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 -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함께한 25년간
블루레이 리뷰

영화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공연들이 한 두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라이브로 직접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물론,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의 사운드트랙 공연 실황을 보고 싶다는 바램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만큼이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터라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수록된 곡들을 직접 라이브로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하는 생각을 한 두번 해본 것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보고 싶은 두 가지 공연을 꼽으라면 첫 번째로는 <카우보이 비밥> <신세기 에반게리온>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등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만들었던 칸노 요코의 공연을 들 수 있을텐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몇 해전 국내에서 가졌던 내한 공연에 참석할 수 있었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황홀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으로 느낄 수 있었던 건 확실히 그냥 일반 뮤지션의 콘서트와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 공연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가수의 노래를 직접 듣는 것과 애니메이션의 수록곡을 직접 듣는 경험은 같은 종류로 비교되기 어려울 정도로 분명 '다른' 체험이었는데, 뭐랄까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었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칸노 요코의 공연 보다 조금 더 보고 싶었던 공연이 있었다면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서 항상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의 공연을 꼽을 수 있겠다. 헐리웃에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콤비가 있다면, 일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 콤비를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없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히사이시 조는 지브리의 작품들 외에 여러 극영화들과 개인 음반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었지만, 가장 빛을 발하고 가장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것은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히사이시 조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한 25년의 세월을 정리하며 기념 공연을 가졌다는 소식은 팬으로서 당장 일본으로 날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의 반가운 소식이었으며, 지난해 NHK를 통해 방영했던 공연을 스트리밍 영상으로나마 접한 뒤 하루 빨리 블루레이나 DVD로 출시를 고대했었는데, 드디어 올해 일본 내에서 반갑게도 블루레이 포맷으로 발매가 되어 이 미칠듯한 고환율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타이틀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2008년 8월 4일과 5일 양일간 무도관에서 열렸던 '히사이시 조 in 무도관 _ 지브리 아니메와 함께 걸어온 25년간' 공연 실황은 지난 해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벼랑위의 포뇨> 개봉에 촛점이 조금 더 맞춰져 있기는 하지만 '함께 걸어온 25년간'이라는 제목처럼 그 간의 작품들 속에 담긴 주옥같은 곡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200인조로 이뤄진 뉴 저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800명에 달하는 합창단으로 이뤄진 이번 공연에서 히사이시 조는 기존 곡들을 조금씩 편곡하여 선보였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이번 공연에는 미아쟈카 하야오가 감독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모든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1984년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風の谷の ナウシカ)>이다. 오프닝 테마 속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솔로를 듣는 순간 관객은 순식간에 애니메이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대규모 코러스가 함께하는 레퀴엠이 이어진 뒤 공연장 가운데를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 나우시카의 한 장면이 나옴과 동시에 'The Battle Between Mehve And Corvette'이 이어진다.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과 더불어 삽입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그 특유의 아이들 코러스가 매력적인 레퀴엠이 이어지며, 나우시카의 엔딩곡 'The Bird Man : Ending'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섹션은 마무리가 된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그 다음 만나게 되는 작품은 바로 내가 10년 가까이 쓰고 있는 닉네임인 '아쉬타카'의 어원이 된 '아시타카'가 등장하는 1997년작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이다. 'The Legend Of Ashitaka'의 웅장한 사운드를 듣는 순간 숨이 멎을 듯 했다. 그 다음은 <모노노케 히메>속 장면들과 함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는 메인 테마곡 '모노노케 히메'가 하야시 마사코에 의해 불려진다. 하야시 마사코는 <벼랑 위의 포뇨>의 주제곡에도 참여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본래 이 곡을 불렀던 요시카즈 메라가 불렀다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그 다음 섹션은 1989년작 <마녀 배달부 키키 (
魔女の宅急便)>가 이어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좀 더 애잔하고 감성적인 느낌의 편곡으로 이뤄져있는데, 특히 두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마음 아픈 키키' 같은 곡은 '키키가 이렇게 슬펐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공연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마녀 배달부 키키>의 경우 스크린 속 영상과 음악이 더 멋지게 조화를 이루어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바이올린 솔로 역시 인상적이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마녀 배달부 키키>의 섹션이 끝나면 이 공연의 주요 테마라고 할 수 있는 <벼랑 위의 포뇨 (
崖の上のポニョ)> 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때 쯤 되서야 히사이시 조가 처음으로 마이크를 들고 무대 앞에서서 자신과 오케스트라, 합창단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벼랑 위의 포뇨>에는 무려 8곡이 포진되어 있는데 중간 중간 보컬 곡이 포함된 관계로 크게 지루하지 않은 편이다. 첫 번째 보컬 곡은 앞서 '모노노케 히메'의 메인테마 곡을 불렀던 하야시 마사코의 '바다의 엄마 / 海のおかあさん'이다.  '파 도 타는 물고기 포뇨 / 波の魚のポニョ'에서는 브라스의 활약이 돋보이며, 두 번째 보컬 곡은 후지오카후지마키가 등장해 '후지모토 / フジモト'의 테마곡을 들려준다. 세 번째 보컬 곡은 '폭풍 속의 해바라기 집 / 嵐のひまわりの家 '인데 이 곡을 부른 '마이'는 다름 아닌 히사이시 조의 친 딸이기도 하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역시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포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포뇨 포뇨 포뇨~'하는 메인테마곡이다. 후지오카후지마키와 어린 소녀 오오하시 오조미가 부르는 이 곡은 한 번 들은 사람들은 입에서 땔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 있는 곡으로 라이브를 많이 본 이들이라면 율동마저 외우게 되는 곡이다(길을 가다 이 곡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율동이 나와 당황스러웠던 적도 -_-;;). 참고로 오오하시 오조미와 함께 이 곡을 부른 후지오카후지마키를 그냥 '아저씨들'로 알고 있는 이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은 이전 70년대에 방송금지곡을 연달아 발표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밴드 '마리챤즈'의 멤버인데, 이들이 이렇게 어린 꼬마와 '포뇨 포뇨~'하는 곡을 부르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다음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또 하나의 대표작인 1986년작 <천공의 성 라퓨타 (天空の城ラピュタ)>이다. 고적대가 객석 뒤에서부터 등장해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연출이 인상적이며, 라퓨타의 메인 테마라 할 수 있는 '合唱 君をのせて (합창, 너를 태우고)'도 인상적이다. 마지막 곡은 오케스트라가 모두 퇴장한 가운데 고적대의 반주로만 이뤄진다. 합창이 이뤄질 때 무도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숨죽이듯 감상하는 자세도 또 다른 볼거리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다음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야자키 작품들 중 하나인 1992년작 <붉은 돼지 (
紅の 豚)>이다. 특히 여기서 히사이시 조가 피아노 솔로로 연주하는 마르코와 지나의 테마곡은 지브리 사운드트랙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번 공연에서는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와 더불어 섹소폰 및 브라스의 연주로 들려주고 있는데, 작품이 그러한 것처럼 성인 취향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편곡이었다. 이번 공연에 <붉은 돼지> 관련 곡은 마지막 앵콜 곡을 포함하여 딱 두 곡 뿐인데, 마지막 엔딩 테마인 '때로는 옛 이야기를'을 들을 수 없어 살짝 아쉽기도 했다. <붉은 돼지> 섹션이 끝나고 나서는 스크린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자신과 예전부터 작품을 함께 해온 히사이시 조의 대한 감사와 추억을 들려준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그 다음 작품은 2004년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ハウルの動く城)>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Merry- go-round'는 역시 지브리 사운드 트랙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테마이기도 한데, 오케스트라를 통해 만나니 더욱 웅장하고 후반부에는 박진감마저 느껴진다. 특히 왈츠 리듬의 '따라라라~ 따라라라~따라라라~라 라라라라라~'로 이어지는 후렴구는 언제들어도 행복해진다. 하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는 극 중에서 하울이 처음 켈시퍼를 만나게 되는 그 장면, 소피가 그 광경을 목격하던 순간에 흐르던 곡인데, 이번 공연에서도 바로 그 장면과 함께 만나볼 수가 있었다. 'Merry- go-round'는 피아노 솔로가 메인이 되어 다시 한번 들려주는데, 이 곡의 왈츠 리듬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몸을 가만히 있기 힘들 정도다. 극중 하울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기무라 타쿠야의 목소리도 절로 떠오르고 그 공중을 걷던 장면도 생생히 떠오른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다음 작품은 2001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千と千尋の神隱し)>인데, 처음 만나게 되는 곡은 본래는 경음악 곡인 '어 느 여름날(あの夏へ)'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히라하라 아야카의 보컬 곡인 '생명의 이름(いのちの名前)'으로 편곡되어 불려진다. 두 번째 곡 '또 다시 ( ふたたび )' 역시 본래는 경음악이었으나 히라하라 아야카의 보컬 곡으로 편곡되었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마지막으로 만나볼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인 1988년작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 トトロ)>이다. 하프 연주가 인상적인 '風 のとおり道 (바람이 지나는 길)'이 흐르면 어느 덧 무도관은 일본 시골의 어느 마을로 변해버린다. 다양한 코러스 파트의 합창이 돋보이는 'さんぽ (산책)'의 후렴구에는 지금까지 출연했던 출연진이 모두 무대 위에 등장해 합창으로 마무리한다. 이 곡이 끝나고 나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와 픽사 스튜디오의 존 라세터가 함께 토토로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영상이 잠시 나온 뒤, '토토로! 토토로' 하는 <이웃집 토토로>의 메인 테마곡이 연주된다. 토토로가 끝나고 나면 무대 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꽃을 들고 나타나 히사이시 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데, 이 장면은 정말 뭉클해 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25년간을 함께 해온 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 팬으로서도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마지막 앵콜 곡으로는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인 <붉은 돼지>의 삽입곡 'Madness'와 <모노노케 히메>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ashitaka and san'이 연주된다. 대단원의 콘서트를 마무리 하는 곡으로는 사실 조금 의외의 선곡이었는데(그래서 더 좋았지만), 차분하게 정리하며 마무리할 수 있어서 더 뜻 깊었던 것 같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부가영상으로는 메이킹 필름이 담겨있는데 2008년 8월 2일과 3일 가졌던 전체 리허설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히사이시 조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으며,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소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공연 당일 이뤄진 출연진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다. 이 역시 모두 HD영상으로 제공된다. 그 밖에 공연 중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의 영상을 따로 감상할 수 있는데, 흥미로운건 이 작품들이 아직 블루레이로 출시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HD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거의 최초의 기회라는 점이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마도 스튜디오 지브리의 팬이라면 이번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그야말로 '꿈'같은 공연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함께 해온 지브리 작품들과 그리고 히사이시 조의 음악들과의 추억들을 되새겨 볼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무엇보다 다시금 책장에 꽃혀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DVD들을 꺼내보게 했던 매력적인 타이틀이었다. 아마도 이번 공연 실황 타이틀은 지브리 타이틀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무 때나 불쑥 꺼내어 봐도 언제든 행복해질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NHK Video에 있습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내 이름은 브루스 (My Name is Bruce, 2007)

브루스 캠벨의 자화상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선보인 수많은 신작들 사이에서 유난히 흥미를 끄는 구작이 있었다면 (2007년 작이니 어쨋든 구작;;) 바로 이 영화 <내 이름은 브루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호러 영화의 팬이라면,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에 열광했던 이들이라면 '브루스 캠벨'이라는 이름을 모를리 없을 텐데, 이 영화는 바로 브루스 캠벨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오롯이 그 만의 브루스 캠벨 영화이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느냐(이 영화에는 특히나 '즐긴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그렇지 못하느냐는 바로 브루스 캠벨이라는 배우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여히 따져봤을 때 이 영화는 B급 영화에 추억을 되살린 <플래닛 테러>나 <드래그 미 투 헬>보다 만듦새나 짜임새 부분에서 많이 뒤쳐지고, 일부 유머는 B급 영화라 하더라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는데(물론 그 지점이 유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브루스 캠벨이라는 인물과 결합시킨다면 그럭저럭 볼 만한 코믹 영화가 된다. 그야말로 '깔깔' 대며 웃을 수 있는 B급 호러 무비 말이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런데 이 영화가 마냥 웃기고 모자라 보이기만 하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웃기는 것도 브루스 캠벨이어서 이지만 짠해 지는 것도 다 브루스 캠벨이기 때문이리라. 이 영화는 굉장히 자전적인데, 일단 은퇴를 한 것도 아니고 (어쨋든) 현역에 있는 배우의 이야기를, 그것도 자신 스스로가 거침없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묘한 짠~한 감정이 올라온다. 영화 속 브루스 캠벨은 한 때 유명했던 B급 영화배우로 지금은 완전히 퇴물취급을 받고 싸구려 트레일러에서 생활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아직도 '무비 스타'라는 거품을 안고 사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브루스 캠벨은 <이블 데드> 이후 수 많은 영화들에 출연하기도 했었지만 그 자신이 주인공으로서 화제가 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으며, 까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된 적이 오히려 많았었다(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는 모두 까메오로 출연하고 있다). 극 중 퇴물로 그려지는 B급 영화배우 브루스 캠벨과 실제 브루스 캠벨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자학적이기 까지한 이런 묘사는 그의 팬이라면 가슴 한 켠이 짠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자신을 연출하고 연기한 브루스 캠벨이 이런 부분을 아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쾌한 한 편 '내 처지가 참 씁쓸하다'라고 회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이런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솔직하게 조명하는 것에 즐기는 듯한 (해탈한 듯한!) 경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적절히 이용하고 드러내면서 '브루스 캠벨'이라는 영화 속 캐릭터를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간다. 그의 전작들에 장면이나 캐릭터를 인용하는 한편, 그의 오랜 팬들이라면 반길 만한 설정들과 까메오들은 이 영화가 단순히 씁쓸한 현재를 보여주거나 즐거웠던 '한 때'를 추억하기 위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실 공포영화로서나 아니면 B급 호러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편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빵빵 터트려 주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봐서는 so so에 가까운 것이 사실. 어딘선가 이 영화 리뷰를 읽으면서 '브루스 캠벨이 전기톱을 쓰지 않은 것은 반칙처럼 느껴진다'라는 평을 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 속에 전기톱이 '짜잔!'하고 등장했을 때 영화 속 팬보이의 모습처럼 마지막에 브루스가 중국에서 온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전기톱을 최종 무기로 사용하길 바랬었지만, 브루스는 허무할 정도로 단 칼에 '그건 실용적이지 않아'라는 식으로 무시해버린다. 이는 한 편으론 아쉬운 부분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그 스스로 더 이상 <이블 데드>에 얽매여서는 배우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일종의 고백이 아니었나 싶다.

여튼 이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영화다. 그 허접함과 말도 안되는 설정들, 뻔히 보이는 유머코드는 귀엽기 까지 하다. <이블 데드>의 '애쉬'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의무감에 봐줘야할 영화가 아닐까 ^^


1. 영화 속 컨트리 송은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 못지 않게 중독성이 강합니다.

2. 샘 레이미의 동생이기도 한 테드 레이미와 댄 힉스 등의 모습도 반갑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있습니다.





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바더 마인호프 (The Baader Meinhof Complex, Der Baader Meinhof Komplex, 2008)
혁명, 그 현실의 이름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 <바더 마인호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무언가 정치적이라는 것과 독일을 배경으로(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서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포스터를 통해 <롤라 런>과 <뮌헨>등에 출연했었던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와 (이 영화와 여러모로 관련이 있는 <뮌헨>에 그가 출연했었다는 점도 이채롭다) <타인이 삶>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마르티나 게덱이 출연한다는 것 정도가 이 영화의 사전정보라면 정보였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는 비슷한 영화들이 그러하듯 소규모 작업으로 이뤄진 이른바 '작은' 영화인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영화는 독일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와 63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는 등 상당히 큰 규모의 영화였고,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 만큼이나 영화적인 완성도도 높았던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다시 말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정치/사회적 '메시지'도 매우 중요하지만, '정치적인 영화는 별로야'하며 섣불리 외면하기에는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도 상당하다는 말이다.



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는 '독일적군파 (RAF : Red Army Faction)'라 불리는 혁명단체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 단체는 영화의 제목이기도한 '안드레아스 바더'와 '울리케 마인호프'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급진적 혁명단체로서, 반자본주의 아래 미국의 베트남침공에 반대하며 폭탄테러와 방화, 비행기 납치 등을 일으켜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단체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다. 영화 속에서 독일적군파가 일으킨 테러 행위들도 실제 있었던 사건들이며 그들이 겪는 일들도 대부분 실화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형식을 갖고 있는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접근방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뉘앙스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극영화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두 가지 요소가 서로를 잘 보완하고 있는 경우다. 실제로 영화 속 주요 사건들을 전하는 영상들은 실제 사건을 보도했던 당시의 뉴스 영상들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이 영화 속에서는 검은 구월단이 주축이 되었던 뮌헨 올림픽 참사에 대한 영상들도 등장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의 몇몇 장면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하여 만든 장면인지를 이 영화 속 영상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대부분 역사 속 사건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전체적인 맥락도 맥락이지만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사건'에 더욱 집중하곤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더 마인호프>역시 초중반 까지는 비슷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어떻게 독일적군파 라는 단체가 조직되게 되었는지와 그들의 주장하는 바는 어떤 것인지, 그들이 혁명 단체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실제 역사 속 사건들을 배경으로 그려낸다. 이 부분들의 디테일이나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논쟁 거리들만 해도 충분히 좋은 영화였으나 <바더 마인호프>는 여기서 한 발 더나아가 혁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어서 어떻게 사라져가는가에 대해, 혹은 반대로 한 가지 사건의 종결로 끝나버리지 않고 계속 반복될 수 밖에는 없는 혁명의 원인과 현상들에 대해 아주 현실적이고 깊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아마도 보통 영화같았다면 '바더'와 '마인호프'가 사실상 사라지는 지점에서 영화 역시 막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봐야 하는 가로 마무리 지었겠지만(이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와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라는 큰 줄기에서 이 혁명이 갖는 의의와, 혁명과 테러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일단 이들의 행동이 보다 혁명스러웠을 때에는 그들이 싸워 승리하려고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대한 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을 때, 우리는 미국인도 아니었고 베트남인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이 부당한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삶을 던졌던 서독인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지점은 영화 초반 TV토론을 보는 한 가족의 대화에서 잘 드러나는데, 부모는 남의 일처럼 얘기하며 비아냥거리지만, 후에 독일적군파가 되는 딸은 부모의 무관심함과 무지에 대해 분노하며 자신의 의견을 쏟아낸다. 영화 속에 드러난 것만 보자면 독일적군파의 행동들은 다른 혁명이나 테러들과는 달리 본인들의 이익이나 해방을 위한다기 보다는 더 넓은 인류의 해방에 가치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자신의 안위에 직접적 관련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의 모습은 분명 현실에 놓인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최근 국내 정세는 단순히 정치적인 것에 한정되는 일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가치관의 문제여서 광장으로 참여를 해야만 했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신념과 현실에 관계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영화 초반 이란의 전제군주 방문 반대집회에서 시민, 학생들이 경찰들에 의해 몽둥이로 맞고 밟히고, 물대포에 맞고 하는 강경진압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을 영화 속 장면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 고통스럽기도 했다).


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를 통해 가장 깊게 고민해볼 것 중 하나라면 '그 깟 돌 좀 던진다고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는것도 아니잖나?
' 하는 질문의 대답과 혁명이 테러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에 있겠다. 첫 번째 질문은 비단 이번 영화에서 뿐 아니라 최근 국내 상황 탓에 각종 커뮤니티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번이나 고민을 해보았던 문제였는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것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더 알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돌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대답이었다면, 영화를 보고나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답처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즉 나중에 후세에 그래도 나는 돌이라도 던지며 '행동'했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위해 어쩌면 거대한 변화를 이루지 못할 지라도 계속 돌을 던져야 한다는 대답을 추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혁명을 다루면서 사건에만 집중하게 되면 놓치게 되는 부분이 많을 수 밖에는 없는데, 영화라는 대중적 매체에서 사건 그 이후에 겪게 되는 일들까지 다 담아내기는 그릇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바더 마인호프>는 2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통해 사건 그 이후에 대한 얘기를 더 집중적으로 들려주려 한다. 즉 혁명의 주체가 그 구심점을 잃고 사라진 이후에는 어떻게 변해가는지, 과연 초창기의 의도대로 혁명은 계속 지속되는지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이 영화는 비교적 객관적인 편이다. 초중반까지만 보자면 독일적군파에 편에 서 있는 듯 하지만, 바더와 마인호프가 활동하지 못하게 되는 시점부터 테러를 위한 테러가 되어버린 이들의 모습과 그리고 본말이 전도되어 그 의도마저 퇴색되어 버린 다음 세대의 혁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그대로 보여준다. 왜 그들이 이 단체에 가담하고 있는가 물었을 때 '영웅심' 이라고 답하는데, 이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2세대, 3세대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리고 '바더'와 '마인호프' 및 독일적군파의 주요인물들을 잡아들였다고 테러를 모두 종식시켰다고 믿는 정부관리들의 생각이나,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테러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테러라는 것이 왜 계속되며 눈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면사라져버리는 그런 단발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고 접근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독일적군파를 소탕하기 위해 주민등록에 의한 색출 방식등 서독 사회가 발전하게 되는 점은 아이러니다). 이 영화가 진정으로 힘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은 제목과는 다르게 '바더'와 '마인호프'가 모두 사라진 다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2,3세대가 맹목적인 (테러를 위한 테러에 가까운) 신념을 행동에 옮겼다가 나중에야 자신들이 사실마저 외곡하고, 아니 듣지 않으려고 했었다는 걸 알았을 때 공황상태에 빠져버리는 상황도 잘 표현되고 있다. 이 영화는 결국 '독일적군파'의 행동이 혁명이었는가 테러였는가 라는 선택의 질문보다는, 혁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진화, 발전, 퇴색 되는지에 대한(혁명이 반드시 진화해서 발전되고 퇴색된다는 말은 아니다) 매우 현실적인 (굳이 실화라는 설명이 없어도 말이다)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다.


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답게 장면 장면의 영상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으며, <뮌헨>에서 느꼈던 당시의 의상이나 색감 등도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여러나라가 등장하는 로케이션 촬영을 통한 장면들도 인상적이고, 당시를 좀 더 체감할 수 있는 록넘버 들도 인상적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이것이 과거에만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갈수록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영화들을 피하지 말고 봐야 하겠지만.


1. 당시에 대한 관련 역사적 사실들을 더 풍부하게 알고 있다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 되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영화 속 정보만을 가지고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2. 국내 개봉제목은 '바더 마인호프'지만 원제는 '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더군요. 제목에 '컴플렉스'라는 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영화를 다보고 나서야 깨달았네요.

3. 상영관이 적은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하이퍼텍 나다에서 관람했네요.

4. 배우들의 연기도 캐릭터도 참 인상적입니다.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요.

5. 엔딩 크래딧과 함께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가 흐릅니다.

6. 나중에 DVD/블루레이로 출시된다면 관련 자료들이 서플에 가득담겨 출시된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Constantin Film Produktion에 있습니다.








이글 아이 : 블루레이 리뷰 (Eagle Eye : Blu-ray Review)
http://dvdprime.paran.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801&master_id=1


극장에서 보았을 때 보다블루레이를 보며 좀 더 만족스러웠던 영화.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A Good Night Sleep for THE BAD, 2009)
폭력과 사회가 만들어낸 청춘의 자화상


이미 몇 번의 관련 포스팅을 통해 밝혔던 것 처럼 이 영화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는 연출을 맡은 권영철 감독님과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인해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으며, 조금이나마 오늘 이렇게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까지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제를 통한 최초의 공개가 더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상영직전 상영관 밖에서 감독님과 잠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자신이 연출한 첫 번째 장편영화가 처음 관객들에게(배우들에게도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공개되는 날이라 그런지 분명 긴장되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실 감독님에 비하면 천 분의 1도 안되겠지만 극장안이 컴컴해지고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라는 타이틀이 스크린 가득 펼쳐지니 나도 덩달아 무척 흥분이 되었다. 그렇게 90분 남짓 진행된 영화는 장르영화적 성격이 짙은 영화일 것이라는 본래 예상과는 달리 폭력과 가족 그리고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한 편의 드라마였으며, 무엇보다 비슷한 메시지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영화들 과는 달리 주인공 캐릭터에게서 다른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신선한 영화이기도 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는 아마도 마지막에 임박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되는 자동차 사고 장면으로 시작된다. 윤성(김흥수)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가지고서는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큰 가방을 가지고는 함께 있던 영조(오태경)를 따돌리고 길가로 나온다. 멀리서 차 한대가 오자 타고가려고 하지만 차는 서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그러자 윤성은 이렇게 한 마디 한다. '에이씨, 뭐 타고 가지?'. (이 대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깊게 와닿았는데 나중에 한번 더 등장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처음 등장하는 서울 근교 어느 동네 쯤으로 보이는 황량한 로케이션 장소를 보는 순간, 일단 참 장소 선택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면 <살인의 추억>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그 들판을 떠올리게도 하는 곳이었는데,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찾아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이었지만 그 황량함과 영화 속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스틸 컷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대한 신뢰는 그리 크지 않았었다. 하지만 스틸 컷이 공개된 이후에는 특히 김흥수 씨에게서 '살아있는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이런 그의 혼란스러움과 절박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동안 김흥수 씨가 출연한 작품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확실히 이번 작품을 통해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그가 연기한 '윤성'이라는 캐릭터는 이렇게 피범벅이 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과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단순히 모든 것을 다 걸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캐릭터가 아니라 무언가 계속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그저 내던지는 것 만으로는 표현이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었을 듯 하다. 그런 면에서 김흥수 씨의 연기는 바로 그런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게 할 만큼 인상적인 연기였으며, 그 청춘의 불완전함을 비교적 잘 표현해 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는 내내 가장 놀라웠던 것은 '영조' 역할을 맡은 오태경 씨의 열연이었다. 아역 배우때의 작품들부터 적지 않은 출연작을 보아왔던 입장에서 이번 그가 연기한 '영조' 캐릭터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이질감 마저 느껴질 정도였는데, 불량스러운 표정과 말투에 나이를 몇 살은 더 먹은 듯한 그 얼굴은 과연 오태경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마치 <똥파리>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양익준 감독의 모습에서 전혀 '양익준'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처럼, '영조'에게서는 전혀 '오태경'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다음 스틸컷이 나오기까지 이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까 줄거리를 얘기하면서 언급한 '에이씨, 뭐 타고 가지?'(정확한 건진 모르겠네요)는 후반 부에도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이 대사는 윤성이라는 캐릭터와 맞물려 상당히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던져주었다. '어떻게 가지?'가 아니라 '뭘 타고 가지?'라는 건 수단의 개념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청춘의 자화상은 뭘 해야 좋을지 모르는 혼란의 시기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사회와 가족을 비롯한 본인 외적인 요소들 때문에 갇혀있는,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수단(=길)을 찾고 있는 청춘이라 할 수 있겠다. 윤성은 감옥에 가 있는 아버지 그리고 동생 둘과 함께 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유학을 계획하고 있고, 동생 해경(조안) 역시 지금의 가정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교내 선배들에게 아부해가며 연예인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어찌보면 해방과 더 나은 삶을 위해 길을 찾던 주인공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는 결국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일 수 밖에는 없으며 이 길을 선택하면서 윤성은 더,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강수를 두게 되는 영화들과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의 윤성의 캐릭터는 분명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앞서 피범벅이 되 돈가방을 들고 빠져나가기 위해 차를 세우려던 윤성은 다른 영화의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총으로 운전자를 위협한 뒤 차를 뺏어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리고 은행을 털고 나서 자신만 홀로 남겨져 돈을 독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굳이 돌아와서 다시 본래 계획했던 대로 몫을 나누고는 헤어진다. 그리고 가장 핵심은 보통 같았으면 이런 지옥같은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홀로 홀연히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윤성은 해경이 원하지 않는대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족들을 다 데리고 해외로 떠나려고 한다. 이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영화가 끝나고나서 감독과의 대화 도중 비슷한 질문에 대한 감독의 대답에, '아!'하는 외마디 탄성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나조차 굉장히 모든 것에 무뎌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윤성의 행동을 설명하는 단어들을 다시 보자면 '굳이 돌아와서' '원하지 않는대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건 분명 선입견이 가미된 표현들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 공감을 하게 되면, 그리고 이 영화처럼 종극으로 치닫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어느 정도 그 과정 중에 겪게 되는 행동들에 대해 적당히 묵인하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우한 가정환경과 어려운 경제사정을 극복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할 수 밖에는 없었던 캐릭터들에 대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용인해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라고 모두 나쁜 이들은 아니다, 아니 나쁜 선택을 쉽게 하는 것은 아니다 혹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꼭 더 나쁘게 자란다는 법은 없다 라는 당연한 명제를(하지만 다른 편에 놓인 명제에 비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보여주려 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윤성이 하는 위와 같은 행동들은 '굳이'나 '불구하고'가 아니라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측면이 분명 있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만연해있는 잘못된 것들에 의해 당연한 것을 너무 잊고 사는 것이 이런 캐릭터와 이야기에 잠시나마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영화 중간에도 그랬지만 영화가 끝난 뒤 감독의 대답을 직접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멍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윤성은 극한으로 치닫지만 그 과정 속에서 그가 지키려고 했던 가치들은 아마 '잘 자는 나쁜 놈'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순전히 개인적으로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가운데 삼촌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와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의 분위기였는데, 이것이 마치 감독님과 내가 예전에 자주 함께 즐기던 XB0X360 게임 GTA4의 분위기가 느껴졌다는 점이다 ㅎ 특히 '삼춘'이라는 존재는 이 게임에 비유하자면 '커즌(cousin)'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만약 이 영화가 라틴계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면 좀 더 GTA분위기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삼촌의 하와이안 셔츠도 이런 느낌에 크게 한 몫을 하기도 했다 ^^;

하나 아쉬운 점을 들자면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 조금은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도 꾸려갈 수 있는 장면에서 약간 재미를 유발하는 소품스러운 음악이 삽입된 장면이 몇몇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계속 인물들에게 집중하고 있던 터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음악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객관적인 평가를 스스로 했다고 자평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젊은 배우들의 열연을 맛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었으며,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이런 종류의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진정을 새삼 떠올려보게 했던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했다(개인적으로는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아무쪼록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좋은 반응과 입소문이 흘러나와 꼭 개봉관에서도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 아, 본문에는 미처 못썼는데 감독님 평소 스타일대로 주옥같은 대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스크린에서도 여전하시더군요! '자러서 나무나 되라' 이런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ㅎㅎ

2. 그래도 조금 아는 사람이라고 엔딩 크래딧 마지막에 '권영철 감독 첫번째 작품'이라는 크래딧을 보니 마음이 찡하더군요 ㅠ

3.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화이팅 입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인터뷰(?)라도 하고 싶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있습니다.





ⓒ (주)두사부필름. All rights reserved

해운대
더도 덜도 아니었던 딱 윤제균표 영화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한국형' 재난영화가 탄생한다 라는 식의 홍보 방식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윤제균 감독의 신작 <해운대>를 어쩌다보니 개봉일에 챙겨보게 되었다.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편견이 없는 편이지만('전혀'라고 쓰려다가 바로 해당되는 경우의 예를 들 참이라 '거의'로 수정하였다), 딱 하나 케이블에서 가끔 할 때도 재빠른 리모컨 조정으로 피해다니는 영화가 있다면, 바로 '조폭 코미디' 물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저질 섹시 코미디를 시종일관 보여주다가 막판에는 갑자기 눈물 짓게 만드는 이상한 영화들도 들 수 있을텐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에서 드디어 선보이는 제대로 된 재난 영화임에도 '윤제균' 감독의 이 영화는 분명 기대작은 아니었다. 그런데 워낙에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악평이 쏟아져 나와서인지(보지도 않고 악평 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여기서 악평이란 '별로일 것 같애'라는 예상과는 다른 의미다) 시사회와 개봉일 본 이들의 '의외로 괜찮다'라는 평들은 말그대로 '의외'였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아주 낮은 기대감을 갖은 채 개봉일 극장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낮은 기대감을 갖게 되면 대부분은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윤제균 감독의 신작 <해운대>는 여전히 윤제균 영화라서 내 취향과는 맞지가 않았다. 재난 영화의 익숙한 구성과 제법 볼만한 볼거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성과 운명적이라기 보단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전개 때문에 여전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 (주)두사부필름. All rights reserved

일단 재난 영화이니, 재난 영화에 포커스를 둔 CG나 구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구성은 매우 전형적이었지만 재난 영화로서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헐리웃의 경우도 그렇고 대부분의 재난 영화는 재난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은 중반 부가 지나서부터다. <해운대> 역시 '메가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은 거의 러닝 타임의 반 정도가 지난 다음부터인데, 후반부 인물들의 감동 포인트와 전개를 위한 서두의 드라마가 구성상 전형적인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늘어지게 느껴졌다. 감독이 어떤 것을 처음에 의도했는지는 대략 엿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후반부에 엄청난 높이로 몰려오는 쓰나미를 바라보면서 생존을 혹은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여러 캐릭터들의 장면을 의도했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쓰나미에 한 복판에 놓일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서두에 풀어놓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압축하고 재난이 좀 더 일찍 찾아와 재난을 겪는 과정이 더 비중있게 그려졌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극중 설경구와 하지원의 관계 설정은 첫 장면(하지원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과 그 이후의 하나 정도 에피소드면 충분할 듯 했고, 상가 번영회와 쇼핑센터 입점 같은 이야기는 없어도 무방할 듯 했고 무엇보다 김인권이 연기한 캐릭터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도 놀라웠다. 그의 이야기만 해도 비중이 상당한데 그의 어머니의 에피소드까지 끼어 넣는 바람에 서두가 너무 길어졌고, 서울에서 온 부자집 아들녀석의 시퀀스도 더 짧게 압축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캐릭터들과 에피소드들은 각각 후반부에 한 장면씩 부여받아 기능을 발휘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짧은 비중으로도 충분히 후반부의 임팩트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반부의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유머인데, 개인적으로는 야구선수 이대호가 출연하는 시퀀스를 제외하면 사실 별로 재미있게 느껴지질 않았다. 특히 이민기와 강예원의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표적 케이스 중 하나였는데, 이런 장면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면 전반부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이처럼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영화 자체도 '별로'라고 느껴질 확률이 높을 듯 하다.



ⓒ (주)두사부필름.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미스라고 생각된 부분은 바로 드라마 부분에서 흐르던 쌩뚱맞은 음악이었는데(뭐랄까 너무 포장된 듯한 시트콤 스타일의 음악), 마지막에 엔딩 크래딧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을 맡은 이가 바로 이병우 음악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스펙터클과 감동적인 스코어도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저 손발이 오그라드는 음악은 과연 이병우가 만든 음악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는데, 여튼..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음악보다 더 손발이 오그라드는 점이 있었다면 바로 박중훈 씨의 연기와 마지막에 등장한 에필로그였다. 박중훈이 베테랑 배우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지만 캐릭터에 따라 기복이 크다는 것은 앞으로 인정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그가 연기한 '김휘'라는 캐릭터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한 캐릭터였는데, 그의 대사처리 부분은 솔직히 베테랑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것이었다. 후반 부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대사의 대부분이었던 평서문을 연기할 때는 너무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라 역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후반 에필로그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내용적으로는 이들이 너무 상처를 금방 잊고 갑작스레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다 잘 될거야'라고 순진하게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현장에서 농담과 장난을 치며 마무리되는 영화는 무엇보다 '갑작스러'워서 이상했고, 동의하기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쓰나미가 휩쓸고간 해운대의 모습에서 '잔혹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거대함'만이 느껴졌던 것 역시 이런 공감대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주)두사부필름. All rights reserved

취향 차이 덕택에 안좋은 말들만 줄줄 늘어놓았지만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쓰나미가 해운대에 닥치는 장면에서의 CG는 일부는 너무 티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특히 도심으로 물길이 새어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실제 물을 동원한 촬영분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촬영분이 잘 융합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재난 영화의 전형적 구조를 잘 따르고 있음도 이 영화에 분명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반 부에 감동을 이끌어 내는 부분에서도 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울릴 만큼 성공적이었으며, 재난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극한 상황에서 나보다는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야만 했던 이들의 순간을 잘 포착해 낸 것 또한 재난영화라는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나 '윤제균'감독의 영화와는 코드가 전혀 맞지 않는구나 라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 영화였지만, 대중적으로는 재난 영화라는 블록버스터 측면의 요소와 감동의 드라마라는 정서가 맞물려 흥행에도 쏠쏠한 성공을 거두게 되지 않을까 싶다.


1.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던 컨테이너 박스 씬은 '재난'이라기 보다는 '코믹'하게 느껴졌습니다.

2. <제국의 역습>의 그 명대사를 <해운대>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ㄷㄷㄷ

3. 동물들이 떼지어 이동하는 장면이 더 있었다면 좀 더 장르영화스러웠을텐데 말이죠 ^^;

4.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화질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5. 후시녹음인지, 인물들의 목소리와 연기의 싱크가 유독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6. 역시 제 취향은 대중적이진 못한듯 윽..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주)두사부필름에 있습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유리의 날 (Yuri's Day, Yuryev Den, 2008)
차갑게만 변해가는 이야기


이번 제 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관람한 작품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연출한 러시아 영화 <유리의 날>이었다. 가끔 영화제에서는 영화를 선택할 때 정말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관람작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유리의 날> 역시 미스테리라는 점, 그리고 평소에 보기 힘든 러시아 영화라는 점이 영화를 보기 전 정보의 고작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조금은 후덥찌근한 날씨를 달래며 보기 시작한 영화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눈 덮인 영상을 배경으로, 영상 만큼이나 차가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의 주인공인 오페라 여자 가수는 아들과 고향으로 보이는 마음에 도착했다가 어느 순간 아들을 잃어버리고 만다. 도대체 왜 아들이 사라졌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는다. 사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 얻었을 때는 미스테리나 스릴러 장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분명 아들이 실종된 사건 자체는 미스테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포인트는 사라져 버린 아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큰 변화를 겪게 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다.

크세니야 라포포트가 연기한 주인공의 변화는 실로 놀랍다. 영화에 시종일관 집중하고 있음에도 과연 초반 오페라 가수로서 품위있던 모습의 그 여자가 중반 이후의 그 여자와 같은 인물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정말로 중간에 곰곰히 따져보기도 했다) 사건을 겪으면서 이 여성은 아주 심한 변화를 겪게 된다. 나중에 가서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 이유마저 완전히 잊어버린 듯한데, 이쯤 되면 아들을 찾고 못 찾고는 벌써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미스테리 영화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은 편이다. 화면 구성이나 극의 구성은 굉장히 무언가가 나올 듯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움츠리고 있지만 영화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은 채 그렇게 마무리 되는 편이다. 미스테리로 보지 않으려 했음에도 이런 의견을 얘기하게 된 것은,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불러일으킬만한 아주 매력적인 영상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눈 덮인 설원과 고립되어 있는 마을이라는 설정은 그런 요소를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했고, 장면 자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크세니야 라포포트는 최근 개봉한 <언노운 우먼>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유리의 날>에서의 연기는 어느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해도 크게 손색이 없을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어미니와 여성의 경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의 특성을 잘 표현해 내고 있으며, 오페라 가수 역할로서 노래하는 장면의 약간 어색한 립싱크 조차 크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있습니다.









해운대 (Haeundae, 2009)
감독 : 윤제균
주연 :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각본 :
음악 :
촬영 :
장르 : 모험/재난/드라마
정보 : 한국 / 129분 / 12세 관람가

영화 자체보다는 '애국'홍보 마케팅으로 더 입에 오르내렸던 우리 영화 <해운대>가 이번 주 드디어 개봉합니다. 역시 이 영화가 가장 걱정되었던 이유는 투모로우의 스텝진이 만든 쓰나미 묘사 때문도 아니었고,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때문도 아니라, 오로지 감독인 윤제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의 전작들 <색즉시공> <두사부일체> <낭만자객> 등에서는 전혀 이런 재난 영화의 재주를 비롯해 끌릴 만한 요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시사회를 통해 들려오는 입소문에 따르면 '생각보다 괜찮다'라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습니다. <타이타닉>이나 <투모로우>급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운대'라는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또 어떤 볼거리를 보여줄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앞서는 작품이네요.





블러디 발렌타인
(
My Bloody Valentine 3-D, 2009)
감독 : 패트릭 루지어
주연 : 잰슨 애클스, 제이미 킹
각본 : 스티븐 밀러
음악 : 마이클 완드마처
촬영 : 브라이언 피어슨
장르 : 공포/스릴러
정보 : 미국 / 101분 / 18세 관람가

개인적으로는 이미 4D포맷으로 관람을 한 터라 이미 정식 개봉을 한 것으로 착각했었는데, 정식 개봉은 이번 주로군요. 4D 상영관이 상암 CGV밖에는 없다는 현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정말 이 영화는 영화적 재미보다는 체험하는 것에서 오는 재미가 더 크기 때문에, 3D만 되더라도 좀 아쉽게만 느껴지네요. 상암 CGV로 달려가실 수 있는 분들은 꼭 4D로 보세요. 4D만이 정답입니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_ 4D로 즐기는 진짜 공포









바더 마인호프
The Baader Meinhof Complex, Der Baader Meinhof Komplex, 2008
감독 : 울리 에델
주연 : 마티나 게덱,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
각본 : 번드 아이킨거
음악 : Florian Tessloff
촬영 : 레이너 클로스만
장르 : 드라마
정보 : 독일,프랑스,체코 / 150분 / 18세 관람가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라고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무거운 드라마라는 것 뿐인데, 대강의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1967년 서독을 배경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혁명의 움직임에 대해 다룬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관심이 가곤 합니다. 무겁지만 그 가운데는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인 경우도 많구요. 15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나 견뎌야 할 모양이지만, 그래도 보고 싶습니다!








마이 프렌즈, 마이 러브
Mes Amis, Mes Amours, 2008
감독 : 로렌느 레비
주연 : 뱅상 링던, 파스칼 엘비
각본 : 필립 게즈, 로렌느 레비
음악 : Sebastien Souchois
촬영 : Emmanuel Soyer
장르 : 코미디/로맨스
정보 : 프랑스 / 99분 / 15세 관람가

제가 원래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어지간한 걸작이 아니면 별로 챙겨보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적어도 뻔해보이지는 않는군요. 일단 포스터에 남녀가 아니라 남남이 떡하니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 싱글남의 동거생활이라. 영화의 내용과는 별개로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어떤 영화든 보게 되면 파리에 가고 싶어지도록 만드니, 조심조심해서 관람여부를 결정해야 겠네요 ^^;








지난 주는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참가 관계로 개봉작들을 거의 챙겨보질 못했네요. <해피 플라이트>도 봐야하고, 의외로 우끼다는 <차우>도 봐야 하는데 말이죠 ;;

이번 한 주도 다들 즐거운 영화관람 되시길 바랍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각 제작사에 있습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IMAX DMR 3D, 2009)
마지막 '준비'에 충실한 작품


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좋아하는 순서를 꼽으라면 정확히 시리즈의 역순이 될 것 같다. 사실 1,2편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극장에서 물론 다 꼭꼭 챙겨보기는 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경쟁을 했었던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영향력을 제외하더라도, '아이들'에 촛점이 맞춰진 이 시리즈에 별로 특별한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해리와 아이들은 영화 속 캐릭터들의 나이보다도 더 무서운 속도로 노화(?)가 진행되었고, 한 편에선 '과연 이 아이들이 완벽한 어른이 되기전에 시리즈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새로운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두워졌고,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소년, 소녀의 성장이야기로 변해갔으며, 그런 점들은 더더욱 이 시리즈를 마음에 드는 시리즈로 탈바꿈 시키게 되었다.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잘 알려졌다시피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Harry Potter :
Deathly Hallows)>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데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파트 1,2로 나뉘어 개봉할 예정이며 각각 2010, 2011년 개봉될 예정이다). 그 말은 고로, 만약 이러한 '준비'의 성격을 어느 정도 미리 알고 있거나 혹은 받아들이게 된다면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는 조금 당황스런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원작 소설을 전혀 읽지 않은, 흔치 않은 순수(?)한 영화 관객으로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화로서도 갈수록 매력적으로 변모하는 시리즈라고 생각된다(아, 아까 시리즈의 선호도를 얘기하면서 정확히 역순이라고 했었는데,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했던 <아즈카반의 죄수>도 성장영화로서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한 시리즈로서 썩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 시리즈가 갈수록 매력적인 이유는 해리가 구사할 줄 아는 마법이 늘었기 때문이라던가, 헤르미온느의 외모가 점점 훈훈하게 성장해 간다던가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물론 훈훈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 아이들이 점점 소년, 소녀로 성장해가고 시리즈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이야기는 점점 어두워지기 때문이었다. 어두운 판타지를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갈 수록 해리의 얼굴에서 귀여움 보다는 그늘이 발견되는 이야기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다른 한 편으론 아이였던 해리가 소년이 되는 과정을 통해 아이였던 관객들이 함께 소년으로 성장해 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는 성장영화 측면에서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유머러스한 면이 부각되었고 현실적인 사춘기의 감정을 잘 담아낸 동시에, 볼드모트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음에도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기도 했다. 일단 유머러스한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춘기를 넘어서서 거의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운 설정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살짝 더 나아간 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이외의 이야기는 상당히 어둡기 때문에 론을 중심으로한 사춘기를 그린 이야기는 좀 더 밝게 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로맨스의 핵심이 론이기 때문인지 론의 비중이 그 어느 시리즈보다 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그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해리보다 더 훈남이 되고 있는 사실도 작용된 것이 아닐까? ㅎ).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론의 개그와 활약을 즐기는 것은 이번 작품에 또 다른 재미!)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이들 삼총사 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캐릭터는 바로 말포이였다(기존에는 거의 '말포이'라고 90%이상 사용했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유난히 그의 성이 아닌 이름 '드레이코'가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실 이전 시리즈에서는 그냥 얄미운 넘 정도로 묘사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쩌면 해리보다도 더 고뇌하고 더 비중있는 역할을 맡아 시종일관 우울하고 고통받는 표정을 연기했다. 이런 말포이의 모습과 학생시절 볼드모트의 모습을 한 작품에 등장시키면서 볼드모트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우회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말포이 역시 동등한 비중으로 설명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 영화를 통해 미뤄 짐작했던 말포이의 모습과는 달리 볼드모트의 선택에 마냥 기뻐하지 않고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은 오히려 불쌍해보이기 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얼굴이라면 울듯 말듯 고통받는 말포이의 표정이랄까.

이렇게 얘기가 흘러가고 보니, 이렇다면 볼드모트를 그리는 방식이 마치 다스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와 같은 방식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물론 원작을 다 읽은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이미 훤히 알고 있겠지만(제발 스포만은 말아주세요 ㅠㅠ),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를 통해 드러난 볼드모트와 말포이의 묘사는 분명 지금까지 이들을 그려왔던 것과는 다르게 본래 악한 존재가 아니라 해리처럼 선택받은 자였지만 너무 뛰어난 재능 탓에 악에 유혹에 빠지고만 캐릭터로 그려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할 수 있었다. 기대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해보자면 자신이 혼혈왕자임을 밝힌 스네이프 역시 막판에 가서는 다시 한번 해리의 편에 서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보게 되었다. 마치 <제다이의 귀환>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보통 같으면 이 같은 예상들이 하나에 재미있는 '설'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해리포터의 경우는 이미 소설이 완결된 터라 다 아는 입장에서 본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도 싶다 -_-;;)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드레이코 말포이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그의 눈빛에선 슬픔마저 느껴진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지만 아마도 더 어두워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비중은 둔 듯한 사춘기 로맨스의 분량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굉장히 현실적인 사춘기의 감정들에 대한 묘사들은 마음에 들었지만 차라리 이쪽 비중을 조금 더 줄이고 말포이나 불사조 기사단의 비중을 높였다면 더 '내 취향'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아마도 더 어두울 마지막 2편의 작품에 대한 부담도 높아질 것이고, 직접적으로는 이번 작품에 흥행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는 부제목에 남긴 것처럼 상당히 '준비'에 철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렇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하면 확실히 클라이맥스나 임팩트가 부족한 편인 것도 사실이다. 해리와 덤블도어가 호크룩스를 가져오는 장면이 뒷부분에 포인트라면 포인트일텐데 그 분량이나 임팩트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덤블도어의 모습은 너무도 간달프 스러웠다 ㅎ). 3D 아이맥스로 펼쳐지는 첫 액션 시퀀스가 오히려 임팩트 면에서는 더 크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이 두 시퀀스보다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바로 위즐리의 집이 공격 당하는 장면이었다. 갈대 숲을 배경으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공포감을 주는 이 장면만 놓고 보자면 호러 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손색이 없을 연출로 이 장면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갈대 숲을 누비다가 해리와 기사단이 가운데 모이게 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에서의 조명과 카메라 워킹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의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이 장면을 주저없이 꼽겠음!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아무리 봐도 간달프)

적당한 시간대가 일산 CGV 밖에는 없어서 일부러 찾아가 아이맥스로 관람하였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부분적으로 3D를 지원하는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예전 <슈퍼맨 리턴즈>도 비슷한 방식이었는데,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중간 중간 3D 장면을 지원했던 <슈퍼맨 리턴즈>와는 달리 이 작품은 초반 20여분 정도에 3D 장면이 모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극장에 온 많은 관객들은 아마도 조금은 당황했을 싶다(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3D상영작과 동일한 가격을 책정한 티켓 가격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남는다). 3D 시퀀스는 입체감을 더 만끽할 수 있을 만한 장면들로 채워져있었는데, 거리를 빠르게 누비는 연출은 마치 관객으로 하여금 나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실감이 났다. 개인적으로 초반 20분에만 3D 시퀀스가 몰려 있는것에 큰 불만은 없지만, 퀴디치 장면 같은 것도 3D로 즐길 수 있었다면 좀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어느 새부턴가 해리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론 위즐리 역할의 루퍼트 그린트는 본격 로맨틱 코미디 물의 주인공이나 아니면 아예 '히어로즈' 같은 SF미드물에 출연해도 어울릴 듯한 모습으로 자라 준 듯 하다. 반대로 해리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그럭저럭 평균적인 연기를 보여주다가 '행운 충만한' 그 장면에서는 오랜만에 객석을 빵터트릴 정도의 재미있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왠지 다니엘에게는 멋있는 모습보다 이런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엠마 왓슨은 전작들 보다는 아주 살짝 비중이 줄긴 했지만(그 비중은 고스란히 론에게;) 깜짝 드레스 장면으로 2시간 반의 대장정에 졸음으로 대처했던 많은 남성 관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으며, 다른 한편으론 '론이 뭐가 좋다고'하는 원성을 듣기도 했다 ^^;

헬레나 본햄 카터는 참~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걸 짧은 분량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었고, 슬러그 혼 역할의 짐 브로드벤트는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으며, 루나 러브굿 역할의 이반나 린치는 그 사자탈 쓰고 나온 장면 만으로도 제 역할은 다 수행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1. 안봐도 시리즈의 마지막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 1,2>는 가장 좋아하게될 시리즈의 작품이 될 것이 거의 확정적이네요.

2.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인데 '혼혈왕자'에 대한 이야기가 양념처럼 등장합니다.

3. 아마도 이 작품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공개되고 나면 좀 더 가치가 높아질 작품이 아닐까도 생각되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워너브라더스 픽쳐스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권영철님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품인 <나쁜 놈이 더 잘 잔다>가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이 되어서 떨리는 마음으로 첫 공개의 순간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극장에 도착하자마자 매진작 리스트에서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를 확인하고 보니 절로 흐뭇해 지더군요 ^^




영화의 시작 전에 간단한 무대 인사가 있었고 상영이 끝난 뒤에 관객과의 대화시간이 있었습니다. 역시 영화제답게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드시는 모습에 다시 한번 훈훈해졌습니다~




관객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답해주시는 권영철 감독님! 개인적으로도 여러가지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나중에 개인적 자리를 기약하며 다른 분들께 양보아닌 양보를 ^^; 끝나고 여러 기자들과 팬들에 둘러쌓여 싸인 요청을 받으시는 모습에 또 한번 뿌듯. 저희 일행도 싸인을 요청했는데 쿨하게 그냥 가셨다는 ㅎㅎ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간단한 평가와 더불어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다들 조금씩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드러내시더군요.




주연을 맡은 김흥수씨의 연기도(그 눈빛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태경씨의 발견도 흥미로웠습니다. 아역배우시절부터 익숙했던 배우였는데, 그간 거의 착한 역할만 맡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거칠고 막사는 역할을 맡았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고 몇몇 장면에서는 내가 알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더군요. 다시 봤습니다.





네네. 분명 김흥수씨가 감독님보다 뒤에 서 있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ㅎ






개인적으로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잠깐 형님과 얘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어땠어?' 하시길래 '재밌어요' 했는데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듣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스케쥴이 많으셔서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저도 좀 아쉬웠네요(다음 기회에!)


영화는 100%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기는 어려운 입장임을 감안하더라도 참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하드보일드한 장르영화가 아닐까 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얼마전 보았던 <똥파리>를 연상시키는 가족이 연관된 한 편의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여튼 영화에 대한 자세한 평을 곧 다시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영화제 기간 본 영화 세 편과 - 유리의 날 / 델리 6 / 내 이름은 부르스 -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아이맥스 리뷰도 밀려있네요 헥헥 ;;;;).


그래도 친분이 좀 있다고, 엔딩 크레딧 맨 마지막에 '권영철 감독 첫 번째 작품'이라는 문구를 보니 가슴이 찡해지더군요! 부럽기도 하구요! 아, 그리고 도움 주신 분들에 영화 고사때 오셨던 dp회원분들 몇 분의 이름과 DVD프라임이라는 이름을 보니 또 한번 흐뭇해지기도 했습니다 ^^


목요일 상영이 한 번 더 남아있습니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화이팅입니다!




글/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비가 오는 날. 회사에 연차 휴가를 내고 피판이 열리는 부천으로 향했다. 일단 프레스 ID카드를 받기 위해 고려호텔에 가서 카드도 지급받고 첫 번째 관람작인 <유리의 날>을 보기 위해 프리머스 소풍으로 이동.




영화제 스케쥴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상영일정표. 다음 주 평일날도 참석할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기만 하다.




프리머스에서 만난 피판샵. 가면도 있고, 티셔츠, 버튼, 다양한 팬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뭐 하나 살까 하다가 회사에서 아이스 커피마실 때 쓰려고 보덤 컵을 하나 구매.





이 날 본 세 작품에 대한 짧은 감상평.
1. <유리의 날> - 극단적인 클로즈업. 더운 날씨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약간 모호한 미스테리.
2. <델리 6> - 그냥 춤추고 웃고 즐기려고만 했는데, 상당히 정치적이고 메시지 충만한 작품이었슴. 다시 보고 싶은 작품.
3. <내 이름은 부르스> - <플래닛 테러>보다는 약하지만 정말 재미있었던 그만의 작품. 그 노래는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자세한 리뷰는 추후에~




ID카드와 함께 받은 프로그램북. '파워블로거'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카드는 꼭꼭 숨기고 다녔다 -_-;;; 하긴 이미 티켓을 다 돈주고 예매한 터라 ID카드를 따로 쓸일이 없었음. 그냥 기념으로 카드 수집완료 --v

비가 세차게 내리는 터라 자봉 여러분께서 고생이 많아보였다. 처음에는 시간 계산을 안해보고 영화 하나가 끝나면 다음 작품 볼 때까지 조금 여유가 있을 줄 알고, 감상기를 바로 하나씩 쓰면 되겠다 했는데 이동 시간 고려해 보니 하나 끝나면 바로 입장해야 하는 스케쥴이라 전혀 여유가 없더라.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웠던 점이라면 <델리 6>를 상영했던 복사골 문화센터의 경우 공연장이라 음료를 들고 입장할 수 없었는데, 미리 공지가 잘 되어 있지 않은 탓에 1층에서 바로 입장전에 구입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약 1분만에 벌컥 들이키고 입장할 수 밖에는 없었다(얼음도 다 씹어먹었음 -_-;;)

굳은 날씨에도 좋은 영화들과의 만남은 계속된다!


*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싶었는데 비가 오는 탓에 카메라를 자유롭게 사용못한 점도 있고, 워낙에 이동하는데 시간에 쫓긴터라 윽;






작전명 발키리 : 블루레이 리뷰 (Valkyrie : Blu-ray Review)
http://dvdprime.paran.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797&master_id=11


영화도 물론 영화대로 재미있었지만, 오랜만에 스페셜피쳐의 덕을 톡톡히 보았던 타이틀. 강추.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번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블로거 입장으로 프레스 초대를 받은 것도 있고 지인의 영화가 상영되는 것도 있고 해서 유독 관심을 더 갖게 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금요일 하루 연차를 내어 참가하기로 결정한 뒤, 조금 늦었지만 부랴부랴 관람 스케쥴을 짜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프레스 카드를 발급받게 되면 영화 관람이 좀 더 자유롭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예전의 경험상 인기작들은 대부분 예매로 매진이 되거나 현장에서도 표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스케쥴을 짜면서 그냥 다 유료로 예매 및 결제를 마쳤네요. 뭐 영화제라 한 편 당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어 크게 부담이 되지 않기도 하고, 프레스카드만 믿고 있다가 못보거나 정말 좋지 않은 자리에서 영화를 관람하느니 티켓을 안전하게 구매하고 좀 더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는 편이 더 속이 편해서요 ^^;
일단 17일 금요일부터 19일 일요일까지 참석할 예정인데, 나중에라도 더 참석해서 많은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유리의 날 (Yuri’s Day) / 프리머스 소풍 8 / 2009년 07월 17일 (금) 14시

제가 이번 피판에서 처음 보기로 정한 영화는 러시아 영화 <유리의 날>입니다. 잡지를 통해 대략의 시놉시스만 읽어본 상태인데, 미스테리한 이야기라는 점이 끌렸습니다. 사실 이 시간대에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본래 이 영화가 아니라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피시 스토리>였는데, 나름 과감하게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네요.






 델리 6 (Delhi-6) / 복사골문화센터 / 2009년 07월 17일 (금) 17시

금요일 두 번째로 예매한 영화는 인도영화 <델리 6>입니다. 왠지 영화제라면 인도 영화 한 편은 봐줘야만 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요 전타임에 좀 복잡한 미스테리 영화를 보았으니 두 번째로는 행복한 발리우드 영화를 한 편 보고 싶었던 것도 있구요.






 내 이름은 브루스 (My Name Is Bruce) / 프리머스 소풍 8 / 2009년 07월 17일 (금) 20시

이 날 마지막으로 보게 될 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나름 기대작 중 하나였던 <내 이름은 브루스>입니다. 바로 그 <이블 데드>의 브루스 캠벨이죠 ㅎ 제목답게 이 영화는 브루스 캠벨이 배우 생활을 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이블 데드>의 출연진들도 등장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군요.







데드 스노우 (Dead Snow) / 부천시청 / 2009년 07월 18일 (토) 17시

토요일은 아쉽게도 한 작품 밖에는 못 볼 것 같네요. 이 날은 오전부터 일산으로 건너가 아이맥스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관람한 뒤 부지런히 이동해서 바로 이 좀비영화 <데드 스노우>를 볼 작정입니다. 노르웨이산 좀비영화인 이 영화는 리얼한 공포 장르라기 보다는 B급 정서가 담긴 유쾌한 영화일듯 싶은데, 의대생들과 좀비들의 한판 승부라니! 벌써부터 키득거리게 되는군요;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Good Night Sleep for The Bad) / CGV 부천 1 / 2009년 07월 19일 (일) 14시

일단 일요일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작품인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만 예매를 해 둔 상태입니다. 아마도 이후에 한 두 편을 더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친분이 있는지라 이후에 다른 분들과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확정이 안된터라 이후 작품들의 예매는 일단 보류상태네요. 상영 이후에는 관객과의 대화시간도 있을 예정입니다. 이후에 시간이 된다면 <영혼을 빌려 드립니다>를 보고 싶네요.





일단은 여기까지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있습니다.






리뷰할 거리가 계속 생긴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특히 나에게 극장에서 보는 영화 외에 집에서 혼자 즐기는 블루레이나 DVD 감상이 주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겠다.

또한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원고료를 받아가며 쓸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혜택이다. 평소 때 보다 더 많은 자료조사와 분석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일로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취미로서 접근하려는 것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한다.

만약 글 쓰는 일이 더 이상 재미도 없고 일로만 느껴진다면 그 때부터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말아야겠지.


* <이글 아이>는 극장에선 몰랐는데 감독과 스텝들이 숨겨진 노력이 상당한 영화더라. D.J. 카루소는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괴로운 영화이기도 했는데(너무 괴로워서 리뷰를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을 정도) 과연 블루레이로 다시 감상하고 글 다운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자랑 3종세트!  (35) 2009.09.08
2009.08.21 _ 잡담  (2) 2009.08.21
2009.07.05 _ 잡담  (4) 2009.07.06
소소한 나의 트위터 (Twitter) 이야기  (12) 2009.06.17
2009.06.09 _ 잡담  (4) 2009.06.09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올해로 13회를 맞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Puchon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 - 줄여서 PiFan)에 블로거 자격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PiFan 다음 홈페이지 하단에 보시면 (
http://events.movie.daum.net/special/pifan2009) 파워블로거의 현장스토리 라는 코너가 있는데, 여길 새로 고침 하시다보면 9명의 블로거 중에 저를 확인하실 수 있을 거에요 ;; 개인적으로 '파워블로거'라는 이름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만서도;;; ). 이번 피판의 경우 안그래도 관심이 갈 수 밖에는 없었던 영화제인 것이 하나는 지난해, 지지난해는 혼란스런 회사생활과 취업 관련으로 도통 시간을 내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조금 여유를 갖고 찾아볼 수 있게 되었고, 또 다른 하나는 제 지인 중 한 분이 이번 피판을 통해 감독으로서 입봉 작품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제 영화제이다 보니 평소에 상영관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아 기대되는 작품들이 여럿 있긴 하지만, 개인적 친분으로 인한 이유 때문에 바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클 수 밖에는 없었다는 것을 수줍게 고백해 봅니다. 그 작품은 바로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분에 초청된 작품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Good Nights Sleep for The Bad, 2009)>입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Good Nights Sleep for The Bad, 2009)

영화정보 18 ke  HD / C / Stereo
감독 권영철 
국가 Korea
제작년도 2009년
상영시간 85 분
카테고리 Feature/Fiction
프리미어 World Premiere


故 박광정씨와 정보석 씨가 출연하여 평단에 좋은 반응을 얻었었던 김태식 감독의 2007년작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의 조감독을 맡았던 권영철님의 작품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하기도 한 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을 받아 제작되어 이번 피판에서 처음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시놉시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딘가로 도망칠 수 있을까? 짐만 되는 가족이 원망스러운 윤성은 캐나다 이민이 무산되고 빚까지 지게 되자 친구인 종길, 영조에게 도움을 청한다. 은행강도로 돈을 마련한 윤성은 그러나 조여 오는 일상의 굴레에 점차 파멸로 치닫는다. 인생반전을 꿈꾸는 겁 없는 청춘들의 막장발버둥이 쓰디쓴 현실의 눈물 맛을 전해주는 액션 느와르 드라마.

- 자료제공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일단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렬한 영화제용 포스터가 썩 마음에 드네요. 피범벅이 된 두 주인공의 모습으로 연출된 포스터를 보니, 과연 이 두 주인공이 어쩌다 이렇게 종극까지 치닫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벌컥 생기는군요. 또한 영어 제목의 폰트나 'THE BAD'라는 문구가 마치 세르지오 레오네의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떠올리게도 하구요. 이 말이 얼마나 객관성을 갖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인의 영화가 아니었더라도 저 포스터는 분명 영화팬으로서 구미가 당길 만한 포스터였을 듯 하네요.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로는 김흥수씨를 비롯해 조안, 오태경, 서장원씨 등이 출연하고 있는데, 그 동안 TV나 몇몇 영화들을 통해 김흥수라는 배우가 보여주었던 캐릭터들이 솔직히 그리 와닿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스틸 컷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절박한' 눈빛은 그 동안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환경에 놓인 인물일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굳이 피를 뒤짚어 쓴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 눈빛에서 '절박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최근 <킹콩을 들다>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조안과 예전 TV드라마 <사춘기>와 영화 <알포인트> 등에 출연했던 오태경의 연기도 기대가 됩니다. 겁 없는 청춘들이 인생이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 답게 젋은 배우들의 연기도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되는 작품이 아닐 수 없겠네요.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런 스틸컷은 확실히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장면이네요!)


지인임을 떠나서 신인 감독으로서 얼마나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는 영화일지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는 이번 피판에서 2회 상영될 예정입니다. 7월 19일(일) 2시 상영과 23일(목) 역시 2시에 상영될 예정인데, 두 번 모두 영화가 끝난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저는 일요일 참석하여 영화도 보고 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자세한 스케쥴은 영화제 홈페이지의 정보를 참고해주세요 http://www.pifan.com/program/program_view.asp?pk_seq=97&sc_category_seq=7&sc_num=1&actEvent=view)


추후에 영화를 관람한 뒤 좀 더 자세한 리뷰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피판을 찾는 영화팬 여러분들께서도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있습니다.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2009)
감독 : 데이빗 예이츠
주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각본 : 스티브 클로비스, J.K.롤링 원작
음악 : 니콜라스 후퍼
촬영 : 브루노 델보넬
장르 : 판타지/모험/미스테리
정보 : 미국, 영국 / 153분 / 전체 관람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벌써 6탄이군요;;)인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가 이른 여름 극장가를 찾습니다. 점점 커져가는 아이들만큼이나 종극으로 치닫고 있는 해리 포터 시리즈는, 개인적으로는 좀 더 심각해질 수록 마음에 드는 것 같더군요;; 역시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긴 하지만 해리포터라는 네임벨류 덕에 흥행에는 큰 문제가 없을 듯 하네요.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부분 3D 포맷으로 상영될 예정입니다. 일치감치 아이맥스 3D로 예매를 해두었습니다.











차우 (Chaw, 2009)
감독 : 신정원
주연 :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윤제문
각본 :
음악 :
촬영 :
장르 : 공포/모험/코미디
정보 : 한국 / 121분 / 12세 관람가

'괴수 어드벤처'라 홍보되고 있는 <차우>는 처음 예고편이나 분위기를 접했을 때만해도 진짜 '리얼 괴수 어드벤처'인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시사회를 통해 보신 분들의 평들에 따르자면, 리얼한 장르영화라기 보다는 오히려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인듯 싶네요. 그런데 예고편과 포스터 등에서는 전혀 이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관계로 많이들 낚이실듯 싶습니다. 연출을 맡은 신정원 감독의 전작들이 <낭만자객> <시실리 2km>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어느 정도 분위기를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되네요. 정통 괴수 어드벤처가 아니라서 조금 김이 빠진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보러갑니다. 디지털로도 상영되네요.







해피 플라이트 (A Happy Flight, 2008)
감독 : 야구치 시노부
주연 : 아야세 하루카, 다나베 세이이치, 후키이시 카즈에
각본 : 야구치 시노부
음악 :
촬영 :
장르 : 드라마/코미디
정보 : 일본 / 102분 / 12세 관람가

아야세 하루카 주연의 코미디 영화 <해피 플라이트>도 이번 주에 개봉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야세 하루카의 팬이 아니라서 그녀 때문에 보게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이거 감독이 야구치 시노부군요! 야구치 시노부가 연출했다면 그의 팬으로서는 꼭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잘 알다시피 <스윙 걸즈>와 <워터 보이즈>를 연출한 야구치 시노부 감독! 그의 웃음 코드라면 언제라도 웃어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ㅎ









이 밖에 <도라에몽 - 진구의 공룡대탐험>과 전무송, 박찬민 주연의 우리 영화 <아부지>도 이번 주 개봉 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주 시작되는 부천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라 더욱 바쁜 한 주가 될 것 같네요.

이번 한 주도 즐거운 영화관람 되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각 제작사에 있습니다.




ⓒ Lionsgate. All rights reserved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My Bloody Valentine 4-D, 2009)
4D로 즐기는 진짜 공포


<블러디 발렌타인>을 보게 된 거의 유일한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3D도 아니고 3D 아이맥스도 아닌, 무려 디지털 4D로 국내 상영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맥스 3D의 경우만 해도 <베오울프>나 <폴라 익스프레스>등을 통해 극장에서 영화와는 별개로 만족스러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4D라 하면 과연 어디까지 체험할 수 있을지가 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가장 큰 궁금증이자 기대를 갖게 하는 점이었다. 4D라고 하면 극장용 장편 영화는 아니지만 놀이공원 등에서 비슷한 포맷의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화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는 것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이런 영상들은 영화라기보다는 놀이공원에 걸맞게 체험에 포커스가 맞춰진 영상들이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재미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예전에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개썰매의 꽁무니를 낮은 시점에서 쫓아다니는 것, 레프팅, 롤러코스터 등등 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일반 장편 영화가 무려 4D로 개봉한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외 포스터를 보니 기본적으로는 입체포맷인 3D로 제작되고 홍보되는 듯 했는데, 국내에서는 상암 CGV의 스마트 플렉스 관을 통해 디지털 4D로 관람할 수 있었다.


ⓒ Lionsgate. All rights reserved


4D라는 포맷답게 가격도 무려 1인 15,000원(참고로 3D 아이맥스로 개봉예정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역시 15,000원이다).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가격이 크게 비싸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정도로 4D라는 관람환경은 영화 관람의 색다른 환경을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었다. 특히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는 점에서 이 효과는 더욱 극대화 되지 않았나 싶다. 극장을 들어서자 마자 뭔가 일반 극장과는 다른 장치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사이키 조명도 있었고, 놀이공원에서나 볼법한 좌석 배치와 의자 머리 받이의 앞뒤로 알 수 없는 구멍들, 상영관 좌우측 벽에는 대형 선풍기 같은 것도 있었고, 맨 앞에도 뭔가 장치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관객들이 '도대체 4D는 어떤걸까?'라고 미처 궁금해하기도 전에 좌석이 미칠듯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처음 놀이기구를 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좌우 상하로 제법 격(?)하게 움직이는 의자는 일단 관객들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오게 했다(전체적으로 일반 영화와 놀이공원 그 중간 쯤에 반응들이 극장에서 터져나왔다). 그리고는 피가 튀는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스팀! 바로 의자 머리 받이의 알 수 없는 구멍들은 이 스팀을 위한 것이었다. 뒤에서도 역시 장면에 따라 분출되었는데 이것이 단순히 바람이 아니라 말그대로 스팀이라 차가운 느낌과 더불어 약간의 물기를 느낄 수도 있었다.



ⓒ Lionsgate. All rights reserved


영화 속 살인마의 주 무기는 바로 곡괭이 인데, 이 곡괭이로 피해자들의 신체를 사정없이 내려 칠 때마다 마치 내 얼굴을 내려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스팀효과가 동반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살인마에 쫓겨 급하게 도망갈 때는 내가 뛰어가는 듯이 좌석이 요동치고, 피가 튈 때 역시 내 얼굴에 피가 튀는 것처럼 스팀이 얼굴에 분사된다(걱정할 정도로 물기가 남거나 하진 않는다. 그냥 차가운 바람이 찰삭 하는 정도의 느낌. 그런데 장면이 피가 튀는 장면이라 그런지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ㅎ).

그리고 초반 주인공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 속 플래쉬에 맞춰 극장에도 사이키 조명이 반짝 한다. 그리고 후반 교통사고가 나서 차에서 연기가 피어 오를 때는 극장 안에도 연기가 피어오른다(그런데 이건 실제로 관객 중 일부는 거의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만큼 극에 몰입해 있었다는 증거). 그리고 스팀 외에 전체적으로 바람이 부는 장면에서는 상영관 천정과 벽에 장치된 대형 선풍기를 통해 바람을 느낄 수도 있었다(이건 정말 좀 리얼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01분인데, 한 60분 정도는 각종 효과를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과한 감이 없이 적당한 수준이었으며, 필요없는 요동이나 효과도 거의 없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듯 했다. 4D관람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D-BOX 의자에 앉아 블루레이를 관람하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D-BOX보다는 약간 부족한 움직임이지만(움직임 자체가 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장면과의 연관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다양한 효과가 더해져 임팩트는 더 큰 경우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듯 하다.


ⓒ Lionsgate. All rights reserved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4D'라는 관람 환경이 빛을 발했던 더 큰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는 점이었다. <블러디 발렌타인>은 제법 고어한 장면들도 많이 나오고 잔인한 신체 회손 장면들도 많이 나오는 등 그냥 일반 포맷으로 관람하여도 눈뜨고 보기 쉽지 않은 장면들이 나오는 영화이기도 한데, 여기에 4D라는 방식이 더해지면서 이 영화 속 공포를 좀 더 관객의 입장에서 실감나게 받아들이는데 큰 효과를 주고 있다. 실제로 공포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관람하였지만 이렇게 극장 내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공포에 넘쳐났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관객들이 그저 눈을 가리거나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정도가 아니라, '무서워...'라고 소리내어 이야기하는 관객들도 많았으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어떻하면 좋을지 몰라 반응하는 관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일반적인 공포 영화 같은 경우 아무리 무서워도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일텐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극장의 분위기는 마치 놀이기구처럼 안전바가 있어서 나갈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빨리 탈출하고 싶은데 못나가는 듯한 힘겨움마저 느껴졌다 ^^;

반대로 말해서 과연 이 영화를 일반 포맷이나 더 나아가 3D로 관람했더라도 이 정도의 감흥이 있었을까 싶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저 의자가 좀 움직이고 바람 좀 나오는 것 뿐인데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의문을 갖을 수도 있겠는데, 막상 체험을 해보면(이건 관람이라기 보다는 분명 '체험'이다)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포 영화를 많이 본 이들을 공포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영화적 장치들에 익숙할 텐데, 예를 들면 카메라의 시점이 극중 인물의 시점과 동일하게 설정되어 마치 자신의 얼굴을 향해 공격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앵글은 어쩌면 너무 전형적이라 자주 접한 이들이라면 크게 무섭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같이 전형적인 것들을 '4D'라는 환경이 보완해주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고어한 표현을 더해가며 날카로운 것들이 얼굴과 신체 여기저기를 뚫고 나오는 회손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4D로 관람하다보면 단순히 잔인해서 무서운 것을 넘어서서 실제 내 눈을, 몸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진짜로) 든다(완전히 진짜 같다라고 하면 오버겠지만, 진짜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


ⓒ Lionsgate. All rights reserved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4D가 예상외로 너무 허접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작품 자체가 너무 싱거우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호러 영화로서 나쁘지 않은 이야기와 줄거리를 갖고 있고, 장면 장면도 18세관람가의 호러영화에 어울리는 장면들이 많아 이야기에도 조금은 집중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블러디 발렌타인>을 만약 보려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디지털 4D로 관람하길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그냥 3D로만 관람한다해도 별로 큰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만약 이 영화가 다른 관람환경을 지원하지 않는 영화였다면 모르겠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면, 그리고 어차피 볼 것이라면 꼭 어렵더라도 4D관람만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다.


1. 고어한 장면들의 수위도 제법이지만, 일부 노출 장면이 수위도 상당(?)했는데, 이런건 어떻게 한 번에 심의를 깔끔하게 통과했는지가 또 의문이네요ㅎ

2.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오며 다른 좌석들을 둘러봤는데, 실제로 많이들 놀라 팝콘등을 많이 놓쳐버린 모양이더라구요. 여기저기에 널부러져있는 팝콘의 잔해들이...(실제로 영화보기전에 농담으로 '이거 혹시 '웰컴투 동막골'의 한 장면 연출되는건 아니겠지? ㅎ'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었는데 말이죠ㅋ)

3. 주인공을 맡은 잰슨 애클스는 미드 <슈퍼 내츄럴>로 더 유명한 배우인데, 재미있는건 슈퍼 내츄럴과 이 영화 속 코디가 같은지, 후드티를 자켓 속에 껴입는 모습마저 닮았더군요 ㅎ

4.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건 3D용 입체안경의 사이즈가 아이맥스용 안경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라 안경을 쓰는 저 같은 경우, 안경 위에 입체 안경을 고정시키기가 여간 골치아픈 일이 아니더군요. 더군다나 의자가 요동치는 터라 단단히 고정해야 되는데 초반에 고생을 좀 했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Lionsgate에 있습니다.






ⓒ 반두비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반두비 (Bandhobi, 2009)
제발 좀 마음을 열어


지난해 평단에서 최고의 한국영화로 꼽힌 <나의 친구 그의 아내>를 연출했던 신동일 감독의 신작 <반두비>는 <나의 친구 그의 아내>를 보지 못했음에도 분명 기대작이었다 (이 영화를 보았다면 좀 더 폭 넓은 리뷰를 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다른 이들에게도 기대작이었는지, 이 영화는 개봉전 부터 영화 내적 외적인 이유들로 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영화가 갖고 있는 정치적인 메시지 혹은 장면들 때문이기도 했고, 그로 인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청소년 관람불가로 등급 판정이 나게 된 것도 또 한번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논란에 대한 이야기들은 차차 하기로 하고 영화 자체에 대한 얘기만 풀어보자면, <반두비>는 상당히 진부하리만큼 평범하고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가지고, 사회적인 문제에 무관심하지 않은 자세로 가능한 객관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한 의미있는 영화였다. 잘 생각해보면 <반두비>가 정치적이다 혹은 사회적이라고 평가 받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아직은 미성숙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하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반두비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포스터나 알려진 시놉시스를 통해 대충 유추할 수 있는 영화의 줄거리는, 외국인 노동자와 소녀와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로, 아마도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한국사회에 잘못된 시선들에 대한 지적과 이를 뛰어넘어 순수하게 우정으로 대하는 소녀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겠구나 생각할 수 있는데, 일단 여기서 크게 벗어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만, 신동일 감독은 여기에 본질적으로 우리가 흔히 잊고 있었던 중요한 메시지를 빼놓지 않는 동시에, 말그대로 사회적인 공기를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 양면적이면서도 결국은 하나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카림은 우리가 TV나 뉴스를 통해 접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는 열심히 일했지만 일부러 부도를 내고 잠적한 사장 탓에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고, 이 임금을 받기 위해 사장의 집을 수소문 하는 중이다.  한 편 여고생 민서는 또래 친구들이 다 다니는 영어 학원에 다니고 싶어하지만, 가정 사정이 그리 넉넉치는 않은 평범한 소녀다. 민서의 엄마는 무능력한 남자와 동거중이고 결혼할 예정이라지만 진희는 이 남자를 아버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민서라는 소녀의 상황이 조금 특별한 것은 있지만 또래 친구들에 비해 유별나다고 할 정도는 아닐텐데, 이런 민서가 우연한 기회에 카림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더 넓은 세계로 전개된다.


ⓒ 반두비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카림과 민서가 아주 특별하다거나 깨어있는 인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영화 초반 이 둘의 첫 만남을 통해 알 수 있다. 민서는 카림이 버스에 흘리고간 지갑을 카림에게 찾았노라 알려주지 않고 그냥 돈을 훔칠 셈이다. 민서가 지갑을 가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 카림 역시 다가가서 지갑을 돌려달라고 말하는 대신 바로 쫓아가 가방을 빼았아 지갑을 찾고나서는 경찰서로 가자고 한다. 이 첫 만남을 통해 알 수 있는건 민서는 본래부터 외국인에 대해 거리낌이 없거나 특별히 차별하지 않는 소녀도 아니었고, 카림 역시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들에게는 역시 호의적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둘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게 되면서 딱딱했던 첫 만남과는 달리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카림은 임금을 주지 않은 사장의 집을 함께 찾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민서는 불편한 집을 나와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 줄 친구가 없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는데 어찌보면 이 둘이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처음 가까워 지게 된 것을 문제 삼을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접근 방식이었다고 생각된다. 만약 애초부터 편견없던 사람들이 만나 순수하게 서로를 돕고 관계를 이어가는 이야기였다면 오히려 판타지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반두비>는 촛불소녀로 흔히들 상징되는 민서의 성장영화이며, 민서의 성장을 통해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가 잘 담겨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리뷰에서 민서를 촛불소녀로 지칭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진희에게서 '촛불'을 지워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촛불 소녀로 볼 수 있는 몇가지 요소들은 어쩌면 부가적인 것이며 주가 되는 것은 역시 카림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하는 소녀의 올바른 성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 반두비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민서가 여고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서의 행동에 거침이 없는 것은 다르게도 해석될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보자면 마음에 들지 않는 엄마에 대한 반항에 근거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돈이 없어서 카림과,  엄마가 일하는 노래방에 놀러 간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엄마에게 보란 듯이 '나 외국인 친구랑 놀러왔어' 라고 얘기하고 싶은 투정도 있는 것이다. 친구들 다하는 원어민 영어학원비를 벌기 위해 주유소에서도 일하고, 가불이 안되자 주유소 사장 아들에게 기름을 뿌리는 한편,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윤락업소에 취직하는 것들을 분명 좋게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쉽게 말해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다 설명되기에는 부족한 잘못된 행동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어쩌면 굳이 민서의 이런 행동들을 보여준다. 이런 행동들을 삽입한 감독의 의도는 마지막 장면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데, 감독은 원칙적으로 민서라는 캐릭터의 성장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약간은 과장되어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민서에게 부여했던 것이다.


잠시 카림의 이야기로 넘어와서, 카림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힘든 한국생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는 특별히 표현하지 않지만(가끔 표현하기도 하지만), 자신들보다 후진국에서 온 피부색이 다른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며, 카림 자신도 한국인들에게 이런 부당함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냥 인정할 수 밖에는 없음을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이 영화는 아주 단적으로 한국인이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오류를 보여주고 있는데, 영어 강사와 카림이 대화하는 장면이 바로 그 장면이다. 둘 다 똑같은 이방인이지만 미국인인 영어 강사는 한국 생활을 즐기기까지 하는 반면 카림의 한국 생활은 하루하루 힘든 나날일 뿐이다. 민서 역시 이 장면에서는 오류를 범하고 마는데 나중에 카림이 무슨 얘기였는지를 알려주고 난 다음에야 '마법의 손'을 사용해 이를 응징한다. 민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이렇게 다른 외적인 조건들을 따지지 않고 부당한 것에는 부당하다고 응징할 수 있는 순수한 용기에서도 알 수 있다. 민서에게 영어 강사는 미국인이라서 혹은 그 이후에 겪게 될지도 모를 어려움들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어른들의 계산'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반두비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반두비>가 외국인 노동자를 그리는 방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면 이들을 외국인이라는 조건 이전에 '인간'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영화에는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등장하는 영화들에서는 굳이 등장하지 않았던 소소한 장면묘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영화를 평가하면서 '그 장면에 의미는 무엇이냐?' 혹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냐?'라고 묻게 되는 일도 발생하게 되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장면들에 주인공이 한국인이었다면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 장면들인 경우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단적인 예로 카림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민서는 윤락업소에서 배운대로 카림에게 위로(?)를 해주려고 하는데, 카림은 이 순수한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영화는 집에서 잠들기 전 자위를 하는 카림의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이 장면에 주인공이 카림이 아니라 한국인이었다면 크게 의도를 궁금해 하지 않았을 장면이었겠지만, 그가 우리와는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카림의 성욕에 대해 복잡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여기서 만약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면 바로 이런 시선을 역으로 노린 것이라고 해야겠다. 


관객들은 무의식 적으로 이 둘의 관계를 볼 때, 민서와 카림으로 보지 않고, 여고생과 외국인으로 보게 되는데, 쉽게 말해 카림이 아니었다면 아름다운 로맨스로 기억될 장면들이 카림이어서 무언가 다른 시각으로(불편한 시각) 보게 된다는 점이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일부러 카림 역할의 배우에 미남을 캐스팅했다고 했는데, 보는 관객들이 이 둘의 로맨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대로 받아들인 이들에게도 의미가 있었지만, 불편하게 받아들인 관객들에게도 '내가 여기서 불편해 할 이유가 사실 없다'라는 점을 새삼 깨우치게 해주는 의미있는 장면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 반두비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가 객관적으로 느껴졌던 것 가운데 중요한 포인트는 민서의 엄마와 그 애인에 대한 묘사였다. 더 뻔하게 몰고 갈려고 했다면 엄마의 애인은 폭력적이기까지 하고 그저 나쁘기만한 존재, 엄마 역시 민서에게는 무관심하고 집안은 돌보지 않는 존재로 그려졌을 테지만, <반두비>에 등장하는 이 두 인물의 묘사는 굉장히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엄마의 애인의 행동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쁘다라는 생각보다는 불쌍하다는 생각과 정말 엄마를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어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능력한 존재이기 때문에 민서의 막말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취직을 하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민서를 무시하거나 할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런 감독의 묘사는 영화의 마지막 카림을 불법체류자로 신고한 이들의 행동에 크게 화가나기 보다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에서 행한 일이라고 이해하게 되기에 이른다. 만약 지금까지는 상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진행되던 영화가 막판에 가족이 모두 카림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넷이서 잘 살게 된다로 끝나게 된다면 그야말로 쌩뚱맞은 판타지가 되었을 것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성폭행 범죄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사회 현실을 돌이켜 보았을 때 부모의 이런 조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 카림과 실제로 결혼하지 못한(않은) 민서의 현실도 오히려 현실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민서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카림을 위해 고향과 풍경이 비슷한 바닷가로 데려가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무척이나 상징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닷가를 찾아 간 것이지만 '썰물인가?'하는 민서의 대사처럼 바닷물은 하나도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카림은 민서가 못 알아듣게 자신의 언어로 크게 소리친다. '이럴려고 한국에 온 건 아니잖아!'라며. 이 대사와 이 공간의 의미는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진다. 민서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바닷물이 빠져나간 곳이었던 것처럼, 카림에겐 한국이란 나라도 사실 기대와는 달랐던 허탈함 만이 남는 공간이었달까.



ⓒ 반두비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반두비>에는 '마음을 열어'라는 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의 줄거리를 비춰보았을 때 '마음을 열어'란 문구는 굉장히 진부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나 역시 리뷰의 부제목으로 '제발' 까지 붙여가며 이 문구를 사용한 이유는, 아직까지도 진부하지만 마음을 여는 것이 더 필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단계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기본 줄거리를 가지고 좀 더 복잡하거나 좀 더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냈을 수도 충분히 있었겠지만, 어쩌면 모범 정답 같은 메시지를 포인트로 삼은 이유는, 감독 역시 아직까지는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외국인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큼 당연한 논재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을 피부색이나 그 나라의 경제사정이 아니라 인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또한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서양인과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또한 존재하고 있다. 차라리 피부색이 다른 인종이라 좀 무서워서 꺼려진다면 그건 이해하겠다. 하지만 서양인은 선호하고 동남아시아인은 무시하는건 도대체 어떤 근거인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별로 정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씁쓸한 뒷 맛이 느껴졌다. 감독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거의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이슈를 끄집어내서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인터넷이며 뉴스며 다들 얘기하는걸 영화에서 살짝 언급했을 뿐인데, 정치적이다라고 여겨지고 몰아가는 분위기는 분명 씁쓸한 것이었다. 물론 반대로 생각해서, 이렇게 영화에서 평소에 하는 얘기를 거리낌없이 시원하게 해줘서 통쾌한 점은 있었다. 너무 현실적이라 정치적이라는 것은 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를 한탄하며 술이 취한 아저씨가 나라를 욕하면서 '대통령님의 정책이 잘못 되신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라고 얘기할리 없지 않은가. 그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설치류를 언급해가며 욕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한우 장조림 먹고 싶어'라는 대사를 반복한 건 분명 의도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냥 장조림도 아니고 '한우' 장조림이었으니 말이다. 마지막에 민서가 임금을 주지 않은 사장집에 쳐들어가 모 신문을 보고서는 '이딴 거나 보니까 그러고 살지'라는 식으로 얘기할 때는 나도 모르게 박수까지 칠뻔할 정도였다. '만수야~' 할 때도 그랬고.



ⓒ 반두비제작위원회. All rights reserved


<반두비>가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될 이유는 아마도 마지막 장면 때문일 것이다. 이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다. 결국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카림은 결국 불법체류자가 되어 한국을 떠났고, 민서는 학교를 관두고 사회인이 되었으며(민서가 영화에 첫등장한 장면이 학생으로서 교문 앞을 내려오는 장면이었음을 떠올려 보자면, 학교를 자퇴하고나서 교문 앞을 내려오는 장면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겠다), 티격태격하던 부모와는 그대로 잘 살고 있다. 결국 부당한 사회는 바뀌지 않았고 바뀐 것은 민서라는 존재 뿐이다. 이런 점은 민서가 혼자 방글라데시 음식점을 찾아가 그들의 방식대로 손으로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장면이 씁쓸했던 이유는 결국 밥을 먹고 있는 건 민서 혼자라는 점과 한참이나 계속되는 식사 장면처럼 한참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지도 모를 사회의 편견들이 떠올라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1. 마지막 장면에 신동일 감독님이 까메오로 등장하는데, 극장에서는 저만 혼자 알아보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알아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거에요 ^^;

2. 크라잉 넛에 룩셈부르크 가사가 이렇게 잘 들렸던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전쟁을 많이하는 아메리카'

3. 15세 관람가였다면 감독의 의도대로 더 많은 청소년들이 편견없이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4. <반두비>에 반대세력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성폭행 당했던 피해자 모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절대 성폭행범을 옹호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영화 속 등장하는 그들은 가해자도 아니구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반두비제작위원회에 있습니다.







영화 티켓을 본격적으로 모은지도 제법 된 것 같네요. 사실 더 예전부터 모았어야 했는데 '확' 모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장 한장 소중히 모으게 된지는 10년이 조금 안된 것 같네요(햇수로는 그런데 처음 모을 때는 지금처럼 전부 모은게 아니라서, 그리고 분실한 것도 있어서 윽;;;)

지난 번 포스팅도 한 번 한 적이 있지만, 저는 영화 티켓이 영수증으로 대체되고 있는 이 21세기에 티켓을 한장 한장 모으고 있는 영화 팬입니다.

영화 티켓을 보며 스치는 추억들

팜플렛까지 모았다면 정말 더 좋았으련만 (이건 매번 고민하는 문제인데, 늦었다고 생각되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걸 잘 알면서도 그래도 늦었다라는 생각이 들곤 해서 말이죠;;), 티켓만 모으는 것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는데 최근 이런 저에게 어려움이 하나 닥치고야 말았습니다.

티켓을 모으는 방식을 살짝 설명드리자면 위 사진이나 이전 포스팅에 잘 나와있는 것처럼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티켓북에 티켓을 고이 껴어 넣는 방식으로 보관하고 있는데, 지난 포스팅에 잘 나타나고 있지만 이럴 경우 시간이 오래 지나게 되면 티켓에 인쇄된 영화 제목 및 글자들이 흐려지거나 아예 지워져버리게 된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 하지만 이를 어여삐 생각한 모 회사가 있었던지, 티켓 사이즈에 맞게 투명하게 부착할 수 있는 보호필름이 있어서, 보호필름을 사용하게 된 이후로는 이런 걱정도 덜 수 있었거든요.


(보호필름을 붙이면 대략 이런 모습입니다. 본래는 티켓과 동일한 사이즈인데 저는 좀 더 필름을 아끼기 위해 반으로 잘라 제목이 나온 부분만 보호하고 두 번씩 사용하곤 했었죠.)


그런데, 사용하던 보호필름을 다 써서 들렀던 근처 문구점(여기서 문구점이란 문방구 말고 왜 그런거 있잖아요, 천삼백k, 텐by10 등등)에 가보았는데 물건이 다 떨어졌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어차피 많지는 않았으니 그런가 보다하고 다른 날 다시 다른 매장을 찾았었는데, 그쪽에서는 점원이 이제 안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없나보다 하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구매해야겠다해서 여기저기 다 뒤져봤는데 아예 db자체가 다 삭제되어 버렸더군요. 티켓을 보관할 수 있는 티켓 북 종류도 배로 줄었고, 보호 필름은 정말 찾아지지가 않더라구요(제발 '찾아지지 않은것'이길 바랄 뿐입니다. 아직도 판매하는 곳을 아시는 분은 제발 제보를!).

그런데 그냥 불만이 터져나왔다기 보다는, 그냥 좀 쓸쓸하더군요. 그리고 그간 티켓 북이나 보호필름을 만들어 판매하던 업체가 '가엽게' 여겨지기 까지 했구요; 크게 보면 요즘 극장에서 영화보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예전 만큼 많지도 않을 뿐더러, 그 가운데 영화 티켓을 모으는 이들은 정말 극소수이고, 그 가운데 보호필름을 굳이 추가구매하려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일테니까요. 장사는 장사인데, 자선사업도 아니고 제가 사장이라면 이런 아이템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거에요.



(보호 필름을 잃고 아직 티켓북에 보관되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는 수많은 티켓들. 차선책이라도 사용해야.)


영화 티켓 가격도 오르고 (얼마전 해리포터 아이맥스 3D를 주말로 2장 예매했는데, 가격이 무려 3만원!!!), 관련 시장들이 어렵다보니 이런 소소한 부가 상품에 대해서는 뭐라 얘기할 거리도 못되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쉬운 부분이라 조금 끄적여 보았습니다.

결국 보호필름 없이 보관하게 되면 당췌 내가 예전에 무슨 영화를 보았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지워지는 일들을 이미 겪었었기 때문에, 번거롭기는 하지만 대형 스카치테이프를 일일이 잘라내어 붙여 보관할 생각입니다(생각만 해도 눈물이 ㅠ).

이건 보호필름을 제공하라! 판매를 지속해라! 라는 글이 아니에요.
그냥 그럴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의 씁쓸함에 나즈막히 읖조리는 것 뿐이죠.












세비지 그레이스 (Savage Grace, 2007)
감독 : 톰 칼린
주연 : 줄리안 무어, 스티브 딜레인, 에디 레드메인
각본 : Steven M.L. Aronson 원작 / Howard A. Rodman
편집 : John F. Lyons
촬영 : Juan Miguel Azpiroz
장르 : 드라마
정보 : 미국, 스페인 / 97분 / 18세이상 관람가

영화 소개글에 보면 '미국 상류층의 충격실화가 밝혀진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문구를 보고 나니 역시 줄리안 무어가 출연했었던 <파 프롬 헤븐>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감독인 톰 칼린은 1996년작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를 제작하였고 97년에는 <오피스 킬러>라는 작품의 각본을 맡기도 했는데, 퀴어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인 것 같습니다. 시사회를 통해 본 지인들의 평에 따르면 큰 임팩트가 있는 영화는 아닌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줄리안 무어의 워낙 팬이라 뭐 무조건 보게 될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왠지 <레볼루셔너리 로드>와 비슷한 찜찜함을 느낄 것 같은 예감도 좀 들고. 여튼 줄리안 무어 때문에 보긴 봐야겠습니다!









레인 (Let It Rain, 2008)
감독 : 아네스 자우이
주연 : 자멜 드부즈, 아네스 자우이, 장-피에르 바크리
각본 : 아네스 자우이, 장-피에르 바크리
편집 : 프랑수아 제디지에
촬영 : David Quesemand
장르 : 드라마/코미디
정보 : 프랑스 / 98분 / 15세이상 관람가

<타인의 취향>의 그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건 뭐 <타인의 취향>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네요. <타인의 취향>은 몇달 전 재 개봉하여 다시 한번 좋은 반응을 얻었었는데, 이번 아네스 자우이의 신작도 연장선에서 팬들의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킬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네스 자우이의 작품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 기대는 덜 되지만,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 예상되네요.











아더와 미니모이
(Arthur And The Minimoys, Arthur Et Les Minimoys, 2006)
감독 : 뤽 베송
주연 : 프레디 하이모어, 미아 패로우
각본 : 뤽 배송
음악 : 에릭 세라
촬영 : 티에리 아보가스트
장르 : 판타지/가족/애니메이션
정보 : 프랑스, 미국 / 102분 / 전체 관람가

국내에 주로 사용되는 포스터는 프레디 하이모어가 등장한 포스터인데 굳이 왼편과 같은 포스터를 사용한 이유는 많은 분들이 실사 판타지 영화로 낚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프레디 하이모어는 초반 10분 정도만 실사로 등장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러닝 타임은 애니메이션으로 이뤄지는 영화라고 하더군요. 즉 프레디 하이모어를 비롯해 출연하는 연기자들은 목소리 연기를 주로 하는 것이 되구요. 부제가 '비밀 원정대의 출정'이던데 오히려 부제가 너무 뻔해서 흥미를 잃게 만드는 부분도 있는 것 같네요.







오감도 (2009)
감독 : 허진호, 변혁, 오기환, 민규동, 유영식
주연 : 장혁, 차현정, 김강우, 차수연, 배종옥, 김수로, 김민선,
         엄정화, 이시영, 김효진, 신세경
각본 :
음악 :
촬영 :
장르 : 멜로/로맨스
정보 : 한국 / 분 / 18세이상 관람가

5명의 감독이 에로스라는 주제로 각각의 작품을 담은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오감도>가 이번 주 개봉합니다. 상당히 파격적인 포스터가 공개되기도 했었는데, 출연하는 배우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포스터 만큼의 파격성이 실제 작품에서도 드러날까 하는 의구심은 갖게 되네요. 배우들도 나쁘지 않고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감독들도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어떤 결과물일지, 감독마다 호불호의 차이가 얼마나 날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기도 합니다.









이번 주는 개인적으로 <세비지 그레이스>만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오히려 시간이 된다면 요 근래 챙겨보지 못했던 <로나의 침묵>이나 <요시노 이발관>을 볼까 생각중입니다. <반두비>는 다행히 보았네요 ^^; (리뷰 예정~)

이번 한 주도 즐거운 영화 관람 되시길 바랍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각 제작사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