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빠른 전개의 소년 그리스 신화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피터 잭슨과 번개도둑’으로 잘못 알고 있는 크리스 콜럼버스의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Percy Jackson & The Lightning Thief)’ (이하 ‘퍼시 잭슨’)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그리스 신화를 21세기의 소년/소녀를 주인공으로 가져온 현대판 성장 판타지이다. 일단 ‘퍼시 잭슨’은 그리스 신화를 현대판으로 가져왔다는 점 때문에 호불호가 나뉘게 되었는데, 익숙한 그리스 신화의 내용과 설정을 21세기의 소년, 소녀의 현대판 이야기로 가져와 핵심적인 내용만 흥미롭게 전달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이들이 있는 한편,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터라 각색의 묘미를 느끼기 어려웠다는 다른 한 편으로 평가가 나뉘기도 했다.





또 하나 ‘퍼시 잭슨’만의 장점이자 단점을 꼽으라면 바로 빠른 - 무척이나 빠른 - 전개를 들 수 있겠다. 단점이라면 너무 빠른 전개 탓에 주인공에 공감할 여지가 부족하고, 각 사건들과 캐릭터들의 인과관계가 깊이 보다는 사실 확인 정도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겠고, 장점이라면 이미 너무 익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굳이 곁가지를 만들기 보다는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스피디한 전개로 어린이를 비롯한 10대 팬들에게 더 어필 할만한 작품이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만약 이 영화를 좀 더 시리즈 물의 성격에 가깝게 연출하려고 했다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만한 구성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 아마 그랬다면 주인공인 퍼시 잭슨이 자신이 ‘데미갓 (신과 인간 사이에서 나은 아이들)’임을 아는 데만 1시간은 할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크리스 콜럼버스는 정말 불필요한 요소들은 다 걷어내고 - 보는 이에 따라 필요한 요소도 조금 덜어내고 - 재미를 위한 요소들만 남긴 무겁지 않은 작품 쪽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처음부터 시리즈를 목표로 기획된 작품이라면, 크리스 콜럼버스라는 믿을 만한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으니 좀 더 차근차근 성장 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더라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원작이 그리스 신화인 것처럼 각 캐릭터마다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맘만 먹는다면야 할 얘기는 무궁무진한 편이고, 이 이야기를 좀 더 성장 영화의 관점으로 풀어낸다면 또 다른 멋진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길은 한 편으론 너무 위험요소가 많고 험난한 여정이 되었을 것이 확실하다. 일단 해리포터의 아류라는 소리를 지금보다도 더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정말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반의 반도 보여주지 못한 채 - 마치 ‘황금 나침반’처럼 - 그저 잊혀져 가는 영화가 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사인 폭스와 감독인 크리스 콜럼버스가 택한 방식은 영화화된 ‘퍼시 잭슨’ 처럼 메두사를 상대하는데 아이팟 터치를 사용하는 등 10대가 즐길 만한 재미있는 전개였고, 개인적으로도 이런 방향성에 동의하는 편이다.





극장에서 ‘퍼시 잭슨’을 보았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기가 막힌 출연진 때문이었는데, 스튜디오와 감독이 과연 어떻게 이런 배우들을 다 불러모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 한 둘이 아니라서 더욱 그랬다 - 주연을 맡은 소년 소녀들은 신인 급이지만 조연을 맡은 성인 배우들의 면면은 그 이름만으로도 믿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제우스 역의 숀 빈을 비롯하여 주인공의 엄마 역할로는 캐서린 키너, 메두사 역의 우마 서먼 그리고 피어스 브로스넌, 로자리오 도슨, 스티브 쿠건, 조 판톨리아노 까지, 마치 인디 영화에서나 만나볼 수 있을 법한 캐스팅은 이것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흥미요소가 되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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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s Quality

화질은 최신작다운 우수한 퀄리티와 더불어 판타지 장르 특유의 화려한 영상미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데미갓 이라는 설정 상의 특징이 있는 캐릭터들을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CG가 실사와 밀접하게 어울리는 장면이 많을 수 밖에는 없었는데, 켄타우르스처럼 하체는 말의 형태를 상체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표현 역시 블루레이로 보아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다. .

(아래의 이미지는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즉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에서 보이지 않는 대상을 상대로 연기하고 있는 장면들의 합성된 완성물을 차세대 화질로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도, 각각이 하나의 장면 속에 있다는 느낌이 덜해지지 않고 있다. 암부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일부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블루레이의 화질의 부족함이라기 보다는 영상 자체의 디테일의 부족함이 느껴지는 부분으로서, 전체적으로 화질은 최신작에 걸 맞는 우수한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레퍼러스에 가까운 우수한 음질을 들려주고 있다. 판타지 영화답게 다양한 효과음들과 액션 장면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는데, 표현함에 있어서도 채널을 휘감는 공간감과 더불어 우퍼 스피커를 강하게 울리는 스코어와 효과음까지 만족할만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대사 전달도 물론 좋았지만 아무래도 액션 씬에서의 사운드가 더 인상적일 수 밖에는 없었는데, 히드라와의 대결 장면의 경우 히드라가 내뿜는 화염과 박진감 넘치는 스코어가 맞물려 극의 긴장도를 한층 더하고 있다. 물론 마지막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액션 시퀀스에서 역시 포세이돈의 아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거대한 물량의 물과 제우스의 번개가 등장하여 사운드 측면에서 역시 정점을 표현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삭제장면’ 에서는 초반 박물관에서 그루버와 관련된 짧은 에피소드와 의료 실에서 깨어날 때 본편과는 다르게 아나베스와 함께 있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고, 아프로디테의 딸들과 노는 그루버의 모습과 퍼시를 추격하는 메두사의 시퀀스 등이 수록되었다.





‘흥미 진진한 신들의 세계
’에서는 제우스, 포세이돈 등 영화 속에서 비중 있게 그려진 신들 외에 아테나, 헬메스 등의 다른 신들에 대해서는 물론, 미노타우르스, 켄타우르스 같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신화 속 캐릭터와 사물들에 대한 부연설명 또한 수록되어 있다. 각 신들을 선택하면 영화 속 장면들을 배경으로 각각의 핵심적인 내용을 설명해주는데, 이 모두 자막 뿐 아니라 우리말 더빙까지 지원된다.




‘당신이 지닌 신의 능력을 찾아라 퀴즈’ 에서는 자신이 ‘데미갓’ 일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성향을 묻는 퀴즈가 진행된다. 각 질문에 따라 답변 내용을 기분을 나타내는 얼굴 표정을 클릭하는 것으로 제출 하게 되는데,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가문에 어울리는지 결과를 각각 알려주게 된다.





‘데미갓 캠프’
에서는 영화 속 액션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몇 달 간 검술을 익혔던 두 주연 배우의 연습 장면 및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전체적인 제작과정에 가까운 내용도 담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제목처럼 기획 측면에서 비중 있게 제작된 ‘데미갓 캠프’에 한정하여 세트나 데미갓 캠프가 갖는 의의 등을 감독, 제작자, 배우의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다.




‘브랜든 T.잭슨의 촬영장 안내’에서는 그로버 역의 ‘브랜든 T.잭슨’의 소개로 촬영장 곳곳을 좀 더 가깝게 만나볼 수 있다. 딱딱한 제작과정 소개보다는 영화 속 캐릭터 만큼이나 장난기 넘치는 브랜든 T.잭슨과 함께 촬영장의 모습들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서, 심각하지 않은 영화의 분위기처럼 제작과정 역시 이렇듯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식이 더 어울리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데미갓과 만나다’에서는 부모 중 한 명은 인간, 다른 한 명은 신인 존재를 뜻하는 ‘데미갓’ 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 속 데미갓 들의 짧은 히스토리를 들려준다.

[총평]
크리스 콜럼버스의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큰 기대 없이 부담 없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만한 깔끔한 판타지 액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우수한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모두 HD 영상으로 제공되는 부가 영상을 수록한 덕에 만족스러운 편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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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2010)
이야기를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힘

설경구, 조한선 주연의 영화 '열혈남아'를 연출했던 이정범 감독의 신작 '아저씨'를 지난 주말 보았다. 원빈이라는 배우 못지 않게 아역 연기자인 김새론의 연기가 기대되었던 작품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랜 만에 만나는 힘 있는 작품이랄까. 물로 그 힘이 '다크 나이트'의 경우처럼 이야기(메시지) 자체가 갖는 힘일 경우에 영화의 깊이나 인상은 더 오래남기 마련이지만, 이야기만큼이나 스타일이 중요한 영화도 있기 마련인데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는 이렇듯 이야기를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힘만으로 끝까지 이끌어가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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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아저씨'의 내러티브는 상당히 헛점이 많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관객들에게 납치된 소미를 왜 '옆집 아저씨'인 차태식이 목숨 걸고 구해야하는지에 대해 공감을 주지 못했고, '본 시리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 몇년간 액션이 등장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본' 시리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스스로도 지겨울 지경이다)와 비슷한 정말 특수한 요원이라는 점으로 미뤄보았을 때 '본' 같지 않은 짜임새가 여기저기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전반적인 내러티브에 있어서도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좀 더 부드럽지 못한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저씨'가 보여주고 들려주고자 하는 바는 분명 '이야기'보다는 '스타일'과 '힘'에 있다고 생각된다. 분명 이정범 감독은 '레옹'이나 '테이큰' 등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수트 차림의 요원 주인공이 끝까지 스타일리쉬한 장면들과 액션들을 펼치며, 끝까지 밀어 붙이는 작품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끝까지 검은 양복 차림으로 일관하는 주인공이나 현실적이기 보다는 멋스러움을 훨씬 강조한 액션 구성을 보면 이런 점을 더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전당포 아저씨가 저런 비쥬얼을 갖을 수 있단 말인가! 원빈을 캐스팅하고 그 얼굴을 가리기는 커녕, 얼굴에 온 각을 더 부각시킨 것만 봐도, '이건 비쥬얼과 스타일의 영화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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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 외에 장면과 액션을 구성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아저씨'를 보면 어떤 면에선 필요 이상으로 멋을 부리는 장면들이 존재한다. 비내리는 하늘을 배경으로 골프장 망 위로 떨어지는 원빈의 모습은, 남자인 나로서도 절로 '와, 이건 어떤 화보보다 아름다워 @@'라고 중얼거리게 될 정도로 허세마저 깃든 이미지 시퀀스나 마찬가지였는데, 개인적으로는 농담을 섞긴 했지만 이런 장면이 허세로 느껴지기 보다는 작품의 색깍을 더 확고히 하는 장치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액션 시퀀스 역시 마찬가지다. 짧은 동작들만 보자면 특수요원 출신인 제이슨 본 처럼(죄송;;) 실용적이만 파괴적인 격투를 구사한다기보다는, 다분히 보여주기 위주의 액션이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제이슨 본 같은 특수 요원의 전문 액션과 격투기술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그것과는 거리가 먼 액션에 실망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분명 그럴 것처럼 조장한 영화의 분위기도 한 몫 한다). 이런 스타일 액션에 정점을 보여주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람로완' (타나용 웡트라쿨)과의 마지막 듀얼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이 장면에서는 마치 오우삼의 '영웅본색 2'에서 주윤발과 선글라스의 곱게 머리 빗어넘긴 그 킬러와의 대결 장면이 떠올랐는데, 앞선 1차 대결에 비하면 조금 싱겁게 끝나버린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장면은 이 영화의 더 큰 하이라이트가 될 수도 있었던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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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을 돋보이게 하는 것 중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미술이다. 위의 스틸컷의 문구점만 보아도 굉장히 미술적인 측면에서 공을 들인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데, 이 외에도 어쩌면 (내러티브에 더 집중했었다면) 크게 부각시키지 않아도 되었을 미술적인 측면들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과 세트, 미술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중 백미는 역시 차태식이 소미를 구하기 위해 들어간 마약을 제조하는 지하 공간을 들 수 있겠는데, 이곳의 디자인은 마치 전혀 다른 영화, 거의 '에이리언'의 한 장면이나 더 거칠고 미장센이 강조된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 장면에서 보여주려는 그 세계보다 어쩌면 더 고차원의 미술적 터치가 가해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퀄리티 높은 미장센을 보여주었다. 

미장센과 스타일이 내러티브를 완전히 압도까지는 하지 못했어도, 분명 감독의 의도나 방식에 대한 이해는 물론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미덕을 느끼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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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옆집 아저씨'를 연기한 원빈도 아니고, 초롱초롱 눈망울의 김새론 양도 아닌, '람로완' 역의 타나용 웡트라쿨이었다. 이 태국 출신 배우의 미장센 (이거슨 미장셴이라 불러도 좋다)은 원빈의 각진 외모 만큼이나 빛나고 있는데, 그 뜻 모를 묘한 표정이나 깊은 눈빛은 분명 '아저씨'를 좀 더 특별한 영화로 만들고 있다. 사실 아쉬운 건 이 '람로완' 캐릭터가 이렇게나 매력적이지만 이에 대한 내러티브가 사실 거의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람로완은 영화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몇가지 하는데, 이해를 하려고하면 이유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람로완을 위한 몇가지 내러티브가 존재했었더라면 좀 더 매력적인 캐릭터는 물론 작품 역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몇 가지 행동들을 단순히 '남자라서' '강호의 고수를 알아본 또 다른 고수라서'라는 이유로만 표현하기 보다는, 몇 가지 감정적으로 동요할 만한 소스를 제공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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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아저씨'는 확실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정도 결과물이라면 이정범 감독의 다음 작품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 하다.


1. 타나용 웡트라쿨 외에 다른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대부분 얼굴이 익숙치 않은 배우들이었는데, 연기 자체가 완벽했다기 보다는 이런 신선함이 이 영화에 더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요.

2. 극중에서 '다크 나이트'를 인용하는 부분은 분명 의도적이었다고 생각되요. 그것이 내러티브에까지 좀 더 전해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면 아마 더더 좋았겠지만요.

3. 의외로 전당포 아저씨에게 헌사를 바치는 대사들이 많았습니다 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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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IMAX 3D)
나를 또 울렸어 ㅠ


'토이 스토리 2'가 나온지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이, 아니 세월이 흘렀다. 이런 공백이 애초부터 기획되었던 것인지 (픽사라면 그럴 수 있다) 아니면 여러 다른 작품들을 먼저 내느라 단순히 스튜디오의 스케쥴 상, 11년이 지난 2010년에 와서야 시리즈의 3편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 타이밍은 극중 내용과 마찬가지로 11년 사이에 훌쩍 커버린 관객들에게 (그러니까 어쩌면 초등학교 시절 우디와 버즈 같은 장난감을 갖고 놀던 시절에 토이 스토리를 처음 만났다면 이제는 20대의 청년이 되어버린 관객이나, 아니면 11년 전 토이 스토리를 통해 우디와 버즈와 함께 추억의 한 켠을 공유해버린 관객들에게), 아니 이런 관객들이야말로 진정 즐길 수 있게 된 더 완벽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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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토이 스토리 1,2편을 즐기지 않은 일반 관객들은 즐기기 어려운 작품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요소가 강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았을 정도로, '토이 스토리 3'는 개별 작품으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도 픽사의 다른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사실 이 점이 '토이 스토리 3'의 대단한 점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데, 전편을 계속 함께 해온 팬들을 자극하는 감정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결말에 가서 폭발시키면서도,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그러니까 달랑 '토이 스토리 3'만 보아도 여느 작품과 비교해도 만족스러운 독립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라면 당연히 후자를 버리다시피 하더라도 전자에 몰두했겠지만, 픽사 같은 스튜디오는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고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사실 전편을 함께 해온 관객들이라면 이미 홈비디오로 촬영된 앤디와 우디, 버즈의 예전 영상을 보는 첫 장면부터 눈물이 펑 터질지 모르겠다. 실제로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이 장면, 어찌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홈비디오라는 설정이었지만, 마치 ''의 첫 시퀀스처럼 이 시퀀스 만으로도 팬으로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토이 스토리 3'는 처음부터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점과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다 알려주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대학에 가게 되어 더 이상 장남감을 갖고 놀지 않게 된 앤디. 그리고 이런 현실 속에 앤디 와의 이별을 준비해야만 하는 우디와 버즈 그리고 친구들. 아마도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언젠가는 닥쳐올 이 순간을 (겪고 싶지 않은 이 순간을) 우리는 마침내 스크린 속에서 담담히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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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토이 스토리 3'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이 시리즈의 예정되었던 결말을 만나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계속 함께 해온 이들이 아니라도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이 조금 불필요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캔과 바비의 시퀀스는 생각보다 훨씬 비중있게 그려지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분명 영화의 전체적인 리듬이나 재미를 위해서 추가된 뉘앙스가 큰 것을 감안한다면, 좀 더 이들 말고 우디나 버즈 혹은 다른 장난감 친구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루어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만약 이렇게 시종일관 웃겨주는 (개인적으로는 본래 주인공 장난감들 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캔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일반 관객들에게는 좀 더 심심하고 덜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을지런지도 모르겠다.

전자의 의미, 그러니까 시리즈를 계속 함께 해온 이들의 측면에서 이 작품을 보면서 새삼 느낀건, '역시 토이 스토리는 '우디'의 영화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디와 버즈가 동등하게 비중을 나눠가졌다고 생각이 들긴 했었지만, 3편에 와서는 좀 더 우디에게 포커스를 맞추게 되었고, 이를 통해 '새삼스레' 토이 스토리는 장난감 모두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디'라는 캐릭터가 핵심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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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해버리면, 결국 '토이 스토리 = 우디 스토리'인것이냐? 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는데, '토이 스토리' 만큼 주인공 우디나 버즈를 비롯해 여러 명의 캐릭터의 이야기가 비중있고 조화롭게 그려진 작품도 드물다 할 수 있겠다. 각자가 장난감이라는 설정에 근거한 답게 특성을 그대로 살린 개그와 시퀀스가 존재하고, 나름의 스토리에 이제는 히스토리마저 생겼기 때문에, 캐릭터 각자의 운신의 폭과 활용의 깊이과 훨씬 깊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주인공 외에도 누구에게나 감정이입이 가능하며, 어쩌면 가장 비중있는 주인공이지만 한 발 물러서 있는 앤디에게마저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토이 스토리 3'는 기존 이야기 구조에 마치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식의 탈출 시퀀스까지 접목된 이야기였는데, 이 탈출이 진행 됨에 있어서 각자 캐릭터의 장점이 보란듯이 표현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로소' 캐릭터의 경우도 그냥 단순히 지나치기에는 중요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는데, 영화의 주제 (주인과 장난감이라는 특성과 버려지고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메시지)와도 어울려 또 한 번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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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짧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픽사의 이전 작품인 '업'에서도 그런 경향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토이 스토리 3'에서 역시 다른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른 픽사의 냉정한(?) 시선 혹은 역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토이 스토리 3'에서는 이른바 악당 역할로 로소가 등장하는데, '업'에서 '찰스 먼츠'가 그랬던 것처럼 '로소' 역시 처음부터 악당이었던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과 똑같은 사랑스런 장난감이었으나 주인에게 버림을 받아서 (혹은 그런 것으로 오해해서) 악한 마음을 갖게 된 캐릭터였는데, 픽사가 이런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은 확실히 다른 애니메이션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로소는 상처로 인해 잘못된 길을 선택하게 된 캐릭터인데, 보통 같았으면 결국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눈물로 뉘우치며 '그 후로 다같이 행복하게 잘 살았다~'가 되었겠지만, 픽사의 선택은 달랐다. 처음에는 로소가 우디 일행의 도움을 받고서는 잘못을 뉘우치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 '역시'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로소는 이런 우디 일행을 놀랍게도(?) 배반하고서는 다시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전 '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픽사가 찰스 먼츠를 끝까지 보듬지 않고 그냥 놔버렸다라고 이야기했었는데, 로소를 대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항상 착하고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잘 따지고보면 그 어느 애니메이션보다 더 냉정한 (일반 실사영화였다면 냉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이것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픽사라는 스튜디오에 대한 기대치 때문에 더 그런듯 하다)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픽사의 최근 작품이 아닐까 싶다. 결국 상처가 있는 악당 캐릭터였지만 상처를 끝까지 보듬기보다는 한 번의 기회는 주되 이후에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상응하는 결과를 부여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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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3'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정말 이 이야기에 동참하면서 손에 땀을 쥐게 된다는 것이다. 수 많은 패러디와 유머가 섞인 가운데에도 이렇게 극적인 요소에 흠뻑 빠져들어 가슴을 졸이기는 쉽지 않은데 (더군다나 주인공들은 장난감이 아니던가!) 이들의 모험을 함께 하다보면 극적인 순간에 절로 두 눈을 질끈 감게 되고, 또 눈물 흘리게 될 정도로 엄청난 몰입도마저 선사한다. 아무리 픽사의 작품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지만, 볼 때마다 이 작품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아마도 '토이 스토리 3'를 보는 중간 아이들은 은연 중에 친구간의 우정, 그리고 직접적으로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장난감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자세에서 사뭇 달라진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간단하게는 내가 갖고 놀고 있는 이 장난감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로 시작해, 접하게 되는 모든 사물과 대상에게 애정어린 관심과 따듯한 시선을 갖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무엇이든 쉽게 버려지고 잊혀지는 요즘 같은 빠른 세상에서, 10년 넘게 함께한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 아이들에게 언젠가는 기억의 파편으로라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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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글의 제목에 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시작해 중간중간 울컥이게 하더니 막판에 가서는 펑펑 울게 끔 만들었다. 마지막에 우디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아주 조금 관건이었는데, 역시나 우디는 (그리고 픽사는) 펑펑 울 수 밖에는 없는 선택을 하더라.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우디와 장난감들이 사람처럼 움직이고 표정 지을 때는 모르겠지만, 다시금 장난감으로 돌아가 움직이지 않고 멈춰버린 눈동자를 볼 때는, '그냐 장난감일 뿐인데 이런 눈물을 짓게 하다니'하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또 울렸어' 라는 표현에서는 '또'가 중요하다. 또 울리다니. 사실 처음부터 예상도 가능하고 울 것 같은 준비를 잔뜩 했음에도 '또' 울려버린 것이야말로 '토이 스토리 3'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 


1. 이 작품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존 라세터나 리 언크리치, 앤드류 스탠튼 등 '토이 스토리'를 처음 만들었던 이들이 아마도 애초부터 이런 마지막을 예상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끝까지 자신들이 처음 생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그들 스스로에게도 무척 행복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 픽사와 지브리의 관계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고,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존경심의 경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 이번 토토로의 출연 역시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의외로 비중이 상당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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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MAX 3D로 보았는데 3D를 실감나게 느낄 만한 (그러니까 막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장면은 많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3D를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무난하면서도 효과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튀어나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입체적인 느낌, 즉 한 장면 안에서 누군가는 앞에 있고 누구는 뒤에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방식은 좋았던 것 같아요. 이를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설정된 장면들이 꽤 있었죠.

4. 그런 측면에서 오프닝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단편 '낮과 밤'은, 역시나 누구나 단번에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텔링과 (이런 것이 진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이죠. 말없이 전하는 스토리텔링이라;;) 3D를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네요.

5. 이제 이 시리즈를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니, 이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Disney/Pixar 에 있습니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2010 Jisan Valley Rock Festival)
행복에 겨운, 그 첫 날의 기억

언제부턴가 국내에서도 여름만 되면 그 해의 록 페스티벌 라인업을 확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되었는데, 올해는 단연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한 여름에 맞붙은 페스티벌 가운데 펜타포트와 지산 밸리는 한 배에서 나온 자식들인 만큼 매번 경쟁상대 일 수 밖에는 없었는데, 적어도 올해는 지산에 완벽한 승리가 아니었나 싶다. 펜타포트의 라인업도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네임벨류 측면에서 지산이 훨씬 압도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가야겠다고 진작부터 마음먹은 지산 밸리였지만 언제나처럼 내 발을 붙잡는 것은 경제적인 여건이었다. 글서 부득이 하게 3일중 하루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의외로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래서 포기로 인해 흘린 눈물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ㅠ).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이번 지산 밸리가 갖는 의미는 첫 째도 '벨 앤 세바스찬' 둘 째도, 셋 째도 '벨 앤 세바스찬'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펫 샵 보이즈는 말할 것도 없고, 단독 콘서트와 록페에서 모두 만나보았던 뮤즈 역시 '훗, 나 뮤즈 많이 봤잖아' 라고 말하며 쿨 한척 패스했지만, 두 번, 세 번 본다고 그 감동이 덜할 것 같지 않은 밴드가 뮤즈였으며, 코린 베일리 래 역시 정말 너무 보고 싶었던 뮤지션이었는데, 단 하루를 택해야 한다면 벨 앤 세바스찬이 나오는 첫 날, 금요일을 택할 수 밖에는 없었다.  





이번 지산 밸리의 나름 컨셉이라면 기존에 다녔던 록페들과는 다르게, 좀 여유있고 비교적 앉아서 관람하는 편안하고 관망하는 록페랄까. 사실 그 간 다녔던 록페스티벌이나 내한공연으로 미뤄보자면 항상 가장 앞에서서, 온몸으로 사방의 밀고 당김을 이겨내며 좋아하는 뮤지션을 코앞에서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열혈 록매니아였다면, 이번 지산은 애초부터 달릴 것을 염두하지 않았던 것처럼 위의 사진처럼 잔디밭에 걍 자리 깔고 앉아서, 좀 먼 곳일지라도 좋아하는 뮤지션에 흐뭇한 미소 정도 지어주며 즐기려는 것이 애초의 목표였고, 이런 목표는 의외로(?) 제법 지켜진 편이었다.





지산 밸리 홈피에서 미리 예매한 셔틀버스를 타고 3시쯤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린 스테이지로 달려가보니 한창 '3호선 버터플라이'의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도착하지 얼마되지 않은 터라 일단은 분위기에 적응하는데에 집중. 분위기와 더위에 동시에 집중하는 순간, 얼른 승열님을 보기 위해 빅 탑 스테이지로 이동해야 되겠다 싶어 왔던 길을 되돌아 빅 탑 스테이지로 향했다.



(록 페스티벌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팔지. 1일권과 더불어 19금 성인을 인증하는 팔지까지 부착완료!)



역시 록페스티벌의 묘미라면 아무대나 널부러져 잠을 청할 수도 있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과는 별개로 그냥 나만의 시간을 보내도 전혀 인상할 것이 없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그냥 자신의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는 이들을 만나는 것 역시도 의미있는 시간이라 할 수 있을 듯.




금요일을 택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승열님! 지난 번 비공개로 진행되었던 쇼케이스에 초대되어 공연도 즐기고, 공연이 끝난 뒤 무대 뒤에서 잠시나마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던 터라, 그 이후부터는 왠지 더 친밀함이 들어버린 뮤지션이라 할 수 있겠는데, 평소에도 워낙에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터라 이번 지산에서도 그의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고 즐겼다. 좀 더 팬들에게 익숙한 곡들 보다는 록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선곡들 위주로 구성이 된 모습이었는데,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과의 깜짝 조인트 무대는, 다시 한번 빅 탑 스테이지를 록의 열기로 뜨겁게 만들었다. 사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다시 한번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벨 앤 세바스찬'을 만날 생각에 들 떠 있어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뿐;;





이승열 SETLIST

Dream Machine
Walk
비상
Lola
Tsunami
Secretly
Secret( Feat.신윤철 )
So





그리고 무대는 드디어 벨과


세바스찬, 즉....


'벨 앤 세바스찬 (Belle and Sebastian)'의 무대 세팅으로 가득차 있었다. 뭐랄까 다른 밴드나 뮤지션들과는 달리 그들의 앨범을 들으면서도, 언젠가 실제로 보게 되리라는 생각은 잘 해보질 않았었는데, 이렇듯 드디어 눈 앞에 펼쳐진 그들의 무대 앞에 잠시 멍해질 수 밖에는 없었다. 그래도 이 때까지만 해도 괜찮은 편이었다.




드디어 등장한 스튜어트 머독, 그리고 벨 앤 세바스찬!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레 내 눈앞에서 노래하는 모습에 금새 적응! 하지만 사실은 실감을 못했다는 편이 더 맞을 듯;;;






벨 앤 세바스찬의 공연은 확실히 그 동안 즐겼던 다른 록밴드의 그것과는 달랐다. 미친듯이 몸을 부딪히며 샤우팅 할만한 곡들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볼 수도 없는 느낌의 공연이었는데, 뭐랄까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그 동안 앨범으로만 소중히 간직했던 그들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는 건 또 다른 감흥이었다. 다시 말해 '실연 (Live)' 그 이상으로 '추억'을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이라 더 뜻 깊었던 것 같다. '맞아, 이 곡을 들었을 때는 이랬었지' '그 때 이런 일도 있었지'라는 식으로, 그 음악 자체로도 황홀했지만 그 안에서 지나간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날의 또 다른 느낌이라면 왠지 한국같지 않았달까. 다른 의미가 아니라 진짜 어디 외국의 한적한 농장에서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작은 축제를 벌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관객 수가 많았음에도 분명 이런 느낌이 났다!). 무대와 관객의 스케일은 컸지만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은 우리를 작지만 큰 하나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이런 분위기는 그들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져, 시종일관 이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모두를 미소짓게 했다 (진짜 어디를 비춰도 다들 행복한 표정이었다 ㅠ).





이 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바로 이 장면이었다. 관객 가운데 몇몇을 직접 무대 위로 불러낸 스튜어트 머독 조차 아마도 이런 분위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눈치였는데, 무대 위로 올라온 팬들은 단순히 이 무대에 감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각만 해도 다리가 떨리는 장면인데도 말이다), 이 무대를 스스로 즐기며 이 페스티벌을 찾은 모두에게 최고의 순간은 선사했다. 그냥 무대 위에서 음악에 맞춰 춤추는 장면 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이 기회를 멋진 순간으로 만든 팬들은 무대 여기저기를 누비며 멤버들을 정말 미소짓게 했고 (머독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의 표정을 보면 간혹 당황스러워 하는 눈치도 보였으나, 이 무대를 너무 행복해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야, 페스티벌이라는게 진짜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끔 만들었다. 





진짜 행복에 겨워서 눈물 흘릴 정도의 감흥을 맛본 것이 언제있었나 싶을 정도로,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의 행복감이었다. 그렇게 올 것 같지 않았던 벨 앤 세바스찬의 무대는 기대를 한껏 했음에도 기대를 훨씬 넘는 최고의 공연을 선사했으며, 앞으로도 내 평생 지워지지 않을 추억을 새겼다. 

Belle & Sebastian SET LIST

I did't see it coming
I'm a cuckoo
Step into my office
The State I am in
I'm not living in the real world
If you're feeling sinister
Suckie/Funny Little Thing
Dog On Wheels/stars of track
The boy with the arab strap
Caught in love
Judy and the dream of horses
Sleep the clock around
(legal man-if time)








벨 앤 세바스찬의 감동의 무대가 끝나고나서야 늦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록페스티벌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한가지인 시원한 맥주와 함께한 식사. 음식들도 가격들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맛은 다들 괜찮은 편이었다. 공연 관람으로 지친 체력을 보충하는 시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만 통용되는 화폐. 입장 전에 미리 현금과 교환해야만 공연장 내에서 이것저것 구입이 가능하다. 기념으로 천원 정도 남겨오려고 했었지만, 모조리 써버린 1인. 






그 다음 관람한 공연은 요즘 가장 핫한 밴드 중 하나인 뱀파이어 '위크앤드 (Vampire Weekend)'. 사실 많은 록 팬들에게 이번 페스티벌을 기대하도록 만든 장본인 중 하나였으나, 개인적으로는 아직 제대로 이들의 음악을 즐겨보지 못한 탓에 깊에 몰입하지는 못했으나, 왜 이들이 정말 'HOT'한 밴드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Vampire Weekend SET LIST

Holiday
White Sky
Cape Cod Kwassa
I Stand Corrected
M79
California English
Cousins
Run
A - punk
Blakes
Giving up the gun
Campus/Comma
Horchata
Mansard Roof
Walcott










이번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단 하루만 즐겼을 뿐이라, 캠핑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여유로운 곳곳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무리해서라도 하루 쯤 여기서 보낼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랜만에 풀 냄새 한 껏 맡으며 풀밭을 거닐고 눕고, 여유롭게 노닐 수 있는 분위기 만으로도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여유있게 시간을 두고 그린 스테이지에 도착한 탓에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전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허설 부터 함께할 수 있었다. 나중에 사람이 많이 몰렸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이렇게 여기저기 띄엄띄엄 앉아서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도 너무 편안해 보이더라. 






그 다음 선택한 밴드는 '브로콜리 너마저'. 뭐 이미 인디씬에서 슈퍼스타라고 할 만큼 그들의 음악은 팬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번 무대에서도 팬들의 이런 사랑이 그대로 반영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이번 공연에 있어 일부러 곡과 곡 사이의 명확한 맺음을 하지 않는 구성을 들고 나온 모습이었는데, 보는 사람들이 조금 멋적어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 나쁘진 않았던 듯. 아, 그리고 이 지산에서 '보편적인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며 여러사람들과 함께 때창을 하는 순간 무언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예전에 록페스티벌을 다닐 때 델리 스파이스의 곡을 때창하며 들었던 생각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예전에는 델리 스파이스의 곡들이 내 청춘의 송가였다면, 이제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곡들이 나의 또 다른 청춘을 대변하는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건 이렇게 열린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때창을 할 때만 느껴지는 감정이라 할 수 있을텐데, 그래서인지 느껴지는 감정이 촉촉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앞으로는 보편적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 장면이 떠오를 것 같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번 브로콜리 너마저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앵콜 부분이었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그 노래가 나오지 않자 팬들은 당연히 '앵콜요청금지'를 앵콜로 요청했는데, 브로콜리 너마저는 정말로 당황한 듯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무대에 나와서도 이 곡을 할지 말지 회의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 노래를 불렀던 여성멤버가 (이름이 생각이..) 빠진터라 이 곡을 무대 위에서 하고 싶지 않으려는 것 같았는데, 정말 끝까지 안할까 했는데 안하더라. 하지만 팬들이 직접 때창으로 부른 '앵콜요청금지'의 감동도 대단했다.

브로콜리 너마저 SET LIST


이웃에방해가되지않는선에서
마음의문제
두근두근
울지마
커뮤니케이션의이해

청춘열차
마침표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졸업
보편적인 노래
유자차






'브로콜리 너마저'의 공연이 끝나고 그린 스테이지를 빠져나가는 인파. 여기저기 스케쥴 표에 따라 이동하는 것도 록 페스티벌의 또 다른 재미!




날이 너무 더워서인지 시원한 맥주 생각이 계속 나더군요. 밤 시간까지 참다가 매시브 어택 보기 전에 시원하게 한 잔!





텐트 촌의 모습. 밤새 페스티벌을 즐기다가 졸리면 바로 옆에서 자고 일어나 또 다음날 페스티벌을 즐기면 되는 최적의 코스! 








그리고 이 날의 헤드라이너였던 '매시브 어택 (Massive Attack)'. 사실 한참 트립합에 빠져살던 2000년대 초반에 심취했었던 매시브 어택은 한동안 잘 듣지 않은터라 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었는데, 무대를 보는 순간 다시금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아, 맞아, 나 매시브 어택 되게 좋아했었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익숙한 곡들과 압도적인 무대에 다시금 빠져들고 말았다. 한 곡 한 곡 메시지를 가득 담은 백그라운드의 영상과 문구들은 듣는 것 말고 생각하는 것도 제공했는데, 그냥 개인적으로는 한 때 정말 좋아했었던 매시브 어택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아마 그들을 처음 좋아했었던 2000년대 초반에 무대를 직접 봤더라면 이 정도로 심심하게(?) 표현하진 않았을듯 ㅋ

Massive Attack SET LIST

United Snakes
Babel
Rising Son
Girl I Love You
Futureproof
Invade Me
Teardrop
Mezzanine
Angel
Safe From Harm
Inertia Creeps
Splitting The Atom
Unfinished
Atlas Air

 



그렇게 나에 짧은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막을 내리고 있었다. 하루 일정 뿐이라는게 너무 아쉬웠을 뿐이지만 (펫 샵 보이즈나 코린 라일리 래의 공연 후기가 더욱 더 그렇게 만들었다 ㅠ) 그래도 벨 앤 세바스찬의 무대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너무나 벅차도록 행복한 시간이었다. 매번 록페스티벌이나 공연을 다녀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런 저런 이유들로 (경제적 이유 포함) 포기하고 났을 때의 경우보다, 어찌되었든 무릎쓰고 공연을 즐겼을 때의 경우가 훨씬 정서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남는 것이 많고 후회없는 선택이 되었었다. 이번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역시, 나에게 또 하루를 살아가게끔 하는 아주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글.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10 시네바캉스 서울 - '매혹의 아프로디테' 시간표 공개

매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시네필들만의 축제! '2010 시네바캉스 서울'의 상영작들과 시간표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미 지난 7월 30일 개막작 우디 앨런의 '또 다른 여인 (Another Woman)'을 시작으로 시네바캉스가 시작되었는데, 올해는 '매혹의 아프로디테'라는 주제로 영화 속에서 유난히 빛나던 여배우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개막작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시네바캉스에서는 유난히 여배우들이 위주가 되었던 작품을 많이 연출했던 우디 앨런 감독의 작품을 여럿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 '스쿠프' '애니씽 엘스' '매치 포인트' '또 다른 여인' '에브리원 세즈 아이러브 유' 등이 상영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디 앨런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주목 받고 있는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한 최근작들을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미아 페로우와 지나 롤랜드 등이 출연한 1988년 작 '또 다른 여인'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 밖에도 카트린느 드눼브, 파니 아르당, 프랑스와즈 도를레악 등 당대의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으며, 대표적인 여배우중 한명인 마를린 먼로의 작품 역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의 영화들조차 재쳐두고 가장 기대가 되는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재키 브라운 (Jackie Brown)'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전에 DVD로만 감상했던 영화였는데 이번 기회에 드디어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니 당췌 좋지 아니할 수가 없네요! 팸 그리어의 매력과 타란티노만의 개성이 묻어난 '재키 브라운' 이야 말로 이번 시네바캉스의 최고 기대작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하지만 스케쥴을 확인해보니 주말 상영은 영화제 마지막인 8월 29일(일) 상영 밖에는 없네요. 잊어버리지 않고 꼭 이 날 관람해야 겠습니다!




영화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도 더운 여름, 집에만 있지 마시고 (집에 에어컨이 없으신 저 같은 분들은 더더욱! -_-;) 시네바캉스 서울과 함께 매혹적인 여배우들을 만끽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런데 너무 매혹적이라 오히려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것은 책임 못집니다 ^^



참고 / 서울아트시네마 (http://www.cinematheque.seoul.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에반게리온 : 파 - 블루레이 오픈 케이스
(Evangelion :2.22 _ Blu-ray Open Case)


에바 팬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에반게리온 : 파' 블루레이 구입! 이미 극장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압도적인 작품의 퀄리티와 감동이라는 짧은 말로는 다 형용 안되는 바로 그것! 블루레이도 살짝 확인해본 결과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요만큼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 화질과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파' 블루레이 구입 기념으로 '서' 블루레이와 함께 찰칵!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안 감독 특별전 - 'Taking Lee Ang' 이안을 만나다


이안 감독은 제게 있어 참 기복이 있는 감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지극히 개인적으로 영화마다 맘에 들고 안들고가 들쑥 날쑥 했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날쑥'보다 '들쑥'이 많기에 계속 그의 필모그래피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볼 수록 참 흥미로워요. 그는 대만 출신으로 서양에 동양의 정서를 전달하는 감독인 동시에 가장 서구적인 작품을 만드는 동양 감독이기도 하거든요. 1993년작 '결혼 피로연'이나 1994년작 '음식남녀' 같은 경우는 특히 영화제를 통해 서구 세계에 동양을 소개했다는 점만 봐도 굉장히 동양적인 정서와 '전통'의 느낌이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에 반해 1995년작 '센스 앤 센서빌리티'나 1997년작 '아이스 스톰' 같은 작품을 보면 과연 이걸 동양 감독이 만들었을까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분위기를 담은 작품이거든요.

그러다가 200년에 와서 '와호장룡'을 통해 다시 한번 전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인기를 얻게 되죠. '와호장룡' 역시 따지고보면 굉장히 동양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이를 그리는 방식에서는 이안 특유의 정서가 담겨있었죠. 즉, 전통적인 무협영화가 그리는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강호' 등 무협영화가 반드시 품고 있어야할 정서도 포함하고 있었구요). 그래서 '와호장룡'은 따지고보면 좀 묘한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다시 이야기할텐데 이런 의미에서 '와호장룡'이 어쩌면 이안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일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색, 계'에 비해서 말이죠). 그런데 이 다음의 필모그래피는 더 놀랄만 합니다. 가장 미국적이라 할 수 있는 마블 코믹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헐크'가 바로 그 주인공이거든요. '헐크'는 이안이 연출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미국내 팬들의 반발이 상당히 심했던 작품이었죠. 결국 코믹스의 팬들에게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해 속편에서는 전면 리부트 되기도 했구요. 개인적으로는 이안의 '헐크'가 퍽 마음에 든 편이었어요. 왜냐하면 고뇌하는 히어로의 모습을 굉장히 심도있게 그려냈기 때문이었죠. 



(제가 꼽은 이안 작품 베스트 3에는 의외(?)로 '헐크'가 포함됩니다)


'헐크' 이후 그가 선택한 작품 역시 상당히 미국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인 '브로크백 마운틴'이었죠. 여기서 '브로크백 마운틴'이 미국적이라는 이유는 이 영화가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주제 아니죠. 소재 맞습니다), 바로 산에서 양치는 카우보이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건 흑인이 판소리를 열창하는 것 정도는 못되더라도 어쨋든 동양인이 제대로 소화하기에는 매끄럽지 못한 소재와 배경이긴 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싱크로율이 이안 감독에게 통하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었죠. 이미 그는 가장 서구적인 작품들도 여럿 연출했던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브로크백 마운틴'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울릴 수 있었던 건, 그 안에 담긴 핵심적인 러브 스토리의 깊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안 감독은 그 깊이를 훌륭한 두 배우에 힘 입어 더 깊은 울림으로 표현해 냈고, 또 한번 감독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죠.



('브로크백 마운틴'은 확실히 아무때나 문득문득 Rufus Wainwright의 곡과 함께 보고 싶어지는 영화에요)


이 만족스러웠던 '브로크백 마운틴' 이후 그가 내놓았던 작품이 바로 문제작 '색, 계'였죠.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아직도 문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적 기술이나 연출력은 확실히 더 깊어졌지만 (마지막 탕웨이가 연기한 '왕 치아즈'가 카페에서 나와 인력거를 부르는 그 쇼트의 무게감은 정말 대단했죠. 영화의 메시지가 문제라고 생각했음에도 이 장면에서는 감탄했던 기억이 있네요) 영화가 담고 있고 그리려한 메시지에는 분명 진중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색,계'의 핵심에는 '이' (양조위)와 '왕 치아즈' (탕웨이)의 로맨스가 있는데 문제는 이들의 신분과 배경이 되는 이야기 때문이죠. 나라를 배신한 매국노와 독립운동을 하려는 철없는 자 간의 로맨스를 단순히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러브 스토리'로 보기엔 이 둘 간의 간극, 그리고 영화 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갈등이 많다고 할 수 있거든요. 예전 '색, 계' 개봉시에도 글을 통해 이야기했었지만, 여기에는 조국을 배신하고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동포를 잡아 고문하는 역할인 '이'를 양조위에게 맡겼던 부분과 '이'를 그리는 방식이 가장 핵심적인 논란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극 중 양조위가 연기한 '이'는 팩트만 보면 매국노 중의 매국노지만, 이를 묘사하는 방식은 마치 개인적으로 굉장한 고뇌를 담고 있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감성적으로 변하는, 냉정하지만 따듯한 남자로 그려지거든요. 그런데 이 방식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 영화 내내 '이'의 사상은 변하질 않거든요. 오히려 '왕 치아즈'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모든 운동원을 죽음으로 이끌고 말죠. 



이것이 앞서서 계속 이야기한 동서양을 아우르는 이안 감독의 성향이 잘 못 표출된 예라고 할 수 있을텐데, 더군다나 이안 감독은 '색, 계'를 두고 중국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 라는 뜻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미뤄봤을 때, 결국 '색, 계'는 이안 감독을 또 다른 이방인일 수 밖에는 없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작품이었죠. 



(이안 감독의 문제작 '색, 계'. 여기서 문제는 수위 높은 배드씬 때문이 아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색, 계' 이후 이안 감독의 신작이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었는데, '테이킹 우드스탁'이 그의 새 작품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좀 안심을 한 편이에요. 왜냐하면 또 한번 동양적인 이야기 혹은 이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택한다면 다시 한번 실망할까 두려웠기 때문인데 다행히(?) 또 한번 아주 미국적인 소재를 택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록 팬들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너무도 유명한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시작을 그린 '테이킹 우드스탁'은, 사실 감독의 여부를 재쳐두더라도 록과 우드스탁의 팬으로서 무척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는데,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앞서 이야기했던 이유들 때문에) 좀 더 기대를 하게 된 경우라 할 수 있겠네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무대 자체는 그려지지 않을 것 같지만, 이미 여러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확인한 적이 있는 이 유명한 탄생 스토리를 극영화로 어떻게 그려냈을지가 무척 기대가 되네요. 아마도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관심이 많았던 록 팬들이라면 그 크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그 분위기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밀크' 이후 점점 더 색깔 있는 배우가 되어가는 것 같아 주목하고 있는 에밀 허쉬와 최근작 '나잇 & 데이'에서도 잠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폴 다노의 출연도 기대 포인트이구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사실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이런 이안 감독의 작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이 있어 소개하려고 했던 거였어요 ㅎ 이대 내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7월 29일부터 8월 11일까지 '이안 감독 특별전 - 'Taking Lee Ang' 이안을 만나다'를 진행합니다. 신작인 '테이킹 우드스탁'은 물론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 계'도 만나볼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신작인 '테이킹 우드스탁'은 물론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브로크백 마운틴'도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인셉션 (Inception, 2010)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스스로 발전하는 세계


사실 많이 걱정했었다. '메멘토'부터 그의 작품을 ( '미행' 제외) 모두 극장에서 보고 팬이 된 입장에서는 '인셉션' 역시 기대되는 그의 신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다크나이트'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은 영화 팬 뿐만 아니라 모든 대중들이 기대하고 관심을 갖게까지 만드는 이른바 '모두의 기대작'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기대라는 것은 감독에게 있어 가장 부담스런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다크나이트'는 몹시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었기 때문에 과연 이 정도의 기대를 안고도 대다수가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팬으로서 걱정부터 앞선 던 것이다 (사실 이 걱정 자체는 모순인데, 대다수의 기대를 꼭 만족시켜야할 의무도 없고 어떤 영화든 개인에 따라 더 좋고 덜 좋음이 다를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대중의 기대를 뒤로하고 순전히 개인적으로만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인셉션'은 과연 '다크나이트' 이후 스튜디오의 더 큰 전폭적 지지를 얻게 된 놀란 감독이 더더욱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었을지 아니면 좀 더 대중친화적인 작품을 만들었을지가 궁금한 점이었는데, 이런 궁금증이 무색할 정도로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도  (타협없이도) 대중들을 다 만족시키는 것이 가능한, 어떤 측면에서 진정한 아티스트임을 '인셉션'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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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 구조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장자와 프로이트 등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가깝게는 '매트릭스'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매트릭스'의 경우 문화와 철학의 인용 그 자체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면 '인셉션'은 익숙한 것들을 인용보다는 소재로 그리고 장치로 사용하되, 이를 양분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새롭게 설계한 또 다른 신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과연 저것이 가능할까?' 싶은 정도의 것을 실제로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그것이 가능해졌을 때 새롭게 갈 수 있는 길을 다각도로 펼쳐놓는 여유까지 (하지만 이 여유 뒤엔 자신감보다는 치밀함이 있다)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꺼풀만 보자면 '인셉션'에서는 여러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들이 겹쳐지곤 한다. 알렉스 프로야스의 '다크시티'는 세계관이나 그 이미지에서,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은 시간과 기억을 다루는 것에서, '매트릭스'나 '오션스 일레븐'은 몇몇의 캐릭터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법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과 겹쳐지는 부분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꺼풀만 벗겼을 때 '인셉션'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바로 찰리 카우프만의 '시네도키, 뉴욕' 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이 '인셉션'이 아니라 '시네도키, 뉴욕'이었더라면 지금과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카우프만의 작품일 때 보다는 더 큰 파급효과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만큼 카우프만의 만들어낸 시네도키의 세계관은 '인셉션' 못지 않은 (혹은 더 복잡한) 심연을 파해치고 있는데, 카우프만은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마음의 심연에 몹시 집중한 반면, 놀란은 이 세계관을 보다 흥미롭게 단계화(Level) 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우프만의 작품은 좀 더 개인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된 반면, 놀란의 작품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이해하고 싶어 안달하게 하는 (정답을 찾고 싶게 만드는) 더 큰 매력을 지닌 작품이 된 것이다. 

시네도키, 뉴욕 _ 외로운, 위로의 일기



(이제부터 슬슬 스포일러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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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마치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처음 모피어스와 함께 매트릭스에 접속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이 글은 '인셉션'을 두 번 보고 나서 쓰게 된 글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비로소 두 번째 보았을 때 이 영화의 정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재미없던 것이 재미있어진 경우가 아니라 영화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첫 번째 보고 난 후의 간략한 소감은, 크리스토퍼 놀란은 동시대에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영화 기술자이자 장인이기는 하지만, 정서적인 측면 즉 이야기의 주인공이 갖게 되는 정서적 울림에 있어서는 다른 측면에 있어서 조금 부족하지 않나 (특히 '인셉션'의 경우) 싶은 것이 전반적인 느낌이라, 둘 중에 굳이 더 나은 작품을 꼽으라면 메시지의 울림이 영화의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다크 나이트'를 주저없이 꼽을 수 있었는데, 두 번째 보고나서는 이런 결정을 쉽사리 내릴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야 말았다. 마치 '프레스티지'는 '참 영리한 두뇌로 쓰여진 치밀한 시나리오다'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크리스찬 베일과 휴 잭맨이 연기한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완전히 공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했던 '인셉션'이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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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양한 해석과 많은 논란 혹은 해석할 여지가 존재하는 작품이다. 사실 잘 짜여진 시나리오라는 것 그리고 잘 편집된 한 편의 영화라는 것은, 이렇듯 보는 이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작품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측면에서 '인셉션'은 이것 만으로도 부족할 것 없이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제목인 '인셉션' (다른 사람의 무의식, 꿈 속에 생각을 심는 것) 의 의미처럼만 만들어졌어도 이 영화는 대단히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란 감독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영화 속에서 코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팀이 피셔 (킬리언 머피)에게 실행했던 방법처럼, 인셉션을 통해 심은 생각이 단순히 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심은 생각이 자라날 수 있도록 (그래야 인셉션이 성공하듯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구성해 냈다. 즉, 관객들은 놀란이 심은 기본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 나래를 펴 점차 더 깊은 인셉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이미 관객은 영화 속 맬 (마리온 꼬띨라르)처럼 더이상 인셉션의 경계를 확인하는 대신에 자신만의 세계를 더 굳건히 믿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믿는 다는 것은 영화 속 과는 다르게, 논란이 풀어놓은 퍼즐 조각을 끊임없이 맞추고자 하는 욕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꿈' 혹은 또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인셉션 (Inception)'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무서운 영화적 야심인가. 남들이 100점 만점의 이야기를 갖고 있을 때 놀란은 150점 짜리 이야기를 구상해 냈으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관객이 느끼는 것에 따라 160점도, 200점도 될 수 있는 구조까지 마련했으니 말이다. 이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관객이 놀란을 완전히 신뢰하며 인셉션에 빠질 수 있는 것처럼, 놀란 역시 자신의 영화를 100점 이상으로 봐줄 관객들을 믿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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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첫 번째 관람 후에 글을 바로 썼다면 여기까지에서 간단히 마무리 했다거나 아니면 논란이 풀어놓은 퍼즐 조각들을 이렇게 저렇게 맞춰가며, 이런 것도 가능하고 저런 것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을 것이다. 사실 정답이라 한다면 이게 정답인데, 두 번째 보고 나니 이 수 많은 갈래길들 가운데 단 하나의 길 만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리곤 앞서 했던 생각을 완전히 뒤집게 되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크 나이트'처럼 메시지가 강한 영화가 아닌 경우라면 세계관 설계에는 누구도 따라오기 어려운 탁월한 재주를 보여주지만,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공감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다는 생각 말이다. 확실해진 갈래길을 따라가보니 이 영화는 놀란의 작품 가운데 그 어느 작품보다도 주인공의 이야기와 감정적 동요가 큰 작품이었다. 마치 '메멘토'를 완벽하게 확장시킨 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메멘토'하면 그 영화적 형식에 더 귀를 기울이지만 '메멘토'에는 분명 주인공 '레너드'의 사연이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10분 간만 기억을 유지할 수 있다는 특수한 설정을 흥미위주로 구성하는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겪어야만 했던 감정의 이면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인셉션'을 두 번 보고 느낀 것은 바로 이런 주인공 코브의 이야기였다. 수많은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내러티브가 가장 자연스럽고 또 감정적이며 가장 많은 부분이 맞아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도 헛점은 있다. 하나하나를 다 맞추려고 하면 맞지 않는 부분은 이 경우에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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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셔에게 코브가 인셉션을 시도했듯, 코브에게 인셉션을 한 것은 바로 장인인 마일스일지 모른다)

코브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진짜 인셉션

첫 번째 보고나서 그 엔딩의 쓰러지지 않는 팽이와 공항 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몇가지 단서들 덕에, 이것이 결국 코브의 꿈, 그러니까 코브의 인셉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때 까지만 해도 확신이라기 보다는 다른 수 많은 갈래길 중 좀 더 유력한 길 정도로 생각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두 번 보게 된 영화는 확실히 달랐다. 이것은 완벽한 코브의 인셉션의 관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인 확실일 뿐, 다른 분들이 갖는 확신 역시 틀리다기 보다는 또 다른 맞는 확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일단 코브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바로 자신의 아내를 죽음으로 몰게 했다는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엄청난 죄책감이다. 코브와 아내 맬은 드림머신을 통해 꿈의 세계를 설계하는데에 흥미를 갖게 된 뒤, 꿈 속의 꿈, 그 꿈 속의 꿈 등 더 깊은 꿈의 세계, 즉 꿈의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결국 이 과정 속에서 맬은 자신이 믿고 있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더이상 믿지 않는 동시에, 자신이 살고 있는 꿈 속의 세계를 현실로 믿어버리게 된다 (즉, 림보에 빠진 것이다). 꿈과 현실의 단계가 단순히 한 단계로 이루어졌더라면 이런 혼동이 없었겠지만, 꿈의 꿈 그 꿈의 꿈, 또 그 꿈의 꿈으로 이어지는 영역을 경험한 이들에겐 현실을 자각하는 능력이 점차 사라져갔고, 맬은 결국 꿈을 현실로 믿게 된 것이다. 이런 맬을 끝내 설득시키지 못한 코브는 결국 맬에게 인셉션을 감행하게 된다. 즉, 맬이 꿈을 꿈으로 믿고 돌아올 수 있게 생각을 심는 것이었는데, 그리하여 오랜 꿈 속에서 벗어난 맬은 하지만 이 현실 역시 꿈으로 받아들이고는 이 꿈에서 깨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이 과정 속에서 코브가 얻은 교훈이라면 단순히 생각을 주입하는 인셉션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 즉, 스스로 그 생각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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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부터 코브의 인셉션은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이것은 코브에게 엄청난 죄책감이 된다. 꿈의 끝까지 가보고 싶었던 것도 본래 본인이었을 것이고, 그렇게 림보에 빠진 맬을 구하기 위해 성공확률이 높지 않았던 인셉션을 맬에게 직접 시도했으며, 결국 이 인셉션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맬을 진짜 죽음으로 이르게 했기 때문이다. 이런 코브의 죄책감은 이후 그가 다른 의뢰인의 꿈에 들어갈 때마다 불안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자신이 죽게 했다는 생각에 맬의 존재는 언제나 꿈 속에서 코브나 꿈의 주인공을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하고, 이런 죄책감이 가져온 불안감은 점점 더 예고하지 않고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코브가 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덜고 어린 아들, 딸과 다시 재회하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인셉션으로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코브가 이렇게 되길 가장 바라며 이 모든 것을 설계한 사람은 누구일까.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맬의 아버지, 그러니까 코브의 장인어른으로 등장하는 '마일스' (마이클 케인) 밖에는 없다고 생각된다 (아버지인지 장인인지 좀 불확실한 면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부자관계나 아니냐 라기 보다는 꿈에 침투하는 것을 가르친 사람이 마일스 라는 점이다). 마일스는 일단 코브에게 직접적으로 이 일을 가르쳤다는 점에서 (그리고 가족이라는 점에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코브를 구하고자 하는 감정적 동기가 충분하다. 또한 자신이 가르친 기술 때문에 결국 딸의 죽음과 사위의 트라우마가 생겼음으로, 마일스 스스로도 이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동기가 되겠다.

또한 코브에게 이를 가르친 만큼 코브의 인셉션을 설계할 만한 능력은 물론, 수제자 (엘렌 페이지)를 통해 이를 완성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이런 측면에서 보기 시작하면 이 이야기는 놀랍도록 맞아 떨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처음 파리에서 코브와 마일스가 만나 나누는 대화 장면을 보면 이런 심증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이 대화를 보면 마일스는 은근히 코브가 진행하려는 인셉션을 막아서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유도하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코브는 애초에 인셉션을 마음먹고 이를 설계해줄 아키텍트를 구하러 오긴 했지만, 마일스는 이런 코브의 심정을 이용하여 좀 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코브가 계획을 세우도록, 코브의 말을 받아들이기도하고 반대로 그를 잘 아는 만큼 일부러 약을 올려 더 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 대화를 이끄는 마일스, 그리고 이를 연기한 마이클 케인의 연기를 보면 무서울 만큼 디테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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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 코브의 토템이 쓰러지는 장면, 즉 현실임을 확인시켜주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다음부터는 코브의 팀이 피셔에게 인셉션을 심는 상황을 그대로 코브에게 대입하면 된다. 극중 임스 (톰 하디)는 피셔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삼촌인 브라우닝 (톰 베린저)으로 분장해 아버지와의 관계 등 더 많은 깊은 정보를 캐내게 되는데, 피셔와 브라우닝으로 분한 임스의 관계는 그대로 코브와 아리아드네 (엘렌 페이지)의 관계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아리아드네는 코브를 더 알아야만 불안요소를 업애고 더 완벽한 설계를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코브가 동료들에게는 잘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묻는다. 그리고 코브의 꿈에도 적극적으로 접속해 코브와 맬의 관계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알려고 한다. 이는 코브에 대한 인셉션을 성공시키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리아드네는 결국 아무도 알지 못했던, 코브와 맬이 림보에서 겪었던 일들마저 알게 되었고 이는 피셔가 인셉션을 겪으며 스스로 발전한 것처럼, 코브 역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결심하게 하는 계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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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보면 경쟁 회사를 분리하기 위한 사이토의 의뢰는 말그대로 코브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하나의 어려운 미션일 뿐인데, 이 자체가 마치 영화의 주된 메시지인냥 코브의 트라우마 이야기와 비중을 같이하며 (혹은 더 큰 비중으로) 그려지는 것은 단순히 볼거리 측면 때문이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피셔에게 인셉션을 하는 것은 그대로 코브에게 인셉션을 하는 것과 겹쳐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피셔가 사이토의 뜻대로 회사를 나누는 것은 영화 상에서 하나도 중요할 것이 없는 사실이고,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인데도 이 과정을 그렇게 심도 있고 비중있게 그린 이유가 바로, 이마저도 피셔의 이야기가 아닌 코브의 이야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무의식 속에 갇혀있는 맬에게로 가는 길을 찾는 과정인 동시에 이런 맬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과정인 것이다. 다시 말해 너무 직접적인 (1차적인) 인셉션을 코브에게 시도했다면 코브는 이를 금새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셔의 인셉션이라는 복층의 인셉션을 설계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코브는 그의 무의식 속에 있는 맬과는 다르게 정확히 현실과 꿈을 구분하려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꿈에서 나올 때마다 토템을 통해 현실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있으며, 다른 영화의 감상적인 주인공들처럼 영원히 맬과 림보에 남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코브에게는 맬에 대한 죄책감 만큼이나 자식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이런 맬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도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코브는 영화 속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미 맬에게 했던 인셉션이 실패로 돌아갔던 과거 때문에 (꿈의 설계에 상상력만이 아닌 기억을 동원하게 된 점) 자신이 설계한 인셉션으로는 절대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즉, 계기가 필요했던 것인데 (헬기에 탄 사이토의 인셉션 제안에 너무 쉽게 수락한 경향이 있다. 인셉션의 실패 경험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파리로 이 문제를 해결해줄 마일스를 찾아갔고 자연스레 인셉션에 몸을 맡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아리아드네를 그의 꿈에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것도 쉽게 수긍이 된다. 아마도 그렇지 않았다면 '너는 여기 오면 안돼' 그 이상으로 그리고 그 다음에도 절대 아리아드네를 맬이 있는 자신의 꿈에 들이지 않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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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인셉션'은 그 어떤 영화 못지 않게 주인공 코브의 절절한 감동의 이야기가 된다. 정말 아내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둘이 함께 추구하는 바를 이루려 꿈꾸던 그 곳에 끝까지 가게 되었지만, 결국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아내를 위해 자신도 그곳에 남아 아내의 꿈 (둘이서 함께 늙고 싶다는)을 이뤄줄 때까지 기다려주기도 했고, 한 차례 꿈에서 빠져나온 이후에도 아내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자 인셉션을 동원해 어떻게든 아내를 현실로 데려오려 했으나, 그것마저 실패하고 결국 아내의 죽음을 맞게 되어 그것이 평생의 짐이 되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인셉션을 통해 스스로 죄책감을 벗어내려는 노력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는, 첫 번째 관람시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몹시 동요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즉, 이 인셉션이라는 세계, 꿈의 꿈이라는 세계가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화려하고 매력적인 표피 속에 숨겨져 있는 메시지, 왜 이들은 림보에 빠지게 되었나, 왜 이들은 인셉션을 하게 되었나, 왜 코브는 죄책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나에 대해 비로소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고나니 처음 볼 때도 뭉클했던 림보에서 코브와 맬이 나누었던 대화 장면이 더더욱 눈물날 수 밖에는 없었다. 트라우마를 극복한다는 것은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코브는 피셔의 인셉션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고, 나중에 가서는 그 동안 죄책감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말들 (맬에게 인셉션을 했던 사실, 50년 넘게 림보에서 둘이 함께 늙어갔던 사실)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눈 앞에 만져지는 진짜 같은 꿈 속의 맬을 용기 있게 부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맬에게 인셉션을 고백하는 장면부터 코브가 드디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되는 이 시퀀스가 몹시도 슬프고 감정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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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은 트라우마라는 점에서 역시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던 '셔터 아일랜드'와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결말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셔터 아일랜드'의 레오는 결국 자신의 트라우마를 인정하긴 했지만 이겨내진 못했던 반면, '인셉션'의 레오는 눈물겹고 힘들었지만 결국 극복하고 현실로 돌아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것이 마일스가 설계한 (물론 세부 내용은 아드리아네가 설계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코브의 인셉션이라고 해놓고선 현실로 돌아오는데에 성공했다는 얘기가 무슨 얘기냐고 물어올 수 있겠는데, 사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부분은 마지막 시퀀스로 미뤄 봤을 때 아직 꿈 속이라고 볼 수 있겠다.

비행기 내에서 깬 뒤 공항에 도착한 순간, 유난히 코브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시선들도 그렇고 이를 마중나온 마일스도 그러하며, 결정적으로 결국은 쓰러지지 않은 팽이와 (물론 이는 쓰러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엔딩 크래딧 말미에 흐르던 킥을 신호하는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까지. 코브가 이 꿈에서 깨는 순간 다시 모든 것을 잊고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그 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전한 인셉션인 만큼 꿈에서 깬 다음에도 이 어렴 풋한 기억을 발판으로 반드시 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코브가 바라던 현실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고 (정확히는 성공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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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이 결국 트라우마에 관한 영화라는 점은 영화 속 킥의 도구로 사용된 에디뜨 피아프의 유명한 곡 'Non, Je Ne Regrette Rien'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곡이 본래 워낙에 유명한 곡이기도 했지만, 에디뜨 피아프의 전기를 다룬 영화 '라비앙 로즈'를 감상한 탓에 이 곡은 물론, 이 곡의 가사들도 미리 머릿 속에 인지하고 있던 것이 '인셉션'을 감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정말 굴곡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지만 결코 자신은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이 곡의 제목과 가사처럼, 킥 할 때마다 울려퍼지는 이 곡은 마치 코브의 트라우마를 덜어주려는 아키텍트의 세심한 배려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아내에 대한 죄책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코브와 '난 후회하지 않아'라는 곡의 대비는 아이러니와 동시에 영화의 메시지를 더 확고히 하는 장치가 되었다 (물론 '라비앙 로즈'의 주인공이 마리온 꼬띨라르 였다는 점도 묘한 흥미거리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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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지 생신지 볼을 꼬집, 아니 얼른 토템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 사람같으니라구!)

개인적으로는 두 번 보고 나서 확실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인셉션'을 더 격하게 좋아하게 되었지만), 처음 보고나서의 느낌처럼 '인셉션'을 이런 감정적 내러티브보다 다층적이고 흥미로운 세계관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이 대단한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놀란은 '인셉션'이라는 세계를 설계하고 그 안에 인셉션을 심어 결국 관객들이 스스로 이를 발전시켜 더 큰 세계로 혹은 자신조차 의도하지 않았던 이야기로 확장시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놀라운' 세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1. 이 글을 다 쓰고 나서야 각종 정리글과 분석글들을 차근차근 읽어보았는데, 제 생각과 일치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하나같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완전 이 세계관에만 집중해서 하나하나 분석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이미 대부분을 다른 분들이 해주셔서 이 부분은 생각날 때마다 보충하는 것 정도로 하려구요.

2. 이것이 코브의 인셉션이라해도 피셔의 인셉션은 킬리언 머피의 연기로 인해 설득력을 얻게 되더군요. 사실 이 이야기 자체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보였거든요. 경쟁사의 회사를 반쪽내기 위해 이 정도의 위험을 감수한 사이토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런데 킬리언 머피의 연기는 진짜 영화 속 영화처럼 설득력을 주더군요.

3. 디카프리오야 동시대의 배우들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이니 더 부연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더 좋아하게 된 배우가 있다면 역시 조셉 고든-래빗이죠. '브릭'과 '500일의 썸머'는 물론 왜 나왔을까 싶은 '지아이조'마저 본 팬인데, '인셉션'에서의 조셉은 정말 멋졌어요. 물론 멋진걸로만 따지자면 '임스' 역할로 나온 톰 하디에게 좀 밀렸지만요 ㅎ

4. 이미 3회차 관람은 예매가 완료되어 있고, 지금은 나만의 토템을 찾는 중입니다.

5. 참고로 제 핸드폰 벨소리도 바꿨어요. 'Non, Je Ne Regrette Rien'로요.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올 때마다 킥이 되는거죠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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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 골든 슬럼버 (ゴールデンスランバー, 2009)
스릴러로 풀어낸 감동 스토리


이번 피판 (PiFan)에서 본 단 하나의 영화는 바로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골든 슬럼버'였다. 이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피쉬 스토리' 를 감동 깊게 보았던 나로서는, 그의 신작 '골든 슬럼버' 역시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역시 이사카 코타로의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골든 슬럼버'를 기대하게 되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개인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점은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 소설을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은 시점에서 과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코타로의 원작 소설인지 아니면 나카무라 요시히로가 만든 영화인지가 좀 불분명 하다는 점. 그런데 들리는 바에 따르자면 요시히로의 영화는 원작 소설과 거의 다르지 않는 (각색이 많지 않은)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 역시 영화화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그냥 둘 다를 좋아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쨋든 이렇게 큰 기대를 갖고 보게 된 '골든 슬럼버'는 역시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다. 따지고보면 그의 전작들이 다 그랬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너무 이야기 중심이라 오히려 감흥이 덜한 것도 있었지만, '피쉬 스토리'는 오히려 구성 덕에 이야기의 감동이 더 커졌더랬다. '골든 슬럼버'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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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는 확실히 스릴러의 옷을 입고 있다. 도입부분부터 후반부 전개에 이르기까지, 퍼즐조각을 늘어놓고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단서들을 흘리고, 무언가 거대한 음모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암시한다. 그래서 사실 조금 놀랐었다. 물론 전작들 역시 이렇게 퍼즐의 성향을 띤 부분이 있었지만 그것이 구성으로만 사용될 뿐 전면적으로 주가 되는 방식은 아니었는데, '골든 슬럼버'는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엇, 이번 작품은 정말 스릴러로 가나보다' 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골든 슬럼버'는 스릴러를 위한 스릴러는 아니다. 스릴러라는 장르는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와 감동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편이 더 맞겠다. 

나카무라 요시히로는 (아마도 이사카 코타로는) 이런 지점을 정말 잘 알고 있고 묘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갑작스런 스릴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주인공에게 공감대를 불어넣으며 나중에 닥쳐올 감동 포인트의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으며, 감동의 순간을 전달하는데에도 부담스러움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팟의 용도 부분이 핵심이었다면 닭살스러웠겠으나 이 정도라면 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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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말에 관해서는 개인 취향에 따라 분분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번 소시민 영웅등극을 보는 것 보다는,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따지고보면 음모에 빠진 주인공의 이야기자체가 씁쓸함과 어두운 기운을 깔고 있지 않은가) 결말을 택한 것이 더 나아보였다. 그리고 영화가 주려는 감동의 크기를 보았을 때 만약 영웅스토리로 갔다면 이 같은 감동을 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끝까지 불의에 맞서 정의를 이뤄내라'에 버금가도록 '살아남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다'라는 걸 설득시키기는 좀 더 어려운 일인데, '골든 슬럼버'의 방식은 그 과정 속에서 잊었던 것들과 아름다운 추억들 그리고 그곳에 항상 함께 하고 있었던 '사람들'을 부각시키면서 '살아남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다'라는 걸 충분히 이해와 설득 시키고 있다. 

사실 영화제를 통해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객석에서는 아주 여러번 웃음이 터져나왔는데, 워낙에 주인공에 잘 동화되는 특성상 '이해는 되지만 난 엄청 슬퍼 ㅠ' 이런 장면이 아주 잦았다. 특히 주인공의 아버지가 기자들에게 둘러쌓여 카메라에 대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모두 웃었지만, 난 혼자 마치 작은 차 앞좌석에서 펑펑 운 주인공 처럼 울컥하는걸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하나씩 그 감동의 고리가 연결되는 장면에서 역시 짠한 감동을 느낄 수 밖에는 없었다. 서두에 말한 지점이란 바로 이런 것을 포함하고 있다. 넓게 보면 신파지만 직접적이지 않고 '그랬었었구나'라고 느껴지게 하는 감동. '골든 슬럼버'는 후반 이런 감정의 폭풍이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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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작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사카이 마코토, 타케우치 유코, 하마다 가쿠 등의 연기 역시 만족스러웠다. 특히 하마다 가쿠의 경우 기존 '집오리...'에서 맡았던 캐릭터보다 이 캐릭터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따지보고면 이 영화의 '흥미'를 불어 넣은 일등 공신은 바로 하마다 가쿠가 연기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 밥 딜런 : Blowin in the wind' '피쉬 스토리 - 피쉬 스토리'에 이어지는 '비틀즈 - Golden Slumber'의 테마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 본래 비틀즈의 이 곡을 좋아하는 터라 처음 제목을 듣고 나서는 바로 '아, 이번엔 비틀즈인가보다' 싶을 정도였는데, 과하지 않게 곡의 정서와 배경을 극에 잘 녹여낸 듯 하다. 



1. 이 작품에는 여러 익숙한 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간장선생'의 주연을 맡았던 에모토 아키라, '스윙걸즈'에서 주리짱의 절친 역할로 나왔던 칸지야 시호리, 일본의 대표배우 중 한명인 카가와 테루유키, 사실 맘에 안드는 인상인데 너무 자주보다보니 정들기 시작한 나미오카 카즈키까지.

2. 엔딩 시퀀스는 살짝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3.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과의 대화 중 한 컷. 워낙에 팬분들이 많이 계신 자리라 정신없이 진행되었습니다. 한 3년 뒤쯤에는 또 한번 이사카 코타로 원작 나카무라 요시히로 연출의 작품을 볼 수 있을지도~


4. 

영화를 보고나서 직접 불러본 Beatles의 'Golden Slumbers' 커버입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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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realfolkblues.co.kr 선정
2010 상반기 좋은 영화 결산


올 상반기에도 참 좋은 영화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지난해에 비해 좀 더 작은 영화들을 많이 만나볼 기회가 적었다는 것인데, 하반기라도 부지런히 챙겨보도록 좀 더 노력해야겠네요. 지금까지는 결산을 할 때 항상 '베스트'라는 표현을 쓰곤 했는데, 뭐 개인적인 베스트라는 의미이니 크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 보다는 그냥 내가 좋았던 '좋은 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그렇게 선정한 상반기 '좋은 영화' 들을 한번 짧게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당연히 작품 간의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개봉 역순이며, 각각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해당 영화의 리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찰리 카우프만 감독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를 걱정했던 것처럼, 공드리 없는 카우프만도 그 걱정의 정도는 조금 덜했으나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결과는 대만족, 아니 대압도된 느낌이었습니다. 카우프만은 항상 인간 존재와 마음의 심연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본인이 감독을 맡게 된 이 작품에서는 드디어 그 심연의 끝까지 가보려 합니다. 영화란 무릇 이야기가 주는 감동도 있지만 본인만의 것으로 느껴질 때 더 큰 감동이 오기 마련인데, 카우프만의 심연에서 나를 발견하는 동시에 이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 중 한편으로 꼽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사실 분석해볼 만한 거리가 참 많은 작품임에도, 완전히 카우프만의 세계에 공감한 탓에 굳이 분석할 필요성을 못느낄 정도였죠. 







(500)일의 썸머 ((500)Days of Summer)
마크 웹 감독

조이 데샤넬의 열혈팬이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이긴 했지만, 그녀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던 좋은 드라마였죠.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일들을 진부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내는 방식, 알콩달콩 하지만 현실적이고 씁쓸함과 희망을 동시에 주는 이 작품은, 몇 년간 본 로맨스 영화들 가운데 손꼽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나의 '썸머'를 떠올리게도 했구요.






맨 온 와이어 (Man On Wire)
제임스 마쉬 감독

그냥 포스터에 이끌려 보게 되었던 '맨 온 와이어'는 다큐라서 주는 흥미로움과 다큐답지 않은 극적인 요소가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주는 힘과 이를 그리는 방식의 진정성이 뒷받침 하는 가운데, 마지막 그 찰나의 순간의 경험은, 실제 이를 경험한 필리페 페티에 그것에는 절대 못미치겠지만 그래도 그 찰나를 스크린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아직도 생생하게 뇌리에 남았네요.






예언자 (Un Prophète)
자크 오디아르 감독

'예언자'는 오랜 만에 본 무게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전체적인 분위기나 범죄를 다루는 방식, 그 안에 캐릭터를 넣은 방식이 회색 빛이라 좋았죠. 특히 '과정'을 그린 좋은 텍스트라고 생각되네요. 제목이 주는 강렬함, 그리고 그로 인해 유추할 수 있었던 몇 가지 것들도 이야기거리가 되었었고. 한 번쯤 다시 보아도 좋을 것 같네요.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

올 상반기 극장에서 본 작품들 가운데 취향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쉽게 권할 만한 좋은 작품을 꼽자면 제이슨 라이트먼의 '인 디 에어'를 첫 번째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노'를 통해 평범하지만 진리를 그렸던 그답게, '인 디 에어'에서는 좀 더 깊은 삶의 얘기를 한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해하기 쉽게 그려냅니다. 조지 클루니라는 배우의 역량이 백분 발휘된 작품이었죠.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마틴 스콜세지 감독

'셔터 아일랜드'는 올 상반기 가장 뜨거웠던 작품 중 하나였죠.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결말의 방향성의 여부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나서 이것저것 이야기해볼 것이 많은(그러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로운 작품이었던 것 같네요. 디카프리오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스콜세지가 만든 미장센에 감탄했는데, 올 상반기 호불호가 가장 크게 갈렸던 '셔터 아일랜드'에 대한 저의 견해는 물론 '호' 입니다. 






시리어스 맨 (A Serious Man)
코엔 형제 감독

'파고'를 비롯한 코엔 형제의 예전 영화들도 물론 좋아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후의 작품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번 애프터 리딩'도 좋았었는데, 이런 취향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 바로 '시리어스 맨'이었죠. 이 작품을 보면 볼 수록 '아, 진짜 코엔 형제는 천재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이렇게 삶이라는 것에 대해 유머와 진지함의 완벽히 조화를 이뤄가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영화적 재미마저 주는 이들의 영화기술은, 날로 대단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많이 배웠던 작품이었어요.







공기인형 (空気人形)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실 이 리스트에 추가할까 말까 끝까지 고민했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공기인형'이었는데, 돌이켜봤을 때 다른 작품들에 비해 남는 잔상이나 깊이는 덜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세계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서 (그리고 팬으로서) 또 한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어서 최종적으로 리스트에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보다는 오히려 그 '공기'가 더 매력적인 작품이었죠. 







킥 애스 (Kick-Ass)
매튜 본 감독

'힛 걸' 이라는 인기 캐릭터와 더불어 이를 연기한 클로 모렛츠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작품 '킥 애스'. '다크 나이트' 이후 힘을 잃었던 (아니 겁먹었던) 히어로물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동시에, 기본적인 것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기도 했죠. 웃어 넘길 수 없는 것과 그냥 웃어 넘겨도 괜찮은 것이 같은 것일 때에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던 것 같네요.







하하하
홍상수 감독

앞서 '시리어스 맨'을 이야기할 때 코엔 형제의 작품들에 대한 선호도와 비슷한데, 개인적으로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 역시 '잘알지도 못하면서'부터 훨씬 더 좋아진 경우에요. 사람들은 흔히 홍상수 영화를 이야기할 때 '먹물' '속물' 등의 표현을 쓰곤 하는데, 전 이것보다는 그 안에 홍상수 감독이 정말 얘기하려는 무엇, 그러니까 너무 순수해보여서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것이 점점 확인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서 '동의'의 수준으로 발전된 것 같네요. 홍상수 월드의 공감대가 점점 확산되고 있어요~







시 (Poetry)
이창동 감독

21세기에 영화를 통해 시를 쓸 수 있는 감독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적어도 국내에서 이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내공을 갖고 있는 감독은 이창동 감독 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 사실 그의 대표작들로 꼽히는 '박하사탕' '오아시스'등은 너무 자극적이고 과한 느낌이 있어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시'를 보고나서는 '아, 이 사람 정말 차원이 다른 시를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현재까지 개인적으로 이창동 감독 작품 중 베스트는 단연 '시' 입니다.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딘 드블루아, 크리스 샌더스 감독

드림웍스는 언제부턴가 '픽사'라는 라이벌 스튜디오의 그림자의 가려 이렇다할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었는데 (물론 그 가운데 '쿵푸팬더' 같은 작품은 제외해야겠죠), '드래곤 길들이기'는 작품 자체도 좋지만 드림웍스가 드디어 자신들만의 방향성을 잡았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이겠죠. 사실 이 이야기는 매우 교훈적이고 단순하고 익숙한 구조인데, 픽사가 잘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거든요. 다 아는 얘기로 울리고 감동 받게 하는것. 드림웍스도 자신들 나름대로 이런 것을 터득한 것이죠.







2010년 하반기에도 좋은 영화 많이 만나시길 바랍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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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Week & T _ 칸예와 루페, 그들이 정말 온다!

힙합 음악을 가장 많이 듣던 시절. 처음 시작은 Nas였고, 자연스레 Jay-Z를 알게 되었으며, 대중적으로 워낙에 유명했던 2pac, P. Diddy 등도 차근차근 듣게 되었다. 사실 초반에는 Nas의 앨범을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Nas를 가장 좋아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느새 부턴가 Jay-Z의 사운드에 더 끌리게 되었다. Jay-Z의 Blueprint에 한창 빠져 있을때쯤, Talib Kweli, Mos Dep, 9th Wonder, Madlib등 매력적인 프로듀서 들을 알게 되어 한동안 인스트루멘탈에 깊게 빠져있기도 했다. 그 이후 메인스트림과 언더를 오가는 와중에 눈에 들어온 이가 바로 Kanye West. 처음 듣는 순간 '와, 이거 되게 잘 빠졌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음악적 동지인 John Legend와 Common의 음악과 더불어 그의 음악에 급속도로 빠져들게 되었으며, 이런 칸예에 대한 관심은 곧 그의 음반에 참여한 Lupe Fiasco로 이어지게 되었다. 칸예에 한창 빠져있을 무렵 듣게 된 루페의 데뷔 앨범은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Kick & Push의 비트는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비트 중 하나다.





(진짜 칸예를 대한민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

록밴드에 비해 블랙뮤직 뮤지션들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 이들의 공연을 보려면 가까운 일본이라도 가야하나 싶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예전 Alicia Keys의 공연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반면 얼마전 세상을 떠난 Nujabes의 공연에 못간 것은 아직까지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데 올 여름 록 페스티벌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중, 전혀 예상치 못했던 라인업으로 무장한 페스티벌을 하나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라인업에는 무려 칸예 웨스트와 루페 피에스코가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 페스티벌은 다름 아닌 위크앤티 페스티벌이었는데, 사실 처음 소식을 듣고 나서도 믿겨지지 않는 라인업이었다. 최근 현대카드 초청 콘서트가 매번 놀랄 만한 슈퍼스타들의 라인업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긴 하지만, 이번 위크앤티는 그에 버금가는 임팩트가 아닐까 싶다.



(루페 피에스코의 출연은 마치 보너스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보너스치고는 좀 과한 편이다)

일단 금요일 헤드라이너로 서는 칸예 웨스트가 이번 위크앤티의 가장 핵심적인 기대 이유일 수 밖에는 없겠다. 칸예의 공연을 국내에서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시점에 치고들어온 터라 더 그런 측면이 있다. 칸예의 음악이란 팬들은 물론이고 Will.I.am과 Timberland와 함께 현 팝씬을 (힙합 씬만으로 규정짓기엔 이들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대표하고 이끄는 트랜드세터로서, 힙합음악을 하는 뮤지션들 역시 가장 보고 싶었던 공연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진짜 졸업에 이르기까지의 3부작 앨범들은 (The College Dropout - Late Registration - Graduation) 한 곡 버릴 곡이 없을 정도로 꽉 차여진 힙합 앨범이었는데, 그 곡들을 내 눈앞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니 더 무엇을 바라겠나.




(낙산에서 열리는 Summer Week&T 타임테이블!)

사실 칸예만으로도 쿵쾅 거리고 있을 때쯤, 2차 라인업 발표가 이어졌는데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루페 피에스코의 이름을 확인했기 때문! 사실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칸예에 비해 그리 높지 않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스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차세대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칸예 만큼이나 놀라웠다는;) 그를 또 한 명의 헤드라이너로 만나게 되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칸예와 루페 피에스코가 헤드라이너로 나오는 페스티벌이라니, 이 정도면 다른 블랙뮤직 아티스트들이 나오는 페스티벌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겠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거의 없겠지만) 칸예와 루페 만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국내 힙합 뮤지션들의 라인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드렁큰 타이거와 T(윤미래)를 비롯해, DJ DOC는 물론 더 콰이엇 (The Quiett)과 팔로알토 (Paloalto), 360 Sounds, House Rulez 등 언더씬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이들도 낙산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더 콰이엇의 무대를 즐기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Summer Week&T와 마찬가지로 해변에서 펼쳐진 루페의 'Live at Spring Break' 공연 클립)

이번 낙산에서 열리는 Week & T 페스티벌이 흥미로운 다른 이유는 바로 해변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라는 점인데, 사실 이전에도 해변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이 종종 있었지만 그것이 만족스런 라인업과 함께 그리고 해변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다운 장점을 극대화한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번 위크 앤 티는 좀 더 '비치 페스티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듯 했는데, 제대로 된 해변의 페스티벌이 무엇인지를 보여줄지의 여부가 주목된다.


위크앤티 공연 예매 관련 링크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MN=Y&GroupCode=10004728&GoodsCode=10004728#TabTop)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09 서태지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
공연장과 극장에서의 감동을 라이브 앨범에서도


지난해 팬들을 몹시도 두근거리게 그리고 감동스럽게 했던 서태지밴드의 라이브 투어 '뫼비우스 (The Mobius)'의 라이브 앨범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참고로 이 공연은 올해 서태지 M관을 통해 극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공연장에서는 못보고 극장에서나마 즐겨보았던 라이브라 이번 출시된 라이브앨범에도 기대가 많았다. 총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라이브앨범은 일단 패키지부터 약간 큰 사이즈로 속에는 주황색으로 디자인된 케이스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뭐 소장하는 측면에서는 다른 사이즈의 패키지가 살짝 부담스러운 것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좀 더 유니크한 컬렉션이 될 수 있겠다.






극장 상영분과 비교해보자면 '널 지우려해' 'Human Dream' 'Free Style' 등 몇 곡이 더 추가되었으며 (추가되었다기보단 극장상영에서 제외되었다는 편이 맞겠다), 두 장의 CD에 총 24곡이 가득 담겨있다. 이번 뫼비우스 라이브는 지난 라이브들 보다 비교적 태지의 멘트가 더 적극적이었던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되는데, 라이브 앨범에서도 이런 멘트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팬들은 아마 이런 멘트를 더 좋아할테지만 (ㅋ), 라이브 앨범의 특성상 아무래도 멘트 부분은 좀 제외되거나 페이드 아웃되는 방식으로 삽입되었다).





극장에서 볼 때도 그랬었지만 이번 뫼비우스 공연은 유난히 (태지의 공연이 언제부턴가 즐거움보다 감동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슴 한 편이 아려오는 공연이었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곡들은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을 더 떠올리게 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널 지우려해'나 이미 지난 웜홀 공연을 통해 레전드 곡임을 새삼 입증한 '내 맘이야' 같은 곡도 그랬고, Rock과 함께한 '슬픈 아픔'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도 가장 뭉클하게 했던 것은 앵콜 곡으로 불렀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였다. 곡 자체가 찡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예전에는 가사에 공감하지 못했다면 (그저 좋았다면), 이제는 정말 가사 하나하나를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되는 추억이 생긴 것만 같아 기쁜 동시에 짠해졌다. '너희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라는 가사가 어찌나 와닿던지.







정규 앨범과는 다르게 라이브 앨범은 확실히 팬서비스의 성향이 강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연주가 주가 된 앨범은 다른 경우라 하겠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서태지밴드의 라이브 앨범 역시 공연장과 극장에서 뫼비우스 투어를 함께 했던 혹은 그렇지 못했던 팬들을 위한 또 하나의 선물이라 볼 수 있겠다. 태지 팬이라 그래서 행복하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공연장에서 그리고 극장에서도, 라이브 앨범으로도 만나볼 수 있으니 말이다. 자, 이제 블루레이 출시만을 고대해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스케치
(14th PiFan)


PiFan과 펜타포트의 공통점이라면 둘 다 항상 비와 함께 한다는 것일 텐데, 이번 피판은 하루만 겨우 다녀온 탓에 이런 비를 경험할 새도 없이, 좋은 날씨에 영화제를 잠시나마 즐겨볼 수 있었다. 사실 하루, 그것도 겨우 한 작품만 보고 온 탓에 제대로 영화제를 즐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은 시간을 내어 이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괜찮은 영화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행운인 것 같다. 특히나 고대했던 작품을 보게 되었고, 작품도 너무 만족스러웠던 탓에 ('골든 슬럼버') 더더욱 즐거운 영화제가 되었던 것 같다.



'골든 슬럼버'의 상영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열렸는데, 이번 피판 덕에 방문하게 된 만화영상진흥원은 다음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 또 찾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곳의 프로그램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겠다.



영화제의 재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셔틀버스 타기. 이번엔 일정이랄 것도 없는 일정이라 여기저기 갈아타고 기다리는 일을 딱 한번씩 밖에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여튼 영화제의 백미는 셔틀버스 기다리며 프로그램 북을 뒤져가며 스케쥴 정리하기 일듯.




지난해 피판에 와서는 작은 노트 같은 것이랑 컵도 구매했었는데, 올해는 그냥 구경만 간단히 ^^;




이번 피판이 더 큰 주목을 (적어도 덕후들에겐)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건담 시리즈의 상영 때문이었을텐데, 진흥원에서는 아예 건담에 관련한 다양한 볼거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직접 프라모델을 그 자리에서 조립해 보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고, 사람 크기만한 모형도 준비되어 있었으며, 그 자리에서 건담의 다양한 프라모델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는 한편, 건담의 연대기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보기 좋게 펼쳐놓았다. 개인적으로 건담 팬의 열혈팬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쉽기까지 했던 상황.











건담 팬이 아님에도 이 정도 사진을 담고 관심을 가졌을 정도니 팬들에겐 좀 더 좋은 시간이 되었을 듯~




그리고 '골든 슬럼버' 상영이후 연출을 맡은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과의 대화 시간. 영화가 워낙에 마음에 들어서 끝까지 자리에 남아 GV를 함께 했는데, 워낙에 감독의 팬 분들이 가득한 자리라 전작들과 원작에 대한 질문들이 많은 GV였다 ('골든 슬럼버' 리뷰는 곧 별도로 업데이트 예정).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눈물나는 그 장면 #2
빅 피쉬 (Big Fish)


사실 아무런 정보 없이 보게 되었던 '빅 피쉬'에게 기대했던 바는 정확히 이런 것은 아니었다. 어쨋든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팀 버튼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기괴함 혹은 장난스러움을 만끽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물론 '빅 피쉬'에 그런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빅 피쉬'는 기본적으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이자 무엇보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저 허세 가득한 아버지의 많은 이야기들이 결코 거짓 만은 아니었음을 통해, 아들로서의 나와 내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정말 좋은 가족영화라 할 수 있겠다. 어쩌다보니 시리즈의 첫 번째, 두 번째 글을 모두 가족영화가 장식하게 되어버렸는데, '빅 피쉬'는 가족영화 중에서도 직접적으로 아버지에 관한 가장 좋은 영화 중 한편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팀 버튼은 눈물을 절대 쥐어 짜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 답게 웃고 즐기는 가운데 미치도록 눈물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 2006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아들과 아버지의 진정한 만남의 장면. 그동안 아버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혹은 하려하지 않았던) 아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아버지의 진심을, 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이 장면 하나보다는 이 장면 앞뒤로 이 시퀀스 자체가 정말 눈물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웃으면서 드디어 바다로 나아가는 아버지와 그렇게 아버지를 웃으며 보내주는 아들의 모습은, 뭐랄까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일으켰다. 사실 이 장면이 특히나 더 슬펐던 이유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을 때의 특별한 상황 때문이었는데, 같이 갔던 이가 아버지를 일찍 여읜 분이어서 영화 처음부터 훌쩍훌쩍 하더니, 결국 이 장면에 가서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옆자리에 앉은 나에게도 그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덩달아 더 큰 울음을 속으로 집어 삼켰던 것 같다. 

아직도 '빅 피쉬'를 생각하면, 그리고 저 강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울컥하곤 한다. 나에게는 가장 좋은 아버지에 관한 영화 중 한편이었던 팀 버튼의 '빅 피쉬'였다. 


* 제목처럼 영화 속 눈물 나는 장면,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가볍게 추억하는 시리즈가 될 것 같네요. 아, 그리고 남들과 좀 다른 포인트에서도 잘 울곤 하는 제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구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Sony Pictures 에 있습니다.





인셉션 (Inception, 2010)
스포일러 없는 단상들


1.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기 전 정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영화를 즐기는데에 (더군다나 많은 것을 좌우하는 첫 관람일 경우라면 더) 최적화된 상태라고 보는 입장에서, 가능한한 직간접적인 누설을 다 피하였으나 그마저도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과감히 이 글을 패스해주시길 바랍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 아주 약간의 정보나 아님 본 사람의 대력적 느낌은 자신의 관람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상력을 제한하는 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완벽한 무지의 상태에서 보길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개봉일을 꾹 참고 기다려주세요 ^^;

2.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을 시사회에 초대되어 먼저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첫 경험을 아이맥스로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네요. 사실 시사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패스하려고 했는데, 이번 만큼은 개봉일까지 혹시라도 당할지 모를 일말의 스포를 아예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빨리 보는 쪽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3. 예상했던 바와 같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굉장히 복잡한 다층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시작하고나서 끝날 때까지 단 한시도 주의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은 복선이 되고 단서가 되며, 파편의 조각이 되거든요. 이건 거대한 퍼즐 (혹은 미로) 같아서 조각마다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 조각이라도 없으면 그림이 완성되질 않습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본인은 다 맞추었다고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감독이 그린 그림과는 조금 다른 그림이 될 수도 있겠죠 (영화는 어차피 감독의 것이 아니라 관객의 것이지만, 이처럼 '퍼즐'형식인 경우에는 영화에 담긴 단서를 포착하면 할 수록 더 깊은 작품이 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네요).

4. 아무래도 필연적으로 '인셉션'은 감독의 전작 '다크나이트'와 비교될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개인적으로 '다크나이트'는 매력적인 영화적 구조와 형식을 빌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작품이었다면, '인셉션'은 형식 그 자체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메멘토'를 통해 영화적 기술자임을 유감없이 보여준 놀란은 다시 한번 자신이 왜 이런 측면에서 '기술자'인지 더 나아가 '장인'의 소리를 들을 정도인지를 보여줍니다. 

5. 즉 '인셉션'의 이야기 구조나 스토리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에요. 무엇에서 가져왔다고 말하는 것조차 미묘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외하고 이야기하자면, 이야기의 구조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를 설계하고 배치하는데에 있어서 크리스토퍼 놀란은, 새로운 이야기를 즐길 때 만큼의 황홀한 감흥을 선사합니다. 

6. 사실 이렇게 완전히 메시지나 주인공의 이야기 (영화적 이야기 말구요)가 배제된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놀란 감독은 이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어요.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주인공의 이야기도 분명 존재하죠. 그래서 저 같이 주인공에게 쉽게 동화되어 감정이입 되는 이들에겐 여기서 오는 감동도 빼놓을 수 없겠죠.




7. 영화 속에 테마 곡으로 등장하는 노래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곡이 어떻게 쓰였느냐도 재미있지만, 그 곡의 제목과 가사가 주는 의미를 영화의 내용과 비교했을 때 오는 아이러니가 있죠.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곡을 사용한 이유는 바로 이 아이러니에 있다고 생각되요. 물론 단순히 분위기 측면에서 훨씬 우아해지고 낭만적인 효과도 있었지만요.

8. 전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 조차 제대로 살펴보질 않았기 때문에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정확히 누가 출연하는지 파악하지 않았었는데, 톰 베린저가 출연하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그여서 그것만으로도 반갑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레오를 제외하면 조셉 고든-레빗의 연기가 좋더군요. 사실 다 좋았는데 그냥 개인적 취향 때문에 조셉이 아주 조금 더 눈에 들어왔다는 정도에요. 그 좁은 어깨와 올백으로 빗어넘기는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더라구요.

9. 한스 짐머의 음악은 '다크나이트'를 연상시키는데, '다크나이트'의 경우 그 메시지를 더 돋보이게 했다면 '인셉션'은 역시, 장면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10. '매트릭스'와 비교되는 부분도 있고 '이터널 선샤인'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엠파이어지의 평가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찰리 카우프만의 '시네도키, 뉴욕'을 더 떠올리게 했습니다 (참고로 '시네도키, 뉴욕'은 현재까지 올해 저의 베스트 작품). 두 작품 모두 심연에 심연으로 파고들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정반대죠. 그런 면에서 이 두 작품은 각각 같지만 다른 길을 보여준 베스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11. 엔딩에 추가 장면은 없지만 놀란 감독이 넣어둔 장난스런 부분은 존재합니다. 영화의 엔딩과 맞물려 다시 한번 심연을 고민하게하는 감독의 장난이죠 ㅎ

12. 스포있는 본격적인 글은 많은 분들이 보신 후인 정식 개봉 후에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는 마음껏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볼 수 있겠네요. '다크나이트'를 인상깊게 보신 분들 가운데는 여러 의견을 갖고 있는 분들이 함께 섞여있다고 생각하는데, '인셉션'을 보고나면 조금은 이 집단이 나뉘어지지 않을까도 생각되네요. 

13. 아, 얼른 스포있는 글을 일기장에라도 적어야겠어요 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클립스 (The Twilight Saga: Eclipse, 2010)
지루하지만 깊어가는 삼각관계


'반지의 제왕'은 처음부터 최고로 기대했던 시리즈였고, '해리포터'는 첨엔 그냥 애들 마법장난으로만 여겼었지만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점점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 '트와일라잇'은 이왕 보게 된 거 어찌되었든 마무리는 지어야하지 않겠냐는 심정으로 매번 극장을 찾게 되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런 시리즈물을 볼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각 작품이 시리즈의 한 부분으로서 충실한 가를 보게 되는데 (즉, 아주 지루한 부분도 나중에 몰려올 폭풍같은 하이라이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으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트와일라잇'은 시리즈의 첫 편으로서 나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되었으나 두 번째 작품인 '뉴 문'은 속편이 나아가야할 부분을 거의 나아가지 않은, 일종의 정체된 속편으로서 많이 답답한게 사실이었다 (당시 리뷰 글에 원작을 읽은 분들의 조언을 따르자면, 원작 역시 거의 제자리 걸음이라는;; 다시 말해 영화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얘기).

그래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게 있어 '트와일라잇'은 어쨋든 보기 시작한 시리즈. 좀 더 정을 붙여보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이클립스' 역시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여전히 나아가는 부분은 더디지만, 진작에 나왔어야했을, 스토리 구조상 핵심적인 이야기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살짝 맛만 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실컷 맛보게 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극중 에드워드의 말처럼 아직은 안되는 것인지 슬쩍 맛만 보여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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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약점은 서사가 너무 길고 클라이맥스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존재하나 존재로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해야겠다). 영화적으로 극적으로 그려질 대결구도는 아마도 시리즈 막판에 가셔야 본격적인 동시에 마지막으로 등장할 것 같은데, 거기까지 도달하기까지의 서사가 사실 많이 루즈한 편이다. '이클립스'는 그 허전함을 에드워드, 제이콥, 벨라의 삼각관계에 대한 깊이와 켈런 가의 다른 뱀파이어들의 사연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채우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제스퍼, 로잘리가 어떻게 뱀파이어가 되게 되었는지에 대한 회고는 흥미로운 부분이긴 했는데, 시리즈 3편에서야 등장한 것이 조금 뒤늦게 느껴지긴 했다.

개인적으로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원작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 뱀파이어/늑대인간 등 흥미로운 판타지의 옷을 입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삼각관계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벨라의 삼각관계를 더욱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라는 상극의 집단에 속한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었고, 벨라는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확실히 지난 시리즈들보다 이 작품에서 벨라의 이런 갈등은 깊어진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이 삼각관계에 집중한 듯 하면서도 뱀파이어 일족의 대한 거대한 이야기와 늑대인간의 전설을 동시에 등장시킨다. 그런데 영화도 마치 극중 벨라처럼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판타지에 관한 이야기 사이에서 고민하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느낌이 계속 묻어나는 듯 하다. 차라리 시리즈의 한 편은 완전히 삼각관계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더 깊게 전개시키고, 다른 한 편을 할애하여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좀 더 각각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화는 매 시리즈 이 비중을 모두 가져가려다보니 매번 조금 심심하고 지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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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초중반까지 진행되는 알콩달콩 러브스토리가 귀엽다기보다는 지루한 편에 속했으나, 후반에 거의 다 가서 펼쳐지는 삼각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시퀀스는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진작에 에드워드와 제이콥이 이런 대화를 나누었었더라면, 그래서 둘이 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의 갈등을 직접 확인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금 더 먼저 형성되어, 이를 토대로 이야기를 계속 전개해 나갈 수 있었더라면 더 흥미진진한 삼각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 그리고 시리즈 전반에 걸쳐있는 또 다른 정서라면 딸과 아버지의 관계를 들 수 있는데, 이 부분 역시 갈팡질팡에 포함되는 미묘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소품 이상의 정서는 주지 못한다 (그래서 소품 이상의 정서를 이것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넣었다면 더 살려야만 했던 요소였는데 그저 소품 정도로 밖에는 살리지 못했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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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사가 - 이클립스'는 '뉴 문'을 보고 나서는 '아, 이 시리즈는 원래 이렇구나'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안한 탓인지 그럭저럭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마도 시리즈 마지막 편에 가서야 그 동안 지리부진하게 끌고 왔던 이야기를 한꺼번에 풀어놓지 않을까 싶다.


1. 아무래봐도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패틴슨 보다 테일러 로트너가 더 잘생긴 것 같아요.
2. 그 꼭대기 텐트 장면은 참 인상 깊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저러다가 에드워드와 제이콥 둘이 사귀는거 아냐?' '제 2의 브로크백 마운틴? (거기다가 텐트?!)' 였기 때문 ㅎ
3. 가장 혼란스러웠던 점은 '빅토리아' 역할의 배우가 레이첼 르페브르에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는데, 다른 배역들은 다 그대로인데 빅토리아만 별다른 설명없이 배우가 바뀌어서, 빅토리아라는 캐릭터를 인지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4. 다코타 패닝은 냉혈한 '제인'역에 점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한편으론 마음이 씁쓸하더군요. '아이 엠 샘' DVD나 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할듯.
5. 오랜만에 신작 영화를 디지털이 아닌 필름 상영으로 보았더니 살짝 적응이;;
6. 전편들과 비슷하게 음악들이 사용되고 있는데(뮤지션들의 면면도 비슷하죠), 그 효과 측면에서는 확실히 약해진 느낌이네요.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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