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13인의 자객 _ 미이케 다카시의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미이케 다카시의 2010년 작 '13인의 자객 (十三人の刺客, 2010)'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특별한 추억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던 나는 지난해 두 번째로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 여행의 목표 중의 하나가 일본 극장에서 일본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이었다. 다행히 신주쿠의 'WALD 9 CINEMA'이라는 제법 큰 멀티 플렉스 영화 관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 작품과 이상일 감독의 '악인' 가운데 어떤 작품을 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왕이면 스크린에서 더 볼만한 작품을 선택하자는 생각에 따라 '13인의 자객'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은 터라 거의 모험에 가까운 영화 보기였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때를 떠올려 보면 눈치와 분위기로 반절 정도 이해했을까 싶은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열연과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 탓에 일본 극장에서 본 영화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후 국내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에 어떤 의미에서 누구보다도 반가웠으나 사실상 단관 개봉 (그것도 이 작품의 스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관에서)으로 스치듯 지나쳐버린 현실에 극장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쳐버리기도 했었다 (또 한 번이라고 한 이유는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극장 상영의 기회를 놓쳐버린 후에 사실상 국내에서 정식으로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또 없겠구나 하며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DVD출시도 아닌 블루레이 출시 소식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가움이었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고화질과 최고의 사운드로 즐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이케 다카시의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에도시대 말기. 아카시번(明石藩) 최고 가신인 가로(江戶) 마미야(間宮, 우치노 마사아키)가 로쥬(老中, 국정을 총괄하는 관직) 도이(土井, 히라 미키지로) 가문의 문전에서 할복자살했다. 마미야의 죽음은 타고난 잔혹한 성격으로 죄 없는 민중의 학살을 일삼는 아카시번의 영주 마츠다이라 나리츠구(松平?韶, 이나가키 고로)의 폭정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나리츠구는 쇼군 이에요시(家慶)의 동생으로 내년에 로쥬에 취임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막부를 동요시킨다. 이대로 두면 막부, 나아가 국가의 존망과 관련되리라 직감한 도이는 나리츠구 암살을 결심, 시마다 신자에몬(島田新左衛門, 야쿠쇼 코지)에게 명을 내린다. 그리하여 신자에몬은 이 거사를 치룰 사무라이 자객단을 모집하게 된다.




'13인의 자객'은 에도 말기 폭군이었던 나리츠구를 암살하기 위해 일어난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3인을 구성하는 과정은 담고 있으나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기 보다는 이렇게 모인 이들이 신자에몬을 중심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사무라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시대적으로 의미를 새겨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의 배경이 되고 있는 에도 시대 말기는 이전 과는 다르게 평온한 시기로서 사무라이라는 계급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흔들림을 갖게 되었던 때로 그려진다. 극 중 대사로도 등장하는 것처럼 나리츠구의 암살을 위해 모인 정예 사무라이들 조차 사람을 실제로 베어 본 이는 한 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사무라이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점점 더 의식을 갖기 힘든 때에 나리츠구라는 폭군에 대항하기 위해 다름 아닌 사무라이 정신으로서 일어나게 되는 남자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폭군으로부터 고통 받는 백성들을 구해내기 위한 목숨 건 시도가 아니라, 사무라이로서 스스로 사무라이의 삶을 명예롭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여기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화두들이 던져져 있는데, 미이케 다카시는 사무라이가 더 이상 본연의 소명을 다하기 힘든 시대를 배경으로 그 속에 남아있는 사무라이들의 마지막 불꽃을 그리는 동시에, 사무라이 라는 계급을 무조건 숭배하기 보다는 살짝 비틀며 고집스럽고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한 여지도 남겨둔다. 이세야 유스케가 연기한 산사람 코야타 캐릭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깨는 인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는 너무 무겁고 사무라이만을 외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영화에 새로운 가능성과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13인의 자객'을 일반적인 사무라이 클래식으로 부르기가 어려운 것은 코야타 캐릭터도 그러하지만, 사무라이의 시대를 스스로의 손으로 마무리하는 또 다른 사무라이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떠올리기도 한다.





앞서 자막도 없이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에도 작품이 갖고 있는 분위기와 메시지가 반절 정도나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라면, 명배우들의 열연과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만들어 낸 비장함 때문일 것이다. 미이케 다카시는 시종일관 이끌어 가던 비장함을 후반부에 들어 대규모 전투 장면을 통해 구구절절 말 없이도 더욱 증폭시킨다. 이 13명 대 수백 명의 대결이 펼쳐지는 전투는 그야말로 혈투로 이어지는데, 단순히 수적으로 열세인 주인공들의 힘에 겨운 결투여서가 아니라 사무라이로서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전투여서 더욱 애절함과 간절함이 칼 끝으로부터 묻어난다.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야 말할 것도 없고, 야마다 타카유키, 타카오카 소스케 등 젊은 배우들도 13인의 1인으로서 활약하고 있으며, 앞서 말했던 이세야 유스케는 작품과는 전체적으로 한 발 떨어져 있는 코야타 라는 캐릭터를 더할 수 없이 잘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폭군 나리츠쿠는 일본의 유명한 아이돌 그룹 SMAP의 멤버인 이나가키 고로가 연기하고 있는데, 뭐랄까 이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선택이 아주 적절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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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1080p 풀HD 화질은 장면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화질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다. 지글거리는 현상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무엇보다 영상의 질감이 잘 살아있는 화질이라 할 수 있겠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좀 더 칼 같은 선예도의 화질이었더라도 좋았을 뻔 했던 영상미라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극장에서 보았던 화질을 비교해보자면 블루레이의 화질이 떨어진다기 보다는 오히려 좀 더 나은 편에 가깝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비장함을 더하는 영화 음악과 동시에 칼, 활 등 각종 병기들의 부딪힘 소리와 폭발음과 말발굽 소리 그리고 스케일과 디테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대규모 전투 장면까지, 극장에서 느꼈던 사운드적인 쾌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전투 장면은 큰 비중만큼이나 다양한 사운드적 요소들이 담겨 있는데, 폭발 신에서 우퍼 스피커의 활용도는 물론, 칼이 서로 부딪힐 때의 날카로운 충격음 그리고 화제로 인해 지글거리며 타오르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만나볼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13인의 자객'은 본편과 간단한 예고편, 특보를 수록한 블루레이 1장과 부가영상을 수록한 DVD 한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부가영상이 BD로 수록되지 않아 아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가영상의 HD급 소스가 거의 없는 점을 반영했을 때 SE로 출시되는 DVD의 두 번째 디스크를 블루레이에 패키지로 수록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13인의 자객> 메이킹은 근래 보기 드문 메이킹 영상으로서 무려 1시간 20분이 넘는 러닝 타임으로 수록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야쿠쇼 코지와 야마다 타카유키 등 몇몇 배우들 위주로만 소개하는 데에 그칠 줄 알았었는데, 13인을 한 명 한 명 모두 자세히 소개하며 캐릭터와 배우들의 이야기를 모두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안에서 작품에 대한 깊이와 미이케 다카시의 면면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운 메이킹 영상이었다.





'완성기념 시사회'는 2010년 8월 18일 감독과 출연진 대부분이 참석한 시사회 현장을 담고 있는데, 약 18분 분량으로서 이 영상에서 역시 어느 한 두 명에게 쏠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 한 명 한 명의 인사말과 후일담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모두들 입을 모아 '굉장한 작품이 나왔다'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홍보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명 한 명 인터뷰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베네치아 영화제 리포트'에서는 2010년 9월 베네치아 영화제를 찾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야쿠쇼 코지, 야마다 타카유키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의 응답에 응하는 모습과 영화제 상영 후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베네치아 영화제에 초대 받고 해외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소감에 대한 짧은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공개장면'으로는 영화 초반 등장했던 야쿠쇼 코지의 낚시 시퀀스가 수록되었으며, 이 밖에 예고편과 특보, TV Spots이 담겨있다.





[총평] 미이케 다카시의 '13인의 자객'은 그 해 일본 영화계 및 해외 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으나, 국내에서는 작은 전용관에서 단관 개봉한 탓에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더 많은 영화 팬들과 만날 기회를 영영 잃는 것이 아닌가 했었는데, 이렇듯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마지막으로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한 편이 그립다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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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컴플리트 사가 블루레이 오픈케이스

(Starwars - The Complete Saga : Blu-ray Open Case)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가장 출시를 고대했던 작품 중 하나인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컴플리트 사가'가 드디어 출시되었다. 이번 블루레이 출시는 6편을 모두 수록한 '컴플리트 사가'와 4,5,6편을 수록한 '오리지널' 그리고 1,2,3편을 수록한 '프리퀄'로 각각 나뉘어 출시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프리퀄 3부작도 재미있게 본 터라 전혀 주저할 것 없이 고가에도 불구하고 컴플리트 사가를 주문. 모두를 애타게 만들었던 금요일 출시에 어렵사리 토요일 그 대단원의 서사시를 블루레이로 감상해볼 수 있었다. 이 엄청난 작품을, 그리고 또 엄청난 분량의 블루레이를 리뷰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반지의 제왕 확장판 리뷰하면서 체력마저 고갈되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최근 컨디션으로 보았을 때 한 번에 하기는 무리일듯 ㅠ), 일단은 말 많고 탈 많은 케이스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번 국내에 출시된 스타워즈 컴플리트 사가 블루레이 패키지는, 투명 테입으로 고정된 종이 커버와 그 안에 아웃케이스를 감싸고 있는 뚜껑형 종이 커버, 그리고 아웃케이스와 9장의 디스크를 담은 케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설명으로만 봐도 뭔가 겉 케이스가 상당히 많은 느낌인데, 실제로 그렇다. 가장 겉에 있는 종이 커버의 경우는 그 안에 포함된 커버의 내용이 해외판과 동일한 내용이다 보니, 국내 버전에 대한 내용을 담기 위한 내용물로 볼 수 있겠다. 나를 포함하여 이런 종이하나까지도 버리지 않고 가능하면 원형 그대로 소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를 연결하고 있는 투명 테입의 존재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이 부분은 금방 제거하게 되면 생각보다 깔끔하게 제거되기도 하고 큰 문제까지는 아니니 그냥 넘어갈 수 있겠다.





이렇게 아웃케이스를 통해 한 번 더 안전하게 내용물을 담을 수 있다. 






케이스를 열면 디스크 외에 세니타입(SENITYPE)이라는 이름에 필름컷과 각 에피소드 별로 이미지와 스펙이 담겨있는 설정집이 수록되었다. 참고로 기존 필름컷을 제공하는 이벤트 등과는 다르게 이번 스타워즈의 경우는 모두 다른 장면이 랜덤하게 수록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바로 저 장면 (에피소드 3에서 아나킨과 오비완이 대결하는 장면)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이왕 이런 포맷으로 진행할 것이었다면 기존의 경우처럼 다양한 랜덤의 재미를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참고로 이 필름컷은 본편 필름 컷이 아니라 예고편 필름 컷이 사용되었다.








각 에피소드 별 대표 이미지와 보너스 디스크에 대한 설명을 만나볼 수 있다.






자,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9장의 디스크를 위의 사진처럼 각각 트레이로 수록하고 있는데, 사진만 봐서는 과연 9장의 트레이를 어떻게 연결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도 의문이 드는 그 상태 그대로 수록이 되었다는 점이 문제다. 즉 9개의 트레이가 쉽게 말해 스카치 테이프와 같은 재질의 테이프에 의존한채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는 매우 부실할 수 밖에는 없는 구조다. 특히 9개나 되는 트레이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면 아무리 조심을 하여도 분리를 걱정해야 될 정도인데, 실제로 타이틀을 처음 받고서 디스크 커버 이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중 바로 한 두 개의 트레이가 분리되고 말았다. 일단 조심스럽게 붙여놓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너무도 불안한 케이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특히나 위의 사진들처럼 저렇게 양 옆으로 활짝 펼친 다음에는 접착력이 더 약해질 수 밖에는 없어서 분리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고 봐야겠다.





다른 타이틀도 아니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스타워즈 블루레이 케이스가 이토록 불안정 하다는 것은 소비자이기 이전에 팬으로서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완벽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디스크를 빼고 넣고 할 때와 케이스를 열고 닫을 때 큰 불편이나 이상이 없다면 그럭저럭 넘어가는 나로서도, 이번 케이스는 너무도 아슬아슬한 그 자체다. 이건 뭐 볼 때마다 케이스 파손을 걱정해 조심조심 다뤄야 하는 모양새라니. 포스가 함께 한다 해도 이건 좀 심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홍상수 감독의 열 두 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을 보았다. 홍상수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항상 '영화'라는 것 자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는데, 언제부턴가는 여기에 '마법'과도 같은 '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 곧 영화로 직결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북촌방향'은 그의 전작 '옥희의 영화'와 짝을 이루는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두 작품의 연결고리를 찾지 않더라도 '북촌방향'은 정말 묘한 가운데 홍상수 영화의 정수를 잘 담아내고 있는 멋진 작품이라 하겠다 (진짜 '멋진'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화 감독이었던 성준(유준상)이 친한 선배 영호(김상중)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와 북촌에서 겪는 우연과 운명의 시간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성준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이 시점에는 여러가지 함정과 여지가 가득하다. 1차적으로 '북촌방향'은 성준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지점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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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과 영호가 만날 때 연속으로 같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즉, 다른 시간과 날이 아니라 같은 날의 다른 기억으로 가정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


유준상이 연기한 성준이라는 캐릭터는 본인 스스로도 불안함과 우유부단함을 많이 노출하고 있는 캐릭터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영화는 완전한 객관적 3자가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준이 1인칭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했을 때 여기에 어느 정도 힌트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흔들리는 성준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그와 만나게 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늘어 놓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모호함은 이미 여러 관객들이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고 바로 수긍해 버리는 김보경의 1인 2역으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한 배우가 각기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아주 원초적인 영화적 장치라고 할 수 있을텐데, 관객은 너무나 당연히 '아, 김보경이 성준의 옛 여자친구와 술집 주인 모두를 연기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이지만 홍상수는 이 뻔한 1인 2역의 장치를 이야기와 맞물려 매우 영민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성준의 이야기 속에 김보경이 연기한 두 명의 캐릭터는 단순한 1인 2역의 범주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이 두 사람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성준 밖에는 없는데, 그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술집 주인의 대사와 태도는 옛 여자친구와 동일시 할만한 요소가 충분해 보인다. 갑작스레 술집 주인이 성준을 '오빠'라고 불렀을 때 1차적으로는 영호가 들려준 그녀의 이야기들에 빗대어 무척이나 외로운 존재여서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2차적으로는 아니 이미 옛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성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그래, 내 새끼'하며 둘을 동일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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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여주인은 매번 어딜 갔는지 자리를 비우는 것도 이상하지만 - 마치 1인 2역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처럼! - 테이블에 앉아있는 영호 무리를 대할 때마다 매번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인사하는 것도 흥미롭다. 여러번 같은 대답을 하는 영호의 대답도 그렇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흑백 영화로 인한 날과 시간의 모호함 혹은 분명함이다. '북촌방향'은 '오!수정'에 이은 홍상수 감독의 두 번째 흑백영화인데, 이번 작품에서 흑백영상이 갖는 의미는 시각적으로 오는 아름다움과 영화다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영화는 흑백 영상으로 인해 날과 날의 경계가 흐려짐과 동시에 낮과 밤의 경계도 흐려졌다. 처음 성준이 서울에 올라온 뒤 북촌을 기웃거리다 낮술을 한 잔 하고는 다시 젊은 영화하는 남자 세 명과 택시로 자리를 옮겼을 때는 이미 아주 늦은 밤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옛 여자친구와 헤어져 나온 뒤 만나게 된 영호의 첫 마디는 '너 술마셨구나'다. 즉, 이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물론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날도 혼자 술을 한 잔 하고 영호를 만났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쪽이 더 가깝다) 흑백 영상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즉, 이렇게 되면 성준이 옛 여자친구의 집에서 얼마의 시간 동안 머물렀는지에 대한 추정이 어려워지는데,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북촌방향'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처럼 사실을 추론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한 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모호함의 여지는 매우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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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은 소설의 여 주인과 이별하며 그녀를 위한 세 가지 좋은 충고를 약속받고 떠난다. 이 약속은 과연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



날과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가운데 공간적인 장소의 개념은 더욱 선명해진다. 영화 속 성준의 동선은 매우 한정적이다. 영호를 만나기 위한 길, 그리고 영호와 만나서 함께 가는 '소설'이라는 술집. 그 외에 등장하는 공간들도 반복되는 곳들이 많다. 같은 공간, 모호한 시간의 경계 속에 성준은 극 중 대사를 통해 운명론에 가까운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금까지 영화가 보여준 태도로 보았을 때 이 인연에 관한 이야기는 역시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볼 수 있겠다. 뭐랄까, 영화 속 주인공들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스스로가 그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 텍스트라는 점이 '북촌방향'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영화 속 성준의 얘기와도 같이 주인공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로서의 인연과 가능성도 흥미롭지만, 영화 스스로가 막연히 모호한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의 활로를 열어두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인연들의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구성은 생각하면 할 수록 놀라운 구조라 하겠다. 누군가 '북촌방향'을 '인셉션'과 연관지은 제목을 스치듯 본 기억이 있는데, 홍상수 감독은 '나도 몰라'하며 허허 웃지만 이 영화의 구조는 '인셉션'의 그것처럼 깊이와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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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이 보여준 '가능성'에 흠뻑 빠져있다보니 너무 이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이 와중에도 홍상수는 자신이 그 동안 지속적으로 보여준 남녀상열지사, 아니 인간 관계에 대한 매우 섬세한 과정 역시 담아내고 있다. 전작인 '하하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좋은 것' '좋은 것만 보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북촌방향'은 '착한 것'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좋은 것'에 대해서도 그러했지만, 홍상수가 화두를 던지는 방법은 너무나도 본편적인 것, 그래서 오히려 단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 다시금 (혹은 처음) 생각해보게끔 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대중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유행섞인 '착하다'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근본적인 의미로서의 '착하다'에 대해 떠올려 보게 했다. 홍상수 영화에서 처음 이런 대사를 만났을 때만 해도 '큭'하며 코웃음 치는 것으로 그치곤 했는데, 이제는 '넌 너무 착해'라고 이불 속에서 얘기해도 '야, 저런 속물이 다있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렇다면 착하다는 것은 진정 어떤 것인가?'라는 걸 떠올려보게 되니, 이렇든 저렇든 결과를 떠나서 참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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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안할 수가 없는데, '성준' 역할을 맡은 유준상의 경우 이미 '잘알지도 못하면서'를 통해 홍상수 세계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터라 이번 작품이 처음부터 기대되었던 경우인데, 역시나 김상경과는 다른 그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나태한(?) 목소리는 '성준'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했다. 기존 TV드라마 출연을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배우 유준상의 가능성은, 이제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 작품을 통해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그와 반대로 마치 '잘알지도 못하며서'의 유준상 처럼 '북촌방향'을 통한 개인적 발견이라면 '보람' 역할의 송선미를 들 수 있겠다. 기존 TV를 통해 접했던 그녀의 이미지는 사실 와닿는 것이 없는 평범한 연예인의 그것이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가 보여준 캐릭터는 '잘알지도 못하면서'의 고현정이 그러하였듯,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홍상수 세계에도 썩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던가'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으며, 그 미소 역시 그간 TV를 통해 보았던 얼굴이었으나 처음보는 미소였다.

1인 2역을 연기한 김보경의 이미지도 좋았다. 그녀 역시 발견이라 할 만한 것이었으며 여배우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을 거의 대부분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영호'를 연기한 김상중은 마치 계속 홍상수 세계에 존재했었던 인물 마냥 그 자리에 떡 하니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면 이제야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김상중 역시 발견 또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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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이 일은 몇 일 간의 이입니까 아니면 하루 동안의 일입니까?' 그러자 선생이 대답했다. '허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홍상수의 열 두 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은 나로 하여금 다시 한 번 '홍상수! 홍상수!'를 외치게 한 마법 같은 작품인 동시에, 왜 영화라는 예술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빠져들게 되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했던 경험이었다. 그의 가능성 더 나아가 영화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1. 적어도 극장에서 한 번은 더 볼 작정입니다. 반복으로 이뤄진 작품임에도 또 무엇이 있을까 또 보고 싶은 작품이라서요!

2. 이 영화를 시간의 의미로 풀어낸 글 가운데는 씨네21 정한석 님의 글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영화 만큼이나 흥미로운 글이었어요!
(http://www.cine21.com/do/article/article/typeDispatcher?mag_id=67246&page=1&menu=&keyword=&sdate=&edate=&reporter=)

3. 언젠가 한적한 날을 골라 북촌방향으로 발길을 돌리고 싶네요. 물론 '소설'에 가서 맥주도 한 잔 하구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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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 블루레이 리뷰
삼바 리듬으로 풀어낸 흥겨운 애니메이션


2002년 작 '아이스 에이지 (Ice Age)'와 2005년 작 '로봇 (Robot)'을 제작했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2011년 다시 한번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과 함께 선보인 작품이 바로 '리오 (Rio)'이다. 리오는 잘 알려졌다시피 삼바와 카니발 그리고 축구의 도시인 브라질의 리오를 배경으로, 앵무새인 주인공 '블루'가 겪는 모험담을 경쾌한 삼바 리듬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 손에 키워져 야생성을 잃고 날지 못하던 앵무새 블루가 우연한 기회에 브라질 리오에 가게 되어 그 곳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해프닝으로 그치지 만은 않는다는 것이 '리오'를 조금 더 의미있게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극 중 블루에게는 중요한 두 가지 관계가 등장하는데, 하나는 자신을 자식처럼 또 친구처럼 키워준 인간인 린다와의 첫 번째 관계와, 리오에서 만나게 되는 자신과 같은 종의 앵무새 '죠엘'과의 관계이다. 블루를 중심으로 이 두 관계의 집단이 별개로 행동하며 결국 하나로 이야기로(블루) 만나게 되는 보편적인 구성이기는 하지만,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풀어감에 있어서 영화 '리오'는 탁월한 균형 감을 잃지 않고 있다. 여기에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앵무새를 중심으로 한 암거래 시장을 악당으로 그리고 있는 것도,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도시 리오를 배경으로 한 것과 맞물려 교훈적으로 봐도 은근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가 은근히 깔려있다고 해도 역시나 '리오'는 아이들이 좋아해야 할 애니메이션일터. 재미와 스펙터클은 흥겨운 삼바 리듬 속에서 시종일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에서는 꼭 등장하는 감초 같은 조연 캐릭터의 유머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는 아니며, 특히 이후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매우 수준 높은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유머에도 그 이상의 효과를 자아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볼거리 측면에서는 특히 추천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의 태생적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 리오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추격전과 비행, 퍼레이드 등 다양한 구도와 형식의 액션이 등장하여 큰 재미를 준다. 특히 브라질 출신인 감독 카를로스 살다나의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주요 스텝들이 실제 리오를 방문하여 조사를 거친 뒤 만들어낸 꼼꼼한 디테일은 이러한 스펙터클에 더 큰 '실감'을 불어 넣는다.






개인적으로 '리오'를 '아이스 에이지' 이상의 즐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영화 음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리오'의 영화음악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브라질 음악의 정수를 맞볼 수 밖에는 없는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헐리웃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영화음악 감독 중 한 명인 존 파웰 (John Powell)이 눈에 잘 안들어 올 정도로, 브라질 음악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세르지오 맨데스 (sergio mendes)가 참여하고 있으며, 세르지오 맨데스와 함께 음악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음은 물론 현존하는 뮤지션 가운데 브라질 음악을 가장 사랑하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 아이 엠 (Will.I.Am)이 목소리 연기까지 참여하고 있으며, 음악과 연기 모두에 재능이 있는 제이미 폭스까지 목소리 연기에 참여하고 있다. 참고로 윌 아이 엠과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캐릭터는 모두 노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캐릭터로서, 단순한 목소리 연기 이상의 의미가 있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월드 뮤직의 팬들은 물론 블랙 뮤직의 팬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사운드는 '리오'의 가장 큰 매력이다.





Blu-ray 메뉴






아이와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타이틀답게 아기자기한 한글 메뉴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특히 리오 블루레이는 타이틀을 재생시키면 본편 외에 부가영상을 간단하게 우리말 더빙으로 소개하는 영상이 포함되어 있어, 부가영상만이 갖는 재미에 대한 어필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관람을 유도하고 있다.


Blu-ray : Picture Quality

레퍼런스 화질과 사운드의 강추 타이틀!

MPEG-4 AVC 포맷의 풀HD 화질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돋보이는 레퍼런스급 화질이다. 일단 리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 외에도 작품의 특성상 브라질 리오의 총천연색 컬러들과 새 라는 캐릭터가 갖는 실제에 가까운 이미지(참고로 극 중 캐릭터들은 윌 아이 엠과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캐릭터를 제외하면 실제 새에 움직임에 가깝게 묘사되어 애니메이션 임에도 상당한 현실감을 제공한다) 묘사의 장점과 장소가 갖는 아름다움이 더해져, 수준 높은 화질을 뽐낼 수 있는 조건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위의 스크린 샷에서 보는 바와 같이 클로즈 업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풍광을 그리는 원거리 장면에서도 먼 아래 건물들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며, 이런 점은 어두운 밤 장면에서 오히려 더 부각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인원이 운집한 퍼레이드 장면에서 역시 군중들 묘사에 있어 훌륭한 선예도를 보여주고 있다. 화질만 봐도 확실한 접대용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리오'는 음악의 비중이 상당하고 또한 음악의 퀄리티가 의외로(?) 대단한 작품인데, 블루레이 사운드 퀄리티 역시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워낙 볼륨 감과 음장 감이 좋아서 급하게 볼륨을 낮췄을 정도로 화끈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특히 브라질 음악 특유의 다양한 퍼커션 사운드를 선명한 채널 분리 도와 꼼꼼한 표현력으로 수록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가운데 첫 번째로 소개할 영상은 '리오의 세계 탐험하기' 인데 리오의 지도를 배경으로 '도시' '정글' '스타디움' '해변'으로 나뉘어 각각 장소마다 감독의 인터뷰, 장소의 실제 사진과 동영상들, 그리고 관련한 짧은 소개 멘트들을 각각의 아이콘을 클릭할 때마다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많이 즐기는 타이틀임으로 좀 더 네비게이션이 쉬운 아이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매력만점 캐릭터의 완성과정'에서는 각 담당 애니메이터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특성과 디자인적 고려사항 그리고 블루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 죠엘 역의 앤 해서웨이 등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인터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붐붐 티시티시 - 리오의 음악'에서는 음악 작업에 관련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윌 아이 엠, 제이미 폭스 그리고 세르지오 맨데스까지 모두를 만나볼 수 있다. 이 부가영상을 통해 '리오'에서 음악이 갖는 역할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카니발 댄스-오-라마'에서는 각 캐릭터 별로 직접 춤을 배워보는 코너로서 아이들이 즐기기에 적당한 게임/댄스 용 부가영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와 비슷한 부가영상으로 '리오 우편엽서 만들기'도 들 수 있겠다.





'실제의 리오'에서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아니 '사실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 리오의 모습과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이 곳의 특별함에 대해 더 전해들을 수 있다. 실제 작품의 주요 스텝들이 직접 리오를 방문해 행글라이딩도 해보고, 리오의 곳곳도 방문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속 모습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진짜' 리오의 모습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뮤직비디오와 쥬크 박스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으로 더욱 유명한 앵그리 버드 버전의 예고편과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어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앵그리 버드를 재미있게 해봤던 이들이라면 이 짧은 영상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총평] '리오'는 무겁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줄거리와 더불어 다양한 볼거리의 스펙터클과 브라질 리오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수준급의 뮤지션들이 참여한 완벽한 영화음악까지! 유쾌한 즐거운 애니메이션인 동시에 화질과 사운드 모두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퀄리티의 블루레이는 주저 없이 추천할 만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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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테리언으로 만나는 밀양 블루레이

(The Criterion Collection - Secret Sunshine Blu-ray)



일단 '밀양' 블루레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크라이테리언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The Criterion Collection)은 LD 시절 부터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던 브랜드로서, DVD 시절 부터 흔하게 쓰였던 일종의 특별판 (Special Edition)을 처음 만든 회사였다. 크라이테리언이 2차 영상물 시장에서 최초로 한 것들을 꼽아보자면, 4:3 비율의 TV와 스캔이 전부이던 때에 처음으로 레터 박스를 통해 와이드 화면비를 풀스크린의 TV에서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였으며, 부가영상 (Supplement)의 개념을 최초로 수록한 것도 크라이테리언이었다. DVD나 블루레이를 즐기는 또 다른 핵심 재미인 감독과 배우, 스텝들의 코멘터리, 제작과정 메이킹 영상, 각종 예고편 등의 부가영상들이 바로 크라이테리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


이런 구성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이 어느 정도 보편화 된 후부터 크라이테리언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이른바 예술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완벽한 원본 재현으로 복원하여 내놓으면서 부터다. 단순히 스펙적인 측면에서 최고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한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원본에 가장 가깝도록 복원하는 것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니아들 사이에서 더욱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브랜드 자체가 스스로 굉장한 자존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점도 여러 일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단순한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 컬렉션으로서, 작품으로서도 크라이테리언으로 출시된다는 자체 만으로 '인정' 받았다는 의미를 갖게 되기도 했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영어 자막만 수록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렇기 때문에 스펙적인 측면과 소장 가치 높은 컬렉션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장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내 팬들로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인데, 바로 이 크라이테리언에서 이창동 감독의 우리 영화 '밀양'이 출시된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야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감독으로서 그 동안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크라이테리언 출시에 대한 기대와 예상이 오갔었는데, 드디어 크라이테리언 로고를 달고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을 손에 받아보고 나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답게 작품의 이미지를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표현하는 커버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밀양 : 블루레이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타이틀은 파란 밀양의 하늘을 담은 프린트의 BD디스크와 간단한 소개와 스틸컷 등이 담겨있는 부클릿으로 구성되어 있다.







블루레이 디스크를 넣으면 아래와 같은 메뉴 화면이 등장한다.









영화 초반 주인공 모자가 밀양으로 이사오게 되는 그 차안에서 바라본 밀양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심플한 메뉴 디자인은,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의 멋스러움을 더한다. 메뉴 구성도 간단해서 챕터 선택 메뉴와 영어 자막 ON/OFF 메뉴,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 영상과 미국 개봉 예고편이 담긴 서플먼트가 전부다.


(블루레이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답게 블루레이의 화질은 역시 만족스럽다. 이창동 감독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지만 이 작품 '밀양' 역시 자연광이 상당히 많이 사용된 조명이 매우 중요한 작품인데, 영화의 이런한 조명을 블루레이는 세심한 터치로 놓치지 않고 있다. 빛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감도, 그리고 빛이 만드는 공간감을 그대로 살려낸다. '밀양'이라는 작품이 드라마라는 장르라서 액션 영화에 비해 화질이 그다지 중요할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이 블루레이를 보다보면 그 중요성을 아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 'LEE CHANG-DONG ON THE SET OF "SECRET SUNSHINE'이 수록되어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그 동안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면 자막 등의 압박으로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던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로, 우리 영화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자체로 반가운 일이며 그 작품이 깊은 인상을 주었던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앞으로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리 감독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꾸준히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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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아이 (星を追う子ども, 2011)

나를 놓아주어야만 하는 힘겨운 여정



'별의 목소리 (2002)'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 '초속 5cm (2007)' 등을 통해 팬덤을 확고히 하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별을 쫓는 아이'를 다행히(?) 극장에서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위의 작품들과 더불어 그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단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1999)'까지 모두 인상 깊게 보았을 정도로, 그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들 중에서도 손 꼽는 감독이기도 해 '별을 쫓는 아이'는 제작이 결정된 시점부터 매우 기대되고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먼저 공개된 장면들에서 알 수 있었듯이, 기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지브리스러운,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명작동화 풍의 작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단순히 작화 측면을 떠나서도 메시지와 세계관에서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색채가 느껴진 반면, 많이 다른 옷을 껴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신카이 마코토만의 색깔과 메시지 역시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일단 '별을 쫓는 아이'의 배경은 '아가르타'라는 판타지의 세계다. 기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에서도 판타지스러운 설정들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배경으로 사용되는 정도거나 오히려 과학으로 보기에 더 충분한 부분이 많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별을 쫓는 아이'는 단순히 배경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판타지의 세계관이 짙게 깔려있는 경우다. 인간 세상의 주인공들이 아가르타로 우연히 빠져들게 되어 벌이는 것 정도가 아니라, 이들 인간들 역시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크게 보았을 때 이 판타지 세계관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은 고대의 신화와 판타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작품이라 하겠다. 이렇듯 판타지적인 색채가 가미되면서 더더욱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작화나 표면적 세계관 보다는 오히려 메시지 적인 측면에서 더 지브리와 닮아있는 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특히 두 주인공 아스나와 신의 캐릭터를 보면 지브리 세계 속 캐릭터들과 많은 닮은 점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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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짧게 등장하는 슌의 경우는 크게 얘기할 만한 부분은 없지만 (물론 그의 짧은 아우라에서는 하울의 포스가 풍기긴 했다), 그의 동생인 신의 경우는 '모노노케 히메'의 주인공인 아시타카와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신 역시 인간 세계와 지하 세계의 중간자적 역할을 (결과적으로) 맡게 된다는 측면을 들 수 있을텐데, 물론 아시타카 처럼 이런 중간자적 성향이 스스로 몹시 강하다기 보다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점차 그런 성향을 스스로도 발견해 가는 경우라고 할 수 있어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신 의 많은 부분은 아시타카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특히 그가 마을을 떠나는 시퀀스를 보자면, 일족의 원로의 모습이라던가 마을 어귀에서 신을 기다리는 여자 아이의 모습 등은 '모노노케 히메'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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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고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을 신봉하면서도 '별을 쫓는 아이'가 초반부터 와닿지 않았던 점은, 바로 이 작품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었다면 '게드 전기'도 그럭저럭 최악으로는 감상하지 않은 입장에서 이 작품 역시 괜찮다 싶은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여러 면에서 이 작품은 '게드 전기'를 떠올리게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기대하는 바가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아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서 느꼈던 강한 매력과 인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거의 신카이 마코토 1인이 모든 영역을 소화하는 능력과 구성 자체도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것 보다는 어떤 시공간과 판타지가 배경으로 등장하건 간에 이런 모든 것들을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 매력적인 도구로 만들어버릴 만큼의 강력하고 절절한 이야기와 사랑, 그 자체에 있었다. 특히 '별의 목소리'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cm'에서 보여준 그 절절하다 못해 OST의 한 자락만 흘러나와도 금새 눈물이 핑도는 러브 스토리는, 신카이 마코토 라는 감독을 깊이 각인시키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아, 그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애절했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본 나의 추억을 강하게 끄집어낸다는 점이다. '초속 5cm'가 절절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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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아이'의 초반에서는 이러한 그 만의 장점이 잘 드러났다기 보다는 판타지 장르의 익숙한 설정들이 더 부각되었기 때문에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인데,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로 갈 수록 그 안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애틋함의 힘이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함께 가슴을 저밀 수 있었다. 결국 '별을 쫓는 아이'가 들려주려는 메시지는 '모노노케 히메'와 마찬가지로 '살아라'라는 것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을텐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그의 야심이 확인되는 부분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주를 이룬 갈등과 애절함의 대상은 남녀 간의 사랑이 깊었었는데, '별을 쫓는 아이'는 그것보다는 존재와 존재간의 관계와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더 심오한 세계관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 판타지 세계관을 적극 가져왔다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판타지라는 겉옷을 너무 두껍게 챙겨입은 터라 신카이 마코토가 본래 하고 싶었던 마음의 소리가 관객에게 미치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너무 거대한 세계관을 가져온 탓에, 그간 거대하기 보다는 소소함과 생활 속에서 진리를 찾아내던 그의 이야기가 빛을 발휘하기에는 살짝 부촉한 측면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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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별을 쫓는 아이'는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판타지 모험 속에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또 다른 절실함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의 다음 작품은 좀 더 가슴을 저미게하여 사운드트랙의 메인 테마만 살짝 흘러도 어쩔 줄 모르게 되는 작품이었으면 더 좋겠다.



1. 그래도 신카이 마코토 하면 기대되는 하늘의 묘사는 역시나 반갑더군요. 그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정지된 이미지로 주는 깊이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2. 따지고보면 '별을 쫓는 아이' 역시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 아니라, 그 여정 속에서 나를 인정하고 변화시키는 (혹은 놓아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이런 점이 극대화된 후반부가 어쩔 수 없이 눈물 나게 했던 것 같아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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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개된 지는 몇일 되었지만, 그래도 '에반게리온'인데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에반게리온 : Q (Quickening)'의 새로운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에반게리온 : 파'가 끝나고 서비스로 만나볼 수 있었던 예고편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가슴 떨림을 주었던 에반게리온은, 20초도 안되는 짧은 추가 예고편 공개로 또 한 번 심장을 들었다 놨다.


 


각성한 이카리 신지. 그 옆에는 처음 보는 소년.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새로운 세계.


무려 2012년 가을에야 만나볼 수 있는, 앞으로도 꼬박 1년을 기다려야 만나볼 수 있는 '에반게리온 : Q'이지만, '파'가 그러하였듯이 아마도 'Q'를 극장에서 보는 순간, 그 동안의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의 감동과 전율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아스카 ㅠㅠ


에반게리온:파 (破) _ 전율의 미완성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파리넬리 블루레이 리뷰
무삭제 디렉터스 컷으로 다시 만나는 파리넬리


제라르 꼬르비오 감독의 1994년 작 '파리넬리 (Farinelli - Il Castrato)'는 혹 그 영화는 보지 않았더라도 '파리넬리'라는 이름과 정체(?)만은 누구나 알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자 인물이다. 1994년 당시에도 음악과 작품에 대한 깊은 인상이 화제가 되며 1995년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아카데미에서도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작품성 역시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18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파리넬리라는 카스트라토 (소프라노와도 같은 아름다운 고음역대를 소화하는 남자 가수)의 이야기를 그의 형 리카르도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거세된 남성 카를로 (본명 Carlo Maria Broschi)로서 겪는 고통과 예술가인 파리넬리로서 그리고 형 리카르도와의 형제 관계 내에서 겪는 일들을 인상적인 노래(가창)로 잘 엮어냈다.

 



'파리넬리'는 1994년 국내 개봉 시에는 거세 장면 및 베드 씬 등이 삭제되어 개봉되었었는데, 최근 발매된 블루레이는 무삭제의 디렉터스 컷으로 출시된 점이 일단 가장 반가운 점이다. 2011년의 기준에서 보자면 그리 충격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충격 여부를 떠나서 드디어 감독의 의도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버전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디렉터스 컷의 출시는 의미를 갖는 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이번 무삭제 디렉터스 컷은 DVD와 블루레이로 발매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소규모이긴 하지만 극장에서도 재개봉을 해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바야흐로 '파리넬리'를 다시 한 번 즐겨볼 적기가 아닌가 싶다.
 




가끔 예전에 보았던 작품들을 블루레이를 통해 다시 보게 될 때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추억의 깊은 인상에 비해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파리넬리'의 경우는 워낙에 음악이 깊은 인상을 주었던 터라 오히려 음악 외적인 것들에 대해 떠올려볼 기회가 적어서였는지, 마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것과 흡사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치 극중 화려한 기교와 이슈 메이커로서의 파리넬리의 이면에는 예술로서의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그가 있는 것처럼, 다시 보게 된 '파리넬리'는 음악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그의 삶과 이야기에 보다 깊게 빠져들게 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파리넬리'를 논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터. 이 작품을 통해 더욱 잘 알려진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Rinaldo)' 가운데 'Lascia Ch'io Pianga (울게 하소서)'가 등장하는 장면의 감동은 다시 봐도 압도적이다. 참고로 극 중 삽입된 파리넬리의 노래들은 미국 출신의 카운터 테너 데릭 리 라진과 폴라드 출신의 여성 소프라노 에바 말라스 고들레브스카의 노래를 편집을 통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Blu-ray 메뉴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풀HD 화질은 작품의 제작연도를 감안한다면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람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남는 잔상으로 인해 정지 화면 시 흔들림 현상이 발견되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5.1채널의 사운드는 파리넬리의 인상적인 노래들을 부족함 없이 잘 전달하고 있다. 단순히 고음역대에서 느껴지는 파워도 좋지만, 화려한 기교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도 사운드 적인 측면에서 비교적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블루레이 자체의 단점으로 보기는 조금 어렵지만 후시 녹음에 가깝게 대사가 입혀져 있어 더빙과 영상 사이에 미세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에는 첫 번째로 'Scent of a lost voice (잃어버린 목소리의 향수)'를 만나볼 수 있는데, 약 50분 분량의 영상으로서 실존 인물이었던 파리넬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과 더불어 이 작품이 가능할 수 있었던 파리넬리의 노래 재현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려준다.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극중 파리넬리의 노래는 남성 카운터 테너 데릭 리 라진과 여성 소프라노 에바 말라스 고들레브스카의 목소리가 더해져 만들어졌는데, 기본적으로는 데릭 리 라진의 목소리를 베이스로 여기에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여성 소프라노의 목소리와 결합하여 만들어낸 과정을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두 성악가의 노력이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영상이었다.
 




두 번째로 'More Team Interview'에서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 등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의 제작단계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목소리 창조 과정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 그리고 세계 영화제 등에 소개되어 수상하기도 했던 소감들을 들려준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너무 신나 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인 인터뷰였다.
 




[총평] 영화 팬들의 뇌리에 그 선명도는 각기 다를지언정 깊이 각인되어 있는 '파리넬리'는, 다시 보니 기억 속의 모습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무삭제 디렉터스 컷으로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던 것은 물론이요, 초회 한정으로 헨델의 오페라 '울게 하소서'외 10곡이 수록되어 있는 DVD-Audio를 포함하고 있으니, '파리넬리'를 추억하는 팬들과 이번 기회에 말로만 듣던 이 작품을 처음 접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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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 : 블루레이 리뷰 (Amelie : Blu-ray Review)
드디어 제대로 된 화질과 사운드로 만나다!
 


프랑스 출신의 감독 장 피에르 주네의 대표작 '아멜리에 (Amélie, 2001)'가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아멜리에'는 독특한 영상 세계를 추구하는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텐데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니, 한 때 그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있었던 때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역시 1991년 작 '델리카트슨 (Delicatessen, 1991)'이었다. '델리카트슨'은 약간 기괴함이 있으면서도 독특한 영상미와 코미디와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가 묘하게 결합된 이야기로 단숨에 장 피에르 주네를 영화 팬들 사이에서 주목 받는 감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했던 작품은 바로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La Cite' des Enfants Perdus, 1995)'였다. 이 작품의 인상은 아주 깊어서 아직까지도 가끔 꿈에 나올 정도로 아른거리곤 하는데, 확실히 내용 보다는 이미지가 남는 장 피에르 주네의 특성이 잘 표현된 작품이었다. 어둡고 기괴한 크리쳐와 배경들 속에서도 묘하게 감성적이고 또 은근히 웃긴 캐릭터들과 이야기는, 짧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상미에 최적화된 결과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 장 피에르 주네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짐은 물론이요, 론 펄먼과 도미니크 피농 같은 배우들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참고로 '아멜리에'에도 출연하고 있는 도미니크 피농의 경우 장 피에르 주네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앞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독특한 스타일의 세계관을 표현하기에 그 만큼 딱 맞는 마스크를 갖고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는 '아멜리에'에서도 '죠셉'역할을 맡아 작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렇게 프랑스에서 주목을 받은 뒤 헐리웃으로 바로 캐스팅되어 만든 작품이 '에일리언 4 (Alien : Resurrection)'인데, '에일리언'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기존과는 다른 화법의 작품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지만, 장 피에르 주네의 팬들에게는 사실 그가 '에일리언'과 같은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감독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자체가 놀라움과 기대를 동시에 갖게 되는 사실이었고, 작품 역시 기존 그의 스타일이 곳곳에 묻어나 있어서 (여기에도 물론 론 펄먼과 도미니크 피농이 출연하고 있어서 더욱 더!)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01년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만든 작품이 바로 오늘 소개할 '아멜리에'인데, 이 작품은 기존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기괴함은 덜하고 오히려 사랑스러움이 증폭된 로맨틱 코미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물론 다른 화법으로 전개된다)로서 다시 한번 장 피에르 주네라는 이름을 확고히하게 한 작품이었다.





'아멜리에'는 조금은 괴팍한 그의 영상철학을 숨기기는 커녕 오히려 과장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바로 이점이 오히려 더 많은 영화 팬들에게 그의 영화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냈고, '만화같은 장면'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카메라와 배우, 영화라는 매체 (배우가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관객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그리고 무엇보다 그만의 상상력이 극대화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여기에는 오드리 토투가 연기한 아주 사랑스러운 주인공 아멜리에 라는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 마치 히어로물을 통해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크리스토퍼 리브 (슈퍼맨)나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 맨)처럼 영화팬들이 오드리 토투라는 이름 만큼이나 (이름보다는) '아멜리에'라는 이름으로 더욱 기억할 만큼, 캐릭터와 배우가 완전한 싱크로를 보여준 흔치 않은 경우였다.




Blu-ray : Menu






노바미디어에서 라이센스로 출시한 블루레이의 경우, 기존 출시된 DVD를 단순히 화질/사운드만 HD급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출시한 것이 아니라, DVD출시시 문제로 지적되었던 부분들 및 여러가지 섬세한 부분들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메뉴 디자인 역시 그 중 하나다. 작품에 걸맞게 편지봉투 형식으로 표현한 것은 물론 'To. Blu-ray fans Korea / From. Jean-Pierre Jeunet'라는 로컬라이징 메시지가 특히 돋보인다. 참고로 블루레이 메뉴에는 아래 스크린샷과 같은 이스터에그도 숨어 있음으로, 한 번쯤 리모컨을 요리조리 조작해 보면 좋을듯.



Blu-ray : Quality

'아멜리에'는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러한 것처럼 화질 측면에서 블루레이가 몹시도 기다려졌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DP 리뷰 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직접 블루레이 트랜스퍼를 감수하에 디지털 복원된 프랑스 TF1 제공의 소스를 원본으로 제작되었다. 우수한 원본과 꼼꼼한 제작과정을 통해 탄생한 '아멜리에' 블루레이의 화질은, 예전 기억 속에 어렴풋이 있었던 이 작품만의 영상미를 블루레이에 걸맞게 선명한 화질로 구현하고 있다. 

(아래의 스크린샷을 클릭하면 원본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10년 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물론 최고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으며, 최신작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는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아멜리에'가 담고 있는 다양한 '색'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아멜리에'를 만나게 되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DTS HD :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아기자기함을 잘 살려냄은 물론, 기분 좋아지는 샹송의 분위기를 넉넉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실 '아멜리에'는 워낙에 영상미 측면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 음악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블루레이를 통해 제대로 듣게 된 영화 음악은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영상에 딱 맞도록 입혀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영화 음악 외에 영상에 곁들여져 있는 다양한 효과음들의 선명도도 우수해, 작품의 톡톡튀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첫 번째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영화에 사용된 CG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캐스팅 비화와 장면장면에 대한 소소한 뒷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번 블루레이에는 기존 DVD에 수록되었던 부가영상들 외에 새롭게 HD영상으로 추가된 영상들이 있어 더욱 소장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볼 만한 부가영상이 바로 '마스터 클래스 : 장 피에르 주네'이다. 약 45분 분량의 마스터 클래스로서 장 피에르 주네의 감독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그가 영화 감독을 꿈꾸게 했던 동경의 대상이 된 작품들은 어떤 것이었는지, 영화를 만들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어떤 점인지, 그리고 '아멜리에'의 대한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 있다. 특히 이 마스터 클래스는 개봉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진행된 인터뷰로서 현재시점에서 '아멜리에'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듯 하다.





'장 피에르 주네 : 인터뷰'와 '메이킹 오브 홈 무비'를 비롯한 이외의 부가영상들은 SD영상으로 제공되는데, 기존 DVD에 수록되었던 영상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을 모두 보완하여 수록되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한다. 정상적인 화면비는 물론이고 한국어 자막 역시 모두 다시 체크하여 오류나 잘못된 해석이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이 이루어졌는데(본편과 음성해설 역시 마찬가지의 작업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같이 열악한 블루레이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대박 신작 타이틀도 아닌 작품성에 보다 비중이 있는 구작 타이틀의 출시에 이 정도로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은 거의 '놀라움' 수준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DVD와는 비교자체가 불가한 화질과 사운드 만으로도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는 타이틀이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쩌면 다수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부분들까지 꼼꼼하게(긍정적 의미의 꼼꼼함) 신경 쓴 탓에 더욱 완벽한 블루레이 타이틀로 평가받을 수 있겠다.





'배우 오디션 장면'과 'NG장면'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등에서 역시 SD급 영상이기는 하지만 기존 DVD보다는 나은 화질 개선 작업이 병행되었고, 역시 화면비 등도 개선되어 좀 더 정상적인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관객과의 대화는 참여한 감독과 배우들 간의 소탈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 메이킹 영상에서는 촬영 전 다양한 헤어스타일의 변신을 통해 아멜리에 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프로모션 예고편들과 더불어 장 피에르 주네의 단편 '하찮은 일'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단편에서도 역시 도미니크 피농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둘의 관계에 관심있는 팬들이라면 이 단편 역시 꼭 챙겨야할 컬렉션 중에 하나가 될 듯 싶다.




[총평] 10년만에 블루레이로 다시 만나게 된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는 사실 그의 팬으로서도 전혀 기대하고 있던 바가 아니여서인지 (설마 나올까 하는 생각 때문에;;), 1차적으로는 BD 출시 사실 자체가 놀라웠고 2차적으로는 단순한 업그레이드 수준이 아니라 세심한 보완들이 더해진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재 국내 블루레이 시장의 현실이 장인정신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아멜리에' 블루레이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 스펙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점들이 넘치는 것은 물론이지만, 결국은 영화다. 10년 전 '아멜리에'를 보며 이 묘한 러브 스토리에 스르륵 빠져들었던 팬들에게, 최고의 판본으로 다시금 '아멜리에'를 만나게 해 줄 선물이 될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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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전편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프리퀄



찰톤 헤스톤 주연의 SF영화이자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엔딩 중의 하나로 꼽히는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로 더욱 유명한 '혹성탈출' 시리즈의 프리퀄 성격인 영화 '진화의 시작'을 보았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앞서 언급한 1968년 작을 비롯 총 7편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는데, 이 가운데 2001년에는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사실 처음 이 시리즈의 프리퀄에 대해 듣게 되었을 때에는 팀 버튼의 악몽이 불현듯 스치기도 했고, 요 몇 년 간 붐처럼 지속되고 있는 프리퀄 열풍에서 얼마나 개성있게 빛날 것인지를 장담하기 힘든 작품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극장을 나오며 들었던 생각은 1968년 작 '혹성탈출' 외에 다른 시리즈들도 다시금 주욱 훑고 싶은 생각이 진심으로 들 만큼 (물론 여기에는 팀 버튼의 작품도 포함된다. 그 정도!), '혹성탈출'이라는 커다란 이야기의 시작으로서 손색이 없는, 제대로 된 프리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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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시작'은 프리퀄 답게 유인원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설정이 아닌, 보통의 현대 인간사회를 배경으로 유인원 침팬지 '시저 (앤디 서키스)'의 이야기를 맨처음부터 차근차근 들려준다. 침팬지인 시저가 인간들을 지배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는 이유로 영화는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주인공 윌 (제임스 프랭코)의 이야기로 풀어놓는데, 이 과정이 프리퀄이라는 성격을 버리더라도 즉, 처음 이 시리즈를 만난 관객이 즐기기에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치료를 목적으로 생겨버린 인연이지만, 윌과 시저, 그리고 윌의 아버지와 시저의 관계는 여느 가족과 다름없는 분위기로 그린 점도 이런 공감대 형성에 크게 한 몫을 했다. 처음 시저가 인간들에게 분노를 폭발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자신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과 다르다는 정체성의 혼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데에서 발단했다는 점에서 이 '시저'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한층 깊게 했다.


누가 뭐래도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주인공은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시저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캐릭터를 단순히 (인간과 상대되는 개념으로서의)침팬지로 한정 짓지 않고, 남다른 가족사와 성장기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담아내며 훨씬 더 깊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이전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의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이처럼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 나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전작들에서 미처 깊게 파고들지 못했던 깊이과 과거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올바른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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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 작품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전편들에 대한 오마쥬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들의 이름의 근원은 물론 (이전 작품들에 등장한 배우나 캐릭터들의 이름을 사용하거나 조합하여 만든 경우가 많았다), 인상적인 대사들을 그대로 활용한다던지 'Take your stinking paws off me you damn dirty ape!', 전작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도록 만드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극 중에서 윌이 약물을 통해 눈동자의 색이 달라진 시저를 부르는 'Bright Eyes'라는 명칭은 원작에서 유인원인 지라 박사가 인간인 테일러 (찰톤 헤스톤)의 눈을 보고 했던 명칭으로 정확한 대구를 이루며, 시저가 자유의 여신상 장난감을 갖고 노는 장면 역시 직접적인 오마쥬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영화가 끝나고 추가된 장면에서 역시 노골적인 오마쥬와 단순 오마쥬를 넘어서는, 이전 작품들과 앞으로 이 시리즈의 후속편에 직접적으로 단서가 되는 장면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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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면, 한 번 더 생각을 해봐도 이 '시저'라는 캐릭터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일반적인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감정처리와 주인공 만의 포스를 갖고 있어서, 시저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이후부터의 장면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정말 멋진 (카메라 앵글이나 배경음악은 거들 뿐) 장면들을 쉴새 없이 선사한다. 실제로 몇몇 장면에서 입 밖으로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 장면들도 있었는데, 이처럼 관객들이 사람이 직접 (표면적으로)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닌 CG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에서 우스게 소리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제임스 프랭코가 유인원들 보다 연기를 못한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실제로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를 못해서라기 보다는 시저를 비롯한 여러 유인원들의 연기(혹은 묘사)가 워낙에 뛰어났기에 나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앤디 서키스에게 아카데미 연기상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아니겠는가. 정말 언젠가 모션 캡쳐를 통해 연기한 CG캐릭터가 연기상을 수상할 날이 오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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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속편을 기대하게 하는 여러 여운도 남겨놓았는데, 이번 작품의 완성도 정도라면 속편을 기대해보는 정도가 아니라 꼭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막 자신을 깨닫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온 시저의 앞날이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는 사실상 신예라고 할 수 있을텐데, 헐리웃에서 이 정도 스케일의 작품 연출을 맡게 된 계기도 궁금하지만, 불쑥 나타나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감독이 되어버렸네요.

2. 별로 비중없는 윌의 여자친구 역할이 아직도 기억나는 유일한 이유는 프리다 핀토가 연기했기 때문일 겁니다.

3. 이 작품은 제목 자체가 진화의 '시작'이라 그런지, 포스터나 홍보문구에 '~~가 시작된다'라는 말이 없는 것 같더군요;;

4. 말포이 날 또 실망시켰어!

5. 기회가 되면 아마존에서 할인할 때를 노려 혹성탈출 블루레이 컬렉션을 구매하려구요. 이전 할인 때는 관심도 없었는데 이제는 그리운 할인행사가 되었네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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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 에이리언 (Cowboys & Aliens, 2011)

재미있을 뻔 했지만 너무 나간 욕심



'아이언맨'을 연출한 존 파브로, '인디아나 존스' 해리슨 포드 그리고 007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제목을 듣기 전에도 충분히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인 '카우보이 & 에이리언'.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와는 또 다른 흥미로움과 기대감을 갖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시작 전에 가졌던 신선한 기대감에는 못 미치는, 조금은 욕심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중심이 되는 이야기 외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정작 존 파브로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의 비중이 정리되지 않고 산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카우보이, 즉 서부영화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테 이 정서와 에이리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의 접점을 잘 살려냈다기 보다는 흥미 그 이상의 것은 없는 평이한 수준인 점이 아쉬웠다. 단순히 이질감이 느껴져 잘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를 섞으려 했다는 느낌보다는, 섞는 것 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조화를 이루는 것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 각자의 세계에서 서로만 잘해보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가지의 비중이 꼭 비슷할 필요는 없지만, 이 작품이 선택한 것처럼 카우보이의 이야기에 대부분의 비중을 할애한 것은 결과적으로 에이리언의 이야기가 등장했을 때 '뭐지?'하게 되는 쌩뚱맞은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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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크레이크가 연기한 주인공 제이크는 에이리언과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과거가 많은 인물이라 이 과거를 소개해야만 했던 것도 한 몫 했고,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달러하이드 역시 과거 전쟁에서 부하를 잃었던 것과 골치덩어리 아들(폴 다노)과 연관된 이야기가 있고, 수수께끼의 여인 엘라의 경우 이 둘 과는 상관없이 해결해야 할 자신만의 미션이 또 있으며, 제이크, 달러하이드와 함께 하게 되는 일행 가운데 아내를 빼앗긴 도크의 이야기 그리고 보안관인 외할아버지를 찾으려는 소년 에밋의 이야기, 그리고 후에 등장하는 인디언들의 이야기 등 이 영화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각각 다 비중있게 담겨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위와 같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존 파브로는 여기에 욕심을 더 부려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놓고 더 나아가 해결하는 것 까지 이 액션 영화에 담아냈다는 점이 결국은 단순하고 하나의 이야기일 수록 더 좋을 수 있었던 소재를 갖고 있던 이 영화에서의 가장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차라리 영화의 제목처럼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만 더 집중하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서부시대의 배경과 캐릭터들이 에이리언이라는 SF적인 세계관과 맞닥들였을 때의 조우를 존 파브로가 '아이언 맨'을 통해 잘 보여주었던 액션 위주로 풀어내었더라면 훨씬 더 박진감 넘치고 극장에 앉아있는 2시간 동안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여름 블록버스터가 되었을텐데, 너무 많은 캐릭터와 너무 많은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를 소재에 그치게 만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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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중 에이리언의 모습은 게임 'Gear of War'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더군요, 보이는 것에 비해 활약상은 좀 적어서 아쉽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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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2011)
군더더기 없는 추격의 리듬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 2009년 '핸드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신작 '최종병기 활'을 보았다. 사실 최근 들어 박해일의 출연작들의 임팩트가 배우가 주는 인상에는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있고, '최종병기 활'이라는 제목은 아무리 들어도 일본 애니메이션 '최종병기 그녀 (最終兵器彼女)'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라 조금은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유료시사 (인줄도 몰랐던)로 보게 된 영화는 활이라는 무기를 소재로 병자호란이라는 정치/사회적 사건을 배경으로 풀어낸 군더더기 없는 추격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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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병사들에게 동생을 빼앗기고 오로지 동생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추격하고 또 추격 당하는 남이(박해일)의 이야기다. 일단 추격의 시작이 되는 발단을 연인 관계가 아닌 남매 관계로 설정한 것이 이 작품의 군더더기를 더는 첫 단추로 작용했다. 중심이 되는 감정을 연인간의 감정으로 삼을 경우 아무래도 여기에 할애해야 하는 감정의 리소스가 많아질 수 밖에는 없기 때문에, 심플한 리듬으로 정리되기 보다는 굉장히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이 부분을 남매간의 애틋한 감정으로 처리하며 오히려 더 단단한 힘을 얻은 경우라 하겠다. 물론 남녀간의 애정 관계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인 - 문채원 과 서군 - 김무열 간)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남이의 이야기로서 존재한다. 남이가 동생을 구하러 떠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다소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에는 살짝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자세히 설명하려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고 과감히 본격적인 추격전에 바로 뛰어든 영화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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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좀 더 깔끔하게 느껴진 또 다른 이유는 이한위가 연기한 캐릭터 등 주인공 주변에서 코믹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캐릭터들에 대한 절제된 묘사도 있었다. 이런 경우 주변 캐릭터들이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 혹은 무거워만 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가벼운 리듬감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가끔 전체적인 흐름을 깨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한위씨가 등장하는 순간 '아, 이 작품도 그런 장면이 등장하겠구나' 싶었는데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절제된 활용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비중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이런 절제는 추격에 전체적으로 집중한 이 영화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류승룡이 연기한 '쥬신타'를 중심으로한 청나라 정예부대를 단순한 악당으로 그리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서로를 인정할 만한 상대로서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설명을 더하지 않은 점 역시 이 영화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쥬신타와 그의 부대에 대해 관객이 더 흔들릴 수 있도록 서두에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더라도 좋았겠지만, 영화가 선택한 방식도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좀 더 설명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 라고 느꼈던 부분은 주인공 남이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분명 극 중의 짧은 대사로는 문무 모두에 별다른 흥미를 못느끼는 것으로 묘사되었으나 추격극을 통해 보여지는 남이의 모습은 흡사 '레골라스'에 가까운 신궁의 모습이었기에 사실 조금 의아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짧은 사냥씬 만으로는 남이가 그 정도의 고수라는 것을 눈치채기는 어려웠기에 이후 정말 고수들로 이뤄진 쥬신타의 부대와 대등하게, 아니 더 뛰어나게 싸우는 모습에서는 '남이가 저 정도의 고수였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더라도 좀 더 고수의 풍모를 숨기고 있다는 짧은 설정들을 초반에 깔아두었더라면 좀 더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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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런 추격극 위주가 아니라 임금을 잃고 청나라에 나라를 빼았겼던 병자호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했던 때문인지, 맨 마지막에 가서 김한민 감독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기는데, 전체적인 결론만 보자면 비극적 역사에 대한 부분을 아예 다 빼버리지 않고 마지막에 한 줄로 턱 던져 놓는 방식도 2가지를 모두 어느 정도 만족시킬 만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비극적 역사에 대한 부분에 더욱 강조했다면 추격극 자체에는 힘을 잃을 수도 있었겠지만 좀 더 비장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을텐데, 반대로 아예 추격극 자체에 완전 집중하면서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이 추격극의 배경에는 사실 이런 역사적 비극이 실제로 있었다'라는 사실을 넌지시 던지는 방식 또한 이런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하는 의미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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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은 러닝타임 내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진행되는 추격전이 볼만한, 그리고 활이라는 무기의 특성을 고려한 거리를 둔 액션이 흥미로운, 올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될 듯 하다.


1. 고증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고증 측면은 아니지만 무한히 리필되는 화살이 아닌 쏘고 나서 항상 화살을 회수하는 모습은 현실적이라 좋더군요.

2.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 오히려 더 많은 요소들을 담으려 하지 않고 한 가지에 비교적 충실했던 선택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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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다큐멘터리 _ The Eastwood Factor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10년작 '히어애프터 (Hearafter)'는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와는 또 다른 의미로 그의 현재를 발견하고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스스로 정리하는 정말 위대한 작품이 '그랜 토리노'였다면 '히어애프터'는, 80이 넘은 이스트우드가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식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작품이었다. 여기서 '히어애프터'에 대해 다시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오늘은 '히어애프터'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수록된 다큐멘터리 'The Eastwood Factor'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사실 극장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던 작품이라 블루레이도 일찌감치 구매하려고 했었지만, 1시간 20분이 넘는 분량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수록된다는 사실에 더 따져볼 것도 없이 바로 구매하였고, 이 부가영상만으로도 충분히 값은 하는 타이틀이 되었다.





'The Eastwood Factor'는 이스트우드와 워너 스튜디오와의 인연, 그리고 그가 보고자랐던 워너의 예전 작품들, 배우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가 소개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를 보면, 그가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들과의 연관성을 떠올려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신인시절 작품인 TV시리즈 '매버릭 (Maverick, 1959)'과 '로하이드 (Rawhide, 1959~1965)'의 출연 장면도 만나볼 수 있는데, 물론 신인 특유의 어색함이 없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그가 이후에 보여준 느낌들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짧지만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다큐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그의 필모그래피의 순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 '더티 해리 (Dirty Harry, 1971)' 시리즈를 비롯해, 그의 또 다른 흥행 시리즈였던 세르지오 레오네와의 작품들, 그리고 그의 또 다른 대표 캐릭터를 엿볼 수 있었던 서부 영화의 출연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더티 해리'와 '무법자 조시 웨일즈 (The Outlaw Josey Wales, 1976)'의 이야기를 특히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스튜디오 한 켠에 그의 모든 출연작에서 그가 입었던 의상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는 곳을 잠시 보여주는데, 워낙에 인상 깊은 캐릭터여서인지 의상만 보아도 어떤 작품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브론코 빌리 (Bronco Billy, 1980)'는 이전 그가 보여주었던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성향의 캐릭터였다. 조금 다르게 얘기하자면 캐릭터 자체는 별로 변하지 않았는데, 이를 둘러싼 상황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달까. 오랑우탄과 함께 출연한 '더티 파이터 2 (Every Which Way But Loose, 1978)' 는 주위에서 모두가 말렸던 작품이었지만 오히려 그의 최대 흥행작 중 하나가 된 이색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페일 라이더 (Pale Rider, 1985)'에서 그는 세르지오 레오네와의 3부작 이후 만나볼 수 있었던 '부활'의 테마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또한 '가족'이라는 테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포레스트 휘태커가 찰리 파커를 연기한 '버드 (Bird, 1988)'는 평소 재즈에 조예가 깊었던 그의 깊이는 물론, 애정이 수준급의 연출력으로 잘 빚어진 작품이었다. 참고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여러 작품에서 직접 영화 음악을 작곡하거나 연주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걸작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 1992)'. 이 작품은 크린트 이스트우드 스스로가 자신이 만든 영웅담과 장르적 특성을 더 깊은 깊이로 뒤집는 대단한 작품이었는데, 모건 프리먼, 진 핵크만 등의 명연기가 이를 더했다. 폭력의 회환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이 보다 더 좋은 스토리텔링과 이 보다 더 적합한 배우 (캐릭터)가 있을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이후 이런 경향은 '그랜 토리노'에서 완전한 종결을 이룬다.




사실 아주 어린 시절 보았던 '퍼펙트 월드 (A Perfect World, 1993)'는, 단순한 기억에 감동은 있지만 너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작품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다큐를 보니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를 리얼타임으로 본 첫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처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 배우도 드문데, 그 중 가장 의외(?) 였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일 것이다. 연출과 주연을 함께 맡은 이 작품에서 그는 메릴 스트립과 함께 애틋한 로맨스와 여운을 깊이 남겼다. 이 작품 역시 개인적으로는 '퍼펙트 월드'와 같은 이유로 다시 보고 싶은 작품.





숀 펜, 케빈 베이컨, 팀 로빈스 등이 출연한 걸작 '미스틱 리버 (Mystic River, 2003)'는 피할 수 없었던 운명 속에 처한 세 주인공들의 관한 이야기였고, 힐러리 스웽크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2004)'는 복싱 영화가 아니라 부녀간의 정을 그리려고 했던 여운 깊은 휴먼 드라마였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역시 얼핏 보기엔 굉장히 일반적이고 흔한 성공과 실패, 뒷이야기가 아닌가 싶지만, 이것보다는 부녀간의 이야기로 그리려던 그의 의도에 충실해보자면 오히려 극 속에서 복싱이 사라진 뒤에 진정한 영화의 깊이가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 2006)'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또 다른 도전작이었다. 그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그와 반대편에선 자들의 시선으로 그려보려 했고, 자국어인 영어가 아닌 일본어로 일본 배우들과 작업을 한 작품이었다. 국내에서는 아쉽게도 개봉하지 못해 DVD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랜 토리노'. 이 작품은 배우로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커리어를 완벽하게 마무리 하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다. 그 어떤 배우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이렇게 완벽하게 스스로 정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품 자체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였기에 더 압도적인 인상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최근 작 '인빅터스 (Invictus, 2009)'를 끝으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 대신, 노년을 맞은 한 사람으로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소개한다. 속세를 벗어난 안식처에서 자신 만의 소소한 일들과 생활을 즐기면서도, 아직도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은, 감독이자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현명한 노인의 삶이었다. 그의 팬들은 흔히 그의 이름을 우리 식으로 풀이해 '동림 선생님'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를 선생님 혹은 옹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결코 재미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깊은 존경의 의미를 담은 표현법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에 대한 글이라던가, 그의 대한 글의 말미에는 꼭 '동림 선생님, 만수무강 하셔서 좋은 영화 계속 많이 만들어주세요~' 라는 응원과 부탁의 메시지를 적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동림 선생님, 만수무강 하셔서 좋은 영화 계속 많이 만들어주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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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아주 가깝게 닿아있는 가족 영화


매 작품마다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크리스찬 베일과 (이젠 많이 지겨운 얘기지만) 화려했던 과거는 접고 배우로서 꾸준한 필모그래피를 보여주고 있는 마크 월버그, 그리고 에이미 아담스까지 출연하고 있는 데이빗 O.러셀의 신작 '파이터 (The Fighter)'는 라이트 웰터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동생 미키 워드와 슈가 레이 레너드와 경기를 치르기도 했던 형 디키 애클런드의 실화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미키 워드는 'Irish'라는 별명으로 불리 우며 아투로 가티와의 기념비적인 경기로 더욱 유명한 복서인데, '쓰리 킹즈 (Three Kings, 1999)'를 연출했던 데이빗 O.러셀 감독은 이 실화를 권투 영화로 그리지 않고 가족 영화로 그려냈다. 그도 그럴 것이, 디키와 미키 형제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가족 얘기를 도저히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파이터'는 권투 영화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요소들을 담고 있다. 패배를 계속해 오던 복서의 재기와 성공, 마약 중독으로 힘겨워 하던 주인공이 이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과정 등 시련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권투 영화와 스포츠 영화의 기본적인 줄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파이터'는 스포츠 영화의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가족 영화의 측면에서 미키 워드와 디키 애클런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복서의 삶에 중심을 둔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보니 주인공은 오히려 미키 워드가 아니라 디키 애클런드에, 아니 주인공 한 두 명에 의해 이뤄지는 영화가 아니라 가족과 이들을 둘러싼 이들 그리고 그 지역사회까지 하나로 포용하는 다층적인 작품이 되었다.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 둘의 비중은 거의 비슷하지만 후자에게 조금 더 힘을 실어주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비교적 보편적인 캐릭터인 미키 워드에 비해 디키 애클런드의 캐릭터가 훨씬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기 때문과 놀라운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 덕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미 크리스찬 베일은 체중을 자유자제로 조절하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파이터'에서 보여준 디키 애클런드 캐릭터는 그 가운데서도 기존의 그와는 아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크리스찬 베일이 주로 맡아온 역할은 (몸무게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주로 무겁거나 어두운 캐릭터가 많았는데, 그런 면에서 '디키 애클런드'는 경망에 가까울 정도로 가볍고 사고 뭉치인 동시에 떠 벌이기 좋아하는 외향적인 캐릭터였기에 더욱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에 놀라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실제 배경이기도 한 로웰 지역에서 촬영되고 마을 사람들이 실제 참여하기도 하는 등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된 작품이기도 한데, 실제로 많은 동네 사람들이 크리스찬 베일을 디키로 착각할 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은 이런 크리스찬 베일을 보고, 디키를 그대로 흡수해버렸다 라고 표현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가운데서도 실존 인물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워낙 실제의 이야기가 충분히 드라마틱한 것과 더불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다시피 했으므로, 크리스찬 베일의 이 같은 캐릭터 표현 방식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그가 얼마나 디키 애클런드에 빠져있었는지는 작품 곳곳에, 그리고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더 파이터'를 보고 누가 이 남자를 고담시의 그 남자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슈가 레이 레너드는 이 작품에서 본인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그 말고도 로웰의 많은 인물들이 본인을 연기하거나 주변 인물을 연기하는 것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두 형제의 어머니인 '앨리스' 역할을 맡은 멜리사 레오의 연기 역시 크리스찬 베일 못지 않다. 그녀의 전작들과 비교해보자면 그녀 역시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는데 (멀쩡하게(?) 인터뷰 하는 부가영상을 봐도 같은 사람인가 싶다), 극장에서 첨 본 순간부터 돋보였던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와는 다르게 그녀가 연기한 앨리스는 다시 보면서 더욱 진가를 느낄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 이 대가족을 이끄는 사실상 가장이면서, 동시에 디키와 미키 두 아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어머니여서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매우 섬세한 지점을, 멜리사 레오는 관객이 뒤늦게 알아챌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기해내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변신을 감행한 또 한 명의 배우라면 에이미 아담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유쾌하고 즐거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그녀는, 이 작품에서 거칠고 터프하며 섹시하기까지한 '샬린' 역할을 맡았는데, 이 가족의 이야기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듯 하면서도 미키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샬린 캐릭터가 에이미 아담스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해야겠다.
 




다시 영화의 본론인 '가족'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자면, 극 중 등장하는 미키의 가족 묘사가 매우 흥미로웠는데 아들을 끔찍하게 아끼기는 하지만 너무 아낀 나머지 아들을 위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위한 인생이 되어버린 (하지만 결국은 모두 아들을 위한 것이었던) 어머니, 그리고 두 명의 아버지에게서 나온 많은 누나들. 멜리사 레오가 연기한 어머니 역할과 여러 명의 누나들은 이 영화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캐릭터라고 볼 수 있겠다 (누나들은 여럿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마치 '하나'처럼 행동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하나의 캐릭터로 보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다).

사실 이런 억척스러운 부분에 있어서는 외국의 경우보다는 우리 영화에서 더욱 자주 등장하고 보아왔던 문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기에 이런 가족의 이야기가 우리의 입장에서는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데이빗 O.러셀은 이 가족이라는 캐릭터를 조금은 공포스럽게도 또 한 편으로는 코믹하게도 그려내고 있는데, 두 형제가 벌이는 갈등의 든든한 배경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갈등은 많지만 철옹성 같이 두터운 가족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고자 하는 샬린의 존재도, 이 가족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가족 영화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파이터'는 가족이라는 선택할 수 없었던 운명을 굴레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이마저도 극복해 나가느냐에 대한 과정의 이야기로 말할 수 있겠다. 극중 미키와 디키가 겪는 갈등의 핵심은 성공도 사랑도 아닌 바로 가족이다.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쉽게 떠나지 못하는 (떠난다는 그 말이 가족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 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미키와 가족에 모든 기대를 받았고 아직도 받고 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자신이 아닌 동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걸 인정해야만 하는 디키, 이 영화가 선택한 과정은 챔피언으로 가는 여정이 아니라 가족 관계의 회복이었다. 만약 이 영화가 간절하게 챔피언이 되어야만 하는 미키 워드를 주인공으로 한 권투 영화였다면 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가족은 아마도 일찌감치 그의 인생에서 배제되어야만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키 워드는 가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챔피언이 되길 원했고, 그 이야기 속에는 또 다른 복서였던 형 디키의 이야기가 녹아 들어 있다. 그래서 어쩌면 '파이터'는 결국 권투영화일지도 모른다. 미키와 디키 그리고 가족들 모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링 위에서 승리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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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전반적으로 약간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블루레이로서 손색이 없는 화질이지만,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마치 미키와 디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듯 촬영되었고, 복싱 경기 장면을 비롯한 몇몇 장면에서는 특히 실제 중계화면과도 같은 실감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화질 측면에서도 의도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복싱 경기 장면은 실제 HBO의 제작진에게 촬영을 맡기기도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파이터'의 복싱 장면은 단순히 흉내내기가 아니라 진짜 복싱 경기 장면 그대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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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영화음악과 경기장의 현장감 모두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극중 수록된 Bee Gees의 'I Started a Joke'와 Red Hot Chili Peppers의 'Strip My Mind'등 수록 곡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것을 엿볼 수 있는데, 청아하게 들려오는 수록 곡들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긴박한 복싱 경기 중의 효과음과 경기장의 소음 역시 잘 전달된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볼 것은 역시 감독인 데이빗 O.러셀이 참여한 음성해설이다. 사실 크리스찬 베일, 마크 월버그 없이 감독 혼자 진행하는 음성해설이라 조금은 심심하지 않을까 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이런 우려를 완전히 뒤엎을 정도로 유익하고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코멘터리였다. 이 작품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 가족들과 로웰에 사는 동네 사람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 작품인데,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알려주는 것도 좋았고, 실제 인물들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와 이를 영화화 하면서 겪은 과정의 이야기를 차분하지만 요목조목 들려준다. 어느 면에선 본편 보다 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던 음성해설 중 하나였다.






'The Warrior's Code: Filming The Fighter'는 기본적인 메이킹 다큐멘터리로서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는 물론, 미키 워드와 디키 애클런드 등 실제 로웰 사람들의 많은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마크 월버그는 주연 외에 제작도 맡고 있는데, 그는 이 작품을 제작하려고 오래 전부터 노력을 한 끝에 영화화를 결정지을 수 있었는데, 언제 촬영이 결정될지 몰랐기에 그 기간 동안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리고 실제 미키와 디키가 단순히 촬영장에 방문한 수준이 아니라,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의견과 영향을 주었는지도 엿볼 수 있다.
 

 





'Keeping the Faith'에서는 좀 더 영화가 아닌 미키와 디키 형제 그리고 가족과 로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디키 애클런드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복서로서 성공을 거두고 그 이후 마약으로 망가지고 이후 다시 마약을 끊고 지금처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까지의 일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여기서도 이 특별한 가족의 서로에 대한 사랑,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삭제장면'과 '예고편'을 수록하고 있다. 삭제 장면은 제법 많은 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데, 감독의 코멘트와 함께 볼 수 있어 삭제 장면이 의도한 내용과 최종적으로 빠지게 된 이유를 들려준다.


 
(극중 등장하는 이 장면은 연출된 장면이 아니다. 각자의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있던 배우들이 만들어낸, 우연이 빚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총평]'더 파이터'는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그려냈지만,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세밀하고 리얼한 감정 묘사가 담긴 가족 영화다. 확실히 극장에서 보았던 것보다 블루레이로 다시 보며 더 깊어진 작품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크리스찬 베일의 필모그래피를 논할 때 이 작품을 결코 빼놓을 수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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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
어벤져스의 마지막 예고편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는 내년 드디어 개봉할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이미 영화화가 이루어진 '아이언맨' '헐크' '토르', 그리고 이 작품들을 통해 조금씩 등장했던 블랙 위도우, 닉 퓨리, 호크 아이까지 모두 선을 보였으나, 어벤져스의 가장 중요한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캡틴 아메리카'는 이제서야 영화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어벤져스'의 관점을 떠나서 '캡틴 아메리카'는 그 이름처럼 상당히 미국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관심이 조금은 덜 갔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영화 '퍼스트 어벤져'는 원작이 그리고 있는 시대적 배경과 본연의 색깔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단순히 미국적이라기 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어벤져스'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 Marvel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배경은 나치가 등장하는 제 2차 세계대전을 그대로 하고 있다. 다른 어벤져스의 일원들과 비교해보자면 '캡틴 아메리카'로서 보다 스티브 로저스로서의 이야기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고 봐야겠는데, 그렇다고 스티브 로저스가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까지 영화의 분량상 한참 걸린다는 얘기가 아니라, 영화가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데에 있어서 인간 스티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부분의 공감대를 잘 살려낸 것이 앞서 이야기했던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불편함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외소한 체격으로 여러번의 자원 입대에 실패한 스티브의 '진심'은 허세나 뻔한 애국심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여서 자연스러웠고, 그가 '캡틴 아메리카'가 된 이후에 보여주는 행동들에서도 커다란 불편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듯 다른 히어로들보다 좀 더 현실적(?)인 스티브의 이야기는 뒤로 갈 수록 전쟁을 다룬 시대극에서 본격적으로 히어로물에 가깝게 진행된 이후에도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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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적인 측면과 배경에 별다른 각색을 가하지 않은 것은 전체적으로도 영화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하는 효과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이 수행해야 하는 가장 큰 기능이 '어벤져스'의 일원인 캡틴 아메리카를 소개해야 하는, 더 나아가 '어벤져스'에서 그가 활동하는 일들과 선택하게 되는 결정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초석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를 별개로 생각하여 이 작품의 구조를 뜯어보자면, 너무 간단하게 정리되거나 뛰어넘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텐데, 이런 점들을 밑그림 정도로 설명하고 빠르게 전개하는 것이 오히려 이 작품에는 더 어울렸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본래 '캡틴 아메리카' 자체에 큰 애정을 품었던 이들이라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지도 모르겠다. '어벤져스'의 일원을 소개하는 측면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딱 좋은 비중과 구성이었지만, 독립적인 이야기로 보았을 때에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애초에 이 작품을 '어벤져스'의 거대한 예고편으로 받아들였었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균형잡힌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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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가 '어벤져스'의 작품들보다 조금 더 나아간 점이 있다면,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엔딩 크래딧 이후 쿠키에 수록한 것이 아니라 본편 속에 수록했다는 점이다. 쿠키의 성격이 훨씬 강한 닉 퓨리 (사무엘 L.잭슨)와 쉴드의 이야기를 엔딩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동시에, '내년 여름 어벤져스로 찾아옵니다' 라는 식의 직접적인 문구까지 수록하고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나고는 아예 '어벤져스'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본격적으로 기다림을 더하게 만들고 있다. '퍼스트 어벤져'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어벤져스'의 예고편이 더 흥분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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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중 하나는 도미닉 쿠퍼가 연기한 '하워드 스타크'였어요. 잘 아시다시피 하워드 스타크는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인데, 이 작품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주요 무기들을 만드는 조력자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힘의 원천인 '코스믹 큐브'를 나중에 재차 발견하는 인물로도 나오죠.


2. 이 '코스믹 큐브' 관련한 내용은 '토르'의 쿠키 장면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3. 스탠 리는 이번에도 출연하는데, 이번엔 대사도 있었죠!





4. '어벤져스' 기다리며 시간 날 때마다 코믹스를 좀 복습해야겠군요.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알고 본다면 더 재미있을지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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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2 (Cars 2, 2011)

감동은 덜하고 볼거리는 더하고



픽사의 작품 가운데 가장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 '카 (Cars, 2006)'의 속편인 '카 2 (Cars 2)'를 보았다. 개인적으로도 '니모를 찾아서'나 '업', '월-E' 등 픽사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카'에 대한 평가가 그리 나은 편은 아니었는데, '카 2'를 보고나서 불현듯 전편이 보고 싶어서 다시 보게 된 '카'는 분명 보여지는 것 보다는 좀 더 많은 의미를 담은 작품이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하고, '카 2'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확실히 속편이 갖을 수 있는 장점이자 단점을 모두 갖고 있는 (캐릭터 소개의 시간이 필요없다는 것) 작품으로서 픽사가 타 스튜디오에 비해 가장 잘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 부분은 많이 약해졌지만, 볼거리와 재미 부분은 더 화려해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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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는 자기만 잘 난 줄 알았던 '라이트닝 맥퀸'이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된 레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의 친구들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되는 (매번 빠르게만 달리는 것이 일이었던 레이싱 카가 느린 속도로 드라이브 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 과정) 이야기를 그렸다면, '카 2'에서는 맥퀸의 중심이긴 하지만 그의 사고뭉치 절친인 '메이터'가 엮이게 되는 전혀 다른 첩보적인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우정의 소중함과 보여지는 것(외모)으로서가 아닌 내면의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재차 들려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확실히 감동을 전달하는 메시지 측면에 있어서는 '픽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심한 부분이 많았다. 기존 픽사의 작품들을 떠올려보자. 오프닝 시퀀스 만으로도 이미 티셔츠를 펑펑 적셨던 '업'은 물론이고, 사람보다 더 간절하고 애틋한 '월-E'의 마음과 시리즈를 계속해오며 더 이상 장난감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린 '토이스토리'만 봐도 픽사의 이야기는 항상 애, 어른이고 할 것없이 펑펑 울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그런 측면에서보면 '카 2'는 이런 식의 감동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기 보다는, 애초에 방향 자체가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듯 하다. 이 부분에 힘을 뺀 것은 사실 상당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왜냐하면 픽사가 다른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 거듭 얘기하는 것처럼 바로 이 부분이기 때문에, 이 핵심이 약해진 작품이 과연 관객들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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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카 2'가 이런 이야기에 집중하는 대신 더 많은 공을 드린 부분은 로케이션 (애니메이션에서 로케이션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런지는 모르겠지만)과 그에 따른 볼거리와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맥퀸의 기본 이야기에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음모를 둘러싼 첩보의 이야기가 겹쳐져 있는데, 이를 통해 '카 2'는 마치 007영화를 연상시키는 일본, 프랑스, 런던의 다국적 배경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배경 묘사와 각 나라(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의 디테일이 정말 대단했다. 마치 레이싱 게임들의 디테일이 실사 화면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인 것처럼 (실제로 이 작품에 등장한 런던의 트랙은 게임에도 등장한 아주 익숙한 트랙이었다), 같은 컨셉으로 모두 새로 그렸다기 보다는 거의 실제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한 정도의 퀄리티로 묘사한 도시의 디테일이 돋보였다. 특히 일본에서의 장면의 경우, 일본을 가본 사람들만이 좀 더 웃을 수 있는 미세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파리와 런던 역시 이런 부분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파리와 런던을 가보지 못해 확인해볼 수 없었던;;;)


각 도시의 배경은 물론 문화까지 고려한 디테일한 에피소드들까지. 이런 부분들은 역시 픽사답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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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표현된 볼거리 역시 만족스러웠다. 이미 전 편을 통해 레이싱 시퀀스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픽사는 이번 '카 2'를 통해 좀 더 화려한 레이싱 장면과 더불어 자동차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시퀀스를 추가했다. 자동차 외에 비행기, 배 등 다양한 탈 것들이 (물론 이 작품에서는 모두 의인화 되어 있으니 누가 타지는 않지만) 등장하는데, 이들이 벌이는 시퀀스들도 흥미로웠다. 볼거리 측면에서는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잊혀져 버린 66번 국도를 통해 많은 생각해볼 거리와 감동의 메시지를 던졌던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 첩보 스릴러가 더해진 활극 속에서 맥퀸과 메이터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면 좀 더 인상적인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히 이런 이야기적인 측면보다는 볼거리가 더 기억에 남는, 거의 유일한 픽사의 작품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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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편 상영 전 단편으로는 '하와이 여행'을 만나볼 수 있는데,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어 일단 반가웠어요. 특히 3편 이후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 그 이후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서 작품과는 상관없이 그냥 좀 짠하기까지 ㅠ

2. '카 2'를 보고와서 그 다음날 바로 '카'를 블루레이로 다시 보았는데, 상대적 효과였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카'가 인상적인 작품이더군요. '카 2'에서도 이런 깊이 있는 이야기가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3. 교황이나 영국 여왕과 왕자를 자동차로 의인화 한 것도 코웃음 치게 하더군요. 아, 그리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픽사의 이전 작품들을 '카'처럼 모두 자동차 화하여 조금씩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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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 예고편 만으로 이렇게 두근 거렸던 작품은 크리스토퍼 놀란 자신의 전작 '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이미 제작이 결정되던 그 순간부터 영화 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과 이슈를 몰고 다니고 있는 '다크나이트'의 후속작 '다크나이트 라이지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의 공식 티저 예고편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이번 예고편을 통해 '다크나이트 라이지즈'는 확실히 '배트맨 비긴즈 (Batman Begins, 2005)'로 부터 시작된 서사의 결론을 짓는 의미가 강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듯 하다. 즉, 마지막과 맨 처음은 여러모로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텐데, '라이지즈' 덕에 조금은 평가절하를 받고 있는 ('다크나이트'에 비하자면) '배트맨 비긴즈'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악당인 '베인'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배트맨이 정말로 힘겨워 하는 장면도 엿볼 수 있어 이 서사시의 마지막 대결이 어떠한 세기로 전개될지 벌써부터 심장이 요동치게 만든다.

티저 예고편만으로 이 정도로 두근거리게 만들다니!
이 크리스토퍼 놀란 같으니라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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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마지막이 실감나지 않는 마법의 피날레


2001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2001)'을 극장에서 본 이후로 정확히 10년이 흐른 뒤, 우리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를 극장에서 만나보게 되었다. 총 8편의 시리즈를 통해 나의 20대를 고스란히 함께 했던 이 시리즈에 대해 전부 이야기하자면 이 글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 정도로 '해리포터'시리즈는 크리스 콜럼버스가 맡았던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까지는 특별히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한 세 번째 작품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부터 어두운 면이 스믈스믈 기어나오는 기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아이에서 소년, 소녀가 되어 가는 것처럼,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구도가 점점 깊어지고 그의 주변을 둘러싼 이들의 희생과 어두움이 더 깊어지면서, 이 시리즈는 갈수록 마음에 드는 시리즈가 되었었다. 1,2편의 깜찍하고 마법같은 아이들이 여정에 환호했던 팬들은 갈수록 나이먹는 해리의 얼굴처럼 점점 어두워져가는 시리즈를 탐탁치 않았을런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몹쓸 놈의 태생적 어두움에 대한 호감 때문인지) 갈수록 마음에 드는 시리즈였다. 그런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이라니 일단 실감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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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많은 유혹에도 단 한 번도 원작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로만 이 시리즈를 접했기에 영화에 대한 감상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무언가 더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은 (실제로 원작에는 아마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법한) 느낌을 받은 적도 많았지만,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도 영화는 전반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구성과 전개였다. 특히 2부작으로 만들어진 마지막 '죽음의 성물'은, 파트 1은 파트 2를 준비하는 기능만을 수행하는 작품으로 로드 무비에 가까웠다면, 파트 2에서는 드디어 대단원의 마무리와 함께 그 동안 조금씩 풀어왔던 미스테리를 드디어 모두 풀어놓는다. 

해리와 볼드모트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막 대결을 펼치고, 이 대결을 위해 헤르미온느와 론을 비롯한 해리의 모든 친구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라는 점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해 해리를 지원하며, 덤블도어와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통해 마지막으로 풀리지 않았던 미스테리까지 해결된다. 파트 1이 이 대결을 위한 해리, 헤르미온느, 론 이 세 친구 중심의 로드무비였다면, 파트 2는 명확히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이 중심을 이룬다. 즉, 볼드모트의 비중이 더 커졌으며 이 가운데 스네이프의 이야기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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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리즈에서는 아무래도 주인공보다 그 주변의 어두운 인물들에게 더 정이 가게 되는데,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바로 말포이와 스네이프가 그랬다. 사실 말포이는 볼드모트에게 명령을 받았을 때부터 무언가 더 보여줄 것만 같은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런 가능성이 끝내 피어나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죽음의 성물 : 파트 2'에서도 말포이는 무언가 할듯 할듯 하는데, 결국 그냥 돌아서고 마는 것이 아쉬웠다. 내가 예전에 파트 1이었던가 아니면 '혼혈왕자'였던가 쓴 리뷰 글에 '나중에 말포이가 무언가 큰 역할을 할 것 같다'라는 말에 원작을 읽으셨던 어떤 분이 '촉이 좋으시다며' 그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암시를 주었었는데, 원작에서는 말포이와 관련된 더 많은 결말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영화에서는 그렇지 못해 애정을 가졌던 이로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스네이프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사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선악을 알기 어려운 캐릭터가 바로 알란 릭맨이 연기한 스네이프였는데, 역시나 마지막에 가서 그의 대한 미스테리가 풀리자 눈물도 펑펑 터져나왔다. 이 풀려버린 수수께끼 때문에 '해리포터'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이 사실은 스네이프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격한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돌아온 집에서 다시 보게 된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마침 나오던 장면이 스네이프가 해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더 엄하게 혼내는 장면을 보니, 영화가 전혀 달리 보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어차피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한번 1편부터 볼 예정이었는데, 스네이프 덕에 전혀 다른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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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 (아마도 원작 포함) 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볼드모트에 대한 마무리였다. 볼드모트가 처음부터 '볼드모트'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 이전 '톰 리들'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었다면 시리즈의 마지막 톰 리들로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면 (마치 다스베이더에게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처럼)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말이다. 물론 이렇게 했다면 좀 더 선 굵은 이야기의 힘이 약해질 수도 있거나 스네이프의 이야기가 약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볼드모트에게 뭔가 조금씩 여운을 남겼던 것도 이런 생각을 하게 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더불어 그렇게 고대해온 해리와 볼드모트의 마지막 대결치고는 조금 급하게 마무리 된 감도 없지 않았다. 실제로 다른 시리즈들의 마지막 편에서 마지막 대결을 떠올려보자면 워낙에 풀어야할 숙제들이 많아서였는지 '죽음의 성물 2'에서는 이 대결구도의 비중은 크지만 대결 자체의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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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지만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패배감과 비장함, 그리고 이를 더 증폭시키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영화 음악도 좋았다. 항상 웃고 떠들던 이 친구들의 얼굴에서 웃음 대신 공포와 비장함이 깃들고, 또 그 즐겁던 공간이 어둠과 혼란에 휩싸여 버린 묘사는,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맥스 3D는 적절한 수준이었다. 3D 입체효과를 내기 위해 일부러 만든 장면들도 없었고, 그렇지만 입체효과를 적절히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 입체안경을 쓰고 러닝타임 내내 보았음에도 피로하거나 불편함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균형있는 3D 작품이었다. 아이맥스 3D에 걸맞는 스케일이 담긴 작품이니 비싼 티켓 값은 충분히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가능하다면 아이맥스 3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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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극장을 나오며,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 조차 해리포터 시리즈가 완전히 끝났다는 사실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또 내년 여름 혹은 겨울이면 그 마법의 모험담을 또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해리포터'시리즈는 맨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품자체가 인상적인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 함께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특별한 시리즈가 되어버린 케이스다. 20대를 함께 보낸 나도 이 정도인데, 영화 속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처럼 10대를 이들과 고스란히 함께 보낸 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마도 지금은 잘 모를 듯 싶다. 나중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어 보게 될 때, 그 때 비로서 알게 되겠지.

안녕, 해리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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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레이브 (True Grit) - 블루레이 리뷰
코엔 형제가 말하는 진정한 용기



존 웨인 주연의 서부영화 '진정한 용기 (True Grit, 1969)'와 찰스 포티스의 소설 'True Grit, 1968'을 리메이크한 코엔 형제의 'True Grit (국내 개봉명 : 더 브레이브)'은 서부 영화의 정서를 배경으로 하고 있던 그들의 전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와는 또 다른 묵직한 서부영화인 동시에 '시리어스 맨' 이나 '번 애프터 리딩'에서 보여주었던 재기 넘치는 '코엔 형제스러움'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다. 1880년대를 배경으로 아버지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나서는 당찬 14살 소녀 매티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매티가 여정을 위해 만나게 되는 루스터 카그번 (제프 브리지스)과 라 뷔프 (맷 데이먼)의 캐릭터가 더해져, 간단하지만 힘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코엔 형제가 이 작품을 다시 꺼내서 말하고자 했던 '진정한 용기 (True Grit)'란 무엇이었을까?




(위의 두 번째 재판장 장면에서 창문으로 빛이 드리워지는 순간은 정말 아름답다 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 촬영장에서 배우들도 느꼈을 만큼 환상적인 구도와 조명이었는데, 이는 촬영을 맡은 로저 디킨스의 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는 이 장면의 질감을 확실히 살려준다.)

매티는 처음부터 아주 강인하고 용기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주변 사람들이 어린 아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냐고 할 때, 글도 못 읽는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 밖에는 없어서 내가 나서야 한다는 이유를 대곤 하지만, 영화의 시작부터 보여지는 매티의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았더라도 나서고야 말았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매티가 만나게 되는 카그번과 라 뷔프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지만, 무언가 하나 씩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카그번은 배짱있고 노련한 보안관이지만 정의보다는 돈에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고, 너무 이런 생활을 오래 한 나머지 불한당 들과의 관계에 익숙해져 버렸을 정도다.

그의 반해 텍사스 레인저 라 뷔프는 역시 레인저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현상금을 위해 먼 길을 달려 카그번과 협력 했을 뿐 그 이상의 목적은 없는 이다. 이런 이들이 매티를 만나서 깨닫게 되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확실한 건 이 작품의 전개에 있어 복수는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영화는 마침내 매티가 아버지를 죽인 톰 채니 (조쉬 브롤린)와 만나게 되는 장면을 마치 우연처럼 그리는 한 편, 이 후에도 이들의 조우에 직접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로 인해 벌어지는 카그번과 라 뷔프의 행동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미 찌들 대로 찌든 캐릭터와 냉정하고 차가운 캐릭터가 뚜렷한 목적성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에 의해 동화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코엔 형제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이 동화의 과정을 별로 자극적이지도, 더나아가 심심할 정도로 건조하게 그리고 있다. 만약 카그번과 라 뷔프가 동화되는 과정을 어떤 사건을 두고 감정적으로 급격하게 변하는 것으로 연출하거나, 매티의 복수에 촛점을 맞춰 톰 채니와의 긴장 관계에 심혈을 기울였다면 '더 브레이브'는 오락적으로는 더 효과 높은 작품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저 그런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엔 형제는 묵직한 주제를 뒤에 탄탄히 받쳐두고는 마치 이 주제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려고 하면 할 수록 그 의미가 퇴색된다고 믿는 것처럼, 별다른 수식어 없이 진중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세 인물이 서로에게 작용하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이 작품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서로에게 무심한 듯 미미한 수준의 영향이 작용하는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서로에게 (그것이 순간일지언정) 작지 않은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러한 영화의 화술 덕에 영화의 마지막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히 들려주는 후일담은 엔딩 크래딧에 흐르는 찬송가의 분위기와 맞물려 종교적이기까지한 무게를 전한다. 후일담을 들려줄 때도 영화는 절대 신파나 감정의 극대화를 노리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장 가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용기란 어떤 수식어나 포장도 필요 없는, 강요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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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편이다. '더 브레이브'는 영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매말라 있고, 색이 많이 빠진 듯한 느낌을 주는데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런 영상의 매마름이 더 큰 갈증으로 느껴질 정도로 날카로움마저 더하고 있다. 하나하나의 디테일과 샤프니스가 살아 있기 때문에 마치 화면이 물기를 가득 빨아먹은 듯한, 그래서 영상이 더 예민하게 알알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체감하는 화질은 스크린 샷을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좋은 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촬영을 맡은 로저 디킨스가 만든 영상미가 매우 아름다운 작품인데,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담아낸 그의 멋진 풍광을 느끼기에 블루레이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그 만큼 타이틀의 화질이 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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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역시 레퍼런스라 불러도 좋을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들처럼 대규모 폭발 씬이나 액션 씬은 없지만, 두 세 번의 총격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운드는 확실히 우월하다. 말을 타고 벌이는 총격씬에서는 격발음과 말발굽 소리,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미세한 소음들까지 귀를 기울이면 그대로 전해진다. 타이틀을 보고나면 '와! 사운드가 정말 기가 막히네!'라고 생각날 정도로 드러나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따져보면 사운드 역시 화질 못지 않은 퀄리티라는 것을 귀로 알 수 있다. 어쩌면 화질과 음질 면에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이 작품이 이렇게 빵빵 터져주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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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ie`s True Grit'에서는 '매티 로스' 역할을 맡은 신예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 작품의 중심이자 '진정한 용기'를 몸소 표현해 내는 매티 로스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물론,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매티 역할 오디션을 보던 비디오 자료도 확인할 수 있으며, 코엔 형제와 작업하며 느낀 간단한 소감도 들려준다. 신인 배우인 헤일리에게도 자신의 의견을 100% 반영해주고, 두 감독이 서로에게 전혀 터치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From Bustles To Buckskin - Dressing For The 1880s'에서는 188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가장 신경을 쓴 부분 중 하나인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는데, 철저한 고증을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우보이 모자와는 다른 조금 독특한 모양의 당시 카우보이 모자는 물론, 각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고유의 의상에 대한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특히 맷 데이먼이 연기한 '라 뷔프'의 벅스킨 소재의 의상에 대한 이야기는 라 뷔프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었고, 베리 페퍼가 연기한 '럭키 네드 페퍼'의 양모 덧바지 의상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Colts, Winchesters & Remingtons: The Guns of a Post-Civil War Western'에서는 메뉴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콜트' '윈체스터' 레밍턴' 등 영화의 배경이 된 남북전쟁 이후 시기 서부에서 사용되던 총기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재미있는 건 극 중 사용된 총기들을 새롭게 제작하기 보다는, 당시의 실제 총기와 동일한 복제품을 이베이 등을 통해 공수했다는 점인데, 최대한 당시의 느낌이 나도록 (다시 말해 오래된 느낌이 아니라 실제 당시에 사용되었을 법한 수준의;;) 의도했던 총기 담당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가영상이었다.




'Re-Creating Fort Smith'는 작품의 배경이 된 포트 스미스를 재현한 과정과 뒷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텍사스 그레인저 지역의 마을을 우연히 발견해, 이 곳을 포트 스미스로 둔갑시키게 된 과정을 들려주는데, 거의 마을을 통째로 세트로 사용한 점이 이 영화의 현실감을 불어넣은 또 다른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마을에 본래 존재하던 건물들이 어떻게 세트로 변경, 추가 되었는지를 비교해 보여주는 영상도 흥미롭다.




''The Cast'에서는 이 작품에 출연한 환상적인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제프 브리지스를 비롯해 맷 데이먼이나 베리 페퍼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 작품의 완성도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던 '매티 로스'역을 맡은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경우 데뷔작이라 걱정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헤일리가 어떠했는지는 이미 작품으로 보여주었으니 더이상의 코멘트는 필요 없을 듯 하다. 아,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코엔 형제의 전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조쉬 브롤린의 멀쩡한(?) 인터뷰 영상을 만나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Charles Portis - The Greatest Writer You`re Never Heard of…'에서는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찰스 포티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동료 작가, 영화 감독, 가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존경하는 찰스 포티스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의미 깊은 부가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약 30분 분량).




마지막으로 'The Cinematography of True Grit'에서는 촬영을 맡은 로저 디킨스를 통해 이 작품이 표현하고자 했던 아름다운 영상미에 대해 들려준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급했던 바와 같이 이 작품은 영상미가 상당히 뛰어난 작품인데, 영화를 볼 때 미처 다 파악하지 못했던 장면의 숨은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부가영상은 HD영상으로 제공된다.


 


[총평] 가끔 극장에서 인상깊게 본 영화를 다시 블루레이로 보게 될 때면, 극장에서 볼 때보다 더 깊이 와닿는 작품들이 있는데,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 역시 블루레이로 다시 봐서 더 좋은 작품 중 하나였다. 여기에는 물론, 작품 본연이 갖고 있는 그 깊이가 갈 수록 깊어지기 때문임을 말할 것도 없을 것이며,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사운드가 한 몫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극한의 백조의 호수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항상 그랬다. 그의 이름을 알게 해주었던 영화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2000)'이 그랬고, 얼마 전 왕년의 스타 미키 루크를 다시금 끌어올린 '더 레슬러 (The Wrestler, 2008)'에서도 그랬다. 아로노프스키는 항상 대상을 어떤 상황에 던져 두고 적당히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심적 갈등과 신체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왔었다. 극한이라는 것은 언제나 완벽이라는 것과 강박이라는 것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런 것에 관심이 많던 아로노프스키에게 '백조의 호수' 는 언젠가는 반드시 영화화 해야 했을 작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아로노프스키는 백조의 호수를 상당히 늦게 접하게 되어, 한 명의 배우가 백조와 흑조의 두 가지 자아를 연기해야만 하는 심리적 압박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영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감독 스스로도 정작 백조의 호수라는 작품에 자세한 내용은 뒤늦게 알았던 터인지, '블랙 스완'에서는 누구나 알법한 이 유명한 이야기의 줄거리를 두 차례나 거듭 설명하고 있다).
 




뉴욕 발레단의 무용수 니나 (나탈리 포트만)는 누구보다 완벽한 안무와 실력을 갖고 있는 발레리나지만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 해야 하는 발레단의 새해 첫 작품인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단장 인 토마스 (뱅상 카셀)로 부터 듣는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가능성을 보게 된 단장은 니나를 주인공인 백조 여왕으로 캐스팅하고, 그녀는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품에 몰입 또 몰입한다. 그 과정 속에서 니나는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흑조를 더 완벽하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과, 같은 발레리나로서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큰 기대를 품고 있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압박, 그리고 자신에게 자리를 빼앗겨 버린 전 백조 여왕인 베스 (위노나 라이더)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자신이 갖지 못한 흑조의 매력을 갖고 있는 릴리 (밀라 쿠니스)가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강박까지, 이 모든 것들을 여린 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결국 '블랙 스완'은 강박으로 인해 극한으로 치닫는 주인공의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텐데, 물론 이 강박은 완벽하기 위함 때문이다. 즉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니나는 (사실 이 작품은 강박 그 자체에 대한 텍스트에 더 가깝기 때문에, 본래 니나가 완벽주의자였는지 아니면 정황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완벽해야만 했던 상황에 놓인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분위기로만 보자면 영화 속 니나는 둘 다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나친 강박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와 환상을 보게 되고, 더 나아가 자아분열까지 일으키게 된다. 이로 인해 니나는 엄마와 릴리의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 속의 모습으로 보게 된다. 어디까지가 니나의 환상이 만들어 낸 허상인지 역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것이 허상이라는 것은 영화 내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근접한 카메라를 통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조명하는 듯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완전하게 니나의 심리와 결합되어 움직인다. 여기에 동참한다면 관객 역시 니나가 겪는 불안한 심리와 강박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지하철 창에 비친 니나의 모습을 그리는 영상에서 우리는 감독의 전작 '더 레슬러'를 그대로 떠올려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주인공 뒤에 근접해서 들고 찍기 (Handheld)로 촬영된 방식에서 역시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아로노프스키의 전작 '더 레슬러'와 짝을 이루는 영화이기도 하다. '더 레슬러'에서 미키 루크가 연기한 랜디와 '블랙 스완'의 니나 모두 신체를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가인 동시에, 부상에 대한 (혹은 신체의 변화) 공포가 있으며 신체를 활용하는 직업을 갖은 이로서 노쇠화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을 안고 있다. 또한 서로에게 작용하는 방식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가족이라는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쩌면 극복 이상의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계에 자신을 밀어붙여 결국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을 맺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상 측면에 있어서도 다큐멘터리를 찍듯 거칠고 현실적인 질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같은 촬영 감독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일한 컨셉과 분위기로 구성된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의 촬영 감독인 매튜 리바티크 (Matthew Libatique)가 아로노프스키와 '레퀴엠' '파이' 등 여러 번 호흡을 맞춰왔던 터라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블랙 스완'을 보고 나서 '더 레슬러'를 보게 된다면 좀 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블랙 스완으로 돌아와) 아마 다른 감독이었다면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해야 하는 니나의 강박을 그리되, 심리적 갈등에만 집중하거나 관객에게 보여지는 영화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덜 신경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이 같은 심리변화를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것에도 몹시 흥미를 갖고 있는 감독이다. '블랙 스완'에서는 이런 불안함과 강박이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정도가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더니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그야말로 그 강도와 속도가 심장을 뚫고 나올 정도로 폭발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로노프스키가 택한 바로 이것. 주저 없이 극한까지 몰고 가는 영화의 속도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리듬) 강도에 흠뻑 반했다. 사실 '블랙 스완'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발레 작품 '백조의 호수'를 그대로 다시 쓴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감독처럼 이 이야기를 잘 몰랐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이 이야기를 겉핥기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주는 매력에도 흠뻑 빠질 수 있을 정도로 '블랙 스완'의 몰입 감은 최고수준이다. 또한 '블랙 스완'은 완벽한 '백조의 호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니나가 백조와 흑조 연기에 모두 완벽해 질 수록 영화는 점점 더 '백조의 호수'에 가까워 진다.
 





다시 매력을 느꼈던 그 '극한'의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블랙 스완'은 주인공인 니나가 극심한 자아분열을 겪게 되면서부터 백조의 호수가 공연되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강도를 계속 높여 끝에 가서는 마치 '에반게리온'에서 에바와 신지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처럼, 일정 수준의 극점을 뛰어넘어 버린다. 이런 시각적인 표현 방법과 클라이맥스의 속도 그리고 이야기의 세기는 분명 과잉이다. 과잉이라는 것은 본래의 그릇을 넘어 넘쳐난다는 것인데, '블랙 스완'은 이 넘쳐나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부터 넘쳐나기를 작정하고 만든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잉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감정선을 잃지 않은 채 과잉의 끝까지 극한을 함께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나는 이 극한을 영화와 함께 경험했다. 진짜 얼마 만에 영화를 보며 손에 땀을 쥐는 것 정도가 아니라 심장이 터질 듯하게 극중 주인공과 같은 박동으로 뛰고, 허기지고 힘이 들 정도로 몰입하며 보았는지 모를 정도로, '블랙 스완'은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도 이것은 분명 과잉이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과잉이었다.
 





작품의 매력을 잘 살려낸 또 다른 주역은 역시 배우들이었다.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실로 대단했다. 동년배 여자 연기자들보다 항상 한 발 앞서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녀였지만, '블랙 스완'에서 그녀의 연기는 극한까지 몰고 간 감독 아로노프스키처럼 극한까지 표현해 내고 있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가 작품이 끝난 뒤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이 작품은 시각적인 표현이 지금처럼 없었더라도 아주 무서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만큼이나 무섭도록 연기하고 있는 나탈리 포트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탈리 포트만이 발레 연기에 대역을 썼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하는 것은 이 판단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뱅상 카셀의 경우, 아주 오래 전 '증오' 때부터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나에게 있어 뱅상 카셀은 모니카 벨루치의 남편이 아니라 그냥 오롯이 뱅상 카셀이다), 오랜만에 큰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주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 같다. 특히 뱅상 카셀이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었나? 라고 느낄 정도로 세련된 발레단 단장의 캐릭터를 세련되고 멋지게 소화해 내고 있다. 확실히 얼굴 속에 독기를 가득 담고 있는 뱅상 카셀의 캐스팅은 나탈리 포트만 만큼이나 완벽했던 것 같다. 그리고 덴젤 워싱턴과 함께 했던 '일라이'에서는 비주얼 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과는 달리, 밀라 쿠니스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릴리' 라는 캐릭터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데에 아마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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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1080P 화질 평가에 있어서는 앞서서 여러 번 언급했던 작품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다큐멘터리를 보듯 거친 입자의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최신 영화 블루레이와 1:1 화질 비교했을 때에는 '아니 화질이 왜 이래?'하고 놀랠 수도 있으나, 본 소스를 트랜스퍼한 결과물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우수한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측면의 평가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 부분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의도된 거친 입자와 차별화되는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확실히 샤프니스라던가 선명도와는 거리가 먼 화질이고 그레인을 가득 머금은 영상이지만, 이 모두가 의도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나쁘지 않은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만약 '블랙 스완'의 영상이 칼 같은 선예도로 표현되었더라면 전혀 다른 작품이 (단순 화질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타이틀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감독의 의도와는 거리가 먼) 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극한으로 치닫는 작품의 리듬을 전달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특히 전작 '더 레슬러'와 '천년을 흐르는 사랑'에 이어 이 작품의 음악을 맡고 있는 클린트 만셀 (Clint Mansell)의 사운드 트랙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데, 강약의 세기 전달에 있어 여느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쾌감을 준다.




클래식한 발레 음악과 기괴함과 불안함을 더해주는 인더스트리얼 계열 사운드의 조화는, '블랙 스완'의 음악을 단순한 클래식이 아니라 좀 더 특별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는데, 블루레이의 차세대 사운드는 이 두 가지을 모두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섬세함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우퍼의 활용과 몰아치는 사운드의 향연 역시 추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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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에서 첫 번째로 만나보게 되는 것은 '제작과정'인데, 총 세가지 챕터로 나뉘어 각 주제별로 제작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감독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인터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 밖에도 편집자, 촬영 감독 외 스텝 들의 전문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촬영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아, 무엇보다 풀HD의 깔끔하고 쨍한 화질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 반갑다.
 





프로덕션 디자인에 관한 내용들도 비중 있게 들려주는데, 작품 속에서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던 니나의 방과 같은 특별한 세트 외에도 뱅상 카셀의 연기한 단장의 공간들에서도 숨겨져 있는 디자인적 디테일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촬영을 맡은 매튜 리바티크의 인터뷰와 작업 방식을 통해 이 작품의 독특한 영상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나탈리 포트만을 비롯해 뱅상 카셀, 밀라 쿠니스, 위노나 라이더 등 배우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의 대한 이야기는 물론,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감독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이 작품을 연기하기 위해 각각 준비해야만 했던 것들에 대해 들려준다. 나탈리 포트만의 경우 니나를 연기하기 위해 수개월간 발레 연습과 혹독한 트레이닝을 해야만 했었는데, 물론 실제 영화에 사용된 장면들 가운데는 그녀가 연기하지 않은 장면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얼굴을 대체한 장면들도 있지만, 그녀의 많은 연습과 발레리나 연기에 의문 부호를 갖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블랙 스완'에 사용된 특수 분장 및 효과,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 등에 대해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이 작품에도 CG가 사용되기는 했지만 좀 더 실제 분장을 선호하는 아로노프스키의 성향에 맞게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실제의 것을 활용하는 한 편, CG의 경우도 실제 발레리나의 연기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합성하는 모션 캡쳐를 비롯, 극 중 니나의 환상을 표현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작과정 외에 '발레' '프로덕션 디자인' '의상 디자인' '나탈리 포트만 – 프로필' '대런 아로노프스키 – 프로필'에서는 각각 2~3분 여의 짧은 분량으로 각 주제에 대한 짧은 영상과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이 밖에 '감독과 배우의 대화 – 역할 준비하기'와 '감독과 배우의 대화 – 카메라와 함께 춤추기'에서는 각각 4분여, 1분 30초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와 나탈리 포트만의 대화 형식으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폭스 무비 채널로 제공되는 감독과 4명의 배우들에 대한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었다 (폭스 무비 채널 영상만 SD로 제공).

 



[총평]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블랙 스완'은 완벽 그 자체에 관한 텍스트이자, 아로노프스키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신체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자아분열의 심리묘사를 거침없는 과잉의 리듬으로 쏟아낸 심장 뛰는 작품이었다. 이런 극한의 백조의 호수를 다시 금 체험하기에 블루레이 타이틀만큼 좋은 선택은 아마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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