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블루레이 리뷰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어느덧 첫 작품을 시작한지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본래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미션 임파서블'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화가 되면서 좀 더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액션 스파이물로 자리 잡았는데, 이번 '로그네이션'은 브래드 버드가 연출했던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에 비해 좀 더 오리지널로 돌아간 듯한 각본과 구성, 팀웍 그리고 마인드를 가진 작품이었다. 

 

매번 감독을 달리 하며 변화를 추구해 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새로운 감독은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던 '잭 리처'를 연출했었고, '작전명 발키리'와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등 주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 작품의 각본을 함께 작업했었던 크리스토퍼 맥쿼리였다. 맥쿼리가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흡사 샘 맨데스의 ‘스카이폴'이 007이라는 브랜드 전체를 다루고자 했던 것처럼, 스파이 액션 영화로서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시리즈의 가치관과 연속성을 전달하고자 함이었다.

 





일단 액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도 톰 크루즈는 실제하는 액션을 통해 관객이 에단 헌트와 함께 그 위험함과 고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미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비행기 액션씬은 물론이고, 카체이스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오토바이 추격전을 보면 연출 측면에서도 화려한 카메라워크를 통한 것이 아닌, 관객이 눈으로 보고 그 속도감과 리듬감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액션 장면에서 톰 크루즈가 얼굴까지 인식 가능한 구도로 촬영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스턴트맨이 아니라 톰 크루즈가 직접 연기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 단계를 넘어서 그 액션 가운데 에단 헌트가 그 순간 어떤 심정으로 임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이다. 즉,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인물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의 매력 중 하나다.






이번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미션 임파서블'을 보면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무엇보다 스파이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같은 점은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화면의 느낌과 촬영 기법을 통해서 먼저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도 최신작이자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시원시원하고 선명한 느낌의 화질과 영상이 아닌 필름의 질감이 느껴지는 영상과(실제로 필름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포커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화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영상이 주는 느낌에 있어서 마치 시리즈의 1편을 연상시키는 질감과, 전반적으로 시원한 느낌보다는 응축되고 밀도 높은 표현 방식의 영상은, 이야기 중심적인 영화에 더 적합한 방식이자 ‘로그네이션'의 분위기에 더 걸 맞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모든 장면에서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은 아니고, 장면 마다 차이가 있으며 특히 액션 시퀀스에서는 그에 맞는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로그네이션'은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자리매김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스파이 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더 강조하려는,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20년 가깝게 연속되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자 함이 느껴졌는데, 물론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IMF라는 조직에 관한 내용이 주된 이야기로 등장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드디어 '팀'으로서의 활약상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미션 임파서블'은 시리즈마다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사실상의 연속성은 크게 없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JJ 에이브람스가 연출을 맡았던 '미션 임파서블 3'에서부터 출연한 벤지 (사이먼 페그)와 4편인 '고스트 프로토콜' 부터 출연한 브랜트 (제레미 레너)가 시리즈를 통틀어 에단 헌트와 함께 유일하게 모두 등장하고 있는 루터 (빙 라메즈)와 함께 드디어 제대로 된 팀을, 그러니까 매 시리즈마다 조직되는 팀이 아니라 연속성이 있는 팀이 비로소 구성된 듯한 느낌이었다.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과 인물들의 구성만 보면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번 '로그네이션'에서 특히 눈 여겨 볼 점은 전작에서 함께 하기는 했지만 극 중 루터의 대사처럼 아직 100%를 믿기는 어려웠던 브랜트를 진정한 팀으로 신뢰하게 되는 미션이자, 벤지 역시 단순한 기술 지원 멤버로서가 참여하는 미션이 아니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특히 벤지의 경우 비중 면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벤지와 루터의 대사처럼 이들이 단순히 에단 헌트와 같은 팀이 아닌 친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가볍지 않음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번 작품의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일사를 연기한 레베카 퍼거슨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듯 하다. 그동안 여성 캐릭터가 아군이던 적군이던 간에 '여성' 캐릭터로서만 기능을 하는 것에 그쳤던 것에 반해, 이번 그녀가 연기한 일사는 거의 헌트와 투톱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자신 만의 이야기와 독립적으로 활동 가능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다. 

 

특히 여기에는 레베카 퍼거슨이라는 배우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는데, 마치 80년대 영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마스크와 묘한 미소를 갖고 있는 그녀의 매력은, '로그네이션'이 보여주고자 했던 스파이 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해 내는 데에 가장 큰 매개체 중 하나였다.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속편에서도 일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톰 크루즈를 톰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처럼 50이 넘은 그가 에단 헌트로 언제까지 더 활동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몇 해 전부터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이번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을 보니 오히려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어 반갑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한동안 새로운 시리즈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기대감과 잠재력을 모두 발견했으니 말이다.





Blu-ray : Video

 

2.39:1 화면 비의 영상은 필름 촬영과 디지털 촬영이 혼합되어 있는 관계로 각 촬영 분마다 조금의 화질 편차가 느껴지는 편이다. 디지털로 촬영된 최상급 화질의 블루레이 영상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같은 작품 내에서도 조금의 편차를 느낄 수 있다는 얘긴데,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은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나 작품 전체가 담고 있는 성격상 필름 촬영이 더 적합한 측면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상대적인 편차가 눈으로 느껴질 뿐이지 기술적인 화질 측면으로만 보았을 때는 충분히 우수한 블루레이 화질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화려한 로케이션과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많은 영화인 만큼 각각 장면의 배경이 되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 색감의 표현이 특히 중요한데, 어두운 오페라 하우스 장면과 밤 골목 장면에서의 표현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뜨거운 모로코를 배경으로 한 낮 장면에서의 색감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보여준다.

 


Blu-ray : Audio

 

비 애트모스를 수록한 사운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레퍼런스로 손색이 없는 퀄리티를 들려준다. 일단 ‘로그네이션'은 관객이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감독이 영화 음악에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인데, 아름다운 투란도트 오페라 시퀀스는 물론이고 영화 음악이 사용된 모든 시퀀스에서 그 효용을 최대한으로 (조금 더)느껴볼 수 있다. 특히 영화 음악이 다른 효과음들과 혼용 되어 사용될 때 각각의 사운드가 이질감 없이 잘 녹아 들면서도 선명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 것은 블루레이 사운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블루레이 사운드를 화끈하게 체험할 수 있는 장면이라면 후반부 자동차와 오토바이 추격씬을 손꼽을 수 있겠는데, 빠른 속도로 오토바이가 자동차 옆을 질주할 때마다 발생하는 사운드는 공간감은 물론이고 빠른 속도로 인해 발생하는 바람 소리마저 멀티 채널을 통해 아주 실감나게 전달된다. 그리고 바로 이 시퀀스가 앞서 언급한 음악과 효과음, 소음 등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시퀀스인데, 각각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볼 수록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아, 그리고 초반 투란도트 시퀀스 역시 사운드 적으로 주목할 만한 장면으로 빼놓을 수 없겠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내 출시 된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블루레이는 총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었는데,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본편과 부가영상이 수록되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부가영상만 추가로 수록되었다. 2번째 디스크에 별도로 부가영상이 수록된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만족할 만한 양은 아니지만, 타이틀의 기본 구성상 2disc 에디션이라기 보다는 1disc + 보너스 디스크 형식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가 영상은 역시 음성 해설 트랙인데,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과 톰 크루즈가 참여하고 있다. 톰 크루즈는 단순히 주연이 아니라 제작은 물론 영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주연 배우 이상의 다양한 관점에서 다채로운 정보를 들려준다. 감독 맥쿼리 역시 감독이자 각본, 제작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이 참여한 음성 해설은 영화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한 트랙이다. 또한 이 영화에는 상당히 많은 오마주가 사용되었는데 그 오마주에 대한 내용들도 만나볼 수 있고, 영화 음악에 대한 코멘트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 영상 중 ‘Lighting The Fuse’는 감독인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이 시리즈를 맡게 되면서 어떤 아이디어와 연출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맥쿼리와 톰 크루즈는 처음부터 이번 작품을 전체 프랜차이즈를 아우르는 흐름으로 구성하고자 했고, 더 직접적으로는 일종의 새로운 삼부작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부터 이런 구성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Cruise Control’에서는 이 시리즈의 제작자로서 톰 크루즈가 어떤 역할과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를 소개한다. 감독인 맥쿼리와 이전 3편의 감독이었던 J.J.에이브람스 등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톰 크루즈는 이 시리즈에 있어서 배우이면서 제작도 맡은 수준이 아니라, 제작자로서 주연도 맡고 있다고 동료들이 말할 정도로 제작자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Heroes…’에서는 전작부터 더 도드라지고 의도적으로 연출 되고 있는 에단 헌트와 동료들, 즉 팀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캐릭터들이 팀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겪는 요소들을 다시 비중 있게 다루는 동시에, 벤지와 브랜트, 루터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일사까지 각 캐릭터들이 갖는 매력과 함께 했을 때의 시너지를 더 이끌어 내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 시리즈 만의 시그니쳐 시퀀스라고 할 수 있는 스턴트가 중심이 된 액션 시퀀스가 이번에도 역시 눈길을 끌었는데, 대형 수송기에 매달리는 첫 번째 액션 시퀀스 촬영에 대한 뒷이야기를 ‘Cruising Altitude’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짧지 않은 촬영 뒷이야기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위험한 촬영을 한 두 번도 아닌 무려 8회나 진행했다는 것이다.





‘Mission: Immersible’에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스턴트 액션 시퀀스였던 수중 촬영에 대한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도 딱 하나 놀라운 점만 이야기하자면 이 수중 촬영을 위해 실제로 숨을 참는 특수 훈련을 받은 톰 크루즈는 무려 6분이 넘게 숨을 참는 것까지 가능했다는 점이다.





‘Sand Theft Auto’에서는 영화 속 추격 전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고, ‘The Missions Continue’를 통해서는 벌써 5번째 작품을 맞게 된 이 시리즈가 왜 특별한 지에 대해 배우와 스텝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 된 ‘…and Rogues’에서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악당들에 대해 소개한다. 알렉 볼드윈이 연기한 CIA 국장 캐릭터와 션 해리스가 연기한 솔로몬 레인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Top Crews’에서는 이번 영화는 물론 시리즈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스텝들에 대한 소개와 인터뷰가 수록되었고, ‘Travel Agents’에서는 매 작품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를 로케이션으로 촬영하는 작품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주요 촬영지가 되었던 오스트리아 빈이나 모로코 같은 이국적 도시들의 촬영에 대해 소개한다.





'Operation Turandot’에서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퀀스라고 할 수 있는 오페라 투란도트 시퀀스에 대한 소개와 촬영 뒷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고, 'Practically Impossible’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스턴트 촬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Stunt’에서는 영화 속 스턴트에 대한 부가 영상이 총 다섯 가지 시퀀스 별로 수록되었는데, 오페라 시퀀스에 대한 내용과 (A Fight at the Opera) 런던의 작은 골목길들을 달리며 벌어지는 액션에 대한 내용 (Run-don)’외에 초반 수송기 장면 (Cruising Altitude)과 수중 액션 장면 (Mission: Immersible)그리고 추격전 에 관한 3가지 부가영상 (Sand Theft Auto)은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내용과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Cut’에서는 영화의 편집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었으며, 'Variations on a Theme’에서는 그 유명한 랄로 쉬프린의 미션 임파서블 테마 음악을 비롯해 영화 음악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총평] 크리스토퍼 맥쿼리와 톰 크루즈가 함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은 오리지널 스파이 영화로서의 매력을 한층 끌어 올리는 것에 집중하여, 에던 헌트를 비롯한 팀과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아직도 유효한 미션 임파서블의 새 작품이었다. 그로 인해 살짝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큰 한 방이 부족한 감도 없지 않지만, 전작인 ‘고스트 프로토콜'부터 시작 된 새로운 IMF의 성숙과 깊어진 팀웍을 발견할 수 있어 앞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또 한 번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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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 (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 2015)

어쩌면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어느 덧 첫 작품을 시작한지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본래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미션 임파서블'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화가 되면서 좀 더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로 무장한 액션 스파이물로 자리 잡았는데, 이번 '로그네이션'은 브래드 버드가 연출했던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에 비해 좀 더 오리지널로 돌아간 듯한 각본과 구성, 팀웍 그리고 마인드를 가진 작품이었다. 매번 감독을 달리 하며 변화를 추구해 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새로운 감독은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던 '잭 리처'를 연출했었고, '작전명 발키리'와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등 주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 작품의 각본을 함께 작업했었던 크리스토퍼 맥쿼리였다. 맥쿼리가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흡사 007 시리즈를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 스파이 액션 영화로서의 브랜드 가치랄까. 연속성을 말하고자 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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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액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번에도 톰 크루즈는 실제하는 액션을 통해 관객이 에단 헌트와 함께 그 피로함과 고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미 개봉 전 부터 화제가 된 비행기 액션씬은 물론이고, 카체이스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오토바이 추격전을 보면 연출 측면에서도 화려한 카메라워크를 통한 것이 아닌, 관객이 눈으로 보고 그 속도감과 리듬감을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액션 장면에서 톰 크루즈가 얼굴까지 인식 가능한 구도로 촬영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스턴트맨이 아니라 톰 크루즈가 직접 하고 있는거에요!'라고 전달하고자 함이 목적이 아닌, 그 단계를 넘어서 그 액션 가운데 에단 헌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이다. 즉,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인물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의 매력 중 하나다. 참고로, 얼핏 들은 정보로는 수중 장면 촬영을 위해 톰 크루즈가 실제로 숨을 오래 참는 훈련을 해서 믿기 힘들 정도의 시간을 참아 내는 것에 성공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말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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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미션 임파서블'을 보면서 강하게 느껴진 점은, 그가 무엇보다 스파이 영화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같은 점은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화면의 느낌, 촬영 기법을 통해서 먼저 발견되었는데, 아무래도 블루레이 리뷰를 오래 하다보니 본능적으로 영화를 볼 때 화질에 반응하게 되는데, 이번 작품은 최신작이자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시원시원하고 선명한 느낌보다는, 필름의 질감이 느껴지는 영상과 포커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화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영상이 주는 느낌에 있어서 마치 시리즈의 1편을 연상시키는 질감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시원한 느낌보다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조금 답답함마저 줄 수 있는 촬영 방식은, 이야기 중심적인 영화에 더 적합한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모든 장면에서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은 아니고, 장면 마다 차이가 있으며 특히 액션 시퀀스에서는 그에 맞는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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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로그네이션'은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자리매김은 그대로 이어가는 동시에 스파이 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더 강조하려는,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20년 가깝게 연속되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자 함이 느껴졌는데, 물론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IMF라는 조직에 관한 내용이 주된 이야기로 등장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드디어 '팀'이 제대로 완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미션 임파서블'은 시리즈마다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사실상의 연속성은 크게 없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JJ 에이브람스가 연출을 맡았던 '미션 임파서블 3'에서 부터 출연한 벤지 (사이먼 페그)와 4편인 '고스트 프로토콜' 부터 출연한 브랜트 (제레미 레너)가 시리즈를 통틀어 에단 헌트와 함께 유일하게 모두 등장하고 있는 루터 (빙 라메즈)와 함께 드디어 제대로 된 팀을, 그러니까 매 시리즈마다 조직되는 팀이 아니라 연속성이 있는 팀이 비로소 구성된 듯한 느낌이었다.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과 인물들의 구성만 보면 직접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번 '로그네이션'에서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전작에서 함께 하기는 했지만 극 중 루터의 대사처럼 아직 100%를 믿기는 어려웠던 브랜트를 진정한 팀으로 신뢰하게 되는 미션이자, 벤지 역시 단순한 기술지원 멤버로서가 참여하는 미션이 아니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특히 벤지의 경우 비중 면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벤지와 루터의 대사처럼 이들이 단순히 에단 헌트와 같은 팀이 아닌 친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가볍지 않음을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한 일사 캐릭터가 여지를 남겨두면서, 다음 작품에서도 이 팀의 구조가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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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톰 크루즈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레베카 퍼거슨이었다. 그동안 여성 캐릭터가 아군이던 적군이던 간에 '여성' 캐릭터로서만 기능을 하는 것에 그쳤던 것에 반해, 이번 그녀가 연기한 일사는 거의 헌트와 투톱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자신 만의 이야기와 독립적으로 활동 가능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였다. 특히 여기에는 레베카 퍼거슨이라는 배우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는데, 마치 80년대 영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마스크와 묘한 미소를 갖고 있는 그녀의 매력은, '로그네이션'이 보여주고자 했던 스파이 영화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구현해 내는데에 가장 큰 매개체 중 하나였다.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속편에서도 일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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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갖고 있던 매력이 조금은 상쇄된 부분이라 하겠는데, 이 시리즈만의 장점이자 관객들을 안달나서 미치게 만들 정도의 폭발력을 갖고 있는 메인 테마곡을 활용한 시퀀스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까지 전작들을 떠올려 보면 그 유명한 메인 테마곡이 흐를 때 마치 안무처럼 긴장감 넘치게 진행되던 시퀀스들의 임팩트가 하나 같이 전부 대단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정도의 임팩트를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미 테마가 흘러나올 때 소름은 돋기 시작했지만 그 소름의 지속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달까.


톰 크루즈를 톰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처럼 50이 넘은 그가 에단 헌트로 언제까지 더 활동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몇 해 전부터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이번 '미션 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을 보니 오히려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어 반갑게 느껴졌다. 새로운 시리즈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기대감과 잠재력을 모두 발견했으니 말이다.



1. 초반 투란도트 시퀀스는 정말 매력적이더군요. 그 와중에도 나중에 블루레이가 출시되면 사운드가 끝내 주겠다는 기대를 했다는.


2. 아무리 해도 에단 헌트가 입에 안붙어요 ㅋ 시리즈 1편에 존 보이트가 자신의 손을 보며 '이든.....이든....'하던게 너무 강렬해서 그 뒤부터는 어떤 한글 표기가 와도 그냥 '이든 헌트'가 입에 착착 붙는다는.


3. 중국 영화사와 자본이 투입된 것 같은데, 미션 임파서블에서 중국영화사 로고를 보니 조금 당황되기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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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엣지 오브 투모로우 (Blu-ray : Edge of Tomorrow)

슈팅 게임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한 흥미로운 작품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또 다른 SF 액션영화' 정도로 생각했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아주 구체적으로 게임을 영화화 한,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FPS게임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 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흔히 게임을 영화화 했다고 하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내용이나 그 스토리를 그대로 영화화 한 경우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1인칭 슈팅 게임인 FPS 게임을 유저가 실제로 플레이하는 과정 그 자체를 영화로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 여행의 개념이 아닌 리스폰, 혹은 리플레이의 개념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물론 이 작품은 따로 있고 그 것은 게임이 아닌 일본의 라이트 노벨인 'All you need is kill'인데, 원작에서는 루프나 외계인의 침공 등의 설정만 가져왔을 뿐 다른 스토리 적인 측면이나 기타 설정들은 다른 측면이 많은 편이다 (※ 참고로 이 작품은 헐리웃에서 일본 라이트 노벨을 영화화한 최초의 작품이다).




▲ (좌) 영문 소설 표지 / (우) 만화 중 한 장면


주인공인 빌 케이지 (톰 크루즈)는 외계인과의 전투 중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되어, 죽으면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 매일 같은 하루를 살게 된다. 이런 비슷한 설정의 영화로는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이 작품은 정확히 타임 루프라는 설정을 가져온 작품인 반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타임 루프라기 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로운 점이다.


즉,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주인공이 어떻게 다르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됨으로 인해 오늘은 가지 못했던 그 다음을 조금씩 계속 전진해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정확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과 겹쳐진다.





사실 게임을, 특히 FPS 싱글 모드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 본 이들이라면 영화 속 케이지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유저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게임이 익숙해 졌다고 생각될 때, 노멀 난이도가 아닌 극한의 난이도로 싱글 모드를 다시 플레이 해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수십번을 반복하고 여러 날을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되는 일이 많다.


사실 게임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보여지는 현실보다 더 어려운 경우인데, 근래의 FPS 게임들은 영화의 경우와는 달리 반복할 때마다 정확히 100% 그대로의 상황이 구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플레이를 해야 만이 여러가지 경우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공감하게 되었던 순간은 케이지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른바 패드를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떠올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수십 번을 반복한 탓에 더 이상은 시도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되던 순간, 우연한 실수 혹은 시도가 드디어 다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는 순간의 쾌감도 영화의 전개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 반복되는 게임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몇 가지 제한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지구를 지배하려는 외계인들의 설정이나 이에 대응하는 최첨단 수트를 기반으로 한 병기들의 활용 등도 딱 필요한 만큼만 노출될 뿐 추가 설명이나 활약상은 제한적인 편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아마도 이 내용이 실제 게임이었다면 좀 더 자세한 배경이나 활용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싶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 대부분이 갖는 특성 중에 하나는, 드라마 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나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작품들이라 할지라도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는 것 만으로 일종의 설득력이 있는 드라마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특히 그가 주연한 영화들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점인데, 일종의 영화 외 적인 효과라고도 볼 수 있고 반대로 배우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궁극의 효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관객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연기력 + 연기력 외적인 이미지로 인해 (여기서 연기력 외적이라는 건 친절한 톰아저씨의 이미지가 아닌, 그가 위험한 스턴트를 대부분 직접 수행한다는 정보처럼, 그가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에 관한 것이다), 스토리 적으로는 빈약한 드라마가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여지는 이야기 외에 영화 속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얼굴을 보면, 그 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자동적으로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것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





결과적으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영화 속 주인공인 케이지 입장에서는 리스폰 될 때마다 세이브 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되는 형태이긴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를 시작해 최종 보스 전까지 한 숨에 달려야 하는, 즉 켠 김에 왕까지 깨버리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혼자서 고약한 생각을 했다. 맨 마지막 장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하루에 케이지가 '아 몰라, 이제 안해안해'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허무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아니면 '아놔, 저장 안했네'하며 황당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그랬다면 정말 극장에서 환불 소동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약한 상상이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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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의 화질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장면들이 많은 영상을 블루레이 만의 장점으로 인해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우수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으며, 블랙 레벨의 깊이에서도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어 전반적으로 최신작 다운 훌륭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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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화면에 등장하는 배우 외에 거의 모든 것들을 CG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쉽게 하게 되는 작품인데, 실제로는 외계인이나 액션 시퀀스에서 활용된 CG 외에는 최대한 실제하는 세트와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한 작품으로 좀 더 블루레이의 고화질에서도 덜한 이질감은 물론, CG와 실사가 겹쳐지는 장면에서의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위와 같이 최대한 실제 촬영을 하려고 한 감독의 방향성은 영상에 있어 좀 더 질감이 느껴지는 깊이를 표현하는 데에 근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병장기와 엑소슈트의 질감 그리고 여기에 진흙과 모래가 뒤 섞여 있는 손에 만져질 듯한 이 질감은 확실히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디테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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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MA 7.1의 사운드는 주저 없이 레퍼런스라 부를 만 하다. 특히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연상 시키는 해변 전투 시퀀스에서는 그야말로 '휘몰아 치는' 사운드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는데, 변화 무쌍한 촉수의 움직임과 전장의 아수라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음과 잡음, 비명 등의 복잡한 사운드들은 극장 못지 않은 공감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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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부가영상인 'Operation Downfall'의 'Adrenaline Cut'에서는 다운폴 시퀀스를 좀 더 액션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더 역동적인 리듬으로 즐길 수 있다. 'Storming the Beach'에서는 해변 액션 시퀀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2차대전을 참조해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을 가미하였으며,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직접적으로 참고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공상과학보다는 전쟁 영화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작업하였으며 그로 인해 일종의 미래 버전의 2차 대전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최대한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하는 더그 라이먼 감독의 성향 탓에 영국에 대형 해변 세트를 제작하여 좀 더 현실적인 액션 시퀀스를 촬영하였으며, 폭발 등의 액션 역시 CG에 의존하기 보다는 특수 효과를 통해 구현하였으며 배우들의 액션 역시 와이어를 이용해 좀 더 고전적인 액션 시퀀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Weapons of the Future'에서는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 것 중 하나인 엑소 슈트에 대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는데, 실제로도 40킬로가 넘는 슈트를 배우들이 입고 촬영에 임해야 했기에 슈트를 입고도 모든 액션 연기가 가능하도록 디테일한 개발 연구를 과정을 거쳐야 했고 그 과정의 뒷 얘기가 수록되었다. 출연진 모두 액션을 위한 사전 훈련을 진행할 때도 대부분 슈트를 입은 상태로 훈련에 임했기에 이후 촬영 때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배우들은 연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엑소슈트에 적응하는 것이 더 우선적인 미션이었던것.


부가영상을 보면서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었던 점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SF적 측면보다 전쟁 영화의 측면에 더욱 신경 쓴 작품이라는 점과, CG로 가능한 해결하고자 했던 영화가 아니라 특수효과, 로케이션, 스턴트를 통해 현실감을 주려한 ‘현장’의 영화였다는 점이다.






'Creatures Not of This World'에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의 컨셉과 기획, 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아무래도 최근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들의 공통된 고민이겠지만, 더 새로운 외계인의 외형을 만들어 내기가 이제는 정말 힘들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진도 이 크리쳐의 새롭고 독창적인 움직임을 개발하는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촉수를 활용한 액션을 통해 훨씬 더 복잡하고 화려한 시퀀스 연출이 가능했으며, 또한 엄청난 속도로 인한 역동적 동선들도 매력적인 액션을 표현할 수 있었다.






'On the Edge with Doug Liman' 에서는 부지런한 톰 크루즈와의 작업을 준비하면서 톰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감독 스스로도 사전 제작 과정에서 체력 단련을 하는 독특한 영상으로 시작된다. 감독인 더그 라이먼이 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초반, 사전 제작과정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으며, 감독과 처음 작업을 해보는 톰 크루즈의 소감을 비롯해 배우들과 스텝들이 전하는 더그 라이먼의 연출 스타일을 전해 들을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작품의 감독인 더그 라이먼은 여러 번 소개했던 것처럼 현실감을 중시하는 감독이라는 점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약 8분 가량의 삭제 장면 역시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총평] 더그 라이만이 연출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점점 더 새로운 것을 선보이기가 어려워 지는 SF영화들 가운데, 작은 아이디어와 고전적인 영화 기법을 가지고 색다르게 표현해 낸 나름 신선한 작품이었다. 영화 자체가 심심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이 부족함을 톰 크루즈라는 신뢰가 넘치는 배우가 부족함 없이 채움으로서, 드라마로서도 제법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화질과 사운드 측면에서 블루레이 유저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퀄리티 역시, 이번 타이틀을 마무리 하며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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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IMAX 3D, 2014)

켠 김에 왕까지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또 다른 SF액션 영화 정도로 생각했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아주 구체적으로 게임을 영화화 한,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FPS게임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 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흔히 게임을 영화화 했다고 하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내용이나 그 스토리를 그대로 영화화 한 경우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1인칭 슈팅 게임인 FPS 게임을 유저가 실제로 플레이하는 과정 그 자체를 영화로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 여행의 개념이 아닌 리스폰, 혹은 리플레이의 개념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주인공인 빌 케이지 (톰 크루즈)는 외계인과의 전투 중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되어 매일 같은 하루를 살게 된다. 이런 비슷한 설정의 영화로는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이 작품은 정확히 타임 루프라는 설정을 가져온 작품인 반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타임 루프라기 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즉,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주인공이 어떻게 다르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됨으로 인해 오늘은 가지 못했던 그 다음을 조금씩 계속 전진해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정확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과 겹쳐진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게임을, 특히 FPS 싱글 모드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 본 이들이라면 영화 속 케이지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유저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게임이 익숙해 졌다고 생각될 때, 노멀 난이도가 아닌 극한의 난이도로 싱글 모드를 다시 플레이 해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수십번을 반복하고 여러 날을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되는 일이 많다. 사실 게임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보여지는 현실보다 더 어려운 경우인데, 근래의 FPS 게임들은 영화의 경우와는 달리 반복할 때마다 정확히 100% 그대로의 상황이 구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플레이를 해야 만이 여러가지 경우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공감하게 되었던 순간은 케이지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른바 패드를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떠올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수십 번을 반복한 탓에 더 이상은 시도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되던 순간, 우연한 실수 혹은 시도가 드디어 다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는 순간의 쾌감도 영화의 전개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 반복되는 게임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몇 가지 제한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지구를 지배하려는 외계인들의 설정이나 이에 대응하는 최첨단 수트를 기반으로 한 병기들의 활용 등도 딱 필요한 만큼만 노출될 뿐 추가 설명이나 활약상은 제한적인 편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아마도 이 내용이 실제 게임이었다면 좀 더 자세한 배경이나 활용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영화 속 주인공인 케이지 입장에서는 리스폰 될 때마다 세이브 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되는 형태이긴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를 시작해 최종 보스 전까지 한 숨에 달려야 하는, 즉 켠 김에 왕까지 깨버리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혼자서 고약한 생각을 했다. 맨 마지막 장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하루에 케이지가 '아 몰라, 이제 안해안해'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허무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아니면 '아놔, 저장 안했네'하며 황당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그랬다면 정말 극장에서 환불 소동 벌어졌으려나. 고약한 상상이네.



1. 게임의 세계관과 외계인 등 설정을 보니 자연스럽게 몇 년 전 참 재미있게 했던 게임 '기어즈 오브 워'가 떠오르더군요. 여러가지로 겹쳐요.


2. 톰 크루즈 주연 영화를 소개할 때 마다 하는 얘기지만, 이 영화 역시 관객을 이끄는 요소 중 절반 이상은 톰 크루즈라는 배우의 힘이죠. 톰 아저씨가 하면 모든지 그럴싸 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Village Roadshow Pictures 에 있습니다.





오블리비언 (Oblivion, blu-ray)

클래식한 SF의 맛



조셉 코신스키의 최신작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은 그의 전작 '트론 (Tron : Legacy, 2010)'과 마찬가지로 장르 영화로서 SF영화의 클래식한 장점들을 최대한 발휘한 동시에, 가장 최신의 트랜드를 반영하려 애 쓴 작품이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 작품이었는데, 하나는 미래를 쉽게 느낄 수 있는 디자인과 컬러로 표현된 아이템이나 장소, 탈 것 등의 아름다움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었으며, 또 다른 하나는 SF 영화에서만 다룰 수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와 이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먼저 디자인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오블리비언'은 미래를 묘사하면서도 큰 이질감 없이 연상이 가능한 비교적 근미래를 다뤄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지점을 영리하게 표현해 내면서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만들어 냈다. 소품이나 장소는 물론 배경에 이르기까지, 조셉 코신스키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표현하기 보다는 가급적 이것들을 실제로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컴퓨터 그래픽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CG만으로도 거의 실사와 동일한 수준의 표현이 가능하지만,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진짜와 가짜, 실제와 허상이 중요한 테마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어쩌면 피부로만 느껴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차이에 주목했고, 그 작은 차이는 관객들이 '오블리비언'의 세계관을 적은 설명에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데 보이지 않는 큰 역할을 해냈다.






둘째로 주제 측면에서 '오블리비언'을 보다 보면 여러 SF 영화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사실 이런 경향은 단지 이 작품만의 특성 이라고 하기 보다는 근래의 SF 영화들에서 전반적으로 발견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작정하고 새로운 것 만을 보여주겠다고 나서는 영화가 아니라면 무엇을 이야기하든 거의 기존 SF 명작들이 다루었던 주제나 설정 등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결국 어떤 주제를 다룰 때 그 깊이가 남다르거나, 시각적으로 압도해야만 더 매력적인 SF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오블리비언'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각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나 주제 의식에 있어서는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인지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분명히 모든 이야기를 다 마무리 했음에도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들 정도였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가 다루려 했던 '기억'에 관한 시선이 결코 스쳐보낼 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아래 단락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블리비언'의 스토리는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SF 영화를 여럿 본 관객이라면 다음을 유도하는 카메라 앵글만 봐도 '아, 다음은 어떻게 되겠구나'라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잭 하퍼의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잭 하퍼가 본인이 아닐 수 있겠다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데, - 영화를 두 번 보게 되면 영화 초반 등장하는 잭 하퍼의 내레이션이 얼마나 직접적인 복선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이 영화가 좀 더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일반적으로 복제된 존재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고민하거나 혹은 그 존재의 가치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오블리비언'은 진짜와 가짜에 대한 상대적인 논의보다는 무엇이 진짜를 진짜답게 만드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가 선택한 조건은 바로 '기억'이다. 만약 일반적인 경우라면 오리지널과 복제된 존재 간의 공통점 혹은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오블리비언'에는 오리지널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복제된 가짜들만 존재한다는 것이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관객은 처음부터 이 가짜에게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따라왔기에 나중에 등장한 가짜 잭 하퍼와 달리, 처음부터 함께한 이 가짜를 사실상 오리지널로 판단하게 된다. 그는 오리지널 잭 하퍼가 아님에도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렇게 깨어있는 존재가 영화 초반부터 등장한 잭 하퍼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말 미에 '내가 바로 잭 하퍼다'라고 말하는 또 다른 잭 하퍼를 완전히 인정해 버린다.





즉,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같지만 다른 존재들을 명확히 같은 진짜의 잭 하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이 이 영화에 가장 흥미로운 점이자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다른 복제 된 존재를 또 다른 존재가 아닌 복제된 오리지널과 동일한 진짜로 인정할 수 있다는 영화의 선택은 몹시 흥미로운 것이지만, 이런 흥미로움을 더 깊이 있고 매력적으로 표현해 내기엔 조금 부족했던 영화의 깊이 때문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스포일러 끝)






이렇게 민감하거나 철학적으로 여지가 있는 스토리는 드라마 장르보다도 더 치밀한 구성을 요구하게 되는데 - 최근 개봉한 닐 블롬캠프의 '엘리시움'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 그런 면에서 '오블리비언'은 세심한 작품은 아니다. 디테일한 퍼즐 맞추기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보다는, 눈길을 확 잡아 끄는 디자인과 스케일을 내세우고 느슨하게 전개되는 영화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내내 간직하고 있던 비밀이 한 번에 풀려 버릴 땐 시원함 보다는 소소한 해소에 가까운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액션이 강조된 영화도 아니라 조금 어중간한 느낌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감독의 전작인 '트론'이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누가 이 영화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오블리비언'은 꽤 괜찮은 SF 영화라고 말할 것이다. 톰 크루즈라는 신뢰 가득한 배우가 참여해 부족한 부분을 훌륭히 채우고 있으며, 잘 빠진 곡선의 디자인들은 그 자체로도 황홀하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영화를 다시 볼 때 마다 조금씩 더 빠져드는 빅토리아라는 캐릭터와 그녀의 이야기도 '오블리비언'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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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G-4 AVC 포맷의 화질은 말 그대로 레퍼런스 급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블리비언'은 굉장히 시원하고 깔끔하며 질감까지 느껴지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영상을 담고 있는데, 블루레이의 화질은 이런 장점을 놓치지 않고 오히려 아이맥스로 극장에서 보았을 때 보다 더 훌륭한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블루레이 유저들이 선호하는 쨍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영상 자체가 시원 시원한 장면들이 많은데 그 시원함을 쨍한 화질로 표현해 만족감을 더 극대화 하고 있으며, 섬세한 질감도 잘 살아 있어 매끄러운 표면과 거친 표면의 느낌을 양쪽 모두 100% 전달해 낸다. 암부의 표현력도 우수한 편이며,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로 만들어진 것들을 촬영한 경우가 많아 더 살아있는 영상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오블리비언' 블루레이의 화질이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이 작품이 공들여 만든 다양한 근 미래의 소품들의 그 우아한 곡선과 만지면 '뽀드득' 소리가 날 것 만 같은 그 질감을 영상을 통해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렇게 우수한 화질을 다양한 환경의 장면에서 각각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야외 장면이나 사막에 가까운 모래 위 장면, 적막한 우주 공간, 어두운 밤 수영을 즐기는 장면까지. 화질 측면에서 각각의 재미와 체크 포인트가 존재한다는 점이 특히 블루레이로서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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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 역시 레퍼런스 급이다. 사운드 적인 쾌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은 대부분 드론이 등장하는 액션씬들인데, 드론이 내는 청명한 기계음들은 물론, 파괴력 넘치는 전투 장면의 사운드는 블루레이 사운드다운 임팩트를 여과 없이 들려준다.






또한 버블쉽이 기체를 한 바퀴 빙 돌려 방향을 선회 할 때의 입체감은, 오랜만에 소리 내어 '와~'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등뒤를 휘감는 사운드였다. 여기에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M83의 영화 음악까지 더해져, '오블리비언'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최근 타이틀 가운데 가장 높은 만족도를 선사한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으로는 가장 먼저 톰 크루즈와 감독 조셉 코신스키가 참여한 음성해설 트랙이 있는데, 아쉽게도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작품과 장면 장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사실상 한글 자막 미지원으로 즐길 수 없게 된 점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겠다.







'삭제 장면' 에는 총 4개의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대부분 본편에 수록되었어도 거추장스럽지 않았을 만큼 의미 있는 장면들이었다. 특히 잭이라는 캐릭터를 더 풍부하게 설명해주는 장면이나, 빅토리아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후 줄리아와의 에피소드에 복선으로 활용되고 있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






메인 부가영상은 'Promise of a New World : The Making of Oblivion'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짧게 한 줄로 표현하자면 우리가 영화로 보고 예상할 수 있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실제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제작 영상이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 흥미로웠던 점들을 소개해보자면, 대부분 영화 제작이 결정되고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컨셉 아트가 제작 활용되는 것과는 달리, '오블리비언'은 이 컨셉 아트로부터 시작되어 영화화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 컨셉 아트를 실제 영화화 된 장면과 비교했을 때 상당 수준에 달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이 디자인 작업 물들이 영화에 초석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가능한 한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로 만들려고 했다는 점인데, 실제 크기의 버블쉽을 제작한 것은 물론, 주인공들이 대부분의 생활하는 공중 가옥의 배경이 되는 하늘마저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로 촬영된 다양한 조건의 하늘 영상을 대형 스크린과 다수의 프로젝터를 통해 완벽하게 하나의 입체 배경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M83이 맡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음악에 대한 부가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전작 '트론'에서는 Daft Punk가 있었다면 '오블리비언'에는 M83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프랑스 출신의 이 일렉트릭/슈게이징 밴드는 영화 음악에서도 자신들의 진가를 또 한 번 발휘해 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그들의 최신 앨범 'Hurry Up, We're Dreaming'를 듣고 팬이 되기는 했지만, 영화 음악이라는 분야에도 잘 녹아들 수 있을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었는데, 그냥 무난한 정도가 아니라 완벽한 조화를 이룰 정도로 그들의 영화 음악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만약 아직 그들의 음반을 들어보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최신작 'Hurry Up, We're Dreaming'을 추천하고 싶다.


M83의 영화 음악이 중요도를 말해 주듯, 부가영상에는 별도로 대사 없이 M83의 스코어 위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M83 Isolated Score' 메뉴도 제공한다.





[총평] 조셉 코신스키의 '오블리비언'은 분명 아쉬운 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SF영화다. 영상과 사운드가 그 주된 매력 중 하나라는 점에서, 레퍼런스급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한 블루레이는 영화관 못지 않은 - 어쩌면 더 좋은 - 감상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빅토리아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보았으면 한다. 처음 볼 때는 미처 다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론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에 숨은 매력이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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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리비언 (Oblivion, 2013)

기억이라는 것의 존재



이 작품을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의 전작이 '트론'이라는 것도 모른 채, 그저 톰 크루즈 주연의 SF 영화라는 정보 만으로 보게 된 '오블리비언 (Oblivion, 2013)'은 괜찮은 SF 영화였다. 일단 전작 '트론'과 마찬가지로 미래 다운 디자인과 컬러로 표현된 이미지들을 아이맥스의 꽉 찬 스크린을 통해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눈요기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여기에 '드론'과 주인공이 타는 비행체 등의 곡선 디자인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런 디자인 적인 측면 만큼이나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나 그 깊이가 충분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그 반대로 '오블리비언'이 던진 화두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것이었다. 바로 기억에 관한 것 말이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오블리비언'을 보다 보면 여러 SF 영화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사실 이런 경향은 단지 이 작품만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근래의 SF 영화들에서 전반적으로 발견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작정하고 새로운 것 만을 보여주겠다고 나서는 영화가 아니라면 무엇을 이야기하든 거의 기존 SF 명작들이 다루었던 주제나 설정 등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결국 어떤 주제를 다룰 때 그 깊이가 남다르거나, 시각적으로 압도해야만 더 매력적인 SF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오블리비언'은 후자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나 전자는 그 가능성 만을 던져 놓은 작품이라 해야겠다. 그래서 인지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분명히 모든 이야기를 다 마무리 했음에도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들 정도였는데,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가 다루려 했던 '기억'에 관한 시선은 제법 흥미로운 것이었다.



(아래 단락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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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리비언'의 스토리는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SF 영화를 여럿 본 관객이라면 다음을 유도하는 카메라 앵글만 봐도 '아, 다음은 어떻게 되겠구나'라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잭 하퍼의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잭 하퍼가 본인이 아닐 수 있겠다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데, 이 영화가 좀 더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이미 복제된 존재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고민한다거나 혹은 그 존재의 가치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오블리비언'은 진짜와 가짜에 대한 상대적인 논의보다는 무엇이 진짜를 진짜 답게 만드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가 선택한 조건은 바로 '기억'이다. 만약 일반적인 경우라면 오리지널과 복제된 존재 간의 공통점 혹은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오블리비언'에는 오리지널이 현존하지 않는 다는 것, 그래서 복제된 가짜들만 존재한다는 것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관객은 처음부터 이 가짜에게 공감대를 느끼며 영화를 따라왔기에 나중에 등장한 가짜 잭 하퍼와 달리, 이 가짜를 사실상 오리지널로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렇게 깨어있는 존재가 영화 초반부터 등장한 잭 하퍼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말미에  '내가 바로 잭 하퍼다'라고 말하는 또 다른 잭 하퍼를 완전히 인정해 버린다. 즉,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같지만 다른 존재 들을, 명확히 같은 진짜의 잭 하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이 이 영화에 가장 흥미로운 점이자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다른 복제 된 존재를 또 다른 존재가 아닌 복제된 오리지널과 동일한 진짜로 인정할 수 있다는 영화의 선택은 몹시 흥미로운 것이지만, 이런 흥미로움을 더 깊이 있고 매력적 이게 표현해 내기엔 부족했던 영화의 깊이 때문에 아쉬움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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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민감하거나 철학적으로 여지가 있는 스토리는 드라마 장르보다도 더 치밀한 구성을 요구하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오블리비언'은 세심한 작품은 아니다. 디테일 한 퍼즐 맞추기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보다는, 눈길을 확 잡아 끄는 디자인과 스케일 그리고 분위기로 느슨하게 전개되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내내 간직하고 있던 비밀이 한 번에 풀려 버릴 땐 시원함 보다는 소소한 해소만이 느껴질 뿐이다. 그렇다고 액션이 강조된 영화도 아니라 조금은 어중간한 느낌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감독의 전작인 '트론'이 겹쳐지는 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오블리비언'은 괜찮은 SF영화였다. 더 심오할 수도, 더 박진감 넘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과 매력이 동시에 느껴졌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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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는 알렉스 프로야스가 연출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2. 이 영화가 매력적인 첫 번째 이유는 역시 톰 크루즈.

3. 극 중 잭이 몰던 비행체는 모형이 나오면 하나 구입하고 싶을 정도. 물론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나온다면 가격이 문제겠지만요;;

4. '장고'에 이어 연이어 보게 된 조이 벨도 반가웠고, '왕좌의 게임'에 킹슬레어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도 반가웠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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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2012)

아쉬움이 넘치는 80년대 락넘버들의 향연



내 영화 글을 계속 보신 분들은 간혹 아실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유달리 더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뮤지컬'이다.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오글거려 못 보겠다는 부분들을 완전 빠져서 즐길 만큼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80년대 록큰롤을 배경으로 무엇보다 톰 크루즈까지 출연하는 이 영화 '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2012)'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올해 가장 기대한 작품들 중 하나일 수 밖에는 없었다. 여기에 연기파 폴 지아마티와 이미 '시카고'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검증따위를 우습게 넘겨버린 캐서린 제타 존스와 최근에는 미드에서 더 자주 만나고 있는 알렉 볼드윈까지 출연한다니 단순히 노래하고 춤추는 재미 말고도 영화적 완성도를 자연스레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뮤지컬이라 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보는 내내 '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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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을 쓰고도 싶지만) '락 오브 에이지'는 이야기랄 것 자체가 사실 심오하거나 복잡한 것은 아닌데, 이 이야기를 뮤지컬 형태로 풀어내는 데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결과물이었다. 다시 말해 이야기가 단순한게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영화를 오해할 때 흔히 하는 얘기가 '갑자기, 뻘쭘하게 혹은 어색하게 노래를 한다'라는 점인데, 적어도 뮤지컬 영화 팬의 입장에서 잘 만든 뮤지컬 영화들에서는 이런 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즉, 노래와 노래 사이에 드라마가 제대로 깔려 있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 자체가 극의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선의 자연스러운 연결이라 전혀 어색하지 않고 단지 노래의 형태를 빌린 효과적인 표현이 되기 때문인데, '락 오브 에이지'는 바로 이 부분을 가장 간과하고 있다 하겠다. 사실상 노래를 제외한 나머지 드라마를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너무 무신경하게 넘겨버리고 있는데, 여기에다가 기존 뮤지컬 영화에 비해 더 많은 노래의 비중 때문에 정말 극을 끊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극의 전개가 사실상 미비했기 때문에) 유명한 록넘버를 듣는 다는 느낌 밖에는 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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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너무 80년대 유명했던 록큰롤 곡들만 믿고 영화 자체를 쉽게 생각해 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매력적인 소재를 가지고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면, 이 재료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요리할까에 가장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락 오브 에이지'는 그냥 익스트림의 곡을 이쯤에 넣을까? 본 조비 노래도 넣고, 'I Love Rock'n'Roll '이 이 쯤에서는 나와줘야겠다! 라는 생각만 앞선 듯 했다. 창작곡이 아닌 이미 잘 알려진 곡들을 뮤지컬로 만들어내는 작품의 경우는 오히려 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곡들을 영화적으로 스토리에 어떻게 녹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데, 이 영화는 여기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나머지 그냥 당시 밴드의 실황 공연을 보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영화가 오로지 노래에만 집중되어 있다보니 캐릭터가 살아날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젊은 두 남녀 주인공은 이 작품과 전혀 녹아들지 못한 듯 보였다. 일단 여기서 감정이입이 안된 것이 첫 번째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두 번째 만남만에 별다른 계기도 없이 흠뻑 사랑에 빠져버리는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에 공감할 여지가 어디있겠나. 두 남녀 주인공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 주연의 '그리스'를 상당부분 연상케 했는데 정말 '그리스'를 다시 보고 싶은 것 말고는 별로 느껴지는 점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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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야기를 잘 만들었다면 후반부에 등장한 메리 제이 블라이드가 연기한 캐릭터도 이렇게 병풍처럼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담 쉥크만 감독은 여기 등장한 각각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모두 충분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마지막에 그들에게 한 소절씩 나눠주는 감동적인 마무리를 준비했다. 이 장면이 정말 감동적이려면 각각의 캐릭터가 본인의 소절을 부를 때 절로 흐뭇한 미소와 함께 그 캐릭터의 활약상이 자동적으로 떠올라야 정산인데, 이 영화의 경우는 '어? 메리 제이에게 왜 저 정도 비중을 줬지? 가창력이 출중한 가수이니 사운드트랙 측면을 고려한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쉬운 점만 주욱 늘어놓았는데 기본적으로 '아쉽다'라고 생각한 이유는 서두에 얘기한 것처럼 매력적인 설정과 장르 그리고 배우들 때문이었는데, 어쨋든 80년대를 주름잡던 록큰롤의 향수를 느낄 만한 (개인적으로 정확히 그 세대는 아니지만) 곡들을 극장에서 쉬지 않고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스테이시 잭스를 연기한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영화가 전반적으로 아쉽다보니 이런 독립성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차라리 매력이 부족한 두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보다는 스테이시 잭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져갔다면 훨씬 더 록큰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뮤지컬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도 싶다. 어쨋든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스테이스 잭스를 연기한 톰 크루즈를 본 것만으로도 팬으로서는 만족스러웠다. 아, 그리고 톰 크루즈 외에는 사실상 홀로 고군분투 하다시피한 캐서린 제타 존스도 인상적이었다. '락 오브 에이지'에서 유일하게 뮤지컬 영화다운 부분은 오로지 그녀가 등장한 장면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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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톰 크루즈가 연기한 스테이시 잭스의 코스츔이나 톰의 몸을 보니 자연스럽게 HBK 숀 마이클스가 떠오르더군요. 특히 바지가 거의 비슷해서 ㅋ


2. 남자 주인공이 록 밴드의 보컬로 설 때보다 차라리 보이 댄스 그룹으로 섰을 때 더 어울리더군요. 이 그룹은 완전히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염두한 것 같아요. 멤버들의 이름까지도요 ㅎ


3. 사실 이 영화에 제작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이름은 카메론 크로우였는데, 최소한 그가 연출했다면 더 록큰롤스럽고 디테일한 깊이는 만나볼 수 있었을 것 같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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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2011)

여전한 톰 아저씨의 가능한 미션 



톰 크루즈가 이던 헌트로 활약한지가 1996년부터이니 벌서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TV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톰 크루즈라는 스타를 통해서 헐리웃의 대표 시리즈로 거듭나게 되었으며, 각 작품마다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톰 크루즈(이던 헌트)를 중심으로 매번 불가능하지만 결국 가능할 미션들을 소화해 왔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아이언 자이언트'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을 연출했던 브래드 버드가 감독을 맡아 더욱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는데, 과연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서는 충분한 매력과 감동을 선사했던 그가, 헐리웃의 최고 액션 시리즈 작품을 맡아 어떤 결과물을 탄생시킬 지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MI4'는 톰 크루즈가 왜 톰 아저씨인 동시에 헐리웃 최고의 액션 배우이자 진정한 스타인지를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픽사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브래드 버드의 작법이 은근히 담겨있어 더 매력적이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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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주목할 부분은 다시 '팀'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물론 바로 전작인 3편에서도 이러한 모양새를 보이긴 했었지만, 이번 작품의 팀웍은 좀 더 1편의 그것에 가까워졌다. 그렇게 되면서 좀 더 첩보물의 재미(작전의 재미)가 배가 되는 동시에, 이야기의 풍성함마저 얻게 되었다. 이제는 노련하다 못해 레전드 급 요원인 이던 헌트의 완벽한 작전 수행을 보는 동시에 이제 막 현장 요원 자격증을 얻게 된 요원과 아직은 깨끗하게 마무리 짓지 못한 개인적 사연을 갖고 합류하게 된 요원들과의 앙상블은 각각 다른 재미를 주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더불어 팀으로 귀환한 것에 더해 여기서만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유머들이 적절하게 배치된 것도 좋았다. 사이먼 페그가 연기한 '벤지' 역할은 딱 알맞은 정도의 비중이라 과한 감이 없었고, 폴라 패튼과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캐릭터들의 비중도 '팀'으로서 적절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이던 헌트와 카터 요원(폴라 패튼)과의 로맨스가 없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이 로맨스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스토리 구조였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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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톰 아저씨 어떻게 ㅠ 난 못 봐 ㅠㅠ)


'미션 임파서블'을 보러 온 관객들이 기대하는 가장 큰 요소라면 역시 불가능할 것만 같은 미션에 도전하는 전문 요원들의 액션과 서스펜스에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고스트 프로토콜'은 아이맥스 포맷을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다. 특히 고층 빌딩 위에서 펼치는 묘기에 가까운 액션들을 비롯해, 로케이션이 변경될 때마다 장대하게 훑어내려가는 카메라 워킹은 아이맥스 화면에서 더욱 빛이 났다. 즉, 아이맥스라는 포맷의 장점을 작품이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을 보기 전 기사 등을 통해 접해들을 수 있었던 '톰아저씨의 기행'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듯 했다. 극장에서 느낀 바로는, 분명 아찔한 고공 액션을 펼칠 때 '우와~'하는 수준과는 다른 '어떻게......'하며 가슴 졸이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관객들은 이던 헌트를 보는 동시에 톰 크루즈를 보고 있었지만, 그것이 영화적으로 단점이 되기 보단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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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극장 밖의 날씨가 몹시 추웠던 탓에 극장 안 온도가 오히려 더 따듯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며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액션 시퀀스였다. 사실 전작들에 비하면 '고스트 프로토콜'의 미션들은 그 난이도와는 별개로 영화 속에서 미션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상당히 쿨해졌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즉, 하나의 미션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을 해가며 단계단계를 클리어해 가는 방식이 아니라, 단계를 최소화하고 미션 단위로 비교적 빨리 치고 빠지는 방식),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캐쥬얼하게 각 시퀀스들을 즐기고 다음을 맞이하고 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는 점인데, 바로 시리즈의 유명한 테마 음악과 함께 봇물처럼 진행되는 주인공의 뒤집기 혹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미션이 가능으로 바뀌는 바로 그 순간의 희열을 느끼기에, 영화는 이러한 틈을 주지 않고 있어 아쉬웠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전작들의 경우 테마 음악이 본편 중에 등장하는 순간의 장면들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바로 그러한 지점이 인상적이지는 못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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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래드 버드가 연출을 맡았다고 했을 때는 기대보다는 우려되는 점들이 더 많았었다. 과연 그에게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옷이 잘 어울릴지 혹은 그가 멋스럽게 코디를 해낼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리즈 본연의 액션과 서스펜스는 그대로였고 (오히려 1편의 장점을 계승하는!),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도 그 연출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여기에 브래드 버드의 픽사 식의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제레미 레너가 연기한 '브랜트' 캐릭터의 스토리, 그리고 무척이나 픽사스러웠던 엔딩까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이러한 엔딩을 만나자니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감정적인 것에 특히 약한 나로서는 이러한 픽사식의 엔딩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시리즈를 이어오며 성숙해진 이던 헌트에게도 제법 잘 어울리는 엔딩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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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폴라 패튼은 그녀의 전작들을 못 봐서인지 잘 몰랐었는데 무려 75년 생이시더군요!! 전 이런 시리즈에 흔히 등장하는 어린 나이의 모델 뺨치는 신인이 아닌가 했었거든요.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누님 ㅠ 저 같아도 누님처럼 창밖으로 차버렸을 거에요 ㅋ


2. 마이클 지아치노의 음악도 인상적이었어요. 픽사의 느낌과 JJ의 느낌을 모두 갖고 있는 그의 음악이 이 작품에서도 골고루 영향을 주고 있더군요.


3. 과연 톰 아저씨는 언제까지 이던 헌트로 활약할 수 있을까요! 오래오래 그래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아니면 제임스 본드처럼 제 2, 제 3의 이던 헌트로 거듭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지금같아서는 절대 톰 크루즈 없는 미션 임파서블을 상상할 수 없지만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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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래트럴 (Collateral, 2004) 
도시의 외로운 늑대 이야기 (Blu-ray Review)


마이클 만의 2004년작 '콜래트럴 (Collateral)'은 그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라는 스타가 출연하지만 그 스타성이 빛나기 보다는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든 탓에, 작품과 배우가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동시에, 촬영과 카메라, 조명, 총기 액션의 디테일, 그리고 L.A라는 도시의 특수성 잘 드러난 질감이 눈으로 느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만의 작품은 대부분 영상의 질감이 깊게 느껴지곤 하지만, 이 작품처럼 일반 필름의 비중보다 고화질 디지털 촬영 비중이 큰 경우에는 오히려 극장 관람보다 블루레이로 즐길 때 그 질감이 더 살아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글은 최근 출시된 '콜래트럴' 블루레이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두루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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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라는 공간은 외로운 도시와 대비되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곳은 한정된 공간인 동시에, 나만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콜래트럴'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상당히 다층적이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빈센트 (톰 크루즈)와 맥스 (제이미 폭스)다. 전문 킬러인 빈센트는 하룻 밤 사이에 자신이 해치워야할 리스트를 갖고 있고, 이런 빈센트가 평범한 맥스의 택시에 타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먼저 영화가 이야기를 그리는, 아니 캐릭터를 그리는 서사 방식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위와 같이 '택시를 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라고 했을 때는, 이렇듯 본격적 사건이 시작되기 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나 사건의 시발이 되는 요소들에 대한 설명이 전제되기 마련이다. 이건 친절함과 불친절함을 떠나서 그래야만 좀 더 관객들에게 주인공이 겪는 일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래트럴'이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은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말그대로 빈센트가 택시를 타기 전, 그러니까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기 전의 일반적인 전개라고는, 영화의 말미에 다시 등장할 애니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소개와 더불어 이 대화를 통해 맥스의 성격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는 정도가 고작이다. 영화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그리기에 2시간의 러닝타임이 부족했는지 이렇듯 바로 핵심 사건으로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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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빈센트가 맥스의 택시를 타기 전 장면들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이 부분에서 마이클 만은 L.A라는 도시의 낮시간의 평화로운 모습,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야경을 갖고 있는 도시의 모습도 비춘다. 이것을 단순히 '이랬던 도시가 밤과 새벽에는 더 차갑게 변한다'라는 설명을 하기 위한 대비로만 말하기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역시 외로움과 황량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감성은 택시 문을 닫으며 완전히 바깥 세상과 단절되어 자신 만의 세계를 갖게 되는 맥스의 모습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 택시의 문이 닫히는 순간 맥스는 완전히 자신 만의 공간을 갖게 된다. 맥스에게 택시 안은 L.A라는 지리적 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나 다름 없다. 맥스는 이 곳에서 자신 만의 꿈을 키워가며 더 나은 삶을 꿈꾼다. 택시 기사 일을 오래 해왔음에도 항상 '임시직'임을 강조하는 맥스의 말처럼, 아이러니하게도 택시는 맥스의 꿈을 키우는 공간이긴 하지만, 맥스가 꿈꾸는 세상에 바로 지금의 택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꿈이 모두 휴양지나 섬과 같은 도시 밖에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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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는 택시 안에 있지만, 맥스의 꿈은 택시 밖에 있다)

도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해보자면, 개인적으로 '콜래트럴'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L.A라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본래 뉴욕 맨하튼으로 설정되어 있던 시나리오를 마이클 만이 감독하게 되면서 L.A로 수정이 되었는데, 물론 이는 마이클 만이 L.A의 곳곳을 잘 알고 있는 탓도 크다. 실제로 L.A라는 도시에 있는 특별한 건물, 장소 등은 감독이 단순한 로케이션 이상의 디테일을 구현하는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무엇보다 한인타운, 멕시코계 등 다문화가 공존하는 특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이런 특성은 영화의 줄거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으로 등장할 때 더 큰 의미를 주기도 한다. 마이클 만은 L.A(도시)의 모습을 마치 주인공 그린 듯 묘사한다. 헬기 촬영을 통해 밤 거리를 지나는 자동차들의 동선을 묘사하기도 하고, 새로운 장소가 차창 밖으로 등장할 때마다 포커스를 차장 밖 배경에 맞추고 인물에서는 포커스 아웃을 하는 방식을 매우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런 내용적인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마이클 만이 잡아내는 도시의 야경은 그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실제로 '콜래트럴'을 극장에서보고 나와 지금까지도 가장 깊게 남은 인상은 다름아닌 L.A의 야경이었다. 그 거친 그레인 질감과 더불어 유영하듯 미끄러져 나가는 택시와 불빛과 어둠이 모두 선명한 밤의 풍경은, '콜래트럴'의 가장 매혹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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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 풍경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다시 캐릭터로 돌아와 빈센트와 맥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분명 빈센트와 맥스 두 명다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빈센트에게 조금 더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조금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맥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맥스는 보통 사람을 대변한다고 보면 되겠다. 크게 문제 일으키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나만의 꿈이 있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지만 무언가 꼭 말해야 할 때에는 반대로 잘 나서지 못하고 그냥 속으로 혼자 새기고마는 스타일이다. 

그의 반대로 빈센트는 정반대는 아니지만 여러가지로 반대할 만한 혹은 보완할 만한 성격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빈센트는 프로페셔널하며 자신만의 가치관이 매우 확고한 동시에 자신에게 매우 철저한 사람이다. 결국 '콜래트럴'이 재미있는 건 이 두사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이야기 때문이다. 일단 먼저 자신의 결핍을 드러내는 이는 맥스다. 맥스는 연쇄 살인이라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충격적인 사건에 공범에 가까운 처지에 놓여있지만, 그 중간중간 빈센트와의 대화와 행동들에서 무언가 결핍되고 억눌려 있던 부분이 해소됨을 느낀다. 이 둘의 대화는 결국 자신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맥스는 빈센트를 대신하여 살인을 청부한 갱단 두목(하비에르 바르뎀)을 만나게 되었을 때 비로서 억눌렸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빈센트라는 허울을 방패삼아 자신을 표출한다. 그 밖에도 재즈바에 들러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눌 때를 보면, 너무나 이 대화에 천진난만할 정도로 빠져있는 맥스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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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는 빈센트를 만나 잠재되어 있던 자신을 깨우게 된다. 맥스가 겪은 이 하룻밤이 단순히 지옥같은 경험이 될지, 무언가 의미있는 사건이 될지는 더 두고볼 일이나 분명 후자에 가까울 것이라 예상한다)

사실 빈센트와 맥스가 겪는 이 하룻밤의 이야기를 맥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중간중간 비현실적인 수준의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방금 눈앞에서 살인을 하는 것을 보았음에도, 택시 안에서 빈센트와 나누는 대화는 지극히 평범하고 진솔하기까지 하다. 빈센트에게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꿈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 본인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격없이 나누는 상황은, 빈센트가 킬러이기 때문에 공포감으로 인한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무언가 억눌려 있던 자신을 표출하는 능동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저런 무서운 킬러가 뒷좌석에 앉아있는데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저렇게 편하게 나눌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콜래트럴'은 그럼에도 이런 묘사가 매우 설득력있게 그려진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서두에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했음에도 말이다. 맥스는 확실히 빈센트를 만나 변해간다. 그것도 이 짧은 시간 동안. 점점 잃어가는 빈센트와는 달리 맥스는 오히려 상황이 진행될 수록 자신을 발견하는 것에 희열마저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맥스는 빈센트에게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적이자 친구인, 아니 형제인 대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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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은 유난히 택시 안과 밖, 도시와 인물 간의 거리를 깊게 묘사하고 있다. 보케로 흐릿한 도시의 모습과 더불어 칸막이 유리창에 가려 흐려진 빈센트의 반쪽 얼굴은, 이 도시에서 유령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외로운 한 캐릭터를 더 부각시킨다)

빈센트와의 만남으로 인한 맥스의 변화가 긍정적인 것이었다면 빈센트의 경우는 그 반대라고 볼 수 있겠다. 초반 정말 기계와도 같았던 킬러 빈센트는 맥스와의 대화가 깊어질 수록 후회와 더불어 많은 것을 잃어간다. 확실히 잃어간다는 쪽보다는 후회가 늘어난다는 쪽이 더 맞겠다. 자신이 룰에 철저하고 감정따위는 사치로 느끼는 빈센트는 (마이클 만은 빈센트 캐릭터를 이야기하며, '마음의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맥스와의 대화를 통해 역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빈센트가 맥스에게 하는 말들을 잘들어보면 곧 자신에게 하는 혹은 예전의 자신에게 하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질책하는 경우에는, 완벽하지 못함에 대한 질책과 동시에 항상 완벽해야만 하는 (그렇게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회환의 감정도 상당한 경우가 많은데, 빈센트에게서도 그런 감정이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맥스와의 대화가 깊어지면 질 수록 자신이 고수해왔던 규칙을 깨는 일이 잦아지고, 계획되지 않았던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빈센트는 맥스를 죽이지 않는다. 결국 빈센트는 자신을 비춰볼 맥스라는 매개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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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의 시퀀스는 '콜래트럴'의 장면들 가운데서도 가장 감정의 변화가 심하고 캐릭터의 심리 묘사가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빈센트가 맥스와 함께 맥스의 어머니를 병문안 가는 장면은 여러가지를 발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마치 시트콤처럼 유머가 녹아있는 장면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그 이상의 감정선들이 교차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빈센트는 굳이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맥스의 어머니의 병문안을 빼먹지 말고 가자고 한다. 꽃도 사가야 한다며 맥스를 독촉하는데, 어머니에 대한 특별한 애틋함이 발휘되었다기 보다는 (나중에 나오지만 빈센트에게는 어머니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계속 자신이 규칙이 깨어져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에는 큰 기대까지는 하지 않은 방문이었으나 자신에게 더 친절한 어머니의 반응을 보자 빈센트는 화색하며 이 분위기를 더욱 즐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상황에서 맥스가 미묘한 질투와 탄식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마도 맥스는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어머니 곁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홀로 남아 곁을 지켰는데, 처음보는 빈센트에게 자신에 비해 극친절한 모습을 보고는 묘한 질투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빈센트와 맥스의 관계는 마치 한 어머니 아래의 형제에 가깝다. 사실 이런 감정을 포착하기 전에는 맥스가 갑자기 빈센트의 가방을 들고 뛰쳐나가는 것이 단순히 빈센트가 느슨해진 틈을 타 기회를 포착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것보다는 역시 빈센트와 어머니의 만남을 통해 느끼게 된 무력감이 역시 빈센트를 통해 서서히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는 잠재적인 불만에 힘입어 폭발하게 된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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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는 맥스의 택시에 처음 타게 되었을 때 L.A라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하철에서 죽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한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단순히 L.A라는 도시의 이면 혹은 진면목에 대한 냉철한 시선 정도로 볼 수 있었지만, 나중에는 이 이야기가 비단 도시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홀로 외로운 자신의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빈센트는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맥스에게 똑같은 말을 건넨다. 이 수미쌍관 사이에는 이를 뒷받침 할만한 황폐한 정서가 가득하다. 빈센트가 살인을 벌이는 이 하룻밤, 깊은 밤 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살인사건은 생각보다 크게 번지지 않는다. FBI와 경찰이 가담하여 사상이 일어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끝까지 이 둘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영화는 끝까지 이 둘의 이야기로 한정한다. 아니 그것보다는 결국 L.A라는 도시는 이 둘의 이야기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무심하게도 빈센트가 떠나고 맥스가 만나게 된 L.A의 아침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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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콜래트럴'하면 생각나는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다)

그래서 글의 제목을 '도시의 외로운 늑대 이야기'로 정했다(하지만 사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은 늑대가 아니라 코요테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도심에서 겪은 적이 있다는 마이클 만의 경험이 묻어난 장면이기도 한데, 이런 단순 에피소드로 생각하기에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가 않다. 한창 가치관의 대립, 캐릭터의 대립으로 열띤 토론을 벌이던 중 맥스는 갑자기 택시를 멈춘다. 그리고 두 사람 앞에는 거짓말처럼 코요테 한 마리가 이들을 한번 스윽 쳐다보고는 이내 지나쳐간다. 이 순간에는 택시만 멈춰선 것이 아니다. 빈센트와 맥스 역시 마치 시간이 멈춘듯 그대로 멈춰버리고 만다. 맥스의 표정은 조금 의아하다 싶은 정도였지만 빈센트의 표정은 달랐다. 빈센트는 마치 유령을 만난냥 혹은 코요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냥,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한동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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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는 도심 속 코요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마이클 만은 영화적 상황이 아닌 본인이 겪었던 이 상황을 두고 마치 이 곳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코요테가, 이제 겨우 수십년 정도 이 곳에서 살아온 인간들에게, 마치 이 곳이 본래 자신들의 사는 곳이었다는 것을 말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런 느낌은 영화적 상황에서 빈센트라는 캐릭터와 겹쳐 의미깊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빈센트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코요테에게서 자신을 본다. 정신의 장애를 겪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그리고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이 도시라는 곳에 홀로 남겨진 외로운 존재... 이 장면이 더 흥미로운 건 코요테의 출현에 대해 그 이후에 둘다 아무런 말한마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잠시 다른 차원의 포탈이 열린듯, 아니면 무언가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를 영접한듯, 이후 이들에겐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다 (실제 영화에서는 다른 컷으로 이동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맥스가 택시를 다시 출발시키는 장면을 통해 이후 '정적'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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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이클 만...

서두에 이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마이클 만은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중요시한다기보단 놓치지 않는 이 더 맞겠다) 감독 답게 극중에는 노출되지 않는 캐릭터의 배경과 성격 형성을 위해 촬영전 배우들과 많은 연구를 거듭했었다. 그냥 단순히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가족환경이라고 가정해보자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마치 캐릭터의 히스토리를 시나리오로 작업하듯 가정사와 개인사에 대한 부분을 모두 완벽하게 만들어두었다. 그리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그렇다고 삭제 장면으로 촬영되지도 않는) 영화의 앞 상황에 대한 묘사들도 배우들과 논의하여 모두 언지를 주기도 했다. 

한 예로 빈센트의 경우 맥스의 택시를 타기 전, 이미 공항에서 도심으로 오며 다른 택시를 이용했었는데, 이 택시 기사는 빈센트의 마음에 별로 들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빈센트는 맥스의 택시를 타고서, 7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맥스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내기걸 듯 짜증을 풀려고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맥스는 빈센트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라 일종의 '신뢰가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룰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맥스라는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이 밤의 중요한 계획을 맡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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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캐릭터를 위해 트레이닝 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톰 크루즈의 경우 빈센트 처럼 프로페셔널한 킬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극중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총격씬의 무한 반복 연습은 물론이요, 실제 전문가들이 받는 트레이닝 과정을 수행하며 직간접적으로 빈센트를 연기할 때 동작에서 자연스레 묻어날 수 있도록 치밀한 준비를 거쳤다. 제이미 폭스 역시 오랜 세월 택시 운전을 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레이싱에 가까운 운전기술을 익히는 등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실제로 총기 액션의 경우 톰 크루즈는 거의 대역없이 모든 동작을 정말 빠르게 소화해냈으며 (스텝들이 하나 같이 그의 손놀림이 정말 빠르다고 칭찬하는 것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제이미 폭스 역시 대규모 총격전 뒤 충격을 받고 클럽을 떠나는 장면에서 직접 부딪히며 빠져나가는 장면을 연기(운전)하기도 했다. 또한 톰 크루즈가 극중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숨기는 것이 가능한 빈센트를 연기하기 위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UPS 배달원으로 분장해 사람들로 붐비는 L.A마켓에서 아무도 그가 톰 크루즈인줄 못 알아보도록 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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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의 격발음 만큼이나 총알이 발사될 때의 리얼한 섬광 표현은 마이클 만 영화의 또 다른 체크 포인트다)

마이클 만 영화를 논하면서 총기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일반 관객은 거의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혹은 굳이 알지 못해도 전혀 상관없는 부분마저도, 총기와 관련된 부분에는 상당한 디테일이 숨겨져 있다. 특히 극중 빈센트는 프로페셔널 킬러이기 때문에 그가 사용하는 총기에 대한 것도 꼼꼼히 체크하고 있으며, 한 때 관객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던 지하철에서 빈센트와 맥스의 난사 장면의 경우도, 바로 이런 총기에 대한 디테일이 숨어 있었음을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이 대결에서 빈센트는 자신의 본래 총이 아닌 건물 경비의 총을 사용하고 있었고, 맥스는 사고 뒤 택시 주변에서 발견한 빈센트의 총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빈센트의 총은 지하철 문을 관통할 수 있는 전문가용 총기였으나, 건물 경비원의 총을 사용했다는 것을 뒤늦게 탄창을 교체하려고 하는 순간 알게 된 빈센트가 일종의 짜증섞인 자책과 함께 스스로 무너진 자신을 발견하고는 그만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또한 마이클 만은 극중 등장하는 FBI 전술 요원들이나 클럽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무장 경비들 역시 배우가 아닌 실제 인물들을 출연시켜 리얼리티를 강조했으며, L.A의 지역의 특성을 살린 (실제 갱들간의 경계가 되는 우범지역 등) 로케이션 설정으로, 극장에서 볼 때는 미처 알 수 없었으나 후에 리얼리티와 디테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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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야경을 배경으로한 장면인데 고화질의 HD 카메라를 사용한 탓에 자세히 보면, 저멀리 밤하늘에 떠 있는 구름까지도 표현이 될 정도로 디테일한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본래 장기인 총기만큼이나 마이클 만이 '콜래트럴'에서 신경 쓴 부분은 다름아닌 카메라와 촬영부분이었다. 마이클 만은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디지털 방식의 고화질 HD 카메라를 통해 촬영을 하였는데, 특히 일반 필름보다 빛에 더 잘 반응하는 디지털의 특성 때문에 낮은 광량에도 어두운 거리의 디테일을 실감나고 아름답게 살릴 수 있었다. '콜래트럴'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중 하나가 바로 네온사인과 가로등 불빛들로 인해 갈색 톤을 담은 도시의 야경을 들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은 이런 디지털 촬영 방법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실 마이클 만의 이런 HD카메라 사용은 최근작 '퍼블릭 에너미'에서 아주 극대화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이 작품을 보면 마치 HD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디지털 촬영방식으로 촬영된 영상은 필름 라이크한 느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지게 된다), 이런 경향을 드러내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콜래트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 사용된 HD카메라는 '소니 HDW-F900'과 '톰슨 바이퍼캠 (Thomson VIPER)'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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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의 '콜래트럴'은 좋은 색감과 질감, 그리고 간결한 표면적 이야기 뒤에 숨은 디테일이 많은 그 다운 작품이었다. '히트'는 확실히 걸작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콜래트럴' 이후 마이클 만이 더 좋아진 경우다. 그리고 마이클 만이 추구하려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확실히 블루레이의 고화질로 더 선명하게 표현된다. 어서 그의 이전 작품들 '히트'와 '알리' 등도 블루레이로 정식 출시되길 바란다.

1. 본래는 기존 블루레이 리뷰들 처럼 화질/음질/부가영상 등 전체적인 면까지 정리해볼 예정이었는데, 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진 것도 있고, 촛점이 작품에 완전 집중된 느낌이 있어 그냥 이 부분은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

2. 참고로 의도된 그레인 현상이 깊은 화질은 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더군요. 오히려 그레인을 제외하면 디지털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화질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도 많았거든요.

3. 코멘터리 수록이 무엇보다 마음에 듭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직접 캡쳐하였고,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10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and DW Studios L.L.C, CJ엔터 에 있습니다.





나잇 앤 데이 (Knight & Day, 2010)
두 배우와 함께 그냥 즐겨라!


2005년작 '앙코르 (Walk The Line, 2005)', 2007년 '3:10 투 유마 (3:10 To Yuma, 2007)'등을 연출했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하고 톰 크루즈와 캐머런 디아즈가 출연한 영화 '나잇 앤 데이'를 월드컵 16강의 열기가 막 가라 앉은 어느 오후 감상하였다. 제임스 맨골드의 이름을 맨처음 거론하긴 했었지만 어찌되었든 '나잇 앤 데이'를 보게 된 이유는 톰 크루즈 때문이었다. 얼핏봐도 그리 무거워 보이지는 않는 이 작품을 기대하게 된 것은 톰 크루즈와 캐머런 디아즈가 펼치는 부담스럽지 않은 액션과 로맨스 때문이었는데, 확실히 영화는 무거운 메시지도 없고, 이야기도 그리 새로울 것은 없었으나 큰 기대가 없다면 나름 재미있게 2시간 가깝게 즐길 수 있는 괜찮은 팝콘 무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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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 앤 데이'의 이야기는 흔히 보는 첩보물에 로맨스를 곁들인, 아니 로맨스에 첩보물을 곁들인 매우 익숙한 장면들과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로이 밀러'는 제이슨 본 못지 않은 최고 수준의 요원이며(즉 육탄전은 물론 비행기 조종, 총, 칼, 주변 무기 등 못다루는 것이 없고, 어떤 최악에 상황에서도 '절대' 빠져나온다), 여기에 제임스 본드와도 같은 로맨틱한 무드와 외모를 갖고 있다. 그리고 캐머런 디아즈가 연기한 '준 헤이븐스' 역시 이런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캐릭터로서, 하지 말라면 꼭 하고, 주인공 남자를 매번 궁지에 모는 한편, 주인공과 스릴 넘치는 로맨스마저 즐기는 관계로 발전한다. 이 모든 것은 이미 수 많은 (정말 많은) 영화에서 보고 또 본 설정들인데, '나잇 앤 데이'는 이런 진부한 설정을 어쩌면 자신있게 그대로 밀어 붙이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밀어 붙인데에는 톰 크루즈와 캐머런 디아즈라는 두 배우를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약간 말이 안되는 건, 이 두 역할에 본래 이 두 배우대신, 크리스 터커, 제라드 버틀러 등과 에바 그린 등이 거론되었었다는 점이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했었더라면 작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훨씬 덜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캐릭터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서 가져온 것도 있지만, 그 만큼이나 많은 부분을 '톰 크루즈' 그 자신에게서 가져왔다고 볼 수 있겠다. '나잇 앤 데이'를 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톰 크루즈'가 그대로 연상될 정도로, 매너 있고 만능의 그가 등장하는데 특히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갑자기 뚜벅뚜벅 걸어가 키스를 하는 장면은, '자, 이 영화는 그저 오락영화야. 자, 즐기라고!'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상당히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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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캐릭터를 두 매력적인 배우가 연기하는 것과 더불어 이런 영화에서는 빠질 수 없는 멋진 풍광의 로케이션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액션 영화라기에는 부족하지만 로맨스 영화치고는 상당 수준인 액션 씬 역시, 이런 식으로 기대한다면 만족할 만하다. '나잇 앤 데이'라는 영화 제목은 나름 스릴러 적인 측면을 반영한 제목이지만, 실제 영화는 '크루즈 앤 디아즈'로 해도 좋을 만큼, 가볍고 부담없이 즐길 만한 작품이었다. 단, 제임스 맨골드의 전작들의 깊이를 고려했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1. 고탄 프로젝트를 비롯해 수록된 음악들이 전체적으로 좋더군요. 

2. 피터 사스가드는 별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폴 다노 역시 그가 굳이 출연하지 않아도 될 만한 역할이었으며, 비올라 데이비스 역시 별로 이야기할 만한 비중이나 연기는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두 주연 배우의 비중이 너무 큰 탓이지요.

3. 확실히 그 나이에도(62년생) 아직 쌩쌩한 톰 크루즈 형님에 비해 아직은 젊은(?) 캐머런 디아즈(72년생)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이 더욱 느껴지더군요. 이건 물론 톰 크루즈가 워낙 동안인 탓이지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20th Century Fox 에 있습니다.



작전명 발키리 : 블루레이 리뷰 (Valkyrie : Blu-ray Review)
http://dvdprime.paran.com/dvdmovie/DVDDetail_Sub.asp?dvd_id=1797&master_id=11


영화도 물론 영화대로 재미있었지만, 오랜만에 스페셜피쳐의 덕을 톡톡히 보았던 타이틀. 강추.







발키리 (Valkyrie, 2008)
서스펜스로 돌아온 브라이언 싱어

며칠 전 내한하여 수많은 한국팬들에게 톱스타 다운(혹은 답지 않은) 엄청난 매너와 그 많은 팬들에게 일일이 싸인을
해주어 일부에서는 '성인'으로 까지 추앙받기도 했던 톰 크루즈 주연의 스릴러 영화 <발키리>를 보았다(이 영화를 액션 대작
으로 잘못 알고 극장을 찾은 분들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국내에서는 <작전명 발키리>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히틀러 암살 계획을 다루고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가 개봉전 부터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비단 톰 크루즈 때문만은 아니었다. <엑스맨>과 <유주얼 서스펙트>를 연출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오랜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와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에, 과연 <식스 센스>오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반전 영화로 꼽히기도 하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완성도를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재미있는건 <유주얼 서스펙트>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맞추는 '퀴즈'같은 형식이었다면, <발키리>는 이미 누구나 다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룬 '해설'
같은 형식이라는 점이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영화다 보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네요 ^^;)




히틀러 암살 작전에 관한 영화는 이전에도 몇 편있었고,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역사로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건이라
영화화 하는 것에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워낙에 반전 자체에만 목을 매는 국내 관객들을 감안해보자면
차라리 '어떻게 될까?'하고 기대를 하지는 않을테니 나쁜 선택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하다(그런데 재미있는건 극장에서
분위기를 보니 이 이야기가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 잘 모르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더 흥미진진한
서스펜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 결말이 이미 나와있는 이야기라면 결국 그 과정을 얼마나 설득력있고,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터. 정말 잘 만들어진다면 이미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문득 문득 '히틀러가 정말
암살되었던가?하고 착각할 정도로 서스펜스를 이끌 수도 있을텐데, 이런 면에서 브라이언 싱어의 <발키리>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확실히 브라이언 싱어는 장르 영화에 재주가 있는 감독이다. 결말을 다 아는 이야기를 영화화 할 경우, 그 과정을
그리는 방법에 있어 새로운 방식이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발키리>는 이런 경우도 아니라 하겠다.

이 작품이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실제 역사와 흡사한 설정과 장면들을 디테일하게 배치하였고, 현실감을 더 하기위해
제작비의 대부분을 미장센을 만들어내는데 쓰기도 했다. 영화적으로 보았을 때도 서스펜스 영화들에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들을 여기저기 배치하고 있다. 영화 초반 슈타펜버그(톰 크루즈)가 적군의 폭격을 받아 부상을 당하는 장면에서,
고개를 옆으로 하고 쓰러지는데, 이 장면은 그의 최후에 그대로 다시 복선으로 등장하며, 영화의 주된 긴장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가방'에 관한 시퀀스도 매우 전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브라이언 싱어가 만들어낸 <발키리>에서는
'저거 예전에 본 거 아니야?'하는 생각이 거의 한 번도 들지 않았다. 이것은 감독의 연출력은 물론이고, 여러 중견 배우들의
무게있는 연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발키리>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의 면면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한 정보를 거의 얻지 않은 상태에서
항상 영화를 감상하기 때문에 익숙한 배우들이 한 명 한 명 등장할 때마다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었는데, 영화가 영화이니 만큼
이들 중 한 두 명만 있어도 가능할 법한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모두가 적절하게 분량을 나눠가진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 <추적>을 연출하기도 했던 케네스 브래너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해리포터 이후 스크린에서는 오랜만에
만난것 같네요), 빌 나이, 톰 윌킨슨, 크리스찬 버켈, 토마스 크레취만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인상적인 조연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중견 배우들을 가득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토마스 크레취만 같은 경우 최근 <원티드>를 비롯해, <킹콩> 'U-571',
<피아니스트>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였는데, 이 영화에서 선과 악을 동시에 표현해 내는 그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거의 여자 배우가 출연하고 있지 않은 이 영화에서 슈타펜버그의 부인 역할로 등장하는 캐리스 밴 허슨은 비중이 특히
더 적어 좀 아쉬웠던 경우였다. 그녀는 이미 <블랙북>을 통해 비슷한 시기의 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영화의 배경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으나 비중 자체가 많지 않아, 외모를 비롯한 보여지는 것외에 연기를
펼칠만한 여지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수 많은 인상 적인 조연 연기자들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단연 테렌스 스템프라 할 수 있는데, 그는 특히 최근들어 <원티드> <예스맨>등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다시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같아 더욱 반갑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수 많은 조연 연기자들이 비중을 적절히
나눠 갖은 것은 한편으론 '적절하기도'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캐릭터를 표현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뜻도 되는데,
테렌스 스템프 역시 워낙에 아우라가 강한 배우여서 그렇지, 연기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마스카와 목소리 만큼은 여전히 유효했다.




<발키리>는 서스펜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수작임에는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뮌헨> 정도의
깊은 인상은 주지 못했던 것 같다. 일단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긴 했지만 히틀러를 두고 벌이는 이 '암살작전'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왜 충성을 맹세한 것을 거두고 히틀러를 암살하려고 하느냐'에 대한 동기부여는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슈타펜버그는 그저 본래 부터 히틀러를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거나, 그저 조국 독일을 위하는
애국심이 넘치는 사람 그 이상으로는 그려지지 않는데, 그의 가족을 조명하는 장면에서 어느 정도 의도는 알 수 있었으나,
설득력 면에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암살작전에 가담하는 다른 조연 캐릭터들의 경우는 더더욱 부족한 면이 있어
전체적으로 서스펜스에는 이끌려가지만, 감정적으로 동화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작전 자체에 집중한 것도 좋았지만, 구테타 세력이냐 히틀러냐를 두고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인물들의
심리적인 갈등을 좀 더 비중있게 그려주었다면 좀 더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로 기억되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조금은 아쉬웠다(만약 이대로 되었다면 아마도 리뷰의 부제목이 '역사의 선택의 놓인 사람들'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




아, 얘기하다보니 정작 톰 크루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항상 톰 크루즈는 연기력에 대해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역시 또 한 번 부족할 것 없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발키리>에서 그가 맡은 슈타펜버그가 톰 크루즈 최고의 연기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사실 <발키리>는 톰 크루즈와 여러 중견배우들과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한 영화이기도 했다.




1. <발키리>는 나치당원인 독일인들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독일인들이 매우 반길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2. 히틀러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도, 그 캐릭터도 괜찮더군요. 문득문득 '독재자'다운 포스가 느껴졌달까요.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MGM픽쳐스에 있습니다.







영화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3명의 인물

그 첫 번째 / 필립 K.딕 (Philip K. Dick)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었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와 [토탈리콜]의 원작 단편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로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현대 공상과학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몇 가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첫번째는 경계에 관한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그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를 그려내며,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의 경계에 모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고뇌하고 죽음과 현실에 슬퍼하는 안드로이드 와, 자신들이 만든 인간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에게 너무쉽게 총탄과 파괴를 일삼는 인간들을 교차시키며 진정한 인간다움의 기준을 우리에게 반문하기도 하였다. [토탈리콜]에서는 현실과 환상, 시간과 선악의 모호함까지 얘기하고 있으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미래를 보는 예지자들과 그들의 예언을 따라 일어나지도 않은(일어날 것이라는)살인에 연루된 사람을 체포하는 모습에서 원인과 결과 사이에 모호함을 우려하고 있다.



두번째는, 어둡고 암울한 미래의 모습인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역시 이러한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물론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은 탓에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던 이전 영화들보다는 덜 어두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스필버그의 영화치고는 제일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 중 하나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러한 어두운 미래사회의 모습은 그의 삶과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가 태어나면서 세상을 떠난 쌍둥이 누이들과 5살때의 부모의 이혼, 정신분열 환자로까지 불렸던 그의 신경과민 증세 등은 그의 정서를 어둡게 했고 이러한 것은 고스란히 그의 소설속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영화화된 그의 원작소설들에서 보여준 그 만의 철학적 깊이와 고뇌만으로도 그를 감히 정신병자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 톰 크루즈

톰 크루즈는 왠지, SF 영화는 적어도 한 두편 정도는 출연했던 걸로 생각되지만 의외로 그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처음으로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였다. 그 자신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상당히 어색하고 힘들었다고 했지만, 스텝들의 말처럼 톰 크루즈는 존 앤더튼 역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그는 또한 헐리웃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비싼 몸이시지만, 마치 미국의 성룡을 꿈꾸는 듯 스턴드 연기에도 가능한한 직접적으로 몸을 던지는 편이다. 이미 [미션 임파서블 2]의 인트로장면에서 정말 살떨리게 살벌했던 암벽등반 장면을 직접 연기하였고, 이번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와이어 액션장면들과 스턴드 장면들도 대부분은 그가 직접 소화하고 있다. 코의 높이가 1cm만 낮았어도 일찍이 오스카를 수상했을 거라는 얘기도 있듯이, 톰 크루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능하게 하는 좋은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 스티븐 스필버그

필립 K.딕의 뛰어난 원작소설과 SF장르에는 처음 출연하는 톰 크루즈 모두를 잘 어울러 영화를 완성시킨 것은 바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그는 데이빗 핀처오시이 마모루 등의 감독이 맡았을 법한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이전에는 자주 시도하지 않았던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스릴러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역시 스필버그 답게 그 사이에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의 감정을 부각시키며 감동에 요소를 포함시켰다. 스필버그의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자신의 방식을 좋아하는 팬들과 좀 더 어둡고 스릴러적인 방식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함께 껴안으려는 노력으로 보여진다.



DVD 시스템에 잘 어울리는 타이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영화 출시전의 기대와 마찬가지로, DVD로서의 출시도 많은 매니아들에 상당한 기대를 모아왔었다. 몇 번의 출시일 연기끝에 발매된 [마이너리티 리포트 SE]타이틀에 대해 화질과 사운드, 서플먼트 부문으로 나누어 알아보도록 하자.



화질 - 16:9 Widescreen Version

오래전의 필름 느와르를 표방하며, 어두운 색채와 거친 색감등을 의도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화질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만한 여지가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현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촬영상을 받았던 촬영감독 야누스 카민스키는 영화의 느와르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독특한 촬영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이러한 카민스키의 촬영기법은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와 맞물려, 시종일관 차가운 느낌의 파란색과 빛의 강도 조절로 몽환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미래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촬영과 영상 스타일은 의도된 것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조금의 거부감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사운드 - DTS/DD 5.1

화질에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의 편차가 있을 수도 있지만(그렇다고 해서 화질이 좋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사운드에 관한한은 논란에 여지가 없을 것 같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도 듣기 좋지만, DTS를 지원하는 플레이어라면 주저할 것 없이 DTS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DTS 시스템의 찬사는 이를 재공하는 타이틀의 발매시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여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더군다는 이 영화는 미래사회를 다룬 SF물이 아니던가. 아무래도 드라마 보다 SF나 액션물에서 사운드가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각 영화마다 실감나는 사운드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톰 크루즈가 '후버팩'이라 불리우는 장비를 갖춘 동료들에게 쫓기는 추격씬에서 그 진가가 들어난다. '후버팩'에서 내뿜는 불꽃과 굉음은 우퍼로 전달되어 실감나는 효과음을 들려주고, 바닥을 기어다니듯 질주하는 장면과 집들을 여기저기 통과하는 장면에서도 역시 DTS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 공장의 기계들의 효과음이라던가 자기부상 자동차의 이동음들은 존 윌리암스의 스코어와 잘 어울리며 레퍼런스급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Special Features

[반지의 제왕: 디렉터스 컷]의 여파 때문인지, 이제는 어지간한 퀄리티의 서플먼트가 아니면 성이 안차게 되어버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서플먼트는 본편과는 별도의 디스크에 담겨져 있고 퀄리티도 보통은 넘는다고 할 수 있으나, 워낙에 기대가 컸던 타이틀이라서인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중에서 발매전 재공되었던 정보들과는 달리 감독인 스필버그의 음성해설 트랙이 수록되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이외에 수록된 서플먼트들은 상당히 유익하고 흥미로운 것들이다.



'Minority Report - From Story to Screen Faturettes'에서는 스필버그의 설명으로 영화 사전 제작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고, 'Deconstructing Minority Report Featurettes'에서는 각종 시퀀스를 통해 제작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재공하고 있다. 'The Stunt of Minority Report Featurettes'에서는 스턴트 장면이 쓰였던 씬들을 위주로 톰 크루즈와 스텝들의 인터뷰를 수록, 스턴트 장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스턴트를 담당하고 있는 스텝에 말을 따른다면 톰 크루즈는 거의 스턴트맨에 가깝다. 또한 특수효과를 담당한 ILM에 영화제작 과정을 담고 있는데, 영화속 홀로그램이나 호버팩 등의 탄생과정을 옅볼 수 있다. 'Final Report'에서는 공동작업으로 화제를 모았던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등장하여 서로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는다. 마지막으로 'Archives'에서는 제작 컨셉과 스토리보드, 배우와 제작진들의 프로필, 제작노트 등을 볼 수 있고, 극장용 예고편도 수록하고 있다.



21세기형 SF느와르



영화의 스탭과 배우들이 언급하였던 이 영화는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스릴러 장르의 느와르라 해야 옳을 것이다. 범인을 추리해가는 앤터튼의 모습은 [미션임파서블 1]의 이던 헌트와 닮았고, 차가운 미래사회의 이미지는 [블레이드 러너]와 크게 동떨어진 모습은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하고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프리 크라임(Pre-Crime)의 시스템인데 영화속에서도 반문하듯, 이 시스템은 한 번 생각해 볼 만하다. 예언자에 의해 살인이 예언되어 살인 현장을 급습하여 이를 막게 되면 결국은 살인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한다면 예언자의 예언은 결과적으로 틀린 것이 된다. 이러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모호함과 혼돈은 이 영화를 그저 단순한 SF영화에 틀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만약 이 영화를 스필버그가 아닌 다른 감독이 감독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앤더튼은 마치 [세븐]에 브래드 피트와도 같이, 자신이 잘못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를 죽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영화속에서 앤더튼은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미란다의 법칙을 얘기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영화가 끝나버릴 수도 있었지만, 이후에 반전을 위해 영화는 계속 진행된다.(혹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음에 더이상은 언급하지 않겠다)

만약 영화 속에서와 같이,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는 정말 미래를 예언하는 시스템이 도입될 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영화속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와도 같이, 만약 미래마저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참혹한 일이겠는가. 분명한 것은 꼭 스필버그 식의 희망을 믿지 않는 자들이라 하더라도, [빽 투 더 퓨처]에서와 같이 미래의 사진은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어 질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을런지도...



꿈(Dream)과 현실(Real), 그 어느 것도 확실치 않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 손끝으로 느껴지는 것들조차 믿을 수 없는, 하지만 이 모두는 스스로 선택한 자각 몽(Lucid Dream)일 뿐.



거대 출판사를 거느리고 남부러울 것 없는 부와 자유를 향유하던 데이빗 에임스(톰 크루즈 분). 매시간을 즐기며 사는 그에게 진정한 사랑이나 신뢰를 먼 얘기일 뿐이다. 자주 만남을 갖는 여배우 줄리(카메론 디아즈 분) 역시 그에게는 단순한 잠자리 상대지만 줄리는 데이빗에 대한 집착을 드러낸다.
자기 집에서 생일파티를 열고 가까운 사람들을 초청한 날, 줄리는 초대도 받지 않은 채 나타나 데이빗의 시선을 잡아두려 한다. 그러나 데이빗은 친구 브라이언과 함께 나타난 소피(페넬로페 크루즈 분)라는 여자에게 한눈에 반해 버린다. 이제야 꿈에 그리던 여인을 만났다고 생각한 데이빗은 소피아에게 빠져들고,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줄리는 데이빗을 속여 차에 타게 한 뒤 전속력으로 차를 몰아 끔찍한 사고를 낸다. 한참 후에야 의식이 돌아온 데이빗, 그러나 그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는데...



[바닐라 스카이]는 다들 아는바와 같이 스페인의 젊은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1997년 작 [오픈 유어 아이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일단 비교에 앞서 원작인 [오픈 유어 아이즈]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알레한드로 감독의 뛰어난 이야기 구성과, 현실과 가상현실, 로맨스를 접목 시키며 복잡하면서도 몽환적인 SF 스릴러(?)로 관객들과 평론가들에게 모두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아메나바르 감독은 충격적인 데뷔작 [떼시스]에 이어 [오픈 유어 아이즈]마저 대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고, [하몽하몽]으로 영화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던 페넬로페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또 한번 묘한 매력을 맘껏 보여주었다. [바닐라 스카이]와 [오픈 유어 아이즈]를 비교함에 있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원작에서 여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페널로페가 리메이크 작에서도 그대로 여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헐리웃에서 재탄생하기까지는 톰 크루즈의 역할이 컸는데, 원작에 한껏 반했던(페널로페에게 반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톰 크루즈는 원작의 판권을 바로 사들였고, [제리 맥과이어]에서 이미 한 번 같이 작업을 하였던 카메론 크로우에게 감독을 맡겼다. 카메론 크로우 역시 [오픈 유어 아이즈]에 대해 몹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터라, 원작의 감독인 아메나바르의 조언을 얻어 영화를 완성하였다. 대부분의 리메이크 영화가 그러하듯 원작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는 평이 많은 듯 하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닐라 스카이]의 마지막 30분 가량의 내용 때문인데,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는 복잡하게 스토리를 교차하여 배열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혼란에 빠지게끔 하여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것에 비해, [바닐라 스카이]에서는 그런 관객을 의식했던 것인지, 너무도 친절하게 설명하려 들었다는 것이 그 대부분의 이유였다.

전혀 의문점에 대한 설명이 없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도 썩 좋은 편은 못되는 듯하지만, 리메이크 작을 은근히 기대했던 팬들은 너무나도 친절한 어투로(다분히 헐리웃 식으로)풀어내는 결말이 맘에 들지 않았었던 것 같다. 비록 원작에 비해 조금은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바닐라 스카이]는 분명 흥미롭고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생각에 원인으로는 배우들이 펼친 명연기와 극장을 나와 바로 시디샵으로 달려가 O.S.T를 집어 들게 했던 음악을 들 수 있겠다.



일단 뒷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연기만을 살펴보자. 전체적으로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 배우는 두 크루즈가 아닌 바로 카메론 디아즈이다. 카메론 디아즈는 이 영화에서 그리 길지 않은 러닝 타임에 출연하였지만 강렬하고도 인상적인 연기로 많은 관객들과 평단에 극찬을 받았다. 이전 까지 그저 모델 같은 외모로만 평가받던 그녀는(사실 이런 평가가 때늦은 평가가 된지는 제법 시간이 흐른 듯 하다), 이 영화에서 극중 데이빗 에임스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그저 섹스파트너 정도로만 여기는 데이빗에게 질투와 분노를 느끼는 줄리 지아니 역을 맡아, 캐릭터를 섬뜩하면서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바닐라 스카이]에서 ‘줄리 지아니‘라는 인물은 두 주연배우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인데, 카메론 디아즈가 연기함으로써 관객들이 그 배역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더 가깝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은 원작에 이어 다시 같은 인물을 연기한 페넬로페 크루즈.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톰 크루즈가 빠질 만도 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야말로 마드리드의 요정과도 같은 표정들을 다량 선사하며 자신의 섹시하고도 귀여운 매력을 마구 발산하고 있다. 사실 같은 역할을 다시 연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되는 요소였을 듯싶은데, 페넬로페는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잘 해낸 것 같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연기를 함에 있어 자신만의 고집이 센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고, 최근 촬영에 들어간 신작에서는 불어를 사용해야 하는 역할이라 또 열심히 연습중이라고 한다(제작진에서는 처음 더빙을 제안했지만, 그녀가 완강하게 거부하는 바람에 그냥 현장에서의 그녀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기로 했다고 한다). 조금은 어색한 스페인 식 영어발음으로 연기하는 페넬로페의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유창한 스페인어로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탐 크루즈. 그는 이제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헐리웃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야말로 거물이다(사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의 외모와 이러한 거물급 배경, 가장 헐리웃 적이라는 무의식 속에 이미지가, 그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가리고 있는 듯 하다. 또한 그는 그러한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꾸준히 변화를 꾀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역시 제작과 주연을 겸하고 있는데, 그 잘생긴 얼굴을 심하게 망가트린 것만으로 그에겐 어느 정도 도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매그놀리아]를 통해 관객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톰 크루즈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던 그는, [바닐라 스카이]에서도 현실과 가상 현실 속에서 혼란과 방황을 겪는 데이빗 에임스 역을 잘 소화해내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제 배우들 간에 뒷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이 영화를 통해 톰 크루즈는 부인이었던 니콜 키드먼과 이혼하고 페넬로페를 새 연인으로 맞은 것은 이미 공공연한 과거가 되어버렸다. 또한 아이러니한 것은 니콜 키드먼은 톰 크루즈가 제작하고 [오픈 유어 아이즈]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감독한 [디 아더스]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오묘한 관계 설정을 이루게 되었다.

이들 세 배우 외에도 눈길을 끄는 한 배우는 바로 커트 러셀이다. 이전까지 우직하고 강력한 액션연기만 보여 주었던 그는, 이 영화에서 데이빗 에임스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정신과 의사 역할을 맡아 차분하고 안정된 연기로 나름대로의 연기 변신을 꾀하였다. 마지막 옥상 장면에서 ‘기술 지원’이 딸의 이름을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그 표정은 정말 압권이었다.



[바닐라 스카이]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 바로 O.S.T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은 영화감독 이전에 팝 칼럼니스트이기도 했던 카메론 크로우 감독을 들 수 있겠다. 이미 그는 전작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인 세계와 생각을 자전적으로 그려낸 적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그룹 하트 출신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낸시 윌슨이기도 하다(낸시 윌슨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음악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일단 위에 언급한 제목과도 같이 [바닐라 스카이]의 사운드트랙은 요목조목 옥석들만 골라낸 종합 선물세트라 부르면 될 것 같다. 음악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인생을 살았던 감독 카메론 크로우와 그의 아내 낸시 윌슨이 컨텍팅한 곡에서, 그의 말대로 락 음악에 대한 오마주를 엿볼 수 있다.

R.E.M, The Monkees, Bob Dylan, Peter Gabriel, Jeff Buckley, Todd Rundgren부터 Sigur Ros, The Chemical Brothers, Radiohead까지...그야말로 명곡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다. 이들 기존의 곡들 외에 폴 매카트니의 동명타이틀 신곡 ‘Vanilla Sky'가 담겨있고, 극중 차안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톰 크루즈에게 건낸 앨범에 수록된 ’I Fall Apart'도 눈길을 끈다. 극 중 이름인 'Julianna Gianni'로 이름을 올린, 이 곡에서는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에서와는 몰라보게 향상된 카메론 디아즈의 보컬을 들을 수 있다.
뛰어난 선곡 외에도 영화의 중간 중간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음악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데, 밤 늦은 클럽에서 화장실을 묻는 질문에 ‘저기 뷔욕(Bjork)닮은 여자 옆에’라고 얘기하는 것이라던가, L.E를 설명하던 중 나오는 화면에 역시 뷔욕의 뮤직비디오 ‘Big Time Sensuality'가 흐르는 것에서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바닐라 스카이]타이틀이 발매 된지는 꽤 되었으나, 최근 파라마운트 3차 할인 행사를 통해 좀 더 저렴해진 가격에 좋은 타이틀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타이틀은 2.35:1 의 애너모픽 영상과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음악의 비중이 다른 영화에 비해 큰 탓에 사운드에 더 관심을 쏟게 하는데, 크게 분리도를 느낄 만한 장면이 없는 관계로 5.1채널의 효과를 체험하기는 어렵다. 타이틀이 맘에 드는 이유는 영상과 음질의 스펙 보다는 서플먼트에 있다. 일단 감독인 카메론 크로우와 음악을 맡은 낸시 윌슨의 코멘터리 트랙을 첫 번째로 들 수 있겠다. 원작과 비교하여 카메론 크로우가 그려내려 했던 영화와 장면에 쓰인 음악에 대해 연출자에 입장에서 자세한 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로는 'Prelude to a Dream'과 ‘Hitting it Hard'가 있는데, 'Prelude to a Dream'에서는 영화의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배우들과 스텝들이 영화 전반을 촬영하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Hitting it Hard'에서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를 순회하며 시사회를 가졌던 여정을 담고 있는데, 파리, 런던, 마드리드, 중국, 호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를 전전하며 영화를 홍보하는 두 주연배우와 감독의 모습을 즐기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사운드트랙에 신곡을 수록하였던 폴 매카트니의 인터뷰 영상과 'Afrika Shox'의 뮤직비디오, 예고편과 포토갤러리가 수록되어 있다. 포토갤러리에는 DVD-ROM사용자를 위한 이스터에그가 숨어있는데, NG 컷 등을 담은 영상이 숨어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2003.05.19
글 / 아쉬타카

 

Mission: Impossible III, 2006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개인적으로는 <반지의 제왕>과 <매트릭스>가

떠난 블록버스터 시리즈 시장에서 <엑스맨>시리즈 보다더 더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종교문제와 몇몇 발언, 행동등 영화 외적인 요소로 인해 수많은 안티팬들과

반대세력에 공격대상이 되곤 하는 톰 크루즈이지만,

난 그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연기가 숀팬이나 드니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액션 영화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야수>의 권상우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이며, 이젠 헐리웃에 성룡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위험한 장면에서도

그에 엄청난 몸값에 걸맞지 않게 몸을 사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난 결과적으로 톰 크루즈는 그 외모에 모든 것이 가려졌다고 생각한다.

<매그놀리아>에서 보여준 연기는 굳이 골든 글로브 수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최고의 연기였으며, <콜래트럴>또한 아카데미가 후보로 조차 거론하지 않은 것은

크게 지탄받아야 한다고 여겨질 만큼 파치노나 드니로에 버금가는 연기였다.

워낙 안티팬이 많은 톰 크루즈이기에 편드는 말로 시작해보았다.


MI:3는 TV시리즈 앨리어스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될 만큼

앨리어스가 생각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는 영화다.

사실 개인적으로 3편에 관심을 더욱 갖게 된 것은 바로 앨리어스를 연출한

J.J. 애브람스가 감독을 맡았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그가 감독을 맡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절반에 장점과 절반에 단점을 내제한 영화를 낳았다.

먼저 앨리어스를 보지 못한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면 이 영화는 최고의

블록버스터라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만큼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장면들과

긴박함, 임팩트, 클라이막스가 존재하는 MI:3는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극장가를

누비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영화이다.

하지만 앨리어스를 본 사람들이라면 '앨리어스 극장판'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만큼

너무나도 많은 유사점이 등장하는 것이 또한 MI:3다.

영화의 초반 긴박한 사건에 마무리 장면으로 시작하여, 플래시백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앨리어스에서 여러번 봐왔던 설정이었으며,

약혼녀에게 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리지 못하는 이던 헌트의 아픔은

시드니 브리스토와 너무 닮아있었다.

차가운 회색톤과 구성의 IMF 사무실의 전경과, 앨리어스의 마샬과

직업적 특성은 물론 독특한 성격까지도 매우 흡사했던 IMF내 기술직 캐릭터에 묘사는

조금 너무하는 듯한 인상도 받았다.

그리고 주인공이 악당에게 잡혀 정신을 잃은뒤 눈떠보면 깨어있는 곳은

꼭 상하이라던지, 이전 MI시리즈보다 이던을 제외한 나머지 팀월들의 역할이

커졌다든지 하는 점도 모두 앨리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설정들이었다.


J.J.애브람스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인 것은 아마도 극 중 캐릭터들에

신뢰를 잃게하는 것일터. ㅋ

처음엔 아무생각없이 일차적으로 보게 되다가, 나중에 배신과 배신을 거듭하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게 되면, 결국 관객은 '저놈도 나쁜 놈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앨리어스를 보는 사람들이 '슬론'에 대해 아직도 신뢰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

사실 이 같은 유사성은 영화 초반 앨리어스의 본의 동료 캐릭터(아..갑자기 생각이 안난다)가

까메오로 등장했을 때 부터 알아차려야 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블록버스터 중 하나인 MI의 새 시리즈를 맡게 된 J.J.애브람스는

앨리어스에서 쌓아왔던 노하우와 액기스를 고스란히 이 영화에 뿌려냈고,

시내에 전투기가 등장하여 미사일을 쏴대는 장면 같이 TV드라마에서는 불가능했던

엄청난 스케일의 장면도 시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앨리어스를 본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앨리어스가

떠오르는 영화였지만, 그것이 완전히 싫지만은 않은 영화였다.

앨리어스를 매번 숨죽여봤던 그 중독성이 확장되어 미션 임파서블에 옷을

입었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될듯.


 
글 / ashitaka


p.s / 역시 칸예 웨스트의 테마곡은 임펙트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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