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 교토 대화재편 (るろうに剣心 京都大火編, 2014)

더 이상의 실사화 걱정은 무의미하다



이미 전작 '바람의 검심' 글을 통해 이야기 한 바 있지만, 아마도 처음으로 만화/애니 원작 실사화 작품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 준 작품이 바로 '바람의 검심'이었다. 다른 실사화 작품들의 실패를 거듭할 때도 개인적으로는 (다행히) 별로 애착이 없는 원작들이라 큰 관심이 없었는데, '바람의 검심'이 실사화 된다고 했을 땐 두 손 들고 말리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 속에 등장한 영화 '바람의 검심'은 만족을 넘어서서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었고, 드디어 그 속편인 '교토 대화재편'을 극장에서 만나보게 되었다. 참고로 2편 격인 '교토 대화재편'과 3편이자 최종편인 '전설의 최후편'은 동시에 제작되었는데, 국내에서도 다행히 두 편 다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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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은 원작을 접한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몇 가지의 갈등 구조,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관계가 등장하는데 역시 그 가운데서 가장 큰 줄기의 이야기라면 시시오와의 대립 관계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겠으며 실사화 역시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본 '기생수'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긴 호흡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실사로 옮길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부분을 옮기느냐 혹은 어떤 갈등 구조에 집중하거나 어떤 인물과 이야기를 버리거나 축소하거나 하는 결정일텐데, '바람의 검심' 3부작은 시시오와의 갈등 구조를 중심에 두는 대신, 어정번중으로 통하는 아오시의 이야기는 비교적 축소하였다 (아마 최종편에서도 지금과 같은 비중이 아닐까 싶다). 이 밖에도 십본도 역시 원작보다는 축소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는 시시오에게 포커스를 맞추기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같은 부분은 모든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겪게 되는 호불호 지점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시시오와의 갈등 구조에 집중하는 결정이 더 나은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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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보태어 더 만족스러운 점은 전작도 그랬던 것처럼,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과정 속에서 원작이 갖고 있는 메시지 적인 측면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흔히 영화화 할 때는 원작 (특히 그 원작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일 때)의 화려함과 볼거리를 실사 버전으로 보여주는 것에 급급하여 원작이 갖고 있는 깊이와 철학은 가볍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바람의 검심'은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영화 스스로가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켄신의 이야기를 빌어 등장시키고 있다. 바로 역날검의 의미에 대한 것이 그것인데, 왜 켄신은 역날검을 들게 되었는지를 관객들이 계속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한 편, 또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시시오의 대한 묘사 역시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그가 처했던 시대적 상황과 분노를 관객이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듦으로서, 원작이 갖고 있던 힘을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스크린에서 실사 버전으로 만나는 '바람의 검심'이 만족스러운 가장 큰 이유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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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토 대화재편'을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가장 흠칫 했던 포인트는, 이제 더 이상 실사 버전의 싱크로율이나 이질감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마치 처음으로 일본 사극 액션 영화를 보게 된 관객처럼, 영화 속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전작이 보여준 믿음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제는 더 이상 '옮겨 온' 것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게 된 점은 이번 속편이 이뤄낸 또 다른 성과라 하겠다.


하지만 역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원작의 팬 입장에서는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었는데, 이 작품으로 켄신을 처음 만나는 이들이라면 캐릭터, 특히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설명이 부족한 탓에 그들의 행동에 공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아오시의 경우도 짧게 과거 장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어정번중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더 깊이를 느끼기는 어려우며, 앞서 언급한 십본도의 활용 역시 시시오를 위해 많이 축소된 느낌이 있어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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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오라는 캐릭터가 워낙 아우라가 대단하고 강력한 캐릭터인 점을 감안할 때 (마치 '이누야사'의 나락 처럼), 후지와라 타츠야가 연기한 시시오의 실사화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특히 영화가 시시오라는 캐릭터를 그릴 때 음악이나 배경 등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 '교토 대화재편'에서는 켄신과 시시오가 거의 만남을 갖은 수준에 그쳐서인지, 더 본격적인 혈투가 벌어질 최후편이 몹시도 기다려진다. 최후편의 특성상 아마도 더 극적이고 강렬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보았을 때, 영화화 된 '바람의 검심' 3부작은 꽤 매력적인 3부작이 될 것이라고 미리 평가할 수 있을 듯 하다.



1. 사토 타케루의 켄신은 보면 볼 수록 잘 어울리네요. 켄신이 실사화에서 이 정도로 어울릴 줄은 정말 몰랐었는데 말이죠.


2. 소지로와의 대결 장면도 좋았어요. 그 특유의 발 구르는 장면도.


3. 켄신이 등장하는 액션 장면의 경우 분명 특수효과가 가미 된 장면이지만, 크게 이질감이 없는, 그러니까 원작을 본 이들이라면 켄신은 저 정도는 가능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수준의 액션이라, 멋과 현실감이 공존해 만족스러웠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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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2012)

역날검의 의미를 잘 살린 실사판



실사판이 제작된 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포스터와 스틸컷이 하나씩 공개될 때 까지도 계속 '하지마!' '제발 하지마!'를 외쳤던 작품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실사판 영화를 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어찌되었든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라는 심정으로 보려고 했던 영화였는데, 11월 말 개봉을 앞두고 돌연 개봉 일정이 연기되는 바람에 (현재 1월 중으로 예상 중) 나중에 볼까 하다가 유료 시사회 형식으로 상영하는 곳이 있어 (건대 KU씨네마테크) 주저없이 극장으로 달려갔다. '바람의 검심' 실사판 영화는 정말 기대보다도 걱정이 많은 작품이었다. 만화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대부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는 점도 그렇고, 특히 '바람의 검심'의 팬으로서 히무라 켄신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실사화 할 수 있을 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기 때문에, 팬으로서 차라리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더 컸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나왔고, 영화는 봤으며, 결과는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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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애니메이션의 첫 화부터 시작해 진에와의 결투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등장 캐릭터로는 켄신과 카오루, 메구미와 사노스케 그리고 사이토 하지메와 묘진 야히코가 등장하고 있다. 줄거리는 거의 애니메이션과 동일하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몇 몇 디테일한 측면에서 영화 만의 색깔을 주려한 점도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는 원작을 그대로 살려내려는 시도가 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이야기면에서 원작을 그대로 살리려고 한 시도는 영화에 득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어설프게 영화 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했다가 원작 팬들에게도 원성을 사고 영화 만의 매력도 못 이끌어낼 바에야 '실사화'에 목적을 이루는 데에 집중한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다만 원작의 팬들이야 그것에 집중할 수 있지만 일반 관객들이 이 이야기에 빠져들기에 영화가 선택한 시점이 (처음부터 진에와의 결투까지) 매력적이었는 가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을 듯 하다. 전반적으로 이 과정 속에서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과 동시에 켄신의 과거 그리고 아편과 자본으로 대표되는 칸류와의 큰 대립과 진에와의 직접적 대립까지 그려내야 하는데, 이 이야기의 리듬이 그리 매력적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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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릭터를 실사화로 옮겨낸 결과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사실상 이 실사판의 승패를 좌우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켄신을 비롯한 캐릭터들이 만화스럽지 않으면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비교적 잘 표현한 듯 했다. 일단 켄신의 경우 과연 만화 속 켄신의 그 슬픔과 절제, 그리고 무엇보다 '어라 어라 @@' 할 때의 전혀 상반되는 켄신을 동시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는데, '@@' 요 부분은 역시나 100% 실사화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사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 주연을 맡은 사토 타케루의 얼굴이 절대 켄신과 어울리지 않는 다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어느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정도로 제법 잘 표현한 실사판 켄신이었다. 뭐 '고자루'라는 켄신 특유의 말투를 실사판으로 들은 것만으로도 소름 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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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이 에미가 연기한 카오루는 맘에도 들 정도로 잘 어울렸다. 약하면서도 강인함을 갖고 있는 카오루 캐릭터가 타케이 에미의 불안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눈빛과 표정을 통해 잘 살아있었다. 야히코는 실사판 캐릭터가 너무도 현실적이라서 애니메이션과의 접점을 처음에는 정말 찾기 힘들었는데, 따지고보면 야히코가 실제 한다면 저럴 수 밖에는 없겠구나 싶은, 수긍이 되는 실사화였다. 더불어 가장 걱정한 캐릭터 중 하나인 사노스케의 경우 역시 좀 아슬아슬한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작품이 영리하게 사노스케를 활용하면서 그 불안함을 잘 감쌌다고 볼 수 있겠다. 아, 아오이 유우가 연기한 메구미의 경우도 처음엔 아오이 유우가 연기하기에 메구미는 너무 성인스러운(?)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 걱정했는데, 전반적으로 어려진 캐스팅 때문인지 나름 메구미스러운 연기에 어울려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이토 하지메의 경우, 애니메이션보다는 훨씬 작아보이고 좀 눌린 듯한 (애니메이션 속 사이토는 워낙에 날카롭고 가는 이미지이기에) 모습에 이미지로는 한 번에 와닿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가 정말 비슷해서 단숨에 빠져든 경우였다. 그가 아돌 자세를 펼칠 땐 나도 모르게 탄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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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어쩌면 가장 기다린 장면이 바로 사이토의 아돌 장면인듯)


결론적으로 '하지마!'를 외쳤던 '바람의 검심' 실사판은 후속편을 기대하게 될 정도로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후속편을 예상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카메라 워킹을 보여주는데, 이 정도 캐스팅이라면 기대해 볼만 하다. 정말 다행스럽게 시작은 나쁘지 않았으니 이제 이들을 중심으로 시시오와의 결투가 중심이 된 속편이 나온다면 어떨지, 이제는 정말로 기대된다!!!



1. 짤방은 집에 모셔져 있는 켄신 피규어!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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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언 레시피 (ホノカアボーイ Honokaa Boy, 2008)

멈춰버린 그 곳에서 찾아낸 빈자리



이 영화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 거의 모든 영화를 예매를 통해 보는 나로서는 우발적으로 영화를 보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할 수 있었는데, 어느 더운 여름 날. 휴가답지 않은 휴가를 내고 무작정 삼청동을 거닐 던 중, 의도치 않게 발견하게 된 한 장의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사실 평소 일본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오이 유우가 출연한다는 점에 볼 것 없이 티켓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정말 백만년 만에 현매로 산 영화표였다), 스포일러랄 것도 없지만 아오이 유우는 우정 출연이었고, 영화도 포스터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문구와는 다르게 (포스터의 문구에서 풍기는 느낌은 마치 한적한 시골 마을로 우연치 않게 귀농을 하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 일 것만 같았다) 무언가 애잔하면서도 평화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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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언 레시피 (ホノカアボーイ Honokaa Boy, 2008)는 무언가 묘한 정서가 있다. 즉, 요즘 흔히들 말하는 '힐링영화'와는 조금 다른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얼핏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이지만 (심심하면서 안락감을 주는) 좀 더 들여다보면 그 장소나 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모두에 아픈 구석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우연히 하와이의 시골 마을에서 지내게 된 레오 (오카다 마사키)가 그 곳의 사람들과 만나고, 그 중에 자신에게 우연히 식사를 대접해준 비이 (바이쇼 치에코)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1차적으로 비이와 레오의 관계를 묘사하는 방식이 매력적이었는데, 남녀 간의 관계로 설정해도 어색하지 않은 로맨스가 느껴졌지만, 그보다는 호노카아 마을에 오랫동안 홀로 남아있던 비이와 이 곳에 우연히 남게 된 젊은 레오가 서로에게 남녀가 아닌 존재 대 존재로서 관계를 맺는 방식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더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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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왔을 때는 레오가 호노카아에서 보낸 시간들을 통해 깨닫게 된 것들 때문에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었는데, 글을 쓰려 좀 더 생각해보니 레오보다는 호노카아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이 더 떠올랐다. 이 영화를 처음 포스터만으로 예상했었을 때처럼, 그저 한적하고 고민거리라고는 없을 것만 같은 마을의 일상을 통해 슬로우 라이프를 떠올려보게 되는 것 정도를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호노카아에서 만난 비이와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 곳에 멈춰버린 더 나아가 고립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영화에 대한 글을 찾아보고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20세기 초 많은 일본인들이 하와이로 이주하였고 그 결과 1920년 대에는 전체 하와이의 인구 가운데 43%가 일본인일 정도로 많아졌다고 한다. 이 사실을 근거하여 생각해보니 더더욱 영화 속, 그러니까 하와이를 사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노인들 만이 남아 매일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또' 살아가고 있는 현실. 하지만 벗어나려고 해도 이제는 벗어나는 것에 의미가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러버린 현실. 그 가운데 어쩌면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는 레오의 등장이 이 영화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비이와 레오의 묘한 관계에서 섬세하게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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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언 레시피'는 무언가 빈자리가 짙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 그렇게나 반복되고 별다를 것 없었던 인물과 장소들이 갑자기 빈자리로 느껴졌을 때 겪게 되는 쓸쓸함과 후회를 통해, 마치 꿈을 꾼 것과도 같은 기분이 드는 영화이기도 했다. 이것은 치유라기 보다는 회상이나 후회에 가깝다. 40도에 육박하는 이 무더위 속에서도 가슴에 깊게 남을 빈자리에 여운을 남긴. 그 쓸쓸함에 대해.



1. 아오이 유우에 낚여서 보게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작품이어서인지 더 좋았던 영화였어요. 이것도 보고나서 알게 된 건데 2008년 작품이 올해 국내개봉한거였네요;;


2. 개인적으로는 정말 휴가 아닌 휴가 기간 동안, 정말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무더운 대낮에 우연히 보게 된 영화였는데, 그 짧은 휴가 동안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3. '비이'역할을 맡은 바이쇼 치에코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목소리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바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했던 소피 목소리였어요! 어쩐지 목소리에서 편안함이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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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 (Redline, 2010)
사이버 펑크 같지만 고전스러워


올해 신주쿠에서 영화를 보았을 때, 상영 전 인상적으로 본 예고편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고이케 타케시 감독의 신작 '레드라인 (Redline)'이었다. 이 예고편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이버 펑크스러운 작화와 자극적인 영상 그리고 예고편 내내 쿵쿵 거리게 했던 영화음악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곧 개봉이었지만 일정상 보지는 못하고 국내에 돌아왔는데, 메가박스에서 주최한 일본영화제 'JMEFF'의 상영작으로 선정되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이 작품에게 기대한 것은 예고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에너지'였는데, 확실히 그 에너지 하나 만큼은 제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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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은 기본적으로 레이싱에 관한 이야기다. 아니 레이싱만에 관한 이야기다. 레이싱 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승부 조작 및 배후세력, 레이서의 트라우마 그리고 불꽃튀는 결승전까지. '레드라인'은 이 이외의 것들은 건드리지 않는 제법 충실한 레이싱 영화다. 아, 물론 다른 레이싱 작품에서는 보기 드문 요소도 등장한다. 결승전 무대 겪인 '레드라인' (옐로우라인, 블루라인 등 다양한 대회에서의 우승자들이 최종적으로 레드라인에 참여하는 방식이다)의 장소로 이 레이싱 대회에 부정적인 입장을 펼치고 있는 행성이 결정되면서 이들의 군사적인 (혹은 이를 넘어서는 가공할 만한 외부 요인의) 공격마저 피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인데, 넓은 의미로 본다면 이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다기 보다는 레이싱의 외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레드라인'은 무엇이든 과잉의 연속이다. 부스터를 쓸 때 자동차와 레이서가 모두 비상식적으로 늘어나는 장면에서 바로 알 수 있듯, 이 작품에서 상식의 범위는 그리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런 분위기를 일관적으로 유지해온 터라 이것을 문제 삼을 일도 없다. 또한 레이싱 영화의 전형적인 흐름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만약 '레드라인'에게 무언가 다른 그 이상의 레이싱 영화를 기대했다면 예상한대로 그대로 마무리 되어버리는 결말과 전개에 허무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이 작품의 미덕은 내러티브보다는 그 마초스러움의 뚝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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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JP (기무라 타쿠야)의 경우 이 세계관을 가장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지극히 만화적인 동시에 마초적인 캐릭터로서, 그의 무모함은 멋지기 보다는 유치한 느낌이 들지만 희한하게도 마지막에는 멋진 이미지로 기억될 것만 같은 그런 캐릭터다. 이 작품이 만약 TV시리즈 같은 여러 작품으로 기획되었더라면 이런 레이싱이 가능한 세계관을 설명하고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데에 공을 들여 좀 더 사이버 펑크스럽고 우주 지향적인 작품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단 한편의 극장판으로 표현하기에는 오히려 이런 심플함과 무모하리만큼 밀어붙인 에너지가 더욱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의 마지막은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스 프루프'를 연상시킬 정도로 확연한 '끝'인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여기에는 헛 웃음이 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통쾌한 웃음이 번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진정한 쿨함이 바로 '레드라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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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보다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기무라 타쿠야나 아오이 유우, 아사노 타다노부 등 유명 배우들의 영향력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기무라 타쿠야의 목소리 연기가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에 비한다면, 이번 JP는 목소리를 제외한 캐릭터가 너무 강한 탓에 반감된 느낌이 있었다. 

2. 마치 클럽에 온 듯 시종일관 극장 좌석이 들썩일 정도로 '쿵쿵' 거렸던 강한 비트의 음악도 인상적이었다. 레이싱이라는 소재와 어울려 그 속도감을 잘 살려주고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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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여성 감독 타나다 유키가 연출을 맡고 아오이 유우가 주연을 맡은 백만엔걸 스즈코 제목에서 살짝 선입견을 갖게 수도 있는데, 코믹적인 요소는 거의 없는 차분하고 잔잔한 청춘 로드무비라고 있겠다. 부제목은 로드무비라고 했지만 전형적인 로드무비의 형식은 아닌데, 특별한 사연으로 인해 자신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를 통해 백만 엔이 모이게 되면 다른 곳으로 이사해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스즈코의 여정으로 미뤄봤을 일종의 로드무비로도 있겠다.






여성감독의 작품답게 백만엔걸 스즈코 가장 장점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내면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주인공 스즈코의 심리 묘사에 있다. 실제로 극중 스즈코의 심리 묘사는 비슷한 결핍을 겪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있는 수준까지 세밀하게 묘사해 내고 있었는데, 스즈코와 같은 결핍을 겪은 이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이들이라면 맞아, 같아도 저렇게 했을지 몰라혹은 나도 그랬었지…’하며 깊은 공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이야기와 결말은 크게 새로울 것은 없지만, 세밀한 묘사와 현실적인 캐릭터 그리고 자연스러운 감정선, 새로울 없는 이야기에 한번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이야기는 무엇보다 삶이라는 무게에 무릎 꿇었던 이들을 다시금 일으키게 하는 작은 용기를 심어준다. ‘백만엔걸 스즈코, 결국 혼자라고 생각했던 역시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존재였다는 것과 와는 반대로 속세의 것들에서 초연해 져야 한다는 결심을 동시에 들게 하는 묘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어느 것을 선택하게 되든 작품은 무엇인가로 조금이나마 움직이게 하는 작은 동요를 들게 하는 작품임은 틀림없다.

 

DVD Menu







DVD Quality

 

1.85:1 화면 영상의 화질은 전형적인 일본 영화 타이틀의 화질이라고 보면 되겠다. 날카로운 외곽선 보다는 작품의 느낌을 부각시킨 부드러운 톤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색감 역시 선명함 보다는 마치 카메라로 치자면 로모느낌이 나는 감성적인 톤을 수록하고 있다. 가끔 이런 작품의 화질이 블루레이의 차세대급 화질이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상상해 보곤 하는데, 나름대로의 장점도 분명 있겠지만 현재 DVD 수록된 느낌이 분명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해본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일반적으로 비슷한 장르의 일본 영화들이 2.0채널만을 지원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보완된 부분이지만, 2.0 수록된 타이틀을 리뷰 이야기했던 것처럼, 2.0만으로도 대부분 표현할 있는 소소한 장르라 5.1채널 만의 다이내믹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작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사 전달의 경우 크게 부족한 없이 센터 스피커를 통해 선명하게 전달된다.

 

DVD Special Features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백만엔걸 스즈코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예고편, 그리고 감독인 타나다 유키 감독과 아오이 유우가 참여한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고, 번째 디스크에 본격적인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아오이 유우 인터뷰에서는  작품에 출연하게  계기와 자신이 맡은 스즈코 대한 인상을 들려주는데, 아오이 유우의  번째 작품이었던릴리 슈슈의 모든 ' 프로듀서였던 마에다 와의 관계로 인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과 ’스즈코'라는 캐릭터를 처음 대본을 통해 만나게 되었을  아주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인상을 받았다는 짧은 소감도 들려준다. 또한 감독인 타나다 유키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여장부라고 표현과 함께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을 모두 갖고 있어 영화에 그런 면이  드러난  같다 라고 말한다.  외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르바이트 들을 연기하면서 겪은 짧은 에피소드들을 각각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14 남짓의 인터뷰를 통해 아오이 유우가 ’스즈코'라는 캐릭터와  영화에 얼마나 빠져있는지를 느낄  있게 해준다.





제작과정에서는 처음으로 스텝들이 모인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타나다 유키 감독의 모습을 만날  있는 ‘두근두근 설레이는 크랭크인 시작으로 파란예감? 스즈코의 수난'에서는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배우에 대한 간단한 인터뷰가 수록되었으며,  이후로도  ‘감옥에 갇힌 백만엔걸' ‘백만엔 모이면 나갈거야'  영화의 전개에 맞춰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터뷰를 위주로 제작과정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프리미어 시사회 개봉일 무대인사에서는 2008 7 10 신주쿠 메이지 야스다 생명홀에서 열린 프리미어 시사회 현장 7 19 시네 리브르 이케부쿠로에서 열린 개봉 무대인사 장면을 만나볼  있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있는 질문과 답변들 외에 조금 다른 점이라면, 함께 출연한 남자 배우들이 한결 같이 아오이 유우와 함께  것에 대해

극찬과 설레임을 표현하고 있다는 정도를   있겠다.


 


[총평]백만엔걸 스즈코 아오이 유우의 풋풋함과 동시에 나이에 어울리는 성숙함도 엿볼 있는, 그녀의 팬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필모그래피라 있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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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Tokyo!, 2008)
이방인들의 시선으로 본 현대의 도쿄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퐁네프의 연인들>의 레오 까락스, 그리고 <괴물>의 봉준호, 이렇게 세 명의 각기 다른
국적을 갖은(국적 뿐 아니라 스타일도 완전히 다른) 감독들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옴니버스 영화 <도쿄!>
(영화를 보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보고 나니 제목의 느낌표는 확실히 의미있는 의도적 기호라고 생각이 더
들더군요. 뭐랄까 그냥 '도쿄'라는 제목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느낌표로나마 함축적으로 표현했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뮤직비디오 감독 시절부터 왕팬이었던 미셸 공드리는 물론이고, 봉준호 감독 역시 가장 좋아하는
국내 감독 중의 한 명이라 많은 기대를 했던 영화였습니다(그렇다면 레오 까락스는 지금 무시하는거냐? 할 수 있지만
그의 작품은 너무 예전에 비디오로 보고 나이먹고 제대로 보려고 dvd는 구매해 두었는데 아직까지 보질 못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좋다 나쁘다 평할 수준이 못되는 것 같아 일단 보류중입니다 ^^;).



(뭐 다들 아시겠지만, 좌측 부터 미셸 공드리, 레오 까락스, 봉준호 감독. 공드리는 영국의 인기있는 밴드에서 별로 말없는
베이시스트 처럼 나왔고, 레오 까락스는 서극처럼 나왔고, 봉준호는 배우처럼 나왔네요(아, 배우시죠 ㅎ)).

옴니버스 영화 <도쿄!>는 각기 다른 세 명의 감독들을 대상으로, 도쿄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또 로케이션으로
촬영해야 된다는 일종의 조건만 있을 뿐 각 감독들에게 이 범위안에서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던
프로젝트입니다(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어지간하면(?) 일본인 현지 스텝들과 작업해야 된다 라는 조건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엔딩 크래딧을 보니 몇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일본인 스텝들로 채워져 있더라구요). 
이렇게 한 도시를 배경 혹은 주제로 담아낸 옴니버스 영화는 <사랑해, 파리>가 있었는데, <도쿄!>는 <사랑해, 파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랑해, 파리>같은 경우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이 단순히 파리의 아름다운
장소를 배경으로 하거나, 아니면 짧은 러닝타임에도 '파리'라는 도시에 한 번 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면, <도쿄!>는 도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혹 들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간혹일 뿐,
대부분은 부정적인 모습의 도쿄, 더 나아가 일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보여지거든요.
본래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프로듀서의 생각이나 의도가 이런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 명의 감독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이런 분위기의 작품들을 만든 것도 놀랍지만, 이런 작품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제작자(일본인)의
입장도 대단한 듯 여겨지기도 합니다.



아키라와 히로코 (Interior Design) - 미셸 공드리

가장 첫 번째로 만나보게 되는 영화는 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입니다. 홋카이도에서 영화작가를 꿈꾸는 애인을 따라
도쿄로 상경한 히로코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처음 히로코는 친한 친구의 집에서 애인과 함께 신세를 지며
방도 알아보고 일자리도 알아보고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친구와 애인에게 점차 자신의 설 자리를 잃어가면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점차 의문을 갖게 됩니다. 도쿄를 배경으로 일본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지만, 공드리의 영화는 역시,
공드리스럽습니다. 사실 그가 만든 <이터널 선샤인>은 제 인생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제 인생 최고의
감독이냐 묻느냐면 또 그렇지는 않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그 이유는 그가 이후 만들었던 <수면의 과학>도 그렇고
각본가인 찰리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는 확실히 결여된 부분이 많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뮤직비디오 감독 시절부터
놀라운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영상으로 표현해 내는데 기발한 재주를 갖고 있었지만, 영화 감독으로서 공드리는 아직까지
완성되었다고 보기는 좀 부족한 것이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는 그저 상상력을 보여주는 것, 판타지 그 이상의 것으로
전개시키지는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면에서 이번 같은 옴니버스 영화는 그의 부족함을 많이 보완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히로코가 신세를 지게 되는 친구의 집 디자인을 제외한다면 별로 공드리 스러운 부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데, 중반 이후 히로코가 급격하게 변화(그야말로 변화)를 겪게 되면서 단숨에 공드리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이터널 선샤인>때도 잘 보여주었지만 그는 상상력을 표현함에 있어 컴퓨터 그래픽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대부분의 시각효과를 아이디어가 주가 된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하곤 했는데, 이번 <도쿄!>에서도 사실
시각효과 자체의 기술력은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굉장히 작품에 잘 녹여내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별로 대단한 효과가 아님에도 관객들의 엄청난 반응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 같구요(아직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네요~). 공드리가 느끼는 도쿄 역시 그리 행복한 공간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겉보기와는 달리 그 속에서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무엇인지도 모른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함과 결국 다른 존재가 되어서야 자신을 찾게 되는
안타까움이랄까요.


1. 츠마부키 사토시가 깜짝 출연하더군요!
2. <구구는 고양이다>에 이어 카세 료의 속옷 차림을 연달아 스크린으로 보게 되는군요;;
3. 극중 히로코가 방을 알아보러 다니던 중에 등장한 컨테이너 형식의 집은, 정말 그런 집이 있나 싶더군요.




광인 (Merde) - 레오 까락스

세 작품 가운데 가장 무거운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작품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보았던 이유는 오랜만에
영화를 연출한 레오 까락스도 까락스지만, 그가 드니 라방과 함께 컴백했기 때문이기도 했죠. 극중 '하수구 광인'을
연기한 드나 라방의 연기는 정말 그 만이 연기할 수 있는 몸 연기를 선보입니다. 기괴한 얼굴 분장은 그렇다쳐도,
그의 이상한 걸음 걸이와 몸으로 표현하는 동작들을 '하수구 광인'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더 인상깊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건 그가 사용하는 언어가 정체 불명의 언어라는 점인데, 이게 만약 레오 까락스와 드니 라방이
아니라, 김병욱과 박영규 였다면 누가봐도 코미디로 느꼈을 만큼 이상함을 넘어선 코미디이지만, 그들이기에 쉽게
웃게 되질 않습니다. 이 작품은 노골적으로 일본이 일으킨 전쟁과 그 야욕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하수구 광인의 이상한 말들도 무언가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피해자들의 모습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앞서 이렇게 도쿄나 일본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어찌 '도쿄'라는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수용할 수 있었을까
놀라웠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레오 까락스의 <광인>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광인은 하수구 밖으로
나와 도심을 활보하며 시민들을 괴롭히고 급기야 대형 살인사건마저 벌이게 되는데, <도쿄>라는 프로젝트에 초대받아서
이런 영화를 만든 레오 까락스나 이걸 수용한 프로듀서나 다 대단한듯 싶습니다. 초반에는 단순히 이 이상한 광인에
행동에 집중하는 듯 했던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왜 이런 행동들을 했는지에 관해 들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가 묘사되고 있는데, 마지막에는 한 술 더 떠서
미국까지 걸고 넘어지는 레오 까락스의 재치는 살짝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극장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박장대소하며 웃기도 했었고, 다른 기사들을 보니 코미디 적인 면을 강조한 평들도
보이던데, 저는 확실히 영화를 좀 많이 진지하게만 보는건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 포인트가 된 그 장면들조차
다 비유나 은유로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살짝 극장의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기도 했었는데, 확실히 제 웃음 코드는
대중들과는 동 떨어지는 '광인'일지도 모르겠네요 윽.


1. 우리나라에서 '서울'을 주제로 옴니버스 영화를 만드는데 왠 유럽 감독이 서울서 폭탄테러 벌이는 영화를 만든다면
   절대 허가하지 않았겠죠.
2. 하수구 속 장면 가운데 긴 계단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세트인지 실제 장소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흔들리는 도쿄 (Shaking Tokyo) - 봉준호

앞선 두 작품이 각각 다른 이유로 워낙에 판타지스럽다보니 봉준호 감독의 <흔들리는 도쿄>는 가장 보편적으로
느껴집니다. 사실 히키코모리가 사회 문제가 된지도 제법 오래 되었고, 국내에서도 TV를 통해 접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히키코모리 자체에서 오는 신선함은 없지만, 히키코모리가 히키코모리를 만나러 간다는 설정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흔들리는 도쿄>는 숨은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는 봉준호 감독 영화다운 느낌도 들지만, 한 편으론 정적과
빛의 사용에 있어 상당히 일본영화 같은 느낌도 받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고 해야겠네요. 히키코모리 역할을 맡은 카가와 테루유키는 필름 2.0 지난호 기사를 보니
봉준호 감독의 엄청난 팬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참고로 그는 봉준호 감독 연출에 송강호와 함께 영화를 찍게 되면
당장이라도 배우를 관둬도 여한이 없겠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ㅎ), 히키코모리 라는 것 자체가 워낙에 일본적인
것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별로 외국 감독이 연출한듯한 느낌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이 너무
완벽하게 배우들에게 녹아들었다고나 할까요? 주연을 맡은 카가와 테루유키는 물론, 아오이 유우나 깜짝 출연한
다케나카 나오토 역시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카가와 테루유키가 히키코모리를 완벽하게 연기한다면 아오이 유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녀의 이미지를 극대화 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극중 대사에도 나오지만 그냥 '그 하얀 아이'이렇게 묘사될 만큼 별 대사 없이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장면이 되는 아오이 유우만의 장점이 부각된 영화라고 해야겠네요.
봉테일, 봉준호 감독답게 세심한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혼자사는 히키코모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마련한 집 안의 세트라던가, 그가 처음으로 변화를 겪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셸 공드리나 레오 까락스의 작품은 다들 그만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나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는데, 봉준호의 경우 너무 현지화가 잘 된 덕분에 비교적 그만의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쉽더군요.


1. 이병우의 기타 선율은 이번에도 멋졌습니다~

2. 극중 카가와 테루유키가 휴지를 다 쓰고 남은 동그란 종이를 손바닥에 대어 동그란 자국을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괴물>에서 송강호가 마지막에 괴물을 쓰러트릴때 손바닥에 역시 동그란 자국이 남았던 것이 떠올라 혼자
   재미있어 하기도 했습니다 ㅎ

3. 더 혼자만 알아챘던건 어떤 스치듯 지나간 배우를 알아본 것이었는데. 저는 원래 배우 얼굴 알아보는 것에 있어서는
   매우 민감하게 포착해내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 경우는, 집에와 확인해본 다음에 맞는 걸 알고 저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갑자기 인물들이 뛰쳐나오는 한 장면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본 기억이
   나더라구요. 얼굴이 거의 제대로 나오지도 않은채 약 1~2초 정도밖에는 안나오지만 워낙에 좋아하는 영화에 나왔던
   배우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마츠코의 남자 중 한 명인 이발소 주인 역할로
   나왔던 배우였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정말로 그의 필모그래피에 <도쿄!>가 있더라구요(혼자서도
   정말 놀랐음 ;;). 이거야 말로 혹시 아직 안보신 분들 계시다면 한번 찾아보세요. 요건 조금 힘드실 거에요 ^^;



   (바로 이분! 아라카와 요시요시 (YosiYosi Arakawa))

4. 극중 아오이 유우에겐 몸에 문신으로 새긴 버튼이 있는데, 그 버튼 모양이 엑스박스 360의 파워버튼과 똑같이
   생겼더라구요. 후원사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ㅎ

5.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히키코모리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것. 백수들도 누가 매달 생활비 대주면
   모조리 히키코모리가 될지도 모르죠. 다 돈 있으니까 할 수 있는 듯 --;;




6. 이런 분이 피자 배달 온다면 굳이 히키코모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매번 피자 배달 시켜 먹겠죠 아마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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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뭐 다른 나라의 영화들도 그러하지만, 특히 일본영화의 경우) 흔히 좋아하는 배우에 따라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동안 나름의 선별 과정을 거쳐 좋아하는 여배우를 몇 명 꼽게 되었는데, 간략하게 3명으로 압축하자면 우에노 주리와 미야자키 아오이, 아오이 유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윙걸즈>, 그리고 TV시리즈 <노다메 칸타빌레>에 출연했던 우에노 주리를 가장 좋아하는데(우에노 주리가 1위 자리를 선점하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미야자키 아오이의 결혼설의 충격이 가장 큰 이유일터), 우에노 주리는 물론, 3인방에 다른 인물인 아오이 유우가 함께 출연하는 영화라고 하니 이 작품 <무지개여신>에 대해 결코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 사실이었다. 여기에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역시 아오이 유우와 함께 출연했던 이치하라 하야토의 이름도 영화를 보기 전 선택에 있어 큰 역할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이 슈운지가 감독한 것으로 잘못알고 있는데, 영화사에서 개봉 시에 이와이 슈운지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한 탓이 컸던 것 같다. 이 영화의 감독은 엄연히 쿠마자와 나오토이며, 이와이 슈운지는 제작만을 맡고 있다.어찌어찌 위와 같은 이유들로 보게 된 <무지개여신>. 사실 배우가 좋아서 보러 간 것이었기 때문에 영화는 그저 그런 청춘 물 정도로 업신여기고 별 기대를 안해서인지, 극장을 나올 땐 어느 덧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기도 했다.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남녀 두 주인공이 곁에 있을 때는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다가, 결국 함께 할 수 없게 된 나중에 와서야 서로가 서로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알고 뒤늦게 슬퍼하게 된다는 것. 단순한 구성을 매끄럽게 이어가고 있는 것은 역시나 풋풋한 배우들의 연기와 감성적인 영상을 제일 먼저 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우에노 주리. 우에노 주리가 맡은 아오이 역할은 겉보기엔 굉장히 털털하고 남성적이기까지 한 캐릭터인데, 본인이 스스로 일부러 예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등도 구부정하게 걷는 등 노력이 필요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 속의 아오이의 모습은 기존에 우에노 주리가 연기했던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매우 자연스럽고 아오이=우에노 주리로 느낄 만큼 친숙한 느낌이었다. 사실상 그 동안 내가 보아왔던 우에노 주리의 영화 속 캐릭터들은 결코 평범한 것들은 아니었는데,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 메구미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스윙걸즈>의 토모코 캐릭터도 매우 장난스러운 캐릭터여서 그랬는지, <무지개여신>의 아오이는 거의 제대로는 처음 보는 진지한 캐릭터였음에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다(물론 <조제, 호랑이..>에서도 더할 나위없이 진지한 역할이었지만, 아무래도 비중이 조금 적었음으로..)

(감독은 두 캐릭터 간의 거리 조절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우에노 주리, 우에노 주리 노래를 하긴 했지만, 이 영화에서 더욱 자연스러웠던 캐릭터는 이치하라 하야토가 맡은토모야 역할이었다. 감독과 다른 배우들은 물론, 이치하라 본인 스스로도 너무 자신과 비슷해 연기하기에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고 얘기했을 만큼(그래서 극중 토모야 처럼 실제로 영화 속 영화인 ‘지구 최후의 날’을 연기할 때는 본인도 어색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연기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서플먼트에 수록된 실제 이치하라의 모습을 보면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아오이 유우는 이 두 배우의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기는 하지만, <훌라걸즈>가 좀 더 적극적으로 영화에 개입해 기존처럼 이미지가 아닌 연기력으로 승부하려고 했던 경우라면, <무지개여신>의 아오이의 동생 역인 카나 캐릭터는(실제로는 우에노 주리가 아오이 유우보다 한 살이 많다. 이것도 예전에 알게 되었을 때 매우 놀랐던 사실), 아오이 유우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십분 발휘한 캐릭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고 말 수도 적어 왠지 모를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역시나 그 특유의 미소만으로도 몇 마디의 대사를 방불케하는 포스는 여전하다.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배우로서 가장 아름다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이 세 명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영화는 엄연히 이야기하면 토모야가 주인공이다. 모든 일에 우유부단하고 특별한 꿈도 없고, 끈기도 부족한 토모야를 중심으로 청춘만의 사랑과 애틋함, 그리고 그 시기라면 누구라도 고민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풀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와 닿았던 대사는 ‘좋아해’하는 이런 식의 대사가 아니고, 극 중 토모야와 아오이가 각자 학교를 졸업하고 오랜만에 만나 술집에서 했던 말들 가운데, 토모야의 바로 이 대사였다.

‘왜 인간은 취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너무나도 바보 같은 이 질문에 사실은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특별한 꿈도 없는 토모야와 자신의 꿈을 위해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도전을 택한 아오이는 이런 면에서 너무나도 상반적인 길을 가게 되는데, 토모야가 아무렇지도 않게 뱉은 ‘왜 인간은 취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라는 저 대사는, 단순히 청춘 드라마나 기대하고 갔던 나에게, ‘왜 꿈꾸지 못하지’, ‘왜 현실에 안주해서 하루하루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깊은 인상을 아니 받을 수가 없었다.



(존재만으로도 포스를 뿜어내는 아오이 유우)

극 중 아오이가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인 만큼, 영화 속에는 제법 진지하고 구체적인 영화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나 영화 학도들이 본 다면 더 알아채는 장면이 많을 정도로, 감독인 쿠마자와 나오토는 이 부분에 있어서 자신의 실제 경험을 많은 부분 투영하고 있다. 자신의 예전 독립 영화제작에 집중하며 보냈던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8mm 카메라 등 아날로그 촬영 기자재들과, ‘ZC1000’같은 장비들은 실재로 감독의 개인 소장 물건이 사용되었을 만큼 이 부분에 있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작업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영화 속 영화인 ‘지구 최후의 날’은 마지막에 설명되듯이, 원래대로라면 8mm 카메라 ZC 1000에는 코다크롬 40의 커트리지는 장착할 수 없지만, 별도의 커트리지를 끼워 넣어 장착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고 나오는데, 실제로 이 같은 방법을 써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영화 속에서 우리가 본 결과물처럼 아날로그 적인 색감과 느낌이 물씬 나는 영상을 볼 수 있게 되긴 하지만, 이렇게 완성 물을 만들어내는데 까지는 실제로 필름을 스위스와 미국으로 보내 현상을 하고 다시 재작업을 해야 됐을 만큼 복잡하고 섬세함을 요하는 일이었다. 이런 수고스러움을 굳이 감수해가면서까지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이야말로, 영화의 대한 깊은 애정이 아니었을까.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주제가와(실제로 이 영화의 부제인 'Rainbow Song'은 타네 토모코가 90년에 발표한 곡 'The Rainbow Song'을 우연히 이와이 슈운지가 듣고,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을 모두 함축하고 있는 곡이라 생각되어 주제가와 부제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지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했지만, 영화 속 영화인 ‘지구 최후의 날 (The End of the World)’의 여운도 만만치 않았다. 나름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이 작품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로 영화 속 설명과 같은 촬영 방식으로 촬영 된 터라 굉장히 아날로그 적인 색감과 분위기를 내고 있으며, 또한 저예산 독립영화(특히 학생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룰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영화라 더욱 더 흥미로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똑같은 캐스팅으로 ‘지구 최후의 날’을 장편 영화로 기획해 영화화 하면 어떨까하는 기대도 갖게 할 정도로, 묘한 분위기와 감흥이 전달되는 작품이었다.



영화의 흥행성적이나 인지도에 비해 의외로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는 일단 만족스럽다 해야 할 것이다. 일단 1.85:1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의 경우, 최근 일본 영화 타이틀에서 보여주었던 걱정스런 수준의 화질이 아닌 점이 일단 다행스럽다. 최근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인 수준의 화질이라고 볼 수 있다. 자연광의 조명이 강하게 표현된 장면이나, 거칠고 짙은 질감이 그대로 표현된 전체적인 화질의 톤은, 감독이 좀 더 샤방하고 아련한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연출한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는 커다랗게 사운드의 활용도가 크지 않은 작품이라 별다른 단점이 없는 준수한 수준이라고 하면 되겠으나, 전체적으로 음량이 낮아 기존의 리시버나 스피커에 세팅되었던 볼륨을 좀 더 크게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지구 최후의 날 (The End of the World)')

첫 번째 디스크에는 기본적인 특전과 예고편 등이 수록되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다. 먼저 주연배우와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서플먼트에서는 첫 번째로 영화 속 영화였던 'The End of the World'의 완전 판이 수록되어 있는데, 사실 완전 판이라고 해서 영화 속에 삽입되었던 부분과는 다른, 혹은 확장된 버전을 생각했었는데, 러닝 타임 상으로는 약 3분 가까이 늘어난 버전이 수록되었지만, 내용의 경우 일부러 틀린 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서는 거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의 정도라, 생각보다는 큰 메리트가 없는 서플이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지구 최후의 날’ 완전판 외에 쿠마자와 감독이 영화를 배우는 학생들과 독립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에 강의실에서 독립영화(혹은 자주영화)에 대한 쿠마자와 감독의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 감독과 주연배우 우에노 주리, 이치하라 하야토의 각각의 인터뷰가 수록되었고, ‘‘무지개여신’ 쫓아다녔던 일들 찾아다녔던 것들’에서는 감독과 두 주연배우가 영화의 로케이션 장소로 활용되었던 학교에 다시 들러, 촬영 중의 에피소드라던가 각 캐릭터, 그리고 영화의 내용에 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영상이 수록되었다. 마지막으로 ‘로케 촬영지 가이드’에서는 영화의 등장하는 장소들의 실제 위치와 관련 정보들을 담고 있다.



영화는 분명 사랑의 관한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기 전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단순한 사랑 뿐 아니라 좀 더 넓은 의미인 ‘청춘(靑春)’의 관해 아련함을 들려주고 있다. 지금 청춘을 치열하게 겪고 있는 ‘그들’에게도 흥미로운 영화이겠지만, 이미 청춘이 끝났다고 생각해버린 ‘그들’에게 더욱 와닿는 영화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글 / ashitaka



 

훌라 걸스 (フラガ-ル: Hula Girls, 2006)
 
혼슈 지방 최대의 탄광촌인 토키와 탄광을 배경으로 대규모 감원 해고의 해결책으로
탄광촌에 '하와이'를 만들려는 회사의 정책으로 인해, 탄광촌의 소녀들이 훌라 댄서가 되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사실 이 영화 <훌라 걸즈>는 누가뭐래도 여러가지면에서 워킹필름의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리게 한다.



탄광촌이라는 배경은 말할 것도 없고,
감원으로 인해 해고된 직원들과 그렇지 않고 새 일자리(하와이안 센터)에 가담한 직원들 사이에
편이 갈리고, 배신자를 운운하게 되는 현실,
 
그리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환경 속에서
뜻하지 않은 꿈을 키워나가 결국엔 그 것으로 가장 반대했던 이들(부모님)을
이해시키고, 가장 큰 조력자로 만들어버린다는 설정.
 
등등은 <빌리 엘리어트>의 일본소녀 버전이라고 해도 될만큼 유사한 이야기이다.




(특히 이 장면은 '빌리 엘리어트'에서 엄한 아버지에게 발레를 연습하는 장면을 들키고만
빌리가 아버지의 바로 눈 앞에서 보란 듯이 탭 댄스를 추는 장면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실제 이 같은 설정은 <빌리 엘리어트>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북 탄광촌 어느 중학교에서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이야기는 사실상 최민식 주연의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에 배경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훌라 걸즈'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마치 <스윙 걸즈>와 흡사하게 여러명의 소녀들이 음악/춤을 통해 하나가 되는 구조와,
여러명이 음악과 춤을 맞춰진 합에 이해 완벽하게 연주해 나갈 때만 느낄 수 있는
희열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이 영화가 저 찬란한 홍보문구처럼 일본 아카데미에서 11개 부분이나
수상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진 않지만(영화가 재미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는 이렇게 화려한 수상 경력이 어울린다기 보다는 그냥 소소한 아름다움이
더 남는 영화라서;;), 이 영화는 어쩌면 뻔히 보이는 스토리 라인 임에도
이상일 감독 특유의 분위기 연출로 평범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
시골지역의 산업화에 따른 지역민들 간의 미묘한 갈등과, 개방과 지키는 것 사이에서의 고민
(여기서까지 FTA를 들먹이면 오바겠지만), 그리고 그 사이에서도
청춘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이상일 감독만의 멋진 화술도 빼놓을 수 없을듯.
 
하지만 이 영화가 앞서 입이 아프도록 거론한 것처럼 <빌리 엘리어트>와 거의 똑같은
영화임에도, 뻔히 보이는 이야기 구조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빠져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소녀
아오이 유우.



이 영화는 누가 뭐래도
아오이 유우를 위한,



아오이 유우에 의한,



아오이 유우의 영화이다.
 
사실 이 전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에서도 그녀는 존재감만으로,
그 미소만으로도 영화 자체의 의미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연기로서 그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실제로 발레를 배우기도 했었다는 아오이 유우는 이번 영화에서, 이전 영화들과는 다르게
마냥 어려보이는 여동생 같은 이미지만 부각시켰던 것에서 벗어나
자립심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 꿈을 위해,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하나의 주연급 캐릭터로서 손색이 없는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런 설명들이 다 필요없을 이유는
위에 사진들을 보면 다 이해가 될듯.
 
보는 것 만으로도 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그녀의 미소는
그야말로 마력이다.
 
이 같은 그녀만의 매력은 내가 아오이 유우보다 더 좋아하는
미야자키 아오이나 우에노 주리에게는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는 훌라 댄서 역할에
과연 아오이 유우보다 더 어울리는 여자배우가 있었을까도 싶다.

 

영화의 엔딩에서 춤을 모두 마치고 관객들의 환호에 답할 때
소녀들의 표정이 마냥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글썽였을 때에
이 설정이 유치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것은
아오이 유우와 이상일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었을 터.
 
소소함을 간직한채
진부함을 미소로 웃어넘겨버린
아오이 유우가 보석같이 빛나는 영화.
 
 

 
글 / ashitaka

*** / 매번 일본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영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사운드트랙도 참 좋다~



허니와 클로버 (ハチミツとクロ-バ: Honey & Clover, 2006)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아오이 유우와 칸노 요코 밖에는 없었다.

사실 난 아오이 유우보단 우에노 주리나 미야자키 아오이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

여튼 보러갔다.--;


일단 내가 가장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영화 시작과 동시에 알게 되었는데, 아니 시작 전 부터 이상함 낌새가 느껴졌었다.

일요일이고 12세 관람가이긴 하지만, 평소보다 눈에 띠게

여자 아이들이 많길래, 원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었으나, 첫 장면이 시작되고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과 동시에 쏟아진 괴성들,

모습이 들어나자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찬사와 괴성들..

무언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남자 주인공이 웃기라도 하면 여기저기서 '귀여워 @@'하는 소리가 연발 터져나왔고

영화보다는 남자 주인공을 보러 온듯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주인공인 사쿠라이 쇼가 그룹 '아라시'의 멤버였던것--;

극장에 대부분이 아라시의 팬들이었던 것이었다.

영화가 다 끝나고도 애들 답지 않게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했더니

엔딩 크래딧 끝마무리에 나오는 아라시의 노래를 들을려고 기다렸던것..

여튼 그랬다...


영화는 딱 2시간을 진행하는데,

살짝 지루한 느낌이었다. 아오이 유우를 보러 간 것 답게

그녀의 환한 미소는 화면 가득 만나볼 수 있었는데,

거의 말없이 표정과 미소만으로도 이 정도의 존재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벌써 되버린 아오이 유우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딱 2시간을 진행하는데,

살짝 지루한 느낌이었다. 아오이 유우를 보러 간 것 답게

그녀의 환한 미소는 화면 가득 만나볼 수 있었는데,

거의 말없이 표정과 미소만으로도 이 정도의 존재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벌써 되버린 아오이 유우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로맨스보단 청춘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내 주변에 관람 환경 때문인지, 그 의도가 효과적으로 스며들진 못한것 같다.


칸노 요코의 음악은 역시나 리듬감있고 화면을 주도하기도 하는 등 좋았지만

오프닝에 나오는 곡의 느낌은 완전히 'E.L.O'의 노래와 흡사했다.

(사실 전주를 들을땐 E.L.O'의 곡이 수록된줄로 거의 확신했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럭저럭이라 평하면 될듯;;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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