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드 시간 - 이노우에 나오히사
마음을 정화하는 세계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그림을 보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사실 첫 만남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에 작품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노우에의 작품을 언젠가는 만났을 터. 그 우연한 기회란, 지브리 관련 이야기를 듣던 중 누군가가 많은 영향을 준 그림 작품이 있다는 얘기를 했고, 바로 찾아서 이노우에의 그림을 보게 된 나는 그의 환상적이고도 고요한 세계관에 단숨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바라드'란 현실과는 원근이 표현이 반대로 된 세계를 이야기하는데(고대 히랍의 공중도시 '라퓨타'로 연결되는 거리를 일컫기도 한다), 사실 이것만으로 '이바라드'의 세계를 설명하기는 매우 부족할 뿐더러, '이바라드 시간'은 이것과는 또 다른 확장된 세계라 볼 수 있겠다.



2007 INOUE Naohisa. Studio Ghibli. All rights reserved

그의 작품에 대한 갈증으로 애가 탈 때쯤 그의 그림과 지브리 스튜디오가 함께한 특별한 영상인 '이바라드 시간'이란 작품을 알게 되었고, 곧 이 작품이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참고로 이 타이틀은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가운데 블루레이로 출시된 최초의 작품이다). 국내 출시야 어차피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타이틀이지만 그리 만만치 않은 가격 탓에 쉽게 구매를 생각지 못하다가 지난 10월 도쿄 여행길에 아키하바라의 어느 가게에서 덥썩 집어들고야 말았다.

처음엔 이 작품에 대해 별다른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영상인지, 그러니까 예전 출시되었던 <이노센스의 정경>처럼 영상이 가미된 사운드트랙에 가까운 것인지 아니면 지브리에서 이노우에의 그림들을 배경으로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인지, 이렇다할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바라드 시간'을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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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이바라드 시간'을 설명해보자면 기존 화가인 이노우에 나오히사가 그린 작품들에 지브리의 기술과 상상력이 더해져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볼 정도로 움직임이 많은 것은 아니다. 화면 상에 줌인과 아웃, 그리고 포커스의 이동이 주가 되고,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들이 움직임을 맡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애니메이션 적인 성격보다는 여전히 회화적인 느낌이 더욱 강한 작품이다.


스크린 샷 들을 통해 엿볼 수 있지만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작품들은 상당히 화려한 파스텔 색감으로 이뤄진 상상력의 세계다. 하지만 이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 속에는 '따듯함'을 베이스로 깔고 있는 것이 이노우에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파스텔 색감이 따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그가 창조해낸 세계는 현실에서 접할 수 없는 것들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어딘가 모르게 아련함과 추억을 연상시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뭐랄까, 분명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인데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언젠가 한 번쯤은 거닐었던 추억이 연상될 듯한 느낌이랄까.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작품에는 분명 이런 독특한 감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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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스크린 샷을 보면 배경이 되는 그림과 움직이는 캐릭터 간의 작화 차이(혹은 뚜렷한 경계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고보면 이 차이가 이질감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불편한 부분은 아니다. 기존 작화를 거의 건드리지 않는 수준에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발생할 수 밖에는 없는 부분이라 여겨지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약간의 이질감은 이노우에의 작품과 이 타이틀 '이바라드 시간'과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브리의 생각은 아마도 이랬던 것 같다. 보기만 해도 황홀한 이노우에의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뛰어놀면 어떨까. 저 신비스러워 보이는 집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사람이 나오면 어떨까. 저 아름다운 길을 전차가 지나가면 어떨까 식의 생각. '이바라드 시간'은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고 멈춰 있던 풍경은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새로운 영상(혹은 정경)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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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온천장 아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특히 열차가 터널 형식을 지나는 구조는 매우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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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 C&A 홀딩스. Studio Ghibli. All rights reserved

(이 장면 역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 한 장면이 떠오른다. 센이 가오나시와 함께 제니바를 찾아 떠나는 장면은 '센과 치히로'의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였는데, '이바라드 시간'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정류장도, 전차도 이를 떠올리게 한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전차씬 역시 연상된다).

사실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작품 '이바라드'가 더 많은 이들에게 (저를 포함한) 알려지게 된 가장 큰 이슈는,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1995년작 '귀를 기울이면 (耳をすませば)'에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부터가 아닐까 싶다. '귀를 기울이면'의 후반부를 보면 극중 시즈쿠가 쓴 소설 속의 세계가 표현되는데, 이 부분을 이노우에 나오히사가 직접 맡아 기존 지브리 작품과는 다른 영상을 보여주면서 많은 팬들에게 관심을 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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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나오히사가 맡은 '귀를 기울이면' 속 장면들)

 '귀를 기울이면' 속 이바라드의 세계는 소설 속 이야기라는 구조를 빌려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고 있는데, 확실히 '귀를 기울이면'의 전체적인 정서와 동 떨어져 있는 듯 하면서도 이 작품을 떠올려 보았을 때 그 정겨운 '컨트리 로드'와 함께 환상적인 이 세계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되었다. '이바라드 시간'을 보고 나서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이면'을 보게 된다면 아마 더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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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장면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이 처음 켈시퍼를 만나던 그 시퀀스(이건 하울을 통틀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퀀스죠 ㅠ)에 등장하는 하울의 집과 매우 닮아있다. 특히 넓은 들판에 집 한 채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더욱).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노우에의 일러스트를 처음 보고 매우 감명을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아예 본격적으로 그에게 맡겨버린 '귀를 기울이면'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작품에서는 이노우에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 장면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이노우에의 작품을 보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인데, '이바라드 시간'을 보고 있노라니 많은 장면에서 지브리의 장면들이 겹쳐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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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Me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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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메뉴 디자인은 기존 지브리 DVD 타이틀과 동일한 컨셉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지브리의 이런 구성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인데, 지금까지 계속 고수해온 만큼 통일성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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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 Quality

MPEG-2 코덱의 1080p 풀HD 화질의 영상은 2007년 작임을 감안하다면 만족스러운 편이다. 사실 영상 자체가 그리 고화질을 요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화질의 좋고 나쁨을 따져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경우다. 영상이 주는 회화적인 느낌 때문에 블루레이의 칼 같은 화질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분명 장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좀 더 이 장점이 도드라지는 편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기회에 한 번 더 이야기해보자면, 아무리 블루레이의 장점을 잘 못살린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더라도 이건 '블루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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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Sound Quality

일본어 LPCM 5.1과 2.0 채널을 지원하고 있는 블루레이의 사운드 역시 퀄리티 자체를 논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다. 하지만 '이노센스의 정경'처럼 이 작품 역시 배경음악이 제법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돌비가 아닌 PCM 사운드로 전달되는 배경음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이바라드 시간' 블루레이 타이틀은 본편 외에 한 장의 디스크가 더 들어 있는데, 다름 아닌 사운드트랙 CD다. '이바라드 시간'에 수록된 음악들은 물론 그 자체로도 괜찮은 음악들이지만 '이노센스의 정경'과는 달리 영상과 함께 하지 않았을 때의 매력은 분명히 떨어지는 편이다. 작품 자체가 고요하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판타지'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고 있는 음악 역시 영상과 함께 감상하는 쪽이 훨씬 더 만족스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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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Special Features

스페셜 피처는 초기 블루레이 타이틀이다보니 대부분 SD소스의 영상이 수록되었다. 그럼에도 반가운 건 음성해설 트랙이 무려 2개나 수록이 되었다는 점인데, 첫 번째는 감독인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단독 코멘터리가 담겨있고 두 번째는 이노우에와 더불어 CG작업을 맡은 지브리의 스텝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우리말 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 주변에 도움을 받아 두 음성해설의 대략적인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노우에의 단독 코멘터리는 '이바라드'에 관한 기초적인 내용들부터 시작해 어떻게 이런 작품들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두 번째 트랙에서는 좀 더 지브리와 함께한 '이바라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본어가 가능한 이들에게는 두 트랙이 담긴 음성해설이 반갑지 않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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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 영상에서는 이노우에 감독이 지브리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자신의 작품을 애니메이션 '이바라드 시간'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이 담겨있는데, 단순히 원작자로서 혹은 연출자로서 참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간단한 음향효과 작업에까지 직접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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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가 그의 작품 전시회와 함께 연주회를 함께 연 장면도 엿볼 수 있었는데, 조그마한 전시회에 팬들을 옹기종기 모아놓고 자신의 작품과 더불어 직접 연주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모습에서 (앞서 음향효과를 내는 장면을 더해), 참 재주 많고 의외로 열정적인 인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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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바드 시간'은 지브리에서 발매된 타이틀이라는 사실만으로 구매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타이틀일듯 싶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들고 출시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바라드 시간'은 지브리 보다는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평소 그의 작품에 관심이 있었던 이들이라면 그의 작품을 멋진 음악과 함께 블루레이로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지브리의 팬들이라면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작품을 슬쩍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30분 분량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은 가끔씩 마음이 복잡할 때, 정화용으로 탁월한 선택이 될 것 같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DVD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07 INOUE Naohisa. Studio Ghibli/대원 C&A 홀딩스에 있습니다.





[추가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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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보다 더 화려해진 캐릭터들로 돌아온 ‘박물관이 살아있다 2’

2006년 개봉한 숀 레비 감독의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다. 사실 스튜디오 측에서나 감독도 이 정도의 흥행을 예상하지는 못했었는데, 이런 전편의 성공의 힘입어 바로 속편 제작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지만, 제작과 연출을 겸하고 있는 숀 레비와 주연 배우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던 벤 스틸러는 그저 그런 속편은 만들지 말자고 다짐을 했고, 자신들이 진심으로 즐길 만한 시나리오와 기획이 나온 뒤에야 속편 제작을 결심하였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2’는 전편의 신선함을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넘어서려는 욕심 대신에, 전편에 등장한 인물들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더 많은 캐릭터와 캐릭터 별 짧은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엮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스토리보다는 캐릭터가 더 위주가 되면서 기존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오웬 윌슨, 스티브 쿠건 외에 재능 있는 배우들이 새롭게 합류하였는데 에이미 아담스를 비롯해 행크 아자리아, 크리스토퍼 게스트, 빌 헤이더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기존 배우들과 완벽한 앙상블 연기를 펼치면서 자신들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는데, 이들 각각의 연기를 즐기며 부담 없이 가족 코미디 영화로 받아들인다면,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재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Blu-ray Menu




한글화 된 메뉴 디자인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하자면, 아기자기한 영화의 분위기에 걸 맞는 폰트 사용으로 좀 더 최적화 된 느낌이다.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의 1080P 화질은 최신작답게 우수한 화질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많고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빈도수도 높은 편이라 표현해야 할 정보량이 적지 않은데, 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색들을 충실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CG가 가미된 캐릭터들과 실사 캐릭터들 간의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영상의 선예도도 높은 편이라 화려한 색감들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나고 있다. 단 노이즈가 조금 있는 편인데, 관람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조금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역시 흠잡을 데 없는 소리를 들려준다. 이 작품은 은근히 액션 장면이 많고 사운드의 활용도가 높은 편인데, 사운드 임팩트에 큰 기대를 안 했던 이들이라면 중간중간 터지는 강렬한 사운드에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항공 박물관 장면을 비롯해 극중 에이미 아담스가 비행기를 조종하는 장면 같은 경우 우퍼 스피커를 동원한 묵직한 사운드를 접할 수 있으며, 다양한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다채로운 사운드 역시 높은 분리도로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박물관이 살아있다 2’ 블루레이는 1장으로 출시된 타이틀을 넘어서는 다채로운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일단 부가영상의 재미 여부를 떠나 하나하나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코미디 영화로는 드물게 음성해설 트랙이 2개나 수록 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감독인 숀 레비의 단독 코멘터리며 두 번째는 각본을 맡은 토마스 래넌과 벤 개런트가 함께 진행하는 트랙이다. 숀 레비의 음성해설에서는 기대이상으로 성공한 전편 덕에 에이미 아담스, 행크 아자리아 등 자신이 처음부터 원했던 배우들을 모두 쉽게 캐스팅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와, 벤 스틸러의 아이디어가 상당히 많이 영화에 반영되었다는 점, 그리고 배우들의 애드리브 역시 적극 반영되었다는 점을 들을 수 있다. 숀 레비 감독 음성해설의 특징이라면, 한 가지 주제 그러니까 각본에 관한 이야기면 각본, 캐릭터면 캐릭터, 촬영장 비하인드 스토리 등 한 가지 주제로 집중되지 않고 영화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균형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각본가인 토마스 래넌과 벤 개런트가 함께한 음성해설은, 시작부터 폭사의 로고가 나올 때 배경음악을 따라 부르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더니, 시종일관 둘이서 장난치듯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진행한다. 해외에서는 이 영화의 제목이 좀 더 직관적인 ‘박물관에서의 하룻밤 2’로 명명되기도 했었는데, 이를 들어 이 편이 더 어울리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 음성해설을 듣다 보면 확실히 코미디 영화의 각본을 쓰는 이들이 맞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될 정도로 장난끼 넘치는 음성해설이라 하겠다.






‘물건 찾기 게임’은 별도의 부가영상으로 즐기는 게임이 아니라, 본편을 감상하면서 즐기는 게임으로서 - 최근 들어 이런 방식의 부가영상들이 부쩍 많아진 느낌이다 - 위의 스크린 샷과 같이, 장면 마다 그 장면에 숨겨져 있는 4가지 물건들이 나오고, 이를 각 색깔의 버튼으로 찾아내면 오른편에 체크가 되는 방식이다. 본편과 함께 진행되는 게임임으로 영화를 보면서 부담 없이 즐기는 편이 나을 듯싶다.





‘코미디의 진수를 찾다 : ‘박물관이 살아있다 2’ 촬영 뒷이야기’
는 배우들을 중심으로 영화에 관한 다채로운 뒷이야기들을 전한다. 벤 스틸러, 로빈 윌리엄스, 오웬 윌슨 등 즉흥 연기에 뛰어난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들의 장점을 십분 살리는 쪽으로 작품을 전개했음을 알 수 있는데, 웬만한 코미디 영화의 단독 주연으로도 손색이 없는 이들의 애드리브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2편에서는 1편보다도 세트의 활용도나 그 스케일이 훨씬 커졌음을 알 수 있는데, 극중 항공 박물관에 등장하는 비행기들도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새로 제작했을 정도로, 디테일 한 측면도 놓치고 있지 않고 있다.






‘역사에 바탕을 둔 고백 : 유명한 유언’은 처음 제목만 보고서는 정통 역사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내용이 아닐까 했지만, 실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연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입장에서 자신 - 그러니까 역사 속 인물 - 의 이야기를 들려 줌과 동시에, 서로에 대해 이야기 - 험담 - 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선 촬영 뒷이야기가 벤 스틸러를 포함한 주연 배우들 위주였다면 이번 영상은 조연 캐릭터들에 할애된 시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연출 201 : 감독 겸 제작자 숀 레비의 하루’는 제목 그대로 감독 숀 레비의 하루를 통해 촬영장에서 그가 만나는 주요 스텝들의 소개와 일과가 소개된다. 시간대 별로 구성되어 있어 제작자를 겸하고 있는 그의 하루가 얼마나 바쁜지 실감할 수 있다. 앞선 부가 영상들이 배우와 캐릭터 위주였다면, 여기서는 촬영장의 모습과 각 스텝들의 일들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원시인들의 대화 : 가장 재치 있는 자가 살아남는다’
에서는 극 중 원시인으로 출연한 세 명의 배우와의 인터뷰가 담겨있는데, 이 역시 배우로서가 아니라 극중 원시인으로서 참여하고 있는 인터뷰라 참으로 어려움이 많은 편이다 ^^; 난감한 질문에도 원시인으로서 그들의 언어를 통해 열심히 대답하려는 모습이 한 편으론 안쓰럽기까지 할 정도. 참고로 ‘박물관이 살아있다 2’의 부가영상들은 대부분 이렇듯 극중 캐릭터의 연장선에서 컨셉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박물관의 마술 : 사진 속 세상으로 들어가기’는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종전 당시 촬영을 통해,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사용된 의상과 미술,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너무나 유명한 종전 키스 장면이 이 작품에서도 다시 한번 재현되고 있는데 - 최근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에서 재현되기도 했었다 - 그 장면을 완벽히 재현하면서도 박물관 2만의 색깔로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비밀의 문과 과학자들 : 미국 자연사 박물관 뒷이야기’에서는 실제 자연사 박물관의 모습과 과학자들의 인터뷰들을 만나볼 수 있고 - 멀쩡한(?) 부가영상이 여기 하나 있긴 하다 -, ‘파라오를 찾아서’에서는 극중 ‘카문라’ 역할을 맡은 행크 아자리아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서 행크 아자리아가 만들어낸 여러 버전의 ‘카문라’를 만나볼 수 있는데, 같은 배경에서 계속 다른 버전, 다른 억양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만들어낸 ‘카문라’의 매력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프리마돈나’는 극중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원숭이에 대한 애정을 듬뿍 엿볼 수 있는데, 실제 동물이 출연하는 많은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 역시 더블 캐스팅된 원숭이들에 대한 조련사의 이야기와 이들의 재능을 칭송하는 배우들의 인터뷰를 들을 수 있다.




‘아기천사 훈련소에서의 조나스 브라더스’에서는 극중 아기천사 역할을 맡은 조나스 브라더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데 - 국내 팬들에게는 원더걸스의 연관 검색어로 더 널리 알려졌을 그들이 맞다 - ‘아기천사 훈련소’라는 제목처럼 숀 레비가 조나스 브라더스를 천사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조련’하는지, 그 과정이 역시 컨셉 영상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 정도면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하다.




‘갱스터 레비’는 다름이 아니라 극중 등장하는 갱스터 무비에 관한 짧은 영상인데, 극중 등장하는 영화 속 영화에서 불꽃 연기를 보인 감독 숀 레비의 모습을 별도로 만나볼 수 있다. 이런 것만 봐도 숀 레비가 얼마나 자신의 작업을 즐기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NG모음’에서는 재미있는 배우들이 가득한 영화답게 서로의 연기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유쾌한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고, 폭스 무비 채널에서 제공하는 두 개의 다큐멘터리와 ? 이 2개의 영상들은 SD 화질로 수록되었다 ? 폭스 사의 출시 예정작 예고편들이 수록되었다.





[총평] 숀 레비 감독과 벤 스틸러 주연의 ‘박물관이 살아있다 2’는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더 다채로워진 캐릭터들과 이를 연기한 헐리웃의 재능 넘치는 배우들의 단편적인 연기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블루레이 타이틀로서는 최신작 다운 AV스펙과 충실한 서플먼트로서 부담없이 즐길 만한 가족용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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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벌진트 - The Good Die Young
대중을 포용하려는 버벌진트의 음악


사실 '버벌진트'라는 이름을 들은지는 매우 오래된 편인데, 그의 대한 첫 느낌이라면 '솔로 앨범은 과연 언제나올까?' 싶을 정도로 오버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의 앨범에서 종종 피처링으로 만나볼 수 있는 MC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의 첫 솔로앨범이 발매된게 2007년이니 어쨋든 '버벌진트'라는 이름을 알아온 것은 제법 오래된 듯 하다. 하지만 정말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버벌진트의 음악을 들어본 건 솔직히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다. 음악을 듣는 취향은 어떤 사이클이 있기 마련인데, 버벌진트를 처음 알았을 때는 한참 해외에 다양한 음악분을 섭취하느라 미처 들어보질 못했었고, 몇년 전 부터 시작된 Soul Company를 비롯한 국내 인디 힙합씬의 음악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결국 그 관심은 버벌진트에게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그렇게 큰 기대없이 듣기 시작한 그의 앨범 'The Good Die Young'은 언더 힙합 리스너들에게도 '큰' 디스 없이 즐길 만한 월메이드 힙합 음반이었다.





사실 단순히 포지셔닝에 따라 뮤지션을 언더와 오버로 구분하는 것은 우습지만(인디의 개념은 이것과는 다르다), 어쨋든 요 몇년 사이에 국내 힙합씬은 언더와 오버의 거리가 상당히 많이 좁혀졌다. 랩을 하는 댄스는 모두 힙합으로 오인 받던 시절을 떠올려본다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다. 어쨋든 무브먼트 같은 크루는 이런 거리를 좁히는데 어찌되었든 큰 역할을 했고, 언더 씬에서 활동하는 수 많은 창조적인 MC들이 오버 뮤지션의 앨범에 피처링으로 그리고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되면서 점점 그 입지를 넓혔다. 이번 버벌진트의 앨범은 이런 선상에서 양쪽을 다 그럭저럭 만족시켜 줄만한 괜찮은 앨범이 아닐까 싶다.





휘성이 피처링한 '무간도(無間道)'는 그런 좋은 예 중 하나이다. 피처링을 맡은 휘성도 휘성이지만 곡의 분위기 자체가 가요 앨범에 이른바 '타이틀 곡' 느낌이 단 번에 느껴지는 곡으로서 (이것은 단순히 나쁘다는 표현은 아니다) 일렉트로닉한 사운드 역시 대중적인 느낌이 강하다. 현재 힙합씬에서 유행하는 요소들은 적절히 배치하고 있는 동시에 너무 오버하지 않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곡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휘성 이라는 뮤지션의 네임벨류와 더불어 좀 더 많은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만한 곡이 아닐까 싶다.

'Inspiration'은 가사도 소박하고 분위기도 상콤한 곡이다(물론 가사가 꼭 상콤하지 만은 않다;;). 어찌보면 힙합 에서는 매우 익숙한 소스들과 전개인데 나름의 분위기로 잘 소화한 느낌이다. The Quiett이 피처링한 'Searchin''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좀 심심한 편이다. 콰이엇의 라임은 나쁘지 않지만 약간 계속 중첩되는 느낌이 강하다. 콰이엇의 곡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다 콰이엇에 대한 기대 탓일터.





'을지로5가 (양고기 찬가)'는 별다른 꾸밈 없이 무거운 비트에 랩이 실린 곡인데, 힙합 음반을 많이 들어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여느 힙합 음반에 꼭 한 곡씩은 포함되곤 하는 분위기의 곡이다. ' Yessir'은 제목을 보는 순간 페럴이 자연적으로 떠올랐는데, 뭐 꼭 그런 분위기만은 아니더라(그런데 들으면 들을 수록 그런 끼가 보이기도 한다;). 피처링을 맡은 조현아의 경우 얼핏 한 귀로 흘려들으면 '정인'으로 오해하겠더라. 그리고 이 곡 가사에는 또 한번 '양고기'가 등장하는데 정말 버벌진트는 양고기를 찬양하나보다 싶기도 했다 ㅋ

'Ordinary'는 리스너들이 좋아한다기보다는 곡을 만든 그들의 취향이 더 반영된 곡이 아닐까 싶은데, 앞서 대중적인 곡들이 많았으니 이 쯤에서 이런 곡의 수록에 놀랄 것은 없겠다. 좀 더 매드한 힙합을 즐기는 이들에게 권하고픈 곡이다.




'Check the Rhime'은 자전적인 가사 내용을 담고 있는데, 버벌진트의 먼 역사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가까운 역사까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곡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는 개인적으로 예전에 같은 반 친구들과 많이 했던 게임과 비슷해서(그렇지 않지 않진 않어;;;) 나름 인상적이었는데, 이걸 끝까지 한 곡의 호흡으로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R.E.S.P.E.C.T.'는 제목 그대로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들에게 리스펙트를 바치는 곡인데, 디스로 유명해진 버벌진트라는 점에서 새롭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사를 잘 들어보면 기존에 '디스 = 버벌진트'라는 이미지를 억울해하는 동시에 여전히 리스펙트할 가치가 없는 x들이 있다는 식이라 완전히 다른 버벌진트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ㅎ




타이거 JK가 피처링한 '나쁜 교육'은 가사 자체의 주제 의식도 강하고 분위기도 무거운 편이지만, 비트는 오히려 조금 심심하고 곡의 전체적인 느낌도 조금 장황한 느낌이다.

마지막 곡 까지 들어본 느낌은, 인디 힙합 앨범들이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을 쉽사리 잃지 않는 것과는 달리 초중반까지는 신선함을 갖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후반부로 갈 수록 약간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맨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앨범의 색깔은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으로 대변되듯이, 일반 가요 팬들과 일부 힙합 리스너들에게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괜찮은 앨범이 아닐까 싶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번 교토 여행은 참으로 짧디 짧았는데, 하루 열심히 돌아다니고 다니 벌써 다음 날이 되어 있더군요. 둘째날 귀국하는 비행기 시간이라도 좀 늦었더라면 어디라도 더 다녔을텐데, 비행기 시간이 12시 즈음이라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바로 귀국길이었습니다. 그래도 교토 역 내에 있는 조그마한 식당은 이번 교토 여행 가운데 가장 맛있는 식사를 선사했으니 이것만으로도 보람있는 하루였네요 ^^;





역내에 있는 가게라 그저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가장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정식에 가까운 가장 기본적인 메뉴를 시켰는데, 저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돌 정도로 정말 '밥'이 너무 맛있었어요. 저는 생선을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이 날 이후로는 저런 집을 계속 찾아다녔을 만큼,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잊지 못할 식사였습니다.





예전부터 미국 영화를 보면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일반 식당에가서 커피와 토스트 그리고 에그 스크럼블을 그럴 듯하게 즐기는 것이었는데, 이런 장면을 일본에서 먼저 해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 사실 일본까지가서 이런 메뉴를 시키기가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는데, '미국엔 또 언제가랴' 싶은 심정으로 주문. 결과는 역시 대만족이었습니다. 토스트는 적당하게 버터에 구워져서 노릇노릇함이 혀를 감았고, 스크럼블과 샐러드는 양은 비록 적었지만(아침메뉴라 그런듯) 부담없이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물론 커피 한잔도 빠질 수 없지요.




그렇게 교토에서 마지막 아침식사를 하고(뉘앙새는 마치 몇년 쯤 교토에 산 사람인듯;;) 공항으로 가기 위해 다시 열차에 오릅니다~





이건 교토 역내에서 산 스시 도시락인데, 일단 포장부터가 너무 마음에 드네요. 하나하나 까먹기 아까울 정도였어요. 선물용으로 나온 것이었는데, '선물용'이라는 이름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잎을 벗기자 살아있는 스시!! 아, 열차에서 맛보았던 그 맛이 아직도 혀끝에 남아있습.........있으면 좋으련만 ㅠ


이렇게 정말 짧은 1박2일의 교토 여행은 꿈처럼 막을 내렸습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다녀온게 정말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에요 ^^; 올해 또 가긴 어렵겠지만 (언젠 쉬웠나;;), 나중엔 꼭 제대로 여유있게 일정을 짜서 다시 다녀오고 싶습니다!!






이건 걍 보너스. 규동을 너무 좋아해서 편의점에 인스턴트 규동이 있길래 덥썩 집어 왔는데, 한국와서 먹어보니 영 맛이 없더군요. 아무리 일본서 사온 것이라해도 역시 인스턴트는 인스턴트. 오히려 규동에 대한 좋은 추억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ㅎ

그리고 UCC커피는 공항내 상점에서 매우 싼 가격에 팔길래 바로 구매했습니다. 요즘에도 집에서 잘 내려 마시고 있지요~


* 정규 시리즈는 모두 끝이 났지만, 나름 준비한 보너스 포스팅이 하나 더 예정되어 있습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사실 그 동안 좋아하는 영화들과 좋아하는 포스터는 너무 많았지만, <이터널 선샤인> 포스터 이후에 딱히 판넬로 구매할 만한 작품을 쉽게 정하지 못했었는데(사실 지금도 사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 <스타워즈> 포스터들도 몇년 째 눈독만 들이고 있고,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뮤지션 포스터도 그렇구요;), 어쨋든 조이 데샤넬의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녀의 포스터를 하나 장만해야 겠다고 생각하던 중, <(500)일의 썸머> 해외 버전 포스터가 눈에 들어와 바로 지르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인기가 있었던 탓인지 현재 수급상태가 원활하지 못하고 가격이 뛴 상태라고 하던데, 저는 다행히 그 바로 전에 구입할 수가 있었네요 ^^;




프린팅 상태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무광 코딩인데, 매우 마음에 드네요.




사실 웹상에서 만나던 이미지로는 전부 다 확인을 못했었는데, 이렇게 벽에 걸어두고 자세히 확인해보니 '(500)일의 썸머'라는 제목답게, 포스터를 가득 채운 썸머 양의 얼굴이 무려 하나도 같은 장면이 없네요!!! 다양한 표정을 갖은 그녀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수십개의 표정을 하나로 확인하다보니 실로 '만족'스러울 따름입니다. 다시 한번 그녀의 팬으로서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500)일이 썸머>포스터 구매 기념으로 전체 샷 한 컷. 몇 년 전에 구매해서 오랫동안 제 방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는 <이터널 선샤인> 포스터와, 역시 매번 교체 가능하지만 잘해야 연간으로 교체하고 있는 CD 프레임 포스터! 이것도 한 번 교체할 때가 되었군요 ㅎ

아... 볼 때마다 만족스러움이 절로 흐뭇하게 할 것 같네요 ^^









MBC 드라마 <선덕여왕> 이후, 요즘 KBS에서 방영하는 <추노>를 1회부터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매우 재미있게 본 편인 <선덕여왕>의 경우도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이야기했고 특히 미실없는 덕만이 등장한 이후에는 많이들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나는 미실없는 덕만 스토리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본 편이었다), 한 번도 따로 글을 쓴 적은 없었는데 이번 <추노>는 도저히 짧게라도 한 마디 안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뭐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상태라서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보았을 때 이대로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추노>는 개인적으로 (아마도 많은 드라마 팬들이 그러할듯) 국내 TV드라마 가운데 블루레이 출시를 소원하게 되는 작품이 될 듯 하다.




어제 10화를 보고 든 생각은 '와, 진짜 연출, 연기, 로케이션 모두 비교대상을 훨씬 뛰어넘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드라마(월화수목 방영되는)가 벗어나기 어려운 약점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아쉬운 점들을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송태하와 언년이의 문제의 키스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감정선을 고려했을 때 이럴 수도 있겠다는 싶다(난 관대하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동안 송태하라는 캐릭터가 보여주었던 충성심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미뤄봤을 때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일각이 급한 시점에서, 그토록 보호해야 하는 마마가 배위에서 굳건히 기둥을 꼭 쥐고서 기다리고 있음에도, 언년이와 시간을 지체한 지점이었다(사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키스씬이 아닌 지체 부분이었다). 한섬이 이를 두고 어찌되었든 또 누군가를 구하러 갔다는 식으로 미화하려고 했지만 (마치 '네오'를 보는 듯), 그간 송태하를 보았던 시청자들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추노>를 아쉬워하는 이들이 주로 언급하는 점들 가운데는 역시 '현실성'을 들 수 있겠는데, 뭐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리얼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허구는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언년이가 송태하의 큰 도를 한 손으로 번쩍번쩍 드는 것이나, 배에 상처를 입은 황철웅이 관군 수십명을 모두 제압한 뒤의 장면이라던지 등은 그 동안 일부 리얼리티로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당시 재현 언어와 무기들로) 작품이어서 좀 더 아쉽게 느껴진 감이 없지 않다. 만약 이 작품이 이런 리얼리티를 모두 살렸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나 관심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다큐로 오해하지 말자!) 아, 추가로 막장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출생의 비밀' 건은, 받아들이는 사람들로서는 '출생의 비밀'로 오해할 수 있지만 연출 의도는 그것이 아니라 당시 양반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 더욱 강했다고 생각한다. 즉, 대길과 언년이, 큰놈이 형제이자 남매라는 것도 분명 충격포인트이지만 그것보다는 양반들이 노비들을 어떻게 대하고 당시의 잘못된 제도가 만들어낸 폐해로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 더 포인트라는 점이다.




여튼 <추노>는 참 흥미로운 작품이다. 일단 연기를 이야기해보자면 주연을 맡은 장혁 같은 경우 본인 최고의 작품을 드디어 만났다고 볼 수 있을텐데, 분명 오버스러움이 더해진 연기이지만 '이대길'이라는 캐릭터와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터라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다. 오지호의 경우 분명 처음에는 책을 읽는 듯한 대사 톤이 어색하게 느껴졌었는데, 익숙해져서 인지 점점 '송태하' 캐릭터와 겹쳐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짧은 시간내에 역대 최고 민폐 캐릭터로 등극한 '언년이' 역할의 이다해의 경우, 본인의 연기에 대한 내용보다는 역시 캐릭터에 대한 찬반(물론 반이 압도적으로 많지만)이 뜨거운데 뭐 이것저것 다 떠나서 민폐의 수준은 확실히 넘사벽인듯(어느 게시판을 보니 언년이의 민폐를 따로 정리한 고문서가 있던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포스가 흐르더라...).

<추노>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인상적인 조연 캐릭터들과 연기자들이 아닐까 싶다. 그 중 최고는 역시 성동일 일텐데, 그간 코믹한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공감대와 공포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최고의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실 천지호가 황철웅에게 '버릇없이' 대들 때는 저래도 되나 싶을 때가 많다 ㅋ). 처음엔 까메오 출연인줄로만 알았던 공형진도 인상적이고 대길 패거리와....여튼 거론하기조차 너무 많은 한명한명 조연들의 연기만으로도 <추노>는 충분히 재미있다. 따지고보면 이렇게 주인공 외에 각각의 캐릭터에게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 얼마나 있었나 싶기도 하고(화방 아저씨의 울컥함에도 살짝 공감이 되었을 정도니;;;).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로케이션이었다. <추노>는 정말 로케이션의 승리라고 할 만한 장면들이 여럿 등장했는데 특히 어제 10화에서 등장한 제주도 장면들은 장소가 장면을 만들어낸 최고의 순간이었다(이 장면을 보는 순간 블루레이 구입 욕구가 200% 증가했다!). 그리고 잘 알려졌다시피 이 작품은 레드원 카메라로 촬영이 되었는데, 역대 한국 드라마 가운데 최고의 영상과 화질을 선사하고 있다. 국내 TV방영 환경이 소스의 우월함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블루레이의 출시를 더욱 기대하게 된다.

앞으로 또 <추노>에 대해 글까지 쓸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엔딩 시점이나 아니면 완전히 막장으로 흐르게 되었을 경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튼 누군가에게 '언니, 저도 추노 열심히 보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으로 짧게 나마 글을 남겨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KBS에 있습니다.









헐리웃에서 재 탄생한 추억의 드래곤볼, 아니 에볼루션

‘드래곤볼’을 얼핏 이라도 한 번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드래곤볼’은 일본과 우리나라를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 만화이다. 손오공, 손오반, 피콜로, 부르마, 야무치, 크리링, 베지터 등은 역시 제대로 만화책을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캐릭터의 이름들이며, 하물며 어린 시절 ‘드래곤볼’ 만화에 흠뻑 빠져있던 소년이었다면 ‘에너지(Energy)’라는 영어를 배우기 전에 ‘에네르기’라는 단어를 먼저 배웠을 테고 ? 우스운 이야기지만 ‘에네르기’라는 단어가 사실은 ‘에너지’였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었다 -, 손오공처럼 훈련 한답시고 무거운 모래 주머니를 한 번쯤은 차보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어린 시절 추억 속의 만화 ‘드래곤볼’이 일본이 아닌 헐리웃에서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더 들었던 것은 사실 더 얘기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





사실 ‘드래곤볼’이라는 작품은 원작자가 직접 영화화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으로 미뤄보았을 때, 하물며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실사 영화라면 어느 정도 기대치를 낮추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임스 왕 감독의 ‘드래곤볼 ? 에볼루션’은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세계관이나 줄거리, 캐릭터 묘사 등에 대한 것은 다 새롭게 쓰여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해도, 짧은 러닝 타임은 캐릭터들을 다 설명하기에도 벅찬 시간이었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는 더욱 모자란 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드래곤볼 ? 에볼루션’은 차라리 완전한 괴작의 길을 택했더라면 팬들에게 더 오래 기억에 남았을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영화가 되었다. 속편을 염두에 둔 듯한 에필로그는 보통 때 같으면 의도에 부합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만은 아니었다.

Blu-ray Menu






폭스에서 출시된 타이틀답게 메뉴 언어 모두가 100% 한글화를 갖추고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완벽한 한글화에 비해 폰트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메뉴 디자인이 조금 투박하게 느껴진다는 것 정도.


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1080p 풀HD의 화질은 최신작답게 레퍼런스에 가까운 수준 높은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화질만 놓고 보자면 분명 만족스러운 화질이라 할 수 있겠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클로즈업 시의 디테일은 작품의 퀄리티가 달리 보일 정도인데,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몇몇 장면에서는 굉장히 타이트한 클로즈업 샷을 보여주기도 한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판타지 적인 장면들, 화려한 색감의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특히 원색 계열의 느낌이 강한 컬러 톤은 블루레이의 차세대 화질에서 더욱 빛이 난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 퀄리티 역시 수준급이다. 영상과 마찬가지로 사운드 퀄리티를 표현할 만한 액션 장면들이 많은 작품인데, 효과음과 공간감, 채널 분리도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효과음 전달 측면에서는 탁월한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우퍼 스피커의 활용도 역시 높은 볼륨에서도 과하지 않고 적당한 느낌이다. 액션 자체의 타격 감 사운드 소스는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AV측면의 사운드 전달에 있어서는 만족스러웠으며 정보량이 적은 사운드들을 살려내는 작업보다는 임팩트 있는 소리를 전달하는 데에 포커스를 둔 사운드 구성으로 볼 수 있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스페셜 피쳐는 메뉴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100%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고 있다. 첫 번째 서플먼트인 ‘게임 : 7개의 드래곤볼을 찾아라!’는 말 그대로 영화 본편을 감상하면서 화면에 드래곤볼이 등장하면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인데, 게임 자체가 그리 매력적이지는 못한 편이다.



(위의 스크린샷 처럼 화면에 우측 상단의 이미지와 같은 드래곤볼이 등장하면 리모컨의 붉은 버튼을 누르면 된다)

두 번째로는 총 8개의 삭제장면이 수록되었는데, 다른 영화의 삭제 장면들에 비해 그 명확함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삭제 장면 가운데는 확장 개념의 삭제 장면들도 포함되어 있다.




‘손오공의 수련’에서는 영화에서 무술 수련을 맡은 스텝들의 소개로 영화 속 액션 수련을 직접 따라 해볼 수 있다. 동작 자체의 따라 하기 기능도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진행과 배경 이미지들로 인해 딱딱하지 않게 무술 동작들을 배워볼 수 있다.





‘폭스 무비 채널 제공 : 장면 만들기’와 ‘저스틴 채트윈, 영화를 말하다’는 각각의 제목 그대로의 영상들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 두개의 영상은 SD화질의 4:3 영상으로 제공된다. 이 외에 촬영장의 활기찬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NG 모음’과 ? 참고로 출연진이 내한 했을 때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 배우, 스텝들간의 친밀감 하나는 정말 대단했었다 ? 브라이언 앤서니의 ‘Worked Up’ 뮤직비디오가 수록되었다.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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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이었던가,
언제나 그렇듯 홍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새로운 까페 방문하기 미션에 몰입하던 중, 눈에 들어온 까페 'I do'
늦은 시간이라 간단하게 커피 한잔 하려고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층의 테이블들을 보니 자리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나갈까 하던 찰나, 점원 분께서 '저희 지하벙커가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하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래서 호기심에 괜찮다고 하고 따라나섰죠. 테이블들을 가로 질러 문밖으로 나가니 좁은 통로 아래 지하벙커가 있었습니다. 진짜 들어가는 느낌이 벙커에 들어가는 느낌이더군요 ㅎ




이 곳은 정말 외진(?) 곳이라 주문도 사진처럼 인터폰을 통해서 할 수 있어요.







지하벙커의 대략적인 모습들. 딱 아늑하고 조그만 방하나가 있어요. 중간에 큰 테이블이 하나 있는데 한 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크기고, 주변에는 잡지들과 이것저것 놀 수 있는 게임들도 있구요. 날이 추워서 난로와 히터, 담요들까지 넉넉하게 준비를 해주셨습니다.









특별히 이곳은 기본 아메리카노 외에 특별한 커피들을 직접 판매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좀 있음), 나중에 한번 마셔보고 싶더라구요. 이 날은 그냥 아메리카노를 한 잔 했습니다. 메뉴판도 아기자기하고, 메뉴판 외에 따로 손님들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도 한 권 놓여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나왔습니다. 스푼의 손잡이 부분이 특이하더군요 ^^;




그리고 와플도! 전 사실을 와플에 안좋은 추억이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날 아이두에서 먹은 와플은 맛있는 편이었어요. 조금만 더 먹으면 안좋은 추억도 상쇄될 듯 ㅎㅎ





사진처럼, 재미있는건 여긴 정말 지하벙커에 가까운 곳이라 인터넷은 물론 전화조차 거의 터지질 않습니다. 몇몇 친구들끼리 모여서 그들만의 시간을 갖기에 너무 좋은 독립된 공간이긴 한데, 인터넷만 되었더라면 정말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아늑한 공간에서 차분히 이야기도 나누고 차도 마실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나중에 아이두에 또 가게 되면 아마도 지하벙커에 자리가 있나 물어보게 될 것 같아요 ^^;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몇주 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마도 환율 탓이겠지만;;) 아마존에서 오랜만에 블루레이와 DVD 쇼핑을 하게 되었는데, 예전 블루레이 리뷰를 할 때부터 꼭 구매하고 싶었던 <왓치맨 : 얼티밋 컷>을 드디어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출시된 버전의 아쉬움이라면 감독판이 아니라서 몇가지 빠진 부분이 있었다는 점인데(극장판이 빠졌다라기보다는 얼티밋 컷이 추가되었다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듯), 원작인 코믹스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졌던 '검은 해적선'이야기와 일부 추가 장면이 (홀리 메이슨 살해장면 같은) 포함되어 있어 극장판에서는 조금 미흡하게 느껴졌던 점을 보완해 줄 듯 합니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추가되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추후 리뷰를 통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짜 오랜만에 두툼한 패키지를 구매한 셈인데,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아직 시간이 없어서 블루레이는 확인조차 못해보았는데, 패키지 오픈케이스 만으로도 흐뭇해지는군요 ^^;



관련 리뷰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교토 #4 _ 기온, 열심히 누비기

키요미즈데라를 실컷 구경한 뒤 기온으로 넘어왔습니다. 기온은 뭐랄까. 굉장히 고급스러움과 전통적인 것이 적절히 결합된 도시랄까요. 이전에 다녀왔던 도쿄의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 때는 이미 엄청 걸은 뒤기도 하고 조명이 어두워서 사진을 별로 찍질 않기도 해 사진이 많지 않은데, 전반적인 기온의 분위기는 골목 하나만 들어가면 굉장히 조용하고, 또 굉장히 고급스런 음식점들이 눈에 자주 들어왔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졸졸 흐르는 천 주변으로 멋진 음식점들이 주욱 배치되어 있었는데, 멀리 창가를 엿보기에도 분위기가 좋아보이더군요. 나중에 금전적으로 좀 여유가 된다면 이곳에서 차분하게 식사 한번 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렇게 기온을 한참이나 떠돌다가 결국 적절한 식당을 찾지 못해 술집으로 방향을 전환. 그냥 밖에서 대략적인 메뉴들을 보고 선택한 가게였는데 좀 특별한 곳이더군요. 일단 생맥주 한잔으로 피곤함을 달랬습니다~ 매번 애니메이션에서 스폰서로만 보던 산토리 맥주를 여기서 생으로 마시게 되었군요 ㅎ




이 곳은 특이하게도 주문을 점원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바 앞에 놓인 터치 모니터를 통해 직접 원격으로 주문을 하는 시스템이더군요! 첨엔 약간 당황했으나 옆에 손님들이 이리저리 누르는 것을 보고 바로 작동방법 캐치! 먹고 싶은 안주들을 몇가지 선택했습니다. 저희도 간단한 걸로 총 3개 정도 먹은 것 같은데, 옆 테이블에 노부부와 혼자오신 아주머니는 무척이나 많이 시키시더군요 @@




주문을 다하고 최종적으로 완료를 클릭하게 되면 위의 화면처럼 주문완료를 알려줍니다. 재미 있는건 주문 최종 확인에 사람수 대로 나눠서 계산을 해주는 기능이 기본으로 있다는 것이지요. 일본은 아시다시피 더치 페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지, 아예 이런 기능이 디폴트로 있더군요~





이것은 다시 호텔로 돌아와 짐을 간단히 풀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중인데, 마침 그날 묶은 호텔에 단체 모임이 있어서 엘레베이터가 계속 만원인 탓에 걍 계단으로 내려왔습니다. 여기서 하나 팁을 이야기하자면, 기온에서는 마땅한 음식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었는데, 교토타워 호텔 지하 상가로 내려오니 여긴 정말 먹을 것 천지더군요!! 없는 음식점이 없었습니다. 진작에 지하에 내려와봤더라면 기온에서 그렇게 오래 걷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ㅠㅠ 하지만 그 덕에 기온 구경은 실컷 했네요~





교토 역 앞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데스카 오자무 월드를 소개하는 안내판과 아톰 모형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하나 아쉬운 건 아래의 표지판을 귀국하는 길에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ㅠ 저 같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라면 아마도 이것 만으로도 교토를 올만한 이유가 충분할 텐데, 이번 여행은 워낙에 짧은 일정이라 주변을 알아보지 않은 탓에 이렇게 가까운 곳에 보물같은 곳이 있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네요 ㅠㅠ 다음에 꼭 다시 교토에 와서 구경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워낙에 스케쥴이 빠듯하다보니 카페를 단 한번도 못갔네요. UCC 커피는 캔 음료만 보다가 매장은 처음 보았는데, 이미 식사를 다 마친 뒤라 아쉽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아, 커피 외에 식사도 판매를 하더군요. 아시다시피 UCC커피는 에바의 스폰서!




일본은 역시 푸딩 천국!




이 날의 야식입니다. 사포로 맥주캔과 간단한 도시락과 샐러드를 편의점에서 구매해 호텔로 가져와서 편하게 즐겼습니다. 
이렇게 정말 번개같이 지나간 교토에서의 하룻 밤이 다 가버리네요 ㅠ


* 다음은 마지막 편, 돌아오는 길입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아직 교토의 향수병에서 (하루 다녀오고 무슨 향수병 -_-;;) 벗어나지 못한 채 홍대를 서성이던 중, 1차로는 새로 생긴 벤또 전문점에 다녀오고도 성이 차지 않아 평소 기웃만 거리던 'KURENAI'에 처음으로 가보게 되었습니다. 매번 보고서는 당연히 비쌀 거라는 생각에 별로 가야지 생각을 안했었는데, 밖에 나와있는 메뉴판을 보니 의외로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어서 작정하고 들어가보게 되었죠 ㅎ




하이앤드 이자까야 라는 말이 AV와 카메라에 더욱 익숙한 저는 왠지 재밌더라구요 ㅎ 붙어있는 사진들을 보니 아마도 오지호씨가 출연했던 MBC인기 드라마에 촬영장소로도 쓰였던 것 같더라구요.




저희는 바에 자리를 잡았는데, 바 위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고양이 버스!! 아..지점토로 만든 것 같았는데 정말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ㅠ 진짜 지브리는 어딜가나 저와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운명인듯 ^^;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이 날 얘기를 좀 많이 쏟아냈음 ;;;)




안주로는 야끼소바를 시켰는데, 양도 상당히 푸짐하고 닭고기도 상당히 많이 든 것이 매우 실하더군요. 찔끔 맛만 볼 수 있는 수준을 훨 넘어서는 터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가로 이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외모는 다들 미남미녀 시더라구요 @@
앞으로 종종 들르게 될 것 같네요 ^^;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서태지 심포니 (The Great 2008 Seo Tai Ji Symphony with Tolga Kashif & Royal Philharmonic)
극장에서 만난 서태지


(서태지 관련 글은 참 이유없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다시 한번 밝히고 시작하자면, 나는 뼈속까지 태지 팬이다)

2008년 열렸던 서태지 심포니 공연은 못 가본게 참 아쉬웠던 공연 중 하나였다. 그것이 단순히 서태지라서가 아니라 서태지가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공연이기도 했고, 본격적인 클래식 편곡으로 새롭게 써진 곡들에 대한 궁금함과 경기장 공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의 사운드 문제가 걱정/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때를 놓쳐버린 공연 관람은 그 이후 DVD와 블루레이(!)까지 출시 예정이라는 소식에 잔뜩 기대를 하게 만들었는데, 영상물 출시 이전에 극장에서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작은 예매전쟁을 치룬 후에 극장에서 태지의 공연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관람의 포인트라면 첫 번째 포인트는 서태지였고, 두 번째는 극장에서 만나는 태지, 세 번째는 극장에서 즐기는 콘서트 정도가 되겠다. 일단 서태지 심포니 공연 자체를 TV방영시 보기는 했었지만, 아무래도 실제로 보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극장 상영이라는 이번 기회, 그러니까 좀 더 실제 공연장에서 보는 것에 가까운 느낌(TV관람시 보다 가까워졌다는 것이지 라이브를 실제로 즐기는 것에 가까워 졌다는 의미는 아니다)을 받을 수 있는 이번 극장 상영은 그것만으로도 두근대는 경험이었다. 사실 록밴드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메탈리카 등 이전에 몇 차례 있어왔던 것이라 그 자체로 획기적인 것은 아닐테지만, 내게 익숙한 태지의 음악들이 어떻게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를 이뤘을까에 대한 기대, 그리고 본래 클래식 곡이었던 3집 수록곡 '영원'을 드디어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오늘을 위해 이 곡을 만들었나봐요'라는 태지의 한 마디는 그의 오랜 팬으로서 찡하지 않을 수 없었다 ㅠ)라는 점이 관람 포인트였다.





극장에서 콘서트 무비 혹은 다큐멘터리를 즐겨본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때의 희열은 확실히 일반 극영화를 볼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다른 감동을 주곤 했었다. 롤링 스톤스의 <샤인 어 라이트>같은 경우는 진짜 거의 공연을 통째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는데,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그들의 공연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고, 퀸의 'Rock Montreal' 같은 경우도 마치 콘서트 장에 온 것처럼 다같이 환호하며 볼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리허설 장면을 촬여한 다큐였음에도 이를 넘는 감동을 주었음은 굳이 또 말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서태지 심포니 극장 상영의 특징이라면 사운드 측면에서 거의 쉴틈없이 몰아친다는 점이다. 메가박스 서태지 M관의 사운드는 분명 좋은 편인데, 공연 자체가 워낙에 사운드의 볼륨이 높다보니 마치 시너지 이수 5관에서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극장 상영만의 장점이라면 공연장(특히 경기장)에서는 완벽하게 커버되지 않은 사운드가 아니라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사운드로 오히려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일텐데, 이번 서태지 심포니의 경우는 그 중간지점 쯤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아마도 공연장에서는 미처 다 캐치 되지 못했을 사운드들이 살아있는 동시에, 록 사운드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공연장과 같이 엄청난 볼륨감으로 몰아쳐 '크기'의 임팩트는 있지만 '정교함'의 임팩트는 음반 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점을 가지고 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얘기해보자면, 보통 같으면 그저 볼륨감으로 디테일을 압도하는 사운드에 아쉬움이 더 많이 들었을테지만, 이런 AV적인 퀄리티 측면보다는(이렇게 계속 얘기하면 사운드 퀄리티가 무척이나 떨어지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평균은 당연히 넘는 퀄리티이다) 팬들을 위한 선물에 가까운 극장 상영이기 때문에(서태지 팬이 아니고서야 이 공연을 굳이 비싼 돈 내가며 극장에서 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좀 더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운드가 오히려 적절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연 내내 감동 때문 만이 아니라 Only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 때문에 소름이 돋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인상적인 몇 곡을 꼽아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심포니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영원'이었고, 'Take One'의 서곡도 기존 곡의 색채와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록 넘버들은 오케스트레이션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곡들이 많았기 때문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담당하거나, 합창단의 코러스가 더해지는 정도) 원곡들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을 느끼기 어려운 점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Moai'같은 곡은 클래식 편곡으로 더욱 아름다운 선율이 살아났고, 'T'ik T'ak'같은 곡 역시 메인 테마가 굉장히 극적으로 연출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처음 들을 때 보다 들으면 들을 수록 좋아지는(슬퍼지는) 보너스 트랙 'Zero'까지.




이번 극장 상영의 특징이라면 짧은 심포니 공연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영상이 모두 끝난 뒤에, 공연과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제법 긴 시간 상영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추후 DVD나 블루레이에 부가영상으로 수록될 영상으로 여겨지는데, 극장에서 서플먼트를 만나다니!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기서는 영국에서 서태지 밴드와 로열 필하모닉이 처음 리허설을 맞춰보는 장면, 태지 밴드의 짧은 일상 등 팬이라면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들이 담겨있다(이거야 말로 진정한 팬서비스, 서비스!). 짧지 만은 않은 부가영상이 모두 끝이 나면 마지막으로 보너스 트랙인 'Zero'의 공연 실황이 이어지고 서태지 심포니는 마무리 된다.


1. 사실 많은 환호성과 합창을 예상하고 갔는데, 제가 본 회차의 매니아분들은 의외로 얌전하셔서 거의 숨죽이고 보았다는 ㅎ
2. 새삼 엔딩 크래딧에 Blu-ray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국내 최초, 국내 뮤지션 블루레이 실황 타이틀이 되겠군요!



글 / 음반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교토 #3 _ 일본, 그 어디던 지브리는 찾아낸다! (2010.01.16-17)

키요미즈데라를 구경하고는 본격적인 쇼핑천국(?)인 골목을 내려옵니다. 관광객들이 정말 많더군요. 양옆으로 주욱 늘어선 상점들에서는 녹차를 이용한 여러가지 음식들, 그리고 간단한 반찬들, 악세서리 등을 판매했는데 구경만으로도 배가 부르더군요.




한 가게에 들렀더니 녹차를 무료로 나눠주길래, 잠시 앉아서 '녹차의 맛'을 즐겼습니다. 확실히 틀리긴 틀리더군요.







보시다시피 다양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대부분은 녹차를 이용한 먹거리들이고, 선물용으로 판매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에요.





정말 교토까지, 키요미즈데라까지가서 지브리 상점을 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 관광품들을 판매하는 전통적인 상점들 틈에 떡하니 지브리 관련 상점이 있더군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마치 교토에 온 주목적이 이것인냥, 바로 돌진! 아이템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관람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이곳에서, 지난 키치조지에 있는 지브리 박물관 관람당시에도 억눌렀던 구매욕을 어쩌지 못해, 2010년 지브리 캘린더를 구매하고야 말았습니다. 기존 처럼 월별 이미지가 고정되었던 것과는 달리, 월마다 원하는 이미지를 선택하여 걸어놓을 수 있는 바방식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정적으로는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아시타카의 눈망울이 저를 잡은 게지요. 상점 여기저기서 달력을 보고는 '아시타카다' '아시타카다'하는 소리에 자연스레 돌아보니 저를 부르는게 아니라 조금 민망했습니다 ㅎ




그리고 키요미즈데라의 유명한 길(언덕) 중 하나인 '산넨자카'에 도착.






이 골목 골목은 앞선 골목들보다 붐비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좀 더 차분하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상점 하나하나를 일일히 들어가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더군요. 그래도 관심이 가는 곳들은 대부분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곳이 교토에서 굉장히 유명한 화장품(미용상품) 관련 샾이었는데, 얼굴을 닦는 기름종이로 유명한 곳이더군요. 사실 이곳을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미리 다녀오면서 회사 여직원들의 선물로 사주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너무 비싼 가격에 (여직원들 수가 제법 되는지라;;) 개별로나 세트로나 사오기 애매한 케이스라 결국 못사오고 말았네요;;;







그리고 또 다른 언덕. 닌넨자카. 애니메이션 '바람의 검심'을 보면 켄신이 교토에 갔을 때 이곳으로 추정되는 거리를 걷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선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까봐 '용추섬'을 쓸 순 없었음 -_-;;







그리고 그냥 가나 싶었는데, 또 하나의 지브리 샾을 발견! 여기서도 관련 피규어를 지르게 됩니다. (이 정도면 숙명)







그렇게 키요미즈데라에 어둠이 점점 깔리고, 저희는 이곳을 나와 열심히 걸어서 기온으로 향하게 됩니다. 기온에서는 은근히 빡세게 걷게 되구요. 기온 풍경은 다음 편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500)일의 썸머 ((500)Days of Summer, 2009)
내게도 썸머가 있었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마크 웹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500)일의 썸머>는 누가 뭐래도 주연을 맡은 조이 데샤넬 때문에, 조이 데샤넬 이므로, 조이 데샤넬 이라서 기대했던 영화였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조이 데샤넬은, <예스맨>에 이르러 매력 발산에 정점을 보여주었는데, 그간 그녀가 출연했던 작품 가운데 (국내 개봉한 작품들 가운데) 제대로 된 로맨스 장르라 부를 만한 영화가 없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포스터 속 분위기나 스틸 컷의 분위만으로도 사랑스러움이 전해지는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는, 그녀의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명의 팬 입장에서 어느 정도였는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실 남자 주인공을 맡은 조셉 고든-레빗은 <브릭 (Brick, 2005)> 에서 이미 인상적인 연기를 봤던 터라 좋아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워낙에 여배우에 대한 사랑이 컸던지라, 영화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그녀에게 오롯이 받쳐져 있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영화는 이런 나처럼 한쪽으로 치우쳐있던 사람이 보아도 중심을 찾게 될 만큼 참 매력적인 영화였다.


Fox Searchligh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어쨋든 <(500)일의 썸머>는 로맨스 영화다. 평범하지 않은 듯 하지만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은 듯 하지만 매우 특별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두 남녀의 이야기'라는 것을 매우 강조하고 있지만, 영화가 그리는 화자나 심리를 그리는 주체는 남자 주인공인 톰(조셉 고든-래빗)이고, 톰의 연애담과 성장담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이야기다. 톰과 썸머 (조이 데샤넬)의 이야기는 한 번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그리고 있다. 누구나 겪어보았다는 말에 아니라며 불끈할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잘 떠올려보면 내가 예전에 만났던 그녀는 썸머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내가 했던 고민들은 톰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렇게 누구나 다 겪었을 법한 남녀간의 이야기를 다뤘음에도 <(500)일의 썸머>가 평범하지 않은 것은 마크 웹 감독의 감각적인 편집과 영상 때문 만도 아니고, 영화를 보고나면 누구나 관심을 갖게 되는 사운드트랙 때문 만도 아닐 것이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처음 보게 될 때는 딱히 내 이야기다라는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지만, 곱씹어 보면 볼 수록 나의 예전 로맨스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에 있어서 <(500)일의 썸머>는 직접적인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어떤 에피소드를 두고 '아, 맞아 나도 예전에 저런 일이 있었지', '나도 저렇게 다투곤 했었지'라는 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겹치지 않을 지라도 무언가 내 기억 한 편을 공유한 듯한 느낌을 받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진부해 보이는 홍보 카피는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 매우 정확한 카피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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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타임라인을 묘사하는 영화의 방식도 흥미로웠다. 일반적이었다면 500일이라는 시간동안의 이야기를 그릴 때, 감정의 변화에 따라 그러니까 시간의 순흐름에 따라 굴곡을 겪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을 텐데 (그래서 500일이 되면 모든 것이 마무리 되는), 마크 웹 감독이 이 '500일'을 그리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시간의 순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유자재로 시간대를 이동하며 두 남녀의 관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연애 초기에는 마냥 좋았던 그녀의 특징들, 공간들이 날짜를 며칠만 뒤로 돌려 보면 오히려 끔찍하고 불편한 것이 되어 버리는 연애의 굴곡을 짧은 호흡으로 전달한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관객에게 '이랬던 남녀가, 저렇게 변했다' 라는 짧은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500일 밖에 안되는 시간 동안에도 수 많은 굴곡을 겪는 남녀 관계를 보여주면서 어찌보면 그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얘기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영화의 구성 방식을 통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국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그러니까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것 역시 인생이라는 긴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과정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하지만, 좀 더 정성적으로 생각해보자면 그렇게 좋았던 그녀의 모든 것을 잊고 살 수 있을 만큼 나는 성숙해졌는가 혹은 익숙해짐으로 인해 처음 느꼈던 설레임을 너무 쉽게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며 나의 추억과 현재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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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은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500)일의 썸머>는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참 묘한 매력을 갖는 영화다. 처음에는 일반 로맨스 영화 같지 않은 엔딩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단순히 기발한 엔딩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묘한 매력이라는 표현에는 은근히 애잔하고 쓸쓸하다는 느낌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가 선택한 엔딩은 분명 우울한 엔딩이 아니지만, 톰에게서는 여전히 썸머 양의 그림자가 보이고, 관객에게는 여전히 그 벤치에서의 마지막 대화가 아른거린다. 물론 이런 감정은 나만의 것일지도 모르겠다(하긴 그 벤치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내 추억 속 한 장면과 너무 무섭도록 닮아 있었다).

영화의 엔딩을 떠올려보면 깜찍한 결말을 선사함과 동시에, 영화가 500일을 다루는 방식에서 보여주었듯이 새로운 1일이긴 하지만 어쩌면 썸머 와의 500일과 똑같은 500일이 다시 한번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들게 한다. 우연 마저 자연이 섭리로 이해하게 된 톰이긴 하지만, 연애는 또 다른 문제다. 가을 양과의 새로운 로맨스가 여름 양과의 로맨스와 완전히 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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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일의 썸머>의 소소한 재미라면 영화 속 두 주인공의 대화 속에, 그 주변에 등장하는 뮤지션과 음악,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 수 있겠다. 영화 속 톰과 썸머는 분명 특별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취향은 확실히 남들과 좀 다르다. 좋아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The Smiths'를 서로 좋아하고 신세대 답지 않게 예전 영화 '졸업'을 보고, 썸머는 비틀즈 멤버 중에도 링고 스타를 유독 좋아한다. 비틀즈 하면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 지배적으로 많고, 스미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중적인 취향과는 좀 다른 취향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고 (나도 어쩌면 그런 면이 많아서인지 더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하는 밴드와 영화를 몇 번씩 보고 듣는 이들이 분명히 있다.

물론 이런 취향의 주인공들을 내세운 것은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인 마크 웹 주변에 아무래도 이런 이들이 더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일반 관객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주인공이라는 점을 은근히 드러내고, 결국은 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아주 작은 장치라고 볼 수도 있겠다. 평소에 음악과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이 둘 간의 대화에서 소소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들은 데뷔작에서 감각적인 영상들을 보여주긴 하지만, 가끔 스크린에서는 과도한 재주를 부려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는데 마크 웹 감독의 경우는, 정말 '딱 좋은' 정도였던 것 같다. 세련됨으로 치장할 수 있었음에도 아련함과 따듯함으로 아우른 오프닝 시퀀스와 중간중간 등장한 올드한 느낌의 시퀀스는 감각적이면서도 그 '온도'는 잃지 않는 영리한 연출이었다.


2009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1. 이 영화에는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1967년작 <졸업 (The Graduate)>의 장면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인용이 등장하는데, 특히 졸업의 그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한 카메라 구도는 참 흥미롭더군요. 거기에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가 아닌 그들의 다른 곡을 배치한 것도 센스라면 센스!

2. <졸업>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조셉 고든-레빗의 연기 스타일이 고전적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여러 모로 더스틴 호프만이 연상되더군요. 확실히 장례가 촉망되는 배우에요.

3. 극 중 두 남녀의 대화 중에 썸머가 '너 토네이도 겪어 본 적 있어?'라는 대사도 재미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조이 양은 <오즈의 마법사>를 리메이크한 TV단편 시리즈 <틴맨 (Tinman, 2007)>에서 도로시 역이라고 볼 수 있는 주인공 역할을 맡았었거든요 ㅎ

4. 극 중 톰이 입고 나오는 뮤지션 티셔츠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Joy Division이나 The Crash의 유명한 앨범 커버 티셔츠들을 입고 나오죠.

5. 극중 언급이 되는 The Smith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추억이 있어서 조금 남달랐었는데, CD/DVD 쇼핑몰을 운영하던 때에 해외뮤직비디오 DVD주문시 스미스를 껴넣으면 사장님이 항상 그랬었거든요, '이거 누가 사겠니?';;; 전 그 때마다 그랬었구요. '네, 이거 한 개씩은 꼭 나가요'. 꼭 스미스 뿐만 아니라 도대체 누가 살까 싶은 앨범들도 꼭 몇 장씩은 판매되죠. 그 때 생각이 나서 재미있었어요.

6. 사운드트랙은 너무 좋죠. 사운드트랙 음반 리뷰는 http://www.realfolkblues.co.kr/1186 여기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7. 아, 참고로 제가 운영하는 조이 데샤넬 양의 팬블로그는 http://zooey.textcube.com 입니다 ^^; 조이당 여러분은 여기서 만나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Fox Searchlight Pictures에 있습니다.






교토 #2 _ 키요미즈데라 (2010.01.16-17)

숙소인 교토타워 호텔에 간단하게 짐을 내려둔 뒤 교토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키요미즈데라로 향했습니다. 워낙에 짧은 일정이었기 때문에 이번 교토 여행의 메인 여행지라면 바로 '키요미즈데라'라고 할 수 있었죠. 인터넷에서 교토를 이미지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그 곳. 그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가는 길에 이색(?) 풍경이라면, 도쿄에서는 의외로 한번도 겪지 않았던 버스의 막힘과 무질서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정도(어엇, 일본 사람들이 사람을 치고가면서도 스미마셍이라 얘기하지 않다니!).




이 곳에서 가장 많이 파는 선물용 음식 중에 하나였는데, 얇은 떡 반죽에 안에 달콤한 팥이 담겨있어요. 시식도 하고 작은 세트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키요미즈데라 올라가는 길. 사진으로는 많이 보던 길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 깔끔하면서도 고즈넉함이 느껴지더군요. 올라가는 길 옆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특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시는 분들은 거의 안계시더라구요. 왜냐하면 올라가는 길에 있는 가게들이 전초전이라면, 키요미즈데라를 다 보고나서 내려오는 골목이 본게임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





녹차가 유명한 지방이라 녹차를 이용한 먹을 거리들도 많았는데, 녹차 아이스크림이 땡기더군요(하지만 먹지는 못했다는;;) 왠지 이것이 전부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 가는 길을 서둘렀습니다.




가지런한 우산들.




드디어 입구에 도착. 입구만 한번 휙 보고는 아직 못 먹은 점심을 먹으러 주변을 찾다가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음식점을 발견.





점심시간을 넘긴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_-;; 그래서 넓은 공간에서 매우 여유롭게 식사를~




역시 식사는 규동! 규동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고민할 것 없이 규동을 시켰습니다. 일본에서 몇 번 규동을 먹고 난 이후는 오히려 한국와서는 잘 안먹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가끔 생각날 땐 집주변 홍대의 규동집을 들러봐야 겠네요.








빨간, 아니 다홍색이 인상적이었던 오래된 건축물들. 사진 실력이 부족해서 좀 더 눈에 보는 것에 가깝게 표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네요.




입장권을 구매하고는 줄을 서서 차례차례 입장합니다~








무슨 게임처럼, 어느 구간을 지날 때 마다 운을 시험하는, 즉 자신의 운세를 뽑아보는(물론 돈을 받고) 장소들이 있었는데, 전 본래 이런거 전혀 안 믿기도 하고 해본 적도 없어서 안하려다가 처음으로 한 번 해보았는데, 안좋은 말들만 주르륵 써있는 운세 당첨 -_-;; 좋지 않은 운세가 나왔을 때는 고이 접어서 묶어두고 나오는 곳이 따로 있어서 그곳에 남겨두고 왔습니다(내 이래서 안하려고 했던게야;;;)






여기가 바로 키요미즈데라하면 가장 대표적인 뷰, 교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로 그 곳입니다. 사실 워낙에 유명한 곳이라 뷰를 잔뜩 기대하고 가긴 했는데 막상가서 보니 약간 심심한 감도 있었어요. 특히 벗꽃이 한창일 때이거나 꽃이 만발할 때 왔더라면 더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작은 돌상들에 빨간 장식물을 정성스레 달아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어요. 사진은 한 컷만 찍었지만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이 곳도 줄을 서서 신선한 물로 손을 씻고 마시기도 하는 곳이었는데, 전 그냥 구경만 휙~


* 다음 편에는 먹을 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본격적인 골목 탐험이 이어집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500)Days of Summer (music from the motion picture)

영화를 보기 전에도 느껴지는 기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사운드트랙을 구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경우인데 (하지만 일반인이 음반을 사는 수보다는 나의 이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_-;), 이런 경우 구매의 이유는 약 2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는 영화 자체가 워낙에 기대작이라 좋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 두번째는 영화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지만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이 역시 좋아질 것이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 이렇게 일텐데, 조셉 고든-레빗과 조이 데샤넬이 주연을 맡은 영화 <500일의 썸머 ((500)Days of Summer)>의 사운드트랙은 이 두 가지가 다 포함된 경우였던 것 같아요. 조이 데샤넬 팬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영화에 대한 기대야 말할 것도 없겠고(개봉 못하는 줄 알았었어요 ㅠ),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은 조이 양이 멤버로 있는 'She & Him'을 비롯해, Doves, The Smith, Feist, Wolfmother 등이 포진되어 있음은 물론 이 밖에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밴드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알수 있었기에, 영화를 미처 보기도 전에 사운드트랙을 집어 들게 되었네요.





지난 번 뮤지컬 영화 <나인>의 사운드트랙을 리뷰하면서, 사운드트랙의 장점은 역시 노래를 들을 때 장면이 저절로 연상되는 것이 최고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저에게 있어 <500일의 썸머> 사운드트랙과의 첫 만남은, 분명 100점짜리는 아니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접한 사운드트랙은 이런 감점을 충분히 감안했음에도 음악만으로 만족스러운, 더 나아가 영화를 한껏 상상하게 하는 매력을 지닌 앨범이었어요.

독특하게 영화 속 남녀를 소개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앨범은 두 번째 트랙인 Regina Spektor의 'Us'부터 본격적으로 리듬을 타기 시작합니다.
Regina Spektor라는 뮤지션에 대해 평소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이 곡만으로도 그녀에 대해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을 정도로 매력적인 보컬이자 곡이었어요. 특히 이 곡에서 Regina Spektor의 보컬은 마치 한창 때 bjork의 창법을 연상케 하는데, bjork의 광팬인 저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보컬이더군요. 예전 'Human Behaviour' 시절의 뷰욕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좋았어요. 앨범을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The Smith의 곡은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과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 이렇게 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후자는 She & Him의 리메이크 버전으로도 만나볼 수 있어요. Black Lips의 'Bad Kids'는 복고풍의 리듬과 멜로디 라인의 가벼운 록큰롤 곡이고, Doves의 'There Goes The Fear' 역시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곡으로 전체적으로 듣기 편한 곡 구성을 담고 있습니다.

<500일의 썸머> 사운드트랙에서는 브릿 팝, 인디 록 곡들과 더불어
Hall & Oates의 'You Make Me Dreams'나 Simon & Garfunkel의 'Bookends'같은 올드팝들도 수록이 되었는데, 영화에 삽입된 올드 팝들이 여럿 그렇듯이 이 곡들에게서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운 편입니다. 이 곡들이 무척이나 세련되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앨범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물흐르듯 자연스런 진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불어 발음 만으로도 색다른 분위기를 전하는 Carla Bruni의 'Quelqu’un M’a Dit'은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분위기를 전하고, Feist의 'Mushaboom' 같은 곡은 마치 조이 데샤넬이 부르는 듯한 착각 마저 느껴질 정도로(Feist의 음악을 이전에 여럿 들어보았음에도) 이 앨범과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곡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앞서 bjork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했던 Regina Spektor는 'Hero'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을 또 한번 수록하였는데, 이 곡을 듣고나니 더욱 명확해 지더군요. Regina Spektor의 솔로 앨범을 어여 구입해 봐야겠다고 말이죠. 참 심플하고 담백한 악기구성과 보컬이지만 무언가 애절함과 진심이 전해지는 보컬이었어요. 그녀의 앨범은 언제고 구매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Simon & Garfunkel의 'Bookends'는 이렇게 들으니 마치 Eels처럼 느껴지기 까지 하네요. 하긴 Eels 비롯한 수 많은 뮤지션들이 사이먼 앤 가펑클에게서 이런 감성을 배워온 것이겠지요.

Wolfmother의 Vagabond는 살짝 우울해졌던 앨범에 다시금 활기를 불러옵니다. Andrew Stockdale의 보컬은 역시나 매력적이구요. 앨범을 통틀어 가장 강한(?) 곡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크게 튀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는 아니에요. 이런 곡들이 어떤 장면에 사용되었을지 새삼 궁금해지는 순간이군요. Meaghan Smith의 'Here Comes Your Man'은 마치 미란다 줄라이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전주가 먼저 반기는 곡이에요. 후반부의 진행은 컨트리에 가까운데 묘하게 장르를 다루는 재미있는 곡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The Smith의 곡인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를 She & Him의 조이 데샤넬의 보컬로 만나볼 수 있어요. 기존 She & Him의 곡들보다 훨씬 고전적인 방식으로 노래하고 있는 조이 양의 곡을 듣는 것도 인상적이네요. 'Please, Please, Please'하는 후렴구의 애절함은 (팬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 쪽이 더 애절하네요 ^^;





사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사운드트랙에 대한 감상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 될지도 모를 일이에요. 어찌 되었든 사운드트랙이란 영화와 별개로는 생각해볼 수 없는 부분이 다분하고, 어떤 장면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따라 곡이 본래 지닌 매력을 더 배가 시킬 수도 감소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영화를 더더욱 (아직도 '더'가 남았다면!) 보고 싶어졌다는것!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고나서 사운드트랙에 대한 짧은 감상을 다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2010.01.16-17 _ 교토 #1
처음 만나는 교토.


지난해 상상마당을 주제로 열렸던 리뷰 이벤트에서 고맙게도 1등으로 선정이 되어 오사카 1인 무료 왕복항공권을 득템! 당시는 도쿄를 3박4일로 다녀온지 얼마 안된터라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는데, 성수기를 피하다보니 해를 넘기게 되었고 지난 주말에야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1박2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100% 공감하시겠지만, 이거 해도해도 너무 감질맛이 납니다. 마치 꿈을 꾼듯한 기분이에요. 너무 짧은 일정이라 예전과는 다르게 별다른 정보도 깊게 알아보지 않았고, 계획도 별로 세우지 않았었죠. 호텔 예약과 가고자 하는 주요 장소 한 곳만 간략하게 정하고 1월 16일 토요일 새벽 일찍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지난 도쿄 여행과는 달리 JAL이 아니라 제주항공편을 이용했는데, 작은 크기의 비행기가 귀엽더라구요 ㅎ
ㅎ 출국 수속을 순식간에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참고로 지난번 도쿄여행시 보다 조금 더 심사가 강화된 듯 싶었는데, 모자를 쓴 사람들은 모자도 벗어야 했고 (지난번엔 그냥 출국했었거든요) 살짝 긴장감이 더 돌긴 하더라구요. 1시간 3~40분 정도의 짧은 비행시간이라 간단한 간식이 기내에서 제공되었는데, 삼각김밥과 음료 한잔이 제공되었습니다. 삼각김밥은 김밥이라기보다는 주먹밥에 가까운 모습이었어요. 여튼 그렇게 구름위의 산책을 마치고나니 어느 덧 간사이 공항에 도착.



간사이 공항의 인상적인 천정 구조물이었는데, 마치 '에반게리온'을 떠올리게 하더라구요 ㅎㅎ




이곳에서 오사카나 교토 시내로 들어가는 열차표를 구매하고 탑승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교토까지 이동이 가능한 간사이 Pass를 구입. 외국인들에게만 여권 확인 뒤 발권하는 Pass 였는데, 게이트 통과시 역무원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간단하게 통과하실 수 있습니다. 교토 시내로 들어가는 열차 속 풍경은 참 좋더군요. 지난번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로 들어갈때도 좋았는데, 교토로 가는 풍경도 참 좋더라구요.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잔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타고 간 열차. 도착하고 나서도 청소시간이 있어서 한동안 청소를 한 다음에 완료가 되면 탑승을 시키더군요. 청소 중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역방향 좌석을 순방향으로 자동으로 일괄 돌리는 장면이었어요. 여기저기서 관광객들의 '오오~~'하는 탄성이 ㅎㅎ







교토로 가는 열차 안 풍경들. 보통 여기서 많이들 주무시지만 저는 두 눈 똥그랗게 뜨고 풍경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 좀 썼습니다. 어쩜 그렇게 좁은 공간에 많은 집들을 지었는지. 그리고 어쩜 그렇게 작은 집들에게 모두 배란다가 하나씩 달렸는지. 차고가 거의 다 있는지. 참 오밀조밀하면서도 재미있는 풍경이었어요. 일본 기후의 특성상 빨래를 모두들 내어 말리는 풍경은 이곳도 여전하더군요.





교토역 역시 종점이라 위의 사진처럼 선로의 마지막 부분이 저렇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도시락들! 도착해서는 못 먹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하나 사서 열차내에서 먹었더랬죠 ^^;





역시 시원시원한 천정을 자랑하는 교토역의 모습. 아, 참고로 저희는 나중에야 알게 되어 땅을 쳤는데 이 아래 지하상가에 왠만한 음식점은 모두 포진되어 있습니다. 가격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종류가 많아서 원하는 음식을 거의 다 골라마거을 수 있어요. 저흰 이걸 저녁을 다 먹고나서야 알게 되어서 땅을 쳤다는 ㅠ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정리할 기회가 있을 듯;;)






저희가 1박을 보낸 교토타워 호텔. 지난 도쿄에서 보냈던 아스카 호텔이 비하면 정말 좋은 편이었어요. 물론 방 크기야 매우 작은 편이지만, 그 밖에 시설이나 깔끔함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호텔 투숙객들에게는 사진에 보이는 교토타워 전망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주는데, 저희는 다른 곳을 둘러보고 너무 늦게 도착한터라 미처 가보질 못했네요 (입장은 8시 40분까지 가능하며 전망대 이용시간은 9시까지에요)






뭐 방안 풍경은 간단합니다. 저 창문을 열면 바로 교토역 앞 거리가 보이는데 멋진 풍경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았어요. 호텔에 간단하게 짐을 풀고는 본격적으로 키요미즈테라를 즐기러 떠나게 됩니다.


본격적인 교토 이야기는 #2탄에서~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Nine _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뮤지컬 특유의 리듬이 살아있는 앨범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 영화 <나인>은 영화를 보는 순간 사운드트랙의 구매를 떠올렸던 작품이었다.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지난 번에 리뷰를 통해 밝혔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본 매우 극소수 중의 한 명이다;;;) 무대 뮤지컬의 호흡과 더불어 정상급 배우들의 연기만큼 만족스런 노래를 만나볼 수 있는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단일 앨범으로도 제법 완성도가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사운드트랙 가운데는 작품과 연관시키지 않으면 별로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앨범이 있는 한편, 앨범 자체로도 독자적인 성격을 내는 앨범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개인적으로는 전자를 선호!),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뮤지컬 영화임에도 후자의 성격이 좀 더 강한 편이라고 하겠다.




<나인>은 오프닝부터 임팩트 있는 선율을 들려준다. 'Overture Delle Donne'는 오프닝 치고는 상당히 극적인 편인데, 특히 여성 합창단이 부르는 코러스 라인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 코러스 라인에 매혹되어 이 앨범을 구매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별 것 아닌것 같지만 이탈리아라는 나라 특유의 분위기와 더불어 극의 초반 설정을 무리없이 전하는 곡으로, 영상 없이 듣기에도 괜찮은 곡으로서 후반부의 케이트 허드슨의 곡과 함께 가장 많이 듣는 트랙이라 하겠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부르는 'Guido’s Song' 은 그 치고는 상당히 얌전한 곡이다. 그리고 상당히 장난스런 곡이기도 하다. 평소 영화 속 그를 떠올린다면 목에 핏대 세우며 힘주어 열창 할 것 같지만, 이 곡은 상당히 장난스럽고 편하게 부른 편에 속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많은 관객들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던 페넬로페 크루즈의 'A Call From The Vatican'은 그녀의 귀여운 영어 발음과 더불어 섹시함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트랙이다. 물론 곡도 매력적이지만 역시 이곡의 매력을 100% 느끼려면 영화 속 장면과 함께 해야 함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듯.




블랙 아이드 피스의 퍼기가 부른 'Be Italian'은 가장 뮤지컬스러운 시퀀스이자 곡이다. 영화 리뷰를 하면서 퍼기에게 무리하게 연기를 강요하지 않고, 뮤지컬의 영역에서만 활약하도록 둔 것이 참 잘한 결정이란 얘기를 했었는데, 뭐 가수답게 강약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파워풀한 보이스를 들려준다. 마리온 꼬띨라르의 'My Husband Makes Movies'는 잔잔하면서도 멜로디 라인이 상당히 대중적인 곡인데, 마리온 꼬띨라르의 가창력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차우진씨는 음반 속지를 통해, '<라비앙 로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답게...가창력을 선보인다'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쓰셨는데, 잘 아시다시피 <라비앙 로즈>에서 마리온 꼬띨라르는 직접 노래하지 않고 '립싱크'로만 연기를 했었다. 워낙에 리얼한 연기라 많은 이들이 속아넘어간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어쨋든 그녀의 노래 실력을 <라비앙 로즈>와 연결 시킨다는 것은 조금 무리인듯;; (참고로 립싱크 연기를 했음에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더욱 이색적이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런 트랙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오프닝 곡과 함께 케이트 허드슨이 부른 바로 이 곡 'Cinama Italiano'를 들 수 있겠다. 이 곡은 상당히 흥겨운 리듬 속에서도 이탈리아어 특유의 억양을 잘 살린 가사와 운율이 돋보이는 곡인데, 케이트 허드슨의 노래 실력도 인상적이다. 특히 '귀도, 귀도귀도'하는 후렴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니콜 키드먼의 'Unusual Way'는 차분한 곡임에도 오히려 너무 뮤지컬스러운 곡이라 할 수 있는데, 키드먼의 무게 있는 나즈막한 보이스가 인상적이다. 'Take It All'에서 마리온 꼬띨라르는 앞선 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들려주는데, 브라스 파트의 반주가 '끈적함(?!)'을 더한다. 어느 곡이 안그렇겠지만서도 이 곡은 꼭 밴드와 함께 라이브로 들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곡이었다.




참고로 'Guarda la Luna', 'Cinema Italiaon' , 'Take It All' 이 3곡은 영화만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곡으로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과 곡이었다(하지만 그 반대로 오리지널에는 있었지만 영화화 과정에서 빠지게 된 곡도 있다). <나인>의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인상깊게 본 이들이라면 추후 발매될 DVD/BD와 함께 필 구매 타이틀임은 물론, 평소 뮤지컬 사운드트랙에 관심이 많은 음악팬들에게도 한 번쯤 권해볼 만한 음반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2008)
외로운, 위로의 일기


내 인생의 영화인 <이터널 선샤인>은 감독을 맡은 미셸 공드리만의 것이라보긴 어려운 작품이었다. 사실 찰리 카우프만은 <이터널 선샤인> 개봉 당시에도 워낙에 유명한 각본가였기 때문에 미셸 공드리의 작품이라는 것 외에 그가 각본을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는데(이렇게만 써놓으면 은근히 공드리를 무시하는 듯도 하지만, 나는 공드리를 카우 프만 보다 더 좋아하면 좋아했지....), 카우프만의 각본과 공드리의 마술이 더해진 <이터널 선샤인>은 정말 수많은 시네필들을 감동에 빠지게 한 걸작이었다. 찰리 카우프만의 각본은 항상 독특했다. <존 말코비치 되기>를 본 사람들은 '이 영화가 정확히 어떤 이야기를 했었지?' 라는 것은 기억하지 못할 지언정 그 기이한 세계관과 .5층의 이미지는 잊지 못한다. <휴먼 네이처 (Human Nature, 2001)>와 <어댑테이션 (Adaptation, 2002)>을 기억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찰리 카우프만은 '천재 각본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를 매번 들려주었지만, 그의 연출 데뷔작은 카우프만 없는 공드리의 작품보다 어쩌면 더 걱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던 찰리 카우프만이 첫 번째 연출작은, 참으로 복잡하고 많은 분석할 거리가 있고 무엇보다 너무 나를 들켜버린 것만 같은 깊디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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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연출자 케이든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항상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불안한 듯 했지만 겉으 로는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의 삶은, 어느 날 화가인 아내 아델(캐서린 키너)이 어린 딸을 데리고 떠나버리면서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내가 떠난 뒤 그 동안 자신을 사모해 오던 극장 매표원 헤이즐(사만다 모튼)과 관계를 이어가려고 하는 한편, 거금의 기금을 받게 되면서 평생 꿈꿔오던 연극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된다.

<시네도키, 뉴욕>은 카우프만의 야심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공드리와 함께 했던 작품의 분위기를 풍긴다. 이야기보다는 소품같은 단편적 이미지들을 여기저기 배치하는 한 편, Jon Brion의 음악과 함께 몽상적이고 회화적인 이미지를 뮤직비디오처럼 펼쳐놓는다. 이 단편적인 몇 가지 것들은 얼핏 보아서는, 아니 집중해서 보아도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쉽게 유추하기 어렵다. 계속 노인이 주인공의 뒤를 따라오는 것 (혹은 귀신처럼 장면 장면에 등장하는 것)을 어렵게 발견했지만 이것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감을 잡기 어렵고, 변의 색깔을 두고 벌어지는 대화들이 어떤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단번에 분석이 되기 보단 무언가 소스를 늘어놓는 듯한 느낌이 강한 서두다.

연극 연출가인 주인공 케이든을 통해 새로운 작품에 대한 창작의 고통 (<8과 1/2>과 같은)을 이야기하려는 것인가, 혹은 개인적인 고뇌를 좀 더 확장시키려는 것인가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러닝타임이 지속될 수록 찰리 카우프만의 이 거대한 야심에 조금은 두려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카우프만은 지금까지 전작들에서 항상 개인의 심리상태를 기본으로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왔었지만, 어쨋든 소박한 그릇에 담겨 펼쳐진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번 작품은 본인이 연출을 맡은 첫 작품이라는 것에 용기를 얻은 것인지 두려움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아마도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거대한 담론을(하지만 결국은 개인의 심리묘사인 이야기를) 주저하지 않고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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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든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제유법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펼치고 있는 카우프만의 이 놀라운 이야기는, 그 세계를 다층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을 반복했다가 다시 모든 거풀을 벗어내고 처음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케이든은 맥아더 제단으로부터 기금을 지원 받아 연극을 제작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간단하게 시작했던 이야기가 점점 확장되고 진실된 것을 투영하려는 의지가 뒷받침되며 본격적으로 자신 본연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그대로 올리게 된다. 이 자체가 제유법이라 할 수 있지만 카우프만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어느 날 나타난 남자는 케이든을 쭈욱 지켜보았고 자신이 케이든보다도 케이든을 더욱 잘 이해하고 있다며 그의 역할을 하기를 자청한다(이 남자는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기 이전부터 영화 시작부터 계속 화면 어딘가에 등장했었다). 이 남자 새미 (톰 누난)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제유법의 세계로 깊게 빠져든다.


새미는 단순히 연극에서 케이든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든 보다도 더 케이든 임을 믿고 있는(이건 분명 믿음이다) 존재라 가끔씩 케이든과 부딪히기도 한다. 케이든은 극중 자신을 연기하는 새미가 무대라는 공간을 넘어 현실에서 자신의 행세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크게 제지하지도 않는다. 새미 말고도 케이든 주변의 모든 인물들이 연극 속에서 다른 인물들을 통해 복층 구조로 등장한다. 나중에는 케이든과 연극 속에서 케이든을 연기하는 새미, 그리고 극 속에서 연출을 하는 케이든까지.. 한 명의 캐릭터를 여러 개의 모습으로(신체로) 쪼개어 놓는다. 이런 카우프만의 세계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의 기본 이론이 되었던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을 연상케 한다. 점점 제유법의 세계가 깊어지면서 이 극을 연출하고 있는 케이든도 그 속에서 케이든을 연기하는 새미도, 그리고 그 캐릭터의 본 주인들과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정체성과 그 세계의 공간적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된다. 관객 역시 어디까지가 연극의 범주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의 범주인지 쉽게 구별되지 않아 혼란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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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제유법이라는 것이 부분으로 전체를 전체로 부분을 이야기하는 표현법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카우프만의 이야기는 항상 부분 그러니까 케이든의 심리상태를 통해 인간 본연의 대한 깊은 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카우프만의 이야기를 항상 귀담아 듣게 되는 것은 사실 영상 예술의 화려함과 독특함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위로 때문이었다. 사실 영화가 초반에 이르러 중반으로 진행될 때 까지만 해도, 점점 거대해 지는 세계관을 보며 첫 단독 연출작이라서 그런지 너무 욕심'만'을 내는 것이 아닌가 부담스럽기도 했었는데, 나중에 가서는 다시 본연의 이야기로 돌아올 때 눈가가 저절로 뜨거워져 버리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카우프만이 케이든을 풀어내는 방식에는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위로가 기본이 된다. 복잡한 제유법이니, 공드리 같은 마술같은 기법이니, 분석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다양한 장치들이니 해도, 이것들은 모두 위로와 자기반영이라는 메시지를 꾸며주는 기법들일 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카우프만은 본인 첫 번째 연출작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 작품은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영화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린 측면도 있다. <시네도키, 뉴욕>에서 제유법을 다루는 방식은 확실히 영화적인 요소에 도움이 된다. 물론 이 복잡한 구성 때문에 본질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긴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카우프만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었다. 아마 본인도 작품을 완성하고나서 굉장히 뿌듯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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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위로의 메시지로 돌아와서. <시네도키, 뉴욕>이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를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곤 그 이유가 상당히 개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번 영화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라고 얘기하는 나이지만, 이번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였던 것 같다. 개인적인 것이기에 영화는 더 많은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이기도 한데, 이 작품은 공감대를 얻으려는 노력 측면에 있어서 확실히 다른 작품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중반까지는 카우프만이 만든 이 세계에서 몹시도 혼란스러웠었다. 그런데 오히려 인물의 세분화되고 그 세분화된 인물들이 서로의 자리를 찾아가면서 (진심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공감대는 한 순간에 폭발했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라고들 이야기한다. 곁에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가 있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인간은 늘 내면의 나와 싸운다. 아니 누군가가 나를 내가 아는 것처럼 이해해주길 몹시도 바란다. 극중 케이든이 겪는 고뇌는 창작의 고통이라기 보다는 위로와 이해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여러 인물들에게 기대어도 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극으로 만들어 보기도 하는 것이다.

말미에 케이든에게 또 다른 케이든인 새미가 진심으로 그를 이해하고 안쓰러워하며 메시지를 전할 때, 정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 순간은 분명 이 영화에 클라이맥스였다. 내가 남들에게서 듣고 싶은 말을 나의 분신(결국 나)에게서 듣게 되는 이 순간, 즉 누군가가 (하지만 타인이라고 보긴 어려운 존재에게) 나를 100% 이해한다는 것을 믿게 되었을 때의 찰나는 어떤 기분일지 잘 상상이 되질 않았었는데, 비록 영화 속 새미는 타인이라기보단 내 마음 속 외침에 더 가까운 존재였고, 영화 속에서 벌어진 간접 경험이긴 했지만 매우 소중한, 그리고 감격적인 찰나였다. 찰리 카우프만과 나는 한 번 만난적도 없을 뿐더러 내가 그를 아는 것은 그가 쓴 몇 편의 작품일 뿐인데,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뼈속까지 공감하게 만들었다니, 슬픔과 위로가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아니 적어도 나에게는 아무리 가까운 이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한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결핍일 수도 있고, 부끄러움일 수도 있으며 사랑일 수도 있다. 이런 말 못할 이야기를 위로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에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그래서 찰리 카우프만의 <시네도키, 뉴욕>은 적어도 나에게는 <이터널 선샤인>과 더불어 가장 소중한 작품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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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아델 역할을 맡은 캐서린 키너도 그 이미지가 참 좋았으며, 새미 역을 맡은 톰 누난과 여전히 빛나는 미셸 윌리엄스 등 너무 많은 좋은 배우들이 나와 그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했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에밀리 왓슨이나 제니퍼 제이슨 리, 다이안 위스트 등은 출연사실 조차 몰랐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구요.

2.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를 꼽으라면 헤이즐 역할을 맡은 사만다 모튼이었어요. 사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당시만 해도 이 배우가 이렇게 연기로서 성장할 줄은 몰랐었죠. <컨트롤>을 통해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더욱 노련한 연기의 그녀를 만나볼 수 있어요.

3. Jon Brion의 음악은 확실히 좋습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그의 음악 때문에 공드리의 작품 냄새가 좀 더 짙어진다는 것 정도일 것 같네요. 국내에도 OST가 발매될 수 있을까요.

4. 본래는 각본만 카우프만이 쓰고 연출은 스파이크 존즈가 하려했던 작품이었는데, 그의 버전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카우프만의 연출작에 100% 만족하게 되었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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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The Road, 2009)
마음 속 불꽃이 있는가?


코맥 맥카시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존 힐코트의 영화 <더 로드>는, 워낙에 많은 원작의 독자들 때문이라도 온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수 밖에는 없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코맥 맥카시의 원작 소설을 읽을 뻔했었는데, 다행히도(?) 막 읽으려는 찰나에 영화화 소식을 접한 터라 더 깨끗한 상태로 영화를 만나기 위해 독서의 즐거움을 포기하기도 했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리뷰는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쓰여졌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사실 엄청난 베스트셀러라는 사실도 구미가 당기는 것이긴 했지만, 베스트셀러의 영화화는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우려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면, 비고 모르텐슨이라는 배우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믿음을 주어 결정적으로 이 작품을 주저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에 이어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스>를 함께 하며 어쩌면 벗기 힘들었을 '아라곤'이라는 이미지를 너무 쉽게 벗어버린 비고 모르텐슨의 이름이 코맥 맥카시 보다 더 매력적이었던 건 아마 나 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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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히 알려주지 않지만 인류가 멸망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만큼의 재앙을 겪게 되어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쇼핑카트에 필요한 것들을 담아 인간들을 먹는 무리들을 피해 하루하루를 연명해 간다. 비고 모르텐슨이 연기한 남자는 아들과 함께 이 지구에 남겨졌으며, 아내의 마지막 말처럼 남쪽으로 남쪽으로 계속 힘든 여정을 이어간다.

혹자들은 왜 지구가 이런 재앙을 맞게 되었는지, 아니 그 이전에 정확히 어떤 재앙이 일어난 것인지조차 묘사나 설명이 없는 스토리에 대해 불만을 갖을 지도 모르겠다. 종종 이렇듯 그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해주지 않는 작품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물론 그 배경적인 이야기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쉽게 얘기해서 영화 속 부자에게는 그들에게 닥친 지구의 재앙이 지진이던, 온난화로 인한 재난이던, 멈추지 않는 화제던, 외계인의 침공이던 그 어떤 것이 되든 큰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더 로드>에서 닥친 재난은 '재난' 이상의 의미는 갖고 있지 않으며 단지 이런 재난을 맞닥들인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그 안에서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 지가 핵심적인 이야기라는 말이다. 물론 지구가 어떤 재앙을 맞았고 아이가 다 크도록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불만으로 까지 전이될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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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간의 힘으로는 결정하기 어려운 재앙 앞에서 연약하기만 한 인간의 외로운 싸움을 그린 영화는 많은데, <더 로드> 역시 그 묘사 방법이 훨씬 더 정적이고 차분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많은 부분을 같이 하고 있다. 재난 앞에 무력함, 그리고 그 재난 때문에 인간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는 전개, 항상 옳을 것만 같았던 우리의 주인공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본능적인 욕구의 유혹에 넘어갈 때, 그리고 러닝타임 내내 항상 강할 것만 같았던 역시 '우리의' 주인공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시퀀스 등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더 로드>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물론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 영화의 접근 방식은 훨씬 정적이고 인상깊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더 로드>에서 발견한 이 영화 만의 특별한 지점은 '따라온다'라는 개념이었다. 일단 이 영화에서는 굉장히 의도적으로 '따라온다'라는 대사를 사용하고 있다. 남자는 가끔씩 만나게 되는 불청객들에게 꼭 '언제부터 따라왔냐!'라고 묻곤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불청객들은 '따라오지 않았다'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불청객들이 따라온 적은 없지만 남자는 항상 본인은 착한 사람으로서 나쁜 사람들에게 쫓기는 듯한 불안감에 살고 있다. 이것은 재앙이 닥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세계라고 하더라도 이런 남자의 심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회. 남자는 분명 나쁜 사람이 아니지만 홀로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아무도 믿지 못하고 스스로를 가두는 것으로 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믿고, 실제로 그렇게 생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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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아들은 이런 재앙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이지만 본 적도 없는 착한 사람들(가족 외에)을 믿고 있다(정확히 얘기하자면 착한사람으로 믿고 있다). 길에서 만난 노인에게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 개가 짖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남자는 누군가가 우리를 쫓고 있다라고 생각하지만, 아들에게는 이런 부정적인 걱정이 없다. 오히려 개가 있으니 한 무리의 가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보는 편이 더 가깝다.
이런 아들과 남자의 미묘한 갈등은 이 영화의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이다. 이런 재앙 속에서도 천사 같이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아들과 착한 사람이지만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재앙 속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던 남자의 이야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가지를 일깨워 준다.

'따라온다'의 이야기를 마무리 하자면 남자는 계속 불청객이 나타났을 때, 언제부터 우리를 따라왔냐며 의심했었지만 정작 그들을 계속 따라온 것은 영화 속에서 말하는 '착한 사람'들이었음이 밝혀지는 부분은 의미 심장했다(물론 영화에서 묘사하기로는, 왜 이 착한 사람들이 마치 부자를 시험이라도 하듯 계속 따라왔으면서 남자가 죽은 이후에야 나타났는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남자의 의심과는 다르게 계속 그들을 따라오던 이들은 착한 사람들이었고(개가 짖던 것도 순간도 그들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이를 은연 중에 믿어오던 아들의 믿음은 결국 사실로 드러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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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분명 컬러영화이지만 흑백 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거의 색이 드러나지 않는다. 색이 빠진 죽어있는 지구의 모습과 생존에 갈림길에 서 있는 인물들의 모습은 이로 인해 더 인상 깊게 다가왔으며, 별다른 스펙타클한 장면 없이도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구의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주연을 맡은 비고 모르텐슨은 다시 한번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흡입력 높은 연기를 펼친다. 비고는 실제로 아버지라는 캐릭터에 상당히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었는데, <더 로드>에서 그런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로버트 듀발과 가이 피어스는 워낙에 피폐한 캐릭터 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몰라볼 정도인데, 특히 가이 피어스의 경우는 까메오 라고 보는 편이 맞겠다(가이 피어스는 존 힐코트 감독의 전작 <프로퍼지션, 2005>에 출연했었다). 샤를리스 테론 역시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다른 의미에서 그녀의 출연이 굉장히 의미있게 느껴졌다. 그 이유는 아들 역할을 맡은 코디 스미스 맥피 때문이었는데, 물론 이 아역 배우의 연기 역시 흠잡을데 없이 만족스럽긴 했지만, 별개로 이 아이의 얼굴에서 샤를리스 테론의 얼굴이 계속 비춰졌다는 것이 몹시도 흥미로웠다. 흡사 실제 모자 관계가 아닌가 (테론에겐 죄송;) 의심을 해볼 정도로 코디 스미스 맥피의 눈빛, 표정, 볼 에서는 샤를리스 테론의 이미지가 매우 자주 흘러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들을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에서 단순히 아들 뿐만 아니라 아내를 그리는 그의 모습이 느껴져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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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닉 케이브 (Nick Cave)가 음악을 맡고 있습니다.
2. 존 힐코트 감독의 그의 아들인 Louie Hillcoat에게 이 영화를 바치고 있습니다.
3. 이제야 마음 놓고 맥카시의 원작 소설을 읽어볼 수 있겠네요 ^^;
4. 엔딩 크래딧과 함께 시작되는 소리들을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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