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에반게리온 Q 보러 갑니다



에반게리온 Q 보러 이번 주말 일본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에바 Q의 개봉 예정 정보를 조금 이나마 확인해본 결과 최소한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인 것 같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서 이번 주말 훌쩍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떠나기로 결정 했네요. 실제로 지인들 통해서 판권 관련한 소식도 들어보고, 또 역시 지인을 통해 수입 가능하신 분께 '제발 수입해주세요! ㅠ'를 부탁해보기도 했었는데, 역시나 쉽게 결정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냥 예상하기로는 국내 개봉을 안 할 것 같지는 않지만 현재로서는 언제일지 기약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ㅠ 그래서 겸사겸사 영화 보러 일본 가기를 직접 실행하게 되었죠.




사실 어느 지역으로 갈 지에 대해서 정말로 많이 고민했는데, 결국 방사능의 위험이 제 최종 선택을 좌우했네요. 도쿄로 가면 영화 외에도 갈 곳도 많고 실제로 1년간 가고 싶었던 다른 테마 여행을 병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최종적으로 방사능의 두려움에 결국은 오사카로 정했어요. TOHO 씨네마즈 우메다의 토요일 저녁 시간으로 오늘 오전에 예매까지 완료! 그래도 아직 까지는 실감이 안 나네요 ㅎ 이렇게 보면 많은 분들은 제가 일본어 잘하는 줄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정말 못합니다 ㅋ 그냥 감이 좋아서 눈치로 알아 먹는 수준이에요. 그래서 에바 Q를 봐도 100% 이해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보러 갑니다! 그래서 아마 보고와도 평소 같은 리뷰를 쓸 수는 없을 거에요 (내용을 100% 이해 못 했을테니;;;;).


하나 아쉬운 건 막 개봉했을 당시에 갔다면 좀 더 에바 Q 본토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조금은 한 풀 꺾긴 뒤의 감상이라 아쉽기는 하네요. 관련 아이템들도 이미 다 팔렸거나 철수한 뒤일 것도 같고. 그래도 짧은 시간에 영화보고 관련 아이템들도 조금이나마 득템을 노려보려고 준비 중이긴 합니다 ㅎ


1박 2일에 워낙 짧은 일정이라 정말로 영화보러 일본 가는 꼴이네요 ㅋ 그래도 에바니까 갑니다! 에바보고 저녁에 도톤보리에서 오꼬노미야키랑 맥주나 한 잔 하면 딱 좋을 듯~ (이 일이 이번 주말 실제로 일어납니다!)


그럼 다녀와서 현지의 분위기를 짧게 나마 다시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두근두근!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영화 티켓을 조금 더 소중하게! CGV 포토티켓


예전에 '티켓 모으는 자들의 비애'라는 글까지 썼던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영화 티켓은 물론이고 공연, 스포츠 경기, 여행 티켓 들까지 가능한한 안놓치고 소중히 간직하려는 성향의 남자다 (여기서 왜 남자가?? ㅋ). 왜 모으고, 왜 소중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자주 얘기했던 것 같으니 오늘은 거기서 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최근 이런 나에게 발견된 한 가지 아이템(혹은 시스템)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CGV에서 새롭게 선보인 포토티켓 이라는 시스템인데,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로 꾸민 별도의 이미지 티켓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사실 예전에도 CGV에는 비슷한 서비스를 잠시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도 이를 반기며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애를 썼었는데 얼마가지 않아 서비스가 종료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 운영에 관한 이야기는 글의 말미에 다시 하기로 하고, 일단 이 포토티켓 서비스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포토티켓 발권이 가능한 무인발권기에서 미리 만든 포토티켓을 선택하면 발권이 가능하다. 참고로 1장 이상을 예매했을 경우 각각 다른 이미지로 꾸미는 것도 가능. 위 사진 속 '휴고'처럼 2장을 각각 다르게 꾸미는 것이 가능)


CGV 홈페이지에서 직접 포토티켓을 꾸미는 장면은 미처 캡쳐를 하지 못했는데, 인터넷으로 예매를 한 뒤 예매내역에서 정보를 확인해보면 '포토티켓 꾸미기'라는 메뉴를 확인할 수 있고 여기를 클릭하면 포토티켓을 꾸밀 수 있는 일종의 편집기 창이 떠서 자유롭게 원하는대로 티켓을 꾸밀 수 있다. 사실 편집기에 다양한 기능들이 있는 것 같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심플하게 영화 관련 포스터나 스틸컷들을 불러와서 크기나 위치 조정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서 여러 기능들을 다 활용해보지는 못했다. 어쨋든 그렇게 CGV 홈페이지의 예매내역 확인을 통해 포토티켓을 꾸미고 저장하고 나서, 영화관을 찾아 무인발권기를 통해 (포토티켓 발권을 지원하는 기계여야만 한다) 포토티켓 발권을 선택하여 발권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발권한 첫 번째 포토티켓은 '휴고 (3D)'. 처음 테스트 겸으로 해본 것이라 이미지 사이즈 등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인지 출력되어 나온 티켓의 화질이 많이 떨어졌다. 실제로 포토티켓 발권 서비스 자체의 화질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최선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좀 더 고화질의 사진으로 꾸미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티켓에는 기본적으로 티켓에 표기되어야 하는 영화 제목, 좌석 등의 내용과 함께 포토티켓에 대한 간단한 소개 문구 그리고 우측 하단에 바코드가 삽입되어 있다.



그렇게 1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좀 더 고화질 이미지로 꾸며본 두 번째 포토티켓은 '타이탄의 분노 (아이맥스 3D)'. 글에 첨부한 사진으로는 다 표현이 되지 않지만 확실히 작은 사이즈와 화질의 사진을 선택했던 '휴고'의 경우보다는 좀 더 만족스러운 화질로 출력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CGV 포토티켓 서비스는 4월 5일까지만 이벤트 기간으로 무료로 제공하며 그 이후부터는 유료로 전환될 예정인데, 유료 전환과는 상관없이, 일단 이번에는 조금 이 서비스가 오래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전 포토티켓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는 기본 티켓으로도 어느 정도 티켓이 지녀야할 기본적 욕구는 충족할 수 있는 상태에서의 프리미엄 서비스였지만, 이미 대부분의 영화 티켓이 영수증으로 변해버린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나처럼 영화 티켓을 모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장 가능한 티켓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해 버린 영수증 말고는 포토티켓이 거의 유일하다 싶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극장 운영의 어려움과 수익성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티켓의 경우 거의 90% 이상의 관객들이 티켓에 별다른 애착을 갖고 있지 않아 영수증으로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별난 소수를 위해 (수익성이 없는) 서비스를 일부러 운영할 의무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바램으로 남는 것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천 원 정도 더 내는 것이라면 영수증 보다는 포토티켓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으니, 이렇게 프리미엄 서비스라도 제발 오랫동안 지속해 주기를 바래본다.


1. 사실 요 근래 바쁜 것도 있고 영수증으로 전락한 CGV 영화 티켓과 그저 광고메시지를 담아내는 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롯데시네마 티켓 등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상상마당이나 메가박스는 그래도 아직 만족하는 편이에요) 티켓 수집에 대한 열의가 많이 식었었는데, 포토티켓으로 다시 불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백이면 아흔 아홉번은 엔딩 크래딧이 완전히 끝나서 극장에 불이 완전히 들어올 때까지 관람을 하는 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리를 지킨다'가 아니라 '관람을 한다'라는 것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한 번에 해당하는 경우는, 밤늦은 시간 관람이어서 막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득이하게 나설 때와 영화가 정말 재미없을 때 뿐인데, 이를 제외하면 정말로 거의 모든 영화를 '완전히 끝날 때까지' 관람한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정말 대부분의 영화를 '재미있게' 본다). 극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항상 거론했던 주제이기는 한데, 오늘은 아예 이 '엔딩 크래딧을 볼 권리'에 대해서만 따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꼭 최근 찾았던 극장에서 엔딩 크래딧이 나오는 동안 한 두명의 직원이 끊임없이 나를 노려보고, 다 끝나고 자리를 일어나자 싫은 티를 팍팍 내며 내 곁을 바람처럼 스쳐가서 이 주제를 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서두에 밝혀둔다. (끙;)


여기서 오해를 살만한 부분부터 밝히고 시작하자면, 모든 관객들이 엔딩 크래딧을 꼭 다 관람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앞서 언급한 것과 비슷한 개인적 사정이 없을 경우에도 일찍 자리를 일어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아니며, 엔딩 크래딧을 끝까지 다 보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보고자 하는 관객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말아야하지 않는 가에 대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엔딩 크래딧을 끝까지 다 보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첫 째로 쉽사리 가시지 않는 영화의 여운을 최대한 가슴 속에 담아두기 위함이다. 많은 영화의 여운들은 극장을 나서서 현실 세계를 맞닥들이는 순간 상당 부분 손실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몇 년이 지나도 여운이 남는 작품처럼 그 여운이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영화가 막 끝난 뒤 극장 안에 남아 있는 여운과는 비교하기 그 세기를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인상 깊게 본 영화라면 최대한 이 여운을 있는 그대로 오래 간직하고 싶어 엔딩 크래딧을 끝까지 즐기는 편이다.


둘 째는 첫 째로 든 여운과 연결이 되는 이야기인데,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최고 시설의 환경에서 즐기기 위함이다. 영화 만큼이나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이로서 영화음악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시간 중 하나는 바로 엔딩 크래딧이 흐를 때 일 것이다. 각자 집에 어떤 사운드 환경을 갖추고 있는 지를 모르겠지만, 누구나 집에 THX 인증관 쯤은 하나씩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췄다고 할지라도 극장의 시스템보다야 좋겠는가. 이런 최적의 시스템에서, 아직 영화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영화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영화음악을 감상하는 최적의 환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순간을 놓칠 이유가 없다.


세 번째 이유는 엔딩 크래딧에 담긴 깨알 같은 정보들 때문이다.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들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것에서 부터, 수록된 곡들의 정보를 한 곡 한 곡 확인할 수도 있고 주요 스텝에는 어떤 인물들이 참여했는지도 관심을 갖고 보다보면 눈에 익은 인물들을 한 두 명씩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한국인의 참여 여부로 시작한 이름으로 국가 맞추기는, 어떤 국적의 스텝들이 어떤 비중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로케이션의 경우 현지 스텝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우와 CG 같은 기술파트의 경우 어느 회사가 참여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더해, 어떤 국적의 팀들이 참여했는 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스페셜 땡스를 통해 감독과 제작자의 평소 인맥도 확인할 수 있고, 이 영화가 실제로 촬영된 장소들의 지명과 상호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보들은 영화를 좀 더 깊게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그냥 넘기기엔 너무 소중한 정보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엔딩 크래딧을 온전히 즐기기에 현재 대부분의 극장 환경은 그리 좋지 못하다. 그리고 그 잘못의 대부분은 극장에게 있다. 빨리 청소를 끝내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맘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내가 엔딩 크래딧을 보고 있을 때 들어와서 청소를 하셨으면 좋겠다. 그런데 관객이 있을 땐 청소를 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는지 계속 불이 켜져있는 문 앞에 서서 고개를 내밀었다 말았다를 반복하며 내가 언제 나가는 가를 감시하신다. 그게 내 앞 줄에서 청소를 하시는 것보다도 훨씬 더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물론 세상의 여러 일들 가운데는 다수가 옳은 일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많은데, 관객의 다수가 영화가 끝나자마자 (정확히 얘기하자면 본편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뜬다고 해서, 엔딩 크래딧이 완전히 다 끝날 때까지 자리에 남아 있는 관객이 과연 유난히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가 라면 그렇지 않다. 극장은 영화 시작 시간이 10분이라고 했을 때 광고를 한 15~20분 쯤 틀어주고 나서 실제 영화는 30분쯤이 되서야 상영을 해서인지 몰라도, 러닝 타임이라는 것의 개념이 부족한 것 같다. 즉, 본편이 끝나는 시간을 러닝타임 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엔딩 크래딧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를 포함한 것이 영화의 러닝타임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논리를 따져봐도, 대부분의 소비자가 빵을 사서 90%먹고 나머지 10%는 안먹고 버린다고 해서, 100% 빵을 다 먹는 사람에게 '왜 남들은 안먹는걸 혼자 굳이 다 먹어야 속이 시원하냐!'라고 반문할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엔딩 크래딧을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극장에 매번 마지막까지 남아있다보니 겪게 되는 다양한 일들도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직원들의 눈치야 말할 것도 없고(언제부턴가는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눈을 일부러 맞춘 적도 있다), 막 나가려던 다른 관객이 나보고 '저 혹시 끝나고 뭐 있어요?'라고 물어보거나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뭐가 있어서 남았겠지....하고 생각했다가 아무 것도 없자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라며 마치 나 들으라는 듯이 얘기하며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 극장이 엔딩 크래딧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불을 켜지 말아달라는 요구는 꺼낼 수 조차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내가 자주 가는 좋은 극장들 가운데는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불을 켜지 않아 엔딩 크래딧까지 온전히 즐기며 영화의 여운을 최대한 끝까지 머금을 수 있는 곳들도 많다. 실제로 예전에도 한 번 얘기한 적이 있지만 극장이 영화가 끝나고 불을 켜고 안켜고는 관객들의 행동에 생각보다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불을 켠다는 것은 곧 나가라는 신호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불을 켜지 않을 경우 실제로 나갈 사람이 훨씬 덜 나가는 것도 목격한 적이 있다. 더 많은 극장들이 이런 시스템을 지향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영화 시작 5분 전까지 앞선 타임의 영화가 끝나지 않았을 정도로 스케쥴을 빡빡히 짜고, 그 짧은 여유 시간에는 광고하기 바쁜 극장에게 이런 바램을 갖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니 그냥 엔딩 크래딧을 보고자 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적어도 방해는 받지 않고 끝까지 여운을 즐길 수 있었으면, 그리고 이를 이상한 사람마냥 취급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열심히 엔딩 크래딧을 볼 자유는 꼭꼭 챙겨 누릴테지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오늘은 무슨 얘기를 꺼내볼까 하다가 평소 영화 예매를 할 때 극장 좌석 선택하는 방법 등에 대해 한 번 얘기를 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사실 진정한 노하우라던지 알짜배기 정보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각 극장마다 고유의 정보와 더불어 최적의 좌석까지 안내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러면 이건 정말 큰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비교적 이 같이 깨알같은 정보 없이도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한 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영화 관람의 99%는, 아니 100%를 예매를 통해 보는 것 같다. 99%로 쓰고나서 따져보니 근 몇 년간 단 한번도 현매로 티켓을 구입한 적이 없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그 만큼 예매시스템에도 익숙해졌으며, 각종 빠른 손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콘서트, 공연 등의 예매에도 절로 익숙해지게 되었다. 영화 예매는 대부분 각 극장의 홈페이지에서 하는 편이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상상마당, 아트하우스 모모 등은 주로 홈페이지에서 예매를 하곤 하는데, 멀티플렉스 3사의 경우는 최근들어 웹이 아닌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로 예매하는 일이 굉장히 많아졌다. 계속 된 업데이트를 통해 앱을 통해서도 예매 과정이 간단하게 진행되는 편이라, 특히 컴퓨터 앞에 있지 않을 때는 이 방법을 자주 활용하곤 한다. 그 외에 아트시네마나 다른 극장들을 예매할 때는 맥스무비를 아주 가끔씩 이용하기도 하고, 가끔 시간과 작품에 따라 신촌에 있는 아트레온도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를 하는 편이다.

일단 멀티플렉스 극장의 경우 아주 인기작인 아닌 경우에는 그 주의 개봉작 예매가 수요일날 오픈되는 편이다. 정확한 시간까지는 모르겠는데 그 주에 볼만한 영화를 예매하려고 할 때는 수요일날 자주 들락거리다보면 시간표가 업데이트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기작이나 3D, IMAX 등의 경우는 2~3주 전에 미리 예매가 가능하도록 오픈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는 약간의 경쟁을 해야한다. 3D IMAX는 명당이라는 좌석이 사실상 정해져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인기작이라 많은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힘겨운 편은 아니지만 작은 예매전쟁이 진행되기도 한다.



아이맥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3D 아이맥스 영화의 명당 자리를 꼽아보자면, 일반 영화와는 달리 중간쯤에서 1열이나 2열 정도 앞 좌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아주 약간 올려다보는 시각에서 3D를 체험하면 훨씬 더 효과적인 감상이 되곤 한다. 그래서 3D 아이맥스 영화의 시간표가 오픈되고 나면 아주 재빠르게 중간 가운데 살짝 앞좌석 들은 금새 예매가 완료되곤 한다 (왕십리 아이맥스를 기준으로 한다면 중간 통로를 중심으로 좌우 6좌석 정도). 사실 아이맥스 예매야 일찍이 오픈하여 작은 경쟁을 할 만큼 중요하게 선택하기 때문에, 단 한 번도 명당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데, 일반 영화는 몰라도 3D 아이맥스 영화를 사이드에서 본다면 비싼 티켓가격이 조금 아까울 듯 하다. 어차피 명당이라 더 비싸고 사이드라 더 저렴한 것이 아니라면, 기왕이면 같은 값으로 부지런히 예매해서 좋은 자리에서 보는 편이 훨씬 좋지 않을까?

깨알 같은 극장별 명당자리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아이맥스 얘기를 하다보니 살짝 얘기가 나왔는데, 나온 김에 한 군데만 더 이야기하자면 집 근처라 자주 찾고 좋아하는 영화들을 주로 상영해 완소 극장 중 하나인 홍대 상상마당을 들 수 있겠다. 흔히 멀티플렉스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을 비롯해, 작은 영화들을 여럿 만날 수 있어 자주 찾는 곳인데 상상마당은 좌석 수가 그리 많지 않아 오히려 더 좋은 곳이다. 극장에서 영화 관람시 가장 민감하게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면 아무래도 뒷좌석에 앉은 사람의 발길질 성향일 텐데, 상상마당은 극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고민없이 매번 맨 뒷좌석을 선택하는 편이다. 맨 뒤에서도 시야가 좋고 뒤에서 누가 찰 걱정도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은 좌석은 없을 듯 하다.

자, 이제야 나온 본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극장에 상관없이 그냥 보편적으로 내가 예매할 때 고려하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 앞서 잠깐 이야기했던 것처럼 극장에서 영화 관람시 가장 신경 쓰는 것들은 아무래도 뒷 좌석에 누가 앉는가 (롱다리, 비매너, 어린아이, 진상)에 대한 것과 역시 앞 좌석과 옆 좌석에 누가 앉는가에 대한 것일거다. 사실 이 점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완벽하게 통제하려면 둘이서 영화 볼 때 앞, 뒤, 옆까지 최소 8자리를 예매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텐데, 이 정도로 럭셔리한 영화관람을 즐기는 경제사정은 아니니 이 방법을 쓰기는 사실상 불가능. 아, 물론 사람 없는 시간대를 골라, 그것도 대중들이 별로 안좋아하는 작품들 만을 골라서 본다면 단 한 자리나 두 자리만 예매했음에도 근 방 수십자리가 여유롭게 남는, 혹은 극장을 통으로 대관해 여자친구에게 '널 위해 빌렸어'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거의 상영관을 독차지 하거나 5명 이하만 관람한 적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에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처음에 좌석을 예매할 때는 무조건 좋은 자리만을 선택했었다. 지금도 여기에는 변함이 없지만 몇 년 전부터는 한 가지 변수를 고려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미 예매완료된 좌석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오늘 이 말 벌써 몇번째 ㅋ) 대부분의 영화를 시간표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매하는 습성상, 거의 예매되어 있지 않거나 적은 좌석만 예매되어 있는 시점에서 예매창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 시점에서 나보다 먼저 예매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영화에 대한 사랑이 깊을 확률이 높다. 즉, 극장에 와서 시간에 맞춰 영화를 고르는 사람은 물론 아닐 뿐더러, 평소 좋아하는 영화의 예매가 열리자마자 예매완료한 사람이라면, 진상일 확률보다는 조용히 영화에만 집중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확률이고 검증된 바는 없지만 분명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는 이유라고 생각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예매를 할 때 내가 가장 선호하는 명당 자리에서 앞뒤옆으로 한 두 좌석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 주변으로 예매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 사람에 앞을 선호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 방법은 제법 괜찮은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적어도 최근에는 뒤에서 누가 발로 차는 경험을 거의 겪지 않았던 것 같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방법으로는 짝수가 아닌 홀수로 계산하여 두 자리를 예매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ABCDEF의 좌석이 있고 내가 원하는 좌석이 가운데인 CD라고 했을 때, CD가 아닌 BC를 예매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 커플 사이에 한 좌석이 남게 되는데 평균적으로 혼자 오는 사람은 조용히 영화에만 집중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방법도 적극 고려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커다란 리스크가 하나 있는데, 3명 이상의 단체가 앉을 확률도 제법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커플로 왔을 때 보다 오히려 더 떠들고 부산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얼핏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꼼수는 극장에서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하기 위함이다. 관람을 방해하는 타 관객들의 간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예방조치로서 이 같은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상상을 초월하는 극장 진상들을 만나는 일도 다반사다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카톡으로 친구와 대화하던 아이, 아예 내 좌석에 발을 턱 걸치고 영화보던 여자, 무슨 음식이었는지 이상한 냄새나는 음식을 계속 먹던 커플, 역시 요상한 자세로 옆에 앉은 이보다 머리가 두 개는 더 높이 솟아 있던 관객 등).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결론은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더 쾌적한 극장 상황에서 만나기를 고대하는 한 관객에게 작은 노하우 아닌 바램이었다고나 할까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글 제목에 '새삼스런' 이 빠졌다. 영화가 앞으로는 모두 데이터로 대체 될 것이고, 극장이란 곳이 희귀한 장소가 될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합법이든 불법이든 영화를 보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처음 했던 것도 벌써 수년이 흘렀다. 그 때는 단순히 씁쓸한 미래에 대한 예측 정도였는데 '새삼스럽지만' 이것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이것은 합법이냐 불법이냐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불법 다운로드의 수준은 '불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문화로 확산되었으며, 내가 그렇게 간절히 바랬던 최소 마지노선인 '죄책감'도 이제는 더 이상 말할 여력 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만 더 이야기하자면 불법 다운로드가 합법 다운로드보다 쉽고,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 지언정 이것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최소한의 죄책감을 갖고 부끄러운 일인 줄만이라도 잊지 말자 라는 것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지금은 죄책감은 커녕, 내 하드에 얼마나 많은 영화파일을 갖고 있는지와 풀HD급 화질의 소스를 구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최신영화 파일을 얻었는지가 영화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영화 본다는 사람들'에 나는 없다) 자랑와 동경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 다했다.

어쨋든 오늘 갑자기 이 새삼스런 이야기에 대해 말을 꺼내게 된 것은 불법다운로드를 하지 말자 라는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매체가 극장 예술에서 파일형태의 데이터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가끔 이런 얘기를 꺼내면 혹자들은 극장에서 보는 영화만 영화란 말이냐 라고 오해하곤 하는데, BD나 DVD 혹은 합법적인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를 통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성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주객이 전도되어 후자의 경우가 영화라는 매체의 핵심 전달 방법이 되고 있는 현실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음반업계를 들 수 있을텐데, 최근 극소수만이 CD로 음악을 즐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mp3나 스트리밍으로 음악 자체를 즐기게 된 현상을 보자면 이것은 분명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다운그레이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CD가 아닌 몇백원에 다운받는 파일 형태를 선호하고 즐기기 때문에 뮤지션들은 CD형태로 제작을 할 때는 항상 모험을 해야하고, 어차피 몇백 k정도의 좋지 않은 음질과 이어폰으로 즐기게 될 음악에 사운드적인 퀄리티의 비중을 줄일 수 밖에는 없게 되었다. 현재 국내가요 시장을 보면 앨범 형태로 음반을 내기보다는 디지털 싱글과 스트리밍 서비스에 일일 차트 혹은 주간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지게 되는 수준까지 왔는데, 이것이 주객이 전도된 대표적인 안타까운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최신 트렌드와 기술,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고 그대로 남아있자는 얘기가 아니다. 어차피 모든 예술은 시대에 맞춰 변화해 왔으며 그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예술을 즐기는 소비자나 시장의 변화는 시대의 변화가 본질을 해치는 수준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음반의 예를 계속 들어보자면 뮤지션들이 기본적으로 음반이나 앨범형태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토양과 이런 형태로 즐기는 층이 유지되는 시장에서 mp3나 스트리밍 등 형태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적응하는 모양새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지금은 후자의 변화에 본질이 큰 영향을 받아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뒤틀림이 생겨버린 현실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몇몇 감독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웹사이트를 통해 극장 개봉과 웹개봉을 동시에 진행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으며, 북미에서는 대여용 디스크 시장이 제법 활성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극장 상영을 걱정하고 영화가 자본에 완전히 잠식될 걱정을 할 정도까지는 아닌데, 국내의 현실은 이런 암울한 미래가 (누군가에겐 더 편리한 미래겠지만) 머지 않아 찾아올 것만 같다. 영화를 만들 때 스케일이나 극장 환경을 고려하여 영상과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장면을 연출해 내는 것이 보통일텐데 이런 작품이 휴대폰의 작은 화면에서 말그대로 '재생'되길 원하는 창작자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 역시 음반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나 휴대폰 환경에서 영화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가까워져 버린 것이다.

오늘 아침 워너브라더스가 '다크 나이트'를 시작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영화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최근 페이스북에 누구보다 재미를 느끼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아주 흥미로운 뉴스였지만, 이런 흥미와 기대보다는 점점 극장 시대가 막을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쓸쓸함이 더 느껴졌다. 시장과 문화의 변화에는 발맞춰 가야겠지만, 그것이 본질을 해칠 정도의 속도와 세기라면 조금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영화는 아마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는 더더욱 데이터가 될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의 음식들은 배달을 하지 않고 배달음식으로 먹게 된 들 식당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는 것처럼, 데이터화 된 영화 예술은 영화라는 매체가 담고 있는 참 맛을 과연 전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다른 분야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적어도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 작품들에 있어서는 절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은 이제 몇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부터 커피 맛이 쓰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사실 명절 연휴기간이라고 해서 영화를 더보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쨋든 명절연휴라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기간내에 상영하는 영화들이 기대되곤 하는데, 매번 너무 '추석연휴'를 노린 듯한 영화들만 많았던 것에 비해 올해 추석연휴 극장가는 그런 작품들 외에도 볼만한 소소한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 미리 계획을 세워야 했다. 본격적인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2주 후를 비롯해 다음 주 개봉작들까지 아울러서, 연휴 기간 볼만한 작품들을 정리해보았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목록을 정리해놓고 반 이상을 못보게 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번 연휴기간에는 꼭 모두 극장에서 볼 수 있기를! (순서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1. 계몽영화
감독 - 박동훈
출연 - 정승길, 김지인, 오우정
개봉일 - 2010.09.16

'전쟁영화'를 연출했던 박동훈 감독의 신작. 매번 좋은 다큐영화들을 소개했던 '인디스토리'의 시작이기도 하다. 최근 훈훈함이 주가 되었던 가족영화들과는 달리, '우리 시대의 미완성 가족교향곡'이라는 설명처럼 한국근대사를 배경으로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주지 않을까 기대되는 작품. 




2. 땅의 여자
감독 - 권우정
출연 - 소희주, 강선희, 변은주
개봉일 - 2010.09.09

오늘 개봉한 '땅의 여자' 역시 인디씬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작품이다. 다양한 국제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은 재쳐두고서라도, 이 '진짜' 이야기가 과연 어떤 울림을 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잔뜩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몇년 전 귀농을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었던터라, 그녀들의 농촌 라이프가 여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언가 풀냄새, 땀냄새 나는 인생의 맛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3. 노다메 칸타빌레 Vol.1
감독 - 타케우치 히데키
출연 - 우에노 쥬리, 타마키 히로시
개봉일 - 2010.09.09

우에노 쥬리의 왕팬이자 '노다메'의 팬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작품! 사실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 개봉했던 작품이라 국내 개봉은 결국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했었는데, 소규모이지만 국내 극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TV시리즈는 원작인 만화의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었음으로, TV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이들에게만 추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미 TV시리즈를 통해 이 황당하고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연출과 유치한 설정들에 적응되지 않은 이들이라면 아마도 유치함게 못이겨 극장을 빠져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노다 메구미와 치아키 센빠이에 흠뻑 빠진 이들이라면 적은 상영관도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듯.




4. 마루 밑 아리에티
감독 -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개봉일 - 2010.09.09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른바 '빠'로서 이번 연휴의 최대 기대작은 볼 것도 없이 '마루 밑 아리에티'라 할 수 있겠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감독하지 않은 '게드 전기'의 실패 이후, 다시 선보인 지브리의 비 하야오 작품으로서 더 큰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적으로 실망을 표현했던 '게드 전기'와는 달리 만족을 표현한 작품이라니 일단 안심이 된다. 지브리의 작품은 그냥 마음을 비우고 보면 된다. 물론 그 속에는 여전히 무거운 화두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런 것 다 무시하고 봐도 좋은 것이 바로 지브리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마루 밑 아리에티'는 그야말로 '초' 기대작이다.




5. 시라노; 연애 조작단
감독 - 김현석
출연 -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
개봉일 - 2010.09.16

오랜만에 극장에서 볼 만한 국내 로맨스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나의 여신으로 떠오른 '이민정' 양의 출연 만으로도 영화의 완성도 따위는 볼 것도 없이 기대되는 작품이긴 하지만, '스카우트' 'YMCA야구단' 등을 만들었던 김현석 감독의 작품이니 완성도 역시 기대해봐도 좋겠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로맨스를 즐길 생각을 하니 두근거리는 동시에 (이민정 양을 스크린을 통해 본다는 기대도 동시에!), 과연 이번 작품에서도 소문난 야구광인 김현석 감독의 야구사랑이 드러난 장면이 있을지도 체크 포인트.




6. 엉클 분미
감독 - 아피차퐁 위라세타쿤
출연 - 사크다 카에부아디
개봉일 - 2010.09.16

최근 시네필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작품이 있다면 단연 아피차퐁 위라세타쿤의 신작 '엉클 분미'였다. 이미 이 작품을 본 이들의 평들을 보면 하나같이 그냥 '좋다' 수준이 아니라, '압도적'인 느낌이 들 정돈데, 다행히도 오래 기다릴 필요없이 극장에서 빠르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 아니더라도, 좀 더 제대로 아피찻퐁 감독의 세계를 스크린에서 만나보고 싶었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과연 어떤 영화, 어떤 감흥을 선사할까. '아리에티'와는 또 다른 설레임이다.




7. 옥희의 영화
감독 - 홍상수
출연 - 정유미, 이선균, 문성근
개봉일 - 2010.09.16

홍상수. 홍상수의 영화다. 언제부턴가 홍상수 영화라는 것은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와는 또 다른 절대적인 느낌을 주게 되었는데, 그의 신작 '옥희의 영화' 역시 이미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부터 몹시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정유미, 이선균 두 배우는 포스터 속 모습 만으로도 이미 홍상수 월드에 완벽 적응한 듯해 이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기대되는 가운데, 오랜만에 홍상수 월드로 돌아온 문성근의 연기도 주목할 부분이다. '옥희의 영화'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좋은 것만 보자던 홍상수 감독의 의지가 이 영화에서는 또 어떻게 발휘될지 기대된다.


이번 추석연휴도 개인적으로는 극장을 매일 들락날락하게 될 것 같다. 
이 영화들로 인해 더 풍성한 추석연휴가 되길~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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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삶의 낙으로 삼고 있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극장이란 곳은 그냥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공간적인 측면 외에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극장의 가장 큰 기능이라면 역시 좋아하는 영화를 대형 스크린과 음향 시설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지만, 이 것 외에도 극장은 그 자체로 (그러니까 영화를 보러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특별한 공간이 되곤 한다. 가깝게는 친구와의 약속 장소가 될 수도 있으며, 내 인생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추억의 일부분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내 추억 중 많은 조각들은 영화 혹은 극장과 연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볼 때 첫 경험을 몹시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사람은 약은 존재라 아무리 선입견을 지우려고 의식적으로 거부해도 이미 이 의식 속에는 또 다른 선입견이 생기는 것처럼, 아무런 선입견도 없이 볼 수 있는 첫 관람의 조건을 가능하면 최적의 조건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나의 영화보기에 가장 큰 준비작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영화가 본래 의도한 바를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극장의 조건을 찾아 첫 경험을 치루곤 하는데, 필름 상영인지 디지털 상영인지, 혹은 3D상영인지 아이맥스 상영인지 등은 내가 선택할 수 있지만, 어찌보면 영화를 보는 대에 가장 직접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극장의 분위기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영화를 예매할 때는 다른 요소보다 바로 이 분위기를 가장 1순위로 고려하게 되었으며, 이 선택의 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실 일반 멀티플렉스 극장의 에티켓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저버린지 오래다. 왜냐하면 멀티 플렉스에는 '영화'를 보러 온 사람보다는 그저 '시간'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영화를 보려는 사람만 극장에 와야 하는 것이냐 라고 반문할 수 있겠는데, 개인적으로는 제발 그래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을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영화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차이일 뿐이니, 내 인생에서 영화보기의 중요성을 남에게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예전 재상영된 '영웅본색'을 보러 갔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언제부턴가 '시네마테크' 역시 완전한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사실을 점점 인식하게 되었다. 쉽게 말해 '시네마테크'는 좀 더 영화에 애정이 있는 이들 혹은 영화 보기에 대한 인식이 높은 이들이 주로 보러 오는 곳이기 때문에 (반대로 얘기하자면 '시간'을 즐기러 오는 이들이 보기에는 별로 적합하지 않은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기 때문에) 무개념에 가까운 관람 태도는 피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언제부턴가 점점 시네마테크에도 멀티플렉스에서나 볼 법한 관람 태도의 관객들을 만나게 되어 매우 우울해졌던 기억이 있다. 물론 여기에는 시네마테크에서나 볼 법한 영화들을 일반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판권 및 상영권을 가져가는 바람에, 이런 영화들을 보려면 할 수 없이라도 멀티플렉스를 가야만 하는 경우가 생긴 이유도 들 수 있겠다 (멀티플렉스의 예술 영화 끌어 안기는 분명히 양날의 칼이다). 여기까지는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 부분이라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는데, 앞으로 이야기할 관람 에티켓에 대해서는 사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다.




일단 극장에서 전화 받는 사람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기껏해야 2시간 정도 핸드폰과 이별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냐고 말하고 싶지만, '중요한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라는 이유라면 공감은 안되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연락이 온 다음부터다. 적어도 양심이 있다면 바로 옆에 앉은 이들에게 눈치가 보여서라도 작게 이야기하거나 바로 끊고 이따 통화하자 라고 이야기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요새는 끊을 생각 따위는 전혀 없이 오히려 절대 작지 않은 목소리로 계속 통화하는 이들도 여럿있는데, 이 분들은 '극장에서는 통화를 삼가해주세요'라는 기본 개념이 전혀 자리잡지 못한 탓일 것이다. 나는 누가 돈을 줄테니 한 2분만이라도 평소처럼 상영시 통화해주세요 라고 부탁을 해도 아마 주변 눈치와 내 스스로 민망해서 못할텐데, 이렇게 너무나 평온한 상태에서 오랜시간 통화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확실히 이들과 나는 절대 섞일 수 없는 부류이리라. 문자 메시지 역시 마찬가지다. 거의 영화 상영내내 핸드폰의 환한 불빛을 드러내며 문자를 주고 받는 이들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럴려면 왜 아까운 돈을 내가며 극장에 들어와서 문자를 주고 받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앞좌석을 발로 차는 것도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극장 의자와 의자와의 간격은 열악한 시설이 아니라면 다 성인을 기준으로 제작이 되어 있어서 정상적으로 앉았을 때 크게 무리가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신체구조를 지닌 것인지 앞사람을 차지 않고는 영화를 볼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평소에 잘 교육을 받지 못해서인데, 이런 이들의 평소 습관을 보면 앞좌석에 아예 발을 대고 보는 것으로 익숙한 이들도 상당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앞좌석에 사람이 없으면 아예 두발을 앞좌석에 높게 걸치기도 한다. 이런 경향은 여럿이 함께 왔을 때 더 대담해진다. 그래서 나는 아예 이런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가능하다면 뒷좌석이 없는 중간 통로좌석을 택하는 편이다. 이런 이들과 상대하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훨씬 나은 편.




그리고 또 하나 불편한 관람태도라면, 사사건건 장면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이들이다. 마치 이 곳이 자신들의 안방인냥 영화를 보는 내내 작지 않은 소리로 '저건 왜저래?' '저 사람 죽은거야?' '뭐야 유치하게' 등등 보통 사람들은 나 혼자 머릿 속에서 하곤 하는 생각들을 별도의 여과장치 없이 입밖으로 내는 관객들이 상당히 많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에 따라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니 그걸 궁금해하는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나, 이걸 굳이 그 자리에서 옆사람에게 '큰소리로' 확인하는 걸 보면 과연 내가 옆에 있는 것이 보이질 않는 것인지를 '정말로'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정말 잡담이 멈추질 않길래 정말정말 참다가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저, 혹시요. 저 안보이세요?' 

말이 나온 김에 관객들 외에 극장 측의 에티켓도 이야기하고 싶다. 멀티 플렉스에서는 상영시간이 정시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이미 일반화 되었다. 그래서인지 멀티플렉스를 주로 다니던 관객들은 시네마테크에 왔을 때 영화가 정시에 시작하면 오히려 당황하기까지 하더라. 이것은 분명히 극장이 관객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경우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럴 거면 차라리 영화의 정시를 뒤로 늦출 것이지 정시는 그대로 표기하되 그 이후까지 한참이나 광고를 상영하는 것은 분명 '불법'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러 간 것이지 광고를 보러 간 것이 아닌데, 이 수준이 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상영시간 이후에 10분 가까이 광고를 하는 것은 진짜 좀 너무한 것이 아닌가.

엔딩 크래딧에 대한 것은 누누히 지적했지만 분명 극장의 100% 잘못에 가깝다. 요새도 간혹 끝까지 틀지 않고 관객이 있음에도 꺼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건 뭐 논란의 여지가 없는 극장의 잘못이지만 실제로 크래딧을 중간에 끊지 않더라도 남아있는 관객을 극장 직원들이 계속 눈치주는 것에 불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심지어 어떤 청소 아주머니는 매우 친절하게 '이거 끝나고 아무것도 안나오니 빨리 나가요'라고 가르쳐주기시도 하시던데, 다른 사람들은 뭐 추가 장면이 있나 해서 남아있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적어도 나는 추가 장면이 있건 없건 크래딧을 끝까지 감상하며 스탭들 이름도 확인하고 영화에 삽입된 수록곡들도 보고 무엇보다 스코어를 만끽하기 때문에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은  아직 영화 감상의 연장선에 있단 말이다. 그런데 극장의 직원들은 '쟤가 도대체 왜 안나가고 있나' 엄청나게 눈치를 준다.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직원들과 이런 밀고 당기기를 하게 되었는데, 도대체 내가 내 돈 주고 영화를 보면서 왜 이런 억울한 대우를 당해야하는지 아직까지도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냥 내가 유독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만 같아 슬픈 뿐이다.




어쨌든 극장은 영화를 보러 가는 곳인데, 언제부턴가 영화를 보기 위해 고려해야할 영화 외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아졌다. '내 뒷 사람은 왜 이렇게 계속 찰까', '쟤는 왜 저렇게 전화통화를 하는 걸까', '저 사람은 계속 말이 많던데 이 장면에서 또 한 마디 하겠네', '직원이 나를 계속 노려보고 있군' 등등 직간접적으로 영화 한 편 보는데 너무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아진 탓에 정작 영화 자체에 집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지금의 티켓값에 2~3배를 지불할 용이가 있으니 이런 프리미엄 상영관(현재 멀티플렉스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상영관과는 다른 개념의)이 있다면 아마도 굳이 사람들이 비싼 돈 주고 들어오진 않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왜 비싼 돈 주고 영화를 봐야할까 하는 억울한 마음도 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정말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관람환경이 주어진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영화를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그냥 '제발' 극장에서는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다. 왜 이런 당연한 사실을 '제발'을 붙여가며 바래야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극장에서는 오롯이 영화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영화 팬으로서의 정말 최소한의 바람이다.


2010.08.30. pm. 03:25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안녕, 중앙시네마


미리 예고된 일이었고 더군다나 마지막 상영회에 가보지도 못했지만, 막상 그 간의 추억을 돌이켜 보려니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중앙시네마는 내게 있어 참 좋은 영화들을 여럿 만나게 해 주었던 소중한 '공간'이었다. 멀티플렉스가 지금처럼 성행하기 이전, 보고 싶은 영화들을 비교적 좋은 분위기 (영화 팬들에게 이 '좋은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요즘들어 자주 느끼곤 한다)에서 관람할 수 있었던 명동성당 아래 작은 극장이었다. 아니 1층에 위치한 1관은 제법 큰 관이었다. 1,2층으로 되어 있어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야각이 나오기도 했다.




일단 중앙시네마에서 본 영화들이 여러 편 스쳐지나간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 2001)' 였다. 2001년 당시 홀로 극장에서 가서 마지막 회를 감상했었는데,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엔딩 크래딧이 다 끝날 때까지 눈시울을 적셨던게 생생히 기억난다. 사실 영화를 한 해에 100편 넘게 보는 터라 따로 티켓을 확인하거나 기록을 해두지 않는 이상, 제목만으로는 이 영화를 어느 극장에서 보았는지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어둠 속의 댄서'를 보았던 중앙시네마는 너무도 생생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앙시네마는 스폰지를 통해 일본 영화들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역시 폐관된 씨네콰논과 더불어 일본 영화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소중한 곳이기도 했다. 또한 위의 사진에 나와있는 거스 반 산트의 '파라노이드 파크 (Paranoid Park, 2007)'도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다. '파라노이드 파크'는 2층에 위치한 작은 상영관에서 보았는데 그 아름다운 화면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분위기였다. 아, 이 작은 관을 떠올리니 2008년 보았던 '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Lat Den Ratte Komma In, 2008)'도 떠오른다. 사실 몇몇 장면은 더 큰 스크린으로 보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겨울 스웨덴의 차갑고 고요한 풍경과 잘 맞아 떨어진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된다.





샐리 호킨스 주연의 '해피 고 럭키 (Happy-Go-Lucky, 2008)'는 2층 맨 앞 좌석에서 보았었고, 특별전을 통해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5)'도 일부러 찾아가서 다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런 좋고 작은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극장이 사라졌다는 것에 안타깝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저 '극장'이라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왜냐하면 대형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공간'의 추억과 의미가 있기 때문인데, 중앙시네마는 물론 영화를 볼 때 자주 찾던 곳이긴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명동 주변을 거닐 때, 항상 명동성당 뒤 조용한 벤치에 잠시 앉았다가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와 코너를 꺽어 잠시 들렀던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깊은 곳이기 때문이다. 씨네큐브, 씨네콰논, 필름포럼, 허리우드 극장 등은 분명 영화를 상영하는 의미로서의 극장도 극장이지만, 그냥 공간으로서 '극장' 그 자체로도 의미 깊은 곳이라 운영 주체가 바뀌고 개조되고 그런 것이 아닌 공간이 사라져버리는 이 현실이 더 눈물 겨울 수 밖에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도 명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공간이 명동성당과 중앙시네마였기에 앞으로 다가올 후자의 부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 같다.








그냥 막연한 기억에 중앙시네마에 갈 때마다 혹은 자주 사진을 남겼던 것으로 기억했었는데, 막상 마지막을 남기려 사진을 찾아보니 정면 사진 하나 제대로 남겨둔 것이 없어 더 가슴이 아팠다. 누누히 얘기하지만 중앙시네마처럼 많은 추억이 깃든 공간은, 더 많은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가 들어선다 할지라도 쉽게 보상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이제는 추억 속에서만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어버린 '중앙시네마'.


중앙시네마의 마지막 편지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짠하다.




안녕, 중앙시네마.

2010.06.01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올해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을 드디어 광주까지 가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저는 어떤 영화든 그 영화가 낼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 혹은 최고의 감상환경에서 가능하면 첫 번째 관람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번 <디스 이즈 잇>은 북미 개봉시 아이맥스 DMR 2D 포맷으로도 상영이 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과연 이와 동일한 아이맥스 포맷으로 감상할 수 있을까가 한동안 저의 최대 관심사였지요. 그러다가 알게 된 국내의 상영소식! 바로 광주 터미널에 위치한 CGV에서 아이맥스 DMR 2D 포맷으로 상영을 한다는 소식이었지요! 저의 평소 스타일대로라면 가장 영화를 극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람을 바로 광주에서 했어야했지만, 반대로 서울과는 먼 광주이기에 아쉽지만 일단 디지털 상영으로 먼저 개봉 주에 관람을 하였고, 광주에는 지난 주말에야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영화에 대한 리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그리하여 광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5.18 관련하여 몇 번 갔던 것을 제외하면 몇 년만에 방문이네요. 일요일 아침 일찍, 용산에서 떠나는 8시 출발 KTX를 타기 위해 평소 출근할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만 했죠 ^^;




같이 타고간 분들의 80% 이상은 모두 등산가시는 어르신들이더군요. 하긴 저처럼 <디스 이즈 잇> 아이맥스 보러 광주가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_-;;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11월13일)처럼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비가 안왔더라면 광주 시내를 좀 더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오히려 열차 안에서 비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광주로 가는 길은 더욱 운치있었습니다.





그렇게 달리기를 2시간 반 정도. 드디어 광주역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더군요. 광주역에 내리자마자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광주고속터미널로 택시를 타고 고고!




그렇게 도착한 광주터미널 CGV! IMAX라는 문구가 오늘 따라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군요.





그렇게 보게 된 영화 '마이클'(CGV티켓은 가끔 영화제목이 잘려서 전혀 다른 제목을 만들기도 하죠 ㅎ). 저 티켓 가격을 보라! 1인 11,000원! 둘이 보았으니 22,000원! 거기에 왕복 KTX티켓 값, 식비 등등을 따지면 정말 영화 한편에 대단한 사치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여기서 '사치'란 <디스 이즈 잇>을 그냥 그런 영화로 생각하는 분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겠죠(일반적으로도요 -_-;;) 하지만 저에게는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말그대로 '제대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에 저런 많은 지출도 과감하게 쏟아부을 수 있었던 것이죠(타격이 있긴 했지만, 마지막 공연이라면 공연보러 해외라도 갔을 텐데 광주정도야 못가겠냐! 라는 식으로 질렀습니다!)




아이맥스로 본 <디스 이즈 잇>은 확실히 아이맥스 포맷답게 좀 더 눈에 꽉 차는 느낌이었고, 화질도 상당했으며 무엇보다 리허설 영상들을 좀 더 진짜 공연관람처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무대 위 장면들도 그렇지만 공연에 배경으로 쓰려고 했던 영상들을 아이맥스 포맷으로 볼 땐 정말 더욱 실감이 나더군요.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체험적인 면에 기대는 터라 말로 표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네요 ^^;

비록 객석에는 일요일이고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그 큰 상영관에 십여명이 고작이었지만, 그래도 또 한 번 '디스 이즈 잇' 공연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직 제가 자주 가는 극장인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계속 상영일정이 잡혀있는 관계로 볼 수 있을 만큼 더 보려고 합니다. 몇 번을 봐도 아마 극장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테니 말이죠;;










사실 극장 내 에티켓에 대해서는 이미 다들 아실테고, 수도 없이 반복되긴 했지만 마치 불법다운로드는 범죄라고 여기저기서 얘기해도 사그라들기는 커녕 오히려 불법이 더 조장되는 것처럼, 극장 내 에티켓 역시 알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영역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영화 팬들은 불편을 무릎쓰고라도 비교적 테러를 당할 확률이 낮은 조조 상영을(제 주변 분들 가운데는 가격 때문이 아니라 이 같은 이유로 조조를 관람하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찾는다던가 분위기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전용관을 찾는 것으로 우회하여 영화를 즐기게 되었던 것 같네요. 저는 워낙에 누구랑 시비걸고 싶어하지 않고 가능하면 참아보자라는 주의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그냥 참고 넘어가는 부류에 속하지만(그리고 위 같은 방법들도 자주 사용하구요), 어제는 오랜 만에 제대로 테러를(전 우리말 속에 숨어있는 전쟁 관련 단어들 사용을 정말 싫어하는 편인데, 이건 정말 테러라 아니 부를 수 없네요) 당했더니 도저히 어디든지 글로라도 풀지 않으면 병 날 것 같아서, 그냥 넋두리 해봅니다. 어제 제 옆에 앉았던 여성분들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듣고 고칠 사람들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말했겠죠 -_-;;


1. 일단 어제 본 영화는 박찬옥 감독의 <파주>였습니다. 영화는 참 좋았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보다 제 취향은 이쪽에 더 가깝더군요. 자세한 리뷰는 곧 포스팅 할 예정이구요.

2. <파주>는 분명 그리 친절한 영화는 아닙니다. 스토리의 진행 방식도 그렇고 그 안에 숨쉬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그렇구요.

3. 그런데 마치 홍보는 형부와 처제의 불륜을 다룬 '격정 멜로' 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이 설명 가운데는 맞는 말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그 '의미'는 아니거든요. 하지만 저 홍보방법이 낚았든지, 아니면 이선균, 서우라는 배우들이 낚은 것인지, 아니면 영등포 CGV라는 극장 자체가 낚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별로 본 적이 없는 분들이) 어제 극장에는 대부분이었습니다.

4. 영화 시작시간으로 알려진 정시보다 거의 10분 넘게 광고를 했음에도 5분 정도 늦게 들어오신 여자 두 분이 제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미 앉으면서부터 걸걸한 입에서는 X가 포함되지 않은 말이 없을 정도로 술술 말들이 흘러 나옵니다. 얼핏 봐서는 이제 막 20살에 접어드신 분들 같았는데...왜 있잖아요, 욕을 하려는게 아니더라도 그냥 모든 말에 'X나'가 붙은 분들. 그런 분들이었습니다.

5. 앉자마자 영화의 모든 상황을 입밖으로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극중 이선균의 상대역 여자배우가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자 '미친x 왜 저래?' '헐' '재수없어' 등 극중 이선균 캐릭터에 순식간에 동화되었는지 영화 속에 주인공이 된냥 여자역에게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6.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어려운 영화를 이해할 수 없으면 극장에 오지 마라 라는게 아니에요. 영화야 다 개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정답이 없는 예술이니 감독조차도 이것에 대해 뭐라 할 수는 없죠. 다만 그 태도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재미 없고 이해안될 수 있죠. 왜 그걸 재미있는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어가면서 불만을 겉으로 표시해야만 성에 차느냐 말입니다. 그렇게 꼭 '뭐야 이거, 스토리 완전 x같잖아' 라고 몇번씩 말씀해주셔야 하는지 말입니다. 영화가 끝나고나서 나가는 길에 같이 본 분과 '이선균 엉덩이 말곤 볼게 없네'라고 영화를 폄하해 주셔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하다보니 말투가 무슨 '여성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말투네요 -_-;;).

7. 두 분은 그렇게 계속 서로 간의 대화와 극중 인물과의 대화를 번갈아 나누시는 와중에도 한 손으론 열심히 핸드폰 문자를 주고 받으시더군요. 무슨 재미있는 문자가 왔는지 서로에게 보여주고 웃기도 합니다.

8.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제 옆자리에 앉은 분의 생각이 제게 들리는 초능력이 생긴 것 같았어요. 분명 속마음으로나 할 얘기들인데 제 귀에 다 들리더라구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초능력이 등장했던 영화들처럼 이 능력은 정말 없는게 훨 낫네요.

9. 사실 이 두 분만으로도 벅찬데, 이곳 저곳에서 여러 분들이 '나도 좀 주목해 달라'며 여기저기서 활약을 해주십니다. 어떤 아저씨는 중요한 업무를 통화로 해결하셨구요.

10. 좀 이해가 안갔던게 용산참사가 없었다면 모르지만, 근래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철거민들이 용역깡패들과 대치하면서 싸우는 장면 중에 용역이 고무줄 새총으로 돌을 쏘아대는 장면에서 몇몇 분들이 웃음을 터트리시 더라구요. 어디가 우스운 건지. 돌이 우습게 생겼던가요? 철거민이 몸개그라도 한걸 제가 놓친걸까요? (물론 이 와중에도 제 옆자리 분들은 '왜 그래?' '짜증나'를 연발하고 계십니다)

11. 영화가 끝나자 역시나 '뭐야 이거 스토리 x같잖아' '에이 xx, 집에가서 네이버 줄거리 봐야겠네'라고 하시며 커다란 팝콘통은 어지럽게 바닥에 둔채 그냥 쿨하게 자리를 떠나십니다. 저는 원래 어떤 영화든 엔딩 크래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 관람하는데(보너스 장면이 있고 없고는 전혀 상관없이요), 어제는 몇몇 분들이 나가시면서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시더군요. 아마도 '왜 끝났는데 계속 앉아있지?' 였던거 같아요. 이상했겠죠. 이 장면에선 왠지 잘못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12. 자, 제발 영화를 보면서 속마음 좀 겉으로 말하지 맙시다. 속마음은 그냥 속으로만 담아두세요. 그리고 입에 욕을 붙이고 사는 분들은 욕하는 것이 챙피한 줄 좀 알았으면 좋겠구요(그걸 알면 미안해라도 했겠지만..에휴). 그리고 재미없으면 차라리 중간에 나가주세요. 왜 비싼 돈 주고 재미도 없고 불편한 영화를 욕을 해가며 앉아있는지 모르겠네요. 진짜 돈주고 내보내고 싶은 심정이더군요.

13. 어제의 마지막 분위기는 어땠냐면, 다들 '이 영화 뭐야, 완전 최악이잖아' (여기서 최악은 저만의 순화된 표현입니다) 하는 중간에 저만 혼자, '야, 이거 멋진데'하는 분위기였어요.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최고일 수도 있고, 또 최악일 수도 있죠. 이걸 굳이 말해야 되는 이유도 모르겠지만, 공공장소라는 것에 의미를 한 번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나 외에 다른 사람도 있다는 사실말이죠.

14. 이거 넋두리를 하다보니 리뷰 쓸 때보다 글이 술술 써지는군요. 빛의 속도로 써내려오다보니 어느덧 14번. 확실히 요즘은 안전지대가 없는 것 같아요. 예술영화 전용관도 더이상 100%를 장담할 수 없구요. 여튼 영화 팬으로서 살아가기 점점 힘들어집니다. 좀 있으면 불법다운로드가 '공식적으로' 문제 없는 일이 될 것도 같고, 엔딩 크래딧 다보고 앉아있으면 바보 소리 들어도 싼 날들이 올 것만 같고, 극장 간다고 하면 '왜 불편하게 극장엘 가?'하는 날이 그리 머지 않은 때에 올 것만 같아 피곤함이 느껴집니다.

15. 그냥 넋두리 들어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상상마당은 '오아시스'다!

아주 복잡한 홍대. 요 근래 들어 더더욱 발 딛을 틈조차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 홍대 거리 한 가운데 어느새 부턴가 눈길을 끄는 건물이 하나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건물을 처음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과연 이 건물 내에 어떤 것들이 더 구체적이라면 어떤 회사들이 자리잡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아니 생길 수 없었죠. 이내 '상상마당'이라는 이름과 함께 1층에는 까페를 비롯해 각종 완소 아이템들을 구할 수 있는 샵이 자리잡았고,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라이브 공연장, 그리고 영화 상영이 가능한 극장도 지하 공간에 마련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홍대 바로 인근에 살면서 상상마당과 함께 해온지도 벌써 제법 오래 된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조금이나마 추억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홍대라는 복잡한 공간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상상마당이라는 존재는 마치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것 같아요. 발 딛을 틈, 소음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찌는 듯한 더위를 잠시나마 시원하게 적셔줄 수 있는 오아시스처럼, 전혀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하거든요.




입구에 마련된 안내처럼 상상마당에는 지하 4층에는 극장이 지하 2층엔 라이브 홀, 2층엔 겔러리, 4층은 아카데미, 5층은 스튜디오, 6층은 까페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튜디오나 겔러리 등은 거의 가보질 못했지만 지하 공간에 위치한 극장 만큼은 자주 찾는 곳으로 몇 가지 추억거리를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1층 매표소 옆 복도에는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지만, 저는 거의 위 사진 속에 등장하는 계단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내려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도록 흥미로운 포스터들도 전시되어 있고, 무엇보다 인기 밴드의 공연이 있는 날만 아니라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공간을 음미하며 한 계단 한 계단을 걷는 맛이 남다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햇살이 아스라히 내리 쬐는 계단을 내려갑니다.




사실 처음 홍대 '상상마당'이라는 공간에 극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멀티플렉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업영화들이 주가 되는 극장일 줄로만 알았었는데, 상상마당에 오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곳은 아트플러스 체인으로서 국내에 그리 많지 않은 수를 보유하고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입니다. 저 같이 일반 상업영화들은 물론 국적을 가리지 않고 특히 인디나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들을 즐기는 영화팬으로서는 집과 이리도 가까운 공간에 예술영화 전용관이 생겼다는 것만큼 반가운 일은 없었죠. 특히 국내 인디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상영하면서 꾸준한 관객층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역시 국내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비롯한 다양하고 알찬 영화제 프로그램들도 많아 꼭 극장을 찾지는 않더라도 항상 주시하게 되는 극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따져보니 '상상마당'에서 결코 적지 않은 영화들을 관람하였네요. 일단 생각나는 것은 DVD로는 수차례 관람하였으나 꼭 한 번 극장 스크린을 통해 보고 싶었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도 이른 아침 관람할 수 있었고, 등급 판정 논란, 삭제/무삭제 여부로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던 존 카메론 미첼의 아름다운 영화 <숏버스> 역시 상상마당에서 준비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덕에 온전한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참고로 존 카메론 미첼 특별전 같은 경우는 당시로서도 영화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던 걸로 기억이 되네요). 그리고 지난해 제가 보았던 영화 가운데 열 손가락에 꼽았던, 조이 디비전 (Joy Divison)과 이언 커티스를 주인공으로한 영화 <컨트롤>의 인상적인 흑백필름 역시 상상마당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참 많은 영화들을 우연한 기회에, 그리고 집이 가까운 탓에 계획적이지 않고 급작스럽게도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위 사진 속 공간은 제가 상상마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극장 상영관 옆으로 영화 관련 서적과 잡지, 만화책 등 다양한 도서들이 구비되어 있고 간단하게 읽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공간은 영화를 보러와서 상영전 대기 시간에 잠시 책 한 권 읽기에도 물론 좋지만, 꼭 영화를 보러 오지 않았더라도 가끔씩 책 한 권 읽고 싶을 때라도 오고만 싶은 공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화책들도 만화책이지만, 영화 관련 서적들 가운데는 차분히 앉아서 읽어볼 만한 관심 서적들이 가득하고 조용한 분위기도 책 읽기에 참 도움이 되거든요. 사진 보니 오랜만에 또 가고 싶어지는군요 ^^;




이 가을, 조용한 날을 골라 바람에 이끌려 또 한 번 상상마당에 가서 영화 한 편 봐야겠습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이별 가운데는 언제나 예상치 않았던 이별들도 있기 마련인데, 일주일 전 쯤 갑작스레 듣게 된 한 소식 역시 이런 이별에 관한 이야기였네요. 광화문에 위치한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큐브와의 이별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유난히도 떠나보내는 이가 많았던 2009년, 8월의 어느 날 또 하나의 이별로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추억을 함께 했던 극장들 가운데 아쉽게 이별을 맞아야 했던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이번 씨네큐브의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첫 번째 이유는 그 갑작스러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대형 멀티플렉스들도 장사가 안된다며 티켓 값을 올리고 팝콘 가격을 올리는 마당에 예술영화 전용관으로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지요. 그래도 다른 극장들처럼 영화보러 온 사람들보다 여가 시간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지 않아 좋았고, 각종 넘쳐나는 먹을 거리들로 부스럭 거림과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아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었고, 그 공간에만 들어서면 절로 차분해 지는 분위기가 참 좋았었는데, 극장을 떠나 그런 공간과의 이별을 해야 한다니 먼저 아쉬움이 듭니다.




씨네큐브 광화문을 운영하던 영화사 백두대간이 8월을 끝으로 극장 운영을 그만 둔다는 소식을 듣고 나 니 새삼 씨네큐브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더군요. 처음 씨네큐브를 찾았던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아마도 본격적으로 즐겨찾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무렵이 아니었나 싶네요. 위의 사진 속 티켓처럼 프랑소와 오종의 <8명의 여인들>도 씨네큐브에서 보았었고, <아타나주아>같은 독특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으며, <브로크백 마운틴> <그르바비차> <도그빌> 그리고 가장 최근 작으로는 <반두비>까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들을 바로 씨네큐브라는 공간에서 함께 했었죠.

일반 상업영화들 외에 예술영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씨네큐브 라는 극장은 자연스레 알게 되고 찾게 될 수 밖에는 없었던 극장이었고, 비슷한 예술영화전용관들 사이에서도 그 분위기 만큼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극장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일반 멀티플렉스가 젊은 연인들,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많은 반면, 씨네큐브는 나이 지긋하신 어른분들도 자주 만나볼 수 있었으며, 작가나 감독 등 직접 현업에 종사중인 예술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혼자서 극장을 찾는 이들이 멀티플렉스 보다는 훨씬 많은 극장이었죠. 저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땐 주저없이 혼자서도 많이 찾았었구요. 그러고보니 정말 혼자서 가장 많이 갔던 극장을 꼽으라면 단연 씨네큐브 일 것 같네요.




어느새 부턴가 멀티 플렉스에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상영시작 시간에 정확히 영화가 시작되고, 세뇌하듯 20분 넘게 몰아치는 광고를 볼 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크레딧이 온전히 다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극장내 불을 켜지 않은 극장. 당연한거지만 크레딧이 다 끝날 때까지 자리에 남아있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극장. 청소한다며 나가라고 하지도 않는 극장. 그래서 평소처럼 크레딧이 다 끝날 때까지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극장이 바로 씨네큐브였죠. 사실 이런 것은 굳이 씨네큐브가 잘했다기 보다는 다른 멀티플렉스들이 잘못하고 있는 점이죠.

극장의 분위기란 사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텐데, 좋은 영화란 무릇 여운이 남기 마련.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여운을 간직하고 싶은데 극장 문을 나서자마자 복잡하고 시끄러운 광경이 펼쳐진다면 있던 여운도 달아나기 마련이죠. 이런 의미에서 광화문 씨네큐브는 영화의 여운을 집으로 까지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좋은 분위기의 극장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극장 내 의자에 앉아서 영화의 장면들을 곱씹어 볼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하고 있었던 극장이었구요.





자꾸 분위기를 언급하는 이유는 분위기란 그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임의로 배려해서 끌고가는 면이 분명 존재하거든요. 아무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 책 한권을 읽으며 여유를 즐겨보려해도, 주변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소리, 여러 개의 관으로 입장, 퇴장하는 인파의 소음이 존재한다면 이런 여유를 즐겨볼 엄두조차 나질 않겠죠.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광화문 씨네큐브라는 공간은 어느 정도 공간이 분위기를 조장하는 뉘앙스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바닥에 까펫이 깔린 탓에 발자국 소리들도 들리지 않고, 상영관도 2개 뿐인 탓에 입퇴장을 통한 복잡함도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그 흔한 매점 하나 없으니 사고 먹고 하는 소리들도 들려올리 없죠. 매점이 없고 음식물이 반입되지 않으면 불편한 점도 분명있겠죠.매점이 반드시 없어야 한다거나 음식물은 반드시 반입되지 않은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이런 공간도 하나 있었으면 했고, 그것이 씨네큐브였다는 거죠. 그래서 마음에 들었구요. 자주 찾게 되었구요.




씨네큐브라는 극장을 알게 되고 이 곳에서 좋은 영화들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는데, 1년 전부터 (아..정말 벌써 1년이 되었네요) 좋은 기회에 백두대간에서 운영하는 씨네아트 블로그에 필진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죠. 그 때부터 더더욱 애착을 갖게 되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씨네아트 블로그에 참여하게 되면서 제 부족한 글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할 수도 있었고, 씨네아트를 통해 열리는 시사회나 행사들에 초대되어 보고 듣고 할 수 있는 기회들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씨네큐브를 찾게 될 때 그 전과는 다르게 뭐랄까, 같잖은 주인의식이 생겼다고 할까요. 마치 내 일 같아서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애착을 갖게 되었는데, 마음처럼 행동이 따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씨네아트 블로그로 활동한지도 이제 딱 1년이 되었네요.

그 동안 씨네아트 블로거로서 매달 '블로거 정기 상영회'라는 이름 하에 직접 상영작을 고르고 웹상에서 투표하여 상영하고,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끼리 남아 씨네토크도 하곤 하는데, 얼핏 1주년이 되었다는 생각에 그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만 진행했던 상영회를 씨네큐브에서 영화제 형식으로 진행해 보았으면 어떨까 했었는데, 이건 이제 실행으로는 옮기기 불가능하게 되었군요.



(눈 내리던 날의 씨네큐브)

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은, 광화문 씨네큐브가 폐관하는 것이냐 하는 것일텐데, 폐관하는 것은 아니에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10년 가까이 극장을 맡아서 운영해오던 영화사 백두대간이 더이상 운영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간 지원을 해오던 흥국생명의 모기업인 태광그룹에서 직접 운영을 하기로 결정이 된 것이죠. 그러니까 8월이 지나 9월이 되어도 광화문에 씨네큐브는 그대로 존재할 것이며 해머링맨도 그대로 일 것이고, 아마도 예술영화관으로서 계약이 남아있는 내년 3월까지는 멀티플렉스 처럼 상업영화들이 자주 걸리거나 하지는 않을 듯 하구요.

그러면 극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이별 운운하며 난리법석이냐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죠. 계약 기간이 아직 몇년이나 남았음에도 태광그룹이 백두대간을 쫓아내듯 극장에서 내몰게 된 되는 역시 수익적인 문제가 있었을 거에요. 그 큰 멀티플렉스 들도 팝콘 팔아서 이윤을 남긴다던데 매점조차 없고,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극장이 수익적으로 메리트가 있었을리 없고, 이를 지원하는 회사 측에서는 어차피 비지니스인데 이런 곳을 끌어안고만 있을 수는 없었겠죠. 그렇다해도 어차피 예술영화관으로서 엄청난 수익을 내려고 했던 것은 당연히 아닐테고, 계약기간도 아직 남아있다는데 이렇게 운영주체를 쫓아내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들을 탓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말그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이것은 수익을 내야할 사업이니까요. 태광을 탓하는게 아니라 그냥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는 거죠.



(씨네큐브의 또 다른 상징이었던 해머링 맨)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극장은 사라지거나 하지 않는다고 해도, 3월까지는 어찌되었든 라인업에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쳐도, 적어도 그 이후에도 씨네큐브가 지금과 같은 예술영화관으로서의 존재감과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을까에 대한 가능성은 적을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극장이 폐관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해도 수익을 내기 위한 모델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다면 아예 더나아가서는 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변모할 수도 있겠죠. 이를 반기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이 공간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새로운 광화문의 메카가 될지도 모르고, 극장으로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것이 반드시 나쁘지 만은 않아요. 그리고 혹여 직접 운영을 맡기로 한 태광에서 백두대간이 운영할 때와 같은 영화들과 극장 분위기를 계속 앞으로도 지속해줄런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하긴 그럴려고 했다면 굳이 운영주체를 변경할 이유도 없었겠지만요.





사실 이 사실을 처음 듣고 확인하기 위해서 담당자분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목소리에 너무 힘이 없으셨는데 뭐라 딱히 드릴 말씀이 없더라구요. 사실 예술영화를 주로 수입해서 배급하는 영화사라는게 정말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결코 하기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어디서 이런 비슷한 예기를 다른 분이 했더니 그 아래 너무 옹호하는게 아니냐 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던데, 저는 그래요. 옹호하는 겁니다. 옆에서 힘들게 일하시던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이번 운영중단이 부당하다 라는 식의 논리는 물론 아니에요. 옆에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알기에' 안타깝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예 9월부터는 정말 극장 리뉴얼을 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했으면 차라리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드네요. 왜냐하면 저만 같아도 이 공간에서 쌩뚱맞은 영화가 상영된다거나 아니면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이 공간을 직접 운영하셨던 분들께는 더 이상 이 곳이 자신들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올 것만 같아서요. 차라리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면 그런 마음이 좀 덜할 것 같네요. 극장은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그대로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면 아마 더 안타까울 것 같네요.




(이대 내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

다른 관련 기사를 통해 이미 알고 계시는 것처럼, 백두대간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는 손을 떼지만, 이대 내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의 운영은 계속 해나간다고 합니다. 그 동안 씨네큐브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라인업들을 모모에서 계속 이어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며, 그간 광화문과 이대로 분산되었던 것을 마치고 아트하우스 모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트하우스 모모는 씨네큐브에 비해 지리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조금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처음 집 가까운 극장들을 놔두고 씨네큐브를 찾아 갔던 것처럼, 좋은 영화들을 만나볼 수만 있다면 아트하우스 모모도 새로운 예술영화의 메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두대간에서는 씨네큐브를 떠나는 것을 기억하며 기획적을 계획 중이기도 하구요.




(이제는 아트하우스 모모로!)

는 오늘 백두대간에서 상영하는 광화문 씨네큐브의 마지막 작품 <디스 이즈 잉글랜드>의 시사회에 참석하러 씨네큐브에 갑니다. 한 달에도 몇 번씩 가던 극장이지만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는 없겠네요.  <비카인드 리와인드>처럼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슬픔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데 단 순히 공간이 사라지는 것만 슬픈 것은 아니라는 걸 이번에 새삼 깨달았네요. 씨네큐브라는 공간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결국, 어쩌면 그 분위기와, 극장과 함께한 추억은 앞으로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더불어 그 동안은 씨네큐브 덕에 광화문 역시 자주 가곤 했었는데, 씨네큐브 가는 김에 광화문 교보문고도 가고, 씨네큐브 가는 길에 근처 까페들도 가고 했었는데, 앞으로는 광화문 광장 때문에도 그렇고 더더욱 광화문 자체에도 갈 일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안녕, 씨네큐브. 수 많은 좋은 영화들을 더할 나위 없이 즐길 수 있었던 그 곳.

2009.08.10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영화 티켓을 본격적으로 모은지도 제법 된 것 같네요. 사실 더 예전부터 모았어야 했는데 '확' 모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장 한장 소중히 모으게 된지는 10년이 조금 안된 것 같네요(햇수로는 그런데 처음 모을 때는 지금처럼 전부 모은게 아니라서, 그리고 분실한 것도 있어서 윽;;;)

지난 번 포스팅도 한 번 한 적이 있지만, 저는 영화 티켓이 영수증으로 대체되고 있는 이 21세기에 티켓을 한장 한장 모으고 있는 영화 팬입니다.

영화 티켓을 보며 스치는 추억들

팜플렛까지 모았다면 정말 더 좋았으련만 (이건 매번 고민하는 문제인데, 늦었다고 생각되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걸 잘 알면서도 그래도 늦었다라는 생각이 들곤 해서 말이죠;;), 티켓만 모으는 것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는데 최근 이런 저에게 어려움이 하나 닥치고야 말았습니다.

티켓을 모으는 방식을 살짝 설명드리자면 위 사진이나 이전 포스팅에 잘 나와있는 것처럼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티켓북에 티켓을 고이 껴어 넣는 방식으로 보관하고 있는데, 지난 포스팅에 잘 나타나고 있지만 이럴 경우 시간이 오래 지나게 되면 티켓에 인쇄된 영화 제목 및 글자들이 흐려지거나 아예 지워져버리게 된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 하지만 이를 어여삐 생각한 모 회사가 있었던지, 티켓 사이즈에 맞게 투명하게 부착할 수 있는 보호필름이 있어서, 보호필름을 사용하게 된 이후로는 이런 걱정도 덜 수 있었거든요.


(보호필름을 붙이면 대략 이런 모습입니다. 본래는 티켓과 동일한 사이즈인데 저는 좀 더 필름을 아끼기 위해 반으로 잘라 제목이 나온 부분만 보호하고 두 번씩 사용하곤 했었죠.)


그런데, 사용하던 보호필름을 다 써서 들렀던 근처 문구점(여기서 문구점이란 문방구 말고 왜 그런거 있잖아요, 천삼백k, 텐by10 등등)에 가보았는데 물건이 다 떨어졌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어차피 많지는 않았으니 그런가 보다하고 다른 날 다시 다른 매장을 찾았었는데, 그쪽에서는 점원이 이제 안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없나보다 하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구매해야겠다해서 여기저기 다 뒤져봤는데 아예 db자체가 다 삭제되어 버렸더군요. 티켓을 보관할 수 있는 티켓 북 종류도 배로 줄었고, 보호 필름은 정말 찾아지지가 않더라구요(제발 '찾아지지 않은것'이길 바랄 뿐입니다. 아직도 판매하는 곳을 아시는 분은 제발 제보를!).

그런데 그냥 불만이 터져나왔다기 보다는, 그냥 좀 쓸쓸하더군요. 그리고 그간 티켓 북이나 보호필름을 만들어 판매하던 업체가 '가엽게' 여겨지기 까지 했구요; 크게 보면 요즘 극장에서 영화보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예전 만큼 많지도 않을 뿐더러, 그 가운데 영화 티켓을 모으는 이들은 정말 극소수이고, 그 가운데 보호필름을 굳이 추가구매하려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일테니까요. 장사는 장사인데, 자선사업도 아니고 제가 사장이라면 이런 아이템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거에요.



(보호 필름을 잃고 아직 티켓북에 보관되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는 수많은 티켓들. 차선책이라도 사용해야.)


영화 티켓 가격도 오르고 (얼마전 해리포터 아이맥스 3D를 주말로 2장 예매했는데, 가격이 무려 3만원!!!), 관련 시장들이 어렵다보니 이런 소소한 부가 상품에 대해서는 뭐라 얘기할 거리도 못되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쉬운 부분이라 조금 끄적여 보았습니다.

결국 보호필름 없이 보관하게 되면 당췌 내가 예전에 무슨 영화를 보았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지워지는 일들을 이미 겪었었기 때문에, 번거롭기는 하지만 대형 스카치테이프를 일일이 잘라내어 붙여 보관할 생각입니다(생각만 해도 눈물이 ㅠ).

이건 보호필름을 제공하라! 판매를 지속해라! 라는 글이 아니에요.
그냥 그럴 수 밖에는 없는 현실의 씁쓸함에 나즈막히 읖조리는 것 뿐이죠.














이대 후문 쪽으로 옮긴 뒤에는 처음 가보게 된 필름포럼.
물론 필름 포럼의 형편상 더 좋은 곳에 위치하지 못한 것이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말 찾아가기 힘든 곳에 위치하고 있는 듯 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가기엔 너무 멀고, 버스를 타고 이대 후문에 내리는 것이 그나마 가까운 방법인데,
이것 또한 찾아가는 도중에도 '과연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일단 찾아가게 되면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분위기가 좋긴 하더라.
조용조용히 예전 유럽영화들을 보러 가고 싶을 때랄까. 그럴때 가끔 들러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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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을 보기 위해 들렀던 주말 한 낮에 한가한 서울아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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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영화제에서는 루이스 부뉴엘 특별전이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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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류승완 감독님과 인연이 있긴 있나보다. 아무 생각 없이 앉은 테이블에 감독님의 메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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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실에선 쉬는 시간에 영사기사님이 틀어놓으신 '전국노래자랑' 방송 소리가 로비를 뒤흔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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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짧은 손가락은 어떻할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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