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2009년도 어느 덧 다지나가고 2010년 새해를 맞았네요. 먼저 부족한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조금 늦었지만 2009년 한해 본 영화들을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올해의 한국영화와 한국 영화를 제외한 올해의 영화 두 부분으로 진행될 예정이며(음반은 올해도 못할 것 같네요 흑 ㅠ),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제가 꼽은 올해의 해외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 해에도 제 블로그를 통해 같은 카테고리로 베스트 영화를 선정했었는데, 지난해 제가 꼽은 베스트 해외영화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영화를 제외한 2009년 저의 베스트 영화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15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지난 해도 워낙 좋은 작품이 많아 15작품을 선정하기가 쉽지 만은 않았네요. 15작품 가운데 순위는 없으며, 제목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였습니다. 각각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리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어쩌면 글 쓰는 것보다도 더 오래걸린 듯한 저질 디자인 실력에 갈채를 ㅠ)



걸어도 걸어도 - 진리를 다루는 방법


한 줄 평 : 너무 진부한 얘기를 너무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마법.




그랜토리노

http://www.realfolkblues.co.kr/908

한 줄 평 : 결국 남기지 못한 그 리뷰, 그 영화.




다우트 - 신앙심과도 같은 의심의 나약함

http://www.realfolkblues.co.kr/878

한 줄 평 : 액션 없이도 겁을 먹게하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




드래그 미 투 헬 _ 클래식한 B급 호러 무비의 그야말로 재미

http://www.realfolkblues.co.kr/1000

한 줄 평 : 탁자 위의 그 댄스 다시 보고파~




디스 이즈 잇 - 우리가 몰랐던 진짜 마이클 잭슨

http://www.realfolkblues.co.kr/1124

한 줄 평 : ㅠㅠ




디스트릭트 9 _ SF의 옷을 입은 정치적 메시지 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1118

한 줄 평 : 계속 이런 식이라면 피터 잭슨 '제작'만으로도 믿을 만하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 1950년대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본, 그들의 이상과 현실

http://www.realfolkblues.co.kr/1067

한 줄 평 : 올해 가장 인상적인 드라마!




더 레슬러 _ 한계와 가치있는 것들에 대한 찬사

http://www.realfolkblues.co.kr/884

한 줄 평 : 미키 루크가 울 때 나도 울었다 ㅠ




바더 마인호프 _ 혁명, 그 현실의 이름

http://www.realfolkblues.co.kr/1046

한 줄 평 : 그들에겐 과거 얘기지만 우리에겐 현실이라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




바스터즈 _ 타란티노가 말하는 내 생애 최고의 걸작

http://www.realfolkblues.co.kr/1127

한 줄 평 : 타란티노의 취미생활은 이제 경지에 올랐다




비카인드 리와인드 _ 미셸 공드리가 꿈꾸는 시네마 천국

http://www.realfolkblues.co.kr/848

한 줄 평 : 공드리! 카우프만 없이도 감동을 주었어 ㅠ




업 (Up) _ 놓아주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배려깊은 이야기

http://www.realfolkblues.co.kr/1053

한 줄 평 : 시작부터 울리면 어쩌란 말이냐 ㅠ




에반게리온:파 (破) _ 전율의 미완성

http://www.realfolkblues.co.kr/1157

한 줄 평 : 오타쿠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왓치맨 _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http://www.realfolkblues.co.kr/1110

한 줄 평 : 전부 조크야, 다 조크일 뿐이라고.




퍼블릭 에너미 _ 마이클 만의 실험적인 갱스터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1064

한 줄 평 : 극현실감을 추구하는 마이클 만, 다음 작품은 다큐멘터리?




전부 세어보진 못했지만 2009년 한 해도 참으로 많은 영화를 만났던 것 같습니다. 애착이 있던 극장들이 사라지고 문을 닫는 등 안좋은 일들도 많았던 한해였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극장에서 좋은 영화들을 계속 만날 수 있어서 여전히 좋았던 한해 였습니다. 2010년에도 부족하지만 제 블로그를 통해 계속 영화 리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댓글과 트랙백으로 의견 주시는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0년도 잘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각 영화사에 있습니다.






나인 (Nine, 2009)
뮤지컬은 결국 판타지와 챕터의 예술


<시카고>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롭 마샬 감독이 연출하고, 일일이 다 언급하기도 벅찬 캐스팅으로 더더욱 화제가 되었던 뮤지컬 영화 <나인 (Nine)>은, 앞선 이유만으로도 뮤지컬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영화 팬들에게도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호불호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대부분의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하나같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혹평을 등에 업고 관람을 하게 된 <나인>은 그래서인지, 아니면 뮤지컬 세계에 유난히도 동화가 잘 되는 개인적 특성 때문인지 크게 아쉬울 것 없는 멋진 뮤지컬 영화로 기억될 작품이었다. 잘 생각해보니 아마도 나와 롭 마샬 감독(혹은 롭 마샬의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과 나의 시선은)은 무언가 핀트가 맞지 않는 것 같긴 하다. 그의 대표작으로 큰 인기와 좋은 평가를 받았던 <시카고 (Chicago, 2002)>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크게 매력적이지 못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나인>의 리뷰를 쓰기 전에는 적잖은 고민도 되었다. 우스운 일이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 영화가 좋았다는 평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최근 본 <파르나서스....>의 경우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인상 깊게 보았다는 글을 쓰기가 잠시나마 머뭇거려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뭐 어차피 개인적인 차이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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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합성논란까지 있었을 정도로 말이 안되는 이 화려한 캐스팅을 보라!)

<나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8과 1/2>에 영감을 받아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그러니까 정확히 얘기하자면 <8과 1/2>의 리메이크라기 보단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 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천재 영화 감독이자 카사노바인 '귀도(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자신의 새로운 작품(이탈리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보여지는 것에서만 벗어나 솔직히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뇌를 고백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 과정 속에 그의 인생에 걸쳐 영향을 주고 있는 여러 여성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것으로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에 어떤 특별한 감동이 요소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영화의 주된 요소 중 하나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라고 보았을 때 이 영화는 분명 낙제점에 가까운 작품일 것이다.

또한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공감대도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귀도가 영화 감독으로서 창조의 고통을 겪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보다는, 그의 여성편력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기도 하는 편이라 귀도의 고뇌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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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들이 내러티브나 공감대(특히 공감대)면에 있어서 대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무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경우일 때 더 자주 나타나는데,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타 장르의 영화들보다 챕터의 성격이 짙으며, 그 챕터들이 노래라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캐릭터나 에피소드에 관한 설명을 대사나 상황으로 설명하는 것 대신 노래를 통한 시퀀스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화법에 있어서도 상당히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 한 곡은 정확히 챕터와 성격을 같이 하기 때문에, 노래가 끝난 다음에는 비교적 다음 에피소드로 빨리 이야기가 전환되곤 한다. 쉽게 얘기해서 노래가 삽입된 장면에서 인물들의 가사가 관객에게 좀 더 공감대를 얻어야만 챕터 방식이라도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텐데, 대부분이 이 장면을 '노래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이는 편이기 때문에 몰입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전 뮤지컬을 제외하고 최근 그나마 좋은 반응을 끌었던 뮤지컬 영화들을 떠올려보자면, 뮤지컬은 뮤지컬이되 주인공이 가수이거나 쇼비지니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경우가 많다. 이런 종류의 뮤지컬은 음악영화와 뮤지컬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작품들인데 (가까운 예로는 <드림걸즈>를 들 수 있겠다), 이런 작품들은 일반적인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전통적인 구성도 있으면서 또한 가수로서 노래하는 구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적은 부담감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게되곤 한다. <나인>의 경우는 또 조금 다른 경운데, 그래도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영화는 상당수가 그렇지만 '노래하는 것 = 판타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 역시 이런 공식에 가까운 작품이다. 애초부터 귀도가 상상하는 영화의 장면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처럼,  <나인> 속 노래하는 장면들은 귀도의 판타지이자 뮤지컬의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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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리도 화려한 여배우들이 캐스팅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판타지적인 특성과 강조된 챕터 형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작품은 확실히 무대 뮤지컬의 성격을 깊게 띄고 있는데, 사실 그러기엔 좀 캐릭터가 많았다는 생각도 든다. 워낙에 캐릭터가 많은 탓에 거의 소개와 자신의 이야기를 각자의 곡에서 모두 소화해야 했던 탓에, 이야기보다는 '소개'의 인상을 더 깊게 남긴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저 '니콜 키드먼 나왔다!', '아니, 소피아 로렌이잖아!', '퍼기는 역시 가수출신이라 무대가 강렬한데', '페넬로페 크루즈는 늙지도 안나봐' 등 배우마다 간단한 소감을 풀어내기가 일쑤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무대화되고 영화화 되면서 영화라는 것과 감독, 그리고 창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사그라든 것이 사실이다. 맨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화 <나인>은 펠리니의 작품보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가까운 작품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로 인한 혹평들은 어쩌면 예정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뮤지컬 영화의 오랜 팬으로서 <나인>이 좋았던 것은 클래식 뮤지컬 영화스러운 분명한 챕터별 구성과 환상적인 노래와 춤 때문이었다(확실히 클래식 뮤지컬 영화들에 비해 챕터를 감싸는 기본 이야기의 전개가 아쉬웠던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화려한 캐스팅의 배우들은 각자의 챕터에서 짧지만 강렬한 등퇴장을 보여주고 있는데, 니콜 키드먼 같은 경우는 확실히 그 금발과 아름다움 외에는 이렇다할 분량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내가 감독이라도 누가봐도 범접하기 어려운 여배우다운 한차원 높은 아름다움을 지닌 여배우 캐릭터에는 주저없이 니콜 키드먼을 캐스팅했을 듯 하다(그녀 외엔 케이트 블란쳇을 떠올릴 수 있겠다). 블랙 아이드 피스 출신의 퍼기의 경우는 사실 드라마타이즈의 연기는 하나도 없이 노래와 춤에만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오히려 더욱 그녀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사실 이런 여배우들 사이에서 어설프게 연기하느니 안하는게 나을듯 하다). 많은 이들이 페넬로페의 시퀀스와 더불어 최고의 장면으로 그녀의 시퀀스를 꼽고 있는 것처럼, 완벽한 무대 뮤지컬의 한 시퀀스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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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여배우와 챕터는 바로 케이트 허드슨의 시퀀스였다. 'Cinema Italiano'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기도 했는데, 무리 없이 노래하고 춤추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주디 덴치의 캐릭터는 조금 어정쩡한 감이 없지 않았고, 소피아 로렌 역시 좀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출연 소식 만큼의 인상은 주지 못한 듯 하다. 마리온 꼬띨라르의 경우 드라마 타이즈에 있어서는 페넬로페와 함께 가장 분량이 많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아카데미 수상자 답게 화려함이 없는 가운데서도 빛이 나고 있다(이 영화에선 숨막힐듯한 그녀의 클로즈업이 나온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섹시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선사하며 그녀가 입고 나온 의상처럼 보라색으로 표현하면 좋을 매력을 선사하는데, 확실히 그녀의 출연분이 다른 챕터에 비해 튀는 편이긴 하다. 오히려 주연을 맡은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경우 그의 출연작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편한 연기를 펼친 것이 아닌가 싶다. 항상 관객을 옴싹달싹 못할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 그가 어느 정도 힘을 빼고 펼치는 이번 연기도 색다르게 볼 만하다(첨에 그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또 하이라이트에서 목에 핏줄 세우며 열창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말이다;).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뮤지컬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황홀함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었던 영화로서, <나인>은 뮤지컬 영화팬인 내게 가슴 뛰는 영화였다.


1. 음악이 오히려 고전적이라 참 좋더군요. 사운드트랙은 이미 질러져있다.
2. 배우들의 연습장면이 짧게 나오는 엔딩 크래딧도 좋았어요.
3. 이 작품의 각본은 안소니 밍겔라가 마이클 톨킨과 함께 작업했었는데, 아시다시피 2008년 세상을 떠났죠. 영화는 그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4. <시카고>와 전혀 다른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카고>를 재미있게 본 관객을 홍보타켓으로 삼는 것은 역시 무리가 있을 것 같네요.
5. 어쩌다보니 최근 본 두 작품(파르나서스...)이 전부 저만 좋아하는(혹은 응원하는) 작품이 되어버렸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he Weinstein Company. 씨너지에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쉬타카 입니다.
2009년도 어느 덧 다지나가고 2010년 새해를 맞았네요. 먼저 부족한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조금 늦었지만 2009년 한해 본 영화들을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올해의 한국영화와 한국 영화를 제외한 올해의 영화 두 부분으로 진행될 예정이며(음반은 올해도 못할 것 같네요 흑 ㅠ),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제가 꼽은 올해의 한국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 해에도 제 블로그를 통해 같은 카테고리로 베스트 영화를 선정했었는데, 지난해 제가 꼽은 베스트 한국영화는 추격자/미쓰 홍당무/과속 스캔들/고고 70/다찌마와 리 였죠.


올해 역시 외화에 비해 국내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진 못했는데(20편이 못되는거 같네요), 그 가운데 베스트로 꼽을 만한 작품을 정리해보니 총 4편이 선정되었습니다. 네 작품 가운데 순위는 없으며, 순서는 우리말 제목 가나다 순입니다.

똥파리 (Breathless, 2008)

감독 : 양익준
주연 : 양익준, 김꽃비

리뷰 : 폭력의 역사를 통한 가족의 탄생 (http://www.realfolkblues.co.kr/952)
무대인사 사진 (2009.04.25, 아트하우스 모모) (http://www.realfolkblues.co.kr/946)


<똥파리>는 올해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에너지 넘치는 영화 중 한 편이었다. 양익준 감독은 폭력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결국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며, 입에 담기도 부담스런 욕설이 가득한 영화였지만 그 진심만은 어느 영화 보다 따듯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한국영화 올해의 발견이라면 단연 <똥파리>.





박쥐 (Thirst, 2009)

감독 : 박찬욱
주연 : 송강호, 김옥빈, 김해숙, 신하균

리뷰 : 욕망으로 물들인 박찬욱의 새로운 장르영화 (http://www.realfolkblues.co.kr/954)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박쥐> 씨네토크 현장 (http://www.realfolkblues.co.kr/963)

박찬욱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가장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우리 감독이긴 하지만, 이번 신작 역시 이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수작을 만들어냈다.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었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 좀 더 대중적인 코드로 돌아올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 역시 자신의 세계와 특유의 미장센을 숨김없이 드러냈으며, 그로 인해 더 큰 호불호가 생겼지만 나로서는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이 <박쥐>가 될 것 같진 않지만, 이건 분명 두고두고 이야기해볼 만한 텍스트와 미장센이었다.





마더 (Mother, 2009)

감독 : 봉준호
주연 : 김혜자, 원빈, 진구

리뷰 : 그녀의 이름은 마더 (http://www.realfolkblues.co.kr/987)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는 사실 조금 의외스러운 작품이기도 했다. <마더>는 그 미장센이나 분위기가 마치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고 해도 믿을 만큼, 박찬욱스러운 카메라 워킹과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는데, 물론 그 속에서 봉준호 만의 매력은 가득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병우의 음악과의 싱크로율은 날로 높아가고 있으며, 버스를 배경으로한 엔딩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멋진 올해의 엔딩 장면이었다.




잘알지도 못하면서 (Like You Know It All, 2009)

감독 : 홍상수
주연 :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정유미, 공형진, 유준상, 하정우

홍상수 감독의 <잘알지도 못하면서>는 올해에 본 영화 가운데 외화를 다 포함해서도 가장 재미있는 영화 중 하나였다. 러닝타임 내내 계속 '킥킥'거리며 웃을 수 있었고, 캐릭터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한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었음에도 당시 관람이후 리뷰를 쓰려는 시점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시점과 겹치는 바람에 글을 쓰지 못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어쩃든 홍상수 감독의 이번 영화는 여러모로 재미있고 곱씹어 볼만한 작품이었다.



1. 곧 2009년 올해의 영화 (해외편)를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각 영화사에 있습니다.







2009년의 마지막 날. 어디서 마지막을 보낼까 하다가 어딜가도 사람이 북적일 거라는 생각에 그런 곳들은 최대한 피해, 평소 홍대에서 자주가던 바인, '플로랄 고양이'에 들렀습니다. 오랜만에 갔는데도 그 따듯한 분위기는 여전하더군요.




역시 플로랄 고양이에 왔으면 와인 한 잔 해야겠지요. 와인 한 병을 시켜서 오붓하게 나눠 마시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플로랄 고양이가 좋은 이유는 그 따듯한 분위기 때문도 있지만, 그 이름답게 고양이를 만날 수 있어서죠. 예전에 만났던 고양이는 없었지만 다른 녀석이 저를 반겨주더군요. 은근히 와서 말을 붙이려는 녀석에게 시크하게 대해줬더니, 조금 관심을 갖다가 이내 자리로 돌아가더군요(시크한 고양이에게는 똑같이 시크하게 대해주는게 제 스탈이라. 하지만 결국 이러다보면 서로 더 친해지게 된다는;;)





전 그렇게 저에 홈그라운드인 홍대에서 고양이와 함께 조용히 2009년을 마무리 했습니다 ^^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2009)

난 그래도 테리 길리엄을 응원한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은 아무래도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로 최고의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진정한 그의 유작은 이 작품이라는 점에서,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른 여러 이유들을 재쳐두더라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 임은 부인할 수 없겠다. 히스 레저의 유작이기는 하지만 끝까지 본인의 촬영 분을 모두 마치지 못하고 요절하였기 때문에, 그의 동료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히스 레저가 맡았던 캐릭터를 나누어 연기했다는 것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제 막 배우로서 빛을 보려던 히스 레저의 죽음을 누구 보다 아쉬워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어쨋든 이 작품은 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이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브라질 (Brazil, 1985)>과 <바론의 대모험 (The Adventures Of Baron Munchausen, 1989)> <12 몽키스 (Twelve Monkeys, 1995)> 등으로 자신 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미장센을 선사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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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작품은 확실히 일반 대중적인 코드로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경우가 잦은 편이다. <브라질>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수 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긴 하지만 반대로 수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잘 이해 안되는 작품으로 꼽히기도 하는 것처럼,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기 보다는 자신의 세계 안에서 자신이 잘 하는 이야기만을 그 만의 화법으로 표현해내곤 했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장센(Mise-en-Scène)으로 흔히 얘기할 수 있는 독특한 영상과 미술적인 측면이다. <브라질>을 본 이들은 적어도 나중에 이 영화를 돌이켜 봤을 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었지? 하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지언정, 그 독특한 영상과 미술은 어렴풋이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영화나 뮤직비디오 등에서 비슷한 류의 영상을 보게 되었을 때, 저거 어딘선가 본 듯 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좀 더 확실하게 '테리 길리엄 영화였지!'라고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그가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어쨋든 개인적으로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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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이런 그의 특징이 좀 더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반대로 그의 독특함과 대중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경우라면 <12 몽키스> 정도가 될 것 같다). 다시 말해 내러티브나 이야기가 주는 재미나 감동은 부족한 편이지만, 다른 감독의 작품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황홀한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그의 특성을 분명 인지하고 감수하고 보기 시작한 영화임에도 이야기의 허술함(아니 허무함이라고 해야겠다)과 지루함은 눈에 띄게 발견되었다. 이 작품은 얼핏 들여다봐도 테리 길리엄스러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악마와 거래를 하고, 상상 속의 세계가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이 세상 이야기가 아닌 듯 싶다. 그런데 한 꺼풀 더 벗겨보고 나니, 이 이야기만큼 신파와 통속적인 이야기가 없다. 결국 바탕에 깔린 이야기는 악마와 거래를 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 약속의 하나인 딸을 두고 벌어지는 일에 가깝다.

여기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영화의 제목인 '상상극장'처럼 상상극장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더 주된 메인 스토리로 이끌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었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모르겠지만 테리 길리엄이 남들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이 상상극장 속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상상극장 밖 현실의 이야기는 사실 테리 길리엄이 짊어지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상상극장 속 초현실적인 꿈의 이야기는 만화같은 영상과 황홀한 이미지로 이야기 자체를 사로잡고 만다. 이 상상 극장을 소재가 아니라 더 큰 주제로 삼았더라면 오히려 더 테리 길리엄 작품 답지 않았을까(물론 그로 인해 대중과 더 멀어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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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보면서 예전부터 종종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이번 작품을 보면서 더욱 확실해 진 한 가지 사실은, 그가 참 순수한 존재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유치함과 순수함은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차이점인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 테리 길리엄은 참 순수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마치 자신의 아기자기한 세상에 빠져있는 미셸 공드리가 떠올랐달까(물론 반대로 테리 길리엄을 보며 공드리가 떠올라야 정상이겠지만 ;;).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이야기는 유치하기 보다는 순수한 것에 가깝다. 사실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영화가 중요한 순간에 반전이라고 내놓은 이야기에 '피식'하고 유치함을 참을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유치함이 느껴지는 한 편으론 '이 사람 정말 참 순수하구나'하는 애틋한 정마저 느껴졌다.

마치 감독 자신이 상상극장 속에 있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너무도 순수하게 '여기서 감동적이지 않아요?' '놀랐죠?'라고 얘기하는 듯 했다. 만약 다른 잘 모르는 감독이 이런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나 역시 '피식'하며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테리 길리엄의 이 허술한 이야기에는 뭔지 모를 순수함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부족한 이야기에서 순수함이 느껴진 것은 이야기 외적인 영상과 미술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에서는 제대로 부숴주고 극장 예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펙터클을 안겨주는 것으로 만족스럽고, 제임스 카메론에게는 현대의 최고수준의 영화기술을 통해 역시 영화라는 매체만이 갖는 매력을 안겨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면, 테리 길리엄의 영화에서는 상상극장 속 꿈꾸는 듯한 세계와 미장센이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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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팬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테리 길리엄은 단순히 연출 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직접 감독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음악에도 재능이 있어 직접 자신이 음악 작업까지 참여하는 감독이다(사실 나도 음악까지 이렇게 많은 곡을 참여하고 있는 줄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봤다). 그의 영상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CG가 화려해서도 아니고, 압도하는 스케일 때문도 아니다. 그저 독특함과 신비로움 때문이랄까. 다른 판타지 영화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 만의 감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감성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여러 조형물들과 영상, 캐릭터들은 어딘가 모를 매력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을 특히 좋아하는 것도 그만의 크리쳐들 때문이고, 앞서 언급한 미셸 공드리의 경우도 상상과 현실을 아날로그한 감성으로 표현해 내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아이디어 때문인데, 테리 길리엄 역시 이런 측면이 강한 편이다.

이런 점만으로 그의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번 작품도 제법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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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히스 레저가 워낙에 화제가 되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처럼 '파르나서스' 박사 역할을 맡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아니었나 싶다. 분량을 봐도 그렇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스토리의 주인공이라는 점도 그렇고 따져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었나 싶다. 워낙에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인상이 강한 터라 아직까지도 본 트랩 대령으로 더 익숙한 배우인데, 오랫만에 주인공에 가까운 비중으로 출연한 작품을 극장에서 보게 되어 일단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몇몇 장면에서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가 연상되기도 했지만(그러고보면 이안 맥켈런이 만든 '간달프'라는 이미지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 새삼 실감한다), 복잡/순수한 캐릭터를 연기내공으로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히스 레저는 본인을 <다크 나이트>와 <브로크백 마운틴> 이전에 캐스팅 해 주었던 테리 길리엄의 신작에 스타가 된 이후에도 일종의 보은 차원에서 출연을 결심한 듯 한데, 결국 끝까지 마치지는 못했지만 그로 인해 테리 길리엄의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일부 관객들 마저 히스 레저 때문에 보게 된 경우가 제법 있었으니,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을 준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인지 이 작품은 굉장히 노골적으로 히스 레저의 유작임을 작품에 심어놓고 있는데, 엔딩 크래딧에 간단한 한 줄 추모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히스 레저 유작'이라고 강하게 힘 주어 말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이것도 테리 길리엄이 너무 순수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ㅎ). 여튼 히스 레저는 그리 강력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없겠지만(만약 다른 새 배우가 맡은 역할을 본래대로 모두 그가 연기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다크 나이트>이후 전혀 다른 캐릭터에 다시 빠져든 모습을 볼 수 있어 다시 한번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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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의 역할을 대신하여 출연한 삼총사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은 짧은 분량 탓인지 자신들 만의 매력을 연기로서 펼쳐보이기 보다는 그저 '등장'과 '분위기'로서 전하는데에 만족해야 했다(확실히 이런 면에 있어서 조니 뎁의 강한 마스크와 분위기는 타 배우를 압도한다). 이들 외에 새롭게 눈길을 주게 된 배우라면 발렌티나 역할을 맡은 릴리 콜을 들 수 있겠는데, 그 묘한 눈빛과 표정(그리고 볼살)은 테리 길리엄의 세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마스크였으며 앞으로도 다른 작품에서 어떤 연기로 만나게 될지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였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커리어를 갖고 있는 뮤지션 톰 웨이츠는 미스터 닉 역할을 맡고 있는데, 한 편으론 참 톰 웨이츠 스러운 캐릭터와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마치 노래 한 자락 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거기까지 발전되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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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분명 지루하고 이야기는 허술하고, 어쩌면 판타지와 영상마저 커다란 임팩트를 주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난 그래도 테리 길리엄을 응원한다.


1. 아디오스, 히스 레저.
2. 히스 레저만 믿고 극장을 찾으셨다면 후회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Infinity Features Entertainment에 있습니다.








Al Green
Lay It Down


이 앨범이 발매된지는 사실 오래되었지만 한동안 수입반 재고가 없어서 구매를 못하고 있다가 두 달 전쯤인가 입고되자마자 바로 질렀던 그 앨범. 알 그린의 이번 앨범은 두 말 할 것 없는 최고의 앨범이다. 이 앨범을 늦었지만 소장하게 된 것은 올해에 가장 잘 한 일중 하나이며, 내 아이폰에 담긴 수 많은 앨범 중에 유독 자주 듣게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몇 일 전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알 그린이 있어 따듯하기만 했다.






Belle and Sebastian
The BBC Sessions


분명 이들이 데뷔했을 때부터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벨 앤 세바스찬의 앨범은 꼬박꼬박 챙겨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앨범 역시 별 고민없이 집어 들었는데, 고민할 필요 없었다는 건 사실로 드러났다.






Alicia Keys
The Element of Freedom


알리샤 키스는 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뮤지션 중 하나이다. 알리샤 키스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매번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지난 앨범에 비해 임팩트가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인데, 다음 앨범이 벌써 부터 기다려지는 것은 이런 양면적인 이유 때문이리라.





John Mayer
Battle Studies


존 메이어는 물론 데뷔 당시부터 '천재'소리 듣던 뮤지션이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 차원 높은 뮤지션으로 거듭난 것 같다. 곡을 만드는 능력 외에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도 지속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그의 이번 앨범도, 역시나 베스트다.





김책 정재일
The Methodologies

사실 지인에게 이 앨범을 소개 받기 전에는 발매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던 앨범이었는데, 만약 소개 받지 않았더라면 참으로 후회스러웠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든 귀한 앨범이었다. 아이돌이 지배하는 국내 음반 시장에서 이런 프리 재즈 앨범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단순히 어려워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 설득력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 말재주가 아쉬울 뿐이다. 정재일의 음악활동은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






Evangelion : 2.0 - You Can (Not) Advance

아마 <에반게리온 : 파>를 본 이라면, 자연스레 이 앨범에 손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Beautiful World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말해 무엇하랴. <에반게리온 : 파>인데.






잔혹한 천사의 테제 (2009 ver)
(残酷な天使のテーゼ)

이 앨범은 '파' 사운드트랙을 사려고 들어갔다가 우연히 검색에서 걸린 에바 음반이라 할 수 있는데, 제목처럼 에반게리온 TV시리즈의 오프닝 곡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의 2009년 버전이 수록되어 있다. 원곡만한 편곡은 없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준 버전이긴 하지만, 말해 무엇하랴. <에반게리온>인데.






바람의 검심
(るろうに剣心 -明治剣客浪漫譚)

며칠 전 신촌에 새로 생긴 북오프에 갔다가 덥썩 집어온 앨범. <바람의 검심>사운드트랙은 언젠가 하나쯤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이 앨범이 되었다. 켄신 관련 다른 음반들도 있었지만, 가능하면 리믹스 버전이 수록된 앨범보다는 오리지널이 수록된 앨범을 고르다보니, 이 앨범을 선택.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姬)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이미 소장하고 있지만, 예전부터 아시타카가 음반 표지 모델인 이 음반을 구매하고 싶었었는데, 역시 북오프에 들렀다가 충동구매 하고 말았다. 원곡과는 조금씩 악기 사용이나 편곡이 다른 곡들과 새로운 곡들이 담긴 음악들도 좋고, 무엇보다 저 자켓 이미지 만으로도 200% 만족스럽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대단원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해리포터


더 이상 원작 소설에 대한 이야기나 영화화 되었던 다섯 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꺼내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해리포터 시리즈는 이미 수년 간을 전세계의 영화 팬들과 함께 해온 인기 시리즈이다. 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는 다르게 애초에는 큰 흥미가 없던 시리즈였으나,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성숙해지는 이야기와 점점 어두워지는 분위기 탓에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점점 만족스러워지는 작품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는 약간 중간자 적인 자리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겠다. 세 번째 작품이었던 ‘아즈카반의 죄수’에서부터 시작된 소년, 소녀의 사춘기 감정과 성장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동시에,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될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앞두고 무언가 본격적인 이야기로는 번져나가지 않는, 즉 마지막을 준비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특히 시리즈를 계속 함께 따라온 관객이 아니라면 -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텐데, 해리포터에 별로 애정이 없는 관객이라면 액션이나 스릴러, 코미디 등의 요소 중 무엇 하나도 본격적이지 않은 것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시리즈의 팬이라 하더라도 무언가 강력한 한 방을 기대했던 이라면 역시 조금 아쉬움이 남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제목은 ‘혼혈왕자’지만 이 혼혈왕자에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도 있고, 아무리 ‘준비’의 개념에 충실한 작품임을 감안하더라도 임팩트 있는 여름 방학 블록 버스터를 기대했던 이들에겐 여러 모로 심심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아쉬운 점 -혹은 아쉬울 수 있는 점 -이 있음에도 ‘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비교적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나 그 분위기 때문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태생부터 굉장히 어두운 부분을 간직한 책 시작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 특히 어린이들이 주인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 시리즈의 막바지에 다다른 점과 아이들이 사실상 어른이 다 된 것이 맞물려서인지, 그 어두움이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분위기 만으로 깊게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우리의 주인공인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은 아직도 사춘기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진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그저 해리를 싫어하는 아이 정도로만 그려졌던 말포이가 본격적으로 어두운 면모를 드러내면서 작품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각 작품마다 꼭 한, 두 장면씩은 명장면을 만들어냈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뇌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멋진 장면을 수록하고 있다. 3D로도 제공되었던 초반 액션 장면이나 후반 부 덤블도어가 펼치는 ‘불쇼’(?)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즐리의 집이 공격을 당하는 시퀀스였다. 이 장면만 분리해두고 보면 그냥 스릴러 영화 혹은 공포 영화로 봐도 좋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카메라 워킹이나 화면의 질감 자체가 눈에 확 들어오는 구성이었는데, 일단 갈대 숲을 배경으로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전달하는 연출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매우 어두운 장면이었음에도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된 조명과 긴장감을 배가 시키는 카메라 워킹은 단연 이 작품 최고의 명장 면이 아니었나 싶다.




(이 멋진 장면을 블루레이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Blu-ray Menu






Blu-ray : Picture Quality

1080P/VC-1의 화질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워너브라더스는 블루레이로 넘어오면서 확실히 DVD의 화질 퀄리티는 저하된 듯 하지만, 블루레이의 화질은 매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선사했던 것 같다. 이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역시 최신작답게 레퍼런스에 가까운 깔끔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

(원본으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이 작품은 영화의 분위기상 영상 자체도 굉장히 어두운 편인데,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어두운 장면임을 감안한다면 더 수준 높은 화질이라고 하겠다. 위의 스크린 샷에서 볼 수 있듯이 밝은 장면에서는 물론, 안개가 자욱하게 껴있는 장면의 질감도 매우 잘 표현되고 있고, 어두운 실내에서의 명암과 선예도도 말끔하게 표현되고 있다. 어두운 장면이 많은 타이틀의 경우 아무래도 밝은 장면이 많은 타이틀보다 화질에 있어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따지고 보면 어두운 장면이 많은 타이틀이 오히려 화질의 좋고 나쁨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조명이 매우 탁월한 영상으로서 블루레이로 보았을 때 빛이 명암과 질감을 좀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Blu-ray : Sound Quality

돌비 TrueHD 5.1채널의 사운드도 역시 만족스러운 편이다. 초반 액션 시퀀스에서 바로 사운드 퀄리티를 체크해 볼 수 있는데, 우퍼 스피커의 과한 사용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미세한 잡음들도 수준급의 채널 분리 도를 통해 선명하게 전달되고 있다. 사실 넋 놓고 감상할 때는 미처 다 체크하지 못하는 소리들이 많은데, 일부 타이틀은 이런 점을 감안(?)해서인지 매우 작게 들리는 소리들에 대한 소스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타이틀은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미세한 소리들을 만나게 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특히 실내 장면의 경우 실외에서 내리는 빗소리가 미세하게나마 들린다던가, 음악과 복잡한 효과음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장면에서도 발걸음 소리를 놓치지 않는다던가 하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번 타이틀의 특징이라면 역시 우리말 더빙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어 더빙과 마찬가지로 돌비 TrueHD 5.1채널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인 퀄리티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더빙을 맡은 성우진 역시 수준급 성우들이 연기를 맡아 깔끔한 편인데, 어른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가 매우 만족스러운 것에 비해 헤르미온느 역할의 우리말 더빙은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더빙 수준은 높은 편이라, 꼭 어린 아이들을 위한 시청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우리말 더빙으로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되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2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블루레이는 첫 번째 디스크에는 ‘BD-Live’‘Maximum Movie Mode’를 수록하고 있고, 본격적인 부가영상은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다. ‘Maximum Movie Mode’는 본편 재생 시에 PIP 방식으로 제공되는 부가영상으로서 각 장면마다 흥미로운 제작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유니버설 타이틀에서 자주 발견되었던 아쉬운 점과 같이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특히 제작과정이나 촬영장 스케치 같은 경우는 다른 부가영상으로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글 자막의 미 수록은 아쉬움을 남긴다.






‘Close-up with the cast of Harry Potter’
는 영화의 스텝들과 그들이 맡은 분야를 소개하는 영상인데, 흥미로운 건 일반적인 부가영상과는 틀리게 영화에 출연한 어린 배우들이 직접 각각의 분야를 체험해보고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니얼 래드클리프는 편집을 제시 케이브는 올빼미 훈련 체험을 루퍼트 그린트는 스턴트 훈련, 보니 와이트는 미술과 소품을 직접 체험해보는 등 총 8개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 눈길이 가는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영화 속에서 깜찍한 사자 머리 모자를 쓰고 나와 한 눈에 캐릭터를 각인시켰던 이반나 린치가 영화 속 의상과 엑세서리에 대해 들려주는 것과 조감독으로 활약했던 제임스 펠프스의 이야기였는데, 특히 제임스의 경우 단순히 인터뷰 정도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상당 기간을 조감독으로 일한 것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이었다.





이 제작노트들의 특징이라면 단순히 ‘혼혈왕자’ 한 편만을 대상으로 한다기 보다는 가깝게는 바로 전편이었던 ‘불사조 기사단’부터 멀게는 전 시리즈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몇 편씩 작업한 스텝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분위기로 전개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다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영상은 원작자인 J.K. 롤링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J.K. Rowling: A Year In The Life’인데, 죄송하게도 다큐멘터리 시작에 앞서 등장하는 위와 같은 스포일러 경고 문구 때문에 ? 그것도 핵심 내용이 언급된다 하여 ? 겁이 나서 미처 확인해보질 못했다 (이 부분 양해의 말씀을 전합니다 ^^;)





‘One-Minute Drills’은 각각의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각 1분씩 빠르게 소개하는 영상인데, 1분이라는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6편의 작품을 거치면서 캐릭터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시절의 어리고 귀여운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 세월을 새삼스레 실감하게 되기도 한다.





‘What's On Your Mind’는 말포이 역할을 맡은 톰 펠튼의 소개로 각 배우들에게 짧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등등 본편적이면서도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고 대답하는데, 같은 또래의 배우들 각각의 취향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엠마 왓슨의 경우 예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또래보다 상당히 보수적인 취향을 지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그 밖에 ‘The wizarding world of Jarry Potter - sneak peek’에서는 2010년 개장 예정인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에 위치할 해리포터 테마공원에 대한 소개를 담고 있으며, ‘Additional Scenes’에서는 총 8개의 추가 장면을 제공하고 있다.




[총평] 전체적으로 레퍼런스 급인 화질과 사운드는 매우 만족스러웠으며, 대단원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전 단계로서 나쁘지 않았던 작품 역시 이 타이틀을 선택하게 될 이유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글|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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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Avatar, IMAX DMR 3D, 2009)
제임스 카메론의 기술론과 모노노케 히메


제임스 카메론의 무려 12년만의 신작 <아바타>는 전세계적인 흥행으로 기록을 세웠던 <타이타닉>이후 너무 오랜 만에 발표한 카메론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단연 화제를 모았으며, '차원이 다르다' '신세계를 선사한다' 등 홍보 측면에서도 비교를 불허하는 기술력을 앞세워 영화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이었다. 제임스 카메론을 다른 감독들에 비해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가 장인의 반열에 든 감독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장인의 반열에 들게 된 주된 능력이라면 역시 바탕에는 '기술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임스 카메론은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2>는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팬들 사이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인 <어비스 (The Abyss),1989>를 통해 당대의 영화 가운데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주며, 아니 신기술의 개발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영상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한 차원 높은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를 선사했다. 이번 <아바타>역시 포커스는 바로 이 기술력에 있었다는 점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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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의 기술력은 얼핏 봐도 그 체감도가 상당한 수준이다(물론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상당 수의 관객이 <아바타>를 통해 IMAX 3D는 물론, 3D입체 영화의 첫 경험을 치뤘다는 점과 홍보 측면에서 강력하게 어필한 '신세계'라는 단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일 것이다). 제목 처럼 영화는 인간이 '아바타'라는, 자신의 몸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존재를 통해 활동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갖고 있는데, 역시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SF영화에서 자주 반복되었던 '나를 대신하는 다른 존재'라는 설정이 아니라 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영화에서 구현해 내었는가 하는 기술 측면이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아바타>는 역시 최고 수준의 모션 캡쳐 기술을 선보인다.

사실 <아바타> 같은 영화는 기술력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면 알 수록 감탄하게 될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아주 일반적인 관객 입장에서 보자면 온몸에 센서를 달고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를 하는 '모션 캡쳐'라는 기술은
이미 여러 판타지 영화에서 실제 배우를 대신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었던 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 <아바타>가 이들 보다 앞서는 점이라면 기존 작품들이 모션 캡쳐 캐릭터와 실제 캐릭터 간의 자연스런 조화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 작품은 모션 캡쳐 캐릭터들만으로도 이야기의 감동과 공감대, 현실감을 100%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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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바타>역시 완벽하게 실제 배우들이 대체 가능한 세계라고 보긴 어렵지만(왜냐하면 '나비(Na’vi)’족이라는 인간이 아닌 특수한 종족으로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바타>는 분명 이제 곧 머지 않아 완전히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지 않아도(스크린에 본인의 실제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도) 전혀 지장이 없고 부자연스럽지 않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막연한 미래가 아닌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자막처럼) '가까운 미래'에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해 갖게 하는 첫 번째 작품이었다.

어쩌면 제임스 카메론은 이런 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아바타'라는 설정을 채용했는지도 모르겠다. <반지의 제왕>의 유명한 모션 캡쳐 캐릭터인 '골룸'이나, 몸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정의 <써로게이트>같은 영화와는 다르게, <아바타>는 극중 주인공의 얼굴을 그대로 닮은 '나비'족 아바타가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아, 저런식으로 가능하겠구나'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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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가 만족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제임스 카메론 답게 이런 기술력을 그냥 테크닉 측면에서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혹은 대중적) 코드에 맞게 잘 버무렸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나중에 내용 측면을 이야기할 때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굳이 다른 감독들의 작품을 들먹이지 않아도 될만큼 제임스 카메론 감독 전작들의 향수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이클 베이처럼 직접적인 하나의 카메라 워킹을 인장처럼 삽입하지는 않았지만, 제이크 설리가 처음 이크란을 타고 나는 장면의 화면 구성과 음악은, 제임스 카메론을 '세상의 왕(King)'으로 만든 그 유명한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그대로 연상시키며,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탈 것(?)은 <에일리언 2>에서 리플리가 탔던 파워로더의 업그레이드 형(물론 파워로더와는 달리 아바타의 그것은 본래부터 공격형이니 정확히 업그레이드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쯤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새 옷을 갈아입은 동의반복의 화법은 어떠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그저 제임스 카메론 본인이 액션 시퀀스나 특정 시퀀스를 구성함에 있어 가장 자신있는 구성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야기의 새로움 보다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볼거리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동의반복이라는 혹은 오마주, 더 나아가 이야기의 부실 소리가 나올 것을 감안하더라도 영상이 이야기의 평범함을 압도할 것이라 믿었던 것, 아니 자신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야 맞겠다. 확실히 <아바타>가 선사하는 놀라운 영상은 이야기의 부족함을 커버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아바타>의 표면적 줄거리와 구성은 일반 액션 영화들, <모노노케 히메>를 비롯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들(라퓨타가 연상되는 설정도 등장), 그 외에 여러 작품들에게서 영향을 받거나 이미 풀어낸 적이 있던 익숙한 것들이라 할 수 있겠는데, 눈여겨 볼 것은 이 평범한 줄거리에 비해 '판도라 행성'과
'나비(Na’vi)’족을 비롯한 그 광대한 세계관은 참으로 매니아들을 자극할 만한 매력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아바타의 세계관은 슬쩍 들춰봐도 여러 가지 궁금한 이야기들이 많다. 나비 족에 대한 근원과 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고, 그들 내의 후계자 구도 속 갈등과 다툼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에게도 전설로 내려오는 토르크 막토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아바타'라는 기술과 인간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 나비 족에게까지 파괴의 손을 뻗을 수 밖에는 없었던 이야기 등 이것저것 상상해볼 수 있는 외전 격의 이야기들이 상당한 편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을 영화로도 다시 소개가 되고 구현이 되겠지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시금 소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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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아바타>가 미덕으로 삼고 있는 것은 분명 '기술력'과 '압도하는 영상'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평범함은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지만, 개인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이라면 그래도 좀
'이라는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동의반복 보다는 무언가 또 다른 세계관과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나오길 기대했던 카메론의 신작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바타>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연상되었던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인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였다. <아바타>에서는 여러 작품의 흔적이 발견되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워낙에 <모노노케 히메>를 좋아하는 탓인지, 많은 부분이 겹쳐졌다.

역할을 대비시켜보자면 제이크 설리는 '아시타카'가 되겠고, 네이티리는 '산', 나비 족은 '모로'일족을 비롯한 숲의 신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쿼리치 대령은 '에보시'쯤 되겠고, 나비 족이 신성시하는 나무는 '시시가미'로 비교해볼 수 있겠다. 그런데 만약 위와 같은 정확한 대비였다면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더 좋은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바타>는 비슷은 하지만 내용과 메시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바타>의 세계관, 특히 나비 족의 세계관은 확실히 서양의 것은 아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동식물에도 모두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상은 분명 동양의 것에 훨씬 가깝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동물의 개념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동물이라고 여기는 맷돼지, 고릴라, 들개 등은 모두 어느 숲의 신으로 받아들여진다. 나비 족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네이티리는 제이크를 공격하는 사나운 무리를 공격하여 죽음에 이르게하지만, 이것은 필요에 의한 해침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과정과 영혼으로서 인식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크란 역시 단순히 '탈 것'이 아니라 영혼을 교감하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음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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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대한 아주 미세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나 민감한 분들을 위해~)

그런데 <모노노케 히메>와 다른 점이라면 바로 아시타카와 제이크 설리의 차이점, 그리고 에보시와 쿼리치 대령으로 대표되는 기업의 차이점에 있다. 아시타카는 인간이면서(숲의 신에게 저주를 받았으면서도)도 숲의 신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 중간자적인 캐릭터였다. 그는 에보시로 대변되는 인간문명세계와 산으로 대변되는 자연과 신의 세계 중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두 세계의 조화를 이뤄내려고하는 분명한 중간자이자 커뮤니케이터였다. 제이크 설리도 인간이면서 아바타를 통해 나비 족이기도 한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제이크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나비 족에게 가혹하기만한 인간들을 완전한 적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나비 족이 되어 인간과 적으로서 대항하게 된다.


쿼리치 대령과 에보시는 사실 큰 성격만 같을 뿐이지 겹쳐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정도로 작품에서 묘사하는 방식이 틀린 편인데, 에보시는 숲의 신을 죽이고 개발에 앞장서는 파괴자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생존의 테마가 깔린 이해 될만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쿼리치 대령은 그저 '악'일 뿐이다. 그는 흔히 이런 액션 영화에서 등장하는 별 이유없이 나쁜 놈이며, 전쟁 광에 가깝게 그려진다. 오히려 에보시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대변하는 것은 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파커를 비롯한 회사라고 볼 수 있겠다. 쿼리치와는 달리 파커는 무참히 나비 족의 성역이 쓰러져 나갈 때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표정 속에는 분명 '우리가 이렇게 까지 해야 되는건가?'하는 의문과 자책이 묻어 있었다. 또한 마지막 장면의 내레이션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인간들은 결국 이곳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다시 죽어가는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설명된다. 이것은 <아바타>의 인간들 역시 <모노노케 히메>의 에보시와 사람들처럼 생존의 테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런 점은 거의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가 인간과 나비 족을 화합으로 이끄는(어느 한편을 분명한 적으로 삼지 않는) 중간자적인 존재로 그려졌더라면, 그리고 자본주의와 폭력성으로 뭉친 인간들을 묘사함에 있어 생존의 테마와 자신들의 폭력성을 뒤늦게라도 뉘우치는 이해의 메시지가 있었다면 좀 더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 쓰고나니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는데, 영화 속 인간들의 폭력성에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이유를 만들어주자 가 아니라,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이유를 설득력있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해 가능한 범위의 폭력성과 성격으로 그려내었다면 더 좋았겠다라는 점이었다(쿼리치 대령과 같은 캐릭터라면, 사실 아무런 이해의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 완전 개발회사=쿼리티 였다면 차라리 아쉬움이 없었을텐데, 파커의 후회스런 표정과 마지막 내레이션 때문에 여지가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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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복귀작 (하긴 은퇴를 한 것도 아니었으니 복귀작 보다는 오랜 준비작이 맞겠다) <아바타>는 이야기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런 아쉬움을 소소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상과 스펙터클로 가득찬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아바타>는 분명 21세기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경험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1. 전 네이티리의 얼굴을 보면서 왜 그렇게 한예슬 씨가 연상되던지...
2. 시고니 위버는 나비 족이 되도 너무 얼굴이 알아보기 쉬워서 조금 민망스럽기도 ㅎ
3. 많은 분들이 네이티리 역의 조 샐다나에 열광하셨지만, 전 그래도 미셸 로드리게즈가 더! ^^
4. 3D IMAX로 감상하였는데 3D의 효과가 오히려 두드러진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냥 2D 디지털 관람이 개인에 따라 더 나을 수도 있겠구요.
5. 2시간 42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는 건 분명 재미있었다는 증거겠죠.
6. 제 별점 기준으로 보았을 때, 4개에 가까운 4개 반으로 보시면 되겠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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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반지하 창문 틈 사이로 왠지 모를 빛이 새어들었다.
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작은 창문을 밀어보니, 정말 눈 다운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다들 크리스마스 연휴라 여행을 떠난 탓인지, 제법 늦은 낮 시간 이었음에도 아직 아무도 발자취를 남기지 않은
순수한 눈 밭이 여기저기 내 발자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았던 눈 밭을 처음으로,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어가며 걷는 기분 만큼 행복한 시간도 없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난 이것 만으로도 겨울이 좋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2009)
액션 영웅 홈즈의 킬링타임 무비


올 연말과 크리스마스에 기대되는 작품 가운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 홈즈>도 빼놓을 수 없겠다. '셜록 홈즈'라는 인물은 자세히는 몰라도 그 이름이나 분위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로서 영화화 소식에 일단 기대를 갖게 했으며, <아이언 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하긴 제1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주연작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었다. 그 다음으로 기대를 갖게 했던 건 주드 로의 출연이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감독이 가이 리치라는 사실은 뒤 늦게야 알게 되었다. 만약 가이 리치 작품이라는 것을 벌써 알았더라면 조금은 더 기대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참 볼 것 많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첫 번째로 보게 된 <셜록 홈즈>는 예고편에서 살짝 맛을 보았던 것처럼, 기존 우리가 생각하는 '셜록 홈즈'와는 사뭇 다른, 액션 영웅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킬링 타임 무비로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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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셜록 홈즈라고 하면 기대되는 부분은 관객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고단수의 추리력을 통해 사건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여 송두리째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점을 들 수 있겠는데,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는 이런 홈즈의 면모를 반절 정도만 흡수하기로 한 듯 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홈즈는 분명 놀라운 추리력을 보여주기는 하는데, 이 추리력이라는게 오히려 액션을 할 때, 그러니까 격투씬에서 더 빛을 발하곤 한다. 사건을 추리하는 것도 것이지만, 적과 결투를 함에 있어서 미리 '이렇게 되면 이렇게 될 테니,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식으로 미리 짧은 시간동안 시뮬레이션을 해보고나서 그대로 번개같이 실행에 옮기는 홈즈의 모습은, 한 편으론 마치 성룡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잘 짜여진 액션 장면을 보여주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어, 이건 셜록 홈즈라기엔 좀 과한데..'하는 생각을 동시에 들게 한다.

물론 '나의 홈즈는 반드시 이래야 해!'라는 법은 없지만, 액션의 비중이 추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구성이라 살짝 의아스러운 것도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홈즈에 대한 이런 선입관(?)이나 기대가 없는 이라면 오히려 나쁘지 않은 액션 영화로 볼 수도 있겠다. 슬쩍 <300>마저 떠오르는 액션 시퀀스와 시대물과 CG가 적절히 가미된 배경과 효과는 액션을 좀 더 돋보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만약 '액션 영웅 홈즈'를 만들려고 했다면 아예 더 액션 고수 홈즈를 만들어도(물론 이미 영화 속에선 고수지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액션의 비중에 본래 홈즈의 면모인 추리력을 섞다보니 양쪽다 썩 만족시키지 못하는 심심함을 남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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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이언 맨>보다 액션 연기는 이 작품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또한 홈즈와 왓슨(주드 로)의 버디 무비적 형식을 슬쩍 띄고 있기도 한데, 이 역시 살짝 애매한 수준이다. 왓슨 역시 홈즈 못지 않은 액션 영웅으로 등장하는데(그러고보니 이들의 액션 능력은 흡사 '왓치맨'에 가까운 듯 ㄷㄷ), 버디 무비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액션영화로 돌아오곤 한다. 점점 예전의 남성적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주드 로는 이 작품에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이런 매력 측면에서 완전히 밀리게 되는데(물론 다우니 주니어는 본래 매력적인 배우이긴 하지만), 어찌보면 이렇게 전혀 다른 캐릭터로 전락(?)해버린 주드 로의 요즘이 그의 오랜 팬으로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이거야 말로 '나의 주드 로는 이렇지 않아'라고 해도 좋을 듯). 

레이첼 맥아담스 역시 별로 본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긴 하지만, 캐릭터와 완전히 싱크되지는 못한 느낌이라 그저 홈즈 주변의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캐릭터를 보여준 듯 하다(하긴 본래 '아이린'이라는 캐릭터가 그렇기도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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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 없이 보았던 영화라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관람이긴 했지만, 큰 기대를 했다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영화가 아닐까 싶다. 후속편에 대한 암시를(암시라고 하기도 민망한) 매우 노골적으로 말미에 주고 있는 작품인데, 이 시리즈가 계속 어떻게 전개 될지 그래도 기대가 되긴 한다. 가이 리치의 필모그래피를 따져보면 은근히 기복이 있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음 작품에선 그 기복 곡선이 높은 곳에 위치한 작품이었으면 한다.





1. 진짜 생각하면 할 수록 액션이나 홈즈라는 캐릭터의 묘사나 성룡 영화를 떠올리게 하네요.
2.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런 분위기로 굳어가는거 아닌가 몰라요. 세상사나 모든 일에 쿨한.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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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뒤척이며 아이폰으로 트위터를 둘러보던 중 잠이 단숨에 달아날만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직 한참 꽃을 피워야할 아름다운 여배우의 죽음에 관한 소식이었는데, 그 주인공이 브리트니 머피(Brittany Murphy)라는 점이 더더욱 충격적이었죠. 브리트니 머피에 대한 애정을 글로 고백한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지만, 그녀는 얼마전 누군가의 팬블로그를 만들려고 했을 때 조이 데샤넬과 더불어 후보로 거론되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은근히 좋아했었던 여배우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애정을 글로 표현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는 심장마비로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네요. 기사도 하나도 읽어보질 못했네요.


Regency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브리트니를 처음 본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1999년작 <처음 만나는 자유 (Girl, Interrupted)>에서 였던 것 같아요. 사실 이 때만 해도 브리트니 머피라는 배우를 거의 인식하지 못했었죠. 그저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인 위노나 라이더와 안젤리나 졸리에게 시선을 빼았겼던 것도 있구요. 그러던 그녀를 조금이나마 인식하게 된 첫 번째 영화는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2001년작 <돈 세이 워드 (Don't Say A Word)> 였습니다. 이 때만 해도 '엇, 처음 보는 여배우인데 마스크가 인상적이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정도였죠. 그리고 또 한 해가 흘렀습니다.


Imagin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본격적으로 브리트니 머피라는 배우를 좋아하게 된 건 역시 커티스 핸슨의 2002년작 <8마일 (8 Mile)>이었습니다. 여기서 브리트니는 극 중 에미넴의 여자 친구 역할로 등장했는데,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통해 그녀의 매력을 처음으로 발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분량이 아주 많았던 것도 아니고, 힙합과 에미넴을 다룬 영화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묘한 매력으로 에미넴을 보려고 극장을 찾았던 수 많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단 번에 각인시켰죠. 지금와 생각해보면 분명 <8마일>은 에미넴의 영화인데 왜 브리트니 머피가 더 먼저 떠오르는지 머리로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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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대중적으로 브리트니 머피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영화라면 역시 에쉬튼 커쳐와 함께한 2003년작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Just Married)>를 들 수 있겠네요. 여기서 브리트니는 자신 만의 엉뚱하고 활기차고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맘껏 선사하였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미지를 좀 더 부각시킨 영화들을 몇 편 더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약간 타이밍을 놓쳐버린 경향도 있고, 포지션이 좀 애매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더 어린 나이에 이런 비슷한 영화들을 여럿 만났더라면 산드라 블럭이나 드류 베리모어 못지 않은 코믹 로맨스에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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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코타 패닝과 함께 연기한 2003년작 <업 타운 걸스 (Uptown Girls)>를 지나, 2005년 파격적인 작품에서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로드리게즈와 프랭크 밀러의 작품 <씬 시티 (Sin City)>가 그것이죠. 많은 이들이 <씬 시티>에서 제시카 알바에 열광할 때 저는 브리트니 머피에 홀러 열광했었더랬죠. 브리트니 머피의 큰 눈과 입은 그래픽 노블 속 영상과도 잘 매치되어 매력적인 미장센을 만들어냈는데, 물론 <씬 시티>가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녀의 매력을 보려면 이 작품 역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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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녀가 떠나고 보니 그나마 가장 최신작이었던 <러브 앤 트러블 (Love And Other Disasters)>을 관람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네요. 브리트니 머피는 뭐랄까, 그 매력에 비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동년배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늦게 빛을 발한 것도 있고, 이미지 역시 분명하게 만들어내기 이전에 사그러진 느낌도 있구요. 1977년 생으로 우리나이로 아직 33밖에 되지 않은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여배우였는데, 벌써 우리 곁을 떠나다니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여러 모로 2009년은 마지막 달 마저 그냥 두질 않는군요 ㅠ




그녀를 떠올려보면 참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미소를 가졌던 것 같아요. 고양이 같은 묘한 매력과 함께 말이죠.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았을 여배우였는데.

이 추운 겨울,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추위보다 그녀와의 이별 소식에 마음이 더 아려오네요.



adios,
Brittany Murphy.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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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좋은 기회에 멋진 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회사와 그리 멀지 않은 강남역 근처에 있는 '올리브 팜스 (Olive Farms)'라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레스토랑'이라는 이름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고 나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레스토랑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회전 스시집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더군요. 아, 얘기를 한 김에 서두에서 해야할 취향에 관한 이야기를 더해보자면, 전 스시는 없어서 못먹지만 샤브샤브는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이 두 가지를 모두 주력하고 있는 올리브 팜스에 들러보고 나니 이런 저에게도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말 저녁을 맞아 정말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셨더군요. 저도 조금 기다린 뒤에 입장했고 그 이후에도 식사시간을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조금씩 대기를 한 뒤에야 입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엄청 넓은 공간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벌써 소문이 많이 난 탓인지 (어쩌면 저만 모르고 있었는지도 ;;),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가득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기본적으로는 회전 스시집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요리사 분들이 중앙에서 열심히 계속 요리를 만들어 접시에 내는 것도 그렇고, 긴 레일 위로 접시들이 계속 롤링되는 방식도 그렇구요. 회전 스시집과 다른 점이라면 올리브 팜스는 샤브샤브 역시 주력 메뉴이기 때문에 테이블 위에 냄비를 끓일 수 있는 렌지가 있는 점 정도 일 것 같네요.




아, 물론 보통 뷔페식 음식점과 같이 다양한 서브, 사이드 메뉴들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음식점들의 경우 메인 요리들도 중요하지만, 사이드로 제공되는 샐러드라던가 추가 요리들의 맛과 종류가 음식점의 호감도를 결정하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올리브 팜스는 만족스러운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샐러드와 과일 섹션도 즐기기에 큰 부족함이 없었고, 탕수육과 버섯 요리 등이 제공되는 서브 메뉴들도 메인 메뉴인 스시와 샤브샤브 만으로 심심(?)할 수도 있는 속을 달래주거든요 ^^;

전 올해 여름 바싹 다이어트를 하면서 몇 달간 풀만 먹고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그 전에는 잘 거들 떠보지도 않던 샐러드 섹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거든요. 가끔은 메인 요리들보다 더 먹는 경우도 있구요 ㅎ 그런 면에서 종류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메인 요리가 따로 있는 음식점에서 서브로 마련한 것 치고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아, 드디어 오늘의 메인 메뉴 소개. 소고기 샤브샤브 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샤브샤브를 따로 전문점에 가서 즐길 정도로 좋아하진 않는 저에게 올리브 팜스처럼 스시와 더불어 제공하는 음식점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히려 스시가 물리지 않도록 중간중간 샤브샤브를 먹다보니 평소보다 더 먹게 되기도 했구요. 또 샤브샤브 제료들이 회전 스시집 처럼 접시 위에 계속 롤링되다보니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들을 원하는대로 토핑할 수도 있고, 호기심에 먹어보기도 하고 말이죠 ㅎ 계속 불의 세기를 직접 조절해가며 스시를 먹을 땐 조금 약하게 했다가, 샤브샤브 위주로 먹을 땐 강하게 끓여서 먹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정작 샤브샤브 메인 요리인 소고기 접시는 찍질 못했는데(이 날 워낙 손님이 많아서 대놓고 사진을 계속 촬영하기가 민망스럽기도 하더라구요 ^^;), 제법 다양한 제료들이 롤링되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샐러드 섹션에서 가져온 과일과 샐러드, 마카로니, 연어 샐러드 한 접시와 사이드 메뉴에서 가져온 튀김, 닭고기, 탕수육 등도 종류가 많아 조금씩 밖에 즐겨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까지 하더라구요 ㅎ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재쳐두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역시 '스시', '스시'! 이다보니 스시를 몇 접시나 먹었는지 모르겠네요 ^^; 제가 많이 집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스시는 저말고도 인기가 좋아서 새것으로 만들어 놓기가 무섭게 금새 접시가 비곤 하더라구요. 특히 장어 스시는 굉장히 달면서도 맛있어서 일부러 콕 찝어 다시 먹어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언제 새 스시가 나오나 그 앞에서 한참을 서있어서 요리사분 보기에 좀 민망하기도 하더군요 ^^;).




잔뜩 종류별로 집어온 스시들. 저런 접시로 여러 접시를....ㅎㅎ 스시 맛이 좋다보니 배부른 줄도 모르고 포식을 했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스시만으로도 본전은 뽑았던 음식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찍어온 사진을 보니 다시 스시 한 접시가 급 땡기네요 ^^




스시와 샤브샤브 외에 스테이크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1회는 무료로 즐길 수 있고 그 다음부터는 유로로 즐길 수 있는 메뉴였는데, 저는 스시에만 집중하느라 스테이크는 미처 즐겨보질 못했네요 -_-;; 어디나 그렇지만 스테이크처럼 특별 메뉴는 타이밍을 잘 맞추거나 조금 기다리셔야 즐길 수 있어요.




스시와 샤브샤브를 정말 배부르게 즐기고 나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과 머핀 한개를 즐겼습니다. 아이스크림도 야구르트를 베이스로한 것이라 더 맛이 있었던 것 같네요. 후식도 다양한 과자, 빵들과 커피 등 즐길 만한 것이 많았는데 배가 많이 불러서인지 아이스크림으로 살짝 달래주었습니다 ^^;(하지만 칼로리는 아이스크림이 더?? ㅎ)




저처럼 샤브샤브에 대해 큰 호감이 없으시거나 강남역에 위치하여서 비슷한 류의 뷔페식 음식점들보다 가격이 비쌀거라고 생각하신 분들께는 추천해 드리고픈 음식점입니다. 비슷한 가격 대의 음식점들에 비해 즐길 수 있는 종류나 음식의 퀄리티가 높은 편이었고, 음식점 내의 분위기도 깔끔한 편이었구요. 정신없이 복잡한 강남역 근처에서 큰 고민없이 가볼 만한 음식점이 하나 생긴 것 같아, 왠지 뿌듯하군요 ^^;



(올리브팜스 강남점 오는 길)





줄리 앤 줄리아 (Julie & Julia, 2009)
꿈 그리고 동반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을 연출한 노라 애프런 감독의 2009년 작 <줄리 앤 줄리아>는 아무래도 연출을 맡은 그녀의 이름보다는 주연을 맡은 두 여배우의 이름이 더 솔깃 하는 작품이다. 노라 애프런의 전작들이 특히 별로였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어쨌든  두 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소설이 있는)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것이 고스란히 그녀의 공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역시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첫 번째, 아니 유일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두 명의 배우 때문이었다. 아마도 현존하는 여배우들 가운데 연기 내공으로 따지자면 동사서독 쯤 될 메릴 스트립과 평범한 듯 하지만 자신 만의 영역을 점점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에이미 아담스가 그 주인공이다. 잘 알다시피 이 두 배우는 이미 2008년작 <다우트>에서 함께 공연한 적이 있는데(참고로 <줄리 앤 줄리아>는 이 두 배우가 같이 연기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때와 이번 작품의 양상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메릴 스트립의 실로 무시무시한 연기력과 이를 맞서 겨루기보단 다른 방식의 영리한 연기를 선보이는 에이미 아담스의 모습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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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 배우가 좋아서 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감상이었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이야기에도 제법 감동하고 나온 경우였다.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의 이야기가 쉽게 접하기 힘든 독특한 이야기 인 것은 또 아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매우 전형적이진 않지만 어쨋든 그리 새로울 것은 없는 이야기이고 별다른 클라이맥스도 존재하지 않는, 스토리상으로는 제법 심심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되게 우스운건 몹쓸 감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극중 인물처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서른이라는 나이를 맞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별 것 아닐 것 같은 장면에서 뭉클하기에 이르기까지 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전설의 프랑스 요리 셰프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의 이야기와 뉴욕을 살아가는 평범한 공무원인 '줄리(에이미 아담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 두 이야기는 다른 세대와 시간의 이야기이지만, 줄리가 동경하는 줄리아의 이야기는 줄리가 막 요리 블로거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시점에서 동일하게 시작된다. 즉 줄리에게 줄리아는 영웅같은 닮고 싶은 존재이지만, 영화의 구성상은 줄리아 역시 줄리처럼 이제 먹 요리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함께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런 영화의 교훈은 사실 별다를 것이 없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었다'가 될 수도 있겠고, '시련 없는 성공은 없다'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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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마도 노라 애프런이 말하고 싶었던 깊은 뜻은 이런 전형적인 교훈적 메시지보다는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옆에서 항상 아무말 없이 지켜봐 주는 그들의 동반자다. 이 둘에게는 자신이 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요리 책을 완성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이 있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블로깅을 응원해주는 남편이 있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 이야기는 줄리가 줄리아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줄리 부부가 줄리아 부부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편이 더 옳을 듯 싶다. 물론 이제 막 요리를 배우고 책을 써가는 줄리아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의 남편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로 묘사된다(여기서 완벽이란 경제적 능력 따위가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를 사랑하고 지원하는 동반자로서의 의미다). 그에 반해 줄리는 열심한 블로깅 가운데서도 가끔 흔들리기도 하는 한편, 그의 남편 역시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줄리를 응원하는 듯 하지만 너무 블로깅에만 몰두하는 줄리에게 질투섞인 투정을 부리고 다투기도 한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얼핏보면 줄리아 부부에겐 커다란 힘든 일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저 줄리아의 호탕하고 기분 좋아지는 '호호' 웃음처럼 이들 부부에겐 항상 좋은 일만, 설령 좋지 않은 일이 있더라도 항상 긍정적 마인드로 모든 것을 이겨내는 듯 보이기도 한다. 분명 이런 긍정적 마인드는 줄리아에게 있어 지배적인 것이긴 하지만, 영화는 길지는 않지만 이들의 역경을 잠깐이나마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줄리아는 임신을 했다는 동생이 연락에 말없이 눈물 흘리는 것으로 봐서 (그리고 자녀가 없는 것으로 봐서) 자녀를 갖지 못하는 아픔이 있는 듯하고, 남편 역시 항상 아무 일 없는 듯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국가에게 불려가 의심받고 조사를 받는 등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시련을 딱 이렇게 스쳐가듯 한 장면으로만 묘사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임팩트가 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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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가 나름 가깝게 다가왔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블로그와 서른이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영화 속에서 흔히 불만족스러운 현실과 정체된 삶 등으로 그려지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 역시 서른은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나가는 친구들에 비해 작아만 지는 나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나는 무얼 잘하고, 무엇을 해야할까'하는 고민을 스무살 시절과는 또 다르게 고민하게 된다. 사실 따지고보니 영화 속 서른이 다가왔다기보다는 그 서른에 시작하는 것이 블로그여서 인듯 하다.

극 중 줄리가 블로그를 처음 만들고 목표를 잡고 블로그 이름을 짓고, 개설 버튼을 누르는 과정을 보며 새삼 내 블로그를 처음 만들던 그 시절이 떠올랐달까. 그것과 동시에 나는 처음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블로그를 시작했던가 하는 회상에 잠기게도 되고,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블로그를 이용하고 혹은 즐기고 있나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과연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듣고 있을까 의심스러웠던 그 때, 처음 누군가가 댓글을 달아 주었을 때, 방문자 수가 점점 늘었을 때 등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겪게 되었던 소소한 감정들을 직접적인 장면으로 만나니 이것 참 새롭고 한편으론 감격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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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잘한다 못한다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린지 이미 백만년 전의 일이니 추가할 말이 많진 않겠지만, 관객들은 또 한 번 그녀가 부리는 마법에 농락되어 메릴 스트립 = 줄리아 차일드를 그대로 믿게 되어버린다. 그 특유의 억양이나 발음 등은(아마도 실존 인물인 줄리아 차일드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척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절로 미소짓게 될 정도였으니, 메릴 스트립이 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서야 더 할말이 있을까(이야기의 반절만 맡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에이미 아담스 역시 워낙에 좋아하는 배우라 그런지 메릴 스트립과 투 톱으로 진행된 작품에서도 그럭저럭 선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메릴 스트립처럼 압도하는 연기는 아니었지만 현실적이고 있을 법한 줄리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뇌리에서는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의 공주옷이 지워지질 않아서인지 너무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에이미 아담스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배우만 믿고 보러 갔다가 찔끔 감동마저 받고 온 그런 영화였다.


1. 이 영화가 끝나고서는 저녁으로 맛있는 걸 먹으러 갔었습니다. 안 갈 수 없는 영화였죠 ㅎ
2. 이 영화가 또 한 번 찡했던 것은 영화가 끝나고 나온 실제 주인공들의 에필로그 자막 때문이었는데, 줄리아는 언제 세상을 뜨고 그 후 몇년 뒤 남편도 세상을 떠났다는 자막이 특히나 슬펐던 이유는, 줄리아가 먼저 떠난 뒤 몇년을 남편은 얼마나 외롭게 보냈을까가 절로 걱정되서였어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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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감성의 기댄 뱀파이어 로맨스

2008년 개봉했던 캐서린 하드윅 감독의 작품 ‘트와일라잇 (Twilight)’만큼, 남녀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 호가 크게 갈렸던 영화도 흔치 않았던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1700만부 이상이 판매된 스테파니 메이어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스크린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며 주연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단 번에 10대의 우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사실 원작 소설에 비하자면 그래도 나름 점잖은 표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뱀파이어 물이나 특별한 판타지 물을 기대하여 극장을 찾았던 남성 관객들은 오그라드는 손발을 견디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한 편, 십대를 비롯한 여성 관객들은 무섭기만 할 것 같았던 뱀파이어 물에서 자신들이 마음에 쏙 드는 로맨스를 발견하는 동시에 로버트 패틴슨이라는 훈훈한 청년을 가슴 속에 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사실 본인 스스로도 어느 정도 들었던 바가 있어 제법 맘을 단단하게 먹고 관람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런 사전 준비 작업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가슴 어디선가 살아 숨쉬는 꽃 띠 소녀의 감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큰 불편함이나 신체의 오그라듦 없이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다. 이 작품이 남성적이기 보다 여성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원작 소설을 쓴 스테파니 메이어는 물론이고 감독을 맡은 캐서린 하드윅 그리고 각본을 맡은 멜리사 로젠버그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성들이 핵심 파트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 역시 여성 스텝이다) 물론 여성 원작자와 감독, 각본가라서 반드시 여성스러운 이야기를 쓰라는 법은 없지만, ‘트와일라잇’은 분명 십대 소녀가 열광하는 그 지점을 정확히 파고 들고 있는 작품이며 그로 인해 엄청난 성공마저 거두었다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뱀파이어를 다룬 영화이기는 하지만 <렛 미 인>의 경우처럼, 정통적인 뱀파이어 영화로 이해하기 보다는 일종의 로맨스/판타지 장르로 이해하는 편이 더 편할 듯 하다. 즉 ‘무슨 뱀파이어 영화가 이래?’ ‘나의 뱀파이어 영화는 이렇지 않아’라고 접근 한다면 ‘트와일라잇’의 재미는 감소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물론 큰 줄기는 로맨스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은근히 기대되는 분위기들이 있다. 마치 ‘해리포터’시리즈가 단순히 마법 학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의 마법 실습 어드벤처만은 아니듯이, 이 작품 역시 그 배경에는 어두움이 미약하게나마 깔려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멋진 장면들과 감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점점 표면으로 어두움을 끄집어냄으로 인해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어른 팬들이 늘고 있는 ‘해리포터’시리즈처럼, ‘트와일라잇’ 역시 이런 어두운 부분을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구체화해 나간다면 소녀 팬들 뿐만 아니라 초반의 닭살 스러움을 참고 견딘(?) 남성 팬들마저 껴안을 수 있는 사가(Saga)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이 가정은 최근 개봉한 ‘뉴 문’마저 아직 보지 못한 상태에서 쓰여진 것은 물론,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가정입니다 ^^)






참고로 개인적으로 ‘트와일라잇’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엔딩 크래딧이었다. Radiohead의 ’15 Step’의 묘한 리듬감과 영화 속 장면 그리고 헤어, 의상 체크를 위해 촬영해 두었던 B클립들이 흑백 영상으로 이뤄진 엔딩 크래딧은 세련됨과 고풍스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구성으로, 가끔씩 이 시퀀스만 꺼내 보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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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 Quality

MPEG-4 AVC 포맷을 사용한 풀HD의 화질은 얼핏 봐도 상당히 디테일한 면이 돋보이는 수준급의 영상이다. 어두운 장면들이 많이 수록된 영화임에도 전체적으로 화면의 질감이 상당히 좋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바로 이 질감이었다), 선예도도 높아 깔끔한 외곽선을 확인할 수 있다.








‘트와일라잇’의 화질은 뭐랄까, 날씨로 치자면 좋은 날이라 평소에 안보이던 먼 산까지 보이는 날씨랄까. 실제로 화질 체크를 위해 주인공 외에 먼 배경을 살펴보았는데, 누가 볼까 싶은 배경들의 표현 수준도 만족스러웠다. 또 하나 이 타이틀의 화질 디테일을 살펴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영화 속 두 주인공을 비롯한 뱀파이어들의 매우 창백한 피부 표현들이라 할 수 있는데, 얼마나 얼굴이 창백한지 얼굴에 조금만 그림자가 저도 음영이 깊게 생기는 걸 확인할 수도 있었다. 특히 ‘에드워드’ 역할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의 경우 유난히 창백한 피부 탓에 미세한 면도 자국도 눈에 띄게 확인되곤 한다.



Blu-ray : Sound Quality

북미 판에는 DTS-HD MA 5.1채널만 수록된 것에 비해, 이번에 출시된 국내 판에는 이와 더불어 돌비 TRUE HD 5.1채널이 추가로 수록되었다.





사운드는 효과음들도 좋지만 무엇보다 삽입곡들에 더 치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영화에 수록된 곡들 가운데는 Muse의 ‘Supermassive Black Hole’을 비롯해 Radiohead의 ’15 Step’ 등 팝 팬들에게도 익숙한 넘버들을 영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액션 장면들이 많지 않아 효과음으로 사운드를 체크하기에는 조금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맨마지막 제임스와 벌이는 결투 장면에서는 액션 효과음을 만끽할 수 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총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트와일라잇’ 블루레이 타이틀에는 제법 알찬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역시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참여한 음성해설이다. 음성해설 수록이야 항상 반갑지만 국내 발매되는 타이틀의 경우 음성해설에는 유독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타이틀의 전체 수준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타이틀에는 코멘터리에도 한글자막이 충실히 지원되어 만족스러움을 안겨준다.




감독인 캐서린 하드윅과 로버트 패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참여한 음성해설은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데, 음성해설만 듣고 있노라면 세 사람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캐서린 하드윅은 목소리도 말투도 상당히 어리게 느껴지기도 한다. 본격적인 부가영상 가운데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뮤직비디오 (Music Videos)인데 단순히 뮤비가 수록된 것이 아니라 짧은 설명과 더불어 수록곡의 라이브 버전을 만나볼 수 있는 이색 부가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Muse의 ‘Supermassive Black Hole’ 같은 경우는 뮤즈의 라이브 공연 실황 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뮤즈 팬들이라면 이건 정말 의외의 수확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뮤즈의 곡 외에 Paramore의 뮤직비디오 ‘Decode’가 수록되었고, 린킨 파크의 ‘Leave Out All The Rest’의 경우는 뮤즈와 마찬가지로 라이브 실황 버전이 수록되었다.





무삭제 영상 (Extended Scenes)에서는 총 5개의 시퀀스의 확장 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데 단순히 영상만 수록된 것이 아니라, 감독의 짧은 인터뷰가 각 시퀀스 서두에 소개되어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되어 있다.





삭제 장면 (Deleted Scenes)에서는 역시 감독의 짧은 설명과 함께 총 5개의 삭제 장면이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제임스와 빅토리아의 키스 씬도 확인할 수 있다.




페이지에서 화면으로 ‘트와일라잇’ 모험과 여정의 시작 (The Adventure Begins : Twilight’s Journey From Page to Screen)은 기본적인 메이킹 다큐라고 할 수 있는데 제목처럼 원작이 영화화되기까지의 과정부터, 촬영의 소소한 에피소드들까지 만나볼 수 있다. 원작자인 스테파니 메이어가 어느 날 꾸었던 꿈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고, 액션이 많은 장면들의 경우 3D 애니메이션에 의한 사전 작업을 통해 실제 촬영 전 컨셉과 분위기에 대해 세심하게 테스트 하는 과정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속 뱀파이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각각의 뱀파이어 캐릭터들에 대한 특성과 성향에 대한 설명은 물론 컬런가와 제임스로 대표되는 노마드 뱀파이어들을 구분지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큰 비중을 갖지는 못했던 뱀파이어 캐릭터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을 통해 오히려 외전 격인 이들 개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장면 중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컬런가의 야구 경기 시퀀스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 장면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배우들이 직접 촬영하기 이전에 스텝들이 배우들의 역할을 대신하여 미리 대략의 동선과 동작들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테스트 영상은 매우 흥미로웠는데, 단순 테스트 영상이라기 보다는 이것만 있으면 실제 영화 속 장면과 비슷하게 촬영이 가능할 정도의 일종의 매뉴얼에 가까운 정보가 담긴 영상이었다.





후반 작업에서는 편집 과정과 액션 장면에서 사용된 와이어를 지우는 작업 그리고 여러 차례의 랜더링 작업 과정이 담겨 있는데, 의외로 그린 스크린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가능하면 스턴트 액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많은 팬들이 궁금해 했다던, 두 주인공이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헬기에서 촬영한 장면 역시 대역 연기자들이 실제로 안전장치를 하고 나무 위에 올라간 것을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팬들과의 만남 (The Comic-Con Phenomenon)은 코믹 콘을 통해 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던 모습을 담고 있는데, 단편적이기는 했지만 미국 십대들에게 ‘트와일라잇’이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트와일라잇’의 극성 팬들만이 모인 자리이다 보니 배우의 한 마디 한 마디와 감독의 조그만 정보 하나에도 환호성을 보내며 좋아하는 모습이 부러워 보이기도 했다. 모든 부가영상을 통틀어서 이 영상만 SD급 화질로 수록되었다.




이 외에 총 다섯 가지 버전의 예고편도 수록되었고, 최근 개봉한 후속 편 ‘뉴 문 (the Twilight Saga : New Moon)’의 예고편도 HD급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총평]호불 호가 워낙에 갈리는 작품 중 하나인지라 쉽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분위기 탓에 지레 짐작으로 보기를 꺼리는 것 보다야 직접 보고 확인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특히 단 편이 아니라 시리즈로 계획된 탓에 시리즈의 첫 단추인 ‘트와일라잇’을 보고 전체 시리즈와 본인 취향 사이를 가늠해도 좋을 듯 하다. 블루레이로서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화질과 사운드를 담고 있어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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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아이폰을 이렇게 빨리 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진작부터 사려고 했었다면 다른 물건을 살 때처럼 예약구매를 걸어두고 느긋하게 기다렸겠지요. 아이폰의 경우도 주변에서 워낙에들 많이 사기는 했지만, 수개월이 남은 노예계약과 이러저러한 자금사정들을 고려하여 일단 보류, 내년에 다음 세대 아이폰이 출시되면 마침 노예계약도 끝이 나니 그 텀에 사면 되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주변 사람들의 뽐뿌가 큰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니는 회사가 회사인지라 주변에는 국내 상륙과 동시에 여러 대의 아이폰 유저가 득세(!)하게 되었고, 여기까지만도 참을 만했는데 제가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여러 형님과 친구분들마저 아이폰을 대거 구매, 아이폰 어플을 이용해 트위터에까지 팔로잉이 많아지는 상황연출! 이 때부터 슬슬 제 노예계약의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기에 이릅니다.



(갑자기 불어닥친 분위기 탓에 사려던 날짜보다 하루를 앞당겨, 강남 Frisbee에 들러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노예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다보니 위약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남은 기계 할부금은 당연히 완납을 한 뒤에야 다른 폰으로의 가입이 가능할 줄 알았으나 왠걸. 같은 통신사에서의 기변이라 그런지 기존 할부금도 당연히 할부가 되는 이중할부가 가능하더군요(심지어 개통시에 직원분께서는 이 할부금에 대해 아무말도 안하시더라는;;). 그리하여 남은 할부금과 위약금을 더한 금액과 내가 노예계약 기간동안 겪어야할 정신적 스트레스를 비용으로 계산하여 비교하는 등, 구매 1단계인 자기 설득 과정에 들어가게 됩니다.




(아이폰은 설명서도 참으로 읽고 싶게끔 북 형식으로 되어 있구나~)

자기 설득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면 '와, 내가 이렇게 논리적이었나' '논리에 빈틈이 없어' '백분토론이라도 출연할 기센걸!' 등등 평소엔 쉽게 노출되지 않았던 나만의 잠재력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수개월 남은 기계할부금과 위약금을 굳이 내어가면서 까지 아이폰을 사야할 이유, 아이폰의 기능이 내게 가져올 변화, 아이폰이 없으면 겪게 된다는 말도 안되는 사내 왕따설 까지 기정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가설들까지 총 동원되는 자기 설득 과정이 끝나면, 주변 설득 과정이 시작됩니다.




주변 설득은 자기 설득 보다 오히려 쉬운 편입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과 싸우면서 이미 수 많은 논리들을 만들어낸 상태거든요. 그 논리를 다른 사람에게 그저 전파하기만 하면 되니 크게 어려울 것 없는 과정입니다. 아이폰 같은 경우는 오히려 이번 분야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을 설득시키기가 어려운 경우 입니다. 왜 햅틱이나 옴니아 보다 좋고, 굳이 사야하는지 설득 시키려면 좀 광범위한 설명을 할 필요도 생기거든요. 전 여기에도 성공. 커플 아이폰을 지르는데 성공했습니다 ^^v




컬러를 무엇으로 할까도 작은 고민중 하나였는데, 의외로 쉽게 결정했습니다. 화이트를 고른 대표적인 이유 가운데 몇가지를 들어보자면.

1. 검은색은 일단 아이팟 터치로 오인 받을 수 있다.
2.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아이폰 사고 싶은 이가 터치로 장난 치는 것으로 불쌍히 여겨질 수 있다.
3. 초반엔 몰랐으나 점점 화이트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4. 화이트만의 몇 가지 단점들이 지적되고는 있으나 어차피 2년은 버틸만 하다.





그래서 지른 16G 화이트 모델!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흰색 물체를 꺼내 귀 옆으로 가져가면 흠찟 놀라며 처다보는 이들이 몇몇 계시더군요. 놀라지 마세요, 비누가 아닙니다.






나중에 며칠간 다운 받은 앱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써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료 앱들 가운데도 좋은 앱들이 참 많더군요. 그리고 할인 행사 기간을 이용하시면 저렴하게 구매하실 수 있구요. 전 일단 서울버스 앱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고, TweetDeck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What;sApp은 유료로 풀리기 전에 막차로 무료로 구매해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Groupy를 통해 연락처를 그룹화하여 편리하게 전화부를 이용하고 있구요.

아이폰 구매하고 며칠 사이에 참 정신없이 보냈네요. 근데 더 신나는 건 앞으로도 정신없을 일이 무궁무진 남아있다는거죠 ㅎㅎ 아직 케이스를 못 골랐는데 화이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멋진 케이스를 물색해 봐야 겠습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음반의 이미지는 직접 촬영하였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에반게리온 : 파 (破) (Evangelion: 2.0 You Can (Not) Advance, 2009)
전율의 미완성


아....에반게리온.
일찍이 TV시리즈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접한 탓에 오히려 더 열심히 그리고 깊이 빠져들어, 그 속에 담겨 있는 안노 히데아키의 그 수많은 떡밥들을 죄다 물어늘어지며 인류보완계획에 대해 알아내려 했었고, 극중 신지의 절규와 해체로 이어지는 갈등과 고민은 나로 하여금 '그래 누구나 이런 고민들은 가슴 속에 하나씩 안고 있는 거였어'라며 그 심오함에 찌질함을 더해 신지의 독백, 나아가 레이와 아스카, 미사토의 독백에 이르기까지 모두 120% 흠뻑 받아들인 나머지 어느 덧 <에반게리온>이란 작품은 수많은 명작들이 존재하는 아니메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안노 히데아키의 <에반게리온>은 비단 위와 같은 내 경우가 아니더라도, 오타쿠와 일반인을 나누는 척도로 사용될 만큼 하나의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최근들어 미드에서 주로 자주 언급되곤 하는 '떡밥'이란 것에 대표적인 케이스인 동시에 작품 그 이상의 토론과 해석을 자아낸 일종의 '퍼스트 임팩트(First Impact)'였다하겠다.

수 많은 화제를 불러 왔던 TV시리즈와 이를 보완하려 등장한 두 편의 극장판 <앤드 오브 에반게리온 (The End of Evangelion, 1997)>와 <데스 앤 리버스 (Death & Rebirth, 1997)>가 공개된지 10년 만에 새롭게 공개된 <에반게리온 : 서 (序)>는 기존 TV시리즈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가 되 디자인 적인 측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많은 부분 보강된 '리빌드(Rebuild)'의 개념이었다. <서>는 TV시리즈를 충실히 즐기지 않은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크게 부담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 극의 흐름이나 캐릭터의 설명이나, 새로운 하나의 시작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기존 TV시리즈의 이야기를 압축하되 장면은 더욱 극장판스러워졌고, 이야기의 흐름은 더욱 매끄러워진 편이었다. 이런 <서>는 이렇듯 새롭게 시작하는 극장판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서 괜찮은 스타트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새롭게 선보일 극장판 시리즈가 그저 기존 TV판을 보완하고 다듬는 정도의 작업이 되는건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물론 그렇다고 '서'가 그저 리빌드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에바의 팬들이라면 무언가 이상 징후를 느낄 만한 몇가지 장면들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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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극장판 <파>를 기다리는 마음은 오히려 담담했었다. 시간상으로 <서>이후의 TV시리즈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어떻게 그려질까를 슬쩍 예상하며 감상하기만 하면 되었었기 때문이다(물론 여기에는 '루프설'이라는 강력한 떡밥이 있다!!!). 그런데 <파>는 시작부터 이런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다. 새로운 캐릭터 '마리'의 등장 씬부터 무언가 이상한 점이 감지된다. 그것은 단순히 마리라는 정체 모를 캐릭터 때문도 그녀가 입고 있는 새로운 디자인의 플러그 슈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파>의 대부분의 장면은 분명 에바 팬들이 기존에 보았었던 장면이지만, 동시에 전혀 새로운 장면이기도 한데, 이것이 이번 극장판의 가장 큰 장점이자 흥미로운 점이다.

<서>가 기존 줄거리를 보완하고 다듬는 리빌드였다면 <파>는 마치 타임머신이 등장하는 <백 투더 퓨처>의 지워지는 마티의 사진마냥, 존재하는 과거가 지워지고 새로 쓰여지는 느낌이다. 이런 징조는 아스카의 첫 등장 시퀀스의 다른 구성부터 시작하여, 신지의 나체를 교묘하게 가리는 코믹 씬을 더욱 코믹하게 아스카로 바꾸어 보여주는 것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속타는 빨대의 몹쓸 위치 때문에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랏, 이것보게, 무언가 계속 바뀌기 시작하잖아'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 이후로 이런 장면들은 예고도 없이 쉴세 없이 등장한다. 분명 센트럴 도그마에 있어야할 롱기누스의 창은 달 표면 위 우주에 고이 싸서 모셔져 있으며, 플러그 슈트를 입고 있는 카오루는 이카리와 조우하여 '아버지'라고 부르질 않나, 카지가 가져온 가방 속엔 아담 대신 '느부갓네살의 열쇠'라는 것이 들어있고 사도의 모습들도 처음 보는 낯선 모습들이다.

<에반게리온 : 파>가 <서>와는 달리 기존 TV시리즈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 더 높은 싱크로율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내용에 익숙한 팬들이라면 위와 같은 바뀐 장면들에서 이상함과 의아함을 느낄 수 있지만, <서>를 보고 바로 <파>를 감상한 이들이라면 이런 장면들이 어색하게 느껴질리 없기 때문이다. <파>는 철저히 에바 팬들을 위한 작품이다. 에바 TV시리즈와 극장판들을 모두 섭렵한 이들에게만 허락한 세계랄까.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 관람 전에는 반드시 TV시리즈를 봐야만 한다.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해야만 '왜?'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고, 그 '왜?'라는 물음이 <파>를 넘어서서 다음 극장판에서 어떤 대답으로 돌아올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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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부터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팬들을 궁금케한 떡밥들을 분석하자면 사실 보통일이 아닌데, 영화를 처음 다 보고 난 첫 느낌은 '아, 이거 내가 만만히 다룰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아니구나'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써두었던 에바 관련 시리즈 글들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질 만큼, 아니 어쩌면 전부 틀린 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파>의 충격은 대단했다. 영화가 다 끝나고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한 것은 정말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영화를 보는 내내 온몸에 힘을 쏟은 탓이었다. 아, 떡밥 얘기를 하려다가 말았는데, 그리하여 떡밥 이야기를 지금 이 시점에서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아, 그렇다고 해서 떡밥을 열심히 분석하신 분들의 글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 분석 글들이 저를 또 한 걸음 에바의 세계로 다가서게 하니까요 ^^;).

사실 팬들이 <에반게리온>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앞서 여러 번 언급한 이른바 '떡밥'에 관한 흥미가 그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일 것이고, 메카닉에 열광하는 것도 있을 것이며 아스카나 레이, 미사토 등 여성 캐릭터들에게서 느껴지는 강한 매력과 애착도 있을 것이다(다음 극장판인 'Q'의 예고편이 극장에 공개되었을 때 애꾸눈이 된 아스카를 바라보며 항의 섞인 탄성을 내뱉던 아스카 팬들의 마음을 해아려보라!). 이것들 외에 (혹은 보다도) 개인적으로 에반게리온에 흠뻑 빠지게 된 이유는 캐릭터들이 독백으로 풀어내는 수 많은 고민들과 관계 맺음의 어려움에서 오는 갈등에 있었다. 예전 이카리 신지의 관한 글에도 썼던 표현이지만, 신지의 독백은 곧 에반게리온의 주제라고 봐야할 정도로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찌질하다'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실 이런 신지를 보고 단 한번도 진심으로 찌질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내가 찌질해서인가 -_-;;). 신지의 독백은 당시 내가 겪던 고민들과 상황은 같지 않지만 충분히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서, 나 또한 쉽게 이겨내지 못했던 것들과 싸우는 과정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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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 파괴하고 건축하는 것은 비단 사도와 에바, 제3동경시 만은 아닐 것이다. 기존의 신지, 기존의 레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을 매우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적극성'이다. 먼저 레이의 변화는 놀라움을 넘어서 어색하기까지 할 정도다. 시리즈를 통틀어 딱 한 번 웃었나? 싶을 정도로 표현에 인색했던 레이는,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수줍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그 감정을 신지에게 전하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인 행동들마저 보여주게 되는데, 사실 이런 레이의 변화는 기존 TV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다(기존 팬들의 반응은 극중 토우지의 대사인 '저 레이가 인사를 했어'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레이가 변하면서 아스카 마저 캐릭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됬다. 레이가 신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이건 분명 적극적이다) 표현하게 되면서 은근히 신지에게 마음이 있었던 아스카 역시 레이에게 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라도 자신을 표현하게 되어버린다(신지에게 줄 도시락을 요리하며 다친 손가락의 반창고 숫자에서 레이에게 뒤진 아스카의 심정은 사도를 혼자 무찌르지 못한 것과 거의 동일한 것일거다).

신지의 변화 역시 여러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레이에게 직접 도시락을 싸주거나 된장국을 건내는 것도 그렇고, 아스카가 밤중에 불쑥 자신의 방에 들어와 옆에 등을 맞대고 누웠을 때에도, 놀라기는 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자신을 컨트롤 하는 모습이다(TV판에서 신지가 비슷한 장면에서 자신을 이보다 컨트롤 하지 못한 건 다들 잘 아실듯 ;;). 이런 것들 외에도 신지의 목소리에는 확실히 힘이 실렸다. 네르프를 떠나기로 결정한 뒤 이카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기존에는 그저 피곤하고 비꼬는 듯한 뉘앙스가 더 컸었다면, 이번에는 비꼬는 투는 여전하지만 분명 자신의 의지를 좀 더 확고히 밝히는, 목소리에 힘이 제대로 담겨있었다. 이런 신지의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는 변화들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렇게 신지가 흔히 말하는 '찌질 신지'를 벗어나 각성하면서 <에반게리온 : 파>의 주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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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판 인트로에 항상 귀를 즐겁게 해주던 삽입곡을 기억할 것이다. '잔혹한 천사의 테제 (残酷な天使のテーゼ )'의 주제는 역시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였다고 할 수 있는데, TV시리즈를 감싸고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화가 되어라'라기 보다는 그 이전에 '너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마라' '너는 칭찬 받아 마땅한 존재야'라는 위로와 토닥임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 <파>는 분명히 '신화가 되어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폭주를 넘어서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신지를 바라보며 미사토는 '그래, 신지 나아가라!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기존의 신지였다면 이 같은 상황에서 신화가 되기 보다는 그저 잠식되어버릴 확률이 높지만 <파>에서의 신지는 그야말로 신화다.

이번 작품이 그 어느 영화보다 절절하고 온몸에 힘을 쏟아 내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신지의 절실함 때문이었다. 신지가 사도에게 흡수되어버린 레이를 구해내려 인간의 한계를 넘나들며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신지의 절실함에 눈물마저 주르륵 흐를 정도였다(작품이 끝나고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도, 이 장면에서 신지와 함께 거의 동일한 에너지를 극장에서 써버렸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여기서 신지가 레이를 이렇게까지 구해내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레이라는 존재를 좋아해서도 아니고, 레이에게서 어머니가 느껴져서만도 아니다. 이것은 대상이 레이여서인 동시에 무엇보다 (진부하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신지가 여기서 레이를 그냥 놓아주게 된다면 신지는 또 다시 기존의 신지로 남게 된다.

이것은 TV판의 마지막에 모두에게 둘러쌓여 박수를 받으며 축하 받던 신지와는 또 다르다. 그 신지는 자신 내면의 고민과 갈등을 주변 사람들의 위로를 통해 내면에서 극복해낸 경우였다면, 이번 신지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을 능동적으로 이뤄내는 새로운 신지이기 때문이다. 이번 극장판을 본 이들이라면 누구도 신지를 더 이상 찌질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어떤 영화의 주인공이 이런 절절한 절실함이 보여준 적이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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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장선 상에서 보았을 때 단지 버전을 어쿠스틱으로 달리하여 다시 한번 엔딩곡으로 등장한 우타다 히카루의 'Beautiful World'는 <서>에서와는 달리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 곡의 가사를 보자면 앞서 언급한 미사토의 그 외침과 동일한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서>의 엔딩에서는 그저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르는거니?'라는 가사만이 와닿았었는데, 이번 <파>의 엔딩에서는 이보다는 오히려 '나의 세계가 끝날 때까지 만날 수 없다면, 너의 곁에 잠들게 해줘, 어디라도 상관없어'라는 가사가 더욱 와닿는다. 전자가 신지의 주변에서 신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면 후자는, 신지 자신이 본인에게 하고 있는 다짐에 가깝다. 극의 후반에 정말 치열하게 자신을 표현한 신지에게 너무나도 동화되었던 탓인지, 엔딩 크래딧에서 흐르던 'Beautiful World'의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은 정말 절실하게 다가왔다.

음악 얘기가 나온 김에 이번 작품에 쓰인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해보자면, 사실 조금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파>에 쓰인 음악의 포인트라면 가장 강렬한 순간에 가장 반대되는 서정적인 음악을 배치함으로서 오히려 장면의 파급력을 극대화시키려던 것이었는데, 이런 안노의 의도는 100% 이해되었지만 그 이질감이 조금은 지나친 감도 없지 않았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그 이질감은 덜해져 '날개를 주세요 (
翼をください)'가 나올 때에는 완벽히 동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두의 동요에 가까운 음악이 사용된 것은 좋은 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반비례가 아닌 비례하는 음악이 사용되었더라도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겼다(에바의 음악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언젠가는 에바 팬들만이 모인 프리미엄 시사회 같은 곳에서, TV판의 오프닝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를 다같이 합창하는 순간을 꿈꿔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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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실 <에반게리온 : 파>를 처음 보았을 때 '과연 내가 이 영화에 대한 글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만큼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이 작품이 아직은 하려는 이야기를 다 꺼내어 놓지 조차 않은 '미완성'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신 극장판에서는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쨋든 미사토의 이야기, 그리고 신지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마기와 리츠코의 이야기, 이카리 사령관과 유이의 이야기, 아스카의 개인적인 이야기 등은 아직 제대로 설을 풀지도 않았다. 그리고 에바 최고의 떡밥 캐릭터(아니 아니메 최고의 떡밥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카오루는 이번 <파>에도 무언가 보여줄 듯 했지만 그 이야기를 'Q'로 미뤄둔 상태이다.

<파>는 이야기의 임팩트만 보자면 거의 보통 시리즈 물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가공할 만한 먹먹함과 무력함을 안겨준다(글 속에서 여러번 언급한 듯 하지만 굳이 한 번 더 언급하고 싶을 정도로, Q의 예고편까지 감상하고 난 다음의 몸상태는 정말 '무력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새삼스럽지만 이 작품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일 뿐(?)이다. 과연 나머지 시리즈에서는 어떤 얘기를 또 어떻게 풀어가려고 <파>에서 이미 이런 무력함을 주는지 걱정이 될 정도다. 과연 이 이야기가 완전하게 종결이 될지도 의문이다. 또 다른 숙제만을 남긴 채 떠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이런 고민은 사실 하나도 중요스런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린 그저 안노 히데아키가 앞으로도 더 선사할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와 세계관에 그저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 기다림은 그 어느 때보다 고되겠지만, 어쩌면 아니 반드시 훗날 내 아이들에게 '난 에반게리온 극장판을 모두 극장에서 보았단다'하며 자랑하게 될터이니 이 정도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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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엔 에바 관련 글엔 예전에 써두었던 관련 글들을 링크 걸었었는데 이젠 부끄러워서 못 걸겠네요 ^^;
그나마 함께 소개할 수 있는 글이라면 신지에 관한 글 정도일듯 (http://www.realfolkblues.co.kr/48)
2. <파>에 등장한 이야기를 가지고 TV판과 비교를 해본다던가 다음 극장판을 유추해 보는 것은 아마도 <파> DVD나 블루레이를 보고나서야 가능할 것 같네요;;
3. 사실 개인적으로 수록곡을 블로그 주소로 사용했을 만큼 <카우보이 비밥>을 에바와 거의 동급으로 좋아했었는데, 이미 <파>로서 정해졌네요. 에바가 진리입니다 --v
4. 보통은 오타쿠가 아니라고 하려는 것이 보통인데 (오해가 있을실지 몰라 말씀드리자면 전 오타쿠라는 단어에 반감은 커녕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자라는 점에서 호감을 갖고 있는 편입니다), 에반게리온은 없는 오덕력을 죄다 모아서라도 '나 오타쿠야!'라고 외치고 싶은 작품입니다 ㅠ
5. 과연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요. 신지는 또 다시 박수를 받게 될까요. 아니면 박수는 이미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 뒤일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GAINAX에 있습니다.







뉴 문 (New Moon, 2009)
속편이란 사실을 망각한 속편


<트와일라잇>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제법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로맨스가 주가 되기는 했지만 뱀파이어라는 설정은 기존 로맨스 영화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장면과 요소로 흥미를 불러 일으켰고, 사가(Saga)의 첫 작품인 만큼 속편을 기대하게 하는 등장인물이나 이야기도 많아 그럭저럭 즐길만한 작품이었거든요. 사실 <트와일라잇>은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블루레이 리뷰를 위해서 최근에야 보게 된 흔치 않은 작품이기도 한데, 이와 같은 전작의 흥미로움과 더불어 드디어 무언가 본격적일 것만 같은 예고편 때문에 더더욱 트와일라잇 사가의 두 번째 작품 <뉴 문>을 기대하게 되었지요. <트와일라잇>이 거의 기대가 없던 반면, <뉴 문>은 개봉이후 터져나온 수많은 악평들 속에서도 기대를 했던 작품이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저도 그 아쉬움들 속에 의견을 좀 보태야 할 것 같습니다. 악평까지 할 이유야 없지만, 어쨋든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리고 속편이 보여주어야 할 미덕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또 다른 서론이 되어 버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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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감독이었던 캐서린 하드윅이 왜 하차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뭐 캐서린 하드윅이 연출을 했더라도 반드시 나아지리란 보장은 없다손쳐도, 크리스 웨이츠의 버전보다는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믿음(?)이 강하게 드는군요), 결론적으로 크리스 웨이츠의 <뉴 문>은 이래저래 아쉬움만 많이 남기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크리스 웨이츠의 전작이 <황금 나침반>이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반지 시리즈 이후 뉴라인에서 야심차게 내놓았던 판타지 시리즈였던 <황금 나침반>은 결국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위기에 놓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황금 나침반>은 어쨋든 대서사시의 첫 번째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되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아무리 소개할 것 많고 본격적인 카드는 숨겨두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 하더라도 너무한 부분이 좀 있었지만요.

그런데 크리스 웨이츠는 트와일라잇에 와서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뉴 문>은 <황금 나침반>처럼 시리즈의 첫 작품이 아니라 '두 번째' 작품이거든요. 이미 주요 캐릭터와 이 세계관에 대해서는 전편을 통해 대략적으로 설명이 끝난 상태라 이번 속편에서는 무언가 이를 배경으로 본격적인 사건과 갈등이 벌어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뉴 문>은 여전히 더딥니다. 전 남들 다 지루하다는 영화도 별 내색없이 척척 잘 보는 편이지만 <뉴 문>의 스토리는 참으로 더딥니다. 더디더라도 꼭 깊게 다뤄야 할 이야기가 있는 반면, 한 번의 설명으로 끝을 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인데, 벨라를 뱀파이어로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갈등하는 에드워드나, 벨라에 대한 마음으로 갈등하는 제이콥의 마음 등은 대부분 전작을 통해 이미 관객들에게 다 맛을 보여주었거든요. 물론 전작에서 이 갈등요소들이 모두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연장선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두 손 들어 환영하지만, 무언가 본격적인 것이 나와야할 속편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의 전개 속도가 너무 느리고 반복되는 느낌이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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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락에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뉴 문>을 기대하게 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늑대인간'의 등장이었습니다. 전편에서는 그저 그런 존재들이 있다는 것 정도일 뿐 활동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늑대인간들과 컬렌가로 대표되는 뱀파이어들과의 대결 구도는 벨라를 둘러싼 로맨스를 중심으로 충분히 보여주고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꺼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제이콥이 늑대인간으로 자각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들 무리의 활동도 사실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화려한 복근이 아까울 정도로요(물론 늑대가 되면 그 복근은 크게 효용이 없는 것도 같지만 ㅎ). 결국 다른 뱀파이어인 로랜트와의 액션 시퀀스만 한 건 있을 뿐(그 마저도 회상 씬으로;;) 이 늑대인간 시퀀스는 적어도 이번 작품에서는 소개 이상의 이야기는 제공하고 있지 못합니다. 늑대인간과 뱀파이어간이 전쟁이라도 기대했던 저로서는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깊은 이야기가 나올 줄로만 알았었는데, 너무 서로의 경계만을 '충실히' 지키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더군요.

아로(마이클 쉰)로 대표되는 이탈리아의 강한 뱀파이어 일족의 이야기도 너무 허무하게 다뤄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극중 자막으로는 '배신'으로 다뤄지긴 했지만 배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하기까지한 갈등이었으며(사실 갈등이란 것 자체가 없었죠),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매우 직접적으로 가져왔다고는 하나, 잘못 알게된 벨라의 죽음 때문에 자신을 죽여줄 대상을 찾아 더 강한 뱀파이어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는(하긴 벨라가 본인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했으니 복수할 대상이 없죠;;;) 설득력이나 극적인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구요. 뱀파이어 일족, 그리고 이들의 역사와 전통에 관한 더 깊은 이야기와 이를 사랑 때문에 배신하려는 에드워드와 이를 돕는 컬런가이 이야기가 펼쳐졌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대부분의 관객들이 못알아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극장 내에 아무런 수근거림이 없더군요;;) 왜 나왔는지 모르겠는 다코타 패닝처럼, 이 이탈리아 시퀀스는 또 다른 소개만을 남긴채 아무런 본격적인 것도 보여주지 않은채 끝나버리더군요. 결론적으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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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리즈의 경우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과연 마지막에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이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해결되려고 이렇게 몰고가나'하는 의문과 기대가 동반되어야 계속 볼 맘이 생긴다고 할 수 있을텐데, <뉴 문>은 <트와일라잇>에서 생겼던 기대마저 사그라들게 만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듯 합니다. <뉴 문>이 만약 사가의 첫 번째 작품이었다면 괜찮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크리스 웨이츠가 캐서린 하드윅의 전작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다시 쓰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쨋든 전작에 이어 속편을 보게 된 대부분의 관객 입장에서는, '어, 도대체 본격적인 이야기는 언제 하려고 그러지?'하는 의문을 남긴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1. 올해 처음으로 극장에서 크래딧이 모두 끝나기 전에 극장을 나왔습니다. 물론 그래도 맨 마지막으로 나오긴 했지만요.
2. 시리즈의 다음편인 <이클립스>는 <하드 캔디>와 <30 데이 오브 나이트>를 연출한 데이빗 슬레이드가 연출을 맡을 예정인데, 기대반 걱정반이네요. 차라리 손발이 좀 오그라들더라도 시리즈의 미덕이려니하고 캐서린 하드윅을 그대로 밀고 갔으면 어떨까도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연출했던 알폰소 쿠아론이나 데이빗 예이츠였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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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 (Moon, 2009)
외로운 존재의 독백


던칸 존스 감독의 <더 문 (Moon)>은 참으로 단순하다. 그간 SF 장르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진화해 온 이야기를 여전히 배경으로 택하고 있으며,  제목도 그저 '달'일 뿐이고 주인공이라고는 샘 록웰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며 기술적인 측면의 역시 그 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던 관람 전에는 그저 샘 록웰이 우주에서 펼치는 무언지 모를 이야기 정도라는 예상이 고작이었는데, 이야기는 오히려 크게 새로울 것이 없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솔라리스> 등을 닮았으며, 그 가운데에 있는 영화의 주된 갈등 요소는 철학하는 SF영화라면 꼭 한 번씩은 겪어야 하는 '존재의 이유'인 듯 했기 때문이다.


(이후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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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달 표면에서 자원을 채굴하고 있는 샘 벨 (샘 록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샘은 회사와 3년 계약을 하여 이 곳 달에서 홀로 남아 자원 채굴 업무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제 그 계약 기간은 2주 밖에 남질 않았다. 아무도 없는 우주선에서 샘이 의지할 곳이라고는 로봇 거티(케빈 스페이시 목소리 연기)와 지구에 있는 아내와 딸 '이브'의 사진들 뿐이다.

일단 <더 문>이 초반 느껴지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사람이라고는 혼자 밖에는 없는 달 표면 위 공간에서, 우주의 고요함 만큼이나 적막한 분위기 속에 하루하루를 같은 일로 시간을 보내며 그저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샘의 모습에서는, 일의 고됨이나 피로함보다 오히려 외로움이 깊게 느껴진다. 이런 샘의 3년이란 시간을 반영하듯, 우주선 곳곳 기기들에는 저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으며 외로움을 덜해줄 대상들을 만들어내려던 노력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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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샘은 어느 날 작업 중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회복실에서 깨어나보니 자신과 똑 같은 또 다른 '샘 벨'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사고로 인해 상처투성이고 약해진 자신에 비해 강해보이고 세련된 모습이지만 분명 그는 자신과 같은 샘 벨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영화 줄거리상이나 관객에게나 모두 당연히 샘 벨은 인간이라는 서두의 분위기를 단 번에 뒤집는 '클론'이라는 사실을 발견함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생각보다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놀라기는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나와 똑같은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며, 새롭게 등장한 샘 역시 발견 당시에는 많이 놀랐었지만 이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기서 다시 외로움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이 두 명의 샘 벨에게는 자신이 클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충격보다도, 3년 간이나 혼자였던 시간에서 벗어나 드디어 누군가 이야기하고 만져보고 싶은 대상이 생겼다는 (그것이 설령 자신일지라도) 것에 더 반가운 눈치다. 존재의 반가움에 더해 매일 비슷한 얘기 밖에는 할 이야기가 없었던 거티와의 대화에 새로운 주제가 생긴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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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이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SF영화들과 가장 차별되는 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스스로 인간인 줄 알고 있었던 클론, 그들이 겪는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자아에 대한 존재의 이유와 혼란에서 오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한 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샘이 자신이 클론임을 알고서도 크게 놀라거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크게 반문하지 않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내가 그랬다면 어땠을까. 과연 수십년을 인간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어느 한 순간 내가 그저 클론임을 알게 되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그 동안 내 삶이 조작되어 지고 이식되어 진 것이라고 해서 그 기억들을 단숨에 부정할 수 있을까. 주입된 기억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내 아내와 딸 아이 역시 모르는 사람, 그저 만들어진 관계라고 인정해 버릴 수 있을까.

던칸 존스는 존재에 대한 어려운 철학적 고뇌 대신에 그저 존재 본연이 갖는 감정에 충실했다. 샘은 자신이 클론 임을 알게 된 이후, 통신을 막고 있던 인위적인 힘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가장 먼저 자신이 집으로 전화를 건다. 주입되어진 가짜 인생이 만들어낸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아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미 샘에게는 자신의 기억이 진짜 인지 거짓인지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가짜라고 한들 기억에는 너무 생생한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으로 전화를 걸고는 부쩍 커버린 딸 이브의 모습에 놀라 급하게 전화를 끊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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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영화가 자신이 인간인 줄로만 알았던 주인공이 나중에 클론임을 알게 되 혼란을 겪고 고뇌하는 것이 주가 되는 이야기였다면 <블레이드 러너>처럼 자신들의 창조주라도 찾아가서 따지던, 그들을 모두 망쳐놓고 새로운 인류가 되던 했어야 했다. 하지만 <더 문>의 두 샘이 가장 원하는 것은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리워하던 아내는 죽고 없지만, 부쩍 커버린 딸 아이를 두 눈으로 직접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외로움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관객의 눈을 사악하다. 영화 속에서 클론이라고 일러주면 바로 다른 눈으로 보게 마련이다. 바로 로봇 취급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무리 안쓰럽게 보아도 클론이라는 사실을 잊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접근 방식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틀려진다. 영화 속 샘 벨에게서는 홀로 등장하던 똑같은 둘이 함께 등장하던 별로 클론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샘을 바라보는 눈빛은 '클론이라 참 안됐다'라는 식이 아니라 그냥 '샘이 참 안됐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쩌면 힘빠지고 별 것 아닌 허무한 이야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은 오히려 잘 가려고 하지 않았던 '쉬우면서도 옳은 길'을 택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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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바와 같이 이 작품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우주선 내 세트를 제외하면 달 표면 위에서 벌어지는 체굴 장면 같은 경우 미니어처 작업이 확연히 티가 날 정도의 규묘였다. 마치 미셸 공드리나 스파이크 존즈의 공작 작품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아날로그함이 촌스럽다기보다는 기발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는데, SF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반드시 블록버스터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갖은 이들에게는 작은 충격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문>은 올해 안봤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했을 참 좋은 SF영화였다.


1. 알려진대로 감독인 던칸 존스는 데이빗 보위의 아들입니다. 데이빗 보위의 아들로 살아가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2. 영화 속 우주선의 이름은 '사랑(SARANG)'인데, 이것 때문에라도 국내에서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올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짧지만 우리말 대사도 하나 나오죠 ㅎ)
3. 영화를 제작한 회사와 (Lunar Industries) 영화 속 회사의 이름이 같습니다. 이거 은근 재미있던데요 ㅎ
4. 국내 상영시에는 수입사에서 자막작업시 좌우 화면을 잘라 화면비가 조금 외곡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게 지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어쨋든 온전한 영화는 못본 셈이지요.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가 나오면 다시 꼭 봐야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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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 (Ninja Assassin, 2009)
비 주연의 그냥 액션 영화


<닌자 어쌔신>을 이야기할 때 주연을 맡은 비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 <스피드 레이서>를 보았을 때도 상당히 놀랐었는데, 이 작품처럼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고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화에서 국내 배우가 당당히 원톱 주연을 맡았다는 점은, 일단 영화의 호불호를 떠나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박지성을 예로 들만큼, 비의 이번 출연은 지금까지 한국 배우가 헐리웃에 진출했던 경우 가운데 단연 최고의 비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랑스럽고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사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하긴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작일 뿐, 감독을 맡은 제임스 맥티그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의 전작 <브이 포 벤데타>를 인상 깊게 보았음에도 이번 작품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까닭은, <닌자 어쌔신>의 주인공이 제목 그대로 '닌자'였기 때문이었죠. 혹시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을 맡았다면 '그래, 워쇼스키들은 워낙에 오타쿠이니 닌자 영화도 오리지널에 가깝게 만들 수 있겠지'하고 기대했겠지만, 제임스 맥티그가 '닌자'의 세계를 얼마나 제대로 그려낼까 하는 의문점이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이 영화는 닌자를 주인공으로 닌자의 세계에 대해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만, 진짜 닌자 영화를 적지 않게 보아왔던 이들이 본다면 '그냥 액션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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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예상했던대로 제법 고어한 액션 장면을 보여줍니다(특히 '비가 나온다!'라는 것만으로 극장을 찾은 여자관객분들께는 더더욱이요). 팔, 다리는 우습게 잘려나가고 얼굴도 그에 못지 않게 잘려나가지요. 첫 액션 시퀀스에서는 '자, 우리 영화는 이 정도로 잔인한 영화야'라는 것을 보여주듯, 사지절단을 관객이 확실히 확인할 수 있도록(그것이 주가 된) 구성된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후에는 절단 자체에 포커스를 둔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너무 어두운 배경 속에 일어나는 액션이다보니 그렇게 힘들게 연습해왔다는 액션의 합(合)을 제대로 확인해보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물론 영화의 줄거리에 따르자면 어두운 곳에서만 등장한다 라는 식이라 어쩔 수 없는 액션 장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에서 액션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은 조금은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액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해보자면, '닌자 어쌔신'이라 하여 특별한 '닌자'액션을 기대했던 이들이나, 동양 무술에 더 정통한 액션 장면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많이 아쉬운 '판타지'액션 연출이 대부분인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동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연출자의 문제 혹은 간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마치 게임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단순한 닌자의 이미지만을 가져와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낸 '닌자'와 그 세계의 이야기는, 서양인들에게는 모르겠지만 동양인인 제가 보기에는 정말 판타지 액션에 가까운 정도였거든요(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이 영화를 판타지 액션으로 기대하고 가셨던 분들이라면 크게 실망할 것 없는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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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스토리의 문제 역시 그냥 '즐겨라'하는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입니다(참고로 저는 최근 스토리의 빈약함으로 비슷한 지적을 받았던 <2012>에 대해, <2012>는 본래 그런영화고 에머리히 영화는 본래 그런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었습니다 ^^;). <닌자 어쌔신>의 주요 줄거리와 테마라고 한다면 주인공 라이조(비)가 자신을 키워준 닌자 패밀리(오주누)를 배신하고 이들과 벌이게 되는 결투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반복되는 회상 씬에도 불구하고 라이조가 갑자기 배신하게 된 이유가 설득력이 부족하고(차라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여자 수련자가 죽음을 당하기 직전에 배신을 하였으면 좀 더 이해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후반 부 등장하여 계속 '동생아, 동생아'를 외치던 릭윤의 등장은 조금 쌩뚱맞아 보이기도 하거든요(얼마나 얼굴을 공개한 분량이 적었는지 많은 분들이 릭윤을 못알아 보시더군요).

영화의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부분은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일본인이고 대부분의 배경은 베를린임에도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에 조금 불편한 점이 있긴 했지만, 첫 장면에서 야쿠자가 모두 영어로 이야기할 때 '아, 일단 영어를 불편해하면 안되겠구나'하고 생각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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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은 일단 한국인으로서 우리 배우 비가 워너브라더스가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화에 단독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영화라는 이유만으로도 분명 관심이 가고 흥미로웠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네요.


1. 랜달 덕 김은 거의 몰라볼 뻔 했네요. 그런데 목소리는 어찌나 익숙한지 목소리로 먼저 알아들었네요 ㅎ
2. 자주 가는 동네 극장에서 오랜만에 '매진'을 경험했습니다. 과연 이 영화 어느 정도 흥행할 수 있을까요.
3. 각본을 쓴 메튜 샌드의 전작은 뭐가 있나 살펴보았는데, 이 작품이 첫 작품이군요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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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의 오랜 팬으로서 엇그제는 정말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대망의 <에반게리온 : 파> 프리미엄 시사회 날이었죠. 작품 관련한 단평을 별도로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아마도 정식 개봉이전에 남겨보는 정말 '단평'이 될 것 같아요).

프리미엄 시사회와 관련하여 시사회 분위기 스케치와 프리미엄 아이템들을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준비하던 중에, 문득 한가지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이번 프리미엄 시사회에는 여러 가지 아이템들과 함께 포스터를 함께 증정하였는데, 저는 속을 슬쩍 들여다보고는 '아, 이거 이미 갖고 있는 거잖아'라며 아예 펼쳐보지도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거죠.

'아, 맞다. 서(序)와 파(破)는 묘하게 포스터가 틀렸었지!'

그래서 갑자기 예전에 받았던 서(序) 오리지널 포스터와 함께 이번에 받은 파(破) 오리지널 포스터를 함께 펼쳐보았습니다.





좌측이 '서'고 우측이 '파'입니다. 뭐 팬 분들이라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저처럼 잠시라도 착각하신 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해보자면, 두 포스터 사이에 제목과 우측에 있는 붉은 글씨 외에도 크게 다른 점이 두 가지가 있죠.
'서' 포스터 이미지에서 좌측부터 토우지와 반장, 켄스케와 레이 그리고 신지와 카오루는 그대로이지만 카오루의 뒤로 아스카가 새롭게 추가되었고, 우측 하단에 보면 이번 극장판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신캐릭터 '마리'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죠(사실 이 밖에도 미세한 차이점은 여럿있죠. 신지의 그림자 각도라던가, 풀이 없던 계단 곳곳에 풀이 솟아 났다거나, 창문의 낡음이 달라졌다거나 등등이요)

이게 사실 별거 아닌거 같아도 두 장의 포스터를 붙여 놓으니 은근히 매력이 있군요. 만약 Q(급)와 결(?)도 이와 같은 컨셉으로 제작된다면 매우 흥미로울듯 하군요. 포스터를 고이고이 모셔두었다가 나중에 네 장의 포스터를 멋지게 액자에 보관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뿌듯해지네요 ^^


그리고 이왕 꺼낸 김에 <에반게리온 : 서> 프리미엄 시사회 아이템과의 비교 시작.




좌측이 '서', 우측이 '파'. '파'는 네르프의 로고가 조금 달라졌네요.




화보집(?)의 컨셉은 그대로 동일하구요.





이번 프리미엄 시사회에서 얻은 득템들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저 신지의 옆모습을 트위터나 야머, 네이트온 등 여러 곳에서 아바타 이미지로 썼을 정도로 좋아하는 이미지였는데, 이렇게 엽서 형식으로 포함되어 반갑기도 했네요. 머그컵은 저것도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네르프 마크가 새겨진 버전이 아니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번에 오사카 가게 되면 지난번에 비싸서 못샀던 네르프 머그컵 무조건 사야겠어요. 가격 따위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ㅠ



추가로 '왜'(제가 예전에 썼던 에반게리온 연재의 제목도 '왜?'였죠 -_-;;) 에반게리온 : 파의 홍보대사로 뽑혔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는 티아라의 짤방입니다. 처음에는 얘들이 무슨 소리하나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스포를 한 것이더군요 -_-;

티아라 팬분들을 위한 티아라 무대인사(?) 동영상 입니다.



여튼 결론은 에반게리온 : 파 쵝오!!!
지금까지, 에반게리온에 대해 조금 안다고 설쳤던 것이 하나같이 부끄럽게만 느껴졌을 정도로 말이죠 ...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직접 촬영하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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