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각자의 영화관 (Chacun Son Cinema Ou Ce Petit Coup Au Coeur Quand La Lumiere S'Eteint Et Que Le Film Commence, 2007)
그들이 영화와 극장을 사랑하는 이유


미처 이름을 다 거론하기에도 벅찬(아마 이런 수식어를 썼던 가운데 가장 벅찬 경우가 이번이 아닐까 싶다),
무려 35명의 거장들이 만들어낸 깐느 영화제 60주년 기념작 <그들 각자의 영화관>.
지금까지도 가끔 여러 감독들이 하나의 주제에 관해 일종의 옴니버스나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아내는
영화들은 제법 있어왔지만, 이번 영화처럼 각 에피소드마다 3분 내외의 분량과 호흡으로 여러 명의 감독의
작품을 한꺼번에 담아낸 경우는 흔치 않은 듯 하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알게 된 뒤로부터 상당한 기대작이었는데, 에피소드라는 한정된 시간과 호흡을 가지고
과연 얼마나 그들만의 색깔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하게 하는 점이었는데,
놀랍게도, 과연 명불허전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영화에 관해서는 장인이라고 불러도 좋은 서른 명이 넘는
감독들은, 짧은 시간 내에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물론, 자신 특유의 색깔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정말 놀라운 재주를 보여주고 있다.



(조금씩 스포일러 있음)

각 에피소드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벅차기도 하고, 기억하는데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상깊었던 작품들에 대해 짧게 나마 정리해 보자면.

일단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 <어느 좋은 날>은 다케시 특유의 유쾌함과 따뜻함이 함께 묻어나는 에피소드 였다.
특히나 자신이 직접 출연하기도 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을 보게 된 터라 더욱 반가웠다
(다케시 외에도 감독이 직접 출연하는 에피소드가 많다)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어둠 속의 그들>은 페데리코 펠리니의 <8 1/2>을 바탕으로 이를 상영하는
극장에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데, 마지막에 코카콜라 등 상업적인 광고판들과 펠리니의 <8 1/2>의 포스터가
공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난니 모레띠 감독의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일기>에서는 소박하면서도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고, 그가 얘기하는 영화들에 대한 나의 추억도 되짚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으며,
허우 샤오시엔의 <전희 영화관>은, 딱 한 장면, 딱 한 장면 만으로도 얼마나 감동을 줄 수 있으며, 추억을
전달할 수 있는지 그의 재능을 다시 한번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여러 편의 에피소드들을 보고 있노라면, 작품이 끝날 때마다 감독의 이름이 등장할 때, '맞아' '역시'해가며
속으로나마 환호를 보내게 되었었는데, 그 중 최고의 환호이자, 모든 에피소드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않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애나>를 꼽겠다. 사실 이냐리투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오히려 뻔한 신파에 가깝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이를 보고 뻔하다거나,
쉽게 지나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이냐리투의 놀라운 재능이라 하겠다. 이냐리투 감독은 애초에 이야기를
만들때 그 대상에 대해서, 그 입장에서 서서 치밀하게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화법은 결코 가볍게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에피소드가 끝나고 그의 이름이 뜨자, 정말 더 감동이 몰려오더라.

앞서 말한 것 처럼, 짧은 러닝타임에도 워낙에 각 감독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잘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에,
장면이나 분위기만 봐도 '누구겠거니'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왕가위와 장예모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아니었나 싶다.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소박한 풍경을 담은 장예모와 자신 특유의 영상미를
대놓고 표현한(폰트마저 최근 개봉했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떠올리게 한다)왕가위 감독의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의 <아이러니>도 아주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거리의 분위기나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에서, 바로 그 임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은 충격적이었던 라스 폰 트리에의 <그 남자의 직업>과 역시나 이름이 등장했을 때 '역시'했었던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최후의 극장에서 자살한 마지막 유태인>.
갈색 곱슬 머리 미소년이 등장했을 때 부터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했던 구스 반 산트의 <첫 키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로만 폴란스키의 <에로틱 영화 보기>. 아마도 모든 에피소드를 통틀어
최고의 대사는 폴란스키의 작품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
월터 살레스의 <깐느에서 8,944km 떨어진 마을>은 브라질의 어느 극장 앞에서, 흥겹게 노래하며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분위기상 여기서 영화가 끝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마지막은 켄 로치의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사실 각 에피소드가 너무도 짧기 때문에 자세하게 리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도 없고, 하기도 힘든 듯 하다.
거장들이 풀어놓은 자신들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영화와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

왠지 애틋해지기도 하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EUREKA Picture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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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사운드트랙 vol.5 _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01. Prolog
02. Jet song
03. Something's coming
04. Dance at the gym: Blues - Promenade - Jump
05. Maria
06. America
07. Tonight
08. Gee, officer Krupke!
09. I feel pretty
10. One hand, one heart
11. Quintett
12. The rumble
13. Cool
14. A boy like that & I have a love
15. Somewhere (Finale)


 나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를 확실히 다른 장르에 비해 좀 더 무조건 적으로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이 형성되기 까지는 여러 뮤지컬 걸작 영화들이 영향을 끼쳤는데, 그 중에서는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으나, <사운드 오브 뮤직>, <올리버>,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가장 일찍이 접한 작품들이었다.
이때는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에 미취학 아동이던 시절, 영어의 뜻도 모르고 노래를 외워 부를 정도로
뮤지컬 영화들에 그 어느 때보다 흠뻑 빠져있었던 시절이었으며, 지금까지도 뮤지컬 영화를 사랑하게 된
결정적인 작품들이었다. 이 중에도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작품은 아슬아슬하게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이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해외의 명성에 비해 그리 큰 인지도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사적으로나 뮤지컬
영화로서나 아주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리뷰는 2003년에 DVD가 국내에 출시되었을 때의 리뷰로 대신해본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DVD 리뷰 보기)

뮤지컬 영화답게 이 영화에 수록된 음악들은 정말 주옥과도 같다 @@
레너드 번스타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은, 그 당시 뮤지컬 영화들의 주요 수록곡들이
그러하였듯이, 단순히 영화 수록곡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뛰어넘어 광범위하게 히트했는데,
'Maria'나 'Tonight'같은 곡들은 많은 가수들에 의해 다시 불리거나 연주되기도 했었다.
또한 뮤지컬 작곡가로 더 유명한 스티븐 손드하임이 가사를 썼는데, 사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는
레너드 번스타인에 대해서만 알고 있던 터였는데, 손드하임이 가사를 쓰게 된 사실은 이번에 글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번스타인에 손드하임이라니! 대단하잖아!)

아마도 예전에 이 영화를 접하지 못한 이들은, 지금에 와서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있노라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들이 많다고 여길듯 한데, 그게 바로 모두 이 영화에서 원래 유래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특히 'Tonight'의 유명한 합창 시퀀스는 이 영화와 사운드트랙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확실히 단언하건데, 뮤지컬 영화의 마스터피스라 할 만 하다.
수 많은 뮤지컬 고전 영화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단 한 작품, 하나의 사운드 트랙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꼽고야 말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West Side Story-Maria

(한 때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걸으며, 마리아를 혼자 얼마나 불러 댔는지 모른다 ^^;)




West Side Story-Tonight

(지금 봐도 완전 최고의 감동인 투나잇!)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The Chronicles Of Narnia: Prince Caspian, 2008)
계속되는 심심한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엄청난 성공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니아 연대기'의 원작 자체도 평가절하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만을 고려해봤을 때는 이 같은 평가가 절대 과한 것이
아닌 듯 하다. 1편을 볼 때에는 '반지의 제왕' 때문에 나도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보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비슷한 판타지 장르이기도 했고, 월트디즈니에서 나름 야심하게 준비했던 시리즈 물이라 그 처음인 1편을
반드시 감상해야 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1편은 전체적으로 (굳이 반지의 제왕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조금 심심한 분위기였고, 임팩트나 재미도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많은 작품이었다. 사실 시리즈로 구성되는
판타지 영화의 첫 편은 그 세계에 대한 설명이나 캐릭터의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영화적 재미
면에서는 조금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마지막의 전투씬 한 장면을 제외한다면 그리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아쉬움이 더 큰 영화였다.

그래서 이번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는 좀 더 기대를 했었다. 나는 원작은 읽어보지 않아서
영화의 사전 정보라고는 1편의 내용이 전부였는데, 스토리상의 의아한 부분은 재쳐두고 라도, 2편 역시
마찬가지로 임팩트가 부족하고 심심한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스포일러 있음)

일단 초반에 가장 놀랐던 것은 부쩍 커버린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특히 막내였던 '루시'는 예전에 꼬마소녀에서
이제는 그냥 '소녀'가 되어버린 느낌이었으며, 에드먼드 역시 어린 소년의 느낌을 완전히 벗어버린 완소남이
되어있었다.
일단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상으로 의아하게 느껴진 점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영화를 보고나서 원작에 관련된
글들을 읽어보니 원작에서와는 다르게 해석된 부분들이 아주 많았다. 일단 4명의 왕들, 특히 피터는 4명의 형제들
중에서도 제왕으로서 리더쉽과 권위가 있는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좀 이기적이고,
주변에 말을 잘 듣지 않고 잘못된 전략으로 실패를 하는 등 리더로서 부족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캐스피언 왕자는 원작에서는 나이도 훨씬 어리고, 무엇보다 피터를 대함에 있어 제왕으로서 깍듯이
존경을 다하는 것으로 나온다던데, 영화 속에서는 무려 1300년을 거슬러 돌아온 제왕을 대하는 태도가, 마치
나도 왕자니까 별로 부족할 것 없다는 식의 대등한 관계로 그려져 조금 의아했었다.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성격도 원작과는 조금씩 달라진 듯 했는데, 원작의 성격을 알고 나니 그냥 원작 그대로를
가져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감독인 앤드류 아담슨은 이 영화를 판타지 장르 안에서,
소년이 어른으로 커가는 성장영화로 만들려고 더 애썼던 것 같다. 물론 소년,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운데 따지고 보면 성장영화가 아닌것이 어디 있겠느냐 만은, '판타지'라는 특수 장르에 있어서는
분명 '성장영화'보다는 '판타지'가 일단 주가 되고, 성장영화의 요소는 뒤를 적절히 받쳐주는게, 더 미덕이
아니었을까 싶다.

액션에 있어서도 사실 전편보다 그리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다. 전편에 비해 액션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사실 그 화려함만 가지고 본다면, 전편의 마지막에서 모든 종족이 몰려나와 싸웠던 전투에 비하자면, 나니아가
멸망한 뒤라 그런지 그리 다양성이나 화려함이 느껴지는 전투씬은 아니었다. 그리고 언제나오나 기다리기
목빠진 것에 비하면 아슬란의 활약은 미미한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최고로 결정적인 순간에 아슬란이 등장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면 더 영화적이었을 텐데, 이미 전쟁에서 패하고 퇴각하는 적을 소탕하는 장면에서 등장해
오래 기다린 것에 비하면 활약도가 아쉬웠다.

<나니아 연대기>는 다른 블록버스터 들에 비해 월트디즈니의 작품으로서 전 연령대를 상대로 한다는
장점이 있는데, 어린이들이 좋아할 요소도 분명히 있지만, 왕위를 둘러싼 가족간의 암투라던지, 또한 왕위를
둘러싼 모략과 배신의 설정등은 아이들이 즐기기에는 조금 무거운 감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러닝타임이
2시간 반이나 되는터라 어느 정도 흥행을 이어갈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듯 싶다. (최근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다보면 <쿵푸 팬더>의 예고편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반응도 매번
아주 좋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의외로 <쿵푸 팬더>가 흥행할지도 모르겠다)

1편도 2편도 조금 심심한 선에서 그쳤지만, 3편과 4편이 나오더라도 보게는 될 것 같다 ^^;



1.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아카데미 수상자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

2. 전투중에 '5분만 쉬자' '3분만 쉬자'등등 쌩뚱맞은 대사가 나오는데, 이것이 웃음을 유도한 것인지,
   진지하게 했는데 우습게 들린 것인지 잘 모르겠다 --;;

3. 리암 니슨의 목소리는 전편에 비해 활용도가 낮아서인지, 아주 인상적이진 않았다.

4. 영화를 보기전까진, <캐스피언의 왕자>라서 '캐스피언'이 무슨 지명 쯤 되는 줄 알았었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월트디즈니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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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그 길에서 (On The Road One Day, 2006)
그들이 목숨걸고 살아가는 이야기

얼마전 어느 영화관련 사이트를 둘러보다 인상적인 포스터 한 장을 만나보게 되었는데,
아스팔트 위에 애처롭게 죽어있는 삵 한마리와 함께 무언가 먹먹한 느낌을 받게 되었던 포스터는 바로,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어느날 그 길에서>의 포스터였다.
사실 이 포스터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보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본 개봉을 했을 때는 아쉽게도 시간을 놓쳐 관람하지 못하였지만, 연장 상영이 된 덕에 고맙게도
하이퍼텍 나다를 찾아 좋은 다큐멘터리 한 편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알려진 바대로, 이른바 '로드 킬'. 즉 길에서, 도로에서 죽음을 당한 생명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황윤 감독은 로드킬을 연구하는 3인의 연구팀과 동행하면서, 일반인들은 쉽게 지나치고 마는 로드킬에 대해
깊고도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100분이 조금 못되는 영화 한편에 담아냈다. 로드킬이란 쉽게 말해서 길에서
동물들이 차에 의해 치여 죽게 되는 사고를 의미하는데, 이 다큐에는 본질적으로 로드킬에 대한 인식의 전환부터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사람들은 흔히 '왜 동물들이 도로를 굳이 지나가다가 차에 치이나'하고 생각하는 것이
다수인데, 이것부터가 가장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도로는 인간이 길을 내기 이전에, 그곳에 생활하고 있던,
동물을 비롯한 생명체들의 생활터전이었으며, 딱 잘라말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 도로를 지나가지 않으면,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에, 말 못하는 동물들도 쌩쌩 달리는 무서운 차들을 피해 이런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정확하게 시간을 두고 연구를 해본 결과
실제로 한 길을 두고 같은 동물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건너다닌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국내의 토지 면적당
도로의 비율을 따져봤을 때, 아주 활동범위가 적은 동물들 조차 하루에 몇 번씩 도로위를 지나가야만 하는
상황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를 조사하는 이들 조차도, 과연 로드킬이 몇 건이나 있을까 라는 의구심으로 시작한 조사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도 너무나도 많이, 한달 사이에도 수백, 수천건이 기록될 만큼 엄청난 동물들이 로드킬로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는 도로를 중심으로 로드킬이 발생한 지점을 점으로
표시한 그림이 나오는데, 한 건에 하나씩 점으로 표시했는데도, 하다보니 결국 도로를 모두 잇게 되는 선으로
연결되어버린 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들에는 새, 고라니, 삵, 개구리, 토끼 등등
너무나도 많은 종과 수의 동물들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보고 싶었던 새들을 모두 도로위에서 본다'라는 감독의 독백처럼, 우리가 보호하고 지켜야할 야생동물들이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끔찍한 시체가 되어 발견이 되는 일이 너무도 많았다.
이 과정 중 하나 놀랐던 것은, 고라니 같은 동물이 로드킬을 당했을 때 상태가 비교적 멀쩡하면, 친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서 가져간다고 한다. 바로 먹기 위해서라는데,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는 말을 들으니,
참으로 같은 인간으로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인간들간에도 그렇지만, 환경과 혹은 동물과도 공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 하다.
영장류로서 모든 동물들보다 우월한 두뇌를 갖고 있는 인간이라면, 인간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임에
분명한 환경과의 공존에 더욱 힘을 써야 할텐데, 결과적으로 너무 인간 위주의 이기적인 사고와 판단이
로드킬 같은 이런 끔찍한 현상을 일으켰다 해야겠다. 감독은 말 못하는 그들에게 말할 이 다큐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것은 보는 이로하여금 이 사태를 받아들이는데 굉장히 효과적인 장치로
사용된다. 그내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도로위를 무섭게 달리는 차들이나, 높아만 보이는 방지턱 등이
얼마나 높은 벽과 공포로 다가오는 지를 부족하나마 느낄 수가 있었다(영화 속에서도 나오지만 사실 도로위를
빠르게 달리는 차들은 인간에게도 아주 무서운 존재다).

그리고 우리가 그냥 지나치거나 했던 그들에게 사연과 이야기를 부여함으로서, 길에서 목숨을 잃은 하나 하나의
생명체가 모두 다 이런 사연을 지니고 있고, 모두 다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 다큐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단순히 로드킬에 실상을 보고 하는 것 정도로 이야기가
구성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황윤 감독은 상당히 공격적이고 강한 어조로 인간들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특히나 개발 만능주의에 맞물려, 고속도로의 개방 기념식의 화면을 동물들의 입장에서 본 경계해야할
인간들의 무서운 것들과 교차시키면서, 반어법을 통해 인간들에게 과연 잘하고 있는지를 되묻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얼핏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도로를 놓지 않을 수는 없는것 아니냐' '피해는 감수해야 하는것
아니냐'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다큐를 보다보면, 필요없고 효과가없는 중복 도로 건설만을 제거하더라도,
일단의 효과가 있으며, 더 나아가 애초부터 아예 건설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들의 것이었으니,
그들의 편의를 충분히 고려한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엄청난 로드킬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뭐랄까, 앞으로도 하루에도 몇번씩 위험한 도로위를 지나다녀야만
하는 동물들의 앞날이 희망차 보이지는 않았다. 단적인 얘로 로드킬에 대해 연구가 시작된 것은 이번이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그 것조차 국가에서 정식으로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3명의 사람들이, 자신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이런 경각심조차 거의 무지하다는 점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다큐를 보고 바로 야생동물 보호에 관해 직접 뛰어들지는 않더라도, 아마도
도로위를 운전할 때 한 번 쯤 조심운전은 하게 될테니 말이다.

인간으로서 참으로 죄스러운 생각이 깊어져 힘들었던 다큐멘터리였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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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레이서 (Speed Racer, 2008)
눈이 부신 블록버스터 가족영화


5월을 맞아 속속 개봉하고 있는 기대작들 가운데 우리 배우인 비(Rain)가 출연하여 국내에서는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던 <스피드 레이서>도 분명 그 중 하나였다. 사실 비가 나와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 영화에 대해서 엄청난 기대를 갖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내 개인적인 성향을 봤을 때
반드시 그래야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극장을 찾게 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인지 최근 개봉했던 액션 영화 <아이언 맨>정도의 재미를 예상하고 감상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아이언 맨>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뭐 딱 그 정도의 재미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이 영화 <스피드 레이서>는 기대한 화려한 영상미와 레이싱 장면은 물론, 기대하지 않았던 성장, 가족 영화에서
등장하는 메시지들과 더불어 의외의 눈물나는 감동(!)까지 얻었을 정도로 대단한 경험이 되고야 말았다.
나는 왜, 이 영화의 감독이 내가 한 때 분석하기 까지 했었던 <매트릭스>트릴로지의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겉핥기 식으로 B급 문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을 알고 있는 자들이 아니라,
누구보다 이 분야에 정통하고 있는 이른바 마니아 혹은 오타쿠이자, 장인이 아니던가!
극장을 나오는 순간, 바로 재관람을 결심했을 정도로(오랜만에 재관람이될듯)최고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일본 애니메이션인 <마하 고고고>(국내 방영제목 '달려라 번개호')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보는 내내 프랭크 밀러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씬 시티>가 떠오를 정도로,
원작을 그대로 재해석하는데 무엇보다 집중한 작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제작연도상 <마하 고고고>보다는 <사이버 포뮬러>세대라고 봐야할 텐데,
이렇듯 원작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도, (어쩌면 오히려)더 재미있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화려한 영상미를 들 수 있겠는데,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하는 만큼, 이를 실사로 옮겨옴에 있어서 과도한 CG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워쇼스키 형제는 이를
좀 더 자연스럽게, 실제에 가깝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CG틱하게, 더 애니메이션스럽게 만들어내면서,
더 독특하고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특히 거의 러닝타임 내내 보여주었던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화면분활 시퀀스는 조금 과도한 점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내에 비교적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했던
노력을 표현하는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되었고, 비쥬얼 적인 면에서도 여러모로 높은 효과를 보여주었다.

제목에 보면 '눈이 부시'다는 표현을 썼는데, 정말 아이맥스로 관람하는 화면 가득한 레이싱 장면은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한 것이었으며, 또 다른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눈을 땔 수 없는'이 있겠다.
레이싱 카가 앞으로 가는 것보다 옆으로 가는 장면이 더 많았을 정도로, 실제 레이싱 과는 거리가 있는
공상에 가까운 레이싱이지만, 뭐 이 작품은 <드리븐>같은 정통 레이싱 영화도 아닐 뿐더러, 만화적인 상상력을
어떻게 표현해내는 가가 관건이었던 영화였기 때문에, 이 같이 실사와 그래픽을 자주 오가거나 함께하는
구성방법은 탁월했다고 생각된다(특히 사막의 레이싱 장면에서, 모래 연기가 폴폴~ 나오던 장면은 완전히
애니메이션이었다 ㅋ)



이 영화는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고 있는데, 그 부분은 긴 원작을 압축하는
데에서 생긴 스토리 상에 문제와 동생 스프리틀과 침팬지 '침침'의 개그에 대한 반응이 주요한 요소로
작용되고 있는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화에 있어 스토리상에 대한 기대치가 스릴러 영화처럼
그리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했다는 생각이고, 동생과 침침의 개그는 오히려
사실상 전체 관람가에 가까워(12세 관람가),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이 같은 요소가
더 많은 관객을 끌어 안는 동시에 중간중간 재미를 주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극장에 많은 어린이들은 둘의 개그를 매우 재미있어 하더라). 더군다나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 보니 이 둘을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는 원작에도 그대로 존재하는 캐릭터로서, 그대로 그 분위기를
잘 살린것이 아닌가 싶다.

이 둘의 개그 장면에는 마치 그내들이 좋아하는 액션 대전 게임처럼, 화려하게 지나가는 영상을 배경으로
쿵푸 대결을 펼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이 장면은 어찌보면 유치하기 짝이없으나, 이 유치함은
이것을 유치하게 느끼기 보다는, 그 나름대로의 멋스러움과 유머가 있다고 생각된 워쇼스키 형제의 오타쿠적
감성으로 가감없이(오히려 확대해서) 추가한 장면으로서 보기에도 재미가 있었다. 이 영화를 보는데에 있어서
이런 장면들이나 만화적인 요소가 유치하게 느껴졌다면 확실히 큰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이 영화가 단순히 전체관람가에 가까운, 화려한 영상만이 있는
어린이 영화가 아니라, 소년의 성장영화이자, 진정한 의미의 가족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인공 '스피드'는 어린 시절부터 레이싱 밖에는 몰랐던 아이로서, 레이싱 외에는 전혀 관심도 알지도 못했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던 아이였지만, 우상과도 같았던 형이 레이싱 사고로 곁을 떠나게 되고, 자신도 레이싱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반대로 그것 밖에는 몰랐던 '레이싱'을 통해 가족과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소년 '스피드'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비싼 성장영화인 것이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가족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는데, 전혀 촌스럽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자신의 아들이었던 렉스를 아들이기 이전에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레이싱 회사에 레이서로 받아들였던,
렉스가 떠날 때는 '그 문을 나서면 앞으로 영영 나가가는 거야'라고 말했던 아버지가, 스피드가 비슷한 상황을
맞았을 때에는 '항상 문은 열려있으니 언제라도 돌아오라'고 말하게 되면서, 가장 변화를 두려워하는 존재인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조차,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항상 따뜻하게 스피드를 응원하는 어머니와 여자 친구인 트릭시, 말썽꾸러기 동생과 '침침', 그리고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과도 같은 스파키까지.

나중에 가서 '스피드'는 본질적인 문제인 '왜 레이싱을 해야하나'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되는데,
결국은 그 해답이 자신의 전부인 '가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깨우치게 된다(이것은 단순히 스피드의
성장만을 넘어서서, 그 동안에 조금씩 엇나갔던 가족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하나로 만든다는 의미도 있는 듯하다).
사실 이런 메시지는 하니가 결승선에서 하늘에 계신 엄마를 떠올리며, 갑자기 없던 힘이 생겨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처럼 유치찬란하고 신파스러운 뻔한 구성과 메시지이긴 하지만, 나는 왜인지도 이 장면에서
울컥울컥하는 눈물을 겨우 참아냈다. 아마도 <스피드 레이서>에서 감동을 얻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갑작스레 울컥했던 것일 수도 있겠으나, 나에 가녀린 유아적 감성은 이 장면을 겨우 참아낼 수 있었다.



주연인 에밀 허쉬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에서 부러운 녀석으로 보았던 것이 전부였는데, 주인공 스피드
역할로 손색이 없었던 것 같다. 동안인 그에게 아직 소년인 '스피드'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으며,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좀 더 다양한 영화들과 좀 더 상업적인 영화들에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가 가족영화로 느껴지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캐릭터는 바로 존 굿맨과 수잔 서랜든이 연기한
아버지와 어머니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전형적인 푸근한 아버지 캐릭터인 존 굿맨의 연기는,
코믹과 따뜻함을 넘나드는 풍성한 연기로 <스피드 레이서>에게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제공한 것 같다.
수잔 서랜든 역시 '어머니'보다는 '여자'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한 배우라고 생각되었었는데(떠올려보니 강한
엄마로 나온 작품이 몇 작품 있었던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스피드의 엄마 역할로도 나쁘지 않은 자연스런
연기였다고 생각된다.

레이서 X역의 매튜 폭스나 트릭시 역의 크리스티나 리치 역시 만화 같은 이 영화에서 만화같은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한 듯 하다. 그리고 가장 큰 우려와 걱정에 대상 있었던 비의 연기에 대해서 아니말할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큰 비중이 아닐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제법 등장하는 비의 비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조연으로 시사회나 각종 쇼에 참여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당한 비중이었으며,
영어 대사 연기역시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생각된다. 사실 거의 함께 참여한
박준형의 비중보다 조금더 많은 비중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에 더 일수도 있다. 말이 나온김에 박준형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정말 몇장면(3~4장면)밖에는 나오지 않지만(대사도 없다), 그래도 이름없는 레이서들
가운데서는 제법 포스를 발산한 경우라 봐야할 것 같다.
사나다 히로유키의 경우에는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 같다. 비중도 적었을 뿐더러 대사도 거의
없었음으로...



워쇼스키 형제는 정말 대단한 감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매트릭스>트릴로지 만으로도 대단한 감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뭐랄까 자신들이 자신있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대중들에게 영화로서 설명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감성과 관심사를 갖고 있는 감독이 헐리웃에서 메이저 감독으로
활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앞으로는 또 어떤 관심사에 자신들의
장인의 숨결을 불어넣을지 벌써 부터 기대된다.


1. 그랑프리 경기전 연회 장면에서 어디서 본듯한 배우가 있어서, 보는 내내 누군가 생각해 보았는데
  끝까지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엔딩 크래딧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은 오웬 페터슨이었다. 매트릭스 DVD 서플을 워낙 열심히 보다보니
  이젠 스텝들의 얼굴까지 외워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오웬 페터슨이 까메오 출연한다는 것!

2. 영화의 초반에는 다른 영화들보다도 가장 먼저 <딕 트레이시>가 떠올랐다. 원색으로 표현된 의상들과
   배경들은 곧바로 <딕 트레이시>를 떠올리게 하더라. 나중에는 <씬 시티>나 <스파이 키드>등도 살짝 씩
   생각났음.

3. 아이맥스로 관람한 영상은 정말 최고였다. 눈에 가득차는 화려한 레이싱 장면에선 정말 눈을 뗄 수가 없더라

4. 비가 연기한 태조 토코칸은 본래는 일본 사람이지만, 조금 각색이된듯 한데, 아버지와 딸은 이름으로
   보았을 때 일본인 스럽지만, '토고칸 모터스'라는 한글 명이 등장했던 것처럼 한국사람으로 그려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뭉뚱그려 '아시아인'으로 그려진 지도 모르겠다.

5. 아이맥스로 또 보고 싶지만, 경제 사정상 일반으로 한 번 더봐야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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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Iron Man, 2008)
마블의 부자 히어로

5월달에는 참으로 기대되는 영화들이 많다. 아기다리고기다렸던 <인디아나 존스 4>와 워쇼스키 남매의
<스피드 레이서>, 그리고 큰 기대는 아니지만 전편을 본 입장에서 어차피 보게 될 듯한 <나니아 연대기>,
그리고 오늘 관람한 <아이언 맨>이 바로 그 기대작들이다.

사실 마블의 여러 히어로들의 관해서는 영화화된 정도만 알고 있는 이로서, '아이언 맨'의 존재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일단 그가 브루스 웨인에 버금가는(혹은 더!)부자로서, 특수 능력보다는 돈으로 해결하는
히어로라는 정도만 미리 알고 있었다. 예고편에서 탱크의 포탄을 휙 피하고는 미사일 한방 날려주고 무심하게
뒤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트랜스포머>와 <로보캅>의 중간 정도인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스포일러 있음)

일단 많은 이들이 지적한 스토리상의 문제는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바이다. 마블의 히어로를 비롯하여
코믹스를 원작으로한 영화들의 스토리는, 원작의 내용을 따져보면 사실상  굉장히 광범위하고 세세한 면까지
묘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인지 한 편 혹은 2,3편으로 영화화 할때는 스토리상에 헛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이언 맨>의 경우도, 일반 히어로 물처럼 토니 스탁이 완벽한 '아이언 맨'이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적으로는 이런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그리 꼼꼼한 스토리를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정도라고 생각된다.

<스파이더 맨>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 특수능력을 얻게 된 히어로이고, <슈퍼맨>은 본래부터 외계인이고,
<배트맨>은 막강한 제력을 동원한 히어로라면, <아이언 맨>은 막강한 제력을 바탕으로한 개과천선 히어로라고
보면 되겠다. 무기 판매회사를 운영하며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던 토니 스탁은, 사고를 통해 자신이
좋은 일에 쓰려고(사실 미국을 위해, 테러범을 잡기 위해 쓰는 것이나 테러범이 직접 쓰는 것이나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되어, 굳이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만) 만들었던 무기들이, 테러범이
손에 들어가 양민 학살에 사용되는 것을 보고, 뒤늦게 깨우쳐 자신의 무기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이상
무기를 만들지 않기로 결심하는 동시에, 신개발을 통해 자신이 직접 '아이언 맨'으로 나서서 테러범을 소탕하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이 중간에는 회사의 중역이 토니 스탁에게서 경영권을 빼았기 위해 테러범과 거래를 하면서,
사실상 더 큰 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설득력이 필요한 것이 '왜 아이언 맨이 되었나?'하는 문제일텐데,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 부분에서
그리 효과적인 설득과정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그저 토니 스탁의 부를 관람하면서, '역시 돈 많으면
다 해결되는구나'하는 생각을 더 자주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미국적인 히어로물이니 어쩔 수는 없는
문제이겠지만, 결국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 미국식 제국주의 사고에
불편함이 들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개과천선 히어로라고는 하지만, 결국 악용될 우려가 있으니 남에게는
줄 수 없고, 내가(나만) 꼭 가져야 한다는 기본 생각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일단 이런 영화가 1편에서 성장과정과 동시에 화끈하게 보여줘야 할 것은 바로 액션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아이언 맨>은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테러범들을 소탕하는 장면이 사실상
제대로 된 유일한 액션이라고 할 수 있으며, 후반부에 오베디아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언 맨이 연습삼아 도시를 휙휙 날아다닐 때는 마치 '스파이더 맨'이 마천루를
누비는 장면에서 느꼈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언 맨'만의 특징을 잘 살리수 있는 액션 장면이라면, 아마도 전투기와 공중에서 대결을 한다던가,
수 많은 적을 상대로 자유롭게 휘젓는 분위기에 액션 장면일텐데, 그런 시퀀스의 액션이 많지 않았던 것이,
무언가 예고편 보다 더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마블의 히어로 블록버스터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이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주로 작품성에 비중이 있는 영화들에 출연해왔던 그가, 어쩌면 가장 안어울리는 액션
블록버스터에 히어로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내가 어딜 봐서 영웅 타입이냐'라는 극중 대사처럼 걱정이 더
많이 되는 소식이었다.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토니 스탁이라는 캐릭터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괜찮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천재적인 부자 특유의 거들거림과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와 더불어 유머를
잃지 않는 토니 스탁의 모습은 그로 인해서 좀 더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에 기네스 펠트로와 제프 브리지스의 출연은 더욱 의아했었다.
이들도 이런 영화에는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기네스 펠트로의 모습은
뭐 연기적인 면에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이라면 좀 어려보인다는 것
정도. 제프 브리지스는 초반에는 거의 못알아볼 정도였다. 이런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 막판으로 가면서 악역으로 치닫는 연기는 좋았지만, 뭐랄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등장하는 추가 장면을 보면 완벽하게 2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과연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내가 아이언 맨이다'라고 공표한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도
사뭇 궁금해지긴 하다.


1. 근데 그 인공 심장같은 것은 결국 토니 스탁이 아니라 같이 잡혀있던 그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

2. 추가 장면에서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만한 배우가 등장했는데, 이제 그는 이런 히어로물에서
   감초 역할로 자주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3. 크래딧을 보니 ILM고 더불어 오퍼너지가 참여했던데, 왠지 반갑더라 ^^

4. 그렇게 비밀스런 병기를 감추고 있는 토니 스탁의 집치고는, 보안이 너무 허술한 것 같았다.
    깨친 유리문도 고치지 않고, 아무나 지하실에 내려가도 유리문이라 다 볼 수 있을듯 하고,
    비밀번호도 겨우 3자리 밖에 안되던데;;;

5. 오랜만에 찾은 메가박스 M관은 좌석도 편하고 좋더라.
디지털로 보니 역시 생생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음. 근데 추가장면은 디지털 버전이라 하기엔
화질이 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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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2006)


제목이 길기도 한 이 작품. 미리 접한 정보는 브래드 피트와 벤 애플렉의 동생인 케이시 애플렉이 주연한
서부영화라는 것 정도. 극장에서 개봉하게 되면 한 번 봐야겠다 하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결국 극장에서는 걸리지 못하고 바로 DVD로 직행하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그도 그럴것이 코엔 형제의 화제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무겁거나 작품성이 강하지만 제법 화제작인 영화들 조차 극히 소규모의 관에서만 개봉할 수 있었던
최근 사례만 비춰봐도 이 영화 <비겁한....>이 개봉되기에는 상업적인 논리에서 봤을 때 조금 힘에 겨운
싸움이 아니었나 싶다. 브래드 피트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별 재미를 못보고 있는
서부영화라는 장르와(정통 서부영화라고는 보기 어렵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반전이라던지 영화적
장치가 많지 않으면서, 무려 2시간 반이 넘는 러닝타임(이게 가장 주요한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싶다)은
90분내로 끝이나는 킬링 타임 영화에 더 몰리는 관객들을 생각해봤을 때 역시나 개봉은 쉽지 않았던것 같다.



(스포일러 있음)

서부 영화 가운데는 <내일을 향해 쏴라>처럼 서부시대에 실존했던 무법자나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많은데, 이 작품 역시 '제시 제임스'라는 서부시대의 영웅을 등장시키면서 그와 그를 둘러싼
미묘한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또한 서부극이나 그 당시의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면 이런 소재에 좀 더 반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시 제임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기 보다는, 선과 악의 구분이 불분명한 한 인물과 그를 동경했으나 결국에는 죽음에 까지
이르게 만드는 한 인물의 미묘한 심리상태와 갈등의 이야기를 아주 천천히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굉장히 쿨하게만 보이는 서부의 영웅의 이면에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안함과 정서적인 황폐함이 존재한다는
것과 자신이 동경하는 인물에 대해 '그처럼 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가 되고 싶은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결국 갈등 끝에 그를 암살했음에도 자신에게 돌아온 기대하지 않았던 반응들과 오히려 자신이 그를 가장
그리워하게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통해, 굉장히 공허함과 무료함을 전하고 있다.

브래드 피트는 블록버스터와 이런 비교적 작은 작품에 번갈아 출연해가며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더
충실하게 쌓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이제 제법 이런 캐릭터가 어울리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마도 예전 같으면 그가 '제시 제임스' 역할보다는 '로버트 포드'역에 더 어울렸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밴 에플랙의 동생으로 더 유명한 케시 애플렉은 형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는 듯 하다.
굉장히 우울해보이면서도 묘한 미소를 갖고 있는 그의 연기는 이 작품에서 최고로 발휘된 듯 하다.

감독인 앤드류 도미닉은 뉴질랜드 출신의 신예 감독인데, 첫 작품부터 아주 무거운 영화를 맡은 듯 하다.
프로듀서로는 리들리 스캇과 토니 스캇 형제가 참여하고 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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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든 킹덤 (The Forbidden Kingdom, 2008)
서유기라고 하기엔 많이 모자란 오락영화


성룡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로서, 이연걸의 영화를 거의 다 본 팬으로서, 서유기라는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 <포비든 킹덤>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였다. 제작초기부터 성룡과 이연걸이 드디어 한 영화에서
합을 맞추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흥분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영화의
감독이 <라이온 킹>이나 <스튜어트 리틀>등을 감독한 롭 민코프라는 사실 때문에, 과연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다는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질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롭 민코프 감독이 만들어온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전체관람가의 어린이 영화가 주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과연 그 감독의 그릇에 쿵푸 영화의 두 아이콘인 이 두 배우의 아우라를 제대로 담을 수 있을 것인지,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서유기라는 엄청난 이야기를(결국 그저 설정만 빌려온 것으로 생각되긴 하지만)어떻게
요리할 것인지가 너무 걱정되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서유기를 생각하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저 손오공과 여의봉이 등장하는 기본
설정만 빌려온 영화에 실망하게 될 것이고, 성룡과 이연걸의 화려한 쿵푸 대결을 기대한 이들에게도
그다지 만족할만한 장면은 선사하지 못하는 영화라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제이슨 만 빼면
모두 중국인들이 등장하는 영화인데, 왜 모두 영어를 써야만 했는지, 모든 인물들의 영어 대사처리가
너무도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미국제작사와 미국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영화의 배우들은 물론 대부분의 스텝들이
홍콩인들로 이루어진 영화이다 (CG부분은 상당부분 한국에서 제작하였으며, 미국 스텝들보다 홍콩 스텝이
많을 정도로 의외로 홍콩 스텝의 비중이 컸던 영화였다). 또한 무술감독으로 원화평 감독이 참여하였는데,
뭐랄까 이 두 사람을 데려다 놓고(거기다가 매트릭스의 '셰라프'로 더 잘 알려진 예성 도 출연한다),
결국 이 정도 합 밖에는 보여주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 영화가 미국 감독과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출연진의 95%가 동양사람이고, 배경도 중국에서 이야기가 95% 펼쳐지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어색함을 영화 내내 느낄 수 밖에는 없었다.
승려이며, 손오공이며, 마스터며, 불사신이며, 백발마녀며, 심지어 옥황상제까지도 유창하게 영어를 해대는데,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다.

미국팬들에게는 잘 모르겠다(하긴 요즘은 헐리웃에서도 타란티노가 만든 킬 빌 같은 영화들이 있어서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중국의 팬들이나 나 같은 국내팬들에게는 성룡과 이연걸, 서유기 하면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는데, 이를 거의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그저 오락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극장에서 옆자리에 아이들이 앉아있었는데, 상당히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었다.
롭 민코프 감독은 몇 가지 설정도 가져오고 오프닝 시퀀스에 유명한 쇼브라더스 영화들을 비롯해, 이소룡이나,
유명 무술영화들의 포스터를 등장시키면서 일종의 오마쥬를 표현한 듯 한데, 아직까지 서양 감독 중에서
동양의 쿵푸나 무협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오마쥬할 수 있는 감독은 타란티노 외에는 없다고 생각된다.
롭 민코프 감독은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당대의 스타를 한 영화에 출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음에도,
결국 잘 살리지는 못하고, 겉만 핥는 식이 되어버렸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성룡과 이연걸을 한 화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겁긴 했다.
특히 영화 도중 두 배우가 아주 크게 해맑게 웃는 장면이 있는데(특히 이연걸의 해맑은 미소는 여전하다),
이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절로 미소짓게 되더라. 이연걸은 그렇다치더라도 성룡은 확실히 노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단지 그가 노역 분장을 해서만은 아니다 --;). 주인공 제이슨 역할을 맡은 마이클 안가라노의
연기는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비디오용 영화로 만들어버린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연기력은
<디 워>의 주인공들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샤이야 라포프 정도의 수준을 기대했던 나에게 그의 연기는
거의 재앙에 가까웠다. 유역비와 이빙빙의 캐스팅은 그나마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유역비는 확실히
<신조협려>의 소용녀의 포스를 그대로 담고 있는 아리따운 모습으로 영화내내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불러가는
캐릭터를 연기하였다(이 설정도 왜 그런것이지 잘 모르겠다. 왜 그녀는 스스로 '스패로우는' '그녀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말을 전하는지 잘 모르겠다. 더군다나 '스패로우'하니 자꾸 '잭 스패로우'가 떠올라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

<디 워>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영화는 설정과 줄거리 면에서 상당히 몇몇 영화를 떠올리게 했는데,
미국에 위치한 골동품 가게에서 동양의 전설을 듣는 설정이나 마이클 안가라노의 연기력 등은 <디 워>를
떠올리게 했고, 힘없는 주인공이 마스터를 비롯해 같은 목적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일종의 원정대를 구성하여
악당이 있는 산으로 간다는 설정은 <반지원정대>를 떠올리게 했는데, 약간 틀리긴 하지만, 반지대신 여의봉이
등장한 것이나, 이연걸의 첫 등장시 마치 '간달프'처럼 등장하는 것이나, 제이드 장군이 마치 사우론 처럼
그려지는 것도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힘없는 평범한 소년인 주인공이 전당포에서 신비한 물건에 끌려
모험을 하게 되는 것이나, 결국 모험에서 돌아와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을 혼내주는 설정은
<네버엔딩 스토리>와 너무도 닮아있었다.

앞으로  또 이 두 배우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럴 기회가 있다면
걱정이 되더라도 서극이나 오우삼, 혹은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유기도 제대로 한 번 본토에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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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위드 미 (Untraceable, 2008)
끝나도 끝이 아닌 공포

덴젤 워싱턴 주연의 매력적인 미스테리 스릴러물 <다크 엔젤>과 데니스 퀘이트와 제임스 카비젤 주연의
독특한 가족영화 <프리퀀시>를 연출했던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2008년도 신작 <킬 위드 미>.
우리나라 개봉시 제목은 보시다시피 '킬 위드 미'라는 제목을 썼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 수 있지만,
이 제목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본제는 'Untraceable'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추적할 수 없는'
정도가 되겠다.

이 영화는 저 포스터가 잘 말해주듯 21세기에 어울리는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실시간 동영상 등
최첨단이지만 개인적인 사유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것들로 인한 테러와 공포, 그리고 현대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그들의 무서운 심리를 스릴러 장르로 잘 녹여낸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있음)

이 영화의 주된 공포라면 일단은 무작위에서 오는 공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무작위가 아니라
치밀하게 대상을 선정하여 치뤄진 범죄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큰 범위적 제한없이
누구나 이용가능한 인터넷 사이트처럼, 전혀 남의 일들이라고만 생각했던 끔찍한 일들이 자신과 주변에도
일어날 수 있는 것에 대한 공포로 시작하고 있다. 특히나 영화 속에서 사이트에 살해당하는 사람의 모습이
등장했을 때, '여기봐, 너의 아버지아니야?'라는 대사처럼, 평소 전혀 다른 사람 얘기로만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이를 '즐기던'이들에게 조차 자신들의 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의 배경은 이미 이런 사이코 킬러들이나 살인범들에 관련한
영화들에서 등장했던 비슷한 설정이 등장한다. 몇해 전 끔찍한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대중들이 마치 쇼프로 즐기듯이 반복해보고, 슬로비디오로 보고, 안주거리로 얘기하는
것에 분노를 느껴, 그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을 자신의 아버지가 당했던 것처럼 모든 이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도록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주인공을 마치 피해자라던가 하는 것으로 깊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뭐랄까 이런 살인범들의 불우한 배경을 깊게 다루는 것은 결국에는 사회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라고
결론짓기 위해서 그도 피해자라는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영화는 물론 결론적으로
하고자 하는 최종적인 말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가해자를 피해자로 감싸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모두가 공범임을
얘기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살인범은 죽게 되지만 오히려 그 후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건, 사이트의 댓글들 때문이었다.
'천재가 죽었다' '이 비디오 어떻게 다운받죠?' 등 이른바 '개념'없는 댓글들과 살인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도 이를 담담하게 즐기는 사람들과, 접속자 수가 많아질 수록 살인의 속도도 빨라지니
접속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저 '호기심' 때문에 혹은 더 자극적인 장면을 보고 즐기기위해
무서운 가속도로 늘어나는 사이트의 접속자 수를 보았을 때, 이것이야 말로 끝나도 끝나는 것이 아닌
무서운 공포스러움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최근 연예인들의 자살이나
사고로 인한 사망 기사에 조차 개념없는 악플이 달리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정말 이런 무서운
상황이 남일같지 않게 느껴져서 더 안타깝기도 했다.



최근 <점퍼>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다이안 레인은 이 영화에서 그래도 선전했다.
특별히 그녀만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하였지만, 딸을 둔 FBI요원의 모습도 제법 어울렸다.

톰 행크스의 아들로 더욱 유명한 콜린 행크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약 100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 타임 답게 괜찮은 몰입도와 킬링 타임 영화로서는 손색이 없는
재미를 갖고 있는 스릴러 영화였다.

물론 그 안의 메시지는 단순히 즐기고 넘길 수만은 없었지만 말이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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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Taken, 2008)
전문가 아버지의 프로페셔널 액숀!


최근 극장가가 잠잠한터라 어떤 영화를 볼까 기웃거리다가 마치 <추격자>처럼, 본래 볼려고 계획하지는
않았었으나 입소문이 좋은 영화 한 편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영화 <테이큰>이다.
그저 '다크맨'이자 '콰이곤 진'이기도 한 리암 리슨이 주연한 액션 영화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정보없이
보게 된 영화는, 말그대로 '액션'만이 있는, 그래서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좋았던 박진감 넘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액션 영화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너무도 단순하다. 전직 요원이었던 브라이언의 딸이 유럽에서 납치되고 딸을 구하기 위해
홀연히 유럽으로 건너가 각종 범죄단체를 소탕해가며 딸을 결국에는 구해온다는 단순 그자체의 스토리.
그래서 좋다. 최근 액션 영화들을 보면 액션 영화임에도 액션이 소도구로 여겨질 만큼, 로맨스나 스릴러,
등등 다른 흥미거리를 넣으려고 무리하다가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된 영화들이 많았는데, <테이큰>은
오로지 액션에만 집중하면서 관객에게 심한 몰입도와 만족감을 동시에 전해준 좋은 예가 되었다.

특히 현실에서는 접할 수 없는 '전문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프로페셔널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심하게 느끼게 해준다. 사실 프로페셔널한 전직 요원이나 현직 요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액션 영화들은 많지만, 최근에 경향은 오히려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려는 나머지,
오히려 그 전문적인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테이큰>의 주인공 브라이언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면모인 딸을 구하기 위해 액션을 감행하지만, 그 과정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프로패셔널한
액션을 펼치면서, 그 야말로 '노 머시', 자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망설임이라고는 볼 수 없는 냉혈한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적을 고문할 때나 어느 정도 죽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랄까? 그런 상황
들에서 생각할 것도 없이 과감하게 총알을 날리고야 마는 주인공의 모습은 제이슨 본 이후에 오랜만에 보는
깔끔한 요원의 모습이었다.



주연을 맡은 리암 니슨은 확실히 '본'급의 액션도 액션이지만, 전화를 할 때나 적들의 소굴에 홀연히 들어가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하고 적을 협박하는 그 담담한 표정과 목소리에서 더욱 공포스러움과 프로패셔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혹자는 노쇠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액션을 보여줄까 걱정할지도
모르겠지만, 애 아빠도 딸을 잃으면 볼것없이 변한다는 점에서 그의 액션은 과연 '본 얼티메이텀'급이다.

다른 배우나 캐릭터들의 포스가 약했던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해야겠다.
그래서 반대로 '브라이언'의 캐릭터가 더 돋보인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앞에 너무도 쉽게 쓰러져가는
악당들의 모습은 너무 힘없어 보였다. 특히 중간보스 정도되는 인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종보스격의 인물과의
대결 장면에서도 좀 더 강력함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아주 살짝 들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의미로)킬링타임 용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영화였으며,
자고로 액션 영화라면 이 정도는 되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을 몸소 보여준 깔끔한 전문 액션영화였다.


1. 새아버지가 부자라 말을 생일 선물로 받는 것보다, U2의 유럽투어를 함께 따라다닐 수 있는 것이
   더 부러웠다;

2. 결론은 아빠말 들어서 나쁠 것 없다는 것.

3. 딸을 갖고 있는 아버지라면 요즘 흉흉한 국내의 사건들로 봐서도 저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벌써부터 들었다 ;;

4. 핸드폰 카메라에 SD메모리가 장착되는거 같던데, 화질 좋더라;;
  그리고 길에서 SD메모리를 바로 확인, 출력할 수 있는 서비스도 부러웠음 ㅋ

5. 감독인 피에르 모렐의 전작은 <13구역>이었는데, 확실히 이 감독 액션영화에 재주가 있는 듯 하다.
   감독 이름이 나왔으니 말인데, 극중 브라이언이 경찰을 사칭했을 때 이름표에 '피에르'뭐라고 써있었던것
   같은데 피에르 모렐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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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번 (Rose Judith Esther Byrne)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1979년생의 여배우로,
개인적으로는 킬리안 머피와 함께 출연했었던 <선샤인>,
그리고 공포 영화 <28주 후>,
그리고 무엇보다 브레드 피트와 함께 한 <트로이>에서 브리세이스 역할로 인상을 남겼던
로즈 번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생겼다.

그녀는 최근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데미지>로 HD방송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
오늘 토요명화로 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2>를 HD로 해준다기에 다시 관람하려고 TV앞에 앉았는데
초반 장면에서 많이 본 듯한 여배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녀가 로즈 번이었다!!





출연작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풍기는 묘한 매력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확실히 DVD로 볼 때는 몰랐으나(하긴 극장이나 DVD로 스타워즈 2를 볼 때는 그녀를 잘 몰랐던게 사실인듯),
쨍쨍한 HD로 관람하니 한 명 한 명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있어 그녀를 보석같이 발견하게 되었다.

(아래 화면은 급하게 꺼내든 스타워즈 에피소드 2 DVD캡쳐)



이 장면을 보고는 '어, 혹시 로즈 번 아닌가?' 했었다.



여기까지도 긴가 민가 했었다. 많이 닮은 배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 장면쯤 되서는 거의 그녀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로즈 번의 영화를 본 이들은 알 수 있겠지만 그녀는 묘한 그녀만의 표정이 있다 ^^



오랜만에 HD로 다시 보는 스타워즈의 감동만큼이나,
보석같은 그녀의 발견으로 더욱 반가웠던 영화였다~


* / 이 장면으로 끝인 줄 알았었는데 아미달라가 아나킨과 떠날 때 마중나오는 장면에
또 한 번 출연하는 군요. 여기선 클로즈 업으로!



이 때는 지금보다 훨씬 몇 년전임에도 분장과 캐릭터 탓인지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군.
물론 최근 <데미지>에서도 무척 나이가 먹어 보이게 출연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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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 (Sicko, 2007)
이젠 더이상 딴나라 이야기가 아닐수도 있다


마이클 무어는 참 재주꾼이다. 화재와 논란을 동시에 일으키는 그는 단순히 나서기 좋아하고 태글걸기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논리적이고 치밀한 조사와 여기에 더나아가 조롱과 반어법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는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연출가, 감독이다.
그의 2007년작 <식코 (Sicko)>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믄 화제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그가 다루었던
작품들에 비해 어쩌면 가장 작은(?)음모와 사건을 그린 다큐일지는 모르나,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우리 실생활에 가장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료보험에 관한 이야기로 더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일단 전작인 <화씨 9/11>이나 <볼링 포 콜럼바인>등에 비한다면 어느 정도 구성 방향이 틀려진 점을
먼저 들 수 있겠다. 물론 다루고 있는 문제 특성상의 차이이겠지만, 기존 작품들에서는 고발의 성향이
지나치게 강했던 것에 비해, 이번 영화는 고발과 동시에 반대의 경우를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 이해못할 상황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어쩌면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돈이 없으면 잘린 두 손가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일단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은 정부가 의료보험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러면서 의료보험 회사들은 전부 상업화가 되어버렸고, CEO들은 억만 장자가 되었으며,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병원에도 가지 못하거나 원하는 약을 받지도, 필요한 조치도 받을 수가 없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게 되었다. 물론 민간의료보험이 되어버린 이상, 그들도 땅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니
무조건 보장하란 것도 아니다(하지만 이 영화의 후반엔 거의 '땅파서 장사하는 급'에 복지 수준을 갖춘 유럽과
일부 나라들의 의료시스템을 소개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이 민간의료보험 회사들이 하는 짓들에 대해
분노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보험회사에 자문 의사를 맡은 사람들은 보고서는 보지도 않고 복사된 싸인도장을
찍어주기 일쑤고, 사립탐정을 고용하듯 뒷조사 전문인을 고용하여 피보험인의 아주 작은 의료기록까지 뒤져내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이미 준 보험금도 나중에 찾아서 뺏어내고 만다), 아파서 약을 사려고하면
그런 약은 필요없다고, 아파서 수술하려고 하면 그런 수술은 위험하다며 허가해주지 않아 아픈 이가
제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빼았고 있다.

더군다나 보험회사 직원들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적게 줄 수록 보너스를 받게 되고,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환자들은 병원에서 치료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영문도 모른채 택시에 태워
거리로 버려지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런 이야기들은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피보함자들의 입장에서도 들을 수 있지만, 보험회사에서 일했던 담당직원들이나, 담당의사로 있던
이들의 이른바 '내부고발'의 입장에서도 전해들을 수 있다. 이들의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처절하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불법을 무릅쓰고 국경을 건너 캐나다로 병원을 다니는 한 여성의 이야기도
아이러니한 미국내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예 애초부터 보험금 지급은 없다는 걸 베이스로
깔고 시작하는 보험회사에 압박에 힘없는 피보험자들은 그저 어린아이를 비롯한 가족의 건강을 포기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마이클 무어)

영화는 중반부 부터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미국내 보험회사들의 부당한 일들을 고발하는 형식을 잠시 접고,
그렇다면 정부에서 의료보험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나라들의 형편과 그 서비스의 질은 어떠한지 직접 나서서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의료보험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는 유럽의 여러나라에서는 마이클 무어의 질문들에
그저 어이없이 웃기만 한다. 그들에게는 '병원을 가기전에 보험회사에 승인을 받았습니까?' 혹은
'입원하고 약을 받으려면 돈을 얼마나 내야 합니까?'등의 질문이 말그대로 '어이없을'정도로 황당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가가 무상의료를 지원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나, 민간의료보험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인인 마이클 무어로서는 이들의 시스템이 더 당황스러울 정도로 말이 안되게 이해가 안되는 것이
당연하다. 무언가 불편할 것이다, 의사들이 돈을 많이 못벌어 불행할 것이다, 환자들도 서비스에 만족 못
할 것이다 라는 생각에서 의도적인 질문들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미칠정도로 긍정적인 말들 뿐이다.

앞서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주지 않으면 승진을 하는 미국내 보험회사의 얘기와는 정반대로,
자신이 치료한 환자가 혈압이 내려가거나, 상태가 호전되거나, 금연을 하거나 하게 되면 의사가 보너스를
받게 되어 더욱 열심히 한다는(어쩌면 이건 정말 당연한 일이 아닌가)의사의 말은, 왜 당연한 것 조차
이상하게 생각하게 되어버렸는지를 오히려 반문하게 되어버린다.
의료보험 서비스를 받지 못한 사람들을 데리고 관타나모 수용소를 들러, 쿠바에 병원에 도착한 마이클 무어
일행은 쿠바의 의료서비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미국인들이 악으로 오랜세월 규정해왔던 이들의
의료서비스가 자신들의 서비스와는 비교도 안되게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120달러 하는 약이 쿠바에서는
단돈 5센트밖에는 안한다는 상황에서, 의사가 돈이 있냐는 각종 조건들을 물어보는 것이 보험조건에
맞는지 않맞는지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치료를 처방하기 위한 사전 조사라는 점에서,
의사가 편히 쉬다가 가라는 말에서,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는 미국인들에게도 굉장한 충격적인 실태를 보고한 다큐였지만,
의료보험 민영화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어쩌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다큐멘터리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어쩌면 무상의료와 민간보험의 중간 지점에 있는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의료보험 민영화가 추진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미국의 이런 심각한 민간의료보험의
폐단을 다룬 이야기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딴나라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고,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영화였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는 항상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영화'다. 굉장히 영화적인 구성과 흐름을 갖고 있어
자신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재주꾼이다.
그의 이번 작품 <식코> 역시 적지 않은 충격과 체험으로 다가왔던 영화였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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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사운드트랙 vol.4 _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01. Finn - Tori Amos
02. Siren - Tori Amos
03. Life In Mono - Mono  
04. Sunshower - Chris Cornell
05. Resignation - Reef
06. Like A Friend - Pulp
07. Wishful Thinking - Duncan Sheik
08. Today - Poe
09. Lady, Your Roof Brings Me Down - Scott Weiland
10. Her Ornament - The Verve Pipe
11. Walk This Earth Alone - Lauren Christy
12. Breakable - Fisher
13. Success - Iggy Pop
14. Slave - David Garza
15. Uncle John's Band - The Grateful Dead
16. Besame Mucho - Cesaria Evora 


에단 호크, 기네스 펠트로우, 로버트 드니로, 앤 밴크로포트 가 출연한, 찰스 디킨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1998년작 <위대한 유산>. 아마도 내가 에단 호크와 기네스 펠트로우란 배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이 때 부터였던 것 같다. 에단 호크의 경우는 비슷한 시기에 <가타카>를 동시에 접하게 되면서 더욱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그 초록빛과 오묘한 분위기도 기억에 남지만, 귓전을 맴도는
사운드 트랙도 아직까지 인상깊게 남아있는 영화 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록 넘버들이 수록된 O.S.T와 영화음악가 패트릭 도일이 프로듀서한 스코어가 각각 발매되었는데,
내가 소장한 버전은 여러 록과 팝음악이 수록된 사운드 트랙 버전이다.

일단 록/팝 팬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뮤지션들이 여럿 참여하고 있다.
첫 번째로 인트로곡인 'Finn'과 'Siren'에 참여하고 있는 토리 에이모스(Tori Amos)를 들 수 있겠는데,
에단 호크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토리 에이모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이 때 즈음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신비스런 음색과 극적인 보컬은 그녀를 설명하기에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그 다음은 <위대한 유산> O.S.T라고 하면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를 모노(Mono)의
'Life in Mono'이다. 여성 보컬 시오반 드 메어가 부르는 이 곡은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우면서 왠지 우울한
느낌을 전해주는 곡으로 이 음반에서 가장 대표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당시 사운드가든(Soundgarden)의 해체로 충격을 주었던 보컬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이
'Sunshower'을 선사하고 있으며, 펄프 (Pulp), 스톤 템플 파일럿츠(Stone Temple Pilots)의 보컬리스트
스콧 웨일런드, 이기 팝(Iggy Pop),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 그리고 베사메 무쵸를 부른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까지.... 모두들 따져보면 우울함과 몽환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보컬들이 각자의 개성을 펼치고 있어, 영화와 잘 어울리면서 더 나아가 음반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컴필레이션으로 불리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사운드트랙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어느 날, 어디에선가 그 음악을 들었을 때,
영화의 한 장면이 절로 떠오르고, 다시금 그 영화를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것을 꼽을 수 있을 텐데,
'베사메 무쵸'를 듣고 토리 에이모스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오랜만에 <위대한 유산>을 보고 그 초록빛에 빠져보고 싶어졌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07/11/26 - [BD/DVD Review] -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_ About Feel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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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용의 부활 (hree Kingdoms: Resurrection Of The Dragon, 2008)

개인적으로 '삼국지'는 가장 많이 읽어본 책이다. 어린 시절 만화서부터 나중에 각 소설가 버전으로
각각 읽어본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어린시절과 중,고등학교 시절 김용의 '영웅문'과 더불어 나의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의미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봉을 앞 둔 오우삼 감독의 <적벽>과 이 영화
<삼국지 - 용의 부활>은 영화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일단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삼국지라는 이야기 자체가 워낙에 방대한 내용이라 3편도 아닌, 영화 1편으로는 도저히 압축이 불가능한
이야기일터. 그래서 아무래도 영화화는 전체 삼국지를 다 보여주기 보다는, 하나의 사건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영화화를 해 나가고 있는데, 이 영화는 사건이라기 보다는 상산의 조자룡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를 빗대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 자체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삼국지'의 팬이라면 아마도 재미있다기 보다는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 더욱 많으며, 팬이 아니더라도 조자룡의 인생에 적극 공감되기에는 너무나 평면적이었던
캐릭터의 묘사로 그리 인상적이었던 영화로 기억될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는 앞서 말한 것처럼, 조자룡의 젊은 시절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를 비교적 '후딱' 묘사하고 있다.
'후딱'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100분의 길지 않은 러닝 타임을 감안하더라도, 젊은 조자룡에서 생의 마감을
앞둔 노인 조자룡으로 옮겨가는 것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삼국지의 기본 설정과 이야기들을 가져오고는 있지만, 그대로 '삼국지'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정도로 허구의 캐릭터들과 새로 창조해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마도 더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이 같이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 것일텐데, 개인적으로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내는 방법은 원작 그대로
영화화하는 것이 '삼국지'의 경우에는 맞지 않을까 싶다.

가장 특이한 점은 조자룡 외에 '나평안'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비중있게 등장시킨 것인데, 홍금보가 연기한
이 나평안이란 인물은 마치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를 시기하던 살리에르를 연상시킬 만큼,
조자룡에게 열등감과 질투심을 갖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나평안이라는 인물의 묘사는 사실상
매우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관객은 그가 두 번쯤 등장했을 때 이미 그의 마지막 행동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뭐 이게 영화상으로 대단한 반전이라던가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뻔히 보이는 캐릭터로
인해 결과적으로 스토리 구성에 있어 헛점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정도면 제목에 '삼국지'를 포함시키기 보다는 그냥 '용의 부활'정도로 제목을 짓고,
영화 처음이나 마지막에 '삼국지의 이야기를 가져왔다'정도로 수식하는 것 정도의 영화가 됬어야 하지 않나
싶다. '삼국지'라는 이름을 쓰고, 조자룡이라는 인물을 주연으로 가져오긴 했지만, 삼국지 팬 입장으로서
보기에는 그야말로 '가져온 것'이상의 느낌은 전달 받을 수가 없었던 영화였다.



유덕화는 조자룡이라는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젊은 시절과 노년의 얼굴 모두 멋지지만, 그건
조자룡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유덕화라서 멋진 느낌이 더 강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바로 '관우'역할로 등장한 '적룡' 형님 때문이었는데, 만약 삼국지가 또 다른 버전으로 영화화 되고,
이 영화와는 다르게 관우가 비중있게 그려진다면, 적룡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초록색 도포와 긴 수염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조자룡이 주연이라 이 영화에서는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매기 큐가 연기한 '조영'이라는 캐릭터는 소설과는 다른 허구의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반증하듯
상당히 영화적인 장면들을 많이 보여준다. 홍금보의 얼굴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연기로 인해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삼국지라는 이야기를 빌려와, 그 속에 조자룡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주연으로
등장시켜, 전쟁의 무의미함과 인생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영화였지만, 삼국지 팬에게도 일반 관객에게도
인상깊게 남을 만큼 짜임새 있는 줄거리와 이야기는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1. 오호대장을 한 명씩 소개할 때는 마치 게임처럼 주무기를 이미지화하여 보여주는데 조금 이질감이 있었다.

2. 사실 이 영화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기에 <적벽>이 더욱 기다려진다.

3. 아무리 조자룡이 주인공이라지만, 제갈량의 포스가 너무 약하다.

4. 마초, 황충 지.못.미

5. 삼국지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디자인에 익숙해서 그런지, 조자룡의 저 투구는 어울리지 않았다.

6. 이 영화는 국내제작사인 태원이 함께 제작한 영화인데, 그래서 인지 마치 국내 사극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주요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막으로 그 인물의 이름을 보여주는 부가자막이 있었다.
 엔딩 크래딧을 보니 CG작업은 전부 국내에서 맡아서 작업을 했더라.

7. 만약 영화 속 처럼 조운이 아두를 업고 싸웠다면, 아두는 필시 죽었을 것이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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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그 복잡한 건물들 사이에 마치 DVD방처럼 위치하고 있던 씨네콰논...
일본영화 전문 관으로 좋은 일본 영화들을 소개하는데 공헌을 했던 극장이었는데,
결국 문을 닫고야 마는구나...

사실 극장 시설이 다른 곳에 비해 그리 좋은 편은 아닌터라 많은 작품을
씨네콰논에서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린다 린다 린다>를 2번이나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참에 박치기랑 린다, 유레루 해서 다시 한 번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안녕~ 씨네콰논 ㅜㅜ


어웨이 프롬 허 (Away From Her, 2006)

이미 각종 영화제(정작 모두의 예상을 뒤없고 아카데미에서는 수상하지 못하였지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줄리 크리스티가 주연한 영화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한 여인과 그의 남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우리나라에 개봉은 늦어졌지만, 그래도 적은 영화관에서나마 만나볼 수 있었다(적어도 서울에서는 2군데
뿐인가 보다). 개인적으로는 <닥터 지바고>세대가 아니기에 과연 <닥터 지바고>의 '라라'가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발동하기 보다는, 오히려 노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인생에 황혼에 접어든 노년의 인생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 영화의 메시지에 더욱 끌렸었다.



(스포일러 있음)

우리영화 <내 마음속의 지우개>가 그랬듯이, 이 영화도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을 등장시키며, 초중반 까지는
예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줄거리로 영화를 이어간다. 무려 44년간을 함께 했지만, 병에 걸려 점차 기억을 잃어가고
단 한 달 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남편을 거의 잊다시피하고 병원에 다른 남자(오브리)에게 의지하게
되어버리는 피오나(줄리 크리스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는 기억을 잃어가는 본인의 상실감을 중심으로
그린다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점점 잊어가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허탈함과 상실감을 느끼는
그랜트(고든 빈센트)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 영화가 알츠하이머 병이라는 특수한 케이스를 소재로 하지 않았다면, 영화 속에서 피오나가 단
한 달만에 오브리에게 더욱 집착하게 되어버리는 경우를 보았을 때,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며 분노를 느꼈을
것이고, 그랜트가 피오나를 오브리에게 사실상 빼앗겨버리고 그 상실감과 삶의 무게를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오브리의 아내 메리언과 정을 나누는 것으로 이겨가는 것을 보고 역시나 어떻게 저럴 수 있냐며 혀를 찰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는, 오브리에게 집착하는 피오나도
메리언과 가까워지는 그랜트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 밖에는 없는, 즉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사처럼
'삶은 이길 수 없는 거잖아요'라는 말을 되새기게 했다.



처음 이 영화를 예상할 때는 단순히 기억과 자신을 잊어가는 아내에게 사랑으로 헌신하는 남편의 안타까운
이야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아름다운 사랑'에서 더 나아가, '삶'이라는 더 큰 화두를 남기고 있다.
이 영화가 더 좋았던 것은 이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그리는 방법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하얗게 샌 머리처럼 아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이런 힘든 상황에도 그저 담담하고 드러나지 않게 겪어가는 (극복보다는 그냥 겪는 것이 더
가깝다고 봐야할 것이다)과정을 통해, 겪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인생사'를 잘 표현해내고 있다.

모두가 찬사한 줄리 크리스티의 연기는 과연 아름다웠다.
연기를 잘한다고 느꼈다기 보다는, 노년의 역할로 등장했음에도 너무나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랜트 역할을 맡은 고든 빈센트의 연기도 너무나 훌륭했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극작가이자 배우로 활동중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의 시점이 사실상 '그랜트'의 시점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연기가 관객으로 하여금 얼마나 동화되게 하였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캐나다의 여성 소설가 앨리스 먼로의 <곰이 산을 넘어오다>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1979년 생의 젊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아주 담담한 작품이었다.



1. 영화 속에 보면 '아이슬란드에서 온 편지'였나? 라는 책을 그랜트가 피오나에게 읽어주는데
   그 책도 참 읽어보고 싶더라

2. 이 영화의 엔딩 크래딧에는 유난히 로고들이 많이 등장한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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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The Kite Runner, 2007)

이 영화의 원작은 2003년 발간한 동명 소설 <연을 쫓는 아이>인데 이 소설은 2005년 전미 베스트셀러 3위를
기록하고, 2004년 미국도서관협회의 '청소년이 읽을 만한 성인도서'로 선정될 만큼 미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이다. 영화는 이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는데, 대부분의 대사가 자막으로 처리될 만큼
영어가 아닌 그들의 언어가 사용되었으며, 아프칸과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과거를 훌륭한 문체로 풀어낸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원작을 쓴 할레드 호세이니는 영화 속 주인공 아미르 처럼,
아프칸에서 태어나 소련 침공시 미국으로 망명한 '아프칸 출신 미국인'이다.

사실 이 영화는 얼핏 깊게 생각하지 않고 스쳐 지나가면 매우 감동적인 드라마로 다가온다.
베스트셀러 소설답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감동을 자아내는 재주가 탁월하며, 주인공 아미르의 감정변화에
보는이가 흠뻑 빠지기 쉽도록 영화도 좋은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중에도 약간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가 영화 속에서 아미르가 아이를 찾기 위해 다시 카불을 찾았을 때, 예전 핫산에게
피해를 주었던 친구가 '너는 왜 돌아왔느냐, 소련이 침공하고 공산주의와 싸울 때 너는 어디있었느냐,
우리는 스스로 민족을 지켰다'라고 얘기할 때 비로서 이 영화에 대한 감정 정리가 제대로 되었다.
얼핏 보면 아프칸의 어려운 정치적 상황 속에서 피어난 인간애를 통해 탈레반의 잔혹함과 동시에,
모든 아랍인을 적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만을 주는 것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건 어디까지나
'아프칸'인이 아니라 이제는 '미국인'이 되어버린 사람의 시각에서 쓰여진 작품으로서, 그들의 이야기인양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 아미르와 핫산의 관계는 충분히 훗날의 이야기에 감동을 전해줄 만큼 소중했던 것은 맞다.
이 둘은 주종 관계였지만, 분명 가장 친한 '친구'였다. 하지만 자신을 지켜주던 핫산이 당하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었던 아미르는 죄책감으로 스스로 핫산을 더 멀리하게 되고, 오히려 자신을 떠나도록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어른이 된 아미르는 우연한 기회에 핫산의 소식을 듣고 그가 이미 죽은 것과 아이가 혼자 고아원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약 여기서 아미르가 핫산에게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을 그동안 가지고 속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전후사정 생각하지 않고 카불로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영화 속 아미르의
모습은 다르다. 처음에는 분명히 '제가 굳이 가야됩니까.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다며, 사람을 보내서 아이를
데려오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핫산과 형제고 결국 이 아이가 자신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군다나 아미르 부부는 불임으로 아이가 없는 불완전 가정이다), 그 때야 직접 카불로 가겠다고 한다.
이것은 결국 속죄의 의미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속죄라기 보다는 이기적인 이유로 아이를 되찾으려 하는 것
밖에는 되질 않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감동하는 이유는 바로 '핫산'의 충직함 때문일 텐데,
어린시절도 그렇고 어른이 되어서도 작은 거짓말만해도 살 수 있었던 경우마다 충직하게도 주인에게
피해가 갈까봐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핫산은 결국 죽음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래서 관객들은 핫산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아미르의 속죄에 더욱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인데, 이것도 감정적으로는 상당히 훌륭한
장치일지 모르지만, 본질적으로는 주인과 하인이라는 관계를 더욱 심하게 인식시키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결국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친구'였어 라기 보다는 '충직한 하인'이었어가 되면서, 계급 평등 혹은 계급이라는
것 자체의 무의미로 생각이 발전하지는 않고, 반대로 '저런 충직한 하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탈레반은 나쁜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테러를 저지르는 행위가 절대 정당화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입장에서보면 미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근데 이 영화는 2000년까지의
이야기만 담고 있다. 즉 9.11이전의 상황만 담고 있기 때문에 아프칸의 탈레반은 무조건 악당이고, 미국은
이를 피해 온 아프칸 사람들에게 낙원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지 않는가. 물론 이 작품이 2003년에
출판되었다고 해서 2003년에 쓰여진것은 아니겠지만, 이 작품은 분명 9.11이후 미국내에 아프칸계 이민자들에
대한 입장이 담겨있는 영화이다. 당시 전시 상황에서 미국으로 망명해 지금까지 미국사회에서 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은, 영화에서 보다시피 아프칸에서 살 때에도 테러범과는 거리가 먼 지식인에, 엘리트고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옳은 사람들이었으며, 나중에 아미르가 아이를 찾으러 카불로 가서 겪는 일들을 보여주면서,
탈레반의 극악함은 강조하고, 결국 나는 아프칸 사람이었지만 탈레반과는 전혀 다르다라는 것을
같은 땅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전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테러를 저지르는 탈레반들과 일반 아프칸 사람들이 동일시
될 수는 없으며, 9.11이후 미국내에서는 모든 아랍인들을 테러범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얘기하는 방법이 좋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차라리 대놓고 이야기 했으면 좋았을 텐데,
교묘하게 감정으로 녹아들도록 자신들의 처지와 입장을 빙 둘러 설명한 영화가 결과적으로는 생각해봤을 때
뒷 맛이 씁쓸했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조카로 밝혀진 뒤에 아이를 찾으러 고아원에가서 그곳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미르에게 '다른 아이들은 어찌할거냐, 그 아이만 빼가면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되나'라는 말에
더 무게가 실린다. 물론 아미르가 슈퍼 히어로도 아닌터라 민족 해방을 위해 탈레반과 싸울 수는 없겠지만,
결국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와 편안하게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연을 날리는 장면은, 이런 면에서
상징적이라고 해야겠다. 결국 영화는 이데올로기를 제외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누었던 우정을
감명 깊게 그리는 것으로 포장되지만, 사실은 아프칸에서 망명한 '미국인'의 개인적인 성공담이었을
뿐인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분노까지는 느끼지 않았지만, 뭔가 방법이 옳지 못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미국인들은 이 영화를 보며 감동과 아프칸이라는 미지에 세계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아프칸에서 지금도 살고 있는 그들이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도 미국인들이
느끼는 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 추가로 영화를 본 내 생각과 너무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신 씨네21 기사가 있어 아래 링크로 대신한다.
   황진미 기자님은 나보다도 훨씬 더 분노하신 듯 싶다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0532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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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 배케이션 (サッドブェケイション: Sad Vacation, 2007)

이 영화는 배우들과 포스터에서 풍기는 이미지로만 끌려서 보게 되었던 영화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영화는 감독인 아오야마 신지의 3부작 중 (<헬프리스> <유레카>에 이어)에
세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는데, 3부작으로 불리는 만큼 동일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계속 되고 있다.

일단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감상기를 쓸 때면 어느 정도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어서 술술 써가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 작품은 어제 낮 시간에 감상을 했음에도 쉽게 감상기를 쓰게 되지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그 만큼 쉽지 않았던 영화였으며, 감독의 화법에 쉽게 동화되기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이해가 쉽지  않았다는 말)



극 중에 등장하는 마미야 운송회사에 직원들은 모두 떠돌이나 사연이 있어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나그네 혹은 방랑자 들이다. 그들은 과거에 어떤 일들로 인해 쫓기고 있는 이들도 있고, 자신이 처한 모든 것을
버린 채로 도망쳐와서 숨어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주인공인 켄지는 우연한 기회에 이 곳에, 자신을 예전에 버렸던 어머니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도 여기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잠시 순탄한듯 하지만, 켄지에게도 그리고 이 공간에 함께 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도 점점 운명처럼
그들을 기다렸던 일들이 닥치게 된다. 켄지에게는 더 힘든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그의 어머니가
있다. 모든 일에 너무도 긍정적인 그녀에게 켄지의 복수의 방식은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하고 만다.
그러기에 켄지는 좌절하지만, 어머니는 무섭게(정말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어머니의
모습은 무섭기까지했다)도 이를 모두 '그러면 이러면 돼지'라는 식으로 넘겨버린다.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 속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듯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비누 방울이 터지면서
극한으로 대치했던 무리에게 쏟아지는 장면에서는 어느 정도 희망을 얘기하는 듯 하지만, 완벽하게
희망스러운 이야기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뭐랄까 희망적이다, 정말적이다 라기 보다는 그냥 무기력하고
어쩔 수 없는, 흔히 불교에서 얘기하는 '업보'라는 개념이 자주 생각나는 분위기였다.

무거운 삶의 무게는 그것이 운명이던, 아니던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을 극복하던 극복해내지 못하던 삶은 상관없이 계속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



1. 많은 사람들이 오다기리 죠의 이름을 보고 극장을 찾을 런지도 모르겠지만,
   엄연히 이야기의 중심에는 켄지 역을 맡은 아사노 타다노부가 있으며, 오다기리 죠는 조연 정도로 출연한다.

2. 미야자키 아오이 역시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팬으로서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는 터라 매우 반가웠다~

3. 기회가 된다면 <헬프리스>와 <유레카>를 본 뒤 다시 한 번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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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Interview, 2007)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라면 단순히 스티브 부세미가 나온다는 것.
미국인디영화계의 재주꾼인 그가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극장을 찾았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이 영화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니, 네덜란드 감독인 테오 반 고흐를 기리기위해,
그가 이미 만들었던 영화 중 3편을 헐리웃의 배우를 출연시켜 다시 만들기로 한 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이 영화 <인터뷰>였다. (초반 레스토랑에서 싸인을 받던 동양남자의 이름이 '테오'였던것은
일종의 오마쥬인듯)
포스터만 보았을 때는 당췌 무슨 영화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던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는 중에도
결국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나게 될지 쉽게 예상할 수는 없었던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확실히 인디적인 느낌과 탄탄한 시나리오만으로도 영화가 얼마나 집중력을 갖을 수 있는 보여준
좋은 예라 하겠다.



(스포일러 있음)

극 중 피에르 피터스(스티브 부세미)는 정치부 기자로서 원치 않게 화려한 주목을 받은 여자 배우인
카티야(시에나 밀러)를 인터뷰 하게 이른다. 서로 전혀 맞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인터뷰는 처음부터
뒤틀려지게 되는데, 어쩌다가 둘은 카티야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 집안에서 이 둘은 점점 서로를 알아가고,
오해하고, 속고 속이는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영화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카티야의 집 안이라는 공간 속에서, 이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이끌어가는데, 말 많이 하는 영화를 원래 좋아하기도 하는 편이지만, 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겉으로 내뱉는 말만을 믿을 수는 없는 것들이라 대화 내내 흥미로운 긴장감이 계속된다. 더 나아가 이 두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속이는 것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믿음을 주었다가 의심을 갖게 했다가, 결국 속이고 마는데,
나도 처음에는 피에르의 딸이 약으로 사망했고, 동생의 여자친구가 잔혹하게 죽은 얘기가, 약을 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카티야의 행동과 맞물리면서 약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나중에 카티야가
자신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했을 때, 가슴 축소 수술을 한 것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저로 들만큼 얘기가 맞아 들어가는가 했으나, 결과는 보시는 것 처럼 다 아니였다 ^^
(사실 대본 연습을 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대본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었지만,
시에나 밀러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서인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의심을 절로 하지 않게 되었었다).

결국 전혀 다른(어쩌면 상반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직업을 갖고 있는 두 남녀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하는 설정을 통해, 선입견이라는 것과 이를 절묘히 이용한 가식과 위선,
그리고 오해와 신뢰, 신뢰의 실종이 오고가는 과정을 통해, 아주 미묘한 입장의 차이와 변화를 그려내고 있다.



스티브 부세미의 영화야 여러 편 보았었고 그의 연기력이야 따로 더 말할 것 없겠지만,
감독으로서의 연출력도 상당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물론 이 부분에서는 원작을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봐야
겠지만).

시에나 밀러라는 배우는 배우로서보다 영화처럼 셀러브리티로서 연애프로에서 등장하는 모습으로
더욱 익숙한데,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그녀가 맡은 카티야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나아가 스티브 부세미와 80분 넘게 계속 되는 연기 속에서도 전혀 빛을 잃지 않는 열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워낙에 아름다운 스타로 극중에 등장해서인지, 그녀의 아름다운 매력을 심하게 풍기고 있다.

오랜만에 별 다른 효과없이 시나리오와 치열한 대사연기 만으로 희열을 느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1. 테오 반 고흐 감독에게 바친다는 말은 물론 엔딩 크래딧 처음에 등장하는데,
   엔딩 크래딧 거의 마지막에는 '사랑과 존경을 담아 로버트 알트만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등장하더라.

2. 이 영화는 분명히 스티브 부세미보다는 시에나 밀러에게 결과적으로 더 득이 되는 영화가 될 듯 하다

3. '무슨 얼굴이 그 따위로 생겼어!' 이 대사는 분명히 원작에는 없는 부세미 영화에만 등장하는
    대사일거다 ㅋ

4. 전화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카티야의 남자친구 목소리는 제임스 프랑코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Sony Pictures Classics에 있습니다.













내 인생의 사운드트랙 vol.3 _ 매그놀리아 (Magnolia)

 
01. One - Aimee Mann
02. Momentum - Aimee Mann  
03. Build That Wall - Aimee Mann
04. Deathly - Aimee Mann
05. Driving Sideways - Aimee Mann
06. You Do - Aimee Mann
07. Nothing Is Good Enough (Instrumental) - Aimee Mann
08. Wise Up - Aimee Mann
09. Save Me - Aimee Mann
10. Goodbye Stranger - Supertramp
11. Logical Song - Supertramp
12. Magnolia - Jon Brion


 
최근 <데어 윌 비 블러드>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던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1999년 작품
<매그놀리아>의 사운드트랙이다.
개인적으로 폴 토마스 앤더슨이라는 감독을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에 한 명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이 작품 <매그놀리아>였는데, 심야영화로 관람하고 어두워진 텅빈 거리를 먹먹하게
걸어왔던 기억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다.
영화가 주는 삶의 고단함과 구원의 메시지도 가슴 깊숙히 다가왔지만, 이런 메시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바로 시적이고 서정적인 사운드트랙에 있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감독인 폴 토마스 앤더슨은 세 번째 작품을 구상하던 중 에이미 만 (Aimee Mann)의
노래를 계속 들으며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그녀의 곡 'Wise Up'을 반복해서 듣고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이 곡의 메시지를 확장하여 영화화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운드트랙이 영화가 완성되고
난 뒤 영화에 맞춰 작업되는 것에 반대로, 이 영화는 감독이 음악에 영감을 얻어 그 메시지를 영화화한
경우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 이런 경우 그저 노래가 삽입되는 것 이상의 효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고,
스토리상에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으나, 재주꾼인 폴 토마스 앤더슨은 '깨닫지 않으면, 결국
고통은 멈추지 않을거에요'라는 곡의 메시지를 가지고 탄탄한 플롯을 구성하여, 이 사실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당연히 곡이 나중에 삽입된 것으로 여겨질 만큼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매그놀리아>의 사운드트랙이 이런 점에서 다른 사운드트랙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사운드트랙이
경음악과 1,2곡의 노래로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여러 뮤지션의 곡을(기존곡이던 신곡이던) 수록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그놀리아>의 사운드트랙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총 12곡 가운데 9곡이나 에이미 만의
곡들로만 수록이 되어있을 정도로, <매그놀리아>의 사운드트랙인 동시에 에이미 만의 솔로 앨범에도
가까운 음반이라 하겠다. 에이미 만은 이미 이 작업 이전에도 2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한 여성 싱어송 라이터였고,
다른 영화에 사운드트랙에도 곡을 준 적이 있는, 포크 뮤지션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이 사운드트랙을
듣게 된 이후 에이미 만의 솔로 프로젝트를 모두 구해서 들어보았는데, 아마도 이 사운드트랙을 인상깊게
접한 이들이라면 에이미 만의 솔로 앨범들도 깊게 와닿을 것이다.

이 사운드트랙에는 에이미 만 외에 존 브리언 (Jon Brion)이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데,
존 브리언은 에이미 만의 앨범을 프로듀서한 것은 물론이고, 이후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의
음악을 맡기도 하였으며, 힙합 아티스트 칸예 웨스트 (Kanye West)의 앨범에도 스트링 세션에 참여하여
역량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사실 이 앨범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존 브리언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번 연재를 하면서 찾아보니 여기에도 그의 이름이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들은 곡 베스트 5에 당연히 선정될 'Wise Up'.
개인적으로 힘들거나 어려움을 겪는 순간마다 항상 나를 지탱해주고 다시 일어서게 만들어준 곡이었다.
'Wise Up'만으로도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는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다른 11곡이 너무도 좋은 사운드트랙이다.

그 어느 사운드트랙보다도 듣고 있노라면 영화를 그대로 다시 한 번 그대로 감상하는 듯한
감흥을 느낄 수 있는 <매그놀리아>사운드트랙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음원에 대한 모든 권리는 아티스트와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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