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 넘치는 사운드의 COLPLAY LIVE 2012!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규모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슈퍼 밴드 '콜드플레이 (Coldplay)'의 라이브 타이틀이 오랜 만에 출시되었다. 이번 라이브는 2집과 3집 사이에 나왔던 2003년의 라이브 타이틀 이후 무려 9년 만에 발매된 라이브 타이틀로서, 콜드플레이의 팬들에게는 정말로 오랜 시간 고대했던 라이브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콜드플레이는 더 이상 부가 설명이 필요 없는 영국의 대표 밴드로서 이제는 더 이상 오아시스 (Oasis), 라디오헤드 (Radiohead), 트레비스 (Travis)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히스토리를 읊지 않아도 될 만큼, 독립적으로 자신 만의 색깔과 스케일을 만들어 낸 슈퍼 밴드다. 이번 라이브 타이틀 'Coldplay Live 2012'가 더 기대되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재 이 정도 규모의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그리 많지 않은 팀 중 하나이기 때문인데, 그 만큼 눈과 귀를 만족시켜주는 공연 실황이었다.






이번 공연 타이틀은 2011년 6월부터 진행 중인 'Mylo Xyloto World Tour'의 실황으로 아델의 로열 앨버트 홀 실황 앨범을 감독하기도 했던 폴 더그데일이 연출을 맡은 라이브 타이틀이다. 즉, 단순히 공연 실황 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멤버들의 인터뷰나 백스테이지의 모습 등을 수록하여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연 타이틀로서 더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콘서트 영화라는 얘기다. 공연 실황은 주로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스타디움 (Paris's Stade de France)에서의 공연 실황이 수록되었으며, 캐나다 몬트리올 벨 센터 (Montreal's Bell Centre)'와 글래스톤베리 (Glastonbury)', 그리고 2011 피라미드 스테이지 헤드라이너 공연 실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공연 실황은 콜드플레이 하면 연상되는 다채롭고 컬러풀 한 이미지의 향연이 한층 부각된 것을 알 수 있는데, 관객 모두에게 LED 팔찌를 나누어줘 그 화려함을 더했으며, 특수 제조된 불꽃과 레이저 효과 등을 통해 음악의 다채로움을 시각적으로도 최대한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새삼스러운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이번 공연은 관객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한 공연이었는데, 만약 아직까지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음반으로만 접했던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라이브 실황을 보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음반으로 느꼈던 콜드플레이의 음악이 라이브를 함께한 관객들로 인해 비로서 완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몇몇 곡은 라이브를 듣고 나면 음반에 속한 오리지널 버전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





이번 라이브에서는 콜드플레이의 팬들은 물론 그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히트곡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Yellow' 'In My Place' 'The Scientist' 'Viva La Vida'의 다이내믹함은 물론 'Fix You'의 감동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또한 특별 게스트 리한나 (Rihanna)와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국내 출시된 타이틀은 CD+DVD 합본 형태로 발매되었는데, 꼭 먼저 DVD를 보고 나서 나중에 라이브 CD를 들어보길 권한다. 그 만큼 이번 콜드플레이 라이브 2012는 그들의 팬들이 아닌 이들도 팬들로 만들 만큼 매력적인 공연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DVD : Menu






DVD : Video & Audio Quality


이번 콜드플레이 라이브 2012 타이틀은 CD+DVD 패키지로 발매되었는데, DVD의 경우 1시간 35분의 콘서트 필름으로 채워져 있다. 블루레이가 나온 마당에 DVD의 화질 평가가 큰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공연 타이틀임을 감안하더라도 DVD의 화질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DVD 화질치고 감상에는 전혀 불편이 없는 편이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공연이 워낙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라 좀 더 상대적인 아쉬움이 드는 편이다 (참고로 이번 공연 타이틀은 블루레이로도 소량 수입되어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DTS 5.1채널의 사운드는 공연 타이틀로서의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스타디움 공연에 어울리는 스케일 있는 사운드 표현과 선명한 드럼 비트, 그리고 무엇보다 관중들의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실감나게 수록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실황 타이틀들이 잘 못 살리는 것 중에 하나가 음악과 관중 소리의 밸런스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관중들의 사운드가 무엇보다 중요한 공연인 만큼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이 균형점을 잘 맞추고 있다. 차세대 사운드에 적응된 귀임에도 오랜만에 DTS 5.1 사운드의 훌륭함을 체험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부가 영상


부가 영상으로는 본 편에는 수록되지 않은 'Don't Let It Break Your Heart', 'The Scientist' 두 곡과 포토 갤러리가 수록되었다.





[총평] 라디오헤드도 온 마당에 이제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을 기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을 넘어서서 타당한(?)것이 아닌가 싶기까지 한데, 바로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줄 타이틀이 바로 이 라이브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9년 만에 발매된 라이브 타이틀답게 콜드플레이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모든 히트곡들과 매력을 흠뻑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는 이 타이틀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참 고 - DVD 수록곡 (1시간 35분)

01. Live 2012 - Menu Loops

02. Opening Credits (Us Against the World)

03. Mylo Xyloto

04. Hurts Like Heaven

05. In My Place

06. Intermission 1

07. Major Minus

08. Yellow

09. Intermission 2

10. Violet Hill

11. God Put a Smile Upon Your Face

12. Princess of China

13. Intermission 3

14. Up in Flames

15. Viva La Vida

16. Intermission 4

17. Charlie Brown

18. Paradise

19. Us Against the World

20. Clocks

21. Intermission 5

22. Fix You

23.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

24. End Credits (Up With the Birds)

25. The Scientist

26. Don't Let It Break Your Heart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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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고든 레빗의 50/50 DVD를 응원합니다


조셉 고든 레빗, 세스 로건 주연의 영화 '50/50'은 자칫 신파로만 흐를 수 있었던 시한부 주인공의 드라마를 덤덤하면서도 본질을 제대로 전달한 인상 깊은 영화였다. 



인상 깊게 본 작품들은 대부분 DVD나 블루레이를 구입하는 편인데, 확실히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부터는 한 단계 이전의 포맷인 DVD를 구입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든 것이 사실이다. 뭐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LP와 CD의 관계와는 달리 DVD와 Blu-ray 간에는 DVD로 볼 때의 특별한 애틋함이나 장점이 있는 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VHS에 대한 애틋함이라면 몰라도) 굳이 더 좋지 않은 화질과 사운드의 DVD를 구매하게 되는 일도 (동일한 작품이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는 전제하에) DVD발매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일도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에 시야에 들어 온, 정확히 얘기하자면 시야에 들어온 건 오래 됬는데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고 계속 아른거리는 DVD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50/50' 였다.




사실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50/50의 국내 DVD 출시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적극적으로 달려들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블루레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국내에 블루레이가 정식 출시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DVD를 구매할 정도의 감동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시에만 이벤트를 진행하던 대부분의 영화들과는 달리 DVD 발매와 관련 상품들 (팔찌, 컵, 포스터, 피규어 등)의 판매 및 홍보가 DVD출시 시점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일단 관심을 끌게 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뭐, 팩샷이 깔끔하네~' 정도의 반응이었는데, 이후 공개된 DVD 패키지의 모습을 보니 과연 이 타이틀이 현재 국내 DVD시장에 적합한가 하는 좋은 의미의 부담스러움과 걱정마저 들며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단 현재 어려운 국내 DVD시장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50/50'같이 대중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둔 작품이 아닌 영화에 DVD발매를 결정하는 것 자체도 결코 쉽지 않은데, 발매 여부를 뛰어 넘어서 이처럼 패키지에 많은 공을 들여 출시하는 것이나 스티키 몬스터 랩과의 콜라보레이션처럼 관련 상품을 만드는 데에 많은 아이디어와 리소스를 투자한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또한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거나 DVD의 프리오더를 진행하는 것이 전문샾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사이트를 오픈하여 꾸준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은 실로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http://50-50shop.co.kr)


대한민국에서 DVD나 블루레이를 즐기는 사용자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시장 자체가 워낙에 협소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논문을 써야할 정도;;) 이런 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DVD 패키지를 보면 반가움과 동시에 사용자로서 걱정도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진다. '저렇게해도 DVD는 정말 적은 량이 팔릴 텐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말이다. 이런 걱정을 소비자가 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인데, 어쨋든 이럴 수 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DVD에까지 꼼꼼한 신경을 쓰고 있는 수입사 프레인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에잇, 50/50 DVD를 살 마음까지는 없었는데 사야겠다!!



1. 여담이지만 앞으로 프레인이(다른 분야에서) 잘 되서 DVD나 블루레이 쪽에서 이 정도의 풍족한 취미 생활을 계속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 50/50 DVD 및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은 여기 http://50-50shop.co.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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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Game of Thrones)
치열한 권력 다툼과 판타지의 절묘한 조화



미국 출신의 소설가 조지 R.R.마틴의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A Song of Ice and Fire)'가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했을 때 많은 원작 팬들은 엄청난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1996년에 첫 발간된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는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15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드라마가 다름 아닌 명가 HBO에서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이런 기대는 더 커질 수 밖에는 없었는데, 모든 원작을 가진 작품들이 그러하듯 소설 팬들 사이에 만족과 아쉬움이 자연스럽게 교차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완성도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었다. HBO에서 제작한 드라마는 첫 번째 소설인 '왕좌의 게임 (Game of Throne)'을 각색하여 제작되었으며, 2011년 4월 시즌 1의 방영을 시작으로 현재는 시즌 2의 첫 방영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다른 소설 원작 작품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단순히 드라마 제작사가 원작 판권을 구매하여 제작된 방식이 아니라 원작자인 조지 마틴(▲ 위 사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원작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나서 조지 마틴은 여러 곳에서 영화화 제의를 받게 되었는데, 영화화는 애초부터 반대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라는 매체는 아무래도 자신이 만든 작품의 방대한 분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러닝 타임 때문이었는데, 자신의 마음에 드는 온전한 상태로 영화화 되기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 조지 마틴은, 처음부터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을 생각했었고 HBO가 아니면 안된 다는 생각에 오히려 매니저를 통해 HBO측에 드라마 제작을 먼저 문의하기도 했었다. 원작에 관심이 있던 HBO 역시 드라마 제작을 환영하였고 조지 마틴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왕좌의 게임'은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에다드 스타크 역의 '숀 빈'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화 할 때 성공에 가장 큰 요인이라면 캐스팅을 들 수 있을 텐데,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각 캐릭터의 모습들을 현실로 구현하는 데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기 때문이다. 이런 캐스팅 측면에 있어서 '왕좌의 게임'은 정말 완벽에 가까운 조합을 만들어 냈고 이것이 드라마의 성공에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여러 딱 맞는 캐스팅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에다드 스타크 역할을 맡은 숀 빈의 캐스팅은 그야말로 환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과연 숀 빈 보다 에다드 스타크에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다.

숀 빈 외에도 티리온 라니스터 역의 피터 딘클리지, 캐를린 스타크 역의 미쉘 페어리, 칼 드로고 역의 제이슨 모모아, 존 스노우 역의 킷 하링턴 등 많은 배우들이 캐릭터에 딱 맞는 모습으로 분한 것은 물론, 시즌 1에서는 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 하고 있는 아역 캐릭터들의 캐스팅과 연기도 시즌 1의 완성도를 한층 더했다.



'왕좌의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판타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현실 세계의 왕좌를 차지하려는 권력 다툼의 구조와 과정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전개된다는 점이다.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가 슈퍼 히어로물을 현실적인 범죄/사회 물로 그리면서 더 큰 파급력 갖게 된 것과 마찬가지의 경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판타지의 세계관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은 채 (특히 시즌 1에서는 더욱) 왕좌를 두고 벌이는 권력 다툼을 드라마라는 롱테일의 호흡으로 짜임새 있게 그려내면서, 권력 다툼에서 오는 현실적인 드라마의 재미는 물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판타지의 잠재 요소를 통해 그 이상을 기대하게끔 하는 심리마저 이끌어 내고 있다. 특히 이야기의 서두에 해당하는 시즌 1에서는 아마도 앞으로의 시즌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판타지적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였음에도, 그 미묘한 잠재력을 조금씩 드러내는 연출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 시리즈 1에서 주연 이상의 역할을 하는 조연 '티리온 라니스터'. 돈 많고 못생긴 난봉꾼 난장이이지만 이 역할을 맡은 피터 딘클리지는 '티리온'을 원작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살려 놓았다. 2011 에미상에서 남우조연상 수상.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왕좌를 둘러싼 권력 다툼의 대상을 '가문'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에다드 스타크를 비롯해 롭, 산사, 아리아 그리고 존 스노우 등이 속하는 스타크 가문. 현재의 군주인 로버트 바라테온과 라니스터 가문이자 왕비인 세르세이 라니스터, 왕세자 조프리 바라테온 등의 바라테온 가문. 타이윈 라니스터를 비롯해 제이미, 세르세아 그리고 티리온의 라니스터 가문. 추방당한 칠왕국의 주인 비세리스 타가리옌 왕자와 대너리스 공주의 타가리옌 가문. 그리고 아린, 그레이조이, 툴리 가문까지. 가문이라는 설정을 그냥 개념 자체로만 활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로 하여금 가문 간과 캐릭터 간에 선택을 유도함으로써 '주인공과 악당' 만으로도 이뤄진 단면적인 구조를 벗어나며 훨씬 다각적인 소비가 가능한 작품이 되었다.



DVD Menu



DVD Quality


총 5장의 디스크의 디지팩 케이스로 출시된 '왕좌의 게임' DVD는 HBO의 작품이라면 반드시 지원해야 할 무삭제판으 로 출시되었다. '왕좌의 게임' 시즌 1에서 무삭제판의 활용도라면 잔인함보다는 노출 등 선정성에 좀 더 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기존 HBO의 작품들에 비하면 그리 강도가 센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맘 놓고 있다가는 정신이 번쩍 날 장면들도 있으니 촉각을 곤두세워야(?)겠다.



DVD의 화질은 장면마다 편차는 조금 있지만 최근작답게 우수한 편이다. 확실히 실내 촬영과 야외 촬영 분에 따라 편차가 드러나며, 얼핏 보면 HD에 가까운 우수한 화질을 선보이는 장면들도 간혹 있지만 블루레이와의 차이점이 확실히 느껴지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칭찬이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크게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음질을 수록하고 있는데, 대사 전달에서도 이렇다 할 단점이 발견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병장기 들의 사운드와 어쩌면 또 하나의 HBO사운드라고 할 수 있을 일종의 '베는 소리'에 있어서도 그 잔인함이 스피커를 통해 생생히 전달된다.


DVD Special Features


총 5장의 디스크에는 각각 2개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었으며, 1~4번째 디스크에는 음성해설 트랙과 짧은 Previews와 Recaps 그리고 메뉴 선택을 통한 가이드가 수록되었으며 5번째 디스크에는 별도의 메이킹 영상 및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었다.



가이드에서는 각 가문 별 주요 인물 소개부터 그 가문의 속한 다른 인물들의 소개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긴 이 부분은 자막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 100%를 즐기려면 아예 화면 전체의 한글화 작업이 필요했을 텐데 현재 국내 DVD시장을 감안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각 디스크마다 수록되어 있는 음성해설 역시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아쉽다.



다섯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Making of Game of Thrones'에서는 원작자인 조지 마틴을 비롯해 각 에피소드를 연출한 감독들과 배우들,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30분 동안 '왕좌의 게임'의 다양한 뒷이야기 들을 들려준다. 특히 30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임에도 배우, 촬영, 조명, 의상, 음악, 미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밖에 다른 부가영상 들에서는 원작 소설을 드라마로 옮기게 된 이야기와 도투락 언어 만들기, 나이트 워치의 이야기 등을 짧지만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원작 소설은 물론 HBO의 드라마로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왕좌의 게임'은 시즌 1의 성공을 발판으로 오는 4월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팬으로서 차세대 화질과 사운드의 블루레이로 소장할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사실상 국내 출시 예정이 없기에 이번에 출시된 완전 무삭제판 DVD가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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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베러 월드 (In a better world, 2010)
복수와 용서의 사이에서...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수잔 비에르는 이 작품 이전에 헐리웃에서 토비 맥과이어, 제이크 질렌할, 나탈리 포트만이 출연한 리메이크 작 '브라더스'의 원작자로 더 많은 영화 팬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후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에 '애프터 웨딩'이 노미네이트 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게 되었고, 결국 2010년 이 작품 '인 어 베러 월드 (Hævnen)'로 그 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의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덴마크 영화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헐리웃에 비해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덴마크 영화라는 점은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누군 가에게는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인 어 베러 월드'는 덴마크의 역사나 사회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라기 보다는 전 인류에게 보편적인 화두를 덤덤하지만 아주 진중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반드시 이야기하고 싶다.





영화는 아프리카의 난민 촌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 의사 '안톤'의 이야기와 덴마크의 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과 그 이후의 일들을 그린다. 그리고 영화 초반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남게 된 '크리스티안'을 안톤의 아들이자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이인 '엘리아스'와 연결 시킨다. 이 전혀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이야기 그리고 두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는 조금씩 하나로 연결시킨다. 하지만 이 연결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처럼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라는 식이나 더 직접적인 연결이라기 보단, 같은 고민과 문제에 빠져있다는 것으로 연결점을 삼는다.






'인 어 베러 월드'의 덴마크 원제인 'Hævnen'은 '복수'를 뜻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휴머니즘을 그리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어쩌면 폭력에 대한 비폭력의 가치 혹은 수잔 비에르의 폭력의 역사 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폭력이라는 작지만 강한 존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작용하고 전달되고 커져가는 과정을 통해,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인간들의 모습과 이를 더 큰 가치로 해결해 나가자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이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시작되는 그 순간, 굉장히 무거워져 버린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야, 정말 무서운 영화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뭐랄까 이 작품은 '그래 아직도 세상은 희망이 있어!'라기 보단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아주 무거운 화두를 준비되지 않은 채 받게 되어버린, 그런 작품이었다.





영화는 이 과정을 더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아직 순수한 존재인 아이들이 폭력인해 그리고 폭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이 문제가 정확히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 지를 좀 더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화두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과연 폭력은 비폭력만으로 저항할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수잔 비에르는 이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계속 화두로 남겨 관객들로 하여금 무거운 짐을 안고 다시 한번 '겪어 보도록' 만든다. 결국 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영어 제목처럼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과연 우리는 좁게는 내 아이와 가족을 위해 넓게는 내 신념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영화 한 편으로 이처럼 깊은 화두를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던지다니. 수잔 비에르를 앞으로도 계속 주목해야 할 이유다.


DVD 메뉴





DVD Quality


2.35:1 화면 비의 DVD화질은 우수한 편이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풍경과 극중 안톤이 머무는 별장 근처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은 부드럽게 표현되며, 수잔 비에르가 곳곳에 배치한 따듯한 햇살이 가득한 장면들 역시 그 온도를 잘 담아내고 있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과하지 않은 채널 활용과 더불어 비교적 선명하게 대사를 전달한다. 멀티 채널의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은 작품이라 사운드적인 쾌감은 포인트가 아니라고 보면 되겠다.




장에서 조차 만나기 힘들었던 이 같은 작품을 DVD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지만, 예고편 외에는 전무한 부가영상은 아쉬움이 남는다.


[총평] 수잔 비에르의 ‘인 어 베러 월드’는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화두를 가볍지 않고 무겁게 다루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로 연출해 낸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혼자서는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운 용서와 비폭력의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면, 이 작품을 꼭 한 번 권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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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사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도 '무소유'로 널리 잘 알려져 있는 법정스님의 발자취를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법정스님의 의자'가 DVD로 출시되었다. 얼마 전 故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담은 '울지마 톤즈'로 깊은 울림을 전했던 디에스미디어에서 출시한 작품으로서, 또 한 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간 고승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입적하신 법정스님은 불교를 믿는 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무소유'라는 책과 가르침을 통해 알고 있을 정도로 익숙한 인물이지만, 반대로 좀 더 깊은 법정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 '법정스님의 의자'는 그의 삶을 차분하고 조용하게 그저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법정스님이 남기 신 '무소유'라는 가르침은 한국 사회에 작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사회가 더 각박해지고 빠르게 달려만 오던 중, 그가 남긴 무소유의 가르침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을 한 번쯤 다시 되돌아 보게 했고, 무소유를 실제로 실천했던 법정스님의 삶은 그 자체로 어떤 글귀보다도 더 깊은 울림을 일게 했다. '법정스님의 의자'에서는 이렇듯 대중들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스님의 면면도 물론 소개하지만, 일반인들을 잘 몰랐던 법정스님의 또 다른 가르침과 삶의 향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법정스님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이야기하곤 했던 스승인 효봉 스님과의 일화들도 소개되는데, 법정스님이 스승인 효봉 스님에게서 배운 가르침으로부터 무소유의 도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부분은 대한민국에 실질적으로 불교를 소개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점이다. 생전에 '무소유'를 비롯해 정말 많은 수필집과 저술 활동을 펼쳤던 법정스님은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를 최초로 번역하였으며,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화엄경' 역시 정수만을 모아 별도로 펴내기도 했었다. 법정스님의 이런 작업이 더 큰 의미가 있는 이유는 단순한 번역 작업이 아니라, 한글을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말로 표현해 더 많은 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욱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해인사를 찾은 어떤 이가 지나가는 말로 '대단하다고 해서 와봤는데 그냥 빨래판이잖아'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아 더 쉽게 이 깊은 가르침을 전파할 수 있어야겠다 라고 마음먹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일화와 더불어, 학문적 측면과 대한민국 불교 전파 역사의 측면에서도 법정스님이 끼친 영향이 매우 중요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남들 모르게 학비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온 일이나,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세우지 않고 도움을 주었던 일들도 들려준다. 참고로 법정스님이 생전에 집필하신 수 많은 책들로 벌어들인 인세는 전액 이런 방식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법정스님을 아주 가까이에서 알고 지냈던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간' 법정스님의 면모를 들려주는데, 출가한 이에게 두 가지 삶이 있지 않은 것처럼 가까운 이들이 말하는 법정스님은 더욱 냉정하리만큼 엄격하면서도 그 속에 따듯함과 아름다움은 늘 갖고 계셨던 분이었단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DVD 메뉴



DVD Quality


이런 다큐멘터리 작품에 대해서 화질이나 사운드를 논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는 점을 전제로, 화질의 경우는 TV방영 시 HD로 방영하였었기 때문에 법정스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일부 장면을 제외한다면 모두 최고 수준의 DVD 화질을 수록하고 있으며, 사운드 역시 돌비디지털 2.0 만을 지원하고 있지만 더도 덜도 필요 없이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자막은 우리말 외에 영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더빙의 경우 시각 장애인용 화면해설을 지원한다.




DVD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나는 남는다 (법정스님의 의자 – 스페셜 에디션)'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약 12분 분량으로 좀 더 주변 가까웠던 이들이 인터뷰를 통해 법정스님이 어떤 분이었는지를 좀 더 충분히 들려준다. 평소 공직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었던 품성이나 그 품성마저 절로 묻어나던 모습의 발걸음, 그리고 슬픈 영화를 볼 때는 펑펑 울기도 하셨던 모습까지.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과의 일화를 통해 순수한 사춘기 아이 같은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추가로 이 작품의 내레이션을 맡은 최불암 씨의 짧은 메이킹 영상과 역시 1분 41초의 짧은 구성으로 정리한 '법정스님 어록' 특별영상 그리고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지난번 '울지마 톤즈'를 리뷰할 때도 느꼈던 바이지만, 종교인 혹은 수도인으로서 한 평생을 삶 그 자체로 가르침을 남기고 간 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노라면, 한 없이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는 동시에 이 가르침을 결코 보고 느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속에도 꽃 피워야겠다 는 다짐을 하게 한다. '법정스님의 의자'는 그가 평생을 통해 보여주었던 무소유의 삶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삶의 아름다움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서 고맙고 부끄러워만 지는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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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


여기 인간이 인간에게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한 남자가 있다. 아프리카 수단의 황무지 땅 톤즈에서 슈바이처 아니 '졸리' 신부님으로 더 익숙했던 이태석 신부가 그 주인공이다. 아프리카 오지의 땅에서 힘없고 병든 자들을 돕는 한 신부의 이야기라고 하면, 감동은 있겠지만 어느 정도 예상되는 그런 얘기가 아닐까 하고 그냥 넘겨 짚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울지마, 톤즈'의 이야기는 이런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이다. 누구의 희생이 더 고귀하고, 누구의 인생이 더 아름다웠다고 비교 우위로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비슷한 감동 스토리를 초월하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럼에도 이태석 신부가 걸어온 길은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감동과 더불어 자책감을 넘어 죄책감마저 들게 하는 삶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감동 실화'같은 수식어 정도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의 삶을 담담하게 따라간 이 작품을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울지마, 톤즈'는 이미 죽음을 앞두고 있던 이태석 신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해 슬퍼할 겨를도 주지 않고 바로 수단 톤즈로 여정을 옮긴다. 내레이션의 말처럼, 이 다큐멘터리는 그의 일생을 특별히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톤즈라는 곳에 실정을 알리려는 의도는 물론 아니었으며 단지 이태석 신부라는 사람의 삶은 어떠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아직도 잊지 못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 그렇다면 그가 걸어왔던 길을 그대로 걸어보기로 한 시도로 진행되었다. 그의 죽음을 작품 서두에 배치한 것은 '울지마, 톤즈'가 하고자 하는 말이 눈물에 가려 희석되길 바라지 않는 감독의 바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의 삶을 일부러 극적으로 구성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담담히 따라가고, 그를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진 그가 아닌 진짜 이태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울지마, 톤즈'가 인상적인 또 다른 지점은 종교적으로 흐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했던 한 신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 너무나도 충실했던 한 인간의 이야기로 풀어냈는데, 이 작품에서 '신부'라는 것은 단지 호칭이자 직업일 뿐 그 어떤 종교적인 색깔도 드리우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태석 신부는 톤즈에 가서 이들의 현실을 알게 된 뒤 '만약 예수님이 톤즈에 오셨다면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니면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 먼저 지으셨을것 같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태석 신부 역시 종교인으로서 이들에게 다가갔다기 보다는 인간으로서 톤즈를 바라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것이야말로 예수님의 진정한 가르침이기도 하고.




Open Case

의미있는 작품이라 제작사에서 패키지 디자인에 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아웃 케이스 제작에 사용된 종이 재질이나 케이스 내 내용물들 모두 최고급품을 사용해 제작되었다.





DVD Menu





DVD Quality


KBS한국방송에서 기획, 제작된 '울지마, 톤즈'는 화질이나 음질로 말하는 작품은 아니기에 스펙에 대한 평가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겠지만 조금만 거들어보면, 이태석 신부의 주변인들의 인터뷰 영상은 대부분 고화질로 촬영된 터라 추후 블루레이에서도 손색이 없을 화질을 수록하고 있고, 톤즈에서의 영상은 이태석 신부 생전 영상의 경우 풀스크린과 와이드스크린을 오가고 있지만 4:3으로 촬영된 영상들도 화질이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금희 씨의 차분한 내레이션이 주를 이루는 돌비디지털 2.0 채널의 사운드 역시, 멀티 채널이 그리 필요치 않은 작품이라 2.0채널 만으로도 충분히 사운드를 전달하고 있다.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는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을 두 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작품 외의 부가영상이 극 영화에 비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L.A에 위치한 CGV에서 상영회를 가졌던 영상과 작품을 보고 나온 L.A 한인 관객들의 반응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관객 30만 돌파를 기념하는 오찬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 짧은 예고편과 영등위 시상식 영상 그리고 예고편과 하이라이트가 수록되었다.




[총평] '울지마, 톤즈'는 감정적으로만 흐를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자제하여 故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담담하게 따라갔음에도,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를 수 밖에는 없었던 강한 메시지를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故 이태석 신부는 '왜 오지인 톤즈까지 가야만 했나?'라는 세상이 던진 질문들에 끝까지 답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하기 보단 그저 톤즈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더 줄 수 있을 까라는 질문에 더욱 충실한, 그 누구보다 충실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그 것만으로도 이 작품 '울지마, 톤즈'는 존재의 의미가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낸 결코 작지 않은 사건

DP와 블루레이 시장에 대해



요 근래 DVD프라임(http://dvdprime.cultureland.co.kr)의 블루레이 게시판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었다. 커뮤니티의 특성상 종종 논란거리로 인해 뜨거워지는 일은 많았지만, 이번의 열기는 논란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 같이 해보자는 동의에 관한 것 때문이었다. DVD프라임 (이하 DP)은 영화나 DVD/BD에 대한 유익한 정보와 글들을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 커뮤니티로서의 강한 애착이 있는 곳이라 벌써 1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이런 활동 외에 영광스럽게도 블루레이나 DVD의 대한 리뷰를 회원들에게 먼저 소개하는 필자로서도 활동하고 있어 더욱 애착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사실 아는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국내 2차 영상물 시장은 정말 거의 죽다시피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DVD의 부흥기 시절에는 국내 제작사들도 많았고 해외 제작사들도 국내에서 다양한 런칭 행사, 출시 때마다 호텔에서 기념 행사를 하는 등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분명 당시 DVD시장은 가능성이 보였던 시장이었다. 이제와 떠올려보면 이 때 제작사들에 출시 기념 행사에 초대받아 고급스런 음식 얻어먹고 두 손에는 다양한 기념품도 한아름 안고 돌아오던 시절이 마치 꿈만 같이 느껴질 정도다. 어쨋든 그 이후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불법다운로드와 IPTV가 대중화 되면서 (불법이 대중화 되었다니 쓰면서도 우습다) 2차 영상물 시장은 빠르게 축소되어 갔고 DVD시절이 막을 내리고 블루레이 시대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마지막 힘을 내보려고 했으나 현실은 대부분의 직배사들이 우리나라를 떠났으며, 국내 제작사들도 대부분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을 하였고 그 많던 DVD쇼핑몰들도 대형몰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사라졌으며, 얼마남지 않은 사용자들만 이런 시장의 피해를 온몸으로 맞닥들이며 해외로 해외로 눈을 돌리며 영어 교육열을 상승시키는 웃지 못할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어쨋든 이 서론만 가지고도 논문 하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눈물의 역사가 존재하니 이 부분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오늘 본격적으로 하려는 이야기는 서두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 피어난 작은 사건 하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그것은 바로 장철수 감독의 작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블루레이 출시에 관한 일인데, DVD는 출시가 된 상황이었지만 블루레이 출시를 장담할 수 없었던 제작사 측에서는 DP를 통해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기를 원했고 이런 궁금증은 단순히 수요예측에 그치지 않고 결국 쉽게 말해 선공동구매 형식이 되어 제작을 위해 필요한 최소판매수량을 달성, 하마터면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블루레이 타이틀을 만나볼 수 없었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블루레이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DVD 리뷰를 의뢰받았을 때부터 제작사에서 블루레이를 출시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었고, 과연 최소수량 정도의 판매가 가능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지금과도 같은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할까 라는 생각은 솔직히 하지 못했었다. 누군가는 어차피 수요를 알아보고 될 것 같으면 제작하고 부족하면 안하면 그만인, 즉 밑져야 본전인 일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밑져야 본전이라기 보다는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다들 눈짐작으로 혹은 체감하는 정도로 어려워진 블루레이 시장을 느끼고 있었다고 해도, 이처럼 구체적인 숫자를 노출하며 제작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분명 해당 제작사는 물론 시장 자체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모험이었을 것이며, 다른 한 편으론 이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배수진의 심정에서 나온 시도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일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동시에 결국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한 쓰라린 마음도 들었다. 예전에 시장이 살아있을 때는 국내에만 다양한 한정판 혹은 특별 패키지들이 출시되기도 하는 한 편, 마이너한 작품들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고 인기작들의 DVD출시를 걱정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에 반해, 요즘은 어떤 영화를 인상깊게 보고 나오면 그와 동시에 과연 이 작품이 국내에 출시될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 묻게 될 정도로, 그 어떤 타이틀도 출시를 장담할 수 없게 되어버린 현실. 만드는 사람은 과연 이 타이틀이 최소수량은 팔릴까를 걱정해 제작자체를 매번 고민해야 하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원하는 타이틀을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게 되어버려 갈수록 블루레이 생활을 하기 어려워만 지는 현실.


혹자는 이런 소비자의 고민을 보고 그깟 취미생활 쯤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문화생활의 일부분이며 이미 오랫동안 영유해온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버를 조금 보태면 평생을 쌀밥 먹어온 우리나라 사람이, 이제는 국내의 농부들이 농사를 지어도 손해만 보는 입장이라 거의 농사를 포기한 상태여서 쌀밥을 먹고 싶으면 해외에서 쌀을 수입해 먹어야 하거나, 농부와 직접적으로 딜을 해 농사 지어도 적어도 피해보지 않을 정도의 수량을 소비자가 모아야만 쌀밥을 먹을 수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블루레이 그까이거 안보면 되지'와 '우리쌀 없으면 수입해 먹거나 빵먹으면 되지'나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구조상 같다는 이야기다.





어쨋든 이런 풍토 속에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블루레이 출시는 '확정' 되었다. DP를 통해 먼저 구매의사를 묻고 수량을 예측한 뒤 바로 선구매로 이어졌고, 처음에 예상했던 최소 수량 500장은 훌쩍 넘어서서 선주문만으로 1,000장을 넘어서는 대단한 사건 (이건 사건이다!)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이 천장 가운데는 냉정하게 얘기해서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아마도 구매하지 않았을 분들의 숫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분들은 단순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영화를 보고 구매한 것이 아니라 국내 블루레이 시장과 DP를 위해 과감히 투자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투자의미의 구매가 장기적으로는 우려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관심과 참여가 많은 힘이 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규모가 커져서 더 많은 분들이 선주문에 참여한 것과 동시에 장철수 감독이 특별 한정판에 대해 싸인을 지원하기로 했고, 표지 커버 역시 초회 선주문 자들에게만 DVD프라임 한정판이라는 문구와 구매자의 이름 or 닉네임이 새겨진 속지까지 제공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단순히 구매자 목록이 아니라 이 타이틀이 탄생될 수 있었던 조력자들의 이름이기에 더욱 의미있는 리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내 이름도 당당히 포함되었다!)



dp-001이라는 한정판 라벨을 달고 나온 타이틀이 결정되고 얼마지 않아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dp-002 타이틀에 대하나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그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걸작 '시'였다. 사실 dp-001의 제작과정도 결코 쉽지 만은 않았고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과연 어떤 제작사가 쉽게 바로 결정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 dp-002에 대한 논의는 조금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는 추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DP와 제작사가 만들어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그리고 이후 진행되고 있는 '시'의 블루레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이 업계에 몸담았었고 지금도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블루레이 시장에 작지만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모든 타이틀이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다면 그것은 분명 비극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분명한 것은 도화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내가 지금 조금만 힘을 보태면 앞으로 미래에는 혹시나 더 영유로운, 아니 적어도 DVD시절 같은 정도의 문화생활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리고 시장을 포기하다시피했던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런 계기를 발판 삼아 무언가 조금씩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이런 기대를 위해서 이번 DVD프라임의 프로젝트는 두손두발 들어 환영하는 동시에 지지를 넘어서 돈이든 재능이든 기부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조금이나마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바라보고 있는 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얘기라면, 이런 상황 속에서 다 같이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노력하고 있는 과정이니 가혹할 정도의 질책은 참아주시길 그리고 비판보다는 애정으로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하지만 한 때는 뛰어다녔던 아이에게), 빨리 걷는 법과 뛰는 법을 논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니 말이다. 지금은 일단 걸을 수 있게 도와주자. 잘 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걷고 난 다음에도 늦지 않을테니.




두번째 프로젝트인 이창동 감독의 '시' 블루레이 타이틀도 꼭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응원, 또 응원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그들의 눈동자 속 비밀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의 작품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미카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과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 등이 후보에 올랐던 2010년 제 82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르헨티나 영화이다. 2001년 전작 '신부의 아들 (El Hijo De La Novia)'로 그 해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던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은,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를 통해 다시 한번 아르헨티나 영화를 세계 영화 팬들에게 강하게 인지시켰다 (참고로 '신부의 아들'에서 출연했던 리카도 다린이 이 작품에서도 주연으로 열연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아카데미 수상에 힘입어 워너브라더스에서 리메이크 제작을 결정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25년 간의 시간에 대해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한 남녀의 사랑과 한 아름다운 여성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남녀의 사랑과 한 여성의 죽음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전해 듣기 이전에, 아르헨티나가 겪었던 정치/사회적인 현실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아르헨티나는 1976년부터 1983년 포클랜드 전쟁의 패배로 군부가 힘을 잃을 때까지, 군부의 수장이었던 독재자 호르헤 비델라를 중심으로 한 군부독재의 암울한 시기를 겪었었다. 이 군부독재 기간 동안 수많은 민간인들의 납치, 고문, 살해 등 인권유린이 발생하였는데, 이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은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줄기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일반적인 경우 역사적 아픔을 그리는 방식에는 그 가운데 개인 사를 두어 극명하게 대비시키거나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가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측면에서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조금 방향을 달리한다. 일단 한 젊다 못해 어린 신부의 잔인한 강간 살인 사건을 통한 전개가 그러하다. 이 사건을 통해 영화는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당시 암울했던 시대상을 조명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과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이라면 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노골적이지 않아도 시대의 아픔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의 시작부분, 그러니까 아직 그 어떤 것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 여성이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1976년 군부 쿠데타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여성 대통령 이사벨 데 페론을 빗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영화는 이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주인공 벤자민 에스포시토 (리카도 다린)가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 그리고 그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당시의 암울하고, 정의의 편에 섰다면 억울할 수 밖에는 없었던 시대상을 비추어 낸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처럼 직접적인 정치적 사건에 가깝게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25년을 두고 전개되는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아마도 아르헨티나 국민들이라면 더 깊게 다가올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영화의 또 다른 줄기인 에스포시토와 이레네의 러브 스토리 역시 이런 메시지와 크게 떨어져있지 않는다.





이 둘의 러브 스토리가 애닮은 것은 서로 간절히 원했으면서도 단 한 번 붙잡지 못했던 그 안타까움과 회환에서 오는 이유 때문인데, 이런 정서는 영화가 말하려는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처음 이 작품을 포스터 만으로 접했을 때에는 그저 애절한 러브 스토리인줄로만 알았던 터라, 두 남녀의 이야기가 예상 외로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탓에 예상을 빗나가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 영화를 모두 관람한 뒤 떠올려 보았을 때 시대의 아픔과 남녀의 안타까운 러브 스토리를 모두 만족시켰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두 가지 정서가 사실은 하나의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결합시킨 이야기의 구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러브 스토리로서의 영화와 스릴러로서의 영화가 모두 만족스러운 또 다른 영화적 장치 중 하나라면,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영화의 구성 방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이 플래시백 방식을 중간중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데, 25년이라는 세월을 모두 그럴싸하게 연기한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은 이 같은 플래시백 방식이 어색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과거의 이야기가 실제 과거사인지 아니면 현재의 에스포시토가 써 내려간 소설의 일부분인지 명확하지 않은 점도, 이 영화에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얘기한 모든 점을 모두 간과한다 하더라도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영화적으로 참 근사한 작품이다. 애잔한 영화의 음악을 비롯해, 구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영상과 크게 도드라지지 않지만 은근한 빛을 다루는 방식은, 영화가 담고 있는 애절한 멜로의 깊은 향과 더불어 그 뒤에 묵묵히 버티고 서 있는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담겨 있다.

DVD Menu





DVD Quality

색감과 영상에 상당히 신경을 쓴 작품답게 2.35:1 화면 비의 DVD 화질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가끔 이 영화처럼 장면 전환에 색감 변화를 민감하게 주는 작품의 경우, DVD로 출시되었을 때 화질 표현이 오버스럽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부족하거나 더함 없이 딱 적절한 표현력을 담고 있어, DVD 화질로서는 매우 우수한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클로즈업 장면에서의 디테일 수준도 상당한 편이며, 아웃 포커싱을 이용한 장면이 많은데 이 장면에서의 대비도 선명한 편이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도 준수한 편이다. 대사 위주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영화 음악이 삽입된 장면이나 축구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장면에서는 사운드 측면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DVD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에는 부가영상으로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수록되었는데, 쉴 세 없이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덕에 영화에 대한 재미가 배가 되는 음성해설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기술적으로 카메라 구도와 캐릭터들을 배치한 것에 대한 의미 라던지, 영화를 볼 때는 미처 다 확인할 수 없었던 디테일한 부분까지 들려주고 있어 영화를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들어보길 권하고픈 음성해설이다




'Behind the sceens of The Secret in their eyes'에서는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으며, 짧지만 촬영장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Casting The Secret in their eyes'에서는 주요 배역을 제외한 조연 캐릭터들의 캐스팅 관련해 미리 연기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데, 실제 장면과 똑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는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배경을 간접적으로 묘사한 제한적인 메시지에도 충실하지만, 그와 더불어 멜로와 스릴러라는 보편적인 정서에도 부족함이 없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참 근사한 영화였다'라는 감상과 함께 쉽게 말하기 어려운 아련함이 가슴에 남는,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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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세상의 모든 방관자들에게…

김기덕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장철수 감독의 2010년 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이른바 '김기덕의 아이들'로 불리는 감독의 작품 가운데서도 단연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촬영을 마치고 나서 개봉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때, 제 63회 칸영화제에 초청되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제 14회 부천 국제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작품이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이하 김복남)'은 개봉 당시에도 조금씩 호불호가 갈리기는 했었지만, 대체적으로 '인상적'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만큼 비슷한 시기의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되는 메시지로 – 그리고 이 메시지를 증폭시키는 영상으로 – 기억되는 작품이다.





'김복남'을 단순히 '억압받던 자의, 드디어 시작되는 복수' 영화로 보긴 어렵다. 사실 이런 영화였다면 잔인함을 떠나서 주인공의 복수 여정에 통쾌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김복남 (서영희)의 복수에는 이런 통쾌함이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본래 말하려던 것은 무엇일까. 제목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엿볼 수 있듯 '전말' 즉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었던 제 3의 관찰자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복남'에서는 이 관찰자를 이야기의 화자나 제 3자로 두지 않고, 이 사건에 연루된 또 하나의 인물 즉 '방관자'로서 규정 짓는다. 극 중에 이 방관자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서울에서 은행을 다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섬 '무도'로 잠시 휴가를 오게 되는 혜원 (지성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의 구성상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은 복남 보다 혜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복남의 이야기를 통해 혜원에게 메시지를 주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더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극중 혜원으로 대표되는 '방관자'의 입장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입장과 겹쳐진다는 점이다. 극중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마치 원시사회와도 같이 그려지는 '무도' 사람들과 그 사회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이런 고립된 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폐쇄적이고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똘똘 뭉쳐있는 섬뜩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 무도 사회의 모습이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영화는 단순히 고립된 이 사회의 공포에 죄를 전가하기 보다는,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외부의 방관자에게 죄를 묻는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다른 영화였다면 주인공이 – 이 영화의 경우라면 혜원이 복남을 데리고 나오는 것 – 무도를 탈출 하는 것으로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이 영화에서는 이런 탈출 역시 방관자 적인 태도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극중 혜원에게는 방관자로 더 이상 남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제공한다. 하지만 그녀는 잘못을 목격하고도 방관자로서 남는 쪽을 택한다. 그런데 관객 입장에서 보았을 때 누구도 혜원의 이런 행동을 나무라기 어렵다는 것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가 흥미로운, 방관자가 관객과 겹쳐지는 부분이다. 관객은 '서울 사람'인 혜원의 시점과 겹쳐져 처음에는 회사에서 겪는 스트레스에 공감하고, 범죄를 목격한 것만으로 경찰서에 불려가 범죄자들에게 협박을 받는 그녀와 똑 같은 공포를 경험하며, 이후에는 복남의 부당한 생활에 옳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지만, 이후 복남의 복수가 시작된 이후에는 역시 혜원과 마찬가지로 복남에게 공포를 느끼며 도망을 치기까지 이른다. 이렇듯 영화 속 혜원의 시점과 심리는 관객의 공감대와 완벽히 맞아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복남의 복수에 통쾌함을 느끼지도 못하고, 오히려 혜원과 마찬가지로 방관자로서의 죄의식에 마음이 무거워질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관객을 피해자로 몰아가는 것이 훨씬 보편적이고 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고 방관자라는 가해자의 입장으로 그려낸 방식은, 대중영화에서 용기 있는 시도인 동시에 영화적으로도 몹시 흥미로운 구성을 갖게 되었다. '김복남'은 이런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중간중간 직간접적인 비유와 설정들을 상당히 많이 배치하고 있다. '무도'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사회에 대한 묘사 – 남성 위주의 절대적 사회 -, 그리고 이후 무도를 떠나 벌어지는 사건들에 있어서도 가끔 거칠고 과장된 내러티브가 있을지언정 여러 가지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장치들이었다. 특히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장철수 감독이 김기덕의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점 – 그리고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시점 – 을 눈 여겨 볼 만한 작품이기도 했다. 아, 그리고 서영희 라는 배우가 드디어 제대로 주목 받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DVD Menu






DVD Quality

화질과 사운드는 최시작 DVD답게 우수한 편이다. 화질의 경우 플레이어의 업스케일링 기능을 통해 HDTV로 감상할 경우 기대 이상의 화질을 보여주고 있다. 블루레이 소스를 보지 못해 얼마나 BD가 얼마나 기대 이상의 화질을 보여줄 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BD로 출시된다면 분명 영화의 깊은 인상을 더 배가 시켜줄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말할 수 있겠다.





DTS를 수록한 사운드 역시 기대이상의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다. 사실 블루레이 이후 DVD를 감상하며 사운드에 크게 귀 기울여 볼 정도의 타이틀은 많지 않았는데, '김복남' DVD의 경우 DVD만 놓고 경쟁했을 때는 우수한 수준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특히 소소한 사운드가 잘 살아 있는 동시에 임팩트를 전달해야 할 때는 박력도 선사하는 만족스런 사운드였다.

DVD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김복남' DVD에는 기본적인 부가영상만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음성해설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장철수 감독과 주연을 맡은 서영희, 지성원이 참여한 음성해설에서는 주로 촬영장에 대한 뒷이야기와 각 배우들의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다소 무거웠던 영화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편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영화의 메시지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부족한 것이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두 주인공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것만의 재미를 충분히 전달한다.




'메이킹'에서는 별다른 인터뷰나 진행 없이 몇몇 중요 장면의 촬영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 밖에 예고편과 TV Spot이 수록되었다.



[총평]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영화 속 전말이 드러나는 사건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인상적인 작품이었으며,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흥미로운 텍스트이기도 했다. DVD 타이틀의 경우 준수한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지만, 블루레이의 출시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려운 국내 BD 시장이지만, 그래도 조심스레 이 작품의 블루레이 출시를 바래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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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시간을 살았던 한 인간의 삶

어쩌면 구스 반 산트에게 하비 밀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밀크'의 연출은 운명적인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구스 반 산트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커밍아웃 한 게이로서는 최초로 미국 시의원에 당선되었고 인권운동가였던 하비 밀크에 대한 영화화는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는 구스 반 산트 외에 다른 감독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점은 단순히 구스 반 산트 본인이 게이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겠다 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하비 밀크의 이야기를 단순히 동성애자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했던 게이 정치인의 이야기로 그려내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그저 뜨겁게 짧은 인생을 살다간 한 인간의 삶으로 그려냈다는 점 때문에, 이 영화 '밀크'는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단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 좋은 작품이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없었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참고로 이 영화는 2008년 제작된 작품으로 그해 열렸던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숀 펜)과 각본상 (더스틴 랜스 블랙)을 수상하였으며,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작품상, 각본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쉽게도 아카데미 특수에 포함되어 개봉할 기회를 놓쳐버렸고, 결국 개봉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다행히(?)도 올해 2월에야 소규모로 극장 개봉을 할 수 있었다. 극장에서 조차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을 만날 기회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DVD로 출시된 것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항상 죽음을 매개체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소년성과 함께 풀어내었던 구스 반 산트는 '밀크'에서 역시 죽음을 다루지만, 여기서의 죽음은 사건의 종결도 아니고 감정이 폭발해 나오는 지점 역시 아니다. 영화적인 구조 측면에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이는 이 영화가 하비 밀크의 일대기를 다룬 연대기적 작품이 아니라는 점과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하비 밀크가 1978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마지막 8년 간의 시간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가 그리는 방식은 연대기적이지 않고 오히려 파편의 조각을 모은 듯한 구성을 하고 있다. 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난해한 방식이라거나 형식적으로 파격적인 구성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밀크'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서사에 가까운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밀크'가 대중적으로 깊은 인상을 주는 관점은, 게이 영화이면서도 동시에 전혀 게이 영화가 아닌 작품이라는 점인데, 일반적으로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이 동성애 자체를 이슈화 하기 보다는, 동성애 자체를 걷어내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을 때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고 봤을 때, '밀크'는 그 지점을 한 차원 넘어서서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드라마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본편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동성애라는 것과 더 나아가 하비 밀크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인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구스 반 산트의 연출에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겠지만, 그 못지 않게 - 아니 더 하게 - 하비 밀크의 삶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깊은 교훈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비 밀크의 삶과 당시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특히 하비 밀크를 연기한 숀 펜의 경우, 사실 더 이상 연기에 대해 논하는 것조차 우스운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래도 조금만 말해보자면, 영화 속 숀 펜의 얼굴에서는 전혀 그간 연기했던 그 어떤 캐릭터의 얼굴도 겹쳐지지 않고, 오롯이 하비 밀크의 얼굴만이 남는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숀 펜이라는 배우는 바로 그 가장 당연한 부분을 가장 잘 해내는 배우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댄 화이트 역할의 조쉬 브롤린의 경우, 비교적 적은 비중임에도 댄 화이트라는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조쉬 브롤린 만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클리브 존스 역의 에밀 허쉬와 스콧 역의 제임스 프랑코 역시 당시 카스트로 거리가 현실로 느껴질 만큼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DVD Menu






DVD Quality

DVD의 화질과 음질은 평균적인 수준이다. 화질의 경우 다른 타이틀에 비해 조금 노이즈가 있고 선명한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DVD자체의 화질 문제라기 보다는 애초 작품의 화질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평균적인 수준으로 보면 되겠다.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작품의 특성상 사운드적인 효과를 즐길 만한 요소는 부족한 편이지만, 대사 전달 및 감상에는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이런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을 리뷰 할 때 자주하게 되는 말이지만, 화질과 사운드는 – 특히 사운드는 – 거들 뿐이다. 작품의 완성도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DVD Special Features

첫 번째로 소개할 부가영상은 'Deleted Scenes'인데 초반 하비와 스캇의 대화 장면과 하비와 잭 과의 대화 장면 그리고 법안 반대표를 위해 광대로 분장한 하비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삭제장면이 수록되어 있다. 'Remembering Harvey'는 실제 하비 밀크의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 하비 밀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들 가운데는 영화 속 캐릭터들의 실존 인물들이 대부분이며, 그 중에는 자기 자신을 연기한 이도 있고 극중 또 다른 역할로 까메오 출연한 이들도 있다는 점이다. 영화가 아닌 현실 속의 하비 밀크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준다.





'Hollywood Comes to San Francisco'에서는 배우들과 스텝들이 추억하는 하비 밀크와 더불어 감독 구스 반 산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배우들의 경우 각자 실존하는 인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뒷이야기 등 출연배우 대부분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주연을 맡은 숀 펜의 인터뷰가 수록되지 않은 점이 조금은 아쉽다.





마지막으로 'Marching for Equality'에서는 카스트로 거리에서의 행진 장면 촬영 뒷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당시 실제 행진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촬영에 참여해 당시를 회상하는 인터뷰와, 역시 당시 행진에 참여했던 하비의 친구들의 인터뷰도 만나볼 수 있다.



총 평

구스 반 산트의 '밀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단순히 역사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늘 날의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동시에, 영화가 주는 감동보다 실제 하비 밀크의 삶에 더 깊은 인상을 받게 끔 만드는 영화적 의도마저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속 하비 밀크의 삶을 2시간 넘게 보고 나면 누구나 이렇게 한 번쯤 자문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과연 이처럼 뜨겁고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 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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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월드, 그 솔직함을 넘어선 순수의 세계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서는 언제부턴가 그 만의 확실한 세계관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초기작들에서도 그 만의 독특한 영화적 시각은 느낄 수 있었지만 최근 작에 오면서 그의 작품은 분명 방향성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고, 더 구체화되고 노골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그런 홍상수를 조금씩 느끼게 된 것은 '극장전'과 '해변의 여인'부터였고, 2008년 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와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좀 더 노골적이 되었다. 홍상수 감독의 최근작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모두들 알 수 있겠지만 이 '노골적'이라는 표현은 결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로도 그 의미를 희석시키기 어려울 정도의 순수함 그 자체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할 수 있겠다.





홍상수 영화를 논하면서 많은 이들이 '속물 근성'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나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보았을 때는 이런 논리에 동의 했었으나 '하하하'를 보고 나서는 이것이 단순히 '그래, 너도 나도 모두 속물이다'라는 것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더 높은 차원의 이야기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는 두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두 남자는 각각 통영에 다녀온 추억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각각 자신의 이야기를 술 한잔에 실어 나누기로 한다 (나중에 들었던 생각이지만 이 설정은 은근히 무협지 속의 인물들의 그것과 닮아있다). 그렇게 두 남자는 서로 만이 겹쳐지지 않은 두 가지 이야기(하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준다. 이 두 남자의 이야기가 서로 겹쳐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관객들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왕성옥이 이 일부분을 알게 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부분이다).




'하하하'를 보면서 시종일관 느껴졌던 주제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대화들이었다. 이 영화의 제목을 그의 전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작품은 아는 것에 대한 물음과 주장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다. 각각의 인물들의 대화를 살펴보면 단 한 시퀀스도 이 주제를 다루지 않은 대화가 없을 정도로,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는 서로가 알고 있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무엇이 안다는 것인가에 대한 선문답으로 이뤄져 있다. 영화는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이 뭘 알아요?' '이걸 안다고 할 수 있어?'

이런 '알고 모르는 문제'는 영화가 택하고 있는 구조로 더 선명히 드러난다. 영화는 두 남자의 하나인 동시에 두 개인 이야기로 진행되는데, 각자는 서로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관객에게 그대로 드러나듯 이들의 이야기는, 그러니까 이들이 각자 말하는 인물들과 관계의 이야기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거짓이 많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즉 이들의 이야기는 안다고 하지만 모르는 이야기인 것이다. 하나의 인물을 두고 각자가 보는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은 대상을 두고도 말하는 화자에 따라 청자의 입장에서 '좋은 어머니'도 되었다가, '돈 많은 식당 주인'도 되는 것, '동굴 같은 곳'에서 '희망을 꿈꾸게 되는 집'도 되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알고 모름의 방식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리 어려운 비유가 아니다. 그리고 특별한 방식도 아니다. 그런데 홍상수 감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속내를 겉보다도 더욱 진솔하게 드러낸다.




홍상수 월드의 인물들을 이야기하며 '속물 근성'을 들먹이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미칠듯한 진솔함 때문일 텐데, 사실 이런 솔직함을 그냥 '찌질함'으로 얼버무리기에는 정말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하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정확히 얘기하자면 찌질 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솔직한 것뿐이다. 뭐랄까 우리가 일상에서 마음 속으로만 하는 이야기들을 모두들 겉으로 거침없이 이야기할 뿐이다. 이것은 분명 찌질 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오히려 이것은 평소 우리가 얼마나 가식적인 관계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지나치리 싶을 정도의 솔직함은 (그런데 개인적으로 홍상수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이런 솔직함 자체를 '지나치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영화가 의도하는 점이라는 것이다), 묘하게도 극 중 인물과 나를 완전히 겹치도록 만든다. 겉으로는 웃을지언정 그 안에서 나를 완벽하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속 인물들처럼 솔직하게 '저건 완전히 나다'라고 말하지는 못해도, 속으로는 '맞아, 나도 저런 적 있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상하기만 한 듯한 영화에서 나를 보는 완벽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홍상수 영화가 갖는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라 하겠다.




이런 홍상수 월드에 대한 순수함의 경이로움은 영화를 보고 막 극장을 나왔을 때보다, 하루 지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막걸리 한 잔 하며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더 깊어졌고, DVD리뷰를 위해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서 더 나아가게 되었다. 다시 만난 이들의 대화들은 그냥 단편적인 영화적 에피소드로 보아도 소소한 재미가 있는 것이지만,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덜 성숙한 어린아이 같은 결핍이 가져온 순수함이 아니라, 어른이 범접하기 어려운 궁극의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대사인 '전 좋은 것만 봅니다'라는 대사는 들으면 들을수록 그냥 넘길 수가 없는 대사가 될 수 밖에는 없다. 마치 코엔 형제의 최근작 '시리어스 맨'에서 그저 웃고 넘길 뻔했지만 작품을 가로지르는 가장 중요한 대사였던 '주차장을 봐'라는 어린 랍비의 말처럼, '전 좋은 것만 봅니다'라는 극중 김상경이 연기한 조문경의 한 마디는, '와, 홍상수 감독이 자신의 세계관을 이 정도까지 밀어붙이려 하는구나'라는 홍상수의 작가적 야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하하하'에 대한 감회를 짧은 글 하나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부족함이 따른다. 진짜 홍상수 월드 속 인물들처럼 (홍상수 월드의 인물들은 모두 주당이다) 대낮부터 나 한잔 너 한잔하며 이야기 꽃을 피워줘야 어느 정도 정리해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지난 씨네21에 실렸던 홍상수와 정성일의 엄청난 분량의 대담은 이 작품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었다. 여기서 홍상수는 줌(Zoom)을 일종의 영화적 리듬으로 사용한다는 인터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확실히 '하하하'에 사용된 줌에서는 전작들보다 더한 리듬 감이 느껴진다. 그냥 인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정도가 아니라 영화의 전체적인 리듬을 살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음악 역시 굉장히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홍상수 영화에 이렇게 음악이 많이 사용되었던가 싶을 정도다.




배우들의 연기는 또 어떤 가. 이제는 다른 설명 필요 없이 그냥 '홍상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짙게 풍기는 김상경은 말할 것도 없고(주책 떠는 그의 연기가 단순히 '주책'으로만 보이지 않고 진정이 느껴졌던 것은 오롯이 그의 몫이라 하겠다), 전작에 이어 또 다시 출연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유준상의 발견은 계속 되고 있으며(영화를 보고나니 흡사 한석규의 말투를 연상케 하는 그의 말투를 자꾸 따라 하게 된다), 예지원, 윤여정, 김강우, 김민선의 연기들도 잘 녹아 들고 있다. 앞선 두 사람이야 더 말할 것이 없지만, 김강우나 김민선의 경우는 홍상수 월드에 들어오게 되면서 연기자로서 발견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평범한 동시에 가장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던 문소리의 연기가 무엇보다 압권이었다. 개인적으로 문소리가 출연한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였다. ('오아시스' 같은 작품 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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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하하하'같은 작품을 보면서 화질과 음질을 첫 번째 고려요소로 선택하겠냐 만은, 이런 작은 영화치고는 나쁘지 않은 화질과 5.1채널의 멀티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일단 화질 같은 경우는 보통 블루레이 시대의 DVD타이틀이라는 점과 영화가 화질의 우수성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끔씩은 아쉬움이 솟아나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을 떠올려 봤을 때, '하하하' DVD의 화질은 비교적 준수한 편이다. 물론 이 준수하다는 표현에는 극장에서 보았던 원본 소스와 비교했을 때 큰 손실이 없었다 라는 의미로 쓰였다.





사운드 역시 2.0채널만 지원했어도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을 작품이었지만, 5.1채널을 지원하게 되어 앞서 이야기했던 음악을 통한 영화의 리듬감을 좀 더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부가영상으로는 2분 분량의 예고편과 30초 짜리 스팟 만을 제공한다. 물론 이 작품의 제작 여건 상 DVD부가영상을 위한 소스들의 기획이나 제작이 쉽지 않았던 것도 이해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른 감독의 촬영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홍상수 감독 작품의 촬영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긴장감과 편안함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클립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떠올려보니 우리가 본 영화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총평]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는 최근 개봉했던 '옥희의 영화'와 함께 우리 시대의 가장 주목할 만한 씨네 아티스트 중 한명인 작가 홍상수의 세계관을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었던 대담한 작품이었다. 특히나 한 번 볼 때보단 두 번 보았을 때, 그리고 문득 궁금해져 다시 보았을 때 또 다른 의미를 새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 뜻 깊은 소장이 될 수 있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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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는 천재다. 뭐 새삼스럽겠느냐 만은 그들의 신작 ‘시리어스 맨’을 보고서는 삶을 꿰뚫는 통찰력과 이를 영화로서 어떻게 표현해 내는가에 대한 기법, 그리고 무엇보다 탁월한 이야기 꾼인 그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는 없었다. 그들의 작품은 사실 거의 실망한 적이 없었을 정도로 모두 인상 깊게 보았었는데, 최근 작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 나서는 코엔 형제의 영화가 한 단계 더 성장하여 장인의 경지에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번 애프터 리딩’을 통해서는 녹슬지 않은 그들의 재치와 블랙코미디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는 감히 따라올 자가 없음을 역시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번 애프터 리딩’을 보고는 코엔 형제의 쉬어가는 작품 정도로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코엔 형제만이 할 수 있는 블랙 코미디를 가장 잘 보여준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런 코엔 형제의 시작이었음에도 ‘시리어스 맨’에 대한 기대는 사실 그들의 네임 벨류에 비하면 조금 덜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쩌면 ‘번 애프터 리딩’을 보러 갈 때의 기대와 비슷한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난 ‘시리어스 맨’은, 아니 보는 내내 ‘시리어스 맨’은 참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엔 형제는 또 어떤 걸작을 만들고야 만 것인가?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타이틀롤 이전에 독립적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슷한 이디시 설화를 쓰려고 했던 코엔 형제는 마땅한 이야기를 찾지 못해 그냥 자신들이 그럴 듯한 진짜 이야기를 하나 짧게 쓰기로 한다. 이 이디시 설화는 뒤에 등장하는 본격적인 이야기와는 직접적으로 전혀 연관이 없지만, 이 도입부를 통해 ‘시리어스 맨’은 더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 역할을 서두에 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을 설화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야 말로 코엔 형제 만의 번뜩이는 재치이자 기발함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래리 (마이클 스털바그)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는 곧 대학의 종신 재직권 심사를 앞두고 있고, 아들은 성인식을 치르게 될 예정이며, 옆집 사는 남자가 자꾸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침범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이고, 사회화가 부족한 동생이 조금 걱정거리이긴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런데 영화는 래리의 소개를 다 마치기도 전에 그의 주변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하나씩 꺼내어 놓는다.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은 한국 학생은 낙제만은 면하게 해달라며 슬쩍 돈봉투를 남기고 가버리고, 아내는 오랫동안 이웃으로 살아왔던 '싸이 에이블맨'과의 관계 때문에 이혼을 요구하며, 동생은 도박 혐의로 경찰들이 주목하고 있고, 큰 문제없이 해결될 것만 같았던 종신 재직권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악의적 편지들이 도착하는 등 너무 갑작스럽게 많은 일들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정작 래리는 아무것도 '잘못 한 것'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래리는 가만히 있었는데 마치 그를 둘러싼 주변은 모두 래리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진 냥 그를 둘러싸고 조여온다. 래리는 여기서 심각해(Serious)진다.




래리가 처한 상황과 그의 캐릭터를 간접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의 집 안 구성과 디자인 적인 요소다. 이 집안의 구성원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의상 컨셉이 있는데, 딸은 항상 화려한 꽃무늬 잠옷을 입고 나오고, 방안의 벽지 역시 모두 다른 화려한 무늬를 가지고 있고, 집 안의 커튼 역시 방 마다 모두 다른 각각의 화려한 무늬를 하고 있다. 아내 역시 매번 다른 체크 무늬 의상을 입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일종의 강박에 관한 암시다. 또한 여러 가지 패턴들 속에 살아가는 한 인물에 대한 강박이기도 하다. 관객들에게 강박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매사에 진지한 주인공과는 정반대되는 이상하고 이해되지 않는 패턴으로 뭉쳐있는 집 안의 이미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래리라는 캐릭터에 공감지수를 드높여 준다.

(이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래리가 처한 이 갑작스럽게 닥쳐온 재앙은 하나같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아내는 '싸이'와의 관계 때문에 래리와 이혼하기를 바라지만 싸이를 사랑해서도, 싸이와의 관계가 깊어 져서인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냥 위자료를 받아내려는 속셈으로 받아들이기에도 허술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 아내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아내 스스로도 '내 말이 말은 안되지만 이혼은 해야 돼'라고 느껴질 정도다. '싸이'는 또 어떤가. 그의 태도는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싸이는 마치 래리를 아들처럼 감싸 안으면서 래리에게 왜 이혼을(서약서를)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편안하게 느껴진다. 싸이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그의 말이 다 옳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의 말만 놓고 보자면 이건 전혀 설득이 될 리 없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논리들이다.




낙제점을 면하게 해달라며 돈을 놓고 갔던 한국 학생 '클라이브'의 논리도 말이 되지 않는다. 돈을 두고 간 것을 놓고 래리와 클라이브가 벌이는 대화는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다. 그런데 더 나아가 클라이브의 아버지는 자신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소송을 건다고 집으로 찾아온다. 이 아버지 역시 클라이브와 래리의 아내의 말처럼 스스로가 '내 말엔 논리가 없다'라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래리가 항상 불편하게 생각하던 옆 집 남자는, 클라이브의 아버지가 자신을 협박하는 것이 아니냐며 도움의 한 마디를 건 낸다. 래리는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맞다. 래리 뿐만 아니라 모든 관객이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래리는 매사에 '진지한 (Serious)' 남자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한 래리는 랍비를 찾아가 도움을 받기도 한다.




래리가 만나게 되는 세 명의 랍비에 관한 이야기는 섹션으로 정리되어 보기 좋게 제공되는데, 이 세 명의 랍비에게서 듣게 되는 말들 (처하게 되는 상황) 역시, 다들 불확실하고 이상하기 짝이 없다. 본래 보기로 했던 랍비가 자리를 비워서 대신 만나게 된 젊은 랍비는 래리의 말을 다 듣고는 그럴 땐 그저 주차장을 보라'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두 번째 랍비는 이빨의 관한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는데, 무언가 명쾌한 해답을 들려줄 것만 같았던 이 이야기 역시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무언가 답을 찾으려던 래리는 이 두 번째 랍비 와의 만남에서도 이를 찾지 못하고 결국, 최고의 랍비인 마르샥 과의 만남을 어렵사리 시도하게 된다.




그런데 이 결정적인 만남은 결국 이뤄지지도 않는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은 '왜 래리는 랍비를 만나려고 했느냐'라는 점이다. 앞서 물리학자이지만 수학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불확실성의 이론을 엄청나게 긴 수학적 공식으로 증명하려고 하는 래리의 성향으로 미뤄봤을 때, 래리라 랍비를 찾게 된 이유는 역시 '정답'을 얻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겠다. 마르샥을 간절히 만나려고 했던 것은 본인 스스로 마르샥 개인을 원해서가 아니라, '마르샥 = 정답'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엔 형제는 래리에게 마르샥과의 만남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이것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대했던 정답을 마르샥이 갖고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현실은 이렇듯 생각대로, 단계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돌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글에서는 미처 다 언급을 못했지만 래리의 아들의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 그의 이야기 역시 무언가 인과응보는 일어나지 않고 반드시 작용에 대한 반작용이 필요한 순간에서 또 한 번 생각지도 않은 요인으로 인해 혹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마되는 것을 겪게 된다. 즉, 래리의 아들의 이야기도 '정답은 없다'라는 것과 '생각한대로 되지 만은 않는다' 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끝)




프롤로그에 사용된 이디어 시퀀스처럼, 영화는 내내 이 언어에서 오는 불확실성을 통해 주제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국인 학생 클라이브의 너무나 외국인스러운 딱딱한 발음과 억양은 그를 이해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었으며, 아들 대니가 친구들과 사용하는 언어가 대부분 욕설로 이루어져 있는 것 역시 래리와 대니의 관계의 거리를 보여주는 장치이며, 래리가 아내와의 이혼을 위해 이혼증명서라는 뜻의 랍비 언어를 매번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 역시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서로간의 불확실성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안테나를 바로 잡으러 올라간 지붕 위에서 예상 못한 상황을 만나게 되는 것 역시 우연을 가장한 불확실성이다.




사실 영화는 보는 중간에는 키득 거리며 보는 시간이 더욱 길었지만 (마치 홍상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볼 때와 비슷한 경우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삶의 대한 깊이가 더 와 닿는 작품이 ‘시리어스 맨’이 아닐까 싶다. 영화 속 래리는 너무 진지한 사람이라 (영화가 말하는 진지함은 '잘못됨'이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임' 이다), 젊은 랍비의 말처럼 그저 관조하지 못했지만, 코엔 형제가 이 영화를 그리는 방식은 분명 관조다. 시리어스 맨인 래리를 주인공으로 두고 래리에게 '그냥 주차장을 한 번 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주차장을 보세요'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명대사다 (웃음에서나 깊이에서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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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어스 맨’을 극장에서 보았을 때의 느낌은 ‘와, 디지털 상영도 아닌데 상당히 화질이 좋구나’라는 것이었는데, DVD의 화질에서도 그런 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본래의 촬영 소스가 훌륭하다 보니 마치 얼핏 얼핏은 HD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도 들 정도다. Super 35 소스를 디지털 4K로 마스터한 영상의 장점이 DVD에서도 조금이나마 확인된다고 볼 수 있겠다 (블루레이였다면 아마도 훨씬 더 좋은 영상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작품의 성격으로 미뤄봤을 때 국내 블루레이 출시는 어렵다고 봐야겠다)





돌비 5.1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의 경우, 특별한 효과음이나 사운드 적인 측면이 강하게 부각되는 작품은 아닌지라 큰 메리트는 없지만, 카터 버렐의 사운드 트랙들과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곡들의 전달 시에는 의외(?)로 괜찮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시리어스 맨’은 개인적으로 사운드 트랙을 해외주문을 통해 구매했을 정도로 인상적인 음악들을 수록하고 있는데, DVD에 수록된 사운드 퀄리티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DVD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에는 비교적 간단한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양에 비해서는 질적인 면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Becoming Serious‘는 제작과정 영상을 담고 있는데, 코엔 형제의 인터뷰 및 배우들이 생각하는 영화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 있어, 코멘터리의 부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준다.





‘Creating 1967‘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된 1967년을 재현하기 위해 사용된 미술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당시의 의상이나 사회 배경으로 인한 설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면 1967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그 무엇보다 의상을 통해 표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앞서 본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영화의 메시지적인 부분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Hebrew And For Goys’에서는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히브리어 용어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수록되었는데, 대략 감으로만 인지하고 넘겼던 히브리어 용어들에 대한 자세한 풀이를 확인할 수 있다. 3가지 부가영상에는 모두 한국어 자막이 지원된다.



‘주차장을 보세요~’

총평

‘시리어스 맨’은 코엔 형제의 팬들 사이에서만 잠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긴 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이 더 큰 화제가 된 작품들과 비교해 보아도 철학적인 면에서는 전혀 뒤질 것이 없는, 그야말로 코엔 형제다운 명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영화적 퀄리티에 비해 DVD의 가격은 몹시 매력적인 수준으로 발매되었으니, 코엔 형제의 팬이라면 무조건 소장해야 하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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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유쾌하고 맛있는 삶의 진리

독립영화와 TV드라마를 통해 주목 받았던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남극의 쉐프’는, 일단 제목에서 많은 것을 말해준다. 남극이라는 특수한 공간, 영화 속에서는 주로 고립으로 인한 공포의 대상이거나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는 스릴러 적인 공간으로 자주 등장하곤 하는 남극이라는 공간과 요리를 만드는 쉐프(Chef)와의 공존이라니, 무언가 이 부딪힘 에서는 묘한 스파크가 발생한다. 이 영화가 좀 더 흥미로운 점은, 남극의 쉐프라는 이 이야기가 잘짜여진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존 인물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인데, 극중 주인공의 이름과도 같은 니시무라 준은 실제로 남극관측 대원으로서 기지에서 조리를 담당했던 조리사였다. 영화는 바로 이 니시무라 준이 쓴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사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그야말로 남극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요리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겪는 특별한 이야기가 그려질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영화는 의외로 요리사라는 직업에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는 있지만, 이것을 도구 그 이상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요리는 매우 중요한 모티브이자 소재가 되긴 하지만,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제3자가 아니라 요리사인 니시무라 준이 직접 썼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담담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남극 기지에서 일했던 다른 대원이 이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면, 매번 특별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주목하여 이야기를 써내려 갔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요리를 만든 장본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만든 요리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반응이나 그 과정 등을 전체적인 남극이라는, 그리고 그 속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극의 쉐프’는 휴먼 코미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여기에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과 템포가 깊게 드리워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일본 영화에는 그들 만의 특별한 리듬과 템포, 그리고 소소함과 담담함이 존재하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런 일본영화만의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빠르고 자극적인 리듬에 익숙한 이들의 경우, 이렇게 굴곡이 많지 않고 참 담담하기만 한 (가끔 무덤덤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영화의 전개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본 영화의 매력을 아는 이들이라면 ‘남극의 쉐프’의 매력에 또 한 번 빠져들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남극의 쉐프’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한정된 공간에서 여덟 명의 남자들이 벌이는 분명한 캐릭터 영화이자, 결국 가족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일곱 명의 남자 캐릭터들은 각자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면이 비교적 많은 편이 아님에도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할당량을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으며, 이것은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인 유머러스 한 부분으로 승화된다. 그리고 이 작품은 매우 직접적인 가족 영화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단편적으로는 고립된 공간에서 서로를 만날 수 없는 가족 구성원들의 애환이 담겨 있고, 더 나아가서는 그로 인해 탄생한 새로운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 이들 여덟 명의 남자 캐릭터들에게는 모두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특징적 역할이 주어져 있기도 하다.




‘남극의 쉐프’가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마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처럼, 보고 나면 무언가 삶에 대해 깊게 여운이 남게 된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니시무라 준도 그렇고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굉장히 담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런 담담함을 쭉 지켜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여운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담담한 연기에는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사카이 마코토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아, 물론 다른 7명의 배우들과의 이른바 ‘단체 연기’가 더욱 핵심적인 요인인 것은 두말 하면 잔소리 일 듯. 어쨌든 이 영화는 관객을 일부러 심하게 웃기려고 하지 않지만 웃게 되고, 억지로 울리려고 하지도 않지만 찡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은 작품이다. 즉, ‘남극의 쉐프’라는 특수한 상황이나 설정에서 오는 에피소드적 재미만으로 흘려 보내기엔 참 괜찮은 작품이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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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최신작 DVD답게 훌륭한 편이다. 이 작품처럼 드라마 장르이면서 특히 일본 영화일 경우 화질 면에서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타이틀들이 많은데 ? 물론 이런 가장 큰 이유는 DVD자체의 화질의 문제라기보단 원 소스의 화질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 그에 반해 ‘남극의 쉐프’는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블루레이 위주의 감상 환경이라면 각각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업스케일링을 통해 DVD를 감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이렇게 볼 경우 40인치 정도의 큰 화면으로 볼 때에도 비교적 DVD치고는 큰 부담이 없는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화질 자체가 감상을 좌우하는 타이틀은 아니지만, 클로즈 업의 디테일도 좋고 영화 속 맛깔스러운 요리들도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일 정도로 표현력이 좋은 편이다.





사운드의 경우 돌비 2.0만을 제공하고 있는데, 사실 5.1채널이 제공되었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반대로 5.1채널이 수록되었더라면 좀 과한 느낌을 줄 수도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즉, 이 작품을 감상하는데 화질도 그렇지만 음질 역시 주요 포인트는 아니기 때문에 2.0채널 만을 지원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사 전달에도 무리가 없으며 사운드 적인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2.0채널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이다.




DVD Special Features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남극의 쉐프’ DVD는 Special Edition답게 풍부한 부가영상이 2번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다. 간단히 얘기해서 음성해설을 제외하고는 다 수록되었다고 봐도 무리 없을 정도. 최근 블루레이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SE 타이틀 다운 DVD의 부가영상들이 오히려 반갑기까지 했는데, 이런 저런 편집이 많지 않은 제법 긴 분량의 제작과정 영상과 시사회, 무대인사 스케치, 토크쇼, 음악에 관한 제작과정 등 영화를 재미있게 본 이들이라면 모두 흥미롭게 즐길 만한 부가영상들이 가득 수록되었다.





‘남극의 쉐프가 만들어지기까지 월동생활 전반전’에서는 주로 극중 돔후지 기지의 세트가 있었던 로케이션지에서의 촬영 분량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남극 정도의 추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실제로도 배우들이 추위와 싸워야 했을 만큼의 추운 날씨 속에서 벌어진 촬영장 뒷얘기와 더불어, 실제 남극처럼 보이기 위해 동원된 세트나 장치들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남극의 쉐프’의 첫 촬영이 바로 이 부분부터였는데, 그래서인지 나중에 후반부나 시사회에서의 모습들과 비교하면, 배우들이 짧은 시간 내에 얼마나 친해졌는지를 확인해볼 수도 있다.




‘남극의 쉐프가 만들어지기까지 월동생활 후반전’ 에서는 주로 세트 촬영 분에 관한 장면들과, 주인공을 연기한 사카이 마사토가 남극의 쉐프로서 그럴 듯하게 보이기 위해 요리를 배우는 과정 등이 담겨 있다. 누구나 영화를 보고 나면 맛있는 음식을 절로 찾게 될 정도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정말 쉐프가 만든 것 같이 먹음직스럽고 아름답기까지 한 것이었는데, 이는 모두 ‘카모메 식당’ ‘안경’ 등으로 유명한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오미의 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를 능청스럽게 연기한 사카이 마사토의 공도 빼놓을 수 없겠다. 

또한 7명의 배우들이 연기하는 촬영장 뒷모습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이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촬영하는지, 이 뒷이야기가 영화만큼이나 재미있을 정도다. 특히 모토씨 역할을 맡은 나마세 카즈히사의 경우,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대장역의 기타로와 함께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미수록 & 다른 테이크’는 제목 그대로 본편과는 다르거나 수록되지 않은 장면들이 담겨 있는데, 그 중 인상적인 것이라면, 본편에서는 공항 장면 이후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에 반해, 덥수룩해진 머리와 수염을 정리하기 위해 니시무라가 가족들과 함께 이발소를 찾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프리미엄 시사회’에서는 2009년 7월 27일 ‘르 테아토르 긴자’에서 가졌던 프리미엄 시사회 현장을 담고 있는데, 처음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라 긴장된 감독과 배우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후 수록된 토크쇼와 무대 인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나마세 카즈히사와 키타로의 만담은, 이번 타이틀의 부가영상의 백미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 두 중견 배우가 격이 없이 펼치는 만담들 덕에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관련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개봉일 무대인사’에서는 프리미엄 시사회와는 다르게 감독을 비롯해 출연한 여덟 명의 배우들이 모두 참석해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데, 물론 여기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나마세 카즈히사다. 의외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다른 대부분의 배우들 덕에, 나마세와 기타로 두 중견 배우가 나름의 짐을 짊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극중에서 니시무라의 딸 유카 역할로 출연했던 오노 카린 양이 스페셜 게스트로 등장한다.


‘영화 개봉 기념 토크쇼’를 비롯해 ‘남극의 쉐프 음악 제작 과정’과 ‘가족의 테마’는 모두 영화 음악에 대한 부가영상을 담고 있다. ‘남극의 쉐프’의 영화 음악은 일본의 밴드 유니콘 (Unicorn)’ 출신의 뮤지션 아베 요시하루가 맡고 있는데, 무겁지 않은 분위기의 영화 음악을 만드는 과정과 녹음 과정 등이 수록되었다. 휘파람 연주가 돋보이는 테마 곡의 녹음 장면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38차 남극지역 관측대인 돔후지 기지로 가는 길’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했던 바로 그 진짜 돔후지 기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데, 더욱 흥미로운 건 이 영상이 극중 ‘통칭 본’으로 불리는 대원이 촬영한 영상이라는 점이다. 실제 영화 세트와 너무도 흡사한 모습들과 남극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오로라 마저 만나볼 수 있다.


총평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데뷔작 ‘남극의 쉐프’는 추운 남극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어느 작품보다 따뜻한 감성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소소하고 담담한 매력에 빠지길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아,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반드시 무엇이든 먹고 싶어질 테니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는 편이 좋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시달소’보다 더 나을 지도 모를, 호소다 마모루의 ‘썸머 워즈’

호소다 마모루의 2006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시간 여행이라는 SF적인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10대 소녀의 감성으로 이끌어낸 이 애니메이션 - 물론 이 작품은 1965년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 을 통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잇는 일본 애니메이션 계에 차세대 감독으로까지 단번에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이하 시달소 -의 기억이 아련해질 때쯤 그는, 2009년 신작 '썸머 워즈'를 통해 다시 한번 팬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포스터나 제목에서부터 벌써 스케일을 예상하게 만들었던 이 작품은 '시달소'로 익숙해진 팬들은 물론, '시달소'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들도 팬들로 만든 한편, 반대로 '시달소'로 잔뜩 기대하게 만든 팬들 가운데 적지 않게 실망을 주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아마도 호불호가 나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인 'OZ'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달소'의 '타임리프'보다도 '썸머 워즈' 속 'OZ'는 더 깊게 영화에 관여하고 있다.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사이버 세상이 오프라인의 진짜 세상의 대부분도 컨트롤 하게 된다는 이 OZ의 세계관은, 아주 치밀하다기보다는 그냥 설정 상의 것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좋을 듯 하다 - 만약 '썸머 워즈'가 이 OZ세계관을 깊게 파고든 작품이 되었다면 아마 나카무라 류타로의 1998년 작 '레인 (Serial Experiments Lain)'처럼 심오해졌을 것이다 - . 즉, 이 작품에서 OZ라는 설정은 영화의 기본 메시지가 되는 대가족과 그 안에서의 관계 설정 등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받아들인다면, '엇, 이런 도구치고는 매우 흥미로운데'라며 오히려 이 작품에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물론 도구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결국 호소다 마모루가 이 전지구적 위기 극복 과정이라는 ‘드래곤 볼’과도 같은 스케일을 - 극중 ‘모두들 내게 힘을 모아줘’라는 식의 대사가 등장해 더더욱 드래곤 볼 생각이 났다 -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네트워크에 관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인터넷 세상 속의 네트워크가 마비가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우리가 중요치 않게 혹은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주변의 네트워크가 도움이 된다는 것, 그 가운데서도 가족이라는 네트워크가 결국 세상을 구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OZ라는 거창한 세계관을 불러왔고 결국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작 ‘시달소’도 그랬지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화에 있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굉장히 디테일한 호소다 마모루의 캐릭터들은 다른 작가의 캐릭터에 비해 굉장히 ‘절실함’ 혹은 ‘절박함’이 느껴진다. ‘에반게리온 : 파’의 신지에게 공감하게 되는 그 순간과 살짝 비슷한데, 기존의 작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서 거칠어지는 절박한 순간의 묘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두 주먹을 꼭 움켜쥐며 함께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호소다 마모루의 캐릭터들에겐 항상 ‘절박함’이 엿보이는 순간이 있다)

이 작품의 공감대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지점이라면 ‘게임’에 대해 얼마나 너그러운가 혹은 익숙한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썸머 워즈’는 OZ라는 사이버 세상과 맞물려 게임 - 혹은 게임기 - 이라는 도구가 극에 적극적으로 도입된다.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부터 시작해 고스톱 같은 게임이 세상을 구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들이라거나 국내에서도 이런 게임 관련하여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런 설정이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쉽게 받아들여질 테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절로 코웃음 치게 만드는 유치한 구성으로 받아들여질 테니 말이다. 유치하다고 받아들인 다면 위와 같은 절박함도 느껴지지 않을 터. 결국 ‘썸머 워즈’는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호소다 마모루의 가족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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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Quality

16:9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DVD로서는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사실 블루레이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평균적이기는 하지만 좀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들기도 한다. 현재 국내는 블루레이 출시가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임으로 일단은 DVD화질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수록한 사운드는 좀 더 만족스러운 편이다. ‘썸머 워즈’는 의외로 액션 및 다양한 효과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은 편인데, 사운드 측면에서 별 기대하지 않고 보았다가는 중간중간 ‘어랏?’하는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워낙 등장인물들이 많은 터라 대사 전달이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사운드 체크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많은 인물들 만큼 넓은 공간에 넓게 퍼져 있는 경우가 많아 대화 장면에서도 멀티 채널의 효용을 확인할 수 있다.

DVD Special Features

2장의 디스크로 발매된 ‘썸머 워즈’DVD의 첫 번째 장에는 남녀 주인공을 맡은 카미키 류노스케와 사쿠라바 나나미, 그리고 사쿠마 타카시 역을 맡은 요코카와 타카히로 그리고 연출을 맡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이들 외에 음성해설을 진행하는 진행자가 따로 있다는 점인데, 일본 영화 타이틀의 경우 이런 경우가 간혹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음성해설은 ‘썸머 워즈 - 방과후 토크’라는 부제목으로 진행되는데, 영상을 보며 하나하나 코멘트를 하는 것은 물론 더빙 현장에서 있었던 뒷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아무래도 혼자서 녹음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마치 라디오 생방송 녹음처럼 -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되겠다 - 여럿이서 함께 부스 안에 들어가 녹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경우라, 이에 따른 에피소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2번째 디스크에는 일단 극장 예고편과 TV스팟 모음집을 만나볼 수 있는데, 거의 모든 버전의 예고편을 - 스팟, 특보 포함 -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씩 가볍게 즐겨볼 필요가 있다.




‘캐스트 인터뷰’에서는 2009년 4월 15일부터 20일까지 실시했던 후시 녹음 중 진행 된 인터뷰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데, 두 주연 배우를 비롯해 사카에 역의 후지 스미코, 카즈마 역의 타니무라 미츠키 그리고 와비스케 역의 사이토 아유무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각각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에 대한 느낌들과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짧은 감상을 들려준다.






’제작보고 무대인사 in 도쿄 신주쿠 발트9’은 2009년 7월7일 신주쿠 발트9에서 있었던 제작보고 무대인사 영상을 담고 있는데, 칠석이자 처음 선보이는 이 자리를 맞아 화려하게 진행된 이 무대인사를 통해 역시 작품에 임하게 된 소감과 에피소드 등의 대화가 오고 간다. 이 무대 인사에는 두 주연 배우와 감독 외에 일본의 베테랑 여배우이자 사카에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후지 스미코도 참석하고 있어, 어린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된 소감과 처음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인터뷰 in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는 2009년 8월 5일~15일에 스위스에서 개최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수상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인터뷰의 전반부는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해외 영화제에 참여하게 된 소감과 로카르노 영화제에 대한 소감과 현장의 분위기 등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후반부에는 전작 ‘시달소’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전하려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하게 들려준다.




[총평] 사실 ‘썸머 워즈’라는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약간 모호한 제목과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깊은 인상 때문에, 오히려 조금 관심에서 멀어질 뻔 했던 작품이 바로 ‘썸머 워즈’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어떤 면에서는,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시달소’보다도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아련함을 마음 깊이 전해줄 작품 또한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시달소’가 한 소녀의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썸머 워즈’는 한 가족에 대한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라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이 타이틀을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여배우들의 진짜 같은 모습

크리스마스 이브. 유명 패션지 '보그 (Vouge)'의 특별 화보 촬영을 위해 20대부터 60대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여섯 명이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이렇게 여섯 명의 여배우들이 함께 한 이 자리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정사' 등을 연출한 이재용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는데, 리얼 다큐멘터리인듯 하지만 사실 극영화인 영화 '여배우들'이 오늘 소개할 작품이다.





영화는 '남자, 여자, 그리고 여배우들이 있다'라는 의미심장한 문장과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나서는 실제 배우들의 짤막한 인터뷰가 이어진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각기 다른 여섯 명의 여배우가 하나의 프레임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패션지의 특별 화보 촬영을 위해서였다. 이 프로페셔널 한 이벤트는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묘사되는 배우들의 진짜 같은 모습과 함께 관객들에게 한껏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 촬영을 위해 패션지 화보 촬영이라는 컨셉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패션지와 영화의 기획된 콜라보레이션이라할 수 있는데, 이 같이 패션업계라는 트랜디한 - 그리고 스타를 동경하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업계라는 점에서 더욱 - 집단의 이야기 배경은, 자신을 연기하는 여배우들의 이야기를 더욱 진짜처럼 보이게 한다. 이런 점이 이 영화 '여배우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도 아니요, 잘 짜여진 이야기를 연기하는 100% 극영화도 아닌, '있는 그대로를 연기하는' 영화라는 점 말이다.




사실 이런 비슷한 컨셉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의 경우 대부분은 너무 '진짜인 것처럼' 연기하려는 극영화 성격이 강해 이런 미묘한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 보통인데,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은 이 미묘한 지점을 잘 간파하고 있다. 사실 제목은 '여배우들'이지만 여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깊은 고뇌와 속 시원한 이야기들 보다는,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기인한 토크쇼 식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여섯 명의 여배우들의 대한 기본 정보 - 혹은 가십거리 - 에 관심이 많으면 많을 수록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선후배간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영화는 이렇게 무거운 주제보다는 그 이면에 더 본능적으로 존재하는 대중의 호기심에 기인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윤여정 보다 윤여정을 더 잘 연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김옥빈 보다 김옥빈을 더 잘 연기할 여배우도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대로 연기할 때 더 큰 리얼리티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배우들'에 출연한 여섯 명의 배우에 관해 박수를 보내야 할 점은, 연기력이 아니라 자신 만이 알고 있는 진짜 자신과 대중들이 알고 있는 여배우로서의 자신을 모두 자신의 캐릭터 안에 녹여내었다는 점일 것이다. 극중 최지우는 한류스타 '지우히메'로서 다른 다섯 명의 배우와 자신을 차별하려 하고 특히 조금 애매한 관계에 놓여있는 고현정과는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고현정 역시 이런 최지우를 못마땅해 하며 이를 참지 못해 최지우와 한바탕 말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부분은 분명 대중들이 이들의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낸 갈등관계라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장면이 진짜 같은 이 영화에서 펼쳐졌을 때 대중들은 묘한 재미와 긴장감을 얻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를 더 진짜 같이 연기하는 구성 덕에 진짜 이 둘의 사이가 불편한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계속 '진짜'를 강조하던 영화는 갑자기 창밖에 내리는 눈,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몰래 기타 연주와 함께 휴대폰으로 러브 송을 들려주는 한 남자 스텝의 이야기와 함께, 조금은 급작스럽게 이 영화가 극영화임을, 더 나아가 판타지일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준다. 사실 이 눈 내리는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는 영화의 제목을 '여배우들'보다는 '크리스마스의 기적' 쯤으로 하는 것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그 이후 전개과정을 보니 이재용 감독은 이 시퀀스를 일종의 경계로 사용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시퀀스 이후 영화는 와인과 함께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여기에는 ‘무릎팍 도사’를 한 차원 넘어서는 여배우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짜를 바탕으로 진짜와 허구가 뒤섞여 있는 이 오랜 대화 시퀀스는 이 작품을 평가하는데 좋은 지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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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Quality

1.8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은 평균적인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극영화이긴 하지만 리얼 다큐멘터리 같은 구성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기에 화질 자체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반대로 화질 자체가 크게 중요한 타이틀도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아름다운 여배우 여섯 명의 모습을 블루레이 화질로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지만, DVD화질로도 충분한 편이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멀티 채널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인터뷰와 대화가 99% 이상인 작품인지라 사운드 퀄리티가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99%를 차지하는 대사 전달 부분이 아쉬운 것은 아니니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DVD Special Features

‘여배우들’의 진면목은 바로 음성해설에서 드러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6명의 여배우가 모두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은 이번 타이틀의 가장 큰 장점이다. 6명의 여배우는 물론 연출을 맡은 이재용 감독까지 총 7명이 참여한 음성해설은, 영화 속 ‘여배우들’이 어찌되었든 ‘연기’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진짜 ‘여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이 작품 이전부터 친했던 혹은 이 작품을 통해서 친해지게 된 이 배우들이, 짧았던 촬영 기간을 추억하고 영화 속 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탈함을 넘어 거침없이 나누는 분위기는 영화 속 장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실제로 와인을 한 잔씩 하며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음성해설은 참여하고 있는 여배우들도 듣는 DVD구입자들도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다. 이 음성해설 트랙만으로도 DVD타이틀의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본격적인 부가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일단 이채로운 것은 작품을 멀티 앵글로 새롭게 즐겨볼 수 있는 ‘그녀들의 대화’를 들 수 있겠다. 아무래도 다큐멘터리처럼 촬영하다 보니 일반 극 영화에 비해서는 앵글이 한정적으로 사용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가영상을 통해서 본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른 각도의 그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여배우, 이야기’에서는 여섯 명 여배우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그녀들 각각이 생각하는 ‘여배우’라는 것에 대한 의미, 배우가 된 계기 등에 대한 솔직한 답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작과정’은 제목 그대로 촬영장의 뒷얘기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작품 자체가 뒷이야기 그 자체에 가깝다 보니 보편과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촬영현장 스케치’ 영상과 ‘포토 갤러리’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총평]
처음에는 단순히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여배우들이 모였다는 것 정도의 이슈로 그칠 것만 같았지만,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괜찮은 작품이 되었다. 작품 자체도 괜찮았지만 진짜 여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음성해설 트랙으로 인해 좀 더 완벽해진 느낌을 갖게 된 타이틀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우리 학교
우리를 보시라


현재 지구상에 ‘조선’이라는 국호를 쓰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남조선’이라는 국호를 쓰지 않음은 물론이요, 북한 역시 ‘조선’이 아니라 ‘북조선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기호 상으로만 남아있는 통일 조선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재일동포사회에 존재하는 ‘조선학교’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가끔 TV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살짝 엿볼 수 있었지만, 그들을 이해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개봉한 김명준 감독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는 존재 여부만, 혹은 존재 자체도 잘 알지 못했던 우리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이었다. 





김명준 감독은 궁극적으로 이 아이들과 제일 조선인 사회를 담은 영화를 통해 단순히 이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의 소외되고 소수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로서는 단순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말 그대로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들의 역사나 현재의 상황 등에 대해서는 더더욱 잘 몰랐으며, 더 나아가 굳이 알 필요가 있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간 TV나 다른 매체를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극히 단편 적인 이야기가 전부 였으며, 너무 이데올로기 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해석한 경우가 더 많았었다. 그래서 이 영화 <우리 학교>는 더욱 의미가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이데올로기 적인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데올로기 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오히려 그동안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했었던 이 문제를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결과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에 대해 정치적인 얘기를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말했듯이 ‘조선’국적을 갖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관한 자세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얻은 정보 말고는 더 자세한 것은 없지만, 남북이 분단 되기 전 타의로, 혹은 자의로 인해 일본으로 가게 된 이들은, 이후 남북이 분단이 되는 바람에 무국적자가 되어버렸고, 일본 사회에서 누구에게도 환대 받지 못하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북조선인도 아닌 ‘조선인’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일본 사회 내에서 자신들 스스로의 정체성과 민족성을 지키기 위해 몸으로, 마음으로 힘들게 싸워왔으며, 지금도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해 나아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로 이들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영화 속에도 등장하지만 학교에 전화를 걸어 살해 협박 혹은 폭탄 테러 등을 경고 하는 등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그 동안 가장 많이 잘 못 알고 있었던 점 한 가지에 대해 정확히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동안 이들을 우리 민족으로 생각한다기 보다는 ‘북한’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요즘 같아서는 오히려 북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도 이들에게 더 무관심하고 적대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순수한 ‘조선’ 사람일 뿐이다. 이들이 민족 교육을 받고 인공기를 우리나라 국기라고 말하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북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하여, 너무도 적대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오히려 반대였다. 조선학교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만 가는 것도 그들이 북쪽을 원해서가 아니라, 남쪽은 가고 싶어도 우리 정부에서 이들에게 ‘왜 한국 국적으로 바꾸지 않느냐며’ 국적 변경을 강요하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들에 대해 지금까지 너무도 무심했지만, 북한에서는 이들에게 끊임없는 지원과 도움을 지금까지도 주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은 남쪽임에도 조국은 북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굳이 물질적인 지원 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을 정말 살갑게 맞이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을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들에게도 일본인에게도 북한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화이지만, 특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깊은 의미가 있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말해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김명준 감독이 약 3년간 홋카이도의 조선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사실적인 생활상을 직접 촬영한 영상을 편집한 영화이다. 3년이라는 촬영 시간은 이 영화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 처음에는 남쪽에서 온 이 낯선 감독에게 수줍음이 많은 어린 학생들이 별로 친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나중에는 ‘명준 감독’, ‘명준 오빠’등으로 불릴 정도로 친숙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감독 자신 역시 처음에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해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100%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본어를 공부하여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 다음부터는 이들과 더욱 가까워져, 감독과 배우의 관계가 아니라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영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감독의 존재가 이들에게 얼마나 깊이 파고들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감독의 말처럼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내내 감독과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분단이라는 그늘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이를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던 때는 북으로 수학여행을 오르는 만경봉호에 함께 탑승할 수가 없었던 그 때 한 번 뿐이었다(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감독에게 뱃머리에서 ‘명준 감독~’ 하고 소리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독 자신만큼이나 보는 사람들도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가 보통의 다큐멘터리와 조금 다른 점을 꼽으라면 감독의 존재가 완전히 영화에서 벗어나 관찰자 입장에서만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영화를 보다보면 아이들이 감독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경우가 자주 등장한다. 먹던 것이 있으면 감독에게도 나누어주고, 카메라를 보면 ‘안녕하십니까 감독’하면서 정답게 인사를 건내고, 마치 친구처럼, 가족처럼 거부감 없이 말을 걸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 영화를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보기보다는(사실 객관적으로만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이 영화는 홋카이도에 있는 조선학교라는 배경만 없다면, 그냥 참교육이 실천되는 어느 작은 학교의 학생들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1학년부터 입학하여, 운동회도 하고, 수학여행도 가고, 각종 경연대회도 하고, 졸업식으로 마무리하는, 요즘의 학교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정겨움과 감동이 있는 진실한 ‘학교’의 이야기 말이다. 실제로 조선학교의 교육 방식은 우리가 흔히 유럽식, 선진식이라고 얘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과제를 선정하고 모든 일을 스스로 토의를 거쳐 결정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또한 선배와 후배와의 관계,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가,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고나면 ‘아, 저 학교에 나도 꼭 한 번 다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으로 따뜻한 학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런 학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기에 이 같이 진심으로 다니고 싶은 학교에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졸업식 장면이 더욱 감동적이었는지 모른다. 3년간을 촬영해 약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한 것을 감상한 것이 고작이지만, 이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고, 저런 학교를 떠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졸업식 단상 위에서 모두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과 함께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박대우 선생님이 하신 말. ‘힘들고 지칠 땐 언제든지 우리학교를 찾아오십시오. 여기는 동무들의 영원한 모교입니다’라는 말은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상투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감동적인 말이었는지 두 말 하면 잔소리 일 것이다.


 
사실 O.S.T가 발매 되었을 때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의 DVD가 출시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기대할 수는 없었다. 독립 영화라는 특성상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DVD 시장에서 이 영화가 반드시 나와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는데, 훌륭한 퀄리티로 출시된 DVD가 먼저 무척이나 반갑다. DVD는 2장으로 구성되어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이 두 번째 디스크에는 서플먼트가 수록되었다. 1.85:1의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과 돌비디지털 2.0채널의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는데, 화질과 음질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이 영화에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일 것 같다. 음성해설을 듣다보면 감독이 좀 더 좋은 HD카메라로 촬영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부분들이 자주 나오는데, 그랬으면 물론 좀 더 좋았겠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본편의 음성해설은 김명준 감독과 팬까페 운영자인 김선민 씨가 참여하고 있는데,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들을 수 있는 소중한 트랙으로 생각된다. 얘를 들어 본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3 학생들이 아니라, 선수가 5~6명뿐이었던 여자 농구부원 들로 하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나, 고3의 대 깃발에는 고 3 학생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다 적혀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속에 감독의 이름도 적혀있음을 알고 감독이 너무나도 감동을 받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영화 속의 주인공들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의 후일담 등을 전해들을 수 있다. 함께 음성해설에 참여한 김선민씨의 경우 단순한 팬까페 운영자로서가 아니라 조선학교를 2회나 방문했던 이로서 좀 더 많은 정보와 더불어 감독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감독이 답하는 방식으로 음성해설을 이끌고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알찬 서플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전체적으로 이 영상들은 서플 용으로 제작되었다기 보다는, 다큐멘터리를 2시간 분량으로 편집하면서 영화적인 구성을 위해 제외되어야 했던 영상들로, 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우리학교 아이들의 예술경연 무대에서는 독무와 독주, 중무와 취주악부의 합주 등으로 이들이 연습하는 과정과 공연 장면을 담고 있다. ‘못 다 전한 이야기’에서는 그야말로 영화에는 미처 다 수록하지 못한 영상들로서 재미있고 다양한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어린 유년부 학생들의 소년단 야영 영상이나 꼬마들의 축구 시합 장면들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매우 재미있었던 영상이었다. 이 외에도 ‘함께하는 우리학교’에서는 5만 관객 돌파 이벤트 파티 장면, 관객과의 대화 장면, 그리고 각종 시사회에서 이를 본 관객들의 인터뷰, 우리학교를 만든 이들의 인터뷰 등이 담겨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 ‘우리를 보시라’와 같이, 또한 북한을 떠나오며 학생들이 외친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라는 말과 같이,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을 절대 잊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실천할 때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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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그 남자의 대표작 '하녀'


지난해 감상했던 박스세트들 가운데 가장 완성도와 소장가치가 높았던 작품을 꼽자면,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이 4장의 디스크로 출시되었던 '김기영 컬렉션'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리뷰를 하기 위해 타이틀을 봐야 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리뷰 목적을 제외하더라도 '고려장 (1963)' '충녀 (1972)' '육체의 약속 (1975)' '이어도 (1977)'가 수록되었던 컬렉션은 시대를 앞서갔던 걸작들을 우수한 화질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타이틀이었으며, 영화감독 봉준호, 김대승, 오승욱과 영화평론가 정성일, 이연호, 김영진씨가 참여한 음성해설은 이 위대한 영화들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음은 물론, 故 김기영 감독과 관련한 인터뷰 영상들은 그의 작품을 통한 모습과 작품 외적인 '인간 김기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컬렉션이었다.




(‘하녀’의 오프닝은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기이하다. 두 아역배우가 실뜨기를 하는 것을 배경으로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 영화에나 나올법한 폰트로 써내려 가는 크래딧과 관객을 극도로 불안하게 하는 음악은, 지금 봐도 너무나 인상적인 오프닝 시퀀스다)

이렇게 소장가치 충만한 컬렉션에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바로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하녀 (1960)'가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당시 리뷰에도 이런 아쉬움과 더불어 곧 출시된다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는데, 본래 지난해 말 출시 예정이었던 점을 감안하자면 생각보다는 더 오래 지속된 기다림이었다. 지난해 영화 팬들 사이에서 '하녀'에 대한 이슈가 커지게 된 데에는 곧 DVD가 출시될 예정이라는 것 소식 때문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칸 영화제와 시네마테크 KOFA (Korean Film Archive)의 '김기영 감독 10주기 기념 전작전'을 통해 디지털로 새롭게 복원된 버전을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하녀'의 복원작업에는 2007년 설립된 세계영화재단 (World Cinema Foundation, 이하 WCF)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 마틴 스콜세지가 수장으로 있는 이 국제영화단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의 영화들을 발굴하고 복원하는 것을 지원하는 단체로서 그 지원의 첫 번째 작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김기영 감독의 '하녀'였다. 이 과정을 좀 더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한국영상자료원 측에서 WCF에 공동복원 작업을 제안하였고, 김기영 감독의 팬으로 알려진 마틴 스콜세지가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져 최종 복원이 성사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현재까지 WCF에서 복원을 지원한 작품으로는 Metin Erksan의 1964년작 'Dry Summer'(터키)와 Djibril Diop Mambety의 1973년작 'Touki Bouki' (세네갈) 그리고 Ahamed El Maanouni의 1981년작 'Transes'(모로코)가 있으며 WCF의 홈페이지 (http://www.theauteurs.com)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WCF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하녀 복원작)

'하녀'는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작품이기도 한데, 작품성 이외에도 '하녀'를 대표작으로 많이들 꼽는 이유는 이후 이 작품이 김기영 본인에 의해 여러 차례나 리메이크 되기 때문이다. 1971년 작 '화녀'를 시작으로 '화녀'를 리메이크한 1982년 작 '화녀' 82'까지. 이 밖에도 그의 이후 작품 들에서 역시 직간접 적으로 '하녀'의 기본 설정과 메시지에 기반한 동의 반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근본이 되는 '하녀'를 대표작으로 꼽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하녀'를 접하기 이전에 '화녀'나 '충녀'를 접한 입장 에서는 이 작품들이 갖고 있는 인간관계나 캐릭터의 설정, 공간의 설정, 미술적인 요소들이 거의 대부분 '하녀'에 기초 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 늦게 알아차리고는 이 작품 '하녀'가 더더욱 흥미로울 수 밖에는 없었다.




(이 영화는 굉장히 컷과 컷의 전환이 빠르고 내러티브의 전개 역시 재빠르게 이뤄지는 편인데, 기차가 가는 장면이나 거리를 걷는 짧은 장면을 삽입 함으로서 이런 빠른 컷의 전환을 좀 더 자연스럽게 만드는 재주는 참으로 탁월하다)

영화의 기본 구조는 이제 막 도시 하층민 생활을 벗어나 중산층에 접어든 한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직공들로 이뤄진 합창단 활동에 선생 역할을 하고 있는 남자(김진규), 그리고 가정에서 열심히 재봉 일을 하며 가정에 충실 한 아내(주증녀), 그리고 두 자녀로 이뤄진 이 가정에 어느 날 하녀(이은심)가 들어오게 되면서 이 지옥 같은 이야기는 조금씩 전개된다. 이런 구조로 되어있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이 김기영 감독의 '하녀' 역시 표면적으로 보았을 땐 집에 들이게 된 하녀가 모든 것을 망쳐놓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미 갖고 있던 뇌관을 건드린 것으로 더 옳을 것이다. 사실 이런 점에서 '하녀'는 굉장히 직접적인 편이다. 극중 하녀가 이 집안에 들어오기 전의 모습도 분명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시작부터 몇몇 장면들을 통해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샷 속 남자아이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바로 그 ‘안성기’씨가 맞는데, 정말 연기신동이라 불릴 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웃는 얼굴에서는 지금의 안성기의 얼굴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 그 표정 연기 하나는 아역임을 생각지 않더라도 정말 대단한 연기를 선보인다. 애순이 역할로 출연한 이유리 씨의 그 기이한 표정 연기 역시 잊혀지질 않는다)

이 가족의 딸은 다리가 불편한 것으로 설정이 되었는데 이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과 대사는 이런 내재된 불안감을 잘 드러낸다. 동생이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놀리는 장면을 보고는 안타까워 말리려는 경희(엄앵란)를 막아서며 남자는 이런 말을 한다. '발에 온 마비를 풀려면 운동을 해야 돼'. 이 말은 얼핏 들으면 자신의 딸을 위해주며 나아지기 위해 하는 말 같지만 달리 보면 상당히 가학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남자의 시선은 이후 다람쥐를 사다 주면서 또 한 번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를 딸에게 설명해주며 은유적으로 딸 역시 어서 다리가 낳기 위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더 열심히 계단을 오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은근히 강요하는 이 대사에서는, 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이 남자, 더 나아가 이 가정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이 남자는 겉으로는 딸을 진심으로 생각해서 다리가 낫길 원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이제 막 중산층이 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듯한 절름발이 딸이 못내 마땅치 않아 어서 낫기를 바라는 시선이 더 깊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하는 여성의 테마는 이 영화에서 놓쳐서는 안될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이다. 이제 막 들어선 중산층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맹목적으로 재봉 질에 몰두하는 아내의 모습은 무서우리만큼 섬뜩하며, 또한 일하는 여성 앞에서 작아지는 남성상에 묘사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중산층으로서의 생존의 테마는 이 작품을 둘러싼 동시대적 깊은 고민이 잘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다. 맨 처음 허름한 단칸방, 그러니까 이 영화에 중요한 소품인 피아노와 재봉틀이 같은 방에 존재하는 집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얼마지 않아 2층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본격 전개된다. 이렇듯 이 가정은 이제 막 하층민을 벗어나 중산층에 들어섰기 때문에 다시는 하층민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하는 욕망이 매우 강한 편, 아니 집착에 가까운 편이다. 다람쥐 같은 경우 앞서 언급한 딸과의 에피소드에 매우 중요한 소품이기도 하지만,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중산층에 또 다른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TV를 들여다 놓은 장면은 아주 직접적인 중산층 가정의 상징적 요소다.




(하녀 역할을 맡은 이은심 씨의 등장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담배 연기를 뿜으며 등장하는 이 장면에서 담배는, 말로 설명하는 것 이상의 캐릭터 설명을 가능케 한다. 담배와 뿜어내는 연기는 이 작품 곳곳에서 의미 깊게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후 어쩌면 하녀보다도 더 무섭게 변해가는 아내의 모습 역시 다시는 하층민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욕망과 집착, 그리고 내적으로는 어떤 곪은 상처가 있어도 대외적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숨기고만 싶은 이들의 욕망이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본다면 특별한 한 가족과 제한된 한 공간에서 벌어진 특별한 하나의 개별 이야기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60년대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했던 대부분의 여성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것 아니면 식모 밖에는 할 수 없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살펴본다면,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적 문제(신분, 계급이 관련된)를 직접적으로 때론 은유적으로 표현한 동시대적 텍스트의 경향이 상당히 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포커스 인 했을 때는 물론 자신에게서 포커스가 아웃 되었을 때에도 주목하게 만드는 이은심의 연기와 김기영 감독의 연출은 놀랍기만 하다)

이 영화는 그 영화보다 복선이 상당히 짙고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거의 대부분의 초반 장면 설정이 후반 부에 복선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하나하나 반복되는 짝을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흥미거리다. 김기영 영화에서 이후 빈번하게 등장하는 쥐 같은 경우, 이 작품에서 거의 처음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쥐와 쥐약을 각 캐릭터가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이와 관련된 대사들에서 이와 같은 복선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쥐를 잡기 위해 찬장에 둔 쥐약을 두고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또 자식들이 서로 나누는 대사들은 너무 직접적이라 소름마저 돋을 정도다. '너희들, 이 쥐약은 조심해. 이걸 먹으면 죽어' '이거 사람도 죽어?' '응, 독약이거든'. 식사할 요리를 앞에 두고 한 손엔 쥐약을 들고 벌이는 이 대사들은 마치 앞으로 이 가족이 겪을 지옥 같은 일들을 암시하는 듯 하다. 이렇게 스스로들에게 그 위험성과 주의 성을 당부하지만 결국은 호기심과 유혹에 빠져 내재되었던 불안감에 잠식되고 마는 이 가족의 이야기를 암시하는 것이다.




(쥐약은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무기이자 독약이자, 탈출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쥐약에 대한 캐릭터들의 대사와 반응을 통해 이들의 권력구조와 그 이동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예전 '충녀'를 리뷰 하면서 극중 등장하는 '계단'의 의미를 이야기할 때 '하녀'를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 '계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계단 자체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큼 이 계단이라는 장소는 이 영화의 중요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장 핵심적인 공간이며, 신분상승과 몰락이 모두 존재하며 내용적뿐만 아니라 컷의 연출에 있어서도 아주 다양한 작용을 하는, 김기영 작품의 핵심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계단은 기본적으로는 1층과 2층을 나누는 (혹은 연결하는) 의미는 물론, 캐릭터에서 캐릭터로 권력에 이동에 따라 이를 영화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능은 물론, 그로테스크함을 (김기영 감독의 작품을 논하면서 '그로테스크'라는 말이 이제서야 등장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상당한 '쾌거'가 아닐 수 없겠다 ^^;) 더욱 극대화시키는 조명과 카메라 앵글의 조력자 역할도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인 다리에 매달려 머리를 찧으며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는 장면을 가능케 한 장소이기도 하다. 아마도 전세계 영화들 가운데 이렇게 계단과 이를 오르내리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도 없을 것이라는 김영진 평론가의 말처럼, '하녀'에서 계단이 갖는 의미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절대적이 아닐 수 없겠다.





(아…계단. 계단이 없는 ‘하녀’는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계단 그 자체이며, 인물들이 계단에서 벌이는 장면 장면은 그것이 계단에서 이뤄졌기에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하녀'는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인물들만이 등장하는 영화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 2층집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는 없다. 이 가운데 계단만큼이나 인상적인 공간적 구조물이 있다면 바로 '미닫이 문'을 들 수 있겠다. 이 2층 집에는 유난히 미닫이 문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미닫이 문은 영화 속에서 아주 여러 번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녀는 가족들을 믿지 못해, 가족들은 하녀를 믿지 못해 서로를 엿보고 엿듣는 방패막이로 사용되기도 하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타인을 잠시나마 격리 시킬 수 있는 차단의 도구로도 사용되며, 각 캐릭터만의 공간을 가능케 해주는 경계의 의미로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의미적인 역할 외에 컷과 컷을 나누는 영화적 도구로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유난히 빠른 컷의 전환과 내러티브의 전환이 빠른 이 영화에서 미닫이 문을 열고 닫는 설정은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마치 귀신이 사라지듯 미닫이 문 뒤로 서서히 뒷걸음쳐 퇴장하는 장면이나, 앵글 저 뒤편으로 무시무시한 하녀를 남겨둔 채 미닫이 문이 닫히며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후퇴하는 장면 등은 여느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훌륭한 연출이 아닐 수 없겠다.





(이 영화에서 미닫이 문을 열고 닫는 행위는 굉장히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서로의 영역과 영역을 넘나드는 것(=침범하는 것)과 반대로 침입 세력을 떨쳐내는 행위의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두 번째 스크린 샷은 이 영화의 카메라 앵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계단과 미닫이 문, 중요 캐릭터들의 관계가 모두 녹아있는 훌륭한 샷이 아닐 수 없겠다)

이 영화가 공간의 영화라는 점은 1층과 2층이라는 구조, 그리고 1층의 세계와 2층의 세계가 확연히 구분되는 점, 그리고 2층 가운데서도 하녀가 머무는 왼편의 작은 방과 피아노 레슨이 이뤄지는 오른편의 방의 존재와 이를 그리는 연출 방식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남자의 공간(피아노가 있는 방)에서 이뤄진 일들을 문 밖에서 바라보던 하녀가 남자를 협박해 자신의 공간으로 데려가는 장면인데, 이 장면에서 카메라의 수평 트랙킹은 이 공간의 이동을 직감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며 결국 남자가 하녀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점차 권력구조가 하녀에게로 이동하는, 그래서 나중에는 하녀가 남자의 공간마저 지배하게 되는 흐름의 전개를 가능케 하고 있다.




(수직적 카메라 트랙킹이 많이 사용된 것과는 달리 이 장면에서는 수평적인 트랙킹이 사용되었는데, 남자의 공간에서 하녀의 공간으로, 남자에게서 하녀에게로 권력이 옮겨가는 과정과 그 거리감을 수평 트랙킹을 통해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동선은 정말 예술이다)

김기영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 공간의 미학을 여럿 발견할 수 있지만, 그 중 백미는 역시 이 작품 '하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쥐와 쥐약이 등장하는 부엌이라는 공간, 오로지 생존과 중산층으로서의 유지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는 아내와 재봉틀이 있는 공간,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이라는 공간, 그리고 피아노가 놓여진 남자의 공간과 병원 침대 같은 초라한 침대만이 있는 하녀의 공간. 이렇게 공간 자체가 캐릭터를 설명하는 동시에 메시지가 되는 김기영만의 공간 연출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가족의 공간을 하녀가 끊임없이 침입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공간의 이해는 필수라고 할 수 있겠다.





걸작이라 불리 우는 작품들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와!'하는 외마디 탄성을 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녀'를 보면서는 거의 매 장면 매 대사마다 이런 탄성이 흘러나왔던 것 같다. 특히 '어떻게 저런 대사가', '아니, 어떻게 저럴 수 있지'하는 의아함에 가까운 경이와 함께 그로테스크함을 견디지 못해 나오는 뒤늦은 탄성들도 여러 차례 내뱉게 되었다. 그야말로 압권의 연속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하녀'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무슨 시구를 외우듯 가슴에 새기고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포스의 냉소적이고 가학적이고 소름 돋을 정도의 직접적 대사들이 넘쳐났다. 어느 정도였나 하면 아주 무서운 공포 영화의 아주 충격적인 장면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처럼 이 영화의 어떤 대사를 들었을 때 몸이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얼어 붙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대사만으로도 관객을 얼어 붙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한 두 대사가 아니라 거의 모든 대사가 이렇다 할 정도니 말 다했다.





대사만큼이나 압도적인 건 바로 '하녀'를 연기한 이은심 씨의 연기다. 김기영 감독 작품의 다른 여성 캐릭터들도 종종 그랬지만, 당췌 당대의 한국여성이라고는 믿기 힘든 이질적인 마스크를 갖고 있는 이은심의 마스크와 그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기이한 표정들은, 그 이후 지금까지도 어느 한국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유일무이한 캐릭터와 연기가 아닐까 싶다. 김기영 감독의 기이한 연출과 연기 디렉팅도 물론 대단하지만, 이를 표현해내는 이은심의 손짓, 발짓, 표정 하나하나는 정말 너무 영화적이라 예술적이다. 포커스 밖에 있어도 주목하게 만드는 놀라운 재주는 물론, 화면 가득 얼굴을 담았을 때 마치 극중 남자(김진규)의 경우처럼 그녀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함과 그로테스크함은 분명 독보적이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탓에 이후 이렇다 할 연기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정도로, '하녀'에서 이은심의 연기는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라도 주저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다.





(결코 1960년대 한국여성의 얼굴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개성 강한 마스크와 시대를 앞서 가도 너무 앞서간 환상의 연기는 지금 봐도 정말 무서울 정도로 영향력이 느껴진다. 그녀가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될 때는 나도 모르게 움찔할 정도로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와 눈빛이 이끌어내는 에너지는 실로 대단했다)

하녀 역할을 맡은 이은심 씨의 연기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그렇지, 아내 역할을 맡은 주증녀 씨의 연기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연기였다. 코멘터리에 참여한 김영진 평론가에 표현을 빌리자면 '또 하나의 괴물' 이 되어가는 캐릭터를 연기한 주증녀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두 여배우와 김진규 씨 외에 두 자녀 역할을 맡은 아역 연기자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 잘 알다시피 남자아이는 지금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중견배우인 안성기인데, 개인적으로는 안성기 씨가 출연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연기'가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로 소름 돋는 연기였다(그는 국민 배우가 아니라 국민 신동이었던, 이었던, 것이었다). 그 웃음에서는 아이에 얼굴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냉소가 듬뿍 느껴졌으며 어깨를 들썩일 때는 지금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는데, 나는 조금 과장을 보태서 누군가 안성기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작품을 한가지만 꼽으라면 '하녀'를 꼽겠다. 딸인 '애순'역할을 맡은 이유리씨 역시 아역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은 묘하게 그로테스크한 표정과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는 김기영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굉장히 섹슈얼리티 적인 표현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 위의 스크린 샷도 그 중 하나다. 다리를 희한하게 감는 장면이나, 키스 씬에서 머리카락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가려버리는 것이나, 깍지를 끼는 등의 표현 등은 매우 은유적이지만 그 어느 직접적인 장면들보다도 기이한 섹슈얼리티가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복원된 화질로 만나는 '하녀'

이번 '하녀' DVD 출시가 기다려졌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복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정도 일 텐데, DVD에 포함된 책자의 내용을 빌려보자면 이번 '하녀' 복원의 경우는 다른 복원작업에 비해서도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한 작업이었다고 한다. 최초 자료 원에 수집된 원본 네가 필름은 총 10권 중 두 권(약 20분 분량)이 없는 불완전 분이었고, 이를 채우기 위해 자료원에서 보유 중이던 영문자막 프린트 필름에서 네가를 복원하다 보니, 기존 디지털복원 작업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문제점들을 직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원본 네가필름이 유실되어 화면의 톤이 다른 장면의 예. 완벽하게 복원된 장면에 비하자면 뭉개지는 듯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지만, 원본 유실로 인한 복원 임을 감안한다면 평균 이상으로 복원된 영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녀'의 경우 이 영어자막이 심하게는 화면의 1/3에서 절반 정도를 세 줄짜리 자막이 뒤덮는 경우도 있었으며 프레임 별로 미세하게 깨진 부분도 있어 감상에 방해가 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 자막 제거 작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먼지, 스크래치 제거와는 좀 다른, 훨씬 복잡한 작업이라고 하는데 기존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라 연구 끝에 자막복원솔루션 'MJW 1.0'을 개발하여 성공적으로 자막을 제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경우 화질이 원본 네가 필름을 사용한 것보다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정도 품질이라면 (그리고 이 정도 노력의 성과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DVD Menu



DVD Quality


이런 작품에 화질 음질을 따지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 일이겠느냐 만은, 이번 타이틀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 중 하나라 바로 '복원'이었음으로, 이를 감안하여 평가하자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만족할만한 수준의 화질과 음질로 재탄생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화질의 경우 서플먼트에 수록된 복원 전과 후 비교 영상을 보면 확연히 할 수 있는데, 고전 영화 필름들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른바 '비가 내리는' 현상이 말끔히 복원되었으며, 흑백영화 특유의 색감과 질감도 거의 다 살려내었다. 특히 강렬한 콘트라스트비도 그대로 살려냈으며 암부의 표현력도 기존 필름에 담긴 정보를 거의 다 되살려낸 셈이다.




(담배 연기의 표현 같은 부분은 확실히 흑백이어서 더 질감이 잘 살아나는 듯 하다)

이 타이틀의 화면 비 표기를 보면 '1.53:1 애너모픽'이라고 되어 있는데, 화면 좌우에 조금씩 블랙 바가 생기는 화면 비이다. 이전 월트디즈니의 고전 '피노키오' 블루레이의 복원된 영상을 보고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화녀' DVD의 복원 수준 역시 원본 필름의 보존상태와 그 과정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최대한의 결과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음질 역시 최대한 원본 훼손이 없는 상태로 복원하려다 보니 약간의 노이즈가 남긴 했지만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전혀 아니며, 그 이외의 부작용이 없는 것을 생각한다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Special Feature


깔끔한 디지팩 패키지로 출시된 이번 DVD타이틀의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또 다른 요소는 봉준호 감독과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음성해설이 수록된 서플먼트 때문인데, 지난 '김기영 컬렉션' DVD에서 '충녀'의 음성해설을 맡았던 봉준호, 김영진 콤비는 '하녀'에서 다시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역시나 내용적으로나 재미 측면이나 놓칠 수 없는 코멘터리가 되겠다. 두 사람 모두 김기영 감독의 팬의 입장이기 때문에 상당한 관련 지식들을 알고 있는 터라 다양한 부가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한편, 장면 장면과 캐릭터들에 대한 '존경'에 가까운 평가들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봉준호 감독 같은 경우 자신도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기 때문에 '저런 장면은 어떻게 찍으셨을까' '저런 건 어떻게 하신걸까'하며 부러워 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코멘터리 외에 복원된 영상을 직접적으로 비교 체험할 수 있는 '복원전후 영상' 이 담겨있는데, 복원 전 영상과 복원 후의 영상, 그리고 두 영상을 함께 보여주면서 어느 정도 화질이 개선되었는지에 대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부가영상을 수록했다는 것만 봐도 한국영상자료원 측이 이번 타이틀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가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이 밖에 이미지 자료모음이 수록되었으며, 자막은 한국어 자막 외에 한국문학번역원이 감수한 일어와 영어 자막이 수록되었으며, 세계영화재단에서 제공한 불어자막 또한 지원된다.





[총평] 故 김기영 감독은 분명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거장이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왜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오승욱, 김대승 감독 등이 존경해 마지 않은 감독으로 그를 꼽는지 절로 알게 되며, '이 영화가 정녕 그 예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란 말인가'라는 의문과 경이로움이 동시에 들기도 한다. 이런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처음 시작하는데 가장 어울리는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작품 '하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1960년대 작이라는 점과 원본 필름의 보관상태를 감안했을 때 충분히 만족할만한 훌륭한 퀄리티로 복원된 이번 DVD타이틀은, 그의 팬들은 물론 김기영 이라는 감독의 작품에 대해 마냥 궁금증만 갖고 있던 일반 영화 팬들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 분명하다.



2009.07.30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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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김기영 컬렉션> / 시대를 앞서간 한 영화 감독의 작품 세계









요며칠 블루레이 팬들과 서태지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서태지 심포니 블루레이> 한정판 오픈케이스 입니다. 저도 발매일에 아침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누비느라 오랜만에 유난을 떨기도 했었죠. 여튼 그렇게 득템하게 된 한정판 오픈케이스 입니다.






15,000장 한정판 답게 묵직한 케이스와 내용물이 인상적입니다. 알려졌다시피 같은 내용의 블루레이와 DVD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양날의 칼과 같은 부분이지요.




많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던 스피커=케이스 입니다. 사실 쇼핑몰이나 다른 곳의 정보를 보았을 때는 '패키지+스피커'로 오인하기 쉬운 내용들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케이스에 스피커가 추가된 모양새였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어떤 분의 말씀을 듣고 처음 출처를 따져보니 서태지 컴퍼니 측에서는 처음부터 '패키지+스피커'가 아니라 '심미적 기능을 담은 박스아트'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추후 일반판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만오천장 한정판은 팬들 만을 위한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으니 크게 문제되거나 할 건 없을 듯. 많은 문제들이 그러하듯 이런 문제들은 '서태지여서' 발생하는 경우 인 듯 하네요(더 큰 기대가 주어지기 때문이겠지요).





2장의 디스크로 수록된 DVD. DVD사용자들은 이 디스크를 통해 감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 같은 블루레이 유저는 이 블루레이 디스크를 통해 차세대 화질과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겠구요. 확실히 블루레이 유저가 저 DVD를 재생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북클릿은 제법 두꺼운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데, 심포니 공연의 주요 장면들과 더불어 리허설 등 비하인드 스틸컷들 그리고 심포니 악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악보 수록의 경우 나중에 한번 꼼꼼히 살펴보고 싶더라구요.




스피커는 위의 그림처럼 내부에 선이 연결되어 있어서 이렇게 외부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직접 들을 수도 있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이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듣게 될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타이틀에 대한 리뷰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당신에게 마지막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2004년에 발표한 ‘리틀 러너’를 통해 좋은 평가를 얻었었던 캐나다 출신 마이클 맥고완 감독의 2008년 작 ‘원 위크’는 ‘당신에게 마지막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이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영화이다. ‘마지막 일주일’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겪게 되는 마지막 시간들을 그리고 있다. 이런 주제라면 1997년 작 ‘노킹 온 헤븐스 도어’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노킹 온..’과는 조금 다른 경우지만 이 같이 시한부 주인공을 중심으로 마지막을 그린 영화들은 여럿 있어왔다. 이들은 대부분은 죽음이라는 것과 마지막이라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영화를 더욱 더 극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려내곤 하는데, 로즈 맥고완 감독의 ‘원 위크’는 확실히 이런 영화들과는 그 지향점을 달리하는 영화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영화들의 주인공들처럼 ‘원 위크’의 주인공 ‘벤 (조슈아 잭슨)’ 역시 암 선고를 받고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여정을 떠나게 된다. 벤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여정은 모험의 성격이 더욱 짙다는 것과 죽음의 그림자가 별로 드리워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벤은 오토바이 한 대를 구입해서 그저 서쪽으로, 서쪽으로 여정을 떠나는데, 여기에는 분명 삶을 정리하는 측면의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정리’의 의미보다는 새로운 ‘배움’의 측면이 더욱 부각된다. 삶의 마지막에 떠난 여행에서 벤은 여러 사람들과 캐나다 곳곳의 장소를 경험하면서 그 동안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체험하게 되며, 이것으로 자신의 삶을 문득문득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벤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그리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시골에서 만나는 평범한 이들이며, 벤은 이들에게 그 동안 몰랐던 (혹은 알았지만 쉽게 깨닫지 못했던) 삶의 진리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벤의 이런 여정은 마치 생 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닮았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이 마지막 여정에 거의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주 유쾌할 정도는 아니지만, 담담한 음악과 역시 담담하게 그 자리에서 벤을 반겨주는 캐나다의 멋진 풍광들, 그리고 마치 삶의 학생이 된 듯 조금씩 배워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이를 감싸고 있는 평화로운 포크 음악들은, 죽음의 어두운 느낌보다는 삶의 희망이 담긴 따듯한 로드무비로 그려진다. ‘원 위크’는 분명히 반어법으로 쓰여진 영화이지만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는 은연 중에 느껴지도록 부담스럽지 않게 그려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 편의 로드무비로서 손색이 없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로드무비’라는 장르는 새로울 것이 없는 장르가 된지 오래되었음에도 ‘원 위크’는 다시 한 번 로드무비의 미덕을 되새겨 볼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DVD Menu






DVD Quality

DVD의 스펙은 저 예산 영화답게 그리 화려한 편은 아니다. 화질의 경우 장면에 따라 조금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노이즈가 많고 좀 더 필름 라이크 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영화 음악 때문이 아니라 영상의 질감 면에서도 영화 ‘원스’를 떠올려 볼 수 있겠다).

만약 블루레이급 화질로 보았다면 캐나다의 수려한 풍광을 더욱 선명하게 즐길 수 있긴 했겠지만, 전체적으로 따듯하고 평화로운 이 작품의 분위기는 오히려 더 감소되지 않았을까 싶다. 가끔 이런 소소한 영화들을 리뷰 할 때 겪는 일이지만, 최상급이 아닌 화질이 오히려 감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돌비 5.1/2.0 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 역시 잔잔한 작품 덕분에 그리 사운드 적인 활용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 영화 음악이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한데, 시종일관 귀를 편안하게 하는 포크 음악을 듣는 재미가 있다.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엔진소리가 실감나게 전달되거나 하는 식의 사운드 활용은 없으며(만약 그랬다면 더욱 불편했을 듯 하다) 대사나 멀티 채널의 활용도나 전부 평균적인 수준이다.




DVD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원 위크’ DVD는 본편과 함께 몇 가지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The Making of “One Week”’는 일반적인 메이킹 영상으로서 감독과 스텝,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촬영장의 이야기와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이 영화가 얼마나 ‘캐나다’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 잘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 이 메이킹 영상과 그 속에 담긴 인터뷰들을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캐나다를 위한 영화’로 만들어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메이킹 영상은 물론이고 다른 부가영상들도 보다 보면 거의 대부분이 캐나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을 정도인데, 아마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더 특별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Interview with Director Michael McGowan’은 감독인 마이클 맥고완의 단독 인터뷰가 담겨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쩌면 너무 뻔한 시작점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를 어떻게 다른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는 이야기와 주인공인 벤이 모험을 떠나게 되는 이유 그리고 캐나다의 거대 조형물 등 주요 명소들을 방문하게 되는 이유 등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 주연 배우인 조슈아 잭슨과 리앤 발라반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다. 흥미로운 건 감독의 인터뷰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 속 벤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 만큼 감독의 생각과 의지가 캐릭터에 잘 녹아 든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Q&A with Joshua Jackson and Director Michael McGowan’에서는 토론토 극장에서 열린 한 영화제 자리에서 갖은 관객과의 대화를 담고 있는데, 시종일관 웃고 즐기는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이 밖에 포토 갤러리와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캐나다의 멋진 풍광, 편안한 음악 그리고 길 위에서,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삶의 교훈까지. 로드무비들이 매번 그렇지만, ‘원 위크’ 역시 보기 전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작품인 것이 사실이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또 한 번 나 자신이 조금이나마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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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도 개봉했거니 해서 정말 오랜만에 꺼내보았는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3장의 디스크로 이루어진 박스세트인데 무려 2장이나 디스크가 없음 -_-;;
예전에 어디 이동할 때 다른 CD홀더에 넣어두었던 것 같은데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흑;;


'블러드 앤 더 라스트 뱀파이어'
'잃어버린 2장의 디스크를 찾아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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