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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 미아! (Mamma Mia!, 2008)
아바(ABBA)라서 더욱 행복한 뮤지컬


뮤지컬 장르라 하면 그 어느 장르를 제쳐두고라도 무조건 보는 저로서도 이상하게 처음부터 끌리지는 않았던
영화가 바로 <맘마 미아!>였습니다. 뭐랄까 이건 정확한 이유를 대기는 어려운 좀 이상한 선입견이 있어서였는데,
추석 연휴를 맞아 부모님과 오붓하게 볼 영화가 없을까 찾아보던 중, 딱 알맞은 시간대에 위치하고 있는
<맘마 미아!>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래, 아바의 음악이 잔뜩 들었다니까 음악만 듣다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겠지'하는 생각에 극장을 찾게 되었죠. 그런데 이런 설렁설렁한 관람 전 분위기는 영화가 시작되고
소피 역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스가 'I Have a Dream'을 부르는 첫 장면부터 바로 고조되고 맙니다.
'I have a dream~ a song to sing~'하고 아만다 사이프리스가 청량한 목소리로 별빛 쏟아지는 푸른 바닷가를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는 이 첫 장면부터, '아, 이 영화를 내가 왜 기대하지 않았던가. 다른 이도 아니고, 뮤지컬
영화에 광팬인 내가!'하는 뒤늦은 자책을 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으니 너무 늦은
후회는 아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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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절대 스틸 사진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장면입니다)

뭐 일단 간단하게 그룹 아바(ABBA)에 관해 이야기해보자면, 스웨덴 출신의 4인조 혼성그룹으로서
Bjorn Ulvaeus, Agnertha Faltskog, Benny Anderson, Annifrid Lyngstad로 이루어져 있으며 잘 알려졌다시피
브요른과 아네타, 베니와 애니프리드는 각각 결혼한 커플이기도 했죠. '했죠'라고 한 이유는 역시 잘 알려진
것처럼 이후 두 부부 모두 이혼을 하게 되었고, 결국 팀 해체로까지 이어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바(ABBA)라는 팀 이름은 각 멤버들의 영문 이니셜 앞 자리를 따서 만들어졌으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웨덴 그룹이긴 하지만 호주에서 워낙에 인기가 있던 탓에 몇몇 팬들은 호주 그룹으로 알고 있기도 한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사실 제 나이를 따져봤을 때 70년대에 주로 활동했던 아바 음악의 세대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아바의 음악은 세대를 뛰어넘는 힘을 갖고 있었고, 특히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었기 때문에,
70년대를 살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그들의 음악은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으며, 가깝게는 직접적인 그들이
앨범과 DVD를 통해, 간접적으로는 CF나 다른 뮤지션들의 커버를 통해 매우 익숙한 그룹이 바로 아바였죠.
아마도 국내에 아바의 음반을 직접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 하더라도, 그들의 대표곡 몇 곡씩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그룹이 바로 아바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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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 사이프리스의 발견(혹은 재발견)은 영화 <맘마 미아!>의 가장 큰 수확이라 해야함이 마땅하다)

일단 이런 아바의 음악이 전체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 <맘마 미아!>는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입니다. 영국 출신으로 뮤지컬 <맘마 미아!>를 최고의 히트 뮤지컬로 만든 장본인인 필리다 로이드는
그 동안 무대에서만 보여주었던 <맘마 미아!>를 영화화 하기에 이르렀는데, 뮤지컬의 주요 스텝들을 그대로
데려와 만든 영화 <맘마 미아!>는 이런 그들의 장기와 손길이 짙게 묻어나는 뮤지컬 영화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됩니다. 무대에 익숙한 감독과 스텝들 답게 영화 <맘마 미아!>에는 다른 뮤지컬 영화들 보다 훨씬 더
공간을 활용하거나 대규모의 군중 씬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것은 장점과 단점으로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데,
무대에서나 느낄 수 있는 화끈한 감동을 스크린에 담아낸다는 점에서는 아주 만족할 만한 장점으로 들 수
있겠지만, 군중이 동원된 장면에서는 다른 뮤지컬 영화들에 비해 군중들이 노래에 참여하게 되는 동기가 살짝
부족한 점도 느껴지긴 했습니다(대부분은 아니고 초반 'Dancing Queen'을 때창하는 장면에서는 약간
생뚱맞은 군중동원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는 아주 사소한 개인적 단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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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뮤지컬 영화의 아주 전형적인 모습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초반 아만다 사이프리스가
또래의 여자 친구 둘과 함께 'Honey, Honey'를 부르는 시퀀스는, 뮤지컬 영화의 전형적인 구성 그 자체입니다.
대사를 주고 받는 노래하다가 완전히 노래로 빠져들었다가 장소를 이동해가며 노래는 이어지고, 이 과정
속에서 영화 초반의 스토리에 관한 소스와 캐릭터에 성격에 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구성을
갖고 있죠. 뮤지컬 영화에서는 구구 절절 스토리를 다 설명하거나(반대로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편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죠)할 시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대부분 노래로 설명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구성은
아무리 전형적이라 해도 뮤지컬 영화로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저는 예전
뮤지컬 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최근 뮤지컬 영화들에서 이런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설정들이 등장하고 할때면
오히려 아주 반갑더라구요 ^^; 영화 <맘마 미아!>만의 특징을 꼽자면 다른 뮤지컬 영화들보다는 조금 더
무대 뮤지컬에 느낌이 강한 작품이라고 할까요.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감독과 스텝들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전 좀 더 '뮤지컬 영화'스러운 영화들을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맘마 미아!>의 스타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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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콜린 퍼스는 스물 넘은 딸을 갖은 아버지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도 아직 20대
여성을 딸로 두기보다는 꼬시려고 할 것 같구요 ㅎ)


뮤지컬 영화를 보다보면 단순히 그 노래가 좋아서인 경우도 있지만, 어느 순간 '찌릿'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노래의 감정선과 영화의 감정선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을 바탕으로 그 극점
역시 완벽하게 맞아 떨어질 때 느끼게 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배우들의 연기를 꼽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 영화에는 이름 만으로도 쟁쟁한 배우들이 제법 등장합니다.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아만다 사이프리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줄리 워터스 등. 일단 소피 역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스를
얘기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 영화는 확실히 요즘 세대들 보다는 7080세대들에게 더욱 공감을
얻을 만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주인공은 분명 딸인 '소피'가 아니라 엄마인 '도나'역일 테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더 많은 세대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가 있다면 바로 아만다의 연기와
노래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녀가 직접 부른 영화 속 아바의 노래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완전히 신선한
뮤지컬 넘버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표현되고 있으며, 대사와 노래를 오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뮤지컬 연기를 선보입니다. 아직 85년 생으로 앞날인 창창한 여배우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되네요.

이 영화에는 남자 배우 세 명이 누가 될지 모를 '아버지'가 되기 위해 경쟁합니다. 일단 메릴 스트립에 비해
남자배우들이 생각보다 별로 동년배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약간 몰입이 덜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메릴 스트립은 49년생, 브로스넌은 53년생, 스카스가드는 51년생, 콜린 퍼스는 무려(?) 60년생이죠)
브로스넌은 실제로는 메릴 스트립과 나이차이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워낙에 젊은 여자를 유혹하는 본드 역할을
오래한 탓인지 왠지 메릴 스트립을  더 누나 벌로 느껴지게 했고, 콜린 퍼스는 아직 아만다 또래의 아이가 있는
아버지 정도의 연령대로는 느껴지지 않더군요. 그래도 세 배우의 연기는 부족하지 않고 넘치지도 않고
딱 적당했던 것 같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노래가 아무래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기도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극에 빠지게 되면 모든게 다 이해되죠 ㅎ

많은 분들이 못 알아본 듯한 분위기였는데, 극중 도나의 친구 두 명중 한 명인 로지 역할을 맡은 줄리 워터스는
바로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에게 발레를 가르치던 그 선생님 역할로 열연한 배우입니다. <맘마 미아!>에서는
코믹한 조역을 맡아 감초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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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배우는 단연 메릴 스트립입니다.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모두
평균 이상으로 소화해내는 훌륭한 배우 메릴 스트립은 아바의 노래가 가득 담긴 뮤지컬 영화에서도 진면목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스처럼 정말 노래를 잘하는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녀는 노래 실력
자체보다는 연기에 연장선에서 노래를 소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감정 연기에
아주 노련하기 때문에 그녀가 노래하는 장면에서 노래 실력의 유무 따위는 이미 판단하기 어렵게 되죠.
'Dancing Queen' 장면에서, 어쩌면 메릴 스트립 답지 않은 활발함과 발랄함도 좋지만, 'The Winner Takes It
All'같은 장면은 그녀의 노래 실력보다는 연기력이 빚어낸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장면은 정말
그리스의 멋진 섬의 풍광과 함께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없이 딸을
키워온 어머니가 갖는 딸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딸을 정말 끔찍이도 아끼는 어머니의 마음이 정말 잘 표현되고
있죠(그래서 인지 제 옆 자리에 앉은 한 여성관객은 이 같은 장면이 나올 때 눈물을 훌쩍이기도 하시더군요).
메릴 스트립의 한창 젊었을 시절의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질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더 멋진
여성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배우라는 점에서 아만다 사이프리스와는 다른 이유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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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만약 내가 어린 시절 아바를 듣고 자란 세대였다면 아마도
이 영화가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점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요즘 세대들 보다는 7080세대들에게 더욱
어필할 것이라고 했던 것은 단순히 아바의 음악이 수록되었다는 것을 넘어서서, 7080세대들에게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없는 아바와 함께한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한창 젊은이들이
아닌 이른바 '왕년에 잘나갔던' 중년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점도 있구요.
저는 아바 세대가 아님에도 만약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영화를 보니 조금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에 가사 하나하나가 그리도 와닿을 수가 없더군요. 메릴 스트립을 비롯한 세 명의 여자 배우가
함께 부르는 'Dancing Queen'을 비롯한 모든 곡들은 정말 그 장면 만으로도 황홀한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마도 1,20대 여자 배우들이 나와서 아바의 노래들을 불렀다면 이런 감동은 오지 않았을 것 같네요.
아바의 노래를 더 살아 숨쉬게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들 세대가 다시 들려주는 모습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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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내에는 중년의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분위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극장 분위기가 참 따뜻한게 느껴졌죠.
앞서 말한 그 '추억'이 있는 관객들은 이 영화를 단순히 뮤지컬 영화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지긋이 미소 짓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엔딩 크래딧과 함께 극중 배우들의
멋진 공연이 이어지는데, 여기서 메릴 스트립이 '한곡 더 할까요?'하자, 객석에 앉은 몇몇 관객분이 'yes!'하고
답하는 훈훈한 광경도 벌어졌습니다. 몇몇 분은 박수치며 노래를 따라하기도 하셨구요. 완전히 추억을 공유한
관객이 이렇게 영화와 하나가 된 광경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훈훈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른바 '아바'세대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겠지요. 아마도 나중에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주요 소재가 나온 영화가 등장한다면 저도 이런 추억을 공유하는 완전한 영화와의
물아일체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겠죠 ^^



1. 댄싱 퀸 시퀀스에서 피아노 치던 남자는 다름 아닌 아바의 멤버인 베니 엔더슨이며, 엔딩에서 월계관을
   쓰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습으로 꽃가루를 뿌리던 이는, 역시 아바의 멤버인 비요른 울바에우스
   입니다. 아바의 앨범 커버를 워낙에 많이 보았다보니 슬쩍 지나가는 장면이었음에도 이들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영화의 자막이 매우 휼륭했습니다. 일단 영화 속 노래의 장면은 물론이고, 엔딩 크래딧의 공연 장면,
   그리고 공연 장면이 끝나고 그냥 크레딧만 나올 때 흐르는 곡에 까지 완전한 자막이 제공되었습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겠네요.

3. 개인적으로 'Dancing Queen'은 처음 들을 때부터 아련하고 애매한 감정이 들었었습니다.
   무언가 신나고 흥겨운 분위기인데요, 묘한 아련함이 느껴지는 곡이랄까요. 영화 속 '댄싱 퀸'도 역시
   마찬가지 더군요~

4. 씨네큐브 1관에서 관람하였는데, 사운드가 중간중간 들락날락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5. 물론 스토리상 약간 치밀하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뮤지컬 세상에서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구요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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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워즈: 클론 전쟁 (Star Wars: The Clone Wars, 2008)
팬들에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에피소드 2.5


이 영화는 스타워즈의 연대기적 분류로 따져보자면 에피소드 2와 에피소드 3의 중간쯤에 처한 영화입니다.
제목은 2.5라고 했지만, 굳이 더 따져보자면 2.7,8 정도는 될 것 같네요. 에피소드 2의 마지막을 보면 대규모의
클론 부대가 양성된 모습을 보면서 '이제 본격적인 클론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라는 대사로 마무리를 짓는데,
그 '클론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막상 에피소드 3에서는 빠져있었기 때문에, 이 클론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이미 공개되기도 했던 2D 버전의 애니메이션 '클론 전쟁'에서 이 클론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주었었는데, 이 이야기를 좀 더 영화적인 구성으로 가다듬고 또한 3D 버전의 새로운 모델링으로
다른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으로 변모하면서 앞으로 시작될 100부작의 TV시리즈에 맛을 보여주는,
거대한 홍보 영화일지도 모르겠네요. 결론적으로 독립적인 영화로만 즐기기에는 아무래도 영화 속에서
별다른 부가 설명없이 기존의 스타워즈 세계를 이해하는 이들만 납득할 수 있도록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스타워즈 팬들만을 위한 또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볼 수 있는 한편, 스타워즈 팬이라서 아쉬움이 들기도 하는
영화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도 스타워즈니까 하는 전자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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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가 가장 어색하게 느껴지는 첫 번째 포인트는, 스타워즈 만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그 특유의
오프닝 크레딧이 없다는 것입니다. 20세기 폭스가 아닌 워너브라더스가 배급을 맡게 되면서 폭스사의 팡파레가
곁들여진 로고를 볼 수 없게 되었으며, 또한 존 윌리엄스의 멋진 음악과 함께 우주 넘어로 크레딧이 올라가는
장면이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에피소드 3의 오프닝 장면과 흡사한 우주선 전투씬을 배경으로한 내레이션을
통해 대체되고 있는데, 초반 루카스필름 로고와 함께 클론 들이 주고 받는 대사가 마치 전쟁영화처럼 삽입된
것은 새롭게 느껴졌지만, 무엇보다 스타워즈의 인장과도 같은 오프닝 크레딧과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없는
것은 너무도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영화 <클론 전쟁>은 조지 루카스가 뒤에 버티고 있기는 했지만, 감독은 데이브 필로니가 맡았으며,
각본 역시 루카스가 아닌 헨리 길로이가 썼고, 음악 역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존 윌리엄스가 아닌 케빈 키너가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때문에 <클론 전쟁>는 여전히 루카스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한 편으론 조금 이색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색다른 스타워즈 시리즈라는 점에서 일단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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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다른 부분은 말 그대로 '이색적'이라는 점에서 많이 희석이 되었으나, 음악 만큼은 이런 점을
감안한다하더라도 많이 아쉬움이 남더군요. 물론 오리지널 음악 작곡자로 존 윌리엄스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케빈 키너가 만든 음악들은 '스타워즈'스럽다기 보다는 일반 액션 영화스러운 음악을 들려줍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영화가 기존 스타워즈들과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음악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음악 자체가 굉장히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을 많이 담고 있는데, 약간 아랍과 이슬람 풍의
전통음악 느낌이 나는 곡들도 수록이 되어 있고, 찐한 색소폰으로 연주되는 곡도 있으며, 오케스트레이션에
있어서 브라스 파트가 존 윌리엄스의 오리지널 곡들처럼 중점적으로 쓰이긴 하였으나, 아무래도 그 주요테마를
거의 들을 수 없다보니 아쉬움이 남더군요. 엔딩 크레딧 같은 경우도 기존 테마를 변형하기는 하였으나
(예를 들면 '빰 빰 빰빰빰 빠!' 하던 것을 '빰 빰 빰 빠바 빰!하는 식으로 약간 템포를 변형하여),
확실히 오리지널에 비하면 그 감동이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코디 대장이 성으로의 공격을 지시 받은 뒤 진격할 때 나오는 음악은, 완전히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음악이라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나에 스타워즈가 왠지 그냥 평범한 액션 영화가
되어버리는거 같기도 해서 말이죠 ^^ 메탈 사운드가 적극 도입된 곡도 있고, 전체적으로 존 윌리엄스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 음악을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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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에서 약간 낯간지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멋졌던 오비완의 저 포즈!
 이번 <클론 전쟁>에서도 무려 2번 씩이나 재현됩니다)


감독과 작곡가 얘기를 했으니 성우들 얘기를 해보자면, 일단 오리지널 영화에서와 똑같은 배우가 이번 영화에도
성우로 참여한 경우는 딱 세 명 뿐입니다. 두쿠 백작역의 크리스토퍼 리와 C-3PO역이 안소니 다니엘스,
그리고 마스터 윈두 역의 사무엘 L.잭슨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성우의 연기와 목소리에
의해 상당히 많은 부분이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일단 오리지널 배우 세 명을 제외한 나머지 성우들의 연기나 싱크로율도 괜찮은 편입니다. 특히 오비완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제임스 아놀드 테일러의 경우는 모르고 들으면 이완 맥그리거가 했나보다 하고 느낄 정도로
상당히 흡사한 목소리 연기를 들려줍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경우 가장 비중이 큰 캐릭터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목소리가 아주 특별한 경우는 아니었기 때문에, 맷 랜터가 연기한 목소리 연기도
이질감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더군요. 아미달라의 경우도 나탈리 포트먼과 상당히 흡사하기도 했지만,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경우라 큰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구요. 요다의 경우도 프랭크 오즈가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흡사한 요다 특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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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된 구성 중의 하나는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인 아소카 타노 캐릭터와 아나킨이 티격태격하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들 수 있겠는데, 기존 세계에서는 파다완이 없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던 아나킨에게
어린 여성 파다완이 있었다는 설정을 들고 나와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이는 스타워즈 팬들에게도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고, 스타워즈의 기존 팬이 아닌 관객들에게도 영화를 통틀어 가장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관계를 통해서는 아무래도 아나킨과 오비완의 관계를 떠올릴 수 밖에는 없었는데,
아나킨은 아소카를 보고 가르치게 되면서 한편으론 오비완의 제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신이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재능은 많지만 성질 급하고, 자신만만한
(하지만 아나킨 보다는 좀 더 현명하고 영리하게 묘사되죠)아소카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자신이 좀 더
배워나가게 되는(이런 의미로 요다나 오비완이 처음부터 아소카를 아나킨의 파다완으로 생각했던 것이었지만요)
계기를 갖게 됩니다. 특히 에피소드 2에서 파드메가 비행선에서 떨어졌을 때 구하러 가야한다며 임무가 더
중요하다는 오비완에게 대들던 아나킨은, <클론 전쟁>에서는 코디 장군과 같은 편들이 위험에 처해있음에도
구해야한다는 아소카의 말을 듣지 않고 임무가 중요하다며 자신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아나킨이 에피소드 2에 비해 얼마나 성장했고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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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타워즈>라는 시리즈에 있어서 새로운 캐릭터라는 것은 엄청난 부담감이 될 수 있는 캐릭터인데
(이미 자자 빙크스에서 그 부담감과 팬들의 평가가 냉혹하게 드러나기도 했죠), 그런 의미에서 아소카 캐릭터는
기존 팬들도 상당히 만족할만한 신선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나킨과의 관계를 통해 무언가
아나킨의 부족한 정서를 매꿔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며, 또한 기존 관객들에게도 마치 10대 하이틴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어린 소녀 캐릭터에 흥미를 갖도록 하기도 했구요. 사실상 아나킨과 더불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소카 캐릭터는 실사 스타워즈에서도 만나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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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소카를 처음 보았을 때 바로 위의 캡쳐한 장면이 떠올랐는데, 얼굴의 문양 차이는 조금 있지만 붉은
피부색에 귀나 줄무니의 머리(?)를 보자면 상당히 닮아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캡쳐 속 인물은
에피소드 2의 등장하는 캐릭터고, 아소카는 에피소드 2 이후의 인물이니 같은 인물이라고 볼 수는 없겠고,
따지자면 같은 종족 쯤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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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팬으로서 이 영화에서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부분은 바로
'I've got a bad feeling about this'라는 대사가 삽입되지 않은 유일한 극장용 스타워즈라는 점입니다.
근데 더 의아스러운건 우리말로 해석했을 때 '불길한 예감이 들어' '예감이 좋지 않아' 등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대사가 쓰일 만한 장면이 제법 있었다는 것입니다. 확실한 것만 따져도 약 2, 3번 정도 이 대사를 충분히
쓸 수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극장에서 보면 우리말 해석으로는 동일한 대사가 등장하지만, 영어 대사로는 다른
대사가 나옵니다)쓰지 않은 것은 분명히 의도적으로 쓰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타워즈 팬으로서 새로운 스타워즈를 만날 때 마다 이 대사가 나올 때의 작은 희열을 느끼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는데 조금 아쉽긴 하더군요.

결론적으로 국내에서 흥행은 아무래도 어렵겠지만(평일 낮이긴 했지만 극장에 저포함 5명 --;),
스타워즈의 팬들이면 절대 놓쳐서는 안될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앞으로 시작될 100부작의
TV시리즈의 파일럿 버전격이라는 점에서도 봐줘야할 작품이며, 극장에서 클론들의 화려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겠구요.
'스타워즈'라 아쉬운 점들도 분명 있겠지만, '스타워즈'의 전체 세계를 이해하면서 감상한다면 작은 장면들도
쉽게 넘기기 어려운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1. 상당히 의도적인 개그 장면들이 많습니다. 특히 드로이드들은 거의 모든 드로이드들이 개그 한 토막씩은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의도된 개그를 선보입니다.

2. 디지털로 감상하였는데, 필름을 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디지털의 쨍하고 선명한 화질로 보는 애니메이션은
   화려하더군요~

3. 애니메이터들과 특효팀에 상당히 많은 중국계 스탭들이 포함되어 있더군요. 조금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은 수의 중국계 스탭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싱가폴 회사가 스탭으로 참여한것 같기도
   하네요.

4. 엔딩 크레딧 마지막에 추가 장면은 아니고, 루카스 애니메이션 사의 아기자기한 로고를 만날 수 있습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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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표와 다시마 (音符と昆布, The Musical Note And The Seaweed, 2008)
감성적 색감의 뮤직비디오


이 영화는 오로지 주연을 맡은 이케와키 치즈루 때문에 보게 된 영화입니다. 그저 그녀가 나온다길래
기대를 하게 되었고, 이번 충무로 영화제에서 영화 상영은 물론 감독인 이노우에 하루오와 이케와키 치즈루가
무려 직접 GV에 참가한다는 말에 뒤늦긴 했지만 부랴부랴 영화제 홈피에서 예매를 하고서, 영화에 대한
정보는 언제나와 같이 전혀 습득하지 않은채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상당히 감성적인 영화이자, 뮤직비디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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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뮤직비디오라고 얘기한 점은 영화가 끝난 뒤 감독과 배우가 참여한 GV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음반사인 에픽 레코드(Epic)에서 영화와 음악을 접목시킨 새로운 형태의 장르를 만들고자 시작된
'시네뮤지카(Cinemusica)' 시리즈의 4탄 격인 작품이었습니다(그 전 시리즈들을 대충 제목만이라도 찾아보려고
했는데 찾지 못했네요;;). 음반사에서 기획한 시리즈 답게 단순한 뮤직비디오를 넘어서서 영화라는 매체의
기본 틀에 음악을 좀 더 효과적으로 녹여낸 또 다른 종류의 PV(Promotion Video)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나중에 이런 의도와 기획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알고 나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볼 때에는 영화 중간에 완전히 전형적인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어쩌면
약간은 쌩뚱맞게 삽입된 CHIX CHIKS의 노래가 너무 낯간지럽게 느껴졌는데, 노래가 나오는 장면이 내용이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히 이전에 보았던 장면들을(회상과는 다릅니다) 뮤직비디오화 하여
편집한 부분이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지긴 하더라구요. 영화 자체가 워낙에 감성적인 영상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조금 덜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갑자기 중간에 노래가 나오면서 한 번 휙 정리하는 구성은
PV라고 하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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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일종의 자페증을 갖고 있는 카린(이케와키 치즈루)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언니라며
모모(이치카와 유이)의 집에 들이 닥치면서 겪게 되는 이 둘 사이의 이야기와, 더 나아가 아버지를 포함한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이해와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병을 갖고 있는 캐릭터를 통해 감독은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야만 진정으로 상대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는 보편적인 메시지와
이를 통해 성장해 가고, 자리를 찾아가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아주 신파로 흐르거나 아주 슬프게 전개될 수 있는 확률이 높은데, <음표와 다시마>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종의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기획된 영화이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흐르기 보다는
1,20대의 감성에 기댄 아름답고 따뜻한 영상미로 메시지를 끌어 안고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색감들로
치장한 주인공의 방 이미지도 그렇고, 폴라로이드 사진기가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는 것이나, 여자 캐릭터들의
의상에 있어서도 트랜드와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어, 특별한 기승전개의 구성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크게 지루하지 않게 1시간 20분 남짓의 러닝타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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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첫 장면부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 HD로 제작된 일본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라는 것이었습니다.
HD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은 굉장히 선명하면서도 한편으론 굉장히 감성적으로 뽀얀 화면을 선보이는데,
영화스럽다기보다는 HD 일본 드라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꼭 노래가 나오지 않더라도 뮤직비디오스러운
느낌도 받을 수 있었구요. 다른 일반적인 영화를 받아들이는 기준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무언가 부족하고
심심한 느낌이 들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영상은 무언가 아주 감성적이고 메시지도 나름 담고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역시나 약간은 금방 끝나버리는 듯한 느낌도 있고, 너무 말하기를 아끼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거든요.
그렇지만 음악과 영화를 접목한 '시네뮤지카'라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이케와키 치즈루 양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스크린 가득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팬들에겐 의미가 있는 영화가 되겠구요 ^^
묘함과 이상함과 귀여움을 넘나드는 치즈루 짱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1. 사실 이번 영화를 부랴부랴 보게 된 것은 앞서 말했던것 처럼 치즈루 양이 GV에 참석한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치즈루 측에서 요청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앞에서는 엄청난 프레스들이 플래쉬를 펑펑 터뜨려가며 사진을
   찍어대는데, 정작 잔뜩 기대하고온 관객들에게는 사진 촬영이 금지된 것이 너무 아쉽더군요(일부러 무거운
   카메라 가방까지 챙겨서 갔는데 말이에여 ㅠㅠ).

2. 그리하여 사진 한 장 찍지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치즈루 양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감격적이었습니다. 친절하게 한국팬들을 위해 대답해주시는 치즈루 짱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더군요.
    (혹시나해서 조제 DVD를 가방에 넣고 갔었는데, 물론 싸인은 못받았습니다 ㅜㅜ)

3. 근데 PV라고 하는데, 정작 노래 자체는 별로 인상에 남질 않았네요.

4. GV의 분위기는 참 좋았습니다. 일반 관객들의 질문도 참 수준있고 애정이 느껴지는 질문들이었구요.
   충무로 영화제는 전체적으로 조금 번잡스러운 느낌은 있지만, 아직 2회이니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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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어 라이트 (Shine A Light, 2007)
멈추지 않고 구르는 빛나는 돌들!


롤링 스톤스 (The Rolling Stones). 그들의 이름이 록 씬에서 전설로 추앙받고 있고, 그들의 가치나 몇몇
유명한 곡들은 잘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한참 활동할 때(물론 그들은 지금도 한참 활동중입니다!)
의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 번 마음먹고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미처 아직까지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밴드 중의 하나가 바로 '롤링 스톤스'였죠. 최근엔 이렇게 이전 세대에 활동했던,
혹은 전성기를 보냈던 밴드들을 차근 차근 들어보는 기회를 못갖고 있는데, 아마도 몇 년전 도어즈 (Doors)를
이런 식으로 제대로 느껴보았던 뒤로는 없었던 것 같네요. 영국출신으로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비틀즈와는
그 색깔을 달리하는 그룹으로서(재미있게도 실제 노동자 계급 출신인 비틀즈는 여성적이고 팝적인 음악을
선보였고, 중산층 출신으로 쉽게 말해 부유하게 자란 롤링 스톤스는 반대로 굉장히 반항적이고 남성적인
록음악을 들려주었죠), 개인적 취향으로로 그 간 롤링 스톤스를 제대로 들춰보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인데,
이 영화 <샤인 어 라이트>를 보게 된 뒤로는, 이들의 발자취를 훑어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네요.
너무나 상투적인 표현이라 정말정말 쓰고 싶지 않지만 딱 한 번만 눈 딱 감고 써보자면,
이들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신화이며 전설입니다. 그들이 발표했던 주옥같은 앨범들이 신화와 전설을 말해주고,
무려 45년을 지나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그들의 활동기간이 바로 '살아있음'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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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설명한 말들 가운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바로 '콘서트 영화 (Concert Movie)'라는 장르에 관한
설명입니다. 콘서트면 콘서트고 영화면 영화지 '콘서트 영화'는 무엇인가 싶기도 한데, 일단 가볍게 살펴보자면,
<샤인 어 라이트>는 뮤지션이나 음악을 다룬 여타 영화들과는 달리 다큐멘터리가 주가 된 영화가 아니라,
밴드의 콘서트 자체가 90% 이상 주를 이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초반 리허설 장면 몇 분과 중간 중간 예전
TV인터뷰 클립등이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마치 콘서트 실황 DVD의 서플먼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미미한 것이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롤링 스톤스의 '비거 뱅 투어(A Bigger Bang Tour)' 가운데
2006년 10월 29일과 11월 1일 뉴욕의 비콘 극장에서 가졌던 콘서트 실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밴드가 공연하는데에 있어 최대한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배려하면서,
총 16대의 카메라를 공연장 여기저기에 배치하였고, 객석 가운데서, 드럼 가까이에서, 무대와 아주 가까이서
담아낸 그들의 공연 모습은 일반 콘서트 실황 영상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었던 진짜 밴드의 모습,
진짜 '롤링 스톤스'의 모습을 체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초반 리허설 장면에서 공연 전에 민감해져 있는
믹 재거를 비롯한 밴드 멤버들이 스콜세지의 영화화 작업에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물론 이것은 실제 상황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편집에 의해 연출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샤인 어 라이트>를 단순히 콘서트 영상이 아니라 '콘서트 영화'로 만들기 위해,
초반에 이런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하고, 자신이 감독의 역할로 직접 등장하여 영화의 시작과 마무리를
명확히 지음으로서 이것이 '콘서트 영화'임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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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라스트 왈츠>나 '더 블루스' 프로젝트의 <고향으로 가고 싶다>, 그리고 밥 딜런에 관한
<노 디렉션 홈 : 밥 딜런>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뮤지션에 관한 깊이 있는 시각과 애정을 보여주었던
마틴 스콜세지이기에, <샤인 어 라이트>는 더 특별하면서도 의미있는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잘 알려진대로 음악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은 영화 감독인데,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팬레터
성격에 그치지 않고 뮤지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상당히 전문적인
음악영화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예전부터 자신의 작품에서 롤링 스톤스의 음악을 자주 쓰기도 했었고,
오래전 부터 팬이었던 스콜세지는, 이번에도 색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애정을 갖고 있는 이 전설이 밴드를
그려냅니다.

45년에 활동기간을 굳이 감안하지 않는 만행을 저지르더라도, 롤링 스톤스에게는 영화나 다큐로 만들 만한
무수한 이야기 거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화 작업에 있어서 단지 공연 실황만을 담은 것은,
어느 리뷰에서 보았듯 라이브 자체가 바로 롤링 스톤스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사건들과 일화들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릴 수도 있겠고, 전기영화 방식으로 좀 더 서사적으로
그려낼 수도 있겠지만, 마틴 스콜세지는 롤링 스톤스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에 다른 거 다 재쳐두고 그들의
라이브 실황을 관객으로 하여금 2시간 동안 즐기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설명 방법인 동시에,
롤링 스톤스 멤버들에게도 가장 올바른 헌정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결국 그 방법은 옳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그 어떤 다큐나 음악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에너지와
진짜 '롤링 스톤스'를 만나볼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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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롤링 스톤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사람이 있겠느냐만은)이
<샤인 어 라이트>를 본다며, 이들이 좀 나이 먹어 보이기는 하지만 45년을 활동해온 60대의 멤버들로 구성된
밴드라고는 절대 생각지 못할 겁니다. 그 만큼 이들의 라이브는 '아직도'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하고 미안할
정도로 너무 열정적입니다. 믹 재거는 여전히 섹시하며 젊은 여성들도 혹할 만한 몸매와 카리스마, 댄스 실력을
보여줍니다. 키스 리차드는 또 어떻습니까. 아마도 요즘의 어린 팬들은 거꾸로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페로우'
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키스 리차드를 알게 된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카리스마는 정말 무대를
압도합니다. 젊은 시절 무대 위나 인터뷰 시에 뿜어나오던 포스도 대단했지만, 나이를 먹은 지금에 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연주는, 감히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인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정말 대단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 콘서트에는 세 명의 게스트가 등장하는데(오프닝을 맡은 클린턴은 빼고요),
첫 번째는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s)의 잭 화이트(Jack White)가 등장해 'Loving Cup'을 함께
노래, 연주합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와, 잭 화이트가 게스트로 등장하다니!' 하고 좋아만 했겠지만,
이번 경우는 그저 '와, 믹 재거와 한 무대에서 함께 노래하고, 키스 리차드와 마주보며 연주를 하다니,
잭 화이트, 너무 부럽다' 뭐 이런 느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잭 화이트도 나름 카리스마와 포스를 갖고 있는
까칠한 뮤지션인데, 믹 재거와 키스 리차드 앞에선 그저 착한 후배로 밖에는 보이질 않더군요 ^^;
두 번째로 등장하는 뮤지션은 바로 버디 가이(Buddy Guy)입니다. 앞선 잭 화이트의 출연에서 잭 화이트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면, 버디 가이와의 협연에서는 정말 고수들의 엄청난 아우라를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샤인 어 라이트>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버디 가이와 함께한 'Champagne & Reefer'를
꼽지 않을 수 없겠네요. 버디 가이와 키스 리차드가 함께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온몸에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우리만큼 강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콜세지가 버디 가이를 오랜 시간 동안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롤링 스톤스와 버디 가이가 함께 연주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그 어떤 훌륭한 배우가 열연을 펼친다 하더라도 미처 도달할 수 없는 '실연'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경지에 다다른 두 팀의 뮤지션이 협연을 펼치는 장면은, 왠만해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동이었습니다(키스 리차드 역시 이 협연에 감동했는지 자신이 연주한 기타를 그 자리에서 버디 가이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등장하는 게스트는 의외일 수도 있으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아길레라가
그녀의 실력에 비해 가쉽과 부수적 요소들에 의해 과소평가 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은데, 이번 공연에서는
믹 재거와 함께 'Live With Me'를 열창합니다. 믹 재거에 포스에도 주눅들지 않고 무대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해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동년 배의 여자 가수들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가창력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나이로만 보면 할아버지와 딸에 듀엣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공연을 본 사람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믹 재거는 아직도, 아니 그냥 섹시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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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했던 거지만, 참 밴드 이름 잘 지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구르는 돌들이라. 영화 속에 삽입된 예전 인터뷰처럼 2년이나 활동할지도 몰랐던
이들이, 하지만 한 편으론 60대에도 당연히 노래하겠다라고도 했던 이들이, 진짜로 이렇게 오랫동안이나
활동하게 될 줄은 아마 그들은 물론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구르는 돌들이라는 밴드 이름이 처음 만들 떄는
그저 자신들이 존경하는 밴드의 곡 제목을 따온 것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세월이 지나고 이리도 오래
활동하고 있는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정말 운명적인 밴드의 이름이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롤링 스톤스의 공연을 대한민국 땅에서 보기가 여간 힘든일이(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실감 나는 공연 실황을 단돈 7천원으로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기회이며,
롤링 스톤스라는 록 계의 전설적인 밴드에 관한 중요한 필름으로서 극장에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소중한 기회이기도 한 것이 바로 이 영화 <샤인 어 라이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동안 롤링 스톤스 음악에 빠져 살 수 밖에는 없겠네요.




1. 극장에서 보는 내내 너무 답답했습니다. 이런 라이브를 딱딱한 좌석에 앉아서 2시간 내내 조용히 관람해야
   하다니 말이에요. 마음 맞는 록 팬들끼리 단관해서 함께 신나게 춤추며 보면 정말 좋을 것 같더군요.
   박수치며 환호하며 말이에요. 이런 '콘서트 영화'가 애니메이션 만큼의 비중만이라도 된다면 특별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바램이라도 가져보겠지만, 이런 영화가 워낙에 드물다보니 그것도 어렵겠네요.
   여튼 맘 속으로만 환호해야 하다보니 많이 아쉬웠습니다.

2.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이고, 특히 국내팬들에게 더욱 친숙한 'Paint Black'은 영화에는 누락되었습니다.
   사운드트랙에서는 만나볼 수 있구요.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DVD에는 수록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3. 블루레이가 이미 해외에서 출시된 거 같던데, 이 타이틀은 별다른 자막이 어차피 큰 필요없으니
   기회되면 질러봐도 좋겠네요.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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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アヒルと鴨のコインロッカㅡ)
바람만이 아는 대답


참 일본영화스러운 괴상한 제목.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그 괴상한 제목에 일단 끌리고, 그리고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영화 <좋아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에이타가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영화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였고, 포스터나 전단지를 통해 영화 속에 밥 딜런의 'Blowin’in the wind'가 수록되었다는 것도 미리
알 수 있었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평범하고 잔잔한 가운데 '이야기'를 잘 끌어낸다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잔잔한 것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스테리한 부분이 주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더 큰 범위에서 이 영화를 감싸고 있는 정서는 소소함과 따뜻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라고 하는데, 소설을 미리
접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미스테리한 줄거리가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해서인지,
영화가 전개되면서 살짝 놀라게 된 부분도 있었다. 미스테리한 부분이 전개되기 전까지는 보통의 일본 영화들이
그렇듯, 일본 영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듯한 약간 괴짜 캐릭터와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영화겠구나 했는데, 즉 가볍게 슬쩍 즐기고 나오려고 했는데, 제법 짠한 감동마저
받고 극장을 나오게 되는 영화였다. 확실히 일본 영화는 포스터나 제목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아래부터 영화의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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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멜로디가 흐르면, 2년 전 그날의 기억이 찾아온다.

대학 입학을 위해 센다이 시(市)로 이사 온 시이나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흥얼거리면서 짐 정리를 하는데, 노래를 따라부르는 이웃집 청년 가와사키를 만나게 된다. 괴짜 같은 가와사키는 이웃에 사는 부탄 출신 유학생 도르지가 일본에서 처음 사귀게 된 친구 둘을 동시에 잃은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일본어대사전을 훔쳐 선물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얼떨결에 사건에 가담하게 된 시이나는 가와사키가 훔쳐 온 책이 일본어대사전이 아님을 알고 황당해하고, 우연히 알게 된 펫 숍 주인 레이코는 가와사키의 말을 믿지 말라고 시이나에게 경고를 한다. 그리고 시이나는 가와사키의 비밀 이야기를 알게 되는데…(보도자료)

사실 처음 '밥 딜런의 멜로디가 흐르면, 2년 전 그날의 기억이 찾아온다'라는 홍보문구를 보았을 때는,
너무 뻔하고 오버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지 않고 저 문구만 본다면 너무 뻔한 홍보문구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뻔하지만 노골적인 문구가 나름대로 영화의 분위기를 잘 함축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영화의 초중반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저 대학진학을 계기로 센다이로 이사온 주인공 '시나'의
하루하루를 조심스레 스케치 해 나가는 평범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바로 옆방에 살고 있는 '가와사키'와
알게 되면서 그를 통해 듣게 된 이야기를 통해 약간은 이상한 주변 사람들과 동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와중에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 가와사키 역시 미스테리함이 많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알게 되고, 시나는
가와사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자 그의 뒤를 밟고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에 관해 묻게 된다.

이렇게 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개된다. 그저 단순히 괴짜로만 보였던 가와사키가 보여지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미스테리한 인물임을 알게 되고, 시나가 그를 점차 알아가면서 이 영화는,
미스테리한 퍼즐을 한 조각 한 조각 풀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한 편, 퍼즐이 하나씩 풀려갈 수록
감동의 조각도 하나하나 완성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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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사키가 원래는 가와사키가 아니었고, 옆방에 사는 부탄에서 온 학생 도르지는 그저 지방에서 온 일본 학생
이었으며, 부탄에서 왔다는 도르지는 다름아닌 가와사키 였다는 비밀이 밝혀지면서, 이 영화는 왜 부탄에서 온
도르지가 가와사키라는 이름을 쓰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해 플래시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저 괴짜스럽게만 보였던 가와사키의 행동과 대사들은 이후 진짜 가와사키가 등장하는 후반부를 위해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속에서 그 동안 에이타가 가와사키로 연기했을 때의 장면들을, 에이타가
도르지로 등장하는 것으로 다시 한번 보게 되는데, 이 장면들을 통해 모든 비밀이 풀리고 도르지가 가와사키로
살아야만 했던 이유에 대한 정확한 답을 들을 수 있게 되지만, 거의 모든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것은 일부
관객들에게 약간의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하긴 이 영화의 전반부, 그러니까 에이타가 가와사키를
연기하는 부분은, 모두 이 후반부를 위한 도구이니 전부 다시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에이타는 기존에 출연한 작품들에서도 제법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었지만, 그것은 연기 외에 인상적인
외모가 한 몫을 했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을텐데,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에이타를 좀 더
배우로 인식하기에 충분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가 초반 가와사키로 등장할 때의 연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오다기리 죠가 계속 떠올랐는데, 무언가 괴짜스럽고 이상하면서도 남모를 포스를 풍기는 그의
연기는 오다기리 죠가 많은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비슷한 캐릭터를 쉽게 떠올리게 했다. 후반부에 도르지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서도 나이에 걸맞는 순수한 미소를 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나 후반부에 시나가 모든
비밀을 알게 된 이후의 그의 연기는 그 웃음, 표정 하나하나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영화가 너무 에이타에 의해 과대포장 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뭐 맞는말도, 틀린말도 될 수 있겠다. 영화는 에이타의 출연 하나만으로 설명되기에는 너무도 할 말이 많은
훌륭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에서 에이타가 차지하는 비중이라던가 그가 보여준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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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에이타 외에 마츠다 류헤이, 세키 메구미, 하마다 가쿠 등이 출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하마다 가쿠의 홍보가 너무 부족한 것이 아쉽다. 물론 기존의 국내 지명도에서는 조금 뒤쳐지는 배우일지는
몰라도, 엄연히 이 영화에서는 에이타에 버금가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 전단지에는 이름 한 번
언급되지 않는 등 너무 홀대를 당하고 있는 듯해 동정심 마저 느껴졌다. 사실 국내의 전단지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똑같은 옷을 입은 에이타와 마츠다 류헤이가 떡 하니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리뷰 글에 메인 포스터로 일본 포스터를 가져왔다. 저 포스터 속 캐릭터의 비중이
영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밥 딜런의 'Blowin’in the wind'의 경우 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유명한 곡이었지만, 앞으로는 이 곡을
듣게 될 때마다 이 영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유명한 팝송을 영화 속에
자연스레 녹이는 방법으론 이 영화같은 방식이 가장 영리한 방식이라 생각된다. 적절하게 스토리에 녹아들도록
만들어내서, 나처럼 이미 이전에도 수없이 들었던 노래가 새롭게 들리도록 만드는 방식말이다.




1. 일본어를 잘모르다보니 '코인로커'라는 한국어 제목을 보고는 도대체 뭔가 했다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서야 '아, 코인 락커구나'했다는. 락커룸이라고 주로 하지 로커룸이라고는
   안하니까 --;

2. 제목을 보며 왠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스러움을 느꼈다.

3. 센다이는 마치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더라. 특히나 대형 서점의 경우 미국 서부의
   인적 뜸한 주유소를 연상시키는 포스를.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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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07 수상작 모음

'세상의 모든 애니메이션'이라는 제목으로 8월 21일부터 9월 3일까지 이대 ECC 내의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고 있는 영화제에 이제야 들러보게 되었습니다. 조금 늦은 탓에 처음 방문한 오늘은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귀를 기울이면>과 '캐나다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수상작 모음'을 연달아 관람하게 되었네요.
<귀를 기울이면>의 감상기는 이미 포스팅을 하였으니, 이번에는 짧게나마 오타와 영화제의 단편들에 대한
감상기를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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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모음집들에서는 총 8개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영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창조적인 독립 단편 애니 감독들이 만든 작품들은,
정말 하나하나가 다 크리에이티브하고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번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소개되는 오타와 영화제 수상작들은, 모모에서 처음 소개되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07년 애니충격전으로 열렸던 '2007 해외 수상작 초청전 오타와편'을 통해 소개되었던 단편들 가운데,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여덟 개의 작품을 모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종합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단편 이라는 특성과 독립적인 작품이라는 성격을 감안해봤을 때, 짧으면
3분, 길면 20분이 조금 넘는 분량의 단편을 보고, 정확히 그 작품의 성격이나 감독이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는데, '애니충격전'에서는 이런 면을 감안해 관객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하나의 단편이 끝날 때마다 감독과의 인터뷰 장면을 수록하고 있어, 바로바로 작품에 대한
감독의 의도를 전해들을 수 있습니다. 마치 DVD에 수록된 부가영상이나 코멘터리를 듣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감독의 의도나 설명보다는 자신의 주관적 해석으로 받아들이길 원하는(특히 작품이
끝나자마자 바로 설명이 따라나오는 부분이기 때문에)관객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감안하여 감독의 인터뷰가
나오기 전에는 양해를 구하는 일종의 경고 문구가 등장하고, 원치 않으면 잠시 눈을 감으면 되도록, 선택할 수
있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부분도 세심하고 귀여운 배려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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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 A-Z

단편/영국/Sally Arthur/3분 20초
독립단편부문 본선초청
P부인은 런던 시내에서 자주 길을 잃고 헤맨다. 그래서 요즈음 우리는 길을 헤맬 필요가 없다.
P부인! 감사합니다!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영국 출신 여성 감독인 Sally Arthur의 'A-Z' 입니다.
아까 감독의 인터뷰를 얘기할 때 미처 얘기하지 못했었는데, 몇몇 작품의 경우 작품의 시작 전에
'알고보면 더욱 유용한 Tip'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단편 'A-Z' 같은 경우가 이런 Tip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경우라 할 수 있겠는데, 극 중 주인공이 되는 P부인에 관련된 역사적 실제 사실을 미리 알려주어,
관객으로 하여금 좀 더 쉬운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실제 종이로 만든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는 3D와 2D 플래쉬
기법이 사용되었는데, 단순한 기법만큼이나 확실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영국 지도를 만든 그녀의 업적에 대한 소소한 재미와 존경에 메시지를 담고 있는 깔끔한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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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두들 프로젝트 2007 - 번쩍번쩍2007 (Lightning Doodle Project 2007 - PIKA PIKA 2007)

단편/일본/Takeshi Nagata & Kazue Monno/5분
독립단편부문 본선초청
라이트닝 두들 프로젝트의 최신판. 이제부터 일본뿐이 아닌 세계투어다!


두 번째로 만나보게 되는 작품은 좀 더 색다른 단편입니다. 장시간 노출을 하는 방식을 통해 빛의 움직임을
이용하여 글씨나 그림을 표현하는 이른바 '플래시라이트 애니메이션'인데, 일단 기법 면에서 다른 단편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기법이 완전히 생소하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기법을
통해 단편이긴 하지만 이 정도의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받을 만한 작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것이 단순히 손전등이나 라이트닝 만으로 만들어낸 장면이가 싶을 정도의 디테일한
그림 묘사나 장면 묘사들도 등장하는데, 기술적인 것 외에도 편집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이 깃들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5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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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솔로지 (Doxology)

단편/미국/Michael Langan/ 6분 10초
학생작품부문 최우수 대학생작품상
테니스공을 통하여 이뤄지는 천상과 지상의 소통에 관한 탐구


이 작품 역시 애니메이션 기법들이 사용되기는 했지만, 실사 배경과 인물이 등장하는 독특한 단편입니다.
단순히 테니스 공을 우주로 날려버린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된 장면들과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감독인 Michael Langan이 직접 출연을 하고 있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테니스 장면 못지 않게, 자동차와 탱고를 추는 장면이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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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카렌 (John and Karen)

단편/영국/Matthew Walker/3분 30초
커미션드필름부문 최우수 성인용 TV작품상
북극곰인 존은 지난 실수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펭귄 카렌의 집을 찾아간다.


개인적으로 이번 단편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두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존과 카렌>이었습니다.
뭐 단편이 대부분 그렇긴 하겠지만,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참 심플한 경우에 속합니다. 여기서 '심플하다'라는
것은 '단순하다'라는 것 외에 '깔끔하고' '집약적이다'라는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는데, <존과 카렌>은
비록 3분 30초 짜리의 단편이고, 이렇다할 사건도 없지만 그 분위기를 정말 잘 캐치하고 있는 작품이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큰 덩치의 북극곰 존과 작은 몸집의 펭귄 카렌이 연인 사이로 등장하는데,
이들이 나누는 대화나 그 표정 하나하나는 정말로 리얼합니다.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서로 부끄러워 하는
소심한 커플이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귀여운 커플의
일상의 에피소드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소소함을 아름답게 그려낸 연출력이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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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늙어 아주 늙은 노인 (The Old, Old, Very Old Man)

단편/영국/Elizabeth Hobbs/6분 38초
독립단편부문 본선초청
나이가 152세나 된 토마스 파(Thomas Parr)가 국왕 찰스1세를 영접하고 국왕은 그의 장수를 기념하여
축제를 베푼다.


이 작품의 작화 기법은 마치 동양화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저 감독의 집에 있는
화장실 타일 위에 잉크를 풀어 만든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밑그림 원본이 남아있거나 하지도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약간 동양적이고 여백의 미가 강조된 형식은 작품의 내용인 노인의
모습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이 작품 역시 맨 처음으로 보았던 단편 'A-Z'와 같이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Tip이 등장하는데, 이 작품에 주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152세의 토마스 파에 관한 일화를
미리 들려줍니다. 어찌보면 여덟 작품 가운데 가장 심심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그 기법이나
인디스러움은 가장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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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t.o.m)

단편/영국/Tom Brown, Daniel Benjamin Gray/2분 57초
07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개 부문(TV부문 특별상, 유니세프상), 07 선댄스 국제영화제 단편부문 특별상,
07 멜버른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부문상, 06 노리치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최우수 학생작품상
놀랍고 신비로운 한 소년의 여행 이야기


일단 이 작품 '톰'은 수상 경력부터가 화려합니다. 3분도 안되는 단편이 어떻길래 과연 그럴까 하는 기대에서
보기 시작했는데, 과연 짧은 시간내에도 독특한 그림체와 인상적인 이야기로 쉽게 빠져들고 말더군요.
얼핏보면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작품 <웨이킹 라이프>에서 쓰였던 로토스코핑 기법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약간 기괴하게 생긴 인물들의 모습 또한 다른 작품에서 본듯한 그림체이긴 합니다(이렇게 생긴 인물들을 어디서
분명히 본적이 있는데 어떤 작품인지 생각이 잘 안나네요 ^^;).
<톰>은 왠지 의아스럽다가 '짠!'하고 끝나버리는 작품이지만, 메시지도 '짠!'하고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
됩니다. 이상해만 보이는 주인공 '톰'의 학교가는 길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톰'을 이상하게 여겼는지 아니면,
'톰'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여겼는지를 묻기도하는 작품이죠. 짧지만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
나중에 나오는 감독들의 인터뷰도 재미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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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지하르카 (Zhiharka)

단편/러시아/Oleg Uzhinov/13분 11초
어린이작품부문 최우수단편애니메이션상
러시아 우화에 기초한 애니메이션. 한 여우가 지하르카라는 어린 소녀를 잡아먹으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하지만 말괄량이 지하르카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번 단편들 가운데 가장 동화적이고 따뜻한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 작품 <말괄량이 지하르카>를
꼽겠습니다. 마치 오래된 동화책을 한장 한장 넘기는 듯한 느낌의 작화는 러시아 고유의 느낌이 나면서도,
보편적인 동화적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러시아 우화에 기초하였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전 세계의
우화들은 전부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의 예전 우화들도 떠오르고,
영국이나 다른 나라들의 유명 우화들도 연상이 되거든요. 하지만 이 단편에만 있는 요소를 꼽자면
단연 지하르카의 귀여운 러시아 발음을 들 수 있겠네요 ^^ 애니충격전에서도 패밀리 섹션에서 소개되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온가족이 보기에 매우 안성맞춤인 따뜻한 감성이 담겨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야기 구조는 우리가 이미 많은 우화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단순한 것임에도, 장면마다 웃으며
즐길 수 있었던 것이 아마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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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황금기 (Golden Age)

단편/미국/Aaron Augenblick/23분
커미션드 필름부문 그랑프리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지냈던 여러 캐릭터들의 영광과 좌절을 그린 애니메이션.


<존과 카렌>을 설명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두 작품'이라고 했었는데, 그 다른 한 작품이 바로
<애니메이션 황금기>입니다. <존과 카렌>이 소소한 감성에 문을 두드리는 보석같은 작품이었다면, 이 단편
<애니메이션 황금기>는 그야말로 페러디와 페이크 다큐멘터리, 그리고 오마주와 독설이 한가득 맛있게
비벼진 걸작 요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무려 '2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통해,
각 캐릭터의 짧은 여러 에피소드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황금기'라는 제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미국이 애니메이션 황금기를 이끌었던 캐릭터들의 성공과 좌절, 그리고 그 궁상맞은 뒷 얘기까지
마치 실제 역사인듯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이 단편을 보면서 '동킹콩이 진짜 나중에
그렇게 됐데?' 라던지 '그래서 그 캐릭터가 작품에서 빠지게 되었구나'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웃길려고 작정하고 만든 이 단편을 보면 절대 헛웃음이 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당시 애니메이션 사업의 흥망과 그 뒷면의 어두운 면까지 들춰내는 블랙 코미디로서
굉장히 의미도 있는 작품이고, 또한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을 풀어놓으면서 일일이 다 설명해 내고야 마는,
애니충격전 홈피 작품소개란의 프로그래머 평을 인용하자면 '미국산 오타구'라는 말이 정말 딱어울리는
감독의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작품이 상영되는 동안 극장에서는 내내 웃음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도 했죠.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기도 하구요 ^^


이렇게 해서 짧게 나마 이번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여덟 편의 단편들을 리뷰해 보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볼만한 참신한 단편들로 채워져 있으며, 지난번 애니충격전에서
아쉽게 놓치셨던 분들은 물론, 애니메이션에 크게 거부감만 없는 분들이라면 짧은 호흡으로 진행되는
단편들에게서 눈을 떼기가 아마 쉽지 않으실 겁니다~



참고 사이트
씨네아트 홈페이지 - '세상의 모든 애니메이션 영화제' 소개 페이지
http://www.cineart.co.kr/wp/movies/festival.view.php?&fid=158

애니충격전 홈페이지 - '2007 해외 수상작 초청전 오타와편' 소개 페이지
http://www.animpact.org/bbs/renew/html/2_program/pre/200711.htm


* 본문에 사용된 각 단편들의 이미지에 저작권의 대한 모든 권리는 애니충격전 연합사무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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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풀의 원작인 <26년>은 너무도 인상적이고 감동적으로 보았었기 때문에,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큰 기대를 갖게 되었던 작품이 바로 영화 <29년>이었습니다.

예전에 변영주,김태용,이해영 감독이 시네마천국 MC를 볼 때, 이해영 감독이 차기작으로 <29년>영화화를
맡기로 했다는 소식을 처음 듣게 되었고, 얼마전 주요 캐릭터로 변희봉, 천호진, 류승범 씨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제법 어울리는 캐스팅이라 더욱 기대를 하게 되더군요.

최종적으로 세 배우 외에 진구와 한상진, 김아중 씨가 캐스팅 된듯 한데, 한상진 씨는 처음 스크린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되고, 김아중 씨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과연 이 무거운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해집니다.

이들 외에도 <님은 먼곳에>의 주진모씨와 기주봉씨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2009년 개봉을 목표로 이제 캐스팅이 막 확정된 상태이니, 아직도 많이 기다려야 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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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英雄本色: A Better Tomorrow, 1986)
나는 이 영화로 사나이가 되었다


제 인생의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자, 그야말로 비디오가 닳도록 본 영화 중의 한 편인 <영웅본색>.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만이 제대로 본 것이라 말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한편인
영화를 그간 극장에서 만나보기를 고대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허리우드 클래식과 드림시네마를 통한 재개봉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 이전에 넥스트 플러스
영화제를 통해 개막작으로 먼저 만나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미 이 때 보았던 느낌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으니 간략하게만 설명하자면, 이 영화에 대한 추억이
없는 이들이라면 무려 20년이 지난 이 영화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더 오래전 영화들도 현재의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내는 경우도 많지만, <영웅본색>이란 작품은
확실히 추억과 기억, 아련함이 기본이 되어야만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청년 혹은 소년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던 <영웅본색>은 단순히 영화 한 편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일종의 아이콘이자 추억 그 자체이기도 했습니다. 주윤발의 선글라스와 성냥개비를 입에 문
모습은, 그 어떤 슈퍼 히어로의 코스튬 보다도 인상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장국영이 부른 '당년정 (當年情)'은
알지도 못하는 엉터리 중국어로 먼저 외운터라, 그 잘못된 발음으로 더 깊이 자리잡아 버린 곡이기도 합니다.

지난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는 다수의 여성분들의 박장대소 분위기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터라,
나중에 정식 개봉 뒤에 한가해지면, 한가한 시간대를 골라 다시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었고,
지난 일요일. 바로 옆에는 외국인들과 놀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는 인사동이 있고, 바로 앞에는 역시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종로가 자리한 '허리우드 클래식'에서 한 낮의 시간에 관람하게 되었는데,
기대했던대로 적은 관객(저를 포함 10분이 조금 넘는 듯한)들이 극장을 찾았고, 예상했던대로 영화에만
몰두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지난 시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영화의 참 맛을 제대로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영웅본색>은 코믹 영화가 아니라 슬픈 영화가 맞았어요. 제가 이상한게 아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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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을 정확히 언제 처음 보았는지는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초등학생이던 80년대 후반 당시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우뢰매> <슈퍼 홍길동>이외에는 없었고, 나머지는 아버지가 퇴근길에
빌려오시던 까만 비닐 봉지에 들려있던 비디오를 통해서였죠. 당시는 홍콩 영화들을 정말 많이 빌려보았었는데,
그 중 <영웅본색>이나 <천녀유혼> <첩혈쌍웅> 같은 작품들은 당시 집에 비디오비전이 하나있고, 별도의
비디오플레이어가 한 대 더 있어 비디오를 빌려오게 되면 공테이프에 복사해두고 두고두고 보는 일이 많았었는데,
아마도 <영웅본색>이 반복 횟수로는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 <영웅본색>을 비롯해 수도 없이 읽었던 <삼국지>나 이후 중, 고등학교 시절에 역시 수도 없이
읽었던 김용의 <영웅문>을 읽게 되면서, 아마도 무의식 적으로 인성이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라고 지금와 생각해 봅니다. 그야말로 무의식이죠.
아주 단순한 것들을 배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잘못하면 죄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이 한 약속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지켜야 하며,
자신의 친구나 가족과 같이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한 몸 바칠 수 있어야 한다 등, 단순한 진리이지만
선뜻 어린 시절에 가슴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기억 하는 것 만으로도 소중한 경험이 되어
훗날 깨우친 다음에도 이를 더 충실하게 지켜나갈 수 있게 되는것 같습니다.
의식적으로 기억하게 되는 것은 주윤발의 쌍권총과 선글라스, 성냥개비이지만, 머리 속 저 한 귀퉁이에는
이러한 진리들이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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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극장에서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간 <영웅본색>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번에 극장에서 관람하고 보니, 이 영화 참 눈물을 참기 힘든 영화더군요. 단순히 누가 죽고,
누가 맞고, 다치고 해서 슬픈것이 아니죠. 극중 마크(주윤발)가 송자호와 아걸(장국영)에게 상대의 뒷 목을
잡는 같은 포즈로 각각에게 해주는 말에는 이 영화의 핵심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자신의 친구를 기다리며
모든 수모를 참아냈던 사나이의 분노와 새 사람이 되길 노력하는 형을 왜 용서하지 못하느냐며 꾸짖는
애정어린 조언은, 당시에는 잘 몰랐었지만 이제와보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대사들이었습니다.
형 때문에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범죄자인 형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없는 아걸의 분노도
이해할 수 있었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받기 위해 정말 무던히도 노력하는 송자호의 애절함도
공감할 수 있었으며, 이 비정한 세계에서 의리만을 믿고 살아온 마크(소마)의 슬픔도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비애를 완성시켜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인데, 장국영이 부른 주제가 '당년정'은 그 절정을 보여준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두운 밤은 지나고 다시 해가 떠오르네
영웅은 이미 새벽 안개속으로 사라져버렸네
사나이로 태어나 무엇이 보람이었나.
의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 나의 갈 길이었네.
훗날 누군가 나를 기억하는 이가 있다면
영웅이 죽는 것은 오직 의리 때문이고
그것만이 의로운 죽음이라 말하고 싶네.
강호의 세월은 끝이 없는 것임을 나는 탄식하네.
난 차가운 이곳에서 산자를 그리워하네.
세상을 떠돌고 묵묵히 홀로 살아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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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볼 땐 몰랐었는데 이번에 극장에서 보게 되면서 새롭게 느낀 점은, '당년정'을 비롯해 영화 음악이 매우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 영화라는 것이었습니다. 장국영이 부른 엔딩곡 '당년정'이야 워낙에 유명하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 가사에 영화에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니 말할 것도 없겠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을 들여다보았을때, 음악이 대사 이상에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영웅본색>의 음악은 '당년정'을 기본으로 다양한 변주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새로운 곡은 그리 많지
않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 악기와 편곡을 달리해 들려주는 변주들은 각각 장면마다 그 장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음악과 대사가 겹치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
음악의 분위기가 여러 마디의 대사들보다도 훨씬 명확하게 영화의 의도를 전달하고 있음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호가 감옥에서 마크의 편지를 읽으며 하루하루 출소할 날을 기다리는 장면에서는 희망적인
느낌의 '당년정'의 변주가, 출소 후 마크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씁쓸한 분위기의 변주가 흐르고,
같은 분위기의 변주라 하더라도, 아걸의 심리를 바탕으로한 변주에서는 바이올린 같이 높은 톤의 악기가
사용되는 한편, 아호의 심리를 대변하는 변주에서는 첼로처럼 깊고 중후한 톤의 악기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것 외에도 일일이 다 거론은 못하겠지만, 예전에는 그 강렬한 영상 이미지에만 집중하느라
엔딩곡 외에는 잘 살펴보지 못했던 영화음악이, <영웅본색>에서는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신디사이저가 처음 등장하던 시기라 <천녀유혼>과 마찬가지로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근데 재미있는건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이 기계적인 음악 효과마저도,
굉장히 아날로그 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잘 들어보지 않으면 거의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기계적 사운드가
아날로그한 영화에 자연스레 묻어나던 영화음악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찾아보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영웅본색> OST를 찾아보았으나,
일단 국내에는 정식으로 라이센스나 수입된 적이 없는 듯 하고, 일본에서만 예전에 출시가 되었던 것 같은데,
이것 또한 지금은 구하기가 어려운 듯 하네요. 만약 <영웅본색>OST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정보나 구입가능
여부를 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덧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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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비디오로 보았을 때에는 장국영과 주윤발이 연기한 캐릭터에 더 몰입하여 영화를 보았었다면,
이번에는 적룡이 연기한 '송자호'캐릭터에 역시나 가장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잘 생기고
노래 잘하는 장국영이나 쌍권총 쏘고 당시 최고로 멋졌던 주윤발에게 더 눈이 갈 수 밖에는 없었을 테지만,
이제와 영화를 제대로 보게 되니, 적룡 형님의 연기와 그가 연기한 '송자호'캐릭터에 고민과 갈등,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다크나이트>의 경우 영화적 완성도와 놀라운 연기, 연출력에 몇 번이고 재관람을 하기도
했었지만, <영웅본색>역시 저에게는 기회만 된다면 몇 번이고 극장에서 재관람하고픈 영화였습니다.
영화도 영화지만 장국영의 풋풋한 모습이 스크린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 잠시나마 슬퍼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더군다나 초반의 그의 모습은 너무도 해맑은 것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 많은 걸작 영화들이 있지만, <영웅본색>같은 영화는 이후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영웅본색>의 리메이크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던데, 제발 <영웅본색>만은 그냥 추억으로
남겨두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입니다. 현존하는 어떤 배우와 감독이 출연하고 연출한다고 해도,
오우삼이 감독하고 적룡, 주윤발, 장국영이 주연한 <영웅본색>의 감동은 절대 모방할 수 없을테니까요.
늦게나마 극장에서 <영웅본색>을 만나볼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1. 본문에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영웅본색>과 <영웅본색 2>에서 주연 세 배우 만큼이나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배우는 바로 택시회사 사장님 역할을 맡은 '증강 (曾江, Kenneth Tsang)' 이었습니다.
   헐리웃으로 넘어가서는 주로 악역을 맡기는 했었지만, 영웅본색에서 보여준 그의 캐릭터는 정말로
   정이 가고 형님 삼고 싶은 의리있는 인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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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확실히 영화는 극장 분위기에 크게 좌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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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Midnight Meat Train, 2008)
오랜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호러!


올 여름은 지난 해에 비해 호러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지 않았던 것도 있고, 그다지 눈길이 가는 호러 영화들도
없어서 그냥저냥 흘러가나보다 했었는데, 그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포스터의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이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이하 MMT)이었다. 개인적으로 클라이브 바커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을
몇 편 보기는 했지만, 그의 소설을 아직까지 직접 읽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클라이브 바커' 원작을 영화화 한 작품이기 때문이거나, 혹은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작품이라 특별히 보게된
경우도 아니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호평들과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화 속 세계의 '때깔'.
그리고 늦은 밤 지하철에서 살인이 벌어진 다는 것 외에 무언가 더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가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요 근래 극장에서 본 호러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MMT'를 꼽게 될 것 같다.

(이후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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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의 줄거리는 사진작가인 레온(브래들리 쿠퍼)이 전시회 데뷔를 하기 위해 도시에서 벌어지는 좀 더
리얼한 사건들을 찾아 셔터를 눌러대는데, 그 와중에 우연히 한 남자를 카메라에 담게 되고, 지난 밤 일어난
여성 모델의 실종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깨닫고, 점차 전시회보다는 이 남자를 쫓는데에 집중하게 되고,
그를 추척한 결과 매일밤 그 남자가 지하철에서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사실 원작을 읽지 않았고, 영화의 초중반까지 분위기로 봐서는 그냥 일종의 '싸이코'가 살육을 저지르는 것
정도인가 보다 했었는데(뭐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MMT'에는 단순히 살인과 살육을 넘어서서
좀 더 미스테리하고 흥미로운 설정을 갖고 있었다. 특히나 살인이 단순히 살육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배달의 의미를 갖고 있고, 그 배달을 받게 되는 존재가 오랜 역사와 미스테리를 지니고 있는 인간 외의
존재라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극중 비니 존스가 연기한 '마호가니'의 캐릭터도 단순히 살육을 일삼는
도살자라기 보다는, 종교적인 의식을 행하는 제사장의 느낌을 갖게 하는 캐릭터로 느껴졌다.
이런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아무래도 '마호가니'의 코스튬에 있었다. 이걸 단순히 의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코스튬이라 표현한 이유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다 이해할듯.
깔끔하게 정리한 스포츠 머리에 알렉산더 맥퀸의 캐리백과 존 갈리아노의 회색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마호가니의 이미지는, 호러 영화의 아이콘으로서 깊이 인식되기에 충분한 공포감을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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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공포스러웠던데에는 미스테리 스릴러 형식으로 이야기를 천천히 전개시켜나가는 긴장감 있는
전개방식도 한 몫을 했지만, 그보다도 '마호가니'역할을 맡은 비니 존스의 그 무표정과 움직임, 걸음거리
때문이었다. 훤칠한 키와 UFC 파이터와 맞상대를 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듯한 체격, 그리고 바로 앞에서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만해도 오금이 저리는 그의 눈빛과 표정은, 이 영화를 가장 공포스럽도록 만드는
요인이었다. 비니 존스는 개인적으로는 2006년작 <엑스맨 - 최후의 전쟁>에서 주커노트 역할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고, 가이 리치 감독의 <스내치>나 코미디 영화인 <그들만의 월드컵>같은 작품을 통해
짧지만 그 얼굴만은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였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 비니 존스하면 ㅎㄷㄷ한
공포스러움과 함께 'MTT'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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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급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클라이브 바커의 원작을 읽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작품, 아니 다른 게임이 연상이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엑스박스 360용으로 국내에도 라이센스되어
소수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반짝하고 사라진 호러 액션게임 <다크나스 (The Darknes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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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BOX 360용으로 출시되어 개인적으로도 한 동안 몰입해서 싱글플레이를 즐겼던 <다크니스>)

일단 <다크니스>의 세계도 전체적으로 어둠고 암울한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영화 속 처럼 지하철이 등장하기도
하고, 액션 장면 중에 볼 수 있었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이기도 하며(영화 속 중간중간 장면들은
정말 게임 속 장면과 흡사했다), 무엇보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주인공이 악마(혹은 다른 악한 어떤 존재)에
힘을 얻고 그들의 하수인으로 일하게 되는 설정은 몹시도 닮아있었다. <다크니스>는 그야말로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매우 영화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어서 게임을 하는 중에도, '이거 나중에 영화화하면 참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는데, 'MMT'가 <다크니스>의 영화화 버전은 물론 아니지만, 영화 속 지하철의
느낌이나 어두운 세계의 분위기, 주인공 레온의 이미지 등은 게임 속 그것과 너무도 유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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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비니 존스보다 더욱 반가웠던 배우는 주인공 '레온'역할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브래들리 쿠퍼는 제니퍼 가너 주연의 미드 <앨리어스>에서 '윌 티핀'역할을 맡기도
했었는데, <앨리어스>끝까지 나름대로 재밌게 본 입장에서는(많은 이들이 실망했음에도 ;;)윌 티핀을
스크린에서 주인공으로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확실히 공포에 질린 듯한 브래들리 쿠퍼의 표정에서는
<앨리어스>에서 여친과 그 숨겨진 세계를 알게 되었을 때의 표정이 얼핏 비쳤다. 비니 존스의 카리스마가
워낙에 강한 영화이기 때문에 자칫 주인공임에도 비중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레온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한 듯 하다. 물론 극중 레온이 점차 거칠게 변해가는 과정이 좀 더 섬세하게 묘사되지는 못했지만
(채식주의자인 레온이 스테이크를 먹게 된다던가, 여자친구와 관계를 맺을 때 거칠게 변한다던가 하는 장면으로
레온이 마호가니를 쫓게 되면서 점차 그 처럼 변해간다는 설정은 충분히 이해할만은 했으나, 시간 상으로
약간 부족한 면이 없지는 않았다),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문제라기 보다는 영화의 구성상의 약점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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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인 기타무라 류헤이는 이 영화가 호러이고 미스테리 이기도 하지만, 러브 스토리이기도 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물론 레온의 여자친구가 등장하고 사건에 깊게 개입하기는 하지만, 러브 스토리로 까지 이해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수잔 호프 역으로 등장한 브룩 쉴즈는 그다지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등장하는 것
자체로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고,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머혼과 호흡을 맞추었던 바바라 이브 해리스의
모습도 반가웠으며, 깜짝 등장이라 할 수 있는 퀸튼 '램페이지' 잭슨의 등장도 흥미로웠다(아까 비니 존스의
체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UFC파이터를 언급한 것은 바로 이것 때문 ^^;).

결과적으로 이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은 그 세계의 색감도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영화가 마지막으로
갈 수록 점차 드러나는 미스테리의 실상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웠던 호러 영화였다.
새로운 연쇄살인마 캐릭터의 등장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고(이것이 진정 시리즈화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3편 정도의 시리즈물로 전개된다면, 2편에는 역할을 물려받은 레온이 마호가니 보다 더욱 잔인하고 화려하게
자신이 맡은 일을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면 좋겠고, 3편에는 우여곡절 끝에 자각하거나 아니면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처럼 엄청난 힘을 갖게 되어, 단순히 그들에게 배달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들의 세계에
직접 뛰어들어 그들을 모두 소탕한다거나, 아니면 그들과 인간들 사이에 이 경계가 깨져버려, 인간 세상으로
나와 혼란을 일으키는 그들을 물리칠 이가 '레온'밖에 없다는 설정으로 최후의 전투를 벌이는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3편까지는 너무 길 것 같으니, 2편 정도로 축약해서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무엇보다 21세기에도 잘 어울리는 스타일리쉬한 호러, 그렇지만 정통호러의 느낌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오래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호러 영화였다.



1. 영화 속 '마호가니'의 대사는 단 한 마디 뿐이다.
2. '마호가니'라는 것이 어쿠스틱 기타에 사용되는 나무 재질이다보니 자꾸 딴 생각이;;
3. 근데 그 코스튬과 헤어스타일은 누가 정해준거지? 배달 받는 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인가?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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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보다 어딘가에 (2007)
지리한 청춘


지난 달에 있었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처음 포스터로 만났던 영화였다.
옥상으로 유추되는 곳에서 한 소녀가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는 스타일리쉬한 포스터, 그리고
'8월 극장에서 꿈을 부르다!' 라던지 '그래도.....꿈꾸라고 말해줘' 같은 홍보 문구들은
'아, 이 영화가 이러이러한 음악영화구나'하고 예상을 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전혀 음악영화가
아니었으며, 단지 현실적이고 지루한 청춘에 관한 영화 였다.
이 영화를 만든 이승영 감독도 인터뷰에서 '음악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던 것처럼, 전혀 음악영화의
플롯을 따르지 않고 있는데, 음악 영화처럼 포장된 것이 일단은 좀 아쉽다.
제목과 인상적인 포스터, 그리고 무언가 소소한 아름다움이 있는 영화일 것 같다라는 생각과는 달리,
영화는 어찌보면 참 짜증도 나는, 너무 현실적인듯 하면서도 한편으론 또 한번 외곡된 청춘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스포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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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란 캐릭터는 꿈은 뮤지션이다. 남미의 해변 같은 곳에서 매니아 취향으로 음반도 발표하고 공연도
하고 싶어하고, 리버풀로 유학도 가고 싶어하는 스물 여섯의 여성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수연에게는
꿈을 위한 노력이나 열정이 전혀 없다. 이 영화가 음악영화가 아닌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수연은
자신의 꿈이라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 사실상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며, 그저 청소년 시기의 객기처럼 집을
나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가볍게 이것저것 시도해볼 뿐이다. 음악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사실 뮤지션이라는 꿈도 정말 꿈인지 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에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특히 주인공인 수연 캐릭터의
경우 개인적으로 <미스트>의 카모디 부인 만큼이나 짜증이 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
그녀는 노력을 안하는 것은 물론이고, 너무도 이기적이며, 너무도 한심하다. 집안이 그리 어려운 사정도 아니고
버젓한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졸업 후 벌써 몇년간을 집에 눈치보며 살아온 듯 한데,
엄마가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동생 게임기를 거의 훔쳐다가 내다팔려고 하지 않나, 자신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짜증을 내고 무작정 집을 나온다. 집을 나와서 자신의 친구인 동호의 집에 무작정 들어가는데,
자신이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수연이 동호에게 하는 짓들은 하나하나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또한 돈 좀 벌어보겠다고 피아노 학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는데, 제대로 할리 없으며, 마음대로 수업을
빼먹어 놓고는 원장에게 '원장님이 제 사정을 좀 이해해 주셔야죠'하며 오히려 큰 소리다.

결국 자신의 노력과 돈 없이 동호의 노력과 돈 만으로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는데, 거기서도 갑자기
아무런 이유없이 무대를 떠나 결국 페스티벌도 실패로 끝난다. 그리고는 무슨 큰 슬픔이 있는냥 아무말도
없이 울기만 하는데, 정말 이 슬픔에는 아무런 동기가 없다. 집안이 너무 가난하고 어려워서 꿈을 이루고
싶어도 형편이 안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기회를
우연히 잘 살린 것도 아니고, 그런데 엄청난 고민이 있는냥 그냥 울고 만다. 이건 장면만 본다면 인상적일지
모르지만 내용적으로는 하나도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수연에게 동호나 주변사람들이 건네는 말 뿐이었다.
'너보다 더 힘든 사람 많거든' 이런거나 '니가 음악을 한다는거 자체도 우끼다' 이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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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이른바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요즘 세대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요즘 젊은 이들의 무기력함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고 한다. 이런 의미라면 의도되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무기력함을
그저 보여주기만 할뿐, 영화 자체도 굉장히 무기력한 지점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모든 영화에 감동적인 드라마타이즈 방식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청춘의 감성에 빗대어 그저
영화 속 인물들처럼 무기력함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만약 영화의 내용처럼 영화도 무기력해져, 이런 무기력한 청춘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려고 했던 것이 진정
의도였다면 그것은 성공이라 하겠다.
'성공하지 않는 젊음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라고 했는데, 그것은 성공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노력을 하다가
실패했을 때의 일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왜 안돼'하며 굳이 성공할 필요 없잖아 하는 것은
오만이다.



1.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는 수연의 친구만이 현실적이고 정상적인 캐릭터였다.
2.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이 아깝다. 까메오로 출연도 했는데...
3. 방준석이 맡은 역할은 그야말로 악역이다. 시대착오적 악역이랄까.
4.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화면의 질은 굉장히 좋아보였다. 아마도 HD카메라로 디지털 촬영을
   한 것 같은데, 화질은 정말 쨍하더라.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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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이하 다찌마와리)의 공식 블로그에 블로거 자격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남들보다 먼저 영화도 시사회에서 볼 수 있었고, 주연 배우인 임원희 씨와의 인터뷰
시간도 갖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임원희 씨와의 인터뷰 보기), 가장 좋았던 건 류승완 감독님을 인터뷰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감독 가운데 한 명이었고, 그의 작품들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짝패>에 이르기까지 전부 재미있게 즐긴터라, 이번 신작의 개봉과 더불어
감독님과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야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관람 뒤로 미뤄왔던 인터뷰 약속이
어제 19일로 드디어 잡혔고, 본래 3명의 블로거 가운데 저를 포함 한 분더 참석하시기로 했던 인터뷰는,
그 분의 급작스런 사정으로 인해 무려 저 혼자 단독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려 2시간에 걸친 길지만 짧은 시간동안 감독님의 사무실에서 1:1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인터뷰를
마음껏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일시 : 2008.08.19 오후 2시 ~ 4시
장소 : 삼성동 외유내강 사무실
인터뷰어 & 동영상 촬영 : 아쉬타카

(인터뷰 내용 가운데 영화의 내용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 영화는 스포일러와는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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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는 기자 시사회에서 한 번 보고, 개봉 뒤에 유료로 일반 관객들과 2번을 더 관람하였다.
  기자 시사회에서는 아무래도 이 영화가 오마주와 인용이 많은 영화이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많이들 호응을 했다면, 일반 관객들에게는 대중적인 웃음 코드에 더욱 반응했던 것 같다.
  대체적으로는 대중들에게도 웃음을 전달하는 면에서는 성공한 듯도 한데.

== 어디 극장에서 보았는가?

- 문래 CGV에서 보았다.

== 지역마다 반응이 참 다른거 같더라. 신총, 홍대, 코엑스 같은 곳과 외곽지역,
   그리고 지방에 따라 반응도 틀리고, 또 시간대에 따라도 조금씩 틀린것 같더라 (웃음)

- 이 영화의 호불호는 일단 유치해서 재밌다와 유치해서 별로다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구성 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중요 지점은 아무래도 중간에 다찌마와리가 기억을 잃으면서
  시작되는 외팔이 시퀀스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외팔이 시퀀스에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과장된
  문어체 대사를 제외한다면 전혀 코믹함이 없는 설정이라 할 수 있는데,

== 정색을 하지않나

- 정색을 하고서는 완전히 진지한 모드로 돌입하는데, 이전까지 단편 <다찌마와 Lee>에 가까운
  설정과 웃음코드에 박장대소했던 관객들은 이 부분에서 주춤하는 한편, 반대로 칸 영화제용
  포스터에서 풍기는 스타일리쉬한 무협 액션이나, 류승완 영화를 본다고 했을 때 기대하는 바가
  있었던 팬들에게는 오히려 더 흥미로웠던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톤이 완전히 바뀌는
  부분은 처음부터 기획되었던 것 같은데.

== 그렇다. 이 영화는 음식으로 따지자면 매우 자극적인 양념으로 이루어진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말투를 즐기려다가 말뜻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관객들이 중반이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대치가 확실하기 때문에 그 어떤짓을 한다고 해도 그 강도가
    40분 이상을 지속시키기 어려울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눈물, 콧물 다 쏟은 다음에야
    사실상 게임 끝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애초부터 생각했던 것이, 이번 장편버전에서는
    다른 방식의 구조 몇 가지가 들어가서 다른 체험을 하게 해야된다는 계산을 했다.
    말투를 쫓으려다가 말뜻을 놓치면 않된다는 이야기를 한 이유도 그런 것인데,
    사람들이 말하길 초반에는 이런 엉터리 외국어 설정들이 신선했는데 나중에는 지치더라 하는
    얘기를 하는데, 근데 이 영화에서 이런 말투는 일종의 이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암묵적인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사투리와 같다고 보면 되겠다. 예를 들어 충청도나 강원도 사투리가 초반에는
    신선하고 재미있겠지만, 후반부에는 이런 신선함과 재미가 떨어질 것 같다고 해서,
    사투리를 쓰던 인물이 후반부에는 표준어를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워낙에 사람들이
    이런 엉터리 외국어를 재미있게 느끼다보니 뭐 더 재미있는게 없나 하고 기대하게 되지만,
    이것은 어떻게 보면 기본 바탕을 깔아놓은 것 일뿐, 이것 때문에 중반부터 진행되는 이야기의
    동력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손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간장게장 집에 가서 간장에다 밥맛 비벼먹고 오게 되는 것이랄까.
    이렇게만 먹어도 맛은 있지만, 이렇게 되면 게 맛은 못보는거지.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정신을 바짝차리고 본 사람들이 극장을 나오며 승리의 깃발을 흔드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중반부에 독비도 시퀀스 같은 경우 완전히 다른 체험을 하길 바랬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다찌마와리가 기억을 되찾고 유럽으로 떠난 뒤의 모습 또한 기억을
    잃기 전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독립적인 세계를 다양하게 경험하게 해야만이
    이 영화가 끝까지 힘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 약속을 받아들이고 쭉 따라가는 사람들은 끝까지 가는 것이지만,
    이건 또 뭐지? 하게 되면 이 게임에서 탈락하게 되는거라고 볼 수 있겠다.

   <다찌마와리>는 생각보다 굉장히 인터렉티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반응하는 사람들이
   수동적일 수록 덜 즐기게되고, 능동적으로 들어갈 수록 많은 요소를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보면
   되겠다.

- 그렇다고해도 후반부에 엉터리 외국어의 질적인 퀄리티가 전반부에 비해서는 많이 약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전반부에는 듣는 것만으로도 신선했던 다양한 어휘들이 계속 튀어나왔다면, 후반부에는
  우리가 이미 흔히 알고 있는 엉터리 외국어들, 즉 일본어의 경우 '~~하무니다' 같은 것을 넘어서는
  대사들이 거의 없어서 너무 전반부에 몰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 그 말도 맞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에 말투 이상의 요소를 넣게 되면 오히려
    추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관점의 차이겠지만 후반부에는 황금불상을 두고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던 것이고, 대화는 대화 이상의 의미는 두지 않으려고
    했다. 정신을 바짝차리고 봐야한다는 것은 이런 이유인데, 말투에 집중하다보면 그 인물이 하는
    말의 의도나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임무나 역할을 모르고 그냥 스윽 지나가기 쉽다.
    사실상 후반부에 등장하는 엉터리 외국어를 하는 이 인물들은 악당이고, 결과적으로 속이려고 했던
    이들이 속고 마는 공식적인 통쾌함으로 가려고 했던 것인데, 말투에만 집중하게 되면 이런
    본래의 이야기에 집중력을 해칠 듯 했고, 감독으로서도 이 외국어 부분에 그다지 중요성을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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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와 같은 맥락으로 공효진씨의 더빙 톤의 경우,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톤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공효진씨의 톤을 의도한대로, '아, 외화더빙 톤으로 가는구나'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큰 이질감이 없겠지만, 반대로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상당히 튀고, 오버스럽다라고 여기게 되는
   반응도 상당히 있는 것 같다.


== 그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세 여자 배우에 관한 반응이 관객마다 너무 다른것이 신기하면서도
    재밌더라. 어떤 관객은 마리가 좋았다, 누구는 금연자가 좋았다, 또 누구는 소녀가 좋았다 식으로
    반응이 각기 다른 점이 감독으로서 매우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른 영화들도 그렇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극장에서 다 같은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프린트를 볼 뿐이지.
    이 영화의 경우 특히 그런 것 같다. 사실상 극장 밖을 나설때는 각기 다 다른 영화를 보고
    나오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씀하신것처럼 유치해서 재밌다와 유치해서 재미없다로
    갈리는 것처럼, 그렇다면 어떤 것이 유치하고 어떤 것이 유치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만주 액션이나 스키장 액션 같은 경우 재미있게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뭐 왜 이렇게 기냐 하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데, 좋아한다는 분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좋아하는 지점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 감독으로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아닌가 싶다.


- 이 영화만의 재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주대사 못지 않게 뒤에서 치는 듯이 작게 들리는
  일종의 부대사를 들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짜부러들다니' 뭐 이런거. 그 유명한 '잘 생겼다'도
  이런식의 부대사였고. 개인적으로는 주대사보다도 이런 부대사의 재미가 더욱 쏠쏠했는데,
  많은 관객들이 이에 앞선 재미에 웃다가 웃음 소리나 다른 주변 환경들에 묻혀 이런 부대사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마저 들더라.
  이런 부대사의 경우 배우들의 애드립의 비중이 상당히 컸을 것 같은데.

== 그렇다. 배우들의 애드립이 컸던 부분이고 시나리오 상에서부터 계획된 것도 있었다.
     이 부대사라는 것이 따져보자면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볼 땐 한국 액션영화에만 있던 전통같은데, 7,80년대 이대근씨가 나오던 액션 영화들을 보면
     이런 경향이 특히 두드러지는것 같다. 영상을 보면 입은 안움직이고 있는데 배 같은데를 맞으면,
    '어허, 이 놈이 복장을 지르네' 뭐 이런 것이 끊임 없이 나온다.
    좀 더 깊게 들어가자면 이런 것들은 당시 영화 환경에 산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국영화의
    녹음 방식은 릴 단위로 한 번에 20분 분량을 단번에 녹음하게 되는, 마치 일본영화
    <웰컴 투 미스터 맥도날드>처럼 배우들이 부스 안에 쭉 늘어서서 대사를 치고 빠지는 이런
    분위기였고, 19분 57초에 누가 실수라도 하면 다시 처음부터 다시 녹음해야되는거였기 때문에,
    뭔가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실수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성우들이 즉흥연기로 채워넣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장면을 보면 분명히 어떤 미세한 폴리 사운드나 이펙트 사운드가 들어가야 하는데, 당시 환경상
    대충 급하게 하다보니까 화면에선 무언가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소리들은 안채워져 있으니까,
    뭔가를 채워넣어야 겠다는 강박관념에 성우들이 그 공간을 채우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진지한 영화들에선 좀 덜하지만, 이를테면 박노식씨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면서 서민적
    액션영웅으로 등장하는 영화에서 더 자주 찾아볼 수 있었건 것 같다. 이런 것들은 외국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오히려 이런 것들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었다. 배우들도 후시녹음
    자체보다는 이런 방식의 더빙에 더욱 신기하고 재미있게 반응했었고.
    사실 지난 단편에서도 이런 방식은 사용했었지만, 이번 장편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모든 배우들이 마치 추임새를 넣듯이 활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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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부대사 중 하나이기도 한데, 다찌마와리가 기억을 되찾고 나서 국경살쾡이 일당이 다시
  돌아왔을때, 왕서방 역할의 김병옥 씨가 다찌마와리를 보면서 '독비도!'하고 외친다.
  자막에서는 '외팔이 검객'이라고만 표현되었지만, 이 영화가 오마주를 바치고 있는 장철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한 '독비도'를 아는 이들에게는 디테일한 재미를 주는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역시 이런 부분은 애드립이기 보다는 의도된 대사 같은데.


== 물론 그런 부분은 직접 디렉팅한 경우라 할 수 있다.


- 이런 부대사가 가장 재미있는 장면 중에 하나는, 후반부에 다마네기가 운전하는 장면에서 길을 막은
  양때들에 짜증을 내며 '디스 램' '오 마이 갓'하며 영어 대사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저의 '오 마이 갓'대사 실연에 감독님이 제법 크게 웃기도 하였음 --v), 기자간담회에서  
  다마네기 역할을 맡은 김수현씨가 리딩 때부터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하고 와서 놀랐다는 얘기를
  하신적도 있고, 이 영화에서 김수현 씨의 연기에 대해 한말씀 하신다면.

== 오, 정말 훌륭한 질문이다. 김수현에 연기에 대해선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틀어서 진정한 승리자는 김수현이라고 생각한다. 안길강 씨와 함께 내가 만든
    모든 극장용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고, 축구로 따지자면 되게 믿음직한 미드필더랄까.
    어떤 상황에서 기용해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치고 빠져주는 그런 느낌.
    본 리딩 때 김수현씨의 연기에 모든 배우들이 다 경악을 금치 못했을 정도로 엄청나게 준비해온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영화에 수록된 것보다 훨씬 더 한국말처럼 들리는 대사였는데,
    김수현의 말에 맞춰서 대본을 다 바꿨을 정도다.
    뭐 연기력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배우다.

- 개인적으로도 그런 점이 아쉽더라. 배우로서의 역량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점이 아쉽더라.

== 김수현의 최대 약점이 영업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비지니스가 진짜 약하다. 낯도 많이 가리고.
     나랑도 많이 친할 것 같지만 현장에서나 보는 거지, 다른 때는 연락도 잘 안한다.
     사람이 너무 착해서 자기가 뭔가 나서서 하고 이런걸 잘 못한다. 나는 동남아 숀 펜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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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찌마와리>는 영화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초반 대사관 장면이나, 내부의 배신자가 있다는 설정, 껌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 그리고 오페라 극장앞에서 전구를 깨 바닥에 뿌리는 설정 등 큰 틀에서 봤을 땐
  <미션 임파서블>이 바탕에 깔린 것 같다.
   이미 많이 이야기했던 서극의 <도>를 비롯해, 주성치의 <희극지왕>의 인용도 보이고.
   후반부의 스키장을 배경으로 벌이는 액션 장면은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4>에 초반 설원
   액션 장면이 떠오르는데(여기서 '아~~~맞어 맞어'하며 감탄사를 내뱉으심), 이런 인용 장면들
   가운데 감독이 애초부터 이 영화를 생각하고 인용한 장면이 있는가 하면, 지금 알게 된
  <폴리스 스토리 4>의 경우처럼 촬영당시에는 몰랐으나 나중에 인터뷰나 리뷰 등을 읽다가
  이런 장면이 이런 영화에 등장했었구나 하고 알게 된 영화들도 있는것 같다.


== <폴리스 스토리 4>도 지금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경우고, 사실 주성치의 <희극지왕>의 경우도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된 경우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런 장면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희극지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정무문' 장면이라 이건
    쇼트들도 다 기억이 나는데, 콧물 장면 같은 경우는 얼핏 그런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정확히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그런게 제법 많은 것 같다.
    누군가 말을 해줘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무의식 속에 있던 것들이 의도되지 않게 표출된 것
    같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얘기를 하셨는데, 구조적인 면에서 더 큰 틀로 얘기하자면 아무래도
    007 시리즈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행동들 같은 경우는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
    스타일의 행동을 한달까?  근데 다찌마와리와 이단 헌트는 백만광년쯤 떨어진것 같은데? ㅎㅎ
    이를 테면 <독비도>같은 장면은 대놓고 말을 하니 두말할 필요없을테고, 액션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서극의 <도>에서 가져왔고, 오페라 극장의 세트 디자인 같은 경우는 미술팀과 세트팀에게
    <도쿄 방랑자>를 보여주면서 이런 비현실적인 공간을 요구했었고, 뒤에 큰 시계같은 경우는
    <유로파>같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스크린 프로세스 방식의 과장된 것들을 인용하기도 했고.
     뭐 대사들은 예전 한국영화들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온통 인용으로 점철된
    인덱스 영화 쯤 되겠다.


- 개인적으로는 황보라씨 캐릭터를 더빙한 케로로 성우분의 목소리 연기도 좋지만,
  임원희씨가 인터뷰 중에 이야기하셨던 것도 있고, 또 <보노보노> 톤을 원해서 그런 식으로
  황보라씨에게 대사를 주문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보노보노>의 왕 팬으로서
  (여기서 감독님이 직접 보노보노 목소리 연기를 선보이시기도 '포로리야~')
  이런 황보라씨의 더빙을 DVD에서라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는데,
  혹시 계획이 있는지?


== 그럴 생각이긴 하다. 그런데 우울한 현실을 말씀드리자면, 가면 갈수록 DVD를 만들 때 이런저런
     시도를 하기가 굉장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DVD 시장이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차피 다 돈이라 감독이 원하는 만큼 DVD가 나와주기에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DVD를 기획하면서 가장 크게 하고 싶었던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음성 트랙을
    배우들이 더빙한 ADR트랙만 살리고, 그러니까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ADR 트랙만 독립적으로
    담긴 채널을 만들고 싶고, 두 번째 시각적으로는 메뉴 선택에 따라 레터 박스를 치우고 다른
     버전을 담는 것이다. 그 다른 버전이란, 예전 리 반 클리프가 나오는 서부영화들을 TV에서 보면,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억지로 자르다보니 자르고나서도 남은 부분이 있어 압축을 시켜서 방영을
     하곤 했는데, 어린 시절엔 이렇게 인물들이 길쭉하게 외곡되어 나오는 것이 오히려 더욱
    영화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도니 브레스코>DVD 같은 경우도 약간 늘려서 그런 식으로
     출시가 되었던 것 같은데, 선택에 따라 이렇게 옛날 영화 TV방영분 처럼 볼 수 있는 버전을
    하나 만들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한국영화 감독들은 사실 각종 메이킹 영상이나 소스등을
    넣고 싶어하지만, 어차피 그게 다 돈이고, 그냥 오소링이나 잘되서 화질이나 사운드나 잘 나와주면
    감지덕지다 하는 생각들이 퍼져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블루레이 같은 경우는 정말 소수의
    선택받은 영화들 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 생각되고. 이렇게 우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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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레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혹시 블루레이 유저이신지?


== 아, 아직이다. DVD플레이어도 망가져서 컴퓨터로 보고 있다
    (여기서 컴퓨터란 물론 DVD-ROM입니다;;)


- 지금 말씀하신 분위기로 미뤄보자면 <다찌마와리> 블루레이 출시는 사실상 거의 희박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죠'하시며 감독님의 허탈한 큰 웃음 작렬),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나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경우처럼 해외에서 먼저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는데, <다찌마와리>의 경우 해외판권을 이미 칸에서 계약을 한 것으로 아는데,
  혹시 해외에서라도 <다찌마와리> 블루레이를 만나볼 수 있을까?


== 잘 모르겠지만, 구체적인건 판권을 구입한 그 쪽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보면 되겠다.
    배급 판권과 2차 영상물 판권을 별도로 판매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시장성 판단에 따라
   해외에서 출시 여부가 판가름 날 것 같다.


-  이번 영화의 경우 성룡 영화처럼 엔딩 크래딧에 NG장면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재미도 재미지만, 요즘 같아선 영화가 끝날려고 폼만 잡아도 벌써부터 짐을 싸기
   시작하는 관객들을 엔딩 크래딧이 오롯이 끝날 때까지 좌석에 붙들어 놓은 효과도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불러 일으킨 측면이 있는것 같다.


== 이번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황당했던 일이, 무대 인사 왔다고 영화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영화를
    끊어버리기도 하고, 사실 이 영화의 마지막엔 호방한 분위기로 '잘 생겼다'하는 마지막 자막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참 당혹스럽더라. 해외 영화제를 다녀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엔딩 크래딧이 다 끝나기전에 극장에서 불을 다 키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도 빚쟁이 한테 쫓기는 나가는 분위기도 없는 것 같고. 물론 영화가 정말 자기 취향이
     아니었던 경우에 나가는 것이야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크래딧이 2,30분씩 걸리는 것도
     아니고 평균 3~4분에 길어야 10분이 안되는 시간인데, 내가 충분히 즐긴 영화라면 마지막에
     타이틀 음악을 한번 주욱 들으면서 머리 속으로 한번 정리해보고 나가는 것이 영화를 즐기는
    방식인데 이를 다 포기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그리고 더 맘에 안드는 건 차라리 빨리 나가면
    그건 그나마 괜찮은데,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건 정말 못 참겠더라.


- 영화의 러닝 타임을 보면 분명히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의 시간을 영화로 인정하고
  있는데, 빨리 나가려고만 하는 관객들도 그렇지만, 끝나자마자 불을 다 켜버리고, 청소 아줌마들을
  동원해 관객들을 극장에서 내쫓으려고 하는 극장 측에 더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 엔딩 크래딧은 엄연히 영화에 포함된 부분이고, 크래딧에
   어떤 음악을 어떻게 배치할지 등도 다 디렉팅 하는 것이기도 하고. <다찌마와리>같은 경우도
    NG장면들을 보다보면 정신없이 보다가 놓친 장면들을 다시 되새겨 보게 되는 기능도
    크래딧에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예전 단관 극장 같은 경우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겠다.
   빽빽하게 배치된 상영프로 탓에 빨리빨리 진행해야 되었던 부분도 있고, 프린트를 다시 감아 돌려야
   되는 시간적 요인도 있었고. 하지만 요즘같은 멀티 플렉스의 경우 그런 상황도 아닌데,
   이런 점은 극장에서 이런 환경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 맞다. 불을 켜는 자체가 일종의 '나가라'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고, 만약 크래딧에 불만 켜지
  않아도 바로 나갈 사람들 가운데 절반은 자리를 지키게 될 것으로 본다.


== 이건 일종의 직업윤리의 문제라 생각한다. 극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이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외교관이라고 나와가지고는 중요한 협상 테이블에 갔는데 문서 해석도 제대로 못하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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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 오프닝 타이틀을 보면 007 스타일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총기의 이미지가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나 브라스가 첨가된 배경음악도 그렇고,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카우보이 비밥>에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외국의 경우 <세븐>같은 영화를 비롯해 많은
  영화들이 타이틀 시퀀스를 독립적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찌마와리>의 경우도
  다른 곳에 의뢰를 한 것인가?


== CG를 맞은 EON 팀에서 작업을 했다. 내 영화 가운데 타이틀 시퀀스를 독립적으로 제작한 영화가
    두 편인데, 이번 <다찌마와리>와 <아라한>이 그런 경우였다. <아라한>의 경우 콘티 회의때부터
    내가 아주 밀접하게 달라붙어서 이것저것 세밀한 동선까지도 요구를 했던 편이고,
     이번 같은 경우는 말씀하신 <카우보이 비밥>이나 <007>시리즈, 그리고 70년대 이소룡 주연의
    영화들 <맹룡과강>이나 <사망유희>같은 영화들의 오프닝 컨셉 분위기를, 즉 범죄영화 분위기도
    나면서 스파이 활극 분위기도 동시에 전하는 그런 느낌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한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럽게 작업이 된 것 같다.


- 타이틀에 사용된 음악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영화에 수록된 음악들이 너무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매우 효과적으로 쓰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메인 테마음악은 마치 '수사반장'의 메인테마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도 나는것 같다.


== <샤프트>같죠. 그런 분위기를 원해서 음악 감독에게 그런 쪽으로 의뢰를 했었다.
    음악이 작업할 때 참 힘든 것 같다. 영상 같은 경우야 보면서 어느 정도 느낌을 알 수 있지만,
    음악 같은 경우는 내가 특별히 무슨 악상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촬영당시에는 정확한 느낌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 생각한다.


- 그런 점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바로 '그때 그사람' 이 삽입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부치와 선댄스가 은행을 터는 과정들을 세세하게
  보여주지 않고, 이 은행, 저 은행으로 빠르게 전개하며 흥겨운 음악과 더불어 진행되는 시퀀스가
  있는데, 약간 엇박인듯 하면서도 어울리는 이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 '그때 그사람'이 처음에는 어색한 듯 하지만, 끝으로 갈 수록 잘 맞아 떨어지지 않나?
     '그때 그사람'이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 현장 편집기사의
     컴퓨터에 '그때 그사람' 대학가요제 버전 음악이 들어있어 그냥 한 번 깔아봤는데 이게 잘
     붙더라. 이런 것도 있고 또 뭐랄까 키스에 실패한 남자의 외로움도 느껴지고 ㅎㅎ
     개인적으로 딱 분위기에 맞아 떨어지는 음악들보다도, 약간 엇갈리게 사용되는 음악을 더
    좋아하는 취향이 드러난 장면 같다.
    이런 경우 보여지는 화면과 음악의 분위기가 틀려 조화가 깨짐으로서, 오히려 양쪽을 각각 더
    집중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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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찌마와리가 상하이에 도착하자 마자 액션이 펼쳐지는 곳의 배경을 보면, 뒤에 위치한 건물
  간판에 'BADA STORY'라며 카지노 간판이 있는걸 볼 수 있는데,


== 그건 우리 미술팀의 아이디어 였다. 나는 사실 너무 대놓고 하는 것 같기도 해서 그냥 그랬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것 까지 다 보는 사람들 참 신기하다고도 생각한다 ㅎ


- 아주 지겨운 질문인듯 하지만, 아직도 언론 등에서 류승완 감독을 표현할 때는
  '한국의 타란티노다'라는 수식어가 지배적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평가에 대해 이제는
  질렸을 법한데,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이런점은 타란티노와 같다 혹은 이런 점은 다르다 하는 것이
  있다면.


==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제는 정말 지겹다. 뭐 이를테면 흘러간 대중문화에 열광하고, 장르영화나
   마이너 적인 취향은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직접 타란티노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타란티노가
   나랑 얼마나 비슷한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괜찮지만 타란티노가 이런 수식어를 좋아할지
   모르겠다 ㅎ 확실한 건 내가 타란티노 영화를 좋아하긴 한다. 그건 사실이다.


- 아무래도 류승완 감독의 팬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건, 차기작인 <야차>의 진행정도 인 것 같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떻게 되나?


== 사실 지금 드릴 수 있는 말은 전혀 아무것도 없다. 다음 달 말이 되어봐야 어느 정도 결론이 날듯
   싶긴 한데, 한국에서 시대극을 찍는 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인것 같다. 그렇다고 대충 판자로된
   세트에서 찍고 싶진 않고. 뭐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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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인터뷰를 보니 영웅본색을 시사회에서 보고 와서 요즘 관객들의 분위기에
  당황한 글을 본적이 있다고 한 말을 보았는데, 그게 아마 내가 쓴 글인것 같다.
  (확인해보니 제가 dp에 남겼던 글을 보셨더군요 ㅠㅠ)
  이 얘기를 조금 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비디오로만 접하고 극장에서는 보질
  못했기 때문에 극장 상영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예전에 극장에서 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극중에서 소마가 테입을 훔쳐 주차장으로 왔을 때, 적룡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날 때
  (여기서 감독님의 감탄사 '캬~~~~~')극장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 나도 드디어 이런 분위기를 극장에서 느껴볼 수 있겠구나 했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와,
  코믹영화로 박장대소 하며 보는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아...그 정도였나...음....너무 심각한데.. 아, 쌍코피에서 웃었나? 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나로서도 충격이다.
    영화가 점점 정보화가 되는 것 같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심이 사라진지도
    오래인 듯 하고. 예전에는 영화를 본다고 하면 어떤 신비함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영화 한 편을 보기 전에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든 접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신비함도 완전히 없어진 듯 하고. 미디어의 환경이 완전히 변해 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만든 회사 입장에서도 이 속도전에 밀려버리면 영화가 완전히 묻혀버리기
    때문에 독약인줄 알면서도 계속 마시게 되는 것 같다. 관객들의 경우도 미지의 영화를 보러
    온다기 보다는 그저 영화를 '확인'하는 정도가 되버린 듯 하다. 더 문제가 심각한건
    영화 개봉전에 수많은 정보들이 난립하게 되면서 그 정보들을 취합한 것 만으로 본인이 영화 한편을
    본 것으로 까지 판단하고 흘려보내는 것이 문제다. 좀 더 나아간 사람들은 다운로드를 받고.
   
    내가 다운로드족들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사람들이 다운받은 영화를 제대로나 보느냐
    하는 문제이다. 조금 재미없으면 다음 장면으로 바로 넘겨서 보고, 밥먹으면서 보고, 인터넷 하면서
    보고, 이러면서 영화를 봤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짜증나는 일이다. 내가 자주 쓰는 표현을 들자면,
    우리가 화집을 통해 본 그림을 그 그림을 봤다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 그림을 아는 것이지.
    공연하고는 또 다른 것이 실제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앞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긴장이 있지만, 영화는 그렇지도 않지 않은가.
    DVD의 경우는 분명 틀리다. DVD의 경우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의 최종 버전으로
    염두해 두는 것이지만, 그 어느 감독이 자신이 영화가 컴퓨터를 통해 보여지길 기대하겠는가.
   

- 앞서 얘기한 극장의 운영 매너랄까? 그런 것도 그렇고 2차 시장의 붕괴나 영화를 접하게 되는
  문화의 변화 등 참 영화만드는 입장에서는 암울한 시대인것 같다.


== 요즘은 영화를 보고나서 그 영화가 그 사람에게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아진 것 같다.
     극장 밖을 나올 때 분위기를 보면, 영화에 대해 재밌었어, 어땠어 등등 짧게 이야기 나누다가
     바로 전화를 하기 일쑤다. 영화를 보느라 못받았던 전화들을 하면서 2시간 가까이 본 영화에 대한
     느낌은 다 사라져버리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참 이렇게 만들어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최근 올라오는 영화에 대한 감상기들도 어떤 자신만의 개인적인 느낌과 연관지어 자신의 영화로
     소화하는 감상기들은 많이 줄고, 그저 정보를 전달 받거나 취합한 느낌의 감상기가 부쩍 늘어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투덜거릴 수만도 없고.


- 되게 웃긴건 그렇게 투덜거리면 또 투덜거린다고 뭐라고 하지 않나. 영화를 제 돈 주고 감상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그거야 상관없겠지만, 다운받아 대충 돌려본 사람들이 꼭 영화가
  재미없느니, 니들이 제대로 만들면 내가 봐주마 이런 식으로 말하는 현실이 참 우습다.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영화를 보러' 온것이 아니라 '극장에 온'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 그렇다. 맞다. 너무 영화가 점점 정보가 우선 되는 것 같다. 영화와 나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감상기가 그리운데 요즘에는 그런 감상기를 찾아보기가 힘든 것 같다. 내가 DVD프라임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그런 감성들이 남아있는 몇 안되는 지역이어서 그런 것 같다.


- 지난 6월 DP인들이 모여있는 청계 광장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것으로 안다.
  당시 <다찌마와리>후반 작업도 있고, 공인으로서 조금 부담스러운 행동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


== 물론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 부담이런 것이 공인으로서 이런 것 보다는
    오히려 나는 그저 현장의 분위기와 앞뒤 전후 상황을 직접 눈으로 봐야겠다는 정도로 나갔던
    것이었는데, 마치 내가  대단한 무언가를 갖고 나선것 같은 분위기로 비칠까봐, 실제로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분들보기 민망해서 부담스러웠던 점이 있었다. 쇠고기 문제만이었다면 아마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군화발로 밟히는 여학생이 동영상을 보고는 '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두홍 무술감독도 그 동영상을 보고는 확 '빡'이 돌아서 실제로 액션스쿨
    연기자들 동원해서 스크럼 짜는 것 까지 다 계획했었다. 내가 먼저 나가서 분위기를 일단 보고
    온다고해서 말렸던 것이고.
     그 이후 6.10일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청을 찾기도 했었고. 개인적으로 나는 정치적으로
    편협한 노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했따.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면 안되는 것 등 이런 것은 상식의 문제가 아닌가.


- 오늘 새벽까지 진행된 인터뷰로 많이 피곤한 가운데서도 긴 시간 열정적으로 임해주셔서
   감사드린다.

- 내가 더 고맙다. 앞으로 블로그에서 만나자 ㅎ



DP의 회원으로서 인터뷰한 것은 아니었지만, 감독님께서도 DP눈팅 회원이라고도 하셨고,
인터뷰 가운데 많이 거론된 것도 있고해서, 특별히 DP회원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한 말씀 부탁드렸습니다~






에필로그...


일단 이 날은 여러가지 면에서 제가 감격할 수 밖에는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일단 DP얘기가 나왔을 때 감독님이 제 닉네임을 여쭈어보셨는데, 제가 '스코필드요...'하고 부끄럽게
얘기했더니, '아, 스코필드 님!'하며 대답하시길래, '엇, 정말 아세요?' 그랬더니 '네, 글 자주 읽은 기억이나요'
하시더라구요.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ㅜㅜ

하지만 이것은 감격의 시작일 뿐.
제가 마지막에 '제 블로그에도 한 번 들러주세요' 했더니, '그러면 주소좀 쳐주세요' 해서 제가 감독님
컴퓨터에서 직접 도메인을 입력해서 제 블로그가 짠 하고 나오는 순간, '아~~ 여기~' '며칠 전에도 왔었는데'
하시면서 '여기 즐겨찾기도 되어 있어요'하시더라구요 ㅠㅠ
그런데 그때 못하셨는지, 즐겨찾기 목록에는 빠져있어서 이번에 다시 즐겨찾기 등록 해드리고 왔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이 제 블로그와 제 글을 읽으셨었다니 감동의 물결이 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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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부터 새벽까지 이동진 기자님과 무려 5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하느라, 사실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한 류승완 감독님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짧지 않은 2시간 내내 저의 부족한 질문들에 정성껏 응해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실 인터뷰 내용에 정리하지 않은 것 외에도 상당히 많은 얘기를 나누었으나, 영화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사는 이야기'들이라 (이 이야기들만 30분 넘게 나누기도 했죠) 이건 제 기억속에만 담아두렵니다.
정말 편안한 분위기 가운데 마치 오래전 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무엇보다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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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 (Wall - E, 2008)
우주 최고의 러브 스토리


픽사의 작품은 언제부턴가 그 어느 영화사의 작품들보다 믿고 관람할 수 있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따뜻한 가족애에 감동할 수 있었고, <카>에서는 한 때 잘나갔던
주인공이 사고를 겪으며 자신이 몰랐던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통해 감동을 느낄 수 있었고,
<라따뚜이>는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는 진리를 쥐가 요리를 한다는 설정을 통해 완벽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역시 감동할 수 있었다. 이번에 개봉한 <월-E>역시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파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로봇보다도 로봇 같은 인간들의 획일화된
모습과 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들의 모습에서, 획일화되고 규격화 되어가는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동시에, 무엇보다 '우주 최고의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근데 이 러브 스토리 역시 신파에 가까운
멜로 영화의 클리셰를 모두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픽사의 작품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신작 <월-E>의 경우도 그렇고, 픽사의 작품들은 사실상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극 영화들과 비교해도 항상
그해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픽사의 영화를 꼽게 되는 이유는, 뻔한 이야기와 주제를 가지고도,
디테일한 스토리텔링과 볼거리, 아이디어로 관객들을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고, 그 속에서
어느덧 자신들이 하려는 진리에 가까운 주제를 관객에게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으며,
캐릭터가 인간에서 로봇으로 바뀐 것 뿐이지 뻔한 러브 스토리임에도, 결국 매 순간순간마다 울컥울컥하게
만드는 놀라운 영화적 기술을 선사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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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쌍안경에 가까운 저 렌즈로 표현된 눈이, 인간의 눈의 묘사보다도 더 많은 감정과 애틋함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계속되는 발전을 통한 환경파괴로 지구는 더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초대형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려, 인간들은
대형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나게 되고, 지구상에는 쓰레기 청소로봇 '월-E'만이 남아 약 800년 동안 홀로
지구별을 지키고 있다. 초반 장면에서 느낄 수 있듯이 청소로봇으로서 살아가는 '월-E'에게는 이미 800년이나
지속적으로 해온 업무 탓에 단조로움이 묻어있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쓰레기 속에서
찾아내 자신의 아지트로 가져와 마치 '인간처럼' 방을 꾸며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영화 속 '월-E'의 초반 이런
묘사를 통해 영화는 '어떻게 로봇이 감정을 갖는가?'라는 문제를 아주 단순하게 설명해 버린다.
오래된 뮤지컬 영화(헬로 돌리)테입을 보며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춤과 로맨스에 감동하고, 낡은 아이팟으로
(낡았다 하더라도 800년을 버텼으니 이 정도면 내구성은 최고인듯. 알다시피 픽사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 이런 설정들은 귀엽게 봐줄 수 있었다 ㅎ)오래된 팝송을 들으며
마치 '낭만'마저도 즐기는 듯한 '월-E'에게 어느 날 대형 우주선과 함께 하나의 새로운 로봇이 등장하면서
이 한가로운 청소로봇에 일상에는 커다란 변화가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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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EVE)'라고 불리는 이 로봇은 일종의 탐사로봇으로 지구에 생명체 여부를 탐사하러 온 로봇이다.
오랜 시간 동안 지구에서 따분한 생활을 홀로(물론 귀뚜라미? 친구는 있지만)해온 월-E는 이브를 보는 순간,
그야말로 '첫눈에 반하게'되고 그때부터 이브에 대한 짝사랑이 시작된다.
이브를 쫓아다니면서 결국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킨 월-E는 자신의 아지트로 이브를 데려와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도 보여주고, 직접 춤도 춰보이고, 자신이 모아둔 여러가지 것들을 구경시키는데, 나는 여기서부터
뭉클하기 시작했다. 800년 동안이나 홀로 있었으니 무언가 새로운 존재가 등장했을때 얼마나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을까. 이 과정에서 자신이 구해온 식물도 자랑하기에 이르는데, 바로 이 새로운 생명체를 조사하러
온 이브는 식물을 보는 순간 명령어에 따라 자신을 보낸 우주선에 신호를 보내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은 모두
정지되는 상태가 된다. 월-E는 처음에는 놀라지만 나중에는 이미 사실상 작동을 하지 않고 있는 이브를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좋은 것도 보여주고,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면 파라솔을 펴주고, 비가 세차게 내리면
우산도 받쳐주고 하며 계속 이브가 께어나기만을 기다린다. 이 시퀀스에서 월-E가 이브를 대하는 모습은
마치 <그녀에게>가 떠오를 정도로 애틋하고 감동적이었다(흐르던 음악도 기가 막힌 싱크로율을!).
결국 이브를 회수하러 온 우주선이 도착하고, 이 우주선을 월-E도 따라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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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장애에 가까운 청소 본능을 갖은 로봇 '모 (MO)' 캐릭터는 <월-E>를 보는 또 다른 재미거리다)

인간들이 버려진 지구를 떠나 생활하고 있는 우주선의 모습은 그야말로 '로봇'스럽다. 모두들 자동 의자+침대쯤
되는 기구를 타고 이 위에서 모든 생활을 하고 있는 터라, 모든 구성원들의 체형은 다들 몹시도 살찐 모습이며,
각자 모니터에 나타나는 동일한 영상을 보고 있으며, 우주선에서 제공하는 화면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미 루트도 다 정해져있어서 다니던 길로만 다니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건 얼마나
로봇스러워졌는지(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면 이 '로봇스럽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 말같다. 이리도 인간적인
월-E나 이브 같은 로봇들이 있으니 말이다 ^^), 보여지는 영상 외에 다른 곳은 아예 볼 생각도 하지않고(그저
고개만 돌리면 되는데도!), 새로운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조차 아무도 하지 않는다. 그저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지고 나태해져 아예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이다.

월-E가 이 우주선에 나타나서 작은 사고를 통해 2명의 인간이 기기에서 떨어지게 되고, 이들은 처음으로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 없던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계속 그대로 있었으나
한번도 고개를 돌려 보려고 조차 하지 않았던 바로 그 세상이다. 이 2 명의 사람들은 여기서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점차 새로운 것에 눈을 뜨게 된다. 이 배의 선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기계화된 하루하루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이브가 가져온 생물체로 인해 지구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고, 점차 알아가게 되면서 그 동안은 하지 않았던
새로운 생각들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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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가 월-E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면 우주선에서 이브가 깨어나게 되면서 부터는 본격적인 쌍방향(?)
러브 스토리가 시작된다. 지구에 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선장은 이브에게 영상장치를 연결해 이브가 지구에서
보고 온 것들을 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브는 자신이 우주선에 신호를 보내느라고 정지되었을 때의 영상들을
처음 보게 된다. 바로 월-E가 작동이 멈춘 자신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을 시켜주고 돌봐주었던
것들과 손 한번 잡고 싶어서 마음 졸이던 그 애틋한 심정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월-E를 급하게 찾게
되지만 월-E는 사고를 겪으면서 거의 죽어가게(로봇에게 죽어간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되면서 이브는 월-E를 구하기 위한 방법은 지구로(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우주선의 귀환 작전을 돕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획일화된 시스템 속에 길들여져 있던 인간들은 월-E와 이브의 활약에 조금씩 자신들이
해야할 바를 깨닫고 도움을 주기에 이른다. 결국 거대 시스템과 인간 스스로가 만든 이 현상유지와 안주함을
깨고 황폐화된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만드는 설정이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와 월-E를 새로운 부품들로 교체하여 완벽하게 고쳐냈지만, 주요 부품을 바꿔버린
탓에 월-E는 쉽게 말해 '초기화'가 되어 이브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저 청소 로봇으로서의
기능만을 수행하는 '로봇'으로 돌아가고야 만다. 사실 이것보다 신파적이고 뻔한 줄거리는 또 없겠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제야 드디어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한 명이 기억상실이라니....)나는 여기서 거의
울먹 거릴 정도까지 되어버렸다. 이브를 알아보지 못하는 월-E의 표정(이미 월-E에게는 표정이란 것이
느껴진지 오래다)을 보면서 어찌나 슬프던지. 이브는 이런 월-E가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월-E가 그렇게도
하고 싶어하던 손을 잡아주게 되고 서로 머리를 맛대는 순간 스파크가 일어 월-E는 기적적으로 기억을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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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의 로맨스는 가히 지상 최고, 아니 우주 최고의 러브 스토리이다!!)

디지털화가 지속될 수록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감성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되는 듯 하다.
이제는 로봇이 인간을 계몽시키는 수준까지 와버린 것 같다 ㅎ
<다크 나이트>때문에 흥행면에서는 완전히 참패를 거두고 있는 <월-E>지만, 2008년 들어 지금까지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올해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다크나이트>와 심각하게 고민해볼 정도로 <월-E>는
또 한 번 픽사의 위대함을 보여준 픽사 최고의 작품이었다.
전 연령이 모두 즐겁게 즐길 수 있으며, 나 같이 다 큰 어른도 어느 정도의 감수성만 있다면(감수성이 폭주하는
나 같은 경우는 눈물 바다를 준비해야함 ㅠㅠ)그 어떤 극 영화보다도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월-E>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얼마나 행복해짐을 느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얼마나 '이~~~~~브아~~~~'를 따라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




1. '이~~~브아~~~'라고 이브를 부르는 월-E의 음성은 흡사 E.T의 목소리를 연상케 했다.
2. '워~~리~~~~~;라고 월-E를 부르는 이브의 음성도 기억에 남고, '모!'라고 자신의 이름을 외치던 모 역시!
3. 개인적으로는 뮤지컬을 좋아해서 그런지 오래된 <핼로 돌리>를 보며 감상에 빠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4. 엔딩 크래딧 이후에 특별한 쿠키 영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쿵푸 팬더>의 경우처럼 엔딩 크래딧의
    장면들이 영화의 에필로그 겪인 영상이라 이것도 절대 놓치면 안되겠다.
5. 픽사의 작품 가운데 실사가 등장하는 처음 영화가 아닌가 싶다.
6. 디지털 자막 버전으로 보았는데, 디지털-자막으로 상영하는 상영관이 많지 않음으로 찾기 어렵다면
   그냥 디지털-더빙으로 봐도 아주 나쁘진 않을 듯 하다. 이 영화는 원채 대사가 별로 없음으로 ^^
7. 우주선에 방송으로 들려주는 목소리는 시고니 위버가 연기했다.
8. 지상 최고의 천재 집단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픽사를 꼽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픽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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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수요일 오후 2시.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기자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다찌마와리 공식 블로그 운영진으로(블로거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죠) 초대를 받아 영화를 일반 관객보다
좀 더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물론, 주연 배우인 다찌마와리 역의 임원희씨를 저 외에 2명의 블로그
운영진 여러분과 함께 별도의 비밀(?) 공간에서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습니다.
2시 즈음에 영화를 봐서 그 이후에 기자간담회 까지 마치고 나니 거의 5시가 다 되었는데, 바로 임원희씨를
인터뷰하게 되어 조금은 정신 없는 스케쥴이었습니다. 미리 대략적인 질문을 준비해 갔음에도,
대부분의 질문이란 것이 영화를 보고나서 하려고 했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즉흥적인 면도 있었죠.
그래도 어색하게 침묵이 흐르기도 했던 차분한(?) 분위기에서도 진지하고 솔직한 대답과 많은 질문을
해주셨던 임원희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인터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노트북이나 이런 최첨단 장비 없이 그냥 질문을 하고, 그리고 대답을 들을 땐 가능한 임원희씨의
말씀을 경청하려 눈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는 복잡함 속에서, 노트에 볼펜으로 대략적으로 정리한 인터뷰라
질문의 순서는 100%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95% 이상은 제가 한 질문 위주로 정리를 했지만 조금은
다른 블로거 분이 건낸 질문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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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찌마와리에서 다찌마와리 역할을 맡고 있는 임원희 입니다~)

세벗님 ) 그런데 뭐 자기 소개도 없이 그냥 바로 시작하나요?

아쉬타카 ) 우리 사이에 통성명은 필요없을 것 같다고 하셔서 그냥 하려고 했죠 ^^;;;

(이런 썰렁한 유머로 저는 포문을 열었습니다)


아쉬타카 ) 영화를 보고나니 액션 장면에서 상당히 고생하신듯 했다. 마지막 엔딩 크래딧 장면을 보면
               같은 장면에서 몇 번이나 액션을 맞추기 위해 구르고 또 구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직접 소화한 것인가? (마치 성룡 영화처럼 엔딩 크래딧엔 NG장면들이 담겨있습니다)
               혹시 다치거나 한 곳은 없는지?

임원희 ) 몇 번씩 백덤블링하는 장면 같은 건 물론 직접 못했지만, 말씀하신 구르는 장면 같은 대부분의   
            액션 장면은 직접 연기했다. 뭐 나도 누구처럼 어디가 부러지고, 큰 골절상 정도를 입었다면
            얘기하겠지만, 어디 까지고 깨지고 이런 것 정도라 어디 말하기도 부끄럽다. 대역의 경우 이전
            단편에서는 일부러 대역임이 티나게 사용되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대역이 연기한 장면에서도
            거의 티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아쉬타카 )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 <다찌마와리>는 100% 후시 녹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후시녹음 작업이 힘들진 않았는지?

임원희 ) 리딩 때부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상당히 연습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100% 후시이고 분량이 많다보니 거의 영화 한 편을 다시 찍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녹음 부스 안에 들어가 후시 녹음 작업을 하는 일은 상당히 고되었다
(영화 한 편을 다시 찍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말을 할땐 정말 진정성이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초반에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겠지만 관객들이
            영화가 전개될 수록 점점 익숙해지기를 바랬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황보라씨의 경우 영화에서는 본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성우 분의 목소리로
            100% 후시녹음이 된 것을 확인하고 조금 당황했는데,
황보라씨가 직접 연기한 목소리가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극중 황보라씨의 목소리는 '케로로'에 참여하기도 했던 전문 성우분의 목소리로 100%
            후시녹음 되었다. 그리고 임원희씨도 완성된 필름을 보는 것이 이날이 처음이라 인터뷰 내내
            조금은 들 떠 있고 긴장하신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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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 녹음 작업은 정말 힘들었어요. 영화 한 편을 다시 새로 찍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아쉬타카 ) 코미디 연기를 부쩍 많이 하셨는데 코미디 연기에 대해 연기하는 배우로서의 느낌은 어떠한가?


임원희 ) 코미디 연기는 정말 힘들다. 정말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고 힘이 드는 것 같다.
            그리고 코믹 배우, 멜로 배우, 액션 배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배우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다찌마와리>를 촬영하면서 다시 한번 코믹 연기는 하면 할 수록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쉬타카 ) 배우 임원희라고 하면 대부분의 영화 팬들은 단편 '다찌마와 Lee'의 코믹한 이미지가 너무 강해
               <쓰리, 몬스터>에서와 같은 섬뜩한 캐릭터가 있었음에도, 대중들은 흔히 코믹한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런 코믹한 이미지로 정점을 찍는 겪인 이번 영화에
               출연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임원희 ) 사실 단편 '다찌마와 Lee'를 찍고나서 코미디 영화의 캐스팅 제의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었다.
            하지만 내가 다 거절했었다. 나는 그냥 배우일 뿐이지 코믹 전문 배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시에 코믹한 캐릭터가 주를 이루던 캐스팅 제의는 모두 거절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는 흘러가는대로 가는 것 뿐 액션 영화를 하고 싶다, 코믹 영화를 하고 싶다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주어진 기회에 따라 그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할 뿐이다.
            진지한 연기를 많이 보여주었던 설경구 씨도 사석에선 정말 웃기는 형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코믹 연기도 진짜 잘한다. 예전엔 인터뷰에서무슨 연기를 앞으로 하고 싶냐고해서 그런것 없다고
            했더니 그래도 굳이 하나 얘기해 달라고 해서 장난 삼아 멜로 연기요 했더니 그게 또
             '임원희 멜로연기 하고파' 식으로 기사가 났더라.

            무슨 연기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좋은 감독과 좋은 시나리오만 있다면 어떤 장르나 캐릭터라도
            연기하고 싶다.



아쉬타카 ) 좋은 감독과 시나리오를 말씀하셨으니까 하는 말인데, 그렇다면 꼭 일해보고 싶은 감독은
               있나? (사실 국외 감독도 상관없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는데, 막상 당시엔 미처 못물어보고 말았네요)


임원희 ) 나는 감독복이 많은 배우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그럼에도'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ㅎ
            류승완 감독님, 이명세 감독님, 장진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 김지운 감독님 등 이미 많은
            좋은 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음...이것도 어떤 연기를 하고 싶냐는 것에
            대한 답과 비슷한 답변이 될 듯 하다. 일해보지 않은 모든 감독들과 다 일해보고 싶다.
            봉준호 감독님 작품도 해보고 싶고, 송일곤 감독님, 홍상수 감독님 작품도 해보고 싶고,
            다 작업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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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연기는 정말 하면 할 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계속 공부중입니다)

아쉬타카 ) 영화로 다시 돌아와서, <다찌마와리>의 장편을 기획할 때 류승완 감독과 함께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임원희 ) 단편은 의도적인 촌스러움과 비틀기로 한 35분간을 쉼 없이 달렸다면, 장편에서는 이 같은 호흡으로
            이어가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좀 더 업그레이드를 하는 형식으로 가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다찌마와리>는 말도 안되는 영화이다. 일반적인 영화의 잣대로 이 영화를
            감상한다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없으며, 굳이 극중 전개나 캐릭터들의 행동에 대해 일일이
            서사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영화가 아니다. 감독님과 스텝, 배우들 모두 무언가 국내에는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다는 의미로 임했다.
           
            예전 패러디 영화였던 <재밌는 영화>의 경우 초반 시나리오나 기획 단계에서는 정말 재미있던
            영화였는데, 촬영이 진행되면서 좀 더 그 본래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찌마와리>의 경우 단순히 패러디나 오마주라기 보다는, 좀 더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서
            접근하는 일종의 모험적인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왕 이런 식으로 갈꺼라면 극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간 오버가 아닌가
            생각되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더 극한까지 가는 것으로 연기했다.



아쉬타카 ) 이 영화의 부제는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박노식 씨 주연의 동명 영화에서
              가져온 것인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직접적으로 내용적인 면에서 연관되는 점은 없지만,
              극중 박노식 씨의 연기 스타일을 보면 어느 정도 다찌마와리의 발성이나 추임새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혹시 예전 단편과 이번 장편 영화의 '다찌마와리' 캐릭터를 구현하면서, 참고한 영화나
              배우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임원희 ) 특별히 어느 한 영화나 배우의 연기를 가져왔다기 보다는 당시 이른바 '다찌마와리'영화로 불리던
            6,70년대 한국 액션 영화에 등장했던 선배 배우 선생님들의 연기를 모두 참고했다고 볼 수 있다.
            박노식 선생님이나 허장강 선생님, 신성일 선생님 등 당시 연기했던 배우 선배님들의 연기를
            참고했는데, 다시 보고 나니 이 분들의 연기가 참 대단하더라. 신성일 선생님의 연기의 경우
            그냥 '택시~~'하고 부르는 그 장면 만 가지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매우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더라.
           
            전체적으로는 내가 생각한 다찌마와리 라는 캐릭터를 배경으로 그 안에 여러가지 선배님들의 연기를
            종합적으로 짬뽕시켰다고 보면 된다. 촬영 때 연기가 막힐 때면 선배님들의 연기 장면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하기도 했었다. 개인적인 연기 외에 이 영화에는 대사 같은 경우는
            당시 영화들의 대사를 그대로 가져온 부분도 많다.


아쉬타카 ) <다찌마와리>의 캐릭터나 설정의 경우 만약 흥행을 거두고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007처럼 속편 제작에 아주 용이한 영화의 구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 영화가 흥행하여
              속편이 기획되고 다시 한번 '다찌마와리' 역할의 캐스팅 제의가 올 경우, 참여할 생각이 있는지...


임원희 ) 일단 류승완 감독님은 속편에 대한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몇년 동안은 아마도
            전혀 기획되지 않을 듯 하고, 나 역시도 지금으로서는 전혀 계획이나 생각이 없는 상태다.
            흥행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 영화는 흥행해도 고민 안되도 고민이다. 물론 흥행되면 행복한
            고민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더 심각한 고민이 되겠지만, 이 영화가 흥행하게 되면
            배우로서 코믹한 이미지가 완전히 굳어지는 것에 대한 것과 앞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될 것이고,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면 그것 역시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되는 가에 있어
            심각한 고민 요소가 될 것 같다. 영화는 어차피 흥행이 중요하고 결과가 중요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는 정말로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고 가장 긴장이 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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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타카 ) 이건 개인적으로 드리는 질문인데, 배우 임원희가 아닌 인간적인 면으로 임원희씨를 바라봤을 때,
               이번 기자 간담회 분위기도 그렇고(포토타임에서 좌측 5초, 중앙 5초, 우측 5초, 그리고 감독님과
               둘이서 역시 5초씩, 그리고 단독으로 또 5초씩 등등 미리 정해진 룰에 따라 사진 촬영을 하는
               광경을 보니) 영화 홍보를 위해 각종 인터뷰와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는 등의 모습을
               보면 상당히 어색해 하시고 경직되어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런
               주목이나 홍보 활동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편하지는 않으신지 묻고 싶다.


임원희 ) 사실 사진 찍히는거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 중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니가 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며 다들 이야기한다. 그리고 대학교 연극영화과 동기들도 '니가 그렇게 코믹 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고 다들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내성적이라 인터뷰나 사진 촬영 등이 많이 어색하고 불편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영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아쉬타카 ) 그런 면에서 얼마전에 포스터 촬영 현장을 담은 케이블 방송에서는 단독 인터뷰 장면이 방영되었는데,
              이때는 혼자이셔서 그런지 굉장히 어색하고 경직되어 있는걸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 주 방영될
              '놀러와'의 예고편에서 잠시 스친 임원희 씨의 모습은 류승완 감독, 류승범 씨와 함께 출연해서인지
              조금이나마 편해보이는 인상도 받을 수 있었다.



임원희 ) 그런면도 있고 예능에 나가서 이야기하는 것에도 정말 재주가 없고 어색해 하는데, 이번에는
            '놀러와' 단 하나만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왕 하나만 하는거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에 편하진 않지만,
            최대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정말 예능은 정글이다. 40분 방송을 위해 6시간 녹화를 하는데,
            현장에서는 별로 재미가 없더라 ^^; 그런 면에서 이를 잘 컨트롤 하는 유재석 씨나 강호동 씨 같은
            분들은 참 대단하다고도 생각한다.

            홍보 얘기에 덧 붙이자면, 요즘은 예매율이 너무나 신속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개봉하고 금새 영화의
            당락이 평가되는 것 같아 아쉽다. 홍보부서 같은 경우는 예매율이 공개되는 날에는 밤을 새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고 출연했던 영화가 막상 예매 순위에는 7~8위 이렇게 랭크 되면서
            쓴 맛을 본적이 있기 때문에, 이미 예매율로 대부분의 흥행여부가 결정되어버리고 마는 부분을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초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2주차에 입소문을 타고 차고 나오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2주차에 차고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2주차 들어 입소문이 좋아 극장을 찾게 된 관객들도 이미 지나버린(?) 평이 좋은 영화보다는
            그 중에 걸린 신작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많기 때문에 이도 힘들어졌다.
            주제 넘은 말이지만 한국영화의 현재 상황이 좋지 못한 것도 물론이고, 예전처럼 천만 관객이
            넘는 시대가 앞으로 또 올 수 있을까 싶다(국민의 4분의 1에 가까운 관객이 관람했다는 수치는
            사실상 말도 안되는 수치다). 너무 안이하게, 한국영화는 어느 정도 봐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배우로서 더욱 진지하고 열심히 영화에 임하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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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희 씨는 한 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를 마치고, 저를 비롯해 참석한 블로거 3명에 각각 포스터에 싸인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다찌마와 Lee>가 수록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DVD를 가져가 여기에도 싸인을 받았죠)


아쉬타카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임원희 ) 영화는 코믹 영화지만, 감독과 배우, 스텝들은 현장에서 3개월 동안 정말 진지하고 열심히 땀흘려
            작업하였습니다. 코미디 영화는 다른 어떤 장르의 영화보다 관객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관객분들과 <다찌마와리>만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8월 14일날 직접 극장을 찾아
            오셔서 확인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쉬타카 ) 수고하셨습니다.

임원희 ) 감사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거의 바로 이뤄진 인터뷰라 조금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시종일관
진지하고 솔직한 답변을 해주신 임원희 씨 덕분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직 개봉전이라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들은 인터뷰 내용에서 뺀 것도 있고, 아날로그 인터뷰 기록 형식을 취하다보니
모든 내용을 전부 기록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임원희 씨가 이번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것을
어느 정도 담아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던 건, 임원희 씨는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몹시도 궁금증과 기대를 갖고 계셨으며, 그래서 인터뷰 초반에는 제가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난감해 하기도 했었습니다 ^^;

뭐랄까 개인적으로는 임원희씨라는 배우를 이번 계기를 통해 인간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할까요.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호방한 '다찌마와리'와는 달리, 조금은 내성적이시지만 자신의 연기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이 날도 집에 돌아가게 되면 이번 작품과 연기에 대해 좀 고민해 봐야겠다고 하셨더랬죠),
공부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신 모습이었습니다. 전 오히려 스크린 속에서 연기하는 임원희씨의
모습보다 스크린 밖에서 노력하는 임원희 씨의 모습에 더욱 반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참고로 원래는 배우분과 단독으로(1:1은 아니고 1:3이었지만) 인터뷰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싸인요청과 더불어 함께 사진 한장 찍자고 요청드릴려고 마음먹고 갔었는데,
제가 한 질문의 답변 가운데 '사진 찍는 것 정말 싫어한다'라는 말씀도 있었고, 또한 제가 오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면서, 그리고 영화 홍보를 위해 각종 인터뷰나 예능 프로 출연 등 영화 본연의 중요성 보다는 오히려
다른 요인들에 더욱 포인트가 맞춰져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기도 했고,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배우로서
이런 환경에 어색해 하시고 불편해 하셨던 임원희 씨의 모습을 느끼고는, 차마 사진을 찍자고 요청드릴 수가
없어, 함께 찍은 사진은 없이 그냥 돌아왔습니다.

서로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덜했습니다 ^^;
하지만 만약 박시연씨나 공효진 씨와의 인터뷰 였다면 대화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을런지....
응?????? --;


* 모든 인터뷰 사진은 클릭해서 보시면 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 사진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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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컨피덴셜 (The U.S. vs. John Lennon, 2006)
존 레논이 가장 사랑했을 그의 영화


미리 밝히자면 존 레논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이자 한 사람의 존재이기도 하다. 너무도 유명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비틀즈 활동 이후 솔로 활동 그리고 아내인 오노 요코와 함께한
'Plastic Ono Band' 활동까지(개인적으로 비틀즈 시절의 존 보다도 오히려 솔로와 플라스틱 오노 밴드 시절의
존과 음악을 더욱 사랑한다), 그는 뮤지션이면서 한 사람의 휴머니스트였으며, 반전과 사랑, 평화를 외치는
선동가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당시 닉슨 대통령 체재였던 미국이란 국가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로 분류되었던
사람이기도 했으며, 아들을 둔 아버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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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단순히 비틀즈의 멤버로만 기억하는 이들도 있으며, 이후 솔로 활동까지
기억하는 이도 있고, 미국에서 반전운동을 벌이던 운동가로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도 있고,
오노 요코와 함께한 퍼포먼스를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작가이자 감독이기도한 데이비드 리프와
존 쉐인필드는 이렇듯 단편적인 존 레논의 이야기가 아니라, 존 레논을 중심으로 당시의 반전 분위기와
정부의 공권력 남용 등 사회, 문화적인 내용들을 함께 담고자, 그리고 무엇보다 존 레논의 당시 일화들을
단순히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앞뒤 맥락과 의도가 이해되도록 철저한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그와 요코가
겪은 불합리한 고통들과 그들의 진정성을 가깝게 하지만 객관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사실 존 레논의 팬들이라면 이 다큐에 포함된 내용들 가운데 새로운 내용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미 존 레논의 관한 이야기들은 여러가지 장르와 형식을 통해(심지어 그의 죽음은 '진실 혹은 거짓'같은
오락성 프로그램에서까지 다뤄지지 않았던가)공개되었었고, 여러 다큐멘터리 영상들을 통해 비틀즈 시절의
존과 오노 요코와 함께한 시절의 모습들까지 대부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최근 개봉한 <존 레논 컨피덴셜>
이 독특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일단 그의 가장 주변에 있었던 친구들과 동료들 그리고 반대로 그를 가장
꺼려하고 주시했었던 당시 정부와 FBI의 요직에 있었던 이들의 인터뷰를 들 수 있겠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로는 당시 급진적 운동가의 대표 주자였던 존 싱크레어를 들 수 있겠는데, 두 감독은
존 싱크레어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당시 반전 운동을 주도한 지식인, 운동가 들의 인터뷰를 차례로 이어갔고,
그의 친한 친구들이었던 사진가, 기자들의 인터뷰는 물론 무엇보다 그를 가장 가까이서 이해했던 오노 요코의
인터뷰도 담았다. 이들이 직접 들려주는 존 레논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그 동안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들어오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친한 친구들에게서는 그 동안 자세히 알지 못했던
당시 존 레논의 심경과 성격 등을 전해들을 수 있었고, 반대로 정부 인사들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그 당시 정부에게 존 레논이라는 이 한 뮤지션이 얼마나 혐오대상이자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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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를 보니 더욱 명확해졌다. 그가 주장한 사랑과 평화, 반전은 이성이 있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아주 단순한 명제였다는 것과. 존과 요코가 남들과 다르게 주목 받고 화제를 불러 일으킨 것은 물론
그들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을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의
용기를 가졌을 뿐이었다는 것을. 가끔 유명세를 얻고 있는 연예인들의 정치적인 발언에 대해 찬반 토론에
까지 이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존 레논의 경우는 이러한 유명세를 정치적인 메시지로 이용한 가장 효과적인
사례이자, 개인적으로는 가장 본 받을 만한 행동이었다고 생각된다. 존 레논은 일부 사람들에게 미치광이로
여겨질 정도로 그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을 서슴없이 저질렀지만, 지금와 그의 행동들을 돌이켜보면
그가 원했던 롤 모델이었던 '간디'의 비폭력 단식 시위처럼 그가 요코와 보여준 퍼포먼스들은 대중과(특히
비틀즈의 주 팬 층이었던 어린 청소년들과 젊은 세대에게) 언론에 지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궁극적으로는
왜 이들이 신혼여행 기간 호텔의 침대 위에서 평화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했고, 바로 이 점이 존과 요코가 원하던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자신들만의 평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전세계의 비틀즈 팬들은(특히 영국팬들은), 일본에서 온 마녀가 존을 빼았아갔다고 얘기하곤 했지만,
존 레논은 오노 요코를 만나면서 비로서 웅크리고 있던 자아에 눈을 뜨게 되었고,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고
자신이 하려는 바를 완전히 함께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 동반자로서 요코를 받아들이면서,
아마도 이런 용기 있는 정치적이고 선동적인 행동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의 이런
행보들이 한 편으론 상당히 안쓰러워 보이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너무 행복해 보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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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컨피덴셜>은 얼핏 정치적이고 투쟁적인 존 레논의 모습만을 강조하는 듯 하지만, 잘 보면 이런
겉 모습과 드러나는 표면적인 모습 이면에 본래 부터 존재했었던 인간 존 레논에 대해 더욱 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에게 차례로 버림 받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어린 시절에 겪고,
반골 기질을 타고날 수 밖에는 없었던 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영국에서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서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선입관, 그리고 요코와 만나 정치적인 행보를 하게 되면서 많은 언론과 사람들에게서
오해를 겪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알고 나서, 그가 만든 노래들의 가사들을 하나 하나 음미해보면
이 가사들이 단편적이지 않고 다중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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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눈에 가시 같은 자신을 쫓아내기 위한 미국 정부의 추방 노력에 맞서 힘겹게 싸워 나가던 날카롭고
공격적이던 그의 모습이, 아들 션 레논을 낳게 되고 아들과 함께 한 순간에는 정말 얼굴에 '행복해요'라고
써 있는듯 변화해 버린 모습을 볼 때, 인간적인 연민과 더불어 존 레논의 아버지로서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션을 안고서 정말 해맑게 웃음 짓는 모습이나, 요코와 더불어 셋이서 수영도 하고 놀이기구도 타고,
소풍도 가고 하는 모습에서는,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존 싱클레어의 석방을 외치며 노래하던 존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처럼 존 레논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자신의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너무도 행복해
하고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하던 평범한 사람이자 아버지였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그가 외치던 평화와
사랑, 반전의 메시지 역시 이런 지극히 평범하고 순수한 사람들만이 외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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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익숙한 팝 음악들이 영화 속에 삽입되었거나 팝송이 주요 소재로 사용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잠시 이야기했었던 것 같은데, 영어 사용이 아주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혹은 아주 유창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영어를 외국어로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팝송을 가사를 자막과 함께 접하게 되는 순간은, 그것이
아무리 기존에 많이 들었던 곡이라도, 또한 이미 가사내용 또한 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순간 만큼은 특별한
경험이 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존 레논 컨피덴셜>의 경우처럼 기존에 익숙하던 존 레논의 곡들이
어떤 배경과 심리 상태에서 만들어졌으며, 추상적이기도 했던 가사들이(직접적인 가사들도) 어떻게 당시의
분위기와 맞물려 해석되야 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이 된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강해진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존 레논의 팬이어서 그의 곡과 가사에 대한 내용적 의미와 배경적 의미 등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Power to the People' 과 'Imagine'이 나올 때는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유명한
이 곡들 외에도 'Mother' 'Love' 'How' 같은 곡들이 흘러나올 땐 존 레논의 심리와 정확하게 결합하여
눈시울이 뜨거워 지기도 했다. 물론 'Power to the People'과 'Give Peace a Chance'가 영화 초반
흘러나올 때에도 최근 국내의 사정과 너무도 닮아있어서 뜨거운 눈물이 아른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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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비틀즈 시절의 곡들 보다도 오히려 솔로 시절의 존 레논이 곡들을 더 좋아하는 터라,
<존 레논 컨피덴셜>에 수록된 존 레논의 음악들을 즐기는 것 만으로도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참고로 영화 속에 수록된 40곡의 곡 가운데 무려 37곡이 비틀즈 이후 만들어진 음악이다).
너무 좋은 가사들과 곡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존과 요코의 행복한 순간들을 담은 'Love'의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라 추가해본다.


                                                            (John Lennon - Love)

2008년 대한민국에서 <존 레논 컨피덴셜>을 감상하면서 현재 시국상황이 떠오르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닉슨을 이명박 대통령으로 시민들을 구타하는 미국경찰들을 어청수 경찰청장 지휘하에 경찰특공대로,
반전을 외치며 촛불을 든 당시 미국의 젊은이들의 모습은 시청 광장에 모인 촛불을 든 시민의 모습과 우습게도
그대로 겹친다. 우습다는 것은 영화 속 장면들은 6,70년대인 과거이지만 겹쳐지는 장면은 놀랍게도 21세기인
2008년의 현재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Power to the People'을 들을 때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왈칵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부의 공권력은 권력자의 편의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무자비하게 남용되고 이를 막으려는 지극히 정상적인 촛불을 든 시위대는 정부의 위협과 거짓선전, 폭력에도
굴하지 않았고, 외국인이었음에도 타국에서 반전과 평화와 사랑을 외쳤던 존 레논은 결국 재선되었던 닉슨을
물러나게까지하는 계기를 마련하며 자신 만의 방법으로 승리를 거두어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존 레논 같은 이가 없다고 탄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촛불을 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존 레논 일테니 말이다. 그는 죽어도 그의 메시지는 영원히 살아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한 존과 요코의 말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수많은 존 레논의 팬들에게서
그리고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서도 그들의 행동과 생각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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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의 팬으로서 이 영화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떤 다큐보다도 존 레논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었다. 아마도 존 레논이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들 가운데 가장 사랑했을 작품이라는 오노 요코의 말처럼, 이 영화는 당시 사회적인 모순과 분위기,
존이 담으려 했던 메시지 등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 존 레논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던 작품으로서
관객으로서 팬으로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이 기회를 통해 존 레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이들이라면, 앞으로 그의 유명한 곡들을 들을 때
아름다운 멜로디 보다는 더 아름다운 가사가 들리게 될 것이다.




* DP에 키드프롬코리아 님의 말씀에 따르면 본 영화 중 존 싱클레이가 잡히는 과정에 대한 설명 가운데,
'여경 2명을 두 대 쳐서 폭력혐의'라는 번역이 나오는데, 이는 잘못된 번역이고 본래의 의미는
'여경 2명에게 대마초 2개피(Joints)를 건내준 혐의'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합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Lionsgate에 있습니다.


2007/12/06 - [BD/DVD Review] - John Lennon : Legend _ 존과 요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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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호러 픽쳐쇼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 1975)
드디어 영접한 컬트 뮤지컬의 수작


'록키 호러 픽쳐쇼' '록키 호러 픽쳐쇼' 말은 많이 들었었지만, 생각해보니 이 영화를 얼핏이나 지나가듯
본 적은 있어도 제대로 본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이번 영화제를 개봉 소식과 함께 떠올려보았다.
2008 넥스트 플러스 영화축제의 관련행사로 씨네큐브에서는 '오! 컬트, 호러 코스터'라는 제목으로
호러영화제를 열고 있어, 이 전설의 컬트 영화를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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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런 영화들을 볼 때마다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은 다름아닌 제작년도라 할 수 있는데,
이 작품도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이전인 1975년작임을 굳이 감안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컬트적이고
이상한 이야기인데, 과연 당시 관객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인 브래드와 자넷은 아주 평범한 남녀이다.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남녀가
우연한 사고로 인해 비오는 밤에 한 낯선 성안으로 전화를 하기위해 들어가게 되면서, 완전히 다른
이상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는 겉으로만 봐서는 그저 이상한 의상과 분장으로 치장한
이상한 캐릭터와 재기발랄한 이상한 집단이 만든 괴짜 영화로만 보일지 모르지만, 내용을 잘 살펴보면
당시 미국 주류 사회의 대한 풍자적인 시선이 깊게 묻어나는 유쾌한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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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서랜든이 풋풋한 모습은 현대를 사는 관객에게는 일종의 보너스다)

(이 아래 한 다락만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남녀 주인공인 브래드와 자넷은 이 성에 들어온 뒤, 성의 주인인 프랭크의 연구실에 초대를
받게 되면서 기존에 입고 있던 옷을 모두 강제적으로 벗기운다. 이는 기존 주류 사회의 허황된 진지함에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보편화된 옷을 벗어던져야만이 이 자유로움과 비판이 공존하는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상직적인 제스쳐로 이해된다. 또한 처음에는 프랭크와 성의 갖가지 것들을 너무도 이상하고
기괴하게만 여겼던 브래드와 자넷이 점차 이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결국에는 그동안 억눌려
있었던, 그러니까 처음부터 있었던 본능에 눈을 떠 자신들이 속한 주류 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허락하게 되고(서로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간접적인 조롱에 표현이며, 이를 모니터로
지켜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마젠타와 콜롬비아의 모습은 직접적인 표현이 되겠다), 결국에는
완전히 동화되어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놓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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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이 더욱 유명할 정도로 로큰롤 사운드로
가득 채워진 음악들도 아주 인상적이다. 영화 초반에 성에 들어가자마자 듣게 되는 'Time Warp'같은
곡은 정말로 유명한 뮤지컬 넘버로서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후렴구는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곡이다.
이 기념비적인 컬트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배우들의 명연기라 할 수 있다.
사실 우습게도 <록키 호러 픽쳐쇼>에 대해서 얼핏만 들어왔지 정작 영화를 제대로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배우들의 면면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는데, 이 영화에는 내게도 매우 익숙한
수잔 서랜든이 출연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팀 커리가 출연하고 있다. 팀 커리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이 남자가 배나오고 아저씨로 출연한 영화들만 주로 봐왔던 것이 사실이라, 막상 <록키 호러 픽쳐쇼>를
보면서도 과연 극중 프랭크가 내가 알고 있는 그 '팀 커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팀 커리의 독특한 입 모양은 여전했기 때문에 그래도 '맞겠거니'할 수 있었다. ㅎ
팀 커리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나 캐릭터는 정말 대단함 그 자체! 양성을 갖고 있는 외계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그는 짙은 눈 화장과 아슬아슬한 복장이 아니더라도, 연기력 자체로 프랭크라는 기이한 캐릭터를
참 멋지게 그리고 있다. 만약 내가 본래의 순서대로 <록키 호러 픽쳐쇼>를 먼저 보고 나중에 팀 커리 출연
영화들을 보았다면 아마도 그간 그냥 넘겼던 그의 영화들이 전부 다 달라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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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커리가 연기한 캐릭터는 정말 쵝오!)


팀 커리 외에도 매우 풋풋한 모습을 보여주는 수잔 서랜든의 모습도 참으로 인상적인데, 개인적으론
팀 커리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수잔 서랜든의 모습에 익숙한 터라, 풋풋함과 섹시함마저
느껴지는 수잔 서랜든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밖에 '에디'역할을 연기한 미트 로프의
본인다운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곡을 직접 쓰기도 하고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도 한 리차드 오브라이언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겠다.


대사와 설정등은 21세기인 지금에 봐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정도로 임팩트가 있는 영화이지만,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으로 치부되기에는, 나름 갖고 있는 메시지와 뮤지컬 영화로서 훌륭한 스코어가 돋보이는
영화로서 왜 다들 '컬트 영화의 기념비적인 영화'라고 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반드시 있겠다.


1. 리메이크 된 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과연 팀 커리가 연기한 '프랭크'를 누가 연기할지,
   누가 저렇게 완벽하고 기이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2. 후반부의 액션씬에서는 <우뢰매>급 CG가 사용되었다.

3. 수잔 서랜든은 그렇다치더라도 팀 커리의 영화들은 기회가 되면 한 번쯤 다시 볼 필요도 있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20세기폭스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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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제 하루 종일 신나게 달렸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든지 채 10시간 뒤에 영화를 본 터라 아주 피곤한 상태에서 관람하였습니다.

2. 제 핸드폰 벨소리이기도한 Summer를 비롯하여,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다시들어도
    정말 좋더군요~

3. 예전엔 몰랐지만 극중 기타노 다케시의 거칠고 공격적인 말투는 박명수의 호통개그의
    작은 아버지쯤 되지 않을지 ^^

4. 예전엔 그냥 웃기고 행복한 영화로만 느껴졌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 무척이나 슬프기도
    했습니다.

5. 며칠 전 최악의 조건에서 보았던 <영웅본색>과는 달리 극장에 저포함 6명 밖에는
    없는 아주 쾌적한(?)환경에서 관람하였습니다.

6. 사실 집에서 혼자 dvd를 보거나 하면 우스운 장면에서도 어지간해서는 소리내어
    웃지는 않는 편인데, 거의 유일하게 소리내어 웃는 영화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영화
    였거든요. 극장에서도 '뿜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ㅎㅎ

7. 10년전 영화라는 걸 크래딧에서 확인하고 나니, 저 어린 소년이 지금 얼마나 컸을지도
   궁금해지더군요.

8. 극중 소년은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그리 부유하지 못한 것으로 나오는데,
    축구교실에 당시 네덜란드 국대 옷을 세트로 입고 가는걸 보면서,
    할머니가 참 센스있다고 생각되더라구요 --;;; (물론 축구교실 전체가 이 유니폼을
     입었을 가능성도 상당함 --;)

9.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소년에게 더욱 몰입이 되었었다면, 이번에는 영화의 내용을
    다 알고 보는거라 기타노 다케시에게 좀 더 몰입하여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더욱 슬펐나 --;)

10. 아...글을 쓰며 영화 장면을 생각해보는데, 그들의 몸개그와 아날로그 개그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밌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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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가장 재미있게 즐겼던 미드 덱스터의 새로운 시즌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 시즌 2로서 완전히 끝난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세 번째 시즌 소식에 반가움과 당황스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시즌 2로서 무언가 '전설로 남은 듯한'느낌이 있었는데, 세 번째 시즌이 기대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시즌 1과 2의 내용이 긴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면,
시즌 3은 좀 더 매일매일 에피소드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고(이것이 반드시 나쁜 방식은
아니겠지만, 덱스터의 경우는 조금 걱정이 된다는 말), 1,2에서 보여주었던 완성도를 3에서 단 번에
잃어버릴까 하는 걱정도 있고.

하지만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마이클 C,홀의 목소리를 들으니 반가움이 먼저 앞선다.
내가 멀더와 스컬리 이후 가장 좋아하게 된 캐릭터인 '덱스터'.

지겨운 더위가 가시길 바라는 것 만큼, 덱스터가 돌아올 가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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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2008 넥스트 플러스 영화축제 개막식과 함께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웅본색>을 감상하고 왔습니다.

1. 일단 저의 간략한 감상기

제 평생에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이자 가장 많이 본 영화 중하나인 <영웅본색>.
극장에서 보기를 고대고대 했었는데 드디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허리우드 클래식에서 본격 개봉전에 넥스트 플러스 영화축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아........정말 당년정 테마 음악이 흐를땐 소름과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겨우 참을 수
있었습니다(겨우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후에 밝혀집니다).
수도 없이 본 영화이지만 근래에 본지가 오래되서인지 너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고
너무너무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주윤발의 젊은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이제는 만나볼 수 없는 장국영의 풋풋한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인상적인건 적룡 형님의 모습이었죠.

제 감상기는 짧게 마치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다시 감상기를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 2008년 극장에서 영웅본색 보기

오늘 제가 관람한 극장은 CGV나 메가박스 같은 대형 멀티 플렉스도 아닌
나름 예술영화 전용극장인 씨네큐브였고, 아트플러스 체인간의 행사인 넥스트 플러스
영화축제 개막식이 있었던, 나름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씨네큐브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의 공동운영자를 맡고 있어서 부모님 모시고
초대를 받아 관람할 수 있었는데요, 표를 전달해주시던 극장 담당자께 여쭈어보니,
오늘 관객들은 모두 초대관객이며 넥스트 플러스 쪽에서 초대된 관객이라고 하시더군요.
여기서 조금 불안감을 느꼈어야 했는데, 그래도 대형 멀티 플렉스에서 하는 행사도 아니고
더군다나 신작도 아닌 <영웅본색>같은 볼사람은 이미 다 본 영화였으며, 극장도
씨네큐브 였기에 걱정하지 않았었죠.

그런데 객석을 채운 관객들의 면면을 슬쩍 둘러보니 젊은 여성분들이 많았습니다.
영화가 <영웅본색>임에도 여성 관객이 거의 80%에 달하고 있는 것에 약간 의외라고
생각되기도 했었죠. 아니나 다를까 영화 시작 얼마되지 않고서 부터 사건이 시작됩니다.

저는 시작과 동시에 심한 감동을 받고 있을즈음, 주윤발이 성냥을 입에 물자
몇몇 여성관객분이 웃음을 터트립니다.

'이게 뭐가 웃길까' 저는 속으로 생각해봅니다.

그 이후로 이상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저는 <영웅본색> 정도의 영화라면 볼 사람은 이미 다 보았을 것이고,
추억을 더듬어 극장을 찾은 관객이 대부분이 아닐까 했으나, 의외로 극장내의
대부분 여성 관객분들은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보는 듯 했습니다.
모든 장면장면에 반응했고, 그 반응은 대부분 웃음이었습니다.

주윤발이 쌍권총을 화분에 숨기는 것보고 우습다며 웃고, 총을 막쏴도 거의 맞지 않자
또 웃고, 나중에 연발 총을 쏠땐 쏘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또 웃고.
맞아서 얼굴이 멍들고 붓자 또 웃고, 주먹을 맞고 쌍코피가 나자 또 웃고.
장국영이 총 맞아 병원에서 수술 받는 장면에서 웃고, 적룡이 수술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눈물을 글썽거리자 또 웃고.

'도대체 어디가 우스운 거지?' 저는 또 생각합니다.

영화속 핸드폰의 크기가 큰 것을 보고 웃는 것도 이해하려고 했지만,
이게 우습다면 사극은 전부 우스운 것이지요. 아니 사람들이 촌스럽게 다 한복을 입고
다니니 말이지요. 시대적인 배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드나 이해하려고 애써보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 위에 언급한 장면들 말고도 도대체 뭘 보고 웃는 것인지 알아차릴 수 조차
없는 장면에서도 많은 여성 관객들이 박장대소, 그야말로 박장대소를 하셨습니다.
박수까지 치시면서 웃으셨으니깐요. 더 놀란건 한 두분이 아니라 대부분의 관객이
웃으며 영화를 관람했다는 것입니다. 전 영웅본색을 보면서 웃은 적이 거의 한번도
없었은데 오늘 함께 본 관객들은 영화의 7~80%는 웃으며 박수치며 보셨습니다.

전 예전에 극장에서 보신 분들이 남기신 글들에서 '마크가 배를 돌려 돌아올때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라는 얘기를 듣고는, 그런 분위기를 혹시나 생각했으나,
전혀 다른 장면에서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오늘 영화를 처음 본 대부분의 여성 관객들은 이 영화를
인터넷에 공개되었던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Lee'를 보듯 감상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약간은 오버스럽고 촌스러운 설정(20년 전 영화니 촌스러운게 아니죠)이
마치 다찌마와 Lee처럼 의도된 코믹한 장면인냥 너무 재미있게 웃으시더라구요.


전 원래 이 영화를 여러번 관람할 예정이었지만,
다시는 초대나 무료 관객과는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주 일요일 이번 행사의 작은 이벤트인 천원의 행복이란 이벤트로
허리우드 클래식에서 천원에 영웅본색을 볼 수 있는 이벤트가 있는데,
이날도 패스해야 겠습니다. 그냥 6천원이나 7천원주고 다시 몇번 관람해야 될듯합니다.
아마도 그 때는 이런 분위기가 덜 나겠죠. 저처럼 예전에 영웅본색을 인상깊게
보셨던 분들이라면 이런 날은 꼭 피하시길 조심스레 권유해 드립니다.


전 <영웅본색>이 코미디 였다는 걸 오늘 알았거든요.

극장에서 떠드는 것보다, 저와는 전혀 다른 포인트에 웃는 것이 훨씬 짜증난다는 것을
오늘 확인하였습니다.

제가 유난히 이상한 걸까요? --;;
흑.....ㅜㅜ




제대로된 감상기는 나중에 좋은 분위기에서 다시 보고 다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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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곳에 (2008)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본 님은 먼곳에


본인은 의도한 바가 없다고 했지만 어쨋든 <라디오스타> <즐거운 인생>에 이어 음악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린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는 분명 기대작이었다. 지금까지 이준익 감독의 영화들은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둔 <왕의 남자>를 굳이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황산벌>부터 <즐거운 인생>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어느 정도의 완성도와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에 신작에 대해서도 아주 큰 기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준익'이라면 하는 기대감이 분명 있었기에 신작 <님은 먼곳에>도 요즘같이 볼 영화와 영화제로
가득 넘치는 가운데도 개봉일날 관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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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 쭈욱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의 대략적인 내용은 3대 독자인 신랑(엄태웅)을 군대에 보낸 시골 아낙내 순이(수애)가 남편이 군대에서
사고를 쳐 월남에 가게 되자, 이에 노한 시어머니의 등살에 떠밀려 할 수 없이 월남까지 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슬쩍 보면 전쟁마저도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었던 기적적인 두 남녀의 애뜻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님은 먼곳에>에는 이런 이야기에 가장 기본이 되는 '사랑'이 일단 없다.
상길은 부인 말고도 더 사랑하는 듯한 애인이 있으며, 면회를 온 순이에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지만,
순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시어머니의 대를 이으라는 명령에 휘둘려 매달 면회를 꼬바꼬박 같지만,
아마도 단 한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은 것 같은 분위기로 미뤄봐도 순이와 상길 사이에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단순히 손자를 낳기 위한 시어머니의 도구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면 하나 의문이 생기는데 이 두 남녀가 어쩌다가(별로 좋아하는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런 것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원하지 않는 정략 결혼이었는지, 아니면 처음엔 사랑했으나 애인이 생기고 소극적이고 시골처녀인
순이는 그저 이혼하면 집으로도 돌아오지 말라는 친부모의 호령이 무서워, 죽은듯이 살아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의문점이 생긴다. 결론적으로 상길은 물론, 순이 역시 상길에게 특별히 사랑하는 감정이
없는데, 월남까지 상길을 만나기 위해 쫓아간다는 설정 자체의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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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를 좀 긍정적으로 보는 편인 내겐 다른 시각으로 영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전쟁이라는 시련을 겪는 두 남녀의, 혹은 한 여성이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서사적으로 다뤘다기
보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는 맞지만 분위기에서 느껴지듯 사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억눌리고 강요만 당해왔던
자아를 우연치 않은 기회에(이 역시도 강요에 의한 기회로 인해)찾게 되고, 나중에는 마치 자기 최면에 빠지듯
자신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완전히 잊어버렸을 정도로, 오기가 본래 의도마저(본래 의도라는 것이
있었다면)모두 잠식해버리고 마는, 소외되고 억눌려 있던 순수한 한 여성의 원치않는 극적인 변화를 그린
하나의 무서운 여성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이는 시어머니 강요에 못이겨 월남으로 갈 방법을 찾던 중에 정만(정진영)의 도움과 꼬임에 넘어가
밴드 멤버로 월남에 가게 되고, 그들과 함께 공연을 하며 실패와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결국 남편이 있는
호이얀으로 갈 기회를 잡게 된다. 순이는 영화의 중반부까지 거의 표정이 없는, 반응도 무척 늦는
건조한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이는 자신의 자의로 월남에 왔다기 보다는 하는 수 없이, 피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끌려오듯 오게 된 자신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하지만 노래하는걸 그저 좋아했던 순이는
처음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팝송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조금씩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도 사라지게 된다. 이것을 '즐기게 된다'로 볼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시작이 자의로 온 것이 아니라 오기에 가깝게 시작된 것으로 본다면 '즐긴다'라기 보다는
이 역시 웃는게 웃는게 아닌 '오기'로 보는 편이 더 가깝겠다.

그러던 와중에 베트콩에게 포로로 잡혀 굴속에서 잠시 생활하기도 하고, 다시 미군에게 구출(?)되기도 하는
곡절을 겪으면서 점차 순이의 오기는 강해진다. 그래서 구출된 미군 장교를 위해 과감히 몸을 파는
일까지 서슴치 않게 되는데, 앞서 보았듯이 남편인 상길과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던(물론 이 부분은 상길과 순이의
과거 얘기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확실치는 않지만)순이가 그 좋아하지도 않는 상길을 만나기 위해
미군 장교와 잠자리를 하게 되는 설정이야 말로, 주객이 전도되고, 왜 이러는지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게 되어버린
순이 자신의 오기가 극에 달한 장면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것보다 더
설명이 되지 않는 이상한 설정은 개인적으로 정만이 베트콩에게 풀려나 미군에게 구출된 뒤, 한 번만
미군들을 위해 공연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정성껏 사정하는 모습이었다. 정만은 그저 돈을 벌러 온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람임이 분명한데, 설사 순이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 위해 그랬다하더라도
이 설정은 정만이라는 캐릭터가 갑자기 선의를 보인 이상한 장면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 전 장면에서 '님은 먼곳에'를 예쁘게가 아니라 거칠게 부르던 순이의 모습에서는 확실히 오기가 불러낸
자아의 혼란을 겪는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엔딩장면에도 있었다.
드디어 상길을 만난 순이는 달려가 포옹하거나 하지 않고, 말도 없이 상길을 뺨을 여러번 친다. 그리고
서로 눈물을 흘리며 그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얼핏 보기에 이건 전쟁이라는 지옥같은 상황 속에서
드디어 만난 두 남녀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고 흘리는 눈물이라기 보다는, 순이가 드디어 조금이나마
자신의 여기까지 오기의 일들을 떠올리며, '내가 왜 이래야 했나' 혹은 '자 봐라, 내가 이 전쟁통에도 니들이
하라는대로 다 해줬다. 됐냐?'라는 식의 회환에서 오는 자기 연민에 눈물로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길의 눈물의 의미는 단순히 아파서? --;;)

결국 자신의 의견 한 번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소박하게 살아가던 한 시골 여성이,
시어머니의 강요에 못이겨 시작된 월남의 전쟁통을 겪으며, 억눌린 자아를 오기로 풀어내는
그래서 결국은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고,'자 됐냐?'하며 쓸쓸히 눈물 지으며 퇴장하는
씁씁할 한 여성의 슬픈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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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요한건 나중에 이준익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이런 의도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것 같아
아쉬움이 들었다. 내 생각과 달라서 아쉬운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저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의 여러가지 설정들이 억지스러움으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칭찬하는 수애의 연기는 개인적으로는 캐릭터 자체의 미스테리가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으나, 나중에 '님은 먼곳에'를 오기에 받쳐 거칠게 부르는 장면에서는 살짝 소름도 돋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준익 영화의 가장 전형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는 정만 역할의 정진영은
연기 자체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역시나 이것도 캐릭터 자체의 미묘함이 있어서 뭐라 평하기는 힘들듯.
(만약 순이의 의도가 정말 상길을 사랑해서, 사랑하는 남편을 찾기 위해 월남까지 온 것이라면, 이 밴드의
남자 멤버들이 이런 순이의 갸륵함에 동화되어 나중에는 몸을 써 군인들을 막아가며 순이가 호이안으로
가게 끔 하는 행동이 살짝 이해도 가지만, 내 생각처럼 오기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 밴드멤버들도
홀딱 속은 것 밖에는 되지 않겠다 ㅎ)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괜찮은 설정이 있었다면, 월남에 참전한 한국군을 그저 돈벌러 왔다는 것으로
직접적으로 묘사한 대사와, 베트콩을 미지의 악당들이 아니라,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로 묘사한 점,
미군들의 잔혹함을 묘사한 점은, 베트남전을 침략한 가해자인 미군 위주로 그린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되는
점이라 마음에 들었다.




1. 그런데 3대 독자이면 당시에 군대 면제가 아니었나? 이것도 의문.
2. 헬기타고 프로펠러이 바람에 셔츠가 펄럭이는 남은 사람들의 장면을 보면, 여지없이 <영웅본색 3>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더라.
3. 아무리 그래도 미군이 한국병사 1명을 찾기 위해 수색대를 특별히 조직하거나, 국군이 민간인 여성을
   작전지역에 그렇게 쉽게 데려가는 것도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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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표 07.25(금)~07.31(목)

2008 넥스트플러스 여름영화축제
해변영화제 IN 시네마 상상마당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97분 / 18세이상 관람가)

씨 인사이드 (125분 / 15세이상 관람가)

기쿠지로의 여름 (121분 / 전체 관람가)

해변의 여인 (127분 / 15세이상 관람가)

안경 (106분 / 전체 관람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146분 / 15세이상 관람가)

단편 상상극장 (83분 / 15세이상 관람가)

      *관람료 : 6,000원 

      * 씨네토크 게스트 : 고현정, 허문영 평론가


1회

2회

3회

4회

7/25(금)

11:30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14:00

씨 인사이드

17:30

기쿠지로의 여름

20:00

릴리 슈슈의
모든 것

7/26(토)

13:00

기쿠지로의 여름

15:30

해변의 여인
(씨네토크)

18:40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20:30

안경

7/27(일)

11:00

안경

13:30

기쿠지로의 여름

17:00

릴리 슈슈의
모든 것

20:00

씨 인사이드

7/28(월)

14:00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17:00

해변의 여인

15:50

젤리피쉬(1,000원 상영회)


7/29(화)

11:30

씨 인사이드

14:00

기쿠지로의 여름

17:00

안경

 20:00

단편

상상극장

7/30(수)

14:00

안경

17:00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20:00

빅 시티(1,000원 상영회)


7/31(목)

14:00

해변의 여인

17:00

릴리 슈슈의
모든 것

 20:00

씨 인사이드




넘어지면 코닿을 지척에 있는 홍대상상마당에서 이번 주 금요일 부터 2008 넥스트플러스 여름영화축제의
행사로 '해변영화제'를 진행하네요.

개인적으로는 기타노 다케시 영화 가운데 가장 사랑스러워하는 <기쿠지로의 여름>을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드디어 스크린으로 볼 수 있게 되었네요(이미 너는 예매되어 있다!)

이 밖에도 <릴리 슈슈의 모든 것>또한 극장에서 감상하지 못해서 이번 영화제에서 관람하게 될 것 같고,
<씨 인 사이드>는 또 볼지 안볼지 모르겠네요.

26일 토요일에 상영되는 <해변의 여인>에는 씨네토크 시간이 추가되어 있는데,
주연을 맡으신 고현정씨가 참석하신다고 합니다. 이 날 다른 일만 없으면 한번 가볼까 했는데
아쉽네요.

그래도 <기쿠지로의 여름>을 스크린으로 볼 생각을 하니 이번주 일요일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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