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

1950년대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본, 그들의 이상과 현실

리처드 예이츠(Richard Yates)의 소설을 원작으로 '아메리칸 뷰티'를 연출했던 샘 멘더스와 '타이타닉'의 커플이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지금까지 언급한 이유만으로도 일단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잘 알다시피 샘 멘더스와 케이트 윈슬렛이 부부관계인 것 또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이었으며 이 둘이 함께 처음으로 작업하게 된 작품이라는 점과, '타이타닉'의 커플이 11년 만에 다시 커플로 스크린에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영화 팬들에게는 분명 설레 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재미 있는건 이들 외에 역시 '타이타닉'에 함께 출연했었던 케시 베이츠 역시 '레볼루셔너리 로드'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문학작품인 예이츠의 원작을 읽었던 이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결코 만만한 영화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올해는 물론 근래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무겁고 괴로운 영화였으며, 냉소적인 시선과 희망적인 시선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부부관계에 대해 더 나아가서는 남녀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그 어느 영화보다 현실적이고 치밀한 묘사를 보여준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배우들인 레오와 케이트의 열연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당시 미국사회의 문제 거리였던 급속한 경제 성장과 맥카시즘에 관한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정치/사회적인 영화는 결코 아니다. 1950년대 미국 코네티컷에 사는 중산층 부부인 프랭크와 에이프릴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이 둘의 이야기는 결국 지금의 것으로 그대로 가져와도 전혀 문제가 없음을 -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기까지 한 - 몸소 보여주고 있으며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미국사회의 단면을 비교적 희망적으로 조명했던 샘 멘더스는 이 작품을 통해 사회가 만들어낸 어두운 면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견뎌내야만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그려내고 있다.


(이후 네 단락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극중 휠러 부부가 사는 거리의 이름이다. 잘 사는 중산층을 대변하는 일종의 상징으로서 인식할 수 있을 텐데, 이 거리와 언덕 위의 하얀 집은 전형적인 보기 좋은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영화에서 하나 흥미 깊게 지켜볼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던 이 언덕 위의 집이(=휠러 부부가) 점점 어떻게 감옥 같은 공간으로 변해가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 휠러 부부는 이 가운데서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선망에 대상이며, 그들 스스로도 이를 인지하고 보여지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생계를 위해 하고 싶지 않은 뻔한 세일즈 일을 해오고 있는 프랭크(디카프리오)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가사를 꾸려가고 있는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은 우연한 기회에 파리로의 여행이 아닌 이민을 계획하게 된다. 현재의 삶에 무력함과 공허함을 느끼던 에이프릴은 예전 사진을 정리하다가 파리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던 프랭크의 말을 떠올려 급작스레 이를 계획하게 된다. 프랭크도 처음에는 이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도 현실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터라 이 비현실적으로만 보이는 계획에 함께 하게 된다.




이 계획이 있기 전 프랭크가 기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하는 장면은 그의 삶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출근 시간 다른 사람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똑같은 양복과 모자, 무엇보다 표정으로 무의미하게 회사 건물로 들어서는 프랭크의 모습은, 프랑스 이민을 결정하고 나서 180도 달라진다. 분명 똑같은 옷과 시간이지만 현실에서의 탈출구를 계획하고 있는 프랭크에게는 유난히 빛이 나게 마련이다 - 이 말은 그대로 장면으로 표현되는데, 정말 놀랍기만 하다 - . 휠러 부부는 친한 부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데, 이 부부는 이들 앞에서는 말하지 못했지만 이들이 가고 나자 말도 안되게 유치한 계획이라며 서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들 부부의 행동과 설정은 휠러 부부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역시 자신들의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고 싶은 욕망이 있지만, 그 앞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말하고 싶은 건 이상이고, 그럼에도 말 못하고 나중에 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현실이다. 이 친구 부부의 남편은 자신의 집 마당에서 휠러 부부의 집을 멀찌감치 동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는 오래 전부터 에이프릴에게 연정을 품었지만 이를 고백하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때조차 믿어주지 못하는 거품으로 덥힌 관계 속에 영화는 현실과 이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휠러 부부의 이야기를 - 가식이 아닌 -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이 정신적 병을 갖고 있는 '존 (마이클 섀넌)' 뿐이라는 점은, 이 부부와 이들을 둘러싼 사회의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매우 직접적인 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서 존은 휠러 부부의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듯이 그들의 행동과 관계에 대해 거칠게 몰아치는데, 이는 존의 이야기가 '너무' 직언이기 때문이다. 뭐라고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치부를 꿰뚫고 있는 말들은 거칠게 반응한다 해도 뒷 맛이 깔끔할 리가 없다.



(좁은 방안에서 여러 명의 캐릭터들을 서로 겹치지 않게 배치한 이 쇼트는 가히 압도적이다. 마치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 이 장면은, 그 대사들과 캐릭터가 갖는 의미들로 인해 더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영화가 가장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판단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이뤄내기 위해 떠나는 '파리' 행이 이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를 차근차근 보다 보면 과연 이들이 이상향으로 설정한 '파리'가 이상인지 혹 현실은 아닐지, 반대로 '코네티컷' 역시 벗어나고만 싶은 현실이 맞는 건지 아니면 이상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러움을 겪게 된다. 즉 이상으로만 꿈꿔 왔던 것과 현실은 사실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며, 이상을 택하는 것으로 완전 해결되는 현실의 문제는 없다는 진리를 깊은 곳에 숨겨둔 텍스트라고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스포일러 끝)



사실 이 작품을 처음 극장에서 접했을 때에는 바로 리뷰를 쓸 수 없었을 정도로 괴로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내용 때문에 다른 것들이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블루레이로 재차 감상을 하면서 배우들이 열연만큼이나 돋보이는 영화적 미학의 순간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요즘 영화들로는 매우 드물게 세트 촬영이 거의 없이 100%에 가까운 장면들을 로케이션 촬영으로 소화했다는 점이 이색적인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코네티컷 주의 한 집을 실제 모델로 하여 그 공간 내에서 인위적인 장치들을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영화적으로 너무 아름다운 장면들을 완성해냈다. 세트가 아닌 실제 집을 무대로 촬영을 하다 보니 조명장치를 좀 더 활용할 수 없었고, 동선 등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톤 핑크’ ‘쇼생크 탈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촬영했던 명 촬영 감독 로저 디킨스가 창조해낸 영상들은 색감이나 조명 부분에 있어서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조명에 대한 찬사들은 감독과 작가가 함께한 코멘터리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주로 코엔 형제와 작업을 해왔던 로저 디킨스는 감독인 샘 멘더스와는 ‘자헤드 ? 그들만의 전쟁’을 함께 했었고, 케이트 윈슬렛과는 ‘더 리더’를 통해 함께 작업하기도 했었다)




촬영만큼이나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은 바로 음악이다. ‘월-E’와 ‘아메리칸 뷰티’ 등 여러 흥행작들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던 토마스 뉴만은 이 절제와 폭발이 공존하는 영화에 무섭도록 냉정한 차분함과 서글픔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그 테마 몇 마디만 들어도 영화의 전반적인 메시지와 색감이 떠오를 정도로 토마스 뉴만이 만들어낸 선율은 또 다른 의미에서 중독적이다. 토마스 뉴만은 역시 감독과는 ‘자헤드 : 그들만의 전쟁’을 함께 했었고, 케이트 윈슬렛과는 ‘리틀 칠드런’을 통해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다.




차 안에서 심하게 다투는 이 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서, 만약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가 죽지 않고 계속 함께 지내왔다면 프랭크와 에이프릴과 같은 시간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그 만큼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이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두근대는 영화였지만, 영화 속에서는 ‘타이타닉’ 당시에는 그저 외모가 더 돋보였던 이 두 배우가 현재는 어떻게 당대를 대표하는 남녀 배우라고 불리 우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케이트 윈슬렛은 ‘더 리더’로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리더’가 아닌 이 영화로 수상을 했어야 더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통해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언제나 그렇듯 신뢰가 가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에 더해 메릴 스트립,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등이 출연했던 ‘다우트’와는 또 다른 의미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이제 이렇게 미묘한 감정과 심리를 다룬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그를 최우선으로 꼽게 될 정도로 아카데미가 부럽지 않을 최고의 열연을 펼쳤다.




존 기빙스 역할을 맡은 마이클 섀넌 역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석 같은 존재다. 그는 일반적인 정신 질환자로 보기 어려운 존 기빙스 역할을 맡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두 주연 배우를 압도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영화의 중요한 줄기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 그의 분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닌데 영화를 다 보고 관객이 느끼는 비중은 두 배우 못지 않을 정도이니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임팩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이 밖에 기빙스 부인 역할을 맡은 케시 베이츠와 하워드 기빙스 역할을 맡은 리차드 이스튼은 왜 그들이 베테랑 연기자인지 연기로 증명하고 있으며, 조 카잔이 깜찍한 얼굴도 기억에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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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p 풀HD영상과 MPEG-4 AVC포맷을 수록한 화질은 영화 속 1950년대를 고스란히 안방극장으로 전달하고 있다(그렇다고 50년대의 오래된 화질은 절대 아니니 안심하시길 ^^;). 사실 이렇게 조용한 드라마 장르 영화에서는 액션 블록버스터나 SF 영화들에 비해 차세대 화질을 체감하는 정도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레볼루셔너리 로드’ 블루레이의 화질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

(아래 4장의 그림은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의 그림으로 확대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100% 로케이션 촬영과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부분이 촬영되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풍부한 조명보다는 제한된 광량이 효과적으로 사용된 장면들이 많은데, 옅은 그림자들이나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볕 같은 부분이 블루레이의 화질로 잘 표현되고 있는 편이다. 또한 클로즈업 시에는 캐릭터의 고뇌가 더 와 닿을 정도로 피부의 질감 표현도 만족스러운 편이고, 1950년대를 완벽하게 복원해 낸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색감들도 잘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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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True-HD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기술적인 면에서 크게 아쉬울 것은 없는 사운드지만, 작품의 특성상 차세대 사운드를 실감할 만한 부분이 비교적 적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몇 가지 소소한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운드 임팩트는 대사와 스코어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세대 사운드답게 대사 전달은 또렷하게 전해지고 있으며, 토마스 뉴만의 스코어가 흐를 땐 좀 더 깊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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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블루레이 타이틀이 반가웠던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감독인 샘 멘터스와 시나리오를 각색한 저스틴 헤이시가 참여한 음성해설이 수록된 점이었다. 보통은 배우들이 참여하는 코멘터리를 선호하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 같은 경우는 감독과 작가의 코멘터리가 예이츠의 원작과 비교하며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되고 있는 듯 하다(배우들의 코멘트는 메이킹 영상으로 충분히 보완되고 있다). 코멘터리를 통해 195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기 전 촬영 감독인 로저와 함께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와 교외의 모습을 묘사한 영상들을 많이 참고했다는 이야기와, 실제 로케이션 장소에서 촬영 함으로서 얻게 되는 영화적 이득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영화의 끔찍한 결말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감독과 배우라지만 그 이전에 남편인 샘 멘더스가 어떻게 자신의 아내에게 이런 연기를 시킬 수 있었을까 - 참 독하다 - 하는 생각과 의문이 있었는데, 자신의 평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촬영이었다는 코멘터리를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Lives of Quiet Desperation : The Making of Revolutionary Road’는 제목 그대로 전반적인 메이킹 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프리 프로덕션과 캐스팅, 촬영, 프로덕션 디자인 등 전분야의 배우와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영화화가 기획되면서 주연인 케이트 윈슬렛이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되었고 그 다음에 감독인 샘 멘더스가,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무려 케이트가 2년 반을 설득하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점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실제 로케이션 촬영을 고집하다 보니 프랭크의 일터인 녹스 빌딩이나 부부가 사는 언덕 위의 집 같은 경우 비슷한 조건의 건물을 찾지 못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도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집 뒤편에서 휠러 부부의 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캠벨 부부의 집 또한 영화 속에 등장한 그 위치에 그대로 있는 집을 이용하여 촬영한 경우다.




‘The Wages of Truth‘는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을 쓴 리처드 예이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후 미국소설 중 최고의 작품으로 추앙 받는 그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인간 예이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그의 친구들과 딸들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다. 상당히 많은 분량의 인터뷰로 이어진 영상으로서 리처드 예이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Deleted Scenes’ 을 통해서는 비교적 많은 분량의 삭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감독인 샘 멘더스의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삭제 장면의 특이할 점이라면, 장면과 감독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삭제 장면들이 본편에 수록된 장면들 보다 도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다는 점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설명할 때마다 ‘이 장면은 정말 제일 마지막에 회의를 거쳐 삭제하기로 한 장면이에요’ ‘이 영화만큼 좋은 장면들을 삭제한 영화는 없습니다’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등 샘 멘더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본편 장면들이 잠시나마 ‘초라’해질 정도다 ^^; 그 만큼 본편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지닌 삭제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꼭 놓치지 말고 감상하길 바란다. 그 밖에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지도에 비하면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한 작품이지만 단연코 올해 개봉한 작품들 가운데 최고 수준에 있는 드라마이자, 깊은 현실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생각해 볼만한 작품이었다. 영화가 그리고 있는 현실은 견디기 힘들 정도지만, 영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장면들과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열연은 상투적인 표현일지언정 거짓은 아님을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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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라 해도 좋을 엄청난 더위에 죽은 듯이 지내려고 했었지만, 얼마전 밤늦게 홍대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 던 중 발견한 커피집 '커피와 사람들'에 얼른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더위를 각오하고서 과감히 집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각오는 그냥 각오일 뿐, 더위가 사그라든다거나 하지는 않더군요 -_-;;)






그렇게 찾아간 '커피와 사람들'. 사실 홍대에 자주 가면서도 최근들어서는 특히 상수, 합정역에 가까운 까페들에 더 자주가곤 했었는데, 사실 홍대에서 신촌 사이에도 괜찮은 까페들이 많죠. '커피와 사람들'은 롯데시네마 후문 앞에 바로 있습니다. 2층 건물이에요.




직접 볶은 커피와 다양한 국가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탓에, 가격은 일반 커피 전문점들보다 1000~2000원 정도 비싼 편입니다. 가격 탓에 자주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색다른 커피를 즐기러 들르게 될 것 같네요. 메뉴판에 가득한 커피들 때문에 어떤 것을 고를까하다가 직원분께 가볍게 물어보고는, 엘살바도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 잔 시켰습니다.
 




보통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경우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진한 맛이 덜하고 맛이 덜 느껴지곤 하는 것이 사실인데, 이번 아이스 커피의 경우는 커피 특유의 맛이 잘 느껴지면서도 향도 좋고, 싼 가격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더군요. (이런...맛들이면 안되는데 -_-;;)




전 왜 우유를 담은 저 잔이,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보일까요 @@





커피도 좋고, 분위기도 시끄럽지 않고 차분한 터라 가끔씩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땐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맨유 1:0 버밍엄시티

1. 맨유는 항상 슬로우스타터였죠. 하지만 이번 시즌도 그랬다가는 전체 시즌을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버밍엄 - 번리 - 위건으로 이어지는 약팀과의 초반 3연전은 슬로우 스타터인 맨유에게는 시험대일듯 싶네요.

2. 맨유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 퍼디난드를 비롯해 주전 몇몇이 빠졌는데, 흥미로운건 스콜스도 있고 루니도 있는데 오셰이가 주장 완장을 차고 등장했더군요. 스콜스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루니도 한번 주장 완장 찬적이 있어서 그 다음은 루니가 아닐까도 싶었고). 여튼 진짜 만능플레이어 오셰이, 이제는 주장까지 정벅.

3. 호날두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확실히 확실한 플레이어가 없다보니 전후반 내내 답답한 느낌이 드는 전개였습니다. 버밍엄 같은 약팀을 상대로 화끈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거의 대등하게 경기를 치뤘는데, 커뮤니티 실드와는 다른 전형을 들고 나온 퍼거슨 감독은 확실히 아직은 팀을 실험하는 듯 보였습니다.

4. 발렌시아는 나름 빨리 팀에 적응하는 듯 보이더군요. 나니나 호나우두 역시 팀에 적응하는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에 비하면 발렌시아는 당장 주전급 선수라고 볼 수 있을 듯 하네요. 조금만 더 루니나 벨바토프와 손발이 맞는다면 더 좋은 장면을 자주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5. 이 날 버밍엄이 잘한 것도 있지만 맨유는 전체적으로 답답한 분위기였습니다. 스콜스나 플레쳐가 중원에서 볼을 주려고 한참이나 그냥 서있는 장면들도 자주 있었고, 서로에게 불만 섞인 탓을 하는 장면도 제법 있었구요. 맨유가 안풀리는 전형적인 경기였죠. 예전 경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호날두 처럼 확실한 플레이어도, 테베즈 처럼 확실한 조커도 없다는 것이죠.

6. 후반과 동시에 나니와 교체되어 들어온 긱스는 유니폼을 바지에서 뺀채로 경기에 투입 (나름 의외였음;;;)

7. 후반 중반부에 브라운과 함께 교체되어 들어온 마이클 오웬은 컨디션이 좋아보였습니다. 원터치 패스들도 좋았고, 역시나 자리 잡는 능력은 탁월한 듯 하더군요. 루즈타임에 결정적인 1:1 찬스를 놓치긴 했지만 전체적인 폼은 좋아보였습니다.

8. 참고로 잘 아시다시피 이번 시즌부터 EPL은 MBC ESPN이 아닌 SBS스포츠를 통해 방영이 되게 되었습니다. 장지현 해설위원도 함께 이적을 했으며, 가장 걱정이 되었던 캐스터와 해설 부분은 그럭저럭 괜찮은 듯 하고, 무엇보다 EPL을 드디어 HD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 또 감동하고 있습니다.

9. 참고로 SBS스포츠의 캐스터를 보시는 분은, 이번 중계를 위해 정말 많은 공부를 하신 것 같더군요. 그냥 대본을 읽는 것이 아니라 EPL을 꾸준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나 멘트들도 자주 해주시고. 성향을 떠나서 일단 많이 공부하시는 듯한 느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 많은 예상들과는 다르게 박지성이 선발 출전도 안하고 벤치멤버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해서 이번 한 경기만을 가지고 또 박지성 위기론을 논하는 것은 이제 지겹기까지 합니다. 맨유의 미드필더진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사용하는터라 호날도 정도가 아니면 그 누구도 선발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죠. 특히 이번 주는 주중에 리그경기가 있는 관계로 아예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2009)
마이클 만의 실험적인 갱스터영화


<히트> <콜레트럴> <마이애미 바이스>등을 연출했던 마이클 만이 조니 뎁, 크리스찬 베일 등과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 '등'에는 상당히 많은 거론할 만한 배우들이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 작품 <퍼블릭 에너미> (원제목은 'Enemies'임으로 우리말 제목으로 하자면 '공공의 적'이 아니라 '공공의 적들'이 맞겠다)는 기대작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필몰그래피 가운데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협연한 1995년작 <히트 (Heat)>를 최고의 작품을 꼽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999년작 <인사이더 (The Insider)>부터, 아니면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가 출연했던 2004년작 <콜레트럴 (Collateral)>에서야 본격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으로 꼽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그가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갱스터 '존 딜린저'를 영화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점들은 분명 몇 가지가 있었는데 (최신형 총기들의 격발음의 디테일을 선보였던 마이클 만이, 시카고로 대표되는 기관총의 사운드는 어떻게 차별화하여 들려줄 것인가 등등), <퍼블릭 에너미>는 그런 점들도 물론이거니와 기존에 <콜레트럴>과 <마이애미 바이스>를 통해 사용 빈도를 높여왔던 HD카메라의 사용을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한 상당히 실험적인 영상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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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고나서 솔직한 심정은 조금은 의외였다. 마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빌>에서나 볼 법한, 아니면 역시 그의 작품인 <어둠 속의 댄서>의 HD버전을 보는 듯한 영상은, '정말 이대로 끝까지 다 담으려는건가?'하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마이클 만은 작정을 한 듯 이렇게 조금은 관객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이질감이 느껴지는 화면으로 영화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특히 초반 장면들 같은 경우 실외 장면에서는 그 미치도록 파란 하늘에 혼이 팔려 감각을 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외 장면보다 실내 장면에서 더욱 크게 그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HD다큐멘터리르 보는 듯한 화면의 질감과 전혀 필름 라이크하지 않은 이 영상은 확실히 몰입도 측면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만은 <퍼블릭 에너미>를 소개하는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1930년대를 구경하기 보다는, 그 안에 진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는 소견을 밝히기도 하였는데, 그런 그의 의도를 단 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카메라 워킹과 영상이었다. 이 작품의 카메라 워킹을 보다보면 화면 속 배우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저리 비켜요'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완전히 VJ가 된마냥 인물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특히 법정 장면에서의 앵글은 완벽하게 방청석에 앉아 있는 시점에서 이를 빠져나가는 주인공들을 뒤 쫓고 있다(그렇다고 <클로버필드>마냥 완벽한 촬영자적 입장에서 본다고만은 볼 수 없는 영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핸드헬드 기법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거나 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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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카메라 워킹은 '그 속에 진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HD카메라만을 통한 그 필름 라이크하지 않은 화면의 질감은 확실히 실험적인 것이었다. <마이애미 바이스>에서도 이런 식의 장면들이 몇몇 있긴 했었지만 전체적으로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을 커버하리고는 생각지 못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HD카메라로 담은 영상은 한 편으론 정말 그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일반적인 영화적 화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무언가 떨어져 보이는 영상으로 오해되기 쉬운 것도 사실일 것이다. 특히나 만약 이 영화를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이 운명의 적수로 만나는 대결구도(.vs)의 액션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 관객들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런 경험이었을 것이다.

<퍼블릭 에너미>는 실존 인물인 존 딜린저와 그와 관련된 실제 있었던 일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종류의 다른 영화들처럼 '이것은 실화입니다'라고 강조하는 편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마도 따로 자막을 통해 관객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실제 있었던'이 아닌 '실제하는' 이야기로 전달하려는 욕심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확실히 영화의 영상은 다큐멘터리라고 봐도 좋을 정도인데, 마치 유명한 뮤지션들의 투어를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투어필름 감독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영화 속에는 실제로 당시 경찰들이 영화 상영 전 홍보를 위해 촬영한 영상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만약 존 딜린저가 이런 작업을 진행했었다면 이런 비슷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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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시에는 굉장히 카메라를 인물에게 타이트하게 들이대는데, 이런 방식은 정말 라스 폰 트리에가 자주 썼던 방식으로, 관객들이 극중 인물에 심리상태를 더욱 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마치 극중 인물의 숨이 내 얼굴에 와 닿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또한 정경을 멀리서 촬영하거나 카메라가 먼 곳으로 빠지는 장면 같은 경우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실제하는 공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 감상기를 쓰면서 스포일러 걱정없이 술술 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에는 별로 스포일러가 될만한 요소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존 딜린저가 매우 유명한 실존 인물임을 감안했을 때 이 영화의 결말은, 히틀러의 암살작전을 다룬 <발키리>와 다를 바 없으며 (그렇다고 해놓고선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센스 ^^;), 그 과정의 이야기들도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뿐이다. 존 딜린저는 시대를 풍미했던 갱스터로서 은행털고, 세력 다툼도 있었고 그를 잡으려는 경찰들은 더욱 조직화 되었으며, 운명 같은 사랑도 나누었다는 이야기 가운데 적어도 마이클 만은 내용 안에 특별한 메시지나 논란거리를 던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만은 이 처럼 얼마든지 영화적으로 상상력을 더해(더하지 않더라도) 극적인 스토리로 만들 수 있었던 소재를 그저 다큐처럼 조명하는데에 더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 속 총격씬에는 기술적인 구현 외에 극적인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있다면 윈스테드 경관의 앞구르기 정도!), 총격전 사이에도 긴장감은 별로 찾아볼 수 없고 각각의 인물들에게도 정말 진심으로 우러나서 공감하기는 그리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단 하나 이 영화에서 극적인 부분을 조장하려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음악일텐데, 마치 <다크 나이트>의 스코어와 살짝 흡사한 음울한 스코어는 장면 장면 분위기를 만들려고 끼어드는데, 무언가 담백하게 가려는 영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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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이 이런 무거운 갱스터 영화에 어울리까도 싶었었지만, 터프하기보다는 섬세하고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존 딜린저 역에 그의 캐스팅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던 것 같다. 살짝 살이오른 그의 얼굴은 은근히 네모내 보이기도 하는데, 확실히 '넌 이제 내 여자야' 라는 대사를 그나마 덜 어색하게, 그래도 어느 정도 수긍 가능하게 만든 것은 '조니 뎁'의 역량이지 않았나 싶다. 크리스찬 베일은 역시나 크리스찬 베일이었다. 씨네21 리뷰에서는 그의 연기를 평하면서 <다크 나이트>보다도 오히려 이 영화의 등장한 멜빈 퍼비스
를 연기하기 위한 배우같았다고 짧게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정말 더 꽉 다문 입에서 브루스 웨인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그래도 첫 대사를 할 때 그 목소리는 마치 변조된 배트맨 목소리가 살짝 연상되긴 했다).

마리온 꼬띨라르는 <라비 앙 로즈>에 이어 또 한 번의 시대극이라서 그런지 에디뜨 피아프의 잔상을 다 지우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조니 뎁과 은근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버를 연기한 빌리 크루덥은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연기 자체가 인상적이었다기 보다는 자꾸 <왓치맨>의 닥터 맨하탄이 생각나서 집중되지 않기도;; (닥터 맨하튼이 갱스터 하나 못잡아서 곤란해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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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급 연기자들 외에도 이 작품엔 참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서 배우들 얼굴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다. '파라미르' 데이빗 윈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고, 며칠 전 <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스테판 그레이엄 역시 '참~ 맘에 안드는' 캐릭터를 맡아 열연하고 있고,
<블레이드>에 출연했던 스티븐 도프, 따져보니 본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은데 얼굴만은 참 익은 지오바니 리비시, 마지막에 잠깐 등장했지만 얼굴을 보고는 반가웠었던 <딥 임팩트>의 그녀 릴리 소비에스키까지. 예상치 못했던 조연급 연기자들이 다수 출연해 그것만으로도 반가운 작품이기도 했다. 물론 그 중 가장 놀라웠던 출연자는 UFC와 프라이드에서 활동했었던 격투선수 돈 프라이였다. 대사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존재감은 어느 정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돈 프라이를 마이클 만 감독 작품에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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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마이클 만의 <퍼블릭 에너미>는 예상하던 장르 영화로서의 갱스터영화는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영화 장인으로서의 마이클 만의 야욕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1.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HD카메라의 의도적 영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2. 초반 클럽에서 노래하는 여가수는 다름 아닌 다이애나 크롤이더군요. 깜놀.
3. 누가 조니 뎁 아니랄까봐, 이름이 뭐냐는 물음에 '잭'이라고 하더군요 ㅎ
4. 극장 장면은 하나는 참 재미있었고, 다른 하나는 참 영화적으로 인상적이더군요. 셜리 템플 지못미.
5. 무언가 더 할말이 있었는데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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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이 그렇게 떠나고나서 그의 예전 앨범들의 LP들을 구하던 중에 마이클 잭슨의 자서전이라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약간 반신반의할 수 밖에는 없었죠. 아마도 그의 죽음에 발맞춰 상업적인 목적이 짙은 급작스런 프로젝트가 아닐까 하는 것과, 자서전이라는 의미와는 다르게 상당부분 마이클의 의도와는 다르게 '만들어진' 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그것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잭슨!' 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한 번 보자는 양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일단 전체적으로 책을 읽어본 느낌은 상당히 마이클 잭슨의 입장에서 그를 대변하는 방식으로 쓰여져있으며(물론 1인칭으로), 솔로 데뷔 이후 'Thriller' 앨범이나 'Bad' 앨범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소소한 이야기들도 담겨져 있어, 그의 팬으로서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마이클 잭슨의 인생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고 있는 이 책 'MOONWALK'는 마이클이 잭슨 5로 데뷔하기 이전의 일들부터, 데뷔하고나서 '모타운 레코드'와 계약하기까지 각종 경연대회를 전전하던 이야기, 모타운에 입성하게 되면서 베리 고디 주니어와의 만남과 다이애나 로스와의 인연에 대한 일들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잭슨 5 활동 말미와 콜럼비아 레코드와 계약하고 솔로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그리고 퀸시 존스를 만나 팝 역사에 전설로 남을 'Thriller' 앨범, 그리고 'Bad'앨범의 제작에 관한 이야기들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예전 미국에서 방영했었던 특선TV시리즈 '
잭슨 가의 사람들 (The Jacksons : An American Dream, 1992)' 이 참 자세하고 섬세하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구나 하는 것이었죠. 이 책에서 마이클 잭슨이 모타운 25주년 기념쇼에서 'Billie Jean'을 부르기까지의 일들은 거의 '잭슨 가의 사람들'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 TV시리즈를 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당시의 일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기타에 손도 못대게 했던 아버지 몰래 형제들이 처음 기타 연주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나중에 아버지가 형제들의 재능을 알아차리고는 본격적으로 팀을 구성하게 되는 에피소드들은, 거의 TV프로그램 대본에 가까울 정도에요.




이 책은 어디까지나 마이클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이기 때문에, 그가 언론이나 메스컴에 느껴왔던 불신들이나 각종 루머들에 대한 견해들이 연대기적인 것과 무관하게 등장하곤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형 의혹에 대해서도 코 수술을 2번 한 것과 턱에 홈을 만든 것 이외에는 절대 한 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히고 있고, 더불어 다른 헐리웃 스타들 역시 모두 성형수술을 하는데, 왜 나에게만 이렇게 집중 공격을 퍼붓는지 알 수 없다고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죠. 실제로 마이클 잭슨 스스로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신의 외모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백인이 되려했다'라는 건 분명 틀린 얘기죠. 실제로 펩시 광고 촬영 당시 머리에 화상을 입으면서 나중까지 고통을 받아왔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것이 백반증에 원인이 될 수도 있었다는 의견들도 나왔었죠(참고로 마이클은 이 사고로 인해 받게 된 보험금과 펩시로 부터 받게 된 돈을 모두 기부하여 화상환자들을 위한 기금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들은 잘 알려지지 않았죠).

메스컴에 대한 불평만큼이나 불쑥 불쑥 등장하는 한 가지는 바로 다이애나 로스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애정의 표현들이죠. 다이애나 로스와 마이클 잭슨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진 바처럼 너무나도 유명한데, 그녀는 마이클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자 어머니였죠. 참고로 유서 내용에 어머니의 부제시에 아이들의 양육권을 맡아줄 차선책으로 다이애나 로스의 이름이 기제되어 있어 또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잭슨의 오랜 팬들이라면 너무나도 당연스런 일이었어요. 마이클이 그녀를 후견인으로 점찍었다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이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 가난하고 병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연민, 자신들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이들은 아이들 밖에 없었다고 밝히는 그를 아동성추행자로 몰고간 언론에 다시 한번 분노가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솔로 앨범 작업 에피소드들 가운데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마이클의 작곡 실력에 관한 언급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수의 팬들 조차 마이클의 히트곡 대부분이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의 공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가 곡을 작업하는 방식은 마이클이 일단 곡을 써오면 퀸시 존스가 더할 것, 뺄 것만 정해주는 식이었죠. 말그대로 프로듀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죠. 그리고 믹싱하고 녹음하는 프로듀싱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팬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마이클은 뮤직 비지니스에 40년 가깝게 활동했던 만큼 이런 기술에 있어 누구보다 숙련자였고, 이는 최근 신보 작업을 함께 했던 현 최고의 프로듀서들 중 하나인 윌 아이 엠이나 카니예 웨스트 등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기도 했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마이클이 어떻게 곡을 만들고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도 어떻게 제작되게 되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마이클의 오랜 팬이라면 절반 이상은 이미 알고 있는 얘기일 수 있겠지만, 일반 팬들에게는 그 동안 잘못된 언론의 루머들로 인해 오해하고 있었던 진정한 '마이클 잭슨'에 대해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팬들 역시 흥미를 끌만한 내용들도 적지 않게 담겨있어 그를 추억하며 읽어내려가기에 만족스러웠던 책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Rest In Peace, MJ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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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잉글랜드 (This is England, 2006)
그대로 응시하다


해외 영화제를 통해 호평을 받았다는 홍보문구들로 먼저 알려진 셰인 메도우스 감독의 2006년작 <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유난히도 영화제 수상이라던가 '평단과 관객을 모두 만족시킨..' 이런 식의 문구들이 많은 경우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를 끄는 문구는 '<트레인스포팅>이후, 영국 영화의 재습격' 이라는 문구였다. 이 영화를 표현하는 설명들 가운데는 얼핏 훑어보아도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걸 보고는 '적어도 번지르르하게 포장하지는 않겠구나'하는 믿음은 가질 수 있었다. 저 힘없어 보이는 하늘색이 이리도 강렬하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라는 걸 실감했던 포스터처럼, 영화는 1983년 영국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영화 속 장면에는 아예 대놓고 응시하는 컷이 나오기도 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영국인 감독이 자국인 영국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강렬한 두 눈으로 응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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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100%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 당시 영국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현실들에 대한 몇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당시 영국의 총리였던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와 그녀의 정책들,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벌인 '포크랜드 전쟁'에 대한 사실들은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라 할 수 있는데, 영화는 이 같은 사안들은 아주 직접적으로 파고든 정치 영화는 아니지만, 결국 이런 정치, 사회적 요인들이 당시 영국을 살았던 사람들(소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가감 없는 솔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숀 (토마스 터구즈)'은 아버지가 전쟁에서 돌아가시고 엄마와 둘이 사는데, 가정 형편 역시 그리 좋지 못해 촌스러운 바지를 입고다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 그렇다고 숀이 <렛 미 인>에 나오는 오스칼처럼 소극적인 소년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그는 그럴 수록 더 달려들어서 싸우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숀이 어느 날 우연히 스킨헤드 무리를 만나게 되면서 이 영화는 서서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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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디스 이즈 잉글랜드>의 주된 이야기 방식은 주인공인 어린 소년 숀이 어떤 일들을 겪게 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 가에 대한 것이다. 숀이 처음 만난 스킨헤드들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인종차별적인 '스킨헤드'와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그들은 그저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이고 약간 모자라보이기 까지 하는 고작 '비행청소년'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이들이었다. 처음 숀과 이들이 만나 전쟁 놀이를 하며 노는 장면은 한 편으론 정치적인 당시 사회의 분위기 속에 소년들의 놀이 문화마저 폭력적이고 전투적인 것들이 되어버린 현실을 엿볼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영화적으로 보았을 때 단순히 숀의 행복했던 한 때로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런데 여기서 의미심장한 건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던 숀이 이들을 만나면서 이 무리 속에서 다른 한 명을 그들과 함께 따돌림 시키면서 해방감을 얻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나중에 콤보를 만나면서 더 확장된다.

숀이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 첫 번째 지점이라면, 두 번째 전개가 시작되는 지점은 바로 이들 무리와 예전에 함께 했었던 콤보가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다소 급진적이고 우리가 현재 흔히 알고 있는 '스킨헤드'에 가까운 성향을 갖고 있는 콤보가 숀과 접촉하게 되면서, 숀 역시 급격하게 변하게 되고 그의 변화를 주목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변해가는 숀을 나무랄 수 만은 없는 현실 역시 담아내고 있다.

(이후부터는 내용에 대한 미약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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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보는 숀이 어울렸던 친구들과는 다르게 정치적으로 권력화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인종차별주의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데, 흥미로운건 자기 자신 스스로도 굉장히 가치관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겪는 다는 것이다. 친구들 중 흑인인 밀키 와의 장면들에 엿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세력에 힘을 보태기위해 밀키 역시 흡수하려는 것으로 보았으나, 결국 인종차별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던 콤보는 밀키를 인정하지 못하고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그런데 저지르고나서 콤보가 보여주는 행동은 무차별적, 냉정한 행동이 아닌 굉장히 스스로 혼란스러움을 겪는 듯한 행동을 보여준다.

이렇듯 영화는 계속해서 변화의 과정을 주목한다. 그냥 동네 불량배들 정도였던 이 무리가 사회적인 요건들로 인해 변화를 겪으며 각자로 나뉘어지는 과정, 그리고 이들 무리에 합류하게 된 어린 숀이 어른이 되기도 전에 겪게 되는 수많은 변화의 과정들은, 어쩌면 겪지 않았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숀은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 다시 홀로 돌아와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했던 벌판의 버려진 배가 있는 곳에 나타난다. 아버지 없이 외로움을 겪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항상 홀로 지내던 숀은, 결국 영화의 마지막,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혼자로 돌아왔다. 숀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았던 잉글랜드의 국기를 스스로 던져버리는 장면은, 결국 국가가 국민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고, 오히려 빼앗아만 갔던 당시 영국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숀의 성장영화로 보긴 어렵다. 숀은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어른이 된 것이 아니다. 그는 아직도 소년이고, 소년으로서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고 만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것은 이런 경우엔 불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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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면 누구나 주인공 '숀' 역할을 맡은 어린 배우 토마스 터구즈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가 보여주는 연기와 그 표정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어린 눈으로도 잘 반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토마스의 얼굴 생김새가 폴 메카트니와 너무 닮아서 (특히 그 쳐진 눈!) 살짝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

콤보 역을 맡은 스테판 그레이엄의 경우 <스내치>와 <갱스 오브 뉴욕>을 비롯해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도 출연하여 정확히 무슨 역할인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얼굴은 익은 배우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확실히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음악과 카메라 워킹이었는데, 초반 숀이 스킨헤드 무리와 처음 어울리는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과 카메라가 이들을 비추는 앵글은 정말 감각적이고 인상적이었다. 특히 음악은 영화를 통틀어 상당히 감정선을 건드리는데 작용하고 있고, 전체적인 화면의 색감 역시 이 영화를 기억하는데 더 좋은 소스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강렬함이 만족스러웠던 영화인 동시에,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아도 온전히 영화 내에서 모든 것을 설명 가능했던 <그르바비차>의 경우와는 다르게, 당시 사회적 배경을 잘 알지 못한다면 좀 더 즐기기 어려운 작품이라 조금은 아쉬운 감도 없지 않았다.


1. 참고로 이 작품은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씨네큐브로서의 마지막 개봉작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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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Blu-ray)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제는 어쩌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기능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의외로 많은 유저들이 아예 잘 사용하려조차 하지 않는 것이 바로 'BD-Live' 기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블루레이 초기 시절만 하더라도 '블루레이만의 장점이 뭐냐?'라는 점에서 BD가 가장 앞다투어 홍보했던 기능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과 바로 연결하여 부가영상의 다운로드가 가능하고, 채팅이나 퀴즈 등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BD-Live 기능이었죠. 실제로 각 가전업체들은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내놓으면서 '우리가 최초로 BD-Live 기능을 제공한다' 혹은 '자사의 플레이어만이 BD-Live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등의 홍보문구를 빼놓지 않았었구요.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 기능이 그야말로 '신기술'이었을 때에는 다들 호기심에 관심을 갖곤 했지만, 어느 정도 보편적이 된 이후에는(벌써 BD-Live에 보편적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남지만요) 정작 별로 사용하게는 되지 않는 기능이 또한 BD-Live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인터넷을 연결해야 한다는 조건이 '의외로' 번거로움으로 작용하여 매번 BD플레이어에 랜선을 연결해두지 않은 유저들 입장에서는 따로 연결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하고, 코멘터리 및 부가영상을 죄다 꼼꼼히 챙겨보지 않는 일반적인 경우 역시 조금 딜레이가 있는 BD-Live기능을 잘 살펴보게 되지 않는 것이 다수인데, 저조차도 리뷰를 위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자주 보게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네요.

<그랜 토리노>를 리뷰하려고 캡쳐를 위해 BD-ROM을 통해 감상하다보니 유난히도 'BD-Live' 메뉴가 돋보이더군요. 그래서 '그래, 오랜만에 워너브라더스의 BD-Live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 좀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어, 간단하지만 BD-Live 기능이 대략 어떤 것들을 제공하는지에 대해 정말 '간단하게'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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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 블루레이 타이틀의 시작 메뉴 가운데, BD-Live를 클릭하며 위의 스크린 샷처럼 워너의 로고 주위로 로딩 되는 표시가 등장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접속을 하게 됩니다. BD-Live 기능은 일반적으로는 타이틀 개별마다 수록된 내용이 틀리다기 보다는 (정확히 얘기하자면 타이틀에 수록된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이다보니), 각 회사의 BD-Live 사이트로 접속하게 되기 때문에, 같은 제작사의 타이틀이라면 거의 동일한 BD-Live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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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속하면 위의 그림처럼 로그인 화면이 등장하고, 가입이 되어 있지 않은 유저들을 위해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가입이 가능한 사이트 주소로 연결이 되는 링크가 이메일로 발송이 됩니다. 사실 예전에도 이 부분이 제일 불안전 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그렇게 썩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더군요. 가입절차대로 기입하고 완료 버튼을 눌러도 서버상의 이유를 들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대략적인 기능들은 즐기실 수가 있습니다. 제가 이번 리뷰를 통해 소개하는 것들 역시 모두 로그인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한 것들이라는 것을 참고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가입을 위한 이메일주소를 넣는 란을 보면, 이메일 주소를 기입한 뒤 로그인 창으로 바로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한정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 (일종의 가 로그인 상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걸 누르고 들어가도 아래와 같은 예고편들은 모두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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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MEDIA CENTER를 클릭하시면 위와 같이 세가지 메뉴를 확인하실 수 있는데, 일단 오늘은 가운데 Trailers 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그대로 워너브라더스에서 출시될 블루레이들의 예고편을 만나볼 수 있는 메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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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처럼 워너에서 출시될 블루레이들의 예고편들을 골라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오른쪽 화살표 버튼을 누르면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는데, 꽉 찬 한 페이지가 더 있으며 반 쯤 있는 한 페이지로 총 3 페이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 출시된 <예스맨>을 비롯해 국내 최근 개봉한 '오펀 : 천사의 비밀'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음악 타이틀인 <레드 제플린>등 여러 타이틀의 예고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역시 저 예고편들 가운데 가장 0순위로 보고 싶은 타이틀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블루레이이겠지요 ^^; 바로 선택하여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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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의 자켓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타이틀의 간단한 작품/스펙 소개와 더불어 'Download Video'라는 버튼이 있어 예고편을 다운 받을 수 있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1080p와 Dolby TrueHD 5.1로 즐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 하네요. 아 물론 BD-Live에서 제공하는 예고편의 경우가 아니라 추후 출시될 본 타이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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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가 시작되면 위의 그림처럼 진행상황을 직접 실시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이나 예고편의 용량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운로드 받는 동안에도 다른 상위 메뉴들을 둘러보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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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다운로드가 완료되면 우측 액션 버튼 가운데 'Play'버튼이 활성화 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참고로 이 다운로드는 PC나 플레이어의 하드디스크에 파일형태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BD-Live에 접속해서만이 즐길 수 있는 형태의 다운로드 입니다. 그럼, 그렇게 다운로드 받은 <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블루레이 예고편의 스크린 샷을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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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크린 샷의 정보표시 같이 1080p의 풀HD 영상이 아니라 720p의 화질로 예고편이 제공됩니다. 그렇다고해도 확실히 DVD 화질보다 좋은 화질이라는 점은 따로 설명드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아래 5장의 스크린 샷은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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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예고편이기 때문에 반지원정대와 두개의 탑, 왕의 귀환까지 모두 하이라이트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장면들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 일부러 캡쳐하지 않았으니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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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반지의 제왕 - 트릴로지> 블루레이가 출시된 것도 아닌데(적어도 1년 이상 출시일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예고편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훈훈해지는 영상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어서 빨리 반지의 제왕을 차세대 화질과 음질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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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만 감상하기 아쉬워서 한 작품 더 봐야겠다하고 둘러보았는데, <그랜 토리노> 블루레이라서 그런지, 최근 영화제를 통해 <더티 해리>를 감상할 수 있어서인지, 유난히 <더티 해리>블루레이 자켓이 눈에 띄더군요. 바로 다운로드 받아서 재생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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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해리> 역시 5부작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1편부터 5편까지의 작품들을 짧게 나마 만나볼 수 있으며, 리마스터링에 관한 홍보 멘트들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아래 3장의 스크린 샷은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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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ahead, make my day"  / 
"Do you feel lucky, 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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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인터뷰 등이 담긴 서플먼트 소개도 잊지 않고 있구요.

이 모든 예고편들은 워너브라더스 블루레이 타이틀에 수록된 BD-Live 기능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BD-Live를 통해 지원하는 기능들로는 예고편 감상은 물론이고, 채팅이나 퀴즈, 나만의 메뉴를 만드는 기능들도 제공하고 있어 이용 환경이 좀 더 쾌적해진다면 자주 이용해볼 만한 블루레이만의 기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끔씩 들어가서 또 어떤 것들이 새롭게 업데이트 되었나만 확인하더라도 종종 흥미로운 부가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블루레이 리뷰는 이번 주내에(그래야 할텐데;;;) 리뷰를 하려고 드디어 작정한 <그랜 토리노> 블루레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랜토리노> 블루레이 리뷰도 기대해주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에 있습니다.





피쉬 스토리 (Fish Story, 2009)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의 힘


이번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었던 <피쉬 스토리>는, 곧 정식 개봉한다는 소식을 미리 접했기 때문에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다른 영화들을 보고, 정식 개봉한 이후에야 극장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가장 이유라면 역시 감독인 나카무라 요시히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전작인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주연을 맡았던 에이타에 끌려 보게 되었다가 그 복잡하면서도 따듯한 이야기에 한껏 만족했었던 작품이었는데,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다시 한번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화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사카 코타로는 일본 내에서 '천재' 작가로 불릴 정도로 책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주가 탁월한 작가로 유명한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피쉬 스토리> 역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화제작임과 동시에 과연 영화화가 가능할까 하는 의견과 영화화를 바라는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줄을 서기도 했던 작품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다보니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계속 영화로 먼저 만나보게 되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나카무라 요시히로의 손을 거쳐 또 한 번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는 아주 만족스런 작품이었다.


ⓒ 2009 'Fish Story' Film Partner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혜성 충돌로 지구 종말을 앞둔 일본의 어느 레코드 가게에서 시작된다. 하늘 위에 커다랗게 보이는 혜성과 곧 있을 종말로 인해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 텅빈 거리. 그리고 지구 종말이라는 시련 앞에 담담한 인물들의 대화는, 좀 처럼 영화의 분위기를 엿보기 힘들 정도다. 그 후 영화는 한 밴드의 스튜디오 녹음 장면을 보여주며 마치 다큐멘터리 마냥 전개된다. 실존 했던 밴드인 섹스 피스톨즈나 비틀즈 등과 함께 구체적인 연도를 언급하면서 이 이야기에 좀 더 빠져들기 쉽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또 전혀 상관없는 듯한 차 속의 세 남자 이야기, 그리고 그 다음엔 수학여행 동안 잘못하는 바람에 홀로 배에 남게 되 선상납치극을 경험하게 되는 소녀, 그리고 한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는 다시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밴드의 이야기를 주목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별로 친절한 편은 아니다. 뭐랄까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는 아마도 이야기의 맨마지막에 온전한 그림을 위해 필요한 퍼즐 조각들을 어지럽게 하나하나 펼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 조각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이 이야기들의 연관성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 연관성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개별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살짝 의심이 들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만화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다큐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또 드라마 같은 서로 다른 분위기에 살짝 혼란스럽기도 한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마지막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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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영화는 밴드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사실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은 이렇게 이야기로서 감동을 주어야 할 영화라는 점에서는 분명 거추장스러운 옷이 될 수도 있는데, <피쉬 스토리>를 보고나면 '그래, 세상을 구할 수 있지'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영화는 홍보전단이나 각종 문구들을 통해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구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떠오르는 생각은 역시 '이야기'가,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자들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메시지였다. 이 영화의 이야기를 거꾸로 거슬러가본다면, 지구를 구하게 되는 소녀는 정의의 사도로 자란 한 소년의 도움과 그가 전한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에 우주선에 올라 세상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고, 멸망에도 피난하지 않고 음반 가게를 지켰던 한 남자는 어린 시절 들었던 한 밴드의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에 지구의 멸망 앞에서도 처연할 수 있었던 것이며, 정의의 사도가 되어 소녀와 여러사람을 구하게 된 한 소년은, 정의의 사도로서 항상 수련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믿고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이었고, 항상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 못했던 소심한 한 남자는, 노래에 담긴 메시지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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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의 모티브가 된 밴드가 이 곡을 만들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일까. 밴드의 리더인 시게키는 자신들의 마지막 녹음이 될 곡의 가사를 고민하다가 프로듀서가 놓고 간 한 책의 문구를 인용하게 된다. '나의 고독이 물고기라면...'
시게키와 밴드 멤버들은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저 무엇인가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가사에 자신들의 혼을 불어넣게 되고, 이 곡의 제목마저 책의 제목인 '피쉬 스토리'로 정하게 된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전하는 이 책의 진실은 사실 '피쉬 스토리(Fish Story)'의 영어 뜻과도 같은 '허풍'에 가까운 것이라는게 밝혀진다. '나의 고독이 물고기라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내용은 사실 엉터리 번역으로 탄생하게 된 아무 의미없는 문구라는 점을 듣게 되지만, 밴드 멤버들은 그냥 이 곡의 제목과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이 순간 이미 이 '피쉬 스토리(허풍)'라는 본래 뜻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이제 '피쉬 스토리'라는 단어 속에는 그들이 믿었던 그 순간과 혼이 담기게 된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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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확히 서두에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에 답변을 전하는 방식에 충실한 작품이다. 영화 초반 밴드 보컬은 이렇게 물음을 던진다. '과연 이 노래가 누군가에게 전해질까?' '이 마음이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전해질까?' 하고 말이다. 사실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질문은 굉장히 뜬구름 처럼 들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의 퍼즐이 한 조각씩 등장하고 마지막 이것들을 하나하나 제자리로 맞추게 되면, 이 노래의 힘, 이 이야기의 힘이 어디까지 전해졌는지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람들이 눈에 바로 보이는 것만, 직접 만져지고 계산해봐서 딱 답이 나오는 것만 믿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와 나카무라 요시히로는 누군가에 진심이 담긴 이야기의 힘을 믿었고 결국 이야기의 힘이 세상을 구하기 까지 이른다는, 과장스러운 듯 하지만 역시 진실인 이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세상을 구하는 건 이야기가 가진 힘이고, 그 이야기를 믿었던 사람들의 힘이라는 걸 영화는 흥미로운 구성 방식과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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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 중 밴드의 레코딩 장면이나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연주하는 장면의 임팩트는 상당합니다. 마치 이언 커티스의 이야기를 했던 영화 <컨트롤>의 한 장면 같았을 정도로 강렬한 이미지였어요.

2.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는 음악을 매개체로 사용하길 참 선호하는 작가 같아요. <집오리..>에서 밥 딜런의 곡을 사용한 것도 그랬고, 이번 작품역시요.

3.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다음 작품도 이사카 코타로의 원작을 영화한 것이라고 하던데 제목이 무려 <골든 슬럼버>더군요. 그렇다면 비틀즈의 그 곡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인건가요?

4. <골든 슬럼버>에는 하마다 가쿠가 또 다시 출연하다고 하더군요. 이 정도면 완전히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겠군요.

5. 국내에 사운드트랙은 발매가 되지 않았는데 일본 내에서는 영화 속 FISH STORY와 동일한 자켓으로 발매가 되었군요. 일본가면 꼭 구해봐야 겠습니다 ^^;

6. 이 영화를 보고나서 지금까지 하루 종일 무한 반복하고 있는 이 곡 'Fish Story'.


(역시 펑크는 항상 옳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09 'Fish Story' Film Partner에 있습니다.




이별 가운데는 언제나 예상치 않았던 이별들도 있기 마련인데, 일주일 전 쯤 갑작스레 듣게 된 한 소식 역시 이런 이별에 관한 이야기였네요. 광화문에 위치한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큐브와의 이별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유난히도 떠나보내는 이가 많았던 2009년, 8월의 어느 날 또 하나의 이별로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추억을 함께 했던 극장들 가운데 아쉽게 이별을 맞아야 했던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이번 씨네큐브의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첫 번째 이유는 그 갑작스러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대형 멀티플렉스들도 장사가 안된다며 티켓 값을 올리고 팝콘 가격을 올리는 마당에 예술영화 전용관으로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지요. 그래도 다른 극장들처럼 영화보러 온 사람들보다 여가 시간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지 않아 좋았고, 각종 넘쳐나는 먹을 거리들로 부스럭 거림과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아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었고, 그 공간에만 들어서면 절로 차분해 지는 분위기가 참 좋았었는데, 극장을 떠나 그런 공간과의 이별을 해야 한다니 먼저 아쉬움이 듭니다.




씨네큐브 광화문을 운영하던 영화사 백두대간이 8월을 끝으로 극장 운영을 그만 둔다는 소식을 듣고 나 니 새삼 씨네큐브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더군요. 처음 씨네큐브를 찾았던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아마도 본격적으로 즐겨찾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무렵이 아니었나 싶네요. 위의 사진 속 티켓처럼 프랑소와 오종의 <8명의 여인들>도 씨네큐브에서 보았었고, <아타나주아>같은 독특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으며, <브로크백 마운틴> <그르바비차> <도그빌> 그리고 가장 최근 작으로는 <반두비>까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들을 바로 씨네큐브라는 공간에서 함께 했었죠.

일반 상업영화들 외에 예술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씨네큐브 라는 극장은 자연스레 알게 되고 찾게 될 수 밖에는 없었던 극장이었고, 비슷한 예술영화전용관들 사이에서도 그 분위기 만큼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극장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일반 멀티플렉스가 젊은 연인들,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많은 반면, 씨네큐브는 나이 지긋하신 어른분들도 자주 만나볼 수 있었으며, 작가나 감독 등 직접 현업에 종사중인 예술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혼자서 극장을 찾는 이들이 멀티플렉스 보다는 훨씬 많은 극장이었죠. 저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땐 주저없이 혼자서도 많이 찾았었구요. 그러고보니 정말 혼자서 가장 많이 갔던 극장을 꼽으라면 단연 씨네큐브 일 것 같네요.




어느새 부턴가 멀티 플렉스에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상영시작 시간에 정확히 영화가 시작되고, 세뇌하듯 20분 넘게 몰아치는 광고를 볼 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크레딧이 온전히 다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극장내 불을 켜지 않은 극장. 당연한거지만 크레딧이 다 끝날 때까지 자리에 남아있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극장. 청소한다며 나가라고 하지도 않는 극장. 그래서 평소처럼 크레딧이 다 끝날 때까지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극장이 바로 씨네큐브였죠. 사실 이런 것은 굳이 씨네큐브가 잘했다기 보다는 다른 멀티플렉스들이 잘못하고 있는 점이죠.

극장의 분위기란 사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텐데, 좋은 영화란 무릇 여운이 남기 마련.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여운을 간직하고 싶은데 극장 문을 나서자마자 복잡하고 시끄러운 광경이 펼쳐진다면 있던 여운도 달아나기 마련이죠. 이런 의미에서 광화문 씨네큐브는 영화의 여운을 집으로 까지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좋은 분위기의 극장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극장 내 의자에 앉아서 영화의 장면들을 곱씹어 볼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하고 있었던 극장이었구요.





자꾸 분위기를 언급하는 이유는 분위기란 그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임의로 배려해서 끌고가는 면이 분명 존재하거든요. 아무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 책 한권을 읽으며 여유를 즐겨보려해도, 주변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소리, 여러 개의 관으로 입장, 퇴장하는 인파의 소음이 존재한다면 이런 여유를 즐겨볼 엄두조차 나질 않겠죠.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광화문 씨네큐브라는 공간은 어느 정도 공간이 분위기를 조장하는 뉘앙스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바닥에 까펫이 깔린 탓에 발자국 소리들도 들리지 않고, 상영관도 2개 뿐인 탓에 입퇴장을 통한 복잡함도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그 흔한 매점 하나 없으니 사고 먹고 하는 소리들도 들려올리 없죠. 매점이 없고 음식물이 반입되지 않으면 불편한 점도 분명있겠죠.매점이 반드시 없어야 한다거나 음식물은 반드시 반입되지 않은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이런 공간도 하나 있었으면 했고, 그것이 씨네큐브였다는 거죠. 그래서 마음에 들었구요. 자주 찾게 되었구요.




씨네큐브라는 극장을 알게 되고 이 곳에서 좋은 영화들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는데, 1년 전부터 (아..정말 벌써 1년이 되었네요) 좋은 기회에 백두대간에서 운영하는 씨네아트 블로그에 필진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죠. 그 때부터 더더욱 애착을 갖게 되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씨네아트 블로그에 참여하게 되면서 제 부족한 글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할 수도 있었고, 씨네아트를 통해 열리는 시사회나 행사들에 초대되어 보고 듣고 할 수 있는 기회들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씨네큐브를 찾게 될 때 그 전과는 다르게 뭐랄까, 같잖은 주인의식이 생겼다고 할까요. 마치 내 일 같아서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애착을 갖게 되었는데, 마음처럼 행동이 따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씨네아트 블로그로 활동한지도 이제 딱 1년이 되었네요.

그 동안 씨네아트 블로거로서 매달 '블로거 정기 상영회'라는 이름 하에 직접 상영작을 고르고 웹상에서 투표하여 상영하고,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끼리 남아 씨네토크도 하곤 하는데, 얼핏 1주년이 되었다는 생각에 그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만 진행했던 상영회를 씨네큐브에서 영화제 형식으로 진행해 보았으면 어떨까 했었는데, 이건 이제 실행으로는 옮기기 불가능하게 되었군요.



(눈 내리던 날의 씨네큐브)

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은, 광화문 씨네큐브가 폐관하는 것이냐 하는 것일텐데, 폐관하는 것은 아니에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10년 가까이 극장을 맡아서 운영해오던 영화사 백두대간이 더이상 운영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간 지원을 해오던 흥국생명의 모기업인 태광그룹에서 직접 운영을 하기로 결정이 된 것이죠. 그러니까 8월이 지나 9월이 되어도 광화문에 씨네큐브는 그대로 존재할 것이며 해머링맨도 그대로 일 것이고, 아마도 예술영화관으로서 계약이 남아있는 내년 3월까지는 멀티플렉스 처럼 상업영화들이 자주 걸리거나 하지는 않을 듯 하구요.

그러면 극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이별 운운하며 난리법석이냐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죠. 계약 기간이 아직 몇년이나 남았음에도 태광그룹이 백두대간을 쫓아내듯 극장에서 내몰게 된 되는 역시 수익적인 문제가 있었을 거에요. 그 큰 멀티플렉스 들도 팝콘 팔아서 이윤을 남긴다던데 매점조차 없고,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극장이 수익적으로 메리트가 있었을리 없고, 이를 지원하는 회사 측에서는 어차피 비지니스인데 이런 곳을 끌어안고만 있을 수는 없었겠죠. 그렇다해도 어차피 예술영화관으로서 엄청난 수익을 내려고 했던 것은 당연히 아닐테고, 계약기간도 아직 남아있다는데 이렇게 운영주체를 쫓아내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들을 탓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말그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이것은 수익을 내야할 사업이니까요. 태광을 탓하는게 아니라 그냥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는 거죠.



(씨네큐브의 또 다른 상징이었던 해머링 맨)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극장은 사라지거나 하지 않는다고 해도, 3월까지는 어찌되었든 라인업에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쳐도, 적어도 그 이후에도 씨네큐브가 지금과 같은 예술영화관으로서의 존재감과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을까에 대한 가능성은 적을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극장이 폐관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해도 수익을 내기 위한 모델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다면 아예 더나아가서는 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변모할 수도 있겠죠. 이를 반기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이 공간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새로운 광화문의 메카가 될지도 모르고, 극장으로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것이 반드시 나쁘지 만은 않아요. 그리고 혹여 직접 운영을 맡기로 한 태광에서 백두대간이 운영할 때와 같은 영화들과 극장 분위기를 계속 앞으로도 지속해줄런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하긴 그럴려고 했다면 굳이 운영주체를 변경할 이유도 없었겠지만요.





사실 이 사실을 처음 듣고 확인하기 위해서 담당자분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목소리에 너무 힘이 없으셨는데 뭐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더라구요. 사실 예술영화를 주로 수입해서 배급하는 영화사라는게 정말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결코 하기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디서 이런 비슷한 예기를 다른 분이 했더니 그 아래 너무 옹호하는게 아니냐 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던데, 저는 그래요. 옹호하는 겁니다. 옆에서 힘들게 일하시던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이번 운영중단이 부당하다 라는 식의 논리는 물론 아니에요. 옆에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알기에' 안타깝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예 9월부터는 정말 극장 리뉴얼을 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했으면 차라리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드네요. 왜냐하면 저만 같아도 이 공간에서 쌩뚱맞은 영화가 상영된다거나 아니면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이 공간을 직접 운영하셨던 분들께는 더 이상 이 곳이 자신들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올 것만 같아서요. 차라리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면 그런 마음이 좀 덜할 것 같네요. 극장은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그대로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면 아마 더 안타까울 것 같네요.




(이대 내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

다른 관련 기사를 통해 이미 알고 계시는 것처럼, 백두대간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는 손을 떼지만, 이대 내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의 운영은 계속 해나간다고 합니다. 그 동안 씨네큐브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라인업들을 모모에서 계속 이어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며, 그간 광화문과 이대로 분산되었던 것을 마치고 아트하우스 모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트하우스 모모는 씨네큐브에 비해 지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조금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처음 집 가까운 극장들을 놔두고 씨네큐브를 찾아 갔던 것처럼, 좋은 영화들을 만나볼 수만 있다면 아트하우스 모모도 새로운 예술영화의 메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두대간에서는 씨네큐브를 떠나는 것을 기억하며 기획적을 계획 중이기도 하구요.




(이제는 아트하우스 모모로!)

는 오늘 백두대간에서 상영하는 광화문 씨네큐브의 마지막 작품 <디스 이즈 잉글랜드>의 시사회에 참석하러 씨네큐브에 갑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가던 극장이지만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는 없겠네요.  <비카인드 리와인드>처럼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슬픔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데 단 순히 공간이 사라지는 것만 슬픈 것은 아니라는 걸 이번에 새삼 깨달았네요. 씨네큐브라는 공간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어쩌면 그 분위기와, 극장과 함께한 추억은 앞으로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더불어 그 동안은 씨네큐브 덕에 광화문 역시 자주 가곤 했었는데, 씨네큐브 가는 김에 광화문 교보문고도 가고, 씨네큐브 가는 길에 근처 까페들도 가고 했었는데, 앞으로는 광화문 광장 때문에도 그렇고 더더욱 광화문 자체에도 갈 일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안녕, 씨네큐브. 수 많은 좋은 영화들을 더할 나위 없이 즐길 수 있었던 그 곳.

2009.08.10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오늘의 목표는 홍대의 그 많은 골목들 가운데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골목들 걸어보기.




니가 밖에 내다보느라 고생이 많다.




유난히 눈에 들어온 컬러.




너무 더웠지만 그 만큼 너무 파랬던 하늘. 똑딱이라 더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골목은 마치 일본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동네와 거리 같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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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나고 난 뒤, 한 동안 잠잠했던 그의 LP 컬렉팅에 대한 욕구가 다시금 일어나 여기저기 알아보길 여러날.
우연히 들렀던 온라인 쇼핑몰에서 스릴러 25주년 기념 앨범의 2LP의 재고를 확인하고는 바로 질렀네요.





물론 CD로도 25주년 기념앨범을 가지고 있지만, LP의 맛은 분명 틀립니다. 특히 소장하는 입장에서 LP의 소장가치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죠(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물론(?) LP플레이어가 없습니다 -_-;;)






스릴러 당시의 마이클의 얼굴은 정말 가장 건강한 얼굴이었죠. 쌩쌩하고, 생기있다고나 할까요.





제가 특히 좋아하는 곡 'Human Nature'가 보이네요.





국내에는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들을 뒤져봐도 현재로서는 마이클 잭슨의 LP를 구하기가 정말 쉬운일이 아니더라구요. 마이클이 떠난 뒤에 리이슈가 되어 다시 수입이 되지 않을까도 기대해 보았지만, 이것이 CD도 아닌 LP이다보니 그런 관심에서도 멀어져있던 것 같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옆구리에 턱 하니 끼고는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왠지 모르게 뿌듯하더라구요 ^^;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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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Sony Music에 있습니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G.I. Joe: The Rise Of Cobra, 2009)
예고편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기는 방법


개인적으로 '지.아이.조' 그러니까 '지아이 유격대'에 대한 추억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어린 시절 가장 흥미롭게 가지고 놀았던 (컴퓨터 등장이전에) 장난감을 고르자면 단연 지아이 유격대 장난감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텐데, 다른 장난감들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운 동작 연출과(아마 다 관절 때문이었으리라;;) 다양한 캐릭터들, 그리고 탈 것들은 남자 아이들이 '피융~' '피융' 하면서 놀기에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장난감이었으며, 가장 선물 받고 싶은 장난감이기도 했다. 지아이 유격대와 관련한 추억이라면 너무 허리를 돌린 탓에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있는 고무밴드가 끊어져서, 집에서 흔히 돌아다니는 노란 고무줄로 수선하여 놀곤 했던 기억과, 어린 시절 성당 선생님에게 선물로 비행기 (탈 것은 아무래도 개별 캐릭터들 보다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특별한 날 선물이 아니면 좀처럼 얻기 힘든 것이었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영화를 보면서 반가웠던 것 하나는 바로 그 비행기가 영화 속에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장난감 외에 AFKN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도 본 기억이 있는데, '지 아이 조~~' 하는 주제가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렇게 때문에 개인적으로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은 이병헌의 출연작이라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으로 보게 된 영화였다. 물론 감독이 스티븐 소머즈라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본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으나 그런 점을 감안해도 많이 아쉬움이 남는 팝콘무비였다.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여름용, 블록버스터, 액션, 팝콘무비 등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라면 일단 볼거리가 충분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지.아이.조>는 예고편의 수준을 살짝 넘어서는 정도랄까. 개인적으로는 너무 과도하게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들과 스토리를 간과해도 너무 간과하는 수준의 전개와 재미없는 유머(사실 이게 좀 제일 별로였다. 화장실 유머라서도 아니고, 미국식 유머여서도 아니고, 분명 웃으라고 넣은 장면인데 재미가 없더라)는 아무리 앞서 언급한 성격을 갖고 있는 영화라 하더라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파리에서의 액션씬은 분명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가 보여주어야 할 화끈함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외에 액션 시퀀스들은 긴장감이나 임팩트면에서도 부족했고, 대결 구도나 전개방향도 너무 전형적이라 심심하게 느껴졌다. 나름 반전요소라고 준비한 듯한 두 가지 정도의 비밀은 '설마 저걸 반전으로 쓰려는건가?'싶을 정도로 간단한 수준이었다. 파리에서의 액션씬에서는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와의 조합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후반부 해저 액션씬이라던가 기지에서 벌어지는 액션씬에서는 CG와 실사와의 이질감이 너무 크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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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에는 은근히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장군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데니스 퀘이드는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 만의 매력을 전혀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수 많은 군인 중에 한 명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 주인공인 채닝 테이텀은 캐릭터 적으로는 거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고 립코드 역할로 나온 말론 웨이언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머'를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였는데 유머가 결국 먹히지 않아 없어도 큰 무리는 없을 정도의 캐릭터로 느껴졌다. 대통령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조나단 프라이스의 경우는 조금 의외의 출연이었는데, 아마도 영화의 구성상 2편이나 3편에서 더 큰 활약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기대를 했던 이병헌의 연기와 캐릭터는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타국의 관객들이 보아도 그가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영어 연기도 어색하지 않았으며 감정연기도 오버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영화 개봉전에 연기 자체보다도 궁금했던 건 분량이 어느 정도 일까 하는 것이었는데, 거의 주조연에 가까운 비중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이 아직 개봉전임을 감안했을 때 한국배우의 헐리웃 진출작으로서는 가장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전지현 주연의 <블러드>는 헐리웃 진출작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모호한 감이 있음으로 제외).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는 주인공들만 한다는 '회상' 씬을 여러 차례나 반복하기도 하고, 감정의 대립점도 분명하며 나름 스토리도 갖고 있는 캐릭터로서 주인공에 비해 크게 비중이 뒤쳐진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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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와 대립을 이루는 캐릭터는 '스네이크 아이즈'인데,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레이 파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서 다스 몰을 연기하기도 했던 배우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결국 본인의 얼굴을 노출하는 일은 없었다. 사실 출연 사실을 알고 그나마 기대했던 건 조셉 고든-레빗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왜 이런 영화에 출연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마치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왜 <이온 플럭스>에 출연했을까 했던 것 처럼). 그가 맡은 렉스 캐릭터 역시 2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게 될 모양이지만, 왠지 이런 영화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여주인공을 맡은 시에나 밀러는 머리 색이 달라서인지 처음에 포스터만 보고는 알아보지도 못했었는데(염색인줄 알았는데 가발이라고 한다), 가끔 회상씬에서 등장하는 금발 시절이 그리울 만큼 썩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던 캐릭터였다. 특히 캐릭터 자체가 조금 공감을 얻기 힘들다보니 더욱 이질감도 커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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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국 이 영화는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전작들을 아주 재미있게 본 이들에게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겐 <지.아이.조>가 <미이라>시리즈과 비교해 보자면 훨씬 더 아쉬운 작품이었네요.

2. 누가 스티븐 소머즈 감독 영화 아니랄까봐 브래든 프레이져와 '이모텝'이 출연합니다. 이모텝은 누가 이모텝 아니랄까봐 사막에서도 한 장면 등장하고 ^^;

3. 하스브로 로고가 따로 제작된 건가요? <트랜스포머> 때는 그냥 텍스트로만 나왔던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따로 로고 영상이 나오더군요.

4. 메가박스 신촌점에서 디지털로 관람하였는데, 디지털 상영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화질은 참 좋더군요~

5. 이 작품은 3부작으로 계획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뭔가 허전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캐릭터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 편도 아니에요.

6. '지금까지의 적들은 잊어라 모두가 실패해도 우리는 성공한다', 이 대사 바로 다음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이 말은 바로 틀린 말이 될듯.

7. 예전에 서양사람들이 중국사람들은 전부 이소룡처럼 쿵푸 고수인줄 알았던 것처럼, 이제 한국남자들은 전부 복근에 왕자 있는줄 알겠네요. 본 남자들이 비와 이병헌 뿐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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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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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Up, Digital 3D, 2009)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배려깊은 이야기


아..픽사 (Pixar). 이젠 굳이 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대한 구구절절 설명을 더하지 않아도 <니모를 찾아서> <월-E> <라따뚜이> 등 작품 이름만 대면 깔끔하게 정리될 정도로, 픽사라는 이름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거둔 대중적, 예술적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겠다. 그 렇기 때문에 최대한 서론을 줄이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픽사의 2009년 신작 <업>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을 수 밖에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이미 <월-E>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넘볼 정도의 작품성을 보여주었던 그들의 신작이라 이보다 더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역시 이런 점은 불필요한 기우에 불과했다(그렇다고 <업>이 반드시 <월-E>를 비롯한 픽사의 전작들 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것은 아니다). <월-E>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집필하고 <몬스터 주식회사>를 연출하기도 했던 피트 닥터 감독은 마치 이누도 잇신 감독이 생활 속 평범한 것들로 부터 진리와 따듯함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여러 영화들을 통해 굉장히 익숙해진 클리셰들을 담고 있음에도 또 한 번의 감동과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전달해주는 놀라운 결과물을 선보였다. 역시 누군가의 말처럼, '픽사는 항상 옳아요' 인 것일까? ^^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참고해주세요~)


ⓒ Pixar Animation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영화 초반 5분여, 그러니까 주인공인 칼 프레드릭슨이 홀로되기 전까지의 이야기 전개는 조금은 의외였다. 의외라는 것은 전개가 갑작스러워서라기 보단, 과연 이런 어른 취향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극장 내에서 이 부분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극장내 아이들이 모두 숨죽이듯 조용했던 것 같다. 모험을 꿈꾸는 칼이라는 소년이 엘리라는 소녀를 만나 결혼하고 삶의 행복과 아픔을 모두 함께 겪고 결국 엘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이 오프닝 시퀀스는 굉장히 짧고 빠른 전개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슬퍼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이상하게 처음 관람했을 때보다 내용을 이미 다 알고 본 두 번째 관람시에 더 눈물을 참기 어려웠는데, 단 5분 간의 오프닝 시퀀스 만으로 '칼'이라는 주인공에게 공감하도록 만드는 이 작품의 위력은 정말 당하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고 영화는 홀로 남은 칼을 조명한다. 모든 것을 함께 했던 그 집에 이제는 홀로 앉아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유리창을 닦는 칼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엘리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는지 단숨에 알 수 있게 해준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칼에게 이 집의 의미는 단순히 엘리와 함께 한 인생이 담긴 것이 아니라 '엘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고집을 부려가며 이 집을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던 칼은 점점 이 집을 지키려는 자신의 행동에서 집착을 발견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어려움 역시 인정하고서는, 예전부터 엘리와 함께 떠나기로 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들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로 엘리(=집)와 함께 떠나기로 맘을 먹는다.



ⓒ Pixar Animation Studios. All rights reserved


얼핏보면 이 여정의 의미가 단순히 엘리가 평생 이루지 못한 꿈을 이제라도 이루어줘야겠다 라는 결심만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 이 여정에는 이것 이상의 결심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칼은 더 이상 엘리 없는 삶과 엘리의 분신과도 같은 이 집을 현실로부터 지킬 수 없음을 인정하고는, 엘리와 함께 꿈꾸던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정을 자신의 삶의 '마지막'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칼은 파라다이스 폭포로 가서 엘리와 함께 하려고(삶의 마지막을 맞으려고) 이 여정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마지막 여정에 '러셀'이라는 소년이 불쑥 끼어들게 되면서 이야기의 양상은 180도 틀려지게, 아니 칼의 계획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게 된다.

칼이 러셀에게 그리 따듯하게 대하지 않는 것은 물론 러셀이 필요 이상으로 성가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ㅎ), 반드시 그것 때문만이라고 보긴 어려울 듯 하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칼은 이 여정을 '마지막'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를 애써 거부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이후 등장하는 강아지 '더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칼이 본래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파라다이스 폭포의 반대 쪽에 불시착하는 바람에, 칼은 어쩔 수 없이 러셀과 동행하게 되고 러셀로 인해 도요새 '케빈'과 말하는 강아지 '더그'와도 일행을 이루게 된다. 칼이라는 캐릭터를 떠올려보았을 때 이렇게 둘 이상의 누군가와 일행을 이루게 된다는 점 역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을텐데, 평소 내성적이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칼의 성격을 미뤄봤을 때(이런 말 없는 성격은 집안 내력임을 그의 결혼식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칼에게 엘리는 전부였고 그 외에 인간관계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걸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다. 서로에게 서로 밖에는 없었던 칼과 엘리의 관계는 엘리가 먼저 이별을 고하게 되면서 칼은 혼자 남는 방법을 배우지도 못한채 홀로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칼이 지속적으로 무리를 짓게 되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과 앞서 언급한 '마지막'의 의미가 더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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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러셀'이라는 캐릭터가 '칼'이라는 캐릭터의 들러리를 서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중간중간 언급되지만 러셀에게는 불우한 가정 환경이라는 아픔이 있다. 러셀은 시간이 날 때마다 칼에게 자신이 아버지와 함께 했던 일들, 아버지가 해주었던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나중에 '그냥 그 때가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우울하게 추억하는 걸 보면 현재는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마지막 우수대원으로 표창을 받는 자리에 보면 결국 새엄마 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러셀이 그렇게 우수 대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버튼을 모으는데에 목숨을 거는 것은 이런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대견한 (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운) 행동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칼 역시 처음에는 그냥 성가신 꼬마로만 알았지만 러셀의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되면서 가슴 한 켠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키워가게 된다.

처음에는 <월-E>가 그랬던 것처럼 칼과 엘리의 러브스토리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도 했었는데, 보면 볼 수록 이 영화의 주된 주제는, 가슴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지만 결국은 놓아주어야 할 것들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아주 배려깊게 다루고 있는 이야기임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이 '놓아준다'라는 개념은 분명 '버린다'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버린다'는 것은 필요 없는 것이나 짐이 되는 것을 떨쳐내는 것이 되겠지만, '놓아준다'라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들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랄까, 좀 더 감정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업>은 바로 이런 '놓아준다'라는 개념에 대한 배려 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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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게 놓아주어야 할 대상은 당연히 엘리다. 영화 속에서 칼과 엘리의 관계는 매우 짧게 묘사되지만 칼이 먼저 간 엘리에게 못해준 것이 많다고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장 가고 싶어했던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여행을 결국 가지 못했던 점은 칼에게 평생 후회로 남는 일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칼은 중간 중간 이 여정을 잠시 멈춰야만 할 일이 발생했을 때 쉽게 이를 택하지 못한다. 칼은 잠시 러셀과 일행들의 뜻을 따랐다가 집이 불타버리는 일에까지 이르자, 러셀과 더그에게 심한 말까지 하며 잠시나마 이들과 함께 했던 여정에 크게 후회하게 된다(나쁜 개야, 하는 부분은 감정적으로 가장 폭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엘리의 모험책을 우연히 읽게 된 칼은 그 동안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만 알았던 엘리의 모험 이야기가 자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로 채워져 있는 것을 알고는 크게 깨우치게 된다(아..이 장면은 정말 신파인데 정말 눈물이 많이 나더군요). 칼이 엘리를 놓아주려고 해도 놓아주지 못했던 것은 엘리가 자신의 모험책을 자신 때문에 채우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자책 때문이었는데, 오히려 엘리의 여정이 자신과 함께 했던 것이었음을 알고는, 드디어 엘리를 놓아줄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이런 칼을 너무 잘 알고 모든 것을 준비해 둔 엘리의 애틋한 마음씨에 또 한 번 울컥 ㅠ).

이 순간부터 칼의 행동이나 말투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전까지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던 칼이 이제는 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앞으로 누구와도 인연을 맺거나 소유하지 않으려던 칼은 더그에게 '내가 니 주인이야, 너는 내 개잖아'하며 180도 바뀐 마음을 전하는 한편, 러셀을 구하기 위해서 어떤 위협에도 주저하지 않는 용기도 보여준다. 칼이 엘리를 완전히 놓아주는 순간은 역시 칼이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엘리로 의미되는 집 대신에 러셀과 더그와 케빈을 선택하는 지점이다. 구름 아래로 멀어져가는 집을 바라보는 칼의 심정에서 안타까움만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칼이 엘리와 보낸 시간들로 인해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전 아직 이렇게 놓아줄 용기가 없어서인지 구름 아래로 사라져가는 집을 보니 짠한 마음이 더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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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작품에서 또 하나 꼭 언급해야할 인물이 있는데 그는 바로 '찰스 먼츠'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어린 칼이 동경하는 인물이자 미대륙을 개척한 개척자이며, 사람들의 편견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는 스스로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떠났던 인물이 바로 그다. 사실 찰스 먼츠를 일반적인 악당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그가 이렇게 그 큰 새에 집착하게 된 것은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고, 이를 사람들의 방식대로 증명하기 위해 아직도 인간 사회에 돌아오지 못한 채 남미 대륙에 홀로 남게 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찰스 먼츠는 칼의 또 다른 모습, 즉 놓아주어야 할 것들을 놓아주지 못한 경우의 칼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찰스 먼츠는 오로지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증명해야 된다는 그 강박관념 탓에 다른 모든 것을 잃게 되었고, 아이를 비롯한 칼 일행에게 공격을 가하는 등 '악당'같은 일도 서슴치 않는다. 물론 그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한편으론 칼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칼과는 달리 '러셀'과 같은 주변 환경은 갖지 못했던 불우한 캐릭터라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초반 칼이 러셀을 줄로 묶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애한테 그럴 수야 없지'하는 부분은 바로 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넘어서는 안될 지점을 알려주는, 그래서 찰스 먼츠와는 대비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바로 '찰스 먼츠'의 퇴장 부분의 묘사를 들 수 있겠다. 찰스 먼츠는 분명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집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던 이로 볼 수 있는데, 그냥 칼과의 대결 끝에 추락하고마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다른 곳도 아닌 픽사라면 어떻게든 찰스 먼츠를 더 따듯하게 보듬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결국 본편에서는 이것이 정말 찰스 먼츠의 마지막이라 아쉬웠다(물론 풍선을 달고 떨어졌으니 '번-E'의 경우처럼 나중에 추가 에피소드가 나올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본편에서 해결해 주지 않았으니 이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찰스 먼츠가 칼과의 만남을 통해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마무리가 있었다면 더 따듯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먼츠는 멀리하고 칼과 러셀만 행복하면 되는 것이 현실인가 하는 씁쓸함도....(그래서 이 작품은 더더욱 어른을 위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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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픽사 최초의 3D버전으로 상영되기도 했는데, 3D 자막버전은 상영되지 않아 3D버전을 만끽하려면 반드시 더빙 버전을 볼 수 밖에는 없어 많은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인데, 더빙의 만족도는 거의 100%에 가까웠다. 특히 이순재 씨의 더빙의 경우 가장 우려했던 것은 '칼'이 아니라 익숙한 '이순재'가 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는데, 딱 첫 대사에서만 이순재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나 할까. 전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이순재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을 정도로 '칼'과의 싱크로율은 실로 대단했다. 확실히 수십년 간의 연기 내공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새삼스러운 생각도 하게 되었을 정도로 이순재씨의 더빙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으며, 다른 캐릭터들 역시 김기현, 장광 씨를 비롯해 전문 성우분들이 맡아 평균 이상의 훌륭한 퀄리티를 선보였다.

3D의 경우 확실히 아이맥스가 아니다보니(역시 3D는 아이맥스와 결합해야 훨씬 더 시너지 효과를 낸다!) 화면에 꽉차는 느낌이 없어서 입체감이 좀 덜한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전체를 입체안경을 쓰고 관람한 것에 비해 3D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 꼭 전체였던 것만은 아니었다(참고로 이번 <업> 3D버전은 입체 안경을 쓰지 않고 보아도 화면이 두겹으로 보인다거나 하지 않더군요. 모든 장면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더군요). 혹시나 해서 추가하자면 이런 느낌은 어디까지나 3D영화를 비교적 많이 본 입장에서(그 중 대부분이 아이맥스 3D였다는 점, 그리고 4D마저 체험한 점)의 느낌이라 아쉬운 부분이 발생했다는 것이지, 3D를 처음 접하거나 자주 접하지 않은 관객들은 다들 너무 신기해하고 즐겁게 관람하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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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개봉일 관람했을 때는 초반 5분을 보며 그냥 울컥하기만 했었는데, 오히려 두 번째 관람에서 와락 쏟아지더군요.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 오히려 더 ㅠㅠ

2. 자막 버전을 주중에 꼭 볼 예정이지만, 확실히 이순재씨의 더빙은 정말 만족스러운 편이며 몇몇 장면은 우리말 더빙이어서 더욱 느낌이 사는 것 같아요. 특히 '멈춰라, 이 개들아' 하는 것들은 자막보다는 어감에서 주는 재미가 더 있는 부분일듯. 개가 말한다는 설정을 더 실감나게 체감하기 위해서는 역시 우리말로 얘기해주는게 더욱 실감날 것 같아요.

3. 극 중 등장하는 파라다이스 폭포는 실제로 베네수엘라에 있는 '엔젤 폭포'를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극 중 칼이 구매했던 비행기 티켓을 보면 '베네수엘라'라고 써있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러셀과 칼이 찰스 먼츠에게 식사 대접을 받을 때 나온 요리를 보고는 혹시 '라따뚜이'에 나온 음식이 아닐까 했었는데, 정말 맞군요 ㅎㅎ

5. 픽사의 거의 모든 작품에 까메오로 등장하고 있는 '피자 플래닛 트럭'은 이번 작품에도 여전히 등장합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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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고는 '스타워즈'를 바로 떠올리긴 했었는데, 개인적으론 루크 일행을 쫓아온 다스 베이더와 타이 파이터를 패러디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그 대형이 너무 흡사했음), 트리비아를 보니 스타워즈는 맞으나 X-Wing 파일럿들과 레드 스쿼드런을 패러디한 것이더군요. 본래는 레드 스쿼드런인데 개들은 색맹이라 그레이 스쿼드런으로 했다는 것이 재밌더군요 ㅎㅎ 참고로 마지막 에필로그에 칼과 러셀이 '스타워즈'를 보러가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7. 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 많더라구요. 탐험대원 러셀은 보이스카웃인 어린 인디를 닮았고, 열기구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개들에게서 도망치다가 절벽을 건너는 장면에서 개들이 절벽아래 강가에 떨어지는 장면은 마치 '인디아나 존스 - Temple Of Doom'의 마지막,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적들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사다리를 위아래로 오르며 발아래로 먼치를 차는 칼의 모습도 그렇고, 심지어 줄에 의지해 사라진 러셀 일행을 칼이 내려다보는 것이나 러셀이 모자가 벗겨진채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최후의 성전'에서 인디가 아버지 존스와 아래를 내려다보는 장면과 너무 닮았더라구요.


8. 처음 관람했을 때는 찰스 먼츠 씨의 이야기 부분이 조금 아쉬워 별점을 4개 반 줄 작정이었는데, 두 번째 관람하고나서는 어쩔 수 없이 만점을 줄 수 밖에는 없는 나 자신을 발견 ^^;;

9. 개봉날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보았을 때는 없었는데, 어제 용산 CGV에서 관람할 때는 상영전에 토이스토리 3의 예고편이 나오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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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 -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함께한 25년간
블루레이 리뷰

영화나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공연들이 한 두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라이브로 직접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물론,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의 사운드트랙 공연 실황을 보고 싶다는 바램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만큼이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터라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수록된 곡들을 직접 라이브로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하는 생각을 한 두번 해본 것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보고 싶은 두 가지 공연을 꼽으라면 첫 번째로는 <카우보이 비밥> <신세기 에반게리온>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등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음악을 만들었던 칸노 요코의 공연을 들 수 있을텐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몇 해전 국내에서 가졌던 내한 공연에 참석할 수 있었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황홀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으로 느낄 수 있었던 건 확실히 그냥 일반 뮤지션의 콘서트와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 공연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가수의 노래를 직접 듣는 것과 애니메이션의 수록곡을 직접 듣는 경험은 같은 종류로 비교되기 어려울 정도로 분명 '다른' 체험이었는데, 뭐랄까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었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칸노 요코의 공연 보다 조금 더 보고 싶었던 공연이 있었다면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서 항상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의 공연을 꼽을 수 있겠다. 헐리웃에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콤비가 있다면, 일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시 조 콤비를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없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히사이시 조는 지브리의 작품들 외에 여러 극영화들과 개인 음반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었지만, 가장 빛을 발하고 가장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것은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히사이시 조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한 25년의 세월을 정리하며 기념 공연을 가졌다는 소식은 팬으로서 당장 일본으로 날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의 반가운 소식이었으며, 지난해 NHK를 통해 방영했던 공연을 스트리밍 영상으로나마 접한 뒤 하루 빨리 블루레이나 DVD로 출시를 고대했었는데, 드디어 올해 일본 내에서 반갑게도 블루레이 포맷으로 발매가 되어 이 미칠듯한 고환율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타이틀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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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4일과 5일 양일간 무도관에서 열렸던 '히사이시 조 in 무도관 _ 지브리 아니메와 함께 걸어온 25년간' 공연 실황은 지난 해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벼랑위의 포뇨> 개봉에 촛점이 조금 더 맞춰져 있기는 하지만 '함께 걸어온 25년간'이라는 제목처럼 그 간의 작품들 속에 담긴 주옥같은 곡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200인조로 이뤄진 뉴 저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800명에 달하는 합창단으로 이뤄진 이번 공연에서 히사이시 조는 기존 곡들을 조금씩 편곡하여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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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에는 미아쟈카 하야오가 감독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모든 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서막을 장식하는 것은 1984년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風の谷の ナウシカ)>이다. 오프닝 테마 속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솔로를 듣는 순간 관객은 순식간에 애니메이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대규모 코러스가 함께하는 레퀴엠이 이어진 뒤 공연장 가운데를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 나우시카의 한 장면이 나옴과 동시에 'The Battle Between Mehve And Corvette'이 이어진다.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과 더불어 삽입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그 특유의 아이들 코러스가 매력적인 레퀴엠이 이어지며, 나우시카의 엔딩곡 'The Bird Man : Ending'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섹션은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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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만나게 되는 작품은 바로 내가 10년 가까이 쓰고 있는 닉네임인 '아쉬타카'의 어원이 된 '아시타카'가 등장하는 1997년작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이다. 'The Legend Of Ashitaka'의 웅장한 사운드를 듣는 순간 숨이 멎을 듯 했다. 그 다음은 <모노노케 히메>속 장면들과 함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는 메인 테마곡 '모노노케 히메'가 하야시 마사코에 의해 불려진다. 하야시 마사코는 <벼랑 위의 포뇨>의 주제곡에도 참여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본래 이 곡을 불렀던 요시카즈 메라가 불렀다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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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섹션은 1989년작 <마녀 배달부 키키 (
魔女の宅急便)>가 이어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좀 더 애잔하고 감성적인 느낌의 편곡으로 이뤄져있는데, 특히 두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마음 아픈 키키' 같은 곡은 '키키가 이렇게 슬펐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공연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마녀 배달부 키키>의 경우 스크린 속 영상과 음악이 더 멋지게 조화를 이루어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바이올린 솔로 역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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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의 섹션이 끝나면 이 공연의 주요 테마라고 할 수 있는 <벼랑 위의 포뇨 (
崖の上のポニョ)> 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때 쯤 되서야 히사이시 조가 처음으로 마이크를 들고 무대 앞에서서 자신과 오케스트라, 합창단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벼랑 위의 포뇨>에는 무려 8곡이 포진되어 있는데 중간 중간 보컬 곡이 포함된 관계로 크게 지루하지 않은 편이다. 첫 번째 보컬 곡은 앞서 '모노노케 히메'의 메인테마 곡을 불렀던 하야시 마사코의 '바다의 엄마 / 海のおかあさん'이다.  '파 도 타는 물고기 포뇨 / 波の魚のポニョ'에서는 브라스의 활약이 돋보이며, 두 번째 보컬 곡은 후지오카후지마키가 등장해 '후지모토 / フジモト'의 테마곡을 들려준다. 세 번째 보컬 곡은 '폭풍 속의 해바라기 집 / 嵐のひまわりの家 '인데 이 곡을 부른 '마이'는 다름 아닌 히사이시 조의 친 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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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포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포뇨 포뇨 포뇨~'하는 메인테마곡이다. 후지오카후지마키와 어린 소녀 오오하시 오조미가 부르는 이 곡은 한 번 들은 사람들은 입에서 땔 수 없을 정도로 중독성 있는 곡으로 라이브를 많이 본 이들이라면 율동마저 외우게 되는 곡이다(길을 가다 이 곡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율동이 나와 당황스러웠던 적도 -_-;;). 참고로 오오하시 오조미와 함께 이 곡을 부른 후지오카후지마키를 그냥 '아저씨들'로 알고 있는 이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은 이전 70년대에 방송금지곡을 연달아 발표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밴드 '마리챤즈'의 멤버인데, 이들이 이렇게 어린 꼬마와 '포뇨 포뇨~'하는 곡을 부르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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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또 하나의 대표작인 1986년작 <천공의 성 라퓨타 (天空の城ラピュタ)>이다. 고적대가 객석 뒤에서부터 등장해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연출이 인상적이며, 라퓨타의 메인 테마라 할 수 있는 '合唱 君をのせて (합창, 너를 태우고)'도 인상적이다. 마지막 곡은 오케스트라가 모두 퇴장한 가운데 고적대의 반주로만 이뤄진다. 합창이 이뤄질 때 무도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숨죽이듯 감상하는 자세도 또 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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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야자키 작품들 중 하나인 1992년작 <붉은 돼지 (
紅の 豚)>이다. 특히 여기서 히사이시 조가 피아노 솔로로 연주하는 마르코와 지나의 테마곡은 지브리 사운드트랙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번 공연에서는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와 더불어 섹소폰 및 브라스의 연주로 들려주고 있는데, 작품이 그러한 것처럼 성인 취향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편곡이었다. 이번 공연에 <붉은 돼지> 관련 곡은 마지막 앵콜 곡을 포함하여 딱 두 곡 뿐인데, 마지막 엔딩 테마인 '때로는 옛 이야기를'을 들을 수 없어 살짝 아쉽기도 했다. <붉은 돼지> 섹션이 끝나고 나서는 스크린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자신과 예전부터 작품을 함께 해온 히사이시 조의 대한 감사와 추억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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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작품은 2004년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ハウルの動く城)>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Merry- go-round'는 역시 지브리 사운드 트랙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테마이기도 한데, 오케스트라를 통해 만나니 더욱 웅장하고 후반부에는 박진감마저 느껴진다. 특히 왈츠 리듬의 '따라라라~ 따라라라~따라라라~라 라라라라라~'로 이어지는 후렴구는 언제들어도 행복해진다. 하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는 극 중에서 하울이 처음 켈시퍼를 만나게 되는 그 장면, 소피가 그 광경을 목격하던 순간에 흐르던 곡인데, 이번 공연에서도 바로 그 장면과 함께 만나볼 수가 있었다. 'Merry- go-round'는 피아노 솔로가 메인이 되어 다시 한번 들려주는데, 이 곡의 왈츠 리듬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몸을 가만히 있기 힘들 정도다. 극중 하울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기무라 타쿠야의 목소리도 절로 떠오르고 그 공중을 걷던 장면도 생생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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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2001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千と千尋の神隱し)>인데, 처음 만나게 되는 곡은 본래는 경음악 곡인 '어 느 여름날(あの夏へ)'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히라하라 아야카의 보컬 곡인 '생명의 이름(いのちの名前)'으로 편곡되어 불려진다. 두 번째 곡 '또 다시 ( ふたたび )' 역시 본래는 경음악이었으나 히라하라 아야카의 보컬 곡으로 편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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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만나볼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인 1988년작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 トトロ)>이다. 하프 연주가 인상적인 '風 のとおり道 (바람이 지나는 길)'이 흐르면 어느 덧 무도관은 일본 시골의 어느 마을로 변해버린다. 다양한 코러스 파트의 합창이 돋보이는 'さんぽ (산책)'의 후렴구에는 지금까지 출연했던 출연진이 모두 무대 위에 등장해 합창으로 마무리한다. 이 곡이 끝나고 나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와 픽사 스튜디오의 존 라세터가 함께 토토로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영상이 잠시 나온 뒤, '토토로! 토토로' 하는 <이웃집 토토로>의 메인 테마곡이 연주된다. 토토로가 끝나고 나면 무대 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꽃을 들고 나타나 히사이시 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데, 이 장면은 정말 뭉클해 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25년간을 함께 해온 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 팬으로서도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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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앵콜 곡으로는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인 <붉은 돼지>의 삽입곡 'Madness'와 <모노노케 히메>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ashitaka and san'이 연주된다. 대단원의 콘서트를 마무리 하는 곡으로는 사실 조금 의외의 선곡이었는데(그래서 더 좋았지만), 차분하게 정리하며 마무리할 수 있어서 더 뜻 깊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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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영상으로는 메이킹 필름이 담겨있는데 2008년 8월 2일과 3일 가졌던 전체 리허설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히사이시 조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으며,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소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공연 당일 이뤄진 출연진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다. 이 역시 모두 HD영상으로 제공된다. 그 밖에 공연 중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의 영상을 따로 감상할 수 있는데, 흥미로운건 이 작품들이 아직 블루레이로 출시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HD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거의 최초의 기회라는 점이다.



ⓒ2009 NHK Video. All Rights Reserved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마도 스튜디오 지브리의 팬이라면 이번 히사이시 조의 공연은 그야말로 '꿈'같은 공연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함께 해온 지브리 작품들과 그리고 히사이시 조의 음악들과의 추억들을 되새겨 볼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무엇보다 다시금 책장에 꽃혀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DVD들을 꺼내보게 했던 매력적인 타이틀이었다. 아마도 이번 공연 실황 타이틀은 지브리 타이틀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무 때나 불쑥 꺼내어 봐도 언제든 행복해질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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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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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내 이름은 브루스 (My Name is Bruce, 2007)

브루스 캠벨의 자화상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선보인 수많은 신작들 사이에서 유난히 흥미를 끄는 구작이 있었다면 (2007년 작이니 어쨋든 구작;;) 바로 이 영화 <내 이름은 브루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호러 영화의 팬이라면,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에 열광했던 이들이라면 '브루스 캠벨'이라는 이름을 모를리 없을 텐데, 이 영화는 바로 브루스 캠벨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오롯이 그 만의 브루스 캠벨 영화이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느냐(이 영화에는 특히나 '즐긴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그렇지 못하느냐는 바로 브루스 캠벨이라는 배우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여히 따져봤을 때 이 영화는 B급 영화에 추억을 되살린 <플래닛 테러>나 <드래그 미 투 헬>보다 만듦새나 짜임새 부분에서 많이 뒤쳐지고, 일부 유머는 B급 영화라 하더라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는데(물론 그 지점이 유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브루스 캠벨이라는 인물과 결합시킨다면 그럭저럭 볼 만한 코믹 영화가 된다. 그야말로 '깔깔' 대며 웃을 수 있는 B급 호러 무비 말이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런데 이 영화가 마냥 웃기고 모자라 보이기만 하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웃기는 것도 브루스 캠벨이어서 이지만 짠해 지는 것도 다 브루스 캠벨이기 때문이리라. 이 영화는 굉장히 자전적인데, 일단 은퇴를 한 것도 아니고 (어쨋든) 현역에 있는 배우의 이야기를, 그것도 자신 스스로가 거침없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묘한 짠~한 감정이 올라온다. 영화 속 브루스 캠벨은 한 때 유명했던 B급 영화배우로 지금은 완전히 퇴물취급을 받고 싸구려 트레일러에서 생활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아직도 '무비 스타'라는 거품을 안고 사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브루스 캠벨은 <이블 데드> 이후 수 많은 영화들에 출연하기도 했었지만 그 자신이 주인공으로서 화제가 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으며, 까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된 적이 오히려 많았었다(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는 모두 까메오로 출연하고 있다). 극 중 퇴물로 그려지는 B급 영화배우 브루스 캠벨과 실제 브루스 캠벨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자학적이기 까지한 이런 묘사는 그의 팬이라면 가슴 한 켠이 짠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자신을 연출하고 연기한 브루스 캠벨이 이런 부분을 아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쾌한 한 편 '내 처지가 참 씁쓸하다'라고 회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이런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솔직하게 조명하는 것에 즐기는 듯한 (해탈한 듯한!) 경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적절히 이용하고 드러내면서 '브루스 캠벨'이라는 영화 속 캐릭터를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간다. 그의 전작들에 장면이나 캐릭터를 인용하는 한편, 그의 오랜 팬들이라면 반길 만한 설정들과 까메오들은 이 영화가 단순히 씁쓸한 현재를 보여주거나 즐거웠던 '한 때'를 추억하기 위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실 공포영화로서나 아니면 B급 호러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편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빵빵 터트려 주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봐서는 so so에 가까운 것이 사실. 어딘선가 이 영화 리뷰를 읽으면서 '브루스 캠벨이 전기톱을 쓰지 않은 것은 반칙처럼 느껴진다'라는 평을 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 속에 전기톱이 '짜잔!'하고 등장했을 때 영화 속 팬보이의 모습처럼 마지막에 브루스가 중국에서 온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전기톱을 최종 무기로 사용하길 바랬었지만, 브루스는 허무할 정도로 단 칼에 '그건 실용적이지 않아'라는 식으로 무시해버린다. 이는 한 편으론 아쉬운 부분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그 스스로 더 이상 <이블 데드>에 얽매여서는 배우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일종의 고백이 아니었나 싶다.

여튼 이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영화다. 그 허접함과 말도 안되는 설정들, 뻔히 보이는 유머코드는 귀엽기 까지 하다. <이블 데드>의 '애쉬'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의무감에 봐줘야할 영화가 아닐까 ^^


1. 영화 속 컨트리 송은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 못지 않게 중독성이 강합니다.

2. 샘 레이미의 동생이기도 한 테드 레이미와 댄 힉스 등의 모습도 반갑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있습니다.










지난 해였나, 일본 TV를 통해 방송되었던 히사이시 조와 그가 만든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의 수록곡들로 이뤄진 음악회 실황 클립을 본 적이 있었는데, 스튜디오 지브리의 골수팬인 나로서는 이 음악회의 감동은 실로 이루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이후 이 음악회가 일본내에서 블루레이로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미칠듯한 환율에 꾹꾹 참고 있던 중 발매와 동시에 '저도 받았어요~'하는 글들을 보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차, 친한 형님께서 미개봉 타이틀을 파신다는 글에 재빨리 연락을 취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득템할 수 있었다!

나중에 차근차근 리뷰를 해보게 되겠지만, 이 영상물은 일본에서 발매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음악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자막 없이도 본 공연을 즐기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으며, 부족함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을 만한 공연을 들려주는 것이 사실이다.

히사이시 조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함께 해온 25년을 정리하는 공연으로서, 일본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무도관에서 진행이 되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근래 질렀던 블루레이들. 엇그제 밤에 자미로콰이 보다가 졸았음 -_-;;
나머지 작품들도 당췌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라 얼른 큰 맘먹고 감상하고 리뷰도 써봐야 할듯.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바더 마인호프 (The Baader Meinhof Complex, Der Baader Meinhof Komplex, 2008)
혁명, 그 현실의 이름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 <바더 마인호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무언가 정치적이라는 것과 독일을 배경으로(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서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포스터를 통해 <롤라 런>과 <뮌헨>등에 출연했었던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와 (이 영화와 여러모로 관련이 있는 <뮌헨>에 그가 출연했었다는 점도 이채롭다) <타인이 삶>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마르티나 게덱이 출연한다는 것 정도가 이 영화의 사전정보라면 정보였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는 비슷한 영화들이 그러하듯 소규모 작업으로 이뤄진 이른바 '작은' 영화인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영화는 독일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와 630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는 등 상당히 큰 규모의 영화였고,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 만큼이나 영화적인 완성도도 높았던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다시 말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정치/사회적 '메시지'도 매우 중요하지만, '정치적인 영화는 별로야'하며 섣불리 외면하기에는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도 상당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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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독일적군파 (RAF : Red Army Faction)'라 불리는 혁명단체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 단체는 영화의 제목이기도한 '안드레아스 바더'와 '울리케 마인호프'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급진적 혁명단체로서, 반자본주의 아래 미국의 베트남침공에 반대하며 폭탄테러와 방화, 비행기 납치 등을 일으켜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던 단체다.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다. 영화 속에서 독일적군파가 일으킨 테러 행위들도 실제 있었던 사건들이며 그들이 겪는 일들도 대부분 실화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형식을 갖고 있는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접근방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뉘앙스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극영화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두 가지 요소가 서로를 잘 보완하고 있는 경우다. 실제로 영화 속 주요 사건들을 전하는 영상들은 실제 사건을 보도했던 당시의 뉴스 영상들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이 영화 속에서는 검은 구월단이 주축이 되었던 뮌헨 올림픽 참사에 대한 영상들도 등장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의 몇몇 장면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하여 만든 장면인지를 이 영화 속 영상을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대부분 역사 속 사건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전체적인 맥락도 맥락이지만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사건'에 더욱 집중하곤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더 마인호프>역시 초중반 까지는 비슷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어떻게 독일적군파 라는 단체가 조직되게 되었는지와 그들의 주장하는 바는 어떤 것인지, 그들이 혁명 단체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실제 역사 속 사건들을 배경으로 그려낸다. 이 부분들의 디테일이나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논쟁 거리들만 해도 충분히 좋은 영화였으나 <바더 마인호프>는 여기서 한 발 더나아가 혁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어서 어떻게 사라져가는가에 대해, 혹은 반대로 한 가지 사건의 종결로 끝나버리지 않고 계속 반복될 수 밖에는 없는 혁명의 원인과 현상들에 대해 아주 현실적이고 깊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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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보통 영화같았다면 '바더'와 '마인호프'가 사실상 사라지는 지점에서 영화 역시 막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봐야 하는 가로 마무리 지었겠지만(이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와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라는 큰 줄기에서 이 혁명이 갖는 의의와, 혁명과 테러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일단 이들의 행동이 보다 혁명스러웠을 때에는 그들이 싸워 승리하려고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대한 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을 때, 우리는 미국인도 아니었고 베트남인은 더더욱 아니었지만 이 부당한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삶을 던졌던 서독인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지점은 영화 초반 TV토론을 보는 한 가족의 대화에서 잘 드러나는데, 부모는 남의 일처럼 얘기하며 비아냥거리지만, 후에 독일적군파가 되는 딸은 부모의 무관심함과 무지에 대해 분노하며 자신의 의견을 쏟아낸다. 영화 속에 드러난 것만 보자면 독일적군파의 행동들은 다른 혁명이나 테러들과는 달리 본인들의 이익이나 해방을 위한다기 보다는 더 넓은 인류의 해방에 가치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렇게 자신의 안위에 직접적 관련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의 모습은 분명 현실에 놓인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최근 국내 정세는 단순히 정치적인 것에 한정되는 일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가치관의 문제여서 광장으로 참여를 해야만 했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더욱 신념과 현실에 관계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영화 초반 이란의 전제군주 방문 반대집회에서 시민, 학생들이 경찰들에 의해 몽둥이로 맞고 밟히고, 물대포에 맞고 하는 강경진압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을 영화 속 장면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 고통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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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통해 가장 깊게 고민해볼 것 중 하나라면 '그 깟 돌 좀 던진다고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하는것도 아니잖나?
' 하는 질문의 대답과 혁명이 테러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에 있겠다. 첫 번째 질문은 비단 이번 영화에서 뿐 아니라 최근 국내 상황 탓에 각종 커뮤니티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번이나 고민을 해보았던 문제였는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것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더 알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돌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대답이었다면, 영화를 보고나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답처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즉 나중에 후세에 그래도 나는 돌이라도 던지며 '행동'했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위해 어쩌면 거대한 변화를 이루지 못할 지라도 계속 돌을 던져야 한다는 대답을 추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혁명을 다루면서 사건에만 집중하게 되면 놓치게 되는 부분이 많을 수 밖에는 없는데, 영화라는 대중적 매체에서 사건 그 이후에 겪게 되는 일들까지 다 담아내기는 그릇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바더 마인호프>는 2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통해 사건 그 이후에 대한 얘기를 더 집중적으로 들려주려 한다. 즉 혁명의 주체가 그 구심점을 잃고 사라진 이후에는 어떻게 변해가는지, 과연 초창기의 의도대로 혁명은 계속 지속되는지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이 영화는 비교적 객관적인 편이다. 초중반까지만 보자면 독일적군파에 편에 서 있는 듯 하지만, 바더와 마인호프가 활동하지 못하게 되는 시점부터 테러를 위한 테러가 되어버린 이들의 모습과 그리고 본말이 전도되어 그 의도마저 퇴색되어 버린 다음 세대의 혁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그대로 보여준다. 왜 그들이 이 단체에 가담하고 있는가 물었을 때 '영웅심' 이라고 답하는데, 이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2세대, 3세대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리고 '바더'와 '마인호프' 및 독일적군파의 주요인물들을 잡아들였다고 테러를 모두 종식시켰다고 믿는 정부관리들의 생각이나,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테러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테러라는 것이 왜 계속되며 눈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면사라져버리는 그런 단발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고 접근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독일적군파를 소탕하기 위해 주민등록에 의한 색출 방식등 서독 사회가 발전하게 되는 점은 아이러니다). 이 영화가 진정으로 힘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은 제목과는 다르게 '바더'와 '마인호프'가 모두 사라진 다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2,3세대가 맹목적인 (테러를 위한 테러에 가까운) 신념을 행동에 옮겼다가 나중에야 자신들이 사실마저 외곡하고, 아니 듣지 않으려고 했었다는 걸 알았을 때 공황상태에 빠져버리는 상황도 잘 표현되고 있다. 이 영화는 결국 '독일적군파'의 행동이 혁명이었는가 테러였는가 라는 선택의 질문보다는, 혁명이라는 것이 어떻게 진화, 발전, 퇴색 되는지에 대한(혁명이 반드시 진화해서 발전되고 퇴색된다는 말은 아니다) 매우 현실적인 (굳이 실화라는 설명이 없어도 말이다)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다.


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영화적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답게 장면 장면의 영상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으며, <뮌헨>에서 느꼈던 당시의 의상이나 색감 등도 이 영화에서 유감없이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여러나라가 등장하는 로케이션 촬영을 통한 장면들도 인상적이고, 당시를 좀 더 체감할 수 있는 록넘버 들도 인상적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이것이 과거에만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갈수록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영화들을 피하지 말고 봐야 하겠지만.


1. 당시에 대한 관련 역사적 사실들을 더 풍부하게 알고 있다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 되겠지만, 꼭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영화 속 정보만을 가지고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2. 국내 개봉제목은 '바더 마인호프'지만 원제는 '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더군요. 제목에 '컴플렉스'라는 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영화를 다보고 나서야 깨달았네요.

3. 상영관이 적은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하이퍼텍 나다에서 관람했네요.

4. 배우들의 연기도 캐릭터도 참 인상적입니다.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요.

5. 엔딩 크래딧과 함께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가 흐릅니다.

6. 나중에 DVD/블루레이로 출시된다면 관련 자료들이 서플에 가득담겨 출시된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Constantin Film Produktion에 있습니다.








이글 아이 : 블루레이 리뷰 (Eagle Eye : Blu-ray Review)
http://dvdprime.paran.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801&master_id=1


극장에서 보았을 때 보다블루레이를 보며 좀 더 만족스러웠던 영화.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A Good Night Sleep for THE BAD, 2009)
폭력과 사회가 만들어낸 청춘의 자화상


이미 몇 번의 관련 포스팅을 통해 밝혔던 것 처럼 이 영화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는 연출을 맡은 권영철 감독님과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인해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가장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으며, 조금이나마 오늘 이렇게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까지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제를 통한 최초의 공개가 더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상영직전 상영관 밖에서 감독님과 잠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자신이 연출한 첫 번째 장편영화가 처음 관객들에게(배우들에게도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공개되는 날이라 그런지 분명 긴장되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실 감독님에 비하면 천 분의 1도 안되겠지만 극장안이 컴컴해지고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라는 타이틀이 스크린 가득 펼쳐지니 나도 덩달아 무척 흥분이 되었다. 그렇게 90분 남짓 진행된 영화는 장르영화적 성격이 짙은 영화일 것이라는 본래 예상과는 달리 폭력과 가족 그리고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한 편의 드라마였으며, 무엇보다 비슷한 메시지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영화들 과는 달리 주인공 캐릭터에게서 다른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신선한 영화이기도 했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는 아마도 마지막에 임박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되는 자동차 사고 장면으로 시작된다. 윤성(김흥수)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가지고서는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큰 가방을 가지고는 함께 있던 영조(오태경)를 따돌리고 길가로 나온다. 멀리서 차 한대가 오자 타고가려고 하지만 차는 서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그러자 윤성은 이렇게 한 마디 한다. '에이씨, 뭐 타고 가지?'. (이 대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깊게 와닿았는데 나중에 한번 더 등장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처음 등장하는 서울 근교 어느 동네 쯤으로 보이는 황량한 로케이션 장소를 보는 순간, 일단 참 장소 선택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면 <살인의 추억>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그 들판을 떠올리게도 하는 곳이었는데,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찾아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이었지만 그 황량함과 영화 속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스틸 컷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대한 신뢰는 그리 크지 않았었다. 하지만 스틸 컷이 공개된 이후에는 특히 김흥수 씨에게서 '살아있는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영화 속에서도 이런 그의 혼란스러움과 절박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동안 김흥수 씨가 출연한 작품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확실히 이번 작품을 통해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그가 연기한 '윤성'이라는 캐릭터는 이렇게 피범벅이 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과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단순히 모든 것을 다 걸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캐릭터가 아니라 무언가 계속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그저 내던지는 것 만으로는 표현이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었을 듯 하다. 그런 면에서 김흥수 씨의 연기는 바로 그런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게 할 만큼 인상적인 연기였으며, 그 청춘의 불완전함을 비교적 잘 표현해 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는 내내 가장 놀라웠던 것은 '영조' 역할을 맡은 오태경 씨의 열연이었다. 아역 배우때의 작품들부터 적지 않은 출연작을 보아왔던 입장에서 이번 그가 연기한 '영조' 캐릭터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 이질감 마저 느껴질 정도였는데, 불량스러운 표정과 말투에 나이를 몇 살은 더 먹은 듯한 그 얼굴은 과연 오태경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마치 <똥파리>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양익준 감독의 모습에서 전혀 '양익준'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처럼, '영조'에게서는 전혀 '오태경'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다음 스틸컷이 나오기까지 이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까 줄거리를 얘기하면서 언급한 '에이씨, 뭐 타고 가지?'(정확한 건진 모르겠네요)는 후반 부에도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이 대사는 윤성이라는 캐릭터와 맞물려 상당히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던져주었다. '어떻게 가지?'가 아니라 '뭘 타고 가지?'라는 건 수단의 개념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청춘의 자화상은 뭘 해야 좋을지 모르는 혼란의 시기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사회와 가족을 비롯한 본인 외적인 요소들 때문에 갇혀있는,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수단(=길)을 찾고 있는 청춘이라 할 수 있겠다. 윤성은 감옥에 가 있는 아버지 그리고 동생 둘과 함께 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유학을 계획하고 있고, 동생 해경(조안) 역시 지금의 가정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교내 선배들에게 아부해가며 연예인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어찌보면 해방과 더 나은 삶을 위해 길을 찾던 주인공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는 결국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일 수 밖에는 없으며 이 길을 선택하면서 윤성은 더,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강수를 두게 되는 영화들과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의 윤성의 캐릭터는 분명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앞서 피범벅이 되 돈가방을 들고 빠져나가기 위해 차를 세우려던 윤성은 다른 영화의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총으로 운전자를 위협한 뒤 차를 뺏어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리고 은행을 털고 나서 자신만 홀로 남겨져 돈을 독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굳이 돌아와서 다시 본래 계획했던 대로 몫을 나누고는 헤어진다. 그리고 가장 핵심은 보통 같았으면 이런 지옥같은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홀로 홀연히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윤성은 해경이 원하지 않는대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족들을 다 데리고 해외로 떠나려고 한다. 이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영화가 끝나고나서 감독과의 대화 도중 비슷한 질문에 대한 감독의 대답에, '아!'하는 외마디 탄성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나조차 굉장히 모든 것에 무뎌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윤성의 행동을 설명하는 단어들을 다시 보자면 '굳이 돌아와서' '원하지 않는대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건 분명 선입견이 가미된 표현들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 공감을 하게 되면, 그리고 이 영화처럼 종극으로 치닫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어느 정도 그 과정 중에 겪게 되는 행동들에 대해 적당히 묵인하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우한 가정환경과 어려운 경제사정을 극복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할 수 밖에는 없었던 캐릭터들에 대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용인해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라고 모두 나쁜 이들은 아니다, 아니 나쁜 선택을 쉽게 하는 것은 아니다 혹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꼭 더 나쁘게 자란다는 법은 없다 라는 당연한 명제를(하지만 다른 편에 놓인 명제에 비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보여주려 하고 있다. 즉 다시 말해 윤성이 하는 위와 같은 행동들은 '굳이'나 '불구하고'가 아니라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측면이 분명 있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만연해있는 잘못된 것들에 의해 당연한 것을 너무 잊고 사는 것이 이런 캐릭터와 이야기에 잠시나마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영화 중간에도 그랬지만 영화가 끝난 뒤 감독의 대답을 직접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멍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윤성은 극한으로 치닫지만 그 과정 속에서 그가 지키려고 했던 가치들은 아마 '잘 자는 나쁜 놈'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순전히 개인적으로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 가운데 삼촌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와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의 분위기였는데, 이것이 마치 감독님과 내가 예전에 자주 함께 즐기던 XB0X360 게임 GTA4의 분위기가 느껴졌다는 점이다 ㅎ 특히 '삼춘'이라는 존재는 이 게임에 비유하자면 '커즌(cousin)'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만약 이 영화가 라틴계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면 좀 더 GTA분위기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삼촌의 하와이안 셔츠도 이런 느낌에 크게 한 몫을 하기도 했다 ^^;

하나 아쉬운 점을 들자면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 조금은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도 꾸려갈 수 있는 장면에서 약간 재미를 유발하는 소품스러운 음악이 삽입된 장면이 몇몇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계속 인물들에게 집중하고 있던 터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음악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객관적인 평가를 스스로 했다고 자평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젊은 배우들의 열연을 맛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었으며,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이런 종류의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진정을 새삼 떠올려보게 했던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했다(개인적으로는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아무쪼록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좋은 반응과 입소문이 흘러나와 꼭 개봉관에서도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 아, 본문에는 미처 못썼는데 감독님 평소 스타일대로 주옥같은 대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스크린에서도 여전하시더군요! '자러서 나무나 되라' 이런건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ㅎㅎ

2. 그래도 조금 아는 사람이라고 엔딩 크래딧 마지막에 '권영철 감독 첫번째 작품'이라는 크래딧을 보니 마음이 찡하더군요 ㅠ

3. <나쁜 놈이 더 잘 잔다> 화이팅 입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인터뷰(?)라도 하고 싶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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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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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더도 덜도 아니었던 딱 윤제균표 영화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한국형' 재난영화가 탄생한다 라는 식의 홍보 방식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윤제균 감독의 신작 <해운대>를 어쩌다보니 개봉일에 챙겨보게 되었다.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편견이 없는 편이지만('전혀'라고 쓰려다가 바로 해당되는 경우의 예를 들 참이라 '거의'로 수정하였다), 딱 하나 케이블에서 가끔 할 때도 재빠른 리모컨 조정으로 피해다니는 영화가 있다면, 바로 '조폭 코미디' 물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저질 섹시 코미디를 시종일관 보여주다가 막판에는 갑자기 눈물 짓게 만드는 이상한 영화들도 들 수 있을텐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에서 드디어 선보이는 제대로 된 재난 영화임에도 '윤제균' 감독의 이 영화는 분명 기대작은 아니었다. 그런데 워낙에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악평이 쏟아져 나와서인지(보지도 않고 악평 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여기서 악평이란 '별로일 것 같애'라는 예상과는 다른 의미다) 시사회와 개봉일 본 이들의 '의외로 괜찮다'라는 평들은 말그대로 '의외'였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아주 낮은 기대감을 갖은 채 개봉일 극장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낮은 기대감을 갖게 되면 대부분은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윤제균 감독의 신작 <해운대>는 여전히 윤제균 영화라서 내 취향과는 맞지가 않았다. 재난 영화의 익숙한 구성과 제법 볼만한 볼거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성과 운명적이라기 보단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전개 때문에 여전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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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난 영화이니, 재난 영화에 포커스를 둔 CG나 구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구성은 매우 전형적이었지만 재난 영화로서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헐리웃의 경우도 그렇고 대부분의 재난 영화는 재난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은 중반 부가 지나서부터다. <해운대> 역시 '메가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은 거의 러닝 타임의 반 정도가 지난 다음부터인데, 후반부 인물들의 감동 포인트와 전개를 위한 서두의 드라마가 구성상 전형적인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늘어지게 느껴졌다. 감독이 어떤 것을 처음에 의도했는지는 대략 엿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후반부에 엄청난 높이로 몰려오는 쓰나미를 바라보면서 생존을 혹은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여러 캐릭터들의 장면을 의도했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쓰나미에 한 복판에 놓일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서두에 풀어놓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압축하고 재난이 좀 더 일찍 찾아와 재난을 겪는 과정이 더 비중있게 그려졌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극중 설경구와 하지원의 관계 설정은 첫 장면(하지원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과 그 이후의 하나 정도 에피소드면 충분할 듯 했고, 상가 번영회와 쇼핑센터 입점 같은 이야기는 없어도 무방할 듯 했고 무엇보다 김인권이 연기한 캐릭터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도 놀라웠다. 그의 이야기만 해도 비중이 상당한데 그의 어머니의 에피소드까지 끼어 넣는 바람에 서두가 너무 길어졌고, 서울에서 온 부자집 아들녀석의 시퀀스도 더 짧게 압축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 캐릭터들과 에피소드들은 각각 후반부에 한 장면씩 부여받아 기능을 발휘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짧은 비중으로도 충분히 후반부의 임팩트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반부의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유머인데, 개인적으로는 야구선수 이대호가 출연하는 시퀀스를 제외하면 사실 별로 재미있게 느껴지질 않았다. 특히 이민기와 강예원의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표적 케이스 중 하나였는데, 이런 장면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면 전반부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이처럼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영화 자체도 '별로'라고 느껴질 확률이 높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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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미스라고 생각된 부분은 바로 드라마 부분에서 흐르던 쌩뚱맞은 음악이었는데(뭐랄까 너무 포장된 듯한 시트콤 스타일의 음악), 마지막에 엔딩 크래딧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을 맡은 이가 바로 이병우 음악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스펙터클과 감동적인 스코어도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저 손발이 오그라드는 음악은 과연 이병우가 만든 음악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는데, 여튼..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음악보다 더 손발이 오그라드는 점이 있었다면 바로 박중훈 씨의 연기와 마지막에 등장한 에필로그였다. 박중훈이 베테랑 배우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겠지만 캐릭터에 따라 기복이 크다는 것은 앞으로 인정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그가 연기한 '김휘'라는 캐릭터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한 캐릭터였는데, 그의 대사처리 부분은 솔직히 베테랑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것이었다. 후반 부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대사의 대부분이었던 평서문을 연기할 때는 너무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라 역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후반 에필로그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내용적으로는 이들이 너무 상처를 금방 잊고 갑작스레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다 잘 될거야'라고 순진하게 마무리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현장에서 농담과 장난을 치며 마무리되는 영화는 무엇보다 '갑작스러'워서 이상했고, 동의하기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쓰나미가 휩쓸고간 해운대의 모습에서 '잔혹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거대함'만이 느껴졌던 것 역시 이런 공감대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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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차이 덕택에 안좋은 말들만 줄줄 늘어놓았지만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쓰나미가 해운대에 닥치는 장면에서의 CG는 일부는 너무 티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특히 도심으로 물길이 새어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실제 물을 동원한 촬영분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촬영분이 잘 융합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재난 영화의 전형적 구조를 잘 따르고 있음도 이 영화에 분명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반 부에 감동을 이끌어 내는 부분에서도 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울릴 만큼 성공적이었으며, 재난 영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극한 상황에서 나보다는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야만 했던 이들의 순간을 잘 포착해 낸 것 또한 재난영화라는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나 '윤제균'감독의 영화와는 코드가 전혀 맞지 않는구나 라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 영화였지만, 대중적으로는 재난 영화라는 블록버스터 측면의 요소와 감동의 드라마라는 정서가 맞물려 흥행에도 쏠쏠한 성공을 거두게 되지 않을까 싶다.


1. 많은 분들이 언급하셨던 컨테이너 박스 씬은 '재난'이라기 보다는 '코믹'하게 느껴졌습니다.

2. <제국의 역습>의 그 명대사를 <해운대>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ㄷㄷㄷ

3. 동물들이 떼지어 이동하는 장면이 더 있었다면 좀 더 장르영화스러웠을텐데 말이죠 ^^;

4. 디지털 상영으로 보았는데 화질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5. 후시녹음인지, 인물들의 목소리와 연기의 싱크가 유독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6. 역시 제 취향은 대중적이진 못한듯 윽..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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