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R5 - 토트넘 VS 맨유
토트넘 1:3 맨유


1. 맨유의 이번 5라운드 경기는 지난 아스날 경기 만큼이나 힘든 여정이라 할 수 있었는데, 바로 최근 리그에서 가장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는 토트넘 원정경기였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4연승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저메인 데포는 팀의 주포 답게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아론 레넌 역시 국대 경기에서 최고 윙어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여러가지로 토트넘이 좋은 분위기였다.

2. 그에 한해 맨유는 번리전 충격적인 패배 이후에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결과보다는 항상 경기 내용이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분위기였다. 호날도 이적 이후 이렇다할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수비진은 부상선수들로 인해 불안한 모습이었고, 무엇보다 경기의 전체적인 내용이 디펜딩 챔피언 답지 않은 수준이었다(슬로우 스타터임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3. 경기 시작과 동시에 1분만에 저메인 데포에게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을 허용한 맨유의 분위기는 1:0으로 뒤지면서 부터 계속 불안함을 유지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실점이라 큰 타격이 없던 것도 있었지만, 최근 양팀의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분명 불안한건 맨유였다.

4. 이런 맨유를 일단 수렁에서 끄집어낸건 왼발의 마법사 긱스였다. 확실히 맨유의 세트피스가 호날도가 빠진 뒤로는 위험도가 현저히 낮아진 것이 사실인데, 긱스 스스로가 '호날도 없어도 상관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긱스의 프리킥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골네트를 갈랐다. 맨유가 높은 클래스의 팀이라는 것은 이런 것으로 증명된다. 팀 분위기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도 한 번에 무너지지 않고 결과로서는 무승부 이상을 얻어내는 것 말이다. 이 날도 맨유는 이런 클래스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호날도 없어도 내가 있잖아!!)

5. 토트넘은 데포의 골로 앞서가며 맨유 마저 꺽을 수 있는 좋은 분위기였으나 긱스에게 동점골을 먹고, 이후에 좋은 슈팅들이 벤 포스터에 선방에 막히면서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6. 이적설까지 나돌았던 안데르손은 오랜만에 선발 출전하며 골까지 성공시켰다. 확실히 이 날 경기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지만, 최근 폼이 좋은 선수를 당해낼 수는 없다. 안데르손은 골을 성공시키며 어쨋든 맨유의 미들진의 자신의 이름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7. 최근 맨유 경기를 리뷰할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이번 시즌부터 루니의 마음 가짐은 분명히 달라졌다. 예전에 경기를 결정짓고 쐐기를 밖는 역할이 호날도가 해야하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온전히 루니의 몫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날도 토트넘의 추격의지를 꺽는 추가골을 성공시키면서 다시 한번 맨유가 이제 누구의 팀인지 확인시켰다.

8. 박지성이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말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도 벤치에도 포함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이것이 그냥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야지, 또 '이적설' '충격의 명단제외' '맨유에서의 입지'를 따지는 것은 항상 그렇지만 '맨유'가 아니라 '박지성'만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현재 호날두가 떠난 맨유 미들진에서 주전을 장담할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으며, 퍼거슨 옹의 전략에 따라 배치되고 기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제외된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를 들 수 있고, 그럼에도 포함되었어야 하는 이유도 여러가지를 들 수 있지만, 이것은 전체적인 시즌 운용 개념에서 봐야지 매경기 마다 출전여부를 따져가며 일희일비 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인 것 같다(박지성의 명단제외에 딱 한 번 깊게 동의한적은 역시 지난 챔스 결승전 제외였다).

9. 최근 맨유의 미들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라면 단연 데런 플래쳐를 꼽고 싶다. 플래쳐는 지성 만큼이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선수라고 할 수 있을텐데 경기를 쭈욱 보다보면 플래쳐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날도 플래쳐는 맥을 끊거나 좋은 전개를 이끌었고, 호날도가 떠난 이후에 현재 맨유 미들진에서 가장 주전확률이 높은 선수를 꼽으라면 역시 플래쳐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10. 그에 반해 스콜스의 퇴장은 참 아쉬운 부분이었다. 긱스와 같은 역할을 해주어야할 스콜스는 두 번 다 별로 필요없이 과한 백 태클로 퇴장을 받았는데, 분명 별로 의욕도 없어보이고 허무한 장면이기도 했다. 어떤 불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스콜스의 경기력은 이 날의 퇴장을 제외하더라도 분명 별로 좋지 않다.



(봐라! 거너스들아! 약오르지~~)

11. 말 많은 맨시티와 아스날 전 역시 녹화중계로 보았는데, 경기 시작부터 공을 잡기만 하면 (맨시티 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원정팬들에게서 대단한 야유를 받았던 아데바요르가 살짝 안스럽기도 했지만, 이런 안스러움을 200%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의 세러머니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안그래도 팀을 떠난 후 전 동료들에 대한 안좋은 얘기들로 돈 때문에 이적했다는 배신을 더 크게 느끼고 있던 거너스들에게, 한 번 붙어보자는 식의 도발 세러머니는 선수 자질을 문제삼을 만한 장면이었다.

12. 그 전에 반 페르시에게 고의성 짙은 발길질을 했던 것도 그렇고, 정말 아스날에게 감정이 있는 듯 한데 에미레이츠 홈 경기 때에는 휴즈 감독에게 정중히 아데바요르의 명단 제외를 권유하는 바이다. 만약 아데바요르가 에미레이츠 경기장에서 선발로 나온다면 정말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감당할 수 없을 듯 하다(아데바요르의 도발에 우르르 앞쪽으로 순식간에 밀려나오는 팬들의 모습은 정말 무섭더라;;;).

13. 새삼스럽지만 맨시티의 라인업은 정말 후덜덜 수준이다. 









토요일인 어제 참으로 오랜만에 프로축구 경기를 관람하러 가까운 상암월드컵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사실 상암 경기장에 지척에 있지만 서울 FC를 그리 응원하는 편이 아니라 원정팀에 따라 가끔 관람하는 편인데, 이 날은 전북 현대의 이동국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아직 경기 전의 텅빈 그라운드의 모습


현재 서울FC의 코치를 맡고 있는 최용수 선수, 아니 코치의 모습인데, 확실히 제 주변엔 어린 팬들만 있어서 그런지 거의 아무도 못알아보더군요.






자, 경기는 시작되고, 저는 이동국 선수의 스토커처럼 다른 선수는 무시한채 이동국 선수만 찍기 시작합니다 -_-;;





이 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던 이동국 선수.





















이 날 경기결과는 서울의 2:1 승리. 전북은 몇 번의 좋은 기회가 있긴 했지만 서울 골키퍼의 선방에(이 날의 MVP로 선정되기도)다 막혀버렸고,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 경기였네요.




이동국 선수 응원하러 간거라 골도 넣고 전북도 승리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골도 성공시키지 못했고 팀도 패배해서 좀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제노바 (Genova, 2008)
불안함으로 말하는 영화

<코드 46> <관타나모로 가는 길>등을 연출했던 영국출신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의 2008년작 <제노바>를 지난 8월 31일,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씨네큐브의 마지막날 마지막 회차로 관람하였다. 사실 마이클 윈터바텀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익숙한 편인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내가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 뿐인 것 같다(<쥬드>나 <웰컴 투 사라예보>같은 작품은 발로 보았기 때문에 제외 -_-;). <제노바>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극장의 특수한 사연 때문에 보게 된 것이라는 점을 고백할 수 밖에는 없겠는데, 영화를 보기 전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굉장히 불안하면서도 기승전결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고 시종일관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Revolut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를 다 보고 가장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역시 '불안함'이었다. <제노바>는 첫 장면부터 불안함을 계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 차를 타고 가면서 눈을 가리고 차의 색깔을 맞추는 게임을 하고 있는 모녀의 모습에서 단란함 보다는 불안함이 더 들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차소리가 시종일관 불안하게 하고 더군다나 눈을 가리는 게임은 지속적으로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결국 사고가 나고 엄마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 (이 부분은 시작하자마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내용상 스포일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버지(콜린 퍼스)는 딸들과 함께 이탈리아 제노바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극중 이 가족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대사처럼 '제노바'라는 곳으로 떠나는건 분명 아내와 엄마를 잃은 가족의 슬픔을 잊고 새출발하기 위함일텐데, 영화 제목이 '제노바'인 것처럼 잊고 새출발하려 떠난 곳에서 결국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가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Revolut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차사고가 나고 제노바로 떠나고 그 이후 한 동안은 약간은 지루한 느낌이 들 정도로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부터의 전개인데 계속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장면들이 등장한다. 어린 딸은 밤마다 악몽을 꾸는데 악몽에서 비명과 함께 깨어나는 장면들 다음에는 꼭 이 아이에게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이며, 자매가 피아노 레슨을 받고 돌아오는 위험한 골목길들에서는 험한 일이라도 꼭 당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가득 전한다. 그리고 언니가 남자친구를 만나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 역시, 맨 첫 장면의 차사고 장면과 연관되어 계속 사고가 날듯 말듯한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런데 흥미로운건 결국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런 불안감은 단 하나도 실제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앞서 복선을 깔아둔 것으로 예상되던 장면들은 이후에 아무런 사건으로도 연결되지 않으며, 불안함은 그냥 '불안함'으로 남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일어날듯 말듯한 분위기에 불안해 할 때쯤, 전혀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정작 불안함을 실컷 조성한 장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사고가 일어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지점에서 큰 사고를 겪게 된다. 그리고 나서 한참 공황을 겪지만 다른 영화들처럼 큰 비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영화의 후반부 역시 마찬가지다. 마지막에 이르러 드디어 큰 사고가 일어나는구나 싶기도 하지만, 결국 이 가족이 스스로 결핍되어 있던 것이 무언인지를 말하려고 했을 뿐 더 큰 잔인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지막 제노바를 떠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다니고 싶지 않아하던 학교를 다니고 데려다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 무언가 깔끔하지 않은 뒷 맛이 남는다. 불안불안 하지만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결국 이 가족에게 문제가 되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해결되지 않은채 '그냥 살아가는' 느낌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해보면 아버지나 언니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결핍된 가족이라는 굴레 때문에 본인을 희생할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을 돌이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Revolution Films. All rights reserved

1. 영화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상당히 지루하거나 모호한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무언가가 일어나기만을 바라는 관객에게는요.

2. 켈리 역할을 맡은 윌라 홀랜드의 모습은 참 우월합니다. 이탈리아 제노바라는 공간과 어울리게 이건 완전히 프레타포르테가 따로 없더군요 @@

3. 이 영화를 보고 왠지 모르게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보았던 <유리의 날>이 살짝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4. 어떤 기자가 이 영화를 보고는 장르를 '미스테리 호러'라고 한 걸 보았는데, 글쎄요...무서웠나봐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Revolution Films 에 있습니다.





일단 본론만 간단하게!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의 역순으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1. 온라인 광고 마케팅 전문잡지이자 블로그와 IT업계의 이슈를 주로 다루는 월간 'IM' 9월호에 제 블로그가 작게나마 소개되었습니다 ^^; 문화관련 블로그의 하나로 작게 소개된 것인데요, 예전에 잡지에 글을 써본적은 여럿 있지만 블로그로서 소개되기는 많지 않았던 일이라 뿌듯하네요 ^^



2. 두 번째는 이벤트 당첨 소식인데요, 얼마전 티스토리에서 '상상마당'과 관련한 포스트나 댓글을 모으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제 글이 1등으로 선정되어 '오사카 왕복항공교환권 (1매)'를 받게 되었습니다!
http://notice.tistory.com/1403

사실 오랜만에 이벤트 응모라 써놓고 조금 기대하기는 했었는데 막상 떡하니 당첨되고 보니 잘 실감이 안되네요 ^^;
이번 휴가는 안그래도 도쿄로 갈 예정으로 차곡차곡 준비중이었는데 오사카도 가야겠군요!!


(오사카로! 고고고~)


3. 세 번째 자랑할 거리는, 이 셋 중에서 가장 개인적으로 자랑하고 싶고 뿌듯한 일인데요 바로 다음(Daum) 영화 메인페이지에 마니아섹션에 제 블로그가 고정으로 소개되게 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쟁쟁한 분들 혹은 커뮤니티와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일시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고정으로 섹션을 담당하게 되어 적잖이 부담도 되네요 (쉽게 말해 뻘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쓰게 되더라도 심하게 고민될 것 같아요 ㅎㅎ). 앞으로 좀 더 영화/음악/BD/DVD 리뷰 관련해서 심도 깊은 글을 쓰도록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상 블로그 자랑 3종세트
끝!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염장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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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신보란 신보는 모조리 다 들어보고, 혹은 들어보지도 않고 구매하고, 혹은 구매하고도 들어보지 못할 정도로 음반 속에 파 묻혀 살 때가 있었는데, 그에 비하면 요 근래는 죽고 못살던 밴드의 신보마저 발매 당일이나 언저리에나 알아차릴 정도로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여도 기존에 좋아하던 뮤지션들의 앨범은 어찌 되었든 찾아 듣고 구매하곤 하지만, 이렇게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은 역시나 신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처럼 직접 옥석을 가려낼 시간이 없는 관계로 아무래도 누군가의 추천이나, 음반사에서 내놓는 유혹적인 홍보 문구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데, 'BBC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이라는 홍보 문구는 '어랏'하는 궁금증과 함께 한 번쯤 속는 셈 치고 들어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인 음악 취향 덕에 'BBC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이란 문구보다는 'Pitchfork 선정 베스트 앨범'이 더 혹하기는 하지만, 아직 한 해가 반도 지나기 전에 (이 앨범의 발매시기는 올해 5월이다) '올해의 앨범'이라는 찬사를 보냈다는 것은 '어찌되었든' 이유는 있겠다 싶은 생각에 음반을 찬찬히 들어보게 되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음반 역시 듣기 전에 많은 정보를 미리 습득하는 편은 아닌데, 패션 핏(Passion Pit)의 앨범을 듣기 전에는 이들이 완전한 록 밴드인줄로만 알았다. 물론 라디오헤드(Radiohead)로 인해 록 밴드라는 정체성 자체가 아주 폭넓게 확장되기는 했지만, 추측하기로는 '악틱 몽키스 (Arctic Monkeys)'나 '필링 (Feeling)' 같은 밴드가 아닐까 무심코 생각했었으나 왠걸, '비치 보이스가 MGMT를 만났을 때'라는 앨범 속지의 설명처럼 신스팝과 일렉트로니카, 화려한 코러스라인 등으로 이뤄진 상당히 재기 발랄한 밴드였다. 간단하게 이들의 음악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장르적 매력을 담고 있는데, 꼭 하나로 뭉뚱그려야 한다면 '신스팝'이 가장 어울릴 듯 싶다. 사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수용한 음반들을 보면 비트 하나는 기똥 차더라도 멜로디 라인은 건질 것이 없다거나, 멜로디는 뽕짝 가요마냥 단 번에 기억되지만 비트는 심심하기 그지 없는 경우가 많은데, 패션 핏의 음악은 기똥 찬 비트는 물론 자신들의 말처럼 '멜로디 위주의 팝밴드'로도 손색 없는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미카 (MIKA)가 얼핏 연상되기도 하지만(아무래도 가성 때문에) 미카의 음악과는 또 다르다. 미카가 'Killer Queen'을 부르는 프레디 머큐리라면 패션 핏은 'Mr. Blue Sky'의 E.L.O에 가깝다.




첫 번째 트랙 'Make Light'부터 패션 핏은 확실히 '달려'준다. 반복적인 베이스 라인을 깊게 깔고 성별을 알기 어려운 가성과 점진적으로 울려대는 비트는, 패션 핏의 음악을 처음 시작하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중반부 부터 베이스 라인과 함께 이어지는 여성 코러스라인도 복고스러움 가득함이 인상적이다. 'Little Secrets' 도입부에 들려주는 완연한 신스팝 사운드와 그루브 넘치는 스내어는 또 다른 느낌이다. 복고적인 사운드들이 많이 사용되긴 했지만 단순히 복고적이라고 보긴 어려운데 아마도 그루브 넘치는 리듬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 목소리처럼 들리는 후반 부의 코러스는 마치 'Go! Team'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The Reeling'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또 완전 일렉트로니카다. 다른 곡들도 모두 마찬가지지만, 패션 핏의 음악은 틀언 놓고 마냥 춤추기에도 더 없이 적절한 앨범이지만 소리 하나하나를 귀기울여 들으면 참 '재미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The Reeling'은 뭐랄까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절로 뮤직비디오 한 편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Eyes in Your Hands'의 도입부는 평범한 록음악 같은데 중반부 부터는 마치 이들이 심하게 장난을 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하이라이트의 '나나나나나나~' 하는 코러스를 듣고 있노라면 그 어느 러브 송 못지 않은 감정도 느낄 수 있다.

'Swimming in the Flood'는 약간은 어두운 분위기의 비트와 극적인 요소를 잘 담아내고 있으며, 박수 만으로도 바로 비트를 타게 되는 'Folds in Yours Hands'는 앨범 내내 보여준 패션 핏의 밀고 당기기를 다시 한번 유감없이 들려주는 곡이다. 이 곡의 후반부는 한창 일렉트로니카가 유행할 때 클럽에서 가장 성행하던 그런 비트와 흥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앨범 후반부에 가면 아무래도 전반부 보다는 조금 더 실험적인 비트와 악기 사용을 살펴볼 수 있는 곡들이 많다. 앞선 곡들도 충분히 좋지만 후반부를 채우고 있는 이런 곡들은 좀 더 패션 핏이라는 밴드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음악은 화려한 듯 하지만 그 내면에는 소박함이 엿보이는 패션 핏의 'Manners' 앨범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상상마당은 '오아시스'다!

아주 복잡한 홍대. 요 근래 들어 더더욱 발 딛을 틈조차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 홍대 거리 한 가운데 어느새 부턴가 눈길을 끄는 건물이 하나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건물을 처음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과연 이 건물 내에 어떤 것들이 더 구체적이라면 어떤 회사들이 자리잡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아니 생길 수 없었죠. 이내 '상상마당'이라는 이름과 함께 1층에는 까페를 비롯해 각종 완소 아이템들을 구할 수 있는 샵이 자리잡았고,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라이브 공연장, 그리고 영화 상영이 가능한 극장도 지하 공간에 마련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홍대 바로 인근에 살면서 상상마당과 함께 해온지도 벌써 제법 오래 된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추억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홍대라는 복잡한 공간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상상마당이라는 존재는 마치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발 딛을 틈, 소음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찌는 듯한 더위를 잠시나마 시원하게 적셔줄 수 있는 오아시스처럼, 전혀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하거든요.




입구에 마련된 안내처럼 상상마당에는 지하 4층에는 극장이 지하 2층엔 라이브 홀, 2층엔 겔러리, 4층은 아카데미, 5층은 스튜디오, 6층은 까페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튜디오나 겔러리 등은 거의 가보질 못했지만 지하 공간에 위치한 극장 만큼은 자주 찾는 곳으로 몇 가지 추억거리를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1층 매표소 옆 복도에는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지만, 저는 거의 위 사진 속에 등장하는 계단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내려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도록 흥미로운 포스터들도 전시되어 있고, 무엇보다 인기 밴드의 공연이 있는 날만 아니라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공간을 음미하며 한 계단 한 계단을 걷는 맛이 남다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햇살이 아스라히 내리 쬐는 계단을 내려갑니다.




사실 처음 홍대 '상상마당'이라는 공간에 극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멀티플렉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업영화들이 주가 되는 극장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상상마당에 오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곳은 아트플러스 체인으로서 국내에 그리 많지 않은 수를 보유하고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입니다. 저 같이 일반 상업영화들은 물론 국적을 가리지 않고 특히 인디나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들을 즐기는 영화팬으로서는 집과 이리도 가까운 공간에 예술영화 전용관이 생겼다는 것만큼 반가운 일은 없었죠. 특히 국내 인디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상영하면서 꾸준한 관객층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역시 국내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비롯한 다양하고 알찬 영화제 프로그램들도 많아 꼭 극장을 찾지는 않더라도 항상 주시하게 되는 극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따져보니 '상상마당'에서 결코 적지 않은 영화들을 관람하였네요. 일단 생각나는 것은 DVD로는 수차례 관람하였으나 꼭 한 번 극장 스크린을 통해 보고 싶었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도 이른 아침 관람할 수 있었고, 등급 판정 논란, 삭제/무삭제 여부로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던 존 카메론 미첼의 아름다운 영화 <숏버스> 역시 상상마당에서 준비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덕에 온전한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참고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같은 경우는 당시로서도 영화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던 걸로 기억이 되네요). 그리고 지난해 제가 보았던 영화 가운데 열 손가락에 꼽았던, 조이 디비전 (Joy Divison)과 이언 커티스를 주인공으로한 영화 <컨트롤>의 인상적인 흑백필름 역시 상상마당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참 많은 영화들을 우연한 기회에, 그리고 집이 가까운 탓에 계획적이지 않고 급작스럽게도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위 사진 속 공간은 제가 상상마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극장 상영관 옆으로 영화 관련 서적과 잡지, 만화책 등 다양한 도서들이 구비되어 있고 간단하게 읽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공간은 영화를 보러와서 상영전 대기 시간에 잠시 책 한 권 읽기에도 물론 좋지만, 꼭 영화를 보러 오지 않았더라도 가끔씩 책 한 권 읽고 싶을 때라도 오고만 싶은 공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화책들도 만화책이지만, 영화 관련 서적들 가운데는 차분히 앉아서 읽어볼 만한 관심 서적들이 가득하고 조용한 분위기도 책 읽기에 참 도움이 되거든요. 사진 보니 오랜만에 또 가고 싶어지는군요 ^^;




이 가을, 조용한 날을 골라 바람에 이끌려 또 한 번 상상마당에 가서 영화 한 편 봐야겠습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올해의 발견!

올 후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피터 잭슨 제작, 신인 네일 브롬캠프 감독의 작품 <디스트릭트 9 (District 9)>을 시사회를 통해 한 달 정도 먼저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북미개봉 반응과 국내 시사회의 압도적인 반응들을 보기 전까지 이 정도 기대작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여기서 이 정도란, 시사회가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까지 심장이 떨리고 두근거리는 정도입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호평 만큼이나 기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는 계속 해서 '기대치를 낮추자'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시작 전까지 되새기곤 했습니다. 일단 이번 감상기는 시사회를 통한 감상기인 점과 무엇보다 저처럼 아무런 정보 없이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의 정보라고는 '피터 잭슨 제작' '비교적 저예산' '호평 난무' 이 정도가 다였거든요) 감상하는 것이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 없이 간단하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참고로 평소의 감상기와는 달리 스틸컷도 사용하지 않으려구요. 몇가지 본문에 포함시키려고 찾아봤는데 의외로 스포일러성 스틸컷들이 너무 버젓이 노출되어 있더군요. 아직 영화 감상전이신 분들께서는 영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틸컷들도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영화의 구성이나 줄거리에 대한 대략적인 시놉조차 읽지 않고 보게 되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외계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 외계인이 나오는 것조차 스포라면 죄송합니다 ㅠ). 보통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었으며, 이런 구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신선한 방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방식을 기본으로 CCTV, 핸드 헬드, CNN의 걸프전 중계 같은 촬영 방식으로 이뤄져 있는데, 페이크 다큐라는 구성은 내러티브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훌륭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으며, 핸드 헬드 촬영 방식 같은 경우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좀 더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고, 뉴스 중계나 CCTV를 통한 장면 같은 경우 역시 미칠듯한 화질의 디테일보다 오히려 더 리얼함을 전달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이 영화는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알려져있는데, 이런 구성 방식들은 저예산으로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데에 아주 적절한 장치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뭐랄까, 관객이 느끼는 장면의 퀄리티나 실감 정도는 크게 차이가 없는데, 실제 투입된 자본의 규모는 5분의 1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 나머지는 아이디어로 채워나간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중에 영화가 정식 개봉되고 나면 스포일러를 포함한 좀 더 본격적인 감상기를 쓰겠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나 구성 곳곳에서는 정치적인 비판적 텍스트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후반 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액션 장면이 있기 전까지는 외계인을 그대로 인간으로 바꾸어 놓아도 충분히 이야기가 될만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특히 '디스트릭트 9'이라는 공간의 이미지나 이를 훑는 카메라의 위치, 그리고 음악까지 더해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정치적인 텍스트를 슬며시 깔고 있는 동시에 메시지 자체도 '옳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이렇게 끝까지 긴장감 잃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감독의 능력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습니다.

외계인의 모습도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얼굴은 왠지 범블비 같기도 하고, 전체적인 모습에서는 바이오니클 같은 분위기가 살짝 들기도 하고, 그 말소리는 마치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아나킨과 아미달라가 잡혔던 그 행성의 무리들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구요 (그 '딱 딱' 거리는 소리 있잖아요 ㅎ).

사실 <디스트릭트 9>을 보면서 감정이 동요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죠. 기대 이상이라 하더라도 피터 잭슨과 웨타 워크숍이 만들어낸 창작물에 대한 놀라움이나 볼거리에 대한 감탄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내러티브를 따라가면서 주인공과 캐릭터들에게 공감하게 될 줄은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은근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 액션 시퀀스가 그 구성 측면에서도 참으로 익사이팅 했지만, 감정적으로 동시에 폭발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소리내어 '와!'하고 몇 번이나 외쳤을 정도로 심하게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20분? 30분?(그 만큼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얘기;;)간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정말 올해 최고의 시퀀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일리언 2>와 <로보캅>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관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액션 구성과 (객석에서 여러번이나 탄성이 터져나왔죠;)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힘내!'하고 외치고 싶은 이 공감대! 그리고 외계인의 병기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잘 보여준 각종 무기의 표현들은, 특히 SF영화의 매니아분들이라면 혹할 만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진짜 나중에 블루레이 나오면 몇 번이고 돌려볼 것 같아요.

그리고 후속편을 예상하게 하는 여운과 떡밥. 전 나오지 않는게 더 안전(?)하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역시나 이런 우려를 가볍게 불식시키면서 보란듯이 2편을 만들어낼지도 모르겠죠. 3년 뒤에 말이에요 ㅎ


1. 얼른 정식개봉을 해서 좀 더 좋은 환경의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얼마나 불을 환하게 켜주셨는지 엔딩 크래딧을 확인하기 조차 어렵더라구요;;;

2. 피터 잭슨과 네일 브롬캠프는 본래 게임 원작인 <헤일로>를 영화화하려다가 이 작품으로 선회한 것으로 아는데, 이 정도라면 <헤일로>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콤비가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3. 크리스토퍼 존슨! 참 조종 잘하더군요. 조종 실력에 절로 감탄이!

4. 영화를 분명 보았음에도 정식 개봉일이 너무도 기다려지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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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이라는 배우를 처음 보게 된 건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였죠. 장간호사 역할로 출연했던 장진영은 큰 인상을 주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장진영'이라는 이름을 처음 인식하게 되는 계기는 되었었죠. 송강호 주연의 <반칙왕>에 출연했던 장진영을 보게 되면서 조금씩 배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고, 장진영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릴 <소름>을 보고나서는 '아, 국내에도 이런 연기를 마다하지 않는 여배우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름>을 보았을 때의 충격은 참 대단했었죠. 영화를 보는 내내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장진영 하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소름>의 윤종찬 감독과 의기투합하여 야심차게 준비했었던 <청연>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많은 제작비가 소요되기도 했었고, 후반 작업 때문에 개봉이 늦춰지기도 했었으며, 장진영 역시 배우로서 거의 단독 주연에 가까운 영화였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하고 열정을 가졌던 작품이었죠. 아시다시피 극중 실제 인물의 친일내력 때문에 영화는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완전히 사그라들고 말았지만, <청연>은 다시 봐도 장진영이 참 많은 애정을 가졌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름>과 <청연>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그녀의 배우 인생의 한 장면을 꼽으라면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많은 눈물을 흘렸던 그녀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상황으로 보면 장진영 스스로도 정말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더더욱 갑작스러운 장면이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이미 <청연>의 실패로 너무 많은 실망과 상처를 받았던 그녀였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그 보다는 못하다고 생각했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한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고, 이로 수상하자 <청연>의 아쉬움이 떠올라 더 큰 눈물을 쏟았던 것이죠. 그래서 당시 이 장면이 더 안쓰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직 배우로서 한 참 더 꽃을 피울 나이에 너무 일찍 가버린 그녀가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아...이제 적어도 <국화꽃 향기>를 다시 볼 용기는 생기지 않을 것 같네요 ㅠ


Rest In Peace. 배우 장진영



국화꽃 향기 중,  성시경 - 희재


참..눈물이 마를 날 없는 2009년 입니다....






이미 지난 글 (안녕, 씨네큐브)을 통해서 이야기했듯이 영화사 백두대간이 운영해오던 광화문의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큐브는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운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미 소식을 전해들을 지도 벌써 시간이 제법 지난터라, 씁쓸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들을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마지막날 마지막 회차를 함께 하다보니 그리고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금 무어라 말 못할 감정이 솟아올랐다.

7시에 상영되는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작품 <제노바>를 관람하였는데, 마지막 날이라는 안타까운 이메일을 받고 극장을 찾은 씨네큐브를 사랑하는 관객들로 극장 로비는 그 어느 때보다 북적였다. 여기저기 영화 관계자 분들, 평론가 분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씨네큐브를 사랑했던 관객들은 앞으로는 (아마도) 거의 찾지 않을 극장을 아쉬워하듯 카메라로 극장 여기저기를 담기에 바빴다.

마지막 고별 이벤트로 필름을 제공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저마다 더 좋은 필름컷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분주해보였다.




마이클 윈터바텀의 <제노바>에 대한 감상기는 추후에 다시 쓰겠지만, 아무래도 날이 날이다보니 영화보다는 영화 외적인 분위기 때문에 100% 집중이 되지는 않았던 관람이었다. 보는 내내 '아, 이 영화, 이 순간이 정말 마지막이겠구나' '첫 작품을 언급할 때 <포르노 그래픽 어페어>가 언급되는 것처럼, 나중이 되면 <제노바>가 마지막을 함께 한 작품으로 회자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장 한 구석, '씨네큐브는 9월 1일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합니다!를 비롯해 9월 1일 개봉작들 홍보와 함께 새롭게 운영을 맡게 된 곳의 홍보 포스터도 발견할 수 있었다. 꼭 탓하는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조금은 씁쓸한 뒷 맛이었다.

사실 이별하는 순간에는 잘 알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문득 어느 날 떠오르겠지. 내가 씨네큐브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를




(씨네큐브에서 보았던 작품 가운데 <브로크백 마운틴> 중에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나무없는 산 (Treeless Mountain, 2008)
사실적이어서 더욱 아름다운 순간


사실 김소영 감독의 작품 <나무없는 산>을 보러 극장으로 가는 내 마음 속에는 기대되는 것과 예상되는 것이 있었다. 한국영화임에도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 유수의 영화제들의 수상내역으로 더 알려진 이 영화의 이야기는, 영화를 다 보고나서 든 생각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말 영화나 TV다큐 혹은 뉴스들을 통해 수백번도 더 접한 이야기 그 자체였다.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부모에게 버려지다시피 타인에게 맡겨진 한 자매. 떠나면서 엄마가 남기고 간 돼지 저금통이 가득 찰 때쯤이면 돌아온다는 말에 열심히 동전을 모으는 아이들과, 엄마가 떠난 그 자리에서 엄마가 오기 만을 기다리는 모습. 이렇게만 보면 <나무없는 산>은 '아, 또 눈물, 콧물 짜게 하는 신파 드라마가 한 편 나왔나보다'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얘기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데 진부하다거나 지루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무없는 산>을 표현하는 말들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라면 '사실적'이라는 말을 꼽을 수 있을텐데, 언제부턴가 '사실적'이라는 말은 '극적'이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것이 되어버렸지만, 김소영 감독은 이 무서운 현실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과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자연의 순간들로 이 자매의 이야기를 따듯하게 감싸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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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 언니인 '진'이의 성장영화라는 점이었다. 고모네 집에서 잘 때, 처음 오줌을 지리고 나서 진이는 동생인 빈이가 그랬던 것처럼 하려고 몰래 자리를 바꾼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빈이를 혼내는 고모를 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빈이도 물론이지만 진이 역시 그냥 '어린 아이'다. 이불에 오줌을 싸고 나면 고모에게 혼날까봐 무섭고, 동생을 돌봐야 한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아직 누군가를 돌본다기 보다는 본인 역시 부모에 돌봄이 더 간절한 나이다. 영화는 이점을 계속 부각하려고 한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진이와 빈이는 아직 어린 아이라는 점을 말이다. 이런 묘사는 나중에 왜 이런 아이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로 작용한다.

이렇게 자신이 혼날까봐 잘못을 동생에게 뒤집어 씌우기도 했던 진이는, 고모네 집에서 한참을 지내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고, 결국 고모집을 떠나 할아버지 집으로 가게 되면서 점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재밌게 잡고 놀아도 될 메뚜기 잡기는 저금통에 채워넣을 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수단이 되고, 마냥 맛있는걸 먹고 싶고 친구와 놀고 싶어하는 빈이 와는 달리, 주변에 친절한 손길에도 본능적으로 미안함을 갖기도 하고 할머니의 손길도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빈이에 비해 진이가 점점 더 고민을 많이 해야만 하는 상황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왜 어린 아이가 이런 고민을 겪어야만 하는가에 대해 조용히 묻고 있다. 정말로 영화에서는 진이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장면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클로즈업으로 진이의 얼굴과 눈동자를 비출 때면 저 자그만한 눈, 코, 입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무슨 생각을 할까?'가 정말 궁금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나이가 아닌데'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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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없는 산>의 템포는 굉장히 느린 편이다. 어쩌면 현실 속 시간 보다도 더 느린 것만 같이 느껴진다. 체육복과 공주복단벌로 초가을부터 겨울까지 겪게 되는 자매의 시간에서는 계절의 흐름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들었던 다른 생각은 감독이 '시간'보다는 '순간'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시간상의 전개는 매우 극적이지만 한 편으론 언젠가는 끝난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순간'에 집중한다. 아주 짧은 순간들에서 이 자매가 겪고 있는 현실을 문득 문득 느낄 수 있게 되고, 영화 속 마지막 보금자리인 할아버지의 시골마저 어쩌면 영원한 안식처라고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마저 든다. 특히 할아버지의 식사를 가지고 간 일터 바로 옆에 중장비들을 동원하여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장면은 상당히 상반적인 장면으로서, 어쩌면 이 산과 들이 (따듯한 할머니와 함께 하는 날들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영화 속에는 중간중간 장면의 전환시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비추고 있는 컷을 삽입하였는데, 이런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이 떠올랐다. 신카이 마코토가 하늘로 표현하려는 아련한 감성과 정확히 맞지는 않지만, 김소영 감독은 중간중간 삽입한 이 장면들로 인해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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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인 표현을 내세우고 있는 영화답게 극적인 요소를 유도하려는 장치들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그 현실에 놓인 진이 빈이의 모습이 안쓰러워서이지, 보통 영화들처럼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도 없다(있다면 진이가 단 한번 폭발하는 그 장면 뿐이리라). 감정을 고조시키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화적 장치라면 역시 음악을 들 수 있을텐데, 영화는 러닝타임내내 음악을 거의 들려주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보니 음악이 채워야할 공간을 하늘을 담은 장면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엔딩 크래딧에 가서야 노래를 들려주는데, 진이 빈이의 노래로 시작한 이 곡의 원곡은 다름아닌 'Grandaddy'의 'The Nature Anthem'이었다. <나무없는 산>에서 그랜대디를 만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엔딩 크래딧이 흐를 때 상당히 놀랐었는데, 그랜대디의 곡을 아이들에게 번역해서 부르게 했다니 이것 참 기발한 생각이 아닐 수 없겠다.


1. 그리고 보니 계속 아이들이 멀어지고 있네요. 서울에서 지방으로 또 시골로.

2. 감독의 데뷔작 <방황의 날들>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네요.

3. 후반부 할머니가 먹을 것을 주며 진이를 부를 때의 와이드 샷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와'하고 탄성을 질렀지요.

4.
'Grandaddy'의 'The Nature Anthem' 뮤직비디오. <나무없는 산>덕에 그랜대디를 몇년 만에 다시 듣게 되었네요.




5. 정말 얼핏 잘못 생각하면 다큐멘터리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의 연기가 대단합니다. '아, 맞아 연기였지'하고 생각할 정도로요. 그만큼 사실적이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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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백두대간이 유일한 상영관이 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나무없는 산>을 보고.





이제는 제법 차가워진 밤 바람을 맞으며 하이네켄 한 잔.




<나무없는 산>을 본 이들이라면 왜 인지 알, 돼지 저금통.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PL R4 - 맨유 VS 아스날

맨유 2:1 아스날

1. 박지성이 선발 출장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맨유는 루니, 발렌시아, 나니의 공격진을 들고 나왔으며, 긱스가 루니 뒤를 받치고, 캐릭과 플래쳐가 후방을 지키는 포메이션으로 아스날 전을 맞았다. 수비진은 에반스마저 부상인 탓에 비디치의 파트너로 오랜만에 웨스 브라운이 출전했다.

2.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은 팀은 누가 봐도 맨유였다. 승격팀 번리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맨유는 최근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가 좋은 아스날을 올드 트래포트로 불러, 시즌 초반 팀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경기를 치루게 되었는데 시종일관 그리 시원한 경기는 아니었다.

3. 웨스 브라운은 확실히 리저브 매치를 뛰고 올라온 탓인지 대인 방어에 있어서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며, 포스터 골키퍼의 몇 번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더 실점을 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4. 발렌시아와 나니는 모두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결국 후반 발렌시아는 박지성과 교체 아웃되었다.

5. 아르샤빈의 중거리 슛은 벤 포스터의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아스날에게 희망을 안겨줄 만한 시원한 골이었다. 아르샤빈의 골 이후 맨유는 계속 주도권을 쥐고 공격을 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지는 못했으며, 어이없는 패스 미스 장면도 자주 목격되었다.

6. 루니는 본인이 직접 얻은 패널티킥을 성공시키며 1:1을 만들었는데, 꼭 패널티킥이 아니라고 해도 확실히 호날도가 떠난 뒤 맨유는 루니의 팀이 라는 것을 올드 트래포트의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루니의 활약에 올드 트래포트가 '루니, 루니'를 외치는 분위기는 '이제는 완벽한 루니의 팀이다'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듯 했다. 루니 역시 스스로도 이를 느끼는 듯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경기장을 또 한번 흥분시켰다.

7. 아스날은 아르샤빈의 골로 조금은 조심스러웠던 경기를 좋은 분위기로 이어갈 수 있었으나, 디아비가 어이없는 자책골을 넣으며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확실히 대부분이 어린 선수들이라 이런 큰 경기에 겁을 먹은 듯한 모습이었는데, 디아비의 자책골로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자책골 이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디아비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8. 이 날 맨유의 미드필더 가운데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를 꼽으라면 데런 플래쳐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플래쳐는 박지성처럼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캐릭터라서 그렇지 경기 내내 알토란같은 활약을 계속 기복없이 해주고 있다. 최근 이적설이 나돌고 있는 캐릭에 비해 주목은 덜 받고 있지만, 플래쳐는 어느 덧 스콜스보다 완전히 우위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9. 후반 교체를 위해 에드와르도가 몸을 풀자 주변에 있던 맨유 팬들이 모두 다이빙 모션을 취하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ㅎ




10.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 날의 베스트 컷은 바로 뱅거 교수님의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후반 종료 직전 골로 연결된 장면이 업사이드로 판명되자 심판에 강하게 항의한 뱅거 감독에게 퇴장조치가 이어졌는데, 경기장을 나가지 않고 저렇게 맨유 팬들이 가득한 위쪽에 올라가 '이러면 되지 않느냐'라고 항의하는 듯한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만약 아스날 팬이었다면 이 장면의 정면샷을 월페이퍼로 만들었을 듯. 참고로 HD로 보는 뱅거 감독의 경기장 입장장면은 그 어떤 패션쇼의 워킹보다도 더 우월했다 @@




11. 번외로 새벽 3시반에 열린 밀란 더비 마저 감상하였는데, 의외로 인터밀란이 압승으로 끝나버린 경기에 AC밀란이 안쓰럽기 까지 했다. 2:0으로 뒤질 때까지만 해도 그리 심하지는 않았으나 스스로 교체를 요구한 가투소가 교체 아웃이 아니라 퇴장으로 아웃된 이후부터 급격하게 무너졌으며, 이후 마이콘에게까지 득점을 허용 최종 4:0 인터밀란의 승리로 밀란더비는 끝을 맺었다. 수비수로서 프리롤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마이콘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으며, 인터밀란 데뷔 전을 치른 스나이더 역시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카카가 떠난 이후 구심점을 잃은 AC밀란은 서형욱 해설 위원의 말대로, 선수단도 문제지만 레오나르도 신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테프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된다.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My Beautiful Laundrette, 1985)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를 통해 만나게 되는 영화들 중에는, 정작 영화는 제대로 본 적이 없으나 그 제목만은 익히 들어왔던 작품들을 여럿 만나볼 수가 있었는데, 지난 상영작들 가운데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등과 같이 이번 상영작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출연작이라는 점과 그 제목만은 매우 익숙한 작품이었다. 어찌보면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출연작이라는 것 외에는 (그리고 여러 영화제들을 통해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다시피 했던 작품이었는데, 막상 2009년에야 처음 접하게 된 영화는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최근 개봉작으로 씨네큐브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디스 이즈 잉글랜드>였다. 영화의 시기적인 배경이나 다루는 내용의 일부분이 <디스 이즈 잉글랜드>와 동일한 지점을 갖고 있었는데, <디스 이즈 잉글랜드>가 마가렛 대처 수상 시절 당시를 배경으로 영국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모습이었다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인도/파키스탄 등 영국을 사는 이민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영국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실 전혀 내용을 모르고 본 영화였기에 동성애 코드까지 이어지는 영화의 내용은 조금 의외이기도 했는데, 어쨋든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당시 영국 사회를 이민자의 입장에서 그려내면서 사회가 용납하지 않았던 금기시 되는 요소로서 동성애 코드를 추가로 삽입한 듯 했으며, 전혀 의외의 공간일 수도 있는 '세탁소'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가족과 이민자, 이를 받아들이는 영국인들의 현실을 실험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듯 했다.

사실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기대보다 못 미친다고 생각된 데에는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물론 주제나 풀어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가까운 기간 내에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겹치는 이야기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1985년작인 이 영화가 너무도 1985년스러운 영화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말이 무슨 말인고하니, 예전 영화들 가운데서도 금새 빠져들게 되는 영화들을 보면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비롯하여 보편적인 접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너무도 당시의 영화 기술이나 연출 스타일을 반영하는 구성과 장치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쉽게 주제에 빠져들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아닌가 싶었다.

특히 음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텐데, 너무도 80년대 틱한 이른바 '촌스러운' 음악들은 지금와서 보기엔 주제마저 잠식하는 듯한 이질감을 주고 있으며, 세탁소가 등장한다고 시종일관 물방울 터지는 효과음으로 구성된 배경음악은 확실히 그 촌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를 한 영화음악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시대를 넘어 공감을 얻을 만한 시도까지는 못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로 묘한 느낌을 주는 음악 탓에 마치 테리 길리엄 감독의 <브라질>을 연상시킬 정도로, 마치 SF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한스 짐머가 영화음악을 직접 맡은 것은 아니지만 프로듀서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채로웠다).


1.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뽀송뽀송한 얼굴은 참 어색할 정도로 어리더군요 ㅎ 지금이 무서우리만큼 인상적인 연기보다는 쿨한 미소년 정도의 모습이 색다르더군요 ^^

2. 이 타이틀은 무려 워킹 타이틀의 작품입니다. 워킹타이틀이 정말 생각보다 오래된 스튜디오였군요.

3. 그런데 정말 당시에는 그렇게 세탁소가 문을 열면 모두들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있었던 걸까요? 영화 속 묘사를 보면 세탁소에서 게임도 하고 전화도 하는 등 거의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4. 주인공 아마르 역할을 맡은 고든 워넥키는 생김새나 바바리를 차려 입은 모습이 마치 <영웅본색>을 자꾸 떠올리게 하더군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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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리뷰] 장면과 대사들로 다시보는 <마법에 걸린 사랑> 블루레이

2007년작으로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던 월트디즈니의 실사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은, 픽사나 드림웍스 등에 왕좌를 내준 뒤 이렇다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던 제작사 월트디즈니의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이었다.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역시도 '와! 재밌다!'를 넘어서는 디즈니의 야심과 반성이 엿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블루레이로 다시금 찬찬히 감상해보니 역시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새로워 진' 혹은 '변해야 할' 디즈니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블루레이 리뷰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장면과 대사에 집중하여 이야기해볼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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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은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들을 연상시키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다. 이는 설정 상으로 동화책 속 주인공이 마녀의 계획으로 인해 현실로 오게 되면서 겪는 사건들을 위한 구성상의 꼭 필요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월트디즈니 하면 익숙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서두에 깔고 시작하는 것은 '본래 디즈니는 이랬다'라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이렇게 간단하게 얘기하고 나면 '그러면, 기존 디즈니는 다 나쁘다는 말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는데, 물론 디즈니가 추구하던 가치가 다 좋지 못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전 <피노키오> 블루레이를 리뷰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월트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서 많은 것을 가장 먼저 이뤄낸 선구자적인 존재였으며, 세계 수 많은 아이들에게 그야 말로 '꿈과 희망을' 안겨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였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겠다. 

개인적으로 그런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월트디즈니 였기에 후기 작품들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선입견이 짙은 설정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작고 예쁜 동물들은 친구 같은 존재이지만 덩치 큰 육식동물(혹은 공룡)들은 무조건 악당으로 설정되는 점이나, <슈렉>에서 이미 잘 비틀어 주었듯이 못 생긴 것은 곧 저주라는 공식을 은연 중에 심어버린 이야기 들은, 어른들이 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로 보는 것이기에 더 큰 위험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보수적인 구조를 완전히 다 바꾸려고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는 '더이상 이대로 있다가는 안되겠다'라는 변화에 대한 디즈니의 절박함마저 엿보인다. 사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하면 다른 스튜디오는 하나도 모르고 오직 '= 디즈니'이던 시절이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그 입지가 픽사나 드림웍스에 비해 상당히 위축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두에 애니메이션 부분은 최대한 기존 클래식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백마탄 왕자와 공주, 성, 마녀, 동물친구들, 뮤지컬 시퀀스는 디즈니를 구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왕자가 공주를 보자마자 '결혼합시다'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이런 디즈니스러움을 노골적으로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대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 서두에는 이들이 모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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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이야기는 주인공인 지젤 (에이미 아담스)이 현실 세계인 뉴욕으로 오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뉴욕으로 온 만화 속 주인공 지젤은 사람들과 처음 만나게 되면서 역시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자신의 장신구를 뺏어간 할아버지에게 하는 그녀 최대의 나쁜 표현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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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 정도다. 그런데 이 대사를 할 때도 잘 보면 조금 머뭇거리고 부자연스러워 하는 지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동화 속에서 지젤은 한 번도 누구에게 나쁜 말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욕으로 오자마자 그는 누군가에게 나쁜 말을 해야만 할 상황에 닥치게 되고, 부자연스러운 말투로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라는 본인 최대의 악담을 하게 된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건,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 라는 말조차 부자연스러웠던 지젤이 뉴욕에 더 오래 머물게 되면서 점점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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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로버트 (패트릭 뎀시)의 집에 와, 욕실에서 샤워를 끝낸 지젤은 이 신비로운 샤워 시설에 감탄하며 '마법 같아요'라고 한다. 이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지젤이 대표하는 바가 '디즈니'이고 뉴욕으로 표현되는 현실의 모습은 역시 현재 애니메이션 계의 현실이라고 볼 때, 현대의 애니메이션들이 추구하는 바와 갖고 있는 가치들은 디즈니 입장에서 보아도 마법처럼 매력적이고 동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다르게 말하면 이 마법 같은 요소들이 주변에 널려있는데 이것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여도 될지 주저하는 디즈니의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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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지젤의 모습이 현실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Happy Working Song' 장면을 들 수 있겠다. 동화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래로 동물들을 불러모아 신나게 청소하는 지젤의 모습은 장소만 동화 속에서 뉴욕으로 바뀌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제목과 '노래하며 일을 하면 피곤하지 않다네'하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디즈니가 영원히 동화같은 이야기로 들려주고 싶은 것은 즐겁게만 하면 힘들지 않다, 어려운 일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라는 진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마냥 행복함'을 점점 세상에서 '바보 같음'과 동일하게 생각하면서 디즈니도 함께 어려워 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디즈니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약간의 보수적인 색체는 있었지만, 동심에서나 이해할 수 있는 순수함 측면에 있어서는 사실 가장 선구적인 존재라고 생각되는데, <마법에 걸린 사랑>은 바로 이 디즈니적 순수함(동심에 가까운)과 현실의 괴리감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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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서 막 뛰쳐나온 지젤에게는 너무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은 것이 사실. 로버트는 화내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해주지만 마치 아이같은 지젤에게 어른 같은 현실의 이야기는 인정할 수 없다기 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아, 뉴욕이란 곳에서는 이럴 수도 있군요' 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안달라시아는 안 그래요'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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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괴리감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영화의 하이라이트 라고 할 수 있는 'That's How You Know' 시퀀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처음 지젤이 노래하려고 할 때 자꾸 노래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로버트의 대사에서나, 지젤의 노래를 거리의 악사들이 따라하자 '처음 드는 노랜데...' '엇, 이 노래를 아네? 하고 이야기하는 로버트의 대사를 굳이 삽입한 것은 예전 같으면 아무 설명없이 '디즈니 세계에선 다 가능해' 라고만 해도 되었던 것이, 로버트의 시각처럼 '어, 이거 말이 안되잖아'라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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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은 단순히 메시지적인 측면이나 대사의 삽입을 넘어서서 장면의 구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센트럴 파크에서 벌어지는 'That's How You Know'시퀀스의 경우, 위의 스샷처럼 다양한 신세대 댄서들과 최신의 댄스 장르들이 결합된 단체 댄스장면을 볼 수 있다. 이는 감독의 말처럼 짧게는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는 뉴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면 새로운 조류를 적극 수용해야만 하는 현실을 수렴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렇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고전의 오리지널리티를 간직하려는 움직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시퀀스에서 노인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기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은 대부분 예전에 <메리 포핀스>같은 뮤지컬 영화에서 댄서로 출연한 경험이 있거나,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댄서/연기자들로서 영화 속에서는 잠시 등장할 뿐이지만, 감독은 이 장면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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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통해 디즈니의 변화와 변화하려는 노력을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극 중 로버트와 같은 친절한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연이 얘기해서 로버트라는 캐릭터는 지젤과 관객 사이에서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중간자적 입장으로 활약하는 메신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가 지젤에게 하는 대사들을 들으면 지젤이 이해 못할 현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데, 보통 이런 구성의 영화에서 주인공에 관객이 100% 공감하게 되는 것에 반해 가끔 관객은 로버트의 입장에서 '맞아, 지젤. 너의 얘기는 너무 황당하잖아' 라고 생각하게 까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해서 지젤 입장에서 보면 로버트라는 존재는, 너무나 갑작스런 현실에서 '만화'처럼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존재이며, 이해가 안되는 일들을 조금이나마 그럴 수 있겠다는 정도로 수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는 패트릭 뎀시에 따듯한 인상이 크게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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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따듯한 인상???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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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마스덴이 연기한 에드워드 왕자를 그리는 방식도 기존 디즈니 월드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에드워드 왕자라는 캐릭터는 지젤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애매한 존재다. 기존 작품들처럼 확고한 악당도 아니지만, 분명 사랑하는 다른 이가 있는 상황에서 별로 원치 않은 존재이며 무언가 지키고 싶지 않은 약속 혹은 예절이랄까. 그런 관계에 놓인 존재다. 아마 보통 디즈니 월드였다면 에드워드 왕자와 지젤이 연결되어야 했을 것이다. 지젤은 현실에서도 계속 왕자를 만나기만을 고대하고, 왕자 역시 현실 속으로 들어와 지젤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고난들을 이겨내 결국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냈다는 식의 결론 말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에드워드 왕자라는 캐릭터의 존재는 분명 기존 디즈니의 작품들과는 다르다. 이런 식의 전개라 하더라도 보통 같으면 배신 당한 에드워드 왕자가 악당으로 변모하게 된다거나 하는 것으로 흘러가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너무도 쿨하게 지젤과 로버트의 관계를 받아들이고 있어서 오히려 바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출연 작품들에서 연이어 이런 역할을 맡은 제임스 마스덴에게 '지.못.미'가 쏟아진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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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지젤과 마찬가리로 에드워드 역시 현실로 건너오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후반 부에 결정적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전까지 다람쥐가 그렇게 얘기를 전할려고 노력했어도 단 한마디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던 에드워드는, 동화 속 이야기와는 다르게 지젤을 로버트에게 양보(?)하고 나서부터는 더 악조건임에도 다람쥐의 말을 단 한번에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 어찌보면 지젤과 마찬가지로(어쩌면 더 한) 에드워드 역시 기존의 디즈니를 상징하는 캐릭터로서, 틀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행동 이후 바보 같은 모습을 벗는 구성은 역시나 의미심장할 수 밖에는 없다(영화 내용상 그렇다고는 하지만, 너무 해맑게 웃는 제임스 마스덴의 모습을 보며 여간 가슴 한 켠이 아려왔던 것이 아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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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는 뉴욕에서 지젤을 처음 만나자마다 반가움에 서두의 애니메이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노래를 부른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뮤지컬 세상에서 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세상에서 노래하는 것은 전혀 어색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노래란 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도 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행복한 동화 속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드워드의 노래에 맞춰 함께 노래해야 할 지젤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며 오히려 별로 노래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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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제법 충격이었다. 이런 장면이 디즈니 영화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제대로 파고든 경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노래하는 것을 어색해 하는 디즈니 캐릭터라. 특히나 지젤이 애니메이션에서 뛰쳐나온 캐릭터라는 점에서 노래하지 않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전면에 부각시킨 이 장면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 대한 메시지는 아마도 그 틀안에만 있었을 때에는 몰랐으나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 이후부터는 그간 본인이 해오던 것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관객들이 그냥 주인공들이 노래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믿는 때가 아니라는 점을(그러니까 인과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마냥' 그러려니 하는 구성은 봐주지 않음을) 깨달아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극중 인물들이 갑자기 노래하거나 하더라도 크게 이질감이 없는 편이라, 이런 세계도 계속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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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젤의 변화는 로버트와 헤어지고 에드워드와 다시 안달라시아로 돌아가기 직전에 다시 한번 등장한다. 이미 안달라시아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지젤은 아무 의심없이 돌아가려는 에드워드에게 데이트 등에 핑계를 대며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당장 갈 필요는 없잖아요' 라는 대사는 일반 영화 같으면 사실 별 큰 의미없는 대사일테지만, 하루 만에 만나 첫 눈에 반해 결혼까지 약속하는 동화 속 지젤에게서 나온 대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언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분명 커다란 변화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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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들어온 마녀와 결투를 벌이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역시 기존 디즈니의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일단 더 이상 공주를 구하기 위해 마녀와 대결을 벌이는 왕자의 모습은 없으며, 오히려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마녀에게 맞서는 지젤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용감한 공주가 구출하러 온다'라는 대사를 마녀가 일부러 해주는 것 역시 이 장면이 그간 보여주었던 구성과 전혀 다른 장면임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기 위한 장치이며, 지젤이 로버트를 구하러 가기 전에 구두를 벗어던지고 나가는 장면에서 구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앵글은, <신데렐라>처럼 실수로 벗겨진 구두를 누군가가 찾아주길 기대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아니라, 남자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구두를 벗어던진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이자 역시 의미심장한 앵글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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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의 결투가 끝나고 나서, 그 결투가 벌어졌던 건물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카메라를 발견할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 성과 같은 건물은 월트디즈니의 상징인 로고 속 그 성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계속 얘기한 바와 같이 <마법에 걸린 사랑>이 단순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월트디즈니가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영화임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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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점들이 많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런거 다 제쳐두더라도 <마법에 걸린 사랑>은 월트디즈니의 마법이 아직까지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디즈니가 추구해오던 가치관을 어떤 감각으로 그려내느냐에 따라 다시 한번 마법같은 순간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디즈니 스스로 변화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듯한 작품으로 상당히 많은 고민과 혼란을 겪는 듯한 모습마저 발견할 수 있었다.

글의 성격이 달라 다 소개하지 못했지만, 주연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는 그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화 속 지젤을 완벽하게 소화해 다시 한번 '에이미 아담스가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인어공주>를 비롯해 디즈니의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의 수록곡들을 만들었던 Alan Menken이 만들어낸 음악은, '그래, 영화 속에서나마 이렇게 마냥 행복한 걸 굳이 거부할 필욘 없잖아'라는 생각과 더불어 뮤지컬 영화의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LT DISNEY VIDEO에 있습니다.








John Frusciante _ The Empyrean

01. Before the Beginning
02. Song to the Siren
03. Unreachable
04. God
05. Dark/Light
06. Heaven
07. Enough of Me
08. Central
09. One More of Me
10. After the Ending


많이 늦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의 기타리스트이자 솔로 뮤지션으로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한 명의 기타리스트로서 많은 록 음악 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새 앨범 'The Empyrean'에 관한 글 말이다. 사실 앨범 발매 당시에는 국내에 수입된 물량도 적었거니와 1차 수입 시기를 놓쳐 한 동안 기다려야만 했기에 실제로 음반을 손에 넣을 수 있던 것은 발매된지 몇 달 뒤었으며, 그로 부터 또 몇 달이 흐른 뒤에야 짧게 나마 글로 정리해보게 되었다.




일단 인상적인 자켓 이미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실제로 존 프루시안테의 이전 솔로 앨범 자켓들은 하나 같이 심플하면서도 무언가 심미함이 가미된 이미지들로 꾸며지기도 했었는데, 이번 앨범 '
The Empyrean'의 자켓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품'스럽다.



(왼쪽 위에서 부터 시계방향으로, Curtains (2005) / Shadows Collide with People (2004) / The Will to Death (2004) / A Sphere in the Heart of Silence (2004) )


이번 앨범 타이틀인 'The Empyrean'을 우리 말로 해석해보자면 '가장 높은 하늘', 고대 우주론에 등장하는 '불과 빛의 세계로서 후에는 신과 천사들이 사는 곳으로 믿어진 곳' 으로 해석할 수 있을텐데, 일단 자켓이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와 앨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얼핏 수록곡들의 제목을 보아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efore the Beginning' 'God' 'Heaven' 'After the Ending' 등 이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하나 같이 일맥상통하는 곡 제목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 곡
'Before the Beginning'은 9분이 넘는 연주곡이다. 이 곡에서는 프루시안테의 와우 기타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데, 정말 미친듯이 울어대는 기타 소리에 내 눈물이 절로 동할 정도다. 존 프루시안테는 상당히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기타리스트로도 정평이 나있는데, 이 곡에서도 그런 존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앨범에 실리긴 했지만 아마도 똑같은 버전으로는 다시는 연주하지 않을 듯한 이 곡. 존의 나른한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Song to the Siren'을 지나면 이번 앨범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Unreachable'을 만나볼 수 있다.




6분 10초짜리 이 곡은, 초반에는 참 평범하게 시작한다. 평범한 리듬과 편안하게 노래하는 존. 중간 몇 번 리듬의 변화를 주고 난 뒤, 후반 부쯤 가서 본격적인 솔로가 시작되면서 곡은 급변하게 되는데 그 순간이 정말 짜릿하다. 존 프루시안테의 많은 곡을 들으며 비슷한 경험을 하긴 했었지만, 정말 그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이 곡 후반부의 솔로와 전개부분은 정말 최고. 최고다. 기타 솔로가 전자 오르간 사운드와 합쳐지면서 계단식으로 발전하는 이 부분은 마치 King Crimson의 곡에서나 들었을 법한 전개로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이 앨범을 통틀어 최고의 순간을 선사한다.




'God'에서는 존 특유의 가성을 잔뜩 만나볼 수 있으며, 'Dark/Light'의 중반 부 코러스는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실험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당히 드라이한 보컬과 기타 사운드와 선굵은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Heaven',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이 의외스럽기까지 했던 'Central', 후반 부 현악기로 이뤄진 연주마저 만나볼 수 있었던  'One More of Me', 그리고 일렉트로니카적인 사운드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After the Ending'까지. 전체적으로 앨범으로서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으며, 단순한 기타 연주를 넘어서서 다양한 실험으로 접목시키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음반 활동이 잠정 중단 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의 새 앨범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물론 R.H.C.P 보다도 (어쩌면) 더 존을 좋아하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존과 함께 R.H.C.P가 다시 한번 무대 위로 날아오를 그 날도 기다려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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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운영하진 그래도 제법 되었음에도 (물론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야 풋풋한 풋내기이지만요;;) 블로고스피어 상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릴레이 글들의 바통을 넘겨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사실 한 번 있었어요 ;;; 그런데 너무 친한 분이라 오히려 못했다는;;), 얼마전 블로그를 통해 자주 뵙고 인터뷰를 위해 실제로 뵙기도 했었던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의 운영자 진사야님께서 '저에게도!' 바통을 넘겨주셨던군요!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 이야기'에 관한 것인데, 진사야님께서는 저에게 '조이 데샤넬'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주셨습니다. 주제가 그녀라는 글을 본 순간, 이 릴레이를 빌어 다시 한번 조이 데샤넬에 대한 제 생각들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부담없이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오기까지 이 바통의 유구한 역사...


이 이전 글들도 볼 수 있었으면 좀 참고해서 써볼려고 했는데(처음 써보는 릴레이다 보니 ^^;), 예전 글까지는 찾기가 어려워 그냥 형식을 파괴하셨다는 진사야님의 관련 글만 참고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뭐 막써보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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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릴레이와 비슷한 성격의 글을 이미 그녀의 팬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며 작성한 글에 어느 정도 담겨있습니다 (내가 주이 데이샤넬의 팬블로그를 만든 이유 - http://zooey.textcube.com/2). 누군가의 팬블로그라는 것을 처음 만들게 되면서 왜 '조이 데샤넬'인가에 대한 것과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가볍게 써본 글이었죠. 이 글도 어느 정도 이런 것과 연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이라.. 그녀의 출현과 관심도의 표출 모두 다 좀 갑작스러웠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정도로 좋아했던 배우나 뮤지션들은 이전에도 제법 있었고, 팬블로그를 만들어볼까 생각했던 이들도 많았으며, 무엇보다 오랫동안 사모해온 존재들을 재치고 그녀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시대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구요 ㅎ

그녀를 처음 보게 된 것은 (그전에도 출연작들을 통해 얼핏 봤을런지 모르지만, 정확히 이름과 얼굴을 매치시키면서 보게 된 것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을 거에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 영화를 더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그녀의 캐릭터는, 저 같은 팬들을 양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묘한 매력이었고, 그 이후 한 동안 뜸하다가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예스 맨>으로 결정타를 날린 셈이죠. 진짜 그녀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예스 맨>을 보고나면 누구나 짐 캐리보다도 '정준하씨는 어때요?' 보다도 조이 데샤넬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예스 맨>에서 조이 데샤넬이 연기한 캐릭터는 가장 현실의 그녀와 닮은 듯한 분위기였으며, 다른 여배우들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캐릭터였죠.

제가 짐 캐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해요. 짐 캐리 영화는 몇몇 작품은 좀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몇몇은 감동도 전해주고 또 큰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이런 것들에 상관없이 거의 다 챙겨보는 이유는 짐 캐리에게는 '짐 캐리'만이 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이 아주 확고하게 존재하거든요. 조이 데샤넬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저 예쁘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너무도 많지만, 조이 데샤넬이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감흥에 다른 여배우의 모습은 얼핏 잘 매치가 되지 않거든요. 더군다나 그녀는 She and Him이라는 멋진 밴드로 활동중이기까지 하니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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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생각하는 조이 데샤넬'이란 바로 이런 것 같아요. 대체 불가능한 존재. 사실 그녀보다 더 좋아하는 배우들도 많고 더 오랫동안 애정을 두고 응원해온 뮤지션들도 많지만, 특별히 그녀를 선택하게 된 것은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갖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더 아름다운 배우들도 많고, 더 멋진 노래로 감동을 주는 뮤지션들도 많지만, 적어도 그녀 같은 범우주적인 표정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여배우는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뭐랄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씨익 미소가 지어지는 경우랄까요.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녀가 범우주적인 매력포인트를 지녔음에도 대중들에게는 그리 메이저틱하지 않다는 것에 더욱 끌리는 것 같아요. 무언가 마이너틱한 느낌도 들면서 슈퍼스타라기 보다는 그냥 자신의 일을 100% 즐기고 있는 듯한 그녀의 존재가 매력적인 거죠. 그리고 이른바 팬심이라는 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누군가를 조건 없이 응원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누군가를 항상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자,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는 일이니까요.


* 사실 더 할 얘기가 많긴 했는데, 요즘 글로 정리못한 영화이야기가 잔뜩 머릿 속에 있는터라 이 정도만 정리 가능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 진사야님이 바통을 넘겨 받으시면서 형식을 파괴하셨다고 했는데, 저는 그런 형식조차 없으니 이건 뭐 ;;;;

* 저도 바통을 이어 받으실 다음 분을 조심스레 선택해 보았는데요, 두 분 모두 부담 갖지 마시고 쿨하게 거절하셔도, 쿨하게 아무 말 없이 안쓰셔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을까;;;


1. 몬스터님 (http://culturemon.tistory.com) - 극장
- 지난 번 트위터를 통해서 잠시 비슷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몬스터님이 생각하시는 '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2. 이동진님 (http://blog.naver.com/lifeisntcool)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이건 사실 무모한 도전에 가까운데,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모험적 욕구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블루레이 영화제 때 스쳐가듯 뵈었었는데, 따로 말씀듣고 싶은 시간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거든요;; '아마 안될거야' 시리즈의 신작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한번!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이 글은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인 http://zooey.textcube.com 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제작사에 있습니다.





일본 음악을 즐겨 들은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번 앨범을 받아들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왜 그 동안 히라이 켄의 앨범을 단 한번도 제대로 들어보려고 시도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었다. 차라리 그 이름을 몰랐다면 얘기가 될 텐데, 히라이 켄이라는 이름은 매우 자주 들어왔었고 지인 가운데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이도 있었을 정도로 가깝다면 가까운 아티스트였는데, 왜 그랬는지 별로 제대로 들어보려고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그 이유를 떠올려보자면 아마도 그가 흔히 말하는 '발라드' 가수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텐데, 아무래도 일본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주된 이유가 록 음악이었다보니, 그리고 그 이후에 좋아하게 된 뮤지션들은 거의 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아니면 블랙뮤직을 주로 하는 팀들이다보니 점점 히라이 켄과는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서야 들어보게 된 히라이 켄의 음악은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짐작해오던 그런 '발라드'는 아니었으며 (절대 발라드를 폄하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남자가 들어도 달콤한 (각트처럼 느끼하지 않고 달콤한) 보이스는 특히나 커버 곡으로 이뤄진 앨범 'Ken's Bar'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앨범 속지의 해설서에 따르자면 이 'Ken's Bar'란 프로젝트는 실제 히라이 켄이 지점장 겸 보컬을 맡고 있는 라이브 까페에서 벌어지는 라이브이자 'Bar'이며, 입소문이 커져 극장 라이브로 발전되기도 했고, 2003년에는 'Ken's Bar'의 컨셉을 하나로 엮은 음반을 이미 발매하기도 했으며, 이번에 발매된 앨범은 그 2탄 겪으로서 Ken's Bar의 개점 1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많은 뮤지션들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되면 커버 곡으로 (리메이크 곡으로) 이루어진 컨셉 앨범을 종종 내곤 하는데, 대부분이 상업적인 성격이 짙거나 앨범의 완성도보다는 그저 자신의 팬들만을 위한 성격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실 이 앨범의 성격을 알게 되었을 때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었는데, 막상 들어본 'Ken's Bar'는 왜 이 프로젝트가 많은 일본인들과 음악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절로 알 수 있는 매력적인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커버 곡으로 이뤄진 앨범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두 가지를 고르라면 하나는 보컬의 역량이 될 수 있겠고, 다른 하나는 곡의 해석을 어떻게 달리하는가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성공한 리메이크 앨범의 경우 완전히 장르를 파괴하여 자신들만의 것으로 곡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가 좀 더 많다고 할 수 있을텐데, Ken's Bar는 이런 케이스가 아니라 보컬의 역량에 좀 더 촛점을 맞춘 프로젝트라 하겠다. CD플레이어에 CD를 넣고 처음 히라이 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기존에 잘 알고 있던 곡이라 하더라도 그의 보컬이 곡을 압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는 어떨 때는 송가처럼, 어떨 때는 러브 송처럼 가슴 깊은 곳을 이른바 '후벼 파는' 감성적인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잘 알고 있는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특별한 곡해석 작업이 없었음에도 보컬 만으로 곡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트로와 경음악 트랙을 지나 그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는 첫 번째 곡 'New York State of Mind'는 이미 수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이미 익숙해질 만큼 불려진 곡이지만, 독특한 미성의 히라이 켄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다. 4번째 곡 '僕がどんなに君を好きか、君は知らない (내가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 너는 알지 못해)'를 듣고 있노라면 장소가 어디든 그 차분함과 따듯한 분위기에 금새 빠져든다. 다른 곡들을 듣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이 앨범은 듣고 있는 그 장소를 한껏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5번째 곡은 하마사키 아유미의 곡으로 더 유명한 'Love ~Destiny~'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히라이 켄 보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듯 악기의 사용이나 추가 장치들은 가능한한 배제하고 있는데, 이 곡 역시 피아노 반주 만이 그의 목소리를 받쳐줄 뿐이다. 6번째 곡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Eagles의 명곡 'Desperado'이다. 개인적으로 데스페라도는 너무 많은 뮤지션의 너무 많은 버전을 겪은터라 신선함이 확실히 덜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




역시 너무나도 유명한 'Moon River'를 지나면 Neyo의 곡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모았었던 'Because of You'가 히라이 켄의 목소리로 전해진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로 편곡된 'Because of You'는 네요의 느낌과는 또 다른 담백하면서도 히라이 켄의 보컬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워낙에 원곡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히라이 켄의 애절한 보컬과도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일본 공연시 게스트로 출연한 적도 있었던 스티비 원더의 곡 'Lately' 역시 히라이 켄 같은 보컬이라면 한 번쯤 불러볼 만한(도전해 볼만한) 곡이라고 생각된다. 원곡보다는 훨씬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로 편곡된 것이 이채로웠다. 이 이후로도 정말 'Ken's Bar'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게 될 만큼 편안한고 아늑한 그의 곡들이 더 수록되어 있다.




히라이 켄의 Ken's Bar를 듣고 난 가장 첫 느낌은 '참 따듯하다'와 '참 편안한다'라는 것이었다. 정말 부담없이 한 낮 햇살 가득 내려 쬐는 방안에 홀로 앉아 듣고 싶은 앨범. 바람이 살랑살랑 머릿 결을 스치는 공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듣고 싶은 앨범.

아, 그리고 언제 한번 그의 바에 놀러가서 히라이 켄과 함께 차 한잔, 맥주 한잔 하며 듣고픈 앨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하였으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오늘 6시 반이 조금 지난 이른 아침. 민족의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국회의사당에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내일 영결식이 치뤄지는터라 더 늦게 된다면 못찾아 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국회의사당에 오게 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런 비통한 일로 오게 되었네요.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빈소로 향하는 길목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금이나 엿볼 수 있는 사진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 물론 선생님이라고 감히 부를 자격이 되지도 못하지만, 그의 삶은 분명 정치적인 입장이 틀리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으로서 충분히 존경 받을 만한 삶을 사셨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남자가, 어떤 사람이 한 평생을 이리도 치열하고 극적으로 후회없이 살 수 있었을까요. 시대의 고난 속에서도 이를 항상 온몸으로 이겨냈던 그의 삶이 너무도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장면이 과연 다시 한번 나올 수 있을지 정말 의문입니다. 제발 이런 사진을 보며 '동시대를 함께 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서 다시 한번 이뤄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역시 길목에는 많은 이들이 마음이 담긴 화한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는 형식적인 허울을 위해 보내온 모 단체들의 이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에서 온 조문단에게 무력 항의를 하던 그 단체의 화환도 있더군요. 저 역시 가스통이라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울컥했으나, 그의 영전에 누가 되기에 마음을 억눌렀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분들이 계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숫자와 상관없이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자면, 진심에서 우러나서 조문을 하러온 분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마치 무슨 이벤트에 참여하듯이 일명 쪼리를 신거나 화려한 복장으로 조문을 온 분들도 계신 것 같아 한 편으론 맘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오는게 안오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면 드릴 말씀이 없지만, 최소한의 조문 예의도 갖추지 않은 분들이 많은 것이 한 편으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 늦게나마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추모의 벽에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특히&nbsp;나이 지긋하신 분들의 메시지가 눈에 밟히더군요. '형님, 감사합니다' 라던가 마치 초등학생 같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곧 만납시다' 라고 써내려간 메모는 왠지 마음 한 켠이 울컥해지더군요. 모두 다 감사의 메시지, 미안함의 메시지였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뒤늦게 후회만 하고 마는 것일까요 ㅠ




제 마음도 다르지 않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생을 담아낸 사진전을 보고 있노라니, 한없이, 정말 한없이 내 자신이 너무도 작아질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저는 과연 이 남자처럼 살 수 있을까요.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 서로를 오랫동안 위하며 이렇게 살아낼 수 있을까요. 한없이 내 자신이 부끄러워만 집니다.





특히 이희호 여사님과 함께하신 사진들이 많았는데, 참 보기 좋은 모습들이었습니다. 두 분의 결혼생활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전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눈물을 참기가 어렵더라구요. 며칠전 배철수의 음악캠프 오프닝 멘트였던가요. 겁 많았던 소년의 이야기. 정말 거인처럼 느껴졌던 김대중이라는 한 사람도 결국 아주 겁많은 보통 사람이었지만, 끝까지 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모습을 반대로 느낄 수 있는 이 사진을 보면, 오히려 그 동안 그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에 더더욱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가슴 한 켠이 아려옵니다.





전 사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민주주의 = 김대중' 이런 비슷한 식으로 무의식 중에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그는 꼭 대통령이 되어야할, 민주주의의 상징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으로 추앙할 만큼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는 점은 가슴으로는 몰라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나서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 김대중이라는 인물은, 머리로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존경할 만한 인물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저것 푸념을 늘어놓고도 싶지만, 늘어놓을 수록 한 없이 부끄러워져만 가는 제 자신이 너무 뻔히 보여서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삼가 애도합니다.
감사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제 그 동안 배운 것을 꼭 행동으로 옮기는 양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글 /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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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현재 영화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를, 전세계 237개 지역 221개 관에서 동시진행하는 '아바타 데이' 행사를 통해 먼저 만나보고 왔습니다. 참고로 <아바타>는 12월 17일 전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으로서 무려 개봉하려면 4달 가까이 남은 영화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특별한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나눠준 간단한 브로셔인데, 영화에 대한 아주 간단한 설명과 개봉일, 그리고 아바타 데이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습니다. 하나 재미있는 건 아직도 <타이타닉> 감독 작품으로 밖에는 홍보할 수 없는 아쉬움이랄까요.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작품'이라고 쓰기엔 아무래도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국내에서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이 같이 감독 이름만으로 홍보할 수 있는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여튼 간단하게 브로셔를 둘러 보고는 두근두근 하는 마음을 안고, 손에는 3D 입체안경을 움켜쥐고 상영관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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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기 전에 인트로 영상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직접 입체 안경을 들고나와, 이 20분 분량의 짧은 영상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자, 보시죠, 하고는 입체 안경을 쓰윽 쓰지 않을까 했는데 그러지는 않더군요 ^^;)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라는 말에 안심하고 보게 되었죠. 정말 제임스 카메론의 말 답게 스포일러가 나올 만 하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더군요. 몇몇 시퀀스를 보여주기는 하나 결정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으며, 초반 설정 장면과 대화 장면, 액션 장면이 짧지만 골고루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액션 장면들 역시 극중 아바타 들이 벌이는 액션과 인간과 괴물이 벌이는 액션, 아바타와 괴물과 벌이는 액션 등으로 나누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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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인간이 '아바타'라는 존재가 된 이후에, 인간과 아바타의 크기 차이의 묘사랄까요. 아주 거대한 거인도 아니지만 인간 보다는 훨씬 큰 아바타의 크기가 실감나게 느껴지는 카메라 앵글이 돋보이더군요. 그 섬세한 앵글 덕분인지 이 크기의 차이가 실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시퀀스는 본격적으로 아바타 (그런데 이 외계인으로 보이는 존재를 '아바타'라고 칭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들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장면들이 전개됩니다. 기묘한 공룡이 모습을 하고 있는 괴물들과 아바타들의 추격전, 아바타가 자신이 타고 다닐 괴물(익룡 혹은 용의 모습을 닮은 존재.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을 길들이는 장면, 그리고 예고편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인간과의 전투 장면 등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게임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아바타의 세계의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상당히 설득력있는 모습이었으며, 아바타라는 존재들의 묘사에 있어서도 배우들의 얼굴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시고니 위버 얼굴을 한 아바타는 단번에 알아보겠더군요), 그 독특한 피부 질감이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익룡을 타고 나는 장면에서 배경 묘사를 보니 CG로 그린 것이 아니라 실사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움직이는 물체 주변은 아무래도 CG의 사용이 많았던 듯 싶지만, 먼 발치의 실사 배경이 어울려 더더욱 있을 법한 신비의 세계를 그려낸 듯 했습니다(여기서 혼자 감탄!). 이번 20분 프리뷰에서는 인간들과 전투 장면은 예고편에 등장한 장면 외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는데, 인간과 아바타 벌이는 즉 실사 캐릭터와 CG캐릭터가 맞물리는 장면의 완성도만 만족스럽다면, 흠잡을데 없는 강렬한 영상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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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짧은 영상이었지만 감독의 전작을 연상시킬 만한 병기라던가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더군요.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타고 등장했었던 '파워로더'를 연상시키는 병기도 그렇고, 전투 비행정의 모습 역시 <터미네이터>와 <에일리언>에 등장했던 비행정의 모습을 업그레이드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프로펠러를 상하로 위치시켜서 수직상승할 수 있는 모습말이죠).

용산 CGV에서 아이맥스 3D로 감상하였는데, 이미 많은 3D 아이맥스를 접한터라 포맷에 대한 감흥은 덜했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아이맥스 3D를 사용하는 방법을 보니 확실히 조금 다른 점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일단 그 아바타 행성(?)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날파리(?)의 묘사는 확실히 입체영화에 최적화된 설정이라 아니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긴박감 넘치는 추격, 액션 장면의 경우 핸드헬드 효과를 내려는 촬영 방식이 어느 정도 아이맥스 3D의 효과를 더해주는 면도 있는 반면, 개인적으론 좀 과도한 사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어쩃든 이렇게 단 20분 공개만으로 큰 이슈를 일으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바타>에 거는 영화팬들의 관심과 기대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른 12월 17일이 되어 완전한 <아바타>를 즐겨보고 싶네요. 어떻게 기다리나요!!


1. 그러고 보니 주연을 맡은 샘 워싱턴의 경우, 어찌되었든 '터미네이터'와 연관이 있는 배우로군요.
2. 시고니 위버의 모습은 무척이나 반갑더군요!
3. 12월까지 어떻게 기다리나요!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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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th Century-Fox Film Corporation에 있습니다.





1. 어제 드디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신작 <아바타>의 예고편이 최초로 공개되었
죠 (http://specials.divertissements.fr.msn.com/cinema/avatar/default.aspx). 짧은 시간 동안 최고다, CG가 후지다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는데, 일단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 저는 풀버전을 보기 전까지는 일단 그냥 '기대'상태입니다.

2. 아, 그리고 <아바타>는 '아바타데이'라고 해서 영화의 주요 장면 20분 정도를 특별히 보여주는 시사회를 오늘 진행하는데, 다행히 초대가 되어 오늘 저녁 용산 CGV에서 조금이나마 먼저 <아바타>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군요!

3. 요 며칠 블로깅을 못했던 건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관련해서 조금 심정을 글로 정리해 보긴 해야할텐데, 참...2009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이젠 편히 쉬세요.

4. 아, 진사야님이 넘겨주신 릴레이 글은 서거 하루 전에 이미 써두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는 바람에 일단 보류 중입니다. 조금 더 있다가 공개하도록 할께요.

5. 혹시나해서 홍보를. 위드블로그라고 저희 회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음반 캠페인의 경우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 전문적인 블로거 분들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서, 평소 음반과 리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높은 확률로 음반도 공짜로 들어보고 리뷰도 작성하실 수 있는 기회가 돌아갈 것 같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주저 말고 신청해주세요~ (http://withblog.net/)

6. 요 며칠 너무 세상일, 회사일로 정신없다보니 <왓치맨>과 <벼랑위의 포뇨>가 DVD로 출시된 것도 모르고 있었군요. 왓치맨은 스틸북으로해서 오늘 바로 질렀습니다. 내일이면 볼 수 있겠네요!

7. 10월에 일본으로 휴가가려고 잔뜩 벼르고 있는데, 아무래도 신종 플루가 신경이 안쓰일 수는 없네요. 지진까지 겹쳐서 좀 싸져라, 싸져라 하고 있습니다. -_-;;

8. 딱 하루 아무 일도 없는 날 연차휴가를 내고, 집에 쌓여있는 블루레이들을 몽땅 보고만 싶습니다. 그리고 다 글로 써버리고도 싶구요. (그랜 토리노와 칠드런 오브 맨은 캡쳐까지 어느 정도 해두었는데 과연 언제쯤 리뷰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윽)

9. 권지용의 이번 앨범은 멜론을 통해 첫날 들어보았습니다. 좋기는 한데,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사실 권지용이 권토벤으로 불릴 정도의 천재인가에 대해서는 사실 예전부터 의문이 있었고, 특히 '거짓말'의 전주부분을 열심히 따라부르다가 정작 내가 다른 곡에 가사를 붙여 부르고 있었다는 충격 체험을 한 이후에는 실망을 한 경우이기도 때문에, 이번 논란이 너무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구요. 다른 한 편으론 참 요즘 가요계가 표절에 너무 관대해졌다고도 생각이 들구요. 예전 같으면 표절이라는 의혹만 있어도 가수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였는데, 요즘은 가요계가 다 너무 어렵다보니 다들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추세죠. 그런데 뭐 당연한거지만 어려운 건 어려운거고 표절은 표절이겠죠;; 그런데 전 빅뱅 참 좋아했다구요 ㅎ MTV에서 했던 성장프로그램도 다 봤고, 재방송할 때마다 또보고. 여튼 그렇다는;;

10. 올해는 과연 그린 민트 페스티벌에 갈 수 있을까요? 일본 여행 스케쥴과 겹치지는 않는데 모르겠네요. 이적도 나오고 페퍼톤스도 여전히 나오고, 데니슨 위트머도 나온던데 말이죠! (http://mintpaper.com/v2/gmf2009_lineup_re.html)

11. 씨네아트 블로거 정기상영회의 11번째 상영작으로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가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오랜 만에 혹은 처음 보고 싶은 신 분들은 오는 28일(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니 참고해주세요~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씨네토크는 거들 뿐! (http://cineart.tistory.com/521)

12. 제 블로그 관련해서 몇 가지 소소한 자랑거리가 있는데 이건 확정되면 말씀 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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