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3 (Iron Man 3, 2013)

테마는 분해와 조립



존 파브로의 '아이언 맨 2'는 정말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실망스러운 속편이었다. 만약 '아이언 맨'이 어벤져스의 소속이 아니었다면 이 시리즈를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1편에서 보여준 매력을 그냥 낭비하고 만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그 이후 '어벤져스'를 거쳐 세 번째 작품인 '아이언 맨 3'가 개봉했는데, 일단 존 파브로가 연출을 맡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점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감독을 교체한 이 선택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연출에서 손을 떼고도 작품에 여전히 출연하고 있는 존 파브로가 멋져 보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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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3'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예전에 보았던 '슈퍼맨' 등 슈퍼 히어로 물의 속편들이었다. 슈퍼 히어로 물의 속편 들에는 자주 등장하는 설정들이 있는데, 자신의 능력(힘)에 대한 과신, 자신의 역할에 대한 지루함과 나태함, 그로 인해 겪는 갈등과 이를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해결. 그리고는 다시 업그레이드 혹은 새로운 시작, 정도 일텐데 '아이언 맨 3'의 내용이 대략 이런 식이다. '아이언 맨 3'에서 토니 스타크가 겪는 고통의 원인은 '어벤져스'의 사건에서 온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어벤져스'를 안 본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 내내 얘기하는 '웜홀' 사건이 뭔지 아마 궁금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정신적으로도 트라우마를 겪던 토니 스타크는 욱하는 성질을 부렸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할 위기에 놓이는데, 토니 스타크 특유의 쿨 한 성격 답게 이 위기를 조금씩 기회로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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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의 또 다른 재미는 이미 만들어진 아이언 맨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물론이지만, 자비스와 함께 토니 스타크가 그의 작업실에서 이렇게 저렇게 도면과 영상을 띄워가며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아이언 맨 3'는 바로 그 '만드는 사람'인 토니 스타크에 주목한다. 자신의 작업실을 떠나 열악한 상황 속에서 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고 공구와 아이디어로 작은 개발을 해나가는 토니 스타크의 모습은, 관객에게나 토니 스타크 자신에게나 초심을 생각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전개였다. 그리고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블록버스터 영화 답게 돌아온 아이언 맨으로서 스케일 있는 액션을 펼치는 데, 이 정도면 오락 영화로서 손색이 없는 전개라 하겠다. 이번 작품에서는 프로토 타입의 슈트의 기능에 근거한 (분리된 수트가 리모트 컨트롤에 의해 합체 되는 기능) 장면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 작품 전체의 메시지이기도 한 '분해와 조립'의 테마와 잘 어울리는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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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생각할 것 많지 않고 (즉, 설정의 현실감이 떨어지는 장면이 없지 않은데 그걸 다 따지고 들면 이 영화는 별로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러닝 타임을 즐기는 데에 충분한 속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출에서 물러났음에도 연기자로서 계속 출연하고 있는 존 파브로에게 이 공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1. 가이 피어스는 최근 이런 류의 캐릭터들을 자주 연기하는 느낌이에요. 그도 초기에는 단독 주연인 영화들이 많았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2. 이 영화를 본 평들은 다 갈리지만 모두 한 마디로 정리할 때 꼭 빠지지 않는 평은 바로 '기네스 펠트로의 복근'


3. 가이 피어스 저리가라로 기네스 펠트로야 말로 어쩌다가 토니 스타크 여친으로 남게 되었는지 예전 그녀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팬으로서는 아쉬움이 많네요. 예전처럼 기네스 펠트로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는 드라마 장르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4. 스탠 리 옹의 연기는 갈 수록 느네요. 이번 연기는 강렬한 메소드 연기였어요 ㅋㅋㅋ


5. 아이맥스 3D로 보았는데 꼭 이걸로 볼 필요는 없는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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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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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그림자게임 (Sherlock Holmes: A Game of Shadows, 2011)

클라이맥스에만 너무 집중된 영화



가이 리치가 연출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의 콤비를 통해 새롭게 탄생한 셜록 홈즈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그림자 게임'을 보았다. 전편에서 가이 리치는 셜록 홈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영화화 함에 있어서 추리라는 부분을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대신 블록버스터 영화에 걸맞게 액션 영화로 풀어냈으며 (액션을 추리하여 미리 슬로우 비디오를 통해 예습해보는 홈즈의 액션 시퀀스는 흥미로웠었다), 왓슨 (주드 로)과의 콤비 플레이를 통해 얻는 소소한 재미까지 담아냈었다. 오락 영화의 측면에서 전편은 그리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다. 전편이 막 재미있지도 않고 극장을 나오며 특별히 남는 것은 없지만, 특별히 재미없지도 않은 정도의 영화였다면, 속편인 '그림자게임'은 뭔가 본격적인 것이 더 나왔어도 좋으련만 너무 마지막만을 위해 달려간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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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속편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소개에 대한 불필요를 더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홈즈와 왓슨에 대해 거추장스런 설명없이 진행한 것은 간결하고 좋았으나 그 다음 본격적인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특히 왓슨의 결혼에 관련된 이야기를 보자면, 왓슨은 도대체 이 결혼을 왜 한건가 싶을 정도인데, 그런면에서 반농담으로 난 이 영화가 홈즈와 왓슨의 퀴어 영화로까지 느껴졌다. 실제로 내가 느낀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우정이나 파트너쉽이라기 보다는 그 이상의 말못할 감정이 있는 것으로 느껴졌는데, 특히 왓슨이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난 것을 받아들이는 홈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파트너 이상의 질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가이 리치가 3편을 만들게 되고 여기서 둘 사이의 관계를 커밍아웃한다면 그 때가서는 '그림자게임' 역시 재평가 해야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반농담 섞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반은 진담일 만큼 영화 속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아이린(레이첼 맥 아담스)을 그리워하는 진심이 왓슨을 향한 마음보다 훨씬 못하게 느껴질 정도로 의심(?)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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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의 '그림자게임'은 분명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후반부에 집중된 비중에 비해 그 외 모든 부분의 비중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셜록 홈즈'는 1편이 개봉되던 당시 '아이언 맨'으로 주가를 올리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특유의 진지함+장난끼 가 묻어난 이미지에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 특유의 색채가 더해져 완성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시종일관 유머와 무겁지 않은 장난끼가 담겨 있는 것은 이 작품의 장점이자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개연성보다는 너무 농담 위주가 되다보니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는 것은 물론 극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할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무언가 속이 빈듯하고 갑작스러운 허전함이 느껴질 수 밖에는 없었다. 후반부에서 보여준 액션과 추리 시퀀스 자체는 오락영화로서 부족할 것 없는 수준이었지만, 이 클라이맥스에 오기까지 영화가 보여준 일들이 이것과는 한참 못미치는 것들이라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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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원작 팬들에게는 액션, 코믹 캐릭터가 되어버린 홈즈에게 느끼는 실망감이 있는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선택한 캐릭터가 나쁠 것은 없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캐릭터와 '홈즈'라는 본연의 구조 속에서 조금은 혼란을 겪고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1. 본래는 아예 홈즈와 왓슨의 퀴어영화적 관점에서 리뷰를 따로 쓰려고 했는데, 워낙에 최근 본 영화들이 갑자기 많아지다보니 시간이 ㅠ 어쨋든 전 홈즈에게서 분명히 느꼈어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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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2 (Iron Man 2, 2010)
이젠 (슬슬) 어벤저스를 보고 싶다.


존 파브로의 '아이언 맨 (Iron Man)'은 참 잘 빠진 액션 히어로 영화였다.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와 비슷한 점이라면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여럿 갖췄다는 점이겠고, 차별점이라면 전반적인 히어로 물에 근본을 두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어쨋든 유머와 센스가 있는 존 파브로는 자신 만의 스타일로 마블의 작품 '아이언 맨'을 성공적으로 영화화 하는데 성공했다. 그 성공에는 존 파브로의 유머를 완벽하게 소화할 만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완벽한 배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1편의 다이나믹한 마지막 장면은 2편을 기대하게 하는 한편, 걱정을 하게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이언 맨 2'는 이런 걱정스러운 면이 더욱 도드라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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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2'가 걱정스러웠던 요소는 소포모어 징크스로 표현할 수도 있겠는데, 3부작으로 기획된(혹은 최소 3편까지는 예정된) 대부분의 작품들의 경우 1편에서는 캐릭터 소개와 설정 소개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속편에서는 확실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작품을 선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앞서 '아이언 맨 2'가 이런 걱정을 안고 시작했던 것은 1편의 마지막에서 대놓고 공개된 부분 때문이었다. 속편이 어려운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반대로 첫 번째 작품이 수월한 이유라면 캐릭터를 처음으로 소개하고 배경을 소개하며 그 캐릭터가 갖는(특히 히어로라면) 특성을 바탕으로 큰 줄거리를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만으로도 관객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편은 다르다. 속편에서는 적어도 전편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렇다보니 오히려 전편 보다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잦은 건 어찌보면 아이러니다.

일단 '아이언 맨 2'는 히어로 물이 갖고 있는 주인공의 정체에 관한 부분을 다시금 이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커다란 흥미요소를 하나 잃어버린 격이었다(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이것 자체가 가장 흥미로운 요소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더 강력한 적의 등장 정도를 예상해 볼 수 있는데, 일단 2편에 등장한 악당 '위플래시/이안 반코'는 비중이 그나마 많은 편이었지만 임팩트는 부족하고 해머사의 CEO '저스틴 해머' 역시 악날하지도 인간적이지도 않은 애매한 지점에 놓여있다. 이렇게 좀 더 확실하지 못하면서 영화는 전체적으로 힘을 잃게 된다. 더군다나 그 안에 중간중간 '어벤저스'의 떡밥을 풀어놓는데에도 열심히다 보니 더더욱 포커스가 흔들릴 수 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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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작이 있는 경우, 특히 '아이언 맨 2'의 경우처럼 그 원작이 코믹스이며 더 넓은 세계관을 갖은 경우는 어찌되었든 영화로 처음 접하는 이들도 100% 만족할 만한 영화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언 맨 2'는 기본 이야기의 힘이 달리다보니 저절로 그들이 떡밥으로 남겨둔 어벤저스 이야기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사실 코믹스의 세계는 워낙 광활하기도 하거니와 정확하게는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아이언 맨 2'를 통해 어벤저스와 관련한 코믹스의 세계관에 대해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 건 사실이다. 캡틴 아메리카나 닉 퓨리, 쉴드 등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맨 마지막 대형 떡밥을 투척한 '토르' 같은 경우는 이번 '공부'를 통해 좀 더 그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블랙 위도우'를 비롯해 사무엘 L.잭슨이 연기한 '닉 퓨리',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와(참고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는 1편에도 등장했었죠), 마지막 쿠기 장면까지. '아이언 맨 2'에는 어벤저스의 거대한 예고편으로 봐도 좋을 만큼 이에 관련한 캐릭터와 소스들이 여기저기 노출되어 있다. 사실 이런 '떡밥'들은 말 그대로 곁가지로 활동할 때 좀 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아이언 맨 2'는 기본적인 스토리가 힘을 잃다보니 이런 떡밥에 더욱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이언 맨에 대한 스토리는 얼른 깔끔하게 정리하고 어서 어벤저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미드 '스몰빌'이 저스티스리그를 슬쩍 꺼냈다가 말았다가 하는 것도 비슷한 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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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2'는 이렇게 기본적으로 소화해야할 캐릭터와 이야기에 더불어 어벤저스의 떡밥들까지 풀어놓다보니 전체적으로 흐지부지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그래서인지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역시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또 하나 언급해야할 아쉬운 점은 역시 캐스팅이 변경된 제임스 로드 역을 들 수 있겠다. 전편에서 테렌스 하워드가 연기한 로드는 속편에서 돈 치들이 맡아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었는데, 돈 치들이 연기를 못했다기 보다는 '로드'라는 캐릭터에는 테렌스 하워드가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겠다. 앞서 존 파브로의 장점으로 유머를 들었던 것처럼, '아이언 맨'을 관통하는 정서 중 하나는 쿨한 유머를 들 수 있는데, 로드라는 캐릭터가 돈 치들로 인해 너무 경직되면서 전체적으로도 토니 스타크와 로드가 함께 등장할 때 별다른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했던 것 같다. '매트릭스'의 오라클도 아니고 어지간하면 테렌스 하워드로 계속 갔으면 좋았을껄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스칼렛 요한슨이 맡은 블랙 위도우는 물론 매력적이지만,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를 등장시킨 것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었으며(그런데 반대로 블랙 위도우의 비중을 늘리면 영화는 더 꼬이고 만다), 미키 루크 역시 '더 레슬러'로 재기한 그 이미지를 또 한번 사용하는 것 이상은 보여주질 못했으며, 페퍼 포츠 역의 기네스 펠트로우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전편부터 그래왔듯이 이 페퍼 포츠 역할을 꼭 기네스 펠트로우가 해야만 했나 라는 (팬의 입장에서) 생각 역시 여전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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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을 주욱 늘어놓았지만 그렇다고 '아이언 맨 2'가 최악의 경험이라고는 볼 수 없겠다. 기대하는 바가 낮다면 '아이언 맨 2'는 여전히 매력적인 액션 블럭버스터라 할 수 있겠다. 아이맥스를 통해 감상한 아이언 맨의 활강 장면은 역시나 매혹적이었으며, 의외로 엑스포에서의 프레젠테이션 장면이 더 멋스럽기도 했다. 액션은 분량이나 임팩트만 떼어 놓고 본다면 전편 보다 강해졌으나 (사실 이 정도 히어로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조금 부족한 편인데, 1편을 떠올려보자면 확실히 2편이 좀 더 강하다), 아마도 수 많은 코믹스 팬들이 고대했던 것이 비하면 그의 걸맞는 장면은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다. 뭐랄까 '아이언 맨 2'는 우려되었던 길을 그대로 간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1. 아이언 맨이 이렇게 흔들리면서도 계속 인기를 얻는 이유는 역시 '로망'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ㅎ
2. 오랜만에 아이맥스 관에서 영화를 봐서인지 시원시원하더군요.
3. 다들 아시겠지마나 극중 '해피' 역할을 맡은 배우가 바로 감독 존 파브로 입니다.
4. 트리비아를 보면 미키 루크가 이 캐릭터를 위해 많은 조사와 애정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정성이 100% 드러날 만큼 캐릭터의 깊이가 깊지 않은 것이 새삼 아쉽게 느껴지네요.
5. 스탠 리 찾기는 마블 영화 보기에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일반인이 아니라 '래리 킹' 역할로 나와서 더욱 재미있었어요 ㅎ
6. '아이언 맨 2'를 보며 새삼,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 2'가 얼마나 잘 만든 속편인가를 알 수 있더군요.
7. 자, 각자로 흩어져있는 어벤저스 주인공들의 영화는 과연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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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2009)
액션 영웅 홈즈의 킬링타임 무비


올 연말과 크리스마스에 기대되는 작품 가운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 홈즈>도 빼놓을 수 없겠다. '셜록 홈즈'라는 인물은 자세히는 몰라도 그 이름이나 분위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로서 영화화 소식에 일단 기대를 갖게 했으며, <아이언 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하긴 제1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주연작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었다. 그 다음으로 기대를 갖게 했던 건 주드 로의 출연이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감독이 가이 리치라는 사실은 뒤 늦게야 알게 되었다. 만약 가이 리치 작품이라는 것을 벌써 알았더라면 조금은 더 기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참 볼 것 많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첫 번째로 보게 된 <셜록 홈즈>는 예고편에서 살짝 맛을 보았던 것처럼, 기존 우리가 생각하는 '셜록 홈즈'와는 사뭇 다른, 액션 영웅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킬링 타임 무비로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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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셜록 홈즈라고 하면 기대되는 부분은 관객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고단수의 추리력을 통해 사건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여 송두리째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점을 들 수 있겠는데,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는 이런 홈즈의 면모를 반절 정도만 흡수하기로 한 듯 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홈즈는 분명 놀라운 추리력을 보여주기는 하는데, 이 추리력이라는게 오히려 액션을 할 때, 그러니까 격투씬에서 더 빛을 발하곤 한다. 사건을 추리하는 것도 것이지만, 적과 결투를 함에 있어서 미리 '이렇게 되면 이렇게 될 테니,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식으로 미리 짧은 시간동안 시뮬레이션을 해보고나서 그대로 번개같이 실행에 옮기는 홈즈의 모습은, 한 편으론 마치 성룡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잘 짜여진 액션 장면을 보여주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어, 이건 셜록 홈즈라기엔 좀 과한데..'하는 생각을 동시에 들게 한다.

물론 '나의 홈즈는 반드시 이래야 해!'라는 법은 없지만, 액션의 비중이 추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구성이라 살짝 의아스러운 것도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홈즈에 대한 이런 선입관(?)이나 기대가 없는 이라면 오히려 나쁘지 않은 액션 영화로 볼 수도 있겠다. 슬쩍 <300>마저 떠오르는 액션 시퀀스와 시대물과 CG가 적절히 가미된 배경과 효과는 액션을 좀 더 돋보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액션 영웅 홈즈'를 만들려고 했다면 아예 더 액션 고수 홈즈를 만들어도(물론 이미 영화 속에선 고수지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액션의 비중에 본래 홈즈의 면모인 추리력을 섞다보니 양쪽다 썩 만족시키지 못하는 심심함을 남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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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이언 맨>보다 액션 연기는 이 작품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또한 홈즈와 왓슨(주드 로)의 버디 무비적 형식을 슬쩍 띄고 있기도 한데, 이 역시 살짝 애매한 수준이다. 왓슨 역시 홈즈 못지 않은 액션 영웅으로 등장하는데(그러고보니 이들의 액션 능력은 흡사 '왓치맨'에 가까운 듯 ㄷㄷ), 버디 무비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액션영화로 돌아오곤 한다. 점점 예전의 남성적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주드 로는 이 작품에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이런 매력 측면에서 완전히 밀리게 되는데(물론 다우니 주니어는 본래 매력적인 배우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이렇게 전혀 다른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주드 로의 요즘이 그의 오랜 팬으로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이거야 말로 '나의 주드 로는 이렇지 않아'라고 해도 좋을 듯). 

레이첼 맥아담스 역시 별로 본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긴 하지만, 캐릭터와 완전히 싱크되지는 못한 느낌이라 그저 홈즈 주변의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캐릭터를 보여준 듯 하다(하긴 본래 '아이린'이라는 캐릭터가 그렇기도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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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 없이 보았던 영화라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관람이긴 했지만, 큰 기대를 했다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영화가 아닐까 싶다. 후속편에 대한 암시를(암시라고 하기도 민망한) 매우 노골적으로 말미에 주고 있는 작품인데, 이 시리즈가 계속 어떻게 전개 될지 그래도 기대가 되긴 한다. 가이 리치의 필모그래피를 따져보면 은근히 기복이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음 작품에선 그 기복 곡선이 높은 곳에 위치한 작품이었으면 한다.





1. 진짜 생각하면 할 수록 액션이나 홈즈라는 캐릭터의 묘사나 성룡 영화를 떠올리게 하네요.
2.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런 분위기로 굳어가는거 아닌가 몰라요. 세상사나 모든 일에 쿨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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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Iron Man, 2008)
마블의 부자 히어로

5월달에는 참으로 기대되는 영화들이 많다. 아기다리고기다렸던 <인디아나 존스 4>와 워쇼스키 남매의
<스피드 레이서>, 그리고 큰 기대는 아니지만 전편을 본 입장에서 어차피 보게 될 듯한 <나니아 연대기>,
그리고 오늘 관람한 <아이언 맨>이 바로 그 기대작들이다.

사실 마블의 여러 히어로들의 관해서는 영화화된 정도만 알고 있는 이로서, '아이언 맨'의 존재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일단 그가 브루스 웨인에 버금가는(혹은 더!)부자로서, 특수 능력보다는 돈으로 해결하는
히어로라는 정도만 미리 알고 있었다. 예고편에서 탱크의 포탄을 휙 피하고는 미사일 한방 날려주고 무심하게
뒤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트랜스포머>와 <로보캅>의 중간 정도인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스포일러 있음)

일단 많은 이들이 지적한 스토리상의 문제는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바이다. 마블의 히어로를 비롯하여
코믹스를 원작으로한 영화들의 스토리는, 원작의 내용을 따져보면 사실상  굉장히 광범위하고 세세한 면까지
묘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인지 한 편 혹은 2,3편으로 영화화 할때는 스토리상에 헛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이언 맨>의 경우도, 일반 히어로 물처럼 토니 스탁이 완벽한 '아이언 맨'이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적으로는 이런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그리 꼼꼼한 스토리를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정도라고 생각된다.

<스파이더 맨>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 특수능력을 얻게 된 히어로이고, <슈퍼맨>은 본래부터 외계인이고,
<배트맨>은 막강한 제력을 동원한 히어로라면, <아이언 맨>은 막강한 제력을 바탕으로한 개과천선 히어로라고
보면 되겠다. 무기 판매회사를 운영하며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던 토니 스탁은, 사고를 통해 자신이
좋은 일에 쓰려고(사실 미국을 위해, 테러범을 잡기 위해 쓰는 것이나 테러범이 직접 쓰는 것이나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되어, 굳이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만) 만들었던 무기들이, 테러범이
손에 들어가 양민 학살에 사용되는 것을 보고, 뒤늦게 깨우쳐 자신의 무기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이상
무기를 만들지 않기로 결심하는 동시에, 신개발을 통해 자신이 직접 '아이언 맨'으로 나서서 테러범을 소탕하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이 중간에는 회사의 중역이 토니 스탁에게서 경영권을 빼았기 위해 테러범과 거래를 하면서,
사실상 더 큰 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가장 설득력이 필요한 것이 '왜 아이언 맨이 되었나?'하는 문제일텐데,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 부분에서
그리 효과적인 설득과정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그저 토니 스탁의 부를 관람하면서, '역시 돈 많으면
다 해결되는구나'하는 생각을 더 자주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미국적인 히어로물이니 어쩔 수는 없는
문제이겠지만, 결국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 미국식 제국주의 사고에
불편함이 들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개과천선 히어로라고는 하지만, 결국 악용될 우려가 있으니 남에게는
줄 수 없고, 내가(나만) 꼭 가져야 한다는 기본 생각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일단 이런 영화가 1편에서 성장과정과 동시에 화끈하게 보여줘야 할 것은 바로 액션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아이언 맨>은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예고편에 등장하는 테러범들을 소탕하는 장면이 사실상
제대로 된 유일한 액션이라고 할 수 있으며, 후반부에 오베디아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언 맨이 연습삼아 도시를 휙휙 날아다닐 때는 마치 '스파이더 맨'이 마천루를
누비는 장면에서 느꼈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언 맨'만의 특징을 잘 살리수 있는 액션 장면이라면, 아마도 전투기와 공중에서 대결을 한다던가,
수 많은 적을 상대로 자유롭게 휘젓는 분위기에 액션 장면일텐데, 그런 시퀀스의 액션이 많지 않았던 것이,
무언가 예고편 보다 더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마블의 히어로 블록버스터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이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주로 작품성에 비중이 있는 영화들에 출연해왔던 그가, 어쩌면 가장 안어울리는 액션
블록버스터에 히어로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내가 어딜 봐서 영웅 타입이냐'라는 극중 대사처럼 걱정이 더
많이 되는 소식이었다.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토니 스탁이라는 캐릭터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괜찮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천재적인 부자 특유의 거들거림과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와 더불어 유머를
잃지 않는 토니 스탁의 모습은 그로 인해서 좀 더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에 기네스 펠트로와 제프 브리지스의 출연은 더욱 의아했었다.
이들도 이런 영화에는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기네스 펠트로의 모습은
뭐 연기적인 면에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냥 개인적으로 받은 느낌이라면 좀 어려보인다는 것
정도. 제프 브리지스는 초반에는 거의 못알아볼 정도였다. 이런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 막판으로 가면서 악역으로 치닫는 연기는 좋았지만, 뭐랄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엔딩 크래딧이 끝나고 등장하는 추가 장면을 보면 완벽하게 2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과연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내가 아이언 맨이다'라고 공표한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도
사뭇 궁금해지긴 하다.


1. 근데 그 인공 심장같은 것은 결국 토니 스탁이 아니라 같이 잡혀있던 그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

2. 추가 장면에서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만한 배우가 등장했는데, 이제 그는 이런 히어로물에서
   감초 역할로 자주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3. 크래딧을 보니 ILM고 더불어 오퍼너지가 참여했던데, 왠지 반갑더라 ^^

4. 그렇게 비밀스런 병기를 감추고 있는 토니 스탁의 집치고는, 보안이 너무 허술한 것 같았다.
    깨친 유리문도 고치지 않고, 아무나 지하실에 내려가도 유리문이라 다 볼 수 있을듯 하고,
    비밀번호도 겨우 3자리 밖에 안되던데;;;

5. 오랜만에 찾은 메가박스 M관은 좌석도 편하고 좋더라.
디지털로 보니 역시 생생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음. 근데 추가장면은 디지털 버전이라 하기엔
화질이 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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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 (Fur: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 2006)

그저 니콜 키드먼과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가 출연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정보를 미리 접하지 않고
보게 되었던 영화 <퍼>. 이 영화는 부제인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에서 알 수 있듯이
여류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의 관한 일종의 가상의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존 인물인 디앤 아버스를 실명으로 등장시키고 있지만, 이 이야기에는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다큐라기보다는 '이랬지 않았을까'하는 가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즉 정상적인 육체가 아니라 독특하고 특별한 육체의 사진들로 유명한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가
사진 작가가 되기 전에 어떻게 사진작가가 되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이랬지 않았을까'하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배우 이름 외에는 별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야
알 수 있었는데, 디앤 아버스의 사진들은 몇몇 작품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지만, 우습게도 그 작품의 작가인
'디앤 아버스'라는 이름을 잘 모르고 있던 터였다.
이 영화는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약간' 이상한 분위기는 별 것도 아니라는 듯이, 별 다른 정보가 없다면
상당히 흔히 말해 '이상한' 영화로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감독인 스티븐 세인버그가 무엇을 말할려고 했는지는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다.
극 중 라이오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모증으로 털 속에 가려져 있는 그처럼, 그리고 디앤 아버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처럼, 다른 겉모습으로 인해 사람을 판단하기 보다는
그 내면을 봐야한다는 이야기를, 그 내면을 볼 수 있었던 디앤 아버스의 이야기를 통해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영화의 분위기 만큼이나 약간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극중 디앤이 어느 날 이사온 라이오넬에게 끌리게 되는 배경이나, 그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친해지게
되는 전개과정, 그리고 더 나아가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가면서까지 라이오넬과 함께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는 상당히 설득력이 부족한 편이다. 이해하려고 해보자면 그녀는 정형화되고 권위적인 가족 사이에서
무언가 억눌린 감정이 항상 있었고, 여기서 더 나아가 좀 특별한 성향을 갖고 있었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된 라이오넬 이라는 특별한 존재의 등장으로, 한 순간에 급격히 빠져들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데,
그렇다고 해도 남편은 몰라도 아이들까지 사실상 버려가면서 라이오넬과 함께 하려고 한 동기를 관객에게
설득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평범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렇다치더라도
니콜 키드먼이라는 스타 배우의 캐스팅은 이런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호기심으로 보게 된 관객들을 완전히 만족시켜주기에는
조금 부족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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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Zodiac, 2007)

데이빗 핀처.
그는 그 네임 벨류에 비하면 다작을 하는 감독은 아니지만,
그의 전작들은 모두 다 보는 이로 하여금, 흠뻑 빠져들게 할 만한 무언가 마니아틱한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었다.

기존 액션이 강조되었던 1,2편과는 달리, SF적인 요소를 배경으로 아주 심오한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던 <에일리언 3>편. (이런 이유 때문에 한 편에선 에일리언 3가 대우 받기도 하지만,
일부에선 가장 재미없는 시리즈로 여겨지기도 한다.)

뭐 지금까지도 최고의 스릴러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세븐>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조디 포스터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패닉룸>은 '데이빗 핀처'를 오랫동안 기다렸던
팬들에게 적잖은 당황과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이름은 여전히 가장 기대되는
감독 그 이상이었다.

그런 그가 제이크 질렌할, 마크 러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브라이언 콕스 등 명배우들과 함께
연쇄 살인범에 관한 영화를 만든 다 하니
이건 뭐 아니 기대할 수 없었다.



이 영화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1960년대와 7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무려 37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뒤 자취를 감춘
미국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이라 불리는 '조디악 킬러'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내가 처음 이 영화를 접하고 누군가에게 가장 단순하게 설명을 해줄 때도 그렇고,
영화의 홍보전략에도 있는 것이 바로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야 연쇄 살인사건이라는 것과 범인을 잡지 못한 미완의 종결수사라는 점일텐데,
소재는 비슷하지만 분위기나 느낌은 참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인이 추억>이 좀 더 극적인 긴장감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적절한 유머를 섞어가는
작품이었다면 <조디악>은 굉장히 침착하면서도 건조하고 관조하는 가운데, 시종일관 차분하고
어쩌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2시간 36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다. 혹자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 러닝타임도 그렇거니와 비교되는 <살인의 추억>에 비해
중간중간 커다란 굴곡이 없고 심하게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분위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였으나, 개인적으로는 그 어느 수사극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몰입감이 있었다.

씨네 21을 보니 '머리로 생각하는 수사'가 아닌 '발로 뛰는 수사'라는 표현을 썼던데,
표면적으로 극중 로버트는 발로 뛰는 수사로 인해 자료를 수집하고 결론을 유추해내게 된다.
<조디악>이 뛰어난 수사 스릴러라는 점은,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된다. 아무래도 수사가 주가 되는 영화에 가장 몰입하는 방법은 관객이 스스로 수사에 더 직접적으로
빠져드는 것이 가장 우선일텐데,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영화가 취하고 있는 태도가
직접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풀어가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단서들을 천천히 제공해주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다는 것이다.
아니 여지를 남겨둔다기 보단, 한 발짝 물러서서 차분한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면서
직접적인 감정이나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극 중 로버트와 거의 동일한 입장과 위치에서
이 사건에 개입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즉 누군가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것도 좋지만,
내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직접 읽는 경우라고 하면 어울리는 비교일듯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곤 데이빗 핀처가 많이 변했다. 혹은 그 동안의 인상적인 스타일이 부족하다 등등의
평을 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첫 장면부터 끝날 때까지(달라지긴 하였지만), 독특한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6,70년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오는 철저한 재연과 고증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감각적인 카메라 웍 이라던가, 스타일을 과하게 표현하지 않은 절제된 스타일은, 그 하나로도 스타일로
여겨질만큼 멋스러웠다. 첨부된 영화 속 스틸 컷들처럼, 무언가 선명하기보다는 부족한 색감들과
차분한 색들은, 결국 미완으로 끝나버린 이 수사를 대변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특히 살인사건의 장소가 된 택시가 처음 등장하던 장면에서, 택시의 바로 위에서 택시의 움직임을 따라
이동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역시 핀처의 영화에서 이런 컷은 꼭 하나씩 나오는구나 하는 반가움도 들었다)



(영화 속 로버트 그레이스미스 역할을 맡은 제이크 질렌할과 실제 당사자이자 이 영화의 각본을 지필하기도 한 로버트 그레이스미스)

핀처의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고,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아니 기대할 수가 없었다.
질렌할이라는 기대하는 배우에, 갈수록 좋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펼쳐가고 있는 마크 러팔로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함께 연기한다니 무척이나 기대되는 일이었다.

주연을 맡은 질렌할의 연기는 더도 덜도 아닌 딱 정도였다.
그의 시종일관 무미건조한 표정과 구부정한 몸동작이 인상적이었으며, 가끔 보이는 눈빛은 <도니 다코>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마크 러팔로는 확실히 이제 단순히 기대되는 배우가 아니라 기다려지는 배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그의 발성과 보이스가 그랬나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목소리 연기는 물론,
다우니 주니어와 함께 이 영화가 훌륭한 수사 영화가 되도록 분위기를 잡은 가장 큰 공헌자는 바로, 마크 러팔로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영화가 거듭될 수록 좀 더 중후하면서도 인상적인 배우로 차곡차곡 자리잡는 느낌이다.

후반부에 그의 비중이 조금 줄어든 것이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그는 이제 안경과 수염만으로도 무언가 느끼게 하는 배우가 된 것 같다.



긴 러닝타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몰입도로만 따지자면 최근 본 영화가운데 가장 손꼽혔으며,
무언가 같이 느끼고 호흡할 수 있었던 수사극이었다.
그 시대를 느끼게 해준 음악도 참 좋았다.

패닉룸에서 어느 정도 실망했던 데이빗 핀처.
<조디악>으로 다시금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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