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My Mother The Mermaid, 2004)

설날 TV영화 2탄으로 보게 된 우리영화 <인어공주>
이 작품 역시 극장에서도 DVD도 놓쳤지만 한 번은 보고 싶다 생각했던 영화였는데,
이번에 설을 맞아 EBS에서 고맙게도 수준급의 HD화질로 방영해주어 좋은 퀄리티의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이번 인어공주 HD의 퀄리티는 설 연휴 방영된 HD영화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에 드는
화질인듯).
이 영화는 전도연과 박해일, 고두심이 출연하고, 전도연이 1인 2역을 한 것으로 잘 알려진 영화인데
보기 전에는 보고는 싶었지만, 그냥 신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참으로 괜찮았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나이든 나영(전도연)이 어느 날 그동안 몸이 아프다는 사실을 속여온 아버지가 회사를 관두고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향집을 찾던 어느 순간, 나영이 과거로 이른바 시간여행을 하게 되어, 젊은 시절에,
즉 어머니, 아버지가 서로 막 만나기 시작했을 때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근데 이 영화는 장르가 장르이다보니 이 시간여행에 관해 전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굳이 이상한 설정을 말해보자면, 극 중 나영도 이러한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대해 별로 당황하거나
놀라지도 않고 거의 바로 적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간여행에 관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나영이 과거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나 영화가 다 끝난 뒤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가 자꾸 떠올랐는데, 스타일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좀 다르겠으나, 본질적으로 부모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던 아들, 딸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부모님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인어공주>는 이러한 설정이 없었다면 그냥 풋풋한 시골 소녀의 사랑이야기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부모님에 관한 설정을 엮으면서 좀 더 좋은 감정선을 유지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 전도연은 '공주'같지는 않았으나 박해일은 참으로 '왕자'같더라.
우도에 한산한 바람과 풍경을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박해일의 모습에서 어찌나 광채가 나던지.
전도연의 영화는 의외로(그녀를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면서)많이 본 것을 이번에 알았는데,
<밀양>과 같은 열연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도연이 출연했던 영화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는 바로 이 영화가 될 것 같다. 우정출연한 이한위의 연기도 좋았으나 무엇보다 이한위의 어린시절
역을 맡은 아역 배우의 연기가 매우 좋았으며, 고두심의 연기도 나무랄대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시종일관 투덜대던 연순(고두심)의 기분 좋은 독백으로 마무리 한 것이
개인적으론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보게 된 풋풋한 영화였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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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화 (滿城盡帶黃金甲: Curse Of The Golden Flower, 2006)
_ 금빛에 심취한 콩가루 집안의 반지의 제왕급 블록버스터

설날마다 쏟아지는 TV영화들. 약 20편을 한다고 치면 그 중에서 못보았거나 혹은 보고 싶은 영화들은
기껏해야 2~3편이면 많은 정도다. 이번 연휴 첫날 내가 선택한 영화는 <황후화>였는데,
극장 개봉시 썩 맘에 와닿지 않아 보지 않았던 영화로서, 이번에 HD로 방송을 해주어 기쁜 마음에 감상을 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엄청난 스케일과 색을 좀 더 느끼려면 극장에서 감상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HD화질로 즐기는 영상의 미도 상당했으며,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역시 집에서
감상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 영화였다.

이 영화는 <영웅>을 만든 장이모우 감독의 작품인데,
딱 보면 장이모우 식 영화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영화의 논리와 영상이 가득 담겨있다.



영웅의 마지막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예전 매우 소박하고 전통스런 중국적인 감성과 정서를 담아내던
장이모우와는 달리, 액션이 가미된 작품들로 넘어오면서 장이모우의 스타일은 완전히 스케일로 압도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 <황후화>역시 스케일로 시작해서 더 큰 스케일로 마무리하는 영화이다.
아마도 이런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주기 위해서 황제와 황후라는 주인공 설정과 궁전이라는 배경은
더할나위 없는 좋은 소재였으리라.
이 영화는 부족한 내용을 스케일로 압도하려는 영화이다. 사실 예전 장이모우의 영화들을 보았다면
과연 그의 영화가 이렇듯 스토리를 스케일로 억눌러야만 감상이 가능한 영화였는가를 반문하게 되는데,
<영웅>이후 그가 만든 액션 영화들은 이 물음에 '그렇다'라고 말할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을 자아내고 있다.

도대체 몇번이나 엄청난 크기의 대문을 열고서야 나타나는 본궁, 그리고 우리가 흔히 비교하곤 하는
'여의도'크기의 몇배가 되어보이는 엄청난 궁궐안을 장식한 노란 화분들, 그리고 그 안에 실제로 들어가 있다면
아마도 현기증이 날 듯한 엄청난 색채의 복도까지, 중국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장이모우의 액션 영화에서만
볼 수 있을 듯한, 엄청나게 실제로 동원된 물량을 유감없이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을 '금'. 영화를 보고나면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더라도
바로 그 '금빛'만은 잊혀지지 않을 만큼, 온통 금 물결이다. 금빛으로 도배한 옷과 장신구, 갑옷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온통 금빛 갑옷을 입은 1만명의 병사들이 때로 등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공리의 립스틱
색깔과 아이셰도우의 색까지 금빛으로 치장하여, 물량의 스케일과 더불어 '금'이라는 자체가 주는
위압감과 화려함으로 한 번 더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영웅>에서도 그랬지만, 장이모우가 보여주는 이 압도하는 스케일은 내용적인 면과 아주 큰 밀접함이 있다.
중국정부가 확실히 밀어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말하는 <영웅>이란 여러나라가 피를 흘리며
다투는 것보다 한 명의 독재자가 나서 깔끔히 정리하는 것이 '대의'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암살임무를
포기하고 마는 주인공이 '영웅'이었고, 이번 영화에서도(사실 이 영화에서는 어느 한 편이 이른바 '착한편'
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완전한 이분법은 어렵겠지만), 아무리 반란을 꿈꾸고 1만군사를 도모했더라도
'황제'에게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즉 절대 권력에는 절대 복종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온통 금으로 치장한 황제와 엄청난 계획가 수로
반란을 도모했던 황후도 결국 더 많은 물량과 힘을 갖은 황제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이른바 '콩가루 집안'이 주인공이라 황제가 나쁜 역이고 황후가 착한 역
이라고 볼 수도 없지만, 어쨋든 절대적인 것에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영화에서도 의로운 주인공이 실패하는 암울한 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들도 있지만,
장이모우의 영화에서 이런 결말은 암울한 엔딩이 아니라, 관객에게 '받아드려라'라고 대놓고 강요하고 있는
식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이 영화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했어야 한다고 본다.
황제 일가의 여러가지 비밀들과 암투, 갈등을 깊게 다루던가, 아니면 이를 배경으로만 삼고
화려한 영상의 액션 영화로 만들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좀 더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 영화의 시작은 무언가 중간부터 시작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렇다할 설명이 별로 없이,
대충 짐작으로 감잡게 한 뒤, 막 판에는 갑자기 반지의 제왕이 절로 떠오를 대규모 액션씬이 등장하는데,
무언가 스케일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듯한,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었다.
물론 장면만으로 따져본다면 투입된 엄청난 물량답게 영상은 황홀하였으나, 내용은 없는 뭐 그런식이었다.

아직도 금빛이 아른거리는구나....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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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The Warlords, 投名狀, 2007)

중화권 영화, 특히 블록버스터로 포장되어 나오는 액션 영화들은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많이 되는
영화들이 최근 많았었고, 결과적으로 실망을 많이 한 작품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이 영화 <명장 (본제: 투명장(投名狀))>가 제작 발표되었을 때,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를 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걱정되는 마음이 분명 더 컸었다.
더군다나 주로 멜로 영화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었던 진가신 감독이었기에 조금 더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걱정을 하도 해서인지 꽤 괜찮은 작품이었으며, 오랜만에 무협지에나 등장하는
뜨거운 형제애와 이를 둘러싼 대의와 권력의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무거운 영화였다.



이 영화는 잘 알려졌다시피 장철 감독의 <자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느냐의 가장 첫 번째 판단 잣대는 바로 원작인 <자마>를 보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나뉠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자마>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다른 조건들에 대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를 본 내 소감이 그랬듯이,
<자마>를 보았다면 <명장>의 대한 감상 시각이 완전히 틀려졌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스란히 평가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이 영화는 19세기 중엽, 청나라와 태평천국의 난이 발생한 사건을 배경으로 그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치열하게 피부로 역사를 받아들인 세 명의 남자의 관한, 의형제의 결의를 맺은 세 남자의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적 때 혹은 전투의 패한 패장이었던 인물들이 가족들과 형제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점점 전투에서 성공을 거두며 권력을 얻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 대의와 개인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에는 의형제를 맺은 서로가 서로를 죽음에 이르기까지 만들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사이에는 조이호의 아내인 연생과 방청운 사이의 삼각관계 또한 형성되어 있다.
이 영화는 중국내에서 사상에 관련된 장면들로 인해 대량 삭제가 되었을 정도로 상당히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나 대의와 개인이라는 대칭점의 갈등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매우 민감한 주제가
아닐 수 없는데, '대의'를 우선시한 장예모의 <영웅>이 국가적 지원을 받은 것에 반해, 초심을 잊고 '대의'를
위해 형제마저 버리는 방청운을 '영웅'으로 그리지 않고 시대가 만들어낸 권력의 노예로서의 상징적인
인물로 그려내면서 상당히 정치적인 색을 띠고 있다. 물론 이 영화가 결국에 말하는 것은, 혼란스런 시대가
방청운을 그렇게 만들었고, 결국은 스스로도 권력을 쟁취하지 못하고 조정에게 배신 당해 죽음에 이르게 되면서
전쟁과 권력이 중심이된 시대에 사로잡혀 버린 불쌍한 인물임을 그리고 있다.



극중 방청운 만큼이나 무섭게 변하는 인물을 보여준 것은 '강오양' 이었는데,
적장의 목을 배고 자신도 모르게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오양의 모습과 광기어린 눈빛, 그리고 끝까지
큰 형님이 옳다며 되네이는 대사를 통해 감독은 상당히 의도적으로 변해가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성적이고 유연하지는 못하지만, 한 번 결의한 것은 무조건 지켜야 하고, 옳다고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식할 정도로 밀어부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영웅문이나 삼국지를 평소에 너무 좋아했던 탓인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우직함이었다. 방청운이 조이호를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형수를 과감히 죽이기도 하고
결국 이호가 죽임을 당한 것을 안 뒤에는 결의한 그대로 형제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 갚는다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방청운에게 계속 달려드는 오양의 모습은, 그럴 수 밖에는 없는 슬픈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세 명의 캐릭터의 감정과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매우 과감한 클로즈업을 매우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마치 HD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과감한 클로즈업이 아주 많이 쓰이고 있다.
블록버스터답게 초반에는 상당히 대량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전투 장면을 볼 수 있으며, 이 후에는
무술이 위주가 된 결투 씬들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연걸의 출연으로 인해 아스트랄한 쿵푸 장면들을
잔뜩 기대하고 왔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는 액션이 많기는 하지만 액션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정치적인 드라마로 보는게 더 맞을 듯 싶다.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표현하듯 영상은 거의 내내 색을 지운듯한 어두운 색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두운 장면들과 먼지 가득한 장면, 그리고 비오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며 좀 더 스타일리쉬한 미장센에
주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의 연기는 편차는 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다고 생각된다.
확실히 한 두해 연기한 배우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장면장면에서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대단했으나
원작의 배우인 적룡, 강대위, 진관태와 비교한다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여성들이 이 영화에 적극 공감하기는 아무래도 조금은 힘들듯 하다.
멜로적인 요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양념격이고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설득력이 부족한 수준이며,
무협지에 열광하는 남성들에게나 먹힐 정서가 가득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던 '뜨거운' 영화였다.


1. 극 중 보여준 행동들로 봤을 때 가장 멋진 캐릭터는 소주성주인듯.
2. 영화를 처음보곤 극중에서 분명 유덕화가 제일 형인줄 알았었는데 아니더라 -_-;;
3. <자마> DVD를 어서 구해 봐야겠다.
4. 극중 대인들로 등장하는 조정의 인물 3명의 모습을 보며 <카우보이 비밥>의 레드드래곤 수장들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5. <자마>를 어서봐야겠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브릭 (Brick, 2005)
누아르 장르의 진화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이 되었다 혹은 선댄스에서 무슨 상을 수상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은, 언제부터인가 개인적으로 깐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 등의 수상작이라는 수사들보다 한층 더 끌리는 홍보문구가 된 것 같다. 2005년작이지만 국내에는 최근 개봉한 <브릭> 역시, 그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에 끌려서 극장으로 이끌렸던 영화였다. 재기발랄한 신인들의 등용문 혹은 무언가 주류 정서와는 다른 신선함을 맛볼 수 있는 영화들이 주로 출품되는 선댄스 영화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배우들도 감독도 낯설은 영화였지만, 그래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선댄스의 선택답게 첫 감독작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치밀한 연출력과 내러티브, 그리고 장르적인 특성을 완전히 업그레이드한 라이언 존슨 감독은 주연을 맡은 조셉 고든 레빗과 더불어 앞으로 주목해야할 영화인이 아닐 수 없겠다.





이 영화의 장르는 기본적으로 누아르 혹은 미스테리라고 보면 될 텐데, 누아르라는 장르는 사실 21세기에 성행하는 장르라기보다는 예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르가 아닌가. <브릭>은 기본적으론 누아르 장르이지만 그 배경을 완전히 현대로 가져오는데 성공하였다. 바바리 코드에 중절모를 쓴 형사가 주인공이 아니라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며, 배경도 무슨 암흑가 따위가 아니라 평범한 고등학교 일 뿐이다. 이러한 장르의 특성을 가져오는 시도는 자칫하면 코미디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데, <브릭>은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더불어 21세기 현대의 스타일에 완전히 녹여내면서 누아르 장르의 성공적인 진화를 이끌어냈다. 고등학교와 마약이라는 소재를 배경으로 그 사이에서 세력이 나뉘고 갈등이 생기며, 그 사이에 생긴 중요한 사건에 대해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것만 뺀다면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물론 배경을 바꾸더라도 이 정도 연출이면 평범함은 넘어서는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 터). 하지만 고등학교와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면서 영화의 뻔한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젊고 신선한 영화가 되었고,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이 코스튬 플레이는 상당히 인상적이면서도 재미있었는데, 패거리를 형상화 하면서 한 편으론 이를 감각적으로

비꼬기 위해 의도적으로 삽입한 설정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의 시작은 어느 스릴러 영화 못지 않게 미스테리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하수구에 버려진 시체와 그를 바라보는 주인공. 주인공 브랜든은 아마도 이전에 내부밀고 형식으로 친구를 학교에 고발한 일로 인해 일종의 '왕따'가 되어버린 캐릭터로서 자신이 스스로 몸을 내던지고 고민해가며 홀로 사건을 풀어간다(물론 친한 친구 하나가 도와주긴 하지만). 그리고 여주인공인 에밀리 역시 주류 친구들의 무리에 끼기 위해 마약에 가까워지게 되고. 이렇듯 완전히 마약 얘기로만 가는거 같지만 한편으론 현재 고등학교 내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슬쩍 껴넣고 있는 치밀함이 보인다. 그리고 지하실에선 엄청난 마약 거래와 음모를 꾸미지만, 지하실을 나와 거실로 올라오면 엄마가 시리얼과 음료수를 챙겨주는 고등학생의 모습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다. 이렇게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에 충실하면서도 그 이면에 누아르 정서를 새겨넣으며 영화를 끝까지 몰입할 수 있고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거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잠깐 잠깐 정신을 잃고 깨어나는 부분을 삽입해 왠지 몽환적인 느낌도 들게 하고 있다.




(영화 속 브랜든의 저 포즈는 한동안 인상깊게 남을 것 같다. 점퍼를 입으면 꼭 손을 주머니에 깊게 파고 넣는

저 스타일. 점퍼를 안입으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더라 ㅎ)

분명 영화 시작해서 얼마 안되었을 때는 '이게 뭔가'하는 이질감이 느껴졌던 영화였지만, 사건이 진행되고 시간이 흘러갈 수록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재주가 있는 작품이었다. 히스 레저를 꼭 빼닮은 주인공 조셉 고든 레빗은 이 영화를 통해서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21세기에 누아르 장르가 진화하는 방법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 <브릭>!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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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작업중이라는 원신연 감독의 '로버트태권 V 실사판'의 영상이
일부 공개되었다.
공개된 스틸컷을 보니 분명 호불호가 갈릴 이미지인것 같다.
예전 태권브이를 추억하는 팬들에게는 얼굴외에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모습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트랜스포머에 익숙한 요즘 젊은 팬들에게는 날씬하고 기계적으로 빠진 태권브이의 동체가
만족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이것만으로 판단하기는 약간 어렵지만
뭐랄까, 태권브이가 정말 '로봇'으로 느껴지긴 하는것 같다.
그것이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영화를 봐야 알듯 ^^;


퍼 (Fur: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 2006)

그저 니콜 키드먼과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가 출연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정보를 미리 접하지 않고
보게 되었던 영화 <퍼>. 이 영화는 부제인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에서 알 수 있듯이
여류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의 관한 일종의 가상의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존 인물인 디앤 아버스를 실명으로 등장시키고 있지만, 이 이야기에는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다큐라기보다는 '이랬지 않았을까'하는 가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즉 정상적인 육체가 아니라 독특하고 특별한 육체의 사진들로 유명한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가
사진 작가가 되기 전에 어떻게 사진작가가 되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이랬지 않았을까'하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배우 이름 외에는 별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야
알 수 있었는데, 디앤 아버스의 사진들은 몇몇 작품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지만, 우습게도 그 작품의 작가인
'디앤 아버스'라는 이름을 잘 모르고 있던 터였다.
이 영화는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약간' 이상한 분위기는 별 것도 아니라는 듯이, 별 다른 정보가 없다면
상당히 흔히 말해 '이상한' 영화로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감독인 스티븐 세인버그가 무엇을 말할려고 했는지는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다.
극 중 라이오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모증으로 털 속에 가려져 있는 그처럼, 그리고 디앤 아버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처럼, 다른 겉모습으로 인해 사람을 판단하기 보다는
그 내면을 봐야한다는 이야기를, 그 내면을 볼 수 있었던 디앤 아버스의 이야기를 통해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영화의 분위기 만큼이나 약간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극중 디앤이 어느 날 이사온 라이오넬에게 끌리게 되는 배경이나, 그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친해지게
되는 전개과정, 그리고 더 나아가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가면서까지 라이오넬과 함께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는 상당히 설득력이 부족한 편이다. 이해하려고 해보자면 그녀는 정형화되고 권위적인 가족 사이에서
무언가 억눌린 감정이 항상 있었고, 여기서 더 나아가 좀 특별한 성향을 갖고 있었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된 라이오넬 이라는 특별한 존재의 등장으로, 한 순간에 급격히 빠져들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데,
그렇다고 해도 남편은 몰라도 아이들까지 사실상 버려가면서 라이오넬과 함께 하려고 한 동기를 관객에게
설득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평범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렇다치더라도
니콜 키드먼이라는 스타 배우의 캐스팅은 이런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호기심으로 보게 된 관객들을 완전히 만족시켜주기에는
조금 부족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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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필드 (Cloverfield, 2008)


(스포일러 살짝 있음)
국내에는 TV시리즈 <로스트>와 <앨리어스>. 그리고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J.J.에이브람스가 '감독'이 아닌 '제작'을 맡은 작품.
괴물이 나온다는 정보 외에는 의도적으로 영화에 관한 정보를 철저히 누출하지 않는 것을 마케팅으로 삼아
결국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게 될 영화. 사실 이 영화는 처음 정보를 접하고 나서는 올해 1월의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으나, 본 사람들의 하나 둘 이야기를 들어보면 괴물보다는 사람이 중심이 된 영화인듯 하여
역시나 낚이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던 영화였다.
결과적으로는 네러티브는 부족하지만 영화를 바라보는 시점의 변화로 인해 어쩌면 특별하지 않은 괴수 영화가
매우 특별해짐으로서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었던 흥미로운 블록버스터 영화였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 극중의 인물이 캠코더로 촬영한 시점에서 모든 러닝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또한 극중에서 캠코더를 쥐고 주로 촬영하는 인물이 완전히 아마추어임을 대사로서
다시 한번 확인시키며, 좀 더 현실적이고 거친 영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또한 배우들을 모두 신선한 얼굴의
신인들을 기용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이 '가짜' 다큐멘터리를 좀 더 '진짜'로 느끼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이라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존의 여느 영화들에서 쓰였던 핸드 헬드 기법들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하게 요동치는 화면은
분명히 현실감을 넘어서 어지러울 정도이지만(FPS게임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큰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을 듯
하다), 사건과 인물을 철저히 캠코더만으로 바라보면서 철저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시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게 된다. 즉 보통의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괴물이 등장하면서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게 되고,
주인공에게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며, 결국 괴물과 인간들이(대부분은 주인공이 그 중심에 서고)
괴물과 맞서 싸우는, 그리고 괴물을 격퇴시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이 사건에
한 가운데에 있지만 보통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피난 가는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며, 그 중 하나가 촬영한 캠코더
영상만을 담고 있기에 어디선가 괴물들에게 당하는 이들이나 혹은 어디선가 괴물과 맞서 싸우려고 모여서
공격을 준비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알 수가 없다, 아니 그런 이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가 없는 것이 맞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괴물보다는 주인공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영화이며,
그래서 이 엄청난 사건 속에서 괴물 퇴치 등 대의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몇 시간 전에 심한 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어려움에 처한 여자친구를 구하러 가는 주인공 일행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다른 괴물 영화들과는 달리 괴물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특성을 지녔고,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한 자세한 설명, 아니 대충의 설명도 영화 속에서 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이라는 설정은 이렇게 내용적인 면 말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매우 장점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어두운 밤 먼지와 잔해가 쏟아지는 난리통 속에서 좋지 않은 화질의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이라는 점에서 괴물을 표현하는데에 있어 철저하게 현실적인 수준으로만 표현을 하면 되었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으며(물론 디테일이 허접하다거나 대충만들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전체를 드러내는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그 스케일과 공포의 정도를 극대화 할 수 있었다.

영상이 이런 반면 사운드는 오히려 다른 영화보다 더 현실적인 소리가 필요했던 것이 이 영화일 텐데,
이 영화는 사운드면에서는 확실히(오히려 괴물의 모습보다 소리가 훨씬 공포스러울 정도로) 괴물 영화스러운
스케일을 선사하고 있다. 난리의 한 복판에 위치한 주인공의 귀가 느꼈을 사운드는 극장에서도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으며, 괴물의 크기를 짐작케하는 엄청난 걸음소리와 군인들이 쏘아대는 총과 대포소리는
실로 '겁나게' 우퍼를 통해 울려퍼진다. 즉 영화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대사의 볼륨을 높이고 효과음과
대사를 가능한한 겹치지 않게 하기 보다는, 좀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 정신없이 흔들리는 화면과 어울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사운드로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물론 괴물이 등장했을 때(눈에 보일 때) 가장 공포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소리로 인해 공포감을 조장하는 장면이 더욱 많았다.



9.11 이후 미국에서 만들어진 공포 영화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9.11 이후의 미국 사회의 공포에 대해 담고있다.
이 영화는 사실 조금 직접적인 편이다. 뉴욕 한 복판의 건물들이 폭파되고, 자유의 여신상의 얼굴이 파괴되어
길거리에 나뒹굴고, 브룩클린 다리가 부서지고 하는 것은, 단지 그들이 적으로 삼는 '사람'에서 '괴물'로
그 주체가 바뀌었을 뿐, 이제는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갖게 하는 공포가 되어버렸다. 특히나 괴물이
등장한 초반에 건물이 무너져 그 잔해와 먼지가 거리로 몰려오는 장면은 실제 9.11 사태를 뉴스에서 접했을 때의
앵글과 완전히 닮아있었다. 9.11 이후 미국은 영화 속 괴물처럼 아무런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먼 나라가 아닌
자신들의 생활 터전에서도 갑작스레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생겼고, 그것이 한동안 (어쩌면 영원히)은
무의식 속에서 지울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음을 이후 공포영화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클로버필드>는 괴물영화라는 떡밥을 던지고 그 안에 반응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캠코더라는 제한된 방식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괴물의 모습도
제법 등장하여 그 위용을 보여주었으며(이런 설정에서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괴물과 전투를 벌이는
영화로 기대하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긴장감 넘치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면 모두들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바로 그 난리 속에 직접 들어갔다 나온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후덜덜한 체험이었다.


1. 도대체 이 캠코더는 어느 회사 제품인지 베터리는 당최가 떨어지지도 않더군
(꺼지기는 커녕 부족하다는 신호도 없더라)

2. 이 영화의 비현실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첫 째는 당최 무슨 사명감이 있는지 그 난리통속에서도
목숨이 위태한 순간속에서도 끝까지 카메라를 놓치 않았던 허드 이며, 둘 째는 허드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인공들이 너무 잘생기고 예쁘다는 것이다 --;

3. 엔딩 크레딧의 폰트 크기가 일반 영화 크레딧의 폰트 크기보다 조금 크더라.

4. J.J.에이브람스가 정말 떡밥의 제왕이라면, 나중에 2편 겪으로 이 테입을 발견한 가까운 미래의 인간들이
아직 살아있는 괴물을 없애기 위해 이 테입을 참고로 본격적인 괴물과의 사투를 벌이는 영화를 직접
감독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괴물과 싸우다가 정신을 잃어서 깨어나보면 역시 그곳은 상하이? ㅋ)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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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이젼 (The Invasion, 2007)

(스포일러 있음)
이미 여러번 소개된 것과 같이 2007년작 <인베이젼>은 잭 피니의 고전 소설 <바디 스내처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잭 피니의 이 원작 소설은 이미 이 작품을 포함해 총 4번이나 리메이크가
되었는데, 돈 시겔의 <신체 강탈자의 침입 (1956)>, 필립 카우프먼의 <우주의 침입자 (1978)>,
그리고 아벨 페라라의 <바디 에일리언 (1993)>이 그것이다. 잭 피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전의 3작품은
모두 각각 당시 미국의 사회적인 문제와 현상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작품인데, 이 작품 <인베이젼>역시
2007년 현재의 미국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작들에 비해 깊이나 임팩트가 부족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전작들과 비교해본다면 좀 더 깊은 성찰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과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좀 더 고어하고 액션을 강조한 작품이었으면 차라리 어땠을까 하는 바램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나쁘지는
않았던 괜찮은 영화였다.



영화의 줄거리를 아주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정신과 의사인 캐롤 (니콜 키드먼)이 주인공으로, 외계로 부터
온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점점 감염되어 감정을 잊게 되고 무리를 형성하면서, 그 속에서 바이러스와
감염자들로부터 벗어나 계속적으로 인간이기를 희망하는 캐롤의 고생담을 담고 있다.
이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들의 직업인데, 주인공인 캐롤은 정신과 의사이고
남자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벤 (다니엘 크레이그)의 직업은 의사(혹은 연구원)이다.
이런 직업적 설정을 가지고 영화는 신체강탈의 소재를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세포에 관한 CG장면들이라던가 세포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이것이 어떻게 인간 DNA에 결합하여 반응하고,
면역이 있다는 등의 설정들은, 최근 관객들에 구미에 부합하는 설정들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시작부분에서는 상당히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에 대한 자세한 사항이나, 특히 바이러스가 어떻게 퇴치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바이러스가 면역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방어체계가 아예 없는 바이러스다'라는 조금은 황당한 이론으로
단순 마무리를 지어버린다. 물론 감독의 의도가 바이러스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시작부분에 바이러스 자체에 집중했던 비중을 감안한다면 좀 더 디테일한 설명과 해결이 있었으면 더 완성도가
높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이러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포'의 핵심은 무엇일까.
영화 속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모두 획일화가 되어진다. 그들이 스스로 말하는 것 처럼 그들간에는
다툼이나 전쟁등도 없으며 시기나 질투 등 감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좋지 않는 결과들도 전혀 없는 세계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미스트>보다는 덜 하지만, 군중심리 또한 엿볼 수 있는데, 빠른 수로 다수가 되어 버린
감염자 무리들은 점점 소수가 되어 가는 정상적인 인간들에게 함께 하기를 강요 혹은 권유하며, 더 많은 수를
그들의 편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런 과정속에서 극 중 캐롤의 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결국은 가장
믿었던 벤 마저 그들과 한 패가 되버린 후 코너에 몰린 캐롤에게 함께하자고 권유를 하게되자, 캐롤은 그러면
올리버(아들)는 어떻게 하냐며 되 묻는다. 극중에서 그녀의 아들인 올리버는 면역자로서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필요가 없는 존재. 즉 캐롤의 저 대사는, 올리버만 함께 할 수 있다면
미친 다수 속에서 멀쩡한 소수로 공포를 느끼며 사느니, 차라리 다같이 함께 하는 쪽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특히나 영화 속 감염자들의 모습은 다른 영화의 좀비들처럼 인간을 해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 말대로 그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은 집단이다. 그래서 캐롤은 아들도 함께 할 수 있거나
아들이 없었다면 이런 공포를 택하느니 차라리 그들 처럼 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이것이 이 영화에서 말하려는 공포의 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수 속에서 소수로 남는 공포.
부조리 속에서 홀로 정의를 외치느니, 그냥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나 하나쯤 변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계의 공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덭붙여 9.11 이후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공포 영화는 이를 반영하지 않는 영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9.11이후 미국 사회가 느끼는 공포.
즉 주변 인물들도 믿을 수 없게 되고, 잠들지 말라(Don't Sleep)는 영화 속 문구 처럼 항상 불안해 떨고 있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원작을 소재로한 다른 작품들이 그랬듯이 이 영화도 정치적인 느낌을 쉽게 받을 수가 있다.
바이러스의 감염된 자들이 원하는 세상과 가치관은 어찌보면 사회주의와 동일시 할 수 있다.
모두가 다 평등하고 다툼이 없고 '하나'가 되는 세계. 민주주의를 어느 나라들 보다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인들에게 사회주의의 강요는 공포가 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캐롤의 대사 외에도 상당히
의미심장한 대사가 또 등장하는데, 마지막에 바이러스가 다 퇴치되었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스티븐(제프리 라이트)은 '좋든 싫든 이제 다시 인간이 되었습니다'라고 얘기한다.
이 대사는 매우 중요한데,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더 이상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되는 가치관으로
보기가 쉽지 않으며, 민주주의라고 하더라도 사회주의 체재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보다 더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음으로, 스스로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여기는 미국에게 '과연 미국이 얘기하는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그들이 악이라 일컫는 사회주의와 크게 다를 것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절리 늘어놓았지만, 영화에서는 이렇게 생각해볼 만한 의문은 아주 살짝 제시했을 뿐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상당히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급작스러운 마무리와 더불어 스릴러나 액션면에서도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큼 임팩트를 주고 있지 못하다. 감염자들이 차에 달라 붙어 위협하는 장면은
무섭기는 하지만, 최근 공포 영화들이 주는 공포에 비하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무언가 생각할 만한 거리를 제공하는 면에서도 더 나아가지 못한 느낌이 강하다.
니콜 키드먼은 이 영화에서 유난히도 미모가 돋보이는데, 조디 포스터가 최근 영화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톱으로 나서서 어려움을 해쳐나가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극적인 면이 조금 부족한 편이라 오히려 미모가
더욱 빛나지 않았나 싶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확실히 분위기만은 확실히 잡아주고 있지만,
나중엔 그도 변할 것이라는 너무 자명한 스토리 탓에 그가 변했을 때 놀라거나 할 수는 없었으며,
캐릭터 자체가 너무 밋밋한 분위기라 그의 재능을 맘껏 펼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인베이젼>은 태생적으로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과 비교될 수 밖에는 없는 운명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실망감을 안긴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 자체로서도 조금은 밋밋한 분위기로 마무리되며
니콜 키드먼, 다니엘 크레이그의 이름을 기대하고 영화를 관람한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둘이 또 한번 주연을 맡은 <황금 나침반>역시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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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 (Heath Ledger) (1979-2008)

오늘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부시시 켰던 TV뉴스 화면에서 충격적인 뉴스를 보고야 말았다.
다른 뉴스 사이에 잠시 스쳐 지나간 '브로크백 마운틴 주연 히스 레저 사망' 소식.
정말 순간 잠이 확 깰 정도로 충격적이어서 바로 인터넷을 확인하고서야 믿을 수가 있었다.
우리나이로 올해 30. 79년생으로 아직 젊디 젊은 그가 세상을 떠났다니, 장국영의 사망 소식이후로
가장 충격적인 사망 소식이 되지 않을 까 싶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타살의 흔적은 없고 약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는데, 사실 사인이 무엇인지 보다도 그냥 단지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뿐이다.



그를 처음 본 것은 멜 깁슨 주연의 영화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 (The Patriot)>에서 였다.
물론 이 때는 그저 극 중 멜 깁슨의 아들로서, 얼굴을 익힌 것 정도였고, 본격적으로 히스 레저란 배우로서의
이름을 각인 시킨 작품은 <기사 윌리엄 (A Knight's Tale)>이었다(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그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0 Things I Hate About You)>를 접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결국 그가 떠나고 나서야 보게 되어버렸다). 섀넌 소사이먼, 폴 베타니 등이 함께 출연하였고, 퀸의 히트곡
'We Will Rock You'를 로비 윌리엄스가 다시 불러 화제가 된 주제가로 더 잘 알려진 이 영화에서,
그는 완벽한 주연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히스 레저라는 이름을 전 세계 영화팬에게 알리게 된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의 필모그래피가 이처럼 다양하고 색깔있는 작품들로 채워질 줄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후 히스 레저는 할리 베리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화제가 된 영화 <몬스터 볼>에서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인 '소니 그로토스키' 캐릭터를 연기하며, <기사 윌리엄>에서 그를
보았던 이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인상을 남긴다. 이후 올랜드 블룸과 함께 출연한 <네드 켈리 (Ned Kelly)>,
<기사 윌리엄>에 이어 또 한번 섀넌 소사이먼과 호흡을 맞춘 호러물 <씬 (The Sin Eater, The Order)>등에
출연하였고, 2005년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 (The Brothers Grimm)>에
맷 데이먼과 함께 출연하면서 다시 한번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그림형제>에서의 그의 연기와 캐릭터는
좋았지만, <네드 켈리> <씬> <포 페더스>등에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가 사실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기사 윌리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를 알린 작품이
바로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이었다.




이안 감독의 2005년 작인 이 영화에서 히스 레저는 상대역인 제이크 질렌할과 이성을 뛰어넘는 사랑의 감정을
연기하며 수 많은 유수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연기력을 인정받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그가 출연한 영화 가운데(<다크 나이트>를 아직 보지 않은 가운데)가장 인상적으로 감상한
작품이었으며, 연기면에서도 히스 레저를 그저 관심갖던 배우에서 좋아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한 작품이었다.
당시로서는 20대 중반을 조금 넘긴 그가 노년까지 소화해야하는 에니스 델마 역할을 얼마나 완벽하게 소화하였는지, 그리고 그 억양과 감정을 억누르는 절제의 연기는 작품이 주는 감정을 극대화해주기에 충분했었다.



이 영화를 통해 상대역으로 만난 미셸 윌리엄스와는 결혼하여 예쁜 딸을 낳아 잘 지내는 듯 보여
좋았었지만(개인적으로 미셸 윌리엄스도 좋아했기에 둘이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었다),
얼마가지 않아 결국 이혼을 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브로크백 마운틴>이후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카사노바 (Casanova)>에 출연하였고,
이후 많은 팬들이 최고로 기대하고 있던 <배트맨 -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와 밥 딜런의 관한
음악 영화인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에 출연하여, 다시 한번 <브로크백 마운틴>에
버금가는 연기가 기대되던 때였다.



워낙에 큰 관심이 <다크 나이트>로 몰리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와 버금갈 정도로 <아임 낫 데어>에서의
히스 레저를 기대하고 있었다. 크리스찬 베일, 케이트 블랑쳇, 마커스 칼 프랭클린 이 각각 자신만의 밥 딜런을
연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하는 밥 딜런은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물론 <아임 낫 데어>는 곧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하여 만나볼 수 있겠지만, 이런 슬픈 소식을 듣게 된 이후라
작품과는 별개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
이제는 그의 유작이 되어버린 작품.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연기한 캐릭터 '조커'.
다행히도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다크 나이트의 촬영이 모두 종료된 상황이라 영화에는 지장이 없을 듯
하지만, 그가 떠난 지금에도 단순히 영화가 제대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에나 관심이 있는
내가 미워질 정도다. 그의 마지막이 조커라는 점에서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나도 많은 젊은 배우였고, 또한 초 기대작이었던 두 작품을 연달아 내어놓으며
히스 레저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각인시켜줄 준비를 마쳤던 그 이기에 그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도 아쉽게만 느껴진다. 분명히 히스 레저는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연기보다 앞으로 보여줄 연기가
훨씬 기대되는 배우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 그를 기쁜 마음으로 곧 극장을 찾아 확인해볼 참이었는데,
이제는 <아임 낫 데어>와 <다크 나이트>를 모두 단순하게만 즐길 수는 없게 되었다.

참....
너무나도 안타깝다.

Adios, Rest In Peace
Heath Ledge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Filmography

1.  배트맨 비긴즈 2 -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 조커 역  2008
2.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 밥 딜런 역  2007
3.  캔디 Candy - 댄 역  2006
4.  카사노바 Casanova - 카사노바 역  2005 
5.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 에니스 델마 역  2005 
6.  독타운의 제왕들 Lords Of Dogtown - 스킵 잉브롬 역  2005 
7.  그림 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 The Brothers Grimm - 제이콥 그림 역  2005
8.  네드 켈리 Ned Kelly - 네드 켈리 역  2003
9.  씬 The Order 2003
10.  포 페더스 The Four Feathers - 해리 페버샴 역  2002 
11.  몬스터 볼 Monster's Ball - 소니 그로토스키 역  2001 
12.  기사 윌리엄 A Knight's Tale - 지붕 수리공 아들 윌리암 역  2001
13.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 The Patriot - 가브리엘 마틴 역  2000
14.  투 핸즈 Two Hands 1999
15.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10 Things I Hate About You - 패트릭 버로나 역  1999


- 작품상 -

어톤먼트
주노
마이클 클레이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데어 윌 비 블러드

- 감독상 -

줄리안 슈나벨 <잠수종과 나비>
제이슨 라이트먼 <주노>
토니 길로이 <마이클 클레이튼>
에단 코엔 & 조엔 코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폴 토마스 앤더슨 <데어 윌 비 블러드>

- 남우주연상 -

조지 클루니 <마이클 클레이튼>
다니엘 데이 루이스 <데어 윌 비 블러드>
조니 뎁 <스위니 토드 :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토미 리 존스 <엘라의 계곡>
비고 모르텐슨 <이스턴 프로미시즈>

- 여우주연상 -

케이트 블랑쳇 <엘리자베스 : 골든에이지>
줄리 크리스티 <어웨이 프롬 허>
마리온 꼬띨라르 <라 비 앙 로즈>
로라 리니 <새비지즈>
엘렌 페이지 <주노>

- 남우조연상 -

케이시 애플렉 <겁쟁이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하비에르 바르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찰리 윌슨의 전쟁>
할 홀르룩 <인투 더 와일드>
톰 윌킨슨 <마이클 클레이튼>

- 여우조연상 -

케이트 블랑쳇 <아임 낫 데어>
루비 디 <아메리칸 갱스터>
시르셔 로먼 <어톤먼트>
에이미 라이언 <곤 베이비 곤>
틸다 스윈튼 <마이클 클레이튼>

- 미술상 -

아메리칸 갱스터
어톤먼트
황금나침반
스위니 토드
데어 윌 비 블러드

- 촬영상 -

겁쟁이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어톤먼트
잠수종과 나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데어 윌 비 블러드

- 장편애니메이션상 -

페르세폴리스
라따뚜이
서프업

- 의상상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어톤먼트
엘리자베스 : 골든에이지
라 비 앙 로즈
스위니 토드

- 편집상 -

본 얼티메이텀
잠수종과 나비
인 투 더 와일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데어 윌 비 블러드

- 분장상 -

라 비 앙 로즈
노빗
캐리비안의 해적

- 음악상 -

어톤먼트
카이트 러너
마이클 클레이튼
라따뚜이
3:10 투 유마

- 주제가상 -

마법에 걸린 사랑 - Happy Working Song
마법에 걸린 사랑 - So Close
마법에 걸린 사랑 - That's How You Know
어거스트 러쉬 - Raise It Up
원스 - Falling Slowly

- 음향상 -

본 얼티메이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따뚜이
3:10 투 유마
트랜스포머

- 음향편집상 -

본 얼티메이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따뚜이
데어 윌 비 블러드
트랜스포머

- 각본상 -

주노
라스 앤 리얼 걸
마이클 클레이튼
라따뚜이
세비지스

- 각색상 -

어톤먼트
어웨이 프롬 허
잠수종과 나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데어 윌 비 블러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열리지 못해 아쉬웠으나 아카데미는 얼마전에 결국 작가조합 파업이
끝난 것도 있고, 올해도 정상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각 부분의 노미네이션 리스트가 발표되었는데, 올해는 특히나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작품들이
대거 후보에 올라 뭐라고 미리 예상하거나 코멘트하기가 어려워졌다 -_-;;

일단 <파고>이후 코엔 형제 최고의 작품이라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무려 8개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어 가장 유력한 후보임을 입증하였고, 개인적으로 완소하는 폴 토마스 앤더스의
<데어 윌 비 블러드>역시 8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어, 이 두 작품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어톤먼트>와 <마이클 클레이튼>도 무려 7개씩 노미네이트되어 사실상 이 4작품이 각축을
벌이는 형상을 이루고 있다.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는 애니메이션 답지 않게 무려 5개 부분에나 올라, 다시 한번 참 대단한 작품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엑스맨에서 인상적인 '얼굴'을 보여줬던 엘렌 페이지 주연의 <주노>도 4개부분에나
노미네이트 되었다.

음악상에는 <마법게 걸린 사랑>이 무려 3곡이나 올렸는데, 개인적으론 <원스>의 Falling Slowly를
적극 지지하는 바이나, 설마 아카데미가 원스의 손을 들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어, 'That's How You Know'가
수상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고나서 최고의 아카데미 기대작이었던 <아메리칸 갱스터>는 작품상, 감독상은 물론 주연상 후보에도
노미네이트 조차 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시상식도 재미있겠지만, 그보다 어서 미개봉작들이 얼른 국내에도 개봉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조니 뎁과 팀 버튼이 다시 한 영화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제작 초기부터 큰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
더군다나 '뮤지컬'이라니! 지난해를 거쳐 올해로 넘어오면서 근래 작품 중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스위니 토드>!! 큰 기대를 하게 되면 실망도 자주 하게 되는 편이지만, 결과적으로 <스위니 토드>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재미있는 영화였다.

일단 이 영화는 스티븐 손다임이 연출한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뮤지컬 영화이다.
국내에는 다른 뮤지컬작품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손다임의 이 뮤지컬은 토니상을 9개나 수상했을
정도로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다. 팀 버튼은 이 원작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오면서 자신의 오랜 파트너인
음악감독 데니 앨프먼 대신 뮤지컬을 만든 스티븐 손다임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이 조합은 어떤 면에서는
호불호가 가릴 수도 있는 부분인데, 데니 앨프먼이 참여하지 않아 팀 버튼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신비스럽고 장난스런 특유의 음악은 들을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원작 뮤지컬의 곡들을 실제 만든 창작자가
영화화에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된다(최근 브로드웨이 작품을
영화화한 <드림걸즈>의 경우에도 실제 뮤지컬 작품의 곡을 작업한 헨리 크리거가 영화에서도 음악을 맡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이 영화가 뮤지컬과 호러가 결합된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예상하기로는 뮤지컬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왠걸, 대사의 비중보다 노래의 비중이 더 클 정도로, 즉 배우들이 대사 하는것 보다 노래하는
장면이 더 많을 정도로 완전한 뮤지컬 영화라고 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뮤지컬 영화에는
극중인물이 '노래'하는 뮤지컬과 대사를 '노래'화해서 표현하는 뮤지컬이 있는데, 이 영화는 후자의 경우이다.
사실 후자의 경우 뮤지컬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어색함이나 쉽게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하는데, <스위니 토드>는 이런 면에서는 적어도 흡입력있는 연기와 연출로 이런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굳이 걱정해야 한다면, 언제 부턴가 코믹 배우로 알려져버린 조니 뎁을 상상하고 극장을 찾은
이들에게는 선혈이 낭자한 제법 잔인한 장면들에 깜짝 놀라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잔인한 장면에 대한 코멘트는 후반에 더 추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와서인지, 이 영화는 매우 고전적인 뮤지컬 기법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각각의 배우들이 서로 다른 자신의 입장을 노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노래로
결합되는 구성이나 초반부에 인상을 주었던 테마가 후반부에 변주하여 다시 등장하는 설정등은
뮤지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구성 방식으로 영화화함에 있어서도 매우 효과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특히 아마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곡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고 아름다운 선율이 매력적인 곡
'조안나(Johanna)'는 사실 곡 스타일이 매우 뮤지컬스러운(무대에서 더욱 어울리는) 곡인데, 팀 버튼의
고풍스런 화폭 속에서도 매우 멋지게 표현이 된 것 같다(특히 후반부에 한 번 더 등장하는 '조안나'에서는
흡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Tonight'을 연상시키는 다중적인 구성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뮤지컬 적인 면에서 더욱 효과를 내는 장점은 바로 캐릭터의 구성을 들 수 있는데,
약간은 나이가 있는 주인공, 그리고 젊은 청년과 소녀를 막 벗어난 듯한 여인,
그리고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여인과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보컬을 소유한
소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연령대의 캐릭터들을 주요 인물로 배치하면서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수록할 수 있게 되어, 곡 마다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자연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소년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자칫 잔혹한 분위기로만 진행될 수 있는 영화에 신선함을 부여하고 있다.



사실 조니 뎁의 팬으로서 이 영화에서 그가 또 보여줄, 조니 뎁 만의 캐릭터가 가장 기대되었던 것이 사실이고,
결과적으로도 조니 뎁은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캐릭터를 또 한번 만들어냈지만, <스위니 토드>에서
새삼스럽게 발견한 배우는 바로 헬레나 본햄 카터였다. 팀 버튼 감독의 배우자로서 그의 작품에서 특히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그녀는, 팀 버튼 감독 작품이 아니더라도 몇몇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긴
했었지만, 무언가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은 조연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었다. <스위니 토드>는 제목과도 같이
'스위니 도트'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또한 러빗 부인(헬레나 본헴 카터)의 영화이기도 하다.
거의 조니 뎁과 동등할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는 헬레나 본헴 카터는, 조니 뎁과 마찬가지로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고, 오랜 만에 아름답게 앵글에 비춰질 기회를(물론 퀭한 다크서클은 계속되지만 -_-;;)
잡은 듯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내용적인 것과 별개로 팀 버튼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자신의 아내가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흐뭇해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나도 절로 흐뭇해지기도 했다^^
여튼 오랜만에 헬레나 본헴 카터의 연기를 긴 시간 관람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조니 뎁이라는 배우는 작품이 더 해지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확실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계속
생산해 내면서 동년배 남자 배우들과는 다른 아우라를 형성해 나가는 것 같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페로우'가 너무 흥행을 하면서 코믹한 이미지가 최근 관객들에게 깊게 인식이 되어버린 탓에 팬으로서는
아주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스위니 토드>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는 복수를 꿈꾸는 잔혹한 캐릭터로서
오랜만에 그의 광기어린 눈빛을 볼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  조니 뎁의 노래 실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상태라
그의 이번 작품에서의 노래 장면을 보고 크게 놀라지는 않았으나, 작품의 특성한 기존 곡들처럼 노래하기 보다는
대사치듯 노래하는 장면에서 오히려 조니 뎁 만의 매력이 더 살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에는 앞서 설명한 두 배우 말고도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네이프 교수로 더 익숙한 알란 릭맨과
웜 테일 역할의 티모시 스펠 또한 출연하고 있는데, 알란 릭맨은 확실히 이 고풍스럽고 어두운 분위기에
잘 어우리는 마스크와 보이스라는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티모시 스펠은 당시의 의상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지만, 자칫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도 그렇고 일종의 '시종'역할로 계속 출연하면서 이런 이미지가 너무
굳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이젠 영화에서 그가 출연하면 '이번엔 또 누구의 시종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드니 말이다;;).

이 영화는 뮤지컬 적인 요소만 빼면 매우 잔혹하고 잔인한 영화이다.
영화의 색체도 거의 흑백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색이 한참 빠진 색감을 영화내내 보여주고 있으며,
낮 장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내 어두운 배경과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다. 극장에서 보는 중에도 생각보다
더 잔인한 장면들에 사뭇 놀라기도 했는데, 물론 팀 버튼 감독은 몇몇 장면에서 그 만의 색깔로 잔혹한 장면들도
인상적인 영상으로 그리기도 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심장이 약한 분들은 눈을 질끈 감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잔인한 장면과 분위기를 상당 부분 희석시켜주는 것이 바로 뮤지컬이며,
반대로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가 아니라 일반 극 영화였다면 상당히 더 잔인한 영화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마지막에 가서는 제법 충격적인 반전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고,
뮤지컬 장르에 큰 거부감만 없다면,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잔인한 장면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면
이들이 만든 이 평범하지 않은 작품을 100%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팀 버튼 만의 상상력이 풍분한 유머러스한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유머를 섞어서 극의 리듬감을 주기보다는
노래로서 풀어내고 있으며, 거의 무대 뮤지컬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곡들로 이루워진 작품이었다.
뮤지컬 영화의 팬으로서, 이 장르에서 조니 뎁을 만날 수 있었다는 반가움과 팀 버튼의 능력을 새삼 깨닫게 한
작품이었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포함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워너 브라더스에 있습니다.


미스트 (The Mist, 2007) _ 무서운 군중심리

스티븐 킹의 원작도 물론 읽지 않았고, 대충의 줄거리도 모른 상태에서 즐겼던 영화(좀비인지 괴물인지도
긴가민가한채로). 사실 제목에서 주는 느낌이 왠지 낚시일것 같다는 불안한 느낌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괜찮은 드라마이자 공포영화였다고 생각된다.

(스포일러있음)

일단 이 영화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공포는 안개 속에 숨어있는 무엇인지 모르는 괴물의 존재일 것이다.
처음에는 징그러운 촉수만 드러내고, 나중에는 홍보물에서 '익룡'이라고 표현된 괴물이 등장하고,
마지막에는 그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괴물.
하지만 <미스트>에서는 이 괴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그리 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이 괴물이 직접적으로
주는 공포보다는, 이 괴물로 인해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공포에 더욱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차원의 문을 통해 넘어왔다느니, '화살촉 프로젝트'라느니 알 수 없는 설정들이 있지만,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기 보다는 반대로 마트 안에 갇힌 이들에게 더욱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것들이 실제로 그리 궁금하게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반대로 완전히 시각을 달리하여 마트안에 사람들은 똘똘 뭉치고, 괴물의 존재의 대해 심오하게 탐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작품도 나름 재미있을 듯 하다;;;)

이 영화에서 말하려고는 하는 공포는 아마도 인간들이 만들어낸 군중심리가 아닐까 싶다.
서로 생각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있고, 같은 충격과 사건에 처하게 되었을 때
그 무리에는 반드시 주장이 강한 리더가 생기게 되어 있고, 처음부터 리더를 신뢰하는 사람이 있는 한 편,
점차 불만이 가득해져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고, 이에 새롭게 리더가 등장하여 반란 아닌 반란을
일으키게 되는 경우가 있다. <미스트>에서는 단계적으로 무리가 나뉘고 형성되며 갈등을 야기한다.
처음에는 외지인이지만 똑똑한 인물로 그려지는 노튼이 그를 따르는 무리와 함께 주인공이 주를 이루는
무리에서 벗어나 독립을 시도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주님의 이론을 설파했던 카모디(마샤 게이 하든)는, 처음에는 그저 미친 여자 정도로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더 큰 충격과 공포를 느낀 군중들은 하나 둘 그녀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하며,
결국 그녀는 이 작은 마트 속에서 교주 아닌 교주 행세를 하기까지 이른다. 나중에는 군대의 실수로 인해
발생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무리 중에 군인을 몰아세워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고, 결국에는 주인공의 아이를
제물로 바치도록 지시하기도 한다. 사실 이 영화 중에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이 때가 아닐 까 싶다.
군인이 제물로 바쳐저 살해된 뒤, 이로써 오늘은 무사할 것이라는 카모디에 말에 안도의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나,
아이를 제물로 바치려고 주인공 일행을 에워싸고 칼로 위협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나약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 얼마나 쉽게 스스로 무너지는 지를 보여주고, 표면적인 괴물들 보다도
더 무서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이 더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원작의 결말에 대한 내용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알게 되었는데, 이를 모른 상태에서는 개인적으로
이런 우울한 결말도 나쁘지 않았다. 더군다나 헐리웃 블록버스터라는 탈을 쓴 장르에서, 주인공이 모두를
구하고 결국 승리한다는 결말보다는, 할 수 있는데까지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쩔 수 없었다고 모두 포기하고
마지막을 준비하였으나, 그 때서야 모든 일이 해결되어버린, 즉 주인공이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결코 기쁘지 않은, 이런 엔딩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아마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주인공 무리가
일단 차로 갈 때까지 가보자고 말했을 때 진짜 '일단'갈 때까지'만' 가보자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갈때까지 가고나면 절로 해결되는 엔딩이었겠지만, 이 영화는 결국 최선을 다하고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던 이들이 스스로 마지막을 택하고 나서야 구원의 손길이 도착한다는, 실로 암울한 상황으로
마무리하면서 공포스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나 영화의 초반 주인공과 모든 사람들의 말을 거스르고 홀로 밖으로 나간 여인이(보통 영화 같으면
이 여인은 굳이 시체를 보여줄 필요도 없이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나)유유히 군용트럭을 타고 돌아오는 장면은
주인공의 오열을 더욱 더 크게 하는 이유가 됬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관객들이 이 결말에 대해
이율배반적인 것을 느끼는데, 뭐 이런 엔딩도 있다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엔딩에 옳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엔딩도, 저런 엔딩도 있는 것이지. 그런 면에서 이런 엔딩이 흔하지 않은 편이라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보통 모두가 '아니요'라고 하더라도 주인공이 '예'라고 하면 영화는 주인공의 손을 들어주는
편이지만, <미스트>는 과연 주인공이 옳았나, 틀렸나를 이야기하기보단, 모든 선택이 옳을 수는 없고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른 배우들은 잘 모르겠으나 단연! 마샤 게이 하든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그녀의 완벽한 연기는 여러번 보아왔지만, 어쩌면 연기는 중요하지 않고 괴물이 중심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영화에서 완전히 군중들의 이야기로 중심이 옮겨지도록 한 것은 모두 다 그녀의 공이었다.
아무리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잘되는 나이긴 하지만, 카모디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만약 내가
마트안에 있었다면 정말 한 대 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소름끼치도록 짜증나는 연기였다.
그녀의 조정에 따라 마치 좀비들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리 어색하지 않았던 것은, 그녀가 연기한
카모디 캐릭터가 너무나도 무섭도록 리얼했기 때문이었다.

괴물의 캐릭터에  크게 집중하지 않은 탓이라고는 하지만, 초반 소년이 촉수에 끌려갈 때의 CG는
2007년 헐리웃에서 제작된 영화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이질감이 쉽게 느껴지는 정도였으며,
제법 큰 몸집에 '익룡'의 디테일도 매우 섬세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의
차 앞으로 지나가는 엄청난 크기의 괴물의 모습은,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표현이었던 것 같다(영화를 보기 전 그냥 한국영화 '괴물' 정도 크기의 괴물을 상상해서 그런지, 엄청난 크기의
괴물이 나오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존 카펜터의 <괴물>포스터가 등장하는데, 아마도 다라본드 감독이 카펜터에게 바치는
오마쥬의 형식으로 쓰인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마트를 배경으로 좀비같은 사람들이 주인공 무리를 위협하거나
할 때는 흡사 게임 '데드 라이징'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짧은 음악이 끝난 뒤, 아무런 음악도 없이 지나가는 헬기소리와
트럭 소리, 탱크 소리들로 장식한 것은 끝까지 그 길에 남겨진
주인공의 허무하고 공허한 심정을 잘 표현한 듯 하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 (30 Days Of Night, 2007)

조쉬 하트넷이 나온다는 것과 좀비인지 뱀파이어인지가 등장하는 호러물이라는 것.
그리고 왠지 조금 썰렁할 것 같다는 예상을 가지고 보게 된 이 영화.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러닝 타임내내 제법 집중할 수 있었고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다.

(스포일러있음)

알라스카에 어느 동네. 겨울에 한달간은 해가 뜨지 않아 고립된 채로 지내야 하는 상황.
지리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그 속에서, 태양에 민감한 뱀파이어들이 인간들을 사냥하는 상황.

이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즉 킬링타임용으로 보기엔 적절하나 좀 더 많은 것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많이 아쉬운 작품일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여러가지면에서 설명이 부족하고, 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 많은 탓이다.
뱀파이어 두목의 얘기를 들어보면 무언가 큰 뜻이 있어서 인간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고, 30일을 꽉 채워가며 인간들을 꼭 한명도 남김없이 없애려는 의도를
알아채기 힘들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맨슨 처럼 얼굴이 생긴 듯한데, 왜 두목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30일이나 되는 동안, 그들의 능력으로 사실상 어설프게 숨어있는
인간의 무리를 찾아내지 못한 것도(무려 30일이나 있는데)그렇고, 거의 대놓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잡지 못하고, 혹은 분명히 봤음에도 끝까지는 커녕, 따라오지도 않는 경우도 있어, 왜 그런지 알기가 힘들었다.
마치 방심하게 하여 은신처를 알아내려고 그러는 것은 아닌가 했으나, 은신처를 알아낸 것은 같은데
이걸 이용하지는 않는 이상한(?) 설정도 등장했다. 이것 말고도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 많기 때문에
두 남녀 주인공이 왜 헤어졌는지 정도의 궁금함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듯.

하지만 의외로 고어한 장면들. 목이 잘리도록 여러번 목을 도끼로 치는 장면이 그대로 나오고,
얼굴을 뚫어버리는 등, 기대한 것보다는 더 수위높은 장면들이 등장해 가끔 놀라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공포 분위기는 조성하지만, 약간씩은 모자란 영화였던 것 같다.

조쉬 하트넷 특유의 울먹이는 장면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고(조쉬 하트넷이 가장 잘 하는 연기중에 하나가
울음을 반 정도만 참아내며 울먹이는 연기다!), TV시리즈 앨리어스에서 보았던 멜리사 조지의 얼굴도
반가웠다. 그리고 매트릭스 레볼루션에 등장하셨던 APU기갑부대장을 맡았던 그 배우의 얼굴도 반가웠다.

샘 레이미 제작이라는 말에, 무언가 큰 기대를 했다면 실망했을 영화지만,
별 기대없이 본다면 제법 집중해서 볼 수 있을 만한 영화인듯 싶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7) 
현실이 더 안타까운 이야기

임순례 감독이라 조금 기대를 했었다. 워낙에 홍보를 많이 한 탓에 조금은 지쳐있었고,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엄태웅, 조은지 등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은 기대도 되었지만
걱정이 되기도 하는 부분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더도 덜도 아닌(굳이 따지자면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다.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조금은 너무 뻔하고 신파스러운 줄거리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고
제목은 '생애 최고의 순간'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인데, 이 현실에 좀 더 충실하고
중심을 두었으면 더 좋은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캐릭터들의 힘든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조금은 부족했던 탓에 실제로 올림픽이 끝나면 돌아갈 곳이 없는 선수들의 '현실'이
더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길게 쓸 정도의 감흥을 느꼈던 작품은 아닌 듯 하다.
이 영화의 최고의 장면은 영화가 모두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기 전에
실제 선수와 감독의 인터뷰 장면이며, 특히 경기 직후 선수들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던 임영철 감독님의 인터뷰 장면이 가장 울컥했던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그것이 의도되었던 의도된 것이 아니던 간에),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최고의 순간'을 자신들이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그들의 목소리에 부여한 것이라 하겠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 2007)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람한 전체 관람가 영화이자 디즈니 영화!
그래서인지 사실 예매를 해두고도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기대는 되지만 혹시 너무 유치찬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유치찬란이었을지는 몰라도, 내가 유치해서인지는 몰라도
매우 재미있었던 영화였다.

이 영화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존의 동화를 다룬 영화들과는 다르게,
기존 영화들이 현실을 사는 주인공이 동화속으로 들어가게 되, 그 속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면
이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은 이와는 반대로 영화 속의 주인공이 현실로 오게 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이런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런 룰에 가장 충실해 오던
보수적이라면 보수적인 디즈니가 자신들이 만든 룰을 반대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 영화는 디즈니 라는 점에서 여러가지로 생각해볼만한 작품이다.
일단 이제는 모두들 사실상 생명력을 잃었다는 2D 애니메이션을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시키고 있다.
디즈니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2D애니메이션과 백마 탄 왕자님, 그리고 공주, 동물 친구들 등
전형적인 디즈니의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면서, 가장 디즈니 다운, 그리고 디즈니 스러움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백마 탄 왕자는 공주(공주가 될)를 보자마자 '결혼합시다'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어쩌면 헛웃음을 짓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가장 디즈니스러운 설정을 숨기지 않고 스스로 드러낸 장면이라고 하겠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2D에서 3D로 넘어오면서 전통적인 강자였던 디즈니는 다른 스튜디오의 최첨단
애니메이션들에게 조롱 아닌 조롱을 받아왔다. 팬들에게도 외면 당해 한동안 이렇다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였으며
이대로 최첨단의 시장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즈음이었다.

하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은 이런 디즈니의 고민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잘 극복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바로 그들만의 장기이자 그들 특유의 장점을 오히려 강조하는 것으로 극복해 낸 것이다.
완전히 동화같은 이야기와,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현대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낸점.
그리고 디즈니의 전성기에 빠질 수 없었던 뮤지컬 적인 요소를 완전히 소화해내면서 다시 한번 팬들을
그 때의 향수에 젖게 하는 동시에, 요즘의 관객들도 이 뻔하고 유치한 이야기에 감동받지 아니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 특히 뮤지컬 적인 요소는 다른 분들도 이미 많이 언급했듯이 흡사 <메리 포핀스>나,
쥴리 앤드류스가 주연한 뮤지컬 영화들이 연상될 정도로 해맑고도 흥겨운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다.
재미있는건 영화 초반의 내레이션을 바로 쥴리 앤드류스가 맡았다는 점. 엔딩 크래딧에서 그녀의 이름을 보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었다. 디즈니는 어떻게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다른 모델을 보고 학습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들만의 장점을 오히려 더욱 강조하는 방식으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쥴리 앤드류스와 함께 크레딧에서 또 한명 이름을 보고 반가워했던 것은 바로 Alan Menken이었다.
그는 바로 <인어공주>를 비롯해 디즈니의 유명한 뮤지컬 스타일의 애니메이션들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들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다보면 초반부터 중반즈음에 이르기까지는 '에이, 이거 재미있긴 하지만
좀 유치한것 아니야?'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하지만, 이 영화에 백미라 할 수 있는 'That's How You Know' 장면
이후 부터는, 이 동화속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그래서 이후 부터는 배우들의 오버연기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왕자, 공주, 마녀 등의 설정에도 전혀 어색해 지지 않게 되며, 어느새 지젤의 편에 서있는 나를 보게 된다.
사실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오버스러운데, 그 이유는 바로 동화속에서 바로 나온 캐릭터라는 설정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인지 이 같은 연기는 상당히 좋았다(뉴욕에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왕자옷, 공주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공원을 활보해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더라 -_-;;).

영화를 보고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이 영화가 마냥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 여러 걸음 나가 생각해본 것이 아닌가도 싶지만, 결국은 '화(angry)'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그런 감정도
몰랐던 지젤이 현실에 점점 적응하면서 이런 감정들도 배우게 되고, 동화 속에선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노래들도 점점 잊어버리고, 그리도 꿈에 그리던 왕자가 나타났지만 돌아가기를 꺼려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은 순수한 사람이 현실에 물들어 버린 겪이 되어버려(물론 반대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은 그녀로 인해
행복을 얻었지만), 마냥 행복하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칭찬하는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 그녀는 어디서 많이 본 듯 했으나 잘 생각이 나질 않았었는데,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디카프리오와 호흡을 맞췄던 바로 그 간호사 역할이었더라!
이후에 호평을 받은 <준벅>은 아쉽게도 보지 못해 사실상 그녀를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였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마치 쥴리 앤드류스가 연상될 정도로 동화 속에서 막 뛰쳐나온(실제로 그런 캐릭터니 ^^)
지젤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노래하고 있다. 특히나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니, 앞으로 그녀의 작품들이
더 기대되는 바이다.
그리고 기대를 모았던 제임스 마스덴. 팬들에겐 안습의 캐릭터로 불리며 이번에는 과연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던 그. 이번엔 역할도 조건도 매우 좋은 바로 '백마 탄 왕자님!'. 뭐 결과적으로는 최악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최선도 아닌 그의 결말에 아쉬움이 남는다 ^^;
미리 정보를 얻고 가지 않은 탓에 수잔 서랜든의 출연은 사뭇 신선했으며,
티모시 스펄은 해리포터에서 인상깊게 보아서 인지, 애니메이션만 보고도 그가 이 역할이겠구나 하고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확실히 디즈니의 마법은 아직 죽지 않았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그르바비차 (Grbavica, 2005)

보스니아 수도인 사라예보의 한 마을 그르바비차, 에스마(미르자나 카라노비크)는 12살 난 딸 사라(루나 미조빅)와 함께 살고 있다. 사라는 아버지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전사한 전쟁영웅으로 굳게 믿고 있다. 에스마는 하나뿐인 딸에게 먹이기 위해 주머니를 탈탈 털어 농어를 사고, 수학여행 경비 200유로를 마련해주기 위해 주변 여기저기에 손을 내민다. 시내 한 클럽의 웨이트리스로 고되게 일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건 오직 사라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는 전사자 가족의 경우 수학여행 경비가 면제된다는 사실을 알고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전사 증명서를 떼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에스마는 증명서 발급을 차일피일 미룬다. 화가 난 사라는 엄마에게 대들고, 이윽고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줄거리 출처 - 씨네21)

(스포일러있음)
줄거리는 대략 저러하다. 이 영화는 어쩌면 굉장히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 편으론 굉장히 극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으로 느껴졌다.
보스니아 내전. 그리고 사라예보. 보스니아 내전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참혹했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이야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 내전에 관한 좀 더 정확한 지식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저 정도로만 알고 있어도
이 영화를 100% 느끼기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그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겪은 이들이 살아가는 현재를 그리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세계정세에 있어서 주류를 이루는 미국의 이야기는 그들이 전세계를 상대로 끊임없이 반복해내고
인식시키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인식시키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알고 있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곤
하지만, 더 참혹한 사건들 가운데도 어쩌면 제 3세계에 속하는 세계정세에서 발언권이 많지 않는 나라들의
이야기는 이야기되어질 기회도 적고, 관심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일단 이 영화 <그르바비차>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에게 이제 거의 잊혀질 뻔했던 보스니아 내전에 관한 이야기. 즉 무의식 중에 다 끝난 이야기라고
사고가 정리되었었던 이 사건에 대해, 그들은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고 아주 조용히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은 의미가 있는 수상이며, 특히 가장 최근의 인권유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제치고 수상했다는 점에서 또 특별한 의미를 갖을 수 있겠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바로 어머니와 딸. 이 영화의 홍보 문구에 보면 '늦었지만.....사랑해, 엄마'라는 문구를 볼 수 있는데,
이 문구만 보면 단순히 버릇없는 딸이 나중에야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 정도로 알 수 있지만,
사실 이 영화에는 이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엄마 '에스마'는 내전을 직접 겪은 세대로서 현재를 살고 있고, 딸 '사라'는 그 엄마의 딸로서 현재를 살고 있다.
딸 사라의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아버지가 전쟁에서 전사했다는 증명서가
있으면 돈을 내지 않고도 수학여행을 갈 수 있다. 에스마는 항상 아버지가 전사했다고 말을 해왔기 때문에
사라는 엄마에게 증명서를 때달라고 한다. 하지만 에스마는 계속 다른 일들로 이 일을 미루는 한 편,
자신이 하기 싫고 불편한 일임에도 굳이 늦게까지 일을하며, 또 친한 친구의 동료들에게까지 돈을 꿔가며
돈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보스니아의 학교내에서는 대부분 아버지들이 없는 아이들이 많은 가운데,
아버지가 내전중에 전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종의 따돌림과 무시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라는 왜 증명서를 가져오지 않았냐며 엄마에게 화를 내고, 이 와중에 참다못한 에스마는
아버지는 전사하지도 않았고, 사라는 내전 중에 강간을 당해 생겨버린 아이라는 사실을 말하게 된다.
그 동안 자신의 아버지는 내전 중에 전사한 국가유공자라고 생각해왔던 사라에게 이 보다 더 큰 충격적인
사실은 없었으리라.

이 두 여성의 이야기를 보면, 현재에도 보스니아, 사라예보에는 이 내전의 아픔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도 진행중이며, 이러한 끔찍한 참상은 단순히 기억에서 잊혀짐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아직도 피부로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초반 같은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에서는 '에스마'의 이야기를 미처 알지 못해 적극 공감할 수 없었지만
영화의 말미에 에스마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할 때에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그르바비차>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그들 스스로 만든 영화라는 점이다.
보통 이런 전쟁과 관련된 영화들을 보면, 그 당사자라기 보다는 영화적인 소재로 흥미를 느낀 타국의
감독이나 제작자가 만든 영화가 많다. 이런 접근방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당사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제 3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는 없다.
아마도 이 영화를 제 3자가 만들었다면, 보스니아 내전의 참혹한 참상을 적어도 몇 장면을 넣었을 것이다.
젊은 여성들이 군인들에게 거칠게 강간을 당하고, 폭력을 당하는 모습들을, 영화적인 감동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을 것이다. 그래야 관객들이 마지막에 가서 더욱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만든 <그르바비차>는 전혀 달랐다. 이런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결국 그런 모든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는 없는 현재의 자신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에 그런 장면들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마지막 에스마의 고백이 이어진 뒤, 사라가 수학여행 버스를
타고 멀어져갈 때 더 큰 인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일 것이다.
직접적으로 외치지 않아도 아직도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는 없는 사라예보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큰 외침으로 들려주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사라는 수학여행 버스 속에서 친구들과 '사라예보, 내 사랑'을 부른다.
이 노래가 흐르는 이 장면에, 이 영화의 주된 정서가 담겨있다.
사라예보에 현재를 살아가는 그들은 희망을 꿈꾸지만, 과거를 잊을 수는 없으며
아픔을 안고 깊게 새기며 자신들만의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쥴 앤 짐 (Jules And Jim, Jules Et Jim, 1961)

이번 2008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보게 된 첫 번째 작품.
오랜만에 찾은 아트시네마의 정겨운 풍경은 여전하더라.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1961년작 <쥴 앤 짐>은 예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했었고,
소장하고 있는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 DVD박스세트에도 수록이 되어 있어서 진작에 볼 수도 있었지만
어찌저찌해서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 보게 된 작품.
흑백의 멋진 영상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일단 반가웠던 기회였다.

일단 이 영화에 대해 뭐라뭐라 자세히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쥴 앤 짐>이라는 영화 제목만을 들었을 때 당연히
쥴과 짐이 남녀사이로 연인관계인줄로 알았으나, 둘은 모두 남자로 친구 관계였으며
그 둘 사이에 까트린이라는 여성이 위치하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 까트린이라는 여성과 쥴 앤 짐, 이렇게 세 명의 남녀사이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을(더군다나 이 작품이 트뤼포의 영화로서는 드물게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비춰볼 때, 앙리-삐에르 로세의 소설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에도 아마 상당히
충격적이 내용이 아니었을까 싶다), 현재를 사는 내가 보아도 까트린이라는 여성의 자아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정도로, 세 남녀간의 복잡하고도 섬세한 러브스토리를 그려내고 있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가 사실 지금의 내가 봐서는 쉽게 함께 호흡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세계적인 정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 트뤼포의 연출력은 확실히 인상깊었다.

완전히 한번에 100% 소통할 수는 없었어도,
확실히 다리에서의 세 주인공이 달리기를 하는 장면은 당시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역동적이고 인상적인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었다.

2008년에 들어서자마자 1월부터 무척이나 바빠지게 되었다.
지난해 11,12월이 비교적 조금 한산한 분위기여서 더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1월에는 꼭 봐야할 영화는 물론이고, 단순히 보고 싶은 영화들도 너무 많아
과연 이 영화들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가 여러가지로 걱정되기 까지 한다
(시간의 제약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 상황턱에 금전적인 여유를
처음으로 생각해봐야할지도 -_-;;)

현재 국내 1월 개봉예정으로 있는 영화들을 중심으로 기대를 한 껏 부풀려보자!
(순서는 가나다 순)


1. 그르바비차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모녀의 이야기와 여성, 전쟁과 평화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개봉한 지는 그래도 제법 되었으나 아직까지도 못 보고 있는 영화.
과연 엄청난 작품들이 몰려오기 전에 관람할 수 있을 것인가!


2. 마법에 걸린 사랑


디즈니 영화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기에 어쩌면 실망을 하게 될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정통 디즈니의 마법같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대가 되는 영화.
과연 포스터에도 역시 등장하지 못한 만년 안습 캐릭터 제임스 마스덴은 이번 영화에서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도 흥미로운 포인트.

3. 명장


주로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왔던 진가신 감독의 액션 영화.
무엇보다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이 세 배우를 한꺼번에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영화.
하지만 몇몇 홍콩영화들은 이러한 기대만 부풀리게 하고 커다란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조심도 해야할 듯. 어쨋든 기대!


4. 미스트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에 프랭크 다라본트가 만든 괴물 영화.
일단 제목만 봐서는 그리 와닿지 않는(왜냐하면 이런 류의 제목에 당한적이 많기 때문에;;)
영화이긴 하지만, 들려오는 평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괴물 영화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5. 스위니 토드


단연 1월 최고의 기대작!
팀 버튼과 조니 뎁 만으로도 흥분이 벅차오르는데, 죠니 뎁이 노래까지 하는 뮤지컬 이라니!!
이미 제작을 시작하였다는 순간부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영화.
왠지 이 분위기에 너무 잘어울릴듯한 알란 릭맨의 연기도 기대된다!


6. 에반게리온: 서(序)


부산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게 놓치게 되어 정말 많이 아쉬웠던 영화.
에바의 광팬 중 한 사람으로서 에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초 흥분상태.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벌써부터 기대되는구나.


7.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요즘 TV에서 문소리, 김정은 등 배우들이 너무 홍보를 하는 탓에 오히려 반감이
조금 들 정도이긴 하지만,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만든 임순례 감독의 연출력 때문에
가장 기대가 되는 작품. 이런 소재의 영화는 사실 안봐도 줄거리는(뭐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니
결말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뻔한데, 그렇기 때문에 다아는 신파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연출했을지가 궁금해지는 영화.


8. 더 재킷


얼핏 보았을 때 <미스트>와 함께 비디오용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애드리안 브로디, 키이라 나이틀리, 대니얼 크레이그 등 배우들의 이름을 보면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또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SF스릴러 장르 역시
쉽게 지나치긴 힘든 유혹인듯.


9. 클로버필드


하도 J.J. 애브람스 얘기를 하길래, 당연히 그가 감독한 줄로만 알았지만 역시나 제작만 한 영화
(언제부터 J.J. 애브람스가 국내에서도 이 정도로 유명한 인사가 되어버린 것인지).
초대형 낚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텍사스 소때처럼 몰려오고 있지만, 일단 기대만큼은
최고로 가지게 하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J.J가 감독을 맡지 않은 것이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가
가장 관건이 될 영화.



이 밖에도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로 인해 일단 예매한 영화가 3작품이며,
여기에 언급은 안했지만, 조쉬 하트넷 주연의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나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
그리고 한국영화 <라디오 데이즈>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까지 보게 된다면 정말 엄청난 1월 한달이될듯.

그래도 두근두근 기대되는 1월이 좋다!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매해 회사다니느라 극장에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를 놓치곤 했었는데
회사 관두고 낮에 밖에 나다니느것 이후에 또 한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일단 <쥴 앤 짐> <집시의 시간> <택시 드라이버>는 예매를 끝마쳤고
<순응자>는 박찬욱 감독님이 언제 참석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예매해야 할듯.
<애니홀> <글로리아> <꿈> <로마>등도 보고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여튼 바로 내일 모레부터 <쥴 앤 짐>으로 시작!

S1/ S2/ S3/
01.08.tue -
- 19:30
셜록 주니어(연주상영)
Sherlock Jr.
45min
개막식 Opening Ceremony
01.09.wed 14:00
부드러운 살결
The Soft Skin
113min
16:30
쥴 앤 짐
Jules and Jim
105min
19:00
수라
Pandemonium(Shura)
134min
상영 전 영화소개 (정성일)GV
01.10.thu 14:00
녹색 방
The Green Room
94min
16:00
두 명의 영국 여인과 유럽 대륙
Two English Girls and the Continent
130min
19:00
라탈랑트
L'Atalante
88min
시네토크 (홍상수)GV
01.11.fri 15:00
셜록 주니어
Sherlock Jr.
45min
16:30
이웃집 여인
The Woman Next Door
106min
19:00
'R-X 마스
'R-Xmas
85min
시네토크 (아벨 페라라)GV
01.12.sat 12:30
블랙아웃
The Blackout
98min
15:00
악질경찰
Bad Lieutenant
96min
대담 (아벨 페라라 외)GV
19:30
퓨너럴
The Funeral
99min
시네토크 (아벨 페라라)GV
01.13.sun 13:00
복수의 립스틱
Ms. 45
80min
시네토크 (아벨 페라라)GV
16:00
킹 뉴욕
King of New York
103min
마스터클래스(아벨 페라라)GV
20:30
‘R-X 마스
'R-Xmas
85min
01.14.Mon - - 20:00
셜록 주니어(연주 상영)
Sherlock Jr.
45min
01.15.tue 14:30
킹 뉴욕
King of New York
103min
17:00
블랙아웃
The Blackout
98min
19:00
집시의 시간
Time of the Gypsies
142min
시네토크 (임순례)GV
01.16.wed 13:00
최후의 증인
The Last Witnessⓚ
158min
16:30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Spinning the Tales of Cruelty Towards Womenⓚ
100min
19:00
애니홀
Annie Hall
93min
시네토크 (장준환)GV
01.17.thu 14:00
영화관 속 작은 학교
Education Program-
A Small School in a Cinema
16:30
퓨너럴
The Funeral
99min
19:00
아이다호
My Own Private Idaho
102min
시네토크 (류승범)GV
01.18.fri 14:30
라탈랑트
L'Atalante
88min
16:30
복수의 립스틱
Ms. 45
80min
19:00
우묵배미의 사랑
A Short Love Affairⓚ
114min
시네토크 (김태용)GV
01.19.sat 13:00

Bulberryⓚ
114min
15:30
최후의 증인
The Last Witnessⓚ
158min
시네토크 (이두용+오승욱)GV
20:30
피막
The Hutⓚ
93min
01.20.sun 13:30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Spinning the Tales of Cruelty Towards Womenⓚ
100min
16:00
내시
Eunuchⓚ
110min
마스터클래스 (이두용+김영진)
20:00
악질경찰
Bad Lieutenant
96min
01.21.Mon -휴관 -휴관 -휴관
01.22.tue 14:00
피막
The Hutⓚ
93min
16:00
두 명의 영국 여인과 유럽 대륙
Two English Girls and the Continent
130min
19:00
글로리아
Gloria
123min
시네토크 (최동훈+김혜수)GV
01.23.wed 14:00
내시
Eunuchⓚ
110min
16:30

Bulberryⓚ
114min
19:00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13min
시네토크 (김지운)GV
01.24.thu 14:00
이웃집 여인
The Woman Next Door
106min
16:30
부드러운 살결
The Soft Skin
113min
19:00
순응자
The Conformist
111min
01.25.fri - 16:00
집시의 시간
Time of the Gypsies
142min
19:00
셀린느와 줄리 배타러 가다
Celine and Julie Go Boating
193min
01.26.sat 13:00
아이다호
My Own Private Idaho
102min
15:30

The Dreamⓚ
93min
시네토크 (김영진/배창호)GV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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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
애니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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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영국 여인과 유럽 대륙
Two English Girls and the Contin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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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외국어 영화에는 한글 자막이 제공됩니다.

= English Dialogue, = English Subtitled, = French Dialogue, = German Subtitled, = French Subtitled

= Italian Dialogue, = Japanese Dialogue, = Korean Dialogue, = Romany Dialogue, = Spanish Subtitled

* GV =관객과의 대화 Conversation with the Guest



호랑이와 눈 (La Tigre E La Neve, 2005) _ 사랑의 기적

<인생은 아름다워>로 외국어영화상과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분을 수상하며 전세계적으로
자신의 이름과 영화를 알렸던 로베르토 베니니.
그 이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코미디물 <아스테릭스>와 아마도 베니니의 성향과 가장 잘 어울렸을 법한
소재였던 피노키오를 소재로 한 영화 <피노키오>를 만든 뒤, 2005년 개봉한 그의 가장 최근 작품이다.
<피노키오>는 미처 보지 못했지만, 당시 얼핏 보았던 예고편이나 평들, 그리고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그해 최악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인지 그의 새 영화 <호랑이와 눈>이 개봉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선뜻 쉽게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었다. 결국 극장 앞에서 얼마간을 고민하다가 그냥 포기하고 말았었는데,
어젯 밤 TV에서 '희망을 주는 이야기'(였나?) 라는 주제로 이 영화를 방영하는 것이 아닌가.
1시를 조금 넘긴 늦은 시간이었고, 베니니의 영화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극장에서 못본 영화를 TV에서 이렇게 얼마 되지 않아 해준다니 기쁜 마음에 감상하기 시작하였고,
결과적으로는 첫 번째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으며,
두 번째로 너무나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여러가지 면에서 그의 최고 히트작인 <인생은 아름다워>와 닮아있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홀로코스트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 점에서 이 두 영화는 가장 큰 시점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인생은 아름다워>의 경우 주인공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로서 겪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면,
이 영화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라는 사건과 바그다드 라는 곳에서 이탈리아인이라는 제 3자의 입장으로서
겪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혹자들은 이 영화를 보고 <인생은 아름다워>에 비해 주인공의 처한
상황이나 태도가 정치적인 그들의 상황은 무시한채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니냐 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워>보다 이 영화 <호랑이와 눈>이 더 자연스럽고,
더 베니니 스럽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전작을 통해 이미 직접 사건에 중심에 위치한 당사자로서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보았던 베니니로서는, 이 번에는 자신이 실제 처한 제 3자로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감으로서, 전작과는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해볼 수 있고, 또 다른 제 3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로서 좀 더 효과적인 전달 수단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영화 속 처럼 로베르토 베니니를 비롯한 미국과 이라크를 비롯한 다른 많은 나라의 관객들은
제 3자의 입장이며, 어쩌면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되었던 먼나라의 전쟁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전쟁의 무의미함과 잔혹함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하게 되는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며
소수의 이기심으로 발생한 전쟁이라는 악이 얼마나 관련없는 무고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하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기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테지만, 이런 방식이 역기능 보다는 순기능이 많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다른 영화들이 거의 다 그러하듯이,
이 영화 역시 사실상 동화에 가깝다. 로베르토 베니니는 잔혹한 현실 속에서 동화적인 이야기를
동화적인 화법으로 풀어내는데 재주가 있는데, 이 영화 역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혹은 울다가
웃음이 나는 그런 장면들이 많다(그럼에도 가장 동화적인 소재였던 '피노키오'가 가장 최악이었던 건
아이러니다). 영화 속 아틸리오(로베르토 베니니 분)의 희망은 오로지 한 가지다.
어찌하다 그리되었는지 모르지만(사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어떻게 이리도
아내를 사랑하고 가정적인 남자가 어쩌다가 아내와 두 딸을 놔둔채 떠나게 되었는지 말이다),
지금은 멀어진 아내(빅토리아)에 대한 사랑. 그 것 뿐이다. 미국의 침공이 한창 진행중인 바그다드에서
그녀가 다쳐 목숨이 위태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오로지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의사를 위장해
적십자 비행기를 타고 이라크에 도착했고, 차가 고장나면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걷기도 했으며,
약이 없다는 의사에 말에도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내 직접 약을 재조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는 동화적인 우연의 배치와 베니니만의 재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사실상 더이상 살아나기 힘든 상황에서, 모두 포기하고 포기할 수 밖에는 없었던
상황 속에서도 아틸리오는 끊임없이 말하고, 의식이 없이 잠들어있는 아내에게 끊임없이 다정한 말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해주었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이들 속에서도 계속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은
역설적으로는 그렇지 않으면 한 번에 우르르 무너져버릴 수도 있음을 알기에, 어쩌면 눈물을 펑펑
흘리는 장면보다 몇 배 더 슬픈 장면이었다. 보통 다른 영화 같았으면 주인공이 몇 번은 더 절규하고
펑펑 눈물을 쏟고, 독하게 변해갔을 이야기였겠지만, 동화나라의 아틸리오는 그 와중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기름이 떨어져 걸어가야가게 되자 '이라크에서 기름이 떨어지다니 이게 말이돼?'하며
혼잣말을 하는 캐릭터였던 것이다. 여기에는 아틸리오의 직업이 시인이라는 점이 훨씬 더 영화를
풀어나가는데 좋은 구실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이 '아틸리오'인지 '베니니'인지 해깔릴 정도로
시종일관 수다를 떠는 그의 모습은, 그 이기에 가능했던 연기라고 생각된다.

 

'아틸리오'인지 '베니니'인지 해깔린다는 말은, 실제로 로베르토 베니니도 저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실제로 베니니의 아내 사랑은 유난스러운데, 이 영화를 비롯 대부분의 베니니의 영화에서
여주인공이자 연인으로 등장하는 배우는, 다름 아닌 그의 아내 니콜레타 브라스치이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자 의자위로 뛰어올라 껑충껑충 뛰던 모습만 봐도
그가 얼마나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사람인지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인지 뭐랄까 이 영화 <호랑이와 눈>은
보는 관객들에게도 인상 깊은 영화이지만, 영화를 만든 베니니와 그의 아내 니콜레타에게도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하긴 대부분의 베니니 영화가 그렇겠지만).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로베르토 베니니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구나, 또 그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니콜레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의 영화의 주제는 항상 같다. 자칫 동화적인 이야기로만 비춰질 수도 있지만,
기적은 이뤄진다는 것. 그리고 그 기적의 원동력은 대부분 사랑이라는 것. 즉 사랑의 기적은 이뤄진다는 것.
유치하고 억지스럽다고 느껴질런지는 몰라도, 그래도 마지막 비토리아가 그 모든 것을 해 준 사람이
다름 아닌 아틸리오라는 것을 뒤 늦게 알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 나도 모르게 함께 미소짓게 되는건
어쩔 수 없는 동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2008.01.07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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