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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자이언트 (The BFG, 2016)

아이들을 위한 스필버그 영화



오랜만에 만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라 좋지 않은 흥행 성적과 평에도 제법 기대를 했었던 '마이 리틀 자이언트 (원제는 The BFG, 즉 Big Friendly Giant (우리말로는 '착한 거인 아저씨'정도)인데 그냥 국내에 출판 된 적이 있었던 로알드 달의 원작 제목인 '내 친구 꼬마 거인'을 그대로 썼어도 되지 않았나 싶다)'를 보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마치 스필버그가 80년대 만들었던 영화들, 그러니까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들과 유사한 구성을 취하고 있었는데, 실사와 그래픽이 결합된 기술적 측면은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구성이 너무 느슨하고 헛점이 많은 전개와 유아적인 표현 들이 다분한, 조금 아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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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고아원에서도 왠지 친구가 많지 않을 것만 같은 소녀가 거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거인 역시 거인들의 세계에서는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는 존재. 이 두 사람이 친구가 되면서 전혀 다른 두 세계가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인간 아이들을 잡아 먹는 거인들과 이런 거인들을 막지는 못하는 대신 인간 아이들에게 꿈을 전해주는 작업을 하는 BFG의 설정은, 영화 만드는 작업에 대한 은유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리 깊게 나아가지는 않는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의미를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확실히 이건 해석을 위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적 깊이에 신경은 덜한 모습이다. 오히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즉 호기심과 웃음을 유발시킬 수 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 하다.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돌아가 잠이 들기 전에 '혹시 우리 동네에도 거인이 늦은 밤 돌아 다니는건 아닐까?' '내가 꾸는 꿈도 거인이 불어 넣은 것이 아닐까?'라고 한 번쯤 상상하게 되도록 말이다. 실제로 영화를 본 아이들은 이 세계와 영화 속 유머에 집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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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래도 성인의 입장에서 보기엔 조금 대책없이 낙천적인 전개들이 헛점으로 느껴졌다. 또한 캐릭터들도 지극히 평면적이어서 어른의 시각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거나,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장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거인들의 세상을 다룰 때는 나쁘지 않았으나 영국 왕실이 등장하는 인간 세계 파트는 너무 유아적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라, 그간 들려주었던 매력적인 꿈 이야기의 만족도마저 조금 식어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그 만찬 장면의 가스 배출(?)장면에서는 극장 내 너나 할 것 없이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ㅎ). 스필버그의 영화라 기대치가 높았던 것일까. 아이들을 위한 스필버그 영화는, 내겐 조금 아쉬웠다.



1. 스필버그의 첫 번째 디즈니 영화군요.


2. '스파이 브릿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마크 라일런스가 거인 BFG를 연기하는데, 그 인자한 웃음과 눈 주름은 여전하더군요.


3.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렇게 느끼지 않은 것 같지만 저는 왜인지 영화 속 빨간 자켓과 관련된 이야기에 마이클 잭슨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몹시 짠하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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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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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브릿지 (Bridge of Spies, 2015)

신념을 지켜낸 자들의 우화 혹은 실화


미국과 소련의 냉전으로 핵무기 전쟁의 공포가 최고조에 오른 1957년, 보험 전문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은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의 변호를 맡게 된다. 당시 미국에선 전기기술자 로젠버그 부부가 원자폭탄 제조 기술을 소련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간첩죄로 사형된 사건이 있었다. 미국의 반공운동이 극에 달했던 단적인 예로 적국의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은 물론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일이었다. 여론과 국민의 질타 속에서도 제임스 도노반은 “변론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아벨의 변호에 최선을 다한다. 때마침 소련에서 붙잡힌 CIA 첩보기 조종사의 소식이 전해지고 제임스 도노반은 그를 구출하기 위해 스파이 맞교환이라는 사상 유래 없는 비밀협상에 나서게 되는데... (출처 - 다음영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인인 변호사 도노반이 스파이 맞교환 비밀협상에 나서게 된다는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코엔 형제가 각본을, 야누즈 카민스키의 촬영 그리고 톰 행크스가 주인공 도노반을 연기한 '스파이 브릿지 (Bridge of Spies, 2015)'는 시놉시스를 통해 예상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 소개에 앞서 이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이름을 굳이 나열한 이유는, 여러 번 반복 된 아주 새롭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이 베테랑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은 그 완성도로 인해 또 한 번 볼만한 영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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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결국 신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철저하게 국가의 입장과 이익이 대변되던 시절, 다소 이상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신념을 지켜 낸 주인공 도노반과 스파이로 구속 된 루돌프 아벨 (마크 라일런스)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공기와 더불어 인간성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거대한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도노반이라는 캐릭터는 톰 행크스의 연기를 통해 또 한 번 설득력 있게 묘사되고 있으며, 실제로는 스파이 행위에 대한 내용은 없는 이 영화에 스파이 영화의 공기를 불어 넣는 아벨 역의 마크 라일런스는 확실히 이번 영화의 발견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 단락에 영화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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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브릿지'는 결국 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비밀협상을 이상적으로 이끌어 낸 도노반의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데, 영화가 내내 말하고자 했던 신념과 특히 후반부 도노반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내가 떳떳하면 그걸로 된거죠'라는 식의 대사는 조금 다른 결말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더 쓸쓸한 결말. 그러니까 결국 이데올로기나 다른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단순하게 자신의 일과 신념에 끝까지 충실했던 사람들을 그리면서, 결국 세상은 이런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는 (인정하지 않았다는) 결말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신념에 대한 메시지를 더 강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마무리 된 뒤 뉴욕으로 돌아온 도노반이 지하철 밖 풍경을 통해 결국 동독내의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을 떠올리게 되는 것 처럼, 집으로 돌아온 그를 아내가 모르는 척 말 없이 이해해주는 것이 더 강렬한, 즉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라는 메시지 전달 측면이나 실제 이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 따듯한 위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영화적으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결말은 오히려 조금은 기운이 빠지는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묘사들을 비롯해 아벨을 뒷자석에 태우는 것도 그렇고, 이 영화가 쓸쓸하게 끝낼 것만 같은 뉘앙스를 너무 주었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이 더 들기도).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영화가 끝나고 실존 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되었는데, 뭐랄까 실화가 더 영화적이고 말이 안되는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실화입니다'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였기에 차라리 실존 인물들의 후일담으로 마무리 하는 대신, 쓸쓸하게 결국 세상은 알아주지 않았다는 것으로 마무리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그래도 남았다 (왜 이렇게 쓸쓸한 엔딩에 집착하는가...).



(스포일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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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무리 방식은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스파이 브릿지'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만큼 짜임새 있는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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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

감독으로서의 야심이 느껴지는 스필버그의 데뷔작



스티븐 스필버그의 오랜 팬으로서 그의 초기작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이번에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초기작들과 함께 상영하는 기획적이 있어서 이 작품 '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상 스필버그의 장편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골디 혼의 정말 풋풋한 모습과 더불어, 이제 막 헐리웃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신인 감독 스필버그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가볍지 만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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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랜드 특급'은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인, 작고 소소한 일이 어떠한 큰 사건으로 의도치 않게 확대되고 전개되는지를 그린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역시나 그렇기 때문에 그 전개과정에 있어 하나하나 논리적인 설명을 하기 보다는 그 과정 자체가 발생시키는 재미나 볼거리,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영화니까 뭐'하고 넘어가자는 얘기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내용적으로 보자면 자신의 아이를 보건국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남편을 탈옥시키고 경찰을 납치하여 아이가 있는 슈가랜드로 떠나는 루 진 (골디 혼)의 이야기를 통해, 결론적으로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 가에 대한 점을 납치된 경찰이 변해가는 모습, 그리고 이 작전을 지휘하는 지휘관의 고뇌에 빗대어 쓸쓸한 사회 풍자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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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용적인 측면보다 '슈가랜드 특급'에서 더 흥미로웠던 점은 당시 신인 감독이었던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야심이었다. '듀얼 (Duel,1971)'이 TV영화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봤을 때 실질적인 장편 영화 데뷔작은 이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스필버그는 신인 답지 않은 물량과 연출력을 통해 자신을 헐리웃 스튜디오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그의 대표작 '죠스 (Jaws,1975)'를 다시 보면서 당시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신인 감독에게 이러한 프로젝트를 맡긴 것이 모험에 가까웠다는 뒷이야기를 들었는데, '슈가랜드 특급'을 보니 아주 맨땅에 헤딩하는 정도의 모험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에도 물론 신경쓰고 있지만 그 못지 않게, 대형 스튜디오의 작품을 연출할 만한 능력에 대해서도 강하게 어필하는 듯 했다. 특히, 수십대의 경찰차들을 동원하는 대규모 씬은 물론 이 자동차들이 충돌하고 섞이는 액션 장면까지 연출하며 마치 '나 이런 정도의 물량은 거뜬히 소화하는 감독이에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즉, 길게 줄을 늘어선 경찰차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관객들의 뇌리에는 물론, 헐리웃 스튜디오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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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랜드 특급' 역시 거의 데뷔작이라 해도 좋을 작품이기에 스필버그의 이후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 점은 '죠스'와 비교해도 그러하다). 하지만 당시 7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자동차 액션들과 정말로 풋풋하다 못해 짜증날 정도로 백치미를 선보이는 골디 혼을 만나는 것 만으로도 신선한(?) 경험이었던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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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름 휴가 다운 휴가도 못다녀왔고, 몸은 몸대로 지치던 찰나에 부산에 있는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초기 걸작선을 상영하는 기획전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보통 같으면 그냥 '부산 분들은 좋겠다~'하고 말았을 텐데, 이번엔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무리를 해서라도 가야겠다는 작전이 발동! 순식간에 부산 가는 차 편 예약과 동시에 영화까지 예매를 하게 되었다.


기획전은 내일인 8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진행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주말을 이용해서 다녀올 수 밖에는 없었는데, 이번 주말 시간표 가운데서 내가 선택한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1975년 작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과 스필버그의 초기작 '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을 선택하였다. 사실 처음 스필버그의 초기작을 상영한다고 했을 때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듀얼 (Duel, 1971)'이었는데 이번 주에는 상영이 없는 점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었다.






아이거 빙벽 (The Eiger Sanction, 1975)


시니컬한 매력의 미술사 교수 햄록의 취미는 고미술품 수집. 그런데 교수 월급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이 고상한 취미 때문에 그는 첩보기관의 암살전문요원으로 활약하며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한편, 이제 햄록은 손을 씻으려 하지만, 조직은 그를 쉽게 놔주지 않고, 마지막 임무로 아이거 빙벽 등반대에서 스파이를 찾아 제거하라는 지령을 내린다. 트레바니안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웅장한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산악영화에다 첩보 액션 스릴러를 결합시킨 흥미로운 작품이다. 주연까지 맡은 이스트우드는 대역을 쓰지 않고 거의 직접 액션연기를 했다고 한다.





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


텍사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클로비스는 출소를 앞두고 있다. 어느 날, 아내 루가 면회를 오는데, 그녀는 두 사람의 아들이 강제 입양될 처지에 놓였다며 흥분한다. 이대로 아들을 빼앗길 수 없는 루는 클로비스에게 탈옥하여 자신과 함께 아들을 납치하러 가자고 설득한다. 1969년 텍사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 코믹 요소와 넘치는 긴박감이 잘 어우러진 연출로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스필버그가 만든 최초의 극장용 영화이며,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는 드물게 사회 비판 의식이 깔려있는 작품이다.





'듀얼'을 못보게 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골디 혼의 풋풋한 모습도 기대되고, '아이거 빙벽'은 예전에 DVD로만 봤던 작품이라 스크린을 통한 첫경험이 무척이나 설렌다. 'E.T'와 '미지와의 조우'도 시간이 맞아서 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예전에 극장에서 본 적이 있는 터라 이번에는 아쉽지만 패스하기로;;


이스트우드와 스필버그 기획전을 핑계 삼아 오랜만에 부산 방문한 김에 영화의 전당도 여유있게 둘러보고, 오랜 만에 바다 구경도 할 예정~



* 부산 영화의 전당 - 이스트우드 & 스필버그 초기 걸작선 자세히 보기

http://www.dureraum.org/bcc/mcontents/progView.do?rbsIdx=35&progCode=20120813001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워 호스 (War Horse, 2011)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고전의 감동



존경해마지 않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이지만 의외로 조용하게 적은 상영관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워 호스 (War Horse, 2011)'는 어쩌면 최근 영화계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우직하고 클래식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최근 몇 달 간 극장에서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이 울었던 영화이기도 했다. 평소 남들보다 울컥하기를 잘 하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이기는 하지만, 평소에 잘 일어나지 않는 일요일 오전 시간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상대적으로도 많은 양의 눈물이었으리라. '워 호스'가 감정을 자아내는 방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직설적이고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때 같으면 '에이~ 이거 다 아는, 뻔한 방식이잖아'하며 울컥할 포인트를 스스로 지나쳤겠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달랐다. 자주 얘기하는 점이지만, '전형적'이라는 건 결코 '별로다'와 동일하게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전형적이 되었다는 것은 그 방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라는 걸 이미 입증했다는 것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전형적이라도 그 핵심을 깨닫고 제대로만 전달한다면 충분히 관객을 울리고 웃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바로 이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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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호스'의 줄거리는 예상할 수 있는 그 것, 딱 그 정도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말과 어린 주인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예상되는 대부분의 얘기가 그대로 등장한다. 물론 여기에 가장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워 호스'는 제목 그대로 사람이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철저하게 '말'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처음 '조이'의 주인이 되는 알버트 (제레미 어바인)와 조이의 우정을 비중있게 다룬 것이 아니라, 조이의 입장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따라간다고 해도 좋을 만큼 조이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워 호스'의 이야기는 정말로 대부분 예상할 수 있는 바이고, 그 예상하는 바도 최근의 것이 아니라 매우 고전적 이야기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눈물이 났다는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그리고 영화를 본 날이 동물농장이 하는 일요일 오전시간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마치 TV동물농장을 보고 울컥하는 것처럼 이 영화에는 다 알면서도 울 수 밖에는 없는 감동의 포인트가 있었고, 이 포인트를 우직하고 정직하게 그려내고 있어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후반 부의 감동 포인트야 말할 것도 없고, 초반 알버트가 조이와 함께 처음 밭을 갈 때부터 눈물을 흘렸으니 이거 뭐 말 다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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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영화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알버트와 조이와의 끊어질래야 끊어질 수 없는 우정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조이의 입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겪게 되는 일들의 비중을 과감하게 열어두었다는 점이다. 즉, 보통 같았으면 관객들은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알버트와 조이가 재회했으면 좋겠다 라는 한 가지 생각만을 하게 되지만, 이 경우는 조이가 중간 중간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비중을 적지 않게 그리고 알버트와 마찬가지로 따듯한 사람으로 그리면서 누군가는 '그래 알버트와 만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조이가 다른 사람과 맺은 인연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니 그의 입장도 무시할 순 없겠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이가 겪게 되는 일들이 전쟁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전쟁영화라기 보다는 결국 스필버그 영화답게 가족영화의 틀 안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잘 살펴보면 조이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모두 가족과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는 인물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소작농으로서 부모와 함께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알버트야 말할 것도 없고, 중간에 만나게 되는 독일군 형제며 어린 딸과 할아버지의 관계에서도 '가족'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조이가 그들 가족에게 어떤 의미로 (혹은 어떤 결핍의 해결이나 치유의 의미로) 전달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이것이야말로 스필버그가 '워 호스'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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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으로도 스필버그와 촬영 감독 야누즈 카민스키는 완벽에 가까운 순간들을 선사한다. 스필버그와 카민스키는 이 고전적 스토리를 다루면서 영상 측면으로도 상당히 고전적인 방식들을 채용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알버트가 살고 있는 집과 집 근처의 풍광을 그리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지는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한 강한 역광의 사용과 더불어 이 시퀀스에서 자주 사용되는 타이트한 클로즈업(배우의 얼굴 외에는 노을 빛이나 하늘 만이 자리잡고 있는)의 활용은, 이 고전적 스토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뭐랄까, 전형성을 넘기 위해 일부러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옷을 입으려 고민하기보단 예전에 가장 잘 어울렸던 옷을 잘 다려서 다시 꺼내 입은 듯한 느낌이었다.


'워 호스'의 가장 명장면 중 하나는 역시 조이가 전장을 누비는 장면을 들 수 있을 텐데, 사실 이 장면이 담고자 했던 의미까지 100% 와닿지는 않았던 장면이었지만 그 영상미나 장면 자체가 주는 압도하는 느낌 만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스필버그는 종종 자신의 작품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나 논리로 설명되기 보다는 그저 두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는 없는, 설명 불가한 순간을 또 만들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참호 속을 질주하는 조이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던 군인들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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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워 호스'는 뻔하고 유치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지점, 말도 안되는 판타지라고 여겨지는 지점이 분명했음에도 이런 의심을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갖을 수 없었을 정도의 우직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극장을 나와 평정심을 찾은 뒤 다시 이야기를 생각해보니 곱씹어 볼 것도 없이 '그게 말이 돼?' '너무 심한 판타지잖아'라는 생각들이 바로 들었지만, 글의 맨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워 호스'는 그럼에도 최근 본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던 영화였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힘이다.



1. 말이 주연이라서 돋보이지는 않지만 좋은 배우들이 참 많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예언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닐스 아르스트럽과 '해피 고 럭키'에서 역시 좋은 연기를 펼쳤던 에디 마산, '토르' 동생 톰 히들스톤과 루핀 교수 데이빗 튤리스 그리고 셜록 배네딕트 컴버배치까지.


2. 조이 역의 말 연기가 정말 대단합니다. 정말로 연기를 하더군요! 총 14마리의 말이 나눠서 연기를 했다고 하는데, 정말 연출로 만들어냈다기 보다 말이 연기를 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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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 (The Adventures of Tintin: The Secret of the Unicorn)

인디아나 존스식 스필버그 어드벤처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피터 잭슨이 제작을 맡은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었던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을 보았다. '틴틴'의 원작 만화는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작품인데, 개인적으로는 다행히(?)도 원작을 읽지 않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영화 관람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어드벤처의 정석이라고 할 만큼, 어드벤처 영화 혹은 작품이 가져야할 거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고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기 때문인데, 원작을 읽지 않은 나로서 '어드벤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다름 아닌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보게 된 '틴틴'은 분명히 '인디아나 존스'가 아주 직접적으로 연상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별로였다는게 아니라 그래서 더 좋았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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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인디아나 존스'와 비교하게 되 원작 팬들에게는 미안한 감이 있지만, 원작이 아닌 스필버그의 영화를 먼저 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인디아나 존스'였다. 그냥 모험을 강조하고 유사한 내러티브가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디테일한 설정과 캐릭터 그리고 배경에 이르기까지 스필버그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예 스필버그가 직접 연출을 맡았으니 이건 뭐 말 다했다. 즉, 스티븐 스필버그는 원작이 들려주려는 모험적 정서를 자신이 이전에 펼쳤던 인디아나 존스식으로 풀어내는데에 부담을 느끼는 것 대신, 오히려 더 인디아나 존스스럽게, 원작이 담고 있는 정서와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작품이 놀랍도록 맞아 떨어진다는 걸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을 접하지 않은 스필버그의 팬들이 본다면 '틴틴'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스필버그 영화인 동시에, 원작 팬들의 입장에서 보아도 '틴틴' 본연의 색채는 그대로인 영화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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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는 본래 이 작품을 실사화 하기를 원했다고 하는데 결국 영화화는 피터잭슨과 웨타 디지털 그리고 앤디 서키스가 함께한 '이모션 3D' 작품으로 탄생했다. 단순한 동작 만을 애니메이션화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표정 연기나 감정까지 최대한 애니메이션화하는 '이모션 캡쳐' 기술을 통해 탄생한 '틴틴'의 영상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점에 놓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실사 같아 느껴지는 위화감 보다는 넓은 의미의 애니메이션으로서 느껴지는 흥미로움이 더욱 컸다. 애니메이션으로서 느껴지는 장점과 매력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본래 스필버그가 기획했던 것처럼 실사로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더더욱 '인디아나 존스'가 연상되지 않았을까도 싶지만, 따지고 보자면 이모션 3D로 탄생한 '틴틴'을 떠올려 봤을 때 실사 영화로 만들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 (즉,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틴틴'은 만화적인 상상력이 최대한 동원되었다기 보다는 실사 영화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의 장면이나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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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틴틴'은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식 어드벤처 영화의 열혈 팬으로서 역시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새로움 보다는 종합선물세트식을 선택했지만 나쁘지 않았고, 여전히 하나의 추격이나 탈출 시퀀스가 끝날 때에는 '휴~'하며 한숨을 돌리기에 충분했으며, 틴틴이 단서들을 조합하여 퍼즐의 조각을 맞춰갈 때엔 '어쩜 저럴 수 있지!'라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호오~'하며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라 이 부분에서도 리듬과 속도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은 이 시리즈를 3부작으로 기획하고 있다는데, 두 번째 작품은 피터 잭슨이 연출할 예정이라니 스필버그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줄지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1. 음악까지 존 윌리엄스가 맡고 있다보니 더 인디아나 존스 같았어요. 특히 모로코에 도착했을 때 흐르던 아랍풍의 스코어는 완전히 '레이더스' 더군요. 눈감고 들었다면 착각했을지도 ㅎ


2. 예전 '인디아나 존스'를 처음 본 유럽사람들이 모두 다 '땡땡'을 떠올렸다는 말은 100% 수긍되더군요.


3. 3D로 보았는데 효과가 과하지 않고 편안한 수준의 관람이었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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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8 (Super 8, 2011)
너무 행복했던 J.J의 스필버그 종합 선물세트


J.J. 에이브람스의 '수퍼 8 (Super 8)'은 완벽한 스필버그 영화다. 일차적으로 스필버그가 참여하기도 했으니 스필버그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E.T' '구니스' '미지와의 조우' 등 스필버그 영화들의 자양분을 받고 자라난 세대가 이를 추억하며 만든 종합적인 의미로서의 '스필버그' 영화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수퍼 8'은 새로울 것은 전혀 없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추억의 부스러기들을 잔뜩 끌어와 오마주와 자기 확장만을 더했음에도 이 작품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 없다면 이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사실 잘 모르겠다. 어렴풋이 일부러 분석해보자면 최근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의 줄거리는 너무 단순하고 건너뜀도 많고, 논리적이라기 보단 허무한 것에 훨씬 더 가깝고, 메시지 역시 동심에 기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단점들은 정말로 한 발 물러나서 일부러 찾아본 것들이다. 한 발 물러나 냉정하게 본다면 이런 단점들이 훤히 보이는 작품이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땐 전혀 발견되지 않았을 정도로 '수퍼 8'은 내 유년의 추억들과 스필버그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해 행복하게 만든, 참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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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극장을 나오며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J.J.에이브람스가 진심으로 부러워졌다. 이 작품은 J.J가 동경하던 스필버그에 대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스필버그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꾸었던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T'나 '미지와의 조우'를 보며 외계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구니스' 같은 작품을 보며 어린 시절 모험을 꿈꾸고 더나아가 이런 작품들을 나중에 직접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J.J의 동경은 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엿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동경 그 자체를 담아내고 있다. 사실 어린 시절 꿈꾸던 바를 어른이 되어 이루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꿈을 한치도 엇나감 없이 그대로 이룬 J.J가 몹시도 부러웠다. 그런데 여기서 더 부러운 점은 단순히 동경하던 영화를 연출하였기 때문 만이 아니라, 그 동경의 대상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건 그야말로 '꿈 종결자'가 아닌가! 

J.J처럼 직접 그 꿈 실현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수퍼 8'은 스필버그의 영화들을 보며 자라온 세대들에게 다시 한번 이와 같은 작품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해준 또 다른 꿈의 영화였다. 직접적인 이야기도 물론 그렇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70년대 후반 미국의 모습에서는 'E.T'가 보여주었던 아이들과 배경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어두워진 동네를 산 위에서 바라보는 카메라 앵글 같은 경우는 직접적인 오마주이기도 했다. 이것 외에도 주인공 아이들 가운데 영화 감독인 아이의 집 세트는 정확히 'E.T'의 그것과 닮아있었으며, 식탁을 두고 벌이는 가족들의 배치나 가족 구성원의 묘사 역시 'E.T'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작품의 갈등과 해소가 상처받은 가족의 치유라는 점에서 이것은 그대로 'E.T'의 엘리엇 가족을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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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친구들의 구성 역시 '구니스'를 비롯한 스필버그의 세계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요즘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티격태격하며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가 많지 않지만, 스필버그가 만들었던 세계에서는 꼭 등장하던 아이들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이라면 무언가 어린이답지 않게 만들고 어른들의 것에 능통한 친구를 들 수 있을 텐데, '구니스'와 인디아나 존스' 에 출연했던 키호이콴 (Jonathan Ke Quan)과 마찬가지의 캐릭터를 이 영화에서는 폭죽과 밀리터리에 능한 친구가 대변하고 있다. 나머지 친구들의 모습 역시 스필버그의 세계 관은 물론 '스탠 바이 미'같은 어린이 모험영화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었던 클래식한 캐릭터들이었다. 그 와는 반대로 어른들의 모습은 항상 불친절하고 아이들만이 볼 수 있는 세계는 믿지 못하며, 소통을 거부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런 설정 역시 요즘 영화로 비춰보자면 너무 뻔하고 올드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바로 그 점이 좋았다. 이런 점들이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 '레드 원(Red One)'이 아니라 '수퍼 8'이기도 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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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퍼 8'이 완전히 스필버그 영화인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 스필버그 영화이긴 하지만 J.J.에이브람스는 여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넣어 조금의 확장을 시도했다. 'E.T'의 감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J.J는 여기에 '클로버필드'가 갖고 있는 괴물의 형태와 공포/스릴러 적인 요소를 가미했는데, 확실히 이 부분은 스필버그 영화와 차별되는 J.J만의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클로버필드'와 같은 무게중심으로 흐르지는 않지만, 분명 미지의 존재를 그리는데에 있어서 공포와 충격 요법을 가미하고 있고, 그 형태와 구성 역시 봉준호 감독의 우리 영화 '괴물'을 떠올리게 할 만큼 스릴러적인 요소가 더해졌다.

그리고 여기에 두 남녀 어린이 주인공 조 (조엘 코트니)와 엘리스 (엘르 패닝)의 관계 설정 역시 스필버그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완전히 어린이들의 우정이라기 보다는 소년, 소녀의 애틋한 감성을 더해 또 다른 분위기를 극에 담아내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 이런 J.J만의 가미된 부분들의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불편하거나 하는 부분은 아니었으며 소년, 소녀의 감성의 경우 엘르 패닝의 완벽한 소녀 비주얼을 통해 또 다른 활기를 불어 넣는 긍정적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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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의 여러가지 것을 가져온 것과 동시에 이 작품은 '영화'에 관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극 중 주인공 어린 친구들은 '수퍼 8'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사건 (The Case)'이라는 영화를 만드는 중인데, 이 과정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감독인 J.J의 자전적인 경험이 포함되었을 수도 있고, 여기에 빗대어 영화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만드는 영화 '사건'은 좀비 영화인데 이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으로 유명한 조지 로메오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실제로 엔딩 크래딧과 함께 볼 수 있는 이 영화 속 영화를 보면, 조지 로메로에 대한 오마주를 더욱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극중 화학공장의 이름도 '로메로화학'이 아니던가!).


전체적인 스필버그 영화라는 그림 속에 영화에 관한 텍스트를 적절하게 결합한 결과물이었다. 심지어 이 영화 만드는 부분에서는 리얼리티마저 느껴지는데, 누군가의 말처럼 이 작품 '수퍼 8'은 결국 '사건'이라는 영화의 거대한 메이킹 필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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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에이브람스의 '수퍼 8'은 여러가지 면에서 요즘의 헐리웃 영화가 보여주는 경향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리메이크에 가까운 복고적인 작품이었지만, 그래서 좋았고, 더나아가 '스필버그'여서 더할나위없이 행복했던 작품이었다. 또 하나 들었던 생각은, '수퍼 8'은 선물세트 겪의 작품이었지만 더 나아가서 예전 우리가 보았던 'E.T'나 '구니스'처럼 아이들이 모험을 경험하고 꿈꿀 수 있는 작품들이 최근에는 거의 없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21세기를 사는 어린이들에게도 20세기 어린이들이 느끼고 경험했던 것처럼 모험과 꿈을 꿀 수 있는 '꿈'으로서의 영화가 더욱 많아져야만, 30년 뒤 40년 뒤에도 지금을 추억하며 이런 영화들을 또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1. 엘르 패닝은 이로서 더이상 다코타 패닝의 동생이라는 수식어는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다코타 패닝도 한 몫 톡톡히 했죠;;)

2. 엔딩 크래딧과 함께 극 중 아이들이 만든 영화 '사건'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수퍼 8'보다 재밌다는 분들도 상당수가 되니 절대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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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V시리즈 '로스트'는 물론, 픽사의 '업'과 '라따뚜이' 등의 음악을 맡았던 Michael Giacchino의 음악은 상당히 장르적이에요. 음악 역시 존 윌리엄스의 그것을 오마주하려 상당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상과 음악이 완전히 당시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4. J.J는 상당히 의도적으로 당시 SF영화에서 자주 보이던 빛의 굴절 효과를 사용하고 있어요. 보통 의도적인게 아니죠. 

5. 그런데 7편을 안보고 8편을 봤더니 조금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있네요. 1편은 너무 어렸을 때 봐서 기억이 잘 안났지만 최근에 출시된 블루레이로 6편까지는 복습을 하고 간터라 복선 등을 확인할 수 있더군요. 7편 보신 분들 얘기 좀 해주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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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그 한 가운데…


미국 드라마의 명가 HBO의 작품으로, 이미 2001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화제작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제작진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5주년을 기념하여 9년 만에 다시 만든 전쟁 드라마가 바로 ‘퍼시픽’이다. ‘퍼시픽’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음은 물론, 최고의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가 음악 감독을 맡아 그 감동을 더하였으며, 2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해 미국 TV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퍼시픽’은 1화가 방영되기 이전부터 팬들에게 -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BOB’의 팬들에게 - 엄청난 기대를 불러 일으켰었는데, 그 엄청난 기대 탓인지 ‘BOB’에 비해서는 아쉽다는 평가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찬찬히 보고 나면 ‘퍼시픽’과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분명 지향하는 바도, 또 작품이 갖는 의미도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그 제목처럼 깊은 전우애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라면, ‘퍼시픽’은 전쟁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1화 ‘에덴 동산’, 2화 ‘찬란한 승자의 패배’, 3화 ‘꿈’, 4화 ‘희망의 부재’, 5화 ‘절망의 나락’, 6화 ‘펠렐리우 비행장’, 7화 ‘펠렐리우 언덕’, 8화 ‘이오지마’, 9화 ‘오키나와’, 마지막 10화 ‘귀향’의 10부작으로 이뤄진 ‘퍼시픽’은 전쟁 영웅 주인공을 통한 승리의 기쁨이나 혹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 속에 꽃피운 전우애를 다루기보다는, 이런 승리로 기억되는 전투와 전쟁의 이면에 - 이면이라기 보다는 전쟁의 진짜 얼굴인 - 숨겨진 전쟁이라는 것에 참혹함과 잔인함 공포, 무의미함을 가식적이지 않고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 하겠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보다 ‘퍼시픽’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다.



‘퍼시픽’에는 크게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과달카날 전투에 참전해서 전쟁 영웅이 되어본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존 바실론’과 기자 출신으로 과달카날 전투를 비롯해 태평양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로버트 렉키 그리고 건강 상의 문제로 입대가 어려웠으나 후에 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유진 슬레지까지. 태평양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이들의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쟁 영웅이라는 원치 않는 짐에 이끌려 전장이 아닌 본국에서 전쟁 공채 판매를 위한 홍보에 앞장서야만 했던 존 바실론의 겪는 고뇌와 첫 화에서는 정말로 참전하기에는 너무 여리게만 보였던 유진이 전쟁에 깊숙한 곳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변해가는 모습은, 승리한 전쟁이냐 패배한 전쟁이냐의 여부를 떠나서 이들에게 전쟁이라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퍼시픽’의 화법은 대중적인 흥미나 재미 면에서는 조금 부족할 지는 몰라도 전쟁/역사 드라마가 정말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점이 아닐 수 없겠다.



‘퍼시픽’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다 보니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씬 레드 라인’을 한창 비교할 때처럼 철학적인 면에만 집중한 시리즈가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는데, 이건 분명 오해다 -, ‘퍼시픽’은 오히려 ‘밴드 오브 브라더스’보다도 더 많은 전투 씬과 더 리얼하고 수위 높은 묘사로 인해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물론 전쟁 영화 팬들이 충분히 반기고도 남을 만한 점들을 가득 담고 있다. 특히 ‘퍼시픽’이 포함하고 있는 전투들인 펠렐리우 비행장과 언덕 전투, 이오지마와 오키나와의 전투는 당시 참전했던 해병들이 지옥과도 같았다고 회자할 정도로 승전 여부를 떠나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큰 피해를 입었던 전투였는데, 이런 고단함과 힘겨움이 작품에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특히 엄청난 제작비답게 전장의 참혹함과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거대한 스케일과 중장갑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들과 전투기 등의 등장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어 - 오히려 정교함 측면에서는 영화보다 더 나을 듯싶다 - 전쟁 영화에서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 준다. 촬영이나 연출 측면에 있어서도 과도한 핸드 헬드 보다는 적절한 사용으로 리얼리티와 감상의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있으며, 다른 허술한 전쟁 영화들과는 다르게 주인공이라도 언제든지 정말 전사할 수도 있겠다 라는 공포와 긴장감을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다. 전투의 스케일만 두고 보자면 굳이 2001년과 2010년이라는 9년의 세월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퍼시픽’의 압승이라고 볼 수 있겠다.



‘퍼시픽’ 역시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마찬가지로 실제 태평양 전쟁에 참여했던 해병들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작품에 포함하고 있는데, 주인공 세 명을 비롯해 극중 인물들은 모두 실존 인물이며 이들 중 생존해 있는 몇몇은 ‘BOB’ 때와 마찬가지로 나레이션을 통해 작품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다. 참고로 ‘퍼시픽’은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유진 슬레지의 회고록 ‘With the Old Breed at Peleliu and Okinawa’와 역시 주인공인 로버트 렉키의 회고록 ‘Helmet for My Pillow’를 기초로 하여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태평양 전쟁을 둘러 싼 많은 이야기들과 당시의 중요한 자료들, 그리고 ‘퍼시픽’과 관련된 실제 역사와의 흥미로운 점들에 대해서는 DP 무비스타 님의 멋진 연재 글이 있어서 이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무비스타의 태평양 전쟁사 이야기 퍼시픽 시즌 1
http://dvdprime.cultureland.co.kr/bbs/view.asp?major=ME&minor=E1&master_id=40&bbslist_id=1745454

 

Blu-ray 메뉴






총 6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블루레이 패키지의 경우 기본적으로 언어 선택 메뉴 외에 ‘Featues’ 메뉴에서 ‘The Pacific Enhanced Viewing’과 ‘The Pacific Field Guide’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재생 시 ‘Historical Backgrounds’를 선택하면 본편 상영 전에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가 더해진 당시 자료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Blu-ray : Picture Quality

1080p 풀HD의 화질은 최신작 다운 레퍼런스에 가까운 수준급의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전쟁 드라마라는 특성상 무엇보다 전장의 질감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 흙과 피로 지저분해진 인물들의 피부 표현력도 훌륭하고 CG가 사용된 장면에서도 전혀 실사와의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또한 무엇보다 외곽선의 표현력이 뚜렷하여 높은 선예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클로즈 업이나 배경 장면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수록하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조명에 따른 표현력도 좋았는데, 정말 쨍한 낮 장면에서의 음영 표현도 좋았지만, 달빛 조차 없는 밤 시간에 벌어지는 전투 장면 중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발포 시 발생하는 빛들과 조명탄 들을 통해 발생한 인위적 밝기로 표현된 장면들 역시 영화적이기 보다는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러한 영화적 연출을 블루레이의 화질이 잘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MA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라고 충분히 부를 만 하다. 일단 작품 자체로서 사운드 적인 장점을 타고 났으며, 이런 좋은 바탕을 차세대 사운드가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퍼시픽’은 ‘BOB’보다 도 더 많은 전투 씬을 수록하고 있는데,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하고 대규모의 전투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사운드 적인 장점을 100%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전투 씬에서는 탱크로 인한 폭발 소리, 수백 명의 해병들이 쏟아내는 기관총 소리가 휘몰아치는 가운데도, 폭발로 인한 파편들이 지면과 군복에 닿아 나는 섬세한 소리들까지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각 소스들이 모두 최고 피치를 올리고 있는 듯해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밸런스가 잘 유지되고 있어 많은 양의 소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옴에도 귀를 기울이면 각각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즐길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각 디스크에는 앞서 메뉴 디자인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Enhanced Viewing’과 ‘Field Guide’를´수록하고 있는데, ‘Enhanced Viewing’의 경우 설정을 해두고 본편을 재생을 하게 되면 장면과 관련된 역사 속 이야기나 인터뷰 등이 pip방식을 통해 구현된다. ‘Field Guide’의 경우는 장면마다 각각 ‘Maps’ ‘Historical Overview’ ‘Marines’ Experiences’ ‘Facts and Bios’의 메뉴를 통해 선택하는 제목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aps’을 선택하면 해당 장면이 벌어진 장소의 지도를 확인할 수 있고, ‘Historical Overview’를 선택하면 연관된 역사 속 자료들, 영상 및 사진들을 볼 수 있으며, ‘Marines’ Experiences’의 경우 실존 인물 혹은 가족 등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모든 본편 디스크에 수록된 이 두 가지 부가영상에는 아쉽게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6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만이 별도로 수록되어 있는데, 가장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부가영상은 ‘Profiles of the Pacific’이다. 여기서는 극중 인물인 존 바실리, 유진 슬레지, 로버트 렉키, 시드니 필립스, R.V 버진, 척 테이텀의 이야기를 각각 들을 수 있다. 여기서는 이들의 가족, 친구, 동료, 전문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더불어 당시의 사진과 동영상 등을 통해 실존인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인물에 따라서는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이들이 어떤 아들이었고, 아버지였고, 친구였는지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인터뷰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Making the Pacific’에서는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를 비롯해, 배우들과 스텝들, 작가 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의미와 각 전투 장면이 갖는 전쟁 드라마로서의 의의에 대해 들려준다. 특히 각 전투 시퀀스의 경우, 무엇보다 참여한 스텝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자부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Anatomy of the Pacific War’에서는 태평양 전쟁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들려준다. 역사학자 및 전문가들 그리고 전쟁에 참전했던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태평양 전쟁에 참여했던 일본과 미국의 상황과 특히 미국 해병들에게는 믿기지 않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일본군의 무사도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다.


총 평

HBO의 전쟁 드라마 ‘퍼시픽’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는 또 다른 감흥을 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비교는 어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것에 참혹함에 대한 깊은 울림은 물론 치밀한 조사를 통해 역사에 근거한 현실감 넘치는 전투 장면들은 ‘퍼시픽’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 편으로서는 모르겠지만, 독립적인 ‘퍼시픽’만 두고 보았을 때는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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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2008)
자급자족 오마주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개인적으로도 아주 추억이 많은 시리즈이다. 아마도 시리즈로서는 가장 많이 본
영화일 것이고, <스타워즈>의 메인 타이틀과 더불어 가장 인상적인 사운드 트랙으로 기억되기도 하는 영화이다.
그런 <인디아나 존스>가 무려 19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미 그 기대감은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숀 코네리가 결국 빠진 것이 아쉽지만 건재한 해리슨 포드는 물론 메리언 역의 카렌 알렌이 다시
출연한다는 소식은 인디아나 존스의 팬으로서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보통 때 같으면 개봉일에 맞춰서 가장 처음으로 보았을 테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주말인 오늘에야
보게 되었는데, 그 동안 수 많은 인디아나 존스 4 관련 글을 읽지 못해 근질근질 했었다.
새롭게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기존 팬들에게 바치는 클래식 삼부작에 대한
전체적인 오마주이며, 새로운 세대에게 '인디아나 존스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유쾌한 어드벤쳐 영화였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첫 번째 느낌은, 시리즈의 4편 격인 이 작품이, '4편'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앞선 3편의 영화를
정리하고 추억하는 하나의 선물세트 같은 자급자족 오마주 영화같다는 생각이었다. 사실상 로즈웰 사건을
바탕으로 크리스탈 해골과 외계인, UFO라는 이야기로 결론지어진 것을 제외한다면, 처음 부터 끝까지 모든
구성과 장면, 시퀀스는 모두 1편과 3편까지에서 보여주었던 장면들을 인용하거나 혹은 그대로 다시 보여주는
것이었다. 장소를 비행기로 이동할 때 지도에서 빨간 줄로 경로가 표시되며 배경이 레이어로 겹쳐보이는
씬이나, 비행기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잠을 청하는 존스 박사나, 나찌라는 상대나, 미스테리를 해결해 과는
과정에서 본인의 의지와 더불어 악당에게 이용당하는 모습이나, 트럭이나 중형 장갑차 등이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씬이나, 거의 완벽하게 같은 학교에서의 강의 장면과 이후 이어지는 집에서의 시퀀스나,
등장하는 배경이나 인물들의 모습 등 사실상 모든 설정이 새로운 것이 없고, 전작의 장점과 장면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사실 다른 영화 같았다면 이런 설정에 굉장히 실망하고 아쉬웠을 텐데,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한 <인디아나 존스>여서 이런 마음이 덜했던 것 같다.
뭐랄까,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회를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돌아온 해리슨 포드의 모습은 확실히 나이가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나이든 것을 그대로 보여주길 원한 것처럼, 샤이야 라포프 정도의 나이에 아이가 있을 법한 극중 존스 박사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상당부분의 아날로그 액션씬을 직접 소화했을 만큼,
나이에 걸맞지 않은(?) 주먹질과 액션씬도 선보였다. 초반 책상 위의 사진으로 추억되는 것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숀 코네리, 그러니까 헨리 존스가 함께 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아무래도 들 수밖에는
없었다. 그가 없기 때문과 샤이야 라포프의 등장으로 인해 그의 역할은 대부분 인디아나 존스가 지고 있는데,
그와 샤이아 라포프가 대화하는 장면에서, 3편의 재미를 엿볼 수 있어 좋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3명이 함께하는 시퀀스가 있었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악당인 이리나 스팔코 역으로 등장한 케이트 블랑쳇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그의 러시아식 영어 발음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아무래도 러시아식으로 영어를 발음하다 보니 왠지 갈라드리엘의 포스가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나 전작에서 등장한 악당들의 모습이 그러하였듯, 이리나 스팔코의 캐릭터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모습 외에는 크게 다른 것을 보여줄만한 기회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샤이야 라포프는 이 영화로 인해 나름대로 완전 어린 이미지는 좀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마치 <그리스>의 한 장면처럼 유니폼이라도 입은 듯 다르게 옷을 입은 두 집단 사이에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아주 재미있었다. 사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아, 샤이야 라포프가 인디의 액션씬을 많이 분담해
가겠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액션씬은 거의 인디가 그대로 다 하더라.

오랜만에 모습을 보게 된 카렌 알렌의 연기는 그 자체로도 반가웠으며, 그녀가 씨익 미소 지을 때는,
왠지 나도 미소짓게 되더라. 제법 기대했었던 짐 브로드벤트는 사실상 까메오 분량에 가까워 아쉬웠으며,
존 허트의 신들린(?)연기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심오한 연기였던 듯 싶다 ^^;



사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기대하거나 상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캐릭터와 설정은 그대로 이어가지만,
무언가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인디아나 존스'를 기대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렇기 보다는,
자급자족 식으로 자신의 시리즈를 그대로 복습하고 추억하는데에 대부분의 러닝 타임을 할애하고 있었다.
사실 이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19년 만에 돌아왔으니 다 같이 추억해보자는 것도 좋았지만, 그 정도가
쬐끔 과한 것도 사실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역시 나의 최고의 시리즈 중 하나는 <인디아나 존스>가 될 수 밖에는 없을 듯 하다.


1. 초반 짐 브로드벤트가 인디를 불러내는 장면에서 문 바로 옆에 '마커스'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이렇게만 스쳐가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책상 위의 사진과 동상으로 다시 출연!

2. 사실 영화 속에서 가장 속으로 재미있었던 장면은, 나중에 인디아나 존스가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라는 대사를 했을 때였다. 너무나도 잘 알다시피 <스타워즈>시리즈에
    반드시 등장하기로 유명한 이 대사를, 다른 영화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한 솔로에게서 듣게 되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더라 ^^

3. 초반 '인디아나 존스'라는 제목이 너무 폼 잡지 않고 쉽게 나온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좀 들었다.
    좀 더 폼나게 음악과 함께 등장했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4. 존 윌리엄스의 그 유명한 테마 음악이 흘러나올 땐,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

5. 메박 M관에서 디지털로 보았는데, 포커스가 약간 어긋난 듯 싶었다. 시종일관 선명한 화질보다는
   약간 뿌연 느낌이었는데, 다른 극장에서 다시봐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

6. 감옥의 수 많은 언어로 쓴 낙서 가운데, '반환'이라는 한글이 유난히도 돋보이더라 ^^


- 인디아나 존스 트릴로지 박스세트 리뷰 보기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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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3명의 인물

그 첫 번째 / 필립 K.딕 (Philip K. Dick)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었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와 [토탈리콜]의 원작 단편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로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현대 공상과학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몇 가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경계에 관한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그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를 그려내며,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의 경계에 모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고뇌하고 죽음과 현실에 슬퍼하는 안드로이드 와, 자신들이 만든 인간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에게 너무쉽게 총탄과 파괴를 일삼는 인간들을 교차시키며 진정한 인간다움의 기준을 우리에게 반문하기도 하였다. [토탈리콜]에서는 현실과 환상, 시간과 선악의 모호함까지 얘기하고 있으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미래를 보는 예지자들과 그들의 예언을 따라 일어나지도 않은(일어날 것이라는)살인에 연루된 사람을 체포하는 모습에서 원인과 결과 사이에 모호함을 우려하고 있다.



두번째는, 어둡고 암울한 미래의 모습인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역시 이러한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물론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은 탓에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던 이전 영화들보다는 덜 어두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스필버그의 영화치고는 제일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 중 하나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러한 어두운 미래사회의 모습은 그의 삶과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가 태어나면서 세상을 떠난 쌍둥이 누이들과 5살때의 부모의 이혼, 정신분열 환자로까지 불렸던 그의 신경과민 증세 등은 그의 정서를 어둡게 했고 이러한 것은 고스란히 그의 소설속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영화화된 그의 원작소설들에서 보여준 그 만의 철학적 깊이와 고뇌만으로도 그를 감히 정신병자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 톰 크루즈

톰 크루즈는 왠지, SF 영화는 적어도 한 두편 정도는 출연했던 걸로 생각되지만 의외로 그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처음으로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였다. 그 자신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상당히 어색하고 힘들었다고 했지만, 스텝들의 말처럼 톰 크루즈는 존 앤더튼 역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그는 또한 헐리웃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비싼 몸이시지만, 마치 미국의 성룡을 꿈꾸는 듯 스턴드 연기에도 가능한한 직접적으로 몸을 던지는 편이다. 이미 [미션 임파서블 2]의 인트로장면에서 정말 살떨리게 살벌했던 암벽등반 장면을 직접 연기하였고, 이번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와이어 액션장면들과 스턴드 장면들도 대부분은 그가 직접 소화하고 있다. 코의 높이가 1cm만 낮았어도 일찍이 오스카를 수상했을 거라는 얘기도 있듯이, 톰 크루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능하게 하는 좋은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 스티븐 스필버그

필립 K.딕의 뛰어난 원작소설과 SF장르에는 처음 출연하는 톰 크루즈 모두를 잘 어울러 영화를 완성시킨 것은 바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그는 데이빗 핀처오시이 마모루 등의 감독이 맡았을 법한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이전에는 자주 시도하지 않았던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스릴러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역시 스필버그 답게 그 사이에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의 감정을 부각시키며 감동에 요소를 포함시켰다. 스필버그의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자신의 방식을 좋아하는 팬들과 좀 더 어둡고 스릴러적인 방식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함께 껴안으려는 노력으로 보여진다.



DVD 시스템에 잘 어울리는 타이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영화 출시전의 기대와 마찬가지로, DVD로서의 출시도 많은 매니아들에 상당한 기대를 모아왔었다. 몇 번의 출시일 연기끝에 발매된 [마이너리티 리포트 SE]타이틀에 대해 화질과 사운드, 서플먼트 부문으로 나누어 알아보도록 하자.



화질 - 16:9 Widescreen Version

오래전의 필름 느와르를 표방하며, 어두운 색채와 거친 색감등을 의도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화질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만한 여지가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현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촬영상을 받았던 촬영감독 야누스 카민스키는 영화의 느와르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독특한 촬영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이러한 카민스키의 촬영기법은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와 맞물려, 시종일관 차가운 느낌의 파란색과 빛의 강도 조절로 몽환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미래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촬영과 영상 스타일은 의도된 것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조금의 거부감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사운드 - DTS/DD 5.1

화질에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의 편차가 있을 수도 있지만(그렇다고 해서 화질이 좋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사운드에 관한한은 논란에 여지가 없을 것 같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도 듣기 좋지만, DTS를 지원하는 플레이어라면 주저할 것 없이 DTS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DTS 시스템의 찬사는 이를 재공하는 타이틀의 발매시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더군다는 이 영화는 미래사회를 다룬 SF물이 아니던가. 아무래도 드라마 보다 SF나 액션물에서 사운드가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각 영화마다 실감나는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톰 크루즈가 '후버팩'이라 불리우는 장비를 갖춘 동료들에게 쫓기는 추격씬에서 그 진가가 들어난다. '후버팩'에서 내뿜는 불꽃과 굉음은 우퍼로 전달되어 실감나는 효과음을 들려주고, 바닥을 기어다니듯 질주하는 장면과 집들을 여기저기 통과하는 장면에서도 역시 DTS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 공장의 기계들의 효과음이라던가 자기부상 자동차의 이동음들은 존 윌리암스의 스코어와 잘 어울리며 레퍼런스급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Special Features

[반지의 제왕: 디렉터스 컷]의 여파 때문인지, 이제는 어지간한 퀄리티의 서플먼트가 아니면 성이 안차게 되어버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서플먼트는 본편과는 별도의 디스크에 담겨져 있고 퀄리티도 보통은 넘는다고 할 수 있으나, 워낙에 기대가 컸던 타이틀이라서인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중에서 발매전 재공되었던 정보들과는 달리 감독인 스필버그의 음성해설 트랙이 수록되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이외에 수록된 서플먼트들은 상당히 유익하고 흥미로운 것들이다.



'Minority Report - From Story to Screen Faturettes'에서는 스필버그의 설명으로 영화 사전 제작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고, 'Deconstructing Minority Report Featurettes'에서는 각종 시퀀스를 통해 제작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재공하고 있다. 'The Stunt of Minority Report Featurettes'에서는 스턴트 장면이 쓰였던 씬들을 위주로 톰 크루즈와 스텝들의 인터뷰를 수록, 스턴트 장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스턴트를 담당하고 있는 스텝에 말을 따른다면 톰 크루즈는 거의 스턴트맨에 가깝다. 또한 특수효과를 담당한 ILM에 영화제작 과정을 담고 있는데, 영화속 홀로그램이나 호버팩 등의 탄생과정을 옅볼 수 있다. 'Final Report'에서는 공동작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등장하여 서로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는다. 마지막으로 'Archives'에서는 제작 컨셉과 스토리보드, 배우와 제작진들의 프로필, 제작노트 등을 볼 수 있고, 극장용 예고편도 수록하고 있다.



21세기형 SF느와르



영화의 스탭과 배우들이 언급하였던 이 영화는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스릴러 장르의 느와르라 해야 옳을 것이다. 범인을 추리해가는 앤터튼의 모습은 [미션임파서블 1]의 이던 헌트와 닮았고, 차가운 미래사회의 이미지는 [블레이드 러너]와 크게 동떨어진 모습은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하고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프리 크라임(Pre-Crime)의 시스템인데 영화속에서도 반문하듯, 이 시스템은 한 번 생각해 볼 만하다. 예언자에 의해 살인이 예언되어 살인 현장을 급습하여 이를 막게 되면 결국은 살인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한다면 예언자의 예언은 결과적으로 틀린 것이 된다. 이러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모호함과 혼돈은 이 영화를 그저 단순한 SF영화에 틀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만약 이 영화를 스필버그가 아닌 다른 감독이 감독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앤더튼은 마치 [세븐]에 브래드 피트와도 같이, 자신이 잘못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를 죽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영화속에서 앤더튼은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미란다의 법칙을 얘기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영화가 끝나버릴 수도 있었지만, 이후에 반전을 위해 영화는 계속 진행된다.(혹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음에 더이상은 언급하지 않겠다)

만약 영화 속에서와 같이,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는 정말 미래를 예언하는 시스템이 도입될 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와도 같이, 만약 미래마저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참혹한 일이겠는가. 분명한 것은 꼭 스필버그 식의 희망을 믿지 않는 자들이라 하더라도, [빽 투 더 퓨처]에서와 같이 미래의 사진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어 질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을런지도...



아마도 타이틀의 퀄리티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DVD로 출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린시절 손에 땀을 쥐며 인디와 모험을 함께 했던 많은 이들에게는 정말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첨단 복원기술과 완벽한 리마스터링을 통해, 팬들에게 개봉직 후 느꼈던 놀라움을 또 한번 선사해버렸다.



[인디아나 존스 트릴로지 시리즈](이하 ‘인디’)는 많은 DVD마니아들에게 [스타워즈 트릴로지 박스세트], [백투더 퓨처 트릴로지 박스세트]와 더불어, 가장 많은 출시 요청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일단 영화적 요소를 살펴보자면 [인디]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어드벤처 영화의 바이블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재미와 흥미진진함, 짜임새 있는 스토리, 볼거리, 완성도 등을 고루 갖춘 유일무이(唯一無二)의 작품이다. 사실 이후에 나온 작품들 가운데 [미이라]의 경우, [인디]의 명성에 견줄만한 작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주관적으로든 객관적으로든 [인디]만한 어드벤처 물, 시리즈 물은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렇듯 대단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 분야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조지 루카스스티븐 스필버그이다.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인 부와 명예, 마니아들을 양산해 냈고, 스필버그는 [E.T]등으로 시작해 최근 [A.I] [마이너리티 리포트]등을 통해 뛰어난 상상력의 SF 영화 감독으로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인디]를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로만 알고 있는데, 스필버그가 감독임에는 분명하나 조지 루카스의 비중이 그 못지 않았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출시된 [인디[타이틀을 살펴보면, 두 명의 감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조지 루카스에게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조지 루카스는 사실 [스타워즈]의 이야기를 쓰기 전에 [인디]의 대한 구상을 먼저 했었고, [스타워즈]가 개봉한 뒤 영화화할 감독을 찾던 중 스필버그에게 감독직을 제안하게 됐던 것이다. TV시리즈와 B급 액션영화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인디]는 이 같은 소박한(?)제작 초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한 장르를 대표하는 최고의 시리즈가 되었다.



하지만 [인디]의 탄생과 반응이 처음부터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조지 루카스가 생각해 낸 이야기는 당시로서는 많은 제작비가 예상되는 관계로 선뜻 나서는 영화사와 제작자가 없었고, 개봉 뒤에는 인도를 비롯한 다른 인종들을 미개인으로 묘사하는 등 인종차별의 논란과 여성을 비하하고, 각 지역의 유적들을 훔치는 인디의 행동을 정당화 했다는 비판, 그리고 과도한 폭력과 잔인한 장면들로 인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 많은 비판 또한 들어야했다(실례로 잔인한 장면과 폭력적인 장면들로 인해 당시에는 없었던 P-13등급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시 타이틀로 돌아가서 개봉 직후 안겨줬던 놀라움을 다시 선사해버렸다는 표현에는, 타이틀의 놀라운 화질과 사운드에 있다. 사실 1981, 1984, 1989년에 개봉한 영화가 아무리 최첨단의 리마스터링 복원 기술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최근 개봉한 영화만 할까 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분야의 최고를 자랑하는 루카스 필름의 THX리마스터링 사운드와 라우리 디지털의 영상 복원 기술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영상과 화질을 만들어 냈다. 리테일러 컨벤션에서 잠시 느낄 수 있었던 THX 사운드는 최근 영화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니 왠만한 타이틀의 사운드를 넘어서는 스펙터클하고도 실감나는 사운드를 구현해냈다. 사실 많은 인디 팬들이 걱정했던 것은 사운드 보다는 영상이었는데, 이 마저도 아주 깔끔하게 잠재워버렸다. 라우리 디지털사의 완벽한 영상 복원기술로 재탄생한 영상은, 사운드와 마찬가지로 최근 개봉한 영화들과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길게는 20년도 더 전에, 짧게는 10년 전에 개봉한 영화라고는 정말 믿겨지지 않는 완벽에 화질을 재공하고 있다. 특히 시리즈의 2편 격인 [인디아나 존스 : 미궁의 사원]의 경우, 어두운 배경과 조명의 장면이 주를 이룸에도, 완벽에 영상을 보여주는 점은 정말 복원 기술에 놀라움을 또 한번 느끼게 한다.



또한 타이틀의 메뉴 디자인은 인디다운 역동감이 넘치면서도 화려한 메뉴로, 일반의 밋밋하고 정지되어 있는 메뉴 디자인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보았던 메뉴 디자인 중에 단연 최고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타이틀은 [프랭클린 플래너 포함 한정반]과 [라의 목걸이 포함 한정판]으로 나뉘어 출시되었는데, 두 가지 모두 메리트가 있을 것 같다. 일단 플랭클린 플래너 한정반은 인터넷상에 공개된 사진보다는 실제로 받아보았을 때 더 고급스러움이 느껴졌으며, 많은 이들이 구입을 꺼리는 이유 중에 하나가 플래너를 개별적으로 사용할 때 속지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플래너를 사용할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디를 더욱 소장가치 높은 세트로 소장한다는 점과 디지팩으로 이루어진 박스세트를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점과 라의 목걸이 한정판과 가격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플래너 한정판을 더 추천하고 싶다(참고로 플래너 내에는 속지를 할인 구매할 수 있는 할인권도 포함되어 있다). 라의 목걸이 한정판에 주어지는 목걸이는 1편 레이더스에서 등장하는 목걸이를 본 딴 목걸이로서 실제로 목걸이의 용도로 쓰기에는 조금 부담감이 있으나 장식용이나 소장용으로는 이것도 좋은 아이템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인디아나 존스 박스세트를 시리즈 별로 하나씩 차례차례 살펴보도록 하자.





대학에서 고고학을 가르치는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정부로부터 성서에 나오는 성궤를 찾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인디는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성궤의 행방을 추적해 나간다. 그런데 나치군들도 역시 전쟁에 가지고 나가기만 하면 모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무서운 힘을 지닌 성궤를 찾아 나서는데..



시리즈의 가장 첫 편인 레이더스는 1981년 개봉한 작품으로, 인디아나 존스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었다. 일단 시리즈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인지라 영상의 회손 정도와 팬들의 우려가 가장 컸던 작품이었는데, 이미 여러 번 언급했던 복원 기술로 인해 완벽하게 재탄생하였다. [레이더스]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도 영화의 초반 인디가 거대한 돌을 피해 탈출하는 시퀀스와 마지막 성궤를 개봉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초반 고대 유물을 가지고 거대한 돌을 뒤로 한 채 탈출하는 장면은, 스필버그와 루카스가 의도했던 B급 액션 영화와 TV시리즈 물을 연상시키는 장면으로서,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에 대해 특별히 다른 설명 없이도 파악이 가능토록 배치한 오프닝으로 기억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블루 스크린 기법을 이요한 ILM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신비스럽고도 괴기스런 장면을 연출하였다.





인디아나 존스 박사는 만주족 시조의 유골이 있는 보물을 둘러싸고 라오 일당과 협상하기 위해 상해에 와있다. 그러나 그는 이 협상 도중 죽음의 위기에 몰리게 되고 우연히 쇼걸인 윌리와 꼬마 택시운전수 소년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탈출 도중 비행기가 추락하여 티벳의 샤만 마을에 가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예기치 못한 모험 속에 뛰어들게 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들을 본 마을 사람들은 존스 박사 일행을 구세주로 여겨 자신들이 빼앗겨 현재 판코드 궁 어딘가에 있는 신비의 돌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존스는 신비의 돌을 찾고 밀교 일당에게 잡혀간 마을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전설의 미궁을 찾아간다. 일행은 그 미궁에 도착하여 그 비밀집단이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비밀종교 집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인디아나 존스 : 미궁의 사원]은 전편인 [레이더스]의 성공에 힙 입어, 1편에서는 러닝 타임과 제작비 등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해 다 보여주지 못했던 스필버그와 루카스의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루카스가 만들었던 [스타워즈 : 제국의 역습]과 같이 시리즈의 2번째 작품으로서, 시리즈 가운데 가장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어두운 분위기와 폭력적 장면들로 인해 이미 얘기했던 것처럼 P-13이라는 새로운 등급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미궁의 사원]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한다면, 갱 안에서 석탄 운반차를 타고 벌어지는 추격 장면과 마지막 다리에서의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추격 장면은 사실 1편인 [레이더스]때 수록하려던 장면이었는데, 넘치는 아이디어로 인해 2편인 [미궁의 사원]에 포함되게 되었다.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 장면은 곳곳에 유머러스한 장치를 삽입함으로써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추격 장면을 만들어냈다. 추격 장면에 이어지는 다리 장면은 영화사에 또 하나에 명장면으로 기억되는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는 다리 위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과 다리가 끊어지는 장면, 그리고 다리에 매달려 절벽을 오르는 장면은 언제 봐도 흥분되고 몰입하게 되는 장면들이다.



어릴 때부터 모험심이 많았던 인디는 보이스카웃 시절인 1912년, 도굴꾼이 보물(십자가) 훔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막으려 한다. 그렇지만 그의 아버지 핸리 박사의 무관심으로 실패한다. 인디는 이 일로 훗날 그가 늘 쓰고 다니는 트레이드마크인 중절모와 채찍을 얻는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처럼 고고학자가 된 인디는 어린 시절 놓쳤던 보물인 십자가를 되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재직 중인 대학으로 돌아와 오래 전에 도착한 소포를 발견한다. 소포에는 아버지의 일기장이 있었는데, 월터라는 여자가 앙카라 북쪽에서 발견된 반쪽짜리 석판을 보여주며 헨리 박사의 일기장을 참고로 나머지 반쪽 석판을 찾으면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사용한 술잔인 성배(Holy Grail)를 찾을 수 있다고 얘기해 준다. 인디의 아버지 헨리는 성배의 위치에 대한 단서를 찾던 중에 행방불명이 되었었는데 인디는 아버지가 나치에게 납치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베니스로 달려가 그를 구해낸다. 그리고 오랜 만에 다시 만난 이들 부자는 성배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하면서 중동의 오지로 간다.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은 가장 최근의 작품답게 영상과 사운드, 그리고 완성도 면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루카스와 스필버그가 인디를 만들 때 염두 해 두었던 것 중 하나는 여러 번 언급했던 B급 액션 영화들이고 또 하나는 007영화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작품이 가장 기획 의도에 가까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단 인디 시리즈를 시작하며 계속 생각했었던 성배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과 무엇보다도 가장 성공하고 인기 있는 제임스 본드였던 숀 코너리가 출연한다는 점이 그 이유일 것이다. 숀 코너리가 인디의 아버지로 출연하면서, 인디에 개인적이고 가정사적인 배경이 설명되었고, 기존에 사랑과 모험 외에 부자간의 정을 다룬 요소까지 포함되게 되었다.



[최후의 성전]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인디와 아버지가 나치로부터 도망치는 추격전 장면과 마지막 성배를 얻기 위해 세 가지의 시험을 통과하는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스피디하고 박진감 있는 추격전에 스필버그의 유머러스함이 더해져 한층 재미를 더한다. 갈매기를 이용해 무기하나 없이 전투기를 상대하는 인디 아버지의 지혜도 배울 수 있고. 마지막 장면인 세 가지 시험 시퀀스는, 가장 긴장되면서도 한 편으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단순 오락 영화에 그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이번 타이틀 출시에 본 편의 영상과 사운드의 퀄리티 만큼이나 기대를 모았던 것이 바로 DVD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서플먼트였다. 완벽한 복원으로 기대에 부흥한 스펙 만큼이나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들로 가득한 보너스 디스크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인디 팬들에게 충분한 즐거움과 만족을 전해주고 있다. 일단 시리즈 별로 메이킹 다큐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영상들은 아마도 가장 유익한 서플먼트라고 할 수 있겠다. 루카스와 스필버그의 인터뷰를 통해 인디가 탄생하기까지의 뒷이야기들과 캐스팅, 캐릭터의 설정, 배경, 장면 연출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인디아나 존스 역할의 해리슨 포드를 비롯해, 카렌 알렌, 숀 코너리, 케이트 캡쇼, 아역이었던 케 까지...(특히 아역을 맡았던 케의 성장한 모습은 정말 징그럽다...)자신들이 맡았던 캐릭터와 촬영장의 에피소드, 그리고 상대 배우와 스텝들의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영화 자체가 워낙에 할 얘깃거리가 많은 영화 인지는 몰라도 일련의 제작 다큐들 보다는 훨씬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들로 꾸며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이러한 제작 다큐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감독인 스필버그 외에 조지 루카스에게도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즐겼던 장면을 만들기 위해 뒤에서 모르게 힘썼던 스텝들의 얘기들도 전해들을 수 있어 좋은 정보가 될 것 같다. 또한 어린 인디아나 존스로 출연했었던 리버 피닉스의 인터뷰 영상도 수록되어 있어 그의 팬들에게는 또 다른 소중한 자료가 될 것 같다.



세 가지의 메이킹 다큐 외에 스턴트와 사운드, 음악, 시각 효과 등으로 나뉘어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들 영상을 통해 저 장면이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이 되었고, 스필버그 영화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존 윌리엄스의 기념비 적인 ‘빰빠밤빠~빰빠바’하는 스코어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ILM의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상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짙은 갈색의 가죽 자켓과 단추가 몇 개쯤 풀어진 셔츠, 손에 움켜쥔 채찍과 눌러쓴 중절모. 인디아나 존스는 만화 캐릭터가 아님에도 확실한 그림이 그려지는 영화사에 몇 안 되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아이디어와 유머러스함, 액션, 로맨스, 스릴러적 요소가 모두 포함된 하나의 완벽한 어드벤처 영화이다. 이후로도 이를 뛰어넘는 어드벤처 영화가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 할 때, 아니 혹 그런 영화가 추후에 만들어지더라도, 이번 [인디아나 존스 트릴로지 박스세트]의 출시는 명백히 기념비적이고 또한 감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첨부터 ‘왜 기념비적인가?’하는 물음 자체가 바보 같은 질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냥 플레이어에 디스크를 넣고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마도 ‘빰빠밤빠~ 빰빠바~’하는 스코어가 흐르는 순간 온몸은 전율로 몸서리치게 될 것이다.





2003.10.28
글 / 아시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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