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린 : 최후의 결전 (新少林寺 New Shaolin Temple, 2011)

클리셰 덩어리 일지언정 근본은 있는 영화



설 연휴를 맞아 그 동안 못봤던 영화들과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인 작품들을 부지런히 챙겨보던 중,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명절이니까 성룡영화!'라는 이유를 들어 IPTV목록에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성룡 영화라고 부르기 민망한 비중의 영화라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고;;). 국내에서는 소림사를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로 많이 소개되었고 포스터나 카피, 그리고 '최후의 결전'이라는 부제만 봐도 무언가 또 시작되는 그런 류의 영화로 포장한 듯 한데, 이 영화의 본래 제목인 '샤오린'은 '소림'이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액션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액션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신소림사'라는 제목 답게 소림의 근본에 관한 또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SBS 콘텐츠허브.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이 100% 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액션 영화로 소개되었을 만큼 액션의 비중이 그리 적지는 않은 탓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조금은 흔들릴 여지도 있고, 무엇보다 '소림'이라는 커다란 가르침을 전하기에는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소개해야할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많은 터라, 상당히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더이상 새로울 것은 없는, 클리셰 덩어리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이런 비슷한 구조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영화들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특히 중국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런 얘기를 특히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간 중국영화들에서 보았던 새로운 시도들이 만족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점을 부각시킨 작품들에 더 큰 만족을 얻었던 것 같다 ('검우강호' 같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오류 가운데 '전형적 =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 들 수 있을 텐데, 반드시 새로워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한 때 반전에만 목숨 걸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조금만 자유로워진다면 전형적인 영화에서도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SBS 콘텐츠허브. All rights reserved


물론 전형적인 영화가 다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샤오린'은 좀 촌스럽기도 하고 우직하다 싶기도 한데 어쨋든 소림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갖춰야 할 근본만은 소홀히 하지 않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김용의 소설 속 인물 가운데 '곽정'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와 비슷한 이유인데, 곽정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우둔할 정도로 단순하고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답답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굽히지 않고, 정도를 가는 것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본받을 만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도 비록 세련되지는 않지만 이 우직함이 엿보인다. 자신들이 믿고 있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지키다 스러져 가는 소림승들의 모습과 이를 결정적인 대사들과 눈빛으로 표현하는 유덕화의 모습에서는 이런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상대를 무찌르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적을 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구원하려는 이 가르침이 작게 나마 영화를 통해 느껴졌기 때문이다.




ⓒ SBS 콘텐츠허브. All rights reserved


주인공 '호우지에 (유덕화)'가 이런 가르침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 조금 더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도록 시간과 배려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자신들의 부족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끝까지 밀어붙이는 우직함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



1. 확실히 사정봉이 연기한 캐릭터가 조금 겉도는 느낌이 들긴 했어요. 헤어스타일도 뭔가 이 세계와는 좀 맞지 않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2. 성룡은 예전에 홍금보가 주로 맡았던 캐릭터들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 마음 한 켠이 아려오기도 ㅠ 그래도 성룡 형님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 SBS 콘텐츠허브. All rights reserved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SBS 콘텐츠허브 에 있습니다.




원스 어게인 (The Swell Season, 2011)

원스의 그와 그녀, 그대로의 이야기



영화 '원스 (Once, 2007)'의 두 주인공 '그' 글랜 한사드와 '그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주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The Swell Season'을 보았다. 참고로 Swell Season은 이 두 사람이 함께 활동한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이기도 한데, 국내에서는 좀 더 영화 '원스'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어필하기 위해 '원스 어게인'이라는 제목을 달고 개봉했다 (그래서 혹자들은 후속편으로 알고 있기도;;;). 개인적으로 영화 '원스'로 인해 이들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글렌 한사드가 프론트맨으로 있는 밴드 '더 플레임즈 (The Flames)'의 앨범들과 그녀와 함께한 The Swell Season의 앨범 그리고 이들의 내한공연에도 다녀왔으며, 이후 마르케타의 솔로 앨범 'Anar'에 이르기까지, 이 두 사람의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이 영화 'The Swell Season'은 음악적인 이야기보다는 바로 그와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영화 '원스' 역시 실제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 작품에 비하면 완전한 극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영화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원스'였다면, '스웰 시즌'은 현실 속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Elkcreek Cinema.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바로 거기서 부터 시작한다. 아일랜드에서 음악만 해오던 남자 글렌 한사드와 체코에서 역시 소박하게 음악만을 해오던 한 여자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에 출연하게 되고 이 영화로 인해 전 세계인에게 주목 받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광의 수상자가 된 이후, 그들이 겪게 된 새로운 변화로 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이야기가 단순히 급작스러운 성공 후에 겪게 되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 단정짓기엔, 이들에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글렌과 마르케타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고 이 성공이 둘 사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으며, 연인에서 친구로 남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오히려 음악보다 남녀간의 이야기가 더 중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정도로 스타가 되었음에도 아직 '스타'라는 것과는 분명히 거리를 두고 있는 이들답게, 극 중 예상치도 못하게 훌렁 옷을 벗어던지는 마르케타의 모습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듯한, 진짜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 다큐는 엄밀히 말해서 현실이라기 보단 만들어진 극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쨋든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들의 모습에 비춰봤을 때 카메라를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 Elkcreek Cinema. All rights reserved


그렇게 결국 이 이야기는 둘의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다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다시 둘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각자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이 말만 보면 마치 만나고 헤어지는 것만에 대한 영화로 생각할 수 있겠는데, 이 둘의 이야기는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이 둘 사이에는 그것이 위로이던 분노이던 간에 음악이라는 공감대가 있고, 영화는 그와 그녀 그리고 이 둘을 둘러싼 음악에 대한 의미까지 조용히 담아낸다. 영화 '스웰 시즌'은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에 비해서도 굉장히 심심한 구성, 그러니까 별로 극적 요소를 담고 있지 않은데 아마도 이 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며, 보편성을 갖을 수도 있지만 그럴려고 일부러 노력하지는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음악적으로 계속 그들을 응원하고픈 나로서는, 좀 더 그들을 알게 된 것 같아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 Elkcreek Cinema. All rights reserved



1. 저 마지막 스샷. 실제로 내한에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을 때의 시작도 저 레파토리였죠. 마이크를 빌리지 않고 기타도 앰프와 연결하지 않은 채, 글렌 한사드가 홀로 무대에 나와 'Say it to me now'를 열창하던... 그 때의 감동이 떠오르더군요 ㅠ


2. 스웰 시즌 내한공연 후기는 여기서 - http://www.realfolkblues.co.kr/844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Elkcreek Cinema 에 있습니다.






워리어 (Warrior, 2011)

오랜 문제 해결의 과정, 격투기는 거들 뿐



'인셉션'의 흥분이 아직 남아있을 때 들려온 톰 하디 주연의 '워리어'는 분명 기대작이었다. 톰 하디 라는 배우에게 이제 막 빠져들고 있을 때이기 때문이었고, 해외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장을 찾으려고 했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국내에서는 무려 20분여가 잘려나간 버전이 상영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래도 볼까? 했었으나 결국 극장에서 볼 기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놓치고 이제서야 IPTV를 통해 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imdb에 나와있는 런닝타임은 140분이고, 올레TV에는 133분으로 나와 있는데 막상 보니 엔딩 크래딧이 시작부분에서 바로 잘려 있었다. 엔딩 크래딧의 길이를 감안하면 거의 비슷할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140분 버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쨋든 이런 작은 곡절 끝에 보게 된 '워리어'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에너지 넘치고 강렬한 전율의 영화였다. 그리고 격투기 영화라기 보단 결국 가족에 대한 영화였다.



ⓒ Mimran Schur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첨에 이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는 UFC와 같은 격투기를 중심으로, 그 선수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만 예상했었다. 아니면 미키 루크 주연의 '더 레슬러'와 같은 영화가 아닐까 했었다. 물론 '더 레슬러'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그것 보다는 사라져가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헌사가 더 중심이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워리어'는 철저히 격투기를 배경으로 사용하면서 그 안에 가족과 얽힌 문제에 대해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일단 한 남자가 아니라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생 토미 (톰 하디)와 형 브렌든 콘론 (조엘 에거튼)은 형제이지만 어린 시절 부모의 잘못 탓에 큰 상처를 받고 서로 떨어져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영화는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데 그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기인하였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부모와 자식 간은 물론, 두 형제 간에도 좁혀지기 어려운 깊은 상처가 생겼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 아물 것 같지 않은 깊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 Mimran Schur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워리어'는 바로 이 문제 해결 과정의 주된 방법으로 '격투기'를 활용하고 있다. 즉, 인물들이 갈등을 겪고 대화를 하고 논쟁을 하는 드라마적 방법 대신에 두 남자가 각자의 이유 때문에 초대형 격투기 대회 '스파르타'에 뛰어든 것과 그 대회를 통해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격투기 영화의 측면으로 보았을 때는 조금 허무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격투기계의 초대형 이벤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너무 쉽게 결정되는 승부나 너무 빠르게 전개되는 탓에 스포츠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승부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또 여기에 있다. 말이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거나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처를, 이 영화는 이 짧다면 짧은 격투기 대회의 과정을 통해 마법 같이 치유해 낸다. 보통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갖고 있는 영화에서, 더 나아가 '워리어'처럼 1:1로 결승전에서 겨루게 되는 스포츠 영화라면 더더욱 둘 중 누가 이기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 영화는 이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굉장한 전율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승부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 때문이 아니라, 상처 치유의 과정이었다는 점이 이 영화에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그 전율에, 그 에너지에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 Mimran Schur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 톰 하디는 정말 몸을 제대로 만들었더군요. 그 어깨란 ㄷㄷㄷ

2. 격투기 관련 영화라 관련 인물들이 여럿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듯 하더군요. 제가 알아본 선수는 라샤드 에반스가 ESPN해설가로 잠깐 등장한 것 정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Mimran Schur Pictures 에 있습니다.




데미안 라이스 내한공연 (Damien Rice)

기타 하나로도 가득했던 전율 그리고 재미



펜타포트에서 거의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최종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만남의 기회가 미뤄졌었던 데미안 라이스 (Damien Rice)의 내한 공연이 바로 엇그제 있었다. 개인적으로 데미안 라이스는 포크 뮤직에 서서히 빠져들 때쯤 2002년 자연스럽게 알게 된 뮤지션이었는데, 남들처럼 영화 '클로저 (Closer. 2004)'로 인해 알게 된 경우는 아니었지만 인상 깊게 본 영화로서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까지는 말 못 하겠다. 어쨋든 U2나 Radiohead 같은 밴드들의 내한 공연은 매번 꿈꾸면서도, 정작 그 만큼이나 좋아하는 데미안 라이스 같은 포크 뮤지션의 내한공연은 별로 꿈꿔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스케일과 임팩트를 자랑하는 대형 록밴드나 뮤지션들의 경우야 '라이브'에서만 전달 받을 수 있는 감흥이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조금만 좋아하더라도 '꼭 한 번 실제로 보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음반만으로 전달하는 감성의 순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는 포크 뮤지션의 경우는 아마도 조금 덜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론 이 예상이 빗나갈 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긴 했지만, 이건 그냥 빗나간 정도가 아니었다. 데미안 라이스는 '라이브'에서만 전달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식들을 모두 걷어낸 채 홀로 무대에 섬으로서, 라이브가 전달하는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만들어 냈다.





퇴근하고 겨우 시간을 맞춰 도착한 저 끝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 대부분의 내한공연이 그러하듯 정시에 시작하지 않아도 당황하지 않고 오프닝 게스트가 누가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오프닝 게스트가 나올 법한 시간 (8시 10분쯤?)에 누군가가 어두운 무대 위로 홀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그는 준비된 기타를 매고 첫 곡을 부르기 시작했으니, 바로 데미안 라이스였다. 뭐랄까. 아직 예열도 다 안끝난 상황에서 등장한 탓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런 분위기는 그가 노래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바로 진정되었다. 멘트 없이 바로 Delicate를 연달아 불렀는데, 이 때 부터 급격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몇 곡을 거의 멘트없이 바로 이어서 홀로 불렀는데, 이 때 까지만 해도 '아, 계속 이렇게 멘트 없이 노래만 듣는 공연도 괜찮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한 데미안 라이스. 그 본격적인 시작은 'Volcano'였다. 자신과 함께 노래부르고 싶은 사람은 무대 위로 올라오라는 말에 처음에는 다들 동요하지 않자, 나는 50명이 넘는 사람과도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해 봤다고 관객들을 부추겼고, 결국 이를 넘은 관객들이 무대 위로 올라 그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Volcano'를 나눠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올림픽 홀 같은 큰 공연장 보다도 이렇게 사람들에 둘러쌓여 부르는 그림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었기에, 이 장면은 아주 아름다운 장면이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예전 지산에 벨 앤 세바스찬이 왔을 때 관객들을 무대 위로 올려 함께 춤추던 그 날의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을 정도로, 소박하지만 너무나 행복한 장면이었다.





이후 피아노 연주로 들려준 'Rootless Tree', 그리고 이 곡이 어떤 이야기를 통해 탄생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한참이나 들려준 후에야 시작된 'Amie'까지. 이 때부터 앞서서 예상했던 '그냥 멘트없이 노래만 들어도 좋겠다'라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영어로 진행되었음에도 상당히 자세하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결국 데미안 라이스는 단순히 에피소드를 설명해주기 보다는 '사랑 (Love)'이라는 가치에 대해 남녀가 겪게 되는 일들, 가슴을 떨리게도 혹은 가슴을 찢어 놓을 때도, 화를 내게도, 행복하게도 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오묘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재미있는 건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었고 그냥 멘트 수준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준이었는데도 짧은 영어 실력으로 거의 다 알아들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많은 얘기를 했는데 95% 이상 이해해버린 자신에게 놀라는 계기이기도 했다 ㅋ 어쨋든 그래서인지 그냥 음반으로 듣던 Amie와는 전혀 다른 Amie를 이 날 듣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이 좋았는지 아니었는지는 각자 달랐을지언정 말이다 ㅎ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이 경이로웠던 것은, 그 구성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포크 뮤지션들의 공연을 가본 적이 있긴 하지만, 정말로 이렇게 완전히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가는 공연은 데미안 라이스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드럼을 비롯한 세션 한 명 없었으며, 그렇다고 미리 사운드를 깔고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정말로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 데미안 라이스와 피아노 연주, 이렇게만 구성된 공연이었다. 공연에 오지 못한 분들은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이 저렇게 진행되었다면 몹시 심심했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텐데, 믿을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무대에 비해 큰 홀이었던 올림픽 홀이 데미안 라이스 한 사람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가득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오히려 락 적인 요소가 강한 곡에서는 가끔씩 조명이 조금 화려하게 구성되었었는데, 이마저도 불필요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목소리와 기타만으로도 충분한 공연이었다. 특히 다른 뮤지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곡들 간의 느낌이 그렇게 다르지 않은 그의 음악으로 미뤄봤을 때, 두 시간을 혼자 가득채운 라이브는 경이롭다고 밖에는 할 수 없겠다.





공연을 가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쓸쓸함에 흠뻑 취해 눈물을 흘리고 오겠다'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오롯이 전하는 그의 울림에 눈물이 글썽였다. 이런 경험은 흔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올림픽 홀 정도의 규모 공연장에서 관객 거의 전부가 완전히 숨을 죽인 채 슬픔의 감동을 받고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뮤지션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공연과는 다르게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오는 임팩트는 조금 덜했다. 이건 곡들을 잘 몰라서도 아니고, 감동을 덜 받아서도 물론 아니었다. 다른 공연들에서 받았던 감동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지. '와~'하는 감동이 아니라 이미 곡을 들으며 마음으로 울게 만든 그의 곡에게 보내는 또 다른 찬사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본 공연 마지막 곡으로는 'Cannonball'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이크도 쓰지 않고 기타도 엠프에 연결하지 않은, 이른바 '쌩톤'으로 전해졌다. 그 큰 올림픽 홀이 무대 위 데미안 라이스의 작은 목소리에 집중한 탓일까. 전혀 작지 않은 울림이 전해졌고, 행여나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아주 작게 속삭이듯 따라부르는 목소리가 더해져 나오는 소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포크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고, 아직 'The Blower's Daughter'가 나오지 않았기에 관객 모두는 이 곡을 기다리며 조용히 앵콜을 외쳤다.





아무것도 없는 쌩톤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면, 앵콜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암흑 속에서 'Cold Water'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무릎을 쳤다. '이런 구성이라니!' 완벽하게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와 연주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구성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앵콜은 커버곡 'Halleluja'로 이어졌고, 그의 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는 'The Blower's Daughter'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곡들을 더 좋아하기에 이미 더 큰 감동을 흠뻑 받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이 곡이 주는 임팩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당연히 이 곡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공연은 이 때부터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렀다. 갑자기 기타를 내려놓은 데미안은 무대 위 미리 마련되어 있던 테이블에 앉았고, 한 여성이 무대 위로 나와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이야기와 함께 둘이서 와인을 한 잔씩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건 하나의 꽁트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서정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했던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꽁트 마무리라니! 눈물이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웃음마저 터져나오는 상황. 그리고 이 꽁트는 'Cheers Darling'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말로 와인 반병을 무대 위에서 마신 데미안은 비틀 거리는 연기까지 하며 이 곡을 완벽한 '라이브'로 승화시켰고, 끝까지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뒤 웃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무대를 떠났다.

아...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에서 이런 마지막을 볼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였지만, 공연 내내 흘렀던 감동을 깨거나 방해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에 또 다른 재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은 아주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기대보다도 더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이루말할 수 없는 감동과 재미까지 선사한 그의 음악과 무대를 만난 것은, 내 생에 가장 큰 보람된 일 중 하나로 기억될 듯 하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깊은 여운과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1. 공연이 모두 끝나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밖으로 나온 데미안 라이스는 공연장 복도에서 팬들에 둘러쌓여 함께 노래하고 놀았다는 후문이 ㅠㅠ 매번 겪는 일이지만, 내한 공연의 경우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보면 뮤지션과 함께 하는 행운을 종종 얻을 수 있지요.

2. 그리고 그 다음 날 홍대에 와서 몇몇 뮤지션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노래하고, 술값까지 카드로 계산했다는 후문도 ㅠㅠ 나도 그 시간에 홍대에 있었는데 ㅠ 어찌어찌해서 물어물어 가볼 수도 있었던 터라 더욱 큰 아쉬움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Jam Docu 강정 (2011)

미안해 강정 그리고 힘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이유 가운데는 단순히 영화적인 호기심과 재미에서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관심있는 사안에 대한 정보 혹은 의견으로서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평화의 섬 제주의 강정마을에 정부가 해군기지를 세우려고하는 문제에 대해, 8명의 감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즉흥연주(Jam)를 펼친 작품 'Jam Docu 강정'은,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이유와는 조금 다른 이유와 감정으로 보게 된 작품이었다. 사실 이 작품을 대하는 내 마음을 상당히 불편했다. 불편하다는 것이 작품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강정마을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 때문이었다. 보통 잘 알지 못하고 관심없던 문제를 영화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경우는, 그 사안에 대해 오히려 더 적극적인 비판이나 강한 어조로 의견을 피력하는데에 문제가 없지만, 제주 강정마을에 대한 내 입장은 사실 조금 미약한, 아니 미안한 것이었다. 정치/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강정마을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마을을 어떻게 만들어버렸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으나, 그것에 그친 것이 문제였다.



ⓒ 시네마달. All rights reserved


나는 강정마을이 처한 정의롭지 못한 처우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할 수 있는 일 혹은 한 일이라고는 그저 지난 여름휴가를 제주도로 가려다가 차마 그러지 못한 것과 SNS를 통해 관련 소식을 리트윗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휴가지 선택의 문제는 어찌보면 정말 '우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뻔히 강정마을이 처한 상황을 알면서도 더 적극적으로 돕지는 못할 망정 휴가를 '즐기러' 제주도로 가는 것은 차마 할 수 없어 제주도를 가지 않은 것이 내 미안함 표현의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안함은 이 작품을 보면서 더욱 깊어졌다. 수년을 거듭한 싸움에서 해군기지 설립이 결정된 이후 제주로 찾아온 활동가들과 외부인들에게 강정마을 사람이 던지는 한 마디, '그 때는 뭐하고 이제서야 왔느냐'는 한 마디는 뼈저리게 돌아왔다. 아예 몰랐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알고 있었던 자로서의 미안함은, 이렇게 말을 꺼내는 것 조차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고개를 들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아주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 작품을 보게 되었다. 고작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해보자는 취지였다. 더 많은 이들이 강정마을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이 작품에 대한 글을 남기는 것이라도 말이다.



ⓒ 시네마달. All rights reserved


해군기지가 정말 강정에 필요한가 아닌가의 정치/사회적 맥락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이 사안을 알게 된 외부인으로서 강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히려 단순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이었다. 환경파괴와 개발의 논리는 항상 부딪히게 되는데 개발의 논리가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부분은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감수할 정도의 개발 논리가 수긍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구럼비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왜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이 문제인가?'라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하는 것보다는, 그냥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보여준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이야 말로 다른 어떤 논리보다도 강한 설득력을 보여준다. 구럼비의 천연 해안에서 마을 사람들이 바위 위에 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나, 강정마을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강정마을에 대한 모습은,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에 대해 수많은 어려운 말보다 강한 인상을 전한다.



ⓒ 시네마달.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는 이 아름다운 강정마을에 군사적이고 전쟁과 관련된 해군기지를 굳이 세워야 하는 논리가 절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안을 두고 마을 사람들 간에 찬성과 반대로 편이 나뉘게되 결과적으로 더 큰 상처를 남긴 것이 가장 커다란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작품에도 담겨있지만 피를 나눈 형제 간에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이제는 서로 말조차 섞지 않는 관계가 되었거나, 정확히 마을이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서로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현실을 만든 것이야 말로 강정마을에 가장 큰 상처일 것이다. 누가, 왜 이런 상황을 조장했는지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과 관계를 통해 형성된 '마을'과 '사람들'의 가치를 단순한 논리로 대응하는 모습은, 강정마을의 가치는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개발 논리만 내세우는 것과 그대로 겹쳐진다. 이 상처는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해군기지가 건설되든 그렇지 않든 이미 깊어진 강정마을 사람들 간의 상처는 과연 아무렇지 않게 치유될까? 



ⓒ 시네마달. All rights reserved

결국 강정마을 문제의 핵심은 그 자체에도 있지만, 정부나 권력이 사안을 바라보는 수준과 시선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강정마을의 문제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것이 단순히 제주도의 어느 마을에만 국한 된 문제였다면 아마도 이렇게 영화화 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의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강정마을을 더, 더 응원할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어쩌면 나를 대신해 정의롭지 못한 일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 고작 응원이라면, 응원이라도 먼저 해야겠다.

평화가득 강정마을, 응원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시네마달 에 있습니다.





2012년이 되었다. 2012년은 그 자체로 두근되는 동시에 기다리는 과정도 뭔가 조금 남달랐던 해인 것 같다. 매년 새해를 맞을 때면 무언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이나 계획들 (영어 공부, 다이어트 등)을 세우게 되는데, 최근 몇 년간은 그나마도 세우지 않았을 정도로 어쩌면 하루하루를 사는 데에 집중했었던 같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012년을 앞두고서는 아마도 역대 최고 수준(난이도나 갯수 측면에서 모두)의 계획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방에 세우고야 말았다. 이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봐도 '왜?'인지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한 상황인데, 굳이 이유를 찾자면 올해가 마야력이 정한 한 주기의 마지막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야력의 한 주기가 끝나는 2012년이 곧 종말을 예언한다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한 주기가 끝나고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 만약 종말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덜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2012년의 바램이랄까.


이 블로그는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공개적인 공간이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올해는 10년 넘게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과 6~7년 정도 역시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한 문제에 대해 과감히 직면해 보려고 한다.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잠자리에 들 때마다 이 과정을 생각하면 얼마나 고민되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른다. 나는 종종 이 두 가지 문제 가운데 한 가지만 있었더라도 내 청춘 그리고 인생을 훨씬 더 탄력을 받았을 거라고 나 혼자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 두 가지 문제를 한 해에 다 풀려고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이건 정말 도전이자 모험이다. 그런데 왠지 올해가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반농담으로 또 종말론을 꺼내지만, 어쨋든 종말론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촉진제가 된다면야 나에게는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런 나의 2012년 계획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 노래를 몇 달 전 알게 되었으니 바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본격적인 마음'이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제목과 더 마음에 드는 가사들.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가사는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 동안 애써 외면했던 내 문제들을 직면하는데에는 많은 도움이 된 가사였다. 2012년 한 해는 좀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 될 지언정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한다. 나처럼 나에게 시간을 많이 쓰는 사람이 뭘 더?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들 말고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 신경을 써보려고 한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일지도 모르고 시도한다고 해서 되리란 보장보단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뭐 어쨋든.


블로그에는 좀 더 짜임새 있고 재미있는 글들을 써볼 작정이다. 2011년에는 영화 글을 정말 열심히 주기적으로 쓰기는 했지만 그 대신 기획적이거나 완성도 높은 글들은 많이 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매번 하려다가 실패하곤 하는 연재 물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난해 썼었던 '조셉 고든 래빗 연대기'가 바로 그 시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배우나 감독 혹은 뮤지션이나 캐릭터 등을 주인공으로 삶아 연대기 형식으로 조명해 보는 컨텐츠를 연재 형식으로 써볼까 한다. 사실 이 시리즈의 제목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불타는 연대기'인데, 이 제목은 이전에 DP에서 김정대 님이 '불타는 블레이드 러너 연대기' 등에서 사용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쓰기가 부담스러워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은 제목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좋은데 적당한 제목이 없어서 고민중이다. 정없으면 그냥 매번 '누구누구의 연대기'가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심심하다. 어쨋든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독촉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회사 일에 대해서도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사실 중 하나지만 나는 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회사생활을 무려 10년 넘게, 햇수로는 13년 가까이 해왔다. 오래 몸 담았던 업계를 떠나 새로운 업계에 발을 담근 지도 3년이 넘었는데, 지난해 초부터는 팀장을 맡아 정말로 정신없이 달려왔으며 내일 부터는 새로운 2명의 팀원이 더 합류하게 된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팀장으로서 효율과 팀원들의 발전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고민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하는 일과 정성에 비해 더 나은 평가가 필요한 '운영'이라는 업무에 대한 평가와 인식 개선에 대해서도 사명감을 갖고 더 노력할 예정이다. '운영'이라는 업무의 메카니즘과 과정 그리고 서비스에 미치는 더 직접적인 영향까지 정리가 필요하다면 일목요연하게 가이드 형식으로 제작하고픈 소망도 있다. 분야는 중간에 한 번 바뀌었지만 전반적으로 운영이라는 업무를 10년 넘게 했으니 이제 이 정도는 정리해볼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다 쓰지도 못했는데 한 번 다시 훑어보니, 정말로 '본격적인 마음'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 같아 보인다. 이런 계획들을 늘어놓은 것과는 달리 거의 처음으로 아무런 감정 변화 없이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왔고 새해 첫 날인 오늘도 여느 날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시작한 한 해지만, 이렇게 정리해 보는 것 만으로도 두근거리는 1년의 시간임은 분명한 듯 하다. 모든 계획이 그렇듯, 이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흥미롭지 않을까.






2012.01.01. pm. 11:37
글 / 아쉬타카


프리퀄의 모범 답안 –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


찰톤 헤스톤 주연의 SF영화이자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엔딩 중의 하나로 꼽히는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로 대표되는 혹성탈출 시리즈는, 2001년 팀 버튼이 연출을 맡은 리메이크 작까지 포함하여 총 7편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작품이다. '혹성탈출, 1968' – '지하도시의 음모 (Beneath the Planet of the Apes, 1970)' – '제3의 인류 (Escape From the Planet of the Apes, 1971)' – '노예들의 반란 (Conquest of the Planet of the Apes, 1972)' – '최후의 생존자 (Battle of the Planet of the Apes, 1973)' – 그리고 TV시리즈를 편집하여 개봉했던 '혹성탈출 : 혹성 귀환 (Back to the Planet of the Apes, 1981)'과 – 팀 버튼의 '혹성 탈출 (Planet of the Apes, 2001)'이 바로 그 작품들인데, 이 시리즈의 프리퀄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단순히 최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프리퀄 제작의 흐름에 맞춰 기획된 작품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 것도 사실이었다. 제임스 프랭코, 프리다 핀토, 브라이언 콕스 등이 출연한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앤디 서키스가 간과되어 있는데 이것이 왜 '간과'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연출을 맡은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이름은 비교적 생소한 것이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이러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음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것은 아주 기분 좋은 잘못된 예측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몇 년간 히어로 영화들을 중심으로 프리퀄 열풍이라면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만족할 만한 작품들도 많았지만 프리퀄이 마땅히 담고 있어야 할 요소들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시작'이라는 그 부제처럼 프리퀄이라는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한 동시에 독립적인 작품으로서도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독립적 작품으로서의 매력 부분에 대해 먼저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프리퀄 작품들 스스로가 놓치기 쉬운 부분과 기존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첫 관객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점이 바로 전편, 그러니까 기존 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볼 만한(혹은 볼 수 있는)작품인가 라는 점일 텐데, 그런 면에서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 가운데서도 연대기적으로 가장 처음에 위치하는 작품이라는 장점을 제쳐두더라도, 이 작품을 '혹성탈출' 시리즈의 첫 번째 감상 작품으로 선택하기에 제법 괜찮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진화의 시작'이 매력적인 건 프리퀄로서 존재할 때다. 일단 기존 시리즈의 팬들을 배려하고 의식하는 데에 있어서 영화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준의 인용과 은유를 담아내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오마주나 인용 등을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면 정작 독립된 작품으로서의 힘을 잃게 마련이고 반대로 전작들과의 이러한 연결고리가 부족할 경우, 프리퀄로서의 역할을 다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은 이러한 미묘한 줄타기에 성공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화의 시작'에서 혹성탈출 이전 작품들에 대한 인용들은 여러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단순하게는 캐릭터의 이름들부터 시작해, 장면이나 대사 등의 인용은 전작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아마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인용에 대한 부분은 부가영상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음으로, 이후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프리퀄이라는 장르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던 전작들의 부족한 점들까지 돌아보게 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이 여기에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다시 말해 '혹성 탈출'이라는 시리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었음에도, '진화의 시작'이 보여준 이 시리즈의 가능성으로 말미암아 이전 작품들까지 찾아보게끔 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프리퀄이 지난 작품들의 아쉬운 점들을 채워준다는 얘기를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을 통해서 느꼈던 시저에 대한 공감대가 결국 전작들에 등장했던 유인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얘기다. 잘못하면 단순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었던 캐릭터들에게 입체적인 면을 부여한 것이야 말로 '진화의 시작'에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화의 시작'은 유인원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설정이 아닌, 보통의 현대 인간사회를 배경으로 유인원 침팬지 '시저 (앤디 서키스)'의 이야기를 맨 처음부터 차근차근 들려준다. 침팬지인 시저가 인간들을 지배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는 이유로 영화는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주인공 윌 (제임스 프랭코)의 이야기로 풀어놓는데, 이 과정이 프리퀄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처음 이 시리즈를 만난 관객이 즐기기에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치료를 목적으로 생겨버린 인연이지만, 윌과 시저, 그리고 윌의 아버지와 시저의 관계는 여느 가족과 다름없는 분위기와 시저의 성장 드라마(그 안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로 그린 점도 이런 공감대 형성에 크게 한 몫을 했다. 처음 시저가 인간들에게 분노를 폭발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자신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과 다르다는 정체성의 혼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데에서 발단했다는 점에서 이 '시저'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한층 깊게 했다. 영화 속에서 인간이 아닌 캐릭터에 공감한 지수로만 따지자면, 아마도 '시저'는 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의 주인공은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시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캐릭터를 단순히 인간과 상대되는 개념으로서의 유인원으로 한정 짓지 않고, 남다른 가족사와 성장기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담아내며 훨씬 더 깊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앞서 언급했던 '이전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의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이처럼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 나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전작들에서 미처 깊게 파고들지 못했던 깊이와 과거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올바른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저는 다른 일반적인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공감대와 주인공 만의 포스를 갖고 있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이후부터의 장면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정말 멋진 (카메라 앵글이나 배경음악은 거들 뿐) 장면들을 쉴새 없이 선사한다. 실제로 몇몇 장면에서 입 밖으로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 장면들도 있었는데, 이처럼 관객들이 사람이 직접 (표면적으로)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닌 CG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에서 우스게 소리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제임스 프랭코가 유인원들 보다 연기를 못한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실제로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를 못해서라기 보다는 시저를 비롯한 여러 유인원들의 연기(혹은 묘사)가 워낙 뛰어났기에 나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앤디 서키스에게 아카데미 연기상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언젠가 모션 캡처(이 작품에서 사용한 기법으로 표현하자면 '이모션 3D' 기법)를 통해 연기한 연기자가 연기상을 수상할 날이 오게 될지 모르겠다. 아니, 앤디 서키스가 반드시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미 반지의 제왕(골룸)과 킹콩(킹콩)을 통해 모션 캡처 연기에 새로운 장을 열었던 앤디 서키스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을 통해 모션 캡처라는 기술을 '기술'이 아닌 '예술'의 단계로 결국 승화시켰다. 앤디 서키스는 단지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오지 않을 뿐, 어떤 배우보다도 연기가 뛰어난 배우 중의 한 명이다)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의 정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잘 짜여진 작품인 동시에, 기술적으로도 모션 캡처 영역에 있어 한 단계 더 성장한 결과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유인원을 주인공으로 인간이 인간 외 동물 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모든 억압 받는 것들에 대해 '안돼'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주인공을 통해 보편적이지만 의미 깊은 교훈마저 받을 수 있었던 올해의 명작이었다.


Blu-ray 메뉴






Blu-ray : Picture Quality


블루레이의 화질은 올해 개봉한 최신작답게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모션 캡처와 이후 CG가 결합된 캐릭터가 주를 이루고, 배우가 연기한 장면과 모션 캡처 배우와 함께 연기한 장면을 합성한 장면들이 많지만, 합성에 의한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유인원들의 몸에 난 털의 표현에 있어서는 실사와 거의 차이점이 없는 디테일을 화질로서 확인할 수 있으며, 어두운 장면들도 많은데 암부의 표현 능력도 괜찮은 편이다. 장면에 따라 날카로움이 강조한 장면과 부드러움이 강조된 장면들이 있는데,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들을 클로즈업 할 때는 전자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한 편, 인물들을 클로즈업 할 때에는 좀 더 부드러운 면 화질의 장점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CG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작품임에도 SF적인 질감 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운 질감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블루레이의 자연스러운 화질을 만끽할 수 있을 듯 하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박력 있는 효과음은 물론,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이끄는 스코어를 부족함이 없이 전달하고 있다. 초반 드라마 적인 성격이 강한 부분에서는 배경음악의 활용도가 높다면, 후반부 유인원들이 여럿 등장하는 장면부터 액션 시퀀스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좀 더 다양한 사운드의 활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효과음의 묵직함과 스코어의 묵직함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수록하고 있다.




특히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들이 내는 특유의 소리들은 블루레이의 날카로운 차세대 사운드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전달된다. 후반부 다리 위에서의 대규모 액션 씬에서는 말발굽 소리, 유인원들이 내는 발소리와 음성, 그리고 이들과 인간들 간의 결투 과정에서 오는 타격 음 그리고 헬기 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운드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사운드가 선명하게 수록되어 있어 사운드 적인 쾌감은 물론 극적 클라이맥스의 쾌감 또한 느낄 수 있다. 아,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사 중 하나인 'No'가 울려 퍼질 때의 그 쩌렁쩌렁함 (그리고 그 뒤에 동반되는 적막감)은 직접 들어보고 느껴보는 것 만이 정답일 듯 하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으로는 감독인 루퍼트 와이어트의 음성해설과 각본가 릭 자파와 아만다 실버의 음성해설을 비롯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영상들이 가득 수록되어 있다. 특히 전작과의 접점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것들과 앤디 서키스의 연기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룬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로 만나볼 부가영상은 삭제장면인데, 총 11가지의 삭제 장면이 흥미로운 첫 번째 점은 내용적인 측면이 아니라 CG처리를 완성하지 않은 버전이라 '시저'가 아닌 '시저'를 연기하는 앤디 서키스의 모습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이렇게 완성된 버전이 아닌 삭제장면을 보게 되면 무언가 어색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앤디 서키스의 연기가 어찌나 완벽한지 그의 얼굴을 보면서도 '시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오히려 이 미완성의 삭제 장면이 앤디 서키스의 연기력을 반증하는 증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 했다. 그리고 본편에 수록된 엔딩 장면 외에 얼터너티브 엔딩 장면에 가까운 삭제 장면이 수록된 점도 흥미로웠는데, 후속편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혹성탈출'의 새로운 신화 창조'에서는 앞서 이야기했었던 전작들과의 연관되는 점들을 비롯해, '혹성탈출'이라는 작품에 대한 소개와 프리퀄로서 갖는 의미에 대해 유익한 정보들을 들려준다. 특히 이 작품에 사용된 전작들에 대한 오마주와 인용들에 있어서는 IMDB의 트리비아 섹션을 살펴보지 않아도 될 만큼 구체적인 예들을 들어 비교 설명하고 있는데, 전작과 이번 작품의 장면을 한 화면에 수록하여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용에 있어서 과하지 않으면서 모자라지도 않게 담아내려고 했었던 노력의 흔적도 엿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만나볼 '앤디 서키스 집중 조명'은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섹션이었다. 사실 기존 모션 캡처라는 영역은 단순히 기술적인 면으로만 인식되었었는데, '반지의 제왕'과 '킹콩'을 거치며 이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로 두각을 나타냈던 앤디 서키스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야말로 '혼신의 연기'가 그대로 담긴 이모션 3D 기술을, 그리고 연기를 완성해 냈다. 단순히 움직임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선택된 기술이 아니라, 인간 외의 다른 캐릭터의 연기를 위해 선택된 옵션 중의 하나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앤디 서키스의 연기력은 놀라운 것이었으며 이는 그대로 '시저'라는 캐릭터로 영화 속에 녹아 들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저'라는 침팬지 캐릭터에 관객이 무한한 공감을 하게 된 것은 그 줄거리 때문 만이 아니라, 정말 감정이 느껴지도록 열연을 펼친 앤디 서키스의 공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부가영상은 앤디 서키스가 왜 대단한 배우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유인원의 진화'에서는 극 중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 캐릭터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또한 이를 연기한 배우들이 유인원 동작 연구에 있어서 전문가들로 이뤄진 특별한 이들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연기 측면에 있어서는 실제 유인원의 동작을 아주 디테일하게 연구하여 CG가 입혀지지 않더라도 유인원으로 느껴질 정도의 동작을 만들어 냈으며, 컴퓨터 그래픽 측면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통해 더 자연스럽고 진짜 같은 CG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소개한다.






'장면 해체'에서는 PIP와 함께 하는 최종 장면, 초기 애니메이션 그리고 퍼포먼스 캡처 장면으로 나누어 영상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시저의 얼굴 뒤에 숨겨져 있던 앤디 서키스의 얼굴은 물론, 초기 애니메이션으로 기획했던 부분과 본편이 얼마나 동일하게 그려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모션 캡처의 경계를 허물다'에서는 '진화의 시작'이 거둔 기술적 성공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존 모션 캡처가 모두 스튜디오 내에서만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최초로 자연광 속에서의 야외 촬영에서도 모션 캡처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금문교의 실측 모형을 만들어 이 곳에서 모션 캡처 부분을 촬영한 것을 집중 소개하고 있는데, 스튜디오를 벗어난 모션 캡처 촬영 기술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음악을 맡은 패트릭 도일이 말하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영화 음악 이야기와 캐릭터 컨셉 아트 갤러리, 대형 유인원과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에 대한 정보를 담은 메뉴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기존 혹성탈출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로 프리퀄로서의 기능을 다함은 물론,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매력까지 갖춘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또한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다운 우수한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영화를 보며 궁금했었던 뒷이야기와 스크린 뒤에서 열연을 펼친 모션 캡처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은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며 만족감을 느낀 관객들에게는 물론 극장에서 아쉽게 놓친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크리스마스의 기적같은 영화



이 영화를 보기 전 나는 '2011년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올 한해 극장에서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 10작품을 선정하는 글을 완성했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쓴지 겨우 이틀 만에 다시 수정해야만 할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나는 왜 잘 알만한 사람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올해가 가기 전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성급하게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의 글을 써버렸던 것일까. 지금와 생각하면 당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올해의 영화의 한 자리를 맡기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나를 울리고 떨리고 웃음짓고 들뜨게 만들었다.



ⓒ (주) 미로비젼. All rights reserved


'기적 (奇跡)'이라는 원제 답게 영화는 기적에 대해 아주 직접적인 접근방식으로 풀어간다. 부모로 인해 가고시마와 하카다에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와 살고 있는 형 코이치와 동생 류노스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코이치는 가족이 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가고시마의 화산이 폭발해 아무도 이곳에 살 수 없게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 새로 개통한 신칸센 열차 '사쿠라'가 교차하는 순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알게 되고 이 소원을 빌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면서 친구들 소원의 이야기까지 영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동생이 류노스케와 그의 친구들 역시 형과의 만남을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역시 류노스케와 친구들의 소원도 이야기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영화의 초기 기획의도가 새로 개통한 신칸센의 홍보 영화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기적'을 통해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에 이은 자신의 세계관을 또 한 번 완벽하게 풀어놓는다. 그리고 전작들에 비해 희망적이며 더 따듯하고 더 풍성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사실 영화를 보고나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여러가지 화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부모세대의 짐을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고 오히려 어른들의 상처마저 아이들이 감싸안는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볼 필요를 느꼈고, 화산재가 날리는 마을과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모습을 연관지어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럴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기적'의 메시지는 깊은 인상을 주었다.



ⓒ (주) 미로비젼. All rights reserved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소원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그의 대표작 '원더풀 라이프'의 인터뷰 형식을 다시금 가져왔다. 각자 돌아가며 자신의 소원을 얘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기적이라고 할 만큼 사적인 바램들이지만, 우리가 흔히 '어린 시절'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한 추억이자 감성이 더도 덜도 아닌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도 어린 시절 친한 친구들과 함께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멀리 여행을 다녀왔던 모험적인 기억이 있는데, 그 추억과 맞물려 그 때의 그 두근거림과 두려움 그리고 모험을 통해 조금 더 알게 된 '세계'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 형제의 여정 가운데는 단순히 우연 만으로는 가장 할 수 없는 일들도 일어나는데, 보통 같았으면 너무 영화같아서 손발이 오그라들거나 너무 아이 같아서 유치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는 방식은 너무나 황홀했다. 아이에게 어른다운 성숙함을 무리하게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겪는 일과 고민들을 통해 모든 세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 그리고 영화적 '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매일 돌아오는 집 앞 신호등과 횡단보도의 이미지, 두근거림을 안고 내려다본 지하철 역 아래의 풍경들,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코스모스들 그리고 열차와 열차가 교차되어 지나가던 그 아무렇지 않지만 기적과도 같았던 찰나의 순간까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쉽게 생각해보면 결국 기적이라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 혹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주변에서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나는 코이치와 아이들이 '세계'를 깨닫기 전에 믿고 있던 신칸센 교차 순간 역시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기적'으로 느껴졌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장난스럽게도 국내 개봉 제목처럼 '진짜로 일어났을지도 모를' 기적에 대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기차길 건너편에 서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나, 영화의 마지막 죽은 강아지가 살아나기를 빌었던 아이의 걸음이 잠시 멈춘 뒤 다시 뛰어가는 장면 등을 통해서 말이다. 뭐랄까. 결국 삶 자체가 기적이라는 진리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수하게 기적을 믿는 마음도 저버리고 싶지 않은 그의 넓은 마음이 느껴져 더 아려왔다.



ⓒ (주) 미로비젼. All rights reserved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 먹었을 때는 더 다양한 주제들이 많았었다. 이렇게 저렇게 나름의 '썰'을 풀어가며 영화가 전해준 의미들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했었는데, 생각하면 할 수록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가 담고 있는 감성이 전해준 인상이 깊었다. 극장을 나오며 느꼈던 그 행복감을 글로 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에 비해 유머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절로 웃음짓게도 되지만, 역시나 그의 작품답게 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진짜 왜인지 모르게 펑펑 울것만 같은 (사실상 운거나 다름없는) 장면들이 있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이 극장 곳곳에서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화 내내 들려오던 쿠루리의 음악 역시 이 행복함과 울컥함에 한 몫을 했다. 내가 이 작품에서 느꼈던 울컥함은 말로 표현하기는 좀 어려운데, 슬퍼서라기 보다는 행복해겨워서 에 더 가까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포착해 낸 기적같은 순간과 그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또 다른 기적은, 그 기적 속을 살아왔고 경험했던 관객으로서는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눈물난다.



ⓒ (주) 미로비젼. All rights reserved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만난 이 영화는 나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 영화를 만들 때는 몰랐겠지만 그의 영화는 내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되었다.


1. 인디음악을 하는 아빠(오다기리 죠)의 음악 CD를 형에게 건네며 '인디 음악이라는게 뭐야?'라고 묻는 류노스케에게 코이치는 이렇게 답해요. '더 열심히 해야하는 음악이야'

2. 극중 형제로 나온 코이치와 류노스케는 실제로도 친형제더군요. 전문배우가 아닌 이 형제가 만들어내는 장면들 하나하나가 기적같았어요. 코이치의 진지함과 누구나 행복하게 만드는 류노스케의 '밝음'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3. 쿠루리의 음악도 정말 좋았어요. 영화를 보고나서 계속 흥얼거렸고 지금도 계속 사운드트랙을 무한반복하는 중입니다 ㅠ (나는 왜 내한공연에 가지 못했나 ㅠㅠ)

4. 개인적으로는 일본여행 갔을 때 갔던 곳이 나와서 더 반가웠어요. 특히 영화 속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신칸센 '사쿠라'도 타봤기에 더 남달랐죠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주) 미로비젼 에 있습니다.




셜록 홈즈 : 그림자게임 (Sherlock Holmes: A Game of Shadows, 2011)

클라이맥스에만 너무 집중된 영화



가이 리치가 연출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의 콤비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셜록 홈즈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그림자 게임'을 보았다. 전편에서 가이 리치는 셜록 홈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영화화 함에 있어서 추리라는 부분을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대신 블록버스터 영화에 걸맞게 액션 영화로 풀어냈으며 (액션을 추리하여 미리 슬로우 비디오를 통해 예습해보는 홈즈의 액션 시퀀스는 흥미로웠었다), 왓슨 (주드 로)과의 콤비 플레이를 통해 얻는 소소한 재미까지 담아냈었다. 오락 영화의 측면에서 전편은 그리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다. 전편이 막 재미있지도 않고 극장을 나오며 특별히 남는 것은 없지만, 특별히 재미없지도 않은 정도의 영화였다면, 속편인 '그림자게임'은 뭔가 본격적인 것이 더 나왔어도 좋으련만 너무 마지막만을 위해 달려간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일단 속편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소개에 대한 불필요를 더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홈즈와 왓슨에 대해 거추장스런 설명없이 진행한 것은 간결하고 좋았으나 그 다음 본격적인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특히 왓슨의 결혼에 관련된 이야기를 보자면, 왓슨은 도대체 이 결혼을 왜 한건가 싶을 정도인데, 그런면에서 반농담으로 난 이 영화가 홈즈와 왓슨의 퀴어 영화로까지 느껴졌다. 실제로 내가 느낀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우정이나 파트너쉽이라기 보다는 그 이상의 말못할 감정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는데, 특히 왓슨이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난 것을 받아들이는 홈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파트너 이상의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가이 리치가 3편을 만들게 되고 여기서 둘 사이의 관계를 커밍아웃한다면 그 때가서는 '그림자게임' 역시 재평가 해야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반농담 섞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반은 진담일 만큼 영화 속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아이린(레이첼 맥 아담스)을 그리워하는 진심이 왓슨을 향한 마음보다 훨씬 못하게 느껴질 정도로 의심(?)되는 부분이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의 '그림자게임'은 분명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후반부에 집중된 비중에 비해 그 외 모든 부분의 비중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셜록 홈즈'는 1편이 개봉되던 당시 '아이언 맨'으로 주가를 올리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특유의 진지함+장난끼 가 묻어난 이미지에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특유의 색채가 더해져 완성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시종일관 유머와 무겁지 않은 장난끼가 담겨 있는 것은 이 작품의 장점이자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개연성보다는 너무 농담 위주가 되다보니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는 것은 물론 극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할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무언가 속이 빈듯하고 갑작스러운 허전함이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후반부에서 보여준 액션과 추리 시퀀스 자체는 오락영화로서 부족할 것 없는 수준이었지만, 이 클라이맥스에 오기까지 영화가 보여준 일들이 이것과는 한참 못미치는 것들이라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셜록 홈즈의 원작 팬들에게는 액션, 코믹 캐릭터가 되어버린 홈즈에게 느끼는 실망감이 있는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선택한 캐릭터가 나쁠 것은 없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캐릭터와 '홈즈'라는 본연의 구조 속에서 조금은 혼란을 겪고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1. 본래는 아예 홈즈와 왓슨의 퀴어영화적 관점에서 리뷰를 따로 쓰려고 했는데, 워낙에 최근 본 영화들이 갑자기 많아지다보니 시간이 ㅠ 어쨋든 전 홈즈에게서 분명히 느꼈어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Pictures 에 있습니다.






어느 덧 2011년 한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그 말은 다른 얘기로 하자면 올해 열심히 극장에서 챙겨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들을 손꼽아 볼 시기가 되었다는 얘기. 한 해를 쭉 돌아보며 봤던 영화 목록을 들춰보니 지난해와 비교하자면 조금은 심심했던 (더불어 개인적으로 극장을 찾을 시간이 좀 더 부족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10작품을 꼽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간발의 차로 여기에 들지 못한 작품도 2~3 작품 정도가 있었다 (너무나 동경해마지 않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의 '히어애프터', 올해 또 하나의 발견이었던 '혜화, 동', 마이크 리의 쓸쓸한 '세상의 모든 계절' 등이 바로 그 작품이다). 올 안해도 나를 울렸다가 웃겼다가 오감을 자극시켰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10작품을 '올해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꼽아보았다.

(순서는 관람 순)




1.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극한의 백조의 호수

http://www.realfolkblues.co.kr/1447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촬영 방식을 택한 반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통해 판타지에 가까운 극적 변화를 담아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작. 후반 부 백조의 호수가 시작되며 치닫는 극의 과잉된 리듬은 심장을 미치도록 요동치게 한다.





2. 파수꾼 (Bleak Night, 2010)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애처로운 간극
http://www.realfolkblues.co.kr/1451


역시 올해의 한국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은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적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깊은 것은 물론, 과연 나는 기태였을까, 희준이었을까 아님 동윤이었을까를 떠올려 보게 했던 올해의 발견!





3. 수영장 (Pool, 2009)
꿈만 같은 치유의 슬로우 무비

http://www.realfolkblues.co.kr/1471



보는 내내 평화로움이, 보고나서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 말이 아닌 그림 같은 장면으로 보여주는 영화. 올 한해 수 많은 작품에서 수 많은 명장면이 있었지만, 내가 꼽은 올해의 장면은 바로 저 장면.





4. 슈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http://www.realfolkblues.co.kr/1505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한 남자가 스필버그와 함께 그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남. 이것만으로도 J.J는 올해 가장 부러운 남자.





5.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마지막이 실감나지 않는 마법의 피날레

http://www.realfolkblues.co.kr/1518



보는 동안에도 실감나지 않았고 이후 블루레이로 다시 볼 때도 실감나지 않았고 지금도 실감나지 않는 해리와의 이별. 난 소설을 읽지도 않았고 다른 시리즈에 비해 특별한 정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해오며 같이 성장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올해의 10작품 가운데 이 피날레를 꼽을 이유는 충분했다.





6.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전편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프리퀄

http://www.realfolkblues.co.kr/1529



프리퀄이라는 유행의 한자락 인줄로만 알았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가장 모범 답안이었던 작품. 혹성탈출 시리즈 가운데 실망했었던 팀 버튼의 리메이크작까지 다시 보고 싶게끔 만든 놀라운 작품. 인간이 아닌 캐릭터에게도 이 정도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저'라는 캐릭터는 올해의 캐릭터에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할 듯. 이제 앤디 서키스가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을 날도 머지 않았다!





7.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http://www.realfolkblues.co.kr/1538



아...홍상수. 홍상수의 마법은 '북촌방향'에서도 계속 되었다. 남녀상열지사를 그리는 것을 넘어서서 시공간의 무한한 가능성마저 열어둔 작법에 혀를 내두를 정도. 올 한해 극장에서 느꼈던 가장 따듯했던 순간은, 성준(유준상)이 여주인을 쫓아 소설을 나와 골목을 걷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8. 트리 오브 라이프 (The Tree of Life, 2011)
경이로운 우주 속 나를 느끼다

http://www.realfolkblues.co.kr/1560



테렌스 맬릭은 항상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다뤄왔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트리 오브 라이프'는 직설적이라고 할 만큼 그 탄생으로의 여행을 자처한 작품이었다. 인간의 역사를 비롯해 우주적 세계관과 그 안에 매우 사소한 인간의 감정적 부분들까지. 이 영화를 단순히 종교적인 영화라고 부르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





9. 머니볼 (Moneyball, 2011)
야구에 빗대어 전하는 삶의 위로

http://www.realfolkblues.co.kr/1567



처음엔 '단장'을 중심으로 한 디테일한 야구 영화라길래 기대를 했었는데, 아론 소킨이 참여한 이야기는 역시 야구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야구를, 특히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흥미진진할 만한 내용들이 디테일하게 담긴 동시에, 극장을 나올 때면 Lenka의 'The Show'의 가사를 흥얼거리며 인생의 위로를 받게 되는 참 '좋은' 영화였다.





10. 드라이브 (Drive, 2011)
이토록 황홀한 아름다움

http://www.realfolkblues.co.kr/1570



'드라이브'는 올해를 통틀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였다. 누군가 '이제 라이언 중에 고슬링이 최고'라고 얘기할 만큼 그가 만든 캐릭터의 이미지는 강렬했으며, 다양한 감독들과 걸작들의 향수를 담고 있으면서도 조잡하거나 유치하기 보단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이 영화의 이미지는, 뒷면에 선명한 스콜피오 자켓처럼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듯 하다.




1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2011)
크리스마스의 기적같은 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1585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보기 전에 올해의 영화를 정리한 것은 분명한 실수였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기적같은 영화는 보는 내내 행복함과 말못할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영화를 만난 것이야 말로 올해 크리스마스에 내게 일어난 기적같은 일이었다.


이렇게 짧게나마 2011년 극장에서 본 영화들을 정리해보았다. 내년에는 제목만으로도 영화팬을 다리 떨리게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마지막 배트맨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리들리 스콧이 손수 만들고 계신 '프로메테우스' 그리고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이후의 공허함을 채워줄 피터 잭슨의 '호빗'까지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 생각 만으로도 2012년은 충분히 기대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나의 새 아이폰 케이스 elago 케이스!



최근 아이폰 4S를 구입하고 나서 그동안 3GS를 쓰면서 사고 싶어도 못샀던 (대부분 예쁜 케이스가 4S용으로만 나왔기 때문이었죠;;) 케이스를 장만해야겠다 싶었었는데, 이왕 사는거 무언가 좀 독특한 걸 사야겠다 했었죠. 그런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엘라고 케이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커스텀한 아이폰을 코디할 수 있는 구성이라 마음에 들더군요. 오히려 고르고 싶은 색 조합이 많아서 1가지만을 선택하기가 어려웠을 정도;;





제가 고른 색상은 상단은 초콜릿 색상, 하단은 오렌지 색상을 골랐어요. 무언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조합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더불어 무광이라 다른 질감도 있고. 참고로 무광의 단점은 자국이 계속 남고 깔끔하게 잘 정리되지 않으며, 오래 쓸수록 색이 바랠 수 있다는 점이 있어요. 뭐 그런 점을 감안하고 구매했으니 상관없습니다 ㅋ






이 컬러 조합이 아쉬운 점은 바로 전면의 이미지에요. 후면이야 전체를 가리니 상관이 없는데, 본래 바디 색상인 흰색과 초콜릿, 오렌지 색의 조합이 약간 언밸런스하거든요. 일단은 뭐 그럭저럭 쓰는데, 분위기를 봐서 나중에 어두운 계열의 스킨을 전면에만 붙여볼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엘라고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했는데, 상단은 1가지 하단은 2가지를 고를 수가 있어서 오렌지 컬러 외에 그레이를 추가했습니다. 오렌지에 비해 조금 심심한 감도 없지 않지만 더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이 들어 이 조합도 좋은 것 같아요. 가끔 오렌지가 실증날 땐 이 조합으로 사용하려구요.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폰은 쌩폰이 진리입니다. 기본 바디가 워낙에 디자인적으로 만족스럽기 때문에 기본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두 번째 아이폰이기도 하고 조금 더 유니크한 나만의 아이폰을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엘라고 케이스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나중에 이 케이스가 지겨워질 때쯤엔 쌩폰의 위대함이 더 돋보이겠죠 ㅎ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백사대전 (白蛇傳説 White Snake, 2011)

CG사용의 잘못된 예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스필버그 영화와 홍콩 영화로 보냈던 이로서, 그 기세가 많이 쇠약해지기는 했지만 드문 드문 소개되는 중화권 영화들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는데, 오랜만에 시야에 들어온 작품이 바로 '백사대전'이었다. 극장에서 개봉을 한 것 같기는 하나 사실상 매우 적은 상영관에서만 상영한 관계로 관람 기회를 놓쳤었는데, 이와는 상대적으로 무척이나 빠르게 업데이트 된 IPTV를 통해 관람하게 되었다. '백사대전'의 라인업은 홍콩 영화의 팬으로서 기대할 수 밖에는 없는 괜찮은 조합이었다. '천녀유혼 (1987)'부터 시작해 '소오강호 (1990)'와 '동방불패 (1992)'에 이르기까지 홍콩 무협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던 정소동 감독이 연출을 맡고, 다시 돌아온 이연걸이 주연을 맡아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 여기에 '쿵푸허슬'에서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여배우 황성의 까지. 기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CG. 과하다 못해 작품을 망쳐버린 CG였다.



ⓒ (주)누리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백사대전'의 기본 골격은 정소동의 전작 '천녀유혼'과 거의 흡사하다. 요괴이지만 인간 세상에 관심이 많은 백소정(황성의)이 있고, 굉장히 성실하고 착한 인간인 남자 (임봉)가 있으며 요괴를 퇴치하는 법해 (이연걸)가 있다. 일단 CG의 문제를 들지 않더라도 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1차적인 문제다. 각각의 캐릭터는 자신이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너무도 쉽게 결정하고 진행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행동들에 있어서도 관객들이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천녀유혼'에서 느꼈던 영채신과 섭소천의 절절함,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인간과 요괴 간의 관계에 대하 고민하는 연적하의 갈등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마치 이런 감성들을 갖고 있는 것처럼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절절함과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이를 보는 관객들은 '응??'하게 되는 것이다.



ⓒ (주)누리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잘 모르겠다. 정소동은 이 작품을 만들면서 아마도 CG의 적극적인 활용도를 통해 (영화의 제목도 나오기 전 첫 인트로에 완전히 CG로만 가득찬 액션 시퀀스를 넣은 것만 해도, 무언가 자신감마저 엿보이는 듯 했다) 현재 홍콩영화 CG수준을 보여주고 싶었거나, '천녀유혼'이 실현하지 못했던 영상들을 이제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이 의도는 완전한 오판이었다. CG의 수준이 부족한 줄거리를 보완하기는 커녕 오히려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을 정도로 '이상한' 수준이었다. 자신있게 내놓은 듯한 첫 번째 이연걸과 비비안 수의 대결 장면은 마치 휘날리는 눈발이 전혀 눈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두 배우가 그린 스크린 스튜디오 안에 있구나 라는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어색한 시퀀스였다. 이후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들에도 모두 화려한 CG가 포함되어 있는데, 너무 '나는 CG다'라고 외치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배우들과 따로 노는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산으로 몰고 가는 결과를 만들었다 (왜 그랬어 ㅠㅠ)



ⓒ (주)누리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이런 아쉬운 작품을 볼 수록 최근 작품 가운데 '검우강호'가 단연 갑이었다는 생각을 재차할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최근 중화권 영화들을 보다보면 무리하는 것 같다 싶을 정도로 CG에 비중을 높이고 여기에 집중하는 경향을 만나볼 수 있는데, '검우강호'에서 확인했듯이 관객들이 바라는 건 헐리웃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하고 높은 수준의 CG로 표현된 무협 영화가 아니라, 더욱 기본에 충실한 (여기에 더 바란다면 예전 작품에서 느꼈던 향수를 현대에 맞게 승화시키는 것)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의도한 바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은 몹시도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1. 비비안 수는 후반부에 또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심지어 나올 기회도 있었죠!) 그냥 첫 장면으로 그치더군요. 까메오로 스치기에는 이 캐릭터가 후반부에 할 수 있는 일이 좀 있었을 것 같다는 점에서 아쉽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주)누리픽쳐스 에 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2011)

여전한 톰 아저씨의 가능한 미션 



톰 크루즈가 이던 헌트로 활약한지가 1996년부터이니 벌서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톰 크루즈라는 스타를 통해서 헐리웃의 대표 시리즈로 거듭나게 되었으며, 각 작품마다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톰 크루즈(이던 헌트)를 중심으로 매번 불가능하지만 결국 가능할 미션들을 소화해 왔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아이언 자이언트'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을 연출했던 브래드 버드가 감독을 맡아 더욱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는데, 과연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서는 충분한 매력과 감동을 선사했던 그가, 헐리웃의 최고 액션 시리즈 작품을 맡아 어떤 결과물을 탄생시킬 지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MI4'는 톰 크루즈가 왜 톰 아저씨인 동시에 헐리웃 최고의 액션 배우이자 진정한 스타인지를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픽사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브래드 버드의 작법이 은근히 담겨있어 더 매력적이었던 작품이었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일단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주목할 부분은 다시 '팀'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물론 바로 전작인 3편에서도 이러한 모양새를 보이긴 했었지만, 이번 작품의 팀웍은 좀 더 1편의 그것에 가까워졌다. 그렇게 되면서 좀 더 첩보물의 재미(작전의 재미)가 배가 되는 동시에, 이야기의 풍성함마저 얻게 되었다. 이제는 노련하다 못해 레전드 급 요원인 이던 헌트의 완벽한 작전 수행을 보는 동시에 이제 막 현장 요원 자격증을 얻게 된 요원과 아직은 깨끗하게 마무리 짓지 못한 개인적 사연을 갖고 합류하게 된 요원들과의 앙상블은 각각 다른 재미를 주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팀으로 귀환한 것에 더해 여기서만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유머들이 적절하게 배치된 것도 좋았다. 사이먼 페그가 연기한 '벤지' 역할은 딱 알맞은 정도의 비중이라 과한 감이 없었고, 폴라 패튼과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캐릭터들의 비중도 '팀'으로서 적절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이던 헌트와 카터 요원(폴라 패튼)과의 로맨스가 없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이 로맨스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스토리 구조였지만 ㅎ)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으....톰 아저씨 어떻게 ㅠ 난 못 봐 ㅠㅠ)


'미션 임파서블'을 보러 온 관객들이 기대하는 가장 큰 요소라면 역시 불가능할 것만 같은 미션에 도전하는 전문 요원들의 액션과 서스펜스에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고스트 프로토콜'은 아이맥스 포맷을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다. 특히 고층 빌딩 위에서 펼치는 묘기에 가까운 액션들을 비롯해, 로케이션이 변경될 때마다 장대하게 훑어내려가는 카메라 워킹은 아이맥스 화면에서 더욱 빛이 났다. 즉, 아이맥스라는 포맷의 장점을 작품이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을 보기 전 기사 등을 통해 접해들을 수 있었던 '톰아저씨의 기행'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듯 했다. 극장에서 느낀 바로는, 분명 아찔한 고공 액션을 펼칠 때 '우와~'하는 수준과는 다른 '어떻게......'하며 가슴 졸이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관객들은 이던 헌트를 보는 동시에 톰 크루즈를 보고 있었지만, 그것이 영화적으로 단점이 되기 보단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겠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 날 극장 밖의 날씨가 몹시 추웠던 탓에 극장 안 온도가 오히려 더 따듯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며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액션 시퀀스였다. 사실 전작들에 비하면 '고스트 프로토콜'의 미션들은 그 난이도와는 별개로 영화 속에서 미션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상당히 쿨해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즉, 하나의 미션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을 해가며 단계단계를 클리어해 가는 방식이 아니라, 단계를 최소화하고 미션 단위로 비교적 빨리 치고 빠지는 방식),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캐쥬얼하게 각 시퀀스들을 즐기고 다음을 맞이하고 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는 점인데, 바로 시리즈의 유명한 테마 음악과 함께 봇물처럼 진행되는 주인공의 뒤집기 혹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미션이 가능으로 바뀌는 바로 그 순간의 희열을 느끼기에, 영화는 이러한 틈을 주지 않고 있어 아쉬웠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전작들의 경우 테마 음악이 본편 중에 등장하는 순간의 장면들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바로 그러한 지점이 인상적이지는 못했다는 얘기.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브래드 버드가 연출을 맡았다고 했을 때는 기대보다는 우려되는 점들이 더 많았었다. 과연 그에게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옷이 잘 어울릴지 혹은 그가 멋스럽게 코디를 해낼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리즈 본연의 액션과 서스펜스는 그대로였고 (오히려 1편의 장점을 계승하는!),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도 그 연출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여기에 브래드 버드의 픽사 식의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브랜트' 캐릭터의 스토리, 그리고 무척이나 픽사스러웠던 엔딩까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이러한 엔딩을 만나자니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감정적인 것에 특히 약한 나로서는 이러한 픽사식의 엔딩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시리즈를 이어오며 성숙해진 이던 헌트에게도 제법 잘 어울리는 엔딩이기도 했고.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 폴라 패튼은 그녀의 전작들을 못 봐서인지 잘 몰랐었는데 무려 75년 생이시더군요!! 전 이런 시리즈에 흔히 등장하는 어린 나이의 모델 뺨치는 신인이 아닌가 했었거든요.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누님 ㅠ 저 같아도 누님처럼 창밖으로 차버렸을 거에요 ㅋ


2. 마이클 지아치노의 음악도 인상적이었어요. 픽사의 느낌과 JJ의 느낌을 모두 갖고 있는 그의 음악이 이 작품에서도 골고루 영향을 주고 있더군요.


3. 과연 톰 아저씨는 언제까지 이던 헌트로 활약할 수 있을까요! 오래오래 그래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아니면 제임스 본드처럼 제 2, 제 3의 이던 헌트로 거듭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지금같아서는 절대 톰 크루즈 없는 미션 임파서블을 상상할 수 없지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Paramount Pictures 에 있습니다.




2011 일본 큐슈 여행기 #2 _ 유후인, 그곳은 지상낙원


큐슈 여행 둘 째날은, 이번 여행의 유일한 계획이자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 유후인을 찾는 날이었다. 유후인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바로 '휴식'과 '여유'를 만끽하기 위함이었는데, 온천까지 즐겼다면 더욱 환상적이었겠지만 주머니 사정상 당일 코스로 다녀온 것 만으로도 이런 휴식과 여유를 느끼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유후인으로의 여행.





선스카이 호텔의 자태는 그야말로 마징가스러운데, 정말로 전망대가 열리거나 아니면 건물 자체가 갑자기 일어나 우뚝 설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객실이 조금만 더 넓었다면 하는 아쉬움만 제외하면 그럭저럭 가격대비 나쁘지 않은 곳이었음.






유후인으로 가는 특급열차 유후인노모리를 타기 위해 어스름한 아침 일찍부터 호텔을 나섰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까마귀 우는 풍경은 일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일듯.







토요일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인적이 드문 고쿠라역 근처. 우린 항상 일본가서도 일본인들도 잘 안하는 짓들을 하는게 특징 ㅋ 별로 관광객스럽게 다니지 않는 것이 포인트 ㅋ













하카타 역으로 가기 위해 열차에 승차. 일본은 자주 얘기하지만 그야말로 열차의 천국! 일본을 상징하는 이미지 중 대표이미지이기도 하다. 다양한 열차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에 그래서 조금 편한 측면도 있는데, 굳이 관광객이 아니더라도 열차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일본인들도 항상 주변에 있기 때문.






하카타 역에서 잠시 시간이 남아 근처를 둘러보았는데, 확실히 고쿠라 역과는 다른 풍경. 좀 더 규모가 있고 사람들도 더 북적이는 모습이랄까. 건물에 쇼핑몰도 있고 다양한 가게들이 많았는데 시간 관계상 그냥 슬쩍 구경만 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영화를 볼 예정은 아니었지만 그냥 반가운 마음에 무인 시스템을 이리저리 눌러보기도 ㅋ 예전에 한 번 무인발권기를 통해 예매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술술 한 번에 잘 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건 이 때 상영중인 영화를 모두 이미 본 작품이었다는 것. 우리 영화 '7광구'를 비롯해 '머니볼' 등이 상영중이었음.








드디어 눈 앞에 등장한 유후인노모리! 무언가 굉장히 클래식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확실히 특색이 있는 열차였는데, 역시나 모두에게 인기가 대단했다! 전혀 느낌은 다르지만 왠지 999호를 연상시키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유후인이라는 곳에 걸맞게 잘 짜여진 테마 열차라는 느낌이었다.







내부도 외부의 컨셉과 크게 다르지 않는 통일된 느낌으로 아늑하고 따듯한 분위기였다.





하카타 역에서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가면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재미라면 역시 도시락! 하카타 역에는 이렇게 열차에서 먹거나 선물용으로 좋은 도시락을 파는 가게들이 참 많은데, 오히려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침을 안먹고 나온터라 조금 든든한 메뉴로 결정!







2시간여를 달려 유후인 역에 도착! 아,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예정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좋아도 너무 좋은 날씨였다. 유후인의 멋진 풍경을 파란 가을 하늘이 완성해주고 있었다.








가운데 난 큰 길을 주욱 따라가다보면 양 옆으로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계속 만나볼 수 있었는데, 하나 같이 들어가보고 싶게끔 생긴 곳들이었다. 적당히 시간을 봐가며 가게들을 선별하여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일본을 다니다보면 각 동네마다 조금씩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는 토토로와 원피스를 제외한다면 이곳 큐슈는 호빵맨이 대세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호빵맨과 세균맨을 만나볼 수 있었음!





이 곳은 고양이를 비롯해 반려동물용 아이템들을 직접 조각해서 만들어주는 가게였는데, 주인 아저씨가 어찌나 유쾌하고 말씀이 많으신지, 딱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같은 모습이셨다 ㅋ








우린 일부러 사람들이 많은 틈을 벗어나 조금 뒤에 출발한 탓에 올라가는 길이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주말이라 그런지 전반적으로는 사람이 많기는 했음.





아, 사진만 봐도 다 이 길을 걷고만 싶구나 ㅠ







이 가게는 온통 고양이 관련 제품들로만 채워진 가게였는데, 그야말로 고양이 천국이었다 ㅠ 이 가게에서 아무것도 안사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려울 정도! 참고로 바로 옆에는 강아지 관련 제품만 파는 가게가 세트로~







그렇게 쭉~ 길을 따라 걷다보니 드디어 도착한 긴린코 호수. 사진에서 보던 바로 그 곳이었다!









호수를 삥 둘러 뒤 쪽 길로 걸어 다시 입구로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이 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정말로 한적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샤갈 미술관에 있는 커피숍에서 여유있게 커피를 한 잔 하려했으나 자리가 없어서 조금 기다리다가 다시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유후인을 구경하다가 어느 한 카페에 들어가 아메리카노와 아이스아메를 시켰는데, 첫 째날 모스버거에서 마신 아이스아메도 그랬지만, 일본 카페에서 나오는 UCC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특히 맛이 진해서 좋았다. 물론 따듯한 아메리카노 역시 이 고즈넉한 풍경과 딱 맞아떨어지는 깊은 맛이었다. 정말 천국이 따로 없는 여유로운 순간~









유후인에 가면 꼭 먹어야 할 대표적인 먹거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금상고로케'인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가게라는 곳을 찾아 맛을 보았다. 친절하게 한글 프린트로 '진짜 금상고로케'라고 ㅎ






그렇게 유후인에서 보낸 짧지만 여유로왔던 시간을 마치고 다시 역으로 돌아왔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에게 들었던 정보가 떠올랐다. 역에서 100엔을 내면 간단하게 족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얘기였는데, 마침 열차시간도 남아있어서 역의 끝쪽으로 가보니 조그맣게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번 일본 여행을 통틀어 이 순간이 가장 평화롭고, 여유롭고, 천국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 순간에도 나중에 이 순간이 이 정도의 추억이 될 줄 직감적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였는데, 얼마나 '좋다~' '지상낙원이야 ㅠㅠ' 등등의 얘기를 자주 했었는지 모른다. 그저 역에서 발을 잠깐 담근 것 만으로도 이 정도의 평화로움이 느껴지는데, 만약 온천을 본격적으로 즐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무한한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꼭 다음에 오게 된다면 돈을 모아서라도 유후인의 온천을 제대로 즐겨봐야겠다 라는 결심도 했고.







그렇게 유후인에서의 일정은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마도 그 짧은 시간에 느낀 행복감으로서는 최고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아...다시 가고 싶은 지상낙원 '유후인'이여~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미래는 고양이처럼 (The Future. 2011)

미란다 줄라이의 사실적 미래



미란다 줄라이가 돌아왔다. 2005년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위 노'을 통해 강한 인상을 주었던 감독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녀가 2011년 신작 '미래는 고양이처럼 (The Future)'로 돌아왔다. 미란다 줄라이라는 브랜드가 국내에서는 그리 대중적이지 못한 탓에 씨네큐브 영화제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에 뒤도 돌아볼 것 없이 예매해, 일찌감치 (혹은 사실상 마지막일지도 모를) 극장에서 만나보게 되었다. 'The Future'로 돌아온 미란다 줄라이는 여전히 이상했고, 또한 여전히 그 겉으로 보여지는 이상함과 낯선 가운데 공감대가 느껴지는 진심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도 여전히 그러했다.



ⓒ Razor Film Produktion GmbH . All rights reserved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오래된 커플인 제이슨과 소피는 입양을 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할 운명에 놓인 병든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바로 집으로 데려갈 수 없고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꾹꾹이'와 함께 하는 날을 기다리는 한 달의 시간을 다르게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다니던 직장들도 관두고 인터넷마저 끊고는 새로운 생활을 시도한다.


바로 이 한 달 동안 제이슨과 소피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 일들이 바로 앞서 이야기한 이상함을 대변할 수 있겠다. 사실 일반적인 내러티브로 따지자면 이 둘이 겪는 일들은 굉장히 이상한 일일 수도 있는데, 미란다 줄라이의 세계라는 것을 가정한 탓인지 영화 속 제이슨과 소피가 겪는 이상한 일들에 크게 흔들릴 것 까지는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이상한 일'로 통칭하고 있는 일들이, 다른 영화들처럼 본의아니게 닥친 일들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자의적 일들이라는데에 차이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영화의 포인트는 이런 이상한 일들을 겪으며 이들이 어떻게 변해가는 가에 대한 것 보다는, 왜 제이슨과 소피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 가를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그들이 꿈꾸던, 꿈꾸었던 미래(The Future)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끔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이상한 것들 가운데서도 전해졌던 미란다 줄라이의 진심이었다.



ⓒ Razor Film Produktion GmbH . All rights reserved


확실히 미란다 줄라이는 감독으로서도 좋지만 비디오 아티스트와 작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때 좀 더 장점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 작품에서 역시 그녀만의 상상력과 감성을 덜어내지 않고 담아낸 후반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미래'라는 영화의 제목 답게 시간과 공간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다루는 장면에 있어서는, 이 영화가 단순한 소품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의 채팅 장면처럼 이후에도 그녀를 떠올릴 때 연상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무언가 전하려는 메시지나 감성 없이 단순히 이질감이 느껴지고 특이하다 라는 것만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그 곳에 머물렀겠지만, 미란다 줄라이의 '미래'에는 그 이상을 느낄 수 있었다.



ⓒ Razor Film Produktion GmbH . All rights reserved


1. 미란다 줄라이는 참 파마머리를 좋아하는 듯 싶어요. 전작에서도 그랬었고 유독 주요 인물들이 동그랗게 머리를 말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죠.


2. 영화 속 꾹꾹이의 대사는 역시나 그녀가 맡았더군요. 이런 녹음을 하면서 혼자 얼마나 재미있어 했을까요? ㅎ


3. 계속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영화처럼 글을 썼지만, 사실 굉장히 현실적이라 쓸쓸하기까지한 작품이었어요. 특히나 연인 사이를 묘사하는 것에 있어서는 말이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Razor Film Produktion GmbH 에 있습니다.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 (The Adventures of Tintin: The Secret of the Unicorn)

인디아나 존스식 스필버그 어드벤처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피터 잭슨이 제작을 맡은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었던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을 보았다. '틴틴'의 원작 만화는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다행히(?)도 원작을 읽지 않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영화 관람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어드벤처의 정석이라고 할 만큼, 어드벤처 영화 혹은 작품이 가져야할 거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고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 때문인데, 원작을 읽지 않은 나로서 '어드벤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다름 아닌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보게 된 '틴틴'은 분명히 '인디아나 존스'가 아주 직접적으로 연상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별로였다는게 아니라 그래서 더 좋았던 경험이었다.



ⓒ Amblin Entertainment . All rights reserved


자꾸 '인디아나 존스'와 비교하게 되 원작 팬들에게는 미안한 감이 있지만, 원작이 아닌 스필버그의 영화를 먼저 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인디아나 존스'였다. 그냥 모험을 강조하고 유사한 내러티브가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디테일한 설정과 캐릭터 그리고 배경에 이르기까지 스필버그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예 스필버그가 직접 연출을 맡았으니 이건 뭐 말 다했다. 즉, 스티븐 스필버그는 원작이 들려주려는 모험적 정서를 자신이 이전에 펼쳤던 인디아나 존스식으로 풀어내는데에 부담을 느끼는 것 대신, 오히려 더 인디아나 존스스럽게, 원작이 담고 있는 정서와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작품이 놀랍도록 맞아 떨어진다는 걸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을 접하지 않은 스필버그의 팬들이 본다면 '틴틴'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스필버그 영화인 동시에, 원작 팬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틴틴' 본연의 색채는 그대로인 영화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 Amblin Entertainment . All rights reserved


스필버그는 본래 이 작품을 실사화 하기를 원했다고 하는데 결국 영화화는 피터잭슨과 웨타 디지털 그리고 앤디 서키스가 함께한 '이모션 3D' 작품으로 탄생했다. 단순한 동작 만을 애니메이션화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표정 연기나 감정까지 최대한 애니메이션화하는 '이모션 캡쳐' 기술을 통해 탄생한 '틴틴'의 영상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점에 놓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실사 같아 느껴지는 위화감 보다는 넓은 의미의 애니메이션으로서 느껴지는 흥미로움이 더욱 컸다. 애니메이션으로서 느껴지는 장점과 매력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본래 스필버그가 기획했던 것처럼 실사로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더더욱 '인디아나 존스'가 연상되지 않았을까도 싶지만, 따지고 보자면 이모션 3D로 탄생한 '틴틴'을 떠올려 봤을 때 실사 영화로 만들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즉,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틴틴'은 만화적인 상상력이 최대한 동원되었다기 보다는 실사 영화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의 장면이나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 Amblin Entertainment . All rights reserved


결론적으로 '틴틴'은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식 어드벤처 영화의 열혈 팬으로서 역시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새로움 보다는 종합선물세트식을 선택했지만 나쁘지 않았고, 여전히 하나의 추격이나 탈출 시퀀스가 끝날 때에는 '휴~'하며 한숨을 돌리기에 충분했으며, 틴틴이 단서들을 조합하여 퍼즐의 조각을 맞춰갈 때엔 '어쩜 저럴 수 있지!'라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호오~'하며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라 이 부분에서도 리듬과 속도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은 이 시리즈를 3부작으로 기획하고 있다는데, 두 번째 작품은 피터 잭슨이 연출할 예정이라니 스필버그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줄지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1. 음악까지 존 윌리엄스가 맡고 있다보니 더 인디아나 존스 같았어요. 특히 모로코에 도착했을 때 흐르던 아랍풍의 스코어는 완전히 '레이더스' 더군요. 눈감고 들었다면 착각했을지도 ㅎ


2. 예전 '인디아나 존스'를 처음 본 유럽사람들이 모두 다 '땡땡'을 떠올렸다는 말은 100% 수긍되더군요.


3. 3D로 보았는데 효과가 과하지 않고 편안한 수준의 관람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Amblin Entertainment 에 있습니다.






영화/음악 관련한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직접 배우들을 만나거나 하는 기회를 종종 얻게 되는데요, 영화 제작발표회의 경우 대부분 평일 근무시간에 진행되다보니 직장인인 저로서는 참석하기가 쉽지 않아 자주는 참석 못하곤 했었죠. 하지만 더 큰 이유라면 피 같은 반차나 연차를 내고 갈 만큼 좋아하는 강도가 강한 경우가 많지 않아서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저의 반차를 사용하게 한 일이 바로 이번 주 화요일에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이민정 님이 나오는 새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제작 발표회에 초대된 것이죠! 사실 최근 회사일이 굉장히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터라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과감하게 반차를 낼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이민정이라는 배우의 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봐도 이 짧은 1시간 여의 '알현'을 통해 제가 얻은 것은, 반차로 잃어버린 그 무엇보다 강력한, 그리고 그 잃은 것을 모두 그 이상으로 복귀시킬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기에, 아쉬움이나 후회 따위는 없는 매우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블로거로서 초대되었는데 1층에는 주로 기자분들이 자리잡고 저는 2층에 자리를 잡았어요. 나중에 1층에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그냥 2층에서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1층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니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래된 카메라로 2층에서 이 정도로 사진을 남긴 것에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ㅋ





제작발표회의 사회는 컬투 두 분이 보셨는데,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분이 컬투 쇼의 작가 분이시더군요. 그리고 영화에도 컬투 두 분이 출연도 하신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민정님과 배우분들 등장. 자, 이때부터 제 셔터는 정신줄을 놓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정진씨와 이광수씨도 제작발표회에 함께 했는데, 저에겐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감정은 없어요 ㅋ








2층에서 찍은 사진이라 눈을 맞출 수 있는 정면 사진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직접 두 눈으로 이민정 님을 볼 수 있었다는데에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ㅋ 최근 일이다 사무실 이사다 해서 너무 피곤했었는데, 이 한 시간으로 안구가 말끔히 정화되었습니다. 이 후부터는 말이 필요없으니 사진으로 쭉 감상하시죠. 사진은 현장의 자체 발광을 약 15% 정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이 허접한 카메라에도 짧은 시간에 아주 다양한 표정을 선사하신 이민정느님!!!














제작발표회의 마무리에는 간단한 포토 타임이 있었습니다. 좌측, 정면, 우측. 2층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ㅋ













나름 글을 주저리주저리 많이 쓰는 편인데, 이 포스팅 처럼 글이 없는 경우는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즉, 말이 필요없다는 얘기!!!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다시 되돌아 보는 마이클 잭슨의 삶


마이클 잭슨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의 죽음이 속보로 전해지던 그 날의 먹먹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니 먹먹하다기 보다는 실감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내 인생의 아티스트이자, 영웅.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는 나오지 못할 불세출의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이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깊은 슬픔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한 동안 실감하지 못했던 그의 죽음은 이후 영화로도 선보였던 '디스 이즈 잇'을 통해 비로소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는데, '디스 이즈 잇'은 공연 실황에 가까운 작품이었기 때문에 슬퍼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생한' 그의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었던 경험이기도 했었다. 이후 마이클 잭슨의 삶을 제대로 조명해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었는데, 오늘 소개할 이 다큐멘터리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콘'은 그가 떠난지 2년이 된 지금, 그와 가장 가까웠던 가족과 친구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King of Pop' 마이클 잭슨은 물론, 어린이 밴드 '잭슨 5'의 리드 보컬로서의 어린 마이클 잭슨 그리고 한 어머니의 아들로서의 마이클 잭슨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아주 의미 깊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콘'은 마이클 잭슨의 친구로서 그를 지켜본 이 중 한 명인 데이비드 게스트가 제작을 맡은 작품인데, 세상이 마이클 잭슨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부분들 혹은 오해는 풀렸지만 크게 보도된 의혹과는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진실들과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친구로서 바라본 마이클 잭슨의 소소한 면면 들 까지 아낌없이 이 작품에 풀어놓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마이클 잭슨이 죽던 날, 그 날부터 시작된다. 그리고는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그의 부모인 조셉과 캐서린의 만남 그리고 마이클 잭슨이 태어나던 그 때로 돌아가 차근차근 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작품의 내용은 그의 팬들이라면 아마도 한 번쯤 찾아보았을 1992년 미국에서 방영한 TV시리즈 'The Jacksons: An American Dream (국내 방영제목 – 잭슨 가의 사람들)'과 상당부분 겹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잭슨 가의 사람들'을 본 이들이라면 그의 어린 시절이나 잭슨 5 시절의 에피소드들, 그리고 모타운에서의 성공과 솔로로 홀로서던 때의 일 등 이미 익숙한 이야기들을 이 작품을 통해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잭슨 가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보태보자면, 마이클 잭슨의 팬으로서 TV시리즈 '잭슨 가의 사람들'은 상당히 유익했고 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은데, 국내에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것을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참고로 이 작품에서 마이클의 어머니인 캐서린 잭슨 역할로는 안젤라 바셋이 출연했었고, 재키 잭슨 역할로는 테렌스 하워드가 모타운의 사장 베리 고디 역할로는 '스타워즈'의 랜도 역할로 출연했던 빌리 디 윌리엄스가 출연하고 있다.






다시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콘'으로 돌아와 잭슨 5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잭슨 5는 단순히 마이클 잭슨이 어린 시절 활동했던 밴드 정도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당시 최고의 인기 밴드이자 만약 마이클 잭슨이 솔로로 독립하여 지금처럼 팝의 제왕이 되지 않았더라도 당시의 흑인음악과 모타운 레코드를 논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할 만큼 비중 있는 밴드이며,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었던 밴드이기도 하다.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콘'에서는 당시 형제들과 함께 잭슨 5의 세션으로 활동했던 멤버들과 모타운의 소속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당차고 재능 넘치고 누가 봐도 물건이었던 꼬마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시 최고의 스타이자 잭슨 5가 불러 더욱 유명해진 곡 'Who's Lovin' You'의 원곡자인 스모키 로빈슨을 비롯해, 디온 워윅, 마샤 리브즈 등의 인터뷰에서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꼬마' 마이클 잭슨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들이 마이클을 떠올리며 이야기할 때의 눈빛을 보면 아직도 그를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선배 혹은 어른의 그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다큐는 기존 잭슨 5 시절을 다룰 때 비중 있게 다루던 모타운 레코드의 사장 베리 고디 대신, 잭슨 5가 진짜 물건이란 사실을 감지하고 강력하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숨은 조력자 바비 테일러의 인터뷰와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담고 있다. '바비 테일러와 더 뱅쿠버스(Bobby Taylor & The Vancouvers)'의 리더였던 그는 자신의 그룹보다도 잭슨 5의 지원에 매달릴 만큼, 잭슨 5가 모타운으로 입성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었으며 이후 모타운에서의 활동에서 역시 'Love Comes in Different Flavors' 'Listen I`ll Tell You How' 등의 곡을 프로듀싱 및 작곡 하기도한 인물이다. 베리 고디 대신 바비 테일러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베리 고디가 잭슨 5에게 미친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잭슨 5를 완벽한 상품으로 끌어냈던 베리 고디와 이후 점점 더 뮤지션을 꿈꾸던 잭슨 5와의 갈등을 여기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바비 테일러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완전히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데이비드 게스트가 선택한 사람들의 주관적 입장만을 담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판단은 각자의 몫이며 이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는 저메인 잭슨이나 베리 고디,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모타운 시절에 대한 이야기들은 지인들의 인터뷰가 훨씬 더 마이클 잭슨의 편에 서 있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최고의 뮤지션이었던 마이클 잭슨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인간 마이클 잭슨에 대한 깊은 애정과 추억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또한 그를 사랑했던 팬의 입장에서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공감하고 귀를 기울일 수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이클의 성형에 관한 논란이나 이후 약물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그 간 팬들 사이에서 알려졌던 것과는 다른 시선의 내용들(성형 중독 및 약물 중독 등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둔 부분)을 담고 있어, 좀 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렇듯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동안 언론을 비롯해 그를 시기하고 끌어내리려던 사람들의 거짓된 정보와 험담, 음모가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는지 역시,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This Is It'의 논란에 당사자인 폴 앵카는 직접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잭슨 5 시절의 이야기와 솔로로 독립하여 역사를 새로 쓴 성공의 이야기를 지나 마이클 잭슨을 끊임없이 괴롭혔고 사실상 죽음에 까지 이르게 했던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이클 잭슨의 지인들은 물론 그의 팬들에게는, 조금 심하게 얘기해서 다른 범죄는 몰라도 그가 아이들에게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이 재판과 이를 둘러싼 더러운 일들에 있어 조금의 의심조차 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마이클의 어머니를 비롯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 과정 속에는 근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강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꼭 그의 지인이나 팬이 아니더라도 마이클 잭슨이라는 한 사람을 두고 벌이는 이 추악한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토하고 싶을 정도로 심한 역함을 느낄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너무 쉽게 사람들을 믿었던 마이클 잭슨과 이를 노리고 앞다투어 달려든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이 모두를 냉정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또 다시 누군가를 믿어 더 큰 상처를 받게 된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이렇게 영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이 음모 가득한 성추행 사건을 겪으며 마이클 잭슨이 당한 충격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것이었다. 여린 마이클 잭슨이 당해내기에는 너무 가혹한 일이었고,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지?'라는 물음에 답을 찾지 못했던 마이클은 결국 세상의 가혹한 조롱과 음모에 조금씩 숨을 잃어갔다.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그 오랜 싸움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던 그 순간에도 전혀 기뻐하거나 조금의 동요를 느낄 기력조차 없었을 만큼 이미 많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특히 그의 어머니와 형인 티토 잭슨 그의 전기를 쓰기도 했던 랜디 타라보렐리가 전하는 당시 마이클 잭슨의 심정을 듣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을 넘어서 그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당시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의 무죄에 대해 주변에 얘기하는 것 밖에는 없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마저 느껴진다.





최근 마이클 잭슨의 죽음이 의사의 과도한 약물 처방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는데, 언제나 그렇지만 언론은 의혹은 크게 보도하고 진실은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저 성추행 문제만 해도 모두 무죄로 밝혀졌고 이를 둘러싼 음모까지 수면 위로 밝혀졌음에도 아직도 마이클을 범죄자로 생각하는, 또한 죽음에 있어서도 자살이라고 알고 있는 대중들이 많다는 것은 결국 끝까지 마이클 잭슨에게 진실되지 못했던 언론의 책임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당시를 이야기하던 그의 친구들은, 이제 그가 세상에 남긴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화려한 퍼포먼스 때문이었지만, 점점 더 그의 음악에 대해 알아갈 수록 그가 음악을 통해 세상에 전하려던 메시지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떠난 지금, 갈수록 더 그가 남긴 메시지를 떠올려 보는 날들이 많아졌다. 마이클 잭슨은 음악으로 사랑과 평화를 세상에 전하려 했다. 상당히 추상적인 표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마이클 잭슨은 제 3세계에 고통 받는 아이들, 그리고 전세계에 가난과 병으로 아파하는 아이들, 환경파괴로 아파하는 지구 그리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 대해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다.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서도 물론 많은 곡들을 불렀지만, 마이클 잭슨 만큼 범인류적인 사랑과 평화에 대해 노래하고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한 아티스트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마이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소중한 생명과 더 나은 삶을 얻게 되었고, 간접적으로는 더 많은 이들이 그의 노래를 통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아주 어린 시절 'Man in the Mirror'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사회적인 면들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처음 인지하게 되었던 것 같고, 이후에도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통해 제 3세계, 고통 받는 아이들에 대해 처음 인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마이클 잭슨이 세상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Blu-ray : 메뉴





Blu-ray : Picture & Sound Quality


1080p의 블루레이 화질은 영상의 대부분이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다지 흠잡을 것 없는 화질으로 볼 수 있겠다. 인터뷰 영상과 스틸 컷 이미지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종종 잭슨 5 시절 라이브 영상을 비롯해 마이클 잭슨의 콘서트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HD급의 화질로 수록된 것은 아니지만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감상에 큰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다.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특별히 부각되지는 않는다. 중간중간 콘서트 영상들이 삽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운드적인 장점이 발휘되지는 않으며, 전반적으로 깔끔한 사운드로서 인터뷰 전달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본편에 미처 다 수록되지 못한 인터뷰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마이클 잭슨의 어머니인 캐서린 잭슨과 형제인 티토 잭슨, 레비 잭슨의 인터뷰가 추가로 수록되었고, 그 밖에 본편에 등장하고 있는 여러 인물들의 추가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본편에는 없는 완전히 새로운 추가 인터뷰가 수록된 것이 아니라, 본편에 수록된 인터뷰 영상의 풀 버전 격으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총평] 마이클 잭슨의 어머니인 캐서린 잭슨을 비롯해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King of Pop' 이자 여린 한 인간이었던 마이클 잭슨의 삶을 차근차근 조명해 보는 다큐멘터리 '더 라이프 언 아이콘'은, 잭슨 5를 비롯한 마이클의 어린 시절 그리고 이후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던 성추행 사건을 사실상 '만들었던' 이들의 음모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다만 몇몇 인물의 인터뷰 내용에 있어서는 판단에 더욱 신중함이 필요한 것도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마이클 잭슨의 팬으로서 아마도 앞으로 계속 마이클 잭슨의 이름으로 나오게 될 모든 작품들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일 터. 우리에게 자신을 둘러싼 일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해주었을 마이클의 존재가 더 그리울 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무협 (武俠 Swordsmen, 2011)

두 가지 토끼를 잡으려 든 진가신의 모험



'첨밀밀'과 '명장'을 연출했던 진가신 감독이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와 함께 만든 영화 '무협'은, 일단 제목 자체가 무협이었기 때문에 주로 드라마타이즈에서 장점을 보여주었던 진가신 감독이 어떻게 연출할지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물론 '명장'은 괜찮은 작품이었고 인상적으로 보았지만 리메이크 작품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무협'이라는 본격적인 제목 탓에 '과연~' 이라는 궁금증을 더욱 갖게 했던 것이다. 거기에 견자단, 금성무, 탕웨이라는 배우들의 면면도 한층 기대를 돋구게 했으며, 무엇보다 왕년에 쇼브라더스 영화를 이끌었던 왕우가 출연한다는 점도 예전 쇼브라더스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었다.



ⓒ NEW. All rights reserved


진가신 감독은 정통 무협 영화를 그리는 대신에 일명 'CSI'식 과학수사가 곁들인 수사/추리물을 접목하였다. 이는 노골적인 인트로 영상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데, 영화 초중반까지는 극중 형사로 나오는 금성무의 주도하에 이런 과학수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 같이 수사가 중심이 된 홍콩 영화로는 유덕화가 출연했었던 '적인걸 : 측전무후의 비밀, 2010'을 들 수 있을 텐데, '무협'의 수사과정은 좀 더 CSI스러운 과학수사 측면에 이 과정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린 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점이었다. 초중반까지 영화는 이런 흐름을 유지하다가 포커스가 좀 더 견자단이 연기한 '진시'로 옮겨가면서 정통적인 무협물에 가까워진다. 정통적인 무협물이라는 얘기를 반대로 하자면, 매우 익숙한 패턴으로 이어진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런 흐름에 있어서 초반 부의 과학수사 장르가 신선한 장점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큰 매력보다는 흐름에 집중할 수 없는 곁가지가 될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를 듯 하다.



ⓒ NEW. All rights reserved


사실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영화도 이 자체를 크게 중요한 반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 하다), 영화 제목이 '무협'이고 견자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맡은 역할이 정말로 아무런 힘도 무공도 없는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진시'가 실제 고수인가 아닌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되는데, 반대로 고수가 아닌 평범한 '진시'의 삶을 묘사하는 데에도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으며, 나중에 커밍아웃 하는 장면에서도 카타르시스보다는 밋밋함이 느껴졌다. 차라리 좀 더 '진시'의 입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갈등과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숨기지 않고) 좀 더 풍부한 텍스트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 NEW.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협'에는 전설의 스타 '왕우'가 출연하고 있는데, 일단 왕우와 견자단의 결투 시퀀스라니 이것만으로도 무협 팬들에게는 기대하기 충분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사실 이것도 왕우가 주연한 쇼브라더스 영화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그 장면과 설정이 있어서 좀 더 이 영화가 왕우 팬들에게는 인상적인 영화가 될 듯 하다.



1. 아래 스틸컷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확실히 예전의 그 눈매와 얼굴이 남아있더군요. 전설의 스타로서 앞으로도 계속 작품들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NEW. All rights reserved

2. 영화와는 별개로 '류씨'들이 사는 이 마을의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특히 마을 사람들이 주로 노래로 감정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풍습(방법?)은 영화의 색다른 리듬을 주더군요.

3. 탕웨이는 아름다운데 생각보다는 비중이 많지 않더군요.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좀 한정된 캐릭터였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NEW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