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 Nujabes
너무 일찍 가버린 천재 프로듀서


누자베스 (Nujabes)를 처음 알게 된 것도 따져보니 벌써 수년이 흘렀다. 한창 언더그라운드 힙합, 인스트루멘탈 음악에 빠져있을 때 Madlib과 그의 여러 프로젝트 앨범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바로 누자베스의 음악이었다. 누자베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편이다. 그 당시 처음 접했던 그 장르의 음악들이 대부분 그런 경향을 띄고 있기도 했지만, 누자베스의 음악은 단연 그 중 최고의 선율이었으며 범접하기 어려운 선구적인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다. 힙합 음악이라는 것이 이렇게 감성적일 수도 있고, 다양한 음악들과 어울려 크로스오버를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단순히 그의 음악을 적절한 샘플링과 다양한 장르의 이해 정도로 설명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하겠다.

물론 누자베스가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에도 가장 타 뮤지션들보다 잘했던 것은 이런 샘플링과 타 장르(특히 재즈)와의 결합을 들 수 있겠다. 그의 예전 앨범들은 지금와 들어도 굉장히 선구적인 것인 물론, 최근 나오는 비슷한 장르의 프로듀서들에게서도 좀 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결과물들이다. 그의 음악은 흑인 음악(힙합)이 꺼려지는 재즈 팬들에게 '아, 힙합이라는 음악이 단순히 과격한 랩만 있는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으며, 재즈를 단순히 어렵게만 생각했던 힙합 팬들에게 '아, 재즈라는 것과 힙합이라는 것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구나'라는 것을 알려준 가교 역할을 한 음악이었다(하긴 따지고보면 힙합계에서 재즈라는 장르가 가까운 하나의 울타리로 여겨진 것은 오래 되었다 할 수 있겠다).

재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 스스로가 범한 우를 지적하고 넘어가자면, 사실 흑인 음악은 들으면 들을 수록 힙합, 재즈, 블루스 등으로 구분하기가 매우 애매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근원을 따지자면 이들 모두가 하나의 뿌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각 장르마다 음악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동반된 뮤지션들의 앨범을 듣다보면, 결국 다 '흑인 음악'이라는 하나의 대장르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깊은 이해를 동반한 음반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가장 뛰어난 앨범 중 하나가 바로 누자베스의 앨범들이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흑인음악은 물론 다양한 뮤지션들과 장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누자베스의 음악은 그냥 어렵기만한 음악은 결코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음악적 지식의 최고 수준을 가르치듯 펼쳐놓은 음악이 아니라, 마술 같은 비트 위에 리스너들이 쉽게 물들 수 있도록 비교적 친절하게 풀어놓은 선구자의 음악이었다.

개인적으로 힙합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찔끔거린 것은 그의 음악이 아마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뭐랄까, 누자베스의 음악은 따스함으로 감동 받게 하는 그런 음악이었다. 여러 음악적 기교 역시 훌륭했지만 그런 음악적 퀄리티를 담아낸 그릇은 참으로 따스한 감수성이었다. 빠른 비트와 랩 플로우로 진행되는 곡들도 베이스에는 따스함이 존재한다. 그래서 누자베스의 음악을 떠올리면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볕 좋은 오후' 같은 평화로운 그림이었던 것 같다.

그런 누자베스의 사고 소식이 오늘 들려왔다. 교통사고라길래 처음에는 그냥 사고 소식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사망이란다. 며칠 전 에픽하이의 새 앨범을 이야기하면서 누자베스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또 그에 대한 글을 쓰게 될지는 몰랐다. 그의 사고 소식에 혼란스러워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CD장의 그의 앨범을 찾아보았는데, 제법 많이 있다고 생각했던 그의 앨범을 딱 두 장밖에는 소장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왠지 떠난 그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그의 음악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제 내 손에 남은 건 저 두 장의 앨범 뿐이라는 사실이 왠지 쓸쓸하다.

정말 보석같은 많은 곡들이 있지만, 슬픈 곡 보다는 무한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Modal Soul' 앨범의 마지막 수록록 'Horizon'을 남겨본다. 이제 이곳이 아니라 지평선 저 너머에서 편히 쉴 그를 추억하며.


Rest In Peace.
Nujabes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인생사 퀴즈쇼

2009년 2월 열린 제81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데니 보일 감독의 작품 ‘슬럼독 밀리어네어’ 였다.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등 무려 8개의 아카데미를 수상한 이 작품의 당시 관심은 실로 대단했었다. 이 발리우드 영화 아닌 데니 보일의 발리우드 영화는 아카데미를 비롯해 전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도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바카스 스와루프의 장편소설 ‘Q&A’가 영화의 제목인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다시 소개되어 많은 판매량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이 작품이 과연 각종 영화제를 휩쓸다시피 할 정도로 압도적인 걸작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어쨌든 최고 화제작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할 수 있겠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의 현실과 역사를 배경으로, 퀴즈 쇼라는 흥미로운 방식을 통해 액자구조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퀴즈 쇼에서 척척 정답을 맞추며 화제가 된 소년 ‘자말’을 주인공으로, 빈민가의 차 심부름꾼 소년이 어떻게 그 어려운 문제들을 모두 맞출 수 있었는지를 하나씩 풀어놓으며, 문제를 맞출 수 밖에는 없었던 자말의 과거를 들어 인도의 현실을 그려내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말의 로맨스와 자말의 형인 ‘살림’의 이른바 ‘뭄바이 드림’,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영화의 포커스는 자말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복잡하고 심각한 이야기 보다는 술술 풀리는 전형적인 구조를 택하고 있다.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나 이야기 구성의 경우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헐리우드의 변방인 ‘발리우드’ 영화를 -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발리우드 영화라고 부를 수 없겠지만 - 전 세계의 영화 팬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다는 점과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화려한 감각의 영상과 A.R 라만의 글로벌 한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웰메이드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Blu-ray Menu







오랜만에 아주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블루레이 메뉴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퀴즈 쇼라는 영화의 컨셉을 그대로 살린 메뉴 디자인은 미적 측면에서나 컨셉 측면에서나 모두 잘 어울리며, 장면 선택 메뉴도 감각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화질은 우수한 편이지만 영상 자체의 성격 때문에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영상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조금 더 거친 입자로 이뤄져 있는데, 장면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있기도 해 개인에 따라 거친 입자의 영상을 선호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살짝 아쉬운 화질이 될지도 모르겠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하지만 위의 스크린 샷에서 보다시피 이런 본래의 거친 영상에 거부감이 없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클로즈업 시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원색들이 표현된 장면들이나 로케이션 촬영 장면에서 좀 더 화질의 우수성을 제대로 확인해볼 수 있으며, 굉장히 빠른 편집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이뤄진 장면들은 극장에서보다 블루레이로 감상할 때 좀 더 감상이 편하고 직관적인 느낌을 준다. 어두운 장면에서의 암부 표현력과 명암 표현력도 우수해, 밤 장면의 화질이 오히려 더 선명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Blu-ray : Sound Quality

돌비 TrueHD의 사운드는 레퍼런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만족스런 음질을 수록하고 있다. 사실 처음 ‘슬럼독 밀리어네어’ 블루레이를 집어 들었을 때 사운드에 기대하는 바는, A.R 라만의 흥겨운 사운드트랙을 제대로 즐겨보자 하는 것 정도였는데 막상 타이틀을 감상해보니, ‘엇, 이 영화가 이렇게 사운드가 좋은 영화였었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예상외의 결과물을 실감나게 들려주었다. 평가부분에서 고심 끝에 9점을 주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10점에 가까운 9점임을 밝혀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극장에서 보았을 때 감각적인 영상은 기억에 남았지만 사운드 적인 측면에 대한 인상은 그리 남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블루레이의 차세대 사운드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이런 임펙트의 사운드가 있었다니’ 싶을 정도로 체감이 가능한 인상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오히려 기대했던 A.R 라만의 배경음악들이 단번에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종 효과음들은 매우 활발한 채널 분리도와 멀티 채널을 실감 캐 하는 역동적인 사운드로서 유저들의 귀를 손쉽게 사로 잡는다. 극장에서 감각적인 영상에 반했었다면 블루레이로서는 인상적인 사운드에 반하게 되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슬럼독 밀리어네어’ 블루레이 부가영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피처라면 역시 두 가지 트랙의 음성해설을 들 수 있겠다. 첫 번째 음성해설은 감독인 데니 보일과 자말 역할을 맡은 데브 파텔이 참여하고 있는데, 장면 마다 설명을 통해 등장하는 캐릭터와 배우, 로케이션,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들려준다.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추상적인 인도의 모습이 아닌 실제 인도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 밖에 블루레이에 관한 언급도 있어 - 블루레이로 출시될 것을 고려해 더 깊은 색감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사용했다는 뒷이야기 - 또 다른 흥미를 준다.





두 번째 음성해설은 제작자인 크리스찬 콜슨과 각본을 맡은 사이먼 뷰포이가 참여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캐스팅 해야만 했던 아역 연기자들의 캐스팅 이야기를 비롯해 첫 번째 음성해설과 마찬가지로 인도의 현실과 로케이션에 관한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일반적인 음성해설 보다는 조금 여유 있게 담긴 편이라, 코멘트 없이 본편 자막이 재생되는 시간이 제법 길다.





‘Slumdog Dreams: Danny Boyle and the Making of Slumdog Millionaire’는 약 23분 여 분량의 메이킹 영상인데, 파트 1,2로 나뉘어서 감독과 제작자, 각본가의 인터뷰와 촬영장의 모습들을 통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세 명의 주인공을 각각 나이 별로 세 명씩 캐스팅 해야만 했던 어려움 그리고 인도 영화계의 스타인 아닐 카푸르가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뭄바이에서 촬영하느라 겪었던 어려움들도 들려준다. 참고로 이 부가영상은 와이드 화면 비로 제공되지만 720p의 화질로 제공되며 나머지 부가영상들은 대부분 4:3의 화면 비로 제공된다.




‘Deleted Scenes’
의 경우 러닝타임으로만 따지면 약 30분이 넘는 분량이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 초반 등장하는 슬럼가로의 도주 장면의 롱버전과 프레드릭 스티븐스의 문제 부분, 오페라/아그라를 떠나다’의 시퀀스, 쵸바티 해변과 호텔 시퀀스의 삭제 장면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많은 분량에 비해 각 삭제 장면마다 챕터 구분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





‘From Script to Screen: The Toilet Scene’은 영화 초반 등장하는 화장실 장면에 관해 시나리오와 장면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것이 뭄바이다’라는 이미지를 초반에 전달하기 위해 뭄바이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했고, 그 가운데 화장실이라는 공간으로 설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런 화장실과 화려한 헐리우드 스타의 모습을 하나의 씬에 결합한 각본가의 선택의 탁월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Slumdog Cutdown / Jai Ho Remix’와 ‘Bombay Liquid Dance’에서는 각각 음악을 배경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한 곡 분량으로 짧게 압축한 버전과 실제 뭄바이의 모습을 담은 감각적인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Electric Press Kit’는 무려 1시간 분량이나 되는데, 감독인 데니 보일을 비롯해, 각본가, 제작자, 주연배우에게 각각 질문들을 던지고 답변을 인터뷰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이다. 앞서 소개한 메이킹 영상의 풀 버전 격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짧은 편집 본에서는 미처 다 공개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London Junket‘에서는 감독인 데니 보일과 주연을 맡은 데브 파텔과 프리다 핀토의 인터뷰를 각각 만나볼 수 있는데, 영화가 여러 영화제에서 한창 수상을 하던 시점에서 진행된 인터뷰라 감독과 배우들이 시종일관 유쾌하고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여주인공을 맡은 프리다 핀토의 모습이 궁금했던 분들은 이 인터뷰를 놓쳐서는 안되겠다.




[총평] 블루레이 타이틀답지 않게 720p의 화질과 4:3 화면 비를 제공하는 서플먼트의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2개의 음성해설 트랙과 우수한 화질, 레퍼런스로 손색이 없는 사운드는 영화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큰 고민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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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P(ランプ) 내한 콘서트 ‘봄의 환상(幻想)’ 후기
부제 :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생일이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14일, 최근 앨범을 즐겨 듣고 있던 일본 밴드 LAMP(ランプ)의 내한공연에 초대 받아 생일선물 겸, 오랜만에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LAMP의 음악을 이전에도 몇번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제대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은 이번 뿐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최근 앨범이어서인지 지난 앨범들과 비교해도 이번에 파스텔뮤직을 통해 라이센스된 앨범 'ランプ幻想(램프환상)'은 가장 와닿는 앨범이었다. 공연과 앨범 리뷰를 겸한 글이지만 공연장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공연 컷이 추가되지 못한 점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그런데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공연은 정말 정신이 없고 통제 불가능 상태이긴 하다;).





먼저 공연 얘기를 해보자면, '루싸이드 토끼'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된 LAMP의 라이브는 시종일관 활기차면서도 따스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아, 그전에 오프닝을 장식한 루싸이드 토끼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라이브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첫 곡으로 커버한 Jamiroquai의 'Love Foolosophy'는 평소에도 좋아하는 곡이라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편곡된 무대가 인상적이었고, 이후 들려준 그녀들의 곡도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보컬만의 소박한 구성과 분위기가 인상적인 음악들이었다.





지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 LAMP의 무대는 비교적 멘트 없이 빠르게 연결되었다. 특히 곡과 곡 사이의 텀은 박수를 충분히 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급하게 연결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이것도 다 이들의 수줍음 때문이리라. 의외로 드럼과 퍼커션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곡들도 많았고 빠른 리듬의 곡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빠른 리듬의 곡들은 정말 이제야 봄을 제대로 느껴볼 만한 따스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이 날도 비가 왔고, 오늘은 갑자기 겨울 날씨로 눈이 올지도 모르는 이 요상한 3월 날씨에, 음악으로 나마 봄을 느껴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역시 LAMP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박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의 곡들이었다. 어쿠스틱 기타 혹은 건반과 아코디언, 플룻 등으로 이뤄진 곡들은 사카키바라 카오리의 속삭이듯 보컬과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과 만나, 다시 한번 객석을 또 다른 봄으로 빠져들게 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음반으로 들을 때는 단순하게 카오리의 보컬이 더욱 기억에 남았었는데, 공연에서는 나가이 유스케의 보컬이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많은 곡들이 다 좋았지만 특히 나가이 유스케가 어쿠스틱 기타 하나 매고 들려준 '密やかに'의 무대가 참 인상적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기도 하거니와 이 곡을 들을 때 만큼은, 다른 장치들 없이도 완전하게 기타와 보컬에게만 빠져들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번 공연은 초중반까지는 이전 앨범들의 수록곡을 주로 들려준 반면, 중반 이후 부터는 이번 앨범의 곡들을 주로 들려주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앨범을 인상 깊게 들어서인지 중후반부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LAMP는 새 앨범 작업 중이라고 했는데, 작업 중인 신곡들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첫 라이브 무대라며 서투른 영어로 이야기하던 그들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공연 내내 느껴진 LAMP의 인상은, 매우 수줍다는 것이었다. 자신들끼리 일본어로 이야기할 때 조차 몹시도 수줍어 하며 말을 아끼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그들의 소박한 음악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LAMP는 공연장을 한껏 봄의 활기찬 기운으로 들뜨게 했다가도 다시 낮잠을 부르는(좋은 의미로) 안락함을 주었다가, 새벽의 어슴푸레함을 전하는 등(하지만 따스한), 여러가지 모습의 봄의 환상을 들려주었다. 아, 그리고 환상과 더불어 여러가지 다른 꿈의 환상도 들려주었다. 앞서 언급한 낮잠과 같이 달콤한 꿈과 백일몽 같이 환상에 빠져드는 꿈, 그리고 현실을 꿈처럼 만드는 꿈까지.

그러고 보니 LAMP가 말하는 '봄의 환상'이란 결국 '꿈'이 아닐까도 싶다.




LAMP의 네 번째 앨범 '봄의 환상'은 듣는 순간 쉽게 빠져들만한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그것이 봄이 되었건, 꿈이 되었건 LAMP가 전하는 환상은 은근한 매력이 있다. 현재 일본에서 녹음 중인 그들의 새로운 음반에는 또 어떤 환상이 담겨있을지, 이번 앨범과 공연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바이다.

급작스럽게 겨울로 돌아간 듯한 우리의 3월. 봄의 전령사 LAMP로 한층 따듯해졌음에 감사한다.
에잇, 이런 수줍은 봄의 전령들 같으니라고;;;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예언자 (Un Prophète, 2009)
범죄를 통한 사회화 과정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신작 <예언자>가 눈에 들어왔던 가장 큰 이유는, 왠지 모를 제목의 위엄 때문이었다. '예언자'라는 제목은 쉽게 줄거리를 예상하기 어려운 제목이기도 하고(제목은 '예언자'인데 영화의 줄거리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무언가 단어자체에서 오는 무게감과 위압감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게 된 프랑스 영화 <예언자>는 이런 위엄으로 시작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들었던 다른 '위엄'들이라면,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전미 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등의 수상 소식과, <대부>를 잇는 걸작이라는 호평들이었는데 사실 언제부턴가 갱스터 영화 혹은 범죄 수작 영화들에 <대부>와의 비교가 빠진 적이 없다는 것을 들어 크게 관여치는 않았다. 그렇게 보게 된 <예언자>는 <대부>와는 조금 다른, 굉장히 개인적이면서도 그 개인의 사회화에 과정을 범죄로 녹여낸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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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게 된 19살의 말리크는 감옥은 물론 외부에도 친구도 가족도 없으며,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자이다. 이런 무적, 무취의 말리크는 코르시카 계 갱들에게 이용되어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이로부터 그의 감옥 내의 삶과 전체적인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예언자>의 주요 관람 포인트는 주인공인 말리크 (타하 라힘)의 변화 과정이다. 그의 입소과정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말리크가 얼마나 비어있는 백지와 같은 상태인지를 인지시킨다. 그리고 관객에게도 급작스럽게 말리크가 범죄에 어떻게 이용되고 그 과정과 이후에 그에게 어떤 심리변화와 외부적인 변화가 생기는지 역시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한다. <예언자>는 완전히 범죄 영화의 범주로만 봐도 상당한 수작이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코르시카 계와 아랍계 간의 세력 다툼과 감옥이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한 각종 상황들의 묘사 그리고 조직의 막내 격으로 들어오게 된 인물이 보스에 가까운 영향력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만으로도, <예언자>는 괜찮은 범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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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결국 백지와도 같았던 한 인물의 사회화 과정으로 느껴졌다. 그것이 더욱 다이나믹한 감옥과 범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 과정을 지켜보는 묘미가 더욱 컸다. 감옥이란 한정적인 공간의 특수성도 있지만,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말리크가 (그의 눈빛과 행동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를 대하는 사회 역시 어떻게 변해 왔는지가 잘 나타난다. 처음에는 그저 심부름꾼에 불과했던 말리크는 점점 그 심부름 외에 다른 자신만의 비지니스를 열어가고, 이 사회의 생리를 파악하면서 이 어울리지 않았던 옷을 자신만의 맞춤 옷으로 점차 만들어 간다.

이것이 만약 전형적인 범죄영화였다면 감독의 의도가 조금은 빗겨나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이스턴 프라미스>를 통해 조직과 범죄가 아닌 '폭력'의 역사와 폭력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듯이, 자크 오디아르는 말리크의 성장에 조직이라는 범죄 요소를 드리우긴 했지만, 그것이 주가 아니라는 듯 여러가지 영화적 시도와 감수성 넘치는 편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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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가 인상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굉장히 감수성 넘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얼핏 '이렇게 삭막하고 빠삭하게 말라있을 법한 영화에서 풍부한 감수성이라니?'라고 의문을 갖을 수도 있겠는데, 자크 오디아르는 이 무섭도록 무거운 현실의 비상구로 영화의 중간중간 감수성이 넘치는 장면들을 삽입하고 있다. 영화의 인트로 부분에서 살짝 소개되었던 화면 방식(좁은 구멍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듯한 앵글)은 말리크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더할 나위 없이 표현하고 있으며, 가끔씩 등장하는 마치 '다른 세계'로 느껴지는 영상과 장면 전환은 자칫 무겁게만 흘러갈 법한 영화에 묘한 리듬감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냥 범죄 영화였다면 없어도 되었을 법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바로 처음 말리크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대상이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더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겠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이 캐릭터의 의미는 '예언자'라는 제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보는 동시에, 감옥 안팍에서 조직 간에 벌어지는 사건들의 긴장감 외에 말리크가 겪는 내적인 갈등 들을 잘 나타낸다. 이런 캐릭터의 묘사는 상당히 과감한 연출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과감함이 영화를 한 층 더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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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감수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촬영 부분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장면마다 앵글이 참 인상적이었다. 감옥이라는 공간의 한계성을 잘 담아낸 구도도 좋았다. 그리고 디지털 상영의 우수한 화질과 더불어 잡티 없이 깔끔한 실내 장면들의 영상은 마치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을 보는 듯한, 그러니까 극 사실적인 묘사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것이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의 명연기와 만나 더더욱 깊은 몰입도를 이끌어낸 듯 하다.

<예언자>는 오랜만에 본 프랑스 영화이기도 했지만, 처음 보는 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장이기도 했는데, 주연을 맡은 타하 라힘과 '세자르' 역할을 맡은 닐스 아르스트럽의 연기는 그야말로 수상 감이라 할 수 있겠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국내 개봉 포스터 속 타하 라힘의 모습은 마치 거스 반 산트의 남자들 같다) 마스크의 타하 라힘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발견 포인트일텐데, 불안함을 잘 담아낸 눈동자와 복잡한 심리 상태를 관객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해내는 연기력은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도 계속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자르 역할의 닐스 아르스트럽 역시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이긴 했는데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본 작품이라고는 <잠수종과 나비> 뿐이고, 이 작품에서 그의 모습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끝까지 영화의 무게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멋진 연기였으며, 나중에는 결말에가서는 관객으로 하여금 '연민'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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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는 여러가지로 깊은 인상을 준 작품이었다.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 타임에도 주인공의 이야기에 어렵지 않게 빠져들 수 있었으며, 범죄 영화에만 몰입한 영화일 줄 알았는데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주절주절 말을 많이 늘어놓기는 했지만, 사실 잘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작품, <예언자>였다.


1. Nas의 곡(
Bridging The Gap)을 극장에서 빵빵하게 들으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진짜 이부분의 사운드가 더 임팩트있기도 해요.

2.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든 개인적인 생각은 프랑스 감옥이 참 좋다는 것 -_-; 기본적으로 담배나 술 등도 마음껏 마시고, 고시생은 엄두도 못내밀며 웬만한 원룸 사용자들도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시스템이 갖춰진 감옥 시설이 부럽기까지;;;; 나중에 개인플레이어로 DVD까지 보는데 ㅠㅠ

3. Sigur Ros 곡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4.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화질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인물들의 클로즈업이 될 때는 정말 HDTV를 통해 보는 것 같더군요. 이로서 블루레이 구입은 확정입니다;

5. 극장이던 블루레이/DVD던 다시 봐야 좀 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hy Not Productions. 판씨네마 에 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1961)
드디어 극장에서 본 뮤지컬 영화의 마스터피스!


영화팬으로서 갖게 되는 소원 중 하나라면, 동시대가 아닌 이전의 명작들을 비디오나 DVD등 홈비디오 매체가 아닌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만나게 되는 경험일텐데,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들 가운데 반드시 보고 싶었던 작품들 가운데는 데이빗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처럼 압도적인 시네마스코프 영상과 스크린에서만 그 감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스케일 때문인 경우도 있었고, 오우삼의 <영웅본색>처럼 단순히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 '과연 극장에서 보았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하는 호기심과 기대 때문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장에서 '꼭 한번' 보고 싶은 작품으로 계속 꼽아왔던 것은 바로 이 작품, 로버트 와이즈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 영화라는 것은 어차피 극장 상영을 위해 만들어진 '극장 예술'이기도 하고 (특히 이전 영화들이라면), 이 작품 같은 경우는 특히 극장에서 반드시 봐야만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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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점들을 다 재쳐둔다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냥' 꼭 한번 극장에서 보고 픈 개인적인 영화였다. <사운드 오브 뮤직>과 <올리버>, <그리스> 등과 함께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인 동시에, 무엇보다 음악과 안무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압도하는 수준을 보여주는 엄청난 걸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영화제'에 이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얼마나 놀랐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영화사 백두대간에 이 필름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1년 반쯤 전에 알고는 주구장창 이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노려왔었는데, 매번 긴 상영시간과 적절한 기획을 찾지 못하고 점차 잊혀질 때쯤, 어쩌면 기대하지 않았던 이번 상영 기회는 왠지 개인적인 선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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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오프닝 시퀀스는 언제봐도 경이스럽다. 뉴욕의 풍경을 항공촬영으로 훑어가는 샷은 별다른 미사여구 없이도 뉴욕이라는 공간의 특성과 영화의 주요 갈등요소가 되는 사회문제를 어렵지 않게 드러낸다. 이후에 이어지는 'Jet Song'의 임팩트는 21세기에 봐도 실로 압도적이다)

사실 우려했지만 실제 극장에서 본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는 DVD에 수록된 버전과는 달리 오프닝 타이틀 부분이 일부 삭제되었으며 (DVD버전을 보면 한곡이 온전히 끝날 때 까지 타이틀이 컬러만 변경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번 상영 필름에서는 이 부분이 금방 지나간다), 화면비 역시 상하 좌우가 모두 온전치 못한 것 같았으나(예전 극장에서 보았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자면, 좌우의 화면비가 엄청나게 길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한다. 참고로 아주 예전에 국내 개봉되었을 때 역시 여러가지 문제로 인터미션 등 삭제가 된 버전이 상영되었다고 한다. 이번 상영분 역시 인터미션은 추가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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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가지 장면만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설명해야 한다면, 도입부의 'Jet Song'을 주저 없이 꼽을 것이다. 안무라는 것이 스크린에 어떻게 녹아드는지에 대한 교과서이자 진부하지 않은 감각이 돋보이며, 음악이라는 것이 이야기와 어떻게 결합되는 지에 관한 '좋은 예' 이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특별한 작품이었기에 드디어 상영이 시작될 때의 감흥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황홀한 'Prologue'와 'Jet Song' 을 볼 땐 소름이 멈추지 않았으며, 'Maria'와 'Tonight'이 흐를 땐 감동을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Jet Song'의 경우 특히 도드라지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음악은 완전히 장면과 결합되어 있다. 최근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장면과 음악이 겹치는 것을 촌스럽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런 것이야 말로 진정한 뮤지컬 영화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다.

얼마전 EBS에서 방영한 레너드 번스타인의 '청소년 음악회'를 보고 난 뒤라 이 작품의 음악과 장면에 대한 이해가 훨씬 더 빨랐는데, 음악이 어떻게 이야기를 꾸미는지, 반대로 같은 음악에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진다는 번스타인의 설명을 떠올리니, 장면과 음악이 완전히 결합되어 있는 이 작품의 구성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확실히 번스타인의 음악에서는 장면이 그대로 느껴진다. 뭐랄까 번스타인의 음악은 장면을 뒷받침 하는 것이 아니라 장면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음악으로 장면을 쓰고 있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노라면 그 어느 뮤지컬 영화보다 영화 속 장면이 속속들이 전부 떠오르곤 한다. 이것이야 말로 뮤지컬 영화의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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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더 훌륭한 점이 있다면 단연코 '단체 연기'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장르의 영화들도 그렇지만, 뮤지컬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주연 배우들은 물론 조연 연기자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에 황홀함 마저 느끼게 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몇번이고 봐도 매번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살아있는 연기에 있다. 이들의 연기는 너무 영화적이고 연극적이라 '과연 저런 연기를 최근에도 본적이 있었나' 싶기까지 할 정도인데, 완벽하게 카메라 안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들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면서도 마치 그림같은 장면 장면은, 만약 내가 감독이어서 내 앞에서 저 연기를 실제로 보았더라면 얼마나 뿌듯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작품은 특히 주연 한 두명이 만드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제트단과 샤크단, 그리고 그들 각각의 무리가 '그룹'지어서 연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들 구성원 하나하나의 모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토니가 노래할 때 뒤에서 제트 단원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베르나르도와 아니타가 화면 맨 앞에 춤을 출 때 샤크단원들은 각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숨겨져 있지만 반드시 챙겨야할 이 작품의 보석같은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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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와 'Tonight'을 비롯해 이 작품의 주요곡들의 장면들은 너무 많이 보고 또 보아서, 노래는 물론 안무 하나하나까지 모조리 외우고 있는데, 극장에서도 동작을 따라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느라 혼났다)

예전엔 그냥 노래가 좋고 춤이 멋져서 보았던 영화였다면, 이제와 다시 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새로운(?) 발견이라면 안무의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안무를 맡은 제롬 로빈스의 경우 발레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안무가로서 영화의 안무들은 발레 동작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갱들의 이야기와 발레 안무가 엇나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막상보고 나면 클래식한 음악과 발레 안무가 얼마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당시 한참 유행하던 고전적인 MGM뮤지컬과도 거리가 있고,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현대적인 신세대 뮤지컬로 보기에도 어려운(당시에도) 모습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음악을 맡은 레너드 번스타인, 안무가이자 연출을 맡은 제롬 로빈스, 그리고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 이렇게 각각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어 시너지를 이룬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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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야기의 기본 뼈대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져오긴 했지만, 단순히 '로미오와 줄리엣'을 뉴욕의 소년 갱집단의 이야기로 옮겨왔다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들이 각자를 적대하는 이유 가운데는 단순한 세력 다툼이 아닌, 당시 미국내의 사회적인 문제와 이민자 문제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이 대단한 이유는 이런 무거운 주제들을 유쾌하고 흥겨운 리듬 속에 자연스레 녹여내었다는 점이다. 사실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그저 저런 가사들이 장난으로 느꼈을 정도로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이제와 다시 보니 가사 하나하나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사 역시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상당히 라임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극장에서 보면서 새삼 발견한 영화의 장점이라면 손드하임의 가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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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ght' 시퀀스는 여러가지 다른 이야기와 캐릭터의 이야기가 하나의 노래에 녹아드는 가장 전형적인 시퀀스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런 구성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자주 쓰는 구성이기도 하고, 폴 토마스 앤더스인이 <매그놀리아>의 'Wise Up' 시퀀스를 통해 보여주기도 했었는데, 아마도 이 작품이 그 시초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곡에 등장하고 있는 각각의 그룹들의 비중이 동등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영화만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단순히 로미오와 줄리엣에 근거한 남녀 로맨스 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이 곡의 후반부를 보면 역시나 동작과 음악이 기가 막힌 싱크로율을 보여주는데, 특히 중간에 형사와 경찰차가 나오는 장면을 껴넣은 부분의 리듬감과 긴장감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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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어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오늘밤 결투'가 끝나고 난 뒤의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공감도 재미도 못느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투 이후 영화는 급격히 어두워지고 다운되기 때문이다. 그 중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있다면 결투 이후 혼란스러운 제트단의 분위기를 잘 그린 'Cool'을 들 수 있겠는데, 예전 기억에 이 시퀀스는 그저 '지루한 부분' 정도 였는데 이제와 보니, 극중 시퀀스 가운데 가장 난이도 높은 안무는 물론 구성 면에서도 매우 완성도 높은 시퀀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극장 관람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라면 분명 'Cool'의 재발견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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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과 마찬가지로 그 이후 등장하는 마리아와 아니타의 'A Boy Like That & I Have a Love' 시퀀스 역시 이번 관람의 재발견 포인트였다. 어렸을 때는 단순한 것만 보였었다면, 이번에는 마리아보다 오히려 아니타 입장에서 보게 되어, 아니타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퀀스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어쩌면 토니를 너무 쉽고 급작스럽게 용서해버린(용서의 과정 조차 없었던 것 같다) 마리아가 아니타에게 너무 그 용서를 강요하는 듯 느껴졌는데, 이를 눈물 흘리며 수용할 수 밖에는 없는 아니타의 모습에 더욱 동화되었다. 이 시퀀스도 예전에 보았을 때는 그저 '지루한 후반부' 였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영화의 메시지를 더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사실 뮤지컬 영화 가운데(특히나 고전 가운데) 이렇게 어두운 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작품이 있었나 싶다. 뮤지컬 세상은 항상 유쾌하고 밝을 것만 같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 유쾌함으로도 지울 수 없었던 현실의 무게감을 잘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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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가 입고나온 옷 색깔을 유심히 보라. 마리아는 드디어 자신이 입고 싶던 빨간 드레스를 입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감상이라 2시간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고 빠져들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한숨을 돌리고 나니 더 완벽하고 온전한 화면비로 즐겼더라면 감흥이 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내 인생의 뮤지컬 영화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또 한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앞으로도 허락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너무나 행복한 경험이었고, 너무나 고마운 생일 선물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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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wentieth Century Fox Home Entertainment, Inc. 에 있습니다.






Epik High - Epilogue
아날로그의 따스함

1. 서랍
2. Run
3. 바보 featuring Bumkey
4. Wordkill
5. Blossom
6. 비늘 featuring Yankie
7. 잡음
8. Coffee featuring 성아
9. Over
10. 숲



에픽하이가 지금과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전, 그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은 '평화의 날'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에픽하이가 지금과도 같은 범대중적인 힙합 그룹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어쨋든 '평화의 날' 이후 계속 주의 깊게 들어보았던 에픽하이의 음악은 언더스러움과 대중적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자신들만의 브랜드 입지를 점차 넓혀나갔다. 한참 그들이 음악프로에 나오던 시절의 대중적인 음악들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었다. 음악이 대중적이어서 실망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에픽하이에게 기대하던 바는 그 이상이었기 때문에 '힙합'이라기 보다는 '가요'에 가까운 대중적인 곡들을 들고 나왔을 때는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 'Epilogue'는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에픽하이의 지난 앨범들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이라 부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힙합 음악을 듣는 취향이 그리 대중적인 편은 아니라서 이번 앨범이 얼마나 대중적으로 성공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적 완성도나 퀄리티 역시 '앨범'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느껴진다.

이번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Nujabes'를 떠올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로듀서 중 한명인 'Nujabes'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하겠다. 'Nujabes'의 비트를 연상시키는 에픽하이의 비트는 심플하지만 감성적이고 아날로그하면서 무척이나 감성적이다. 타블로와 미쓰라의 플로우도 비트위에 과하지 않게 드리워져 있다.

앨범의 인트로라고 할 수 있는 '서랍'으로 앨범의 전체 분위기를 엿보기는 사실 쉽지 않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반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한 방향성은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인 'Run'은 전형적인 에픽하이 스타일의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픽하이의 곡들 가운데는 유난히 이렇게 '달리는 리듬'의 곡들이 많은데, 적어도 이런 '달리는 리듬'의 곡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다. 특히 후렴구 바로 직전에 삽입된 마디의 느낌이 매우 신선했다. 일반적인 전개에서 살짝 벗어나면서 곡에 전체적인 긴장감을 주고 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Bumkey의 보컬이 간드러지는 곡 '바보' 같은 곡은, 전체적인 앨범 구성에서 그저 구색에 머물러 버릴 수도 있는 곡이었음에도 적절한 피처링의 멜로디 부분이 곡을 살리고 있다(그렇다고 다른 부분이 미흡하다는건 아니다).

앨범을 딱 한 번 들었을 때 가장 뇌리에 남는 곡은 '
Wordkill'이었다. 마치 기타 연주에서 커팅효과를 주듯, 끊어지는 리듬과 그 사이에 위치한 묘한 효과음 만으로도 이 곡의 세련됨이 전해진다. 후렴구에서 다른 verse로 넘어갈 때의 샘플링도 참 좋다. 'Blossom'은 'Nujabes'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다 그렇게 느끼겠지만 가장 'Nujabes' 스러운 인스트루멘탈 곡이다. 이 정도면 'Nujabes'의 앨범 중 한 트랙이라고 해도 믿겠다(표절이라는 것이 아니다). 타블로가 'Nujabes' 팬임이 분명하다;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임팩트 있는 랩플로우를 만나볼 수 있는 '
비늘'과 Kanye를 연상시키는 백그라운드 사운드와 곡 구성이 엿보이는 '잡음'을 지나, 피처링 보컬의 우리말 가사가 왠지 모르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Coffee'가 이어진다. 'Coffee' 같은 곡이 국내 대중음악에 힙합음악을 좀 더 깊이 뿌리내리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되는 곡이 아닐까 싶다. 대중적인 요소를 여럿 갖췄지만 너무 뻔하지만은 않고, 블랙뮤직 본연의 느낌을 대중적인 코드 속에서 잘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적절한 정도의 곡이 아닐까 싶다. '성아'가 피처링한 멜로디의 가사는 왠일인지 정말 쏙쏙 들어온다. 다시 들어도 참 쏙쏙 들어온다.

'Over'는 앨범이 마지막으로 달리며 다시
'Nujabes' 풍의 감성을 전한다. 이런 감성은 흉내내기는 쉬워도 (사실 쉽지는 않다) 제대로 우려내기는 쉽지 않은데,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은 이런 감성을 담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이것이 이번 앨범이 마음에 드는 가장 큰 이유다. 인스트루멘탈 곡 '숲'을 끝으로 앨범 'Epilogue'는 마무리 된다. 사실 요즘 앨범들은 '앨범'의 구성 면에서 보자면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에픽하이의 'Epilogue'는 마치 한 권은 작은 책을 읽고 덮어두게 되는 듯한 구성을 느낄 수 있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인빅터스 (Invictus, 2009)
영감(靈感)은 어떻게 전달되는가


지난 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그랜토리노>였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좋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눈물 흘리지 않았을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그랜토리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배우와 감독을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걸작이었다. 그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인빅터스>는 그래서 볼 것도 없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다. 남아공의 유명한 지도자인 넬슨 만델라를 주인공으로 실제 있었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원작을 영화화한 <인빅터스>는, 럭비 (스포츠)라는 소재가 더해져 또 한번 뻔한 감동 공식이 아닌 이스트우드 만의 깊은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럭비라는 소재 때문에 이 영화를 스포츠 영화로 오해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인빅터스>는 근본적으로 영감 (靈感)의 전달 과정을 사실적이고도 깊게 묘사한 그의 또 하나의 수작으로 기억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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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감옥 생활을 마치고 국민들(흑인)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으로 당선된 넬슨 만델라 (모건 프리먼)는, 흑백으로 나뉘어져 있는 남아공을 하나로 뭉치기 위해 럭비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경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럭비팀 ‘스프링복스(Springboks)'를 지지하며 그 주장인 프랑소와 (맷 데이먼)를 만나 스프링복스에게 이것저것을 주문하고 바라게 된다.

<인빅터스>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근본적으로 영감(靈感)의 전달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영감으로 인해 행하게 되는 행동과 가치들도 매우 중요하지만, 스포츠 경기와 관중들을 비중있게 묘사한 것도 그렇고 그 전달 과정의 묘미를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누군가의 신념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반대하는 이들에게까지도)에게 영감으로 받아들여지는지를 깊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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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왜 스포츠일까?'라는 점을 의아해하기도 했었는데, 앞서 얘기한 영감의 전달과정을 표현하는데 이 스포츠라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었다. 넬슨 만델라는 대통령으로 당선 된 뒤 흑인과 백인들로 나뉘어진 국가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작은 일에도 직접 나서며 행동으로 실천하게 된다. 그러다가 럭비와 곧 있을 럭비 월드컵을 알고나서는 이 럭비라는 스포츠가 자신의 이 신념을 영감으로 승화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주장인 프랑소와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주장에게서 이 영감을 받아들인 팀원들은 점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신념에 동화되어 가며, 더 나아가 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관중들 그리고 TV로 이 경기를 지켜보는 수천만의 국민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만델라의 메시지가 전달되게 되는 것이다.

얼핏보면 '꼭 우승해야 된다'라는 만델라의 주장이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영감의 전달 도구로서 생각해보았을 때, 왜 만델라가 그리도 우승을 원했었는지 절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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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영화 <인빅터스>는 여러모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를 떠올리게 했다. 일단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우리도 저런 대통령을 가졌었지'라는 탄식과 그리움이었다.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그 경중을 따지지 않고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영화 속 만델라의 모습은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고, 오랜 투옥 생활을 마치고 당선 된 이후 경기장에 나타나 국민들에게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은 김대중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다. 예전에는 이런 지도자가 나온 영화를 보면 '아, 우리는 언제쯤 저런 지도자를 갖을 수 있을까?'라고 기대만 했었는데, 언제부턴가는 '아, 가졌었지...'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곤 한다.

그리고 럭비 월드컵의 선전을 통해 전국민들이 가득한 열기로 하나가 되는 모습은 2002년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2002년 월드컵은 영화 속 럭비 월드컵과는 달리 흑백의 화합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지만, 영화처럼 어려움에 겪고 있던 국민들에게 희열(영감)을 맛보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단순하게는 스포츠라는 것이, 더 나아가서는 영감과 메시지가 확산되어 나가는 과정을 경험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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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빅터스>는 여러 모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전작 <그랜 토리노>를 떠올리게도 한다. 전작 <체인즐링>과 비교해봐도 <인빅터스>가 훨씬 <그랜 토리노>에 가까운 것은,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과 연출자로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인빅터스>의 이야기 전개는 그리 느린 편이 아니지만, 영화의 리듬은 상당히 느린 편이고 관조적인 편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랜 토리노>를 연상시키는 톰 스턴의 카메라 앵글과 카일 이스트우드의 음악, 제임스 J. 무라카미의 미술은(이들은 모두 이스트우드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해오고 있는 팀이다), 스스로 <그랜 토리노>의 영감을 이어 받은 듯 하다. 특히 카일 이스트우드의 음악과 곡 구성은 몹시도 <그랜 토리노>스럽다. 굳이 '노인의 지혜'를 다시 들먹이지 않아도 카일의 음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말하려는 것을 음악으로 들려준다.

<인빅터스>는 <그랜 토리노>같은 엄청난 감정의 동요는 없지만, 이스트우드의 노련한 영화 기술과 의외의 볼거리인 럭비 월드컵 경기 장면만으로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1. 엔딩 크레딧에 실제 주인공들의 모습이 스틸 컷으로 제공되는 것은 좋았습니다. 실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만델라의 모습과 프랑소와를 비롯한 실제 선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2. 언젠가 넬슨 만델라를 영화화 한다면 그 1순위는 당연히 모건 프리먼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싱크로율은 대단하더군요. 특히 만델라 특유의 그 의상을 입고 나온 장면에서는 잠시 착각을 할 정도였어요.

3.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또 다른 아들인 '스콧 이스트우드'가 스프링복스의 선수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4.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화질이 상당히 좋더군요. 보면서 내내 블루레이 출시가 된다면 화질을 기대해 볼만 하겠다 싶었습니다.

5. 참고로 ‘인빅터스(invictus)’는 ‘정복되지 않는 자들(Unconquered)’이란 뜻의 라틴어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Pictures 에 있습니다.







블로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부터, 나는 광고나 배너를 다는 대신에 기존에 업으로 해왔던 원고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써보자 라는 생각을 했었다. 예전에는 우연한 기회에 디비디언이라는 월간 소잡지에 1년 정도 기고를 할 기회가 있어서 어줍잖은 '뮤직칼럼니스트'로 활동도 했었고, 케이블 방송의 DVD소개 프로그램에 방송원고를 써주기도 했었는데, 블로깅을 하고 나서는 현재 필자로 활동하고 있는 dvdprime 외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예전처럼 본격적으로 일거리를 찾아보자 라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여기저기 올려야 할 글, 간혹 내 100%의 의도대로 쓸 수 없는 글,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하는 글들이 점점 생겨나면서 글 쓰는 것 자체가 결국 일이 되어버리려 했고, 글쓰기의 즐거움을 점점 잃어가는 듯 했다. 이렇게 되다보니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 수 밖에는 없었다. 글로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이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쓴 글들이 100% 자랑스럽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스스로의 시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가능하면 하나씩 줄여나가려고 보이지 않게 노력을 했었다. 물론 여기에는 예전에는 어려서 몰랐지만 (돌이켜 예전 글을 보면 '이 정도 글을 잡지에 기고했다니!' 싶은 글들이 참 많다) 이제는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스스로에게도 원고를 받는 곳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글 밖에는 쓸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것도 작용했다.

그래서 나는 현재의 내 블로깅과 글쓰기 범주에 그럭저럭 만족하기로 했다, 아니 만족하는 편이다, 아니 그냥 극장에서 영화보고 집에서 블루레이 보고 가끔 dp에서 넘어오는 원고를 쓰는 것만으로도 제법 시간이 빠듯해 그 이상은 소화하기 어려운 것이 맞다. 사실 가끔은 회사를 다니지 않고 온전히 영화보고 음악듣고 글쓰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여유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것은 몇년 전 직접 실험해본 결과 막상 시간이 여유있게 주어져도 여유있게 쓰지 못했던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그냥 지금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즐겁게 해내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한다.


2010.03.09 pm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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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2010)
그리려고 그린 그림


너무나 유명한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긴 하지만, 어쩃든 그와 상관없이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작초기부터 스냅 샷이 하나하나 공개 될 때마다 기대를 갖게 했던 작품이었다. 팀 버튼의 작품 성격으로 미뤄보았을 때 기괴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었고, 이야기도 어두움을 배경으로 기괴한 웃음을 전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그의 페르소나인 조니 뎁은 물론 헬레나 본햄 카터가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한다는 소식은, 이 삼총사가 다시 한번 일을 내보려고 하는구나 싶었었는데,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기대에는 많이 못미치는 아쉬운 작품이었다. 원작과 감독, 캐스팅으로 미뤄봤을 때 참 괜찮은 조합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팀 버튼의 판단미스인지 아니면 본래부터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는지, 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너무 '그리려고 그린 그림'의 티가 나는 작품이었다. 즉, 이야기를 풀어내려는 의도보다는 너무 그려보고 싶은 그림이 있어서, 그림 그리는 것에만 집중해버린 나머지 그림의 메시지는 억지로 가져다 놓은, 아니면 메시지를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의미없는 화려한 그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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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이상한 나라'의 비주얼은 만족스럽다. 이런 것들은 팀 버튼이 본래 매우 잘하는 것들로서 그 만의 색채가 쉽게 묻어난다. 비대칭적이고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이면서 매우 화려한 색감의 세계와 캐릭터는 일단 관객들의 눈을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그런데 일단  근본적으로 주인공 앨리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원작이 너무 유명해서인지 아니면, 이미 한번 다녀온 세계를 앨리스가 나이 먹고 다시 방문하게 된 점을 감안해, '두번째'라 관객에게 역시 설명하는 부분을 대폭 축소한 것인지는 몰라도, 앨리스가 이 곳에서 사건들을 겪게 되는 과정 속에 아무런 공감대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이건 내 꿈이야'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 할 때도, 마지막에 이곳을 떠나려고 할 때도 아무런 감정적 동요가 일지 않는 것이다. 물론 작품의 특성상 이 같은 공감대가 최우선 과제는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어쩃든 '너무' 부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하다.

주인공인 앨리스에게서 어떠한 매력이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다보니, 이런 새로운 캐릭터들에게 역시 쉽게 빠져들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그 중 가장 피혜를 본 캐릭터라면 조니 뎁이 연기한 '모자 장수'를 들 수 있을텐데, 애초의 이 작품이 마치 조니 뎁 주연의 영화로 알려진 것에 더더욱 작품이 혼란스러워진 느낌이 분명 있다. 즉,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찌되었든 '앨리스'가 주인공인데, 팀 버튼의 작품에서는 앨리스가 별다른 주인공스러운 매력을 뿜지 못하다보니 더더군다나 조니 뎁의 모자 장수에게 관심을 흘렸으나, 모자 장수라는 캐릭터는 태생부터 자신 만의 한계가 있는 캐릭터이다보니 관객들이 주연급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도 애매한 정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차라리 앨리스 역할에 조니 뎁의 이름 값에도 눌리지 않는 스타급 여배우를 캐스팅 했더라면 어느 정도 이런 아쉬움이 상쇄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이것으로 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만;;). 일반적인 영화의 주인공에게 100%는 안되도 80%이상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보통이라면, 이 영화는 주인공 앨리스를 비롯해, 모자 장수와 붉은 여왕 등에게 각각 2,30% 씩 정도밖에 공감을 나눌 수 밖에는 없는, 겉만 맴도는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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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팀 버튼이었다면 차라리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원작의 설정을 더 뒤집는 한이 있더라도, 심지어 앨리스가 없어도 좋으니 모자 장수가 완전한 주인공인 이야기라던가 아니면 붉은 여왕이 주인공인 이야기였다면, 좀 더 비대중적일지언정 훨씬 더 팀 버튼스러운 만족스런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이때 쯤 이미 앨리스는 아웃 오브 안중;)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한 붉은 여왕이 주인공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팀 버튼은 앨리스를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이 캐릭터에게 애정을 숨기지 못한 기색이 역력한데(차라리 더 여기에 애정을 쏟아 부었어야 했다!), 팀 버튼이 악당을 그리는 대부분의 방식처럼, 붉은 여왕은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기 보다는 결핍과 부족함으로 인해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 붉은 여왕의 이야기였다. 명령과 강제 보다는 사랑으로 통치하려 하고(그래서 그녀의 세계는 온통 하트가 아니던가!), 자신의 컴플렉스를 자랑처럼 여기는 모습은 그 주변에 있는 비컴플렉스 인들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연민으로 다가온다. 잘 생각해보면 붉은 여왕의 가장 큰 고민은 '왜 내 말을 안들을까?'가 아니라 '왜 나보다 내 동생(백색 여왕)을 더 좋아할까? 내가 이렇게 잘 해주는데' 였다는 점을 떠올렸을 때,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 있는 이들 모두가 그녀를 사랑한다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곁에 있는 이들이었다는 점을 봤을 때, 그녀의 이런 외로움과 컴플렉스를 연민으로 더더욱 감싸며 주연의 롤을 주었더라면 좋았을 듯 싶다. 아니면 모자 장수를 주연으로 해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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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참 좋을 것 같았던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른 감독이 했으면 분명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이 되어버렸다. 너무 보여지는 이미지에 급급한 나머지 (물론 이 작품은 보여지는 이미지가 참 중요한 작품이긴 하지만서도) 본래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메시지마저 조니 뎁의 CG가득한 댄스 스텝과 함께 날려버린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 앨리스 역할을 맡은 미아 바쉬이코브스카 양의 매력이 부족했던 것도 한 몫 한듯 싶습니다. 요즘 같아선 시얼샤 로넌 양이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2. 몇몇 익숙한 목소리 연기자들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앨런 릭만이나 크리스토퍼 리 같은 경우는 워낙에 유명한 목소리라 이번에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더군요. 목소리로는 알아차리지 못했었는데 크래딧에서 티모시 스펠을 보고서는, '엇 또 쥐 역할로 나왔나?' 싶었는데 이번엔 다행히(?) '개' 역할이더군요 ㅎ

3. '네이브 오브 하트' 역할로 나온 크리스핀 글로버의 모습도 반가웠습니다. 이 분만 보면 아직까지도 <백 투더 퓨처>의 조지 플라이가 제일 먼저 떠올라요. 참고로 이 캐릭터는 팀 버튼의 의도적으로 CG스러운 움직임을 준 것 같더군요.

4. 앤 해서웨이 얘기를 한 마디도 못했는데, 그녀가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 중 제일 웃깁니다. 말 다했죠.

5. 엔딩 크래딧에 흐르던 주제곡 'Alice'는 에이브릴 라빈이 불렀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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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블로그를 처음 운영하게 되었을 때 가장 해보고 싶었고 가장 주력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테터 데스크' 기능을 통한 첫 화면 꾸미기였다. 기존 포스팅들 외에 일종의 데스크 개념으로 나만의 블로그 첫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이 기능은, 따지고보면 지금까지 내 블로그를 가장 '그럴 듯 하게' 보여주는 기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냥 막연하게 기존 테터 데스크 기능에 무언가 더 추가되었으면 좋겠다고 슬슬 호기심이 생길 때 쯤, '첫화면 꾸미기'가 새로운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사실 HTML은 배운 적이 없어서 그저 바꿀 수 있는 것만 바꿔보는 수준이라, 처음부터 코드를 들먹이면서 수정할 엄두는 내질 못했었는데, 이번 '첫화면 꾸미기 - 클로즈 베타 테스터' 모집 글을 보니 HTML을 전혀 몰라도 사용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얘기에, 더 편한 마음으로 신청해 보게 되었다.

여기에 기존 테터데스크보다 더 많은 아이템과 레이아웃 구성, 다양한 글 설정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하니, 한 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내 블로그의 첫 화면을 어떻게 새롭게 꾸며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기회가 된다면 클로즈 베타 테스터가 되어, 조금 더 먼저 그런 기쁨을 누려보고 싶군화.



블로깅 초기, 나는 무슨 글을 하나 포스팅 하게 되면 (주로 영화 리뷰였겠지만), 관련 된 글들을 검색으로 일일이 찾아 아주 심한 견해의 괴리를 보이는 글을 제외하고는 댓글과 트랙백을 남기는 작업을 매번 함께 진행했었다. 물론 일일이 댓글을 달고 트랙백을 거는 작업의 의도가 처음에는 별로 순수하지 못했다. 특히나 트랙백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진정으로 그 글을 이해하고 동의해서 (혹은 흥미로워서) 트랙백을 남긴 다기 보다는 그저 유입량이 많은 블로그의 글에 내 글을 엮어서, 내 블로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켜 볼까 하는 꼼수가 반영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보면 아마도 블로그를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이런 단계를 겪고 있는 이들은, '뭐야 내가 하고 있는 이 노력들이 겨우 꼼수란 말이야'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은 트랙백을 거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이자 가장 많이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요즘도 아닌 최근도 아닌 제법 오랜 기간 전부터, 개인적으로 이런 활동을 너무도 소홀히 해왔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일단은 이웃 블로거 분들과 관심있는 글들을 읽는 횟수가 급속하게 줄어들었고, 본다 하더라도 댓글이나 트랙백을 보내는 횟수가 정말 미약해졌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다른 분들이 쓴 좋은 글들을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어보았었는데, 언제부턴가 내 글을 업로드 하는 기능 외에는 별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바쁘다는 핑계가 동원될 수 있겠고, 아이폰과 함께 하는 모바일 라이프가 시작되면서부터 더더욱 겨우 읽는 것에 만족하는 패턴이 익숙해지게 되었는데, 어찌되었든 냉정하게 보았을 때 '할 수 없는 일'이라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 가깝다.

습관이라는 것은 무서워서 금새 적응되어 버려 나중에는 고치려고 해도 '억지'라는 것을 동원하지 않으면 어렵게 되곤 한다. 요즘 나에겐 다른 이의 글을 겨우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내 블로그에 남긴 댓글 들에 대해서도 일일이 답변을 못하는 경우마저 생겼다. 물론 어느 것에 집중하게 되면 다른 몇가지는 소홀해질 수 밖에는 없다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 블로그에 꼬박꼬박 관련 글을 트랙백으로 보내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울컥울컥 하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부터 쿨한 설정으로 대한 블로그라면 상관없겠지만, 어쨋든 다정다감을 목표로 악플에도 웃으며 반응하려고 했던 블로그여서인지, 요즘 같이 댓글과 트랙백 기능을 거의 사용 못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 남겨본다.


2010.03.04 pm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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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본즈 (The Lovely Bones, 2009)
죽은 자의 동화



앨리스 시볼드의 2002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한 <러블리 본즈>는 피터 잭슨이 메가폰을 잡은 이유만으로 관심을 끌게 된 작품이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포스터나 흘러나오는 분위기만 보아도 피터 잭슨이 최근 작들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잔잔한 작품일 것 같아 오히려 좀 더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사실 평소처럼 아무런 정보 없이 보게 된 영화는 조금 의외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CG를 통한 월페이퍼 스러운 영상들이 많은 한 편, 판타지와 스릴러에 가족 드라마를 섞은 묘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그리 반응이 좋은 편은 아니고,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만 믿고 극장을 찾는 이들이라면 더욱 실망할 확률이 높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속에서도 흥미로운 몇 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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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소녀의 내레이션으로 이 소녀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영화 초기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죽음이라는 영화적 사건을 서두에 언급하였다는 것은 이 죽음이 포인트가 아니라는 것을 일단 알려준다. 소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죽음을 통해 벌어지는 가족의 이야기와 소녀가 겪는 여정을 그린다는 것인데, 그래서 인지 영화의 주인공인 수지(시얼샤 로넌)는 영화 내내 죽음이라는 범주안에 있지만 영화 자체는 별로 죽음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 있지는 않는다.

일단 수지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 갑작스러워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 때문인 것도 조금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자신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에 대해 큰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지는 그저 지난 번 한 좋아하는 남자아이와의 약속에 나가야 하는데 못나가게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을 찾으려 애를 쓰고 있는 아빠에 대한 걱정 그리고 커가는 동생에 대한 부러움 뿐이다. '뿐이다'라기 보다는 포커스가 '죽음' 그 자체라기 보다는 이렇게 개인적인 것에 더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영화 <러블리 본즈>는 죽음이라는 설정을 아주 가깝게 끌어 안고 있음에도 죽음의 그림자는 거의 드리워져 있지 않는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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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본즈>는 분명 여러 토끼를 잡으려 한 흔적이 느껴진다. 사후세계를 떠도는 수지의 이야기, 그리고 수지를 떠나보내고 남게 된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수지를 죽인 살인자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버무려내게 되면서 영화는 판타지와 스릴러 그리고 가족 영화와 소녀의 성장영화에 이르는  성격을 띠게 되었는데, 이중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소녀의 로맨스 부분이다. 이 영화에서는 남겨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 버금가게 이성을 좋아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비중있게 그려지고 있다. 이 부분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죽음을 그리지만 어둡지 않은 이야기가 되는데에 한 몫을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이 부분에 할당량은 차라리 판타지에 가까운 사후세계로 더 보충했었더라면 조금 더 집중력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극초반 설명 정도로 그친 소녀의 로맨스가 중후반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는 모티브로 등장하면서 중간중간 영화는 힘을 잃기도 했고, 더불어 판타지 세상에서 뛰어노는 수지의 모습이 쌩뚱맞음과 어울려, 관객으로 하여금 중심을 잡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 역시 그저 애타게 수지를 찾는, 수지를 죽인 범인을 찾는 가족의 이야기 정도라면 힘을 얻었을 텐데, 부부 간의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이 역시 조금은 거추장 스러운 부분이 되어버렸다(이런 느낌을 받은데에는 엄마 역할의 배우가 무려 레이첼 와이즈 였다는 점도 한 몫 톡톡히 했다). 이렇게 여러가지 이야기가 구심점은 있지만 (수지의 죽음) 완벽한 조화는 이루지 못하면서 진행에 조금씩은 더딘 느낌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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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피터 잭슨의 <러블리 본즈>가 그럭저럭 좋았던 것은 <네버엔딩 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판타지적인 사후 세계관과 이외로 스릴러 적인 매력이었다. 이 작품은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언급하게 되는 CG영상의 경우, 분명 조금 과한 감은 있었지만 이것은 분명히 의도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와 떠올려보면 원작을 읽지 않아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사후 세계의 분위기를 이리도 아름답고 판타지적인 세계로 그린 것은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의 자식이 죽어서 가게 되는 세계가 무섭고 어두운 곳이 아니라 영화 속 처럼, 죽음을 인지 못할 정도로 아이들이 뛰어 놀고만 싶은 아름다운 세계였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말이다(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가슴이 찡해졌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에서는 살인범이 잘 살아가고 있는 어두운 세계가 펼쳐진다. 후반부 살인자의 집에서 펼쳐지는 추격씬을 비롯해 그가 등장할 때는 굉장한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이 장면에서는 피터 잭슨이 연출력을 십분 느껴볼 수 있었다. 판타지적인 느낌을 지우고 이 부분에만 집중했더라도 제법 괜찮은 범죄 스릴러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조디악>이나 <양들의 침묵>을 문득 문득 떠올리게 되는 흥미로운 스릴러 연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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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본즈>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시네마스코프의 적극적인 활용이라 하겠다)

<러블리 본즈>가 흥미로웠던 또 다른 점은, 이 영화가 시네마스코프 (2.35:1)의 화면비를 갖고 있다는 점, 아니 이 화면비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위의 스냅샷처럼 시네마스코프의 화면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장면들이 매우 많다. 위의 장면에서는 남자와 수지 사이의 엄청난 거리가 느껴지는데, 이런 거리는 무언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을 암시하는데, 즉 캐릭터나 이야기보다도 저 '간격'이 더 주인공이 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시네마스코프는 화려한 사후세계를 그리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간격을 그리는데에 탁월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굉장히 빈번하고 의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거리 외에 피터 잭슨은 '외로움'을 표현하는데에 이 화면비를 또 한번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와이드한 화면비의 중심에 캐릭터를 두어 좌우 여백을 십분 활용하여, 넓은 배경 속에 외로이 남은 캐릭터를 묘사하고 있다. 광활한 사후 세계에 홀로 남은 수지와 딸을 잃고 방황하는 아빠 잭 (마크 월버그)이 더욱 외로워 보였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시네마스코프를 사용하고 있는 작품 가운데는 이 화면비만의 장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는데, <러블리 본즈>의 피터 잭슨은 이 화면비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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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톤먼트>의 이후가 궁금했던 시얼사 로넌은 그 때의 영롱했던 눈빛은 그대로 간직한 채 좀 더 성숙한 연기를 만나볼 수 있었으며, 마크 월버그의 '아빠' 연기도 수긍이 되는 부분이었다. 레이첼 와이즈는 비중 자체가 마크 월버그에게 쏠리는 바람에 큰 활약을 펼칠 여지는 부족했으며, 수잔 서렌든은 등장은 제법 하지만 비중은 카메오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조지 하비' 역할을 맡은 스탠리 투치의 연기는 이 영화를 잠시나마 스릴러로 오해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연기였다.


1. 피터 잭슨이 역시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사진관에서의 연기는 너무 티났어요 ㅎㅎ
2. 피터 잭슨과 그의 아내인 프란 윌시는 각본과 제작을 이번에도 겸하고 있습니다.
3. 극장에서는 찾지 못했는데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역시나 피터 잭슨의 아들이 카메오로 출연했군요.
4. 음악은 브라이언 이노가 맡고 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ingNut Films.DreamWorks SKG 에 있습니다.



 


나는 의외로 협소한 집 구조를 자주 바꿔왔던 편이다. 매번 더 좋은 집,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를 다녔다면 크게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런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 방 하나를 갖게 된 것이 홀로 독립하게 된 순간과 정확히 겹쳤기 때문에, 그러니까 독립해서 작은 원룸에 살게 되면서 부터였기 때문에 그 이후 자연스럽게 작은 방에 지치지 않게 나름 그 안에서 변화를 노력했던 것 같다. 현재 살고 있는 반지하 집을 요 바로 전 살았던 6층 옥탑방에 비하자면 정말 천국에 가까운데, 나는 이 점을 잊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중이다. 물론 옥탑을 포함하면 반지하에 산지가 벌써 거의 10년이 넘었는데, 그래서 나의 다음 홈 스윗 홈의 목표는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집, 창문 열고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집이다.

여튼 잡설이 길어졌는데 이 집에 이사오고 나서 한 번도 감행하지 못했던 리뉴얼을 지난 구정 연휴를 틈다 진행했다. 사실 원룸 구조라는게 뻔하고 은근히 내가 짐이 많아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조였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나름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구조의 리뉴얼을 완성했다. 위의 사진에는 그 혁신의 주된 구조가 드러나지 않아서 아쉽기도(혹은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어쨋든 하루종일 힘들여 노력한 결과물을 보니 만족스러울 뿐이다. 한동안 늘어나지 않았던 DVD/Blu-ray/CD는 회사 생활이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조금씩 늘어났고, 결국 같은 렉을 또 하나 주문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한쪽으로 3개의 렉을 배치했으며 CD장은 침대의 다른 편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최근 주문한 '500일의 썸머' 포스터 판넬도 멋드러지게 걸어두니, 제법 만족스러운 홈 스윗 홈이다.

벌써부터 모자른 CD장의 포화상태는 곧 닥쳐올 위기이긴 하지만, 어쨋든 이로서 한숨은 돌렸다. 이번 리뉴얼하면서 새삼 느낀 점이라면, 항상 대대적인 청소를 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필요없는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겨두는데도, 청소할 때마다 버려야 할 것들이 산더미 처럼 나온다. 이것을 단순히 취향이 바뀐것 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문제인데, 취향보다는 계속되는 선택의 결과로 버려지고 남고 하게 되는 것 같다.


2010. 02.26. pm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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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핏 (Whip It, 2009)
뻔하지만 재미있는 세가지 이유


엘렌 페이지에 저 가인스러운 아이라인의 포스터를 본 순간, 그리고 감독인 드류 베리모어를 비롯해 영화 속에 터프한 '언니'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 <위핏>은 쭈욱 기대작이었다. 사실 드류 베리모어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기대한 것보다는 엘렌 페이지를 비롯한 수 많은 여자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더 기대되는 포인트였을 것이다. 드류 베리모어는 연출작은 처음이지만 이전 몇몇 작품의 제작자로서 나선적이 있어서 이런 감독으로서의 행보가 크게 낯선 것만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엇, 드류 베리모어에게 이런 점도 있었어?'라기 보다는, '딱 봐도 드류 베리모어 스타일이 묻어나네'하고 느낄 정도의 통쾌하고 깔끔한 가족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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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핏>의 줄거리는 사실 이보다 더 간단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흔한 소녀의 성장드라마이다. 이제 막 소녀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려는 찰나에 놓인 주인공은, 애정 문제로 진로 문제로 그리고 부모와의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 여기에는 우리가 너무도 많이 보아왔던 멋진 밴드 보컬의 남자친구, 시골 작은 마을 소녀로서 이곳을 빠져나가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픈 욕망,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것저것 다 해보지도 못했는데 한가지 길만 가라하는 부모님과의 갈등이 또 다시 등장한다. 여기서 조금 다른 점이라면 소녀의 분출구 중 하나가 조금은 특별한 '롤러 더비' 경기라는 점일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 영화는, '과연 소녀가 나중에 어떻게 될까?' '더비 경기에서 우승할까?'라는 점에서 보게 된다면 정말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위핏>은 뭐가 재미있는걸까? 개인적으로 그 첫 번째로는 캐릭터를 들 수 있겠다. 이 작품은 하나같이 몹시도 만화 같은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는데, 이들에게 영역 설정을 적절하게 해준 감독의 연출력을 눈여겨 볼 만 하다. <위핏>의 캐릭터들은 분명 만화같은 캐릭터들이지만, 별로 만화같은 행동들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 말은 즉슨 좀 독특해 보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만화처럼 오버스런 캐릭터로 나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헐 스카우트' 팀을 비롯해 상대팀원들도 그렇고, 더 오버하여 완전히 스포츠 만화로 이어질 여지가 많았지만, 이들은 어쩌면 자신의 캐릭터를 제대로 다 소개하지도 못한채 (그런데 이렇게 되었다면 가족 영화로서의 동력을 떨어졌을지 몰라도, 다른 한편으론 더 재밌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존재하고 있는데, 별로 결정적인 장면 없이 항상 '팀'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개성은 부여하되 항상 팀으로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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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역시 이런 캐릭터들을 잘 살린 수 많은 배우들을 들지 않을 수 없겠다. 주인공을 맡은 엘렌 페이지에게서는 아직도 <주노>의 그림자가 남아 있긴 하지만, 좀 더 엘렌 페이지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달까. 엘렌 페이지가 언제쯤 소녀 이미지에 기대지 않은 캐릭터로 다가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어쨋든 현재 엘렌 페이지의 소녀 이미지는 언제든 환영이다. 많은 여배우들 가운데 가장 반가운 배우는 줄리엣 루이스였다. '메이븐' 역할을 맡은 줄리엣 루이스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망가지면 망가질 수록 지나 데이비스를 떠올리게 하는데, 거칠고 '찌든(?)' 언니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메이븐 역할은 악역으로 빠지기 쉬운 캐릭터였으나 이 정도의 롤을 부여한 것은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탁월했다 여겨진다.

<미스트>의 '그랜드 캐년'(!) 마샤 게이 하든 여사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는데, 그녀의 특유의 무서움과 그 이면에 따듯함을 동시에 보여준 캐릭터로서 뻔한 가족영화가 되지 않는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된다. 남편 역할을 맡은 다니엘 스턴의 경우 다들 알아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홀로 집에>의 그 도둑인데, 나이가 들어서도 아직까지 그 천진한 표정이 남아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만약 그가 하지 않았다면 존 굿맨이 맡았을 역할로 생각되었을 정도 ㅎ
<데스 프루프>의 그녀 조 벨 역시 반가운 배우였는데, 그녀가 출연했길래 당연히 스턴트에도 관여를 했을 줄 알았는데 (물론 어느 정도는 했겠지만), 크레딧을 보니 온전히 배우로만 출연을 했더라. 힙합 아티스트로 더욱 유명한 이브도 있는 듯 없는 듯 했고, '버드맨' 역할로 나온 카를로 알반은 어디서 봤는가 했더니 TV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NBA저지를 항상 입고 있던 그였더라. 드류베리 모어나 크리스틴 위그를 비롯해 여기 언급하지 않은 많은 조연배우들이 많든 캐릭터 덕에 한층 재미가 배가 되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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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는 뻔하지만 감동적인 연출과 영화에 사용된 음악들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을 보고도 나름 재밌다고 생각했던 나여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뻔한 가족 드라마의 몇몇 순간에서는 찡해지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을 과잉으로 몰아가지 않고, 그 정도로 두는 연출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영화 삽입곡들은 사실 맨처음 드류 베리모어에게 기대했던 작품이 있었던 것처럼, 음악 역시 '아마도 이런 분위기의 곡들이 나올 것 같다'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곡에 반가움이 먼저 들었다. 'The Ramones'와 'Clap Your Hands Say Yeah'를 비롯해 특히 영화의 후반 하이라이트 경기 부분에 'the Go! Team'의 익숙한 곡이 들려왔을 땐 박수라도 칠 뻔했다 (그런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분명 기억엔 'The Power Is On'이었던 것 같은데 사운드트랙에는 'Doing It Right'가 수록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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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드류 베리모어의 첫 연출작인 <위핏>은 이 정도면 성공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차기작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더욱 펼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1. 스페셜 땡스란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을 보니 왠지 뿌듯하더군요 ^^
2. 그런데 이 '롤러 더비' 경기는 실제로 북미지역에 존재하는 건가요? 살짝 궁금해지더군요.
3. 크레딧의 맨 마지막 프로덕션 이름을 보고 또 한번 재미있어 했네요 ;;
4. 상하는 정확하지 않아도 좌우는 확실히 짤린 화면비였는데, <더 문>에 이어 두 번째군요 윽..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Babe Ruthless Productions에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선물 ‘THIS IS IT’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블루레이를 리뷰하게 되었을 때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한들 어차피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 될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영웅이자 수 많은 추억을 선사한 마이클 잭슨의 유작 ‘디스 이즈 잇’은 그의 팬 입장에서는 더더욱 나오지 말았어야 했을 작품이었다. 수 많은 팬들이 마이클의 마지막 투어가 될 ‘디스 이즈 잇’을 하루 빨리 보고 싶었을 테지만, 거짓을 하나도 보태지 않고 말하자면 이 전설이 되었을 투어가 평생 DVD나 블루레이로 출시되지 않아 끝까지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실제로 공연되는 편을 바랬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 ‘디스 이즈 잇’은 여러 가지 회환이 들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었다. 그가 떠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 그가 떠나던 날과 그의 추모 식에서 딸 페리스가 ‘아버지는 최고의 아버지였어요’라며 오열할 땐 나도 정말 많이 울었다 -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영화는, 간단한 코멘트 한 줄, 인터뷰 하나, 장면 하나 울컥하지 않을 수 없는 하지만 그의 라이브에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극한의 감동이 요동치는 작품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투어는 그의 마지막 투어이자 그가 매우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거대한 공연이었으며, 영국 런던의 O2아레나에서 그 첫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다. ‘디스 이즈 잇’ 블루레이 타이틀에 수록된 서플먼트를 보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지만, 마이클이 새로운 공연을 이렇게 늦춘 까닭은 다른 복잡한 외적 요소들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는 공연을 실현시켜줄 만한 기술의 성장을 기다렸던 이유도 컸다 - 이 외에 더 중요한 다른 이유도 있는데 이 것에 대해서는 아래에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 .무대 뒤 LCD 스크린의 경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물론 3D 입체영상까지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런 최고의 공연이 단 1회도 열리지 못한 것은 정말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위와 같은 영상은 극장에서 볼 때도 그 위용이 느껴지긴 했지만, 본래 계획했던 대로 공연장에서 보았더라면 훨씬 더 대단했을 것이다)


결국 단 한 번도 공연되지 못한 ‘디스 이즈 잇’은 공연의 총감독을 맡았던 케니 오르테가의 연출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디스 이즈 잇’의 시작은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투어를 함께 하게 된 댄서들의 인터뷰로 조심스레 시작된다. 댄서들은 마이클에 대한 자신들의 추억과 이 투어를 함께 하게 된 소감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이 인터뷰는 마이클이 떠난 뒤에 진행된 것이 아니라 투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인터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에게 ‘마이클 잭슨’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 존재 그 이상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공연 중에도 종종 드러나지만 다른 공연과는 달리 ‘디스 이즈 잇’에 참여하고 있는 스텝들, 특히 댄서들은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주체라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팬의 입장에서 참여하는 성격이 강한 무대였다. 이들에게는 수많은 팬들 앞에서 공연을 할 생각을 하니 설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마이클 잭슨과 바로 옆에서 춤 출 생각을 하니 가슴이 너무 벅찼던 것이다. 결국 그들이 고대하던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인터뷰는 더 찡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저 마이클과 한 무대에 선 다는 사실 만으로 감격에 눈물 흘리는 댄서들의 인터뷰를 보니 더 안쓰럽게만 느껴졌다)


공연 ‘디스 이즈 잇’과 다큐멘터리 영화 ‘디스 이즈 잇’ 모두 케니 오르테가가 연출을 맡고 있는데, 그는 마이클의 이전 투어를 몇 번 연출하기도 했었고 ‘하이 스쿨 뮤지컬’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 참고로 마이클의 추모식 연출 또한 그가 맡았었다 -. 앞선 인터뷰도 그랬지만 전체적으로 영화 ‘디스 이즈 잇’의 연출이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보통 그가 떠난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이것과 연결 지어 그를 추억하고 슬픔에 젖게 만들 확률이 높은데, 오르테가는 이런 뻔한 방법을 택하지 않고 오히려 작품 내에서 이런 슬픔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워버리면서 - 이 다큐에서 이런 점을 언급한 것은 맨 처음 등장하는 몇 줄의 코멘트가 전부다 - , 오히려 팬들로 하여금 더 마이클을 그립게 만들도록 만들어 버렸다. 굳이 이런 점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마이클의 무대가 더 멋지면 멋질수록 슬픔이 깊어질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디스 이즈 잇’이 갖는 가장 큰 의미 중 하나는 떠난 마이클을 그리워 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서 뿐이 아니라, 그 동안 팬들에게조차 잘 보여주지 않았던 완벽한 프로로서의 무대 밖 모습과 리허설 모습, 완벽한 무대를 위한 날카로운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출시된 라이브 실황 타이틀의 서플먼트에서도 완벽주의자인 마이클의 리허설 장면들은 - 무대 위 프로로서의 모습 - 쉽게 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는데, 그가 떠나고 난 지금에서야 이 영상을 통해 그의 뮤지션 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클 잭슨은 팝 역사상 최고의 실력을 지닌 보컬이자 댄서이자 퍼포머 인데 일반 대중들에게는 음악 외적인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에 휩쓸려 이런 진짜 뮤지션으로서의 모습 조차 오히려 왜곡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미디어가 말하는 마이클 잭슨의 수 많은 루머들이 간단한 확인 절차 하나 없이 대중들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팬으로서 그의 생애 내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짓임을 이야기하곤 했지만 매번 흘려 듣던 대중들은, 결국 그가 떠난 뒤에야 오해하고 있음을 뒤늦게, ‘뒤늦게’ 깨우치고야 말았다. 이제서야 오해가 하나 둘 씩 풀리는 것이 한 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팬들로서는 이미 다 알고 있던 본래의 사실들이 마치 새로운 사실인 냥 포장되어 ‘드디어 오해가 풀렸다’라는 식으로 공개되는 것에 많은 원망이 들기도 했다.




예전 극장 상영 시 많은 이들이 했던 질문들 중에 하나가 ‘리허설 장면을 담은 영상이라는데 볼 필요가 있을까요?’라는 물음이었다. 물론 팬의 입장에서야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다른 이유가 필요 없겠지만, 팬이 아닌 입장에서 보아도 영화 ‘디스 이즈 잇’은 리허설 장면을 적절한 편집과 구성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쉽게 말해 ‘그냥 연습하는 것 같은’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물론 마이클과 댄서들의 의상은 공연 용 의상이 아니고 마이클 역시 곡에 따라 본 무대와 같은 100%를 노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소 200%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마이클 잭슨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Smooth Criminal’의 한 장면. 고전 갱스터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다시 태어난 이 곡은 도입부의 영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린 시절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AFKN에서 얼마나 보고 따라 했는지 ‘Annie, are you OK?’는 내 생애 가장 많이 한 영어 문장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여기에는 감독인 케니 오르테가의 공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는 활용 가능한 소스를 최대한 활용하여 가능한 실제 공연처럼 느껴지도록 만족스런 편집을 보여주고 있고, 실제 공연에 사용되었을 중간 삽입 영상(영화)들 역시 적절하게 배치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연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잭슨 5 메들리 시퀀스. 마이클 잭슨 만큼이나 잭슨 5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의 공연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 중 하나인데, 이번처럼 ‘I’ll be there’ 말미에 형들과 부모님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 이야기하는 장면이 슬펐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번 공연에 수록된 곡들의 구성은 기존 투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서플먼트에 잠시 스쳐가는 장면들로 알 수 있었지만, 영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공연에는 수록될 예정이었던 곡들도 몇 곡 있었다 -. ‘Wanna Be Startin' Somethin’으로 시작하는 공연은 예전 또 다른 MJ인 마이클 조단과 함께 했던 뮤직비디오로 더욱 유명한 ‘Jam’을 거쳐, 대규모 댄서들의 영상을 뒤 덮는 CG가 인상적인 ‘They Don't Care About Us’로 이어진다. 이번 작품에 수록된 곡들 중 가장 인상적인 곡 중 하나는 ‘Human Nature’였는데, 그가 솔로 퍼포머로서 무대 위에서 별 다른 장치 없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기존과는 조금 다른 창법으로 부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I Just Can’t Stop Loving You’를 부르던 중 마이클이 저 앙증맞은(?) 표정을 보았을 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져 나왔다)


수록된 곡들 중 특이한 점이라면 솔로 앨범 곡도 아니고 잭슨 5의 곡도 아닌 ‘잭슨즈 (Jacksons)’ 시절의 곡인 ‘Shake Your Body’가 수록되었다는 점 정도. ‘Thriller’와 ‘Earth Song’의 경우 도입부에 3D로 제작된 영상을 특별히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스릴러의 경우 공연장에서 실제로 입체안경을 쓰고 보았더라면 정말 환상적이었겠다 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I Just Can’t Stop Loving You’는 그의 추모식에서 ‘Heal The World’를 비롯해 많은 곡의 메인 보컬을 맡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여성 보컬 주디스 힐 (Judith Hill)과 듀엣을 이루고 있는데, 리허설 임을 상기시키며 무리하지 않으려는 마이클과 이런 마이클을 자꾸 부추겨 계속 더 노래하게 하려는 스텝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Thriller’ 외에 몇몇 곡은 립싱크로 진행되는 점이 아쉽기도 했지만, ‘Beat It’같은 경우 계속 키를 낮춰서 부르던 것과는 달리 원키 라이브로 부르는 모습도 특이할 만한 점이었다. 새로운 여성 기타스트인 오리안시 파나가리스 (Orianthi Panagaris)와 호흡을 맞춘 ‘Black or White’도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가장 인상적인 곡은 마이클 잭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인 ‘Billie Jean’이었다.




드럼과 베이스 선율에 몸을 맡기고 홀로 무대에서 완전히 자신 만의 댄스 퍼포먼스를 펼치는 마이클 잭슨을 만나볼 수 있는 곡 ‘Billie Jean’.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댄서들은 댄서이기 이전에 그의 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연 중에도 잠시 마이클이 홀로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면 뒤에서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Billie Jean’은 마이클이 혼자 꾸미는 무대라 아예 무대 아래 댄서들이 모두 내려와 팬으로서 그의 무대에 환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팬들조차도 마이클이 다시 예전처럼 무대 위에서 춤 출수 있을까에 대해서 반신반의 하기도 했었는데, ‘디스 이즈 잇’을 보면 그런 걱정은 말 그대로 ‘우려’였다는 것을 너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아들 벌에 가까운 젊은 댄서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고 그들을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압도하는 마이클의 댄스는, 그야말로 전설이다.




언제나 그렇듯 공연은 ‘Man in the mirror’로 마무리 된다. 언제 들어도 감동적인 이 곡의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MJ항공’이라고 불리는 대단원의 마무리를 결국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무대 뒤 대형 LCD 화면이 열리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실제 비행기를 타고 무대를 떠나는 듯한 연출을 준비했던 이 공연의 마지막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또 한번 들 수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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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코덱의 1080P 화질은 매우 우수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반 필름상영과 디지털 상영, 그리고 광주에서만 상영했던 IMAX DMR 2D 포맷으로도 감상을 해보았는데, 디지털 상영과 아이맥스 상영 분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화질이 정말 좋다는 점이었다. 그런 우수한 화질이 블루레이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디스 이즈 잇’에 수록된 소스들은, 아마도 이 투어 영상을 추후에 특별 방송으로 편성한다거나 라이브 실황 타이틀에 서플먼트로 수록하려는 목적으로 AEG Live에서 촬영한 소스들과 마이클이 개인적인 소장용으로 촬영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AEG Live에서 촬영한 소스들은 우수한 HD화질이고 개인 소장용 소스들은 4:3의 SD화질로 담겨 있다. 개인 소장용 소스의 활용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데, 리허설 장면을 공연처럼 구성하려다 보니 비어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데 주로 사용되고 있다. SD급 영상이 사용된 것은 분명 화질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비중도 그리 크지 않고 HD 영상의 화질이 워낙 좋은 관계로 크게 염려할 부분은 아니라 하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을 수록하고 있는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운드 역시 극장 상영시 아이맥스와 THX인증관, AT9이 설계한 사운드 관에서 각각 감상해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실제 라이브 실황 타이틀보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훨씬 더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라이브 실황 같은 경우 관중들의 환호 소리를 비롯해 워낙에 다양한 소리들이 많은 편이라 깔끔한 사운드를 뽑아내기가 쉬운 작업이 아닌데, ‘디스 이즈 잇’ 같은 경우는 이런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장점인 경우라 할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디스 이즈 잇’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으로는 첫 번째로 공연에 삽입되었을 ‘Thriller’‘Smooth Criminal’의 인트로 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이 두 단편 모두 기술적으로나 아이디어 측면에서 상당히 신경을 쓴 영상으로서 이렇게 부가영상을 통해 별도로 감상해 볼 수 있다. 특히 ‘Smooth Criminal’의 경우는 기존 ‘문 워커’ 당시 뮤직비디오 영상을 교묘하게 섞어 놓은 점도 흥미롭다.





‘Making Smooth Criminal’은 앞서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 속 장면의 촬영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에드워드 로빈슨, 험프리 보가드, 리타 헤이워스가 나오는 흑백 필름 속에 마이클 잭슨을 진짜처럼 끼워 넣는 작업에 있어서 해결해야만 했던 기술적인 문제들과 저작권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데, 케니 오르테가를 비롯해 마이클과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제작자, 스텝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Staging the Return’에서는 ‘디스 이즈 잇’ 공연의 기획에 관련한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는데, 이 공연이 갖는 의의와 실제로 기획되기까지의 여러 가지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이 그의 친구들에 인터뷰를 통해 수록되었다. 이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마이클 잭슨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친구들이라 누구보다 마이클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좀 더 인간적인 마이클의 면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누구나 알 수 있었을 정도로 본인의 아이들에 사랑이 얼마나 컸었는지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글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마이클은 자신의 새로운 투어의 시작을 계속 늦춰 왔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자신의 아이들 때문이었다. 이제는 자신의 아이들의 본인의 공연을 보고 즐길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팬들과 더불어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공연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친구들의 안타까운 인터뷰는 보는 이를 더욱 안타깝게만 만든다.




‘The Gloved One’에서는 그가 공연에서 입었을 의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번 공연의 의상을 맡은 디자이너 ‘잘디 (Zaldy)’의 설명을 통해 각 곡마다 달라지는 의상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데, 이런 멋진 의상을 입은 마이클의 모습을 결국 볼 수 없게 된 것을 또 한 번 아쉬워 할 수 밖에는 없는 대목이다. 엄청나게 많은 스왈로브스키 크리스탈이 사용된 의상과 ‘필립스 테크놀로지’사의 일렉트로닉 기술까지 동원된 ‘Billie Jean’ 의상까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다음 세대의 무대 의상을 부가영상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다.




‘Memories of Michael’ 는 그의 친구들이 마이클과 함께한 추억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는데, ‘King of Pop’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도 소박하고 인간적인 모습들과 업계에서 수십 년을 활동해온 전문 세션맨들 조차 놀라게 만드는 그의 음악적 실력 등에 대해 다시 한번 들을 수 있다. 또한 그가 생애 내내 강조한 메시지인 ‘사랑’과 ‘평화’에 대한 친구들의 에피소드들도 들을 수 있다. 사실 어찌 보면 너무 허무맹랑하고 아이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친구들은 모두 다 이구동성으로 마이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그의 진심에 동화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마이클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 그저 ‘피터팬’ 인줄로만 알았던 팬들에게 조차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주변사람들을 사랑으로 감동시키곤 했던 마이클 잭슨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하다.




‘Auditions : Searching for the World’s Best Dancers’에서는 이번 공연에 참가하게 될 댄서들을 뽑는 과정이 담겨있는데, 전세계에서 이 오디션을 보기 위해 모인 전문 댄서들 가운데 최종 11명을 선정하게 되는 과정이 상세하게 그려진다. ‘Dancing Team’에서는 댄서로서 마이클 잭슨이 팝계에 끼친 영향과 그의 댄스에 대한 스텝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또한 팝의 황제에 자리에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공연 준비를 위해, 새로운 춤 동작을 개발하려 혼자 거울 앞에서 연습을 하는 장면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Meet the Dancers’에서는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1명의 댄서들의 각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마이클을 처음 만나던 순간의 에피소드는 물론 어린 시절 마이클 잭슨을 보며 어떻게 댄서를 꿈꾸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안무를 맡은 트레비스의 댄서 한 명 한 명에 대한 짧은 평가도 들을 수 있다. 모든 댄서들을 마치 동생처럼 여기며 하나하나 자상하게 칭찬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Meet the Band’‘Meet the Vocalists’ 역시 같은 구성으로 밴드 멤버들과 코러스를 맡은 멤버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동기나 과정 그리고 마이클과의 추억을 들려준다. 보컬리스트 같은 경우는 마이클의 예전 투어를 주의 깊게 보았던 팬들이라면 익숙한 얼굴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감독을 맡은 마이클 비어든의 인터뷰를 통해 밴드 멤버와 보컬리스트 들을 어떻게 선발하였고, 마이클 잭슨이 원하는 무대와 음악을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마이클과 밴드, 댄서로 나뉘어 있는 포토 갤러리와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다.




[총평]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몇 마디 말로 정리하기엔 너무나 벅차고 슬픈 작품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팬으로서 이제는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음악과 공연을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아직도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디스 이즈 잇’은 조금이나마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현존하는 최고의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싶다.

Forever, 마이클 잭슨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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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블루레이 팬들과 서태지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서태지 심포니 블루레이> 한정판 오픈케이스 입니다. 저도 발매일에 아침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누비느라 오랜만에 유난을 떨기도 했었죠. 여튼 그렇게 득템하게 된 한정판 오픈케이스 입니다.






15,000장 한정판 답게 묵직한 케이스와 내용물이 인상적입니다. 알려졌다시피 같은 내용의 블루레이와 DVD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양날의 칼과 같은 부분이지요.




많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던 스피커=케이스 입니다. 사실 쇼핑몰이나 다른 곳의 정보를 보았을 때는 '패키지+스피커'로 오인하기 쉬운 내용들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케이스에 스피커가 추가된 모양새였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어떤 분의 말씀을 듣고 처음 출처를 따져보니 서태지 컴퍼니 측에서는 처음부터 '패키지+스피커'가 아니라 '심미적 기능을 담은 박스아트'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추후 일반판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만오천장 한정판은 팬들 만을 위한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으니 크게 문제되거나 할 건 없을 듯. 많은 문제들이 그러하듯 이런 문제들은 '서태지여서' 발생하는 경우 인 듯 하네요(더 큰 기대가 주어지기 때문이겠지요).





2장의 디스크로 수록된 DVD. DVD사용자들은 이 디스크를 통해 감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 같은 블루레이 유저는 이 블루레이 디스크를 통해 차세대 화질과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겠구요. 확실히 블루레이 유저가 저 DVD를 재생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북클릿은 제법 두꺼운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데, 심포니 공연의 주요 장면들과 더불어 리허설 등 비하인드 스틸컷들 그리고 심포니 악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악보 수록의 경우 나중에 한번 꼼꼼히 살펴보고 싶더라구요.




스피커는 위의 그림처럼 내부에 선이 연결되어 있어서 이렇게 외부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직접 들을 수도 있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이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게 될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타이틀에 대한 리뷰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Percy Jackson & The Olympians: The Lightning Thief, 2010)
소년 그리스 신화


몇몇 관객들이 '피터 잭슨과 번개 도둑'으로 오해하고 있는(ㅋ) 이 영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그리스 신화를 소년을 주인공으로, 현대판으로 그려낸 성장 판타지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기 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라면 '유치찬란'과 '아동취향'이라는 우려 섞인 이야기였었는데, 본래 아동취향에도 쉽게 동화되곤 하는 나로서는 큰 걱정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해리포터'의 아류라는 평들과 손발이 너무 오그라든다는 의견들과는 달리(이런 식이라면 소년이 주인공인 모든 판타지는 해리포터의 아류가 된다. 이 작품은 해리포터 보다는 그리스 신화에 포인트를 둔 작품이라 해야겠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진행과 의외로 볼만한 볼거리들로 장식된 괜찮은 판타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극장에서 놓쳤다면 조금 실망할 뻔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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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퍼시 잭슨....>의 줄거리는 거의 따로 요약할 것 없이 그리스 신화의 기본 골격을 떠올려보면 그대로 적용이 가능할 정도다. 기본으로 그리스 신화의 인물과 배경을 깔고 그 위에 소년의 판타지를 가미해, 다른 판타지 소설들이 그러하듯 소년/소녀가 주인공인 판타지로 풀어나간다. 따지고보면 <퍼시 잭슨...> 역시 무리하게 해리포터를 따라가려다가 큰 실수를 범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무리함이란 영화를 시리즈로 이끌어가려는 움직임을 이야기하는데, <퍼시 잭슨...>역시 시리즈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 무궁무진한 편이다. 이 작품 <번개 도둑>만 예로 들어봐도, 처음 퍼시 잭슨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캠프에 들어가게 되는 것만으로도 1편의 영화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2시간 짜리 영화라면 1시간 정도는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퍼시 잭슨의 이야기를 그리고, 천천히 이상한 조짐들을 푼 뒤 엄마가 납치되고 본인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그려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크리스 콜럼버스는 이 이야기를 하나의 영화로 풀어내는대에 만족했고, 군더더기 없는 빠른 진행으로 재미있는 요소만 남긴 채 크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있다. <퍼시 잭슨...>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바로 이 깔끔함을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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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너무 빠른 진행으로 인해 이른바 말이 안되는 설정이나 소년의 감성에 기대다보니 살짝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만약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시리즈로 길게 늘여트리는 것과 현실감각), 단연 이 편이 더 나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판타지이고 소년이 주인공이며 이런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 감독 중 하나인 크리스 콜럼버스가 연출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참고로 크리스 콜럼버스는 '해리포터 1,2'편의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의 또 하나 기막히는 장점은 놀라울 정도의 조연 배우들의 캐스팅이다. 과연 저런 배우들을 어떻게 다 한 작품에 (냉정하게 얘기해서 이런 성격을 갖고 있는 판타지 작품에) 캐스팅 할 수 있는지가 더욱 놀랍기만 했다. 오프닝 크래딧에 배우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나열될 때마다 '와' '어, 또??' 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제우스 역의 숀 빈을 비롯해 메두사 역의 우마 서먼, 피어스 브로스넌, 캐서린 키너, 로자리오 도슨, 스티브 쿠건, 조 판톨리아노 등의 출연은 마치 인디 영화에서나 만나볼 수 있을 법한 캐스팅으로서, 이런 기대하지 않았던 판타지 작품에서의 만남은 사실 의외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것만으로도 제법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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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쩃든 크리스 콜럼버스의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은 단순히 '해리포터' 아류로 불리며 사그라들기엔 제법 매력있는 작품이다. 평소 이런 판타지 세계에 가감없이 빠져들고 리얼함을 강요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기까지 하다.


1. 여러 말이 안되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그 중 최고는 신들의 감각마저 무디게 하는 인간의 고약한 냄새가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주인공을 신들이 못찾는 이유가, 인간의 고약한 냄새 때문이라니 ㄷㄷ

2. 짧은 추가 장면이 있습니다. (나가다가 다 서서 보시던데, 이럴 땐 차라리 그냥 나갑시다들)

3. 코엑스 서태지 M관에서 보았는데 후반 하이라이트 장면을 비롯해 몇번 사운드가 들락날락 하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Fox 2000 Pictures에 있습니다.






맨 온 와이어 (Man On Wire, 2008)
한 편의 시와 같은 찰나의 여정


단연코 이 영화 <맨 온 와이어>는 저 포스터 한 장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어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형식이 다큐멘터리인지, 저것이 CG를 통해 만들어진 장면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그냥 저 이미지는 너무도 아름다웠었다. 사실 <맨 온 와이어>는 2009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비롯해 많은 영화제에서 많은 상들을 수상하여 더 많은 관객들에게 알려진 작품인데, 이런 많은 수상 수식어로는 다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맨 온 와이어>의 이야기는 실화여서 감동적이었고, 그 어느 작품보다 '극적인' 다큐멘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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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곡예사인 필리페 페티 (Philippe Petit)가 1976년 8월 7일, 지금은 사라진 뉴욕의 쌍뚱이 빌딩 사이를 외줄로 연결하여 그 위에서 펼친 퍼포먼스와 이 퍼포먼스가 실행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들을 담은 실화다. 일반적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 느끼는 (그러니까 실화라서 더욱 감동을 느끼는) 감동과 이 작품이 실화라서 주는 감동의 종류는 분명 조금 다르다.

일단 <맨 온 와이어>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실화를 바탕으로 인터뷰와 재연 장면, 실제 촬영된 장면들로 이뤄진 이 작품이 몹시도 극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다큐멘터리들이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찌보면 이 작품은 좀 더 본격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중 특징적인 점이라면 연기자들의 재연으로 구성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적절한 어둠과 그림자를 통해 이 부분을 실제와 혼동하도록 자연스럽게 배치한 점에서 연출의 재치가 느껴졌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것이 '재연'이다 라는 점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기도 한데, 이 재연부분의 극적인 요소가 실화라는 다큐적인 부분의 감성을 해치기는 커녕 돕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이것이 마치 거대한 극영화가 아닐까 문득문득 생각하게 될 정도로 (일종의 <트루먼 쇼>처럼), 영화의 주요 사건이 되는 쌍둥이 빌딩 퍼포먼스를 앞둔 시점 뿐만 아니라, 그와 그의 동료들이 처음 만나 뜻을 모으던 때의 이야기를 비롯해, 이들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서사할 수 있을 정도의 영상 자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이 영상들은 그것만으로도 소중한 자료가 되는데, 이 부분이 이 작품을 더욱 극적인 영화로 느껴지게 했다 (아련한 흑백 필름의 질감은 흡사 안톤 코르빈의 <컨트롤>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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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곡예의 주인공 필리페 페티일 것이다. 그가 너무도 극적인 퍼포먼스를 펼친 것 때문이 아니라, 곡예 만큼이나 이야기 꾼으로서의 재능이 충만한 그 때문이었다. <맨 온 와이어>에 삽입된 그의 인터뷰를 보면 '과연 저렇게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외줄 위에서 오랫동안 외로움을 홀로 견뎠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물론 이 부분은 영화의 후반부를 보며 달리 깨달을 수 있었는데, 줄 위의 그에게 '외로움'은 없었다). 손짓, 발짓, 몸짓을 써가며 자신의 무용담을 보기 좋게 늘어놓는 그의 리드에 따라 재연 장면들은 줄을 서듯 따라온다. 너무 열정적으로 스크린 뒤의 관객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필리페의 눈빛에서는, 단순한 무용담이 아니라 내가 느낀 특별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게 해주고 싶다는 일종의 사명감마저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그의 열띤 화법은 적어도 한 명의 관객에게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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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웠던 또 다른 지점은, 대부분 쌍둥이 빌딩을 건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다면 그 사건 자체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을텐데, 이 영화는 여기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핏보면 우리가 (어쩌면) 쉽게 접하는 단 한 장면(빌딩 사이를 건너는)이 사실은 많은 과정들을 거쳐 이뤄낸 산물이다 라는 점을 이야기하려는 듯도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 과정에는 같은 뜻으로 모인 젊은이들 사이의 갈등과 성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반대로 이 과정을 좀 더 상세하게, 그러니까 극적으로 묘사하려 했다면 영화는 좀 더 일반적인 의미의 극적요소가 가미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감독인 제임스 마쉬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설명하되 어느 한 순간 아무렇지 않게 무심한 듯 빠져나오면서 이야기의 결말을 더 묘하게 마무리 짓고 있다.

사실 한참 이야기를 잘 들어오던 청자의 입장에서 궁금해지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순수한 이상만을 꿈꾸며 함께 달려왔던 젊은이들이 목표를 이루고나서는 왜 그렇게 산화되듯 쉽게 사그라든 것인지, 연인 사이였던 필리페와 그녀의 이별은 더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영화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다는 말은 굉장히 중요한 지점인데, 어차피 안알려줄 것이었다면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이들의 이런 갈등 요소를 언급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영화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이런 영화의 화법은 잘 들여다보면 필리페와 그의 친구들이 갔던 길과도 많이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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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우여곡절을 지나 필리페가 드디어 쌍둥이 빌딩 사이를 외줄을 타고 건너던 순간의 장면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아니 황홀했다. 진부한 표현일지는 몰라도 시간이 멈춘듯 한 경험을 이 장면을 통해 할 수 있었고, 그 어느 장면보다 평화로워 보였다. 이 표현이 100% 맞거나 아주 틀린 표현이 동시에 될지도 모르겠지만, <맨 온 와이어>라는 작품은 마치 이 한 장면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랄까, 너무도 위험천만한 순간이지만 조금의 불안감이나 위험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었으며, 곡예라는 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감성적인 순간이었다.

빌딩 사이을 위태롭게 건너는 장면은 스포츠적인 도전으로 그려질 수도 있겠지만, <맨 온 와이어>는 도전인 동시에 도전이 아닌 것으로 그려냈다. 도전이라는 것은 목표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필리페의 도전에는 목표(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 사이를 건너는 것)는 있지만, 의도는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역시 '왜?'라는 부분이다.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외줄타기를 한거죠?'라는 질문에 필리페는 아무 이유없다고 답한다. 사실 이 장면에서 소름은 더 돋았다. 많은 예술가들이 각자의 의도와 메시지를 전하려 예술 작품을 만들지만, 필리페의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예술'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가장 근접해 있으면서도,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답답한 곳이 단숨에 탁 트인듯한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었다. 무언가 심오한 메시지를 들려줄 줄 알았던 그에게서 이런 답변이 돌아왔을 때 불현듯 나를 돌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Wall to Wall. 영화사 진진. All rights reserved


마치 스릴러 거장의 작품을 보는 듯한 범죄영화적 분위기를 이끄는 연출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또 다른 요소는 마이클 니먼이 작곡한 영화 음악이다. 이 영화를 다큐이면서도 극영화로, 극영화이면서도 다큐멘터리로 만든 데에는 마이클 니먼의 음악이 크게 작용했다.

맨 처음 이야기했듯이 <맨 온 와이어>는 압도적인 포스터에 끌렸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더 압도적인 찰나와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1. 이건 제가 영화에 감동받아 있을 때 영화의 삽입된 클래식을 인용하여 만든 동영상이에요 (직접 촬영~)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ll to Wall. 영화사 진진에 있습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렸던 교토 여행기 보너스!
구름 속의 산책 입니다.

실제 비행기 속에서 느낀 감정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렇게라도 평화로운 구름 속의 기운을 느껴보세요.




* 어쩌다보니 <맨 온 와이어> 오마주 느낌도 강해졌네요 ^^;

* 음악을 반드시 함께 들어주세요!


제작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항상 어느 지점에 이르면 하게 되는 고민이지만, 취미가 많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은 분명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취미가 너무 없는 것도 물론 문제이겠지만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그래서 몇 년전인가,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몇 가지 취미를 정리하는 기간을 둔 적이 있었다. 어찌보면 내게 있어 취미란 일반적인 '취미'의 범주를 일부 넘어선 것으로 느껴진다. 스스로 짐이 되는 경우도 있고, 반드시 버려야할 욕심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요새 특히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일이 바빠지면서 점점 내가 원하는 만큼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또 한가지 점은 요 근래, 그 어떤 해보다도 블루레이나 DVD, 음반들을 사두고는 뜯지도 못하고 한참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컨텐츠를 즐기는 것 보다 소장하는 것 (구매하는 것)에 더 포커스가 가 있다는 것이다.

소장하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내게 있어 소장이란 컨텐츠를 즐기는 것이 우선될 때 더욱 의미를 갖는 행동이기 때문에 전자가 결핍된 경우는 분명 문제라고 여겨진다. 이런 일이 잦아지는 것도 있고, 이것 과는 별개로 보고 싶은 영화는 많은데 시간 부족으로 결국 극장 상영을 놓친다던가 보고 싶은 챔스리그를 잠과 바꾸는 일이 잦아지면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단지 잠을 줄이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었다.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것은 분명 세상 그 어느 일보다 달콤한 순간 중 하나이지만, 이 달콤함을 조금만 참아내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일터. 아직도 하고 싶은 일에 비해 시간이 부족할 땐 일순위로 잠을 줄이는 편이긴 하지만, 이 방법은 분명 한계가 있다(그리고 한 때 불면증을 겪었던 나로서는 요즘 졸음을 못이겨 밤에 집에서 블루레이 한 편 보기 쉽지 않은 현실을 한 편으론 이기려고도 또 한편으론 즐기는 면도 있다).

그래서 이번엔 휴식이라는 이름 하에 그냥 흘러가버리는 시간들을 모아보기로 했다. 사실 시간은 이럴 때 가장 빨리 흐른다. 맘놓고 휴식할 때보다, 열중해서 일을 할 때보다 어중간하게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쉴 때 시간은 가장 빨리 간다. 그리고 이 시간이 가장 아깝다. 그래서 앞으로는 비록 시간을 너무 치열하게 몰아써서 나중에 시간이 남을지라도, 일단은 더 치열하게 한정된 시간을 앞서서 몰아써보기로 했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며 터특한 삶의 지혜 중 하나라면, 이렇게 치열하게 시간을 쓸 때서야 비로소 나는 미약하나마 발전을 한다는 것이다.

치열함은 주기적으로 내 삶의 목표가 되곤 한다. 더 나은 사람이라면 주기적으로 갱신할 필요 없이 한 두 번의 시행착오 만으로 치열함을 몸에 익힐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한 나로서는 이렇게 주기적으로 갱신이라도 ㅎ해줘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번엔 좋아하는 취미를 포기하는 대신 다시금 치열함을 택했다.


2010.02.16.pm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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