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예스 맨>을 리뷰하면서 댓글로 '주이 데이샤넬의 팬페이지를 하나 만들 작정이니 나중에 들러주세요~'하고 짧게 남겼었는데, 그 때까지만해도 진짜로 만들게 될 줄은 몰랐었죠. 그런데 진짜로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며, 팬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인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워드프레스 같은 설치형 블로그 툴도 배우고 경험할겸 그녀의 팬블로그를 이쪽으로 만들 예정이었는데, 준비가 늦어지다보니 그냥 현재 가입하고 바로 설치가 가능한 텍스트큐브 블로그를 활용하게 되었네요.

아직 별다른 내용은 없지만 앞으로 차곡차곡 주이 데이샤넬에 대한 컨텐츠으를 알차게 쌓아갈 예정입니다. 장대한 꿈이 있다면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가 대박나거나 그녀가 멤버로 있는 She & Him이 내한 공연이라도 하게 될 때까지 이 팬블로그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어 제가 운영자의 자격으로 단독 인터뷰 기회 쯤 얻는 것이랄까요 ㅎㅎ

자세한 동기나 운영 방안은 해당 블로그에 남겨두었으니 그쪽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별 관심없으시더라도 거의 처음 팬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게 된 저에게 응원에 한 마디씩 부탁드려요~ ^^;

그럼, 앞으로 Zooey.textcube.com 에서도 자주 뵙겠습니다~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06.09 _ 잡담  (4) 2009.06.09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8) 2009.05.19
2009.04.02 _ 근황과 잡담  (4) 2009.04.02
2009.03.05. 잡담 및 근황  (10) 2009.03.05
2009.01.26 _ 잡담 및 근황  (2) 2009.01.26



뮤지컬의 왕 팬이긴 하지만 처음 볼 땐 단순히 유치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보고나니 기본에 충실하고 유치함도 미덕으로 승화시킨 괜찮은 뮤지컬이었네요.








엑스맨 탄생 : 울버린 (X-Men Origins : Wolverine, 2009)
궁금하긴 했었던 울버린의 탄생과정


<엑스맨>시리즈의 광팬은 아니었으나 1편부터 3편까지 모두 극장에서 거의 개봉일에 관람을 했었기 때문에 이 작품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이하 울버린)에도 관심을 갖긴 했었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관심일 뿐 기대까지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배우이기 이전에 역시 감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감독인 개빈 후드의 전작들이 <특명 델타포스 2,3>등 별로 미덥지 못한 영화들이었던 점 때문이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이 작품이 '외전'성격이라기 보다는 쉽게 말해 '짝퉁' 시리즈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관심은 있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들이 그렇듯이, <엑스맨>시리즈를 극장에서 보면서 각 캐릭터들의 더 상세한 이야기가 궁금했었기 때문에 만약 이번 <울버린>을 보지 않는다면 코믹스를 따로 찾아서 보지 않는 이상은 이 궁금증을 풀만한 기회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일찌감치 관람하게 되었다(영화를 감상한 건 개봉 주였는데, 리뷰가 늦어졌네요 ^^;).

결과적으로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지 액션 영화로서 러닝타임내내 즐겁게 즐길만한 영화였고, 크게 부담스럽지 않는 작품이었다. 아, 물론 <엑스맨>과 연관지어 더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면 실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는 간단하게 말해서 휴 잭맨이 연기하는 울버린이 어떻게 하다가 '울버린'이 되었으며 왜 그가 <엑스맨>시리즈에서 그렇게 거칠고 툴툴맞은 성격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일종의 '비긴즈'이자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미국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들의 캐릭터들은 상당히 세밀하고 디테일한 자신만의 역사들을 갖고 있는데(그 캐릭터가 비록 주연급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엑스맨 가운데서도 주연급이라 할 수 있는 울버린의 과거사가 궁금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울버린, 아니 로건의 일생은 불행하기 그지 없다. 돌연변이로 태어나 혼란스럽고 고통스런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그 능력 때문에 각종 전쟁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 살육을 즐긴다던가 이 능력을 사용하는데에 별로 호전적인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로건이 울버린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 명의 동료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는데, 아마도 기존 코믹스인 엑스맨의 팬들이라면 가장 아쉬워할만한 부분이 바로 이들의 묘사나 비중이 아닐까 싶다. 코믹스의 기존 세계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관객이 보기에는 그저 수많은 돌연변이 캐릭터 중 하나 정도로 생각되거나 제법 비중이 있는 조연급 캐릭터들에 대해서만 살짝 관심을 갖게 되는 수준일테지만, 이 세계의 팬이라면 '아니, 저 능력자이자 비중있는 캐릭터를 이름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다니' 혹은 '저런 몇 장면 만으로 흘려버리다니'하는 불만을 갖기에 충분한 것도 사실일 듯 하다.




물론 기존 <엑스맨> 극장판 시리즈에서도 모든 캐릭터가 다 만족할만한 비중과 묘사의 기회를 얻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번 <울버린>은 제목 그대로 '울버린'에 촛점을 맞춘 작품이다보니 타 캐릭터들에게는 관심이 덜가는 경향이 좀 더 심하지 않았나 싶다. 여러 명이 함께 등장하고 있는 포스터를 보면 마치 <엑스맨>처럼 각각의 캐릭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액션 장면이 가득 하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예 없는 캐릭터도 있고 있다해도 대부분은 1장면씩 밖에는 할당 받지 못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엑스맨'의 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의 감상포인트 일 것이다. <엑스맨>에 대해 극장판 영화 이상으로 관심이나 정보가 없는 일반 관객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제법 괜찮은 비중이라고 생각된다. 로건이 왜 울버린이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여기에 모든 포인트를 집중하고 있으며 주변 캐릭터들도 모두 울버린을 위해 작용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에 공감대는 떨어질 수 밖에는 없다).




예전 <삼국지 : 용의 부활>이 삼국지라는 설정을 가져온 액션 영화였던 것처럼 <울버린>역시 아주 냉정하게 본다면 <엑스맨>의 세계관을 가져온 액션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울버린 개인의 역사에 대한 설명의 기능은 충분히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액션 씬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 개인적으로는 계속 언급하지만(-_-;;) 큰 기대치가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액션씬들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이런 액션영화에서 기대하는 이른바 스케일있는 액션. 보는 순간 잠시나마 '오옷'하고 느끼게 되는 액션들이 제법 있었다. 물론 그 반짝이는 순간을 더 나은 액션 시퀀스로 이어가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기대했던 바는 그 정도였기 때문에 나름 나쁘지 않았다.

다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바로 CG의 퀄리티였다. 이 작품이 과연 마블엔터테인먼트에서 공식적으로 제작하고 헐리웃 탑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며 <엑스맨>이라는 시리즈의 스핀오프로서 인정받고 있는 작품인지 의심될 정도로 시대를 한참이나 거슬러 올라간 듯한 어색한 컴퓨터 그래픽은 확실히 몰입도를 해칠 수준이었다. 특히 헬기를 타고 벌어지는 액션장면에서는 헬기밖 배경과 헬기 내 인물의 이질감이 너무 심할 정도였으며, 후반부 액션 장면에서도 이들이 실제 그런 구조물 위에서 싸우고 있다고 느끼기 보다는 3D스튜디오 내에서 가상현실을 통해 겨루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같은 시기에 개봉한 <스타트렉 : 더 비기닝>의 컴퓨터 그래픽이 전우주를 상대로 했음에도 훨씬 실감났던 것과 비교할 때 더욱 아쉬움이 남는 컴퓨터 그래픽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엑스맨 팬들은 모든 것이 울버린에 집중되는 바람에 심하게 소외되어버린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에 무척이나 아쉬울 수 밖에는 없을 것이며, 일반 관객들에게는 <엑스맨>의 설정이 녹아든 괜찮은 액션 영화로서 즐기기에 큰 부족함이 없을 작품일 듯 싶다.


1. 그 노부부의 아들이 마치 휴잭맨인듯 옷이 죄다 맞춤싸이즈이던데, 로건은 나이를 천천히 먹으니 설마 이 노부부가 어찌되었든 로건과 연관되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ㅎㅎ

2. <엑스맨>시리즈의 매우 중요한 캐릭터가 깜짝 등장합니다. 이 분은 <엑스맨>에 등장할 때 모습을 보면 포샵이 너무 심한 것 같다는 느낌이 제일 먼저 들어요 ㅎ

3. 저만 그렇게 느낀 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결투를 끝내고 구조물에서 떨어진 울버린의 모습을 보면 갑자기 머리가 짧아진 느낌이에요 ;;;

4. 또 그 노부부이야긴데, 결국 울버린의 코스튬과 같은 의상 코디는 그 할아버지의 작품이라고 해야겠네요.

5.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나고 추가장면이 있습니다. 떡밥도 있고, 본편 초반에 등장했던 대사를 인용하면서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에 깊은 슬픔과 역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마블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어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1차 라인업을 포스팅에 다른 분들이 다들 지산 등에 밴드들을 빼앗겨서 라인업이 아쉽다는 말씀들을 주셨었는데, 뭔가 해서 찾아보았더니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 이런 라인업이라니!!!

무려 Weezer가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Fall Out Boy, Jimmy Eat World도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물론 1차 라인업일 뿐이긴 하지만 단숨에 관심도를 펜타포트에서 지산 록으로 쏠리게 하기에 충분한 라인업이 아닐 수 없겠다!

기획사를 보니 펜타포트를 기획했던 옐로우 나인이 빠져나와 따로 기획한 페스티벌인 것 같은데, 위저 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뛰는 라인업이 아닐 수 없겠다.

아...이번 여름도 록 페스티벌의 바다에 풍덩 빠져야 하나. (지산은 진흙탕 안되겠지 -_-;;)








지난해 여름을 진흙과 함께 뜨겁게 달구다 못해 질퍽이게 했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군요.
사실 지난해 행사가 끝나고 들려오는 말로는 송도 부지에서 더 이상 페스티벌을 진행할 수 없을 거다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송도'에서 다시 열리게 되었군요.

그럼 두말할 필요없이 일단 라이업부터 확인!




일단 1차 라인업을 보니 참으로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엄청난 돈을 투자할 만한 뮤지션은 발견되지 않거든요. 아무래도 1차 라인업에서 가장 대표적인 밴드를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데프톤즈(Deftones)를 꼽을 수 있을텐데, 전 아주 다행히도 그들의 열렬한 팬은 아니라서 이 라인업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나머지 국내 외 밴드들은 아직까지 이 무거운 몸을 먼 송도로 이끌기엔 살짝 부족한 라인업이네요. 과연 2차, 3차를 통해 또 얼마나 환장할 만한 밴드들이 추가될지 사뭇 걱정됩니다(이건 기대라기 보다는 걱정이 맞겠죠;;)



관련글 : 2008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_ 그 짧은 날의 기록







저번 주는 너무 갑자기 볼 영화들, 그리고 써야 할 글들이 많았던 관계로 '이 주의 개봉영화 프리뷰'를 부득이하게 거르고 말았습니다 흑 ㅠ 깨알같지만 제 프리뷰를 봐주시는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 주 프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주 역시 관심가는 작품들이 많아 벌써부터 예매 스케쥴을 머릿 속으로 계산해 봐야 하는 지경이군요 ㅎ



잘알지도 못하면서 (2009)
감독 : 홍상수
주연 : 김태우, 고현정, 엄지원, 하정우, 정유미, 공형진, 유준상
각본 : 홍상수
음악 : 정용진
촬영 : 김훈광
장르 : 드라마
정보 : 한국 / 126분 / 18세 관람가

이번 주 제가 가장 관심있는 개봉작은 홍상수 감독의 2009년 신작 <잘알지도 못하면서>입니다. 제목부터 굉장히 홍상수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이 영화는 그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홍상수 영화에 출연 경험이 있는 김태우, 엄지원, 고현정은 그렇다쳐도, 하정우와 정유미도 제법 어울린다쳐도 어쩌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공형진과 유준상마저 출연하는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또 얼마나 찌질한 인간군상의 면모를 여지없이 파해쳐낼지, 또 얼마나 너무 맛깔스러워서 낯뜨겁기까지 한 대사들이 흘러나올지도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잘알지도 못하면서' 많은 일들을 저지르고 다니는지, 깨우쳐 주는 영화일까요? ^^;






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 2009)
감독 : 론 하워드
주연 : 톰 행크스, 이완 맥그리거, 아예례 주어, 아민 뮬러-스탈
각본 : 아키바 골즈먼
음악 : 한스 짐머
촬영 : 살바토르 토티노
장르 : 미스테리/스릴러
정보 : 미국 / 138분 / 15세 관람가

<다 빈치 코드>와 마찬가지로 댄 브라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 <천사와 악마>입니다. 한창 소설 다 빈치 코드가 인기있을 때쯤 그리고 영화화가 결정되었을 때쯤 누군가가 '천사와 악마'가 더 재밌다는 얘기를 해서 이 책을 사서 읽어보게 되었었는데, 미처 집중하고 다 읽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는 <다 빈치 코드>와 마찬가지로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이 중심이 되어 다시 한번 교황청을 배경으로 미스테리를 풀어가게 됩니다. 아무래도 전작인 <다 빈치 코드>보다는 국내외 모두 그 관심도가 조금은 떨어지는 듯도 한데, 이번 작품 역시 이게 진짜냐 가짜냐를 따지기 보다는, 제법 그럴듯한 픽션으로 감상하면 편안하고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씨 표류기 (Castaway On The Moon, 2009)
감독 : 이해준
주연 : 정재영, 정려원
각본 : 이해준
음악 : 김홍집
촬영 : 김병서
장르 : 드라마
정보 : 한국 / 116분 / 12세 관람가

사실 이 영화 <김씨 표류기>는 애초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던 영화는 아니었는데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가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준 감독이라는 점과(공동감독이었죠), 시사회를 통해 흘러나오는 '괜찮은 영화'라는 평들 때문에 급 관심을 갖게 된 영화입니다. 일단 영어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기본적인 줄거리는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를 떠올리게 할만한 이야기인데 흥미로운건 외딴 무인도가 아니라 도심내에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이죠. 홀로 되어서 벌어지는 일들도 재미있겠지만은 이를 바라보는 정려원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이를 통한 감성이 이 영화를 지배하는 분위기가 아닐까 예상해봅니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전에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2007)
감독 : 시드니 루멧
주연 : 필립 시무어 호프먼, 에단 호크, 마리사 토메이, 알버트 피니
각본 : 시드니 루멧 외
음악 : 카터 버웰
촬영 : 론 포투나토
장르 : 범죄/스릴러/드라마
정보 : 미국 / 116분 / 18세 관람가

거장 시드니 루멧 감독의 2007년작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전에>도 이번 주에 정식 개봉합니다. 필립 시무어 호프먼, 에단 호크, 마리사 토메이, 알버트 피니까지.. 배우들과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선택 가능한 영화이며, 실제로도 그런 감흥을 전달해 주는 영화입니다. 저는 지난 주에 시사회를 통해 미리 감상하였는데, 많은 극장에서 만나보기는 어렵겠지만 무거운 가족과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들께서는 주저없이 선택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전에
외로운 시대, 외로운 가족의 초상





이 밖에도 끝난 줄로만 알았던 액션 시리즈 <옹박>의 세 번째 작품이 개봉되며, 곽재용 감독 연출에 아야세 하루카가 출연하는 일본영화 <싸이보그 그녀>도 개봉합니다. 저는 이 영화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아 프리뷰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을 거라 예상되네요.

그럼,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각 제작사에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이벤트가 있는지도 몰랐었는데 우연히 좋은 기회에 초대가 되어 박찬욱 감독과 함께하는 영화 감상과 씨네토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늦게 초대를 받아서인지 좌석이 맨 앞이었는데(티켓 전달해주시면서 '영화는 보셨죠?'하고 미안한듯 물어보시더라는;;), 정말 몇년 만에 맨 앞좌석에서 영화를 보게 된 것인지(예전 메가박스 M관에서 A열 1번에서 <한니발>을 본 뒤 처음인것 같다) 기억이 안날 정도로(기억났죠 ㅎ) 오랜만이었는데, 정말 영화를 미리 본 것이 참으로 다행인 순간이었습니다.

영화는 확실히 여러 번 볼 수록 발견하지 못했던 장면들과 감성들을 만나볼 수 있는 예술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 관람에서는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장면들도 발견할 수 있었고, 첫 번째 감상기에서는 다 쏟아내지 못했던 내용도 추가로 정리할 수 (머리 속에서;;) 있었습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말했듯이 <박쥐>관련해서는 박감독님이 거의 이런 인터뷰나 씨네토크 자리를 갖지 않고 있어서 오늘의 행사는 더욱 의미깊게 다가오기는 했는데, 관객 각자의 느낌과 감상을 연출자로서 제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가능한한 이런 자리를 비롯해 DVD의 오디오 코멘터리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씀을 들으니, 준비했던 질문을 하기가 망설여지더군요.

그래도 계속 손을 들었는데 결국 질문의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ㅠㅜ 그저 맨 앞자리에서 박감독님의 모습을 아주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네요. 시종일관 감독님은 관객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굉장히 신중하고 깊게 경청하시는 모습이었으며(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질문에도 매우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하려던 질문을 하지 못한 것과 씨네토크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는 것을 제외하면, 흔치 않은 기회였다는 점에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아, 가져간 DVD에 싸인을 받지 못한것도 아쉬운 점이에요 ㅠ)


덧붙임.

간단히 이 날 있었던 씨네토크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테레즈 라캥'의 주인공 이름들과 영화 <박쥐>속 인물들의 이름의 유사성에 대해 확답을 들을 수 있었고(테레즈 - 태주, 까미유 - 강우 등), 쪽가위를 입안에 넣고 빼고를 반복하는 장면의 의도를 묻자, 단순히 입이라는 곳이 무언가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의 이미지라고 생각해서 기획된 장면이기도 하고 더나아가 병균처럼 외부의 것이 내부로 침입하는 이미지를 생각해 삽입하였다고 한다(개인적으로는 의도적인 불편함을 유발시키기 위한 장치로서도 이해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코멘트로 들을 수 있었는데, 애초에 박찬욱 감독님의 생각은 마치 상현이 엠마누엘 연구소 벽에서 본 듯한 지네의 이미지, 이 지네가 날개도 달리고 더 많은 다리들을 갖은, 이런 이상한 지네들이 엄청난 수로 하늘을 뒤덮고 있는 이미지를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판에 너무 급작스럽게 감정을 깨버릴 지 모른다는 주변의 (강력한) 우려가 있어 최대한 이 장면을 축소하였고,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장면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했다. 이 장면은 죽음을 앞에 둔 상현이 마지막 환상을 보는 것으로 이해되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생각해보았던 것이지만, 결국 상현은 자신의 기도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 그리고 더 나아가 상현이라는 존재를 가지고 신이 마치 광야에서 시험하듯 한 것이 아니냐는 흥미로운 질문이 나왔는데, 이 영화는 분명히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더나아가 본래 감독님이 구상했던 시나리오에는 상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욕망이 강한 인물로 그려졌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덧붙임 2.

제가 원래 하려던 질문은.
'처음에는 뱀파이어가 된 상현이 자신의 욕망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본래 좋은 일을 하려고 간 것이다. 죽기를 바라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등) 이 행위를 합리화해 가다가, 결국 자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태주를 보며 새삼 자신의 그간의 합리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자살을 하게 되는, 일종의 자살 영화로 이해했었는데, 마지막 죽기 이전에 보면 한동안 상현을 부르지 않았던 태주가 '신부님'이라고 부르는 장면과 동시에 상현이 신부로서 처음 등장 할 때 흐르던 테마 음악이 흐르게 된다. 이걸 보면 이 영화를 사제로서 상현의 순교 영화로 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으로서의 자살 영화로 봐야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질문이었어요.

그런데 이것인가 저것인가 라기 보다는 어느 편이 더 의도에 가깝나 혹은 관객으로서 보았을 때 어느 쪽에 더 공감이 가는가 정도로 질문하려 했는데, 아쉽게도 묻지 못했네요. 개인적인 생각은 둘 다라고 생각되요. 정답도 없고.





글/사진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스타 트렉 : 더 비기닝 (Star Trek, 2009)
몰라도 재밌고 알면 더 재밌는 프리퀄!


개인적으로 TV시리즈였던 스타 트렉에 대한 기억들은 그야말로 깨알같은 정도다. 팬이라고 하기엔 물론 부족하고 그저 어린 시절 TV를 통해 가끔 각 캐릭터들의 특성이나 대강의 배경 줄거리 등을 슬쩍 아는 정도일 뿐이다. 윌리엄 셰트너를 '믿거나 말거나'로 만나기 전에 더 익숙했던 프로그램이 '스타 트렉'이었으며 그 쫑긋귀의 캐릭터, 매우 하얀 얼굴의 캐릭터, 또 다양한 외계인 캐릭터들이 '엔터프라이즈호'라는 우주선을 타고 특유의 유니폼을 입고 전 우주를 넘나들며 벌이는 이야기라는 것 정도.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개봉 한다고 했을 때 약간 망설여지기도 했었는데, 감독인 J.J.에이브람스가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기존 '스타 트렉'의 팬들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나처럼 이 시리즈를 잘 모르고 있는 이도 즐길 수 있는 SF/액션 영화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J.J.에이브람스는 팬들 사이에서 '떡밥의 제왕'으로 불리는 인물로, TV시리즈 <앨리어스>와 <로스트>를 연출했으며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감독, <클로버필드>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가 지금까지 뿌려놓은 떡밥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것만으로도 또 다른 시리즈를 만들어야 할테니 그건 여기서는 다 말 못할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참으로 흥미로운 각본가이자 제작자임은 인정하지만 영화감독으로서의 역량에 있어서는 사실 100% 안심할 수 있는 감독은 아니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 <스타트렉 : 더 비기닝>으로서 이런 불안감은 거의 해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영화의 시작은 전형적인 J.J.에이브람스 스타일이다. 보통 같으면 클라이막스에나 등장할 법한 장면을 초반에 등장시키고 마무리한 뒤 제목을 등장시키며 스윽 시작하는 이 방식은, <인디아나 존스>이전의 고전 액션물에서부터 사용되었던 방식으로 최근에는 에이브람스의 인장처럼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를 스타 트렉의 기존 팬들 외에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프리퀄'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프리퀄 형식의 영화들이 그렇듯이 따지고보면 원작에 생소한 일반 관객들도 즐길 수 있긴 하지만,
기존 팬들이 본다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감동적일 수 밖에는 없는 것이 바로 프리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스타 트렉 시리즈의 아주 미세한 기억만이 있을 뿐이었는데도 몇몇 설정과 장면에서는 예전의 아련한 기억들을 떠오르게 했을 정도였으니 기존 팬들은 얼마나 여기서 감동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했다. 우리가 예전 TV시리즈에서 보았던 엔터프라이즈의 커크와 스팍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관계였으며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가 나중에 알고 있는 관계가 되었는지에 대해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팬이라면 더 알아보고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팬들 만이 느낄 수 있었을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분명 이 장면, 이 대사는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대사일 것 같다 혹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설정이나 장면들에서는 이것 역시 기존 시리즈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겠구나 라는 장면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래 영화를 보기 전 거의 아무런 정보를 얻지 않은 채로 보려고 하는 주의지만 그래도 감독과 배우 들의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작품의 경우는 배우들 조차 확인하지 않았었다. 그랬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전혀 의외의 배우들의 출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일단 스팍의 어머니 역할로 등장한 배우는 다름아닌 위노나 라이더 였으며(그녀가 이렇게 나이 많은 역할을 연기한 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네로' 역할은 에릭 바나가 연기하고 있었다. 사실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은 바로 에릭 바나였다. 워낙에 분장이 심하고 강한 이미지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얼핏 봐서는 정말 에릭 바나인지 아니면 에릭 바나를 닮은 배우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가끔 연기력있는 배우가 SF물에서 전혀 쌩뚱맞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최악으로 망가지는 경우에 비교하자면 에릭 바나는 자신의 커리어에 흠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SF영화 속에서 톡톡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겠다. 그가 연기한 네로 역할은 전형적인 악역이라기 보다는 이유가 있어서 악당이 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에릭 바나의 연기가 이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밖에 <반지의 제왕>의 에오메르 역할로 출연했던 칼 어반과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사이먼 패그(그의 영국억양은 영화 속에서 유난히 튀더라 ㅎ), 한국계 배우 존 조 등이 출연하고 있다. 또 한 명 아주 중요한 배우가 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더 언급하지는 않겠다. 개인적으로는 깨알같은 팬임에도 그의 출연이 감동스러웠다.




아이맥스로 관람하였는데 최신 SF/액션 영화답게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다. 우주라는 배경에서만 맛볼 수 있는 초대형 스케일과 <스타 트렉>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설정들은 '영화적'쾌감을 선사한다. 하나의 액션 시퀀스가 끝나게 되면 절로 객석 여기저기서 한숨을 돌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스케일이나 사운드 측면에서 압도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야기 측면에서도 비교적 빠른 전개로 크게 지루할 틈이 없다(아역이 조금 더 나올 것 같았는데, 금새 지나가 버린다).

순간이동하는 장면이나 광속으로 워프하는 장면들은 다른 SF영화들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장면이긴 했지만, 그 맛은 분명 틀리다 하겠다. ILM이 선사하는 컴퓨터 그래픽은 이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는데, 바로 엇그제 보았던 <울버린>의 CG와 비교하자면 거의 천지차이다. 어두운 우주에서 대형 우주선들이 벌이는 전투장면의 그래픽도 훌륭했지만 훤한 낮시간에 실사와 비행선이 함께하는 CG에서는 더 실감나는 영상을 만나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스타 트렉 : 더 비기닝>은 SF영화답게 스케일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웠으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내내 흥미로웠으며, 개인적으로는 일찍이 좀 더 팬이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절로 용솟음 쳐버릴 정도로 프리퀄의 본연에도 충실한 작품이었다. 현재 극장에 걸려있는 영화들 가운데 가장 취향을 덜타고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를 고르라면 아마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1. 포스터를 딱 본 순간부터 느꼈던 거지만, 아역도 그렇고 어쩜 저렇게 똑같이 생긴 배우들을 찾아내고 (분장으로) 만들어내는지 없던 향수도 생기더군요.

2. 번역 문제는 심각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분명 문제가 있긴 있는것 같네요. 굉장히 많은 내용을 얘기하는데 간략하게 정리하는건 그렇다쳐도 분명히 'sir'를 붙이고 있는데 그저 반말로 번역해 버리는건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계속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반말을 하다가 나중에 인정하고 존댓말을 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다 반말로 표현되다 보니...

3. 엄청난 괴수도 횟불하나면 문제없음!

4. 영화를 보고나니 <스타트렉>dvd를 한 편이라도 사서 예전 에피소드를 단 한편 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5. 용산 CGV 아이맥스 감상.

6. 아, 추가로, 오랜만에 진상관객을 한분 옆에 두었습니다. 영화사 로고가 등장할 때 '파라마운트'하고 소리내어 읽어주시더니 계속 대화모드로 초반 임하시더군요. '저 여자가 위노나 라이더잖아' '진짜야?, 아닌거 같은데' 등등. 그런데 은근히 로고 나올 때 소리내어 읽는 분들 제법 계세요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파라마운트 픽쳐스에 있습니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Before The Devil Knows You, 2007)
외로운 시대, 외로운 가족의 초상


2007년 작이긴 하지만 이번에 국내에는 처음 정식으로 선보이게 된 시드니 루멧 감독의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12인의 성난 사람들>, 알 파치노가 열연했던 <뜨거운 오후>, 범죄/미스테리 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등을 연출했던 거장 시드니 루멧의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일단 관심을 갖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감독의 이름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여기에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을 보니 이건 더 대단한 것이 아닌가. <카포티>와 <다우트>를 통해 새삼스럽게 연기력을 평가받고 있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만나게 된(적어도 개인적으론) 에단 호크, 그리고 최근 <더 레슬러>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마리사 토메이와 대배우 알버트 피니까지. 이런 배우들과 시드니 루멧이라는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은 과연 어떨지 영화 팬으로서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부터는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아래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영화는 범죄 현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지는 일단 생략한채 살인이 발생하게 되는 범죄 현장을 보여주고는 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그런데 이 범죄 현장에 얽힌 이들과 사연이 예사롭지가 않다. 아니 오히려 너무 일반적이고 현실적이라 예사로움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형제인 에디(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와 행크(에단 호크)는 각자의 경제적 사정 때문에 보석상을 털기로 계획을 세운다. 아, 계획은 형인 에디가 한 것이며 행크는 단지 실행할 뿐이다. 그런데 이 보석가게는 다름 아닌 형제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다. 이 계획에 흥미로운 점은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없는 범죄라는 것이다. 자신들은 보석상을 털어서 돈을 챙기고 부모님은 보험을 들어 놓았기 때문에 피해는 커녕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범행 예상시간에는 가게 내에 노인 한 명만 지키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별다른 몸싸움이나 인명 피해 없이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훔치려는(얻으려는) 돈이 일확천금이 아니라 단순히 현재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할 만한 정도라는 것이다.

보통 범죄 영화와 이 영화가 가장 차별되는 점은 바로 이 목적에 있다 하겠는데, 이 계획은 에디와 행크에게는 각자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일 뿐이고, 그들의 계획대로 된다면 아무도 피해받지 않고 서로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들은 표면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 정도만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었으며, 더 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계획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가 된다. 에디의 계획에는 없었던 인물이 행크의 뜻에 따라 합류하게 되었고, 목숨을 잃은 사람이 2명이나 발생하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형제의 어머니가 가게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자 이들 형제는 몹시 당황하게 된다. 평소 우유부단하고 독립성이 부족했던 동생 행크는 이 현실에 어쩔 줄을 몰라하고, 모든 일을 계획대로 이뤄 처리하던 형 에디도 자신이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로 인해 틀어져 버린 이 현실 때문에 공황상태에 빠져버린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았던 점은 바로 이런 점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인물들이 모습, 더 나아가 결국 이들이(이럴 필요도, 그럴만한 목적이나 악의를 애초부터 갖지 않았던 이들이) 얼마나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가에 대한 묘사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 영화는 기법 측면에서 사건이 진행되고 나서 그 사이에 각 인물들이 어떤 과정을 겪어왔는가 일종의 플래쉬백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기법 측면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을 듯 하다. 제목인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전에'에서도 알 수 있듯이, '~ 뭐 하기 전에' 라는 뉘앙스와 계속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그 전으로 돌아가는 구성 방식은, 이런 일을 겪지 않을 수도 있었던 나약한 인간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있으며, 항상 이런 불안 요소를 잠재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외로운 이들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의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바로 이 불안감에 대해 영화는 또 깊게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겉보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인물들, 그리고 별로 문제가 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던 일들이 결국 모두 표면 밖으로 터져나오는 걸 보여주면서, 이런 불안감을 항상 잠재하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 했다. 범죄 현장에 무엇을 남기지는 않았는지, 목격자는 없었는지 행크에게 닥달하듯 계속 되묻는 에디의 모습에서는 멀쩡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어떤 불안의 잠재요소가 있는지 되묻는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불안 요소를 더 증폭시키기 위해 영화 음악이 의도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 영화의 영화 음악은 마치 사운드 시스템에 오류가 난 것이 아닌가 흠짓 착각했을 정도로 계속 불안하게 음이 끊긴 채로 전달된다. 이렇듯 관객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영화 속 인물들의 불안한 심리를 더 극대화 시키려는 영화적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었던 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통한 인물들의 해석이었는데, 아버지로 부터 이어진 가족의 불안요소와 불화가 결국 어떤 결말로 이어지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각 인물들의 상황을 겪으면서 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어떻게 작용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욱 흥미로웠다. 에디와 행크는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겪으면서 본인도 의도 하지 않았던 일들을 더 저지르며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특히 본래는 아무도 죽이지 않으려던(그래서 총도 장난감 총만 준비하고자 했던) 계획을 세웠던 에디는 사태가 급변하면서 이 사건에 관련된 이들을 거침없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내러티브 측면에서 왜 에디가 필요없는 사람까지 죽여야 했는가라고 묻는 다면, 이 상황에 놓인 에디는 이미 그런 맥락을 다 따져가며 살인을 저지르는 심리 상태가 절대 아니었다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 스스로도 공포스러울 정도로 일을 최악으로 몰고 가버리게 되는데, 이건 일종의 불안에 잠식되어버린 연약한 인간상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가족으로 다시 돌아와서. 흥미로운 점은 에디나 행크의 모습이 너무도 외로워 보였다는 것이다. 일단 애초에 문제가 되었던 경제적인 문제를 나누고 들어줄 만한 친구나 동료가 이들에게는 없었으며,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았을 때도 고민을 들어줄 존재라고는 결국 자신들 밖에는 없었다. 특히 에디의 경우는 돈을 주고 마약을 거래하는 마약상에게 자신의 이런 고민을 털어놓게 되는데, 마약상은 딱 잘라 관심없음을 표현한다. 정말 자신을 잘 표현하지 않는 에디가 참다참다 못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이런 남과도 같은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은, 가정 내에서 문제를 겪은 이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데 실패했는지를 통해 이들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에디와 행크가 끊임 없이 서로에게 전화하는 것은(특히 에디가) 단순히 이 사건에 둘이 공모했다기 보다는 이런 고민을 나눌만한 이가 서로 밖에는 없기 때문인 점도 들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외로운 시대에 외로운 존재였던 이들이 어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닥쳤을 때 얼마나 쉽게 무너져 내리는지, 이들이 이렇게 까지 되어버린 데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큰 책임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는 텍스트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작 감독은 이 영화를 멜로 드라마로 규정하기도 했는데, 그런 측면도 발견할 수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과 같은 것으로 더 받아들이게 되었다.




<다우트>를 보며 '와, 연기만으로도 이렇게 공포감을 느낄 수 있구나'하는 것을 실감하곤 참 대단하다고 느꼈었는데, 이 영화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또 다른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이 영화 내에서 거의 감정이 폭발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데, 별로 폭발시키지 않고 내색을 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이렇게 캐릭터에 무게감을 전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전작들을 통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여러 종류 연기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그의 또 다른 면목을 새삼 느끼게 하는 고수의 연기였다 하겠다.

에단 호크는 자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연약함의 이미지를 이 영화에서 잘 표현해 내고 있다 하겠다. 단순히 이미지를 소비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기반으로 영화 속에 잘 녹여낸 경우로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마리사 토메이는 최근 작품들에서 연이어 노출 장면이 많아 한편으론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독특한 말투는 과연 이 사람이 <더 레슬러>에 나왔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배우는 아버지 역할을 연기한 알버트 피니였다. 복잡하게 얽혀버린 가족사를 점점 알게 되는 인물을 연기하는 알버트 피니의 모습은 현실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는 다른 측면에서 압도당하는 느낌을 관객에게 전한다. 표정 하나하나에서 그야말로 '열연'을 느낄 수 있었고, 이 영화가 좀 더 풍부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데에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01234


(영화가 끝나고 이어진 진중권 교수님과의 씨네토크 사진들. 클릭하면 좀 더 큰사이즈로 보실 수 있어요)

이 날은 영화가 끝나고 진중권 교수님이 함께하는 씨네토크가 이어졌다. 기존 영화 관계자나 평론가가 참가하는 씨네토크와는 달리 진교수님이 자신의 정리해온 내용을 발표형식으로 진행한 이후 토크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영화 평론가라던가 관계자와 함께하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일반적인 씨네토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이 되었던 것 같다. 좀 색다른 분위기의 씨네토크여서 흥미롭기도 했고, 영화 내용에 관한 토론보다는 철학적 텍스트에 관한 (아무래도 씨네토크 진행자와 참가자들의 성향에 따라 이런 방식으로 흐르게 되었던 것 같다)  이야기로 이어져 신선하기도 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linse
film에 있습니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State Of Play, 2009)
활자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스릴러


<박쥐>야 그렇다치고 또 하나의 화제작이었던 <울버린>을 재치고 더 먼저 보고 싶었던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였다. 러셀 크로우, 벤 에플렉, 헬렌 미렌, 레이첼 맥아담스, 제프 다니엘스 등 연기자들의 이름만으로도 본전은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라스트 킹>을 연출했던 케빈 맥도날드 감독과 본 시리즈와 <마이클 클레이튼>을 썼던 토니 길로이의 이름은 이러한 기대감을 더 굳히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2003년 영국 BBC에서 방영한 TV시리즈를 원작으로 각색한 버전을 담고 있는데, 이런 기본적 정보들 외에 영화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는 단순히 스릴러라는 것 정도였다. 보고나니 이 영화는 권력과 음모에 관래 파해치는 기자와 언론에 관한 스릴러였으며, 무엇보다 블로그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활자로 인쇄하는 신문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스릴러 영화를 리뷰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제는 정말 스릴러 영화를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져만 가는 것 같다. 대개의 줄거리들은 이미 다 알려져있는 상황이고, 갈수록 똑똑해지는 관객들을 이끌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인 듯 하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줄거리도 아주 새로울 것은 없다. 특히 고물 데스크탑에 마우스 보다는 펜을 신봉하며 책상 앞에 앉아 취재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뛰는 세대의 기자인 칼 맥카프리(러셀 크로우)와 블로그 운영을 하고 있으며 펜은 매번 잃어버리곤 하는 여기자 델라(레이첼 맥아담스)의 관계는 매우 전형적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결국 델라는 칼의 방식과 가치관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과정도 새로울 것은 없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주된 음모에 대한 것도 비슷하다. 각종 스캔들 등으로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배후 세력, 그리고 여기에 정치권이 아주 깊이 관여해 있으며, 모든 시장을 독점해가는 거대기업이 얼마나 일반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합법적으로 세상을 지배해 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이는 역시 힘없고 보잘 것 없는 한 사람의 기자일 뿐이다.




줄거리가 새로울 것이 없다면 역시 그 짜임새를 봐야 할텐데,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토니 길로이가 각색을 맡아서인지 깔끔한 스릴러 한편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전형적이지만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는 여전히 전해주고 있으며, 또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은 쉽게 여기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러셀 크로우는 요 몇 작품에서 계속 배나온 캐릭터를 연기한 셈이 되는데, 그래도 이번에 맡은 역할에서는 최소한 얼굴만큼은 강한 포스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액션을 하는 캐릭터도 아니고 더군다나 누구를 심하게 공격하는 입장이라기 보다는 힘없는 자를 대변하는 캐릭터이지만 러셀 크로우는 이런 역할도 매끄럽게 소화하고 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캐릭터가 좀 전형적이어서 그 나름의 연기를 평가받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똘망똘망한 표정과 눈빛 만큼은 여전히 빛이 난다. 벤 애플렉 역시 전혀 가볍지 않고 진중한 의원 역할을 연기했는데, 초반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도 보였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헬렌 미렌은 생각보다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으며, 그저 닥달하는 편집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더 퀸>의 그녀를 떠올리고 갔다가는 한참 기대에 못 미칠듯 하다. 이건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고 봐야겠다. 그 외에 제프 다니엘스 같은 경우도 캐릭터의 비중은 적었지만 배우의 무게감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다우트> 이후로 기대를 모았던 비올라 데이비스는 거의 까메오 수준이라 알아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최근 숀 펜과의 이혼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로빈 라이트 펜은 왠지 2% 부족한 다이안 레인을 보는 듯도 했다.




(이번 단락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마지막 의원의 실체는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텐데, 기존 영화 같으면 주인공의 친구였던 의원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면서 거대 음모를 드러내는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의 부조리마저 물고 늘어진다. 그런데 이 부분은 단순히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전에 끝이 났다면 우리는(미국은) 이런 거대음모 속에서도 정치권의 소수일지언정 자신을 희생해가며 음모와 맞서기 위해 싸우고 있다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이런 자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럴것 같아 보였던 의원마저 어쩌면 이런 음모를 둘러 싸고 있는 또 다른 음모였으며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더나아가 이들에게 속아넘어가는 혹은 이들과 운명적으로 한 배를 타고 있는 이른바 '찌라시' 언론들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는 것이다.

영화 속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칼'을 통해서도 계속 보여주었던 것이지만,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매우 노골적으로 이런 감정을 드러낸다. 의원의 비리가 담긴 다음날 조간 신문이 어떻게 인쇄되고 완성된 신문으로서 태어나는지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표면적으로는 활자(아날로그)를 통한 뉴스 전달에 대한 그리움을, 내면적으로는 부패해버린 거대 언론들의 모습을 조용히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 모든 것이 결국 영화니까 가능한 일인 것 같아 더 슬퍼지기도 한다. 영화니까 저런 기사를 1면에 낼 수 있었지, 현실이었다면 음모에 가담한 권력자들이 이런 상황을 놔둘리 만무하니 말이다. 칼 역시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일이고..쯧..



1. 영화에서 이렇게 블로그가 직접적으로 나온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2. 꼭 봐야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메시지가 있는 괜찮은 스릴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유니버설 픽쳐스에 있습니다.







사실 윤하라는 뮤지션이 '비밀번호 486'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때는 그녀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일본에서 활동을 했던 한 어린 가수가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고 다른 또래의 가수들과는 다르게 '뮤지션'적인 측면을 강조한 가수이구나 하는 정도가 전부. 사실 '1,2,3'가 수록된 그녀의 이번 새앨범을 전부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뭐라뭐라 말할 입장은 못되지만, 오늘 새벽 '음악여행 라라라'를 통해 만나본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비밀번호 486' 시절은 물론, 최근 가요 순위프로에 출연해서 노래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소라의 '청혼'으로 시작한 이번 라라라는 1회 출연자였던 이승열의 'Nobody' 부터 실력파 뮤지션들이 인기있는 히트곡(약간은 그 뮤지션의 이미지와 이질감마저 느껴지는)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해 부르는 것이 하나의 코너처럼 굳어져 버렸는데, 윤하의 선택은 소녀시대의 'Gee'였다. 이승열의 경우처럼 이미지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는 아니었지만, 어쿠스틱 버전으로 또 다른 느낌의 Gee를 들려주었다. 사실 윤하가 부르는 Gee는 이미 제법 홍보가 된 터라 이 곡을 듣기 위해 TV앞에서 기다렸던 이들도 많을텐데 이런 기대감에 비하면 조금 심심했던 것 같다. 스타일 측면에서 이미 외국인 일반인이 부른 버전이 더 익숙한 터라 완전한 새로움 보다는 윤하만의 예쁨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달까. 귀여운 가사들을 역시 소녀인 윤하가 부르는 것도 썩 잘 어울렸다.




음악여행 라라라 _ 윤하 - Gee


개인적으로 Gee보다 더 좋았던 것은 그녀의 이번 앨범 타이틀 곡인 '1,2,3'였다. 뭐 이미 순위프로와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익숙할 정도로 많이 들어온 곡이지만, 그 간 들었던 1,2,3와는 사뭇 다르게 들릴 정도로 윤하가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순위프로에 등장해 잔뜩 세팅되어 있는 무대와 들려주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에 더 신경써야 하는 분위기에서는 자연스러운 노래와 연주가 나오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관객이 없고 좀 더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라라라'의 공간은 윤하를 좀 더 자연스럽게 음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이 곡 '1,2,3'는 끊어먹는 후렴구의 맛과 재미있는 선율이 맛깔나는 곡인데, 개인적으로는 거의 처음 이 곡의 이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하의 표정을 보니 전혀 부담없이 이 선율 속에서 자연스럽게 춤추듯 즐기는 걸 절로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뮤지션이던 노래하거나 연주할 때 완전히 빠져드는 이른바 무아지경의 순간을 목격하게 되는 것은 듣는 이로서 매우 황홀한 일일텐데, 이 날 라라라에서의 윤하가 그랬다. 완전히 무아지경까지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그간 들었던 1,2,3 중에서는 제일 좋았다.




음악여행 라라라 _ 윤하 : 1,2,3


그래서인지 이 라라라 버전의 1,2,3를 계속 듣고 보게 된다. 장난치듯 즐기는 그녀의 노래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나도 신이 나니 말이다.


1. 질문 : 혹시 윤하의 이번 앨범 구매하신 분들 계시면 '1,2,3'의 곡 설명에 원곡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이 곡은 분명 잭슨5의 'ABC'를 인용한 것이거든요(만약 안했다고 발뺌하면 실망할듯). 아마도 언급이 있겠지만 혹시나해서 ㅎ

2. 말 나오김에 제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잭슨 5의 'ABC'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UEFA CL Semi-finals : Arsenal 1:3 Man.United

1. 지난 주 1차전은 개인적으로 몸상태가 좋지 못해 새벽시간 축구시청보다는 잠을 택한터라 못보고 오늘 새벽 2차전만 보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체력안배는 괜찮은 용병술이었다 ㅎ

2.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은 이 날도 약간 예상 밖이었는데 수비적인 측면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박지성의 선발 출전은 미들스브로전의 골이 어느 정도 작용한 듯 하며 긱스와 스콜스 대신, 캐릭과 플래쳐, 안데르손을 미드필드 진에 배치, 결국 호나우도를 전방에 두고 좌우에 박지성과 루니를 기용하며 미드필더 진을 매우 두텁게 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3. 아스날은 수비진에 부상선수가 많은 점이 처음부터 아쉬웠다. 클리쉬와 갈라스가 없는 수비진에는 윙백으로 에부에 대신 키어런 깁슨을 투입하였고 공격진엔 5경기만에 돌아온 반 페르시를 선발로 내세웠다. 최근 폼이 좋은 아르샤빈을 기용할 수 없는 점도 아쉬운 점이었다.

4. 이 날 선수들이 입장하는 광경에서 에메레이트 스타디움의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었지만, 아스날 팬들은 리그 우승이 사실상 멀어진 상황에서 챔스 결승에 오르기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원하는 분위기였다. 온통 붉고 흰색으로 도배된 에메레이트 스타디움의 열기는 정말 대단했으며 이런 분위기에 전반 초반 아스날은 굉장히 강력하게 맨유를 밀어붙였다.



(이 날 가장 핵심적인 두 선수의 맞대결 장면. 깁슨은 울었고 지성은 웃었다)

5.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전반 8분만에 호날도가 사이드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수비수 깁슨이 넘어지면서 실수를 저지르자 이 때를 놓치지 않았던 박지성이 넘어지면서 골을 성공시켰고, 경기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맨유 쪽으로 넘어왔다.

6. 이 골은 맨유에게도 물론 중요하지만 골 결정력 부제라는 고질적 문제점을 안고 있던 박지성에게 2경기 연속 골이라는 기록을 만들어내면서 적어도 한 동안 이 골 결정력 부분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시원한 골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펄쩍 뛰며 좋아했으며 결국 그의 선택은 또 틀리지 않았다.

7. 박지성의 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아스날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로 전반 11분. 상당히 먼거리에서 프리킥을 얻은 호날도는 특유의 무회전 슈팅을 성공시키며 사실상 완전히 아스날에게 찬물을 퍼부었다. 박지성의 골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던 아스날에게 호날도는 골은 더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쐐기골로 사실상 이 때 승부가 이미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누가 뭐라해도 호날도는 호날도다. 확실히 결정력 면에 있어서 그의 능력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8. 호날도의 골로 완전히 분위기를 잡은 맨유는 더 미드필더 진과 수비를 두텁게 하며 아스날을 압박했다. 돌아온 반 페르시는 유난히도 피곤한 얼굴 표정이었으며, 캡틴 파브레가스는 팀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애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9. 후반 시작과 동시에 벵거 감독은 실수를 저질렀던 깁슨을 빼고 에부에를 투입시켰다. 개인적으로는 이 교체가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은 인정하지만 어린 선수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결국 이 날 패배의 짐을 모두 짊어지게 되버린 어린 깁슨이 빨리 이 분위기에서 회복되었으면 한다.

10. 본래 전반전이 끝나면 골을 넣은 선수가 있을 경우 그 선수를 한 번 더 카메라에 담는 것이 프리미어리그의 정석인데, 이 날은 골을 넣은 박지성과 호날도를 잡기 이전에 깁슨과 알무니야 골키퍼를 먼저 담는 의미심장한 컷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알무니야가 호날도의 골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의도도 담긴 컷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 골을 골키퍼의 책임만으로 돌리기엔 좀 과장이 있는 골이었다고 생각된다.



(아스날의 캡틴 세스크 파브레가스도 결국 팀을 패배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11. 후반 61분, 박지성에서 루니로 루니에서 호날도에게로 이러진 패스를 호날도가 깔끔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3:0의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아스날이 한 번에 무너지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12.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날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찾은 아스날의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에 찬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스코어가 벌어지자, 60분 지점부터 많은 팬들이 자리를 뜨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이 이렇게까지 일찍 빈자리가 늘어난 경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깊은 팬들의 실망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13. 아, 그리고 이 날은 최근 '난 둘다'라는 유행어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베컴이 경기장을 찾기도 했는데 맨유의 승리에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베컴을 보여주고 나서 호날도의 등번호 7번을 바로 잡는 카메라 워킹도 의미심장했다.
(퍼거슨왈 : 이보게 베컴, 여기 자네보다 뛰어난 선수가 있다네)

14. 결국 경기는 1:3으로 종료되었고 최종스코어 1:4로서 맨유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오르게 되었다. 맨유는 내일 새벽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승자와 오는 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우승컵을 놓고 다투게 되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카를로스 테베즈  (4) 2009.05.18
2009.05.17 _ 오늘 먹은 것들.  (8) 2009.05.18
박쥐 - 시나리오북 + 폴더 + 스틸컷 세트  (17) 2009.05.01
삼성 IT100 리뷰 #4 : Smart Auto  (0) 2009.04.28
EPL 34R - ManU vs Tottenham  (0) 2009.04.26


2009년에 다시 없을 황금연휴였지만, 연휴의 시작에는 아파서 골골했던 탓에 그저 집에서 요양을 택했고, 슬슬 몸을 풀다가 마지막 날인 오늘에야 나들이 다운 나들이를 갈 수 있었는데, 행선지로 정한 곳은 그나마 서울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라 할 수 있는 '월미도'. 예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성당친구들과 놀러갔던 이후로는 정말 오랜만에 다시 가보게 된 월미도 였는데, 그 때가 겨울이긴 했지만 한산했던 그 때의 기억과는 달리 '어린이날'이라는 엄청난 공휴일은 대단한 인파를 불러모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 구경에 더 정신이 없었던 하루였다. 그런데 그 사이 정말 몰라보게 관광지로 더 거듭난(?) 월미도는 그야말로 이상하고도 신비스러운, 충격과 공포, 포복절도의 섬이었다.




버스에서 만난 충격과 공포의 척추전문 병원 과장 광고부터 심상치 않았음을 감지했어야 했다. 아무리 척주 전문 병원이라지만 거대한 코끼리를 단순히 '척추'만으로 버티고 있는 저 외국인 남자의 모습은 그 강건함을 따지기 이전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것이었는데, 이 때만 해도 이 섬과 이 섬을 감싸고 있는 이상한 분위기를 그저 기우 따위로 여겼었다(아, 그리고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버스내 화술/스피치 교육 학원 광고에는 오타가 버젓이 있기도 '망서리면 (x)' '망설이면 (o)).




어린이날 관광지로 쏟아져나온 어린이들에게 조금의 산뜻함을 심어주고자 과감히 선택한 레드 컬러의 폴로셔츠. 아이들도 그 진한 붉은 색에 눈이 부셔 흐뭇해했겠지.





월미도의 갈매기들의 주식을 새우깡으로 만들어버린 것이 '농심'의 거대한 음모가 아니었을까 하는 이론을 설파하며 갈매기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푸른 5월처럼 푸르기만한 바다도 바라보고.




워낙에 사람이 많았던 관계로 영종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려다가 포기.
코스모스 유람선을 타려다가 여기도 사람이 무진장 많아서 포기.
결국 우리 같은 포기자들이 모여있는 바위 주변에 앉아 바다를 보다.

너무 충격과 공포에 휩쌓였던 터라 미처 사진을 다 찍지도 못했지만, 온통 가게들로 꽉꽉 채워진 월미도에는 참으로 인상적인 이름의 가게들이 많았다. '왕돈까스 클럽'은 경양식의 고급 소파가 멋스러운 가게였으며, '몰디브' '북경' '4D 영화 체험관' '도그까페' '패밀리 레스토랑' '신당동 원조 할매 떡복이집' 다양한 횟집들 등 패스트푸드 점을 제외한 국내 모든 먹거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이 곳 '월미도'에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저 시작해 불과 했으니...




한 귀퉁이 건물에서 발견한 충격의 상호들이 적힌 간판들. '간다간다 뿅간다'! '전라도 해남 이판사판'!
'못 잊어 또 왔네'는 명함도 못 꺼낼 정도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간다간다 뿅간다'대신 '간다간다 쑝간다'였으면
좀 더 임팩트가 강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충격적인 간판에 놀라움을 금치못하였으나 귀퉁이를 돌자 더 화끈한 간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밧데리 부인'과 '17호'가 만나 묘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밧데리 부인 17호'. 그리고 그 옆에 작게 써있는 '(구)젓소부인'.
그렇다 현재는 '밧데리 부인 17호'이지만 한 때는 '젓소부인'이었던 것. 더군다나 이 가게는 지역감정을 보란듯이 자랑하고 있다.
'호남목포신안광주는 공짜'. 이 얼마나 쿨한 경영전략이던가! 아마도 회를 파는 듯 한데 회와 '밧데리 부인'의 연관관계는 끝내 찾아내지 못한 채 모퉁이를 한 번 더 돌자,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 간판들이 등장했다.




역시 '어쭈구리 대박났네'는 명함도 못 내밀 포스를 자랑하는 활어회 전문인 '세자매 언니 히프가 기가막혀'!
도대체가!!!! 무슨 싸구려 술집도 아니고(하긴 싸구려 주점들은 이름은 다 그럴싸하다), 이런 화끈하고 낯뜨거운 상호라니.
이 건물들은 전체적으로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컨셉 빌딩인듯 했는데, 이런 저질 컨셉이 얼마나 매상에 도움이 되는지는 미처 조사해볼 수 없었다.




아...계속 이어지는 화려한 간판의 향연.
'삐삐부인 진동왔네' '곧 망할집'. 이 정도면 '허벌나게 많이 드립니다'는 그냥 귀여울 뿐이다. 이런 컨셉 빌딩에 입주한 터라 살짝 민망한 표정으로(아니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호객행위를 하는 아주머니 분들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누가 삐삐부인이고 누가 밧데리 부인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렇게 요상하고 포복절도의 가게들에 충격과 공포를 느끼긴 했었지만 그 중 가장 무서웠던 건 바로 이거였다.
사람이 끄는 것도 아니고 말이 끄는 건 더 아니고, 개가 끄는 것도 아니라 무려 로봇이 끄는 저 마차, 아니 전차라고 해야하나.
아...동영상을 찍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는데 저 인형에 옷을 입힌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테크놀로지의 끝을 보여준다. 정말 무서운 몸동작 그 자체였는데 절둑 거리는 듯도 하고, 표정 없는 얼굴로 귀여운 옷을 입은채 기계적인 동작으로 수레를 끄는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스러웠다.




더 무서웠던 건 이런 수레가 2대 인데, 2대가 우연히 조우했을 때였다. 마치 <블레이드 러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 조우 장면은 SF/테크놀로지 역사에 화려했던 순간으로 반드시 기록되리라.

이쯤되면 공포에 잠식되기 직전이라 한시바삐 자리를 떠 얼른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월미도 하면 디스코 팡팡이나 바이킹 정도가 무서운 것으로 여겼었는데, 그것과는 비교되 안될 것들로 채워진 신비하고도
공포스런 섬, 월미도 였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Where is my friend (Khane-ye doust kodjast?), 1987)
제목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영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1987년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예전 비디오테입으로 얼핏 본 기억만 있었는데 이번 아트하우스 모모에서의 재개봉을 통해 제대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스치듯 본 기억으로는 그저 어린 소년들의 해맑은 모습들과 친구의 노트를 전해주기 위해 열심히도 달리던 주인공 아마드의 모습만이 기억에 남았었는데, 이번에 나이들어(?) 다시 보게 된 영화는 그저 '유년의 책갈피에 꽂힌 한 장의 꽃잎 같은 영화'라고만 하기에는 상당히 깊은 사회적 문제와 메시지가 담긴 이중적 영화였다. 물론 그저 이란 아이들의 놀랍도록 순수한 눈망울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던 영화였지만.


(이후 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엄한 규율을 강조하는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아마드가 실수로 짝꿍의 숙제노트를 집에 가져오게 되는데, 한번 만 더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퇴학시키겠다던 선생님의 말이 떠올라 겁이 난 아마드는 노트를 돌려주기 위해 집에서 한참이나 먼, 그리고 어디인지도 모르는 친구 네마자데의 집을 찾아 한참을 해매이게 된다.

어쩌면 내일 주면 되지 않느냐는 아마드 엄마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숙제를 해오지 못했더라도 아마 선생님은 네마자데를 퇴학시키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아마드에게 이 사건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한 공포가 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나 때문에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퇴학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아마드를 온갖 방해들에도 굴하지 않고 친구의 집을 찾아 떠나게 만든다. 그런데 흥미로운건 바로 아마드가 네마자드의 집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 이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어른들은 하나 같이 일방적이다. 아마드가 몇 번씩 물어봐도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인지 들리지 않는 것인지 대답은 커녕 시늉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얘기만 반복적으로 전할 뿐이다. 그저 단순한 질문에 대답만 해주었다면 간단했을 일이 집요하게 대답하지 않는 듯처럼까지 보이는 어른들 때문에 어린 아마드를 더욱 피곤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의외로 굉장히 분노가 치미는 영화이자 인내를 시험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정말 집요할 정도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자신들의 입장만 가치관만 전달하려 한다.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아마드가 네마자데의 아버지인줄 알고 따라가게 된 문을 고치는 남자도 그렇고, 아마드의 할아버지도 그렇고 아마드의 선생님도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과연 진짜 저럴까 싶을 정도로 아마드가 마치 투명인간인냥 상대하는 이들의 모습은 절로 분노를 일게 한다. 이들에게 아마드의 외침은 아무런 소득없이 돌아올 뿐이며 정말 말그대로 투명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일 뿐이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언덕을 오르는 모습을 굳이 리얼타임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런 피곤함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관객들은 이 길을 처음 오를 때는 별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 장면이 반복될 때에는 다들 탄식을 터뜨리게 된다. 다시 말해 관객은 전지적 입장에서 굳이 이럴 필요까지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속에서 고생하는 아마드를 보며 안타까울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아마드가 고생이 많다;).

마치 추리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양한 단서들을 조합하여 네마자데의 집을 찾던 아마드는 (이 영화를 추리극의 면에서 바라보면 굉장히 흥미로워진다. 같은 바지를 알아보고 추적하는 장면이나 네마자데라는 이름을 물어가며 집요하게 추적하는 장면은 마치 <추격자>에서 4885를 찾던 김윤석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밤이 되어서야 구세주같은 할아버지 한 명을 만나게 된다. 네마자데의 집을 알고 있다는 할아버지의 등장은 관객들로 하여금 '아, 다행이다'라는 안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데, 이 할아버지가 그렇게 돌아돌아 찾아간 곳이 결국 낮에 들렸던 그 '네마자데'의 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관객은 더 큰 한숨을 절로 짓게 된다. 결국 이 곳에서 아마드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으며, 아마드는 체험을 통해서야 이런 현실을 깨닫고는 집으로 돌아와 밤을 새서 친구의 숙제를 대신해주게 된다.

사실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면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일은 처음부터 숙제를 대신 해주었으면 간단했을 일라는 것을 들 수 있을텐데, 이렇게 굳이 이런 일들을 피곤하게 보여준 것은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밖에는 없는 단절되고 피곤한 이란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면에서 따져보면 이 영화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제목에 대부분의 메시지와 감성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인가'라고 묻는 아마다의 말에는 삭막한 사회 속에서 외치는 순수한 존재의 울림과도 같으며, 반대로 가장 친한 친구의 집도 알지 못하는 이란 사회의 폐쇠성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몇몇 장면들로 유추해보자면 이 아이들은 제일 친한 친구임에도 학교에서 어울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따로 아이처럼 놀거나 할 여유가 없어보인다. 다들 가사나 일을 돕는데 남은 시간을 써야하기 때문에 단순히 노는데 투자할 시간은 없으며, 더군다나 동네가 떨어져 있는 경우는 더 할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제목은 가장 친한 친구의 집마저 모를 수 밖에는 없는 이란 사회의 현실에 대한 푸념일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1. 재개봉이지만 대부분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많아서인지 영화가 끝나고나자 '화끈한' 반응을 보여주시더군요. 요근래 엔딩에서 이렇게 화끈한 반응이 있었던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백두대간에 있습니다.










박쥐 (Thirst, 2009)
욕망으로 물들인 박찬욱의 새로운 장르영화


박쥐. 박쥐. 박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박찬욱 감독의 2009년 신작 <박쥐>를 개봉일날 역시 말이 많았던 예매이벤트를 통해 관람했다. 그 덕에 멋진 사인 시나리오 북도 얻을 수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을 기다리는 마음은 다른 감독들과는 조금 자세가 다르다고 할 수 있을텐데, 다른 감독들에 비해 박찬욱 감독의 신작은 보기에 앞서 '과연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일까?' '어떤 영화일까?'하는 원초적인 궁금증이 더 분비된달까. 마치 서태지의 신보를 기다리는 심정과도 비슷하다. 좋을까? 나쁠까?이기 보다는 '뭘까?'하는 궁금증이 더 크다는 말이다. <박쥐>는 잘 알려졌다시피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켕'을 원안으로(inspired by)한 작품인데(한 인터뷰에서 보니 박찬욱 감독은 이 원작에 'inspired by'하여 만들었는데 이게 '원작'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 다른 우리 말을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해 그냥 '원작'이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에밀 졸라의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내가 들은 얄팍한 지식으로 미뤄보자면 친구의 아내를 탐하는 것이나 살인극, 심리극이라는 것은 맞지만 정작 뱀파이어는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얼핏보면 카톨릭 사제가 뱀파이어가 되어서 욕망을 갈구한다는 것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따지고보면 이는 신선하다기보다는 굉장히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카톨릭 사제가 뱀파이어가 된다는 설정만 봐도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을 알 수 있고, 각각의 욕망과 서로의 욕망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텍스트가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 박찬욱 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에는 의외로 '메시지'에 관한 부분이 그리 크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박찬욱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무엇보다 영화를 장르적으로 접근하여 환상적인 미쟝센들을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으며, 쉽게 말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쾌감을 선사하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이 실망했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도 매우 재미있게 보았으며(참고로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지금까지 작품들 가운데 씨네마테크에 남기고 싶은 영화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바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택했다), <박쥐>역시 이런 기대감에서 접근하게 되었다. 결과는 역시 박찬욱이었으며, 그는 장르영화의 틀 안에 갖혀있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복잡한) 장르영화적 요소와 영화적 장치들을 <박쥐>라는 하나의 그릇에 온전히 담아내는 시도를 했으며, 그 시도는 괜찮았다.

(이하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아래 단락으로 이동해 주세요~)




상현(송강호)은 신부다. 그는 병자들을 돌보는 곳에서 그들을 돕고 있는데, 병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에 인간적으로(또는 신앙적으로) 무력함을 느낀다. 그리하여 외국에서 바이러스 백신을 위한 실험에 자원하게 되고 이 과정 속에서 목숨이 위험해져 수혈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수혈 받은 피로 인해 상현은 뱀파이어가 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상현은 뱀파이어로서 느끼는 욕망과 인간으로서 느끼는 욕망을 신부로서 자제하려 애쓰게 된다.

일단 이 영화 <박쥐>는 공감대 측면 면에서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만큼 박찬욱 감독은 각 인물들의 히스토리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고 단편적으로만 빠르게 묘사하고 있다. 상현이 외국으로 가서 실험에 자원하게 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신부로서 인간으로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그런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해도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바로 뱀파이어가 되는 과정은 무척이나 갑작스럽다. 만약 상현이 그래야만 했을 더 공감가는 줄거리를 풀어놓았다면 이 과정에 좀 더 공감이 갔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영화는 더 정형화 되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공감대 측면을 과감히 축소하더라도 자신이 말하려는 메시지의 핵심 자체에만 집중하려 한 듯 하다. 본래 이렇게 주인공이 급작스런 변화나 변이를 겪게 되는 영화는 거의 중반부가 되서야 그 사건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작은 에피소드들을 늘어놓게 마련이고. 이렇게 해야만 변하고 난 뒤 그의 행동들에 어느 정도 '정당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쥐>는 이런 것을 정상적인 단계를 다 밟기보다는 바로 핵심 공략으로 들어가고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직접적인 접근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감독이 담으려고 했던 다양한 장르적 특성들과 갈등 요소들을 모두 담아낼 여지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상현을 비롯해 태주나 강우의 경우도 그렇다. 강우(신하균) 역시 왜 그런 병을 얻게 되었는지 태어날 때 부터 병을 앓았던 것인지 그런 성격을 갖게 된 것이 꼭 병 때문인지는 불확실하다. 태주(김옥빈)도 마찬가지다. 그 지옥같은 집안에서 일탈을 꿈꾸는 모습은 그려지지만 사실 따지고보면 족쇄가 채워진 것도 아니고 도망가려면 언제든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태주는 몽유병을 가장해 밤마다 거리를 맨발로 뛰는 것으로 억압에서의 자유를 느끼는 것으로만 설명된다(물론 이 둘이 이상한 부부관계에 대한 플래쉬백은 잠시 등장하기도 하고 강우에 대한 이야기도 얼핏 지나가지만, 분명 포인트는 여기에 없다). 상현이 실험에 자원한 것이 그러하였듯이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온 역사로 인해 영화 속 사건에 반응한다기 보다는 그 각각의 '반응'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그 자체인 것이다. 이렇게 영화를 보게 되면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하나하나의 의미를 새겨보기에도 편리해지고.




이 영화가 완전히 박찬욱 영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나뭇가지 그림자가 비치는 벽을 배경으로 상현이 문을 열고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범상치 않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긴 했지만, 역시 그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난 공간은 라여사(김해숙)와 강우, 태주가 살고 있는 행복한복집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공간은 딱 보는 순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공간의 색감은 물론이고 인물들이 입고있는 옷의 이미지는 이를 더한다. 특히 라여사의 어둡과 화려한 드레스와 강조된 인위적 화장은 이 공간의 분위기를 더하고 있고, 퀭한 얼굴의 태주와 해맑게 웃는 강우의 얼굴도 이를 더한다. 한복집이라는 설정은 여러가지를 빗대어 이야기할 수 있는 구실을 주는데, 일을 하는 공간인 1층에서는 라여사와 태주 모두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는 것은 물론 공간 역시 이에 걸맞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일과는 무관한 생활의 공간인 2층의 이미지는 한복집과는 정반대다. 마치 김기영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미장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보라색 식탁보와 개성강한 인물들, 의상들, 마작을 하는 는 모습은 남인수의 노래 '고향 그림자'가 더해지면서 묘하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여기에는 감독인 박찬욱과 함께 <올드보이> 등을 함께 해온 류성희 미술감독의 공도 크다하겠다.

김기영 감독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세트 디자인이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는 물론이고 각 인물들을 그리는 방식도 김기영 감독의 분위기를 심심치 않게 느낄 수 있었다. 박찬욱 감독이 김기영 감독의 열열한 팬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 그 동안 그의 작품들 가운데 <박쥐>가 가장 김기영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과장된듯까지한 인물들의 대사와 분위기, 그리고 자신이 말하려는 의도를 전하기 위해서는 거침없이 연출하는 방식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박쥐>는 아무래도 '멜로'이기 때문에 좀 더 낭만적인 느낌이 가미된 점을 들 수 있겠다.

여튼 '행복한복'이라는 이 공간이 주는 느낌은 상당히 강하다. 1층에서 한복을 팔기 위해 마치 마네킹 처럼 한복을 입고 손님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태주의 모습에서는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몸'을 파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며, 태주의 얼굴이 가게 문의 할머니(?)얼굴과 정확히 겹쳐지는 장면이라던가 2층의 긴 복도 그리고 지하실 등은 이후 상현과 태주가 이 공간을 라여사로부터 지배하게 되었을 때에도 용이하게 사용된다.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역시 욕망이다. 극중 상현과 태주의 욕망은 대부분의 욕망이 그러하듯 모든 것을 파국으로 만들고 만다. 상현은 뱀파이어가 되고 나서 생존과 신앙 사이에 고민하게 된다. 아니 이건 신앙이라기 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이랄까.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의 피를 마셔야 하지만 사제라는 것을 재쳐두더라도 상현이 그 동안 지켜왔던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상현은 이 '생존'이라는 좋은 구실 때문에 욕망을 이루게 되고 이 안에는 인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제로서 억눌려 왔던 욕망도 포함되어 있는 듯 하다. 뱀파이어로서 다른 사람의 피를 먹는 것으로 욕망을 채웠다면 인간으로서는 강우의 아내인 태주와 관계를 맺으면서 욕망을 이루게 된다. 여기에도 물론 앞선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간적인 면과 사제로서의 면 모두 관련이 있다 하겠다. 상현이 사제로 설정되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다른 인간들에 비해 자신이 욕망을 채울 수 밖에는 없는 이 상황을 스스로 합리화하고 설득시키려 계속 노력하는 과정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단순히 '어쩔 수 없잖아' 정도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죽는 자를 살리고자 실험에 자원했던 '사제'인 상현에게는 이것만으로는 스스로를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노신부에게도 끊임없이 '내가 수혈 받을 피를 고를 수 있던 것도 아니었잖아요?' '좋은 일 하려고 그랬던 거 잖아요'하면서 설득하려 하는데, 이는 노신부를 설득시켜 자신의 처지를 인정받고 싶다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납득시킬 구실을 만들어야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은 끊임없이 이런 자기 설득에 애를 쏟는다. 남의 피를 마시지만 살인이 아니라 자살하기 원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들어준다는 이유를 만들고, 혼수상태에 있는 사람의 피를 마시면서 깨어 있었다하더라도 분명히 줬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심지어 이블린의 피를 마시면서도 태주에게 '너는 아까 많이 마셨잖아'라고 일부러 얘기한다). 이런 이유 만들기는 그 순간 뿐 아니라 나중에 욕망에 더욱 잠식되었을 때에도 하나의 구실로 사용된다. 처음부터 욕망에 노예처럼 자유롭게 행동했던 태주와는 달리 끊임없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최소한의 방법을 사용해 왔다고 생각해온 상현에게 '그래, 그 동안 나는 할 수 있을 만큼 했잖아'라는 또 하나의 커다란 구실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주의 욕망은 어떨까. 태주는 라여사의 집에서 강우와 원치않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녀가 표현하는 욕구해소 행동이래봤자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속옷 차림에 맨발로 전력질주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태주는 잘 생각해보면 뱀파이어가 되기 전부터 그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죽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의 피를 마셔야만 하는 뱀파이어처럼 고아나 다름없는 태주는 역시 생존을 위해 이 지옥같은 공간에 있을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또한 상현이 뱀파이어가 된 것이 구실이었다면 태주에게는 라여사와 강우가 구실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태주는 사제인 상현을 유혹하다시피해 관계를 맺기도 했고, 결국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현을 이용해 강우를 낚시터에서 강에 빠트려 죽이고 만다. 사실 태주는 상현이 뱀파이어라는 것을 안 그 순간부터 실제로 뱀파이어가 된 것과 같은 현실을 살게 된다. 자신 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는 상현을 자신의 마음대로 컨트롤 하려하며 오히려 상현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지경까지 그를 밀어붙인다. 건물 옥상에서 상현에게 여기서 뛰어내릴 수 있냐며 유혹하는 장면은 상현이 사제이기 때문에 마치 예수가 광야에서 사탄에게 시험을 당하는 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태주는 스스로 뱀파이어가 된 다음부터는 더 과감해진다. 태주에게는 상현과 같은 자기 설득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피를 마신다. 상현은 이런 태주를 타이르려고 하지만 이미 뱀파이어가 된 태주를 컨트롤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 만은 아니다. 상현은 그 동안 똑바로 보지 못했던 자신의 욕망을 태주에게서 서서히 보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태주를 통해 자신이 욕망마저 버릴 수 있는 구실을 찾게 된다.

영화 속에서 태주를 그리는 방식도 매우 흥미롭다. 혹자들은 김옥빈의 연기에 대해 어설프다며 말이 많지만 이는 분명히 의도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대사톤과 뱀파이어가 된 이후에 마치 아이처럼 좋아하며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모습, 떠오르는 태양을 피하기 위해 상현에게 때를 쓰며 반항하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부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태주의 욕망을 이렇게 아이의 그것처럼 그린 것은 또 어떤 의도일까. 욕망이라는 것은 결국 순수하다는 것일까. 순수함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야 말로 금기시 되어야 한다는 것일까.




이 영화 속에서 상현과 태주 만큼 중요한 인물은 김해숙씨가 연기한 라여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반 그로테스크함 가득한 화장과 얼굴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라여사는 온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된 이후부터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처음 드는 생각은 '왜 라여사를 죽이지 않는가?'라는 것이었다. 영화 속 분위기를 보면 그래도 키워주신 어머니라 아니면 살인을 하지 않으려는 상현 때문에 죽이지 않았다고 보기보다는, '남겨두었다'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마치 듣지 말아야 할 인물이 옆에 있는 가운데 이런 은밀한 진실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것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부분도 있는 듯하며, 반대로 누가 들어주고 보아주었으면 하는 욕망에서 기인한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영화의 마지막 상현과 태주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그 순간, 그 장소에도 눈을 감지 못하는 라여사를 굳이 대려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상현과 태주는 결국 외로운 존재들이다. 자신들이 그녀의 아들을 죽게 했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의 마지막에 누군가가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마지막에는 이런 감정 외에 상현이 사제로서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용서받기 위해 그녀가 보는 앞에서 산화를 택한 것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상당히 복잡한 장르적 요소들이 결합된 영화라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욕망과 뱀파이어의 큰 줄거리에 살인극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영화는 신하균이 연기한 강우를 두 사람이 죽이게 된 이후부터 이 살인극으로 인한 이야기와 묘사들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특히 두 사람 모두가 물 속에 빠트려 죽인 강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강우의 환상을 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뱀파이어와 욕망에 이야기와는 쉽게 용해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자는 침대 위에 강우가 중간에 돌을 앉고 있는 모습이라던가, 두 사람이 섹스를 할 때 강우가 두 사람 사이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 등의 묘사는 살인을 저지른 자들이 겪는 공포감(두 발 뻗고 못자는)을 나타낸 장면으로 큰 줄기인 욕망의 이야기에 완벽하게 융합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이 설정은 에밀 졸라의 원작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설정인 것 같은데, 결국 이 설정이 라여사라는 캐릭터에 일종의 '존재의 이유'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느껴졌다. 송영창과 오달수가 각각 연기한 승대와 영두의 이야기는 한복점이라는 공간내에서 욕망이라는 큰 줄거리와 잘 맞아떨어지고 있지만 죽은 강우의 모습이 두 인물을 계속 괴롭히는 장면은 너무 복잡해진 느낌도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가위를 입안에 여러번 넣었다 뻈다 하는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서 삽입하고 있는데, 다음 번엔 찌를지도 모르겠다고 관객이 느끼는 불안감을 통해 상현과 태주가 강우가 살아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는 감정을 느끼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영화 속 상현의 대사처럼 뱀파이어는 불사의 존재가 아니듯이, 이렇게 공포에 떠는 나약한 존재임을 이야기하려 했는지도 모르겠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는 도구나 장면장면이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참 많다. 그리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숨겨놓은 의미를 찾길 바라는 점도 있는 듯 하고,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미장센으로서 장면 만으로서 이미지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상현과 태주가 제대로 된 첫 번째 섹스를 병실에서 갖은 뒤 부활절 달걀을 먹는 장면도 그렇다. 태주가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디어 지옥같은 공간에서 빠져나와 상현과 섹스를 나눈 뒤에 부활절 달걀을 먹는 것은, 그야말로 '부활'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나중에, 그 동안 생일을 한번도 치르지 못했다던 태주가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나자 '해피 버스데이, 태주씨' 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앞선 단계로 이해할 수 있겠다.

전작 <친절한 금자씨>를 보면 금자가 상상하는 장면에서 극중 최민식의 얼굴에 몸은 개가 되어 등장하는 묘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박쥐>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영화의 대부분이 이런 식의 느낌을 주고 있다. 건물 옥상들을 뛰어넘는 장면들에서는 왠지 모를 낭만이 느껴지고, 온통 하얀 한복가게 2층의 이미지는 빨간 피의 이미지를 준비한 너무 노골적인 연출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상현과 태주가 나는 베드씬에서의 대사들은 마치 홍상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나 부끄럼 타는 사람 아니에요' '원래 좋은 거에요? 이런 대사 말이다.

어째 영화보다 더 화제가 되고 있는 송강호의 노출 장면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 전에 감독이 기자 시사후에 이 노출 부분만 화제로 기사를 쓰지 말라고 특별히 요청까지 했다는데, 아니나 다를까 신나게 성기노출 기사만 써낸 기자들은 참으로 자격이 없다. <박쥐>라는 영화가 좋고 나쁘다를 떠나서 영화의 본질은 따로 있는데 마치 이 영화를 노출로 대변되는 영화로 일순간에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그 전엔 김옥빈의 노출 연기만 운운했으니 말 다했다). 이 장면이 반드시 필요했다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죽음을 맞기 위해 차를 운전하던 상현은 갑자기 수도원으로 항햔다. 수도원 앞에는 자신을 성자로 믿고 있는 이들이 벌써 한참 동안 노숙을 하고 있다. 상현은 이 중에 한 여성의 텐트에 들어가 있다가 여성의 비명소리에 모인 신자들에 의해 발각이 된다. 사람들은 이로 인해 자신들이 성자로 믿고 있는 상현이 사실은 몹쓸 놈이라는 것을 알고 돌을 던지며 상현을 쫓아낸다. 관객들도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 장면에서 상현은 황우슬혜가 연기한 이 여성을 성폭행 한 것이 아니다. 죽기 전에 자신을 성자로 믿는 자들에 환상을 깨주기 위해 일부러 이런 장면을 연출 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통해 의연히 나오면서 알수 없는 표정을 짓는데 이 표정만으로는 살짝 불완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 노출 장면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면 상현의 성기는 성행위를 하다가 발간된 직후임에도 발기가 된 상태가 아니다. 이는 바로 상현이 전혀 흥분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이며, 다시 말해 상현이 만든 의도적인 상황임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영화적 장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보였다 안보였다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쉽다(객석에서도 이상한 탄성이 흘러나오던데, 이건 좀.).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역시 김옥빈이다. 그녀가 이전에 연기한 작품들을 별로 보진 못했지만, 태주라는 역할은 그녀가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상당히 김옥빈과 어울리는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욕망에 눈떴을 때 그 살아있는 눈빛. 장난기와 희망에 잔뜩 부푼 눈빛과 입꼬리지만 왠지 사악함마저 느껴지는 이 얼굴은 태주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어울린다. 대사 톤은 확실히 약간 어색한데 이는 분명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된다. 태주라는 존재는 분명히 영화 속에서 불완전한 존재다. 어린아이같이때를 쓰거나 장난기 어린 모습도 그렇고, 아마 말투도 이런 측면에서 연출된 것이 아닐까 한다.

송강호의 연기는 부족함은 없었으나 최고는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태주의 경우 김옥빈 외에는 생각하기 어려우나 상현의 경우는 송강호 외에도 더 나은 선택이 있을 듯 하다. 약간 뱀파이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허무하고 현실적인) 대사들을 할 때는 그 만의 장기가 살아나는 부분이었지만 좀 더 뱀파이어스럽거나 심각한 연기를 할 때는 약간 임팩트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뭐랄까 90점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겠으나 왠지 120점 정도로 연기할 다른 배우가 있을 듯한 느낌.

김해숙의 연기는 확실히 장르화된 연기로서 객석에서 '움찔'하는 반응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무서움 그 자체였다. 몸은 완전히 굳은 채로 눈만으로 연기하는 후반부의 연기가 압권이었는데, 확실히 베테랑 답게 눈의 움직임만으로도 공포와 독기를 넘나드는 멋진 연기를 선사하고 있다. 송영창, 오달수의 경우는 캐릭터의 비중이 작은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 정형화된 느낌이 있었으며, 신하균의 경우는 연기도 연기지만 확실히 그 해맑은 미소하나만으로도 캐스팅에 이유가 될 것 같다. 그 해맑음이 이 영화에서는 얼마나 섬뜩하게 표현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니.




<박쥐>는 확실히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단순히 취향이 문제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박찬욱 감독의 팬으로서 하나 안타까운 점은 그의 영화 팬층이 너무 갑작스레 광범위하게 퍼져버린 탓에 그의 본래 취향에 성향이 강한 영화들이 나왔을 때 그 어떤 감독보다 실망하는 관객들이 많이 나오곤 한다는 점이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경우처럼 <박쥐>도 많은 사람들이 별로 혹은 최악이라며 악평을 쏟아낼지도 모르겠다(벌써 나오는듯도 하다). 영화야 어차피 개인의 것이고 취향의 차이니 좋고 나쁨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맘은 없지만, 그저 너무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 되버린 현실이 안타깝달까. 적어도 <복수는 나의 것>을 본 이들이 많다면 이 정도의 악평이 쏟아질 것 같지는 않은데, <올드보이>나 <공동경비구역 JSA>에 더 익숙한 사람이 많은 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 같기도 하다. 이 점은 아마도 박찬욱 감독이 계속 짊어지고 나가야할 하나의 짐이라고 해야겠다.

또 하나, 확실히 메시지 자체로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내러티브가 주가 된 영화도 아니었고. 복합적인 장르적 재미와 영화 팬들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발견해야만 더 즐길 수 있는 불친절한 영화라고도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좋았다. 이 영화 <박쥐>.


1. 관람할 당시 옆 관에서 <스타트랙 : 더 비기닝> 상영이 되고 있었는데, 옆 관의 강한 우퍼소리 때문에 <박쥐>상영관까지 울리게 되어 관람시에 좀 불편하더군요;;

2. 주인공이 뱀파이어 영화인데 영화 중반이 지나도록 피를 먹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소리내어 반응하더군요. 초반에는 그럴 수 있어도 뱀파이어 영화라는 점이 인식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까하는 바램도.

3. 의외로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제법 있더군요.

4. 스쿠버다이버들이 수색을 마치고 물위에서 떠오르는 장면은 분명 의도된 느낌이었습니다.(그 낚시터가 수몰지구위에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웠구요).

5. 유니버설 픽쳐스의 로고를 한국영화에서 보니 그것도 흥미롭더군요.

6. 확실히 딱 한 번 감상으론 부족한 영화인것 같네요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CJ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예매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박쥐>의 용산 시사회장에서 받았던 아이템들.
폴더와 스틸컷들은 그럭저럭이지만 시나리오 북은 영화 속 대사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자, 리뷰를 쓸 때도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영화 리뷰는 곧 쓰겠지만, 역시 예상대로 <박쥐>는 박찬욱 감독의 취향이 더욱 반영된 작품이었으며, 관객들은 많이들 당황하는듯 싶었고, 개인적으로는 그 취향 속에서 다양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똥파리 (Breathless, 2008)
폭력의 역사를 통한 가족의 탄생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던 양익준 감독의 영화 <똥파리>는 그 제목 덕분에 일단 관심을 갖게 되었던 영화였다. 제목에 흥미를 갖게 되었을 때쯤 해외 유수 영화제의 수상 소식들도 부수적으로 들려왔는데, 그것이 이 영화를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까지는 할 수 없겠으나(오히려 이유라면 지인들과 취향이 비슷한 평론가들의 칭찬들이랄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연출과 주연을 맡은 양익준 감독은 이번이 장편 데뷔작이기는 하지만 인디 영화계에서 감독보다는 배우로서 더 인지도가 있던 인물이었다. 사실 처음 이 작품 <똥파리>에 대한 매우 소극적인 정보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단순히 폭력에 관한 이야기 일 줄로만 알았다. 메이저 영화에서는 잘 다루지 못하는 인디 영화만의 에너지와 이야기가 담긴 제법 괜찮은 영화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똥파리>는 참으로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많은 작품이자 폭력과 가족에 대해 깊은 성찰이 담긴 영화였다.


(이후 부터는 영화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께서는 맨 마지막 단락으로 이동해주세요~)




영화는 여자를 때리는 남자와 이후 이 남자를 때리는 상훈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오프닝 장면은 영화에 대한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집약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처음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만으로는 단순히 '폭력'에 관한 것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 가해자가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에 폭력에 의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은 단순히 '폭력'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폭력의 되물림'과 '폭력의 역사'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똥파리>가 단순히 폭력 그 자체만을 다룬 영화였다면 그저 용역 깡패로 살아가는 상훈의 일상적 에피소드를 전면에 배치해도 좋았을테지만, 이 영화가 말하려는 바는 그 자체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의미심장한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똥파리>는 크로넨버그의 영화처럼 폭력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이어져왔고, 인간 내면에서 살아왔는지에 관한 영화라기보다는 폭력의 역사를 통한 가족의 이야기, 결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포스터에 새겨진 저 문구는 참으로 멋지다.

'세상은 엿같고,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보통 영화가 관심을 갖고 관객들이 호기심을 갖는 부분은 '세상은 엿같고'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을텐데, 사실 <똥파리>를 보고 나니 그간 이 '엿같은 세상'을 사는 인물들을 그려낸 영화들이 초라하게 보일 만큼 그 자체로서는 적어도 이보다는 더 큰 의미를 갖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라는건 왠지 빠져나갈 수 없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엿같은 세상은 아무리 엿같아도 본인이 하기에 따라 즐길 수도 뛰쳐나갈 수도 있지만, 더럽게 아픈 핏줄은 어떻게 한다고해서 바꿀 수 있거나 탈출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겠지만 양익준 감독이 만든 <똥파리>에서 이 더럽게 아픈 핏줄을 극복하거나 수용하는 방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폭력의 역사'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현실들이다. 부모들의 싸움, 술먹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들과 그로 인해 생긴 결손 가정. 그리고 나라에서 동원되어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 세대가 겪는 아픔, 그리고 그 다음 세대가 그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받아들여하는 현실. 그리고 이로 인해 생긴 가난한 현실 역시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결국 어디서부터 왔는가를 생각해보면 영화의 시작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폭력 자체에서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내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주인공 상훈이 이 가족을 복원하기 위해 벌이는 피눈물나는 여정이며 결국 이뤘는지 이루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볼 만한 여정이다.

가난과 폭력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자면 폭력으로 말미암아 생긴 가난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사용되는 것이 폭력이다. 영화 속 상훈은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 속에서 자라 결국 가난이라는 짐을 짊어지게 되었지만, 그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직업으로 갖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용역 깡패, 즉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해 돈을 버는 일이다. 이런 관계는 영재에게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는 그 피해로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고 어머니는 이미 죽어버린 이 가정 속에서, 영재는 마치 상훈이 그랬던 것처럼 폭력으로서 세상에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상훈도 그렇고 영재도 그렇고 이 과정을 단순히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 할 수 있겠다. 상훈이나 영재가 이렇게 폭력을 몸에 지니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가해졌던 폭력들 때문이며 자신 역시 폭력만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법 밖에는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영화에 후반부 영재가 상훈에게 폭력을 가해 결국 죽음에 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깊다. 영재가 상훈을 공격했던 것은 단순히 돈을 훔치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그저 혼내주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적당히 때렸어도 되었을터. 하지만 영재는 상훈이 죽음에 이르도록 폭력을 가하는데 이는 상훈에게로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가정에 대한 분노에로 향하는 폭력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영재가 상훈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은 영화의 첫 장면과 동일한 메시지를 준다. 절대적인 폭력의 존재로만 보였던 상훈을 아직 미완의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영재가 공격하는 장면은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결국 아버지 세대에서 가해진 폭력이 그 다음, 그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영화의 마지막, 연희가 우연히 상훈과 똑같이 용역 깡패로서 활동하는 영재의 모습에서 상훈의 모습을 겹쳐보는 것은 굉장히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폭력의 되물림과 악순환. 아마도 상훈처럼 나중에야 이 폭력의 고리를 끊어야 겠다고 깨울칠 영재의 모습. 영화는 다 끝났다고 생각된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되물림에 관한 아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따뜻하다'라고 느꼈던건 바로 주인공 상훈의 행동들 때문이었다. 상훈은 앞서 언급한 '엿같은 세상'을 그냥 막살고 말려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표현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되물림된 폭력의 사슬을 끊고, 이 모든 것을 잉태한 가족의 아픔을 다시금 새로운 가족의 탄생으로서 치유하고자 하는 인물에 가깝다.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 대사의 80%는 거의 욕설들로 채워져있다. 개인적으로는 욕설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을 때에도 잠시 머뭇거려지기도 했었는데, 영화 속 상훈의 대사는 분명 입에 담기 힘든 욕설들이기는 하지만 '똥파리'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그가 내뱉는 욕설은 단지 표현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마치 외국어나 사투리 등과 다르게 생각할 것이 없는 하나의 방법론일 뿐이다. 영화 초반 상훈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때에는 그가 내뱉는 욕설에 관객으로서 불편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점차 그를 알게 되면서 그의 욕설들은 대화 그 이상의 의미는 주지 않는다.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에서 주인공과 이탈리아계 이발소 주인이 나누는 대화가 욕설로만 느껴지지는 않듯이, 상훈의 욕설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일반적인 자존심 정도가 아니라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일종의 필요악인 것이다.

그가 가족을 이루려는 노력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배다른 누나의 아들인 형인을 아들같이 챙기면서 돈도 주고 아버지 노릇도 하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만약 일반적인 자존심으로 똘똘뭉친 인물이었다면 이런 노력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폭력을 되물림한 아버지에 대한 연을 끝네 끊지 못하는 심정도 그러하며, 연희와의 관계를 맺는 장면도 그러하다. 영화 속 상훈과 연희의 관계는 매우 독특하다. 일반적인 연인관계는 물론 아닐 뿐더러 단순한 남매같은 관계로 보기도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이 둘은 서로에게서 서로가 원하는 이상향을 발견한 듯 하다. 서로 모두 벗어나고만 싶은 현실에 놓인 이 둘은,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 눈을 가졌으며 이 눈은 서로의 진심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하여 이 둘은 지옥같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순간에 가장 떠오르는 존재가 되었으며 표현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관계가 된다.




영화 속에서 이 둘을 그리는 묘사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보통 치정극이나 영화에서라면 가만 두지 않았을 설정을 보기 좋게 무시해버린다는 것이다. 연희의 가정이 더 어려워지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인 연희 어머니의 죽음은 바로 상훈이 저지른 것이며, 상훈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것은 다름아닌 연희의 동생 영재다. 보통 같았으면 이같은 관계설정을 영화 막판에 터뜨리면서 다시 또 하나의 갈등을 야기시켰을 테지만, <똥파리>는 이것에 집중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는 이렇게 얽혀버린 각자의 아픈 역사 속에서 상훈과 연희를 지켜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처마저 남기기엔 두 주인공의 현실과 짐이 너무 크게 느껴졌을 감독의 배려랄까(이런 점 또한 이 영화가 따뜻한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는 끝내 이런 사실을 주인공들에게 알리지 않은채 끝을 맺는다.

연희로 인해 조금씩 변화를 겪던 상훈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자살기도를 통해 자신의 숨겨왔던 진심을 드러내고야 만다. 앞선 과정들만 본다면 상훈은 자신에게 되물림된 폭력에 분노하여 어떻게든 가해자인 아버지에게 이를 쏟아내려는 듯한 측면만 노출이 되지만, 사실 그는 이 더럽게 아픈 핏줄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었고 자신은 이 폭력의 역사를 되물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 와중에도 연희를 찾아간 상훈은 아무 이유를 말하지 않고 그냥 울기만 한다. 이것은 연희라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리라).

상훈이 맺는 결말은 브라이언 드 팔마의 <칼리토>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결국 용역깡패를 그만 두고 자신이 꿈꾸던 가족을 이뤄 정착하려고 드디어 마음을 먹은 상훈에게 이는 허락되지 않는다. 형인이 다니는 유치원 재롱잔치에 상훈의 누나와 연희, 그리고 용역회사의 사장이자 친구인 만식, 그리고 상훈이 초대된 것은 일종의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상훈이 꿈꾸던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었으며 자신의 대에서 끝내고 싶었던 폭력없는 가정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훈은 여기에 오지 못한다. 또 다른 폭력의 되물림에 희생자인 영재가 가한 폭력에 사그라들고 만다.




그런데 인상적인건 이제부터다. 상훈이 죽고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벌어지는 장면들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다. 만식의 고깃집 오픈을 기념하려 모인 상훈의 아버지와 연희, 상훈의 누나와 형인의 모습 어디에서도 상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상훈의 죽음에 슬퍼하는 가족들의 모습은 플래쉬백으로 스쳐 지나갈 뿐 고깃집에 모인 이들의 표정에서는 그 어디도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서 인상깊게 볼 또 하나는 상훈의 아버지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폭력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텐데 여기에 1세대이자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상훈의 아버지가 놓여있다. 이는 상훈과 상훈의 아버지는 결국 공존할 수 없음을 은연 중에 말하고 있는 듯하며 감독은 상훈의 아버지를 선택, 새롭게 탄생한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상훈이 스스로 자신 없는 가족을 꿈꿨다고 하기엔 (만약 그렇다면 이건 정말 슬픈 영화일듯) 믿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상훈은 분명 상훈이 아버지가 있는 자리에 본인이 있고 싶었던 것이고, 그것이 자신이 꿈꾸던 폭력의 역사가 지워진 새로운 가족이었을 것이다(상훈이 피범벅이 되어서도 조카 유치원에 가야된다고 중얼거렸던 것은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감독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또한 새롭게 태어난 가족에게는 여전히 불안요소가 있다. 영재는 이 가족에 직접적으로 속하지는 않았지만 상훈과 같은 폭력적인 전처를 그대로 밟고 있으며, 연희도 분식집 아르바이트로 생활이 갑자기 나아질리 없으며, 아버지의 언어폭력과 문제들은 여전할 것이다. 또한 상훈의 아버지 역시 완전히 죄를 뉘우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만약 그 자리에 상훈이 있었다면 좀 더 희망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관객이 바라는 장면일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이 지겨운 폭력의 역사는 '똥파리(상훈)'가 사라지는 것으로 잠시 멈추었으며, 그가 꿈꾸었을지도 모를 새로운 가족은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올해 지금까지 본 영화들 가운데 올해의 '대화장면'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위의 사진 속 장면을 꼽겠다!)


1. 영화를 보고 리뷰를 다 쓰고나서 여기저기 리뷰를 읽어보니 감독의 개인적인 인생사가 많이 녹아있는 작품이라고도 하는데, 그는 어떤 인생을 또 겪었을지 더 궁금해지네요.

2. 영화를 보고나서 고맙게도 무대인사자리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독님과 주연배우분들도 직접 뵐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똥파리 - 무대인사 사진 (2009.04.25, 아트하우스 모모)

3. 최근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할 얘기가 많았던 영화였어요. 진짜 위 장면처럼 포장마차에서 양익준 감독님과 밤새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4. 제 취향은 역시 <워낭소리>보다는 <똥파리>인것 같습니다 ^^; (왠지 어감이 -_-;;)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영화사 진진에 있습니다.







삼성 디지털 카메라 IT100을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기능이라면 아무래도 오늘 소개할 '스마트 오토(Smart Auto)'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IT100을 유일한 사진기이자 퍼스트 카메라로 사용하려는 이들이라면 조금 틀려질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DSLR의 이동성과 조작성의 단점을 커버하는 세컨드 카메라로서 애초부터 접근하였기 때문에 조금은 방식이 틀려질 수 밖에는 없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IT100의 주요 기능인 스마트 오트 기능은 이런 IT100만의 장점을 더욱 살려주는 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하지만 확실히 이 리뷰를 쓰는 기간이라서만이 아니라 그간 사진을 촬영해야 하는 일들이 있을 때 특수한 경우를(망원 렌즈를 사용해야하는) 제외하면 거의 퍼스트 카메라로 선택되었던 것은 IT100이니 가방 속에 묻혀 가끔씩 IT100 바디 촬영 시에나 사용되는 DSLR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오늘 역시 여러 말 보다는 IT100으로(특히 스마트 오토 기능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위주로 포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구 점에 있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펜들은 각각의 컬러의 표현력을 확인하는데 좋은 소스가 되었다. 위의 사진들은 스마트 오토 - 접사로 촬영된 사진들인데, 조금의 거리는 있었지만 접사로 촬영이 되었다. 그리고 스마트 오토에서 대부분 실내 촬영시에는 플래쉬가 터지도록 세팅이 되곤 하는데, 아무래도 플래쉬가 터지는 사진들은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음으로 플래쉬 기능만 오프로 설정을 수동으로 한 뒤 촬영을 하였다.






위의 세 장의 사진 역시 스마트 오토 - 접사로 촬영된 사진들이다. 앞선 문구점의 사진들과는 달리 접사 기능을 테스트 해보기 위해 촬영된 사진들로서 카메라 렌즈를 피사체에 상당히 가깝게 두고 촬영한 사진이다. 첫 번째 사진의 경우 초밥위의 알들이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접사기능이 잘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두 번째 피자 사진이나 세 번째 스태츄를 촬영한 사진에서도 손색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사진의 경우 실내에서 형광들 조명에 의지한채 촬영된 사진이라 그림자를 피하기 위해 거리를 조금 두다보니 약간 아쉬운 결과물이 나오긴 했는데, 첫 번째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거리에서의 접사 촬영도 만족할만하다.






위의 세 장의 사진은 야간의 어두운 장소나 실내의 어두운 장소를 스마트 오토 기능으로 촬영한 사진들이다. 첫 번째 사진의 경우 어두운 곳에서 조명을 직접적으로 촬영했을 때 조명 부위만 환하게 나오고 나머지 부분은 매우 어둡게 나오는 경우를 확인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인데, 보시다시피 조명의 디테일도 확인할 수 있으며 주변도 그리 어둡지 않게 표현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도라면 흔히 말하는 '까페사진'촬영에도 무리 없이 사용될 수 있을 듯 하다. 두 번째 사진 역시 스마트 오토 기능만을 사용하여 촬영한 사진인데 실내가 매우 어두운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사진을 만들어냈다. 어두운 조명 때문에 일부 노이즈가 발견되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스마트 오토 기능을 테스트해보기 위한 촬영이었음으로, 이런 문제들은 ISO조정이나 다른 기능 조작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

세 번째 사진은 밤 시간 공원 놀이터를 스마트 오토 기능으로 촬영한 사진인데, 가로등 불빛의 빛샘 현상이 약간 발생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을 감안한다면 만족스러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별다른 기능들을 설정하지 않고 단순히 스마트 오토 기능만으로 이 정도의 어두운 조명하의 사진들을 만들어낸다면, 이런 환경의 촬영에도 크게 불편함이 없을 듯 하다.






위의 세 장의 사진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사진들로서 다양한 색들과 조명에 따라 어떻게 표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겠다. 모두 실내 촬영 사진들인데 스마트 오토 기능 설정시 플래쉬가 자동으로 켜지게 되어있어 이 부분만 오프로 수동 설정하였다.






위의 세 장의 사진은 약간 흐렸던 날 야외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역시 스마트 오토로 촬영된 사진이었는데 자연광이 그리 강한 날은 아니었지만 오토 설정에서도 플래쉬가 터지지는 않았다. 날이 좋아 파란 하늘을 함께 담을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조금 흐린 날이라 그럴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28mm의 와이드 앵글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시원한 느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마지막 사진은 실내에서 촬영된 것으로 역시 넓은 시야각을 통해 다양한 구도를 설정할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간편하고 쉬운 사진 촬영을 위해서 IT100을 사용하게 될 유저들이라면, 스마트 오토 기능은 이 같은 점들을 채워줄 핵심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IT100은 메뉴얼로 조정할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아 좀 더 수동적으로 세팅값을 조정하길 원하는 유저들은 원하는 조건으로 세팅이 가능하다. 대략적으로는 IT100의 다양한 기능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조금 더 사용을 해본 뒤 다음 포스팅에는 마무리하며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편하게 얘기해볼 작정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이 글은 IT100 리뷰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글입니다.







벌써 4월의 마지막주 군요. 지난 주 한주 약간 여유를 주는가 싶었더니 바로 이번 주부터는 다시 기대작들의 향연이 시작되네요.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를 비롯하여 엑스맨의 스핀오프 겪인 <울버린>과 우리 영화 <인사동 스캔들>, 애니메이션 <케로로>까지. 이번 한 주도 극장을 열심히 들락날락 거려야 할 것 같습니다 ^^

(RSS구독기를 통해 포스트를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포스팅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으니 직접 들어오셔서 봐주세요 ^^;)



박쥐 (Thrist, 2009)
감독 : 박찬욱
주연 :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황우슬혜
각본 :
편집 :
촬영 :
장르 : 멜로
정보 : 한국 / 133분 / 18세 관람가

박찬욱 감독의 2009년 신작 <박쥐>는 그야말로 기대작입니다. 얼마전 있었던 시사회를 통해 벌써부터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평들이 들리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별로라고 할 수록 더 끌리게 되더군요. 그럴 수 밖에는 없는게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본래 대중적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개인적에 가깝거든요. 본래 취향과 작품세계가 그러한 감독인데 <올드보이>라는 작품이 예상외로 너무나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너무 많은 대중들이 그의 작품에 기대를 하게 된 것이 이런 호불호를 낳게 된 이유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이 별로라고 하면 박찬욱 감독의 악취미가 더 도드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더욱 기대가 됩니다. 김옥빈이라는 배우가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 얼마나 날개를 펼지도 기대되고, 섹시해진 송강호의 연기도 기대됩니다. 저는 30일날 시나리오북을 증정하는 이벤트에 진작에 예매 성공하여 개봉일날 볼 예정입니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
(X-Men Origins: Wolverine, 2009)
감독 : 개빈 후드
주연 : 휴 잭맨, 리브 쉐레이버, 대니 허스튼, 다니엘 헤니
각본 : 데이비드 베니오프
음악 : 헤리 그렉슨 윌리암슨
촬영 : 도날드 맥얼파인
장르 : 액션, SF
정보 : 미국 / 107분 / 12세 관람가

얼마전 주연을 맡은 휴 잭맨과 다니엘 헤니가 내한하여 행사도 하고 방송에 출연도 하며 적극적인 홍보를 했던 <엑스맨 탄생 : 울버린>도 이번 주에 개봉합니다. 일단 울버린과 휴 잭맨은 낯이 익으나 개빈 후드라는 감독의 이름은 낯설어서 감독의 전작들을 찾아보았는데, 작품이 그리 많지 않기도 하지만 제가 본 작품이 없군요. 엑스맨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울버린의 이야기를 '비긴즈' 형식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인듯 한데, 과연 기존의 <엑스맨>의 후광에 얼마나 힘을 얻을지 아니면 후광마저 사라지게 할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는 작품입니다. 디지털 상영도 할 예정이라 어지간하면 디지털로 관람할 예정입니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State Of Play, 2009)
감독 : 케빈 맥도날드
주연 : 러셀 크로우, 벤 애플렉, 레이첼 맥아담스, 헬렌 미렌, 제프 다니엘스, 비올라 데이비스
각본 : 매튜 마이클 카나한
편집 : 저스틴 와이트
촬영 : 로드리고 프리에토
장르 : 범죄, 스릴러
정보 : 미국, 영국 / 118분 / 15세 관람가

<박쥐>와 <울버린>에 가려서인지 생각보다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함 그 자체인데 말이에요. 러셀 크로우와 벤 애플렉은 물론 레이첼 맥아담스와 <더 퀸>의 헬렌 미렌, 그리고 제프 다니엘스까지. 이 정도면 배우들 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킹덤>과 <로스트 라이언즈>의 각본을 썼던 매튜 마이클 카나한이 각본을 담당하고 있고, <라스트 킹>을 연출했던 케빈 맥도날드의 작품이니 어느 정도 완성도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범죄 스릴러가 갖고 있는 일종의 진부함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일 듯 싶네요.







인사동 스캔들 (2009)
감독 : 박희곤
주연 : 김래원, 엄정화, 임하룡, 홍수현, 김병옥, 최송현
각본 :
편집 :
촬영 :
장르 : 범죄, 드라마
정보 : 한국 / 109분 / 15세 관람가

왠지 포스터와 분위기만 보면 <타짜>와 <범죄의 재구성>을 적절히 섞어 놓은 듯한 분위기의 <인사동 스캔들>도 이번 주 개봉합니다. 영화 제목에 '스캔들'이 들어가서인지 영화의 내적인 내용보다는 김래원과 최송현의 스캔들이 더욱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기도 한데, 그림 복원가 라는 특수한 직업을 배경으로 얼마나 디테일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는군요. 이런 영화야 사실상 그 과정의 긴장감과 치밀함을 어떻게 묘사하느냐가 관건일텐데, 들려오는 소문들이 그리 나쁜 것만 같지는 않더군요. 엄정화씨는 이 영화를 통해 제대로 된 악역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는 <타짜>의 정마담이 겹쳐보이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케로로 더 무비 : 드래곤 워리어
(超劇場版ケロロ軍曹 4)
감독 : 사토 준이치, 야마구치 스스무
주연 : 고자쿠라 에츠코, 나카타 조지, 와타나베 쿠미코
각본 : 야마구치 히로시
음악 : 스즈키 사에코
작화 : 오이자키 후미토시
장르 : 애니메이션
정보 : 일본 / 77분 / 전체 관람가

전 이렇게 케로로 극장판이 개봉할 때 마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곤 합니다. 제가 케로로를 보지 않은 사실을요. 만약 케로로를 꾸준히 보아왔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극장을 찾았을테니까요. 안도의 한숨도 들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도 드네요 ^^; 아무리 다들 다운받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어린이들이 극장에서 즐길만한 영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아쉽기만 한데, 아이들이 좋아할만한(어른들도 좋아하는) 케로로 극장판의 개봉은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아무리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지만 러닝타임 77분은 너무 짧네요.







개인적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팬이라 <박쥐>가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기대되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도 기대되고, <엑스맨 탄생 : 울버린>도 봐야겠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각 제작사에 있습니다.









블루레이 시대에 DVD리뷰가 뭥미? 할 수 있겠지만은. 현재 <렛 미 인> 블루레이의 정발은 사실상 어렵고 해외판에는 한글자막도 없을 뿐더러, 이 영화가 그리 화질과 사운드에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도 아님으로 DVD로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듯 하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