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미디어캐슬. All rights reserved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2016)

신카이 마코토 세계의 집대성. 간절히 너에게 닿기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2016)'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간 그가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세계관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인장과도 같은 영롱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다양한 하늘 이미지들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하고, 닿을 듯 닿지 않는 두 남녀 주인공의 간절한 로맨스는 '초속 5cm'를 연상케 하고, 판타지적인 요소는 '별을 쫓는 아이'를 떠올리며, 극 중 타키가 아르바이트하는 레스토랑의 선배와 나누는 소소한 로맨스는 '언어의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가 가장 잘하는 요소들을 한꺼번에 하나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만큼 감동이 배가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일단 그렇다. 



ⓒ (주)미디어캐슬. All rights reserved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 간절함, 간절하다 못해 필사적이기까지 한 마음과 치닫는 정서를 절제하지 않고 (설령 그것이 혹자들에겐 중2병 증상처럼 보여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밀어붙이는 용기와 기개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호소다 마모루의 '썸머워즈'의 내달리는 후반부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에반게리온 : 파의 그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신카이 마코토에게 그것은 애틋함과 닿으려 해도 닿지 않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이러한 그의 정서를 가장 잘 담아냈던 작품은 '초속 5cm'나 '별의 목소리'라고 생각되는데, '너의 이름은'은 여기에 판타지적인 설정과 배경을 통해 그 간절함의 배가 되는 순간을 극적으로 만들어 냈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존재 (심지어 주기적으로 같은 몸을 사용(?)했을 정도의)이지만 한 편으론 그렇기 때문에 결코 만날 수는 없는 존재들이 서로에게 닿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여전히 매력적이고 감동적이다. 몸이 뒤바뀌고 만날 수 없는 존재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만남을 노력하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한 플롯이지만 그럼에도 '너의 이름은'의 감동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들 수 있겠다. 



ⓒ (주)미디어캐슬. All rights reserved



하나는 신카이 마코토가 가장 잘하는 세밀하고 섬세한 감정의 묘사 때문이다. 혹자들은 이러한 감성들을 흔히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유치함 혹은 과함으로 평가절하 하기도 하지만, 앞서서도 말했듯이 내가 일본 애니메이션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여기에 신카이 마코토가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바로 이름이었다. 누군가를 규정하는 기능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결국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되는 이름. 그 이름을 묻고 싶은 혹은 묻고 싶었던 누군가에 대한 깊은 회한은 이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 있다. 


이름이라는 요소로 대변되는 다른 의미들은 무언가 꺼내지 조차 못했던 내 안의 감정들에 대한 아쉬움과 부족했던 용기에 관한 것들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너의 이름은'도 그렇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들 역시 극 중 인물들이 보여준 간절함의 정도가 더했던 이유는 아마도 '절대 그럴 수 없어'라는 정서가 아니라 '이번에는 절대 그럴 수 없어'라는 이전의 실패나 시도해보지 못한 이의 후회가 전제된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동기가 관객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자극하는 것이기도 하고.



ⓒ (주)미디어캐슬. All rights reserved



두 번째 이유는 주인공인 타키와 미츠하가 닿았던 그리고 닿지 못했던 이유에 관한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의 영화들에 비해 '너의 이름은'은 이 설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들고 있는데 바로 재해와 사고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상처를 입은 일본인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손쓸 수 없었던 거대한 재난과 자연재해로 인해 소중한 누군가를 한 순간에 잃어야만 했던 이들이 '만약.. 그랬다면?'하고 아프게 떠올려보는 판타지, 아니 현실이 될 수도 있었던 순간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단순히 타키와 미츠하 둘 만의 이야기로 한정하지 않은 것은 이 영화가 더 넓은 범위의 정서를 담아낼 수 있게 만든다.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적으로 겪었던 일본인들이 아니더라도 각자가 겪었던 어떤 상실 혹은 준비하지 못했던 이별에 대한 기억을 '너의 이름은'은 소환해 낸다. 아주 간절한 메시지로 말이다.




ⓒ (주)미디어캐슬. All rights reserved



1. 삽입곡이 인트로와 엔딩 크래딧 외에도 여럿 등장하는데 확실히 이 부분이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지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몇 번 정도는 그냥 삽입곡이 없는 편이 더 낫겠다 싶은 순간이 있었거든요.


2. 실제로 저도 그런 적이 많아 공감을 많이 했는데, 한 바탕 꿈을 꾸고 나면 정말 바로 몇 초 전까지 꿈속에서 함께 많은 일들을 함께 했던 누군가 (그것도 꿈속에서는 아주 친한 관계로 묘사되던)의 얼굴이나 이름이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대부분이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바로 몇 초 전까지 꿈속에서 생생하던 얼굴과 이름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혹시..... ^^;


3. '너의 이름은' 성지순례는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일본 내에서도 화제가 되었을 정돈데, 조금 열기가 식으면 나중에 한 번 찾아가 볼까 생각중에요 (어차피 지금은 갈 수도 없거니와 ㅠㅠ)


4. 마지막은 예전 2012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특별전으로 내한했을 때 함께 찍었던 사진 (감독님 더 유명해지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주)미디어캐슬 에 있습니다.




언어의 정원 (言の葉の庭 The Garden of Words, 2013)

다시 도심으로, 멜로로 돌아온 신카이 마코토



단언컨대 신카이 마코토는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와 호소다 마모루에 이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작가이다. 심연을 파고드는 감수성과 아름다울수록 울컥하게 만드는 그의 작품과 스토리 텔링은 나를 여러 번 울린 동시에 항상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도록 했다. 그런 그의 신작 '언어의 정원 (言の葉の庭, 2013)'의 소식을 처음 듣고, 올해 초 일본에 갔을 때 아니메페어에서 소개 영상과 부스를 보면서 '아, 이번에야 말로 그가 가장 잘하는 작법과 작화로 돌아오려나 보군!'하는 기대감을 더 갖게 되기도 했었다. 그의 전작 '별을 쫓는 아이'는 그의 팬들 사이에서 너무 지브리 스튜디오를 연상시키는 작화와 판타지 세계의 스토리 텔링으로 인해 그 답지 않다는 평가도 많이 받았었는데, 개인적으로 '별을 쫓는 아이'는 '초속5cm'와 같은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작품이었으나 당시에도 제법 괜찮은 편이었고, 시간이 갈 수록 주제곡 'Hello Goodbye & Hello'와 함께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 되었다 (지금도 듣고 있음!).


그렇게 이번에도 큰 기대를 갖고 보게 된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은 다시 도심으로, 현실로, 멜로로 돌아온 영화였다. 이 세 가지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만큼, 만족도도 그에 가까웠다.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우연히 비 오는 오전, 신주쿠 도심 속 공원에서 만나게 된 다카오와 유키노. 그 둘은 매번 비 오는 날이면 같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각자 학교와 현실이라는 곳에서 벗어나 있는 이 둘은, 점점 비 오는 날을 기다리고 고대 하게 된다.


46분이라는 러닝 타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언어의 정원'의 스토리는 상당히 단순한 편이다. '초속 5cm'와 같이 긴 텀을 둔 감정의 변화와 심리 묘사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둘 사이의 감정과 이 감정이 싹트게 되는 날씨와 공간의 묘사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심플 한 작품이 되기도 했다. 사실 '초속 5cm'나 '별의 목소리' 그리고 '별을 쫓는 아이'까지, 그 각각의 이야기가 더 울림이 컸던 건 주인공들의 사연의 절절 함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히 할애한 스토리 텔링 때문이었다 ('별의 목소리'는 25분짜리 단편이었음에도 그 절절 함이 잘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정원'의 두 주인공이 클라이맥스에서 감정을 터뜨릴 땐 조금은 갑작스러움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한 편으론 감정을 폭발 시키는 장면 없이 그냥 한 여름의 비처럼, 끝나버린 장마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버려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깊이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움이 있었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시 도심으로, 현실로, 멜로로 돌아온 신카이 마코토는 참 매력적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작화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 할 정도로 엄청난 디테일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특히 도심 속을 배경으로 했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일단 작화 얘기를 떠나서 그의 작품은 도심을 배경으로 할 때, 우리가 흔히 놓치는 일상 속 장면들을 완벽한 영화적 장면으로 만들어내는 마법을 선보인다. 매일 지나치는 지하철, 거리의 신호등, 교차로의 사람들, 심지어 방안과 집 앞의 평범한 풍경까지도, 신카이 마코토의 손을 거치면 무언가 감성을 잔뜩 머금은 곳으로 탈바꿈한다. 그의 작품을 보지 않은 이들이 이 문구를 보면, 엄청나게 현실을 과장하여 표현 하나보다 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오히려 현실을 깨알같이 있는 그대로 (거의 보고 그리다시피) 표현하는 것이 이런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이번 '언어의 정원'을 보면서 한 편으론 그의 이런 디테일 한 작화 수준이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는데, 이번 작품 속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제품들의 로고가 표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통 애니메이션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반대로 얘기하면 그냥 지나쳐도 무방한) 사물과 배경의 디테일에 유난히 더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심지어 거리에 세워진 광고 메뉴 판의 메뉴들까지도 표현되어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그의 놀라운 작화와 디테일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신주쿠를 한 두 번 다녀온 이들이라면 쉽게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그 동네의 디테일을 마치 사진으로 보듯 표현하고 있다.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별개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비'의 대한 표현이 참 좋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강도의 비가 등장하는데, 이거야말로 애니메이션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비의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과장 되었다기 보다는 현실적이면서도 실제 현실에서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잘 살려낸 표현이어서 좋았다. 아마도 앞으로는 비가 내리면 적어도 한 번 쯤은 '언어의 정원'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1. 다시 신주쿠에 가고 싶네요. 저긴 이미 명소가 되었을텐데 이젠 좀 한적해졌을 테니 내년쯤 한 번 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 엔딩곡이 생각보다는 임팩트가 덜했어요. 전작들에 삽입되었던 곡 들이 워낙 강렬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곡은 그리 뇌리에 남지는 않는 것 같아요.


3. 아래는 올해 3월 도쿄 애니메이션 페어에 갔을 때 봤던 '언어의 정원' 부스




4. 또 아래는 지난해 3월 감독님이 내한했을 때 함께 사인도 받고 찍었던 사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에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상암 CGV에서는 '초속 5cm'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소소한 기획전이 열렸다. 이 기획전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된 다른 이유는, 최근 DP에서 진행한 DP시리즈 블루레이의 4,5호가 바로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와 '초속 5cm'이기 때문인데, DP를 통해 이번 행사에 좋은 기회로 참여할 수 있었고, 두 개의 타이틀에 직접 감독님 싸인도 받을 수 있었으면 악수를 나누고 사진도 함께 찍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초속 5cm DVD 리뷰 _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http://www.realfolkblues.co.kr/50




(감독님께 직접 싸인 받은 초속 5cm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블루레이 타이틀)


기존에 나온 DP시리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시, 외출)도 물론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판을 살까 말까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신카이 마코토의 대표작 2작품을 다른 것도 아닌 DP시리즈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정말로 반가웠다. DP시리즈는 국내의 정상적인 시장 구조에서는 (열악한 블루레이 시장 규모를 감안) 나오기 힘든 작품이지만, 작품성이 있고 의미 있는 작품들을 선주문 형식으로 받아 수량을 확보하고 발매하는 프로젝트인데, 지금까지는 주로 한국영화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으나 이번 4,5호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초속 5cm'를 집에 오자마자 블루레이로 다시 보았는데, 아주 간단하게 평을 하자면 20대에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 작품 속 두 주인공의 애틋한 감정이 예전에 보았을 때보다는 더 깊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조용히 흐르다 갑자기 커질 때의 그 전율과 떨림도 더 커졌다 ㅠ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 Masayoshi Yamazaki


그리고 이 날 상영회의 작품 가운데는 신카이 마코토의 가장 최신작 '별을 쫓는 아이'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개봉 당시 그의 팬들이 기존과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며(지브리화 되었다며) 실망했던 것에 비해서는 덜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전작들에 비하면 너무 멀리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확실히 다시 보게 되니 세 명의 캐릭터들에게 각각의 절실함이 더 느껴졌다. 결국 '별을 쫓는 아이'의 테마는 이별하는 방법을 배우는 여행 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시 이 테마를 생각하면서보니 개봉 당시 극장에서 느꼈던 절실함이 배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5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자주 흥얼거리게 되는 'Hello, Goodbye and Hello'로 시작되는 엔딩 곡까지.




별을 쫓는 아이 리뷰 _ 나를 놓아주어야만 하는 힘겨운 여정

http://www.realfolkblues.co.kr/1535



'별을 쫓는 아이' 상영회가 끝나고 짧은 시간이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을 모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경품도 추첨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대형 액자상품들이 하나 씩 주인을 찾아갈 때의 부러움은 지금도 가슴 깊이 남아있다 ㅠ

감독님은 '별을 쫓는 아이'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별을 쫓는 이야기'에 나왔던 모리사키 캐릭터가 '초속 5cm' 1화의 '벚꽃 이야기'에 나왔던 타카키가 첫 사랑에 실패하지 않고 어른이 되었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라는 가정하에 만든 캐릭터라는 얘기였는데, 이 얘기를 듣고 나니 모리사키의 간절함과 절실함이 더 느껴져 찡해지기도 했다 ㅠㅠ


그렇게 간단한 GV를 마치고 미리 프리오더한 초속과 구름저편 블루레이 속지에 싸인을 받을 시간! 싸인 받은 속지도 넘겨받고 감독님과 악수도 하고 사진도 한 장 같이 찍었는데, 갑자기 어떨떨한 상태라 표정 관리가 안되어 부득이하게 신지군이 등장했음 -_-;;





악수를 나누며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할까 '감사합니다'라고 할까 라고 고민하는 순간 감독님이 먼저 '감사합니다'라고 하셔서 어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합니다'라고 해버렸는데, 뒤에도 줄이 길게 서 있어서 빠르게 찍고 다음 분께 기회를 드렸어야 했는데, 감독님이 사진이 잘 안찍힌 거 같다며 먼저 'one more'를 외치셔서 본의 아니게 세 장이나 찍었으나 내 표정은 다 관리가 안되어 있더라 ㅠ

정말 좋아하던 감독님도 직접 뵙고 악수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을 수 있어서, 전남 무안 영광입니다 였던 하루였음!


1. 참고로 이 날 저녁에 걸린 감기 몸살 때문에 지금까지도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이날 내가 신체접촉을 한 사람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 밖에 없으므로 그 때문이라고 최종 결론. (그의 대한 애정 때문인가.... 몸살이 떠나질 않는다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별을 쫓는 아이 (星を追う子ども, 2011)

나를 놓아주어야만 하는 힘겨운 여정



'별의 목소리 (2002)'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 '초속 5cm (2007)' 등을 통해 팬덤을 확고히 하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별을 쫓는 아이'를 다행히(?) 극장에서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위의 작품들과 더불어 그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단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1999)'까지 모두 인상 깊게 보았을 정도로, 그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들 중에서도 손 꼽는 감독이기도 해 '별을 쫓는 아이'는 제작이 결정된 시점부터 매우 기대되고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먼저 공개된 장면들에서 알 수 있었듯이, 기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지브리스러운,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명작동화 풍의 작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단순히 작화 측면을 떠나서도 메시지와 세계관에서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색채가 느껴진 반면, 많이 다른 옷을 껴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신카이 마코토만의 색깔과 메시지 역시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일단 '별을 쫓는 아이'의 배경은 '아가르타'라는 판타지의 세계다. 기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에서도 판타지스러운 설정들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배경으로 사용되는 정도거나 오히려 과학으로 보기에 더 충분한 부분이 많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별을 쫓는 아이'는 단순히 배경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판타지의 세계관이 짙게 깔려있는 경우다. 인간 세상의 주인공들이 아가르타로 우연히 빠져들게 되어 벌이는 것 정도가 아니라, 이들 인간들 역시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크게 보았을 때 이 판타지 세계관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은 고대의 신화와 판타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작품이라 하겠다. 이렇듯 판타지적인 색채가 가미되면서 더더욱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작화나 표면적 세계관 보다는 오히려 메시지 적인 측면에서 더 지브리와 닮아있는 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특히 두 주인공 아스나와 신의 캐릭터를 보면 지브리 세계 속 캐릭터들과 많은 닮은 점을 찾아볼 수 있다.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일단 짧게 등장하는 슌의 경우는 크게 얘기할 만한 부분은 없지만 (물론 그의 짧은 아우라에서는 하울의 포스가 풍기긴 했다), 그의 동생인 신의 경우는 '모노노케 히메'의 주인공인 아시타카와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신 역시 인간 세계와 지하 세계의 중간자적 역할을 (결과적으로) 맡게 된다는 측면을 들 수 있을텐데, 물론 아시타카 처럼 이런 중간자적 성향이 스스로 몹시 강하다기 보다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점차 그런 성향을 스스로도 발견해 가는 경우라고 할 수 있어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신 의 많은 부분은 아시타카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특히 그가 마을을 떠나는 시퀀스를 보자면, 일족의 원로의 모습이라던가 마을 어귀에서 신을 기다리는 여자 아이의 모습 등은 '모노노케 히메'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기도 한다.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고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을 신봉하면서도 '별을 쫓는 아이'가 초반부터 와닿지 않았던 점은, 바로 이 작품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었다면 '게드 전기'도 그럭저럭 최악으로는 감상하지 않은 입장에서 이 작품 역시 괜찮다 싶은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여러 면에서 이 작품은 '게드 전기'를 떠올리게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기대하는 바가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아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서 느꼈던 강한 매력과 인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거의 신카이 마코토 1인이 모든 영역을 소화하는 능력과 구성 자체도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것 보다는 어떤 시공간과 판타지가 배경으로 등장하건 간에 이런 모든 것들을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 매력적인 도구로 만들어버릴 만큼의 강력하고 절절한 이야기와 사랑, 그 자체에 있었다. 특히 '별의 목소리'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cm'에서 보여준 그 절절하다 못해 OST의 한 자락만 흘러나와도 금새 눈물이 핑도는 러브 스토리는, 신카이 마코토 라는 감독을 깊이 각인시키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아, 그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애절했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본 나의 추억을 강하게 끄집어낸다는 점이다. '초속 5cm'가 절절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리라.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별을 쫓는 아이'의 초반에서는 이러한 그 만의 장점이 잘 드러났다기 보다는 판타지 장르의 익숙한 설정들이 더 부각되었기 때문에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인데,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로 갈 수록 그 안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애틋함의 힘이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함께 가슴을 저밀 수 있었다. 결국 '별을 쫓는 아이'가 들려주려는 메시지는 '모노노케 히메'와 마찬가지로 '살아라'라는 것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을텐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그의 야심이 확인되는 부분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주를 이룬 갈등과 애절함의 대상은 남녀 간의 사랑이 깊었었는데, '별을 쫓는 아이'는 그것보다는 존재와 존재간의 관계와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더 심오한 세계관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 판타지 세계관을 적극 가져왔다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판타지라는 겉옷을 너무 두껍게 챙겨입은 터라 신카이 마코토가 본래 하고 싶었던 마음의 소리가 관객에게 미치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너무 거대한 세계관을 가져온 탓에, 그간 거대하기 보다는 소소함과 생활 속에서 진리를 찾아내던 그의 이야기가 빛을 발휘하기에는 살짝 부촉한 측면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 에이원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신카이 마코토의 '별을 쫓는 아이'는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판타지 모험 속에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또 다른 절실함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의 다음 작품은 좀 더 가슴을 저미게하여 사운드트랙의 메인 테마만 살짝 흘러도 어쩔 줄 모르게 되는 작품이었으면 더 좋겠다.



1. 그래도 신카이 마코토 하면 기대되는 하늘의 묘사는 역시나 반갑더군요. 그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정지된 이미지로 주는 깊이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2. 따지고보면 '별을 쫓는 아이' 역시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 아니라, 그 여정 속에서 나를 인정하고 변화시키는 (혹은 놓아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이런 점이 극대화된 후반부가 어쩔 수 없이 눈물 나게 했던 것 같아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에이원엔터테인먼트 에 있습니다.



Synopsis
 
2039년, 화성으로 향한 유인 탐사팀은 타르시스 대지 탐사중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지만, 갑자기 출현한 생명체에 전멸당한다. 하지만 유적에서 발견된 수많은 과학기술로 인류의 과학 기술력은 반세기 이상의 비약을 이룬다. 게다가 태양계 바깥의 다른 생명체, 탈 시안의 유적으로 추측되는 워프 포인트, 통칭 쇼트 컷 엥커가 발견되어 인류는 항성간 항해 수단도 손에 넣는다. 그후, 탈 시안 조사를 위해서 유엔 우주군 전함 4척이 건조되고 2047년에는 1000명 이상의 조사단이 조직된다.
칸토모현의 중학교에 다니는 나가미네 미카코와 테라오 노보루는 동급생으로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 하지만 3학년의 여름, 미카코는 국제 연합군 선발대 멤버가 되고, 노보루는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미카코와 노보루 각자 지구와 우주에서 휴대 메일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 받지만, 우주군 전함 리시테아호가 목성 에우로파 기지를 경유해 태양계의 안쪽으로 향하면서 메일이 왕복하는 시간은 길어진다. 노보루는 초조하게 미카코의 메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지낸다. 이윽고 리시테아 함대가 워프를 실시하자, 미카코와 노보루의 시간은 엇갈리는데...




주체할 수 없는 긴 여운
 
[별의 목소리]는 참 따뜻하고도 가슴 한편이 심히 저려오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2000년 12회 DOGA 그래픽 콘테스트에서 모든 과정을 혼자 작업한 5분 가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彼女と彼女の猫)]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기도하다. 이 작품 역시 배경에 흐르는 음악과 목소리 더빙만을 제외하고 모두 감독 개인만의 작업으로 완성되었다. 휴대 메일을 모티브로 두 소년과 소녀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사랑을, 아름다운 이미지들과 음악들로 만들어낸 [별의 목소리]는, 단 25분이 채 안 되는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느 장편 애니메이션 못지 않은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 동네의 계단, 비오는 거리등의 이미지들은, 신카이 마코토 혼자서 전부 해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장면을 보여준다. 시간적 배경은 미래로 설정되어 있지만, 현재를 혹은 옛날을 배경으로 한 어느 작품보다도 그 중심이 되는 정서만은 따뜻하게 호흡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난 여기에 있어'
 
또한 [별의 목소리]는 '평범 속에 진리가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평소에는 지겨우리만큼 자주 대하고 접하는 풍경과 사람, 감정들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게 해준다. 8년 전의 시간에서 도착한 메일은 소년이 청년이 된 후에야 도착했지만, 이들의 기다림에는 시간과 공간의 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평범한 것들의 대한 바람, 매일 지나는 거리의 풍경, 비가 내리던 날의 계단, 눈이 내리던 날의 계단, 우산에 비가 내리는 소리, 항상 영롱한 빛을 내던 푸르른 하늘. 이러한 것들은 그것만으로도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될 수 있지만, 작품 속 두 주인공에게는 더 큰 바램이 있었다. 이 같은 것들을 서로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람, 함께 할 때 더 소중해지는 것들의 대한 그리움이 작품의 내내 흐르고 있다. [
별의 목소리]는 이러한 평범한 감정들과 진리들을 아름답지만 안타깝게 그려내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에 왠지 슬퍼지게 한다.



일단 이러한 단편 애니메이션이 DVD로 출시되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대형 장편 영화들의 홍수 속에 이러한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해갈(解渴)의 기능을 해줄 것이다.

또한 서플먼트에 수록된 신카이 마코토의 다른 작품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5분 분량의 단편으로, 정지된 이미지들을 통하여 스틸 사진을 펼쳐놓은 듯한 영상과, 나지막이 읊조리는 나레이션으로 작품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그저 정지된 화면만이 지나칠 뿐이지만, 그 여느 작품들보다도 많은 생각할 거리와 긴장감마저 전해 준다.




2003.04.16

글 / ashitaka

 


제 1화 [벚꽃이야기]


도쿄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토노 타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는 부모의 전근으로 막 이사 왔다. 가정환경도 적극성이 없다는 것도 작은 체구에 병약한 부분도 같아서 닮은 꼴이 많았다. 무엇보다 취향이 비슷해서 우린 서로가 좋았다. 그 시절에 함께였던 두 사람이지만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아카리의 이사가 결정되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초조함… 어린 아이이기에 쌓아올 수 있던 시간은 어린 아이이기에 무너트려지게 된다.그리고, 다시 벚꽃의 계절을 눈앞에 둔 중학교 1학년 3학기, 이번에는 타카키가 카고시마로 전학을 가게 된다. 어린 시절의 후회, 그리고 아카리에게 줄 편지를 가슴에 품고, 타카키는 그녀가 살고 있는 마을로 향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2화 [코스모나우트]


미래라고 하기에는 멀고, 장래라고 하기에는 가까운 이 앞날에 대해 모른 척 걸어나가던 귀갓길. 카고시마. 이 섬에서 살고 있는 고교 3학년인 스미타 카나에의 마음을 지금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섬 사람에게는 일상적인 NASDA(우주개발사업단)의 로켓 발사도, 더구나 가장 심각해야 할 진로에 대해서도 아닌 한 소년의 존재다. 중2때 도쿄에서 섬으로 전학 온 토노 타카키. 이렇게 옆에서 걸으며 대화를 하면서도 저 너머로 느껴지는 가장 가깝고도 머나먼 그리움. 고동이 무거우면서도 빨라져 가기에 말투가 빠르고 가벼워진다. 시선이 마주치지 않는 만큼, 시점은 항상 그를 향해 있다. 내가 제대로 보드에 서서 서핑을 탈 수 있다면, 그 때는 가슴에 담고 있는 것을 전하고 싶어. 익숙하게 타고 싶은 파도. 뛰어넘고 싶은 이 순간. 조금씩 서늘함이 늘어가며 섬의 여름이 흘러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3화 [초속 5센티미터]


회사를 그만두었다. 3년간 사귄 여성에게 이별을 고할 수 있었다. 토노 타카키는 어린 시절보다 수수해 보이는 도쿄의 거리에 있었다. 그런 그의 가슴에 복받친 것은 잊었다고 생각했던 일. 그것은 지금 다시 도쿄에 살고 있는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노하라 아카리는 결혼을 앞두고 부모님 집에서 자신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키타칸토의 마을에 와있었다. 그 곳에서 발견한 타카키 앞으로 썼던 편지. 그립게 떠오르는 존재. 어린 시절의 커다랗던 마음. 아카리와 타카키가 본 시간, 풍경, 장소, 나날, 사람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2000년 제 12회 DOGA 그래픽 콘테스트에서 모든 과정을 혼자 작업한 5분 가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彼女と彼女の猫)’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애니메이션계에 해성처럼 나타난 작가이자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 그는 2002년 2월 독립영화로 제작된 디지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와 이후 상업용 극장 애니메이션이었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발표하며 그 특유의 감성적인 영상과 작화, 그리고 깊은 여운과 아련함이 물씬 묻어나는 스토리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근래 가장 주목받는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한 명이다.

그가 처음 주목 받게 된 이유는 그가 디지털 세대의 장점을 그대로 다 사용하면서도, 즉 거대 스튜디오가 아닌 독립적인 제작 방식으로 홀로 디지털 방식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음에도, 너무나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완벽히 품고 있다는 점이였다. 특히나 ‘별의 목소리’의 경우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주와 우주선, 로봇 등이 등장하는 SF적인 배경을 갖고 있지만, 그 속에서 아날로그적인 그리움과 애틋함을 너무도 잘 표현해 많은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는 ‘국경’과 ‘잠’이라는 소재를 통해 그 경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그려내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독립작품이었던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나 ‘별의 목소리’를 제작할 당시, 성우 더빙과 음악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작업을 혼자 해냈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었는데, 단편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혼자서 모두 해냈다고 하기에는 워낙에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당시 팬들은 더욱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이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DVD 출시 이후부터 계획에 들어갔던 그의 새로운 작품의 대한 기대는, 그의 팬 페이지를 통해 미리미리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어서 더욱 하루하루를 기다리게 했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표현대로 그의 상업용 극장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두 번째 작품인 ‘초속 5cm’는 기존 그의 전작들과는 배경과 이야기를 조금 달리하면서도 한 편으론 ‘신카이 월드의 집약체’라고 불릴 정도로 그의 장점들이 고스란히 모여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은 그 작화만 봐도 딱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디지털 작품이기는 하지만, A4용지에 색연필로 그린 그림 콘티를 스캐닝 하여, 프레임으로 나누어 제작한 동영상 콘티를 기본으로 제작된 영상이라 그런지, 파스텔 톤의 수채화를 보는 듯 한 따뜻함이 깊게 느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의 목소리’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등 두 작품을 감상한 이들이라면, ‘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SF적인 요소에 남다른 관심이 있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별히 그렇다기보다는, 단순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소재를 찾던 중에 SF적인 요소를 삽입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것이지, 의도적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SF적인 요소를 택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초속 5cm’ 가운데 특히 2부인 ‘코스모나우트’를 보면, NASA나 우주비행선 같은 요소가 또 다시(잠시)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전작의 영향 때문인지, 무언가 또 SF적인 요소와 엮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일부에선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라고까지 여겨지던 SF적인 요소 없이도,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초속 5cm’가 평가 받는 이유는, 그가 모든 작품에 보여주었던 ‘애틋함’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절실하게 표현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우주라는 경계에 놓여있던 ‘별의 목소리’나 국가와, 잠으로 인해 성장하지 않는 어려움을 극복하려 애썼던 ‘구름의 저편..’의 경우의 비하면, ‘초속 5cm’에서는 단순히 거리와 시간의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즉 공간이나 그 세계는 훨씬 좁아지고 단순해졌지만, 오히려 현실에 항상 존재하는 거리와 시간의 문제를 다루면서, 더욱 더 현실적이고 더욱 더 절실해진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절실한 이야기. 이것이 신카이 마코토가 이야기하는 본인 작품의 본질인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행성 계와 은하계, 시공간을 계산하는 핸드폰 문자 메시지 등 어쩌면 복잡한 세상과 현실 속에 놓인 ‘별의 목소리’의 두 주인공과 비교하자면 제 1화 ‘벚꽃초’에 등장하는 아카리와 타카키의 애절함은 너무도 현실적이고 단순한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지나오면서 항상 같이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반이 달라지고 학교가 달라지는 현실 때문에 그리워하게 되는 일, 먼 지방으로의 전학으로 인해 다시금 멀어지는 일. 그런 현실 속에서도 그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편지를 쓰고, 폭설로 인해 계속 지연되고 연착되는 전철을 몇 시간씩 타고서라도 만나러 가는 일. 어쩌면 너무나도 단순한 감정을 바탕으로, 너무나도 현실적인 조건들로 인해 겪게 되는 어려움을 그린 것인데, 그 어떤 극적인 스토리보다도 찡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소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재주에 있어서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는 전철이라던가, 학교 끝나고 심심함을 달래고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기 위해 들렀던 편의점에서의 음료 한 잔, 매일 오고 가게 되는 등하교길,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나의 집, 기차를 기다리던 건널목 주변, 방안 창문에서 바라본 뒷골목 등 이러다할 특별함이 없는 공간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평범한 일상의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기법을 전작들에서도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 좀 더 강조된 것은 ‘공간’ 뿐 아니라, ‘시간’에 대한 의미 부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인 ‘초속 5cm’. 벚꽃 잎이 지는 속도를 내세움으로 인해 우리가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작은 찰나의 순간에도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한 편, 반대로 그에 비해 역시 인식하지 못한 채 너무도 빨리 흘러가 버린 뒤에야 알게 되는 세월의 시간을 더 확연하게 느끼게 해준다. 제 3화 ‘초속 5cm’에서는 1화의 등장했던 두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 다시 등장하는데, 기존의 다른 작품들처럼 극적인 만남은 이뤄지지 않는다. 세상의 시간의 몸을 맡겨 오랜 시간을 지내온 두 주인공은, 문득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다시금 그 때와 서로를 떠올리게 되지만, 그리워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사실 3화로 이뤄진 이 작품에서 제 3화인 ‘초속 5cm’는 대부분의 러닝 타임이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노래인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로 이뤄지는데, 이 곡이 끝날 때까지 너무나도 극영화 같은 편집과 이 작품을 위해 쓰여 진 것이 아님에도 너무나도 완벽하게 들어맞는 노래 가사 때문에 소름 돋을 정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혹자들은 3화에서 미완으로 끝나버린 엔딩 때문에 실망을 하기도 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같이 아려함을 그대로 둔 채 애틋하고 절실한 가사의 노래로 마무리하는 엔딩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1,2화를 만든 것이냐는 말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단순한 노래로 와 닿지 않고 ‘절실’하게 와 닿았던 것은 1,2화를 통해 보고 느꼈던 감정들 때문이었으며, 이런 애틋하고 애닮고 아련한 감정을 완벽하게 극대화 시키고 여운 또한 극대화 시킨 것은 바로 이 3화인 ‘초속 5cm’ 때문이었다. 타카키와 아카리가 떨어지는 벚꽃을 보며 그 시절과 서로를 떠올렸듯이, 개인적으로 앞으로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를 들을 때 마다 이 애절한 감정이 파고들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는 우선 화질과 사운드 면에서는 모두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1.85:1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디지털로 최종 제작된 작품답게 크게 부족함을 찾아볼 수 없는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으며, HD급 디스플레이에서 재생 시에도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화질이었다. 돌비디지털 5.1&2.0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특별히 흠잡을 데는 없었으며, 역시나 주제곡인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를 감상할 때 가장 인상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서플먼트들이 담겨있다.

첫 번째로는 흔히 지브리 스튜디오의 타이틀에서 볼 수 있었던 스토리보드를 만나볼 수 있는데, 본편의 성우들이 전부 더빙한 버전이 아니라서 오히려 신선함(?)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PV가 수록되어 있는데, 본편의 수록된 버전과는 다른 편집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그 외에 1화 벚꽃화의 야후 프리뷰 버전이 수록되었고, 각 캐릭터들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우들의 인터뷰와 스틸 갤러리가 수록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프로덕션 스틸 갤러리는 기존의 스틸 갤러리의 성격과는 다르게, 메이킹 필름의 해당하는 장면들을 스틸로 담고 있는데, 제작초기의 실제로 헌팅을 가서 촬영한 장소의 모습들이라던가,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제법 여러 명의 스텝들과 함께 작업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업실 모습, 개봉 뒤 무대 인사를 하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모습들은 만나볼 수 있다. 서플외에 이번 초회한정판에는 스토리 북이 추가되었는데,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서플먼트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감독의 말이라던가, 작품에 등장한 실제 장소의 대한 설명, 그리고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자세한 과정이 설명되어 있어, 특별한 메이킹 다큐가 없는 서플먼트를 보완해 주고 있다.

‘초속 5cm’는 단순함과 절실함이 미학이 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가 항상 그래왔듯이 평범한 일상을 돌아보게 하고, 지나왔던 찰나를 추억하게 되는 작품이다. 신카이 마코토. 그는 항상 나를 돌아보게 하고, 시간 속에 잊혀져가는 아련함을 끄집어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게 하는 고마운 사람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태원엔터테인먼트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