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앞마당에서 열린 '미술관 습격사건'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미 다른 블로그들과 매체 광고를 통해 접했던 터라 제법 익숙한 그림들이었는데, 그래도 실제로 보니 더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변대용 - '애꾸눈은 딸기잼이 달다고 말한다'
            '정지된 폭발'




김영 - '수트맨'




임수진 - 'Cloud Man'




이학승 - '테러공포증'

(실제로 소리가 나더군요;;)





김예솔 - 'Tea Time'





이미연 - 'Feel the Pandas'




변대용 - '샴푸우'




황은정 - 'Sharpie'




스티키몬스터랩 - 'The Box'





김과 현씨 - '바나나맛 우유 탱크'





위영일 - 'Idel Type'

(사진으로만 보았을 땐 상당히 큰 구조물일줄 알았는데, 거의 작은 피규어 수준의 크기라서 사뭇 놀랐습니다 ㅎ)


K100D + 70-300 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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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서울시립미술관과 더불어 경희궁을 둘러보았는데,
역사박물관 뒷편 흥화문 쪽으로 들어가자 오른 편으로 위 사진과 같은 대형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사람들의 작은 모습과 비교해보자면 저 건축물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을텐데, 이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궁금해하던 중 아래 가건물들 사이로 무언가 정체를 추측해볼 수 있는 문구가 있어 줌 렌즈를 당겨보았더니...




트..트....트랜스포머!

예전 1편 개봉시에는 남산 N타워 아래 범블비를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2편 개봉에 맞춰 무언가 대형 구조물을 만들어 공개하는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은 아닌가 싶군요!

정확히는 확인해볼 수 없었으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바리게이트를 설치해 놓은 점도 그렇고, 그 크기로 보아서 트랜스포머와 연관된 무엇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네요. 흥미로운 것은 트랜스포머 구조물이(만약 그렇다면) 다른 장소도 아닌 전통 궁 안에 설치되게 된 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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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http://prada-transformer.com/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영화 <트랜스포머>와는 전혀 상관없는 '프라다'와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우스가 손잡고 기획한 일종의 프로젝트로서 ART ARCHITECTURE FILM FASHION은 ART / ARCHITECTURE / FILM / FASHION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되는 이벤트를 뜻하는 문구였네요. 사면이 트랜스폼 함에 따라 각각의 컨셉에 맞는 공간으로 변하는 대형 구조물을 이용한 프로젝트로서 이미 공개가 되어 다양한 모습을 직접 확인하신 분들도 많았으며 26일 부터는 영화관으로 변신하여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선별한 영화들이 상영된다고 하네요.

관련 내용을 담은 블로그
http://blog.naver.com/jenyjh?Redirect=Log&logNo=100067602925
http://www.cyworld.com/les0628/2892865

아...
오늘은 안에 들어가 볼 수 없었던 관계로 괜히 상상력만 증폭되어 혼자 소설을 쓰고 말았군요 ㅠ
잠시나마 트랜스포머와 연관지어 무언가 깜짝 이벤트를 떠올리며 행복했더랬네요 ^^;

낚시에 걸리신 분들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다 빈치 코드 : 블루레이 리뷰 (Da Vinci Code : Blu-ray Review)
http://dvdprime.paran.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791&master_id=11



확실히 영화 자체가 아쉬운 점이 많았던 작품이긴 하지만, 블루레이로서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퀄리티로 발매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짜 오랜 만에 John Frusciante 앨범을 사러 갔던 음반몰에서 우연히 발견을 하고는 정말 급작스럽게 bjork의 앨범을 덥썩 구매하게 되었다. 진정한 bjorker라면, 그리고 그녀의 음반 컬렉터라면 도저히 안사고는 못배길 이번 패키지.




한국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던 volta 투어 라이브 실황과 volta비디오가 담긴 2장의 DVD와 라이브 버전과 리믹스 버전의 CD 2장이 수록된 스페셜 한정판 앨범. 그렇기에 가격도 후덜덜.




비닐은 언제나 처럼 칼로 잘 잘라서,  내용물만 넣다 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정도 가격의 음반이라면 이 정도 수고는 자연스레 거들뿐.




푸짐한 내용물들. volta 앨범의 연장선에 있는 앨범임을 단 번에 알 수 있듯이 메인 자켓 디자인과 겹겹의 슬리브로 채워져 있는 컨셉도 이전 volta 앨범과 동일하다.




접혀 있는 종이를 쫘악 펼치면 한 면에는 포스터가 다른 한 면에는 수록곡에 대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7개의 슬리브로 되어 있는 구성물. 각각의 슬리브마다 인상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CD/DVD를 수록하고 있지 않은 슬리브들에 안 쪽에는 색색깔로 치장되어 있다.




volta 리믹스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 첫 번째 CD.

CD 1 - THE VOLTA REMIX
01. Earth Intruders
02. Innocence
03. Declare Independence
04. Wanderlust
05. The Dull Flame Of Desire
06. Earth Intruders
07. Innocence
08. Declare Independence
09. The Dull Flame Of Desire
10. Innocence
11. Declare Independence
12. Innocence




라이브 실황이 담겨 있는 두 번째 CD

CD 2 - Songs From The Volta Tour Performed Live At Olympic Studios
01. Wanderlust
02. Hunter
03. Pleasure Is All Mine
04. Innocence
05. Army Of Me
06. I Miss You
07. Earth Intruders
08. All Is Full Of Love
09. Pagan Poetry
10. Vertebrae By Vertebrae
11. Declare Independence




라이브 실황이 담겨있는 첫 번째 DVD

DVD 1 - The Volta Tour
01. Brennio Pio Vitar
02. Earth Intruders
03. Hunter
04. Immature
05. Joga
06. Pleasure Is All Mine
07. Vertebrae By Vertebrae
08. Where Is The Line
09. Who Is It
10. Desired Constellation
11. Army Of Me
12. Triumph Of A Heart
13. Bachelorette
14. Wanderlust
15. Hyperballad
16. Pluto
17. Declare Independence
18. Pneumonia
19. Cover Me
20. My Juvenile
21. Immature
22. The Dull Flame Of Desire
23. Vokuro
24. Sonnets / Unrealities XI
25. Mouths Cradle




volta의 다양한 뮤직비디오 들이 담겨있는 두 번째 DVD

DVD 2
The Volta Videos
01. Earth Intruders
02. Declare Independence
03. Innocence
04. Wanderlust
05. The Dull Flame Of Desire
06. Making of 'Declare Independence'
07. Making of 'Wanderlust'
Innocence - The Competition Top Ten Runners Up In Alphabetical Order
08. Davood Saghiri
09. Dimitri Stankowicz
10. Etienne Strubbe
11. Julie Himmer
12. Laurent Labouille
13. Mario Caporali
14. Mik o_o Armellino
15. Renato Klieger
16. Roland Matusek


오랜만에 흠뻑 bjork의 음악에 빠져들게 될 것 같다. 더군다나 라이브 DVD 포함이라니 지난해 내한공연의 감동을 다시 한번 추억해 볼 수 있겠다.


관련글












오랜만에 거금을 들여 구입한,
Dashboard Confessional 티셔츠와 Whitestripes 티셔츠.

둘 다 디자인이 예뻐서 거금에도 바로 주문했음.
올 여름 티셔츠 고민은 이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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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Mother, 2009)
그녀의 이름은 마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을 연출했던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홍상수 감독의 <잘알지도 못하면서>와 더불어 올해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큰 기대작이었다. 박찬욱과는 다르게 또한 홍상수와는 다르게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앞선 두 감독들 보다는 좀 더 대중적이면서도 그 안에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잘 녹여내는 동시에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완성도와 짜임새 면에서는 항상 만족감을 주었던 감독이기에, 그의 2009년 신작 <마더>는 태생부터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자면 국민 엄마로 불리우는 김혜자씨의 캐스팅도, '얼마면 돼'를 외치던 꽃미남 원빈의 복귀작이라는 이유는 전혀 관람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더>에 대한 기대는 오롯이 감독인 봉준호에 대한 것이었다.

더 기대가 되었던 것은 개봉 전 알려져있던 대략의 시놉시스였다. 조금은 모자란 아들 도준(원빈)이 살인사건에 억울하게 휘말리게 되면서 이를 구하기 위해 어머니인 '혜자'가 (크레딧에는 이름 없이 '마더'라고만 표기되지만 각종 인터뷰를 통해 감독은 이 역할을 '윤제문 - 제문' '전미선 - 미선'과 마찬가지로 '혜자'라고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직접 나서게 된다는 것이었는데, 대략의 줄거리만 놓고 보았을 때 이 영화는 브라이언 싱어의 <유주얼 서스펙트>가 되거나 수오 마사유키의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가 되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시놉시스를 놓고 보았을 때는 누가 범인인지를 가지고 <유주얼 서스펙트>식으로 풀어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아보였다. 그렇다면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와 같은 주인공의 심정에 완전히 동화된 작품이 나올 것인가 하면 이 쪽은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과는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결국 봉준호 감독은 반전 자체가 핵심이 되기 보다는, 자신의 작품들이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사건 자체의 구조보다는 그 안에서 한국사회 특유의 문제점을 꼬집는 동시에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물이 겪는 심리상태와 갈등에 더욱 집중하는 영화를 선사하고 있다. 이 영화가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 것은 주인공이 바로 '엄마(mother)'였다는 점일 것이다.



(이후 부터는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홀로 들판에서 춤을 추는 영화의 첫 장면은 슬프다 못해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줄거리만 놓고 보자면 이건 완전 신파 드라마 연속극으로 그리기 딱 좋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자신에겐 전부인 아들을 구해내기 위해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게 되는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내 정서와 맞물려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손쉬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이 이렇게 완만한 드라마를 만들리는 만무한 일. 감독은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직접적으로는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부수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병폐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한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들을 정당화 하게 되는지 그리고 눈에 쉽게 보이는 것들 즉 믿고 싶어하는 것들의 허구가 얼마나 많이 인간 스스로를 세뇌시키는지에 대해, 그 시작과 과정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마치 춤추듯 리듬을 타며 전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영화 속 엄마와 도준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준은 약간 지체를 겪고 있는 어른으로서 혜자에게는 항상 걱정거리다. 시간 맞춰 약을 먹이고 약 먹다가 도망쳐버리는 도준을 잡기 위해 버스 뒤를 쫓기도 하고, 쉽게 말해 하나 부터 열까지 다 보살펴주려고 애를 쏟고 있다. 그런데 이 둘의 관계는 단순히 홀어머니와 부족한 아들로만 미뤄 생각하기엔 너무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성적인 코드가 담겨있는데, 그 대상이 어머니라는 점에서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듯 하다. 밤 늦게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눕는 도준은 옆에 누워있는 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며 잠이든다. 그리고 밥상 머리에서 삼계탕을 먹으며 정력에 좋다는 얘기를 나누며 '정력은 있어서 어디 쓸 데나 있어?'라며 수줍게 도준에게 묻기도 한다. 물론 정말 제 몸 같은 자식에게 갖는 어머니로서의 모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겠지만, 영화 속 혜자의 미묘한 표정들과 대사들은 단순한 '모정'이라고만 보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력은 뒀다 모하게?' '잘 여자나 있어?'라고 물어볼 때 혜자의 표정과 목소리는 미묘하게 떨린다. 이는 단순히 자식이지만 이런 말을 나누기가 민망해서라기 보다는 모정 그 이상의 존재 대 존재로서의 사랑이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정말 모정만으로 이런 얘기를 나눴다면 아마도 <박쥐>에서 라여사가 강우에게 그랬던 것처럼 되어야 했을 것이다.



(영화 초반 노상방뇨를 하고 있는 도준을 따라가 약을 먹이는 장면은 정말 여러가지를 은유하고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먹는 것과 배설이 동시에 일어나는 그로테스크한 묘사는 물론, 도준이 떠나고 나서 그 현장을 지우기 위해 애써 발을 움직이는 혜자의 모습은 앞으로 일어날 여러가지 일을 암시하기도 한다)

혜자의 캐릭터를 보았을 때 앞선 것들과 같이 성적인 코드로 읽을 만한 장면은 더 있다. 범인으로 의심되는 진태에게서 증거를 잡아내기 위해 진태의 집 안 옷장에 숨었을 때 혜자는 진태와 술집 맨하탄 집 딸이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보게 된다. 여기서도 카메라의 위치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감독은 분명 혜자의 숨겨진 성적 코드를 의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아들 같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론 마치 집 나간 남편처럼도 느껴지는 진태가 성관계를 갖는 모습을 바라보는 혜자의 시선에서는 묘한 감정이 느껴지는데 이것 역시 민망함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그 이후 문아정의 친구의 부탁으로 마트에서 생리대를 사다주는 장면에서도 점원의 의심스런 눈초리와 혜자의 얼굴을 번갈아 보여주는 컷도 이런 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영화에서 서 너 차례나 반복되는 '도준이는 엄마랑 잔다며' 식의 농담도 한 두 번은 그저 모자라 보이는 도준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삽입할 수 있는 대사였겠지만 이렇게 여러 번 언급되는 것 또한 같은 의미라 할 수 있겠다(그런 의미에서 남학생이 '진짜 엄마랑 자요?'라는 식으로 얘기했을 때 진태가 화를 내는 장면은 혜자와 진태에 관계를 생각해봄에 있어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을 남긴다).

진구가 연기한 진태 캐릭터에 얘기가 나온 김에 더 해보자면, 이 '진태'라는 캐릭터도 쉽게 종잡을 수가 없는 캐릭터다. 처음에는 혜자의 시선처럼 진태가 문아정의 살해범으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결국 진태는 용의 선상에서 멀어지게 된다. 자신을 의심한 혜자에게 거액을 요구할 때는 다시 나쁜 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이후에 도준의 결백을 밝혀내려 혜자를 돕는 모습은 그저 까칠할 뿐 살해범이라던가 아주 나쁜 이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동네 전체가 좀 이상해...'라는 식으로 얘기할 때는 마치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긴다. 얼핏보면 그저 작은 시골 마을에서 힘을 내세워 권력을 얻으려는, 그래서 아마도 나중에는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공직을 차지할 것만 같은 진태의 모습은 이 영화 <마더>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이다. 하나 아쉬운게 있다면 무언가 흥미로운 구석은 많이 남겼지만 결국 별다르게 결론짓지 않은 채 마무리 지어버렸다는 것이랄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자면 진태 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굳이 다 설명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진태라는 캐릭터는 아주 흔한 캐릭터 같으면서도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아무도 믿지마, 나도 믿지마'라는 진태의 대사는 관객들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관객들은 언제나 처럼 주인공인 혜자에게 동화되어 그녀가 보고 믿는대로 역시 믿게 되지만 영화의 결론처럼 실제 사건의 결론은 혜자의 믿음을 배신하고 있다. 진태의 말대로 주변의 도움없이 혼자의 힘으로 사건을 추리해 가던 혜자는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한 노인이 진짜 범인임을 알게 되는데, 범인이라는 증거를 확보하거나 스스로 확인하려고 만났던 이 노인에게서 정작 진짜 범인은 도준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혜자에게는 오로지 '도준이 범인은 아니다'라는 진리와도 같은 맹신 밖에는 없기 때문에, 그 노인의 말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이 노인의 말을 인정할 수 조차 없는 것이다. 면회를 갔던 자리에서 '네가 진짜 죽였더라도 안그랬다고 해야지'라는 말처럼, 혜자에게는 도준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이나 여지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그 노인의 말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라던가 '아니라고 밝혀졌던데요'라고만 끝맺지 못하고 결국 그 노인을 죽일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사실 이것을 핵심적인 반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것은 영화의 반전이라기 보다는 극 중 혜자가 느끼는 반전일 것이며, 관객이 느끼는 반전이라면 '주인공은 항상 옳다'라는 선인겹에서 오는 반전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생각해보면 혜자는 처음부터 '도준이는 범인이 아니다'라고 믿었다기 보다는 '아닐 것이다' 혹은 '아니어야 한다'라고 믿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극 중 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그녀의 행동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나 한국사회에서 특히 강한 모정이라는 점에 기인하자면 그 어떤 어머니라도 자신의 아들이 살인자로 몰렸을 때 '아니다'라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며, 아들을 구하기 위해 혜자처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공감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영화 속 도준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극 중 혜자의 행동들은 다 이해가능한 부분이었다.

더더군다나 영화 속 혜자에게는 아들에 대해 커다란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5살 아들과 동반자살을 하려고 바카스에 농약을 타서 먹였다는, 즉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아들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인데, 도준이 이 일을 또렷하게 기억해 내면서 혜자의 이런 트라우마는 더더욱 그녀를 압박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혜자와 도준의 관계에 있어 아버지라는 존재다. 영화 속에서는 거의 단 한 번도 혜자의 남편이자 도준의 아버지에 대한 묘사가 없는데, 반대로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있음으로 해서 영화는 조금 더 혼란스러워진다. 영화의 중반 사진관을 하는 미선에게가서 찢어진 도준의 옛날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뽑아달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사진에 대한 언급이 그 이후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아하지만 왜 사진이 찢껴져 있었는가에(혹은 찢었는가) 대해서도 궁금한 점이 많다.

 그저 '세상 좋아졌구나'라는 대사를 등장시키기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도준의 예전 사진을 포토샵으로 보정하는 장면이 등장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점이 있고, 왜 꼭 찢어진(찢은) 사진이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영화를 보신 동료 분께서 제기하셨던 것처럼 도준이 혜자의 친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설도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 드는 의문점은 어찌되었든 동반 자살을 결심하고 먹게 된 농약 때문에 도준이 지체장애를 겪게 된 것인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있던 도준과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자살하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장애를 겪고 있는 도준을 잠시나마 죽이려고 했었던 것인지(그래서 트라우마가 더욱 깊어진 것인지)가 불분명 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언급한 가능성은 좀 많이 나간 것이라고 쳐도, 앞선 두 가지 의문점은 도준의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과 맞물려 이 가족의 관계 설정의 미묘함을 더하고 있다.




만약 이 영화가 도준이 실제 범인임을 혜자가 알게 되는 것으로 (마치 반전 영화처럼) 끝나버렸다면 아마도 지금과 같은 감흥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이 영화는 반전 영화로서 밖에는 평가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마지막 장면임을 암시하듯 보여준 첫 장면과는 다르게 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 해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였다면 혜자가 도준이 범인임을 알고서 경악하게 되고 교차 편집으로 도준이 사실은 천재에 가까운 자였다는(이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도 충분히 아직도 가능하다. 이 것에 대해서는 아래에 다시 쓰겠음)것으로 끝나버렸을텐데, 봉준호 감독이 포커스를 두고 있는 점은 스릴러 보다는 한 인간의 드라마였고(사건이 포인트가 아닌 것처럼), 어머니라는 존재로서 풀어냄으로서 다른 결말을 가능케 했다. 실제 범인이 도준임을 알고 있는 혜자에게 경찰인 제문이 찾게 되는데 여기서 관객은 혜자가 고물상 노인을 살해한 것을 제문이 알고 잡으러 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제문은 뜻 밖의 얘기를 하게 된다. '범인 잡혔어요.'

혜자가 굳이 범인이라고 하는 종팔이를 면회가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종팔을 만난 혜자는 종팔에게 누구 있냐고, 엄마 있냐고 물어보는데, 아무도 없다는 대답에 더 오열한다. 여기서 종팔은 바로 며칠 전까지의 도준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도준과 종팔이 다른 점이 있다면 (실제 살인범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도준에게는 혜자라는 어머니가 있지만 종팔에게는 이렇게 자신을 구원해줄 존재가 없는 것이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양심을 꺽고 또 한 명의 희생양을 만들게 되어버리는 자책감과 자멸감에 슬퍼하는 것이고,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울지 마라'라고 얘기하는 종팔을 도준과 맞바꿀 수는 없었던 어머니로서의 자신 때문에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고 마는 것이다. 혜자는 종팔에게도 어머니가 있길 간절히 바랬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고, 그걸 알고도 묵인해야만 하는 혜자의 모습은 또 하나의 씁쓸한 현실과도 같다.




영화의 마지막, 마을 사람들과 관광을 떠나려고 준비하는 대합실에서 도준은 혜자에게 화제 현장에서 주운 침통을 전한다. 스스로 잊으려고 했던 혜자에게(혹은 잊은 줄로만 알았던) 침통을 다시금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그리고 버스에 몸을 실은 혜자는 영화 속에서 여러 번 얘기했던 바로 그 '모든 것을 싹 잊게 해주는, 자신 만이 알고 있는 침자리'에 스스로 침을 놓는다. <마더>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이 엔딩에 있다. 관객이 공감하고 믿었던 주인공 혜자가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하고, 무고한 이가 범인으로 몰리는 데에도 침묵하면서 결국 진실보다는 어쩔 수 없이 도준을 택하는 모습이 비현실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진 점이 섬뜩한 부분이었다.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침을 스스로에게 놓고 나서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는 아줌마들 사이로 모든 것을 포기한냥 춤을 추는 모습은 그래서 압권이었다. 더 인상적인 건 처음에는 많은 아줌마들 사이에서 혜자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지만, 혜자가 버스 중심으로 이동해 갈 수록 혜자를 다른 이들 사이에서 놓쳐버리게 된다. 여기에서는 자신 들의 일이 아니면 금새 잊어버리고 마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엿볼 수도 있다. 자신의 사욕을 위해 스스로 묵인을 결심한 혜자와 같이, 결국 세상도 뒤섞여 버린 혜자의 모습처럼 잊어버리게 될 것이고 이런 일들은 또 어디선가 계속 될 것이기 때문이다(홀로 춤추는 첫 장면과는 달리 여럿과 섞여서 춤추는 마지막 장면은 완벽한 대구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런 메시지는 영화의 전반에 드리워져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점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등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마더>에서도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양념으로서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 가볍게 볼만한 요소들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학생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충격을 받기 보다는 그저 '우리 동네에 살인사건이 일어난게 얼마만이지'하며 '허허' 웃는 모습은 대사처럼 살인사건이 그리 자주 일어나는 곳이 아님에도 얼마나 다른 사람에 일해 무뎌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잘잘못을 가려내기보다는 적당한 합의를 권하는 모양이나 다른 사람에겐 전부가 될 수도 있는 문제를 자신과 주변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마무리하려하는 변호사의 모습, 그리고 결국 살인자가 누구인가 보다는 '누군가가 되면 된다'라는 식의 처리 과정은 씁쓸한 현실을 곱씹어 보게 한다.



(시골 형사들의 디테일을 보여줌에 있어서는 한국영화계에서 아마 봉준호 만한 이는 없을 듯 싶다)

이 영화는 의외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리고 다양한 설들을 낳기 충분한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준이 혜자의 친아들이 맞는 가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고, 진태와 혜자의 묘한 관계도 그렇고, 가장 핵심적으로는 과연 도준이 문아정을 죽인 것인가에 대한 것도 그렇다. 고물상 노인의 말이 100% 사실이라고만 단정 짓기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며, 애초에 커다란 돌이 날라왔던 것으로 보았을 때 여학생인 문하정이 그렇게 무거운 돌을 쉽게 던졌다고 생각하는데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또한 고물상 노인도 역시 문아정과 관계를 했던 이들 중 하나였음을 감안한다면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 도준을 이용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바로 도준이 어린 시절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엄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치밀하게 이용했다는 점이다. 영화 속 도준의 모습에서는 가끔씩 정상적인 모습이 발견되곤 한다. 특히 도준이 무혐의로 출소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혜자와 식사를 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확연히 드러나는데, 항상 자신만 알았던 도준이 스스로 물을 뜨러가서는 본인 것 외에 혜자의 것도 함께 가져온다. 이는 다양한 해석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며, 침통을 혜자에게 돌려주는 장면 역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영화 속 도준은 기억의 패턴이 일정치 않아서이지 두 손을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면서 예전 기억을 끄집어 내곤 하는데, 만약 도준이 실제 범인임을 더 확실히 하려면 (그리고 도준을 정말 지체 장애를 겪는 인물로 그렸다면) 혜자가 도준이 범인임을 알게 되는 것과 동시에 교차편집으로 도준이 자신이 죽인 것을 기억하게 되는 장면을 넣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마치 자신이 원하는 것만 의도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며, 영화 전체에 미묘한 점들과 맞물려 충분히 다른 생각을 하게 끔 만들고 있다.

만약 이 영화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누가 범인인가' 하는 것에 관한 집중적 서스펜스 스릴러였다면 이 같은 떡밥들에 대해 미친 듯이 파고들어야 마땅하겠지만, <마더>는 이 것보다는 주인공 '마더'가 겪는, 자신이 믿었던 것들에 대한 배신과 허탈함에 스스로를 견뎌내지 못하는 존재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만 마쳐도 좋을 듯 하다(하지만 몹시도 궁금한 것 사실이다. 이건 <괴물>에서 박강두가 굳이 골뱅이 통조림을 먹었던 것보다 더 큰 떡밥이 아닐 수 없겠다).




'마더'를 연기한 김혜자씨의 연기는 나무랄데가 없다. 그녀는 두말할 필요없는 베테랑이며 그간 TV속에서 '국민엄마'이미지에 가려 보여주지 못했던 열정을 이 영화를 통해 여지없이 표출해내고 있다. 특히나 새로웠던 것은 '어머니'라는 이미지는 물론이고 '여자'라는 이미지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모습이었는데, 장면장면의 임팩트 측면에서도 그렇고, <마더>는 누가봐도 김혜자의 영화임이 분명하다.  원빈의 경우 사실 조금 걱정한 부분이었는데 캐릭터 자체가 더 단면적이라 그랬던 것도 같다. 캐릭터 자체의 운신폭이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에 배우로서도 한계가 있었겠지만, 너무 뻔하지 않으면서 크게 어색함이 느껴지지도 않는 괜찮은 연기였다. 진구는 아무래도 <비열한 거리>가 겹쳐보이기도 했었는데, 확실히 이런 남성적인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은 있지만 너무 굳어져 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하긴 두 작품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초감각 커플>이 어색하게 느껴진 걸 보면 한 우물을 파는 것이 나을지도;;).

영화를 딱 본 소감은 마치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 답게 찾아내기 어려운 떡밥보다는 좀 더 섬세하고 명확한 것들을 미리 배치해 두고 관객들이 발견하게 하는 쪽이었는데, <마더>는 마치 박찬욱 감독의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미지로 설명하려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았다. 몇몇 앵글이나 장면 같은 경우는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들이라 봉준호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 물론 여기에는 박찬욱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해온 미술감독 류성희씨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녀의 손길이 아마도 여러 장면장면에서 박찬욱스러운 스타일을 느끼게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이병우씨가 맡은 영화음악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완벽하게 비극적이지만 않고 리듬감이 있는 음악을 배치하면서 묘한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메인 테마라 할 수 있는 '춤'과 '축제'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1. 버스에서의 엔딩 장면은 요 몇 년간 본 엔딩 중에 개인적으로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만을 보면서 속으로 '와, 봉준호 감독이 또 한 걸음 성장했구나'하는 걸 절로 느끼게 되더라구요. 그 음악과 곁들여진 최고의 결과물이란 ㅠㅠ

2. 문방구 오락실 앞에 있던 아이들의 배역 이름이 참 다채롭더군요. 문방구 오락기 중딩, 문방구 오뎅 중딩, 문방구 떡복이 중딩, 문방구 안경 중딩 등. 그 외에도 박수치는 룸아가씨로 표현된 캐릭터 이름도 재미있었구요.

3. 그러고보니 전미선씨는 <살추>에서는 남에게 주사를 놔주시더니, <마더>에서는 침을 맞는 것으로 상황이 역전되었군요.

4. 약사 역할로 나오셨던 이대현씨는 <살추>에서도 국과수 직원 역할로 나왔던 분이라 반갑더군요.

5. 일부 극장에서는 김혜자씨가 들판에서 춤을 추는 첫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었다던데...그 극장에서 안보길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살았습니다.

6. 역시 한 번 더 봐야 할까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주)바른손에 있습니다.






관련기사 - 봉준호 감독 "스포일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http://10.asiae.co.kr/Articles/view.php?tsc=06.02.02&a_id=2009060810434166085





최근엔 홍대에 위치한 까페들이 점점 영역을 확장하여 상수역 부근은 물론 합정역 근처까지 퍼졌는데, 토요일 저녁 솔솔 부는 밤바람을 맞으며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즐거운 북까페'에 들렀다.





정성이 엿보이는 메뉴판의 모습. 즐거운 아메리카노도 4천원이라 근처 까페들에 비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최근 어디든 따라다니고 있는 노트북도 이 자리에 빠질 수 없지.







2층에 위치한 조그마한 북까페였는데, 작은 테라스도 준비되어 있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히려 넓지 않고 조그마한 공간이라 가끔씩 나만 몰래 들르고 싶은 공간이랄까.








연차를 내던 반차를 내던 어찌되었든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고맙게도 회사차원에서 참석을 할 수 있어서
회사동료 여러 명과 함께 오늘 영결식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시청광장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러 노란 풍선을 불고 계신 자원봉사자 분들을 돕기도 했습니다.
제가 오는 해드린 일이라고는 이것 밖에는 없었네요.





주변 길가는 온통 노란색 풍선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풍선 속 웃고 계신 노무현 대통령님이 얼굴이
아직도 아른거리네요.





시청광장에 모인 많은 국민들이 모두들 손에는 노란 풍선을 들고, 머리에는 노란 모자를 쓰고 있는데,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행복하고 반갑기만한 노란색일줄 알았는데 오늘은 정말로
슬프게만 느껴졌습니다.




저 멀리 대한문에도 노무현 대통령님이 모습이 보입니다. 여전히 웃고 계시네요.






영결식이 시작될 때쯤 뒤 편에서 하나 둘 풍선이 날라오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에서 앞으로, 옆에서 또 옆으로, 풍선의 물결이 계속되었습니다. 그 물결 속엔 노무현 대통령님을 기리는
이들의 마음이 담겨있었구요.




정말 많은 이들이 영결식이 열리는 경복궁 주변. 시청광장 주변에 모였습니다.
네, 다 노무현 때문입니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오늘 정말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 넘치고 강하던 남자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는지가
너무도 안타깝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났고, 왜 이런일을 겪어야만 하는지 분노가 치밀어 또 눈물이 났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반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와 눈물이 났고,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기 위해
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내 자신 때문에 후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늘 흘린 눈물의 의미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물 흘리지 않기 위해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합니다.


2009년 5월 29일. 저는 이렇게 제 가슴 속 깊이 노무현이라는 이름의 비석을 세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부족하나마 제가 참여하기도 했던 한겨례와 메트로에 실린 자발적인 광고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마음 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광고가 실린 신문들도 소중히 보관하렵니다.


계속 눈물을 훔치느라, 몇 장 안되는 사진과 짧은 글 뿐이지만, 현장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셨던 분들을 위해 부족한 기록을 남겨봅니다.


글/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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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벌써 다녀왔어야 했는데, 처음 소식을 듣게 되었던 토요일 오전부터 일요일까지는 정말 너무 큰 충격을 받은터라 그냥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TV앞에만 멍하니 앉아있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주말이 다 지나도록 실감을 하지 못했었죠. 그래도 용기를 내어 꼭 한 번 찾아뵈어야 겠다는 생각에 출근하기 전 7시 반 즈음에 덕수궁 대한문 앞을 찾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들르게 된 이유는 조문을 위한 줄을 서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저녁에 많은 분들이 계실 때 조문을 하게 되며 울음을 참지 못할 것 같아 일부러 조금 더 차분한 아침 시간을 선택에 조문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대한문 앞 분향소에 들르자마자 조문부터 드렸습니다. 아침 시간이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조문을 드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들 말씀이 없으셨어요. 그냥 자기 차례에 조문을 조용히 드리고 돌아서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죠.




개인적으로는 일부러 사진을 보려 하지 않았었는데, 눈 앞에서 영정사진을 뵙게 되니 정말 울컥하더라구요 ㅠ 그 동안 어렵게 어렵게 참아냈던 감정을 추스리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영정에 놓인 사진들이 대통령으로서 위엄을 갖춘 사진들이 아니라 전부 편안한 복장에 평범하고 소탈한 모습을 하고 계신 모습이라 더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누가 그 사람을 죽음으로 밀어냈을까요. 좋던 싫던간에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냈던 분께 대한 예의가 있는 겁니다. 진보고 보수고 이념이고 지역감정이고 정당이고를 떠나서 인간으로서의 예의는 지켜야죠. 그것이 사람아니겠습니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요.
'가난한 자들의 친구' '서민의 수호자' '사랑하는 노짱 보고 싶어요'






대한문 근처에는 길에 늘어트린 국민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깊은 미안함과 안쓰러움, 슬픔, 분노가 담겨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메시지는 역시 미안함이었어요.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이제서야 뒤늦게 후회하게 되어버린 미안함. 담배 한 대 주지 못했던 미안함.







국민들에 메시지는 거리를 뒤 덮고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그들은 또 이야기하겠죠. 누가 저런 메모지를 배포하는 것이냐. 누가 국화를 조직적으로 나눠주고 있는 것이냐. 무료로 물이며 커피를 나눠주는 자들의 돈은 누가 대주는 것이냐.

그들은 아마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거에요. 누군가를 위해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진심으로 봉사해본 적이 없을 테니까요. 개인 개인이 사비를 털어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이해 불가일 겁니다.





내 가족을,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한 분노도 크지만, 내 대통령을, 내가 믿었던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때까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서 오는 분노도 무시할 수 없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차벽으로 국민의 분노를 막겠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가능한 것입니까. 손이 떨립니다. 노무현을 살려내세요.




개인적으로 지난해 촛불보다도 더 큰 분노와 감정의 동요를 느꼈습니다. 이건 단순히 한 사람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죽은 자가 아닌 산 자 때문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네요.

미안합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어요.
당신으로 말미암아 받은 행복이 너무도 컸습니다.

.
.
.

2009년 5월 26일 아침. 역사의 현장 대한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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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4 : 미래 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2009)
아쉬움 가득한 터미네이터라는 이름의 4번째 작품


<터미네이터>는 단순한 영화 한 편, 혹은 시리즈라기 보다는 일종의 신드롬이자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여기서 그 얘기를 다 하자면 연작으로 해도 모자를 터이니 간단하게 말하자면,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감독, 배우 등 다른 요소들에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터미네이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에 관심을 갖고 보게 될 이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터미네이터 2>의 경우는 마니아층이 아주 두터운 작품이라 출시된 DVD의 경우만 해도 일반판, SE, CE, UE 등등 수 많은 에디션들과 각국에서 출시한 버전을 따로 컬렉팅하는 유저들이 유난히 많았던 작품으로도 기억되는 영화다. 엄청난 혹평을 받았던 3편을 뒤로하고(개인적으로는 3편의 엔딩이 참으로 마음에 드는 편이다) 4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들 사이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도 크리스찬 베일이 존 코너를 연기한다고는 하지만 감독이 맥지(McG)라는 부분이 가장 불안요소였는데, 결과적으로 이 불안요소는 그대로 작용한 편이었고 <터미네이터 4>는(이 리뷰에서는 굳이 한국어 부제목인 '미래 전쟁의 시작'이라는 말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salvation'(구원)이라는 부제가 엄연히 있고 뜻하는 바가 분명 있는데 대중들이 혹할 만한 '미래'와 '전쟁'을 조합한 이 부제목은 역시나 아쉽다. 아마도 이 부제목은 이 영화가 5편, 6편쯤 갔을 때 실제 부제목으로 등장하지 않을까도 싶다), 호평 보다는 혹평이 더 쏟아지는 작품이 되어버렸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아래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일단 불만 혹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영화에 시나리오와 스토리 텔링 부분을 들 수 있겠다. 만약 이 영화가 '터미네이터'가 아닌 그냥 '미래 전쟁의 시작'이었다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SF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부를 수 있었을 것이다(이런 영화로서의 장점은 나중에..). 그런데 잘 알다시피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다. 더군다나 대외적으로 프리퀄이라고 홍보한 것도 아니고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임을 자명하고 있는 작품이라는게 이 영화에 가장 아쉬운 점에 시작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를 보게 될 대부분의 관객은 그냥 액션 영화를 보자가 아니라 '터미네이터'의 새로운 시리즈는 어떨까?하는 궁금증과 기대치로 이 영화를 접하게 되기 때문에 일반 액션영화로서는 절대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 최대의 적이 '기대치'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터미네이터 : 살베이션>이 예상 보다 훨씬 더 큰 혹평을 받고 있는건, 이렇게 수년간 새로운 시리즈를 기다려온 팬들로 하여금 '아, 아쉽다'가 아니라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터미네이터라는 세계관에 맞지 않거나 어긋나게 묘사되고 있는 장면들과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잘 알다시피 <터미네이터>는 단순한 SF/액션 영화라기 보다는 자신 만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고 있는 하나의 '세계'이다. 이런 세계관이 있는 영화에서 디테일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는 너무도 이런 디테일을 놓치고 있는 장면이 많아 더 큰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1,2편을 보면서 상상했던 2018년의 모습은 스카이넷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인간들이 지하나 굴 속에 숨어 살며 존 코너를 중심으로 게릴라를 펼치는 것 정도(그러니까 스카이넷에 비해 굉장히 열악한 시설이라 해야할까)로 생각했었는데, <살베이션> 속에 등장하는 저항군의 위용(!)은 가끔 스카이넷과 동등하게 느껴질 정도다. 특히 가장 이해할 수 없던 장며는 저항군의 본부라 할 수 있는 곳에서 도망치는 마커스를 잡기 위해 대규모 공격과 폭격을 퍼붓는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에서 처음 총성이 났을 땐 나도 모르게 '어, 저러다가 스카이넷에게 들키겠다!' 했으나 스카이넷에 레이더는 자신들 기지 근방 몇미터에만 적용이 되는지, 밤중에 시끄럽도록 펑펑 총과 폭탄을 쏟아부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더더군다나 물 속에는 이들을 공격하는 로봇도 있지 않았던가). 이와 비슷한 장면으로는 마커스와 블레어가 본부로 돌아가던 중 밤중에 장작을 모아 불을 피우는 장면이었는데, 사실 이 장면에서도 속으로 '불을 피우게 되면 스카이넷에서 열감지를 해서 걸리는게 아닌가'했지만 역시 걸리지 않았다. 나중에 스카이넷 본부에 존 코너가 소니 기계 하나 들고 마커스와 연락하여 유유히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존 코너를 막 쫓던 아놀드(!)가 카일 리스의 이야기로 잠시 갔다온 뒤엔 갑자기 거리가 멀어진 점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었다. 저항군의 묘사에 있어서 A-10 전투기로 스카이넷의 비행선을 격추하는 장면등은 사실 전혀 의외이기도 했다.

이렇게 시나리오 측면에서 '터미네이터'임을 망각하고 단순 'SF/액션' 정도로만 접근하고 있는 부분은 이것 외에도 상당히 많다. 각 인물들의 행동들에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면에 있어서도 아쉬운 점이 많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분명 스카이넷에서는 '카일 리스'를 중요 인물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끝까지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위에서 계속 언급한 헛점들 가운데 몇가지는 굉장히 이 작품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풀어보자면 나중에 만들어질 5편 혹은 6편에서 본격적으로 풀어내기위해 던져둔 떡밥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과연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왜 스카이넷이 카일 리스를 계속 그냥 두는가. 마커스의 모호한 존재에 대한 설명. 그리고 엔딩에 드러난 마커스와 존 코너의 애매한 결말 같은 경우는 후속편에서 설명하고자 하면 설을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이렇게 후속편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위해 던져둔 설정들이라고 해도, <살베이션>의 구성은 너무 헛점이 많았고 팬들로 하여금 아쉬움이 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수준임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감독인 맥지가 이 영화가 '터미네이터'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니 굉장히 고려하려고 노력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기존에 <터미네이터>를 인상 깊게 보았던 사람들이라면 쉽게 눈치챌만한 오마주와 설정 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들에 앞서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짜임새가 선행되지 못하다 보니 이런 오마주들 마저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효과를 낳고 있다(얼마전 개봉했던 <스타트렉>의 경우와 좋은 비교가 될 것 같다). 사라 코너의 내레이션을 오마주한 존 코너의 내레이션도 그렇고, 카일 리스와 아놀드가 분했던 터미네이터의 그 유명한 대사(I'll be back은 정말로 전혀 살리지 못한 것 같다)도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고, 공장을 배경으로 용광로가 등장하는 장면도 그렇고, 100% CG캐릭터로 새롭게 태어난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모습도 <스타트랙>의 경우가 감동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아무리 CG캐릭터라고는 하지만 터미네이터 라기 보다는 마치 이안 감독의 '헐크'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맥지 감독은 이런 장면들과 설정들을 삽입하면서 무언가 이 시리즈의 팬들의 향수와 호응을 불러일으킬 것을 기대했을 것 같은데, 물론 그런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100%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MTV스타일의 화려하고 볼거리 가득한 액션 장면을 만들어내곤 했던 맥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런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토바이 형식의 터미네이터와 추격전을 펼치는 액션 장면도 괜찮고, 헬기와 비행선을 통해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도 나쁘지 않으며, 대형 로봇이 등장하는 장면도 <트랜스포머>에 까지는 못 미치지만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관객이 얻으려고 하는 재미는 충분히 전달하는 편이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 같은 경우도 일부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더 실감나도록 하는 앵글을 사용하여(헬기 추락씬 같은 경우) 체감을 더하고 있기도 하다. 액션 장면들이 SF/액션 영화로서 부족한 편은 아니지만 아예 액션을 강조한 오락영화의 길을 택하던지 아니면 마커스를 중심으로한 필립 K.딕의 세계관을 통해 고민하는 철학적 내용으로 담아내었던지(물론 가장 좋은 건 이 두가지의 조화일 것이나) 하면 조금 더 좋을 수도 있었겠으나, 맥지 감독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결국 다 놓쳐버린 꼴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마커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샘 워싱턴이 연기한 마커스 라이트는 사실상 <터미네이터 : 살베이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 존 코너의 감정선 보다는 마커스의 감정선을 따르고 있으며, 캐릭터가 주는 임팩트도 오히려 마커스가 존 코너보다 나은 편이다. 마커스라는 캐릭터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기도 한 필립 K.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서 영향을 받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래도 샘 워싱턴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연기한 완전한 로봇 같은 이미지보다는 본인이 인간임을 굳게 믿는 존재로서의 혼란스런 가치관을 잘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었으며, 그 여정에 어느 정도 설득력도 있어 보였다. 만약 이렇게 마커스라는 새로운 캐릭터에게 큰 비중을 주고 있는 영화라면 오히려 더 마커스에게 집중해서 그의 가치관과 존재의 비밀까지 파해치는 영화가 되었으면 (존 코너는 거들 뿐) 차라리 색깔있는 시리즈 중 한편으로 인정받지 않았을까도 싶다.

존 코너 역할의 크리스찬 베일은 나쁘지는 않으나 영화 속에서 존 코너라는 캐릭터 자체가 큰 인상을 주지 못하다보니 별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많은 팬들이 '그래도 크리스찬 베일이라면....'하고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을 듯 하다(이건 본인의 연기문제라기 보다는 시나리오상의 문제겠지요). 카일 리스 역을 맡은 안톤 옐친은 <스타트렉>에 이어 자주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한 관객분이 '원래 영어 잘하네'라는 말을 하시던데, 공감한다 ㅎ 카일 리스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에는 역시 아쉬운 부분이 들기도 한다. 블레어 윌리엄스 역할을 맡은 문 블러드굿은 딱 기대했던 정도의 모습이랄까. 왠지 메간 폭스를 떠올리게 하는 느낌도 있었다. 초반에 살짝 등장해주었던 헬레나 본햄 카터는 뭐 비중이 크지 않아 별로 할 말이 없을 듯 하고, 이젠 영화배우로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커먼(common)은 개인적으로는 더 멋진 앨범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이클 아이언사이드는 출연여부를 몰랐기 때문에 등장만으로도 상당히 반가웠었는데 반가움 이상으로 발전할 비중은 없었던 것 같다. 케이트 역을 맡은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아마도 속편을 위한 떡밥을 담당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작품 <터미네이터 : 살베이션>은 터미네이터의 새로운 시리즈를 기다렸던 많은 팬들에겐 아쉬운 작품이 될 것 같다. 분명 후속편을 염두해 두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과연 앞으로 기대로 작용하게 될지 더 큰 불안요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터미네이터>를 액션 영화로만 접근하면 어떤 아쉬움을 자아내는지 스스로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그렇다면 5편은 아예 철학적 난해한 텍스트로? ㅎ).


1.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의 창조자 '스탠 윈스턴'에게 헌정되었습니다.

2. 본문에도 있지만 맥지 감독이 기존 팬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건 느낄 수 있었어요.

3. 롯데시네마 였던가 이 영화 예고편을 패러디해서 '매너전쟁'이라는 캠페인 광고를 만들었었는데, 크리스찬 베일이 극중에서 'we are all dead'할 때 자꾸 매너전쟁이 오버랩되서 곤란했다는 ---;;;

4. 그런데 블레어 눈 주위에 붉은 색은 처음에는 비행선에서 탈출할 때 헬멧을 오래 쓰고 있어 생긴 자국인줄 알았는데, 마지막 장면에 다시 등장하더라구요. 위장이고 하기엔 좀 어색한 것 같은데. 사실 로봇과 전쟁하는데 얼굴에 위장하는건 소용없는 일이잖아요;;

5. 완전 잡담으로, 전 언제부터가 영화에서 헬기타고 떠나기만 하면 <영웅본색 3>가 떠올라요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워너브라더스에 있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제게있어 가장 지르고 싶은 목록 1순위였던 노트북을 어제 드디어 지르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 고가의 지름은 거의 1년도 넘은 듯 한데, 그간 저의 지름 패턴을 분석해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며 인고의 세월이었죠. 노트북이냐, 넷북이냐, 아니면 저렴한 넷북 + 아이팟이냐를 고민고민 하다가 결국 괜찮은 성능에 디자인도 마음에드는 HP노트북으로 구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엇그제 지름을 마음 먹었을 때만 하더라도 처음 결심했던 물건은 이게 아니라 HP에서 나온 넷북 HP2140 고해상도 버전이었어요. 그런데 이걸 포기했다기 보다는 지르려고 회사에서 구매버튼에 카드결제 직전까지 갔는데 30만원 이상이라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관계로 지름을 못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공인인증서가 나를 기다려주는 집에서 결제를 하자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다른 모델을 보게 되었고 가격을 비교해보니 넷북과 노트북의 가격차이가 별로 없어서, 그럴 바에야 어차피 꼭 작은 사이즈를 선호하는 편도 아닌데 노트북으로 가자해서, 회사 개발팀 분들에게 성능 및 스펙에 대한 조언을 듣고 바로 이 모델 'HP 파빌리온 DV2-1008AX'를 지르게 되었죠(사내에서 그저 HP넷북을 직접 한 번 보기위해 저에게 지름을 강요하셨던 분들께는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냥 매장가서 보세요 ㅎㅎ)




HP제품은 처음 써보는데 박스의 외형이나 안에 들은 메뉴얼들의 디자인이 상당히 세련되었더군요. 재생지를 쓴듯한 질감의 종이도 마음에 들고 전체적으로 노트북 관련한 박스와 메뉴얼의 디자인인 치고는 상당히 아날로그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었습니다. 길고 얇게 되어있어서 쭈욱 펼쳐보도록 만들어진 '제품 사용 개시' 설명서도 재미있었구요.




이 모델에는 ODD가 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외장 ODD드라이브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DVD슈퍼멀티 드라이브에다가 USB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탐이 나는 제품이었습니다. 아직 직접 연결해 보지는 않았는데 회사의 다른 분들도 이 외장 드라이브를 탐내시더군요 훗.




블랙 컬러의 키보드도 마음에 드는 편입니다. 제 소장 노트북은 처음이고 다른 노트북도 그리 많이 사용해본 경우는 아니기 때문에 초반에 적응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일단 크게 불편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지금 이 글도 노트북을 통해 포스팅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터치패드 옆에 문양은 없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아, 그리고 터치패드는 미러타입이라 완전히 거울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ㅎ




측면의 모습들인데 일단 USB단자가 왼쪽에 두 개, 오른쪽에 한 개, 총 3개를 지원하고 있으며 모니터 연결 단자와 랜선연결 단자, 헤드폰, 마이크, SD카드등 메모리 카드삽입 단자,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HDMI단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HDMI를 사용하는 경우와 관련기기들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으로는 거의 HDMI단자를 통해 연결되는 기기들이 많아질 예정이라 이 기능이 꼭 있었으면 했는데, 가장 적절한 것 가습니다.




제 블로그 메인화면을 접속한 모습. 노트북 액정 화면이 굉장히 선명한 편입니다. 다른 분들도 다 한마디씩 하시더라구요. 굉장히 선명하고 쨍한 화질이라 마음에 들더군요. 유튜브 HD동영상도 재생해 보았는데 무리없이 선명하게 재생이 되었구요.




외관의 모습인데, 상당히 지문이 잘 묻고 남는 재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냥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그냥 스킨을 구매하는 편이 마음 편할 것 같아요. 안그러면 매번 닦아주기도 굉장히 번거로울듯.




배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모습들입니다. 페이지 업다운 방향키가 들어가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네요.




우여곡절 끝에 저의 첫 노트북은 HP 파빌리온 DV2-1008AX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노트북과 함께 할 일상등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네요. 그 동안 사내 저희팀에서 저만 노트북이 없어서 커피숍 회의를 한다던가 뭐 등등 은근히 부러운 일들이 많았었는데 이제부터 사무실 책상 따윈 취미로 가끔 들려볼까 생각중입니다 ㅋ 그리고 약속 시간에 미리 나가 기다리는 일이 많았었는데 앞으로는 먼저가서 여유를 즐길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처음 쓰는 노트북이어서 그런지 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 것 같네요.

마지막 짤방!




<터미네이터 4> 보기 전 까페에서 된장질 작렬!!
이 정도면 진정한 차가운 도시의 디지털 남자!







Kebee - The Passage
거품 싹 뺀 힙합앨범

소울컴퍼니(Soul Company)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키비(Kebee)의 세 번째 앨범 'The Passage'가 발매되었다. 소울컴퍼니를 알게 된 이후부터는 언제부턴가 무브먼트 크루나 부다 사운드 같은 그래도 나름대로의 메이저 힙합 음악들 보다도, 오히려 이들의 참신하고 새로운 사운드에 더 주목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한참 Nujabes에 빠져 있을 때 The Quiett이 만들어낸 비트들은 단번에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키비의 곡들 역시 라임과 비트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듣기 시작한 소울컴퍼니의 앨범들은 각자의 솔로 앨범들과 프로젝트 앨범 그리고 소울컴퍼니가 모두 참여했던 'The Bangerz'앨범들까지 관심을 갖게 했고, 결국 키비의 세 번째 앨범은 나름 기다리기까지 하는 앨범이 되었다.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첫 트랙 'Soulport'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약간 의외였다. 빠르고 경쾌한 비트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조화를 이뤄 마치 해변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인스트로멘탈 곡은, '여정'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 수 있는 곡이었다. 곡 말미에 우주적인 사운드를 삽입한 것은 자켓 디자인과 연관되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트랙 'Diving'의 베이스가 되는 백킹 사운드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감'이다. 이런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공기가 있는데 이 곡을 통해서도 이런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다.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곡으로 이번 앨범에 전체적인 퀄리티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Wake Up'은 스크래치 사운드와 일렉트릭한 사운드가 강한 비트와 라임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곡이다. 그 다음 트랙 '사진기'는 여성적인 분위기와 소년의 감성으로 다루고 있는 곡으로 후렴구의 lady Jane의 피쳐링이 돋보이는 곡이다. 굉장히 팝적인 곡으로서 이 정도면 충분히 대중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퀄리티의 저하는 겪지 않고 있으니 안심해도 될 듯 싶다.

다섯 번째 트랙 '불면제' 역시 샛별의 피쳐링이 더해진 곡으로 키비의 멈추지 않는(?) 랩핑이 돋보이는 곡이다. 전체적으로 비트나 사운드가 만족스럽다보니 오히려 인스트루멘탈 버전으로 앨범을 통으로 발매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키비의 라임이나 랩핑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비트가 만족스럽다는 쪽의 반영이다. 넋업샨, Loptimist, Jinbo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화가, 나'는 각각의 개성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한 곡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각의 다른 컬러를 맛볼 수는 있지만 각각의 매력이 최대한 발휘되지는 않는 다는 느낌이었다.




'Go Space'는 역시 경쾌한 기타 사운드와 일렉트로닉한 사운드 소스가 결합해서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곡이다. 예전 키비의 음반을 들었을 때는 느린 비트의 감성적인 곡들에 더 잘 어울리는 랩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약간은 생각이 틀려진 편이다. 빠른 비트의 팝적인 곡에서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랩핑을 선보이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는 아무래도 타블로가 참여해서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랩이 아닌 노래하는 키비의 보컬을 들어볼 수 있고, 역시 우주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소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곡으로 전체적인 앨법 컨셉에 부합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아홉 번째 트랙 'Goodbye Boy'는 역시 키비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심플하면서도 가사의 집중력이 높은 곡이다. 앞서서 빠른 비트의 곡에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느린 비트의 아기자기한 곡에 어울리지 않는 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소년 같은 감성과 분위기는 역시 키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 번째 트랙 '그림자'를 지나 'Where is the Claps?'를 듣고 있노라면 점점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 보다는 좀 더 디테일한 면을 찾아들어보게 되는데, 잘 들어보면 상당히 세심한 면까지 신경쓰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음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단순히 보컬과 반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악기 하나하나, 소스 하나하나를 들어보면 이 음악에 창작자가 얼마나 많은 공을 쏟았는지 알 수 있는데, 키비의 음반에서도 이런 노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열 세번째 트랙 'Still Shining'은 더 콰이엇과 D.C가 피쳐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곡이다. 이 곡은 세 번째 앨범을 발표하게 된 키비의 자전적인 심정이 담긴 곡으로서 '달라질건 없지'라는 가사처럼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긴 곡이기도 하다. 마지막 트랙 '이 별에서 이별까지'는 첫 번째 트랙과 대구를 이루고 있는 인스트루멘탈 곡인데, 첫 번째 곡에서 말미에 살짝 우주적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맛만 보여주었었다면 마지막 트랙에서는 본격적으로 이 사운드를 이용해 곡을 진행하고 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곡 곡이 아니라 하나의 앨범으로서 평가받으려는 키비의 의지가 담긴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이번 앨범은 키비 특유의 장점을 잘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중적으로도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접근성이 용이한 음악이 수록되었다고 생각된다. 샘플링을 최소화 하고 심플한 악기 구성과 플로우 만으로 세련되고 퀄리티 높은 음악을 만들려는 키비의 노력은 앨범에 잘 묻어나있다. 하지만 이것이 힙합 씬에 완전히 새로운 방향성이라고까지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새롭다기보다는 미니멀하면서도 그들만의 장점을 잘 살려낸 괜찮은 힙합앨범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피노키오 : 플래티넘 에디션(PE) - 블루레이 리뷰
http://dvdprime.paran.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789&master_id=11


1940년작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화질로 복원된 <피노키오 PE>블루레이 리뷰입니다. 이 리뷰는 일종의 퀵뷰로서 좀 더 자세한 리뷰는 앞으로 제 블로그를 통해서 다시 할 예정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만만하게 봤다가 완전 한 방 먹은 듯한 충격을 받았던 블루레이였어요. 작품도 클래식한 멋스러움이 살아있고 복원 상태도 워낙에 좋아 추천할 만한 타이틀 입니다~









사실 어떤 형태든 어려운 이들, 특히 가난으로 고통 받거나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는 일은 누구나 '해야지, 해야지'하고 생각만 하지 실천으로까지 옮기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 같아요. 저만 해도 다큐멘터리나 다양한 정보들을 통해 이런 마음가짐은 항상 충만해 있는 상태이지만 실제로 직접적인 기부라던가 후원을 했던 경우는 극히 드물었던 것 같구요.

이렇게 기부를 꺼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과연 내가 저 아이를 혹은 저 사람을 돕고자 기부한 돈이나 물건이 과연 정말 그 아이에게 끝까지 전달되는가에 대한 불신도 있을 수 있고, 기부를 하려면 필요한 약간의 절차들을 번거로워 하기 때문인 것도 같네요. 물론 저는 아직도 직접 가서 정말 필요한 것들을 해주거나 도와주는 일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들 수 밖에는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정작 실천으로 옮기니는 더 어려운 법이죠. 그래서 인터넷이 활발해지고 또한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에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하여 부담없이 기부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개발되었고, 그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위젯형식의 유니세프 후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 유니세프와 블로그가 함께 하는 후원 위젯은 기존의 후원 방식보다도 좀 더 편리하고 부담이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 위젯의 디자인이 (개인 블로그의 디자인과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크게 전체적인 디자인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1차적인 기부 방식과는 달리 간접적인 후원 방식을 통해 후원하는 이가 별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한에서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위젯을 통해 원하는 쇼핑몰을 선택하여 상품을 구매하면 일정 금액이 자동으로 후원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꼭 기부를 위해서 무언가를 사야겠다 해서 접근하기 보다는, 뭐 살게 있었는데 이왕이면 기부도 하면 좋겠다 라는 식이 되는거죠. 물론 주객이 전도되어 후원을 하기 위해 조금 덜 쓸모있는 상품을 사주는 센스!도 발휘될 수 있겠지만 (ㅎㅎ),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그냥 쇼핑을 하는 것만으로도 후원을 할 수 있게 되는 점이 이번 유니세프 후원위젯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소득공제까지 지원하고 있으니 직접 기부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도 볼 수 있겠구요.

사실 맨처음 언급했던 것처럼 좋은 일을 하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한다면 위젯말고도 주변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참으로 많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매번 머리로 생각만 하고 안타까워 할 바에야 그저 블로그에 위젯을 다는 것만으로도 유니세프를 후원할 수 있는 위젯을 다는 것은, 별로 어렵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심지어 좋기까지한 방법이라고 생각되네요 ^^;

더 많은 분들이 유니세프 위젯을 블로그나 웹상에 퍼트리셔서, 전세계에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씨 표류기
그들은 과연 괜찮아졌을까?


사실 장진+정재영 조합에 어느 정도 지쳐있기도 했고, 완전 코미디인 것만 같은 홍보방향에 안봐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크게 계획에 없던 영화였는데, 시사회를 통해 들려오는 지인들의 소문은(이 '지인'가운데는 저만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_-;;) '괜찮은' 영화다가 지배적이어서 내심 속으로, 역시 <천하장사 마돈나>를 이해영 감독과 함께 쓰고 연출했던 이해준 감독이 재능이 어디가진 않았나보다 라는 생각에 개봉 첫 주에 냉큼 보게 되었다. 얼핏 보면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김씨 표류기>는 코믹한 요소를 전면에 배치하고는 있지만, 잘 따져보면 되게 슬픈 영화인 동시에 이런 코미디 영화에서는 잘 취하지 않는 결론을 택하면서 요즘 한국영화계에 불고 있는 약간의 '일본식' 감성이 더해진 묘한 영화 한편을 만들어냈다.



(아래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카드빛이 억대가 되어 갚을 능력이 없게 된 남자 김씨(정재영)가 자살을 기도하며 한강 다리 위에서 떨어졌으나 죽지 못하고 밤섬에 표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인 여자 김씨(정려원)는 히키코모리로서 벌써 몇 년째 방안에 틀어박혀서 세상과는 담을 쌓고 지내고 있으며, 유일한 취미는 달 사진을 찍는 것 뿐이다.

일단 이 영화를 사사건건 따지고들자면 애초의 설정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서울 시내 한 복판에 있는 밤섬에서 몇 달 동안이나 표류하게 된다니. 핸드폰 베터리가 떨어졌다는 설정이 가미된다고 해도 이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논리적으로 파고들게 되면 이미 시작하기 전부터 말이 안되는 설정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캐스트 어웨이>처럼 정말 무인도를 배경으로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도심 한가운데 맨홀 구멍에 빠진다던가 해서 고립되게 되는 좀 더 설득력있는 설정을 가져올 수도 있을텐데 왜 밤섬에 남자가 표류된다는 설정을 가져오게 된 것일까. 해답은 영화 속 카메라 앵글들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무인도는 말그대로 사방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이기 때문에 별로 희망자체가 없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없다기 보다는 완전히 막연한 공간이랄까. 하지만 <김씨 표류기>속 밤섬은 완전히 다르다. 마치 탈출을 시도하고자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멀지 않은 곳에 서울시내가(속세) 보인다. 63빌딩이고 한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고, 유람선이고, 고층 아파트고 다 보인다. 카메라는 이를 의식하듯 남자 김씨의 시선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밤섬에 앉아서는 거의 섬 밖 서울을 바라본다.

처음 자살을 시도하는 것에서 부터 드러났지만, 남자는 자살까지할 용기도 없는 사람이다. 정말 자살을 원했다면 애초부터 63빌딩 정도로 향해야 했을 것이고 섬에서 그렇게 오래 표류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밤섬이라는 공간은 그냥 카드빛 등 경제적인 문제, 이성 문제등으로 속세에서 지친 영혼이 모두 훌훌 털고 떠나고만 싶은 일종의 파라다이스에 가깝다. 무인도라는 공간이 어떻게 낙원이 될 수 있는가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속세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이에겐 아무런 속박없이 지낼 수 있는 무인도 만큼 좋은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초반에 잠깐 탈출을 꿈꾸던 남자는 이내 이 곳에 적응하게 되고 자신만의 공간을 이곳에 꾸미게 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이 곳에 또 하나의 자신만의 공간을 꾸민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쓰레기를 주어다가 이것저것을 만들고 고장난 티비를 주어다가 안에다가 사루비아 꽃을 넣어두고, 패트병으로 신발을 만들어 신는 것들은 단순히 생존의 문제라기 보다는 또 하나의 소유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사회의 경제논리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 남자는 아무것도 없는 이 곳에 와서도 결국 몸에 밴 습성대로 자신만의 욕망을 채워나가게 되는 것이다. '짜파게티'를 먹기 위해 직접 씨앗을 심고 결국 세상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을 음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속세에 물든 남자가 모든 것으로 부터 자유로운 공간에 놓여졌음에도 결국 속세의 연을 끊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측면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를 꼽으라면 '진화라는 건 점점 맛있어 지는 것을 뜻하나 봅니다'라는 대사였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조크로도 사용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보았을 때 여러가지 면에서 꼽씹어 생각해 볼만한 대사였다고 생각된다. 폭풍우가 치는 밤에 결국 집과 같은 오리배를 떠나보내게 되는 것은 자세히 보면 '놓쳤다'기 보다는 '놓아주었다'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다.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오리배를 떠나보낸 건 세상 속에서 다시 싸울 용기가 없는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며, 스스로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밤섬에 남고 싶은 욕망이 발휘된 행동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서 남자가 흘린 눈물은 집을 잃어서 라기 보다는 결국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용기를 얻지 못하는 본인에 대한 연민이기도 할 것이다.

보통같으면 마지막에 군인들이 섬에 도착했을 때 쌍수를 들고 환영했겠지만 남자는 반기기는 커녕 오히려 잡히지 않으려도 안간힘을 쓴다. 그 때 그는 '그냥 여기살면 안되요?' '이것 조차 허락 안되는거에요?'라고 얘기하는데 여기서도 앞서 언급한 욕망의 고리와 자기 연민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무인도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이런 경우라면, 단순히 오랫동안 머물렀던 공간에 대한 추억과 정이랄까, 일종의 시원섭섭한 감정 때문에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돌아갈 곳도 없고 돌아갈 자신도 없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가 슬프게 다가왔던건 주인공 남자가 자신의 이런 처지를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슬픈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은근히 먹는 장면에서 울컥하는 장면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지금 막 떠오르는 예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가 온천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하쿠를 만나 주먹밥을 얻어먹는 순간 갑자기 슬픔이 밀려와 눈물을 왈칵 쏟는 장면!), 이 영화에서는 직접 짜파게티를 조재해 먹는 장면이 바로 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친듯이 이 짜장라면이 먹고 싶은 남자에게 여자는 짜장면을 배달시켜 주지만 남자는 보란듯이 거절하고 만다. 일종의 자존심이라는 얘긴데, 이건 이미 남자가 밤섬에서 어느 정도 살만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도 여기서 짜장면을 그저 눈물 흘리며 먹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진정성이 있음은 물론 덜 유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직접 씨뿌리고 반죽하고 '조리예'를 정확히 지켜 예시 그림의 상태로 완벽한 시식을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맛있어'서도 있겠지만 남자 스스로 '내가 겨우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짜파게티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 뿐이구나'라는 것에서 울컥했던 것이며 속세에서 해내지 못한 자신의 무능에 대한 연민이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가 감정적으로 좀 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려면 왜 이 남자가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어느 정도로 한계에 몰렸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로 인해 잃게 되는 부분도 분명 생겼겠지만, 이런 과정이 없다보니 이 남자가 밤섬에 표류하며 하는 일들에는 별로 '절실함'이나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으며, 그저 용기없는 낙오자로 생각될 뿐이다. 그러니까 세상이 나은 낙오자라기보다는 세상이야 어떻튼 낙오될 확률이 높은 사람으로 밖에는 생각이 안든달까. 남자 김씨에게 절실함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면 영화는 아마 더 좋지 않았을까.




사실 히키코모리이기는 하지만 여자 김씨의 설정 자체는 더 영화적이다. 영화 속 정려원 같은 미모를 같은 여자가 외모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점도 설득력이 부족하고(ㅎ), 역시 왜 그렇게 마음을 닫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공감대까지 얻기는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밤섬에 표류한 남자와 도심 속 방안에 표류하고 있는 히키코모리를 접합시킨 것은 흥미로운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공감대를 100% 느끼기 어려웠음에도 이 영화가 괜찮은 영화로 느껴진데에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조금이나마 영화를 통해 배우게 되는, 발전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 두 명의 주인공을 배치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히키코모리인 여자는 남자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룰을 깨트려 가면서 대화하는 법,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남자는 여자를 통해 삶을 포기하려던 순간에서 혹은 돌아올 자신이 없던 세상에 미약하나마 돌아올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면서(물론 자의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결국 세상으로 나오려는 절실함과 용기가 없었던 이들이 조금이나마 에너지를 얻게 되는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좀 더 좋았던 건, 마지막에 마냥 행복하게만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룰을 많이 깨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금방 다른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기는 어려울 것이고, 남자 역시 수억원의 빛이 갑자기 없어질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둘이 급속도로 사귀기라도 할 것 같은가 하면 그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결국 두 김씨는 일종의 해프닝을 겪으면서 조금 배우게 되었지만 세상은 그대로이고 담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그래도 이 영화가 절망적이지만은 않았던 건, 작지만 배움이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 배움이 갑작스럽지 않고 갑자기 모든 것을 해결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깔끔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보면 일시에 '결심했어'하고 단숨에 모든 것을 바꿔버리곤 하는 영화/드라마 속 인물들보다는 더 현실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영화의 느린 속도도 마음에 들었고.




1. 그런데 엔딩 크래딧에서 정작 '농심'의 이름은 확인하지 못했었는데(정확하진 않지만. 그래서 일부 상품은 다른 의도로 쓰이지 않았다는 문구도 삽입되었죠), 이런 경우라면 예전 <여.친.소>와 비교하자면 훨씬 좋은 방향의 PPL이라고 생각되네요. 정식으로 협찬 받지 않았다면 PPL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 아닐까요.

2. 히키코모리가 등장하는 영화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이건 정말 부자들만 할 수 있는 거에요. 가난하면 은둔생활 할려고 해도 일하지 않으면 못한다는 ;;; 한강이 바로 보이는 뷰를 갖춘 고층 아파트에 살 정도니 역시 잘사는 집인듯.

3. 옥수수콘 깡통에 다시 옥수수를 심는 설정도 재밌더군요.

4. 뽁뽁이로 이뤄진 침대는 한번쯤 해보고 싶더군요. 아, 그리고 크리닝 테이프로 수면 최면 거는건 정말 탁월했어요.

5. 은근히 CG가 많이 사용되었더군요. 특히 하늘 묘사 부분에 CG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6. 음악이 처음에는 정말 많이 좋았었는데, 갈수록 조금씩 진부해지긴 하더라구요;;

7. 민방위 훈련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대국민 홍보영화랄까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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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맨유의 리그 우승을 결정지은 아스날과의 홈경기 리뷰를 할려고 했지만, 그 보다는 카를로스 테베즈에 대한 얘기를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 주제를 급선회.

1. 요즘 프리미어 리그 내에서 가장 거취에 대해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는 세 사람을 고르자면, 첫 번째는 시즌 내내 레알 행 루머가 지겹지도 않은지 계속 쏟아져 나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도이고 두 번째는 첼시 감독직을 계속 맡아줄 것인지 모두가 염원하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거취문제이며, 마지막은 바로 올시즌으로 임대가 끝나는 맨유의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즈에 거취일 것이다.

2. 테베즈는 알려졌다시피 복잡한 관계가 얽히는 바람에 맨유에 임대선수로 오게 되었고, 소속도 전 소속팀이 아니라 에이전시 소속으로 되어 있어 맨유나 다른 팀에 테베즈를 영입하려면 이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3. 시즌 내내 테베즈는 맨유에서 분명 세 번째 옵션이었다. 프리미어 리그는 물론 세계 어느 리그에 가더라도 주전 공격수로 활약할 수 있는 테베즈에게 출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넘버 3의 역할은 분명 탐탁치 못한 것이었을 것이다. 보통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일종의 태업을 한다거나해서 자신의 가치를 오히려 하락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테베즈는 전혀 달랐다. 그는 간간히 얻는 출전기회에서 그야말로 몸을 불사르듯 뛰어다녔고 자신의 가치를 매번 입증하곤 했다.

4. 처음 맨유가 테베즈를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맨유에게는 이미 루니와 호날도가 있었기 때문에 특히 루니와 스타일이 많은 부분 겹치는 테베즈 보다는 베르바토프 같은 타켓형 스트라이커이거나(물론 벨바토프도 전형적이진 않지만), 산타크루즈 같은 장신의 공격수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었기 때문이다.

5. 하지만 맨유는 테베즈, 루니, 호날도, 박지성, 긱스까지. 이렇게 공격수와 미드필더 진이 유기적으로 계속 고정되지 않고 자리를 바꿔가며 중앙과 사이드로 침투하고 펼쳐지는 공격방식으로 올 시즌 역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다른 팀에는 있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는 없었지만 맨유는 그들 만의 스타일로 리그 우승을 이뤄냈고, 그 중심에도 테베즈도 있었다.

6. 테베즈가 역시 스타플레이어라는 점은 최근 들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최고로 쏠려있는 이 때에 출전하여 골을 연속으로 성공시키는 모습은, 그야말로 '스타'였다. 테베즈는 언론과의 인터뷰가 아니라 골로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였고 팬들은 이런 테베즈를 사랑할 수 밖에는 없었다.



(골을 넣고 이렇게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테베즈의 모습을 다음 시즌에도 보고 싶지만...무리일까''')

7. 우리는 박지성의 보이지 않는 활동력에 놀라곤 하지만, 맨유 경기를 보다보면 테베즈의 움직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최후방까지 내려와 수비하기를 두려워 하지 않으며, 상대편 수비수가 골키퍼에게 백패스할 때 골키퍼를 압박하기 위해 끝까지 골을 열정적으로 쫓는 거의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이런 압박은 팀에게 공격권을 얻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팬들은 이런 선수를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8. 잘 알다시피 월드컵에서 영국와 아르헨티나는 앙숙의 관계다. 잉글랜드는 유독 중요경기에서 아르헨티나에게 발목을 잡혀 패배의 쓴맛을 본 경우가 많았었는데(따져보면 그리 수적으로는 많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임팩트 면에서는 분명 아르헨티나가 강했을 것이다), 테베즈가 출전하거나 몸을 풀 때마다 '아르헨티나'를 연호하는 올드트라포드의 팬들은 그런 점에서 더 이색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9. 테베즈는 감독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이지만 팬들로서는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열정을 보여준 플레이어였다. 그런 그가 지난 두 경기에서 골을 넣고 보여준 골 세레머니는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골을 성공시키고 나서는 평소와 다르게 하프라인까지 뛰어와서는 두 손을 귀에 가져다대고 마치 '나를 붙잡으려면 더 크게 소리질러봐라'하고 외치는 듯한 포즈는, 팬들의 열망을 더하게 했다.

10. 아스날과의 리그 마지막 홈경기에서는 이런 애틋함을 더 찾아볼 수 있었다. 올드트라포드 이곳저곳에는 테베즈가 떠나길 원치 않은 팬들이 그를 그리는 문구들을 써왔으며, 역시나 그의 플레이 뒤에는 '아르헨티나'가 연호되었다.

11. 후반 박지성과 교체되어질 선수가 테베즈로 알려지자 올드트라포드에는 일제히 야유가 쏟아졌으며, 아쉬운 점이 남은 듯한 테베즈는 이내 마음을 접고 뛰어나오며 팬들을 향해 두 손을 연거푸어 흔들었다. 이건 분명히 그 동안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와 안녕의 메시지였다. 아마도 마지막일지도 모를 팬들과의 만남에서 테베즈는 오랫동안이나 손을 흔들어 안녕을 고한 것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교체되어 들어오는 박지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찡했다.

12. 아마도 테베즈는 다음 시즌 맨유에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선수이적이야 유니폼 들고 사진찍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 상황만으로 봐서는 떠날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테베즈는 리버풀로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는데, 맨유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역사가 없는 것도 그렇지만, 만약 테베즈가 리버풀로 이적한다면 라이벌 팀으로 이적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올드트라포드에서 야유를 받지 않는 유일무이한 선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짤방은 우승을 축하하는 맨유 선수들!


친박연대는 어디가나 꼭 붙어다니는게 기특하기까지 하다 ㅎㅎ
개인적으로는 이 자리에 오언 하그리브스가 함께 하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쉽다.








지난 주 개봉작들은 오랜만에 세 작품이나 관람을 마쳤습니다(물론 그 가운데는 시사회를 통해 본 것도 한 작품 포함되었었지만요 ^^;). 그 덕에 이 번주는 조금 더 여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항상 매주 마다 개봉작들 가운데 2~3작품씩 보고 싶은 것이 있으니 정말 행복한 고민이로군요;; 그럼 이번 주 프리뷰 시작합니다~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2009)
감독 : 맥지
주연 : 크리스찬 베일, 샘 워싱턴, 안톤 옐친, 문 블러드 굿
각본 : 마이클 페리스, 존 D. 브란카토
음악 : 대니 엘프만
촬영 : 세인 허버트
장르 : SF/액션/스릴러
정보 : 미국,독일, 영국 / 115분 / 15세 관람가

이번 주 가장 큰 기대작이라면 역시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SF나 액션 영화를 좋아하시는 영화 팬들이라면 '터미네이터'라는 이름에 대한 기대치와 가치가 얼마나 큰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일텐데, '터미네이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 더 많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일단 제임스 카메론 없는 '터미네이터'라는 점인데, 전작인 3편도 많은 욕을 먹었지만 개인적으론 괜찮다싶은 정도였는데, <미녀 삼총사>를 연출했던 MTV스타일 충만한 감독 맥지가 연출을 맡은 점이 역시 가장 큰 불안요소이긴 합니다. 아마도 터미네이터의 설정이 가득한 로봇 액션영화가 될 공산이 큰데, 개인적으로는 이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고 본다면 괜찮은 관람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개봉일 신촌 메가박스 M관 디지털 예매를 마친 상태!





보이 A (boy A, 2007)
감독 : 존 크로울리
주연 : 피터 뮬란, 앤드류 가필드
각본 : 마크 오로우
음악 : Paddy Cunneen
촬영 : 롭 하디
장르 : 범죄/드라마
정보 : 영국 / 106분 / 18세 관람가

자주 가는 극장인 씨네큐브에서 얼마전 부터 포스터를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가 기대되었던 작품입니다. 인상적인 포스터와 제목이 우선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기도 하구요. 영국에서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본래 TV영화로 기획되었었다고 하는데, 베를린 영화제와 영국 영화제들을 비롯해 여러 영화제에서 10개의 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작품입니다. 시놉시스만 보아서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범죄 드라마일 것 같기도 하지만, 범죄와 소년의 이야기를 적절히 분배하면서 새로운 아우라를 창출해 낼 듯 해 기대가 됩니다. 이 계절엔 이런 영화도 좋죠.









코렐라인 : 비밀의 문 (Coraline, 2008)
감독 : 헨리 셀릭
주연 : (목소리)다코타 패닝, 테리 해쳐, 이안 맥쉐인
각본 : 헨리 셀릭, 네일 게이먼
음악 : 브뤼노 꿀레
촬영 : 피트 코재칙
장르 : 애니메이션/판타지/가족
정보 : 미국 / 100분 / 전체 관람가

포스터의 질감만 봐도 딱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팀 버튼이 제작했던(감독이 아니죠)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연출했던 헨리 셀릭이 2008년 신작입니다. 처음부터 3D 스톱모션을 통해 만들어진 최초의 영화라고 하는데,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유령신부>에 이어 얼마나 발전된 스톱모션 기술과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감독인 헨리 셀릭은 이 분야에 확실히 장인인 듯 하네요. 연출은 물론 각본과 미술까지 담당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역량이 얼마나 발휘되었을지 궁금합니다. 평론가들의 평들도 이례적으로 모두 극찬들이네요. 스톱모션 영화라는 점과 가족영화라는 점에서 가족 관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디트로이트 메탈시티 (Detroit Metal City, 2008)
감독 : 리 토시오
주연 : 마츠야마 켄이치, 카토 로사, 호소다 요시히코
각본 : 오모리 미카
음악 : 하토리 타카유키
촬영 : 나카야마 코이치
장르 : 코미디
정보 : 일본 / 103분 / 15세 관람가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어떤 관심도 정보도 없었는데, 얼마전 사내에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일명 DMC 열풍이 불면서 어깨넘어로 알게 된 작품입니다. 물론 사내에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었구요. 사무실에서 열심히 'GO TO DMC'를 외치는 분들을 보며 '아, 저 애니메이션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긴 한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극장판으로 이번 주에 선보이게 되었는데, 포스터만 봐서는 전형적인 일본 영화에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네요. 일반적인 코미디라기 보다는 확실히 '코드'가 있는 작품 같은데, 봐야 할지, 혹은 볼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네요 ^^;








어제 관람했던 <김씨 표류기> 리뷰를 오늘 중으로 업데이트하고, 내일은 아마도 홍상수 감독의 <잘알지도 못하면서>를 관람하고, 수요일 하루 쉬고는 목요일에 <터미네이터..>를 볼 것 같습니다. 이번 주도 바쁜 한 주가 되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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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다음 날 점심까지 굶은 탓에 주린 배를 움켜잡고 예매해 둔 영화를 기다리며 홍대를 누비던 중,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스페인 요리 전문점이 눈에 확 들어와 주저없이 2층 계단을 밟고 올라가니, 제법 비싼 가격에 홍대 답지 않은 럭셔리함까지 있는 작은 전문음식점이 있었다. '라 빠에야 (La Paella)'라는 이름의 음식점이었는데, 다들 쿠폰들을 가져오셔서 사먹는 듯 했으나, 우리는 도시의 차가운 남녀 답게 쿨하게 쿠폰없이 결제하는 무모함도 잊지 않았다.




닭가슴살과 파프리카가 어우러진 '빠에야 데 뽀요'를 주문했는데, 노란 라이스 컬러와 빨간 파프리카의 컬러가 인상적이었다. 샛노란 밥은 저렴하게 표현하자면 마치 계란에 비벼먹는 듯한 맛(물론 실제 맛은 이거보단 고급스러움)이었는데, 여튼 참으로 맛있었음~




도너츠는 참고로 먹지 않았음. 다이어트 중이라 ;;; (그렇담 저 빠에야는 뭐냐고 물으신다면 전날 점심부터 굶었다고 말하겠어요)




이리하여 주말은 가고. 다시 풀을 뜯는 일상의 시작이다!



IT100
photo by ashitaka







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 2009)
쏠쏠한 재미의 미스테리 로드무비


너무나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 <천사와 악마>는 <다 빈치 코드>를 썼던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로, 영화화된 <다 빈치 코드>와 마찬가지로 론 하워드가 연출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고 있다. 책이 그러하였듯이 영화적인 것보다 원작에서부터 계속되온 종교적 논란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던 <다 빈치 코드>와는 달리, <천사와 악마>는 이런 면에서 훨씬 조용한 편이다(영화나 책을 읽어본 분들을 아시겠지만, 이 작품에는 그다지 종교적으로 크게 논란이 될 정도의 묘사는 -결과적으로- 없다). <다 빈치 코드>가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탓에 영화에서 많이 힘이 빠져버린 경우였다면, <천사와 악마>는 책을 일찌감치 사두긴 했지만 사실상 내용이 거의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읽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거의 댄 브라운의 원작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영화를 관람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개봉일에 보게 된 <천사와 악마>는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미스테리 스릴러로서 나름 쏠쏠한 영화였으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던 오락영화였다.

(참고로 본 리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쓴 리뷰라는 점을 참고해주세요~)





영화의 알려진 줄거리는 간단하다. 교황이 죽자 바티칸에서는 전통대로 교황을 선출하는 모임인 '콘클라베'를 갖게 되는데, 이와는 다른 줄기의 이야기로 세계 최대의 과학연구소 'CERN'에서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인 반물질이 도난되면서 이 두 가지 사건이 하나의 적을 두고 있음을 알려주고는 여느 때처럼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이 등장해 이 사건들을 풀어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신념을 떠나서 이런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약한 사실에 근거하여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워낙에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전작 <다 빈치 코드>보다는 더 흥미로운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두 작품의 이야기가 크게 다를 것이 없기도 하지만,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다음 장이 궁금해서 휙휙 읽어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이 영화의 전개와 구성은 '오락영화'로서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어느 다른 리뷰에서 보았던 표현인데, 이렇게 책을 '휙휙'넘기듯 영화를 만들어내는 측면에서는 원작자인 댄 브라운도 그렇지만 이 영화의 각본을 담당한 아키바 골즈먼과 연출을 맡은 론 하워드의 재능이 십분 발휘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내용의 깊이가 그리 깊거나 디테일하지는 않지만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며 딱 보여주고 설명해야 할 것만(오락영화를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설명하고 지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영화의 디테일을 따지고 든다면 사실 미흡한 측면이 참으로 많다. 이런 영화에서 흔히 생략하고 마는 언어 문제만 봐도 바티칸의 경찰들이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부 장면만으로 이 영화가 '제대로'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주인공인 랭던이 라틴어나 이탈리아어를 전혀 모른다는데 더 문제가 있다고 해야겠다. 책을 쓸 정도의 관련 지식을 번역본으로만 접한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전혀 다른 언어를 모르는 랭던의 모습은, 안그래도 비중이 덜한 그의 캐릭터의 깊이를 더 깍아먹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오락영화'로 볼 때 나름의 의미를 갖게 되는 영화라 이렇게 깊이 디테일을 따지고 들만한 '필요'가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오락영화 임에도 이런 소소한 디테일들과 아는 만큼 더 보이는 설정들을 여기저기 배치해 두었다면 더더욱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기대치까지 짋어져야할 영화는 굳이 아니라고도 생각된다.

그래서 부제목에 '쏠쏠한 재미'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만약 이 영화가 치밀한 스릴러라던가 아니면 원작에 좀 더 충실한 작품이었다면(원작을 보신 분들의 평에 빗대자면) 아마도 쏠쏠한 재미보다는 실망스런 느낌을 더 받았겠지만, 좀 더 편한 자세의 오락영화로서 관람하기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스테리 요소들도 적절히 녹아있고, 극 전개도 빠르고, 좋아하는 배우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들은 역시 로마 시내의 멋진 풍광들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흠뻑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4K 상영으로 관람하였는데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로마시내의 풍광은 우리가 이런 영화에서 느낄 수 있고, 기대하는 스케일 측면을 만족시켜주고 있으며, 스케일을 더 돋보이게 하는 카메라 워킹도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초반 연구소 장면도 그렇고 후반부에 몇 장면도 그렇고 굉장히 이질적인 카메라 쇼트가 등장한다. 초반 연구소 장면은 영화라기보다는 마치 HD다큐에서나 볼법한 앵글이 많았으며, 후반 부 랭던을 잡는 앵글 가운데는 영화 내내 보여주었던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앵글도 만나볼 수 있었다).

엔딩 스탭롤을 보면 컴퓨터 그래픽에 상당히 많은 스탭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로케이션 촬영과 CG가 결합된 영상은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영화의 마지막 반물질과 관련된 하늘 묘사 장면을 들 수 있을텐데(스포일러 없이 써보려니 어렵네요 ^^;), 마치 '천지창조'그림의 배경에나 등장할 법한 하늘의 묘사는 굉장히 환상적이면서도 한 편으로 현실적이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 그 어느 장면보다 종교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로버트 랭던 역할의 톰 행크스의 비중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것은 단순히 연기 측면이라기보다는 내용적인 문제로서, 주인공이 능동적이기 보다는 약간 수동적에 가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의 캐릭터자체가 별로 부각되지 못한 것 같다. 그 반대로 이완 맥그리거는 본래 팬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역시 강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와 억양을 너무도 사랑(?)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음 껏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긴 했다 ^^;

<밴티지 포인트>를 통해 낯이 익었던 여배우 아예렛 주어 역시 매력적인 얼굴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 이상의 감흥은 없었으며, 스텔란 스카스가드 역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크게 얘기할 부분은 없을 듯 하다. 아미 뮬러-스탈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이런 양면의 이미지를 갖은 캐릭터를 연기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선과 악을 다 갖은 얼굴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작을 읽으신 분들의 평을 들어보면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긴장감이나 짜릿함은 영화에서 많이 사라진 듯 하다. 얼핏 들어보니 예전에 살짝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 영화와 비교해볼 수 있었는데, 확실히 영화는 소설과는 방법론이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천사와 악마>는 원작을 읽은 사람들이 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일찍이 사두고 거의 보지 못한 내 신세는 다행이랄까 ^^:


1. 신촌 메가박스 M관에서 디지털 4K상영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콜롬비아 픽쳐스 로고 나올 때 확 화질 차이를 느낄 수 있더군요. 그런데 정작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워낙에 어두운 장면이 많아서인지 4K를 100% 즐겼는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이 드네요. 물론 필름상영보다는 훨씬 월등한 화질이었습니다.

2.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연구소 'CERN'은 실제로도 있는 곳 인것 같더라구요. 크래딧에 로고 사용 라이센스들이 나올 때 CNN과 몇몇 다른 회사들과 함께 CERN의 이름도 나오더군요.

3. 영화의 마지막 아민 뮬러-스탈의 대사 같은 경우, 확실히 종교적 논란을 염두에 둔 일부러 대사가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4. 엔딩 크래딧을 언제나처럼 다 보고 나오는데, 마치 클래식 공연을 보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크래딧에 흐르는 곡이 상당히 박력있었거든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콜럼비아 픽쳐스에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팀 회식이 제공되는데, 저희 팀은 다른 팀과는 달리 어쩌다보니 어느 순간 '맛집 원정대'가 되어버렸더군요. 청와대 뒷 편에 고풍스런 손만두집을 어렵게 찾아갔었거나, 홍대에 와인바를 들려주는 등 다양한 원정 활동을 벌이던 중, 이번 5월 회식은 제가 몇 년전에 친구들과 갔었던 인사동에 '사과나무'가 불현듯 생각나서 한번 가보기로 앞장을 섰습니다. 저도 몇 년만에 가는거라 가물가물 했는데 길을 들어서니 새록새록 기억이 나더군요.




인사동 쌈지길 옆 골목으로 쭉 끝까지 들어가서 우회전 하면 아기자기한 정원과 폰트가 인상적인 '사과나무'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평일 저녁인데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더군요. 평일저녁이라 그런지 술을 먹는 분들 보다는 간단한 저녁을 드시러 오신 분들이 더 많더라구요.







'사과나무'의 정경. 정원이라고 할 수 있는 밖 공간에도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어 날이 좋은 날엔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도 분위기가 납니다. 어제도 별로 추운 날씨가 아니라 밖에서 먹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네요.





실내 사진은 손님 분들이 많이 계셔서 별로 찍지 못했지만, 아담한 분위기에 나무 재질로 뒤덮인터라 분위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와인을 마셔도, 맥주를 마셔도 좋을 분위기죠.





 정직한 메뉴판(PAN)






저희는 차가운 도시의 디지털 남자들 답게 와인을 한 병 시켰습니다. 칠레 와인이었는데 향이 좋고 제법 달더군요. 좋았어요.







베이컨 어쩌구 셀러드와 해물 크림소스 스파게티, 독일아저씨가 만들었다는 오리지널 소세지, 연어덮밥, 그리고 사진에는 못 추가했는데 여기서 제일 맛있다는 치킨달밥까지. 그런데 저희 입맛엔 스파게티가 확확 와닿더군요(역시 차가운 도시의 디지털 남자들).




맛있는 음식들과 와인, 그리고 좋은 분위기로 좋은 얘기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인사동이 그리 멀지 않은 분들께서는 한 번쯤 가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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