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 13 (Ocean's Thirteen, 2007)
 
 
오션스 시리즈를 보러 가면서 기대하는 것은 대략 3가지 정도일듯.
 
1. 멋진 배우들.
2. 뽀대나는 화면
3. 치밀하게 사기치는 과정
 
 
 
'오션스 13'에는 1번만 있었을 뿐,
절대 필요요소인 2,3번이 아예 존재하지 조차 않았다 --;
 
멋진 배우들의 모습들 역시, 그저 등장하는 것일뿐
전혀 매력을 살리지 못한 수준이었고,
나름 신경쓴 코미디나 반전 같은 것들도 코웃음칠 정도 밖에는 ;;;
 
 
이 정도 배우들을 가지고 겨우 이런 영화 밖에 못 만들다니.
 
한 때 천재라 불리던 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졸작이었다.
 
 
 

 
글 / ashitaka


밀양 (Secret Sunshine, 2007)
 
 
(스포일러 있음)
 
이창동 감독의 전작들을 개인적으로는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매우 호평을 받았던 <박하사탕>이나 <오아시스>등도 개인적으로는 그 정도(?)의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밀양>은 매우 기다렸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창동, 송강호 때문에 보고 싶은 영화이긴 했었다(전도연의 연기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었다)
 
난 보기로 한 영화에 대해서는 일부러 정보를 많이 사전에 얻지 않는 편인데,
<밀양>은 촬영현장을 스케치한 모 프로그램에서 납치라는 소재를,
그리고 모 잡지에 난 기사가운데 스쳐지나간 종교라는 소재만 미리 알고 보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밀양'이 지명이라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오프닝에 송강호와 전도연이 부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고
사뭇 놀라게 되었다 (난 왜 부부일꺼라 미리 생각했던가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밀양>은 두 번 다시 보고싶지는 않은 영화이다.
영화가 재미 없어서 그런것이 아니라,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도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불편함과 억눌림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영화를 다보고 나서 갑자기 얼마전 보았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떠올랐다.
<밀양>은 어떤 면에서는 <마츠코..>와 닮아 있기도 하다.
마츠코의 일생과 극중 이신애의 일생은(이신애의 경우 일생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둘 다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절하고 고통스런 순간들이지만,
<마츠코>의 경우 희망과 뮤지컬 리듬으로 영화를 이어갔다면
<밀양>의 경우엔 참담하고 안타까운 사건들을 진지하고, 한편으론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다.
 
납치와 살해로 인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신애는
누구보다도 우스운 소리라고 여겼던 종교(기독교)에 의지하고 빠져들게 되지만,
살인자를 용서하러 간 자리에서 그도 주님의 말씀을 듣고 용서를 받았다고
스스로 얘기하는 것을 듣고는 다시 한번 패닉상태에 빠져버리게 된다.
그리곤 자신이 어쩌면 마지막으로 의지했던 '신'이라는 존재에게 보란듯이
이상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를 일종의 '멜로'영화라고 했는데,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계속 찾아 해매는 신애와 그녀가 찾을 수 있는 곳에
항상 보이는 곳에 있는 종찬의 특별한 멜로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구원'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자칫 '구원'이라는 것은 종교적인 것으로만 해석될 수도 있지만,
<밀양>이 담고 있는 구원에 대한 메시지는 (종교적인 소재가 직접적으로 담겼음에도)
범인간적인, '인간은 무엇으로 구원받는가'하는 넓은 의미에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이 영화가 매우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종교 때문이기도 했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종교라는 것은 그 어느 소재보다도 건드리기가 껄끄러운 문제이며
어떻게 그려도 한 편에선 욕먹기 쉬운 것이 종교인데,
<밀양>에서 이창동 감독은 기독교라는 종교를 그리면서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기독교인들도 기분 나쁘지 않게, 중도를 지키는 매우 어려운 '중간'을 그리는데 성공한듯 하다.
실제로 연기자가 아니라 목사님이 출연하기도 했을 정도로, 기독교인들 스스로에게도
거부감이 없을 정도이지만, 그렇다고 찬양조로 그리지도 않았으며,
'기독교'라는 집단 자체는 종교적이라기 보다는 그저 보수적인 한 단체 정도의 의미만이
느껴질 정도였다.
 
종교적인 것이라면 신애와 종교 사이에 일일텐데,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던데, 신이 있다면 왜 이런일들이 생기느냐 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논란이 되는 문제가 신애에게 닥치게 된다.
이 문제는 종교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도 명확히 답해줄 수 없었던 것처럼
극 중 신애는 이 같이 어디서도 구원받을 수 없는 처참한 한 여자의 삶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전도연의 연기는 참 대단했다.사실 전도연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특히 연기력에 대해서
이렇다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물론 신애라는 인물 자체가 여배우로서
거듭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도연의 연기가
단순히 인물자체의 매력때문이었다고만은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자신이 아기엄마가 되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를 잃고 난 고통을
제대로 쉽게 연기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그런 마음에서 임한 만큼 정말 처절하리 만큼
공감할 수 있는 신애를 볼 수 있었다.
 
다들 전도연, 전도연을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은 송강호의 연기였다.
포커스는 분명 신애에게 맞춰 있는 영화이지만, 만약 송강호가 연기한 종찬이 없었다면
<밀양>은 더 무겁기만 하고, 단순히 처절하기만 한 영화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찬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2시간 20분이 넘는 러닝 타임 속에서
잠시나마 쉴 여유를 갖을 수 있었으며, 무거워만 갈 수 있었던 영화에
리듬감을 가미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마치 무슨 감초역할로 비춰질 수도 있을텐데,
종찬의 역할은 감초가 아니라 신애의 그림자와도 같이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이며,
영화의 주제이기도 한 '구원'이라는 물음에 있어서,
결국 인간이 구원받을 곳은 인간 뿐이다 라는 메시지를 완성시키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보는 내내 송강호의 연기는 개인적으로 표면적으로 돋보이는 전도연의 열연 못지 않게
놀라움 그 자체였다.



<밀양>.
납치, 살해, 종교 등 너무나도 선정적인 소재들이 한 꺼번에 쓰였음에도
그 본래의 존재 이유처럼 '소재'로만 쓰일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그 만큼 더 큰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수작이었다.
 
 
 

 
글 / ashitaka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Pirates Of The Caribbean: At World's End, 2007)
 
 
사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이렇게 엄청난 흥행을 불러 일으킬 줄은 몰랐었다.
조니 뎁 본인도 처음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영화를 하나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연을 결심했던 시리즈였는데, 이제는 조니 뎁 하면
잭 스패로우가 절로 떠오를 정도가 되어버렸으니, 실로 엄청난 성공인듯.
 
그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3편 세상의 끝에서.
러닝타임이 무려 168분, 3시간에 가까운 이 블록버스터는
반지의 제왕 같은 대서사물도 아니요,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영화도 아니며
더군다나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영화이지만, 이렇게 엄청난 러닝타임을 담고 있다.
 
뭐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영화라고는 했지만,
나름대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굉장히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띠고 있다.
나름 잔잔한 반전들이 요소요소해 배치되어 있으며,
인물관계들도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나름' 중요하다는 것.
많이 신경을 쓴 건 알겠지만,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는 사람들이
이들의 인물관계가 어찌될까, 스토리가 어떻게 될까 하며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터.
어차피 블록버스터는, 그리고 제리 브룩하이머의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기대되는 이유는
첫 째도 스펙터클이요, 둘 째도 스펙터클 일 것이다.
 
그러면에서 대형 빨판이 인상적이었던 크라켄이 등장한 2편 망자의 함 보다
퍼붓는 비와 소용돌이 속에서 블랙펄과 더치맨이 결투를 펼치는 3편은, 확실히 더 스펙터클했다.
 
 
보통 다른 영화 같으면 여기 까지가 끝이었겠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타 영화와 다른 하나는 바로
조니 뎁, 주인공 잭 스패로우에 있겠다.
 
누가 뭐래도 이 시리즈는 잭 스패로우를 위한 영화이다.
3편에 와서 키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엘리자베스 스완이나 올랜도 블룸이 연기한 윌 터너,
그리고 빌 나이히가 연기한 데비 존스 등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이 동반 상승하기는 하였지만,
그들이 아무리 활약하고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난 뒤 추가로 등장한다 하더라도
주인공은 잭 스패로우다.

더군다나 이번 3편은 잭 스패로우의 원맨쇼 시퀀스가 상당히 집중되어 있다.
아예 대놓고 여러명의 잭이 한 꺼번에 등장하여 만담판을 벌인 다던가,
황량한 배경에서 잭 혼자 상당부분의 러닝 타임을 책임지는 등 이전 시리즈들 보다도
잭 스패로우, 조니 뎁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주윤발은, 그저 카메오 정도로 깜짝 출연하는 것 정도일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캐릭터로 출연하였으며, 이런 오락물에서도 가능성이라면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킴'역할로 출연했던 배우도 끝까지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눈에 띠었다.
 
 
오락용 블럭버스터 치고는 매우 긴 러닝 타임이라는 점이
부담이 되긴 했지만,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리고 내가 좋아해마지않는 조니 뎁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글 / ashitaka


스파이더맨 3 (Spider-Man 3, 2007)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 <스파이더 맨>
1편의 대성공에 이어 더 나은 2편을 만들어내면서 3편에 대한 기대는
그야말로 최고조에 이르렀었다. 특히나 그린 몬스터와 닥터 옥에 이어
많은 마블 코믹스의 팬들이 기다려온 베놈과 샌드맨이 악당으로 등장하는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이 더욱 기다리기도 했었다.
 
개인적인 감상평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3편은 블록버스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럭저럭 정도의 영화였다.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혹은 만화에서는
주인공이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심한 갈등을 겪는 다던가,
엄청나게 강한 적을 만나서 거의 죽을 만큼의 고생을 한다거나(혹은 죽었다 살아나거나),
완전 나쁜 놈이 되었다가 다시금 정신차리고 돌아온다거나 하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들이 한 번씩은 등장하는데,
 
스파이더맨 3는 여기서 마지막 경우, 즉 스파이더 맨이 자신의 분노를 이용한
외계 생물체로 인해 나쁜 점이 극대화되어 악당 짓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렇듯 뻔한 히어물의 이야기구조를 그리고 있다면, 어차피 이 영화가 살아남는 방법은
비쥬얼, 즉 보여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최우선이었을 터.
 
전편보다 더욱 강력해진 액션과, 특히 샌드맨이 등장하는 신에서는 흡사 <미이라>시리즈에서
봤을 법한 대규모 액션 씬들이 등장한다.
 이제 더이상 팬들이 빌딩 사이를 유영하듯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만으로는
희열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한듯, 첫 장면부터 대놓고 이러한 유영장면이 등장한다.
(전 편들에서는 이런 장면들을 그래도 나름대로 비장의 카드로 썼었는데 말이다)
 
새로운 악당들과 죽음에 거의 가까울 정도로 피해를 입는 스파이더 맨,
그리고 해리의 대활약까지...
 
볼거리가 매우 다양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영화가 다 끝났을 때 약간 허전한 감을 지울 순 없었다.



오프닝에서 1편과 2편의 주요 장면들을 늘어놓으면서
전편의 줄거리를 설명하고 바로 그 줄거리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내놓는
구성은 매우 좋았다. 더 극적으로 3편을 감상할 수 있으면서
캐릭터에 몰입도를 더할 수 있었던 구성이었던듯.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피터 파커가 자책감을 느끼는 시퀀스에 있어서 너무 벤 파커의 죽음 장면에 대한
회상씬이 많았던 것 같다. 아마도 이 씬을 자주 삽입한 것은
마지막에가서 샌드맨 캐릭터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긴 한데,
너무 자주 나와서 오히려 몰입도를 조금 해치는 결과를 나은것 같다.
 
그리고 악당이 여럿 나와서 그런지, 베놈 캐릭터에 대해서는
'베놈'이라는 이름 한 번 나오지 못할 만큼 이렇다할 설명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으며, 너무 금방 나와서 너무 쉽게 사라진 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1,2편을 통해 비열한 표정 말고는 이렇다하게
인상적인 장면을 보이지 못했던 해리 역할의 제임스 프랑코는
악한 모습과 선한 모습을 모두 보여주면서, 영화가 단순히 영웅과 악당의
대결구도로 펼쳐지지 않게 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해냈다.
 
이 영화는 여러 장면에서 2편과 수미쌍관 식으로 연결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특히 2편에서 'Rain drpo keep falling on my head'가 흐르면서 피터가
영웅의 짐을 벗어버리고 평범함에 행복해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3편에서는 역시 노래가 흐르면서 정반대의 상황, 검은 수트를 입고 악한이 되어버린
피터 파커가 나쁜 짓들을 저지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이어서 파커가 재즈바에서 춤추고 피아노 치는 장면은,
분명히 나빠진 파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긴 했지만, 한 편으론 재미있기도 한 장면이었다.




앞서말한 춤추는 장면처럼, 전 편에 비해 토비 맥과이어의 좀 더
다양한 연기변신을 볼 수 있었고(악한 모습을 연기하기에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었다),
 
매리 제인 역을 맡은 커스틴 던스트는 전작들보다 더 성숙해진 느낌이었으며,
제임스 프랑코는 이 영화를 통해 토비 맥과이어보다 팬이 더 늘것 같은 느낌이었으며 ㅋ,
빌리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이런 캐릭터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반지의 제왕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는 3편안에 모든 대서사시를
마무리해야 했기에 한 편 한 편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보는 이의 감흥을
극대화시켰지만, 스파이더 맨의 경우 3편을 보고 나니,
이 영화는 확실히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 3편을 보고 난 생각은, 원작인 코믹스처럼
시리즈를 여러편 거듭해가며 에피소드에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특히 3편은 1,2편보다도 훨씬 코믹스스런 장면들과 구성이 많았다)
캐릭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액션씬들도 전작들보다 많아졌지만,
드라마도 의외로 많았는데, 드라마의 내용이 2편보다 약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글 / ashitaka


*** / 1. 영화 속에서 신문사 사장에게 카메라를 비싼 가격에 팔아
사기꾼 소녀라고 불리웠던 그 꼬마소녀는, 엔딩 크래딧을 보니
아무래도 샘 레이미 감독의 딸 인듯 하다.
 
2. 아이맥스의 대화면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그래도
역시나 황홀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2006)
 
영화들 가운데는 개봉이전은 물론, 그저 누가 캐스팅되었다 혹은 이 얘기가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부터 무한한 기대를 갖고 보게 되는 영화들도 있고, 정반대로
아무런 기대도 없이 보게 되었다가 '과연, 이 영화를 놓쳤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오버스런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영화들도 있다.
 
이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아무런 기대가 없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장르라고 하니까,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저질 코미디는 아니라고들
하니까, 워낙에 새로운 일본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터니까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보게 된 것을 사실이지만, 간단히 말해 그저 웃고 즐기러 극장을 찾았던 것이었는데,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재미와 감동과 여러가지 들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
정말, '이 영화를 놓쳤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전혀 오버스럽지
않을 정도의 멋진 영화였다!



본래는 무거운 분위기의 소설이었던 원작에 비해 이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과 분위기를
잃지 않고 있다. 물론 갈 수록 처절해지다못해 보기조차 힘든 마츠코의 일생의 불행은
그대로지만, 감독이 그리는 방식은 무거움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말처럼 슬픈 일을 슬프게 보이도록 강조해서
슬퍼지는 기법도 있지만, 슬픈 상황을 유쾌하게 그리면서 나중에 가서는 유쾌하게 그리는데로
보는 이가 슬퍼지도록 많드는 더 임팩트한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영화 속 마츠코의 일생은 그야말로 불행의 연속, 최악 그 자체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덮으려다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그 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며, 나중에는 본인에 대한 사랑마저
완전히 잃게 되어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마츠코는 TV연속극 주인공에게, 무대위에서 노래하는 가수에게 등
다른 인물과 다른 인생에 감정 이입을 하는 것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되고,
남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 되고마는(자신의 행복은 결여된채),
그러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게 된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 무거운 분위기를 100% 느낄 순 없지만,
이 이야기를 영화가 아니라 단순히 시나리오로서만 읽어보았어도
애인에게 매번 폭력을 당하고, 또 그 애인은 결국 보는 앞에서 자살을 선택하고,
나중엔 여기저기 이상한 곳에 엮이게 되어 인생의 최악의 경험들도 하게 되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고, 감옥에서 복역도 하고, 나중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고 만다는 이야기는, 사실 유쾌할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야말로 초 암울의 무거운 이야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유쾌한 분위기와 다채로운 영화로 탄생시킨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아마도 영화의 곳곳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는 음악(노래)들과 상영시간 내내 꿈꾸는 듯한 착각을
들게 했던 독특한 영상미라 하겠다.
 
장르 특성상 뮤지컬로 분류될 만큼 이 영화에서 노래가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마츠코의 감정 변화가 대사 보다는 노래로서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되며,
빠르게 설명되어 지는 마츠코의 '일생'을 각 사건마다 함축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은
노래와 그 가사말듯이었다.
 
그리고 매우 놀랐던 것은 수록된 노래들의 장르가 비슷한 듯 하지만
팝, 동요, 엔카, 힙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로 그려지고 있으며, 겉핥기 식이 아니라
제대로 그 장르의 맛을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뭇 놀랐다.
특히 감옥에서 펼쳐지는 힙합 곡 'What is a Life'는 인트로 부분에서 죄수 복을 입은
여죄수들을 훑어내려가는 카메라 웍부터 고전 뮤지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도미노식 안무와
힙합 뮤직 비디오에서 자주보아왔던 형식의 영상들이 정말 놀라웠다.
아무래도 이런 영상이 가능했던 것은 수년간 CF감독으로 활동했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경력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노래들과 노래가 흐르는 부분의 영상이 더 돋보였던 것은
감독이 이 장면들에서 전형적인 고전 뮤지컬 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같은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 노래를 주고 받거나 노래가 삽입된 부분에서 일정한 형식의 패턴이 존재하는데,
이런 부분들을 정확히 찝어내고 있기 때문에, 절로 웃음이 (웃겨서라기보다는 흥분되어서)
나올 수 밖에는 없었다(그나마 최근 본 뮤지컬 영화 가운데 '프로듀서스'가 재미있었던 이유도
바로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영화의 주 모티브가 되었던 동요를 마츠코의 인생에
한 부분씩 함께 했던 인물들이 한 소절씩 나눠 부르는 장면에서는
<매그놀리아>에서 느꼈었던 전율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꿈꾸는 듯한 영상.
시작부터 지나치게 붉은 색감으로 시작된 영화는 시종일관 외곡된 색감과 뿌연 영상으로
진행되는데, 어쩌면 혐오스러울 정도로 처절한 마츠코의 인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주기 위한 배려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끔찍한 인생을 살아온 마츠코 자신이
항상 꿈을 꾸고 있음으로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종종 프랭크 밀러의 <씬시티>가 떠오르기도 했었는데,
나레이션도 그렇고, 만화같은 배경과 색감이 한 몫을 했다.
그리고 더 만화같은 하늘과 강 옆에 주욱 늘어선 그 길.
 
영화는 지워도 이미지는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디즈니영화의 히로인이 실수로 다른 문을 열어버린다면 마츠코처럼 살게 되지 않을까'라는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디즈니 만화에서나
볼법한 형형색색의 이미지, 또 '백설공주'가 숲속을 산책할 때나 봤던 것 같은
나비때도 그렇고, 동화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영상은 정말 지워지지가 않을 듯.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재미를 주려고 작정한 설정들이 몇가지 있는데,
사실 타이틀 제목이 나올 때 부터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흡사 <벤허>를 연상시키는 강조된 폰트로 뿌려지는 영화의 타이틀과 주연 배우들을
한 화면에 주루룩 나열하는 고전 스타일의 크레딧부터, 이 영화는 고전 영화의 특성들을
재미와 더불어 새롭게 승화시키겠다는 거침없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츠코가 교사이던 시절 강에서 배를 타고 학생들과 노래하는 장면은
누가봐도 <사운드 오브 뮤직>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TV에서 등장하는 '화요 미스테리 극장' '수요 미스테리 극장' '심야 미스테리 극장'등
제목만 바꿔가며 똑같은 낭떨어지 추격 설정을 보여준 것도 작정한 장면이었다 ㅋ



주연을 맡은 나카타니 미키에 대해서는 누구도 왈가와부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마츠코'라는 캐릭터 자체가 배우의 연기력을 극대화시킬 여지가 많은
캐릭터이긴 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러닝 타임 동안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전해줄 수 있는
수준급의 연기였다. <역도산>에서의 나카타니 미키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을만큼
완전 '마츠코'가 되어버린 그녀에게 더할나위 없는 찬사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뭐 마츠코를 제외하고는 가장 비중있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쇼'역할에는 에이타가
출연하고 있는데, <좋아해>나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임에도
영화에 너무 심취해버린지라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냥 '어디서 본 배우인데'하는 생각만 했었다니 --;
 
<허니와 클로버>에서 만났었던 이세야 유스케가 '류'역할로 등장하고 있고,
<워터보이즈> <일본침몰>에 등장했던 에모토 아키라 등 이외에도 몇몇 영화에서
얼핏얼핏 얼굴을 익혀왔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시바사키 코우도 거의 단역에 가까운 분량에 출연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멀리서 첨 보았을 때는 주인공이 시바사키 코우인것으로 착각했었다.
그만큼 나카타니 미키와 시바사키 코우가 닮은 듯 하다 ㅎ)
 
 
앞서 얘기한것처럼 단순히 웃고 즐기려는 편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가
매우 웃고, 매우 울고,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얻고 말았다.
일본 영화에 계속 관심이 가는 이유는 이 같이 새로운 스타일과 이야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를 더 많은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 영화를 놓치지 않은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새겨본다.
 
 
 
 

 
글 / ashitaka


우리 학교 (Our School, 2006)
 
현재 지구상에 '조선'이란 국호를 쓰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남조선'이라는 국호를 쓰지 않음은 물론이요, 북한 역시 '조선'이 아니라
'북조선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기호상으로만 남아있는 통일 조선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재일동포사회에 존재하는 '조선학교'일 것이다.
 
이들은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바와 같이
남한에서는 이들을 우리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역시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그나마 북한만이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지원금을 보내기 때문에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고향은 대부분이 남쪽이지만, 조국은 북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해보자면,
어찌보면 경제적으로 상황이 매우 어려운 북한에서도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데, 남한 정부에서는 왜 이들을 아직도 남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예전 같으면 시대상황 등을 이유를 들어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어떤 이유로도 사실 타당한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조선학교에서는 우리식으로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이되면 그해 조국으로
수학여행을 딱 한 번 떠나게 되는데, 왜 남한으로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느냐는
감독의 물음에, 남한으로 가려면 대사관 등 여러가지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야하고,
달갑지 만은 않은 대접을 받는데, 그렇게 까지 해가면서 가야되는가 싶다는 선생님의 말에
더 안타까움이 더해질 수 밖에는 없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김명준 감독이 3년간 홋카이도의 조선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사실적인 생활상을 직접 촬영한 것을 편집한 영화이다.
 
처음에는 남쪽에서온 이 낯선 감독에게 수줍음이 많은 어린 학생들도 별로 친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긴 시간이 지나면서 '명준 감독' , '명준 오빠' 등으로 불릴 정도로
친숙한 관계가 되었다. 감독의 말처럼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내내 감독과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분단이라는 그늘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감독이 이를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던 때는
북으로 수학여행을 오르는 만경봉호에 함께 탑승할 수가, 접근할 수가 없었을 때
단 한 번 뿐이었다고 한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감독에게 뱃머리에서 '명준감독~'하고 소리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독 자신만큼이나 보는 사람들도 감동적이었다)



재일동포사회의 문제에 관한 영화들은 이미 몇 차례 있어왔다.
 
<고 (Go)>나 <박치기>등을 보았다면 이 다큐멘터리 속의 이야기가
그리 어색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텐데,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이 두 영화와 같지만,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우리 학교>는 이들보다 더 현실적이고, 아이러니하게도 더 영화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이전 영화들을 볼 때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우리 학교>를 보고 난 다음에는, 현실적으로 내가 처한 환경에서 이 상황을 호전시키기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던지, 일본 우익들의 지나친 행동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던지 하는
감정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정말로 소박한 한 학교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있고,
일본 내의 조선학교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생기게 되는 많은 어려움들과
그 속에서 민족성을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조선 학교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재일동포 사회까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가도 금방 눈물 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실 영화에서도 그렇고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렇고,
조금은 부족한 조건을 지닌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에 참가하여 최선을 다했으나
지고 말았을 때, 그리고 그 때 그 구성원들이 패배에 슬퍼하는 순간을 담은 영상들은 많이 봐왔었다.
 
<우리 학교>에서도 조선학교 축구팀이 다른 일본 학교 팀에게 패배한 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들에게 경기의 패배는 단순히 패배 이상에 것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눈물을 흘릴 때 차마 그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을 정도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들은 자신의 명예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뛰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그들 스스로가 축구가 최종 목표이거나 축구에 특별한 소질이 있는 아이들도
아니었으나, 자신들이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 경기에 참가하고
여기에서 승리를 거둬서 재일 동포 사회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기 위해,
일종의 '책임감'에서 우러난 행동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경기에 지고 난 뒤에도 한참을 그자리에서
땅을 치고 통곡할 때 함께 슬퍼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졸업식 장면에서도,
3년이라는 시간을 담은 2시간이 조금 넘는 분량의 다큐멘터리였으나,
그 속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한 아이들이 졸업을 한다고 했을 때,
그들의 오랜 추억을 조금이나마 공유한 탓인지, 아이들이 '우리학교'를 떠나는 마음이
어떨지 조금이나마 이해한 탓인지 정말로 나오려는 눈물을 악을 쓰고 겨우겨우 참아낼 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생님이 하신 말,
'힘들고 지칠 땐 언제든지 우리학교를 찾아오십쇼, 여기는 동무들의 영원한 모교입니다'라는 말은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상투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깟 생각은 절대 할 수 없게 만드는 너무나도 감동스런 한 마디였다.
 
재일동포 사회의 특수성과 그들만이 겪게 되는 어려움.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민족이고, 어쩌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보다도
더욱 더 한반도에 살고 싶어하는 이들이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는 현실.
그리고 우리가 매번 소원을 이야기하라고 할 때 장난삼아 이야기하는 '조국 통일'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의미에서 나에게도
감동과 눈물외에 여러가지 많은 생각할 거리와 행동할 거리를 전달해주었다.
 
철학적이고 인간적이고 정치적이고, 민족적인 면에 있어서도
참으로 할말도 생각해볼 일도 많은 영화이지만,
 
이 '우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라도
꼭 다시 몇 번이고 극장을 찾아야겠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글 / ashitaka

** /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수히도 많았지만,
말로 하기 보단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그리고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말을 줄였다.


플루토에서 아침을 (Breakfast On Pluto, 2005)
 
분명 이 영화는 같은 연령대의 남자 배우들 가운데 자신만의 색깔있는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킬리언 머피가 주연이라는 점에서 가장 먼저 관심이 갔던 영화였다.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텅빈 거리에서 홀로 방황하던 <28일후...>에서 처음 만났던
킬리언 머피는(예전엔 '실리언'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이젠 완전히 '킬리언'으로 굳어진듯),
니콜 키드먼, 주드 로, 르네 젤위거가 함께한 <콜드 마운틴>에서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러닝 타임에 비해 깊은 인상을 주었으며(확실히 이것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역시, 스칼렛 요한슨의 고풍스런 자태에 압도당하지 않은 것은
그의 파란 눈빛이 유일했으며, 어쩌면 그와 가장 안어울릴 것 같았던
<배트맨 비긴즈>의 크레인 박사 역할도 그가 맡았기 때문에 단순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 점에서 놀란 감독이 그를 선택했던 것 같다).



최근 킬리언 머피라는 이름이 그래도 가장 많이 알려졌던 것은
거장 켄 로치 감독에게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안겨주었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연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여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는데, 이 영화 <플루토에서의 아침을>에서는
그야말로 킬리언 머피 없이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버렸다.
 
감독인 닐 조단도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킬리언 머피를 일찍이 주연으로 점찍고
그가 아니면 안된다고 강력하게 영화사에게 요청했을 정도.
 
이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이라면, 킬리언 머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쉽게 느낄 수 있겠지만, 킬리언 머피에게는 이전에 이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캐릭터들에서도
왠지 미묘한 느낌, 많은 색깔이 어지럽게 혼합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플루토에서의 아침>은 이 같이 킬리언 머피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그 역시도 지금까지 지나온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어울렸던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땐, 앞서서 주렁주렁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킬리언 머피라는 배우 때문이었다. 킬리언 머피의 여장한 모습이 전혀 처음부터 이상하지 않았기에
영화가 더욱 기대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 영화는 결코 단순한 영화가 아니었다.
쉽게 말하면 그저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살고 싶은 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뿐' 일 것이라고
짐작했었는데, 역시 <크라잉 게임>, <푸주간 소년>을 만들었던 닐 조단 감독은,
이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녹여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일랜드와 영국.
이 영화에서는 이 배경이 되는 이야기와 패트릭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는데,
이것을 그리는 방법이 매우 탁월하다.



우리가 이미 여러 영화나 매체들을 통해 알고 있는 이들의 문제들.
당시의 대규모 소요와 IRA, 신교와 구교 간의 다툼 등,
아일랜드의 정치적인 문제들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데,
그렇다고 절대 정치적이지는 않다. 이 영화는 혼란한 사회를 배경으로, 더 복잡한 배경 속에 태어난
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주인공 패트릭은 자신의 국적, 성적 정체성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겪어내지만,
그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 아버지와 어머니, 친구들, 새롭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그는 신경쓰지 않는 주변의 현실들로 그를 평가하고 혹은 힘들게 한다.
 
패트릭은 얼핏 보면 이 같은 현실에 대해서 완전히 멀어진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 하지만,
'항상 웃는 이유는, 웃지 않으면 울 것 같아서'라고 말하는 것에 비춰봤을 때,
이 영화로서 닐 조단 감독은 현실과 사회의 문제가 한 개인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으며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자신만의 행복한 세계에 살고 있는 패트릭의 입장에서
그리는 듯 싶다가도, 사회적인 현실의 문제를 곳곳에 대두시키면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현실은 달라요'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노출하고 있다.
 
닐 조단 감독은 이 두가지의 세상을(결국은 같은 세상인) 그리는 데에 있어
마치 동화 같은 36개의 챕터 형식과 당시를 주름 잡았던 80년대의 팝 음악을 쉴세없이
삽입시키며,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감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팝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T-Rex의 Children of the Revolution, Morris Albert의 Feelings, Harry Nilsson의 'You're Breakin' My Heart'
Patti Page 등등등,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내내
쉴세 없이 이어지는 팝 음악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장면은 정말 요 근래 본 장면중에 최고로 재미있었다 ㅋ)
 
당시의 현실은 심각하고 우울하지만, 패트릭의 상상 속의 세계에서는
유쾌한 유머들이 넘쳐나는데, 극한 상황에서도 그(그녀)가 꿈꾸는 모습은
헛 웃음이 아니라 진정한 웃음과 쓴 웃음을 동시에 짓게 한다.
 
영화가 진행될 수록 살짝 놀라게 된 것은 킬리언 머피외에 등장하는
경력있는 배우들 때문이었는데, 본인의 이름으로 등장한 리암 니슨을 비롯하여,
나오는 영화마다 가벼운 연기는 보여주지 않는 브렌단 글리슨이나
닐 조단 감독의 전작 <크라잉 게임>에 출연했었고, 최근에는 <브이 포 벤데타>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스티븐 레아의 모습도 갑작스러워 더욱 반가웠다.
 
이들 외에도 아주 유명하진 않지만,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이름을 잘 몰라도 얼굴은 얼핏 기억할 만한 좋은 배우들이 여럿 등장해
각 챕터를 더욱 빛내주고 있다.
(마치 챕터마다 치고 빠지는 형식이 연극을 보는 듯 했다)



시종일관 유쾌한 리듬을 유지하는 터라 <플루토에서의 아침을>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미소를 지을 수 있지만,
극 중 패트릭이 그토록 만나고 싶던 유령숙녀를 만나게 되었음에도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못했을 때, 결국은 자신의 동생 벌이되는 유령숙녀의 아들에게
예쁜 딸 나으라고 엄마에게 전해달라고 했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
쓴 웃음을 넘어서 눈물을 짓게 한다.
 
그만큼 따지고 보면 이 영화는 참으로 슬픈 영화이기도 하다.



웃지 않으면 울 것 같다는 패트릭의 말은 어쩌면, 이 영화를 아우르고 있는
가장 슬픈 대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제목인 '플루토에서의 아침을'이 비밀이 밝혀졌을 때,
오토바이 뒤에 현자를 태우고, 단지 길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4차원의 경계를 달린다고,
최종 목적은 플루토(명왕성)에서 아침을 먹는 것이라고 했을 때,
 
이 말들이 코미디로 느껴지지 않고 진지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킬리언 머피의 열연.
닐 조단 감독의 훌륭한 연출력.
역설을 통해 다양한 주제의 많은 생각을 진지하게 해볼 수 있었던
기대 이상이었던 영화 <플루토에서의 아침을>.
 
나도 언제쯤 플루토에서 아침을 할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

 
글 / ashitaka




 

훌라 걸스 (フラガ-ル: Hula Girls, 2006)
 
혼슈 지방 최대의 탄광촌인 토키와 탄광을 배경으로 대규모 감원 해고의 해결책으로
탄광촌에 '하와이'를 만들려는 회사의 정책으로 인해, 탄광촌의 소녀들이 훌라 댄서가 되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사실 이 영화 <훌라 걸즈>는 누가뭐래도 여러가지면에서 워킹필름의 <빌리 엘리어트>를
떠올리게 한다.



탄광촌이라는 배경은 말할 것도 없고,
감원으로 인해 해고된 직원들과 그렇지 않고 새 일자리(하와이안 센터)에 가담한 직원들 사이에
편이 갈리고, 배신자를 운운하게 되는 현실,
 
그리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환경 속에서
뜻하지 않은 꿈을 키워나가 결국엔 그 것으로 가장 반대했던 이들(부모님)을
이해시키고, 가장 큰 조력자로 만들어버린다는 설정.
 
등등은 <빌리 엘리어트>의 일본소녀 버전이라고 해도 될만큼 유사한 이야기이다.




(특히 이 장면은 '빌리 엘리어트'에서 엄한 아버지에게 발레를 연습하는 장면을 들키고만
빌리가 아버지의 바로 눈 앞에서 보란 듯이 탭 댄스를 추는 장면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실제 이 같은 설정은 <빌리 엘리어트>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북 탄광촌 어느 중학교에서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 이야기는 사실상 최민식 주연의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에 배경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훌라 걸즈'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마치 <스윙 걸즈>와 흡사하게 여러명의 소녀들이 음악/춤을 통해 하나가 되는 구조와,
여러명이 음악과 춤을 맞춰진 합에 이해 완벽하게 연주해 나갈 때만 느낄 수 있는
희열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이 영화가 저 찬란한 홍보문구처럼 일본 아카데미에서 11개 부분이나
수상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진 않지만(영화가 재미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는 이렇게 화려한 수상 경력이 어울린다기 보다는 그냥 소소한 아름다움이
더 남는 영화라서;;), 이 영화는 어쩌면 뻔히 보이는 스토리 라인 임에도
이상일 감독 특유의 분위기 연출로 평범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
시골지역의 산업화에 따른 지역민들 간의 미묘한 갈등과, 개방과 지키는 것 사이에서의 고민
(여기서까지 FTA를 들먹이면 오바겠지만), 그리고 그 사이에서도
청춘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이상일 감독만의 멋진 화술도 빼놓을 수 없을듯.
 
하지만 이 영화가 앞서 입이 아프도록 거론한 것처럼 <빌리 엘리어트>와 거의 똑같은
영화임에도, 뻔히 보이는 이야기 구조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빠져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소녀
아오이 유우.



이 영화는 누가 뭐래도
아오이 유우를 위한,



아오이 유우에 의한,



아오이 유우의 영화이다.
 
사실 이 전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에서도 그녀는 존재감만으로,
그 미소만으로도 영화 자체의 의미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연기로서 그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실제로 발레를 배우기도 했었다는 아오이 유우는 이번 영화에서, 이전 영화들과는 다르게
마냥 어려보이는 여동생 같은 이미지만 부각시켰던 것에서 벗어나
자립심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 꿈을 위해,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하나의 주연급 캐릭터로서 손색이 없는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런 설명들이 다 필요없을 이유는
위에 사진들을 보면 다 이해가 될듯.
 
보는 것 만으로도 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그녀의 미소는
그야말로 마력이다.
 
이 같은 그녀만의 매력은 내가 아오이 유우보다 더 좋아하는
미야자키 아오이나 우에노 주리에게는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는 훌라 댄서 역할에
과연 아오이 유우보다 더 어울리는 여자배우가 있었을까도 싶다.

 

영화의 엔딩에서 춤을 모두 마치고 관객들의 환호에 답할 때
소녀들의 표정이 마냥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글썽였을 때에
이 설정이 유치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것은
아오이 유우와 이상일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었을 터.
 
소소함을 간직한채
진부함을 미소로 웃어넘겨버린
아오이 유우가 보석같이 빛나는 영화.
 
 

 
글 / ashitaka

*** / 매번 일본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영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사운드트랙도 참 좋다~




향수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
 
내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을 읽은지도 참 오래되었다.
꿈 많던 문학소년으로 살던 중학생 시절.
학교 도서실에서 우연히 눈에 띤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난 뒤부터
(독서하는 장면은 아마도 '러브레터' 중 창가에 걸터 앉아 책을 읽는
와타나베 히로코를 연상하면 될듯 --;)
그의 완전한 팬이되어 좀머씨 외에 그의 작품인 <향수>와 <콘트라베이스>를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원작의 영화화에 대한 오랜 구애 끝에 나온 작품이라 그런지,
원작의 내용이 거의 생각나지 않아 새롭게 보기도 한 작품 --;



영화 속 주인공인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벌이는 연쇄살인은
사실 그야말로 연쇄살인으로 범죄일 뿐, 용서받을 수가 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같은 뻔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관객들로 하여금 그루누이의 행동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측은한 마음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루누이 역할을 맡은 벤 위쇼의 선한 눈빛은
그가 계속 살인을 저지름에도 무언가 측은한 마음을 들게 한다.
이것이 이 영화가, 그리고 원작 소설이 갖는 가장 큰 흥미로운 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
결국에는 모든 것을 이루고, 스스로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마지막을 맞는 엔딩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예전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던 시절, <롤라 런>은 당시로서 제법 충격적인 기법의 영화였다.
빠른 카메라 편집과 시간 편집, 그리고 인상적인 영상은,
이제와 영화의 내용은 다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그 포스터와 여자 주인공, 그리고 이미지만은
깊게 각인시킨 작품이었다.
 
<롤라 런>을 만든 톰 튀크베어 감독은 이 영화 <향수>에서도 특유의 인상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도 워낙에 유명한 원작 소설을 '드디어' 영화화 하는 것이라
상당한 부담이 있었을텐데, 결과적으로 이 정도면 원작에도 충실하고 영화로서의 장점도
적절히 수용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극을 이끌어가고 있는 벤 위쇼는 물론, 더스틴 호프만이나 알란 릭맨 같은 베테랑 연기자들이
서포트 해주는 연기자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갖게 되는 부족함을 채워준 것은, 바로 클래식의 영화음악이었다.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이 함께한 영화음악은
그 음악만으로도 인상적이지만, 극의 미묘한 감정과 긴장감을 이어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향수를 다 보고나서 가장 인상적이고 지워지지 않는 것은
대규모 군중이 운집한 사형장 장면이다.
군중들이 '천사다'라고 외칠 때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건, 나도 영화 속 사람들처럼
그 치명적인 향수의 향을 마치 맡은 것처럼, 영화 속 그루누이가 정말 천사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후에 등장하는 올누드의 군중 씬보다도 바로 앞 선 이 장면이 더 충격적이고
깊은 인상을 주게 만들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이 장면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장면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올누드의 대규모 군중씬은 '올누드'라서 충격적이었다기보다는,
'대규모'라서 충격적이었다.
 
하도 수불리기 CG에 익숙해진 요즘, CG가 아니라 여러명의 엑스트라들이 참여해
마치 하나의 퍼포먼스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영화의 흐름에 젖어있다보니 전혀 선정적이지 않았다.



클라이맥스 부분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라스트 씬.
나레이션에서도 나오듯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향수를 갖고 있으면서도
본인이 이미 이루고자 했던 바를 다 이루웠음으로,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하는 이 장면은, 감각적인 영상과 더불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스토리와 영상, 음악이 모두 훌륭한 종합예술로서 손색이 없었던 작품.
다시금 소설책을 꺼내 읽어보야야 겠다.
 
 

 
글 / ashitaka


씨 인사이드 (The Sea Inside, Mar Adentro, 2004)
 
사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영화들은 제법 봐 왔었지만
이 영화 '씨 인사이드'에 대한 소식은 접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지난 주말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소개해주는데
딱 첫 번째 컷과 대사를 듣고 '아 이영화는 꼭 극장에 가서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TV를 꺼버렸다.
 
이 영화는 2004년 스페인에서 상당히 논란과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다.
안락사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영화라 그랬었는데,
영화 역시 어느 한 편을 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더 논란이 계속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이 영화는 논란을 야기시키는 영화가 아니라 그냥 녹아들면서
논란보다는 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영화라고 해야할 것이다.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채 30년을 병상에서 누워서 지낸
라몬 샴페드로는, 이 상태로는 자신이 더 이상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킬 수 없다는
스스로의 판단 아래 자살을 결심하지만, 전신마비인 현실 때문에 스스로 자살할 수도 없는 상황.
그래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법으로 자살을 돕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그는 법정까지가는 일들을 겪게 된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영화는,
전신마비로 30년을 살아온 한 사람의 현실에 대한 매우 솔직한 접근으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하는 그의 결심에 결코 쉽게 반대할 수 만은 없게 만든다.
 
하지만 반대로 그에게서 삶의 의미를 얻고,
그가 병상에 누워서도 하루하루 새로움과 기쁨을 얻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의 가족들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그의 죽음으로 인해 겪어야 할 슬픔이나
자책감 등 또한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과연 안락사라는 문제가 본인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쉽게 승인할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특히 라몬의 아버지가 가장 슬픈건 자신의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걸 이해해야만
하는 현실이라고 말하는 장면과, 다혈질로만 여겨졌던 라몬의 형이 내 집에서는 결코
동생이 죽는 걸 볼 수는 없다며 아이처럼 울면서 눈물을 훔치던 장면에서는 이런 느낌을 더 갖게 된다)




영화 속에서 라몬이 힘들고 고통을 겪을 때 마다 그가 처음 사고를 겪었던
바닷 속 순간으로 돌아가곤 한다.
이러한 편집은 라몬이 인간으로 스스로 존엄성을 갖고 행복했던 순간은 바로 거기서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았아간 그 바다를,
역시 가장 그리워하며 병상에서 상상 속으로 항상 그리기도 한다.
 
영화는 안락사에 관한 두 가지 의견을 비교적 대등히 다루고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라몬의 자유로의 선택을 좀 더 지지하고 있는 편이다.
 
사실상 자살할 계획을 모두 마무리하고 집을 떠나는 차속에
풍경들을 지날 때, 행복하게 미소짓는 라몬의 모습이나 희망적인 배경음악,
그리고 슬플 것만 같았던 엔딩 크래딧이 펼쳐진 바다의 이미지와 더불어
그리 슬프지는 않았다는 것.
 
오히려 라몬이 자유를 찾아 간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어쩌면 헤피 엔딩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씨 인사이드'는 앞서 말한 것 처럼 팽팽하게 맞서는 두 의견을 동등히 다루면서
각각의 입장에서 모두 공감하며 눈물 흘릴 만한 찡한 순간을 담고 있다.
 
자신의 의지로 희망에 닿기 위해 스스로는 1cm도 움직일 수 없는 라몬의 입장에 눈물흘리고,
그런 라몬의 의지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기 때문에 그를 어쩔 수 없이 보내야만하는 가족들에
입장에 공감하며 눈물 흘리게 된다.
 
안락사에 관련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몹시도 논란만 야기하는 텍스트가 되거나, 완전히 신파로 흘러가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으나
감독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놀라운 연출력은,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화법으로 양 쪽을 모두 이해시킬 수 있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미 여러 영화제의 수상으로 그 연기력을 인정받은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는
아메나바르의 연출력만큼이나 놀라운 수준이며,
마치 여러번 봤던 것 같은 인상이라 당연히 그런줄 알았었는데,
알고보니 필모그래피에 이 영화밖에는 없어서 사뭇 놀랐던 벨렌 루에다의 연기는 물론,
<귀향>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로라 두에나스의 연기도 훌륭했다.
 
얼마전에 봤던 이냐리투 감독의 <바벨>과 더불어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이런 직접 경험에 가까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던 영화였다.

 
글 / ashitaka


불편한 진실 (An Inconvenient Truth, 2006)
 
9/11 테러와 관련하여 부시 행정부에 관한 섬뜩한 음모를 조소와 재치를 곁들여
대중에게 알렸던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 (Fahrenheit 911)'과
좀 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이유를 들어 역시 9/11에 관련한 음모와 숨겨진 비밀들을
조목조목 밝혀냈던 '루스 체인지 (Loose Change)'같은
다큐멘터리들은 영화와는 또 다른, 그리고 뉴스와는 또 다른 전달력과 흡입력을 갖고 있다.
 
영화는 너무 감성적이고 뉴스는 너무 현실적이라 그 주제에 관해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뉴스에 가깝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두 작품들을
미뤄본다면 오히려 영화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화씨 911에 경우는 정말 영화스러웠다)
 
얼마전 환경문제에 관한 좋은 다큐멘터리 한 작품이 또 소개가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분을 수상하기도 한 <불편한 진실>이다.




<불편한 진실>은 잘 알려졌다시피,
현대를 살고 있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행동때문에 하나 뿐인 자연, 더 나아가 지구 행성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넘어서(보통은 여기까지지만;;),
이제 여기서 더 이대로 나아간다면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이 죽기 전에
더 큰 재앙을 맞닥들일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무분별한 환경 파괴 때문에, 수많은 자연재해가, 아니 인재가
자연스러운 그래프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빈도가 많아졌으며,
뉴올리언즈에 닥쳤던 카트리나 처럼 엄청난 재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옛날 영화들이 21세기를 예측한것 가운데, 현재 들어맞고 있는건
매일 뉴스에서 터져나오는 기상변화와 자연재해 밖에는 없는것 같다)
 
<불편한 진실>에서 경고하는 메시지가 가장 섬뜩하고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는데,
대부분의 환경 보호에 관한 이야기들이,
'우리가 지금처럼 환경을 파괴하다간 우리 먼 후손들이 피폐한 환경속에서 살게 된다'라던지,
'이대로 가다간 몇 백년, 몇 천년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등등,
먼 훗날 닥쳐올 재앙을 지금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이 주 골자였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에서 말하는 주된 메시지는 이것과는 다르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생을 마감하기 이전인,
불과 짧게는 20년, 길게는 4~50년 사이에도 이러한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 미룰 수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야기이며,
옵션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하는 강한 메시지이다.
 
다큐멘터리 속 엘 고어의 강의 속 내용을 보자면,
실제로 많은 빙하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녹아들어 이로 인해 수많은 동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 빙하가 녹으며 생기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던
지역에서는 심각한 물수급 문제를 겪고 있다.
 
불과 몇 십년 사이에 위의 사진들처럼 같은 장소가
전혀 다른 장소로 둔갑해버린 곳이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늘어나고 있으며, 지형 변화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재해들이 추가로 발생하는
결과마저 일어나고 있다.
 
엘 고어가 전하는 메시지가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런 환경파괴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대한 변화를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자연파괴에 대한 수치들을 보여주고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가면서,
미국이 앞장서야, 아니 가장 지키지 못하고 있는 미국부터 지켜나가야
환경 파괴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든 앞서간다고 생각하고 다른 국가들에 비해 스스로 우월하다고
느끼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자신들이 가장 뒤쳐져 있다는 신랄한 고발은
은근히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며, 엘 고어의 강연은 이런 부분을 의도적으로
건드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불편한 진실>이 단순히 불편한 진실을 고발하고 경고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가서는 '할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늦지 않았다'라는 희망적인 내용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과는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고 하겠다.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과, 칼 세이건의 말들을 인용하며,
이 지구를 지켜야만 할 당위성과, 구체적인 방법들을 열거하며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메시지는 엔딩 크래딧과 함께 텍스트로 계속 되어진다.
 
환경에 관한 문제와 심각성은 예전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논의가 될 수 밖에는 없을 문제일 것이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불편한 진실'이 '희망의 현실'이 되도록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행동하라고(action) 이야기하고 있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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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IMAX DMR)
 
요 근래 가장 기대해왔던 영화, 결론적으로 기대한 것 이상에 결과물과 감흥을 전해준 영화.
 
흔히들 액션 영화 홍보 문구들을 보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라던지,
'주체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등등의 비슷한 표현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러한 홍보문구들은 너무 빈번해져서 확 와닿지 않는것이 요즘 현실.
 
아마도 이러한 문구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작품은
적어도 최근에는 이 작품 '300'밖에는 없을 것 같다.



아시다시피 영화 '300'은 '씬 시티'로 잘 알려진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소설을
원작으로한 영화이다.
'새벽의 저주'로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알린 잭 스나이더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프랭크 밀러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던 씬 시티와 같이 대부분 그린스크린이나 블루스크린을
통해 촬영된 영화이기도 하다.
 
'300'을 정의하는 표현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나열해보자면,
액션, 스타일, 스케일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액션요소부터 살펴보자면 이 영화는 요 근래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인상깊은 액션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촬영이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고, 배경을 나중에 컴퓨터로
입히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그 기술적인 싱크로율은 이제 더 이상 어색한 정도를
논할 단계는 넘어섰으며, 시대상으로 이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특성상,
시대적인 분위기를 살려내면서도 요즘 감각에 맞는, 아니 감각을 앞서가는
초감각적인 액션과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액션이 경우, 다른 장면들도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클로즈업 장면들이 많으며,
슬로우모션 또한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300'의 액션은 R등급을 받았을 만큼 매우 잔인한 수준인데,
목이 잘리고, 잘린 목의 단면을 리얼하게 굳이 또 보여주기도 하며,
긴 창으로 쑥쑥 찔러대기도 하지만, 이러한 영화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만 아니라면,
이러한 장면들을 보면서 매우 잔인하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그저 영상의 미학으로 먼저 느껴지게 된다.
(결코 폭력성에 익숙해져 무뎌진 결과가 아니다!)



씬 시티를 처음 보았을 때, 이전에는 없었던 스타일에 정말 놀라고 감탄했었는데,
이 영화 역시,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 하겠다.
대놓고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완전히 '남자'들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왕과 왕비 사이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에 대한 묘사들도 계속 깔려있긴 하지만,
이것은 어디나 스타일의 난무하는 러닝타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도구일뿐,
진정한 남자들과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프랭크 밀러의 전작들에서도 볼 수 있었던 특유의 스타일을
여기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300명으로 엄청난 대군을 상대하며 피비린내가 나다 못해, 썩어 문드러지고,
시체들이 넘쳐나다 못해, 시체들로 높은 벽을 쌓아내기도 하지만,
그 순간에 흐르던 독백은 매우 간결하다.
 
'시작이 좋았다'
 
실컷 피흘리고 생사를 오가는 전투를 첫 날 마치고 나서도
한다는 말이, 첫날부터 시작이 괜찮았다 라는 것이다.
 
이런 쿨한 스타일이 어디있는가 ;;



이 영화는 또한 스케일로 말하는 영화이다.
반지의 제왕이 엄청나게 히트한 이후로 왠만한 스케일에는 관객들이 놀라거나
겁내거나 하는 일이 극히 줄어든 것이 사실인데,
이 영화 역시 그 동안 없었던 스케일은 아니지만(숫자적으로),
분위기와 연출력, 스토리상의 이유로 동일한 스케일일지라도 훨씬 배가 되게 느껴지게 된다.
 
반지의 제왕에서나 볼 법한 기괴한 크기와 생김새의 동물들과
기괴한 가면을 쓴 페르시아의 정예부대 '이모탈',
그리고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왕 크레르크세스의 신비스럽고도 소름돋는 모습까지.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자꾸말하지만)반지의 제왕에서 본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는 바로 스케일이었다.
 
비슷할 수 밖에는 없는 전투적인 요소들을
촬영기법과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스케일로 더 멋지게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모탈이나 크레르크세스의 쉽게 말해 '뽀대'에 대해서 말했지만,
이들보다 더 멋진 것은 별 치장은 하지 않았지만, 아니 치장은 커녕 우리가 예전 로마시대나
그리스 시대를 다룬 영화들에서 그대로 보았던 것 처럼, 망토와 팬티 차림 뿐이지만,
그 어느 기괴한 부대들보다도 멋져보였던 이유는, 스파르타 군사들의 멋진 근육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영화를 위해 주연배우들이 촬영 몇 개월 전부터 이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니을 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갑빠'일 정도로 배우들의 노력과 후보정으로 만들어진 근육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정말 그 자체만으로도 볼 만 하다.
 
그래서인지 상대편 전사들에 비해 스파르타군은 이렇다할 갑옷을 착용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한 번도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된 전투는, BC 480년 7월 제3차 페르시아전쟁 때 테살리아 지방의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일어난 전투로서,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패의 분수령이 되었고 이후 동서양 역사를
뒤바꿔 놓았으며 동서양의 구분에 대한 개념 또한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게 된 시초가 되기도한
중요한 전투였다.

실제로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소수의 정예부대가 대군을 맞아 싸웠고,
레오니다스 왕을 비롯한 모든 병사가 전사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영화가 사실과는 다른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 속 스파르타의 모습을 보면, 전 그리스의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정의롭고, 강력하며 선한 존재로 그려지고, 페르시아는 폭군의 악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페르시아나 스파르타가 어느 쪽이 선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강인한 스파르타 군대에 비해 페르시아 군대는 오합지졸이며,
일부는 인간이 아닌듯한 괴물의 모습까지도 보여주고 있는데,
이 같은 모습은 분명히 현재 이란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리 달가운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독재와 폭군이며 악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크레르크세스 황제는 실제로는
폭군이 아니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이 영화가 백인들은 영웅이고 유색인종들은 미개인과 악당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인종 차별에 골 깊은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잭 스나이더가 정치적인 감독도 아닐 뿐더러
이 영화 자체가 그런 의도를 가진 작품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크게 문제삼을 정도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에
'이 영화는 100% 실화입니다'라는 문구가 없다면
허구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보는 이들도 사실여부에 민감하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



여하튼 이러나저러나 이 영화 '300'은 정말 최고다!
특히 앞서 말한 스케일을 120% 느끼기 위해 반드시 'IMAX'포맷으로 즐겨야 한다.
특별히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위해 클로즈업이 많고 와이드한 컷이 많은 영화이고,
IMAX DMR로 만들어진 영화임으로, 반드시 최고의 포맷으로 즐겨봐야 한다.
 
액션과 스타일만으로 여운이 남는 영화는 매우 극히 드문데,
 
이 영화 300은 시종일관 액션과 전투만 했지만,
 
여운이 남는다.
 
잔상이 남는다.
 
그 만큼 인상적인 21세기의 초감각 액션영화!


 
글 / ashitaka


드림걸즈 (Dreamgirls, 2006)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뒤에야 보게 된 <드림걸즈>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모타운 레코드의 전설의 그룹이였던 '슈프림즈(The Supremes)'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쇼비지니스의 어두운 그늘과 더불어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박진감있고 활기찬 라이브 음악이 넘쳐나는 뮤지컬 영화이다.
그룹 슈프림즈는 다이애나 로스가 소속되었던 그룹으로도 유명한데,
영화 속에서는 '슈프림즈'같이 실존하는 명사들은 그대로 사용되지 않지만,
누가 봐도 알만한 비유적인 상대가 그대로 등장하며, 현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낸 구조를 띠고있다.
 
영화 속 '드림스'는 물론 '슈프림즈'를 모델로 한 것이고,
제이미 폭스가 맡은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역시 모타운의 설립자로 유명한 '베리 고디 주니어'를
모델로 삼은 캐릭터이다.
베리 고디 주니어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에피 화이트의 메인 보컬로 구성되었던 팀을 디나 존스 위주의 팀으로 변화시키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 것처럼, 뮤직 비지니스에서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로
누구나 평가하곤 한다. 실제 슈프림스의 경우도 다이애나 로스의 비중을 점점 높여가며
나중에는 '다이애나 로스와 슈프림스'가 되어버려, 영화처럼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모타운 최고의 밴드 중 하나였던 잭슨 파이브 역시,
의도적으로 마이클 잭슨의 비중을 높이고, 마이클 잭슨과 잭슨5로 불리게 되면서
불화아닌 불화를 겪었던 사실도 있다).
 
잭슨 5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중 모타운 기념 공연에서 등장하는 남성 5인조 밴드는 누가봐도 잭슨 5이다.
여기서 잠깐이지만 지나간 굉장히 재미있고 중요한 설정하나가 있었는데,
무대뒤에서 마이클 잭슨에 비유되는 어린 싱어가 디나 존스의 대기실 앞에서
기다리며 옅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 다이애나 로스를
가장 좋아했었고, 더나아가 다이애나 로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는데,
아주 짧지만 한 컷을 통해 이 같은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다.
 
에디 머피가 맡은 제임스 썬더 얼리는 아마도 제임스 브라운과 마빈 게이를
적절히 섞어놓은 인물 정도로 생각되는데, 무대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완벽하게 제임스 브라운을 떠올리게 하지만, 극중 얼리의 대사 중에 제임스 브라운을
언급했던 부분이나, 나중에 'Patience'를 부른 것에 비춰볼 때 마빈 게이의 영향도
묻어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놀란 점은 바로 에디 머피의 노래 실력이었다.
비욘세나 제니퍼 허드슨, 제이미 폭스 등의 노래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는 관계로
당연히 실제로 본인이 노래했다는 것에 의심하지 않았지만,
에디 머피의 경우 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난도의 보컬이 요구되는
극중 캐릭터 상 당연히 다른 사람의 목소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것은 너무나 큰 오산.
그 엄청난 무대위에서의 노래들을 에디 머피가 직접 불렀다니
이건 정말 최고의 충격이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극중 제임스 썬더 얼리가 부르는 곡들은
결코 쉽지 않은 곡들로 최고의 보컬을 요구하는 노래들인데,
에디 머피는 전문 가수들 못지 않는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이 노래 실력만으로도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겠다.
여튼 그동안 저질 코미디 전문 배우정도로 생각해왔던 에디 머피라는
배우를 '배우'로서 다시 보게 한 순간이었다.



제이미 폭스는 이 영화서 튀지 않지만 가장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역할이라 하겠다.
비욘세나 제니퍼 허드슨 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에디 머피처럼 돋보이지도 않지만,
어쩌면 가장 진지한 드라마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은 제이미 폭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던 가수답지 않게 이 영화에서는 다른 배역들에 비해
노래하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 하지만 단연 연기면에서는
가장 깊은 연기를 펼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림걸즈>를 보고 나면 누구라도 가장 손꼽을 배우는 바로 에피 화이트역의 제니퍼 허드슨이다.
리얼리티 쇼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출연하여 최종 결선까지 올랐던 그녀는,
실제로 최종 우승을 거두지 못했으나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와 캐릭터가
더욱 돋보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다.
그녀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열창은 이 영화를 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장면들을 다수 만들어내고 있다.
 
여러곡들이 다 인상적이지만 그래도 역시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은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녀의 보컬과 연기가 최고조에 이른 멋진 순간이라 하겠다.
<드림걸즈>는 표면적으로는 비욘세가 돋보이는 영화같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에피 화이트 역의 제니퍼 허드슨을 위한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 따위는 이제 경력을 읊을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가십이 되어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비욘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순전히 제니퍼 허드슨 때문이었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영화는 누가봐도 에피 화이트 역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드라마 적인 요소에서 봐도 그렇고 좀 더 강렬한 열창을 뽐낼 수 있는 역할도 에피 화이트 역할이다.
아마도 여배우라면, 특히 비욘세 같은 슈퍼스타였다면 이 시나리오를 접했을때
분명히 디나 존스 역할 보다는 에피 화이트 역할이 하고 싶었을 텐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디나 존스 역할을 충실히 연기한 것이 그녀에게는 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사실 이전에 비욘세가 출연한 영화들은 그녀가 연기를 했다기 보다는
그녀의 이미지를 소모하는 정도의 케이스라고 봐야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당당히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제니퍼 허드슨이 주요상들을 휩쓰는 동안, 비욘세에겐 이렇다할 상복이 없었지만,
어쩌면 몇 편 못하고 영화의 대한 꿈을 접어야 했을 지도 모를 그녀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시나리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드림걸즈>는 얼마전에 봤던 <프로듀서스>와는 또 다른 감흥을 얻을 수 있는 뮤지컬 작품이었다.
뮤지컬 영화의 왕 팬으로서, 또 한 모타운 레코드의 왕 팬으로서
<드림걸즈>만한 영화를 최근 없었다고 할 수 있겠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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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가져올 수 있는 일들.
인간 삶의 대한 고통과 연민.
소통의 부제에 대한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
 
영화를 보고 나선 도저히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던 무게감.
2시간이 넘는 시간 만으로 이렇듯 깊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니.
 
영화를 보면 볼 수록 무언가 내 깊은 속까지 다 파해져진 것 같은,
삶의 무게를 너무나도 여실히 느끼게 했던.
 
그래서 더욱 슬프고
무섭고, 안타까웠던.
 
아, 말로는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올해 최고의 예술 작품의 경험.
 
 

 
글 / ashitaka

**** / 1. 평소같은 리뷰는 DVD가 나온 다음에야 한 번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들은 많지만 글로 미처 옮길 수 없게 만들어버린 영화 때문에.
 
2.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영화 음악도 물론 좋았지만,
마지막에 나온 루이치 사카모토의 'Bibo No Aozora'는
정말 심장을 오롯이 빼았겨버리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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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주된 내용임
 
 
 
 
원래 보고자 하는 영화에 대해서는 감독과 배우 정도 외에는
일부러 정보 습득을 피하는 나로서는 이 영화 <스쿠프>역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나 내가 기회 있을 때 마다 '이건 아니잖아'라고 얘기하곤 하는
국내 영화사에 홍보 방법이, 이번에는 분명 의도한 것 같진 않지만 결과적으론 성공한듯 하다.
 
국내 포스터는 완전히 샤방샤방 로맨스 그 자체의 내용과 문구들을 담고 있고,
해외 포스터 역시 별다른 특색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해외 포스터엔 몇가지 중요한 단서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붉은 빛의 타로 카드는 물론이고,
Perpect Man, Story, Murder라는 문구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라 그런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완전히 로맨스 코미디 정도로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던
이들에게는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유머스러운 우디 앨런 캐릭터에 집중되어 있을즈음,
나름 중심을 이끌어왔던 미스테리가 완전히 풀렸다고 결정되었을즈음,
사실상 그가 진짜 살인자라고 밝혀지게 되면서
나름 반전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작 <매치 포인트>의 영향 때문인지,
중간쯤에 실제로 피터가 살인자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 <스쿠프>가 중요한건,
<매치 포인트>처럼 살인자가 완전범죄에 성공하며 씁쓸하게 끝나는 것과는 달리,
이 미스테리와 반전에 크게 중점을 두지 않고
오히려 우디 앨런과 스칼렛 요한슨 콤비의 대화와 연기에 의한 유머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용적으로는 범죄 스릴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를 반전 영화라고 하기 보단, 우디 앨런식 코미디라고 부르고 싶은 것은
감독의 의도 때문일 것이다.
실제 살인자임이 밝혀지고 난 뒤에 대단한 반전인양 연출하기 보다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저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마술을 선보이는 우디 앨런의 유쾌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기면서, 이 영화가 <매치 포인트>처럼 우울하고 쓸씁한, 심각한
영화가 아니라, 가볍고 쉬어가는 영화임을 얘기하고 있다.
 
특히 우디 앨런 자신은 영화 속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매치 포인트>에서 만난 스칼렛 요한슨과 이번 영화에서 배우로서
콤비를 맞추는 것에 굉장히 즐거워했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에 백미는 이 두 콤비의 대화씬들에 있는데,
우디 앨런의 여전한 유머는 물론이고, 점점 성장해가는 스칼렛 요한슨을
보는 것도 매우 즐겁다.



그리고 역시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우디 앨런은
이 영화에서도 유머러스한 분위기에 걸맞게 장면마다 그 리듬감을 더해주는
클래식들을 적소에 사용하고 있는데,
<매치 포인트>에서 클래식 음악이 비장하게 쓰인 것을 감안한다면,
<스쿠프>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 정 반대의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무겁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지만,
시시하지 않고 말그대로 즐겁게 즐길 수 있었던 영화였다.
 
 

 
글 / ashitaka


프로듀서스 (The Producers, 2005)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오랜만에 괜찮은 뮤지컬 영화가 나왔다길래
뮤지컬 영화의 팬으로서 봐야지 해서 봤다가,
엔딩 크래딧에 멜 브룩스 이름을 보고 '아....'하는 탄성을 자아냈던 영화.
최근 나왔던 뮤지컬 영화들이 생각보다 덜 임팩트가 있었고,
기대했던 것에 비해 항상 아쉬움이 많았었기 때문인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편안하게 킬링타임용으로 관람을 해서인가,
이 영화 <프로듀서스>는 확실히 기대했던 그 뮤지컬이었다.



뮤지컬 영화하면 떠올리게 되는 노래와 춤.
여기에 멜 브룩스의 유머까지 더해져 러닝타임 동안 지루함없이 달려올 수 있었다.
물론 뮤지컬 팬이 아니라면 지루할 수도 있겠으나
뮤지컬 영화의 팬, 특히 최근작들이 아닌 예전 뮤지컬의 향수를 그리워했던
이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작품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억지스럽고 오버스런 설정과 몸짓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거부감없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뮤지컬 영화 장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단체로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도 좋았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누가뭐래도 극중 맥스와 레오의 앙상블 연기와 노래이다.
특히 실제로 영화가 아닌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도 각각 맥스 비알리스탁과 레오 블룸 역할을
맡았던 네이단 레인과 매튜 브로데릭의 연기는 이 영화를 즐기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매튜 브로데릭에 카랑카랑하면서도 선명한 보컬과 네이단 레인에 노련하면서
변화무쌍한 보컬과 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어버린다.
특히 네이단 레인에 연기는 그야말로 뮤지컬 배우로서 '연기'에 경지에 오른
수준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듯.



두 주연배우 외에 윌 패럴과 우마 서먼 역시
자신들의 평소 갖고 있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서 영화 속에서
또 하나의 웃음을 선사한다.
사실 이 영화에는 나치, 게이 등 어쩌면 이런 유쾌한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그것마저도 유쾌하게 만들어버리는,
모 리뷰에서 표현했듯이 '크리에이티브를 완전히 무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내용적인 풍자라던가 역설이니 뭐니 해도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음악이었다.
오랜만에 진정 뮤지컬 음악 다운 음악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글 / ashitaka


블러드 다이아몬드 (Blood Diamond, 2007)


이 영화는 의외로 소리소문없이 제법 갑자기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때마침 레오의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 소식이 들려와

어떤 영화일까 알아보던 중 에드워드 즈윅 감독에 제니퍼 코넬리까지 출연하는 영화라는

것을 알고 바로 극장을 찾게 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피의 다이아몬드의

유통과정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참사와 역시나 갖은 자의 힘의 논리 등

현재도 실제로 자행되고 있는 다이아몬드 유통상의 문제를 배경으로

정치적이면서도 개별적인 문제에 대해 동시에 풀어내고 있다.


정치적이라는 것은 앞서도 말했듯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픽션이 아니라 실제로 다이아몬드 유통과정에

존재하는 일들이라는 점인데,

힘의 논리에 의해 가해지는 무자비한 학살들과 그런 것과는 전혀 별개로

이루어지는 지극히 상업적인 논리들이, 도대체 인간성이라는 것이

요즘 세상에(미처버린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아프리카의 참혹한 현실을 다룬 점에서라면 <호텔 르완다>나 <콘스탄트 가드너>등이

떠오르는데,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는 구체적으로 철저히 상업적 논리에 의해

인간성을 무참히 처형해 버리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첨부터 악당으로 설정되어 나오는 '혁명전선'의 인물들은 그렇다치더라도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믿었던 주인공 '아처'마저

다이아몬드에 눈이 어두워 '솔로몬'을 위협하는 장면에서는

'와, 디카프리오 저러면 안되는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전히 사라져버린 인간성을  실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아처는 마음을 바꿔서 다이아몬드를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대의적인 목적을 위해 희생(?)하게 되는데,

어쩌면 가장 사실적이고 이기적이었던 '아처'라는 캐릭터가

사건들 속에서 인간성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아직 희망은 있다라는 단순하면서도 씁쓸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이제 더이상 왈가왈부할 정도가 아니다.
이제 굳이 <타이타닉>의 얘기는 할 필요도 없을 정도.
영화 속 배경이 정글, 숲속이라 그런지 그 속에서 연기하는 레오의 모습은
전작 <비치>를 연상시키게 했지만, 그 때와 지금의 레오의 모습은 천지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특히 극중 '아처'의 특별한 출신을 말해주는 독특한 억양이 인상적이었고,
앞서 말했듯이 갑자기 인간 최후의 악마성을 드러내는 모습 등은
섬뜩할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스콜세지의 페르소나로 거의 굳혀갈때쯤 다른 감독의 영화에
참여한 것이 기뻤고, 그 때와는 또 다른 인상적인 연기로
이젠 동년배 다른 남자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최고의 연기력을 뿜어내는 배우로
손색이 없다 하겠다.



그리고 디몬 하운스.
독특한 외모 때문에 항상 맡는 역할이 한정되어 있는것이 개인적으로
좀 아쉽긴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더 그의 드라마틱한 연기를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의 야수와 같이 포효하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입이 벌어졌고, 아들과 감동적인 대화를 나누며 눈물을 주루룩 흘리는 장면에서는
(정말 눈물이 말그대로 주루룩 흐른다..)영화를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호평을 받았던 <아미스타드>와 러셀 크로우와 호흡을 맞췄던 <글래디에이터>만큼
그의 필모그래피에 인상적인 영화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제니퍼 코넬리.
개인적으로 그녀의 팬이라 이 영화엔 레오가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보러갔을터인데, 이젠 완전히 성숙해져버린 매력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도 동안인 레오인 탓에 두 사람의 애정관계는
그리 비주얼적으로 어울렸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모래와 안개의 집>이후로 오랜만에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여서 만족.



국내에는 우습게도 이 영화가 완전 액션 블록버스터 인것으로 홍보가 되었는데
물론 액션이 많고 전투 헬기와 대규모의 폭격, 총격씬이 등장하는 등 액션의 규모가
블록버스터인 것은 틀림없지만, 본질적으론 드라마인 영화인데 이런 홍보방식은
역시나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이 영화로 인해 다이아몬드 업계가 적지 않은 타격(최소한 이미지 상의 타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런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다이아몬드 회사가 아닌 바로 소비자임을 새삼 알려주는 영화였다.
 
 

 
글 / ashitaka

*** / 1. 엔딩크래딧에 흐르는 목소리는 확실히 나스(Nas)의 목소리임을 단번에 알아채릴 수 있었다.
 
2. 개인적으로 다이아몬드를 비롯, 보석에 관해 전혀 소유욕이 없음으로
전혀 죄책감없이 볼 수 있었다 --;
 
3. 영화에 비해 리뷰가 너무 맘에 안드는듯 --;


허니와 클로버 (ハチミツとクロ-バ: Honey & Clover, 2006)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 아오이 유우와 칸노 요코 밖에는 없었다.

사실 난 아오이 유우보단 우에노 주리나 미야자키 아오이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

여튼 보러갔다.--;


일단 내가 가장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영화 시작과 동시에 알게 되었는데, 아니 시작 전 부터 이상함 낌새가 느껴졌었다.

일요일이고 12세 관람가이긴 하지만, 평소보다 눈에 띠게

여자 아이들이 많길래, 원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었으나, 첫 장면이 시작되고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남자 주인공의 나레이션과 동시에 쏟아진 괴성들,

모습이 들어나자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찬사와 괴성들..

무언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남자 주인공이 웃기라도 하면 여기저기서 '귀여워 @@'하는 소리가 연발 터져나왔고

영화보다는 남자 주인공을 보러 온듯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주인공인 사쿠라이 쇼가 그룹 '아라시'의 멤버였던것--;

극장에 대부분이 아라시의 팬들이었던 것이었다.

영화가 다 끝나고도 애들 답지 않게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했더니

엔딩 크래딧 끝마무리에 나오는 아라시의 노래를 들을려고 기다렸던것..

여튼 그랬다...


영화는 딱 2시간을 진행하는데,

살짝 지루한 느낌이었다. 아오이 유우를 보러 간 것 답게

그녀의 환한 미소는 화면 가득 만나볼 수 있었는데,

거의 말없이 표정과 미소만으로도 이 정도의 존재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벌써 되버린 아오이 유우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딱 2시간을 진행하는데,

살짝 지루한 느낌이었다. 아오이 유우를 보러 간 것 답게

그녀의 환한 미소는 화면 가득 만나볼 수 있었는데,

거의 말없이 표정과 미소만으로도 이 정도의 존재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벌써 되버린 아오이 유우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로맨스보단 청춘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내 주변에 관람 환경 때문인지, 그 의도가 효과적으로 스며들진 못한것 같다.


칸노 요코의 음악은 역시나 리듬감있고 화면을 주도하기도 하는 등 좋았지만

오프닝에 나오는 곡의 느낌은 완전히 'E.L.O'의 노래와 흡사했다.

(사실 전주를 들을땐 E.L.O'의 곡이 수록된줄로 거의 확신했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그럭저럭이라 평하면 될듯;;


 
글 / ashitaka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2006)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극장 개봉시에 놓치게 되는 영화들이 그래도 간혹 있다.
이런 영화들의 경우 대부분 DVD가 출시되면 구해 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하는 것.
<미스 리틀 선샤인>은 내가 2006년이 가기 전에 하마터면 놓칠 뻔 했던,
놓쳤다면 나중에 DVD구입해서 극장에서 못 본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을 그런 보석같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명 한 명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는, 가족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어울리지 못하는
한 가족들 사이에 하나의 사건이 발생되면서 벌어지는 일들.....
이라고 설명하기엔 너무 부족한 영화.
 
그냥 그런 이야기 밖에는 안되는 구조 같지만,
이 영화는 그 속에서 중요한 것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뻔한 결말로 가지는 않는다.
 
영화속에 흔히 등장하는 가족들은 아주 막 나가는 가족아니면
매우 따뜻한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가족, 이렇게 딱 둘로 나뉘는데
<미스 리틀 선샤인>에 등장하는 가족은, 구성원들이 평범하지 않다면
평범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사실 가족간의 여행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경우도 많고
가기 싫고 빠지고 싶지만 '가족여행'이라는 명분만으로 참가해야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미스 리틀 선샤인>의 등장하는 가족에게도 이 같이 모두가 원하지는 않는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이 영화는 액션이나 블럭버스터도 아닌 것이 시네마스코프에 담겨있다.
무언가 특별하게 와이드함이 필요한 장면은 없지만, 어쩌면 가족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이 시네마스코프는 가장 빛을 발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등장한 장면에서 함께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꽤 먼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는 장면은, 단순한 위치 뿐만 아니라
가족들 사이에 벌어진 거리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집 안 보다도 닫혀있는 좁은 차 안에서도 서로가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시네마스코프의 위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드라마에서도 시네마스코프가 이렇게 적절히 사용될 수 있음을 새롭게 깨닫게 해준 영상이었다.



영화는 내내 유치하지 않은 진실된 웃음(극장에서 러닝 타임 내내 미소가 가시지 않았던 적은
실로 오랜만이었다)을 선사하였고, 바로 이 장면에서는 그 웃음이 살짝 감동으로
와닿기도 했다(사실 이 장면에서 찡해오는 감동을 받은 것은 나 뿐일지도 모른다 --;).
모두가 비웃고 조롱하는 상황에서도 가족이라는 이유 만으로 기립박수를 쳐주고
함께 춤춰줄 수 있는 저 장면은, 올해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유쾌하고 행복한 장면이기도 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사실 내가 막 좋아하는 배우들은 별로 없었다.
그렉 키니어는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가족영화들에 주로 출연하여 그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본 적은 없었으며, 토니 콜렛과 알란 아킨도 좋은 배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그들을 보기위해 영화를 선택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디서 누군가가 평했듯이 2006년 최고의 앙상블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다.
각각의 연기도 매우 뛰어나지만 앙상블이 뛰어난 작품. 올해 모 방송국에 연기대상에서
'가족상'이라는 상을 주던데 --;, 나에게도 가족상이 있다면 그들에게 주고 싶다.
그리고 제작진들에게도 큰 부담거리였던 코미디 연기자 스티브 카렐은
이런 부담을 완전히 씻어주고도 남을 완벽한 연기를 펼쳤으며, 개인적으로도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이미지가 너무 컸던 터라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이 영화에선 그의 얼굴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소녀 올리브.
어디서 본 듯 했더니 <싸인>에 나왔던 그 꼬마 소녀였다.
커스틴 던스트의 어린시절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매우 귀여운 얼굴과 연기와 저 '배' ㅋ.
어린이 미인 선발대회에 출전한 다른 어린이들이 로봇 처럼 느껴졌던 탓에 올리브의
귀여움이 더욱 빛났다.
 
이 영화는 가족영화이자 일종의 로드무비이기도 한데,
가족이 노란색 구닥다리 승합차를 타고 떠날때 흐르던 노래에 깜짝 놀랐다.
바로 Sufjan Stevens의 곡이었던 것.
개인적으로 Sufjan Stevens의 광팬이기도 한 나로서는 아주 적절한 분위기와 영상에
그의 노래가 퍼질 때 나름 감동을 느꼈다. 그의 곡을 들을 땐 항상 무언가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었는데, 감독 역시 이 같은 이미지를 정확하게 그려냈다.
 
얼핏보면 이런 스토리는 소통의 부제를 겪던 가족이 사건을 통해
소중함을 깨닫고 진정한 '가족의 탄생'을 이루는 작품이 되곤 하지만,
<미스 리틀 선샤인>은 그런 결말을 따르지 않고 있다.
경연대회에서 서로 함께 춤추고 즐기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새삼스런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다시 말없이 집으로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이다.
그래서 더욱 좋았다.
 
2006년이 가기전에 보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던 영화.
가족 영화라는 장르가 애들만 보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깨우쳐준 영화.
드라마임에도 다시 한번 극장을 찾고 싶은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글 / ashitaka

*** / 1. 원제는 <리틀 미스 선샤인>인데 왜 우리나라에선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했을까 --;
개인적으론 부르기도 전자가 쉽던데..
 
2. 절대 무패 9단계 이론 ㅋㅋ
 
3. 'Welcome to hell' 'go hug mom' 등 명대사들이 입이 아닌 쪽지로 전해져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ㅋ



사실 처음에 007에 다니엘 크레이크가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땐
나도 여러 다른 사람들처럼 그리 적절치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같은 후보군에 있었던 클라이브 오웬이었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
 
그런 기대반, 걱정반을 갖고 보게 된 <카지노 로얄>
헐리웃 블럭버스터 답게 초반 쉴세 없이 몰아치는 시퀀스는
실제 육상선수를 출연시켜 좀 더 박진감 넘치고 스피드한 전개로
흡사 <옹박>이나 <야마카시>등에서나 나올 법한 화려한 몸동작으로
보는 눈을 확 사로잡았다. 이제 반해 기술보단 터프함이 우선되는
새로운 본드의 스타일도 재미와 흥미를 더했고. (벽 뚫고 나오는 장면 원추 ㅋ)
 
아무래도 이전 본드들과 다니엘 크레이그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
다른 본드들은 몰라도 개인적으로 피어스 브로스넌 보다는 훨씬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다.
 
배트맨 시리즈에 <배트맨 비긴즈>가 있었다면,
007 시리즈엔 <카지노 로얄>이라 해야 할것이다. '007 비긴즈'라고 불러도 좋을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오프닝에 007로 승격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면서 이 영화가 007 시리즈의 시작에 위치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린다.
 
처음이라 그런지 나중 본드들 보다 바람기도 덜하고 장난스러움이 덜한 한 편,
좀 더 '요원'스러운 박력과 킬러 다움이 묻어나고 있다.
오히려 본드 보다는 이던 헌트가 연상되는 캐릭터라 할 수 있을듯.
 
유머러스함과 바람끼가 대표적이었던 007이 서서히
흥미를 잃어갈 때쯤 <카지노 로얄>에서의 본드처럼 본연에 충실한
본드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좋은 출발이 된 듯 하다.
 
본드 걸 얘기를 안할 수 없는데, 에바 그린이 출연한 영화는 그래도 제법 보았으나
한 번도 아주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었는데, 역할이 역할이라 그런지
에바 그린은 모습만으로도 빛이 나는 장면이 많았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피어스 브로스넌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멋진 액션과 더불어 턱시도가 더욱 잘 어울리는 옷빨(?)을 선사하며
새로운 본드로서 만족스런 신고식을 치뤘다고 할 수 있을듯 하다.

러닝타임이 거의 2시간 30분에 육박할만큼 상당히 긴데,
다 괜찮았으나 중반 이후 본드와 본드 걸의 애정 부분이 조금 필요이상으로
길었다. (사실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기때문에, 왜 안끝나나 했었다 --;)
하지만 화려한 여성편력과 바람기를 자랑하는 본드의 첫 사랑 이야기임을
감안하였을 때 이후 본드 시리즈의 이야기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하는
시퀀스 임으로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을듯.
 
사실 007하면 최근 보아왔던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의 시리즈들을
생각하고 간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다니엘 크레이그의 강한 본드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리즈의 기대도 갖게 했다.
 
 

 

 
글 / ashitaka

*** / 1. 역시 오프닝!
크리스 코넬의 멋진 곡이 그야말로 '빠방'하게 울려퍼지며
카드를 배경으로한 독특한 컴퓨터 그래픽의 오프닝은 올해 보았던 인상적인 오프닝에
손꼽히는 멋진 영상이었다.
 
2. 막 007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작전을 진행해서인지
이전 시리즈보다 너무 본부의 지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수무기드을 기대했다간 실망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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