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The Amazing Spiders-Man 2, 2014)

철저한 오락 영화로서의 발전



마크 웹과 앤드류 가필드의 리부트 된 스파이더맨 시리즈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확실히 기존 샘 레이미와 토비 맥과이어의 그것과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은 좀 더 히어로 물의 플롯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한 편,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은 좀 더 오락적인 측면이 강화 된 대중 친화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얘긴 즉슨, 각 인물들의 겪는 고뇌에 대해 깊은 탐구를 긴 러닝 타임을 할애하여 설명하기 보다는 액션과 (특히) 로맨스를 부각시켜 대중들로 하여금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 이유 때문에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은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고 샘 레이미 삼부작과의 비교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전 편에 비해 속편은 확실히 나았다. 실제로 나아지기도 했고, 아마도 마크 웹의 히어로 영화 작법에 좀 더 익숙해져서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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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보면 마크 웹은 마치 스파이디 슈트를 입은 청년이 주인공인 또 다른 '500일의 썸머'를 찍은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그가 꼭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감독이어서가 아니라, 이 작품 속 피터와 그웬의 관계를 묘사하는 방식에서 '500일의 썸머'의 톰과 썸머의 관계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로맨스는 실제 연인이기도 한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을 통해 좀 더 달달하고 극적인 요소를 만들어 냈다. 이 영화를 셋으로 나누어 보자면 하나는 피터와 그웬의 로맨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스파이더맨과 일렉트로의 대립관계일 것이며 마지막은 피터와 해리의 애증의 관계일 것이다. 이 셋의 비중은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좀 애매해진 부분도 없지 않다. 만족하는 입장에서는 세 가지 모두의 재미를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입장에서는 셋 다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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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처음 러닝 타임을 확인했을 때 142분이라는 시간에 놀라기도 했었는데, 의외로 영화는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세 가지의 이야기를 각각 동등하게 늘어 놓느라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는 없었는데, 2시간 20분이 가는 걸 거의 못 느꼈을 정도로 연출은 무리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더 좋아하는 취향은 이 세 가지를 두 가지로 압축 시켜서 좀 더 각각의 내실을 더 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서인가 외톨이였던 맥스의 슬픔과 분노도 공감하기엔 조금 부족했고, 또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는 해리의 간절함도 조금은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해리의 이야기는 데인 드한이라는 배우로 인해 200%의 공감 효과를 불러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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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마크 웹의 전작은 만족보다는 실망에 더 가까웠었는데, 이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만족에 더 가까웠다. 2시간 20분이 넘는 러닝 타임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하는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유머와 가벼움에 어느 정도 적응 되어 불편함이 없었으며, 새로운 해리를 연기한 데인 드한 덕에 그리 많지 않은 비중이었지만 후반부 해리라는 캐릭터를 계속 주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의 테마였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가 더 마음에 들고 취향이기는 하지만, 좀 더 소년의 입장에서 바라본 마크 웹의 스파이더맨도 그럭저럭 흥미롭고 갈 수록 기대되는 부분이 있었다. 최근 영화화 된 히어로들 가운데 청춘물로 그려낼 수 있는 캐릭터는 아마 스파이더맨 뿐 일 것이다. 마크 웹은 그 지점을 주목했고, 나쁘지 않은 결과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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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인 드한에게 빠져버린지 벌써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 그가 만든 해리 오스본은 또 다른 슬픔이 느껴지더군요. 분명 통쾌해야 하는 지점에서도 그의 아픔이 느껴져 (어쩌면 피터 파커보다 더 공감되서) 영화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밖에는 없었을 정도. 데인 드한은 확실히 현재 헐리웃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입니다.


2.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찡했어요. 아마도 3편에 가면 이 테마를 좀 더 메인으로 가져오지 않을까 싶네요.


3. 쿠키는 없지만 크레딧 중간에 엑스맨 예고편이 등장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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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  분노의 추척자 _ 블루레이 리뷰
울분을 토해내는 타란티노식 서부극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언제나 유머와 수다, 그리고 반골 기질이 돋보이는데 그의 최신작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역시 그랬다. '장고'라는 이름에서부터 전통적인 서부 극의 이미지가 짙게 풍기는데, 세르지오 코부치 감독과 프랑코 네로가 장고 역을 맡았던 1966년 작 '장고 (Django)'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서부극은 배경으로만 차용했다고 해도 좋을 또 다른 타란티노의 영화이기도 하다.


즉 타란티노는 '장고'라는 서부 극을 통해 온고지신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당시의 오리지널 작법에 더 가까운 서부 영화를 만드는 동시에, 더 나아가 미국 역사에서 묵과되어 왔던 흑인 노예 (인종 차별)제도에 대한 불합리함을 자신 만의 방식으로 토해내고 있다.






얼핏 보면 전통적인 서부 극의 주인공이 백인이 아닌 노예 출신의 흑인이라는 것 정도의 단순 뒤집기로 볼 수도 있는데, '장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장고(제이미 폭스)가 흑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시선과 차별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그가 말을 타고 나타났을 때 그를 바라보는 백인들의 모습은, 아니 흑인들까지 포함하여 그를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씁쓸한 농담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장고가 본인 스스로를 노예라고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불합리함을 평소 느껴왔다는 것, 그래서 자유 인이 되었을 때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시선을 받고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다른 영화의 주인공들에서도 느껴지는 일반적인 측면이었다. 만약 이 영화가 노예 제도를 벗어나 홀로 주인이었던 백인들을 처단하는 흑인 장고의 활극이었다면 재미있는 영화는 되었을지 모르나 특별한 영화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자신이 언젠가 제대로 하긴 할 것 같았던 서부극을 연출하면서, 단순한 장르적 오마주나 재미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것 만으로도 타란티노 영화는 보는 맛이 있는데 말이다.






'장고'가 흥미롭고 인상적인 건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장고 때문이 아니라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 때문이다. 닥터 슐츠는 타란티노가 만든 수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힐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그가 백인이기는 하지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으로 등장한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다.


흔히 들 이렇게 일반적인 설정을 뒤집는 영화 라거나 아니면 어두운 역사를 재평가하는 영화들을 보면, 그 가운데도 깨어 있는 이가 있었다라는 식의 면죄부 적인 설정이 등장하곤 하는데 타란티노의 영화엔 당연히 그런 자비로움이나 대충 넘어감은 없다. 바로 그 핵심적인 요소가 크리스토프 왈츠라는 배우를 통해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로 세련되게 표현되고 있다.


▽ 다음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사실 장고를 저렇게 도와야 할 만한 이유가 크게 없어 보이는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오직 슐츠 만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된다. 즉, 그가 장고를 돕게 되는 과정들을 인정이나 도움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의 연결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포인트일 것이다.


슐츠가 처음 장고를 만나게 된 것도 현상금을 얻기 위한 사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이후 그와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것도 거창한 노예 해방의 의의가 아닌 장고의 능력을 본 뒤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으며, 가장 결정적으로 나중에 목숨까지 버려가며 장고의 아내를 구하려고 한 것도 쉽게 말해 노예상인 칼빈 캔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행동거지에 배알이 꼬였기 때문이다.





타란티노가 '장고'라는 이야기를 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인 슐츠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 영화 전반에 깔린, 그 근본 없는 자존심에 대한 비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칼빈 캔디와 슐츠와의 마지막 대화 장면이다. 이미 벌어질 일은 다 벌어졌고 다 종료되어 서로의 갈 길을 가면 되는 거였지만, 캔디와 슐츠는 각각의 이유로 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캔디는 돈을 벌기는 했지만 자존심이 상해 무언가 자신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 시켜야만 성이 찼을 터이고 (그것이 고작 악수하는 것이라도), 그 악수 정도 그냥 해주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캔디의 행동 하나하나가 계속 마음에 안 들었던 슐츠 역시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될 캔디를 (본인 역시 죽을 걸 알면서도) 결국 죽여야 했던 것이다.


'장고'의 내러티브가 흥미로운 건 바로 이 참고 억눌린 정서를 그냥 참고 넘기려다가(넘겨주려 했는데) 결국 화를 돋군 이로 인해 폭발하게 되는 점인데, 그 '참고 있는' 이와 '계속 신경을 건드는 이' 사이의 긴장감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흥분되는 건 바로 이런 지점이다. 결국 참지 않고 화끈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설사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의 캐릭터들은 그래서 호 불호도 강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 스포일러 끝


한 편으로 '장고'는 전작 '바스터즈'와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 편에서도 그냥 뒤집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 만의 다소 과한 방식으로 해소 했듯이, 이번 작품에서 역시 후반부의 총격 씬은 '킬 빌'의 총기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피와 살점이 낭자하는 과함을 보여준다. 이런 식의 장면을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처음 보았을 땐 보여지는 측면의 재미나 영상미 적인 측면 만을 주목했었는데, '장고'에서부터는 더욱 확연히 메시지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재미나 영상미가 포인트라기 보다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혹은 울분의 포효처럼 보였다. 타란티노는 자신이 뭔가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진지하게 풀어내기 보다는 쿨함을 유지하며 유머와 조소를 섞은 뒤에 마지막에 가서는 피와 살육으로 피해자 혹은 고통 받던 이들의 울분을 토해 내곤 하는데, '장고'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장고'의 마지막 총격전은 잔인한 장면이 많았음에도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볼 수 있었다.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받았던 것을 해소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는 다양한 장르의 오마주를 선보이던 타란티노가 언젠가는 한 번 꼭 만들 줄 알았던 서부 영화이자, 단순히 오마주를 넘어서 그냥 60년 대 당시 서부영화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만든 오리지널리티는 물론, 사회적 약자의 울분을 분노로만 일방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3자를 통해 극히 상식적으로 표현한 메시지가 참으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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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1080P 화질은 최신작다운 우수한 화질이나 최근 출시된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는 영상 자체의 성격이 더 부각된 영상이기에, 최신 액션 영화나 드라마의 칼 같은 날카로움과 쨍한 화질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 인트로 장면에서는 강한 대비로 인해 강렬하고 인상 깊은 화질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후 부터는 좀 더 부드러운 화질을 평균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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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장면에서의 표현력도 나쁘지 않고 클로즈 업 장면에서는 역시 블루레이 다운 화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중반 이후 캔디 랜드 장면부터는 붉은 조명 빛이 주가 되는 비교적 어두운 장면들이 많은데, 전반적으로 붉은 화면의 디테일이 매우 뛰어난 편은 아니다. 특히 영상의 포커스에 있어서 디테일 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감의 표현 쪽에 더 집중한 영상인지라 화질 측면에서는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배경, 사물의 디테일 체크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영상의 아쉬움은 화질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본래 영상의 의도된 점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실제로 극장에서 보았을 때에도 화질이 좋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을 정도로, '장고'는 칼 같고 선명한 화질 보다는 서부극의 느낌이 강한 동시에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각 시퀀스마다의 톤이 강한 영상을 담고 있다. 오히려 극장보다는 블루레이를 통해 캔디 랜드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조명의 장면들과 클라이맥스의 대 혈전은 더 생생하고 자극적으로 전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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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총격 씬이 많은 영화답게 화려함과 임팩트를 모두 갖추었다. 일단 영화를 보는 순간 구매 생각부터 하게 되는 사운드 트랙의 강렬함이 사운드로 그대로 전달 된다. 타란티노 영화의 수록 곡들이 하나 같이 좋은 것은 이제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지만, '장고'의 수록 곡들은 원작인 1966년 작 '장고'에 수록된 곡들이 다시 빛을 발할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보컬과 올드 한 악기 소리들이 귀에 착 와 감긴다.




(오리지널 서부극 느낌이 물씬 나는 타이틀 시퀀스에 흐르는 Luis Bacalov와 Rocky Roberts의 'Django'는 단 번에 보는 이를 화면 속으로 끌어 들인다)


'장고'의 총격 씬 가운데 초 중반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갑작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그 갑작스러움을 배가 시켜주는 것은 바로 그 순간 반짝하는 사운드다.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서부터 발사 시에 발생하는 더 큰 소리까지 (근래의 작은 권총 격발 시에 비하면 더 큰 소리). 총격 씬 만으로도 블루레이 사운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들려준다. 클라이맥스와 그 이전 총격 씬은 그야말로 옆집에 사람이 있다면 리모컨을 손에 들고 볼륨을 예의 조작하며 봐야 할 정도로 강렬한데, 단순히 격발음 뿐 만 아니라 총알이 나무로 된 벽과 사람의 육체에 박히고 튀는 소리들이 정말 피가 사방으로 튀듯 온 방을 휘젓기 때문이다. 공간감과 파워 모두 만족스러운 사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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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부가영상은 크게 총 4가지 정도를 수록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Reimagining the Spaghetti Western'으로 극 중에서 선보인 말들이 동원된 액션 촬영에 관한 이야기와 스턴트의 뒷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실 관객은 크게 인식하지 못했지만 '장고'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말(Horse)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말이 함께하는 다양한 스턴트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말과 사람 모두 다치지 않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장면들을 시도해야 했기에 쉽지 않은 촬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전설과 선배를 존중하는 타란티노답게 이 스턴트를 위해 이 업계에서는 전설로 불리는 이들을 영화에 참여시키고 있었다. 이 부가영상은 바로 이 스턴트를 함께 만든 스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The Costume Designs of Sharen Davis'는 이 영화의 의상 디자인을 맡은 샤런 데이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시대극인 만큼 고증과 창의력이 더해진 특별한 의상 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Remembering J. Michael Riva'는 이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J. 마이클 리바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그를 동료들의 이야기와 그가 남긴 디자인 작품들로 만나볼 수 있다. 마이클 리바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아이언 맨 1,2' 등 최근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었었는데, 아쉽게도 이 작품 '장고'가 유작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블루레이 컬렉션과 '장고' 사운드 트랙의 짧은 프로모션 영상이 각각 수록되었다.




[총평]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는 타란티노 세계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기에 좀 더 흥미로운 요소가 가미 되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 작품이었다. 특히 색다른 연기를 보여준 디카프리오와 장고 역을 맡아 열연한 제이미 폭스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바스터즈'때 와는 또 다른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을 선보인 닥터 슐츠를 연기한 크리스토프 왈츠를 빼고는 말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했다. 추가로 아직 1966년 작 '장고'를 보지 못했다면 한 번쯤 찾아봐도 좋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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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2012)

울분을 통해내는 타란티노식 서부극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언제나 유머와 수다, 그리고 반골 기질이 돋보이는데 그의 신작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역시 그랬다. '장고'라는 이름에서 부터 전통적인 서부 극의 이미지가 짙게 풍기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서부 극은 배경으로만 차용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냥 또 다른 타란티노의 영화다. 오히려 타란티노는 '장고'라는 서부 극을 통해 서부 극과 미국 영화의 전통적인 요소 더 나아가 미국 역사에서 묵과되어 왔던 흑인 노예 (인종 차별)에 대한 부분을 대놓고 뒤집는 작품을 만들었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얼핏 보면 전통적인 서부 극의 주인공이 노예 출신의 흑인이라는 것 정도로 뒤집기인가 생각할 수 있는데, '장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장고 (제이미 폭스)가 흑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시선과 차별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그가 말을 타고 나타났을 때 그를 바라보는 백인들의 모습은, 아니 흑인들까지 포함하여 그를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씁쓸한 농담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장고가 본인 스스로를 노예라고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불합리함을 평소 느껴왔다는 것, 그래서 자유 인이 되었을 때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시선을 받고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다른 영화의 주인공들에서도 느껴지는 일반적인 측면이었다.


'장고'가 흥미롭고 인상적인 건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장고 때문이 아니라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 때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일단 그가 백인이기는 하지만 미국인이 아닌 독일인으로 등장한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었다. 흔히 들 이런 뒤집는 영화 라거나 아니면 어두운 역사를 재평가하는 영화들을 보면, 그 가운데도 깨어 있는 이가 있었다라는 식의 면죄부 적인 설정이 등장하곤 하는데 타란티노의 영화엔 당연히 그런 자비로움은 없다.


(다음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닥터 슐츠라는 캐릭터를 생각해보면 사실 장고를 저렇게 도와야 할 만한 이유가 크게 없어 보이는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오직 슐츠 만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도 된다. 즉, 그가 장고를 돕게 되는 과정들을 인정이나 도움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것의 연결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포인트일 것이다. 슐츠가 처음 장고를 만나게 된 것도 현상금을 얻기 위한 사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이후 그와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것도 장고의 능력을 본 뒤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으며, 가장 결정적으로 나중에 목숨까지 버려가며 장고의 아내를 구하려고 한 것도 쉽게 말해 배알이 꼬여서 였기 때문이다.


타란티노가 '장고'라는 이야기를 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인 슐츠를 설명하는 동시에, 이 영화 전반에 깔린 그 근본 없는 자존심에 대한 비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칼빈 캔디와 슐츠와의 마지막 대화 장면이다. 이미 벌어질 일은 다 벌어졌고 다 종료되었으나, 캔디와 슐츠는 각각의 이유로 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캔디는 돈을 벌기는 했지만 자존심이 상해 무언가 자신의 요구를 끝까지 관철 시켜야만 성이 찼을 터이고 (그것이 고작 악수하는 것이라도), 그 악수 정도 그냥 해주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이 말도 안되는 캔디가 계속 마음에 안 들었던 슐츠 역시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될 캔디를 결국 죽여야 했던 것이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가끔 흥분되는 건 바로 이런 지점이다. 참지 않고 화끈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설사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의 캐릭터들은 이래서 매력적이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한 편으로 '장고'는 전작 '바스터즈'와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전 편에서도 그냥 뒤집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 만의 과한 방식으로 해소 했듯이, 이번 작품에서 역시 후반부의 총격씬은 '킬 빌'의 총기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피와 살점이 낭 자하는 과함을 보여준다. 이런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땐 보여지는 측면의 재미나 영상미 적인 측면을 주목했었는데, '장고'에서부터는 더욱 확연히 다른 측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재미나 영상미가 포인트라기 보다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혹은 포효처럼 보였다. 타란티노는 자신이 뭔가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진지하게 풀어내기 보다는 유머와 조소를 섞은 뒤에 마지막에 가서는 피와 살육으로 피해자 혹은 고통 받던 이들의 울분을 토해내는 듯 했다. 그래서 '장고'의 마지막 총격전은 잔인한 장면이 많았음에도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볼 수 있었다. 고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받았던 것을 해소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이 글에서 미처 다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타란티노 영화 답게 깨알 같은 재미 들도 여전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아, 그리고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바스터즈' 만큼이나 혹은 더 크리스토프 왈츠가 매력적이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1. 타란티노 영화 답게 사운드트랙도 정말 좋습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OST를 질렀는데 역시나 만족. 뭔가 비장하면서도 신나게 출근하고 싶은 날엔 장고 OST를 BGM으로 사용하곤 하죠 ㅋ


2. 디카프리오는 워낙에 매력적인 크리스토프 왈츠에 비해 좀 가려지기는 했지만, 이런 조연으로서의 매력도 보여준 것 같아 신선하더군요. 진짜 더 나이 먹으면 잭 니콜슨 처럼 될 것 같아요 (이건 칭찬)


3. 캔디의 일당 가운데 복면을 한 유일한 여자 멤버가 있는데, 조이 벨이더군요. 눈빛만 봐도 이제는 알아볼 정도 ㅎ 아, 그리고 조나 힐도 나와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einstein Company, The 있습니다.


 





콜래트럴 (Collateral, 2004) 
도시의 외로운 늑대 이야기 (Blu-ray Review)


마이클 만의 2004년작 '콜래트럴 (Collateral)'은 그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라는 스타가 출연하지만 그 스타성이 빛나기 보다는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든 탓에, 작품과 배우가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동시에, 촬영과 카메라, 조명, 총기 액션의 디테일, 그리고 L.A라는 도시의 특수성 잘 드러난 질감이 눈으로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만의 작품은 대부분 영상의 질감이 깊게 느껴지곤 하지만, 이 작품처럼 일반 필름의 비중보다 고화질 디지털 촬영 비중이 큰 경우에는 오히려 극장 관람보다 블루레이로 즐길 때 그 질감이 더 살아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글은 최근 출시된 '콜래트럴' 블루레이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두루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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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라는 공간은 외로운 도시와 대비되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곳은 한정된 공간인 동시에, 나만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콜래트럴'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상당히 다층적이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빈센트 (톰 크루즈)와 맥스 (제이미 폭스)다. 전문 킬러인 빈센트는 하룻 밤 사이에 자신이 해치워야할 리스트를 갖고 있고, 이런 빈센트가 평범한 맥스의 택시에 타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먼저 영화가 이야기를 그리는, 아니 캐릭터를 그리는 서사 방식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위와 같이 '택시를 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라고 했을 때는, 이렇듯 본격적 사건이 시작되기 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사건의 시발이 되는 요소들에 대한 설명이 전제되기 마련이다. 이건 친절함과 불친절함을 떠나서 그래야만 좀 더 관객들에게 주인공이 겪는 일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래트럴'이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은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말그대로 빈센트가 택시를 타기 전, 그러니까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기 전의 일반적인 전개라고는, 영화의 말미에 다시 등장할 애니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소개와 더불어 이 대화를 통해 맥스의 성격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는 정도가 고작이다. 영화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그리기에 2시간의 러닝타임이 부족했는지 이렇듯 바로 핵심 사건으로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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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빈센트가 맥스의 택시를 타기 전 장면들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이 부분에서 마이클 만은 L.A라는 도시의 낮시간의 평화로운 모습,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야경을 갖고 있는 도시의 모습도 비춘다. 이것을 단순히 '이랬던 도시가 밤과 새벽에는 더 차갑게 변한다'라는 설명을 하기 위한 대비로만 말하기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역시 외로움과 황량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감성은 택시 문을 닫으며 완전히 바깥 세상과 단절되어 자신 만의 세계를 갖게 되는 맥스의 모습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 택시의 문이 닫히는 순간 맥스는 완전히 자신 만의 공간을 갖게 된다. 맥스에게 택시 안은 L.A라는 지리적 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나 다름 없다. 맥스는 이 곳에서 자신 만의 꿈을 키워가며 더 나은 삶을 꿈꾼다. 택시 기사 일을 오래 해왔음에도 항상 '임시직'임을 강조하는 맥스의 말처럼, 아이러니하게도 택시는 맥스의 꿈을 키우는 공간이긴 하지만, 맥스가 꿈꾸는 세상에 바로 지금의 택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꿈이 모두 휴양지나 섬과 같은 도시 밖에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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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는 택시 안에 있지만, 맥스의 꿈은 택시 밖에 있다)

도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해보자면, 개인적으로 '콜래트럴'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L.A라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본래 뉴욕 맨하튼으로 설정되어 있던 시나리오를 마이클 만이 감독하게 되면서 L.A로 수정이 되었는데, 물론 이는 마이클 만이 L.A의 곳곳을 잘 알고 있는 탓도 크다. 실제로 L.A라는 도시에 있는 특별한 건물, 장소 등은 감독이 단순한 로케이션 이상의 디테일을 구현하는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무엇보다 한인타운, 멕시코계 등 다문화가 공존하는 특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이런 특성은 영화의 줄거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으로 등장할 때 더 큰 의미를 주기도 한다. 마이클 만은 L.A(도시)의 모습을 마치 주인공 그린 듯 묘사한다. 헬기 촬영을 통해 밤 거리를 지나는 자동차들의 동선을 묘사하기도 하고, 새로운 장소가 차창 밖으로 등장할 때마다 포커스를 차장 밖 배경에 맞추고 인물에서는 포커스 아웃을 하는 방식을 매우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런 내용적인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마이클 만이 잡아내는 도시의 야경은 그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실제로 '콜래트럴'을 극장에서보고 나와 지금까지도 가장 깊게 남은 인상은 다름아닌 L.A의 야경이었다. 그 거친 그레인 질감과 더불어 유영하듯 미끄러져 나가는 택시와 불빛과 어둠이 모두 선명한 밤의 풍경은, '콜래트럴'의 가장 매혹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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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 풍경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다시 캐릭터로 돌아와 빈센트와 맥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분명 빈센트와 맥스 두 명다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빈센트에게 조금 더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조금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맥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맥스는 보통 사람을 대변한다고 보면 되겠다. 크게 문제 일으키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나만의 꿈이 있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지만 무언가 꼭 말해야 할 때에는 반대로 잘 나서지 못하고 그냥 속으로 혼자 새기고마는 스타일이다. 

그의 반대로 빈센트는 정반대는 아니지만 여러가지로 반대할 만한 혹은 보완할 만한 성격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빈센트는 프로페셔널하며 자신만의 가치관이 매우 확고한 동시에 자신에게 매우 철저한 사람이다. 결국 '콜래트럴'이 재미있는 건 이 두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이야기 때문이다. 일단 먼저 자신의 결핍을 드러내는 이는 맥스다. 맥스는 연쇄 살인이라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충격적인 사건에 공범에 가까운 처지에 놓여있지만, 그 중간중간 빈센트와의 대화와 행동들에서 무언가 결핍되고 억눌려 있던 부분이 해소됨을 느낀다. 이 둘의 대화는 결국 자신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맥스는 빈센트를 대신하여 살인을 청부한 갱단 두목(하비에르 바르뎀)을 만나게 되었을 때 비로서 억눌렸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빈센트라는 허울을 방패삼아 자신을 표출한다. 그 밖에도 재즈바에 들러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눌 때를 보면, 너무나 이 대화에 천진난만할 정도로 빠져있는 맥스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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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는 빈센트를 만나 잠재되어 있던 자신을 깨우게 된다. 맥스가 겪은 이 하룻밤이 단순히 지옥같은 경험이 될지, 무언가 의미있는 사건이 될지는 더 두고볼 일이나 분명 후자에 가까울 것이라 예상한다)

사실 빈센트와 맥스가 겪는 이 하룻밤의 이야기를 맥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중간중간 비현실적인 수준의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방금 눈앞에서 살인을 하는 것을 보았음에도, 택시 안에서 빈센트와 나누는 대화는 지극히 평범하고 진솔하기까지 하다. 빈센트에게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꿈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 본인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격없이 나누는 상황은, 빈센트가 킬러이기 때문에 공포감으로 인한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무언가 억눌려 있던 자신을 표출하는 능동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저런 무서운 킬러가 뒷좌석에 앉아있는데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저렇게 편하게 나눌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콜래트럴'은 그럼에도 이런 묘사가 매우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서두에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했음에도 말이다. 맥스는 확실히 빈센트를 만나 변해간다. 그것도 이 짧은 시간 동안. 점점 잃어가는 빈센트와는 달리 맥스는 오히려 상황이 진행될 수록 자신을 발견하는 것에 희열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맥스는 빈센트에게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적이자 친구인, 아니 형제인 대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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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은 유난히 택시 안과 밖, 도시와 인물 간의 거리를 깊게 묘사하고 있다. 보케로 흐릿한 도시의 모습과 더불어 칸막이 유리창에 가려 흐려진 빈센트의 반쪽 얼굴은, 이 도시에서 유령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외로운 한 캐릭터를 더 부각시킨다)

빈센트와의 만남으로 인한 맥스의 변화가 긍정적인 것이었다면 빈센트의 경우는 그 반대라고 볼 수 있겠다. 초반 정말 기계와도 같았던 킬러 빈센트는 맥스와의 대화가 깊어질 수록 후회와 더불어 많은 것을 잃어간다. 확실히 잃어간다는 쪽보다는 후회가 늘어난다는 쪽이 더 맞겠다. 자신이 룰에 철저하고 감정따위는 사치로 느끼는 빈센트는 (마이클 만은 빈센트 캐릭터를 이야기하며, '마음의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맥스와의 대화를 통해 역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빈센트가 맥스에게 하는 말들을 잘들어보면 곧 자신에게 하는 혹은 예전의 자신에게 하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질책하는 경우에는, 완벽하지 못함에 대한 질책과 동시에 항상 완벽해야만 하는 (그렇게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회환의 감정도 상당한 경우가 많은데, 빈센트에게서도 그런 감정이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맥스와의 대화가 깊어지면 질 수록 자신이 고수해왔던 규칙을 깨는 일이 잦아지고, 계획되지 않았던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빈센트는 맥스를 죽이지 않는다. 결국 빈센트는 자신을 비춰볼 맥스라는 매개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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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의 시퀀스는 '콜래트럴'의 장면들 가운데서도 가장 감정의 변화가 심하고 캐릭터의 심리 묘사가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빈센트가 맥스와 함께 맥스의 어머니를 병문안 가는 장면은 여러가지를 발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마치 시트콤처럼 유머가 녹아있는 장면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그 이상의 감정선들이 교차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빈센트는 굳이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맥스의 어머니의 병문안을 빼먹지 말고 가자고 한다. 꽃도 사가야 한다며 맥스를 독촉하는데, 어머니에 대한 특별한 애틋함이 발휘되었다기 보다는 (나중에 나오지만 빈센트에게는 어머니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계속 자신이 규칙이 깨어져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에는 큰 기대까지는 하지 않은 방문이었으나 자신에게 더 친절한 어머니의 반응을 보자 빈센트는 화색하며 이 분위기를 더욱 즐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상황에서 맥스가 미묘한 질투와 탄식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마도 맥스는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어머니 곁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홀로 남아 곁을 지켰는데, 처음보는 빈센트에게 자신에 비해 극친절한 모습을 보고는 묘한 질투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빈센트와 맥스의 관계는 마치 한 어머니 아래의 형제에 가깝다. 사실 이런 감정을 포착하기 전에는 맥스가 갑자기 빈센트의 가방을 들고 뛰쳐나가는 것이 단순히 빈센트가 느슨해진 틈을 타 기회를 포착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것보다는 역시 빈센트와 어머니의 만남을 통해 느끼게 된 무력감이 역시 빈센트를 통해 서서히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는 잠재적인 불만에 힘입어 폭발하게 된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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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는 맥스의 택시에 처음 타게 되었을 때 L.A라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하철에서 죽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한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단순히 L.A라는 도시의 이면 혹은 진면목에 대한 냉철한 시선 정도로 볼 수 있었지만, 나중에는 이 이야기가 비단 도시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홀로 외로운 자신의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빈센트는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맥스에게 똑같은 말을 건넨다. 이 수미쌍관 사이에는 이를 뒷받침 할만한 황폐한 정서가 가득하다. 빈센트가 살인을 벌이는 이 하룻밤, 깊은 밤 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살인사건은 생각보다 크게 번지지 않는다. FBI와 경찰이 가담하여 사상이 일어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끝까지 이 둘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영화는 끝까지 이 둘의 이야기로 한정한다. 아니 그것보다는 결국 L.A라는 도시는 이 둘의 이야기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무심하게도 빈센트가 떠나고 맥스가 만나게 된 L.A의 아침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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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콜래트럴'하면 생각나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다)

그래서 글의 제목을 '도시의 외로운 늑대 이야기'로 정했다(하지만 사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은 늑대가 아니라 코요테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도심에서 겪은 적이 있다는 마이클 만의 경험이 묻어난 장면이기도 한데, 이런 단순 에피소드로 생각하기에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가 않다. 한창 가치관의 대립, 캐릭터의 대립으로 열띤 토론을 벌이던 중 맥스는 갑자기 택시를 멈춘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는 거짓말처럼 코요테 한 마리가 이들을 한번 스윽 쳐다보고는 이내 지나쳐간다. 이 순간에는 택시만 멈춰선 것이 아니다. 빈센트와 맥스 역시 마치 시간이 멈춘듯 그대로 멈춰버리고 만다. 맥스의 표정은 조금 의아하다 싶은 정도였지만 빈센트의 표정은 달랐다. 빈센트는 마치 유령을 만난냥 혹은 코요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냥,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한동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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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는 도심 속 코요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마이클 만은 영화적 상황이 아닌 본인이 겪었던 이 상황을 두고 마치 이 곳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코요테가, 이제 겨우 수십년 정도 이 곳에서 살아온 인간들에게, 마치 이 곳이 본래 자신들의 사는 곳이었다는 것을 말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런 느낌은 영화적 상황에서 빈센트라는 캐릭터와 겹쳐 의미깊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빈센트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코요테에게서 자신을 본다. 정신의 장애를 겪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그리고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이 도시라는 곳에 홀로 남겨진 외로운 존재... 이 장면이 더 흥미로운 건 코요테의 출현에 대해 그 이후에 둘다 아무런 말한마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잠시 다른 차원의 포탈이 열린듯, 아니면 무언가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를 영접한듯, 이후 이들에겐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다 (실제 영화에서는 다른 컷으로 이동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맥스가 택시를 다시 출발시키는 장면을 통해 이후 '정적'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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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이클 만...

서두에 이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마이클 만은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중요시한다기보단 놓치지 않는 이 더 맞겠다) 감독 답게 극중에는 노출되지 않는 캐릭터의 배경과 성격 형성을 위해 촬영전 배우들과 많은 연구를 거듭했었다. 그냥 단순히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가족환경이라고 가정해보자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마치 캐릭터의 히스토리를 시나리오로 작업하듯 가정사와 개인사에 대한 부분을 모두 완벽하게 만들어두었다. 그리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그렇다고 삭제 장면으로 촬영되지도 않는) 영화의 앞 상황에 대한 묘사들도 배우들과 논의하여 모두 언지를 주기도 했다. 

한 예로 빈센트의 경우 맥스의 택시를 타기 전, 이미 공항에서 도심으로 오며 다른 택시를 이용했었는데, 이 택시 기사는 빈센트의 마음에 별로 들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빈센트는 맥스의 택시를 타고서, 7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맥스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내기걸 듯 짜증을 풀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맥스는 빈센트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 일종의 '신뢰가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룰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맥스라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이 밤의 중요한 계획을 맡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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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캐릭터를 위해 트레이닝 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톰 크루즈의 경우 빈센트 처럼 프로페셔널한 킬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극중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총격씬의 무한 반복 연습은 물론이요, 실제 전문가들이 받는 트레이닝 과정을 수행하며 직간접적으로 빈센트를 연기할 때 동작에서 자연스레 묻어날 수 있도록 치밀한 준비를 거쳤다. 제이미 폭스 역시 오랜 세월 택시 운전을 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레이싱에 가까운 운전기술을 익히는 등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실제로 총기 액션의 경우 톰 크루즈는 거의 대역없이 모든 동작을 정말 빠르게 소화해냈으며 (스텝들이 하나 같이 그의 손놀림이 정말 빠르다고 칭찬하는 것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제이미 폭스 역시 대규모 총격전 뒤 충격을 받고 클럽을 떠나는 장면에서 직접 부딪히며 빠져나가는 장면을 연기(운전)하기도 했다. 또한 톰 크루즈가 극중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숨기는 것이 가능한 빈센트를 연기하기 위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UPS 배달원으로 분장해 사람들로 붐비는 L.A마켓에서 아무도 그가 톰 크루즈인줄 못 알아보도록 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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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의 격발음 만큼이나 총알이 발사될 때의 리얼한 섬광 표현은 마이클 만 영화의 또 다른 체크 포인트다)

마이클 만 영화를 논하면서 총기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일반 관객은 거의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혹은 굳이 알지 못해도 전혀 상관없는 부분마저도, 총기와 관련된 부분에는 상당한 디테일이 숨겨져 있다. 특히 극중 빈센트는 프로페셔널 킬러이기 때문에 그가 사용하는 총기에 대한 것도 꼼꼼히 체크하고 있으며, 한 때 관객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던 지하철에서 빈센트와 맥스의 난사 장면의 경우도, 바로 이런 총기에 대한 디테일이 숨어 있었음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이 대결에서 빈센트는 자신의 본래 총이 아닌 건물 경비의 총을 사용하고 있었고, 맥스는 사고 뒤 택시 주변에서 발견한 빈센트의 총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빈센트의 총은 지하철 문을 관통할 수 있는 전문가용 총기였으나, 건물 경비원의 총을 사용했다는 것을 뒤늦게 탄창을 교체하려고 하는 순간 알게 된 빈센트가 일종의 짜증섞인 자책과 함께 스스로 무너진 자신을 발견하고는 그만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또한 마이클 만은 극중 등장하는 FBI 전술 요원들이나 클럽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무장 경비들 역시 배우가 아닌 실제 인물들을 출연시켜 리얼리티를 강조했으며, L.A의 지역의 특성을 살린 (실제 갱들간의 경계가 되는 우범지역 등) 로케이션 설정으로, 극장에서 볼 때는 미처 알 수 없었으나 후에 리얼리티와 디테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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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야경을 배경으로한 장면인데 고화질의 HD 카메라를 사용한 탓에 자세히 보면, 저멀리 밤하늘에 떠 있는 구름까지도 표현이 될 정도로 디테일한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본래 장기인 총기만큼이나 마이클 만이 '콜래트럴'에서 신경 쓴 부분은 다름아닌 카메라와 촬영부분이었다. 마이클 만은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디지털 방식의 고화질 HD 카메라를 통해 촬영을 하였는데, 특히 일반 필름보다 빛에 더 잘 반응하는 디지털의 특성 때문에 낮은 광량에도 어두운 거리의 디테일을 실감나고 아름답게 살릴 수 있었다. '콜래트럴'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중 하나가 바로 네온사인과 가로등 불빛들로 인해 갈색 톤을 담은 도시의 야경을 들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은 이런 디지털 촬영 방법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실 마이클 만의 이런 HD카메라 사용은 최근작 '퍼블릭 에너미'에서 아주 극대화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이 작품을 보면 마치 HD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디지털 촬영방식으로 촬영된 영상은 필름 라이크한 느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지게 된다), 이런 경향을 드러내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콜래트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 사용된 HD카메라는 '소니 HDW-F900'과 '톰슨 바이퍼캠 (Thomson VIPER)'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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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의 '콜래트럴'은 좋은 색감과 질감, 그리고 간결한 표면적 이야기 뒤에 숨은 디테일이 많은 그 다운 작품이었다. '히트'는 확실히 걸작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콜래트럴' 이후 마이클 만이 더 좋아진 경우다. 그리고 마이클 만이 추구하려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확실히 블루레이의 고화질로 더 선명하게 표현된다. 어서 그의 이전 작품들 '히트'와 '알리' 등도 블루레이로 정식 출시되길 바란다.

1. 본래는 기존 블루레이 리뷰들 처럼 화질/음질/부가영상 등 전체적인 면까지 정리해볼 예정이었는데, 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진 것도 있고, 촛점이 작품에 완전 집중된 느낌이 있어 그냥 이 부분은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

2. 참고로 의도된 그레인 현상이 깊은 화질은 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더군요. 오히려 그레인을 제외하면 디지털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화질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도 많았거든요.

3. 코멘터리 수록이 무엇보다 마음에 듭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직접 캡쳐하였고,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10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and DW Studios L.L.C, CJ엔터 에 있습니다.





뮤지컬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드림걸즈'는 국내에서는 개봉이 현지보다 늦은 탓에 영화를 실제로 보기도 전에,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등 각종 시상식에서의 수상 장면이나 공연 장면을 먼저 접하게 되었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전미지역에선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수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해도,
그저 팝스타 비욘세와 한물 간 에디 머피가 주연한 코믹 뮤지컬 정도로 생각했었다. 사실 뮤지컬 영화의
광팬 임에도 불구하고 비욘세와 에디 머피가 주연이라는 점만 보고 그저 그런 영화일 것이라는
심각한 판단의 오류를 범해버렸고, '시카고'의 시나리오를 썼던 빌 콘돈을 비롯하여,
브로드웨이의 유명한 뮤지컬 스텝들이 참여하고 있는 그야말로 '정통' 뮤지컬 영화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도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살짝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결국 이 영화 '드림걸즈'가
놀라운 뮤지컬 영화로 기억되는데 있어, 이전에 시시한 영화로 미리 짐작하게 했던 장본인인
이 두 사람의 놀라운 변신이 가장 큰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영화 '드림걸즈'는 다들 알다시피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와 뮤지컬 모두 흑인음악 전문 레이블인 모타운 레코드의 전설적인 그룹이었던
 '슈프림즈(The Supremes)'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슈프림즈'는 그 자체로서도
워낙에 유명한 그룹이었지만, 리드 싱어 '다이애나 로스'가 속했던 그룹으로 더 유명하기도 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는데, 여타 유명 뮤지컬 작품들이 그러하듯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Dreamgirs', 'Steppin' To The Bad Side' 등 주요 수록곡들은
팝 넘버 못지않은 히트를 기록했고, 여주인공이었던 제니퍼 홀리데이(에피 역)는 스타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 사실 국내에서 뮤지컬 '드림걸즈'는 '오페라의 유령' 이나 '캣츠',
'아가씨와 건달들' 등처럼 다른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다 덜 알려졌던 것이 사실인데,
어쩌면 그래서 더욱 영화가 새롭게만 다가왔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자연스레
오리지널 뮤지컬 사운드트랙을 찾아 들어보게 되었는데, 공연을 본 것도 아니고 단순히 사운드트랙을
들은 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원작이 뛰어난 작품인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임에도, 갑자기 초 기대작으로 급선회하게
된 것은 이례적으로 먼저 들어본 사운드 트랙 때문이었다. 사실 영화 사운드 트랙이나
뮤지컬 사운드 트랙 같은 경우, 작품 속에서 듣게 되었을 때, 혹은 작품을 다 감상한 뒤 작품을 떠올리며
들을 때만이 진정한 감흥이 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사운드 트랙을 영화 감상 전에 듣게 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였는데(이상하게 끌렸다 ^^;), '드림걸즈'의 수록곡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그 자체로도 매우 뛰어나고 충분히 훌륭한 팝 음악이었다. 더군다나 모타운 사운드를
너무도 좋아하는 본인으로서는 아련한 모타운 사운드의 향수가 느껴지는 곡들이 가득했다.
사운드 트랙을 듣고 생각하게 된 것은 ‘영화를 보기 이 전임에도 이렇게 곡들이 좋은데,
그렇다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 곡들이 더 얼마나 좋아질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사운드 트랙을 듣고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면, 뮤지컬 사운드 트랙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놀라움이었다.
물론 템포나 세련된 면에서 조금 현재의 음악과는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거의 영화에 수록된 곡들이 별다른 큰 편곡을 거치지 않았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원곡이었다. 특히나 몇몇 곡에서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나 노래 중간에 등장하는
대사들까지 그래도 100% 일치하는 것을 들었을 때, 원곡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 하는 감탄과 동시에,
반대로 영화 '드림걸즈'가 얼마나 원작에 충실하고 원작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곡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세련되게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아무래도, 뮤지컬의 음악을 맡았던 Henry Krieger와 Tom Eyen이 영화 음악을
그대로 맡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라 생각된다.



한 때 전성기를 누렸던 뮤지컬 영화들을 생각하면 최근의 경향은 아무래도 양적에서나 질적에서나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 일 텐데, '드림걸즈'가 재미와 동시에 반가웠던 이유는 바로 전형적인
뮤지컬 영화의 방식을 상당부분 따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뮤지컬 영화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그저 노래나 몇 곡 삽입된 형식들도 일부에서 뮤지컬 영화라고 불릴 정도로
이른바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가 없었는데 (최근 개인적으로 본 작품 중에 진정한 뮤지컬 영화가
 불릴 만한 작품은 '프로듀서스' 뿐이었다), '드림걸즈'는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본 DVD의 서플먼트에 수록된 빌 콘돈 감독의 말에서도 알 수 있지만, ‘노래를 위해서 이야기나
액션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뮤지컬 영화의 일종의 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한 뮤지컬이라던가 대중에게 깊게 각인되지 못한 뮤지컬들이 범하는
가장 대부분의 실수가 인물들이 갑자기 생뚱맞게 노래한다는 것일 텐데, '드림걸즈'의 경우
30곡이나 되는 노래가 삽입되었음에도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같이 자연스러움을 이어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에는, 아마도 주인공들의
직업이 가수라는데 있을 것이다. 감독의 말과 같이 주인공들이 가수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노래하고 하는 모습에 있어 관객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인데, 무대 위와 무대 뒤 쇼비지니스의 어두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드림걸즈'는 이 같은 점에서
장점을 타고 난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슈프림즈'나 '모타운 레코드', '다이애나 존스' 등
실명을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슈프림즈'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다른 캐릭터들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이 영화의 가장 핵심 캐릭터 중 하나인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는 'Jr'라는 호칭해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모타운의 창립자인 '베리 고디 주니어'를 모델로 삼고 있는 캐릭터이다. 베리 고디 주니어의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당시 백인 음악 (디스코)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 흑인음악을 주류로
대두 시키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영화 속 '드림걸즈'의 경우처럼 에피가
메인 보컬로 있던 그룹을 디나를 메인 보컬로 변화시키면서 비즈니스에서 탁월한 재능과 선관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정반대로 위와 같은 상업적인 이유로 인해 팀 불화나 갈등을
만들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으며, 정통 흑인음악이라고 하기 보다는 백인 취향에 맞는
멜로디 위주의 말랑말랑한 사운드로 일부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여담이지만 모타운의 또 하나의 최고의 밴드였던 '잭슨 5 (Jackson 5)' 역시 어느 시점에서
메인 보컬이었던 마이클 잭슨을 부각시키면서 ‘마이클 잭슨과 잭슨 5’로 변모시키며 솔로로서
마이클 잭슨을 부각시키기도 하였지만, 한 편으론 동생만이 크게 주목 받는 탓에 형제간에
불화가 생기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었다). 잭슨 5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중 공연에서
등장하는 남성 5인조 밴드는 누가 봐도 잭슨 5를 모델로 한 그룹이다. 여기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설정 장면이 지나가는데, 무대 뒤에서 마이클 잭슨에 비유되는
어린 메인 보컬이 디나 존스의 대기실 앞에서 몰래 기다리며 옅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 다이애나 로스를 가장 좋아했었고,
더 나아가 다이애나 로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는데,
아주 짧은 순간 지나간 장면이지만, 이러한 관계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에디 머피가 맡은 '제임스 ‘썬더’ 얼리'는 제임스 브라운 (James Brown)을 직접적으로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극중에서 직접적으로 지미가 '제임스 브라운'을 언급한 것으로
보았을 때, 정확히 그렇다기 보다는 제임스 브라운과 재키 윌슨 (Jackie Wilson)을 적절히
결합한 인물로 그려진다. 'Steppin' To The Bad Side'를 부를 때 무대 위에서의 지미의 모습은
제임스 브라운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한 편 후반 부에 'Patience'를 부를 때에는 이 곡이
마빈 게이 (Marvin Gaye)의 'What's Going On'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이라 그런지
마빈 게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드림걸즈'가 완벽한 뮤지컬 영화로 불리는데 큰 공헌을 한 다른 요소들을 꼽자면, 누가 뭐래도
배우들의 열연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말이 나온 김에 지미 역을 맡은 에디 머피의
이야기부터 해보자. 제작진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에디 머피에게
하나의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헐리우드에서 탑 코미디 배우로 연기하면서
한 번도 영화 속에서 본격적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인 적이 없었고, 코미디가 아닌 정극 연기를
펼친 적은 더 없었으며,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한 적은 아마 더 없었을 것이다.

에디 머피 자신도 캐스팅을 제의 받고 2달 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을 정도로,
에디 머피에게 이 영화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에디 머피라는
배우는 새롭게 재조명 되게 되었으며, 그 동안 코미디 배우로만 알았던 그에게 이 같은 재주가 있는 줄
새롭게 알게 된 관객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특히 극 중의 노래들을 직접 소화해냈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점인데, 그간 그가 영화 속에서 노래를 제대로 선보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노래 실력을 알 턱이 없어서 그랬던 것도 있겠지만, 소화해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고난도의
곡들을 맛깔스럽게 불러재끼는 에디 머피의 모습을 보면, ‘와, 이 배우가 내가 그 동안 알고 있던
에디 머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열연을 펼쳤다(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에디 머피는
아주 예전에 솔로 음반을 2장정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예전에 출연했던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 (Coming to America)'에서 그가 불렀던 노래가
바로 재키 윌슨의 'To Be Loved' 였다는 것). 진지한 연기와 더불어 그 놀라운 노래 실력만으로도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이 결코 그냥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드림걸즈'로 인해 가장 주목 받게 되었고, 이 영화에 주인공 한 명을 꼽으라면 그건 누가 뭐래도
에피 화이트 역할의 제니퍼 허드슨 일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그녀는 영화 속 에피처럼 이 영화를 통해 명실공이 스타로 우뚝 서게 되었다
(제니퍼 허드슨과 더불어 에디 머피나 비욘세 역시 극 중 캐릭터들과 너무나도 흡사한 점이
많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노래 실력은 그야말로 가공할만하다.
그녀가 보여주는 열창의 순간들은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곡들이 다 인상적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 장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곡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녀의 보컬과 연기가 최고조에 이른 멋진 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촬영되어 북받치는 감정을 연기하는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비욘세나 제이미 폭스, 에디 머피 등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을 테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에는 모두 제니퍼 허드슨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되는,
'드림걸즈'는 바로 제니퍼 허드슨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드림걸즈'를 보고 있노라면 포커스가 에피 역할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거의 처음 조연을 맡은 에디 머피의 경우처럼 비욘세가 어쩌면 자신이 포커스가 아닌
디나 역할을 멋지게 연기한 것은 보여 지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적인 요소의 중심이나 좀 더 보컬을 뽐낼 수 있는 곡들이 많은 역할도 에피 화이트 역할인데,
(제니퍼 허드슨이 비욘세와 함께 녹음하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던 것처럼)슈퍼스타인 비욘세가 처음부터 에피 역할이 아닌 디나 존스 역할을 원했다는 것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고 욕심을 내지 않은 그녀의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비욘세는 그간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는 하였지만,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그저 팝스타로서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소모하는 것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오히려 팝스타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는 기존의 비욘세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을 때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더군다나 '데스티니스 차일드 (Destiny's Child)' 시절이나 솔로 앨범을 들어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그룹에서나 솔로에서나 비욘세 보컬의 역할은 파워풀한 것에 있는데, 영화 속 캐릭터를 위해
자신의 본래 보컬을 자제하면서 캐릭터에 녹아들어간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제니퍼 허드슨처럼 이렇다 할 상복은 없었지만, 어쩌면 몇 편 못하고 영화의 꿈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를 그녀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비욘세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드림걸즈'는 그녀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단 한 번의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최근 출시된 DVD는 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흥하듯 본편과 서플먼트를 담은 2장의 DVD와 1장의
사운드 트랙 CD를 수록한 패키지로 출시되었는데, 스펙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모두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담고 있다. 2.35:1의 본편 화질은 최근 출시작답게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는데,
6,70년대의 화려한 색상들이 살아있는 색감과 거의 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화질은 DVD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화질이다. '드림걸즈'는 블루레이로도 출시가 되었는데 차세대 미디어의 화질을
생각하지 않는 다면,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화질이라 하겠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수준급이다. 음악이 위주가 된 타이틀이라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노래들은 공연장에 있는 듯 한 공간감과 화려함이 느껴지며,
노래의 보컬 사운드 역시 센터 스피커를 통해 깔끔하고 깊게 전달되고 있다.
DTS가 수록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선명한 노래의 전달과 그 와중에도
적극적인 채널 분리도로 인해 실감나는 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사운드는 별다른 아쉬운 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이번 타이틀이 반가운 점은 사운드트랙 CD가 보너스로 수록된 점 보다, 다양하고 알찬 서플먼트가
담긴 이유 때문일 것이다. 본편 디스크에는 30분이 넘는 미공개 확장씬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영상은 극중에서 잠시 스쳐갔던 노래라던가 장면들은 풀 버전으로 수록하고 있다.
쉽게 말해 노래가 나오는 장면만 따로 감상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딱 맞는 서플먼트라 하겠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메이킹 필름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1장의 디스크에 수록되긴
하였지만 양적으로도 여느 확장판이 부럽지 않은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질적으로도
음성해설 누락의 아쉬움이 잊혀질 만큼 매우 유익한 영상과 인터뷰들이 수록되었다.
'Building The Dream'에서는 전체적으로 원작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영화화가 되기까지의 과정, 주요 배우들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 안무와 음악,
촬영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요목조목 잘 정리되어 담겨있다. 감독인 빌 콘돈과 주연 배우들, 제작자와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음성해설 못지않은 많은 정보들을 전해준다.

의상과 조명에 대해서는 따로 'Dressing The Dreams' 와 'Central Stage : Theatrical Lighting'라는
제목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의상과 조명이 얼마나 영화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 알 수 있는 서플먼트다. 특히 마치 고증하듯 당시의 무대를 제현하는 동시에 뮤지컬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을 카메라에 그럴듯하게 담기 위해 조명에 얼마나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는지도 알 수 있다. 'Auditions And Screen Tests'에서는 비욘세와 아니카 노니 로즈,
그리고 안무를 맡은 파티마 로빈슨 안무단의 오디션과 테스트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극 중에는 등장하지도 않는 노래를 부르며 열창하는 모습과 연기를 동시에 보여준
아니카 노니 로즈의 모습도 인상적이고, 'Steppin' To The Bad Side'의 안무를 펼친 테스트 영상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제작진이 춤은 추지 않아도 된다고 했음에도
미리 한참을 연습해온 춤과 노래, 직접 준비한 헤어와 의상까지, 완벽한 상태로 오디션에 임한 비욘세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반대로 얼마나 비욘세가 이 역할을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드림걸즈'는 근래에 보기 드문 완벽한 뮤지컬 영화였다. 훌륭한 브로드웨이의 원작을 스크린으로
가져옴에 있어서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장점들을 그대로 옮겨오는데 성공했고,
뛰어난 원곡들을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편곡하는 데에도 성공했으며,
뮤지컬의 장점은 모두 흡수하는 한 편, 영화만의 매력 또한 맘껏 뽐낸 작품이었다.
또한 뮤지컬 영화의 팬으로서 왠지 모를 향수와 함께
왠지 모를 미소를 짓게 만드는 흐뭇한 작품이었다.


글  / ashitaka


드림걸즈 (Dreamgirls, 2006)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에야 보게 된 <드림걸즈>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모타운 레코드의 전설의 그룹이였던 '슈프림즈(The Supremes)'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쇼비지니스의 어두운 그늘과 더불어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박진감있고 활기찬 라이브 음악이 넘쳐나는 뮤지컬 영화이다.
그룹 슈프림즈는 다이애나 로스가 소속되었던 그룹으로도 유명한데,
영화 속에서는 '슈프림즈'같이 실존하는 명사들은 그대로 사용되지 않지만,
누가 봐도 알만한 비유적인 상대가 그대로 등장하며, 현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낸 구조를 띠고있다.
 
영화 속 '드림스'는 물론 '슈프림즈'를 모델로 한 것이고,
제이미 폭스가 맡은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역시 모타운의 설립자로 유명한 '베리 고디 주니어'를
모델로 삼은 캐릭터이다.
베리 고디 주니어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에피 화이트의 메인 보컬로 구성되었던 팀을 디나 존스 위주의 팀으로 변화시키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 것처럼, 뮤직 비지니스에서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로
누구나 평가하곤 한다. 실제 슈프림스의 경우도 다이애나 로스의 비중을 점점 높여가며
나중에는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스'가 되어버려, 영화처럼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모타운 최고의 밴드 중 하나였던 잭슨 파이브 역시,
의도적으로 마이클 잭슨의 비중을 높이고, 마이클 잭슨과 잭슨5로 불리게 되면서
불화아닌 불화를 겪었던 사실도 있다).
 
잭슨 5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중 모타운 기념 공연에서 등장하는 남성 5인조 밴드는 누가봐도 잭슨 5이다.
여기서 잠깐이지만 지나간 굉장히 재미있고 중요한 설정하나가 있었는데,
무대뒤에서 마이클 잭슨에 비유되는 어린 싱어가 디나 존스의 대기실 앞에서
기다리며 옅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 다이애나 로스를
가장 좋아했었고, 더나아가 다이애나 로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는데,
아주 짧지만 한 컷을 통해 이 같은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다.
 
에디 머피가 맡은 제임스 썬더 얼리는 아마도 제임스 브라운과 마빈 게이를
적절히 섞어놓은 인물 정도로 생각되는데, 무대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완벽하게 제임스 브라운을 떠올리게 하지만, 극중 얼리의 대사 중에 제임스 브라운을
언급했던 부분이나, 나중에 'Patience'를 부른 것에 비춰볼 때 마빈 게이의 영향도
묻어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놀란 점은 바로 에디 머피의 노래 실력이었다.
비욘세나 제니퍼 허드슨, 제이미 폭스 등의 노래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는 관계로
당연히 실제로 본인이 노래했다는 것에 의심하지 않았지만,
에디 머피의 경우 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난도의 보컬이 요구되는
극중 캐릭터 상 당연히 다른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것은 너무나 큰 오산.
그 엄청난 무대위에서의 노래들을 에디 머피가 직접 불렀다니
이건 정말 최고의 충격이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극중 제임스 썬더 얼리가 부르는 곡들은
결코 쉽지 않은 곡들로 최고의 보컬을 요구하는 노래들인데,
에디 머피는 전문 가수들 못지 않는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이 노래 실력만으로도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겠다.
여튼 그동안 저질 코미디 전문 배우정도로 생각해왔던 에디 머피라는
배우를 '배우'로서 다시 보게 한 순간이었다.



제이미 폭스는 이 영화서 튀지 않지만 가장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역할이라 하겠다.
비욘세나 제니퍼 허드슨 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에디 머피처럼 돋보이지도 않지만,
어쩌면 가장 진지한 드라마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은 제이미 폭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던 가수답지 않게 이 영화에서는 다른 배역들에 비해
노래하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 하지만 단연 연기면에서는
가장 깊은 연기를 펼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림걸즈>를 보고 나면 누구라도 가장 손꼽을 배우는 바로 에피 화이트역의 제니퍼 허드슨이다.
리얼리티 쇼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출연하여 최종 결선까지 올랐던 그녀는,
실제로 최종 우승을 거두지 못했으나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와 캐릭터가
더욱 돋보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
그녀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열창은 이 영화를 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장면들을 다수 만들어내고 있다.
 
여러곡들이 다 인상적이지만 그래도 역시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은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녀의 보컬과 연기가 최고조에 이른 멋진 순간이라 하겠다.
<드림걸즈>는 표면적으로는 비욘세가 돋보이는 영화같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에피 화이트 역의 제니퍼 허드슨을 위한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 따위는 이제 경력을 읊을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가십이 되어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비욘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순전히 제니퍼 허드슨 때문이었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영화는 누가봐도 에피 화이트 역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드라마 적인 요소에서 봐도 그렇고 좀 더 강렬한 열창을 뽐낼 수 있는 역할도 에피 화이트 역할이다.
아마도 여배우라면, 특히 비욘세 같은 슈퍼스타였다면 이 시나리오를 접했을때
분명히 디나 존스 역할 보다는 에피 화이트 역할이 하고 싶었을 텐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디나 존스 역할을 충실히 연기한 것이 그녀에게는 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사실 이전에 비욘세가 출연한 영화들은 그녀가 연기를 했다기 보다는
그녀의 이미지를 소모하는 정도의 케이스라고 봐야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당당히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제니퍼 허드슨이 주요상들을 휩쓰는 동안, 비욘세에겐 이렇다할 상복이 없었지만,
어쩌면 몇 편 못하고 영화의 대한 꿈을 접어야 했을 지도 모를 그녀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드림걸즈>는 얼마전에 봤던 <프로듀서스>와는 또 다른 감흥을 얻을 수 있는 뮤지컬 작품이었다.
뮤지컬 영화의 왕 팬으로서, 또 한 모타운 레코드의 왕 팬으로서
<드림걸즈>만한 영화를 최근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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