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라이스 내한공연 (Damien Rice)

기타 하나로도 가득했던 전율 그리고 재미



펜타포트에서 거의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최종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만남의 기회가 미뤄졌었던 데미안 라이스 (Damien Rice)의 내한 공연이 바로 엇그제 있었다. 개인적으로 데미안 라이스는 포크 뮤직에 서서히 빠져들 때쯤 2002년 자연스럽게 알게 된 뮤지션이었는데, 남들처럼 영화 '클로저 (Closer. 2004)'로 인해 알게 된 경우는 아니었지만 인상 깊게 본 영화로서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까지는 말 못 하겠다. 어쨋든 U2나 Radiohead 같은 밴드들의 내한 공연은 매번 꿈꾸면서도, 정작 그 만큼이나 좋아하는 데미안 라이스 같은 포크 뮤지션의 내한공연은 별로 꿈꿔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스케일과 임팩트를 자랑하는 대형 록밴드나 뮤지션들의 경우야 '라이브'에서만 전달 받을 수 있는 감흥이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금만 좋아하더라도 '꼭 한 번 실제로 보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음반만으로 전달하는 감성의 순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는 포크 뮤지션의 경우는 아마도 조금 덜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이 예상이 빗나갈 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긴 했지만, 이건 그냥 빗나간 정도가 아니었다. 데미안 라이스는 '라이브'에서만 전달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식들을 모두 걷어낸 채 홀로 무대에 섬으로서, 라이브가 전달하는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만들어 냈다.





퇴근하고 겨우 시간을 맞춰 도착한 저 끝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 대부분의 내한공연이 그러하듯 정시에 시작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고 오프닝 게스트가 누가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오프닝 게스트가 나올 법한 시간 (8시 10분쯤?)에 누군가가 어두운 무대 위로 홀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준비된 기타를 매고 첫 곡을 부르기 시작했으니, 바로 데미안 라이스였다. 뭐랄까. 아직 예열도 다 안끝난 상황에서 등장한 탓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런 분위기는 그가 노래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바로 진정되었다. 멘트 없이 바로 Delicate를 연달아 불렀는데, 이 때 부터 급격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몇 곡을 거의 멘트없이 바로 이어서 홀로 불렀는데, 이 때 까지만 해도 '아, 계속 이렇게 멘트 없이 노래만 듣는 공연도 괜찮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한 데미안 라이스. 그 본격적인 시작은 'Volcano'였다. 자신과 함께 노래부르고 싶은 사람은 무대 위로 올라오라는 말에 처음에는 다들 동요하지 않자, 나는 50명이 넘는 사람과도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해 봤다고 관객들을 부추겼고, 결국 이를 넘은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 그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Volcano'를 나눠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올림픽 홀 같은 큰 공연장 보다도 이렇게 사람들에 둘러쌓여 부르는 그림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었기에, 이 장면은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예전 지산에 벨 앤 세바스찬이 왔을 때 관객들을 무대 위로 올려 함께 춤추던 그 날의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을 정도로, 소박하지만 너무나 행복한 장면이었다.





이후 피아노 연주로 들려준 'Rootless Tree', 그리고 이 곡이 어떤 이야기를 통해 탄생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한참이나 들려준 후에야 시작된 'Amie'까지. 이 때부터 앞서서 예상했던 '그냥 멘트없이 노래만 들어도 좋겠다'라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영어로 진행되었음에도 상당히 자세하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결국 데미안 라이스는 단순히 에피소드를 설명해주기 보다는 '사랑 (Love)'이라는 가치에 대해 남녀가 겪게 되는 일들, 가슴을 떨리게도 혹은 가슴을 찢어 놓을 때도, 화를 내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오묘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재미있는 건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었고 그냥 멘트 수준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준이었는데도 짧은 영어 실력으로 거의 다 알아들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는데 95% 이상 이해해버린 자신에게 놀라는 계기이기도 했다 ㅋ 어쨋든 그래서인지 그냥 음반으로 듣던 Amie와는 전혀 다른 Amie를 이 날 듣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이 좋았는지 아니었는지는 각자 달랐을지언정 말이다 ㅎ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이 경이로웠던 것은, 그 구성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포크 뮤지션들의 공연을 가본 적이 있긴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완전히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가는 공연은 데미안 라이스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드럼을 비롯한 세션 한 명 없었으며, 그렇다고 미리 사운드를 깔고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정말로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 데미안 라이스와 피아노 연주, 이렇게만 구성된 공연이었다. 공연에 오지 못한 분들은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저렇게 진행되었다면 몹시 심심했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텐데, 믿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무대에 비해 큰 홀이었던 올림픽 홀이 데미안 라이스 한 사람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가득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오히려 락 적인 요소가 강한 곡에서는 가끔씩 조명이 조금 화려하게 구성되었었는데, 이마저도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충분한 공연이었다. 특히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곡들 간의 느낌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 그의 음악으로 미뤄봤을 때, 두 시간을 혼자 가득채운 라이브는 경이롭다고 밖에는 할 수 없겠다.





공연을 가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쓸쓸함에 흠뻑 취해 눈물을 흘리고 오겠다'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오롯이 전하는 그의 울림에 눈물이 글썽였다. 이런 경험은 흔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올림픽 홀 정도의 규모 공연장에서 관객 거의 전부가 완전히 숨을 죽인 채 슬픔의 감동을 받고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뮤지션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공연과는 다르게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오는 임팩트는 조금 덜했다. 이건 곡들을 잘 몰라서도 아니고, 감동을 덜 받아서도 물론 아니었다. 다른 공연들에서 받았던 감동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지. '와~'하는 감동이 아니라 이미 곡을 들으며 마음으로 울게 만든 그의 곡에게 보내는 또 다른 찬사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본 공연 마지막 곡으로는 'Cannonball'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이크도 쓰지 않고 기타도 엠프에 연결하지 않은, 이른바 '쌩톤'으로 전해졌다. 그 큰 올림픽 홀이 무대 위 데미안 라이스의 작은 목소리에 집중한 탓일까. 전혀 작지 않은 울림이 전해졌고, 행여나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아주 작게 속삭이듯 따라부르는 목소리가 더해져 나오는 소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포크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고, 아직 'The Blower's Daughter'가 나오지 않았기에 관객 모두는 이 곡을 기다리며 조용히 앵콜을 외쳤다.





아무것도 없는 쌩톤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앵콜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 속에서 'Cold Water'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무릎을 쳤다. '이런 구성이라니!' 완벽하게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연주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구성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앵콜은 커버곡 'Halleluja'로 이어졌고, 그의 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는 'The Blower's Daughter'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곡들을 더 좋아하기에 이미 더 큰 감동을 흠뻑 받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이 곡이 주는 임팩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당연히 이 곡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공연은 이 때부터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렀다. 갑자기 기타를 내려놓은 데미안은 무대 위 미리 마련되어 있던 테이블에 앉았고, 한 여성이 무대 위로 나와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이야기와 함께 둘이서 와인을 한 잔씩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건 하나의 꽁트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서정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했던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꽁트 마무리라니! 눈물이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웃음마저 터져나오는 상황. 그리고 이 꽁트는 'Cheers Darling'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말로 와인 반병을 무대 위에서 마신 데미안은 비틀 거리는 연기까지 하며 이 곡을 완벽한 '라이브'로 승화시켰고, 끝까지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뒤 웃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무대를 떠났다.

아...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이런 마지막을 볼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였지만, 공연 내내 흘렀던 감동을 깨거나 방해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에 또 다른 재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아주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기대보다도 더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이루말할 수 없는 감동과 재미까지 선사한 그의 음악과 무대를 만난 것은, 내 생에 가장 큰 보람된 일 중 하나로 기억될 듯 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깊은 여운과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1. 공연이 모두 끝나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밖으로 나온 데미안 라이스는 공연장 복도에서 팬들에 둘러쌓여 함께 노래하고 놀았다는 후문이 ㅠㅠ 매번 겪는 일이지만, 내한 공연의 경우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보면 뮤지션과 함께 하는 행운을 종종 얻을 수 있지요.

2. 그리고 그 다음 날 홍대에 와서 몇몇 뮤지션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노래하고, 술값까지 카드로 계산했다는 후문도 ㅠㅠ 나도 그 시간에 홍대에 있었는데 ㅠ 어찌어찌해서 물어물어 가볼 수도 있었던 터라 더욱 큰 아쉬움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음악은 확실히 날씨나 분위기와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날씨나 분위기에 따라 감정의 폭이 커진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움튼 감정을 더 요동치게 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각각의 날씨마다 음악 듣기 좋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혹은 다른 의미로의 최악)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역시 비가 내리는 날씨다. 비는 여러가지를 제공하는데, 일단 시각적으로 바라봤을 때 비나 내리는 광경은 눈이 내리는 것과는 또 다른 장관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이 광경을 두고 '장관'이란 표현까지 들먹이나 싶지만, 분명 창밖으로 바라보는 비 오는 광경은 흔하다는 이유만 제외한다면 장관이라 할 수 있겠다.

비가 또 좋은 건 역시 빗소리다. 우산과 부딪혀 나는 소리도 복잡한 출근길만 아니라면 귀기울여 볼 만 하고, 카페나 편안한 방 안에서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은, 지구별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일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비는 대부분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대동하는데, 살짝 다운되는 감이 있지만 이럴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유쾌한 음악을 선곡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의 곡들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러다보니 비만 오면 듣게 되는 곡들이 어느 새 여러 곡 쌓이게 되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아니 무슨 비가 내렸는지 처음으로 그 곡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덩달아 우울해질 수 있어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나처럼 우울함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이들이라면 비오는 날 함께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순서는 아무런 의미없음)

1. Travis - Writing To Reach You



대부분 비와 Travis를 연결시킬 땐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떠올리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곡 '
Writing To Reach You'가 더욱 간절하다. Travis의 곡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비오면 반드시 듣는 대표곡 중 하나.


2. Nell - Good night



넬 (Nell)의 곡은 비오는 날 아무 곡이나 들어도 좋을 정도로 비와 궁합이 잘 맞는다. 김종완의 담백하며 애절한 보컬과 내성적인듯 하지만 극적인 곡의 전개는 비의 우울함과 닮아있다. 정말 비오는 날 아무 앨범이나 꺼내 들어도 넬의 경우는 실패하는 법이없다.


3. Damien Rice - Delicate



넬과 더불어 어느 앨범, 어느 곡을 꺼내 들어도 실패하지 않는 뮤지션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데미안 라이스 일 것이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전반부와 서서히 고조시키는 중반부, 그리고 마침내 울부짖듯 폭발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데미안 라이스의 감정은 비와 함께 더욱 치닫는다. 수 많은 곡들 가운데 오늘은 'Delicate'를 골랐다.


4. Radiohead - True Love Waits



라디오헤드 역시 비 하면 빠질 수 없는 밴드다. 톰 요크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만 이뤄진 'True Love Waits'은 듣는 것도 좋지만 비오는 날 꼭 한 번 불러보고 싶게 끔 만드는 곡이기도 하다.


5. Portishead - Glory Box



이쯤에서 왜 포티셰드가 안나오나 했던 이들도 아마 있었을 것이다. 한 때 포티셰드에 흠뻑빠져 있었던 때는 정말 '위험했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 같은 것이었다. 그 만큼 이들의 음악은 중독성이 강해 문득문득 떠올라 마음 속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6. Aimee Mann - Wise Up



에이미 만의 'Wise Up'을 꼽은 이유는 역시 영화 '매그놀리아'의 영향이 컸다. 물론 영화 속에서 내리던 비가 그냥 비는 아니었지만, 어쨋든 이 곡 역시 비오는 날엔 더욱 간절해 진다. 영화를 봤다면 이 곡을 들으며 한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7. Nujabes - luv



누자베스의 곡은 앞서 선곡했던 곡들과는 조금 분위기는 다르지만 역시 비오는 날이면 꼭 듣게 되는 곡이다. 누자베스의 음악이 슬픔과 따듯함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비트라는 점에서 비오는 날 듣기에 더욱 좋은 곡이라 할 수 있을텐데, 마치 비 속을 유영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살며시 눈을 감으면 더욱 빠질 수 있으니 눈은 감지 않는 것이 안전하겠다 (특히 길을 걸으며 들을 땐 더욱!)


8. Hee Young (희영) - So Sudden



희영은 올해 파스텔뮤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뮤지션인데, 그 잔상이 아직까지 깊게 남아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특히 이 곡 'So Sudden'의 중독성은 매우 강해서 한동안 이 곡만 듣고 다니기도 했었을 정도. 비오는 날, 그 촉촉함이 아마 더해질 것이다.


9. Michael Jackson - Smile



비오는 날이라고 MJ의 곡을 일부러 듣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그가 떠난 뒤 더 애틋해진 이 곡 'Smile'. 후반부 아이의 코러스가 인상적인 곡.


10. Cowboy Bebop - Rain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수록곡 'Rain'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비의 곡'이다. 정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이 곡이 떠 오를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곡인데, 이 곡을 들으면 왠지 우산없이 비를 그대로 온몸으로 맞아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1. Wolf's Rain - Gravity



애니메이션 OST를 꺼낸 김에 한 곡 더. '울프스 레인'은 작품 보다도 어쩌면 음악이 더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그래서 당시 비싼 가격에 일본에서 발매된 사운드트랙 2장을 뒤도 안보고 구매하기도 했었고. 특히 이 곡 'Gravity'의 깊은 슬픔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인데, 비 오는 날 듣게 되면 그 슬픔이 몇 배로 증폭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Damien Rice - Live From The Union Chapel (EP)

01 . Delicate
02 . Blower's Daughter
03 . Volcano
04 . Then Go
05 . Baby Sister
06 . Be My Husband
07 . Amie
08 . Silent Night


라이브 앨범을 구매한 것은 (그것도 ep) 참으로 오랜만인것 같다.
DVD나 블루레이를 구입하게 되면서 라이브 앨범은 라이브 실황 DVD/BD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리 구매할 일이 없었는데, 데미안 라이스의 경우는 뭐 영상물로 발매될 것 같지도 않고
뭐 그리고 데미안 라이스 이다 보니 그냥 구매했다 ^^

EP형식의 슬리브 케이스로 발매된 이번 라이브 앨범은 총 8곡이 수록되었으며,
지난번 EBS에서 방송된 에비로드 라이브를 본 이들을 알겠지만, 데미안 라이스 못지 않게
여성 보컬 Lisa Hannigan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클로저>삽입으로 국내 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Blower's Daughter 를 비롯하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Delicate와 Amie등이 수록되었다.
사실 라이브 앨범이라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지만, 뭐랄까 좀 더 날 것의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구매하였다.




Damien Rice - Delicate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오를 때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짓게 되는 영화가 있다. 개인적으로 어느새 부턴가 이런 우울한 스타일의 영화들을 찾고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표현이 썩 어울리지는 않지만, 최근 이러한 욕구를 시원하게 해갈해줄 만한 작품을 하나 접하게 되었다.

 쥬드 로, 나탈리 포트만,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클로저(Closer)'가 바로 그것이다. ‘클로저’는 국내 관객들에게 외면당한 것과 같이 관객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기 보다는 씁쓸함과 불편함을 전달하는 영화다. 차마 보기 힘들 정도의 끔찍한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고도의 심리 게임으로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스릴러도 아니지만, 서두에 언급했던 것과 같이 극장을 나오면서 결코 즐거운 기분으로 나서기는 힘든 영화인 것 같다.

이러한 이유는 바로 너무나도 사실적인 사랑에 대한 묘사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 네 남녀의 사랑은 마치 누구나 맘속으로는 다 알고 있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고려해 차마 말 못하는 공공연한 비밀들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또한 누구도 선뜻 말하기 꺼려하는 소유와 이기적인 얼굴을 한 현실적인 사랑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에 끝에 돌아오는 비참하고도 참담한 현실 또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어쩌면 마이클 니콜스 감독은 결코 우아하고 아름답게만 포장할 수 없는 사랑에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거꾸로 가장 아름다운 배우들을 주연으로 캐스팅 했는지도 모르겠다.


'클로저'에서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씁쓸한 분위기로 이끄는 것은 바로 음악이다. 사실 영화 시작과 함께 흘러나오던 노래의 첫 소절을 듣고 ‘아, 이 노래는 내가 분명 좋아하게 될 거야’ 하는 확신이 들 정도로, '클로저'는 시작부터 음악에 압도당한 채로 감상을 시작하게 된 케이스였다. 영화의 첫 부분 길거리에 많은 사람들 가운데 쥬드 로와 나탈리 포트만이 슬로우 비디오로 서로를 마주보며 지나치게 되는 장면에서 흐르던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The Blower's Daughter'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축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대부분의 사랑받는 O.S.T가 그러하듯 이 영화만을 위해 따로 만들어진 곡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듣는 이에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 곡이다.


데미안 라이스는 개인적으로도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사실 'The Blower's Daughter'가 수록된 데뷔 앨범 'O'는 이미 2003년에 발매되었다. 아일랜드 출신의 싱어 송 라이터인 데미안 라이스는 데뷔 앨범으로 영국과 미국의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기도 했다. 포크 록이라는 장르의 특성처럼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무엇을 강요하고 요구하기 보다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림이 느껴지게 만드는 곡들이 담겨있다. 조용한 서두에 반해 폭발하는 감정으로 마무리한 'Delicate'를 시작으로, 여성 보컬이 매력적인 미디움 템포 곡 'Volcano', '클로저'에 수록되어 강한 인상을 주었던 'The Blower's Daughter', 현(絃)이 돋보이는 'Amie' 등 거르고 버릴 곡 하나 없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라 하겠다.


'클로저'는 수 백 만 명이 볼만큼 친절하고 유쾌한 영화는 아니지만 소리 없이 잊혀져 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운 작품이다. 또 하나 74세의 노장 감독이 연출한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욱 믿어야 할지 모르는 연출력과 젊은 감각도 놀랍다.
뭣 하러 돈 내고 씁쓸하고 우울해 지는 영화를 보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클로저' 정도면 데미안 레이스의 곡과 함께 한 없이 우울해져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에비에이터’의 하워드 휴즈처럼 노랫말을 자꾸 되 네 인다. 'Can't take my eye's off you..Can't take my eye's off you...'.

2005.03.03


Damien Rice - the Blower's Daughter



1. 9 Crimes 
2. The Animals Were Gone 
3. Elephant 
4. Rootless Tree 
5. Dogs 
6. Coconut Skins 
7. Me, My Yoke And I 
8. Grey Room 
9. Accidental Babies 
10. Sleep Don’t Weep



영화 'Closer'에 수록되었던 'The Blower's Daughter'를 처음 들었을땐
그저 보이스와 분위기가 좋았을 뿐이었는데, 그의 첫 앨범 'O'를 들었을땐
포크를 사랑하는 나로서, 다시 한번 포크 음악에 빠져들게 했었다.
 
2번째 앨범은 1집에 대단한 성공 때문인지 홍보나 기대가
전작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하지만 데미언 라이스는 변하지 않았다.
어쿠스틱 기타와 그의 애절한 보컬만으로 여전히 속삭이듯 부르짖고 있고,
클라이막스에서 파도치듯 밀려오는 스트링은 감동을 더 배가시킨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100%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것이
데미언 라이스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쓸쓸함과 처절함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감동적인 앨범'
 
이 말에 100% 공감한다.
 
오랜만에 공감과 감동에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앨범.


2006 Album of the Year
Damien Rice : 9
 

ashitaka



Damien Rice _ 9
 
1. 9 Crimes
2. The Animals Were Gone
3. Elephant
4. Rootless Tree
5. Dogs
6. Coconut Skins
7. Me, My Yoke And I
8. Grey Room
9. Accidental Babies
10. Sleep Don’t Weep
 
 
데미언 라이스의 신작 '9'
 
영화 'Closer'에 수록되었던 'The Blower's Daughter'를 처음 들었을땐
그저 보이스와 분위기가 좋았을 뿐이었는데, 그의 첫 앨범 'O'를 들었을땐
포크를 사랑하는 나로서, 다시 한번 포크 음악에 빠져들게 했었다.
 
2번째 앨범은 1집에 대단한 성공 때문인지 홍보나 기대가
전작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하지만 데미언 라이스는 변하지 않았다.
어쿠스틱 기타와 그의 애절한 보컬만으로 여전히 속삭이듯 부르짖고 있고,
클라이막스에서 파도치듯 밀려오는 스트링은 감동을 더 배가시킨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인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100%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것이
데미언 라이스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쓸쓸함과 처절함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감동적인 앨범'
 
이 말에 100% 공감한다.
 
오랜만에 공감과 감동에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앨범.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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