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2009)

난 그래도 테리 길리엄을 응원한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은 아무래도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로 최고의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진정한 그의 유작은 이 작품이라는 점에서,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른 여러 이유들을 재쳐두더라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 임은 부인할 수 없겠다. 히스 레저의 유작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본인의 촬영 분을 모두 마치지 못하고 요절하였기 때문에, 그의 동료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히스 레저가 맡았던 캐릭터를 나누어 연기했다는 것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제 막 배우로서 빛을 보려던 히스 레저의 죽음을 누구 보다 아쉬워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어쨋든 이 작품은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이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브라질 (Brazil, 1985)>과 <바론의 대모험 (The Adventures Of Baron Munchausen, 1989)> <12 몽키스 (Twelve Monkeys, 1995)> 등으로 자신 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미장센을 선사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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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작품은 확실히 일반 대중적인 코드로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경우가 잦은 편이다. <브라질>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수 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긴 하지만 반대로 수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잘 이해 안되는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는 것처럼,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기 보다는 자신의 세계 안에서 자신이 잘 하는 이야기만을 그 만의 화법으로 표현해내곤 했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장센(Mise-en-Scène)으로 흔히 얘기할 수 있는 독특한 영상과 미술적인 측면이다. <브라질>을 본 이들은 적어도 나중에 이 영화를 돌이켜 봤을 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었지? 하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지언정, 그 독특한 영상과 미술은 어렴풋이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에서 비슷한 류의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저거 어딘선가 본 듯 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좀 더 확실하게 '테리 길리엄 영화였지!'라고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그가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어쨋든 개인적으로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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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이런 그의 특징이 좀 더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반대로 그의 독특함과 대중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경우라면 <12 몽키스> 정도가 될 것 같다). 다시 말해 내러티브나 이야기가 주는 재미나 감동은 부족한 편이지만, 다른 감독의 작품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황홀한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그의 특성을 분명 인지하고 감수하고 보기 시작한 영화임에도 이야기의 허술함(아니 허무함이라고 해야겠다)과 지루함은 눈에 띄게 발견되었다. 이 작품은 얼핏 들여다봐도 테리 길리엄스러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악마와 거래를 하고, 상상 속의 세계가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듯 싶다. 그런데 한 꺼풀 더 벗겨보고 나니, 이 이야기만큼 신파와 통속적인 이야기가 없다. 결국 바탕에 깔린 이야기는 악마와 거래를 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 약속의 하나인 딸을 두고 벌어지는 일에 가깝다.

여기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영화의 제목인 '상상극장'처럼 상상극장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더 주된 메인 스토리로 이끌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었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모르겠지만 테리 길리엄이 남들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이 상상극장 속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상상극장 밖 현실의 이야기는 사실 테리 길리엄이 짊어지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상상극장 속 초현실적인 꿈의 이야기는 만화같은 영상과 황홀한 이미지로 이야기 자체를 사로잡고 만다. 이 상상 극장을 소재가 아니라 더 큰 주제로 삼았더라면 오히려 더 테리 길리엄 작품 답지 않았을까(물론 그로 인해 대중과 더 멀어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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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보면서 예전부터 종종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이번 작품을 보면서 더욱 확실해 진 한 가지 사실은, 그가 참 순수한 존재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유치함과 순수함은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차이점인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 테리 길리엄은 참 순수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마치 자신의 아기자기한 세상에 빠져있는 미셸 공드리가 떠올랐달까(물론 반대로 테리 길리엄을 보며 공드리가 떠올라야 정상이겠지만 ;;).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이야기는 유치하기 보다는 순수한 것에 가깝다. 사실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영화가 중요한 순간에 반전이라고 내놓은 이야기에 '피식'하고 유치함을 참을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유치함이 느껴지는 한 편으론 '이 사람 정말 참 순수하구나'하는 애틋한 정마저 느껴졌다.

마치 감독 자신이 상상극장 속에 있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너무도 순수하게 '여기서 감동적이지 않아요?' '놀랐죠?'라고 얘기하는 듯 했다. 만약 다른 잘 모르는 감독이 이런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나 역시 '피식'하며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테리 길리엄의 이 허술한 이야기에는 뭔지 모를 순수함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부족한 이야기에서 순수함이 느껴진 것은 이야기 외적인 영상과 미술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에서는 제대로 부숴주고 극장 예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을 안겨주는 것으로 만족스럽고, 제임스 카메론에게는 현대의 최고수준의 영화기술을 통해 역시 영화라는 매체만이 갖는 매력을 안겨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면, 테리 길리엄의 영화에서는 상상극장 속 꿈꾸는 듯한 세계와 미장센이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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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팬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테리 길리엄은 단순히 연출 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직접 감독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음악에도 재능이 있어 직접 자신이 음악 작업까지 참여하는 감독이다(사실 나도 음악까지 이렇게 많은 곡을 참여하고 있는 줄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봤다). 그의 영상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CG가 화려해서도 아니고, 압도하는 스케일 때문도 아니다. 그저 독특함과 신비로움 때문이랄까. 다른 판타지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 만의 감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감성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여러 조형물들과 영상, 캐릭터들은 어딘가 모를 매력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을 특히 좋아하는 것도 그만의 크리쳐들 때문이고, 앞서 언급한 미셸 공드리의 경우도 상상과 현실을 아날로그한 감성으로 표현해 내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아이디어 때문인데, 테리 길리엄 역시 이런 측면이 강한 편이다.

이런 점만으로 그의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번 작품도 제법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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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히스 레저가 워낙에 화제가 되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파르나서스' 박사 역할을 맡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아니었나 싶다. 분량을 봐도 그렇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는 점도 그렇고 따져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었나 싶다. 워낙에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인상이 강한 터라 아직까지도 본 트랩 대령으로 더 익숙한 배우인데, 오랫만에 주인공에 가까운 비중으로 출연한 작품을 극장에서 보게 되어 일단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몇몇 장면에서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가 연상되기도 했지만(그러고보면 이안 맥켈런이 만든 '간달프'라는 이미지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 새삼 실감한다), 복잡/순수한 캐릭터를 연기내공으로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히스 레저는 본인을 <다크 나이트>와 <브로크백 마운틴> 이전에 캐스팅 해 주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에 스타가 된 이후에도 일종의 보은 차원에서 출연을 결심한 듯 한데, 결국 끝까지 마치지는 못했지만 그로 인해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일부 관객들 마저 히스 레저 때문에 보게 된 경우가 제법 있었으니,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을 준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인지 이 작품은 굉장히 노골적으로 히스 레저의 유작임을 작품에 심어놓고 있는데, 엔딩 크래딧에 간단한 한 줄 추모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히스 레저 유작'이라고 강하게 힘 주어 말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이것도 테리 길리엄이 너무 순수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 여튼 히스 레저는 그리 강력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없겠지만(만약 다른 새 배우가 맡은 역할을 본래대로 모두 그가 연기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다크 나이트>이후 전혀 다른 캐릭터에 다시 빠져든 모습을 볼 수 있어 다시 한번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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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의 역할을 대신하여 출연한 삼총사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은 짧은 분량 탓인지 자신들 만의 매력을 연기로서 펼쳐보이기 보다는 그저 '등장'과 '분위기'로서 전하는데에 만족해야 했다(확실히 이런 면에 있어서 조니 뎁의 강한 마스크와 분위기는 타 배우를 압도한다). 이들 외에 새롭게 눈길을 주게 된 배우라면 발렌티나 역할을 맡은 릴리 콜을 들 수 있겠는데, 그 묘한 눈빛과 표정(그리고 볼살)은 테리 길리엄의 세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마스크였으며 앞으로도 다른 작품에서 어떤 연기로 만나게 될지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였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커리어를 갖고 있는 뮤지션 톰 웨이츠는 미스터 닉 역할을 맡고 있는데, 한 편으론 참 톰 웨이츠 스러운 캐릭터와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마치 노래 한 자락 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거기까지 발전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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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분명 지루하고 이야기는 허술하고, 어쩌면 판타지와 영상마저 커다란 임팩트를 주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난 그래도 테리 길리엄을 응원한다.


1. 아디오스, 히스 레저.
2. 히스 레저만 믿고 극장을 찾으셨다면 후회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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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Avatar, IMAX DMR 3D, 2009)
제임스 카메론의 기술론과 모노노케 히메


제임스 카메론의 무려 12년만의 신작 <아바타>는 전세계적인 흥행으로 기록을 세웠던 <타이타닉>이후 너무 오랜 만에 발표한 카메론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단연 화제를 모았으며, '차원이 다르다' '신세계를 선사한다' 등 홍보 측면에서도 비교를 불허하는 기술력을 앞세워 영화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이었다. 제임스 카메론을 다른 감독들에 비해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가 장인의 반열에 든 감독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장인의 반열에 들게 된 주된 능력이라면 역시 바탕에는 '기술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2>는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팬들 사이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인 <어비스 (The Abyss),1989>를 통해 당대의 영화 가운데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주며, 아니 신기술의 개발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영상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한 차원 높은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를 선사했다. 이번 <아바타>역시 포커스는 바로 이 기술력에 있었다는 점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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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의 기술력은 얼핏 봐도 그 체감도가 상당한 수준이다(물론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상당 수의 관객이 <아바타>를 통해 IMAX 3D는 물론, 3D입체 영화의 첫 경험을 치뤘다는 점과 홍보 측면에서 강력하게 어필한 '신세계'라는 단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일 것이다). 제목 처럼 영화는 인간이 '아바타'라는, 자신의 몸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존재를 통해 활동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데, 역시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SF영화에서 자주 반복되었던 '나를 대신하는 다른 존재'라는 설정이 아니라 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영화에서 구현해 내었는가 하는 기술 측면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아바타>는 역시 최고 수준의 모션 캡쳐 기술을 선보인다.

사실 <아바타> 같은 영화는 기술력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면 알 수록 감탄하게 될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아주 일반적인 관객 입장에서 보자면 온몸에 센서를 달고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를 하는 '모션 캡쳐'라는 기술은
이미 여러 판타지 영화에서 실제 배우를 대신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었던 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 <아바타>가 이들 보다 앞서는 점이라면 기존 작품들이 모션 캡쳐 캐릭터와 실제 캐릭터 간의 자연스런 조화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 작품은 모션 캡쳐 캐릭터들만으로도 이야기의 감동과 공감대, 현실감을 100%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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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바타>역시 완벽하게 실제 배우들이 대체 가능한 세계라고 보긴 어렵지만(왜냐하면 '나비(Na’vi)’족이라는 인간이 아닌 특수한 종족으로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바타>는 분명 이제 곧 머지 않아 완전히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지 않아도(스크린에 본인의 실제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도) 전혀 지장이 없고 부자연스럽지 않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막연한 미래가 아닌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자막처럼) '가까운 미래'에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해 갖게 하는 첫 번째 작품이었다.

어쩌면 제임스 카메론은 이런 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아바타'라는 설정을 채용했는지도 모르겠다. <반지의 제왕>의 유명한 모션 캡쳐 캐릭터인 '골룸'이나, 몸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정의 <써로게이트>같은 영화와는 다르게, <아바타>는 극중 주인공의 얼굴을 그대로 닮은 '나비'족 아바타가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아, 저런식으로 가능하겠구나'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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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가 만족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제임스 카메론 답게 이런 기술력을 그냥 테크닉 측면에서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혹은 대중적) 코드에 맞게 잘 버무렸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나중에 내용 측면을 이야기할 때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굳이 다른 감독들의 작품을 들먹이지 않아도 될만큼 제임스 카메론 감독 전작들의 향수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이클 베이처럼 직접적인 하나의 카메라 워킹을 인장처럼 삽입하지는 않았지만, 제이크 설리가 처음 이크란을 타고 나는 장면의 화면 구성과 음악은, 제임스 카메론을 '세상의 왕(King)'으로 만든 그 유명한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그대로 연상시키며,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탈 것(?)은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탔던 파워로더의 업그레이드 형(물론 파워로더와는 달리 아바타의 그것은 본래부터 공격형이니 정확히 업그레이드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쯤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새 옷을 갈아입은 동의반복의 화법은 어떠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그저 제임스 카메론 본인이 액션 시퀀스나 특정 시퀀스를 구성함에 있어 가장 자신있는 구성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야기의 새로움 보다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볼거리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동의반복이라는 혹은 오마주, 더 나아가 이야기의 부실 소리가 나올 것을 감안하더라도 영상이 이야기의 평범함을 압도할 것이라 믿었던 것, 아니 자신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야 맞겠다. 확실히 <아바타>가 선사하는 놀라운 영상은 이야기의 부족함을 커버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아바타>의 표면적 줄거리와 구성은 일반 액션 영화들, <모노노케 히메>를 비롯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들(라퓨타가 연상되는 설정도 등장), 그 외에 여러 작품들에게서 영향을 받거나 이미 풀어낸 적이 있던 익숙한 것들이라 할 수 있겠는데, 눈여겨 볼 것은 이 평범한 줄거리에 비해 '판도라 행성'과
'나비(Na’vi)’족을 비롯한 그 광대한 세계관은 참으로 매니아들을 자극할 만한 매력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아바타의 세계관은 슬쩍 들춰봐도 여러 가지 궁금한 이야기들이 많다. 나비 족에 대한 근원과 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고, 그들 내의 후계자 구도 속 갈등과 다툼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에게도 전설로 내려오는 토르크 막토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아바타'라는 기술과 인간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 나비 족에게까지 파괴의 손을 뻗을 수 밖에는 없었던 이야기 등 이것저것 상상해볼 수 있는 외전 격의 이야기들이 상당한 편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을 영화로도 다시 소개가 되고 구현이 되겠지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시금 소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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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아바타>가 미덕으로 삼고 있는 것은 분명 '기술력'과 '압도하는 영상'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평범함은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지만, 개인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이라면 그래도 좀
'이라는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동의반복 보다는 무언가 또 다른 세계관과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나오길 기대했던 카메론의 신작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바타>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연상되었던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인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였다. <아바타>에서는 여러 작품의 흔적이 발견되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워낙에 <모노노케 히메>를 좋아하는 탓인지, 많은 부분이 겹쳐졌다.

역할을 대비시켜보자면 제이크 설리는 '아시타카'가 되겠고, 네이티리는 '산', 나비 족은 '모로'일족을 비롯한 숲의 신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쿼리치 대령은 '에보시'쯤 되겠고, 나비 족이 신성시하는 나무는 '시시가미'로 비교해볼 수 있겠다. 그런데 만약 위와 같은 정확한 대비였다면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더 좋은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바타>는 비슷은 하지만 내용과 메시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바타>의 세계관, 특히 나비 족의 세계관은 확실히 서양의 것은 아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동식물에도 모두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상은 분명 동양의 것에 훨씬 가깝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동물의 개념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동물이라고 여기는 맷돼지, 고릴라, 들개 등은 모두 어느 숲의 신으로 받아들여진다. 나비 족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네이티리는 제이크를 공격하는 사나운 무리를 공격하여 죽음에 이르게하지만, 이것은 필요에 의한 해침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과정과 영혼으로서 인식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크란 역시 단순히 '탈 것'이 아니라 영혼을 교감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음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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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아주 미세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나 민감한 분들을 위해~)

그런데 <모노노케 히메>와 다른 점이라면 바로 아시타카와 제이크 설리의 차이점, 그리고 에보시와 쿼리치 대령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차이점에 있다. 아시타카는 인간이면서(숲의 신에게 저주를 받았으면서도)도 숲의 신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 중간자적인 캐릭터였다. 그는 에보시로 대변되는 인간문명세계와 산으로 대변되는 자연과 신의 세계 중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두 세계의 조화를 이뤄내려고하는 분명한 중간자이자 커뮤니케이터였다. 제이크 설리도 인간이면서 아바타를 통해 나비 족이기도 한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제이크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나비 족에게 가혹하기만한 인간들을 완전한 적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나비 족이 되어 인간과 적으로서 대항하게 된다.


쿼리치 대령과 에보시는 사실 큰 성격만 같을 뿐이지 겹쳐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정도로 작품에서 묘사하는 방식이 틀린 편인데, 에보시는 숲의 신을 죽이고 개발에 앞장서는 파괴자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생존의 테마가 깔린 이해 될만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쿼리치 대령은 그저 '악'일 뿐이다. 그는 흔히 이런 액션 영화에서 등장하는 별 이유없이 나쁜 놈이며, 전쟁 광에 가깝게 그려진다. 오히려 에보시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대변하는 것은 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파커를 비롯한 회사라고 볼 수 있겠다. 쿼리치와는 달리 파커는 무참히 나비 족의 성역이 쓰러져 나갈 때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표정 속에는 분명 '우리가 이렇게 까지 해야 되는건가?'하는 의문과 자책이 묻어 있었다. 또한 마지막 장면의 내레이션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인간들은 결국 이곳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다시 죽어가는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설명된다. 이것은 <아바타>의 인간들 역시 <모노노케 히메>의 에보시와 사람들처럼 생존의 테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런 점은 거의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가 인간과 나비 족을 화합으로 이끄는(어느 한편을 분명한 적으로 삼지 않는) 중간자적인 존재로 그려졌더라면, 그리고 자본주의와 폭력성으로 뭉친 인간들을 묘사함에 있어 생존의 테마와 자신들의 폭력성을 뒤늦게라도 뉘우치는 이해의 메시지가 있었다면 좀 더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 쓰고나니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는데, 영화 속 인간들의 폭력성에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이유를 만들어주자 가 아니라,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이유를 설득력있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해 가능한 범위의 폭력성과 성격으로 그려내었다면 더 좋았겠다라는 점이었다(쿼리치 대령과 같은 캐릭터라면, 사실 아무런 이해의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 완전 개발회사=쿼리티 였다면 차라리 아쉬움이 없었을텐데, 파커의 후회스런 표정과 마지막 내레이션 때문에 여지가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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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복귀작 (하긴 은퇴를 한 것도 아니었으니 복귀작 보다는 오랜 준비작이 맞겠다) <아바타>는 이야기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런 아쉬움을 소소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상과 스펙터클로 가득찬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아바타>는 분명 21세기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경험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1. 전 네이티리의 얼굴을 보면서 왜 그렇게 한예슬 씨가 연상되던지...
2. 시고니 위버는 나비 족이 되도 너무 얼굴이 알아보기 쉬워서 조금 민망스럽기도 ㅎ
3. 많은 분들이 네이티리 역의 조 샐다나에 열광하셨지만, 전 그래도 미셸 로드리게즈가 더! ^^
4. 3D IMAX로 감상하였는데 3D의 효과가 오히려 두드러진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냥 2D 디지털 관람이 개인에 따라 더 나을 수도 있겠구요.
5. 2시간 42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는 건 분명 재미있었다는 증거겠죠.
6. 제 별점 기준으로 보았을 때, 4개에 가까운 4개 반으로 보시면 되겠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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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2009)
액션 영웅 홈즈의 킬링타임 무비


올 연말과 크리스마스에 기대되는 작품 가운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 홈즈>도 빼놓을 수 없겠다. '셜록 홈즈'라는 인물은 자세히는 몰라도 그 이름이나 분위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로서 영화화 소식에 일단 기대를 갖게 했으며, <아이언 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하긴 제1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주연작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었다. 그 다음으로 기대를 갖게 했던 건 주드 로의 출연이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감독이 가이 리치라는 사실은 뒤 늦게야 알게 되었다. 만약 가이 리치 작품이라는 것을 벌써 알았더라면 조금은 더 기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참 볼 것 많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첫 번째로 보게 된 <셜록 홈즈>는 예고편에서 살짝 맛을 보았던 것처럼, 기존 우리가 생각하는 '셜록 홈즈'와는 사뭇 다른, 액션 영웅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킬링 타임 무비로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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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셜록 홈즈라고 하면 기대되는 부분은 관객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고단수의 추리력을 통해 사건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여 송두리째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점을 들 수 있겠는데,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는 이런 홈즈의 면모를 반절 정도만 흡수하기로 한 듯 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홈즈는 분명 놀라운 추리력을 보여주기는 하는데, 이 추리력이라는게 오히려 액션을 할 때, 그러니까 격투씬에서 더 빛을 발하곤 한다. 사건을 추리하는 것도 것이지만, 적과 결투를 함에 있어서 미리 '이렇게 되면 이렇게 될 테니,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식으로 미리 짧은 시간동안 시뮬레이션을 해보고나서 그대로 번개같이 실행에 옮기는 홈즈의 모습은, 한 편으론 마치 성룡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잘 짜여진 액션 장면을 보여주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어, 이건 셜록 홈즈라기엔 좀 과한데..'하는 생각을 동시에 들게 한다.

물론 '나의 홈즈는 반드시 이래야 해!'라는 법은 없지만, 액션의 비중이 추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구성이라 살짝 의아스러운 것도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홈즈에 대한 이런 선입관(?)이나 기대가 없는 이라면 오히려 나쁘지 않은 액션 영화로 볼 수도 있겠다. 슬쩍 <300>마저 떠오르는 액션 시퀀스와 시대물과 CG가 적절히 가미된 배경과 효과는 액션을 좀 더 돋보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액션 영웅 홈즈'를 만들려고 했다면 아예 더 액션 고수 홈즈를 만들어도(물론 이미 영화 속에선 고수지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액션의 비중에 본래 홈즈의 면모인 추리력을 섞다보니 양쪽다 썩 만족시키지 못하는 심심함을 남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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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이언 맨>보다 액션 연기는 이 작품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또한 홈즈와 왓슨(주드 로)의 버디 무비적 형식을 슬쩍 띄고 있기도 한데, 이 역시 살짝 애매한 수준이다. 왓슨 역시 홈즈 못지 않은 액션 영웅으로 등장하는데(그러고보니 이들의 액션 능력은 흡사 '왓치맨'에 가까운 듯 ㄷㄷ), 버디 무비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액션영화로 돌아오곤 한다. 점점 예전의 남성적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주드 로는 이 작품에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이런 매력 측면에서 완전히 밀리게 되는데(물론 다우니 주니어는 본래 매력적인 배우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이렇게 전혀 다른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주드 로의 요즘이 그의 오랜 팬으로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이거야 말로 '나의 주드 로는 이렇지 않아'라고 해도 좋을 듯). 

레이첼 맥아담스 역시 별로 본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긴 하지만, 캐릭터와 완전히 싱크되지는 못한 느낌이라 그저 홈즈 주변의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캐릭터를 보여준 듯 하다(하긴 본래 '아이린'이라는 캐릭터가 그렇기도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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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 없이 보았던 영화라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관람이긴 했지만, 큰 기대를 했다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영화가 아닐까 싶다. 후속편에 대한 암시를(암시라고 하기도 민망한) 매우 노골적으로 말미에 주고 있는 작품인데, 이 시리즈가 계속 어떻게 전개 될지 그래도 기대가 되긴 한다. 가이 리치의 필모그래피를 따져보면 은근히 기복이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음 작품에선 그 기복 곡선이 높은 곳에 위치한 작품이었으면 한다.





1. 진짜 생각하면 할 수록 액션이나 홈즈라는 캐릭터의 묘사나 성룡 영화를 떠올리게 하네요.
2.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런 분위기로 굳어가는거 아닌가 몰라요. 세상사나 모든 일에 쿨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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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뒤척이며 아이폰으로 트위터를 둘러보던 중 잠이 단숨에 달아날만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직 한참 꽃을 피워야할 아름다운 여배우의 죽음에 관한 소식이었는데, 그 주인공이 브리트니 머피(Brittany Murphy)라는 점이 더더욱 충격적이었죠. 브리트니 머피에 대한 애정을 글로 고백한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녀는 얼마전 누군가의 팬블로그를 만들려고 했을 때 조이 데샤넬과 더불어 후보로 거론되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은근히 좋아했었던 여배우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애정을 글로 표현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는 심장마비로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네요. 기사도 하나도 읽어보질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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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를 처음 본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1999년작 <처음 만나는 자유 (Girl, Interrupted)>에서 였던 것 같아요. 사실 이 때만 해도 브리트니 머피라는 배우를 거의 인식하지 못했었죠. 그저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인 위노나 라이더와 안젤리나 졸리에게 시선을 빼았겼던 것도 있구요. 그러던 그녀를 조금이나마 인식하게 된 첫 번째 영화는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2001년작 <돈 세이 워드 (Don't Say A Word)> 였습니다. 이 때만 해도 '엇, 처음 보는 여배우인데 마스크가 인상적이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정도였죠. 그리고 또 한 해가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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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브리트니 머피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된 건 역시 커티스 핸슨의 2002년작 <8마일 (8 Mile)>이었습니다. 여기서 브리트니는 극 중 에미넴의 여자 친구 역할로 등장했는데,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통해 그녀의 매력을 처음으로 발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분량이 아주 많았던 것도 아니고, 힙합과 에미넴을 다룬 영화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묘한 매력으로 에미넴을 보려고 극장을 찾았던 수 많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단 번에 각인시켰죠. 지금와 생각해보면 분명 <8마일>은 에미넴의 영화인데 왜 브리트니 머피가 더 먼저 떠오르는지 머리로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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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대중적으로 브리트니 머피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영화라면 역시 에쉬튼 커쳐와 함께한 2003년작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Just Married)>를 들 수 있겠네요. 여기서 브리트니는 자신 만의 엉뚱하고 활기차고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맘껏 선사하였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미지를 좀 더 부각시킨 영화들을 몇 편 더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약간 타이밍을 놓쳐버린 경향도 있고, 포지션이 좀 애매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더 어린 나이에 이런 비슷한 영화들을 여럿 만났더라면 산드라 블럭이나 드류 베리모어 못지 않은 코믹 로맨스에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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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코타 패닝과 함께 연기한 2003년작 <업 타운 걸스 (Uptown Girls)>를 지나, 2005년 파격적인 작품에서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로드리게즈와 프랭크 밀러의 작품 <씬 시티 (Sin City)>가 그것이죠. 많은 이들이 <씬 시티>에서 제시카 알바에 열광할 때 저는 브리트니 머피에 홀러 열광했었더랬죠. 브리트니 머피의 큰 눈과 입은 그래픽 노블 속 영상과도 잘 매치되어 매력적인 미장센을 만들어냈는데, 물론 <씬 시티>가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녀의 매력을 보려면 이 작품 역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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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녀가 떠나고 보니 그나마 가장 최신작이었던 <러브 앤 트러블 (Love And Other Disasters)>을 관람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네요. 브리트니 머피는 뭐랄까, 그 매력에 비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동년배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늦게 빛을 발한 것도 있고, 이미지 역시 분명하게 만들어내기 이전에 사그러진 느낌도 있구요. 1977년 생으로 우리나이로 아직 33밖에 되지 않은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여배우였는데, 벌써 우리 곁을 떠나다니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여러 모로 2009년은 마지막 달 마저 그냥 두질 않는군요 ㅠ




그녀를 떠올려보면 참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미소를 가졌던 것 같아요. 고양이 같은 묘한 매력과 함께 말이죠.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았을 여배우였는데.

이 추운 겨울,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추위보다 그녀와의 이별 소식에 마음이 더 아려오네요.



adios,
Brittany Murphy.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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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앤 줄리아 (Julie & Julia, 2009)
꿈 그리고 동반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을 연출한 노라 애프런 감독의 2009년 작 <줄리 앤 줄리아>는 아무래도 연출을 맡은 그녀의 이름보다는 주연을 맡은 두 여배우의 이름이 더 솔깃 하는 작품이다. 노라 애프런의 전작들이 특히 별로였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어쨌든  두 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소설이 있는)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것이 고스란히 그녀의 공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역시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첫 번째, 아니 유일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두 명의 배우 때문이었다. 아마도 현존하는 여배우들 가운데 연기 내공으로 따지자면 동사서독 쯤 될 메릴 스트립과 평범한 듯 하지만 자신 만의 영역을 점점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에이미 아담스가 그 주인공이다. 잘 알다시피 이 두 배우는 이미 2008년작 <다우트>에서 함께 공연한 적이 있는데(참고로 <줄리 앤 줄리아>는 이 두 배우가 같이 연기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때와 이번 작품의 양상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메릴 스트립의 실로 무시무시한 연기력과 이를 맞서 겨루기보단 다른 방식의 영리한 연기를 선보이는 에이미 아담스의 모습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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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 배우가 좋아서 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감상이었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이야기에도 제법 감동하고 나온 경우였다.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의 이야기가 쉽게 접하기 힘든 독특한 이야기 인 것은 또 아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매우 전형적이진 않지만 어쨋든 그리 새로울 것은 없는 이야기이고 별다른 클라이맥스도 존재하지 않는, 스토리상으로는 제법 심심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되게 우스운건 몹쓸 감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극중 인물처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서른이라는 나이를 맞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별 것 아닐 것 같은 장면에서 뭉클하기에 이르기까지 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전설의 프랑스 요리 셰프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의 이야기와 뉴욕을 살아가는 평범한 공무원인 '줄리(에이미 아담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 두 이야기는 다른 세대와 시간의 이야기이지만, 줄리가 동경하는 줄리아의 이야기는 줄리가 막 요리 블로거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시점에서 동일하게 시작된다. 즉 줄리에게 줄리아는 영웅같은 닮고 싶은 존재이지만, 영화의 구성상은 줄리아 역시 줄리처럼 이제 먹 요리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함께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의 교훈은 사실 별다를 것이 없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었다'가 될 수도 있겠고, '시련 없는 성공은 없다'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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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마도 노라 애프런이 말하고 싶었던 깊은 뜻은 이런 전형적인 교훈적 메시지보다는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옆에서 항상 아무말 없이 지켜봐 주는 그들의 동반자다. 이 둘에게는 자신이 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요리 책을 완성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이 있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블로깅을 응원해주는 남편이 있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 이야기는 줄리가 줄리아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줄리 부부가 줄리아 부부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편이 더 옳을 듯 싶다. 물론 이제 막 요리를 배우고 책을 써가는 줄리아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의 남편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로 묘사된다(여기서 완벽이란 경제적 능력 따위가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를 사랑하고 지원하는 동반자로서의 의미다). 그에 반해 줄리는 열심한 블로깅 가운데서도 가끔 흔들리기도 하는 한편, 그의 남편 역시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줄리를 응원하는 듯 하지만 너무 블로깅에만 몰두하는 줄리에게 질투섞인 투정을 부리고 다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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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줄리아 부부에겐 커다란 힘든 일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저 줄리아의 호탕하고 기분 좋아지는 '호호' 웃음처럼 이들 부부에겐 항상 좋은 일만, 설령 좋지 않은 일이 있더라도 항상 긍정적 마인드로 모든 것을 이겨내는 듯 보이기도 한다. 분명 이런 긍정적 마인드는 줄리아에게 있어 지배적인 것이긴 하지만, 영화는 길지는 않지만 이들의 역경을 잠깐이나마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줄리아는 임신을 했다는 동생이 연락에 말없이 눈물 흘리는 것으로 봐서 (그리고 자녀가 없는 것으로 봐서) 자녀를 갖지 못하는 아픔이 있는 듯하고, 남편 역시 항상 아무 일 없는 듯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국가에게 불려가 의심받고 조사를 받는 등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시련을 딱 이렇게 스쳐가듯 한 장면으로만 묘사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임팩트가 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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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가 나름 가깝게 다가왔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블로그와 서른이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영화 속에서 흔히 불만족스러운 현실과 정체된 삶 등으로 그려지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 역시 서른은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나가는 친구들에 비해 작아만 지는 나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나는 무얼 잘하고, 무엇을 해야할까'하는 고민을 스무살 시절과는 또 다르게 고민하게 된다. 사실 따지고보니 영화 속 서른이 다가왔다기보다는 그 서른에 시작하는 것이 블로그여서 인듯 하다.

극 중 줄리가 블로그를 처음 만들고 목표를 잡고 블로그 이름을 짓고, 개설 버튼을 누르는 과정을 보며 새삼 내 블로그를 처음 만들던 그 시절이 떠올랐달까. 그것과 동시에 나는 처음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블로그를 시작했던가 하는 회상에 잠기게도 되고,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블로그를 이용하고 혹은 즐기고 있나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과연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듣고 있을까 의심스러웠던 그 때, 처음 누군가가 댓글을 달아 주었을 때, 방문자 수가 점점 늘었을 때 등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겪게 되었던 소소한 감정들을 직접적인 장면으로 만나니 이것 참 새롭고 한편으론 감격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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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잘한다 못한다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린지 이미 백만년 전의 일이니 추가할 말이 많진 않겠지만, 관객들은 또 한 번 그녀가 부리는 마법에 농락되어 메릴 스트립 = 줄리아 차일드를 그대로 믿게 되어버린다. 그 특유의 억양이나 발음 등은(아마도 실존 인물인 줄리아 차일드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척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절로 미소짓게 될 정도였으니, 메릴 스트립이 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서야 더 할말이 있을까(이야기의 반절만 맡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에이미 아담스 역시 워낙에 좋아하는 배우라 그런지 메릴 스트립과 투 톱으로 진행된 작품에서도 그럭저럭 선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메릴 스트립처럼 압도하는 연기는 아니었지만 현실적이고 있을 법한 줄리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뇌리에서는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의 공주옷이 지워지질 않아서인지 너무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에이미 아담스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배우만 믿고 보러 갔다가 찔끔 감동마저 받고 온 그런 영화였다.


1. 이 영화가 끝나고서는 저녁으로 맛있는 걸 먹으러 갔었습니다. 안 갈 수 없는 영화였죠 ㅎ
2. 이 영화가 또 한 번 찡했던 것은 영화가 끝나고 나온 실제 주인공들의 에필로그 자막 때문이었는데, 줄리아는 언제 세상을 뜨고 그 후 몇년 뒤 남편도 세상을 떠났다는 자막이 특히나 슬펐던 이유는, 줄리아가 먼저 떠난 뒤 몇년을 남편은 얼마나 외롭게 보냈을까가 절로 걱정되서였어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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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문 (New Moon, 2009)
속편이란 사실을 망각한 속편


<트와일라잇>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로맨스가 주가 되기는 했지만 뱀파이어라는 설정은 기존 로맨스 영화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장면과 요소로 흥미를 불러 일으켰고, 사가(Saga)의 첫 작품인 만큼 속편을 기대하게 하는 등장인물이나 이야기도 많아 그럭저럭 즐길만한 작품이었거든요. 사실 <트와일라잇>은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블루레이 리뷰를 위해서 최근에야 보게 된 흔치 않은 작품이기도 한데, 이와 같은 전작의 흥미로움과 더불어 드디어 무언가 본격적일 것만 같은 예고편 때문에 더더욱 트와일라잇 사가의 두 번째 작품 <뉴 문>을 기대하게 되었지요. <트와일라잇>이 거의 기대가 없던 반면, <뉴 문>은 개봉이후 터져나온 수많은 악평들 속에서도 기대를 했던 작품이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저도 그 아쉬움들 속에 의견을 좀 보태야 할 것 같습니다. 악평까지 할 이유야 없지만, 어쨋든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리고 속편이 보여주어야 할 미덕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또 다른 서론이 되어 버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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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감독이었던 캐서린 하드윅이 왜 하차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뭐 캐서린 하드윅이 연출을 했더라도 반드시 나아지리란 보장은 없다손쳐도, 크리스 웨이츠의 버전보다는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믿음(?)이 강하게 드는군요), 결론적으로 크리스 웨이츠의 <뉴 문>은 이래저래 아쉬움만 많이 남기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크리스 웨이츠의 전작이 <황금 나침반>이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반지 시리즈 이후 뉴라인에서 야심차게 내놓았던 판타지 시리즈였던 <황금 나침반>은 결국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위기에 놓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황금 나침반>은 어쨋든 대서사시의 첫 번째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되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아무리 소개할 것 많고 본격적인 카드는 숨겨두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 하더라도 너무한 부분이 좀 있었지만요.

그런데 크리스 웨이츠는 트와일라잇에 와서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뉴 문>은 <황금 나침반>처럼 시리즈의 첫 작품이 아니라 '두 번째' 작품이거든요. 이미 주요 캐릭터와 이 세계관에 대해서는 전편을 통해 대략적으로 설명이 끝난 상태라 이번 속편에서는 무언가 이를 배경으로 본격적인 사건과 갈등이 벌어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뉴 문>은 여전히 더딥니다. 전 남들 다 지루하다는 영화도 별 내색없이 척척 잘 보는 편이지만 <뉴 문>의 스토리는 참으로 더딥니다. 더디더라도 꼭 깊게 다뤄야 할 이야기가 있는 반면, 한 번의 설명으로 끝을 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인데, 벨라를 뱀파이어로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갈등하는 에드워드나, 벨라에 대한 마음으로 갈등하는 제이콥의 마음 등은 대부분 전작을 통해 이미 관객들에게 다 맛을 보여주었거든요. 물론 전작에서 이 갈등요소들이 모두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연장선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두 손 들어 환영하지만, 무언가 본격적인 것이 나와야할 속편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 속도가 너무 느리고 반복되는 느낌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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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에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뉴 문>을 기대하게 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늑대인간'의 등장이었습니다. 전편에서는 그저 그런 존재들이 있다는 것 정도일 뿐 활동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늑대인간들과 컬렌가로 대표되는 뱀파이어들과의 대결 구도는 벨라를 둘러싼 로맨스를 중심으로 충분히 보여주고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꺼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제이콥이 늑대인간으로 자각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들 무리의 활동도 사실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화려한 복근이 아까울 정도로요(물론 늑대가 되면 그 복근은 크게 효용이 없는 것도 같지만 ㅎ). 결국 다른 뱀파이어인 로랜트와의 액션 시퀀스만 한 건 있을 뿐(그 마저도 회상 씬으로;;) 이 늑대인간 시퀀스는 적어도 이번 작품에서는 소개 이상의 이야기는 제공하고 있지 못합니다. 늑대인간과 뱀파이어간이 전쟁이라도 기대했던 저로서는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깊은 이야기가 나올 줄로만 알았었는데, 너무 서로의 경계만을 '충실히' 지키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더군요.

아로(마이클 쉰)로 대표되는 이탈리아의 강한 뱀파이어 일족의 이야기도 너무 허무하게 다뤄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극중 자막으로는 '배신'으로 다뤄지긴 했지만 배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하기까지한 갈등이었으며(사실 갈등이란 것 자체가 없었죠),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매우 직접적으로 가져왔다고는 하나, 잘못 알게된 벨라의 죽음 때문에 자신을 죽여줄 대상을 찾아 더 강한 뱀파이어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는(하긴 벨라가 본인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했으니 복수할 대상이 없죠;;;) 설득력이나 극적인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구요. 뱀파이어 일족, 그리고 이들의 역사와 전통에 관한 더 깊은 이야기와 이를 사랑 때문에 배신하려는 에드워드와 이를 돕는 컬런가이 이야기가 펼쳐졌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못알아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극장 내에 아무런 수근거림이 없더군요;;) 왜 나왔는지 모르겠는 다코타 패닝처럼, 이 이탈리아 시퀀스는 또 다른 소개만을 남긴채 아무런 본격적인 것도 보여주지 않은채 끝나버리더군요. 결론적으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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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리즈의 경우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과연 마지막에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이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해결되려고 이렇게 몰고가나'하는 의문과 기대가 동반되어야 계속 볼 맘이 생긴다고 할 수 있을텐데, <뉴 문>은 <트와일라잇>에서 생겼던 기대마저 사그라들게 만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듯 합니다. <뉴 문>이 만약 사가의 첫 번째 작품이었다면 괜찮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크리스 웨이츠가 캐서린 하드윅의 전작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다시 쓰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쨋든 전작에 이어 속편을 보게 된 대부분의 관객 입장에서는, '어, 도대체 본격적인 이야기는 언제 하려고 그러지?'하는 의문을 남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1. 올해 처음으로 극장에서 크래딧이 모두 끝나기 전에 극장을 나왔습니다. 물론 그래도 맨 마지막으로 나오긴 했지만요.
2. 시리즈의 다음편인 <이클립스>는 <하드 캔디>와 <30 데이 오브 나이트>를 연출한 데이빗 슬레이드가 연출을 맡을 예정인데, 기대반 걱정반이네요. 차라리 손발이 좀 오그라들더라도 시리즈의 미덕이려니하고 캐서린 하드윅을 그대로 밀고 갔으면 어떨까도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연출했던 알폰소 쿠아론이나 데이빗 예이츠였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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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 (Moon, 2009)
외로운 존재의 독백


던칸 존스 감독의 <더 문 (Moon)>은 참으로 단순하다. 그간 SF 장르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진화해 온 이야기를 여전히 배경으로 택하고 있으며,  제목도 그저 '달'일 뿐이고 주인공이라고는 샘 록웰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며 기술적인 측면의 역시 그 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던 관람 전에는 그저 샘 록웰이 우주에서 펼치는 무언지 모를 이야기 정도라는 예상이 고작이었는데, 이야기는 오히려 크게 새로울 것이 없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솔라리스> 등을 닮았으며, 그 가운데에 있는 영화의 주된 갈등 요소는 철학하는 SF영화라면 꼭 한 번씩은 겪어야 하는 '존재의 이유'인 듯 했기 때문이다.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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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달 표면에서 자원을 채굴하고 있는 샘 벨 (샘 록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샘은 회사와 3년 계약을 하여 이 곳 달에서 홀로 남아 자원 채굴 업무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제 그 계약 기간은 2주 밖에 남질 않았다. 아무도 없는 우주선에서 샘이 의지할 곳이라고는 로봇 거티(케빈 스페이시 목소리 연기)와 지구에 있는 아내와 딸 '이브'의 사진들 뿐이다.

일단 <더 문>이 초반 느껴지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사람이라고는 혼자 밖에는 없는 달 표면 위 공간에서, 우주의 고요함 만큼이나 적막한 분위기 속에 하루하루를 같은 일로 시간을 보내며 그저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샘의 모습에서는, 일의 고됨이나 피로함보다 오히려 외로움이 깊게 느껴진다. 이런 샘의 3년이란 시간을 반영하듯, 우주선 곳곳 기기들에는 저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으며 외로움을 덜해줄 대상들을 만들어내려던 노력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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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샘은 어느 날 작업 중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회복실에서 깨어나보니 자신과 똑 같은 또 다른 '샘 벨'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사고로 인해 상처투성이고 약해진 자신에 비해 강해보이고 세련된 모습이지만 분명 그는 자신과 같은 샘 벨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영화 줄거리상이나 관객에게나 모두 당연히 샘 벨은 인간이라는 서두의 분위기를 단 번에 뒤집는 '클론'이라는 사실을 발견함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생각보다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놀라기는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나와 똑같은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며, 새롭게 등장한 샘 역시 발견 당시에는 많이 놀랐었지만 이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기서 다시 외로움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이 두 명의 샘 벨에게는 자신이 클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충격보다도, 3년 간이나 혼자였던 시간에서 벗어나 드디어 누군가 이야기하고 만져보고 싶은 대상이 생겼다는 (그것이 설령 자신일지라도) 것에 더 반가운 눈치다. 존재의 반가움에 더해 매일 비슷한 얘기 밖에는 할 이야기가 없었던 거티와의 대화에 새로운 주제가 생긴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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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이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SF영화들과 가장 차별되는 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스스로 인간인 줄 알고 있었던 클론, 그들이 겪는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자아에 대한 존재의 이유와 혼란에서 오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한 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샘이 자신이 클론임을 알고서도 크게 놀라거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크게 반문하지 않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내가 그랬다면 어땠을까. 과연 수십년을 인간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어느 한 순간 내가 그저 클론임을 알게 되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그 동안 내 삶이 조작되어 지고 이식되어 진 것이라고 해서 그 기억들을 단숨에 부정할 수 있을까. 주입된 기억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내 아내와 딸 아이 역시 모르는 사람, 그저 만들어진 관계라고 인정해 버릴 수 있을까.

던칸 존스는 존재에 대한 어려운 철학적 고뇌 대신에 그저 존재 본연이 갖는 감정에 충실했다. 샘은 자신이 클론 임을 알게 된 이후, 통신을 막고 있던 인위적인 힘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가장 먼저 자신이 집으로 전화를 건다. 주입되어진 가짜 인생이 만들어낸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아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미 샘에게는 자신의 기억이 진짜 인지 거짓인지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가짜라고 한들 기억에는 너무 생생한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으로 전화를 걸고는 부쩍 커버린 딸 이브의 모습에 놀라 급하게 전화를 끊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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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영화가 자신이 인간인 줄로만 알았던 주인공이 나중에 클론임을 알게 되 혼란을 겪고 고뇌하는 것이 주가 되는 이야기였다면 <블레이드 러너>처럼 자신들의 창조주라도 찾아가서 따지던, 그들을 모두 망쳐놓고 새로운 인류가 되던 했어야 했다. 하지만 <더 문>의 두 샘이 가장 원하는 것은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리워하던 아내는 죽고 없지만, 부쩍 커버린 딸 아이를 두 눈으로 직접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외로움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관객의 눈을 사악하다. 영화 속에서 클론이라고 일러주면 바로 다른 눈으로 보게 마련이다. 바로 로봇 취급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무리 안쓰럽게 보아도 클론이라는 사실을 잊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접근 방식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틀려진다. 영화 속 샘 벨에게서는 홀로 등장하던 똑같은 둘이 함께 등장하던 별로 클론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샘을 바라보는 눈빛은 '클론이라 참 안됐다'라는 식이 아니라 그냥 '샘이 참 안됐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쩌면 힘빠지고 별 것 아닌 허무한 이야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은 오히려 잘 가려고 하지 않았던 '쉬우면서도 옳은 길'을 택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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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바와 같이 이 작품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우주선 내 세트를 제외하면 달 표면 위에서 벌어지는 체굴 장면 같은 경우 미니어처 작업이 확연히 티가 날 정도의 규묘였다. 마치 미셸 공드리나 스파이크 존즈의 공작 작품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아날로그함이 촌스럽다기보다는 기발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는데, SF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반드시 블록버스터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갖은 이들에게는 작은 충격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문>은 올해 안봤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했을 참 좋은 SF영화였다.


1. 알려진대로 감독인 던칸 존스는 데이빗 보위의 아들입니다. 데이빗 보위의 아들로 살아가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2. 영화 속 우주선의 이름은 '사랑(SARANG)'인데, 이것 때문에라도 국내에서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올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짧지만 우리말 대사도 하나 나오죠 ㅎ)
3. 영화를 제작한 회사와 (Lunar Industries) 영화 속 회사의 이름이 같습니다. 이거 은근 재미있던데요 ㅎ
4. 국내 상영시에는 수입사에서 자막작업시 좌우 화면을 잘라 화면비가 조금 외곡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게 지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쨋든 온전한 영화는 못본 셈이지요.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가 나오면 다시 꼭 봐야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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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 (Ninja Assassin, 2009)
비 주연의 그냥 액션 영화


<닌자 어쌔신>을 이야기할 때 주연을 맡은 비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 <스피드 레이서>를 보았을 때도 상당히 놀랐었는데, 이 작품처럼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고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화에서 국내 배우가 당당히 원톱 주연을 맡았다는 점은, 일단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박지성을 예로 들만큼, 비의 이번 출연은 지금까지 한국 배우가 헐리웃에 진출했던 경우 가운데 단연 최고의 비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랑스럽고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사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긴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작일 뿐, 감독을 맡은 제임스 맥티그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의 전작 <브이 포 벤데타>를 인상 깊게 보았음에도 이번 작품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까닭은, <닌자 어쌔신>의 주인공이 제목 그대로 '닌자'였기 때문이었죠. 혹시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을 맡았다면 '그래, 워쇼스키들은 워낙에 오타쿠이니 닌자 영화도 오리지널에 가깝게 만들 수 있겠지'하고 기대했겠지만, 제임스 맥티그가 '닌자'의 세계를 얼마나 제대로 그려낼까 하는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이 영화는 닌자를 주인공으로 닌자의 세계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만, 진짜 닌자 영화를 적지 않게 보아왔던 이들이 본다면 '그냥 액션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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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예상했던대로 제법 고어한 액션 장면을 보여줍니다(특히 '비가 나온다!'라는 것만으로 극장을 찾은 여자관객분들께는 더더욱이요). 팔, 다리는 우습게 잘려나가고 얼굴도 그에 못지 않게 잘려나가지요. 첫 액션 시퀀스에서는 '자, 우리 영화는 이 정도로 잔인한 영화야'라는 것을 보여주듯, 사지절단을 관객이 확실히 확인할 수 있도록(그것이 주가 된) 구성된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후에는 절단 자체에 포커스를 둔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너무 어두운 배경 속에 일어나는 액션이다보니 그렇게 힘들게 연습해왔다는 액션의 합(合)을 제대로 확인해보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물론 영화의 줄거리에 따르자면 어두운 곳에서만 등장한다 라는 식이라 어쩔 수 없는 액션 장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에서 액션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은 조금은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액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해보자면, '닌자 어쌔신'이라 하여 특별한 '닌자'액션을 기대했던 이들이나, 동양 무술에 더 정통한 액션 장면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많이 아쉬운 '판타지'액션 연출이 대부분인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동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연출자의 문제 혹은 간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마치 게임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단순한 닌자의 이미지만을 가져와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닌자'와 그 세계의 이야기는, 서양인들에게는 모르겠지만 동양인인 제가 보기에는 정말 판타지 액션에 가까운 정도였거든요(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 영화를 판타지 액션으로 기대하고 가셨던 분들이라면 크게 실망할 것 없는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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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스토리의 문제 역시 그냥 '즐겨라'하는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입니다(참고로 저는 최근 스토리의 빈약함으로 비슷한 지적을 받았던 <2012>에 대해, <2012>는 본래 그런영화고 에머리히 영화는 본래 그런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었습니다 ^^;). <닌자 어쌔신>의 주요 줄거리와 테마라고 한다면 주인공 라이조(비)가 자신을 키워준 닌자 패밀리(오주누)를 배신하고 이들과 벌이게 되는 결투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반복되는 회상 씬에도 불구하고 라이조가 갑자기 배신하게 된 이유가 설득력이 부족하고(차라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여자 수련자가 죽음을 당하기 직전에 배신을 하였으면 좀 더 이해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후반 부 등장하여 계속 '동생아, 동생아'를 외치던 릭윤의 등장은 조금 쌩뚱맞아 보이기도 하거든요(얼마나 얼굴을 공개한 분량이 적었는지 많은 분들이 릭윤을 못알아 보시더군요).

영화의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부분은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일본인이고 대부분의 배경은 베를린임에도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에 조금 불편한 점이 있긴 했지만, 첫 장면에서 야쿠자가 모두 영어로 이야기할 때 '아, 일단 영어를 불편해하면 안되겠구나'하고 생각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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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은 일단 한국인으로서 우리 배우 비가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화에 단독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영화라는 이유만으로도 분명 관심이 가고 흥미로웠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네요.


1. 랜달 덕 김은 거의 몰라볼 뻔 했네요. 그런데 목소리는 어찌나 익숙한지 목소리로 먼저 알아들었네요 ㅎ
2. 자주 가는 동네 극장에서 오랜만에 '매진'을 경험했습니다. 과연 이 영화 어느 정도 흥행할 수 있을까요.
3. 각본을 쓴 메튜 샌드의 전작은 뭐가 있나 살펴보았는데, 이 작품이 첫 작품이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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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분식 (Shared Streets, 2009)
성장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지켜보기


태준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샘터분식>을 좋은 기회에 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영화사 시네마달에서 제작하거나 배급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몇 편은 제대로는 아니더라도 분위기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태준식 감독의 전작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그럼에도 그의 신작 <샘터분식>이 눈에 들어왔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홍대'라는 특수성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전 부터 홍대를 걸어서 10분이면 갈 거리에 살게 되면서, 이 거리는 구석구석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매우 익숙한 곳이 되었고, 그 문화와 그 분위기에 흠뻑 취해 앞으로도 한 동안은 살고 싶은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홍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이 <샘터분식>이라는 영화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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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은 홍대라는 지역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작게는 세 명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샘터분식'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최영임)이고 두 번째는 정치에 관련된 당원으로서 자신이 하고자 하고 믿고 있는 가치관을 운동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청년(안성민), 마지막은 힙합 레이블이자 크루인 소울컴퍼니(Soul Company)의 일원인 힙합 아티스트 제리 케이 (김진일)입니다. 얼핏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역시 '홍대'라는 공간 그 자체입니다. 이들 모두 이 홍대 마포 일대를 자신들의 주 생활 공간으로 삼고 있으며, 어찌되었든 이 곳에서 자신이 꿈을 이루려는 인생의 도전을 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는 포스터나 홍보 문구에 나와있는 것처럼 홍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 거리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 가벼운 작품일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갖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태준식 감독은 '본래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이 작품은 본인에게 있어 조금은 쉬어 가는 의미에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홍대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지만(그리고 전작들에 비하자면 물론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색깔이 덜했던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저 거리 위의 소소한 이야기를 예상했던 저에게는 역시나 쉬어가려고 했어도 푹 쉬지는 못한 듯한 감독의 사회적 메시지가 넘쳐나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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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읽은 것은 결코 세 명의 주인공 중 한명이 민노당원(현재는 진보신당 당원)이라서는 아니에요. 물론 평소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관객이라면 이런 주인공의 직업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따지고 보니 이 영화의 주요 테마들인 홍대, 정치, 힙합 그리고 소울컴퍼니 모두가 평균 이상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서 그런지 각개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게 다가 온 경우였습니다. 민노당이 진보신당으로 변화하기 직전에 겪었던 갈등을 아주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영화 속에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점점 작업 환경이 좋아진 소울컴퍼니의 변화 그리고 자주 가는 거리에 항상 있었던 샘터분식이라는 가게에 이르기까지, 하나 같이 관심사였죠.

그런데 냉정하게 따지고보면 홍대라는 공간을 살고 있는 이 세 명 주인공의 이야기는 약간 별개의 이야기로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처럼 모두 관심사인 경우에는 조금 덜 할듯 하지만,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던가, 힙합에는 전혀 문외한이거나, 홍대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이 인물들 간의 접점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으며, 자신만의 스펙트럼에서 이야기를 해오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한 공간에서 약간은 억지스럽게 만나는 듯한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에 쉽게 동화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세 명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을 것이 아니라 한 명만 집중하여 이야기를 풀어갔어도 좋았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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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 영화가 나쁘지 않았던 건, 이런 별개로 느껴지는 이야기가 왜 하나의 이야기로 묶였는가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해법을 찾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샘터 분식>을 보고 느낀 가장 큰 인상은 바로 '성장하는 것과 머물러 있는 것, 혹은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시간의 변화, 계절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려하는 장면들이 많은 편입니다. 홍대 앞 도로를 사계절에 따라 촬영한 컷이나, 해가 뜨고 지고를 표현한 컷 등 무언가 계속 흐르고 있다는 배경을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죠.

이런 흐름 속에 살고 있는 상반되는 두 가지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세 명의 주인공이며 다른 하나는 바로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죠.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은 매우 정치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첫 장면부터 한창 촛불로 뜨겁던 종로 거리를 비추거나,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그리고 대통령의 여러 활동 들, 이 외에 여러 사회 문제들로 채워지는 영화 중간 중간의 배경들은, 그것들이 정치적인 것이 불편하다기 보다는 그 만큼 불편한 현실이 너무도 우리 현실에 가깝게 와닿아 있다는 것을 달리 체감하게 합니다. 이 영화가 성장과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의 차이점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제리 케이는 힘든 병을 이겨내고 녹녹치 않은 언더 힙합씬에서 자신의 솔로 앨범을 발매하였고, 꾸준히 사회운동을 하던 안성민씨는 자신이 숙원사업으로 여겼던 '민중의 집'을 드디어 열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으며, 샘터분식의 주인인 최영임씨에게도 큰 변화는 없었던 듯 하지만 달리 보면 그녀에게는 하루하루 아들을 키우고 가족을 부양해 가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성장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렇게 주인공들이 모두들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은 발걸음이라도 성장한 것에 비해, 이를 둘러 싸고 있는 우리내 정치, 사회 현실은 성장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더욱 퇴화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죠. 영화 속에 삽입된 뉴스 속 앵커의 멘트들만 들어봐도 발전하기 보다는 점점 암울해지는 사회가 현실로 느껴집니다. 아마도 태준식 감독은 은연 중에 라도 이런 것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홍대라는 하나의 지역과 단 세 명의 인물들의 삶에 국한하여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지켜보았는데도, 이렇듯 변화와 성장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정작 이 거대한 사회는 이런 구성원의 변화의 속도에 발 맞추고 있지 못하다는 메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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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 더 콰이엇을 비롯해 소울 컴퍼니의 MC들과 음악을 BGM으로 계속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소울컴퍼니의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이들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더라구요.

2. 워낙에 홍대 구석구석이 촬영된 터라 (그것도 오랜 시간) 혹시나 거리를 지나던 '내'가 나오지 않을까도 싶었는데, 다행인지(?) 나오지는 않더군요 ㅎ

3. 홍대 전철역 앞에서 옥수수 파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은 깜놀했습니다. 평소 모습만 보다가 영화 나오신다고 화장하신 모습은 정말 몰라보겠던데요 ^^;;

4. 정식 개봉은 11월 26일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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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롤랜드 에머리히의 대놓고 펼치는 재난 영화


어떤 영화든 영화마다 기대치가 틀린 것이 사실이듯이, 영화마다 미덕을 달리 찾아야 함도 사실 일 듯 합니다. 타란티노의 작품을 볼 때는 또 어떤 재기발랄한 영화적 장난들을 풀어내는지를 보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을 볼 때면 이 이야기가 우리내 인생과 또 어떤 우연적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따져보아야 하듯이, 재난 영화의 대표주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을 볼 땐,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더 상상한 것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줄까, 얼마나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감을 선사할까 하는 기대와 미덕을 찾게 되곤 합니다. 모르겠네요. 영화라는 예술은 다른 예술이 그렇듯 옳고 그른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고 덜좋고의 예술이기 때문에 감독마다 자신 만의 스타일과 기대하는 바가 다를 수 밖에는 없는데,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누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같은 먹먹함을 주는 메시지와 이냐리투 같은 무력감, 더 나아가 히치콕, 타르코프스키 같은 작품성을 기대하고 바라는지 말이에요. 개인적으로 롤랜드 에머리히에게 바라는 점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습니다. 그의 장기인 '스케일'을 또 얼마나 업그레이드 했을까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 에머리히의 신작 <2012>는 만족할 만한 오락영화였습니다. 그는 기대한 만큼의 스케일을 스크린에 선사했고, 보는 중간 몇 번이나 입을 떡 벌리고서 '와'하고 탄성을 지를 만한 압도하는 스케일의 장면이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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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는 재난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지키다 못해, 갖은 공식을 모두 풀어놓고 '작정하고 다 지켜보겠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재난 영화라고 하면 등장하는 필수 요소들을 <2012>에서는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단절된 가족이 위기를 통해 다시 봉합되는 설정은 모든 재난 영화의 베이스라 할 수 있으며, 여기에 이혼 가정만큼 진부하며 어울리는 설정은 없겠죠. 그리고 재난을 미리 예측한 주인공과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부 관리, 그리고 지구종말의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가지고 벌이는 논쟁, 꼭 등장하는 애완견, 그리고 말 안듣는 아이들, 마지막엔 목숨 바쳐 희생하는 조연들. 롤랜드 에머리히는 작정한 듯 모든 재난 영화의 요소들을 <2012>에 집중시킵니다(그런데 따지고보면 이렇게 작정하지 않은 재난 영화를 찾기는 별로 어려운 편이죠. 오락적 재난 영화에서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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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재앙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마치 '자, 이제부터 대놓고 농담 같은 재앙 스토리를 펼칠테니까, 단단히 준비해'라고 말하는 듯, 쉽게 말해 대놓고 뻥을 치기 시작합니다. 온통 무너져내리는 캘리포니아를 주인공이 탄 리무진 차량과 경비행기가 미끄러지듯 빠져나오는 장면은, 사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말이 안되는 장면이긴 합니다. 뭐랄까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그 재난 속에 모든 파편과 지진을 피해서 온전히 빠져나오는 순간을 보고 있노라면 '좀 너무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 영화는 대놓고 '말도 안되지만 주인공이 벌써 죽지 않는다는 건 다들 잘 알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걸 서로 잘 아는 마당에 거리낌 없이 스케일을 키우고 과장 됨을 더해서 표현해 보겠다는 '작정'이 엿보이는 것이죠. 그래서 차라리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차피 이런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는, 어떤 과학적 디테일이나 현실적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랬다면 주인공은 주인공이라 불리기 이전에 죽을 확률이 높고, 영화는 주인공 없이 수 많은 엑스트라 만으로 진행되는 리얼 다큐 재난 영화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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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냥 오락적인 요소에만 집중할 것 같았던 이 영화에서 롤랜드 에머리히는, 마치 자신을 그저그런 감독으로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나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대사 가운데 보면 존 쿠삭이 연기한 '잭슨'이 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평가들은 너무 순진한 긍정이라고 얘기한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는 마치 로랜드 에머리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이런 재난 영화만큼 순진한 긍정의 메시지는 없죠. 재난 이라는 벽 앞에서 모든 갈등이 봉합되고 주인공은 어떤 시련과 어려움에도 죽지 않으며,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희망을 엿보게된다는 전개 말이죠. 롤랜드 에머리히가 굳이 이런 대사까지 삽입한 것을 보면, 자신은 이런 비판들을 잘 알고 있으며, 본인이 말하려는 것이 비록 순진한 긍정일지라도 그것이 반드시 허황된 것 만은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듯해 오히려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재난 영화에 온갖 어렵고 복잡한 메시지를 풀어내려고 시도했다기 보다는 순진할지언정 누구나 공감 가능한 뻔한 이야기를 스케일로 업그레이드 해보겠다는 그의 야심이 솔직하게 드러나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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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아주 미세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2>의 이야기 자체는 너무 전형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누가봐도 '노아의 방주'의 21세기 버전이죠. 영화 초반 에드리언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과학자의 아들이 배를 가지고 놀던 장면은 복선으로 보기에도 너무 뻔한 요소였고, 잭슨의 아들 이름이 '노아'인 것도 결코 우연적인 것은 아니겠지요. 이 스토리 가운데 조금 비전형적인 요소들을 꼽아본다면, 대부분 나쁜 이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끝까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 것과는 달리, 이런 캐릭터들 마저 마지막 순간에 가서는 스스로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과, 대부분 이런 재난 영화에서 국제적으로 마지막을 담당했던 국가가(특히 재정적인 면에서 독보적인 역할로 자주 등장했던) 일본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중국이 마지막 가장 중요한 순간을 담당하는 국가로 설정되었다는 점이었지요. 물론 여기에 큰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어쨋든 무언가 생각해 볼만한 거리이기는 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마지막 인류가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되는 대륙이 아프리카라는 점 역시 생각해 볼만한 점이었구요. 아, 그리고 덧붙여 새 아빠 고든 캐릭터를 그냥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챙겨준 영화의 포용력도 인상 깊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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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쿠삭이야 그렇다치고 거의 주인공에 버금가는 역할을 맡은 애드리언 역할의 치웨텔 에지오포의 경우, 이전 많은 영화들에서 주조연급의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기는 했지만 그 중 가장 큰 비중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주인공이라 부를 만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음이 흥미로웠습니다. 탠디 뉴튼은 출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출연 자체가 반가웠으며, 대니 글로버의 경우 대통령 역할을 맡은 것에 일단 '와, 대니 글로버가 이제는 미합중국 대통령 역할까지 맡게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들더군요 ㅎ 그 외에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인상깊은 역할을 연기한 우디 헤럴슨과 너무 귀여운 딸 역할을 맡은 아역 연기자 모갠 릴리의 모습도 기억에 남을 듯 하다(모겐 릴리는 마치 레이첼 와이즈가 얼핏 떠오르기도 했다).


1. 아마도 정말 지구가 종말을 맞게 되더라도, 우리 같은 민간인들은 아무 것도 모른채 그날이 되어서야 알게 되지 않을까요;;
2. 아놀드 주지사에 대한 묘사도 재밌더군요. '연기자잖아, 연기하는거야!'라는 식의 대사요 ㅎ
3. 엘리자베스 여왕 역할을 맡은 배우의 실제 이름도 '엘리자베스'더군요 ㅎ
4. 몇 가지 말도 안되는 설정들 가운데서도 최고는, 그 재난 중에도 어디서든 잘 터지는 핸드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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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을 드디어 광주까지 가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저는 어떤 영화든 그 영화가 낼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 혹은 최고의 감상환경에서 가능하면 첫 번째 관람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번 <디스 이즈 잇>은 북미 개봉시 아이맥스 DMR 2D 포맷으로도 상영이 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과연 이와 동일한 아이맥스 포맷으로 감상할 수 있을까가 한동안 저의 최대 관심사였지요. 그러다가 알게 된 국내의 상영소식! 바로 광주 터미널에 위치한 CGV에서 아이맥스 DMR 2D 포맷으로 상영을 한다는 소식이었지요! 저의 평소 스타일대로라면 가장 영화를 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람을 바로 광주에서 했어야했지만, 반대로 서울과는 먼 광주이기에 아쉽지만 일단 디지털 상영으로 먼저 개봉 주에 관람을 하였고, 광주에는 지난 주말에야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영화에 대한 리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그리하여 광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5.18 관련하여 몇 번 갔던 것을 제외하면 몇 년만에 방문이네요. 일요일 아침 일찍, 용산에서 떠나는 8시 출발 KTX를 타기 위해 평소 출근할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만 했죠 ^^;




같이 타고간 분들의 80% 이상은 모두 등산가시는 어르신들이더군요. 하긴 저처럼 <디스 이즈 잇> 아이맥스 보러 광주가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_-;;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11월13일)처럼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비가 안왔더라면 광주 시내를 좀 더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오히려 열차 안에서 비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광주로 가는 길은 더욱 운치있었습니다.





그렇게 달리기를 2시간 반 정도. 드디어 광주역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더군요. 광주역에 내리자마자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광주고속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고고!




그렇게 도착한 광주터미널 CGV! IMAX라는 문구가 오늘 따라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군요.





그렇게 보게 된 영화 '마이클'(CGV티켓은 가끔 영화제목이 잘려서 전혀 다른 제목을 만들기도 하죠 ㅎ). 저 티켓 가격을 보라! 1인 11,000원! 둘이 보았으니 22,000원! 거기에 왕복 KTX티켓 값, 식비 등등을 따지면 정말 영화 한편에 대단한 사치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여기서 '사치'란 <디스 이즈 잇>을 그냥 그런 영화로 생각하는 분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겠죠(일반적으로도요 -_-;;) 하지만 저에게는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말그대로 '제대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에 저런 많은 지출도 과감하게 쏟아부을 수 있었던 것이죠(타격이 있긴 했지만, 마지막 공연이라면 공연보러 해외라도 갔을 텐데 광주정도야 못가겠냐! 라는 식으로 질렀습니다!)




아이맥스로 본 <디스 이즈 잇>은 확실히 아이맥스 포맷답게 좀 더 눈에 꽉 차는 느낌이었고, 화질도 상당했으며 무엇보다 리허설 영상들을 좀 더 진짜 공연관람처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무대 위 장면들도 그렇지만 공연에 배경으로 쓰려고 했던 영상들을 아이맥스 포맷으로 볼 땐 정말 더욱 실감이 나더군요.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체험적인 면에 기대는 터라 말로 표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네요 ^^;

비록 객석에는 일요일이고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그 큰 상영관에 십여명이 고작이었지만, 그래도 또 한 번 '디스 이즈 잇' 공연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직 제가 자주 가는 극장인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계속 상영일정이 잡혀있는 관계로 볼 수 있을 만큼 더 보려고 합니다. 몇 번을 봐도 아마 극장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테니 말이죠;;









파주
안개와 굴레에 관한 담론


<질투는 나의 힘>을 연출했던 박찬옥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입니다. 신작을 만나기 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 <파주>가 더 취향에 맞았던 것 같습니다(어떤 인터뷰를 보니 전작보다 더 대중적인 요소에 신경을 썼다고 했는데, 사실 그건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애매한 부분도 있구요 ;;;). <파주>는 이선균과 서우라는 배우들 때문에도 기대를 갖게 되었던 영화였습니다. 특히 서우의 경우 <미쓰 홍당무>를 통해 주목할 만한 연기를 선보였던터라 더욱 기대가 되었는데, 전작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 과연 이런 어두운 캐릭터는 어떻게 소화해 낼지가 궁금하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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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는 안개 자욱한 파주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제목을 '파주'가 아니라 '안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파주와 안개는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파주'는 '밀양'처럼 미지의 공간은 아니에요. 어찌되었든 아주 멀지는 않은 곳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던터라 그 지명이 낯설지 않은 것도 있고 대략의 동네 분위기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영화에서 이 파주란 공간은 하나의 굴레처럼 작용합니다. 극중 주인공들은 이 파주에 자의든 타의든 오게 된 뒤, 역시 자의로 혹은 타의로 떠나게 되지만 그 이별이 영원하지는 못합니다. 눈에는 보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떠나려고 하지만 결국엔 떠날 수 없는 커다란 굴레 같은 것이지요. 은모(서우)가 파주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쉽게 생각하면 단순히 그 곳에 부모님이 남겨준 집이 있어서, 혹은 친구가 거기 있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떠나지 '못'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건 바로 어쩔 수 없음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서 무작정 인도로 여행을 떠났을 만큼 남아있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돌아와서 왜 갑자기 떠났는지를 설명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무릎쓰고라도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분명, 형부 중식(이선균)에 대한 미묘한 감정 만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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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를 얘기하면서 이 영화의 홍보 방식에 대해 문제를 삼은 적이 있는데, 왜냐하면 이 영화를 형부와 처제의 불륜으로 인한 격정멜로로 포장하여 홍보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 홍보방식은 분명 받아들이는 이들을 생각해보았을 땐 문제가 있는 방법이었지만, 말자체를 따지고보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여러가지 굴레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어쨋든 '멜로'영화라고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형부와 처제에게 묘한 감정이 생긴다 하더라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불륜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고(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는 다른 의미로요), 이 미묘한 감정 사이에는 각 인물들마다 개별적으로 생각해볼 만한 큰 사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확실히 단순 멜로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멜로적인 스토리 외에 영화에는 철거민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그려지는데, 이 부분의 비중에 대해 감독과 스텝들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네요. 확실히 이 부분의 비중이 커지면서 큰 멜로의 줄기에서 보았을 때 이야기가 분산되는 경향이 생긴 한편(이에 따라 호불호가 생길 수도 있겠구요), 최근 벌어졌던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면서 정치 사회적인 생각들도 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분명히 얘기하지만 하나의 배경과 캐릭터를 설정하기 위한 소스로 철거민 이야기가 존재할 따름이지 이것이 주가 되는 스토리는 아닙니다. 이런 뉘앙스는 철대위 대책위원장을 맞고 있는 극중 중식의 태도에서 드러나는데, 중식은 젊었을 때 대모를 시작하게 된 것도 정치적 의도가 강해서라기 보다는 여자 선배의 모습에 반해 시작하게 된 점이 분명 있었고, 철거민이 아니면서 철대위를 맞게 된 것도 생존을 위한 사투의 측면보다는 자기 위안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영화 후반 은모가 '왜 이런 일들을 하세요?'라고 했을 때 중식의 대답은 흥미로웠습니다. 결국 중식에게 철대위는 또 하나의 파주처럼 위안이자 상처인 굴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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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옥 감독의 전작 <질투는 나의 힘>이 대사와 관계에서 오는 미묘한 갈등으로 풀어갔던 작품이라면, <파주>는 의외로 많은 대사보다는 이미지로 풀어가는 작품이었습니다(그래서 몇몇 장면에선 많은 분들이 이름 때문에 해깔리시곤 하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했네요). 안개 자욱한 첫 장면도 그렇고 방안에 누운 중식을 바라보는 카메라 앵글도 움찔할 정도였으며(이런 장르에서는 잘 쓰지 않는 조금 다른 앵글이었거든요), 안개처럼 표현된 거친 화면의 입자들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미지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영화였고, 대사가 있을 때 보다는 오히려 없을 때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영화 후반부 철거현장으로 돌아온 은모가 마치 유령처럼 대치 건물로 들어가는 컷트였는데, 약간의 슬로우 모션과 진짜 유령처럼 주변의 상황과는 아랑곳 하지 않고 유유히 건물로 향하는 은모의 모습은 흡사 알폰소 쿠아론의 <칠드런 오브 맨>의 그 유명한 롱테이크 장면을 떠올릴 정도로(허름한 건물로 걸어들어가는 장면이 하나의 테이크로 이루어져서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네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이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을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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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중식 역할을 맡은 이선균을 보면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의 한석규가 떠올랐습니다. 무언가 본심을 말하지 못하고 그냥 혼자서 웅크리고 터트리지 못하는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다른 한 편으론 이제 이선균이라는 배우에게서 특별함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인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히 중식이라는 인물은 이선균이 연기하면서 좀 더 멋진 캐릭터라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파주>에서 여전히 돋보이는 배우는 역시 서우입니다. <미쓰 홍당무>를 보며 '야, 저렇게 잘 우는 연기를 하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싶었었는데, <파주>에서도 그녀의 우는 연기는 역시나 독보적입니다. 무언가 서러움이 붇받치면서도 연기가 아니라 진짜 우는 것 같은 착각에 막 어깨를 토닥여 주고 싶을 정도랄까요. 국내에서 중고생부터 성인까지 모두 어색하지 않게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를 꼽으라면 다시 한번 서우를 주저없이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선균, 서우의 경우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갔던 경우라면 은모의 언니이자 중식의 아내인 은수 역할을 맡은 심이영의 연기는 기대하지 않았던터라 더 인상적인 경우였는데, 굉장히 낯설지 않은 얼굴이면서도 막상 따져보니 제대로 작품을 본 적은 없었던 그녀의 연기는, <파주>의 작은 발견 중 하나였습니다. 그녀의 후속 작품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1. 철거민 동료들 가운데 <똥파리>에 출연했었던 정만식씨의 모습도 반가웠습니다.
2. 이경영씨 역시 특별출연하고 있는데 거의 대사 없는 캐릭터였음에도 그 날카로운 눈빛 만큼은 기억에 남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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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잇 (This Is It, 2009)
우리가 몰랐던 진짜 마이클 잭슨


잊지 못할 2009년을 더더욱 잊지 못할 한해로 만들어버린 주인공은 불행하게도, 원치 않게도 마이클 잭슨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한 명의 뮤지션이, 한 명의 사람이 저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지난 번 추모 글에 짧게 나마 정리하였으니 그 것으로 대신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바로 들어가보려고 합니다.



마이클은 떠나기 전 자신의 마지막 투어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THIS IS IT' 투어의 첫 공연인 런던 O2 아레나에서의 공연을 한창 준비중이었죠. 이 투어에 대한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모릅니다. 물론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이긴 하지만 영국까지 날아가서 공연을 볼 형편은 되질 않아 아마도 직접 보진 못하고 소식만 전해들었겠지만, 그래도 마이클 잭슨의 새로운 투어가 시작된다는 소식은 팬으로서 도저히 흥분되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소식이었죠. 별다른 수식어 없이 'THIS IS IT'이라 명한 투어의 타이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이 그렇죠. 그에겐 KING OF POP을 비롯해 수 많은 수식어들이 있지만, 그냥 다 필요없이 '마이클 잭슨' 하나면 될 정도로 절대적인 존재였으니까요.

결국 공연되지 못한 'THIS IS IT'투어를 이렇게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보통 때 같았다면 '어차피 해외에 나가서 엄청난 티켓값을 내고 볼 형편도 되질 않으니, 이렇게 국내에서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하고 생각했겠지만, 이번엔 정말로 이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 멋진 공연을 평생 직접 볼 수 없다 하더라도, 마이클이 떠나지 않았다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죠. 케니 오르테가가 연출한 이 영화는 이번 투어에 함께하게 된 댄서들의 인터뷰로 조용히 시작됩니다. 함께 공연을 하는 댄서들의 인터뷰이지만 이 인터뷰들은 스텝들의 인터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마이클의 팬으로서 하는 인터뷰이지요. 마이클이 떠나기 이전에 이뤄진 인터뷰임에도,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우상으로 여겼던 마이클과 한 무대에 서는 벅찬 감정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댄서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고대하던 무대를 결국은 서지 못했으니까요. 이렇게 시작부터 울컥하게 된 영화는 알려진대로 공연의 리허설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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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오르테가는 이번 투어의 총 감독인 동시에 이번 작품의 감독까지 맡게 되었는데 (마이클 잭슨의 추모식의 감독도 그가 맡았었죠), <하이 스쿨 뮤지컬>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답게 단순히 리허설 영상들을 담아 놓은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도 손색이 없는 구성을 보여줍니다. 아니 그보다는 끝내 이루지 못한 'THIS IS IT' 투어를 AEG Live를 위해 촬영한 영상들과 마이클의 개인 소장용으로 촬영한 영상들을 통해 최대한 재현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100% 포함된 것 같지는 않지만 투어 공연에 수록될 대부분의 곡들이 리허설 영상을 통해 실제 콘서트 콘티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공연에 사용하려 했던 영상들도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습니다.

<디스 이즈 잇>이 갖는 가장 큰 의미 중 하나는 떠난 마이클을 그리워 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여서 뿐이 아니라, 그 동안 팬들에게도 잘 보여주질 않았던 프로로서의 무대 밖 모습, 완벽한 무대를 위한 날카로운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기존 수많은 공연 영상이나 보너스 클립들에서도 잭슨의 리허설 모습들을 그리 쉽게 찾아볼 수는 없었는데, <디스 이즈 잇>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제야 진짜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공개하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사실 일반 대중들에게 마이클 잭슨의 모습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마이클 잭슨과 무대 위의 마이클 잭슨 외에 뮤지션으로서의 마이클 잭슨은 팬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평가절하된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디스 이즈 잇>을 보다보면 이런 프로페셔널한 뮤지션 마이클 잭슨을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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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뮤지션들이 마이클 잭슨과 함께 작업을 해본 뒤에는 혀릍 차며 그의 음악성에 놀라곤 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이런 점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정확한 음과 리듬을 자신의 목소리로 연주하며 세션맨들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장면이나, 서로 프로임으로 대충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들을 끝까지 완벽하게 고집하는 모습들은 아마도 그를 잘 몰랐던 이들이 보았다면 제법 놀랄만한 정도의 장면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 작품에 수록된 영상들은 리허설 영상들을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와는 완성도 면에서 차이가 느껴지긴 합니다. 몇몇 곡은 마이클이 노래를 목 보호를 위해 살살 부르는 곡들도 있고, 의상 역시 무대의상이 아닌 경우도 많고, 조명이나 댄서들의 동선을 보기 위해 가볍게 맞춰만 보는 것으로 이뤄진 곡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케니 오르테가가 최대한 이 연습 장면들을 실제 공연처럼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마치 공연 실황을 보는 듯한 감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팬들이라면 영화 내내 들썩이는 몸을 주체하기 어려우실 거에요. 저도 얼마나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가슴을 튕겨가며 극장 좌석에 앉아 몸을 들썩였는지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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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투어에 수록되었던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잭슨 5 메들리도 여전하고, Billie Jean의 댄스 구성이나 기구를 타고 객석 위에서 노래하는 'Beat It'도 만나볼 수 있고, 엔딩을 장식하는 것은 여전히 'Man in the Mirror'와 MJ항공이거든요 ㅎ (스텝들끼리 이 마지막 퍼포먼스를 MJ항공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ㅋㅋ).

하지만 이번 공연은 바로 'THIS IS IT'! 수록된 곡들은 비슷하지만 몇몇 곡들은 완전히 다른 무대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일단 눈에 띄는 것은 곡의 도입부와 배경으로 사용될 영상들이었습니다. 이것들이 단순히 영상 수준이 아니라 완전 영화 수준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They Don't Care About Us'의 대규모 군대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배경에 등장시키는 것으로 시작하여, 역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Smooth Criminal'은 예전 험프리 보가드가 출연했던 흑백 영화속에 마이클을 투입시켜 (마치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가 케네디를 만났던 장면처럼) 흑백 영화와
'Smooth Criminal'의 뮤직비디오, 새롭게 만든 시퀀스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작품으로 수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흥미로운건 리허설 영상이긴 했지만, 거의 노래를 편집없이 들을 수 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구성상 아마도 이번 공연에서의 'Smooth Criminal'은 '린(Lean)' 댄스 없는 공연이 되었을 것 같더군요(그 부분 없이 바로 보컬이 이어지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에 'Smooth Criminal'하는 부분에서 마이클의 창법도 조금은 바뀌었더군요. 'Smooth'와 'Criminal'을 좀 더 따로 발음하는 동시에 정확하게 발음하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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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Thriller'와 'Earth Song'은 특별히 배경영상이 3D 입체영상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무대 위에서 걸어나오는 시체들과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숲속의 영상들을 입체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동 받은 또 하나의 곡은 (감동받지 않은 곡이 어디 한 곡이라도 있겠느냐만은;;) 바로 'Human Nature'였습니다. 기본적인 반주 만을 배경으로 절제된 댄스와 그 특유의 보컬은, 이렇게 리허설 영상으로 보니 더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마 이 곡 좋아하셨던 분들은 이번 영화 속 버전도 참 마음에 드실 듯 해요.

마이클의 추모식에서 'Heal the World'를 비롯해 많은 곡의 메인 보컬로 등장해 팬들 사이에서도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었던 주인공인 여성 보컬 주디스 (Judith Hill)와 함께한 'I Just Can't Stop Loving You'도 정말 좋았습니다. 댄서들과 스텝들도 가장 좋았다고 얘기했을 만큼 두 사람의 호흡과 즉흥적인 애드립이 정말 자연스럽게 펼쳐진 곡이었죠. 이 곡을 비롯해 'Billie Jean'도 그러했지만, 마이클의 리허설은 리허설인 동시에 바로 공연이더군요. 댄서들이 모두 다 잭슨을 우상으로 삼고 있는 팬들이다보니 자신이 등장하지 않을 때는 모두들 무대 아래서 한 명의 팬의 입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댄서들의 응원과 환호에 부끄러워하는 마이클의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또 이번 공연의 이채로운 점을 이야기해보자면, 지난 공연들에 비해 여성 댄서들의 비중이 상당히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많아진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비중이 커졌다고 해야할텐데, 심지어(?)는 'Smooth Criminal'의 전반부 시퀀스(떼로 등장하는 후반부 말고 돈 뺏기 전까지의 전반부에)와 'Beat It' 후반부에 두 패거리가 다투는 시퀀스에서도 여성 댄서가 상당히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 몇몇 곡은 아쉽게도 립싱크(Thriller 같은 곡들)로 진행되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Beat It'의 경우 키를 낮춰서 부르지 않고 원키로 라이브로 부르는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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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공연 리허설 영상이 담기긴 했지만, 상당히 죽음과 연관지어 슬프게 몰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작품내에서는 거의 죽음의 뉘앙스를 찾아보기 어려웠을 정도로 공연 리허설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감독인 케니 오르테가가 영리한 거죠. 공연이 멋지면 멋질 수록 관객은 더더욱 슬퍼질테니까요. 얼마나 울다가 흥겹다가를 반복했는지 모르겠네요. 어쩔 때는 다시금 생각난 마이클의 빈자리가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다가도, 그의 무대 위의 모습을 볼 때면 또 다시 신나게 다리를 떨며 가만있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디스 이즈 잇>은 2주 한정기간 동안만 상영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상영기간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몇번이고 볼 예정입니다. 그래서 아직 정리 안 된 얘기들은 다음 감상기에 남기도록 할께요.


1. 참고로 신촌 메가박스에서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디지털의 화질이 너무 좋았습니다. 마치 방안에서 블루레이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요. 마이클의 개인소장용 영상의 화질이 DVD급이라면, 아마도 AEG Live를 위해 촬영된 HD영상의 화질은 블루레이급! 기회가 된다면 꼭 디지털 상영으로 관람하세요!

2. 저는 몇번이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관람 때는 THX인증관과 광주 아이맥스 디지털로 볼 예정입니다. 광주 아이맥스 디지털은 차비와 시간만 해도 엄청나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인데, 꼭 가보려고 합니다.

3. 마이클의 팬 분들이라면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세요. 'This is it'을 비롯해, 'Heal the World'도 들을 수 있고, 'Human Nature'도 다시 들을 수 있으며, 마이클의 짧은 영상과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짧은 Heal the World 캠페인 장면, 그리고 마이클이 팬들에게 바치는 마지막 메시지도 담겨 있습니다.

4. 많은 좋은 영화들이있지만, 적어도 제게 있어 올해 최고의 영화는 <다크나이트> 할아버지가 와도 <디스 이즈 잇>입니다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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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Columbia Pictures. AEG Live 에 있습니다.







뉴욕, 아이 러브 유 (New York, I Love You, 2008)
아기자기한 영화적 순간들


2006년작 <사랑해, 파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할 또 하나의 시티 옴니버스 프로젝트 영화 한편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파리를 배경으로 수많은 감독들과 배우들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로 만나볼 수 있었던 <사랑해, 파리>에 이은 프로젝트 영화로서 이번엔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참고로 영화 엔딩 크래딧 말미에 소개하듯이 이 프로젝트의 다음 행선지는 '상하이', 즉 다음 작품의 제목은 <사랑해, 상하이>이다). <사랑해, 파리>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 작품은 파리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다른 인물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뉴욕, 아이 러브 유> 역시 이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기존 옴니버스 형식과는 조금 다른 '느슨한 옴니버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것이 무슨 말인고하니 기존 옴니버스 영화의 경우 각개의 작품의 맺고 끊음의 확실해 에피소드의 크기를 정확히 분간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암전등을 통한 완전한 맺고 끊음 없이 전체적인 큰 틀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이해되도록 애쓰고 있다. 물론 이렇다고는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등장인물들과 이야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몇몇의 컨 전환(뉴욕의 풍경을 비추는)과 흐르는 배경음악 만으로도 구별이 가능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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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의 새로운 별명은 '택시남'??)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보여지길 원했던 제작자 에마뉘엘 벤비히의 의도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작품처럼 결국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인물들이 '우연'이라는 것을 가장해서 모두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야기처럼 하나의 작품이라는 느낌은 덜했고, 오히려 옴니버스라는 구성 특유의 맛은 조금 덜해진 감이 없지 않았다. 이 작품은 이냐리투의 그것처럼 각기 다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조우를 시도하고 있는데, 크게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거나 시너지 효과를 내진 못한 듯 하다(오히려 몇몇 관객들에게는 혼란을 심어 주기도 한듯;;). 만약 이 작품을 보러오면서 일반적인 기승전결을 기대했다면 아마도 '이게 뭐야'할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아무리 한 작품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해도 엄연히 옴니버스 영화이고, 각개의 이야기가 스스로 서면서 큰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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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화면을 가득채우며 각자의 한정된 공간과 시간을 나누어 쓰며 자신 만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점,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는 이 작품을 보러 올 때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예전 <사랑해, 파리>의 경우도 그랬지만 일단은 에피소드 마다 등장하는 익숙한 얼굴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레이첼 빌슨은 <점퍼>에 이어 또 한번 함께 연기하게 된 점이 흥미로웠고, 아무리 다른 영화들을 보아도(심지어 그 가운데에는 <미드 나잇 미드 트레인>이 있었음에도) 아직까지는 미드 <앨리어스>의 그 남자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래들리 쿠퍼를 비롯해, 전작에 이은 출연과 동시에 이번에는 연출까지 맡은 나탈리 포트먼과 지저분해 질 수록 조니 뎁을 닮아가는 올랜드 블룸, 그리고 오랜만에 한 장면만으로 자신의 매력을 완전 발산한 크리스티나 리치도 빼놓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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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단 호크가 이런 역할 맡은지가 언제인지 잘 기억도 나질 않는데, 주름은 여전하지만 오랜만에 활발한 캐릭터로 등장한 그의 모습이 오랜 팬으로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얼굴에 주름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오는 에단 호크와 자신이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보여준 로빈 라이트 펜, 역시 캐릭터와 멋진 조화를 이룬 매기 큐도 반가웠다. 제임스 칸과 앤디 가르시아, 존 허트, 엘리 웰라치, 크리스 쿠퍼, 버트 영 등 노련한 연기자들의 깊은 연기를 만나볼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거리이며, <스타트랙>에서 반짝 했던 안톤 옐친의 경우 그 만의 귀여움을 드디어 제대로 보여준 듯 하다. 그리고 점점 나이들 수록 공리를 닮아가는 듯한 서기의 모습도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고, 점점 <트랜스포머>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샤이아 라보프와 줄리 크리스티의 연기 호흡도 정말 멋졌다. 줄리 크리스티의 경우 몇해 전 개봉했던 <어웨이 프롬 허>에 이어 그래도 익숙한 편이었는데, 역시나 줄리 크리스티는 줄리 크리스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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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크리스티와 샤이아 라보프가 연기한 에피소드는 따로 장편으로 만들어져도 기대할 만 하겠다. 무엇보다 줄리 크리스티를 만난 반가움, 그리고 샤이아를 재발견한 놀라움을 얻을 수 있었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세자르 카푸르 감독이 연출하고 줄리 크리스티와 샤이아 라보프가 출연한 순간이었다. 일단 샤이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예전 <이글 아이>를 리뷰하면서 점점 그에게서 <트랜스포머>를 벗어난 성인 연기자의 연기가 엿보인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좀 더 이런 생각을 굳건히 하게 될 정도로 깊은 내면연기를 선보였다. 샤이아의 조용한 눈빛을 크로즈업 했을 때 이런 감흥을 느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고, 캐릭터를 위한 독특한 억양들의 메쏘드 연기는 재쳐두더라도 이런 깊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더군다나 상대역은 줄리 크리스티가 아니었는가!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이야기는 <뉴욕, 아이 러브 유>라는 작품에서 완전히 떨어져 있는 듯 보이기도 했는데, (스포일러가 될까 말할 순 없지만)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훨씬 무거운 이야기와 절제된 표현들, 그리고 이야기를 보태려 삽입된 수많은 영화적 장치들로 인해 특별히 인상이 깊은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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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랑해, 파리>가 그랬듯이 전체적으로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리와 뉴욕의 분위기가 같을 수 없기에 이야기의 느낌은 사뭇 다르지만, 이끌어가는 방식은 같다. 어떤 이야기는 뉴욕의 지명과 장소들을 직접적으로 이야기에 등장시키며 멋진 홍보영화에 가까운 구성을 갖고 있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뉴욕을 사는 사람들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통해 '뉴욕은 이런 곳이에요'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말하는 화자로는 귀여운 어린 소녀부터 종교적으로 다른 남녀와 이곳에서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 그리고 죽음과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등 여러 입장을 통해 다양하게 펼쳐진다.

이야기 자체는 <사랑해, 파리>에 비해 신선한 맛이 떨어지고 감독 개개인의 장기들이 덜 부각되기는 했지만, 이런 측면보다는 익숙한 배우들 혹은 오랜만에 만나는 배우들의 아기자기한 순간의 연기, 그리고 대화의 스킬이랄까? 주고 받는 짧은 호흡에서 오는 영화적 쾌감에 포인트를 둔다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순간의 모음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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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시 이 작품은 엔딩 크래딧을 평소보다 더욱 주목해서 보게 되더군요.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어떤 감독의 작품인지 여기서야 뒤 늦게 확인할 수 있거든요. 이와이 슌지의 이름이 등장했을 땐 '역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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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와이 슌지 작품의 올랜도 블룸도 잘 어울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극중 올랜드 블룸의 직업이 영화음악가 인데, 작업하고 있는 작품이 다름 아닌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인 <게드전기>였다는 점이었죠. 혼자서 알아보고 큭큭 거렸네요; 방안에 <데쓰 노트> 애니메이션 포스터도 붙어있고, 누가 이와이 슌지 작품 아니랄까봐 일본 작품의 소품들이 여러군데서 발견되더군요.

3. 본래는 스칼렛 요한슨이 연출한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하는데 빠지게 되어 아쉽네요. 제작자의 말로는 흑백으로 제작된 것도 있고 전체적으로 조화가 맞지 않아 최종적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하네요.

4.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프로젝트의 다음 작품은 <사랑해, 상하이>입니다.

5. 이 작품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안소니 밍겔라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안소니 밍겔라 역시 이 프로젝트 중 하나의 에피소드를 직접 쓰기도 했죠.

6. 엔딩 크래딧 맨마지막에 스페셜 땡큐를 지나 퍼스널 땡큐에서 'Park Chan Wook'이라는 이름을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박찬욱 감독이 맞는걸까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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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SF의 옷을 입은 정치적 메시지 영화


이미 영화팬들 사이에선 올해 최고의 화제작 혹은 그냥 '올해 최고작'으로 꼽히고 있는 닐 브롬캠프 감독의 장편 데뷔작 <디스트릭트 9>은, 이미 예전 글을 통해 소개했던 것처럼 시사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도, 북미보다 늦은 국내 개봉일을 그냥 손놓고 기다리기엔 너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보고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시사회를 통해 먼저 감상했던 <디스트릭트 9>은 그 엄청난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과연 올해의 발견이라 부를 만한 멋진 영화였고, 시사회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 바로 정식 개봉을 하면 반드시 재관람을 하리라 마음먹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극장을 찾아 <디스트릭트 9>을 재영접 하는 것이었고, 이제는 시사회 감상 때와는 다르게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기를 한 번 써볼 수 있게 되었네요.


(이후 부터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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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의 주제가 '동성애'가 아니고 '사랑' 이듯이, 사실 따지고보면 외계인을 다룬 대부분의 SF영화들, 흔히 공상과학 영화로 불리우는 장르 영화들은 정작 '외계인'이나 미지의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이에 빗대어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이 작품 <디스트릭트 9> 역시 인간 사회 그리고 현재 정치적인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더 리얼하게 얘기하자면 이 작품은 빗대어 이야기한다기보다는 굉장히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해요.

<디스트릭트 9>은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Fake Documentary)의 구조로 감싸고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터뷰들과 극중 카메라맨이 촬영한 것으로 설정된 핸드 헬드 방식의 촬영 영상은 이런 메시지 적인 측면을 더 강화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죠. 인터뷰로 이뤄진 다큐멘터리 형식과 영화의 내용을 볼 때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2006년작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주인공인 '비커스'의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외에 각계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찬찬히 들어보자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나 내용들이 제법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외계인이라는 사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우주선이 떠있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그들의 인터뷰는 그냥 강대국들의 군사적인 횡포에 의해 핍박 받는 약소국 국민들의 이야기로 봐도 그대로 치환될 만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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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는 여러 장르 영화들의 설정과 장면들을 엿볼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서 다큐멘터리 형식과 포로 수용소를 다룬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면, '디스트릭트 9'을 상공에서 바라본 컷이라던가 그 위를 헬기들이 나는 장면, 그리고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배경음악들은 리들리 스캇의 <블랙호크다운>을 그대로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블랙호크다운>과의 접점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요하네스버그라는 제 3국 성격의 장소적 배경, 이 3국에서 벌어지는 강대국 (미국 = MNU)의 군사작전, 이 외부 세력 외에 내부에 존재하는 토착 무장 세력,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텍스트로 후기를 전하는 방식까지. 비커스가 MNU에게 잡혀 실험을 당하고 탈출하는 장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연상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블랙호크다운>이 계속 겹쳐보이더라구요. 물론 메시지 측면에서는 방향성이 많이 다르지만요.

일단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를 더하고 있는 영화적 장치들을 더 살펴보자면, 영화 속 이야기를 담아내는 뉴스 형식의 영상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디스트릭트 9>은 MNU가 강제 퇴거를 하기 위해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이나 나중에 비커스를 잡기 위해 역시 작전하는 장면을 뉴스 보도 방식으로 전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가깝게는 미국의 아프칸 침공 그리고 멀게는 역시 미국의 걸프전을 보도한 CNN의 뉴스 보도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디스트릭트 9>이 정말 건드리려는 건 이걸로 미국의 전쟁들을 연상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러기에 이 방식은 비슷한 장르에서 너무 많이 사용된 방식이기도 하죠;),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고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심리를 묘하게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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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을 건드리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는 주인공 비커스를 그리는 방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얼핏보면 그저 주변에서도 변변한 대접받지 못하고, 다들 겉으로는 뭐라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쯧쯧'하며 혀를 차곤 하는 부족한 캐릭터가 사건을 겪으면서 강해지고, 자신의 이런 억눌렸던 처지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과연 그렇기만 한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측면도 있지만, 비커스가 프런들을 대하는 방식은 또 다르거든요. 그는 한 편에서는 조롱을 당하는 신세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마음껏 무시할 수 있는 프런들에게는 친절한 듯 하면서도 은연중에 무시하려드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강제 퇴거를 받아내는 장면에서 이런 뉘앙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영화는 후반부 자신의 팔을 고치기 위해 크리스토퍼를 공격하거나 그 뒤에 다시 한번 기회가 있을 때 그냥 버리고 혼자 도망가는 장면에서 다시 한번 이런 뉘앙스를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렇게 불완전한 주인공을 등장시켰음에도, 비커스라는 인물에게 100%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사실 메시지야 어찌되었든 SF/액션을 그린 영화에서 주인공의 정서에 완벽하게 공감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디스트릭트 9>의 후반부 액션 시퀀스가 손에 땀을 쥐었던 것은 단순히 액션 구성과 외계인 무기들이 선사하는 그 가공할 만한 장면들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주인공의 분노와 정서가 액션에 완전히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이었거든요. 후반부 외계인 무기를 직접 움직이며 힘을 얻게 된 비커스는 공격을 받을 때마다 연신 'fuck'을 내뱉으며 뜻대로 되지 않음에 짜증과 화를 내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커스의 행동에 공감이 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뭐랄까 비커스라는 캐릭터를 주인공 임에도 완전히 객관적으로도 볼 수 있게 했다가, 또 다시 완전히 동화되도록 만든 닐 브롬캠프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랄까요. 비커스가 크리스토퍼에게 잘못을 범할 때는 '에이, 저러면 안되지'했다가도, 나중에 비커스가 '으.....윽'하는 기합을 넣어가며 용병인 '쿠버스'를 상대할 땐 너무나도 공감대가 느껴졌으니까요.

비커스가 불완전한 캐릭터라는 점은 다른 측면에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자신이 살기 위해 크리스토퍼를 공격하고 홀로 도망치려 했던 비커스가 최종적으로 희생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사실상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즉 더이상 프런으로 변이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나서의 행동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희생'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죠. 외계인으로 변이하지 않더라도 크리스토퍼를 돕고 MNU를 비롯한 인간들의 잘못된 행동을 문제삼았다면 좋았겠지만, 비커스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사실상 외계인으로서 행한 행동들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얻기 어려운 것이고, 이것이 영화가 은근히 다루고 있는 메시지로 느껴졌습니다. 뭐랄까 우리도 뉴스를 통해 미국이 이라크 침공, 기아로 죽어가는 제3세계 아이들, 내전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지만 내 얘기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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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메시지 측면으로 돌아와 이야기해보자면, 조금이나마 정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영화 속 프런들이 모습들에서 어렵지 않게 흑인들 혹은 유색인종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남아공의 현실이나 나이지리아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더라도 영화가 묘사하는 장면만으로 어렵지 않게 서구사회의 가학적 폭력에 대해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퇴거 명령을 합법적으로 진행해야 됨에도 힘이 없다는 이유로 (영화 속에서는 멍청하다는 이유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행동이나, 극중 인터뷰에서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MNU라는 군수회사가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관심있는건 외계인의 무기와 이를 둘러싼 잇권이라는 묘사는, 누가봐도 아프리카의 기아나 중동의 평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들의 자원과 석유에만 관심있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 묘사라고 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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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픈 얘기를 주욱 늘어놓았지만 <디스트릭트 9>은 단순 SF/액션 영화 측면에만 보아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입니다. 후반부 비커스가 각성 아니 기회를 얻어 폭발하게 되는 액션 시퀀스는 올해의 액션 시퀀스 후보로 손색이 없을 만큼, 영상이나 액션 구성 장면 연출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고 흥분되는 장면이었고, 외계인 무기라는 걸 확 실감시켜 줄만한 무기 사용 장면들 역시 '아, 내가 지금 이런 SF영화를 보고 있구나'라는걸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구요.

여튼 또 봤지만, 또 보고 싶은 영화 <디스트릭트 9> 이었습니다.


1. 지난번에 시사회보고 스포없이 쓴 리뷰는 아래 주소를 클릭해주세요~
http://www.realfolkblues.co.kr/1084

2. 다시 봐도 '3년 뒤에 꼭 올게' 이 대사는 왠지 웃기더라구요. 힘빠지기도 하고 말이죠;
3. 과연 크리스토퍼는 3년 뒤에 다시 올까요. 근데 기대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궁금증으로 그냥 남겨두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어요. 속편으로 꼭 확인시켜 주기 보다는요.
4. 퇴화한 외계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그들의 이야기를 더 해보고도 싶었는데 말이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riStar Pictures에 있습니다.







호우시절 (2009)
그 아름답고, 다웠던 한 때


이 작품 <호우시절> 때문에 기억을 더듬어 보았더니, 특별히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허진호 감독의 장편들은 한 작품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타 장르에 비해 로맨스 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는 내 인생의 영화 중 한 작품일 정도로 좋아했던 작품이라 VHS테잎으로도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허진호 감독이기는 하지만 그의 전작들이 모두 내 취향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봄날은 간다>는 여전히 좋았지만 <외출>은 정말 계속 허진호 영화를 기대해야 할까 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었고, <행복> 역시 크게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던 작품이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의 2009년 신작 <호우시절>은 또 한 번 가슴 설레게 하는 작품이었다. 영화에 대한 정보라고는 출연배우와 포스터 이미지가 고작이었지만, <호우시절>에게 기대한 것이 분명 <8월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것은 애초부터 아니었던 것 같다. 뭐랄까 그냥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약간의 먹먹함과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갈 만한 미소 정도랄까. 이런 기대를 하고 있던 나에게 <호우시절>은 딱 어울릴 만한 영화였다.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괜찮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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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국에서 함께 유학생활을 했던 남자주인공 '동하(정우성)'과 '메이(고원원)'이 우연히 중국에서 오랜 만에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두 남녀의 이야기는 그리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아마도 한 때 사귀었던 것 같고, 오랜만에 만난 지금에도 서로에게 감정이 남아있는 듯한 정도. 이후에도 영화는 이 둘의 관계에 대해 아주 조금씩 풀어놓지만, 확실히 이 영화에서 이 둘의 과거와 현재 자체가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닌듯 하다. 좀 더 본격적이고 신파에 가까운 로맨스였다면 더 많은 사건을 만들어서 극적인 효과를 끌어내려고 했겠지만,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은 분명 이런 것과는 지향점이 다른 영화라고 하겠다. 고원원이 연기한 메이 라는 캐릭터에 비하인드 스토리는 영화 초중반부터 후반부를 위해 조금씩 그 의도를 드러내기는 하지만, 이 사건이 결정적이거나 영화에 큰 영향은 주지 않는 듯 하다(적어도 나에게는;; 만약 이 것으로 무언가 극적인 효과를 내려한 것이었다면 이 영화는 정말 심심한 영화가 된다).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해보자면, 영화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쓰촨성이라는 특수성은 역시나 줄거리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꼭 필요하지 않은 에피소드 들도 여럿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김상호가 연기한 동하 회사의 지부장 역할은 이야기 구조로만 보았을 때는 없어도 되는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물론 의미심장한 대사 한마디를 하긴 하지만;), 아마도 이 캐릭터와 부수적인 장면들은 줄거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영화의 리듬과 전체적인 '분위기'를 위해 배치된 것으로 생각된다. <호우시절>은 굉장히 이미지가 주를 이루는 영화인데, 마치 두보 사원이 있는 중국 쓰촨성에 관한 대형 홍보 영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시원시원한 외모의 정우성과 고원원이 더해져서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지고 편안해지는 영상과 이미지가 가득하다. 좀 오버해서 얘기하자면 영화에 내용은 다 재쳐두더라도 그 편안하고 감성적인 영상들 만으로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영화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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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 작품이 그냥 허진호 감독의 쉬어가는 작품이냐고 물을 수도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호우시절>은 화법을 달리 했을 뿐이지 허진호 감독이 계속 추구해왔던 로맨스에 대한 미묘한 감정들과 삶과 죽음의 테마가 여전히 공존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미묘한 감정들에 대해 많은 대화와 사건들로 풀어가는 방식도 좋지만, 이 작품처럼 단편 적인 대화들과 절제된 표현 그리고 이를 이미지로 감싸는 방식이 영화의 주제가 되는 '그 아름다운 한 때'를 표현하는데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영화의 조명과 촬영이었는데, 의도적으로 피사체를 잡을 때 아웃 포커싱을 강하게 한다거나 혹은 인물과 인물 사이에 포커싱을 강하게 대비시키는 방식도 인상적이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자연광을 잘 살려낸 조명도 참 인상적이었다(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햇살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조명과 장면이었다).

여기에는 음악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좋기는 하지만 조금 과잉된 측면도 없지 않아 느껴졌다. 워낙에 기본적으로 이미지 자체가 가득한 영화이다보니 음악은 좀 더 절제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조금 과해지면서 전체적으로 거대한 뮤직비디오 같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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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처음에 이야기했던 것 처럼,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가벼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영화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만큼 가슴이 저리지 않고 <봄날은 간다>만큼 치열하진 않지만, 왠지 모를 미소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던 허진호 감독의 또 다른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1. 영화 대사의 90% 이상이 영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 정우성도 정우성이지만 고원원의 자태는 참 아름답더군요. 제가 봤을 땐 분명 몇몇 컷은 그녀의 아름다운 목선을 인지하고 있었어요.
3. 조명이 인상적이라 크래딧에서 특별히 챙겨보았는데, 모두 중국 스텝들이더군요.
4.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중국에 있는 영화 속 두보초당에 가고 싶어질 듯 하네요. 이들과 같은 기럭지는 없지만 가서 대나무 숲 속에서 두보의 시 한편 읽어보고 싶네요.
5. 엔딩 크래딧 말미에 영화 속 두보의 시 한 구절이 그대로 담겨있는데, 마치 쓰촨성 지진을 미리 알고 위로하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아려오더군요.



6. 영등포 CGV 스타리움관에서의 첫 관람이 어찌하다보니 로맨스 물인 <호우시절>이 되었는데, 확실히 대형화면에 특화된 영화는 아니라 그 인상이 덜했을지는 모르나, 그 크기만큼은 정말 어마어마 하더군요. 그 어떤 사람이든 극장 문을 들어올 때 다들 '와'하고 들어오시더라구요 ㅎ 나무로 된 의자의 팔걸이도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앞으로 좀 더 어울리는 장르가 상영할 때 다시 봐야할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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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Bella, 2006)
가족이라는 치유의 이름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 감독의 2006년작 <벨라>를 보기로 마음 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상적인 국내 개봉 포스터 때문이었다. 타국의 포스터들보다 어찌보면 좀 더 종교적이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파란 하늘과 백사장을 배경으로 아이와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포스터는, 무언가 보고 싶게끔 만드는 매력을 한껏 담고 있는 듯 했다. 또 하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이유를 들자면 '알레한드로'라는 감독의 이름 때문이랄까. '알레한드로'라는 이름은 왠지 모르게 보고 싶게 하는 요상한 이름이다 ;;; 그렇게 보게된 <벨라>는 가족과 치유에 관한 진부하리만큼 '착한'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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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말 착한 영화다. 그리고 이런 '치유'에 관한 영화들을 여럿 보아왔던 이들이라면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는 이야기로 주인공들의 결핍과 상처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더 큰 사랑으로 치유되어 진다. 남자 주인공 호세와 여자 주인공 니나는 각각 견디기 힘든 삶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데, 이런 두 사람이 짧게 나마 함께 하는 여정은 먼 바닷가, 외딴 곳이 아니라 호세의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이어진다. 호세는 니나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여 자신의 상처를 오히려 돌보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되고, 니나는 호세와 그의 가족을 통해 결국 자신의 상처는 가족으로 감싸안아야 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짧은 이야기에는 인물들의 상처와 살아온 이야기를 유추해볼 수 있는 몇가지 소스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는 이런 스토리텔링보다는 메시지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크게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배경으로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에는 이러다할 사건이 없다. 두 주인공이 상처를 갖게 된 것은 영화 속 시점에서 수년 전 과거의 일이며, 그렇다고 이 상처가 갑작스런 어떤 우연한 사고로 인해 봉합되는 것 역시 아니다. 그저 두 주인공은 항상 곁에 있던 것들로부터 뒤늦게 (혹은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각성하게 되는 것 뿐이며, 그 과정 역시 전혀 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 <벨라>의 미덕은 바로 이런 자연스러움에 있다. 서로 소리지르며 다투었지만 바로 다음 날 서로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서로의 옆을 쿡쿡 찌르는 것 만으로도 화해랄것도 없는 화해를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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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더 들려주고 안겨줄 것만 같았었기에 조금은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가족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만 <벨라>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확실히 추천할 만한 요소는 부족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알레한드로 고메즈 몬테베르드 감독은 메시지를 간결한 대사와 이미지로 전달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인상적인 수록곡들도 크게 한 몫하고 있다. 두 주인공의 모습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떠오르기도 했다. 추석이라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명절에 보기에 적당한 가족 영화였던 것 같다.


1. 남자 주인공은 짐 카비젤을 여자 주인공은 노라 존스를 닮았더군요 ;;
2. 사운드 트랙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내 출시는 아마도 어렵겠지만 말이죠. 유명한 곡인 'Cucurrucucu Paloma' 역시 Jon Secada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구요.
3. 수입사에서 자막에 많은 신경을 쓴 듯 하더군요. 영어 자막으로는 제공되지 않는 지명이나 상품의 이름 등을 자막으로 지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빈 게이를 듣고 싶다'를 '블루스를 듣고 싶다'로 번역한 건 걍 '마빈 게이'로 하는 편이 더 나았겠다 싶었구요.
4. 전체관람가로 전혀 문제가 없긴 하지만, 사실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는 아닌데 휴일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분들이 많아 아이들이 많이 지루해하더라구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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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로게이트 (Surrogates, 2009)
브루스 윌리스도 못살린 심심한 SF

반신반의하며 <써로게이트>를 보게 된 첫 번째 이유는 그래도 '브루스 윌리스'인데 하는 것과, <터미네이터 3>를 연출한 조나단 모스토우의 SF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라 할 수 있겠는데, 많은 이들이 혹평을 퍼부으며 시리즈 최악의 작품으로 꼽히곤 하는 <터미네이터 3>의 엔딩을 나름 좋아하는 편이라 조나단 모스토우라서 크게 불안한 점은 없었다(불안한 점이 없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러 갈 때 조나단 모스토우에게 알렉스 프로야스 급을 기대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그 만큼 기대치를 낮췄다는 얘긴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써로게이트>는 이렇다할 새로울 것도 없고 임팩트가 부족하여 88분 밖에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도 길게만 느껴졌던 그럭저럭 SF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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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써로게이트'의 존재와 정확히 같은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새로운 설정이라고 보긴 어려운, SF영화팬들이라면 제법 익숙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공각기동대>의 '전뇌'를  연상시키는 설정인데, 로봇도 아니고 인조인간도 아니고 마네킹에 가까운 로봇의 기체(혹은 인체)를 주인인 인간이 방안에 누워 분신처럼 조종하는, 아니 조종을 넘어서서 이 '써로게이트'가 곧 그 사람이 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설정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더라도 분명 흥미로운 설정인 것도 사실인데, 조나단 모스토우는 정말 웃음기를 싹뺀 (단 한 장면도 웃음을 유도한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 SF 암울 스릴러를 만들려고 했으나, 스릴러 다운 긴장감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긴박감은 많이 부족했고, 브루스 윌리스 역시 액션도 약하고 추리도 약한 심심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우울한 SF를 좋아하는터라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기본 줄거리를 파악한 뒤에는 조금 기대를 하기도 했었는데, 몇몇 설정들은 조금 유아스러움마저 느껴졌다. 특히 써로게이트를 반대하는 인간들의 무리를 이끄는 예언자(빙 라메즈) 캐릭터 묘사의 경우, 너무 원초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의 모습이라 아쉬웠는데 흑인에 레게머리, 커다란 목걸이 등의 묘사는 차라리 그냥 양복 입은 회사원으로 설정하는 것보다도 수준 낮은 캐릭터 설정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의 몰입도가 부족하다면 캐릭터라도 살아나야 하는데, 아무리 브루스 윌리스가 찰랑찰랑 머리를 날리며 연기해도 뭐 이렇다할 만한 인상을 주기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다. 브루스 윌리스 출연작들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재미를 주는 경우와 기대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이미지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써로게이트>는 전자라 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브루스 윌리스'가 보일 뿐이지 극 중 캐릭터인 '그리어'는 이름도 기억 못할 정도로 거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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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몇몇 장면에서는 여기서 이렇게 했으면 더 좋겠다 라고 생각되는 설정들이 많았었는데,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할 망정 그마저도 보여주지 않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쉬웠다(이 영화는 분명 더 좋아질 만한 여지가 있다. 알렉스 프로야스가 맡았다면 좀 더 좋았을 듯 한데 아쉽다). 아예 SF액션으로 가서 <아이, 로봇>처럼 브루스 윌리스 형님이 써로게이트들과 벌이는 화끈한 액션을 선보였다거나, 아니면 더 우울한 SF스릴러로 가서 <12 몽키스>같은 분위기를 냈다면 좋았을 텐데 그 중간 지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영화의 모습이 너무 역력하게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매번 영화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거지만,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바에야 욕을 시원하게 먹더라도 화끈하게 갈 때까지 가보는 영화들이 훨씬 더 나을 듯 싶다.


1. 제임스 크롬웰은 <아이, 로봇>에 이어 또 '**의 아버지'로 등장하는군요. <써로게이트>에서의 컨셉은 '병주고 약주고' 같더군요 ^^;
2. 왜 저는 여자주인공을 맡은 라다 미첼을 보면서 계속 '나타냐'라는 이름이 떠올랐던 걸까요 -_-;;
3. 그렇게 과학이 첨단으로 발달한 세계인데도, 다들 써로게이트로 활동해서인지 아무리 차 사고가 나도, 그 어떤 좋은 차도 에어백 한 번 터지는 차가 없더군요.
4. 국내에는 브루스 윌리스 = SF = 액션 = 추석대작 등으로 홍보한 듯 한데, 거의 액션이 없습니다. 액션 영화는 분명 아니에요.
5. 영등포 타임스퀘어 THX인증관에서 관람하였는데 THX 트레일러는 역시나 감동이었습니다. 예전 명보극장에서 보고 몇 년만에 보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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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상영전 예고편으로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예고편을 볼 수 있었는데 온 몸에 소름돋았습니다 ㅠㅠ
7. 혹시 10월2일 영등포 CGV THX관에서 보신 분 계신가요. 화질이 너무 안좋더군요. 처음에는 의도적인 화질인가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끝까지 않좋은 화질이더군요. 분명 프린트나 상영에 문제인 것 같은데, 뭐랄까 마치 디빅 파일을 HDTV에서 TV아웃으로 보는듯한 화질이었습니다. 자막도 예전 느낌 물씬나는 흐릿한 느낌이었고, 전체적으로 뿌옇고 너무 좋지 않은 화질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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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되면 극장을 찾아 보고 싶던 영화를 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가끔씩 TV에서 방영해주는 특선 영화들이 더욱 반가울 때가 있는데, 이번 추석 역시 많지는 않지만 몇 작품 다시 보고 싶은 작품들이 있어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연휴가 주말과 겹친터라 평소 명절 때보다는 라인업이 많이 줄고 눈에 확 띄는 작품들의 수도 적긴 하지만, 몇몇 작품은 이미 극장에서 보신 분들은 물론 아직 감상 전이신 분들께는 꼭 추천하고픈 작품들이 안방극장을 통해 방영될 예정입니다. IPTV가 많이 보급된 탓에 예전 같이 메가톤급 신작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며, 언제부턴가 명절에도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진 성룡 형님의 영화가 이번 추석 역시 보이지 않는 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운 점이네요.

10월 1일 (목)
좋지 아니한가  00:35 (KBS2)
쏜다  00:25(MBC)

나는 전설이다 - 22:00 (OCN)
매트릭스 2 - 02 :00 (OCN)
궁녀 - 11:00 (CGV)
영화는 영화다 - 00:00 (CGV)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하루 전날 밤인 오늘 밤, 공중파에서는 두 작품을 방영하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역시 <좋지 아니한가>입니다. 제목 만큼이나 독특한 감성의 작품이며, 최근 드라마 '스타일'에서 엣지있는(아..이말 제일 싫어하는데 -_-;;) 캐릭터로 등장하는 김혜수의 전혀 상반되는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으며, 황보라, 천호진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독특한 시트콤들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아마 좋아하실 것 같아요.


10월 2일 (금)

사랑하니깐 괜찮아 - 02:00 (KBS1)
올드미스 다이어리 - 극장판 00:00(KBS2)
최강 로맨스 - 00:50 (MBC)
브루스 올 마이티 - 24:10 (EBS)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13:00 (OCN)
트럭 - 00:00 (OCN)
아이스 에이지 2 - 09:00(CGV)
미션 임파서블 3 - 17:20 (CGV)

2009 서태지 ETP 페스티벌 - 24:35 (SBS)

TV 무비 선덕여왕 - 21:55 (MBC)

사실 둘 째날 방영작 가운데 개인적으로 적극 추천할 만한 작품은 없네요;; 아, 짐 캐리 주연의 <브루스 올 마이티>를 아직 못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짐 캐리 영화는 어쨋든 기대하는 바가 분명하니까요 ^^;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해리포터와 미션 임파서블은 첫 방영이 아니기에 큰 의미가 없을 듯 하구요. 개인적으로는 밤 늦은 시간에 SBS에서 방영하는 '2009 서태지 ETP 페스티벌'과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 '선덕여왕 특별판'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서태지의 팬분들과 선덕여왕 애청자 분들께서는 놓칠 수 없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10월 3일 (토)
울학교 이티 - 22:15 (KBS2)
적벽대전 1 - 11:10 (MBC)
바르게 살자 - 00:30 (SBS)
마강호텔 - 01:45 (MBC)
주만지 - 10:00 (EBS)
와호장룡 - 23:00 (EBS)

판타스틱 4 - 11:00 (OCN)
캐리비안의 해적 3 - 02:30 (OCN)
프리즌 브레이크 4 - 10:00~ (슈퍼액션)
스파이더맨 3 - 10:00 (CGV)
다이하드 4.0 - 14:40 (CGV)


이번 추석 연휴 방영작 중에 그대로 눈길이 가는 작품은 바로 <적벽대전 1,2>라고 할 수 있을텐데, 최근 블루레이로 출시되기도 했던 이 작품을 제법 빠르게 안방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군요. HD로 볼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됩니다! <울학교 이티>는 개봉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과속 스캔들>이후 박보영의 출연작으로 오히려 뒤늦게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 보영양의 팬들께서는 아마도 주목하지 않으실까 생각됩니다 ^^; <와호장룡>도 블루레이 구입을 아직 못한 상태인데, 이번에 HD로 방영해준다면 꼭 보고 싶네요(와호장룡과 경쟁해야겠군요!)


10월 4일 (일)

테이큰 - 23:45 (KBS2)
적벽대전 2 - 22:35 (MBC)
워낭소리 - 23:10 (SBS)
즐거운 인생 - 24:40 (
SBS)
마스크 오브 조로 - 22:50 (
EBS)

본얼티메이텀 - 15:20 (OCN)
미인도 - 22:00 (OCN)
히어로즈 시즌 3 - 10:00~(슈퍼액션)
공공의 적 2 - 12:00 (CGV)
인사동 스캔들 - 14:40 (CGV)
아포칼립토 - 22:00 (CGV)


연휴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가장 많이 기대작이 몰린 것 같습니다. 이번 추석연휴 공중파 방영작 가운데 가장 추천할 만한 액션영화인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과 독립영화의 붐을 이끌었던 <워낭소리>가 각각 방영될 예정입니다. <워낭소리>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보시게 될 것 같구요, <테이큰>같은 경우도 극장에서 재미있게 관람했던 분들은 물론, 아깝게 관람하지 못했던 분들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이번 추석 연휴 단 한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테이큰>입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
Inglourious Basterds, 2009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브래드 피트, 멜라니 로랑, 크리스토프 왈츠, 다이앤 크루거, 틸 슈바이거, 다니엘 브륄

타란티노가 만든 2차 세계대전 영화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 (국내 개봉제목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가 10월 29일 개봉될 예정입니다. 타란티노가 2차 세계대전 영화를 만든 다는 소식, 그리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기대를 가졌던 영화였는데, 미국 개봉당시 평론가들의 평들을 살펴보니 이거 호평도 이런 호평들이 없군요! '<펄프 픽션>이후 타란티노 최고의 작품'이라던가 '2009년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까지 호평들 뿐이군요. 굳이 하나 호평아닌 것을 골라본 것이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뉠 수 있지만 진정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거부하기 힘들 것'일 정도네요. 생각보다 폭력적이고 거친 영화일 듯도 싶은데 그것보다는 2차 세계대전과 타란티노의 접점이 더욱 기대됩니다. 약 한 달 정도 꼬박 기다리면 확인할 수 있겠네요.





나인
Nine, 2009

감독 : 롭 마샬
출연 : 다니엘 데이-루이스, 마리온 꼬띨라르, 페넬로페 크루즈, 니콜 키드먼, 주디 덴치, 케이트 허드슨, 소피아 로렌, 스테이시 퍼거슨(퍼기)

저 출연진을 보고도 이 작품을 기대하지 않는 영화팬이 있을까요? 전 아마 저 중에 아무나 둘 만 나와도 기대했을 듯 합니다(퍼기는 아직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우선 반가운 점은 이 영화가 바로 뮤지컬 영화라는 점이죠! <시카고>를 연출했던 롭 마샬 감독이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꺼내놓은 뮤지컬 카드인데, <시카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여성들이 위주가 되는 드라마인것 같습니다. 배우진은 화려하지만 저 중에서 블랙 아이드 피스 출신인 스테이시 퍼거슨을 제외하면 노래 실력이 검증된 배우는 거의 없다는 점도 이 영화를 기대 혹은 걱정하게 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참고로 <라비 앙 로즈>의 마리온 꼬띨라르와 <귀향>의 페넬로페 크루즈 모두 립싱크였죠. 이 정도 립싱크는 경지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마도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노래도 무섭도록 잘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무섭도록요 ㅎ). 여튼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몹시도 흥분되는 영화 <나인>이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 상영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네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2009

감독 : 스파이크 존즈
출연 : 맥스 레커즈, 캐서린 키너, 마크 러팔로, 포레스트 휘태커, 제임스 겐돌피니

개봉 전부터 보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귀엽고 신비스런 포스터와 스틸컷들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스파이크 존즈는 예전부터 bjork, R.E.M등의 뮤직비디오로 인기를 끌었으며, <어댑테이션> <존 말코비치 되기>등 인상적인 영화들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한데, 이번 작품 역시 얼핏봐도 범상치 않은 작품인듯 합니다. 이 작품은 모리스 샌닥이 1963년에 출간한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 역시 당시에는 파격적인 (일반적인 동화에 비해서)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네요. 전작들에서 알 수 있듯이 '상상력'하나 만큼은 기발한 작가인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을 맡았음으로, 동화 속 이미지가 어떻게 스크린에 투영될지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북미에서는 아이맥스 포맷으로 개봉을 하였는데, 국내에는 아직 구체적인 개봉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더 로드
The Road, 2009

감독 : 존 힐코트
출연 : 비고 모텐슨,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로버트 듀발

원작이 된 퓰리처상 수상한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는 워낙에 유명해서 사실 책이 한 참 인기를 끌 때 쯤 볼까 말까를 엄청나게 고민했었는데, 이 영화 때문에 끝까지 참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특히나 인기소설인 경우) 영화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만족보다는 아쉬운 점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영화로 먼저 비교대상없이 접하고 싶어서 이날까지 기다렸던 작품입니다. 언제부터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믿음을 주기 시작한 비고 모텐슨(<히달고>는 좀 그랬지만요;; 크로넨버그와 함께한 두 작품은 정말 최고였죠!)도 기대되지만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가이 피어스의 모습과 연기가 더 궁금해지네요. 감독인 존 힐코트는 2005년 가이 피어스와 <프로퍼지션>이라는 영화를 함께 했었는데 하나 뿐인 연출작인 이 영화를 보지 못한 것이 딱 하나의 걱정거리일 것 같네요.





휴먼 팩터
Invictus (The Human Factor, 2009)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모건 프리먼, 맷 데이먼

동림 선생님의 신작입니다! 무엇을 더 형용하겠느냐만은 조금만 이야기해보면, 1994년 남아공에서 있었던 럭비 월드컵 개최를 배경으로 인종갈등을 해결하려는 넬슨 만델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얼핏 시놉시스를 보면 이 영화는 너무도 진부한 소재들로 이루어져있는 듯도 합니다. 인종갈등과 스포츠 영화. 권투 선수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아무도 스포츠 영화로 기억하지 않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처럼, 럭비월드컵 경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마 이 영화도 스포츠 영화는 아닐 듯 싶습니다. 샛 노란 머리의 맷 데이먼이 살짝 어색하기도 한데 이스트우드의 연출 속에 또 한번 멋진 연기를 펼치리라 의심치 않으며, 왠지 넬슨 만델라 역할을 언젠가 했던 것으로 착각마저 드는(했었나요?) 모건 프리먼의 연기도 기대됩니다. 북미 기준으로 12월 11일 개봉예정이며 국내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마도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네요.





살인자들의 섬
Shutter Island, 2009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 벤 킹슬리, 막스 본 시도우, 미쉘 윌리엄스, 잭키 얼 헤일리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함께한 신작 <살인자들의 섬> 역시 기대작입니다(하반기 인줄 알고 넣었는데, 북미개봉 예정일도 내년 2월이네요 -_-;;). 데니스 르헤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서 <디파티드>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 <샤인 어 라이트>를 빼면 약 3~4년만에 만나는 스콜세지의 신작입니다. 전기영화나 리메이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오랜만에 미스테리 스릴러와 드라마로 선보이는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기대되며, 이제는 연기 잘 한다는 칭찬이 거추장스럽기까지한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물론 기대되는 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쉘 윌리엄스의 출연이 몹시도 반갑고, 마크 러팔로도 좋아하는 배우라 기대가 되네요. 국내에도 내년 초에나 만나볼 수 있을 듯 하니 조금 편하게 기다려도 될 것 같네요.





공기인형
空気人形, 2009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배두나, 오다기리 죠

최근 <걸어도 걸어도>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공기인형>도 올 하반기 개봉될 예정입니다. 이번 부산영화제제서 상영될 예정이기도 한데, 아직 정식개봉일은 잡혀있지 않지만 올해 한에 개봉될 수 있기를 일단 기원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도 동림 선생님의 작품처럼 약간 무조건 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네요. 멜로 판타지라는 장르가 자칫하면 상당히 유치하게 흐를 수 있는 위험(?)한 장르인데, 이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이 어떻게 이뤄지질지가 무척이나 기대가 되네요. 거기에다가 배두나와 오다기리 죠가 함께 연기한다고 하니 이 역시도 기대되구요. 배두나의 경우 이미 일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를 통해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독특한 소재의 이번 영화에서도 동년배 여배우들에게는 없는 배두나 만의 독특함이 잘 살아날지 기대해 봅니다.





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 2009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샬롯 갱스부르, 윌렘 데포

올해 칸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 역시, '어쨋든' 기대작입니다. 칸 영화제를 통한 반응은 혹평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라스 폰 트리에야 어차피 극과 극을 오가는 감독이니 호평이든 혹평이든 큰 상관은 없을 듯 하네요. 공개된 포스터나 예고편만 보아도 이 영화가 얼마나 '불편한' 영화일지 조금이나마 예상이 되는데, 알려진바로는 국내 수입사인 마스엔터테인먼트에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을 취소'하는 것으로 수입을 했다고 하네요. 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겠죠. 그런데 이 수입한 버전 역시 오리지널이 아니라 강도가 낮은 클린 버전이라고 합니다. 사실 불편한 영화들도 꾹 참고 잘 보는 편이긴 한데, 이번에 라스 폰 트리에는 또 어떤 이야기와 영상을 가지고 나왔을지 참 기대가 됩니다. 샬롯 갱스부르는 배우로서는 물론 뮤지션으로서도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그래서 더 보기 불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클린 버전이라도 개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라더스
Brothers, 2009

감독 : 짐 쉐리단
출연 :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홀, 나탈리 포트만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연출했던 짐 쉐리단 감독의 신작 <브라더스>도 북미 기준 12월 4일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출연진을 알기 전에 일단 포스터를 보고 끌렸는데, 세 명의 주인공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주네요. 작품은 2005년 선댄스 관객상을 수상했던 수잔 비에르 감독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짐 쉐리단도 쉐리단이지만 각각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었던 젊은 세 배우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가 더욱 기대됩니다. 가벼운 이야기는 아닐 듯 한데, 먹먹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네요.


1. 1부는 급하게 하느라 메인 이미지를 너무 발로 만들어서 이번에는 '두 발'로 만들었습니다!
2. 사실 대충 정리해보았는데 아마 이 영화들 외에도 아직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기대작들이 더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더 기대되구요! (그 사이 벌써 우에노 주리의 신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3. 한국영화는 아예 언급하지도 못했는데(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을 일단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것 까지 감안한다면 남은 3달도 무척이나 바쁜 날들이 될 것 같습니다.


2009년 하반기 극장가 기대작 미리보기 (상) (http://www.realfolkblues.co.kr/1098)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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