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이 꿈꾸던 만주 웨스턴

김지운 감독의 2008년 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하 놈놈놈)'은 작품성이나 흥행여부를 떠나서 일단 지난해 최고의 기대작이자 화제작이었다. 지난 해는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감독들의 신작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던 한 해였는데,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 이전에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선을 보이게 된 것이 바로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이었다. 물론 '놈놈놈'이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난해 최대 기대작에 꼽혔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를 들자면 하나는 캐스팅이요 다른 하나는 장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의 캐스팅은 이 세 명의 남자배우를 한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팬들로서 흥분되는 것이 사실이었고, 한국영화에서는 (적어도 근래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웨스턴 장르라는 점에서 어쩌면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미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듯이 감독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웨스턴 영화를 '가능하겠구나'라고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이만희 감독의 1971년 작 '쇠사슬을 끊어라'였다. 만주를 배경으로 한 이만희 감독의 웨스턴 영화를 보고서 김지운 감독은 캐릭터가 중심이 된 웨스턴 영화를 구상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우리 영화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이른바 '때깔' 좋은 영상을 만들어냈다.




사실 개봉 당시 기대가 너무나 컸던 탓인지 짜임새나 완성도 면에서 기대치는 못 미친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당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세르지오 레오네의 회고전이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뒤라 더더욱 레오네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석양의 무법자)'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고 ('놈놈놈'이라는 제목 뿐만 아니라 레오네의 다른 작품인 '석양의 건맨'을 오마주하는 듯한 장면들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오마주인지 패러디인지 설정만 가져다가 쓰는 것인지 모호한 장면들이 많아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기대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블루레이에 담긴 서플먼트를 통해 김지운 감독의 의도에 대해 듣고 나니,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김지운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캐릭터'와 '오락영화'라는 점이었다. 확실히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그리 꼼꼼한 편은 아니다. 감독 스스로가 '말이 안되고'라고 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딴 얘기를 했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을 듣고 조금 놀랍기까지 했는데, 말이 안 되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그냥 작품을 내놓은 것은, 감독의 의도는 내러티브를 통한 치밀 함이나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 그리고 장면들을 구현하는 데에 더 노력한 오락영화적인 측면에 포커스를 두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확실히 '놈놈놈'이 주는 영화적 쾌감은 한국영화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정우성 같이 멋지게 생긴 배우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코트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장총을 한 손으로 돌려가며 쏘는 장면은, 어쩌면 '놈놈놈'의 가장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이런 장면을 배경으로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의 경쾌한 리듬마저 흐르니 그야말로 '희열'이다!). 아마도 송강호 만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몸 개그와 언어 유희가 더해진) 태구라는 캐릭터는 반대로 송강호가 아니더라도 상당히 매력적이었을 '이상한 놈'이었으며, '나쁜 놈' 창이는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연기 변신이 더해지면서 좀 더 그럴싸한 캐릭터가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깊이가 아쉬웠던 캐릭터 역시 창이였다. 굳이 리 반 클리프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지금까지 거의 같은 장르의 영화를 두 번 만들지 않았던 김지운 감독에게 '놈놈놈'은 분명 웨스턴이라는 꿈꾸던 장르의 실험이자 도전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런 감독과 스텝들의 도전과 꿈이 영화에 100% 반영, 아니 관객에게 100%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도전의 과정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었던 블루레이 혹은 DVD 감상이 더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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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 틱한 색감과 3D로 구현된 인트로 영상은 높은 해상도로 단번에 눈을 사로 잡는다. 메뉴 네비게이션은 우측 하단에 나침반 이미지와 함께 구현되고 있는데 하나 아쉬운 점은, 넓은 여유 공간에 비해 폰트의 크기가 작은 편이라 멀리서는 일일이 메뉴의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좀 더 시원한 폰트와 크기로 구현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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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블루레이가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은 개봉 전 HD급 예고편에서부터 시작된 화질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스크린 샷을 보시다시피 상당히 우수한 화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클로즈업 장면에서 배우들의 피부를 통해 확인되는 표현력은 블루레이의 우수한 화질을 그야말로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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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시리즈의 모피어스 역할을 맡은 로렌스 피쉬번의 피부가 한 때 DVD와 블루레이의 화질을 가늠할 만한 척도로 사용되었던 점을 떠올려보자면, 온갖 먼지를 뒤집어 쓴 피부와 수염, 다양한 표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잔주름 등으로 꽉 채워진 극중 태구의 얼굴은 ‘놈놈놈’ 블루레이의 화질을 체크해 볼 만한 좋은 도구가 된다. (유독 송강호가 등장하는 장면 캡쳐가 좀 더 화질이 좋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는 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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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특유의 질감을 살리기 위함이었는지 칼 같은 샤프니스 보다는 약간의 노이즈 섞인 질감이 중간중간 엿보이기도 한다. 그리 많지 않은 밤 장면 같은 경우는 배경이 CG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블루레이의 차세대 화질로 감상하면 미묘한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장면 마다 약간의 화질 편차가 존재하는 편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우 우수한 화질이며 만족스러운 화질이라 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사실 화질만큼이나 기대되었던 것은 바로 차세대 사운드였다. 왜냐하면 이 영화에는 말 달리는 소리, 총소리, 기관총 소리, 부서지는 소리 등 굉장히 다양한 사운드가 등장하고 또 한꺼번에 몰아치기도 하는 등 사운드 측면에서 귀가 매우 즐거운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DTS-HD MA 7.1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화질만큼이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수한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일단 총소리의 경우 굉장히 다양한 총기들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데, 그 격발 음들의 만족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의 다양한 소음들이나, 빗속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에서의 사운드, 그리고 대사 전달 역시 깔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놈놈놈’ 블루레이 사운드의 하이라이트라면 아무래도 후반부 'Don't let me be misunderstood'가 배경에 흐르면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을 꼽을 수 있을 텐데, 이 장면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다양한 소리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있는 복잡한 시퀀스이다. 일단 수많은 무리들이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으며, 일본군은 기관총을 발사하고, 도원은 말을 타고 재장전을 해가며 총을 쏘고 있으며, 태구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치고 있고, 이후에는 폭발들도 일어난다. 사실 이 부분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이라이트라고 보았을 때 조금은 아쉬운 사운드였는데, 일단 너무 많은 소리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나오다 보니 개별적인 사운드는 아무래도 조금씩 죽는 느낌이었으며 특히 배경음악의 비중이 큰 관계로 나머지 (더 임팩트 있을 수 있었던) 사운드들은 조금은 소외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우퍼를 비롯한 스피커들의 강렬한 활약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조금은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개인 취향 차를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는 블루레이의 걸 맞는 차세대 사운드를 잘 표현해내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앞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것처럼 ‘놈놈놈’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들은 관객이 잘 알지 못했던 스텝들의 기술적인 도전과 감독의 의도, 그리고 배우들이 솔직하게 전하는 촬영 뒷이야기들을 많은 영상들을 통해 수록하고 있다. 그 많은 양의 내용에 비해 아쉬운 점이라면 DVD에 수록되었던 부가영상들과 동일한 영상이 담긴 탓인지 모두 4:3 화면비의 SD화질로 수록된 점을 들 수 있겠다. 촬영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가 개봉한 뒤에 별도로 부가영상을 위해 만난 자리 같은 경우는 HD화질로 수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놈놈놈’ 블루레이에는 DVD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종류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는데, 첫 번째 트랙은 김지운 감독, 이모개 촬영감독, 오승철 조명감독, 조화성 미술감독이 참여하고 있고, 두 번째 트랙에는 감독과 주연배우 세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음성해설의 경우 DVD에 담긴 국내 개봉버전과 블루레이에 수록된 인터네셔널 버전의 러닝타임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수록되었을 지가 궁금했었는데, DVD에 수록된 음성해설 트랙을 가지고 씽크를 맞춰 편집한 경우로 결론적으로는 DVD와 동일한 - 즉, 추가되거나 새롭게 녹음된 것은 아닌 - 음성해설이라고 보면 되겠다.





‘질주’는 일반적인 메이킹 필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김지운 감독의 인터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인터뷰들을 통해 감독이 ‘놈놈놈’을 통해 이뤄내고자 했던 비전을 엿볼 수 있다.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에서 가능성을 보고 만주 웨스턴에 도전하게 된 것이나, ‘매드맥스’ ‘벤허’등 CG로 만들어진 영상들 보다는 이른바 ‘생짜’ 영상에 매력을 느껴 그와 같은 영상을 만드는데 주력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스텝들의 인터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촬영감독을 맡은 이모개 감독의 이야기였다. ‘놈놈놈’을 보면 장면에서도 느껴지지만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촬영 방식들은 물론 기존에는 해본 적이 없었던 방식들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런 장면은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찍어야 될지 몰랐다’라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이모개 촬영감독의 말은, 번지르르한 말보다 오히려 더 진솔하게 느껴졌다. 와이어에 매달려 배우의 뒤를 똑같이 날면서 촬영하는 방식이나, 카메라를 원통형 구조물에 부착해 굴려서 촬영하는 방식, 달리는 말들을 촬영하기 위해 크레인을 사용한 방식 등을 보니, 이모개 촬영감독을 비롯한 스텝들의 노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연출해서 촬영했다기 보다는 실제상황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는 그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놈놈놈 그리고 독한 놈’은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 따로 감독과 주연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함께 자리해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담고 있는데, 정말 술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여서 그런지 이런 공식 영상에는 걸맞지 않은(?)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었다. 늦게 합류하게 된 이병헌이 최종적으로 창이 역을 맡기까지 고심했었던 이유도 들을 수 있었고, 사실상 ‘놈놈놈’으로서 갖는 마지막 공식 스케줄이라는 점에서 각자 돌이켜보는 시간이라고 보면 되겠다.






‘아날로그’에서는 촬영과 조명, 액션, 사운드 메이킹에 대한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정두홍 무술감독이 액션 장면에 대해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중국 로케 촬영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중현 무술감독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그의 인터뷰는 더 인상적일 수 밖에는 없었다. 참고로 영화의 엔딩 크래딧을 통해 지중현 무술감독을 추모하고 있기도 하다.






‘공간’에서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 세트 디자인에 관한 영상이 담겨있는데, 의상의 경우 유니폼이라고 할 만큼 중복되는 의상이 거의 없는 관계로, 보통 다섯 작품에 소비되는 정도의 새로운 의상을 이 한 작품을 위해 제작했다고 한다. 미술 역시 웨스턴이라는 한국영화에서는 흔히 다루기 어려운 장르였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접근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는 스텝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었다.




‘삭제 장면’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좀 더 흥미로운 점은 많은 조연 캐릭터들의 대부분의 분량이 바로 이 삭제 장면에 들어있기 때문인데, 김지운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몇몇 장면들은 너무 인상적이라 분위기를 해치는 관계로 할 수 없이 삭제했다고 한다. 박사장 역할을 맡은 오달수의 중요한 장면 역시 삭제장면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도원의 꿈 이라는 제목으로 도원이라는 캐릭터의 에필로그성 영상도 수록되었으며 무엇보다 이청하가 연기한 캐릭터의 많은 분량도 확인할 수 있다.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이 뺄 수 밖에 없었다며 이청하씨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는 김지운 감독의 코멘트도 담겨있다. 또한 짧지만 너무 강렬해 뺄 수 밖에 없었다는 김인권의 출연 분량도 삭제장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알~놀았다’에서는 본편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각기 다른 엔딩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추가로 국내 개봉버전의 엔딩 장면이 본편과 동일한 풀HD 화질로 수록되었다.




[총평] 극 영화로서는 최초로 국내에서 직접 오소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는 타이틀이지만, 처음 이 영화의 제작 소식이 전해왔을 때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 이라는 세 배우를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설레었던 것처럼 그 작품을 차세대급 화질과 사운드로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은 또 한번 설렐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글 I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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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바 (Genova, 2008)
불안함으로 말하는 영화

<코드 46> <관타나모로 가는 길>등을 연출했던 영국출신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의 2008년작 <제노바>를 지난 8월 31일,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씨네큐브의 마지막날 마지막 회차로 관람하였다. 사실 마이클 윈터바텀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익숙한 편인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내가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 뿐인 것 같다(<쥬드>나 <웰컴 투 사라예보>같은 작품은 발로 보았기 때문에 제외 -_-;). <제노바>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극장의 특수한 사연 때문에 보게 된 것이라는 점을 고백할 수 밖에는 없겠는데, 영화를 보기 전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굉장히 불안하면서도 기승전결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고 시종일관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Revolut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를 다 보고 가장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역시 '불안함'이었다. <제노바>는 첫 장면부터 불안함을 계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 차를 타고 가면서 눈을 가리고 차의 색깔을 맞추는 게임을 하고 있는 모녀의 모습에서 단란함 보다는 불안함이 더 들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차소리가 시종일관 불안하게 하고 더군다나 눈을 가리는 게임은 지속적으로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결국 사고가 나고 엄마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 (이 부분은 시작하자마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내용상 스포일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버지(콜린 퍼스)는 딸들과 함께 이탈리아 제노바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극중 이 가족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대사처럼 '제노바'라는 곳으로 떠나는건 분명 아내와 엄마를 잃은 가족의 슬픔을 잊고 새출발하기 위함일텐데, 영화 제목이 '제노바'인 것처럼 잊고 새출발하려 떠난 곳에서 결국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가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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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차사고가 나고 제노바로 떠나고 그 이후 한 동안은 약간은 지루한 느낌이 들 정도로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부터의 전개인데 계속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장면들이 등장한다. 어린 딸은 밤마다 악몽을 꾸는데 악몽에서 비명과 함께 깨어나는 장면들 다음에는 꼭 이 아이에게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이며, 자매가 피아노 레슨을 받고 돌아오는 위험한 골목길들에서는 험한 일이라도 꼭 당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가득 전한다. 그리고 언니가 남자친구를 만나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 역시, 맨 첫 장면의 차사고 장면과 연관되어 계속 사고가 날듯 말듯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런데 흥미로운건 결국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런 불안감은 단 하나도 실제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앞서 복선을 깔아둔 것으로 예상되던 장면들은 이후에 아무런 사건으로도 연결되지 않으며, 불안함은 그냥 '불안함'으로 남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일어날듯 말듯한 분위기에 불안해 할 때쯤, 전혀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정작 불안함을 실컷 조성한 장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사고가 일어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지점에서 큰 사고를 겪게 된다. 그리고 나서 한참 공황을 겪지만 다른 영화들처럼 큰 비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영화의 후반부 역시 마찬가지다. 마지막에 이르러 드디어 큰 사고가 일어나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결국 이 가족이 스스로 결핍되어 있던 것이 무언인지를 말하려고 했을 뿐 더 큰 잔인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지막 제노바를 떠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다니고 싶지 않아하던 학교를 다니고 데려다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 무언가 깔끔하지 않은 뒷 맛이 남는다. 불안불안 하지만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결국 이 가족에게 문제가 되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해결되지 않은채 '그냥 살아가는' 느낌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해보면 아버지나 언니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결핍된 가족이라는 굴레 때문에 본인을 희생할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을 돌이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Revolut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1. 영화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상당히 지루하거나 모호한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무언가가 일어나기만을 바라는 관객에게는요.

2. 켈리 역할을 맡은 윌라 홀랜드의 모습은 참 우월합니다. 이탈리아 제노바라는 공간과 어울리게 이건 완전히 프레타포르테가 따로 없더군요 @@

3. 이 영화를 보고 왠지 모르게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보았던 <유리의 날>이 살짝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4. 어떤 기자가 이 영화를 보고는 장르를 '미스테리 호러'라고 한 걸 보았는데, 글쎄요...무서웠나봐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Revolution Films 에 있습니다.





일단 본론만 간단하게!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의 역순으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1. 온라인 광고 마케팅 전문잡지이자 블로그와 IT업계의 이슈를 주로 다루는 월간 'IM' 9월호에 제 블로그가 작게나마 소개되었습니다 ^^; 문화관련 블로그의 하나로 작게 소개된 것인데요, 예전에 잡지에 글을 써본적은 여럿 있지만 블로그로서 소개되기는 많지 않았던 일이라 뿌듯하네요 ^^



2. 두 번째는 이벤트 당첨 소식인데요, 얼마전 티스토리에서 '상상마당'과 관련한 포스트나 댓글을 모으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제 글이 1등으로 선정되어 '오사카 왕복항공교환권 (1매)'를 받게 되었습니다!
http://notice.tistory.com/1403

사실 오랜만에 이벤트 응모라 써놓고 조금 기대하기는 했었는데 막상 떡하니 당첨되고 보니 잘 실감이 안되네요 ^^;
이번 휴가는 안그래도 도쿄로 갈 예정으로 차곡차곡 준비중이었는데 오사카도 가야겠군요!!


(오사카로! 고고고~)


3. 세 번째 자랑할 거리는, 이 셋 중에서 가장 개인적으로 자랑하고 싶고 뿌듯한 일인데요 바로 다음(Daum) 영화 메인페이지에 마니아섹션에 제 블로그가 고정으로 소개되게 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쟁쟁한 분들 혹은 커뮤니티와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일시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고정으로 섹션을 담당하게 되어 적잖이 부담도 되네요 (쉽게 말해 뻘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쓰게 되더라도 심하게 고민될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 좀 더 영화/음악/BD/DVD 리뷰 관련해서 심도 깊은 글을 쓰도록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상 블로그 자랑 3종세트
끝!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염장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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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마당은 '오아시스'다!

아주 복잡한 홍대. 요 근래 들어 더더욱 발 딛을 틈조차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 홍대 거리 한 가운데 어느새 부턴가 눈길을 끄는 건물이 하나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건물을 처음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과연 이 건물 내에 어떤 것들이 더 구체적이라면 어떤 회사들이 자리잡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아니 생길 수 없었죠. 이내 '상상마당'이라는 이름과 함께 1층에는 까페를 비롯해 각종 완소 아이템들을 구할 수 있는 샵이 자리잡았고,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라이브 공연장, 그리고 영화 상영이 가능한 극장도 지하 공간에 마련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홍대 바로 인근에 살면서 상상마당과 함께 해온지도 벌써 제법 오래 된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추억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홍대라는 복잡한 공간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상상마당이라는 존재는 마치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발 딛을 틈, 소음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찌는 듯한 더위를 잠시나마 시원하게 적셔줄 수 있는 오아시스처럼, 전혀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하거든요.




입구에 마련된 안내처럼 상상마당에는 지하 4층에는 극장이 지하 2층엔 라이브 홀, 2층엔 겔러리, 4층은 아카데미, 5층은 스튜디오, 6층은 까페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튜디오나 겔러리 등은 거의 가보질 못했지만 지하 공간에 위치한 극장 만큼은 자주 찾는 곳으로 몇 가지 추억거리를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1층 매표소 옆 복도에는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지만, 저는 거의 위 사진 속에 등장하는 계단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내려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도록 흥미로운 포스터들도 전시되어 있고, 무엇보다 인기 밴드의 공연이 있는 날만 아니라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공간을 음미하며 한 계단 한 계단을 걷는 맛이 남다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햇살이 아스라히 내리 쬐는 계단을 내려갑니다.




사실 처음 홍대 '상상마당'이라는 공간에 극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멀티플렉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업영화들이 주가 되는 극장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상상마당에 오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곳은 아트플러스 체인으로서 국내에 그리 많지 않은 수를 보유하고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입니다. 저 같이 일반 상업영화들은 물론 국적을 가리지 않고 특히 인디나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들을 즐기는 영화팬으로서는 집과 이리도 가까운 공간에 예술영화 전용관이 생겼다는 것만큼 반가운 일은 없었죠. 특히 국내 인디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상영하면서 꾸준한 관객층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역시 국내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비롯한 다양하고 알찬 영화제 프로그램들도 많아 꼭 극장을 찾지는 않더라도 항상 주시하게 되는 극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따져보니 '상상마당'에서 결코 적지 않은 영화들을 관람하였네요. 일단 생각나는 것은 DVD로는 수차례 관람하였으나 꼭 한 번 극장 스크린을 통해 보고 싶었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도 이른 아침 관람할 수 있었고, 등급 판정 논란, 삭제/무삭제 여부로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던 존 카메론 미첼의 아름다운 영화 <숏버스> 역시 상상마당에서 준비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덕에 온전한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참고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같은 경우는 당시로서도 영화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던 걸로 기억이 되네요). 그리고 지난해 제가 보았던 영화 가운데 열 손가락에 꼽았던, 조이 디비전 (Joy Divison)과 이언 커티스를 주인공으로한 영화 <컨트롤>의 인상적인 흑백필름 역시 상상마당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참 많은 영화들을 우연한 기회에, 그리고 집이 가까운 탓에 계획적이지 않고 급작스럽게도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위 사진 속 공간은 제가 상상마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극장 상영관 옆으로 영화 관련 서적과 잡지, 만화책 등 다양한 도서들이 구비되어 있고 간단하게 읽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공간은 영화를 보러와서 상영전 대기 시간에 잠시 책 한 권 읽기에도 물론 좋지만, 꼭 영화를 보러 오지 않았더라도 가끔씩 책 한 권 읽고 싶을 때라도 오고만 싶은 공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화책들도 만화책이지만, 영화 관련 서적들 가운데는 차분히 앉아서 읽어볼 만한 관심 서적들이 가득하고 조용한 분위기도 책 읽기에 참 도움이 되거든요. 사진 보니 오랜만에 또 가고 싶어지는군요 ^^;




이 가을, 조용한 날을 골라 바람에 이끌려 또 한 번 상상마당에 가서 영화 한 편 봐야겠습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올해의 발견!

올 후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피터 잭슨 제작, 신인 네일 브롬캠프 감독의 작품 <디스트릭트 9 (District 9)>을 시사회를 통해 한 달 정도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북미개봉 반응과 국내 시사회의 압도적인 반응들을 보기 전까지 이 정도 기대작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여기서 이 정도란, 시사회가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까지 심장이 떨리고 두근거리는 정도입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호평 만큼이나 기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는 계속 해서 '기대치를 낮추자'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시작 전까지 되새기곤 했습니다. 일단 이번 감상기는 시사회를 통한 감상기인 점과 무엇보다 저처럼 아무런 정보 없이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의 정보라고는 '피터 잭슨 제작' '비교적 저예산' '호평 난무' 이 정도가 다였거든요) 감상하는 것이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 없이 간단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평소의 감상기와는 달리 스틸컷도 사용하지 않으려구요. 몇가지 본문에 포함시키려고 찾아봤는데 의외로 스포일러성 스틸컷들이 너무 버젓이 노출되어 있더군요. 아직 영화 감상전이신 분들께서는 영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틸컷들도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영화의 구성이나 줄거리에 대한 대략적인 시놉조차 읽지 않고 보게 되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외계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 외계인이 나오는 것조차 스포라면 죄송합니다 ㅠ). 보통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었으며, 이런 구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신선한 방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방식을 기본으로 CCTV, 핸드 헬드, CNN의 걸프전 중계 같은 촬영 방식으로 이뤄져 있는데, 페이크 다큐라는 구성은 내러티브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훌륭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으며, 핸드 헬드 촬영 방식 같은 경우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좀 더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고, 뉴스 중계나 CCTV를 통한 장면 같은 경우 역시 미칠듯한 화질의 디테일보다 오히려 더 리얼함을 전달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이 영화는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알려져있는데, 이런 구성 방식들은 저예산으로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데에 아주 적절한 장치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뭐랄까, 관객이 느끼는 장면의 퀄리티나 실감 정도는 크게 차이가 없는데, 실제 투입된 자본의 규모는 5분의 1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나머지는 아이디어로 채워나간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중에 영화가 정식 개봉되고 나면 스포일러를 포함한 좀 더 본격적인 감상기를 쓰겠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나 구성 곳곳에서는 정치적인 비판적 텍스트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후반 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액션 장면이 있기 전까지는 외계인을 그대로 인간으로 바꾸어 놓아도 충분히 이야기가 될만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특히 '디스트릭트 9'이라는 공간의 이미지나 이를 훑는 카메라의 위치, 그리고 음악까지 더해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정치적인 텍스트를 슬며시 깔고 있는 동시에 메시지 자체도 '옳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이렇게 끝까지 긴장감 잃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감독의 능력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습니다.

외계인의 모습도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얼굴은 왠지 범블비 같기도 하고, 전체적인 모습에서는 바이오니클 같은 분위기가 살짝 들기도 하고, 그 말소리는 마치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아나킨과 아미달라가 잡혔던 그 행성의 무리들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구요 (그 '딱 딱' 거리는 소리 있잖아요 ㅎ).

사실 <디스트릭트 9>을 보면서 감정이 동요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죠. 기대 이상이라 하더라도 피터 잭슨과 웨타 워크숍이 만들어낸 창작물에 대한 놀라움이나 볼거리에 대한 감탄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내러티브를 따라가면서 주인공과 캐릭터들에게 공감하게 될 줄은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은근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 액션 시퀀스가 그 구성 측면에서도 참으로 익사이팅 했지만, 감정적으로 동시에 폭발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소리내어 '와!'하고 몇 번이나 외쳤을 정도로 심하게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20분? 30분?(그 만큼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얘기;;)간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정말 올해 최고의 시퀀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일리언 2>와 <로보캅>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관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액션 구성과 (객석에서 여러번이나 탄성이 터져나왔죠;)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힘내!'하고 외치고 싶은 이 공감대! 그리고 외계인의 병기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잘 보여준 각종 무기의 표현들은, 특히 SF영화의 매니아분들이라면 혹할 만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진짜 나중에 블루레이 나오면 몇 번이고 돌려볼 것 같아요.

그리고 후속편을 예상하게 하는 여운과 떡밥. 전 나오지 않는게 더 안전(?)하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역시나 이런 우려를 가볍게 불식시키면서 보란듯이 2편을 만들어낼지도 모르겠죠. 3년 뒤에 말이에요 ㅎ


1. 얼른 정식개봉을 해서 좀 더 좋은 환경의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얼마나 불을 환하게 켜주셨는지 엔딩 크래딧을 확인하기 조차 어렵더라구요;;;

2. 피터 잭슨과 네일 브롬캠프는 본래 게임 원작인 <헤일로>를 영화화하려다가 이 작품으로 선회한 것으로 아는데, 이 정도라면 <헤일로>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콤비가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3. 크리스토퍼 존슨! 참 조종 잘하더군요. 조종 실력에 절로 감탄이!

4. 영화를 분명 보았음에도 정식 개봉일이 너무도 기다려지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riStar Pictures에 있습니다.








장진영이라는 배우를 처음 보게 된 건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였죠. 장간호사 역할로 출연했던 장진영은 큰 인상을 주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장진영'이라는 이름을 처음 인식하게 되는 계기는 되었었죠. 송강호 주연의 <반칙왕>에 출연했던 장진영을 보게 되면서 조금씩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고, 장진영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릴 <소름>을 보고나서는 '아, 국내에도 이런 연기를 마다하지 않는 여배우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름>을 보았을 때의 충격은 참 대단했었죠. 영화를 보는 내내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장진영 하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소름>의 윤종찬 감독과 의기투합하여 야심차게 준비했었던 <청연>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기도 했었고, 후반 작업 때문에 개봉이 늦춰지기도 했었으며, 장진영 역시 배우로서 거의 단독 주연에 가까운 영화였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하고 열정을 가졌던 작품이었죠. 아시다시피 극중 실제 인물의 친일내력 때문에 영화는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완전히 사그라들고 말았지만, <청연>은 다시 봐도 장진영이 참 많은 애정을 가졌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름>과 <청연>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그녀의 배우 인생의 한 장면을 꼽으라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많은 눈물을 흘렸던 그녀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상황으로 보면 장진영 스스로도 정말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더더욱 갑작스러운 장면이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이미 <청연>의 실패로 너무 많은 실망과 상처를 받았던 그녀였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그 보다는 못하다고 생각했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한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고, 이로 수상하자 <청연>의 아쉬움이 떠올라 더 큰 눈물을 쏟았던 것이죠. 그래서 당시 이 장면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직 배우로서 한 참 더 꽃을 피울 나이에 너무 일찍 가버린 그녀가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아...이제 적어도 <국화꽃 향기>를 다시 볼 용기는 생기지 않을 것 같네요 ㅠ


Rest In Peace. 배우 장진영



국화꽃 향기 중,  성시경 - 희재


참..눈물이 마를 날 없는 2009년 입니다....






이미 지난 글 (안녕, 씨네큐브)을 통해서 이야기했듯이 영화사 백두대간이 운영해오던 광화문의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큐브는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운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미 소식을 전해들을 지도 벌써 시간이 제법 지난터라, 씁쓸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들을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마지막날 마지막 회차를 함께 하다보니 그리고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금 무어라 말 못할 감정이 솟아올랐다.

7시에 상영되는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작품 <제노바>를 관람하였는데, 마지막 날이라는 안타까운 이메일을 받고 극장을 찾은 씨네큐브를 사랑하는 관객들로 극장 로비는 그 어느 때보다 북적였다. 여기저기 영화 관계자 분들, 평론가 분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씨네큐브를 사랑했던 관객들은 앞으로는 (아마도) 거의 찾지 않을 극장을 아쉬워하듯 카메라로 극장 여기저기를 담기에 바빴다.

마지막 고별 이벤트로 필름을 제공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저마다 더 좋은 필름컷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분주해보였다.




마이클 윈터바텀의 <제노바>에 대한 감상기는 추후에 다시 쓰겠지만, 아무래도 날이 날이다보니 영화보다는 영화 외적인 분위기 때문에 100% 집중이 되지는 않았던 관람이었다. 보는 내내 '아, 이 영화, 이 순간이 정말 마지막이겠구나' '첫 작품을 언급할 때 <포르노 그래픽 어페어>가 언급되는 것처럼, 나중이 되면 <제노바>가 마지막을 함께 한 작품으로 회자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장 한 구석, '씨네큐브는 9월 1일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합니다!를 비롯해 9월 1일 개봉작들 홍보와 함께 새롭게 운영을 맡게 된 곳의 홍보 포스터도 발견할 수 있었다. 꼭 탓하는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조금은 씁쓸한 뒷 맛이었다.

사실 이별하는 순간에는 잘 알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문득 어느 날 떠오르겠지. 내가 씨네큐브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를




(씨네큐브에서 보았던 작품 가운데 <브로크백 마운틴> 중에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나무없는 산 (Treeless Mountain, 2008)
사실적이어서 더욱 아름다운 순간


사실 김소영 감독의 작품 <나무없는 산>을 보러 극장으로 가는 내 마음 속에는 기대되는 것과 예상되는 것이 있었다. 한국영화임에도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 유수의 영화제들의 수상내역으로 더 알려진 이 영화의 이야기는, 영화를 다 보고나서 든 생각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말 영화나 TV다큐 혹은 뉴스들을 통해 수백번도 더 접한 이야기 그 자체였다.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부모에게 버려지다시피 타인에게 맡겨진 한 자매. 떠나면서 엄마가 남기고 간 돼지 저금통이 가득 찰 때쯤이면 돌아온다는 말에 열심히 동전을 모으는 아이들과, 엄마가 떠난 그 자리에서 엄마가 오기 만을 기다리는 모습. 이렇게만 보면 <나무없는 산>은 '아, 또 눈물, 콧물 짜게 하는 신파 드라마가 한 편 나왔나보다'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얘기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데 진부하다거나 지루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무없는 산>을 표현하는 말들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라면 '사실적'이라는 말을 꼽을 수 있을텐데, 언제부턴가 '사실적'이라는 말은 '극적'이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것이 되어버렸지만, 김소영 감독은 이 무서운 현실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과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자연의 순간들로 이 자매의 이야기를 따듯하게 감싸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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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 언니인 '진'이의 성장영화라는 점이었다. 고모네 집에서 잘 때, 처음 오줌을 지리고 나서 진이는 동생인 빈이가 그랬던 것처럼 하려고 몰래 자리를 바꾼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빈이를 혼내는 고모를 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빈이도 물론이지만 진이 역시 그냥 '어린 아이'다. 이불에 오줌을 싸고 나면 고모에게 혼날까봐 무섭고, 동생을 돌봐야 한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아직 누군가를 돌본다기 보다는 본인 역시 부모에 돌봄이 더 간절한 나이다. 영화는 이점을 계속 부각하려고 한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진이와 빈이는 아직 어린 아이라는 점을 말이다. 이런 묘사는 나중에 왜 이런 아이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로 작용한다.

이렇게 자신이 혼날까봐 잘못을 동생에게 뒤집어 씌우기도 했던 진이는, 고모네 집에서 한참을 지내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고, 결국 고모집을 떠나 할아버지 집으로 가게 되면서 점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재밌게 잡고 놀아도 될 메뚜기 잡기는 저금통에 채워넣을 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수단이 되고, 마냥 맛있는걸 먹고 싶고 친구와 놀고 싶어하는 빈이 와는 달리, 주변에 친절한 손길에도 본능적으로 미안함을 갖기도 하고 할머니의 손길도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빈이에 비해 진이가 점점 더 고민을 많이 해야만 하는 상황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왜 어린 아이가 이런 고민을 겪어야만 하는가에 대해 조용히 묻고 있다. 정말로 영화에서는 진이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클로즈업으로 진이의 얼굴과 눈동자를 비출 때면 저 자그만한 눈, 코, 입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무슨 생각을 할까?'가 정말 궁금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나이가 아닌데'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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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없는 산>의 템포는 굉장히 느린 편이다. 어쩌면 현실 속 시간 보다도 더 느린 것만 같이 느껴진다. 체육복과 공주복단벌로 초가을부터 겨울까지 겪게 되는 자매의 시간에서는 계절의 흐름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들었던 다른 생각은 감독이 '시간'보다는 '순간'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시간상의 전개는 매우 극적이지만 한 편으론 언젠가는 끝난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순간'에 집중한다. 아주 짧은 순간들에서 이 자매가 겪고 있는 현실을 문득 문득 느낄 수 있게 되고, 영화 속 마지막 보금자리인 할아버지의 시골마저 어쩌면 영원한 안식처라고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할아버지의 식사를 가지고 간 일터 바로 옆에 중장비들을 동원하여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장면은 상당히 상반적인 장면으로서, 어쩌면 이 산과 들이 (따듯한 할머니와 함께 하는 날들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영화 속에는 중간중간 장면의 전환시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비추고 있는 컷을 삽입하였는데, 이런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이 떠올랐다. 신카이 마코토가 하늘로 표현하려는 아련한 감성과 정확히 맞지는 않지만, 김소영 감독은 중간중간 삽입한 이 장면들로 인해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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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인 표현을 내세우고 있는 영화답게 극적인 요소를 유도하려는 장치들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그 현실에 놓인 진이 빈이의 모습이 안쓰러워서이지, 보통 영화들처럼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도 없다(있다면 진이가 단 한번 폭발하는 그 장면 뿐이리라). 감정을 고조시키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화적 장치라면 역시 음악을 들 수 있을텐데, 영화는 러닝타임내내 음악을 거의 들려주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보니 음악이 채워야할 공간을 하늘을 담은 장면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엔딩 크래딧에 가서야 노래를 들려주는데, 진이 빈이의 노래로 시작한 이 곡의 원곡은 다름아닌 'Grandaddy'의 'The Nature Anthem'이었다. <나무없는 산>에서 그랜대디를 만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엔딩 크래딧이 흐를 때 상당히 놀랐었는데, 그랜대디의 곡을 아이들에게 번역해서 부르게 했다니 이것 참 기발한 생각이 아닐 수 없겠다.


1. 그리고 보니 계속 아이들이 멀어지고 있네요. 서울에서 지방으로 또 시골로.

2. 감독의 데뷔작 <방황의 날들>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네요.

3. 후반부 할머니가 먹을 것을 주며 진이를 부를 때의 와이드 샷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와'하고 탄성을 질렀지요.

4.
'Grandaddy'의 'The Nature Anthem' 뮤직비디오. <나무없는 산>덕에 그랜대디를 몇년 만에 다시 듣게 되었네요.




5. 정말 얼핏 잘못 생각하면 다큐멘터리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의 연기가 대단합니다. '아, 맞아 연기였지'하고 생각할 정도로요. 그만큼 사실적이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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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My Beautiful Laundrette, 1985)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를 통해 만나게 되는 영화들 중에는, 정작 영화는 제대로 본 적이 없으나 그 제목만은 익히 들어왔던 작품들을 여럿 만나볼 수가 있었는데, 지난 상영작들 가운데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등과 같이 이번 상영작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출연작이라는 점과 그 제목만은 매우 익숙한 작품이었다. 어찌보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출연작이라는 것 외에는 (그리고 여러 영화제들을 통해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다시피 했던 작품이었는데, 막상 2009년에야 처음 접하게 된 영화는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최근 개봉작으로 씨네큐브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디스 이즈 잉글랜드>였다. 영화의 시기적인 배경이나 다루는 내용의 일부분이 <디스 이즈 잉글랜드>와 동일한 지점을 갖고 있었는데, <디스 이즈 잉글랜드>가 마가렛 대처 수상 시절 당시를 배경으로 영국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모습이었다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인도/파키스탄 등 영국을 사는 이민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영국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실 전혀 내용을 모르고 본 영화였기에 동성애 코드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내용은 조금 의외이기도 했는데, 어쨋든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당시 영국 사회를 이민자의 입장에서 그려내면서 사회가 용납하지 않았던 금기시 되는 요소로서 동성애 코드를 추가로 삽입한 듯 했으며, 전혀 의외의 공간일 수도 있는 '세탁소'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가족과 이민자, 이를 받아들이는 영국인들의 현실을 실험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듯 했다.

사실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기대보다 못 미친다고 생각된 데에는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물론 주제나 풀어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가까운 기간 내에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겹치는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1985년작인 이 영화가 너무도 1985년스러운 영화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말이 무슨 말인고하니, 예전 영화들 가운데서도 금새 빠져들게 되는 영화들을 보면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비롯하여 보편적인 접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너무도 당시의 영화 기술이나 연출 스타일을 반영하는 구성과 장치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주제에 빠져들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아닌가 싶었다.

특히 음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텐데, 너무도 80년대 틱한 이른바 '촌스러운' 음악들은 지금와서 보기엔 주제마저 잠식하는 듯한 이질감을 주고 있으며, 세탁소가 등장한다고 시종일관 물방울 터지는 효과음으로 구성된 배경음악은 확실히 그 촌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를 한 영화음악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시대를 넘어 공감을 얻을 만한 시도까지는 못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로 묘한 느낌을 주는 음악 탓에 마치 테리 길리엄 감독의 <브라질>을 연상시킬 정도로, 마치 SF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한스 짐머가 영화음악을 직접 맡은 것은 아니지만 프로듀서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채로웠다).


1.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뽀송뽀송한 얼굴은 참 어색할 정도로 어리더군요 ㅎ 지금이 무서우리만큼 인상적인 연기보다는 쿨한 미소년 정도의 모습이 색다르더군요 ^^

2. 이 타이틀은 무려 워킹 타이틀의 작품입니다. 워킹타이틀이 정말 생각보다 오래된 스튜디오였군요.

3. 그런데 정말 당시에는 그렇게 세탁소가 문을 열면 모두들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있었던 걸까요? 영화 속 묘사를 보면 세탁소에서 게임도 하고 전화도 하는 등 거의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4. 주인공 아마르 역할을 맡은 고든 워넥키는 생김새나 바바리를 차려 입은 모습이 마치 <영웅본색>을 자꾸 떠올리게 하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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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리뷰] 장면과 대사들로 다시보는 <마법에 걸린 사랑> 블루레이

2007년작으로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던 월트디즈니의 실사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은, 픽사나 드림웍스 등에 왕좌를 내준 뒤 이렇다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던 제작사 월트디즈니의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이었다.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역시도 '와! 재밌다!'를 넘어서는 디즈니의 야심과 반성이 엿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블루레이로 다시금 찬찬히 감상해보니 역시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새로워 진' 혹은 '변해야 할' 디즈니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블루레이 리뷰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장면과 대사에 집중하여 이야기해볼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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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은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들을 연상시키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다. 이는 설정 상으로 동화책 속 주인공이 마녀의 계획으로 인해 현실로 오게 되면서 겪는 사건들을 위한 구성상의 꼭 필요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월트디즈니 하면 익숙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서두에 깔고 시작하는 것은 '본래 디즈니는 이랬다'라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이렇게 간단하게 얘기하고 나면 '그러면, 기존 디즈니는 다 나쁘다는 말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는데, 물론 디즈니가 추구하던 가치가 다 좋지 못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전 <피노키오> 블루레이를 리뷰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월트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 많은 것을 가장 먼저 이뤄낸 선구자적인 존재였으며, 세계 수 많은 아이들에게 그야 말로 '꿈과 희망을' 안겨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였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겠다. 

개인적으로 그런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월트디즈니 였기에 후기 작품들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선입견이 짙은 설정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작고 예쁜 동물들은 친구 같은 존재이지만 덩치 큰 육식동물(혹은 공룡)들은 무조건 악당으로 설정되는 점이나, <슈렉>에서 이미 잘 비틀어 주었듯이 못 생긴 것은 곧 저주라는 공식을 은연 중에 심어버린 이야기 들은, 어른들이 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로 보는 것이기에 더 큰 위험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보수적인 구조를 완전히 다 바꾸려고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는 '더이상 이대로 있다가는 안되겠다'라는 변화에 대한 디즈니의 절박함마저 엿보인다. 사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하면 다른 스튜디오는 하나도 모르고 오직 '= 디즈니'이던 시절이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그 입지가 픽사나 드림웍스에 비해 상당히 위축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두에 애니메이션 부분은 최대한 기존 클래식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백마탄 왕자와 공주, 성, 마녀, 동물친구들, 뮤지컬 시퀀스는 디즈니를 구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왕자가 공주를 보자마자 '결혼합시다'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이런 디즈니스러움을 노골적으로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대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 서두에는 이들이 모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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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이야기는 주인공인 지젤 (에이미 아담스)이 현실 세계인 뉴욕으로 오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뉴욕으로 온 만화 속 주인공 지젤은 사람들과 처음 만나게 되면서 역시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자신의 장신구를 뺏어간 할아버지에게 하는 그녀 최대의 나쁜 표현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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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 정도다. 그런데 이 대사를 할 때도 잘 보면 조금 머뭇거리고 부자연스러워 하는 지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동화 속에서 지젤은 한 번도 누구에게 나쁜 말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욕으로 오자마자 그는 누군가에게 나쁜 말을 해야만 할 상황에 닥치게 되고, 부자연스러운 말투로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라는 본인 최대의 악담을 하게 된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건,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 라는 말조차 부자연스러웠던 지젤이 뉴욕에 더 오래 머물게 되면서 점점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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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로버트 (패트릭 뎀시)의 집에 와, 욕실에서 샤워를 끝낸 지젤은 이 신비로운 샤워 시설에 감탄하며 '마법 같아요'라고 한다. 이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지젤이 대표하는 바가 '디즈니'이고 뉴욕으로 표현되는 현실의 모습은 역시 현재 애니메이션 계의 현실이라고 볼 때, 현대의 애니메이션들이 추구하는 바와 갖고 있는 가치들은 디즈니 입장에서 보아도 마법처럼 매력적이고 동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다르게 말하면 이 마법 같은 요소들이 주변에 널려있는데 이것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여도 될지 주저하는 디즈니의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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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지젤의 모습이 현실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Happy Working Song' 장면을 들 수 있겠다. 동화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래로 동물들을 불러모아 신나게 청소하는 지젤의 모습은 장소만 동화 속에서 뉴욕으로 바뀌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과 '노래하며 일을 하면 피곤하지 않다네'하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디즈니가 영원히 동화같은 이야기로 들려주고 싶은 것은 즐겁게만 하면 힘들지 않다, 어려운 일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라는 진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마냥 행복함'을 점점 세상에서 '바보 같음'과 동일하게 생각하면서 디즈니도 함께 어려워 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디즈니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약간의 보수적인 색체는 있었지만, 동심에서나 이해할 수 있는 순수함 측면에 있어서는 사실 가장 선구적인 존재라고 생각되는데, <마법에 걸린 사랑>은 바로 이 디즈니적 순수함(동심에 가까운)과 현실의 괴리감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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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서 막 뛰쳐나온 지젤에게는 너무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은 것이 사실. 로버트는 화내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해주지만 마치 아이같은 지젤에게 어른 같은 현실의 이야기는 인정할 수 없다기 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아, 뉴욕이란 곳에서는 이럴 수도 있군요' 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안달라시아는 안 그래요'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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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괴리감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영화의 하이라이트 라고 할 수 있는 'That's How You Know' 시퀀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처음 지젤이 노래하려고 할 때 자꾸 노래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로버트의 대사에서나, 지젤의 노래를 거리의 악사들이 따라하자 '처음 드는 노랜데...' '엇, 이 노래를 아네? 하고 이야기하는 로버트의 대사를 굳이 삽입한 것은 예전 같으면 아무 설명없이 '디즈니 세계에선 다 가능해' 라고만 해도 되었던 것이, 로버트의 시각처럼 '어, 이거 말이 안되잖아'라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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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은 단순히 메시지적인 측면이나 대사의 삽입을 넘어서서 장면의 구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센트럴 파크에서 벌어지는 'That's How You Know'시퀀스의 경우, 위의 스샷처럼 다양한 신세대 댄서들과 최신의 댄스 장르들이 결합된 단체 댄스장면을 볼 수 있다. 이는 감독의 말처럼 짧게는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는 뉴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면 새로운 조류를 적극 수용해야만 하는 현실을 수렴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고전의 오리지널리티를 간직하려는 움직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시퀀스에서 노인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기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은 대부분 예전에 <메리 포핀스>같은 뮤지컬 영화에서 댄서로 출연한 경험이 있거나,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댄서/연기자들로서 영화 속에서는 잠시 등장할 뿐이지만, 감독은 이 장면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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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통해 디즈니의 변화와 변화하려는 노력을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극 중 로버트와 같은 친절한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연이 얘기해서 로버트라는 캐릭터는 지젤과 관객 사이에서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중간자적 입장으로 활약하는 메신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가 지젤에게 하는 대사들을 들으면 지젤이 이해 못할 현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데, 보통 이런 구성의 영화에서 주인공에 관객이 100% 공감하게 되는 것에 반해 가끔 관객은 로버트의 입장에서 '맞아, 지젤. 너의 얘기는 너무 황당하잖아' 라고 생각하게 까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해서 지젤 입장에서 보면 로버트라는 존재는, 너무나 갑작스런 현실에서 '만화'처럼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존재이며, 이해가 안되는 일들을 조금이나마 그럴 수 있겠다는 정도로 수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는 패트릭 뎀시에 따듯한 인상이 크게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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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따듯한 인상???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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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마스덴이 연기한 에드워드 왕자를 그리는 방식도 기존 디즈니 월드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에드워드 왕자라는 캐릭터는 지젤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애매한 존재다. 기존 작품들처럼 확고한 악당도 아니지만, 분명 사랑하는 다른 이가 있는 상황에서 별로 원치 않은 존재이며 무언가 지키고 싶지 않은 약속 혹은 예절이랄까. 그런 관계에 놓인 존재다. 아마 보통 디즈니 월드였다면 에드워드 왕자와 지젤이 연결되어야 했을 것이다. 지젤은 현실에서도 계속 왕자를 만나기만을 고대하고, 왕자 역시 현실 속으로 들어와 지젤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고난들을 이겨내 결국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냈다는 식의 결론 말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에드워드 왕자라는 캐릭터의 존재는 분명 기존 디즈니의 작품들과는 다르다. 이런 식의 전개라 하더라도 보통 같으면 배신 당한 에드워드 왕자가 악당으로 변모하게 된다거나 하는 것으로 흘러가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너무도 쿨하게 지젤과 로버트의 관계를 받아들이고 있어서 오히려 바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출연 작품들에서 연이어 이런 역할을 맡은 제임스 마스덴에게 '지.못.미'가 쏟아진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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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지젤과 마찬가리로 에드워드 역시 현실로 건너오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후반 부에 결정적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전까지 다람쥐가 그렇게 얘기를 전할려고 노력했어도 단 한마디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던 에드워드는, 동화 속 이야기와는 다르게 지젤을 로버트에게 양보(?)하고 나서부터는 더 악조건임에도 다람쥐의 말을 단 한번에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 어찌보면 지젤과 마찬가지로(어쩌면 더 한) 에드워드 역시 기존의 디즈니를 상징하는 캐릭터로서, 틀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행동 이후 바보 같은 모습을 벗는 구성은 역시나 의미심장할 수 밖에는 없다(영화 내용상 그렇다고는 하지만, 너무 해맑게 웃는 제임스 마스덴의 모습을 보며 여간 가슴 한 켠이 아려왔던 것이 아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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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는 뉴욕에서 지젤을 처음 만나자마다 반가움에 서두의 애니메이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노래를 부른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뮤지컬 세상에서 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세상에서 노래하는 것은 전혀 어색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노래란 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도 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행복한 동화 속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드워드의 노래에 맞춰 함께 노래해야 할 지젤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며 오히려 별로 노래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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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제법 충격이었다. 이런 장면이 디즈니 영화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제대로 파고든 경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노래하는 것을 어색해 하는 디즈니 캐릭터라. 특히나 지젤이 애니메이션에서 뛰쳐나온 캐릭터라는 점에서 노래하지 않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전면에 부각시킨 이 장면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 대한 메시지는 아마도 그 틀안에만 있었을 때에는 몰랐으나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 이후부터는 그간 본인이 해오던 것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관객들이 그냥 주인공들이 노래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믿는 때가 아니라는 점을(그러니까 인과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마냥' 그러려니 하는 구성은 봐주지 않음을) 깨달아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극중 인물들이 갑자기 노래하거나 하더라도 크게 이질감이 없는 편이라, 이런 세계도 계속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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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젤의 변화는 로버트와 헤어지고 에드워드와 다시 안달라시아로 돌아가기 직전에 다시 한번 등장한다. 이미 안달라시아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지젤은 아무 의심없이 돌아가려는 에드워드에게 데이트 등에 핑계를 대며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당장 갈 필요는 없잖아요' 라는 대사는 일반 영화 같으면 사실 별 큰 의미없는 대사일테지만, 하루 만에 만나 첫 눈에 반해 결혼까지 약속하는 동화 속 지젤에게서 나온 대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언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분명 커다란 변화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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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들어온 마녀와 결투를 벌이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역시 기존 디즈니의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일단 더 이상 공주를 구하기 위해 마녀와 대결을 벌이는 왕자의 모습은 없으며, 오히려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마녀에게 맞서는 지젤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용감한 공주가 구출하러 온다'라는 대사를 마녀가 일부러 해주는 것 역시 이 장면이 그간 보여주었던 구성과 전혀 다른 장면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기 위한 장치이며, 지젤이 로버트를 구하러 가기 전에 구두를 벗어던지고 나가는 장면에서 구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앵글은, <신데렐라>처럼 실수로 벗겨진 구두를 누군가가 찾아주길 기대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아니라,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구두를 벗어던진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이자 역시 의미심장한 앵글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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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의 결투가 끝나고 나서, 그 결투가 벌어졌던 건물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카메라를 발견할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 성과 같은 건물은 월트디즈니의 상징인 로고 속 그 성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계속 얘기한 바와 같이 <마법에 걸린 사랑>이 단순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월트디즈니가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영화임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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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점들이 많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런거 다 제쳐두더라도 <마법에 걸린 사랑>은 월트디즈니의 마법이 아직까지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디즈니가 추구해오던 가치관을 어떤 감각으로 그려내느냐에 따라 다시 한번 마법같은 순간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디즈니 스스로 변화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듯한 작품으로 상당히 많은 고민과 혼란을 겪는 듯한 모습마저 발견할 수 있었다.

글의 성격이 달라 다 소개하지 못했지만, 주연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는 그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화 속 지젤을 완벽하게 소화해 다시 한번 '에이미 아담스가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인어공주>를 비롯해 디즈니의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의 수록곡들을 만들었던 Alan Menken이 만들어낸 음악은, '그래, 영화 속에서나마 이렇게 마냥 행복한 걸 굳이 거부할 필욘 없잖아'라는 생각과 더불어 뮤지컬 영화의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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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운영하진 그래도 제법 되었음에도 (물론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야 풋풋한 풋내기이지만요;;) 블로고스피어 상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릴레이 글들의 바통을 넘겨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사실 한 번 있었어요 ;;; 그런데 너무 친한 분이라 오히려 못했다는;;), 얼마전 블로그를 통해 자주 뵙고 인터뷰를 위해 실제로 뵙기도 했었던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의 운영자 진사야님께서 '저에게도!' 바통을 넘겨주셨던군요!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 이야기'에 관한 것인데, 진사야님께서는 저에게 '조이 데샤넬'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주셨습니다. 주제가 그녀라는 글을 본 순간, 이 릴레이를 빌어 다시 한번 조이 데샤넬에 대한 제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부담없이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오기까지 이 바통의 유구한 역사...


이 이전 글들도 볼 수 있었으면 좀 참고해서 써볼려고 했는데(처음 써보는 릴레이다 보니 ^^;), 예전 글까지는 찾기가 어려워 그냥 형식을 파괴하셨다는 진사야님의 관련 글만 참고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뭐 막써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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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릴레이와 비슷한 성격의 글을 이미 그녀의 팬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작성한 글에 어느 정도 담겨있습니다 (내가 주이 데이샤넬의 팬블로그를 만든 이유 - http://zooey.textcube.com/2). 누군가의 팬블로그라는 것을 처음 만들게 되면서 왜 '조이 데샤넬'인가에 대한 것과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가볍게 써본 글이었죠. 이 글도 어느 정도 이런 것과 연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이라.. 그녀의 출현과 관심도의 표출 모두 다 좀 갑작스러웠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정도로 좋아했던 배우나 뮤지션들은 이전에도 제법 있었고, 팬블로그를 만들어볼까 생각했던 이들도 많았으며, 무엇보다 오랫동안 사모해온 존재들을 재치고 그녀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시대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구요 ㅎ

그녀를 처음 보게 된 것은 (그전에도 출연작들을 통해 얼핏 봤을런지 모르지만, 정확히 이름과 얼굴을 매치시키면서 보게 된 것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을 거에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 영화를 더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그녀의 캐릭터는, 저 같은 팬들을 양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묘한 매력이었고, 그 이후 한 동안 뜸하다가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예스 맨>으로 결정타를 날린 셈이죠. 진짜 그녀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예스 맨>을 보고나면 누구나 짐 캐리보다도 '정준하씨는 어때요?' 보다도 조이 데샤넬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예스 맨>에서 조이 데샤넬이 연기한 캐릭터는 가장 현실의 그녀와 닮은 듯한 분위기였으며, 다른 여배우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캐릭터였죠.

제가 짐 캐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해요. 짐 캐리 영화는 몇몇 작품은 좀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몇몇은 감동도 전해주고 또 큰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이런 것들에 상관없이 거의 다 챙겨보는 이유는 짐 캐리에게는 '짐 캐리'만이 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이 아주 확고하게 존재하거든요. 조이 데샤넬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저 예쁘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너무도 많지만, 조이 데샤넬이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감흥에 다른 여배우의 모습은 얼핏 잘 매치가 되지 않거든요. 더군다나 그녀는 She and Him이라는 멋진 밴드로 활동중이기까지 하니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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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이란 바로 이런 것 같아요. 대체 불가능한 존재. 사실 그녀보다 더 좋아하는 배우들도 많고 더 오랫동안 애정을 두고 응원해온 뮤지션들도 많지만, 특별히 그녀를 선택하게 된 것은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갖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더 아름다운 배우들도 많고, 더 멋진 노래로 감동을 주는 뮤지션들도 많지만, 적어도 그녀 같은 범우주적인 표정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여배우는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뭐랄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씨익 미소가 지어지는 경우랄까요.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녀가 범우주적인 매력포인트를 지녔음에도 대중들에게는 그리 메이저틱하지 않다는 것에 더욱 끌리는 것 같아요. 무언가 마이너틱한 느낌도 들면서 슈퍼스타라기 보다는 그냥 자신의 일을 100% 즐기고 있는 듯한 그녀의 존재가 매력적인 거죠. 그리고 이른바 팬심이라는 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누군가를 조건 없이 응원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누군가를 항상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자,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는 일이니까요.


* 사실 더 할 얘기가 많긴 했는데, 요즘 글로 정리못한 영화이야기가 잔뜩 머릿 속에 있는터라 이 정도만 정리 가능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 진사야님이 바통을 넘겨 받으시면서 형식을 파괴하셨다고 했는데, 저는 그런 형식조차 없으니 이건 뭐 ;;;;

* 저도 바통을 이어 받으실 다음 분을 조심스레 선택해 보았는데요, 두 분 모두 부담 갖지 마시고 쿨하게 거절하셔도, 쿨하게 아무 말 없이 안쓰셔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을까;;;


1. 몬스터님 (http://culturemon.tistory.com) - 극장
- 지난 번 트위터를 통해서 잠시 비슷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몬스터님이 생각하시는 '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2. 이동진님 (http://blog.naver.com/lifeisntcool)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이건 사실 무모한 도전에 가까운데,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모험적 욕구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블루레이 영화제 때 스쳐가듯 뵈었었는데, 따로 말씀듣고 싶은 시간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거든요;; '아마 안될거야' 시리즈의 신작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한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이 글은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인 http://zooey.textcube.com 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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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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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현재 영화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를, 전세계 237개 지역 221개 관에서 동시진행하는 '아바타 데이' 행사를 통해 먼저 만나보고 왔습니다. 참고로 <아바타>는 12월 17일 전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으로서 무려 개봉하려면 4달 가까이 남은 영화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특별한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나눠준 간단한 브로셔인데, 영화에 대한 아주 간단한 설명과 개봉일, 그리고 아바타 데이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습니다. 하나 재미있는 건 아직도 <타이타닉> 감독 작품으로 밖에는 홍보할 수 없는 아쉬움이랄까요.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작품'이라고 쓰기엔 아무래도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국내에서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이 같이 감독 이름만으로 홍보할 수 있는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여튼 간단하게 브로셔를 둘러 보고는 두근두근 하는 마음을 안고, 손에는 3D 입체안경을 움켜쥐고 상영관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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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기 전에 인트로 영상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직접 입체 안경을 들고나와, 이 20분 분량의 짧은 영상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자, 보시죠, 하고는 입체 안경을 쓰윽 쓰지 않을까 했는데 그러지는 않더군요 ^^;)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라는 말에 안심하고 보게 되었죠. 정말 제임스 카메론의 말 답게 스포일러가 나올 만 하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더군요. 몇몇 시퀀스를 보여주기는 하나 결정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으며, 초반 설정 장면과 대화 장면, 액션 장면이 짧지만 골고루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액션 장면들 역시 극중 아바타 들이 벌이는 액션과 인간과 괴물이 벌이는 액션, 아바타와 괴물과 벌이는 액션 등으로 나누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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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인간이 '아바타'라는 존재가 된 이후에, 인간과 아바타의 크기 차이의 묘사랄까요. 아주 거대한 거인도 아니지만 인간 보다는 훨씬 큰 아바타의 크기가 실감나게 느껴지는 카메라 앵글이 돋보이더군요. 그 섬세한 앵글 덕분인지 이 크기의 차이가 실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시퀀스는 본격적으로 아바타 (그런데 이 외계인으로 보이는 존재를 '아바타'라고 칭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들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장면들이 전개됩니다. 기묘한 공룡이 모습을 하고 있는 괴물들과 아바타들의 추격전, 아바타가 자신이 타고 다닐 괴물(익룡 혹은 용의 모습을 닮은 존재.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을 길들이는 장면, 그리고 예고편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인간과의 전투 장면 등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게임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아바타의 세계의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상당히 설득력있는 모습이었으며, 아바타라는 존재들의 묘사에 있어서도 배우들의 얼굴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시고니 위버 얼굴을 한 아바타는 단번에 알아보겠더군요), 그 독특한 피부 질감이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익룡을 타고 나는 장면에서 배경 묘사를 보니 CG로 그린 것이 아니라 실사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움직이는 물체 주변은 아무래도 CG의 사용이 많았던 듯 싶지만, 먼 발치의 실사 배경이 어울려 더더욱 있을 법한 신비의 세계를 그려낸 듯 했습니다(여기서 혼자 감탄!). 이번 20분 프리뷰에서는 인간들과 전투 장면은 예고편에 등장한 장면 외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는데, 인간과 아바타 벌이는 즉 실사 캐릭터와 CG캐릭터가 맞물리는 장면의 완성도만 만족스럽다면, 흠잡을데 없는 강렬한 영상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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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짧은 영상이었지만 감독의 전작을 연상시킬 만한 병기라던가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더군요.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타고 등장했었던 '파워로더'를 연상시키는 병기도 그렇고, 전투 비행정의 모습 역시 <터미네이터>와 <에일리언>에 등장했던 비행정의 모습을 업그레이드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프로펠러를 상하로 위치시켜서 수직상승할 수 있는 모습말이죠).

용산 CGV에서 아이맥스 3D로 감상하였는데, 이미 많은 3D 아이맥스를 접한터라 포맷에 대한 감흥은 덜했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아이맥스 3D를 사용하는 방법을 보니 확실히 조금 다른 점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일단 그 아바타 행성(?)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날파리(?)의 묘사는 확실히 입체영화에 최적화된 설정이라 아니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긴박감 넘치는 추격, 액션 장면의 경우 핸드헬드 효과를 내려는 촬영 방식이 어느 정도 아이맥스 3D의 효과를 더해주는 면도 있는 반면, 개인적으론 좀 과도한 사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어쩃든 이렇게 단 20분 공개만으로 큰 이슈를 일으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바타>에 거는 영화팬들의 관심과 기대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른 12월 17일이 되어 완전한 <아바타>를 즐겨보고 싶네요. 어떻게 기다리나요!!


1. 그러고 보니 주연을 맡은 샘 워싱턴의 경우, 어찌되었든 '터미네이터'와 연관이 있는 배우로군요.
2. 시고니 위버의 모습은 무척이나 반갑더군요!
3. 12월까지 어떻게 기다리나요!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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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

1950년대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본, 그들의 이상과 현실

리처드 예이츠(Richard Yates)의 소설을 원작으로 '아메리칸 뷰티'를 연출했던 샘 멘더스와 '타이타닉'의 커플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지금까지 언급한 이유만으로도 일단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잘 알다시피 샘 멘더스와 케이트 윈슬렛이 부부관계인 것 또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이었으며 이 둘이 함께 처음으로 작업하게 된 작품이라는 점과, '타이타닉'의 커플이 11년 만에 다시 커플로 스크린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영화 팬들에게는 분명 설레 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재미 있는건 이들 외에 역시 '타이타닉'에 함께 출연했었던 케시 베이츠 역시 '레볼루셔너리 로드'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문학작품인 예이츠의 원작을 읽었던 이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결코 만만한 영화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올해는 물론 근래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무겁고 괴로운 영화였으며, 냉소적인 시선과 희망적인 시선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부부관계에 대해 더 나아가서는 남녀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그 어느 영화보다 현실적이고 치밀한 묘사를 보여준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배우들인 레오와 케이트의 열연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당시 미국사회의 문제 거리였던 급속한 경제 성장과 맥카시즘에 관한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정치/사회적인 영화는 결코 아니다. 1950년대 미국 코네티컷에 사는 중산층 부부인 프랭크와 에이프릴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이 둘의 이야기는 결국 지금의 것으로 그대로 가져와도 전혀 문제가 없음을 -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기까지 한 - 몸소 보여주고 있으며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미국사회의 단면을 비교적 희망적으로 조명했던 샘 멘더스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가 만들어낸 어두운 면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견뎌내야만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그려내고 있다.


(이후 네 단락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극중 휠러 부부가 사는 거리의 이름이다. 잘 사는 중산층을 대변하는 일종의 상징으로서 인식할 수 있을 텐데, 이 거리와 언덕 위의 하얀 집은 전형적인 보기 좋은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영화에서 하나 흥미 깊게 지켜볼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던 이 언덕 위의 집이(=휠러 부부가) 점점 어떻게 감옥 같은 공간으로 변해가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 휠러 부부는 이 가운데서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선망에 대상이며, 그들 스스로도 이를 인지하고 보여지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생계를 위해 하고 싶지 않은 뻔한 세일즈 일을 해오고 있는 프랭크(디카프리오)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가사를 꾸려가고 있는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은 우연한 기회에 파리로의 여행이 아닌 이민을 계획하게 된다. 현재의 삶에 무력함과 공허함을 느끼던 에이프릴은 예전 사진을 정리하다가 파리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던 프랭크의 말을 떠올려 급작스레 이를 계획하게 된다. 프랭크도 처음에는 이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도 현실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터라 이 비현실적으로만 보이는 계획에 함께 하게 된다.




이 계획이 있기 전 프랭크가 기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하는 장면은 그의 삶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출근 시간 다른 사람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똑같은 양복과 모자, 무엇보다 표정으로 무의미하게 회사 건물로 들어서는 프랭크의 모습은, 프랑스 이민을 결정하고 나서 180도 달라진다. 분명 똑같은 옷과 시간이지만 현실에서의 탈출구를 계획하고 있는 프랭크에게는 유난히 빛이 나게 마련이다 - 이 말은 그대로 장면으로 표현되는데, 정말 놀랍기만 하다 - . 휠러 부부는 친한 부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데, 이 부부는 이들 앞에서는 말하지 못했지만 이들이 가고 나자 말도 안되게 유치한 계획이라며 서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들 부부의 행동과 설정은 휠러 부부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그 앞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말하고 싶은 건 이상이고, 그럼에도 말 못하고 나중에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현실이다. 이 친구 부부의 남편은 자신의 집 마당에서 휠러 부부의 집을 멀찌감치 동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는 오래 전부터 에이프릴에게 연정을 품었지만 이를 고백하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조차 믿어주지 못하는 거품으로 덥힌 관계 속에 영화는 현실과 이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휠러 부부의 이야기를 - 가식이 아닌 -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이 정신적 병을 갖고 있는 '존 (마이클 섀넌)' 뿐이라는 점은, 이 부부와 이들을 둘러싼 사회의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매우 직접적인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서 존은 휠러 부부의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이 그들의 행동과 관계에 대해 거칠게 몰아치는데, 이는 존의 이야기가 '너무' 직언이기 때문이다. 뭐라고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치부를 꿰뚫고 있는 말들은 거칠게 반응한다 해도 뒷 맛이 깔끔할 리가 없다.



(좁은 방안에서 여러 명의 캐릭터들을 서로 겹치지 않게 배치한 이 쇼트는 가히 압도적이다. 마치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 이 장면은, 그 대사들과 캐릭터가 갖는 의미들로 인해 더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영화가 가장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판단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이뤄내기 위해 떠나는 '파리' 행이 이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를 차근차근 보다 보면 과연 이들이 이상향으로 설정한 '파리'가 이상인지 혹 현실은 아닐지, 반대로 '코네티컷' 역시 벗어나고만 싶은 현실이 맞는 건지 아니면 이상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러움을 겪게 된다. 즉 이상으로만 꿈꿔 왔던 것과 현실은 사실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며, 이상을 택하는 것으로 완전 해결되는 현실의 문제는 없다는 진리를 깊은 곳에 숨겨둔 텍스트라고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스포일러 끝)



사실 이 작품을 처음 극장에서 접했을 때에는 바로 리뷰를 쓸 수 없었을 정도로 괴로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내용 때문에 다른 것들이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블루레이로 재차 감상을 하면서 배우들이 열연만큼이나 돋보이는 영화적 미학의 순간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요즘 영화들로는 매우 드물게 세트 촬영이 거의 없이 100%에 가까운 장면들을 로케이션 촬영으로 소화했다는 점이 이색적인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코네티컷 주의 한 집을 실제 모델로 하여 그 공간 내에서 인위적인 장치들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영화적으로 너무 아름다운 장면들을 완성해냈다. 세트가 아닌 실제 집을 무대로 촬영을 하다 보니 조명장치를 좀 더 활용할 수 없었고, 동선 등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톤 핑크’ ‘쇼생크 탈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촬영했던 명 촬영 감독 로저 디킨스가 창조해낸 영상들은 색감이나 조명 부분에 있어서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조명에 대한 찬사들은 감독과 작가가 함께한 코멘터리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주로 코엔 형제와 작업을 해왔던 로저 디킨스는 감독인 샘 멘더스와는 ‘자헤드 ? 그들만의 전쟁’을 함께 했었고, 케이트 윈슬렛과는 ‘더 리더’를 통해 함께 작업하기도 했었다)




촬영만큼이나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은 바로 음악이다. ‘월-E’와 ‘아메리칸 뷰티’ 등 여러 흥행작들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던 토마스 뉴만은 이 절제와 폭발이 공존하는 영화에 무섭도록 냉정한 차분함과 서글픔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그 테마 몇 마디만 들어도 영화의 전반적인 메시지와 색감이 떠오를 정도로 토마스 뉴만이 만들어낸 선율은 또 다른 의미에서 중독적이다. 토마스 뉴만은 역시 감독과는 ‘자헤드 : 그들만의 전쟁’을 함께 했었고, 케이트 윈슬렛과는 ‘리틀 칠드런’을 통해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다.




차 안에서 심하게 다투는 이 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서, 만약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가 죽지 않고 계속 함께 지내왔다면 프랭크와 에이프릴과 같은 시간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그 만큼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이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두근대는 영화였지만, 영화 속에서는 ‘타이타닉’ 당시에는 그저 외모가 더 돋보였던 이 두 배우가 현재는 어떻게 당대를 대표하는 남녀 배우라고 불리 우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케이트 윈슬렛은 ‘더 리더’로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리더’가 아닌 이 영화로 수상을 했어야 더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통해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언제나 그렇듯 신뢰가 가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에 더해 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등이 출연했던 ‘다우트’와는 또 다른 의미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이제 이렇게 미묘한 감정과 심리를 다룬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그를 최우선으로 꼽게 될 정도로 아카데미가 부럽지 않을 최고의 열연을 펼쳤다.




존 기빙스 역할을 맡은 마이클 섀넌 역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석 같은 존재다. 그는 일반적인 정신 질환자로 보기 어려운 존 기빙스 역할을 맡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두 주연 배우를 압도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영화의 중요한 줄기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 그의 분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닌데 영화를 다 보고 관객이 느끼는 비중은 두 배우 못지 않을 정도이니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임팩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이 밖에 기빙스 부인 역할을 맡은 케시 베이츠와 하워드 기빙스 역할을 맡은 리차드 이스튼은 왜 그들이 베테랑 연기자인지 연기로 증명하고 있으며, 조 카잔이 깜찍한 얼굴도 기억에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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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p 풀HD영상과 MPEG-4 AVC포맷을 수록한 화질은 영화 속 1950년대를 고스란히 안방극장으로 전달하고 있다(그렇다고 50년대의 오래된 화질은 절대 아니니 안심하시길 ^^;). 사실 이렇게 조용한 드라마 장르 영화에서는 액션 블록버스터나 SF 영화들에 비해 차세대 화질을 체감하는 정도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레볼루셔너리 로드’ 블루레이의 화질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

(아래 4장의 그림은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의 그림으로 확대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100% 로케이션 촬영과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부분이 촬영되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풍부한 조명보다는 제한된 광량이 효과적으로 사용된 장면들이 많은데, 옅은 그림자들이나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볕 같은 부분이 블루레이의 화질로 잘 표현되고 있는 편이다. 또한 클로즈업 시에는 캐릭터의 고뇌가 더 와 닿을 정도로 피부의 질감 표현도 만족스러운 편이고, 1950년대를 완벽하게 복원해 낸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색감들도 잘 드러나고 있다.



Blu-ray : Sound Quality

돌비 True-HD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기술적인 면에서 크게 아쉬울 것은 없는 사운드지만, 작품의 특성상 차세대 사운드를 실감할 만한 부분이 비교적 적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몇 가지 소소한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운드 임팩트는 대사와 스코어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세대 사운드답게 대사 전달은 또렷하게 전해지고 있으며, 토마스 뉴만의 스코어가 흐를 땐 좀 더 깊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레볼루셔너리 로드’ 블루레이 타이틀이 반가웠던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감독인 샘 멘터스와 시나리오를 각색한 저스틴 헤이시가 참여한 음성해설이 수록된 점이었다. 보통은 배우들이 참여하는 코멘터리를 선호하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 같은 경우는 감독과 작가의 코멘터리가 예이츠의 원작과 비교하며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되고 있는 듯 하다(배우들의 코멘트는 메이킹 영상으로 충분히 보완되고 있다). 코멘터리를 통해 195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기 전 촬영 감독인 로저와 함께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와 교외의 모습을 묘사한 영상들을 많이 참고했다는 이야기와, 실제 로케이션 장소에서 촬영 함으로서 얻게 되는 영화적 이득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의 끔찍한 결말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감독과 배우라지만 그 이전에 남편인 샘 멘더스가 어떻게 자신의 아내에게 이런 연기를 시킬 수 있었을까 - 참 독하다 - 하는 생각과 의문이 있었는데, 자신의 평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촬영이었다는 코멘터리를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Lives of Quiet Desperation : The Making of Revolutionary Road’는 제목 그대로 전반적인 메이킹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프리 프로덕션과 캐스팅, 촬영, 프로덕션 디자인 등 전분야의 배우와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영화화가 기획되면서 주연인 케이트 윈슬렛이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되었고 그 다음에 감독인 샘 멘더스가,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무려 케이트가 2년 반을 설득하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점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실제 로케이션 촬영을 고집하다 보니 프랭크의 일터인 녹스 빌딩이나 부부가 사는 언덕 위의 집 같은 경우 비슷한 조건의 건물을 찾지 못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도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집 뒤편에서 휠러 부부의 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캠벨 부부의 집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한 그 위치에 그대로 있는 집을 이용하여 촬영한 경우다.




‘The Wages of Truth‘는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을 쓴 리처드 예이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후 미국소설 중 최고의 작품으로 추앙 받는 그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인간 예이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그의 친구들과 딸들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다. 상당히 많은 분량의 인터뷰로 이어진 영상으로서 리처드 예이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Deleted Scenes’ 을 통해서는 비교적 많은 분량의 삭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감독인 샘 멘더스의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삭제 장면의 특이할 점이라면, 장면과 감독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삭제 장면들이 본편에 수록된 장면들 보다 도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다는 점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설명할 때마다 ‘이 장면은 정말 제일 마지막에 회의를 거쳐 삭제하기로 한 장면이에요’ ‘이 영화만큼 좋은 장면들을 삭제한 영화는 없습니다’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등 샘 멘더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본편 장면들이 잠시나마 ‘초라’해질 정도다 ^^; 그 만큼 본편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지닌 삭제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꼭 놓치지 말고 감상하길 바란다. 그 밖에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지도에 비하면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한 작품이지만 단연코 올해 개봉한 작품들 가운데 최고 수준에 있는 드라마이자, 깊은 현실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생각해 볼만한 작품이었다. 영화가 그리고 있는 현실은 견디기 힘들 정도지만, 영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장면들과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열연은 상투적인 표현일지언정 거짓은 아님을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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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2009)
마이클 만의 실험적인 갱스터영화


<히트> <콜레트럴> <마이애미 바이스>등을 연출했던 마이클 만이 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 등과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 '등'에는 상당히 많은 거론할 만한 배우들이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 작품 <퍼블릭 에너미> (원제목은 'Enemies'임으로 우리말 제목으로 하자면 '공공의 적'이 아니라 '공공의 적들'이 맞겠다)는 기대작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필몰그래피 가운데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협연한 1995년작 <히트 (Heat)>를 최고의 작품을 꼽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999년작 <인사이더 (The Insider)>부터, 아니면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가 출연했던 2004년작 <콜레트럴 (Collateral)>에서야 본격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으로 꼽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그가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갱스터 '존 딜린저'를 영화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점들은 분명 몇 가지가 있었는데 (최신형 총기들의 격발음의 디테일을 선보였던 마이클 만이, 시카고로 대표되는 기관총의 사운드는 어떻게 차별화하여 들려줄 것인가 등등), <퍼블릭 에너미>는 그런 점들도 물론이거니와 기존에 <콜레트럴>과 <마이애미 바이스>를 통해 사용 빈도를 높여왔던 HD카메라의 사용을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한 상당히 실험적인 영상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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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고나서 솔직한 심정은 조금은 의외였다. 마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빌>에서나 볼 법한, 아니면 역시 그의 작품인 <어둠 속의 댄서>의 HD버전을 보는 듯한 영상은, '정말 이대로 끝까지 다 담으려는건가?'하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마이클 만은 작정을 한 듯 이렇게 조금은 관객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이질감이 느껴지는 화면으로 영화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특히 초반 장면들 같은 경우 실외 장면에서는 그 미치도록 파란 하늘에 혼이 팔려 감각을 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외 장면보다 실내 장면에서 더욱 크게 그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HD다큐멘터리르 보는 듯한 화면의 질감과 전혀 필름 라이크하지 않은 이 영상은 확실히 몰입도 측면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만은 <퍼블릭 에너미>를 소개하는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1930년대를 구경하기 보다는, 그 안에 진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는 소견을 밝히기도 하였는데, 그런 그의 의도를 단 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카메라 워킹과 영상이었다. 이 작품의 카메라 워킹을 보다보면 화면 속 배우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저리 비켜요'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완전히 VJ가 된마냥 인물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특히 법정 장면에서의 앵글은 완벽하게 방청석에 앉아 있는 시점에서 이를 빠져나가는 주인공들을 뒤 쫓고 있다(그렇다고 <클로버필드>마냥 완벽한 촬영자적 입장에서 본다고만은 볼 수 없는 영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핸드헬드 기법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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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카메라 워킹은 '그 속에 진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HD카메라만을 통한 그 필름 라이크하지 않은 화면의 질감은 확실히 실험적인 것이었다. <마이애미 바이스>에서도 이런 식의 장면들이 몇몇 있긴 했었지만 전체적으로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커버하리고는 생각지 못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HD카메라로 담은 영상은 한 편으론 정말 그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일반적인 영화적 화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무언가 떨어져 보이는 영상으로 오해되기 쉬운 것도 사실일 것이다. 특히나 만약 이 영화를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이 운명의 적수로 만나는 대결구도(.vs)의 액션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 관객들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런 경험이었을 것이다.

<퍼블릭 에너미>는 실존 인물인 존 딜린저와 그와 관련된 실제 있었던 일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종류의 다른 영화들처럼 '이것은 실화입니다'라고 강조하는 편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마도 따로 자막을 통해 관객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실제 있었던'이 아닌 '실제하는' 이야기로 전달하려는 욕심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확실히 영화의 영상은 다큐멘터리라고 봐도 좋을 정도인데, 마치 유명한 뮤지션들의 투어를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투어필름 감독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영화 속에는 실제로 당시 경찰들이 영화 상영 전 홍보를 위해 촬영한 영상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만약 존 딜린저가 이런 작업을 진행했었다면 이런 비슷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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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시에는 굉장히 카메라를 인물에게 타이트하게 들이대는데, 이런 방식은 정말 라스 폰 트리에가 자주 썼던 방식으로, 관객들이 극중 인물에 심리상태를 더욱 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마치 극중 인물의 숨이 내 얼굴에 와 닿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또한 정경을 멀리서 촬영하거나 카메라가 먼 곳으로 빠지는 장면 같은 경우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실제하는 공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 감상기를 쓰면서 스포일러 걱정없이 술술 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에는 별로 스포일러가 될만한 요소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존 딜린저가 매우 유명한 실존 인물임을 감안했을 때 이 영화의 결말은, 히틀러의 암살작전을 다룬 <발키리>와 다를 바 없으며 (그렇다고 해놓고선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센스 ^^;), 그 과정의 이야기들도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뿐이다. 존 딜린저는 시대를 풍미했던 갱스터로서 은행털고, 세력 다툼도 있었고 그를 잡으려는 경찰들은 더욱 조직화 되었으며, 운명 같은 사랑도 나누었다는 이야기 가운데 적어도 마이클 만은 내용 안에 특별한 메시지나 논란거리를 던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만은 이 처럼 얼마든지 영화적으로 상상력을 더해(더하지 않더라도) 극적인 스토리로 만들 수 있었던 소재를 그저 다큐처럼 조명하는데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 속 총격씬에는 기술적인 구현 외에 극적인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있다면 윈스테드 경관의 앞구르기 정도!), 총격전 사이에도 긴장감은 별로 찾아볼 수 없고 각각의 인물들에게도 정말 진심으로 우러나서 공감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단 하나 이 영화에서 극적인 부분을 조장하려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음악일텐데, 마치 <다크 나이트>의 스코어와 살짝 흡사한 음울한 스코어는 장면 장면 분위기를 만들려고 끼어드는데, 무언가 담백하게 가려는 영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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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이 이런 무거운 갱스터 영화에 어울리까도 싶었었지만, 터프하기보다는 섬세하고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존 딜린저 역에 그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던 것 같다. 살짝 살이오른 그의 얼굴은 은근히 네모내 보이기도 하는데, 확실히 '넌 이제 내 여자야' 라는 대사를 그나마 덜 어색하게, 그래도 어느 정도 수긍 가능하게 만든 것은 '조니 뎁'의 역량이지 않았나 싶다. 크리스찬 베일은 역시나 크리스찬 베일이었다. 씨네21 리뷰에서는 그의 연기를 평하면서 <다크 나이트>보다도 오히려 이 영화의 등장한 멜빈 퍼비스
를 연기하기 위한 배우같았다고 짧게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정말 더 꽉 다문 입에서 브루스 웨인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그래도 첫 대사를 할 때 그 목소리는 마치 변조된 배트맨 목소리가 살짝 연상되긴 했다).

마리온 꼬띨라르는 <라비 앙 로즈>에 이어 또 한 번의 시대극이라서 그런지 에디뜨 피아프의 잔상을 다 지우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조니 뎁과 은근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버를 연기한 빌리 크루덥은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연기 자체가 인상적이었다기 보다는 자꾸 <왓치맨>의 닥터 맨하탄이 생각나서 집중되지 않기도;; (닥터 맨하튼이 갱스터 하나 못잡아서 곤란해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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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급 연기자들 외에도 이 작품엔 참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서 배우들 얼굴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다. '파라미르' 데이빗 윈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고, 며칠 전 <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스테판 그레이엄 역시 '참~ 맘에 안드는' 캐릭터를 맡아 열연하고 있고,
<블레이드>에 출연했던 스티븐 도프, 따져보니 본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데 얼굴만은 참 익은 지오바니 리비시, 마지막에 잠깐 등장했지만 얼굴을 보고는 반가웠었던 <딥 임팩트>의 그녀 릴리 소비에스키까지. 예상치 못했던 조연급 연기자들이 다수 출연해 그것만으로도 반가운 작품이기도 했다. 물론 그 중 가장 놀라웠던 출연자는 UFC와 프라이드에서 활동했었던 격투선수 돈 프라이였다. 대사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존재감은 어느 정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돈 프라이를 마이클 만 감독 작품에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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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마이클 만의 <퍼블릭 에너미>는 예상하던 장르 영화로서의 갱스터영화는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영화 장인으로서의 마이클 만의 야욕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1.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HD카메라의 의도적 영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2. 초반 클럽에서 노래하는 여가수는 다름 아닌 다이애나 크롤이더군요. 깜놀.
3. 누가 조니 뎁 아니랄까봐, 이름이 뭐냐는 물음에 '잭'이라고 하더군요 ㅎ
4. 극장 장면은 하나는 참 재미있었고, 다른 하나는 참 영화적으로 인상적이더군요. 셜리 템플 지못미.
5. 무언가 더 할말이 있었는데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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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잉글랜드 (This is England, 2006)
그대로 응시하다


해외 영화제를 통해 호평을 받았다는 홍보문구들로 먼저 알려진 셰인 메도우스 감독의 2006년작 <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유난히도 영화제 수상이라던가 '평단과 관객을 모두 만족시킨..' 이런 식의 문구들이 많은 경우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를 끄는 문구는 '<트레인스포팅>이후, 영국 영화의 재습격' 이라는 문구였다. 이 영화를 표현하는 설명들 가운데는 얼핏 훑어보아도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걸 보고는 '적어도 번지르르하게 포장하지는 않겠구나'하는 믿음은 가질 수 있었다. 저 힘없어 보이는 하늘색이 이리도 강렬하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라는 걸 실감했던 포스터처럼, 영화는 1983년 영국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영화 속 장면에는 아예 대놓고 응시하는 컷이 나오기도 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영국인 감독이 자국인 영국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강렬한 두 눈으로 응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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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100%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 당시 영국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현실들에 대한 몇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와 그녀의 정책들,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벌인 '포크랜드 전쟁'에 대한 사실들은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라 할 수 있는데, 영화는 이 같은 사안들은 아주 직접적으로 파고든 정치 영화는 아니지만, 결국 이런 정치, 사회적 요인들이 당시 영국을 살았던 사람들(소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가감 없는 솔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숀 (토마스 터구즈)'은 아버지가 전쟁에서 돌아가시고 엄마와 둘이 사는데, 가정 형편 역시 그리 좋지 못해 촌스러운 바지를 입고다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 그렇다고 숀이 <렛 미 인>에 나오는 오스칼처럼 소극적인 소년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그는 그럴 수록 더 달려들어서 싸우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숀이 어느 날 우연히 스킨헤드 무리를 만나게 되면서 이 영화는 서서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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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디스 이즈 잉글랜드>의 주된 이야기 방식은 주인공인 어린 소년 숀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 가에 대한 것이다. 숀이 처음 만난 스킨헤드들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인종차별적인 '스킨헤드'와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그들은 그저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이고 약간 모자라보이기 까지 하는 고작 '비행청소년'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이들이었다. 처음 숀과 이들이 만나 전쟁 놀이를 하며 노는 장면은 한 편으론 정치적인 당시 사회의 분위기 속에 소년들의 놀이 문화마저 폭력적이고 전투적인 것들이 되어버린 현실을 엿볼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영화적으로 보았을 때 단순히 숀의 행복했던 한 때로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런데 여기서 의미심장한 건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던 숀이 이들을 만나면서 이 무리 속에서 다른 한 명을 그들과 함께 따돌림 시키면서 해방감을 얻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나중에 콤보를 만나면서 더 확장된다.

숀이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 첫 번째 지점이라면, 두 번째 전개가 시작되는 지점은 바로 이들 무리와 예전에 함께 했었던 콤보가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다소 급진적이고 우리가 현재 흔히 알고 있는 '스킨헤드'에 가까운 성향을 갖고 있는 콤보가 숀과 접촉하게 되면서, 숀 역시 급격하게 변하게 되고 그의 변화를 주목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변해가는 숀을 나무랄 수 만은 없는 현실 역시 담아내고 있다.

(이후부터는 내용에 대한 미약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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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보는 숀이 어울렸던 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권력화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인종차별주의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데, 흥미로운건 자기 자신 스스로도 굉장히 가치관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겪는 다는 것이다. 친구들 중 흑인인 밀키 와의 장면들에 엿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세력에 힘을 보태기위해 밀키 역시 흡수하려는 것으로 보았으나, 결국 인종차별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던 콤보는 밀키를 인정하지 못하고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그런데 저지르고나서 콤보가 보여주는 행동은 무차별적, 냉정한 행동이 아닌 굉장히 스스로 혼란스러움을 겪는 듯한 행동을 보여준다.

이렇듯 영화는 계속해서 변화의 과정을 주목한다. 그냥 동네 불량배들 정도였던 이 무리가 사회적인 요건들로 인해 변화를 겪으며 각자로 나뉘어지는 과정, 그리고 이들 무리에 합류하게 된 어린 숀이 어른이 되기도 전에 겪게 되는 수많은 변화의 과정들은, 어쩌면 겪지 않았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숀은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 다시 홀로 돌아와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했던 벌판의 버려진 배가 있는 곳에 나타난다. 아버지 없이 외로움을 겪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항상 홀로 지내던 숀은, 결국 영화의 마지막,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혼자로 돌아왔다. 숀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았던 잉글랜드의 국기를 스스로 던져버리는 장면은, 결국 국가가 국민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고, 오히려 빼앗아만 갔던 당시 영국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숀의 성장영화로 보긴 어렵다. 숀은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어른이 된 것이 아니다. 그는 아직도 소년이고, 소년으로서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고 만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것은 이런 경우엔 불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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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면 누구나 주인공 '숀' 역할을 맡은 어린 배우 토마스 터구즈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가 보여주는 연기와 그 표정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어린 눈으로도 잘 반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토마스의 얼굴 생김새가 폴 메카트니와 너무 닮아서 (특히 그 쳐진 눈!) 살짝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

콤보 역을 맡은 스테판 그레이엄의 경우 <스내치>와 <갱스 오브 뉴욕>을 비롯해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도 출연하여 정확히 무슨 역할인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얼굴은 익은 배우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확실히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음악과 카메라 워킹이었는데, 초반 숀이 스킨헤드 무리와 처음 어울리는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과 카메라가 이들을 비추는 앵글은 정말 감각적이고 인상적이었다. 특히 음악은 영화를 통틀어 상당히 감정선을 건드리는데 작용하고 있고, 전체적인 화면의 색감 역시 이 영화를 기억하는데 더 좋은 소스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강렬함이 만족스러웠던 영화인 동시에,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아도 온전히 영화 내에서 모든 것을 설명 가능했던 <그르바비차>의 경우와는 다르게, 당시 사회적 배경을 잘 알지 못한다면 좀 더 즐기기 어려운 작품이라 조금은 아쉬운 감도 없지 않았다.


1. 참고로 이 작품은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씨네큐브로서의 마지막 개봉작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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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Blu-ray)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제는 어쩌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기능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의외로 많은 유저들이 아예 잘 사용하려조차 하지 않는 것이 바로 'BD-Live' 기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블루레이 초기 시절만 하더라도 '블루레이만의 장점이 뭐냐?'라는 점에서 BD가 가장 앞다투어 홍보했던 기능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과 바로 연결하여 부가영상의 다운로드가 가능하고, 채팅이나 퀴즈 등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BD-Live 기능이었죠. 실제로 각 가전업체들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내놓으면서 '우리가 최초로 BD-Live 기능을 제공한다' 혹은 '자사의 플레이어만이 BD-Live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등의 홍보문구를 빼놓지 않았었구요.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 기능이 그야말로 '신기술'이었을 때에는 다들 호기심에 관심을 갖곤 했지만, 어느 정도 보편적이 된 이후에는(벌써 BD-Live에 보편적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남지만요) 정작 별로 사용하게는 되지 않는 기능이 또한 BD-Live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인터넷을 연결해야 한다는 조건이 '의외로' 번거로움으로 작용하여 매번 BD플레이어에 랜선을 연결해두지 않은 유저들 입장에서는 따로 연결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하고, 코멘터리 및 부가영상을 죄다 꼼꼼히 챙겨보지 않는 일반적인 경우 역시 조금 딜레이가 있는 BD-Live기능을 잘 살펴보게 되지 않는 것이 다수인데, 저조차도 리뷰를 위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자주 보게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네요.

<그랜 토리노>를 리뷰하려고 캡쳐를 위해 BD-ROM을 통해 감상하다보니 유난히도 'BD-Live' 메뉴가 돋보이더군요. 그래서 '그래, 오랜만에 워너브라더스의 BD-Live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 좀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어, 간단하지만 BD-Live 기능이 대략 어떤 것들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정말 '간단하게'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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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 블루레이 타이틀의 시작 메뉴 가운데, BD-Live를 클릭하며 위의 스크린 샷처럼 워너의 로고 주위로 로딩 되는 표시가 등장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접속을 하게 됩니다. BD-Live 기능은 일반적으로는 타이틀 개별마다 수록된 내용이 틀리다기 보다는 (정확히 얘기하자면 타이틀에 수록된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이다보니), 각 회사의 BD-Live 사이트로 접속하게 되기 때문에, 같은 제작사의 타이틀이라면 거의 동일한 BD-Live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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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속하면 위의 그림처럼 로그인 화면이 등장하고, 가입이 되어 있지 않은 유저들을 위해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가입이 가능한 사이트 주소로 연결이 되는 링크가 이메일로 발송이 됩니다. 사실 예전에도 이 부분이 제일 불안전 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그렇게 썩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더군요. 가입절차대로 기입하고 완료 버튼을 눌러도 서버상의 이유를 들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대략적인 기능들은 즐기실 수가 있습니다. 제가 이번 리뷰를 통해 소개하는 것들 역시 모두 로그인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한 것들이라는 것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가입을 위한 이메일주소를 넣는 란을 보면, 이메일 주소를 기입한 뒤 로그인 창으로 바로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한정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 (일종의 가 로그인 상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걸 누르고 들어가도 아래와 같은 예고편들은 모두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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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MEDIA CENTER를 클릭하시면 위와 같이 세가지 메뉴를 확인하실 수 있는데, 일단 오늘은 가운데 Trailers 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그대로 워너브라더스에서 출시될 블루레이들의 예고편을 만나볼 수 있는 메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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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처럼 워너에서 출시될 블루레이들의 예고편들을 골라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오른쪽 화살표 버튼을 누르면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는데, 꽉 찬 한 페이지가 더 있으며 반 쯤 있는 한 페이지로 총 3 페이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출시된 <예스맨>을 비롯해 국내 최근 개봉한 '오펀 : 천사의 비밀'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음악 타이틀인 <레드 제플린>등 여러 타이틀의 예고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역시 저 예고편들 가운데 가장 0순위로 보고 싶은 타이틀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블루레이이겠지요 ^^; 바로 선택하여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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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의 자켓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타이틀의 간단한 작품/스펙 소개와 더불어 'Download Video'라는 버튼이 있어 예고편을 다운 받을 수 있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1080p와 Dolby TrueHD 5.1로 즐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 하네요. 아 물론 BD-Live에서 제공하는 예고편의 경우가 아니라 추후 출시될 본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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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가 시작되면 위의 그림처럼 진행상황을 직접 실시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이나 예고편의 용량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운로드 받는 동안에도 다른 상위 메뉴들을 둘러보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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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다운로드가 완료되면 우측 액션 버튼 가운데 'Play'버튼이 활성화 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참고로 이 다운로드는 PC나 플레이어의 하드디스크에 파일형태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BD-Live에 접속해서만이 즐길 수 있는 형태의 다운로드 입니다. 그럼, 그렇게 다운로드 받은 <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블루레이 예고편의 스크린 샷을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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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크린 샷의 정보표시 같이 1080p의 풀HD 영상이 아니라 720p의 화질로 예고편이 제공됩니다. 그렇다고해도 확실히 DVD 화질보다 좋은 화질이라는 점은 따로 설명드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아래 5장의 스크린 샷은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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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예고편이기 때문에 반지원정대와 두개의 탑, 왕의 귀환까지 모두 하이라이트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장면들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일부러 캡쳐하지 않았으니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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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블루레이가 출시된 것도 아닌데(적어도 1년 이상 출시일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예고편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훈훈해지는 영상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어서 빨리 반지의 제왕을 차세대 화질과 음질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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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만 감상하기 아쉬워서 한 작품 더 봐야겠다하고 둘러보았는데, <그랜 토리노> 블루레이라서 그런지, 최근 영화제를 통해 <더티 해리>를 감상할 수 있어서인지, 유난히 <더티 해리>블루레이 자켓이 눈에 띄더군요. 바로 다운로드 받아서 재생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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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해리> 역시 5부작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1편부터 5편까지의 작품들을 짧게 나마 만나볼 수 있으며, 리마스터링에 관한 홍보 멘트들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아래 3장의 스크린 샷은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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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ahead, make my day"  / 
"Do you feel lucky, 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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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터뷰 등이 담긴 서플먼트 소개도 잊지 않고 있구요.

이 모든 예고편들은 워너브라더스 블루레이 타이틀에 수록된 BD-Live 기능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BD-Live를 통해 지원하는 기능들로는 예고편 감상은 물론이고, 채팅이나 퀴즈, 나만의 메뉴를 만드는 기능들도 제공하고 있어 이용 환경이 좀 더 쾌적해진다면 자주 이용해볼 만한 블루레이만의 기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끔씩 들어가서 또 어떤 것들이 새롭게 업데이트 되었나만 확인하더라도 종종 흥미로운 부가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블루레이 리뷰는 이번 주내에(그래야 할텐데;;;) 리뷰를 하려고 드디어 작정한 <그랜 토리노> 블루레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랜토리노> 블루레이 리뷰도 기대해주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에 있습니다.





피쉬 스토리 (Fish Story, 2009)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의 힘


이번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었던 <피쉬 스토리>는, 곧 정식 개봉한다는 소식을 미리 접했기 때문에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다른 영화들을 보고, 정식 개봉한 이후에야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가장 이유라면 역시 감독인 나카무라 요시히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전작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주연을 맡았던 에이타에 끌려 보게 되었다가 그 복잡하면서도 따듯한 이야기에 한껏 만족했었던 작품이었는데,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다시 한번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화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사카 코타로는 일본 내에서 '천재' 작가로 불릴 정도로 책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주가 탁월한 작가로 유명한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피쉬 스토리> 역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화제작임과 동시에 과연 영화화가 가능할까 하는 의견과 영화화를 바라는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줄을 서기도 했던 작품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계속 영화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손을 거쳐 또 한 번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는 아주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 2009 'Fish Story' Film Partner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혜성 충돌로 지구 종말을 앞둔 일본의 어느 레코드 가게에서 시작된다. 하늘 위에 커다랗게 보이는 혜성과 곧 있을 종말로 인해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 텅빈 거리. 그리고 지구 종말이라는 시련 앞에 담담한 인물들의 대화는, 좀 처럼 영화의 분위기를 엿보기 힘들 정도다. 그 후 영화는 한 밴드의 스튜디오 녹음 장면을 보여주며 마치 다큐멘터리 마냥 전개된다. 실존 했던 밴드인 섹스 피스톨즈나 비틀즈 등과 함께 구체적인 연도를 언급하면서 이 이야기에 좀 더 빠져들기 쉽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또 전혀 상관없는 듯한 차 속의 세 남자 이야기, 그리고 그 다음엔 수학여행 동안 잘못하는 바람에 홀로 배에 남게 되 선상납치극을 경험하게 되는 소녀,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는 다시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밴드의 이야기를 주목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별로 친절한 편은 아니다. 뭐랄까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는 아마도 이야기의 맨마지막에 온전한 그림을 위해 필요한 퍼즐 조각들을 어지럽게 하나하나 펼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 조각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이 이야기들의 연관성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 연관성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개별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살짝 의심이 들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만화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다큐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또 드라마 같은 서로 다른 분위기에 살짝 혼란스럽기도 한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마지막으로 이동해주세요~)



ⓒ 2009 'Fish Story' Film Partners All rights reserved

이렇게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영화는 밴드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사실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은 이렇게 이야기로서 감동을 주어야 할 영화라는 점에서는 분명 거추장스러운 옷이 될 수도 있는데, <피쉬 스토리>를 보고나면 '그래, 세상을 구할 수 있지'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영화는 홍보전단이나 각종 문구들을 통해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구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 '이야기'가,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자들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메시지였다. 이 영화의 이야기를 거꾸로 거슬러가본다면, 지구를 구하게 되는 소녀는 정의의 사도로 자란 한 소년의 도움과 그가 전한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에 우주선에 올라 세상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고, 멸망에도 피난하지 않고 음반 가게를 지켰던 한 남자는 어린 시절 들었던 한 밴드의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에 지구의 멸망 앞에서도 처연할 수 있었던 것이며, 정의의 사도가 되어 소녀와 여러사람을 구하게 된 한 소년은, 정의의 사도로서 항상 수련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믿고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었고, 항상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 못했던 소심한 한 남자는, 노래에 담긴 메시지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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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의 모티브가 된 밴드가 이 곡을 만들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일까. 밴드의 리더인 시게키는 자신들의 마지막 녹음이 될 곡의 가사를 고민하다가 프로듀서가 놓고 간 한 책의 문구를 인용하게 된다. '나의 고독이 물고기라면...'
시게키와 밴드 멤버들은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저 무엇인가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가사에 자신들의 혼을 불어넣게 되고, 이 곡의 제목마저 책의 제목인 '피쉬 스토리'로 정하게 된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전하는 이 책의 진실은 사실 '피쉬 스토리(Fish Story)'의 영어 뜻과도 같은 '허풍'에 가까운 것이라는게 밝혀진다. '나의 고독이 물고기라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내용은 사실 엉터리 번역으로 탄생하게 된 아무 의미없는 문구라는 점을 듣게 되지만, 밴드 멤버들은 그냥 이 곡의 제목과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이 순간 이미 이 '피쉬 스토리(허풍)'라는 본래 뜻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이제 '피쉬 스토리'라는 단어 속에는 그들이 믿었던 그 순간과 혼이 담기게 된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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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확히 서두에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에 답변을 전하는 방식에 충실한 작품이다. 영화 초반 밴드 보컬은 이렇게 물음을 던진다. '과연 이 노래가 누군가에게 전해질까?' '이 마음이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전해질까?' 하고 말이다. 사실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질문은 굉장히 뜬구름 처럼 들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의 퍼즐이 한 조각씩 등장하고 마지막 이것들을 하나하나 제자리로 맞추게 되면, 이 노래의 힘, 이 이야기의 힘이 어디까지 전해졌는지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람들이 눈에 바로 보이는 것만, 직접 만져지고 계산해봐서 딱 답이 나오는 것만 믿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와 나카무라 요시히로는 누군가에 진심이 담긴 이야기의 힘을 믿었고 결국 이야기의 힘이 세상을 구하기 까지 이른다는, 과장스러운 듯 하지만 역시 진실인 이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세상을 구하는 건 이야기가 가진 힘이고, 그 이야기를 믿었던 사람들의 힘이라는 걸 영화는 흥미로운 구성 방식과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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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 중 밴드의 레코딩 장면이나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연주하는 장면의 임팩트는 상당합니다. 마치 이언 커티스의 이야기를 했던 영화 <컨트롤>의 한 장면 같았을 정도로 강렬한 이미지였어요.

2.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는 음악을 매개체로 사용하길 참 선호하는 작가 같아요. <집오리..>에서 밥 딜런의 곡을 사용한 것도 그랬고, 이번 작품역시요.

3.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다음 작품도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한 것이라고 하던데 제목이 무려 <골든 슬럼버>더군요. 그렇다면 비틀즈의 그 곡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인건가요?

4. <골든 슬럼버>에는 하마다 가쿠가 또 다시 출연하다고 하더군요. 이 정도면 완전히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겠군요.

5. 국내에 사운드트랙은 발매가 되지 않았는데 일본 내에서는 영화 속 FISH STORY와 동일한 자켓으로 발매가 되었군요. 일본가면 꼭 구해봐야 겠습니다 ^^;

6. 이 영화를 보고나서 지금까지 하루 종일 무한 반복하고 있는 이 곡 'Fish Story'.


(역시 펑크는 항상 옳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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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가운데는 언제나 예상치 않았던 이별들도 있기 마련인데, 일주일 전 쯤 갑작스레 듣게 된 한 소식 역시 이런 이별에 관한 이야기였네요. 광화문에 위치한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큐브와의 이별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유난히도 떠나보내는 이가 많았던 2009년, 8월의 어느 날 또 하나의 이별로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추억을 함께 했던 극장들 가운데 아쉽게 이별을 맞아야 했던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이번 씨네큐브의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첫 번째 이유는 그 갑작스러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대형 멀티플렉스들도 장사가 안된다며 티켓 값을 올리고 팝콘 가격을 올리는 마당에 예술영화 전용관으로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지요. 그래도 다른 극장들처럼 영화보러 온 사람들보다 여가 시간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지 않아 좋았고, 각종 넘쳐나는 먹을 거리들로 부스럭 거림과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아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었고, 그 공간에만 들어서면 절로 차분해 지는 분위기가 참 좋았었는데, 극장을 떠나 그런 공간과의 이별을 해야 한다니 먼저 아쉬움이 듭니다.




씨네큐브 광화문을 운영하던 영화사 백두대간이 8월을 끝으로 극장 운영을 그만 둔다는 소식을 듣고 나 니 새삼 씨네큐브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더군요. 처음 씨네큐브를 찾았던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아마도 본격적으로 즐겨찾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무렵이 아니었나 싶네요. 위의 사진 속 티켓처럼 프랑소와 오종의 <8명의 여인들>도 씨네큐브에서 보았었고, <아타나주아>같은 독특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으며, <브로크백 마운틴> <그르바비차> <도그빌> 그리고 가장 최근 작으로는 <반두비>까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들을 바로 씨네큐브라는 공간에서 함께 했었죠.

일반 상업영화들 외에 예술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씨네큐브 라는 극장은 자연스레 알게 되고 찾게 될 수 밖에는 없었던 극장이었고, 비슷한 예술영화전용관들 사이에서도 그 분위기 만큼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극장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일반 멀티플렉스가 젊은 연인들,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많은 반면, 씨네큐브는 나이 지긋하신 어른분들도 자주 만나볼 수 있었으며, 작가나 감독 등 직접 현업에 종사중인 예술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혼자서 극장을 찾는 이들이 멀티플렉스 보다는 훨씬 많은 극장이었죠. 저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땐 주저없이 혼자서도 많이 찾았었구요. 그러고보니 정말 혼자서 가장 많이 갔던 극장을 꼽으라면 단연 씨네큐브 일 것 같네요.




어느새 부턴가 멀티 플렉스에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상영시작 시간에 정확히 영화가 시작되고, 세뇌하듯 20분 넘게 몰아치는 광고를 볼 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크레딧이 온전히 다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극장내 불을 켜지 않은 극장. 당연한거지만 크레딧이 다 끝날 때까지 자리에 남아있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극장. 청소한다며 나가라고 하지도 않는 극장. 그래서 평소처럼 크레딧이 다 끝날 때까지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극장이 바로 씨네큐브였죠. 사실 이런 것은 굳이 씨네큐브가 잘했다기 보다는 다른 멀티플렉스들이 잘못하고 있는 점이죠.

극장의 분위기란 사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텐데, 좋은 영화란 무릇 여운이 남기 마련.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여운을 간직하고 싶은데 극장 문을 나서자마자 복잡하고 시끄러운 광경이 펼쳐진다면 있던 여운도 달아나기 마련이죠. 이런 의미에서 광화문 씨네큐브는 영화의 여운을 집으로 까지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좋은 분위기의 극장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극장 내 의자에 앉아서 영화의 장면들을 곱씹어 볼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하고 있었던 극장이었구요.





자꾸 분위기를 언급하는 이유는 분위기란 그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임의로 배려해서 끌고가는 면이 분명 존재하거든요. 아무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 책 한권을 읽으며 여유를 즐겨보려해도, 주변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소리, 여러 개의 관으로 입장, 퇴장하는 인파의 소음이 존재한다면 이런 여유를 즐겨볼 엄두조차 나질 않겠죠.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광화문 씨네큐브라는 공간은 어느 정도 공간이 분위기를 조장하는 뉘앙스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바닥에 까펫이 깔린 탓에 발자국 소리들도 들리지 않고, 상영관도 2개 뿐인 탓에 입퇴장을 통한 복잡함도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그 흔한 매점 하나 없으니 사고 먹고 하는 소리들도 들려올리 없죠. 매점이 없고 음식물이 반입되지 않으면 불편한 점도 분명있겠죠.매점이 반드시 없어야 한다거나 음식물은 반드시 반입되지 않은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이런 공간도 하나 있었으면 했고, 그것이 씨네큐브였다는 거죠. 그래서 마음에 들었구요. 자주 찾게 되었구요.




씨네큐브라는 극장을 알게 되고 이 곳에서 좋은 영화들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는데, 1년 전부터 (아..정말 벌써 1년이 되었네요) 좋은 기회에 백두대간에서 운영하는 씨네아트 블로그에 필진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죠. 그 때부터 더더욱 애착을 갖게 되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씨네아트 블로그에 참여하게 되면서 제 부족한 글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할 수도 있었고, 씨네아트를 통해 열리는 시사회나 행사들에 초대되어 보고 듣고 할 수 있는 기회들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씨네큐브를 찾게 될 때 그 전과는 다르게 뭐랄까, 같잖은 주인의식이 생겼다고 할까요. 마치 내 일 같아서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애착을 갖게 되었는데, 마음처럼 행동이 따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씨네아트 블로그로 활동한지도 이제 딱 1년이 되었네요.

그 동안 씨네아트 블로거로서 매달 '블로거 정기 상영회'라는 이름 하에 직접 상영작을 고르고 웹상에서 투표하여 상영하고,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끼리 남아 씨네토크도 하곤 하는데, 얼핏 1주년이 되었다는 생각에 그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만 진행했던 상영회를 씨네큐브에서 영화제 형식으로 진행해 보았으면 어떨까 했었는데, 이건 이제 실행으로는 옮기기 불가능하게 되었군요.



(눈 내리던 날의 씨네큐브)

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은, 광화문 씨네큐브가 폐관하는 것이냐 하는 것일텐데, 폐관하는 것은 아니에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10년 가까이 극장을 맡아서 운영해오던 영화사 백두대간이 더이상 운영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간 지원을 해오던 흥국생명의 모기업인 태광그룹에서 직접 운영을 하기로 결정이 된 것이죠. 그러니까 8월이 지나 9월이 되어도 광화문에 씨네큐브는 그대로 존재할 것이며 해머링맨도 그대로 일 것이고, 아마도 예술영화관으로서 계약이 남아있는 내년 3월까지는 멀티플렉스 처럼 상업영화들이 자주 걸리거나 하지는 않을 듯 하구요.

그러면 극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이별 운운하며 난리법석이냐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죠. 계약 기간이 아직 몇년이나 남았음에도 태광그룹이 백두대간을 쫓아내듯 극장에서 내몰게 된 되는 역시 수익적인 문제가 있었을 거에요. 그 큰 멀티플렉스 들도 팝콘 팔아서 이윤을 남긴다던데 매점조차 없고,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극장이 수익적으로 메리트가 있었을리 없고, 이를 지원하는 회사 측에서는 어차피 비지니스인데 이런 곳을 끌어안고만 있을 수는 없었겠죠. 그렇다해도 어차피 예술영화관으로서 엄청난 수익을 내려고 했던 것은 당연히 아닐테고, 계약기간도 아직 남아있다는데 이렇게 운영주체를 쫓아내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들을 탓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말그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이것은 수익을 내야할 사업이니까요. 태광을 탓하는게 아니라 그냥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는 거죠.



(씨네큐브의 또 다른 상징이었던 해머링 맨)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극장은 사라지거나 하지 않는다고 해도, 3월까지는 어찌되었든 라인업에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쳐도, 적어도 그 이후에도 씨네큐브가 지금과 같은 예술영화관으로서의 존재감과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을까에 대한 가능성은 적을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극장이 폐관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해도 수익을 내기 위한 모델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다면 아예 더나아가서는 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변모할 수도 있겠죠. 이를 반기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이 공간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새로운 광화문의 메카가 될지도 모르고, 극장으로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것이 반드시 나쁘지 만은 않아요. 그리고 혹여 직접 운영을 맡기로 한 태광에서 백두대간이 운영할 때와 같은 영화들과 극장 분위기를 계속 앞으로도 지속해줄런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하긴 그럴려고 했다면 굳이 운영주체를 변경할 이유도 없었겠지만요.





사실 이 사실을 처음 듣고 확인하기 위해서 담당자분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목소리에 너무 힘이 없으셨는데 뭐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더라구요. 사실 예술영화를 주로 수입해서 배급하는 영화사라는게 정말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결코 하기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디서 이런 비슷한 예기를 다른 분이 했더니 그 아래 너무 옹호하는게 아니냐 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던데, 저는 그래요. 옹호하는 겁니다. 옆에서 힘들게 일하시던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이번 운영중단이 부당하다 라는 식의 논리는 물론 아니에요. 옆에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알기에' 안타깝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예 9월부터는 정말 극장 리뉴얼을 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했으면 차라리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드네요. 왜냐하면 저만 같아도 이 공간에서 쌩뚱맞은 영화가 상영된다거나 아니면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이 공간을 직접 운영하셨던 분들께는 더 이상 이 곳이 자신들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올 것만 같아서요. 차라리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면 그런 마음이 좀 덜할 것 같네요. 극장은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그대로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면 아마 더 안타까울 것 같네요.




(이대 내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

다른 관련 기사를 통해 이미 알고 계시는 것처럼, 백두대간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는 손을 떼지만, 이대 내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의 운영은 계속 해나간다고 합니다. 그 동안 씨네큐브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라인업들을 모모에서 계속 이어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며, 그간 광화문과 이대로 분산되었던 것을 마치고 아트하우스 모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트하우스 모모는 씨네큐브에 비해 지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조금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처음 집 가까운 극장들을 놔두고 씨네큐브를 찾아 갔던 것처럼, 좋은 영화들을 만나볼 수만 있다면 아트하우스 모모도 새로운 예술영화의 메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두대간에서는 씨네큐브를 떠나는 것을 기억하며 기획적을 계획 중이기도 하구요.




(이제는 아트하우스 모모로!)

는 오늘 백두대간에서 상영하는 광화문 씨네큐브의 마지막 작품 <디스 이즈 잉글랜드>의 시사회에 참석하러 씨네큐브에 갑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가던 극장이지만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는 없겠네요.  <비카인드 리와인드>처럼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슬픔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데 단 순히 공간이 사라지는 것만 슬픈 것은 아니라는 걸 이번에 새삼 깨달았네요. 씨네큐브라는 공간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어쩌면 그 분위기와, 극장과 함께한 추억은 앞으로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더불어 그 동안은 씨네큐브 덕에 광화문 역시 자주 가곤 했었는데, 씨네큐브 가는 김에 광화문 교보문고도 가고, 씨네큐브 가는 길에 근처 까페들도 가고 했었는데, 앞으로는 광화문 광장 때문에도 그렇고 더더욱 광화문 자체에도 갈 일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안녕, 씨네큐브. 수 많은 좋은 영화들을 더할 나위 없이 즐길 수 있었던 그 곳.

2009.08.10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
예고편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기는 방법


개인적으로 '지.아이.조' 그러니까 '지아이 유격대'에 대한 추억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어린 시절 가장 흥미롭게 가지고 놀았던 (컴퓨터 등장이전에) 장난감을 고르자면 단연 지아이 유격대 장난감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텐데, 다른 장난감들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운 동작 연출과(아마 다 관절 때문이었으리라;;) 다양한 캐릭터들, 그리고 탈 것들은 남자 아이들이 '피융~' '피융' 하면서 놀기에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장난감이었으며, 가장 선물 받고 싶은 장난감이기도 했다. 지아이 유격대와 관련한 추억이라면 너무 허리를 돌린 탓에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있는 고무밴드가 끊어져서, 집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노란 고무줄로 수선하여 놀곤 했던 기억과, 어린 시절 성당 선생님에게 선물로 비행기 (탈 것은 아무래도 개별 캐릭터들 보다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특별한 날 선물이 아니면 좀처럼 얻기 힘든 것이었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영화를 보면서 반가웠던 것 하나는 바로 그 비행기가 영화 속에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장난감 외에 AFKN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도 본 기억이 있는데, '지 아이 조~~' 하는 주제가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렇게 때문에 개인적으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이병헌의 출연작이라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으로 보게 된 영화였다. 물론 감독이 스티븐 소머즈라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본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으나 그런 점을 감안해도 많이 아쉬움이 남는 팝콘무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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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용, 블록버스터, 액션, 팝콘무비 등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라면 일단 볼거리가 충분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지.아이.조>는 예고편의 수준을 살짝 넘어서는 정도랄까. 개인적으로는 너무 과도하게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들과 스토리를 간과해도 너무 간과하는 수준의 전개와 재미없는 유머(사실 이게 좀 제일 별로였다. 화장실 유머라서도 아니고, 미국식 유머여서도 아니고, 분명 웃으라고 넣은 장면인데 재미가 없더라)는 아무리 앞서 언급한 성격을 갖고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파리에서의 액션씬은 분명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가 보여주어야 할 화끈함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외에 액션 시퀀스들은 긴장감이나 임팩트면에서도 부족했고, 대결 구도나 전개방향도 너무 전형적이라 심심하게 느껴졌다. 나름 반전요소라고 준비한 듯한 두 가지 정도의 비밀은 '설마 저걸 반전으로 쓰려는건가?'싶을 정도로 간단한 수준이었다. 파리에서의 액션씬에서는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와의 조합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후반부 해저 액션씬이라던가 기지에서 벌어지는 액션씬에서는 CG와 실사와의 이질감이 너무 크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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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에는 은근히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장군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데니스 퀘이드는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 만의 매력을 전혀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수 많은 군인 중에 한 명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 주인공인 채닝 테이텀은 캐릭터 적으로는 거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고 립코드 역할로 나온 말론 웨이언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였는데 유머가 결국 먹히지 않아 없어도 큰 무리는 없을 정도의 캐릭터로 느껴졌다. 대통령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조나단 프라이스의 경우는 조금 의외의 출연이었는데, 아마도 영화의 구성상 2편이나 3편에서 더 큰 활약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기대를 했던 이병헌의 연기와 캐릭터는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타국의 관객들이 보아도 그가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영어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으며 감정연기도 오버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영화 개봉전에 연기 자체보다도 궁금했던 건 분량이 어느 정도 일까 하는 것이었는데, 거의 주조연에 가까운 비중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이 아직 개봉전임을 감안했을 때 한국배우의 헐리웃 진출작으로서는 가장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전지현 주연의 <블러드>는 헐리웃 진출작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모호한 감이 있음으로 제외).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주인공들만 한다는 '회상' 씬을 여러 차례나 반복하기도 하고, 감정의 대립점도 분명하며 나름 스토리도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주인공에 비해 크게 비중이 뒤쳐진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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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와 대립을 이루는 캐릭터는 '스네이크 아이즈'인데,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레이 파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서 다스 몰을 연기하기도 했던 배우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결국 본인의 얼굴을 노출하는 일은 없었다. 사실 출연 사실을 알고 그나마 기대했던 건 조셉 고든-레빗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마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왜 <이온 플럭스>에 출연했을까 했던 것 처럼). 그가 맡은 렉스 캐릭터 역시 2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모양이지만, 왠지 이런 영화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여주인공을 맡은 시에나 밀러는 머리 색이 달라서인지 처음에 포스터만 보고는 알아보지도 못했었는데(염색인줄 알았는데 가발이라고 한다), 가끔 회상씬에서 등장하는 금발 시절이 그리울 만큼 썩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던 캐릭터였다. 특히 캐릭터 자체가 조금 공감을 얻기 힘들다보니 더욱 이질감도 커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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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국 이 영화는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전작들을 아주 재미있게 본 이들에게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겐 <지.아이.조>가 <미이라>시리즈과 비교해 보자면 훨씬 더 아쉬운 작품이었네요.

2. 누가 스티븐 소머즈 감독 영화 아니랄까봐 브래든 프레이져와 '이모텝'이 출연합니다. 이모텝은 누가 이모텝 아니랄까봐 사막에서도 한 장면 등장하고 ^^;

3. 하스브로 로고가 따로 제작된 건가요? <트랜스포머> 때는 그냥 텍스트로만 나왔던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따로 로고 영상이 나오더군요.

4. 메가박스 신촌점에서 디지털로 관람하였는데, 디지털 상영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화질은 참 좋더군요~

5. 이 작품은 3부작으로 계획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뭔가 허전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캐릭터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 편도 아니에요.

6. '지금까지의 적들은 잊어라 모두가 실패해도 우리는 성공한다', 이 대사 바로 다음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이 말은 바로 틀린 말이 될듯.

7. 예전에 서양사람들이 중국사람들은 전부 이소룡처럼 쿵푸 고수인줄 알았던 것처럼, 이제 한국남자들은 전부 복근에 왕자 있는줄 알겠네요. 본 남자들이 비와 이병헌 뿐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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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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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Up, Digital 3D, 2009)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배려깊은 이야기


아..픽사 (Pixar). 이젠 굳이 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대한 구구절절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니모를 찾아서> <월-E> <라따뚜이> 등 작품 이름만 대면 깔끔하게 정리될 정도로, 픽사라는 이름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거둔 대중적, 예술적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겠다. 그 렇기 때문에 최대한 서론을 줄이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픽사의 2009년 신작 <업>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을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이미 <월-E>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넘볼 정도의 작품성을 보여주었던 그들의 신작이라 이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역시 이런 점은 불필요한 기우에 불과했다(그렇다고 <업>이 반드시 <월-E>를 비롯한 픽사의 전작들 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것은 아니다). <월-E>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집필하고 <몬스터 주식회사>를 연출하기도 했던 피트 닥터 감독은 마치 이누도 잇신 감독이 생활 속 평범한 것들로 부터 진리와 따듯함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여러 영화들을 통해 굉장히 익숙해진 클리셰들을 담고 있음에도 또 한 번의 감동과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전달해주는 놀라운 결과물을 선보였다. 역시 누군가의 말처럼, '픽사는 항상 옳아요' 인 것일까? ^^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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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 초반 5분여, 그러니까 주인공인 칼 프레드릭슨이 홀로되기 전까지의 이야기 전개는 조금은 의외였다. 의외라는 것은 전개가 갑작스러워서라기 보단, 과연 이런 어른 취향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극장 내에서 이 부분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극장내 아이들이 모두 숨죽이듯 조용했던 것 같다. 모험을 꿈꾸는 칼이라는 소년이 엘리라는 소녀를 만나 결혼하고 삶의 행복과 아픔을 모두 함께 겪고 결국 엘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이 오프닝 시퀀스는 굉장히 짧고 빠른 전개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슬퍼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이상하게 처음 관람했을 때보다 내용을 이미 다 알고 본 두 번째 관람시에 더 눈물을 참기 어려웠는데, 단 5분 간의 오프닝 시퀀스 만으로 '칼'이라는 주인공에게 공감하도록 만드는 이 작품의 위력은 정말 당하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고 영화는 홀로 남은 칼을 조명한다. 모든 것을 함께 했던 그 집에 이제는 홀로 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유리창을 닦는 칼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엘리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는지 단숨에 알 수 있게 해준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칼에게 이 집의 의미는 단순히 엘리와 함께 한 인생이 담긴 것이 아니라 '엘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고집을 부려가며 이 집을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던 칼은 점점 이 집을 지키려는 자신의 행동에서 집착을 발견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인정하고서는, 예전부터 엘리와 함께 떠나기로 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들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로 엘리(=집)와 함께 떠나기로 맘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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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이 여정의 의미가 단순히 엘리가 평생 이루지 못한 꿈을 이제라도 이루어줘야겠다 라는 결심만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이 여정에는 이것 이상의 결심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칼은 더 이상 엘리 없는 삶과 엘리의 분신과도 같은 이 집을 현실로부터 지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는, 엘리와 함께 꿈꾸던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정을 자신의 삶의 '마지막'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칼은 파라다이스 폭포로 가서 엘리와 함께 하려고(삶의 마지막을 맞으려고) 이 여정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마지막 여정에 '러셀'이라는 소년이 불쑥 끼어들게 되면서 이야기의 양상은 180도 틀려지게, 아니 칼의 계획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게 된다.

칼이 러셀에게 그리 따듯하게 대하지 않는 것은 물론 러셀이 필요 이상으로 성가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ㅎ), 반드시 그것 때문만이라고 보긴 어려울 듯 하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칼은 이 여정을 '마지막'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를 애써 거부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이후 등장하는 강아지 '더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칼이 본래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파라다이스 폭포의 반대 쪽에 불시착하는 바람에, 칼은 어쩔 수 없이 러셀과 동행하게 되고 러셀로 인해 도요새 '케빈'과 말하는 강아지 '더그'와도 일행을 이루게 된다. 칼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려보았을 때 이렇게 둘 이상의 누군가와 일행을 이루게 된다는 점 역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평소 내성적이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칼의 성격을 미뤄봤을 때(이런 말 없는 성격은 집안 내력임을 그의 결혼식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칼에게 엘리는 전부였고 그 외에 인간관계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걸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다. 서로에게 서로 밖에는 없었던 칼과 엘리의 관계는 엘리가 먼저 이별을 고하게 되면서 칼은 혼자 남는 방법을 배우지도 못한채 홀로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칼이 지속적으로 무리를 짓게 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과 앞서 언급한 '마지막'의 의미가 더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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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러셀'이라는 캐릭터가 '칼'이라는 캐릭터의 들러리를 서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중간중간 언급되지만 러셀에게는 불우한 가정 환경이라는 아픔이 있다. 러셀은 시간이 날 때마다 칼에게 자신이 아버지와 함께 했던 일들, 아버지가 해주었던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나중에 '그냥 그 때가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우울하게 추억하는 걸 보면 현재는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마지막 우수대원으로 표창을 받는 자리에 보면 결국 새엄마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러셀이 그렇게 우수 대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버튼을 모으는데에 목숨을 거는 것은 이런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대견한 (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운) 행동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칼 역시 처음에는 그냥 성가신 꼬마로만 알았지만 러셀의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되면서 가슴 한 켠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키워가게 된다.

처음에는 <월-E>가 그랬던 것처럼 칼과 엘리의 러브스토리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도 했었는데, 보면 볼 수록 이 영화의 주된 주제는, 가슴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지만 결국은 놓아주어야 할 것들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아주 배려깊게 다루고 있는 이야기임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이 '놓아준다'라는 개념은 분명 '버린다'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버린다'는 것은 필요 없는 것이나 짐이 되는 것을 떨쳐내는 것이 되겠지만, '놓아준다'라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들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랄까, 좀 더 감정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업>은 바로 이런 '놓아준다'라는 개념에 대한 배려 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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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게 놓아주어야 할 대상은 당연히 엘리다. 영화 속에서 칼과 엘리의 관계는 매우 짧게 묘사되지만 칼이 먼저 간 엘리에게 못해준 것이 많다고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장 가고 싶어했던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행을 결국 가지 못했던 점은 칼에게 평생 후회로 남는 일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칼은 중간 중간 이 여정을 잠시 멈춰야만 할 일이 발생했을 때 쉽게 이를 택하지 못한다. 칼은 잠시 러셀과 일행들의 뜻을 따랐다가 집이 불타버리는 일에까지 이르자, 러셀과 더그에게 심한 말까지 하며 잠시나마 이들과 함께 했던 여정에 크게 후회하게 된다(나쁜 개야, 하는 부분은 감정적으로 가장 폭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엘리의 모험책을 우연히 읽게 된 칼은 그 동안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만 알았던 엘리의 모험 이야기가 자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알고는 크게 깨우치게 된다(아..이 장면은 정말 신파인데 정말 눈물이 많이 나더군요). 칼이 엘리를 놓아주려고 해도 놓아주지 못했던 것은 엘리가 자신의 모험책을 자신 때문에 채우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자책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엘리의 여정이 자신과 함께 했던 것이었음을 알고는, 드디어 엘리를 놓아줄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이런 칼을 너무 잘 알고 모든 것을 준비해 둔 엘리의 애틋한 마음씨에 또 한 번 울컥 ㅠ).

이 순간부터 칼의 행동이나 말투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전까지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던 칼이 이제는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앞으로 누구와도 인연을 맺거나 소유하지 않으려던 칼은 더그에게 '내가 니 주인이야, 너는 내 개잖아'하며 180도 바뀐 마음을 전하는 한편, 러셀을 구하기 위해서 어떤 위협에도 주저하지 않는 용기도 보여준다. 칼이 엘리를 완전히 놓아주는 순간은 역시 칼이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엘리로 의미되는 집 대신에 러셀과 더그와 케빈을 선택하는 지점이다. 구름 아래로 멀어져가는 집을 바라보는 칼의 심정에서 안타까움만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칼이 엘리와 보낸 시간들로 인해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전 아직 이렇게 놓아줄 용기가 없어서인지 구름 아래로 사라져가는 집을 보니 짠한 마음이 더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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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작품에서 또 하나 꼭 언급해야할 인물이 있는데 그는 바로 '찰스 먼츠'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어린 칼이 동경하는 인물이자 미대륙을 개척한 개척자이며, 사람들의 편견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는 스스로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떠났던 인물이 바로 그다. 사실 찰스 먼츠를 일반적인 악당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그가 이렇게 그 큰 새에 집착하게 된 것은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고, 이를 사람들의 방식대로 증명하기 위해 아직도 인간 사회에 돌아오지 못한 채 남미 대륙에 홀로 남게 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찰스 먼츠는 칼의 또 다른 모습, 즉 놓아주어야 할 것들을 놓아주지 못한 경우의 칼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찰스 먼츠는 오로지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증명해야 된다는 그 강박관념 탓에 다른 모든 것을 잃게 되었고, 아이를 비롯한 칼 일행에게 공격을 가하는 등 '악당'같은 일도 서슴치 않는다. 물론 그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한편으론 칼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칼과는 달리 '러셀'과 같은 주변 환경은 갖지 못했던 불우한 캐릭터라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초반 칼이 러셀을 줄로 묶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애한테 그럴 수야 없지'하는 부분은 바로 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넘어서는 안될 지점을 알려주는, 그래서 찰스 먼츠와는 대비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바로 '찰스 먼츠'의 퇴장 부분의 묘사를 들 수 있겠다. 찰스 먼츠는 분명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집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던 이로 볼 수 있는데, 그냥 칼과의 대결 끝에 추락하고마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다른 곳도 아닌 픽사라면 어떻게든 찰스 먼츠를 더 따듯하게 보듬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결국 본편에서는 이것이 정말 찰스 먼츠의 마지막이라 아쉬웠다(물론 풍선을 달고 떨어졌으니 '번-E'의 경우처럼 나중에 추가 에피소드가 나올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본편에서 해결해 주지 않았으니 이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찰스 먼츠가 칼과의 만남을 통해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마무리가 있었다면 더 따듯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먼츠는 멀리하고 칼과 러셀만 행복하면 되는 것이 현실인가 하는 씁쓸함도....(그래서 이 작품은 더더욱 어른을 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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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픽사 최초의 3D버전으로 상영되기도 했는데, 3D 자막버전은 상영되지 않아 3D버전을 만끽하려면 반드시 더빙 버전을 볼 수 밖에는 없어 많은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인데, 더빙의 만족도는 거의 100%에 가까웠다. 특히 이순재 씨의 더빙의 경우 가장 우려했던 것은 '칼'이 아니라 익숙한 '이순재'가 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는데, 딱 첫 대사에서만 이순재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나 할까. 전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이순재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을 정도로 '칼'과의 싱크로율은 실로 대단했다. 확실히 수십년 간의 연기 내공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새삼스러운 생각도 하게 되었을 정도로 이순재씨의 더빙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으며, 다른 캐릭터들 역시 김기현, 장광 씨를 비롯해 전문 성우분들이 맡아 평균 이상의 훌륭한 퀄리티를 선보였다.

3D의 경우 확실히 아이맥스가 아니다보니(역시 3D는 아이맥스와 결합해야 훨씬 더 시너지 효과를 낸다!) 화면에 꽉차는 느낌이 없어서 입체감이 좀 덜한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전체를 입체안경을 쓰고 관람한 것에 비해 3D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 꼭 전체였던 것만은 아니었다(참고로 이번 <업> 3D버전은 입체 안경을 쓰지 않고 보아도 화면이 두겹으로 보인다거나 하지 않더군요. 모든 장면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더군요). 혹시나 해서 추가하자면 이런 느낌은 어디까지나 3D영화를 비교적 많이 본 입장에서(그 중 대부분이 아이맥스 3D였다는 점, 그리고 4D마저 체험한 점)의 느낌이라 아쉬운 부분이 발생했다는 것이지, 3D를 처음 접하거나 자주 접하지 않은 관객들은 다들 너무 신기해하고 즐겁게 관람하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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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개봉일 관람했을 때는 초반 5분을 보며 그냥 울컥하기만 했었는데, 오히려 두 번째 관람에서 와락 쏟아지더군요.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 오히려 더 ㅠㅠ

2. 자막 버전을 주중에 꼭 볼 예정이지만, 확실히 이순재씨의 더빙은 정말 만족스러운 편이며 몇몇 장면은 우리말 더빙이어서 더욱 느낌이 사는 것 같아요. 특히 '멈춰라, 이 개들아' 하는 것들은 자막보다는 어감에서 주는 재미가 더 있는 부분일듯. 개가 말한다는 설정을 더 실감나게 체감하기 위해서는 역시 우리말로 얘기해주는게 더욱 실감날 것 같아요.

3. 극 중 등장하는 파라다이스 폭포는 실제로 베네수엘라에 있는 '엔젤 폭포'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극 중 칼이 구매했던 비행기 티켓을 보면 '베네수엘라'라고 써있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러셀과 칼이 찰스 먼츠에게 식사 대접을 받을 때 나온 요리를 보고는 혹시 '라따뚜이'에 나온 음식이 아닐까 했었는데, 정말 맞군요 ㅎㅎ

5. 픽사의 거의 모든 작품에 까메오로 등장하고 있는 '피자 플래닛 트럭'은 이번 작품에도 여전히 등장합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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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고는 '스타워즈'를 바로 떠올리긴 했었는데, 개인적으론 루크 일행을 쫓아온 다스 베이더와 타이 파이터를 패러디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그 대형이 너무 흡사했음), 트리비아를 보니 스타워즈는 맞으나 X-Wing 파일럿들과 레드 스쿼드런을 패러디한 것이더군요. 본래는 레드 스쿼드런인데 개들은 색맹이라 그레이 스쿼드런으로 했다는 것이 재밌더군요 ㅎㅎ 참고로 마지막 에필로그에 칼과 러셀이 '스타워즈'를 보러가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7. 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 많더라구요. 탐험대원 러셀은 보이스카웃인 어린 인디를 닮았고, 열기구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개들에게서 도망치다가 절벽을 건너는 장면에서 개들이 절벽아래 강가에 떨어지는 장면은 마치 '인디아나 존스 - Temple Of Doom'의 마지막,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적들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사다리를 위아래로 오르며 발아래로 먼치를 차는 칼의 모습도 그렇고, 심지어 줄에 의지해 사라진 러셀 일행을 칼이 내려다보는 것이나 러셀이 모자가 벗겨진채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최후의 성전'에서 인디가 아버지 존스와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과 너무 닮았더라구요.


8. 처음 관람했을 때는 찰스 먼츠 씨의 이야기 부분이 조금 아쉬워 별점을 4개 반 줄 작정이었는데, 두 번째 관람하고나서는 어쩔 수 없이 만점을 줄 수 밖에는 없는 나 자신을 발견 ^^;;

9. 개봉날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보았을 때는 없었는데, 어제 용산 CGV에서 관람할 때는 상영전에 토이스토리 3의 예고편이 나오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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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r Animation Studio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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