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과학 (The Science Of Sleep, 2005) 
 
미셸 공드리의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나의 온갖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영화.
또한 이 기대와 더불어 과연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의 영화는 어떨까 하는 걱정도
갖게 했던 영화. 수면의 과학.
 
내가 가본 중엔 처음으로 씨네큐브가 매진되어 빈자리가 없었던 가운데
관람했던 수면의 과학.
 
빛과 색의 움직임이 인상적인 인트로 부분부터
공드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건 공드리 영화야 할 만큼
색다르고 기괴한 상상력들이 가득 넘치는 장면들이, 가득한게 아니라 전부다.
이 영화는 오롯이 공드리의 상상력이 100% 발휘된 장면들과
이야기이며, 그간 그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았던 재기 넘치는 영상들을
영화라는 그릇에 담아놓은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걱정했던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는, 역시나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영화의 홍보 문구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사랑은 왜 꿈처럼 되지 않을까요?' 라는 말처럼
왠지 전작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애절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무척이나 갖게 했지만, <이터널 선샤인>정도의 그것은 없었다.
하지만 <수면의 과학>과 <이터널 선샤인>은 엄연히 다른 영화이고
비슷한 장르도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같은 감동을 원하는 것도 무리가 있을듯 싶다.
 
잠과 꿈.
현실과 꿈.
공드리의 작품에 항상 베이스로 깔려있던 이 세계관을
작정하고 풀어낸 영상.
 
 

 

 
글 / ashitaka

**** / 1. 실재로 그리 우스운거 같지 않았던 장면에서도,
사실 웃지 말았어야 했던 장면에서도,
사람들은 많이들 웃었다. --;
내 웃음보가 고장난 것일까 --;
 
2. 여주인공인 샬롯 갱스부르는 얼마전 보았던 21그램에서 봤던 인상이
남아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완전 몰입할 수 있었다.
오늘은 그녀의 음반도 들어봐야겠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2006)
 
(스포일러조심)
뭐 박찬욱 감독의 그 동안 영화들을 모두 좋게 봐온지라 이번 작품도 많이 기대했던 작품.
정지훈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에 사뭇 걱정도 되었던 작품.
결과를 보자면 꽤 괜찮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박찬욱 이름을 보고 극장을 찾았던 대부분의 관객들은 물론,
임수정과 정지훈을 보려고 극장을 찾았던 소년,소녀팬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많이들 실망했음은 물론 '이게 뭐야'하는 식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뚜렷한 기승전결도 없고(특히 '결'이없다),
이렇다할 클라이맥스도 없으며 커다란 갈등구조도 없다.
그러니 더더욱 감동같은 건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건 그런것들을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기때문이다.
 
사실 박찬욱 감독은 원래 이런 감독이다.
<친절한 금자씨>같은 영화에서도  머리는 최민식이고 몸은 개로 나오는 장면처럼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딴 세상의 장면을 삽입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 영화는 아예 그런 설정과 구조들만이 존재하고 있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친절한 금자씨>가 개봉했을 직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박찬욱이 <올드보이>로 돈벌더니
배불렀다, 배신했다 등등 평이 있었지만, 박찬욱은 원래 그런 스타일의 감독이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영화들 가운데 <올드보이>란 작품은 관객들과도(의외로 너무 많은 관객들),
공감대가 맞아 떨어진 작품이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는 것이다.
(사실 금자씨가 몇백만씩 관객이 들때도 이 영화가 그렇게 많이 볼 범국민적인 영화는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초반에 비쥬얼과 상상력이 결합된 오프닝신을 보면서
참으로 팀 버튼 영화가 많이 떠올랐다. 약간은 기괴하면서 미술적인 요소가 강조된
타이틀은, 이 영화가 평범한 영화는 아님을(평범한 스타일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일터.
전작 <금자씨>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심인물 2명 이외에 여러명의 조연들을 등장시키는
연극적인 스타일의 구성도 그대로 이어졌다(배우들도 대부분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시금 출연하고 있다).
또한 마치 미셸 공드리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상대적인 크기의 차이로 재미를 주는
영상적인 요소들도 등장했는데, 기술적인 면에서 어설프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또 순대를 만드는 별 거 아닌 장면에서도 조명을 벌~겋게 하여 혹시 박찬욱이라면
12세라도 뭔가 하드코어한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도록 의도한 것도
유머러스했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임수정이라는 배우가 이 정도의 에너지가 있던 배우였던가 하는 것이었다.
러닝 타임 가운데 몇번씩이나 무서우리만큼 섬뜩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원래 임수정의 말투가 저랬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억양과
마음껏 소리지르며 연기할때는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 쉽지 않을 만큼 무서운 포스를 내뿜었다.
가장 위험요소였던 정지훈의 연기는 뭐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그의 대한 평가는 캐릭터 자체가 좀 이상한 캐릭터였음으로 평가보류해야 될듯하다.
 
이 영화는 박찬욱이 자신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이상한 영화 중 하나이다. 난 정지훈과 임수정의 눈물겨운 러브스토리도,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극적인 요소도 기대하지 않았던터인지,
임수정이 아톰마냥 손가락이 열리고 무자비하게 의사들을 쏴죽이고 병원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상상을 할때에도, 그저 씨익 웃음이 났다.
 
좀 오바해서 생각해본다면,
정신병 환자들의 원인에 관한것(그들이 병에 걸리게 된 사연들을 들어보면 모두들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어서, 그 염원하는 마음에 병을 얻게 된 것)이라던지,
이들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태도라던지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수도 있었지만,
이 영화는 그러라고 만든 영화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마지막 대사가 된 '근데 양말만 젖은 건 아니잖아'라는 정지훈의 대사는
무언가 여러가지 생각하게 하는 대사였다.
 

 

 
글 / ashitaka

p.s/1.정지훈의 쓰고 나오는 몇 가지의 가면들, 참으로 갖고 싶더라 --;
2. 임수정의 뒷 모습, 너무 안쓰러웠음(영화재미없게 본 사람들도 이건 다 공감하는듯)


무지개여신 (Rainbow Song, 2006)
 
(스포일러 주의)
대부분의 관객들이 이와이 슌지가 감독한 것으로 잘못 알고 접근한 영화 --;
그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영화 홍보차 내한도 이와이 슌지가 직접 했던 영화.
 
사실 이와이 슌지가 프로듀서했다는 것은 전혀 선택에 영향을 주진 않았으나
우에노 주리와 아오이 유우 등 배우들의 이름에 끌려 보기로 했던 작품.
 
기대가 별 3이었다면 감상평은 별 5이었던 영화.
 
'항상 가까이에 있었는데..'라고 포스터에 대놓고 나와있는것처럼
영화를 보자마자 연인으로 생각안했던 두 남녀가 결국은 서로 좋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상 새로울 것이 없다.
내가 요즘들어 감동받는 영화들은 이야기상 새로운 것보다는 뻔한 이야기를
새롭게 그리는 방식이 뛰어난 영화인듯.
<무지개 여신>은 그런 면에 있어 매우 만족했던 영화였다.
 
쿠마자와 감독의 영화에 대한 사랑이나 이야기도 엿볼 수 있었는데,
오래된 필름 카메라와 기종, 필름에 관해 이야기 할때 영화 속 주인공들이
흥분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은 일반 관객들보다는, 영화 현장에 있는 감독과 스텝들이라면
더더욱 공감했을 장면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색감을 위해 구식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던 주인공 처럼
영화도 선명하고 세련된 화질보다는 따뜻하고 노이즈가 많은 감상적인
화면을 담고 있다 (특히 학교내 영화부 방의 따뜻한 햇살이 비취던 조명과 색감은
정말 그 순간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영화의 시작 아오이가 미국에서 사고로 죽었다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후 시간 설명은 안했지만 다시 예전으로 부터 시작하는 설정을 보았을때
사실상 아오이가 죽었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깔고 시작하는 것임에도,
마지막 아오이의 유품들과 전하지 못한 대필 편지를 토모야가 보게 될때
감정이 북받치고 말았다. 이건 분명히 아오이가 죽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감정들이 고조되어 슬퍼졌던 것이었다.

그리고 청춘과 그들의 고뇌.
'왜 인간은 취칙을 해야하지?' 등과 같은 젊은 날의 질문들과 꿈과는 상관없는 일을
생존을 위해 해야하는 현실, 그리고 꿈을 찾아 더 공부를 하기위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아오이의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이 비춰졌는지 적극 공감과 더불어 매우 슬픔도 함께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 속 영화인 '지구 최후의 날'도 인디적인 느낌과 SF적인 느낌이
물씬 살아나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특히 지구의 최후의 날을 몇일 앞두고
놀이터를 배회하는 장면에서의 색감과 필름의 느낌은 흡사 예전 <오맨>에서 보았던
바로 그 느낌이었다.
슬쩍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마지막 처음부터 끝까지 풀로 영화 속 영화를 보여준 것은
두 주인공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우에노 주리의 정극 연기는 거의 처음 본듯 한데,
진지한 연기에도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우에노 주리의 연기에 흠뻑 빠졌던듯.
남자 주인공인 이치하라 하야토는 보는 순간 온주완을 닮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는데,
이제 20살이라니 앞으로가 기대된다.
아오이 유우는 그리 출연분이 많지 않았음에도 그 환한 미소만큼은 화면 가득 환한 분위기를
전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그러하였듯
마지막 엔딩에 노래를 삽입한 것은 정말 좋았다.
최근 본 영화 중에 여운 면에서는 최고였던 영화.
오랜만에 스펙터클이 아닌 감정을 느끼기 위해 극장을 두 번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

< The rainbow song>

언젠가 생각이 나겠지
오늘의 모든 풍경들이
마음이 아플 정도로
그리워질 지도 몰라

내리쬐는 태양 속에서
뻗어 나온 프리즘이
일곱빛깔로
내 마음을 물들이네

우리가 쫓았던,
그러나 잡을 수 없었던 그 무지개
자오선을 넘어서
찾으러 갈거야

무지개는 우리 꿈을
이루어줄 기적이니까

무지개는 하늘에 걸린
우리 약속의 표시

무지개는 눈물 멎은 하늘이
사랑스럽게 짓는 미소

어린 시절 동경했던
신비로운 일곱색 띠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까
우리가 쫓았던,
그러나 잡을 수 없었던 그 무지개
자오선을 넘어서
찾으러 갈거야
무지개는 우리 꿈을
이루어줄 기적이니까

우리가 쫓아 다니고
찾아 다닌 모든 것들은
점점 퇴색되어가지만

사라지지 않는 무지개는
가슴속에 담아두었으니

우리 꿈은 이루어 질거야
지금 여기서
 

 
글 / ashitaka

p.s / 1. 이제 일본 영화도 여러편을 보다보니 다른 영화들처럼 조연 배우들을 기억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래 사진 위쪽 맨 왼쪽에 있는 배우는 <린다 린다 린다>에서 영화의 시작과 중간
시바라기 축제 영상을 만들던 그 방송부 학생. 아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와서
영화 관련 서클에 든듯 하다 ㅋㅋ
 
2. 아래 그림 위쪽 가운데 학생은 <박치기>에 출연해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던 배우.
 
3. 사진엔 없지만 프로덕션에서 토모야에게 음성이 빠졌다고 실수로 혼을 내던
PD역할은 <스윙걸즈>에서 두 소녀에게 버려진 뒤 포크 밴드를 결성했던
바로 그 배우였다. 이래저래 여기저기서 알아볼만한 배우들이 많았다 ㅋ
 
4. 보통과는 다르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때도 엔딩 곡이 흘러서 그런지 몰라도
끝까지 불을 켜지 않았던 상암 CGV와, 거의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았던 분위기에 감동;;


 

디파티드 (The Departed, 2006)
 
올해 하반기 가장 기대했던 영화 중의 하나였던 '디파티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물론이고, 레오, 멧 데이먼, 잭 니콜슨, 마크 월버그, 마틴 쉰, 알렉 볼드윈
까지,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디파티드>는 잘 알다시피 홍콩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본래는 단순 리메이크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스콜세지가 감독한다는 말에
그저 그런 리메이크가 되지는 않을 거란 기대를 갖게 했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기대를 한 만큼의 결과물은 아니었다.
알려진바로는 스콜세지는 전혀 다른 리메이크 작품을 만들겠다고 했던 만큼
단순히 원작 시나리오의 설정만을 가져왔을 뿐 다른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장면까지 흡사한 점이 많았다.
황추생과 양조위가 만나던 옥상 장면은, 그대로 마틴 쉰과 디카프리오의 옥상씬으로
연결됐고, 옥상에서 추락하는 것, 첩자를 밝혀내기 위해 신상명세를 받아내던 중
봉투에 철자가 틀렸다며 글씨를 다시 써준 점, 마지막 살인사건의 장소가 엘리베이터라는 점,
등등등 그저 원작의 구성과 인물들을 빌려온 리메이크 작이라고 하기에는
완전히 똑같은 장면들이 너무도 많았다.
 
오히려 완전히 똑같은 장면들을 넣을 것이었다면, 위기상황에 문자를 보낸다는
설정보다는 원작의 모르스 기호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며,
배경음악도 스코어가 아닌 노래로 넣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히려 이 영화는 <갱스 오브 뉴욕>에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갱스터 영화에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스콜세지 감독은,
그 근본의 뿌리를 탐구한 작품으로 <갱스 오브 뉴욕>을 내놓았는데,
<디파티드>역시 보스턴 지역의 배경으로 아이리쉬계와 이탈리아계의 끊임없는
세력 다툼 등 리얼한 갱스터 세계의 모습을 그리는데에는 역시 수준급 연출력을 선보였다.
<무간도>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분명히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증지위의 싸늘한 카리스마 못지 않게 잭 니콜슨의 흡사 <어바웃 슈미트>스런
자연스러움과 미치광이스런 성격이 공존하는 연기는,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마틴 쉰이나 알렉 볼드윈은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역시 연기 경력에 걸맞는
무게감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 영화를 보고 누구나 칭찬했을 만큼 리얼한 연기를 펼친 마크 월버그는,
이 영화로 인해 한 단계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멧 데이먼의 연기도
유덕화와 비교하지만 않는 다면 나무랄데 없다.
영화의 초반 잭 니콜슨과 디카프리오가 투 샷으로 잡혔을 때는 왠지모를
뿌듯함마저 느껴졌는데,'야~ 이제 레오가 잭 니콜슨과 1:1로 상대할 만큼 연기력이 늘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면서 확실히 꽃미남의 이미지는
벗어내버린 레오는 이번 영화에서도 복잡한 심리를 갖고 있는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특히 자신의 본래 신분인 경찰로 돌아온뒤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가서 대화하는 장면에서
이전 갱으로 위장해 있을 떄와 완전히 다른 표정과 억양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봤을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파티드>는 어쩔 수 없이 <무간도>와 비교할 수 밖에는 없을텐데,
결과적으로 <무간도>를 넘어서지도 넘어설 수도 없었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해준 영화였다.
<무간도>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양조위 못지 않게 유덕화 캐릭터였다.
본래 나쁜 사람으로 경찰에 첩자로 잡입하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로맨스를 겪고나면서
점차 착하게 살고 싶었다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면서
겪는 갈등이 사실상 <무간도>의 요점이라 할 수 있었다. 길을 잘못든 사람이 뒤늦게 후회하고
진심으로 착하게 살고 싶다는 걸 알았을땐 이미 많이 늦어버린 현실에 힘들어하는 상황말이다.
 
하지만 <디파티드>에 멧 데이먼이 맡은 캐릭터엔 그런 고민이 없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이용에 자신의 이익을 채우고 배신하는 비열한 악당, 갱스터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간도>는 양조위와 유덕화가 동등하게 그려지고 있는 영화지만,
<디파티드>는 동등하다기보단 레오가 중심이 되는 1인 영화에 가깝다.
<무간도>와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려고 했었다면 모르지만,
대부분의 설정과 장면들을 그대로 가져왔으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온 것이 <디파티드>를 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그리고 <무간도>는 엔딩 크래딧이 오를때 인물들의 쓸쓸한 감정을 차분히 정리해주던
채금의 노래가 있었지만, <디파티드>에는 스코트랜드풍의 강력한 음악만이 흐르는데
영화를 마무리하는 방식으로는 썩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채금의 노래의 영향력이, 이 노래가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되었었는지
깨닫게 하는 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무간도>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디파티드>는
더할 나위없는 괜찮은 갱스터 영화이다. 혹 <무간도>를 본 사람들이라해도
갱스터 영화에 집중한다면 이 영화는 놓치지 말아야할 수작일 것이다.
하지만 <무간도>에 공감했던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디파티드>는
무언가 아쉬움이 짙게 남는 영화였다.


 
글 / ashitaka


프레스티지[prestige]의 뜻:
1. 환상, 착각, 마술의 트릭, 사기
2. 순간이동 마술에 사용되는 이동수단
3. 신의 경지에 도달한 마술의 최고 단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휴 잭맨, 크리스찬 베일, 스칼렛 요한슨, 데이빗 보위 출연

올해 마틴 스콜세지의 <디파티드>와 더불어 가장 기대했던 작품인 <프레스티지>.


그리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지만 <메멘토>의 충격으로 시작하여

<배트맨 비긴즈>같은 블럭버스터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연출력과 새로움을 갖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라 볼 것도 없이 기대했던 영화.


(.....이 영화는 스포일러 없이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음으로 이제부터 막 나옵니다)


국내에서는 '영화사상 최대의 결말(반전)이 공개된다' 등등 국내 관객에 입맛에 지나치게

기댄 홍보전략으로 나섰는데, 뭐 이런 문구에 현혹될리 없었지만,

이 문구에 끌린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최근 모든 스릴러 영화는 반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과연 식스센스 이후 국내 관객들이 만족할만한 반전이 있었나 싶다).

사실 '보든'이 쌍둥이 일 것이라는 건 영화 중반쯤 부터 예상되었던 바다.

이 후 각자의 길을 가자며 상대가 화면에 등장하지 않고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100% 예상할 수

있었다. 오히려 테슬라가 만들어낸 기계가 순간이동 기계가 아니라 사실상 '복사기' 였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으며, 이후 앤지어가 마술을 할 때마다 새롭게 복사된 자신을

죽였다는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웠다. 마지막 장면에서 수없이 복사되어 수조에 익사시킨 자신의

복사체들이 보여지는 장면과 엔딩 크래딧에서 휴 잭맨이 크리스찬 베일을 앞선 다는 것에

혹 복사된 앤지어 중에 살아남은 앤지어가 있다는 것은 아닌가 했지만,

이것이 직접적으로 감독이 의도한 바 같지는 않았다(이건 나중에 dvd가 나오면 코멘터리를

들어봐야 할듯).

이 영화는 반전으로 설명되는 영화가 아니다.

휴 잭맨이 연기한 '앤지어'와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보든', 그리고

에디슨과 테슬라, 과학과 마술 등 라이벌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술사들의 이야기 정도일 수도 있었지만, 여기에 과학이라는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요소를 접목시킨 시나리오는 매우 탁월했으며, 여기에 실제 있었던

과학자 에디슨과 테슬라의 관계를 역시 접목시켜 또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에디슨은 워낙 유명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니콜라 테슬라는 에디슨의 조수로 시작하였으나

결별한뒤에는 에디슨과 라이벌이 되었으며, 의문의 죽음과 더불어 그의 자료들도

흔적을 감추는등, 이 둘 간의 이야기도 더 파볼 만한 이야기가 무궁무진 한듯 하다)



크리스찬 베일은 종종 심각한 표정을 지을 때는 <아메리칸 사이코>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현존하는 배우 중에는 선악을 모두 다 표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연기였다(뭐 물론 두 쌍둥이가 한명은 선, 한명은 악 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휴 잭맨은 개인적으로 울버린 캐릭터로 남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생각했던 배우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적어도 '반 헬싱'이 떠오를 지언정 '울버린' 이미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는 재미가 휴 잭맨과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를 보는 것에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두 배우의 연기는 놀란 감독의 연출력 만큼이나 수준 높은 완성도를 펼치고 있다.


국내 홍보나 포스터에는 스칼렛 요한슨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대만큼의 비중은 아니었다 (프레스티지는 딱 잘라 결국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디 알렌을 비롯 여러 감독들에 작품에 이어 놀란 감독까지,

참으로 감독과 시나리오 선택만은 최고로 잘하는 배우로 생각된다.


그리고 테슬라 역할의 데이빗 보위와 그의 조수 역할의 앤디 서키스.

사람들이 앤디 서키스는 제법 알아봤는데 의외로 데이빗 보위는 잘 못알아 보는 분위기.

앤디 서키스를 피터 잭슨 외 감독의 영화에서 만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데이빗 보위는 많은 사람들이 못알아 볼 수도 있을 정도로 정갈하고 깔끔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그래도 특유의 눈동자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커터 역의 마이클 케인은 연기만으로는 사실 잘했다 못했다 따질 수준은 이미

훨씬 넘어선 터. 영화내내 무게감을 주는 존재감은 아마도 놀란 감독이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얻어낸 노하우 였을 듯.



마술이 중심이 되는 영화인듯 했지만,

사실 두 남자의 라이벌 의식과 과학과 이상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으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수준 높은 연출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글 / ashitaka


p.s / 1. 데이빗 보위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못알아본 사람은 휴 잭맨의 부인역할로

           초반에 익사해 죽는 파이퍼 페라보인데, 그가 <코요테 어글리>의 히로인이였다는

           사실은 많이들 모르는듯. 하긴 그 이후의 활동이 너무 뜸하긴 했다.


        2. 크리스찬 베일이 맡은 캐릭터의 이름이 '알프레드 보든'인데, 배트맨으로 출연했던 그가

           그의 시종인 '알프레드'의 이름으로 출연한것도 재미있었다.


        3. 앞서 말한 <배트맨 비긴즈>의 알프레드 역할로 출연했던 마이클 케인이

           영화내내는 휴 잭맨 편으로 나와서 '이 영화에선 반대로 나오네' 했었는데,

           결국에는 크리스찬 베일과 한 통속이 되는(내 생각은 초반에 대사에 언급했던것처럼

           커터가 앤지어에게 투입된 장기 스파이가 아니었나도 싶다)설정도 재미있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그토록 갈구하던 자유를 쟁취하였을 때에는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그것이 매번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만 7번 올랐던 켄 로치 감독이 8번째 도전(?)만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 영화는 이미 <마이클 콜린스> 혹은 <블러디 선데이>나 <데블스 오운>에

이르기까지 그 배경이 되었던 아일랜드의 독립투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람 취급 받지 못하고 힘없이 핍박받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결국 오랜 투쟁끝에 자유를 쟁취해 냈지만, 완전한 독립이 아닌 영국내에 자치를

허용하겠다는 반쪽짜리 자유로서, 이후에 오히려 독립군들 간에 분열이 생기게 된다.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생사를 함께 했던 한 형제가

협정이 받아들여진 뒤 서로의 가치관에 균열이 생겨 결국에는

비극적인 마지막에 이르게 된다.


러닝타임 내내 아일랜드 민족이 겪게 된 핍박을 보며 자연스레

분노가 일었고, 협정이 받아들여진 뒤 독립군들 간에 서로 토론을 갖는

장면에서는 켄 로치의 영화적인 연출력도 한껏 맛볼 수 있었다.


<28일 후>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던 실리언(킬리언?)머피는

이 영화에서 주연인 데미안 역할을 맡았는데, <배트맨 비긴즈>에 악역으로

등장하며 이제 인상적인 조연으로 남는 건가 했던 아쉬움을 잊게 해줄만큼

주제의식과 내용이 무거운 이 같은 작품에서도 어울리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어쩌면 이 영화는 비슷한 아픔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와닿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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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보게 된 멜로영화.
멜로영화이긴 하지만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의 작품이었던 만큼
평범한 멜로영화는 아니었다.
 
삼풍백화점 사건을 소재로 멜로와 풍경, 여행을 그려낸 작품.
 
물론 멜로영화였지만,
개인적으로도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 보다는
오히려 영화 속 여행 코스를 따라 가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을 듯 싶다.
 
잔잔하니 좋았던 영화.
 

 
글 / ashitaka


<라디오 스타>

사실 처음에는 <라디오 스타>라는 작품이 <왕의 남자>의 엄청난 성공에 힙입은
이준익 감독의 거품 가득한 영화일 줄로 생각했다.
사실 국내영화는 이런 경우가 많았고 특히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관객들의 기대치가 워낙에 높다보니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욕을 바가지로 먹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사실 이준익 감독이 단순히 <왕의 남자> 한 작품 만으로 얘기할 수 있는 감독은 물론 아니지만,
그의 이번 작품은 <왕의 남자>라는 타이틀을 태생적으로 거론할 수 밖에는 없을 영화였으리라.
 
하지만 감독 이준익은 이러한 기대를 자연스레 즐겨가면서 부담감을 떨쳐내며
전혀 다른 소박한 이야기를 후속작으로 내놓았다.
 
줄거리도 사실상 특별할 것이 없는 잔잔한 드라마.
왕년에 대스타가 시골 촌 지역 방송국 라디오 DJ를 맡아
전혀 잘 될 것 같지 않았던 방송도 대박이 나고 대스타도 그 동안 미처 해보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다는 큰 줄거리.
 
뭐 요즘 한국 관객들이 특히나 기대하는 반전도 없고 엄청난 코미디도 없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에는 부족했던 여운이 있었다.
 
말 그대로 여운.
<라디오 스타>로 인해 무언가 굉장한 화두에 대해 고민하거나 되새기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극장을 나오고 가끔 영화 포스터를 보게 될 때, 무언가 쓴 웃음 내지는
말 없이 살짝 미소짓게 되는 정도의 무엇.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후반부 박민수 역의 안성기가 짠 하고 최곤 앞에
나타났을 때 울컥하거나 감동이 북받치는 듯한 것은 없었지만,
그 전에 버스안에서 최곤에 돌아오라는 눈물의 방송을 들으며 아내의 돌아가라는 말에
입안 가득 든 김밥을 웅얼거리며 '나 김밥 장사할거야('팔거야'였나 --;)' 하는
대사가 백만배 더 슬프게 다가왔다.
 
이 영화에 가장 큰 불안요소는 어쩌면 안성기와 박중훈 두 배우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이긴 하지만, 사실 박중훈은 <투캅스>이후 비슷한 류의 코미디 연기가
차라리 나았다고 생각될 만큼 <세이 예스>의 어색한 사이코 범죄자나
코믹사이에서 괜히 진지함까지 담으려 했던 <천군>에 이르기까지 점점 작품에서
배우로서의 이미지는 잃어가고 있는 중이였고,
안성기 역시 연예인들의 성대모사에 주 소재가 될 뿐,
배우로서 연기가 뛰어났다고 생각되었던 최근의 영화는 사실 없었다.

그래서 두 배우의 연기는 사실 기대하지 않았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한간에서 <칠수와 만수>의 얘기가 다시 끄집어나오는 것 처럼
이 영화는 두 배우의 연기력에 상당한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영화이다.
앞서 언급했던 성대모사 투의 대사톤을 버리고 조금은 가볍고 오바스런 투의
캐릭터의 안성기와 왕년에 대스타로 거만한 최곤 역의 박중훈은 그야말로
오랜만에 자신들의 현 위치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된다.
 
특히 안성기 같은 배우가 갑자기 그간의 이미지를 벗고 확 다른 가벼운
캐릭터를 맡게 되면 몰입도에 있어서 큰 혼란을 겪게 되고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보통인데, <라디오 스타>역시 초반에는 조금 적응안되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결국엔 동화되고 말 정도의 연기였다.
박중훈 역시, 첫 장면 무대 위에서 록 스타로서 열창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그간
그가 버라이어티 쇼에서 보여주었던 분장 립싱크 쇼가 떠올라 우스운 생각이 먼저
들었었지만, 나중엔 긴 머리나 록 스타로서의 복장이 그리 우습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사실 까메오 정도일줄 알았던 노브레인의 활약상은 단연 발군.
이스트 리버(동강)라는 밴드로 출연한 노브레인은 보컬 이상욱은 물론이요
다른 멤버들도 첫 출연치고는 상당히 물오른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재미를 선사했다.
사실 '넌 내게 반했어~'가 나올땐 사람들이 '아 저 노래..'하며 알아들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도 그들을 모르고, 그저 재미있는 신인 연기자 정도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좀 아쉽기도 했다 ㅋ
 
그리고 중국집 주방장으로 까메오 등장한 이준익 감독은
역시 <왕의 남자>로 매스컴을 많이 탄 탓인지 제법 많은 관객들이 알아보기도 ㅋ
 
<왕의 남자>처럼 엄청난 관심을 모으게 된 작품의 다음 작품으로서는
이 정도의 영화가 괜찮았다는 생각이다.
극 중 최곤 이라는 캐릭터 처럼, 왕년에 대스타였던 안성기, 박중훈 이라는
두 배우에게도 다시 한번 더 많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 / ashitaka

p.s/1. 김장훈의 연기는 사실상 홍경민과 함께 주연을 맡았던 <긴급조치19호>보다는
나아졌으나,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자연스럽지 못했던 대사처리로 아쉬움을 ㅋ
홍경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김국장 실에서 김국장에게 자신들 프로도 짤릴 판이라며
얘기를 건네던 직원은 홍경민의 친형.


주인공 박강두는 영화 시작에는 분명 위의 사진처럼 평범하다 못해 평균이하이며,
부지런한 구석이라고는 요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낮잠과 나태함을 달고 사는 일반인에 불과했다.
반갑게 자신을 만나러 달려오다가 헛딛여 넘어지는 아빠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했던 현서의 반응만 보아도 이런일이 비일비재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강변에 나타난 괴물과의 결투(?)중(사실 이 결투 중에도 강두의 잠재력이 살짝
드러나게 된다. 무거운 돌덩이가 붙어있는 쇠봉을 단순한 기합만으로 들어재끼는
(분명 처음에는 혼자 들지 못해 외국인이 도와줘서야 들 수 있었다)모습을 연출하기도했다)에
괴물의 피가 강두의 얼굴에 튄 뒤로 분명 강두에게는 무언가 생체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조사에서는 결국 아무런 바이러스도 검출되지 않고 애초에 바이러스라는 것 자체가
없던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영화의 정황을 요목조목 살펴보자면 이후 계속되는
강두의 슈퍼히어로급 활약은 단지 딸자식을 잃은 부모의 분노에 의한 것이라고는
명쾌하게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이 있다.
 
유기농 식단으로 커왔던 강두이긴 하지만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해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졸기 일쑤라는 아버지의 말과는 무색하게,
이후 강두는 병원의 강력한 마취제에도 끄떡없는 엄청난 면역력을 보여주었으며
이후 뇌수술이라는 강력한 정신적, 체력적 저하 요인이 있었음에도
수술 바로 직후에 간호사에게 주사를 뺏어(간호사가 방심하긴 했지만, 그녀가 금자씨에 등장했던
마녀라는 점을 되새긴다면 결코 쉽게 넘길일은 아닐듯), 홀연히 탈출할 수 있었던데에는
분명 앞서 말했던 분노 이외에 무엇인가 있다고 보는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해줄 좀 더 신빙성있는 증거는 없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골뱅이.
바로 이 골뱅이 씬은,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의미심장한 카메라 구도와 분위기가
짙게 깔린 장면이다. 박희봉 선생께서는 잘 안씼어서 가려운 거라고 했지만,
이것 또한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며, 바이러스로 인해 생겼다고 의심되는 가려운 부분을
심하게 긁은 뒤, 그 긁은 손으로(맨손으로) 골뱅이를 꺼내먹는 장면은
여러가지로 의미심장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매점에서 나오면서 굳이 골뱅이를 들고 나온점,
골뱅이의 모습이 괴물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 무엇보다 상당히 골뱅이를 먹는
강두에 모습이 클로즈업 되었다는 점등을 통해 강두가 괴물의 피에 노출되면서
괴물의 새로운 숙주(HOST)가 되었고,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과자나 다른 먹을거리가 아닌
왠지 괴물이 좋아할듯한 골뱅이에 손길이 간 것은 아닐까.
아니면 괴물에 피해 노출되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바이러스의 원 소스의 습성(식성)이
전이된 것은 아닐까.



이후 괴물과의 1:1대결에 앞서서는 원효대교에서 한강으로 바로 뛰어내린뒤에
(분명 수영을 못했었는데)멀쩡하게 수영을 해 빠져나와 총격중이던 경찰을 어깨차징으로 제압하고
이후 괴물과의 1:1대결에서도 역시 허름한 쇠봉하나로 괴물의 입속 중앙을 정확히 겨냥하여
약간 뒤로 밀림만 있었을뿐, 손에 동그란 자국만 남았을 정도로 거의 자신은 밀리지 않고
괴물에게 정확히 타격을 입힘으로서 괴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옐로우 (뭐였더라..)를 살포했을때 분명 경찰을 비롯한 시위대들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는데도 강두를 비롯한 강두 가족들은 멀쩡함을 넘어서 괴물과 겨룰정도로
집중력이 높은 상태였다는 점 등도 의문점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의문점들을 종합해볼때 미국의 조사팀은 분명 강두에게서 비범한 바이러스를 검출했으나
미정부가 자주 그러듯 이를 은폐하기 위해 세상에는 바이러스에 위험성을 알린뒤
결국에는 옐로우 모시기로 제압가능한 것으로, 결국 제압해 사건이 종료되는것으로
마무리하여 세상에 관심에서 벗어나게 만든 뒤, 강두에게 뇌에 심어놓았던
위치추적 장치를 가동시켜, 세상에 관심에서 멀어진 강두를 잡아다가 결국 괴생명체를
연구하는 숙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괴물 1편이 사실이 은폐된 강두 주연의 슈퍼 히어로물이었다면
2편이 나온다면 자신의 존재를 깨달은 강두가 숙주로서의 역할로 리플리나 스피시즈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심오한 영화가 나오진 않을지 모르겠다.
 
----------------------------------------------------------------------------------
 
이건 어디까지나 그냥 웃자고 하는 완죤 공상허무픽션임.
여튼 난 이전에는 술집에가서 소주를 마셔도 골뱅이 안주는 절대 시킨적이 없는데
영화 관람뒤 두 번이나 술집도 아닌 집에서 골뱅이를 만들어 먹었다 --;
 
p.s. / 1. 첫번째 봤을때 이동통신사 직원 형님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고만했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었는데, <남극일기>서플에서 보았던 임필성 감독이었다.
 
2. 아이맥스의 꽉찬 화면도 좋았지만 메박 1관의 디지털 화면도 역시 좋았다.
3번째 관람은 일반 필름이나 cgv에 디지털이 될듯.


괴물 (The Host)

몇년전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난 뒤 바로 들었던 생각은, 아니 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영화가 재밌다 보다도 (물론 재밌지만), 완성도가 정말 높구나 하는 것이였다.

전체적으로 높은 완성도에데가 긴박함을 시종일관 유지시키는 리듬감, 감칠맛 나는 대사,

현실적인 캐릭터와 배경, 봉테일이라고 불릴만큼 엄청난 디테일 등은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을 몹시도 기다리게 했다.

아마도 <살인의 추억>이 개봉관에서 내린뒤 모 잡지에 난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은 한강에 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화할 것 같다 고 했던 것에서부터, 이 영화 '괴물'에 대한 기대는

시작되었을 것이다.



<괴물>은 봉준호 감독의 특징이 매우 잘 나타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공포와 스릴러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특유의 리듬감.

공포영화들의 기존 법칙과는 다르게 <괴물>은 초반에 공포에 대상이 완전히 드러나고

사실상 시작하자마자 사건이 터져 끝날때까지 잠시 숨돌릴틈만 주고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이런 전개에 적절한 리듬감을 준것은 역시 특유의 유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유머는 상황설정의 아이러니와 대사의 맛으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나리오를 직접 작업하기도한 봉감독의 대사와 이 멋진 대사를 더 멋지게 살려내는

배우들의 조화는 그야말로 탁월한 수준이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조금 느낄 수 있었지만, <괴물>에서는 권력(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특히 미국(미군)의 권력)에 대한 풍자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감독의 의도로만 따진다면 극중 가족들이 괴물에게 갖는 분노와 맘먹을 정도로

감독이 권력에 대해 갖는 분노가 느껴질 정도로 노골적인 풍자의 설정들이 가득하다.

국민들이 수없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미군이 관련된 상황에서는 아무런 조사, 결정권도

없다는것이나, 주인공 박강두의 인권은 무시한채 사건을 은폐시기고 희생양을 삼아

사건을 매듭지어버리려는 시도는 물론, 다 재쳐두고라도 괴물의 탄생 자체가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버린것에서 원인했다는 기본 설정만 하더라도

상당히 공격적인 바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에 풍자와는 조금 별개지만, 합동분향소에서

그 와중에도 차빼달라고 소리쳐 사람을 찾는 경비원에게서,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풍자를 엿볼 수 있었다)




디테일에 있어서는 한국영화 계에서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봉테일, 봉준호 감독.

<괴물>의 표면적인 주인공인 '괴물'의 디테일을 완성시키기 위해(한국영화라는 태초의

한계에 안주하지 않고, 쉽게 말해 어설프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우리에게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웨타워크숍에 괴물 디자인을 맡겼고, 미국의 오퍼니지 스튜디오에 전체적인 CG를 맡겨

스크린에 괴물이 단지 영화속에 괴물로만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을 완성하였다.

특히 다리 아래를 체조하듯 이동하는 괴물의 멋진 움직임은

약간 과장된 몸짓임에도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았으며, 특히 인물들과 괴물이 겹치는 부분에서

정확히 괴물과 인물들간에 접촉이 있는 장면에서도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 말은 CG의 수준이 대단하다는 것만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이제 우리나라의 배우들도 가상의 캐릭터와 연기하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했던것보다 괴물의 실체가 상당히 많은 시간 노출된데에는, 괴물의 퀄리티에

상당한 자신감이 없었으면 할 수 없는 일이였을터. 괴물의 디테일은 지금까지의 한국영화는

물론이고 헐리웃 영화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괴물'이라는 공포스런 존재로 시선을 끌긴 했지만, 사실상 영화 <괴물>은 가족영화이다.

가족들간의 유대감이 부족하고 구성원들 개개인들도 특별히 유별날 것이 없는 한 가족이,

딸이 괴물에게 잡혀가면서 하나로 모이는 계기가 되고(합동 장례식 장에서 박희봉 왈 '현서야,

너 때문에 우리가 다 한자리에 모였다'라고 했을 정도로), 이후 또 한번의 사건을 겪으면서

그동안 서로를 믿지 못했던 가족이 서로를 조금 더 신뢰하게 된다. 특히 아버지와 딸의 관계,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주목하며 순간순간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혹자는 결국 현서가 죽음에 이르고 현서와 함께 있던 남자아이는 살아나며, 별볼일 없던

박강두가 괴물과 1:1로 맞설정도로 초인적인 캐릭터로 변한 것에 대해 오바라고 하기도 하지만,

현서가 아닌 현서가 구하려던 남자아이가 살아남은 것은 어쩌면 구하려던 현서가 살아남은것

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영화내내 함께 느꼈던 가족의 분노가

그들을 용사로 만들었던것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과장된 것은 아니였다.

(개인적으로는 박강두든지 아니면 박남일이라도 마지막 장면에 괴물에 면상에 대고 욕지껄이라도

한번 해주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기대하기도 했었다.

마치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에일리언에게 덤빌테면 덤벼봐라고 멋지게 말했던것처럼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봉감독의 디테일만큼이나 섬세했다. 송강호는 약간은 모자란 박강두 역할을 맡아

딸을 잃고 모든 것을 괴물을 찾는데 쏟다가 권력에 의해 고통받기까지 하는 캐릭터를

너무나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특히 병원에 갖혀있을때 미국인 의사가 노 바이러스 하는 것을

알아듣고 '바이러스 없구나'할때의 그 특유의 억양은 송강호만이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대사였다고 생각된다. 변희봉은 <살인의 추억>에서는 이렇다할 포스를 펼치지 못했던것과는 달리

<괴물>에서는 러닝타임내내 가족을 리드하는 리더쉽을 보여준다. 변희봉 역시 대사를 치는데

있어서는 연기경력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경지에 오른 수준을 보여준다.

박해일이 맡은 박남일은 후반으로 갈 수록 빛을 발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운동권 시절에

주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후반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배두나가 맡은 박남주 역할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괴물을 똑바로 쳐다보고 활을 날린 뒤

쳐다보지 않고 돌아서는 장면에서의 포스는, 국내 여배우에게 저런 아우라를 풍길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현서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고아성은 상당히

비중있는 역할로서, 특히 괴물과 대치하는 대부분의 긴장되는 상황에 등장하면서 단순 아역이

아니라 당당하 주, 조연 배우급의 활약을 펼쳤다 (극중 캐릭터들의 이름을 잘 보면 알겠지만

배두나가 맡은 '박남주'를 제외하면 모두 실제 배우와 캐릭터간의 이름이 한글자 이상씩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인의 추억>에 출연했던 김뢰하, 박노식 등도 잠깐씩 만나볼 수 있으며,

<남극일기>에서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 윤제문도 매우 중요한 결정적 캐릭터를 맡았다.

그리고 이미 여러번 화제가 되었던것처럼 오달수는 괴물의 목소리 더빙을 맡기도 했다.




<괴물>은 여러가지 면에서 최고라 불릴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극장을 나오면서 바로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한동안 멍해질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이미 2번째 얘매는 마친 상태. 최소 2번은 더 볼듯하다. 벌써부터 DVD가 기다려지는건

봉준호 감독작품이라 아무래도 더한것 같다.


 
글 / ashitaka

p.s / 1. 영화 초반 뉴스 장면에서 앵커를 맡은 최일구 앵커는 너무 유명해서 제쳐두고 라도,

           현장에 기자로 나왔던 김원장 기자까지 실제 기자를 쓴 것을 눈치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듯. 김원장 기자는 KBS기자로서 뉴스나 라디오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던지라

           제법 반가웠는데 MBC앵커에 KBS기자라니 이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2. 오프닝 크래딧에 음악 이병우 라고 나왔을때, 사실 조금 어울리지 않을 듯해 우려섞인

            걱정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런 영화음악이 나왔다.

            이병우는 이제 기타리스트 보다는 먼저 영화음악가가 더 우선적으로 호명되어야

            할 것 같다.


         3. 이제 원효대교 밑을 비롯해 한강둔치는 다리 아래들은 관광명소가 될듯.


         4. 극장을 나올땐 더 많은 p.s가 생각났었는데 지금은 졸려서 그런지 생각이 잘...

           몇번 더 관람뒤 제 정리해야할듯.



캐리비안의 해적_망자의 함 (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an's Chest, 2006)
 
사실 이런류의 코믹 어드벤처물을 그닥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1편 '블랙펄의 저주'는 조니 뎁이라는 배우 때문에 보게 된 영화였다.
1편에 엄청난 성공(전체관람가의 압박)에 더불어 2편을 관람한 결과 최소 3편까지는
제작이 정해진듯한데, 월트에서 애니메이션외에 영화 시리즈로 이 정도의 수익을 올리겐 된건
참으로 오랜만이지 싶다.
 
2편은 말그대로 1편에 줄거리에 그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으로
1편을 본 사람이라해도 1편과 2편사이에 텀이 느껴지긴 할 것이다.
하지만 1편에서 캐릭터 소개에 시간을 제법 할애했다면 2편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에 관한 설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편에 비해 2편은 좀 더 코믹스럽고 유쾌한 영화가 된 듯 하다.
해골로 변하던 제프리 러쉬의 얼굴보다 낙지인지 오징어인지가 연상되는 데비 존스의
모습은 더 흉악스럽기는 하나, 이 이외에 설정들은 훨씬 유쾌할 따름이다.
특히 액션 장면마다 등장했던 소품과 장소를 이용한 액션이나, 액션을 주고 받는
인물들간에 몸동작에 재미를 더한 장면들에서는 흡사 성룡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CG를 이용한 엄청난 제작비와 스케일을 자랑하는 장면들만 뺀다면,
성룡에 아기자기한 액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펄의 저주 개봉시에 조니 뎁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찍었던 영화중에는 자신의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가 없었다며,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보여줄만한 영화를 한 편 찍고
싶었다'는 몹시도 자상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2편에서는 더욱 코믹한 설정과 분장등으로
(눈알 분장? 은 자토이치에서 보았던 분장이후 가장 코믹한 설정이였다 ㅋ)또 한번
잭 스페로우의 오묘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팬들이라면 좀 더 진지한 영화와
캐릭터로 만나보길 기대하는 팬들도 많을 듯 싶다. (최근 그가 찍은 영화들에서 맡았던 캐릭터가
잭 스페로우 아니면 윌리 웡카 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럴듯;;)
 
사실 올랜도 블룸과 키이라 나이틀리는 상당한 비중을 맡고 있지만,
크게 돋보이지는 않는다. 두 배우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줬던 것을 감안한다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사실상 그만큼 캐리비안의...시리즈는 잭 스페로우 3부작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조니 뎁이 같는 비중이 크다 하겠다).

분명 여름을 노린 블럭버스터이나 1편을 보지 못했다면 조금 스토리상에
지루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액션과 코믹 등은 올 여름 보았던 영화들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할만한 코드를 지닌 영화인듯 하다.
또한 한스 짐머의 스코어는 역시나 멋졌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리우스 윌스키가
촬영한 구도와 장면들 가운데, 몇몇 장면은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되었다.
 
3편을 대놓고 암시한터라 엔딩에 아쉬움은 없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3편을 기다리지는 않겠지만, 개봉한다면 반드시 볼 영화인듯.
 
p.s /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엔딩 크래딧후 추가 장면이 이 영화에서도 등장하는데,
해적들에게 쫓겨 섬으로 도망간 강아지가 결국 추장이 된다는 얘기 ㅋ
 

 
글 / ashitaka


슈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
 
<배트맨 비긴즈>보다 더, <엑스맨 에볼루션>보다 더 기대했던 슈퍼히어로물
신작은 바로 <슈퍼맨 리턴즈>였다.
 
아이맥스 3D로 감상한 2006년의 슈퍼맨은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영화였다.
먼저 존 윌리엄스의 그 유명한 영화음악으로 시작되는 오프닝을
대형 극장화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슈퍼맨 1~3편을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세대로서 슈퍼맨의 웅장한 스코어를
극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감동이였다. 물론 영화음악은 존 윌리엄스가 직접 맡지 않고
John Ottman이 맡았지만, 오프닝 테마를 비롯한 주요 테마곡은 거의 손보지 않고
존 윌리엄스의 원곡을 좀 더 살려주는 정도로 담았기 때문에
이 같은 벅찬 감동을 느낄 수있었다.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브랜든 루스가 연기한 슈퍼맨은 확실히 기존에 거론되었던 여러 배우들보다는
훨씬 만족할만한 싱크로율을 선보였다. 외모또한 크리스토퍼 리브와 살짝
비슷한 느낌이 있어 새로운 시리즈를 만나는 관객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듯.
하지만 단점이라면 크리스토퍼 리브가 연기한 슈퍼맨은 슈퍼맨과 클락을
상당히 다른 캐릭터로 그려낸 것과는 달리, 브랜든 루스가 연기한 슈퍼맨은
말그대로 슈퍼맨이 그저 안경만 쓴 정도로, 큰 구별을 느끼기 힘들었다.
 
케이트 보스워스가 연기한 로이스 레인 역할은 사실 이전 클래식 시리즈를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쉬워할만한 캐릭터였다. 로이스 특유의 장점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모습이였다. 좀 더 신경질적이면서도 퉁명스러움과
귀여움이 있어야하는데, 리턴즈의 로이스는 그저 애엄마로만 그려진것 같아 아쉬웠다.
 
렉스 루터 역할은 사실 어쩔 수 없었던것 같다. 진 헥크만이 연기한
렉스 루터와 같은 컨셉으로 가기로 결정한 이상, 그의 연기를 따라잡기는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가 케빈 스페이시라도 말이다. 케빈 스페이스는 몇몇 장면에서
거의 노골적으로 진 헥크만이 연기했던 렉스 루터의 특정적인 몸짓이나
발성등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쉽다기보다는 차라리 옛날 생각이 나
정겨운 느낌이였다.
 
예전 슈퍼맨 시리즈가 나왔을때에도 이런 논란이 있어왔지만,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는 좀 더 노골적으로 슈퍼맨=예수 라는 공식을
드러내고 있다. 아들과 아버지의 개념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죽음에 가깝게 이르렀다가 부활하는 설정이나 어둠속을 뚫고 빛이 되어
나오는 것 등 상당한 부분이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의 모습을 닮아있다.
특히 아버지는 아들이되고,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라던지,
말론 블란도의 음성을 통해 들려지는, 지구인들은 약해서 네가 힘이 되어줘야 한다,
그래서 내 아들인 널 지구로 보낸다 등 매우 노골적인 대사들이 담겨있다.

아이맥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극영화로는 처음(애니메이션인 폴라익스프레스를 제외하고)으로
3D 아이맥스로 감상할 수 있었는데, 물론 부분 3D이긴 하지만 액션 장면에서
더욱 실감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초반에 비행기 추락 액션씬에서는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짧은 탄성을 뱉고야 말았다 ㅋ
부분 3D라는것이 중간중간 녹색과 빨간색의 안경마크가 나와 안경을 썼다벗었다
해야했는데,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아무래도 관객들이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조금은 번잡스러운 광경이였다.
아이맥스와 화질은 말할것도 없이 최고수준이였으나 아무래도 3D부분의 화질은
여기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아이맥스 2D화면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였다.
개인적으로 그냥 아이맥스 2D버전도 상영을 하면 좋겠다하는 생각이었다.
 
슈퍼 히어로물이긴 하지만, 슈퍼맨 리턴즈는 왠지 짠한 느낌이였다.
이 짠한 느낌은 엔딩 크레딧에
'존경과 사랑을 담아 크리스토퍼 리브와 다나 리브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자막이
흐를때 절정에 다다랐다.
브라이언 싱어는 원작에 느낌을 크게 해치지 않으려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음을
느낄 수 있었고, 이전 슈퍼맨의 팬이라면 공감하고 반가웠을 대사들과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
 
총평 : 일단 한번 더본다.
 

 
글 / ashitaka


이온 플럭스 (Aeon Flux, 2005)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온 플럭스는 피터 정의 원작의 신선한 충격의 부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의 실패 요인의 답습, 남는 것은 쫄쫄이 의상밖에는 없는,
여러가지로 부족했던 영화이다.
 
말했던 것처럼 피터 정의 원작은 스타일의 강함 때문인 것도 있지만,
여러가지로 신선한 충격을 전했었는데, 영화로는 전혀 이 같은 신선함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게임이나 만화 원작의 영화들인 경우,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등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큰 성공작이 없는데, <이온 플럭스>역시 이런 장르의 실패 요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온 플럭스라는 캐릭터에 너무 의지한 나머지, 영화의 개연성은
턱없이 부족하고 인물들간의 갈등도 이해하기에는 여러가지로 부족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비주얼로 압도하거나 액션씬 등의 화려함으로
이 같은 부족한점을 압도해야 하는데, 비주얼은 몇년 전에 보았던 비슷한 류의 영화들에서
보았던 것과 크게 업그레이드 되지 않았고, 액션씬 역시 너무 과장되어
헛웃음이 절로 나올만큼(굿 차일드를 제거하기 위해 진입할 당시 시산드라와
총 몇회전인지 모를 공중회전을 할때 이미 이 영화의 분위기를 알아봤다 --;)
 
비주얼이나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 의상, 내용 등 대부분의 요소가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이퀼리브리엄>을 그대로 닮아있다. <이퀼리브리엄>의
여자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여러가지 요소가 닮았으나, 이퀼리브리엄의 화려한 총결투씬
같은 클라이막스 부분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샤를리스 테론이 이온 플럭스 역할을 맡았다고 했을때 대부분
반기는 분위기였고, 의상을 입은 모습이 공개되었을때에도 대부분 괜찮은 반응들이었지만,
영화는 그게 다였다. 주인공 이온 플럭스는 위급한 상황에도 샤를리스 테론의 몸매가
강조되는 포즈를 잡기에 바빳고, 그녀의 장점도 <몬스터>이후 되돌린 몸매외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중요한 3명의 캐릭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실패요인이자
배우들에게도 오점으로 남을 부분으로 생각된다.
 
1. 트레버 굿차일드 역의 마튼 초가스는 결과적으로는 착한 캐릭터라는 얘긴데,
딱 봐도 악역 얼굴이다(보는 내내 미션 임파서블 2의 악당 캐릭터 배우가 떠올랐다).
전혀 착한 사람이라는 의도가 각인되지 않고 언젠가 배신할거라는 생각이 드는 인상이었다.

2. 그동안 조연으로 좋은 연기를 펼쳤던 피트 포스틀스웨이드는, 이 영화에서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미래 복장을 하고 나와선 이상한 대사들만 내뱉는등 완전히
캐릭터 선택을 잘못한 느낌이었다. 제5원소 필이 아주 살짝 느껴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배우에게 큰 마이너스가 될 캐릭터였던 것 같다.
 
3. 포스틀스웨이드가 무색해질 만큼 더한 미스 캐스팅으로 본인의 꾸준했던
커리어에 오점으로 남을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프란시스 맥도먼드이다.
파고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녀는, 명배우들이 그러하듯
오프닝 크래딧에 'and'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그런 'and'가 무색해질 정도로 너무 안어울리는, 안어울리는 캐릭터였다.
시종일관 이상한 복장과 분장, 발성으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이
너무 눈에 선했다. 본인이 왜 하기로 했는지가 더욱 궁금해지는 상황.
<리딕>에서의 주디 덴치보다도 10배는 어색했던 그녀와 그녀의 캐릭터였다.
 
 

 
글 / ashitaka


럭키 넘버 슬레븐 (Lucky Number Slevin)
 
조쉬 하트넷은 물론이고,
브루스 윌리스와 루시 리우까진 그렇다쳐도,
여기에 모건 프리먼과 벤 킹슬리까지 한 작품에 출연했다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케이스 였던 에디슨 시티가 비교적 실망스러웠던 만큼
이 작품도 적잖은 실망을 예상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쿠엔틴 타란티노를 거듭 거론하는 홍보문구처럼
스타일리쉬하고 생동감 넘치는 영상과 반전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반전 축에도 끼지 못할 요소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런 불리한 시작점에서 출발한 것 치고는,
상당히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간 듯 하다.
 
모건 프리먼은 나이를 점점 더 먹어갈 수록,
맡은 캐릭터의 사회적 신분이 높아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처럼 극을 압도하거나
보면서도 이건 아카데미 감인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훌륭한 연기를 펼치는
작품은 점점 줄어가는 듯 하다.
 
브루스 윌리스 역시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본인 원톱의 영화보다는
서포트 하는 중요 캐릭터로서 점점 자리잡아가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도
브루스 윌리스는 그 네임벨류가 대단하기 때문에 단독 주연의 영화도 계속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전 경우보다 성적이나 작품이 좋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냉정하면서도 분위기있는 킬러 역할을 적절히 소화하며
브루스 윌리스 치고는 어쩌면 조금 심심한 연기를 펼쳤다.
(예전에 그가 나오던 영화가 꼭 '다이하드'가 아니더라도 죽도록 고생했던 것과
비교하자면 심심하다는 얘기다).
 
여러 배우들 중에 단연 가장 멋진 연기를 펼친것은 바로 'Sir' 벤 킹슬리이다.
랍비 두목 역할을 맡아 점잖으면서도 사악한 포스를 내뿜는 캐릭터를 연기한 벤 킹슬리는
역시나 가장 그럴듯하고 가장 몰입하게 만드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모건 프리먼에 비해 벤 킹슬리를 월등히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영화의 후반부 두 배우가 함께 등장한 장면에서 만큼은,
벤 킹슬리의 연기력이 월등히 앞섰다고 할 수 있었다.
 
무언가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말하긴 어려운 작품이지만,
스릴러 장르의 팬인 나로서는, 쉽게 지나칠수 만은 없었던 영화.
 

 
글 / ashitaka


엑스맨 - 최후의 전쟁 (X-Men: The Last Stand, 2006)

 

엑스맨 1,2편을 모두 재미있게 관람했던 나로서는, 이번 여름 슈퍼맨 리턴즈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개봉하기 전까지의 기다림을 달래줄만한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엑스맨 3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블록버스터 답게 지리하게 시간을 끌거나 하는 누는 범하지 않았으나

반대로 너무 많은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몰입할만한 동기부여의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양날의 칼이 되겠다.

특히나 미리 코믹스를 접하지 않고 영화로만 엑스맨 시리즈를 보아온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궁금함과 답답함이 많아지는 영화였다. 아무래도 기존 캐릭터들에 무한한 에피소드에

관해서도 영화만으로는 완벽한 정리가 되지 않을 뿐더러,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반가움은 반가움이 채 사라지기 전에 영화가 끝나버리니 말이다.

그래도 캐릭터들에 대해 궁금해진다는 사실 자체는, 영화가 그 만큼 재미있다는 반증도 될터.


개인적으로는 사이클롭스와 로그, 미스틱 캐릭터가 3편에서는 너무 소외된 듯해 안타까웠고,

세이비어와 매그니토간에 갈등과 우정에 대한 묘사는 마음에 들었다.

1편이 엑스맨 주요 캐릭터들에 관한 소개, 2편이 중심 캐릭터인 울버린이 주가 되는 이야기였다면,

3편은 진 그레이(피닉스)를 중심으로 돌연변이와 인간들 사이에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새로등장한 캐릭터 중에서 단연 돋보이고 주목받는 캐릭터는 아무래도 벽을 뚫고 공간을

마음대로 해집고 다니는 키티 일 것이다. 미소녀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엘렌 페이지라는

이름의 작은 소녀는, 불안한 듯하면서도 묘한 표정으로 시종일관하며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다.


제목은 최후의 전쟁이라 되어있지만, 마지막 장면 매그니토가 체스말을 움직이는

장면과 많은 관객들이 모르고 그냥 놓쳤을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난뒤 나오는 히든 영상에서

보듯이 4편이 나올거라는 것은 지당한 사실인듯. 그 전에 울버린의 스핀오프격 영화가

먼저 개봉할 예정이기도 하다.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 작품!


 
글 / ashitaka

p.s. 1. 영화 초반 진의 어린시절 염력으로 인해 동네사람들에 반응이 하나 둘 지나갈때

         호수가 위로 솟구치던 장면에 등장한 노인은 바로 마블사의 창시자인 스탠 리.


      2. 2편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세바스찬 쥬니어 3세에 '나가있어'를 적절히 소화하며

          웃음과 비웃음을 동시에 샀던 번역. 이번 3편에서도 '조사하면 다나와'라는 개콘의

          대사를 적절히 사용하며 적잖은 웃음을 이끌어냈다. (개인적으로 나가있어 보다는

         싱크로율이 좋았던 것 같다)

  

      3. 알카트라즈 연구소에 박사말고 흰가운을 입고있던 여자 의사(?)를 개인적으로 한 눈에

         알아보았는데, 아니 목소리를 듣고 알아차렸는데, 바로 <모래와 안개의 집>에서

         벤 킹슬리의 부인으로 출연했던 배우였다. 아무래도 그 중동식 영어 발음이 인상적이긴

        인상적이였는지 첫 대사를 듣고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4. 위에도 잠시 말했지만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난 뒤, 짧지만 매우 중요한 장면이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5. 마지막 진이 병사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흡사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를

         떠올리게 했다.



The Da Vinci Code, 2006
 
어쨋거나 저쨋거나 요 근래 내가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바로 이 영화 다빈치 코드이다.
이미 엄청난 전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소설책으로도 읽어본 뒤였고,
그게 아니더라도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이였기 때문이다.
 
난 개인적으로는 댄 브라운이 쓴 책 '다빈치 코드'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만큼
열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심심하다고 느꼈을 정도.
 
그도 그럴 것이 기독교와 관련된 미스테리와 각종 설들은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분야로
다른 다큐멘터리나 서적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은 뒤였기 때문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매우 흥미롭고 잘 짜여진 픽션이지만, 이전에 없던 설을
처음 주장한 것도 아니고 예수와 기독교에 관한 기존에 사실여부가 확인 되지 않은,
혹은 아니라고 판명되었어도 그 판단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설들의 핵심을 골라
아주 잘 만들어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에서도 성배와 템플 기사단에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가.
(뭐 댄 브라운의 작품을 결코 폄하하는 것은 아니나 요즘 영화 개봉을 맞아
너무도 과대한 관심을 받는 것 같아 개인적인 관심도에 표명을...--;)
 
소설 다빈치 코드에 주된 내용은 가히 누구라도 흥미를 유발시킬만한 이야기이다.
그저 신적인 존재로만 알았던 예수가 흔히 '창녀'로 알고 있는 막달레나 마리아와의
사이에서 자손을 나아 그 자손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자손과 비밀을 유지하는 비밀 단체가 존재한다는 얘기는,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호기심을 가질만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분명히 영화화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물론 앞서는 것은 걱정이었다. 이 걱정이 더 커지게 된 것은
론 하워드가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과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이었다.
론 하워드의 전작들은 대부분 재미있게 보았으나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미스테리 스릴러에는
어울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였고, 톰 행크스는 랭던 역으로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데 론 하워드와의 파트너쉽으로 인해 선택된듯한 느낌이
짙었기 때문이다.

먼저 론 하워드가 만들어낸 영화 다빈치 코드는 개봉 하루 전과 당일 오전
해외사이트에서 쏟아지던 비평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되었다.
원작에 충실했던 것이 오히려 론 하워드에겐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랭던 역에는 조금만 더 젊었으면 데니스 퀘이드가 적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물론 아직도 이 꿈은 여전하다 ㅋ), 살을 뺀 톰 행크스가 연기한 랭던도
우려했던 만큼 걱정스런 상태는 아니였으며 독자들에 상상을 깨어버릴만한
정도도 아니였던 것 같다.
 
소피 역의 오드리 토투 역시 개인적으로는 좋아해 마지 않는
레이첼 와이즈(역시 좀 젊었을때)가 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드리 토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극장에서 옆에 앉은 2명의 여자들이
오드리 토두가 대사만 하면 짜증을 내는 것이였다. 발음이 안좋다, 왜저러냐며...
소피의 영어 발음이 안좋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소피는 프랑스인이란 말이다...)
아멜리아에 귀여운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 영화상으론 다행이었을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소피 역의 캐스팅도 이만하면 만족스러운듯.
 
역시 이 영화에 화려함은 조연에 화려함에서 나온다.
예고편 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던 사일레스 역의 폴 베타니는
이제 내가 남에게 이 배우를 설명할 때 '기사 윌리엄 나온 배우 있잖아'가 아니라
'그 다빈치 코드에서 망토두르고 무서운 사람있잖아'하고 설명하게 만들었다.
비단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얘기할때 사일레스 역의
폴 베타니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티빙 역의 이안 멕켈런 옹은 역시나 간달프의 인상이 너무 짙었던 것 같다.
그 멋진 목소리만 들으면 아직도 간달프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연기 고수인 멕켈런 경인 만큼 티빙 역할엔 적역이었다고 생각된다.
(굳이 다른 배우를 생각해본다면 빌보 배긴스를 맡았던 이안 홀름 정도 ㅋ)
 
사실 아링가로사 주교 역할에 알프레드 몰리나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가장 적격인 캐스팅이라고 생각되었다. 왠지 그 풍모와 진한 눈섶과 적절히 나온
배는 아링가로사 주교와 딱 들어맞을 거라고 여겨졌기 때문.
그리고 왠지 모르게 아링가로사라는 어감과 알프레드 몰리나의 캐릭터가
딱 들어맞는 듯한 억지적인 요소도 작용했고 ;

파슈 반장 역할의 장 르노는 어쩌면 국내에서는 간달프=이안 맥켈런보다도
훨씬 강한 레옹=장 르노의 공식을 갖고 있는 배우일텐데,
뭐 그럭저럭 괜찮은 연기를 펼쳤다. 사실 아링가로사나 파슈 등의 캐릭터가
주목 받기에는 2시간 반에 러닝 타임도 좀 짧았다.
 
개인적으로 주조연들 사이에서 눈에 띤 배우는 바로 스위스 은행에
고위 직위(정확한 직위를 모르겠다 --)캐릭터를 연기한 위르겐 프로그노브였다.
특전 유보트에서 열연했던 그의 얼굴은 출연만으로 일단 반가웠고,
그래도 제법 비중있는 캐릭터라 반가움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었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역시나 영화와 가장 가깝게 와닿아있다.
어떤 영화음악을 듣다 보면 영화 음악이 너무 좋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영화와는 별개로 너무 좋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적이 있는데, 한스 짐머의 음악은
딱 영화음악이 좋은 정도에, 다시 말해 영화음악의 최상의 미덕을 실천하는
정도를 들려준다. 극적인 요소와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그의 스코어는
이번 다빈치 코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아마도 재미없다는 평이 속출했던 것은 소설책과 마찬가지로
결말 부분에 늘어짐이 이유가 아닐까 한다. 티빙이 잡혀가는 시점에서
대부분의 영화는 끝이 나지만, 다빈치 코드는 여기에서 한 걸음, 아니
두 세 걸음은 더 나아가 이야기를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에필로그를 관객에게 다 보여줄것이냐 미완으로 남겨 상상하게 만들것인가 하는것은
모두 장단점이 있을 터인데, 개인적으로 다빈치 코드의 경우는 전자에 편이
더 나았다고 생각되지만, 흥행이 목적인 블록버스터에서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 타임은
지루함을 유발해 혹평을 양산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X맨으로 의심되는 한기총에 활약덕에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둔 다빈치 코드는,
상영금지는 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실화가 아닌 픽션이라던지 하는 문구가
삽입되지 않은 연유로 기독교 교리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러려니'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긴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뭐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같은 여부를 알아서 잘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긴 하지만서도.
 
 
책을 다 보았기 때문에 매번 배신과 미스테리가 밝혀질때마다
짜릿함과 충격은 매우 덜했지만, 그래도 지루하고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고
2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 타임 동한 집중하고 긴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인 것 같다.
 

 
글 / ashitaka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


조제를 보게 된건 극장에선 어찌 되었는지 소식도 듣지 못한채 지나쳐버렸고,

DVD출시이전에 DVD소스로 보게 되었었다.


얼마전 EBS시네마천국에서 장애인 주간이라며 장애우에 관련된 영화들을 몇편 소개해주었다.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돋보였던 <레인맨>이라던가, 숀 팬에 연기와 다코타 패닝을

전세계에 알린 <아이 엠 셈>등 몇몇 영화들이 소개되었다.


그런데 이 섹션에 바로 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나왔다.

처음 몇 분간은 굉장히 당황했다.


'왜 조제가 장애인 영화 소개에 등장하는거지?'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영화 소개를 더 본 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조제에게 장애가 있었구나'


물론 영화를 보면서 극 중 조제가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처음 볼때도 그랬고, 이 후에 다시 보게 되었을때도 그랬고,

단 한 번도 조제가 장애인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집안에서는 의자에서 떨어지고, 매일 누워있고, 외출도 유모차를 타고서야 가능했지만,

단 한 번도 장애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장애인 관련 영화라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 맞다 그랬었지'하고

느꼈던 것이다.


조제는 여러가지로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영화이지만,

이 같은 점이 숨어있었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다시 말해 깨닫지 못하도록 연출한 연출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이다.

영화속 인물에 장애가 장애로 느껴지지 않도록 그려낸 것은 장애우에 대한 일반인들에

삐뚤어진 시각마저 감싸앉아 이해하려는 포용력마저 느껴진다.

또 하나.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듯이, 조제에서 장애란 결코 극복해야할 과제가 아니다.

흔히 장애를 가진 주인공에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장애 = 인간승리 의 과제로

펼쳐지기가 일쑤인데, 조제에게 장애란 결코 극복해야할 문제가 아니다.

츠네오와 조제 사이에 이 같은 불편함은 아무런 문제는 커녕, 존재감조차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장애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것은 또 하나의 삐뚤어진 시각이다.

극복해야한다는 것은 장애를 가진 본인보다는 주변인들에 대리만족에 산물이며,

장애극복이 곧 인간승리라는 것은 가장 잘못된 명제 중 하나인듯 하다.

그렇다면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실패한 인생이며,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은

비장애인과 어울릴 수 없다는 오바스런 결론에 도래하기에 이른다.

장애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에 상징으로

곁에 두려는 것에 불과하다.


난 앞서 얘기한것 처럼 이 영화를 단 한번도 장애 라는 단어와 연관지을 수 없었는데,

장애라는 단어와 연관지으면서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다.


깨달은 뒤에 한 편으론 다른 차원에 메시지가 담긴 영화임을 알게 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지켜왔던 순수함을 잃은 듯한 기분이 동시에 드는 건 왜일까.



 
글 / ashitaka


린다 린다 린다 (リンダリンダリンダ: Linda Linda Linda, 2005)
 
배두나의 출연으로 먼저 관심이 갔던 작품.
선입견으로는 배두나가 일본 가서 그저 그런 시시한 작품을 찍고 왔을거라
생각했지만, <스윙 걸스>이후 비슷한 류에 영화에 목말라 있을 때쯤,
보게 된 <린다 린다 린다>는 <스윙 걸스>에는 없는 정서가 담긴 작품이었다.
 
<린다 린다 린다>는 특별한 클라이막스가 없다.
축제 무대에서의 공연이 이들에겐 최종 목표도 아니고,
무대위에서의 성공이 곧 영화의 목적도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감수성이 예민한 여학생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상들과 교환학생인 '송'이 밴드에
완전히 하나가 되기 까지의 과정.
써놓고 보기 정확히 이런 내용도 아니다.
 
'린다 린다 린다'라는 제목은 밴드 블루하트의 곡명이며,
영화 속 밴드 '파란마음'이 공연하는 곡들 중 하나인데,
어쩌면 이 곡의 가사가 이 영화를 담백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시궁창 쥐처럼 아름답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첨에는 시궁창 쥐라는 설정이 왠지 우습게 느껴졌지만,
곡을 들으면 들을 수록, 가사를 보면 볼 수록,
저 가사가 와닿았다.
 
'린다 린다 린다'에서 배두나는 일본 여고생으로 출현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인 유학생 '송'으로 등장하는데,
영화내내 그가 한국 유학생이라는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 서로 다른 언어가 마음을 더욱 쉽게 전달하는데(일방적이긴 하지만),
도움이 되기도 한다.
화장실에서 송이 케이에게 한국말로 밴드에 껴줘서 고맙다고 얘기하고,
케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이미 이들 사이에는 언어의 장벽, 나아가 한/일 이라는 국가의 장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마워, 동지'라는 말은 단지 한국어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진정한 '동지'임과 유대감을 확인하는 일종의 교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관점에서,
중,고등학교때 여럿이 어울려 음악활동을 했던 나로서는,
<스윙 걸스>도 그랬고 특히 <린다 린다 린다>를 보면서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세심한 부분들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곡 선정할때 스쳐갔던 시이나 링고나 주리 앤 마리 등을 알아차렸던 것 처럼
블루하트에 대해서도 이전에 조금 알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궁창 쥐처럼 아름답고 싶어,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끝나지 않은 노래를 부르자, 똥 같은 세계를 위해… 쓰레기 같은 놈들을 위해'
 
새삼 또 느끼지만,
펑크의 가사들은 정말 아름답다.

 

 
글 / ashitaka

 

Mission: Impossible III, 2006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개인적으로는 <반지의 제왕>과 <매트릭스>가

떠난 블록버스터 시리즈 시장에서 <엑스맨>시리즈 보다더 더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종교문제와 몇몇 발언, 행동등 영화 외적인 요소로 인해 수많은 안티팬들과

반대세력에 공격대상이 되곤 하는 톰 크루즈이지만,

난 그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연기가 숀팬이나 드니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액션 영화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야수>의 권상우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이며, 이젠 헐리웃에 성룡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위험한 장면에서도

그에 엄청난 몸값에 걸맞지 않게 몸을 사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난 결과적으로 톰 크루즈는 그 외모에 모든 것이 가려졌다고 생각한다.

<매그놀리아>에서 보여준 연기는 굳이 골든 글로브 수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최고의 연기였으며, <콜래트럴>또한 아카데미가 후보로 조차 거론하지 않은 것은

크게 지탄받아야 한다고 여겨질 만큼 파치노나 드니로에 버금가는 연기였다.

워낙 안티팬이 많은 톰 크루즈이기에 편드는 말로 시작해보았다.


MI:3는 TV시리즈 앨리어스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될 만큼

앨리어스가 생각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는 영화다.

사실 개인적으로 3편에 관심을 더욱 갖게 된 것은 바로 앨리어스를 연출한

J.J. 애브람스가 감독을 맡았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그가 감독을 맡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절반에 장점과 절반에 단점을 내제한 영화를 낳았다.

먼저 앨리어스를 보지 못한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면 이 영화는 최고의

블록버스터라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만큼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장면들과

긴박함, 임팩트, 클라이막스가 존재하는 MI:3는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극장가를

누비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영화이다.

하지만 앨리어스를 본 사람들이라면 '앨리어스 극장판'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만큼

너무나도 많은 유사점이 등장하는 것이 또한 MI:3다.

영화의 초반 긴박한 사건에 마무리 장면으로 시작하여, 플래시백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앨리어스에서 여러번 봐왔던 설정이었으며,

약혼녀에게 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리지 못하는 이던 헌트의 아픔은

시드니 브리스토와 너무 닮아있었다.

차가운 회색톤과 구성의 IMF 사무실의 전경과, 앨리어스의 마샬과

직업적 특성은 물론 독특한 성격까지도 매우 흡사했던 IMF내 기술직 캐릭터에 묘사는

조금 너무하는 듯한 인상도 받았다.

그리고 주인공이 악당에게 잡혀 정신을 잃은뒤 눈떠보면 깨어있는 곳은

꼭 상하이라던지, 이전 MI시리즈보다 이던을 제외한 나머지 팀월들의 역할이

커졌다든지 하는 점도 모두 앨리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설정들이었다.


J.J.애브람스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인 것은 아마도 극 중 캐릭터들에

신뢰를 잃게하는 것일터. ㅋ

처음엔 아무생각없이 일차적으로 보게 되다가, 나중에 배신과 배신을 거듭하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게 되면, 결국 관객은 '저놈도 나쁜 놈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앨리어스를 보는 사람들이 '슬론'에 대해 아직도 신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

사실 이 같은 유사성은 영화 초반 앨리어스의 본의 동료 캐릭터(아..갑자기 생각이 안난다)가

까메오로 등장했을 때 부터 알아차려야 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블록버스터 중 하나인 MI의 새 시리즈를 맡게 된 J.J.애브람스는

앨리어스에서 쌓아왔던 노하우와 액기스를 고스란히 이 영화에 뿌려냈고,

시내에 전투기가 등장하여 미사일을 쏴대는 장면 같이 TV드라마에서는 불가능했던

엄청난 스케일의 장면도 시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앨리어스를 본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앨리어스가

떠오르는 영화였지만, 그것이 완전히 싫지만은 않은 영화였다.

앨리어스를 매번 숨죽여봤던 그 중독성이 확장되어 미션 임파서블에 옷을

입었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될듯.


 
글 / ashitaka


p.s / 역시 칸예 웨스트의 테마곡은 임펙트가 부족했다.


Inside Man
 
처음 끌렸던건 아무래도 배우들의 면면이다.
영화를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결코 캐스팅 리스트를 보고 쉽게 지나칠 수 없는
포스 넘치는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먼저 클라이브 오웬은 차곡 차곡 배우의 길을 쌓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출연작들도 <킹 아더>같은 서사 액션물부터 <클로저>같이 감정과 느낌으로 연기하는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에 영화에서 극에 잘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이 영화 <인사이드 맨>에서 역시,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지 않았던 지능적인 은행털이 범을 그럴사하게 연기했다.
 
사실 클라이브 오웬이 맡은 역할은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선글라스와 마스크등
얼굴을 가리고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제법 이름있는 클라이브 오웬이
선뜻 선택한 것은 바로 덴젤 워싱턴 때문이었다고 한다.
클라이브 오웬이 가장 존경하는 배우라고 밝혔던 덴젤 워싱턴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 자신의 비중과 노출 정도에 상관없이 수락했던 것.
(사실 얼굴이 가려져서 등장할 뿐이지, 비중은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다).
 
덴젤 워싱턴은 확실히 그에게 아카데미를 선사한 <트레이닝 데이> 이후
더 다양한 작품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전에도 다른 연기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배우였지만, 그 보다는 선하고 곧고 진지한 이미지가 강해
좀 어긋나고 다른 분위기의 역할을 맡아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것도 사실
(물론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인사이드 맨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는 바로 그가 맡은 '프레이져'형사 이다.
조금 껄렁한듯 하면서도 형사에 분위기가 물씬 흐르는 프레이져는 이 영화를
평범한 인질, 은행털이 영화로 만들지 않는데 한몫을 했다.
 
조디 포스터가 맡은 캐릭터는 러닝 타임에 길이 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비중이 전달하는 의미가 큰지라, 그녀가 맡았기에 별다른 인물 배경에 대한
긴 설명없이도 굉장한 파워를 갖은 인물로 그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윌렘 데포나 크리스토퍼 플러머 같은 조역들의 연기도
역시나 멋졌다. (크리스터퍼 플러머는 젊었을때도 매우 멋졌으나 나이먹어서도
괜찮게 늙은 배우인듯. 물론 역할은 대부분 비리의 온상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사실 영화가 시작되고 은행털이범과 경찰간의 인질극 상황이 시작되었을때,
혹 <네고시에이터>와 같은 범인과 형사(협상가)사이에 밀고 당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가 했었다. <인사이드 맨>은 장르를 따지자면 미스테리 스릴러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행털이와 인질극을 배경으로 스릴러라면,
그 미스테리는 아마도 범인들이 어떻게 탈출 할까? 아니면 실패로 돌아갈까?
탈출한다면 그 방법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 될것이다.
 
<인사이드 맨>의 미스테리는 아마도 어떻게와 누가 가 될것 같다.
범인들의 우두머리 격인 달튼이 어떻게 탈출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인질들과 범인들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과연 누가 범인이고,
범인들은 총 몇명인지 하는것.

사실 영화를 다 본 사람들도 이 과정에 대해 단번에 쉽게 말할 수는 없을 정도로
완전히 시원한 설명을 해주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단서들로 알 수 있게 해두었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된다.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스파이크 리 감독이라는 점은 조금 의외였었다.
그의 필모그라피에 스릴러라는 장르는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웠긴 했지만,
그동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편으론 더욱 기대가 되는 장르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9/11 이후에 미국사회에 대한 시각, 미국 사회에서 아랍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스파이크 리에 생각이 담겨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는 본격적으로는 아니지만, 이같은 생각을 옅볼 수 있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대낮에 시내의 한복판 은행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다는 상황설정부터 시작하여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감싼 범인들의 인상착이는 흡사 아랍계 테러리스트들을
연상시키며, 인질 가운데 먼저 풀려난 터번을 쓴 아랍인을 필요이상으로 경계하는 등
9/11 이후, 빈 라덴과 테러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서(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계속 개운치 않은 공포에 떨고 있는 미국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밖에도 스파이크 리 감독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영화 속에 짧지만 다 인종에 관한
이야기들을 삽입해, 캐릭터 하나하나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세심한 배려는 엔딩 크레딧에서 주연배우 3~4명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배우들에
이름과 사진을 하나하나 소개하는데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이름값에 비하면 흥행에 비교적 성공하진 못한 작품으로 남겠지만,
자세히 따져보고 있노라면 제법 매력있는 스릴러임엔 틀림없다.
 

 
글 / ashitaka


ps/1. <인사이드 맨>이란 제목 자체가 엄청난 스포일러다.
스릴러 영화는 종종 이런 경우가 있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2.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는 나치에 대항에 그리도 곧은 신념을
자랑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민족을 배신하고 나치에 빌붙어 성공한 인물로 그려진점도
개인적으론 재미있었다.
 
3. 영화 초반 범인들에게 핸드폰을 몰래 숨기려다 걸린 남자의 벨소리가
귀에 익숙한 Kanye West의 'Gold Digger'라 혼자 웃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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