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팬이라면 들뜨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오늘! 오늘은 바로 <에반게리온 : 파> 프리미엄 시사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지요! 메가박스 M관에서 상영하는 프리미엄 시사회의 예약은 순식간에 매진되어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는데, 나중에 웃돈을 주고 판매가 벌어지기도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지요. 저는 그 와중에 사내에 에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무려 9장의 예매를 성공! (나는 능력자 ㅠ) 다행히 모든 희망관람자들과 함께 오늘 저녁 드디어, <에반게리온 : 파>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프리미엄 시사회에만 주어지는 특전들도 기대되네요~).
에반게리온에 대한 분위기가 물씬 오른 김에 얼마전 일본 여행에서 사온 에반게리온 포토북을 제대로 꺼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워낙에 싼 가격이라 (105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제대로 살펴보니...이거 퀄리티가 제..제법입니다!
짜잔! 시부야의 만다라케에서 구매한 에반게리온 포토북 3종! 레이, 카오루, 신지! 살 때는 몰랐는데 이 정도의 가격대비 성능비 인줄 알았다면 점원에게 물어봐서라도 아스카 편을 살 걸 그랬네요.
신지 편에는 신지의 고독함, 해맑음, 우울함 그리고 찌질함 등 다양한 면이 단편적으로 담겨있습니다. 몇 줄 안되는 본문과 이미지이기는 하지만 팬으로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퀄리티라 할 수 있겠네요.
2004년에 발표한 ‘리틀 러너’를
통해 좋은 평가를 얻었었던 캐나다 출신 마이클 맥고완 감독의 2008년 작 ‘원 위크’는 ‘당신에게 마지막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이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영화이다. ‘마지막 일주일’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겪게 되는 마지막
시간들을 그리고 있다. 이런 주제라면 1997년 작 ‘노킹 온 헤븐스 도어’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노킹 온..’과는 조금
다른 경우지만 이 같이 시한부 주인공을 중심으로 마지막을 그린 영화들은 여럿 있어왔다. 이들은 대부분은 죽음이라는 것과 마지막이라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영화를 더욱 더 극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려내곤 하는데, 로즈 맥고완 감독의 ‘원 위크’는 확실히 이런
영화들과는 그 지향점을 달리하는 영화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영화들의 주인공들처럼
‘원 위크’의 주인공 ‘벤 (조슈아 잭슨)’ 역시 암 선고를 받고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여정을 떠나게 된다. 벤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여정은 모험의 성격이 더욱 짙다는 것과 죽음의 그림자가 별로
드리워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벤은 오토바이 한 대를 구입해서 그저 서쪽으로, 서쪽으로 여정을 떠나는데, 여기에는 분명 삶을
정리하는 측면의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정리’의 의미보다는 새로운 ‘배움’의 측면이 더욱 부각된다. 삶의 마지막에 떠난 여행에서
벤은 여러 사람들과 캐나다 곳곳의 장소를 경험하면서 그 동안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체험하게 되며, 이것으로 자신의 삶을
문득문득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벤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그리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시골에서 만나는 평범한 이들이며, 벤은 이들에게 그 동안 몰랐던 (혹은 알았지만 쉽게 깨닫지
못했던) 삶의 진리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벤의 이런 여정은 마치 생 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닮았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이 마지막
여정에 거의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주 유쾌할 정도는 아니지만, 담담한 음악과 역시 담담하게 그 자리에서
벤을 반겨주는 캐나다의 멋진 풍광들, 그리고 마치 삶의 학생이 된 듯 조금씩 배워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이를 감싸고 있는 평화로운
포크 음악들은, 죽음의 어두운 느낌보다는 삶의 희망이 담긴 따듯한 로드무비로 그려진다. ‘원 위크’는 분명히 반어법으로 쓰여진
영화이지만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는 은연 중에 느껴지도록 부담스럽지 않게 그려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 편의 로드무비로서 손색이
없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로드무비’라는 장르는 새로울 것이 없는 장르가 된지 오래되었음에도 ‘원 위크’는 다시 한 번 로드무비의
미덕을 되새겨 볼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DVD Menu
DVD Quality
DVD의 스펙은 저 예산 영화답게 그리
화려한 편은 아니다. 화질의 경우 장면에 따라 조금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노이즈가 많고 좀 더 필름 라이크 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영화 음악 때문이 아니라 영상의 질감 면에서도 영화 ‘원스’를 떠올려 볼 수 있겠다).
만약 블루레이급 화질로 보았다면 캐나다의
수려한 풍광을 더욱 선명하게 즐길 수 있긴 했겠지만, 전체적으로 따듯하고 평화로운 이 작품의 분위기는 오히려 더 감소되지 않았을까
싶다. 가끔 이런 소소한 영화들을 리뷰 할 때 겪는 일이지만, 최상급이 아닌 화질이 오히려 감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돌비 5.1/2.0 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 역시 잔잔한 작품 덕분에 그리 사운드 적인 활용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 영화 음악이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한데, 시종일관 귀를 편안하게 하는 포크 음악을 듣는 재미가 있다.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엔진소리가 실감나게 전달되거나 하는 식의 사운드 활용은 없으며(만약 그랬다면 더욱
불편했을 듯 하다) 대사나 멀티 채널의 활용도나 전부 평균적인 수준이다.
DVD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원 위크’
DVD는 본편과 함께 몇 가지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The Making of “One Week”’는
일반적인 메이킹 영상으로서 감독과 스텝,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촬영장의 이야기와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이 영화가 얼마나 ‘캐나다’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 잘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
이 메이킹 영상과 그 속에 담긴 인터뷰들을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캐나다를 위한 영화’로 만들어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메이킹 영상은 물론이고 다른 부가영상들도 보다 보면 거의 대부분이 캐나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을 정도인데, 아마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더 특별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Interview with
Director Michael McGowan’은
감독인 마이클 맥고완의 단독 인터뷰가 담겨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쩌면 너무 뻔한 시작점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를 어떻게
다른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는 이야기와 주인공인 벤이 모험을 떠나게 되는 이유 그리고 캐나다의 거대 조형물 등
주요 명소들을 방문하게 되는 이유 등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 주연 배우인 조슈아 잭슨과 리앤 발라반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다. 흥미로운 건 감독의 인터뷰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 속 벤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 만큼 감독의 생각과
의지가 캐릭터에 잘 녹아 든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Q&A with
Joshua Jackson and Director Michael McGowan’에서는 토론토 극장에서 열린 한
영화제 자리에서 갖은 관객과의 대화를 담고 있는데, 시종일관 웃고 즐기는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이 밖에 포토 갤러리와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캐나다의 멋진 풍광, 편안한 음악 그리고
길 위에서,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삶의 교훈까지. 로드무비들이 매번 그렇지만, ‘원 위크’ 역시 보기 전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작품인 것이 사실이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또 한 번 나 자신이 조금이나마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영화였다.
샘터분식 (Shared Streets, 2009) 성장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지켜보기
태준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샘터분식>을 좋은 기회에 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영화사 시네마달에서 제작하거나 배급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몇 편은 제대로는 아니더라도 분위기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태준식 감독의 전작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그럼에도 그의 신작 <샘터분식>이 눈에 들어왔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홍대'라는 특수성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전 부터 홍대를 걸어서 10분이면 갈 거리에 살게 되면서, 이 거리는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매우 익숙한 곳이 되었고, 그 문화와 그 분위기에 흠뻑 취해 앞으로도 한 동안은 살고 싶은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홍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이 <샘터분식>이라는 영화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시네마달.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주인공은 홍대라는 지역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작게는 세 명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샘터분식'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최영임)이고 두 번째는 정치에 관련된 당원으로서 자신이 하고자 하고 믿고 있는 가치관을 운동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청년(안성민), 마지막은 힙합 레이블이자 크루인 소울컴퍼니(Soul Company)의 일원인 힙합 아티스트 제리 케이 (김진일)입니다. 얼핏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역시 '홍대'라는 공간 그 자체입니다. 이들 모두 이 홍대 마포 일대를 자신들의 주 생활 공간으로 삼고 있으며, 어찌되었든 이 곳에서 자신이 꿈을 이루려는 인생의 도전을 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는 포스터나 홍보 문구에 나와있는 것처럼 홍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 거리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 가벼운 작품일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갖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태준식 감독은 '본래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이 작품은 본인에게 있어 조금은 쉬어 가는 의미에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홍대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지만(그리고 전작들에 비하자면 물론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색깔이 덜했던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저 거리 위의 소소한 이야기를 예상했던 저에게는 역시나 쉬어가려고 했어도 푹 쉬지는 못한 듯한 감독의 사회적 메시지가 넘쳐나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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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읽은 것은 결코 세 명의 주인공 중 한명이 민노당원(현재는 진보신당 당원)이라서는 아니에요. 물론 평소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관객이라면 이런 주인공의 직업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따지고 보니 이 영화의 주요 테마들인 홍대, 정치, 힙합 그리고 소울컴퍼니 모두가 평균 이상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서 그런지 각개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게 다가 온 경우였습니다. 민노당이 진보신당으로 변화하기 직전에 겪었던 갈등을 아주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영화 속에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점점 작업 환경이 좋아진 소울컴퍼니의 변화 그리고 자주 가는 거리에 항상 있었던 샘터분식이라는 가게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관심사였죠.
그런데 냉정하게 따지고보면 홍대라는 공간을 살고 있는 이 세 명 주인공의 이야기는 약간 별개의 이야기로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처럼 모두 관심사인 경우에는 조금 덜 할듯 하지만,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던가, 힙합에는 전혀 문외한이거나, 홍대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이 인물들 간의 접점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으며, 자신만의 스펙트럼에서 이야기를 해오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한 공간에서 약간은 억지스럽게 만나는 듯한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에 쉽게 동화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세 명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을 것이 아니라 한 명만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갔어도 좋았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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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 영화가 나쁘지 않았던 건, 이런 별개로 느껴지는 이야기가 왜 하나의 이야기로 묶였는가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해법을 찾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샘터 분식>을 보고 느낀 가장 큰 인상은 바로 '성장하는 것과 머물러 있는 것, 혹은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시간의 변화, 계절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려하는 장면들이 많은 편입니다. 홍대 앞 도로를 사계절에 따라 촬영한 컷이나, 해가 뜨고 지고를 표현한 컷 등 무언가 계속 흐르고 있다는 배경을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죠.
이런 흐름 속에 살고 있는 상반되는 두 가지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세 명의 주인공이며 다른 하나는 바로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죠.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은 매우 정치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첫 장면부터 한창 촛불로 뜨겁던 종로 거리를 비추거나,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그리고 대통령의 여러 활동 들, 이 외에 여러 사회 문제들로 채워지는 영화 중간 중간의 배경들은, 그것들이 정치적인 것이 불편하다기 보다는 그 만큼 불편한 현실이 너무도 우리 현실에 가깝게 와닿아 있다는 것을 달리 체감하게 합니다. 이 영화가 성장과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의 차이점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제리 케이는 힘든 병을 이겨내고 녹녹치 않은 언더 힙합씬에서 자신의 솔로 앨범을 발매하였고, 꾸준히 사회운동을 하던 안성민씨는 자신이 숙원사업으로 여겼던 '민중의 집'을 드디어 열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으며, 샘터분식의 주인인 최영임씨에게도 큰 변화는 없었던 듯 하지만 달리 보면 그녀에게는 하루하루 아들을 키우고 가족을 부양해 가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성장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렇게 주인공들이 모두들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은 발걸음이라도 성장한 것에 비해, 이를 둘러 싸고 있는 우리내 정치, 사회 현실은 성장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더욱 퇴화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죠. 영화 속에 삽입된 뉴스 속 앵커의 멘트들만 들어봐도 발전하기 보다는 점점 암울해지는 사회가 현실로 느껴집니다. 아마도 태준식 감독은 은연 중에 라도 이런 것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홍대라는 하나의 지역과 단 세 명의 인물들의 삶에 국한하여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지켜보았는데도, 이렇듯 변화와 성장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정작 이 거대한 사회는 이런 구성원의 변화의 속도에 발 맞추고 있지 못하다는 메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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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 더 콰이엇을 비롯해 소울 컴퍼니의 MC들과 음악을 BGM으로 계속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소울컴퍼니의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이들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더라구요.
2. 워낙에 홍대 구석구석이 촬영된 터라 (그것도 오랜 시간) 혹시나 거리를 지나던 '내'가 나오지 않을까도 싶었는데, 다행인지(?) 나오지는 않더군요 ㅎ
3. 홍대 전철역 앞에서 옥수수 파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깜놀했습니다. 평소 모습만 보다가 영화 나오신다고 화장하신 모습은 정말 몰라보겠던데요 ^^;;
어떤 영화든 영화마다 기대치가 틀린 것이 사실이듯이, 영화마다 미덕을 달리 찾아야 함도 사실 일 듯 합니다. 타란티노의 작품을 볼 때는 또 어떤 재기발랄한 영화적 장난들을 풀어내는지를 보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을 볼 때면 이 이야기가 우리내 인생과 또 어떤 우연적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따져보아야 하듯이, 재난 영화의 대표주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을 볼 땐,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더 상상한 것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줄까, 얼마나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감을 선사할까 하는 기대와 미덕을 찾게 되곤 합니다. 모르겠네요. 영화라는 예술은 다른 예술이 그렇듯 옳고 그른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고 덜좋고의 예술이기 때문에 감독마다 자신 만의 스타일과 기대하는 바가 다를 수 밖에는 없는데,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누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같은 먹먹함을 주는 메시지와 이냐리투 같은 무력감, 더 나아가 히치콕, 타르코프스키 같은 작품성을 기대하고 바라는지 말이에요. 개인적으로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바라는 점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습니다. 그의 장기인 '스케일'을 또 얼마나 업그레이드 했을까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 에머리히의 신작 <2012>는 만족할 만한 오락영화였습니다. 그는 기대한 만큼의 스케일을 스크린에 선사했고, 보는 중간 몇 번이나 입을 떡 벌리고서 '와'하고 탄성을 지를 만한 압도하는 스케일의 장면이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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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는 재난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지키다 못해, 갖은 공식을 모두 풀어놓고 '작정하고 다 지켜보겠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재난 영화라고 하면 등장하는 필수 요소들을 <2012>에서는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단절된 가족이 위기를 통해 다시 봉합되는 설정은 모든 재난 영화의 베이스라 할 수 있으며, 여기에 이혼 가정만큼 진부하며 어울리는 설정은 없겠죠. 그리고 재난을 미리 예측한 주인공과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부 관리, 그리고 지구종말의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가지고 벌이는 논쟁, 꼭 등장하는 애완견, 그리고 말 안듣는 아이들, 마지막엔 목숨 바쳐 희생하는 조연들. 롤랜드 에머리히는 작정한 듯 모든 재난 영화의 요소들을 <2012>에 집중시킵니다(그런데 따지고보면 이렇게 작정하지 않은 재난 영화를 찾기는 별로 어려운 편이죠. 오락적 재난 영화에서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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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재앙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마치 '자, 이제부터 대놓고 농담 같은 재앙 스토리를 펼칠테니까, 단단히 준비해'라고 말하는 듯, 쉽게 말해 대놓고 뻥을 치기 시작합니다. 온통 무너져내리는 캘리포니아를 주인공이 탄 리무진 차량과 경비행기가 미끄러지듯 빠져나오는 장면은, 사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말이 안되는 장면이긴 합니다. 뭐랄까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그 재난 속에 모든 파편과 지진을 피해서 온전히 빠져나오는 순간을 보고 있노라면 '좀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영화는 대놓고 '말도 안되지만 주인공이 벌써 죽지 않는다는 건 다들 잘 알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걸 서로 잘 아는 마당에 거리낌 없이 스케일을 키우고 과장 됨을 더해서 표현해 보겠다는 '작정'이 엿보이는 것이죠. 그래서 차라리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차피 이런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는, 어떤 과학적 디테일이나 현실적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랬다면 주인공은 주인공이라 불리기 이전에 죽을 확률이 높고, 영화는 주인공 없이 수 많은 엑스트라 만으로 진행되는 리얼 다큐 재난 영화가 되겠죠.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런데 그냥 오락적인 요소에만 집중할 것 같았던 이 영화에서 롤랜드 에머리히는, 마치 자신을 그저그런 감독으로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나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대사 가운데 보면 존 쿠삭이 연기한 '잭슨'이 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평가들은 너무 순진한 긍정이라고 얘기한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는 마치 로랜드 에머리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이런 재난 영화만큼 순진한 긍정의 메시지는 없죠. 재난 이라는 벽 앞에서 모든 갈등이 봉합되고 주인공은 어떤 시련과 어려움에도 죽지 않으며,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희망을 엿보게된다는 전개 말이죠. 롤랜드 에머리히가 굳이 이런 대사까지 삽입한 것을 보면, 자신은 이런 비판들을 잘 알고 있으며, 본인이 말하려는 것이 비록 순진한 긍정일지라도 그것이 반드시 허황된 것 만은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듯해 오히려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재난 영화에 온갖 어렵고 복잡한 메시지를 풀어내려고 시도했다기 보다는 순진할지언정 누구나 공감 가능한 뻔한 이야기를 스케일로 업그레이드 해보겠다는 그의 야심이 솔직하게 드러나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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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아주 미세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2>의 이야기 자체는 너무 전형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누가봐도 '노아의 방주'의 21세기 버전이죠. 영화 초반 에드리언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과학자의 아들이 배를 가지고 놀던 장면은 복선으로 보기에도 너무 뻔한 요소였고, 잭슨의 아들 이름이 '노아'인 것도 결코 우연적인 것은 아니겠지요. 이 스토리 가운데 조금 비전형적인 요소들을 꼽아본다면, 대부분 나쁜 이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끝까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것과는 달리, 이런 캐릭터들 마저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스스로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과, 대부분 이런 재난 영화에서 국제적으로 마지막을 담당했던 국가가(특히 재정적인 면에서 독보적인 역할로 자주 등장했던) 일본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중국이 마지막 가장 중요한 순간을 담당하는 국가로 설정되었다는 점이었지요. 물론 여기에 큰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어쨋든 무언가 생각해 볼만한 거리이기는 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마지막 인류가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되는 대륙이 아프리카라는 점 역시 생각해 볼만한 점이었구요. 아, 그리고 덧붙여 새 아빠 고든 캐릭터를 그냥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챙겨준 영화의 포용력도 인상 깊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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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쿠삭이야 그렇다치고 거의 주인공에 버금가는 역할을 맡은 애드리언 역할의 치웨텔 에지오포의 경우, 이전 많은 영화들에서 주조연급의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기는 했지만 그 중 가장 큰 비중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주인공이라 부를 만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음이 흥미로웠습니다. 탠디 뉴튼은 출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출연 자체가 반가웠으며, 대니 글로버의 경우 대통령 역할을 맡은 것에 일단 '와, 대니 글로버가 이제는 미합중국 대통령 역할까지 맡게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들더군요 ㅎ 그 외에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인상깊은 역할을 연기한 우디 헤럴슨과 너무 귀여운 딸 역할을 맡은 아역 연기자 모갠 릴리의 모습도 기억에 남을 듯 하다(모겐 릴리는 마치 레이첼 와이즈가 얼핏 떠오르기도 했다).
1. 아마도 정말 지구가 종말을 맞게 되더라도, 우리 같은 민간인들은 아무 것도 모른채 그날이 되어서야 알게 되지 않을까요;;
2. 아놀드 주지사에 대한 묘사도 재밌더군요. '연기자잖아, 연기하는거야!'라는 식의 대사요 ㅎ
3. 엘리자베스 여왕 역할을 맡은 배우의 실제 이름도 '엘리자베스'더군요 ㅎ
4. 몇 가지 말도 안되는 설정들 가운데서도 최고는, 그 재난 중에도 어디서든 잘 터지는 핸드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일반 앨범들도 그렇지만 사운드트랙이야 말로 영화를 딱 보고 나오는 순간 구매여부를 거의 100% 가깝게 결정하게 되는 듯 하다. 특히 일반 아티스트의 정규 앨범들은 나중에 좋아지거나 천천히 좋아지기도 하는 반면, 사운드트랙은 나중에 좋아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고, 영화의 감동이 아직 몸속에 살아 숨쉴 때 사운드트랙의 감동 역시 특별히 강한 생존력을 보인달까. 하긴 영화의 장면과 느낌과는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사운드트랙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의 사운드 트랙 역시 처음 듣는 순간 '이건 물건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번 <바스터즈>의 사운드 트랙 역시 기존 타란티노의 사운드 트랙이 자주 그러하였듯, 이 영화를 위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곡들이 수록되기 보다는 기존에 존재했던 곡들이 기가 막힌 선곡으로 이루어진 경우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앨범 수록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곡의 경우, 모두 이미 영화에 사용된 적이 있는 곡들이다. 하지만 <바스터즈>에서 얼마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터. 엔니오 모리꼬네의 대한 타란티노의 애정과 존경은 이번 사운드 트랙에서도 여전하다.
많은 곡들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곡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렇다고 모리꼬네의 곡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앨범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소울 뮤지션인 빌리 프레스톤(Billy Preston)의 곡 'Slaughter'도 만나볼 수 있으며, 1982년 작 <캣 피플>에 수록되기도 했던 데이빗 보위의 'Putting Out The Fire'도 수록되었다.
북클릿은 비교적 심플한 디자인으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 색이 바랜듯한 느낌의 컬러가 인상적이다. 여러 공개 스틸샷 들을 통해 미리 만나볼 수 있었던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다.
언제부턴가 음반 속지들을 거의 한상철씨가 독점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아니면 내가 사는 음반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상철씨의 속지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매우 잦은데, 다양한 시각이 살짝 그립기도 하지만 한상철씨의 리뷰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속지는 음악적인 평가 외에 수록된 한 곡 한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 (오리지널이 존재하는터라 본래 삽입되었던 영화 등에 대한 소개)이 담겨 있어 매우 유익한 편이다. 또한 타란티노가 빌보드지와 가졌던 인터뷰 내용이 곳곳에 인용되어 있어 색다른 재미가 있기도 하다.
타란티노의 사운드 트랙은 확실히 다른 영화 혹은 감독의 사운드 트랙을 듣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감흥을 준다. 그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사실 아무 걱정없이 그가 선곡해 준 곡들에 다시 한번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참 새삼스럽지만, 엔니오 모리꼬네는 정말 장인이다.
올해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을 드디어 광주까지 가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저는 어떤 영화든 그 영화가 낼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 혹은 최고의 감상환경에서 가능하면 첫 번째 관람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번 <디스 이즈 잇>은 북미 개봉시 아이맥스 DMR 2D 포맷으로도 상영이 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과연 이와 동일한 아이맥스 포맷으로 감상할 수 있을까가 한동안 저의 최대 관심사였지요. 그러다가 알게 된 국내의 상영소식! 바로 광주 터미널에 위치한 CGV에서 아이맥스 DMR 2D 포맷으로 상영을 한다는 소식이었지요! 저의 평소 스타일대로라면 가장 영화를 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람을 바로 광주에서 했어야했지만, 반대로 서울과는 먼 광주이기에 아쉽지만 일단 디지털 상영으로 먼저 개봉 주에 관람을 하였고, 광주에는 지난 주말에야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광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5.18 관련하여 몇 번 갔던 것을 제외하면 몇 년만에 방문이네요. 일요일 아침 일찍, 용산에서 떠나는 8시 출발 KTX를 타기 위해 평소 출근할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만 했죠 ^^;
같이 타고간 분들의 80% 이상은 모두 등산가시는 어르신들이더군요. 하긴 저처럼 <디스 이즈 잇> 아이맥스 보러 광주가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_-;;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11월13일)처럼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비가 안왔더라면 광주 시내를 좀 더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오히려 열차 안에서 비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광주로 가는 길은 더욱 운치있었습니다.
그렇게 달리기를 2시간 반 정도. 드디어 광주역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더군요. 광주역에 내리자마자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광주고속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고고!
그렇게 도착한 광주터미널 CGV! IMAX라는 문구가 오늘 따라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군요.
그렇게 보게 된 영화 '마이클'(CGV티켓은 가끔 영화제목이 잘려서 전혀 다른 제목을 만들기도 하죠 ㅎ). 저 티켓 가격을 보라! 1인 11,000원! 둘이 보았으니 22,000원! 거기에 왕복 KTX티켓 값, 식비 등등을 따지면 정말 영화 한편에 대단한 사치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여기서 '사치'란 <디스 이즈 잇>을 그냥 그런 영화로 생각하는 분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겠죠(일반적으로도요 -_-;;) 하지만 저에게는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말그대로 '제대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에 저런 많은 지출도 과감하게 쏟아부을 수 있었던 것이죠(타격이 있긴 했지만, 마지막 공연이라면 공연보러 해외라도 갔을 텐데 광주정도야 못가겠냐! 라는 식으로 질렀습니다!)
아이맥스로 본 <디스 이즈 잇>은 확실히 아이맥스 포맷답게 좀 더 눈에 꽉 차는 느낌이었고, 화질도 상당했으며 무엇보다 리허설 영상들을 좀 더 진짜 공연관람처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무대 위 장면들도 그렇지만 공연에 배경으로 쓰려고 했던 영상들을 아이맥스 포맷으로 볼 땐 정말 더욱 실감이 나더군요.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체험적인 면에 기대는 터라 말로 표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네요 ^^;
비록 객석에는 일요일이고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그 큰 상영관에 십여명이 고작이었지만, 그래도 또 한 번 '디스 이즈 잇' 공연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직 제가 자주 가는 극장인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계속 상영일정이 잡혀있는 관계로 볼 수 있을 만큼 더 보려고 합니다. 몇 번을 봐도 아마 극장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테니 말이죠;;
<질투는 나의 힘>을 연출했던 박찬옥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입니다. 신작을 만나기 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 <파주>가 더 취향에 맞았던 것 같습니다(어떤 인터뷰를 보니 전작보다 더
대중적인 요소에 신경을 썼다고 했는데, 사실 그건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애매한 부분도 있구요 ;;;).
<파주>는 이선균과 서우라는 배우들 때문에도 기대를 갖게 되었던 영화였습니다. 특히 서우의 경우 <미쓰
홍당무>를 통해 주목할 만한 연기를 선보였던터라 더욱 기대가 되었는데, 전작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 과연 이런 어두운
캐릭터는 어떻게 소화해 낼지가 궁금하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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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는 안개 자욱한 파주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제목을 '파주'가 아니라 '안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파주와 안개는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파주'는
'밀양'처럼 미지의 공간은 아니에요. 어찌되었든 아주 멀지는 않은 곳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던터라 그 지명이 낯설지 않은 것도
있고 대략의 동네 분위기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영화에서 이 파주란 공간은 하나의 굴레처럼 작용합니다. 극중 주인공들은 이 파주에
자의든 타의든 오게 된 뒤, 역시 자의로 혹은 타의로 떠나게 되지만 그 이별이 영원하지는 못합니다. 눈에는 보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떠나려고 하지만 결국엔 떠날 수 없는 커다란 굴레 같은 것이지요. 은모(서우)가 파주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쉽게 생각하면 단순히 그 곳에 부모님이 남겨준 집이 있어서, 혹은 친구가 거기 있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떠나지
'못'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건 바로 어쩔 수 없음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서 무작정 인도로
여행을 떠났을 만큼 남아있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돌아와서 왜 갑자기 떠났는지를 설명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무릎쓰고라도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분명, 형부 중식(이선균)에 대한 미묘한 감정 만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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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를 얘기하면서 이 영화의 홍보 방식에 대해 문제를 삼은 적이 있는데, 왜냐하면 이 영화를 형부와 처제의 불륜으로 인한 격정멜로로
포장하여 홍보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 홍보방식은 분명 받아들이는 이들을 생각해보았을 땐 문제가 있는 방법이었지만, 말자체를
따지고보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여러가지 굴레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어쨋든
'멜로'영화라고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형부와 처제에게 묘한 감정이 생긴다 하더라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불륜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고(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는 다른 의미로요), 이 미묘한 감정 사이에는 각 인물들마다 개별적으로 생각해볼
만한 큰 사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확실히 단순 멜로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멜로적인 스토리 외에 영화에는 철거민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그려지는데, 이 부분의 비중에 대해 감독과 스텝들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네요. 확실히 이 부분의 비중이 커지면서 큰 멜로의 줄기에서 보았을 때 이야기가 분산되는 경향이 생긴 한편(이에 따라
호불호가 생길 수도 있겠구요), 최근 벌어졌던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면서 정치 사회적인 생각들도 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분명히 얘기하지만 하나의 배경과 캐릭터를 설정하기 위한 소스로 철거민 이야기가 존재할 따름이지
이것이 주가 되는 스토리는 아닙니다. 이런 뉘앙스는 철대위 대책위원장을 맞고 있는 극중 중식의 태도에서 드러나는데, 중식은
젊었을 때 대모를 시작하게 된 것도 정치적 의도가 강해서라기 보다는 여자 선배의 모습에 반해 시작하게 된 점이 분명 있었고,
철거민이 아니면서 철대위를 맞게 된 것도 생존을 위한 사투의 측면보다는 자기 위안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영화 후반
은모가 '왜 이런 일들을 하세요?'라고 했을 때 중식의 대답은 흥미로웠습니다. 결국 중식에게 철대위는 또 하나의 파주처럼
위안이자 상처인 굴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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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옥 감독의 전작 <질투는 나의 힘>이 대사와 관계에서 오는
미묘한 갈등으로 풀어갔던 작품이라면, <파주>는 의외로 많은 대사보다는 이미지로 풀어가는 작품이었습니다(그래서 몇몇
장면에선 많은 분들이 이름 때문에 해깔리시곤 하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했네요). 안개 자욱한 첫 장면도 그렇고
방안에 누운 중식을 바라보는 카메라 앵글도 움찔할 정도였으며(이런 장르에서는 잘 쓰지 않는 조금 다른 앵글이었거든요), 안개처럼
표현된 거친 화면의 입자들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미지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영화였고, 대사가 있을 때 보다는 오히려
없을 때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영화 후반부 철거현장으로 돌아온
은모가 마치 유령처럼 대치 건물로 들어가는 컷트였는데, 약간의 슬로우 모션과 진짜 유령처럼 주변의 상황과는 아랑곳 하지 않고
유유히 건물로 향하는 은모의 모습은 흡사 알폰소 쿠아론의 <칠드런 오브 맨>의 그 유명한 롱테이크 장면을 떠올릴
정도로(허름한 건물로 걸어들어가는 장면이 하나의 테이크로 이루어져서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네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이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을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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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중식 역할을 맡은 이선균을 보면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의 한석규가 떠올랐습니다. 무언가 본심을 말하지 못하고 그냥 혼자서 웅크리고
터트리지 못하는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다른 한 편으론 이제 이선균이라는 배우에게서 특별함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인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히 중식이라는 인물은 이선균이 연기하면서 좀 더 멋진 캐릭터라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파주>에서 여전히 돋보이는 배우는 역시 서우입니다. <미쓰 홍당무>를 보며 '야, 저렇게 잘 우는 연기를
하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싶었었는데, <파주>에서도 그녀의 우는 연기는 역시나 독보적입니다. 무언가 서러움이
붇받치면서도 연기가 아니라 진짜 우는 것 같은 착각에 막 어깨를 토닥여 주고 싶을 정도랄까요. 국내에서 중고생부터 성인까지 모두
어색하지 않게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를 꼽으라면 다시 한번 서우를 주저없이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선균, 서우의 경우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갔던 경우라면 은모의 언니이자 중식의 아내인 은수 역할을 맡은 심이영의 연기는
기대하지 않았던터라 더 인상적인 경우였는데, 굉장히 낯설지 않은 얼굴이면서도 막상 따져보니 제대로 작품을 본 적은 없었던 그녀의
연기는, <파주>의 작은 발견 중 하나였습니다. 그녀의 후속 작품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1. 철거민 동료들 가운데 <똥파리>에 출연했었던 정만식씨의 모습도 반가웠습니다.
2. 이경영씨 역시 특별출연하고 있는데 거의 대사 없는 캐릭터였음에도 그 날카로운 눈빛 만큼은 기억에 남네요.
사실 극장 내 에티켓에 대해서는 이미 다들 아실테고, 수도 없이 반복되긴 했지만 마치 불법다운로드는 범죄라고 여기저기서 얘기해도 사그라들기는 커녕 오히려 불법이 더 조장되는 것처럼, 극장 내 에티켓 역시 알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영역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영화 팬들은 불편을 무릎쓰고라도 비교적 테러를 당할 확률이 낮은 조조 상영을(제 주변 분들 가운데는 가격 때문이 아니라 이 같은 이유로 조조를 관람하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찾는다던가 분위기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전용관을 찾는 것으로 우회하여 영화를 즐기게 되었던 것 같네요. 저는 워낙에 누구랑 시비걸고 싶어하지 않고 가능하면 참아보자라는 주의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그냥 참고 넘어가는 부류에 속하지만(그리고 위 같은 방법들도 자주 사용하구요), 어제는 오랜 만에 제대로 테러를(전 우리말 속에 숨어있는 전쟁 관련 단어들 사용을 정말 싫어하는 편인데, 이건 정말 테러라 아니 부를 수 없네요) 당했더니 도저히 어디든지 글로라도 풀지 않으면 병 날 것 같아서, 그냥 넋두리 해봅니다. 어제 제 옆에 앉았던 여성분들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듣고 고칠 사람들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말했겠죠 -_-;;
1. 일단 어제 본 영화는 박찬옥 감독의 <파주>였습니다. 영화는 참 좋았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보다 제 취향은 이쪽에 더 가깝더군요. 자세한 리뷰는 곧 포스팅 할 예정이구요.
2. <파주>는 분명 그리 친절한 영화는 아닙니다. 스토리의 진행 방식도 그렇고 그 안에 숨쉬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그렇구요.
3. 그런데 마치 홍보는 형부와 처제의 불륜을 다룬 '격정 멜로' 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이 설명 가운데는 맞는 말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그 '의미'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저 홍보방법이 낚았든지, 아니면 이선균, 서우라는 배우들이 낚은 것인지, 아니면 영등포 CGV라는 극장 자체가 낚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별로 본 적이 없는 분들이) 어제 극장에는 대부분이었습니다.
4. 영화 시작시간으로 알려진 정시보다 거의 10분 넘게 광고를 했음에도 5분 정도 늦게 들어오신 여자 두 분이 제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미 앉으면서부터 걸걸한 입에서는 X가 포함되지 않은 말이 없을 정도로 술술 말들이 흘러 나옵니다. 얼핏 봐서는 이제 막 20살에 접어드신 분들 같았는데...왜 있잖아요, 욕을 하려는게 아니더라도 그냥 모든 말에 'X나'가 붙은 분들.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5. 앉자마자 영화의 모든 상황을 입밖으로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극중 이선균의 상대역 여자배우가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자 '미친x 왜 저래?' '헐' '재수없어' 등 극중 이선균 캐릭터에 순식간에 동화되었는지 영화 속에 주인공이 된냥 여자역에게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6.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어려운 영화를 이해할 수 없으면 극장에 오지 마라 라는게 아니에요. 영화야 다 개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정답이 없는 예술이니 감독조차도 이것에 대해 뭐라 할 수는 없죠. 다만 그 태도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재미 없고 이해안될 수 있죠. 왜 그걸 재미있는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어가면서 불만을 겉으로 표시해야만 성에 차느냐 말입니다. 그렇게 꼭 '뭐야 이거, 스토리 완전 x같잖아' 라고 몇번씩 말씀해주셔야 하는지 말입니다. 영화가 끝나고나서 나가는 길에 같이 본 분과 '이선균 엉덩이 말곤 볼게 없네'라고 영화를 폄하해 주셔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하다보니 말투가 무슨 '여성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말투네요 -_-;;).
7. 두 분은 그렇게 계속 서로 간의 대화와 극중 인물과의 대화를 번갈아 나누시는 와중에도 한 손으론 열심히 핸드폰 문자를 주고 받으시더군요. 무슨 재미있는 문자가 왔는지 서로에게 보여주고 웃기도 합니다.
8.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제 옆자리에 앉은 분의 생각이 제게 들리는 초능력이 생긴 것 같았어요. 분명 속마음으로나 할 얘기들인데 제 귀에 다 들리더라구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초능력이 등장했던 영화들처럼 이 능력은 정말 없는게 훨 낫네요.
9. 사실 이 두 분만으로도 벅찬데, 이곳 저곳에서 여러 분들이 '나도 좀 주목해 달라'며 여기저기서 활약을 해주십니다. 어떤 아저씨는 중요한 업무를 통화로 해결하셨구요.
10. 좀 이해가 안갔던게 용산참사가 없었다면 모르지만, 근래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철거민들이 용역깡패들과 대치하면서 싸우는 장면 중에 용역이 고무줄 새총으로 돌을 쏘아대는 장면에서 몇몇 분들이 웃음을 터트리시 더라구요. 어디가 우스운 건지. 돌이 우습게 생겼던가요? 철거민이 몸개그라도 한걸 제가 놓친걸까요? (물론 이 와중에도 제 옆자리 분들은 '왜 그래?' '짜증나'를 연발하고 계십니다)
11. 영화가 끝나자 역시나 '뭐야 이거 스토리 x같잖아' '에이 xx, 집에가서 네이버 줄거리 봐야겠네'라고 하시며 커다란 팝콘통은 어지럽게 바닥에 둔채 그냥 쿨하게 자리를 떠나십니다. 저는 원래 어떤 영화든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 관람하는데(보너스 장면이 있고 없고는 전혀 상관없이요), 어제는 몇몇 분들이 나가시면서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시더군요. 아마도 '왜 끝났는데 계속 앉아있지?' 였던거 같아요. 이상했겠죠. 이 장면에선 왠지 잘못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12. 자, 제발 영화를 보면서 속마음 좀 겉으로 말하지 맙시다. 속마음은 그냥 속으로만 담아두세요. 그리고 입에 욕을 붙이고 사는 분들은 욕하는 것이 챙피한 줄 좀 알았으면 좋겠구요(그걸 알면 미안해라도 했겠지만..에휴). 그리고 재미없으면 차라리 중간에 나가주세요. 왜 비싼 돈 주고 재미도 없고 불편한 영화를 욕을 해가며 앉아있는지 모르겠네요. 진짜 돈주고 내보내고 싶은 심정이더군요.
13. 어제의 마지막 분위기는 어땠냐면, 다들 '이 영화 뭐야, 완전 최악이잖아' (여기서 최악은 저만의 순화된 표현입니다) 하는 중간에 저만 혼자, '야, 이거 멋진데'하는 분위기였어요.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최고일 수도 있고, 또 최악일 수도 있죠. 이걸 굳이 말해야 되는 이유도 모르겠지만, 공공장소라는 것에 의미를 한 번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 외에 다른 사람도 있다는 사실말이죠.
14. 이거 넋두리를 하다보니 리뷰 쓸 때보다 글이 술술 써지는군요. 빛의 속도로 써내려오다보니 어느덧 14번. 확실히 요즘은 안전지대가 없는 것 같아요. 예술영화 전용관도 더이상 100%를 장담할 수 없구요. 여튼 영화 팬으로서 살아가기 점점 힘들어집니다. 좀 있으면 불법다운로드가 '공식적으로' 문제 없는 일이 될 것도 같고, 엔딩 크래딧 다보고 앉아있으면 바보 소리 들어도 싼 날들이 올 것만 같고, 극장 간다고 하면 '왜 불편하게 극장엘 가?'하는 날이 그리 머지 않은 때에 올 것만 같아 피곤함이 느껴집니다.
잊지 못할 2009년을 더더욱 잊지 못할 한해로 만들어버린 주인공은 불행하게도, 원치 않게도 마이클 잭슨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한 명의 뮤지션이, 한 명의 사람이 저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지난 번 추모 글에 짧게 나마 정리하였으니 그 것으로 대신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바로 들어가보려고 합니다.
마이클은 떠나기 전 자신의 마지막 투어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THIS IS IT' 투어의 첫 공연인 런던 O2 아레나에서의 공연을 한창 준비중이었죠. 이 투어에 대한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모릅니다. 물론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이긴 하지만 영국까지 날아가서 공연을 볼 형편은 되질 않아 아마도 직접 보진 못하고 소식만 전해들었겠지만, 그래도 마이클 잭슨의 새로운 투어가 시작된다는 소식은 팬으로서 도저히 흥분되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소식이었죠. 별다른 수식어 없이 'THIS IS IT'이라 명한 투어의 타이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이 그렇죠. 그에겐 KING OF POP을 비롯해 수 많은 수식어들이 있지만, 그냥 다 필요없이 '마이클 잭슨' 하나면 될 정도로 절대적인 존재였으니까요.
결국 공연되지 못한 'THIS IS IT'투어를 이렇게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보통 때 같았다면 '어차피 해외에 나가서 엄청난 티켓값을 내고 볼 형편도 되질 않으니, 이렇게 국내에서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하고 생각했겠지만, 이번엔 정말로 이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 멋진 공연을 평생 직접 볼 수 없다 하더라도, 마이클이 떠나지 않았다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죠. 케니 오르테가가 연출한 이 영화는 이번 투어에 함께하게 된 댄서들의 인터뷰로 조용히 시작됩니다. 함께 공연을 하는 댄서들의 인터뷰이지만 이 인터뷰들은 스텝들의 인터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마이클의 팬으로서 하는 인터뷰이지요. 마이클이 떠나기 이전에 이뤄진 인터뷰임에도,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우상으로 여겼던 마이클과 한 무대에 서는 벅찬 감정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댄서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고대하던 무대를 결국은 서지 못했으니까요. 이렇게 시작부터 울컥하게 된 영화는 알려진대로 공연의 리허설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Columbia Pictures. AEG Live. All rights reserved
케니 오르테가는 이번 투어의 총 감독인 동시에 이번 작품의 감독까지 맡게 되었는데 (마이클 잭슨의 추모식의 감독도 그가 맡았었죠), <하이 스쿨 뮤지컬>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답게 단순히 리허설 영상들을 담아 놓은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도 손색이 없는 구성을 보여줍니다. 아니 그보다는 끝내 이루지 못한 'THIS IS IT' 투어를 AEG Live를 위해 촬영한 영상들과 마이클의 개인 소장용으로 촬영한 영상들을 통해 최대한 재현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100% 포함된 것 같지는 않지만 투어 공연에 수록될 대부분의 곡들이 리허설 영상을 통해 실제 콘서트 콘티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공연에 사용하려 했던 영상들도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습니다.
<디스 이즈 잇>이 갖는 가장 큰 의미 중 하나는 떠난 마이클을 그리워 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여서 뿐이 아니라, 그 동안 팬들에게도 잘 보여주질 않았던 프로로서의 무대 밖 모습, 완벽한 무대를 위한 날카로운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기존 수많은 공연 영상이나 보너스 클립들에서도 잭슨의 리허설 모습들을 그리 쉽게 찾아볼 수는 없었는데, <디스 이즈 잇>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제야 진짜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공개하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사실 일반 대중들에게 마이클 잭슨의 모습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마이클 잭슨과 무대 위의 마이클 잭슨 외에 뮤지션으로서의 마이클 잭슨은 팬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평가절하된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디스 이즈 잇>을 보다보면 이런 프로페셔널한 뮤지션 마이클 잭슨을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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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뮤지션들이 마이클 잭슨과 함께 작업을 해본 뒤에는 혀릍 차며 그의 음악성에 놀라곤 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이런 점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정확한 음과 리듬을 자신의 목소리로 연주하며 세션맨들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장면이나, 서로 프로임으로 대충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들을 끝까지 완벽하게 고집하는 모습들은 아마도 그를 잘 몰랐던 이들이 보았다면 제법 놀랄만한 정도의 장면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 작품에 수록된 영상들은 리허설 영상들을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와는 완성도 면에서 차이가 느껴지긴 합니다. 몇몇 곡은 마이클이 노래를 목 보호를 위해 살살 부르는 곡들도 있고, 의상 역시 무대의상이 아닌 경우도 많고, 조명이나 댄서들의 동선을 보기 위해 가볍게 맞춰만 보는 것으로 이뤄진 곡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케니 오르테가가 최대한 이 연습 장면들을 실제 공연처럼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마치 공연 실황을 보는 듯한 감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팬들이라면 영화 내내 들썩이는 몸을 주체하기 어려우실 거에요. 저도 얼마나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가슴을 튕겨가며 극장 좌석에 앉아 몸을 들썩였는지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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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투어에 수록되었던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잭슨 5 메들리도 여전하고, Billie Jean의 댄스 구성이나 기구를 타고 객석 위에서 노래하는 'Beat It'도 만나볼 수 있고, 엔딩을 장식하는 것은 여전히 'Man in the Mirror'와 MJ항공이거든요 ㅎ (스텝들끼리 이 마지막 퍼포먼스를 MJ항공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ㅋㅋ).
하지만 이번 공연은 바로 'THIS IS IT'! 수록된 곡들은 비슷하지만 몇몇 곡들은 완전히 다른 무대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일단 눈에 띄는 것은 곡의 도입부와 배경으로 사용될 영상들이었습니다. 이것들이 단순히 영상 수준이 아니라 완전 영화 수준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They Don't Care About Us'의 대규모 군대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배경에 등장시키는 것으로 시작하여, 역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Smooth Criminal'은 예전 험프리 보가드가 출연했던 흑백 영화속에 마이클을 투입시켜 (마치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가 케네디를 만났던 장면처럼) 흑백 영화와 'Smooth Criminal'의 뮤직비디오, 새롭게 만든 시퀀스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작품으로 수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흥미로운건 리허설 영상이긴 했지만, 거의 노래를 편집없이 들을 수 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구성상 아마도 이번 공연에서의 'Smooth Criminal'은 '린(Lean)' 댄스 없는 공연이 되었을 것 같더군요(그 부분 없이 바로 보컬이 이어지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에 'Smooth Criminal'하는 부분에서 마이클의 창법도 조금은 바뀌었더군요. 'Smooth'와 'Criminal'을 좀 더 따로 발음하는 동시에 정확하게 발음하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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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Thriller'와 'Earth Song'은 특별히 배경영상이 3D 입체영상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무대 위에서 걸어나오는 시체들과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숲속의 영상들을 입체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동 받은 또 하나의 곡은 (감동받지 않은 곡이 어디 한 곡이라도 있겠느냐만은;;) 바로 'Human Nature'였습니다. 기본적인 반주 만을 배경으로 절제된 댄스와 그 특유의 보컬은, 이렇게 리허설 영상으로 보니 더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마 이 곡 좋아하셨던 분들은 이번 영화 속 버전도 참 마음에 드실 듯 해요.
마이클의 추모식에서 'Heal the World'를 비롯해 많은 곡의 메인 보컬로 등장해 팬들 사이에서도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었던 주인공인 여성 보컬 주디스 (Judith Hill)와 함께한 'I Just Can't Stop Loving You'도 정말 좋았습니다. 댄서들과 스텝들도 가장 좋았다고 얘기했을 만큼 두 사람의 호흡과 즉흥적인 애드립이 정말 자연스럽게 펼쳐진 곡이었죠. 이 곡을 비롯해 'Billie Jean'도 그러했지만, 마이클의 리허설은 리허설인 동시에 바로 공연이더군요. 댄서들이 모두 다 잭슨을 우상으로 삼고 있는 팬들이다보니 자신이 등장하지 않을 때는 모두들 무대 아래서 한 명의 팬의 입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댄서들의 응원과 환호에 부끄러워하는 마이클의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또 이번 공연의 이채로운 점을 이야기해보자면, 지난 공연들에 비해 여성 댄서들의 비중이 상당히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많아진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비중이 커졌다고 해야할텐데, 심지어(?)는 'Smooth Criminal'의 전반부 시퀀스(떼로 등장하는 후반부 말고 돈 뺏기 전까지의 전반부에)와 'Beat It' 후반부에 두 패거리가 다투는 시퀀스에서도 여성 댄서가 상당히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 몇몇 곡은 아쉽게도 립싱크(Thriller 같은 곡들)로 진행되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Beat It'의 경우 키를 낮춰서 부르지 않고 원키로 라이브로 부르는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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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공연 리허설 영상이 담기긴 했지만, 상당히 죽음과 연관지어 슬프게 몰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작품내에서는 거의 죽음의 뉘앙스를 찾아보기 어려웠을 정도로 공연 리허설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감독인 케니 오르테가가 영리한 거죠. 공연이 멋지면 멋질 수록 관객은 더더욱 슬퍼질테니까요. 얼마나 울다가 흥겹다가를 반복했는지 모르겠네요. 어쩔 때는 다시금 생각난 마이클의 빈자리가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다가도, 그의 무대 위의 모습을 볼 때면 또 다시 신나게 다리를 떨며 가만있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디스 이즈 잇>은 2주 한정기간 동안만 상영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상영기간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몇번이고 볼 예정입니다. 그래서 아직 정리 안 된 얘기들은 다음 감상기에 남기도록 할께요.
1. 참고로 신촌 메가박스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디지털의 화질이 너무 좋았습니다. 마치 방안에서 블루레이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요. 마이클의 개인소장용 영상의 화질이 DVD급이라면, 아마도 AEG Live를 위해 촬영된 HD영상의 화질은 블루레이급! 기회가 된다면 꼭 디지털 상영으로 관람하세요!
2. 저는 몇번이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관람 때는 THX인증관과 광주 아이맥스 디지털로 볼 예정입니다. 광주 아이맥스 디지털은 차비와 시간만 해도 엄청나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인데, 꼭 가보려고 합니다.
3. 마이클의 팬 분들이라면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세요. 'This is it'을 비롯해, 'Heal the World'도 들을 수 있고, 'Human Nature'도 다시 들을 수 있으며, 마이클의 짧은 영상과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짧은 Heal the World 캠페인 장면, 그리고 마이클이 팬들에게 바치는 마지막 메시지도 담겨 있습니다.
4. 많은 좋은 영화들이있지만, 적어도 제게 있어 올해 최고의 영화는 <다크나이트> 할아버지가 와도 <디스 이즈 잇>입니다 ㅠㅠ
뉴욕, 아이 러브 유 (New York, I Love You, 2008) 아기자기한 영화적 순간들
2006년작 <사랑해, 파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할 또 하나의 시티 옴니버스 프로젝트 영화 한편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파리를 배경으로 수많은 감독들과 배우들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로 만나볼 수 있었던 <사랑해, 파리>에 이은 프로젝트 영화로서 이번엔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참고로 영화 엔딩 크래딧 말미에 소개하듯이 이 프로젝트의 다음 행선지는 '상하이', 즉 다음 작품의 제목은 <사랑해, 상하이>이다). <사랑해, 파리>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 작품은 파리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다른 인물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뉴욕, 아이 러브 유> 역시 이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기존 옴니버스 형식과는 조금 다른 '느슨한 옴니버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것이 무슨 말인고하니 기존 옴니버스 영화의 경우 각개의 작품의 맺고 끊음의 확실해 에피소드의 크기를 정확히 분간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암전등을 통한 완전한 맺고 끊음 없이 전체적인 큰 틀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이해되도록 애쓰고 있다. 물론 이렇다고는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등장인물들과 이야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몇몇의 컨 전환(뉴욕의 풍경을 비추는)과 흐르는 배경음악 만으로도 구별이 가능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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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의 새로운 별명은 '택시남'??)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지길 원했던 제작자 에마뉘엘 벤비히의 의도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작품처럼 결국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인물들이 '우연'이라는 것을 가장해서 모두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처럼 하나의 작품이라는 느낌은 덜했고, 오히려 옴니버스라는 구성 특유의 맛은 조금 덜해진 감이 없지 않았다. 이 작품은 이냐리투의 그것처럼 각기 다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조우를 시도하고 있는데, 크게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거나 시너지 효과를 내진 못한 듯 하다(오히려 몇몇 관객들에게는 혼란을 심어 주기도 한듯;;). 만약 이 작품을 보러오면서 일반적인 기승전결을 기대했다면 아마도 '이게 뭐야'할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아무리 한 작품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해도 엄연히 옴니버스 영화이고, 각개의 이야기가 스스로 서면서 큰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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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화면을 가득채우며 각자의 한정된 공간과 시간을 나누어 쓰며 자신 만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점,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는 이 작품을 보러 올 때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예전 <사랑해, 파리>의 경우도 그랬지만 일단은 에피소드 마다 등장하는 익숙한 얼굴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레이첼 빌슨은 <점퍼>에 이어 또 한번 함께 연기하게 된 점이 흥미로웠고, 아무리 다른 영화들을 보아도(심지어 그 가운데에는 <미드 나잇 미드 트레인>이 있었음에도) 아직까지는 미드 <앨리어스>의 그 남자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래들리 쿠퍼를 비롯해, 전작에 이은 출연과 동시에 이번에는 연출까지 맡은 나탈리 포트먼과 지저분해 질 수록 조니 뎁을 닮아가는 올랜드 블룸, 그리고 오랜만에 한 장면만으로 자신의 매력을 완전 발산한 크리스티나 리치도 빼놓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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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단 호크가 이런 역할 맡은지가 언제인지 잘 기억도 나질 않는데, 주름은 여전하지만 오랜만에 활발한 캐릭터로 등장한 그의 모습이 오랜 팬으로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얼굴에 주름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오는 에단 호크와 자신이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보여준 로빈 라이트 펜, 역시 캐릭터와 멋진 조화를 이룬 매기 큐도 반가웠다. 제임스 칸과 앤디 가르시아, 존 허트, 엘리 웰라치, 크리스 쿠퍼, 버트 영 등 노련한 연기자들의 깊은 연기를 만나볼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거리이며, <스타트랙>에서 반짝 했던 안톤 옐친의 경우 그 만의 귀여움을 드디어 제대로 보여준 듯 하다. 그리고 점점 나이들 수록 공리를 닮아가는 듯한 서기의 모습도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고, 점점 <트랜스포머>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샤이아 라보프와 줄리 크리스티의 연기 호흡도 정말 멋졌다. 줄리 크리스티의 경우 몇해 전 개봉했던 <어웨이 프롬 허>에 이어 그래도 익숙한 편이었는데, 역시나 줄리 크리스티는 줄리 크리스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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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크리스티와 샤이아 라보프가 연기한 에피소드는 따로 장편으로 만들어져도 기대할 만 하겠다. 무엇보다 줄리 크리스티를 만난 반가움, 그리고 샤이아를 재발견한 놀라움을 얻을 수 있었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세자르 카푸르 감독이 연출하고 줄리 크리스티와 샤이아 라보프가 출연한 순간이었다. 일단 샤이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예전 <이글 아이>를 리뷰하면서 점점 그에게서 <트랜스포머>를 벗어난 성인 연기자의 연기가 엿보인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좀 더 이런 생각을 굳건히 하게 될 정도로 깊은 내면연기를 선보였다. 샤이아의 조용한 눈빛을 크로즈업 했을 때 이런 감흥을 느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고, 캐릭터를 위한 독특한 억양들의 메쏘드 연기는 재쳐두더라도 이런 깊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더군다나 상대역은 줄리 크리스티가 아니었는가!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이야기는 <뉴욕, 아이 러브 유>라는 작품에서 완전히 떨어져 있는 듯 보이기도 했는데, (스포일러가 될까 말할 순 없지만)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훨씬 무거운 이야기와 절제된 표현들, 그리고 이야기를 보태려 삽입된 수많은 영화적 장치들로 인해 특별히 인상이 깊은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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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랑해, 파리>가 그랬듯이 전체적으로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리와 뉴욕의 분위기가 같을 수 없기에 이야기의 느낌은 사뭇 다르지만, 이끌어가는 방식은 같다. 어떤 이야기는 뉴욕의 지명과 장소들을 직접적으로 이야기에 등장시키며 멋진 홍보영화에 가까운 구성을 갖고 있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뉴욕을 사는 사람들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통해 '뉴욕은 이런 곳이에요'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말하는 화자로는 귀여운 어린 소녀부터 종교적으로 다른 남녀와 이곳에서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 그리고 죽음과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등 여러 입장을 통해 다양하게 펼쳐진다.
이야기 자체는 <사랑해, 파리>에 비해 신선한 맛이 떨어지고 감독 개개인의 장기들이 덜 부각되기는 했지만, 이런 측면보다는 익숙한 배우들 혹은 오랜만에 만나는 배우들의 아기자기한 순간의 연기, 그리고 대화의 스킬이랄까? 주고 받는 짧은 호흡에서 오는 영화적 쾌감에 포인트를 둔다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순간의 모음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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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시 이 작품은 엔딩 크래딧을 평소보다 더욱 주목해서 보게 되더군요.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어떤 감독의 작품인지 여기서야 뒤 늦게 확인할 수 있거든요. 이와이 슌지의 이름이 등장했을 땐 '역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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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와이 슌지 작품의 올랜도 블룸도 잘 어울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극중 올랜드 블룸의 직업이 영화음악가 인데, 작업하고 있는 작품이 다름 아닌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인 <게드전기>였다는 점이었죠. 혼자서 알아보고 큭큭 거렸네요; 방안에 <데쓰 노트> 애니메이션 포스터도 붙어있고, 누가 이와이 슌지 작품 아니랄까봐 일본 작품의 소품들이 여러군데서 발견되더군요.
3. 본래는 스칼렛 요한슨이 연출한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하는데 빠지게 되어 아쉽네요. 제작자의 말로는 흑백으로 제작된 것도 있고 전체적으로 조화가 맞지 않아 최종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하네요.
4.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프로젝트의 다음 작품은 <사랑해, 상하이>입니다.
5. 이 작품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안소니 밍겔라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안소니 밍겔라 역시 이 프로젝트 중 하나의 에피소드를 직접 쓰기도 했죠.
6. 엔딩 크래딧 맨마지막에 스페셜 땡큐를 지나 퍼스널 땡큐에서 'Park Chan Wook'이라는 이름을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박찬욱 감독이 맞는걸까요? ^^
이미 영화팬들 사이에선 올해 최고의 화제작 혹은 그냥 '올해 최고작'으로 꼽히고 있는 닐 브롬캠프 감독의 장편 데뷔작 <디스트릭트 9>은, 이미 예전 글을 통해 소개했던 것처럼 시사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도, 북미보다 늦은 국내 개봉일을 그냥 손놓고 기다리기엔 너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보고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시사회를 통해 먼저 감상했던 <디스트릭트 9>은 그 엄청난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과연 올해의 발견이라 부를 만한 멋진 영화였고, 시사회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 바로 정식 개봉을 하면 반드시 재관람을 하리라 마음먹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극장을 찾아 <디스트릭트 9>을 재영접 하는 것이었고, 이제는 시사회 감상 때와는 다르게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기를 한 번 써볼 수 있게 되었네요.
(이후 부터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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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의 주제가 '동성애'가 아니고 '사랑' 이듯이, 사실 따지고보면 외계인을 다룬 대부분의 SF영화들, 흔히 공상과학 영화로 불리우는 장르 영화들은 정작 '외계인'이나 미지의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이에 빗대어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 작품 <디스트릭트 9> 역시 인간 사회 그리고 현재 정치적인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더 리얼하게 얘기하자면 이 작품은 빗대어 이야기한다기보다는 굉장히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해요.
<디스트릭트 9>은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Fake Documentary)의 구조로 감싸고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터뷰들과 극중 카메라맨이 촬영한 것으로 설정된 핸드 헬드 방식의 촬영 영상은 이런 메시지 적인 측면을 더 강화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죠. 인터뷰로 이뤄진 다큐멘터리 형식과 영화의 내용을 볼 때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2006년작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주인공인 '비커스'의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외에 각계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찬찬히 들어보자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나 내용들이 제법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외계인이라는 사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우주선이 떠있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그들의 인터뷰는 그냥 강대국들의 군사적인 횡포에 의해 핍박 받는 약소국 국민들의 이야기로 봐도 그대로 치환될 만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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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는 여러 장르 영화들의 설정과 장면들을 엿볼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서 다큐멘터리 형식과 포로 수용소를 다룬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면, '디스트릭트 9'을 상공에서 바라본 컷이라던가 그 위를 헬기들이 나는 장면, 그리고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배경음악들은 리들리 스캇의 <블랙호크다운>을 그대로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블랙호크다운>과의 접점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요하네스버그라는 제 3국 성격의 장소적 배경, 이 3국에서 벌어지는 강대국 (미국 = MNU)의 군사작전, 이 외부 세력 외에 내부에 존재하는 토착 무장 세력,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텍스트로 후기를 전하는 방식까지. 비커스가 MNU에게 잡혀 실험을 당하고 탈출하는 장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연상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블랙호크다운>이 계속 겹쳐보이더라구요. 물론 메시지 측면에서는 방향성이 많이 다르지만요.
일단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를 더하고 있는 영화적 장치들을 더 살펴보자면, 영화 속 이야기를 담아내는 뉴스 형식의 영상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디스트릭트 9>은 MNU가 강제 퇴거를 하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이나 나중에 비커스를 잡기 위해 역시 작전하는 장면을 뉴스 보도 방식으로 전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가깝게는 미국의 아프칸 침공 그리고 멀게는 역시 미국의 걸프전을 보도한 CNN의 뉴스 보도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디스트릭트 9>이 정말 건드리려는 건 이걸로 미국의 전쟁들을 연상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러기에 이 방식은 비슷한 장르에서 너무 많이 사용된 방식이기도 하죠;),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고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심리를 묘하게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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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을 건드리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는 주인공 비커스를 그리는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얼핏보면 그저 주변에서도 변변한 대접받지 못하고, 다들 겉으로는 뭐라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쯧쯧'하며 혀를 차곤 하는 부족한 캐릭터가 사건을 겪으면서 강해지고, 자신의 이런 억눌렸던 처지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과연 그렇기만 한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측면도 있지만, 비커스가 프런들을 대하는 방식은 또 다르거든요. 그는 한 편에서는 조롱을 당하는 신세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마음껏 무시할 수 있는 프런들에게는 친절한 듯 하면서도 은연중에 무시하려드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강제 퇴거를 받아내는 장면에서 이런 뉘앙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영화는 후반부 자신의 팔을 고치기 위해 크리스토퍼를 공격하거나 그 뒤에 다시 한번 기회가 있을 때 그냥 버리고 혼자 도망가는 장면에서 다시 한번 이런 뉘앙스를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렇게 불완전한 주인공을 등장시켰음에도, 비커스라는 인물에게 100%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사실 메시지야 어찌되었든 SF/액션을 그린 영화에서 주인공의 정서에 완벽하게 공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디스트릭트 9>의 후반부 액션 시퀀스가 손에 땀을 쥐었던 것은 단순히 액션 구성과 외계인 무기들이 선사하는 그 가공할 만한 장면들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주인공의 분노와 정서가 액션에 완전히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이었거든요. 후반부 외계인 무기를 직접 움직이며 힘을 얻게 된 비커스는 공격을 받을 때마다 연신 'fuck'을 내뱉으며 뜻대로 되지 않음에 짜증과 화를 내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커스의 행동에 공감이 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뭐랄까 비커스라는 캐릭터를 주인공 임에도 완전히 객관적으로도 볼 수 있게 했다가, 또 다시 완전히 동화되도록 만든 닐 브롬캠프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랄까요. 비커스가 크리스토퍼에게 잘못을 범할 때는 '에이, 저러면 안되지'했다가도, 나중에 비커스가 '으.....윽'하는 기합을 넣어가며 용병인 '쿠버스'를 상대할 땐 너무나도 공감대가 느껴졌으니까요.
비커스가 불완전한 캐릭터라는 점은 다른 측면에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자신이 살기 위해 크리스토퍼를 공격하고 홀로 도망치려 했던 비커스가 최종적으로 희생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사실상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즉 더이상 프런으로 변이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나서의 행동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희생'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죠. 외계인으로 변이하지 않더라도 크리스토퍼를 돕고 MNU를 비롯한 인간들의 잘못된 행동을 문제삼았다면 좋았겠지만, 비커스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사실상 외계인으로서 행한 행동들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얻기 어려운 것이고, 이것이 영화가 은근히 다루고 있는 메시지로 느껴졌습니다. 뭐랄까 우리도 뉴스를 통해 미국이 이라크 침공, 기아로 죽어가는 제3세계 아이들, 내전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지만 내 얘기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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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메시지 측면으로 돌아와 이야기해보자면, 조금이나마 정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영화 속 프런들이 모습들에서 어렵지 않게 흑인들 혹은 유색인종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남아공의 현실이나 나이지리아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더라도 영화가 묘사하는 장면만으로 어렵지 않게 서구사회의 가학적 폭력에 대해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퇴거 명령을 합법적으로 진행해야 됨에도 힘이 없다는 이유로 (영화 속에서는 멍청하다는 이유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행동이나, 극중 인터뷰에서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MNU라는 군수회사가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관심있는건 외계인의 무기와 이를 둘러싼 잇권이라는 묘사는, 누가봐도 아프리카의 기아나 중동의 평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들의 자원과 석유에만 관심있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 묘사라고 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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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픈 얘기를 주욱 늘어놓았지만 <디스트릭트 9>은 단순 SF/액션 영화 측면에만 보아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입니다. 후반부 비커스가 각성 아니 기회를 얻어 폭발하게 되는 액션 시퀀스는 올해의 액션 시퀀스 후보로 손색이 없을 만큼, 영상이나 액션 구성 장면 연출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고 흥분되는 장면이었고, 외계인 무기라는 걸 확 실감시켜 줄만한 무기 사용 장면들 역시 '아, 내가 지금 이런 SF영화를 보고 있구나'라는걸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구요.
2. 다시 봐도 '3년 뒤에 꼭 올게' 이 대사는 왠지 웃기더라구요. 힘빠지기도 하고 말이죠; 3. 과연 크리스토퍼는 3년 뒤에 다시 올까요. 근데 기대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궁금증으로 그냥 남겨두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어요. 속편으로 꼭 확인시켜 주기 보다는요. 4. 퇴화한 외계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그들의 이야기를 더 해보고도 싶었는데 말이죠;;
이 작품 <호우시절> 때문에 기억을 더듬어 보았더니, 특별히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허진호 감독의 장편들은 한 작품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타 장르에 비해 로맨스 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는 내 인생의 영화 중 한 작품일 정도로 좋아했던 작품이라 VHS테잎으로도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허진호 감독이기는 하지만 그의 전작들이 모두 내 취향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봄날은 간다>는 여전히 좋았지만 <외출>은 정말 계속 허진호 영화를 기대해야 할까 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었고, <행복> 역시 크게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던 작품이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의 2009년 신작 <호우시절>은 또 한 번 가슴 설레게 하는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정보라고는 출연배우와 포스터 이미지가 고작이었지만, <호우시절>에게 기대한 것이 분명 <8월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것은 애초부터 아니었던 것 같다. 뭐랄까 그냥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약간의 먹먹함과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갈 만한 미소 정도랄까. 이런 기대를 하고 있던 나에게 <호우시절>은 딱 어울릴 만한 영화였다.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괜찮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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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국에서 함께 유학생활을 했던 남자주인공 '동하(정우성)'과 '메이(고원원)'이 우연히 중국에서 오랜 만에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두 남녀의 이야기는 그리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아마도 한 때 사귀었던 것 같고, 오랜만에 만난 지금에도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있는 듯한 정도. 이후에도 영화는 이 둘의 관계에 대해 아주 조금씩 풀어놓지만, 확실히 이 영화에서 이 둘의 과거와 현재 자체가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닌듯 하다. 좀 더 본격적이고 신파에 가까운 로맨스였다면 더 많은 사건을 만들어서 극적인 효과를 끌어내려고 했겠지만,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은 분명 이런 것과는 지향점이 다른 영화라고 하겠다. 고원원이 연기한 메이 라는 캐릭터에 비하인드 스토리는 영화 초중반부터 후반부를 위해 조금씩 그 의도를 드러내기는 하지만, 이 사건이 결정적이거나 영화에 큰 영향은 주지 않는 듯 하다(적어도 나에게는;; 만약 이 것으로 무언가 극적인 효과를 내려한 것이었다면 이 영화는 정말 심심한 영화가 된다).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해보자면, 영화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쓰촨성이라는 특수성은 역시나 줄거리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꼭 필요하지 않은 에피소드 들도 여럿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김상호가 연기한 동하 회사의 지부장 역할은 이야기 구조로만 보았을 때는 없어도 되는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물론 의미심장한 대사 한마디를 하긴 하지만;), 아마도 이 캐릭터와 부수적인 장면들은 줄거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영화의 리듬과 전체적인 '분위기'를 위해 배치된 것으로 생각된다. <호우시절>은 굉장히 이미지가 주를 이루는 영화인데, 마치 두보 사원이 있는 중국 쓰촨성에 관한 대형 홍보 영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시원시원한 외모의 정우성과 고원원이 더해져서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지고 편안해지는 영상과 이미지가 가득하다. 좀 오버해서 얘기하자면 영화에 내용은 다 재쳐두더라도 그 편안하고 감성적인 영상들 만으로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영화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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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 작품이 그냥 허진호 감독의 쉬어가는 작품이냐고 물을 수도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호우시절>은 화법을 달리 했을 뿐이지 허진호 감독이 계속 추구해왔던 로맨스에 대한 미묘한 감정들과 삶과 죽음의 테마가 여전히 공존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미묘한 감정들에 대해 많은 대화와 사건들로 풀어가는 방식도 좋지만, 이 작품처럼 단편 적인 대화들과 절제된 표현 그리고 이를 이미지로 감싸는 방식이 영화의 주제가 되는 '그 아름다운 한 때'를 표현하는데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영화의 조명과 촬영이었는데, 의도적으로 피사체를 잡을 때 아웃 포커싱을 강하게 한다거나 혹은 인물과 인물 사이에 포커싱을 강하게 대비시키는 방식도 인상적이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자연광을 잘 살려낸 조명도 참 인상적이었다(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햇살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조명과 장면이었다).
여기에는 음악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좋기는 하지만 조금 과잉된 측면도 없지 않아 느껴졌다. 워낙에 기본적으로 이미지 자체가 가득한 영화이다보니 음악은 좀 더 절제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조금 과해지면서 전체적으로 거대한 뮤직비디오 같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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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처음에 이야기했던 것 처럼,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가벼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영화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만큼 가슴이 저리지 않고 <봄날은 간다>만큼 치열하진 않지만, 왠지 모를 미소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던 허진호 감독의 또 다른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1. 영화 대사의 90% 이상이 영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 정우성도 정우성이지만 고원원의 자태는 참 아름답더군요. 제가 봤을 땐 분명 몇몇 컷은 그녀의 아름다운 목선을 인지하고 있었어요. 3. 조명이 인상적이라 크래딧에서 특별히 챙겨보았는데, 모두 중국 스텝들이더군요. 4.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중국에 있는 영화 속 두보초당에 가고 싶어질 듯 하네요. 이들과 같은 기럭지는 없지만 가서 대나무 숲 속에서 두보의 시 한편 읽어보고 싶네요.
5. 엔딩 크래딧 말미에 영화 속 두보의 시 한 구절이 그대로 담겨있는데, 마치 쓰촨성 지진을 미리 알고 위로하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아려오더군요.
6. 영등포 CGV 스타리움관에서의 첫 관람이 어찌하다보니 로맨스 물인 <호우시절>이 되었는데, 확실히 대형화면에 특화된 영화는 아니라 그 인상이 덜했을지는 모르나, 그 크기만큼은 정말 어마어마 하더군요. 그 어떤 사람이든 극장 문을 들어올 때 다들 '와'하고 들어오시더라구요 ㅎ 나무로 된 의자의 팔걸이도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앞으로 좀 더 어울리는 장르가 상영할 때 다시 봐야할 것 같네요.
'300'을 연출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의 2009년 작 '왓치맨'은 일찌감치 부터 올해 가장 큰 기대작 중 하나였고, 그이유 중 하나는 개인적으로는 드물게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영화 감상 전에 미리 읽게 되었던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했다.사실 영화 감상 전에 원작이 된 텍스트를 먼저 접한다는 것은 일종의 선택이라 할 수 있을텐데, 원작을 미리 본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되겠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또한원작이 존재할 경우, 원작을 미리 인지하고 영화를 보는 것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 있는 것도 물론일 것이다(물론지론은 영화는 원작이 있을 경우라 하더라도 영화만을 통해 100%를 보여주어야 하지 원작을 읽어야만 100%가 완성되는 경우는아니라고 생각된다. 원작을 읽었을 경우 100%가 120%, 200%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왓치맨'은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원작을 찾아 읽게 된 경우였다. 물론 씬시티'때 반짝했다가 '다크 나이트'이후 본격적으로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그래픽 노블들 때문이기도했지만, 그간 그래픽 노블이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경우, 영화 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은 그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많아 왠지 영화만으로는 100%를 얻지 못하는 것 같은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왓치맨'의경우는 미리 그래픽 노블로 출판된 2권의 책을 미리 개봉전에 읽어보게 되었다.
앨런 무어의 원작인 그래픽 노블 '왓치맨'은 현실과 픽션이 적절히 섞인 이른바 '팩션(Faction)'이다. 베트남전과 닉슨대통령, 케네디 암살, 소련과의 냉전 등 실제 미국 역사의 이야기들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그 가운데 마치 진짜처럼 가상의캐릭터들을 끼워넣는 스타일이었다. 이 같은 방법은 '스파이더 맨'처럼 누구나 우연한 기회에 히어로가 될 수 있다라는것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라 할 수 있겠는데, 실제 역사속에 가상의 히어로를 삽입함으로서 만들어진 히어로들의 이야기에 현실감과 공감대를 불어넣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원초적으로는 '정말 그랬다면 어땠을까?' 혹은 '그런 일이 어디선가 일어날 수도 있지않았을까?'하는 흥미를 갖게 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에서 '왓치맨'은 만약 미국이 배트남 전에서 패하지 않고 다양한 국가적사건들에 알게 모르게 히어로들이 개입되어 있었다고 가정한 상태로 진행이 된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에 가상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심어 놓는 방식은 제법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특히 영화의 인트로 시퀀스는 인물들의 대략적 역사와 더불어 시대적 상황을 간략하지만 임팩트있게묘사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실제 미국의 역사를 알고 있으면 있을 수록 흥미로운 인트로가 아닐 수 없다 . 더군다나 여기는상당히 많은 패러디나 인용들이 담겨있어 더욱 흥미롭다.
연대기 순으로 진행되는 인트로 시퀀스의 첫 번째는 1세대 나이트 아울이 주인공이다. 사실 그냥 1세대 나이트 아울이 활약상을 묘사하는 것 정도겠구나 싶을 수도 있지만(그래도 괜찮지만), 벽보에 붙은 초판 배트맨 포스터를 보면 얼마나 원작에 충실한 연대기 묘사인지 확인할 수 있다(원작에 묘사된 1대 나이트 아울의 데뷔년도는 1939년아고 벽보 속 배트맨 초판이 발행된 년도는 1940년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벌어진 건물은 좌측 벽보들을 보면 확인할 수 있듯이 바로 '고담 오페라 하우스 (Gotham Opera House)'이다(여기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면 뒷문으로 나오는 저 부부는 브루스의 부모님인 토마스 웨인??).
그리고 범죄를 소탕하는 코미디언의 모습.
1940년에 왓치맨의 1기라 할 수 있는 미닛맨(Minutemen)의 탄생.
그리고 히로시아 원폭에 사용되었던 것과 같은 기종인 B-29에 실크 스팩터의 모습이 페인팅 된 모습(참고로 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1945년).
그리고 '일본 항복'이라는 신문이 헤드라인과 함께 너무도 유명한 종전기념 키스 사진이, 왓치맨 만의 방식으로 인용되고 있다. 사실 달러 빌의 최후 장면 같은 경우는 한 장면으로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원작에서 언급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종전 후 생계를 위해 은행 경비를 서다가 회전 문에 망토가 걸려 죽음을 맞게 되는 것으로 묘사되는 이 장면은 짧지만 굉장히 생각해볼 만한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대중이 필요와 관심에 따라 영웅이 되었다가 또 하찮은 존재가 되기도 하는 그들의 모습과, 히어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망토 때문에 죽음을 맡게 된다는 설정은 짧지만 의미심장하다.
실크 스팩터의 은퇴식 장면은 너무도 유명한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하고 있는데, 눈여겨 볼 점은 아까 종전 사진에 등장했던 더 실루엣과 간호사가 계속 만남을 갖고 있다는 점과 실크 스팩터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일텐데, 이 아이와 이 아이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밝혀지게 된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달러 빌과 마찬가지로 '레즈비언 창녀들'이라고 욕을 먹으며 살해 당한 더 실루엣과 연인의 모습. 참고로 이들 옆에 놓인 신문 기사는 바로 그 종전 사진이 실린 신문이다. 이러면서 점점 1기 미닛맨의 시기는 마무리 되고 2기 왓치맨의 시작으로 넘어가게 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로어셰크의 모습. 중반부에 다시금 등장하지만 이미 인트로에서 살짝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닥터 맨하튼이 백악관에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는 모습.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계획 프로젝트 명이 '맨하탄'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역시 의미심장한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이후 케네디 암살 장면에서 그 주인공이 코미디언으로 연출되는 장면도 흥미롭다.
1963년 베트남전과 월남정부의 불교탄압에 저항하며 가부좌를 튼 채 분신을 했던 베트남의 고승 '틱쾅둑(Thich Quan Duc)'의 유명한 장면도 TV뉴스 속 한 장면으로 등장한다. 이 장면은 잘 아다시피 밴드 R.A.T.M의 동명 타이틀 앨범 자켓으로도 사용되었다.
크렘린 광장과 카스트로의 모습.
미국의 베트남 참전에 반대하는 시위와 이를 막는 군인들과의 대치 모습. 이와 관련해서는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도 잘 묘사되고 있다.
나이트 아울을 자신 특유의 디자인으로 그려낸 앤디 워홀의 모습. 앤디 워홀의 옆에 중절모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이는, 몇 해전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겼던 영화 <카포티>의 실제 주인공인 트루먼 카포티다.
오지맨 디아스의 명성과 현재를 설명하는 이 장면의 왼편 뒤로 보이는 두 남자는 다름 아닌, 데이빗 보위와 믹 재거다. 글렘 록이 유행하던 당시의 실존 인물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장면 역시 매우 영리한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하여 1기 미닛맨의 탄생부터 미닛맨이 몰락하고 2기 왓치맨의 등장, 그리고 이들 캐릭터의 대한 간략한 설명과 당시의 정치, 사회적 분위기를 완벽하게 아우른 오프닝 시퀀스는 마무리 된다. '왓치맨'의 오프닝 크래딧 시퀀스는 정말 영화사에 남을 손꼽히는 구성이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은 확실히 고심하고 노력한 기색이 역력히 보이는 작품이다. 아마 본인 스스로도 꼭 왓치맨은아니었더라도 어느 코믹스나 그래픽 노블의 팬보이였을 잭 스나이더는, 원작의 수 많은 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이런의식은 전체적으로 큰 각색보다는 원작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오는데에 더 비중을 둔 결과물로 드러나고 있다. 원작을 읽은 입장에서 봤을 때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래픽 노블을 그대로 다시 한번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정도로, 몇몇 포함되지 않은 이야기들과 결말 부분만 제외하면 거의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신문 가판대 소년이전하는 난파선 이야기가 대표적으로 빠진 경우이며, 결말 부분도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이 된 경우라 하겠다). 예전 '씬시티'영화를 보고 나서 뒤늦게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보고는 영화 속 장면이 얼마나 그래픽 노블을 그대로 옮겨오려노력한 것인가를 확인하고는 놀란적이 있었는데, '왓치맨'의 경우는 원작을 먼저 읽은 경우라 영화를 보는 중에 너무도똑같은 장면 구성에 놀라게 되는 장면이 여럿 발견되었다.
원작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면, 워낙에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의 깊이가 깊고 이야기가 다중적이기 때문에단 한편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영화에서(그것이 2시간 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다 소화하고 설명하고풀어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잭 스나이더는 몇몇 장면을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함축적 장면들로 표현하고 몇몇 시퀀스들은 과감히 제외하면서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화를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이정도의 영화화라면 다른 어떤 감독이 만들어도 쉽게 구현해내기는 어려운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그래픽 노블을 그대로 옮겨온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 대신, 감독에 새로운 비전에 의해 색다른 영화 '왓치맨'을 만나보고 싶어했던 이들에게는, 원작과 별 차이가 없는 영화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는 잭 스나이더가 좀 더스타일리쉬한 부분에 치우쳐서 메시지보다는 보여지는 것에 더욱 치중한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그는 자신만의장기는 살리되 메시지에 흠이 가는 부분은 최소화 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몇몇 액션 장면에서는 '300'을 통해유감없이 보여주었던 베리 슬로우 모션 액션을 엿볼 수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과하지는 않았으며(그래서 300 같은 액션영화를떠올리며 극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이 허탈해하며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액션보다는 원작의 그 질감과 느낌을 스크린으로옮겨오는데에 더 공을 쏟은 것이 만족스러웠다(물론 반대로 로어 셰크를 감옥에서 구해오는 장면을 언급하면서 '역시나 액션이 과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물론, 원작을 읽은 이들 가운데서도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에 대해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편에 서고 싶다.
이 영화는 결과적으로 굉장히 정치적일 수 밖에 그리고 철학적일 수 밖에 없는 텍스트이다. 실제 미국의 정치적 사건들을영화의 주된 배경과 소스로 사용하고 있으며, 캐릭터들은 어찌보며 이 배경 속에서 태어날 수 밖에 없었던 존재라고도 볼 수 있을것이다. 권력이 어떻게 사회의 폭동과 범죄를 야기시키고, 이를 막기 위해 스스로 일어난 자경단과 같은 히어로들을 또 어떻게정치적으로 이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이런 과정이 거듭되면서 코스츔을 입은 히어로들은 스스로자신들이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기에 이르고, 스스로 환멸과 후회, 덧없음을 느끼고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반 사회적으로 그려지지만 어찌보면 본래 마스크를 쓰고 히어로가 되기로 했던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신념대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로어셰크 뿐이며, 나머지 히어로들은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 은퇴했다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스스로의 절망때문이라 해야겠다(히어로가 스스로 느끼는 절망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다).
각 히어로들에게는 자신 만의 고통과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게 생각해볼만한캐릭터는 역시 닥터 맨하튼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고로 인해 마치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존은 철저히 국가의 정치적 의도에의해 이용되고 사용되어 진다.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전쟁을 미국의 승리로 이끌게 되고 소련과의 냉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위한 가장 핵심적 무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신이 존재하고, 그는 미국인이다'라는 말처럼 군사적 위협을 위한 대외선전용으로도 사용되게 된다.
영화 속 닥터 맨하튼이 겪는 고뇌는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고민과 같은 선상에 놓인다고 볼 수 있겠다. '신'으로 묘사된 것처럼절대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닥터 맨하튼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은, 결국 영화가 궁극적으로이야기하려는 '권력'에 대한 것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왓치맨'은 굉장히 직접적으로관객에게 묻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절대적에 가까운 힘을 갖고 있지만 닥터 맨하튼이 결코 '절대선'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는극중 코미디언의 말처럼 막을 수도 있던 재앙들을 결국은 막지 '않은' 경우도 많았으며, 인간들에 대한 환멸로 치부하기는 했지만그조차 인간적인 면에 휩쓸려 어느 한 편을 들고 편협함을 은연 중에 드러내기도 했었다. 그는 이렇게 절대자라기 보다는 단순히'미군'에 가까운 행동을 벌여왔던 지난 날들에 뒤늦게 덧없을 느끼고 지구를 떠나지만, 화성에서 그가 갖게 되는 고민들 역시이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있지는 못한다.
('Ride Of The Valkyries'를 배경으로한 위의 장면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에 대한 매우 직접적인 오마주였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이 엔딩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다. 뒤늦게 이 모든 음모가 오지맨디아스의 계획이라는 것을알게 된 로어 셰크와 댄(나이트 아울 II)은 오지맨디아스를 찾아가보지만 이미 이들이 막기에는 늦어버린 때였다. 나중에 자신이이용당한 것을 알게 된 닥터 맨하튼 역시 오지맨디아스를 막기 위해 나타나지만 결국 막지 못한다. 아니 막지 못한 것이 아니라오지맨디아스의 계획에 결국 수긍하고 만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평화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식의 논리. 엄청난 큰재앙이 닥치게 되자 오랫동안 핵전쟁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던 미국과 소련은 더 큰 적에게 대항하기 위해 연합하게 되고,이른바 '평화'를 이루게 된다. 오지맨디아스의 논리는 이런 것이다. 결국 다수가 행복한 평화만 이루면 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것. 그런데 댄과 닥터 맨하튼은 이 같은 오지맨디아스의 논리에 반박을 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계획이 시행되기 전이 아니라 이미 시행된이후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핵전쟁 바로 직전까지 갔던 세계의 정세를 평화의 무드로 만든 것이 거대한 거짓말이라는 것은 알지만,이 '만들어진 평화'를 굳이 깨는 방식을 원하지는 않는 것이다.
거대한 재앙 앞에 다툼과 혼란이 하나로 융합되고 평화를 이루는 과정은 실제 역사 속에서도 여럿 있어왔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9.11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음모설 따위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여러가지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부시 정부에게 단 한 방에 국민의 힘을 실어준 것은 다름 아닌 9.11 참사였으며, 결국 기름전쟁이었던 빈 라덴 잡기 전쟁의명분을 준 것도 9.11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같이 큰 재앙이 닥치면 미국의 침공이 부당하고 믿고 있던 사람들의신념마저 약해져서 '그래, 꼭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이젠 충분한 명분이 있잖아?'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장면 역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매우 직접적인 오마주라고 할 수 있을텐데, 닉슨 정부를 패러디하고 있는 것 역시 완벽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겠다)
'왓치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지맨디아스의 계획이 잘못된 것은 댄도 닥터 맨하튼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일이벌어진 바에야 이를 깨고 싶지 않은 것이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평화지만, 이 거짓을 알게 된다면 겪게 될 혼란과 핵전쟁 위기를굳이 초래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래 이미 일은 벌어졌잖아, 이 평화를 잘 지켜내기만 하면 돼'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끝까지 여기에 동참하지 못하고 자신의 본래 신념대로 가겠다던 로어 셰크를 닥터 맨하튼이 손수 자신의손으로 죽일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며, 댄 역시 좀 더 강하게 로어 셰크를 설득하거나 맨하튼을 막아볼 수도 있었지만(물리적으로는못하겠지만), 그러지 않고 로어 셰크가 죽은 다음에야 '안돼~!'하며 역시 자기 합리화를 하고야 만 것이다.
영화는 여기서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곧이 곧대로 융통성 마저 없어보였던 로어 셰크의 길이 옳은 것인지(죽음을 뻔히알고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은 것), 아니면 이미 일이 벌어진 뒤라면 그리고 진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더 큰 재앙을 겪을 수도있다면 이 거짓 평화를 지켜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대답이 결코 쉽지 만은 않다. 솔직히 로어셰크를 응원한다고 쉽게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저런 상황에 닥쳤을 때 과연 로어 셰크처럼 할 수 있겠는가를 묻는 다면 이야기는또 달라질 것이다.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쓸쓸한 것은 비단 어두운 스타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관객에게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와 현실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노출시켜 자기 합리화와 신념 가운데서 고민하도록 만들기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하나 인상적인 건 오지맨디아스가 정말 '평화'만을 위해 이런 계획을 세웠다고 보기엔 후에 상황들이 그렇지않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폐허를 제건하는 회사는 다름아닌 '바이트'사이고 하늘에도 '바이트'사의 비행선이 떠있고, 결국이 재건될 세계에서 주도권과 권력을 쥐게 될 것은 오지맨디아스의 '바이트'사가 될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결국 평화라는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국제 사회에서 주인 노릇을 하려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일 것이며, 더나아가 이를 자기합리화하며신경쓰지 않으려 하거나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 하는 전 세계인들에게 보내는 비판의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원작에서 매우 중요한 프롯 중 하나였던 월터 코박스(로어 셰크)에 대한 내용이 영화에서는 잘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보일 듯 말듯 영화에서도 피켓을 든 월터의 모습이 중간중간 스쳐 삽입되기는 했었다. 워터 코박스의 이야기와 더불어 역시 중요한 서브 플롯인 '검은 난파선'이야기와 로어 셰크를 상담했던 말콤 박사와의 플롯도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는데, 이 점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영화 '왓치맨'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준 것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영화 속에 삽입된 곡들은 '포레스트검프'처럼 당시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어서, 마치 실존했던 비화를 듣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살짝 들게도 했다.오프닝에 사용된 밥 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을 비롯해,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Sound of Silence', 제니스 조플린의 'Me And Bobby McGee' 등은 당시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곡들이었다. 아, 그리고 코미디언이 살해를 당하는 장면에 사용된 냇 킹 콜의 'Unforgettable'도 기가 막힌 장면을만들어냈다.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의 'All Along The Watchtower'도 인상적이었는데, 밥 딜런의 곡이나 지미헨드릭스의 곡 등 당시 히피정신으로 자유와 반전을 부르짖었던 정서를 담고 있는 곡들이 사용된 것도 단순히 시대적 상황만을 고려한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300'을 연출했던 감독임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의 액션 비중이라면 본인 스스로 많이 억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원작보다 더한(혹은 과도한) 고어적인 표현이라던가 액션 묘사등은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대부분 다 인상적이고 적제적소에 음악들이 사용되었다고 생각되나 단 하나 댄과 로리의 베드씬에서흘러나오던(그것도 크게!) 'Hallelujah'는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것이 레너드 코헨 버전이라 조금 더 그랬는지모르겠다. 제프 버클리나 루퍼스 웨인와잇이 부른 버전이었다면 좀 더 쓸쓸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으나, 레너드 코헨의 버전은'할렐루야'라는 가사와 맞물려 웃음 짓게하는 시츄에이션을 자아내기도 했다(잭 스나이더가 의도한 것이 어쩌면이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잭 스나이더의 영화답게 영화 속 캐릭터들의 모습이라던가 그 스타일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로어셰크였다. 계속 변형하는 가면의 표현도 인상적이었고 그 거친 나레이션과 건조함은 엄청난 포스를 뿜어냈다. 특히 가면을 쓰고 있지않을 때도 인상적이었는데, 잭키 얼 헤일리는 원작의 로어 셰크와 거의 흡사한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잭키 얼 헤일리는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했던 '리틀 칠드런'에서 주변에으로부터 소외받고 의심받는 인물을 연기하기도 했었다. 재미있는건 이 '리틀 칠드런'에 등장했던 또 한 명의 배우가 '왓치맨'에 출연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는 다름 아닌 나이트 아울 II 역할을 맡은 패트릭 윌슨이다. 원작과의 조금차이점이라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원작에서 댄은 좀 더 나이가 많은 인물로(그래서 로리와 나이차이가 좀 있는) 생각되었는데, 극중에서는 조금 젊은 듯했다. 그래서 로리와도 약간 안어울린다기 보다는 남녀관계로서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 큰 뿔테안경을 고쳐쓰는 모습이 마치 '슈퍼맨'에서 클락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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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특유의 노란색과 포스터로 사용되기도 했던 로어셰크를 주인공으로 한 이미지가 단순하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메뉴 디자인이다. 메뉴 구성도 간략하며 부가영상은 모두 2번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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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은 극장 상영시 아이맥스 DMR 2D 포맷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극장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닥터 맨하튼의 파란 색감을 보면서 동시에 든 생각은 '아! 빨리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왓치맨'은 보는 내내 블루레이 감상을 절로 상상하게 했었는데, 드디어 접하게 된 '왓치맨' 블루레이의 화질은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운 풀HD 화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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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블루레이의 화질은 스펙면에서 보나 화질의 우수성을 표현해내는 영상의 성격으로 보나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왓치맨'에는 극장에서 보는 순간 블루레이를 떠올리게 될 정도로 화질을 기대하게 하는 장면들이 가득한데, 영화의 톤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암부의 표현력도 뛰어난 편이라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좋은 화질을 느낄 수 있다. 로어셰크의 마스크 같은 경우는 마스크를 이루고 있는 그 천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이며,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피부 표현 역시 상처와 거칠게 나있는 수염들까지 굉장히 디테일하게 표현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설원을 배경으로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미묘한 조명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화질의 우수성을 체크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면들이다.
로어셰크의 거친 피부도 좋지만, 나이트 아울인 '댄'의 매끈한 피부가 등장하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화질 체크 포인트다. 하지만 역시 블루레이의 화질을 만끽할 수 있는 장면은 닥터 맨하튼의 등장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우스게 소리로 블루레이 홍보대사가 아닐까도 싶은, 블루 피부 톤의 맨하튼은 본인 스스로도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반사광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런 디테일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으며 또한 화성에서의 시퀀스 같은 경우, 엄청난 스케일의 구조물이 등장하는데 이 구조물 역시 또 하나의 화질 체크 요소이다. 좀 더 밝은 영상의 톤과 쨍한 화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약간은 아쉬운 화질일 수도 있겠으나, 어두운 톤임에도 깊은 화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단연 선호할 만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하겠다. 사실 SF작품 같은 경우, 영상에서 표현하려는 완성도를 2차영상물이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왓치맨' 블루레이는 이런 작품적 특성과 매체의 우수성이 잘 조화를 이룬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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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True HD를 수록한 사운드 퀄리티 역시 레퍼런스급의 음질을 들려준다. '왓치맨'은 SF라는 장르적인 특성에 비하면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보다 액션 자체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히어로 영화에서 기대하는 임팩트 강한 액션 사운드(결투 장면이나 폭발 등에서 발생하는 사운드)를 떠올렸다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어두운 영화의 분위기에 걸맞는 테일러 베이츠의 장중한 스코어와 귀에 익은 히트곡들은 물론, SF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효과음들 역시 매우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특히 수록곡들의 경우 '배경음악'이라기 보다는 그 시대와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전면에 배치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음질 여부가 특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그 음량이나 음질 모두 하나의 곡으로서 별개로 따져보아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영화화에서 빠진 장면들 가운데 나이트 아울 II 과 실크 스펙터 II가 불이 난 건물에서 사람들을 구해주고 나서는 아울쉽에서 커피를 대접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위의 장면처럼 커피 잔을 정리하는 장면은 수록이 되어 혹시 감독판에서는 이 장면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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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디스크에 담긴 부가영상의 경우 모두 한글자막이 지원되며, 두 가지 바이럴 비디오 피처를 제외한 모든 영상이 HD영상으로 수록되었다. '역학 : 환상 세계의 기술 (Mechanics: Technologies of a Fantastic World)'에서는 물리학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 속 과학 현상들의 물리적 타당성에 대해 전해 들을 수 있다. 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물리학 교수의 경우 영화 제작과 기획 단계에서 감독과 스텝들에게 물리학에 대한 기본 개념과 영화화와 관련된 내용들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갖는 자리를 갖기도 했었는데, 흥미로운건 영화가 거의 원작인 그래픽 노블의 설정들을 그대로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과학적으로 실제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이론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를 꼼꼼히 재검토하여 촬영했다는 점이다. 더 흥미로운건 영화 속 설정들이 이론적으로(물리학적으로) 타당한 일들이라는 점이었다.
'진성장은 실제하는가?'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등등, 이론적인 공식을 이용해가며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얼핏 보면 공식과 그래프가 등장하는 딱딱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영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도 하고 영화 속 장면들을 비교해가며 설명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속 캐릭터 가운데 과학적으로 가장 궁금한 캐릭터라면 역시 '닥터 맨하튼'의 존재와 그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닥터 맨하튼의 존재의 타당성과 더불어 왜 몸에서 파란 빛을 내는 가에 대한 의문에 답까지 들을 수 있다.
'현상 : 만화책을 변화시킨 만화책 (The Phenomenon: The Comic That Changed Comics)' 에서는 '왓치맨'이 단순한 만화책이 아니라 문학으로서 인정 받는 유일한 작품임을 자랑하고 있다. '왓치맨'은 확실히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그래픽 노블들과도 차별되는 작품인 동시에 일반적인 히어로 물들과도 차별화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왓치맨'은 1970년대 아이들만을 위한 코믹스라는 매체의 특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그 결과 일반적인 만화들이 22쪽 분량의 대본으로(대본 역시 22쪽) 이루어진 것에 비해 '왓치맨'은 22쪽 분량에 대본은 135쪽이었을 정도로 마치 사진을 묘사하는 듯한 전례가 없는 정보량을 수록한 작품이기도 했다. 또한 처음부터 연장자를 대상으로 기획할 수 있었다는 점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었던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품이라는 점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차별점을 이야기하는데에 있어 '채색'의 중요성을 들고 있는데, 존 히긴스의 작품인 '왓치맨'의 색감은 형광 분홍, 초록의 강렬한 색감으로 영화화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처럼 이 작품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주었다.
'현실 세상의 초영웅 : 자경단원 (Real Super Heroes, Real Vigilantes)'에서는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자경주의에 대해 각계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은 담론을 끌어내고 있다. 자경단이 출몰하게 되었던 1980년대 미국사회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증언들과 80년대 당시의 영상 자료들과 영화 속 장면들을 비교해 가며, 영화 속 왓치맨의 모습과 당시의 자경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전체적으로 직접적인 영화에 대한 내용이라기 보다는 주제에 대한 다큐멘터리 성격이 짙은 정보성 부가영상으로서, 이런 담론들과 역사적 배경들이 영화의 내용과 어떻게 부합되는지 차근차근 짚어내고 있다. 이 부가영상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촬영장 모습이라던가 에피소드 등이 주를 이루는 스페셜 피쳐들과는 달리 영화의 주제에 대한 굉장히 깊은 담론과 관련 지식들을 얻을 수 있는 영상이 수록되어 있어, 오히려 영화를 내적으로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Video Journals'에서는 원작인 그래픽 노블에 등장하는 저널 형식을 빌려와 각 주제별로 관련 배경 지식에 대한 영상을 담고 있다. 원작을 읽은 이들은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도 작품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서플먼트로서 배우들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는데, 작품에 출연한 배우로서가 아니라 각자 연기한 캐릭터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색다른 정보성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사실 영화와 원작 모두 상당히 많은 내용이 생략되어 있는 편이기 때문에 이 같이 작품에서 다 하지 못한 배경지식들을 설명하는 영상은 매우 흥미롭다고 할 수 있을텐데, 스토리와 캐릭터에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 세트나 의상 등 스텝들의 이야기도 수록되었다.
부가영상을 통해 알게 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의 장르적 특성상 CG로 대부분의 영상을 처리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거의 대부분의 등장 건물들을 실제로 대규모의 세트를 제작하여 촬영했다는 점이었다. 극중 나이트 아울의 탈 것인 '나이트아울 쉽' 역시 실제 사이즈로 제작되었는데, 조종석과 관련 기기들 역시 실제로 조작이 가능할 정도의 디테일로 만들어졌다(조종 레버를 가지고, 미는 방식으로 할 것인가 당기는 방식으로 할 것인가로 대화를 나누는 잭 스나이더와 패트릭 윌슨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촬영을 위해 한쪽 면을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아울쉽은 영화 소품치고는 상당히 정교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트는 기본적으로 외부는 디지털 모델을 사용했지만 내부는 거의 대형 세트를 제작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상의 경우 1935년 부터 80년대 까지 다양한 시대를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관객들은 극중 주조연 캐릭터인 히어로들에 집중하기 때문에 코스츔만을 눈여겨 보기 쉬운데, 이들 외에 각 장면마다 등장하는 일반인들의 의상을 살펴보면 각 시대와 장소에 따라 얼마나 다양하고 디테일하게 의상이 변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 'Viral Video: NBS Nightly News'와 'Music Video: My Chemical Romance song, "Desolation Row"'가 수록되었는데 바이럴 비디오 같은 경우는 일종의 페이크 프로그램으로서, 뉴스 형식을 빌려 왓치맨의 이야기를 마치 진짜 역사인냥 풀어내고 있다. 이 역시 원작에서 가져온 설정으로서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영상이라 하겠다.
[총평] 이렇게 살펴보았듯이 '왓치맨'은 작품성에 있어서 여러가지 관습을 타파했던 파격적인 구성과 주제의 작품이었으며, 이런 원작 그래픽 노블의 성격은 잭 스나이더의 영화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게 원작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공상과학을 매우 현실적인 정치,사회 문제와 결부시켜 다른 작품들은 이루지 못했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냈으며,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는 물음은 물론,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누군가가 처리해 주었으면 하는 잠재되어 있는 음흉한 바램을 은근히 건드리고 있는 동시에, 누군가로 인해 만들어진 평화와 모두에 의해 만들어질 평화를 두고 어떤 것이 옳은 지에 대해 관객에게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철학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블루레이 타이틀로서도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사운드, 부가영상으로 후회없을 - 감독판 출시가 어려운 현실을 인정한다면 - 선택이 될 것이다.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 감독의 2006년작 <벨라>를 보기로 마음 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상적인 국내 개봉 포스터 때문이었다. 타국의 포스터들보다 어찌보면 좀 더 종교적이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파란 하늘과 백사장을 배경으로 아이와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포스터는, 무언가 보고 싶게끔 만드는 매력을 한껏 담고 있는 듯 했다. 또 하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이유를 들자면 '알레한드로'라는 감독의 이름 때문이랄까. '알레한드로'라는 이름은 왠지 모르게 보고 싶게 하는 요상한 이름이다 ;;; 그렇게 보게된 <벨라>는 가족과 치유에 관한 진부하리만큼 '착한'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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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말 착한 영화다. 그리고 이런 '치유'에 관한 영화들을 여럿 보아왔던 이들이라면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는 이야기로 주인공들의 결핍과 상처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더 큰 사랑으로 치유되어 진다. 남자 주인공 호세와 여자 주인공 니나는 각각 견디기 힘든 삶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데, 이런 두 사람이 짧게 나마 함께 하는 여정은 먼 바닷가, 외딴 곳이 아니라 호세의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이어진다. 호세는 니나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여 자신의 상처를 오히려 돌보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되고, 니나는 호세와 그의 가족을 통해 결국 자신의 상처는 가족으로 감싸안아야 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짧은 이야기에는 인물들의 상처와 살아온 이야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 몇가지 소스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는 이런 스토리텔링보다는 메시지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크게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배경으로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에는 이러다할 사건이 없다. 두 주인공이 상처를 갖게 된 것은 영화 속 시점에서 수년 전 과거의 일이며, 그렇다고 이 상처가 갑작스런 어떤 우연한 사고로 인해 봉합되는 것 역시 아니다. 그저 두 주인공은 항상 곁에 있던 것들로부터 뒤늦게 (혹은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각성하게 되는 것 뿐이며, 그 과정 역시 전혀 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 <벨라>의 미덕은 바로 이런 자연스러움에 있다. 서로 소리지르며 다투었지만 바로 다음 날 서로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서로의 옆을 쿡쿡 찌르는 것 만으로도 화해랄것도 없는 화해를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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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더 들려주고 안겨줄 것만 같았었기에 조금은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가족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만 <벨라>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확실히 추천할 만한 요소는 부족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 감독은 메시지를 간결한 대사와 이미지로 전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인상적인 수록곡들도 크게 한 몫하고 있다. 두 주인공의 모습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떠오르기도 했다. 추석이라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명절에 보기에 적당한 가족 영화였던 것 같다.
1. 남자 주인공은 짐 카비젤을 여자 주인공은 노라 존스를 닮았더군요 ;; 2. 사운드 트랙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내 출시는 아마도 어렵겠지만 말이죠. 유명한 곡인 'Cucurrucucu Paloma' 역시 Jon Secada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구요. 3. 수입사에서 자막에 많은 신경을 쓴 듯 하더군요. 영어 자막으로는 제공되지 않는 지명이나 상품의 이름 등을 자막으로 지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빈 게이를 듣고 싶다'를 '블루스를 듣고 싶다'로 번역한 건 걍 '마빈 게이'로 하는 편이 더 나았겠다 싶었구요. 4. 전체관람가로 전혀 문제가 없긴 하지만, 사실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는 아닌데 휴일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분들이 많아 아이들이 많이 지루해하더라구요;;
반신반의하며 <써로게이트>를 보게 된 첫 번째 이유는 그래도 '브루스 윌리스'인데 하는 것과, <터미네이터 3>를 연출한 조나단 모스토우의 SF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라 할 수 있겠는데, 많은 이들이 혹평을 퍼부으며 시리즈 최악의 작품으로 꼽히곤 하는 <터미네이터 3>의 엔딩을 나름 좋아하는 편이라 조나단 모스토우라서 크게 불안한 점은 없었다(불안한 점이 없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러 갈 때 조나단 모스토우에게 알렉스 프로야스 급을 기대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그 만큼 기대치를 낮췄다는 얘긴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써로게이트>는 이렇다할 새로울 것도 없고 임팩트가 부족하여 88분 밖에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도 길게만 느껴졌던 그럭저럭 SF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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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써로게이트'의 존재와 정확히 같은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새로운 설정이라고 보긴 어려운, SF영화팬들이라면 제법 익숙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공각기동대>의 '전뇌'를 연상시키는 설정인데, 로봇도 아니고 인조인간도 아니고 마네킹에 가까운 로봇의 기체(혹은 인체)를 주인인 인간이 방안에 누워 분신처럼 조종하는, 아니 조종을 넘어서서 이 '써로게이트'가 곧 그 사람이 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설정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더라도 분명 흥미로운 설정인 것도 사실인데, 조나단 모스토우는 정말 웃음기를 싹뺀 (단 한 장면도 웃음을 유도한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 SF 암울 스릴러를 만들려고 했으나, 스릴러 다운 긴장감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긴박감은 많이 부족했고, 브루스 윌리스 역시 액션도 약하고 추리도 약한 심심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우울한 SF를 좋아하는터라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기본 줄거리를 파악한 뒤에는 조금 기대를 하기도 했었는데, 몇몇 설정들은 조금 유아스러움마저 느껴졌다. 특히 써로게이트를 반대하는 인간들의 무리를 이끄는 예언자(빙 라메즈) 캐릭터 묘사의 경우, 너무 원초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의 모습이라 아쉬웠는데 흑인에 레게머리, 커다란 목걸이 등의 묘사는 차라리 그냥 양복 입은 회사원으로 설정하는 것보다도 수준 낮은 캐릭터 설정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의 몰입도가 부족하다면 캐릭터라도 살아나야 하는데, 아무리 브루스 윌리스가 찰랑찰랑 머리를 날리며 연기해도 뭐 이렇다할 만한 인상을 주기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다. 브루스 윌리스 출연작들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재미를 주는 경우와 기대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이미지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써로게이트>는 전자라 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브루스 윌리스'가 보일 뿐이지 극 중 캐릭터인 '그리어'는 이름도 기억 못할 정도로 거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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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몇몇 장면에서는 여기서 이렇게 했으면 더 좋겠다 라고 생각되는 설정들이 많았었는데,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할 망정 그마저도 보여주지 않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쉬웠다(이 영화는 분명 더 좋아질 만한 여지가 있다. 알렉스 프로야스가 맡았다면 좀 더 좋았을 듯 한데 아쉽다). 아예 SF액션으로 가서 <아이, 로봇>처럼 브루스 윌리스 형님이 써로게이트들과 벌이는 화끈한 액션을 선보였다거나, 아니면 더 우울한 SF스릴러로 가서 <12 몽키스>같은 분위기를 냈다면 좋았을 텐데 그 중간 지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영화의 모습이 너무 역력하게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매번 영화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거지만,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바에야 욕을 시원하게 먹더라도 화끈하게 갈 때까지 가보는 영화들이 훨씬 더 나을 듯 싶다.
1. 제임스 크롬웰은 <아이, 로봇>에 이어 또 '**의 아버지'로 등장하는군요. <써로게이트>에서의 컨셉은 '병주고 약주고' 같더군요 ^^; 2. 왜 저는 여자주인공을 맡은 라다 미첼을 보면서 계속 '나타냐'라는 이름이 떠올랐던 걸까요 -_-;; 3. 그렇게 과학이 첨단으로 발달한 세계인데도, 다들 써로게이트로 활동해서인지 아무리 차 사고가 나도, 그 어떤 좋은 차도 에어백 한 번 터지는 차가 없더군요. 4. 국내에는 브루스 윌리스 = SF = 액션 = 추석대작 등으로 홍보한 듯 한데, 거의 액션이 없습니다. 액션 영화는 분명 아니에요. 5. 영등포 타임스퀘어 THX인증관에서 관람하였는데 THX 트레일러는 역시나 감동이었습니다. 예전 명보극장에서 보고 몇 년만에 보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6. 상영전 예고편으로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예고편을 볼 수 있었는데 온 몸에 소름돋았습니다 ㅠㅠ 7. 혹시 10월2일 영등포 CGV THX관에서 보신 분 계신가요. 화질이 너무 안좋더군요. 처음에는 의도적인 화질인가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끝까지 않좋은 화질이더군요. 분명 프린트나 상영에 문제인 것 같은데, 뭐랄까 마치 디빅 파일을 HDTV에서 TV아웃으로 보는듯한 화질이었습니다. 자막도 예전 느낌 물씬나는 흐릿한 느낌이었고, 전체적으로 뿌옇고 너무 좋지 않은 화질이었습니다.
명절이 되면 극장을 찾아 보고 싶던 영화를 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가끔씩 TV에서 방영해주는 특선 영화들이 더욱 반가울 때가 있는데, 이번 추석 역시 많지는 않지만 몇 작품 다시 보고 싶은 작품들이 있어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연휴가 주말과 겹친터라 평소 명절 때보다는 라인업이 많이 줄고 눈에 확 띄는 작품들의 수도 적긴 하지만, 몇몇 작품은 이미 극장에서 보신 분들은 물론 아직 감상 전이신 분들께는 꼭 추천하고픈 작품들이 안방극장을 통해 방영될 예정입니다. IPTV가 많이 보급된 탓에 예전 같이 메가톤급 신작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며, 언제부턴가 명절에도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진 성룡 형님의 영화가 이번 추석 역시 보이지 않는 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운 점이네요.
10월 1일 (목)
좋지 아니한가 00:35 (KBS2) 쏜다 00:25(MBC)
나는 전설이다 - 22:00 (OCN) 매트릭스 2 - 02 :00 (OCN) 궁녀 - 11:00 (CGV) 영화는 영화다 - 00:00 (CGV)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하루 전날 밤인 오늘 밤, 공중파에서는 두 작품을 방영하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역시 <좋지 아니한가>입니다. 제목 만큼이나 독특한 감성의 작품이며, 최근 드라마 '스타일'에서 엣지있는(아..이말 제일 싫어하는데 -_-;;) 캐릭터로 등장하는 김혜수의 전혀 상반되는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으며, 황보라, 천호진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독특한 시트콤들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아마 좋아하실 것 같아요.
사실 둘 째날 방영작 가운데 개인적으로 적극 추천할 만한 작품은 없네요;; 아, 짐 캐리 주연의 <브루스 올 마이티>를 아직 못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짐 캐리 영화는 어쨋든 기대하는 바가 분명하니까요 ^^;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해리포터와 미션 임파서블은 첫 방영이 아니기에 큰 의미가 없을 듯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밤 늦은 시간에 SBS에서 방영하는 '2009 서태지 ETP 페스티벌'과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 '선덕여왕 특별판'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서태지의 팬분들과 선덕여왕 애청자 분들께서는 놓칠 수 없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이번 추석 연휴 방영작 중에 그대로 눈길이 가는 작품은 바로 <적벽대전 1,2>라고 할 수 있을텐데, 최근 블루레이로 출시되기도 했던 이 작품을 제법 빠르게 안방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군요. HD로 볼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됩니다! <울학교 이티>는 개봉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과속 스캔들>이후 박보영의 출연작으로 오히려 뒤늦게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 보영양의 팬들께서는 아마도 주목하지 않으실까 생각됩니다 ^^; <와호장룡>도 블루레이 구입을 아직 못한 상태인데, 이번에 HD로 방영해준다면 꼭 보고 싶네요(와호장룡과 경쟁해야겠군요!)
연휴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가장 많이 기대작이 몰린 것 같습니다. 이번 추석연휴 공중파 방영작 가운데 가장 추천할 만한 액션영화인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과 독립영화의 붐을 이끌었던 <워낭소리>가 각각 방영될 예정입니다. <워낭소리>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보시게 될 것 같구요, <테이큰>같은 경우도 극장에서 재미있게 관람했던 분들은 물론, 아깝게 관람하지 못했던 분들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이번 추석 연휴 단 한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테이큰>입니다!
출연 : 브래드 피트, 멜라니 로랑, 크리스토프 왈츠, 다이앤 크루거, 틸 슈바이거, 다니엘 브륄
타란티노가 만든 2차 세계대전 영화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 (국내 개봉제목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가 10월 29일 개봉될 예정입니다. 타란티노가 2차 세계대전 영화를 만든 다는 소식, 그리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기대를 가졌던 영화였는데, 미국 개봉당시 평론가들의 평들을 살펴보니 이거 호평도 이런 호평들이 없군요! '<펄프 픽션>이후 타란티노 최고의 작품'이라던가 '2009년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까지 호평들 뿐이군요. 굳이 하나 호평아닌 것을 골라본 것이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지만 진정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거부하기 힘들 것'일 정도네요. 생각보다 폭력적이고 거친 영화일 듯도 싶은데 그것보다는 2차 세계대전과 타란티노의 접점이 더욱 기대됩니다. 약 한 달 정도 꼬박 기다리면 확인할 수 있겠네요.
나인 Nine, 2009
감독 : 롭 마샬 출연 : 다니엘 데이-루이스, 마리온 꼬띨라르, 페넬로페 크루즈, 니콜 키드먼, 주디 덴치, 케이트 허드슨, 소피아 로렌, 스테이시 퍼거슨(퍼기)
저 출연진을 보고도 이 작품을 기대하지 않는 영화팬이 있을까요? 전 아마 저 중에 아무나 둘 만 나와도 기대했을 듯 합니다(퍼기는 아직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우선 반가운 점은 이 영화가 바로 뮤지컬 영화라는 점이죠! <시카고>를 연출했던 롭 마샬 감독이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꺼내놓은 뮤지컬 카드인데, <시카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여성들이 위주가 되는 드라마인것 같습니다. 배우진은 화려하지만 저 중에서 블랙 아이드 피스 출신인 스테이시 퍼거슨을 제외하면 노래 실력이 검증된 배우는 거의 없다는 점도 이 영화를 기대 혹은 걱정하게 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참고로 <라비 앙 로즈>의 마리온 꼬띨라르와 <귀향>의 페넬로페 크루즈 모두 립싱크였죠. 이 정도 립싱크는 경지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마도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노래도 무섭도록 잘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무섭도록요 ㅎ). 여튼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몹시도 흥분되는 영화 <나인>이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 상영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네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2009
감독 : 스파이크 존즈 출연 : 맥스 레커즈, 캐서린 키너, 마크 러팔로, 포레스트 휘태커, 제임스 겐돌피니
개봉 전부터 보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귀엽고 신비스런 포스터와 스틸컷들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스파이크 존즈는 예전부터 bjork, R.E.M등의 뮤직비디오로 인기를 끌었으며, <어댑테이션> <존 말코비치 되기>등 인상적인 영화들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한데, 이번 작품 역시 얼핏봐도 범상치 않은 작품인듯 합니다. 이 작품은 모리스 샌닥이 1963년에 출간한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 역시 당시에는 파격적인 (일반적인 동화에 비해서)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네요. 전작들에서 알 수 있듯이 '상상력'하나 만큼은 기발한 작가인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을 맡았음으로, 동화 속 이미지가 어떻게 스크린에 투영될지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북미에서는 아이맥스 포맷으로 개봉을 하였는데, 국내에는 아직 구체적인 개봉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더 로드 The Road, 2009
감독 : 존 힐코트 출연 : 비고 모텐슨,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로버트 듀발
원작이 된 퓰리처상 수상한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는 워낙에 유명해서 사실 책이 한 참 인기를 끌 때 쯤 볼까 말까를 엄청나게 고민했었는데, 이 영화 때문에 끝까지 참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특히나 인기소설인 경우) 영화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만족보다는 아쉬운 점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영화로 먼저 비교대상없이 접하고 싶어서 이날까지 기다렸던 작품입니다. 언제부터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믿음을 주기 시작한 비고 모텐슨(<히달고>는 좀 그랬지만요;; 크로넨버그와 함께한 두 작품은 정말 최고였죠!)도 기대되지만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가이 피어스의 모습과 연기가 더 궁금해지네요. 감독인 존 힐코트는 2005년 가이 피어스와 <프로퍼지션>이라는 영화를 함께 했었는데 하나 뿐인 연출작인 이 영화를 보지 못한 것이 딱 하나의 걱정거리일 것 같네요.
휴먼 팩터 Invictus (The Human Factor, 2009)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모건 프리먼, 맷 데이먼
동림 선생님의 신작입니다! 무엇을 더 형용하겠느냐만은 조금만 이야기해보면, 1994년 남아공에서 있었던 럭비 월드컵 개최를 배경으로 인종갈등을 해결하려는 넬슨 만델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얼핏 시놉시스를 보면 이 영화는 너무도 진부한 소재들로 이루어져있는 듯도 합니다. 인종갈등과 스포츠 영화. 권투 선수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아무도 스포츠 영화로 기억하지 않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처럼, 럭비월드컵 경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마 이 영화도 스포츠 영화는 아닐 듯 싶습니다. 샛 노란 머리의 맷 데이먼이 살짝 어색하기도 한데 이스트우드의 연출 속에 또 한번 멋진 연기를 펼치리라 의심치 않으며, 왠지 넬슨 만델라 역할을 언젠가 했던 것으로 착각마저 드는(했었나요?) 모건 프리먼의 연기도 기대됩니다. 북미 기준으로 12월 11일 개봉예정이며 국내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마도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네요.
살인자들의 섬 Shutter Island, 2009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 벤 킹슬리, 막스 본 시도우, 미쉘 윌리엄스, 잭키 얼 헤일리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한 신작 <살인자들의 섬> 역시 기대작입니다(하반기 인줄 알고 넣었는데, 북미개봉 예정일도 내년 2월이네요 -_-;;). 데니스 르헤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서 <디파티드>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 <샤인 어 라이트>를 빼면 약 3~4년만에 만나는 스콜세지의 신작입니다. 전기영화나 리메이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오랜만에 미스테리 스릴러와 드라마로 선보이는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기대되며, 이제는 연기 잘 한다는 칭찬이 거추장스럽기까지한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물론 기대되는 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쉘 윌리엄스의 출연이 몹시도 반갑고, 마크 러팔로도 좋아하는 배우라 기대가 되네요. 국내에도 내년 초에나 만나볼 수 있을 듯 하니 조금 편하게 기다려도 될 것 같네요.
공기인형 空気人形, 2009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배두나, 오다기리 죠
최근 <걸어도 걸어도>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공기인형>도 올 하반기 개봉될 예정입니다. 이번 부산영화제제서 상영될 예정이기도 한데, 아직 정식개봉일은 잡혀있지 않지만 올해 한에 개봉될 수 있기를 일단 기원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도 동림 선생님의 작품처럼 약간 무조건 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네요. 멜로 판타지라는 장르가 자칫하면 상당히 유치하게 흐를 수 있는 위험(?)한 장르인데, 이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이 어떻게 이뤄지질지가 무척이나 기대가 되네요. 거기에다가 배두나와 오다기리 죠가 함께 연기한다고 하니 이 역시도 기대되구요. 배두나의 경우 이미 일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를 통해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독특한 소재의 이번 영화에서도 동년배 여배우들에게는 없는 배두나 만의 독특함이 잘 살아날지 기대해 봅니다.
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 2009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샬롯 갱스부르, 윌렘 데포
올해 칸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 역시, '어쨋든' 기대작입니다. 칸 영화제를 통한 반응은 혹평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라스 폰 트리에야 어차피 극과 극을 오가는 감독이니 호평이든 혹평이든 큰 상관은 없을 듯 하네요. 공개된 포스터나 예고편만 보아도 이 영화가 얼마나 '불편한' 영화일지 조금이나마 예상이 되는데, 알려진바로는 국내 수입사인 마스엔터테인먼트에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을 취소'하는 것으로 수입을 했다고 하네요. 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겠죠. 그런데 이 수입한 버전 역시 오리지널이 아니라 강도가 낮은 클린 버전이라고 합니다. 사실 불편한 영화들도 꾹 참고 잘 보는 편이긴 한데, 이번에 라스 폰 트리에는 또 어떤 이야기와 영상을 가지고 나왔을지 참 기대가 됩니다. 샬롯 갱스부르는 배우로서는 물론 뮤지션으로서도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그래서 더 보기 불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클린 버전이라도 개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라더스 Brothers, 2009
감독 : 짐 쉐리단
출연 :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홀, 나탈리 포트만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연출했던 짐 쉐리단 감독의 신작 <브라더스>도 북미 기준 12월 4일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출연진을 알기 전에 일단 포스터를 보고 끌렸는데, 세 명의 주인공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주네요. 작품은 2005년 선댄스 관객상을 수상했던 수잔 비에르 감독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짐 쉐리단도 쉐리단이지만 각각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었던 젊은 세 배우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가 더욱 기대됩니다. 가벼운 이야기는 아닐 듯 한데, 먹먹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네요.
1. 1부는 급하게 하느라 메인 이미지를 너무 발로 만들어서 이번에는 '두 발'로 만들었습니다!
2. 사실 대충 정리해보았는데 아마 이 영화들 외에도 아직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기대작들이 더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더 기대되구요! (그 사이 벌써 우에노 주리의 신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3. 한국영화는 아예 언급하지도 못했는데(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을 일단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 까지 감안한다면 남은 3달도 무척이나 바쁜 날들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오늘, 일찍이 예약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블루레이를 받아보았습니다. 'Special
Order'라는 바코드 택이 인상적이네요 ^^;
디지팩이 잘 나온것 같습니다. 아웃케이스의 품질도 좋아 보이구요.
아웃케이스를 빼고 디지팩을 펼치고 나면 익숙한 파란색 디스크 홀더와 함께 영화의 스틸컷이 수록된 엽서 세트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펼쳐놓고 보니까 마치 포스터에 삽입된 그림 같은데, 그게 아니라 엽서 세트를 늘어놓은 것이에요 ^^;
아, 그리고 배경으로 깔고 찍은 놈놈놈 포스터는 이번에 예약구매를 통해 받은 것이 아니라, 예전에 극장상영시 선착순으로
나누어 주었던 '싸인 포스터' 입니다. 맨위에는 감독님 싸인이, 그 아래는 주연배우 세 명의 싸인이 포함되어 있지요
^^;
국내에서 직접 오소링한 첫 번째 극영화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는 타이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웃케이스에 '001'이라고 표기한 넘버링이 인상적이더군요. 앞으로 010, 100, 200 될 때까지 꾸준히 한국영화를 블루레이로
발매해 주었으면 (그런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2009
감독 : 테리 길리엄 출연 : 히스 레저,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
<브라질> <바론의 대모험>등을 연출했던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 오는 10월 개봉될 예정입니다(포스터 하단에 '2009년 6월 전세계 동시 개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되었군요). 이 작품이 테리 길리엄 감독의 팬들 외에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역시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점이겠지요. 이미 알려졌다시피 히스 레저는 이 작품의 촬영을 다 마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작품의 특성상 캐릭터의 모습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설정을 통해 조니 뎁과 주드 로, 콜린 파렐 등이 이 역할을 나누어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히스 레저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은 항상 기대작이라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좋아하는 배우들마저 가득하니 상상 극장으로 달려가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은 취향을 좀 많이 타는 편이니 배우만 보고 덥석 선택하는 것은 금물일 것 같네요.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감독 : 닐 브롬캠프 출연 : 샬토 코플리, 바네사 헤이우드, 제이슨 코프
시사회라는 특수한 환경 탓에 별로 이를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도 몇 년만에 시사회 이벤트에 응모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 <디스트릭트 9>이 오는 10월 15일 드디어 개봉합니다. 저는 운좋게 시사회를 통해 먼저 감상할 수 있었는데, 사실 '피터 잭슨 제작'과 '피터 잭슨 연출'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기대하는 동시에 걱정도 많이 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피터 잭슨 연출'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아마도 올해의 영화 10선을 꼽게 될 때 반드시 꼽게 될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며, 기존 영화들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시거나 아니면 오랜 만에 극장에서 박수 한 번 쳐보고 싶은 신 분들께 추천할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 스포일러 없는 시사회 감상기도 추가합니다.
마이클 잭슨의 끝내 이루지 못한 라이브 공연의 리허설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디스 이즈 잇>도 10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잭슨의 공연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몹시도 흥분되는 일이지만, 단연코 이런 감상의 기회를 박탈 당하더라도 이 공연이 실제로 영국에서 치뤄졌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직도 아쉬움이 쉽게 가시질 않네요. 케니 오티가는 뮤지컬 영화 <하이 스쿨 뮤지컬> 시리즈를 감독하기도 했으며, 마이클 잭슨의 추모식 역시 연출하기도 했던 감독입니다. 다시는 예전처럼 춤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이미 공개되었던 예고편이나 클립 들을 보자면 아직도 여전한 춤사위를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극장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보게 될 것 같네요.
역시 많은 영화 팬들이 신작을 기다렸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가 오는 12월 개봉될 예정입니다. <아바타>는 개봉을 훨씬 앞둔 지난 8월에 '아바타 데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한 상영회를 갖기도 했었는데, 이 작품의 주요 장면 20분여를 미리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죠. 3D 아이맥스로 감상했던 <아바타>는 당시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화려한 게임 같은 영상, 게임 속 세계를 스크린에 그려낸 듯한 이미지가 일단은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아바타>는 어쩌면 의외로 올해 가장 호불호가 갈릴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아바타>의 가장 큰 적은 바로 '기대치'라 할 수 있겠네요.
헐리웃에 진출한 비(정지훈)의 첫 번째 주연작 <닌자 어쌔신>도 올해의 남은 기대작 중 하나입니다. 사실 <스피드 레이서>에 캐스팅 되었을 때만 해도 그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차기작(그것도 주연으로!)에 캐스팅 될 줄은 사실 예상치 못했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닌자 어쌔신>은 워쇼스키 형제와 조엘 실버가 제작을 맡고 있는 '비중'있는 작품이며, 비가 명실상부한 주연으로 출연하는 작품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영화죠. 감독인 제임스 맥테이그는 <브이 포 벤데타>를 연출했던 감독이기도 한데, 이를 인상깊게 보았던 입장에서 괜찮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2012 (2009)
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 존 쿠삭, 탠디 뉴튼, 우디 해럴슨, 대니 글로버, 아만다 피트
재난 영화 혹은 스케일이 있는 영화를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더 화끈한 재난 블럭버스터 <2012>도 11월 경 개봉될 예정입니다. 재난 영화 가운데도 메시지에 포인트를 둔 영화가 있고, 오락적인 측면에 더 포인트를 둔 영화가 있을텐데,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들은 아무래도 후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가 그랬고 최근작 <투모로우>가 그랬으니까요. 혹자들은 오락영화라고 하면 무턱대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 오락영화는 오락영화로서의 미덕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2012>에게 기대하는 바는 재난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철학적 메시지를 찾는다기 보다는(물론 이런 면도 없지는 않겠지만요), 관객을 앞도하는 스케일과 영화라는 매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순간의 쾌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2012>는 올 하반기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정말 영등포 CGV 스타리움 관에서 보고 싶어요.
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2009
감독 : 가이 리치 출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레이첼 맥아담스, 주드 로, 마크 스트롱
너무나도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를 소재로한 영화 <셜록 홈즈>가 미국 기준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사실 셜록홈즈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라는 소식과 이미지는 일찍이 접해서 나름 익숙한 편인데, 감독이 바로 가이 리치 였군요. <스내치>로 단 번에 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었던 가이 리치는 후속작들을 통해 좀 기복을 보인 편이긴 한데, 일단 이번 작품은 소재 측면이나 출연 배우들 때문이라도 기대가 되는군요. 영화를 보기 전이긴 하지만 셜록 홈즈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시대극에서 가이 리치의 재능이 어떻게 발휘될지도 궁금해 집니다.
* 한 번에 끝내려고 했는데 너무 스크롤이 길어질 것 같아 2부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 * 곧 업데이트 될 2부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