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이렇게 갑자기(?) 존댓말로 인사 드리는 이유는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한 가지 소식을 전하고자 입니다. 아마도 평소 제 블로그 글을 읽어주시던 독자 분들은 대부분 좋아하시는 작품일텐데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바로 '에반게리온 : Q' 국내 개봉과 관련한 소식입니다.


이미 기본적인 개봉 소식은 접하셨을텐데요, '에바 Q'와 관련하여 제가 부족하지만 명예홍보위원단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v



http://evangelion-q.co.kr/pop01.html


뭐 저야 에바 하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이니까 홍보위원단으로 선정되지 않아도 열심히 했겠지만 (훗..) 이렇게 공식적으로 홛동하게 되었으니 좀 더 기존의 리뷰 방식이 아닌 정보 형태의 소개나 미리 접할 수 있는 소식들도 제 블로그를 통해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이미 국내 개봉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지난 12월에 일본에 가서 '에반게리온 : Q'를 보고 왔었는데요, 그 동안 에바 Q에 대해 더 많은 분들과 얘기하고 싶어 근질근질 했었는데 이제 슬슬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저도 기대가 됩니다.




일본 현지에서 본 에반게리온 : Q (스포일러 없음)

http://www.realfolkblues.co.kr/1731



앞으로 제 블로그를 통해 곧 개봉할 '에반게리온 : Q' 관련한 소식은 물론, 기존 에바 시리즈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들까지 조금씩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더불어 국내 개봉에 맞춰 진행되는 공식 이벤트들과 시사회 초대 같은 이벤트들도 소개해 드리거나 직접 진행도 될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어제도 2박 3일 일정으로 도쿄에 다녀왔었는데, 에바 관련한 아이템들을 또 여럿 질렀습니다.... 이건 나중에 별도로 소개할께요 ㅎ


마지막으로 기존에 제가 썼던 에바 관련 글들 소개하면 마칩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각 글의 제목을 클릭하면 본문으로 연결됩니다~)


에반게리온 해독 _ 에바 팬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만한 책

2010 일본여행 #3 _ 진짜 에반게리온을 만나다

에반게리온 : 파 - 블루레이 오픈 케이스

내 책상위의 AT필드 (에반게리온 초호기 피규어 오픈케이스)

에반게리온:파 (破) _ 전율의 미완성

에반게리온 서(序)와 파(破) 사이에 숨은 그림 찾기 (+프리미엄 시사회 스케치)

에반게리온 포토북3종 + 초호기 피규어 살짝 인증샷

에반게리온: 서(序) (Evangelion:1.0 - You Are (Not) Alone)

왜? - part 1 _ 신세기 에반게리온 (Neon Genesis Evangelion)

왜? - part 2 _ 신세기 에반게리온 - 단어연구 (EVA Lexicon)

왜? - part 3 _ 신세기 에반게리온 - 사도 (司徒)

왜? - part 4 _ 신세기 에반게리온 - 이카리 신지 (碇シンジ)

왜? - part 5 _ 신세기 에반게리온 - 아야나미 레이 (綾波レ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트리 오브 라이프 : 블루레이

영화의 완성도에 걸맞는 소장가치 높은 블루레이



정말 꼭 내가 참여해서가 아니라 이번 열번 째 DP시리즈인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는 정말로 기대하고 기다린 타이틀이었다. 영화 자체도 그 해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았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는데, 그에 걸맞는 완성도로 출시된 블루레이가 일단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제작 초기 단계부터 소식을 듣고 조금씩 참여했던 터라 더 기다림이 길게 느껴졌는데, 드디어 이렇게 내 손에 쥐게 되니 감격 ㅠ





이번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에 대한 전반적인 자세한 리뷰는 기존 DP에 올린 리뷰로 확인 가능하니, 오늘은 패키지 사진과 콜릭터스 가이드북에만 좀 더 집중을.







사실 예전 DVD시절에도 'Collector's' 뭐시기 라는 타이틀을 단 것들이 여럿 있었는데, LLM에서 제작하는 Collector's Guide Book이야 말로 그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는 완성도의 책자라 할 수 있겠다. 진짜 이 소장 가치 높은 책자에 내 글이 수록될 수 있어서 얼마나 영광인지 모른다.





가장 첫 번째는 영화 '말아톤'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의 글 '영화의 신성을 믿는 선지자이자 단 한 명의 교황'이 수록되었다.





그 다음에 내가 쓴 '경이로운 우주의 가운데 나를 느끼다'가 수록되었다. 디지털의 시대에 이렇게 인쇄물로 내가 쓴 글을 보는 것은 묘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그 밖에 내가 가끔 질투를 느끼곤 하는 홍준호 님의 글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와 성격의 글들이 수록되어 영화를 보는 것 만큼이나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영화에 대해 쓴 세 사람의 주제나 성격이 다 달라 각각의 시선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과, 음악이나 효과 등 기술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어 오프라인 스페셜 피쳐를 만나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밖에 브래드 피트, 제시카 차스테인, 숀 펜 등 출연 배우들의 간단한 소개와 이미지컷,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DP회원들이 보내준 각자의 또 다른 '트리 오브 라이프'가 담긴 사진들도 수록되어 DP10 타이틀 만의 소장가치를 더하고 있다.





지난 홍상수 감독의 작품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와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에 이어 네 번째로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에 글이 실리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뿌듯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길, 그리고 계속되더라도 그 애정이 식지 않기를 스스로 바래본다.


다음 제 글이 실릴 작품은 '러브 레터'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그리고 아직 공개할 수 없는 ** 입니다.



1,2. 홍상수 감독 작품 '북촌방향' '옥희의 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1647)

3. 이윤기 감독 작품 '멋진 하루' (http://www.realfolkblues.co.kr/1705)

4. 테렌스 맬릭 감독 작품 '트리 오브 라이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경이로운 우주의 가운데 나를 느끼다 -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를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그 어떤 스릴러 영화의 반전 못지 않았다. 아니, 반전 영화들에서 얻는 충격과는 차원이 다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압도 당한다는 느낌을 보는 내내 받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그 압도됨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황홀한 이미지들의 향연과 신(God)과 관계 된 거대한 담론 때문 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 그리고 진화,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주눅들어 버리거나 할말을 잃어 압도되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 경이로운 우주의 가운데 (여기서 우주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문학적 우주 뿐만 아니라 무한한 시간과 만물, 끝없는 공간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의 총체를 가리킨다) 바로 나 자신이 느껴졌기 때문에 보는 내내 압도 당할 수 밖에는 없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 명확히 이야기하자면 '트리 오브 라이프'는 우주의 탄생, 생명의 진화, 인간의 삶과 죽음 등 범우주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체험'하는 영화라는 얘기다.





블루레이 발매로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이 총 세 번째 감상이었는데, 이전 두 번의 감상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놓친 부분들은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다기 보다,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뒤늦게 인정하게 된 경우라고 해야겠다.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썼던 글의 제목도 '경이로운 우주 가운데 나를 느끼다' 였는데, 이번 역시 같은 제목이지만 그 감상의 주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첫 감상에서 느꼈던 경이로운 우주는 그 자체로 놀라운 것이었다.


아무런 대사 없이 이미지로만 표현되는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 진화는 놀라우리만큼 완벽한 내러티브가 존재했으며 얼핏 보면 긴 시간인 듯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굉장히 함축적인 방식의 전개였다. 그리하여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우주의 탄생을 거쳐 지구가 탄생되고 그 뒤 공룡이 등장해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전개였는데, 그 가운데 내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큰 아들 '잭'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였다. 





앞서 신과 우주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영화는 본격적으로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삶을 비춘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새로울 것 없는 갈등 구조와 시간에 흐름에 따른 보편적인 서사구조를 갖고 있었음에도, 치명적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사실상 잭의 시점에서 진행이 되는데, 잭이 커가면서 부모와의 관계, 형제들 사이에서의 관계,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자아의 갈등을 겪게 되는 과정들이, 한 수 한 수 놀라운 디테일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와중에도 영화가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메시지의 기반에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잭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과 심리적 변화 들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매우 익숙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보편적이지만 미묘한 시간들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완벽한 줄기로 그려내고 있다. 앞선 시퀀스에서는 형용하기 힘든 경이로움을 느꼈다면, 이 시퀀스에서는 공감이라는 이름의 경이로움과 인생의 무게 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잭'의 이야기가 놀라운 또 다른 이유는 그 속에서 너무 쉽게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처럼 디테일 한 묘사를 했음에도 반대로 가장 보편성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그리고 '잭'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와 나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완전히 솔직하도록 만드는 압도적인 힘이 있었는데, 이 에너지가 '잭'의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전에 영화가 들려주었던 거대한 우주의 이야기로부터 말미암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내러티브 측면에서 그러했다는 뜻이 아니라, 보는 나 스스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이미 신과 우주,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부터 나의 경계는 무너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놀라운 체험의 영화다. 이 작품은 평소 삶에서는 미처 체험할 수 없었던, 또 안다고 해도 절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있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었던 수 많은 간극들을 영화적 체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다시 말해 '트리 오브 라이프'의 메시지는 인간이란 존재와 이를 둘러싼 우주와 자연의 섭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간극이 '있다'라고 마무리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간극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우리의 삶과 이를 둘러싼 모든 것들 간에는 유한한 거리로 설명되지 않는 '무한의 것'이 있다 (여기서 '있다'라는 단어의 의미는 앞선 '있다'와는 다르다)라는 것이다.


‘시공간적 크기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것들에 비하자면 한 가족의 삶과 고통은 얼마나 보잘것없이 작은 것인가’ 라는 근거로 ‘신(절대자)을 이해할 수 없음에 그저 순응하는 것이 섭리이다’ 라는 결론이 아니라, 한 인간, 한 소년의 삶의 깊이와 고통 역시 헤아릴 수 없는 다른 의미의 우주라는 위로와 경이로움을 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앞서 한 인간의 삶을 '소우주'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직접적인 메시지였으나 다른 담론에 가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주제 역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바로 자녀 혹은 가족을 잃은 남겨진 이들에 대한 사려 깊은 위로가 그것이었다. 사실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에게 신의 섭리를 논하는 것 자체가 와 닿기 쉽지 않은데, '트리 오브 라이프'는 그 섭리에 대해 순응하라는 무력함 혹은 복종의 메시지가 아니라, 기원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섭리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있기에 허울뿐 인 위로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소중한 이를 잃은 이에게, 더 나아가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내 아이를 잃어버린 이에게 진실된 위로를 전하려면, 이 정도의 진정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얼마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아마 그 때쯤이면 지금의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더 솔직해진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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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 시각적 언어로 쓰여진 영화를 빛내는 궁극의 화질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곧 내러티브로 연결되는, 즉 영상미가 그 어떤 작품보다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테렌스 맬릭은 그의 그 어떤 전작들보다도 시각적인 측면에 큰 공을 들였으며, 인위적인 것들을 최대한 배제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부분적으로나마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하기도 했다.(물론 이 영화의 시각효과 대부분은 더글러스 트럼블이 가세한 아날로그 기법이 대부분이다) 그 만큼 이 작품에서 시각적인 부분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바로 그 중요함을 놓치지 않도록 블루레이의 화질은 가히 역대급이라 할 수 있을만큼 최고 수준이다. <다크 나이트> 블루레이의 IMAX 시퀀스 화질이 두시간 내내 이어지는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칠드런 오브 맨’의 촬영 감독으로 유명한 엠마뉴엘 루베즈키는 ‘트리 오브 라이프’의 많은 장면을 IMAX 레디의 65mm 필름을 사용했으며, IMAX 카메라, 파나비전 65 하이레졸루션, 레드원, 팬텀 HD 등 최고의 화질을 보장하는 장비들로 촬영하였다. 감독의 의도나 촬영에 사용된 장비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트리 오브 라이프’는 자칫 철학적인 영화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시각적인 영상미가 바로 그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도구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하다.


블루레이의 화질은 바로 이러한 영화의 영상미를 전달하기에 최적의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극장에서 볼 때 영상미 자체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면, 블루레이 감상 시에는 여기에 화질의 우수함이 주는 놀라움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블루레이의 화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하드웨어 적인 퀄리티와 그 퀄리티를 체감할 수 있는 영화적 요소, 이 두 가지를 들곤 하는데 ‘트리 오브 라이프’ BD는 바로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타이틀이다. 화질의 하드웨어 적 퀄리티야 근래 발매된 타이틀 가운데 최고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으니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이런 레퍼런스급 화질을 체감할 만한 다양한 구성과 성격의 영상이 담겨 있기 때문에 체감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좋다고 느껴지는 화질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수치적으로도 음성파일을 제외한 영상파일의 용량만 35기가에 달하며 평균 전송 비트레이트 또한 36.8Mbps에 달하는 등 한마디로 '슈퍼비트'급이다.

음향 - 압도하는 스코어가 인상적인 사운드





위 문구는 블루레이로 영화를 최초 재생 시 본편 영상에 앞서 나타나는 안내 문구로, 화질과 더불어 음향 또한 '트리 오브 라이프'라는 영화에게 있어 기능적인 면에서나 미학적인 측면에서나 대단히 중요함을 실감케 한다. 특히 앞선 시각적 측면과 마찬가지로 테렌스 맬릭은 이 영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내 음악이 존재하기를 원했을 정도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영화 음악은 주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글은 소책자에 실리는 김세윤 작가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칼럼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에도 우주의 기원을 다룬 경이로운 시각적 체험을 더 강렬하게 표현하는 클래식 곡과 영화 음악에 압도되었었는데, 48kHz/24Bit 고사양의 DTS-HD MA 7.1 사운드는 그 압도적인 감흥을 손실 없이 안방으로 가져왔다.





스코어가 들려주는 웅장함 못지 않게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가정의 이야기를 그릴 때에는, 아주 미세한 생활 소음과 새소리,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풀잎들의 디테일한 사운드까지 7.1채널의 풀 서라운드 음장을 통해 놓치지 않고 들려준다.




전반적으로 스코어의 비중이 높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전혀 스코어 없이 자연의 소리들로만 채워져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의 스코어로 활용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와 같은 블루레이 사운드의 디테일 함은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더 풍부하게 전달해 준다.


스페셜 피처 #1 : 메이킹 다큐멘터리 - Exploring The Tree Of Life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부가영상의 수록 양이 많지 않다는 점일 텐데, 국내 타이틀뿐만 아니라 북미에서 출시된 타이틀 역시 동일한 구성이므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필요는 없겠다. 더군다나 디스크를 BD-ROM에서 읽어보면 본편 데이터만으로 41기가를 채우고 나머지 용량을 5기가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외 기타 예고편 및 BD메이킹 크레딧으로 꽉꽉 눌러담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편을 최고 화질과 음질로 수록하는 것에 전력을 다한 타이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분야의 스필버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로렌트 보제로'가 연출을 맡은 훌륭한 메이킹 다큐멘터리 'EXPLORING THE TREE OF LIFE'(1080p, 29:56초)에서는 이 작품에 참여한 제작자, 배우는 물론 테렌스 맬릭을 존경하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데이빗 핀처의 인터뷰 등을 통해 ‘트리 오브 라이프’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테렌스 맬릭의 작품관에 대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테렌스 맬릭의 작품을 처음 보고 감탄과 더불어 커다란 매력을 느꼈던 크리스토퍼 놀란과 데이빗 핀처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맬릭의 영화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그를 더 알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또한 이 작품을 기점으로 최근 헐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여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인터뷰와 그녀의 오디션 장면도 만나볼 수 있으며, 브래드 피트는 본래 제작자로만 참여할 예정이었다가 본래 출연 예정이었던 남자 배우가 출연이 어렵게 되면서 후에야 출연이 확정되었다는 사실도 전해 들을 수 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역이라면 세 명의 성인 배우들 보다, 세 명의 아역 연기자라고 할 수 을 텐데, 이 아이들의 오디션 영상과 영화 개봉 이후 다시 촬영장에서 만난 아이들이 당시를 추억하며 나누는 이야기도 수록되었다. 테렌스 맬릭은 더 자연스러운 장면을 위해 아이들에게는 거의 대본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들도록 유도하거나, 촬영 중간 아이들끼리 장난 치는 순간을 몰래 촬영에 영화에 담기도 했다는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 속 우주의 기원을 다룬 장면들의 비밀에 대해서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단순히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이뤄진 장면들이 아니라 감독의 지인이자 천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더글러스 트럼블의 작업으로 화학 약품이나 페인트 등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과 회전판, 조명, 고속 촬영 등의 기법의 변화를 통해 발견하고 만들어 낸 장면이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30분에 달하는 이 메이킹 다큐멘터리에는 정작 감독인 테렌스 맬릭은 은둔자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그답게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매릭의 영화 세계와 그의 연출력에 더 큰 관심과 매력을 느끼게 되는 다큐멘터리다.


메이킹 다큐멘터리 외에 HD 화질의 오리지널 극장용 예고편과 더불어 '가족애'를 강조한 한국 시장에서의 마케팅 포인트를 엿볼 수 있는 한국용 예고편(SD), 그리고 라이프랩스미디어의 차기작이자 역시 기대되는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작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블루레이 예고편(HD)이 추가로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디피 컬렉션 만을 위한 것으로 DP010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DP회원분들의 크레딧을 수록한 영상을 이스터 에그(찾기는 정말 쉽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미리 공지가 된 것처럼 DP회원이자 일렉트로닉 밴드 W&Jas의 멤버 한재원님 (DP닉네임 W)이 작곡한 음악 'In The Flow'와 함께 수록이 되어 더욱 뜻 깊다.






실제로 이런 크레딧을 끝까지 감상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영화 속 장면들과 함께 작품의 컨셉 및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한재원 님의 편안하고 감각적이며 독창적인 개성의 음악까지 곁들여져, 말 그대로 5분여의 메이킹 크레딧을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었다.


스페셜 피처 #2 - 컬렉터스 가이드북


지난 ‘멋진 하루’ 블루레이를 통해 76페이지에 달하는 컬렉터스 가이드북으로 또 다른 형태의 스페셜 피쳐를 제공했던 LIFE LABS MEDIA는, 이번 ‘트리 오브 라이프’ 블루레이에도 영화를 더 재미있고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읽을 거리와 볼거리를 수록한 소책자를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아직 가이드북이 완성되기 전이라 실물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수록될 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이 작품과 관련해 영화감독 정윤철 님(‘말아톤’, ‘좋지 아니한가’의 그가 맞다!)과 DP 영화게시판 및 재개봉관 게시판을 통해 통찰력 있고 깊이 있는 영화 글을 써오고 있는 홍준호 님, 그리고 아쉬타카까지 총 세 명의 각기 다른 시각으로 다가간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한 리뷰글이 수록되었다.

여기에 촬영, 미술, 시각효과, 음악 감독 등 이 영화의 각 스태프들에 대한 칼럼들이 추가되었는데, 특히 현 방송작가이자 전 FILM2.0 기자 출신의 인기 작가 김세윤 님이 작성한 음악감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에 관한 칼럼은 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이로서도 특히 기대가 되는 글이니,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또한 영화 현장의 고화질 스틸컷 갤러리가 약 10페이지 분량으로 수록되었고, DP블루레이 게시판을 통해 응모를 받았던 이 작품과 어울리는 순간을 담은 DP회원들의 사진들을 담은 코너 'Moment in Life'(아래 사진 참고)도 수록될 예정이라고 하니 LIFE LABS MEDIA의 전작 ‘멋진 하루’보다 도 더 기대되는 소책자라고 할 수 있겠다.




사족을 달자면 본 리뷰에서 소제목을 굳이 '부가영상'이 아닌 '스페셜 피처', 즉 '부록'의 의미로서 두 섹션으로 나눈 까닭은 바로 '컬렉터스 가이드북'의 제공 때문이다. 이 책은 마치 디스크 용량 부족으로 인해 미처 블루레이에 못담아냈을지도 모를 영화의 후일담을 정성스레 기획된 양질의 글들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스페셜 피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리뷰의 스페셜 피처 평점은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뿐만 아니라 '컬렉터스 가이드북'을 종합하여 매긴 것이다.


더불어 어느새 열번째라는 이정표에 도달한 의미 깊은 디피 컬렉션인 DP010 <트리 오브 라이프> 역시 전 세계 어느 판본에서도 제공하지 않는 충실한 컨텐츠의 가이드북을 제공함으로써,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판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니게 된 셈이다.

총평 : 작품-AV퀄리티 모두 최고점의 소장용 타이틀





먼저 그 해 가장 뛰어난 작품이자 보면 볼수록 그 이해의 깊이가 깊어지는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를 DP시리즈를 통해 국내에서도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영화를 표현하는 데에 어쩌면 필수라고 할 수 있는 화질과 사운드에 주저 없이 최고 점수를 줄 수 있는 퀄리티로 발매된 블루레이 타이틀에, 다행을 넘어서 이 작품의 팬으로서 적지 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만약 아직 ‘트리 오브 라이프’를 만나지 못한 영화 팬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 영화를, 그리고 DP시리즈로 출시된 이 블루레이를 추천하고 싶다. 혹자에겐 그저 지루한 영화일지 모르지만 이 영화의 매력에 빠진 이들에게 ‘트리 오브 라이프’는 분명히 두고두고 볼 작품이다. 그런 측면에서 소장가치 높은 이 블루레이 타이틀 만한 건 없을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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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정말로 정신 없이 빠르게 지나간 한 해였다. 2012라는 숫자가 미처 익숙해지기도 전에 2013이라는 더 어색한 숫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회사 일과 개인사로 정신 없는 한 해 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정말 블로그를 놓치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블로그라는게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려서 쉽다는 것이 아니라, 이 나선에서 한 번 벗어나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것 같다. 그 결과 2012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렇게 소소한 결산 글이라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좋지 아니한가?


1.

글 개수로만 보자면 지난 1년간 약 143개의 글을 블로그에 썼으며 그 대부분은 영화에 대한 글이었다. 올해는 이전 해들과 비하자면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질 못했는데 약 88편 정도를 극장에서 본 것 같다 (100편 아래로 본 것은 요 몇 년간 처음이다).


2.

개봉작 리뷰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글들은 블루레이 리뷰 글인데, 많이 쓴 것 같지만 막상 세어보니 그리 많이 쓰지는 못했더라. 14편 정도를 썼고 대부분은 DVD프라임에 공식리뷰로 올라간 원고들이었다. 블루레이 리뷰는 시간이 워낙에 많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 만큼 쓰고 나면 보람이 가장 큰 글이기도 한데, 좀 더 기획적이고 자유로운 글들을 더 못 쓴 것이 못내 아쉽다.


3.

2012년 내게 일어났던 일들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일이라면 역시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에 내 글이 수록된 사건을 들 수 있겠다. 몇년 전부터 그냥 막연히 꿈만 꾸더 일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 커피북에 내 글이 수록되게 되었고, 이후 이윤기 감독의 영화 '멋진 하루' 블루레이 한정판에도 수록되어 감독님께서 직접 잘 보았다는 말씀까지 전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기도 했었다. 두 작품 다 너무 좋아하는 작품들이라 영광인 동시에 부담도 되었었는데, 제작사와 감독님이 만족해주셔서 정말로 뿌듯했다. 올해는 이렇게 세 작품에 내 글을 실을 수 있었고 2013년에도 한 작품 벌써 예약되어 있는 상태라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다.





4.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에 수록될 때에는 별 다른 수식어 없이 그냥 '아쉬타카'라고만 올라갔었는데, '멋진 하루' 때에는 '영화 애호가'라는 타이틀로 올라가게 되었다. 사실 별건 아니지만 나 스스로를 뭘로 불러야 할까 고민되는 순간들이 많았었다. '파워블로거'라는 호칭은 끔찍하게 싫어하고, 부담스러울 뿐더러 영화 평론은 하질 않으니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그냥 '리뷰어'라고 하기엔 뭔가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었는데, '영화 애호가'라는 호칭은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내가 쓰는 글이라는 것이 어차피 좋아서 쓰는 글이고, 그 '좋아함'을 어떻게 전달할까 만을 고민하는 글인 경우가 많기에 더더욱 '애호가'라는 호칭은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도 계속 '영화 애호가'로 남고 싶기도 하고.





5.

올해도 어쩌다보니 일본에 또 가게 되었는데 (매년 한 번씩 꼭 가는 듯), 도쿄를 정말 가고 싶었으나 방사능 때문에 오사카로 선회하여 결국 보고 싶었던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 Q'를 보고야 말았다. 이 때 워낙 짧은 일정이라 바로 다음 여행 계획을 3월로 잡아버렸는데, 이 때는 또 무슨 테마로 여행을 할지 벌써 부터 고심중이다.


6.

2012년은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랬지만 블로그에서도 장대한 계획이 특히 많았던 한 해였다. 2013년에도 적지 않은 계획이 있는데 이 계획들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열악한 올해도 몇가지를 이뤄냈던 것처럼 새해에도 조금씩이나마 차근차근 이뤄나갈 예정이다. 2013이라는 숫자가 조금은 덜 어색해졌을 즈음엔 계획한 것들 역시 조금은 이뤄져있길 바래본다.


Adios~ 2012. 제발 가라!







[블루레이] 멋진 하루
완벽하게 멋진 하루



이윤기 감독의 2008년 작 '멋진 하루'는 그간 보았던 여느 영화 가운데서도 손꼽을 만큼 멋지고 완벽한 제목을 갖고 있는 영화일 것이다. 다이라 아즈코의 동명 단편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가 끝나게 되면, 누구라도 말로 다 하기 힘든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멋진 하루'라는 제목에 대해 감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이 영화는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 희수 (전도연)와 병운 (하정우)이 만드는 미완성의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희수가 돈을 받기 위해 병운의 지인들을 만나게 되면서 겪는 일종의 로드 무비이기도 하다. 이후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멋진 하루'라는 표현으로 완벽하게 정리된다.






아마도 아직까지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전도연과 하정우가 연기하는, 1년 만에 다시 만난 연인들의 로맨스 영화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미 비슷한 구성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다른 영화들을 자연스레 떠올려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단 '멋진 하루'는 특별한 로맨스 영화로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흔히들 헤어진 뒤에 다시 만난 연인들의 이야기를 그릴 때 예상되는 줄거리가 있는데, '멋진 하루'는 보편적인 이야기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것은 물론 그 와중에 문득 남녀 간의 미세한 감정선을 건드려 로맨스 영화로서도 흥미로운 순간들을 여럿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어진 연인들이라면 100% 공감할 만한 장면들을 배치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특히 이 영화에서는 화자에 가까운 인물인 희수의 감정)의 겉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 내면의 심리를 역시 과장하지 않고 은연 중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적이고 은근한 감정들을 역시 은근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보통 비슷한 설정의 로맨스 영화들이 이를 과장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연출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멋진 하루'가 특별한 영화로 기억될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서울'이라는 익숙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혹은 주인공으로 한) 로드 무비라는 점이다. 보통 로드 무비라고 했을 때 그 '길을 떠남'에 있어 더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그 장소의 선정에 있어 특별함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길을 떠남'의 이유에 있어서도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고, 더더군다나 그 장소에 있어서는 일부러 가장 평범하고 보편적인 곳들만 선택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일반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보편적과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과 진리를 이끌어 낸 것이 이 영화의, 영화 속 하루라는 시간이 갖는 '멋'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종일관 영화에 흐르는 재즈 풍의 음악 때문이었는지도, 아니 그 음악이 너무 잘 어울릴 정도로 영화 속 서울의 평범한 풍경들은 마치 우리가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느꼈을 법한 운치였다. 보통 이런 느낌을 한국 영화에서 받게 될 때는 '저런 장소를 어떻게 찾아냈지?' '한국에도 저런 곳이 있었나?'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멋진 하루'는 이것과는 정반대로 '아니, 저 곳은 나도 너무 잘 아는 곳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던가?'하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경우였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보편적이지만 아름다운 서울을 그려낸 가장 큰 공은 '빛'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윤기 감독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하루'라는 시간을 그리면서 그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즉, 빛의 활용과 묘사에 있어서 최대한 자연광을 살리거나 자연광의 느낌을 주는 방식을 통해, 시간의 흐름은 물론 그 시간이 빚어내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시라는 공간을 희수와 병운의 이야기와 함께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 빛의 양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감을 갖게 되는 도시의 이곳 저곳을 만나는 것은 '멋진 하루'의 또 다른 매력이다.






도시를 조명함과 동시에 영화는 그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드리운다. 얼핏 보면 이 여정 가운데 만나는 이들이 단지 희수와 병운의 이야기를 위해 등장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들 역시 이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이야기와 공간으로서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체 350만원이라는 비용을 여러 인물들이 나누어 부담하게 된다는 구조는 이야기의 완성도는 물론 의미 측면에 있어서도 몹시 흥미로운 형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윤기 감독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의 묘사에 있어서도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고 있었다.


영화의 첫 장면, 희수가 등장하기 전 카메라의 이동을 보면 몇몇 인물들을 카메라가 옮겨 다니다가 결국 희수를 따라가게 되는 구도를 보여주는데, 이처럼 영화는 이후 희수와 병운을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을 묘사할 때 영화적으로 마치 이들이 희수와 병운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만 같은 묘한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스쳐 지나가는 이들 모두에게도 희수와 같은 멋진 하루가 있을 수도 있다는, 아니 희수의 멋진 하루가 수 많은 하루 중 하나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영화가 끝날 때 모두가 '멋진 하루'라는 제목에 감탄할 수 밖에는 없을 거라고 했는데, 영화 속 하루가 다 저물어 갈 때 쯤 처음에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존재였던 병운이, 가면 갈 수록 정이 드는 정도를 넘어서서 그와의 이별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까지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구성으로 한정적인 미션이나 약속을 이행하는 영화의 경우 말미에 가면 영화가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이전에 이들과 헤어져야만 한다는 것에 더 아쉬울 때가 있는데, '멋진 하루' 속 하정우가 연기한 병운이라는 캐릭터가 놀랍게도 바로 그 경우였다.


놀랍다는 이유는 보통 이런 경우 그 한정적 미션이나 약속이 거대하기 마련인데 (반지원정대 같은) 이 작품 속 미션은 초라할 정도로 소소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영화가 중반까지 이어질 때까지도 병운에게 이러한 감정을 갖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과연 병운이라는 캐릭터가 실제 존재하는 캐릭터였을까? 하는, 마치 희수의 '멋진 하루'에서만 존재했던 다른 세계의 인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결국 영화 '멋진 하루'는 이 하루라는 시간이 다 지난 이후에야 비로소 무언가 치유 받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멋진 하루였어'라고 스스로 되뇌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다. 마지막 희수의 작은 미소가 모든 것을 말해주듯 말이다.


Menu Design








또 다른 형태의 스페셜 피처 : 76페이지 컬렉터스 가이드북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블루레이 패키지에 이 정도로 만족감을 얻었던 것은 실로 오랜만 인 것 같고, 국내 타이틀만을 대상으로 하자면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른바 '패키지' 혹은 CE, SE, DE 등으로 분류되어 출시되었던 예전 DVD 시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었으니, 그 타이틀이 바로 '멋진 하루' 블루레이다.





무슨 과찬을 이리도 하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런 '오해'가 무색할 만큼, 국내 출시되는 다른 타이틀과의 상대적인 평가에서는 물론이요 절대적인 평가에서도 충분히 이런 칭찬을 받을 만한 타이틀이 출시되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역시 대단한 호평을 얻었던 '무협'(DP시리즈 008호로 추진)에 이어 LIFE LABS MEDIA에서 제작한 두 번째 타이틀인 '멋진 하루' 블루레이는 타이틀의 AV적인 퀄리티 이전에, 이 영화의 팬들은 물론이고 블루레이를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욕까지도 몹시 자극하는 Collector's Guide Book을 수록하였다.





콜렉터스 가이드 북과 비슷한 이름의 소책자가 포함된 타이틀은 DVD 패키지까지 포함하면 종종 있어왔는데, '멋진 하루'의 콜렉터스 가이드 북은 소책자라고 부르기에 과할 정도로 콘텐츠 면에서 충실하고 볼거리 측면에서도 다양한 영화 관련 자료들을 무려 76페이지에 걸쳐 수록하고 있다.






이 콜렉터스 가이드 북에 수록된 내용들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이윤기 감독과 주연을 맡은 전도연, 하정우의 싸인과 함께 감독의 간단한 인사말과 각 캐릭터와 배우들의 대한 코멘트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의 영화에 대한 글 '마음을 건드리는 작은 이야기'도 수록되었는데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동진 씨의 글과 비교되게 본인 (아쉬타카)의 글 '완벽하게 멋진 하루'도 영광스럽게 한 켠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블루레이 출시 시점에 맞춰 진행된 이윤기 감독과의 인터뷰 글도 수록되었는데, 영화 자체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듣는 따끈따끈한 이야기라는 점과 많지는 않지만 블루레이와 관련된 질문과 답들도 수록되었다는 점이 더 돋보였다.


그리고 대부분 스텝들의 인터뷰를 다룰 때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만 담기는 것과는 달리 김정범 음악감독, 최상호 촬영감독, 김경선 조명감독의 인터뷰 글도 싸인과 함께 수록되었다는 점도 이번 블루레이의 소장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라 하겠다.





그리고 무려 40 페이지에 달하는 영화의 스틸컷도 만나볼 수 있는데 당시를 추억하는 이윤기 감독의 짧은 코멘트들이 더해져 단순한 스틸 컷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마치 눈으로 읽는 감독 음성해설이랄까? 스틸 컷 들만 수록되었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텐데, 더 많은 것을 (가치를) 담아내려 한 제작사의 노력이 그대로 엿보이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물론 이 블루레이를 만든 이들의 이름까지 수록되었는데, 다시 한 번 제작사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당당히 이름을 걸고 만든 작품이라니, 멋지다!


화질 : '빛의 질감'까지 표현하는 세심한 영상


처음에는 굳이 화질이 좋지 않아도, 그러니까 화질이 그렇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블루레이로 다시 보고 나니 ‘멋진 하루’가 되기 위해서는 화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멋진 하루’에서는 빛의 활용이 작품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바로 이 빛의 질감이 블루레이의 풀HD화질로서 만족스럽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도연의 클로즈업 된 얼굴의 디테일에서도 만족스런 화질을 확인할 수 있지만, 오전 일찍 경마장 실내에 드리우는 햇살과 그림자의 표현, 잠수교를 달리는 차창 밖으로 비치는 햇살, 블라인드를 통해 실내로 비춰오는 빛의 표현 등은 DVD 화질에서는 결코 표현하기 힘든 섬세한 화질이다.






그리고 해가 지고 밤이 되면서 도시를 밝히는 조명 들과 불빛, 그리고 비 온 뒤 아스팔트로 비춰지는 음영들은 왜 ‘멋진 하루’를 블루레이로 볼 때 더 매력적인지를 실감하게 한다.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블루레이의 화질은 영화 속 빛과 장면을 좀 더 모아주고(응축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음질 : 담백하지만 디테일한 소리를 들려주는 DTS-HD 사운드


DTS-HD MA 5.1의 블루레이 사운드는 전도연의 날카로운 음성과 하정우의 많은 대사들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특별히 멀티 채널의 활용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지만, 귀를 기울이면 작은 생활 소음들도 비교적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인 영화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음성해설, 메이킹, 인터뷰 등 비교적 충실한 부가영상 수록


부가영상으로는 이윤기 감독과 전도연, 하정우가 참여한 음성해설을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데, 주로 촬영 당시의 후일담을 전해 들을 수 있다. 서울 이곳 저곳을 배경으로 촬영된 작품이라 그 장소마다 그 날의 날씨와 분위기에 대한 추억들을 들을 수 있으며, 당시를 디테일하게 기억하는 하정우의 기억력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노트’에서는 이윤기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함께 촬영장에서의 소소한 제작과정 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SD화질로 수록되었으며 감독 입장에서 시나리오 전개에 맞춰 중요한 지점들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좀 더 디테일한 연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포스터 촬영현장’에서는 공식 포스터에 사용된 이미지 외에 포스터로 사용되지 않은 B컷들에 대한 촬영 장면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시사회 현장’에서는 지금은 없어진 명동의 중앙극장에서 있었던 시사회 당시의 스케치 영상이 수록되었다. 시사회 장면에서는 원작자인 타이라 아즈코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총평] 2차 영상물을 즐긴다는 것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타이틀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는 그 제목 만큼이나 멋진 작품이라 가까운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픈 영화였다. 그런 의미에서 ‘멋진 하루’ 블루레이는 영화의 완성도를 완벽하게 담아내고 더 나아가 소장 가치, 즉 2차 영상물을 즐긴다는 것에 대한 가치와 장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할 정도의 아주 만족스러운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이틀과 컬렉터스 가이드북에 담겨 있는 세심함을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Collector’s Edition 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될 정도로, ‘멋진 하루’라는 영화에 대한 제작사의 넘치는 애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더 바램이 있다면 현재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한편으론 과한 퀄리티와 패키지라 선뜻 도전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번 LIFE LABS MEDIA에서 제작한 ‘멋진 하루 CE’의 완성도로 인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계기로, ‘잘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 라는 좀 더 강한 확신이 시장에 뿌리내렸으면 한다. 또한 반대로 잘 만든 타이틀은 구매를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의 구매의식도, 좀 더 마니아 뿐만 아니라 대중으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멋진 하루

블루레이에 제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먼저 이윤기 감독, 전도연, 하정우 주연의 한국영화 '멋진 하루'가 블루레이로 국내 출시되었습니다. 영화도 너무 멋진 영화지만 블루레이 패키지 자체가 워낙에 멋지게 나온 터라 소장 가치를 한 껏 업그레이드 시켜주더군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제작사 LIFE LABS MEDIA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멋진 하루' 블루레이에 대한 본격적인 리뷰는 아래 DP에 올린 리뷰를 확인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리뷰는 추후 제 블로그에도 다시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BD 리뷰] 제대로 멋진 블루레이 '멋진 하루'

http://dvdprime.donga.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2009&master_id=0






블루레이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리뷰를 통해 이미 다 풀기도 했고,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자랑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멋진 패키지에 제 글이 수록되었기 때문입니다 ^^;; 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국내에 출시된 블루레이 제품에 제 글이 수록된 것이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에 이어 세 번째 인데, 이번에도 너무 좋아하는 작품에 숟가락을 얹을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일 뿐입니다.



홍상수의 북촌방향과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에 제 글이 실렸습니다!

http://realfolkblues.co.kr/1647







이렇게 알차고 멋진 Collector's Book 의 내용 가운데는 감독님의 인터뷰와 스틸컷, 스텝들의 인터뷰 등이 빼곡하게 담겨 있고,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의 멋진 글 '마음을 건드리는 작은 이야기'도 수록이 되어 있는데, 몹시도 비교되게 바로 그 다음에 제 글이 아래와 같이...





두둥. 무려 4page에 걸쳐서 제 글 '완벽하게 멋진하루'가 실렸는데, 이동진씨의 글과 함께 실리게 되어 부담스럽기도 하면서 영광스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





그리고 무엇보다 제 소개에 있어서 '영화애호가'라고 쓴 점이 생각하면 할 수록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저야 뭐 평론을 쓰지도 않고 직업적으로 하고 있지도 않으니 평론가라고는 절대 부를 수 없고, 그렇다고 기자도 아닌데 리뷰어라는 말로는 좀 애매해서 어떤 이름이 좋을 까 생각하다가 '애호가'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 영화 글 쓰기에 있어서 좋아하는 감정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 제 글의 포인트라고 봤을 때, 이 '애호가'라는 호칭은 제법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도 또 기회가 있다면 계속 '영화애호가'라고 불리고 싶네요.






요새 일은 너무 정신 없이 바쁘고 삶은 지치고 고닮픔의 연속이었는데, 이 '멋진 하루' 블루레이가 저에게도 또 다른 멋진 하루를 선사해주네요 ^^


평소 부족한 제 글을 기다려주시고 정독해주신 블로그 독자 여러분들과 DP에서 제 글을 응원해주시는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결산] 2012년 상반기 영화 베스트 10



매해 템플릿처럼 이 맘 때면 반복하는 말이지만 2012년이라는 숫자가 아직 다 익숙해지기도 전에 7월이 훌쩍 다가와버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참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들을 극장을 통해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는 처음부터 아주 큰 기대를 했었던 영화도 있었고, 전혀 예상치 못했으나 큰 감동을 준 작품도 있었으며, 볼 계획이 없던 영화였으나 보고나서는 안봤으면 어쩔 뻔 했을까를 되내였던 작품들도 있었다. 이 많은 작품들 가운데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10작품을 꼽아보았다. 10작품 가운데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개봉일 순이다.



1.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쓸쓸한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올 상반기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근사하고 우아한 작품을 고르라면 단연 TTSS였다.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배우들의 향연들 만으로도 황홀한데, 스파이라는 존재를 그리는 이 방식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제 내게 스파이하면 이던 헌트 만큼이나 조지 스마일리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아, 엔딩에 흐르던 훌리오 이글레아시스의 'La mer'는 올해의 엔딩곡 후보.

 

 

 

 

2.

 

 

워 호스 (War Horse, 2011)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고전의 감동

 

 

스필버그의 오랜 팬으로서 물론 재미나 감동에 대해서 의심을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워 호스'의 감동은 그 크기가 달랐다. 복잡한 얘기도 없고, 신파적이고 우직한 이야기 뿐이지만 그 이야기가 나를 이토록 많이도 울렸다.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흘린 눈물 가운데 양으로만 따지면 '워 호스'가 아마도 가장 많을 것이다 (극장에서 잘 우는 내 특성상 올 연말에는 꼭 눈물양으로만 순위를 한번 따져봐야 겠다;;).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설명하는 것에는 이제 지쳤다.

 

 

 

 

3.

 

 

디센던트 (The Descendants, 2011)

아버지라는 존재의 이유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것처럼, 조지 클루니가 왜 멋진 배우인가에 대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알렉산더 페인과 만난 조지 클루니는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 '디센던트'는 시간을 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30대 초반에 본 '디센던트'와 40대가 되어서 보게 될 그리고 50대가 되어서 보게 될 '디센던트'는 또 다른 영화가 되어 있을 것이다.

 

 

리뷰 보기 - http://realfolkblues.co.kr/1611

블루레이 리뷰 보기 - http://realfolkblues.co.kr/1641

 

 

4.

 

 

크로니클 (Chronicle, 2012)

소년이여, 진짜 영웅이 되어라

 

 

27살 신예 감독 조슈아 트랭크의 '크로니클'은 지난해 '드라이브' 처럼 올해의 복병이었다. 그냥 재치있고 신선한 시도 정도로 머물러도 괜찮았을 텐데,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담론의 세기는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주인공 앤드류 (데인 드한)는 올해 상반기 극장에서 만난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나를 뜨겁게 만든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아직도 후반부 앤드류의 절규가 귓가에 생생할 정도로 에너지가 대단했던 영화.

 

 

 

 

5.

 

 

건축학개론 (2012)

나의 첫사랑과 90년대에게 바침

 

 

'건축학개론'은 하마터면 극장에서 놓칠 뻔한 영화였다. 개봉 첫 주에 봤으니 시기적으로 놓칠 뻔했단 얘기가 아니라 볼 생각이 그리 많지 않았던 영화였단 얘기다. 하지만 막상 보고 난 뒤 '건축학개론'은 올해 상반기 본 영화 가운데 가장 개인적인 영화가 되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극중 주인공들과 같은 세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고, 정말 놀랍도록 닮아있는 나의 첫 사랑과 90년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안에서 수지가 연기한 '서연'을 보게 되어 벅찼던 영화가 아니라, 승민(이재훈)과도 같았던 나를 발견할 수 있어 더 움찔하게 되었던 영화.

 

 

 

 

 

6.

 

 

어벤져스 (The Avengers, IMAX 3D, 2012)
올스타전이 주는 쾌감

 

 

'어벤져스'는 일단 기다려온 시간 만으로도 10작품 안에 들 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하나씩 즐겨왔던 지난 몇 년. 드디어 시작된 올스타전은 올스타전에 걸맞는 매력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 비슷한 프로젝트가 많이 무산되었던 것에 미뤄봤을 때, 이 정도의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현된 것만으로도 하나의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7.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우울함은 영혼을 잠식한다

 

 

국내 극장에서 볼 수나 있을까 살짝 걱정도 했었던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과연 압도하는 작품이었다. 얼마나 압도 당했는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 동안 좌석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다 (오랜만에 겪는;;). 혹자는 라스 폰 트리에를 일컬어 너무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자신이 집중하는 것에 대해 이런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보기는 정말 힘든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또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8.

 

 

다른나라에서 (In Another Country, 2012)

가지 않았던 길 앞에 서다

 

 

'다른나라에서'는 홍상수의 전작들과 미묘하게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작품이었다. 유쾌함과 아이러니, 가능성과 희망을 모두 우연인듯 조율해낸 홍상수의 장기는 이자벨 위뻬르라는 배우를 통해 또 한 번 표현되었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멋진 작품을 이렇게나 꾸준히 만들어주는 홍상수 감독에게 감사할 뿐이다. 아, '판타스틱'한 유준상의 영어 대사 역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9.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근원에 대한 선문답

 

 

논란 아닌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나는 리들리 스콧의 방식을 굳게 지지한다. '프로메테우스'의 진정한 메시지는 '답'이 아닌 '질문'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이 관객에게 질문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가장 효과적이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블루레이를 어서 보고 싶은 이유도 다시 한번 이 작품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이지 답을 듣고자 함은 아니다.

 

 

 

 

10.

 

 

두 개의 문 (Two Doors, 2011)

두 눈 똑바로 뜨고 직접 확인하라

 

 

아마도 '두 개의 문'을 보지 않은 이들은 올해 상반기 베스트 10에서 이 제목을 보고서는, 작품이 갖은 사회적 메시지 때문에 상징적으로 넣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용산참사를 기록한 '두 개의 문'은 당당히 영화적 완성도 만으로도 올해 상반기 10작품에 꼽히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오히려 더 많은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다큐멘터리라면 '두 개의 문'처럼 영화적 완성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경우이기도 했다. 아직도 못 본 이들이 있다면 지금 바로 상영관을 찾아 관람하길!

 

 

 

 

 그 외에 10작품에는 꼽지 못했지만 이 안에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좋았던 영화들로는, 데이빗 핀처의 '밀레니엄', 카메론 크로우의 '우린 동물원을 샀다', 미셸 아자나비슈스의 '아티스트', 마틴 스콜세지의 '휴고', 데릭 시안프랑스의 '블루 발렌타인' 등이 있었다.


올 하반기에도 이번 달 개봉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비롯해,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국내 열악한 블루레이 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여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출시되기 힘든 작품들을 우수한 퀄리티로 블루레이를 내고 있는, DVDprime (이하 DP)의 DP시리즈 6,7호인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 커피북 한정판이 어제 출시되었습니다. 저도 오랜 DP의 회원이자 DP를 통해 블루레이/DVD를 소개하는 공식 리뷰어로서 당연히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지요. 지금까지의 DP시리즈 가운데 개인적으로 '우앗!! 이 작품이 국내에, 그것도 DP시리즈로 출시되다니!!'라고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였는데요 (그 때 감독님을 직접 뵙고 감동의 눙물을 흘렸던 기억이 ㅠㅠ),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나온다고 했을 때의 충격은 이 보다 더한 것이었습니다. '잘알지도 못하면서' 이후로 '하하하'를 거치면서 저는 어느새 이른바 '홍상수빠'가 될 정도로 흠뻑 빠지게 되었는데, 그런 그의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인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을 블루레이로 소장할 수 있다니, 이 보다 더 감격스러운 일은 없었더랬죠.





그렇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타이틀을 프리오더한지 어느덧 시간을 훌쩍 흘러, 드디어 어제 이 두 타이틀을 제 손에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커피북 한정판으로 나온 타이틀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패키지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타이틀이었습니다. 국내 블루레이 시장에 대해 이해가 없으신 분들께서는 이 정도(?) 패키지의 퀄리티에 대해 감흥이 없으실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국내 블루레이 시장을 고려했을 때 이런 패키지는 제작사 입장에서 완전히 사치이며 욕심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영화에 대한 애정, 그리고 블루레이 시장 자체를 생각하는 애정없이 오로지 비지니스 적인 측면만 따져보았을 때는 굳이 할 필요없는 방식이죠. 물론 여기에 비지니스 적인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봉사'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분명 앞서 이야기했던 것들이 동반된 결과물이라는 것에는 한 목소리를 더 보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튼, 이러저러한 사연과 스토리가 담긴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 블루레이를 받아보았습니다. 정말로 국내 패키지를 이렇게 오랜 시간 살펴볼 만한 시간이 필요했던 경우가 언제였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양과 질적으로 만족스러운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커피북이라는 패키지의 특수성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의 풍성함에 대해서는 누구나 반길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커피북에 담긴 콘텐츠 들이 개봉당시 보도자료에 근거한 자료들이기는 하나 블루레이를 위해 통일된 디자인으로 재구성하여 일관성이 돋보였고, 영화 속 인상적이었던 스틸컷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볼거리도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 블루레이가 제 개인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옥희의 영화' 블루레이에 수록된 제 글 - '모호함으로 완성되는 논리')



커피북 콘텐츠에 영화에 대한 글로는 유일하게 제 글이 수록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원고를 전달한 것은 오래되었지만 실제 타이틀이 나오기까지는 조금 조마조마한 느낌이 솔직히 없지 않았었는데, 타이틀이 도착하자마자 뜯어보고는 떡하니 실린 제 글을 보니 정말 살짝 울컥하면서 소름이 돋더군요 ㅠ 기존에도 여러 잡지에 1년 넘게 기고한 적도 있었고, DP에서도 공식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스케일의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ㅠ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예전부터 꿈꿔오던 것이라 더욱 그러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고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감독과 작품의 블루레이나 DVD 타이틀에 마치 음반 해설 속지처럼 영화에 대한 내 글을 부족하나마 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 부터 해오고 있던터라, 이번 타이틀에 실린 제 글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더군요. 더 황당할 정도로 감동적인 건 이런 첫 작품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거죠 ㅠ (감독님 보고 계시죠 ㅠㅠ) 어제 하루 종일 이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서 얼마나 안달났었는지 몰라요 ㅋ 정말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제게는 너무 영광스럽고 행복한 일이어서요 ㅠ






이번 타이틀 역시 기존 DP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타이틀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미리 프리오더 해준 분들의 이름(혹은 닉네임)이 기재되었습니다. 커피북으로 보니 더 좋네요~ 제 닉네임도 보이구요 ^^









제 글 외에도 영화를 사랑하는 소비자가 직접 만든 타이틀 답게 사전에 공모했던 커버 이미지들도 다시 만나볼 수 있으며, 작품과 관련있는 멋진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겔러리도 수록되었습니다 (90년생김정훈 님의 사진 멋지네요!)





('북촌방향' 블루레이에 수록된 제 글 -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일단 홍상수 감독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번 블루레이는 저에게 너무 영광스러운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결코 작지 않은 사건이었죠 ^^;


(사건 1. 뭐라고? 홍상수 감독 작품이 국내에 블루레이로 출시된다고?

 사건 2. 뭐라고?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이 나오는데, DP컬렉션으로 나온다고??

 사건 3. 뭐라고? (리얼리?) 이 한정판 타이틀에 내 글이 실렸다고???)


그리고 부족하지만 오랜 시간 나만의 글을 열심히 써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발걸음을 한 발 더 내딛게 된 의미있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부족함을 매일 느끼고 있기에 더 갈길이 멀어 오히려 '희망적'이기도 하구요 ^^


너무 혼자 여러번 자주 감격하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ㅎㅎ

'옥희의 영화'와 '북촌방향' 국내 블루레이 출시를 위해 힘써주신 제작사 디에스 미디어와 저의 오랜 홈그라운드 DP! 그리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매번 올리는 영화 글을 정성껏 읽어주신 수많은 DP회원 여러분들께 무엇보다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카우보이 비밥 다시보기 (Cowboy Bebop : Again)

#1 시작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카우보이 비밥'이 처음 나온 것도 1999년이고 내가 이 작품을 처음 본 것도 2001,2년 쯤이니 벌써 이 작품을 만난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다. '카우보이 비밥'은 내 블로그의 제목인 'The Real Folk Blues'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한데, 2012년에 들어서며 계획을 하나씩 세우던 중 문득, '카우보이 비밥' 다시 보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대단한 프로젝트인냥 싶지만 사실은 그냥 비밥을 몹시도 다시 보고 싶어졌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보게 된다면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비롯된 프로젝트라 하겠다. 과연 2012년에 다시 보는 '카우보이 비밥'은 또 어떤 작품일까?






다시 보면서 든 첫 번째 느낌은, 상당히 쿨한 1화 라는 점이었다. 간혹 1화에서도 캐릭터들이나 배경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작품들이 있기는 하지만, 비밥의 1화는 그 가운데서도 '갑'이 아닐까 싶다. 만약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은 이들이라면 '엇, 내가 받은게 1화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의 전개인데, 1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스파이크와 제트에 대한 아주 간단한 소개는 물론, 시대와 공간의 배경에 대한 단 한 줄의 설명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이미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대략 마쳤다고 가정한 듯 한 시작이자, 시공간적 배경이야 중간중간 나오는 정보들을 통해 알아가라는 식에 가깝다. 더군다나 첫 화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마저 굉장히 빠른 전개와 거의 서두 부분 없이 진행이 되기 때문에 '엇, 이거 뭐지?' 싶은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이것은 첫 화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카우보이 비밥' 1화의 러닝타임이 매우 짧은 편이기 때문에 캐릭터나 배경 등에 대해 서두를 길게 가져가기 보다는,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정보를 제공하고 상당히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편이다. 결과론 적인 이야기지만 이런 방식이었는데도 이 정도의 인기와 인상을 주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선명한 우리말 광고판. 디테일이 상당하다)


우주력 원년 2022년. 태양계는 워프게이트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위상차공간게이트’이론으로 태양계 내에서 행성간의 이동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신기원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게이트의 실험 도중 ‘위상차 공간 폭발’ 사건으로 달이 파괴되어, 그 파편과 운석 등으로 인해 지구는 인류가 살아가기 힘들 정도의 황폐한 별이 되고 만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계로의 이주 계획을 추진하였고, 콜드 슬립(냉동수면)이나 지하도시에 살게 되었다. 비록 위상차공간게이트 실험 도중 발생한 사고로 이러한 사태들이 벌어지기는 하였지만, 또한 위상차공간게이트로 인해 행성과 행성 간의 빠른 이동이 가능해 지면서 화성과 목성을 비롯하여, 더 먼 은하계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행동범위를 넓히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광범위한 공간의 대두는 경찰들은 미처 손쓰기 힘든 무법시대를 여는 배경이 되었고, 국가들도 독립국가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무법천지가 계속되기에 이르자 결국 정부에서는 예전 현상금 제도를 부활시키게 되는데...


'카우보이 비밥'의 시공간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간단 소개는 위의 내용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 하다. 각각 독립국가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수의 행성에서는 범아시아적인 냄새를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다. 중국어를 베이스로 한 분위기에 한국어도 비교적 자주 만나볼 수 있으며, 인물들도 대부분은 동양인에 좀 더 가까운 편이다 (정확히 동양인이라고 확정짓기 애매한 부분들도 많지만, 반대로 서양인을 그릴 때는 확실히 구분 짓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할아버지 삼총사가 바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이 캐릭터들의 이름은 음악팬들은 너무나 잘 알다시피 보사노바 음악의 전설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에서 가져왔다. 즉, 본래는 한 사람의 이름이라는 얘기.





인디안 주술사를 연상하게 하는 캐릭터도 등장하는데, 다시 볼 때 주목한 것은 주술사가 아니라 그 뒤에 놓여진 20세기의 물건들이었다. 뒤에 다른 에피소드에서 본격적으로 VHS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잘 따져보면 '카우보이 비밥'은 2022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90년대에 만들어진, 20세기에 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2화 에서는 메카닉의 특징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여기에 노출된 모습만으로 보자면 '미래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아날로그 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전투정의 모습은 실제 현재의 비행선에 상당부분을 기인한 모습 임을 알 수 있는데, 이 점 역시 앞서 이야기한 20세기의 감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첫 화에서 나타나는 가장 흥미로운 설정 중 하나라면 역시 주인공 스파이크의 액션 장면을 들 수 있을 텐데, 바로 스파이크가 총과 전투기 위주로 싸우는 것 뿐만 아니라 무술을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어쩌면 시공간적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설정이라서 더 흥미를 갖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스파이크 스피겔이라는 캐릭터가 이소룡과 루팡 3세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유명한 감독의 인터뷰로 인해 더 큰 흥미를 갖게 되기도 했었다. Session #1 소행성 블루스 (Asteroid Blues)에서 스파이크가 처음으로 상대와 대결하는 장면을 보면, 전성기 이소룡의 그림자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기도 하다.





비밥 호에서 우주를 바라보며 말없이 절권도를 수련하는 스파이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영락없는 이소룡 (Bruce Lee)을 떠올리게 된다.





Session #2 들개의 스트러트 (Stray Dog Strut)에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의 이름은 '압둘 하킴'인데, 이름으로 보나 용모로 보나 큰 키로 보나, 이 캐릭터는 이소룡 주연의 1978년작 '사망유희'에서 L.A 레이커스 출신의 농구선수 카림 압둘 자바가 연기한 '하킴'에 대한 오마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스크린 샷을 보면 아예 용 그림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




이 장면에서는 아예 이소룡이 등장한 광고 판을 노출하고 있다.



(아인의 역사적인 첫 등장 장면!)


그리고 스파이크와 제트에 이어 페이와 에드 보다도 더 먼저 등장하는 비밥의 주요 캐릭터 '아인'! 이후 수 많은 이들에게 웰시코기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캐릭터이자, 웰시코기 부흥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아인! 아인의 그 역사적 첫 등장은 이랬었다.




(에드가 등장하고 나서는 아인은 주로 에드와 콤비를 이루기 때문에, 스파이크와 아인이 콤비를 이룬 이 장면도 흔치는 않은 장면!)

마지막으로, 예전에 카우보이 비밥 DVD출시 때 왕성한 혈기로 작성했던 시리즈 리뷰를 소개하며, 다시 보기 첫 시간은 일단 마무리 해볼까 한다. 다시 보기 2탄에서는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에피소드 'Session #5 타락천사들의 발라드 (Ballad of Fallen Angels)'에 대한 이야기가 될듯!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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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이 되었다. 2012년은 그 자체로 두근되는 동시에 기다리는 과정도 뭔가 조금 남달랐던 해인 것 같다. 매년 새해를 맞을 때면 무언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이나 계획들 (영어 공부, 다이어트 등)을 세우게 되는데, 최근 몇 년간은 그나마도 세우지 않았을 정도로 어쩌면 하루하루를 사는 데에 집중했었던 같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012년을 앞두고서는 아마도 역대 최고 수준(난이도나 갯수 측면에서 모두)의 계획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방에 세우고야 말았다. 이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봐도 '왜?'인지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한 상황인데, 굳이 이유를 찾자면 올해가 마야력이 정한 한 주기의 마지막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야력의 한 주기가 끝나는 2012년이 곧 종말을 예언한다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한 주기가 끝나고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 만약 종말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덜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2012년의 바램이랄까.


이 블로그는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공개적인 공간이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올해는 10년 넘게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과 6~7년 정도 역시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한 문제에 대해 과감히 직면해 보려고 한다.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잠자리에 들 때마다 이 과정을 생각하면 얼마나 고민되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 나는 종종 이 두 가지 문제 가운데 한 가지만 있었더라도 내 청춘 그리고 인생을 훨씬 더 탄력을 받았을 거라고 나 혼자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해에 다 풀려고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이건 정말 도전이자 모험이다. 그런데 왠지 올해가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반농담으로 또 종말론을 꺼내지만, 어쨋든 종말론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촉진제가 된다면야 나에게는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런 나의 2012년 계획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 노래를 몇 달 전 알게 되었으니 바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본격적인 마음'이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제목과 더 마음에 드는 가사들.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가사는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 동안 애써 외면했던 내 문제들을 직면하는데에는 많은 도움이 된 가사였다. 2012년 한 해는 좀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 될 지언정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한다. 나처럼 나에게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이 뭘 더?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들 말고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 신경을 써보려고 한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일지도 모르고 시도한다고 해서 되리란 보장보단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뭐 어쨋든.


블로그에는 좀 더 짜임새 있고 재미있는 글들을 써볼 작정이다. 2011년에는 영화 글을 정말 열심히 주기적으로 쓰기는 했지만 그 대신 기획적이거나 완성도 높은 글들은 많이 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매번 하려다가 실패하곤 하는 연재 물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난해 썼었던 '조셉 고든 래빗 연대기'가 바로 그 시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배우나 감독 혹은 뮤지션이나 캐릭터 등을 주인공으로 삶아 연대기 형식으로 조명해 보는 컨텐츠를 연재 형식으로 써볼까 한다. 사실 이 시리즈의 제목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불타는 연대기'인데, 이 제목은 이전에 DP에서 김정대 님이 '불타는 블레이드 러너 연대기' 등에서 사용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쓰기가 부담스러워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은 제목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좋은데 적당한 제목이 없어서 고민중이다. 정없으면 그냥 매번 '누구누구의 연대기'가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심심하다. 어쨋든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독촉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회사 일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사실 중 하나지만 나는 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회사생활을 무려 10년 넘게, 햇수로는 13년 가까이 해왔다. 오래 몸 담았던 업계를 떠나 새로운 업계에 발을 담근 지도 3년이 넘었는데, 지난해 초부터는 팀장을 맡아 정말로 정신없이 달려왔으며 내일 부터는 새로운 2명의 팀원이 더 합류하게 된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팀장으로서 효율과 팀원들의 발전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하는 일과 정성에 비해 더 나은 평가가 필요한 '운영'이라는 업무에 대한 평가와 인식 개선에 대해서도 사명감을 갖고 더 노력할 예정이다. '운영'이라는 업무의 메카니즘과 과정 그리고 서비스에 미치는 더 직접적인 영향까지 정리가 필요하다면 일목요연하게 가이드 형식으로 제작하고픈 소망도 있다. 분야는 중간에 한 번 바뀌었지만 전반적으로 운영이라는 업무를 10년 넘게 했으니 이제 이 정도는 정리해볼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다 쓰지도 못했는데 한 번 다시 훑어보니, 정말로 '본격적인 마음'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 같아 보인다. 이런 계획들을 늘어놓은 것과는 달리 거의 처음으로 아무런 감정 변화 없이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왔고 새해 첫 날인 오늘도 여느 날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시작한 한 해지만, 이렇게 정리해 보는 것 만으로도 두근거리는 1년의 시간임은 분명한 듯 하다. 모든 계획이 그렇듯, 이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흥미롭지 않을까.






2012.01.01. pm. 11:37
글 / 아쉬타카




어느 덧 2011년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 말은 다른 얘기로 하자면 올해 열심히 극장에서 챙겨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들을 손꼽아 볼 시기가 되었다는 얘기. 한 해를 쭉 돌아보며 봤던 영화 목록을 들춰보니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조금은 심심했던 (더불어 개인적으로 극장을 찾을 시간이 좀 더 부족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10작품을 꼽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간발의 차로 여기에 들지 못한 작품도 2~3 작품 정도가 있었다 (너무나 동경해마지 않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의 '히어애프터', 올해 또 하나의 발견이었던 '혜화, 동', 마이크 리의 쓸쓸한 '세상의 모든 계절' 등이 바로 그 작품이다). 올 안해도 나를 울렸다가 웃겼다가 오감을 자극시켰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10작품을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꼽아보았다.

(순서는 관람 순)




1.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극한의 백조의 호수

http://www.realfolkblues.co.kr/1447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촬영 방식을 택한 반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통해 판타지에 가까운 극적 변화를 담아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작. 후반 부 백조의 호수가 시작되며 치닫는 극의 과잉된 리듬은 심장을 미치도록 요동치게 한다.





2. 파수꾼 (Bleak Night, 2010)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애처로운 간극
http://www.realfolkblues.co.kr/1451


역시 올해의 한국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은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적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깊은 것은 물론, 과연 나는 기태였을까, 희준이었을까 아님 동윤이었을까를 떠올려 보게 했던 올해의 발견!





3. 수영장 (Pool, 2009)
꿈만 같은 치유의 슬로우 무비

http://www.realfolkblues.co.kr/1471



보는 내내 평화로움이, 보고나서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 말이 아닌 그림 같은 장면으로 보여주는 영화. 올 한해 수 많은 작품에서 수 많은 명장면이 있었지만, 내가 꼽은 올해의 장면은 바로 저 장면.





4. 슈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http://www.realfolkblues.co.kr/1505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한 남자가 스필버그와 함께 그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남. 이것만으로도 J.J는 올해 가장 부러운 남자.





5.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마지막이 실감나지 않는 마법의 피날레

http://www.realfolkblues.co.kr/1518



보는 동안에도 실감나지 않았고 이후 블루레이로 다시 볼 때도 실감나지 않았고 지금도 실감나지 않는 해리와의 이별. 난 소설을 읽지도 않았고 다른 시리즈에 비해 특별한 정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해오며 같이 성장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올해의 10작품 가운데 이 피날레를 꼽을 이유는 충분했다.





6.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전편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프리퀄

http://www.realfolkblues.co.kr/1529



프리퀄이라는 유행의 한자락 인줄로만 알았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가장 모범 답안이었던 작품. 혹성탈출 시리즈 가운데 실망했었던 팀 버튼의 리메이크작까지 다시 보고 싶게끔 만든 놀라운 작품. 인간이 아닌 캐릭터에게도 이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저'라는 캐릭터는 올해의 캐릭터에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할 듯. 이제 앤디 서키스가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을 날도 머지 않았다!





7.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http://www.realfolkblues.co.kr/1538



아...홍상수. 홍상수의 마법은 '북촌방향'에서도 계속 되었다. 남녀상열지사를 그리는 것을 넘어서서 시공간의 무한한 가능성마저 열어둔 작법에 혀를 내두를 정도. 올 한해 극장에서 느꼈던 가장 따듯했던 순간은, 성준(유준상)이 여주인을 쫓아 소설을 나와 골목을 걷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8.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
경이로운 우주 속 나를 느끼다

http://www.realfolkblues.co.kr/1560



테렌스 맬릭은 항상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다뤄왔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직설적이라고 할 만큼 그 탄생으로의 여행을 자처한 작품이었다. 인간의 역사를 비롯해 우주적 세계관과 그 안에 매우 사소한 인간의 감정적 부분들까지. 이 영화를 단순히 종교적인 영화라고 부르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9. 머니볼 (Moneyball, 2011)
야구에 빗대어 전하는 삶의 위로

http://www.realfolkblues.co.kr/1567



처음엔 '단장'을 중심으로 한 디테일한 야구 영화라길래 기대를 했었는데, 아론 소킨이 참여한 이야기는 역시 야구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야구를, 특히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흥미진진할 만한 내용들이 디테일하게 담긴 동시에, 극장을 나올 때면 Lenka의 'The Show'의 가사를 흥얼거리며 인생의 위로를 받게 되는 참 '좋은' 영화였다.





10. 드라이브 (Drive, 2011)
이토록 황홀한 아름다움

http://www.realfolkblues.co.kr/1570



'드라이브'는 올해를 통틀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였다. 누군가 '이제 라이언 중에 고슬링이 최고'라고 얘기할 만큼 그가 만든 캐릭터의 이미지는 강렬했으며, 다양한 감독들과 걸작들의 향수를 담고 있으면서도 조잡하거나 유치하기 보단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이 영화의 이미지는, 뒷면에 선명한 스콜피오 자켓처럼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듯 하다.




1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크리스마스의 기적같은 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1585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보기 전에 올해의 영화를 정리한 것은 분명한 실수였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기적같은 영화는 보는 내내 행복함과 말못할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영화를 만난 것이야 말로 올해 크리스마스에 내게 일어난 기적같은 일이었다.


이렇게 짧게나마 2011년 극장에서 본 영화들을 정리해보았다. 내년에는 제목만으로도 영화팬을 다리 떨리게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마지막 배트맨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리들리 스콧이 손수 만들고 계신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이후의 공허함을 채워줄 피터 잭슨의 '호빗'까지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 생각 만으로도 2012년은 충분히 기대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오랜만에 잡담으로 인사하는 아쉬타카 입니다 ^^;
다름이 아니라 오랜만에 자랑할 일이 생겨서요;; 티스토리 유저로서 한 번쯤은 소개 되 보고 싶었던 '베스트 블로거 인터뷰'에 아쉬타카의 The Real Folk Blues, 제 블로그가 소개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블로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제 블로그는 물론 그간의 활동들도 조금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의 블로깅에 에너지를 얻은 것 같아, 참 좋은 기회였어요 (그랬구나..)

다 제 블로그를 말없이 방문해주시는 여러분들 덕인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티스토리입니다. 먼저 블로그 인터뷰에 응해주신 아쉬타카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쉬타카님은 어떤 블로거인지 소개 부탁 드리겠습니다.  


먼저 티스토리 베스트 블로거 인터뷰에 주인공으로 선정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메일을 받던 날은 업무로 몹시 지친 날이었는데 메일함을 열어보고는 화들짝 놀랐기도 했어요 ㅎ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저를 소개해본지 은근히 오래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는 일단 블로거이구요 (갈수록 '블로거'라는 정체성 자체가 더 의미있는 존재가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주로 영화와 음반 등에 대한 리뷰 형식의 글들을 포스팅하는데, 최근에는 주로 영화와 블루레이 등의 리뷰가 블로그를 장악하고 있어요. 
                                                                                                 http://www.realfolkblues.co.kr/notice/668



블로그 제목과 아쉬타카라는 닉네임이 특이해서 의미와 탄생 배경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

일단 '아쉬타카' 라는 닉네임을 정확히 언제 처음 쓰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이전에 썼던 닉네임들이 아주 촌스러웠던 것에 비하면 '아쉬타카'는 그나마 만족스러운 닉네임이 아닐까 싶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의 주인공인 '아시타카 (ashitaka)'에서 가져오게 되었는데, 그냥 똑같이 '아시타카'라고 쓰면 저만의 정체성을 표현하기도 어렵고 (아주 간단한 예로 검색시 저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기도 하죠 ㅠ), 무언가 심심함을 덜어보고자 그냥 아'쉬'타카라고 했던 것이 어느새 저를 소개하는 또 다른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렸네요 ^^;


                   <모노노케 히메>에 등장하는 아시타카에서 100% 가져온 '아쉬타카'.  물론 그림의 오른 쪽


블로그의 제목인 'The Real Folk Blues'는 역시 아시다시피 (모르시면 안되요 ㅠ)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엔딩 곡의 제목에서 그대로 가져왔어요 (무언가 상당히 오덕스럽네요;;). 이 곡을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고 가사 한 줄 한 줄이 당시 제 인생과 잘 맞아떨어졌던 부분들도 있고 (무언가 되게 허세스럽네요;;)해서 비교적 긴 영어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고수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 곡을 칸노 요코 내한공연 때 무려 라이브로 들었던 적이 있는데, 참 많은 눈물을 흘렸더랬죠 ㅠㅠ (이쯤되면 오타쿠 이미지를 벗기 힘들 듯 ㅠ)


배우고 싶을 정도로 글솜씨가 뛰어나세요~^^ 지금은 술술 잘 써 내려가시겠지만 처음 블로그라는 장소에서 공개되는 글을 쓴다는 것에 힘든 부분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글 쓰는 아쉬타카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블로그 때문이 아니라 전문 잡지에 기고하기 위해서 였던 것 같아요. DVD가 흥하던 시절 몇몇 잡지에 DVD리뷰를 빙자한 영화와 음반 리뷰를 기고하는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내 가 정성들여 쓴 내 글을 그냥 내 것이 아닌 타 매체에만 보내고 정작 나는 간직하지 못하는게 조금 아쉽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블로그라는 툴을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블로그에 쓰기 위한 글이 주가 되었고, 매체나 다른 곳에 기고하는 글은 블로그로 인한 것이 되었죠 ^^;

예전에 썼던 글을 보면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도저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들이 아주 많은데, 요새는 오히려 예전 글들을 가끔 일부러 찾아보는 편이에요. '이 때는 이랬었구나' 하며 반성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때는 이런 저런 계산없이 그냥 막 썼구나'라는게 글에서 느껴져서 오히려 풋풋하고 촌스러운게 좋더라구요.
이래저래 글 쓰는 걸 오래하다보니 어느 덧 저도 모르게 계산적으로 쓰게 될 때도 있고, 기한에 맞추느라 반억지로 쓰게 될 때도 있는 등 본연의 '글쓰기'에서 멀어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어서, 오히려 예전 글들을 보며 그때의 감성을 확인하는게 도움이 되더라구요. 제 글 쓰는 모습은 그렇게 계속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ㅎ


                   다찌마와리 공식블로그에 참여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류승완 감독님과의 단독 인터뷰!
                                                                                                          http://www.realfolkblues.co.kr/715


그리고 초보 블로거들을 위해 아쉬타카님의 글쓰기 노하우와 깔끔하게 정리 잘 된 블로그 운영에 대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뭐 누구에게 가르쳐 드릴 만한 수준은 못되지만 그냥 제가 해왔던 방식을 빌려 말씀드리자면, 처음 아주 막막할 때에는 그냥 잘 쓰시는 누군가의 글을 보고 흉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책이나 다른 이가 쓴 글에서 멋진 표현을 발견하면 꼭 기억해 두었다가 적재적소에 써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구요.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어떤 틀이 생기게 되는데, 여기서 자신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아직은 이 틀 안에 있는 것 같구요, 무언가 더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글쓰기는 무엇일까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블로그 구성의 경우는 정말로 다른 분들을 많이 참고한 편이에요. 사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완전히 처음부터 다 구성을 새롭게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는데, 이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 같아 그냥 꿈만 꾸고 있죠. 언젠가 한번 완전 뒤집는 리뉴얼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아쉬타카님만의 색깔이 있는 리뷰는 언제나 강렬하게 다가오는데요, 영화 리뷰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제 영화 글이 '비평'이 아닌 '리뷰'인 이상 제 주관적인 느낌을 가능하면 많이 또 주저없이 넣으려고 하는 편이 에요. 누군가는 '그게 무슨 영화 글이냐, 그냥 자기 얘기지'라고 할 수도 있는데, '네, 자기 얘기가 맞아요' ㅎ. 저는 영화 리뷰를 쓸 때 분석을 위해서 쓰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제 얘기를 영화에 빗대어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 글에서 그게 느껴지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영화의 이야기를 최대한 활용해서 결국 제 얘기를 하는 거나 다름없거든요. 가끔 심하게 공감하는 영화에 리뷰를 보면 그 때 제가 느꼈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영화 글에 제 얘기를 듬뿍 담는 편이에요. 그 편이 더 자연스럽고 자신이 있구요. 또한 정답이 없기에 더 자유롭기도 하구요.
그 냥 줄거리를 소개하는 영화 리뷰는 누구나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다찌마와 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류승완 감독님을 3시간 가까이 단독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리뷰는 재미가 없고, 관객 한 명 한 명의 자기 얘기가 담긴 글이 영화를 만든 입장에서도 훨씬 소중하다'고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는 것과 쓰는 것 사이에서...  http://www.realfolkblues.co.kr/1356


소갯글을 보면 영화 선택에 있어 거의 실패하지는 않으신다고 하셨는데요, 아쉬타카님은 어떠한 기준으로 영화를 고르시나요?

이건 사실 실패를 거의 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어지간해서는 실망하지 않는다는 대인배의 풍모 때문이기도 해요 ㅋ 제가 악평을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거든요.
다른 분들보다 영화를 보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너그러운 편이구요, 유치한 장면도 '귀엽네'로 받아들이거나, 저게 뭐야 싶은 장면도 '그래 이 정도는 뭐'라고 넘기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뜬금없이 남들 웃을 때 울기도 하고.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그냥 감독과 배우 정도에요. 저는 가능하면 최적의 조건에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그 흔한 시놉시스도 한 줄 읽어보지 않고 영화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무언가 사전 정보를 알면 알 수록 감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에서 보려고 하는거죠.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을 통해 대략의 신뢰만으로 선택하는 편이에요.



정말 부지런하셔야 가능할 것 같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고 계세요~ 하나 하기도 어려운데 말이죠 ㅎㅎ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원동력이라고 하자면 그냥 아직까지는 '욕심'인 것 같아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관심있고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은데 다 쳐내지 못하고 끌어 앉고 있는게 욕심이죠 ㅎ
그래서 몇 년 전인가는 일부러 '취미정리주간'을 정해서 고심 끝에 몇몇 분야를 떨쳐냈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 떨어져 나간 대표적인 취미 중 하나가 WWE 시청이었다는;;). 요새도 그런 정리기간을 또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스포츠만 해도 미식축구랑 아이스하키 빼고는 정말 거의 다 챙겨보거든요. 챔피언스리그라도 하는 기간이면 정말 출근하기 힘들어요 ㅋㅋ

아, 피규어 수집을 몇 년 전에 접은 것도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ㅋ 지금까지 해왔다면 아마 ㄷㄷㄷ (상상할 수 없는 가난에 허덕였을 듯 ㅠ)


                               한 때는 프리미어리그 경기 리뷰를 꼬박꼬박 올리던 열정도 있었죠 ㅠ
                                                                                                          http://www.realfolkblues.co.kr/1095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에 잘 어울릴만한 영화 또는 음악 몇 개만 추천해주세요~^^

올해 들었던 앨범 가운데는 희영의 'So Sudden' 앨범이 좋았어요.
멜랑꼴리한 감성이 아직도 깊이 남아있어요 (http://www.realfolkblues.co.kr/1474).
그리고 요즘 같이 바람 살살 불 때는 그냥 바람에 음악과 함께 몸을 실을 수 있는 Nujabes의 앨범도 추천하고 싶어요 (http://www.realfolkblues.co.kr/1226).
그리고 언제 아무때나 들어도 좋은 벨 앤 세바스찬 (Belle and Sebastian)의 앨범들도 이 가을에 듣기 좋을 것 같아요! (http://www.realfolkblues.co.kr/1339).
마지막으로 최근 뒤늦게 듣게 된 'Owl City'의 'All Things Bright and Beautiful' 앨범도 추천합니다~



                                                       비 오는 날이면 반드시 듣는 곡들  http://www.realfolkblues.co.kr/1516


이 가을에 좋은 영화라면 쓸쓸함이 묻어나는 '네버 렛 미고'(http://www.realfolkblues.co.kr/1472)도 좋고, 이제 막 지나간 여름을 추억하며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소라닌'(http://www.realfolkblues.co.kr/1358)도 권하고 싶네요. 마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를 보며 지중해의 낭만을 여유롭게 즐기는 것도 이 가을에 누릴 수 있는 사치가 아닐까 싶네요~


'아쉬타카는
 이런 블로거다!' 라고 소개할만한 포스트를 3개만 알려주세요.


첫 번째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찰리 카우프만의 영화 '시네도키, 뉴욕' 리뷰 글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 영화는 굉장히 개인적인 세계를 숨기지 않고 끝까지 끌고간 찰리 카우프만의 세계와 몹시 여린(?) 제 개인적 세계가 완전히 맞아 떨어진 작품으로서 지금도 다시 보기 겁나는 작품 중 하나에요. 글도 그냥 막 써내려갔었던 것 같아요.


    ▷ 시네도키, 뉴욕 – 외로운, 위로의 일기 http://www.realfolkblues.co.kr/1181



두 번째로는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에 관한 글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뭐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작품이라 덧붙이지는 않겠습니다 ^^; 좋은 작품에 글이 거들 뿐이죠.

   ▷ 다크나이트 :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1 – 첫느낌 http://www.realfolkblues.co.kr/696
   ▷ 다크나이트 : 히어로물의 역사를 새로 쓰다 #2 – 세계관과 메시지 http://www.realfolkblues.co.kr/700



세 번째는 '에반게리온 : 파' 리뷰 글을 골라봤어요. 아, 그리고 추가로 지난해 일본 갔을 때 실제(?) 에반게리온을 보고 온 여행기도 추가합니다~ ㅎ


   ▷ 에반게리온 : 파 – 전율의 미완성 http://www.realfolkblues.co.kr/1157
   ▷ 일본여행 : 진짜 에반게리온을 만나다! http://www.realfolkblues.co.kr/1384


처음에 티스토리를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꾸려 가게 된 계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처음 타 서비스에서 개설했던 블로그를 완전히 폐쇄하고 건너온 터라 정확히 언제부터 블로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티스토리는 2007년 늦게야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타서비스의 블로그 서비스를 크게 불편없이 사용해 오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제 글의 소유권에 대해 동의 없이 삭제 되고 블라인드 되는 일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서비스를 찾던 중 티스토리에 자리를 잡게 되었죠. 사실 제 수준과 성향에는 딱 중간 지점 정도라고 할 수 있는 티스토리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제법 오래 사용한 터라 현재의 툴에 익숙해진 상태이지만, 아직도 바쁘다는 핑계로 새롭게 업데이트 되는 기능들을 미처 다 활용 못하고 있는게 아쉽기만 해요 ^^;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며 생긴 절친한 블로거가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사실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 질문의 답이 가장 먼저 고민되기도 했었는데요 ㅋ, 사실 제가 블로그를 처음 하던 시절부터 이웃분들과 아주 활발하게 교류도 못하고 있고 (제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만 겨우 해내고 있죠 ㅠ), 또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많은 분들은 지금은 블로그를 안 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슬픈 사실 때문에 ㅠ (그래서 다른 인터뷰하신 분들과는 달리 본인 닉네임이 없다고 삐지는 분은 거의 없을 듯도 싶네요 ㅎ)

일단 제가 티스토리로 처음 이사와서 정신 못차리고 있을 때 이런 저런 참고할 만한 좋은 모델이기도 하셨고, 그 이후로 영화 관련한 좋은 기회들로 함께 하면서 오프라인에서도 친분을 이어가게 된 신어지(http://differenttastes.tistory.com/)을 소개 드리고 싶네요. 요새는 일렉기타에 흠뻑 빠지신 것 같은데, 저도 덩달아 먼지 쌓인 일렉을 꺼내고 싶어지곤해요.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블로거 분은 뭐 너무 유명해서 별로 소개가 필요없을 페니웨이™(http://pennyway.net) 이에요.아무래도 관심가가 비슷하고 하다보니 여러 곳에서 자주 뵐 기회가 있었는데, 저는 무엇보다 페니웨이 님의 그 꾸준함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직장인으로서 블로깅을 꾸준히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텐데, 그 가운데 꾸준함은 물론 깊이 있는 기획글들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존경'스러워요.  앞으로도 그 꾸준함으로 더 큰 일을 내실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글루스에서 이미 유명하신 잠본이(http://zambony.egloos.com/)은 제 부족한 글에 자주 댓글과 의견 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구요, 즈라더(http://topsy.tistory.com/) 역시, 이 척박한 땅에서 블루레이 리뷰를 꾸준히 포스팅해주시고 계신데 항상 방문만 받는 거 같아 죄송스런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블로깅에 있어 욕심도 있고 가능성도 무한한 탈렌(http://keepondream.tistory.com/) 까지.



나에게 블로그는 00이다! 000란을 채워주시고 그 이유도 소개해주세요~ 
   

"나에게 블로그는 아쉬타카!"

사실 어디가서 저를 소개하거나 할 때 제 실명이 아닌 ‘아쉬타카’로서 소개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던 것, 아니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아쉬타카 라는 존재를 설명하려면 제 블로그를 빼놓고는 불가능한 일이구요. 이 '아쉬타카'라는 닉네임이 단순히 웹상에서 저를 나타내는 호칭으로서의 의미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의미와 색깔을 담고 있는 정체성으로서 자리잡도록 해준 것이 바로 '블로그'이기 때문이죠. 저에게 있어 이제 블로그는 '아쉬타카', 곧 나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하지만 전부는 아닌) 존재라고 생각해요.


                          얼굴없는 가수로, 혼자만 좋아하는 이상한 UCC코너도 남몰래 운영중이에요 ㅋ
                                                                                        http://www.realfolkblues.co.kr/1496



많은 질문에 답해주신 아쉬타카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인사 부탁 드릴게요~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블로거로서 제 자리를 돌이켜 정리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포스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로 쓰면서 좀 더 명확하게 정리되는 듯한 느낌도 있었구요. 저는 참 좋은 기회이자 시간이었는데, 보시는 분들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 너무 평소 블로깅하는 것처럼 한 것 같아서요. 뭐 다 그런거죠 ㅋ 부족한 저의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멋진 가을 즐기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1.
9월은 다른 달에 비해 극장가가 많이 심심한 것 같네요. 제가 바쁜 탓도 있지만 매주 라인업을 살펴봐도 딱히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것 같아요. 2주 전에 본 '북촌방향'만이 저를 달래주고 있는데, 내일은 배우들 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을 듯한 '컨테이전'을 보러 갑니다. 재미있겠죠?

2.
극장가가 한가한 덕에 집에서 짬을 내 블루레이를 많이 보았던 것 같아요. 요새 가장 뜨거운 이슈인 스타워즈 블루레이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456편을 보았고 주말에는 123을 차례로 볼 예정이에요. 간단하게 평하자면 예전에 감동은 그대로이나 사운드 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들락날락하는 경향이 있었고, 화질도 조금씩 편차는 느껴지더군요. 그래도 스타워즈니까!

3.


엑스박스 360 최고의 흥행타이틀, 기어즈 오브 워 3가 드디어 나왔어요. 오랜만에 출시일에 맞춰 구입해서 어제 처음으로 싱글 챕터 1을 완료했는데, 아....역시 기어워네요! 몰입감이 대단하네요. 이제 남은 고민거리는 사실상 기어워의 본 재미라고 할 수 있는 멀티를 위해 골드 계정을 결제하느냐인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골드 끊어 놓고 게임할 시간이 거의 없어서 2년 넘게 실버상태인터라 결제를 해야할지 말지 모르겠네요. 그나마 실망스러웠던 2편 멀티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평들이라 고민이 되네요.


4.

요새 제일 바쁜 이유는 역시 회사 일 때문이겠죠. 올해 상반기부터 회사에서 나름 중책을 맡은 터라 압박과 신경 쓸 일이 참 많은데, 무언가 좀 막혀버린 느낌이라 탈출구를 찾아보려 노력중입니다. 뭐 회사생활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고 내세울 건 회사생활 연차 밖에는 없는데 잘 하겠죠. 아, 최근 저희 회사에서 런칭한 dofork (http://dofork.com)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간단한 홍보 동영상을 제가 만들었어요. 사실 오두막도 그날 대여해서 처음 써본 거고 동영상 편집도 최근에 산 맥북에 든 imovie로 처음 해 본 터라 100%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카메라가 좋아서인지 때깔은 그럭저럭 좋네요~





5.

또 하나 요즘 고민거리라면 벌써 3년 넘게 살고 있는 홍대, 정확히 말하면 합정역에 더 가까운 서교동 집을 떠나느냐 마느냐에 대한 일인데, 처음 이사올 때보다 월세가 훨씬 많이 올라 부담스럽기도 하거니와 반지하의 특성상 오래 살만한 곳은 못되서 제 계약에 맞춰 떠날까 싶긴 한데, 역시 문제는 돈이네요. 여길 떠난다고 더 좋은 곳으로 확장해서 간다기 보다는 같은 돈으로 반지하를 벗어날 유일한 방법인 좀 먼 곳으로 이사가려고 하는데, 집 알아보고 이사하는 것도 일이고, 과연 제가 사랑하는 이 걸어서 홍대 5~10분의 집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가 문제겠죠. 상상마당도 걸어서 갈 수 있고 집 바로 앞에 카페도 있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역시 문제는 돈이에요. 돈은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다고 하는데 제 돈은 도대체 언제 '있다'가 되는 걸까요.


6. 

그리고 아직 휴가를 가지 못했어요. 원래 여름을 안좋아해서 가을, 겨울에 휴가를 가곤 하는데, 좋아하는 일본은 돈이나 방사능이나 둘 다 때문에 못가고 국내 어디라도 가서 오랜만에 사진도 좀 찍고, 쉬다가 오려고 하는데 아직 일정도 장소도 못 정했네요. 늦어도 10월에는 가려고요. 무언가 휴식이 필요한 시점!


7.

아, 그리고 지난 주 베프의 결혼식 축가는 망쳤어요. 축가할 때 조금씩 떨었던 적은 있지만 노래를 망쳤다 싶을 정도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망했어요 ㅠㅠ 저는 예전 고등학교 축제 때 전교생 앞에서 노래하거나, 예전 공연장에서 노래하거나 할 때는 전혀 떨리지 않는데, 축가는 세상에서 제일 떨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럭저럭 해왔는데, 이 날은 반주는 개미 목소리 처럼 들리지 (개미 목소리 들어보신분??), 마이크는 안켜지지, 총체적 난국 속에 시작된 터라... 망했어요 ㅠ 그래도 신랑 신부를 울린 것에 최소한의 만족만...


8.

덥네요. 바람은 차지만. 더 빨리 추워졌으면 좋겠어요.





언제부턴가 매년 상반기와 연말 혹은 연초에 가장 인상적으로 본 영화들을 '좋은 영화 베스트'라는 식의 이름으로 정리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어느 덧 6월이 훌쩍 지나고 2011년 상반기를 결산해볼 시간이 다가왔다. 간단하게 총평을 해보자면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좋은 인상적인 영화들의 숫자가 조금은 적어진 듯 싶다. 지난해 상반기에 리스트를 꼽을 때에는 외국영화 만으로도 10작품을 쉽게 꼽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영화를 포함하여 딱 10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다. 참고로 언제나 그렇듯이 선정 기준은 완전 개인적이며,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정리해 보았다.

(순서는 관람 순) 




1. 윈터스 본 (Winter's Bone, 2010)
소녀는 울지 않는다
http://www.realfolkblues.co.kr/1430 



제니퍼 로렌스 라는 여배우의 발견. 인생을 다 겪은 듯한 소녀의 표정과 몸짓 모두가 인상적이었다. 제목만 들어도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기억에 남는 작품.






2. 라푼젤 (Tangled, 2010)
디즈니가 가장 자신있는 마법의 세계
http://www.realfolkblues.co.kr/1440



'라푼젤'에서 보여준 디즈니의 마법은 여전했다. 디즈니는 이런 식으로 가면 된다. 픽사를 억지로 따라할 필요도, 오로지 기술적인 측면에만 매진할 필요도 없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자신들이 해왔던 방식에 근거하여 조금씩 보완해 가면 된다. 갑자기 너무 다른 옷으로 갈아입으려 하기보단, 서서히 스타일 변신이 아닌 보완을 하면 될 듯.

 




3. 혜화, 동 (Re-encounter, 2010)
상처를 인정하는 방식
http://www.realfolkblues.co.kr/1443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국내 영화 중 한 편. 스물 셋 혜화의 지난 겨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처를 인정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 민용근 감독과 혜화 역의 유다인 씨를 비롯한 이들의 정말 투혼에 가까운 관객과의 대화 릴레이는 올해 그 어떤 영화 마케팅 방법보다 진실되고 값진 것이었다.





4.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극한의 백조의 호수

http://www.realfolkblues.co.kr/1447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촬영 방식을 택한 반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통해 판타지에 가까운 극적 변화를 담아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작. 후반 부 백조의 호수가 시작되며 치닫는 극의 과잉된 리듬은 심장을 미치도록 요동치게 한다.

 





5. 파수꾼 (Bleak Night, 2010)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애처로운 간극
http://www.realfolkblues.co.kr/1451

역시 올해의 국내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은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적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깊은 것은 물론, 과연 나는 기태였을까, 희준이었을까 아님 동윤이었을까를 떠올려 보게 했던 올해의 발견!






6. 두만강 (Dooman River, 2009)
경계와 경유 그리고 약속
http://www.realfolkblues.co.kr/1454



장률 감독의 '두만강'은 전작들과는 달리 상당히 감정적이고 극적이며 떨려오기까지 하는 작품이었다. '삶의 슬픔이 침묵으로 흐른다'는 올해의 카피 후보. 개인적으로는 장률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와닿았던 작품.






7. 수영장 (Pool, 2009)
꿈만 같은 치유의 슬로우 무비

http://www.realfolkblues.co.kr/1471



보는 내내 평화로움이, 보고나서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 말이 아닌 그림 같은 장면으로 보여주는 영화. 위의 저 장면은 앞으로 후반기에 어떤 영화의 명장면이 나온다 하더라도 올해의 명장면으로 이미 결정.






8. 세상의 모든 계절 (Another Year, 2010)

메리를 둘러 싼 삶의 온도

http://www.realfolkblues.co.kr/1485



마이크 리의 전작 '해피 고 럭키'와 마찬가지로 마냥 행복한 영화라기 보다는 그 안에 삶의 고단함과 쓸쓸함을 담은 작품. 노년에 접어든 마이크 리에게 삶이란 결국 이런 깊이로 와닿는 것일까. 영화 속 메리에게서 나를 보게 되느냐, 타인의 모습을 보게 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영화.





9. 슈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http://www.realfolkblues.co.kr/1505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한 남자가 스필버그와 함께 그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남. 이것만으로도 J.J는 올해 가장 부러운 남자.






10. 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 2010)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영화라는 마법

http://www.realfolkblues.co.kr/1506



사라져가는 많은 것들 가운데 영화라는 것으로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실뱅 쇼메의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더 이상 영화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보내는, 마법사의 쓸쓸한 여정.




* 올 하반기에도 더 많은 인상적인 좋은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여러분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일단 본론만 간단하게!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의 역순으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1. 온라인 광고 마케팅 전문잡지이자 블로그와 IT업계의 이슈를 주로 다루는 월간 'IM' 9월호에 제 블로그가 작게나마 소개되었습니다 ^^; 문화관련 블로그의 하나로 작게 소개된 것인데요, 예전에 잡지에 글을 써본적은 여럿 있지만 블로그로서 소개되기는 많지 않았던 일이라 뿌듯하네요 ^^



2. 두 번째는 이벤트 당첨 소식인데요, 얼마전 티스토리에서 '상상마당'과 관련한 포스트나 댓글을 모으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제 글이 1등으로 선정되어 '오사카 왕복항공교환권 (1매)'를 받게 되었습니다!
http://notice.tistory.com/1403

사실 오랜만에 이벤트 응모라 써놓고 조금 기대하기는 했었는데 막상 떡하니 당첨되고 보니 잘 실감이 안되네요 ^^;
이번 휴가는 안그래도 도쿄로 갈 예정으로 차곡차곡 준비중이었는데 오사카도 가야겠군요!!


(오사카로! 고고고~)


3. 세 번째 자랑할 거리는, 이 셋 중에서 가장 개인적으로 자랑하고 싶고 뿌듯한 일인데요 바로 다음(Daum) 영화 메인페이지에 마니아섹션에 제 블로그가 고정으로 소개되게 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쟁쟁한 분들 혹은 커뮤니티와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일시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고정으로 섹션을 담당하게 되어 적잖이 부담도 되네요 (쉽게 말해 뻘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쓰게 되더라도 심하게 고민될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 좀 더 영화/음악/BD/DVD 리뷰 관련해서 심도 깊은 글을 쓰도록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상 블로그 자랑 3종세트
끝!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염장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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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운영하진 그래도 제법 되었음에도 (물론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야 풋풋한 풋내기이지만요;;) 블로고스피어 상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릴레이 글들의 바통을 넘겨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사실 한 번 있었어요 ;;; 그런데 너무 친한 분이라 오히려 못했다는;;), 얼마전 블로그를 통해 자주 뵙고 인터뷰를 위해 실제로 뵙기도 했었던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의 운영자 진사야님께서 '저에게도!' 바통을 넘겨주셨던군요!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 이야기'에 관한 것인데, 진사야님께서는 저에게 '조이 데샤넬'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주셨습니다. 주제가 그녀라는 글을 본 순간, 이 릴레이를 빌어 다시 한번 조이 데샤넬에 대한 제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부담없이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오기까지 이 바통의 유구한 역사...


이 이전 글들도 볼 수 있었으면 좀 참고해서 써볼려고 했는데(처음 써보는 릴레이다 보니 ^^;), 예전 글까지는 찾기가 어려워 그냥 형식을 파괴하셨다는 진사야님의 관련 글만 참고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뭐 막써보죠 ㅎ

ⓒTwentieth Century Fox Home Entertainment LLC.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번 릴레이와 비슷한 성격의 글을 이미 그녀의 팬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작성한 글에 어느 정도 담겨있습니다 (내가 주이 데이샤넬의 팬블로그를 만든 이유 - http://zooey.textcube.com/2). 누군가의 팬블로그라는 것을 처음 만들게 되면서 왜 '조이 데샤넬'인가에 대한 것과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가볍게 써본 글이었죠. 이 글도 어느 정도 이런 것과 연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이라.. 그녀의 출현과 관심도의 표출 모두 다 좀 갑작스러웠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정도로 좋아했던 배우나 뮤지션들은 이전에도 제법 있었고, 팬블로그를 만들어볼까 생각했던 이들도 많았으며, 무엇보다 오랫동안 사모해온 존재들을 재치고 그녀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시대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구요 ㅎ

그녀를 처음 보게 된 것은 (그전에도 출연작들을 통해 얼핏 봤을런지 모르지만, 정확히 이름과 얼굴을 매치시키면서 보게 된 것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을 거에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 영화를 더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그녀의 캐릭터는, 저 같은 팬들을 양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묘한 매력이었고, 그 이후 한 동안 뜸하다가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예스 맨>으로 결정타를 날린 셈이죠. 진짜 그녀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예스 맨>을 보고나면 누구나 짐 캐리보다도 '정준하씨는 어때요?' 보다도 조이 데샤넬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예스 맨>에서 조이 데샤넬이 연기한 캐릭터는 가장 현실의 그녀와 닮은 듯한 분위기였으며, 다른 여배우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캐릭터였죠.

제가 짐 캐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해요. 짐 캐리 영화는 몇몇 작품은 좀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몇몇은 감동도 전해주고 또 큰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이런 것들에 상관없이 거의 다 챙겨보는 이유는 짐 캐리에게는 '짐 캐리'만이 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이 아주 확고하게 존재하거든요. 조이 데샤넬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저 예쁘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너무도 많지만, 조이 데샤넬이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감흥에 다른 여배우의 모습은 얼핏 잘 매치가 되지 않거든요. 더군다나 그녀는 She and Him이라는 멋진 밴드로 활동중이기까지 하니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죠.


ⓒ2009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이란 바로 이런 것 같아요. 대체 불가능한 존재. 사실 그녀보다 더 좋아하는 배우들도 많고 더 오랫동안 애정을 두고 응원해온 뮤지션들도 많지만, 특별히 그녀를 선택하게 된 것은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갖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더 아름다운 배우들도 많고, 더 멋진 노래로 감동을 주는 뮤지션들도 많지만, 적어도 그녀 같은 범우주적인 표정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여배우는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뭐랄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씨익 미소가 지어지는 경우랄까요.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녀가 범우주적인 매력포인트를 지녔음에도 대중들에게는 그리 메이저틱하지 않다는 것에 더욱 끌리는 것 같아요. 무언가 마이너틱한 느낌도 들면서 슈퍼스타라기 보다는 그냥 자신의 일을 100% 즐기고 있는 듯한 그녀의 존재가 매력적인 거죠. 그리고 이른바 팬심이라는 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누군가를 조건 없이 응원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누군가를 항상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자,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는 일이니까요.


* 사실 더 할 얘기가 많긴 했는데, 요즘 글로 정리못한 영화이야기가 잔뜩 머릿 속에 있는터라 이 정도만 정리 가능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 진사야님이 바통을 넘겨 받으시면서 형식을 파괴하셨다고 했는데, 저는 그런 형식조차 없으니 이건 뭐 ;;;;

* 저도 바통을 이어 받으실 다음 분을 조심스레 선택해 보았는데요, 두 분 모두 부담 갖지 마시고 쿨하게 거절하셔도, 쿨하게 아무 말 없이 안쓰셔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을까;;;


1. 몬스터님 (http://culturemon.tistory.com) - 극장
- 지난 번 트위터를 통해서 잠시 비슷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몬스터님이 생각하시는 '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2. 이동진님 (http://blog.naver.com/lifeisntcool)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이건 사실 무모한 도전에 가까운데,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모험적 욕구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블루레이 영화제 때 스쳐가듯 뵈었었는데, 따로 말씀듣고 싶은 시간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거든요;; '아마 안될거야' 시리즈의 신작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한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이 글은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인 http://zooey.textcube.com 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제작사에 있습니다.





1. 어제 드디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의 예고편이 최초로 공개되었
죠 (http://specials.divertissements.fr.msn.com/cinema/avatar/default.aspx). 짧은 시간 동안 최고다, CG가 후지다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는데, 일단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 저는 풀버전을 보기 전까지는 일단 그냥 '기대'상태입니다.

2. 아, 그리고 <아바타>는 '아바타데이'라고 해서 영화의 주요 장면 20분 정도를 특별히 보여주는 시사회를 오늘 진행하는데, 다행히 초대가 되어 오늘 저녁 용산 CGV에서 조금이나마 먼저 <아바타>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군요!

3. 요 며칠 블로깅을 못했던 건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관련해서 조금 심정을 글로 정리해 보긴 해야할텐데, 참...2009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이젠 편히 쉬세요.

4. 아, 진사야님이 넘겨주신 릴레이 글은 서거 하루 전에 이미 써두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는 바람에 일단 보류 중입니다. 조금 더 있다가 공개하도록 할께요.

5. 혹시나해서 홍보를. 위드블로그라고 저희 회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음반 캠페인의 경우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 전문적인 블로거 분들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서, 평소 음반과 리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높은 확률로 음반도 공짜로 들어보고 리뷰도 작성하실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갈 것 같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주저 말고 신청해주세요~ (http://withblog.net/)

6. 요 며칠 너무 세상일, 회사일로 정신없다보니 <왓치맨>과 <벼랑위의 포뇨>가 DVD로 출시된 것도 모르고 있었군요. 왓치맨은 스틸북으로해서 오늘 바로 질렀습니다. 내일이면 볼 수 있겠네요!

7. 10월에 일본으로 휴가가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데, 아무래도 신종 플루가 신경이 안쓰일 수는 없네요. 지진까지 겹쳐서 좀 싸져라, 싸져라 하고 있습니다. -_-;;

8. 딱 하루 아무 일도 없는 날 연차휴가를 내고, 집에 쌓여있는 블루레이들을 몽땅 보고만 싶습니다. 그리고 다 글로 써버리고도 싶구요. (그랜 토리노와 칠드런 오브 맨은 캡쳐까지 어느 정도 해두었는데 과연 언제쯤 리뷰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윽)

9. 권지용의 이번 앨범은 멜론을 통해 첫날 들어보았습니다. 좋기는 한데,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사실 권지용이 권토벤으로 불릴 정도의 천재인가에 대해서는 사실 예전부터 의문이 있었고, 특히 '거짓말'의 전주부분을 열심히 따라부르다가 정작 내가 다른 곡에 가사를 붙여 부르고 있었다는 충격 체험을 한 이후에는 실망을 한 경우이기도 때문에, 이번 논란이 너무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구요. 다른 한 편으론 참 요즘 가요계가 표절에 너무 관대해졌다고도 생각이 들구요. 예전 같으면 표절이라는 의혹만 있어도 가수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가요계가 다 너무 어렵다보니 다들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추세죠. 그런데 뭐 당연한거지만 어려운 건 어려운거고 표절은 표절이겠죠;; 그런데 전 빅뱅 참 좋아했다구요 ㅎ MTV에서 했던 성장프로그램도 다 봤고, 재방송할 때마다 또보고. 여튼 그렇다는;;

10. 올해는 과연 그린 민트 페스티벌에 갈 수 있을까요? 일본 여행 스케쥴과 겹치지는 않는데 모르겠네요. 이적도 나오고 페퍼톤스도 여전히 나오고, 데니슨 위트머도 나온던데 말이죠! (http://mintpaper.com/v2/gmf2009_lineup_re.html)

11.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의 11번째 상영작으로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가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오랜 만에 혹은 처음 보고 싶은 신 분들은 오는 28일(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니 참고해주세요~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씨네토크는 거들 뿐! (http://cineart.tistory.com/521)

12. 제 블로그 관련해서 몇 가지 소소한 자랑거리가 있는데 이건 확정되면 말씀 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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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나의 트위터 (Twitter) 이야기  (12) 2009.06.17


1. 정말 2009년은 내 평생 잊지 못할 한해가 될 것 같다. 아직 반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 6개월 간의 일들만으로도 기억에 남기 충분할 정도. 오죽했으면 남은 6개월간 아무일도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들 정도다. 그간 내 인생에 가장 충격적인 죽음이었던 마이클 잭슨의 죽음 때문에 블로깅은 커녕 아무것도 하질 못했었다. 이제야 조금 추스리고 다시 천천히 시작해보려고 한다.




2. 올해 가장 큰 계획이라면 몇 년전부터 계획했었던 일본 여행을 들 수 있겠다. 하필이면 엔화가 최고로 비쌀 때 가게 되어버렸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다보면 올해도 못 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올해는 대출을 해서라도 무조건 가기로 했다. 오늘 관련 책도 한 권 사고 인터넷으로 한참 동안이나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알아보았는데, 너무 비싸더라 ㅜㅜ 가서 사고 싶은 거 살 돈은 추가도 안했는데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느낌 -_-;;; 그래도 갈꺼다.


3. 요즘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저작권법 일텐데. 나도 개인적으로나 일적으로 매우 고민과 관심이 많은 편이다. 얼마전 알려진 바와는 달리 개인 블로그에는 그다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적용하겠다는 공식답변이 있기는 했으나 아직 더 두고봐야 할 노릇이다. 여튼 개인적으로는 블로그를 닫거나 할 예정은 없고, 얼마전 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좀 더 출처를 명확히 하고 예전 글들을 한 번 정리하긴 할 계획.




4. 오랜만에 엑박용 게임을 질렀다. 파나 시리즈는 3도 참 재미있게 했었는데 4는 역시나 더 재밌다. 그리고 3보다 좀 더 어려워진 느낌이고 더 리얼리티가 높아진 느낌이다. 아, 그리고 얼마전 진삼 5도 샀는데, 별 고민없이 하기엔 최고다.




5. 최근 블루레이 및 DVD는 은근히 질렀는데 통 보질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구매한 타이틀 가운데는 가장 발매를 고대했었던 <칠드런 오브 맨>과 <마법에 걸린 사랑>이 있는데, 오늘 겨우 뜯기만 헀다 -_-;; 내일 쯤 꼭 감상하고 코멘터리까지 꼼꼼히 본 뒤 리뷰도 작성해 봐야겠다. <리틀 미스 칠드런>도 봐야 하는데 윽;

6. 그 동안 책들은 걍 대충 쌓아놓았었는데 이제 더 이상 '대충'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단계에 다다랐다. 음반도 더 이상 수납할 곳이 없어서 겸용 장을 하나 지르긴 해야 할텐데, 돈도 문제, 배송도 문제, 다 문제다;;

7. 추신수도 그렇고 MLB중계를 너무 보고싶은데 인천방송이 나오지 않는 우리집으로서는 당췌 방법이 없다. 추신수 요즘 거의 레전드 폼이 던데 뉴스 하이라이트와 유투브 영상으로만 봐야하다니 여간 감질맛 나는게 아니다.

8. 요며칠 정신적 충격을 핑계로 다이어트에 소홀했다. 다시금 바짝 조여봐야.

9. 벌써 2009년 하고도 7월.



1. 국가적 불운과 맞물려 미처 감상기를 포스팅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흘러왔지만, 올해 지금까지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홍상수 감독의 <잘알지도 못하면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의 러닝타임 내내 키득키득 거렸으니까요 ㅋㅋ




2. <질투는 나의 힘>을 연출했던 박찬옥 감독의 신작 <파주>의 포스터인데, 영화를 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 분위기는 알 수 없지만, 과연 포스터 속의 저런 이미지일까 하는 의구심은 드는군요. 포스터만 보면 왠지 낚이는 기분.




3. 영상자료원에 이어 서울아트시네마에서도 비슷한 라인업의 기획전을 갖는군요. 제목이 멋집니다.
'강호의 도를 묻는다'. 저번에 <심야의 결투>를 보고 싶었는데 못봤는데 이번에는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4. 사무실 제 자리가 좀 더울 땐 회의실에 가서 에어콘을 틀어놓은 뒤 저렇게 컴컴한 곳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곤 합니다.
절대 마우스 발광 성능을 테스트 하기 위함만은 아니에요;;




5. 어제 저녁. 드디어 <트랜스포머 2> 아이맥스 예매가 열렸습니다. 동시에 주말시간과 개봉일날 오전 조조를 예매하였는데, 주말에만 보자니 한 3일동안 근질근질해서 못견딜것 같아 개봉일날 반차라도 내고 보러갈 작정입니다. 이런건 물론 아이맥스로 봐줘야죠. 암암.




6. 카카가 드디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습니다. 제 2의 갈락티코의 선봉장으로서 1g도 부족함이 없는 영입이로군요.
과연 레알의 다음 영입은 누가 될까요? 호날도? 리베리? 비야?




7. 모 쇼핑몰에 제가 찜해놓은 타이틀들입니다. 저 타이틀들을 다 한번에 지르지는 못하겠지만 결국 언제가는 다 지르고말 리스트라는 점에서 급 슬퍼지는군요.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습니다.





8. 1집에 이어 2집도 대박 앨범을 내놓은 Chrisette Michele의 Blame It On Me 라이브 입니다. 요즘 멜론을 통해 가장 즐겨듣는 앨범이지요. 곧 수입 앨범도 구매해야겠네요.




9. 현재 제 노트북의 바탕화면. <예스 맨> 블루레이 구매하고는 어젯 밤에 신나게 캡쳐를 마쳤습니다. 조이 데샤넬 팬으로서 이보다 더한 스샷 노다지는 없을 듯.

10. 내일은 6.10 입니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2008)
홀로코스트 이후 남겨진 현실에 관한 시선



케이트 윈슬렛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기며 화제를 모았던 <더 리더>는, <빌리 엘리어트>의 스티븐 달드리와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케이트 윈슬렛(아직도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이라고 소개한다면 그건 정말 실례다)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영화였다. <빌리 엘리어트>는 가끔씩 꺼내보면서 재미와 감동에 울컥거릴 정도로 개인적으로 손꼽는 영화이기 때문에 감독에 대한 기대는 당연한 것이었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배우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케이트 윈슬렛 역시 확실한 관람의 이유였다. 더불어 이미 두 작품을 모두 본 이들이 평가처럼, 과연 케이트 윈슬렛이 아카데미를 <더 리더>로 받는 것이 더 적절한가 아니면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수상하는 것이 더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간단하게 결론만 얘기하자면 나 역시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수상하는 것이 더 괜찮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후부터 영화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아래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더 리더>는 알려졌다시피 소설을 원작으로한 홀로코스트에 관한 또 다른 영화이다. 지금까지 홀로코스트에 관한 영화는 여러 편이 있어왔고 인상적인 작품들도 많았었지만 스티븐 달드리의 <더 리더>는 기존 작품들과는 살짝 방향을 달리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아니 방법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단 영화의 초 중반까지는 전혀 홀로코스트에 관한 분위기는 풍기지 않고 소년과 여인의 사랑과 관계에만 집중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연한 기회에 한나를 만나게된 마이클은 또래의 소년들이 그러하듯 여인의 성적 매력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한나는 이런 마이클을 리드하며 점점 더 깊은 관계를 갖게 된다. 마이클은 한나와 가까워질 수록 또래에서 멀어지게 되는데 이는 넓게 보자면 현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의아했던 점은 이 '한나 (케이트 윈슬렛)'라는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형성될 여지가 없이 급작스럽게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성숙한 여인에게 성적으로 호기심을 갖게 되는 마이클의 행동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마이클을 아무런 이유없이 너무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한나의 모습은 그녀의 직업, 배경등에 대해 정확히 얘기할 수 없는 것처럼 보는 내내 의문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마이클과 한나의 단순 로맨스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이 갑작스럽고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한나의 행동들은, 후반부 그녀가 사건에 휘말리고 이에 따른 행동들의 원인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사실 영화를 다보고 나서 얼핏 든 생각은 이 영화가 굉장히 조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잘 알다시피 이 영화에서 나치가 저지른 대학살의 주동자로 묘사되는 한나의 행동들은 '무지'한 것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마이클이 주마등처럼 기억을 되돌려 생각해보니 한나는 문맹이었으며, 그래서 자신에게 성관계보다도 책을 읽어주기를 더욱 권했으며, 식당에서도 메뉴를 고르지 못했으며 등등 '그랬었었구나' 는 식으로 (약간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단 이는 굉장히 위험한 묘사라고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지를 더욱 드러내기 위해 죄를 숨기기 보다는 오히려 자기 직분에 충실했다고 당당히 얘기하는 한나의 모습을 '문맹'이어서, 즉 '순수하게 몰라서' 그랬다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것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와 관련한 어느 글에서 본 표현을 빌리자면 전후 이렇다할 사과나 처리가 없었던 일본에 비해 굉장히 혹독한 전후처리과정을 겪고 있는 독일의 현실을 감안한다하더라도 이는 굉장히 위험한 전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비슷한 경우로서 굉장히 위험한 결말을 맺고 있는 영화가 이안의 <색, 계>라고 생각하는데, 결국 친일파에게도 고뇌가 있었네, 그 속에도 사랑이 있었네, 나치들은 정말 몰라서 유태인을 학살했네 라고 그들 스스로 마무리 짓는 경우는, 피해자가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면 모두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측면에서, <색, 계>야 말로 진정 이안의 잘못된 방향이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더 리더>는 이와는 달랐으며, 이를 단순 미화하려하거나 고발하려고만 하지 않고, 처한 현실을 좀 더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보이는 작품이었다.





일단 이 영화에 또 다른 주인공인 마이클의 이야기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무말 없이 떠난 한나와의 기억을 갖은채 어른이 된 마이클은 법대에서 수업차 보게된 재판을 통해 다시금 한나를 먼 발치에서나마 만나게 된다. 그녀가 나치당원으로서 포로수용소 참사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먼저 충격을 받게 되지만, 재판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마이클은 자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녀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이 재판의 판결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고민하게 된다. 


사실 처음 두 남녀의 나이차를 이렇게 떨어트려 놓은 이유가 단순히 소년과 여인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인줄 알았었는데, 결국 <더 리더>의 이 설정은 전쟁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1세대(한나)와 전후세대인 2세대(마이클), 그리고 더 나아가 3세대(마이클의 딸)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로서, 결국 이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겠다. 마이클은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한 세대이기 때문에 심정적으로는 자신이 사랑했던 한나에게 더욱 동정이 가지만, 그녀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는 머리로서 알고 있기 때문에 결정적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어느 한쪽으로 시원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녀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게 되면 적어도 한나가 혼자서 이 일을 주도했다는 다른 여성당원들의 입맞추기를 밝혀내고 가중처벌은 면하게 될지는 몰라도, 그 행동 자체의 문제는 희석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은 끝내 이 이야기를 재판장에서 하지 못했고, 한나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된다.

마이클은 자신이 증언을 하지 못한 죄책감에 한나에게 일일이 책을 읽어서 녹음한 테입을 감옥으로 보내주게 된다. 한나는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나중에는 마이클임을 알게 되었고, 점점 책을 읽고 글을 배우고 싶다는 욕망까지 갖게 되어 나중에는 마이클에게 원하는 책을 글로 요청할 수 있게 되기까지 한다. 마이클의 이 같은 행동은 한나를 진심으로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기보다는 그럴 수 없었던 자신의 죄의식을 씻기 위한 반성의 행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후 2세대로서 홀로코스트와 한나를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해야만 했던 자신의 행동에 후회는 하지 않지만, 한나를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못한 죄의식은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마이클의 갈등과 나중의 행동들의 묘사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마 다른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한나'를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바람에 사회의 지탄은 받지만 둘은 행복했다 라는 식이 되었겠지만(이렇게 되면 진정으로 위험할 수 있다), <더 리더>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전후 2세대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쉽게 말해 나치가 저지른 일로 누가 독일인을 모욕하면 자신은 상관없는 일이라 억울한 마음도 들지만, 1세대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잔혹한 일이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질타에도 강하게 변론하지는 못하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영화 속 마이클은 가장 안쓰럽게 보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죄의식 때문에 한나에게 책을 녹음해주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었으며, 한나를 직접적으로 맞닥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그녀의 상황 탓에 가석방 이후의 생활을 알아봐주어야만 했고, 한나가 남긴 시간들 때문에 부인과도 좋은 결혼생활을 할 수 없었고, 한나가 죽은 이후에도 아마 이 짐을 평생 가지고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보면 영화가 영리하게 이를 옹호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이건 개인 시각차에 따라 결국 큰 범위에서는 영리하게 미화하거나 옹호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옹호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그럴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을 조명하는데에 그쳤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다시 한나의 얘기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한나는 문맹이었고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정말로 몰랐기 때문에 재판장에서도 사람들이 경악할 정도로 또렷하게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단순히 자신이 문맹이라는 점이 수치스러워서, 그 수치스러움을 견딜 바에야 그냥 죄를 뒤집어 쓰는 것을 택했고, 이는 그 죄가 얼마나 중한 것인지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징역을 사는 중에도 한나는 이 같은 사실을 거의 알지 못했었는데, 가석방이 결정되고 마이클을 만나게 된 자리에서 그녀는 마이클에게 '그 동안 감옥에서 배운것이 있을 줄 알았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것은 마이클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나가 정말 그것을 알기를 원했다기보다는 그래야만이 자신이 했던 행동들에 정당성을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때까지도 정말 몰랐던 한나는 마이클의 이 한마디를 듣고나서야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감옥에서 글을 배우고 문명에서 벗어난 것처럼, 자신이 저질렀던 일에 대한 무지함도 깨우치게 된 것이다.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진심으로' 알게 된 한나는 가석방이 되는 날 감옥에서 스스로 목을 매게 된다. 만약 영화의 서사가 여기서 끝이 났더라면 앞서 누누히 언급했던 것처럼 더 많은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작품이 되었을 듯 하다. 한나라는 캐릭터는 어차피 나치와 이에 가담한 독일을 대변할 수 밖에는 없는데, 그저 몰라서 그랬던 것이고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분명 위험요소가 많은 전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한 발을 더 나아간다. 혹자들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인 마더(레나 올린)와 마이클이 만나는 장면이 불필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은 꼭 필요한 장면이었고 이 장면이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도 생각된다. 한나는 죽으면서 자신의 전재산을 피해자의 딸에게 기부하기로 하고 마이클은 이를 전하기 위해 마더와 만남을 갖게 되는데, 여기서 레나 올린이 연기한 '마더'라는 캐릭터의 자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이클은 약간은 인정에 호소하며 기부금을 받아달라고 이야기하지만 마더는 주저하지 않고 이를 거절한다. 마이클은 이를 진심으로 수긍하고 유태인 문맹퇴치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하자 마더는 그러라고 하면서 그 돈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리고는 마이클이 떠나간 뒤 예전 가족사진을 보는 마더의 모습을 카메라는 비춘다. 이는 어쩌면 동정표를 더해 미화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고는 결국 이는 절대 미화될 수 없음을, 아무리해도 수긍할 수 없는 현실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야겠다. 지금까지 영화속에서 풀어낸 서사들만 보자면(영화속에는 아우슈비츠 장면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한나에게 더 동정할 수 밖에는 없다)이쯤에서 용서해주고 화해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 피해자인 마더의 확고한 자세와 이에 한마디도 못하고 수긍할 수 밖에는 없는 마이클의 대화 장면을 보자면, 이는 절대 다른 이유들로 용서할 수는 없는 것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가족 사진을 바라보는 마더의 시선을 통해 결국 어떤 사과나 보상으로도 죽은 사람은 되돌아 올 수 없음을, 즉 독일이라는 나라가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에 자신의 딸에게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천천히 들려주는 마이클의 모습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전혀 상관없다고 볼 수도 있는 제3세대에게 앞선 세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짊어져야 할 현실과 앞선 세대로서 이런 유산을 물려주어야만 하는 미안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더 리더>에서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도 물론 좋았으나, 상을 받아야 했다면 <레볼루셔너리 로드>쪽이 더 어울렸다고 생각된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로서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던 작품임에 반해 <더 리더>는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에 기대어 발휘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물론 이 영화에서 케이트의 연기도 좋았다). 그리고 말도 많은 노출장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아주 조금은 불편한 점이 있었다. 특히 마이클과 놀러가서 수영하는 장면에서의 뜬금없는 노출은 없어도 될 설정이었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한나라는 캐릭터가 나체의 뒷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불필요한 부분도 어느 정도는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된다.

레이프 파인즈의 경우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제목에 걸맞게 멋진 목소리도 만나볼 수 있었고, 역시 그 다운 가볍지 않은 분위기도 충분히 만나볼 수 있었다. 어린 마이클을 연기한 데이빗 크로스는 보는 내내 히스 레저 + 발 킬머를 닮은 얼굴이라 자꾸 겹쳐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홀로코스트에 관한 영화를 볼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타국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진정한 전범처리는 해보지도 못한 우리의 현실이 어쩔 수 없이 겹쳐진다.


1. 독일어와 영어가 혼제되는 탓에 살짝 혼란스럽기도 하더군요. 독일어로 써있고 영어로 읽는다던가, 독일사람들이 전부 영어를 쓴다든가 하는.

2. 제작자인 안소니 밍겔라와 시드니 폴락 모두 세상을 떠났는데, 그들을 기억하는 문구를 엔딩 크레딧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네요.

3. 역시 엔딩 크레딧에서 영화에서 인용된 책들의 목록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더 많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The Weinstein Compan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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