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공개된 '어벤져스' 공식 예고편

1. 장문의 글을 썼으나 실수로 다 지워지는 바람에 그냥 예고편만 ㅠㅠ
2.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들로 기대되고, 이런저런 걱정거리도 있다는 얘기였음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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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
참 선하고 믿음직한 로맨스


뒤늦게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영화 '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를 보았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진 것처럼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SF영화인데, 연출을 맡은 조지 놀피는 이 작품을 SF로 그려내기 보다는 오히려 로맨스에 더 비중을 둔 작품으로 그려냈다. 만약 필립 K.딕 스타일의 SF작품을 기대하였더라면 많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로맨스에 가깝다는 평들을 여럿 들어온 터라 상당히 너그러운(?) 시각으로 보게 된 '컨트롤러'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로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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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미 상원위원인 남자 주인공과 그가 우연히 만난 한 여성, 그리고 이 만남 때문에 알게 된 미스테리한 '조정국'이 벌이는 음모와 결말을 그린다. 이 '조정국'이라는 설정은 SF적으로 매우 흥미로울 수 있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컨트롤러'는 SF적인 것에 큰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로맨스에 더욱 집중한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 영화를 SF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엔 너무 쉽게 풀려버리는 터라 부족한 측면이 많다는 얘기. 어쨋든 무언가 그럴싸하게 모든 것을 조정하는 조정국의 이야기가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결국은 맷 데이먼이 연기한 데이빗 노리스의 이야기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사람 됨됨이'가 더 든든한 배경이 된 작품이라고 해야될 듯 하다. 맷 데이먼은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 이 믿음직한 이미지는 또 한 번 발휘된다. 맷 데이먼을 믿게 되면 이 작품은 제법 그럴싸한 로맨스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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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이 연기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주인공 데이빗 노리스는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정치인으로서 많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고, 단순히 '운명'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우직할 정도로 믿음직스럽고 선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선함이 영화를 전반적으로 이끄는 힘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속 황당한 상황에 놓인 데이빗 노리스의 행동과 의지를 보고 있노라면, 내러티브의 헛점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의 선함에 저절로 힘을 실어주게 된다. 더불어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주 선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악당으로 볼 수 있는 조정국의 사람들에게서도 악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으며 (그렇게 주인공이 골치 거리이고 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면 깔끔하게(?) 정리하면 될텐데, 이 조정국 사람들은 그저 감시하고 일이 터질 것 같으면 막는 것 밖에는 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주인공을 돕는 인물 역시 이런 선함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치고는 너무 동떨어진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소스 코드'와 비교하여도 이 작품은 완전히 로맨스다.  만약 이 영화를 포장하고 홍보할 때 SF라던지 필립 K.딕이라는 설정들을 완전히 배제한채, 운명적인 두 남녀의 로맨스로만 소개했더라면 오히려 이런 SF적인 설정이 몹시 흥미로운 뒷이야기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이 영화에서 SF적인 기대치는 딱 이 정도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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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스 프로야스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면 아마 훨씬 재미있는 SF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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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사냥꾼 (Trolljegeren, 2010)

진정성마저 느껴지는 페이크 다큐



노르웨이라는 변방에서 날아온 작은 영화. 하지만 '트롤'이라는 전설 속의 존재를 등장시킨 영화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갖게 했던 '트롤 사냥꾼 (Trolljegeren)'을 보았다. 판타지와 설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트롤'이라는 존재에 대해 한번 씩은 들어보았을 텐데, 이를 극영화도 아니고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더욱 기대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이 작품은 페이크 다큐이고 정색하고 진짜인 척 하는 와중에 중간 중간 귀여운 가짜 티를 내주기도 하지만, 페이크 다큐로서 가져야 할 장르적 특성은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은 물론, 페이크에 속았다고 가정했을 때 진정성 마저 느낄 수 있는 디테일과 메시지까지 담고 있는 올해의 작은 발견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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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노르웨이의 숲과 산에서 벌어지는 곰의 출현과 습격에 대해 정부는 별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대학생 세 명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취재를 나선다. 그 과정 속에서 이른바 '트롤 사냥꾼'인 남자를 만나 그를 따라가게 되면서 곰이 아닌 트롤을 그리고 정부의 음모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영화는 카메라맨 남자 한 명, 음향 담당 여자 한명 그리고 직접 리포터로 나서는 남자 한 명, 이렇게 세 명의 대학생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내용상 정부의 음모를 파해치려는 영상 취재의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페이크 다큐에 녹아드는 구성이라 하겠다. 극 중 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마이클 무어'의 사회고발 다큐 같은 성격을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갖고 있는데, 이것이 트롤 이라는 다른 이야기를 만나면서 좀 더 공포감이 담긴 다큐멘터리로 진화하게 된다.


어두운 밤 숲속을 뒤척이며 공포스런 소리에 놀라 도망치는 장면은 흡사 '블레어 윗치 (The Blair Witch Project, 1999)'를 연상하게 하는데, 그 아이디어의 기발함은 그대로지만 영화적 상상력과 퀄리티는 조금 더 나아간 형태다. 연상되는 영화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들자면, 역시 페이크 다큐라는 설정과 더불어 괴물 혹은 크리쳐 물이라는 점에서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을 떠올리게도 한다. '트롤 사냥꾼'은 이 두 작품의 아이디어를 적절히 조합해 정확히 노르웨이 문화에 녹여낸 매우 영특한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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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노르웨이의 문화와 풍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드넓은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실감나게 전달하는 것 만으로도 의미를 준다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정말로 전설 속의 트롤이 살고 있을 듯한 탁 트인 대자연의 모습은 그것 만으로도 노르웨이를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소개하는 좋은 장치가 된다. 또 트롤이라는 SF와 판타지적 존재를 주요 캐릭터로 설정했음에도 매우 효율적인 구성을 통해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비슷한 구성을 갖춘 작품들 가운데 이 페이크에 속아주기에는 너무 티나고 떨어지는 퀄리티 (그것이 아예 웃길려고 작정한 것이 아닌 경우) 때문에 몰입하기 어려운 적이 많았던 것에 비하자면, '트롤 사냥꾼'의 트롤 퀄리티는 아주 만족스럽고 속아주기에 충분하다 (오히려 이것보다 트롤이 직접적으로 덜 나왔더라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이 작품은 또 한 번 사운드 메이킹만으로 줄 수 있는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이지 않는 트롤의 괴성(?)을 통해 확실히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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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페이크 다큐로서 재미를 주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메시지를 담으려 한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트롤이라는 존재를 막여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공포스러움은 부족하지 않게 보여주면서도 인간의 자연파괴와 무분별한 개발을 통해 터전을 잃어버린 이전의 존재로서 그려낸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트롤 사냥꾼 캐릭터를 통해 이 '사냥'이라는 것이 악당을 물리치는 승리의 과정이 아닌 학살에 가까운 일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트롤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姬, 1997)'를 떠올리게 했다. 고대의 존재가 인간의 자연파괴로 인해 설 곳을 잃고 그 가운데 중간자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것에서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에 '트롤 사냥꾼'은 정부의 음모라는 점을 은근히 깔아 놓으며 디테일한 구성을 취한 것도 설득력을 높이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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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우리나라도 전설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나 용 등을 주제로 한 페이크 다큐를 그럴 듯 하게 만들어 본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가끔씩 이렇게 턱턱 나오는 변방의 아이디어 작품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곤 해요.

2. 트롤의 CG는 거의 완벽했는데 오히려 곰은 너무 가짜 티가 나서 귀엽더군요. 트롤의 퀄리티로 가정 했을 때 이건 감독이 대놓고 귀여운 짓을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ㅋ

3. 피판과 과천국제SF영상축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는데 소규모라도 좋으니까 꼭 정식개봉해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나중에 블루레이도 출시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 BD로서의 장점이 충분한 작품이에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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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쿠리코 언덕에서 (コクリコ坂から, 2011)

직설적이어서 부담스러운 메시지



지브리 스튜디오의 2011년 신작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보았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전작 '게드전기 (ゲド戦記, 2006)'를 연출했던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한 작품으로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게드전기'가 물론 아쉽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브리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경우인 정도라고 관대한 평가를 하기도 했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그보다도 더 아쉬운 작품이었다. 여러 평가들이 '게드전기'보다는 나아간 작품이라는 평이 더 많은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인 동시에 주제를 둘러싼 이야기의 연관성이 깊지 못하고 더불어 21세기에 즐기기에는 너무 올드 풍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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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 사회,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의 시작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 가운데 이 시대적 배경에 영향을 받고 자란 소년 '슌'과 소녀 '우미'가 있다. 이 둘의 러브 스토리는 나이답게 풋풋함이 서려있지만, 그 배경을 둘러싼 시대와 영화의 메시지가 이들에게 너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뭐랄까, 슌과 우미는 순수한 소년 소녀이지만 시대가 만든 아픔으로 인해 일찍 성숙함을 배워야 했던 것은 물론, 이 가운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마저 짊어져야 하는 부담스러운 짐을 진 듯 한 모습이었다. 이 영화의 메시지를 얘기해보자면 결국 오래된 것들을 지키고 계승하자는 것과 더 나아가 60년대를 살았던 일본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21세기를 살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당시의 젊은이들에게서 배우자 라는 이야기가 될 텐데, 이 모든 짐을 풋풋한 러브스토리만 이끌기에도 벅찬 소년 소녀에게 전부 맡겨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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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스텝롤에 나온 역할 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얘기),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메시지 전달 방식은 기존 미야자키 하야오가 보여주었던 방식과는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주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서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배경 묘사를 통해 영화를 깊이있게 볼 수록 메시지가 드러나도록 구성하거나, 아니면 매우 직접적인 은유를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시대와 배경, 판타지와 현실과는 무관하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왔었는데, 이번 작품의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는 이러한 영민함 보다는 홍보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직선적인 느낌을 받았다. 특히 극 중 고등학교 동아리 건물 철거를 둘러싼 학교의 이야기는, 슌과 우미의 러브스토리 측면으로만 보자면 없다하더라도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약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데, 영화는 이 학교를 둘러싼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두며 메시지 전달의 활로로 이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점이 이 영화를 더욱 풋풋하고 은은한 지브리다운 러브스토리로 만들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했던 가장 아쉬운 점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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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코쿠리코 언덕에서'가 극 중 등장하는 깃발의 의미처럼, 숨겨둔 신호로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은은한 방식이었다면, 그것이 아니라면 소년 소녀의 러브스토리 보다는 시대의 아픔을 짊어져야만 했던 그 세대의 이야기와 그들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메시지에 더 확실히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이 영화를 선택했을 때에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귀를 기울이면'을 연상하며 전자의 기대를 했었기에 너무도 직접적인 이 영화의 방식에 조금은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일본인들이 보기에는 60년대 일본을 추억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많아 이런 불편함이 조금은 상쇄되지 않았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고, 어떤 감성을 담으려고 했는지 의도는 알겠으나 그 것이 가슴으로 전달되지는 않았던 아쉬움이 남는 지브리의 첫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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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저도 좀 당황스럽긴 하네요. 이른바 '지브리빠'인데, '게드전기'도 재미있게 본 저인데, 이 작품은 극장을 나오며 아무런 뭉클함이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2. 물론 조각조각 좋은 장면들은 여럿 있었어요. 또 급하게 공감해서 울컥한 장면도 없지 않았구요. 하지만 이것들이 하나로 잘 모아지지 않았다는게 결국 이 작품을 아쉬운 작품으로 결론짓게 한 이유인 것 같네요;

3. 극 중 수록된 음악들의 분위기는 참 묘합니다. 60년대 일본과 잘 어울리는 동시에 미국의 예전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도 자아내거든요 (어쩌면 둘이 같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서도).

4.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DVD나 BD를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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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Hot Chili Peppers - I'm With You (2011)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새앨범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다. 수 많은 밴드가 내 훼이보릿 리스트를 거쳐갔지만 그 가운데 RHCP와 몇몇 밴드 만이 10년 넘게 잊혀질 줄 모르고 가장 뜨거운 곳에서 항상 나를 기다리는데, RHCP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히는 밴드다. 그 가운데서도 밴드의 기타를 맡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 (John Frusciante)는 레닷을 떠나서도 완전 사랑할 정도로 (그의 솔로 앨범들을 국내, 아마존, 일본 등을 통해 어렵사리 수집하는 과정 속에 사랑은 더욱 싹 텃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Stadium Arcadium' 앨범 이후 오래 기다렸던 새 앨범이 드디어 나온다는 소식에도 뛸 듯 기뻐하기 보다는 충격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바로 프루시안테 때문이었다. 아니 얼마나 기다렸던 레닷의 신보였는데 프루시안테가 없다니!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닷이라니! 솔직히 선뜻 인정이 되지 않는 소식이었다.




그런 충격을 잠시 잊게 되었을 때 쯤 내 손에는 어느새 'I'm with you'가 들려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커다란 진화의 움직임은 없으나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음악이며 프루시안테의 공백이 생각보다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음악이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는' 이다). 릭 루빈이 프로듀싱한 앨범은 전체적으로 레닷 만의 사운드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색깔이 여전하며, 리듬과 속도, 멜로디컬함과 어쿠스틱부터 펑키함까지. 그들의 이전 앨범들이 담고 있던 그들의 다양한 색깔을 이번 앨범에서 역시 한 발 나아간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의 오랜 팬으로서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전체적으로 모두 한 발 더 나아간 성숙한 느낌은 있지만, 강력한 한 방이나 발랄함은 조금 약해진 듯 하다. 30년 가까이 활동한 밴드만이 갖을 수 있는 사운드의 퀄리티는 대단하지만 그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BSSM'나 'Califonication' 때 처럼 빛을 발하는 순간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완전히 레닷 만의 재기 발랄함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아니다. 비중에 있어서 그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던 상당 부분을 성숙함과 노련함이 차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런 경향은 'By the way' 앨범부터 조금씩 시작되기도 했고.




플리의 베이스라인은 더욱 멜로디컬해졌고, 채드의 드럼은 여전히 얇게 채로 썬 듯 치밀한 섬세함을 담고 있으며, 앤서니의 보컬에서는 아직 그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아직도 더 빠른 곡의 소화도 가능해보인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 (Josh Klinghoffer)의 기타는 확실히 레닷의 세션 기타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우려보다는 훨씬 잘 밴드에 녹아들고 있다. 특별히 존 프루시안테의 사운드를 기억하는 이가 아니라면 기타리스트가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좋던 나쁘던 조시 클링호퍼는 자연스럽게 칠리 페퍼스의 일원이 되었다 (얼핏보면 생긴 것도 프루시안테와 비슷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처럼 존 프루시안테를 레닷보다도 더 좋아하는 이에게는 확연한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기타 외적인 면에서 보자면 앤서니를 물심양면(?)으로 돕던 프루시안테만의 매력적인 가성 코러스의 빈자리가 전체적인 사운드측면에서 간절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음악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을 보자면 프루시안테의 코러스가 하나 같이 매력을 발하는 곡들이었다는 것을 그가 없는 이번 앨범을 들으며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코러스는 간간히 들을 수 있지만 프루시안테의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하다.





앨범 속지를 쓴 배순탁 씨는 프루시안테를 밴드 기타에 도사급인 기타리스트라고 했는데, 물론 그가 도사급인 것 맞지만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밴드에 기타 사운드를 녹이는 것에만 목적을 둔 기타리스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말이 좀 어패가 있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프루시안테의 독창적인 기타가 밴드에 최적화 된 결과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반드시 전제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밴드가 다름 아닌 레드 핫 칠리 페퍼스라는 점이다. 플리와 채드 그리고 존 프루시안테라는 조합은 연주와 앙상블 측면에서 정말 도가 튼 뮤지션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도 밴드 사운드에 최적화 하는, 즉 전체적으로 밴드 사운드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능력이 출중한 이들이라는 점이다. 프루시안테의 기타는 플리의 화려하지만 독선적이지 않은 베이스와 채드의 완벽에 가까운 드럼 라인 위에서 (채드의 드럼을 차근차근 들어보다 보면 소름이 돋는다. 순전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수록 말이다) 밴드 기타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활용해 왔다. 클링호퍼에게도 이런 자질이 보이지만 아직 그가 프루시안테를 대신할 순 없을 듯 하다. 여기서 존이었으면 이렇게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다.



Red Hot Chili Peppers - The Adventures of Rain Dance Maggie

존 프루시안테의 열혈 팬 입장에서 그가 떠난 레닷의 새 앨범이라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 밖에는 없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더 좋을 수 있었는데'하는 식의 평가이다. 여전히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이며, 이번 앨범 역시 그런 사랑을 확인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음악이었다. 프루시안테와 레닷이 서로 원수지고 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그들의 재결합에 대해서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 막 밴드에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에게는 미안하지만, 존 프루시안테가 다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서 기타 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컨테이젼 (Contagion, 2011)
21세기형 진짜 공포 영화


'체 (Che, 2008)'는 아직 보질 못했고 '오션스' 시리즈는 몸집이 커진 이후로 역시 보질 않았으니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걸 글 서두에 알게 되었다. 한 때는 헐리웃이 총아이자 천재 감독이라 일컬어지며 개인적으로도 아주 관심이 있었던 소더버그란 이름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작품이 바로 '컨테이젼 (Contagion, 2011)'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배우들의 면면들 때문이었다. 맷 데이먼, 케이트 윈슬렛, 마리온 꼬띨라르, 로렌스 피쉬번,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까지, 이름만 들어도 영화 선택이 가능한 배우들이 여럿이라 이 작품도 주저없이 선택했다 (여기에 출연 사실을 몰랐던 존 호키스까지 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은 채 극장을 찾는 스타일 덕에 이번 작품 역시 배우들 말고는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 '컨테이젼'은 이 배우들이 주인공이 아닌 바이러스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진짜 무서운 21세기형 공포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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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이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이유는 그 현실성에 있다. 좀비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전쟁 영화나 스릴러 영화라 하더라도 관객이 실제로 보면서 '아, 저건 내 얘기일 수 있겠다'라고 느끼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내 것처럼 즐기는 것과 영화라는 것을 망각한 채 실질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컨테이젼'은 적어도 나에게는 후자의 경우였다. 예전에 바이러스에 관한 영화를 볼 때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딴 세상'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졌었는데, 직접적으로 내가 병을 앓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신종 플루나 사스 등의 공포를 주변과 매스컴을 통해 실감하면서, 그와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이 작품의 내용이 몹시도 공포스럽게껴졌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관객들이 '컨테이젼'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예 일것이다.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당하는 인간들은 물론이고 이 재앙을 겪는 과정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성과 사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그냥 무섭다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저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혹은 이미 발생했거나) 일이기 때문에 저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할까 라는 걸 계획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컨테이젼'이 다루고 있는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사회와 인간성, 정부 및 기업의 음모 등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새로울 것은 없는 것들이지만, 2011년이라는 시대가 만든 현실성이 이 영화를 더욱 공포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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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소더버그 영화. 소더버그는 여전히 이야기를 작은 조각으로 분리해 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더버그의 영화 가운데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은 그의 이런 재능에 대한 자신감 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산만함 보다는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분리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컨테이젼'의 여러 인물들은 각각이 맡은 역할이 확실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하면서 각자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고, 각각의 이야기가 점차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전개 방식이 아니라 매순간 서로 작용하게 되는 방식이라 더 몰입도가 높지 않았나 싶다.


영화 속 누군가를 마냥 비난하는 것보다,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 보다도 이런 공포가 이제는 '더이상'도 아닌 그냥 현실이라는 사실이, 영화 속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보다 훨씬 더 비중있고 공포스럽게 그려졌던 그런 작품이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 '다크나이트'에 나왔던 조연 배우들이 눈에 띄더군요. '라우'역할을 맡았던 친 한과 '라미레즈'형사로 나왔던 Monique Gabriela Curnen까지.

2. 다행히 극장에서 아무도 기침을 하지 않아 눈총 받거나 의심할 일은 없었습니다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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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월은 다른 달에 비해 극장가가 많이 심심한 것 같네요. 제가 바쁜 탓도 있지만 매주 라인업을 살펴봐도 딱히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것 같아요. 2주 전에 본 '북촌방향'만이 저를 달래주고 있는데, 내일은 배우들 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을 듯한 '컨테이전'을 보러 갑니다. 재미있겠죠?

2.
극장가가 한가한 덕에 집에서 짬을 내 블루레이를 많이 보았던 것 같아요. 요새 가장 뜨거운 이슈인 스타워즈 블루레이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456편을 보았고 주말에는 123을 차례로 볼 예정이에요. 간단하게 평하자면 예전에 감동은 그대로이나 사운드 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들락날락하는 경향이 있었고, 화질도 조금씩 편차는 느껴지더군요. 그래도 스타워즈니까!

3.


엑스박스 360 최고의 흥행타이틀, 기어즈 오브 워 3가 드디어 나왔어요. 오랜만에 출시일에 맞춰 구입해서 어제 처음으로 싱글 챕터 1을 완료했는데, 아....역시 기어워네요! 몰입감이 대단하네요. 이제 남은 고민거리는 사실상 기어워의 본 재미라고 할 수 있는 멀티를 위해 골드 계정을 결제하느냐인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골드 끊어 놓고 게임할 시간이 거의 없어서 2년 넘게 실버상태인터라 결제를 해야할지 말지 모르겠네요. 그나마 실망스러웠던 2편 멀티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평들이라 고민이 되네요.


4.

요새 제일 바쁜 이유는 역시 회사 일 때문이겠죠. 올해 상반기부터 회사에서 나름 중책을 맡은 터라 압박과 신경 쓸 일이 참 많은데, 무언가 좀 막혀버린 느낌이라 탈출구를 찾아보려 노력중입니다. 뭐 회사생활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고 내세울 건 회사생활 연차 밖에는 없는데 잘 하겠죠. 아, 최근 저희 회사에서 런칭한 dofork (http://dofork.com)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간단한 홍보 동영상을 제가 만들었어요. 사실 오두막도 그날 대여해서 처음 써본 거고 동영상 편집도 최근에 산 맥북에 든 imovie로 처음 해 본 터라 100%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카메라가 좋아서인지 때깔은 그럭저럭 좋네요~





5.

또 하나 요즘 고민거리라면 벌써 3년 넘게 살고 있는 홍대, 정확히 말하면 합정역에 더 가까운 서교동 집을 떠나느냐 마느냐에 대한 일인데, 처음 이사올 때보다 월세가 훨씬 많이 올라 부담스럽기도 하거니와 반지하의 특성상 오래 살만한 곳은 못되서 제 계약에 맞춰 떠날까 싶긴 한데, 역시 문제는 돈이네요. 여길 떠난다고 더 좋은 곳으로 확장해서 간다기 보다는 같은 돈으로 반지하를 벗어날 유일한 방법인 좀 먼 곳으로 이사가려고 하는데, 집 알아보고 이사하는 것도 일이고, 과연 제가 사랑하는 이 걸어서 홍대 5~10분의 집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가 문제겠죠. 상상마당도 걸어서 갈 수 있고 집 바로 앞에 카페도 있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역시 문제는 돈이에요. 돈은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다고 하는데 제 돈은 도대체 언제 '있다'가 되는 걸까요.


6. 

그리고 아직 휴가를 가지 못했어요. 원래 여름을 안좋아해서 가을, 겨울에 휴가를 가곤 하는데, 좋아하는 일본은 돈이나 방사능이나 둘 다 때문에 못가고 국내 어디라도 가서 오랜만에 사진도 좀 찍고, 쉬다가 오려고 하는데 아직 일정도 장소도 못 정했네요. 늦어도 10월에는 가려고요. 무언가 휴식이 필요한 시점!


7.

아, 그리고 지난 주 베프의 결혼식 축가는 망쳤어요. 축가할 때 조금씩 떨었던 적은 있지만 노래를 망쳤다 싶을 정도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망했어요 ㅠㅠ 저는 예전 고등학교 축제 때 전교생 앞에서 노래하거나, 예전 공연장에서 노래하거나 할 때는 전혀 떨리지 않는데, 축가는 세상에서 제일 떨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럭저럭 해왔는데, 이 날은 반주는 개미 목소리 처럼 들리지 (개미 목소리 들어보신분??), 마이크는 안켜지지, 총체적 난국 속에 시작된 터라... 망했어요 ㅠ 그래도 신랑 신부를 울린 것에 최소한의 만족만...


8.

덥네요. 바람은 차지만. 더 빨리 추워졌으면 좋겠어요.





[블루레이] 13인의 자객 _ 미이케 다카시의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미이케 다카시의 2010년 작 '13인의 자객 (十三人の刺客, 2010)'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특별한 추억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던 나는 지난해 두 번째로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 여행의 목표 중의 하나가 일본 극장에서 일본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이었다. 다행히 신주쿠의 'WALD 9 CINEMA'이라는 제법 큰 멀티 플렉스 영화 관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 작품과 이상일 감독의 '악인' 가운데 어떤 작품을 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왕이면 스크린에서 더 볼만한 작품을 선택하자는 생각에 따라 '13인의 자객'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은 터라 거의 모험에 가까운 영화 보기였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때를 떠올려 보면 눈치와 분위기로 반절 정도 이해했을까 싶은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열연과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무겁고 비장한 분위기 탓에 일본 극장에서 본 영화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후 국내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에 어떤 의미에서 누구보다도 반가웠으나 사실상 단관 개봉 (그것도 이 작품의 스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관에서)으로 스치듯 지나쳐버린 현실에 극장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쳐버리기도 했었다 (또 한 번이라고 한 이유는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극장 상영의 기회를 놓쳐버린 후에 사실상 국내에서 정식으로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또 없겠구나 하며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DVD출시도 아닌 블루레이 출시 소식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가움이었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고화질과 최고의 사운드로 즐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이케 다카시의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에도시대 말기. 아카시번(明石藩) 최고 가신인 가로(江戶) 마미야(間宮, 우치노 마사아키)가 로쥬(老中, 국정을 총괄하는 관직) 도이(土井, 히라 미키지로) 가문의 문전에서 할복자살했다. 마미야의 죽음은 타고난 잔혹한 성격으로 죄 없는 민중의 학살을 일삼는 아카시번의 영주 마츠다이라 나리츠구(松平?韶, 이나가키 고로)의 폭정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나리츠구는 쇼군 이에요시(家慶)의 동생으로 내년에 로쥬에 취임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막부를 동요시킨다. 이대로 두면 막부, 나아가 국가의 존망과 관련되리라 직감한 도이는 나리츠구 암살을 결심, 시마다 신자에몬(島田新左衛門, 야쿠쇼 코지)에게 명을 내린다. 그리하여 신자에몬은 이 거사를 치룰 사무라이 자객단을 모집하게 된다.




'13인의 자객'은 에도 말기 폭군이었던 나리츠구를 암살하기 위해 일어난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3인을 구성하는 과정은 담고 있으나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기 보다는 이렇게 모인 이들이 신자에몬을 중심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사무라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시대적으로 의미를 새겨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의 배경이 되고 있는 에도 시대 말기는 이전 과는 다르게 평온한 시기로서 사무라이라는 계급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흔들림을 갖게 되었던 때로 그려진다. 극 중 대사로도 등장하는 것처럼 나리츠구의 암살을 위해 모인 정예 사무라이들 조차 사람을 실제로 베어 본 이는 한 명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사무라이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점점 더 의식을 갖기 힘든 때에 나리츠구라는 폭군에 대항하기 위해 다름 아닌 사무라이 정신으로서 일어나게 되는 남자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폭군으로부터 고통 받는 백성들을 구해내기 위한 목숨 건 시도가 아니라, 사무라이로서 스스로 사무라이의 삶을 명예롭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여기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화두들이 던져져 있는데, 미이케 다카시는 사무라이가 더 이상 본연의 소명을 다하기 힘든 시대를 배경으로 그 속에 남아있는 사무라이들의 마지막 불꽃을 그리는 동시에, 사무라이 라는 계급을 무조건 숭배하기 보다는 살짝 비틀며 고집스럽고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한 여지도 남겨둔다. 이세야 유스케가 연기한 산사람 코야타 캐릭터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깨는 인물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는 너무 무겁고 사무라이만을 외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영화에 새로운 가능성과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13인의 자객'을 일반적인 사무라이 클래식으로 부르기가 어려운 것은 코야타 캐릭터도 그러하지만, 사무라이의 시대를 스스로의 손으로 마무리하는 또 다른 사무라이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떠올리기도 한다.





앞서 자막도 없이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에도 작품이 갖고 있는 분위기와 메시지가 반절 정도나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라면, 명배우들의 열연과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만들어 낸 비장함 때문일 것이다. 미이케 다카시는 시종일관 이끌어 가던 비장함을 후반부에 들어 대규모 전투 장면을 통해 구구절절 말 없이도 더욱 증폭시킨다. 이 13명 대 수백 명의 대결이 펼쳐지는 전투는 그야말로 혈투로 이어지는데, 단순히 수적으로 열세인 주인공들의 힘에 겨운 결투여서가 아니라 사무라이로서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전투여서 더욱 애절함과 간절함이 칼 끝으로부터 묻어난다.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야 말할 것도 없고, 야마다 타카유키, 타카오카 소스케 등 젊은 배우들도 13인의 1인으로서 활약하고 있으며, 앞서 말했던 이세야 유스케는 작품과는 전체적으로 한 발 떨어져 있는 코야타 라는 캐릭터를 더할 수 없이 잘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폭군 나리츠쿠는 일본의 유명한 아이돌 그룹 SMAP의 멤버인 이나가키 고로가 연기하고 있는데, 뭐랄까 이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선택이 아주 적절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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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1080p 풀HD 화질은 장면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화질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다. 지글거리는 현상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무엇보다 영상의 질감이 잘 살아있는 화질이라 할 수 있겠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좀 더 칼 같은 선예도의 화질이었더라도 좋았을 뻔 했던 영상미라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극장에서 보았던 화질을 비교해보자면 블루레이의 화질이 떨어진다기 보다는 오히려 좀 더 나은 편에 가깝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는 비장함을 더하는 영화 음악과 동시에 칼, 활 등 각종 병기들의 부딪힘 소리와 폭발음과 말발굽 소리 그리고 스케일과 디테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대규모 전투 장면까지, 극장에서 느꼈던 사운드적인 쾌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전투 장면은 큰 비중만큼이나 다양한 사운드적 요소들이 담겨 있는데, 폭발 신에서 우퍼 스피커의 활용도는 물론, 칼이 서로 부딪힐 때의 날카로운 충격음 그리고 화제로 인해 지글거리며 타오르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만나볼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13인의 자객'은 본편과 간단한 예고편, 특보를 수록한 블루레이 1장과 부가영상을 수록한 DVD 한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부가영상이 BD로 수록되지 않아 아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가영상의 HD급 소스가 거의 없는 점을 반영했을 때 SE로 출시되는 DVD의 두 번째 디스크를 블루레이에 패키지로 수록한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13인의 자객> 메이킹은 근래 보기 드문 메이킹 영상으로서 무려 1시간 20분이 넘는 러닝 타임으로 수록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야쿠쇼 코지와 야마다 타카유키 등 몇몇 배우들 위주로만 소개하는 데에 그칠 줄 알았었는데, 13인을 한 명 한 명 모두 자세히 소개하며 캐릭터와 배우들의 이야기를 모두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안에서 작품에 대한 깊이와 미이케 다카시의 면면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운 메이킹 영상이었다.





'완성기념 시사회'는 2010년 8월 18일 감독과 출연진 대부분이 참석한 시사회 현장을 담고 있는데, 약 18분 분량으로서 이 영상에서 역시 어느 한 두 명에게 쏠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 한 명 한 명의 인사말과 후일담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모두들 입을 모아 '굉장한 작품이 나왔다'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홍보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명 한 명 인터뷰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베네치아 영화제 리포트'에서는 2010년 9월 베네치아 영화제를 찾은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야쿠쇼 코지, 야마다 타카유키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의 응답에 응하는 모습과 영화제 상영 후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베네치아 영화제에 초대 받고 해외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소감에 대한 짧은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공개장면'으로는 영화 초반 등장했던 야쿠쇼 코지의 낚시 시퀀스가 수록되었으며, 이 밖에 예고편과 특보, TV Spots이 담겨있다.





[총평] 미이케 다카시의 '13인의 자객'은 그 해 일본 영화계 및 해외 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으나, 국내에서는 작은 전용관에서 단관 개봉한 탓에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더 많은 영화 팬들과 만날 기회를 영영 잃는 것이 아닌가 했었는데, 이렇듯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마지막으로 비장한 사무라이 영화 한 편이 그립다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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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나게 자랑했던 것과 같이 없는 살림에 할부라는 문명의 혜택(꼼수)을 이용해, 신형 맥북에어 13인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때 그 자랑글 http://www.realfolkblues.co.kr/1527 ).

사실 좋은 물건이면 물건일 수록 그 주변 악세사리들까지 함께 업그레이드 되곤 하는데, 이번 맥북에어 역시 그런 경우였다. 뭐 아직까지 별 다른 악세사리는 주문하지 않았지만 악세사리라기 보다는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파우치가 계속 딱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고민 중이었는데, 그 때 문득 건너건너 알고 있는 '디바움(D-BAUM)'이라는 가죽 전문 브랜드가 떠올랐다. 그래서 생각났을 때 바로 기존 포트폴리오 제품으로 사이즈를 확인해 보았는데, 13인치 에어는 아슬아슬하게 사이즈가 모자라더라. 그래서 '에휴'하고 포기할 때 쯤 '그렇다면 자네 주문제작을 해보지 않겠나, 내 특별히 섭섭하지 않게 해줌세'라는 제안을 받게 되어, '그래, 내 맥북에어가 그냥 맥북에어가 아닌데 어디 한 번 호사를 누려보자!'라는 심보로 과감히 투자하여 주문제작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주문 제작 기간을 거쳐 받게 된 디바움 커스텀 파우치. 듣기로는 박스도 일부러 사이즈 맞는 것을 찾아서 보내주셨다는. 사실 여자친구를 통해서 받는 거라 특별히 박스포장을 하지 않으셔도 됬는데, 역시 고가의 브랜드라 그냥 넘어가지는 않으신 듯. 무언가 대단한 선물을 받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박스 포장을 열고 나니, 드디어 모습을 보인 세상에 하나 뿐인 맥북에어 파우치.





일단 주문제작품이라 13인치 에어에 딱 맞는 사이즈가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소가죽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잘 묻어나는 심플한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아직은 새 거라 아껴쓰고 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가죽 제품 특유의 멋이 더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꼼꼼한 디테일!





생각보다는 얇은 편이라서 무겁거나 부담이 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가방안에 넣고 다니기는 좀 폼이 안나서 아깝고 가까운 거리라면 이 파우치만 들고 나서는 편이 훨씬 '있어보이지' 않을까 싶다. 아, 참고로 조금은 얇은 포트폴리오에 가까운 점이 있어서 보호 기능 측면은 조금 떨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일단은 던지고 받을게 아니라서 큰 문제는 없는데, 그래도 애지중지하는 맥북에어 다 보니 누빔천으로 얇게 속 파우치를 만들어 볼까도 생각중 (물론 직접은 아니지만 -_-;).





파우치의 커버를 열면 부착되는 부분 위에 'D-BAUM'로고를 만나볼 수 있다.





디바움 제품 가운데는 13인치 맥북에어에 맞는 제품이 없어서 어차피 유니크한 파우치이긴 하지만, 좀 더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파우치를 만들기 위해 각인 서비스를 받아 블로그 제목인 'THE REAL FOLK BLUES'를 새겼다. 살짝 띄어쓰기 부분에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이로서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맥북에어 파우치 완성! ㅋ





그 동안 파우치가 없어서 매번 티셔츠에 돌돌 말아 가방에 넣고 다녔었는데, 이제는 맥북을 꺼낼 때도 더 폼나게 꺼낼 수 있게 되었음 ㅋ 정말 제대로 활용하려면 근거리 미팅이 잡혀서 딱 이것만 들고 간다거나, 아니면 주말에 근처 홍대 마실 나가 된장질 할 때 함께 가주면 더 폼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결론은 폼!!!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스타워즈 컴플리트 사가 블루레이 오픈케이스

(Starwars - The Complete Saga : Blu-ray Open Case)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가장 출시를 고대했던 작품 중 하나인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컴플리트 사가'가 드디어 출시되었다. 이번 블루레이 출시는 6편을 모두 수록한 '컴플리트 사가'와 4,5,6편을 수록한 '오리지널' 그리고 1,2,3편을 수록한 '프리퀄'로 각각 나뉘어 출시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프리퀄 3부작도 재미있게 본 터라 전혀 주저할 것 없이 고가에도 불구하고 컴플리트 사가를 주문. 모두를 애타게 만들었던 금요일 출시에 어렵사리 토요일 그 대단원의 서사시를 블루레이로 감상해볼 수 있었다. 이 엄청난 작품을, 그리고 또 엄청난 분량의 블루레이를 리뷰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반지의 제왕 확장판 리뷰하면서 체력마저 고갈되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최근 컨디션으로 보았을 때 한 번에 하기는 무리일듯 ㅠ), 일단은 말 많고 탈 많은 케이스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번 국내에 출시된 스타워즈 컴플리트 사가 블루레이 패키지는, 투명 테입으로 고정된 종이 커버와 그 안에 아웃케이스를 감싸고 있는 뚜껑형 종이 커버, 그리고 아웃케이스와 9장의 디스크를 담은 케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설명으로만 봐도 뭔가 겉 케이스가 상당히 많은 느낌인데, 실제로 그렇다. 가장 겉에 있는 종이 커버의 경우는 그 안에 포함된 커버의 내용이 해외판과 동일한 내용이다 보니, 국내 버전에 대한 내용을 담기 위한 내용물로 볼 수 있겠다. 나를 포함하여 이런 종이하나까지도 버리지 않고 가능하면 원형 그대로 소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를 연결하고 있는 투명 테입의 존재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이 부분은 금방 제거하게 되면 생각보다 깔끔하게 제거되기도 하고 큰 문제까지는 아니니 그냥 넘어갈 수 있겠다.





이렇게 아웃케이스를 통해 한 번 더 안전하게 내용물을 담을 수 있다. 






케이스를 열면 디스크 외에 세니타입(SENITYPE)이라는 이름에 필름컷과 각 에피소드 별로 이미지와 스펙이 담겨있는 설정집이 수록되었다. 참고로 기존 필름컷을 제공하는 이벤트 등과는 다르게 이번 스타워즈의 경우는 모두 다른 장면이 랜덤하게 수록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바로 저 장면 (에피소드 3에서 아나킨과 오비완이 대결하는 장면)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이왕 이런 포맷으로 진행할 것이었다면 기존의 경우처럼 다양한 랜덤의 재미를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참고로 이 필름컷은 본편 필름 컷이 아니라 예고편 필름 컷이 사용되었다.








각 에피소드 별 대표 이미지와 보너스 디스크에 대한 설명을 만나볼 수 있다.






자,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9장의 디스크를 위의 사진처럼 각각 트레이로 수록하고 있는데, 사진만 봐서는 과연 9장의 트레이를 어떻게 연결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도 의문이 드는 그 상태 그대로 수록이 되었다는 점이 문제다. 즉 9개의 트레이가 쉽게 말해 스카치 테이프와 같은 재질의 테이프에 의존한채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는 매우 부실할 수 밖에는 없는 구조다. 특히 9개나 되는 트레이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면 아무리 조심을 하여도 분리를 걱정해야 될 정도인데, 실제로 타이틀을 처음 받고서 디스크 커버 이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중 바로 한 두 개의 트레이가 분리되고 말았다. 일단 조심스럽게 붙여놓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너무도 불안한 케이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특히나 위의 사진들처럼 저렇게 양 옆으로 활짝 펼친 다음에는 접착력이 더 약해질 수 밖에는 없어서 분리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고 봐야겠다.





다른 타이틀도 아니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스타워즈 블루레이 케이스가 이토록 불안정 하다는 것은 소비자이기 이전에 팬으로서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완벽한 상태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디스크를 빼고 넣고 할 때와 케이스를 열고 닫을 때 큰 불편이나 이상이 없다면 그럭저럭 넘어가는 나로서도, 이번 케이스는 너무도 아슬아슬한 그 자체다. 이건 뭐 볼 때마다 케이스 파손을 걱정해 조심조심 다뤄야 하는 모양새라니. 포스가 함께 한다 해도 이건 좀 심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북촌방향 (The Day He Arrives, 2011)

시공간 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홍상수



홍상수 감독의 열 두 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을 보았다. 홍상수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항상 '영화'라는 것 자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는데, 언제부턴가는 여기에 '마법'과도 같은 '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 곧 영화로 직결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북촌방향'은 그의 전작 '옥희의 영화'와 짝을 이루는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두 작품의 연결고리를 찾지 않더라도 '북촌방향'은 정말 묘한 가운데 홍상수 영화의 정수를 잘 담아내고 있는 멋진 작품이라 하겠다 (진짜 '멋진'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화 감독이었던 성준(유준상)이 친한 선배 영호(김상중)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와 북촌에서 겪는 우연과 운명의 시간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성준의 내레이션을 통해 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이 시점에는 여러가지 함정과 여지가 가득하다. 1차적으로 '북촌방향'은 성준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지점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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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과 영호가 만날 때 연속으로 같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즉, 다른 시간과 날이 아니라 같은 날의 다른 기억으로 가정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


유준상이 연기한 성준이라는 캐릭터는 본인 스스로도 불안함과 우유부단함을 많이 노출하고 있는 캐릭터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영화는 완전한 객관적 3자가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준이 1인칭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했을 때 여기에 어느 정도 힌트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흔들리는 성준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그와 만나게 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늘어 놓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모호함은 이미 여러 관객들이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고 바로 수긍해 버리는 김보경의 1인 2역으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한 배우가 각기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아주 원초적인 영화적 장치라고 할 수 있을텐데, 관객은 너무나 당연히 '아, 김보경이 성준의 옛 여자친구와 술집 주인 모두를 연기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이지만 홍상수는 이 뻔한 1인 2역의 장치를 이야기와 맞물려 매우 영민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성준의 이야기 속에 김보경이 연기한 두 명의 캐릭터는 단순한 1인 2역의 범주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이 두 사람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성준 밖에는 없는데, 그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술집 주인의 대사와 태도는 옛 여자친구와 동일시 할만한 요소가 충분해 보인다. 갑작스레 술집 주인이 성준을 '오빠'라고 불렀을 때 1차적으로는 영호가 들려준 그녀의 이야기들에 빗대어 무척이나 외로운 존재여서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2차적으로는 아니 이미 옛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성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그래, 내 새끼'하며 둘을 동일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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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여주인은 매번 어딜 갔는지 자리를 비우는 것도 이상하지만 - 마치 1인 2역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처럼! - 테이블에 앉아있는 영호 무리를 대할 때마다 매번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인사하는 것도 흥미롭다. 여러번 같은 대답을 하는 영호의 대답도 그렇고)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흑백 영화로 인한 날과 시간의 모호함 혹은 분명함이다. '북촌방향'은 '오!수정'에 이은 홍상수 감독의 두 번째 흑백영화인데, 이번 작품에서 흑백영상이 갖는 의미는 시각적으로 오는 아름다움과 영화다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영화는 흑백 영상으로 인해 날과 날의 경계가 흐려짐과 동시에 낮과 밤의 경계도 흐려졌다. 처음 성준이 서울에 올라온 뒤 북촌을 기웃거리다 낮술을 한 잔 하고는 다시 젊은 영화하는 남자 세 명과 택시로 자리를 옮겼을 때는 이미 아주 늦은 밤인줄로만 알았었는데, 옛 여자친구와 헤어져 나온 뒤 만나게 된 영호의 첫 마디는 '너 술마셨구나'다. 즉, 이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물론 하루가 지나고 그 다음날도 혼자 술을 한 잔 하고 영호를 만났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쪽이 더 가깝다) 흑백 영상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즉, 이렇게 되면 성준이 옛 여자친구의 집에서 얼마의 시간 동안 머물렀는지에 대한 추정이 어려워지는데,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북촌방향'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멘토'처럼 사실을 추론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한 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모호함의 여지는 매우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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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은 소설의 여 주인과 이별하며 그녀를 위한 세 가지 좋은 충고를 약속받고 떠난다. 이 약속은 과연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



날과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가운데 공간적인 장소의 개념은 더욱 선명해진다. 영화 속 성준의 동선은 매우 한정적이다. 영호를 만나기 위한 길, 그리고 영호와 만나서 함께 가는 '소설'이라는 술집. 그 외에 등장하는 공간들도 반복되는 곳들이 많다. 같은 공간, 모호한 시간의 경계 속에 성준은 극 중 대사를 통해 운명론에 가까운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금까지 영화가 보여준 태도로 보았을 때 이 인연에 관한 이야기는 역시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볼 수 있겠다. 뭐랄까, 영화 속 주인공들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스스로가 그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 텍스트라는 점이 '북촌방향'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영화 속 성준의 얘기와도 같이 주인공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로서의 인연과 가능성도 흥미롭지만, 영화 스스로가 막연히 모호한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의 활로를 열어두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인연들의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구성은 생각하면 할 수록 놀라운 구조라 하겠다. 누군가 '북촌방향'을 '인셉션'과 연관지은 제목을 스치듯 본 기억이 있는데, 홍상수 감독은 '나도 몰라'하며 허허 웃지만 이 영화의 구조는 '인셉션'의 그것처럼 깊이와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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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이 보여준 '가능성'에 흠뻑 빠져있다보니 너무 이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 이 와중에도 홍상수는 자신이 그 동안 지속적으로 보여준 남녀상열지사, 아니 인간 관계에 대한 매우 섬세한 과정 역시 담아내고 있다. 전작인 '하하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좋은 것' '좋은 것만 보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북촌방향'은 '착한 것'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좋은 것'에 대해서도 그러했지만, 홍상수가 화두를 던지는 방법은 너무나도 본편적인 것, 그래서 오히려 단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해 다시금 (혹은 처음) 생각해보게끔 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대중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유행섞인 '착하다'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근본적인 의미로서의 '착하다'에 대해 떠올려 보게 했다. 홍상수 영화에서 처음 이런 대사를 만났을 때만 해도 '큭'하며 코웃음 치는 것으로 그치곤 했는데, 이제는 '넌 너무 착해'라고 이불 속에서 얘기해도 '야, 저런 속물이 다있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렇다면 착하다는 것은 진정 어떤 것인가?'라는 걸 떠올려보게 되니, 이렇든 저렇든 결과를 떠나서 참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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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안할 수가 없는데, '성준' 역할을 맡은 유준상의 경우 이미 '잘알지도 못하면서'를 통해 홍상수 세계에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터라 이번 작품이 처음부터 기대되었던 경우인데, 역시나 김상경과는 다른 그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나태한(?) 목소리는 '성준'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했다. 기존 TV드라마 출연을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배우 유준상의 가능성은, 이제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 작품을 통해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그와 반대로 마치 '잘알지도 못하며서'의 유준상 처럼 '북촌방향'을 통한 개인적 발견이라면 '보람' 역할의 송선미를 들 수 있겠다. 기존 TV를 통해 접했던 그녀의 이미지는 사실 와닿는 것이 없는 평범한 연예인의 그것이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가 보여준 캐릭터는 '잘알지도 못하면서'의 고현정이 그러하였듯,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홍상수 세계에도 썩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이렇게 목소리가 좋았던가'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으며, 그 미소 역시 그간 TV를 통해 보았던 얼굴이었으나 처음보는 미소였다.

1인 2역을 연기한 김보경의 이미지도 좋았다. 그녀 역시 발견이라 할 만한 것이었으며 여배우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을 거의 대부분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영호'를 연기한 김상중은 마치 계속 홍상수 세계에 존재했었던 인물 마냥 그 자리에 떡 하니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면 이제야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김상중 역시 발견 또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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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이 일은 몇 일 간의 이입니까 아니면 하루 동안의 일입니까?' 그러자 선생이 대답했다. '허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홍상수의 열 두 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은 나로 하여금 다시 한 번 '홍상수! 홍상수!'를 외치게 한 마법 같은 작품인 동시에, 왜 영화라는 예술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빠져들게 되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했던 경험이었다. 그의 가능성 더 나아가 영화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1. 적어도 극장에서 한 번은 더 볼 작정입니다. 반복으로 이뤄진 작품임에도 또 무엇이 있을까 또 보고 싶은 작품이라서요!

2. 이 영화를 시간의 의미로 풀어낸 글 가운데는 씨네21 정한석 님의 글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영화 만큼이나 흥미로운 글이었어요!
(http://www.cine21.com/do/article/article/typeDispatcher?mag_id=67246&page=1&menu=&keyword=&sdate=&edate=&reporter=)

3. 언젠가 한적한 날을 골라 북촌방향으로 발길을 돌리고 싶네요. 물론 '소설'에 가서 맥주도 한 잔 하구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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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 블루레이 리뷰
삼바 리듬으로 풀어낸 흥겨운 애니메이션


2002년 작 '아이스 에이지 (Ice Age)'와 2005년 작 '로봇 (Robot)'을 제작했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2011년 다시 한번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과 함께 선보인 작품이 바로 '리오 (Rio)'이다. 리오는 잘 알려졌다시피 삼바와 카니발 그리고 축구의 도시인 브라질의 리오를 배경으로, 앵무새인 주인공 '블루'가 겪는 모험담을 경쾌한 삼바 리듬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 손에 키워져 야생성을 잃고 날지 못하던 앵무새 블루가 우연한 기회에 브라질 리오에 가게 되어 그 곳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해프닝으로 그치지 만은 않는다는 것이 '리오'를 조금 더 의미있게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극 중 블루에게는 중요한 두 가지 관계가 등장하는데, 하나는 자신을 자식처럼 또 친구처럼 키워준 인간인 린다와의 첫 번째 관계와, 리오에서 만나게 되는 자신과 같은 종의 앵무새 '죠엘'과의 관계이다. 블루를 중심으로 이 두 관계의 집단이 별개로 행동하며 결국 하나로 이야기로(블루) 만나게 되는 보편적인 구성이기는 하지만,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풀어감에 있어서 영화 '리오'는 탁월한 균형 감을 잃지 않고 있다. 여기에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앵무새를 중심으로 한 암거래 시장을 악당으로 그리고 있는 것도,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도시 리오를 배경으로 한 것과 맞물려 교훈적으로 봐도 은근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가 은근히 깔려있다고 해도 역시나 '리오'는 아이들이 좋아해야 할 애니메이션일터. 재미와 스펙터클은 흥겨운 삼바 리듬 속에서 시종일관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류의 애니메이션에서는 꼭 등장하는 감초 같은 조연 캐릭터의 유머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는 아니며, 특히 이후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매우 수준 높은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유머에도 그 이상의 효과를 자아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볼거리 측면에서는 특히 추천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의 태생적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 리오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추격전과 비행, 퍼레이드 등 다양한 구도와 형식의 액션이 등장하여 큰 재미를 준다. 특히 브라질 출신인 감독 카를로스 살다나의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주요 스텝들이 실제 리오를 방문하여 조사를 거친 뒤 만들어낸 꼼꼼한 디테일은 이러한 스펙터클에 더 큰 '실감'을 불어 넣는다.






개인적으로 '리오'를 '아이스 에이지' 이상의 즐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영화 음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리오'의 영화음악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브라질 음악의 정수를 맞볼 수 밖에는 없는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헐리웃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영화음악 감독 중 한 명인 존 파웰 (John Powell)이 눈에 잘 안들어 올 정도로, 브라질 음악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세르지오 맨데스 (sergio mendes)가 참여하고 있으며, 세르지오 맨데스와 함께 음악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음은 물론 현존하는 뮤지션 가운데 브라질 음악을 가장 사랑하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 아이 엠 (Will.I.Am)이 목소리 연기까지 참여하고 있으며, 음악과 연기 모두에 재능이 있는 제이미 폭스까지 목소리 연기에 참여하고 있다. 참고로 윌 아이 엠과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캐릭터는 모두 노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캐릭터로서, 단순한 목소리 연기 이상의 의미가 있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월드 뮤직의 팬들은 물론 블랙 뮤직의 팬들까지 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사운드는 '리오'의 가장 큰 매력이다.





Blu-ray 메뉴






아이와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타이틀답게 아기자기한 한글 메뉴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특히 리오 블루레이는 타이틀을 재생시키면 본편 외에 부가영상을 간단하게 우리말 더빙으로 소개하는 영상이 포함되어 있어, 부가영상만이 갖는 재미에 대한 어필과 동시에 자연스러운 관람을 유도하고 있다.


Blu-ray : Picture Quality

레퍼런스 화질과 사운드의 강추 타이틀!

MPEG-4 AVC 포맷의 풀HD 화질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돋보이는 레퍼런스급 화질이다. 일단 리오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 외에도 작품의 특성상 브라질 리오의 총천연색 컬러들과 새 라는 캐릭터가 갖는 실제에 가까운 이미지(참고로 극 중 캐릭터들은 윌 아이 엠과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캐릭터를 제외하면 실제 새에 움직임에 가깝게 묘사되어 애니메이션 임에도 상당한 현실감을 제공한다) 묘사의 장점과 장소가 갖는 아름다움이 더해져, 수준 높은 화질을 뽐낼 수 있는 조건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위의 스크린 샷에서 보는 바와 같이 클로즈 업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풍광을 그리는 원거리 장면에서도 먼 아래 건물들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며, 이런 점은 어두운 밤 장면에서 오히려 더 부각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인원이 운집한 퍼레이드 장면에서 역시 군중들 묘사에 있어 훌륭한 선예도를 보여주고 있다. 화질만 봐도 확실한 접대용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리오'는 음악의 비중이 상당하고 또한 음악의 퀄리티가 의외로(?) 대단한 작품인데, 블루레이 사운드 퀄리티 역시 이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워낙 볼륨 감과 음장 감이 좋아서 급하게 볼륨을 낮췄을 정도로 화끈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특히 브라질 음악 특유의 다양한 퍼커션 사운드를 선명한 채널 분리 도와 꼼꼼한 표현력으로 수록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가운데 첫 번째로 소개할 영상은 '리오의 세계 탐험하기' 인데 리오의 지도를 배경으로 '도시' '정글' '스타디움' '해변'으로 나뉘어 각각 장소마다 감독의 인터뷰, 장소의 실제 사진과 동영상들, 그리고 관련한 짧은 소개 멘트들을 각각의 아이콘을 클릭할 때마다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많이 즐기는 타이틀임으로 좀 더 네비게이션이 쉬운 아이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매력만점 캐릭터의 완성과정'에서는 각 담당 애니메이터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특성과 디자인적 고려사항 그리고 블루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 죠엘 역의 앤 해서웨이 등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인터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붐붐 티시티시 - 리오의 음악'에서는 음악 작업에 관련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윌 아이 엠, 제이미 폭스 그리고 세르지오 맨데스까지 모두를 만나볼 수 있다. 이 부가영상을 통해 '리오'에서 음악이 갖는 역할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카니발 댄스-오-라마'에서는 각 캐릭터 별로 직접 춤을 배워보는 코너로서 아이들이 즐기기에 적당한 게임/댄스 용 부가영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와 비슷한 부가영상으로 '리오 우편엽서 만들기'도 들 수 있겠다.





'실제의 리오'에서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아니 '사실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 리오의 모습과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이 곳의 특별함에 대해 더 전해들을 수 있다. 실제 작품의 주요 스텝들이 직접 리오를 방문해 행글라이딩도 해보고, 리오의 곳곳도 방문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속 모습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운 '진짜' 리오의 모습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뮤직비디오와 쥬크 박스 그리고 스마트폰 게임으로 더욱 유명한 앵그리 버드 버전의 예고편과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어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앵그리 버드를 재미있게 해봤던 이들이라면 이 짧은 영상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총평] '리오'는 무겁지 않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줄거리와 더불어 다양한 볼거리의 스펙터클과 브라질 리오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수준급의 뮤지션들이 참여한 완벽한 영화음악까지! 유쾌한 즐거운 애니메이션인 동시에 화질과 사운드 모두 레퍼런스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퀄리티의 블루레이는 주저 없이 추천할 만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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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테리언으로 만나는 밀양 블루레이

(The Criterion Collection - Secret Sunshine Blu-ray)



일단 '밀양' 블루레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크라이테리언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The Criterion Collection)은 LD 시절 부터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정받던 브랜드로서, DVD 시절 부터 흔하게 쓰였던 일종의 특별판 (Special Edition)을 처음 만든 회사였다. 크라이테리언이 2차 영상물 시장에서 최초로 한 것들을 꼽아보자면, 4:3 비율의 TV와 스캔이 전부이던 때에 처음으로 레터 박스를 통해 와이드 화면비를 풀스크린의 TV에서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였으며, 부가영상 (Supplement)의 개념을 최초로 수록한 것도 크라이테리언이었다. DVD나 블루레이를 즐기는 또 다른 핵심 재미인 감독과 배우, 스텝들의 코멘터리, 제작과정 메이킹 영상, 각종 예고편 등의 부가영상들이 바로 크라이테리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


이런 구성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이 어느 정도 보편화 된 후부터 크라이테리언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이른바 예술영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완벽한 원본 재현으로 복원하여 내놓으면서 부터다. 단순히 스펙적인 측면에서 최고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한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원본에 가장 가깝도록 복원하는 것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니아들 사이에서 더욱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브랜드 자체가 스스로 굉장한 자존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점도 여러 일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단순한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 컬렉션으로서, 작품으로서도 크라이테리언으로 출시된다는 자체 만으로 '인정' 받았다는 의미를 갖게 되기도 했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영어 자막만 수록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렇기 때문에 스펙적인 측면과 소장 가치 높은 컬렉션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장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내 팬들로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인데, 바로 이 크라이테리언에서 이창동 감독의 우리 영화 '밀양'이 출시된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야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감독으로서 그 동안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크라이테리언 출시에 대한 기대와 예상이 오갔었는데, 드디어 크라이테리언 로고를 달고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을 손에 받아보고 나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답게 작품의 이미지를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표현하는 커버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밀양 : 블루레이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타이틀은 파란 밀양의 하늘을 담은 프린트의 BD디스크와 간단한 소개와 스틸컷 등이 담겨있는 부클릿으로 구성되어 있다.







블루레이 디스크를 넣으면 아래와 같은 메뉴 화면이 등장한다.









영화 초반 주인공 모자가 밀양으로 이사오게 되는 그 차안에서 바라본 밀양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심플한 메뉴 디자인은,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의 멋스러움을 더한다. 메뉴 구성도 간단해서 챕터 선택 메뉴와 영어 자막 ON/OFF 메뉴,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 영상과 미국 개봉 예고편이 담긴 서플먼트가 전부다.


(블루레이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답게 블루레이의 화질은 역시 만족스럽다. 이창동 감독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지만 이 작품 '밀양' 역시 자연광이 상당히 많이 사용된 조명이 매우 중요한 작품인데, 영화의 이런한 조명을 블루레이는 세심한 터치로 놓치지 않고 있다. 빛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감도, 그리고 빛이 만드는 공간감을 그대로 살려낸다. '밀양'이라는 작품이 드라마라는 장르라서 액션 영화에 비해 화질이 그다지 중요할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이 블루레이를 보다보면 그 중요성을 아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 'LEE CHANG-DONG ON THE SET OF "SECRET SUNSHINE'이 수록되어 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그 동안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면 자막 등의 압박으로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던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로, 우리 영화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자체로 반가운 일이며 그 작품이 깊은 인상을 주었던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앞으로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리 감독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꾸준히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he Criterion Collection 에 있습니다.




별을 쫓는 아이 (星を追う子ども, 2011)

나를 놓아주어야만 하는 힘겨운 여정



'별의 목소리 (2002)'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 '초속 5cm (2007)' 등을 통해 팬덤을 확고히 하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별을 쫓는 아이'를 다행히(?) 극장에서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위의 작품들과 더불어 그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단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1999)'까지 모두 인상 깊게 보았을 정도로, 그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들 중에서도 손 꼽는 감독이기도 해 '별을 쫓는 아이'는 제작이 결정된 시점부터 매우 기대되고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먼저 공개된 장면들에서 알 수 있었듯이, 기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지브리스러운,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명작동화 풍의 작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단순히 작화 측면을 떠나서도 메시지와 세계관에서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색채가 느껴진 반면, 많이 다른 옷을 껴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신카이 마코토만의 색깔과 메시지 역시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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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별을 쫓는 아이'의 배경은 '아가르타'라는 판타지의 세계다. 기존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에서도 판타지스러운 설정들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배경으로 사용되는 정도거나 오히려 과학으로 보기에 더 충분한 부분이 많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별을 쫓는 아이'는 단순히 배경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판타지의 세계관이 짙게 깔려있는 경우다. 인간 세상의 주인공들이 아가르타로 우연히 빠져들게 되어 벌이는 것 정도가 아니라, 이들 인간들 역시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크게 보았을 때 이 판타지 세계관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은 고대의 신화와 판타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작품이라 하겠다. 이렇듯 판타지적인 색채가 가미되면서 더더욱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작화나 표면적 세계관 보다는 오히려 메시지 적인 측면에서 더 지브리와 닮아있는 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특히 두 주인공 아스나와 신의 캐릭터를 보면 지브리 세계 속 캐릭터들과 많은 닮은 점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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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짧게 등장하는 슌의 경우는 크게 얘기할 만한 부분은 없지만 (물론 그의 짧은 아우라에서는 하울의 포스가 풍기긴 했다), 그의 동생인 신의 경우는 '모노노케 히메'의 주인공인 아시타카와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신 역시 인간 세계와 지하 세계의 중간자적 역할을 (결과적으로) 맡게 된다는 측면을 들 수 있을텐데, 물론 아시타카 처럼 이런 중간자적 성향이 스스로 몹시 강하다기 보다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점차 그런 성향을 스스로도 발견해 가는 경우라고 할 수 있어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신 의 많은 부분은 아시타카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특히 그가 마을을 떠나는 시퀀스를 보자면, 일족의 원로의 모습이라던가 마을 어귀에서 신을 기다리는 여자 아이의 모습 등은 '모노노케 히메'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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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고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을 신봉하면서도 '별을 쫓는 아이'가 초반부터 와닿지 않았던 점은, 바로 이 작품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었다면 '게드 전기'도 그럭저럭 최악으로는 감상하지 않은 입장에서 이 작품 역시 괜찮다 싶은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여러 면에서 이 작품은 '게드 전기'를 떠올리게도 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분명히 기대하는 바가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아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에서 느꼈던 강한 매력과 인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거의 신카이 마코토 1인이 모든 영역을 소화하는 능력과 구성 자체도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것 보다는 어떤 시공간과 판타지가 배경으로 등장하건 간에 이런 모든 것들을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 매력적인 도구로 만들어버릴 만큼의 강력하고 절절한 이야기와 사랑, 그 자체에 있었다. 특히 '별의 목소리'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cm'에서 보여준 그 절절하다 못해 OST의 한 자락만 흘러나와도 금새 눈물이 핑도는 러브 스토리는, 신카이 마코토 라는 감독을 깊이 각인시키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아, 그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애절했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본 나의 추억을 강하게 끄집어낸다는 점이다. '초속 5cm'가 절절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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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쫓는 아이'의 초반에서는 이러한 그 만의 장점이 잘 드러났다기 보다는 판타지 장르의 익숙한 설정들이 더 부각되었기 때문에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인데,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로 갈 수록 그 안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애틋함의 힘이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함께 가슴을 저밀 수 있었다. 결국 '별을 쫓는 아이'가 들려주려는 메시지는 '모노노케 히메'와 마찬가지로 '살아라'라는 것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을텐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그의 야심이 확인되는 부분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주를 이룬 갈등과 애절함의 대상은 남녀 간의 사랑이 깊었었는데, '별을 쫓는 아이'는 그것보다는 존재와 존재간의 관계와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더 심오한 세계관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 판타지 세계관을 적극 가져왔다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판타지라는 겉옷을 너무 두껍게 챙겨입은 터라 신카이 마코토가 본래 하고 싶었던 마음의 소리가 관객에게 미치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너무 거대한 세계관을 가져온 탓에, 그간 거대하기 보다는 소소함과 생활 속에서 진리를 찾아내던 그의 이야기가 빛을 발휘하기에는 살짝 부촉한 측면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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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별을 쫓는 아이'는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판타지 모험 속에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또 다른 절실함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의 다음 작품은 좀 더 가슴을 저미게하여 사운드트랙의 메인 테마만 살짝 흘러도 어쩔 줄 모르게 되는 작품이었으면 더 좋겠다.



1. 그래도 신카이 마코토 하면 기대되는 하늘의 묘사는 역시나 반갑더군요. 그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정지된 이미지로 주는 깊이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2. 따지고보면 '별을 쫓는 아이' 역시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 아니라, 그 여정 속에서 나를 인정하고 변화시키는 (혹은 놓아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이런 점이 극대화된 후반부가 어쩔 수 없이 눈물 나게 했던 것 같아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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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개된 지는 몇일 되었지만, 그래도 '에반게리온'인데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에반게리온 : Q (Quickening)'의 새로운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에반게리온 : 파'가 끝나고 서비스로 만나볼 수 있었던 예고편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가슴 떨림을 주었던 에반게리온은, 20초도 안되는 짧은 추가 예고편 공개로 또 한 번 심장을 들었다 놨다.


 


각성한 이카리 신지. 그 옆에는 처음 보는 소년.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새로운 세계.


무려 2012년 가을에야 만나볼 수 있는, 앞으로도 꼬박 1년을 기다려야 만나볼 수 있는 '에반게리온 : Q'이지만, '파'가 그러하였듯이 아마도 'Q'를 극장에서 보는 순간, 그 동안의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의 감동과 전율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아스카 ㅠㅠ


에반게리온:파 (破) _ 전율의 미완성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파리넬리 블루레이 리뷰
무삭제 디렉터스 컷으로 다시 만나는 파리넬리


제라르 꼬르비오 감독의 1994년 작 '파리넬리 (Farinelli - Il Castrato)'는 혹 그 영화는 보지 않았더라도 '파리넬리'라는 이름과 정체(?)만은 누구나 알 정도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자 인물이다. 1994년 당시에도 음악과 작품에 대한 깊은 인상이 화제가 되며 1995년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아카데미에서도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작품성 역시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18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파리넬리라는 카스트라토 (소프라노와도 같은 아름다운 고음역대를 소화하는 남자 가수)의 이야기를 그의 형 리카르도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거세된 남성 카를로 (본명 Carlo Maria Broschi)로서 겪는 고통과 예술가인 파리넬리로서 그리고 형 리카르도와의 형제 관계 내에서 겪는 일들을 인상적인 노래(가창)로 잘 엮어냈다.

 



'파리넬리'는 1994년 국내 개봉 시에는 거세 장면 및 베드 씬 등이 삭제되어 개봉되었었는데, 최근 발매된 블루레이는 무삭제의 디렉터스 컷으로 출시된 점이 일단 가장 반가운 점이다. 2011년의 기준에서 보자면 그리 충격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충격 여부를 떠나서 드디어 감독의 의도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버전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디렉터스 컷의 출시는 의미를 갖는 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이번 무삭제 디렉터스 컷은 DVD와 블루레이로 발매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소규모이긴 하지만 극장에서도 재개봉을 해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바야흐로 '파리넬리'를 다시 한 번 즐겨볼 적기가 아닌가 싶다.
 




가끔 예전에 보았던 작품들을 블루레이를 통해 다시 보게 될 때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추억의 깊은 인상에 비해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파리넬리'의 경우는 워낙에 음악이 깊은 인상을 주었던 터라 오히려 음악 외적인 것들에 대해 떠올려볼 기회가 적어서였는지, 마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것과 흡사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치 극중 화려한 기교와 이슈 메이커로서의 파리넬리의 이면에는 예술로서의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그가 있는 것처럼, 다시 보게 된 '파리넬리'는 음악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그의 삶과 이야기에 보다 깊게 빠져들게 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파리넬리'를 논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터. 이 작품을 통해 더욱 잘 알려진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Rinaldo)' 가운데 'Lascia Ch'io Pianga (울게 하소서)'가 등장하는 장면의 감동은 다시 봐도 압도적이다. 참고로 극 중 삽입된 파리넬리의 노래들은 미국 출신의 카운터 테너 데릭 리 라진과 폴라드 출신의 여성 소프라노 에바 말라스 고들레브스카의 노래를 편집을 통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Blu-ray 메뉴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풀HD 화질은 작품의 제작연도를 감안한다면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람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남는 잔상으로 인해 정지 화면 시 흔들림 현상이 발견되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5.1채널의 사운드는 파리넬리의 인상적인 노래들을 부족함 없이 잘 전달하고 있다. 단순히 고음역대에서 느껴지는 파워도 좋지만, 화려한 기교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도 사운드 적인 측면에서 비교적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블루레이 자체의 단점으로 보기는 조금 어렵지만 후시 녹음에 가깝게 대사가 입혀져 있어 더빙과 영상 사이에 미세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에는 첫 번째로 'Scent of a lost voice (잃어버린 목소리의 향수)'를 만나볼 수 있는데, 약 50분 분량의 영상으로서 실존 인물이었던 파리넬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과 더불어 이 작품이 가능할 수 있었던 파리넬리의 노래 재현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려준다.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극중 파리넬리의 노래는 남성 카운터 테너 데릭 리 라진과 여성 소프라노 에바 말라스 고들레브스카의 목소리가 더해져 만들어졌는데, 기본적으로는 데릭 리 라진의 목소리를 베이스로 여기에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여성 소프라노의 목소리와 결합하여 만들어낸 과정을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두 성악가의 노력이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공을 세웠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영상이었다.
 




두 번째로 'More Team Interview'에서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 등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의 제작단계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목소리 창조 과정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 그리고 세계 영화제 등에 소개되어 수상하기도 했던 소감들을 들려준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너무 신나 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모습이 인상적인 인터뷰였다.
 




[총평] 영화 팬들의 뇌리에 그 선명도는 각기 다를지언정 깊이 각인되어 있는 '파리넬리'는, 다시 보니 기억 속의 모습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무삭제 디렉터스 컷으로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던 것은 물론이요, 초회 한정으로 헨델의 오페라 '울게 하소서'외 10곡이 수록되어 있는 DVD-Audio를 포함하고 있으니, '파리넬리'를 추억하는 팬들과 이번 기회에 말로만 듣던 이 작품을 처음 접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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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 : 블루레이 리뷰 (Amelie : Blu-ray Review)
드디어 제대로 된 화질과 사운드로 만나다!
 


프랑스 출신의 감독 장 피에르 주네의 대표작 '아멜리에 (Amélie, 2001)'가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아멜리에'는 독특한 영상 세계를 추구하는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텐데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니, 한 때 그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있었던 때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역시 1991년 작 '델리카트슨 (Delicatessen, 1991)'이었다. '델리카트슨'은 약간 기괴함이 있으면서도 독특한 영상미와 코미디와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가 묘하게 결합된 이야기로 단숨에 장 피에르 주네를 영화 팬들 사이에서 주목 받는 감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했던 작품은 바로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La Cite' des Enfants Perdus, 1995)'였다. 이 작품의 인상은 아주 깊어서 아직까지도 가끔 꿈에 나올 정도로 아른거리곤 하는데, 확실히 내용 보다는 이미지가 남는 장 피에르 주네의 특성이 잘 표현된 작품이었다. 어둡고 기괴한 크리쳐와 배경들 속에서도 묘하게 감성적이고 또 은근히 웃긴 캐릭터들과 이야기는, 짧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상미에 최적화된 결과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 장 피에르 주네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짐은 물론이요, 론 펄먼과 도미니크 피농 같은 배우들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참고로 '아멜리에'에도 출연하고 있는 도미니크 피농의 경우 장 피에르 주네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앞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독특한 스타일의 세계관을 표현하기에 그 만큼 딱 맞는 마스크를 갖고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는 '아멜리에'에서도 '죠셉'역할을 맡아 작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렇게 프랑스에서 주목을 받은 뒤 헐리웃으로 바로 캐스팅되어 만든 작품이 '에일리언 4 (Alien : Resurrection)'인데, '에일리언'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기존과는 다른 화법의 작품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지만, 장 피에르 주네의 팬들에게는 사실 그가 '에일리언'과 같은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감독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자체가 놀라움과 기대를 동시에 갖게 되는 사실이었고, 작품 역시 기존 그의 스타일이 곳곳에 묻어나 있어서 (여기에도 물론 론 펄먼과 도미니크 피농이 출연하고 있어서 더욱 더!)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01년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만든 작품이 바로 오늘 소개할 '아멜리에'인데, 이 작품은 기존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기괴함은 덜하고 오히려 사랑스러움이 증폭된 로맨틱 코미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는 물론 다른 화법으로 전개된다)로서 다시 한번 장 피에르 주네라는 이름을 확고히하게 한 작품이었다.





'아멜리에'는 조금은 괴팍한 그의 영상철학을 숨기기는 커녕 오히려 과장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바로 이점이 오히려 더 많은 영화 팬들에게 그의 영화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냈고, '만화같은 장면'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카메라와 배우, 영화라는 매체 (배우가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관객에게 얘기하는 것처럼) 그리고 무엇보다 그만의 상상력이 극대화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여기에는 오드리 토투가 연기한 아주 사랑스러운 주인공 아멜리에 라는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 마치 히어로물을 통해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크리스토퍼 리브 (슈퍼맨)나 토비 맥과이어 (스파이더 맨)처럼 영화팬들이 오드리 토투라는 이름 만큼이나 (이름보다는) '아멜리에'라는 이름으로 더욱 기억할 만큼, 캐릭터와 배우가 완전한 싱크로를 보여준 흔치 않은 경우였다.




Blu-ray : Menu






노바미디어에서 라이센스로 출시한 블루레이의 경우, 기존 출시된 DVD를 단순히 화질/사운드만 HD급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출시한 것이 아니라, DVD출시시 문제로 지적되었던 부분들 및 여러가지 섬세한 부분들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메뉴 디자인 역시 그 중 하나다. 작품에 걸맞게 편지봉투 형식으로 표현한 것은 물론 'To. Blu-ray fans Korea / From. Jean-Pierre Jeunet'라는 로컬라이징 메시지가 특히 돋보인다. 참고로 블루레이 메뉴에는 아래 스크린샷과 같은 이스터에그도 숨어 있음으로, 한 번쯤 리모컨을 요리조리 조작해 보면 좋을듯.



Blu-ray : Quality

'아멜리에'는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러한 것처럼 화질 측면에서 블루레이가 몹시도 기다려졌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DP 리뷰 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직접 블루레이 트랜스퍼를 감수하에 디지털 복원된 프랑스 TF1 제공의 소스를 원본으로 제작되었다. 우수한 원본과 꼼꼼한 제작과정을 통해 탄생한 '아멜리에' 블루레이의 화질은, 예전 기억 속에 어렴풋이 있었던 이 작품만의 영상미를 블루레이에 걸맞게 선명한 화질로 구현하고 있다. 

(아래의 스크린샷을 클릭하면 원본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10년 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물론 최고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으며, 최신작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는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아멜리에'가 담고 있는 다양한 '색'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아멜리에'를 만나게 되었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DTS HD :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아기자기함을 잘 살려냄은 물론, 기분 좋아지는 샹송의 분위기를 넉넉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실 '아멜리에'는 워낙에 영상미 측면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 음악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블루레이를 통해 제대로 듣게 된 영화 음악은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영상에 딱 맞도록 입혀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영화 음악 외에 영상에 곁들여져 있는 다양한 효과음들의 선명도도 우수해, 작품의 톡톡튀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첫 번째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영화에 사용된 CG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캐스팅 비화와 장면장면에 대한 소소한 뒷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번 블루레이에는 기존 DVD에 수록되었던 부가영상들 외에 새롭게 HD영상으로 추가된 영상들이 있어 더욱 소장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볼 만한 부가영상이 바로 '마스터 클래스 : 장 피에르 주네'이다. 약 45분 분량의 마스터 클래스로서 장 피에르 주네의 감독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그가 영화 감독을 꿈꾸게 했던 동경의 대상이 된 작품들은 어떤 것이었는지, 영화를 만들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어떤 점인지, 그리고 '아멜리에'의 대한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 있다. 특히 이 마스터 클래스는 개봉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진행된 인터뷰로서 현재시점에서 '아멜리에'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듯 하다.





'장 피에르 주네 : 인터뷰'와 '메이킹 오브 홈 무비'를 비롯한 이외의 부가영상들은 SD영상으로 제공되는데, 기존 DVD에 수록되었던 영상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을 모두 보완하여 수록되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한다. 정상적인 화면비는 물론이고 한국어 자막 역시 모두 다시 체크하여 오류나 잘못된 해석이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수정 및 보완이 이루어졌는데(본편과 음성해설 역시 마찬가지의 작업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같이 열악한 블루레이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대박 신작 타이틀도 아닌 작품성에 보다 비중이 있는 구작 타이틀의 출시에 이 정도로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은 거의 '놀라움' 수준의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DVD와는 비교자체가 불가한 화질과 사운드 만으로도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는 타이틀이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쩌면 다수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부분들까지 꼼꼼하게(긍정적 의미의 꼼꼼함) 신경 쓴 탓에 더욱 완벽한 블루레이 타이틀로 평가받을 수 있겠다.





'배우 오디션 장면'과 'NG장면'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등에서 역시 SD급 영상이기는 하지만 기존 DVD보다는 나은 화질 개선 작업이 병행되었고, 역시 화면비 등도 개선되어 좀 더 정상적인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관객과의 대화는 참여한 감독과 배우들 간의 소탈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고, 메이킹 영상에서는 촬영 전 다양한 헤어스타일의 변신을 통해 아멜리에 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프로모션 예고편들과 더불어 장 피에르 주네의 단편 '하찮은 일'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단편에서도 역시 도미니크 피농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둘의 관계에 관심있는 팬들이라면 이 단편 역시 꼭 챙겨야할 컬렉션 중에 하나가 될 듯 싶다.




[총평] 10년만에 블루레이로 다시 만나게 된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는 사실 그의 팬으로서도 전혀 기대하고 있던 바가 아니여서인지 (설마 나올까 하는 생각 때문에;;), 1차적으로는 BD 출시 사실 자체가 놀라웠고 2차적으로는 단순한 업그레이드 수준이 아니라 세심한 보완들이 더해진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재 국내 블루레이 시장의 현실이 장인정신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아멜리에' 블루레이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블루레이 스펙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한 점들이 넘치는 것은 물론이지만, 결국은 영화다. 10년 전 '아멜리에'를 보며 이 묘한 러브 스토리에 스르륵 빠져들었던 팬들에게, 최고의 판본으로 다시금 '아멜리에'를 만나게 해 줄 선물이 될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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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전편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프리퀄



찰톤 헤스톤 주연의 SF영화이자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엔딩 중의 하나로 꼽히는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로 더욱 유명한 '혹성탈출' 시리즈의 프리퀄 성격인 영화 '진화의 시작'을 보았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앞서 언급한 1968년 작을 비롯 총 7편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는데, 이 가운데 2001년에는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사실 처음 이 시리즈의 프리퀄에 대해 듣게 되었을 때에는 팀 버튼의 악몽이 불현듯 스치기도 했고, 요 몇 년 간 붐처럼 지속되고 있는 프리퀄 열풍에서 얼마나 개성있게 빛날 것인지를 장담하기 힘든 작품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극장을 나오며 들었던 생각은 1968년 작 '혹성탈출' 외에 다른 시리즈들도 다시금 주욱 훑고 싶은 생각이 진심으로 들 만큼 (물론 여기에는 팀 버튼의 작품도 포함된다. 그 정도!), '혹성탈출'이라는 커다란 이야기의 시작으로서 손색이 없는, 제대로 된 프리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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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시작'은 프리퀄 답게 유인원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설정이 아닌, 보통의 현대 인간사회를 배경으로 유인원 침팬지 '시저 (앤디 서키스)'의 이야기를 맨처음부터 차근차근 들려준다. 침팬지인 시저가 인간들을 지배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는 이유로 영화는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주인공 윌 (제임스 프랭코)의 이야기로 풀어놓는데, 이 과정이 프리퀄이라는 성격을 버리더라도 즉, 처음 이 시리즈를 만난 관객이 즐기기에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치료를 목적으로 생겨버린 인연이지만, 윌과 시저, 그리고 윌의 아버지와 시저의 관계는 여느 가족과 다름없는 분위기로 그린 점도 이런 공감대 형성에 크게 한 몫을 했다. 처음 시저가 인간들에게 분노를 폭발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자신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과 다르다는 정체성의 혼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데에서 발단했다는 점에서 이 '시저'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한층 깊게 했다.


누가 뭐래도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주인공은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시저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캐릭터를 단순히 (인간과 상대되는 개념으로서의)침팬지로 한정 짓지 않고, 남다른 가족사와 성장기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담아내며 훨씬 더 깊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이전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의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이처럼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 나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전작들에서 미처 깊게 파고들지 못했던 깊이과 과거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올바른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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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이 작품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전편들에 대한 오마쥬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들의 이름의 근원은 물론 (이전 작품들에 등장한 배우나 캐릭터들의 이름을 사용하거나 조합하여 만든 경우가 많았다), 인상적인 대사들을 그대로 활용한다던지 'Take your stinking paws off me you damn dirty ape!', 전작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도록 만드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극 중에서 윌이 약물을 통해 눈동자의 색이 달라진 시저를 부르는 'Bright Eyes'라는 명칭은 원작에서 유인원인 지라 박사가 인간인 테일러 (찰톤 헤스톤)의 눈을 보고 했던 명칭으로 정확한 대구를 이루며, 시저가 자유의 여신상 장난감을 갖고 노는 장면 역시 직접적인 오마쥬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영화가 끝나고 추가된 장면에서 역시 노골적인 오마쥬와 단순 오마쥬를 넘어서는, 이전 작품들과 앞으로 이 시리즈의 후속편에 직접적으로 단서가 되는 장면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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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면, 한 번 더 생각을 해봐도 이 '시저'라는 캐릭터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일반적인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감정처리와 주인공 만의 포스를 갖고 있어서, 시저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이후부터의 장면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정말 멋진 (카메라 앵글이나 배경음악은 거들 뿐) 장면들을 쉴새 없이 선사한다. 실제로 몇몇 장면에서 입 밖으로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 장면들도 있었는데, 이처럼 관객들이 사람이 직접 (표면적으로)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닌 CG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에서 우스게 소리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제임스 프랭코가 유인원들 보다 연기를 못한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실제로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를 못해서라기 보다는 시저를 비롯한 여러 유인원들의 연기(혹은 묘사)가 워낙에 뛰어났기에 나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앤디 서키스에게 아카데미 연기상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아니겠는가. 정말 언젠가 모션 캡쳐를 통해 연기한 CG캐릭터가 연기상을 수상할 날이 오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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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속편을 기대하게 하는 여러 여운도 남겨놓았는데, 이번 작품의 완성도 정도라면 속편을 기대해보는 정도가 아니라 꼭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막 자신을 깨닫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온 시저의 앞날이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는 사실상 신예라고 할 수 있을텐데, 헐리웃에서 이 정도 스케일의 작품 연출을 맡게 된 계기도 궁금하지만, 불쑥 나타나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감독이 되어버렸네요.

2. 별로 비중없는 윌의 여자친구 역할이 아직도 기억나는 유일한 이유는 프리다 핀토가 연기했기 때문일 겁니다.

3. 이 작품은 제목 자체가 진화의 '시작'이라 그런지, 포스터나 홍보문구에 '~~가 시작된다'라는 말이 없는 것 같더군요;;

4. 말포이 날 또 실망시켰어!

5. 기회가 되면 아마존에서 할인할 때를 노려 혹성탈출 블루레이 컬렉션을 구매하려구요. 이전 할인 때는 관심도 없었는데 이제는 그리운 할인행사가 되었네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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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 에이리언 (Cowboys & Aliens, 2011)

재미있을 뻔 했지만 너무 나간 욕심



'아이언맨'을 연출한 존 파브로, '인디아나 존스' 해리슨 포드 그리고 007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제목을 듣기 전에도 충분히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인 '카우보이 & 에이리언'.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와는 또 다른 흥미로움과 기대감을 갖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시작 전에 가졌던 신선한 기대감에는 못 미치는, 조금은 욕심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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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중심이 되는 이야기 외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정작 존 파브로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의 비중이 정리되지 않고 산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카우보이, 즉 서부영화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텐테 이 정서와 에이리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의 접점을 잘 살려냈다기 보다는 흥미 그 이상의 것은 없는 평이한 수준인 점이 아쉬웠다. 단순히 이질감이 느껴져 잘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를 섞으려 했다는 느낌보다는, 섞는 것 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조화를 이루는 것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 각자의 세계에서 서로만 잘해보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가지의 비중이 꼭 비슷할 필요는 없지만, 이 작품이 선택한 것처럼 카우보이의 이야기에 대부분의 비중을 할애한 것은 결과적으로 에이리언의 이야기가 등장했을 때 '뭐지?'하게 되는 쌩뚱맞은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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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크레이크가 연기한 주인공 제이크는 에이리언과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과거가 많은 인물이라 이 과거를 소개해야만 했던 것도 한 몫 했고,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달러하이드 역시 과거 전쟁에서 부하를 잃었던 것과 골치덩어리 아들(폴 다노)과 연관된 이야기가 있고, 수수께끼의 여인 엘라의 경우 이 둘 과는 상관없이 해결해야 할 자신만의 미션이 또 있으며, 제이크, 달러하이드와 함께 하게 되는 일행 가운데 아내를 빼앗긴 도크의 이야기 그리고 보안관인 외할아버지를 찾으려는 소년 에밋의 이야기, 그리고 후에 등장하는 인디언들의 이야기 등 이 영화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각각 다 비중있게 담겨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위와 같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존 파브로는 여기에 욕심을 더 부려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놓고 더 나아가 해결하는 것 까지 이 액션 영화에 담아냈다는 점이 결국은 단순하고 하나의 이야기일 수록 더 좋을 수 있었던 소재를 갖고 있던 이 영화에서의 가장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차라리 영화의 제목처럼 '카우보이와 에이리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만 더 집중하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서부시대의 배경과 캐릭터들이 에이리언이라는 SF적인 세계관과 맞닥들였을 때의 조우를 존 파브로가 '아이언 맨'을 통해 잘 보여주었던 액션 위주로 풀어내었더라면 훨씬 더 박진감 넘치고 극장에 앉아있는 2시간 동안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여름 블록버스터가 되었을텐데, 너무 많은 캐릭터와 너무 많은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를 소재에 그치게 만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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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중 에이리언의 모습은 게임 'Gear of War'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더군요, 보이는 것에 비해 활약상은 좀 적어서 아쉽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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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2011)
군더더기 없는 추격의 리듬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 2009년 '핸드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신작 '최종병기 활'을 보았다. 사실 최근 들어 박해일의 출연작들의 임팩트가 배우가 주는 인상에는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있고, '최종병기 활'이라는 제목은 아무리 들어도 일본 애니메이션 '최종병기 그녀 (最終兵器彼女)'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라 조금은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유료시사 (인줄도 몰랐던)로 보게 된 영화는 활이라는 무기를 소재로 병자호란이라는 정치/사회적 사건을 배경으로 풀어낸 군더더기 없는 추격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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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병사들에게 동생을 빼앗기고 오로지 동생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추격하고 또 추격 당하는 남이(박해일)의 이야기다. 일단 추격의 시작이 되는 발단을 연인 관계가 아닌 남매 관계로 설정한 것이 이 작품의 군더더기를 더는 첫 단추로 작용했다. 중심이 되는 감정을 연인간의 감정으로 삼을 경우 아무래도 여기에 할애해야 하는 감정의 리소스가 많아질 수 밖에는 없기 때문에, 심플한 리듬으로 정리되기 보다는 굉장히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이 부분을 남매간의 애틋한 감정으로 처리하며 오히려 더 단단한 힘을 얻은 경우라 하겠다. 물론 남녀간의 애정 관계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인 - 문채원 과 서군 - 김무열 간)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남이의 이야기로서 존재한다. 남이가 동생을 구하러 떠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다소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에는 살짝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자세히 설명하려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고 과감히 본격적인 추격전에 바로 뛰어든 영화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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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좀 더 깔끔하게 느껴진 또 다른 이유는 이한위가 연기한 캐릭터 등 주인공 주변에서 코믹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캐릭터들에 대한 절제된 묘사도 있었다. 이런 경우 주변 캐릭터들이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 혹은 무거워만 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가벼운 리듬감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가끔 전체적인 흐름을 깨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한위씨가 등장하는 순간 '아, 이 작품도 그런 장면이 등장하겠구나' 싶었는데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절제된 활용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비중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이런 절제는 추격에 전체적으로 집중한 이 영화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류승룡이 연기한 '쥬신타'를 중심으로한 청나라 정예부대를 단순한 악당으로 그리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서로를 인정할 만한 상대로서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설명을 더하지 않은 점 역시 이 영화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쥬신타와 그의 부대에 대해 관객이 더 흔들릴 수 있도록 서두에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더라도 좋았겠지만, 영화가 선택한 방식도 역시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좀 더 설명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 라고 느꼈던 부분은 주인공 남이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분명 극 중의 짧은 대사로는 문무 모두에 별다른 흥미를 못느끼는 것으로 묘사되었으나 추격극을 통해 보여지는 남이의 모습은 흡사 '레골라스'에 가까운 신궁의 모습이었기에 사실 조금 의아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짧은 사냥씬 만으로는 남이가 그 정도의 고수라는 것을 눈치채기는 어려웠기에 이후 정말 고수들로 이뤄진 쥬신타의 부대와 대등하게, 아니 더 뛰어나게 싸우는 모습에서는 '남이가 저 정도의 고수였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더라도 좀 더 고수의 풍모를 숨기고 있다는 짧은 설정들을 초반에 깔아두었더라면 좀 더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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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런 추격극 위주가 아니라 임금을 잃고 청나라에 나라를 빼았겼던 병자호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했던 때문인지, 맨 마지막에 가서 김한민 감독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기는데, 전체적인 결론만 보자면 비극적 역사에 대한 부분을 아예 다 빼버리지 않고 마지막에 한 줄로 턱 던져 놓는 방식도 2가지를 모두 어느 정도 만족시킬 만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비극적 역사에 대한 부분에 더욱 강조했다면 추격극 자체에는 힘을 잃을 수도 있었겠지만 좀 더 비장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을텐데, 반대로 아예 추격극 자체에 완전 집중하면서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이 추격극의 배경에는 사실 이런 역사적 비극이 실제로 있었다'라는 사실을 넌지시 던지는 방식 또한 이런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하는 의미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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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은 러닝타임 내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진행되는 추격전이 볼만한, 그리고 활이라는 무기의 특성을 고려한 거리를 둔 액션이 흥미로운, 올 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될 듯 하다.


1. 고증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고증 측면은 아니지만 무한히 리필되는 화살이 아닌 쏘고 나서 항상 화살을 회수하는 모습은 현실적이라 좋더군요.

2.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 오히려 더 많은 요소들을 담으려 하지 않고 한 가지에 비교적 충실했던 선택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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