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999 리턴즈 - Episode 1 : 신비소녀 쥬라 (IMAX)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터라 TV용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 국내에서 개봉하게
되는 흔치 않은 경우라던가,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역시 흔치 않은 기회들은
여러 악조건들을 감안하고서라도 꼭 챙겨보려고 애쓰는 편입니다(하지만 이런 노력도 최근에는 조금
무뎌져서, 예전에 '어린이 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이누야샤 극장판 - 홍련의 봉래도>를 본 것이
이런 류의 애니를 극장에서 관람한 가장 최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이런 제게 최근 가장 관심있게 들려온 소식은 바로 '은하철도 999' 관련한 소식이었습니다.
그냥 극장판을 개봉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맥스 포맷으로 63빌딩 아이맥스 관에서만 특별 개봉한다는
소식이었죠. '은하철도 999'는 최근 EBS에서 방영하며(현재는 종영했죠) 다시금 관심을 끌기도 했었는데,
전부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틈틈이 보면서 새삼, 참 어린이들이 즐기기에는 너무 어려운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새삼스럽지만 너무 앞서간 작품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여튼 이런 은하철도 999가 아이맥스 포맷으로 새롭게 선보인다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극장들과는 달리 예매 시스템도 편리하게 지원되지 않고(좌석제가 아니죠),
크리스마스라는 날의 특수성을 미리 고려하지 못했음에도 과감하게 63빌딩으로 수년만에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일단 영화 외적인 얘기를 조금 드리자면, 크리스마스라는 대형 이벤트 데이이기는 했지만 정말 그리도 사람들이
많을 줄을 왜 미처 생각 못했을까요. 63빌딩을 가득채운 엄청난 인파들 때문에 예매를 하고나서도,
'그냥 환불하고 어서 이 빌딩에서 탈출할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정신이 없는 분위기였는데,
63빌딩 아이맥스관의 특성상 좌석제 보다는 그냥 입장하는 방식을 택한 듯도 보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니
극장 분위기보다는 놀이동산 분위기가 나더라구요.
줄을 서서 입장하는 것도 그랬고, 엄청난 인파들과 섞여 자리에 앉아 '관람'이 아니라 '체험'하는 듯한 분위기도 그랬고,
전체적으로 놀이동산에서 대형화면과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관람하는 특수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러닝타임이 약 40분 남짓 인것도(가격은 대인 8,000원 이었습니다) 그러했구요.
이런 화기애매(?)한 분위기에서 관람한 <은하철도 999 리턴즈>는 일단 초대형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화질 자체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상영 전에 볼 수
있었던 아이맥스 트레일러와 비교하여도 별로 좋은 화질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작품은 '은하철도 999'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인물과 기본 설정만 빌려왔을 뿐
완벽하게 원작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은 듯 보였습니다. 좀 더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은하철도 999의 아이맥스 버전'이
아니라 '아이맥스 영화의 은하철도 999 버전'이랄까요. 999보다는 아이맥스가 위주가 된 이야기 구조와 영상들로
이루어진 작품이었습니다. 3D로 제작된 <폴라 익스프레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맥스 포맷을 위한 장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999 열차가 관객들 눈 속으로 빠져들듯 지나가는 장면이라던가, 눈 바로 옆을 스치는 앵글로 만들어진
장면들이 많았죠), 스케일을 보여주기 위해 인물들을 멀리서 이동 카메라로 바라보는 듯한 장면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은하철도 999보다는 아이맥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얘기한데에는 이런 영상적인 측면 외에 스토리에 관한
이유도 있었는데, '지구의 온난화'와 '공룡의 멸종' '갈릴레오 위성' 등 상당히 교육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었습니다.
마치 교육용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철이와 메텔의 설명을 통해 공룡들이 지구에서 어떻게 멸종했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지 친절한 설명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공룡을 등장시키다보니
영상 측면에서도 아이맥스의 장점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구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원작인 <은하철도 999>는 어린이들이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상당히 심오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 작품인데, <은하철도 999 리턴즈>는 갑자기 너무 아동스러워진 느낌이었습니다. 갑자기 너무 쌩뚱맞은
희망의 메시지라던가, 아무 설명없이 급하게 시작되고 급하게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게 했구요
(그래서 마지막에 '자, 다 같이 안드로메다로 출발!'했을 때 왠지 어울린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네요 ㅎ).
아이맥스의 초대형 화면으로 보여지는 영상은 흥미로웠으나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더군요.
마치 게임 중간에 삽입된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인물들의 움직임이 게임 속 캐릭터 처럼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요 배역들의 우리말 더빙이 어색하다보니 999스럽지 않아 어색했던 것도 있구요
(참고로 이 작품은 100% 우리말 더빙판만 상영하고 있습니다).
메텔의 목소리는 스컬리 역할로 유명한 서혜정님이 맡았는데 뭐 그럭저럭 이었다고 생각되나, 철이와 차장의 목소리는
끝내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익숙한 두 캐릭터의 목소리가 없다보니 더더욱 은하철도 999 스럽지 않았던 것 같네요.
결과적으로 <은하철도 999>를 생각하고 오신 분들은 조금 실망하실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메텔과 철이, 차장, 은하철도 999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익숙한 목소리도 없고, 이야기의 분위기도 사뭇 틀리니까요.
하지만 63빌딩 아이맥스 관 대형 스크린의 웅장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종의 '체험'을 원하시는 분들께는 그리 나쁜
선택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관람보다는 '체험'이 위주가 된 애니메이션인듯 싶습니다.
1. 하록 선정과 에메랄다스가 우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
2. 엔딩 크래딧을 보니 영어 더빙 캐스트가 나오던데, 미국에서 상영하는 버전에 우리말 더빙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3. 이럴바에야 처음 999호를 타고 출발하는 장면에서 김국환의 주제곡이 신나게 울려펴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명곡을 아이맥스 대화면을 통해 들었다면 초 감동이었을텐데 말이죠;;;
4.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쥬라' 캐릭터를 보니, 왜 이렇게 '록맨'이 생각나던지요
(쥬라의 아빠는 정말 록맨 같더라구요 ㅎ)
5. 원제를 찾아보니 '은하철도 999 별하늘은 타임머신 에피소드 1 : 태양계 공룡 멸종편' 이군요 ;;;
6. 현재로서는 1월 19일까지 상영 스케쥴이 잡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