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Straight Outta Compton, 2015)

드디어 나온 리얼 힙합 전기 영화



음악 영화 혹은 뮤지션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는 실존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스크린을 통해 만나고 내가 인상 깊게 들었던 그 앨범이 어떤 과정으로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볼 수 있어 특별한 재미를 주는 장르인데, 어쩌면 진작에 나왔어야 할 N.W.A.의 전기를 다룬 작품이 드디어 개봉했다. '네고시에이터 (The Negotiator, 1998)', '이탈리안 잡 (The Italian Job, 2003)' 등을 연출했던 F. 게리 그레이 감독이 연출한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Straight Outta Compton, 2015)'은 N.W.A 음악의 고향인 컴턴 지역을 중심으로 이들의 탄생과 흥망성쇠를 유려하게 그려낸다. 아, 혹시 N.W.A가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겠으니 누구나 알만 한 설명을 하자면, 에미넴, 50cent 등을 프로듀싱하고 그 보다 고가 헤드폰 브랜드의 이름으로 더 유명한 닥터 드레가 멤버로 있었던 그룹이 바로 N.W.A 다. 어쩌면 이러한 접근이 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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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뮤직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N.W.A의 역사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물론 대부분의 전기 영화 (특히 뮤지션의 삶을 다룬 영화)가 그렇듯이 많이 알면 알 수록 더 흥미로운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앞서 유려하게 그려냈다고 얘기했던 것처럼 N.W.A를 그저 고가 헤드폰 브랜드를 만든 이가 속했던 그룹 정도로만 알고 있어도 이 영화를 즐기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전기 영화로서 다른 작품들과 유사한 전개와 방식이라는 점이 조금 흔하게 느껴지는 단점이 될 수는 있겠다. 어쩌면 그렇게 전기 영화의 주인공은 흥망성쇠의 이야기가 유사한지, N.W.A의 이야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음악만 알았던 인물들과 우연히 스타가 되거나, 스타가 된 뒤 음반사와의 계약 문제 (혹은 사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성공을 하면 할 수록 멤버들 간의 갈등이 커지는 등의 이야기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에도 존재하는데, 이건 실화가 그런 것이니 사실 뭐라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이러한 전기 영화의 유사함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음악이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 익숙한 곡들이 어떻게 탄생했는 지를 지켜보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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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가 흥미로운 또 다른 지점은 이 영화가 흑인 영화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렇게 영화가 그들의 인종적 존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N.W.A의 메시지가 본래 그런 것이었다는 것 뿐은 아닐 것이다. 이와 비슷한 느낌은 최근작 '셀마 (Selma, 2014)'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누군가의 전기 영화를 통해 과거를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그 안에는 당시 문제가 되었던 것들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메시지가 겹쳐 있다는 걸 영화도 현실도 부정할 수 없는 듯 했다. 길에서 아무 이유 없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찰들에게 폭력적으로 검문을 당하고 의심 받는 상황은,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완전히 해소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오히려 근본적인 인식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걸 요즘도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인종차별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당시의 사회 문제는 확실히 지금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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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 가장 우려했던 두 가지는, 실제 주인공인 닥터 드레와 아이스 큐브가 제작을 맡고 있어 이야기를 너무 그들 중심으로 미화하지 않을까 하는 점과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려다 지루해 지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둘 다 우려를 불식 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당시 N.W.A를 둘러 싼 디테일한 사실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영화에서 그들이 스스로를 과하게 미화하려 하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 우려와도 연결이 되는데, 어떤 이야기를 일부러 미화하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추장스럽고 지루해 지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는 147분의 제법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을 만큼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지루하지 않을까 라는 우려를 했던 것과 모순적일 정도로,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히려 몇 몇 이야기는 더 깊게 소개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만큼 몇몇 이야기나 인물들은 그저 등장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조금은 빠르게 갈등이 마무리 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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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완성도나 메시지를 다 떠나서 뮤지션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가 좋았느냐 아니냐는 결국 영화를 보고나서 그 뮤지션의 앨범을 바로 찾아 듣고 싶어지는지 아닌지로 결판 난다고 생각하는데,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물론 N.W.A의 데뷔 앨범서 부터 아이스 큐브의 솔로 데뷔 앨범 등 영화가 끝나고 듣고 싶은 앨범 리스트가 가득 했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런 음악 영화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1. 아이스 큐브를 연기한 배우는 워낙 싱크로율이 높아서 놀라웠는데 알고 보니 아들이더군요 ㅎㅎ

2. 추억의 힙합 의류 브랜드들도 반갑더군요. 예전에 한창 사 입던 시절이 생각나서 ㅋㅋ

3. 영화의 마지막 크레딧과 함께 멤버들의 실제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약간의 야심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주로 닥터 드레에 관한 것이었는데, 마치 '내가 이런 일들을 겪고 지금 최고의 자리에 서 있다'라고 직접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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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k2 - Hustle Real Hard

힙합씬의 10년 내공이 어디가랴



도끼(Dok2)의 드디어 발매된 데뷔앨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벌써 이 아이가, 아니 그가 힙합씬에 등장한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좀 뻔한 수식어를 들자면 도끼는 '힙합신동'이었다. 12살 어린 나이에 아이답지 않은 플로우와 캐릭터는, 적어도 겉 멋만 들어서 잠시 힙합바지 좀 끌다가 사라질 아이는 아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했었는데, 솔로 데뷔앨범은 이제야 선보이게 되었지만, 그의 10년은 결코 그냥 보낸 것은 아니었다. 사실 10년이라는 시간이 '엇? 벌써?'라고 느꼈던 이유도 그 동안 도끼의 활약이 왕성하지는 않았더라도 꾸준히 다른 앨범의 참여를 통해 있어왔기 때문이었는데, 그 간의 활동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고 이번 앨범 'Hustle Real Hard'를 들어보면 '힙합씬 10년 내공이 어디가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여러 MC와 프로듀서들과 작업을 해오던 도끼는 올해 초 소울컴퍼니를 나온 더 콰이엇 (The Quiett)과 일리네어레코즈 (Illionaire Records)를 설립, 'Hustle Real Hard'를 발표했다. 드디어 나온 첫 데뷔 앨범답게 'Hustle Real Hard'에는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이야기를 넘치는 자부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뭐 힙합에서 이 정도의 프라이드는 거슬린다기보다는 당연한 것에 가까울 정도인데, 내가 도끼라고해도 10년 만에 내는 데뷔앨범이라면 이런 비슷한 내용들의 가사들로 채우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이야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터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비트와 사운드의 경우는 '역시'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 앨범은 도끼가 전곡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곡의 비트와 가사까지 맡고 있는데, 사실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어린 아이가 랩을 잘한다로 인상적이었다기 보단, 어린 아이가 만든 비트치고는 수준급이다 라는 이유로 인상 깊었던 그였기에 어쩌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 퀄리티와 비트의 만족스러움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 어둡고 무거운 사운드가 주를 이룬 음악이 아닐까 했지만, 그 가운데에 달콤하고 가벼운 비트의 곡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재범 (JayPark)이 피처링한 'My Love'도 좋았고, '음악을 멈추지마' 같은 곡은 훅도 제법 인상적이었다. 하나 좀 아쉬운 부분이라면 Soulja Boy가 피처링한 'Hustle Real Hard'였는데 (동명 타이틀 곡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솔자보이의 피처링의 퀄리티도 그렇고 전반적인 도끼와의 시너지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는 전체적으로 Jay-Z의 음악에서 느꼈던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곡들이 많았는데, 비트나 플로우도 조금 그렇지만 브라스를 적절하게 사용한 음악 때문인 것 같다. 브라스의 적절한 사용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백킹을 담당하는 비트의 세기가 임팩트있게 담겨있어서 전반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즐길 수 있었던 앨범이기도 했다. 역시 이런 분위기를 담은 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라면 더 콰이엇과 Beezino가 피처링한 'Mr.Independent 2'를 들 수 있겠다. 훅도 좋고 세 명의 MC의 색이 각각 잘 표현된 곡이었다. GD를 비롯해 현 아이돌 힙합그룹들에 대한 디스가 포함되어 있어 아마도 이 것이 더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 곡이 표현하려는 것은 디스라기 보다는 독립적인 그들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점을 더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새삼 생각해보게 된 것은 역시 MC나 프로듀서는 피처링만으로는 자신의 역량을 100% 표현하기 어렵고, 자신의 앨범이 되어서야 마음껏 재능을 펼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단점을 더 부각하는 것이 될지언정, 드디어 제대로 된 도끼(Dok2 Gonzo)의 음악을 만났다는 점에서 
'Hustle Real Hard'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소리헤다 _ SORIHEDA
질 높은 자양분을 먹고 자란 싹
 


소리헤다의 셀프 타이틀 앨범을 듣고 처음 떠오른 뮤지션은 역시 Nujabes 였다. 뭐 최근 몇년 간 국내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얘기하면서 누자베스에 대한 얘기는 지겨울 정도로 했으니 여기서 또 본격적으로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떠올랐던 한가지 생각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누자베스를 처음 알게 되었던 2004년 즈음,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 적어도 내가 알고 있던 팀들 가운데 이와 비슷한 음악을 하고 있는 팀들은 없었다. 당시 내가 알고 있던 힙합 혹은 블랙뮤직이라고 하면 선 굵은 음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누자베스를 필두로 Sound Providers, Madlib 그리고 매드립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Yesterday New Quintet 등 (매드립의 프로젝트를 모두 따라다니다가 지쳤던 그 때가 갑자기 주마등처럼...)을 듣기 시작하면서 흔히 말하는 재즈 힙합 혹은 인스트루멘탈에 흠뻑 빠지게 되었었다. 처음 이와 같은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의 느낌은 참 대단했었다. 그래서 그 어떤 장르를 파고 들었을 때 못지 않게 관련 뮤지션들을 무섭게 파내려 갔었는데, 그래도 항상 다시 찾게 되는 것은 누자베스였던 기억이 난다.

어쨋든 오늘 하려는 말은 그 때 나처럼 누자베스를 듣고, 매드립을 듣고 인스트루멘탈을 듣고 자란 이들이 뮤지션이 되어 내어 놓은 음악들이 최근 몇 년간 괜찮은 앨범들로 힙합 씬에 모습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더 이전에도 비슷한 풍의 국내 힙합들은 종종 있어왔지만 사실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흉내내기에 더 가까운 앨범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선보인 힙합 씬의 앨범들은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니라 자신의 색깔을 수줍게 드러내는 동시에 제법 괜찮은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리헤다를 처음 들었을 때 딱 떠올랐던 문장이 바로 저것이었다. '질 좋은 자양분을 먹고 자란 싹'. 썩 좋은 토양까지는 아니었지만 질 좋은 자양분을 먹고 남몰래 쑥쑥 자라왔던 싹들이 이제 막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것 같다는 느낌.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동서양 문화의 퓨전, 아프로 사무라이

'아프로 (Afro)'란 주로 흑인들이 많이 하곤 하는 동그랗게 부풀려진 헤어스타일을 뜻하는 말이고, 사무라이는 일본 전통의 무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렇게 두 단어를 얼핏 겹쳐 놓으면 전혀 접점이 보이질 않는다. 사무라이는 가장 일본적인 것 중 하나이고, 아프로 헤어스타일은 흑인들의 힙합 문화로 미뤄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만나면 기가 막힌 퓨전 스타일이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이가 있었으니, '아프로 사무라이'의 원작자인 타카시 오카자키가 그 주인공이었다. 예전부터 힙합 문화와 음악을 몹시 좋아했던 그는 자신이 생각해오던 이 구상을 간단한 스케치로 처음 표현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만화로 그리고 피규어로 제작되기까지 했는데, 바로 이 피규어에 끌린 제작자가 애니메이션을 제안하게 되었고 TV시리즈를 통해 5화 분량의 1탄이 제작되었으며, 이후 2탄인 '레저렉션 (Resurrection)'까지 제작되게 되었다.




'아프로 사무라이'가 갖는 특별한 위치는 단순한 퓨전이 아니라 (즉, 일방적으로 하나의 문화가 다른 문화를 동경하거나 바라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애초부터 동서양 문화의 퓨전이라는 것이 전재된 작품이었으며, 서양의 스텝들이 동양의 것을 동경하여 오마주를 바치곤 하는 일방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퓨전으로 쓰여졌던 원작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이들이 만든 그 자체로 퓨전인 작품이라는 점이다. 사실 퓨전을 표방하고 있는 많은 작품들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지점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아프로 사무라이'는 적어도 퓨전 이라는 장르에는 매우 충실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단은 아프로 머리를 한 흑인 사무라이의 복수극이라니 이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일단 동양적인 색깔이 가장 많이 묻어나고 있는 면이라면 작품의 핵심적인 이야기 전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아프로 사무라이'의 기본 줄거리는 복수극인데, 이 복수극도 매우 클래식한 복수극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군더더기를 다 버리고 오로지 복수의 여정에만 집중한 전통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오로지 복수 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 '아프로'의 우직한 캐릭터도 그렇고, 그 복수의 여정 가운데 만나게 되는 (그리고 어린 시절 맺게 되는 주변 인물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인물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익숙한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런 단순하고 일방적인 복수극이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아프로 사무라이'는 워낙 이야기 외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요소가 결합된 작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 자체는 심플하지만 힘을 실어준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아주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종이 반전 요소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을 통해 보여지는 세계 외에 존재하는 더 넓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원작자인 오카자키는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마치 '스타워즈'처럼 이 이야기를 단순히 한 두 가지 작품에 국한 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기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에 더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넘버 1, 넘버 2 머리 띠가 처음 생기게 된 유래 라던지, 아프로의 아버지가 넘버 1 머리 띠를 갖게 된 이야기 라던지, 엠티 7의 관한 이야기 등등 이 5편의 이야기와 레저렉션 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가득하다. 과장을 보태자면 이 1편과 2편은 '아프로 사무라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처음 소개하는 입문용 과제일 뿐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이 두 편의 이야기는 분명히 성공적인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다.




서양의 문화가 가미된 부분을 들자면 역시 주인공인 아프로가 흑인이라는 점과 힙합 문화가 작품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역시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힙합 음악의 영향을 들 수 있겠다. 흑인문화와 동양문화 (사무라이 문화)에 모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동양적인 배경과 장면에서도 불쑥불쑥 하드한 힙합 세계에서나 나올 법한 소품이나 설정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것들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이 작품 만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작품을 보다 보면 평소 힙합에 관심이 많은 이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힙합 브랜드의 로고가 스쳐 지나간다거나, 캐릭터가 대사를 라임을 맞춰 랩으로 갑자기 뱉는다던가 하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 이질감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그 기발함에 절로 '씨익'하고 미소 짓게 만든다.


더 스타일리쉬해지고 퓨전의 성격이 짙어진 레저렉션 (Resurrection)

그들 스스로 기존에 선행된 5편의 시리즈를 '아프로 1'이라 불렀다면, '아프로 2'는 바로 '레저렉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레저렉션'은 '아프로 1'보다는 확실히 원작자인 오카자키의 직접적인 영향력에서는 조금 멀어진 작품인 동시에, 오카자키가 처음 보고는 '엇, 키자키 후미노리 감독, 좀 너무 한 것 아닌가?'했을 정도로 더 다양한 퓨전과 스타일이 강화된 작품이다. '레저렉션'은 좀 더 북미 관객들을 겨냥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런 점과 동시에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둔 작품이었음으로 액션 시퀀스 역시 전편보다는 훨씬 현란한 효과들이 사용되었으며, 영상의 퀄리티 측면에 있어서도 더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극장판'의 성격보다는 '아프로 2'의 성격이 훨씬 강한 작품이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들의 설명은 과감히 패스하는 것으로 새로운 이야기의 여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레저렉션'은 반드시 '아프로 1'을 먼저 봐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연대기 측면에서 봤을 때 그대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계속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배경 역시 '아프로 1'은 일본에 국한 되었던 것에 반해 '레저렉션'은 마치 서부영화를 연상시키는 장소와 구성이 등장하는 등 좀 더 자유로워진 측면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프로 1'과 마찬가지로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역시 간과하지 않고 있다. 잔인함의 측면에서나 섹슈얼리티 적인 측면에서 모두 성인용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사지가 툭툭 절단되어 나가고 신체 노출이나 성행위 장면이 등장하는 등 자극적인 요소들도 빼놓을 수 없는 '아프로 사무라이'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측면에서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시리즈를 떠올려 볼 수 있는데(르자 (RZA)가 음악을 맡고 있는 점도 그렇고), 아마도 타란티노의 오마주 가득한 작품들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아프로 사무라이' 역시 비슷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듯 하다.


아프로 사무라이 – 디렉터스 컷 에디션 블루레이

사실 국내에는 정식으로 소개되지도 못했고 (참고로 예전 국내 개봉을 위해 일본의 GDH그룹과 협의를 하기도 했었는데, 열악한 국내 성인 애니메이션 시장 때문에 결국 포기해야만 했었다고 한다. 당시 감독이 직접 극장 판으로 재편집해서 개봉하려고 했었지만 끝내 무산되었다고 한다) 소수의 팬들 만이 열광한 작품이라 국내 BD시장을 역시 감안했을 때 한편으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아프로 1, 2'를 모두 수록한 것은 물론 무 삭제의 감독 판을 수록한 한정 판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럼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아프로 사무라이 – 디렉터스 컷 에디션' 블루레이의 화질 및 사운드, 부가영상에 대해 각각 살펴보자.

Disc 1 : 아프로 사무라이 – 디렉터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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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TV를 통해 방영되었던 작품임으로 아무래도 최신 극장 판들의 화질과 비교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화질이다. 영상 자체가 칼 같은 선명함을 표현하기 보다는 비교적 부드러운 선을 갖고 있는 영상이었음으로 화질 측면에서 '쨍한' 느낌은 덜한 편이다. 색들 역시 선명함 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는데, 비교적 최근작인 '레저렉션'과 비교하자면 블루레이 차세대 화질로서의 강점은 조금 덜하게 느껴지는 편이지만, 제작연도나 작품 고유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이하 2장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돌비 True-HD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최신작인 '레저렉션'에 비하면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 액션 시퀀스에서의 바람을 가르는 효과음이나 시종일관 흐르는 힙합 음악의 전달에 큰 부족함은 없는 편이다. 아무래도 스케일이 큰 극장판을 목표로 한 작품이 아니다 보니 사운드 임팩트 측면에서는 극장용 액션 영화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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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booth'에서는 아프로 사무라이의 시작부터, 다카시 오카자키의 원작 만화가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사무엘 L.잭슨은 주연인 아프로와 닌자닌자의 목소리 연기를 모두 맡고 있는데,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어 제작초기부터 제작과 기획에도 직접 참여했을 정도로 이 프로젝트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에도 사무라이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사무엘 L.잭슨은 이 프로젝트를 처음 알게 된 순간 자신이 무조건 참여하겠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두 명의 주요 캐릭터를 모두 연기한 사무엘 잭슨 만큼이나 인상적인 목소리 연기를 펼친 '저스티스' 역의 론 펄먼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론 펄먼이 연기하는 '저스티스'의 목소리 연기는 그야말로 소름이 끼친다.




'RZA Music Production Tour' 에서는 음악을 맡은 전 우탱 클랜 (Wu-Tang Clan)의 멤버이자 유명한 힙합 프로듀서인 르자(RZA)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 만을 맡은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가 이 퓨전 애니메이션을 완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만큼, 음악 자체에도 스토리를 부여해 음악과 이야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동양과 서양, 사무라이와 흑인 등 다양한 문화의 퓨전이 존재하는 이 작품에서, 음악 역시 소울과 하드록, 그리고 힙합으로 연결되는 음악적 퓨전과 스토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원작자인 다카시 오카자키와 감독은 탈립과 모스 뎁의 (이 둘의 함께 만든 팀이 바로 블랙스타 (Black Star) 다) 팬이기도 한데, 이 작품의 사운드 트랙에는 탈립이 참여하고 있어 오카자키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고 한다. 새삼스럽지만 '아프로 사무라이'는 마치 누자베스 (Nujabes)가 참여했던 '사무라이 참프루'의 경우처럼, 음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점을 이 부가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A Charater Commentary' 에는 주인공인 아프로 사무라이를 비롯해, 닌자닌자, 저스티스, 엠티 7, 오키쿠, 쿠마 그리고 사부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각각의 배경을 만나볼 수 있다. 각각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와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과정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한번 복습하는 느낌으로 감상하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Disc 2 : 아프로 사무라이 – 레저렉션 디렉터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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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작이었던 '아프로 사무라이'에 비해 2009년 작인 '레저렉션'의 화질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특히 전작과 비교를 해보게 되면 이런 우위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는데, 첫 액션 시퀀스부터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터라 말 그대로 '쨍한' 화질을 만끽할 수 있다. 선예도도 높은 편이라 확실한 외곽선과 함께 날카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색감이나 디테일 모두 차세대다운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 이하 3장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돌비 True-HD 5.1 채널의 사운드는 화질에 비하면 전작에 비해 체감하는 우위가 그린 큰 편은 아니지만, 액션 시퀀스가 화려해 진 만큼 사운드 적인 측면도 조금 더 나아진 면을 체크하기에 용이하다. 닌자닌자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사무엘 L.잭슨의 카랑카랑한 대사 전달도 선명하게 전달되는 편이다.

Blu-ray : Special Features





'The Game'에서는 게임 포맷으로 출시된 아프로 사무라이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는데, 게임 아프로 사무라이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바로 '커팅 시스템'을 들 수 있겠다. 기존의 게임들이 특정한 부분 (정해진 부분)을 잘라야만 액션이 이루어졌던 것에 반해,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딜 자를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적의 잘린 모습도 프로그램으로 생성한 것이라 굉장히 다양한 모습으로 잘려나간다는 점이다. 또한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사무엘 L.잭슨을 비롯한 원작의 성우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들 수 있겠다.




'Enter the RZA'는 작품의 음악을 맡고 있는 르자 (RZA)의 음악작업을 엿볼 수 있는데, 첫 번째 디스크에 담겨 있던 르자에 대한 부가영상과는 달리, 아프로 사무라이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보다는 뮤지션이자 프로듀서로서 르자가 평소에 어떤 악기들과 어떤 프로그램들로 음악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과정과 소스들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평소 우탱 클랜이나 르자의 팬이었다면 더 흥미진진한 부가영상 아닐 수 없겠다.





'AFRO in Depth' 에서는 심층분석이라는 제목처럼, 처음 아프로 사무라이라는 캐릭터가 만화화되게 된 과정과 그렇게 만들어진 아프로 피규어를 통해 애니메이션 제의를 받게 된 과정 등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작품 속 중요한 소품 중 하나인 머리 띠의 유래와 의미, 힙합 문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와 작품에 녹여낸 과정, 그리고 극장 판인 레저렉션과 아프로 사무라이의 전체적인 연대기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만났던 이야기가 극히 일부일 뿐이며, 몇몇 캐릭터의 이야기는 이미 정해져 있고, 각각 캐릭터의 엔딩들도 이미 정해두었지만 아직은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이후 '아프로 사무라이'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AFRO Samurai : East Meets West, Part 1' 은 동양에 관한 이야기, 즉 원작자인 오카자키를 비롯한 일본 스텝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극장판을 기획하면서 감독과 제작자들이 이전 아프로 1에서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미처 다 보여줄 수 없던 것을 극장 판에 와서는 북미 관객을 타겟으로 하여 좀 더 도시적이고 힙합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등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제약 없이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존 부가영상들이 원작자인 오카자키나 감독에게 집중되었던 것에 비해 이 부가영상은 해당 분야의 스텝들의 인터뷰가 골고루 수록되어 좀 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관련 지식들을 전해들을 수 있다.





파트 1에서 동양파트를 주로 다루었다면 파트 2인 'AFRO Samurai : East Meets West, Part 2' 에서는 서양 파트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사무엘 L.잭슨을 비롯해 주요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캐스팅과 관련하여 사무엘 L.잭슨과 루시 리우가 일찌감치 참여를 결정해준 덕에 작품 제작이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준다.




'Afro Samurai at : San Diego Comic-Con 2008'에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최고의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코믹콘 행사에 참여한 아프로 사무라이 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장면과 더불어 코믹콘을 찾은 아프로 사무라이의 광팬 들의 인터뷰도 담겨 있다.


총 평

사무라이 주인공의 클래식한 복수극에 힙합 문화가 깊게 드리워진 퓨전 애니메이션 '아프로 사무라이'는, 수박 겉핥기 식의 퓨전이 아니라 근본부터 다른 이해 깊은 퓨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무삭제, 감독판으로 출시된 블루레이 패키지는 현재 국내 블루레이 시장을 고려했을 때 작은 '사건'이라 불러도 좋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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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o One _ Kinetic World
질감이 느껴지는 비트


케로원 (Kero One)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한참 언더그라운드 힙합, 인스트루멘탈, 재즈 힙합에 관심이 많아 Madlib이나 Nujabes의 음반을 구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을 때였다. 아마도 처음 케로원의 음악을 들었던 이들이라면 그의 국적은 오히려 나중에 알게 되어 인식하게 된 경우가 많았을텐데, 나 역시 조금 나중에야 그가 한국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음악에 있어서 국적이라는 것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케로원의 경우처럼 사실상 가요의 영역에 한 번도 속하지 않은 뮤지션이라면 더욱) 어쨋든 본토의 힙합과 전혀 공기가 다르지 않은 비트에 살짝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케로원의 음악은 그냥 본토의 힙합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에게 '한국계'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조차 그의 음악에 또 다른 선입견을 주는 것이 아닐가 싶기도 하다. 

그의 데뷔작 'Windmills of The Soul'은 당시 즐겨듣던 다른 유명 뮤지션들의 음반과 비교해도 크게 감흥이 떨어지지 않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재즈힙합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따듯함과 아날로그의 공기가 느껴졌으며, 역시 랩핑이나 피처링보다는 비트가 더욱 돋보이는 앨범이었다.




그리고나서는 한 동안 케로원의 음악을 잊고 지냈었는데, Nujabes가 떠난 올해 그의 새 앨범 'Kinetic World'를 만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피처링한 것으로 더 화제가 되고 있는데, 에픽하이의 최근 앨범을 리뷰하면서 Nujabes를 언급했던 것처럼,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음악적 교류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사실 앨범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가장 많이 좌우하는 순간은 처음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 때 흘러나오는 그 첫 경험의 순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Kinetic World를 플레이어에 넣고 처음 흘러나오는 'Let Me Clarify'를 들었을 때 저절로 '와!'하는 짧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처음 재즈힙합을 듣게 되었던 그 때보다는 훨씬 경쾌해진 분위기였지만, 심플하면서도 따듯한 '그 느낌'이 단번에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느낌은 앨범 전반에 걸쳐 드리워져 있어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앨범과 동명 타이틀곡인 'Kinetic World'는 후렴구의 브라스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다. 요 몇년 사이 들었던 힙합 곡 가운데 인상적인 곡에는 거의 모두 브라스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는 기억을 되짚어 볼 때, 이번 케로원이 사용한 브라스 파트도 매우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따듯함 하면 이 곡을 떠올려야 할 것 같은데 바로 'On Bended Knee'이다. 재즈 기타의 선율은 '따.듯.함' 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절로 그루브를 타게 하는 (담 넘는 듯한) 이 잘게 나눈 비트는 세련됨을 더한다. 언제 어떤 기분에서 들어도 청자를 위로해줄 그런 곡이 아닐까.




'My Devotion'은 일렉트로닉한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이 곡 역시 기타리프가 곡을 이끌고 있는데, 기존 케로원 하면 떠오르던 따듯함은 조금 사라진 느낌이지만, 새로운 케로원을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이라 하겠다. 'Missing You'는 간결한 피아노 선율과 역시 간결한 드럼 비트가 인상적이며, 'Time Moves Slowly'는 케로원의 곡이라기 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힙합 뮤지션의 앨범 그 어디에선가 들어봤음직한 인상을 풍긴다. 왜 힙합 앨범을 여럿 들어본 이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지만, 5~9번쯤 사이에 이런 분위기의 꼭 한 곡이 수록되곤 한다 ㅎ 

'Asian Kids'는 굉장히 의식적으로 만든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목부터가!) 타블로를 비롯해 케로원 처럼 한국계 미국인 힙합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이다. 한 가지 이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있었다면, 어차피 'Asian Kids'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면 전체는 아니더라도 우리말로 된 플로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The Fast Life'는 아날로그한 느낌의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끈적한 여성 보컬과 어우러져 있는 곡인데, 확실히 이 곡은 미래적이라기 보단, 미래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음에도 결국은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신디사이저를 사용해도 아날로그를 살려내는 것이 케로원의 장점이 아닐까. 




한국판에는 11곡 외에 'Goodbye Forever'의 리믹스 곡이 보너스트랙으로 수록되었는데, 전작을 인상 깊게 들은 팬이라면 좀 더 특별했을 보너스 트랙이 아니었나 싶다. 

마치 앨범 커버의 그 따듯한 질감과 색감처럼 전체적으로 따듯함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케로원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앨범이었다. 해설지에 있는 것처럼 확실히 기존 앨범들보다는 보컬이 추가된 부분이 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시 금 예전의 재즈힙합의 전성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인스트루멘탈로만 꽉 차여진 케로원의 새 앨범도 기대해본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Drake - Thank Me Later
깔끔하게 잘 빠진 Drake의 정식 데뷰앨범



지난해 몇번의 Mixtape에 수록된 싱글들을 통해 큰 히트와 관심을 일으켰던 캐나다 출신의 드레이크 (Drake)의 정식 데뷰 앨범이 최근 발매되었다. 사실 드레이크가 한창 싱글 컷 곡들을 내놓고 히트를 기록할 당시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어보질 못했었는데 최근, 뭐 들을 만한 블랙뮤직 없나 기웃 거리던 중 심플하지만 흑인음악 냄새 물신 나는 자켓에 끌려 들어보게 된 앨범이 그의 데뷰앨범 'Thank Me Later'였다. 막상 이렇게 뒤늦게 알고 보니 왜 이제 알았나 싶을 정도로 드레이크 본인은 물론 그의 주변과 그의 음악 친구들은 다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더라.

모타운에서 발매된 'Thank Me Later'를 처음 완청한 첫 느낌은 '깔끔하다'라는 것이었다. 익숙한 것과 트랜드를 모두 반영하고 있고, 참여하고 있는 화려한 프로듀서 진들이 말하듯 한 장의 앨범으로서 손색이 없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드레이크의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좋다!'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단점을 꼽자면 아주 새로운 것은 없는, 그러니까 기존 익숙하고 블랙뮤직 팬들의 구미가 당길 만한 요소들을 적절히 받아들여 자신의 색깔을 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Thank Me Later'를 듣다보면 곡의 구성이나 사용된 소스 혹은 전개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다른 곡들을 많이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것과 표절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니까 칸예가 처음 등장했을 때 혹은 팈버랜드가 팀버레이크와 퓨처 사운드를 집대성하여 발표했을 때와 같은 설레임과 신선함은 없지만, 최근 블랙뮤직 신에서 유행하는 알짜 요소들을 그저 모아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색으로 버무렸다는 점에서, 어찌되었든 충분히 만족할 만한 앨범이다.

첫 곡 'Fireworks'부터 알리시아 키스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심플한 듯 하지만 비트와 코러스, 랩핑과 멜로디가 은근히 복잡하게 배치되어 있는 곡인데, 나쁘지 않은 곡이지만 앨범의 첫 곡으로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Karaoke'는 잘 만든 비트 하나가 열 멜로디 부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심플한 구성의 곡인데, 이곡의 80% 이상은 기본 비트의 반복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곡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효과가 깊게 깔려 있는 구성이 연달아 등장하는데, 이후 등장하는 곡들에 비하면 드레이크 특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엔 조금 부족한 선택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이번 앨범에 정감을 갖게 되는 건 역시 'Over'서 부터다. 칸예 웨스트의 앨범에 수록되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의 곡은, 현이 가미된 후렴구와 절로 그루브를 타게 하는 래핑이 인상적인 곡이다. T.I와 Swizz Beatz가 피처링한 'Fancy' 같은 곡도 곡이 참 깔끔하게 잘 빠진 경우다. 이 앨범에는 밝은 분위기의 곡들과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이 50:50 정도로 수록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드레이크의 랩핑은 밝은 분위기에서 더 빛이 나는것 같다. 'Light Up' 역시 조금 어두운 분위기에 속하는 곡인데, 이 곡엔 무려 Jay-Z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면 전체적으로 좀 쳐진다 싶을 때 Jay-Z의 목소리를 듣고 잠이 좀 깨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Jay-Z가 피처링한 'Light Up'보단 Lil Wayne이 피처링한 'Miss Me'의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든다 (역시 힙합 비트엔 브라스가 눈꼽 만큼이라도 포함되어야 분위기가 좀 더 극적으로 산다 ;;). 칸예가 쓴 R&B 넘버 'Find Your Love'는 차트를 노린 듯 멜로디 라인과 보컬이 상당히 대중적으로 전개된다. 실제로도 빌보드 싱글차트 5위까지 올랐다니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룬 곡이 아닐까 싶다. 블랙뮤직 앨범은 가끔 앨범의 맨 마지막에 보석 같은 곡을 수록하곤 하는데, 보석까지는 아니지만 'Best I Ever'는 엔딩 곡으로 아주 적절한 분위기의 곡이다(블랙뮤직 많이 들어보신 분들은 이 느낌이 어떤 느낌이신지 아실듯. 더 쉽게 설명하면 Common 앨범의 마지막 곡을 상상하면 된다).

Drake의 정식 데뷰앨범
'Thank Me Later'는 서두에 밝힌 것처럼 참 잘 빠진 R&B/Rap 앨범이다. 물론 버릴 것 하나 없을 정도의 완벽한 앨범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지루하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즐길 수 있을 만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Drake - Thank Me Later

01. Fireworks (featuring Alicia Keys)
02. Karaoke
03. The Resistance
04. Over
05. Show Me A Good Time
06. Up All Night (featuring Nicki Minaj)
07. Fancy (featuring T.I. and Swizz Beatz)
08. Shut It Down (featuring The-Dream)
09. Unforgettable
10. Light Up (featuring Jay-Z)
11. Miss Me (featuring Lil Wayne)
12. Cece's Interlude
13. Find Your Love
14. Thank Me Now

15. Best I Ever




Drake - Ove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R.I.P Nujabes
너무 일찍 가버린 천재 프로듀서


누자베스 (Nujabes)를 처음 알게 된 것도 따져보니 벌써 수년이 흘렀다. 한창 언더그라운드 힙합, 인스트루멘탈 음악에 빠져있을 때 Madlib과 그의 여러 프로젝트 앨범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바로 누자베스의 음악이었다. 누자베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편이다. 그 당시 처음 접했던 그 장르의 음악들이 대부분 그런 경향을 띄고 있기도 했지만, 누자베스의 음악은 단연 그 중 최고의 선율이었으며 범접하기 어려운 선구적인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다. 힙합 음악이라는 것이 이렇게 감성적일 수도 있고, 다양한 음악들과 어울려 크로스오버를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단순히 그의 음악을 적절한 샘플링과 다양한 장르의 이해 정도로 설명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하겠다.

물론 누자베스가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에도 가장 타 뮤지션들보다 잘했던 것은 이런 샘플링과 타 장르(특히 재즈)와의 결합을 들 수 있겠다. 그의 예전 앨범들은 지금와 들어도 굉장히 선구적인 것인 물론, 최근 나오는 비슷한 장르의 프로듀서들에게서도 좀 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결과물들이다. 그의 음악은 흑인 음악(힙합)이 꺼려지는 재즈 팬들에게 '아, 힙합이라는 음악이 단순히 과격한 랩만 있는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으며, 재즈를 단순히 어렵게만 생각했던 힙합 팬들에게 '아, 재즈라는 것과 힙합이라는 것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구나'라는 것을 알려준 가교 역할을 한 음악이었다(하긴 따지고보면 힙합계에서 재즈라는 장르가 가까운 하나의 울타리로 여겨진 것은 오래 되었다 할 수 있겠다).

재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 스스로가 범한 우를 지적하고 넘어가자면, 사실 흑인 음악은 들으면 들을 수록 힙합, 재즈, 블루스 등으로 구분하기가 매우 애매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근원을 따지자면 이들 모두가 하나의 뿌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각 장르마다 음악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동반된 뮤지션들의 앨범을 듣다보면, 결국 다 '흑인 음악'이라는 하나의 대장르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깊은 이해를 동반한 음반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가장 뛰어난 앨범 중 하나가 바로 누자베스의 앨범들이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흑인음악은 물론 다양한 뮤지션들과 장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누자베스의 음악은 그냥 어렵기만한 음악은 결코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음악적 지식의 최고 수준을 가르치듯 펼쳐놓은 음악이 아니라, 마술 같은 비트 위에 리스너들이 쉽게 물들 수 있도록 비교적 친절하게 풀어놓은 선구자의 음악이었다.

개인적으로 힙합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찔끔거린 것은 그의 음악이 아마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뭐랄까, 누자베스의 음악은 따스함으로 감동 받게 하는 그런 음악이었다. 여러 음악적 기교 역시 훌륭했지만 그런 음악적 퀄리티를 담아낸 그릇은 참으로 따스한 감수성이었다. 빠른 비트와 랩 플로우로 진행되는 곡들도 베이스에는 따스함이 존재한다. 그래서 누자베스의 음악을 떠올리면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볕 좋은 오후' 같은 평화로운 그림이었던 것 같다.

그런 누자베스의 사고 소식이 오늘 들려왔다. 교통사고라길래 처음에는 그냥 사고 소식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사망이란다. 며칠 전 에픽하이의 새 앨범을 이야기하면서 누자베스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또 그에 대한 글을 쓰게 될지는 몰랐다. 그의 사고 소식에 혼란스러워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CD장의 그의 앨범을 찾아보았는데, 제법 많이 있다고 생각했던 그의 앨범을 딱 두 장밖에는 소장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왠지 떠난 그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그의 음악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제 내 손에 남은 건 저 두 장의 앨범 뿐이라는 사실이 왠지 쓸쓸하다.

정말 보석같은 많은 곡들이 있지만, 슬픈 곡 보다는 무한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Modal Soul' 앨범의 마지막 수록록 'Horizon'을 남겨본다. 이제 이곳이 아니라 지평선 저 너머에서 편히 쉴 그를 추억하며.


Rest In Peace.
Nujabes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다이나믹 듀오 (Dynamic Duo) - 5집 - Band Of Dynamic Brothers

01. 그림에 떡(dynamic sinsa rangers)
02. 돈이다가 아니야(get money) feat. 강산애
03. 두꺼비집(one more drink) feat. 0cd
04. 잔돈은 됐어요(keep the change) feat. Garie of leessang, bumky of komplex
05. 죽일 놈(guilty)
06. 왜 벌써가(be my brownie) feat. Bumky of komplex
07. biggestmagicalvision
08. 불꽃놀이(fireworks)
09. 사우나(sauna) feat. e-sens of supreme team
10. 월광증(moonstruck) feat. Simon D
11. 퉁 되는 brothers(the toong bros) feat. Topbob of komplex
12. ugly
13. 끝(apoptosis)
14. 청춘(spring time) feat. 김C


1. 리쌍의 신보에 이어서 또 한 번 반가운 국내 힙합 신보를 만날 수 있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개코와 최자. '다이나믹 듀오'. 뭐 힙합 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들의 음악을  CB MASS 때부터 좋아하시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CB MASS보다는 다듀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여기에는 물론 이 둘 말고 다른 멤버가 저의 여신 효리양과 사귀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니 맞아요).

2. 이번 다듀의 신보는 잘 알려졌다시피 군대가기 전에 마지막 정규 앨범으로서 팬들과 다듀 스스로에게는 좀 더 의미가 큰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죠. 평소에 센스 만점인 이들이 입대라는 사건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역시나 센스 만점인 자켓 이미지나 마지막 무대였던 M.NET무대의 피날레를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퍼포먼스로 마무리 한 것은 정말 기가 막혔던 것 같습니다. 무대에 와있던 십대 소녀들은 '뭥미?'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그들의 팬이자 전후사정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역시 다듀!' 했던 퍼포먼스 였습니다. 아, 그리고 이 자켓은 얼핏보면 그냥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군입대를 다큐 스타일로 패러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잘 보면 이 것 외에도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프라모델의 대표회사인 '아카데미'의 프라모델을 패러디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실제로 저런 밀리터리 프라모델 들을 참 많이 가지고 놀았던 저로서는 딱 보는 순간 '엇, 아카데미!' 했지요 ㅎㅎ

3. 다듀의 음반을 들을 때 마다 매우 새삼스럽게 느끼는 거지만, 개코의 목소리는 정말 보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리쌍의 게리의 목소리도 그렇지만, 개코의 목소리는 아마도 지금보다 플로우가 좋지 못했더라 하더라도 충분히 인상적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독특한 보이스 컬러 만으로도 절반 이상의 퀄리티를 들려준다 해야겠죠. 비슷한 비교대상이 없다는 것 만으로도 개코의 랩은, 다듀의 음악은 강점을 갖는다 생각되네요.

4. 다듀는 플로우도 정말 좋지만 가사 역시 정말 좋은 힙합 뮤지션이죠. 리쌍의 가사가 굉장히 구구절절 현실적이라면 다듀의 가사는 현실적이면서도 센스가 넘친 달까요. 비슷한 나이의 리스너라면 너무도 쉽게 공감할 만한 내용들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동시에, 마치 인터넷에서 센스 넘치는 카툰을 보았을 때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것처럼, '아, 맞아, 그랬었어'라고 공감하게 되는 공감대와 세련됨을 동시에 갖춘 가사인 것 같아요.

5. 자꾸 리쌍과 비교해서 좀 그렇지만, 적어도 피처링 요소만큼은 다듀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싶네요. 강산에가 참여한 ''돈이다가 아니야' 같은 경우 완벽히 강산에의 독특한 보컬이 다듀의 음악에 스며든 느낌이고, 마지막 트랙인 '청춘'의 경우 원곡이 뜨거운 감자의 곡이긴 하지만 다듀 만의 느낌으로 완벽히 편곡된 경우죠.

6. 다듀가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들어왔었는데, 이번 앨범에도 칸예의 색깔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네요. '두꺼비 집' 같은 경우는 시작부터 완전 칸예 스타일이죠. 칸예 앨범에 수록되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죠 ㅎ

7. 이번 앨범에서 딱 듣는 순간 '이게 바로 다듀 스타일이다'라고 느꼈던 곡은 바로 '잔돈은 됐어요'죠. 한 때 국내 힙합은 너무 라임(각운) 맞추기에 열을 들여서 촌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냈는데, 이 곡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그냥 이야기를 술술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라임은 다 포함하고 있는 매우 세련된 곡 구조를 보여주죠. 이 곡은 또한 완벽한 컨셉 곡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상황에 맞는 가사와 한 명 씩 치고 빠지는 구조가 완벽한 곡으로서, 개인적으론 이번 앨범에 베스트 트랙으로 꼽고 싶습니다.

8. '왜 벌써가' 같은 곡도 상당히 세련된 느낌인데, 세련되었다는 것은 잘못하면 해외의 어떤 어떤 곡과 비슷하다는 느낌과 직결되어 있기도 한 듯 합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의 힙합 곡은 상당히 많거든요. 힙합을 조금이나마 들으셨던 분들이라면 '오~ 다듀가 세련되게 만들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너무 익숙하다'라고 느끼기도 할 듯 싶네요. 그 정도를 다듀는 비교적 잘 지키는 편이라고 생각되는데, 매번 아슬아슬 한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이런 아슬아슬함을 잘 보완해주는게 바로 유니크한 가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구요.

9. 매번 그랬던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역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려는 다듀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그저 말랑한 힙합과 강한 힙합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으로 (또한 그에 어울리는 가사로)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고 있는데, 몇몇 곡은 장르에 취한 나머지 좀 심심한 느낌이 있기도 하지만, 모든 트랙을 킬링 트랙으로 만들 필욘 없잖아요 ㅎ

10. 어쨋든 매 앨범 빼놓지 않고 들었던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을 몇 년간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좀 허전한 마음이 벌써부터 몰려오네요. 그런데 한 편으론 벌써부터 군대 제대하면서 센스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그들이 떠오르네요! (아니 휴가 나와서 휴가 퍼포먼스를 웹상에서라도 보여줄라나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Q-Tip _ The Renaissance

1. Johnny Is Dead 
2. Won't Trade  
3. Gettin Up   
4. Official   
5. You   
6. WeFight / WeLove   
7. ManWomanBoogie  
8. Move  
9. Dance On Glass   
10. Life Is Better   
11. Believe 
12. Shaka


사실 이 앨범을 들으려고, 블랙뮤직을 들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눈에 확 들어온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Q-Tip이었다. 힙합음악을 비롯해 R&B, Soul 앨범들을 듣다보면 Q-Tip의 피처링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 정작 그의 솔로 앨범을 제대로 들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실제로도 1999년에 발표한 [Amplified]앨범 이후에 거의 10년 만에 내는 앨범인듯 하다).

여러 피처링을 통해 Q-Tip만의 독특한 래핑과 라임에 흠뻑 빠져있었는데, 이렇게 그의 솔로 앨범을
풀로 감상하니 더 감회가 새로운 것 같다. 가끔 피처링에서는 매우 훌륭한 실력을 선보이던 MC들도
정작 자신의 앨범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 Q-Tip의 앨범은 이와는 반대로 피처링만으로는 다 들려줄 수 없었던 그의 장기를 잘 펼쳐보인
앨범으로 생각된다.

일단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면면을 보면 실망을 줄래야 줄 수 없는 이들이다.
고인이 된 J Dilla와 Q-Tip이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고,
Raphael Saadiq, Norah Jones, D'Angelo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다.

복고스런 샘플링의 후반부와 반복되는 리듬이 인상적인 'Won't Trade'를 비롯해,
첫 번째 싱글인 'Gettin' Up'은 미니멀하면서도 인상적인 베이스라인과 대중적인 곡 진행으로
이른바 타이틀곡으로 적합한 곡인것 같다.
다음 곡 'Official'부터는 마치 Nujabes류의 분위기를 조금씩 풍기기 시작하는데, 'You'에 달해서는
피아노 반주까지 흘러나와 더더욱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얼마전 새앨범을 들고 나와 몹시도 반가웠던
라파엘 사딕이 피처링하고 있는 'WeFight / WeLove'도 전반부의 Q-Tip의 랩과 후반부의 라파엘 사딕의
멜로디가 잘 어울리는 곡이다(여기서 라파엘 사딕은 마치 마이클 잭슨처럼 노래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Move'라는 곡은 낯설지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곡은 Jackson 5의 'Dancing Machine'을 샘플링한 곡이다.
'Dancing Machine'의 인상적인 도입부를 여기서도 잘 살려내고 있다.

'Life Is Better'는 노라 존스가 피처링하고 있는 곡인데, 얼핏 생각했을 때 컨트리/재즈 보컬인 그녀와 비트있는
힙합음악이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이 곡에서 노라 존스는 적어도 그녀의 앨범에서처럼 노래하고 있지는 않다.
상당히 그루브있게 끊어가며 노래하고 있는데, 곡의 비트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모르고 듣는다면 이 목소리가 노라 존스라고 100% 확신하기는 어려울 정도다(물론 그녀 특유의 여유가 목소리에서
여전히 느껴지기는 한다). 'Believe'는 디안젤로가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곡인데, 다른 곡들에 비해서는
그렇게 상생의 에너지가 극대화되지는 못한 것 같다. 곡도 나쁘지 않고 디안젤로의 보컬도 여전히 멋지지만
곡 자체가 짧은 것도 있고 완벽하게 어울리는 곡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최근 들었던 힙합 앨범 가운데는 가장 들을 만한 앨범이었던 것 같다.





Q-Tip _ Gettin' Up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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