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토퍼블 (unstoppable, 2010)
속도와 긴장감, 그것만 있으면 돼


'맨 온 파이어 (2004)' '데자뷰 (2006)' '펠헴 123 (2009)'까지 여러작품을 함께 한 토니 스콧과 덴젤 워싱턴 콤비에 '스타트렉'으로 주목을 받게 된 크리스 파인이 함께한 '언스토퍼블'은 마치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았던 1994년 작 '스피드'를 떠올리게 한다. 멈추지 않는 기관차와 이를 인명피해 없이 멈춰야만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스피드'를 통해 이미 재미를 즐겼던 바이지만, 토니 스콧의 '언스토퍼블'은 오히려 이것보다도 더 심플하고 잔가지의 이야기들은 거의 다 쳐낸 깔끔한 작품이다. 만약 형인 리들리 스콧이 이 작품을 연출하려고 했었다면, 토니 스콧의 버전에는 배경으로만 등장하는 회사와 노조의 이야기와 구조조정 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크리스 파인이 연기한 '윌 콜슨'의 배경 이야기에 더 비중을 두어 두 가지 줄기의 큰 이야기가 동시에 충돌하는 작품으로 탄생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토니 스콧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좀 더 심플한 쪽을 택했고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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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콧과 덴젤 워싱턴, 그리고 열차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그의 전작인 '펠헴 123'이었다.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지점이 겹치는 '펠헴 123'과 이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언스토퍼블'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심플함을 들 수 있겠다. 확실히 '펠헴 123'은 심플함을 기본으로는 하고 있지만 그 외에 잔가지에도 의욕을 가지고 표현하려 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결과 두 가지 모두 힘을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었는데, 아마도 이런 전작의 교훈이 반영된 영화가 바로 '언스토퍼블'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시작하고나서 5분만에 대강의 줄거리를 예상할 수 있고, 예상대로 끝이 난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장점은 전혀 이야기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뻔한 이야기가 (어떻게 끝이 날 줄도 뻔히 알면서도) 제법 긴장감 있게 다가오는 것이야말로 바로 토니 스콧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영화 속에서 겪게 되는 주인공들의 몇 번의 위기에도, 주인공들이 여기서 실패하겠구나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묘한 경험인데, 100% 성공을 확신하면서도 그 과정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연출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가 이런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한 가장 큰 장치는 바로 미디어다. 우리가 TV를 통해 자주 접했던 사건 사고의 뉴스 속보 형식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관객들이 이 이야기에 좀 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여기서 오는 재미는 영화에서 느끼는 재미보다는 마치 불구경과도 같은, 그러니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뉴스에서 더 큰 충격과 흥미를 갖게 되는 부분을 자극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 이 영화가 실제 사건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다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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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토니 스콧의 '언스토퍼블'은 군더더기 전혀 없는 액션 영화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요새는 현실도 영화도 단순해 보이는 사건에 워낙에 큰 배후나 음모가 엮여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가끔은 이렇게 단순한 사건 만으로 깔끔하게 종료되는 레일 위의 열차와도 같은 이야기를 더 반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1. 로자리오 도슨이 나옵니다. 뭐 비중은 그리 크지 않고 그녀만의 매력은 거의 발산되지 않았지만요. '이글 아이'에서도 그렇고. 점점 이런 적은 비중의 작품으로 만나게 되는군요. 어서 '데스 프루프'같은 작품으로 돌아와주세요.

2. 덴젤 워싱턴이야 그렇다치고, 크리스 파인은 딱 본인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그 만의 것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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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The Book of Eli, 2010)
세상을 구하는 서부극


언제나처럼 아무런 정보 없이 보게 된 영화 <일라이 (The Book of Eli)>는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종말 후의 지구(혹은 대재앙 뒤의 지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종의 서부극이었다. <프롬 헬>을 연출했던 휴즈 형제가 연출한 이 작품은 묵시록적이고 종교적인 색체와 서부극의 분위기, 그리고 액션의 요소까지 다루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볼 만한 작품이긴 하지만 이 세가지 중에 어떤 한 가지에 조금 더 비중을 실었다면 더 좋은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반전이 있지만 (사실 후반에 드러나는 반전 외에 영화의 주된 소재인 '그 책'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은 반전이라고까지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나로서도, 대재앙 이후의 지구와 주인공과 이 책을 갖으려는 카네기(게리 올드만)로 미뤄보았을 때 너무 쉽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는 명확하지만, 거기까지 끌고 가는 과정의 맛은 조금 덜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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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를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대재앙으로 인해 야외에서 활동할 때는 선그라스를 써야만 하는 그러니까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버린 지구를 배경으로 수십년간을 떠도는 주인공 (덴젤 워싱턴)이 등장하는데, 이 주인공은 무언가 임무가 있는 듯하고 무술에도 초고수다. 그러다 만난 어떤 작은 마을의 지배자 카네기는 자신이 갖은 권력을 어떤 한 권의 책을 갖기 위해 모두 쏟고 있는데, 주인공을 만나게 되면서 이 책의 비밀에 좀 더 가까워 진다.

<일라이>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역시 최근 보았던 <더 로드>를 들 수 있겠다. 이 작품 속 지구의 풍광은 <더 로드>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아 있으며, 몇몇 장면은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이 날 정도다. 하지만 <더 로드>의 풍광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듯한 매마름의 황폐함이라면, <일라이>의 풍광은 전체적으로 황폐하지만 서부극의 그것과도 같은 황폐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영화의 대부분은 서부극의 구성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라이>는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서부극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마을의 묘사는 물론, 주인공과 악당들이 대결하는 구도 역시 서부극에서 거의 다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심지어 캐릭터 중 한명은 모리꼬네의 유명한 스코어를 휘파람으로 부르기까지 한다). 또한 한 세대가 끝나고 다른 세대가 시작되는 것 역시 서부극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었던 모티브로서, <일라이>는 전체적으로 서부극을 깔고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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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살펴볼 만한 요소는 역시 '포스트 묵시록'적인 종교적 색체다. 이 작품은 너무 표면적으로 종교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어 오히려 종교적이지 않게 느껴질 정도인데, 덴젤 워싱턴이 맡은 캐릭터는 처음부터 무언가 '임무'에 충실한 것이 너무 역력히 드러나고(혼자 반복하는 대사들도 그렇고), 나중에 악당들과 대치했을 때의 장면 구성에서는 더더욱 그를 메시아 혹은 메신저로 여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실 종교적 색체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종교적인 작품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것은 분위기를 위한 트릭일 뿐 본연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종교적인 것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다. 마지막 결말과 결부지어 이것저것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성경의 내용들과 결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점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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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라이>의 아쉬운 점이라면 서두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종교적인 색체는 트릭으로 분위기만 흘리고, 액션과 스타일은 과하고 본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이들에 가려 제대로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언가 이 셋 중의 하나만 집중했더라면 영화의 호불호는 더 갈렸을지언정 적어도 지지하는 편의 힘은 더 강해졌을 터인데, 중간의 모호한 지점에 남게 된 경우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과 거의 비슷한 표현을 이미 한 평론가가 있어 말을 빌려오자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오웬 글라이버맨은 “이 무거운 실패작은, 카 체이스가 없는 <매드 맥스 2: 로드 워리어>이자, 휴머니티가 없는 <더 로드>이다"라고 평했는데, 정확히 맞지는 않지만 비슷한 느낌이 많은 편이었다. 어쩌면 치열했던 <더 로드>보다 더 깊은 철학은 물론 더 깊은 세계관을 품어낼 수도 있었던 그릇이었고, <매드 맥스>보다 더 세련되고 묵시록적인 액션과 분위기를 낼 수도 있었던 작품이었지만, 두 가지 모두 이들에게 한참 못 미치는 작품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보니 맨 마지막에 본래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반전으로 풀어내었을 때, 그 반전의 충격 정도를 떠나서 크게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부분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쓰다보니 스포일러 없이 써보자는 글이 되어버려 반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만약 영화 내내 주인공의 여정에 좀 더 공감할 수 있었더라면 마지막 반전에 당연히 더욱 빠져들 수 있었을텐데, 반전은 반전대로 여정은 여정대로 심심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러니까 어떤 장면이 등장했을 때, 왜 저런지 머리로는 알면서도 심정으로는 '왜 저러는 거지?'라고 묻고 싶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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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큰 기대 없이 본다면 제법 볼만한 작품인 것은 틀림 없다. <더 로드>같은 깊이를 기대한다면 너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그래서 계속 그냥 '그 책'이라고만 숨기는 주인공들이 안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책의 비밀과, 크게 놀라게 되지는 않는 반전 (고로 메시지)에 실망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관객에게 믿을 주는 덴젤 워싱턴의 연기와 오랜만에 악역으로 돌아온 게리 올드만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볼 만한 작품일 듯 싶다.


1. 역시 세상이 아무리 황폐해도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음악인듯. 거의 첫 장면에서 Al Green의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가 극장 가득 울려퍼졌을 땐 소름이 돋더군요. 워낙에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이런 황폐한 지구에서 또 만날 줄이야. 마치 <12 몽키스>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듣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2. 극중 노인들만 사는 집이 그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해요. 집주인이 무려 '덤블도어'니까요.

3. 마지막에 친절하게 '어디 버전'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더 좋을 뻔 했어요. 그냥 그 유명한 다리와 멀리서 본 모습만으로도 어디인지 다 알 수 있었으니까요.

4.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 자체는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뻔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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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갱스터 (American Gangster, 2007)

올해의 마지막 기대작이었던 '아메리칸 갱스터'.
이미 리들리 스캇 영화에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가 출연한다는 엄청난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쭈욱 이 영화를 기대해 왔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1970년대 뉴욕의 실존 인물인 마약조직의 보스 프랭크 루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바탕이 전부가 아니라 감독의 말에 의하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첫 느낌은, 상당히 무거우면서 굉장히 영화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한 느낌이었다.
뭐라 쉽게 감상기를 쓸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주제와 이야기지만 너무 훌륭한 연출력으로 무려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영화에 미치도록 집중하여 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나는 <대부>나 <좋은 친구들> 혹은 <스카페이스>나 <프렌치 커넥션>등의
영화들은,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모두 비디오를 통해 처음 보게 된 영화들이었다.
즉 영화가 개봉되던 시기에, 그 시대에, 극장에서 이 영화들을 즐길 수는 없었다는 말이다.
<아메리칸 갱스터>를 보고 나오면서 또 하나 든 생각은, 이런 영화를 동시대에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지금보다도 몇십년이 지난 나중에 더 영광이었다고 생각될 것 같다는 점이었다.

역시나 이 영화를 보며 감동했던 것은(내용적으로가 아니라 영화적으로),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이었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그래야하는것처럼 엄청난 수의 갱들이 등장하지도 않고,
갱들간의 엄청난 총격전이 있지도 않고, 엄청난 로케이션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장면 장면에서 엄청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크게 한 몫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단지 연출력만으로도 이렇게 장면 장면을 압도하도록 만드는 기술은 그야말로
리들리 스콧 쯤 되는 거장 감독이라야만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싶다.

영화사에 남는 영화들을 보면, 무엇보다도 그 시대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에 매우 뛰어난 작품들이
많은데, 이 영화 역시 당시 6,70년대의 미국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프랭크 루카스의 일들을 직접적으로 그리면서 그 속에서 당시 미국사회에 만연하던
프렌치 커넥션 이후부터의 마약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이를 둘러싼 마피아와 갱들간의 치열한 세력다툼,
그리고 흑인과 백인간의 인종차별, 그리고 마약 만큼이나 만연했던 부패 경찰의 관한 이야기를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섞어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당시의 미국 사회가 처했던 문제들에 관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지시키고 있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우스웠던 건, 리들리 스캇 본인은 현재 미국인들에게 경각심과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같은 영화를 만들었을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인 나로서 보는 관점 역시
묘하게 맞아들어가면서 당시 미국사회가 처했던 상황과 프랭크 루카스라는 인물이 묘하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과 교차편집되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극중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프랭크 루카스는 분명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자이긴 하지만, 그가 연기해서 인지,
아니면 아직 실존인물이 살아있어서인지, 이 프랭크 루카스라는 인물은 분명 관객으로 하여금,
아주 나쁜 놈으로 인식되도록 그리지는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분명 불법마약거래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이지만, 만약 마약대신 다른 것을 팔았다면, 그 만한 CEO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한편으론 살인자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빈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매주 일요일에는 꼭 교회에 들르며,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너무나도 가족적인 인간미가 넘치는 인물이며
또한 너무나도 신사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렇게 양면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뭐랄까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소박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이런 좋으면이 있으면 다 괜찮다라는 분위기가 묘하게 지금 우리의 현실의
상황과 겹쳤다는 이야기.
앞서 언급했듯 실존 인물이 생존해있기 때문에 이를 묘사하는데 있어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여튼 그가 갱스터에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이렇게만 얘기하니 마치 영화에서 그를 그리는데 있어 착한면의 비중이 훨씬 큰 것으로 생각될지도
모르나, 두 번 생각도 않고 머리에 총알을 밖아 넣는 냉혈한 모습이나, 따뜻해 보이다가도
일이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리는 모습도 분명 보여주고 있다).




리들리 스콧의 연출력에 한 번 감탄했다면,
두 주연배우인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의 연기를 보면서 또 한 번 감탄하고야 말았다.
뭐랄까 '역시!'하는 탄성을 절로 내뱉게 하는 훌륭한 연기였으며,
확실히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를 대신하기에 충분한 수준에 올랐다는 느낌이었다.

러셀 크로우의 연기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러셀 크로우가 맡은 리치 로버츠(이분 역시 실존 인물)는 부폐 경찰이 당연시 되던 당시에
너무나도 옳아버려서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는 캐릭터인데, 러셀 크로우가 그 동안 했던 강력한 역할들에
비춰봤을 때 조금은 근질 거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천사표로 나오는 것은 아님-_-;). 특히나 뉴욕 특수 마약 수사관들에게
비굴하게 부탁할 때는 '형님, 그러지 말고 성질대로 해주세요'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불쌍하기까지 했다 ^^;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프랭크 루카스는, 이미 말했듯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갱들의 사회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놀라운 성공을 이뤄낸 인물로서, 영화 속에서는 양면을 모두
보여주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원칙적으로 이 캐릭터가 악역이라고 보았을 때 덴젤 워싱턴을
캐스팅한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으나, 그가 너무 연기를 잘 한 이유도 있는 탓에 보는 이가
너무도 프랭크 루카스를 이해하게 되어, 영화가 자칫 너무 위험한 메시지로 흘러갈 뻔한 위험요소를
함께 앉고 있기도 했다. 덴젤 워싱턴은 뭐 악역 연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전 <트레이닝 데이>가 나쁜 경찰 역이어었다면, 이번 <아메리칸 갱스터>에서는 좀 착한 갱스터로
분하여, 이전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다.

이 두 배우가 스크린에서 뿜어내는 포스야 말로, 마스터 제다이급에 해당하는 엄청난 것으로
두 배우의 연기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고 가치있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
.

벌써 부터 오스카 얘기가 나오고 있을만큼 훌륭한 연기와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이었으며
다시 말하지만 동시대에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었던 작품이었다.


 
글 / 아시타카 (www.realfolkblues.co.kr)



1. 분명히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임을 알고 봤음에도, 잠깐잠깐 마이클 만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애미 바이스>에 출연했었던 존 호키스가 등장하자, '맞아' 역시 마이클 만 영화라
   또 출연했구나 하며 뿌듯해 하기도 -_-;;

2. RZA는 그렇다쳐도, Common은 왠지 얼굴 볼때부터 조금 쑥쓰러웠는데 ㅋ
   제법 배우스럽게 잘 해내더군 ^^;

3. 확실히 이런 영환, 주연 배우 외에 조연들이 잘 해줘야 한다!
   쿠바 쿠딩 주니어를 비롯해, 조쉬 브롤린, 아만드 아상테, 존 호키스 등 다들 너무 멋졌음

4. 이런 6,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역시나 당시의 음악들이 많이 등장해
   듣는 귀를 즐겁게 한다. 사운트 트랙 역시 구입해야 할듯

5. 러셀 크로우 형아도 애용하는 펜탁스 만세!


Inside Man
 
처음 끌렸던건 아무래도 배우들의 면면이다.
영화를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결코 캐스팅 리스트를 보고 쉽게 지나칠 수 없는
포스 넘치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먼저 클라이브 오웬은 차곡 차곡 배우의 길을 쌓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출연작들도 <킹 아더>같은 서사 액션물부터 <클로저>같이 감정과 느낌으로 연기하는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에 영화에서 극에 잘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이 영화 <인사이드 맨>에서 역시,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지 않았던 지능적인 은행털이 범을 그럴사하게 연기했다.
 
사실 클라이브 오웬이 맡은 역할은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선글라스와 마스크등
얼굴을 가리고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제법 이름있는 클라이브 오웬이
선뜻 선택한 것은 바로 덴젤 워싱턴 때문이었다고 한다.
클라이브 오웬이 가장 존경하는 배우라고 밝혔던 덴젤 워싱턴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 자신의 비중과 노출 정도에 상관없이 수락했던 것.
(사실 얼굴이 가려져서 등장할 뿐이지, 비중은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다).
 
덴젤 워싱턴은 확실히 그에게 아카데미를 선사한 <트레이닝 데이> 이후
더 다양한 작품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전에도 다른 연기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배우였지만, 그 보다는 선하고 곧고 진지한 이미지가 강해
좀 어긋나고 다른 분위기의 역할을 맡아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것도 사실
(물론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인사이드 맨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는 바로 그가 맡은 '프레이져'형사 이다.
조금 껄렁한듯 하면서도 형사에 분위기가 물씬 흐르는 프레이져는 이 영화를
평범한 인질, 은행털이 영화로 만들지 않는데 한몫을 했다.
 
조디 포스터가 맡은 캐릭터는 러닝 타임에 길이 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비중이 전달하는 의미가 큰지라, 그녀가 맡았기에 별다른 인물 배경에 대한
긴 설명없이도 굉장한 파워를 갖은 인물로 그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윌렘 데포나 크리스토퍼 플러머 같은 조역들의 연기도
역시나 멋졌다. (크리스터퍼 플러머는 젊었을때도 매우 멋졌으나 나이먹어서도
괜찮게 늙은 배우인듯. 물론 역할은 대부분 비리의 온상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사실 영화가 시작되고 은행털이범과 경찰간의 인질극 상황이 시작되었을때,
혹 <네고시에이터>와 같은 범인과 형사(협상가)사이에 밀고 당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가 했었다. <인사이드 맨>은 장르를 따지자면 미스테리 스릴러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행털이와 인질극을 배경으로 스릴러라면,
그 미스테리는 아마도 범인들이 어떻게 탈출 할까? 아니면 실패로 돌아갈까?
탈출한다면 그 방법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 될것이다.
 
<인사이드 맨>의 미스테리는 아마도 어떻게와 누가 가 될것 같다.
범인들의 우두머리 격인 달튼이 어떻게 탈출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인질들과 범인들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과연 누가 범인이고,
범인들은 총 몇명인지 하는것.

사실 영화를 다 본 사람들도 이 과정에 대해 단번에 쉽게 말할 수는 없을 정도로
완전히 시원한 설명을 해주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단서들로 알 수 있게 해두었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된다.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스파이크 리 감독이라는 점은 조금 의외였었다.
그의 필모그라피에 스릴러라는 장르는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웠긴 했지만,
그동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편으론 더욱 기대가 되는 장르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9/11 이후에 미국사회에 대한 시각, 미국 사회에서 아랍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스파이크 리에 생각이 담겨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는 본격적으로는 아니지만, 이같은 생각을 옅볼 수 있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대낮에 시내의 한복판 은행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다는 상황설정부터 시작하여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감싼 범인들의 인상착이는 흡사 아랍계 테러리스트들을
연상시키며, 인질 가운데 먼저 풀려난 터번을 쓴 아랍인을 필요이상으로 경계하는 등
9/11 이후, 빈 라덴과 테러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서(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계속 개운치 않은 공포에 떨고 있는 미국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밖에도 스파이크 리 감독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영화 속에 짧지만 다 인종에 관한
이야기들을 삽입해,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세심한 배려는 엔딩 크레딧에서 주연배우 3~4명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배우들에
이름과 사진을 하나하나 소개하는데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이름값에 비하면 흥행에 비교적 성공하진 못한 작품으로 남겠지만,
자세히 따져보고 있노라면 제법 매력있는 스릴러임엔 틀림없다.
 

 
글 / ashitaka


ps/1. <인사이드 맨>이란 제목 자체가 엄청난 스포일러다.
스릴러 영화는 종종 이런 경우가 있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2.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는 나치에 대항에 그리도 곧은 신념을
자랑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민족을 배신하고 나치에 빌붙어 성공한 인물로 그려진점도
개인적으론 재미있었다.
 
3. 영화 초반 범인들에게 핸드폰을 몰래 숨기려다 걸린 남자의 벨소리가
귀에 익숙한 Kanye West의 'Gold Digger'라 혼자 웃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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