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였나 지지난해 였나 HP노트북으로 처음 노트북 유저가 된 뒤 (생각보다 상당히 늦게 노트북을 구입한 편이었죠;;), 한 동안 잘써오다가 경제적 난을 이유로 지난해 다시 판매를 결정, 한 동안 노트북 없이 노트와 펜으로 각종 회의 및 미팅을 연명하기를 수개월.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새로운 맥북에어 모델의 출시소식과 함께 정말 어렵게 다시 한번 카드회사의 힘에 의지해 고민고민 끝에 구매결정. 8월 17일이 예정일이라 (무슨 애 나오는 것도 아닌데 예정일타령;;)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혀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던 어제 유난히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택배아저씨의 우렁찬 호명과 함께, 제 두 번째 노트북이자 첫 맥북인 뉴 맥북에어 13인치가 도착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사실 노트북 없이 사는 동안 새로운 맥북에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에 구매를 하는 것이 기정사실이기는 했는데, 다만 11인치와 13인치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이 구매 하루 전날까지 있었죠. 저희 회사에는 워낙에 맥북 사용자가 많아서(많다기 보다는 거의 다죠) 11인치, 11인치 업그레이드, 13인치 를 두고 투표도 받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는데, 사실 집에 가는 길까지만 해도 11인치로 마음을 굳혔었다가 밤이 되어서 막상 주문할 때는 (밤이라 센치해진 탓인가;;) 결국 13인치를 선택하게 되었죠. 모든 지름이 그렇듯 지른 이후에는 무언가 큰 짐을 내려놓는 듯한 영혼의 가벼움과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나날들에 대한 쓸쓸함이 동시에 들었지만, 후회는 없었습니다!



13형 : 128GB

  • 1.7GHz 듀얼 코어 Intel Core i5 프로세서
  • 4GB 메모리
  • 128GB 플래시 메모리
  • Intel HD Graphics 3000
  • Lion 기본 탑재




얇아요. 얇아. 케익이라도 잘랐어야 했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맥북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미처 이벤트를 준비 못했네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거라는 말은 하지마세요. 이 이벤트는 배송 당일에만 가능합니다 (즉, 심리적으로 몹시 흥분상태일때만 가능)






맥북은 물론 맥북에어를 처음 써보는 거라, 아니 이렇게 얇은 노트북은 처음 써보는 거라 사용 초반 몇달 사이에는 손을 많이 베는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암요.






일단 이 디자인적인 아름다움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군요. 기껏 맥북 사놓고 윈도우 까는 사람들이 이해가 갈 정도의 디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터치 패드도 처음 써보는터라, 한동안 손가락 사용법을 열심히 연마하게 될 것 같네요.





이리봐도 얇네요. 유일한 단점이라면 너무 압도적으로 알흠다운 탓에 너무 조심조심 쓰다가 내가 맥북을 사용하는게 아니라 맥북이 나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정도겠네요.





좋습니다. 긴 말이 필요없어요. 과일도 사과보다는 배를 좋아하는데, 배는 너무 비싸기도 하고 앞으로는 사과를 자주 먹어야겠어요.





왼손으로 맥북에어를 들고 오른 손으로는 아이폰으로 사진 촬영을 동시에 해도, 왼손에 실핏줄 하나 서지 않을 정도의 가벼움. 이 사진은 그렇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도 모르게 촬영되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맥북에어와 함께 할 나날들이 두근두근 하네요!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클린트 이스트우드 다큐멘터리 _ The Eastwood Factor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10년작 '히어애프터 (Hearafter)'는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와는 또 다른 의미로 그의 현재를 발견하고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스스로 정리하는 정말 위대한 작품이 '그랜 토리노'였다면 '히어애프터'는, 80이 넘은 이스트우드가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식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작품이었다. 여기서 '히어애프터'에 대해 다시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오늘은 '히어애프터'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수록된 다큐멘터리 'The Eastwood Factor'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사실 극장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던 작품이라 블루레이도 일찌감치 구매하려고 했었지만, 1시간 20분이 넘는 분량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수록된다는 사실에 더 따져볼 것도 없이 바로 구매하였고, 이 부가영상만으로도 충분히 값은 하는 타이틀이 되었다.





'The Eastwood Factor'는 이스트우드와 워너 스튜디오와의 인연, 그리고 그가 보고자랐던 워너의 예전 작품들, 배우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가 소개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를 보면, 그가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들과의 연관성을 떠올려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신인시절 작품인 TV시리즈 '매버릭 (Maverick, 1959)'과 '로하이드 (Rawhide, 1959~1965)'의 출연 장면도 만나볼 수 있는데, 물론 신인 특유의 어색함이 없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그가 이후에 보여준 느낌들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짧지만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다큐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그의 필모그래피의 순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 '더티 해리 (Dirty Harry, 1971)' 시리즈를 비롯해, 그의 또 다른 흥행 시리즈였던 세르지오 레오네와의 작품들, 그리고 그의 또 다른 대표 캐릭터를 엿볼 수 있었던 서부 영화의 출연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더티 해리'와 '무법자 조시 웨일즈 (The Outlaw Josey Wales, 1976)'의 이야기를 특히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스튜디오 한 켠에 그의 모든 출연작에서 그가 입었던 의상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는 곳을 잠시 보여주는데, 워낙에 인상 깊은 캐릭터여서인지 의상만 보아도 어떤 작품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브론코 빌리 (Bronco Billy, 1980)'는 이전 그가 보여주었던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성향의 캐릭터였다. 조금 다르게 얘기하자면 캐릭터 자체는 별로 변하지 않았는데, 이를 둘러싼 상황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달까. 오랑우탄과 함께 출연한 '더티 파이터 2 (Every Which Way But Loose, 1978)' 는 주위에서 모두가 말렸던 작품이었지만 오히려 그의 최대 흥행작 중 하나가 된 이색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페일 라이더 (Pale Rider, 1985)'에서 그는 세르지오 레오네와의 3부작 이후 만나볼 수 있었던 '부활'의 테마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또한 '가족'이라는 테마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포레스트 휘태커가 찰리 파커를 연기한 '버드 (Bird, 1988)'는 평소 재즈에 조예가 깊었던 그의 깊이는 물론, 애정이 수준급의 연출력으로 잘 빚어진 작품이었다. 참고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여러 작품에서 직접 영화 음악을 작곡하거나 연주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걸작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 1992)'. 이 작품은 크린트 이스트우드 스스로가 자신이 만든 영웅담과 장르적 특성을 더 깊은 깊이로 뒤집는 대단한 작품이었는데, 모건 프리먼, 진 핵크만 등의 명연기가 이를 더했다. 폭력의 회환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이 보다 더 좋은 스토리텔링과 이 보다 더 적합한 배우 (캐릭터)가 있을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이후 이런 경향은 '그랜 토리노'에서 완전한 종결을 이룬다.




사실 아주 어린 시절 보았던 '퍼펙트 월드 (A Perfect World, 1993)'는, 단순한 기억에 감동은 있지만 너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작품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다큐를 보니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를 리얼타임으로 본 첫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처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 배우도 드문데, 그 중 가장 의외(?) 였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일 것이다. 연출과 주연을 함께 맡은 이 작품에서 그는 메릴 스트립과 함께 애틋한 로맨스와 여운을 깊이 남겼다. 이 작품 역시 개인적으로는 '퍼펙트 월드'와 같은 이유로 다시 보고 싶은 작품.





숀 펜, 케빈 베이컨, 팀 로빈스 등이 출연한 걸작 '미스틱 리버 (Mystic River, 2003)'는 피할 수 없었던 운명 속에 처한 세 주인공들의 관한 이야기였고, 힐러리 스웽크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2004)'는 복싱 영화가 아니라 부녀간의 정을 그리려고 했던 여운 깊은 휴먼 드라마였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역시 얼핏 보기엔 굉장히 일반적이고 흔한 성공과 실패, 뒷이야기가 아닌가 싶지만, 이것보다는 부녀간의 이야기로 그리려던 그의 의도에 충실해보자면 오히려 극 속에서 복싱이 사라진 뒤에 진정한 영화의 깊이가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 2006)'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또 다른 도전작이었다. 그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그와 반대편에선 자들의 시선으로 그려보려 했고, 자국어인 영어가 아닌 일본어로 일본 배우들과 작업을 한 작품이었다. 국내에서는 아쉽게도 개봉하지 못해 DVD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랜 토리노'. 이 작품은 배우로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커리어를 완벽하게 마무리 하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다. 그 어떤 배우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이렇게 완벽하게 스스로 정리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품 자체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였기에 더 압도적인 인상을 받을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최근 작 '인빅터스 (Invictus, 2009)'를 끝으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 대신, 노년을 맞은 한 사람으로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소개한다. 속세를 벗어난 안식처에서 자신 만의 소소한 일들과 생활을 즐기면서도, 아직도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은, 감독이자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현명한 노인의 삶이었다. 그의 팬들은 흔히 그의 이름을 우리 식으로 풀이해 '동림 선생님'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를 선생님 혹은 옹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결코 재미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깊은 존경의 의미를 담은 표현법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에 대한 글이라던가, 그의 대한 글의 말미에는 꼭 '동림 선생님, 만수무강 하셔서 좋은 영화 계속 많이 만들어주세요~' 라는 응원과 부탁의 메시지를 적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동림 선생님, 만수무강 하셔서 좋은 영화 계속 많이 만들어주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및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현실과 아주 가깝게 닿아있는 가족 영화


매 작품마다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크리스찬 베일과 (이젠 많이 지겨운 얘기지만) 화려했던 과거는 접고 배우로서 꾸준한 필모그래피를 보여주고 있는 마크 월버그, 그리고 에이미 아담스까지 출연하고 있는 데이빗 O.러셀의 신작 '파이터 (The Fighter)'는 라이트 웰터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동생 미키 워드와 슈가 레이 레너드와 경기를 치르기도 했던 형 디키 애클런드의 실화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미키 워드는 'Irish'라는 별명으로 불리 우며 아투로 가티와의 기념비적인 경기로 더욱 유명한 복서인데, '쓰리 킹즈 (Three Kings, 1999)'를 연출했던 데이빗 O.러셀 감독은 이 실화를 권투 영화로 그리지 않고 가족 영화로 그려냈다. 그도 그럴 것이, 디키와 미키 형제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가족 얘기를 도저히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파이터'는 권투 영화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요소들을 담고 있다. 패배를 계속해 오던 복서의 재기와 성공, 마약 중독으로 힘겨워 하던 주인공이 이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과정 등 시련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권투 영화와 스포츠 영화의 기본적인 줄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파이터'는 스포츠 영화의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가족 영화의 측면에서 미키 워드와 디키 애클런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복서의 삶에 중심을 둔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보니 주인공은 오히려 미키 워드가 아니라 디키 애클런드에, 아니 주인공 한 두 명에 의해 이뤄지는 영화가 아니라 가족과 이들을 둘러싼 이들 그리고 그 지역사회까지 하나로 포용하는 다층적인 작품이 되었다.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 둘의 비중은 거의 비슷하지만 후자에게 조금 더 힘을 실어주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비교적 보편적인 캐릭터인 미키 워드에 비해 디키 애클런드의 캐릭터가 훨씬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기 때문과 놀라운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 덕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미 크리스찬 베일은 체중을 자유자제로 조절하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파이터'에서 보여준 디키 애클런드 캐릭터는 그 가운데서도 기존의 그와는 아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크리스찬 베일이 주로 맡아온 역할은 (몸무게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주로 무겁거나 어두운 캐릭터가 많았는데, 그런 면에서 '디키 애클런드'는 경망에 가까울 정도로 가볍고 사고 뭉치인 동시에 떠 벌이기 좋아하는 외향적인 캐릭터였기에 더욱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에 놀라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실제 배경이기도 한 로웰 지역에서 촬영되고 마을 사람들이 실제 참여하기도 하는 등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된 작품이기도 한데, 실제로 많은 동네 사람들이 크리스찬 베일을 디키로 착각할 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은 이런 크리스찬 베일을 보고, 디키를 그대로 흡수해버렸다 라고 표현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가운데서도 실존 인물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워낙 실제의 이야기가 충분히 드라마틱한 것과 더불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다시피 했으므로, 크리스찬 베일의 이 같은 캐릭터 표현 방식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그가 얼마나 디키 애클런드에 빠져있었는지는 작품 곳곳에, 그리고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더 파이터'를 보고 누가 이 남자를 고담시의 그 남자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슈가 레이 레너드는 이 작품에서 본인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그 말고도 로웰의 많은 인물들이 본인을 연기하거나 주변 인물을 연기하는 것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두 형제의 어머니인 '앨리스' 역할을 맡은 멜리사 레오의 연기 역시 크리스찬 베일 못지 않다. 그녀의 전작들과 비교해보자면 그녀 역시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는데 (멀쩡하게(?) 인터뷰 하는 부가영상을 봐도 같은 사람인가 싶다), 극장에서 첨 본 순간부터 돋보였던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와는 다르게 그녀가 연기한 앨리스는 다시 보면서 더욱 진가를 느낄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 이 대가족을 이끄는 사실상 가장이면서, 동시에 디키와 미키 두 아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어머니여서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매우 섬세한 지점을, 멜리사 레오는 관객이 뒤늦게 알아챌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기해내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변신을 감행한 또 한 명의 배우라면 에이미 아담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유쾌하고 즐거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그녀는, 이 작품에서 거칠고 터프하며 섹시하기까지한 '샬린' 역할을 맡았는데, 이 가족의 이야기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듯 하면서도 미키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샬린 캐릭터가 에이미 아담스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해야겠다.
 




다시 영화의 본론인 '가족'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자면, 극 중 등장하는 미키의 가족 묘사가 매우 흥미로웠는데 아들을 끔찍하게 아끼기는 하지만 너무 아낀 나머지 아들을 위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위한 인생이 되어버린 (하지만 결국은 모두 아들을 위한 것이었던) 어머니, 그리고 두 명의 아버지에게서 나온 많은 누나들. 멜리사 레오가 연기한 어머니 역할과 여러 명의 누나들은 이 영화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캐릭터라고 볼 수 있겠다 (누나들은 여럿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마치 '하나'처럼 행동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하나의 캐릭터로 보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다).

사실 이런 억척스러운 부분에 있어서는 외국의 경우보다는 우리 영화에서 더욱 자주 등장하고 보아왔던 문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기에 이런 가족의 이야기가 우리의 입장에서는 별로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데이빗 O.러셀은 이 가족이라는 캐릭터를 조금은 공포스럽게도 또 한 편으로는 코믹하게도 그려내고 있는데, 두 형제가 벌이는 갈등의 든든한 배경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갈등은 많지만 철옹성 같이 두터운 가족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고자 하는 샬린의 존재도, 이 가족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가족 영화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파이터'는 가족이라는 선택할 수 없었던 운명을 굴레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이마저도 극복해 나가느냐에 대한 과정의 이야기로 말할 수 있겠다. 극중 미키와 디키가 겪는 갈등의 핵심은 성공도 사랑도 아닌 바로 가족이다.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쉽게 떠나지 못하는 (떠난다는 그 말이 가족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 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미키와 가족에 모든 기대를 받았고 아직도 받고 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자신이 아닌 동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걸 인정해야만 하는 디키, 이 영화가 선택한 과정은 챔피언으로 가는 여정이 아니라 가족 관계의 회복이었다. 만약 이 영화가 간절하게 챔피언이 되어야만 하는 미키 워드를 주인공으로 한 권투 영화였다면 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가족은 아마도 일찌감치 그의 인생에서 배제되어야만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키 워드는 가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챔피언이 되길 원했고, 그 이야기 속에는 또 다른 복서였던 형 디키의 이야기가 녹아 들어 있다. 그래서 어쩌면 '파이터'는 결국 권투영화일지도 모른다. 미키와 디키 그리고 가족들 모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링 위에서 승리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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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전반적으로 약간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블루레이로서 손색이 없는 화질이지만,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마치 미키와 디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듯 촬영되었고, 복싱 경기 장면을 비롯한 몇몇 장면에서는 특히 실제 중계화면과도 같은 실감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화질 측면에서도 의도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복싱 경기 장면은 실제 HBO의 제작진에게 촬영을 맡기기도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파이터'의 복싱 장면은 단순히 흉내내기가 아니라 진짜 복싱 경기 장면 그대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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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영화음악과 경기장의 현장감 모두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극중 수록된 Bee Gees의 'I Started a Joke'와 Red Hot Chili Peppers의 'Strip My Mind'등 수록 곡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것을 엿볼 수 있는데, 청아하게 들려오는 수록 곡들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긴박한 복싱 경기 중의 효과음과 경기장의 소음 역시 잘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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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볼 것은 역시 감독인 데이빗 O.러셀이 참여한 음성해설이다. 사실 크리스찬 베일, 마크 월버그 없이 감독 혼자 진행하는 음성해설이라 조금은 심심하지 않을까 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이런 우려를 완전히 뒤엎을 정도로 유익하고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코멘터리였다. 이 작품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 가족들과 로웰에 사는 동네 사람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 작품인데,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알려주는 것도 좋았고, 실제 인물들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와 이를 영화화 하면서 겪은 과정의 이야기를 차분하지만 요목조목 들려준다. 어느 면에선 본편 보다 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던 음성해설 중 하나였다.






'The Warrior's Code: Filming The Fighter'는 기본적인 메이킹 다큐멘터리로서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는 물론, 미키 워드와 디키 애클런드 등 실제 로웰 사람들의 많은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마크 월버그는 주연 외에 제작도 맡고 있는데, 그는 이 작품을 제작하려고 오래 전부터 노력을 한 끝에 영화화를 결정지을 수 있었는데, 언제 촬영이 결정될지 몰랐기에 그 기간 동안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리고 실제 미키와 디키가 단순히 촬영장에 방문한 수준이 아니라,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의견과 영향을 주었는지도 엿볼 수 있다.
 

 





'Keeping the Faith'에서는 좀 더 영화가 아닌 미키와 디키 형제 그리고 가족과 로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디키 애클런드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복서로서 성공을 거두고 그 이후 마약으로 망가지고 이후 다시 마약을 끊고 지금처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까지의 일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여기서도 이 특별한 가족의 서로에 대한 사랑,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삭제장면'과 '예고편'을 수록하고 있다. 삭제 장면은 제법 많은 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데, 감독의 코멘트와 함께 볼 수 있어 삭제 장면이 의도한 내용과 최종적으로 빠지게 된 이유를 들려준다.


 
(극중 등장하는 이 장면은 연출된 장면이 아니다. 각자의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있던 배우들이 만들어낸, 우연이 빚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총평]'더 파이터'는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그려냈지만,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세밀하고 리얼한 감정 묘사가 담긴 가족 영화다. 확실히 극장에서 보았던 것보다 블루레이로 다시 보며 더 깊어진 작품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크리스찬 베일의 필모그래피를 논할 때 이 작품을 결코 빼놓을 수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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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
어벤져스의 마지막 예고편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는 내년 드디어 개봉할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다. 이미 영화화가 이루어진 '아이언맨' '헐크' '토르', 그리고 이 작품들을 통해 조금씩 등장했던 블랙 위도우, 닉 퓨리, 호크 아이까지 모두 선을 보였으나, 어벤져스의 가장 중요한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캡틴 아메리카'는 이제서야 영화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어벤져스'의 관점을 떠나서 '캡틴 아메리카'는 그 이름처럼 상당히 미국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관심이 조금은 덜 갔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영화 '퍼스트 어벤져'는 원작이 그리고 있는 시대적 배경과 본연의 색깔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단순히 미국적이라기 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어벤져스'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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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나치가 등장하는 제 2차 세계대전을 그대로 하고 있다. 다른 어벤져스의 일원들과 비교해보자면 '캡틴 아메리카'로서 보다 스티브 로저스로서의 이야기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고 봐야겠는데, 그렇다고 스티브 로저스가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까지 영화의 분량상 한참 걸린다는 얘기가 아니라, 영화가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데에 있어서 인간 스티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부분의 공감대를 잘 살려낸 것이 앞서 이야기했던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불편함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외소한 체격으로 여러번의 자원 입대에 실패한 스티브의 '진심'은 허세나 뻔한 애국심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여서 자연스러웠고, 그가 '캡틴 아메리카'가 된 이후에 보여주는 행동들에서도 커다란 불편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듯 다른 히어로들보다 좀 더 현실적(?)인 스티브의 이야기는 뒤로 갈 수록 전쟁을 다룬 시대극에서 본격적으로 히어로물에 가깝게 진행된 이후에도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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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적인 측면과 배경에 별다른 각색을 가하지 않은 것은 전체적으로도 영화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하는 효과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이 수행해야 하는 가장 큰 기능이 '어벤져스'의 일원인 캡틴 아메리카를 소개해야 하는, 더 나아가 '어벤져스'에서 그가 활동하는 일들과 선택하게 되는 결정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초석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를 별개로 생각하여 이 작품의 구조를 뜯어보자면, 너무 간단하게 정리되거나 뛰어넘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텐데, 이런 점들을 밑그림 정도로 설명하고 빠르게 전개하는 것이 오히려 이 작품에는 더 어울렸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본래 '캡틴 아메리카' 자체에 큰 애정을 품었던 이들이라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지도 모르겠다. '어벤져스'의 일원을 소개하는 측면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딱 좋은 비중과 구성이었지만, 독립적인 이야기로 보았을 때에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애초에 이 작품을 '어벤져스'의 거대한 예고편으로 받아들였었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균형잡힌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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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가 '어벤져스'의 작품들보다 조금 더 나아간 점이 있다면, '어벤져스'의 이야기를 엔딩 크래딧 이후 쿠키에 수록한 것이 아니라 본편 속에 수록했다는 점이다. 쿠키의 성격이 훨씬 강한 닉 퓨리 (사무엘 L.잭슨)와 쉴드의 이야기를 엔딩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동시에, '내년 여름 어벤져스로 찾아옵니다' 라는 식의 직접적인 문구까지 수록하고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나고는 아예 '어벤져스'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본격적으로 기다림을 더하게 만들고 있다. '퍼스트 어벤져'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어벤져스'의 예고편이 더 흥분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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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중 하나는 도미닉 쿠퍼가 연기한 '하워드 스타크'였어요. 잘 아시다시피 하워드 스타크는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인데, 이 작품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주요 무기들을 만드는 조력자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힘의 원천인 '코스믹 큐브'를 나중에 재차 발견하는 인물로도 나오죠.


2. 이 '코스믹 큐브' 관련한 내용은 '토르'의 쿠키 장면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3. 스탠 리는 이번에도 출연하는데, 이번엔 대사도 있었죠!





4. '어벤져스' 기다리며 시간 날 때마다 코믹스를 좀 복습해야겠군요.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알고 본다면 더 재미있을지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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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리 앤 줄리아' 중)

위드블로그 바로알기 _ 블로그 리뷰, 지속 못할 이유가 없다

두서없이 시작하자면, 한 명의 블로거로서 그리고 위드블로그라는 리뷰 서비스를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최근 사회적으로까지 이슈가 되었던 한 파워블로거의 공동구매 사건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 언론을 비롯해 평소 블로고스피어에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모두 달려들어서 마치 이번 사건의 파워블로거와 모든 리뷰 블로거를 동일시하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을 보고는, 한 명의 블로거로서 그리고 위드블로그의 운영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은 억울한 심정으로 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단 '파워블로거'라는 일종의 브랜드에 대한 것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나는 사실 블로거가 되고 나서, 그리고 어느 정도 독자가 생겨 여기저기서 연말에 순위에 들기도 하고 했지만, 누군가가 나를 '파워블로거'라고 불렀을 때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그건 실제로 내 블로거가 일반적으로 '파워블로거'라고 불리우는 이들에 비해 영향력 측면에서 몹시도 부족했던 것은 물론이요, '파워'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부담과 거추장스러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분야는 몰라도 아마도 대부분은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했을 블로그에까지 '파워'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에 대해 단순히 거부감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위드블로그 마이 페이지의 모습)

어쨋든 포털이 만들고 언론이 부추기고 블로거가 스스로 힘을 보탠 이 파워블로거라는 굴레는 (이 파워블로거라는 것은 분명히 어떠한 굴레 혹은 나선과도 같다. 본인이 열심히 하면 할 수록 뒤로 한 발 물러서는 것이 더 어려워만 지는 나선), 블로고스피어에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자 문화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요즘에도 새롭게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들을 매일매일 만나게 되는데, 그 가운데는 '언젠가는 파워블로거가 될거에요!' '파워블로거 되기!' 등 블로깅의 목표가 '파워블로거'가 되어버린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 자체가 모두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미 팽배한 문화가, 이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많이 앗아간 것 같아서 안타깝다.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던 그 때만 해도 (그 때는 나도 네이버 블로그로 시작했었다) 글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하루를 기록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좀 더 차곡차곡 정리하고자 하는 이들이 주로 블로그라는 툴을 이용했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컨텐츠는 인터넷 세상에 소중한 자료가 되었고, 방문자수가 많아진 블로그들은 점점 영향력을 갖게 되고 더 많은 곳으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들이야말로 블로깅의 진정한 재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파워블로거가 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수익도 올리며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도 좋지만, 블로깅이라는 것의 참 재미는 수익적인 측면보다는 좀 더 컨텐츠 적인 측면의 것들이 아닐까. 이런 것들로 부터 차근차근 시작한 블로거들은 쉽게 말해 돈맛을 보게 되더라도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장치를 갖을 가능성이 높지만, 애초부터 수익 위주의 파워블로거를 목표로 한다면 결과적으로 이를 이루었을 때 걷잡을 수 없이 휘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블로거들이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돈이 되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물론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다.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블로깅이 뭐가 어때서?라고 묻는 다면 할말이 없다는 것. 내 대답을 얘기하자면 뭐가 어떻다는 것보다는 그것 말고도 많은 재미가 있는 것이 블로깅인데, 너무 외적 요소에 몰두하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더 안타까운 것이다. 제 3자가 이번 사건을 보고는 '아, 블로그는 모두 수익을 얻는 데에만 눈이 멀었구나' '블로깅의 대부분의 목적이 수익이나 공동구매로 인한 수수료 취득에 있구나'라고 오해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블로깅과 블로그의 미래와 가야할 길이 오로지 '파워블로거'인 것처럼 생태계를 조성한 모든 이들과 블로거 스스로에게도 공동책임이 있다)

두서없이 시작하다보니 본론에서 너무 '파워블로거'의 이야기로 벗어났는데, 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제 3자의 오해를 미약하게나마 바로잡고, 이번 사태와 무관하게 꾸준히 자신만의 블로깅을 해오고 있던 대다수의 블로거들이 이번 일로 인해 장기적으로 피해를 받거나 기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제야 (제품 제공을 받았을 경우) 리뷰를 작성할 때 제품 제공 사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대적으로 형성된 것을 보며 씁쓸한 마음과 뿌듯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왜냐하면 이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그 동안 리뷰 서비스나 대행사 (혹은 광고주로부터 직접)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 마치 본인이 직접 구매해서 한 것처럼 제공 여부를 노출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고, 위드블로그의 경우 서비스를 처음 오픈할 때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이 부분을 반드시 공지하도록 서비스 정책적으로 공지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번 기회를 통해 마치 그동안 아무도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인냥 새롭게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씁쓸함이 들었고, 전혀 블로고스피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세상에 나온 공정위의 정책도 여기에 한 몫 거들었다.



(공정위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 중 발췌. '후원 표시를 하는 순간 그 포스트는 '광고'로 분류됨' 이라는 말이 아쉽다. '후원'이라는 '도와주고, 지지한다는' 단어의 의미를 떠올려본다면 저렇게 간단하게 정리할 수는 없을 터)

이번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광고주로부터 무엇인가를 제공받아 쓰는 추천글의 경우 무조건 '광고'라고 단순히 규정짓고 있다.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광고로 규정하는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적어도 그 동안 위드블로그를 운영해왔던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몹시도 아쉬울 수 밖에는 없다. 일단 첫 째로, 위드블로그를 통해 제공되는 리뷰는 일방적인 '추천글'이 아니다. 이러이러해서 이 정도의 리워드를 제공할 테니 이런 식으로 써주셔야만 합니다 라기 보다는, 최대한 리뷰어 선정시 다양한 경험과 솔직한 체험을 통한 리뷰가 나올 수 있도록 꼼꼼하게 선정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추천글' 이상의 리뷰 컨텐츠를 만들려고 애써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물론 광고주로부터 물건을 무상으로 제공받거나, 음식점으로 부터 식사를 무료로 제공받거나 할 경우 리뷰어 스스로가 '잘 써주어야 겠다' 라는 생각을 태생적으로 받지 않을 수는 없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이런 부분에 은근히 기대기보다는 최대한 자유로움을 제공하려고 무던히 노력해왔다고도 말하고 싶다.

두 번째로 가장 아쉬운 점은 단순히 '광고'로 규정지어버린 점이다. 표면적으로만 보았을 때는 일정의 사례금을 제공받고 포스팅을 작성하는 것이나,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작성하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는 광고로 보일 수 있겠고, 실제로 광고인 경우도 많지만, 그 동안 이 서비스를 운영하며 가졌던 철학은 '광고'에 적합한 대행툴을 만들겠다는 것보다도 '진심으로' 광고주와 블로거 사이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좋은 서포트 관계를 만들어가는 '다리' 역할을 하고자 했었다. 즉, 단순히 블로거를 광고주의 광고판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그 제품이든, 어떤 음식이든, 어떤 서비스든, 영화든, 음반이든... 관심있어 하고 지원을 받지 않아도 포스팅을 하고자하는 의지가 충분한 이들에게 무상으로 기회를 제공하여 서포트 하는 개념의 상생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했고, 미약하지만 계속 한 발씩 성장하고 있기도 했었기에 '무상 제공 = 광고'라는 공식은 아쉬움과 더불어 허탈함이 느껴질 수 밖에는 없는 점이었다.



(위드블로그 혼자해서는 의미가 없다. 대승적으로 생태계가 이번 기회를 통해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선행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포스팅을 주로 해오던 영화 블로거에게 시사회 초대의 기회를 주고, 음식점 리뷰를 주로 하던 맛집 블로거에게 무료 식사 초대를 하고, 평소 IT제품을 꼼꼼히 써보고 포스팅하던 얼리어답터에게 무상으로 제품을 먼저 제공하고, 서평을 꾸준히 작성해오던 블로거에게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 모든 포스팅에 당연히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과연, 단순히 '광고'라는 개념으로 모두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광고의 개념이 전혀 없는 관계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여기에는 서포트와 그로 인한 건강한 마케팅 효과라는 조금 다른 개념의 측면이 더 많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계속해왔던 이런 식의 블로그 리뷰라면 지속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이런 방식을 대승적으로 더 장려하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이번 '위드블로그 바로알기 캠페인 2탄 - 위드블로그 배너를 달아주세요'에 참여해주신 블로거분들의 리뷰들을 읽어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확실해진다.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블로거분들의 글 보러 가기
http://withblog.net/campaign/1314/post


어떤 분은 짧게, 어떤 분은 길게 각자 자신만의 느낌을 정리해 주셨는데 읽으며 뿌듯한 글도 있었고, 설명할 기회가 부족했구나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도 있었으며, 다른 시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글도 있었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 (혹은 상품)를 가지고 각기 다른 의견과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블로그 리뷰가 아닐까. 혹자는 위드블로그에서 생산되는 글들이 이른바 '파워블로거'들의 리뷰에 비해 조금은 아마추어틱하다는 의견들을 주시기도 했는데, 나는 그래서 더 이 리뷰들이 좋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정성을 가지고 이런 리뷰와 블로거, 블로그를 발굴하기 위해 서비스적으로 '위드블로그'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카 2 (Cars 2, 2011)

감동은 덜하고 볼거리는 더하고



픽사의 작품 가운데 가장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 '카 (Cars, 2006)'의 속편인 '카 2 (Cars 2)'를 보았다. 개인적으로도 '니모를 찾아서'나 '업', '월-E' 등 픽사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카'에 대한 평가가 그리 나은 편은 아니었는데, '카 2'를 보고나서 불현듯 전편이 보고 싶어서 다시 보게 된 '카'는 분명 보여지는 것 보다는 좀 더 많은 의미를 담은 작품이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하고, '카 2'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확실히 속편이 갖을 수 있는 장점이자 단점을 모두 갖고 있는 (캐릭터 소개의 시간이 필요없다는 것) 작품으로서 픽사가 타 스튜디오에 비해 가장 잘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 부분은 많이 약해졌지만, 볼거리와 재미 부분은 더 화려해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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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는 자기만 잘 난 줄 알았던 '라이트닝 맥퀸'이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된 레디에이터 스프링스 마을의 친구들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되는 (매번 빠르게만 달리는 것이 일이었던 레이싱 카가 느린 속도로 드라이브 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 과정) 이야기를 그렸다면, '카 2'에서는 맥퀸의 중심이긴 하지만 그의 사고뭉치 절친인 '메이터'가 엮이게 되는 전혀 다른 첩보적인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우정의 소중함과 보여지는 것(외모)으로서가 아닌 내면의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재차 들려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확실히 감동을 전달하는 메시지 측면에 있어서는 '픽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심한 부분이 많았다. 기존 픽사의 작품들을 떠올려보자. 오프닝 시퀀스 만으로도 이미 티셔츠를 펑펑 적셨던 '업'은 물론이고, 사람보다 더 간절하고 애틋한 '월-E'의 마음과 시리즈를 계속해오며 더 이상 장난감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린 '토이스토리'만 봐도 픽사의 이야기는 항상 애, 어른이고 할 것없이 펑펑 울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그런 측면에서보면 '카 2'는 이런 식의 감동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기 보다는, 애초에 방향 자체가 기존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듯 하다. 이 부분에 힘을 뺀 것은 사실 상당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왜냐하면 픽사가 다른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 거듭 얘기하는 것처럼 바로 이 부분이기 때문에, 이 핵심이 약해진 작품이 과연 관객들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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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카 2'가 이런 이야기에 집중하는 대신 더 많은 공을 드린 부분은 로케이션 (애니메이션에서 로케이션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런지는 모르겠지만)과 그에 따른 볼거리와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맥퀸의 기본 이야기에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음모를 둘러싼 첩보의 이야기가 겹쳐져 있는데, 이를 통해 '카 2'는 마치 007영화를 연상시키는 일본, 프랑스, 런던의 다국적 배경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배경 묘사와 각 나라(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의 디테일이 정말 대단했다. 마치 레이싱 게임들의 디테일이 실사 화면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인 것처럼 (실제로 이 작품에 등장한 런던의 트랙은 게임에도 등장한 아주 익숙한 트랙이었다), 같은 컨셉으로 모두 새로 그렸다기 보다는 거의 실제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한 정도의 퀄리티로 묘사한 도시의 디테일이 돋보였다. 특히 일본에서의 장면의 경우, 일본을 가본 사람들만이 좀 더 웃을 수 있는 미세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파리와 런던 역시 이런 부분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파리와 런던을 가보지 못해 확인해볼 수 없었던;;;)


각 도시의 배경은 물론 문화까지 고려한 디테일한 에피소드들까지. 이런 부분들은 역시 픽사답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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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표현된 볼거리 역시 만족스러웠다. 이미 전 편을 통해 레이싱 시퀀스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픽사는 이번 '카 2'를 통해 좀 더 화려한 레이싱 장면과 더불어 자동차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시퀀스를 추가했다. 자동차 외에 비행기, 배 등 다양한 탈 것들이 (물론 이 작품에서는 모두 의인화 되어 있으니 누가 타지는 않지만) 등장하는데, 이들이 벌이는 시퀀스들도 흥미로웠다. 볼거리 측면에서는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잊혀져 버린 66번 국도를 통해 많은 생각해볼 거리와 감동의 메시지를 던졌던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 첩보 스릴러가 더해진 활극 속에서 맥퀸과 메이터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면 좀 더 인상적인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히 이런 이야기적인 측면보다는 볼거리가 더 기억에 남는, 거의 유일한 픽사의 작품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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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편 상영 전 단편으로는 '하와이 여행'을 만나볼 수 있는데,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어 일단 반가웠어요. 특히 3편 이후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 그 이후 토이스토리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어서 작품과는 상관없이 그냥 좀 짠하기까지 ㅠ

2. '카 2'를 보고와서 그 다음날 바로 '카'를 블루레이로 다시 보았는데, 상대적 효과였는지는 몰라도 확실히 '카'가 인상적인 작품이더군요. '카 2'에서도 이런 깊이 있는 이야기가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3. 교황이나 영국 여왕과 왕자를 자동차로 의인화 한 것도 코웃음 치게 하더군요. 아, 그리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 픽사의 이전 작품들을 '카'처럼 모두 자동차 화하여 조금씩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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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 예고편 만으로 이렇게 두근 거렸던 작품은 크리스토퍼 놀란 자신의 전작 '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이미 제작이 결정되던 그 순간부터 영화 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과 이슈를 몰고 다니고 있는 '다크나이트'의 후속작 '다크나이트 라이지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의 공식 티저 예고편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이번 예고편을 통해 '다크나이트 라이지즈'는 확실히 '배트맨 비긴즈 (Batman Begins, 2005)'로 부터 시작된 서사의 결론을 짓는 의미가 강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듯 하다. 즉, 마지막과 맨 처음은 여러모로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텐데, '라이지즈' 덕에 조금은 평가절하를 받고 있는 ('다크나이트'에 비하자면) '배트맨 비긴즈'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도 될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악당인 '베인'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배트맨이 정말로 힘겨워 하는 장면도 엿볼 수 있어 이 서사시의 마지막 대결이 어떠한 세기로 전개될지 벌써부터 심장이 요동치게 만든다.

티저 예고편만으로 이 정도로 두근거리게 만들다니!
이 크리스토퍼 놀란 같으니라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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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마지막이 실감나지 않는 마법의 피날레


2001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2001)'을 극장에서 본 이후로 정확히 10년이 흐른 뒤, 우리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를 극장에서 만나보게 되었다. 총 8편의 시리즈를 통해 나의 20대를 고스란히 함께 했던 이 시리즈에 대해 전부 이야기하자면 이 글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 정도로 '해리포터'시리즈는 크리스 콜럼버스가 맡았던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까지는 특별히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한 세 번째 작품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부터 어두운 면이 스믈스믈 기어나오는 기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아이에서 소년, 소녀가 되어 가는 것처럼,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구도가 점점 깊어지고 그의 주변을 둘러싼 이들의 희생과 어두움이 더 깊어지면서, 이 시리즈는 갈수록 마음에 드는 시리즈가 되었었다. 1,2편의 깜찍하고 마법같은 아이들이 여정에 환호했던 팬들은 갈수록 나이먹는 해리의 얼굴처럼 점점 어두워져가는 시리즈를 탐탁치 않았을런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몹쓸 놈의 태생적 어두움에 대한 호감 때문인지) 갈수록 마음에 드는 시리즈였다. 그런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이라니 일단 실감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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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많은 유혹에도 단 한 번도 원작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로만 이 시리즈를 접했기에 영화에 대한 감상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무언가 더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은 (실제로 원작에는 아마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법한) 느낌을 받은 적도 많았지만,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입장에서도 영화는 전반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구성과 전개였다. 특히 2부작으로 만들어진 마지막 '죽음의 성물'은, 파트 1은 파트 2를 준비하는 기능만을 수행하는 작품으로 로드 무비에 가까웠다면, 파트 2에서는 드디어 대단원의 마무리와 함께 그 동안 조금씩 풀어왔던 미스테리를 드디어 모두 풀어놓는다. 

해리와 볼드모트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막 대결을 펼치고, 이 대결을 위해 헤르미온느와 론을 비롯한 해리의 모든 친구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라는 점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해 해리를 지원하며, 덤블도어와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통해 마지막으로 풀리지 않았던 미스테리까지 해결된다. 파트 1이 이 대결을 위한 해리, 헤르미온느, 론 이 세 친구 중심의 로드무비였다면, 파트 2는 명확히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이 중심을 이룬다. 즉, 볼드모트의 비중이 더 커졌으며 이 가운데 스네이프의 이야기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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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리즈에서는 아무래도 주인공보다 그 주변의 어두운 인물들에게 더 정이 가게 되는데,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바로 말포이와 스네이프가 그랬다. 사실 말포이는 볼드모트에게 명령을 받았을 때부터 무언가 더 보여줄 것만 같은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런 가능성이 끝내 피어나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죽음의 성물 : 파트 2'에서도 말포이는 무언가 할듯 할듯 하는데, 결국 그냥 돌아서고 마는 것이 아쉬웠다. 내가 예전에 파트 1이었던가 아니면 '혼혈왕자'였던가 쓴 리뷰 글에 '나중에 말포이가 무언가 큰 역할을 할 것 같다'라는 말에 원작을 읽으셨던 어떤 분이 '촉이 좋으시다며' 그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암시를 주었었는데, 원작에서는 말포이와 관련된 더 많은 결말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영화에서는 그렇지 못해 애정을 가졌던 이로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스네이프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사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선악을 알기 어려운 캐릭터가 바로 알란 릭맨이 연기한 스네이프였는데, 역시나 마지막에 가서 그의 대한 미스테리가 풀리자 눈물도 펑펑 터져나왔다. 이 풀려버린 수수께끼 때문에 '해리포터'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이 사실은 스네이프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격한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돌아온 집에서 다시 보게 된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마침 나오던 장면이 스네이프가 해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더 엄하게 혼내는 장면을 보니, 영화가 전혀 달리 보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어차피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시 한번 1편부터 볼 예정이었는데, 스네이프 덕에 전혀 다른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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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 (아마도 원작 포함) 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볼드모트에 대한 마무리였다. 볼드모트가 처음부터 '볼드모트'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 이전 '톰 리들'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었다면 시리즈의 마지막 톰 리들로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면 (마치 다스베이더에게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처럼)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말이다. 물론 이렇게 했다면 좀 더 선 굵은 이야기의 힘이 약해질 수도 있거나 스네이프의 이야기가 약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볼드모트에게 뭔가 조금씩 여운을 남겼던 것도 이런 생각을 하게 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더불어 그렇게 고대해온 해리와 볼드모트의 마지막 대결치고는 조금 급하게 마무리 된 감도 없지 않았다. 실제로 다른 시리즈들의 마지막 편에서 마지막 대결을 떠올려보자면 워낙에 풀어야할 숙제들이 많아서였는지 '죽음의 성물 2'에서는 이 대결구도의 비중은 크지만 대결 자체의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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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지만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패배감과 비장함, 그리고 이를 더 증폭시키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영화 음악도 좋았다. 항상 웃고 떠들던 이 친구들의 얼굴에서 웃음 대신 공포와 비장함이 깃들고, 또 그 즐겁던 공간이 어둠과 혼란에 휩싸여 버린 묘사는,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맥스 3D는 적절한 수준이었다. 3D 입체효과를 내기 위해 일부러 만든 장면들도 없었고, 그렇지만 입체효과를 적절히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 입체안경을 쓰고 러닝타임 내내 보았음에도 피로하거나 불편함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균형있는 3D 작품이었다. 아이맥스 3D에 걸맞는 스케일이 담긴 작품이니 비싼 티켓 값은 충분히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가능하다면 아이맥스 3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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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극장을 나오며,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 조차 해리포터 시리즈가 완전히 끝났다는 사실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또 내년 여름 혹은 겨울이면 그 마법의 모험담을 또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해리포터'시리즈는 맨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작품자체가 인상적인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 함께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특별한 시리즈가 되어버린 케이스다. 20대를 함께 보낸 나도 이 정도인데, 영화 속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처럼 10대를 이들과 고스란히 함께 보낸 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아마도 지금은 잘 모를 듯 싶다. 나중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어 보게 될 때, 그 때 비로서 알게 되겠지.

안녕, 해리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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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레이브 (True Grit) - 블루레이 리뷰
코엔 형제가 말하는 진정한 용기



존 웨인 주연의 서부영화 '진정한 용기 (True Grit, 1969)'와 찰스 포티스의 소설 'True Grit, 1968'을 리메이크한 코엔 형제의 'True Grit (국내 개봉명 : 더 브레이브)'은 서부 영화의 정서를 배경으로 하고 있던 그들의 전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와는 또 다른 묵직한 서부영화인 동시에 '시리어스 맨' 이나 '번 애프터 리딩'에서 보여주었던 재기 넘치는 '코엔 형제스러움'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작품이다. 1880년대를 배경으로 아버지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나서는 당찬 14살 소녀 매티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매티가 여정을 위해 만나게 되는 루스터 카그번 (제프 브리지스)과 라 뷔프 (맷 데이먼)의 캐릭터가 더해져, 간단하지만 힘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코엔 형제가 이 작품을 다시 꺼내서 말하고자 했던 '진정한 용기 (True Grit)'란 무엇이었을까?




(위의 두 번째 재판장 장면에서 창문으로 빛이 드리워지는 순간은 정말 아름답다 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 촬영장에서 배우들도 느꼈을 만큼 환상적인 구도와 조명이었는데, 이는 촬영을 맡은 로저 디킨스의 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는 이 장면의 질감을 확실히 살려준다.)

매티는 처음부터 아주 강인하고 용기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주변 사람들이 어린 아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냐고 할 때, 글도 못 읽는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 밖에는 없어서 내가 나서야 한다는 이유를 대곤 하지만, 영화의 시작부터 보여지는 매티의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았더라도 나서고야 말았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매티가 만나게 되는 카그번과 라 뷔프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지만, 무언가 하나 씩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카그번은 배짱있고 노련한 보안관이지만 정의보다는 돈에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고, 너무 이런 생활을 오래 한 나머지 불한당 들과의 관계에 익숙해져 버렸을 정도다.

그의 반해 텍사스 레인저 라 뷔프는 역시 레인저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현상금을 위해 먼 길을 달려 카그번과 협력 했을 뿐 그 이상의 목적은 없는 이다. 이런 이들이 매티를 만나서 깨닫게 되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확실한 건 이 작품의 전개에 있어 복수는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영화는 마침내 매티가 아버지를 죽인 톰 채니 (조쉬 브롤린)와 만나게 되는 장면을 마치 우연처럼 그리는 한 편, 이 후에도 이들의 조우에 직접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로 인해 벌어지는 카그번과 라 뷔프의 행동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미 찌들 대로 찌든 캐릭터와 냉정하고 차가운 캐릭터가 뚜렷한 목적성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에 의해 동화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코엔 형제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이 동화의 과정을 별로 자극적이지도, 더나아가 심심할 정도로 건조하게 그리고 있다. 만약 카그번과 라 뷔프가 동화되는 과정을 어떤 사건을 두고 감정적으로 급격하게 변하는 것으로 연출하거나, 매티의 복수에 촛점을 맞춰 톰 채니와의 긴장 관계에 심혈을 기울였다면 '더 브레이브'는 오락적으로는 더 효과 높은 작품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저 그런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엔 형제는 묵직한 주제를 뒤에 탄탄히 받쳐두고는 마치 이 주제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려고 하면 할 수록 그 의미가 퇴색된다고 믿는 것처럼, 별다른 수식어 없이 진중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세 인물이 서로에게 작용하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이 작품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서로에게 무심한 듯 미미한 수준의 영향이 작용하는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서로에게 (그것이 순간일지언정) 작지 않은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러한 영화의 화술 덕에 영화의 마지막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히 들려주는 후일담은 엔딩 크래딧에 흐르는 찬송가의 분위기와 맞물려 종교적이기까지한 무게를 전한다. 후일담을 들려줄 때도 영화는 절대 신파나 감정의 극대화를 노리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장 가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용기란 어떤 수식어나 포장도 필요 없는, 강요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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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편이다. '더 브레이브'는 영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매말라 있고, 색이 많이 빠진 듯한 느낌을 주는데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런 영상의 매마름이 더 큰 갈증으로 느껴질 정도로 날카로움마저 더하고 있다. 하나하나의 디테일과 샤프니스가 살아 있기 때문에 마치 화면이 물기를 가득 빨아먹은 듯한, 그래서 영상이 더 예민하게 알알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체감하는 화질은 스크린 샷을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좋은 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촬영을 맡은 로저 디킨스가 만든 영상미가 매우 아름다운 작품인데,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담아낸 그의 멋진 풍광을 느끼기에 블루레이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그 만큼 타이틀의 화질이 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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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역시 레퍼런스라 불러도 좋을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들처럼 대규모 폭발 씬이나 액션 씬은 없지만, 두 세 번의 총격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운드는 확실히 우월하다. 말을 타고 벌이는 총격씬에서는 격발음과 말발굽 소리,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미세한 소음들까지 귀를 기울이면 그대로 전해진다. 타이틀을 보고나면 '와! 사운드가 정말 기가 막히네!'라고 생각날 정도로 드러나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따져보면 사운드 역시 화질 못지 않은 퀄리티라는 것을 귀로 알 수 있다. 어쩌면 화질과 음질 면에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이 작품이 이렇게 빵빵 터져주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Mattie`s True Grit'에서는 '매티 로스' 역할을 맡은 신예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 작품의 중심이자 '진정한 용기'를 몸소 표현해 내는 매티 로스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물론,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매티 역할 오디션을 보던 비디오 자료도 확인할 수 있으며, 코엔 형제와 작업하며 느낀 간단한 소감도 들려준다. 신인 배우인 헤일리에게도 자신의 의견을 100% 반영해주고, 두 감독이 서로에게 전혀 터치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From Bustles To Buckskin - Dressing For The 1880s'에서는 188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가장 신경을 쓴 부분 중 하나인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는데, 철저한 고증을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우보이 모자와는 다른 조금 독특한 모양의 당시 카우보이 모자는 물론, 각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고유의 의상에 대한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특히 맷 데이먼이 연기한 '라 뷔프'의 벅스킨 소재의 의상에 대한 이야기는 라 뷔프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었고, 베리 페퍼가 연기한 '럭키 네드 페퍼'의 양모 덧바지 의상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Colts, Winchesters & Remingtons: The Guns of a Post-Civil War Western'에서는 메뉴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콜트' '윈체스터' 레밍턴' 등 영화의 배경이 된 남북전쟁 이후 시기 서부에서 사용되던 총기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재미있는 건 극 중 사용된 총기들을 새롭게 제작하기 보다는, 당시의 실제 총기와 동일한 복제품을 이베이 등을 통해 공수했다는 점인데, 최대한 당시의 느낌이 나도록 (다시 말해 오래된 느낌이 아니라 실제 당시에 사용되었을 법한 수준의;;) 의도했던 총기 담당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가영상이었다.




'Re-Creating Fort Smith'는 작품의 배경이 된 포트 스미스를 재현한 과정과 뒷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텍사스 그레인저 지역의 마을을 우연히 발견해, 이 곳을 포트 스미스로 둔갑시키게 된 과정을 들려주는데, 거의 마을을 통째로 세트로 사용한 점이 이 영화의 현실감을 불어넣은 또 다른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마을에 본래 존재하던 건물들이 어떻게 세트로 변경, 추가 되었는지를 비교해 보여주는 영상도 흥미롭다.




''The Cast'에서는 이 작품에 출연한 환상적인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제프 브리지스를 비롯해 맷 데이먼이나 베리 페퍼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 작품의 완성도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던 '매티 로스'역을 맡은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경우 데뷔작이라 걱정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헤일리가 어떠했는지는 이미 작품으로 보여주었으니 더이상의 코멘트는 필요 없을 듯 하다. 아,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코엔 형제의 전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조쉬 브롤린의 멀쩡한(?) 인터뷰 영상을 만나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Charles Portis - The Greatest Writer You`re Never Heard of…'에서는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찰스 포티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동료 작가, 영화 감독, 가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존경하는 찰스 포티스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의미 깊은 부가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약 30분 분량).




마지막으로 'The Cinematography of True Grit'에서는 촬영을 맡은 로저 디킨스를 통해 이 작품이 표현하고자 했던 아름다운 영상미에 대해 들려준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급했던 바와 같이 이 작품은 영상미가 상당히 뛰어난 작품인데, 영화를 볼 때 미처 다 파악하지 못했던 장면의 숨은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부가영상은 HD영상으로 제공된다.


 


[총평] 가끔 극장에서 인상깊게 본 영화를 다시 블루레이로 보게 될 때면, 극장에서 볼 때보다 더 깊이 와닿는 작품들이 있는데,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 역시 블루레이로 다시 봐서 더 좋은 작품 중 하나였다. 여기에는 물론, 작품 본연이 갖고 있는 그 깊이가 갈 수록 깊어지기 때문임을 말할 것도 없을 것이며,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사운드가 한 몫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음악은 확실히 날씨나 분위기와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날씨나 분위기에 따라 감정의 폭이 커진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움튼 감정을 더 요동치게 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각각의 날씨마다 음악 듣기 좋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혹은 다른 의미로의 최악)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역시 비가 내리는 날씨다. 비는 여러가지를 제공하는데, 일단 시각적으로 바라봤을 때 비나 내리는 광경은 눈이 내리는 것과는 또 다른 장관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이 광경을 두고 '장관'이란 표현까지 들먹이나 싶지만, 분명 창밖으로 바라보는 비 오는 광경은 흔하다는 이유만 제외한다면 장관이라 할 수 있겠다.

비가 또 좋은 건 역시 빗소리다. 우산과 부딪혀 나는 소리도 복잡한 출근길만 아니라면 귀기울여 볼 만 하고, 카페나 편안한 방 안에서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은, 지구별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일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비는 대부분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대동하는데, 살짝 다운되는 감이 있지만 이럴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유쾌한 음악을 선곡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의 곡들을 자주 듣곤 한다. 그러다보니 비만 오면 듣게 되는 곡들이 어느 새 여러 곡 쌓이게 되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아니 무슨 비가 내렸는지 처음으로 그 곡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덩달아 우울해질 수 있어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나처럼 우울함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이들이라면 비오는 날 함께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순서는 아무런 의미없음)

1. Travis - Writing To Reach You



대부분 비와 Travis를 연결시킬 땐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떠올리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 곡 '
Writing To Reach You'가 더욱 간절하다. Travis의 곡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비오면 반드시 듣는 대표곡 중 하나.


2. Nell - Good night



넬 (Nell)의 곡은 비오는 날 아무 곡이나 들어도 좋을 정도로 비와 궁합이 잘 맞는다. 김종완의 담백하며 애절한 보컬과 내성적인듯 하지만 극적인 곡의 전개는 비의 우울함과 닮아있다. 정말 비오는 날 아무 앨범이나 꺼내 들어도 넬의 경우는 실패하는 법이없다.


3. Damien Rice - Delicate



넬과 더불어 어느 앨범, 어느 곡을 꺼내 들어도 실패하지 않는 뮤지션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데미안 라이스 일 것이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전반부와 서서히 고조시키는 중반부, 그리고 마침내 울부짖듯 폭발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데미안 라이스의 감정은 비와 함께 더욱 치닫는다. 수 많은 곡들 가운데 오늘은 'Delicate'를 골랐다.


4. Radiohead - True Love Waits



라디오헤드 역시 비 하면 빠질 수 없는 밴드다. 톰 요크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만 이뤄진 'True Love Waits'은 듣는 것도 좋지만 비오는 날 꼭 한 번 불러보고 싶게 끔 만드는 곡이기도 하다.


5. Portishead - Glory Box



이쯤에서 왜 포티셰드가 안나오나 했던 이들도 아마 있었을 것이다. 한 때 포티셰드에 흠뻑빠져 있었던 때는 정말 '위험했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 같은 것이었다. 그 만큼 이들의 음악은 중독성이 강해 문득문득 떠올라 마음 속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6. Aimee Mann - Wise Up



에이미 만의 'Wise Up'을 꼽은 이유는 역시 영화 '매그놀리아'의 영향이 컸다. 물론 영화 속에서 내리던 비가 그냥 비는 아니었지만, 어쨋든 이 곡 역시 비오는 날엔 더욱 간절해 진다. 영화를 봤다면 이 곡을 들으며 한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7. Nujabes - luv



누자베스의 곡은 앞서 선곡했던 곡들과는 조금 분위기는 다르지만 역시 비오는 날이면 꼭 듣게 되는 곡이다. 누자베스의 음악이 슬픔과 따듯함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비트라는 점에서 비오는 날 듣기에 더욱 좋은 곡이라 할 수 있을텐데, 마치 비 속을 유영하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살며시 눈을 감으면 더욱 빠질 수 있으니 눈은 감지 않는 것이 안전하겠다 (특히 길을 걸으며 들을 땐 더욱!)


8. Hee Young (희영) - So Sudden



희영은 올해 파스텔뮤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뮤지션인데, 그 잔상이 아직까지 깊게 남아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특히 이 곡 'So Sudden'의 중독성은 매우 강해서 한동안 이 곡만 듣고 다니기도 했었을 정도. 비오는 날, 그 촉촉함이 아마 더해질 것이다.


9. Michael Jackson - Smile



비오는 날이라고 MJ의 곡을 일부러 듣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그가 떠난 뒤 더 애틋해진 이 곡 'Smile'. 후반부 아이의 코러스가 인상적인 곡.


10. Cowboy Bebop - Rain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수록곡 'Rain'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비의 곡'이다. 정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이 곡이 떠 오를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곡인데, 이 곡을 들으면 왠지 우산없이 비를 그대로 온몸으로 맞아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1. Wolf's Rain - Gravity



애니메이션 OST를 꺼낸 김에 한 곡 더. '울프스 레인'은 작품 보다도 어쩌면 음악이 더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그래서 당시 비싼 가격에 일본에서 발매된 사운드트랙 2장을 뒤도 안보고 구매하기도 했었고. 특히 이 곡 'Gravity'의 깊은 슬픔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인데, 비 오는 날 듣게 되면 그 슬픔이 몇 배로 증폭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극한의 백조의 호수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항상 그랬다. 그의 이름을 알게 해주었던 영화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2000)'이 그랬고, 얼마 전 왕년의 스타 미키 루크를 다시금 끌어올린 '더 레슬러 (The Wrestler, 2008)'에서도 그랬다. 아로노프스키는 항상 대상을 어떤 상황에 던져 두고 적당히 마무리하는 것보다는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안한 심적 갈등과 신체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왔었다. 극한이라는 것은 언제나 완벽이라는 것과 강박이라는 것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런 것에 관심이 많던 아로노프스키에게 '백조의 호수' 는 언젠가는 반드시 영화화 해야 했을 작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아로노프스키는 백조의 호수를 상당히 늦게 접하게 되어, 한 명의 배우가 백조와 흑조의 두 가지 자아를 연기해야만 하는 심리적 압박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영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감독 스스로도 정작 백조의 호수라는 작품에 자세한 내용은 뒤늦게 알았던 터인지, '블랙 스완'에서는 누구나 알법한 이 유명한 이야기의 줄거리를 두 차례나 거듭 설명하고 있다).
 




뉴욕 발레단의 무용수 니나 (나탈리 포트만)는 누구보다 완벽한 안무와 실력을 갖고 있는 발레리나지만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 해야 하는 발레단의 새해 첫 작품인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단장 인 토마스 (뱅상 카셀)로 부터 듣는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가능성을 보게 된 단장은 니나를 주인공인 백조 여왕으로 캐스팅하고, 그녀는 더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품에 몰입 또 몰입한다. 그 과정 속에서 니나는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 흑조를 더 완벽하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과, 같은 발레리나로서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큰 기대를 품고 있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압박, 그리고 자신에게 자리를 빼앗겨 버린 전 백조 여왕인 베스 (위노나 라이더)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자신이 갖지 못한 흑조의 매력을 갖고 있는 릴리 (밀라 쿠니스)가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강박까지, 이 모든 것들을 여린 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결국 '블랙 스완'은 강박으로 인해 극한으로 치닫는 주인공의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텐데, 물론 이 강박은 완벽하기 위함 때문이다. 즉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니나는 (사실 이 작품은 강박 그 자체에 대한 텍스트에 더 가깝기 때문에, 본래 니나가 완벽주의자였는지 아니면 정황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완벽해야만 했던 상황에 놓인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분위기로만 보자면 영화 속 니나는 둘 다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나친 강박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와 환상을 보게 되고, 더 나아가 자아분열까지 일으키게 된다. 이로 인해 니나는 엄마와 릴리의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 속의 모습으로 보게 된다. 어디까지가 니나의 환상이 만들어 낸 허상인지 역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것이 허상이라는 것은 영화 내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근접한 카메라를 통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조명하는 듯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완전하게 니나의 심리와 결합되어 움직인다. 여기에 동참한다면 관객 역시 니나가 겪는 불안한 심리와 강박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지하철 창에 비친 니나의 모습을 그리는 영상에서 우리는 감독의 전작 '더 레슬러'를 그대로 떠올려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주인공 뒤에 근접해서 들고 찍기 (Handheld)로 촬영된 방식에서 역시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아로노프스키의 전작 '더 레슬러'와 짝을 이루는 영화이기도 하다. '더 레슬러'에서 미키 루크가 연기한 랜디와 '블랙 스완'의 니나 모두 신체를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가인 동시에, 부상에 대한 (혹은 신체의 변화) 공포가 있으며 신체를 활용하는 직업을 갖은 이로서 노쇠화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을 안고 있다. 또한 서로에게 작용하는 방식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가족이라는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쩌면 극복 이상의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계에 자신을 밀어붙여 결국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을 맺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상 측면에 있어서도 다큐멘터리를 찍듯 거칠고 현실적인 질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같은 촬영 감독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일한 컨셉과 분위기로 구성된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의 촬영 감독인 매튜 리바티크 (Matthew Libatique)가 아로노프스키와 '레퀴엠' '파이' 등 여러 번 호흡을 맞춰왔던 터라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블랙 스완'을 보고 나서 '더 레슬러'를 보게 된다면 좀 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블랙 스완으로 돌아와) 아마 다른 감독이었다면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해야 하는 니나의 강박을 그리되, 심리적 갈등에만 집중하거나 관객에게 보여지는 영화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덜 신경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이 같은 심리변화를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것에도 몹시 흥미를 갖고 있는 감독이다. '블랙 스완'에서는 이런 불안함과 강박이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정도가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더니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그야말로 그 강도와 속도가 심장을 뚫고 나올 정도로 폭발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로노프스키가 택한 바로 이것. 주저 없이 극한까지 몰고 가는 영화의 속도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리듬) 강도에 흠뻑 반했다. 사실 '블랙 스완'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발레 작품 '백조의 호수'를 그대로 다시 쓴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감독처럼 이 이야기를 잘 몰랐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이 이야기를 겉핥기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주는 매력에도 흠뻑 빠질 수 있을 정도로 '블랙 스완'의 몰입 감은 최고수준이다. 또한 '블랙 스완'은 완벽한 '백조의 호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니나가 백조와 흑조 연기에 모두 완벽해 질 수록 영화는 점점 더 '백조의 호수'에 가까워 진다.
 





다시 매력을 느꼈던 그 '극한'의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블랙 스완'은 주인공인 니나가 극심한 자아분열을 겪게 되면서부터 백조의 호수가 공연되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강도를 계속 높여 끝에 가서는 마치 '에반게리온'에서 에바와 신지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처럼, 일정 수준의 극점을 뛰어넘어 버린다. 이런 시각적인 표현 방법과 클라이맥스의 속도 그리고 이야기의 세기는 분명 과잉이다. 과잉이라는 것은 본래의 그릇을 넘어 넘쳐난다는 것인데, '블랙 스완'은 이 넘쳐나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부터 넘쳐나기를 작정하고 만든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잉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감정선을 잃지 않은 채 과잉의 끝까지 극한을 함께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나는 이 극한을 영화와 함께 경험했다. 진짜 얼마 만에 영화를 보며 손에 땀을 쥐는 것 정도가 아니라 심장이 터질 듯하게 극중 주인공과 같은 박동으로 뛰고, 허기지고 힘이 들 정도로 몰입하며 보았는지 모를 정도로, '블랙 스완'은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도 이것은 분명 과잉이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과잉이었다.
 





작품의 매력을 잘 살려낸 또 다른 주역은 역시 배우들이었다.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실로 대단했다. 동년배 여자 연기자들보다 항상 한 발 앞서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녀였지만, '블랙 스완'에서 그녀의 연기는 극한까지 몰고 간 감독 아로노프스키처럼 극한까지 표현해 내고 있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가 작품이 끝난 뒤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이 작품은 시각적인 표현이 지금처럼 없었더라도 아주 무서운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만큼이나 무섭도록 연기하고 있는 나탈리 포트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탈리 포트만이 발레 연기에 대역을 썼느냐 그렇지 않았느냐 하는 것은 이 판단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뱅상 카셀의 경우, 아주 오래 전 '증오' 때부터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나에게 있어 뱅상 카셀은 모니카 벨루치의 남편이 아니라 그냥 오롯이 뱅상 카셀이다), 오랜만에 큰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주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 같다. 특히 뱅상 카셀이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었나? 라고 느낄 정도로 세련된 발레단 단장의 캐릭터를 세련되고 멋지게 소화해 내고 있다. 확실히 얼굴 속에 독기를 가득 담고 있는 뱅상 카셀의 캐스팅은 나탈리 포트만 만큼이나 완벽했던 것 같다. 그리고 덴젤 워싱턴과 함께 했던 '일라이'에서는 비주얼 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과는 달리, 밀라 쿠니스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릴리' 라는 캐릭터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데에 아마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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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1080P 화질 평가에 있어서는 앞서서 여러 번 언급했던 작품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다큐멘터리를 보듯 거친 입자의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최신 영화 블루레이와 1:1 화질 비교했을 때에는 '아니 화질이 왜 이래?'하고 놀랠 수도 있으나, 본 소스를 트랜스퍼한 결과물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우수한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측면의 평가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 부분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의도된 거친 입자와 차별화되는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확실히 샤프니스라던가 선명도와는 거리가 먼 화질이고 그레인을 가득 머금은 영상이지만, 이 모두가 의도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나쁘지 않은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만약 '블랙 스완'의 영상이 칼 같은 선예도로 표현되었더라면 전혀 다른 작품이 (단순 화질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타이틀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감독의 의도와는 거리가 먼) 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극한으로 치닫는 작품의 리듬을 전달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특히 전작 '더 레슬러'와 '천년을 흐르는 사랑'에 이어 이 작품의 음악을 맡고 있는 클린트 만셀 (Clint Mansell)의 사운드 트랙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데, 강약의 세기 전달에 있어 여느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쾌감을 준다.




클래식한 발레 음악과 기괴함과 불안함을 더해주는 인더스트리얼 계열 사운드의 조화는, '블랙 스완'의 음악을 단순한 클래식이 아니라 좀 더 특별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는데, 블루레이의 차세대 사운드는 이 두 가지을 모두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섬세함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우퍼의 활용과 몰아치는 사운드의 향연 역시 추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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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에서 첫 번째로 만나보게 되는 것은 '제작과정'인데, 총 세가지 챕터로 나뉘어 각 주제별로 제작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감독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인터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 밖에도 편집자, 촬영 감독 외 스텝 들의 전문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촬영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아, 무엇보다 풀HD의 깔끔하고 쨍한 화질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이 반갑다.
 





프로덕션 디자인에 관한 내용들도 비중 있게 들려주는데, 작품 속에서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던 니나의 방과 같은 특별한 세트 외에도 뱅상 카셀의 연기한 단장의 공간들에서도 숨겨져 있는 디자인적 디테일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촬영을 맡은 매튜 리바티크의 인터뷰와 작업 방식을 통해 이 작품의 독특한 영상이 어떻게 촬영되었는지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나탈리 포트만을 비롯해 뱅상 카셀, 밀라 쿠니스, 위노나 라이더 등 배우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의 대한 이야기는 물론,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감독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이 작품을 연기하기 위해 각각 준비해야만 했던 것들에 대해 들려준다. 나탈리 포트만의 경우 니나를 연기하기 위해 수개월간 발레 연습과 혹독한 트레이닝을 해야만 했었는데, 물론 실제 영화에 사용된 장면들 가운데는 그녀가 연기하지 않은 장면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얼굴을 대체한 장면들도 있지만, 그녀의 많은 연습과 발레리나 연기에 의문 부호를 갖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블랙 스완'에 사용된 특수 분장 및 효과,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 등에 대해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이 작품에도 CG가 사용되기는 했지만 좀 더 실제 분장을 선호하는 아로노프스키의 성향에 맞게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실제의 것을 활용하는 한 편, CG의 경우도 실제 발레리나의 연기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합성하는 모션 캡쳐를 비롯, 극 중 니나의 환상을 표현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작과정 외에 '발레' '프로덕션 디자인' '의상 디자인' '나탈리 포트만 – 프로필' '대런 아로노프스키 – 프로필'에서는 각각 2~3분 여의 짧은 분량으로 각 주제에 대한 짧은 영상과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이 밖에 '감독과 배우의 대화 – 역할 준비하기'와 '감독과 배우의 대화 – 카메라와 함께 춤추기'에서는 각각 4분여, 1분 30초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와 나탈리 포트만의 대화 형식으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폭스 무비 채널로 제공되는 감독과 4명의 배우들에 대한 인터뷰 영상이 수록되었다 (폭스 무비 채널 영상만 SD로 제공).

 



[총평]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블랙 스완'은 완벽 그 자체에 관한 텍스트이자, 아로노프스키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신체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자아분열의 심리묘사를 거침없는 과잉의 리듬으로 쏟아낸 심장 뛰는 작품이었다. 이런 극한의 백조의 호수를 다시 금 체험하기에 블루레이 타이틀만큼 좋은 선택은 아마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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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örk의 새 싱글 Crystalline


지난 번 새 싱글 Crystalline의 티저 비디오를 접한 뒤 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공개된 새 싱글 Crystalline 과 자켓을 만나보게 되었다. 일단 자켓 이미지에 대해 말하자면, 최근 발매된 앨범들에서 일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구도와 이미지에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은 가렸어도 그녀의 팬이라면 누가봐도 아 뷔욕이구나 할 정도의 이미지라 할 수 있겠다.

음악 역시 전혀 새로운 것보다는 그녀의 계속되는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다른 뮤지션에 비해 실험성이 매우 강한 그녀의 음악을 두고 새로움 자체를 논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이기도 한데, 분명 연장선에 있지만 실험적 측면을 여전히 엿볼 수 있다. 물론 익숙한 면들도 있다. 예전 'Vespertine' 시절에 들을 수 있었던 노이즈 가득한 효과음과 금속성 짙은 사운드는
 Crystalline을 좀 더 bjork스럽게 한다. 확실히 이 싱글만으로 새 앨범 'Biophilia' 에 대한 방향을 가늠하기는 좀 어렵다. Crystalline는 오히려 지난 앨범들과 더 맞닿아 있기 때문인데, 이 곡 외에 다른 곡들이 오히려 'Biophilia' 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지 않을까 싶다. 얼핏 짧은 영어실력으로 확인해 보니 이 앨범은 iPad로 만들고 활용한 앨범인듯 싶은데, 그렇게 안(못)사던 iPad를 bjork 때문에 사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새 앨범 'Biophilia'는 올해 9월 26일 발매 예정이며 수록곡은 아래와 같다.

 
1. "Virus"    
2. "Cosmogony"    
3. "Dark Matter"    
4. "Thunderbolt"    
5. "Moon"    
6. "Crystalline"    
7. "Hollow"    
8. "Sacrifice"    
9. "Mutual Core"    
10. "Solstice"  

 

Björk | Crystalline from Icetrip Estevez on Vimeo.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트랜스포머 3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

마이클 베이의 너무 과했던 욕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화제작 '트랜스포머 3'를 보았다. 개인적으로 관람 전 이미 수많은 악평들을 접하고 나서 보게 되는 경우는 그 의견에 물들어 같이 다운되기 보다는, 오히려 반대심리가 작용해서 '난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는 식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래서 실망도 덜 하게 되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보게 되는 편이다. '트랜스포터 3'의 기대치는 다른 이들의 평을 듣기 전에도 그리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극장에서 볼거리를 가득 2시간 넘게 체험하면 그걸로 족하다' 라는 기대 정도, '트랜스포머에게 뭘 더 바래'라는 식의 태도였는데,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정도에 머물렀으면 그럭저럭 괜찮았을 작품이었지만, 마이클 베이는 이 작품에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뭘 더 바래' 수준에서 딱 만족할 만한 볼거리와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좀 더 심플하고 딱 좋은 수준의 영화가 되었을텐데, 마이클 베이는 본인이 잘하던 장점마저 퇴색시켜버렸을 정도로 이 세 번재 시리즈 작품에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시도 혹은 끼워넣기가 차라리 보여주기 측면이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스토리에 관련된 것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이었달까.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개인적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역시 황홀경에 가까웠던 변신의 순간과 블록버스터에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 그리고 영화라는 장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실감 있는 로봇 액션 정도를 들 수 있을텐데, 1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관객에게 이런 경험이 일종의 비주얼 쇼크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충격은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약해지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트랜스포머'같은 시리즈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건 액션의 규모와 세기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정교함 정도를 더할 수 있을 텐데, 기본적으로 이 보완책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업그레이드를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마이클 베이가 선택한 보완책이 이것 뿐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트랜스포머 3'를 보며 느꼈던 점 중에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마이클 베이가 샤이아 라포프를 데리고 '스파이더 맨'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단순히 로봇으로 표현되는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에서 벌이는 SF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소년과 청년으로서 주인공 샘이 겪는 성장통, 사회의 일원으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 여자친구 및 부모님과의 관계 등에 대한 현실적인 갈등마저 품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던 것만 같은데,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트랜스포머'라는 시리즈에 (결과적으로) 이런 부분들은 너무 과한 것이었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메간 폭스가 떠나고 로지 헌팅턴-휘틀리가 합류한 여자 친구 역할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그냥 둘 사이를 가볍게 그렸다면 (정확히 말하자면 '그리려고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마이클 베이가 연출한 것을 보면 다른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주인공들이 초반에 겪었던 갈등 요소가 외적인 사건 (이 작품에서는 센티널 프라임을 둘러싼 사건들)을 함께 겪으며 눈녹듯이 녹아 다시 화해하게 된다는 것으로 그리려고 했던 것 같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엇, 쟤들 왜 저러지?' 싶은 괴리감만 준다. 또한 패트릭 댐시가 연기한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오토봇 VS 디셉티콘의 대립구도 외에 다른 가지의 이야기를 노렸던 것 같은데, 이 부분 역시 제대로 살지 못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이 글 초반에 있는 것처럼 또 다시 '트랜스포머에 뭘 더 바래'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런 새로운 인물과 관계 그리고 이야기를 추가시켰다면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 반드시 소화되어야만 의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 더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필수여야할 부분이었기에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로 예전 마이클 베이의 영화들 가운데 '아마겟돈'만 봐도, 어떻게 아버지를 잃은 딸이 바로 무사히 돌아온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반갑게 안길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의 딸과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자 할 때 감정적으로 울컥하는 부분은 분명 존재했었던 것과 비교하자면, '트랜스포머 3'의 내러티브는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해도 너무 배제한 느낌이다. 더 문제인 건 관객은 대부분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느끼는데, 영화 속 캐릭터와 (그 웅장하고 과도한) 음악은 그 어떤 감정적인 영화들 못지 않게 그야말로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또 하나 마이클 베이가 잘 못 건드린 부분 중 하나는 정치적인 이슈였는데, '트랜스포머 3'가 정치적인 것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면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발을 뺏어야 했는데 이 작품에는 충분히 오해를 사고도 남을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오토봇과 미군이 아랍국가에서 태연하게 작전을 진행하는 장면이 그것인데, 사실 보는 중간에도 '엇, 이거 뭐지?' 싶을 정도로 쉽게 말해 '개념이 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겠다. 영화에서 사건 전후로 어떤 설명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이 장면에 대해서는 정말 순수할 정도로 그냥 넘어갔구나 싶은데, 지금이 냉전시대도 아니고 아무런 이유없이 (버젓이 아랍국가 차량임을 클로즈업 하는 방식까지 취하면서) 이들을 습격하는 오토봇과 미군들의 모습에서는 마이클 베이가 도대체 어떤 정치관을 갖고 있는지, 아니 정치관은 없는 것 같은데 (이것은 비난이 아님) 너무 무지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한 사회의 청년으로서 샘이 겪는 일들을, 여자친구, 부모님 과의 갈등 등에 대한 내용은 냉정하게 말해 전혀 없어도 '트랜스포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이었으며 넣고자 했더라도 최대한 비중을 줄였어야 했는데, 마이클 베이는 이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과 무지에 가까운 정치관은 '트랜스포머 3'에게는 필요없는 과한 욕심이자 가장 큰 패착이었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1편부터 계속 말이 안되는 장면이나 스토리상 너무 간과하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런 것들은 다 '트랜스포머에게 뭘 더 바래'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옵티머스 프라임이 줄에 걸려서 한동안 활약 못하는 거나 갑자기 오토봇들이 전후사정없이 포로로 잡혀있는 거나, 주요 캐릭터가 사라질 때 관객에게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것이나,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는 존 말코비치의 분량 등은 이 선에서 이해한다 (해본다)). '트랜스포머 3'는 과욕이 부른 아쉬운 작품이었다. 차라리 '이거 너무 단순하지 않나?' 싶을 정도의 의문점이 있었더라도 아마 그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갖을 필요없는 갈등 요소를 스스로 너무 많이 가져다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무리 해버린 좋지 않은 전개였다.


써놓고 보니 극장을 나올 때보다 훨씬 더 격해진 느낌이 있는데, 사실 훨씬 더 너그러운 자세로 관람한다면 제법 볼만했다 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아, 2시간 반은 너무 길었다. 쳐내야만 했던 부분들을 다 쳐내고 2시간 안으로 정리했다면 훨씬 좋은 오락영화가 되었을텐데 아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Paramount Pictures 에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매년 상반기와 연말 혹은 연초에 가장 인상적으로 본 영화들을 '좋은 영화 베스트'라는 식의 이름으로 정리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어느 덧 6월이 훌쩍 지나고 2011년 상반기를 결산해볼 시간이 다가왔다. 간단하게 총평을 해보자면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좋은 인상적인 영화들의 숫자가 조금은 적어진 듯 싶다. 지난해 상반기에 리스트를 꼽을 때에는 외국영화 만으로도 10작품을 쉽게 꼽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한국영화를 포함하여 딱 10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다. 참고로 언제나 그렇듯이 선정 기준은 완전 개인적이며, 더 많은 좋은 영화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정리해 보았다.

(순서는 관람 순) 




1. 윈터스 본 (Winter's Bone, 2010)
소녀는 울지 않는다
http://www.realfolkblues.co.kr/1430 



제니퍼 로렌스 라는 여배우의 발견. 인생을 다 겪은 듯한 소녀의 표정과 몸짓 모두가 인상적이었다. 제목만 들어도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기억에 남는 작품.






2. 라푼젤 (Tangled, 2010)
디즈니가 가장 자신있는 마법의 세계
http://www.realfolkblues.co.kr/1440



'라푼젤'에서 보여준 디즈니의 마법은 여전했다. 디즈니는 이런 식으로 가면 된다. 픽사를 억지로 따라할 필요도, 오로지 기술적인 측면에만 매진할 필요도 없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자신들이 해왔던 방식에 근거하여 조금씩 보완해 가면 된다. 갑자기 너무 다른 옷으로 갈아입으려 하기보단, 서서히 스타일 변신이 아닌 보완을 하면 될 듯.

 




3. 혜화, 동 (Re-encounter, 2010)
상처를 인정하는 방식
http://www.realfolkblues.co.kr/1443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국내 영화 중 한 편. 스물 셋 혜화의 지난 겨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처를 인정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 민용근 감독과 혜화 역의 유다인 씨를 비롯한 이들의 정말 투혼에 가까운 관객과의 대화 릴레이는 올해 그 어떤 영화 마케팅 방법보다 진실되고 값진 것이었다.





4. 블랙 스완 (Black Swan, 2010)
극한의 백조의 호수

http://www.realfolkblues.co.kr/1447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촬영 방식을 택한 반면,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통해 판타지에 가까운 극적 변화를 담아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작. 후반 부 백조의 호수가 시작되며 치닫는 극의 과잉된 리듬은 심장을 미치도록 요동치게 한다.

 





5. 파수꾼 (Bleak Night, 2010)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애처로운 간극
http://www.realfolkblues.co.kr/1451

역시 올해의 국내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은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적으로도 너무 아름답고 깊은 것은 물론, 과연 나는 기태였을까, 희준이었을까 아님 동윤이었을까를 떠올려 보게 했던 올해의 발견!






6. 두만강 (Dooman River, 2009)
경계와 경유 그리고 약속
http://www.realfolkblues.co.kr/1454



장률 감독의 '두만강'은 전작들과는 달리 상당히 감정적이고 극적이며 떨려오기까지 하는 작품이었다. '삶의 슬픔이 침묵으로 흐른다'는 올해의 카피 후보. 개인적으로는 장률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와닿았던 작품.






7. 수영장 (Pool, 2009)
꿈만 같은 치유의 슬로우 무비

http://www.realfolkblues.co.kr/1471



보는 내내 평화로움이, 보고나서는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 말이 아닌 그림 같은 장면으로 보여주는 영화. 위의 저 장면은 앞으로 후반기에 어떤 영화의 명장면이 나온다 하더라도 올해의 명장면으로 이미 결정.






8. 세상의 모든 계절 (Another Year, 2010)

메리를 둘러 싼 삶의 온도

http://www.realfolkblues.co.kr/1485



마이크 리의 전작 '해피 고 럭키'와 마찬가지로 마냥 행복한 영화라기 보다는 그 안에 삶의 고단함과 쓸쓸함을 담은 작품. 노년에 접어든 마이크 리에게 삶이란 결국 이런 깊이로 와닿는 것일까. 영화 속 메리에게서 나를 보게 되느냐, 타인의 모습을 보게 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영화.





9. 슈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http://www.realfolkblues.co.kr/1505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한 남자가 스필버그와 함께 그의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남. 이것만으로도 J.J는 올해 가장 부러운 남자.






10. 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 2010)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영화라는 마법

http://www.realfolkblues.co.kr/1506



사라져가는 많은 것들 가운데 영화라는 것으로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실뱅 쇼메의 인상적인 애니메이션. 더 이상 영화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보내는, 마법사의 쓸쓸한 여정.




* 올 하반기에도 더 많은 인상적인 좋은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여러분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 에 있습니다.





꼭 갖고 싶었으나 가격의 압박 등의 이유로 구입을 미뤄왔던 일본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블루레이를 선물 받은지도 벌써 한 달이 다 지났네요. '나우시카'의 경우 제가 국내 극장에서 처음 본 지브리 작품이기도 했고 (참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전에는 일본 문화가 국내에 정식 개방되지 않았던 터라, 극장은 물론 정식 DVD로도 볼 수 없었는데, 1차 개방되고 나서 국내 DVD출시를 위해 잠시 가졌던 상영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았었죠. 그 희열이란!!)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애틋해 지는 작품 중에 하나라 꼭 블루레이로 소장하고 싶었었죠. 그렇게 선물받은 블루레이는 역시나 만족스럽습니다!







겉 비닐 봉지를 벗기도 나면 정말 더 새파란 컬러의 케이스를 확인할 수 있는데, 파란색과 하얀색의 조화가 정말 좋습니다. 케이스만 봐도 작품을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어질 정도로 말이죠;





케이스를 오픈하면 블루레이 디스크와 '마루 밑 아리에티' 광고 전단, 속지, 그리고 작은 포켓북이 하나 담겨 있습니다.





패키지의 구성만 보자면 거의 포켓 북이 메인 아이템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







정말 작은 크기의 포켓북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알찬 내용들이 담겨져 있더군요. 사진으로 미처 다 담지는 못했지만, 본편 장면들을 컷으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작품의 제작과정과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한 이들의 대한 내용들 등 일본어를 하실 수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더 흥미로운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이건 보너스로. '나우시카' 블루레이와 함께 선물 받은 '모노노케 히메' 오르골!! 지브리 관련 상품 중에는 오르골 상품도 제법 많은 편인데, 이 제품은 아주 심플한 구성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드는 제품입니다. 뒷면에 위치한 태엽을 감으면 '모노노케 히메'의 메인 타이틀 곡을 오르골 선율로 만나볼 수 있어요~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창동 감독의 아름다운 걸작 '시'


2010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Poetry)'는 가혹하리만큼 인간이 고통을 겪는 방식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인 동시에, '아름다움' 그 자체에 관한 탐미적인 작품이었으며, 제목인 '시'에 대한 간접적인 비유는 물론 매우 직접적인 텍스트이기도 한 그 해 최고의 작품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 동안 이창동 감독의 전작들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박하사탕'이나 '오아시스' 같은 작품들은 이를 통해 감독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지만, 그것이 깊은 공감으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약간의 과잉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서, 완성도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지만 '좋은 영화'라 말하기엔 조금 부족함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좋은 영화'란 '착한 영화'와는 전혀 다른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데, '시'는 착한 영화는 아니지만 분명 좋은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영화 '시'가 사회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찌 보면 가혹하리만큼 냉정함이 그 이면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냉정한 시선이 지향하는 바가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과정과 결과 모두 '좋은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창동의 '시'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응당 있어야 할 가치들이 사라져버린, 죽음과도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마지막 남은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이다(그래서 주인공의 이름도 '미자 (美子)'가 아니던가). 미자는 '시'라는 매개체를 만나게 되면서 오히려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극중 미자는 시를 배우는 강좌 중에 그리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인과 그들에게 이렇게 자주 질문한다. '시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되요?' '시상은 언제 찾아오나요?'무언가 그 안에서 답을 찾고 싶었던 미자는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생각날 때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게서 시상을 얻어 자신 만의 시를 한 줄 한 줄 써내려 가려 하지만, 어느 한 줄 쉽게 나오는 것이 없다. 그래서 미자는 계속 물어본다. '시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아무것도 적지 못한 노트에 자연이 직접 쓴 시를 계기로 미자는 진정한 시를 쓰는 것에 대해 전환점을 갖게 되고, 자신을 둘러 싼 삶에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작품의 제목 '시'는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일차적으로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해 현실에서 그 자취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죽어가고 있는 문학으로서의 '시'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순수하고 진실된 '시선'으로서의 시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속에는 여러 차례 시를 배우는 강좌 장면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단순한 내러티브를 위해서였다면 그냥 '미자가 시를 배운다'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묘사했을 테지만, 이렇게 다큐멘터리에 가깝도록 시 강좌 장면을 다룬 것은 관객들이 이 장면을 보며 영화 속 미자처럼 잠시나마 시라는 예술에 대해 있는 그대로 수용해 보길 바라는 감독의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관객이 이를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자처럼 동화되도록 만든 것도 이 작품의 미덕 중 하나라고 하겠다. 다시 말해 관객은 잠시나마 이 작품을 보는 동안에는 극중 미자처럼 시에 대해 무지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가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건 생각해볼 수록 대단한 이 영화의 지점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예술'로서의 '시'를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주인공 미자를 비롯해 안내상이 연기하는 기범 아버지로 대변 되는 어른들의 시선, 그리고 한 발 물러서 있는 주변 인물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등을 통해 또 다른 '시'를 써내려 간다. 특히 미자를 바라보고, 미자가 바라보는 시선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데, 세속적인 사건을 겪는 과정 속에서 세속적인 것과는 조금 멀어져 있던 미자 라는 인물이 어떻게 고통과 현실을 인정하고,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고 겪어가는지(극복하거나 포기하거나 의 이분법 보다는 그냥 '겪는다'가 이 작품에는 더 어울릴 것이다)의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참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보았을 때는 미자가 세속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이 추구하던 많은 가치들을 포기해 가는 텍스트라고 여겨, 마지막 엔딩을 맞닥뜨렸을 때 그 어떤 작품들보다 먹먹하고 깊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는데, 블루레이 리뷰를 위해 다시 보게 된 '시'는 그것과는 조금, 아니 많이 달랐다. 다시 보게 된 미자의 행동들은 자포자기하는 식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인 삶에 대한 표현으로 느껴졌다. 세속에 물든 사람들과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미자가 택한 방법들과 그 과정의 행동들은 미자 나름대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자기 것인 냥 포용하려고 애쓴 노력의 결과물이었으며, 그 결과는 세상으로 하여금 각각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존재조차 인식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관객에게는 깊은 울림과 더불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미자가 쓴 시 '아녜스의 노래'와 영화 '시'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흐르던 강의 이미지는 죽음과 슬픔을 노래하는 듯싶었지만, 다시 바라본 강의 이미지에서는 분명 희망의 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THE DVDPRIME COLLECTION 002 – 시 블루레이
 

이 작품은 잘 아시는 것처럼 DVDPRIME과 제작사 UEK, 그리고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낸 자랑스런 'DP 컬렉션' 그 두 번째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사실 첫 번째 타이틀이었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두 번째 타이틀인 '시' 가 훨씬 더 큰 부담을 본의 아니게 지게 되었는데,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만드는 이들의 심정을 주변에서 가깝게 전해들을 수 있었던 입장으로서 부족한 재능이나마 여기에 보태고자 블루레이 리뷰를 맡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시' 블루레이 타이틀은 '김복남…'과는 또 다른 감회가 드는 타이틀이었다. DP 컬렉션이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이창동 감독의 '시' 역시 이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국내에서 블루레이로 정식 발매되기 사실상 어려웠던 작품인 동시에, 너무 블루레이로 소장하고 싶은 그 해 최고의 걸작이기도 했다. 극장에서 몇 차례 관람을 하면서도 블루레이 라이센스 발매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과거를 떠올려 본다면, 이렇게 직접 우리 손으로 만든 타이틀을 소장할 수 있게 된 현실은 아직도 놀라울 뿐이다.
 




Blu-ray 메뉴






Blu-ray : Picture & Sound Quality

MPEG-4 AVC 포맷의 1080P 화질은 블루레이에 걸 맞는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작품 자체의 화질이 다른 해외 영화에 비해 뛰어나게 좋은 편은 아니고, 또한 극장에서 보았던 화질도 뛰어난 화질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블루레이의 화질이 오히려 더 좋게 느껴진다고 할 수 있겠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블루레이 화질이 좋게 느껴지는 것이 단순히 느낌 때문 만은 아닌 것이, 실제로 극장에서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영상의 디테일 한 부분과 색감들을 블루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처럼 영화 역시 인위적인 조명 보다는 자연광과 최소한의 조명들을 활용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런 빛의 디테일 한 활용의 정도를 블루레이 영상을 통해 좀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좀 더 안방 극장의 환경에 맞게 적절한 레벨로 수록되었다. 사운드 적인 측면의 활용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5.1채널의 서라운드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느껴질 정도로 괜찮은 편이었으며, 대사 전달에 있어서도 감상에 지장을 주는 부분은 없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에 만나볼 수 있었던 강물이 흐르는 소리 같은 경우는 영화의 여운을 더 오랜 시간 잡아주는 중요한 사운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더욱 선명한 강물 소리에 그 여운을 지속할 수 있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시'




'시' 블루레이에서 가장 눈에 띠는 부가영상이라면 본편 재생 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이창동 감독의 영상 메시지'를 꼽을 수 있겠다. 2차 영상물을 즐기는 사용자로서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 확장 판이나 길예르모 델토로의 타이틀들을 보며, '아, 국내 타이틀에도 감독이 DVD나 블루레이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해주는 챕터를 가져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시' 블루레이에는 바로 이창동 감독의 이런 인트로가 블루레이만을 위해 담겨 있다. 사실 이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오로지 블루레이 만을 위한 부가영상이라는 점에서, DP 컬렉션이어서 가능한 서플먼트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 하나 DP 컬렉션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이라면, 이 타이틀이 탄생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DP 회원이자 소비자인 분들의 이름(닉네임)이 담긴 'BD 메이킹 크래딧'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냥 단순한 구매자 목록이 아님은 우리가 더욱 잘 알고 있기에 여기에 많은 부연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한 마디만 보태자면, 이 메이킹 크래딧은 내 이름이나 닉네임이 실려 영광스러운 것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는 '뿌듯함'이 더 밀려오는 훈훈한 크래딧이 아닐까 싶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가영상은 이창동 감독과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참여한 음성해설을 들 수 있겠다. 이창동 감독 스스로가 작가이자 각본을 썼기 때문에 '시'라는 작품에 대한 더 풍부한 의미는 물론 감독으로서의 연출 의도 그리고 전설적인 배우 윤정희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 '시'를 인상 깊게 본 이라면 꼭 한 번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참고로 음성해설 트랙을 선택하면 편의를 위해 본편 한글자막이 자동으로 켜지도록 설정되어 있다. 만약 음성해설을 들으면서 본편의 한글자막을 원치 않을 경우에는 리모컨을 통해 음성 트랙을 다이렉트로 변경하면 된다.

 



이 밖에 부가영상으로는 전반적인 메이킹 영상들과 감독, 배우 들의 짧은 인터뷰 들이 각 주제에 맞게 메뉴 별로 수록되어 있다. 모든 부가영상은 DVD에 수록되었던 내용과 동일한 영상으로 SD 포맷으로 수록되었다. 

 



[총평] 영화적으로만 보아도 이창동 감독의 '시'는 지난해 개봉한 작품들 가운데 손꼽을 정도의 걸작임은 물론, 그의 수준 높은 필모그래피에서도 단연 꼽을 만한 작품이었다. 이런 작품의 장점을 고스란히 담아낸 동시에, 'DP 컬렉션 002' 타이틀이라는 또 다른 소중한 의미를 갖는 블루레이 타이틀 역시, 퀄리티나 내용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엿보이는 만족스러운 타이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DP 컬렉션에 더 큰 응원을 보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아직까지 나카시마 테츠야의 최고작은 이 작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하 '혐오스런 마츠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 (2004)'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묘하게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는 제목답게 '불량공주 모모코'는 '혐오스런 마츠코'와 마찬가지로 감각적인 영상과 더불어 기발한 웃음과 유쾌한 감동을 한꺼번에 선사하며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였으며, 2004년 칸느에서의 호평과 키네마 준보 선정 2004 일본 영화 베스트 10에 뽑히는 등 평단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작품이었다. 특히 '불량공주 모모코'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살아 숨 쉬는 캐릭터와 CF감독 출신답게 기존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넘쳐나는 일본 영화계에서도 단숨에 주목을 받았던 영화였다. 그와 동시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바로 CF출신 감독으로 첫 번째 장편 영화를 발표한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였다. 그가 다른 감독들보다 더욱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대부분의 CF출신 감독들의 태생적인 장점인 감각적인 영상 표현 외에도 영상에만 집중되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섬세한 심리 묘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내는 실력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불량공주 모모코'촬영 말미부터 계획했다는 후속 작은 과연 어떤 영화일지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쩌면 영화 팬으로서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마치 '벤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상케 하는 오프닝 타이틀. 이 오프닝을 통해 나카시마 테츠야는 '이 작품은 이런 과장과 색체가 넘쳐나는 작품이야' 라고 효과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작품 '혐오스런 마츠코' 이후 선보인 2008년 작 '파코와 마법 동화책'과 올해 국내에도 개봉해 큰 화제를 모았던 영화 '고백' 역시 나카시마 테츠야 만의 색감과 영상미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파코와 마법 동화책'까지는 형형색색의 기존 나카시마 테츠야 세계를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지만, '고백'은 과감히 색을 버리고 무게와 강렬한 콘트라스트에 더욱 집중한 작품이었다 (여기에는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의 차이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떤 감독에게나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 있기 마련인데, 나카시마 테츠야에게 가장 어울렸던 옷은 '고백'까지 포함하여도 이 작품 '혐오스런 마츠코'였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의 가장 큰 장기인 영상미학을 가장 과감하게 시도한 작품이자 자유롭게 풀어낸 작품인 동시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그가 얼마나 정통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며, 원작이 갖고 있던 무게 감을 자신만의 색깔로 더 효과적으로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본래 원작이 된 소설은 내용 그대로 특별히 이상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던 카와지리 마츠코라는 한 여자가 우연과 사건들로 인해 폭력, 불륜, 매춘, 살인 등 어쩌면 인간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일들을 겪게 되며 그로 인해 한 여자의 인생이 어떻게 저물고 변해 가는 지를 그려낸, 아주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도 이와 거의 다르지 않다. 영화 속 마츠코 역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덮으려다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그 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며, 나중에는 본인에 대한 사랑마저 완전히 잃게 되어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끼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그저 암울하다, 처절하다 라고 만 느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는 영화화를 결정하며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여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에 따라, 이 무겁고 암울한 이야기를 오히려 유쾌한 리듬으로 풀어나가기로 한다. 극 중 마츠코는 최악의 일들을 차례로 겪게 되지만, 그 때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스스로 찾아내 자신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혹은 마음만이라도 긍정적 방향으로) 한 걸음씩 옮기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슬픔보다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켜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과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한 편, 반대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말처럼 원작이 담고 있던 무게 감과 슬픔을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혐오스런 마츠코'를 위해 나카시마 테츠야가 선택한 방식은 바로 '뮤지컬'이었다. 암울한 이야기를 밝은 리듬으로 풀어내는데 뮤지컬만한 장치는 없었을 것이고, 감독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완전히 흡수하면서 마츠코만의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 냈다. 만약 뮤지컬이 아닌 일반 드라마 형식을 취했다면, 이 영화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매우 무거운 분위기의 단순한 신파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노래가 갖는 의미는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극중 마츠코가 유일하게 행복한 꿈을 꾸는 시간은 노래가 흐르는 순간뿐이며, 노래의 가사는 극 중 어느 대사보다도 마츠코의 심정과 희망을 대변하고 있다. 즉 마츠코의 감정 변화가 대사 보다는 노래로서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되며, 빠르게 진행되는 마츠코의 일생을 각 사건마다 함축적으로 표현해내는 것 또한 노래와 춤 그리고 가사 말인 것이다.




'혐오스런 마츠코'를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많이 놀랐던 점은, 영화에 수록된 노래들의 장르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과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매우 '제대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팝, 동요, 힙합, 엔카, 재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장르마다 고유의 느낌을 제대로 수록한 곡들로서, 영화 삽입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곡 자체로 높은 완성도를 담고 있는 곡들이라는 점에서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전 오리지널 뮤지컬의 기본을 충실히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는 'Happy Wednesday'를 비롯하여, 유명 뮤지션 보니 핑크 (Bonnie Pink)가 직접 쓰고 출연까지 한 빅밴드 풍의 'Love is Bubble'(이 곡은 서플에 추가된 보니 핑크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지만, 보니 핑크의 팬이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기존의 보니 핑크의 스타일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곡으로 팬들에게 오히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이라 하겠다), 역시 AI가 출연하고 작업한 힙합 풍의 곡 'What is a Life',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곡인 'USO' 등 한 곡 한 곡이 그 장르를 대표하는 특성을 아주 잘 수록하고 있다.

 



특히 감옥에서 펼쳐지는 힙합 스타일의 곡 'What is a Life'는 인트로 부분에서 죄수 복을 입은 여 죄수들을 훑어 내려가는 카메라 워크부터, 고전 뮤지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도미노 식 안무와 멜로디가 강조된 반전되는 후렴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 힙합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좋아하는 이라면 알 수 있었겠지만, 이 곡의 카메라 워크나 연출 방식은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봐왔던 그대로의 방식이라 놀랍기 까지 했다(마치 F1 레이서인 슈마허가 자선 축구 경기에서 전문 축구 선수들이나 선보일 법한 발리 슛을 선보였을 때의 느낌이랄까).





음악이 삽입된 부분의 놀랄 정도로 높은 완성도가 단순히 CF감독 출신인 감독이 연출한 것 때문만이라고는 볼 수 없을 텐데 그 제작 내면에는 철저한 분업화가 있었다. 위에 언급했던 주요 곡들은 모두 감독인 나카시마 테츠야가 연출을 맡기는 했지만, 기본이 되는 콘티는 모두 다른 감독들이 작업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각 노래마다 주인공만 마츠코로 같을 뿐 각각 전혀 다른 느낌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자주 언급하지만 뮤지컬 팬으로서 놀라웠던 점은 감독이 뮤지컬을 처음 연출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고전 뮤지컬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 등의 고전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인물들이 노래를 주고 받거나 노래가 처음 극으로 삽입되는 부분에서 일정한 형식의 패턴이 존재하는데, '혐오스런 마츠코'는 이런 부분들을 정확히 집어 내고 있다. 그리고 엔딩 장면에서는 마치 폴 토마스 앤더슨의 1999년 작 '매그놀리아'의 후반 부 수록된 에이미 만(Aimee Mann)의 'Wise Up' 시퀀스처럼, 영화 내내 삽입되어 주 모티브가 되었던 '구부렸다 몸을 펴서(まげてのばして)' 라는 동요에 맞춰, 마츠코의 인생을 함께 했던 인물들이 한 소절씩 나눠 부르며 영화를 보며 느꼈던 수 많은 감정들을 온전히 하나로 정리하는 멋진 마지막을 선사하고 있다.
 




음악과 더불어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붉은 색감으로 시작된 영화는 시종일관 왜곡 된 색감과 뿌연 영상 등으로 진행되는데, 각 장면 마다 스타일에 맞게 영상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도 있지만 내용적인 극의 전환에 따라서도 영상의 분위기를 달리하여, 제 3자가 마츠코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꿈 꾸는 듯한 뿌연 영상은 끔찍한 인생을 살아온 마츠코 자신이 항상 꿈을 꾸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영화의 내용은 지워져도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혐오스런 마츠코'는, '디즈니 영화의 히로인이 실수로 다른 문을 열어버린다면 마츠코처럼 살게 되지 않을까'라는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했다는 말처럼, 디즈니 만화에서나 볼 법한 형형색색의 이미지들과, 또 '백설공주'가 숲 속을 산책할 때나 등장할 법한 꽃들과 나비 때처럼, 동화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영상을 담고 있다.

왜곡 된 색감은 감독의 전작 '불량공주 모모코'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기법이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영화를 좀 더 영화라는 포맷 안에 담아내는 데에 (이 작품에서는 이 한계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있어 작품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데 공헌을 하고 있다(한 예로, 영화의 자료 사진들 가운데 색감이 적용되지 않은 일반 사진들을 보게 되면, 이 영화가 만약 이대로 일반적인 색감으로 제작이 되었다면 얼마나 심심한 영화가 되었을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츠코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고 인터뷰에 밝힌 것처럼, 이 영화는 마츠코를 위한 영화이자, 나카타니 미키의 의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처음 나카타니 미키를 캐스팅 했을 때 그녀는 이미 원작을 잘 알고 있었고 마츠코에 대해서도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유쾌한 방식으로 새롭게 각색하려는 감독과 많은 언쟁이 있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영화가 완성된 뒤에야 촬영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찍으면서 나카타니 미키가 감독에게 '죽여버린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혹독한 대우를 당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한데, 영화를 찍는 내내 고통스러웠고 자신 역시 감독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그러한 생각을 모두 접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카시마 테츠야와는 다시는 작품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인터뷰도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마츠코'라는 캐릭터가 워낙 배우의 연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연기와 노래와 춤은 나카타니 미키가 아니면 마츠코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머금게 하는 완벽한 열연을 펼쳤다. 특히나 부가영상에 담긴 인터뷰 장면이나 다른 영화에서 그녀가 출연한 일반적인(?) 모습을 보고 나면, 그녀가 만들어낸 '마츠코'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게 된다.
 

Blu-ray 메뉴







블루레이 메뉴 디자인은 상당히 깔끔하게 나온 편이다. 마츠코의 이미지를 디자인화 한 우측 이미지를 배경으로 좌측에는 깔끔한 한국어 메뉴가 제공되는데, DVD로 출시되었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타이틀과 비교하자면 훨씬 더 가독성이 높고 구성 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디자인이라 하겠다.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풀HD 화질에 대해서는 이 작품 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일본 영화 특유의 화질이 가미된 것에 더해 감독이 의도한 과도한 색감들과 조명의 활용, 그리고 마츠코가 겪는 사건들의 시기와 성격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영상의 컨셉으로 인해 일반적인 타이틀의 화질과 1:1비교를 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하지만 감독의 이러한 의도가 조금 덜 적용된 장면에서는 블루레이만의 장점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즉, 다시 정리하자면 블루레이 화질 자체의 퀄리티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작품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필름 상영으로는 국내에서 거의 마지막이 될 극장 상영을 재차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안방에서 보는 블루레이의 화질이 체감하기에 훨씬 선명한 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칼 같은 선예도는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영상이지만, 그래도 기존에 출시되었던 DVD의 화질(DVD의 화질도 결코 나쁜 편이 아니었다)과 비교해보자면 그 우수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DVD 버전



▽ 블루레이 버전


▽ DVD 버전


▽ 블루레이 버전


▽ DVD 버전


▽ 블루레이 버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DVD와는 비교 불가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DVD에서는 좀 더 강했던 붉은 색감이 샤프니스가 살아나면서 좀 더 정리된 느낌을 준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극의 리듬감 있는 음악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워낙 음악의 비중이 큰 작품이라 사운드 적인 측면에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데, 음악은 음악대로 역동적으로 전달하면서도 5.1채널의 멀티채널의 활용도도 높아 전반적으로 만족스런 사운드를 들려준다. 



Blu-ray : Special Features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기본적으로 DVD와 동일하다. '스넥 마츠코의 단골 손님'이라는 제목의 음성해설도 그대로 수록되었고, '혐오스런 테츠야의 285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제작과정'과 배우들의 인터뷰 등도 DVD에 수록된 그대로 (SD포맷으로) 수록되었다. 



대부분의 DVD와 동일하기는 하지만, 기존 EPK 류의 서플먼트들을 블루레이에서는 교체하였으며 DVD출시 스펙에는 있었지만 누락되었던 예고편 3종과 극장 예고편 등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또한 자막 역시 기존 DVD의 버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기존 DVD의 본편과 부가영상을 모두 재 번역하여 자막을 새롭게 수록하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블루레이만의 보강된 부분이다. 참고로 부가영상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예전 DP에서 리뷰했었던 DVD리뷰를 참고하면 되겠다.
 





[총평] 나카시마 테츠야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영상과 음악이 이야기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최고의 작품이었으며, 블루레이 역시 작품의 인상적인 영상과 음악을 차세대에 걸맞게 수록한 만족스러운 타이틀이었다. DVD가 출시되었을 때에도 이 작품을 소장한다는 그 사실에 무척 감격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데, 블루레이로도 소장하게 되다니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다. 이 작품의 팬들이라면 두말 할 것 없이 소장해도 좋을 것이며, 만약 아직까지 이 작품을 접해보질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혐오와는 거리가 먼 이 아름답고 유쾌하고 슬픈 작품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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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의 간첩
메시지+재미+실속까지 소소한 다큐멘터리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 '타임'의 네 번째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간첩'이었다. 일단 이 다큐멘터리는 '부당거래' 이후 작품으로 유럽을 배경으로한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던 류승완 감독이, 영화 작업에 앞서 관련 자료조사 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지점이 MBC가 기획한 의도와 부합되는 부분이 있어서 TV를 통해 이 짧은 다큐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주된 내용은 류승완 감독과 지인인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가 함께 북한 공작원, 이른바 간첩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겠지만, 간첩을 찾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이 다큐의 목적성은 '정말 간첩을 찾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왜 못찾을 걸 애초에 알았으면서 이 과정을 다큐로 담아냈느냐'로 접근해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일차적으로는 항상 영화를 만들기 이전의 사전 자료조사 과정이 매우 궁금했었는데, 그런 부분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그 소재가 남북문제를 비롯해 한국사와 연결된 실제 사실이다 보니 더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 류승완 감독은 이 '간첩'이라는 다큐를 연출하면서 딱딱하고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매우 리듬감 있게 풀어내고 있었다. 중간중간 고전 영화와 드라마 속 장면들을 끼워넣어 무겁게 흘러갈 수도 있는 주제에 리듬을 주고 있는데, 마치 힙합 음악에서 샘플링을 사용하듯 영상을 활용하고 있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 자료 조사 과정의 이야기는 진지하려고 작정하면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무겁고 정치적인 내용으로도 풀 수 있었다는 얘기인데, 소재는 같지만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에 류승완 감독이 선택한 이 방식이 유쾌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면 치고 빠지는 정도가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만약 완벽한 페이크 다큐를 예상했다거나 혹은 완전히 진지한 (MBC 창사 50주년 기념 특별기획에 빛나는;;) 다큐를 기대했다면 양다리를 걸친 이 모습에 갸우뚱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작품은 '간첩을 찾아라!'가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 아직도 (말도 안되게) 등장하곤 하는 레드 컴플렉스를 묘하게 풍자하고 있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이런 줄타기가 적절한 구성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맨 마지막에 간첩 신고에 관한 노래를 들려주는 것과 이와 함께 등장하는 간첩신고 문구 (폰트)의 포장은, 누가봐도 아직도 무슨 일만 벌어지면 북한 소행이라고 하는 것들과 더나아가 어처구니 없게도 이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사회에 대해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풍자였다.

자료조사의 과정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 나름대로 흥미롭고, 편집과 연출 의도만을 가지고 풍자의 성격을 가미했으며, 결과적으로 나중에 나올 신작 영화에 대한 간단한 떡밥도 깔았으니, 이 정도면 소소하게 만족스러운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싶다.


1. 감독님! 보고 계시죠?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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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 2010)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영화라는 마법



프랑스의 찰리 채플린이라고 불리는 코미디의 거장 '자크 타티'를 기리며 만든 실뱅 쇼메의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2010)'를 보았다. 이 작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자크 타티 때문이 아니라 올해 열렸던 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 후보에 오르면서 부터였는데, 너무 아름다운 작화와 분위기에 예고편 만으로도 흠뻑 빠져서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으나, 사실 국내에 개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하기도 했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극중 일루셔니스트 모습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 만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도 아닐 뿐더러 주제 역시 유쾌하지 만은 않고, 헐리웃이 아닌 프랑스에 서 만들어진 작품이었기 때문에 상업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이 비좁은 개봉관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 구매를 알아보고 있던 중 국내 개봉 소식을 접하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보게 된 실뱅 쇼메의 '일루셔니스트'는 아름답고 아련하면서도 쓸쓸한 작품이었다.



ⓒ Pathé. All rights reserved



극중 일루셔니스트의 모습에서는 여러가지를 빗대어 볼 수 있을 듯 하다. 처음에는 큰 공연장을 돌며 잠깐씩 마술쇼를 보여주던 주인공은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이 설 무대를 잃어가다가, 결국에는 이것만 가지고는 살아나갈 수 없기에 전혀 다른 일들을 잠을 줄이고, 시간을 짜내어 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단순히 설 수 있는 무대가 사라졌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의 존재를 아직까지 믿어주는 한 소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더 이상 마법에 놀라지 않고 속지 않은 세상과는 달리 아직 세속적인 것에 물들지 않아 주인공의 마법에 환호하고 마법 자체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는 이 소녀를 위해, 주인공 일루셔니스트는 쉽게 자신의 일과 마법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이 모습을 통해 우리는 여러가지를 빗대어 볼 수 있는데,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도 있겠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급격하게 잊혀져 가는 모든 오래된 것들에 대한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내가 발견한 메시지는 바로 영화에 관한 것이었다. 감독인 실뱅 쇼메가 자크 타티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것 역시 영화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극 중 일루셔니스트의 모습에서는 영화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아련함과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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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일루셔니스트는 자신은 마법을 믿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마법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소녀의 꿈을 지켜내기 위해 일루셔니스트로서 최선을 다한다. 이 작품이 쓸쓸한 첫 번재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데, 일루셔니스트 스스로는 마법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더 이상 자신의 마법만으로는 삶을 영유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마법'이 아닌 소녀에게만 보이지 않는 현실의 노력으로 이 마법을 지켜내게 되는 점이다. 일루셔니스트가 현실의 노력으로 이 마법을 지켜내려는 과정을 보는 관객들은 그의 모습에서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영화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영화라는 매체가 점점 본연의 예술적 아름다움과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하기 보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관객들의 일회성 요구에 발맞춰 여러가지를 포기하거나 혹은 내실이 아닌 포장에만 더욱 열을 올리게 되어버린 요즘의 영화계를 떠올려 볼 수 수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대중의 요구로 움직이기 보다는, 만드는 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완성해낸 결과물들이 점점 더 상업성이 없다는 시장의 논리로 인해, 설 무대가 없었던 일루셔니스트처럼 관객에게 선보일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는 현실을 비춰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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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쓸쓸했던 이유는, 극의 처음부터 그리 열정적이지는 않았던 (이미 나이로 보았을 때 이런 자신의 상황에 내성이 생겨버린, 일종의 포기상태일 듯한) 일루셔니스트가 우연히 만나게 된 소녀를 통해 잠시나마 자신도 조금은 잊고 지냈던 일에 대해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모습과 결국엔 쓸쓸한 안녕을 고하게 되는 현실 때문이었다. 분명 일루셔니스트는 소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다. 즉, 소녀에게 해준 것은 본인이 (아마도) 평생을 해왔을 일루셔니스트로서의 삶, 자신에게 해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소녀의 캐릭터가 일루셔니스트를 이해한다기 보다는 단지 '무지'의 존재였다가 세상을 알게 된 뒤에는 남들과 똑같이 현실에 녹아들어버리는 걸 보았을 때 더더욱 이 이야기는 세상에 놓여진 일루셔니스트의 쓸쓸한 일인극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자체가 또 쓸쓸하다. 관객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일루셔니스트의 삶이 결국 일인극으로 마무리된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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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쇼메의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쓸쓸한 감성을 담고 있지만, 영상에서는 다시 한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영화라는 것의 마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낸다. 무성영화에 가깝도록 대사는 없고 인물들 역시 말보다는 행동과 눈빛으로 마음을 전하는데, 특히 극 중 일루셔니스트가 지내게 되는 모텔에서 만나는 그의 광대 동료들의 자화상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실뱅 쇼메의 영화 '일루셔니스트'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영화라는 마법에 대해 깨닫기에 완벽한 작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감독의 말을 듣고 있는 대상이 더 이상 마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 임을, 감독과 작품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쓸쓸하고 그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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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은 물론이고 컴팩트 디카도 사용해보았지만, 어느새 부턴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이 모두를 재쳐두고 가볍게 아이폰으로 사진을 촬영하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아무리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DSLR로 촬영한 사진들보다 퀄리티가 좋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점차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이유는 역시 그 간편함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결혼식이나 여행 등 특별한 일이 아니면 각 렌즈들과 카메라의 무게가 적지 않은 DSLR을 별도로 챙기는 일은 극히 드물어 졌는데, 스마트폰은 사진은 물론 동영상 촬영까지 나쁘지 않은 퀄리티로 녹화가 가능하니 점점 더 스마트폰만을 달랑 들고 사진 촬영에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할 때의 장점이라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에 사진과 함께 공유할 때는 매우 편리하지만, 혹시 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출력하여 소장하고자 할 때는 방법도 번거롭고 퀄리티 면에서도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스마트폰과 간편하게 연결하여 사진을 출력할 수 있는 포토프린터 Bolle Photo BP-100과의 만남은 적지 않은 기대로 시작되었다.





Bolle Photo의 구성품들. 구성품도 매우 심플하다. 포토프린터 본체와 아답타, 그리고 아주 간단한 메뉴얼이 전부다. 이 제품의 특성상 다양한 기능이 중요한 경우는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은 어플이 대신하고 있기도 하고) 이 같은 구성으로도 충분한 느낌을 준다.




크기 역시 한 손에 들 수 있을 만큼 (번쩍번쩍 들 정도는 아니고, 오래들면 좀 무거운 정도)의 무게, 그리고 아이폰과의 크기, 두께 비교 샷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 별로 크지 않은 크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정도라면 가끔씩 휴대도 가능한 크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제품의 특징이라면 다른 포토 프린터들과는 다르게 필름과 용지가 일체형인 카트리지 를 통해 출력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염료승화형 방식으로서 깔끔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기본형으로 제공되는 1개의 카트리지를 통해서는 총 12매를 출력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포토 프린터처럼 여러 장을 출력하는 용도보다는 마치 폴라로이드 카메라처럼 가끔씩 적은 수의 사진을 출력하는데 좀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용방법은 더 간단하다. 앱스토어에서 Bolle Photo 앱을 무료로 다운 받아 이 앱을 통해 간단하게 출력하면 끝. 사용방법이랄 것까지도 없는 아주 심플한 과정이다 (제가 아이폰 사용자라 아이폰 위주의 리뷰가 되겠지만, 안드로이드폰도 물론 똑같이 지원합니다).




 

스마트폰을 포토 프린터에 연결한 뒤 Bolle Photo 앱을 실행시켜 출력하고자 하는 사진을 라이브러리에서 선택하면 끝.



 

무엇보다 사진을 선택하고나서 인쇄에 걸리기까지의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로딩이랄 것도 없는 짧은 시간만 거치면 실제로 사진이 출력되는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약 2~3번 정도의 과정만 지나면 원하는 사진을 손 쉽게 출력할 수 있다. 참고로 사진 출력시 앱의 주의사항에도 나오지만, 완전히 다 출력되기 전 중간에 사진을 억지로 뽑으려 하면 안되니, 정상적으로 모두 종료되고 사진이 저절로 '툭'하고 나오면 그 때 사진을 확인하면 되겠다.




 

이렇게 사진 출력이 완전히 완료되면 사진이 완벽하게 프린터와 분리되게 된다.



 

포토 프린터 자체에 별다른 기능이나 버튼이 없기 때문에 모든 조작은 전용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앱 역시 초보자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구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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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몇가지 재미있는 활용도구들을 수록하고 있는데, 사진을 일상 속 광고 배너 등에 삽입하는 기능과 몇가지 액자들과 배경들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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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력시 기본적으로 인쇄할 매수를 선택하고, 화면 분할을 원할 경우 두 가지 옵션을 통해 각각 원하는 그림으로 화면을 분할할 수 있다. 분할할 경우 각 영역마다 다른 사진을 넣어 새로운 하나의 사진을 만들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식으로 각기 다른 고양이 사진들을 모아 하나의 고양이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말씀.

 


 

이렇게 앱을 통해 만든 사진을 페이스북, 트위터, 이메일로 손쉽게 공유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을 손쉽게 출력할 수 있는 포토 프린터 MP-300도 사용을 하고 있는데, Bolle Photo BP-100은 스마트폰만을 위한 포토 프린터로서 좀 더 특화된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은 크기와 휴대성이 좋은 대부분의 포토 프린터들이 그러하듯이, 마치 폴라로이드 카메라처럼 사진 한 장 한 장을 신중하게 뽑게 되어 (결국은 필름 값이 여기에 큰 역할을 하긴 하지만) 이렇게 뽑게 된 사진들은 좀 더 소중하게 소장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맨처음 얘기했던 것처럼 최근 대부분의 사진 활동(?)을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포착된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사진들로 담아낼 좋은 도구가 될 듯 하다.


*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Bolle Photo 정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중!
http://www.facebook.com/event.php?eid=127621033985483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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