아니며, 이렇다할 볼거리가 있던 것도
아니라 아쉬운 점만 많았던 영화였다. 누가 배신을 하겠구나, 마지막엔 어떻게 되겠구나 하는 것이 너무 쉽게 예상되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 때문에 김이 쉽게 빠지는 식이었으며, 차라리 마케팅 차원에서 선택했던 바로 그 사교클럽에 집중한
다른 이야기였다면 오히려 더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도 싶다.


1. 샬롯 램플링과 매기 큐가 깜짝 등장한다. 두 캐릭터 모두 깜짝 이외에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2. 낚이신 어른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대신하고 싶은 심정...;;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20세기 폭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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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
밥 딜런의 몽타주

음악을 듣는 사람치고 밥 딜런 (Bob Dylan)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미 여러 뮤지션을 통해 리메이크 되었던 'Knocking on Heaven's Door' 같은 곡은 누구나 알 정도로,
밥 딜런은 단순히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당시 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으며, 시인이기도 했다.
그의 관한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가장 흥분되었던 것은 이미 <벨벳 골드마인>이라는 작품으로,
음악과 문화를 대하는 깊은 태도를 보여주었던 토드 헤인즈가 감독을 맡았다는 점과, 케이트 블란쳇, 히스 레저,
크리스찬 베일, 벤 위쇼, 리처드 기어 등 여러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 다음 알게 된 것은 이 영화가 일반의 전기영화와는 다른 형식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6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밥 딜런을 연기한다는 점은 '과연 어떻게 그려질까?'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오랜만에 개봉날 관람하게 된 이 영화는,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전기 영화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영화였으며,
어쩌면 밥 딜런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그를 통해 당시 문화를 꿰뚫고 있는 하나의 시대영화이자,
음악 영화로도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이 영화에 대해 '밥 딜런의 몽타주'라고 얘기하고 싶다.
몽타주란 여러 사람이 추정하고 상상하고 예측한 것으로, 몽타주의 당사자가 되는 인물과 가장 가까운 것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우디 거스리 역(마커스 칼 프랭클린)' '아르튀르 랭보 역(벤 위쇼)' '쥬드 역(케이트 블란쳇)'
'로비 역(히스 레저)' '잭/존 역(크리스찬 베일)' '빌리 역(리처드 기어)')



역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각기 다른 6명의 배우가 밥 딜런을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여섯 명은 밥 딜런의 각기 다른 자아를 표현하고 있는 동시에, 각기 다른 시대의 밥 딜런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극 중 이름이 '밥 딜런'인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극 중 어디에도 밥 딜런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지도 않는다.
다만 영화 시작전에 '밥 딜런의 음악과 영혼에서 인상을 받아 만들었음'이라는 문구가 등장할 뿐이다.
감독이 이 6명의 밥 딜런을 그리는 과정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캐릭터나 사건, 모습 등이
실제의 밥 딜런과 유사하면서도 완전히 허구의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벤 위쇼가 연기한
'아르튀르 랭보'의 경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유명한 시인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나는 타자이다 (Je est un autre / I is another)'라는 랭보의 유명한 시구와 이 영화의 제목이자 밥 딜런의
노래 제목이기도한 'I'm Not There'는 여러모로 이 영화의 제목으로 완벽한 것이 아닌가 싶다.
<향수>통해 독특하고 신비로운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벤 위쇼가 연기하는 랭보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아주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탁자 앞에 앉아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랭보의 시퀀스는,
1965,6년 기자회견 장에서의 밥 딜런의 모습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정적인 캐릭터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사를 갖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기자회견 장에서의 밥 딜런과 영화 속 벤 위쇼가 연기한 '랭보'의 모습)


흑인 소년 마커스 칼 프랭클린이 연기한 '우디 거스리' 역시, 실존 인물에서 이름을 빌려왔는데,
밥 딜런의 우상이기도 했던 포크 싱어 송 라이터 '우디 거스리'에게서 가져왔으며, 실제로 우디 거스리는
백인이었던 것에 비해 흑인 소년으로 설정한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극 중에서
실제 우디 거스리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인데, 우디 거스리라는 이름의 소년이, 포크 싱어인 우디 거스리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가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밥 딜런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우디 거스리를
병문안차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것 외에도 여러가지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면서 느낄 수 있었지만,
감독인 토드 헤인즈가 얼마나 철저하게 관련 인물들과 배경에 대해 조사를 했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밥 딜런이 직접 출연도 하고 음악도 맡았던 영화 <관계의 종말>(근데 왜 관계의 종말이지? --;),
포스터 속 빌리로 출연했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은 <아임 낫 데어>에서 내레이션을 맡고 있다)

리처드 기어가 연기한 '빌리'역할은 밥 딜런이 직접 출연도 하고 음악을 맡기도 했던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
<관계의 종말 (Pat Garrett and Billy the Kid)>의 'Billy the Kid'에서 가져온 듯 하다. 이 에피소드에는
팻 가렛 역할로 브루스 그린우드가 등장하는데, '쥬드'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도 쥬드를 괴롭혔던 언론인
미스터 존스로 등장했던 브루스 그린우드가, '빌리'의 에피소드에서도 빌리를 괴롭히는 팻 가렛 역할로 다시
등장하는 것은 영화적인 재미와 더불어, 이 각기 다른 밥 딜런을 하나로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 <관계의 종말>에 빌리 역할로 출연했었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인데,
(아래 포스터의 포스터 속 인물), <아임 낫 데어>에서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다. 이렇게 모든 관련 인물을 세세하게 배치한 토드 헤인즈의 역량이 놀랍기만 하다.



(리처드 기어가 연기한 '빌리'는 위의 영화에서 캐릭터를 빌려왔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찬 베일은 포크 가수인 '잭'과 목사 '존'을 함께 연기하고 있는데, 이 두 캐릭터 역시 밥 딜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포크가수 '잭 롤린스'는 한참 저항음악의 대표주자로 활동하던 밥 딜런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특히나 잭을 추억하는 '앨리스' 캐릭터는 누가 봐도 '조앤 바에즈(Joan Baez)'임을 알 수 있는데,
그녀는 실제로 밥 딜런과 함께 공연을 수차례 가졌었으며,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도 스틸 컷 형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조앤 바에즈와 밥 딜런)


잭 롤린스 시퀀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촬영 방식이었다. 이 부분은 아주 다큐멘터리 적인 촬영방법과
구성을 갖고 있는데, 실제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쓰는 스틸 사진과 인터뷰로 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한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앨리스의 인터뷰 장면의 카메라의 노이즈나 촬영 방식 등은 페이크 다큐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잭 롤린스라는 캐릭터를 실존 인물인냥 묘사하고 있다(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렇게 허구와 사실을
계속 뒤섞고 있다). 또한 나중에 히스 레저가 연기한 '로비'의 시퀀스에도 '잭 롤린스'는 실존 인물인냥
추억되고 있다.



(크리스찬 베일이 맡은 잭과 존은 마치 실존 인물인냥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그려진 인물들이기 때문에,
그도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 과도한 연기보다는 리얼리티에 중점을 두고 임하고 있는 듯 했다)

히스 레저(ㅠㅠ)가 연기한 '로비'는 극 중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가장 허구에 가까운 인물일 것이다.
실제적인 사건들과는 거리가 있는 캐릭터 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뮤지션으로서의 밥 딜런 보다는,
연애와 가정 같은 사적인 면의 밥 딜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극 중
샬롯 갱스부르가 연기한 클레어는 밥 딜런의 연인이었던 수즈 로틀로와 첫 번째 부인이었던 사라 라운즈를
반반씩 섞은 인물로 보여진다.



(너무나도 유명한 밥 딜런의 'The Freewheelin' Bob Dylan' 앨범의 커버. 이 커버를 인용한 <아임 낫 데어>의
한 장면. 이런 방식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난 히스 레저의 연기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 밖에는 없는데, 확실히 그에게서는 그 또래의
남자 배우들에게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15세 관람가인 이 영화에서 그는
18세 관람가에 가까운 노출을 보여주기도 해, 순간 움찔하게 했다. 참고로 연인으로 출연한 샬롯 갱스부르
역시 개인적으로는 충격으로 다가왔던 노출연기를 감행(?)하고 있다.



(이제 그의 모습을 더 볼 수 없다는 것이 또 다시 아쉬워지기만 한다)


샬롯 갱스부르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른 얘기를 좀 해보자면, 사실 개봉 전 포스터나 다른 소식들을 통해,
밥 딜런을 맡은 6명의 배우에 대한 이야기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외에 더 많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줄리안 무어나 미셸 윌리엄스, 샬롯 갱스부르가 등장했을 때,
너무도 반가웠던 것이 사실이었다(놀랍게도 이 배우들 모두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여배우들이다).
줄리안 무어는 감독의 전작이었던 <파 프롬 헤븐>의 인연을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갔고, 샬롯 갱스부르는
다른 여배우들에게는 없는 그녀만의 아름다움을 은은히 보여주고 있다(그녀는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한 명의 놀라운 출연은 미셸 윌리엄스 였는데, 많이 살이 빠진 모습으로 까칠한 '코코'역할을 연기한 그녀는,
그 짙은 아이라이너 만큼이나 신비한 '코코'의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미리 알지 못했던 캐스팅이었기에 더욱 반가웠던 줄리안 무어와 미셸 윌리엄스!)


잘 아다시피 미셸 윌리엄스의 출연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던 것은 히스 레저 때문이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만나 예쁜 딸을 두고 있었던 둘 사이었으나, 촬영 당시에는 헤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이번 히스 레저의 사망 소식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의 죽음이 가장 안타깝고
슬펐던 사람은 다른 아님 미셸 윌리엄스였을 것이다.



(브로크백 마운틴 시사회 장에서의 히스 레저와 미셸 윌리엄스의 다정했던 모습)


여러 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밥 딜런을 연기했지만, 역시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쥬드'임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가장 실제 밥 딜런과 가까운 외모와 더불어 내용적으로도 그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이기도한 '쥬드'는, 의외로 여자배우인 케이트 블란쳇이 맡았는데, 깡마르고 독특한 모습의 밥 딜런을
표현하기에 여자배우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계획되었다고는 하지만,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쥬드'는 다른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 가운데도 단연 으뜸이라 할 만큼,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내 이럴 줄 알았다).



(이렇게 여신 같던 그녀가, 부시시한 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밥 딜런의 모습이 이리도 잘 어울릴 줄
누가 알았을까)


사실 모습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거의 코스프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케이트 블란쳇이 분한 '쥬드'의 모습은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다. 헤어스타일과 선글라스를
제외하더라도, 독특한 몸짓이나 손짓, 걸음거리나 목소리 연기, 특히 잠깐잠깐 밥 딜런으로 착각했을 만큼
완벽했던 표정연기는 정말 놀라움을 넘어서 소름이 돋기 까지 했다. 특히나 글을 쓰려고 사진을 찾던 중에
실제 밥 딜런과 그녀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차 안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살짝 미소 짓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가장 멋진
장면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적어도 나에게는!).




(사실 이 사진을 보면, 케이트 블란쳇도 블란쳇이지만, 앨런 긴즈버그로 분한 데이비드 크로스의 싱크로율이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처음엔 배우들의 연기에 놀랐지만, 영화가 계속 될 수록, 그리고 글을 쓰려는 지금 시점에 자료를 조사하면서
더욱 놀라게 된 것은 감독인 토드 헤인즈였다. 이미 데이빗 보위 없는 글램 락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통해,
뮤지션에 관련된 또 다른 음악영화에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파 프롬 헤븐>을 통해 시대와 문화를 읽는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던 그의 장점이 <아임 낫 데어>에서는 한 꺼번에 발휘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도 기대하지 않았던 밥 딜런에 대한 영화를 밥 딜런이 흔쾌히 허락한데에는 역시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조니 캐쉬의 전기 영화라 할 수 있는 <앙코르 (Walk the Line)>같은 방식도 좋았지만, 밥 딜런이라는 인물을
그리는데에는 토드 헤인즈가 선택한 이런 모험적인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아마 일반적인 전기 영화로 만들려했다면 밥 딜런이 허락하지도 않았을 듯 하지만).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 외에, 알면 알수록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이해하고 있는 토드 헤인즈의
통찰력과 연출력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토드 헤인즈라면 앞으로도 무조건 고민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같은 배경 지식을 모두 다 감상전에 알고 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를 막상 볼 때에는
그 인과관계를 모두 파악하지 못해 조금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물론 이 같은 배경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기승전결 방식이 아니고, 그렇다고 에피소드 방식도 아니며,
무언가 이어져 있는 듯 하면서도 개별적으로도 느껴지는 구성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기영화나,
드라마를 생각하고 관람을 하게 된다면 감상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밥 딜런에 대해 큰 관심이나
배경 지식이 없으면 100%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선이라고 보았을 때, 7~80% 정도만 함께 할 수 있는것도
수긍할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밥 딜런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그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 뉴스
등을 알고 있다면, 120~130% 즐기기에 완벽한 영화가 될 듯 하다.




(영화의 예고편에 쓰였던 이 형식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촬영되었던 밥 딜런의 영상물에서 가져온 것이다)


음악 얘기릏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아임 낫 데어>에서는 밥 딜런의 음성으로 불려지는 그의 곡이나, 배우들, 그리고 후배 뮤지션들이 부른
밥 딜런의 곡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트랙을 접하기 전에, 영화의 엔딩 크래딧을 먼저 보았기 때문에, 크래딧에 등장하는
인디 포크 뮤지션들의 이름을 보고는 미리 기대할 수 있었는데, Sonic Youth, Yo La Tengo, Cat Power,
Iron & Wine, Calexico, Jack Johnson, Charlotte Gainsbourg, Glen Hansard & Marketa Irglova,
Antony and the Johnsons, Sufjan Stevens 등 포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른바 '환장할' 라인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나 소닉 유스의 'I'm Not There'와 Antony and the Johnsons가 부른
 'Knockin On Heaven's Door'는 엔딩 크래딧과 함께 깊은 울림을 가져왔으며, <원스>의 그와 그녀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도 동참하고 있다. 위에 거론한 뮤지션들 모두 앨범이 나오면 무조건 구매할
만큼 좋아하는 뮤지션들이라, 이들 모두를 한 장의 음반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사운드트랙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들 모두를 하나의 자리에 모이게 한 '밥 딜런'이라는 이름의 대단함도 새삼 느끼게 된다.



(포크 음악의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사운드 트랙이 될 것이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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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순간 (The Hottest State, 2007)

<파라노이트 파크>를 보러 간 스폰지 하우스에서 예고편을 접한 뒤 갑자기 보고 싶어졌던 영화.
한 때 <위대한 유산>부터 <가타카>까지 그가 나오는 영화라면 가리지 않고 봤고, 또 좋았던
에단 호크가 감독도 맡고 출연도하고, 거기다 그가 예전에 썼던 원작 소설을 가지고 만든 영화라니
안볼 수가 없었다.

거기다 사실 남자 주인공인 마크 웨버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여자 주인공인
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는 <사랑해, 파리>에서 보고 난 뒤 급 빠지게 되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하여 너무 기대를 갖게 했었고,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찾아낸 미셸 윌리엄스 또한 출연한다니 충분히 볼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20살의 청춘이 성장하는, 넓은 의미의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꿈을 위해 노력하고, 사랑을 알게 되며 아픔과 기쁨을 모두 겪게 되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즉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성장통을 에단 호크의 감성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는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거의 내내 감성적인 배경음악을 깔고 있어, 리듬감을 유지하고 있고, 음악을 통해서 주인공의
심리적 상태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았던 2시간이었던 것 같다.
일단 가장 기대를 하게 했던 카타리나 산디노 모레노를 거의 2시간 내내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으며, 므흣한 씬까지 연출하며 그녀의 팬이 될락말락 했던 나에겐
팬클럽 가입에 이유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또 다른 기대주였던 미셸 윌리엄스는, 그 분량이 너무 적어 조금 아쉬웠다.

아무리 나이를 조금 먹었다 해도 에단 호크가 20살이 넘는 아들이 있다는 설정은
사실 좀 어울리진 않긴 했지만, 그래도 이마 가득한 주름살 때문인지, 에단 호크도 이제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짤방!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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