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본 경기는 모두 단평이라도 해볼까 하다가 바빠서 못했었는데, 앞으로는 짧게라도 하나씩 해야겠어요;;;)

대한민국 1:4 아르헨티나

1.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전은 두 팀 모두 그리 잘한 경기는 아니었다. 특히 전반전 내내 두 팀의 몸은 몹시도 무거웠으며, '과연 이 팀이 그리스를 2:0으로 꺽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직된 경기를 보였고, 다른 한 팀도 '과연 이 팀이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팀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즉, 어느 한 팀이 잘해서 승부가 난 경기라기 보다는 다른 한 팀의 실책과 잘못된 전술이 승패를 가린 경기였다.

2. 일단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잘못은 전술이었다. 개인적으로 어제 경기 4골의 대부분은 오범석이 관여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오범석 기용이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전부터 이 포지션은 차두리, 오범석 중 누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러니까 누가 딱히 선발이라고 꼬집어 얘기하기 어려운 경쟁 포지션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리스전 차두리의 활약이 몹시 뛰어났기 때문에 (감독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지만) 차두리를 선발에서 제외하고 오범석을 선발로 내세운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는 전술이었다.

3.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반전 오범석의 플레이는 사실 최악이었다. 골을 내준 파울에도 가담, 전체적으로 완전히 얼어있는 몸상태는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의 돌파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를 파악한 아르헨티나는 만만치 않은 이영표의 라인 대신 오범석 라인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렇다면 허정무 감독은 후반에 오범석을 차두리로 교체했어야 했다 (이후 염기훈과 더불어 다시 얘기하겠지만, 전반전을 본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후반시작과 동시에 혹은 후반 초반에 오범석을 당연히 차두리로 교체할 것으로 예상했을 정도다). 후반 오범석의 플레이가 좋아졌다는 평들도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후반 내준 2골 역시 모두 오범석의 실책성이었다. 메시를 따라다니느라 아게로를 노마크 상태로 둔 것이 오범석이었고, 아게로에게 대응하는 수비도 전혀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안이 없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전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벤치에 있었음에도 끝까지 오범석을 고집한 것이 아르헨티나 전의 가장 큰 패인이었다.

4. 박주영의 자책골은 좀 더 집중력을 가졌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지만 (슬로우 비디오였음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골문으로 들어가는 골을 바라보았던 것으로 미뤄봤을 때, 순간 집중력을 잃었던 것 같다), 어쨋든 실수였다. 이 골로 분위기가 다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 추가시간 이청룡의 골로 거의 분위기는 다시 되돌린 상태였다.

5. 후반 이청룡의 기막힌 패스를 받은 염기훈의 슈팅은 분명 아쉬웠다. 오른발로 찼어야 한다는 말이 많은데, 물론 그 편이 더 맞지만 왼발이 익숙한 염기훈에게는 아웃사이드로 툭 방향을 바꾸는 정도로 차야지 했던 것 같다. 본인도 몹시 아쉬워 할 정도로 이 장면은 실제로 경기 양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염기훈의 경우 더 빠른 교체를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6. 누가 봐도 염기훈이 골찬스를 놓친 이 장면은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축구팬이나 해설자는 이 장면을 가지고 안타깝다고 말할 수 있으나, 경기 후 바로 갖은 인터뷰에서 감독이 공식 인터뷰를 통해 염기훈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그 장면이 아쉽다고 얘기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 장면이 안타까웠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팀을 이끄는 감독이 나서서 '얘 때문에 졌다' 식의 발언이 과연 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염기훈 선수는 안그래도 괴로울 텐데 감독이 끝나고나서 콕 찝어 특별히 따로 얘기해주니 그 심정이 또 어땠을까. 4-1의 큰 스코어 차이로 졌음에도 거의 '우리 선수들은 다 잘했다' 라는 식으로 얘기하다가 염기훈만 콕 찝어 얘기한 것은 분명 감독으로서 실언에 가까운 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우리의 월드컵은 진행중이 아니던가!

7. 그리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기성용을 김남일로 교체한 것도 사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기성용의 움직임은 전반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고, 더더군다나 2-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보다 수비에 강한 미드필더로 교체한 것에 의미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물론 김남일이 들어가고 나서 전체적으로 나아진 부분이 있지만, 그 반대로 기성용이 그대로 있었더라면 더 나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그대로 든다. 물론 이것들은 다 if 라 의미가 없지만, 오범석이 교체되겠지...했는데 기성용이 나와버려서 놀랐던 건 사실.

8.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르헨티나가 그렇게 잘 한 경기는 아니었다. 다들 메시의 플레이에 감탄하곤 하는데, 그간 프리메라리가에서의 경기라던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메시의 플레이를 본 이들이라면 사실 크게 놀랄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국 수비수 4~5사이에서 슈팅을 날리는 모습은 역쉬!). 오히려 이 날 굉장히 짧은 시간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인 아르헨티나 선수라면 아게로를 꼽을 수 있을 듯. 혹자들은 아게로가 마라도나 감독의 사위라서 선발된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설사 아게로가 이혼할 지언정 아르헨 국대로 선발될 만한 실력은 충분히 갖춘 선수다 (물론 마라도나가 감독이라면 앙심을 품고 안뽑을 순 있겠다. 그리운 리켈메 ㅠㅠ)

9. 이 날 경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메시를 2,3명이 마크하겠다고 했었는데, 연막이었는지 실제로는 박지성을 전담마크 시켰다. 물론 박지성이 맨유 소속으로 바르셀로나의 메시를 챔스에서 전담 마크에 가깝게 수비한 적은 있었지만 (물론 이 때도 피를로의 경우처럼 100% 전담마크는 아니었다), 맨유에서의 그와 국대에서의 그는 큰 차이가 있다. 맨유에서는 박지성을 한 명 공격수의 전담 마크맨으로 붙일 수 있지만, 국대에서의 박지성은 누군가의 전담 마크 수비수보다도 더 큰 롤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박지성을 윙이 아닌 중앙으로 위치하게 하면서 수비가 약한 구티에레즈(참고로 아르헨 현 대표팀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대신 수비가 강한 마스체라노와 매치업이 이뤄지면서 박지성 역시 꽁꽁 묶여버리게 되었다.

10. 후반 10분을 남기고 경기장을 밟게 된 이동국 선수. 꿈에도 그리던 월드컵 무대인데, 무언가를 보여주기에는 시간도, 팀의 의욕도 너무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나이지리아 전에서는 선발 혹은 어쨋든 출장할 가능성이 높은데, 워낙에 욕을 먹는 선수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10분 가지고 또 욕먹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쉴드 가동중입니다).

11. 아직 나이지리아 전이 남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을! 허정무 감독의 납득할 만한 전술을 기대해본다.






여배우들의 진짜 같은 모습

크리스마스 이브. 유명 패션지 '보그 (Vouge)'의 특별 화보 촬영을 위해 20대부터 60대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여섯 명이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이렇게 여섯 명의 여배우들이 함께 한 이 자리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정사' 등을 연출한 이재용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는데, 리얼 다큐멘터리인듯 하지만 사실 극영화인 영화 '여배우들'이 오늘 소개할 작품이다.





영화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배우들이 있다'라는 의미심장한 문장과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나서는 실제 배우들의 짤막한 인터뷰가 이어진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각기 다른 여섯 명의 여배우가 하나의 프레임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패션지의 특별 화보 촬영을 위해서였다. 이 프로페셔널 한 이벤트는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묘사되는 배우들의 진짜 같은 모습과 함께 관객들에게 한껏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 촬영을 위해 패션지 화보 촬영이라는 컨셉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패션지와 영화의 기획된 콜라보레이션이라할 수 있는데, 이 같이 패션업계라는 트랜디한 - 그리고 스타를 동경하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업계라는 점에서 더욱 - 집단의 이야기 배경은, 자신을 연기하는 여배우들의 이야기를 더욱 진짜처럼 보이게 한다. 이런 점이 이 영화 '여배우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도 아니요, 잘 짜여진 이야기를 연기하는 100% 극영화도 아닌, '있는 그대로를 연기하는' 영화라는 점 말이다.




사실 이런 비슷한 컨셉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의 경우 대부분은 너무 '진짜인 것처럼' 연기하려는 극영화 성격이 강해 이런 미묘한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 보통인데,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은 이 미묘한 지점을 잘 간파하고 있다. 사실 제목은 '여배우들'이지만 여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고뇌와 속 시원한 이야기들 보다는,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기인한 토크쇼 식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여섯 명의 여배우들의 대한 기본 정보 - 혹은 가십거리 - 에 관심이 많으면 많을 수록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선후배간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영화는 이렇게 무거운 주제보다는 그 이면에 더 본능적으로 존재하는 대중의 호기심에 기인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윤여정 보다 윤여정을 더 잘 연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김옥빈 보다 김옥빈을 더 잘 연기할 여배우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대로 연기할 때 더 큰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배우들'에 출연한 여섯 명의 배우에 관해 박수를 보내야 할 점은, 연기력이 아니라 자신 만이 알고 있는 진짜 자신과 대중들이 알고 있는 여배우로서의 자신을 모두 자신의 캐릭터 안에 녹여내었다는 점일 것이다. 극중 최지우는 한류스타 '지우히메'로서 다른 다섯 명의 배우와 자신을 차별하려 하고 특히 조금 애매한 관계에 놓여있는 고현정과는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고현정 역시 이런 최지우를 못마땅해 하며 이를 참지 못해 최지우와 한바탕 말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부분은 분명 대중들이 이들의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낸 갈등관계라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장면이 진짜 같은 이 영화에서 펼쳐졌을 때 대중들은 묘한 재미와 긴장감을 얻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를 더 진짜 같이 연기하는 구성 덕에 진짜 이 둘의 사이가 불편한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계속 '진짜'를 강조하던 영화는 갑자기 창밖에 내리는 눈,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몰래 기타 연주와 함께 휴대폰으로 러브 송을 들려주는 한 남자 스텝의 이야기와 함께, 조금은 급작스럽게 이 영화가 극영화임을, 더 나아가 판타지일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준다. 사실 이 눈 내리는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는 영화의 제목을 '여배우들'보다는 '크리스마스의 기적' 쯤으로 하는 것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그 이후 전개과정을 보니 이재용 감독은 이 시퀀스를 일종의 경계로 사용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시퀀스 이후 영화는 와인과 함께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여기에는 ‘무릎팍 도사’를 한 차원 넘어서는 여배우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짜를 바탕으로 진짜와 허구가 뒤섞여 있는 이 오랜 대화 시퀀스는 이 작품을 평가하는데 좋은 지점이 된다.

DVD Menu




DVD Quality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은 평균적인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극영화이긴 하지만 리얼 다큐멘터리 같은 구성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기에 화질 자체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반대로 화질 자체가 크게 중요한 타이틀도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아름다운 여배우 여섯 명의 모습을 블루레이 화질로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지만, DVD화질로도 충분한 편이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멀티 채널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인터뷰와 대화가 99% 이상인 작품인지라 사운드 퀄리티가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99%를 차지하는 대사 전달 부분이 아쉬운 것은 아니니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DVD Special Features

‘여배우들’의 진면목은 바로 음성해설에서 드러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6명의 여배우가 모두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은 이번 타이틀의 가장 큰 장점이다. 6명의 여배우는 물론 연출을 맡은 이재용 감독까지 총 7명이 참여한 음성해설은, 영화 속 ‘여배우들’이 어찌되었든 ‘연기’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진짜 ‘여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이 작품 이전부터 친했던 혹은 이 작품을 통해서 친해지게 된 이 배우들이, 짧았던 촬영 기간을 추억하고 영화 속 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탈함을 넘어 거침없이 나누는 분위기는 영화 속 장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실제로 와인을 한 잔씩 하며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음성해설은 참여하고 있는 여배우들도 듣는 DVD구입자들도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다. 이 음성해설 트랙만으로도 DVD타이틀의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일단 이채로운 것은 작품을 멀티 앵글로 새롭게 즐겨볼 수 있는 ‘그녀들의 대화’를 들 수 있겠다. 아무래도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하다 보니 일반 극 영화에 비해서는 앵글이 한정적으로 사용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가영상을 통해서 본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른 각도의 그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여배우, 이야기’에서는 여섯 명 여배우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그녀들 각각이 생각하는 ‘여배우’라는 것에 대한 의미, 배우가 된 계기 등에 대한 솔직한 답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작과정’은 제목 그대로 촬영장의 뒷얘기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작품 자체가 뒷이야기 그 자체에 가깝다 보니 보편과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촬영현장 스케치’ 영상과 ‘포토 갤러리’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처음에는 단순히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여배우들이 모였다는 것 정도의 이슈로 그칠 것만 같았지만,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괜찮은 작품이 되었다. 작품 자체도 괜찮았지만 진짜 여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음성해설 트랙으로 인해 좀 더 완벽해진 느낌을 갖게 된 타이틀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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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우리를 보시라


현재 지구상에 ‘조선’이라는 국호를 쓰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남조선’이라는 국호를 쓰지 않음은 물론이요, 북한 역시 ‘조선’이 아니라 ‘북조선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기호 상으로만 남아있는 통일 조선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재일동포사회에 존재하는 ‘조선학교’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가끔 TV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살짝 엿볼 수 있었지만, 그들을 이해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개봉한 김명준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는 존재 여부만, 혹은 존재 자체도 잘 알지 못했던 우리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었다. 





김명준 감독은 궁극적으로 이 아이들과 제일 조선인 사회를 담은 영화를 통해 단순히 이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의 소외되고 소수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로서는 단순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말 그대로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들의 역사나 현재의 상황 등에 대해서는 더더욱 잘 몰랐으며, 더 나아가 굳이 알 필요가 있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간 TV나 다른 매체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극히 단편 적인 이야기가 전부 였으며, 너무 이데올로기 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해석한 경우가 더 많았었다. 그래서 이 영화 <우리 학교>는 더욱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이데올로기 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데올로기 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오히려 그동안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했었던 이 문제를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결과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에 대해 정치적인 얘기를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말했듯이 ‘조선’국적을 갖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관한 자세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얻은 정보 말고는 더 자세한 것은 없지만, 남북이 분단 되기 전 타의로, 혹은 자의로 인해 일본으로 가게 된 이들은, 이후 남북이 분단이 되는 바람에 무국적자가 되어버렸고, 일본 사회에서 누구에게도 환대 받지 못하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북조선인도 아닌 ‘조선인’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일본 사회 내에서 자신들 스스로의 정체성과 민족성을 지키기 위해 몸으로, 마음으로 힘들게 싸워왔으며, 지금도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해 나아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로 이들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영화 속에도 등장하지만 학교에 전화를 걸어 살해 협박 혹은 폭탄 테러 등을 경고 하는 등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그 동안 가장 많이 잘 못 알고 있었던 점 한 가지에 대해 정확히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동안 이들을 우리 민족으로 생각한다기 보다는 ‘북한’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요즘 같아서는 오히려 북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도 이들에게 더 무관심하고 적대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순수한 ‘조선’ 사람일 뿐이다. 이들이 민족 교육을 받고 인공기를 우리나라 국기라고 말하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북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하여, 너무도 적대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오히려 반대였다. 조선학교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만 가는 것도 그들이 북쪽을 원해서가 아니라, 남쪽은 가고 싶어도 우리 정부에서 이들에게 ‘왜 한국 국적으로 바꾸지 않느냐며’ 국적 변경을 강요하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들에 대해 지금까지 너무도 무심했지만, 북한에서는 이들에게 끊임없는 지원과 도움을 지금까지도 주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은 남쪽임에도 조국은 북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굳이 물질적인 지원 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을 정말 살갑게 맞이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을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들에게도 일본인에게도 북한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화이지만, 특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깊은 의미가 있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말해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김명준 감독이 약 3년간 홋카이도의 조선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사실적인 생활상을 직접 촬영한 영상을 편집한 영화이다. 3년이라는 촬영 시간은 이 영화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 처음에는 남쪽에서 온 이 낯선 감독에게 수줍음이 많은 어린 학생들이 별로 친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나중에는 ‘명준 감독’, ‘명준 오빠’등으로 불릴 정도로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감독 자신 역시 처음에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해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100%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본어를 공부하여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 다음부터는 이들과 더욱 가까워져, 감독과 배우의 관계가 아니라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영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감독의 존재가 이들에게 얼마나 깊이 파고들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감독의 말처럼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내내 감독과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분단이라는 그늘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이를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던 때는 북으로 수학여행을 오르는 만경봉호에 함께 탑승할 수가 없었던 그 때 한 번 뿐이었다(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감독에게 뱃머리에서 ‘명준 감독~’ 하고 소리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독 자신만큼이나 보는 사람들도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가 보통의 다큐멘터리와 조금 다른 점을 꼽으라면 감독의 존재가 완전히 영화에서 벗어나 관찰자 입장에서만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영화를 보다보면 아이들이 감독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먹던 것이 있으면 감독에게도 나누어주고, 카메라를 보면 ‘안녕하십니까 감독’하면서 정답게 인사를 건내고, 마치 친구처럼, 가족처럼 거부감 없이 말을 걸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 영화를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보기보다는(사실 객관적으로만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이 영화는 홋카이도에 있는 조선학교라는 배경만 없다면, 그냥 참교육이 실천되는 어느 작은 학교의 학생들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1학년부터 입학하여, 운동회도 하고, 수학여행도 가고, 각종 경연대회도 하고, 졸업식으로 마무리하는, 요즘의 학교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정겨움과 감동이 있는 진실한 ‘학교’의 이야기 말이다. 실제로 조선학교의 교육 방식은 우리가 흔히 유럽식, 선진식이라고 얘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과제를 선정하고 모든 일을 스스로 토의를 거쳐 결정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또한 선배와 후배와의 관계,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가,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고나면 ‘아, 저 학교에 나도 꼭 한 번 다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으로 따뜻한 학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런 학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기에 이 같이 진심으로 다니고 싶은 학교에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졸업식 장면이 더욱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3년간을 촬영해 약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을 감상한 것이 고작이지만, 이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고, 저런 학교를 떠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졸업식 단상 위에서 모두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과 함께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박대우 선생님이 하신 말. ‘힘들고 지칠 땐 언제든지 우리학교를 찾아오십시오. 여기는 동무들의 영원한 모교입니다’라는 말은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상투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감동적인 말이었는지 두 말 하면 잔소리 일 것이다.


 
사실 O.S.T가 발매 되었을 때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의 DVD가 출시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기대할 수는 없었다. 독립 영화라는 특성상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DVD 시장에서 이 영화가 반드시 나와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는데, 훌륭한 퀄리티로 출시된 DVD가 먼저 무척이나 반갑다. DVD는 2장으로 구성되어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서플먼트가 수록되었다. 1.85:1의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과 돌비디지털 2.0채널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는데, 화질과 음질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이 영화에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일 것 같다. 음성해설을 듣다보면 감독이 좀 더 좋은 HD카메라로 촬영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부분들이 자주 나오는데, 그랬으면 물론 좀 더 좋았겠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본편의 음성해설은 김명준 감독과 팬까페 운영자인 김선민 씨가 참여하고 있는데,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들을 수 있는 소중한 트랙으로 생각된다. 얘를 들어 본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3 학생들이 아니라, 선수가 5~6명뿐이었던 여자 농구부원 들로 하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나, 고3의 대 깃발에는 고 3 학생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다 적혀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속에 감독의 이름도 적혀있음을 알고 감독이 너무나도 감동을 받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의 후일담 등을 전해들을 수 있다. 함께 음성해설에 참여한 김선민씨의 경우 단순한 팬까페 운영자로서가 아니라 조선학교를 2회나 방문했던 이로서 좀 더 많은 정보와 더불어 감독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감독이 답하는 방식으로 음성해설을 이끌고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알찬 서플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전체적으로 이 영상들은 서플 용으로 제작되었다기 보다는, 다큐멘터리를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하면서 영화적인 구성을 위해 제외되어야 했던 영상들로, 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우리학교 아이들의 예술경연 무대에서는 독무와 독주, 중무와 취주악부의 합주 등으로 이들이 연습하는 과정과 공연 장면을 담고 있다. ‘못 다 전한 이야기’에서는 그야말로 영화에는 미처 다 수록하지 못한 영상들로서 재미있고 다양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어린 유년부 학생들의 소년단 야영 영상이나 꼬마들의 축구 시합 장면들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매우 재미있었던 영상이었다. 이 외에도 ‘함께하는 우리학교’에서는 5만 관객 돌파 이벤트 파티 장면, 관객과의 대화 장면, 그리고 각종 시사회에서 이를 본 관객들의 인터뷰, 우리학교를 만든 이들의 인터뷰 등이 담겨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 ‘우리를 보시라’와 같이, 또한 북한을 떠나오며 학생들이 외친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라는 말과 같이,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을 절대 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실천할 때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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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키드 (The Karate Kid, 2010)
뻔해도 눈물나는 성룡의 쿵푸 영화


1984년작 '베스트 키드 (The Karate Kid)'를 리메이크한, 해럴드 즈워트 감독의 2010년작 '베스트 키드'는 어찌되었든 성룡이 출연하기 때문에 보게 된 작품이었다. 일단 원제는 '가라데 키드'인데 1984년에도 2010년에도 '베스트 키드'라는 이름으로 개봉하게 된 것은 사정이 있는데, 일단 1984년의 경우는 국내에서 '가라데'라는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하기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2010년 선보인 해럴드 즈워트의 리메이크작은 사실 '가라데 키드'라고 기 보단 '쿵푸 키드'라고 부르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운 편이다. 리메이크판 '베스트 키드'에서는 배경도 중국이고, 가라데가 아닌 쿵푸가 영화의 큰 흐름을 쥐고 있다. 사실 제목에 관련해서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영화는 극 중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가라데가 아니라 쿵푸야'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주인공 제이든 스미스의 영화이기 이전에 스승인 성룡의 쿵푸 영화로 보았기 때문에 더 인상 깊을 수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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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키드'의 줄거리는 뻔하기 그지 없고 클리셰의 계속 되는 반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에 반해 러닝타임은 일반 액션영화들 보다도 훨씬 긴 140분이기까지 하다. 즉 이 작품에게서 무언가 신선한 것을 기대한다면, 그리고 가라데 키드를 연상시키는(?) '베스트 키드'라는 제목을 갖은 영화답게 화끈한 액션 장면을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앞서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어찌되었든 '쿵푸 영화'라는 점을 강조한 데에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쿵푸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성인 훈련 장면. 그저 얼른 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빨리 화려한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주인공에게 스승은 항상 무술은 가르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동작들(혹은 쓸데없어 보이는 동작들)만 반복시킨다. 하지만 물론 이런 것들은 나중에 주인공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내공이 상승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베스트 키드' 역시 마찬가지다. '드레 (제이든 스미스)'의 쿵푸 스승인 '한 (성룡)'은 그저 자켓을 입고 벗고 거는 것만 내내 훈련시킨다 (이 영화가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드레'는 다른 쿵푸 영화의 주인공들에 비해 거의 꽤를 부리지 않고, '한'의 훈련 방법은 무술의 기본이 되는 동시에, 아이의 잘못된 순간을 단번에 사로잡는 특효약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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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키드'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제이든 스미스가 연기한 '드레'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은 불필요하다고 까지 생각되는 여자친구와의 에피소드가 비중있게 그려져야 했을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쿵푸 영화의 구조로 보았을 때는 없어도 무방할 정도다 (드레를 괴롭히는 아이들 무리와 엮이게 된 것이 여자 아이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 둘 간의 갈등은 여자 아이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한 갈등관계다). 드레의 입장에서 보면 역시 이것은 성장영화다. 아버지의 부재, 미국인(흑인)으로서 중국이라는 낯설은 공간에서의 적응, 그리고 그로 인한 괴롭힘을 이겨나가는 과정 등 아이가 소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결국 소년의 성장 이야기는 자신이 성장하는 동시에 가족(엄마)과 주변 사람(여자 친구의 가족들), 그리고 그의 스승마저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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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많은 이들, 특히 성룡보다는 윌 스미스에 더욱 익숙한 세대들에게 '베스트 키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드레'의 영화로 읽혀질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베스트 키드'를 성룡 때문에 보게 된 사람들, 즉 성룡의 오래된 쿵푸 영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을 '드레'의 영화인 동시에, 아니 오히려 '한'의 영화로 보게 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일단 이 영화 속 '한'을 연기한 성룡은 거의 한 번도 웃지 않는다. 이렇게 정색하고 정극 연기를 펼치는 성룡을 본 것이 몇번이나 있었나 꼽아보게 될 정도로, '한'이라는 캐릭터는 유쾌하거나 장난기를 찾아볼 수 있기는 커녕, 어둡고 깊은 슬픔을 앉고 있는 캐릭터다. 일단 이것부터. 웃지 않는 성룡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룡 팬들에게 묘한 감정을 안겨다 준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쿵푸영화. 매번 투정부리며 스승에게 꾸지럼을 당해가며 쿵푸를 배우던 그 청년이, 어느 덧 자식만한 아이에게 쿵푸를 가르치는 이야기는, 성룡 팬들이라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아, 우리의 성룡 형님에게도 어느 덧 세월이 더 깊게 다가왔구나'라는, 새삼스럽지만 아직도 매번 겪게 되는 감흥과 더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웃지 않는 성룡'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짠해지는 감정이 들고 만다. 사실 영화의 내용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울만한 이렇다할 장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3번씩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던 것은 사실 나조차도 머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뭐랄까 영화가 약간 울릴 려고 했던 장면이 아닌 장면에서도 눈물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뻔하디 뻔한 이 영화에서 왜 눈물을 흘렸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머리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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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인 윌 스미스와 함께 출연한 '행복을 찾아서'와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SF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에 출연했었던 제이든 스미스는, 본격적인 주연을 맡은 이 작품에서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행복을 찾아서'에서부터 그냥 '윌 스미스 아들'이 아니라 제법 연기 잘 하는 아역 연기자로도 손색이 없는 그였는데, 이제는 정말 아빠의 후광 없이 다른 작품에 캐스팅 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론 좀 감상 방향이 달랐지만, '드레'의 영화로 보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유는 성장한 제이든 스미스 때문일 것이다.


1. '드레'의 엄마로 타자리 P.헨슨이 출연합니다. 몰라서 인지 더욱 반갑더군요. '벤자민 버튼'의 엄마 역할에 이어 또 한 번의 엄마 역할이로군요.

2. 홍콩 영화 많이 보신 분들께는 너무도 익숙한 배우 '우영광' 역시 출연합니다. 이 역시도 몰랐던 캐스팅이라 무척이나 반갑더군요. 성룡과는 최근작 '대병소장'에서도 함께 연기했었죠.

3. 저도 더 늦기 전에 자켓 입고 벗는 연습하려구요 ㅎ

4. 본격적인 성룡 영화가 아니라서 엔딩 크래딧에 NG컷이 나오진 않지만, 촬영장의 모습을 담은 스틸컷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누가 윌 스미스 제작 아니랄까봐 이 가족이 사진이 자주 등장하더군요 (참고로 윌 스미스 뿐 아니라 아내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 역시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엄마,아빠가 제작하고 아들이 주연하고)

4. 아직도 잘 이해가 안가요. 왜 울었을까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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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매일 아침 우유 마시듯 마시는 윌


사실 저는 매일 시켜먹는 그 흔한 야쿠르트도 시켜먹은 적이 없고, 아파도 약도 잘 안먹고, 주기적으로 뭐 꼭꼭 챙겨 먹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에 회사 동료 가운데 윌 마시는 분이 계셔서 어찌하다보니 덩달아 그 이름도 긴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장이나 위를 생각하는 음료는 기존에도 많이 나와있었는데, 역시나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별로 챙겨먹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그 뭐시냐 '덩달아'라는 힘에 이끌려 '그래, 어떤 건지 한 번 나도 못이기는 척 시험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1~2주 전부터 나름 꾸준히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이런 매일 먹는 음료를 잘 안챙겨 먹었던 이유는 챙겨먹는 것이 귀찮아서라기 보다는, '왠지 이런 음료들은 맛이 약 같아서 별로더라' 라는 선입견 때문에 아예 시도도 안해본 것이 사실이었는데(마치 한 모금 마시고는 사탕 먹어야할 기세), 이런 선입견을 갖은 채 살짝 찝찝한 표정으로 처음 마셔보게 된 '윌'은 전혀 약같지도 않고 그냥 우유 같더군요. 오히려 우유보다 좀 더 달달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침마다 회사로 배달되는 '윌'을 정말 우유 마시듯 마시고 있습니다. 




윌의 종류에는 일반적인 윌과 저지방 윌이 있는 듯 한데, 어찌되었든 나름 다이어트에 민감한 몸이어서 '저지방'을 선택하여 마시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아침을 벌써 20년 넘게 안챙겨 먹은 터라 (ㄷㄷ) 아침 먹는 것에 매우 익숙하지 않은데, 요 몇 주는 아침대신 출근해서 윌을 한 병 마시는 것으로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본래 아침에 회사에 출근하면 커피나 주스를 한 잔 컵에 따라 마시곤 하는데, 요즘에는 일단 물 한잔으로 더위를 식히고 그 다음에는 윌을 마시는 것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있죠. 마시고나서 관련 정보들을 슬쩍 살펴보니 위를 보호하는 다양한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더군요.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성분까지 따져가며 마시는 스타일은 아닌데, 뭐 이왕 먹는거 좋은게 좋은거라고, 성분 탓인지 기분 탓인지 그냥 막연히 '좋은 것 같애'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ㅋ

저 같은 스타일에게는 그런 점이 좋은 것 같아요. 따로 몸에 좋은 것들을 굳이 챙겨먹지 않다보니 보양식이나 미리 몸을 보호하는 것들을 접할 기회들이 없는데, 그냥 매일 우유 마시는 마실 수 있는 음료가 어찌되었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부담도 없고 말이죠. 앞서서 기분 탓을 얘기했는데 사실 우리 몸은 '기분 탓'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냥 막연하게 좋다고 느껴지면 실제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뭐 이 '윌'하나 가지고 그런 생색은 다 내고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ㅋ 

하지만 본격적인 생색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이왕 처음 이런 음료를 마셔보게 된 것, 그냥 남들처럼 통에 든 채로만 마시는 건 왠지 재미가 없어보여, 아침에 마실 윌을 집까지 가져와 좀 럭셔리하게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1. 주로 생맥주를 마시던 잔에 마시는 윌. 

뭔가 더 시원하고 가슴까지 상쾌한 것이 치킨마저 생각나는 이 맛. (그거슨 치맥도 아닌 치윌!)





2. 은은한 향이 돋보이는 와인 같은 윌

윌 통에서 잔으로 옮길 땐 꼭 통을 돌려서 따르는 것이 중요. 아, 그리고 처음 따른 윌은 테스팅만 하고는 버려도 좋다. 이 사진의 단점이라면 와인 잔에 따른 것 치고는 너무 많이 따랐다는 것 -_-;;





3. 13년 산의 양주 같은 고급스러움의 윌

윌을 마실 줄 아는 분들은 꼭 스트레이트로만 마십니다. 이 날은 왠지 비도 오고 우울하니 윌 한 잔 하고 싶은 밤이었어요. 자주 가던 바에가서 좋아하는 음악을 신청하고는 바텐더에게 '늘 마시던걸로' 했더니, 윌 한 잔을 주더군요. 스트레이트로 단 번에 목넘김을 하고는 바를 미끄러지듯 나왔습니다. (물론 이 바는 저희 집이고 바텐더는 접니다)


무언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리뷰를 해보려고도 했으나, 난 덩달아 마신 것 뿐이잖아.
안될거야 아마.









브라더스 (Brødre Brothers, 2004)


1. 덴마크 출신 수잔 비에르의 '브라더스'를 월드컵 그리스전 승리의 기운이 만연한 새벽 시간, KBS 명화극장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최근 개봉했던,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할, 나탈리 포트만 주연을 맡고 짐 셰리단이 연출한 동명의 리메이크작 '브라더스' 때문이었는데, 예전 짐 셰리던의 리메이크 작에 대한 평에 원작을 반드시 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아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우연히도 TV를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2. 수잔 비에르의 '브라더스'를 처음 본 느낌은 마치 도그마 선언을 한 감독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보를 확인해보니 도그마 선언과 수잔 비에르는 연관이 있더라. 즉 수려한 영상미(더 영화적인)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원작 '브라더스'는 좀 더 영화 본연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3. 사실 원작과 리메이크가 있는 경우 무엇은 먼저 보았느냐에 따라 각각의 감상평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인데, '브라더스' 역시 거꾸로 리메이크 작은 먼저 보고 원작을 나중에 보다보니 원작을 먼저 보았을 때의 평가와는 조금 다를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다른 리메이크작의 예로 들어보자면, 아마 내가 '무간도'보다 '디파티드'를 나중에 보았다면 '디파티드'에 대한 평가가 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다(물론 '디파티드'의 평가는 갈수록 나아져가는 편이긴 하다). '브라더스'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리메이크를 먼저 보다 보니 원작에서 받았어야 할 많은 감정들을 새롭게 느껴보지 못해 더 정확한 평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짐 셰리단의 리메이크작 '브라더스')

4. 수잔 비에르의 원작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짐 셰리단의 리메이크작이 거의 원작과 98% 이상 동일하게 만들어졌구나 하는 것이었다. 대략의 줄거리는 물론이요, 아주 작은 설정과 대사 하나하나까지도 거의 원작의 것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었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배우들 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리메이크 작 만의 새로운 점은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즉, 리메이크 작에서 열연한 세 배우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지만 원작을 보고 난 이후였다면 너무 그대로인 내용과 묘사에 실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5. 세 명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극 중 형 역할을 맡은 두 배우의 경우 워낙에 감정 연기가 중요하고 폭의 깊이가 깊은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누가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편이다. 물론 여기에는 토비 맥과이어라는 배우에 대한 기존 이미지가 작용한 탓 (기존의 토비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연기)도 크다. 형이 아내 역할의 경우 코니 닐슨과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하고 있는데, 이 캐릭터는 유일하게 원작의 배우도 제법 익숙한 배우였고(참고로 코니 닐슨은 '글래디에이터'에서 러셀 크로우의 상대역으로 출연했었다), 무엇보다 엄마이자 아내라는 캐릭터로 보았을 때 나탈리 포트만 보다는 코니 닐슨이 더 적역이 아니었나 싶다. 제이크 질렌할의 경우 물론 동생 역할도 어울리지만 형 역할로 나와도 되었을 만큼 정확히 '브라더스'의 동생 역할에 딱 어울렸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리메이크는 그 만의 인상이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원작이 더 나을 수 밖에는 없을 듯.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유령작가 (The Ghost Writer, 2010)
고전미 넘치는 폴란스키의 스릴러



사실 개인적으로 로만 폴란스키의 작품들을 다른 감독들에 비해 유달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이번 그의 신작 '유령작가'가 크게 기대되는 작품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완 맥그리거도 나오겠다 안보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극장을 찾았다.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나듯 유명 정치인의 대필작가에 관한(의한) 이야기를 다룬 '유령작가'는 (처음엔 단순히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고스트 라이더'와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쓴 우리말 제목이 아닐까 싶었지만, 보고 나니 '유령'작가라는 제목이 썩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최근 극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그래서 그것이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되버리는, 매우 고전적인 방식의 스릴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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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의 '유령작가'는 어쩌보면 이야기 자체가 중요한 작품이 아닐지 모른다. 반전이 주가 되곤 하는 스릴러 장르에서 이야기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니, 이것은 '유령작가'를 단정 짓는 가장 큰 잣대가 될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분명히 커다란 줄거리에서 서서히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이 등장하고, 그 가운데 약간의 속도감을 주기도 하고, 누구를 정녕 믿어야 할지 관객들로 하여금 한 편을 선택하게도 하지만, 이 모두가 극적이거나 과장되게 그려지지 않는다. 아니, 과장이 안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도 보인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반전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지만 커다란 반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반전 자체의 임팩트가 그리 크지 않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반전 자체를 묘사함에 있어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큰 임팩트를 일부러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 단서를 얻게 되고 의심을 갖게 되는 장면들 역시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에 비하면 훨씬 불친절한 동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불친절 하다는 것은 반전이나 미스테리를 위해 반드시 관객이 인지해야만 할 정보들이 나오는 장면에서조차, 이것을 보여주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유령작가'가 말하려고 한 것은 정치적인 메시지였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 이 영화가 겉으로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인 이야기들은 너무 단순하다. 반전의 임팩트가 부족하듯 여기까지 이끌어 온 정치적인 음모들은 기존 우리가 봐왔던 정치적인 영화들에 비해 너무 간단하고, 그 뒤에 숨어있는 메시지조차 큰 울림을 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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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로만 폴란스키의 '유령작가'는 온갖 자극적인 것들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의 관객들에게 보내는 폴란스키의 작가주의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폴란스키는 못해서 안했다기 보다는 일부러 갈 수 있는 길을 피해가면서, 최근 자극적인 스릴러에 (자극적인 스릴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무언가 더 나올 것 만 같은, 무언가 더 있을 것만 같은 느낌만 살짝 주면서 결국 그 이상은 보여주지 않는, 좀 '다른' 스릴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며 최근 보았던 임상수의 '하녀'가 문득 떠올랐다. 극중 이완 맥그리거가 대필작가로 활동하게 되는 섬과 아담 랭 (피어스 브로스넌)의 공간으로 묘사되는 요새와 같은 곳의 미장센은, 세련되었지만 매우 고전적이고 1층과 2층, 방과 방, 방안에서 밖의 인물들이 훤히 보이는 통유리 구조 등, 은근히 이 공간과 구조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인물들의 의상들도 그렇고, 비바람이 새차게 부는 날씨도 그렇고, 영화를 보고 나면 전체적으로 '회색'의 느낌을 받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유령 (Ghost)'이라는 것과 회색의 느낌으로 가득한 작품의 분위기는 관객에게 무언가 메시지 그 이상의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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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맥그리거의 영국식 억양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는데, 최근 '언 애듀케이션'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올리비아 윌리엄스의 연기도 매우 인상깊었다. 외모가 꼭 닮아서도 아니었는데, '유령작가'에서 올리비아의 연기는 마치 샬롯 램플링을 보는 듯 했다. 언제나 맡은 역할의 무게감을 실어주는 톰 윌킨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아멜리아 역의 킴 캐트럴은 얼굴을 보고도 끝까지 과연 내가 아는 그 킴 캐트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이라 잘 적응이 안되더라. '섹스 앤 시티'를 열심히/제대로 본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지나가다 스쳐본 기억과는 다르게 너무 진지한 캐릭터와 연기라 많이 놀랐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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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대 앞에는 이곳이 일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상당히 많은 일본 음식점을 만나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일본처럼 자판기를 통해 계산하는 라멘집도 몇군데 생겼죠;;), 그 가운데 오늘 찾게 된 곳은 KFC앞 출구로 나와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조금만 들어오면 베스킨 라빈스 옆 2층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일본식 카레 전문전 '카레루마루'입니다. 더운날이라 라멘을 먹긴 부담스러워서 다른 음식점을 찾던 중 적절히 눈에 들어왔어요.



입구 옆으로는 이렇게 밖으로도 테이블이 있어 사람이 많을 때는 이곳에서도 식사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희가 방문했던 시간은 약간 애매한 시간대라 그런지 아직 손님들이 막 들어차기 전이더군요. 그 덕에 아무에게도 눈치 받지 않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네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참 조용한 분위기 입니다.




실제 일본에 가본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일본 음식점은 대부분 혼자 오는 사람들이 주 손님들이라 바 형식으로 된 테이블이 대부분이죠. 국내 일본 음식점의 경우 아무래도 손님의 층이 달라 전부를 바 형식으로 구성하기엔 좀 부담이 되기에, 위의 사진처럼 맛뵈기로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식사로 우동면이 나오는 세트 하나와 계란밥이 나오는 세트 하나를 각각 시켰는데, 개인적으로는 계란 노른자 얹은 밥이 더 맛있더군요. 전체적으로 카레는 크게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었으며, 튀김들도 유별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지금은 행사중이라 세트를 시키면 생맥주 한 잔이 공짜로 제공되어, 더위를 좀 식힐 수 있었습니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준비된 이 종이 위에다가,


요렇게, 샤샥~ ㅋ



깔끔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카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서는 한 번쯤 들러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사진에는 미처 못 담았는데 이 곳은 재료등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니, 미식가 분들께서는 더 알아보실 수 있을지도 ;;;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주서식지인 홍대에는 워낙에 맛집, 카페들이 많아서 이왕이면 안가본 곳을 가려 애쓰는 편인데, 그 가운데서도 몇 번씩 가게 되는 음식점들과 카페들이 있는 것 같네요. 그 가운데 이탈리안 피자나 파스타를 그럴 듯한 분위기에서 즐기고 싶을 때 종종 찾곤 하는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아지오 (AGIO)'입니다. 사실 홍대란 곳을 처음 찾게 되었을 때 초기에 자주 가던 곳이기도 하죠. 요 근래에는 통 못가보았었는데 지난 선거일날 일찌감치 투표를 마치고 들르게 되었습니다.





야외 좌석과 실내 좌석 (1,2층)이 있는데 저희는 조금 더웠던 관계로 에어컨 나오는 실내를 선택. 실내 분위기도 좋지만 바람 좀 살랑 불어대고 덥지 않은 날이라면 야외 테이블을 추천합니다. 실제로 야외 테이블 부터 좌석이 다 차곤 하죠. 




Agio - Slow Food (그래서 인지 이 날 주문이 누락되어서 매우 슬로우하게 음식이 나왔다는 -_-;;)






여름에 온 건 오랜만인데 (아, 지금이 여름이던가??) 실내로 비추는 햇살도 특유의 벽돌 장식들도 고풍스럽더군요. 전 주로 오면 요렇게 구석에 앉곤 하죠;;




본격적인 식사가 나오긴 전 가벼운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이탈리안 음식점은 대부분 그렇지만, 기본 상차림이 좀 복잡한 터라 접시에 음료수 세팅만 해도 저렇게 한 상이 꽉차죠.




느끼함이 매력적인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핏자도 먹고.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부가세가 별도에요;;) 가끔 분위기를 즐기고 싶을 땐 추천하고픈 홍대 맛집 'Agio'입니다.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엣지 오브 다크니스 (Edge Of Darkness, 2010)
씁쓸한 복수의 뒷 맛


마틴 켐벨의 신작 '엣지 오브 다크니스'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주연을 맡은 멜 깁슨 때문이었다. 그가 배우로 출연한 작품을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이 2002년작 '싸인 (Signs, 2002)'이었으니 무려 8년만에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는 그였다. 이 작품을 보기 전 얼핏얼핏 지나가며 듣게 된 홍보 문구들로 인해 마치 '테이큰 (Taken, 2008)'과 같은 깔끔 시원한 아빠의 복수극으로만 알았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전 멜 깁슨이 주연을 맡았던 '컨스피러시 (Conspiracy Theory, 1997)'를 기본으로 로맨스와 드라마의 요소는 싹 빼고, 어둡고 씁쓸한 아빠의 복수극을 그린 작품이라고 해야 될 것 같았다. 즉, 그 만큼 복수보다는 거대 권력 혹은 정부의 음모의 이야기가 복수의 테마를 지배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테이큰'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지루한 복수극일지언정 관객에게 믿음을 주는 멜 깁슨이라는 배우와 함께 제법 볼만한 범죄 드라마였다.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보스턴 경찰서의 베테랑 경찰 크레이븐 (멜 깁슨)은 오랜만에 딸을 만나 자신의 집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괴한의 총격을 받아 딸이 그만 죽음을 맞고 만다. 처음에는 경찰인 자신을 노린 범죄자들의 짓으로 여겼지만 점점 이 살인사건의 뒤에는 더 큰 음모가 있었음을 알아가게 된다.

어느덧 주름이 깊게 페인 멜 깁슨이 연기하는 경찰이자 아버지인 '크레이븐' 캐릭터는 뻔하지만 멜 깁슨 덕에 공감과 함께 힘을 보태고 싶은 캐릭터이다. 그는 이 살인사건을 조사해 가는 과정에서 어떨 땐 경찰로서, 어떨 땐 아버지로서 조사에 임한다. 이 두가지 측면은 얼핏보면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닌 듯 하지만, 이 미묘한 입장차이를 영화는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크레이븐은 베테랑 경찰 특유의 경험을 통한 직감들로서 사건을 파악하고 더 큰 음모를 파해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한편, 가끔은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크레이븐은 경찰이라는 굉장한 좋은 조건 (사건을 조사하는데에 정보 접근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에 있으면서도 의외로(?) 이런 장점을 별로 활용하지 않는다. 이따금 경찰의 특권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는 영화 속에서 몇번씩 강조하는 것처럼 '경찰의 가족이 당한 사건'이라 특별한 대우를 받길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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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대사가 2번 이상 반복되며 인지시키려 할 때부터 영화의 마지막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만약 '엣지 오브 다크니스'가 '테이큰'과 같이 이것저것 따질 것 없는 복수극이라면 이런 대사를 굳이 반복해가며 관객에게 '자, 이 대사를 좀 잘 들어봐'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히 이야기한다. '경찰 가족이 당했으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수사할꺼야'라는 말에 크레이븐은 '경찰이라서라니, 일반 시민이 당했어도 그래야 하는 것 아냐?'. 결국 이런 뉘앙스는 니 편 내 편을 골라야만 순간에서 내 편 역시 완전히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과 고로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위험에 처했을 땐 나(가족) 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다는 씁쓸한 결론이기도 한 것이다.

최근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직장 동료들에게 '정부에는 미드 작가진들 같은 천부적인 작가진이 별도로 있어서 매번 이렇게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한 적이 있는데 (물론 천부적인 작가진이라고 하기에는 일반인도 헛점을 지적할 만큼 비전문적인 실수가 잦은 편이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의 후반부에는 이런 장면이 그대로 등장한다. 이 커다란 음모에 가담한 이들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모두 모여 서로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그럴 듯해 보이는 방향으로 조작한다. 이 과정은 매우 유아스럽게 그려지는데, 권력을 쥐고 있으면 얼마나 간단하고 유아적인 방법으로도 진실을 쉽게 은폐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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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경찰로서 (혹은 정의로운 사람으로서) 거대 권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자에 관한 이야기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가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 물론 둘 중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해 더 깊고 화끈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았을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엣지 오브 다크니스'가 이 두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괜찮게 느껴졌다. 영화는 잊을 만하면 크레이븐이 결국 딸을 잃은 아버지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아니, 첫 장면부터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영화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크레이븐이 은폐된 진실에 점점 가까워질 수록 어린 딸의 환영은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은, 멜 깁슨의 인상적인 연기와 더불어 관객으로 하여금 크레이븐에게 쉽게 공감하도록 만든다. 

사실 이 작품을 스릴러로 분류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그냥 범죄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은데,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너무 전개 과정이 축약된 느낌이 강하다. 참고로 이 작품의 동명의 1985년 영국의 BBC의 인기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건 이 TV시리즈의 연출자 역시 마틴 켐벨이라는 점과 이 작품의 성공을 통해 헐리웃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정말로 긴 호흡의 TV시리즈였다면 이 이야기를 좀 더 세심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낼 수 있었겠다 싶었다. 영화는 한정된 시간으로 축약한 만큼 스릴러의 깊이는 많이 얕아진 것이 사실이다.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결론적으로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테이큰'처럼 복수가 마냥 통쾌하지 만은 않으며, 더 나아가 권력 앞에 한 사람의 정의라는 것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현실의 씁쓸함을 크레이븐이라는 캐릭터가 겪은 일을 통해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더욱 씁쓸했다. 


1. 레이 윈스턴이 연기한 '제드버러' 캐릭터가 참 인상적이더군요. 영화의 짧은 분량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였는데, TV시리즈에서는 어떤 깊이로 그려졌을지 궁금해지더군요.

2. 전 이 각본이 참 맘에 들었는데 역시나 엔딩 크래딧에서 윌리엄 모나한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의 대표작으로는 '킹덤 오브 헤븐'과 '디파티드' 등이 있죠.

3. 딸인 '엠마 크레이븐'을 연기한 보자나 노바코빅은 어디서 많이 본 인상이다 싶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주 살짝 원더걸스의 '선예'를 닮은 것 같기도 ㅋ

4. 돌아온 멜 깁슨이 너무 반갑긴 했는데, 한편으론 너무 많이 세월이 흘러버린 것 같아 짠하기도 하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Pictures 에 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회사에서 팀별로 매달 주어지는 회식을 개발팀과 함께 회사 근처(역삼동)에 새로 생긴 이탈리안 음식점에 가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에서 5분도 안걸리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이라, 한번 분위기나 확인해볼겸 들러보게 되었지요.




가격대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평균적인 수준으로 보였는데, 저희는 런치세트를 기본으로 시키고 피자를 몇 개 더 시키는 것으로 결정. 




기본으로 나오는 검은 빵을 보고 '숯인 줄 알았다'라는 동료분의 말에 빵 ㅋ 




피자가 위의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동그란 모양이 아니라 길죽한 모양으로 나오더군요. 한 조각씩 사이좋게~




런치 코스로 나오는 기본 샐러드. 나름 호두 조각에 신경 쓴 모습.




역시 런치 코스로 나오는 파스타인데,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조금 더 짜더군요. 이런 짠 맛을 덜기 위해서인지 다른 파스타와는 다르게 마늘 쫑을 넣었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커피 한잔. 오랜만에 컵받침 있는 컵에 커피를 마시니 우쭐.




마지막은 보너스로 얼굴 안나온 제 사진 ^^;

간단 소감은 사우스코스트는 여럿이 가기보다는 둘이 가거나 최대 4명 정도 가면 적당한 곳이라 생각되네요.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안녕, 중앙시네마


미리 예고된 일이었고 더군다나 마지막 상영회에 가보지도 못했지만, 막상 그 간의 추억을 돌이켜 보려니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중앙시네마는 내게 있어 참 좋은 영화들을 여럿 만나게 해 주었던 소중한 '공간'이었다. 멀티플렉스가 지금처럼 성행하기 이전, 보고 싶은 영화들을 비교적 좋은 분위기 (영화 팬들에게 이 '좋은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요즘들어 자주 느끼곤 한다)에서 관람할 수 있었던 명동성당 아래 작은 극장이었다. 아니 1층에 위치한 1관은 제법 큰 관이었다. 1,2층으로 되어 있어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야각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중앙시네마에서 본 영화들이 여러 편 스쳐지나간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 2001)' 였다. 2001년 당시 홀로 극장에서 가서 마지막 회를 감상했었는데,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엔딩 크래딧이 다 끝날 때까지 눈시울을 적셨던게 생생히 기억난다. 사실 영화를 한 해에 100편 넘게 보는 터라 따로 티켓을 확인하거나 기록을 해두지 않는 이상, 제목만으로는 이 영화를 어느 극장에서 보았는지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어둠 속의 댄서'를 보았던 중앙시네마는 너무도 생생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앙시네마는 스폰지를 통해 일본 영화들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역시 폐관된 씨네콰논과 더불어 일본 영화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소중한 곳이기도 했다. 또한 위의 사진에 나와있는 거스 반 산트의 '파라노이드 파크 (Paranoid Park, 2007)'도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다. '파라노이드 파크'는 2층에 위치한 작은 상영관에서 보았는데 그 아름다운 화면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분위기였다. 아, 이 작은 관을 떠올리니 2008년 보았던 '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Lat Den Ratte Komma In, 2008)'도 떠오른다. 사실 몇몇 장면은 더 큰 스크린으로 보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겨울 스웨덴의 차갑고 고요한 풍경과 잘 맞아 떨어진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된다.





샐리 호킨스 주연의 '해피 고 럭키 (Happy-Go-Lucky, 2008)'는 2층 맨 앞 좌석에서 보았었고, 특별전을 통해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5)'도 일부러 찾아가서 다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런 좋고 작은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극장이 사라졌다는 것에 안타깝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저 '극장'이라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왜냐하면 대형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공간'의 추억과 의미가 있기 때문인데, 중앙시네마는 물론 영화를 볼 때 자주 찾던 곳이긴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명동 주변을 거닐 때, 항상 명동성당 뒤 조용한 벤치에 잠시 앉았다가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와 코너를 꺽어 잠시 들렀던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깊은 곳이기 때문이다. 씨네큐브, 씨네콰논, 필름포럼, 허리우드 극장 등은 분명 영화를 상영하는 의미로서의 극장도 극장이지만, 그냥 공간으로서 '극장' 그 자체로도 의미 깊은 곳이라 운영 주체가 바뀌고 개조되고 그런 것이 아닌 공간이 사라져버리는 이 현실이 더 눈물 겨울 수 밖에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도 명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공간이 명동성당과 중앙시네마였기에 앞으로 다가올 후자의 부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같다.








그냥 막연한 기억에 중앙시네마에 갈 때마다 혹은 자주 사진을 남겼던 것으로 기억했었는데, 막상 마지막을 남기려 사진을 찾아보니 정면 사진 하나 제대로 남겨둔 것이 없어 더 가슴이 아팠다. 누누히 얘기하지만 중앙시네마처럼 많은 추억이 깃든 공간은, 더 많은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가 들어선다 할지라도 쉽게 보상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이제는 추억 속에서만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어버린 '중앙시네마'.


중앙시네마의 마지막 편지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짠하다.




안녕, 중앙시네마.

2010.06.01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승환 10집 : Dreamizer
High Quality Pop Album



이승환의 10집 앨범 'Dreamizer'가 발매되었다. 개인적으로 국내 뮤지션 가운데 지금까지 꼬박꼬박 앨범을 모아온 몇 안되는 뮤지션 중 한 명인 이승환의 새 앨범이라 발매 전부터 기대되었던 신보였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후반기 이승환 앨범들 중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 그러니까 팬들과 대중 모두가 만족할 만한 POP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팬들은 잘 알겠지만 그 동안 이승환은 앨범을 구성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대중들을 위한 음악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간 그가 발표했던 대표 발라드 곡이 그가 하고 싶지 않은 음악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좀 덜 대중적인 록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했단 얘기다)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실험을 해왔었는데, 적어도 이번 10집 앨범 'Dreamizer'는 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Human'과 'Cycle' 앨범을 2010년 현재에 걸맞는, 아니 현재 최고 수준의 퀄리티로 업그레이한 익사이팅한 POP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승환 하면 '환장'할 만한 라이브 무대 만큼이나 물량과 정성, 사운드의 집착이 돋보이는 앨범 사운드 퀄리티로도 유명한데, 이번 앨범은 그런 그의 욕심이 (요즘 같이 국내 뮤지션들의 사운드 욕심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수년간 외롭게 사운드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승환의 행보는 박수 그 이상의 찬사가 필요하다!) 또 한번 아주 잘 나타난 작품이라 하겠다. 국내외 스튜디오를 오가며 최고의 사운드를 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은 예전 앨범부터 계속되고 있는 그 만의 장인 정신인데, 이번 앨범 역시 그래미를 16번이나 수상한 험 베르토 가티카(Humberto Gatica)를 비롯해 그들의 이름 혹은 그들과 함께 작업한 이들의 이름이나 경력만 들어도 화려함이 느껴지는 아티스트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무엇보다 사운드 퀄리티에 치중하고 있다. 대부분 해외의 누가누가 참여했다 라는 문구는 언제부턴가 '뭐 그럭저럭' 정도의 감흥 밖에는 못주는 문구가 되어 버렸는데, 그 질을 따져본다면 이승환의 이번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면면은 '그럭저럭'으로 간주하기엔 더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하겠다.

일반 대중들은 피처링에 내가 아는 어떤 유명 뮤지션이 참여했나가 더 궁금하고 끌리는 점일 수 밖에는 없겠지만, 이승환의 사운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팬들이라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에 이승환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믹싱 엔지니어 외에 브라스 편곡자, 드러머 등 전반적이고 디테일한 측면까지 더 깊은 사운드를 내기 위한 그의 비용 투자와 정성은 앨범에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 앨범을 100% 즐기려면 좀 더 사운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곳을 방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것까지는 어려운 일이니 최소한 반드시 CD로는 즐겨야 이 엄청난 공을 들인 앨범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p3나 스트리밍으로는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첫 번째 곡 '이별기술자'는 이승환 특유의 그루브가 잘 살아있으면서도 백코러스나 전체적인 구성에서 훨씬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이다. 보컬도 보컬이지만 이런 가벼운(?) 팝 넘버치고는 굉장히 고퀄리티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 수록 다양한 악기들과 효과들이 들려올 것이다. '반의 반'은 이승환표 대표 발라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그대가 그대를'을 통해 발라드의 정점을 찍었던 이승환은 그 이후 타이틀이 되는 발라드 곡에서 강약조절과 감성적인 면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데, 이 곡 역시 첨에 들을 때 좋고 듣다보면 금새 익숙해져 버리지만 어느 순간 다시 들으면 '역시' 다시 좋아지는 그 만의 깊은 발라드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정지찬이 곡을 썼다. 

'A/S' 는 곡 제목처럼 재기발랄함이 엿보이는 곡인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벼운 가사 내용에 걸맞지 않게(?), 수준급의 브라스 편곡과 백그라운드 기타 백킹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승환, 황성제 콤비의 작품인데, 확실히 브라스 사운드가 곡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Dear Son'은 제목처럼 아버지가 화자가 되어 아들에게 보내는 곡인데, 앨범마다 가족에 관한 곡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이승환의 새로운 '가족'에 관한 곡이다. 흑인 가스펠을 연상시키는 후렴구 코러스 라인과 정말 편지 한 줄 한 줄을 읽어내려가는 듯하 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귀와 가슴에 와닿는다. 맨 마지막의 '사랑하는 아들아 네 안에 항상 힘세고 뭐든 잘 하는 아빠가 있게 해 주렴'하는 부분은, 아마도 이승환의 앨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감성이 아닐까 싶다.




'롹스타되기'는 제목처럼 록밴드 보컬들의 피처링으로 더욱 돋보이는 곡이다. YB의 윤도현, PIA의 요한, 노브레인의 이성우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힙합 곡의 피처링 처럼 한 소절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들의 목소리를 쉽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워낙에 개성 강한 목소리들이라 잘 들어보면 코러스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독전쟁'은 어쩌면 앞선 곡보다 더 강한 록넘버 일지도 모르겠다. 간결한 기타 백킹을 베이스로 후렴구에는 이승환이 좋아하는 특유의 록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곡인데, '단독전쟁'이라는 제목 답게 전쟁을 연상시키는 효과들도 귀에 들어온다. 

'reason' 은 말랑말랑한 보컬과 진행이 돋보이는 '세가지 소원' 등을 작곡했던 이규호의 곡이다. 절로 몸을 좌우로 흔들게 되는 멜로디와 더불어 남성의 가성과 여성의 진성이 교묘히 결합된 코러스가 달콤함을 더한다. '완벽한 추억'은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의 곡인데, 기존 이승환의 곡들과 살짝 차별점이 보여 오히려 더 신선한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틀인 '반의 반' 다음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곡이 아닐까 싶다. 'my fair lady' 는 이승환의 지난 앨범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풍의 곡인데, 최근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서우가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구식사랑'은 제목처럼 '하오체'의 가사로 진행되는데, 브라스와 더불어 퍼커션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거의 곡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쯤 린(LYn)의 보컬과 함께 새로운 진행으로 다시 시작된다는 점인데, 여기서도 역시 트럼팻과 트럼본의 사운드가 곡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격상시켜주는 느낌이다. 'wonderful day'는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구성이 인상적이다. 뭐랄까 뮤지컬의 한 시퀀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후반부 아이들이 함께하는 코러스가 더해지면 더더욱 '짜잔!'하고 한 시퀀스가 끝난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곡은 이런 느낌이 너무 명확해서 언젠가 공연에서 뮤지컬 구성으로 공연하지 않을까도 싶다.

'내 생애 최고의 여자'는 강약조절이 생명인 발라드 곡인데, 후반부 진행에서는 대곡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사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유머가 담긴 곡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진짜 제목 그대로 밀고 나가려는 곡이라 오히려 놀랍고 인상깊기도 했다. 13번째 마지막 트랙 '개미혁명'은 이승환 특유의 화려한 록 사운드에 좀 더 비트를 담아낸 곡이다. '개미혁명'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화려하고 록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해도 이전 앨범에 수록되었던 '나의 영웅'같은 곡처럼 극한까지 가지는 않는다. 이런 면이 이번 앨범의 POP적인 요소, 그러니까 좀 더 대중적인 친화력있는 앨범이라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아, 이렇게 끝난 줄 알았지만 13번째 트랙이 끝난 뒤 한참의 기다림을 보내면 조금 다른 '이별기술자'를 히든 트랙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앞서 이 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사운드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곡이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묘한 듯 하지만 또 다른 느낌의 '이별기술자'를 히든 트랙으로 수록했다. 그리고 히든 트랙 답게 이승환의 오랜 절친인 뮤지션의 유치발랄한 피처링도 만나볼 수 있다.




이승환의 오랜 팬으로서 이번 앨범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앨범'이었다. 그의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도 쉽게 어필할 만한 (그렇지만 높은 수준의 사운드를 수록한) 곡들마저 수록한 인상적인 POP앨범이었다. 마지막으로 새삼스럽지만 이렇게 앨범의 사운드에 정성을 들이는 뮤지션의 앨범을 계속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요즘 같은 현실에선 참 고맙기까지한 일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스튜디오를 방문할 날이 있다면 꼭 이 앨범 'Dreamizer'를 다시 들어보리라!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Prince Of Persia: The Sands Of Time, 2010)
게임과 정치, 만족스러운 재미



마이크 뉴웰의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는 어린 시절 재미있게 했던 PC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를 시작으로 리뷰를 하려고 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이 PC게임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될 만큼, 영화는 이것보다는 오히려 이 PC게임을 원작으로 지난해 XBOX360/PS3를 통해 발매되었던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만 언급해도 될 만큼 원작인 PC게임보다는 최근 발매된 게임과 분위기나 컨셉 면에서 더 유사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의 작품이라 블록버스터다운 재미는 주겠구나 싶은 것이 기대의 전부였는데, 막상 보고 나니 예전 게임과 최근 게임을 모두 해본 입장에서 (추후에 언급하겠지만 다른 게임 하나 더를 해본 이유로) 많은 장면들이 보이는 영화였고, 의외로 정치적이기도하고 스케일이나 재미 측면에서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괜찮은 액션 영화였다.

 
 Walt Disne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고전 PC게임인 '페르시아의 왕자'가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어서 이 영화를 보는 이들은 다들 이 PC게임을 떠올리게 될텐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이크 뉴웰의 이 영화는 '페르시아의 거지'로 더 유명한 최근작 게임에 더 가까운 작품이다. 물론 이 게임의 세계관은 영화 속 세계관과는 조금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영화는 거친 페르시아의 왕자 '다스탄'의 이미지와 로케이션의 이미지 등을 참고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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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거지' 아니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게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쌔신 크리드'인데,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는 PC원작 게임, 그리고 지난해 발매된 리메이크 게임과 모두 비교해봐도 '어쌔신 크리드'에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주 배경이 되는 성과 마을의 모습도 '어쌔신 크리드'의 배경이 되는 모습과 매우 닮아있고, 주요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지붕위나 장애물을 딛고 건너 뛰는 설정들은 어쌔신 크리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특히 영화 초반 성스러운 성을 공격하던 중 다스탄이 망루 비슷한 곳에 올라 점프하기 직전 성내를 주욱 돌아보며 카메라 앵글이 주변을 스윽 훑어내리는 장면은 '어쌔신 크리드'에 대한 오마주 장면이라고 해도 절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마이크 뉴웰이 '어쌔신 크리드가 뭐에요?' 한다면 그건 정말 말이 안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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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어쌔신 크리드'를 해본 사람이라면 유사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나리오에 있어서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 구조였다. 영화를 수미쌍관으로 구성한 것도 괜찮았고, 블록버스터 답게 스케일을 보여주는 장면도 나쁘지 않았다(이런 느낌에는 THX관의 사운드가 한몫 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주인공인 제이크 질렌할을 비롯해 벤 킹슬리, 알프레드 몰리나 등 수준있는 연기자들의 공도 컸다. 특히 제이크 질렌할의 경우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안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페르시아의 거지'에 가까운 컨셉이라 그런 면도 있지만(ㅋ), 일부러 몸도 키운 것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질 만큼 다스탄과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벤 킹슬리야 선과 악을 모두 오갈 수 있는 헐리웃의 가장 유명한 배우 중 한 명이니 더 말할 필요 없겠고, 알프레드 몰리나는 첨엔 못알아볼 정도로 분장이 짙던데, 어쩌면 그 치고는 참 심심한 캐릭터가 아니었나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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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왕자'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의외로 깔고 있는 정치적인 메시지 때문이었다. 영화 줄거리의 주된 설정 중 하나는 페르시아가 성스러운 성을 공격하면서 자신들의 야욕을 위한 침공의 이유로 자신들의 적국의 무기를 대고 있다는 의혹을 들고 있고, 결국 이 의혹이 있지도 않은 의혹이었음을 이야기하는 부분인데, 이건 너무 노골적인 미국의 이라크 전에 대한 비유가 아니던가. (스포 있음) 그래서 인지 영화의 마지막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침공 사실을 정중히 왕으로서 사과하는 장면은 현실과 빗대어 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오바마도 대통령이 된 이후에 이렇게 사과했더라면 얼마나 멋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정치적 비유로 생각해볼 수 도 있지만 어쨋든 이건 제리 브룩하이머의 영화다. 이런 비유를 해볼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어쨋든 액션 블록버스터이고 그냥 몸을 맡기고 2시간동안 즐기면 되는 유희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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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작품들은 전부 먹먹해지거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들이었는데, 전혀 다른 의미에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참고로 게임은 후속편이 나올 예정인데, 영화는 어찌될지 모르겠다.


1. 참고로 영화의 뒷 이야기를 다룬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망각의 모래'가 곧 발매될 예정입니다. 전작과 영화를 재미있게 본 입장에서 이 게임 역시 안해볼 수 없겠네요.

2. '캐리비안의 해적' 만큼 강력한 캐릭터는 없음으로 그 만한 인기를 끌긴 어렵겠지만, 게임 원작 작품들이 대부분 실망스러웠던 것에 비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lt Disney Pictures 에 있습니다.





서태지 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 : 극장관람기
(2009 Seotaiji Band Live Tour - The Mobius)


태지매니아라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연 실황을 또 한 번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이번 '서태지 밴드 라이브 투어 - The Mobius'를 지난 금요일 관람하였다. 그 어떤 해외 뮤지션의 내한 공연 인터넷 예매에도 실패해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도, 이번에는 제법 위험하게(?) 겨우겨우 예매에 성공! 나쁘지 않은 좌석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역시 같은 상영관인 메가박스 서태지 M관에서 볼 수 있었던 '서태지 심포니 실황' 이후 태지의 공연을 극장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인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뫼비우스 실황이 훨씬 좋았다 ㅠ 그도 그럴 것이 심포니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심포니는 공연 자체가 컨셉이 강한 작품이었고 이번 뫼비우스는 그와는 다르게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과 더불어 서태지 밴드의 새로운 투어 브랜드로서 훨씬 더 보여주고 들려줄 것들이 많은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아, 갔어야 했어. 무리를 해서라도 갔어야 했어' 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 만큼 뫼비우스 투어는 (특히 용산에서 갖은 공연은) 다양한 무대 장치와 효과들로 스케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은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자유롭게 열고 닫히는 병풍 스크린(ㅋ)을 통한 영상들과 마치 마이클 잭슨의 'Beat It' 공연을 연상시키듯 리프트를 타고 객석 가까이로 다가가는 무대 연출이나, 이제는 두말하면 입 아픈 'Take 5'의 노란 종이비행기 퍼포먼스까지. 기존 태지 공연의 레퍼토리들은 적절히 살리면서도 대형 무대만의 효과들에도 상당히 신경 쓴 공연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극장에서본 '뫼비우스 투어'가 더 좋았던 건 곡 중간중간에 바로 이어질 곡의 리허설 장면을 짧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서태지를 비롯해 밴드 멤버들의 평소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그야말로 '팬서비스'였다.




곡들에 대한 짧은 평을 해보자면, 지난 번 직접 보았던 'WORMHOLE' 콘서트를 통해 명곡으로 재 발견된 '내 맘이야'를 비롯해, 45RPM과 함께한 새로운 '하여가' 그리고 태지의 연기마저 돋보이는 '제킬박사와 하이드', 오랜만에 함께한 락과 탑의 트윈 기타를 만나볼 수 있었던 '대경성'과 '슬픈 아픔'. 특히 '슬픈 아픔'은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깊은 곡이라 더더욱 반가웠다!! (여기서 개인적 추억이란 고등학교 축제 때 이 곡과 '널 지우려해'를 엮어서 불렀던 추억). 그리고 이스터섬으로 떠나는 'Moai'. Moai는 장담하건데 세월이 가면 갈 수록 나중에 가서 명곡으로 더평가(재평가 아님) 될 것이다. 들으면 들을 수록 참 대단한 곡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한 10년쯤 뒤에 다시 집중해서 듣고 글을 써보리라.

이번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곡들은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곡들이었다. '서태지 심포니' 상영은 극장에서 본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뫼비우스 투어'는 진짜 공연장에 가서 보고 난 느낌이 들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후반부를 장식한 아이들 시절의 곡들 때문이었다. 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했겠지만 어찌나 찡하게 만드는 선곡들인지.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는 (그저 쓰려고 생각만 했는데 소름이 돋았다 ㅠ) 팬들이라면 아마 누구나 글썽이지 않았을까 싶다. 뭐랄까 점점 서태지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공연을 공연 자체로 즐기는 것 외에, 추억을 함께 공유했던 뮤지션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측면이 더욱 강해져 가는 것 같다. 아이들 시절의 영상과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도 찡하지만 그 당시의 학생이었던 내가 떠올라 더 찡해진달까. 그렇게 태지와 나는 깊이 연관되어 있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공연장에서 그리고 또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행운아고, 서태지의 영원한 팬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사실 피규어 수집은 예전에 많고 많은 취미들 정리하며 WWE 시청 등과 함께 과감히 포기한 취미 중 하나였는데, 이건 보는 순간 참기가 어렵더군요. 초호기 피규어는 이미 하나 갖고 있긴 한데, 이번 반다이사의 로봇혼 시리즈로 나온 '파'의 초호기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절로 지름신이!! 그리하여 내 손에 쥐게 된 에반게리온 초호기! 구매한지는 제법 되었는데 포스팅이 늦었네요 ^^;




저 힘이 잔뜩 들어간 손 끝을 보라!! (사도의 눈이라도 콕콕 찌를 기세!!!)





가격대비하여 디테일이 상당히 좋습니다. 관절 들도 물론 매우 자유롭고요. 손의 경우 여러 개의 옵션들이 있어서 포즈에 따라 어울리는 손 모양을 바꿀 수 있고, 머리 역시 경계를 넘어선 초호기의 얼굴이 하나 더 들어 있습니다.




어떤 포즈를 잡아도 저 꼿꼿이 선 손날 때문에 집중이 안돼 -_-;;;




그리고 이번 초호기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AT필드!! 무려 AT필드를 저렇게 형상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AT필드따위 두 손으로 찌익~~




옆에서 보면 이렇게 그럴듯한 시츄에이션. 아....'에반게리온 : 파'의 감동이 새록새록 ㅠㅜ





좀 더 다양한 포즈들을 시도해 봤어야 했는데 시간 부족으로 일단 여기까지만 흑.
어쨋든 그리하야 제 책상위에 자리잡게 된 AT필드.



(아스카와 스파이크도 AT필드에 보호(?) 받고 있음 ㅋ)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회사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정말 파란 하늘.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우에노 주리 (上野樹里)

1986년 5월 25일 생인 우에노 쥬리가 올해로 스물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 오늘 오전에야 그녀의 생일 소식을 챙겨 듣고는 급작스럽게 그동안 그녀가 출연했던 작품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보았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간단하게나마 그녀의 짧은 연대기를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거슨 팬으로서의 도리!). 한 때 아오이 유우와 미야자키 아오이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일본 여배우 3인방이었던 (이 가운데 개인의 취향대로라면 배우로서는 주리 짱을 팬으로서는 아오이 짱이랄까 -_-;;) 그녀의 짧은 연대기를 주요 출연작들 소개로 살펴보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 2003)


그녀의 데뷔작은 이누도 잇신 월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2003년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었다. 사실 이 작품을 본 이들 가운데서도 '엇, 조제에 쥬리 짱이 나왔어?'라고 할 정도로 지금의 '노다메'이미지 우에노 주리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우에노 쥬리는 '카나에' 역할로 출연하며 데뷔작 다운 풋풋함을 물씬 풍긴다. 사실 이 작품은 워낙에 두 주연인 츠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가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이긴 한데, 어쨋든 이누도 잇신의 대표작인 '조제, 호랑이....'를 통해 데뷔한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우에노 쥬리의 2003년 풋풋한 모습. 이 때만해도 이 어린 여배우가 앞으로 어떤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였다. '조제, 호랑이....'에서 그녀가 보였다면 그건 솔직히 거짓말일듯. 하지만 그 다음 작품 부터는 우리가 아는 우에노 쥬리를 가득 만나볼 수 있는 작품들이 서서히 시작된다.




스윙걸즈
(Swing Girls, 2004)

 

야구치 시노부의 2004년작 '스윙걸즈'는 분명 '소녀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작품이었지만 그 중에서 유독 빛나는 주인공은 우에노 쥬리였다. 이 작품부터 우에노 쥬리는 코믹함과 드라마를 두루 갖춘 연기를 서서히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따지고보니 데뷔작은 이누도 잇신, 그리고 다음 작품 (물론 그 사이 두 작품이 있긴 하다)에서는 야구치 시노부라니. 축복받은 여배우로세. 어쨋든 '스윙걸즈'부터 우에노 쥬리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장기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사실 최근 팬들에게 익숙한 '노다 메구미' 캐릭터는 이 작품 속 그녀가 연기한 '토모코'에서 이미 엿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녀의 연기만을 두고 본다면;;).  '스윙걸즈'는 우에노 쥬리에게나 영화적으로는 여러모로 바람직한 영화였다.




'스윙 걸즈'의 많은 명장면 가운데 역시 최고 하이라이트는 '맷돼지와 함께 하는 시츄에이션' ㅋ

 

스윙걸즈 SE - DVD 리뷰
http://www.realfolkblues.co.kr/326

 



무지개 여신
(Rainbow Song, 2006)


쿠마자와 나오토의 2006년작 '무지개 여신'은 참 풋풋하고 아련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수 많은 엽기 캐릭터들 가득한 그녀의 필모그래피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바로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치하라 하야토와 함께 출연하며 딱 그 나이 또래 친구들의 고민과 우정과 사랑을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그려낸 이 작품에서 우에노 쥬리는, 그녀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평범하면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데, 이런 정극 드라마에서도 매력을 충분히 (아니 오히려 더!) 엿볼수 있다.  




극중 우에노 주리는 영화 촬영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으로 출연하는데, 뭐랄까 제일 진짜 우에노 주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청춘 (靑春)'을 떠올린다면 반드시 봐야 할 그녀의 작품 중 하나!

 



그리고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영화 속 영화 '지구 최후의 날 (The End of the World)'. 이 괴작(?)은 너무 좋아해서 가끔씩 이것만 꺼내보기도 ㅎㅎ


 

무지개여신 _ 아련한 청춘 (靑春)
http://www.realfolkblues.co.kr/354


 



노다메 칸타빌레 
(のだめカンタ?ビレ, 2006)


그리고 이런 우에노 쥬리를 더 커다란 스타덤에 오르도록 만들어준 TV시리즈 '노다메 칸타빌레'. 만화가 낫다, 애니메이션이 낫다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어쨋든 노다 메구미와 우에노 쥬리는 정말 잘어울리는 배우와 캐릭터의 조합이었다. 진짜 보는 사람이 절로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그 특유의 '의성어'들과 혼자 있을 때 몰래 따라해보게 되는 요상한 몸짓들 (ㅋ). 이것이 과연 우에노 쥬리가 아니면 누가 가능토록 했을 것인가!




자, 이런 표정! 우에노 쥬리이기에 가능한 부분임이 틀림없다. 이런 표정이 더 효과적인 것은 멀쩡할 때(?)의 연기가 그리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구구는 고양이다
(グ-グ-だって猫である, 2008)


사실 이 작품은 우에노 쥬리 때문이라기보다는 '고양이' 때문에 본 작품이기도 했는데, 이 작품에서 우에노 쥬리는 크게 인상을 남기기 보다는 작품에 은은히 묻어난 느낌이다(하긴 이 작품은 그녀보다는 코이즈미 쿄코와 카세 료가, 그리고 그 보다는 고양이가 빛나긴 한다 ㅎ). '무지개 여신'에 이어서 정극에 가까운 평범한 연기에도 큰 무리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에노 쥬리 때문에 '구구는 고양이다'를 보라고 하기는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팬이라면 꼭 봐야할 작품!




구구는 고양이다 _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의 삶을 보다




어쨋든 우에노 쥬리짱,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앞으로도 오랫동안 쫄깃한 연기 보여주시길!!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Verandah Project - Day Off
바람이 느껴지는 두 남자의 여행


처음 김동률과 롤러코스터 출신인 이상순이 프로젝트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그 기대는 분명 이상순 때문이었다. 뭐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당연히 둘 모두 때문이라는 것이 맞겠지만, 이미 '전람회'와 '카니발'을 경험한 적이 있는 김동률과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이 만나면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하는 궁금증 (보다는 기대) 때문이었는데, 역시 이 둘의 프로젝트 verandah project의 음악은 예상한 것처럼 편안하고 여유로운 음악이었지만, 또한 기대한 것처럼 (기대 이상이 기대한 것이라니 말이 안된다 ㅋ) 그 이상을 담아낸 음악은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사실 '휴식같은 여유로움'이라는 표현을 두고 많이 고민했는데, 이게 너무 평범한 표현 그러니까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100% 어필하기 적당하지 않은 문장 같아서였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이것만큼 제대로 이들의 음악을 표현하는 문장도 없다는 생각에 그냥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렇게 써놓으면 그냥 듣기 편하기만한 이지 리스닝 계열로 생각하기 쉬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지 리스닝은 맞으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 더 본연의 뜻의 충실한 경우라고 보면 되겠다. 일단 앨범을 플레이어에 걸어 놓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10곡의 수록곡이 모두 다 마칠 때까지 정말 '여유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이상순의 기타는 그 어떤 보컬보다 따듯하고, 김동률의 보컬은 여전히 따듯하다(이번 리뷰의 부제는 아이러니라고 해야될 것 같다 ㅎ)

첫 곡 'Bike Riding'은 제목 그대로 자전거를 끌고 바람 솔솔 부는 동네를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이 연상된다. 보사노바 리듬 못지 않게 스토리 텔링에 신경 쓴 가사도 재미있다. 이상순의 담담한 보컬로 시작되는 '벌써 해가 지네'는, 제목과는 다르게(?) 벌써 부터 잠자리에 들라 하는 듯 하다 (좋은 의미다). 이 두 남자의 은은한 하모니는 포근한 이불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어쩐지'의 황홀한 순간은 이상순의 기타 선율에만 몸을 맡겼던 김동률의 보컬에 다른 악기들이 더해지며 더한 리듬감을 갖게 되는 지점이다. 굉장히 은은하게 변화를 주고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듯다가 이 순간에서 움찔했던 기억이다. 아, 그리고 조원선의 감미로운 보컬 역시 빼놓을 수 없겠다.

자전거를 타고 난 뒤, 이번에는 밤 기차에 몸을 싣는다. 베란다 프로젝트의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한 곡 한 곡 가사 속의 상황을 그대로 그려보게 된다. 그만큼 몰입도가 깊고 이미지화되는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기필코'는 지금까지 들려주지 않았던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빠른 템포의 곡이다. 이 곡은 김동률의 이전 앨범들에서 만난 듯한 느낌이 드는 곡으로, 한편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번 프로젝트의 다른 곡들과는 약간 괴리감이 들기도 한다. '꽃 파는 처녀'의 스토리 텔링은 루시드폴이 맡았다고 하는데, 이야기 뿐 아니라 음악마저 루시드폴을 닮아있다. 애잔한 분위기가 가슴을 심하게 적신다. 루시드폴이 직접 부르는 모습도 상상이 되는데 언젠가 콘서트에서라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Good Bye'는 페퍼톤스의 신재평이 가사를 돕고 있다고 하는데, 앞선 루시드폴의 경우처럼 분명 이야기만 전달했을 뿐인데 그들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곡의 분위기가 흥미롭다. '괜찮아' 같은 곡은 국내 가요 씬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분위기의 편안한 곡인데, 신선함은 덜하지만 익숙함과 따스함이 이를 받쳐준다. 자전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떠났던 이들의 여행은 산행으로 마무리 된다. 다시 산을 오르는 두 남자의 음악에서는 바람과 여유가 느껴진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드래곤 길들이기 (How To Train Your Dragon, 2010)
교훈적이기까지한 드림웍스의 성공작


드림웍스는 한동안 픽사의 성공을 부럽게 바라봐야만 했었다. '슈렉'이후 주춤했던 그들에겐 좋은 애니메이션이었던 '쿵푸 팬더'가 있었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자, 이제는 픽사와 동등하게 겨뤄볼 수 있겠다'라고 미뤄보기는 어려웠던 것이, 그 이후 내놓았던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경우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경우였기 때문이다. 픽사의 가장 강한 점은 역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드림웍스는 본인들도 스토리텔링으로 바로 경쟁하기 보다는 기술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었다. 그것이 앞선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3D 포맷으로 제작한 경우였는데, 이 작품은 굳이 스토리텔링의 부족함을 꺼내지 않아도 3D효과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번 드림웍스의 신작은 사실 스튜디오에게 몹시도 중요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한동안은 픽사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걸 확고히 하는 작품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한동안 픽사에게 모조리 다 빼았겨 버렸던 명성을 이제야 찾아오게 되는 자랑스런 작품이 될 것인가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명 후자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도 뻔한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데에 성공한 동시에, 3D라는 측면에서는 최근 보았던 영상혁명 '아바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어쩌면 더 나은) 영상으로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DreamWorks Animation. CJ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흔히들 스토리텔링하면 구구절절을 떠올릴지 모르겠는데, 그것보다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가 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필요 없는 이야기는 거의 다 쳐낸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만약 이 작품이 실사 영화이고 주인공 '히컵'이 상처 입은 용 '투슬리스'를 타고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시퀀스 같은 것은 없는 그리고 더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요하는 작품이었다면, 아마도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는 없는 구조였을 것이다. 영화를 볼 때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보고나서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에는 너무나도 생략된 이야기들이 많다. 버크 섬에 사는 바이킹과 용들과의 대립 관계에 대해서도 아주 짧은 내레이션이 있을 뿐이고, 초반에 히컵이 선망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아스트리드' 같은 경우도 전혀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무엇보다 투슬리스와 히컵이 친해지게 되는 과정의 경우 '너무 쉽게' 이루어진 느낌을 줄 정도로 간결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드래곤 길들이기'는 치밀한 짜임새를 요구하는 작품도 아니고, 환상적인 비행 장면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생략이 전혀 단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히컵과 투슬리스가 친해지는 과정의 간결한 묘사같은 경우는, 의미상으로도 구구절절 논리적으로 풀어낸 것보다는 '그간 오해했었다' (최근 국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오해'와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다) 라는 의미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적절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리도 간결하고 쉽게 해결해볼 수 있었던 걸, 누구도 그럴려고 해보지 않았던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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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래곤 길들이기'를 통해 인상 깊었던 정서는 바로 '장애'와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투슬리스는 꼬리 날개에 상처를 입고 혼자 날기 어려운 용이었다. 그를 투슬리스를 히컵이 알아보고 직접 꼬리 날개를 만들어주면서 이 둘의 마음은 통하게 된다. 처음에 이 둘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은 '히컵이 조종하지 않으면 날지 못하는 투슬리스' 정도로 그려지지만 갈 수록 이 둘의 관계는 그것 이상으로 발전한다. 투슬리스는 자신이 날기 위해 - 그러니까 필요에 의해 - 히컵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히컵 역시 단순한 동정으로 투슬리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말 따지고보면 극중 히컵의 시선이나 대사에서는 거의 단 한번도 투슬리스를 동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이것조차 동정어린 시선이라고 볼지 모르지만, 히컵 같이 어린 소년에게는 아직 그런 복잡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이건 분명 어른들이 사용하는 '동정'과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투슬리스의 장애는 영화의 마지막 다소 충격적인 히컵의 장애로 대구를 이룬다. 아버지에게도 인정 받고 마을을 구하는 동시에 드래곤들과 함께 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뤄낸 히컵은 안타깝게도 다리 한 쪽을 잃고야 만다. 이런 설정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전체관람가인 이런 애니메이션에서는 굳이 택하지 않았던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같았으면 모든 것을 해결한 히컵에게 영화 속에 등장했던 것과 같은 이상적인 그림이 펼쳐지며, 버크 섬의 바이킹들은 드래곤들과 함께 잘 살았더래요~ 로 마무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영화는 굳이 히컵에게 장애의 요소를 부여했다. 

그리고 보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바이킹으로 나오는 캐릭터를 보면 팔과 다리가 하나씩 없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극중 인물들들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보는 이들 역시 꼭 애니메이션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불편함을 별로 장애로 느끼지 못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마지막 히컵이 다리 하나를 잃게 되었을 때, 이를 두고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주변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이걸 단순히 바이킹 특유의 대범하고 쿨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런 건 어른들도 물론이지만 아이들에게 특히 교훈적인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편견을 갖지 않게 하는, 그러니까 투슬리스의 꼬리 날개처럼 누군가가 반드시 도와주어야 하는 부분도 필요하지만, 그것 외에 묘사들처럼 장애가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혹은 조금 불편할 뿐이지 많이 다르거나 틀린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는 것을 은연 중에 일깨워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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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는 그 비싼 아이맥스 3D 티켓값을 할 정도로 환상적인 영상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몬스터 vs 에이리언'에서는 이렇다할 인상적인 3D 영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드림웍스로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3D기술 및 영상의 수준을 확실히 업그레이드 해냈다. 투슬리스와 히컵이 하늘을 자유롭게 - 여기선 정말 자유가 느껴진다! - 그리고 구름 속을 빠른 속도로, 그리고 황홀한 각도로 비행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최고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3D에 최적화된 영상이라는 점은 여러가지 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일단 장면 속 속도나 질감 그리고 공간감 (크기)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투슬리스를 타고 구름 속을 빠른 속도로 날 때면 마치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지고, 크기 역시 커다란 캐릭터의 경우 그냥 '와, 크구나' 정도가 아니라 '와! 진짜 무지막지하게 크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이런 크기의 입체감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3D 영상은 두 가지 타입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3D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관객이 손을 절로 뻗도록 만드는 약간의 인위적인 효과와, 이것보다는 자연스럽게 극의 흐름을 넘어서지 않는 한도 내에서 효과를 주는 경우. '드래곤 길들이기'는 경우의 중간 정도, 그러니까 아주 적절한 3D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별것 아닌것 같은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입체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는 한편, 3D 효과를 한 껏 낼 수 있는 액션 시퀀스에서 역시 너무 과도한 입체 효과는 주지 않으면서도 (이 정도를 말로 표현하긴 좀 어려운데, 직접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진정 3D를 보고 있구나'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폴라 익스프레스'부터 '아바타' 까지 거의 한편도 빼놓지 않고 본 3D영화들 가운데, 3D효과 측면에서는 최고로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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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 예고편이나 포스터 등이 공개되었을 때는 이 정도의 작품일 줄은 몰랐었는데, 시사회와 먼저 보신 분들의 쏟아지는 호평을 듣고서 '과연?'하는 물음과 기대가 들었던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는 결국, 많은 호평들 속에 내 밥 숟가락 하나 기꺼이 얹어놓고 싶은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1. 전날 왕십리 CGV 아이맥스관 영사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제가 보는 날도 못보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 정상화되어서 문제 없이 볼 수 있게 되었네요.

2. 

3D안경은 또 바뀌었던데 그간 써봤던 안경들 가운데서 착용감 측면에서는 가장 좋더군요. 영화 보는 내내 단 한번도 흘러내림에 신경쓰지 않고 볼 수 있었으니까요.

3. 또 블루레이를 기다려야할 작품이 생겼군요. 아, 과연 그전에 3DTV를 장만할 수 있을까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DreamWorks Animation. CJ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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